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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 현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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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 2월 5일 [공캠 자캠 알콜토크] 09 김주희(이화여대, 연세대 강사) 거물급 포주 L 의 치부( 致富 ): 한국 성매매 산업의 재구조화와 그 효과 1) 연구자가 파악한 제일저축은행, 울산신용협동조합, 김천저축은행의 유흥업소 여성 전용 대출상품의 대출금 총액은 2,337억이다. 연구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거액의 대출 사례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아 가씨 대출상품 의 대출금들을 합친다면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과 업주들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대출이 발생했 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대출은 모두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 된다. 주지하다시피 이 시기는 여성운동 진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반성매매 에 힘을 결집시키고 정부와 한 마 음이 되어 성매매 척결에 앞장섰던 시기였음에 주목할 때, 이러한 정반대의 실천들이 어떻게 조직된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본 발표에서는 새로운 방지법 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부채 경제의 확산과 연동하는 대 출 시장의 팽창이 성매매 경제에 어떤 효과를 낳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1990년대 말의 경제위기를 지나 경제 안정기 즈음인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이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이에 국가 경제 를 생각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며 안일한 결정이었다고 질책하기도 한다. 시장의 자유는 어떤 방식으로도 방해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지만 많은 경우 이들이 옹호하는 것은 남성 성욕 배출의 자유이다. 2) 자칭 경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여성인권을 국제적인 수준 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단호한 국가적 의지 가 발현되었다.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의 시행을 앞두고 걸리면 패가망신 이라며 온 사회가 떠들썩했고 단속 첫 날 59명의 성구매자 남성을 검거 했다는 기사(길윤형 전정윤, 2004)가 호들갑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성 구매, 성매매 알선 등 성매매에서의 개인들의 전통적 역할 에 천착한 제 도적 규제는 성매매 산업으로 자본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특히 이 법은 제정 이래 전통형 성매 매, 즉 전통적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가시성에 집중하느라 성매매 경제의 거시적 흐름을 포착하지 못했다. 다음에서 룸살롱의 황제 로 불리는 거물급 포주 이 모 씨의 행보를 통해 이 사회에서 성매매 문제가 실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성매매 방지법 의 제정 시행 시기 즈음 한국의 매춘 경제 특구 라 부를 수 있는 서울 강남 지역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추적해보기로 한다. 2012년 경찰청장 조현오는 퇴임을 며칠 앞두고 이례적으로 직접 쓴 편지를 기자들에게 발송하고 경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그 편지는 소위 이 사건 으로 불리는 강남지역 룸살롱 등 유흥업소와 경찰과의 유착 비리 수사에 대한 해명의 내용이었다. 3) 서울 북창동과 강남 일대에서 유흥업소 17곳을 운영하며 5년간 3600 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면서 이른바 룸살롱 황제 로 통하는 이 모 씨가 2010년 룸살롱에 미성년자를 고용 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이 씨와 유착 의혹이 있는 경찰관 69명을 적발, 그 중 매월 200만 원에서 1,000만 원씩 총 50억을 상납 받은 전 현직 경찰관 18명이 구속되는 초유의 경찰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한 해명의 편지였다. 조 전 청장이 직접적으로 해명하고자 한 부분은 이 씨가 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여 경찰 수사팀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해왔고, 경찰이 이 씨를 처음 긴급체포했을 때 검찰이 승인하지 않 1) 이 발제문은 연구자의 박사학위 논문 한국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 3장의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2) 전경련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성매매 방지법이 인간의 성욕을 막고,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좌파적 발상에서 나온 법 이라고 평가하였고,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 성매매 방지법이 우리 사회의 찌꺼기를 버릴 수 있는 하수구를 막는 법이라고 지적하였으며, 나아가 이헌재 경제부총리 성매매특별법이라는 이상한 법 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 달 러화 약세와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평가한 바 있다(조순경, 2004). 3) 이 사건은 이 리스트 여부까지 제기되면서 검 경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드리는 편지 전문 은 확인 가능

주지하다시피 이 시기는 여성운동 진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반성매매 에 힘을 결집시키고 정부와 한 마 음이 되어 성매매 척결에 앞장섰던 시기였음에 주목할 때, 이러한 정반대의 실천들이 어떻게 조직된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2 고 압수수색, 통신 영장을 모두 기각하여 수사를 계속하지 못하게 되는 등 난관에 부딪쳤지만, 오히려 서울청 의 끈질긴 수사로 경찰 조직 내 잔존하는 일부 비리 세력을 발본색원 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들은 대부분 자신이 경찰청장이 되기 이전인 2010년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는 것이라면 서 비리의 책임 소재가 사실상 자신과는 관련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치안총감 이라는 사람이 퇴임을 앞둔 시점에 룸살롱 황제 이 은 누구인가 라는 소제목을 단 문서를 공개했다는 것은 아연실색할 일이지만, 동시에 성매매 경제 규모가 7조(정진성 외, 2010), 때론 24 조까지 추정되는 사회임을 고려한다면(김은경 외, 2002) 이런 놀라움은 금세 사그라진다. 사실상 유흥업소와 경찰, 공무원과의 유착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모 씨는 지난 2007년 한화그룹 회장의 룸살롱 보 복 폭행 사건 때부터 장장 6년 동안 경찰과 대치를 벌인 배짱 있는 인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가 화려한 인맥 을 가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본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경찰청장이 편지에서 언급하고 있는 거물급 포주 이 씨가 룸살롱의 황제 로 등극한 시기가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정 부의 의지가 발현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조 전 청장의 편지에도 나오듯이 이 은 속칭 삐끼 로 불리는 웨이터 출신으로 2000년 마침내 북창동 에서 룸살롱을 개업한 후 사업을 확장하여 강남과 북창동 일대에서 10여개의 유흥업소를 운영해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본 연구의 면접자인 <박팀장>은 인터뷰 도중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전설인 이 회장님을 제일 존경한다 며 자못 진지한 태도로 고백 을 하기도 했다. 강남 룸살롱 일대에서는 여전히 그의 사업 확장 방식 이나 영업 방식 등이 모방되어 반복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사업 수완 은 정평이 나 있다. 다음은 이토록 유 명세 를 떨치는, 2015년 현재 40대 초반인 이 모 씨의 성취와 시련 을 간단하게 표로 정리한 것이다. 4) <표> 강남 룸살롱 황제 의 연대기 시기 개요 비고 대학 졸업 후 상경 (북창동) 북창동, 삐끼 로 취업 룸살롱 인수 (북창동, 대출) 성공 후 투자자 몰림, 경찰도 포함 성매매 방지법 제정 및 시행 강남 진출 매직미러초이스 북창동 식 룸살롱 등 다양한 시스템 도입으로 큰 성공 김승현 한화 회장 룸살롱 보복 폭행 사건 (북창동) 룸살롱 인수 확장, 17개 이상의 업소 소유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사 수사 과정에서 세금 문제와 이경백 리스트 드러남 서울지방경찰청 이씨 구속 룸살롱 미성년자 고용(논현동 로데오 ) 및 유흥업소 10 여 곳 42억 세금 포탈 혐의 조현오 경찰청장 경찰관 적발 이경백 접촉 경찰관 69명, 40명 징계 이경백 도주 재판 중 보석금 1억 5천만원 내고 석방된 뒤 도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발족 서울중앙지법 판결 징역 3년 6월, 벌금 30억, 경찰청장 조현오 편지 공개 4) 이 모 씨에 대한 이야기는 본 연구의 많은 연구 대상자들, 그 중에서도 <박팀장>으로부터 주로 수집할 수 있었다. 그의 성 공담 혹은 몰락 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데 그 중 2012년 시사저널 의 짧은 기사(조해수, 2012) 를 참고할만하다

대한민국의 치안총감 이라는 사람이 퇴임을 앞둔 시점에 룸살롱 황제 이 은 누구인가 라는 소제목을 단 문서를 공개했다는 것은 아연실색할 일이지만, 동시에 성매매 경제 규모가 7조(정진성 외, 2010), 때론 24 조까지 추정되는 사회임을 고려한다면(김은경 외, 2002) 이런 놀라움은 금세 사그라진다.

3 서울중앙지검 조사 이씨 소환, 경찰관 뇌물 공여 여부 조사 서울중앙지검 경찰 구속 이씨로부터 뇌물 상납받은 전,현직 경찰관 18명 구속 서울고등법원 이씨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5억 5,000만 원, 사회봉 집행유예 선고 사명령 300시간 (석방) 제일저축은행 20억 사기 대출 정황 포착 검찰에 의해 영장 기각 서울지방경찰청 수사 착수 이씨 불법 도박장 운영(출소 열흘만에 도박장 개설, 9억 6,500만원 상당 매출), 금품 갈취 혐의 수사(5,000만원) 경찰관 3명 뇌물 혐의 실형 실형 확정 불법 도박장 운영 죄 9월 판결 확정, 징역 1년 성매매 알선 죄 기소 구속 기소 성매매 알선 죄 추가 기소 투자자 3명 공범 기소 대법원 판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심 징역 8월(집유 기간 중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위의 표를 살펴보면 그의 악명 에 비해 많은 사안들이 무죄로 추정되고 있으며 판결은 경미해 보인다. 특히 2012년 2심 재판부는 그가 도주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을 뿐만 아니라, 1심 재판부에 비해 벌금을 25억 원이나 적게 계산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법정에서 그의 죄목이 세금 문제 로 계산된 것이 관 련이 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는 업소 매출액에서 외상매출액과 여종업원에게 지급한 봉사료를 공제하지 않았다면서 세금 포탈액은 1심이 인정한 21억 원이 아닌 2억 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2011노3577). 5) 재판부의 이러한 합리적 의심 속에서 성매매 경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생략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세금 계산의 문제만이 법리 해석에서의 중요한 지표로 요약되고 있다. 6) 특히 이 모 씨가 성매매 관련 초범 임이 인정받았다는 판결은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성매매 산업을 통 해 부를 축적한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세금을 포탈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사건의 증거로 압수된 영업장부 가 폭력과 전혀 무관한 객관적이고 수학적인 증거 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가 왜 문제인지 대중을 설득할 정치경제적 언어를 갖고 있지 못함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하고 실행하는 것에 온 힘을 집결하였던 한국 의 진보 여성 운동은, 포주, 성 구매자, 성매매피해자 등의 정체성 에 근거한 운동에 천착하였고 그 결과 법정에서 포주 가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소유자-시민, 사업가 로 정의되었을 때 필연적으 로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법의 야심찬 집행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업소는 세금 문제만 정직하게 해결하면 합법적으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전도유망한 사업이 되었다. 7) 5) 세금 계산의 문제로만 보자면, 봉사료 전액을 과세표준에서 공제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8조 제9항 참고). 하지만 외상매출 전액을 유흥주점의 사업수입에서 제외한다는 판결은 외상매출 전액이 회수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한데 대형 성매매 업소에서 외상매출은 업소에서 추징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실장, 영업이사가 추징하는 돈으로 장부 상 외상매출은 이미 영업실장에 의해 메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강남 룸살롱에서 잠시 영업실장 일을 했던 <미연>은 자신이 영 업한 손님의 외상매출액을 미리 업소에 내고 그 돈을 손님에게 받는 일련의 과정에서 손해를 너무 많이 봐서 실장 일을 그 만두었다고 이야기했다. 6)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가 18세의 미성년자를 성매매 여성으로 고용하였지만 검사가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 죄를 선고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검찰이 범죄수익을 산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 수익에 대한 재산 몰수도 추징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7)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내놓으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를 통해 27조2천억 원을 세입확 - 3 -

성매매 알선 죄 기소 구속 기소 2014. 11. 성매매 알선 죄 추가 기소 투자자 3명 공범 기소 2015. 1. 대법원 판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2015. 1심 징역 8월(집유 기간 중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 2015. 9.

4 동시에 이 모 씨가 30대 초반, 폐업 직전의 북창동 룸살롱을 인수하고 북창동식 서비스 를 도입하여 사업 에서 성공을 거둔 후 강남으로 진출한 것이 2005년임에 주목하자. 그가 북창동 룸살롱 사업 성공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보도들로 미루어볼 때(조해수, 2012) 투자자로부터의 투자금 과 금융권으로부터의 대출 금 을 자본금으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 후 그가 강남과 북창동의 유흥업소 17곳을 통해 5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이 3,6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조해수, 2012), 고액의 이자와 수수료를 포함하는 대출금 은 모두 상환되었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큰 투자 수익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룸살롱 투자 관련 기사 참고) 또한 그가 2012년 기소된 내용으로 볼 때, 2010년 경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마이킹 대출 을 20억 가 량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검 경 갈등의 여파 때문인지 이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의해 영장이 기각되었 다. 그가 2005년 강남 진출 당시 금융권으로부터의 대규모 대출금을 사용하였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이유는 그가 대형 룸살롱 을 오픈하면서 강남에서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8) 대형 룸살롱이라는 조건은 미래 수익 의 측면에서 투자의 1순위가 된다. 물론 강남 이라는 지역만이 성매매 산업이 집중된 유일한 지역은 아니다. 18살 때부터 다방에서 일을 해온 <은아>는 2003년 무렵, 처음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100명이 넘는 안산의 가게에 가서 면접을 보았다고 이야 기한다. 당시는 안산에서 새로 문을 연 대형 업소들이 아가씨들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시기였지만 아무래도 규 모가 큰 업소의 환경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다시 장안동의 안마 업소로 이동하였다고 설명한 다. <은아>의 경우처럼 대형 업소를 기피하는 여성들은 보통 안마 업소나 휴게텔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살벌하니까 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형 업소에는 손님이 아가씨를 초이스 하는 시스템이 고착화되어 있어서 여성들 간의 경쟁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순번제 로 일을 하게 될 확 률이 높은 안마 업소를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스무 살이래 단란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연>은 2004년 본격적으로 룸살롱 일을 시작하게 되 면서 강남의 대형 업소에서 계속 일을 해왔다고 진술한다. 강남에서 자란 미연은 자신의 신변이 노출될 것을 걱정했지만 규모가 큰 업소에 진입하고 여기에 얼마나 많은 아가씨들이 일하고 있는지 실제로 경험하고 나서 오히려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대형업소에서 오히려 익명적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강 남 대형 업소에서만 10년 동안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략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여성들은 대형화된 업소를 경험하거나, 아 니면 최소한 대형 업소에서의 노동 조건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또한 이에 대한 정보를 준거로 자 충 재원으로 마련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성매매 업소 역시 여기에 중요한 타깃이 된다. 룸살롱에서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는 주대에 비해 봉사료에 붙는 세율이 낮기 때문에 업주들은 봉사료 신고를 높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 에 박근혜 정부는 세입확충을 위해 이후 연간 1억 원 이상의 봉사료 수입을 올리면서도 개별소비세를 신고하지 않은 업주들 을 대상으로 개별소비세 추징을 통보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여 유흥주점 사장 600여명이 2013년 9월 강 원도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고, 집회 도중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강원도지회장이 돌연 분신을 하는 사태가 빚어 지기도 했다(임원기, 2013). 여성운동계는 지속적으로 여성인권 증진을 위한 대책 으로 성매매 단속 강화를 요구해왔지만, 정작 정부는 세원 조달의 대책 으로 성매매 업소의 단속을 강화하고 세무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성매매는 정 부 주도로 지하경제 양성화 의 목표 아래 합법화 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예상한다. 8) 면접 참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영업 형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00명 정도의 여성들이 일하는 업소는 대략 룸을 40-50개 정도 갖춘 업소로 대형 업소 에 속한다. 또한 이 정도 규모의 업소는 대형 업소가 밀집한 강남을 기준으로하면 평균보다 조 금 큰 규모에 속한다. 그렇다면 강남에는 대략 40%의 업소가 여성을 100명 정도 고용한 대형 업소 라고 유추해 볼 수도 있 을 것이다. 이 모 씨가 2005년 강남에 도입한 매직 미러(Magic Mirror) 초이스 가 대표적으로 이러한 대형 업소의 한 시스템이다. 대 략 50명에서 100명의 여성들이 특수 제작된 유리 안에 앉아서 초이스 를 기다리도록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 특수 장치는 미러 안에 앉아 있는 여성들은 자신을 고르는 남성들을 볼 수 없으나, 미러 외부에서 여성들을 고르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후 강남의 유흥업소는 대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박팀장> 은 이 모 씨가 도입한 동남아 식 매직 미러 초이스 시스템은 강남을 다시 한 번 한국 유흥의 중심지로 만든 획기적인 시 스템 이었다고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동시에 또 다른 강남 룸살롱의 거물, 아시아 최대 룸살롱 YTT의 소유주 역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논현동의 대형 성매매 업소에서 크게 돈을 벌었고 그 운영수익으로 YTT를 신축하여 호텔과 룸살롱을 동시에 운영하기 시작하였다(서울중 앙지방검찰청, 2012). 이처럼 2000년대 중반은 강남에서 룸살롱이 대형화되면서 큰 수익을 낸 시점으로 파악된다

그 후 그가 강남과 북창동의 유흥업소 17곳을 통해 5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이 3,6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조해수, 2012), 고액의 이자와 수수료를 포함하는 대출금 은 모두 상환되었을 것이고 투자자들은 큰 투자 수익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5 신이 선호하는 업소를 그 이유들에 대해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은아>가 살벌하다 고 대형 업소 를 기피한 이유와, <미연>이 익명적 이어서 대형 업소를 선호한다는 이유는 모두 대형화된 룸살롱이 큰 수 익을 창출해내는 특징들이다. 이러한 대형 업소의 수익에 대한 신뢰는 금융 자본이 집중되는 조건이 된다. 유흥업소 전용 대출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일)저축은행 대출 담당자가 파악해야 하는 것은 결국 룸살롱의 입지 조건, 여성들의 숫자 로 압축된다. 이는 여성들의 수 가 많은 대형 업소는 여성들 간의 살벌 한 경쟁을 기반으로 젊은 아가씨들이 집결해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남성 손님으로 하여금 수십 명의 여성들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여성을 고르는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도덕적 은폐의 효과, 구매의 익명성 을 보장한다. (추가되는 초이스 장치들) 한편 이러한 수익의 선결 조건으로서의 업소의 대형화는 동시에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의 효과로 나타나기 도 한다. 제일저축은행의 마이킹 대출 상품이 고안된 것처럼, 개업을 앞둔 대형 룸살롱에 대출금이 지급되는 것이 손쉬운 이유는 유사한 정도의 리스크를 가진 여성들의 차용증이 한 데 묶이는(pooling) 효과로 위험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9) 다시 말해 개별 인물이 가진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불안정성은 이와 같은 위험을 묶는 기법(risk-pooling effect)을 통해 예측이 가능해진다. 10) 차용증 채권의 묶음(pooling), 룸살롱에서의 여성의 집결(pooling) 은 개별 채권, 개별 여성들의 상품성 이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기법이 된다. 금융권에서 의 대출 자산은 이후 이러한 여성-채권의 묶음 을 담보로 새로운 투자 상품을 창출해내는 동시에 업소에서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대출금을 얻어 대형 업소를 창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매매 업소의 대형화 는 여성의 몸을 담보화 하는 테크놀로지의 조건이자 효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2004년 성매매 방지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비웃듯이, 금융 화의 효과로 인해 2000년대 중반 성매매 산업은 대형화되었고 그 결과 금융 자본이 재투자될 수 있는 수익성 있는 매춘 생태계 가 조성되었다. 동시에 정부 및 사법기관에서는 성매매 산업을 증세 없는 복지 를 실현할 수 있는 원천으로 간주하며 업주들에게 도덕적 경제 인간 이 되라는 암묵적인 명령을 내리고 있다. 금융기관 으로부터의 합법적인 대출과 투자를 통해 성매매 업소를 창업하고,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높은 수익을 달 성하여 원리금을 상환하며 정해진 세금을 내는 것이 그 외연에 의해 시대에 걸맞은 도덕적 으로 책임감 있 는 행동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간 성매매 경제를 부도덕한 지하경제, 혹은 고립된 조폭들의 경제로 사유하면서 이러한 경제적 장 에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발표를 통해 밝히고 있듯 성매매 경제는 현재의 금 융화된 경제 질서 하부에서 대규모의 대출을 통해 자신의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연속적인 대출을 만들어내면 서 부채 경제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유기적 결합의 접촉면에는 성매매 산업이 여성들의 몸을 통해 달성하게 될 미래 수익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9) 증권화에서의 풀링(pooling) 은 개별 리스크를 가진 대출 채권들을 묶는, 혹은 집결하는 것으로 증권화의 기본이 되는 위 험 분산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2000년대 들어 룸살롱이 대형화된 것을 불경기 속에서의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을 창출하고자 여성들을 집결시킨 성산업 자본의 자구책의 결과로 본다. 소위 집창촌 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성매매 집 결지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 가 집결한 것이고, 최근의 대형화된 룸살롱은 한 업소에 수많은 여성 들 을 집결한 것이다. 물론 앞서 살펴보았듯이 매춘 경제 안의 자본은 고립된 채 부의 생산과 분배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란 점 에서 이러한 성매매 산업의 변화는 이 시대 부채 경제의 흐름과 연동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10) 증권화는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위험을 전체적으로 분산한 수 있는 기법으로 소개됐다. 즉,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신용위험 은 다양한 계약형태 때문에 시장에 거래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사한 것끼리 묶으면 대수의 법칙 에 따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 또 하나의 매력적인 금융투자처를 얻게 되는 셈이기에 위험을 분산시 킬 수 있다고 한다(김명록, 2008: 46)

이는 다시 말해 남성 손님으로 하여금 수십 명의 여성들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는 기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여성을 고르는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도덕적 은폐의 효과, 구매의 익명성 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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