한국민족문화 78, , 289~320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 < 이번생은처음이라 >, < 멜로가체질 > 을중심으로 1) 박은지 ** ㆍ Jean-Paul B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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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비즈니스를 위한 플레이북 여기서 다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YouTube 소개 2. YouTube에서 비즈니스를 위한 채널 만들기 3. 눈길을 끄는 동영상 만들기 4. 고객의 액션 유도하기 5. 비즈니스에 중요한 잠재고객에게 더 많이 도달하기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로 분류하 고 있고, 같은 조 제7항은 위 상영등급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건전한 가정생활과 아 동 및 청소년 보호에 관한 사항, 사회윤리의 존중에 관한 사항, 주제 및 내용의 폭력 성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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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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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족문화 78, 2021. 3., 289~320 http://doi.org/10.15299/jk.2021.3.78.289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 < 이번생은처음이라 >, < 멜로가체질 > 을중심으로 1) 박은지 ** ㆍ Jean-Paul Baldacchino *** 1. 서론 2. 사랑의문화적각본 : 낭만적연애에서공동체적사랑까지 3.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1) < 이번생은처음이라 > 2) < 멜로가체질 > 4. 결론 < 국문초록 > 최근드라마는 낭만, 순수, 절대적사랑 과같은말들로표현되는연애의관계들이사라지고있다. 신자유주의시대의도래에서비롯되는동시대세대담론은 열정페이, 수저계급론, 삼포세대, N포세대 라는표상으로청년세대의위기의식을펼쳐낸다. 이러한시대적흐름의변화를간파하면서텔레비전드라마는연애가감정노동으로치부되면서청춘의필수코스에서사라지는세대의초상을그려내기시작했다. 이글은낭만적연애의쇠퇴와그에따른새로운대안으로서공동체적사랑을탐색하는드라마에관심을가진다. 특히관계의낭만보다는현실직시, 개인주의, 경제적안정성을추구하는삶과양립하는연애드라마라는 * 이연구는 2018년도한국학중앙연구원해외한국학지원사업의지원에의하여수행되었음 (AKS-2018-R06). ** 제1저자, 한국해양대학교교양교육원강사 (eunjeepark@gmail.com) *** 공동저자, 몰타대학교인류학과부교수 (Jean-Paul.Baldacchino@um.edu.mt)

2 / 한국민족문화 78 점에서 < 이번생은처음이라 >(tvn) 와 < 멜로가체질 >(JTBC) 등은우리의주목을요하는유효한텍스트이다. 우선, 이두편의드라마들은커플덤 (coupledom) 을두타자사이의소통과연대를유지하는공동체단위로본다는점에서연애를유의미한방식으로담아낸다. 또한, 이드라마들은사랑과연애를친밀성관계보다외연이넓은공동체개념안으로포섭하기를시도한다. 결론적으로드라마가대중의욕구와불안에공명한시대적생산물이자동시에욕망과추구를끌어내는문화적장치로독해될수있다면, 이두편의드라마들은각각개별적공동체단위로서의사랑, 그리고보다확장된차원에서사랑과연애의공동체적모색이가능한가를탐색하고있다. * 주요어 : 드라마, 낭만적사랑, 공동체적사랑, < 이번생은처음이라 >, < 멜 로가체질 > 1. 서론최근드라마에는 낭만, 순수, 절대적사랑 과같은말들로표현되는연애의관계들이사라지고있다. 젊은세대의삶은실업탈출, 직장생활, 소비생활등연애와사랑에집중하지않아도성립할수있는관계들이우위를차지하게되면서, 이시대가청년세대에게위기로다가오고있음을반영하는갖가지징후들이세대담론으로펼쳐진다. 신자유주의시대의도래로인해비롯되는동시대담론은노동착취를일컫는 열정페이, 한국사회를지옥으로일컫는 헬조선, 세습된경제적부와사회적지위가자녀세대의계급을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 등의신조어를양산해왔다. 나아가내집마련을비롯해꿈과희망등욕망자체를포기한청년세대를일컫는 N 포세대 라는가혹한표상도등장했다. 이런시대적흐름의변화를발빠르게간파하는텔레비전드라마는한편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3 으로는인생의위안물로자처하면서다른한편으로는시대의나침반으로기능하고있다. 연애가감정노동으로치부되면서청춘의필수코스에서사라지는세태를소재로다루는드라마는주로한국에서 IMF 이후신자유주의구조가구체적으로체감되기시작한 2000년대후반기이래빈번하게등장하기시작했다. 1) 현시점에 먹고살기도퍽퍽한데누가누굴책임지느냐 2) 를표방하며방영되는드라마제목이 < 연애는귀찮지만외로운건싫어 > 라는예시를들지않더라도, 허기지고여유가실종된청춘의초상이라는소재는하나의장르를구사할정도로자주그려진다. 이들의 포기 의대상에오른것이 연애와결혼그리고출산 3) 이라는공감대가드라마에고스란히반영되는것이다. 이글은최근드라마에나타나는연애의변화하는양상에관심을가진다. 이후서술하겠지만, 이글의목적은연애에대한기피나연애포기의선택을다루는재현물들의양산을비관적인눈으로바라보는데있지않다. 거듭된자기계발과생존을도모하는 피로사회 4) 의청년들에게연애가기회비용으로여겨져다른실천들과경쟁하는그무엇에다름없게되었음은지속적으로지적되어왔다. 5) 현상황이점진적이고단계적인사회내부의변화가아니라경제체제란요인에의해급작스레견인되어왔다는점에서문제적이라는인식을공유하면서, 그럼에도이글은사랑보다현실이우위에있는현대사회에서낭만적연애의쇠퇴를현실타파이자시대정신에부합하는것으로옹호한다. 더이상감당하기어려운낭만적연애가쇠퇴하는데에따른대안으로서드라마가탐색하는전략에관심을가지고, 여기에서는그 1) 윤석진, 디지털시대, 한국텔레비전드라마의구성과소통방식고찰 2000 년대미니시리즈를중심으로, 비평문학 53, 한국비평문학회, 2014, 127 쪽. 2) https://m.mbcplus.com/web/program/contentlist.do?programinfoseq=168 ( 검색일 : 2021.2.3.) 3) 조한혜정 엄기호외, 노오력의배신, 창비, 2016, 12 쪽. 4) 한병철, Müdigkeitsgesellschaft, 김태환옮김, 피로사회, 문학과지성사, 2012, 65~73 쪽. 5) 서동진, 자기계발하는주체의해부학혹은그로부터무엇을배울것인가, 문화과학 61, 문화과학사, 2010, 37~54 쪽 ; 이명원, 연애불가능의풍속, 문화과학 69, 문화과학사, 2012, 180 쪽 ; 김정영 이성민 이소은, 나 의성장과경험으로서연애의재구성, 미디어, 젠더 & 문화 29-3,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2014, 47 쪽등참조할것.

4 / 한국민족문화 78 러한전략의하나로서공동체적인사랑의부상을식별하고자한다. 따라서이글에서는관계의낭만보다는현실직시, 개인주의, 경제적안정성을추구하는삶과양립하는연애드라마에대한구상이라는점에서 < 이번생은처음이라 >(tvn) 와 < 멜로가체질 >(JTBC) 등에주목하고자한다. 이두편의드라마는주말드라마에관습화되어온가부장제에결속된연애라는보수적인서사와도거리가멀지만, 순수한사랑에근거한사적관계로연애를다루는자유주의적멜로드라마와도차별화되는작품들에해당한다. 낭만적연애에대하여거부감혹은불가능성을예정하는현세대의고민속에서, 이드라마들은연애가어떻게공동체적관계를지향하며진동하고있는가를밝히는데에유효한텍스트로바라볼수있다. < 이번생은처음이라 > 와 < 멜로가체질 > 은두타자사이의소통과연대를유지하는공동체단위로커플덤 (coupledom) 을본다는점에서연애를유의미한방식으로담아내고있다. 또한서로상이한다양한커플들사이의관계맺기와더불어시대성으로부터도출되는문제의식들을강조함으로써, 이드라마들은연애의지속가능성을친밀성관계보다외연이넓은공동체내에서모색하고자시도하고있다. 어쩌면젊은세대스스로의욕구와불안에공명해서나타난시대적생산물이자그러한대중의욕망과환상을이끌고자극하는문화적장치로서드라마가우리의주목을요하는것이라면, 결론적으로이두편의드라마들은각각개별적공동체단위로서의사랑, 그리고보다확장된차원에서이른바사랑과연애의공동체적모색이가능한가를탐색하고있다. 2. 사랑의문화적각본 : 낭만적연애에서공동체적사랑까지텔레비전드라마는전통적으로연애담을소재로다루어왔다. 신분과계급의차이를지닌주인공들이사랑에빠지는이야기가중심이된다. 세속적조건을초월하고감정만으로남녀관계의완성이보장되는것으로묘사돼오면서사랑은무언가위대하고대단한것으로간주되곤한다. 우리가시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5 청해온드라마에서이성애적낭만적인사랑이라는가치는로맨스서사의원형에기인하면서, 6) 로맨스장르는욕구충족의꿈에가까운것으로소구되며그서사와재현또한시대와사회의맥락에의해변형이가해지면서성장해왔다. 7) 하지만지금까지연구들에서텔레비전드라마속연애는보수적이고반동적인문화적각본에의존하는관습으로인해비판의대상이되어온측면이나타난다. 드라마가신데렐라스토리에연연한다는시선에는스스로사회적자원으로자아정체성을획득하기어려운여성이남성과의결합으로이를해결하는서사에대한페미니즘적관점의거부감이존재한다. 이런드라마는 백마탄왕자 에의한신분상승욕망을강조함으로써가부장적사고의내면화를조장하고, 한편으론평등, 합의, 호혜라는계약사상을내포하는페미니즘과충돌한다. 8) 시청자의낭만적사랑에대한욕망을부추기기위해남성주인공의매력이강화되고이상화된남성상이제공된다는고찰 9), 또는로맨스드라마가결혼과연애에대한낭만적환상을조장한다는통념을검증하는논의 10) 등이이러한관점을보이는연구로볼수있다. 한편, 드라마의관습과전형성을어쩔수없는속성으로인지하고여기서출발하여드라마미학을전복적으로읽어내는 저항적해독 도이루어지고있다. 시청자들이신데렐라서사에나오는의존적여성상, 남성을통한 6) 덕있는남자주인공과아름다운여자주인공이로맨스이상을표상하는서사는중세의기사이야기, 르네상스시대귀족의로맨스, 18 세기이후시민의로맨스, 러시아혁명기로맨스등이갖는공통된성격이다 (N. Frye, Anatomy of Criticism, 임철규옮김, 비평의해부, 한길사, 2000, 363~399 쪽 ). 7) 대체로연애는낭만적사랑 (romantic love) 의번역어이자유럽의근대라는특정한조건에서발생해 20 세기초한국으로수입된현상으로이해하는것이일반적이다 ( 권보드래, 연애의시대, 현실문화연구, 2003, 92~93 쪽 ; 서지영, 계약과실험, 충돌과모순 : 1920-30 년대연애의장, 여성문학연구 19, 한국여성문학학회, 2008, 140~141 쪽 ). 8) 김명혜, 드라마 < 파리의연인 > 을통해본신데렐라콤플렉스의문제점, 프로그램 / 텍스트 11, 한국방송진흥원, 2004. 9) 백경선, 초능력자남성주인공과멜로드라마캐릭터의확장, 한국극예술연구 61, 한국극예술학회, 2018, 303~331 쪽. 10) 진보라 진혜원, 드라마시청은낭만적환상을조장하는가?, 한국언론학보 56-5, 한국언론학회, 2012, 141~162 쪽.

6 / 한국민족문화 78 계급이동에의미를부여하기보다는오히려그과정에드러나는인간적관계의로맨스와여성에의한남자주인공의순화의과정을즐기는것으로볼수있는것이다. 11) 이러한시각에는드라마서사의표층에내재된이면에서시청자가텔레비전드라마를일종의유희로서수용한다고읽어내는것이포함된다. 이를테면장르적관습으로의회귀를예정해놓으면서로맨틱한일탈의순간을즐기고있다고보는시선이나 12), 혹은결혼으로대변되는관계의완성보다는감정이표현되는 순간 의 달달 과 케미 를드라마팬덤형성의요인으로보는분석이그러하다. 13) 이두가지성격을염두에두면서, 여기서는드라마속연애가시청자들이스스로따르고싶어하는연애의사회문화적각본이되어주기도한다는사실에초점을맞추고자한다. 물론드라마들이그려내는다소핍진성떨어지는연애의초상은소비자본주의사회구조에서연애의상품화라는함의로부터자유로울수없으며, 순수하게문화적각본으로보기에한계를노출시키는것도사실이다. 14) 하지만 드라마속주인공들처럼데이트하고싶은욕망 이라는시청자의수용행위는여전히강렬한드라마시청동기이며, 현실에공명하고실재하는사랑에대한욕망에의해추동된다는점에서흥미로운성찰의지점을열어준다. 이는신데렐라콤플렉스의남성주의적지배해독으로는결코풀어낼수없는로맨스드라마속재현되는연애의다면성을제기하면서, 한편으론어차피환상에불과하다는틀에드라마의연애를한정시키는입장에서도벗어나보다입체적으로연애의재현이 11) 윤선희, 신데렐라콤플렉스의역전이와코라, 한국언론학보 49-2, 한국언론학회, 2005, 84~109 쪽. 12) 박미란, 텔레비전드라마의친밀성, 일탈과재인의유희, 한국극예술연구 36, 한국극예술학회, 2012, 151~186 쪽. 13) 황미요조, 비정규직시대의여성로맨스판타지, 여 / 성이론 29, 도서출판여이연, 2013, 236 쪽. 14) 낭만적유토피아는상상의제도화로서일어나며, 제도화된상상력속에서하나의이야기, 하나의사건, 하나의감정으로서의사랑이상상된다. 사랑은점차갈망의대상, 상상에의해상상속에서만들어진대상을포함하게되고, 끝없는욕구추구를수반하는근대자본주의사회에서사람들이소비하고싶어하는대상이된다 ( 박형신, 에바일루즈,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84 쪽 ).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7 통용되는레퍼토리를확장하는계기를제공하기때문이다. 오늘날신자유주의사회혹은피로사회에서시청자가원하는연애의양상, 그리고텔레비전드라마에서대중적으로소구가능한연애의각본, 이두가지가만나서조율되는합의물이드라마속연애의모습인것으로우리는볼수있다. 그런데이지점이더이상도달하기힘든정열적인사랑의신화, 낭만적정감, 세속적문제의해결점을사랑으로보는연애지상주의의모습은아니라는사실이다. 현대사회로의이행에서친밀감과사랑에대한낭만적정의가쇠퇴하거나부정되어왔음에대해동의하는학자들은어렵지않게찾을수있다. 이글의과제인드라마에나타난연애의풍경을입증하기위하여, 우리는연애의유형에대한몇가지개념적구별을시도하면서궁극적으로는공동체적사랑으로서의연애의개념을정립해볼수있다. 사랑과연애가가지는다중적이며혼돈스러운의미들의시대적변천과정을탐색하면서, 기든스 (Giddens) 는신분의제약으로부터자유로우며섹슈얼리티, 친밀성, 결혼을연결시키는 낭만적사랑 (romantic love) 을출발점으로삼는다. 몰역사적인개념이아니라핵가족화, 개인의출현등근대의사회구조변동과관련을가지는낭만적사랑은서로다른가치와취향을가진자유로운개인들의관계를전제로하는데, 이러한낭만적사랑에서두타자는서로에게매혹되고연결되는수단으로서투사적동일시 (projective identification) 를통해친밀성을형성한다. 낭만적사랑의복합체가 영원함, 하나뿐이며유일한, 한몸 이라는속성을가지는것은둘사이에 일체감 이강조되기때문이다. 따라서낭만적사랑에는내밀한친밀성의가치가중요하게강조된다. 타자가지닌속성들은타협이나협상되기보다는직관적으로 알아지는 것이며, 이로써 나와너 는자아를넘어타인과 하나 되는경험을나눈다. 이러한친밀성이 특별한사람 의발견이라는가치에의존함으로써낭만적사랑은결과적으로일부일처제에부합하게되는것이다. 15) 15) A. Giddens, Transformation of Intimacy: Sexuality, Love & Eroticism in Modern

8 / 한국민족문화 78 하지만낭만적사랑의이상이근대여성에게가정에의종속이라는불평등한관계를초래했다는사실을받아들이면서, 기든스는남성중심적가족이데올로기에예속되어버린낭만적사랑의친밀성을양성이평등한 합류적사랑 (confluent love) 의친밀성으로변형시키고자한다. 16) 합류적사랑은영원한합일과지속보다는우발적이고적극적인것이며, 말하자면서로간유대를공유한채관계의정체성을협상해가는평등한사랑을의미한다. 친밀성의구조가변동되면서, 사랑은 개인생활의민주화 를불러오며한편으로는생활정치혹은사적영역의정치화와연동되게되는것이다. 이와같은이유에서벡과벡-게른샤임 (Beck and Beck-Gernsheim) 은연애, 사랑, 결혼의선택지가넓어지고그선택이과거에비해확실히 개인화 되어왔다고본다. 17) 후기근대사회로오면서사랑에대한갈망이종교가하던역할을대신하게되었고개인들은위안과유대감을제공할안식처를사랑에서구하게된다는것이다. 이제사랑에작동하는구조적힘은제도나규범에의지하지않고서개인들간끊임없는의사결정과협상으로구성해나가는영역이되었다. 물론이러한개인화는자유도선사하지만 지독한혼란 도사랑과연애에안겨준다. 사랑이개인화된자유로서만끽된다는것은이미일정한정도의객관적자유 ( 직업, 돈등으로대변되는수단 ) 를가진개인을전제하며, 사랑의의미를실생활에서실현시킬수있는능력은결핍에의해삶이특정지어지지않는개인에한정되기때문이다. 게다가개인주의가만연한세상에서 자신만의인생 을사는것과 다른사람을위한존재 로사는것간의격차와갈등은궁극적으로사랑이굳이필요한가에대한동요를불러일으킨다. 18) 이러한사랑에대한자기성찰적저울질과그에따른감정적반응을 낭만적아키텍처 의변화로고찰하면서, 일루즈 (Illouz) 같은사회학 Societies, 황정미 배은경옮김, 현대사회의성 사랑 에로티시즘, 새물결, 2001, 108 쪽 16) 위의책, 109~111 쪽. 17) U. Beck & E. Beck-Gernsheim, Das ganz normale Chaos der Liebe, 강수영 권기돈 배운경옮김, 사랑은지독한, 그러나너무나정상적인혼란, 새물결, 2006, 56 쪽. 18) 위의책, 57~60 쪽.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9 자는겉으로자유로운선택이내부적으로는남성과여성사이의젠더불평등혹은 ( 주로여성에대한남성의 ) 감정적지배를강화하기에이르렀고그징후로서 헌신기피증 을불가피하게낳는다고분석한다. 19) 개인들간유대가약해지고 액체처럼형태를알수없으며고정되지않은채계속변해가는사회 에서는사랑조차액체로취급된다는리퀴드러브 (liquid love) 는헌신하지않으면잃을것도줄어든다는합리적효용의원칙을후기자본주의의자연스러운현상으로내세우기도한다. 20) 이런견해들을총괄해보면, 사랑과연애는한편에서는사적인생활세계의민주화과정이라는영역을향해서규정되고, 다른한편에서는자본주의적관계의속성으로부터자유롭기힘든것으로규정되어왔음을볼수있다. 이개념들은커플덤의독자적인존재에대한이유, 혹은더정확히말해왜커플덤이점점단독으로성사되기어려워지는가를해명하는데유용한단서를제공한다. 여기에서연애란그것에연루된두주체의연애이며둘사이의고유한관계가문제시됨을전제한다. 하지만이런개별적규정만으로는사랑과연애가어떻게자폐적이지않으면서사회와어울리는지, 더구나개인주의와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가팽배한현실에서사랑이왜공동체내에서지속될수있는지가해명되지않는다. 사랑에배태된개별성과단독성을보다넓은공동체적차원으로까지연결시키는비교적뚜렷한해명은장뤽낭시 (Jean-Luc Nancy) 의보다근본적인논의를통해볼수있다. 그에의하면, 그간사랑이연인들간내밀성으로간주되면서사랑에관한사유는사적세계의개별적영역 ( 단수성, singularity) 에머물러있던측면이존재한다. 21) 사랑이공동체내에서애매 19) E. Illouz, Warum Liebe weh tut, 김희상옮김, 사랑은왜아픈가 : 사랑의사회학, 돌베개, 2013, 179~201 쪽. 독일어판번역본인이책은 관계기피증 혹은 관계공포증 으로번갈아표기하고있으며, 본논문에서는영어원문의 commitment phobia 를헌신기피증으로표기하였다. 20) Z. Bauman, Liquid Love, 권태우 조형준옮김, 리퀴드러브 : 사랑하지않을권리, 새물결, 2013. 21) M. Blanchot & J.-L. Nancy, La Communauté inavouable, La Communauté affrontée, 박준상옮김, 밝힐수없는공동체, 마주한공동체, 문학과지성사, 2011, 117~118 쪽.

10 / 한국민족문화 78 하고고립된지위에서사유되는한계를가져왔다는것은이러한한계이면에 사랑 에대한일반적가정이문제임을드러내는것이다. 이에대해낭시는사랑이정체성을본질로하는완결된단위가아님을주장하기위하여사랑이란열린것의접촉이라는생각을전개하여왔고, 실제로 차이에열린공동체, 타자를향해열린사랑 에대한목소리가거센현대의구상에그의사유가참조점으로남아있다. 우선인간은누구나자신을중심으로세계를구성하려는경향이라할내재성을가진다고할수있는데, 공동체는나와타자가내적체계의바깥으로열리는 ( 내재성의독재가파국에이르는 ) 순간에도래하게된다. 22) 여기서우리는인간관계의구조자체를 나 를벗어남, 내가타자에게로열려있음 으로이해하는탈자태 ( 脫自態, extase) 가그의공동체론의핵심에놓여있음을이해할필요가있다. 나의존재는언제나이미타인의존재로부터규명되기에, 23) 나와타인은내재성의상실을매개로실존하는상태인공동-내-존재로파악되는것이다. 이러한시선, 즉나의한계인바깥과타자의한계인바깥이쉼없이접촉하는실존, 말하자면공 ( 公 ) 실존이공동체가된다고보는시선에는인간은유한하기에타자가필요하고이를통해공동체를구성한다고보는사유가들어있다. 24) 그런데이공동체는그야말로근본적으로 타인들의공동체 이다. 공동체는단일한과제를실현하는관계가아니고, 완결된실체를가지거나한방향으로나아가지도않는것이다. 따라서모여있는것외에는동일성으로환원되거나고착되지않는것, 공동으로존재하기 자체를의미하는무위의원리가우리가추구해야하는공동체의기초가된다. 25) 22) J.-L. Nancy, La Communauté désoeuvrée, 박준상옮김, 무위의공동체, 인간사랑, 2010, 45~49 쪽. 23) 내재성의한계는죽음을통해대표적으로드러난다. 낭시는 나는죽었다 고말할수있는자가없다는명제를들어, 가장고유하고소외될수없는죽음이라는사태에서 내 가사라지는것을언급한다 ( 위의책, 45 쪽 ). 24) M. Blanchot & J.-L. Nancy, 앞의책, 18 쪽. 25) 낭시의 무위의공동체 에대한주장은역사적으로동일성의구축이라는미명하에개별적실존들을위협하고차이를억압하는폭력적시스템으로변질한파시즘전체주의와교조주의공산주의의붕괴를실패한공동체기획으로보는시선으로부터원류한다 (J.-L.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11 흥미롭게도낭시는 산산이부서진사랑 (Shattered Love) 에서공동체의존재론이사랑에있어서현시될수있다고본다. 26) 사랑은존재의유한성이드러나는사태를예시하며, 27) 사랑하는자들이내재성의밖에서서로를향해열리는탈자태의과정에다름아니기때문이다. 사랑을하는우리모두의상태가공동적이라는데에서출발해사랑은사유될수있으며, 이로써사랑은폐쇄적단위를벗어나서로의타자성에그리고외부세계와의소통에열리게된다. 즉, 함께-있음 의감각을경험하되, 나와타자의사랑은합의와합일에이르는쾌락이나일치감에서벗어나 결합, 강박, 완성 이라는사랑의문화적각본을벗어던지게되는것이다. 사랑은나의폐쇄성과완고함을무너뜨리며동시에타자에게도동일한반응을이끌어내어 접촉과간격, 그리고 열림 의각인이실천되는장이된다. 28) 이처럼사랑에내재하는공동성을존재론적태도로인식함으로써낭시의논의는사랑에관한새로운대안적인시각을제시하는것으로보인다. 우선, 사랑이그공동성을회복함으로써낭만적사랑이라는신화로부터벗어나는것이가능해진다. 동일성과친밀관계의규정바깥에서사유됨으로써, 사랑은타자를동일자로포섭하는폭력을서로에게행하지않으면서상호주체적이면서도탈자태적관계가실현되는장을열어주는것이다. 또한, 사랑을공동체적관계로파악하려는시도는개인주의와경제교환의질서에예속된채사유되어온사랑에대하여우리에게교정의기회를제공한다. 무위의공동체가차이와부정형에놓이는 공동체없는공동체 를지향 Nancy, 앞의책, 21~25 쪽 ). 26) J.-L. Nancy, Shattered Love, The Inoperative Community, Minneapolis & London: The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1, pp.82-109. 27) 사랑은유한성을그진실속에드러낸다. 사랑은유한성의눈부신시연이다 (ibid., pp.98~99). 28) 사랑으로인해 나 는자신의주체성내부에자리잡은상태에서 [ 내연인의 ] 타자성에의해접촉되고침범을당한다. 나는이침범에의해열리게되지만, 부서질수도, 심지어절단이나게될수도있다. 이순간부터나는부서진채로존재한다. ( 중략 ) 그러므로사랑이, 특유의열정과격동속에서, 두사람을하나로연결시켜줄것이라는믿음에서우리는벗어나야한다. 사랑은, 하나가된다는덫에빠지지않기위하여, 두몸이벌이는난투인것이다 (ibid., p.96.).

12 / 한국민족문화 78 하듯, 사랑은사적영역을벗어나외부적힘들의무수한교차에열려있는유기체적인사태로서, 즉공동체적으로구성되는관계로파악할수있게된다. 사랑이공동체내에서지속될수있으며그와동시에사랑자체를하나의보편적인공동체의단위로서사유하는것이가능하게되는것이다. 3.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이번생은처음이라 > 와 < 멜로가체질 > 은사랑의불가능성이강화되는 세대를다루는두편의동시대드라마이다. 이드라마들은기존의문화적 각본의자리를대체하는흥미롭고실험적인의제를설정해전개함으로써, 앞서살펴본선행연구들이검토해온사랑의사회학적이고존재론적인논 의와연관된시선속에서현세대연애풍경이가늠될수있게해준다. 각각의드라마는케이블과종편채널에서방영이되었고, 공중파까지포 함한드라마경향에서전통적으로로맨스드라마가가져온주도권이 2000 년대중반이후로퇴색하는환경에서등장하였다. 29) 본격적으로 < 내이름 은김삼순 > 으로정점을찍었던일과사랑을조율하는 트랜디한 로맨틱코 미디장르의계보를이으며, < 이번생은처음이라 > 와 < 멜로가체질 > 은시청 자와의소통에비교적성공하면서장르의질적성장을이끌어내었다. 30) 그 러나이두편의드라마는낭만적연애의균열을주요한시대적인징후로 보여준다는점에서변별점을보여주면서차별화된다. < 이번생은처음이 29) 정영희는한국텔레비전드라마에서 2000 년대중반까지만해도애정 연애를다루는로맨스드라마가양적으로가장우세하였음을고찰한다 ( 한국텔레비전드라마의동시대지형과역사성, 한국언론학보 53-1, 한국언론학회, 2009, 96 쪽 ). 하지만이후새로운장르 ( 스릴러, 미스테리등 ) 가부상하고장르가복합화하면서기존로맨스장르의한계가노출되고있다 ( 2000 년대중반이후한국텔레비전드라마연구 : 지상파, 케이블 종편의장르및소재를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33-5, 한국방송학회, 2019, 221 쪽 ). 30) < 이번생은처음이라 > 는평균시청률 4% 대를기록하며케이블채널에서방영된드라마로는비교적선방한예이다. 한편, < 멜로가체질 > 은방영당시 1% 대시청률을보여호응을유도하지못했던것과는달리넷플릭스에서 오늘한국의 Top 10 콘텐츠에장기간이름을올리며마니아층을만들면서인기를구가했다. 실제로 OTT 서비스가대중화된지금, 시청률은예전만큼유의미한지표가아니다.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13 라 > 가커플주인공들을통해연애가공동체적단위가될수있는가에대한 실험을시도한다면, < 멜로가체질 > 은사회적자아와연애사이에서균형을 잡기위해노력하는커플들의공동성에대한실험을보여주고있다. 1) < 이번생은처음이라 > < 이번생은처음이라 > 는결혼에부정적인두남녀가자유롭게비혼으로살기위하여계약동거를하는이야기를다룬다. 38세남자프로그래머인세희는독립하여집을구매했다가대출금상환이버거운하우스푸어상황에놓이고, 지방출신의 30세여자지호는방송국에서드라마보조작가이며집세를아낄수있는대안이절실하다. 좌뇌는대출, 우뇌는고양이가차지하는뇌구조, 집있는달팽이가부러운홈리스 로각자자처하며이들은한국사회의재앙이라할집값때문에동거라는행로를선택한다. 말하자면두주인공남녀는스스로를건사하기힘든불안한경제적구조에처하며생존과안정을추구하기에서로필요를위해결혼을비즈니스로이용하기로한다. 사랑이나연애에동반되는불확실하고가변적인간관계는배제하면서동시에대출과월세를해결하는상호적계약이이들에겐결혼인것이다. 역설적으로이계약결혼은결혼제도와가정을여전히당연하게지켜져야하는원리처럼요구하는사회의압박으로부터이들이자신들을보호하는장치이기도하다. 이제사랑-연애-결혼이라는문화적각본이있던자리는하우스푸어와홈리스의결합이라는연애와결혼에대한하나의공동체적실험이대체하게된다. (1) 사랑의탈 ( 脫 ) 낭만화, 그리고결혼제도의탈각 < 이번생은처음이라 > 는사랑과연애에대한서늘한정서가지배적이다. 그간텔레비전드라마에서로맨스의종착점으로결혼이묘사돼왔다면, 동시대세대의눈높이를겨냥해연출되는 < 이번생 > 과같은드라마는 결혼으로인한정상가족이판타지가되어버린 현실에맞추어사랑과연애를재규정하기를시도하고있다고할것이다. 31) 즉사랑은탈 ( 脫 ) 낭만화하고

14 / 한국민족문화 78 그이면엔결혼제도의몰락, 결혼제도의탈성화 ( 脫聖化 ) 가동시에진행되는세태가기록되고있다. 애정욕구를상실한인물들은부모와친구들을속이고계약결혼을감행하는초반부에극단적으로나타난다. 우선주인공들은사랑에대한비판과좌절감을보여주며, 헌신기피증 32) 은신자유주의사회의고도로개인주의화된가치관과경제적어려움에서비롯되는것으로재현된다. 세희는비혼주의를고수하는이유로 이집과자신, 그리고고양이, 세가지만이내가감당할수있는것 이므로그이상의비용과에너지가드는일은 할필요가없다 고하는데에서개인주의적성향을압축적으로드러낸다. 그러기에그는 30년간대출을위해평생을바쳐야하는건조한현실조차 부동산만큼확실한것 이없다며받아들이고기계적으로살아간다. 반면, 지호에게연애불가능성은경제적인요인과피로감에서비롯되는측면이크다. 사랑은 금수저들이나하는것 으로자조하는데에서보이듯보조작가라는일의불안정성과저소득의처지는그녀가이성에게다가가기주저하도록소극적자세를초래하는데다, 직장내성희롱과메인작가의유명세를더중시하는분위기도좌절을안겨준다. 주변친구들도마찬가지로서, 이들은연애를하고커플을맺지만개인주의적욕망과경제사회적안정추구라는가치에부딪히게되면서낭만적사랑이의미하는헌신과영원함같은전형을사뭇벗어난모습이다. 레스토랑매니저인호랑은현모양처를꿈꾼다는점에서결혼을원하는유일한등장인물이지만실제로는가장현실밀착적인세속적결혼관의소유자이다. 7년간연인관계인원석을공대생에서남편감재질로만들기위해 들인공 을자부하며, 그녀는로맨스의완성으로서결혼을원하기보다는만족감없는직장을접고가정과육아를택하려는효용성에대한욕망에더강하게추동되는것이다. 한편대기업직원인수지는커리어의성공을우선시하기 31) 송아현 백선기, 미디어에서재현되는청년세대의현실과위기 : TV 드라마 < 이번생은처음이라 > 에대한기호학 담론분석,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8-11, 한국콘텐츠학회, 2018, 156 쪽 ; 윤난중, 이번생은처음이라 : 사진이있는윤난중대본집, 열림원, 2018, 8 쪽. 32) 일루즈, 앞의책, 179~201 쪽.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15 에원나잇스탠드는가져도연애는않는다는가치관을실천하고, 어쩌다상구와관계를맺게되어도사랑에빠질것을우려하여연애계약서를작성하고이를통해관계를규정하면서자신의감정을제어한다. 또한이들세대에게는가부장적가족제도를향하는냉혹한시선이공통으로발견된다. 드라마는가부장적아버지가지배적으로군림하는가정과양성평등이보장되지않는사회, 두가지요소가어떻게사랑과결혼에대한탈낭만화, 탈성화를초래하는개인들의성향과연관되는가를성찰적으로보여주고있다. 세희는과거사랑했던여자와결혼을기약했으나가정형편을이유로부모의강압적반대에부딪혀헤어진경험을가진인물이다. 이로인해결혼을재산증식이나계급유지를위해선택한부모세대에반감을보이며, 결혼은유전자보존을위한사회제도그이상도이하도아니 라는환멸에찬현실인식이그의비혼주의의핵심에자리잡는다. 한편지호는가부장적경상도가정에태어난후남동생한테경제적자원이집중된성장기를보내야했고, 성장과정의에피소드들은일견웃음코드로무장해정겹게비쳐질수있지만실상은이러한그녀에게직장에서의성차별은남아선호적이던가정사의연장이기도하다는점을내비친다. 지호가세희의집에보증금없이월세만내는동거인으로들어가는이유도남동생이결혼하게되면서딸인자신이독립해야하는상황에몰리기때문이다. 그러므로 < 이번생 > 은그출발점에서부터낭만적연애란현시대에불가능한이상에가깝다는것을보여준다. 나아가낭만적사랑의균열은불가피할뿐만아니라이미돌이킬수없을정도로진행되고있음이애정욕구가상실된인물들각자에게전제되고있다. 한편으로는이들스스로의개인주의와경제적인욕구, 다른한편으론가부장적가족주의와양성평등에대한해법이여전히요원한사회에대한현실을보여줌으로써, 드라마는어떠한일정한제도로서의낭만적사랑과결혼이더이상하나의종착역이나통과의례가되지못하는것이된세태에서출발하고있다. (2) 공동체적단위로서의사랑과결혼아이러니하게도 < 이번생은처음이라 > 는연애불능세대를선언하며시

16 / 한국민족문화 78 작되지만, 두존재가낯선타자로교감을나누고의도치않던사랑에빠지게된다는내용이중심적서사이다. 이들곁으로다양한친구들이연애와결혼에대해서로다른가치관을펼치거나실행에옮기기도한다. 이친구들이상호간얽히고설키며맺는관계도가주변적서사를구성하면서, 이채로운커플덤의초상들이 < 이번생 > 을개별적연애드라마이기보다는연애에대한공동체적실험으로바라볼수있게한다. 물론남녀가계약이지만결국엔좋아하게된다는서사는 TV 드라마에익숙하게전시되어온하나의전형이라할것이다. 하지만 < 이번생 > 은동일한여정을밟으면서도미시적이고도주요한시대적변화의지점들을식별해내는차이점을가진다. 오늘날세대가처한연애의어려움은불가능하기만한낭만적사랑으로회귀하는것이아니라, 오히려새로운관계들을정립해나가면서사랑에언제나내재해왔던 공동성 을재발견하는것에서부터해결을모색해야한다는것이다. 사랑과연애의공동체적면모는처음부터드러나는것이아니라, 낭만적사랑의신화가불능이되어버린시대에 합류적사랑 33) 에해당하는연애의각본을경유함으로써전시된다. 34) 지호와세희의관계는결혼이서로의 계약 이라는합의가설정되고나서부터오히려계약결혼에서정서적결합으로의변화가능성을시사해보인다. 지호가자신의어머니에게최선으로대하고오해의해프닝에그치는사건이지만스토커로부터자신을구하기위해기꺼이달려와준세희를좋아하게되기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이들은섣부르게로맨스의주인공이되려하지않는데, 먼저한국에서결혼이라는제도에편입되면서겪게되는의례적인변화와여러가지합의의문제들을미시적이고깐깐하게통과하게된다. 결혼직후지호는시댁에서제사일을다떠안는바람에 착한며느리증후군 이라는진단을주위에서받으며, 한편으론왜적당히거절하지못했느냐는세희의힐난에직면한다. 이어서이번에는세희가지호의고향에내 33) A. Giddens, 앞의책, 108 쪽. 34) 서연주, N 포세대의감정풍속도, 대중서사연구 25-1, 대중서사학회, 2019, 71~72 쪽.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17 려가김장을돕는일화가연출됨으로써둘사이의계약적관계는동등하게유지된다. 첫키스를나누면서서로상대방의합의를먼저구하려한다거나, 각자가꿈꾸는결혼에의거한새로운계약서를작성하고동의를구하기도하면서, 이들은기든스가제시한합류적방식의실천이요구되는지점들을재현해낸다. 연애와결혼에서사회적으로손해를보고싶지는않은세대가개인주의를발현하는순간들이지만, 상호간호혜적인합류적사랑의가능성이결혼에는필요하다는사실이이같은장면들에담겨있다. 하지만이드라마에서주목할점은사랑이합의와계약에의한 합류적 선택만으로완벽하게실현되지는않는다는사실을부각시킨다는특이성에있다. 세희와그의친구인상구의회사에서연애의편이성을위한앱 (app) 개발을추진한프로젝트는내실로이어지지못하고만다. 극중 이과생 출신의프로그래머들에의해개발된데이팅앱은사랑의논리적실현가능성을취향, 조건, 배경등의빅데이터일치도에의존해입증해주는획기적인상품으로팔리기시작하면서, 마치물건을사기전꼼꼼히따져보는자본주의사회의합리성과도비슷한유형의실증적예측가능성으로서의합리성이말하자면관계의메커니즘으로등극한다. 바로이앱의덕분으로결혼을갈구하는호랑은오래된연인이지만결혼에대한확신을주지못했던원석을버리고새로운남자를만나게된다. 이들은모든면에서동일한성향과정체성의호응을보이며농담하는센스조차공유하는등이윽고결혼날짜까지잡는단계로나아가는듯하다. 하지만그과정에서사랑의심화가아니라신자유주의적주체가추구하는연애의 합리성 이가지는역설 ( 이를테면, 조건의일치 가 사랑의불가해함 에우선한다는합리성의이면 ) 이드러나게되면서, 결국호랑은원석과살던옥탑방에놓인낡은소파를보며마음속진정한주체성은보다덜커덕거리고불안정하더라도원석과의관계에놓여있음을깨닫고그에게로돌아간다. 이처럼연애상대의동일성이아닌차이에대한가치부여, 그것을포용하고인정하는공동의관계에대한긍정적묘사는수지-상구, 지호-세희커플에게도나타난다. 사장님이꿈이지만사장님들의술상무가되기바쁜수

18 / 한국민족문화 78 지는장애를가진어머니와살집을마련하는것이목표이며, 이를이해하게된상구는 사귐 의틀에관계를규정하려는시도를비로소그만두고수지가창업을할수있도록응원한다. 정반대성향을가진이들은사랑이어떻게속도를내는가를보여주는것이아니라, 말하자면그상대를향한마음열기의과정, 낭시가이야기하는공동체를현시하는사랑에서 탈자태 의과정에맞닿아있다고할수있다. 연애앱의실패와호랑의 합리적 연애시도의불발, 그리고전반적으로사랑-연애-결혼이라는제도의탈신화화를응시하는뉘앙스에서드러나듯, < 이번생 > 은사랑이라는실천이반드시동일한목표를원해한가지제도나방향으로나아가는것만의미하지않는다는것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 사랑은주체성과타자성을조율하는함께-하기의공 ( 公 ) 실존그자체만으로도충분한 ( 그리고엄청나게힘든 ) 도전이며과제라는것을드라마는담아내고있다. 결국지호와세희는서로가계약이아닌결혼그자체를시도해보기로한다. 둘은잠시나마헤어져도보고재회를하며 결혼은신성하지않지만사랑은신성할수있다 는가치관을공유하는사이로발전하게된다. 이연애의공동체가의미하는신성함을흔한낭만적개념으로오해해선안될것이다. 결혼은사랑을매개로하는공동체의한단위로서, 이들은이공동성의장안에서오히려그만큼각자의생활에충실할수있게되려는자아인식을실천에옮기려의도한다. 스스로 도라이부부가되었다 고천명하는의식은자신들의결혼을하나의공동체의단위로규정하는예를보여준다. 이들은새로얻은집전세금에대한권리, 가사노동분담, 명절에는각자집으로가서가족과보내는방식등을명시한계약내용을 1년마다갱신하되그대전제는 우리의사랑을최우선으로할것 이라는조건에합의하게된다. 이러한공동성위에서지호가작가로성장하고세희가안정되어가리라는기대와함께, 드라마는 결혼이든, 비혼이든, 혼인신고를하든안하든.. 무엇을택해도생각보다그렇게심각한일들은일어나지않는다 는결론에도달한다. 궁극적으로 < 이번생 > 은나와너, 정체성과타자성이완벽하게합일의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19 지점에도달하는사랑은불가능하거나강요된이상이라는인식을담아내고있다. 이는역설적으로 정확하게는낭시적으로말하면 사랑이하나의공동체단위가될수있음을보여준다. 극중상호텍스트적으로인용되는도리스레싱 (Doris Lessing) 의 19호실로가다 라는단편의환유에서보듯이, 35) 아무리사랑으로매개된공동체단위라하더라도세희와지호는누구에게나 19호실이라는고유한내재적영역이존재하며필요하다는사실을긍정하고, 이를위한토대위에서타자를환대하는관계맺기의여정을시작하게된다. 사랑이이러한방식으로가능할때타자없는고립된자아로존재하기보다 공동-내-존재 로서타인과더불어존재하기를욕망할수있게되며, 비로소사랑은극단적인개인주의와신자유주의사회가안기는피로와무력감에맞서는하나의동력이될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 2) < 멜로가체질 > 한편, < 멜로가체질 > 은사랑보다일이더중요하게다가오는세대의연애이야기이다. < 이번생 > 의주인공들과마찬가지로, 드라마보조작가인진주, 다큐멘터리감독은정, 제작사의홍보팀장한주등세친구는경제적이유로한집에서대안가족의형태를이루어살아가는 30대여성들이다. 이들은드라마프로듀서인범수, 광고촬영감독상수, 신입사원재훈등남성들이등장하면서사랑과인생의새로운장으로진입하게된다. 이들이얽히고설킨연애의초상은소비자본주의시대가추동하는다면적욕구, 일터에서의생존과경쟁, 자아인식등다양한사회경제적가치와끊임없이경쟁하는사이에놓이게되어버린사랑의현주소에대한기록으로볼수있다. 따라서낭만적이기보다는합리적이고, 이상향적이기보다 35) 극중지호가읽는도리스레싱의 19 호실로가다 에대해두주인공은서로대화하고독백을펼친다 (13 회, 19 회 ). 소설은평탄한결혼을이어가던여자가어느날 3 류호텔에얻은방에서매일머물다가기시작하여결국결혼의파탄과자살의암시로끝나지만, 이드라마에서는 또다른문학적텍스트의원용인정현종의시 방문객 과더불어 사랑에내재하는타인에대한환대와거리감을지호와세희가깨닫는내면적과정을강조하기위해사용되고있다.

20 / 한국민족문화 78 는효용이나교환가치를중시하고, 공리주의적인사랑을지향하는세대를재현해냄으로써, 궁극적으로드라마는사랑과연애가사적영역에머무르기보다는공동체적으로구성되는시대의모습을가시화하고있다. (1) 소비자본주의시대의사랑 : 낭만적연애의탈신화화 < 멜로가체질 > 은겉으론로맨스장르를표방하지만역설적으로낭만적사랑의정상성이해체되고있는현실을다루는드라마이다. < 이번생 > 과마찬가지로연애의다양한면모를인식하고긍정하는시선이지배적이며, 반면에이른바사랑을이상향으로보는연애지상주의나로맨스에의한여성의신분상승등드라마에익숙하게전시되어온낭만적사랑의서사는부재하고있다. 낭만적판타지에내재되어있는젠더불균형은극복의대상으로바뀌면서, 이러한비판적인자의식은욕망과감정에솔직한여성인물들의재현으로이어진다. 이들은사회적으로어느정도안정된성취와인정을이룬위치에다다른인물들로제시된다. 살벌한경쟁, 일터에서의불안과과도한업무에시달리는배경은 < 이번생 > 과공유하지만, 대체로엔터테인먼트산업계에종사하는 < 멜로가체질 > 의주인공들은자기자신을스스로부양할능력을가지고있다. 방송국, 영화계, 프로덕션회사등전문적분야에서제목소리를내는역할이주어짐으로써, 이들은한국사회에서페미니즘의성장, 여성의자아인식이라는시대성과맞물리면서그어느때보다도연애에적극적이지만연애의조건이맞지않으면정면으로돌파하는데주저함이없는인물로그려진다. 36) 우선작가인진주와연출가인환동은 7년을사귀었지만그중 5년은이별과재회의반복이었고, 애증의관계를빠져나온후진주는명품가방에대한노골적욕망을드려내며이를곧일에대한성취욕으로연결시켜해소하고자한다. 이는단순한소비주의를드러낸대목으로보기에는복합적 36) 황진미, 젠더불균형전복시킨 트페미 들의천국 : tvn 검색어를입력하세요, JTBC 멜로가체질, 국민일보, 2020.8.15.(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 151238&code=13110000, 검색일 : 2021.2.1.)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21 인욕망의교차를드러내며, 고도의소비자본주의사회에서일에대한욕망, 여성의자아, 소비등의가치들이중요하게부상하며사랑과얽히면서서로경쟁하는현실을보여준다. 게다가싱글맘인한주가신입사원으로들어온재훈을만나고집으로돌아가친구들에게성적욕구를토로하는장면이나, 직장내성희롱이나성차별에대해발언하는장면이적재적소에배치되어있는점에서보듯여성들은보다자유로운성이야기를풀어낸다. 이러한직설적성담론, 소비담론이여성의자기정체성을재현하는주요한요소로활용됨으로써상대적으로사랑과연애의 순진한낭만성 에대한몰입이해체되거나탈신화화되는결과를가져오기에이르는데, 그리하여알바생소진이남자친구와의연애에대해언니인진주에게받는충고는돈과사회적성취가없으면아무리지고지순한로맨스라하더라도그사랑이인생의애로사항을결코해결해줄수없다는것이다. 물론거침없는인물들, 톡톡튀는대사가주는재미에의존하는형식은이른바텔레비전드라마가추구하는 트랜디드라마 장르의문법으로볼수있다. 37) 그러나현실적으로개연성있는여성의욕망이나실존적문제의식을로맨스장르와결합시킴으로써드라마는사랑과현대여성의일하는삶을어떻게조화롭게영위할것인가라는질문을던지며그대답을찾는과정에시청자를적극적으로가담시킨다. 즉로맨스의초점이사랑그자체에몰두하는낭만적사랑으로부터탈피하여사랑과일, 자아실현, 다양한사회경제적효용가치사이에발생하는조화와긴장의관계로넘어가는것이다. 대표적으로젊고인정받는연출가인범수가진주를만나서완성하는드라마제작의진행은진주-범수커플의로맨스를보여주는장치이지만, 그과정은줄곧진주가집필한각본에내재하는작품성과범수의안목이만나는절묘함, 즉가치관의공유덕분에가능하다는점을내세운다. 이처럼일 37) 트랜디드라마의정의는 밝고경쾌하고아기자기한분위기속에서젊은인기연기자들이출연하여주인공들의일과사랑에대한소재를그려내는감각적인드라마 로유추될수있다 ( 이은애, 한국트랜디드라마를통해본문화산업비판, 한국문예비평연구 21,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2006, 74 쪽 ).

22 / 한국민족문화 78 과가치관의동등한교환이로맨스가펼쳐지기위한전제가된다는설정은은정의서사를통해서도드러난다. 사회파다큐멘터리감독으로인정받은은정은애초광고촬영감독인상수와그의부족한여성주의적감수성으로인해적대하는사이에놓인다. 그러나우여곡절끝에은정의다큐멘터리에상수가출연하고, 고아원아이들을대상으로한봉사활동에서여러번만나며세계에대한이타주의적시각을서로에게서확인하는지점에이르러관계는정점에이른다. 사랑을통해완전해지는것이아니라 나 와 너 가먼저충분한자아의식을가지며그것이공유될때에이르러서야비로소사랑이가능한것이다. 한편, 드라마는낭만적이성애관계를벗어나는연애의다양한모습을전시하여시청자로하여금납득하게끔해주는역할도수행한다. 은정의동생인효봉은동성애자로서이들과한집에살면서오랜기간사귀어온게이애인을두고있는것으로암시되고, 방송국영양사가동료 PD와만나는커플은 밀당 을하며사귀는듯사귀지않는듯관계를이어간다. 이들연애의재현은규범적연애의틀을벗어나는재현이면서다소피상적묘사에그치는한계를노출시키기도하지만, 그럼에도성소수자의연애나오픈된형식의 썸타는관계 의풍경은우리곁의다양한연애의면모를가늠하도록해주며사랑의소통가능성을보다넓은유동적인사회의외연속에서모색한다. 이상과같은측면에서볼때 신데렐라스토리같은장치없이도여자들이끌고가는 이야기, 그리고 사건이아닌캐릭터의힘으로밀고나가는로맨스 라는극중드라마의각본에대한진주의설명은중의적이라할것이다. < 멜로가체질 > 은로맨스가재현되는방식이낭만적사랑의양식에기대어온것에대하여수정주의적교정을시도하는한편의메타드라마로서바라볼수있다. (2) 사랑과연애의공동체적구성그럼에도 < 멜로가체질 > 은타자와연애를끊임없이시도하는연인들의느슨한공동체를그려내고있다. 사랑의낭만성이해체되어버린장에서조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23 차그러하다는것이데, 이는일차적으로는로맨스를다양한채널로보여주 는것을목적으로하는소위트랜디드라마의장치로볼수있다. 그렇지만 < 멜로가체질 > 에서는연애로맺어진우정의공동체가극의중심적장치로 기능하면서정의, 평등함, 공정성같은시대정신을담는그릇의역할을한 다는점에서우리의주목을요구한다. 트랜디드라마에정치성이녹아들어 가는경향에대한논의는추후별도로이루어질필요가있으나, 최근로맨 스드라마들이 < 출사표 > 의경우처럼사회성을띠는상황이라든지 < 이태원 클라쓰 >, < 청춘기록 > 같은사회파청춘물들이호응을얻는데에서유추되 는가시적인경향중하나는공리주의적연애의풍경일것이다. 38) 특히 < 멜로가체질 > 에재현된연애의풍경은낭시가이야기하는공동체 를현시하는사랑의역할에직접적으로닿아있는것으로보인다. 이드라 마에서 차이에열린공동체 와 타자성의수용으로서사랑 이라는두가지 가치는등가를이루며, 주인공들과주변인물들의연애는하나의공유된 연인들만의정체성이라는중심으로집결되어나와남을가르는폐쇄적실 천이라기보다, 연애를하는모든인물들의상태가공동적이라는점에서우 정과연대의맥락, 즉공동 - 내 - 존재로서의더불어사는주체라는개념안 에서연애와사랑을실천하면서그속에서성과들을만들어내고있다. 로 맨스라는중심에함몰되지않고조직에서을로살아가는직장인, 육아와 일을병행하는워킹맘, 화려한삶을살지만외로움이가득한연예인, 쿨한 척하지만아픔을간직한성소수자까지다양한인물들의공동성이가시화 되면서, 탈낭만화되고공리적인연애의현실과더불어이에못지않게사회 적현실이동등하게조명된다. 실제로이공동체의틀안에서주인공들이 개인과사회의 적폐 를하나하나척결해나갈때시청자들이카타르시스 를느끼게한다. 예컨대, 죽은옛애인의환영과살아가는은정은우울증과자살충동의경 계에서살아가는모습을보여줌으로써전반적인코미디톤으로일관된극 38) 하재근, 2020 드라마키워드는 < 부부의세계 > 와이것 : < 이태원클라쓰 >, < 청춘기록 > 등새로운청춘극 화제, 시사저널 1628, 2020.12.27.(https://www.sisajournal.com/ news/articleview.html?idxno=209561, 검색일 : 2021.2.1.)

24 / 한국민족문화 78 에서청년세대의어두운내면적현실을공감하게해주는역할을한다. 이때옆에서지지해주는역할은친구들의우정의몫이지만, 이뿐만아니라그녀와가장반대의성향을가지며다큐멘터리의주인공이기도한여배우소민이매니저민준과보여주는연애관계도영향을미친다. 이들의연애가진행되는과정을촬영하면서은정은지나간연애를돌아보며자기문제의실마리에다가가게되는것이다. 타인의연애에공감하는과정을통해치유의과정을마련해나가는모습은사회적다큐멘터리를목소리높여만드는은정의성장담의일부로그려지면서, 연애가사적영역에머무르는내밀한관계에서벗어나공동적관계, 즉타자의연애도나의연애는물론이거니와나의사회적자아인식에영향을미치고주고받는상태에이르게된다. 한편극을관통하는웃지못할일화들이제품간접광고 (PPL) 를둘러싸고벌어지는것은처음에는일견창작업계의딜레마를가리키는메타적장치로볼수있다. 이러한 PPL은진주-범수커플에게극중자신들이제작하는드라마의자유를구속하는필요악이자자본주의구조에처해있는창작자의갈등을안겨주지만, 반면에제작회사소속인한주-재훈커플에게는홍보팀의승부가걸린거래를의미하기때문이다. 그러나극은후반부로갈수록두커플들간소통의과정을보여주는데집중하면서, PPL 제품을오히려노골적으로노출시키는전략이재미를유발하는패러디장치로서전복적으로활용되기에이른다. 우리가사는사회에얼마든지일어나는이해충돌이라는현실인식과의접점이모색되고있는가운데, 당사자주의입장에서교섭하면서어떻게윤리적결론을도출할것인가를모색하는것이바람직하다는서사가펼쳐지고있는것이다. 이공동체내에서조직문화에답답함을느끼는인물들의세대간갈등이문제의식으로서불거지는지점도주목할만하다. 기성세대는결정권을가지지만시대의흐름을읽지못하는우매함으로재현되는경향이강하게나타나며, 이로인해방송국생태계의상대적하층부에위치해있는범수는새롭고모험적인콘텐츠를소외시키는편성권을쥔간부급의한계와마주하고, 마찬가지로새내기작가인진주는주류가된선배작가의압박을감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25 당하는것이당연시되는분위기에만성적으로노출되어있다. 하지만이와는대조적으로새로운소통적리더십을보여주는한주-재훈의회사대표와같은인물이등장함으로써청년세대의갈망을투사해주는역할을하기도한다. 차가워보이지만편견없는 여성으로묘사되는대표이소진은너그러움과공사의구분을확고하게지니며, 싱글맘인한주의능력을인정하여승진시키는등직장생활을이끌어주는시도를보여주어후배세대의지지를받는다. 여기에는감성이나윤리성같은인간적면모가조직문화의개선을위해필요한자질로강조되는시대정신이반영되고있는것으로볼수있다. 이러한시대정신이오늘날 30대를살아가는세대에게연애, 사랑, 일, 자아실현이뒤섞이는성장통은계속된다는이로맨스드라마의주제의식과만나는접점이중요하다. < 멜로가체질 > 은연애와우정으로맺어진인물들의세계일지라도이를정의감과공정성, 젠더적각성이라는공적인질문을통해들여다보아야할필요성을일깨우고있다. 결과적으로로맨스드라마로서 < 멜로가체질 > 은공리주의적마인드와여성주의적인감수성을지니는연애의공동체라는구도를취하고있는것으로볼수있다. 연인들간, 그리고연애로맺어진커플들간서로의차이를넘어이해를향하는과정이부각되고있으며, 이러한과정이사랑과연애가공동체적으로구성되고있는풍경을관통하고있는것이다. 4. 결론대중적으로각광받은텔레비전드라마들은로맨스드라마이던것이대부분이다. 신데렐라내러티브, 멋있는남성주인공만들기, 사랑지상주의, 계급상승로맨스등익숙한드라마포맷은한편으로는일상의현실로부터의탈출과여성적욕망이투사되는장이었지만, 다른한편으론낭만적로맨스에내재한판타지의허구성을폭로하게만드는반페미니즘적프레임으로도탐구되어왔다. 그러던것이언제부터인가드라마에서낭만적인사랑의이야기는자취가줄어들거나, 설사다뤄지더라도당대사회의식의한

26 / 한국민족문화 78 계를보여주는대목으로읽히는경우가다수이게되었다. 이제드라마들은사랑을지상최대의과제로추구하지도계층상승의욕구에봉사하거나미래를약속하는사랑에예전만큼천착하지도않으며, 로맨스를다루더라도그것을직업과성에대한욕구, 사회적참여와경제적자아실현등으로요약되는성찰적기획에견주면서더당당히목소리를높인다. 이에따라낭만적사랑의서사는그것이가져온정상성이해체되면서, 사랑과연애의낭만성에대한몰입자체가탈신화화되는결과를불러오는중이다. 이러한변화를어떻게바라보아야할까? 우선은젊은세대가마음놓고관계를나누는장으로서우정과환대의고리가약화되고있기에, 사랑과연애에도눈치를보고투신하지못하는신자유주의와피로사회의경험이드라마에묻어나오는것이리라는생각도낳게한다. 하지만우리가진정으로숙고해보아야할문제는낭만적사랑에대한공감대가사라진자리에새롭게제기되고있는공동체적관계로서사랑과연애에대한인식의문제일것이다. 드라마는현실을살아가는대중들의사랑과연애에대한인식이투사되는장이기도하지만, 동시에그러한대중의복합적인감정의체계를자극하고이끌어내는문화적장치이기도하다. 어쩌면우리는사랑을공동체단위로서사유하거나또는공동체적으로구성되는사랑을그려내는지금여기에서의드라마에대한독해를시도함으로써, 더이상낭만의시대가아닌고도화된개인주의와경제교환가치에예속된질서속에서호소력을잃어가고있는사랑에대한동력을회복할수있는것이다. 이러한상황에서 < 이번생은처음이라 > 와 < 멜로가체질 > 같은드라마들은중첩되는사랑의문화적각본속에서새로운색하나가등장했음을알리는로맨스물들이다. 이는개인들이탈자태적이며공동적관계를펼치는장으로서사랑과연애의의미화를가능케하는중요한텍스트가되어준다. 둘이하나가되는친밀감이나영원한약속같은기준에도달하기힘들어서이든, 이러한사적영역의사랑이제도적으로개인에게약속해주던이점들이약화되었기때문이든, 결론적으로 < 이번생 > 과 < 멜로가체질 > 속젊은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27 세대는내밀한친밀관계보다외연이넓은공동성의개념안으로사랑과연애를포섭하기를시도하고있다. 이처럼사랑이공동체적으로구성되는관계로파악할수있게됨으로써, 공동체내에서사랑이지속될수있으며그와동시에사랑자체를하나의보편적공동체단위로서사유하는것이가능하게되는것이다. 덧붙여, 이글은사랑과연애가재현되는공동체적풍경에집중하여드라마분석을시도함으로써어느정도필연적인한계도낳는다. 드라마라는복합적텍스트에는본질적으로불균질한지점들이존재하며, 이글에서다루는로맨스서사의행간에도기실텔레비전드라마의고질적관습으로지적되어온사항들 예로서비현실적으로멋진남성성구축이라는강박, 소수자 ( 동성애자, 장애인, 싱글맘등 ) 로맨스서사에대한관념적금기등 이정도의차이는보이나각인되어있다. 게다가보다근본적인문제도잠재한다. 로맨스드라마가여성들에게 판타지 를보여주는데주력하는장르라고한다면, 공동체적사랑이라는주제마저도 30대의연애, 사랑, 일, 자아실현과더불어구태를상기시키는낭만적인방식의재현으로회귀하고있는건아닌지짚어보아야할시점이기도하다. 사랑에대한공동체적기획에도불구하고이러한사항들이무비판적으로혼용되는지점에대한문제제기는여전히추후과제로남는다.

28 / 한국민족문화 78 참고문헌 1. 논저권보드래, 연애의시대, 현실문화연구, 2003. 김명혜, 드라마 < 파리의연인 > 을통해본신데렐라콤플렉스의문제점, 프로그램 / 텍스트 11, 한국방송진흥원, 2004. 김정영 이성민 이소은, 나 의성장과경험으로서연애의재구성, 미디어, 젠더 & 문화 29-3,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2014. 박미란, 텔레비전드라마의친밀성, 일탈과재인의유희, 한국극예술연구 36, 한국극예술학회, 2012. 박형신, 에바일루즈,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백경선, 초능력자남성주인공과멜로드라마캐릭터의확장, 한국극예술연구 61, 한국극예술학회, 2018. 서동진, 자기계발하는주체의해부학혹은그로부터무엇을배울것인가, 문화과학 61, 문화과학사, 2010. 서연주, N포세대의감정풍속도, 대중서사연구 25-1, 대중서사학회, 2019. 서지영, 계약과실험, 충돌과모순 : 1920-30년대연애의장, 여성문학연구 19, 한국여성문학학회, 2008. 송아현 백선기, 미디어에서재현되는청년세대의현실과위기 : TV드라마 < 이번생은처음이라 > 에대한기호학 담론분석,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8-11, 한국콘텐츠학회, 2018. 윤난중, 이번생은처음이라 : 사진이있는윤난중대본집, 열림원, 2018. 윤석진, 디지털시대, 한국텔레비전드라마의구성과소통방식고찰 2000 년대미니시리즈를중심으로, 비평문학 53, 한국비평문학회, 2014. 윤선희, 신데렐라콤플렉스의역전이와코라, 한국언론학보 49-2, 한국언론학회, 2005. 이명원, 연애불가능의풍속, 문화과학 69, 문화과학사, 2012. 이은애, 한국트랜디드라마를통해본문화산업비판, 한국문예비평연구 21,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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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한국민족문화 78 인간사랑, 2010. 2. 기타자료하재근, 2020 드라마키워드는 < 부부의세계 > 와이것 : < 이태원클라쓰 >, < 청춘기록 > 등새로운청춘극 화제, 시사저널 1628, 2020.12.27.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561, 검색일 : 2021.2.1.) 황진미, 젠더불균형전복시킨 트페미 들의천국 : tvn 검색어를입력하세요, JTBC 멜로가체질, 국민일보, 2020.8.15.(http://news.kmib.co.kr/ article/view.asp?arcid=0924151238&code=13110000, 검색일 : 2021.2.1.)

낭만적연애의쇠퇴와공동체적사랑의부상 / 31 <Abstract> The Waning of Romantic Love and the Rise of Love as Community :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 and Melo is My Nature Park, Eun-Jee ㆍ Baldacchino, Jean-Paul In recent Korean television dramas, romantic relationships that could have been described by words such as intimate, pure and unconditional love are disappearing. Contemporary discourses expose the sense of crisis felt by the young generation as evidenced in such symbolic propositions as passion pay (a pejorative on unpaid labour experienced by young people), sujeo(spoon) class theory (class division between those born with a silver spoon and those who are not), Sampo Generation (a generation bereft of love, marriage and children), and Npo Generation (a generation without dream or desire), terms arising from the advent of the neo-liberal economy. Reflecting on these changes, television dramas present generational portraits in which love itself is regarded as a form of emotional labour and therefore does not constitute a prerequisite for rites of passage in life any more. This article addresses the waning of romantic love and the rise of love as community represented in television dramas.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 (tvn) and <Melo Is My Nature> (JTBC) merit particular attention. As romance dramas of young people s lives prioritising individualism and economic stability over romantic relationship, they present a set of valid texts that reveal how love pulls towards a sense of community given the current generation's disillusion with the ever rejected or impossible ideal of romantic love. The two dramas represent love in a meaningful way that sees coupledom as a unit of community maintaining communication and solidarity between two other people. In addition, love and romance is

32 / 한국민족문화 78 embraced and incorporated into the concept of a wider community that transcends individual intimacy. If we attempt to read the medium of drama at once as a product of the times resonating with the public s inclination and anxieties and as a cultural device instigating their desires and pursuits, these two dramas consequently posit love in terms of a community unit and in so doing explores whether it is possible to seek love and romance within the context of wider community. * Key Words: Television Drama, Romantic Love, Love as Community,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 Melo is My Nature. 논문투고일 : 2021 년 2 월 21 일 심사완료일 : 2021 년 3 월 12 일 게재결정일 : 2021 년 3 월 25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