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론과업설의매개로서의식 - 윤회에서업의담지와전달에있어서의식개념규명 기경서 ( 서울대학교미학과 ) 1. 들어가며 불교철학의핵심적전제인무아론은참된나 (atman) 라는것이존재하지않는다고말한다. 그러나이러한실체적자아의부정이불교철학의다른개념인업이나윤회와양립할수있는가에대해서는끊임없이문제가제기되어왔다. 본고는이러한무아론과업의상충되는부분을식 ( 識 ) 개념의분석을통하여해소시키고자한다. 본고에서는먼저불교철학에서논의되는업설과윤회, 무아론에대한간략한관계를밝힌뒤, 식개념의도입을통하여초기불교가어떤방식으로업의담지를설명하고있는지에대해논의할것이다. 그리고이식개념이유식철학으로나아가면서어떤형태로발전되어나가는지에대해검토한뒤, 식개념이무아론과업사이의관계를어떻게매개하고있는지에대한의의를살펴볼것이다. 2. 불교철학에서의업설과윤회, 무아론의관계 불교철학은업개념을인도철학적맥락에서수용하되무아론의전제하에서변용하고있다. 본래이업 (karma) 의개념은브라만전통에서비롯한것으로, 모든인도철학에있어서절대적인대전제가되고있다고할수있다. 1) 이업개념은여기서행위의인과율과관련된것이다. 인도철학에서의행위는서양철학적맥락에서의행위와내
118 철학논구제 39 집 용이다소다르다. 서양철학의전통에서행위가자연과자유사이에위치하는것이라면, 인도철학에서의행위는순전히자연적인과율에종속된다. 인도철학은행위를자연과무관한의지가자연계내에서발하는것으로보지않는다. 따라서자유의지라는것은서양철학적맥락에서처럼자연과무관하게발휘되는부분이함께있는것이아니라자연의인과율내에종속된상태에서제한적으로발현가능하다. 2) 이런전제하에서업은우주적근원력, 즉자연의인과율의분할로이해될수있다. 3) 이러한업의인과율에의해나타나는것이바로윤회 (samsara) 의세계이다. 이런전통적인업의개념을불교철학은무아론과접목시킨다. 불교철학에서의무아론은윤회에서의업을짓는항구불변한주체로서의나 [ 我, atman] 를인정하지않는다. 모든것은변화하는것이며, 그렇기때문에항구불변한주체역시당연히존재할수가없는것이다. 밀린다팡하 (Milinda-panha) 에있는이러한비유를통해불교의무아론이어떤것인지에대해보다확실하게규명할수있다. 그불꽃은초저녁과밤중과새벽녘의불꽃과는다릅니까? 존재 ( 法 ) 의상속이연속하는것입니다. 생하는것과멸하는것은서로다르지만, 서로앞것도아니요뒷것도아닌것처럼, 동시적으로연속되어있습니다. 그런까닭에같지도않고다른것도아닌그런것으로서마지막의식에의해통섭하게되는것입니다. [ 즉등불이연속하는것으로인식되기마련입니다 ]. (Milinda-panha 40) 4) 1) 길희성, 인도철학사, 민음사, 1984, p. 28 참조. 2) 붓다와자이나교에의해업 ( 행위 ) 의개념이윤리화된이후, 인도철학에서업의작용기제는기계적이지만, 업자체는생명체의의도와관련되고있다. 불교에서는업을思業 (= 의도 ) 으로정의하고있는데에서이러한연관성을발견할수있다. 이렇게본다면업은기계론적방식으로재생의조건을결정하지만, 인간의자유의지와관련된행위의결정가능성을배제하지는않는다. 3) 사사키겐준 ( 佐佐木現順 ), 業の思想, レグルス文庫, 1984, 국역본 : 진열, 業硏究 - 業의原理와그再解釋 -, 경서원, 1988, p. 52 참조. 4) 위의책, pp. 57-58 재인용.
무아론과업설의매개로서의식 119 따라서이런무아론하에서는항구불변한주체는인과율과관계없는것이기때문에존재할수없다. 따라서찰나에만순간적으로존재하는연속적인주체들 5) 이역시인과율에종속되면서, 동시에인과율에종속되지않는역동적인행 ( 行, sankhara) 의과정을통해인과율의원리에의해업을끊임없이생산해내며, 불교철학에서는이러한과정이바로윤회의과정이된다.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다시금떠오르게되는난점은이러한윤회의연속성을어떻게계속해서변하는주체가담지할수있느냐의문제일것이다. 이러한문제를명료하게해결하고자이항변하는주체의성질을규명하고자하는시도가제기되는데, 그것이바로오온 ( 五蘊 ) 개념의도입이다. 이오온은윤회적맥락에서인간이세계와관계하는하나의틀, 즉범주들 6) 로이해된다. 이오온은이렇게세계를받아들이는제한된과정이다. 7) 이러한과정을통하여항변하는인격적주체는윤회로나아가게되는것이다. 그리고이오온에서업을담지하게되는역할을맡게되는식 ( 識 ) 개념이야말로업설과윤회, 그리고무아론을연결하는중심적인고리가된다고할수있다. 특히이식개념은초기불교철학의심신이원론적특성을잘드러내어보여주고있는개념이다. 8) 3. 식 ( 識 ) 의초기불교적성격 3.1. 초기불교에서의식개념 5) 여기서이주체들은명 ( 名 ) 과색 ( 色 ) 으로이루어진, 항구적인동일성을가지지않는연속되는찰나속에서의순간적주체이다. 6) 그리고이러한범주는칸트가인간만이가지는선험적원리 (a priori) 로서범주를말하는것과는달리모든생명체가세계를바라보는틀로이해된다. 7) Rune E. A. Johansson, The Dynamic Psychology of Early Buddhism, London, Curzon Press, 1979, 국역본은 불교심리학, 박태섭역, 시공사, 1996, p. 146. 본서의주요내용은원문과국역본을대조하며읽었다. 8) 이러한심신이원론적특성에대해서는아래의식개념에대한규명을통해본격적으로상술하겠다.
120 철학논구제 39 집 식 (vinnana, vijnana) 은 분간하다 라는뜻의동사 vijanati 에서파생되었듯이우리의앎과관련된능력이다. 9) 이러한맥락에서식은오온의한요소로서설명된다. 오온은우리의여실지견을제한하는하나의 조건 으로서의범주이고, 여기서식은이조건중 분별심 과관련된것을지칭하는것이다. 그렇다면이식은어떻게분별하게되는가? 초기불교에서식개념의도입은육근 ( 六根 ), 육경 ( 六境 ) 과관련된다. 육근은업에의하여조건화된안 ( 眼 ), 이 ( 耳 ), 비 ( 鼻 ), 설 ( 舌 ), 신 ( 身 ), 의 ( 意 ) 의여섯가지인간의감각기관 10) 이며, 육경은이인식능력의대상이다. 즉우리의감관들은각각에해당하는특별한자극에의해반응하는것이다. 이에따라각각의육경- 육근에해당하는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의여섯가지식이만들어진다. 이를육식 ( 六識 ) 이라고한다. 여기서식은이감관들이받아들인질료들을담는개별적인그릇이라고볼수있다. 그러나이식은질료들을단지들어온그대로담는것은아니다. 식은 분별력 이기때문이다. 즉, 각각의육근이받아들인감각적자료들은, 감각그자체로들어오는것이아니라식의분별을거쳐마음속으로들어오게된다. 이러한과정을통하여불교철학에서우리의인식구조는육근과식이함께작용하는심신이원론적구조로설명된다. 3.2 초기불교에서의식개념과업의관계 따라서이러한초기불교적맥락에서식은우리가외부에서받아들인질료들을담는그릇으로, 인과율에서대우주인세계가소우주인 9) 위의책, pp. 67 74. 10) 여기서의식은앞의전오식 ( 前五識 ) 과는다소구분되는사유작업의구성적측면을나타내는것이겠지만, 넓은의미에서의식을우리의육체적조건에있어서의두뇌의작용으로본다면, 육체적조건의맥락에서의받아들인감각자료들을개념화하고종합화하는 두뇌의감각방식 으로볼수도있을것같다. 그리고이러한맥락에서의식을설명하는것이보다초기불교에서의육근을바라보는관념과더잘부합하는것이라고본다. 오히려전오식과의식을구분하는관점은유식의관점이라고보는것이더적합하지않을까생각된다.
무아론과업설의매개로서의식 121 인간안으로들어와주관안에구성되는계기이다. 이런맥락에서식은인간을인과율의세계내에포섭하는근본적인능력이된다. 식의내적조건으로서의 6근역시이미업에의한인과율에의해조건지어있는것이기때문이다. 또한이식은세계를있는그대로우리안에가져오지도않는다. 식은근본적으로분별하는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이식은분별을통해우리를끊임없이인과율의세계로끌어들인다. 이러한과정을통해식은이런인과율의세계로우리를끌어들임과동시에분별력을통해주관안에세계를구성한다. 눈에보이는색 ( 色 ) 들이있다. 색은욕망을일으키고쾌락을주며기쁘게만든다. 사랑스럽고흥분을일으킨다. 수행자가색을사랑하고형체를환영하고그것에집착하면 그의식은색에의존하게되고, 색위에세워진다. 그러나그렇지않으면그는자유를얻는다. (Samyutta-nikaya IV 102.) 11) 식은근본적으로오온의구성요소로서, 다른오온의구성요소들과함께작용하여성장하고증가하고풍부해진다. 12) 즉식은심상이나감각, 행위등에의지하고이것들을모음으로서발전하고, 이렇게함으로써식은이러한인과율의세계의대상들을끊임없이받아들임으로써업의과보를받는주체로기능하게된다. 13) 그리고이러한식의작용이바로 12연기법에있어서의취 ( 取, upadana) 가된다. 그리고이렇게만들어진취에의해조건지어져서업을받기에적합한재생의장소를취하는유 ( 有, bhava) 가이어지며, 나아가윤회에서의재생 ( 再生 ) 으로이어지는것이다. 4. 초기불교맥락에서식개념의난점 11) 위의책, p. 78. 12) 위의책, p. 71. 오온은근본적으로집착하는것에의해모이고쌓이는것이다. 이와관련된내용은위의책, p. 77. 참조. 13) 위의책, p. 72.
122 철학논구제 39 집 그러나이렇게초기불교적맥락에서의식개념은중요한문제점을가지고있다. 첫째는이식이우리의의식을가지고있는상태에서만발현되는것처럼보인다는것이다. 즉, 우리가의식활동을하지않는상태, 수면상태나무의식상태에서식은작용하지않는것처럼보인다. 왜냐하면식은이러한상태에서어떤감각적자료도받아들이지못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이러한상태를설명하지못하는식개념은업의연속성을설명하는데는다소명료하지못한어려움이있을것이다. 왜냐하면무의식과의식사이에서식은연속되기보다는단절되는것으로서보일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초기불교에서논하는식개념만을가지고서는이러한업의단절의난점을충분히해명해주지못한다. 둘째로이러한식개념은윤회의관점에서전생과현생, 현생과내생을연결할때어떤식으로업이전달되는가에대해설명하지못하고있다. 비록식이불교초기경전에서재생시에모태로들어가고죽을때신체를떠나는것으로설명되면서단절되지않는흐름으로지속하는것처럼여겨지기는했지만 14), 여전히초기불교에서의식은순간적으로나타났다가사라지는단멸적인개념이다. 따라서식이업의과보를받는주체라면, 전생과내생사이에서이식에의해업의과보가연속적으로전달된다는것 [ 윤회 ] 은식의단멸성과상충하는것처럼보인다. 이러한초기불교적개념으로서식과윤회간의연관에대한물음은아비달마불교에서정립된단층적의식구조에서보다명확하게그문제점이드러났다. 15) 아비달마론자들은찰나에만존재하며끊임없이변화하는것으로이해되었던초기불교에서의 6식개념만을가지고있었기때문에이런 6식개념의단층적의식구조에서업의담지자문제를명확하게규명해내지못하였다. 따라서이들은이런문 14) 안성두, 마음이작용과잠재성 : 불교유식학의알라야식개념의형성과그의미, 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 2011. p. 1. 15) 손영산, 초기유식에나타난현상적인간의의식구조 - 해심밀경 의 집수 ( 執受 ) 를중심으로 -, 서울대학교대학원, 2008, p. 27. 유식론에서식개념의변용은주로이논문을참조하였다.
무아론과업설의매개로서의식 123 제점에직면하여설일체유부의득 ( 得 ) 개념이나개아론자들의뿌드갈라 (Pudgala) 개념등의보론을통하여업의연속성을규명해내고자시도하였으나, 결국이들이도입한이러한개념들의도입은불교의대전제인무아론과상충되는개념으로귀결됨으로써실패하고말았다. 오직경량부의종자론만이유식론에서의알라야식개념과연관되어이러한업의담지와윤회의문제를규명해줄수있는실마리를제공하게되었다. 5. 유식학파에서의식개념의확장 앞에서살펴보았듯이이러한문제점을가지고있었던초기불교에서의식개념은결국대승불교에이르러경량부의종자론에일부영향을받은유식론에서인간의잠재성까지를포함하는개념으로확장된다. 이잠재의식의도입은앞서지적되었던우선유식론은식을초기불교적맥락에서보다확장시켜업의적극적인담지자로끌어올림과동시에심리학적과정과다소유사한초기불교의심신이원론적인식이론을전혀다른차원으로끌어올려관념론적차원으로변용하기시작한다. 초기불교가 6식에서의 6근과 6경을감관과감각대상으로이해하면서식을이러한감각질료들의분별과정으로본다면, 유식론은이러한감각대상으로서의 6경이실재하는지의여부를문제로삼으면서동시에관념론으로이행하였다. 경량부는 6경이실재하는지는알수없는것이라고결론짓는다. 왜냐하면우리는항상분별이작용하는식을통해서만감각대상을인식할수있기때문에그대상이실재하는지의여부는확인할길이없기때문이다. 이에대해유가행파는감각이식에의해분별된다는관점에서한층더나아가, 우리의인식주체와인식대상이모두마음내부에있으며, 단지그것이주체와대상으로나뉘는이유는인식작용에서능동적작용과수동적대상으로나뉘는것일뿐이라고주장한다. 16) 이러한주장은아비달마론자들이무아론과업설을양립할
124 철학논구제 39 집 수있는것으로만들기위한고민에서출발한것이다. 그들은단멸하는 6식의개념을통해무아론을보존하면서이러한문제를부분적으로는해결하였으나, 그럼에도불구하고이업이누구의업인가라는업의보존기제와그것의식과의관련에관한질문에대해서는여전히만족할만한해결을내려주지못한다. 찰나의조건에의해순간적으로구성된현상적존재자들의흐름속에서구성된순간적인인식은, 비록무아론과업의양립이라는문제를해결할수는있었으나, 한편으로이업이누구에게귀속되는가의문제는여전히가지고있을수밖에없었다. 왜냐하면이현상적존재자들은인과의흐름속에위치하는것이기는하지만찰나의조건에순간적으로구성된것이상도이하도아닌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이존재자들은잠재적경향성조차지니지못하는무의미한것으로전락할위험을항상가지고있다. 따라서이러한존재자들이의미있는것이되기위해서는어떠한형태가되었건간에 자의식 으로불릴수있는것이있어야하고, 이를통하여업의연속성을끌어낼수있어야만한다. 17) 이런찰나적존재로서법이인과의흐름을구성하고있다는아비달마론자들의전제를받아들인유식학파는이러한업의담지문제를해결하기위해고심하게된다. 그런데여기서유식학파가새롭게발견한것은그럼에도불구하고자아의식이쉽게제거되지않으며, 새로운어떤종류의식이이런자아의식의근거가된다는것이었다. 18) 한편업의상속이나윤회의주체문제는현상적으로인간의인식경험이어떻게축적되는가에관련되어있다. 이축적이라는것은따라서결국 기억, 따라서궁극적으로는언어의문제를포함해서의문제이다. 그러나초기불교에서의 6식은찰나의감각경험과만결부되어있는것이기때문에이렇게마음안의것을상속하는것과는구분된다. 즉, 6식은찰나적감각과결부되어있기만한것이기때문에이러한심리적측면에서업과연속성을가지기힘들다. 따라서초기 16) 같은논문, pp. 21-22. 17) 같은논문, pp. 34-35 참조. 18) 같은논문, pp. 34-35 참조.
무아론과업설의매개로서의식 125 불교에서 12연기법에서의취와유에있어서의식의작용은, 감관에대한인식능력과결부된것으로서의식과는다소거리가있는것으로변할수밖에없다. 식은취와유의작용에있어서는감관들에의해이미분별된질료들만을가지고움직이기때문이다. 따라서여기서의식은찰나적으로생멸하고작용하는 6식에대한개념만을가지고서는충분히설명하기어려운것이다. 이런난점들로인해자의식의연속성문제와인식경험의상속에있어서기존 6식개념과의괴리를해소시키기위하여도입되는것이바로유식론에서의제8 식인알라야식 [ 阿賴耶, alaya 識 ] 개념이다. 유식론자들은인간의잠재의식을통하여인간의식구조를 6식의단층적구조에서무의식을포함한중층적구조로변용시킴으로써윤회주체와업의연속성문제를다른차원으로돌려해결하고자하였던것이다. 19) 그렇다면이알라야식개념은어떤내용을가지고있을까? 알라야식은 어디에부착되어있다 라는말에서유래한것으로, 우리의잠재의식을의미한다. 이잠재의식은 6식의작용을위한원인적조건, 즉연속되는자아를유지시켜주는잠재의식일뿐만아니라, 그러한연속성을통해이러한모든업의종자를보존하는장 ( 藏 ) 의의미에서일체종자식이다. 20) 제팔식을心이라고한다. 모든존재의종자를모아서모든존재를일으키기때문이다. 제칠식을意 21) 라고한다. 제팔식을연으로해서항상살펴思量하여나 [ 我 ] 라고여기기때문이다. 나머지여섯가지를육식 ( 六識 ) 이라고한다. 각각의육경 ( 六境 ) 에대해거칠게움직이고끊어지기도하면서 ( 육경에대한 ) 요별작용을일으키기때문이다. 22) 19) 같은논문, pp. 37-38 참조. 20) 안성두, 같은논문, p. 3. 21) 여기서의의는 6 식에서의의식과는구별되는것이다. 22) 解深密經疏 제 3 권, X21, 239b. 第八名心, 集諸法種, 起諸法故. 第七名意, 緣第八識, 恒審思量, 爲我等故. 餘六名識. 於六別境, 麤動間斷, 了別轉故., 손영산, 같은논문 p. 40 재인용.
126 철학논구제 39 집 알라야식에는모든존재의가능태가잠재되어있다. 여기서존재란실재로서의존재가아닌정신적인이미지를나타내는가능태이다. 이알라야식에의해서모든세계의구성과인식이기초되는것이다. 23) 이러한알라야식에서종자들이발현하는것을대상으로해서더상층부의식, 제7식의작용이있게된다. 제 7식은말나식 ( 末那, manas) 이라고불리는것으로, 이러한알라야식의종자들을통해허상으로서의나 [ 我 ] 라는생각을일으킨다. 즉알라야식의이러한종자들이말나식에의해응집되어허상으로서의 나 를구성해내는것이다. 이러한과정을통해 6식의표층적의식과더불어심층적측면을가진 7식, 8 식이함께설명되는유식론의중층적의식구조가성립한다. 이러한유식학파의중층적의식구조는무아론과업설이양립할수있는근거를마련하면서, 표층적치원에서뿐아니라심층적인지평에서식과업설을통합적으로설명하는것을가능케했다. 먼저 6 식이표층차원에서찰나의감각자료들을받아들여우리안에어떤감각과업의근거들을만들어낸다면, 알라야식이이를잠재의식의차원에서끌어들여업을담지하게됨으로써업의연속성문제가해결된다. 다음으로이러한알라야식의작용에의해, 그상층부에있는제 7식인말나식이작용함으로써자의식이만들어지게된다는설명을통하여이자의식은결국나 [ 我 ] 이고, 식의작용에의해만들어진허상에불과하다는것이명확해진다. 이렇게도입된알라야식과말나식이라는새로운식개념을통해유식론의관념론적세계관과인식주체, 그리고업의담지와무아론의문제가모두해결되는것이다. 24) 6. 나오며 : 식개념의의의 초기불교에서유식론까지이어지는식개념의변천과정은우리의 23) 손영산, 같은논문, p. 40. 24) 중층적의식구조에대한보다상세한설명은손영산의위의논문, pp. 37 44 를참조하라.
무아론과업설의매개로서의식 127 정신을여러가지중층적범위까지확장시켜보다다양한층위에서정신현상을설명하고자했다는데그의의가있다. 특히, 식개념은무아론과업설의연결고리로서주체와인식의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가장중요한개념이된다고할수있다. 유식론은초기불교에서의심신이원론적구조에서애매하게남아있는업의외부존재성의문제를극단적인관념론적구조로변용시켜해소시켜버림으로써, 불교에서의무아론과업설의모호한관계를궁극적으로해소시키는데성공한것이다. 뿐만아니라유식론의식개념은이러한잠재의식의영역을논의의장에끌어들임으로써, 윤리적탐구의영역에서도새로운계기를마련하고있다고볼수있을것이다. 윤리가욕구능력과관계된것이라면이러한욕구의기저에어떤잠재의식이있는가에대한고찰이수반될수있을것이며, 이우리가의식적으로제약하거나움직일수없는무의식의세계를윤리학이어떻게포섭할것인지에대한물음을유식론은추가적으로제기하고있다. 그리고이문제가유식학에서알라야식도입의핵심적계기이다.
128 철학논구제 39 집 참고문헌 길희성, 인도철학사, 민음사, 1984. 사사키겐준 ( 佐佐木現順 ), 業の思想, レグルス文庫, 1984, 진열, 業硏究 - 業의原理와그再解釋 -, 경서원, 1988.( 역서 ) 손영산, 초기유식에나타난현상적인간의의식구조 - 해심밀경 의 집수 ( 執受 ) 를중심으로 -, 서울대학교대학원, 2008. 안성두, 마음의작용과잠재성 : 불교유식학의알라야식개념의형성과그의미, 서울대학교철학사상연구소, 2011. Johansson, R., The Dynamic Psychology of Early Buddhism, London, Curzon Press, 1979., 불교심리학 (The Dynamic Psychology of Early Buddhism), 박태섭역, 시공사, 1996.( 역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