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연구 2000-특-28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연구책임자 : 정범모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공동연구자 : 박영식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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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정책연구 2000-특-28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대한민국학술원 정 범 모 교 육 인 적 자 원 부

2 교육정책연구 2000-특-28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연구책임자 : 정범모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공동연구자 : 박영식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3 이 연구는 2000년도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정책 연구과제에 의해 연구되었음. 이 연구는 교육인적자원부 학술연구비로 수행되었으나, 본 연구에서 제 시된 정책대안이나 의견 등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공식의견이 아니라 본 연구진들의 개인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4 머리말 한 시대, 한 사회의 문화는 언제나 항상성과 가변성을 지닌다. 그래서 그 문화는 정체성 ( 正 體 性 )을 견지하면서 계속 발전해 간다. 한 나라의 교육 또한 그런 항상성과 가변성을 병유( 竝 有 )하면서 시대적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이 보고서의 주제인 지식기반사회 의 교육이라는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것을 정보화사회라고 부르건 지식산업사회 또는 지식기반사회라고 부르건, 세계가 20 세기 후반을 고비로 난숙한 공업사회에서 제 3의 물결 로 접어든 것은 확실히 문화사의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육도 이 변화에 슬기롭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광케이블 시대에 우편 배달부의 편지만 고집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또 한편 예나 지금 이나 그리고 내일에도 있어야 할 한결같은 교육 본연의 사명은 견지해야 한다. 아무리 광 케이블 시대라 해도 정갈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편지 한 장 쓸 줄 모르는 우도 범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우선 어떤 대응이 슬기롭고 과감한 것이며, 어떤 대응이 우둔하고 경솔한 것이냐 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로, 변화에 대한 그런 슬기롭고 과감한 대응책도 긴요하지 만, 동시에 교육붕괴 등으로 이지러져 잃어버린 교육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대책도 시급하 다. 이 연구보고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이 보고서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Ⅰ부에서는 우선 지식기반사회란 무엇인가, 그 성격 을 고찰하고, Ⅱ부에서는 그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향해야 할 교육이념의 방향을 논의한다. 그리고 Ⅲ장에서 취함직한 교육정책의 방향을 고찰한 다음, Ⅳ부에서 결론적으로 주요한 논점과 제안들을 요약한다. 두 연구자는 수차의 협의를 거쳐 연구방향에 관한 합의에 이른 다음, Ⅰ부와 Ⅱ부는 정범모가, Ⅲ부는 박영식이 집필 서술하였다. 그리고 부록으로서, 이 연구에서 참고한, 같은 주제에 대해서 의견 개진을 의뢰한 여섯 분의 소고의 글을 실었다. 이 연구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연구지원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혀 둔다 정범모 박영식 적음

5 차 례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1 1. 인간, 사회, 지식 1 1) 돌도끼 2) 손과 대뇌 3) 지식의 나무 4) 인간과 지식 : 자아실현 5) 지식과 사회 : 사회발전 2. 지식기반사회란? 7 1) 지식의 생산, 전파, 응용 2) 지식기반사회의 배경 3. 지식이란? 15 1) 다양의 통일 2) 의미의 세계 3) 지식의 형태 : 지식, 심상, 규범 4) 지력 : 기억에서 창의력까지 4. 앎의 지외적( 知 外 的 ) 요인들 21 1) 지 정 의 체의 종합작용 2) 정의적 풍토 3) 사회문화적 풍토 4) 지식가치관 Ⅱ. 교육이념의 방향 추구해야 할 교육이념 27 1) 인간지향과 사회지향 2) 전인 3) 민주주의 4) 자발과 자율

6 2. 길러야 할 지적 능력 : 지적 교육목표 33 1) 사고력 2) 창의력 3) 정보관리능력 4) 호기심과 내재적 동기 3. 조성해야 할 지적 풍토 43 1) 문화지향 풍토 2) 부동의의 자유 3) 다양성 4) 개방성 5) 자유민주주의 풍토 4. 지켜야 할 교육원리 49 1) 우선 급한 교육정상화 2) 자발 자율의 원리 3) 항상성과 적응성 4) 균형과 역점 5) 기반과 첨단 6) 평생교육 : 네 가지 교육세력 Ⅲ. 교육정책의 방향과 과제 왜 다시 교육정책인가? 57 1)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2) 성장의 한계와 구조조정 3) 세계화와 교육의 경쟁력 4) 정보화와 교육의 변화 5) 교육의 중심으로서의 인간교육 6) 교육풍토의 정상화 7) 교육의 자율성 신장 2. 보통교육정책 75 1) 보통교육정책 일반 (1) 교육과정의 축소

7 (2) 특별활동의 풍요화 (3) 교수법의 쇄신 (4) 교권의 회복 (5) 학교교육과 학원교육 2) 대학입시와 보통교육 (1) 대학입학시험제도의 변천 (2) 대학입시제도의 원칙들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 전인적 평가 - 수험생 부담 줄임 - 여러개의 좋은 대학 - 학벌사회의 근절 - 대학의 자율 - 3. 대학교육정책 94 1) 대학교육의 경쟁력 (1) 양의 교육에서 질의 교육으로 (2) 교수방법의 개선 (3) 대학체제의 이원화 (4) 대학의 특성화 2) 대학의 개방화와 학사제도의 개편 (1) 닫힌 대학에서 열린 대학으로 (2) 교수업적평가기준의 강화와 교수계약제 (3) 교수채용의 원칙들 (4) 전공선택의 자유와 모집단위 광역화 (5) 학부와 전문대학원의 분리 3) 정보화와 대학의 변화 (1) 정보통신혁명과 사이버공간 (2) 대학의 변천과 사이버대학 (3) 사이버대학의 출현과 대학의 충격 4) 대학교육재정의 확보와 배분 (1) 열악한 대학교육재정 (2) 대학의 자율화와 기여입학 (3) 대학교육재정의 확대방안

8 Ⅳ. 요약 129 부록: 학자들의 소고 161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고등교육 교육이념은 이미 있다. 지적호기심의 개발 명문대학의 반성 지식기반사회에서의 과학기술교육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변화

9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1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지식( 知 識 )이 사회 운영의 기반이 된다는 뜻으로서의 지식기반사회 는 현대를 특징짓는 개념이기 전에, 인류의 발상 이래로 이어져 내려 온 인간사회의 한 근본 특징이었다. 이런 관점에서는 지식기반사회란 별로 새로운 개념이 아니고, 그저 인간사회 의 동의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근력으로서는 호랑이, 늑대를 당하지 못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더 말할 나 위없이 그의 지식과 그것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지력( 知 力 ) 때문이다. 인간의 조상이었다고 하는 원숭이들이 지금도 맹수 앞에서는 맥도 못추고 나무에서 나무로 도망다니기 바쁜 것 을 보면, 지식 유무의 차이는 엄연하다. 다만 그 지식이 삶을 결정하는 지식결정적( 知 識 決 定 的 ) 추세가 문명사의 진전과 더불어 점점 광범위하고 강력해지면서, 이제는 뭇 동물 등 만물만 아니라 경제사, 정치사, 인간사 에서의 만사가 지식에 의해서 지배 되어 가는 세계에 급속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지식기반사회를 문제삼는 연유일 것이다. 지식으로 추위, 더위를 물리친 것은 옛말이고, 이 제는 우주라는 세계, 원자라는 세계, 유전자라는 세계마저 지식으로 지배 하려는 세계고, 더구나 그런 지식 추구에 개인도 나라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지식기반 사회라는 개념을 발생시킨 계기일 것이다. 논의의 순서상 우리는 이 제 Ⅰ부에서 우선 원초적( 原 初 的 )으로 인간과 인간사회에서 지 식이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본다. 1. 인간, 사회, 지식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식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어떤 목적에 사용하는 지식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인간 종( 種 )의 이름으로도 homo sapiens, 즉 이성의 인간 이 라고 하고, 또 한 특징을 homo fabre, 즉 도구의 인간, 도구를 쓰는 인간이라고도 한다. 그것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절대적인 차이인지 아니면 그저 상대적인 차이인지는 고사하 고 그 차이가 엄청난 것만은 확실하다.

10 2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1) 돌도끼 약 400만년 전에 진화해 나왔다는 인류가 돌도끼라는 연장을 만들어내고 쓰기 시작한 것 은 약 180만년 전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돌도끼의 출현은 인간문화사의 시발점이라고도 해야 할 만큼 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지식 생산과 지식 응용에 따른 인간 문화의 시초를 상징한다. 돌도끼, 돌칼, 돌창, 돌촉의 발견은 실은 많은 지식을 요구한다. 어느 날 무심코 장난하 다가 또는 호기심에서 돌을 만져보고 던져보고 했다. 그러다 원시인은 차차 돌이 딴딴하다 는 것, 던지거나 때리면 다른 물건이 으깨진다는 것, 다른 더 딴딴한 돌로 때리면 깨지고 단면이 생긴다는 것, 또 다른 방향으로 때리면 예리한 날이 생긴다는 것, 돌에 결이 있다는 것, 딴딴하고 예리한 날일수록 다른 물건을 더 잘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그것 으로 맹수를 찔러 잡을 수도 있고, 그 가죽을 벗겨낼 수 있고, 그 살을 저며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돌칼로 나무 따위를 자르고 깎고 다듬어서 다른 여러 가지 연장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는 요령 기술 도 알아냈다. 그들은 그런 지식들을 기억도 하고, 생존에 극히 유리하고 필수적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아들 딸들에게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인간들의 지식기반사회 가 시작 된 셈이다. 지식의 생산, 응용, 전파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는 원시인들에게도 응당한 여러 가지 지적( 知 的 ) 능력이 필요했을 것은 능히 짐작이 간다. 공간 지각력, 수량 지각력, 기억력, 기억 재생력, 변별력, 유추력, 일반 화 능력, 상상적 조작력 등이다. 호기심도 빼놓을 수 없다. 또, 그때 원시인들이 어떤 말을 썼는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사고를 조직하고 기억을 쉽게 하고 의사 소통과 전달을 가능 하게 하는 어떤 기호, 어떤 상징 즉 어떤 말 을 만들고 쓰는 언어능력이 있었을 것도 틀림 없다. 이런 지적 능력들을 통털어 우리는 지능, 지력, 지성 또는 이성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지적 능력들이 동물들의 진화론적 경쟁에 인간을 절대 우위에 올려 놓았을 뿐만 아니 라, 원시인 사회들 사이의 생존경쟁에서도 상대적 우위를 결정하게 했을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어떤 연유로든 지적 활동이 활발해서 많은 지식과 그것을 이용한 많은 연장을 가지 고 있는 족속이 생존에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족속은 아메리칸 인디언처럼 도태되어 갔을 것 이 틀림없다. 그런 생존경쟁은 그때 원시사회로부터 지금 현대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11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3 2) 손과 대뇌 고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손과 대뇌의 발달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즉 손의 발달과 대뇌의 발달이 상부상조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적으로 섬세한 손놀림의 필요가 대뇌 의 발달을 자극했고, 대뇌의 발달이 손놀림 그리고 나아가 상상적 손놀림 과 추상적 조작 ( 操 作 )까지 가능하게 하면서, 한편 지식 기술이 발달해가고 다른 한편 대뇌가 점점 커지 고 발달해갔다는 것이다. 기실 400만년 전, 네 발 아닌 두 발로 서는 양족성( 兩 足 性 )으로 인간이 진화했을 때의 중요한 사건은, 두 발로 걸어다니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자유롭게 여러 가지로 쓸 수 있는 두 손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그 손의 손가락들이 다른 동물들 손가락처럼 다 한 방향으로 오므리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지금도 원숭이들이 그러듯이), 엄지가 다 른 손가락을 맞대어 움직일 수 있는 맞대는 엄지 로 발달했다는 사실은 아주 섬세한 손놀 림 그리고 그에 따라 아주 섬세한 지적 조작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엄지를 쓰지 않고 바 늘에 실을 끼워 보면 엄지 고마운 줄 알 수 있다.) 그래서 두뇌는 점점 더 커지고, 커진 두 뇌는 점점 더 진화론적 경쟁에 유리해졌다. 신경생리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계통 발생적으로 발달해 온 세 부분으로 구성된 삼위일 체뇌( 三 位 一 體 腦 ) 라고 한다. 뇌의 기저핵에는 주로 생리기능과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파충 류 단계에서 발달한 파충류뇌 가 있고, 중뇌에는 새끼를 낳고 기르고 보살피는 데 필요한 구포유류뇌 가 있고, 뇌의 바깥 부분 대뇌피질이 주로 인간의 고등한 사고를 담당하는 신 포유류뇌 를 구성한다. 인간의 대뇌피질은 유난히 크고 넓고 주름살이 많다. 즉 피질의 면 적이 아주 넓다. 이런 인간의 뇌에는 약 천억의 뇌세포들 사이에 수백조의 신경연접( 神 經 連 接 )이 형성되어 있다. 그 복잡한 신경연접들 속에 인간의 복잡한 지식들이 담겨져 있고, 그 신경연접들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결정되는 셈이다. 인간의 뇌가 유난히 큰 것은 주로 그런 대뇌피질의 발달 때문이다. 그리고 대뇌피질의 발달의 계기는 두 손이 생기고 맞대는 엄지가 생겨서 섬세한 손놀림의 가능성이 제공했고, 손놀림과 피질이 상부상조하면서 긴 세월의 진화에서 대뇌는 점점 커져갔다는 것이다. 손 놀림, 즉 기술과 지식, 지식과 대뇌, 대뇌와 기술은 인류 탄생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이

12 4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런 기술과 지식과의 관계는 한편 지식은 궁극적으로 현실적 조작의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또 한편 기술은 지식에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3) 지식의 나무 지식 때문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는 말은, 약간 종교적으로 해석한다면, 지식 때 문에 인간은 동물을 넘어서 신성( 神 性 )에 가까워져서, 약간 하느님 과 비슷해졌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하느님처럼 전지전능( 全 知 全 能 )은 아니더라도 반지반능 정도는 되었다는 말 이다. 기실 지식 때문에 하느님이 새만 날게 만든 하늘을 인간도 스스로 날 수 있게 되었 고, 하느님만 알고 있던 원자 속의 비밀, 유전자의 비밀을 상당히 많이 알아냈다. 그것은 어찌 보면 하느님의 권한에 대한 침범( 侵 犯 )이다. 기실 유전공학으로 인간복제까지 계획할 지경이면 명백히 침범인 셈이다(하느님이 있다면). 기독교 성서의 이야기가 상징적이다. 아담과 이브는 하느님이 따먹지 말라고 단단히 일 러 둔 금단의 열매를 뱀의 꾀임에 넘어가서 따먹고 말았다. 그것은 지식의 나무 의 열매였 다. 그때부터 아담과 이브는 참됨과 거짓,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을 알게 되었다. 하느 님은 화가 나서 벌로서 뱀은 생전 땅바닥을 기어다니게 만들고, 아담과 이브는 생명의 나 무 의 열매마저 따먹고 죽지 않는 영생자( 永 生 者 )가 되는 것까지 탐내지 못하도록, 진위, 선악, 미추 사이를 헤매다가 결국은 죽을 한생자( 限 生 者 )가 되게 하여 에덴 동쪽으로 내쫓 아버렸다. 이 이야기엔 몇 가지 상징이 있어 보인다. 본래 지식의 나무는 하느님 나라의 것이고 지 식은 하느님 나라에 감추어져 있는 귀물( 貴 物 )이라는 것, 그것을 얻으려고 탐내는 것은 하 느님 권한의 침범이라는 것, 그래도 인간은 혹 벌을 받더라도 지식을 찾지 않으면 안되게 스스로 운명 지어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지식을 알았다고 그것이 반드시 행복을 뜻 하는 것은 아니고, 언제나 진과 위, 선과 악, 미와 추 사이를 헤매야 하고, 지식이 진으로 도 위로도, 선으로도 악으로도, 미로도 추로도 사용될 수 있는 양날의 칼 이라는 것도 은연 중 상징하고 있다. 이런 상징은, 예컨대, 지식 또는 진리는 깊이 감추어져 있기에 그리 호락호락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추구엔 엄격한 연구절차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직시 내지 진리의 발견이 때로는 신의 노여움, 실제에서는 종교, 권력, 관습 등 기존 사회질서의

13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5 노여움을 사서 극단의 경우 소크라테스나 이차돈처럼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의미 한다. 또 원자력에 관한 지식은 평화적으로 발전에 쓰일 수도 있고, 사악한 대량학살의 무 기로 쓰일 수도 있다. 인간은 지식 추구는 인간에게 불가결하고 불가피하기도 한 활동이다. 그러나 지식의 생 산, 지식의 응용, 지식의 전파 전달 그 자체만으로 참됨과 서함과 아름다움의 보람이 실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많은 지식외적( 知 識 外 的 ) 요인들이 어우러져야 한다. 그것은 지식의 생산과 응용 그리고 교육에서도 매한가지다. 4) 인간과 지식: 자아실현 인간은 그 큰 대뇌 때문에 지식을 추구하고 활용하도록 스스로 운명 지웠다. 따라서 아 는 것 자체는 인간에게 크나큰 기쁨이다. 아침에 길을 알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는 공자의 극단론이 아니라도, 서너 살짜리가 연발하는 왜?, 왜?, 왜? 라는 질문은 앎의 허기증 을 말한다. 큰 뇌가 텅 빈 채로는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다. 인간은 수많은 욕구( 欲 求 )의 존재다. 산다는 것은 욕구의 연속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 구조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물론 배 고프면 먹고 싶고, 추우면 따뜻한 곳을 찾고 싶고 등 여러 생리적( 生 理 的 ) 욕구들이 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고 싶고, 무서운 사람은 피하고 싶고 등 여러 정서적( 情 緖 的 ) 욕구들도 강하다. 사람들 그룹에 끼고 싶고, 사람들의 인정도 받고 싶고 등 여러 사회적( 社 會 的 ) 욕구들도 많다. 그리고 어떤 일을 이룩하고 싶 고 진실을 알고 싶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고 나의 뜻을 펴고 싶고 등 여러 가지 자아실현 ( 自 我 實 現 )의 욕구들도 세다. 다시 말해서 자아실현의 욕구는 성취( 成 就 ), 자존( 自 尊 ), 인 지( 認 知 ), 심미( 審 美 )의 욕구 등을 말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이 네 가지 욕구는 거의 동등하게 중요하고 긴요하다. 기근이나 전쟁터 에서와 같은 극단적 위급 사태에서는 비교적 하위( 下 位 ) 욕구인 생리적, 정서적 욕구가 더 강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나, 의식주( 衣 食 住 )가 그리 급하지 않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도 리어 상위( 上 位 )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들이 대부분의 관심사를 차지한다. 사람에 따라서 는 예컨대 가난 속에서도 두려움 속에서도 또는 외로움 속에서도 성취를 이루고 자존을 지 키고 진리를 찾으려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인간의 인간다운 삶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14 6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지식 탐구의 동기는 대부분 이중에서 자아실현의 욕구, 그중 특히 인지, 심미, 성취의 욕 구에서 발달한다. 다시 비유해서 그것은 큰 두뇌의 텅 빈 곳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무엇으 로든 메우려는 갈구인 셈이다. 물론 지식 탐구의 동기엔 의식주, 경제발전 등 생리적, 정서 적, 사회적 욕구에 연유하는 실용적인 동기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찾아낸 지식도 머 리의 텅 빈 곳을 메워 주기는 한다. 그러나 다시 돌도끼 이야기로 돌아가서, 처음 돌도끼를 발견한 원시인이 그저 호기심 으로 돌을 이리 저리 만져보고 던져보고 깨보고 하다가 돌도 끼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호랑이를 잡으려는 실용적 목적 으로 이리 저리 궁리하다가 돌도 끼 생각을 했는지, 좋은 토론거리가 될 수 있는 문제다. 그것은 호기심에서 추구하는 기초 연구 가 먼저냐, 실용 을 추구하는 응용연구 가 먼저냐라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 문 제의 토론은 나중으로 미룬다. 다만 여기에서는 지식 추구는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 인간이 스 스로의 인간됨을 찾고 이룩하려는 욕구에 직결된 활동이라는 사실과, 그리고 특히 그중 인 지의 욕구는 호기심에서 발달하며, 호기심은 인간의 터무니 없이 큰 두뇌에 연유한다는 기 제에 주목하려 한다. 5) 지식과 사회: 사회발전 역사를 거듭하면서 한 사회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식, 기술, 예술, 도구, 제도, 관습, 사상, 신앙 등은 축적되어 그 사회의 한 거대한 문화체계( 文 化 體 系 )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 고 그중 어떤 것은 그대로, 어떤 것은 도태되고, 어떤 것은 병용되고, 어떤 것은 새로 첨가 되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계승되어 간다. 한 진화론자는, 생물의 유전인자(gene)들이 생존경쟁을 거쳐 계승되면서 세대에서 세대 로 이어져 가듯이, 문화에도 문화인자(meme)들이 있어서 그것들도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것은 전승되고 불리한 것은 도태되고 돌연변이도 생기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간다고 주장했다. (meme은 gene과 운을 맞추어 그가 만든 단어다.) 지식은 물론 그런 문화인자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 사회의 문화는 말하자면 그 사회의 모든 삶의 지혜( 知 慧 )의 집결체다. 그것에 따라 살아가면 그 사회가 원활하게 경영될 것이라는 지혜들이다. 앞으로 전개될 시대사회( 時 代 社 會 )에 적절하고 풍성한 지혜를 담고 있는 사회문화는 발전 할 것이고, 부적절하고 빈약한

15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7 지혜를 담고 있는 문화는 쇠퇴할 것은 자명하다. 쉬운 예로 과학기술이 풍성하면 그 사회 는 경제가 발전할 것이고, 정치제도와 관습이 부적절하면 그 사회는 파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시민적 도의의식이 부족하면 그 사회는 와해로 치다를 것은 뻔하다. 물론 무엇을 발전 으로 보느냐에는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것을 일단을 국가의 안 전, 경제의 풍요, 정치의 안정과 생동, 문화의 생산, 도의의 성숙이라고 받아들인다 하면, 이 하나하나 모두에 적절한 그리고 풍성한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은 예를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옛부터 인간사회, 민족국가의 운행( 運 行 )은 그 사회의 외적 자연조건이 결정 하기보다 그 내적인 문화조건들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식 의 좁은 뜻과 넓은 뜻에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좁은 뜻에서의 지식은 그야말로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학문들이 생산하는 개념, 원리, 이론, 방법, 기술 등을 말한다. 그러나 넓은 뜻에서의 지식은 지혜 로서의 문화내용 전반에 적용된다. 이런 넓은 관점에서는 예술도 도덕도 제도도 사상도 종교도 다시 지식에 포섭되는 셈이다. 어느 문화영역의 것이건 말 로써 상징적( 象 徵 的 )으로 표현되고 지적되는 것은 물론 다 지식이고, 말로써 표현될 수 없는 화법( 畵 法 )에서와 같은 영상적( 映 像 的 ) 표현 또는 운동이나 피아노 기법과 같은 동작적( 動 作 的 ) 표현에 의한 것도 지식에 포함될 수 있다. 우리의 논의에서는 지식 을 그 넓은 뜻으로 논의하기로 한다. 2. 지식기반사회란? 지식기반사회란 한 사회를 경영하는 경제, 정치, 국방, 교육, 의료,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활동에서 지식이 그 수행의 필수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회라는 뜻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뜻 자체로는 인간사회는 수만년 전부터 지식기반사 회였던 셈이다. 그 옛날부터 여타 동물과 달리 유난히 많이 지식을 사용해왔고 그 때문에 만물의 영장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현대에 들어와서 현대를 형용하는 새삼스러운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데 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현대사회에선 그렇게 지식이 필수적이고 긴요한 정도가 매년 결정적으로 더 커지고 강해지고 보편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리고 지식 과 인( 因 )이 되고 과( 果 )가 되면서 수반하는 여러 현대사회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16 8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1) 지식의 생산, 전파, 응용 사람들은 지식을 쉽게 또는 어렵게 찾아내고, 그것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저장하고, 그것 을 가르치고 배우고 전달 전파하고, 그것을 활용하고 검토하고 재조직도 한다. 지식과 관 련된 인간활동은 실로 다양하다. 그 다양한 활동을 지식의 생산( 生 産 ), 전파( 傳 播 ), 응용 ( 應 用 )의 세 활동으로 정리해 볼 수 있고, 그 왕성한 지식활동은 현대사회에 지식이 기하 급수적으로 가속화되는 다양화( 多 樣 化 ), 다량화( 多 量 化 ), 다변화( 多 變 化 )라는 현상을 몰고 왔다. (1) 생산 : 현대사회에서 지식의 생산, 발견과 발명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 왔고 해 갈 것이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1950년 이후 50년 동안에 생산된 지식의 양은 유사 이래 수 천년 동안 생산된 지식보다도 많다는 식의 표현도 쓰고, 어떤 사람은 지금부터 50년 후에 지식 중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지식은 10%도 안될 것이 라는 식의 표현도 쓴다. 무슨 엄밀한 수량적 계산을 토대로 한 표현인 것 같지는 않으나, 주로 20세기 후반을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표현들이다. 50년이 라는 짧은 생애에서도 사람들은 화학적 원소의 수는 72개가 90, 100을 넘어서고, 우주는 팽창 하며 반물질, 반중력 도 있고, 원자는 전자, 양자, 중성자 이하로 더 잘게 쪼개져 들어가고, DNA 구조와 컴퓨터의 세계는 우리 앞에 그야말로 엄청난 새 지식의 신세계 를 펼쳐 놓고 있다. 실로 어지러운 지식의 팽창이고 그 팽창은 내일에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지식의 팽창이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만 직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학, 의 학, 농학 등은 물론,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기술 등 넓은 뜻의 지식 의 모든 영역에서도 새로운 개념, 원리, 이론, 방법, 이미지, 규범, 기술들이 지수곡선( 指 數 曲 線 )을 그리며 양 산되고 있다. 그런 급속한 진전의 정도는 여러 대학과 대학원의 전공영역의 다양화, 다량화 가 상징하고 있다. 또한 각 영역에서의 지식의 팽창은 지식의 단순한 추가적인 축적( 蓄 積 )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또는 빈번하게 이른바 크고 작은 패러다임 의 변혁( 變 革 ), 문제를 보 는 전제적( 前 提 的 ) 시각( 視 角 )의 급격한 변화도 포함한다. 즉 다변적( 多 變 的 )이다. 옛날에 그런 큰 패러다임 쉬프트 는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변혁이었고, 성서적 창조론에서 생물학

17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9 적 진화론으로의 변혁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그런 작고 큰 패러다임 쉬프트는, 더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여러 영역에서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지식 생산의 이런 가속적인 다량화, 다양화, 단변화 속에서 교육은 어떻게 그 갈피를 잡아야 하느냐에 있다. (2) 전파 : 지식은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전달되고 교육되고 학습되어야 한다. 전파 되지 않는 또는 전파되지 못하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다.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이해되고 동의( 同 意 )되기 전에는 지식으로서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의 전달은, 옛날 말 이 없었거나 모자랐을 적에는 행동으로의 시범에 의했을 것이고, 문자가 없었을 때엔 구전( 口 傳 )에 의존했을 것이고, 그랬을 때에 지식 전파의 속도와 범위 는 아주 제한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사( 有 史 ) 이전의 사건은 잘 모른다. 유 사 란 사건이 문자로 기록된 때라는 뜻인 셈이다. 문자가 있어도 인쇄술이 없었을 때엔 모 든 지식은 필사본을 가지고 있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의 소유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 황이 인쇄술, 신문, 전신전화, 무선과 라디오, 텔레비전, 인공위성, 광케이블, 인터넷 등 전 파 수단이 되는 정보기기( 情 報 機 器 )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지식 정보의 전파 전달도 가속적인 다량화, 다양화, 다변화 의 과정을 겪어 왔다. 지식의 전달은 넓은 의미에서의 교육의 과정과 같다. 지식을 전달받고 이해하고 수용한 다는 것은 넓은 의미의 교육과 학습에 포함되는 활동이다. 지식 전파 수단의 발달로 사람 들이 여러 영역의 많은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의 팽창 그 자체 그리고 여러 사회활동에서의 지식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모든 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교육기회, 교육기관과 교육인구의 급속한 다량화, 다양화, 다변화 도 몰고 왔다. 즉 교육의 기회, 기 관, 인구의 팽창은 물론, 제도상으로도 전통적인 초 중 고등교육 이외에 각종 시설 학원, 사회교육, 사내( 社 內 ) 교육 등으로 다양화되고, 교육방법도 전통적인 교과서 칠판 백묵 에서 원격 교육, 사이버 대학, 가상현실, 인터넷에 의한 재택교육 등으로 그 다변화( 多 辺 化 )가 등장하고 거론도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교육이 가야 할 길을 가늠해야 하는 것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 제다. (3) 응용 : 지식은 진리( 眞 理 )이기 때문에 언제나 유용( 有 用 )하다. 지식은 이것을 이렇 게 하면 으레 이렇게 되게 되어 있다 는 법칙성( 法 則 性 )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법칙대

18 10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로 하면 으레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식은 힘이다. 지식은 이것을 이 렇게 하면 으레 하늘을 날 수 있고, 이것을 이렇게 하면 으레 병이 낫고, 이것을 이렇게 하 면 으레 수백 리 밖 사람의 목소리도 들린다는 세상 이치 를 담고 있다. 인간사회엔 그런 세상 이치, 진리, 지식을 응용한 기술, 방법, 제도, 활동으로 충만되어 있다. 그것은 옛날에도 그랬지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지식 생산과 지식 전파수단의 폭발적 인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지식의 응용 또한 급속히 다량화, 다양화, 다변화되어 왔 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민은 그저 들은 풍월, 눈짐작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나, 이 제는 그렇게 무식 해서는 생산도 승산도 없다. 그것은 거의 모든 직업활동, 사회활동에 다 그렇다. 얼마 전까지도 국민학교 졸업생도 그런대로 먹고 살 수 있었으나, 이제는 초등학교 졸업으로서는 이 사회에 설 땅이 별로 없다. 그뿐만 아니라, 지식의 발전과 변혁에 따라 새 로 배우고 다시 배우고 고쳐 배우곤 하지 않으면 안된다. 70세 할머니도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선 여러 영역의 많은 지식들이 반드시 이런 응용, 실용, 활용을 목적으 로 탐구되고 발달된 것은 아니라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에겐 필요( 必 要 )가 발명의 어 머니 이기도 하지만, 호기심( 好 奇 心 )이 발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실용적 기술도 중요하지 만 합리적 지식도 중요하다. 손재주, 손놀림도 중요하지만, 대뇌 채우기 도 중요하다. 실용 이 먼저냐, 지식이 먼저냐는 실은 꽤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어마어마한 실용성을 지닌 지식이 도리어 아무 실용적 의도없이 순전히 호기심에서 출발한 연구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페니실린이 그랬고, 원자력이 그랬고, DNA가 그랬다. 반면 처음부터 실용성을 겨눈 연구는 실은 실용성을 낳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거기엔 묘한 기제( 機 制 )가 숨어 있다. 이것은 좀 후에 재론할 것이다. 지식 응용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지식은 양날의 칼 이라는 사실, 그래서 그 응용은 선( 善 )으로도 쓰일 수 있고 악( 惡 )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사실, 그러나 많은 경우 어느 쓰임이 선이고 어느 쓰임이 악인지가 그리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 따라서 그 것을 통찰하는 이름 지어 응용철학( 應 用 哲 學 ) 또는 응용원리( 應 用 原 理 ) 라고 부를 만한 숙 의( 熟 議 )의 영역이 있음직하다는 것이다. 한때 DDD라는 살충제는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 라고 생각하고 마구 썼다. 그러나 인간의 몸에 흡수되어 온갖 지장을 준다는 것이 밝혀지 자 세계에서 금지되었다. 선이라고 생각했던 석유 활용이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종말을 가

19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11 져올 수도 있고, 유전공학도 질병 치료로 선용될 수도 있으나, 인간이라는 종( 種 )의 종말에 뜻하지 않게 악용될 수도 있다. 지식 응용의 문제엔 새삼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한편 자주 듣는 현대문명비판가들의 인간소외, 인간말살 등 각종 힐난도 지식 응용의 차질에 대한 힐난이라고 해석할 수 있 다. 또 한편 지식의 응용이 일시의 이로움을 겨누는 단순 사고로 진행될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 윤리적, 철학적인 종합적 사고도 진행되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교육에는 지적 교육은 보다 넓은 정서적, 사회적, 도덕적 교육과의 상호맥락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는 문제, 그리고 학문에서는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등 여러 학문 영역의 최소 한의 병진( 並 進 )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2) 지식기반사회의 배경 지식기반사회는 현대사회의 여러 특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현대사회의 여러 특징 들과 인( 因 )이 되고 과( 果 )가 되면서 그렇게 성숙해 왔다. 기실 현대사회 그리고 그간 많 이 논의되어 온 미래사회의 여러 특징들이 빚어진 근본 원인이 과학기술의 발달을 위시한 제반 지식의 팽창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식 팽창이 빚어 낸 정보화, 세계화, 개방화, 다양화, 변화가속화, 인간화 등의 추세가 역으로 작용하면서 지식기반사회 또는 지 식산업사회의 특성을 더욱 강화하고 가속화했다고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추세들은 교육과 무관하지가 않다. (1) 정보화 : 정보화( 情 報 化 )는 한때 미래사회, 제 삼의 물결 의 근본 추세로 거론되었 을 만큼 현대사회의 근간 특징이다. 정보화는 컴퓨터, 텔레비전, 인터넷, 인공위성, 광케이 블 등 정보기기와 기법의 발달로 인해서 대량 초고속적인 각종 지식 정보의 저장, 재생, 조직, 전달이 가능해진 상황을 말한다. 이런 정보기기의 근본 특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 간 과 공간 을 초월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그런 가능성은 지금도 매일 더 깊어지고 넓 어지고 있다. 브리타니카 사전, 이조실록을 한 장의 디스크에 담을 수 있고, 그것을 거의 동시적으로 광속으로 지구 저편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하는대로 그 내용의 여기 저기를 검색 재생하고 그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재조직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정보기기 는 온갖 희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실현도 하고 있다. 지식은 정보기기와 기법 때문에 그 생산, 전파, 응용의 모든 과정에서 그 활동이 용이( 容

20 12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易 )해지고 넓어지고 깊어진다. 얼마 전에 발표된 인간 유전자 구조의 판명은 정보기기 없 이는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스페이스 셔틀의 발사와 귀환도 정보기기 없이는 불가 능했을 것이다. 정보기기는 정말 희한한 정보화사회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정보화에도 그 역기능에 대한 경고가 없지 않다. 회사 등이 투입하는 정보 화의 투자가 반드시 그만큼의 생산성의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생산성 패러독스, 정보 민주화에 역행하는 정보화가 정보의 독점, 잦은 지적 소유권 침해, 사적 비밀 침범, 정보기 기만 상대하고 사람들을 덜 보고 덜 만나고 그들과 덜 더불어 이야기를 주고 받는 데에서 오는 사회성( 社 會 性 ) 상실, 정보윤리 의 부족, 필요 이상의 지식정보를 다루게 강요받는 정 보 과잉증, 영상만 보는 데에서 오는 현실감각의 실종 등이 논자들의 그 몇몇 비판사항이 다. 우리는 정보화의 이런 가능성과 이런 역기능에서 갈 길을 잡아야 한다. (2) 세계화 : 세계화( 世 界 化 ), 또는 국제화, 지구화라는 현상에는 교통이나 무역의 발달 등 전래적인 요인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전 세계는 거의 동시간화( 同 時 間 化 ), 동공간화 ( 同 空 間 化 )한 정보기기에 의한 정보화의 힘이 결정적이다. 정치, 경제, 학술, 문화, 유행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정보기기는 세계를 한 동네, 지구촌 으로 묶어 놓았다. 그야말로 미국 블루진 입고, 한국 현대 차를 타고, 일본 소니 라디오에서 나오는 영국의 포크송을 들으며, 호주와 프랑스의 축구시합을 구경하러 간다. 경제적으로는 다국적 기업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예사가 되었고, 각국 증시는 같이 널을 뛴다. 정치적으로 세계 기구, 지역 연합, 외교 활동의 비중이 전에 없이 커지고, 학문 특히 자연과학에서는 국경이 흐려졌다. 국제학술지에 실리기 전에는 학적 성과는 인정받기가 어 려워졌다. 하다못해 공해( 公 害 )마저도 국제화, 세계화되었다. 어쩌다 들어온 외국산 어족 ( 魚 族 )이 토착 어족을 멸종시키고, 영국의 광우병이 한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주로 선진국 이 내뿜은 배기가스 때문에 지구 전체가 온난화 의 재앙을 겪을 참이다. 아마도 더 중요한 사실은, 거의 전적으로 한 국가, 한 민족에만 머물러 있던 사람들의 의식세계( 意 識 世 界 )가 세계 판도로 넘나들 정도로 확장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의미에서 이제 한국인은 동시 에 세계인이다. 세계화는 지식의 생산, 전파, 응용을 훨씬 용이하게 하고 활발하게 했을 것은 쉽게 짐작 이 간다. 한 동네 이기에 지식 전파도 빠르고, 남의 나라의 지식을 내가 응용할 수도 있고 (일본이 잘하는 식으로), 지식을 내 지식 생산에 쉽게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13 그러나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세계화의 현상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없지는 않다. 국제 정 치적으로 가장 예민한 문제는, 세계화가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맞물려 경제, 정치, 문화, 공 해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강대국 중심으로 그들에게 유리하고 약소국에게는 불리하게 진 행되고 있는 비판일 것이다. 약육강식, 부익부 빈익빈의 진행이라는 것이다. 문화갈등( 文 化 葛 藤 )의 증폭의 문제도 있다. 옛날에는 서로 떨어져 있어서 대면 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이질문화( 異 質 文 化 )들이 자주 맞대면하게 되자 갈등도 잦아지고 증폭되게 마 련인데, 그런 갈등 해결의 해법은, 그래도 쉬운 편인 국내에서처럼, 쉬이 내다보이지 않는 다. 그래서 어떤 논자는 다음 세계대전은 문화전쟁 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화는 국내에서도 세계주의( 世 界 主 義 )와 국수주의( 國 粹 主 義 ) 간의 갈등도 증폭시킬 수 있고, 이 갈등은 집단간, 개개인간, 그리고 개인내의 정체성( 正 體 性 )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화는 여러 나라에 개방을 요구한다. 기실 현대 세계에서 여러 나라는 개방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런 개방성( 開 放 性 )은 세계화에 자극을 받아 국내에서도 넓게 요청되기 시작한다. 개방성은 현대사회의 불가피 불가결한 특성이며 지 식기반사회라는 견지에서 더 그렇다. 개방성 위에서 지식은 번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 나 여기에도 갈등이 일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의 끈질긴 학연( 學 緣 )주의, 지방적 향당( 鄕 黨 ) 주의는 개방을 거부하는 의식의 결과다. 개방성의 문제는 그 자체로서 따로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지만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이렇게 보면, 세계화 또한 무비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또는 그렇게 진행되어야 할 조류는 아닌 셈이고, 이 점도 교육과 무관하지가 않다. (3) 가속적 변화 : 사회문화의 가속적( 加 速 的 ) 변화의 추세는 현대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통계로 보아 이미 15세기 전후 근세( 近 世 )에서 시작한 추세인 셈이나, 그 가속 이 크게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벌써 20세기 초입부터며, 그 가속이 가파른 지수적( 指 數 的 ) 상승곡선으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엽부터라고 해두자. 인구도 폭발 하고, 도시도 폭발하고, 교육도 폭발하고, 공해도 폭발해 왔다. 이제는 모든 것이 하도 정 신없이 변하니, 누군가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 는 것뿐이다 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의 가속적 변화가 지식의 가속적 생산 때문이라는 사실은 더 말할 나위없다. 여러 영역에서의 가속적인 변화는 누적적으로 다양성( 多 樣 性 )을 낳고, 다양성은 다원성 ( 多 元 性 )으로도 이어진다. 한때 70년대에 서울 시내를 다니는 자동차가 왜 한두 가지 밖 에 없느냐? 고 어떤 외국인이 의아해 했다지만, 30년의 계속적 변화로 이젠 차 모양들이

22 14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제법 다양해졌고 생산 회사도 현대, 대우, 기아, 삼성 등으로 다원화된 것과 같다. 다양화, 다원화는 이런 상품에서만 아니라 제도, 사상, 학문, 예술 등 현대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진 행되고 있다. 여기에 문제는, 인간이란 한편 변화를 바라지만 또 한편 어디엔가는 항상성( 恒 常 性 )도 바란다는 사실, 다양도 바라지만 어디엔가는 일양성( 一 樣 性 )도 바란다는 사실이다. 어느 논 자는 이것을 이혼을 자주 하는 사람은 직장을 잘 바꾸지 않고, 직장을 자주 바꾸는 사람은 이사를 자주 안한다 는 것에 비유했다. 변화무쌍한 아이디어의 세계를 섭렵하는 학자는 공 부방을 언제나 변화없는 같은 고리타분한 방이라야 한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다. 변화가 삶 에 신선함을 준다 해도 가는 데마다 어지러운 정도로 변화 투성이면 사람은 스스로를 지탱 하지 못한다. 반대로 항상성이 삶에 안정감을 준다 해도 답답할 정도로 단조로우면 그것도 사람은 견뎌내지 못한다. 변화와 항상성 문제도 교육에 무관하지 않다. 교육도 어떤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하고, 그 교육 운영 자체에도 항상성과 변화 대응성이 어 우러져야 한다. (4) 인간화 : 우리는 마지막으로 지식기반사회의 배경으로 인간화( 人 間 化 ) 또는 인간주 의적 요구의 추세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주로 과학적 지식 기술 의 발달 그리고 그것을 응용한 공업과 대기업의 발달이 몰고 온 이른바 인간소외, 인간상 실, 인간말살의 풍조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비판은 낭만주의, 자연주의, 신비주의, 불합리주의, 주정( 主 情 )주의, 실존주의 등 여러 형태의 포스트모더니즘 적인 주 장들이 표방하고 호소하는 인간존중, 인간복귀의 요구들을 포함한다. 그리고 최근엔 급속한 공해 팽창에 놀란 환경주의 생태계주의도 이에 가세한다. 지식이라는 견지에서는, 이런 인간화의 주장은 지식의 생산, 전파, 응용에서 신중한 인간 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비판 내지 경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호기심의 존재 인 한, 지식 생산과 지식의 재생산 인 셈인 지식의 전파는 인간적 배려 여하로 금지되거나 자제될 수는 없는 성질의 것이다. 어떤 철인의 말대로 진리가 혹 아무리 추악하다 해도 나 는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는 것은 그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인간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따라 서 문제는 지식 응용의 문제에 귀착하고, 그것은 바로 앞에서 논의한 응용철학 과 동일한 문제다. 따라서 여기에서 그 재론은 피한다. 다만 현대의 지식기반사회는 그 지적 활동에서

23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15 예전보다 더 강하고 집요한 그러나 동시에 정당하고 타당한 인간화 요구의 조류를 타고 넘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것만은 재인식이 필요하다. 또 하나, 이런 인간화의 요구는 좁은 의미에서의 지식 일변도가 아니고, 그것이 착함과 아름다움과 어우러지는 사회, 한 전체론적( 全 體 論 的 )인 사회의 갈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동 시에 그렇게 지, 정, 의를 어우르는 전체론적인 인간 즉 전인( 全 人 )의 갈구도 내포하고 있 다는 것에도 유념해야 한다. 이것은 교육에 직결적인 시사를 던지는 사항이다. 3. 지식이란? 지식 이란 그 정체가 무엇인가? 지식, 영어로 knowledge, 우리말로 앎이란 무엇을 말 하는 것인가?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 속에서 갑자기 알았다! 알았다! 라고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을 때 그 알았다 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것일까? 이런 거의 자명( 自 明 )한 문제 를 자문( 自 問 )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식기반사회에서 무엇을 지식으로 보느냐에 관계되기 때문이다. 1) 다양의 통일 여기에서는 안다 를 다양( 多 樣 )의 통일( 統 一 )이라고 정의해 본다. 즉 일련의 여러 가지 다른 현상 속에서 어떤 통일성을 파악함을 안다 로 본다. 이때 통일성이란 다양한 것들 속 의 어떤 공통성, 유사성, 항상성, 규칙성, 법칙성, 보편성 등을 의미한다. 우리 주변엔 잡다한 삼라만상이 있고, 그것을 감각으로 지각하는 경험들은 엄밀히 말하 면 그때 그때 다 서로 다르다. 그 변이( 變 異 ), 잡다( 雜 多 ), 다양 속에서 어떤 통일성을 포 착한다는 것, 그것이 아는 것이고 그렇게 알아낸 것이 지식 이다. 갓난아이도 얼마 지나면 엄마를 안다. 엄밀히 말해서, 이쪽과 저쪽에서 보는 엄마의 얼굴 은 다르고, 웃는 엄마와 찡그린 엄마가 다르고, 빨간 옷 입은 엄마와 노란 옷 입은 엄마와 는 다르다. 그러나 아이는 그런 다양한 경험들 속에 어떤 공통성, 규칙성을 파악하고 엄마 를 알게 된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비슷한 사람, 젖 주는 사람, 안아 주는 사람이라는 규칙성을 파악한 것이다. 이제는 검은 옷을 입어도 화를 내도 엄마를 엄마로 안다. 아이들 이 자동차 를 안다는 것도 다양을 통일한 결과다. 자가용, 트럭, 버스, 대형차, 소형차, 검

24 16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은 차, 흰 차, 다 다르다. 그 다양 잡다 속에서 네 바퀴 달리고 거리를 빨리 달린다는 유사 성, 공통성을 붙잡은 것이다. 아이들이 아는 단어는 다 그런 다양의 통일로 안 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역학의 법칙은 엄청난 통일성을 지닌 법칙들이다. 그것으로써 대우주의 천체의 운동, 모든 물체들의 운동들을 다 그 법칙들로 설명할 수 있고, 그 법칙들 은 모든 물체운동들을 지배하고 통일한 셈이다. 다윈의 진화론( 進 化 論 )도 그것으로써 모든 생물의 성쇠( 盛 衰 ) 명멸( 明 滅 )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넓은 통일성을 지닌 이론이다. 자 연과학에서의 개념, 법칙, 이론들은 다 이런 좁건 넓건 다양의 통일의 결과다. 여러 사회과 학에서의 개념, 법칙, 이론도 매한가지다. 돈을 많이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생긴다는 이론 은 어느 나라, 어느 때, 어느 돈으로도 그렇다는 이야기고, 프로이드의 의식 무의식 이론, 이드 슈퍼이고 이고 이론도 그것으로 많은 여러 가지 정신장애( 精 神 障 碍 )를 설명할 수 있다는 통일성을 함축하고 있다. 시적( 詩 的 ), 문학적, 예술적의 앎, 이해의 경우에도 다양의 통일이 작용한다. 이육사( 李 陸 史 )의 시 청포도 에 나오는 구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 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 와 박혀... 에서, 시인은 주렁주렁 풍성하게 매달려 있는 청포 도 송이와 마을 여기 저기에서 들을 수 있는 풍성한 전설 사이에 유사점, 공통성을 포착했 고, 꿈 같이 아늑한 하늘의 빛과 포도송이의 알알이 반사하는 아늑한 빛 사이를 한 유사 성으로 연결하고 통일했다. 그래서 그 시가 아름답고 뜻이 있다. 유명한 문학작품은 예외없이 아주 특수한 시대, 특수한 나라, 특수한 사람들의 특수한 사 건을 소재로 다루면서, 동시에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어떤 사람도 공명( 共 鳴 ), 공감( 共 感 )할 수 있는 따라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간감정을 드러낸 작품들이다. 아니면 명작일 수가 없다. 명작은 사람들의 감정을 통일 하는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 햄릿 이 그 렇고, 나관중의 삼국지 가 그렇다. 미술이나 음악의 경우의 앎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도, 어떤 논자의 말대로, 제각기의 소 재로 가장 보편적인 인간감정을 표현하는 일 이다. 그래서 명화도 명곡도 시공( 時 空 )을 초 월해서 호소력을 갖는다. 피카소의 우는 여자 는 많은 사람들에게 처절한 비탄( 悲 歎 )을 공 감하게 하고, 그의 게르니카 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의 비극에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베 토벤의 교향곡 5번은 운명 이라는 그 이름대로 듣는 사람 거의 모두에게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초인간적인 힘에 대한 외포감( 畏 怖 感 )을 느끼게 한다.

25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17 삼라만상의 세계는 보이는 그대로는 잡다하고 변덕스럽고 부조리하고 또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때가 많다. 학문에서건 예술에서건 안다는 것은 잡다 변화 부조리 불가사의의 세계에서 어떤 기댈 수 있는 항상성, 규칙성을 찾아내고 깨닫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삶에 의미 가 있을 수 있다. 2) 의미의 세계 지식은 의미( 意 味 )를 낳는다. 인간은 제 각기 그렇게 형성된 많은 의미들이 구성하는 의 미의 세계, 의미의 망조직( 網 組 織 ), 네트워크 속에 산다. 그 망조직에서 그의 삶의 의미, 뜻이 생긴다. 빈약한 의미의 세계에 사는 사람의 삶은 그만큼 뜻이 빈약한 삶이고, 풍성한 의미의 세계를 가진 사람의 삶은 그만큼 풍성하다. 그 풍성함은 정신적 삶의 풍요함만 아 니라 물질적 삶의 풍성함도 약속한다. 쉬운 예로, 달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거나 기껏해야 아, 참 아름답구나! 정도의 감탄밖 에 할 줄 모르는 사람과 그것을 보고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를 연상하는 사람, 또 는 달이 지구를 돌고 있고 그것이 바닷물의 밀물 썰물과 관계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 람과는 그 의미의 빈약 풍부 정도에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삶의 뜻의 빈약 풍부에 이 어진다. 의미 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예컨대, 곤충이란 머리 가슴 배 세 마디에 날개 넷과 다리 여섯의 생물 이라는 것은 그 정의적( 定 義 的 ) 의미다. 곤충 자체가 어떻게 생긴 것이 냐를 일러주는 곤충의 뜻 이다. 또 한편 곤충은 알 애벌레 번데기에서 자라는 것 이고, 어떤 곤충은 농사에 익충( 益 蟲 )이며 어떤 곤충은 해충이라는 것 은 그 연관적( 聯 關 的 ) 또 는 맥락적( 脈 絡 的 ) 의미다. 그것은 곤충과 다른 현상과의 관계, 곤충과 애벌레와 번데기와 의 관계, 곤충과 농사와 유행병과의 관계를 말한다. 달이란 밤하늘에 떠있는 환한 둥근 것 은 정의적 의미고, 달은 지구 주위를 돌고 밀물 썰물을 일으키는 것 은 연관적 의미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 그 자체가 무엇이냐라는 정의적 의미일 경 우도 많지만, 대부분은 그것이 다른 것과 어떻게 연관되고 있느냐라는 연관적 의미일 경우 가 많다. 기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다른 이것 저것 그것과 아무 관계가 없고 나와 너 와 그에게도 아무 상관이 없다면, 그 실물 자체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갈 리가 없다. 어떤 사물의 정의적 의미를 캐는 것은 대개의 경우 그 연관적 의미를 캐기 위한 전제가 깔려 있

26 18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다. 어떤 사물이 헛것 이면 그 자체가 무의미하고 그것과 다른 것의 관련을 찾는다해도 그 관련도 헛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의미가 무엇이냐? 인생이 무의미하다! 는 경우에 찾고 있는 의미 는 인생의 정의적 의미가 아니다. 한 목숨이 있어 먹고 자고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나 의 인생이 이 세계에서의 나의 위치, 역할, 사명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라는 연관적 의미다. 무의미하다 는 한탄은 그런 아무런 연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과학, 철학, 상상, 문학, 예술은 풍부한 의미의 세계, 특히 연관적 의미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 의미의 세계는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저것과 그것을 연결하며 그 연결들 이 이루는 거대하고 치밀하고 아름다운 그물, 망,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 그물에서 매듭 들은 정의적 의미들이고 실들은 연관적 의미들이다. 그런 의미의 그물로써 우리는 세계의 삼라만상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응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의 세계가 지식의 세계, 앎의 세계 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의 세계에서는 사물 현상들이 낱낱이 단편으로 외롭게 떨어져 있 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방팔방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이것을 보면 저것을 연상할 수 있고 저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연결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그 연결이 이것과 저것과의 인과( 因 果 ) 관계일 수도 있고, 유사성, 공통성, 상관성, 규칙성일 수도 있고, 상하, 주종( 主 從 ), 유( 類 )와 종( 種 ), 전체와 일부의 관계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서로 반대, 갈등, 모순인 관계일 수도 있고, 그 저 단순한 연상의 관계일 수도 있다. 그중 특히 자연과학 그리고 어느 정도로는 사회과학 에서도 드러내고자 하는 인과관계들은 하나를 컨트롤하면 다른 것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관계이기 때문에 응용성, 실용성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관계들도 그것이 세계 의 의미를 넓혀 주고 이해를 더해 준다는 점에서 그 보람은 같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의 이 해,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이해가 주는 의미의 충만은 상대성원리나 진화론의 이해가 주는 의미의 충만과 크게 다를 것 없다. 3) 지식의 형태 : 지식, 심상, 규범 지식기반사회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지식 을 넓은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거기엔 학 문적인 지식만 아니라 예술적 심상( 心 像 ) 그리고 관례적, 도덕적인 규범( 規 範 ), 실무적인 기술( 技 術 )도 포함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27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19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영역의 각 학문들은 제각기 숱한 개념, 원리, 이론들로써 지 적인 지식의 체계적 조직을 이루고 있다. 그런 지식들은 대개 어떤 말, 숫자, 수식, 기호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른바 상징적( 象 徵 的 ) 표현이다. 구체적인 사실은 사과 둘, 배 둘 인데, 그것을 둘 이라는 말, 2 라는 숫자로 상징한다. 그리고 실제로 사과 둘에 또 사과 둘 을 눈앞에 갖다놓지 않고도 + 라는 기호를 써서 2+2 등 여러 가지 상징적 조작( 操 作 )도 한다. 그런 상징적인 조작은 점점 고도의 추상성을 띄면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추 상적인 상징 조작의 결과는 궁극적으로는 구체적 현실의 사물 현상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가 이른바 공리공론( 空 理 空 論 )이 되고 마는 셈이다. 미술의 경우에도 말로 된 개념들은 많다. 구도, 원근법, 투사법, 균형, 조화, 보색관계 등이다. 그러나 미술의 경우에는 이런 말보다는 실제로 그런 개념이 지칭하는 심상( 心 像 ), 이미지가 머리속에 떠오르며 그런 심상을 실제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가 더 긴요하 다. 말은 몰라도 실제로 심상을 마음 속에 형성하며 떠올리고 그려낼 줄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이해는 영상적( 映 像 的 ) 표현에 의한 이해다. 음악의 경우에도 리듬, 멜로 디, 화음, 대위법 등의 개념이 말로 이름지어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말로 서의 이해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음률의 심상을 형성하고 떠올리고 연주나 작곡을 해낼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름지어 음상적( 音 像 的 ) 표현에 의한 이해다. 매체( 媒 體 )가 다를 뿐, 영상적 이해나 음상적 이해나 다 같이 심상적 이해라 할 수 있다. 다른 예술 영 역, 예컨대 조각, 건축, 영화의 경우에도 언어를 넘어서는 심상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지식 들이 많다. 상징적, 영상적 표현 외에 작동적( 作 動 的 ) 또는 행동적인 표현을 빌려야 할 앎의 세계도 넓다. 대별해서 규범( 規 範 )과 실무적 기능( 機 能 )의 세계다. 도덕적 규범도 말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선악, 인 의 예 지 신, 삼강오륜 등등이다. 그러나 이런 도덕적인 규범은 궁극 행동 행위로 표현되고 이해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아무리 도덕설, 윤리론이 요란 해도 말로써의 상징적 표현이 실제에서 규범의 역할은 못한다. 그 때문에 도덕교육은 인지 ( 認 知 ) 교육에만 의존할 수가 없다. 또 하나 작동적 표현을 빌려야 할 앎의 세계는, 스포츠는 물론 예술활동과 때로는 인지 활동에도 필요한 경우가 많은 실제로 일련의 동작으로 해 보고 이해하게 되는 각종 기능의 세계다. 수영, 테니스, 골프의 기능은 말로서는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작동해 보아야 한다.

28 20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피아노도 유화도 심상적 이해와 더불어 실제로 치고 또는 칠하는 기능을 익혀야 한다. 이렇게 앎의 영역에 따라 그 대표적인 앎의 표현방식( 表 現 方 式 )이 서로 상징적, 영상적, 작동적 표현 등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에 대한 이해에도 다른 표현방식이 동원 될 수 있다. 예컨대, 아이들은 시소라는 놀이 틀을 탈 때, 상대방을 들어올리려면 자기가 뒤로 드티어 앉고, 내려앉게 하려면 앞으로 드티어 앉는다. 지렛대의 원리를 작동적 으로 이해해낸 것이다. 매한가지로 지렛대의 원리를 그림으로 그려서, 지렛대 긴 쪽에 가벼운 무 게를 놓고 짧은 쪽에 무거운 무게를 놓으면 평형이 유지된다는 것을 영상적 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예 상징적으로 l 1m 1 l 2m 2 라는 수식으로 표현하고 이해시킬 수도 있 다. 누가 갈 길을 물으면, 그 길을 상징적으로 말로 가리켜 줄 수도 있고, 영상적으로 지도 를 그려서 또는 아예 작동적으로 데리고 가면서 가리켜 줄 수도 있다. 지식 형태의 다양성 그리고 그 표현방식의 다양성은 교육에 여러 가지 많은 시사를 던진 다. 그것은 다음 장의 문제다. 4) 지력 : 기억에서 창의력까지 지식은 인간의 지적 능력, 지력( 知 力 )의 소산이다. 그런 인간의 지력은 조금씩 다른 시각 에서 지성, 이성, 오성( 悟 性 ), 지능, 지혜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져 왔고, 특히 철학 의 인식론과 심리학에서 특별한 관심사가 되어 왔다. 우리는 이에 관한 수많은 이론들을 여기에 거론할 여유도 없고 필요도 없다. 다만 교육의 견지에서는 길러야 할 지적 능력을 어떤 모양으로 개념화해야 하는데, 그때 지적 영역의 교육목적분류론적( 敎 育 目 的 分 類 論 的 ) 인 견해가 크게 참고가 된다는 것만은 지적해야겠다. 교육목적분류론 식으로는, 제일 좌측에 제일 간단한 지식의 기억 을 놓고, 점차로 더 복 잡한 능력으로 이해, 응용, 분석, 종합, 평가 등을 계열적으로 그리고 누적적( 累 積 的 ) 으로 설정하고, 제일 우측에 창의력 을 설정하는 구상이다. 이것을 간략하게 기억-사고력- 창의력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요는 몇 단계로든 지력을 단순성-복합성의 차원으로 분류 구상한 것이다. 좌측의 단순한 지적 능력에 비해서 우측의 복합적 능력들은 비교적 고등 정신 과정 인 셈이다. 그 단순성-복합성의 차원은 몇가지 세부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신기성( 新 奇 性 )의 차원이다. 기억 은 주어진 것을 그대로 기억하고 다시 쏟아내 면 된다. 새로운 사태가 개입할 곳이 없다. 이에 비하면 응용 은 응용할 원리는 익숙하지

29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21 만 응용할 사태는 새로운 사태다. 창의력 에 이르면 신기성, 미지성( 未 知 性 )은 훨씬 커진 다. 둘째는 다루어야 할 지식정보의 양( 量 )의 차원이 있다. 다루는 사실이나 개념이나 원리 가 한두 개인 경우보다 열 개, 스무 개인 경우가 더 복잡하다. 셋째로 다루어야 할 지식정 보의 조직성( 組 織 性 )의 차원이 있다. 지식정보를 단편적이 아니라 서로 관련짓고 조합하고 종합해야 상황이 더 복합적이다. 넷째로 추상성( 抽 象 性 )의 차원도 있다. 영상적, 동작적이 아닌 상징적인 표현을 다루어야 할 경우는 그만큼 고차적이다. 다섯째로 비구조화( 非 構 造 化 )의 정도가 있다. 고차적인 능력일수록 흐리멍텅하고 무질서하고 혼돈스러운 상황을 다 루어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저차원의 능력일수록 자극발생적( 刺 戟 發 生 的 )이고 고 차원의 능력일수록 자아발생적( 自 我 發 生 的 )이라는 차이일 것이다. 기억은 주어진 자극대로 외고 그대로 뱉어내면 된다. 거기에 나 때문에 부가( 附 加 )된 것이 없다. 이에 비하면 창의 력은 답이 없고 방법도 없고 때로는 문제마저 흐리멍텅한 상황에 나 를 투입해서, 즉 나의 상상, 통찰을 투입해서 사태를 해결한다. 지식기반사회에 긴요한 여러 지적능력 중 그 스 타 플레이어 인 창의력은 더욱 그렇다.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에서 길러야 할 지적 능력들은 다양하고 그 폭이 넓다. 4. 앎의 지외적( 知 外 的 ) 요인들 지식은 물론 지력에 의해서 생산되고 전파되고 활용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지력이 얼마 나 왕성하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작용하느냐에는 많은 지외적( 知 外 的 ) 요인들, 여러 정 의적( 情 意 的 ), 사회문화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사실은, 지 식기반사회라는 전망에서도 사고력, 창의력 등을 직접 배양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는 지적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지외적인 정의적, 집단적 또는 사회문화적 조건들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말이 된다. 쉬운 예로, 공부 를 별로 중 요하게 여기지 않는 가정, 또는 자연과학자의 사회적 대우가 시원치 않는 사회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 유능한 과학자가 출현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당연하다.

30 22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1) 지 정 의 체의 종합작용 우리가 흔히 사람의 행동을 지 정 의 체( 知 情 意 體 ) 등으로 갈라서 생각하는 버릇은 논의상의 편의일 따름이고, 실제 행동은 그 모든 것의 합동 종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직관적으로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아이들은 칭찬을 받아야 공부하고, 재미가 생기면 더 공 부하게 되고, 몸이 찌뿌드드하면 공부하기 싫어진다. 최근 한 신경생리학자는 여러 임상적 연구를 토대로 체감표지이론(somato-marker hypothesis, 體 感 標 識 理 論 ) 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뜻있는 이론을 제안한다. 그는 인간의 이성과 감성과 신체의 작용, 추리와 정서와 생리는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고 전제하면서, 감정은 바로 신체의 경치( 景 致 ) 가 좋으냐 나쁘냐를 나타내는 것이고, 감정은 문제해결의 추리과정에서 여러 불쾌한 가설들은 아예 추리의 대상으로도 떠오르지 못하게 미리 의식에 서 배제해버린다고 주장한다. 즉 몸과 감정이 미리 이건 못쓴다 고 표지해서 가려내버린다 는 것이다. 아직은 여러 가지로 더 검증되어야 할 이론이지만, 이 이론은 지적 작용에 지외 적 요인들이 작용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이론인 셈이다. 종래에도 우리는 모든 행동 따라서 지적인 행동에도 동기( 動 機 )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 을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동기란 다분히 생리적, 정의적, 사회 적인 계기로 형성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2) 정의적 풍토 가정, 학교, 회사 등 사람들의 주변 환경은 어떤 행동은 환영하고 장려하고 어떤 행동은 배척하고 금지하는 정의적 압력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것을 역할기대체제( 役 割 期 待 體 制 ) 라고도 부른다. 지적 행동, 지적 성취에 관계되는 몇 가지 정의적 압력체제를 예로 들자. 우선 지적 비지적 압력의 차원이 있다. 가정에서 아이의 지적 성취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든지,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가 왕따 를 당한다든지, 텔레비전에서 학자보다 운 동선수, 유행가수가 더 치켜올라가 있다든지 하는 상황에서는 지적 활동이 활발해질 수 없 다. 좀더 미묘하게는, 시험점수 100점만 칭찬받고, 엉뚱한 생각을 이야기하면 객쩍은 짓으 로 여기는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기억 은 장려되지만 창의력 은 죽는다. 비판 순종의 압력 차원도 있다. 사고나 창조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비판작용을 포함하

31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23 게 마련이다. 부모나 교사나 사회가 한 치의 반문, 반대,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이르는 것 에 순종하기만 요구한다면 그만큼 지적 작용은 위축할 것이 명백하다. 특히 호기심, 회의, 부동의( 不 同 意 )의 자유는 창의력의 시발점임을 감안하면 극단의 순종적인 역할기대는 창의 력 출현에는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 유연성 경직성의 차원도 있다. 신축성이란 어떤 문제상황에서 문제를 보는 시각에도 해 결방법에도 해답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말하고, 반대로 시각도 방법도 해답도 오직 하나라고 전제하는 것이 경직된 분위기다. 기존과 관례와 선례 가 절대시되는 경직된 분위기는 다양, 변화, 회의, 호기심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자율 타율의 차원은 지적 활동에 심각하게 관계된다. 만사를 부모나 교사나 사장 이나 정부의 지시와 명령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타율적인 압력은 극단으로 말해서 적극적인 지적 작용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잘해야 필요한 것은 그 명령을 이해하고 기억하 는 능력일 뿐이고, 사고력, 창의력 등 고등정신과정은 발현될 길이 없다. 앞에서 말한 것처 럼, 하등정신과정은 환경에 주어지는 자극 즉 명령대로 작용하는 자극발생적 인 정신과정이 고, 고등정신과정은 자아를 자발적, 자율적으로 투입하는 자아발생적인 정신작용이기 때문 이다. 정적( 情 的 ) 표현의 자유 억제의 차원도 있다. 가정이나 학교나 직장의 사회생활에서는 본래 희로애락의 감정을 함부로 마구 표현해서는 안되고, 어느 정도는 적절한 억제가 필요 한 법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심한 억제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런 분위기에서는 정적 표현만 아니라 지적 표현도 위축된다. 사회적으로 수락될 수 있는 행동양식으로 자유 롭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는 특히 창의력의 신장에는 불가결한 요소다. 3) 사회문화적 풍토 우리는 사람들의 직접 주변의 이런 정의적인 풍토를 지배하는, 한 사회의 긴 역사에서 형성된 전반적인 사회문화가 있다는 것에 상도해야 한다. 여기에 이르러, 지적기반사회에 긴요한 사고력, 창의력 등 지적 능력의 배양 여부는 역사적, 정치적, 사회문화적인 맥락으 로까지 이어진다. 즉 정녕 사고력, 창의력의 신장을 바란다면, 정치사회적 조건도 바꾸고 역사적 유산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앞에 든 여러 차원의 앎의 정의적 풍토는 예컨대 다음과 같은 거시적 역사 사회 정치

32 24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적인 변수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은 긴 설명없이도 거의 자명할 것이다. 즉 운명론적 세 계관과 진취적 세계관, 전통지향과 미래지향, 사회의 개방성과 폐쇄성, 민주사회와 독재사 회, 독립적인 인권 개성의 존중과 어떤 것에 대한 그 종속의 강요, 민주적 행정과 관료권 위주의, 부동의( 不 同 意 )의 허용과 억압, 변화 다양 다원을 허용하는 사회와 항상 일양 단원을 강조하는 사회 등의 차이에 따라, 그리고 차이가 빚어내는 사람들 주변의 정의적인 풍토의 차이가 비판력, 평가력, 사고력, 창의력 등 지적 능력을 활발하게 또는 반대로 퇴영 케 할 것은 능히 짐작이 갈 것이다. 창의력에 관한 몇몇 논자들은, 창의력이란 개인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과정 ( 社 會 過 程 ) 속에 있으며, 따라서 창의력의 풍성한 발현을 위해서 개인의 창의력을 훈련하 거나 교육하려 하기보다는 사회문화의 구조와 풍토를 창의력 발현에 유리하게 변형하는 노 력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4) 지식 가치관 우리는 마지막 풍토적인 조건으로, 한 개인이나 한 사회가 왜 지식을 귀한 것으로 여기 고 추구하느냐, 즉 왜 지식을 가치있는 것으로 보느냐라는 지식가치관( 知 識 價 値 觀 )의 차이 에 언급해야겠다. 현대의 거의 모든 사회, 모든 사람들은 거의 다 지식을 귀한 것으로 여긴 다. 그래서 한문, 연구, 교육도 귀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왜 지식을 귀히 여기고 추구하 느냐라는 이유, 그 가치의 근거에는 각기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어떤 지식가치관은 도리어 지식추구에 퇴영이나 제한을 초래하고 어떤 지식가치관은 지식추구의 자체 추진력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많은 사회, 많은 사람들은 지식을 사회계층 상승 즉 출세의 수단으로 귀히 여긴다. 지식의 간판관( 看 板 觀 )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기실 모든 사회에서 지식의 소유자는 상대적 으로 그만큼 사회계층의 상부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옛날 과거( 科 擧 )제도가 그랬고, 오늘 에도 대학입시는 그 때문에 치열하다. 한국의 유명한 교육열 은 주로 이 지식 간판관에 연 유한다. 그러나 지식 간판관에는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내재해 있다. 하나는 무슨 지식이건 그것으로 졸업장이나 학위를 따면 됐지, 과학적 지식이냐 문학적 지식이냐, 또는 진부한 지 식이냐 참신한 지식이냐, 쓸모있는 지식이냐 쓸모없는 지식이냐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33 Ⅰ. 지식기반사회의 성격 25 래서 그런 지식관의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여하는 별 관심이 없다. 아무거나 공부해서 간판 만 따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더 치명적인 결점은 간판을 따고 나면, 지식 추구는 더 이 상 필요없기 때문에 중단하고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 공부 안하고, 대학교 수가 되면 도리어 연구 안한다는 통설도 이 때문이다. 지식 간판관에서는 지식 탐구에 한 계가 생긴다. 둘째로, 많은 사회, 많은 사람들은 지식이 쓸모가 있기 때문에 귀히 여기고 이를 추구한 다. 지식의 유용관( 有 用 觀 )이다. 확실히 지식은 많은 쓸모가 있다. 지식 때문에 비행기로 하늘을 날고, 유행병도 고칠 수 있고, 댐을 막고 전기를 쓸 수 있다. 그것으로 경제발전도 할 수 있다. 지식은 힘이다. 지식이 발견한 원자력의 힘은 엄청나다. 지식기반사회의 교 육 을 문제삼는 대부분의 이유도 아마 이 지식의 유용관에 연유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식 유용관에도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그것은, 지식 유용관에서는 쓸모없는 지 식 또는 쓸모없어 보이는 지식은 추구하지도 연구하지도 않고 그런 연구엔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도 쓸모없어 보이는 지식의 추구는 중단 내지 포기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어떤 지식이 유용한 것이냐는 사전에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엄청난 쓸모를 지닌 연구는 애당초 쓸모 를 겨누는 심산 으로 시작된 연구가 아니라, 순전히 호기심 으로 시작된 연구들이고, 나중에야 그것이 어마 어마한 쓸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들이다. 세균 발견이 그랬고, 원자력 발견이 그랬고, 페니실린 발견이 그랬고, DNA 발견이 그랬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필요가 발 명의 어머니 라지만 호기심 은 훨씬 강력한 발명의 아버지인 셈이다. 도리어 당장의 쓸모를 겨누는 연구 중에는 쓸모를 낳는 연구가 더러는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또는 있어도 시시한 쓸모밖에 없는 연구일 경우가 많다. 지식 유용관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지식 탐구에 스스로 제한을 가하는 셈이다. 셋째로 어떤 사회, 어떤 사람들은 지식이 그저 재미있고 아는 것이 기쁨이기 때문에 추 구하고 또 그런 지식 추구를 후원도 한다. 지식의 희열관( 喜 悅 觀 )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외 쳤다는 나는 알았다! 나는 알았다! 라는 기쁨이다. 또 공자가 말한 아침에 도리를 알면 저 녁에 죽어도 좋다 는 기쁨이다. 그리고 학자들이 천신만고 끝에 답을 알아냈을 때의 하늘을 날 듯한 기쁨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순진무구한 호기심으로 눈송이의 아름다운 결정 을 발견하고 이것 봐! 이것 봐! 감탄하는 서너 살짜리 아이가 느끼는 기쁨이기도 하다.

34 26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지식 희열관에서의 지식 탐구, 지식 추구는 순전한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아는 것 자체가 보람인 자체목적적( 自 體 目 的 的 )인 활동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유난히 큰 대뇌구조 자체가 그런 호기심의 발동원인 셈이다. 지식 희열관에서는 아는 것 자체가 보람 이기 때문에 그 추구에 끝이 있을 수 없고, 알면 알수록 추구의욕은 더해진다. 지식기반사 회가 결국 끝없는 지식 탐구와 추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면, 그 요체는 도리어 지식 간판 관과 지식 유용관을 넘어서는 앎의 기쁨을 찾는 호기심의 배양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35 Ⅱ. 교육이념의 방향 27 Ⅱ. 교육이념의 방향 교육은 유목적적( 有 目 的 的 )인 활동이다. 그것을 이념이라고 부르건 또는 방침, 목적, 목 표라고 부르건, 어떤 의도( 意 圖 )를 가지고 있는 활동이다. 어감상 이념 은 비교적 포괄적이 고 추상적인 관념을 말하고, 목표는 달성해야 할 비교적 특수하고 구체적인 특성을 지칭하 는 말인 감이 있으나, 다 의도하는 바 라는 점에서는 같다. 여기 논의에서는 그 말 사이를 까다롭게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기로 한다. 교육에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추상적 수준에서 공통되는 또는 공통될 수밖에 없 는 어떤 항존적( 恒 存 的 )인 이념이 있다. 그것은 한 사회에서의 교육의 존재 이유와 기능 자체에 근거를 둔 이념들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의 교육이념도 교육인 이상 그 항존적 이 념 밖에서 행해질 수는 없다. 그러나 항존을 지키면서 동시에 급속하게 변화( 變 化 )해 가는 지식기반사회에 유연하게 그러나 때로는 어렵게 대응하려는 목적의식도 필요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전제하에, 지식기반사회에서의 교육이념을 길러야 할 지적 능력, 조성해야 할 지적 풍토, 지켜야 할 교육실천의 원리로 나누어 논의하고 방향의식을 가늠해 본다. 1. 추구해야 할 교육이념 교육은 인간사회에서 돌도끼로 상징되는 문화( 文 化 )가 발생했을 때부터 동시에 필연적으 로 발생한 인간사회 활동이다. 돌도끼, 돌칼, 기타 여러 가지 연장을 만들고 쓰는 방법, 그 렇게도 긴요한 이런 도구를 만들고 쓰는 방법은 다른 본능적 행동처럼 유전( 遺 傳 )으로 전 달할 도리는 없고, 앞 세대가 가르쳐 주는 것을 뒷 세대가 학습( 學 習 )함으로써만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이념의 씨앗은 그때 뿌려진 셈이다. 기실 문화 의 한 정의는 유전 되지 않고 학습되는 행동양식, 생활양식이라는 정의다. 근력이 연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에게 있어서 이런 문화 학습은 원시시대에서부터 현대까 지 그 개체 생존, 집단 생존, 종족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이었고, 그 필수적인 정도는 문화 진보와 더불어 증대해 왔으며, 지금 고도로 발달된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그 필수인 정도가

36 28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거의 절정에 이른 셈이다. 1) 인간지향과 사회지향 교육의 의도에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는 인간지향( 人 間 指 向 )과 사회지향( 社 會 指 向 ) 이 병존한다. 즉 한편 교육으로써 아이를, 인간을, 유능하게 행복하게 인간답게 기르려는 방향의 의도와 또 한편 교육으로서 한 사회를 안정되게 부강하게 번창하게 하려는 방향의 의도다. 이에 따라 교육이념에는 어떤 인간을 기를 것이냐 그리고 어떤 사회를 바라느냐라 는 인간이념과 사회이념이 포함되게 마련이다. 이런 인간이념, 사회이념의 원형은 이미 원시 인간사회에서도 있었다. 아버지가 또는 동 네 어른이 아이에게 돌칼 돌창을 만들고 쓰는 방법을 애써 가르치는 데에는, 아버지는 아 이가 돌칼을 쓸 줄 아는 아이 가 되고 제 몸 제가 돌볼줄 아는 아이 가 되기를 바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즉 얘는 이런 아이가 되어야겠다 라는 어떤 인간이념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 이 종교, 정치, 경제, 도덕, 학문, 예술 등 문화체제의 진화와 더불어 한편 점점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인간이념으로 발전해갔으며, 또 한편 시대와 사회에 따라 그 이념들 사이에 뉘앙 스의 차이가 생겼을 뿐이다. 그러나 교육에서 어떤 인간을 바라느냐에는 차이가 있어서도,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인간실현( 人 間 實 現 ), 또는 자아실현( 自 我 實 現 )의 뜻만은 다 같다. 또 인류는 본래 유인원 시대부터 그 신체적 약체를 보충하기 위해 포식자를 같이 경계하 고 같이 모여 살고 하는 군서성( 群 棲 性 ), 사회성의 동물이고, 문화라는 자체가 그런 사회과 정에서 생산 전파 활용되고 공유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이를 그런 사회생활에 낄 수 있게 가르쳤을 것이고, 그러자면 아버지는 이 사회는 이런 곳이고 이럴 것이고 나아 가 이런 곳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포함하는 어떤 사회이념 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사 냥이나 농사는 이렇게 같이 해야 하고, 무리의 수장( 首 長 )은 있어야 하며 그의 명령은 존 중되어야 하고, 신령님도 같이 받들고 같이 모셔야 했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같이 사는 터전을 더 튼튼한 모습으로 닦아가야 했다. 무리에 관한 그런 생각들도 문화의 진화와 더 불어 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회이념으로 시대와 사회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발전해 갔다. 그러나 교육에서 어떤 사회를 바라느냐에는 차이가 있어도 그 사회계승( 社 會 繼 承 ) 또는 문 화계승( 文 化 繼 承 )의 뜻만은 다 같다. 인간이념과 사회이념은 물론 상관이 많다. 대개는 바라는 인간상( 人 間 像 )은 바라는 사회

37 Ⅱ. 교육이념의 방향 29 상( 社 會 像 )에 적합한 인간조건으로 개념화되고, 또 바라는 사회상은 바라는 인간상에 적합 한 사회조건으로 구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 그런 행복한 상관만 있는 것이 아 니고, 때로는 상충( 相 衝 )도 있고,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사회에 따라 그 교육에서 두 가지 이 념의 상대적인 비중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민주주의 사회의 교육에서는 인간지 향, 인간이념의 비중이 크고, 전제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지향, 사회이념이 우선하게 된다. 또 전제 독재사회에서 요구하는 순종( 順 從 ) 일변도의 인간상이나 또는 경제발전을 지향하 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 技 術 ) 일변도의 인간상이 반드시 인간 본연에 부합되는 인간상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때에는 사회에도 사람들에게도 교육에도 그런 상충으 로 인한 여러 가지 긴장이 감돌게 된다. 우리가 논의하는 지식기반사회와 교육이라는 주제도 일단은 사회지향적인 사고를 전제로 한다. 지식기반사회라는 전망에 적합한 인간과 그 교육을 생각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구나 원시사회에서와 같이 교육이 집안이나 동네의 생활과정에서 진행되는 사사로운 사교 육( 私 敎 育 )이 아니라, 현대에서처럼 국가라는 정치체제 속에서 진행되는 공교육( 公 敎 育 )일 경우에는 교육에 인간지향성보다 사회지향성이 더 강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교육 체제 에서 진행되어야 할 지식기반사회를 위한 교육 도 교육인 한, 우선 교육 전체가 지녀야 하 는 인간지향과 사회지향의 조화와 균형은 잊혀져도 안되고 잃어져도 안될 것이다. 2) 전인 인간의 자아실현에 이바지하고 동시에 사회의 문화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교육의 인 간이념과 사회이념을 담은 목적개념은 불가피하게 다양한 인간관과 사회관만큼이나 수없이 많다. 인격함양, 인간성 육성, 전인 배양, 그리고 좀더 특수하게는 지적인 인간, 도의적 인간, 생산적인 인간, 창의력 인간 등은 인간적 목적개념들이고, 국가안보, 경제발전, 민족문화 창달, 민주사회 건설 등은 사회적 목적개념들이다. 우리는 한국의 현황에서 한 국교육은 인간이념으로서의 전인( 全 人 )사상과 사회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 民 主 主 義 ) 사상 을 재천명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지식기반사회에 대응하는 교육도 그 전제에서 구상되어 야 한다. 이 두 근간 이념을 여기에 원론적으로 상론할 필요는 없고, 다만 몇 가지 관찰만 첨가한다. 전인 : 전인 은 근대 교육사상의 근간이다. 하기는 옛날 중국에서도 예 악 사 어

38 30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서 수( 禮 樂 射 御 書 數 )를 선비들이 배워야 하는 육예( 六 藝 )라 했고, 옛 서양에서 도 대학의 기본 교양과목으로 문법 수사학 논리학 그리고 산수 기하 음악 천문학을 7 교과라 했으며, 사람은 지 덕 체 또는 지성, 감성, 덕성을 갖추어야 하고 진 선 미 를 찾아야 하며, 장수는 지 인 용 을 겸비해야 하고 등등의 사실이나 주장에서도, 사람에겐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특성들이 전체론적( 全 體 論 的 )으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전인 사 상이 옛부터 있었던 셈이다. 전인사상은 앞에서도 언급한 인간의 다양한 욕구구조에 근거를 둔다. 인간은 여러 가지 생리적 욕구, 정의적, 사회적 욕구의 만족을 추구하며 특히 각양각색의 성취, 인지, 심미 등의 자아실현 욕구의 충족을 바란다. 사람은 빵만 가지고 살 수는 없고 자유가 곁들여 있 어야 하고, 안정만 바라지 않고 동시에 성취 탐색의 모험도 즐겨야 한다. 그런 다양의 욕 구와 그 추구는 다양한 능력과 특성을 요구한다. 인간은 스스로 전인적이기를 바라고, 남들도 자기를 전인적이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도 노래도 웬만큼은 잘하고 싶어한다. 그런 욕구가 없으 면 그 자체가 일종의 병 이다. 남들이 자기를 공부는 잘하지만 인정없고 버릇없는 놈 이라 고 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인간은 전인적, 전체론적 욕구의 존재다. 따라서 인간을 전인적으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를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것 을 뜻한다. 학생들을 공부만 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교사, 종업원을 월급만 주면 되는 대상 으로 보는 사장, 국민을 빵 만 주면 되는 사람들로만 보는 대통령은 그들에게 인간대접을 안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다양한 욕구들, 놀고도 싶고 따뜻한 말도 듣고 싶고 자유도 바라 는 욕구들도 인정하고 보살펴 줄 때 비로소 인간대접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현대는 고도기술산업사회에 진입할수록 지성과 감성과 덕성을 겸비한 인력( 人 力 ) 이 필요하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런 사회에서는 단순 지식 기술로는 안되고 고도의 지 력에 의한 고도의 기술로만 승산이 있다. 또 같은 성능의 제품도 사람들은 돈을 좀 더 주 는 한이 있더라도 더 예쁜 것, 아름다운 것을 선호한다. 또한 같이 성능이 좋고 예쁜 상품 도 속이지 않는다고 신뢰가 더 가는 회사의 상품을 산다. 내일에 진입할수록 인력 은 고도 의 지력, 고도의 예술성, 고도의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전인이란 단순한 팔방미인 을 뜻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자아실현 욕구의 하나는 개성( 個 性 )의 필요다. 전인이란 기본적인 여러 전인적 경험과 능력과 특성들을 독특하게 통합( 統

39 Ⅱ. 교육이념의 방향 31 合 )함으로써 개성적인 성취나 일가견을 이루는 사람을 말한다. 문예부흥때의 다빈치는 미 술가, 발명가, 탐험가, 사상가였고, 화가 단원( 檀 園 )은 시 서 화 그리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이 그 예다. 다양의 통합은 희한한 통일을 낳는다. 3) 민주주의 교육엔 사회문화를 계승하는 기능이 있다. 계승은 그냥 계승이 아니라 동시에 쇄신( 刷 新 ) 과 발전( 發 展 )을 내포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역사 변천 속에서 계속적인 쇄신과 발전 없이 는 계승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사회문화를 계승, 쇄신, 발전케 하려면 방향의식 ( 方 向 意 識 )이 필요하다. 그런 방향의식은 사회의 여러 부분, 여러 분야, 여러 계층에서 여 러 가지로 표출되고 거론된다. 그러나 그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방향의식은 그 사회의 정체( 政 體 )가 표방하는 정치이념일 것이다. 우리의 경우 그것은 헌법이 정한 민주주의, 보 다 정확하게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방향의식이다. 좁은 의미에서의 민주주의의 근간은 1인 1 투표의 보통선거에 의한 정권의 수립 교체와 정치행위 참여의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민주주의는 생존권, 행복추구권, 언권 등 인권의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한 심성적( 心 性 的 ), 윤리적, 철학적인 이념체제라고 해야 한다. 즉 사람들의 자유로운 인권 행사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를 병유해야 한다. 따라서 넓 은 뜻의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라야 한다. 민주주의의 매력과 불가피성 때문에 현대의 많은 국가들이 보통선거에 의한 민주주의 정 체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논자들이 근래 세계에서 비자유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 의 출현을 걱정하고 경고도 하고 있다. 즉 민주주의적인 보통선거에 의해 탄 생한 정부가 도리어 독재에 못지 않은 무자비한 압제와 탄압과 학살마저 일삼는 경우가 비 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근래 대표적인 예가 유고의 밀로세비치 정권, 페루의 후지모리 정권 이었다. 민주주의로 탄생한 정권이 실제 정치 행정에서는 극히 비 자유민주주의일 수 있다 는 말이다. 한국도 해방 이후 정권들은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다 민주적 으로 탄생한 정부 였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 정부들의 정치 행정형태가 자유민주적이고 따라서 사회 전반에 자유민주적 풍토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높이 평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곳곳 에 권위주의적 행태와 풍토가 남아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성숙은 어렵다. 그 어려운 이유는, 넓은 뜻의 민주주의 즉 자유민주주

40 32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의는 투표에서만 아니라 정치, 행정, 경제 그리고 교육 등 인간사, 사회사의 모든 일에서 남 들의 존재와 인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따라서 나 의 지나친 욕심, 특권, 횡포를 참아야 하는 심성과 윤리의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한번으로 이루 어지는 제도 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찰하고 구축해야 할 정신 이며, 한 나라의 교육은 그 정신 을 함양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건설에 직결되어 있는 작업이다. 지식기반사회의 교육도 그 예외는 아니다. 전인과 민주주의는 언제나 교육의 이상이어야 한다. 4) 자발과 자율 교육이념에는 인간이념과 사회이념 이외에 또 하나의 이념체제가 포함된다. 바로 교육 자체에 관한 이념이다. 이것을 넓은 뜻의 교육이념과 구분해서 교수이념( 敎 授 理 念 ) 또는 교육원리( 敎 育 原 理 )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일, 그 자체에 관한 어떤 이념적 방향을 말한다. 원시인의 부모가 아이에게 돌칼 등 연장을 알고 쓰는 방법을 가르칠 때, 어슴푸레나마 무엇을 가르치고 왜 가르치고 특히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에 관한 어떤 생각들이 있었을 것 이다. 배우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가르치려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 그래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지 달래서 배우게 한다는 것, 잘한다고 칭찬하면 더 잘 배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 중에는 이념이라기보다는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적 원리도 있 으나, 인간이나 사회문화의 본질에 대한 가정적( 假 定 的 ) 또는 이념적 견해에 기초를 둔 교 육원리도 많다. 예컨대 인간의 성선설( 性 善 說 ) 또는 성악설( 性 惡 說 ), 사회의 독재체제 또는 민주체제를 전제하느냐에 따라 교수이념, 교육원리의 방향이 많이 좌우된다. 유사이래 현대까지 플라톤, 코메니우스, 루소, 페스탈로치에서 듀이, 몬테소리 등에 이르 기까지 많은 교육사상가들이 여러 가지로 이런 교수이념, 교육철학, 교육원리를 주장해 왔 다. 그런 여러 교육철학들 사이에 서로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좀 대담하게 거기에 어떤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이들 교육사상가들의 대부분은 그 당대의 관례적, 전통적인 교육현실의 모습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같다. 그 리고 현실 관례적 교육은 대부분의 경우 강압, 명령, 지시, 타율, 주입 으로 학생들에게 수 동적인 자세를 강요했다는 점도 같다. 이 점에서는 지금 한국교육의 현실도 별 차이가 없 다. 따라서 그들의 교수이념, 교육철학의 공통점은, 물론 각기의 뉘앙스는 많이 다르지만,

41 Ⅱ. 교육이념의 방향 33 한결같이 학생들의 학습활동에서의 자연, 자발, 자율, 능동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런 강 조는 지금 한국교육 현실에도 여실히 적용된다. 이렇게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의욕을 유도하고 학습과정을 자율적으로 계획 진행하도 록 유도한다는 것은 한편 학습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만 아니라, 또 한편 한 인간으 로서의 학습자를 존중한다는 인간교육이념, 민주교육이념에 관계된다는 점에, 자발성( 自 發 性 )과 자율성( 自 律 性 )은 한국교육의 실천적 이념으로도 견지되어야 한다. 더구나 다음에 논의할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수적인 사고력, 창의력의 배양은 자발 자율의 풍토를 필수로 한다. 나아가 직접 가르치는 교수 장면에서만 아니라, 그것을 지원하는 각급 교육행정체제 에서도 타율 지시 행정을 지양하고 교사와 학교의 교육실천에서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존 중하고 장려하는 행정원리( 行 政 原 理 )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은 우선 교육 전반이 추구해야 하는 인간에 관한 전인의 이 념, 사회에 관한 민주주의 이념 그리고 교육실천에 관한 자발 자율의 이념을 전제로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2. 길러야 할 지적 능력 : 지적 교육목표 지식기반사회는 지식의 생산, 전파, 응용이 모든 사회활동의 효율성의 요체가 되는 사회 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지식의 생산, 전파, 응용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적 능력의 함양이 시급한 시대사회인 것은 더 말할 나위없다. 문화 발상 때부터 인간사회는 그나름으로 언제 나 지식기반사회였고, 교육은 언제나 지( 知 )의 교육이 중심 관심사였다. 다만 현대는 지 식 지력이 개인이나 사회의 생존 번영에 더 결정적으로 긴요해진 시대일 뿐이다. 이 말 은 우리가 종래 해오던 지식 지력의 교육 관례도 그만큼 심각하게 재검토 재반성해야 한 다는 뜻도 된다. 교육에서 기를 수 있고 또 길러내야 할 지적 능력( 知 的 能 力 )들을, 교육목표분류론에서 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비교적 하등( 下 等 ) 정신과정인 지식의 기억, 이해 에서부터 응용, 분석, 평가, 종합 등 고등( 高 等 ) 정신과정으로 계열적으로 구상하고 있으며, 그 중 종합 에는 근래 자주 거론되는 창의력 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견지에서는, 관례적 한국 교육이 하등정신과정은 교육하고 있으나 고등정신과정은 기르지 못하고 있다는 자주 듣는

42 34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비판이야말로 지식기반사회라는 전망에서는 특히 뼈아픈 비판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여기 논의에서는 대표적인 고등정신과정으로서 사고력과 창의력, 그리고 엄청난 정보기기 발달이 가능하게 하고 요구하기도 하는 정보 관리능력을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중점적인 지력으로서 논의한다. 이 세 가지 능력을 논의하는 전제는, 지 의 교육은 이제 단 순히 수동적이고 자극결정적 인 지식 정보의 기억능력, 재생능력을 넘어서 생산적 능동적 이고 자아결정적 인 고등지력의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 사고력 사고력( 思 考 力 ) 은 지력이라는 말과 비슷하게 여러 가지 지적능력을 포함하는 아주 포괄 적인 개념이다. 응용력, 분석력, 추리력, 판단력, 변별력, 평가력, 조직력, 종합력 등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지적 능력들을 포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고력을 좀더 분석해 서 다룰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분석의 근거를 문제해결과정( 問 題 解 決 過 程 )에서 찾을 수 있다. 사고는 어떤 문제와 씨름할 때 야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과정은 흔히 제안 되고 있는대로 문제 인지( 認 知 ), 자료 수집, 가설 형성, 가설 검증의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그 각 단계에 필요한 능력들이 사고력을 형성한다고 개념화할 수 있다. (1) 문제인지력 : 모든 사고는 어떤 곤난감( 困 難 感 ), 문제감( 問 題 感 ), 문제의식에서 출 발한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어디가 이상하다 는 문제감을 느낄 때 그리고 문제감을 느낄 줄 알아야 사고가 발동할 수 있다. 천하태평 이면 사고는 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천하태평일 수는 없다. 배불리 먹어도 좀 있으면 곧 배가 고파지고, 배고파지면 쉽 게든 어렵게든 먹을 것을 찾아야 할 문제 가 생기고, 찾을 궁리 즉 사고를 하게 된다. 쉽 게 찾아먹을 수 있으면 간단한 궁리로 족하고, 그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백방으로 생각을 구사해야 한다. 사람에게 이때 저때 곤난감, 문제감, 문제의식을 느끼게 하는 근본 동기는 사람이 타고 난 생리적, 정서적, 사회적, 자아실현적인 욕구구조( 欲 求 構 造 )에 기인한다. 배고파서, 추워 서, 쓸쓸해서, 무서워서, 친구와 무리가 그리워서, 칭찬받고 싶어서, 그저 궁금해서 이상해 서 또는 그저 재미있어서 등이다. 이중에서 생리적, 정서적, 사회적인 하위( 下 位 )욕구는 다 른 동물들에게도 있는 욕구고, 인간에겐 유난히 인지, 심미, 성취, 개성, 자유, 조화를 찾 는 자아실현의 상위( 上 位 ) 욕구가 강하다. 그 근저가 하위욕구에 있는 것도, 학자가 학문연

43 Ⅱ. 교육이념의 방향 35 구로, 화가는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하듯이, 상위욕구에 승화 또는 연관지어 추구하는 경우 가 보통이다. 문제는 사람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 문제를 느끼고 발견하는 능력에 차이가 크다는 데 있 다. 여느 사람들은 문제시하는 사항에 아무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유 로든 문제인지능력이 무뎌진 사람이다. 이와 반대로 여느 사람들은 다 당연시하는 사항에 묘한 문제를 느끼고 발견하고 그 해결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희한한 발견 발명을 해내 는 사람의 경우다. 사람들의 이런 문제인지력( 問 題 認 知 力 )은 일단 한 지적인 능력임에는 틀림없다. 상황 속에 어떤 부족, 결함, 불합리를 감지 지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예컨대 천문학에 관한 어느 정도의 지식 없이는 천문학에 관한 더 전문적인 오묘한 문제를 인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인지에는 정의적( 情 意 的 )인 요인도 많이 작용한다. 그 때문에 문제인지력을 문제 감수성( 感 受 性 )이라고도 한다. 특히 호기심( 好 奇 心 )과 회의( 懷 疑 )는 지적인 문제 설 정의 발단이다. 곤란감, 문제감은 있어도 호기심이나 회의가 없으면, 시험 보기 위해서 마 지못해 수학 공부를 하는 학생의 경우처럼, 사고작용이 활발할 수가 없다. 사고를 자극하는 첫 조건은 진정한 문제 의 인지고, 또 진정한 문제의 첫 조건은 호기심과 회의다. 이것은 좀 후에 논할 창의력의 경우엔 더 그렇다. (2) 자료수집력 : 문제가 발견되거나 설정되면, 해답 또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적절한 정보 지식을 검색하고 수집하고 조직해서 그 속에서 해결책의 힌트를 잡아내 야 한다. 이 때 그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일반교양과 문제에 관계되는 전문교양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많이 아는 사람 은 문제를 비교적 쉽게 푼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의 하나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문제란 언제나 조금은 새로운 사태 이기 때문 에,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정보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 지식 새 정보를 찾아나서야 한다.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문헌도 뒤지고 인터넷도 찾아야 하고, 문제에 따라서는 관찰, 조 사, 답사, 실험도 해야 한다. 간단하게 백과사전을 뒤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주탐사선 같 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자료수집방법도 동원해야 한다. 단순한 상식적인 방법도 있으나, 아 주 전문적인 자료수집, 정보수집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할 경우도 많다. 수집하는 정보자료의 적절성( 適 切 性 )과 적정량( 適 正 量 )도 판단해야 한다. 문제에 별로 관계가 없는 잡동사니 자료는 아무리 모아도 별 소용이 없고, 필요 이상 또는 필요 이하의

44 36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과잉( 過 剩 ) 자료 또는 과소 자료도 도움이 안된다. 흔히 부적절한 과잉 자료 수집이 더 문 제다. 컴퓨터의 역량은 엄청난 자료수집력과 더불어 이 경향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수집된 정보 자료는 적절하게 조직( 組 織 )되어야 하고 또 적절하게 해석( 解 釋 )되어야 한 다. 예컨대 낱낱의 수치들은 별 뜻이 없으나, 그 평균을 내고 그 순서로 배열하고 상호 비 교하고 대조하고, 그 사이의 상관계수도 내고, 때로는 자료를 표화( 表 化 )와 도표화하면, 그 뜻이 더 잘 드러날 때가 많다. 또 수집한 자료에서 그 뜻 을 짐각해내고 뽑아내야 한다. 자료해석력( 資 料 解 釋 力 )이 필요하다. 검은 구름, 무더운 날씨에 비가 이어지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리라고 짐작해내야 한다. 여기에서도 과잉 해석이나 과소 해석의 위험이 다 있으나, 흔히 과잉 해석, 과잉 일반화( 一 般 化 )의 위험이 더 잦다. 검은 구름에 무더운 날씨라고 언제나 비가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 가설형성력 : 필요하고 가능한 정보 자료들을 수집 조직 해석했으면, 그것을 토 대로 문제의 해답 또는 해결책을 상정( 想 定 )해야 한다. 즉 이러면 되리라 라는 가설( 假 說 ) 을 형성해야 한다. 가설형성에는 당사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일반교양과 전문교양이 크게 관계되고, 문제상황에 적절한 정보 자료가 필수적일 것은 더 말할 나위없다. 그러나 동시 에 당면한 문제상황에서 사실 사리를 종횡으로 분석, 응용, 비판, 평가, 종합해보는 여러 논리적 추리력( 推 理 力 )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너무 엉뚱한 감정, 욕망, 환상에 휩쓸려 사리를 잃어서는 안된다. 한번 이러면 되리라 라고 생각해낸 가설이 단번에 딱 들어맞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개는 이 가설, 안되면 저 가설, 여러 가설을 시도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몇 가지 특성이 필요하다. 우선 많은 가설, 해결을 위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술술 생각해내는 사고의 유창( 流 暢 性 )이 필요하다. 한두 아이디어만 생각해내고는 꽉 막혀버린다면 가설형성에 한도 가 생긴다. 또 안 풀리는 해결책에 고집스럽게 집착하지 않고 다른 해결책을 찾는 사고의 유연성( 柔 軟 性 )도 필요하다. 안 열리는 열쇠를 미련하게 자꾸 돌려보는 것이 아니라, 안되 면 깨끗이 버리고 다른 열쇠들을 돌려보아야 한다. 때로는 관례를 벗어나는 엉뚱한 생각을 해내는 독창성( 獨 創 性 )도 필요하다. 이 독창성은 다음에 논의할 창조력에 더 관계가 된다. 사고의 유창성, 유연성, 독창성을 합해서 상상력( 想 像 力 )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가설 검증( 檢 證 )의 단계는 문제가 풀리는지 또는 풀렸는지 실제로 실행해 보고 맞추어 보고 따져 보는 단계다. 실제로 한 열쇠로 자물쇠가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 열어보는 단계

45 Ⅱ. 교육이념의 방향 37 다. 문제가 풀리는 것을 확인하는 만족한 마무리 단계이기는 하지만, 머리를 쓴다는 사고의 견지에서 보면 비교적 기계적인 무미건조한 단계인 셈이다. 2) 창의력 지식산업사회에서 창의( 創 意 力 )의 요청은 절실하다.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것, 새로운 기술,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상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만들어내는 것이 번영을 향한 경쟁력의 요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의력의 요청이 요란하기 도 하다. 교육에서도 창의력 이 교육목표로 표방되고, 기업에서도 창의력 이 사지( 社 旨 )로 내걸리며,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창의력이 호소되기도 한다. 그러나 창의력은 여느 지식이나 기술처럼 어떤 교육방법이나 훈련방법으로는 쉽게 기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우리에겐 필요하다. 또 창의력에 관한 많은 심리 학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는 아직도 많이 신비에 가려져 있다. (1) 창의의 과정 : 창의의 과정은 흔히 준비, 부화, 조명, 검증의 단계로 나눈다. 준비 ( 準 備 )는 문제발견, 자료수집, 가설형성의 노력 등 앞에서 논한 사고력의 여러 활동들을 다 포함하는 과정이다. 그 준비에는 당사자의 일반적 그리고 전문적인 교육 연수의 경험이 그 배경에 있고, 당장의 관심사인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 실험 조사 숙고 등의 집중적 그리고 때로는 장기적으로 전심몰두( 專 心 沒 頭 )하는 활동들이 포함된다. 에디슨은 배터리 발견에 이르기까지 무려 6만개의 물질을 테스트했다. 엄청난 전심몰두다. 둘째가 부화( 孵 化 )의 단계다. 그 전심몰두에도 불구하고, 창의를 요구하는 문제들은 새 로운 문제이기 때문에 기존의 관례적( 慣 例 的 ) 사고로는 잘 안 풀리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지치기도 해서 만사를 잊고 놀고 쉬고 있을 때, 번개처럼 어떤 희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다. 그것이 셋째의 조명( 照 明 )의 단계다. 이 경우 잊고 놀고 쉬고 있는 시간이 부화 의 시 간이며, 그 시간이 마치 암탉이 알을 품고 있을 때처럼 아무 것도 안하는 시간 같지만, 실 은 속에서 병아리가 부화되고 있듯이, 아이디어가 부화되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견에 관한 이런 일화들은 아주 많다. 문제를 잊고 목욕탕에서 누워 있다가 문득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 문제를 접어놓고 사과나무 밑에서 쉬고 있을 때 번개처럼 만유인력 법칙이 비쳤다는 뉴턴의 이야기, 꿈에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돌고 있는 것을 보고 벤진의 6각 분자 구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어떤 화학

46 38 지식기반사회의 교육이념과 교육정책 자의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석가모니가 6년의 고행을 떨쳐버리고 보리수나무 아래에 정 좌하고 있을 때 홀연 돈오( 頓 悟 ), 득도( 得 道 )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정확히 어떤 심리 과정이 이 부화의 기간에 진행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다음에 언급할 것처럼 몇 가지 설명 은 있으나 아직도 꽤 신비에 가려져 있다. 부화 에 이어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조명 되어 나오면, 나머지는 그것을 실제에 검증( 檢 證 )하면 된다. 사고력의 경우처럼, 검증의 단계는 비교적 기계적이고 논리적인 무미건조 한 단계다. 발견의 희열( 喜 悅 )도 조명 단계에서 오는 것이고, 검증 단계는 그저 그 수긍일 뿐 이다. (2) 집중과 이완 : 창의력도 사고력도 다 같은 문제해결 과정이다. 따라서 창의력에도 위 사고력에 논의한 감수성과 문제인지력, 자료수집력, 그리고 사고의 유창성과 유연성을 포함하는 가설형성력 등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창의력은 기존 문제가 아닌 새로운 문 제상황, 기존의 개념, 원리, 방법, 기술로는 쉬이 풀리지 않고 뚫리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 운 개념, 원리, 방법, 기술을 발견하는 힘이라는 점에 그 이상의 능력을 요구한다. 그 능력 을 준비 단계에 필요한 집중력( 集 中 力 )과 부화 단계에 필요한 좀 용어가 설지만, 이완( 弛 緩 力 )이라고 부를 수 있다. 창의적인 인물들은 예외 없이 엄청난 정신집중력을 보인다. 그는 시간 을 잊고 집중한다. 긴 시간, 긴 세월을 한 일에 몰두하면서 피로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엄청난 작 업량, 연수시간을 견뎌낸다. 문자 그대로 침식( 寢 食 )도 자주 잊는다. 거기에 강하고 높은 동기가 작용하면서 여느 사람에겐 고생 인 일을 고생으로 알지 않는다. 그는 공간 도 잊고 집중한다. 집중 몰두하는 시간에는 주위를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다. 눈앞에 사람이 말 을 걸어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문자 그대로 옆에서 요란한 기차 소리가 나도 안들린다. 무엇이 그런 강한 정신집중력을 형성하는 것이냐가 문제다. 우리는 그 답을 도리어 창의 적 인물들이 이 또한 예외 없이 드러내는 인지외적( 認 知 外 的 )인 요인인 호기심( 好 奇 心 )과 내재적( 內 在 的 ) 동기에서 찾을 수 있다. 즉 하는 일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하는 일의 쓸모 가 아니라 일 자체에 보람을 느끼는 내재적 또는 자체목적적( 自 體 目 的 的 ) 동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좀 후에 재론한다. 이완력이란 말하자면 이미 학습한 기존 관념의 속박에서 필요하면 스스로를 풀어낼 줄 아 는 특성을 말한다. 모든 학습은 습관화, 고정화의 힘을 갖는다. 한번 테니스의 라켓 스윙을

47 Ⅱ. 교육이념의 방향 39 배워놓으면, 혹 스윙 방법이 잘못된 스윙이라도 고치고 다시 배우고 하기가 어려워진다. 습 관화, 고정화되었기 때문이다. 지적인 학습에서 개념, 원리, 방법 등을 습득할 때도 마찬가 지다. 그렇게 학습되어 고정화된 기존 관념들은 예사로운 문제의 해결에서는 아주 유리하지 만, 새로운 문제상황에서는 때로는 도리어 방해가 될 수 있다. 지동설을 전제로 해야 풀리 는 문제에서 사고가 천동설에만 묶여 있으면 천동설을 배워 놓은 것이 도리어 방해가 된다. 창의가 필요한 문제는 대개 기존의 관념, 원리, 방법으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다. 따 라서 어느 정도는 사고가 기존 관념의 상식성, 관례성, 합리성에서 풀려나야 풀리는 문제들 이다. 집중 의 과정은 기존 관념, 기존 논리로서의 강렬한 정신집중이라면, 부화 의 과정은 거기서 풀려나는 길을 찾는 무의식적 과정인 셈이다. 기실 정신분석학적( 精 神 分 析 學 的 ) 해 석은 창의력을 무의식과정과 의식과정의 상호작용의 산물로 본다. 즉 창의적 아이디어는, 무의식과정에서 현실과 기존 논리에 비추어서는 비현실 비논리 불합리로 보이는 많은 생 각들이 꿈에서처럼 자유분방하게 발산하고 교차 결합하면서, 그 중에서 어떤 새로운 교 차 조합이 의식과정의 현실성과 논리성에도 타당한 것으로 통과하게 될 때 돌출한다는 것 이다. 부화 의 시간은 그런 과정을 돕는다. 중요한 것은 잊고 쉬고 놀고 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기존의 관례, 상식, 원리, 논리를 잊고 거기에서 벗어나고 풀려나올 줄 아는 것이다. 기존에서 벗어난다 는 것은, 말이 쉽지 실제에서는 기존체제와 질서에 대한 회의, 부동의( 不 同 意 ), 불손, 때로는 반항까지도 의미 한다. 따라서 창의력의 출현에는 당사자의 약간은 비관례적( 非 慣 例 的 ), 체제회의적( 體 制 懷 疑 的 )인 성격요인도 필요하지만, 그런 회의, 부동의, 비관례를 한치도 용서하지 않는 사회 체제에서는 창의력은 애당초 싹틀 자리가 없다. 그래서 창의력은 사람의 머리 속에서 생기 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의 장( 場 )에서 생겨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 점도 우리는 후에 사회풍토와 관련지어 재론할 것이다. 3) 정보관리능력 인간의 지적활동, 특히 사고와 창의의 활동은 태고부터 있었고 그런 활동에서 언제나 많 은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활용해 왔다. 그러나 현대를 지식기반사회라고 유별나게 호 칭하는 중요한 이유는 컴퓨터, 인공위성, 광케이블, 인터넷 등 각종 정보기기( 情 報 機 器 )와 정보체제( 情 報 體 制 )의 발달로 인한 급격한 정보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를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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