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사회적관점에서본한국어의혐오, 차별표현 사회적소수자에대한혐오, 차별표현의문제와개선방안 김수아 서울대학교기초교육원 1. 들어가며 김치녀, 맘충등온라인하위문화에서나유행하는것같던혐오, 차별표현들이언론기사에등장하거나일상대화에서사용되는것이더이상낯선풍경이아닐정도로한국사회에서의혐오, 차별표현의문제는어떤특정집단의문제적행동이아닌사회적인문제로떠오르고있다. 2010년전후로이주노동자에대한혐오표현이사회적이슈가되었고, 2012년에는일간베스트사이트가청소년층을중심으로인지도를얻게되면서여성, 이주노동자, 성소수자등사회적약자계층에대한광범위한혐오표현들이온라인을중심으로널리퍼지게된바있다. 2017년 9월현재에도서울강서지역특수학교설립을둘러싼장애인혐오, 차별표현이등장하고있다. 이러한표현들을대중미디어가적극적으로매개하고, 누리소통망 (SNS) 등친밀성중심의네트워크에서단순히유행어나유머로취급하면서사회적영향력이더욱커지고있다. 이글은이렇게사회적문제가된혐오, 차별표현의정의와문제점, 그리고대안에대해서살피고자하는목적을갖는다. 사실혐오표현은그정의와 49
범위에대해서아직사회적합의가분명하게내려지지않았다. 영미권의개념인 Hate Speech 를번역한것이라면그정확한번역용어는무엇이어야할지에대해서도여전히논쟁중에있다. 동시에사회적표현으로서혐오표현을바라보고이문제를어떻게다루어야할것인가에대해민주적으로논의하는공론의과정을거치기도전에, 혐오표현의진원지로지목되는일간베스트사이트를폐쇄하자거나혐오, 차별표현에대한처벌을강화하자는등, 특정집단을제재하면문제가사라진다는주장이등장하고있다. 이러한주장을펴는사람은혐오, 차별표현이마치특정한집단에만국한된문제인것처럼간주하면서일상생활속의차별문제를간과해버리기도한다. 하지만혐오와차별표현은단지표현만의문제가아니다. 표현은우리사회의뿌리깊은차별과억압을드러내는외적인표출에불과하다. 그렇기때문에혐오, 차별표현의문제는언어적차원에서는물론이고사회, 문화적인차원에서함께다루어져야하며, 이를매개하거나악화시키는미디어의문제를아울러생각해야한다. 혐오, 차별표현의문제는언어생활의규제라는차원보다는좀더폭넓고다양한접근이필요한문제인것이다. 2. 혐오표현, 차별표현이란무엇인가? 혐오, 차별표현에대한명확한정의나사회적합의가존재하지않는다는점이혐오표현과관련된논란을가속화하는원인중하나이다. 이제까지내려진혐오표현에대한정의를정리하여보면다음과같은것들이있다. 혐오표현이란인종, 종교, 성적지향성, 정치적지향성, 국적, 민족, 피부색, 성별등의속성에대해서발화자가가진선입견에근거하여이를공격하는것이다. 대체로, 선동적이고모욕적이며위협적인발언으로개인또는집단 50
을공격하고혐오를조장한다. 즉, 단순한개인적의견표명이라기보다는차별당하는집단과그구성원에대해부정적인생각을표출하는것이라고할수있다. 1) 혐오표현의대상은일반적으로역사적, 사회적으로소수자에속해왔으며편견과조롱의대상으로정신적, 신체적으로핍박을받아온경험을가진집단이다. 표현의유형에서는집단에대한차별, 적의, 혹은폭력이라는구체적인결과를유발하는직접적선동, 유도행위를의미한다는 미국식정의 와혐오의감정을옹호, 조장, 정당화하는모든표현행위가해당된다는 유럽식정의 로나뉜다. 2)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의경우 특정한사회적, 인구학적집단으로구분되는대상에대해서위해를가하도록하는선동 ( 특히차별, 적의, 또는폭력 ) 을옹호하는표현 으로정의되고있으며 3), 유럽평의회각료위원회는 인종적적대감, 제노포비아, 반유대주의, 편협함에기반을두고적대감을확산, 선동, 촉진, 정당화하는표현으로이때편협함의의미는공격적민족주의, 자민족중심주의, 소수자, 이주민, 이주민출신자에대한차별과적대감으로표현되는편협함을포함한다. 라고정의한다. 4) 유럽의역사문화적맥락에서는이주민과인종, 종교문제등이주로거론되는경향이있다. 혐오표현 Hate Speech 의번역에대한논란도있다. 혐오표현 이아닌 증오표현 으로번역하는경우, 그의미는 인종 민족 (ethnicity) 종교 성별등의이유로증오등을표명하는표현 인데, 증오표현을사용하는목적은인종, 종교또는그밖의집단적특징을근거로하여어떤범주나집단에 1) 홍성수 (2015), 혐오표현의규제 : 표현의자유와소수자보호를위한규제대안의모색, 법과사회 50권, 287-336쪽. 2) 김민정 (2014), 일베식 욕 의법적규제에대하여, 언론과법 13권 2호, 131-163쪽. 3) Gagliardone, I.,Gal, D.,Alves, T. & Martinez, G.(2015). Countering online hate speech. Paris: UNESCO. p.10. 4) Council of Europe Committee of Ministers(1997). Recommendation No. R(97) 20 of the Committee of Ministers to Member States on Hate Speech. 51
소속된사람들이열등하다는메시지를퍼트리는데있다 5). 증오표현 의번역을옹호하는사람들은 혐오표현 이단지감정적차원의혐오를의미하는것으로오해될수있으며, 이러한해로운표현들은사실감정적차원뿐아니라실질적인차별과폭력을야기할수있기때문에증오가더적절하다고주장한다. 혐오가단지감정의상태가아니라는점은분명의미있는지적이다. 하지만한국의경우현재혐오표현이좀더널리사용되어왔다는점에서이글에서도역시혐오표현으로사용하기로한다. 이러한맥락에서혐오표현의정의와관련하여서는, 홍성수등이정의한가장포괄적인정의를사용하고자한다. 어떤개인 집단에대해서그들이사회적소수자로서의속성을가졌다는이유로그들을차별 혐오하거나, 차별 적의 폭력을선동하는표현 이혐오표현이며, 이를세부적유형으로구분하여본다면차별적속성을이유로소수자에게수치심과모욕감, 두려움등정신적고통을주는행위인 차별적괴롭힘, 차별과혐오를의도하고나암시하는표현행위인 차별표시, 공개적으로소수자를멸시, 모욕, 위협하여인간존엄성을침해하는 공개적멸시, 모욕, 위협표현, 그리고소수자집단에대한차별, 적의, 또는폭력을조장, 선동하는증오고취행위를의미하는 증오선동 이있다. 6) 복잡해보임에도불구하고유형을나누는이유는, 표현의자유즉허용되는표현의범위, 실질적해악등의문제와아울러혐오표현의문제가세심하게다루어져야하기때문이다. 스튜어트는단계적으로혐오표현을파악할필요가있다고주장했다. 7) 사실과의견을구분하면서의견의경우표현의 5) 박용숙 (2014), 미국에서의증오표현행위의규제에관한판례경향, 강원법학 4-1, 467-509, 469쪽. 6) 홍성수외 (2016), 혐오표현실태조사및규제방안연구, 국가인권위원회. 7) Stewart, C.(2001). Homosexuality and the Law: A Dictionary. CA: ABC-CLIO. 52
자유를인정하고있는일반적표현의자유론에비추어볼때, 차별이나혐오를사실로확정하는표현은문제가될수있다. 물리적충돌이야기될수도있는위협적인표현은문제가더커진다. 이위협적표현이특정한대상을두고의도적으로표현되면더큰문제가있는혐오표현으로볼수있다. 이후의상황에대한공포감을조장하게된다면가장수위가높은혐오표현이된다. 그렇다면혐오표현의실질적해악은무엇인가? 혐오표현의해악은무엇보다피해자에게심리적해악을미친다는점에서찾을수있다. 말은 그냥말 (only words) 8) 이아니라, 권력을갖고특정한효과를갖는다. 혐오표현이물리적위협이되지않는다는점에서가볍게여겨지는것을경계해야한다. 혐오표현의핵심은피해자의정체성을부정하는것이다. 그런데그정체성은피해자스스로어떻게변화시킬수없는것 ( 성별, 인종, 성정체성등 ) 이다. 그렇기때문에혐오표현은피해자의자긍심과정체성에해를끼친다. 그저그순간, 지나칠수있는말에의한공격이아니라, 사회전체가가했고현재도가하고있는차별을확인시키는것이기때문이다. 보다직접적으로, 혐오표현이마음깊은곳으로부터의공포, 흥분, 호흡곤란, 악몽및정신적긴장과감정적고통을불러일으키고, 자신감을상실하게하거나자책하게한다는주장도있다. 9) 또한공격을당하는소수자의물리적이동이나활동반경에도영향을미친다. 차별당한경험을바탕으로안전하게갈수있는곳을판별하게되기때문이다. 이처럼혐오표현은편견에근거하여실질적사회적차별을발생시키고, 물리적폭력으로연결할수도있다는점에서문제이다. 8) Langton, R(1998). Subordination, Silence, and Pornography's Authority, in Robert C. Post(ed.). Censorship and Silencing: Practives of Cultural Regulation. Los Angeles: The Getty Research Institute for the History of Art and the Humanities. 9) 모오로카야스코 (2015), 조승미, 이혜진역, 증오하는입, 오월의봄, 90쪽. 53
혐오표현이더욱문제가되고있는것은익명으로발화가능한디지털세계가일상적문화가되면서부터이다. 누리소통망서비스시대로접어들면서혐오표현이더욱큰문제가되고있다. 페이스북기반의혐오그룹페이지들이 논쟁적유머 라는범주하에제재를받지않고활동하고있고, 트위터와같은익명성이강화된서비스에서는종교 ( 이슬람 ) 및여성혐오표현들이일상적으로유통되고있어우려의목소리가커지고있다. 대표적으로더블유에이엠 (WAM!: Women, Actions & the Media) 은페이스북이여성혐오를방치하고있다고강력하게비난하면서, 여성혐오발언과이미지사례를조사하여발표하였고 10) 이로인해페이스북내에서여성혐오관련제재가강화되었던사례가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페이스북은여전히혐오표현을조장하고있고, 심지어보호가필요한소수자집단보다백인남성에대한보호가더강력하게작동한다는비판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11) 이렇게디지털세계의혐오표현이문제인것은, 표적대상자가혐오표현을만나게될확률을높이기때문이다. 페이스북을비롯한누리소통망서비스, 그리고인터넷포럼등의열린공간에서는혐오표현에대한사전고지없이소수자가혐오표현을만날가능성이높아진다. 이를피하기위해서소수자스스로이러한열린공론장에서활동을중지하는경우가있기때문에합리적이고민주적공론장의형성을어렵게한다는점에서도인터넷상의혐오표현문제에대한대응이필요하다. 하지만이는쉬운문제는아니다. 특히무조건적인법률강화나법적규제는답이되기어렵다. 먼저 표현의자유 라는권리와관련하여어떤표현이허용되어야하는지에대한논란이있다. 학자들사이에서도혐오 10) WAM!(2013). Examples of Gender-Based Hate Speech on Facebook, (URL:http://www.women actionmedia.org/examples-of-gender-based-hate-speech-on-facebook) 11) Angwin, J., ProPublica, & Grassegger, H.(2017). Facebook s Secret Censorship Rules Protect White Men From Hate Speech But Not Black Children. (URL:https://www.propublica.org/article/ facebook-hate-speech-censorship-internal-documents-algorithms). 54
표현의규제에대해의견이엇갈린다. 마쓰다는혐오표현이지속적으로발화되는것에대해서대응하는것은그 피해자들이우리공동체의구성원으로중요하다는것 을의미하는것이며, 만약그에대한국가의공적대응과법적보상이부인된다면그피해자들에게는더큰고통이될수있다고말하면서규제를지지한다. 12) 하지만표현의자유를지지하는측은혐오표현의규제가장기적으로다수의표현의자유를침해하거나위축시킬수있다는점을들어표현의규제자체에반대하는편이다. 특히국가가표현을규제하려고할때이는소수자를보호하기위해서이기보다는정치적반대세력을탄압하는수단으로사용되기쉽다는우려가존재한다. 실질적규제가불가능할정도로인터넷공간의범위가방대하다는것역시문제이다. 자칫잘못하면규제의실효성은없는데표현의자유를억압한다는비판만가속화될수있기때문이다. 3. 온라인공간의혐오, 차별표현실태는어떠한가? 그렇다면한국의경우어떤혐오, 차별표현이문제가되고있는가? 실태조사에따르면현재한국사회에서가장많은혐오표현을경험하는소수자집단은성소수자집단과여성, 장애인순이었다. 이는온라인과오프라인공간모두에서마찬가지였다. 온라인의경우주로댓글이나커뮤니티, 페이스북, 블로그등다수의플랫폼을통해경험된다. 오프라인의경우는지인이나친지가가장많이나타나지만방송이나공공장소등에서의경험도높게나타났다. 무엇보다도혐오표현이직접적으로부정적인영향을미치는것으로나타났다. 활동반경을좁히거나자존감을낮추고, 스트레스나우울 12) Matsuda, M.(1993). Words that wound: Critical race theory, assaultive speech, and the first amendment. Colorado: Westview Press. p. 17. 55
증등의정신적어려움을야기하는것이다. 13) 이주민의경우한국온라인공간을직접경험하지않는다는점에서실태조사에서의비중은낮게나왔지만, 포털사이트를대상으로한연구에서이주민에대한혐오표현의양상이매우심각한것으로나타나고있다. 다음카페에는이주민혐오를바탕으로민족주의적정서를고취하려는게시글이다수등장하기도하고, 다음아고라에서는이주여성을직접적으로 창녀, 매춘녀 로규정하면서모욕하기도한다. 결혼이주여성으로인해한국남성이피해를보고있다는근거없는피해의식을드러내기도하는등이주여성에대한혐오와차별표현의문제가심각하다. 14) 페이스북에도성소수자, 여성, 외국인에대한혐오를전면에내거는페이지와그룹들이활발하게활동중이다. 이처럼, 사회적소수자에대한혐오표현은특히익명을바탕으로하는온라인세계에서광범위하게퍼져있고, 이를보는당사자에게고통을주는요인이되고있다. 그렇다면특히한국에서현재문제가되고있는사회적차원의혐오, 차별표현의문제는무엇인가? 먼저여성을대상으로하는혐오표현을살펴보면, 이는오래된가부장제억압체제하에서여성을동등한시민으로인정하지않는구조적요인과관련되어있다. 온라인상의여성혐오표현들은특히여성의성적대상화에기반을둔다. 누스바움 (Nussbaum) 에따르면, 대상화는상대방을단순히목적을위한도구로취급하고동등한인간으로취급하지않는것이다. 대상의자율성을부인하는것, 대상을대체할수있는것으로간주하는것, 대상을언제든지무너뜨리거나침해할수있는것으로간주하는것, 사고팔수있는것처럼간주하는것, 대상의감정이나주체성을거부하는것등이이러한대상화에해당한다. 15) 13) 홍성수외 (2016), 혐오표현실태조사및규제방안연구, 국가인권위원회. 14) 한희정 (2016), 이주여성에관한혐오감정연구, 한국언론정보학보 75호, 43-79쪽. 15) Nussbaum, M(2011). Objectification and Internet Misogyny. In S. Levmore & M. Nussbaum(eds). 56
한국의경우에도여성혐오표현의기초는여성을성적대상화하고여성의주체성을부인하는방식으로나타나고있었다. 16) 먼저온라인여성혐오표현에가장많이동원되는것은성적비하였다. 이는성기와관련된욕설, 모욕적표현및여성의성적자기결정권에대한비난을포함하고있는표현이다. 특히여성을성기로치환하여표현하는것은여성의인격을인정하지않고, 남성의성욕대상으로여성의역할을표현하는것이므로문제가있다. 또한여성이성적주체성을드러내는것과여성의성적주체성을드러내는것에대한비하가존재하는데, 이는여성을성녀 / 창녀의이분법하에두고여성이성적주체성을드러낼경우이를억압하는결과를낳게된다. 차별과관련해서는외모나능력을근거하여여성을차별하는표현이자주쓰이고있었다. 반드시성별에의한속성이아님에도불구하고비만과성형이라는특성을여성에게만특정화하여비하표현을사용하는경향이포털사이트의댓글이나게시판에서자주나타났다. 물론외모지상주의는일상생활에서자연스럽게모든사람들을규율하고있는것이다. 하지만온라인상의여성혐오표현에서등장하는외모비하표현들은특정한신체적특질을가진여성들을하나의집단으로만들고, 멸시받는것이당연하다는것처럼여기게한다. 특히이런외모비하표현에폭력적표현들이동반되는경우도많다. 외모를이유로죽이겠다고하는등폭력을거침없이결합시키기때문에이는명백히여성에대한혐오표현이된다. 미국의철학자랭턴 (Langton) 은대상을외모나외모의일부로축소하는것이대상화에서나타나는특성이라고했는데, 현재한국온라인상에서광범위하게유통되는여성의외모비하표현들은이러한대상화를보여주는것이다. 또한여성의사회적능력을폄하하거나특정한기술을습득하는능력 The offensive internet : speech, privacy, and reputation. Cambridge, MA: Harvard Univ. Press. 16) 이하의한국온라인상의여성혐오표현에대한논의는, 김수아 (2015), 온라인상의여성혐오표현, 페미니즘연구 15-2, 279-317쪽의자료를활용하였다. 57
등에대해서폄하, 비하하는경우도많았다. 여성의능력부족과관련하여가장대표적으로통용되는단어는 김여사 일것이다. 이표현은여성이운전을할능력이없다는의미로사용되기때문에상식적으로일어나기어려운사고가나는경우두루사용된다. 운전자가남성이었음에도김여사라고가정되어비난받기도하고, 신문보도에서도여성의교통사고를김여사라는표현으로특정화하는경우가있었다. 이러한비하와혐오표현들은여성에대한편견과차별을강화하는역할을한다. 또한네이버뉴스댓글의공감등으로드러내면서편견을선동하고조장하는효과를가질수있다. 뉴스댓글에서의극단적인폭력표현이공감과신고횟수가비슷하거나어떤경우공감이더많다는것은, 이를보는여성을위축시키고, 여성에대한이러한폭력적표현이사회적으로공감을받는다는생각을갖게만든다. 그래서해당댓글을쓰는사람들이더확신을갖고이러한표현을유통하게될수있다. 실제로이러한생각을정말로갖고있는사람이어느정도되는지와는별개이다. 포털뉴스에댓글을다는사람은소수지만, 이로인해공론장이왜곡되는결과를낳는것이다. 한국의경우특히이런공론장왜곡을우려하지않을수없는것은, 미국의여성혐오표현에대한논의들이특정여성을대상으로하는괴롭힘과혐오, 차별발언에초점을두고있는것과달리한국은여성자체를집단화하여비난하고멸시하는것이더보편적인양상으로나타나고있기때문이다. 게다가이는토론상황에서상대를비난하고침묵시키기위한경우도아니고뉴스댓글등에서맥락없이갑자기나타나는차별, 혐오표현들이다. 그렇기때문에여성들은자연스럽게이러한공론장을피하게된다. 실제로네이버뉴스댓글을다는성비를살펴보면남성이더많게나타나고있다. 성소수자의경우에는특정한종교적목적으로페이스북혐오페이지를개설하는등혐오집단이구체적인목적을갖고혐오표현을사용하는경우가있다. 이때이혐오표현이종교적자유가아닌가하는질문을제기하는 58
경우도있으나, 종교교리에대해말하는것은종교의자유의범위에들어갈지도모르나교리를벗어나는혐오표현을사용하는것까지종교의자유로볼수없다는것이지배적인인식이다. 또한퀴어문화축제등을기점으로오프라인에서성소수자혐오를발설하고공개적으로모욕하는경우도늘어나고있다. 동성애 동성혼개헌반대전국연합에소속된 223개대학, 2158 명의교수들이헌법개정안에동성애 동성혼합법화가포함되는것을절대반대한다는성명서를발표하는등사회적세력으로서성소수자혐오를정당화하고자애쓰고있어서문제가되고있다. 이러한움직임에대해, 무엇보다성소수자혐오표현이다른혐오표현들과맞닿아있으며, 이는결국사회적투쟁을막고기존질서를유지하기위한목적으로사회의불만과불안을사회적약자에게돌리는것이라는점에서단순히개개인의표현이아닌정치적인시도로보아야한다는주장이있다. 17) 여성혐오의경우에서도, 성소수자혐오에서도혐오가작동하는기제는유사하다. 혐오하는주체는자신의혐오표현과차별행동이정당하다며자기정당화를하고, 대상집단을철저하게타자화하면서동등한인간으로보기를거부하며, 타자화하는논리구조에모순이나거짓이있는것에상관없이사실이라고주장하며이를다양한방식으로확대재생산한다. 이러한혐오표현들이너무일상화되어있어서어떤것이혐오, 차별인지에대해서인지하기어렵게되는것이문제이다. 예를들어, 강서지역특수학교설립에대한토론회에서, 장애인들이밖에보이지않는것이좋다고말하는것은장애를타자화하여배제하려는차별의언어이며, 이말을듣는이들에게상처를주는것이다. 그런데이러한상황을보도하는포털뉴스의댓글에는이러한말을한사람들, 특수학교설립을반대하는사람들이교통사고를 17) 나영 (2014), 2014 년퀴어문화축제의경험, 성적혐오의조직화를방관해서는안되는이유, 진보평론 61, 161-175 쪽. 59
당해서장애인이되었으면한다거나친척이장애인이되길바란다는내용이올라온다. 그리고여기에찬성하는사람들이있다. 이는어떤것이장애인에대한차별, 혐오표현인지에대한인식이없기때문에벌어지는일이다. 혐오, 차별표현에서전제되는사고는그들이나와다르다는것이다. 동등한인간으로보지않기때문에혐오, 차별의대상이된다고보는것이다. 그래서이문제는인권의문제이다. 동등한인권을가진존재로대우하지않기때문에차별, 혐오표현을쓰고도문제가없다고생각한다. 더욱큰문제는이러한혐오, 차별표현이유머로소비되는것이다. 특히이는우리미래세대인 10대, 20대등젊은층에서나타나는태도이다. 서구에서도혐오표현이유머를통해소비되는것을경계하고있는데, 강간농담과같은스탠딩코미디형식에대한비판이그단적인사례이다. 현재온라인공간에서는여성혐오표현이나장애혐오, 성소수자혐오표현이일종의밈 (meme) 이되어유머요소로소비되고있으며, 이문제를지적하는사람들에대해 진지충 등의비하표현을사용하면서비판의목소리를막고, 유머형식을경유하는혐오표현의유통을정당화하려고한다. 이러한유머형식을빌린혐오, 차별표현들은해당표현들이자연스러운것이며심지어재미있는것이라는인식을심어주기에문제이다. 4. 차별, 혐오표현에대한대처는어떠해야하는가? 우리는어떤사회를바라고있는가? 혐오, 차별표현이없는사회란어떤것일까? 이질문은우리가현재어떤행동을취해야하는가를결정하기위해서필요한질문이다. 우리가바라는최종상태를두고그상태에이르기위해필요한것이무엇인지를계산해야하기때문이다. 혐오, 차별표현이없는사회는사실차별이없어야하며이는구조적문제, 인식의문제가 60
개선되는상황을함의한다. 혐오, 차별표현의핵심이이처럼인권의식, 즉타자를나와동등한인간으로받아들이고그렇기때문에우리모두가동등한권리를지니며, 서로가서로에게최선을다할윤리적의무가있다는의식의부재에있다고한다면, 이에대한대처방식이단순히표현에대한직접적이고강력한규제에그칠수는없다는결론이도출될것이다. 표현에대한규제가전혀필요없다는의미는물론아니다. 다만금지하고처벌하는것만으로는이문제의근원적인부분을건드리기어렵다는뜻이다. 무엇보다, 혐오표현을하는자를특정하여처벌하는것은그문제를사람을처벌하여도려낼수있다는생각에기초한다. 혐오표현을하는자는그말을하는것에대한책임을져야하지만, 그사람을처벌한다고해서이런말이유통되고정당화되었던구조의문제가해결되는것이아니다. 구조적차별의결과인차별, 혐오표현에대해서국가가개입하고대처해야한다는점은분명하다. 하지만이개입방식은단편적으로표현을억제하기위한금지에만머무를것이아니라, 근본적인구조적요인을개선해나가려는노력과함께병행되어야한다. 이를위해서필요한것들을정리하여보면다음과같다. 많은전문가들은혐오, 차별표현의근본적개선을위해서는차별금지법의입법이중요하다는것을강조한다. 실질적평등을시행하기위한차별금지법은이사회가인권의동등성을인정한다는신호로서중요한의미를갖는다. 현행형법체계내에서혐오, 차별표현을규제하는것은어려운일인데이는우리나라의혐오표현이특정개인에대한것이아니라대상을집단화하여모욕하는방식이더흔하기때문에명예훼손등의개인의이익을지키는법제를적용하기어렵기때문이다. 차별금지법에의한시정기구의신설을통해차별적괴롭힘이나차별표시와같은행위에기반을둔혐오, 차별표현을규제하고피해자를구제하도록할수있다. 18) 이때중요한것은차별이란무엇이며, 어떤표현이문제되는것인가를 61
정의하는것이고, 이에대해서사회적합의를끌어내는것이다. 신자유주의적경제체제가지속되면서세대간갈등이심해지고서로가구조의피해자라며목소리를높이고있다. 하지만누적적이고고착화된차별의효과는분명하다. 이를시정하려는사회적노력이필요하다는점을합의해야하는것이다. 물론사회적차별의결은모두다르다. 그러므로모든차별에대해서하나의방식으로접근할수는없으며때로는중층적인차별의문제로볼필요가있다. 또한타자에대한감수성을높이는교육적, 문화적노력이병행되어야한다. 차별의탄생은우리가근대담론에서타자를형성하고배제해온과정에연결되어있다. 인간의취약함이나의존성을인간의조건이아닌것으로보고근대적인간에게제거되어야할속성으로보아왔기때문에장애인과약자, 근대적개인의이상에도달하지못한자들이타자로구성되었다. 자연스럽게이들에대한차별이나배제, 이를위한혐오표현의동원이사회문화의구성논리가된것이다. 하지만인간의취약성과의존성을인식해야우리가서로연결되어있다는점에서타자를환대하고그에대해서책임을질수있다. 결국우리모두동등한사람이며, 우리모두취약하고, 그렇기때문에서로가서로에대한윤리적책임을져야한다는의식을갖도록해야한다. 민주주의는시민들이끊임없이비판적사고를통해상호간의차이를인정하면서합의점을찾아나가는긴과정이다. 이를위하여자유로운발언의기회가보장되어야함은물론이다. 하지만현재의차별, 혐오표현의문제는앞서살핀바와같이당사자들이그런표현을만날지도모르는공간들을스스로떠나게만든다는것이다. 이렇게되면당연히목소리가평등하게울리고반영될기회가줄어들수밖에없다. 그렇기때문에혐오, 차별 18) 홍성수외 (2016), 혐오표현실태조사및규제방안연구, 국가인권위원회. 62
표현의규제를위한가장중요한대안중하나는소수자와사회적약자들이목소리를낼수있는공간을보장하는것이다. 이를위해포털사이트를비롯한다양한의견표출공간을운영하는사업자들은정책적으로자신의사업체가사회적약자의목소리를보장한다는것을밝힐필요가있다. 구글 이다양성을핵심가치로브랜드이미지를구축해온것과같이, 한국의대기업들도다양성과민주주의를브랜드가치로삼고소수자의목소리를보장하려하며, 혐오, 차별표현의문제를진지하게다루고있다는것을보여주자는제안이다. 차별, 혐오표현에대해문제를제기한다는것은단지고운말을쓰자는것이아니며, 언어표현을규제하고특정단어를금지하는것으로해결되는문제역시아니다. 문제는차별그자체이며그것을정당화하는구조적요인들이다. 혐오표현이당사자에게미치는영향이심각하다는점을명확히인식하고, 사회적약자와소수자의인권이보호되는사회를만들기위한구조적차원에서의개선노력이진행되어야할것이다.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