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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위 가 오는 경우에는 앞말 받침을 대표음으로 바꾼 [다가페]와 [흐귀 에]가 올바른 발음이 [안자서], [할튼], [업쓰므로], [절믐] 풀이 자음으로 끝나는 말인 앉- 과 핥-, 없-, 젊- 에 각각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아서, -은, -으므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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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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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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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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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교육자료(중등)-작업.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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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상품 전단지

:::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무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검토항목 검 토 여 부 ( 표시) 시 민 : 유 ( ) 무 시 민 참 여 고 려 사 항 이 해 당 사 자 : 유 ( ) 무 전 문 가 : 유 ( ) 무 옴 브 즈 만 : 유 ( ) 무 법 령 규 정 : 교통 환경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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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련(華以戀)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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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타리36호_완성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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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민락초신문4호


제1절 조선시대 이전의 교육

사진 24 _ 종루지 전경(서북에서) 사진 25 _ 종루지 남측기단(동에서) 사진 26 _ 종루지 북측기단(서에서) 사진 27 _ 종루지 1차 건물지 초석 적심석 사진 28 _ 종루지 중심 방형적심 유 사진 29 _ 종루지 동측 계단석 <경루지> 위 치 탑지의 남북중심

새만금세미나-1101-이양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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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부산연주문화\(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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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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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지 생각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이 작업을 3번 반복 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다 간다. 그들이 제작진에게 투쟁하는 이유는 그들이 원하는 재료를 얻기 위해서다. 그 이상의 생각은 하고 싶어도 할 겨를이 없다. 이 땅은 헬조선이 아니다.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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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1. 개인정보보호 관계 법령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은행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령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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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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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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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 번호 179 제안연월일 : 제 안 자 :조례정비특별위원회위원장 제안이유 공무상재해인정기준 (총무처훈령 제153호)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행정자치부령 제89호)으로 흡수 전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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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실습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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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환경정책 형산강살리기 수중정화활동 지원 10,000,000원*90%<절감> 형산강살리기 환경정화 및 감시활동 5,000,000원*90%<절감> 9,000 4, 민간행사보조 9,000 10,000 1,000 자연보호기념식 및 백일장(사생,서예)대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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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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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운 체계상의 특징 음운이란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이다. 즉 의미분화 를 가져오는 최소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자음, 모음, 반모음 등의 분절음과 음장 (소리의 길이), 성조(소리의 높낮이) 등의 비분절음들이 있다. 금산방언에서는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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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4월최종

주지스님의 이 달의 법문 성철 큰스님 기념관 불사를 회향하면서 20여 년 전 성철 큰스님 사리탑을 건립하려고 중국 석굴답사 연구팀을 따라 중국 불교성지를 탐방하였습 니다. 대동의 운강석굴, 용문석굴, 공의석굴, 맥적산석 굴, 대족석굴,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과 주변의 큰

밝은세상-9 수정 0424

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2 국어 영역(A 형). 다음 대화에서 석기 에게 해 줄 말로 적절한 것은? 세워 역도 꿈나무들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일을 할 예정 입니다. 주석 : 석기야, 너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석기 : 응, 드디어 내일 어머니께서 스마트폰 사라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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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동향 1) 주택 매매 동향 2) 주택 전세 동향 3) 규모별 아파트 가격지수 동향 4) 권역별 아파트 매매 전세시장 동향 토지시장 동향 1) 지가변동률 2) 토지거래 동향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시장동향 15 준공업지역 부동산시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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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벽루 이색 핵심정리+핵심문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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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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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발행인 : 송재룡 / 편집장 : 박운호 / 편집부장 : 박혜영 경희대학교 대학원보사 1986년 2월 3일 창간 02447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전화(02)961-0139 팩스(02)966-0902 2015. 09. 01(화요일) 209 vol. The Graduate School News www.khugnews.co.kr 인터뷰 임흥순 예술가 미술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임흥순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제주 4 3을 다룬 <비념>(2012)을 통 해 새로운 다큐멘터리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위로공단>(2014/2015)으로 지난 5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 상을 수상했다. 미술과 영화의 표현 양식을 접목시킨 독자적 활로를 가진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는 8월 25일 지금, 국립현대미 술관 창동레지던시에서 임흥순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인생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의 어둠을 비추는 대안의 예술가 베니스 비엔날레, 영화 <위로공단>(2014/2015) Q.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시고 주목을 많이 받으셨습니다. 많이 바쁘시 죠? 네, 많이 바쁩니다. 상의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은사자상은 상금은 없고, 명예입니다. 2~30대, 젊었을 때 상을 받았으면 뭔가 가슴이 부풀고 그랬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습 니다. 지금은 조금 더 다른 미술, 다른 영화의 대안을 내가 만들어야 되겠구나 이런 고민을 하지 만, 그건 언제나 해왔던 고민이기 때문에. 만들어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수상은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지지 또는 응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Q. 노동의 의미에 관한 생각 없이 <위로공단>을 보았습니다. 영화의 내용이나 영상이 현실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무서웠는데요. 그것은 개인차죠. 그것도 극복해야지. <위로공단>이 그 무서운 사회에 대한 일종의 치료제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아야지 대처도 할 수 있지요. 현실을 알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전혀 모르는 것을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말이죠. 그런 차원에서의 예방주사라고 생 각하시고 딱 받아들이면 됩니다. 사회를 볼 때 각자 다 다르게 보잖아요, 다양하게 보기도 하고. 고마워하는 대상도 있고, 미안해하 는 감정도 있는데, 저는 너무 모른 체하고, 고마운데 고맙다고 얘기하지 못하고, 미안한데도 미안하 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 좋지 않게 느껴집니다.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드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서로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한마디 하는 게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많이 하면서, 서로 이해하 면서, 뭔가 조금 따뜻하게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물론 노동을 대하는 공포를 보여주고 싶은 부분도 있었죠. 우리가 왜 노동을 이렇게 무섭게 대할까? 두려워할까? 그럼 나는 누구지? 뭐 이런 생각. 너무 무서워하지 마시고, 이게 현실이니 까요. 이번 작품만이 아니에요. 현실은 두렵고, 무섭고, 불편하고 그래요. 예전에는 그래서 세상 의 어두움을 들추어내는 작업들을 했었다면, 지금은 이렇게 어두운 곳을 비추는 작품을 합니 다.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고 싶은 부분을 함 께 보는 것이죠. 보신 분들이 각자의 생활과 직업 속에서 불편한 현실을 바꾸어 가는 게 가 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Q. 이력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비주얼 아티스트, 공공미술 작가, 설치미술 작가, 다큐멘 터리 영화감독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본인을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제가 규정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규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그것은 지금 이 사회 가 규정해 놓은 것입니다. 미술가든, 영화감독이든 말입니다. 2면에서 계속 지 기 획 - 가석방제도 면 인문학술 - 신비주의 안 과학학술 - 머신러닝 내 영화비평-<베테랑>(2015) 3 4~5 6~7 8 문화비평-신조어에 비친 우리 사회 테마서평- 근대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책 지 성 - 루소,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보도기획 - 학점교류 제도 9 1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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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209 2015. 09. 01(화요일) vol. 11 책지성 : 루소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실속 없는 시대, 순수함을 찾아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허영심은 속내보다 겉모습을 장식하게 하기 1712~1778)는 말한다. 학문과 예술이 발전을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예술은 사치를 조장 하며 사치가 만연한 사회는 순수한 자세로 거듭함에 따라 우리의 영혼은 타락했다. 인간 예술에 정진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를 뺏는 의 이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던 계몽주의 시대 다. 허영심의 사회에서 진정한 예술가들은 에 자신 또한 학자였던 루소의 이러한 주장은 금수저 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굶어죽기 아이러니해 보인다. 루소는 학문과 예술에 대 십상이다. 그들은 지조를 버리고 시류에 편 하여 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이런 생각을 세상 승하지 않으면 가난과 멸시 속에서 외로울 에 펼쳐냈다. 1749년 학문과 예술의 부흥은 풍 것이다. 찰나의 화려함인가, 오래도록 기억 속을 순화하는 데 기여했는가? 라는 주제의 프 되는 훌륭함인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랑스 디종 아카데미 논문공모에 응모하여 대상 문제가 깔려있다. 을 받은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는 발표 당시 허영심은 가치에 대한 우리의 분별을 흐 지식인들의 큰 반박을 불러일으켰던 논문이었 린다. 루소는 허영심에 의해 학문과 예술이 다. 당돌한 이 논문은 루소에게 유명세를 안겨 부흥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유익함을 주는 주었다. 재능보다 유쾌함을 주는 재능을 선호하게 루소가 비난하는 것은 절대로 학문이 아니 hangilsa.tistory.com/479 되었음을 짚어낸다. 그것은 인간성과 도덕 다. 오히려 학문은 재능과 이성의 걸작 이라 르모니에, <조프랭 부인 살롱에서 볼테르의 중국의 고아 낭독회>, 1812. 18세기 프랑스 제1급 지식인과 교양 성보다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아름다운 며 학문을 칭송한다. 그는 자신이 미덕을 옹호 인의 구심점이었던 조프랭 부인의 살롱. 조각상의 왼쪽으로 다섯 번째가 루소다. 지에 대한 선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멋짐 할 뿐이라고 밝힌다. 즉, 미덕 없는 학문을 비 에 취한 사회는 아름다움과 박식함으로 넘 난하는 것이다. 그는 진정성 없는 학문에 길들 쳐나지만, 사람으로부터는 멀어진다. 정직, 용기 등의 선한 덕목들과 인간적인 면면이 화려함 여진 우리에게 학문과 미덕이 양립할 수는 없는지 묻는다. 우리는 배우면서 더 선량해졌는가 으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가치에 대한 분별력이 흐려진 사회 분위기는 재능에 보상을, 정직함 아니면 더 영악해졌는가. 학식 있는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않고 저지르는 부덕한 행위들은 주 에 무관심을 선사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순수한 시민들을 그저 세상물 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장황한 말을 늘어놓아 본질을 흐리는 궤변가들은 항상 가까이에 정 모르는 어수룩한 사람으로 만든다. 정신적 허영으로 학문의 정중함과 예술의 화려함이 흘 있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의 위선은 우아해보였지만, 실은 불신과 혼란을 가져왔다. 러넘치는 사회는 풍요로워 보인다. 그러나 사람과 맞닿아 있지 않은 학문과 예술은 그저 향기 정중한 거짓말쟁이들 없는 꽃일 뿐이다. 루소는 사람들이 문예를 통한 교류의 주요한 이점을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그가 말 지식의 전염보다 무지가 낫다 하는 이점이란 칭찬받을 만한 작품을 써서,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을 부추겨 자신들을 더 우리는 진리를 판단할 양심적 기준이 없는 채로 지식을 습득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많은 돈 사교적이게 해주는 점이다. 그런 욕망은 당연하다. 누구든 자신의 작품을 보게 될 사람들을 의식 과 시간을 들여 얻은 것은 단지 박식함뿐이다. 우리에게는 물리학자, 기하학자, 화학자, 천문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에 의존하게 되면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학자, 시인, 음악가, 화가들은 있으나 시민은 더 이상 없다 는 루소의 한탄에 왠지 뜨끔하다. 모 쏟게 된다. 루소에 의하면 문예 교류의 이점을 의식하면서부터 더 교활한 가식과 더 섬세한 세 두가 그토록 집착하는 가방끈 이 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미덕 없는 박식함은 허세에 지 련미로 타인의 환심을 사는 기교가 신조처럼 떠받들어지는 풍토 가 생겨나고, 그에 따라 사람들 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식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우 사이에서는 격식에 맞는 행위인 정중함 이 요구되었다. 그가 말하는 정중함 이란 진실에 대립 리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식을 알지 못하는 것 에 대해 두려워한다. 우리가 정 되는 행위로, 한 개인의 언행이 자신과 일치하지 않는 상태인데, 루소는 그런 행위를 경멸하였다. 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 이다. 그러나 정중함은 으레 지식인이라면 그래야 한다는 관습으로 굳어지게 된다. 진실된 자세로 그래서 루소는 무지를 예찬한다. 차라리 무지의 상태가 낫다는 것이다. 그는 천사가 학문을 학문을 연구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 거짓된 격식을 갖추는 데 바빠졌다. 하나같이 정중함으로 연구했다면 그 결과는 유익한 것만 있을 것 이라 한다. 결국 문제는 학문이 아닌, 우리에게 있 무장한, 예의 바른 사람들만 있는 사회에서 욕망은 미덕으로 포장된다. 정중함, 즉 위선이 만 다. 덕망을 갖기 위해서는 무지한 것으로 충분하다 말하는 그가 의미하는 무지란, 우매한 무지 연한 사회에서는 대중들을 잘 속이기만 하면 지식인으로서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 가 아닌 분별 있는 무지이며, 겸손한 무지이며, 자연스러움이다. 루소는 시인, 예술가들은 아 게 되었다. 자신의 위선을 들킬까 두려운, 정중한 사람들은 솔직함을 불편해한다. 때문에 솔직 무것도 모르면서 무엇인가를 안다고 믿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큼은 함을 경솔함으로 치부한다. 솔직한 표현들은 비록 그것이 진실일지라도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의심하지 않는다 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언급하며 그를 현인 중의 현인으로 꼽는다. 그리고 이유로 트집을 잡힌다. 솔직함이야말로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제 그것은 위험을 감 만약 소크라테스가 우리들 가운데 있었다면 그는 더 강한 독배, 이를테면 모욕적인 조소와 함 수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께 죽음보다 훨씬 괴로운 경멸을 받았을 것이라 말한다. 우리를 구속하는 학문 정중함에 더해 적당한 명분으로 무장한다면 악덕도 쉽게 행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학문을 이용 하여 명분을 만들고, 그것으로 악덕을 포장할 수 있었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악덕은 적당 해 보이는 절차를 밟아 명예와 권력을 차지했다. 부정한 일들은 명분으로 치장되어 당위성을 얻 었다. 허울뿐인 말들로 만들어진 위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강한 구속력을 갖는다. 이 또한 관습이 되었다. 그 결과 세상은 불평등해졌고 그것을 유지하려 애 쓰는 데에도 학문은 이용되었 다. 이때 학문은 권력에 의해 탐욕의 도구로 남용되어 본질에서 겉돌 뿐이다. 루소는 학문 덕택 에 만들어진 질서와 정의라는 말은 민중을 위압하기 위한 공허한 어휘 라며 학문의 악용을 비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학문과 질서가 없던 원시인의 사회가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 다. 과연 진리를 진지하게 탐구할 사람이 있는가. 그가 말하는 학문할 자격이 있는 이들은 혼자 힘으로 그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스스로 발전시킬 능력이 있는 사람들뿐 이다. 온갖 역설로 욕망 을 포장하는 이들에게는 문필가로 성공을 거둘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은 차라리 매정하게 문전박 대를 당하여 사회에 유익한 기술에 헌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이라고 단호하게 충고할 뿐이다. 시민은 더 이상 없다 루소는 사치와 학문, 예술의 동기가 모두 허영심에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예술은 오히려 인 간에게 훨씬 더 걸맞은 올바르게 행동하는 기쁨을 다른 기쁨들로 대체해버렸다 며 경고한다. 순수하게 순수함을 말하다 학문과 예술은 자연스러움을 위선과 포장된 탐욕, 도덕성 상실로 물들였다. 그것들에 무감각 해져 실속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사회는 소크라테스 같은 정직한 시민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사회라는 집단 속에서 그 굴레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미 굳어져버린 지식의 굴레 안에서 우리는 모두 똑같아지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겁낼 필요가 있다. 학문과 예술의 그릇된 풍속에 길들여진 우리가 진실을 똑바로 보기란 참 어렵다. 그러나 루소는 현명했다. 그리고 용감했다. 그는 학문과 예술의 남용과 폐해를 정확히 진단해냈다.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을 예상했 음에도 논문을 발표한 그는 진정한 언행일치를 보여준다. 자신을 반성하며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미덕을 찾을 수 있다는 루소의 주장이 그저 순진하게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순진함이 아니라 순수함이다. 진정성이 있 다는 것은 무엇인가. 순수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순수한 태도는 비록 촌스러울지라도 위선 에 마취되어 있는 이들보다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다. 훨씬 솔직하고 사람다울 것이다. 루소는 순수한 자세로 순수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점이 바로 루소의 글이 지금 우리 시대에 꼭 맞춘 듯한 조언이 되는 이유이다. 고희영 khyhy825@khu.ac.kr

12 2015. 09. 01 (화요일) vol. 209 특강취재 특강취재: 2015학년도 학술단체협의회 여름 기획특강 <슈퍼히어로 영화, 다르게 보기!> 영웅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영화적 눈 쓰기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는 지난 8월 6일부터 21일까지 매 주 목, 금(오후 3시~6시), 서울교정 오비스홀 251호에서 여름 기획특강을 개최했다. 대중 영화의 영역에서 어느덧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를 빼놓고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논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대중들에게, 그리고 일부 식자층들에 게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는 그저 화려한 스펙터클로 무장된 단순한 블록버스터로만 여겨 지는 듯하다. 본 강연을 맡은 김수 영화평론가(씨네 21)는 이러한 일반 대중과 엘리트적 시 선의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결핍된 신화로서, 변화된 영웅상을 반영하는 거울 로서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를 바라볼 수는 없는가. <슈퍼히어로 영화, 다르게 보기>라는 주제로 구성된 본 특강은 세부적으로 1강 슈퍼히 어로의 역사와 사전지식, 2강 현대 신화로서의 슈퍼히어로 - <슈퍼맨> 외, 3강 미국 신화적 영웅의 붕괴 - <다크나이트>, 4강 정체성 갈등에 빠진 영웅 - <스파이더맨>, 5 강 영웅에 대한 근본적 회의 - <왓치맨>, 6강 슈퍼히어로 영화, 앞으로의 전망 - DC & 마블 프랜차이즈 로 구성됐다. 강연이 끝날 때마다 20분 가까이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 고, 원생들의 활발한 질문 속에서 강연장은 열기를 더해갔다. 현대의 신화,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슈퍼맨>은 현대의 신화로서 작동한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에 있어 전통과 신 화의 부재는 국가적 콤플렉스였다. 미국은 이 신화의 결핍을 대중문화를 통해서 해소한다. 만화는 슈퍼히어로 장르를 통해 현대적 신화를 창조해냈고, 영화는 서부극과 SF, 슈퍼히어 로물을 통해 미국적 영웅을 만들어 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슈퍼맨> 시리즈는 2000 년 이전 현대의 신화로서 작동해온 가장 대표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이다. 미국적 가치의 공 고함을 보여주는 슈퍼맨은 불변하는 능력과 성격으로 표상되며, 변함없이 시리즈 내내 등 장하는 크리스토퍼 리브를 통해 실존하는 미국적 신화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슈퍼맨>에 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선민의식이 표출되어 있다. 그에겐 별다른 내적 고민이 부재하는데 오직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힘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로 작동하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슈퍼맨은 미국신화를 너무나도 철저하게 영위한다. 로이스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능력까지 포기했던 슈퍼맨이 다시 영웅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가 미국과 미국대통령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라든지, 달에서 핵인간과의 싸움으로 넘 어진 미국국기를 다시 세우는 장면이 내러티브와 무관하게 노출되는 설정 등은 이를 적나 라하게 보여준다. 붕괴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다크나이트> 이러한 팍스 아메리카나의 신화는 2000년 이후 슈퍼히어로 영화에 이르러 성찰과 반성 에 이른다. <다크나이트>(2008)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세계평화의 수호자라는 미명 아래 자본과 군수산업을 통해 유지해왔던 미국의 세계패권은 신자유주의 체제 실패와 9.11 테러 이후 더 이상 자명한 것이 되지 못한다. 이라크 침략이라는 초강수 역시 정치력과 경제력 을 모두 상실한 채 오직 군사력에만 의지하여 패권국가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안간힘으로 보일 뿐이다. 월러스틴에 의하면 현재의 미국은 진정한 힘을 결여한 외로운 초강대국, 추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존경하는 사람마저 거의 없는 세계의 지도자, 그 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전지구적 혼돈의 와중에서 위험스럽게 표류하고 있는 나라 이 다. 그리고 이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이 처해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법위에 선 자경단 역할을 자처했던 배트맨은 처음의 의도와는 다 르게 자신의 개입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지는 고담시를 목격하게 된다. 세계평화를 지킨다 는 명목 아래 미국이 패권에 대한 욕망을 뚜렷이 드러낼수록 테러는 증가하고 전쟁은 끝나 지 않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악으로부터 고담시를 지켜야 한다는 욕망과 자신 때 문에 더 큰 범죄가 벌어진다는 딜레마에 빠진 영웅의 한 단면을 잘라 구체화시킨 괴물이 바로 조커이다. 배트맨에게 하비 덴트는 그러한 진퇴양난을 빠져 나가기 위한 탈출구로 존 재한다. 그러나 이는 해결이라기보다는 회피에 가깝다. 조커에 의해 하비 덴트가 투페이 스 로 타락한 다음에도 배트맨은 합법적이고, 정의로운 하비 덴트의 이미지를 위해 스스로 의 영웅성을 포기한다. 영화가 제시하는 해법은 오히려 시민들에게서 구체화된다. 조커의 계략에 빠진 시민들과 죄수들이 서로의 배를 터트릴지 말지를 고민할 때, 맹목적 민주주의 의 오만과 폭력을 거부할 때, 각성된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의 의미가 고취된다. 완성과 성숙을 거부하는 영웅, <스파이더맨> 영화는 이건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정의구현, 사회정 화, 세계평화 같은 대외적이고 거시적인 화두가 아닌, 슈퍼히어로의 인간적인 면모와 내면 의 갈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레이션을 선택한 것이다. 시리즈 내내 피터 파커의 갈등은 메리 제인과 함께하고픈 개인으로서의 욕망과 위험에 빠진 시민을 구 해야 하는 영웅으로서의 욕망 사이에서 길항한다. 스파이더맨은 최초의 10대 슈퍼히어로 다. 성장 은 <슈퍼맨>에서처럼 하나의 완성된 전제 로서 다뤄지지 않고, 지속되는 과정 김수 강연자가 슈퍼히어로 영화의 사회 문화적 의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으로 제시된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완성된 육체성과는 달리, 영원히 미숙한 소년의 몸을 갖 고 있는 토비 맥과이어를 통해 결코 완결될 수 없는 성장 의 서사를 구체화해낸다. <슈퍼맨>에서도 양부의 죽음이 제시되지만, 이는 서사내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지는 못 한다. 기껏해야 죽음 조차도 거스를 수 있는 슈퍼맨의 초인적 능력에 대한 복선의 역할만 을 할 따름이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에게 양부의 죽음은 단순한 죄책감 이상의 역할을 한 다. 개인의 욕망에만 탐닉하는 한 큰 힘은 불행으로 이어질 따름이다. 영화의 서사를 지속 적으로 장악하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는 명제가 함의하듯, 영웅은 끊임없는 자기 극복과 책임의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개인의 사적 영역의 포기와 전적인 희생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스파이더맨>은 여전히 성장과 성숙으로 나아가고 있 는 인간 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사적 영역의 삶도, 공적 영역의 삶도 모두 필요하다. 그 둘의 위태로운 공존을 위해 끊임없는 자기극복과 자기희생이 전제될 때에만 영웅이라는 행위 는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영웅에 대한 근본적 회의, <왓치맨> <왓치맨>은 모순적이다. 한 축은 과거 슈퍼히어로들이 영위해왔던 영광의 시대에 대한 향수로 점철돼 있고, 다른 한 축은 영광의 영웅 들이 저지른 잔인한 폭력과 모순을 고발하 는 반영웅적 시선이 짙게 깔려 있다.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코미디언의 죽음은 이 모순 된 영웅성을 고발하는 치부이다. 코미디언은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쏴 죽이는 잔인한 행동을 하면서도, 그러한 핍진한 진실을 방관하며 마치 신과 같은 태도를 취하는 영화 속 유일한 초인, 닥터 맨해튼의 태도를 비난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 는 코미디언의 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이 우리를 보살피길 이다. 이처럼 냉소적이고 폭 력적인 동시에 운명론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코미디언은 정의와 불의, 선과 악, 피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영화의 주된 축을 이끌어가는 오지맨디아스와 로어셰크의 대화에서도 이러한 모순은 팽 팽히 가시화된다. 공리주의와 결과중심의 정의를 내세우는 오지맨디아스와 인격주의와 과 정중심의 정의를 호소하는 로어셰크는 영웅이 정의를 실현한다는 과거 당연시되어왔던 명 제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스스로에게 정의의 이름을 부여하는 순간 권력은 부패하는 법이 다. 수백만 명의 인간을 다수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희생시키는 오지맨디아스의 선 택은 영웅주의와 엘리트주의가 결합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보여준다. 영 화에는 다수의 영웅 들이 등장하지만, 어디에도 슈퍼맨과 같은 완전무결한 영웅은 존재하 지 않는다. 올바름 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간성을 상실한 로어셰크도, 이미 인간적 한계 자체를 넘어섰기에 자기희생 이나 자기극복 이 문제시되지 않는 닥터 맨해튼도 고전적 의미의 영웅은 아니다. <왓치맨>은 우리가 영웅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걸어왔던 모든 기대 와 희망에 의문을 던진다. 단 한 명의 초법적 개인의 힘에 의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던 <슈퍼맨>의 시대는 지났다. 2000년 이후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문제의 해결이 슈퍼히어로 에 의해 전적 으로 좌우되는 것을 거부한다. 영웅의 도움을 기다리는 수동적 시민이 아닌, 오히려 영웅을 돕거나 연대하는 능동적 시민의 모습이 영화들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연자는 역설적으로 엘리트주의의 정점으로 읽히는 영웅 신화를 통해 집단지성, 시민연대, 대중 참여, 미시담론 등의 가치를 영위한다는 게 새로운 히어로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강조했다. <어벤져스>를 보는 것은 술집여자랑 노는 것과 같다는 한 철학자의 말은 조심해 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를 수동적이고 소비적으로 받아들이 는 것은 수용자의 태도에 기인하는 것이지, 문화콘텐츠 자체의 절대적 속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2000년 이후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다양한 방식과 맥락에서 영웅주의 의 뒷모습을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바라보는 눈 이다. 영화는 그 자체로 세계를 바라보는 눈 이면서, 자신과 마주할 정확한 눈 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철주 vertigo1985@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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