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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인 쇄 발 행 2014년 12월 2014년 12월 발 행 처 통일연구원 발 행 인 최진욱 편 집 인 통일정책연구센터 등 록 제 호 ( ) 주 소 ( )서울시 강북구 4.19로 123(수유동)통일연구원 전 화 (대표) (직통) (팩시밀리) 홈페이지 htp:/ 기획 디자인 (주)한디자인코퍼레이션 ( ) 인 쇄 처 (주)현대아트컴 ( ) ISBN 가 격 14,000 c 통일연구원,2014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정부간행물판매센타: 매장: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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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목 차 요 약 ix Ⅰ.서론 1 1.연구목적 및 연구내용 3 2.연구 방법 14 Ⅱ.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25 1.떠나기 전 27 2.국경 넘기 38 3.도착 59 4.다시 넘기 67 5.소결 81 Ⅲ.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85 1.체험하는 문화적 경계와 위치성 91 2.문화적 다름과 집단적 정체성의 구성 경계를 넘는 전략들 소결 134 Ⅳ.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포함과 배제의 사회적 경계들 경계의 다중성과 경계 경험의 여정 158

6 KINU 연구총서 사회적 경계 넘기와 주체의 전략 소결 195 Ⅴ.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탈북청소년의 해외 (재)이주의 배경들 난민과 이주민 정체성의 혼종적 재구성 국민 되기의 전략과 시민권 협상 소결 249 Ⅵ.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경험의 확장,상처의 치유,성찰 성장의 경로의존성과 환경 정체성의 확장과 재구성 소결 309 Ⅶ.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13 참고문헌 339 최근 발간자료 안내 349

7 표 목차 <표 Ⅰ-1> 성별 면접인원 17 <표 Ⅰ-2> 연령대별 면접인원 17 <표 Ⅰ-3> 탈북시 연령대 17 <표 Ⅰ-4> 지역별 면접인원 18 <표 Ⅰ-5> 북한 학력 18 <표 Ⅰ-6> 탈북연도별 면접인원 18 <표 Ⅰ-7> 국내 입국 전 해외 체류 기간 18 <표 Ⅰ-8> 국내 거주 기간 18 <표 Ⅰ-9> 한국 내 최초 편입 학교급 19 <표 Ⅰ-10> 해외 이주 시기(현재 해외거주 중인 탈북자) 19 <표 Ⅰ-11> 면접 대상자 인적사항 19 <표 Ⅴ-1> 북한주민의 독일 및 해외 각국 난민 신청 현황 (난민 인정 및 보호조치자) 221

8 그림 목차 KINU 연구총서 <그림 Ⅰ-1>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 분석 범위 8 <그림 Ⅴ-1> 독일연방 이주/난민청/바덴-뷰텐베르그 주 난민 신청소 222 <그림 Ⅴ-2> 독일 난민 심사과정 224 <그림 Ⅴ-3> 칼스루 난민 신청소 내부 전경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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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요 약 이 연구의 목적은 탈북청소년들이 탈북과 이주의 과정 속에서 영토 적 경계 및 사회문화적 경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북한이라는 공간적,사회적,문화적 영 토를 벗어나 중국과 제3국을 거쳐 남한이라는 또 다른 공간적,사회적, 문화적 영토에 들어와 생활하게 되는 과정을 일종의 경계 체험 과정으 로 해석하였다.탈북청소년들이 탈북 이후 다양한 경계를 어떻게 체험 하고 이에 대응하는지,그러한 경계 가로지르기의 경험이 이들이 청소 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그 과정에서 이 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재구성해나가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탈북청소년 지원정책과 관련하여,단기적,부분적,무조건 적 지원에서 지속적,총체적,개별화된 지원으로의 전환,탈북청소년 의 이주 특성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지원 제공,다양한 사회문화적 접 촉 및 의사소통 기회 제공,한국 사회와 학교 내 다문화수용성 제고, 탈북청소년들의 경험과 문화에 대한 인정과 원문화공동체 활성화,탈 북청소년 대상 민주시민교육 및 소통교육 활성화,북한 어린이와 청소 년에 대한 긴급구호 및 교육지원 실시 등의 정책제언을 도출하였다. 주제어:탈북청소년,경계,경계 경험,정체성 -ix-

11 Abstract The Experiences of Crossing Boundaries and Reconstruction of North Korean Adolescent Refugees Identities Cho, Jeongah et al.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investigate how North Korean adolescent refugees experience territorial and sociocultural boundaries as they undergo the process of migration. The whole process of North Korean adolescents depart from spatial, social, and cultural territories of North Korea, entrance into those of China or a third country, and settling in South Korea is interpreted here as a process of boundary experience. This article explores how North Korean adolescent refugees experience and react to various boundaries, and how these experiences of crossing boundaries influence on the process of growing into adults as well as the reconstruction of their identities. Based on the findings of the study, the article reasons out implications for supporting policies of North Korean adolescent refugees. Keywords: North Korean Adolescent Refugees, Boundary, Boundary Experience, Identities -x-

12 Ⅰ. 서론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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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 연구목적 및 연구내용 최근 가족단위로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증가하면서 탈북청 소년 수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1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의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정서와 의식,청소년문화의 특성을 지니고 남한 사회 에 이주하여 생활하며,이중 일부는 유럽과 북미 등의 서구 사회로 재 이주하거나,서구 사회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다가 또다시 남한으로 재 이주하기도 한다.이 연구의 목적은 탈북청소년들이 탈북과 이주의 경 험 속에서 공간적 경계 및 사회문화적 경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탐 구하는 것이다.또한,이 연구에서는 청소년기에 체험한 경계 경험이 한국을 비롯한 이주국에서 생활하는 과정 속에서 청소년의 성장과 정 체성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이를 통해 탈북청소 년 지원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000년대 이후 국내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급증하면서 관 련 연구 또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고,탈북청소년에 대해서도 많은 연 구가 이루어졌다.탈북청소년에 관한 초기 연구들은 주로 탈북청소년 들의 남한 사회 적응,특히 학교 적응을 지원하려는 실천적 목적에 기 초하였기 때문에,학교 안팎의 부적응 실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규명 하며,이들의 학업적응과 문화적 적응을 돕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대 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두었다.이는 크게 탈북 과정에서의 외상경험 이 개인의 정신건강,심리적 특성과 한국 사회에서의 적응 과정에 미치 는 영향에 대한 심리 정서적 적응 관련 연구와 탈북청소년들의 학교적 1_ 2012년 6월 말 현재 10세에서 19세 탈북청소년 수는 3,351명이다.< 이중 정규 초중등학교에 재학하는 탈북 학생 수는 2014년 7월 현재 2,183명이다(2014 년 7월 25일,교육부 보도자료).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3

15 응 및 학업실태를 진단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학교적응 관련 연구로 대별된다.연구방법론 차원에서는 소규모의 양적조사나 질적 사례조사 뿐만 아니라 전수조사에 가까운 양적조사나 종단연구 등 다양한 방법 론이 동원되었다.이러한 연구들은 실제로 탈북청소년들이 한국 사회 와 학교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탈북청소년 정착지원에 기 여했다. 한편,탈북청소년과 그들의 삶을 해석하는 방식의 측면에서 보면 대 부분의 기존 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에서 공통성을 보이고 있다.첫째,결핍의 서사이다.탈북청소년들은 탈북 과정에서 얻은 일 종의 상흔 을 안고 있고 현실 속에서 차별당하거나 부적응하는 존재이 거나 복지 혜택의 수혜자로 묘사된다.둘째,적응과 동화의 서사이다. 탈북청소년들은 고유의 특성과 집단적 정체성을 전제로 다양한 상호 작용을 통해 정체성을 교섭해나가는 존재이기보다는 남한 사회의 가 치와 문화체계,의사소통 방식,삶의 방식에 일방적으로 적응하고 동화 되어야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셋째,단절의 서사이다.탈북청소년들이 북한에서 체험한 청소년기의 경험,다양한 삶의 맥락과 경험의 결,다 양한 탈북 동기와 탈북 과정의 경험이 가져다준 여러 가지 변화 등은 이들의 남한 사회에서의 적응 을 탐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취급 되지 못하였다.이러한 관점에서 탈북청소년은,다소 과장되게 표현하 자면,북한에서의 삶의 기억은 봉인되어 잃어버린 채,탈북 과정에서 얻은 원초적 상흔을 성공적으로 치유하고 자신에게 부과되는 차별을 잘 극복하여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마침내 남한 사람으로서의 완전한 정체성을 획득하여야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근래에 이루어진 일부 연구들은 이와 같은 기존 연구 관점에 대해 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 진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예를 들어,정진웅은 일방적 적응을 목 표로 하는 탈북청소년 교육에 대한 반성적 성찰 에 기초한 새로운 교 육적 시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자발적 비적응 이라는 개 념을 제시한 바 있다. 2 이부미는 탈북청소년의 학교 및 직장생활 경험 에 대한 회고적 분석을 통해 탈북청소년들이 국가와 국민 의식의 균열 과 견고한 민족적 정체성이라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또한 이러한 다중의 정체성을 병리적 현상으로,부적응 의 단서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건강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오히 려 우리 사회가 동질성에 대한 지나친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다 원주의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 윤인진은 북한이탈주 민의 사회부적응에 초점을 둔 연구를 약자관점 이라 통칭하고,이들의 자립정착을 도모하고 남한주민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서는 위기에 처한 개인이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 에 초점을 둔 강점관점 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며,같은 맥 락에서 김윤나는 탈북청소년들의 상흔이 이들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 을 주지만,경우에 따라서는 상흔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성장의 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4 심원,최대석 조은희,박서 연,이슬기,오원환 등은 탈북청소년을 삶의 기대와 전략을 지닌 정체 성 교섭의 주체로 보고,이들의 경험과 생애전략,정체성 형성 과정을 고찰하였으며,김유정은 탈북청소년의 가족 해체와 재결합,이주,정착 2_ 정진웅, 적응을 넘어서:탈북청소년 교육의 새로운 방향 모색, 열린교육연구,제 12권 2호 (2004)참조. 3_ 이부미,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학습경험 및 정체성 재구성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교육인류학연구,제15권 2호 (2012)참조. 4_ 윤인진, 북한이주민의 문화변용과 사회적응, 한국학연구,제41호 (2012);김윤나, 북한이탈 청소년의 적응유연성에 관한 연구, 아동과 권리,제12권 4호 (2008)참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5

17 등의 일련의 과정을 이산 이라는 시각에서 경험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 추어 분석하였다. 5 맹영임 길은배는 적응에서 통합으로 문제의식을 전 환해야 한다고 보고,탈북청소년과 일반청소년의 상호 및 자기집단에 대한 인식 조사를 통해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정책적 과제를 도출하 였다. 6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이 연구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의 북 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및 이주 과정의 경험을 연속적인 것으로 보고, 남한으로의 이주 후 이들이 여러 겹의 생애 경험들 속에서 자신의 정 체성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특히 이 연구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북한이라는 공간적,사회적,문화적 영토 를 벗어나 중국과 제3국을 거쳐 남한이라는 또 다른 공간적,사회적, 문화적 영토에 들어와 생활하게 되는 과정을 일종의 경계 체험 과정으 로 해석하고자 한다.경계 자체가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는 선이기 때 문에,경계 가로지르기는 필연적으로 정체성의 재구성을 동반한다.이 연구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탈북 이후 다양한 경계를 어떻게 체험하 고 이에 대응하는지,그러한 경계 가로지르기의 경험이 청소년에서 성 인으로 이들이 성장해나가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그 과정에서 이들 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재구성해나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기 규정은 각 사회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르다.통념상 5_ 심원, 새터민 청소년들의 정체성 교섭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최대석 조은희, 탈북대학생들의 국가정체성 형성과 변화, 북한연구학회보, 제14권 2호 (2010);박서연, 북한 이주 청년들의 진로 모색 과정을 통해 본 생애 전략, (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2008);이슬기, 북한 이주 1.5세대 여성들의 정체 성 구성 방식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2009);오원환, 탈북 청 년의 정체성 연구:탈북에서 탈남까지,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2011);김유정, 북한이탈 청소년의 이산 경험,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2012)참조. 6_ 맹영임 길은배,탈북청소년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서울:한국청소년정 책연구원,2013)참조. 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 20대 이전을 청소년이라 칭하기도 하지만, 청소년기본법 에서 청소년 의 연령을 9세 이상 2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의보 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시행령 에서도 교육지원대상을 국내의 중 고 등학교에 입학 또는 편입학한 만 25세 미만의 자 로 규정하고 있다.보 건복지부의 2008아동 청소년백서 에서는 청소년기를 세분화하여, 아동을 6~12세,청소년을 13~18세,청년을 19~24세로 규정하고 있 다.11세~13세를 청년 전기,13~17세를 청년 중기,17세~20대 초반 을 청년 후기,20대 초반에서 30세를 성인 초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7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기를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에 이르는 연령 대로 포괄적으로 정의한다.이 연구의 연구 대상은 청소년기에 북한에 서 중국으로,중국에서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한국에서 북미나 유럽 국가로,재이주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공간적 경계를 넘고 이에 수반되 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경계 경험을 한 청소년 및 성인들이다.이 연구 의 분석 범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 <그림 Ⅰ-1>과 같다. 탈북청소년들이 어떤 존재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성인으로 성장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놓여 있는 수많은 경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이들은 단순히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물리적 경계만을 넘어온 이들이 아니다.그들의 경계 경험 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것이기도 하다.이들은 자신에게 부여되는 수많은 경계들을 경험하면서 한편으로 경계를 그들의 행동 과 생각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내기도 한다.경계는 곧 이들의 정체성 을 구성하는 힘줄들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이들이 경험하는 경계 경험을 탈북 이라는 국경 또는 국적 이동의 틀로 단순화할 수 없다.이 7_ 허혜경 김혜수, 청년발달 (서울:학지사,2010),p.285.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7

19 런 차원에서 경계적 정체성 구성의 생애사적 현재적 맥락,이들의 문 화 실천이 갖는 의미,국경을 넘는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의 욕망 과 현실적 제도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묻는 일이 필요하다. 8 그림 Ⅰ-1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 분석 범위 최근 경계 개념은 인지,사회 집단 정체성,센서스 범주,문화 자본, 문화적 자격,인종 민족,과학적 논쟁,집단 권익,이민,정치 분쟁 등의 수많은 영역의 수많은 주제들과 접합하면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 다. 9 사회적 집단이나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과 소통을 제약하는 일상 의 경계 에서부터 정치 지리학적 경계로서의 국경,문화적 혹은 계급 8_ 김예림, 이동하는 국적,월경하는 주체,경계적 문화자본-한국내 재일조선인 3세의 정체성 정치와 문화실천, 상허학보,제25호 (2009),p _ M.LamontandV.Molnar, TheStudyofBoundariesintheSocialScience, AnnualReview ofsociology,vol.28(august2002),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0 적 차이를 드러내는 아비투스로의 재현적 경계,사회구성원들의 무의 식과 의식을 넘나들며 작동하는 상상적 경계 까지,경험되는 경계들은 셀 수 없이 많을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혹은 경계를 경험하는 행위주 체의 위치에 따라 확장/축소되거나 혹은 절합/분열되기까지 한다. 10 한 개인이 경험하는 경계 경험의 차원에서 본다면,경계는 개인의 존재를 드러내고 실존을 구성하는 복잡한 기호와 상징,제도와 상식, 과학과 표준 등으로 이루어진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실재라고 할 수 있 다.경계는 힘의 관계와 사회제도의 상징과 표시이며 여러 제도적 실 행과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다.경계는 일종의 제도(Institutions)로서 암묵적이고 명시적인 규범,가치,도덕률 및 법률을 구현한다.경계는 눈에 보일수도 있고 무형일 수도 있으며,물질적일 수도 있고 상징적일 수도 있다.경계는 사회적 행위와 장벽,동기 근원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경계는 정체성을 구성하기도 하고,정체성에 의해 형성되기도 한 다.경계는 의미와 해석의 기본을 이루는 관례와 형식을 만들어낸다. 11 한 개인을 이해하려면 그의 육체와 생각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경계 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반대로 한 사회를 이해하려면 개인들의 실 존을 구성하는 다양한 경계 작동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우 리가 특정 누군가를 탈북청소년이라고 부를 때,이미 우리는 탈북 이 라는 호명을 통해 그들을 이미 어떤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행동하도록 요구한다.이들은 언어에 버금가는 제도 속으로 밀려들어가는 것이다. 경계는 거기에 정합하는 언어적 체계를 수반하게 되고 그것은 법적 10_ 김성경, 경험되는 북 중 경계지역과 이동경로 북한이탈주민의 경계 넘기와 초국적 민족 공간의 경계 확장, 공간과 사회,제22권 2호 (2012),p _ D.NewmanandA.Paasi, FencesandNeighboursinthePostmodernWorld: BoundaryNarativesinPoliticalGeography, ProgressinHumanGeography, Vol.22,Issue2(1998),p.194.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9

21 제도적인 실재를 또한 수반하게 된다.따라서 경계는 인지적이고 의사 소통적이고 정치적인 중층성을 갖는다.경계는 어떤 대상과 사물을 인 지하는 체계이자 의사소통의 체계이자 안과 밖,내부와 외부,배제와 포함을 나누는 정치성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가 탈북청소년들을 경계 의 차원에서 본다는 것은 그들이 다양 한 경계들을 통해 어떻게 정체성을 규정당하거나 또는 정체성을 만들 어 가는지를 보는 것이다. 경계 는 어떤 것을 물리적,상징적,관념적으 로 분할하는 것으로,우선 국가 사이를,공동체 사이를 분리시키는 것 이고,우리와 그들을 구분함으로써 정체성과 집단의 구성 요소가 된다. 경계는 맞닿음 또는 분리의 지점 이며 우리와 그들의 정체성을 정립 한다. 12 경계는 우리 를 정의하는 것과 경계 너머에 있는 타자를 정의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항구적 질문을 내포한다.따라서 경계는 국가나 어떤 국가 공동체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우리 사회 안에 다양한 인종 문화 공동체 사이에,또 기득권을 가진 주류와 소외 된 비주류 사이에도 존재한다. 13 이 글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북한을 벗어나 중국과 제3국을 거쳐 남 한이라는 또 다른 공간적,사회적,문화적 영토에 들어와 생활하게 되 는 과정을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으로 보고,이들이 체험하는 공 간적,사회문화적 경계 경험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장에서는 탈북청소년이 북한을 떠나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한국으 로 들어오고,일부는 한국을 떠나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한국으 로 돌아오는 일련의 공간적 경계 경험을 살펴본다.이 연구에서 공간 적 경계 경험은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경험하 12_ 존 앤더슨 저,이영민 이종희 역, 문화 장소 흔적 (서울:한울,2013),p _ 가시철조망,장벽의 정치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제57호. 1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2 는 공간 횡단 경험을 의미한다.구체적으로는 북한에서 중국으로,중국 에서 제3국으로,제3국에서 한국으로,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에서 서구 국가로,서구 국가에서 다시 한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이는 서로 다른 국가를 가로지른다는 점에서 국경 넘기 과정이기도 하다.그러나 흔히 일상적으로 국경을 넘는 과정이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 고 공항이나 항구,검문소의 출입국 심사대를 거쳐 이동하는 것이라면, 탈북청소년의 국경 넘기는 합법적인 서류 없이,공식적인 국경초소를 피해서 이동하는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이들은 맨몸으로 국경을 넘는 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법적 존재로 공간의 경계를 횡단한다.Ⅱ장 에서는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탈북청소년들의 공 간 횡단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고,이 경계 횡단 경험이 이들에게 어 떻게 인식되고 기억되는지를 다룬다. 경계는 사람들을 그 안에 효과적으로 머무르게 하거나 혹은 그 바깥 으로 추방할 뿐만 아니라 장소 내의 문화를 질서화한다. 14 탈북청소년 은 한국에 들어와 그들 나이의 사회적 공간,특히 학교라는 교육의 장, 또래 문화의 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탈북청소년들은 이러한 공간들에서 다양한 문화적 자본을 가진 또래 의 한국 친구들과 마주하고,언어,의복,사물,음악,소비,관계 문화 등을 통해 문화적 차이와 경계를 인식한다.Ⅲ장에서는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 넘기의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문화란 가치,신념,행동의 총체이며,공유된 언어,타인과의 소통 방식,스타일,생각하는 양식을 포함한다.이러한 문화는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집단 구성원이 공유하 는 행동양식과 믿음,전통,원칙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14_ 존 앤더슨 저,이영민 이종희 역, 문화 장소 흔적,p.9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11

23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그로 인해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집단의 구성원은 유사한 삶의 기대를 갖는다.따라서 문화적 경 계는 특정 집단과 다른 집단이 문화적으로 구별되거나 스스로 다른 집 단과 구별된다고 여기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구체적으로 언어와 스 타일,생활태도와 양식,사고방식과 지향하는 가치의 차이가 발견되는 순간들이 문화적 경계를 경험하는 때이다.그리고 문화적인 것을 통해 같음과 다름,나와 타자를 구성하고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을 문화적 경계라 할 수 있다.따라서 탈북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문 화적 경계는 탈북청소년이 일상 속에서 문화적 차이를 체험하고 인지 하는 순간과 자신 또는 탈북청소년 집단과 다른 집단을 구별하고 각 집단의 특성을 규정하는 방식과 맥락에서 발견될 수 있다.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공간적 경계를 넘음과 동시에 그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경계들 과 마주치게 된다.이 경계들 은 그 사회가 어떻게 이들 탈북청소년들을 상징적으로 규정하고 바라 보는가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밀접하게 관련된다.이들은 형식적 시민 권을 통해 우리 사회에 포함되었지만,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사회적으 로 작동하는 경계들 속에서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Ⅳ장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탈북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와 포함의 경계를 다 룬다.또한 탈북청소년들이 자신을 타자화하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 해 구사하는 동질화 또는 차별화의 다양한 전략을 살펴본다.이 글에 서 사회적 경계는 계급,젠더,섹슈얼리티,인종(출신),연령 등과 같은 사회적 범주가 한 사회에서 규범과 제도적 장치,문화를 통해 작동하는 방식을 뜻한다.이런 사회적 범주들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들을 타자화 하는 것을 통해 그들을 경계 내부 또는 외부에 위치 짓기 하는 방식으 로 작동한다.탈북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적 범주에서 1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4 경계 를 경험하게 되는데,이들을 타자화하는 사회적 시선과 제도적 장치들이 그런 경계 에 해당한다.타자화란 자신의 정상성을 기준으로 타자를 주변화하는 중심-주변부 관계를 핵심으로 한다.보통 타자는 진리에 대한 허위,선에 대한 악,합리성에 대합 비합리성,정상에 대한 비정상,우등에 대한 열등의 의미를 갖는다.따라서 타자는 중심으로부 터 배제되고 허위,악,비합리성,비정상,열등이란 이름으로 억압되기 쉽다.북한의 후진성 만을 강조해 탈북청소년들을 주체성이 결여된 도움을 기다리는 불쌍한 희생자, 근대화되지 못한 낙후한 사람, 경 제난민, 부적응자 등으로 타자화하는 시선 속에는 권력의 관계,포함 과 배제의 관계가 수반된다.정체성이 타자와의 관계와 차이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점에서 탈북자들은 이런 사회적 경계들을 다양한 삶의 공 간에서 경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된다.한편 분단체제 내에서 사회적 경계는 동질화와 차별화라는 이중운동을 통해 작동한 다.특정 집단이나 개인들을 민족이란 이름으로 포함시키는 동질화의 측면과 함께 이들을 사회적 범주를 통해 외부로 배제시키는 차별화의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V장에서는 국가 간 경계를 가로지르며 연속적인 이주를 경험하는 탈북청소년 집단에 주목하여,중국에서 유럽으로,혹은 남한을 거쳐 독 일로 이주한 청소년들의 삶과 이주의 경험을 재구성한다.재이주가 발 생하는 배경과 힘,탈북청소년들이 새로운 국가의 성원이 되기 위해 경 주하는 다양한 노력과 협상의 과정을 고찰한다.탈북청소년들이 중국 과 남한으로 이주하고,제3,제4의 국가로 재이주하는 과정은 무수히 많은 인간 및 사물들과 만나고 교류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이자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이들은 희 망하는 국가의 성원으로 인정받고,시민으로 참여하기 위해 서로 다른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13

25 타협과 갈등을 경험한다.V장에서는 최근 독일 사회로 이주한 탈북청 소년들의 이주 경험과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고찰한다. Ⅵ장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탈북 과정과 새로운 삶의 공간에서 겪 는 경험을 누적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성장 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다.탈북청소년들의 다양한 생애사례를 통해,탈북청소년들의 경계 경 험을 통한 성장의 특성이 무엇인지 파악하고,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분석한다.또한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에 동반되는 정체성 재구성 과정을 살펴본다.이 글에서 성 장 은 자연적,문화적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향상되고 내적으로 통합 을 성취하면서 인간의 성품,능력,신념,태도,지력 등이 재구성되는 과정 15 을 의미하는 조작적 개념으로 사용한다.즉,경계 경험의 재구 성을 통해 인지 정서적,사회적 측면에서 통합력을 확대하고 청소년기 발달과업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성장 이라는 본다. Ⅶ장에서는 이상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탈북청소년 지원정책과 관련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Ⅱ장은 이향규,Ⅲ장은 조영주,Ⅳ장은 홍민,V장은 이희영,Ⅵ장은 조정아가 책임 집필하였음을 밝혀둔다. 2. 연구 방법 이 연구의 주제는 탈북청소년들의 성장 경험과 그러한 성장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주관적 신념,감정,가치체계,사고방식 및 이들이 자신 의 경험에 부여하는 의미와 해석방식과 관련된다.따라서 그러한 주제 를 다루는데 적합한 심층면접,구술생애사분석,단기적인 참여관찰 등 15_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교육학 용어사전 (서울:하우동설,2005),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6 질적연구방법을 주된 연구방법으로 활용한다. 이 연구에서는 1998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탈북 후 국내에 입국하여 한국 사회에서 생활한지 최소 2년에서 최대 15년이 경과한 37명,한국 을 거쳐 해외로 이주한 5명,북한에서 해외로 직접 탈북한 7명 등 총 49명의 탈북청소년 및 성인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면접 대상 자 대부분은 청소년 시기에 탈북 및 공간적 경계 넘기의 경험을 하였 다.탈북청소년 중 일부는 연구진이 2009년 이후 여러 연구를 진행하 면서 만났던 청소년들로,이들로부터 시간 간격을 두고 수집한 면접 자 료를 분석하여 거주기간의 변화에 따른 경험과 정체성의 변화를 파악 하고자 하였다.탈북청소년 해외 이주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특히 해외로 이주한 탈북자의 경우 성인에 대한 심층면접도 일부 수행 하였다. 본격적인 개별 심층면접조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탈북 후 국내에 정 착한 청소년 집단과 5년 정도의 해외 이주 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 집단을 선정하여 초점집단면접(FocusGroupInterview)을 실시하였 다.초점집단연구는 참여관찰과 심층면접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연구 방법으로 그룹간의 언어행위,상호작용,의견형성 과정을 관찰 가능하 다는 장점이 있다.초점집단면접을 통해서는 탈북청소년들의 다양한 경계 경험의 범위와 특성을 가늠하고 향후 심층면접조사의 전략을 구 체화할 수 있었다. 심층면접은 주로 연구자와 면접 대상자의 일 대 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며,경우에 따라 면접 대상자 두 사람을 연구자 한 사람이 동 시에 면접하기도 하였다.심층면접은 연구자별로 생애사 인터뷰 방식 16 16_ 스튜어트 홀은 정체성을 과정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체성은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역동적 과정이며,역사와 차이가 작용하는 것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15

27 또는 반구조화된 심층면접의 방식으로 실시하였다. 17 개별 심층면접 대상자는 연구자가 직접 알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을 통해 소개를 받거 나 탈북청소년 지원 조직을 통해 소개받았다.이는 질적연구의 경우 연구자와 면접 대상자간의 신뢰 형성이 면접의 내용과 심도에 직접 영 향을 미치고,면접 대상자인 북한이탈주민들이 신변 안전의 문제에 대 해 예민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소개자에 대한 신뢰 여부가 면접 자료 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연구자가 면접 대상자에게 전화로 연락하여 연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조사 참가의사를 타진 하였다.참가의사를 표명한 대상자에 대해 연구자의 연구실 또는 면접 대상자의 거주지 등지에서 2~3시간 정도에 걸쳐 면접조사를 진행하 였다.면접 내용은 면접 대상자의 동의를 구한 후에 녹음하였으며,이 를 전사하여 녹취록을 작성하였다.이후 녹취록을 읽으면서 주요 내용 을 범주화하고 주제별 코딩을 실시한 후 코딩 내용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다.또한 정체성은 담론과 재현 속에 있다.그것은 부분적으로 재현에 의해 구성된 다.정체성은 우리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자신에 관해 말하는 이야기이다. 개인이 자신의 생애이야기를 서술하는 과정은 곧 자신의 생애 경험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자 현재 자신의 삶의 맥락 속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이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해나가는 과정이다.구술생애사는 구술자가 살아온 객관적인 삶의 궤적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이야기하는 시점에서 구술자 가 자신의 삶과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를 보여준다.Stuart Hal,Ethnicity:IdentityandDiference(New York:OxfordUniversityPress, 1996),pp.344~ _ 질적연구의 패러다임에서는 사례의 양이 아니라,사례 속에서 드러나는 경험의 내용 에 주목한다.즉 사례의 규모에 대한 선호와 하례들의 평균으로 객관성과 일반성을 주구하는 양적연구의 패러다임과 달리,질적연구방법론에서는 사례를 통해 재구성 한 세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상호주관적 설득력을 담보하는지에 주목한다.생애사 연구에서 한 개인의 생애사는 그가 속한 집단을 대표하거나 전형성을 보여준다기보 다는 특정 집단과 사회를 표상한다.이희영, 탈북-결혼이주-이주노동의 교차적 경 험과 정체성의 변위:북한 여성의 생애사 분석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와 다문화, 제2권 1호 (2012),p.10;이희영, 사회학 방법론으로서의 생애사 재구성, 한국사 회학,제39집 3호 (2005),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8 연구 주제와 관련된 중심 주제들을 도출하고 중심 주제와 주제별 해석 을 정교화 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면접 자료 분석 과정에서 추가 면 접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1~2회 추가면접을 실시하였다.연구자 료 수집 및 분석 과정에서 해석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기적인 회의를 통해 연구진 간에 자료 수집 및 사례 분석 과정을 공유하였다. 면접 대상자의 성,연령대,탈북시 연령대,출신 지역,북한 학력,탈 북연도,입국 전 해외 체류 기간,국내 거주 기간,한국 내 최초 편입 학교급,해외 이주 시기별 구성 및 인적사항은 다음 <표 Ⅰ-1>에서 <표 Ⅰ-11>까지와 같다. 표 Ⅰ-1 성별 면접인원 성별 남자 여자 합계 인원 (단위:명) 표 Ⅰ-2 연령대별 면접인원 (단위:명) 10대 20대 20대 20대 30대 30대 40대 연령대 후반 초반 중반 후반 초반 중 후반 이상 합계 (17~19세) (20~ 2세) (23~26세) (27~29세) (30~32세) (3~39세) 인원 표 Ⅰ-3 연령대 10세 미만 탈북시 연령대 10대 10대 초반 중반 (10~12세) (13~16세) 10대 후반 (17~19세) 20대 초반 (20~2세) 20대 중반 (23~26세) 20대 후반 (27~30세) 30대 이상 (단위:명) 합계 인원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17

29 표 Ⅰ-4 지역별 면접인원 (단위:명) 출신지역 함경북도 함경남도 평안남도 양강도 황해남도 합계 인원 표 Ⅰ-5 북한 학력 (단위:명) 학력 미취학 소학교 (인민학교) 재학 소학교 (인민학교) 졸업 중학교 재학 중학교 졸업 전문학교 재학 이상 합계 인원 표 Ⅰ-6 탈북 연도 탈북연도별 면접인원 (단위:명) 합계 인원 표 Ⅰ-7 체류 기간 국내 입국 전 해외 체류 기간 (단위:명) 1년 미만 1~3년 3~5년 5~10년 해외직행 합계 인원 표 Ⅰ-8 거주 기간 국내 거주 기간 (단위:명) 1~3년 3~5년 5~10년 10년 이상 해외직행 합계 인원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0 표 Ⅰ-9 한국 내 최초 편입 학교급 학교급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 및 대안학교 (단위:명) 대학교 미진학 해외직행 합계 인원 표 Ⅰ-10 이주 시기 해외 이주 시기(현재 해외거주 중인 탈북자) 미상 합계 인원 (단위:명) 표 Ⅰ-11 면접 대상자 인적사항 코드 성 별 사례1 여 사례2 남 사례3 여 사례4 여 사례5 남 사례6 여 연 령 대 20대 중반 20대 초반 20대 중반 20대 중반 20대 후반 20대 중반 탈북시 연령대 20대 초반 10대 중반 10대 중반 10대 후반 20대 중반 10대 중반 출 신 지 함경 북도 탈북 년도 함경 북도 2008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함경 북도 2005 입국 전 해외 체류기간 국내 거주 기간 북한 학력 국내 편입 학교급 해외 거주 경험 면담일시 5년 검정고시 후 개월 중졸18 3개월 대입준비 중 년 11개월 4년 2개월 개월 9년 8개월 7년 전문학 개월 5개월 교재 4년 전문학 개월 8개월 교재 2년 10개월 6년 2개월 중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중재 초등학교 편입 대학 입학 (학력인정) (현재 취업)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중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_ 북한의 중학교는 우리의 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하는 6년제 고등교육 기관이다. 2012년 9월 학제개편으로 6년제 중학교는 3년제 초급 중학교와 3년제 고급 중학교 로 개편되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19

31 코드 성 별 연 령 대 탈북시 연령대 출 신 지 탈북 년도 입국 전 해외 체류기간 국내 거주 기간 북한 학력 국내 편입 학교급 해외 거주 경험 면담일시 사례7 여 20대 초반 10대 중반 함경 북도 년 6년 중재 중학교 편입 사례8 여 20대 후반 20대 중반 함경 북도 개월 2년 7개월 중졸 대학 입학 (학력인정) 사례9 남 사례10 여 사례11 남 20대 중반 20대 중반 20대 초반 10대 후반 20대 초반 10대 후반 미진학 함경 북도 개월 5년 초졸 (검정고시 준비 중) 평안 남도 평안 남도 4년 전문학 개월 1개월 교재 3년 대학교 개월 9개월 재학 유럽 10개월 사이버대 (취업병행) 대학 입학 (학력인정) 사례12 남 20대 후반 10대 중반 함경 북도 년 11년 중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유럽 5년 사례13 여 20대 초반 10세 미만 함경 북도 년 14년 미취학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미주 3개월 사례14 여 20대 중반 10대 중반 함경 북도 20062년 5개월 5년 10개월 중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사례15 남 20대 중반 10대 초반 함경 북도 개월 미만 14년 2개월 초재 초등학교 편입 유럽 4년 사례16 여 20대 중반 20대 초반 함경 북도 개월 4년 대졸 대학 입학 (학력인정) 사례17 남 20대 초반 10대 후반 함경 북도 검정고시 후 3년 개월 3개월 초재 대안학교 재학 중 사례18 남 20대 후반 10대 후반 평안 남도 년 7년 1개월 중졸 직업전문 학교 사례19 여 20대 중반 20대 초반 양강 도 20111년 2개월 2년 7개월 중졸 미진학 (취업)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2 코드 성 별 사례20 여 사례21 여 사례22 남 사례23 여 사례24 여 사례25 남 사례26 남 사례27 여 사례28 남 사례29 남 사례30 남 사례31 남 연 령 대 20대 초반 20대 중반 20대 중반 20대 중반 20대 후반 10대 후반 20대 후반 10대 후반 10대 후반 20대 초반 20대 초반 20대 중반 탈북시 연령대 10세 미만 10대 중반 10대 중반 20대 초반 10대 중반 10대 초반 10대 초반 10대 중반 10대 중반 10대 후반 10대 후반 10대 후반 출 신 지 탈북 년도 입국 전 해외 체류기간 국내 거주 기간 북한 학력 함경 북도 년 8년 8개월 미취학 함경 북도 개월 11년 2개월 국내 편입 학교급 초등학교 편입 (대안학교 재학 중) 중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함경 북도 개월 8년 중재 중학교 편입 함경 북도 개월 2년 9개월 해외 거주 경험 면담일시 유럽 4년 미주 1년 중졸 대안학교 대학 중퇴 함경 북도 년 6년 2개월 중졸 (학력인정) (현재 취업) 함경 북도 2008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함경 북도 3년 11개월 19984년 4개월 12년 2년 3개월 중재 대안학교 (일반 고등학교 전학) 4개월 중재 중학교 편입 3년 개월 2개월 중재 중학교 편입 개월 3년 5개월 개월 3년 2개월 20101년 1개월 3년 1개월 개월 6년 중재 중재 고등학교 편입 중재 고등학교 편입 중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고등학교 편입 (대안학교 전학 후 졸업)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21

33 코드 성 별 사례32 여 사례33 남 사례34 남 사례35 여 사례36 여 사례37 여 사례38 남 사례39 남 사례40 여 사례41 남 사례42 여 사례43 여 사례44 여 사례45 남 사례46 여 연 령 대 20대 초반 20대 중반 30대 초반 20대 중반 20대 후반 30대 후반 30대 초반 30대 중반 40대 중반 40대 중반 40대 중반 20대 초반 30대 초반 50대 초반 20대 중반 탈북시 연령대 10대 후반 10대 초반 10대 중반 20대 초반 20대 중반 30대 초반 20대 초반 20대 후반 40대 중반 40대 초반 30대 후반 10대 후반 20대 후반 40대 후반 20대 초반 출 신 지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함경 북도 탈북 년도 입국 전 해외 체류기간 국내 거주 기간 북한 학력 국내 편입 학교급 개월 5년 1개월 중재 검정고시 (대안학교) 후 대학 입학 년 6년 초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년 12년 중재 검정고시 후 대학 입학 평안 남도 년 4년 4개월 평안 남도 년 4년 전문학 4개월 교졸 함경 북도 해외 거주 경험 면담일시 미주 5년 중졸 대학 입학 (학력인정) 대학 입학 (학력인정) 개월 5년 7개월 중졸 미진학 해외 거주 중 함경 북도 년 미만 10년 중졸 미진학 해외 거주 중 황해 남도 년 3년 중졸 미진학 해외 거주 중 함경 북도 황해 남도 함경 북도 양강 도 2013 해외직행 해외 2008 해외직행 해외 2008 해외직행 해외 직행 직행 직행 2012 해외직행 해외 직행 중졸 해외직행 해외 거주 중 중졸 해외직행 해외 거주 중 전문학 교졸 해외직행 해외 거주 중 초졸 해외직행 해외 거주 중 함경 북도 년 2년 중졸 미진학 해외 거주 중 양강 도 2013 해외직행 해외 직행 중졸 해외직행 해외 거주 중 양강 도 년 3년 중졸 미진학 해외 거주 중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4 코드 성 별 사례47 남 사례48 남 사례49 여 연 령 대 20대 중반 40대 중반 20대 중반 탈북시 연령대 20대 초반 30대 중반 10대 초반 출 신 지 양강 도 함경 남도 함경 북도 탈북 년도 입국 전 해외 체류기간 국내 거주 기간 2010 해외직행 해외 직행 2002 해외직행 해외 직행 북한 학력 국내 편입 학교급 해외 거주 경험 면담일시 중졸 해외직행 해외 거주 중 대졸 해외직행 해외 거주 중 년 12년 초졸 중학교 편입 심층면접 이외에도 탈북청소년 쉼터 등 국내 탈북청소년들의 주거 공간을 방문하여 단기적인 참여관찰을 수행하였다.또한 공동연구자 한 명이 독일에 6개월간 거주하면서 탈북난민 숙소와 생활공간에 대한 참여관찰과 심층면접을 실시하였다.탈북난민들은 현재 캐나다,영국 이외에 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으로 집단 이주하고 있다. 2013년에 독일에서 난민 신청을 한 탈북자 수는 급증하여 영국의 난민 신청자수를 넘어섰다.유럽 국가 내 탈북자들의 난민 신청 추이는 각 국가별 이주정책의 특성보다는 각 국가의 난민 심사절차 및 판결,중개 조직의 안내 등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이 연구에서 는 해외 거주 탈북청소년의 이주경험을 분석하기 위해 유럽 내 국가 중 하나인 독일로 이주한 탈북청소년들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서론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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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Ⅱ.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아주 먼 데. 말도 통하지 않는,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먼 데까지 가자고. 어느 날 나는 집을 나왔다. 걷고 타고,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몇 날 몇 밤을 지나서. -신경림,먼 데,그 먼 데를 향하여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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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이 장에서는 탈북청소년의 물리적 경계 횡단 경험을 분석한다.이들 은 북한을 떠나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고,일부는 한국 을 떠나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련의 여행 을 한다.이들이 기억하는 북한과 중국,제3국,한국,서구 국가는 어떤 공간인지,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어떻게 이 루어졌고,이 경계 횡단 경험은 이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었는지를 다룬 다.이들은 청소년 기에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청소년기는 아이 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인생에서의 중요한 전환기이기도 하다.어린 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들이 경험하는 물리적 횡단은 어른이 경험하는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이 장에서는 이 들이 북한을 떠나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늘 과정,그리고 다 시 서구 국가로 나가고 다시 들어오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간다. 1. 떠나기 전 이 절에서는 이들이 북한에 살 때 북한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 였는지,그리고 북한에 있을 때 밖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에 대해 다룬 다.물리적 경계를 넘는 신체적 체험을 하기 이전에 이들이 자신이 사 는 사회와 바깥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을 살펴봄으로써,이후 구체적인 경험을 한 이후에 그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나가는 지를 비교 해 볼 수 있다. 가. 북한에서 본 북한 사회: 다른 준거가 없어 행복했던 시절 대부분의 면접자들은 북한에 있을 때 북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에 대해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그냥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이 즐거웠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27

39 나,조직생활을 하는 것이 싫었거나,배고프고 추웠던 기억이 슬펐다거 나,그들이 기억하는 내용은 개개인이 겪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이 들은 대부분 세상이 원래 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였다.왜냐하면 바 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북한 사회를 비교하여 볼 수 있는 준거가 없었기 때문이다.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바깥세상을 볼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실제로 경험한 외부세상이 아니 어서 이미지로만 존재하게 된다.이들이 본격적으로 북한 사회를 비춰 볼 수 있는 다른 사회의 준거를 갖게 되는 것은 중국에 간 이후이다. 북한에 있을 때는 몰랐어요.북한에서는 거기서 삶이 난 재밌고 좋았던 거 같아요.그러니까 여기서 생각하면 북한이 언론 쪽으 로 막히고 자유가 뭐 이런 게,모든 게 제한되고 이런 게 되게 많잖아요.먹고살기 힘들고.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지만 그 쪽에서는 그런 걸 제가 아무리 미국영화 뭐 이렇게 외제영화나 뭐 이런 그 비디오 같은 거랑 많이 보면서 생각 드는 게,그래도 거기서 이렇게 그런 거랑 접하면 이런 게 한계가 있거든요.그래 도 제가 이렇게 와서 이렇게 체험해보니까 생각나는 거지,북한 에서는 그렇게 아무리 봐도 아 저건 영화에서 보여주는 거니까 어느 정도 이렇게 관심은 가지만 이게 딱 와 닿지 않잖아요.그 래도 또 뭐 그 영화 보고 돌아서면 또 내 삶이 좋았고.내가 지 금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았고--.학교에서 뭐 이런 뭐 무슨 걸 국가에 바친다 이러면 외화벌이 막 이런 걸 바친다면 이건 무조 건 해야 되나 보다.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세뇌 당하며 살았기 때문에 아 이건 무조건 해야 되나 보다.안 되면 뭐,무조건 어 디서 훔쳐서라도 아무튼 무조건 내야 되나 보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지 뭐 이렇게--솔직히 말해서 불만은 없었는 데,오면서 중국에서 오면서 다 느낀 거죠.아 이게 이런 곳이구 나,함정에 살았구나,이런 걸 되게 느낀 거죠.저는.그전에는 몰랐어요 저는. 19 (사례31구술녹취록,2014Ⅰ/6) 20 19_ 녹취록에 사용된 기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는 말늘임 표시,( )는 연구자의 부연설명,밑줄은 연구자의 강조를 의미한다. 2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40 구술자 가운데는 북한을 떠날 때까지 북한 이외의 다른 나라가 있다 는 것을 몰랐다는 경우도 있다.사례49는 강 건너 중국이라는 것은 알 았지만,중국은 다른 국가 가 아니라 다른 지방 이라고 생각했다.이 경우는 그녀가 탈북한 시기가 2000년이고,당시 열두 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비교적 최근까지 북한의 청소년들이 이해하는 바깥세계가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준다.심지어는 남조 선 이라는 말도 어떤 지리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헐벗고 굶주린 어떤 곳의 상징처럼 이해되었다. 저는 그때 진짜 열두 살이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그래서 그, 북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그러니까 북한 외에는 다른--제가 궁금했던 게 여기 남한 애들이 열두 살 정 도 되면 다른 나라가 있다는 존재를 알고 있잖아요.그런데 저는 그때까지는 이게 다라고 생각을 했었어요.그 생각만 나요.네. 다른 나라는 없는 건가.이런 생각 들고,중국에 왔을 때는 중국 빼고 또 다른 나라는 없고,이렇게만--.아,중국은 알았어요.국 경이랑 너무 근접해 있어서 저기가 중국이다.그런데 그 개념은 몰랐어요.그냥 이렇게 하나의 다른 지방 같은--.여기 건너가 면 뭐 함북,함경남도 이렇게 되는 것처럼 거기도 다른 지방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이해했던 거 같아요,어렸을 때는.(중략)국 가개념이 없었던 거 같아요.네--그러고 외국 사람도 그냥 그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라고 생각을 했었어요.제가 여기 와 서 느낀 건데,초등학교 때 내용을 보면 어린 사람들은 그 북한 에서 항상 교육을 시키잖아요.뭐,북한이 최고고 남한은 못산다 고 교육을 시키는데,교육을 시켜도 몰라요,어린애들은.저는 어렸을 때 기억나는 게 뭐 그런 구절이 있어요.뛰뛰빵빵 내 동 생 자동차 몰고 어디 가냐고 물어봤더니,헐벗고 굶주린 남한에. 뭐--그런데 그 내용을 몰라요.남조선이 어디 있는 지도 모르 20_ 이 글에서 녹취록을 인용하는 방식이다.괄호안의 표시는 구술자 사례31의 2014년 첫 번째 구술녹취록 중 6쪽에서 인용한다는 뜻이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29

41 고,그냥 모르기 때문에 그 교육 자체가 쓸데없는 거 같아요.(사 례49구술녹취록,2014Ⅰ/2~3) 세상에 대한 전체적인 상( 象 )이 없기 때문에,외부에 대한 정보는 구 체성을 결여하고 그저 단어와 이미지로 존재한다.학교에서의 사상교 육 에 대해서도 아이들 머릿속에 그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나 감 정을 전달하는 것 같지는 않다.정치사상교육의 경우에도 의도된 교 육과정 과 아이들에게 실제로 경험된 교육과정 은 차이가 있는 것 같 다.다음 인용은 사적지 청소에 대한 이야기이다.사적지 청소를 하면 서 아이들은 지도자에 대한 충성 보다 빨리 끝내고 1시간 동안 농구 를 어떻게 할까를 생각했다. 사적지 청소를 우리 반이 그 새벽 6시면은 다 모이거든요.네, 그리고 막 청소하고 바로 학교 운동장 가서 농구하면서 애들끼 리 노는 거예요.7시까지.7시까지 놀고 그리고 이제 집으로 뛰 어가가지고 가방 갖고 다시 수업하러 7시 반까지 와야 되니까. 뛰어갔다가 또 학교로 오는 거예요.그 생활이,애들이랑 항상 부대끼고 운동도 하고.그리고 오후에는 그 선생님이 주는 숙제 같은 거,단어 같은 거 암기 하는 거,영어단어나 뭐 이런 거.그 거 암기 못 하면은 1시 반에 수업이 끝나는데,집에 못가는 거예 요.그거 계속 암기하고 그 선생님한테 그,체크 받고,그리고 집 에 갔다가 또 오후에 또 나오고.막--그런 생활들이 여기처럼 해야 돼 막 스트레스 받으면서 했던 게 아니고,너무 재밌게 자 연스럽게 막 그렇게 생활했던 게,지금 그리워요.재밌었고--. (중략)저는 그 교육--자기네는 그 교육적 측면에서 그렇게 했 을 거잖아요,분명히.그런데 아이들은 그거를 교육이라고 받아 들이기보다는 그냥--저는 그게 청소하고 그 사적지 청소하는 데 의미를 둔 게 아니라,애들이 가니까.우리 다 같이 모여서 청소만 빨리 끝내면 가서 농구를 할 수 있으니까.다같이 팀 짜 서.그런 생활에 더 의미를 뒀었지.나는 그게 뭐 사적지청소를 해야 되는--내가 막 그런 사상적으로 막 그랬던 기억은 전혀 없어요.(사례35구술녹취록,2014Ⅰ/7~8) 3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42 흔히 외부 관찰자의 입장에서 철저한 정치사상교육,세뇌교육으로 비판받는 북한의 학교 생활 조차 그 공식적인 활동보다는 그 과정에 서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이는 아직 친구들과의 놀 이와 우정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아동 청소년기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고,아직 마을 공동체가 남아있고,실제로 하루 종일 친구들과 어울 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북한 사회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나. 북한에서 본 바깥사회: 제한된 매체를 통해 본 이미지 북한에 있으면서 이들이 바깥세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헐리우드 영화,한국 방송 같은 제한된 매체를 통해서 이다. 이러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를 어떻게 해석하였는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어떤 이는 매체가 보여주는 사회의 모습을 동경하여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키우고 결국 그를 위해 경계를 넘는 실천을 감행하기도 하고,어떤 이는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이 허구라고 생각하 여 오락으로서만 간주하기도 하고,또 어떤 이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어서 화려한 주인공에 가려진 가난한 조연들의 삶에 주목하기도 한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도 몇 개 접했었거든요.그런 것을 보면서 진짜 그,제가 눈으로 본 건 중국 여기 요만큼이지만 거기서 여 기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게 자본주의구나.그러니까 그때 뭐 지 금은 그렇게 생각되지만,그때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지만 아무 튼 아 한국이란 나라가 이런 곳이구나 이런,그런 정도.내가 저 기 가면 저렇게 살 수 있겠지.그 드라마에 보여주는 거기서는 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잖아요,부자들.그러니까 나 도 저렇게 살 수 있겠지.저기 가면 나도 돈도 펑펑 쓰고 좋은 차타고 좋은 집에서 이렇게 살 수 있겠지. 했는데.아무튼 그런 생각 가지고 있었죠.(사례31구술녹취록,2014Ⅰ/7)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31

43 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획득하게 되는 바깥세상에 대한 지식은 구체 적인 정보 라기 보다는 막연한 이미지 일 수 있다.이 이미지는 영상자 료 뿐만 아니라 라디오,컴퓨터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아버지가 중국에서 라디오를 몰래 들여와서 한국 방송을 들었던 사례34는 그 목소리 를 기억한다.구술자는 금지된 라디오를 들었을 때 무서웠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보이지 않는 실체는 어릴 때는 무서 워할 이유가 없죠.되게 신기했죠. 목소리가 너무 좋았던 거 같아 요. 라는 흥미로운 대답을 한다. 금지된 라디오를 듣는다든지,나중에 논의하겠지만 국경을 넘는 엄 청난 금기를 깨는 경험을 이들 가운데 몇 명은 그리 심각하지 않게,신 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이러한 구술은 다분히 청소년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성인들의 경계 넘기보다 이들은 좀 더 유연하고 가볍게 금기와 장벽을 넘는 측면이 있다. 드문 경우이지만,컴퓨터에 대해 배우면서 바깥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이 사례의 경우,친구와 컴퓨터를 배우고 컴퓨터 오락을 하곤 했는데,우연히 본 미국 영화에서 컴퓨터가 네트워크에 연 결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이 소년들은 그런 세상이 실재하는지,아 니면 미래에 가능한 일인지를 이야기하면서 바깥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였다. 걔랑 내랑 둘이서 이야기하면,해외에서는 지금 컴퓨터로 이렇 게 연애도--그러니까 채팅,여기는 채팅이죠.막 연애도 한대 요.그리고 서로 대화도 할 수 있고 편지도 보낼 수 있고 막 영 상으로도 보면서 할 수 있고 막 이런 걸--.그리고 그런 컴퓨터 CD같은 거 가져다가 둘이서 막 보면서,걔가 CD있으면 내가 3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44 빌려다 보고.그 CD랑 보면은 막 지금 해외에서는 컴퓨터산업 시대가 이렇게 발전한다는 거.북한도 선언을 하거든요.지금 정 보산업시대라고,이렇게 발전하고 있다고.(중략)외국영화 보면 은 야,저게 현실에 가능하냐? 막 이러면 아니 저게 진짜 저 게 가능하다. 고 막 그러면서 이야기--.앞으로는 저렇게 될 가 능성 있다고.막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 했거든요.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까 이미 다 되어 있더라고요.(사례30구술녹취록, 2014Ⅰ/8~9) 이들의 구술을 통해 보면,북한에서는 네모난 창을 통해 바깥세상을 본 것 같다. 창 은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다.영화,드라마,심지어 컴퓨 터까지 네모난 프레임을 통해 제한된 이미지를 보는 것인데,전체 상에 대한 인식이 없으므로,그 부분 적 이미지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머 릿속에 가지고 있는 프레임과 욕망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된다. 다음 인용문은 그때 그러한 창을 통해 본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한 것 인지에 대해 말해준다.사례32는 북한에서 본 한국드라마는 마치 우물 안에서 본 하늘과 같았다고 하면서 우물 안에서 본 하늘은 요만한 하 늘이라도 엄청 커 보인다. 고 말하였다.한국영화를 보면서 알바생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는 거예요. 라는 말은 매체를 통한 바깥세 상 인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준다.실제로 드라마에 탐닉하였 던 엄마는 국경을 넘고,이어서 딸을 불러서 한국으로 데려온다. 한편,드물지만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비평적 관점에서 생각한 경우 도 있다.사례35와 사례36은 자매인데,이 자매는 스무 살이 넘어서 탈 북 하였다.이 가정에서도 북한에 있을 때 부모님과 함께 한국 드라마 를 보았다.그러나 드라마를 통해 본 남한 사회에 대한 환상을 갖지는 않았다.동생은 드라마가 그냥 보여주기 위한 예술작품에 지나지 않 는 허구라고 생각했고,언니는 드라마 속에 나온 빈부격차에 주목하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33

45 면서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디나 똑같다 는 생각을 했다. 이 자매가 이런 시각을 갖게 된 것에는 아버지와 책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책을 좋아하셔서 옛날 작가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면서 도 검열을 피해 살짝씩 살짝씩 직설적으로 쓰지 않은 그런 책 을 많 이 읽으셨다.책을 계속 보다보면 쫙 보이는 것 이 있어서 세상에 대 해 알게 되었고,그 영향은 딸들에게도 미쳤다.아버지는 스스로 책을 통해 다소 비판적 의식을 지니게 되었다.이러한 사례를 보면,북한에 전파된 한국 매체가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다. 미디어 이외에,국경 연접 지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경우,바깥 세계 는 멀리 강 건너 보이는 중국을 통해 바깥세상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강 건너 중국땅에 낮에 줄지어 지나가는 자동차 와 밤에 훤히 밝혀진 불빛이다.이러한 장면은 마치 화면속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풍경 으로 기억된다.이 풍경 은 중국이 잘살고 한국은 더 잘산다는 풍문 과 결합되어 그것을 보는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제가 그 두만강 딱 근처 살아서 두만강 저희 쪽에 산이 이렇게 있거든요.거기 가서 친구들이랑 이렇게 염소 이렇게 방목이랑 가서,염소 풀어놓고 친구랑 앉아서 바윗돌에 앉아서 중국 바로 두만강 건너--우리 쪽엔 차가 지나가는 게 하루에 눈 씻고 봐 도 한 두 대밖에 없는데,중국 쪽에는 막 줄지어서 지나가잖아 요.그래서 저거 왜 차가 저렇게 많은 거지.저 차는,집은 별로 없는데 차만 저렇게 많지.이런 생각을--. 한 번 가보고 싶다. 이런 생각 이런 말을 계속 했었거든요.그런데 그,그쪽에서 듣 기도 한국은 중국보다 더 잘산다.경제적으로 뭐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다. 뭐 이런 소리를 좀 들었었거든요.그래가지 고 중국이 저 정도인데 한국은 어느 정도일까? 이런 기대감이 너무 컸었어요.(사례31구술녹취록,2014Ⅰ/7) 3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46 다. 떠나고자 하는 욕망: 미래를 위해 창을 통해 본 외부세계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 구체적인 도강 을 결심하는 과정은 개개인의 사연에 따라 다르다.식 량을 구해 정처 없이 떠돌다가 중국으로 왔고 중국에 장기체류하다가 한국으로 온 경우(사례33,사례34)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탈 북한 사람들이 유사하게 경험한 바이고,남한에 정착한 삼촌이 어느 날 갑자기 밤에 찾아와서 그길로 삼촌과 함께 강을 건넌 경우(사례31),엄 마가 보낸 사람이 와서 길을 일러준 경우(사례31,사례32)는 먼저 정착 한 가족과 친척이 탈북의 길을 마련해준 경우로 2000년대 후반에 국경 을 넘는 사람들이 비교적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이다. 갑자기 넘었든,계획한 것이었든 이들은 북한 사회를 떠나고자 하는 다소간의 욕망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청소년기를 북한에서 보낸 이들 은 북한에서 막연히 느낀 답답함 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북한에서 공부를 하면서 아 우리 사회가 이렇게밖에 안 되는구 나. 하는 거,작구나.틀에 막힌 사회라는 걸 알고 그때부터 넓 은 사회를 많이 딛고 보고 싶었고.네,그런 마음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되게 한국이라기보다는 해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좀 간절했거든요.그런데 공부를 하다가 북한에서 대학 갈려고 하 는데,대학도 못 간다더라고요.부모님이 양쪽이 안 계시면.대 학도 못 가고 그냥 사회에서 이런 탄광이라고 가서 탄이나 캐는 일.막노동 한다더라고--.그런 생각할 때는 저희 20대,10대-- 20대 나이에 그런 걸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앞이 깜깜하 더라고요.희망도 없고 진짜 꿈도 열정을 10대 때부터 가졌는데, 그게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지니까 거기 있고 싶은 마음이 점점 없어지더라고요.그때부터 한국에 올 마음을,한국보다 해외에 나갈 생각을 했는데 마침 딱 그때 엄마가 전화 와갖고 니 한국 오면은 대학도 갈 수 있고,대학교 가면은 여기서는 공부 열심히 하고 니가 열심히 살면 열심히 하는 것만큼 돌아올 수 있고 돈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35

47 도 벌 수 있고,장학금도 탈 수 있고 대학도 충분히 갈 수 있고, 해외도 니가 가고 싶은 나라 다 갈 수 있는 그런 자격 있다. 그 러니까 빨리 오라고.(사례30구술녹취록,2014Ⅰ/1) 위 사례의 경우 특별히 한국 을 가려고 꿈꾸었던 것은 아니었다.어 디든 넓은 사회, 해외 에 나가보고 싶었다.부모가 행불자로 처리되 면서 자신의 진로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좌절할 때,한국에 있는 어머니 로부터 연락이 왔고 한국 사회가 그러한 사회라고 믿고 북한을 떠났다. 이 경우는 성인 탈북자의 경우와 다소 구별된다.성인 탈북자가 북 한 사회를 이미 성인으로서 경험 했다면,이들은 북한에서 청소년기, 학창시절을 보냈을 뿐 아직 사회 생활 경험은 없었다.탈북청소년들이 북한생활을 회상할 때 즐거웠다 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친구들과 산 과 들에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은 이들에게 공통적이기도 하다.이는 특별히 북한 사회가 자유롭고 즐거운 사회였다기보다는 아동기와 청 소년기가 인생에서 즐거운 시기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이들이 기억하 는 북한은 물리적인 공간 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어린 시절 이 녹아있는 구체적이고 고유한 장소 이다.그것은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곳으로서 의 장소이고,그 자체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일 수 있다.이들이 그 장소를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떠날 때의 동력은 성인의 그것과는 다소 다르다.위 청소년의 경우에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 하는 과정에서,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게 되었고 그 예측되는 미래 대신 희망 의 가능성을 선택하면서 어머니가 보낸 사람을 따라 나선다.성 인 탈북자의 경우,정치적 억압,경제의 어려움 등 북한 사회에서 경험 한 과거-현재와 단절하기 위해서 북한을 떠난다면,청소년의 경우,오 히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서 북한 사회를 떠나는 측면 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자기 인식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스스로 그렇 3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48 게 생각하고,아직 어린 아동들의 경우에는 부모가 그들에게 미래의 기 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신 그 선택을 해 준다. 앞서 인용한 두 자매의 경우에도(사례35,사례36)부모는 딸들을 일 찌감치 미래의 전망이 없는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교육시키기로 마음 을 먹는다.이 자매는 어려서부터 중국어 과외를 받아서 중국에 가기 전에 이미 중국어를 할 수 있었다.동생은 부모님의 정성을 이렇게 표 현한다. 너희는 좋은 세상 가서 살으라고.그러니까 거기,그 세상이 특 별히 나쁘다기보다는 비전이 없잖아요.너희가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뭘 해야 잘 사는지.너희가 또 아빠처럼 이렇게 장사 나 하면서 사는 거는 너무 아깝지 않냐고.그러니까 좀 그쪽에서 도 그런 거 있잖아요.동네에서도 좀 유별났어요.우릴 항상-- 언니랑 저랑 이제 보면 생긴 것도 좀 되게 유사하게 생겼고.엄 마가 항상,중국에서,진짜 중국에서도 비싼 것만 사다가,그 부 탁해가지고 사다가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입혔어요.그래 서 항상 우린 그 마을에서 좀 특별했어요.사람들이 보는 시선 이.그러니까 부모님은,너희는 여기 사람들이랑 달라.항상 그 렇게,특별해 너희는.엄마 아빠한테는 너무 특별한 자식이고, 행복하게 살아야 돼.(사례35구술녹취록,2014Ⅰ/29) 새로운 기회를 찾아 좋은 세상,넓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아이들이 물리적으로 경계를 넘는 과정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험난한 과정이다. 목숨 걸고 강을 건넌 후에는 알지 못하는 장소를 이동하고,모르는 사 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면서,긴 여행을 한다.지금까지 북한에서 창 을 통해 조각조각의 이미지로만 파악하던 바깥세상을 몸으로 직면 하는 경험을 시작한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37

49 2. 국경 넘기 이들의 물리적 경계 넘기는 크게 북한을 탈출하기 위한 도강,중국 에서 제3국으로 넘어가는 차량과 도보의 긴 여행,그리고 제3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한국에서 다시 외국으로 떠난 경우에는 일련의 물리적 경계 넘기 이주가 끝나지 않는다.이 과 정에서 탈북청소년들은 많은 이들을 만난다.어떤 곳에 당도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지 루해하면서 사람들 손에 이끌려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을 몇 차례씩 넘게 된다. 가. 도강: 두렵고 설레는 금지된 국경 넘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1990년대 중반에 러시 아 벌목공 가운데 일부가 한국으로 들어온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 하면,지금 거의 모든 탈북민들은 중국 국경을 넘어 불한을 탈출한다. 북한주민이 중국 국경선을 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우선 북한과 중국은 1,359km에 달하는 긴 국경선으로 나누어져있다.이 국경은 두 만강과 압록강 등 자연하천으로 나누어져 있어서,강폭이 좁고 물살이 약한 지역은 얼마든지 걷거나 헤엄쳐서 건널 수 있다.특히 두만강은 압록강에 비해 물살이 완만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함경북도 지역과 중 국의 조선족 자치구가 연접해 있어서 탈북한 북한주민이 도움을 받기 도 용이하다.이러한 여러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땅으로 건너간다.널리 알려져 있듯이 도강한 북한주민이 모 두 한국행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에 체 류하여 장기간 거주하거나 북한과 중국을 왕래한다.이들 중에 일부가 3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50 한국으로 오는데,이 가운데는 떠날 때부터 한국행을 계획한 경우도 있 고,중국에 체류하다가 신분상의 불안이나 전망의 부재 등 다양한 이유 로 한국행을 뒤늦게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어찌되었건 한국에 와 있 는 탈북청소년들의 첫 번째 국경 넘기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넘는 것이다. 국경은 넘는 기억은 개인마다 다르다.두려움이나 주저함의 정도는 그가 처해 있었던 상황에 따라 그 편차가 크다.누구와 함께 건넜는지, 북한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최종 목적지에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는지 틀어졌는지 등 여러 변수가 작동한다. 사례30은 엄마가 보낸 사람이 두만강까지만 데려다주고 그 이후에는 혼자 건넜다.만나기로 한 사람을 못 만나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춥고 힘들어서 짜증이 나고 그냥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사례32는 혼자 어리바리 하게 넘었다.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넘었 고,그때마다 엄마가 충분히 보내준 돈이 큰 힘이 되었다.사례35,사례 36자매는 아버지가 치밀하게 다 준비해놓으신 길을 아버지와 함께 넘 었다.자매가 서로 의지하였고,아버지가 자신들을 지켜주기도 하고 자 신들이 아버지를 지키기도 하면서 가족 이 함께 넘었다.삼촌 손을 잡 고 강을 건넌 사례31도 무서움보다는 이렇게 가버리면 지겨운 조직생 활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따라나섰다.한편 부모 없 이 도강하다가 세 번이나 잡히고 네 번째 성공한 사례33에게 국경을 넘는 것은 큰 두려움이었고 지금도 가끔씩 악몽으로 나타난다. 21 비교 21_ 탈북청소년들이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체험한 두려움은 이들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다가 종종 악몽의 형태로 등장한다.사례12는 입국 후 3년간,북한에 잡혀가 취조 당하는 악몽을 자주 꾸었다고 한다.그는 꿈에서 주민등록증을 어디다 숨겨야 되는지 고민했다고 하는데,이는 북한 출신으로서의 정체성과 주민등록증으로 표상되는 대 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간의 갈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흥미롭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39

51 적 초기 탈북자였던 사례34는 1998년에 부모님과 고모와 함께 강을 건 넜을 때의 공포를 지금도 기억한다.이들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넘 고,다시 중국에서 캄보디아,태국 등 제3국으로 이동하는 긴 경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례34의 어머니는 교사이고,아버지는 고등교육을 받은 분이었는 데 경제난이 심해지고 배급이 중단되자 아버지가 중국에 있는 친척에 게 도움을 청하러 다녀왔다.그런데 그 후에 보위부에서 자꾸 아버지 를 부르고,어머니를 부르고 찾아오니까 가족들은 중국으로 가기로 마 음먹는다.그는 아버지와 어머니,고모와 다른 일행 7~8명과 함께 1998년 5월에 두만강을 건넌다.그는 그 전에도 혼자서 두세 차례 두 만강을 건넌 적이 있었다.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차츰 익숙해졌는데,가 족과 함께 건너던 마지막 도강은 특별했다.7~8명이 한꺼번에 움직이 기 때문에 대량탈북 인 것이고, 잡히면 무조건 죽는다. 고 생각했다. 금지된 곳으로 나간다는 자체가 두려움이었고 중국에 가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느낌 때문에 탈북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널 때의 심정은 매우 무겁고 두려웠다.두만강을 넘는 것의 두려움은 그 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예상되는 처벌 때문이다.그보다 세 배는 더 넓고 깊은 강을 헤엄쳐 건널 때도 느끼지 못하는 두려움은 그것이 허 가받지 않은 행위이고,배반의 행위이고,금기이기 때문이었다.또한 거기에는 탈북 후에 전개될 미래에 대한 불안도 겹쳐있었다. 사례34처럼 대량 탈북 초기인 1990년대에 도강한 청소년의 경우,그 후에 탈북한 청소년에 비해 훨씬 어려운 과정을 경험한 것 같다.북한 에서의 삶도 더 고단했고,국경을 넘는 위험도 더 컸다.사례33은 고난 의 행군기 때 부모님이 모두 행방불명이 되고 4살 때 형과 누나와 함 께 거리에서 떠돌이 구걸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1년 후에 집에 4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52 다시 왔는데 짚으로 만든 집을 사람들이 뜯어다 땔감으로 써서 집도 없어져버렸다.그리고 밥을 잘 먹을 수 있는데 를 찾아 얼떨결에 어 린 나이에 중국에 넘어가기로 결심 을 했다.전부 네 번을 건너갔다 건 너왔고 그중 세 번을 잡혀서 감옥에서 총 1년 반 정도를 지냈다.그가 기억하는 국경 은 이렇다. 두려움이에요.아,죽을 수도 있겠구나.흔히 말하는 사선이죠. 넘어오다가 잡혔었거든요.총을 겨눠--군대들이.군인들이 우 리한테 총을 겨누고.되게 무서웠죠.일단 잡히면,잡히면 딱 떠 오르는 생각이 이거야. 아,죽었구나.아,맞는구나.어떡하지. 그--살아서 느낄 수 있는 그 공포증을 느낍니다.국경에 다가 서면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라요.국경에 발 딛는 순간.물론 500 미터,저 앞에--그게 있죠,나의 꿈이 있는 거죠.꿈 먹는 거죠. 있는데,저 500미터 남겨두고 만약에 여기서 잡히면 절망으로 가야 되는 거죠,그런.국경이 그런 겁니다.(사례33구술녹취록, 2014Ⅱ/20) 이 두려움에 가득찬 국경을 왜 네 번이나 넘었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그는 그곳에 희망이 있으니까 계속 넘었죠.거기가 고향 같았었어 요.저는. 이라고 답하였다.고향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냐는 질문에 그 는 우연히 본 시구를 인용하면서 고향은 먹여주고 입혀주는 곳 이라 고 말했다.어린 그에게 희망 과 꿈 은 배고프지 않는 것이었다. 22 그리고 배고프지 않기 위해서 계속 사선 을 넘었다.그에게 국경은 절 망과 희망을 가르는 선이었다.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선이지만 그 래도 죽지 않기 위해 넘어야 하는 선이기도 했다. 22_ 사례33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온통 굶주림과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였다.그리고 이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그가 북한 사회에 대해 갖는 생각과 태도는 매우 복합적 이다.이에 대해서는 이후 다시 다룬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41

53 탈북한 모든 이에게 강을 건너는 것은 큰 결단이고 목숨을 건 행위 임에 틀림없지만,1990년대 도강 경험과 2000년 중반 이후 도강 경험 은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2000년대 중반 이후에 한국에 오기 위해 탈북한 청소년들은 보통 어머니나 아버지,친척들이 마련한 상대적으 로 안전한 루트를 따라서 여행한다.도강하다가 잡히고 감옥에 가고 다시 시도하기를 반복하기 보다는 브로커의 도움으로 한 번에 성공하 는 경우가 많다.또한 오랫동안 기다리고 다짐한 비장한 선택이라기보 다는 갑작스러운 이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탈북루트가 개발되고 브로 커조직이 체계화되면서 탈북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고, 어른들이 비용을 준비하고 철저히 계획할수록 아이들이 겪게 되는 고 통은 그만큼 감소하게 되었다. 2008년에 탈북한 사례31은 불과 두 시간 전까지도 자신이 곧 두만강 을 넘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그가 강을 건너는 날을 재구성하면 이렇다.고등중학교 6학년이었는데 좀 있으면 졸업인데,군대도 못 가 는데 뭐 하러 (학교에)나가겠냐고,뭐 이런 마인드로 그냥 버티고 학 교에 안 다녔다.그런데 학급정원 50명 중에 20명쯤이 결석을 하니까 학교에서는 결석자들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 며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조직해서 결석자의 집을 방문하게 했다. 전체 총점검 을 한다고 밤 10 시까지 대문 종소리가 울렸고 그때마다 개가 짖었고,그는 숨어있었다. 밤 11시에 또 종소리가 울리는 데 이때는 개가 안 짖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때 집에 온 사람은 삼촌이었다.그는 삼촌을 따라가면 학 교오라고 귀찮게 하는 아이들의 방문을 더 이상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 는 생각에 기뻤다.불빛 환한 세상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서 가 자 고 하는 말에 저기 밝은 데로 가는구나 하는 되게 좀 설레는 마음 으로 옷을 입고 앨범을 챙겼다.앞서 사선을 건너는 각오로 길을 나선 4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54 경우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 누나는 청년돌격대 농장 야간작업을 나가서 집에 없었다.누나 를 두고 갈 수 없다는 부모님의 결단에 자신만 삼촌을 따라 나섰다.두 만강 도강이 3시간 만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그런데 그는 삼촌 따 라서 먼 길 돌아서 건너는 도강 경험이 그리 무섭지 않았다.두려움보 다는 중국에 간다는 설렘이 더 큰 일이었다. 걸어서 두만강 넘는 시간까지 30분이나 걸리나마나 하는 그런 시간인데 그때 한 세 시간 돌았던 거 같아요,일부러.(중략)그 때 건널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거 같아요.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두만강 건널 때 무슨 생각하고 있었지.너무 뭐라고 해야 되지,그때 보름달 비쳤었어요.그런데 두려운 마음도 없었 던 거 같아요.그냥 삼촌 따라가면 내가 모든 거,다 할 수 있겠 지.이런 되게 자신감,그리고 좀 있으면 중국 불빛이 보이니까 이제 가면 되는구나,이런 되게 좀 들뜬 마음을 좀 많이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지금 생각하면,그냥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건 넜어요.뒤에 뭐 군대가 내 옆에 있지 않나,이런 되게 그런 생각 도 할 수 있잖아요.그 두만강은 목숨 걸고 건너는 건데.그런데 그런 생각도 없고 그냥 막 건넜던 거 같아요.(중략)그때는 그냥 삼촌 믿고 어떻게 건넜는지,잘 건넌 거 같아요.두만강 건널 때 두렵다기보다 약간 좀,아 내가 중국 가보는구나 막 이런,내가 중국땅을 밟아보는구나,이런 약간 설레는 마음,그런 마음이 약 간 좀 비중이 컸던 거 같아요.(사례31구술녹취록,2014Ⅰ/11) 2010년에 탈북한 사례30의 경우,엄마가 보낸 사람을 따라 두만강까 지 갔다.그런데 경계가 심하다며 지금은 여기까지 밖에 못해주겠으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해서 혼자 두만강을 헤엄쳐 건넜다.그 는 두만강 건너면 죽거나 무기징역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그 건 각오했기 때문에 떨리거나 무섭지는 않았다고 한다.오히려 강을 건너면서 몸이 젖어 너무 추운데,만나기로 한 사람이 안 나와서 막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43

55 짜증 이 나고 다시 돌아갈 생각까지 했다.그는 결국 산을 헤매다가 인가를 발견해 전화기를 빌려서 한국에 있는 엄마와 통화를 하고 엄마 가 택시를 보내서 국경지대를 빠져나왔다.그는 중국에서 한 이틀 있 다가 한국행 타고 바로 한국으로 왔다. 내가 만나야 될 사람을 중국땅에서 못 만나는 거예요.저런 산골 에 딱 들어가갖고 그 사람 기다리는데 안 오는 거예요.그래갖고 이런 내의 바람에 온밤 산 헤매갖고 한 몇 시간 동안 헤맨 거 같아요.처음엔 그 사람 기다리느라 (중략)한 세 시간 거기 앉 아 떨다가 끝내 안 나와갖고 그 다음부터 산 타갖고 가는 게,막 정말 막--그런데 무서운 거는 모르겠더라고요.내가 이젠 죽는 다하고 생각했으니까.그런 각오는 하고 건넜거든요.내가 이제 가다가 잡히는 날에 나는 죽는다.왜냐면 우리 친척이,먼 친척 이 되는 분도 그렇게 하시다가 죽었거든요.나도 그런 각오는 했 죠.내가 이제 잡히면 그렇게 되겠구나.진짜 떨리긴 떨렸어요. 소름이 돋아갖고,그런 각오하고 두만강 건너서 나오는 줄 알았 는데 안 나와갖고 그 다음에 산 타갖고 엄청나게--.원래는 다 시 돌아가려고 했어요.너무 추운데 안 나와갖고 막 짜증나는 거 예요.(사례30구술녹취록,2014Ⅰ/13) 위의 두 사례에서는 국경을 넘는 비장함이 상대적으로 적다.이는 앞의 사례33이나 사례34와는 비교가 된다.중국땅에 갈 수 있다는 것 이 설레었고,짐을 챙기라는 말에 앨범을 챙기고,일정이 꼬여서 짜증 나서 돌아가고 싶다 고 여기는 것은 일견 여느 젊은이의 여행처럼 보 이기까지 한다.1998년,2000년 당시의 탈북상황과 10년이 지난 2008 년,2010년의 탈북상황은 그만큼 차이가 있어 보인다. 2000년대 이후 국경을 넘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마련한 길 을 은밀하게 따라가면서 물리적 경계를 넘었다.사례35와 사례36자 매의 이야기는 어른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상황을 분명히 보여 4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56 준다.이들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갔는데 아버지가 다 마련해놓은 배의 밑창에 숨어서 강을 건넜고,그 이후 과정도 아빠가 다 안전하게 마련하여서 철없이 따라 갔다고 기억한다. 아침에 도착해서 거기 아빠 지인분이 다 거기서 마중을 해가지 고 그분의 집에서 한 하루 이틀 머물다가 배를 준비했다 해가지 고,그냥 배까지 그냥 가갖고 그 배 밑창에 들어가 있으라는 거 예요.그래서 들어가 있었어요.저녁 길이었는데,좀 어둑어둑해 가지고 사람이 잘 안 보일 때,그때 배에 타갖고 그냥 그 선창 밑에 들어가 있는데 한 30분 갔을려나 배가,그런데 도착을 했다 는 거예요.그래서 그냥 어 도착했어,나와갖고 배 내렸는데 그 쪽에 아빠가 준비를 다 해놨었거든요.중국 쪽에도 사람 마중 오 게.그래서 그 사람들이 마중해갖고 차에 타가지고 이동을 해서 좀 순조롭게 갔었던 거 같아요.거기서 중국까지 오는 거는 참 위험이--그러니까 위험이 있었죠.사실은 있었는데,그걸 인식 을 못 했었어요.아빠가 잘 해놨겠죠.워낙에 철저하게 하시는 분이니까.(중략)아빠가 정말 철저하게 막--정말 전 재산이라 고 말할 수 있는 돈을 다 해서 안전하게 갈려고 준비를 많이 하 신 거 같아요.저희 모르게.우리는 그냥 철없이 쫓아--(사례35 구술녹취록,2014Ⅰ/14~15) 어른들을 은밀하게 따라가면서 물리적 경계를 넘는 것은 두만강을 도강할 때뿐만 아니라 그 후 한국에 오는 전체 경로에서 발견된다. 나. 탈북루트 : 은밀하게 따라가기 한국으로 오기로 마음을 먹으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경로를 따라 긴 육상이동이 시작된다.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남한 입국경로는 중국에서 몽골국경을 넘어 몽골에서 한국으로 오는 경로, 중국에서 캄보디아를 거쳐 한국으로 오는 경로,그리고 중국에서 미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45

57 마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들어가 태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경로 등이 있다.이중 중국-몽골 루트는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길 림성과 흑룡강성에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면적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 아 국경 경비가 느슨한 점을 이용하여 내몽골 자치주를 통해 몽골로 이동하는 경로인데,이 경로가 알려져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었 다. 23 또한 겨울이 길고 여름이 무더운 기후상의 악조건도 문제였다. 이 경로를 사용하기 어렵게 되자 동남아시아를 경유하는 경로가 새로 개척되었다.동남아 루트는 중국의 동북부 지역을 경유하여 중국과 국 경을 접한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로 이동하는 것이다.현재는 라오스를 경유하여 태국까지 온 후 태국에서 한국으로 순차적으로 입국하는 경 로가 가장 보편적이다.태국당국의 조사에 따르면,태국까지 오는 경로 는 중국 동북부에서 철도로 윈난( 雲 南 )성까지 간 후 차로 갈아타고 라 오스 국경 인근까지 간다.그리고 위조여권과 비자를 이용해서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거나 정글을 통해 라오스에 진입한 후 배를 이용해 메 콩강을 건너 태국으로 들어간다. 24 한국입국 전 최종목적지로 태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태국에서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밀입국자로 간주하여 행정절차에 따라 다루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제3 국으로의 재정착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25 태국에서 탈북자는 불법입국 자에 대해 이민국 임시수용소에 구류한 후 한국과의 협의 하에 일정기 간 후에 한국으로 보낸다.이 구류기간은 한국의 수용시설(국정원과 23_ 문남철, 북한이탈주민의 이주요인과 이주패턴 및 이주경로, 지리학연구,제38권 4호 (2004),p _ 위의 글,pp.506~ _ 라오스나 베트남에서 탈북자가 적발되면 수용소에 구류한 후 중국으로 추방하였다. 외교적 관계 때문에 현지 한국공관들은 탈북자 수용에 소극적이었으나 라오스 감옥 에서 사람이 죽는 사고가 터진 다음부터는 탈북자를 받아주기 시작했다.박명규 외, 노스코리안 디아스포라 (서울: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2011),pp.11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58 하나원)의 수용능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2007년경에는 구류기간이 세 달 정도였으나 2009년 이후에는 보름에서 한 달간 수용 후 한국으로 보내진다. 26 최근 한국에 온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태국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들 어온 경우가 많다.간혹 부모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중국에서 비행 기로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본 연구에서 공간적 경계를 넘은 경험을 분석하기 위해 만난 모든 청소년들은 동남아시아 루트를 이용하여 한국으로 왔다.이 과정은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걸어서 긴 거리를 육로 이동하는 것이다. 2009년 사례32의 경우 두만강을 건너고,라오스를 지나 한국으로 오 게 된다.그녀는 경계를 넘는 과정을 매우 상세히 말해주었는데,이 흥 미로운 이야기에는 탈북청소년의 경계 넘기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그녀가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오는 다소 긴 과정 을 소개하면 이렇다.그녀는 엄마가 탈북한 후 알코올중독 아버지,어 린 동생과 함께 살았다.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혼자 남았고 어린동생을 엄마처럼 키웠다.엄마는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주었고 할머니는 매달 3만 원의 생활비를 주며 남들 티 안 나게 적당히 살라 고 했다.그러 던 어느 날 큰아버지가 집을 찾아와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너 이제 어디 멀리 가야한다고,어디 장사 보내려고 한다. 고 이야기해주어서 그 말 딱 듣는 순간 아,엄마가 사람 보냈구나. 라는 생각 이 들었다. 할머니는 이불 쓰고 울면서 그녀에게 엄마가 사람 보냈는데 잡혀도 모른다.그냥 모른다가 너의 답이다 라면서 다짐시킨다.가다가 한 번 쯤은 꼭 잡힐 거라는 생각과 함께,동생에게 자신이 엄마 같은 존재였 26_ 위의 책,pp.109~11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47

59 는데,동생을 두고 오는 게 가슴이 아팠다. 청진에 있는 큰엄마 집에 갔더니 큰엄마가 엄마가 보낸 사람을 소개 시켜주었다.큰아빠는 이 과정을 전혀 모르셨다. 붉은 물이 아주 뼛속 까지 드신 분이라 그런 말 하면 큰일 날 분 이다.엄마가 보낸 그분 을 따라 버스를 타고 국경 연선 고무산까지 가는데,다른 사람이면 5천 원 이면 드는 것을 1만5천 원을 들여서 안전하게 갔다.그 사람은 고무산 에서 기차타고 회령까지 가는 방법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그냥 저는 살던 곳에서 이렇게 멀리 나와 본 적이 없었어요.그 때가 처음이라서 되게 약간 길치고 이래서 얼떨떨해서 있었는 데,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회령 들어가면 그 개찰구랑 다 막혀 있고 검열이 심하니까 가기 전에 뛰어내려야 된다고,기차에서. 그 말이 너무 두려운 거예요.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야 된다 는 게.그런데 마침 가다가 딱 회령 들어가기 전에 정전이 돼서 기차가 선거예요.그래서 그냥,거기서 그냥 내렸어요.내려갖고 딱 그 골목이 그런데 그 연선 쪽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인 거예요. 거기서 내려갖고 걸어서 한 두세 시간 정도 들어가니까 국경 두 만강이 이렇게,이렇게 왔다 가는데 연선인 거예요.여기가 두만 강이고.코앞에 두만강이 보이고 중국 마을이 보이는 곳까지 걸 어갔어요.되게 쉽게,검열을 한 번도 안 받고.가서 그 집에서 몇 집을 이렇게 피해 다니면서 며칠 동안 한 닷새 정도 숨어 있 었어요.(사례32구술녹취록,2014Ⅰ/9~10) 엄마는 그녀가 도움이 필요한 길목 곳곳마다 시세보다 더 많은 돈을 주었다.국경 연선에서 머물렀던 북한 가정에도 잘 부탁한다고 다른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써서 그녀는 그 집에서 찐 계란을 맘껏 먹었다. 보통 판째로 찐 계란은 탈북주민이 국경을 넘어 중국 조선족 가정을 방문했을 때 경험하는 풍요의 상징 인데,이 경우에는 엄마가 보내준 돈으로 북한 가정에서 그런 대접을 받았다. 4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60 길 안내자는 그녀를 엄청 편하고 두껍고 이런 옷 으로 다 갈아입히 고,두만강 인근 산에 숨어 기다리다가 어떤 군인이 오면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새벽 3시가 되었는데도 온다는 군인은 안 오고 철 없이 잠이 왔다.먼동이 틀 때쯤 기다리는 사람이 왔다.그 사람이 지 금 경비가 없으니까 뛰라고 했다. 총 쏴도 그냥 뛰어가 라고 해서 심 장이 쿵쿵거리고 정신이 멍해졌다.정신없이 걸어가다가 뭔가 하얀 것 에 부딪쳐 넘어졌다.두만강 얼음이었다. 그녀는 두만강을 허둥지둥 건넌 후,주머니에 넣어 온 사탕과자를 꺼내먹으면서 안내자를 기다렸다.강 건너서 데리러 온 사람이 와서 차를 태워 주변 마을로 데려갔다.연길로 가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되어 두만강 부근의 마을에 하루를 머무는데 그때가 가장 불안했다. 두만 강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다음날 오전에 다 행히 계획대로 연길로 출발했다.그때도 그녀는 한 번쯤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이 감정은 북한에서부터 줄 곧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는 기도를 배워주지도 않았는데 되게 열심히 했어요.뭔가 무사히 가게 해달라고.그냥 이렇게 태평처럼 가만히 뭐라고 되 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인데,긴장도 되는데 한 번은 잡힐 거라는 그런 생각이 있었어서 좀 마음이 편했던 거 같아요.한 번쯤은 잡힐 수 있지 뭐.한 번 잡혀서 몇 달 동안 고생하고 다 시 가서,다시 하면 되겠지.이런 생각이 있어서 그냥 잡히면 말 고.그냥 가면 더 감사하고.이런 생각으로 갔었어요,국경에서. 무섭긴 한데 (중략)약간 희망 같은 게 있다고 해야 되나.청소 년이라는.되게 바보 같은 거죠.애들도--그 고생을 못해 봤으 니까.그냥--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더 많은 고생한 사람들을 많이 봐서,그냥 한 번의 잡힘도 없이 그냥 갈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그냥 한 번은 잡힐 거야 라는 생각으로 넘었어요.(사례 32구술녹취록,2014Ⅰ/12)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49

61 그녀의 구술에는 유달리 먹는 것 이 많이 등장한다.앞서 두만강 건 너기 전에 머물렀던 집에서는 삶은 계란 한판,돼지고기,과자를 먹었 고,두만강을 건너고 나서는 주머니 속 사탕과자를 먹었다.연길에서는 도와주는 이모 가 뭘 먹고 싶냐고 해서 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말 로 표현할 수 없는 북한의 김치 맛을 기대했지만,이모가 사온 김치는 한국 김치 같이 맛이 없었다. 중국에서 함께 제3국으로 갈 일행 16명이 전부 꾸려졌다. 이모 는 엄마가 주는 거라며 인민폐 1천 5백 원을 주었다.중국에서 제3국 국경 까지 이동하는 긴 기차여행은 중국말을 모르는 상황에서 기차 안을 검 열하는 공안에게 걸리지 않아야 하는 긴장된 시간이다.그녀는 그 시 간을 엄청 바보스럽게 엄청 당황하게 넘어 왔다. 고 기억한다.그 시 간은 아주 부자연스럽고 낯선 상황이었다.우선 그렇게 오래 기차를 타 본 것도 처음이었고,주변의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다.긴장해서라기 보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랬다. 어디서 얼뜬한 애가 와서 우릴 다 위험하게 만든다. 고 사람들이 엄청 당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긴 여행은 모든 사람이 철저히 행동을 조심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일행이 곤명까지 와서 여 기서 조금만 더 가면 중국이랑 라오스의 국경이 있는데,이걸 넘어가면 그때는 아예 안전하다 는 말을 듣는 순간 엄청난 긴장 속에 일주일 넘게 왔는데 그 말을 듣고 일행이 모두 긴장이 풀리면서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엄청 신나서 놀았다.그래서 숙소의 주인이 신고해서 경찰이 오고 모두 연행되었다.잡히는 순간 이제 다시 북한에 가겠네. 그러면 동생 볼 수 있겠다. 는 생각에 눈물도 나지 않았다.오히려 제 발로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인데,북한에 가면 동생이랑 같이 살아야겠 다. 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62 그녀가 북한을 떠나면서부터 계속 가졌던 감정,즉 한번은 잡힌다. 는 생각은 사실 한편에서 잡히고 싶다 는 무의식적 소망의 발현이었던 것 같다.그녀는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계속 짊어지 고 다녔다.그래서 곤명에서 잡혔을 때도 한순간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그녀는 자신도 아이이면서 어린 나이에 동생의 엄마 역할을 했다.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 면서,어린이의 욕구가 충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른의 역할을 감당 했던 그녀의 청소년기는 이후에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아버지에 대 한 원망,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심리 상태를 갖게 하였다.한국에 온 후 지금까지 그녀는 대안학교에 서 미술치료에 참여하고,심리학 책을 찾아서 읽고,상담자를 만나고, 성찰적 글쓰기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거쳐 스스로 서서히 치유해나 가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무의식적 소망과 무관하게,곤명에서 공안은 길 안내자의 뇌 물을 받고 일행을 모두 풀어주었다.경찰이 가라고 이야기했으나 그녀 는 중국어를 못 알아듣고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멍 때리고 있는 사이에 일행을 잃어버렸다.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엄마가 준 돈으로 100원이면 살 수 있는 핸드폰을 700원 주고 사서 안내자와 연락을 하고 일행을 다시 만났다.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이 여행을 그녀는 계속 정신없이 다녔다.그리고 위기가 있을 때마다 엄 마가 건네 준 돈이 그 위기를 돌파하는 열쇠가 되었다. 완전 되게,계속 어리버리였어요.한 보름동안 정말,시키는 대 로 가는데 이게 맞는지.중국어 말하면--그리고 막 제 앞에서 제 욕을 해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가만히 멍 때리고 눈치만 보 고 있고.그런 상황이 처음이기도 했었고.낯선 곳에 혼자 있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51

63 본 게 처음이었거든요.그렇게.그래서 정말 어리버리.정말 되 게 뭐라고 해야 되지.아무 영어공부 준비 안 했는데,갑자기 영 어시험 보면 머리가 띵한 그 느낌.그냥 시험 볼 때,공부를 잘 안 하면 시험 딱 들어가 보면 이렇게 머리가 띵 하잖아요.뭔가 백지장이 된 느낌.그런 느낌으로 중국 내내 다녔어요.(사례32 구술녹취록,2014Ⅰ/17) 일행은 차를 나누어 타고 중국-라오스 국경까지 갔다.라오스 국경 을 넘는 과정은 일단 숲이 무성하고 더워서 지리적으로 낯선 환경이었 다.거기다가 뱀이 나올까봐 두만강 건너는 것보다 더 무서웠다.라오 스 국경은 어디가 국경인지도 모른 채 걷다보니 넘게 되었다. 중국이랑 라오스 그쪽은 되게--열대지방이라고 해야 되나.되 게 더워서 나무 울창해.엄청 수림하잖아요.그 말이 안 나와.나 무가 엄청 크고 막 숲이 되게 무성하고 그렇잖아요.거기 이렇게 중국이랑 라오스 국경사이도 두만강처럼 경비를 서거든요,양 옆에서.그걸 몰래 산을 이렇게 넘었어요.두만강보다 거기가 더 무서웠던 거 같아요.뱀이 나올까봐.거기 이렇게 쭉 넘어서 라 오스--국경을 넘었다라는 개념이 없이 그냥 넘었어요.산을 하 나 넘고 나니까,라오스 쪽인가 봐요.구덩이를 이렇게 파 놓은 거예요,땅에다.걸어가는데 구덩이가 무릎 넘게 깊어서 가다가 푹푹 빠져요.그런데 달도 없는 밤이어서 정말 캄캄해서 앞에 사 람도 안 보였거든요.넘는데 발을 이렇게 딱 밟으면,피해서 땅 을 밟았나 싶으면 이쪽 발이 빠지고.되게 그 상황이 웃긴 거예 요.발이 푹푹 빠지는 게,너무 짜증도 나는데 앞에 사람이 빠지 면 뒷사람이 웃고 막 이러면서.웃지 말라고,뭐가 좋냐고 막 이 러는데,발이 빠지면 왜 이렇게 웃기는지 가다가 푹 빠지고,푹 빠지고 이러면서 국경을 넘었어요.(사례32구술녹취록,2014 Ⅰ/18) 이들은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연락하고 안가로 이동했다.라오 스 한국식당에서 된장찌개와 김치를 먹었는데, 고향음식 을 먹어서 5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64 너무 좋았다.중국에서 먹은 한국 김치가 북한 김치와 달라 맛이 없었 다고 했던 앞의 구술과 다소 다르다.북한과 남한 만을 비교하면 다르 지만,중국음식처럼 제3의 준거가 생긴 후에는 그 둘을 같은 고향 의 맛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한국식당 운영되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밥을 먹으래요.그런데 한국음식인 거예요.한국음식이나 북한음식이나 비슷하잖아요. 된장국물에 김치가 나오는 거예요,밥에.와,그때 그 된장 국물 이,정말 여름인데다가 여름이잖아요.그런데 따뜻한 국물이 그 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어요.정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김치랑 국물을 더 달라고 말을 하고.막 보름 정도 중국 음식만 먹었으 니까.거기서 되게 고향음식 먹으면서 엄청 신나서 있는데.(사례 32구술녹취록,2014Ⅰ/18~19) 라오스에서 한국으로 가는 것은 벌금을 내고 순서를 기다리면 되었 다.한국으로 올 것이 설렜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무 느낌이 없었고 단지 엄마를 만난다는 느낌 만 있었다고 하였다.그녀는 엄마가 필요 하였으나 엄마가 없었고,자신이 동생의 엄마가 되어야 했다.국경의 물리적 경계를 넘는 것은 어리버리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국경을 넘을 때마다 그를 붙잡았던 것은 동생에 대한 엄마 로서의 미안함이었고,국경을 넘게 했던 힘은 자신의 엄마를 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저는 엄마가 어디 있든 그건 상관없었어요.그냥 엄마 보는 거. 엄마 얼굴--엄마랑 떨어져 있는 게 한 이삼 년 되는데 그때 되 게,그땐 아직 어릴 때였잖아요.엄마는 저한테 하늘같은 존재였 는데 그 존재가 없어진다는 게 너무 많이 불안했고.오직 그냥 희망이 하나 있다면 엄마 보는 거였어요.엄마랑 사는 거.아빠 도 없었고 뭐 그래서--.엄마란 희망이 없었으면 아마 제가 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53

65 떻게--그때는 좀 그랬을 거 같아요.그런데 국경을 넘고 나서 중국에서 든 생각은 동생한테 내가 엄마여야 되겠다라는 생각 들었어요,그냥.동생이 태어나서부터--제가 거의 키웠다고 봐 야 되나--동생한테 엄마 같은.엄마처럼--동생을 돌봐주려 했 던 거 같아요.그냥 엄마 대신--국경 넘고 나서 그때 드는 생각 이--엄마는 제게 그냥 희망 같은 존재였는데,동생은 제가 돌 봐줘야 되는 존재잖아요.동생이랑 같이 살아야 되겠다 이런 생 각이 되게 많이 들어서 잡혔을 때 그래서 기뻤어요.(사례32구 술녹취록,2014Ⅰ/22)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어른 아이 의 역할을 해야 했던 것은 사례49 의 경우에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그녀는 2002년에 중국에서 어린 동생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온다.동생 두 명 가운데 큰 아이는 엄마 가 먼저 데려가고,세 살배기인 막내 동생을 당시 열네 살이었던 그녀 가 혼자 데리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중국에서 제3국으로 가는 긴 행 렬에서 어린아이가 울어서 일행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아이에게 수 면제를 먹였다.그런데 그녀는 세 살배기 동생이 수면제 두 알을 먹고 못 깨어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반 알만 잘라서 주었다.동생이 깨어나서 울기 시작하자 그녀는 동생을 업고 국경을 넘는다.밥 먹는 시간에도 동생 먼저 밥을 먹이고 자신은 차마 챙겨 먹지도 못하면서 아이를 무사히 한국으로 데려온다.무사히 엄마에게 인계하고 그 아이 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그녀는 엄마로부터 수고했다,고맙다는 말을 기대했으나 아직 듣지 못했다.그녀는 가슴 깊이 섭섭한 마음이 있다. 얘가 어린앤데 이거 먹고 못 깨어나면 어떡하지 이 생각에 하나 몰래 버리고,그 하나에서도 또 반을 쪼개서만 먹였어요.그런데 이렇게 가다가 애가 깨더라고요.깨서 울어요.그러면 안 되잖아 요.그래서 딴 사람한테--국경이 되게 험난해요.이렇게.딴 사 람한테,남자한테 업혔는데 애가 깨서 울고 저를 찾아서 제가 걔 5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66 를 업고 이렇게--.왜냐하면 울게 되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위험 요소가 되니까.걔를 업고 이렇게 하니까 지치고 살 다 빠지고 그런 거 같아요.그때 당시에 그러니까--이상하게 정이 떨어지 더라고.너 땜에 고생--당연한 거긴 한데,너무 많이 지쳤던 거 같아서 정이 떨어졌던 거 같아요.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그 동생으로 인해서 지침을 받으니까 그렇게 되 는 거 같아요.(중략)돌봐주고 저는 최선을 다해서 걔를 저기 해줬어요.그래서 밥 먹는 시간도 정해져 있는데 걔를 밥 먹이고 제가 밥 못 먹기도 하고.막 제가 입국하니까 한 8킬로 정도가 빠져 있는 거예요.엄마도 못 알아보고 이러더라고.살이 너무 빠져가지고.그 5개월 과정을 거치면서.그래서 그때 좀 많이 지 치고 되게 탈진해 있었던 거 같아요.(사례49구술녹취록,2014 Ⅰ/28~29) 물리적인 국경을 넘는 과정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지금까 지 탈북청소년 8명이 북한에서 중국으로,중국에서 제3국으로 이동하 는 과정을 살펴보았다.이들의 경계 넘기에는 성인들이 경험한 것과 유사한 것도 있고,이들이 청소년기이기 때문에 좀 더 특징적인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들의 물리적 경계 넘기는 주로 어른이 기획한 것을 따라가는 것이었다.이 과정이 무섭고 두려운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흥미롭고 설레는 감정을 갖기도 하였다.잡히면 죽는다는 생각 을 하지만,잡혀도 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청소년으로서 무모하면 서도 모험적인 생각을 하면서 어른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간다.어른 들을 따라서 나선 이들의 여정은 무섭고 두렵기도 했지만,한편 유쾌하 고 신기하기도 했다.사례32에게 주머니 속 손가락 과자 는 긴장된 상 황에서 위안이 되었고,국경 연선 은신처에 숨어있으면서 먹은 삶은 달 걀이나 돼지고기,중국에서 먹은 파인애플,돈가스는 이 여정을 먹을거 리가 풍족한 여행으로 기억하게 하였다.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무섭기 도 했지만 낄낄거리며 유쾌해하기도 했다.심각한 상황에서도 심각하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55

67 지만 않고 철없이 낙관적인 것은 일면 청소년기의 특징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사례31의 경우에도 유사한데,자신을 데리러 온 삼촌이 짐 을 챙기라고 하자 앨범을 챙기고,국경을 넘으면서 두려움보다는 더 이 상 학교에 안가도 된다는 기쁨과 중국으로 간다는 설렘을 가졌다.사 례30이 중국에서 안내자와 접선이 잘 안되었던 상황을 묘사할 때,추 운 데 짜증이 나서 집으로 다시 가려고 했다 는 말은 목숨 걸고 국 경을 넘는 비장한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물론 이러한 사 례를 탈북청소년 전체의 경험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며,또 언제 탈북하였는지,누구와,어떤 지원을 받아 강을 건넜는지에 따라 다르다.또한 본인의 성격과 기질도 영향 을 미칠 수 있다.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000년을 전후로 한 초기에 도강한 경우,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더 많이 느꼈으며(사례33,사 례34),특히 이 시기에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만 길을 떠난 경우에는 그 간난신고가 눈물겹다(사례34).그러므로 모든 탈북청소년이 국경을 가 볍게 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비교적 최근에,탈북루트가 브로커들에 의해 개척된 이후에는 국경을 넘는 것이 주는 공포는 상대 적으로 약해졌으며,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청소년이 갖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이나 모험심이 발견되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들이 중국에서 제3국까지 이동하는 여행을 정리하면 그 과정을 온 전히 몸으로 건너는 기나긴 선( 線 )이동으로 보인다.이들은 북한 내에 서도 그렇게 먼 거리를 여행해 본 적이 없다.그런 아이들이 연길에서 베이징으로 베이징에서 쿤밍으로 가는 긴 기차여행과 쿤밍에서 라오 스 국경을 넘는 여정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5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68 그렇게 장시간 (기차를 )타보기는 처음이었거든요.(중략)기 차에서 내려서 또 버스 타고,밥 먹고 또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이래서 한 일주일 정도 쭉 왔었던 거 같아요.곤명인가 거기까지 오니까,곤명에서 두 명의 여자가 더 와서 열여덟 명이 됐어요, 총 저희 일행이.열여덟 명이면 되게 많잖아요.걸어 다니면 옷 차림이 다 뻔해요.그냥 운동화에 백팩 하나 매고,끝이거든요. 그런데 그 열여덟 명이 쭉 개미처럼 줄지어서.간격을 아무리 이 렇게 늘려 놔도 보여요 따라 가니까 정말 일렬로 이렇게 쭉 따 라가고 있잖아요.누가 봐도 이상한 행렬인데,그 사람들은.이 상하지 않게 걸어라고,빨리빨리 오라고,천천히 티 안 나게 걸 으라고 막 이러고--(사례32구술녹취록,2014Ⅰ/15) 이들은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개미처럼 줄지어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두만강을 건널 때와는 달리,중국에서 라오스로 넘어갈 때의 국경은 국경을 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걷다보니 어느덧 국 경을 넘는 것이었다. (라오스 국경은 )국경이란 느낌이 없었어요.그냥 저기에서 불 빛이 나고 개가 짖고 사람들 웃음소리가 나고.거기 초소래요. 응 그렇구나 이러는데 그냥 산을 넘었어요.그 초소를 이렇게 빙 돌아서.차를 넘어서 라오스에 딱 도착해서부터는 차 타고는 한 한두 시간 정도 걸어,아니 차타고 왔는데 길이 너무 구불구불 한 거예요.이렇게 막 분명히 산길을 올랐던 거 같은데,또 같은 산길을 오르고 막 이래서 가면서 엄청 멀미 했던 기억.그냥,그 냥 산이었어요.뭔가 경계선이 없었어요.뭔가 철조망이 있어야 될 거 같고 그렇잖아요,국경은.그런데 그런 느낌이 없었어요, 라오스국경은.(사례32구술녹취록,2014Ⅰ/20) 이들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도강할 때 경험했던 누가 봐도 삼엄한 철조망 있는 국경을 이후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접국가 간의 국경을 넘을 때는 경험하지 않았다.느슨한 국경을 경험한 후에 이들은 왜 북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57

69 한과 중국 간에는 그렇게 삼엄한 국경이 있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내가 얼마나 많은 국경을 넘었나 이런 생각을 해봤었는데,북한 에서 중국 한 번하고 중국에서 베트남을 한 번하고.베트남에서 캄보디아를 한 번하고,캄보디아에서는 비행기 타고 왔으니까 국경이라고는--그건 빼더라도 제가 직접적으로 넘은 거는 그 렇게 되잖아요.그러니까--그런데 가장 큰 국경은 북한과 중국 과의 국경 같아요.사실은 중국에서 뭐 베트남 가고,베트남에서 뭐 캄보디아 이렇게 갈 때는 국경을 넘었다고 얘기를 들어서 아 그랬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지,국경이라고 생각을 못 가졌던 거 같아요.왜냐면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누가 봐도 국경이에요.경 비를 서고 뭐 철조망도 있고 뭐 이렇게 삼엄한데 다른 데는 그 런 게 없어요.그냥 이렇게 자연스럽게 차타고 가면서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을 넘었다. 이렇게 얘기하고 그냥,산 하나 오르 고 경계를 넘었다. 이렇게 구별이 되더라고요.그래서 그런 거 보면--사실 베트남 사람들이 캄보디아 와도 상관없으니까 국 경이 그렇게 느슨한 거잖아요.그런데 북한에서 중국 가는 데는 넘으면 안 되니까 국경이 그렇게 삼엄한 거잖아요.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왜 저렇게 국경 넘는 게,저렇게 심각한 정도가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사례49구 술녹취록,2014Ⅰ/31) 경계를 넘는 과정마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운다.북한에 있을 때 북한 밖의 다른 국가가 있다는 관점조차도 없었던 사례49는 많은 국경 을 넘으면서 국가 간의 경계의 강약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북한과 중국 간의 국경이 삼엄한 것은 넘어서는 안 되는 금지의 선이기 때문 이고,베트남과 캄보디아 사이의 국경이 느슨한 것은 넘는 것이 상관 없으니까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리고 왜 북한 사회는 그 렇게 폐쇄적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이들은 물리적 경계를 넘 5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70 으면서 자신이 살았던 사회를 다시 비추어볼 수 있는 준거를 조금씩 획득해 가고 있었다. 3. 도착 이들이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오는 과정은 북한-중국-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연결되는 길고 긴 선( 線 )이동과 제3국에서 항공으로 한국으 로 들어오는 점( 點 )이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여기서 선 이동이라고 한 것은 기차,버스,택시,도보 등으로 실제로 땅을 밟고 가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긴 여행을 해 본 것은 일생에 처음이다.이들은 매 순간 을 경험하고 돌파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를 넘어 다음 단계로 이동한 다.매 순간을 땅을 밟으며 하는 여행은 그 과정에서 관찰하고 배우는 경험을 동반한다.반면 점 이동은 제 3국에서 한국으로 훌쩍 넘어 오 는 것이다.이동의 과정 은 생략되고 이들은 출발지와 목적지의 시간 과 공간적 경계를 단숨에 뛰어 순간 이동한다.제3국에서 한국으로 오 는 길은 제3국 수용시설에서 3개월간의 대기상태를 거치면 비행기를 타고 단번에 한국 공항으로 도착하는 길이다.긴 여정의 마지막은 이 렇게 진행된다. 가. 기다림과 순간적인 점( 點 ) 이동: 시공간을 초월한 투하 일단 중국땅을 떠나 라오스나,캄보디아,태국에 도착하면,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수용소에 갇혀 있으면서 3개월간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곧 폭발할 것 같은 스트레스를 억누르면서 지내는 이 3개월 간의 시간이 이들에게 거의 마지막 고통이다.그곳은 자유가 억눌려있 다는 점에서 감옥과 다름없다.이들은 출소를 기다리는 재소자들처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59

71 한국 가는 순서가 올 날은 손꼽아 기다린다. 사람 많고,하염없이 기다리고.진짜 웬만한 교도소보다도 더 심 할 거예요--.(중략)그렇죠.조건은 거의 똑같죠--.자유를 누 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뭐 우리 맘대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그런데 약한 거는 통제하는 사람들이 약하니 까 그래서 한마디로 있는 같은 사람들끼리 이렇게 싸움이 많이 나고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갈등도 많이 생기고.그러니까 출로 라는 거는 그렇잖아요.여기도 범죄자들이 교도소에 있게 되면 출로라는 게 어차피 기간을 채워가지고 이 사회로 나가는 게 그 게 희망이잖아요.거기도 똑같죠.한국으로 그냥 간다.이게 출 로인 거예요.이게 딱 유일한 희망이죠.그것 때문에 거기서 생 활을 하고 있는 거죠.참고.(사례34구술녹취록,2014Ⅱ/34) 수용소에서의 기다림은 지루하기는 하지만 안전한 곳에서의 기다림 이다.중국으로의 추방이나 북송,강제송환의 위협은 사라졌다.수용된 사람들은 이미 제도적인 보호 하에 놓인 것이고,이들의 기다림은 행정 적인 절차상의 기다림이다.아무런 보호 없이 맨몸으로 온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다르다.이들은 제도와 절차의 요구에 따라 기다린다.그리고 제도의 도움으로 자기 순서가 되었을 때 비행기를 타고 그야말로 순식 간에 한국으로 점 이동을 한다. 라오스에서 며칠 뒤면 이제 가야된다 이런 것 때문에 엄청 설레 는 거예요.100일 동안 갇혀 있으면 사람이 정말 폭발할 듯이 여 기에 뭔가 가득 쌓여요.마음에 답답함이 이제 그 설렘으로 그게 막 바뀔 때 라오스에서 태국까지 비행기 타고 왔는데 터널을 통 해서 비행기 타는 게 아니라 정말 계단을 통해서 비행기를 탔거 든요--바람이 엄청 부는 밤이었는데 야경에 그 바람이 날리는 데 너무 그 기분이 좋은 거예요.태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되 거든요.거기서는 (승강장)터널을 통과해서 탔어요.비행기를 탔 는데 뭔지 느낌이 아무 것도 안나는 거예요--그리고 몇 시간의 6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72 여행을 거쳐서 한국에 아침 7시쯤에 도착했어요.(사례32구술녹 취록,2014Ⅰ/30) 지금까지 이들의 여행을 요약하면,아이들은 그야말로 강을 건너고, 버스를 타고,기차를 타고,며칠은 걸어서 한국행이 보장되는 곳까지 여행한다.이 여행은 개미처럼 줄지어 가는 선( 線 )의 여행이다.누군 가의 인솔에 따라가긴 하지만 그 과정을 올곧이 경험하면서 간다.라 오스,태국,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마지막 여행은 여행지를 온전 히 장소로 경험하는 선 여행과 달리,비행기 안에 있다 보면 몇 시간 후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는 점( 點 )이동이다.승강장 터널을 통과해서 비행기에 오르면 아무 느낌 없이 한국에 투하된다.이들은 북한 사회 에 살면서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다.먼 곳을 여행 해본 적도 없고,다른 나라에 대해 배운 것도 거의 없다.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는 금지된 비디오나 라디오를 통해 부분적으로 보고 들은 것, 중국에서 바깥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말을 통해 알게 된 것 들로 매우 제한적이다.이들이 바깥세상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은 탈북 후에 한국으로 오는 여정 기간 중에 배우는 것이다.남북한의 경제격 차와 문화적 차이는 크다.북한의 현재는 마치 남한이 1960~70년대에 이미 경험한 문화적,경제적 상황과 유사하다고 한다.북한에서 남한으 로 점( 點 )이동 하는 것은 공간적으로 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적 으로 30~40년의 경제적 격차,혹은 취향의 차이를 뛰어넘어 이동하는 것이다.이는 사회발전 수준이 유사한 사회 간의 이동과 비견할 수 없 는 큰 충격을 낳는다.중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경우,중국이 북한과 남한의 중간단계의 발전 정도를 보이기 때문에,중국에서의 경험이 북 한과 남한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키기도 한다.어찌되었 던 이들은 공간적,시간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는 두 사회를 훌쩍 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61

73 어넘어 한국으로 온다.시공간의 급작스러운 변화와 당황스러움은 이 들이 이후 한국 사회에 살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문득 문득 떠오 르는 감정이기도 하다.한 사회에서 계속 성장한 것과 달리 문화가 다 른 북한이라는 공간에서 남한으로 순간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 (한국 사회에서 사는 것은)그냥 아파트 위에다 그냥,아파트 위 에다 헬리콥터로 툭 떨궈 놓은 거나 마찬가지죠.계단 올라가지 고 옥상 올라 가야되는데,그냥 하늘에서 그냥 옥상에다 뚝 떨궈 놓은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네,그래가지고 그렇죠.(사례34 구술녹취록,2014Ⅱ/4) 위의 인용문에서 구술자는 한국 사회에서 사는 것이 계단을 하나하 나 밟아간 것이 아니라,어느 날 옥상으로 투하된 것 같다고 말한다. 북한에서 한국으로 이주는 공간적 이주에서 긴 과정 을 보이지만,삶 의 공간으로서의 두 사회를 과정 없이 뛰어 넘은 투하 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이렇게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투하되는 방식 으로 이주해온 것은 이들에게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기 도 하지만,이러한 방식의 이주 자체가 이들을 학습시키는 기능을 하기 도 한다는 점이다.이들은 언제든지 이러한 방식으로,한 사회에서 다 른 사회로 훌쩍 다시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갖게 된다. 한국을 떠나 서구의 다른 공간으로 재이주하는 경우에,시공간을 뛰어 넘어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다시 투하하는 것인데,그 과정은 맹목적 이라고 생각될 만큼 깊은 고려 없이 이루어진다.자신이 가려는 나라 에서의 삶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숙고보다는 우연적인 기회 가 오면 훌쩍 떠난다.그게 영국일 수도 캐나다일 수도 있고,유럽의 많은 나라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첫 번째 투하 경험이 자신이 알지 못한 상태에 6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74 서 이루어졌다면,이번에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낯선 세계에 투하시키는 것이다.이러한 과정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히 다룬다. 나. 착륙, 한국 사회 첫인상 한국에 도착하면 먼저 조사를 받는다.이 조사는 탈북주민 가운데 간첩이나 조선족을 찾아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조사가 끝나면 하나 원 이라고 알려진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3개월간 거주하면서 초기 정착교육을 받는다.이 과정 중에 주민등록,거주지 배정 등 한국 사회 정착에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가 진행된다.하나원 퇴소 후에는 배정받은 국민임대아파트가 있는 거주지에 정착하게 된 다.그리고 새로운 땅에서의 도전적인 생활이 시작된다. 이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를 특별하게 기억한다.인천공항에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이동하는 것이 이들이 한국을 처음으로 경험 하는 순간이다.한국에 도착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한국이 크고 깨끗하고 잘 살고,한국 사람들이 키가 크고 잘 생겼 다는 것이다.그러한 첫인상 후에 각자 갖게 되는 감정은 사람들마다 다르다.사례34는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내가 희망하던 곳 에 도착했 다는 감격과 동시에 내가 여태까지 이렇게 여기를 위해서 3년,4년 동 안 그 개고생을 했구나 하는 걸 생각해보니까 진짜 허무 한 감정이 들 었다고 한다.그동안 오는 길이 험하고 고생스러웠을수록 도착했을 때 의 감정은 복잡하다. 사례49는 입국 전까지의 탈북 과정이 우리가 뭔가를 알아서 하는 과정이었다면, 공항에 내리자마자 시작된 입국과정은 일률적으로 잘 돼 있는 과정이었다고 비교한다.한국에 온다는 것은 국가 시스템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63

75 의 보호와 관리를 받는다는 뜻이다.그동안 아무 보호를 받지 못했던 벌거벗은 존재에서 국가 시스템이 나의 신체를 보호하고 시간을 관리 하기 시작하고 그 흐름이 너무나도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사회의 보호 를 받는다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함이 제공되기에 안도감을 느끼 게 하지만,한편으로는 자신의 자율적 의지와 판단보다는 제도의 강제 속에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속한 집단이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여겨지는지에 따라 내 위치가 정해지고 타인이 나를 대한 태도가 결정된다.감수성 민감한 아이들은 공항에서의 첫 대면부터 자신이 이 사회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행기 딱 내려서 사람들이 이렇게 뭐 작성해야 되잖아요.그런 데 어떤 사람들이 여기 여기 모여 서 있으라고,따로 가야 된다 고 이러는 거예요.그런데 되게--그때까지는 그냥 이렇게 지냈 어요.그런데 딱 밟는 순간 너무 길이 깨끗하고 깔끔한 거예요. 그 공항 안이.그래서 그냥 어 이렇구나 이렇고 있어서,그 사람 들 인솔에 따라서 나와서 버스에 탔어요.그런데 버스에 타는 순 간 요원이 있잖아요.저희 인솔하러 온 사람들은.그런데 그 사 람이 욕을 했어요--.되게 되게 거칠게 말을 했어요.그런데 그 말 딱 듣는 순간,저도 같이 욕이 나오는 거예요.내가 이런 대접 받으려고 여기까지 왔나,제가 뭔데.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 어요.그냥 그 욕--그 사람이 막 딴 사람한데 소리치고 이러는 데,그게 너무--그 사람의 한 마디로 인해서 대한민국 그게 제 가 기대했던 이미지 절반은 깎아먹었어요.(사례32구술녹취록, 2014Ⅰ/30~31) 사례32에게 한국의 첫인상은 멋진 공항,넓고 깔끔한 도로,깨끗하 고 튼튼한 콘크리트 건물 같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보여주는 압도하는 풍경과 함께 이곳에서 함께 살고자 온 자신과 동료를 거칠게 대하는 6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76 고압적인 사람들이었다.이러한 인상은 초기 조사를 받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연구자는 흔히 한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거칠다 고 생 각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였고 사례32는 남북한 사이에는 거친 측면이 다르다고 말하였다.북한의 경우 신체적 으로 싸움을 한다든가,욕을 한다든가 하는 면에서 거칠지만,남한의 경우 묘하게 말로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면에서 거칠다고 하였다. 그녀는 이를 몸의 거침 과 말의 거침 이라고 비유한다. 한국 도착 후 처음 보는 풍경들,여성 운전자,풍족한 먹을 것,깨끗 한 비데 화장실 등 처음 보는 것들에 신기해하면서 이들은 내가 나가 면 부자처럼 살 거라는 그런 망상 을 갖게 된다.하나원 생활 3개월을 마치고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 때,자신이 앞으로 살게 될 민낯의 한국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집이 너무--12평짜리 탐탐한데 아무것도 없는,그런데 툭 받은 거예요.사람들도 TV에서 보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장애인들 이 되게 많은 거예요.또 상가 앞에서 대낮에 술 마시고 장기두 면서 막 싸우시는 분--.여기가 한국 맞나 이럴 정도로 되게 실 망했어요.그리고 집 딱 들어가서 좁은 집에 바퀴가 기어다니고. 한국에 바퀴도 있네.좀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도 컸던 거 같아 요.(사례31구술녹취록,2014Ⅰ/16) 많은 이들이 한국 사회를 드라마를 통해서 접했기 때문에,실제로 자신이 살 임대주택에 들어섰을 때 실망을 많이 한다.그가 한국 사회 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선험적인 상이 그의 첫 번째 경험세계에 영 향을 미친다.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비판적으로 시청했던 사례35와 사례36자매의 경우는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의 탈북민과는 다른 태도를 가졌다.그들은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65

77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살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은 실망도 없었다고 한다.오히려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기대도 없었고 환상도 없었는데 딱 들어왔는데 하나원에서 옷도 지급하잖아요.그런 거 보면서--아빠랑 통화를 하며는 네가 어 디 가서 이런 거를 받겠냐고 감사하게 생각하라고.우리가 뭐 한 것도 없고 사실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해 봤자 할 만한 사람들도 못되고.(사례36구술녹취록,2014Ⅰ/4) 이렇게 한국에 온 후,많은 사람들이 한국 와서 처음 며칠 동안에는 두려움 으로 바깥출입을 꺼려한다.사례31의 경우에도 삼촌 따라 설 레는 마음에 한국에 도착했지만 하나원에서 나와 집에 온 후에는 바깥 이 무서웠다.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하고 또 그들이 말하는 것을 잘 못 알아들어서 두려웠다.이러한 두려움이 가시기도 전에 삼촌 따라 일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는 정착지에서 첫 사흘간은 밖에 한 번도 안 나가 고 집에서 TV만 봤다. 이들은 이렇게 한국 생활을 시작한다.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는 길은 여러 국면을 거친다.가장 두렵고 떨렸 던 첫 번째 경계 넘기는 두만강 도강이었다.언제 누구와 넘었는지에 따라 그 두려움의 강도는 차이가 있지만,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가장 의 미 부여하는 첫 번째 공간 넘기이다.사람마다 국경을 넘은 이유는 다 르다.배가 고파서 넘은 경우(사례33)나 가족의 안전을 위해 넘은 경우 (사례34)처럼 북한 사회에서 살기 어려워서 도강을 결심한 경우도 있 지만,최근 들어서는 더 큰 세상에서 꿈을 펼치도록 부모님이나 친척이 마련해 놓은 길을 따라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사례30,사례31,사례31, 사례35,사례36,사례49).이들은 어른들이 마련해놓은 길을 은밀하게 따라가며 여러 국경을 횡단한다.이 과정은 온전히 육로로 이어지고, 6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78 개미가 기어가듯이 땅을 밟으며 가는 길이다.국경을 넘는다는 감각 도 없이 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태국 국경 등을 넘는다.육로를 통 한 이러한 이동은 그야말로 이동을 온전히 몸으로 경험하는 선 이동이 다.그 이동의 마지막 지점은 수용소에서 3개월간의 기다림이다.그리 고는 비행기에 옮겨 타서 순식간에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한다.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여 남북한 의 경제적,문화적 차이를 괄호에 넣은 채 공중에서 투하되는 경험이 다.그리고 이들은 개인이 느끼는 시공간의 거리,문화적 거리만큼 한 국 생활을 두렵게 시작한다.이들은 이후 한국에서 자신과 북한 사람 이 한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어떻게 대우받는지에 대해 민감하 게 반응하면서 조금씩 세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자 노력한다.그러나 이들의 한국 생활은 쉽지 않다.그들은 사회적,문화적 경계를 경험하 면서 자신만의 전략을 가지고 조금씩 이 사회에 적응해 간다.그런데 이들이 선택하는 전략 중에 하나는,한국에 적응하는 대신,다른 새로 운 사회로 자신을 다시 공중투하하는 것이다.마치 한 점에서 다른 점 으로 이동하듯이,이들은 영국이나 캐나다 등 지도상의 다른 점을 찍고 그 곳으로 다시 점 이동을 감행한다. 4. 다시 넘기 한국에 왔다고 해서 이들의 공간적 경계 횡단이 끝나는 것이 아니 다.그렇게 어렵게 한국에 왔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할 것 이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이들 중 일부는 그렇게 국경 을 넘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공간으로 다시 이동하기도 한다.경계를 넘어온 경험 자체가 다른 경계를 넘도록 추동하는 힘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67

79 된다.이들의 탈남 은 탈북 과 마찬가지로 배출(Push)요인과 흡입 (Pul)요인이 함께 작동한다.한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적 시선,성 공의 기회가 좀처럼 올 것 같지 않은 좌절감 등이 탈남을 욕망하게 만 드는 배출요인이라면 유럽 국가들의 인도적 난민지원제도,미국의 북 한인권법에 근거한 난민수용정책 등이 이들을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여기에 이미 정착한 다른 탈북민이 공유하는 정보와 네트워 크가 이들의 재이주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가. 초국가적 이동: 다중 정체성의 전략적 활용 2000년대 들어서 탈북주민이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정착하는 사 례들이 생겨났다.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이후 탈북주민들의 미국행이 가능해졌다.실제로 많은 수의 탈북난민을 수용하지는 않지 만 탈북주민의 미국행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정치적 망명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으로 인해 탈북민들 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그러나 탈북난민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음이 알려져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 국가 들은 탈북난민 심사를 강화하였고 이들에 대한 난민 인정률도 점차 감 소하고 있다. 27 각국에서 난민 신청자로서의 지위,난민 인정 과정,난 민으로서의 지위,영주권자로서의 지위는 각각 다르다. 28 탈북주민이 27_ 영국의 경우 2007년 1월부터 9월까지 망명 신청을 한 북한국적자 165명 중 100명을 심사하여 75명에게 난민지위를 주었다.75% 승인은 예외적으로 높은 비율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이 확인되어 그 이후에는 망 명신청을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고 그 결과 영국으로의 망명은 어려워지고 있다. 2011년에는 20명이 신청하여 5명이 승인받았다.송영훈, 해외탈북이주 현상의 현황 과 쟁점, JPI정책포럼,Vol.107(2012),pp.11~12. 28_ 위의 글,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80 가장 많이 정착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난민 인정절차는 우선 입국관리 등을 소관하는 홈오피스(HomeOfice)에서 주관한다. 홈오피스에서는 보호케이스 워크심사회에서 인터뷰를 거쳐 난민지위 부여를 결정한다.난민 인정을 받으면 체류자격을 얻게 되고,난민 인 정이 되지 않더라고 본국 송환 시 위험이 예상되면 특별체류허가를 주 어 1년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한다.홈오피스의 난민 인정 심사에 불복할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이의신청을 할 경우 홈오피스와 독립적 인 특별 심판관이 재심사하고,이에 불복할 경우 마지막으로 입국 관리 이의 심판소에서 이의신청을 다시 다룬다.영국 난민 인정 절차는 최 종적인 난민 인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1단계 심사에서도 시간이 걸리지만,이의신청을 두 번까지 할 수 있으므로 최종인정까지 수년간 에 걸친 시간이 걸린다. 29 최종인정까지는 보호신청자의 지위가 유지 되고 그동안 체류가 보장되므로 한국에 온 탈북민의 경우에 실패하더 라고 경험삼아 영국행을 선택하기도 한다.최종 인정이 안 되더라도 상당기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에 영국행을 감행했던 사례12는 명문대에 진학하여 사회과학 계열에서 공부하였다.여러 과목을 흥미롭게 듣고 대학생활이 재미가 있었으나 영어는 그를 가장 괴롭힌 과목 중에 하나였다. 영어수업에 들어가니까 저만 못 알아듣는 것 같고,사실은 그렇지 않았는데 확대 해석해가지고.도대체 대에 들어왔는데 뭔가 이렇게 대생 같 진 않고,뭔가 그런 면에서 고민하던 중에 중간에 휴학 을 결정한다. 휴학 하면서 여러 군데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조선소 등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평소에 알던 형이 전화를 했다. 29_ 고기복, EU국가의 난민 인정제도, 한 독 사회과학논총,제17권 1호 (2012),pp. 51~57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69

81 있던 중에 제가 아는 형이 그냥 전화가 와가지고 영국에 안 갈 래? 그러더라고요.그래서 영국이 어딘데? 저는 영국이 어딘 지도 몰랐어요.뭐 저기 있다는 거예요. 음,거긴 영어는 하나보 지? 물어봤어요. 당연히 영국인데 영어는 하지. 그래서 가게 됐고,그래서--.(사례12구술녹취록,2014Ⅰ/4) 그는 주위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그냥 떠났고,남은 친구들은 당시 그가 한동안 안보여서 해외로 떠났을 것이라고 짐작하였다.당시 사례12 와 함께 살던 친구인 사례34는 그가 말을 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 한 것을 이해는 하지만 처음에는 엄청 열 받았다 고 한다.그런데 사례34 도 1년 후 캐나다로 떠나면서,자신도 이거를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 나를 고민 하게 된다.왜냐하면 대부분은 좋게 보는 시선이 아니고,워 낙 도피의 성향이 강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았기 때문 이다. 사례34가 해외 이주를 결심하는 과정도 사례12와 유사하다.대학생 활 1년을 마치고 동기들이 군대를 가면서 방황하게 되었다.그러다가 해외로 가는 사례들을 접하게 되고,큰 세계에 간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영어를 공부하고 싶기도 해서 캐나다를 가기로 결심한다. 뭐 걔네들은 있다 보게 되면 영어도 잘하고 도움이 많이 되겠다, 약간 이런 생각도 많이 했던 거 같고요.지금 생각하면 오판이지 만.아 그래서 그때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솔직히 영국 갈까, 캐나다 갈까,미국 갈까,많이 했었는데,그래도 캐나다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고 말해야 되나요.뭐 딱히 왠지는 잘 모르겠어요. 왠지 미국보다는 캐나다가 나을 거 같고 그런 생각이 있어가지 고 해서 일단 캐나다로 택해서 같던 거 같고요.저는 뭐 거의 거 기에 뭐 누구 있거나 뭐 전혀 그런 건 없었고요,그냥 맨땅에 헤 딩하는 식으로 갔었어요.(사례34구술녹취록,2014Ⅰ/9) 위 두 청년이 각각 영국과 캐나다를 선택하는 과정은 무모할 만큼 7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82 임의적이다.영국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이 영어를 한다는 이유로 선택하고,미국,캐나다 영국 가운데 왠지 느낌이 좋아서 캐나다를 선 택하는 식이다.철저한 사전조사나 정보의 수집 끝에 이루어진 선택이 라기보다는 우연적이고 직관적인 선택이며,이 과정은 마치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낯선 세계에 또다시 투하 시키는 것과 유사하다.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점 이동의 반복이다. 이들은 아무 계획 없이 외국으로 건너갔으나,도착한 이후부터는 미 리 계획하고 연습한대로 행동한다.이들은 보호신청 국가의 난민 인정 제도를 이용하여 북한에서 바로 온 난민으로 자신의 신분을 위장했다. 대한민국 여권으로 목적지에 도착한 후,여권을 숨기고 중국이나 제3 국에서 직접 밀입국한 북한 난민으로 자신을 재구성한다.이 과정이 떳떳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은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망 설인다.사례34는 정부든지,법이라든지 이런 허점--솔직히 딱 눈 감고 (그 기회를)완전히 배제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고 고백한다.그를 비롯하여 난민 신청을 하는 탈남 북한주민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중국에서 은신하고 있던 중 김 목사님의 인솔로 영국행 혹은 캐나다행 비행기를 탔다.여권은 김 목사님이 가지고 계신데,그분을 잃어버렸다 는 것이다.여권과 항공권 혹은 승선권을 분실했다고 말하는 것은,난 민 신청 시 이들의 국적과 여행기록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이들 이 청소년이고 영어가 서툰 것은 김 목사님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 준다.이러한 이야기는 앞서 길을 닦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저희가 갔을 때 (캐나다에)거의 한 100명도 없었거든요.거의 완전 초기다 보니까 저희가 다 길을 만들었다고 생각을 많이 해 요--.저희 처음 갔을 때는 난민 그 신청소에 가게 되면 북한에 서 왔어요. 영어로 말을 하게 되면 가라고,여권 없으면 가라고,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71

83 그러니까 북한에서 왔다는 걸 증명할 수 없으면 가라고 막 그랬 었는데,후에 가니까 그냥 뭐 어 북한에서 왔어?여기다가 그냥 이렇게 써서 주면 돼.뭐,여권 없지? 거기서 뭐 오히려 여권 없지? 뭐 이런 식으로 다 바뀌었고요.그래서 신청하는 게 뭐 저희 때는 하루 종일 기다렸거든요.아침에 가가지고 거의 저녁 5시,6시까지 기다리고 했었는데,후에 가니까 뭐 두세 시간이면 다 끝나고.거기서 바로 그러니까 한국말 되는 통역원 딱 배치가 돼 있고요.바로 거기서 면접 같은 거 진행되고,그런 상황이 많 이 변했더라고요.(사례34구술녹취록,2014Ⅰ/22) 사례12도 영국에 도착해서 런던에 있는 홈오피스를 찾아가서 난민 신청을 하였다.목사님과 함께 왔는데 여권은 목사님이 가지고 계시다 고 하고 어떻게 북한에서 넘어왔는지 등등에 대해 인터뷰를 하였다. 사례12는 보호신청자로 등록되어 처음에는 6개월 비자,그 후에는 5년 체류비자를 받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에 머무르게 된다.그는 그동안 영국에서 대학을 다녔다.캐나다로 간 사례34도 보호신청자 자 격으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캐나다에서 살았다.그동안 캐나다에 서 영어도 배우고 일도 하였다.사례12는 만 5년간 영국에서,사례34는 만 5년간 캐나다에서 생활한 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사례12는 졸 업을 앞두고 문득 세상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귀국했다고 한다.사례34는 난민자격 최종 심사에서 불 합격하여 영주권 취득에 실패하자 결국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온 다.이들은 젊은 시절에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외국 경험에 대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경험이라고 평가한다.그에 대해서는 다 음 절에서 다룬다. 위의 두 사례는 외국에서 장기체류하다가 돌아온 경우인데,실제로 난민자격을 인정받아 해외에 정착한 경우도 적지 않다.유엔난민기구 (UnitedNationsHighCommissionerforRefugees:UNHCR)의 조사 7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84 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영국(603명),독일(193명),캐나다(64명),네덜 란드(36명)등 서구 국가에 약 1,053명의 탈북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30 이 가운데 독일에 정착한 이들의 삶은 V장에서 다룬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이들이 한국을 떠나서 서구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할 때 이들은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우고,북한 사람으로 자신 의 아이덴티티를 자본화한다.최근 탈북주민의 한국 이주,북한 송금, 서구 국가로의 재이주 등을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m) 전략으로 분석하는 연구에 따르면 31 이들은 분단체제의 엄중한 경계를 넘어서 사람,돈,정보를 주고 받는 침투성 초국가 전략 의 적극적 주체이자 행위자이다.은밀하게 형성된 초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분단체제의 정 치적 장벽을 뚫고 불법적 송금과 연쇄 이주를 일상화한다.이들은 분 단체제의 경계뿐만 아니라 국제적 인권 체제의 논리를 이용해서 일단 정착했던 남한을 넘어서 다양한 국가로 재이주를 시도한다.이들은 북 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자본화하여 새로운 거주지에서 난민지위 획득과 지원 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지식,기술,네트워크를 총 동원하여 전략적으로 행동한다.이 글에서 예로 든 청소년의 경우 에도 이러한 설명이 가능하다.이들은 이미 정착한 탈북청소년 네트워 크의 도움으로 새로운 정착지로 떠난다.그들이 어느 국가로 갈 것인 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매우 임의적이고 무계획적인 것으로 보인다.그 러나 일단 그 나라에 도착한 이후에는 그 사회의 인도적 난민 인정체제를 숙지하고 계획적으로 행동한다.이들은 유연한 시민권(FlexibleCitizenship) 을 적절히 구사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시민권을 버리고 북한 사 30_ 송영훈, 해외탈북이주 현상의 현황과 쟁점, p _ 정병호, 냉전정치와 북한이주민의 침투성 초국가 전략, 현대북한연구,제17권 1호 (2014)참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73

85 람으로 자신을 다시 규정한다.이때 북한 사람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이 들에게 초국가적 문화자본으로 기능한다. 한국을 떠나 유럽이나 북미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하였으나 초기 보호 신청에도 실패하여 단기간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사례도 있다.사례9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2년 2월에 엄마의 권유로 네덜란드로 향한다. (여명학교 생활은)만족했어요.너무 재밌었어요.그러다가 제가 --엄마가 갑자기,제가 외국 가고 싶다 했어요.그냥 엄마한테.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전화 와가지고 기회가 생겼으니까 한 번 가봐라.그러니까 이민을 보낸 거예요.그러니까 니가 한국에 있 으니까,북한에서 저리 왔다라고 이렇게 대사관에다 말하라는 거예요.거기 가서.저는 가서 그냥 하란대로 북한에서 왔다고. 그 사람들이 물어보더라고요.그런데 옆에 번역원도 있고 하니 까.북한에서 직행 왔다고 이렇게 얘기했어요.그 사람들이 응하 고 그냥 넘어가더라고요.인터뷰가 세 번,두 번 가니까 얘네가 이상한지 더 알아본 거 같아요.니 한국에서 왔다는 거 안다.왜 뻥 치냐고,다시 돌아가라.그래서 제가 돌아온 거예요.(사례9 구술녹취록,2014Ⅰ/22) 그는 난민 신청 최종 심사가 나오기 전까지 6개월 동안을 네덜란드 쉼터에서 보냈다.그곳에서 난민 신청 후 기다리는 자신과 비슷한 처 지의 파키스탄인,아프가니스탄인들과 함께 생활했다.그는 그곳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최종적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자 한국으로 돌아와 야 하는데 돌아올 돈이 없어 벨기에에 있는 한국교회를 찾아가서 도움 을 청한다.유럽은 EU 통합 이후 국경 개념이 없어서 네덜란드에서 벨기에는 기차를 타고 갔다.벨기에의 한국 목사님이 독일로 가는 교 통편을 제공해서 독일에 있는 한국인 교회를 다시 찾았고,독일의 한국 목사님이 한국행 비행기 표를 마련해주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한국 7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86 을 떠난 지 9개월 만이다.사례9는 그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그냥 있으면 뭔가 더 커지는 꿈을--꿈을 좀 더 크게 가 졌다는 생각에.혼자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번 경험해 보고 싶 었어요.이번 기회에 한 번 한다고 해가지고 갔는데--좋은 경 험인 거 같아요.혼자서,혼자서 많이 찾았어요.막 몸 행동 해가 지고 말하고 막 뭐 그랬거든요.(사례9구술녹취록,2014Ⅰ/27) 구체적으로는 이민자들이 각국에서 와 가지고 열심히 사는 모습 을 봤고,이들이 화장실 청소도 하고 알바도 하고 청소도 하는 그런 모습 많이 봤는데,되게 사는 건 다 똑같구나.언어만 다르구나 이런 생각 도 많이 했다.그녀에게 지난 9개월은 난민 신청을 하였다가 실 패 한 경험이 아니라,큰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 을 한 의미 있는 시간 이었다.이들은 북한과 중국,동남아시아 국가,남한을 넘어서 서구 사 회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또다른 경험을 통해 자신과 한국 사회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을 획득한다. 나. 관점의 변화: 범주의 재구성, 개인의 발견 한국에서 다시 외국으로 나간 청소년들은 그 사회에서 자신이 더 이 상 북한 사람 이 아니라 코리안, 아시안, 난민, 외국인 과 같이 다른 범주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이러한 경험은 이들에게 안도감이 나 편안함 같은 것을 준다.이러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한국에서 늘 북한 사람 인 나를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을 썼다면 외 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한국에서는 그렇게 크게 보였던 한국인들도 캐나다에서 보니 자신처럼 영어 잘 못하고 소외되는 이주 민 중 하나였다.남한에서는 북한이 다른 것이었는데,한반도와 전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75

87 다른 세상에 가니 남한과 북한은 코리안이라는 같은 집단으로 묶이고, 심지어 아시안이라는 집단으로 묶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우리끼 리 다름을 규정짓고 그 다름 사이에 우월을 만들어냈던 것이 얼마나 작은 세상 안에서 이루어졌던 일인가를 알게 되었다. (캐나다에서는)심적으로 되게 편안하다는 느낌을 되게 많이 받 았던 거 같아요--.그냥 아시안이면 아시안으로 다 무시하고 그 냥,흑인이면 흑인으로 무시하고,약간 이런 거지 뭐 딱히 우리 를 특정이 정해가지고 이렇게 무시하거나 편견을 가지거나 이런 사회가 아니라가지고 그런 면에서 약간 마음적으로 되게 편안하 게 활동을 할 수 있었고 그랬던 거 같아요--.그런데 지금 생각 하면 그때 당시 캐나다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의 생활이 뭐 누구 의 딱 진짜 뭐 편견이란 걸 많이 받은 건 아닌데,불구하고 나 스스로가 자기 보호를 하려는 이런 약간 마음이 되게 많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상대방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데도 불구하 고 내 스스로가 정체성이 이게 혼란이 오니까,내 스스로가 약 간,내가 북한 사람인데,이 사람이 내가 어떻게 이렇게 좀 보지 않을까.스스로 닫아버리는 그리고 경계를 하는 이런 상황이 되 게 많았던 거 같아요.(중략)일단 그 사회에 가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지는--.그러니까 거기에 있는,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도 영어를 잘 못할뿐더러,그러니까 같이 소외받는 상황이다보니까 전혀 뭐 네,그런데 대해서 생각을 안 했고,나름 재미있게 재밌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살았던 거 같아요.(사례34구술녹취록,2014Ⅰ/9~10) 사례34가 더 큰 집단 에 자신이 속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북한 사람 으로서 느꼈던 열패감을 극복하였다면 사례12의 경우는 그 반대로, 개 인 에 주목함으로써 북한 사람으로 규정되는 집단적 낙인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사례12역시 한국에 있을 때 답답한 심리적 억압을 느꼈는 데,한국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는 것,적응해야 한다는 것,북한 사람처 럼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북한 사람으로 무시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7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88 것 같이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고 주류집단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 다.그런데 그가 영국에 가서 다른 이민자들을 통해 배운 것은, 개인 성 이다.학교에는 154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였는데,그들 은 자신의 개성과 취향,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냈고,타인의 시선에 맞 추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 영국화 되려고 하지 않 는 이민자 친구들을 보면서 한국화 되려고 했던 자신이 안쓰럽게 여 겨졌다.그리고는 내가 굳이 어느 사람이 될 필요가 없고,내 스스로 가 되는 것 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는 이 친구들이 자신의 롤 모델 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적응이라고 그러잖아요.일종의 한국화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거 같아요.(중략)아무튼 되 게 노력을--너무 애썼던 거 같아요,지금 생각해 보면은.그게 안쓰러운 거 같아요,내 스스로한테.근데 영국에 가면 거기서 사는 동안에 뭔가 그렇게 내가 동화돼야 되겠다는 압박감이 없 었던 거 같아요.영국화 돼야 되겠다,무슨 뭐랄까요.그냥 내 스 스로 있으면 그걸로 되는 거 같아요.(중략)모두 이민자고 같은 이민자의 처지에서 굳이 북한이라고 해서 따로 뭐,무슬림이나 아프리카에서 뭐 다 거기서 거기니까.또 학교를 들어갔는데, (중략)여러 국가에서,유럽에서,브라질이나 뭐 되게 다양했던 거 같아요.그중에서 내가 굳이 어느 국적을 가지고 있느냐는 중 요하지 않아요.어차피 다 외국인이다 보니까.뭐 그러면서 친구 들도 만나게 되고 되게 신기하더라고요.되게 친한 친구가 있었 는데,그 친한 친구는 되게 거리낌이 없더라고요,애가.(중략) 그런 얘들하고 같이 지내면서 걔네가 결국에는 롤모델이 됐던 거 같아요,저의 롤모델이.그래서 내가 굳이 이렇게 북한 사람이 되고 혹은 뭐 한국 사람이 되고 어느 사람이 될 필요가 없겠구나. 내 스스로가 있으면 되겠구나,이런 생각이 들더라고,걔를 보면 서--.뭐 그랬던 거 같아요.(사례12구술녹취록,2014Ⅰ/16)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77

89 스스로를 북한 사람 으로 규정하는 것은 타인이 자신을 규정하는 것일 수도 있고,타인의 규정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수용한 내 자신 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북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규정 하는 것 자체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지만,그러한 생각이 스스로를 한국 사람이 되고 싶으나 되지 못한 결핍된 존재로 인식하게 하거나, 타인의 시각이나 호명에 자유롭지 못한 구속된 존재로 살게 한다면 그 것은 불행한 일이다.위의 두 청년은 자신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씨름 하던 이러한 정체성의 문제를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서구 국가에서 머 물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세상에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 밖에 없는 것 같고 한국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에서,바깥 에서 보면 한국 사람이나 북한 사람 모두 코리안이고 아시안이라는 것, 그리고 코리안 이외에 많은 국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 면서 자신을 전전긍긍하게 만든 것이 사실은 매우 작은 문제일 수 있 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한반도를 넘는 큰 세상에서 이들이 배우는 것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것,그리고 자신이 자신답 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와 같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 해,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다. 해외 한민족 커뮤니티: 낙인감의 재현 한국을 떠나 해외로 간 탈북민은 한국 사회를 벗어나고자 북한 정 체성을 활용해서 새로운 사회로 갔지만,그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해외의 한인 커뮤니티는 최근 한국 사람 뿐만 아니라,조선족,탈북민 등이 합류하여 한민족 커뮤니티로 확대되고 있다.한민족 커뮤니티는 이들에게 정보와 일자리를 제공하 7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90 는 유용한 공간이다.사례34의 경우에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때 영어공 부도 열심히 하고,캐나다 사회에 정착하려고 노력하면서 캐나다 한인 사회에 편입되어 한국 사람과 교류하였다.토론토에 있는 한인여성회 는 초기에 캐나다에 정착하는 데 많은 정보와 도움을 주었다.그런데 점차 한인 사회에 편입된 것이 불편해지는데,그것은 한국에서 그를 지 속적으로 불편하게 했던,자신을 북한 사람 으로 규정하고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이 재현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냥,우리한테 낙인을 찍어버리더라 이거 죠.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너희 북한 사람들의 성격이라 든지 성격은,특징은 뭐 특성은 이런 거다라고 낙인을 찍어버리 니까.(중략)대부분 뭐--처음부터 나쁘게 찍히진 않아요.처음 에는 고생 많이 했어요. 부터 찍히죠.일단은 북한 사람은 고 생을 많이 한 사람들,뭔가 불쌍한 사람들,우리가 도와줘야 되 는 사람들부터 이렇게 시작을 하죠.그래서 그런 낙인,그런 특 성을 만들어놓고 이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를 시키죠.그러면서 도와주려고 많이 노력을 해요.이건 한국에도 똑같다고 생각을 해요.어느 사회나,우리 북한 사람들 있는 사회는 똑같다고 생 각을 해요.그래서 도와주려고 노력을 하죠.그러면서 생각을 합 니다.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도와주려고.그런데 결코 우리는 도 움이 전혀 필요하거나 그런 상황이--그런 상황일 수도 있고 아 닐 수도 있잖아요.그런데 그 사람들은 전혀 그런 거 고려 안 하 죠.고려 안 하고 무조건적으로 그냥 도와주려고 하고.무조건적 으로 나를 따라오라.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너는 여기서 정착,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말들을 많이 하죠.그런데 우 리는 그렇지가 않잖아요.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고,도움이 안 필요할 때도 있죠.오히려 더,아 이거는 이미 알고 있는 거일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중략)그래서 아 싫습니다. 여기서부 터 이제 문제가 생기는 거죠.여기서부터 문제가--여기서부터 는 진짜 다 나쁜 낙인이 찍히기 시작하는 거예요.(사례34구술 녹취록,2014Ⅱ/46)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79

91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 도움을 거부하게 되면,그 다음 에는 기껏 도와줬더니 은혜를 모르는 새끼들 이 된다.사례34는 그 래서 한인 사회를 아군이자 적 으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아군이었 다가 거리를 두게 되면, 진짜 둘도 없는 적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한인 사회는 탈북주민의 초기 정착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만,그들을 계속 불쌍한 북한 사람,도움이 필요한 북한 사람의 범주 에 결박해 둠으로써 이들을 평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데 인색한 것처 럼 보인다. 앞서 이들은 캐나다나 영국에 갔을 때,자신을 더 이상 북한 사람으 로 규정하지 않는 시선 때문에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하였다.그러나 한인 사회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다시 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그 들은 북한 사람으로 규정되는 것이 싫지만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한 인 사회의 도움을 받는다.그러나 시간이 지나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 할 수 있게 되면 한인 사회를 떠나기도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주민이 한인 사회와 맺는 관계는 그 사회의 한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그리고 이들의 연 령에 따라 다르다.영국처럼 뉴몰든을 중심으로 경제공동체로서 한인 커뮤니티가 존재할 때 이들은 경제활동의 기반으로 커뮤니티 안에 정 착한다.또한 사례34의 언급처럼,나이가 들어서 혼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한인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그 럴 경우,이들은 한인 커뮤니티 밖에서는 한국 사람(Korean)으로 규 정되고,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북한 사람으로 규정되는 이중적 경 험을 한다. 8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92 5. 소결 이 장에서는 탈북청소년의 공간적 경계 넘기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 다.북한에 있을 때 북한 사회와 바깥사회에 대해 갖고 있었던 생각, 북한을 떠나게 된 이유나 계기,북한 국경을 넘는 도강 경험,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제3국으로 향하는 긴 여정,제3국에서 수용소에서의 기다 림,한국에 도착한 첫인상,다시 서구 사회로의 재이주 시도와 그 경험 에 대한 생각 등을 인터뷰 자료로 근거하여 재구성하였다. 이들은 공간적 경계 넘기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준거 를 넓혀나갔다.북한 이외에는 다른 국가가 있는지 조차 몰랐거 나 다른 세상에 대한 경험은 몰래 접한 드라마나 라디오,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컴퓨터의 창을 통해 본 제한된 세계가 전부였던 아이들은 중국,제3국,한국,서구 국가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몸으로 체험해 나간다.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새로운 풍경과 음식,기 후를 접하기도 하고,국경을 넘으면서 어떤 나라들 간의 국경은 그렇게 삼엄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어른들이 계획해놓은 길을 은밀하게 따라가면서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고 흥분되기도 하였다. 이들이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는 먼 길은 국경과 경계를 온몸으로 경 험하며 한걸음 한걸음 넘는 선 이동과 한 순간에 시공간을 압축하여 새로운 세상에 투하되는 점 이동이 혼재된 것이었다.북한에서 한국으 로 온 것은 남북한의 사회문화적 차이가 큰 만큼 공중투하의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은밀하게 국경을 넘었던 경험,새로운 사회로 자신이 투하되는 경험은 한국에 온 후에도 국경을 넘어 다른 세상으로 순간 이동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이때는 한국에서는 숨기면서 사는 것이 오히려 나았던 북한 사람 이라는 출신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81

93 여 서구 국가로 정치적 망명을 시도한다.이때 이들은 반드시 새로 살 게 된 그 나라에 정착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지 않다.오히려 더 넓은 세상에서 경험 을 쌓고 언어를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 우도 적지 않다.이러한 전과정을 통해 이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 단,그리고 한국 사회,그리고 한인 사회에 대한 성찰의 경험을 하게 된다.청소년기에 이러한 특별한 여행을 한 이들은 이 경험을 통해 무 언가를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 첫째,두만강을 건넌 사람은 그 후에 맞닥뜨린 국경을 한결 수월하 게 넘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가장 큰 금지 의 국경을 넘었기 때문이 다.탈북주민은 누구나 강을 건넌다.그리고 두만강을 건너본 사람들 은 어디든지 간다. 왜냐하면 두만강을 건너는 힘은 살아남기 위한 벌거벗은 생명 의 충만한 삶 에 대한 열망,혹은 인간으로서의 생기 그 자체 이기 때문이다. 32 이 힘은 그 후 중국,제3국,남한,유럽,북미 등 다른 공간으로 충만한 삶을 추구하는 계속된 여행을 하도록 한다.예 컨대 가장 폭력적인 금지의 공간을 맨몸으로 넘은 이들은 이후 국제적 난민제도를 활용하여 한반도의 경계를 넘는 것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 거나 꺼려하지 않는다. 둘째,탈북청소년들은 청소년기에 공간적 경계 넘기를 하면서 철이 드는 경험 을 한다.탈북성인에게 탈북 과정은 이미 철든 내가 헤쳐 나 가면서 경험하는 것으로,공간적 경계 넘기 경험이 아이에서 성인으로 의 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이 점에서 청소년 기에 이러한 경계 를 넘은 탈북청소년들의 독특한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탈북청소 년들에게 이 경계 횡단 경험은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는데,그것은 이 32_ 이희영, (탈)분단과 국제이주의 행위자 네트워크: 여행하는 탈북 난민들의 삶과 인권에 대한 사례연구, 북한연구학회보,17권 1호 (2013),pp.38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94 러한 경험을 스스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이들은 한국에 와서 또래의 한국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아는 것도 많고 체격 도 좋아서 기가 죽기도 하지만,한편에서는 그들이 너무 철이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또한 국경을 넘은 고난이 자신을 성장시킨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기도 한다. 셋째,이들은 공간의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 유해 나가고 있다.모든 힘든 경험이 곧바로 다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 은 아니다.어떤 경험이냐에 따라서,그리고 이후에 어떤 시간을 보냈 느냐에 따라서,그리고 그 개인의 감성이 어떠냐에 따라서 성장의 계기 가 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고,또 긍정적인 기억으로 전환되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넷째,공간적 경계를 넘으면서,자신이 살았던 북한 사회에 대해 판 단하는 바깥세상의 준거를 갖게 되고,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을 상대적 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생긴다.여행은 일반적으로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함으로써,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세계의 상대성을 깨닫게 한다.이들은 북한에 있을 때 북한 밖의 세상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바깥세상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 는 부분적인 이미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이들이 중국,제3국을 거 쳐 한국으로 오는 긴 여정은 그동안 제한된 매체를 통해 창밖 풍경처 럼 경험했던 외부세상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스스로 새로운 공간에 살아봄으로써,그동안 매체를 통해서 가진 외부세계의 이미지에,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이미지를 덧붙일 수 있게 된다. 이 글에서 다룬 청소년들은 모두 청소년기에 물리적 경계를 넘어 북 한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미래의 꿈을 위해,가족과 친척의 지원을 받으면서,혼자 혹은 가족의 손을 잡고 경계를 건넌다.길은 건너는 것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경험 83

95 에는 늘 양가적인 감정이 따랐다.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렘도 있었고, 긴장도 있었지만 즐거움도 있었다.아직 아이이지만 어른의 역할을 해 야 하는 데에서 오는 속상함과 갈등도 있었다.길을 떠나면서 안보이 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자기 삶을 다른 각도에서 비추어 볼 수 있 는 새로운 거울들도 얻게 되었다.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함께 그 경험 을 했느냐,그 후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느냐,그의 감정의 결이 어떤 가에 따라서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르다.그래서 하나의 잣대로, 하나의 기준으로 이들의 적응 여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다만 이들 은 가소성( 可 塑 性 ) 이 큰 청소년기에 여러 새로운 경험을 했고,또 아 직 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아직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그리고 그 변화는 직선적인 변화가 아니고 뱅뱅 도는 나선형 일 수도,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곡선일 수도 있다.다행인 것은,그래 도 이들의 경우,자신의 삶을 성찰적으로 재구성하고,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솔직히 드러내고 정리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이는 아마 이들 중 대부분이 이미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대학생이기 때문일 것이다.이 연구를 통해 만난 탈북청소년들은 분명히 성장 하 고 있다.그러나 비슷한 나이에 국경을 넘은 다른 청소년들 중에서 사 회적 지원이나 격려를 받지 못한 탈북청소년들의 삶은 이와 다를 수 있다. 8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96 Ⅲ.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오오,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는가 -기형도,여행자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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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탈북 은 북한을 비롯한 여러 국경들을 넘는 과정이기도 하고,각 공 간의 문화와 제도 등의 경계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이주의 맥락에 놓여 있다.최근 이주의 세계사적 맥락에서 이주는 단순히 국가의 물리적, 영토적 경계를 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문화가 경계를 넘으면서 공존하 는데서 비롯되는 충돌과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새로운 문화와 문화담 지자의 출현은 동의되고 합의되었던 집단적 정체성을 새롭게 바라보 게 한다.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이들이 갖는 문화를 어떻게 기존 사회 가 대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때문에 이주에 의한 타자의 출현은 이 주자의 문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학문적,정책적 관심의 필요 성을 제기했다.이러한 관심은 이주자의 문화를 소수문화로 여기면서 주류문화에 통합시키려 하거나 소수자 또는 이주자의 문화적 권리를 존중하고 정치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불평등을 없애려 하면서 다 문화와 상호문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나 문화의 통합과 다양한 문화를 존중한다는 언설의 이면에는 본질적 문화에 대한 발 상이 숨어 있기도 하다.새로운 또는 다양한 문화를 인정한다는 것은 마치 문화를 내적으로 강력한 동질성을 갖는 사회집단이 보유하는 일 관되고 명확한 것 으로 상정함으로써,차이를 갖는 개별 문화들 간의 경계를 오히려 공고히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33 그러나 문 화는 실상 견고하고 고정된 개념이 아니며,유동적인 경계로 이루어져 있다.또한 문화집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동질적이고 단일하지 않다.때문에 이주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은 통합이 나 인정이라는 담론이 아닌 새로운 문화의 등장으로 인해 드러나는 기 존 사회의 문화적 경계가 무엇인지,다시 말해 무엇이 인정되고 배제되 33_ 마르코 마르티니엘로 저,윤진 역,현대사회와 다문화주의:다르게,평등하게 살기 (서울:한울,2008),pp.112~116.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87

99 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문화적 경계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스스로 문화적으로 다른 집단과 구별된다고 인지하는 특성들의 총체적 집합을 의미하는 것으 로,거시적으로는 서로 다른 민족이나 인종 집단과 같은 사회적 단위에 서 발견되기도 하며,그보다 미시적으로는 계급이나 세대와 같은 사회 내의 하위 집단들 간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34 이러한 문화적 경계는 수평적이라기보다 위계화 되고 서열화 되어 있다.문화적 경계는 다른 사회적,경제적 경계와 상응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문화적 경계는 뚜렷한 경계가 설정되고 고정되어 있다기보다, 여러 문화들이 공존하고 다양한 경계들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경계가 창출되기도 한다.이러한 문화와 경계들이 공존하는 공간을 문화적 접 경지대라 할 수 있다.그런데 문화적 접경지대는 단순히 공식적으로 인정된 문화적 단위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별,연령,지 위 그리고 특정의 경험 등에 의해 구획되는 덜 공식적인 경계 사이에 도 존재하며,문화적 차이와 관련한 다른 차이들과의 만남은 가장 일상 적인 경험 속에 있다. 35 따라서 문화적 경계는 고정되어 존재하는 경 계라기보다 유동적이며,일상생활 속에서 경험되어지는 것이다.일상 속에서 차이가 구성되고 인식되는 지점,배제와 포섭이 이루어지는 지 점들이 문화적 경계이며,이러한 경계는 실천에 의해 구성된다. 이러한 문화적 경계 위에서 이주자들은 문화의 전달자이자 해석자 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이주한 공간에 자신의 문화를 운반하면서 이 34_ 한준 한신갑 신동엽 구자숙, 한국인의 문화적 경계와 문화적 위계구조, 문화와 사회,2권 (2007),p _ 레나토 로살도 저,권인숙 역,문화와 진리:사회분석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서울: 아카넷,2000),pp.6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00 주한 지역의 문화를 습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자신이 자라고 성장한 특정 지역에서 획득한 고유의 문화를 새로운 공간에서 마주한 문화와 접합시키거나 구분 지으면서 문화적 차이를 협상해가고 현재적 위치 에서 과거 경험과 문화를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적 경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따라서 이주가 만들어내는 문화접촉지대는 타문화에 대 한 새로운 인식을 야기하고,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 했던 뿌리 문화를 의식적으로 삭제해나가거나 선택적으로 강조하며 협상 과 교섭 을 만들어내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36 그리고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문화적 접촉지대는 특 정한 경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 온 이들에게 긴장을 야기한 다.집단체의 경계는 그들이 처한 상황과 기획에 따라 어떤 타자는 포 함시키기도 하고,어떤 타자는 배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37 그로 인해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해석을 하고,과거와 현 재를 상대화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그리고 배제되지 않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그 과정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는 이주자가 자신이 살았던 지역의 정체성에 정 박하여 불변하는 고정된 주체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인 맥락과 계속하 여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을 설명하고 구성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38 이 지점이 탈북청소년의 경계 넘기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탈북청소년은 국경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으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경계를 넘는다.그리고 이러한 경계 넘기의 과정은 자 Ⅰ Ⅱ Ⅲ Ⅳ Ⅴ 36_ 김현미, 결혼이주여성의 가정(Home)만들기:문화 접경지대 번역자로서의 이주 여 성, 비교한국학,Vol.18,No.3(2010),p _ 나라 유발 데이비스 저,박혜란 역, 젠더와 민족 (서울:그린비,2012),p _ 박서연, 북한 이주 청년들의 진로 모색 과정을 통해 본 생애 전략, p.84.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89

101 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면서,그 사회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구조를 드러낸다.또한 한국 사회에 이주하여서 이주민으로 살면서 다 시 다른 사회로의 경계 넘기를 꿈꾸기도 한다.이런 점으로 인해 어쩌 면 탈북청소년은 경계를 넘는/넘은 사람이기도 하면서 경계 위의 존재 로 볼 수도 있다.또한 일상적 삶 속에서 경계를 확인하고 경험하면서 새로운 사회적,문화적 공간에서 경계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도전을 실 천하는 주체이기도 하다.이러한 실천은 기존의 경계를 해체 또는 강 화하기도 하며,새로운 경계를 만들기도 한다.따라서 탈북청소년들의 경계 경험은 일상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하고,그 경험을 통해 드러나는 경계의 국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특히,탈북청소년의 다양한 경계 경험이 중요한 것은 이들 경험의 다층성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탈북 청소년을 탈북자라는 집단적 정체성으로만 보거나 청소년이라는 것만 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단일한 정체성으로 이들을 인식하고 규정하 는 것은 단일한 문화적 경계로 이들을 이해하려는 것으로,문화적 경직 성을 확인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들의 경계 경험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문화적 위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누구를 왜, 어떻게 타자화하고,이들의 타자성이 확인되는 국면은 언제인지,이들 의 경계 넘기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가 이들의 경험에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 장에서는 탈북청소년이 경험하는 문화적 경계 또는 위계가 무엇인지,그리고 이러한 경계들 사이에서 어떤 전략 을 가지는지를 살펴보고,이러한 경험의 과정에서 탈북청소년이 문화 적 경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9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02 1. 체험하는 문화적 경계와 위치성 가. 호기심과 동경, 부재한 자원의 발견 탈북청소년들이 북한 사회에서 생활할 당시 상대적으로 다른 사회 의 청년보다 이주나 이동을 통해 경계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적다. 북한 내부에서 이동의 통제는 제한된 틀 속에서 다른 도시나 지역을 여행하면서 다른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그러다 보니 이들은 직접적인 이동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하기보다 매체나 경관을 통해 경험하게 되 는 측면이 있다.적지 않은 수의 탈북청소년들이 북한에서 나오기 전 중국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하여 한국 영화와 드라마,외국 영화와 드라 마,음악 등을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특히 국경 지역에 살았던 탈북청소년들의 경우는 강 너머 중국을 보며 다른 세계 를 인식하게 되는데,강 건너편에 보이는 화려한 불빛과 아파트는 새로 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낸다.그리고 북한 사회의 다른 모습을 인지하게 된다. 연구자:가보고 싶다는 생각해본 적 있어요?북한 살 때,중국을 한 번 가보고 싶다. 구술자:그죠.왜냐면 할머니 댁이 남양이라고 있는데,그쪽 중 국 쪽에 도문이라고 있거든요.도문시랑 굉장히,강 하 나 차이를 두고 다 보여요.한 쪽은 엄청난 고층아파트 있는데 한 쪽은 차들이 막 지나다니는데 한 쪽은 뭐 나 가서 일을 하고,직접 손으로 일을 하다보니까 굉장히 저 도시에 대해서 궁금했죠.궁금하고. 연구자:실제로 어떤 게 궁금했어요? 구술자:일단 뭐--어릴 때니까 먹고 싶은 거,그쪽으로 가면 뭐 많이 먹을 수 있겠다.그리고 차도 마음껏 탈 수 있겠다, 뭐 그런 거.그리고 잡탕인것 같아요,그냥.한국 그,북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91

103 한 사회가 어릴 때에도 그냥 학교 끝나면 나가서 일을 해야 되고 그렇다 보니까 TV에서 나오는 뭐 비디오나 그런 거를 봤을 때는 이런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막 뭐 연애도 하고 무슨 이렇게 여가생활 이런 것도 할 수도 있고 하다보니까,그런 거에 대해서.패션 뭐 그런 데에 서도 굉장히 궁금했었죠.(사례22구술녹취록,2014Ⅱ/ 1~2) 탈북청소년들에게 강 건너의 꺼지지 않는 불빛 은 부러움과 호기심 의 대상이었다.환한 불빛 자체만으로도 신기했을 뿐만 아니라,환한 불빛이 상징하는 부( 富 )는 먹을 것과 입을 것,다양한 문화로 등치되었 다.때문에 가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한 번쯤은 가져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그리고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다른 사회의 모습 속 에서 경험하지 못했던,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들을 접하게 된다. 매체나 경관을 통해 접하게 되는 새로운 문화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을 비교하게 하고,그 결과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하기 도 했다. 북한은 왜 없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 의 가난함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 한 상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특히 상대적 박탈감과 상대화는 실제로 국경을 넘어 중국땅에 발을 디뎠을 때 더욱 체감하게 된다. 연구자:그럼 북한에서 중국에 딱 갔을 때,중국은 느낌이 어땠 어요? 구술자:북한에서--오 완전 잘산다,어떻게 불이 꺼지지 않지, 이러고.먹을 게 너무 많은 거예요.그리고 집에,친척 집에 있었거든요.그런데 강아지가 소시지도 안 먹는 거 예요.북한에 있으면 진짜 저거 없어서 못 먹는데,개도 안 먹는 거 우리는 먹지도 못하네 막 이런 거 있잖아요. 짜증나--그런 말.모르겠어요.그때는 짜증나라고 했 9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04 는지 모르겠는데 좀 보기 안 좋았어요.개를 집에다 키 우는 것도 그렇고.막 그 개밥에 고기 들어 있는 것도 짜증나고 막.가장 먼저 본 게,개가--개도 없어서,개도 싫어하는 걸 북한에서는 없어서 못 먹고 왔다는 그런 마음이 진짜 싫었어요.그러면서 저희 도와주지 않는 친척 들도 너무 미웠고.(사례21구술녹취록,2014Ⅱ/13) 사례21은 북한에서 중국을 바라보며 불이 꺼지지 않는 것에 놀라워 했고,실제로 중국에 도착했을 때 이를 새삼 느꼈다.많은 먹을거리 앞 에서 놀라움과 흥분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한편으로 다시 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의 모습은 자신이 있는 공간과는 너무 다르게 까만 세계 였고,자신이 살던 사회의 빈곤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특히 개를 집에 키우는 문화나 개밥에 고기가 들어 있는 것 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었고, 개도 싫어하는 걸 북한에서는 없어서 못 먹고 왔다 는 상대적 박 탈감을 강하게 느꼈다.한국에 도착했을 때도 인천공항과 공항에서 서 울로 이어진 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보면서 중국에 처음 갔을 때 느꼈 던 놀라움과 신기함을 다시 느꼈다.중국에서 그러한 풍경을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놀라웠으나,창밖의 풍경은 말 그대로 남한의 발 전된 모습을 직접 체감하게 한 것이다.이러한 경관과 풍경을 통해 전 달되는 그 사회의 문화와 경제적 수준은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계기이 면서 과거 자신의 사회를 상대화하는 계기가 된다.그리고 자신이 본 경관을 통해 새로운 공간의 문화와 더불어 그 사회의 경제적 수준을 인식하게 된다.문화는 단순히 문화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형성하고 존재하게 하는 사회적,경제적,물적 토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로 인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은 단순 히 문화의 비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했던 사회의 경제적인 조건과 상황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이러한 문화적 차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93

105 에 대한 경험과 그에 따른 경제적 위계에 대한 인식은 이후 북한 출신 이라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나. 위치성을 구성하는 언어와 외모 북한을 떠난 탈북청소년이 처음 접하게 되는 새로운 공간은 중국으 로,중국에서 자신이 타자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 는 다른 언어이다.언어는 그 사회의 구성원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기 본적인 도구이다.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원래 그 사회의 구성 원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접하는 순 간 스스로를 타인으로 정체화하게 되고,다른 이들에 의해서도 외부인 으로 구별된다.조선족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는 같은 언어를 쓸 수 있 지만,중국에 속해 있는 조선족 공간이기 때문에 중국어를 사용할 줄 아느냐가 중국에 원래 살았던 존재인지 아닌지를 규정한다.때문에 중 국어를 할 줄 모르는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을 타자로 인식하게 되는 것 이다. 겪다보니까 생긴 건 아니고요.제가 중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말 했었어요.지금 막 주변에서 들으면 너는 알 수 없는 사투리 쓴 다고--.그런데 그때부터 한국말을 했었어요.왜냐면 저희 삼촌 이 그렇게 하라고 했거든요.언니도 그렇고.언니도 한국말 하고 삼촌도 한국말 하세요.그런데-- 니가 여기서 안전하게 살 수 있으려면 니가 한국말을 해야 된다. 조선족이라고,조선족 말투 가 좀 그렇거든요.그런데 저도 또 조선족 말투를 잘 못해요.같 은 말투이긴 한데,얘네는 들어서 딱 알아요.북한 사람,조선족 사람.우리가 듣고 아 저거 조선족이네,이렇게 아는 것처럼 똑 같은 거예요.그런데 들었을 때,니가 안전하게 여기서 살려면 한국말 해야 한다.한국 사람은 건드리는 사람이 없잖아요.그런데 조선족은 일단 건드려요.그래서 한국말부터 배워라.정말 한국 9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06 드라마,정말 엄청나게 봤어요.진짜 그 CD를 사다가,막 제 키만 한 박스를 두 박스는 봤을 걸요.밤에 자지 않고 그냥 밤낮으로 봤어요.--그렇게 막 드라마 보고 막 그러면서 아 저럴 때 저렇게 말 하는구나.막 이러면서 그때 얘기하면 따라하기도 하고,뉴스 같은 것도 보면서 따라하고 막 이렇게--.그런 식으로.한국말 조금 많이 좀 배웠었어요.(사례19구술녹취록,2014Ⅰ/18) 사례19는 중국에 도착했을 때 중국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한국어 공 부를 하였다.같은 언어체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말하기를 공부한 것이다.이는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은 단순히 그 사회의 구성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탈북청소년에게는 언어 를 통해 판단되는 귀속적 지위가 그들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신변의 문 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언제든 체포와 북송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밖에 없다.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어를 쓰지 못하거나 완전하지 못한 한국어 를 구사하는 것 자체가 탈북자임을 표식하고 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다.다른 언어를 쓰는 탈북청소년은 그 공간에서 이방인이면서 위험한 존재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것 이다.그래서 탈북청소년은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밖에 아예 나가 지 않거나 중국어와 한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언어는 같은 언어체계를 사용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탈북청소년을 다른 존재로 인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나타난다.한국 사회에서 탈북자가 가장 쉽게 구별되는 지점은 이들의 말투이다.그래서 탈북청 소년들은 한국에 오는 순간부터 자신의 말투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였 다.동일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억양과 사용하는 단어 등이 다 르기 때문에 이들의 말을 통해 이들이 우리 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 는 것이다.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인해 중국에서처럼 직접적인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95

107 위협과 위험을 야기하지는 않지만,한국 사회에서 다른 언어를 구사하 는 것은 출신지역을 확인하게 하고,그 지역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정체화가 시작된다. 언어가 저는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제가 제 입으로 얘길 안 해도 다른 사람이 벌써 너 북한에서 왔구나,아니면 조선족이 냐고.막 그런 얘기 되게 많이 들으니까.이게 말투가--특히 저 희 같은 경우는 량강도지방이라서 조선족 말투랑 정말 똑같아 요.--내가 굳이 북한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안 다녀도 사람들이 말투를 들었을 때 다 알거든요. 너 북한에서 왔어? 막 이러면 서 이상한 얘기 막 질문하고,북한에서 막 죽도 없어 못 먹고. 누가 죽도 없어 못 먹냐고.나는 그렇게 안 살았다고.(사례19 구술녹취록,2014Ⅰ/17) 국민 을 길러내는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우리 와 남 을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즉 문화적 식별 능력을 갖게 된다. 는 권혁범의 지적처 럼, 39 우리 는 문화적 식별 능력을 통해 우리 와 남 을 구별하고,타 자를 확인하려 한다.이때 문화적 식별 은 언어 를 통해 가장 먼저 시작 되고,언어가 표상하는 타문화에 대한 구별과 차이를 구성해내는데,문화 적 식별이 문제적인 지점은 구별과 차이가 차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제,--그 아이들 같은,걔네가 생각하는 거, 북한 사람은 못살고 굶주리고.현실이긴 하지만 그 아이들이 나 를 대할 때,너는 못 사는 데서 왔어,우리랑 달라,이런 거를 그 남자애가 그래도 가지고 있어요.눈치로 보인단 말이에요.그러 다보면은 가끔 가다가 북한에서는 이런 거 먹었어? 라는 말. 이런 거 있었어? 저는 뭐가 뭔지 모르니까 당연히 있었지.당 39_ 권혁범,국민으로부터의 탈퇴:국민국가,진보,개인 (서울:삼인,2004),pp.53~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08 연히 먹어봤지. 이랬단 말이에요.그러니까 잘 모르는 상태에 서.그런데 그런 말을 내뱉고 꼭 집에 가서 확인을 해요. 엄마 이런 거 있어?북한에 이런 게 있어? 이렇게 꼭 물어봐요.그러 면은 엄마가 있기는 당연히 있지.그런데 우리는 못 살아서,뭐 이렇게 일반 사람들은 못 먹어.없어.못 접해. 이런 말을 이렇 게 해준단 말이에요.그러면은 또 괜히 자존심 상하는 거예요. 걔네들한테 숨겼다는 생각에.왜 뭐,이런 거.그런 것 때문에 좀 많이--.(사례20구술녹취록,2014Ⅰ/27) 탈북청소년이 우리 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출신지를 먼저 확인하고,북한에서 왔다는 것이 밝혀지면 이들을 신기한 존재로 여긴 다.그러나 그 신기함의 저변에는 못 사는 나라, 뿔 달린 빨갱이 라는 오랜 시간에 걸친 북한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투영되어 있다.더욱이 북한이라는 기표는 다른 지역의 비해 지역적 위계에서 하위를 차지하 며 욕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을 드러내는 문화적 상징들은 열 등한 것으로 위치지어진다. 40 그로 인해 열등한 북한에서 온 탈북청소 년 자체가 열등한 존재로 간주되는 측면이 있고,이러한 편견을 탈북청 소년들은 생활 속에서 체험하게 된다.그래서 탈북청소년들은 집에 와서 막 연습하고,사투리 고치겠다고 볼펜 물고 동영상 보고 따라하면 서 막 애를 쓴다고 할 정도로,언어를 바꾸는 것을 통해 자신이 다른 존재임을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탈북청소년은 언어적 차이를 말투에서 인지하기도 하지만,언 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다른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특정한 용 어를 어떤 맥락에서 사용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다. 40_ 이슬기, 북한 이주 1.5세대 여성들의 정체성 구성 방식에 관한 연구, p.64.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97

109 저는 솔직히 말실수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그러니까 단어선택 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막,제가 말 하면은 몰상식하다라는 단어 를 사용하잖아요.그런데 이거를 굉장히 저희는 살짝 비상식적 으로 행동했던 사람한테 우리는 충분하게 그쪽에 있을 때 얘기 를 하는 단어에요.그런데 여기서 내가 걔 몰상식해. 이러면은 굉장히 놀라면서 이게 완전히 나쁜 말인데 어떻게 나한테 사용 할 수가 있냐? 이런 쪽.그래서 이런 단어 선택에서 나는 많이 실수를 했었어요.이제 어떤 이제 학원을 다녔는데,영어 학원 다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남편이,아,어떤 아주머니가 같이 수 업을 듣고 나왔는데,샘이 자기가 호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만 났던 여자 친구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어요.그런데 그게 좀 황당 한 일이어가지고 나오면서 아주머니가 어머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나한테 얘기를 했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이 렇게 했어야 되는데 나는 아니 본인이 아니신데 왜 이렇게 격 하게 구세요? 이랬던 거 같아요.그런데 그 아줌마가 놀라서 이 게 뭔 말이지 이러면서 동그랗게 저를 쳐다봐가지고 그때 아,내 가 뭔가 말을 잘못했구나 하는 걸.빠르게 재빨리 그 상황을 벗 어나고--.전 단어선택이 많이 황당했었어요.(사례36구술녹취 록,2014Ⅰ/10) 사례36의 경우처럼,적절한 상황에서 적합한 언어를 선택하지 못하 는 말실수 를 해서 오해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언어를 안다 는 것은 단어나 억양을 따라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때 이를 안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 언어를 적 절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할 때 가 능해진다.이러한 점에서 탈북청소년들은 언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문 화를 자신이 이해하지 못함을 느끼게 된다. 언어의 차이는 직접적인 억양과 화법,적절한 언어 구사 등을 통해 탈북청소년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이들을 구별 짓는 효과를 갖는 한편,이들의 문화적 자본이 부재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일상적 용어들 9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10 이 외래어인 경우가 많다.특히 옷이나 음식 등의 브랜드와 이름 등 일 상적 외래어가 많다.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일반화된 브랜드를 모르는 것은 자신이 남한 출신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면서 친구들에 비해 자원이 부재하고 뒤떨어진다는 것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제점이 저 같은 경우는 메이커를 몰랐어요.제일 문제점이었 어요.그게,친구들이 나이키나 아디다스 이런 거를 만약에 사거 나 물어보거든요.제가 저는 입고 있지만,뭔지를 몰라요,어디 건지.그러면서 소외가 되더라고요.메이커 말할 때마다.(사례 15구술녹취록,2014Ⅰ/1~2) 일상적 언어의 부재는 문화가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다 양한 문화적인 표상들이 언어화되고,이러한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한 다는 것은 그 문화를 아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탈북청소년들은 그러한 언어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문화의 부재를 느 끼게 된다.그리고 모르지만 자존심이 상해 물어볼 수도 없고,북한에 서 온 것을 숨기는 상황에서는 절대 시도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언 어의 부재는 다시 문화적 자원의 부재로 이어진다. 탈북청소년들은 외모와 스타일을 통해서도 자신이 남한 출신의 친 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다.남한 출신 사람들과 유사한 외모를 가졌지만 외형적으로 북한 출신이라는 티 가 난다는 것이다.구체적으 로 피부색과 옷차림,헤어스타일 등에서 탈북자들이 남한 출신 사람들 과 구별된다고 하였다. 구술자:외형적으로도 티가 나요.조금씩 있는 거 같아요. 연구자:어떤 거에서?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99

111 구술자:일단 얼굴이 뭐--어릴 때 우유를 많이 못 먹어서 그러 나,피부가 굉장히 안 좋고 막 그런 거.뭐 나이에 비해 서 얼굴이 삭았거나,뭐 그런 거. 연구자:옷차림은 어때요? 구술자:옷차림--신경 안 써 갖고 모르겠어요.여자들 같은 경 우 머리 묶는 스타일이나 그런 거보고 조금씩은--.(사 례22구술녹취록,2014Ⅰ/16~17) 탈북청소년들은 지하철,버스 등과 같은 일상적 공간과 옷을 사 입 고 먹는 일상적 행위에서 자신들 또는 다른 탈북자와 남한 출신의 사 람들이 다름을 경험한다.사례19구술자의 경우 말투로 탈북자를 구별 해내기도 하지만,옷차림을 보고 탈북자임을 인지한다고 한다.사례19 가 느끼기에 탈북여성들이 선호하는 특정한 옷의 스타일이 있고,그것 은 남한의 여성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북한 사람들이 특정하게 좋아 하는 옷,그리고 그 옷은 남한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옷이라는 점을 인지하고,다른 남한 친구들과 옷의 스타일과 취향이 다르다는 점을 느 끼면서 문화적 차이를 체험하게 된다. 연구자:얘길 해보면 말투로 아는 거예요? 구술자:네,말투.그죠.그리고 뭐 봤을 때,가끔 옷차림도 보고 안다고 할까.왜냐면 북한 애들은 좀 공주스타일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되게 막 예쁘고 되게 막 희 한한 거--그러니까 그렇게 막 이상한 걸 좋아하는 사 람도 있고.옷 입는 걸 보면 다 비슷하게 입는다고 할까. 네.내가 좋아하는 걸 그 사람도 좋아하고 막 그래요.그 런데 진짜 그렇거든요.옷 입는 거 보면,내가 입었던 걸 비슷하게 입었다 하면 무조건 북한 사람이에요.시장에서 예쁘다 공감이 돼요.남한 애들 같이 가, 저 예쁘다. 뭐야,이상해. 공감이 안 돼요.옷 입는 거,옷차림에서 조금--어 북한 사람이네,그거.(사례19구술녹취록, 2014Ⅰ/35~36) 10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12 외모와 스타일로 체현되는 특정한 문화는 탈북청소년으로 하여금 탈북자 의 문화를 규정하게 한다.탈북자의 외모와 스타일에서 체현되 는 문화가 남한 출신의 사람들과는 구별된다는 점에서 다름을 인지하 게 되는 것이다.이 때 다른 외모와 스타일은 단지 개인적 취향으로 설 명되지는 않는다.북한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열등함이 탈북자의 외모 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다.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피부가 하얗지 않다고 여기거나 외형에서 보이 는 모습을 촌스러움, 부자연스러움 으로 평가하는 것이다.그리고 북 한과 남한의 차이를 넘어 남한 출신의 사람들과 탈북자의 외형에서 나 타나는 차이가 문화적 위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남한 출신의 사람보다 촌스럽고 뒤떨어진 존재로 탈북자를 정체화하는 것이다.이 러한 인식은 특정한 형태의 문화를 바탕으로 탈북자 집단 정체성을 규 정하면서 자신을 다른 탈북자와 구별 짓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 낯선 관계문화와 위계 문화 간의 만남은 일상적 공간에서,사람들과의 대면관계에서 주로 이루어진다.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같음과 다름을 인지하게 되고 이 를 통해 자신의 문화 또는 타문화를 경험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한다.탈북청소년 역시 일상적인 생활공간과 사람과의 대면관계, 관계 맺기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를 체험한다. 탈북청소년들은 주로 학교 공간과 또래 친구와 관계에서 남한의 문 화를 체험하게 되고,직장생활이나 다른 공간에서 만나는 남한 출신의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탈북청소년들이 대면 하는 또래 친구나 직장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낯선 문화는 사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01

113 람 관계에서 나타나는 이중성이라고 한다. 우리 그걸 못하거든요.가식적인 걸 못하거든요.그러니까 아첨 하지 말라.이런 말을 북한에서 되게 많이 하고,아부하지 말라. 여기서 그런 것처럼 나대지 말라 이런 게 아니라,되게 너 거짓 인 거 다 아니까 아부하고 아첨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라.우 린 직설적인 거 좋아하니까.한국 사람은 되게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해요.왜 그런 거 있잖아요.그래 다음에 술 먹자 뭐.나 이 런 것도 옛날에는 진짜로 약속을--.다음에 술 먹자 그러면 걔 네는 대부분 기다려.진심.그런데 상대방이 전화를 되게 반갑게 받아.이게 북한 사람이에요.순수하게 받아들이거든요.그런데 나는 회사 들어가기 전에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는데도, 그래서 그 정도까지는 알았으니까 이제 나는 이거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이거 하나를 못하겠더라고.(사례26구술녹취록, 2014Ⅰ/14) 사례26이 이야기하듯,한국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계 유지 를 위해 표현하는 인사나 형식적인 말들을 탈북청소년들은 가식 으로 생각한다.그리고 직접적인 대면 상황에서는 웃으면서 상대를 대하지 만 돌아서서 이들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불평을 표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였다.이러한 남한 사람들의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출신의 사람들이 솔직하지 못하고 사람을 대할 때 가식적으로 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물론 남한 출신 사람들 사이에도 이러한 이중적 모습이 나타난다고 인정하 지만,특히 탈북자를 대하는 데 있어 자신들을 솔직하게 대하지 않는다 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였다.사례22의 경우 교회나 학교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탈북청소년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이용하려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하였다.늘 웃으면서 자신 을 대하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 관대한 태도를 보이지만,그 이면에 10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14 는 자신들을 무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여겼다.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황을 무마하려 하고 웃음으로 대신하는 것이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 리고 자신들에게 친절히 대해주고 도움을 주지만,그것이 나중에 연구 나 인터뷰 등에 자신들을 동원하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고 하였다.탈북청소년에게 남한 출신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친절함과 형 식적인 인사들을 문화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들이 탈북자이기 때문에 다르게 대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외국에 나가서 만나는 외국인들의 친 절한 모습은 원래 밝고 친절하기 때문으로 인식하는 반면,남한 출신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가식이거나 뭔가 다른 이면이 있다고 여긴 다는 점이다. 외국문화 는 당연히 외국이기 때문에 차이가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그들의 태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그러나 남한의 문화는 원래 그런 면도 있지만 자신들이 탈북자이기 때문에 그 러한 행동을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탈북청소년 이 한국 사회에 놓여 있는 위치와 차별적 경험들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과거에 경험이 없던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될 때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탈북청소년들이 연애를 시작 할 때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난다.북한에서도 최근 청소년 사이의 연애 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면담한 탈북청소년의 경우 북한에서 연애 경험은 거의 없고 남한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 탈북청소년들에게 남한의 연애 문화는 낯선 문화였다.자신의 연애 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북한에서 보았던 부모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연애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03

115 구술자:그런 거예요.틀이 짜여져 있죠.그리고 남자들은,저희 는 이제 조직생활이--북한에 남자가--그런 게 있어 요.일단 그러니까 여자친구 만나도 내가 왜 내가 존심 내가 세.여자를 위한 이벤트,그걸 왜 해? 연구자:왜 그런 거예요? 구술자:처음에는 저 짓까지 하면서 사귀어야 되나.그래서 내가 대학교 때 연애를 못했던 게--100일 되고 생일 이벤트, 노래나 불러 줘야 돼.그럴 바엔 안 사귀고 말지.(사례 26구술녹취록,2014Ⅰ/26) 탈북청소년들은 경험이 없던 연애를 시작하다 보니 남한의 또래 친 구의 연애 모습이나 매체를 통해 알게 되는 연애 방식을 따라하게 된 다.상대가 남한 출신이든 북한 출신이든 이성 친구를 만날 때 이미 한 국 사회에 보편화된 연애 문화로부터 탈북청소년들은 자유로울 수 없 다.상대가 남한 출신인 경우는 이미 이들에게 익숙한 문화이고,북한 출신인 경우 남한의 연애 문화 습득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류 문 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국 남한에서 보편화되고 정상화 된 연애 방식을 따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러나 북한의 가부장적 문화에 익숙한 탈북청소년에게 남한의 연애 문화는 낯설고 쉽게 동의하기 어 렵다.특히 남학생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이성 관계에서 남성이 우 위에 있는 것이 당연한 북한 문화를 경험했고,여성이 남성을 지원하고 돌보는 것이 익숙한 탈북남학생은 남한의 연애 방식을 따라하느니 자 존심 을 지키고 남한의 연애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 다.그러다 보니 연애 관계가 잘 유지 되지 않고,오히려 포기하는 것이 쉽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동료나 또래,이성 사이에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의 다름은 관 계 맺음을 어렵게 한다.그리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이들에게 대하는 것과 다른 것을 인지하면 10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16 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된다.그로 인해 탈북청소년 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관계의 깊이와 방식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 면서 또 다른 외로움을 경험한다.새로운 공간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위안과 안정감을 얻고 외로움을 찾으려 하지만,관계 맺기 방식에 서 느껴지는 차이와 그로 인한 어려움이 또 다른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 문화적 다름과 집단적 정체성의 구성 가. 자유롭지만 논리정연한 남한 사람과 통제되고 두서없는 북한 사람 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출신 사람들을 접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인지함과 동시에 문화적 차이에 기반을 둔 집단적 정체성 을 구성하기도 한다.자신들이 경험한 문화적 차이를 근거로 남한 사 람과 북한 사람에 대한 나름의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다. 탈북청소년들은 학교 생활을 하면서 또래의 남한 출신 친구들에 비 해 의사표현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사례22는 학 교에서 남한 출신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보 고 문화충격 을 받았다고 한다. 구술자:그런데 그런 게 있는 게 아무래도--아직까지도 북한에 서 그런 뭐 교육을 받은 그런 게 남아 있다고 생각하거 든요.왜냐면 뭐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말 제대로 못하고 살고,이렇게 하라고 하면 다 해야 되고.뭐-- 어른의 말은 무조건 따라야 되고.뭐 그런 것들이,세뇌? 연구자:그럼 어릴 때,북한에 있을 때도 그랬다는 거죠,본인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05

117 구술자:그거는 어쩔 수 없이 체제가 그렇다보니까,그런 교육을 받다보니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건 같은 거라 고 생각해요. 연구자:그게 영향을 미치는 거 같다? 구술자: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그 영향이.그래서 처 음에 한국 학교 다닐 때 굉장히 놀랐던 게 자유로운 분 위기 막 그런 거.학교 내에서 수업 내에서도 선생님한 테 마음대로 질문하고 농담하고 선생님이랑 같이 그런 걸 보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막 그런 거.문화 충격 을 받아--굉장히 부러웠어요,그런 것들이.나도 저렇 게 막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은 안 나오고.생각은 있는 데,머릿속에 있는데 언어가 돼갖고 말로 안 나오는 그 런 게 있죠.(사례22구술녹취록,2014Ⅱ/27~28) 사례22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무조건 따라야 된다고 생각하는 자신에 비해 그렇지 않은 남한 친구들이 부럽다고 하였다. 학교 수업에서 보여주는 친구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며 자신은 왜 하 고 싶은 말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이러한 차이에 대해 탈 북청소년은 그 원인을 북한식 교육에서 찾았다.통제된 사회에서 자신 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학습한 그대로를 말해야 하는 교육 문화가 자신 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이처럼 차이에 대 한 인지는 왜 나는? 이라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고,결국 북한의 교 육문화라는 북한적 문화 특성을 발견해내는 것으로 이어진다.나아가 탈 북자 집단의 정체성과 남한 출신 사람들의 정체성을 구성하기도 한다. 사례22는 자신과 남한 출신 친구를 비교하기도 하지만,다른 탈북자 와 남한 출신의 사람들을 비교하면서 다름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구술자:어--뭐,인식이--그분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야기 하는 패턴이나 그런 것도 있거든요.비슷하게 이야기하 10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18 는 패턴 그런 것도 있고-- 연구자:이야기하는 패턴은 뭐에요? 구술자:패턴이라는 게--진짜 저희 북한 사람들이 그러니까 온 사람들이 굉장히 그게 있는 거 같아요.그러니까 질문을 하면 질문의 의도를 잘 그걸 이해를 못해갖고 그냥 두서 없이 말하는 그런 거.그런 것도 있는 거 같고.뭐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나도 그랬던 거 같고요.(사례22구술녹 취록,2014Ⅱ/16) 사례22는 자신과 탈북자들이 이야기하는 방식과 남한 사람들이 이 야기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느꼈다.탈북자들은 두서없이 이야기하 고,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남한 출신의 사람들은 논리정연하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단순히 언어적 차이로 인지하기보다 북한식 문화 와 교육의 차이,사고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여긴다.그리고 그 차이는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되고,결국 북한 사람 들의 집단적 특성을 규정한다.이러한 차이와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규정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이 한국, 남한 사람과 다른 점을 의식 적,무의식적으로 발견하고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리고 그러한 평가를 통해 자신과 같은 탈북자들을 두서없이 말하는,즉 논리정연 하게 말하지 못하는 남한 사람에 비해 조금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나. 개인주의적인 남한과 집단주의적인 북한 탈북청소년이 일상생활에서 남한 출신의 또래나 동료에게서 발견하 는 문화적 차이 중 하나로 개인주의가 있다.자신의 이익에 민감하고,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이 탈북청소년에게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것으 로 느껴진다.이들이 느끼는 개인주의의 단적인 예가 더치페이 이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07

119 남한 출신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경험한 더치페이 는 불편한 것이기 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문화이다.돈이 있으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얻어먹을 수 있고, 어쩌다 만나면 해줄 수도 있는데,이해타 산적으로 계산하는 것을 탈북청소년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한다.그리고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사주어도 꼭 그것을 갚으려고 하는 남한 출신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것도 불 편하게 만든다고 하였다.남한 출신 친구들의 주고받음이 정확한 태도 는 탈북청소년에게 인간적이지 못하고,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 으로 여겨졌는데,일을 하는 공간에서도 유사한 감정을 느꼈다. 그건 그렇고.진짜 내가 알바할 때요,뭐 애들이 로봇도 아니고 막 시킨 것만 하고요.알아서 그냥,지가 알아서 할 거를 찾아서 하면은 진짜 칭찬 받아도 받고 자기도 뿌듯하잖아요,그게.그런 데 애들이 그냥 뻔히 보이는데도 안 하고,시키는 것만 하고.진 짜 짜증나요.내가 고용주라도 진짜 짜증나.말하는 사람도 힘든 데--.진짜 아니 그게,그게 제가 이렇게 알바 하면요,선배 되 잖아요.다 나가고.그러면 사장님이 저한테 시킨단 말이에요. 이렇게 애들 다 가르치라고.그러면 가르칠 때요,애들 이렇게 시킨 것만 하고요,이런 건 해야지,이렇게 생각해서 해줘야지 이러면요,그렇게 말을 해줘서 이렇게 더 하는 애들도 있어요. 말할--내가 시키는 사람도 입장도 막 싫거든요,그게.쟤네 시 킬 거면 그냥 내가 알아서 한다.그래서 여기 애들 마음에 안 들 어요. (사례28,사례29구술녹취록,2014Ⅰ/43) 사례26과 사례28,사례29는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 경험이 있다.사 례26과 사례28,사례29는 일하는 곳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남한 출신 사람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 외에는 하지 않는다거나,먼저 나서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러한 남한 출신 사람들의 이기 적이고 개인적인 모습을 탈북청소년은 세 가지로 해석한다.첫 번째는 10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20 이미 남한 출신의 또래나 동료들은 자원이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 이다.부모로부터 지원,그동안 축적한 자원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것을 챙기고 충실히 살면 되지만,자신들은 처음부터 자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두 번째 해석은 자신들의 행동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북한 출신 사람 전반에 대한 이 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북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부 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개인으 로서 자신의 행동이 탈북자 집단 전체의 정체성 규정과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모습,잘 적응하는 모 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이들에게 있는 것이다.세 번째는 북한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가 자신들에게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구술자:그런 게 있잖아요.당이 하면 우리는 한다.당이 안 해도 나는 해야 되는 건데,당이 해야지만 나도 할 수 있는 거 있고.결국 해석을 하면 당이 움직여야지 내가 움직 이는 거고.내 개인이라는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집단 이에요.여기는 개인주의가 당연하고 우리는 개인주의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사회.개인주의?이게 용납이 안 되는 거예요.그런데 여기 와서는 개인주의를 당연시 여 기고.내가 살아야 되니까. 연구자:개인주의가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구술자:되게 많죠. 연구자:예를 들면? 구술자:이렇게--가장 중요한 게 이제 예를 들어서 회사 일을 하다 보면은,내 일을 하고 나면,다 한 다음에는 도와줄 수도 있잖아요.그런데 안 좋다는 거예요.형들하고 얘 기하면 안 하는 게 좋겠다고.그리고 또 하나,가장 중요 한 게,중학교 때 느낀 건데,예를 들면 얘가 나한테는 알려주는데,그런데 5등짜리는 나한테는 알려주는데,1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09

121 등이 5등짜리는 안 알려줘.대충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이거만 건성으로 대답해요.그거는 보이더라고요.야 이 새끼 건성으로 알려주네.그런데 얘네는 나한테 막 가르 쳐 주는 건 좋아해요.왜,이것들이 나를 얕잡아 보네. (사례26구술녹취록,2014Ⅰ/27~28) 사례26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학교 생활에서나 조직생활에서 집 단을 우선하는 북한의 문화는 모든 일에 대한 공동책임을 강조한다.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것을 남에게 배우고,남이 모르는 것을 자신이 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그리고 모든 일에 책임의식을 갖고 일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인데,자기 할 일만 하는 남한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 기도 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게 된다.이러한 이미지는 개인주의 적인 남한 사람,집단주의적인 북한 사람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만들고, 집단적 정체성 사이에서 탈북청소년들은 이기적이지 않은 북한 사람 들이 더 인간적이고 올바르다는 인식을 가지며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 한편,남한 출신 사람들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을 통해 자신들이 남한 사람들에 비해 도덕적으로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반면,그들의 모습 속 에서 자신들이 열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깨닫기도 한다.특히 남한 사람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자신들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장 애가 된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자신들은 이 사회에서 계속 새 로운 것들을 배워야 하는 입장인데,개인주의적인 남한 사람들은 자신 의 일에만 관심이 있고 경쟁 구조에서 타인의 능력이 자신을 뛰어넘으 면 안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일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로 인해 자신은 계속 능력이 부족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차별이 지속된다 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면서도 자신에게 관대한 경우는 자신 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결국 상황이 다를 뿐 남한 사 11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22 람들이 자신을 경쟁의 대상이 안 되는 열등한 위치의 사람으로 인식하 고 있다고 여긴다.탈북청소년들에게 북한 사회에서 익숙했던 집단주 의 문화와 남한 사회의 개인주의 문화 차이는 관계 맺기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넘어 자신들에 대한 차별과 열등한 위치를 자각하게 하고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여기지는 것이다. 다.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의 구별 탈북청소년들은 남북한의 다른 문화를 체험하면서 각각의 출신 사 람들의 집단 정체성을 규정하고,정체성 사이에서 열등함을 느끼는 한 편,남한 사회와 자신들을 구별 지으면서 우월적 위치에 자신을 위치시 키는 경우도 있다.남한청소년들이 보이는 비도덕적 인 언어사용과 행 동들을 볼 때 그러하다. 사례28:뭐지 그게 약간 그렇다고 하긴 하는데--샘들이 많이 힘들어 하긴 하는데,그런데 그래도. 사례29: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런데 애들이 너무 버릇없어. 연구자:그것도 약간 낯설었겠네. 사례28:저 진짜 그때 애들 죽여 버리고 싶어서 진짜로--그 막 초반에 담임 맡을 때 담임이 여자였는데요.엄청 막 개 기는 거예요,선생님한테.아 진짜 막 진짜-- 연구자:어떻게 개겼는데? 사례28:뭐라고 말하면은 말대꾸하고.야질적으로.야질 알어? 그렇게 나오면요.진짜 욕 안 할 수가 없을 거 같아. 사례29:아니 그런데--북한 학교에는 또 약간 그런 게 있어요. 북한은 선생님에 대한 그런 게 엄청나거든요.정말 선생 님하고 부모님의 말에 절대복종 거의 그래가지고 애들 이 샘 말 엄청 잘 들어요.그런데 거기에 적응이 됐는지 막 밥 먹는데 식당에서 막 소리 지르고 진짜 그래요.식 당이 몇 평 안 되는 거 같은데 좁은 공간에서 한 명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11

123 빵 소리치면 다 울리거든요.그리고 갑자기 정적이-- 진짜 그때만 해도 막 식판을 선생님한테 집어던지고.아 이게 개념 없는 새끼.(사례28,사례29구술녹취록,2014 Ⅰ/13~14) 탈북청소년들은 또래 관계나 학교 생활에서 남한 출신 친구들이 친 구를 대하고 선생님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욕설로 시작하여 욕설로 끝나는 말이라든가,선생님에게 대드는 모습 들은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를 야기하고 도덕적이지 못한 모 습으로 여겨진다.북한에서는 선생님 말에 말대꾸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은 공경의 대상이지 대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 리고 일상적인 욕설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북한과 달리,남한의 청소 년들은 욕설이 일상화되어 있고,심지어 부모님을 빗댄 욕설도 많은 것 은 탈북청소년들에게 놀라운 모습이었다.이러한 모습이 처음에는 낯 설고 충격적인 모습들이었지만,반복적으로 접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 울리다 보면 탈북청소년들도 동화되어간다.그러는 한편,탈북청소년 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이러한 현상들을 평가하는데,주로 북한 사회의 생활 속에서 익숙해진 도덕적 규범이 그 기준이 된다.또래와 어울리 다 보니 자신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도덕적으로는 올바르지 않 다는 의견을 명확히 피력한다.그리고 그들의 행위를 비도덕적인 것으 로 규정하면서 자신을 도덕적인 행위자로 위치 짓는다. 그런데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청소년들 사이에서 욕설이 일상화된 것 에 대해 비도덕적이라고 여기면서도,자신들이 친구들과 싸울 때 말이 아닌 몸으로 싸우는 것에 대해서는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싸움의 방식과 문화적 차이로만 인식하는 것이다.이는 욕설과 같은 언어적 폭력이나 신체적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11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24 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북한에서의 일상적인 폭력이 단순히 문화 적인 것으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요즘 애들은 그냥 말 시작부터 안 좋은 욕 이런 거 섞이고 요즘 애들은.그거부터 시작을 하고 너무 예의가 없어지고 애들이.막 부모님한테,지 부모님한테도 그렇게 막 대하는데 다른 부모님 한테는 오죽할까,이런 생각.예의가 없고 생활방식도 너무 낭비 를 많이 하는 거 같아요,애들이.저도 솔직하게 이제 경제적으 로 어렵지 않아서 그쪽에 있을 때 많이 낭비하는 편이었지만,지 금은 뭐 이불 끝을 보고 발을 펴랬다고 내한테 맞게 적당히 쓰 는 편인데 애들은 지를 몰라요.지 돈 없는데도.부모님이 힘들 게,힘들게 나가서 뼈를 깎아서 솔직히 이제 월급을 타잖아요. 그 돈을 너무 편하게 쓰는 거죠.저희 학생 생활하다보면은,애 들이 밥을 먹고 꼭 비싼데 가서 커피를 마셔야 되고,디저트로 뭐 도너츠나 이런 거 먹어야 되고,애들이 파리바게트 가서 빵을 사먹고 이래요.그러면은 하루에 걔네가 밥값에 커피값에 하면 은 돈이 막 2만원 이렇게 되는데,그럼 한 달 생각하면은 돈이 얼마나 많이.뭐 60만원 이렇게 되는데--.그래서 그런 면에서 는 솔직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술 문화 이런 것도.(사 례36구술녹취록,2014Ⅰ/12)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청소년들의 소비 와 관련해서도 비도덕적이라 고 느끼는 경우들이 있다.자신이 번 돈이 아니라 부모님이 힘들게 번 돈을 너무 쉽고 편하게 쓴다는 것이다.사례36의 경우 자신도 북한에 서는 낭비를 했지만 남한 친구들의 낭비 가 너무 심한 모습은 받아들 이기 어렵다고 했다.상대적으로 자신들의 경제적 위치가 낮아 남한 친구들만큼 소비를 하지 못한다는 현실적 여건도 이러한 생각에 영향 을 미칠 수 있지만,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체험한 탈북청 소년들에게 벌지는 않고 쓰기만 하는 남한청소년들이 철없고 비도덕 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이러한 소비행태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13

125 바탕으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청소년들의 소비문화와 생활양식을 평 가하고, 낭비 라는 단어로 그들의 문화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탈북청소년의 도덕적 평가는 또래들의 생활에 대해서 행해지는 한 편,한국 사회에도 해당된다.사례36은 북한도 아첨이 필요하지만 자 존심 은 있다고 하였다.그런데 남한은 나이 든 사람도 상사라는 이유 로 나이 어린 사람에게 허리를 굽힐 정도로 아첨이 심하고,자존심도 없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이 때 구술자에게는 아첨이 많다는 사실 자체도 도덕적이지 않지만,나이의 위계가 존중되지 않는 것 때문에 더 비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한국 사회는 아 첨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아첨이 많은 비도덕적인 사회고,심지 어 살기 위해서는 어린 사람에게 나이 든 사람이 허리를 숙여야 하는 도덕적이지 못한 사회인 것이다. 북한에도 아첨이 없으면은 살아남기가 힘든 사회고 한국도 같은 사회인데 한국이 그거 너무 심해요.왜냐면은 그게 생계로 이어 지기 때문에.북한은 지금 경제시스템이 다 이제 무너졌기 때문 에 굳이 상사한테 아첨을 안 떨어도 지가 살 수 있기 때문에 그 런 쪽이 좀 약해요.그리고 자존심이 강해야 되나,강하다고 해 야 되나.어릴 때 교육을 자존심을 갖고 살아라. 이런 교육을 해요.그래서 모든 애들이 굉장히 자존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니가 아니면 말어. 이런 마인드라 가지고,아첨을 하기는 하지 만 이렇게 심하진 않은데,여기는--너무 아첨이.저는 처음에 제일 안 좋았던 게 나이 드신 분이 나이 어리신 분이 상사라고 그래가지고 90도 인사하고,막 이제 막--허리를 못 펴시잖아 요.그분이 있으면은 일단 계속 이래가지고--그게 너무 안 좋 은 조직문화라고 생각을 해요.적당히--아니 뭐 아첨이 없으면 은 뭐 살아남기가 어려운 사회라고 이제 딱 됐으니까 그게--너 무 심각한 거 같아요.(사례36구술녹취록,2014Ⅰ/13)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한국 사회 또는 또래의 11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26 남한 친구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들이 많지만,이 들이 우월감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이 그들보다 도덕적으로 올바르다 고 여기는 때이다.탈북청소년에게 도덕적인 것은 이해타산적이지 않 고,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을 고려하는 것이다.그리고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아첨이 살아남는 수단이 되며 나이의 위계 도 무시되는 것들은 비도덕적인 행위이다.탈북청소년들의 도덕적인 것에 대한 규정은 직접적으로 남북한을 비교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 지는데,그 기준은 북한에서 내면화한 도덕적 규범들이다.그리고 그러 한 규범에 근거한 평가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우월적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여기고 도덕적인 북한 사람으로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한다.이 러한 탈북청소년의 한국 사회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탈북자 집단의 정 체성을 구성하는 한 축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기도 하지만,이들의 시 선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3. 경계를 넘는 전략들 가. 과거 문화와의 단절 소수의 문화가 다수의 문화를 만날 때,다수의 문화는 소수가 다수 에 편입되기를 기대한다.그리고 그 과정은 과거 문화는 삭제되고 현 재의 주류문화에 온전히 동화되는 것이기도 하다.물론 다문화라는 언 설 하에 다양한 문화를 인정한다고 하지만,결국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주류 문화를 체득할 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많다.그로 인해 과거의 문화는 삭제되고 단절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 진다.주류 문화로 편입과 과거 문화의 단절은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15

127 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과거의 모든 경험과 정체성은 무시되고 변 경되어야 할 저급한 문화로 간주되면서 자기 경험에 대한 긍정적 해석 은 찾아보기 힘들다.더욱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공공연한 사회에서 자기 정체성을 긍정하고 구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탈북청소년의 경우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이수정은 이에 대해 이념적 갈등이 여전한 분단 상황에서 두려움과 동시에 우월감의 대상인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이들 청소년 들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때로는 빨갱이 로 때로는 부적응자 혹은 불 쌍한 존재 로 인지되곤 한다.이러한 환경에서 이들 청소년들의 북에서 의 역사/경험이 긍정되기 어렵고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쉽지 않다. 고 지적한다. 41 연구자:아까 저쪽 기억을 자꾸 지워버리려고 한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요? 구술자:제가 여기 왔으면 한국 사람이잖아요.(중략)제 주변 친구들도 보면은 처음엔 되게 거부감이 진짜 많았어요. 저를 대할 때 막--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제가 원래 또 차별 같은 거 되게 좀 싫어하거든요.--저번에 한 번 회사에서 막 이렇게 밥 먹고 있었는데,그 북한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어요.그런데 북한에 뭐 사과가 있는데 사 과 배--사과인데 조그만 건데,되게 맛있거든요.--그 런데 우리 옆에 그 사장님 있다가, 야 그거 어디 있 냐? 그래서 우리나라에 있는 건데. 여기 있어? 그래 서 네,여기 있어--우리나라가 아니라 여기 있냐고.갑 자기 이모들이 앉았다, 그거 어디 여기 있냐.그거 북한 에 있는 거 아니냐? 막 이러는 거예요.갑자기 또 어, 그러네.북한에 있네.이러니까 정체성에 솔직히 저는 41_ 이수정, 한국 내 북한이탈 청소년 현황과 과제, (이주가정 청소년 정책 수립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자료집,2008),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28 혼란이 오기 시작해요,진짜.굳이 내가 북한 사람이란 걸 점점 까먹게 되는 거 같아요.제 친구들도 항상 얘기 하는 게,너는 북한 사람인지 남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러거든요.(사례19구술녹취록,2014Ⅰ/15~16) 사례19의 경우,남한 사회의 탈북자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싫기 때문 에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잊으려 했고,실제 생활에서도 과거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였다.같은 탈북자 출신의 친구들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정도였다.그러다 보니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탈북청소년들은 우리 라고 말해지는 경계가 누구를 포함하는 것 이고 자신은 누구인지,혼돈스런 상황들을 일상적으로 마주한다.의도 적인 과거 경험의 삭제와 시간적으로 잊혀져가는 과거의 경험,새롭게 접하고 습득한 문화들 사이에서 자신의 경험은 잊혀졌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온다.과거의 경험과 문화는 현재의 자신을 구성하는 경험임에 도 불구하고 현재의 나를 설명하는 과거라기보다 현재를 위해 삭제해 야 할 경험으로 여겨진다. 탈북청소년들은 어린 시절을 북한에서 보냈고,일정 시간이 지나면 북한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그 외 공간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그러면서 차츰 북한에 대한 기억은 잊혀지게 되지만,고향이면서 언젠가는 한 번쯤 가게 될 북한은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중요 한 부분을 차지한다.그리고 북한 출신으로서 북한을 기억하고 북한의 문화를 지속시켜야 하는 계승자의 역할을 부여받기도 한다.이러한 경 우는 주로 가족과 함께 남한에 이주한 탈북청소년들이 그러하다.가족 과 함께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청소년의 경우 부모를 통해 북한에서의 경험이 미래에 대한 기획 속에서 다시 불러들여진다.사례20의 부모는 고향으로서 북한,통일된 후 가서 베푸는 일을 해야 하는 곳으로서 북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17

129 한을 현재로 불러들인다.이는 구체적으로 구술자에게 가족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구술자의 경우,북한을 떠난 후 중국에 서 오랜 시간을 부모와 떨어져 보냈다.때문에 부모는 구술자의 고향 이 누구인지,가족이 누구였는지를 계속 상기시킴으로써 정체성을 확 인하기를 원했던 것이다.그리고 그러한 정체성은 단지 현재의 가족 구성원의 의미 확인뿐만 아니라 미래에 구술자가 해야 할 역할을 정하 고,그에 따라 현재의 삶을 살게 하는 동인이 된다. 구술자:정말 자주 해요.네,심지어 뭐 드시다가도--고향 엄마 얘기,아빠 얘기,형제 얘기.네,그리고 제가,그런 고향 얘기 막 하시다 보면 제가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을 거 아니에요.그래서 저에 대한 배려로는 또 나와 관련 된 어떤 생활들,너는 이랬었다,이랬었다.--내가 너무 모르니까 너무 아픈 기억을 저한테 안 들려줘요.(중략) 연구자:부모님은 왜 자꾸 씨에게 고향 얘기를 해주시는 거 같아요? 구술자:저는 너무 모르니까.아빠는 요전 날에 술 마시고 서운한 감정을 표시한 게,너는 너 고향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데 왜 알려고 제대로 하질 않느냐.서운하다는 거예요. 연구자:그럼 아빠는 씨가 뭘 더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 하시는 거예요,고향에 대해서? 구술자:족보.너의 할아버지는 누구고,어디에서 살았고,할아버 지 고향 뭐 이렇게.그래야 찾아도 제대로 찾아가고.이 제 다 알아야지 이렇게 할 수 있는 말도 있고. 연구자:북한 자체에 대해서 알아야 된다고 하시진 않아요? 구술자:그냥 이렇게 들려주는 거는 이렇게 굶주리고 살기 힘들 고,옷 하나 입기 힘들고,이런 것만 들려주세요.만약에 통일이 되면 니가 조금이라도 성공을 해야지 그분들한 테 니가 좀 더 배풀 수 있지 않느냐.힘드니까 니가 뭐 음식이라도 갖다 줄 수 있고.통일이 되면은 돌봐줄 수 있고.그래서 그렇게 돌봐주고 해주려면 족보를 제대로 알고--네.왜냐면 제가 자꾸 헷갈린단 말이에요.부모 11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30 님이 가끔 가다가 이렇게 떠봐요,아냐고.물어보면 이 제 바로바로 내뱉어야 되는데,자꾸 헷갈리면서 하니까 그게 서운한 거예요.니 고향은 중국이 아냐.왜냐면 제 가 중국에 대한 얘기를--서운하신 거예요.(사례20구 술녹취록,2014Ⅰ/32) 탈북청소년들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출신을 숨기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북한 출신이라는 것이 자신의 삶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기도 하지만,자신이 태어난 곳이 북한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 하지는 않는다.그리고 자신은 비록 당당하게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지만,다른 이가 출신을 밝히는 것에 대한 태도는 호의 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구술자:느끼는 거 같아요.굉장히 본인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 시는 거 보니까,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연구자:뭘 자랑스럽게 얘기해? 구술자:아니 그러니까 그런 거.본인이 뭐 그런,이야기할 때 북 한 사투리 나와도 껄끄럼 없이 그냥 지하철에서 큰 소리 로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그냥.(사례22구술녹취록, 2014Ⅱ/17) 사례22의 경우 본인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주위에 알리지 않고 생 활하였다.특별히 밝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껴서이기도 하지만,동시 에 자신의 고향을 밝혔을 때 관계가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 고 있었다.그런 구술자에게 북한 출신임을 자신 있게 밝히는 다른 탈 북자의 모습은 뿌듯함 을 느끼게 한다.이러한 태도는 북한과 탈북자 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들이 자신을 감추게 하지만,만약 한국 사 회가 그렇지 않다면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숨겨진 바람인 듯하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19

131 나. 모방과 취향 만들기 새로운 공간에서 탈북청소년들은 그 사회의 문화를 접하면서 따라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먹는 것에서부터 입는 것,일상생활의 여러 부분들을 자신이 속한 공간의 문화에 맞추어 간다.중국에서 일 정 기간의 체류 경험이 있는 탈북청소년들의 경우,남한의 문화가 상대 적으로 덜 낯설다.이미 중국에서 신세계 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구술자:언니가 그냥 화장실 갔다 오면 무조건 손 씻고 막,밖에 나갔다오면 손 씻고 그러더라고.(중략)그냥 화장실 갔 다 와도 당연히 그냥 내 하던 짓 또 하고.일마저 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그러다가 여기 중국에 와서 언니가 맨날 그러니까 아,저렇게 하는 거구나.그래서 저도 이 젠 그렇게 하게 됐고.사람들이 어떻게--다 그렇게 하 더라고.지금은 다. 연구자:그러니까 북에서 살 때는 그냥 화장실 갔다 와도 내 일 하는 게 정상적이었던 거잖아요. 구술자:그죠.그걸 누구,어떤 사람이--지금은 그렇게 하면 쟤 는 이상하네.아 더러워 막 이러는데,그게 아니라 그게 당연한 거예요.그냥,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어디 손 씻은 데가 없으니까.(중략)그때는 막 내 손이 어지럽다 고 생각을 못했죠.그냥 당연히 이때까지 22년 동안 그 렇게 살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언니가 화장 실에 갔다 와서 손 씻고 밥 먹고,밖에 나갔다가 손 닦고 밥 먹고,세수하고 샤워하고 막 이렇게 하는 거 보니까 훨씬 깨끗--보는 눈이 있잖아요.깨끗하네.해서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막,지금은 진짜 손 자주 씻어요.(사례19구술녹취록,2014Ⅰ/21~22) 구술자는 중국 출신의 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언니가 하는 생활태 도나 양식의 대부분을 배웠다.이 언니는 북한보다 잘 살고 발전된 나 12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32 라에서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신세계의 대표 주인공 이었다.언니가 하는 행동은 모두 옳다 고 느꼈고,북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생활 방 식들을 언니를 통해 배우고 그것을 발전된 것으로 인식하면서 따라하 기 시작한 것이다.그리고 상대적으로 과거에는 정상 적이었고 당연하 다고 여겼던 행동이나 생활태도를 다시 평가하면서 비정상적 인 것으 로 여기게 된다. 연구자:햄버거 왜 좋아해요? 구술자:그러니까 안 먹던 거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처음에는 되게 햄버거도 안 먹었었어요.막 이상해.그 회도 안 먹 고요.초밥도 안 먹고,안 먹는 게 많았는데.(중략)뭐 피자도 안 먹었는데 피자도,초밥도.지금 제일 좋아하 는 게 초밥인 거 같아--.햄버거,피자 진짜 다 좋아해 요,지금.그런데 제 친구 중에 되게 안 먹는 애들 되게 많아요.아직도 적응이 안 돼서.그때 같이 나온 애들. 연구자:그럼 햄버거도 먹고 피자나 회 먹고 이런 게 적응이라고 생각해요? 구술자:네,저는 그것도 일종의 적응이라고 생각해요.우리 여 기 친구들 만났을 때 저는 못 먹어요.그런데 얘네는 잘 먹어요.이상하잖아요.그런데 나도 똑같이 잘 먹어요. 막 되게 맛있게 먹고.야 우리 그거 먹자.공감이 되는 거예요.야 있잖아,우리 그거 먹자.그래그래.떡볶이도 되게 안 먹고 했는데,지금 애들 만나면 우리 떡볶이 먹 자면 애들이 막--음식에 대한 것도 모르니까 못 먹는 거예요.아니까 먹게 되고.그런 게 있는 거고.그것도 일종의 저는 적응이라고 생각해요.(중략)그에 대한 맛 을 모른다고 할까.일단 우리가 안 먹어본 거니까.그것 도 저는 솔직히 안 먹어본 걸 도전해보는 것도 저는 그 게 좀 약간의 적응단계라고 생각하거든요.계속 안 먹다 보면 계속 안 먹게 돼요.그런데 그게 입맛의 좀 문제도 있기도 하겠지만,굳이 노력을 안 하는 거죠.(사례19 구술녹취록,2014Ⅰ/2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21

133 사례19는 안 먹어 본 걸 도전하고,그것에 입맛을 들이는 것을 적응 이라고 생각하였다.식성을 개인의 취향이라기보다 도전해서 적응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구술자는 회나 피자를 먹지 못하는 것은 낯선 것에 도전하지 않은 것이고,결국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구술자는 햄버거,초밥 등으로 상징되는 서 구 또는 외래문화에 열려 있고,자신의 취향으로 만든 것에 대한 자부 심이 있었다.햄버거를 파는 롯데리아도 없는 자신의 동네를 후지다 고 표현할 정도로,햄버거와 초밥 등을 서구적이면서 세련된 문화로 여 기면서 이러한 문화에 잘 적응한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구술자에게 있어 식성은 적응의 노력과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 이 되었다.물론 식성과 먹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적응의 문제가 될 수 도 있지만 또래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적응해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한다.남한의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이 있고,그 음식 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맞 추려고 한 것이다.옷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자:그럼 그런 걸로 해서 내가 북한에서 와서 그래,이런 생 각은 안 들어요?저걸 좋아하는 게. 구술자:그죠.들 때가 되게 많아요. 연구자:그것도 바꾸고 싶어요,그러면? 구술자:네,옷 스타일도 되게 바꾸고 싶고.가끔 제가--아 되게 예쁘다.그런데 내가 봤을 때 예쁜데 다른 사람들 봤을 때 는 막,얘네가 봤을 때는 막-- 저거는 별로야. 이렇게 얘기하면,난 아직도 멀었구나.기준이 다른 거예요. 연구자:왜 별로인지는 모르겠죠? 구술자:네,왜 별로인지--너무 식상하다 이런 얘기 많이 하거 든요.애들이. 아 너무 식상하다.너무 이상해. 이런 얘기하면 아,그래? 그런데 지금 조금 보다보니까,아 그래서 싫다는구나.저는 되게 막 칼라를 되게 좋아하고 12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34 분홍 노랑 막 이런 거 되게--.여기 애들 또 아니잖아 요.되게 좀 어두운 색을 되게 선호하더라고요.그래서 그럴 때 보면,이건 뭐지.되게 할머니들이 막 그런 칼러 를 좋아가지고--아,그렇구나,이렇게.(사례19구술녹 취록,2014Ⅰ/36) 사례19는 탈북 여성들의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고 세련되지 않다 고 느낀다.그리고 남한 친구들의 선택과 자신의 것이 다를 때 아직 멀었다 고 느끼면서 적응의 문제로 치환한다.그리고 탈북 여성들의 모 습에서 나타나는 스타일이 탈북여성스러움 이라는 집단적 취향과 정 체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구술자는 옷에서 나타나는 북한 출신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하였 다.이러한 스타일에 대한 지향에는 남한여성들의 스타일이 더 세련되 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그런데 세련된 스타일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기보다 남한 친구들의 취향 자체를 세련된 것으로 여긴다.사례19 에게 있어 자신의 먹고 입는 취향을 바꾸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적응의 과정이고,자신이 생각하는 남한여성의 취향을 자신이 갖는 것 이 적응이었다.그리고 그것이 세련되고 발전된 모습을 갖추어가는 것 이라 여기며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다.동시에 그러한 취향을 통해 자 신에게서 북한의 흔적을 지움으로써 한국 사람화 하였다. 다. 지배문화의 내면화 탈북청소년이 경험하는 문화는 남한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이면서도 또래들이 공유하는 문화이기도 하다.때문에 탈북청소년들은 지배적인 또래 문화를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청소년들은 연령대의 특 성상 새로운 문화에 민감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상대적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23

135 로 거부감을 덜 느낀다.대중문화,또래 문화 등 여러 문화들을 빠르게 흡수하는 편이다.그리고 문화에 대한 반복적인 접촉도 낯선 것을 익 숙하게 만든다. 구술자2:나는 그 중국에서 있을 때 가장 보기 힘들었던 게 있잖 아요,여자들이 핫팬츠에 배꼽에 그--피어싱하고 그 거 보고 제가 쇼크 받았어요.막 여자에 대한 환상을 깼었어요.와 여자는--저는 그냥 약간 보수-- 연구자:얌전하고. 구술자2:여자는 이렇게 색동저고리 입고 이렇게 노래 불러야 된다.화려하게 동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거든 요.와 근데 걸그룹 SES그 유진이,차차 나아지겠지, 그거 보고 제가 충격 받았거든요.그래갖고 제목도 기 억하고 있는데,그런데 한 3개월 지나니까 멋있데요. (사례33구술녹취록,2014Ⅰ/18~19) 사례15의 경우,남한여성의 화려한 외모와 노출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지만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니 낯설지 않고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갔다.이러한 반복적 접촉과 그에 따른 익숙함은 주류 문화를 내면화하고 자신의 문화적인 실천의 기준이 된다. 제가 학교를 또 옮겼었어요.한 번 더,다른 초등학교 있다가 지 금 예전에 졸업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와서 그때부터는 제가 친 해지려고 일부러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아,나 축구부 했다. 하 니까 친구들이 축구를 대개 좋아하니까. 축구할래? 이렇게 하 다보니까 서로 어울리게 되고 이렇게 되지만.(사례15구술녹취 록,2014Ⅰ/1) 처음에는 저희 학과 애들도 북한에서 온 친구는 처음 보니까, 되게 뭐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은데,그래서 막 저는 술도 가서 많이 마시고,계속 운동도 같이 하고 하다보니까,뭐 12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36 거리감이라든지 그런 건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그래도 부딪치 다 보니까 제가 몰랐던 부분들 되게 그런데서 위축감을 많이 느 꼈던 거 같아요.(사례34구술녹취록,2014Ⅰ/8~9) 또래 관계에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출신의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남한의 친구들의 취미나 관심 분야,관계 맺기 방식에 관심을 기울인 다.그래서 남학생들의 경우,남학생들이 좋아하는 축구나 게임을 하면 서 친구들을 사귀고,술을 마시면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시도를 한 다.일상적인 남한의 또래 친구들의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들과의 관계 진척을 도모한다. 한편 한국 사회의 성별화된 몸에 대한 인식도 탈북청소년에게 그대 로 나타난다.또래 여성들의 몸에 대한 생각은 다른 여성들과의 비교 속에서 구성된다고 할 때,탈북청소년 역시 자신의 몸을 다른 여성들, 즉 남한 출신 여성들의 몸을 준거로 삼는다.몸이 상대적이라는 것은 사례21에서 잘 드러난다.구술자는 미국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그 때 는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몸무게나 체형을 남한에 왔을 때는 뚱뚱하다 고 느끼면서 자신이 속한 문화적 기준에 자신의 몸을 맞추려고 노력하 였다. 연구자:왜 다이어트 해야 돼? 구술자:여름이 오잖아요. (중략) 연구자:아니 지금도 입을 수 있잖아. 구술자:아니에요.너무 통통해요.다리가 진짜--아니 그리고 또 요즘 한국 사람이 다 말랐잖아요.그러니까 미국에 있을 때는 제가 너무 아담하고 딱 좋았거든요.아무리 먹고 먹고 해도 저 사람보다는 나는 낫다.그러니까 나 가면--.집에 혼자 있으면 뚱뚱하다고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밖에 나가면 저는 완전 마르고 그러니까,무턱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25

137 고 먹었던 거죠.치즈랑 베이글이랑 크림치즈 잔뜩 올려 서--.그런데 여기 오니까 다들 말랐어요,다들.어른들 은 저보고 보기 좋아졌다고 하는데,그 말 듣기 싫어요. 그게 통통하다는 거잖아요.아니에요.그러지 마세요.막 이러면은--(사례21구술녹취록,2014Ⅰ/24~25) 사례13의 경우도 피부색이나 옷,체형들에 대해 또래 친구나 매체에 서 접하는 지배적인 기준과 문화를 습득하고 따라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주류 문화를 따라 배우려는 차원이 아니라 촌스 러움 을 벗고 담대해지고, 자신감 을 얻기 위한 방식의 하나였다.몸 에서 체현되는 다름과 차이를 제거하려는 몸적 실천인 것이다.외형에 서 드러나는 북한 출신의 흔적,다시 말해 가난하고 못 먹었던 과거를 지우고 세련된, 한국스러운, 한국여성스러운 외형을 갖추는 것을 통 해 자신감을 획득하려는 것이다.그리고 자신의 몸도 자원이 되는 남 한 사회에서 탈북청소년 역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방식으로 몸에 대 한 지배적인 문화를 내면화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간다. 라. 새로운 경계 만들기와 구별 짓기 탈북청소년들은 다른 문화의 사회인 한국에 와서 타자로서 위치지 어지면서 경계를 경험하는 한편,그들 스스로 경계를 만들고 타인과 구 별 짓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이러한 경계의 구 성과 구별짓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하나는 다른 탈북자와 자신을 경계 짓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남한 사회와 자신을 경계 짓는 것이다. 탈북청소년이 북한 출신을 감추는 방식은 자신에게서 북한의 흔적 을 지우는 것이면서 다른 탈북자와 거리를 두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12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38 다른 탈북자와 거리두기는 탈북자들 모임에 나가지 않거나 개인적으 로 만남을 유지하지 않는 방식이 있다.그리고 탈북자들이 보이는 여 러 가지 생활양식이나 문화 등에 대해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며 의식적 으로 선을 긋는다. 자신과 다른 탈북자의 모습은 단순히 다르다는 것을 넘어 촌스러운 것으로 표상되고,적응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정체화된다. 사례21의 경우,탈북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갔을 때 대부분이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그런데 그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고 꾸민 티 가 나고 촌스러운 모습이다.그래서 그들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자신을 촌스럽지 않고 자연스러 운 모습을 가졌다고 평가한다.자연스러움은 문화적이며 시대적이다. 그리고 주류 문화의 시선에서 인정되는 자연스러움이다.그렇다고 할 때,구술자의 경우 이미 체득한 주류 문화의 시선을 통해 다른 탈북자 를 바라보며 평가하는 것이다. 구술자:너무 꾸민 게 티가 나는 거잖아요.아니,꾸며도 안 꾸민 듯 예쁘게 입으면 좋잖아요.옷 차라리 편하게 입든가. 불편해 보이는 옷들을 너무 자주 있으니까.보여주기 위 해가지고.그러니까 있잖아요,막--아무리 깔맞춤이 대 세라고 하지만 너무 깔을 맞춘 거죠.바지도 막 핑크색 바지인데 신발이 막 핑크에요.그것도 스키니에다가.위 에 또 블라우스에요.그리고 막 머리도 이상하게 막 이 렇게 묶고,포인트 해서 막 묶고.아 저 사람이 진짜 바 지만 블랙으로 지금 입었으면 예뻤을 텐데.말을 해주고 싶은데,제가 뭐 감히.그냥 그 사람 취향이거니 안 보고 딴 데-- 연구자:그런데 그게 그냥 개인 취향일 수 있잖아. 구술자:아 그런데 비슷해요,옷 입는 거 보면.진짜 교수님 거기 --가면--다 북한 사람들 예배드리는 곳이거든요.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27

139 후 1시인가.가서 보세요.옷이 다 비슷해요,젊은 애들. (중략)아,어디서 저런 옷을 구했지 라는 정도로,그런 거 같아요.뭐라고 해야 되지?모르겠어요.딱 보면,교 수님도 가서 보면 아 여기가 거기구나 할 정도로.다 같 은 데서 옷을 사나.(중략) 연구자:그런 사람들 보면 부끄러워? 구술자:딱히--옛날에는 부끄럽다는--너무 티나고 막 그러니 까,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했는데,이제는 그들도 그 사 람 나름 이유가 있겠지.싫어하진 않아요.부끄럽진 않 아요,이젠.그런데 자주 안가요,민망해서.(사례21구 술녹취록,2014Ⅱ/26~27) 사례21은 부끄러운 외형을 가진 탈북자와 자신을 다르다고 생각하 고,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체를 보지 않으려고 하였다.더 이상 부끄럽 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민망해서 만나지 않는 것으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다. 외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탈북청소년들은 다른 탈북자의 생활 태 도나 방식을 보며 그들과 구별짓기를 한다.사례21은 노력해서 돈을 벌지 않고 교회에서 돈을 받으려고 굽신 거리는 모습을 보며 싫다 는 감정을 느낀다.이러한 감정은 노력의 중요성에 대한 개인적 인식 차 이에서 비롯되기도 하겠지만,한국 사회에서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선 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재생산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의 표현이기도 하다.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와서 받는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 정착 지원들은 이미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들을 다시 수혜자로,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위치지우면서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기도 한다.이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 니라,지원이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사례21의 이야기는 단순히 굽신거리고 일하지 않고 돈 12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0 을 받으려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자 신들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는 점에 대한 불만의 원인을 다른 탈북자들 에게 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그러니까 교회 가면 그 뭐,교회가 북한 사람들 예 배니까 북한 사람 많은 건 당연한데,그런 돈 같은 것도 많이 주 거든요,교회에서.용돈 하라고.그런데 너무 그러니까.물론 없 어서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있으면서 받는 사람도 있고.너무 그러니까.도움 받는 거,저 진짜 싫어하거든요.내가 벌수도 있 는데,왜 굽신--.그런데 또 주는 사람들이 이상해요. 돈 받았 으니까 교회 열심히 다녀. 이렇게 말하니까.솔직히 그 사람이 돈 주는 것도 아니에요.그냥 전달해 주는 사람인데.또 그러니 까 싫어요,교회.그러니까.(사례21구술녹취록,2014Ⅱ/30) 사례19는 남한 출신의 친구들과 자신이 다른 부분을 좁히기 위해 일 상적으로 노력을 하는 경우다.통화를 하다가도 모르는 단어는 묻지 않고 즉각적으로 검색해서 그 단어의 뜻을 이해한다.이러한 구술자의 적극적인 노력은 그렇지 않은 탈북 친구들에 대한 비난의 근거가 된다. 다른 친구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노력하지 않는 것이 라며,그것은 죄 라고 할 정도로 친구들을 비난한다.그리고 노력하지 않는 그들에 비해 노력하는 자신은 다른 존재이고,그 노력의 결과는 다른 탈북자보다 자연스럽게 영어단어를 구사하고 다른 친구들의 말 을 이해한다는 점이다.그리고 이는 자신을 긍정하는 힘이 된다. 제가 처음에 1년 넘게는 연락을 안 했는데,지금은 조금 애들이 랑 연락을 하고 있어요.걔네 얘기해보면 정말 나랑 똑같이 나왔 는데,너무 다른 거예요,얘네는.말도 여전히 북한말이고.달라 진 게 없어요.니넨 왜 그렇게 사냐?여기 살면서 굳이 그렇게 북한 사람 티를 내고 막 이렇게--.차라리 그 막 나와서 불어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29

141 라.니가 북한에서 왔다고.그게 그렇게 좋냐고 막.사람들이 막, 걔네도 얘기하거든요.회사 가서도 너무 힘들고--북한말투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막 이상하게 보고 하니까 너무 싫다고.싫으 면 니가 노력을 해야지,그게 싫다고 하면서 노력 안 하는 거는 게으른 거야--.그건 누구 남을 욕하는 게 아니라 니가 잘못된 거라고 저는 애들한테 계속 그러거든요.그 사람들 잘못한 게 아 니라 그냥 걔가 잘못한 거예요.그냥 노력을 안 한 거--.누가 친구랑 대화하다가 친구가 막 외래어를 쓰잖아요--.다른 여느 애들은 그래요.모르면 무슨 얘기지? 그 상대방에게 물어봐요. 그런데 저는 자존심이 꺾여서 안 물어봐요.내 힘으로 찾아요. 그거 찾을 때까지 막 검색 검색 검색.갑자기 문자와도 잠시만 이러고 검색해보고.무슨 뜻인지 알아야 될 거잖아요.영어를 들 어도 검색해 봐요,또 그게 무슨 뜻인지.그걸 기억을 하는 거죠. 암기를 하고.(사례19구술녹취록,2014Ⅰ/20) 탈북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만드는 또 다 른 경계는 한국 사회 또는 남한 출신 친구들과 자신 사이에 있다.처음 에는 친구들이 아는 메이커나 여러 정보들을 몰라서 탈북청소년은 그 들과 구별되어진다고 느꼈다.그러나 남한 출신의 친구들이 경험하지 못한 다른 문화를 접했을 때,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그들과 다른 존재 로 위치지운다.이 때 다름에는 더 나은 문화,그들은 접하지 못한 문화 를 접했다는 우월감이 내재되어 있다. 저 같은 경우는 약간 좀 그런 거 몰라 가지고--.어릴 때,아까 도 얘기했지만 제가 메이커에 대해서 몰랐다고 그랬잖아요.정 말 몰랐어요.그런데 그런 거를 물어를 보지 못해요.왜냐하면 내가 자격지심,내가 북한에서 왔고 내가 모르는 거 물어보면 무 시할 거 같고 그런 느낌 있잖아요.그거를 제가,그런 게 좀 있어 가지고.제가 고등학교까지 그런 게 좀 있었거든요--.그런데 지금은 좀 자신감이 있다고 해야 되나요.외국 가기 전에는 저 북한에서 왔다는 자격지심도 있었고,그런 거 있는데 영국 갔다 와서는 오히려 제가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나는 여기,어떻게 13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2 보면--나쁜 거일 수도 있는데,나는 갔다 왔다,외국에.외국 생활도 오래 했다.친구들도 저한테 외국에 대한 거 많이 물어보 거든요.남자친구--남자 같은 경우는 외국 여자들 예쁘냐,뭐 어떠냐,클럽 재밌냐,뭐 이런 거 많이 물어봐요.솔직하게 저도 말해주고.예전에는 못하던 것들이 오히려 저한테는 자신감으로 붙어가지고.친구들도 예전에는 저를 약간--제가 애플을 몰랐 다고 그랬잖아요.무시한 친구도 저한테 영어를 물어봐요,오히 려.그런 거에 대해서는 정말 약간 좋더라고요.내가 알고 있으 니까.자신감이 붙으니까.(사례15구술녹취록,2014Ⅰ/38) 사례15는 영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이 경험은 뒤떨어졌던 영어 실력의 간극을 메워 현실적인 능력 차이를 좁히는 것이면서,스스로에 게 새로운 문화의 전달자 역할을 부여하는 계기가 된다.예전에는 물 어봐야 하는 위치에 있던 구술자는 질문을 받는 위치가 되면서 자신을 긍정하게 되었다.영국 생활의 경험은 경험한 이로서 경험하지 않은 이들과 자신을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삶의 전환점이 된다. 외국에 다녀온 경험은 영어 능력 향상과 타문화를 접했다는 경험의 차이라는 현실적인 부분과 함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인종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완전한 타자가 되었던 순간들, 그리고 그러한 타자에 대한 무관심 문화,누구에게나 친절한 태도 등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새로운 지역과 문화 에서도 여전히 타자였지만,이미 외국 에서 자신은 타자일 수밖에 없 었고 다른 타자들도 목격하게 되면서 타자로서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 아들이게 된다.그리고 외국의 타자에 대한 태도가 한국 사회와 달랐 던 것을 경험하면서 타자로서 사는 것에 대한 인식,개인으로서 사는 것에 대한 의미들을 인식하게 되었다.그로 인해 자신을 차별했던,자 신이 동화되려고 노력했으나 좁힐 수 없었던 사회적,문화적 거리들을 제3자의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굳이 같아져야 한다 는 생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31

143 각은 하지 않게 되고,자신을 긍정하고,한국 사회의 속도나 가치,행동 양식,능력에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이러한 탈북청소년들의 경험은 한국 사회의 같다 라는 전제가 오히려 이들을 타자화 했고,탈북청소년 역시 같아지려는 수많은 노력들이 오히려 자 신이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스스로를 위축시켰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유독 뭐--솔직히 제주도 가서 본토 사람들과 얘기하게 되면 외국인하고 말하는 거하고 거의 똑같거든요.그런데 유독 뭐 이,그러니까 지역이 아닌 국가로서 보는 경향 때문에 편견이 라든지,그것도 특히 또 못 사는,아주 폐쇄적이고 아주 비인도 적인 그런--북한에서 왔다는 그런 특성 때문에 되게 이렇게-- 어 뭐지,그리고 또 우리 스스로가 느끼는 거 자체가 좀 너무 이 렇게,자기 자신을 너무 낮게 너무 폄하해가지고 이렇게 보는 느 낌.그 느끼는 그런 것도 있고.그래서 아 얘랑 한국 사회에 대해 서 배우고 똑같아져야 된다는 이런 압박이 되게 많았었는데,외 국 갔다 오고 또 어느 정도 이렇게 살다 보니까 굳이 같아져야 된다는 이런 생각은 좀 안하게 되는 것 같고요.그리고 뭐 같아 져야 된다기보다는 좀 개인적으로 이렇게 뭐 볼 수 있는 그런 점에서는 되게 많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거 같고요.그래서 뭐 누 가 틀렸을 때,아 틀렸다 해가지고 이렇게 뭐 불편하고 이렇게 보는 그런 거는 없어진 거 같아요.그냥 뭐 다르게 생각할 수 있 겠구나,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지,아 이 사람이 틀렸다 해가지 고 뭐 그렇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아요.(사례34구술녹취록,2014 Ⅰ/40) 그냥 너무 자유롭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혼자 다녀도 뭐--. 여기 한국에 와서 느낀 건데,혼자 다니면 왠지 좀 더 외롭고 그 런 느낌이 들어요.그러니까 미국에 있을 때 혼자 다니면 뭐 어 차피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괜찮다싶은데 여기오니까 이렇게 말 다 통하는 나란데 혼자라는 느낌이 드니까,조금 그런 거.그래 서 그냥 저는 미국 너무 자유롭고 좋은 거 같아요.그리고 사람들 다 친절하고.엄청 친절하잖아요.(사례21구술녹취록,2014Ⅱ/ 5~6) 13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4 다른 문화의 접촉 경험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힘이 된다.그리고 자신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또래들을 안쓰럽게 바라보거나 그들과는 다른 삶을 기획하는 계기가 된다.다른 문화를 접하기 전까지는 동화되어야 한다는,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자신 을 뒤쳐진 존재로 여기게 했다.그리고 또래의 경쟁적인 삶을 따라 갈 수 없어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꼈다.그러나 외국에 다녀온 이후,또래 친구들의 삶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삶이 되었다.그리고 남한의 친구들처럼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그들을 안쓰럽게 여 기게 되었다.이러한 생각의 변화와 경쟁적인 삶의 속도를 따르고 싶 지 않다는 생각의 저변에는 그러한 삶의 가치가 옳지 않다는 평가가 전제된다.이들의 경험은 교육 제도에서부터 삶의 가치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정체화하게 하였다.이 러한 과정을 통해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을 한국 사회,또래 친구들의 삶 과 거리두기 하면서 자신과 한국 사회 또는 또래 친구 사이의 경계를 만든다. 사례15: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솔직히.그렇게 지금 제 주변에 한국 대학 친구들 보면 친구들처럼 열심히 살고 싶진 않아요.저는 친구들도 잃어 봤고,저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내일 죽을 수도 있는 거고.저 개인적으로는 저는 저렇게 막 열심히,제 친구들처럼 막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가고,학교 끝나고 바로 독서 실 들어가서 공부하고 그러고 싶지는 않더라고요.저 같은 경우에요.제가 잘못된 걸 수도 있고요,그게.좀 너무 열심히 하는 거 같아요. 사례12:저는 딱히 생각이 없어가지고.뭐라고 할까요.아까 얘 기를 하셨다시피 안타깝고요,이런 상황이.애들 보면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되게 닫혀 있는 거 같고,그래서 안타깝게 사는 거 같아요.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거는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33

145 없고,정답이 없으니까.많이 아는데 깊이가 없는 거 같 아요.뭐 워낙 또 정규과정이 그러니까.영국 같은 경우 에는 과목이 한 네 개 정도면 수능 패스를 하거든요.대 신 깊이가 있어요.대학교 1학년 정도 과정을 다 이미 걔네는 과정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대신에 뭐 이렇게 다방면적으로 많이 알지 않아요,한국처럼.수능이 한 열개인가 되잖아요.(사례12,사례15구술녹취록,2014 Ⅰ/26) 이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 처한 조건과 한국 사회에서 위치에 대한 간파 이기도 하다. 42 탈북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의 문화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의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43 이처럼 탈북청소년은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다양한 문화적 차이들 에 대해 온전히 자신을 주류로 편입시키려 노력하거나 거리두기를 하 는 등 기존의 경계에 균열을 가하고 협상하며 문화적 경계를 재구성한 다.그리고 자신들과 유사한 위치의 탈북자와 또래 친구들과 경계를 지으면서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낸다. 4. 소결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경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문화적 경계는 이미 문화는 개인적인 것이고 다양하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그러나 기존의 공간과 문화에 출현하는 새로운 주체는 그 사회와 공간이 갖고 있는 경계를 드러내준 42_ 폴 윌리스 저,김찬호 역, 학교와 계급 재생산:반학교 문화,일상,저항 (서울: 이매진,2004),pp.254~ _ 박서연, 북한 이주 청년들의 진로 모색 과정을 통해 본 생애 전략, 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6 다.탈북청소년 역시 남한 사회의 경계를 드러내고 재구성하는 데 영 향을 미친다.이 장에서는 탈북청소년의 일상적 삶의 경험을 통해 남 한 사회에 존재하는 문화적 경계를 살펴보았다.그리고 이들의 출현으 로 인해 드러나는 남한 사회의 문화적 경계가 무엇이고,이들의 삶의 과정 속에서 그 경계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탈북청소년은 자신이 접한 매체나 경관,자신 또는 타인이 구사하는 외모와 스타일,일상적인 공간에서 타인과의 만남 등을 통해 문화적 차 이를 경험한다.이러한 경험은 자신들이 체득하고 있는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차이를 발견하는 과정이며,경제적,문화적으로 부재한 자원을 인식하고 한국 사회에서 위치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그리고 적 응 의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가 되기도 한다.이러한 다양한 경험들 속 에서 탈북청소년은 자신의 과거 문화 또는 자신이 체득하고 있는 문화, 그리고 현재의 남한 문화에 대한 평가를 시도한다.이들이 남한 사회 에서 경험했던 문화적 차이를 근거로 문화적인 것에 대한 나름의 기준 을 만들어 내고 발전과 저발전,도덕과 비도덕,촌스러움과 세련됨 등 이라는 문화적,경제적,사회적 위계를 재생산해내는 것이다.이처럼 문화적 경계의 체험은 경계 자체를 인지하거나 경계를 새롭게 구성하 는 순간들인 한편, 남한 과 북한, 탈북자 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만들 어내는 근거가 된다. 탈북청소년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집단적 특성으로 이해하는 경우들이 있다.논리적인 사고체계와 자유로운 의 사표현을 하는 남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북한 사람,개인주의적인 남한 사람과 집단주의적인 북한 사람과 탈북자,도덕적인 북한청소년과 비 도덕적인 남한청소년 등이 그러하다.이러한 구분은 자신들이 내면화 한 북한의 도덕적 규범에 근거한다.그리고 차이의 원인을 북한의 교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35

147 육을 비롯한 체제의 특성에서 찾으면서 남한과 북한의 다름을 만들어 내고,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탈북자라는 각 집단에 대한 집단적 정체 성을 구성한다.이러한 과정은 각 집단들 사이의 경계를 스스로 만드 는 것이기도 하다. 탈북청소년의 문화적 차이의 인지,문화적 경계의 경험,집단적 정체 성의 구성은 결국 기존의 문화적 경계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경계를 경험하면서 경계를 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구사하고, 이를 통해 경계가 재구성되는 것이다.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에 적 응 하기 위해서 과거 문화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고 적극적으로 지배 문화를 내면화하며 이를 모방한다.동시에 자신이 보유한 기존의 문화 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타인의 문화와 자신의 문화를 구별 짓는다.또는 또 다른 문화적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경험한 주류 문화에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내고 기존의 경계 에 균열을 가한다. 그러나 이들의 다양한 경계 넘기의 시도들이 다른 경제적,사회적 구조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실천이 갖는 전복성은 한계 적일 수밖에 없다.기존의 문화에 편승하는 것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탈북자 집단의 문화와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결과를 낳는다.새로운 경 계 만들기 역시 탈북청소년 집단과 남한청소년 집단 사이의 구별이라 는 점에서 탈북청소년의 또 다른 집단 정체성 형성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청소년의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 를 넘는 전략들은 남한 사회의 문화적인 구별이 어떻게 차별을 양산, 지속하는지,문화적인 것이 어떻게 다른 경제적,사회적인 것과 연동되 어 있는지를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그리고 이들의 경험은 경 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주체들에 대한 타자화의 문제가 탈북청소년 13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8 의 일방적인 적응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 사회가 갖고 있 는 차별적 구조와 문화,인식들이 수정 및 전환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문화적 경계 경험과 경계의 재구성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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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Ⅳ.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두꺼운 국경은 같은 민족 사이에 버티고 있었다. 왜 하필 여기에 있을까 생각할 영도 없이 철책을 넘어도 다른 막강의 문이 막아서고 -마종기,국경은 메마르다 2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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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사회적 경계는 계급,젠더,섹슈얼리티,출신,인종,연령 등과 같은 사회적 범주가 특정한 생활양식,사상,제도 등으로 나타나 개인 또는 집단 사이에 경계를 긋고 구분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의미한다.따라 서 사회적 경계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배제하거나 포함하는 법 제 도,관습과 규범,인식과 정서,상식과 기술 등이 어떻게 일상적으로 작 동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여러 물리적 경계(국경, 지역)를 넘는 것과 동시에 해당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경계들을 경험 하게 된다.이 경계들은 사회가 어떻게 이들 북한이탈주민들을 상징적,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바라보는가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밀접하게 관 련되어 있다.사회적 시선은 권력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 다.특정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곧 대상을 타자화(Otherization)하고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선 은 곧 권력관계를 내포하게 된다.이런 시선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이들을 구분하고 경계 안과 밖으로 밀어 넣 거나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탈북청소년들은 북 중 국경을 넘어 중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시민 권을 갖지 못한 불법체류자라는 정치적,법적 경계를 통해 분류되면서 타자화되는 존재가 된다.이들을 정치적,제도적으로 대상화하고 타자 화하는 시선은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이들 육체와 사고에 사회적 경계를 각인시킨다.이들을 불법/합법과 비정상/정상이란 경계 들로 분류하고 타자화하는 시선들은 이들의 정체성 형성과 재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이런 경계들을 수없이 마주치고 경험 하면서 이들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분단체제의 다층적이고 복합 적인 경계들을 의식하며 살아가게 된다.이들은 합법적인 국적을 부여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1

153 받기 위해 탈북의 진정성이라는 경계를 넘어야만 한다.또한 절차적인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에도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이념적 대립과 민 족이라는 동질성 사이에서 다양한 경계를 경험하게 된다.국적과 시민 권을 통해 한국의 국민에 포함 되었지만,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출신을 의식하며 배제 를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것은 포함 과 배제 의 경계가 사회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그들 내부 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이런 경계를 의식하며 분단된 한반도에서 요구하는 인간형 을 학습하고 모방하고 연출하고 수행하게 된다.한편으로 이런 경계들 을 우회하거나 회피하고 거부하며 새로운 사회로의 경계를 넘는 탈출 전략을 모색하기도 한다.그런 측면에서 이들의 정체성은 한국 국적 획득을 통해 완성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 는 진행형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과정으로서의 정체성이란 차원에서 이들의 경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방식은 적응 의 관점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이들이 얼마나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 게 동질화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게 되었는가를 기준으로 하는 적응 의 관점은 이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돈과 재구성이 갖는 역동성을 간과 하기 쉽다.또한 부적응 처럼 보이는 이들의 모습 이면에 있는 두려움 과 좌절의 심리를 읽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이들이 국경을 넘어 험난 한 여정을 거쳐 한국 사회에 들어와 살아가는 모든 과정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적 경계들을 경험하면서 격렬한 정체성의 갈등과 혼돈,그리고 재구성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 서 적응 또는 부적응 이라는 관점으로는 이런 과정을 설명하기 힘들 고 한편으로는 이들 삶의 가능성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 14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4 다.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 장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탈북 이후 한 국 사회와 다른 국가들을 경유하면서 겪은 경계 경험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1. 포함과 배제의 사회적 경계들 가. 사회적 시선과 타자화 방식 일반적으로 타자(TheOther) 란 다른 것 또는 사람일 경우 다른 사 람,즉 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그러나 사회과학과 철학에서 사용하는 타자란 용어는 이런 의미를 넘어 보다 확장된다.우선 타자란 막연한 타인이 아니라 중심과 주변부라는 이원적 구도를 통해 규정된다.즉, 타자란 나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나와 다른 사람,우리를 중심으로 보 았을 때 우리가 아닌 사람을 말한다.가령 남성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여성,자국민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타국민 또는 이주민,이성애자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동성애자 등과 같이 중심부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 로 구분되는 존재가 타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타자의 의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나,우리,남자, 자국민,이성애자가 중심인 한,타자는 이 중심부 사람들과 위계적 관 계를 갖게 된다.다시 말해 타자는 진리에 대해 허위,선에 대해 악, 합리성에 대해 비합리성,정상에 대해 비정상,우등에 대해 열등의 의 미를 갖기 때문이다.따라서 타자는 중심으로부터 배제되고 허위,악, 비합리성,비정상,열등이란 이름하에 억압된다. 44 그런 측면에서 타자 또는 타자화(Otherization)는 정체성과 밀접한 44_ 악셀 호네트 저,문성훈 외 역, 정의의 타자 (서울:나남,2009),p.9.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3

155 관계가 있다.정체성은 자아를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자아의 인식과 형성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자(사람,사물)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타자를 바라보고 타자와 관계 속에서 자신 과의 유사점과 차이를 발견하는 것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여기서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타자와의 관계이고 나와 세계를 맺어주는 기본적인 매체가 된다.따라서 시선이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권력관계와 밀접하게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타자와의 차이를 인 식하고 규정하는 시선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현상인 것 이다. 45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느냐는 사회문화적인 것이기 때 문이다.따라서 정체성은 타자,시선,차이,권력 등의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결국 타자화는 타자를 규정하는 것이며 포함과 배제의 관계를 일반적으로 수반한다. 46 가령 북한의 후진성 을 강조하며 북한이탈주민들을 주체성이 결여 된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희생자 로만 보는 시각이나,이들을 경제난 민 이나 부적응자 로 보는 시각이나 모두 이들을 주변적 집단으로 대 상화하고 타자화하는 것에서는 동일하다.사실 탈북, 북한이탈 이라 는 명명 자체는 매우 정치적인 것이며 권력관계를 내포한다.어떤 대 상을 명명하는(Naming)것은 그 집단 전체를 동질화하는 사회적 시 선을 의미하는데,이 명명을 통해 타자가 어떠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를 우리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누군가를 명명한다는 것은 그 의 고유한 실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그의 존재가 세계에서 어 떤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예언하는 것과 같다. 47 그런 측면에서 45_ 박정자, 시선은 권력이다 (서울:기파랑,2008),pp.5~6. 46_ 크리스 바커 저,이경숙 외 역,문화연구사전 (서울:커뮤니케이션북스,2009),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6 보면,북한이탈주민에 대해 탈북, 이탈 로의 명명은 그들이 이 세계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규정이자 예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탈북청소년들에게는 희망과 가능성의 공간이면서 한편 으로 북한에서와는 다른 형식과 내용의 사회적 경계가 경험되는 곳이 기도 하다.출신,지역,계급,성적 차별을 북한에서 경험했지만 한국 사회에서도 그 형식과 내용이 다를 뿐 다양한 차별적 시선을 경험하게 된다.가령 한국 사회에서는 주로 탈북자들을 불쌍한 피해자 로 대상 화하는 한편 수준 낮은 사회의 출신자 라는 이중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타자화하는 경우가 많다.그런 측면에서 탈북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서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경계들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타자화하고 있으며,그런 타자화의 기제는 어떻 게 작동하며,이들이 이런 시선들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 하고 재구성해 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 결핍의 시선과 슬픔의 감성팔이 한국 사회는 북한이탈주민들을 결핍 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데 익 숙하다.이런 결핍 의 관점에는 여러 의미가 교차하고 있다고 볼 수 있 다.우선 그들이 한국 사회를 잘 모른다는 무지의 차원에서 보는 앎의 결핍,북한은 후진적이고 낙후하다는 문명화의 결핍,배고프고 가진 것 이 없다는 소유의 결핍 등이 그것이다.따라서 이들은 모르기 때문에 가르쳐줘야 하고 후진적이기 때문에 문명화되어야 하고 가진 것이 없 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되기 일쑤이다. 47_ 미셸 세르 실비 그뤼스조프 외 9명 저,이효숙 역,정체성,나는 누구인가 (서울: 알마,2013),p.38.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5

157 좀 되게 많이 편견 가진 분--그런 거 있잖아요.이렇게 막 남한 오는 거.북한에서 오는 사람들은 그거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 이런 생각들 되게 많은 거 같아요.선생님들이 막 이렇게 배우는 학생들을 훈계하듯이 조금 그런 것도 되게 많고.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아예 다른 교육을 받고 살 았는데.그런데 그럼에도 그걸 약간 받아들이려고 하는 마음보 다는 너는 북한 사람이라서 잘,우리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거 다.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이런 식으로 되게 많이들 하고 있는 거 같아요.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아무튼 그런 것들이 되게 굉장히 많거든요.(사례14구술녹취록,2014Ⅰ/5)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런 무지,낙후,결핍의 시선으로 위축되면서,어 느 순간 사회적 유아 로 전락한 자신을 발견하고 열패감을 끊임없이 느끼게 된다.탈북청소년들의 부모들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의 경우 북 한 사회의 규범과 습성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성을 쉽게 습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가령 면담에 응한 탈북청소년의 경우,자신의 부모님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융통성( 알랑방구 )이 없어 늘 쫓겨 사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새 롭게 한 사회를 처음부터 배우며 알아간다는 것 자체도 힘든데 가족을 책임지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현실은 매일 쫓겨 사는 삶이 될 수밖 에 없다.함께 온 가족의 구성원들 모두 똑같이 한국 사회를 모르기 때 문에 서로에게 의존하기도 쉽지 않다.탈북청소년들은 이런 자신의 부 모들의 모습을 보며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사상이 다르니까,거기서 받은 교육도 있으시고 하다 보니까 여기서 적응을 못해요,어른 분들은.애들도 못하는 데, 어른은 당연한 거 같아요.진짜 막 늘 쫓겨 사는 거죠.그리고 늘 저희 아빠가 얘기하시는 게 그거였어요.못해 먹겠다고.여기 사람들은--아 진짜 융통성이 없잖아요,북한 사람들은.맞으면 맞고 그냥 가는 거잖아요,그러다보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대통 14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8 령이든 누구든 막 한번 자기가 맞는 길이면 그냥 앞으로 가는 거잖아요.그러니까 여기 사람들 알랑방구 이렇게 말하면 그렇 지만--그러니까 아휴 여기선 도저히 못해 먹겠다고,그런 정도 없고,도저히 살아갈 길이 없는 거예요.그러니까 한 마디로 애 기인 거예요.애기한테 돈 소비하는 방법,예를 들어 어떻게 말 하는 방법.처음부터 우리가 배우잖아요,보고 자라는데.북한에선 이제 그런 걸 못해봤으니까 여기 와서 할려니까,엄마 아빠 세대 도 너무 애기인 거예요.근데 그거를 모르고 한 상태에서 이렇게 살아갈려니까 우리보다 더 힘드신 거죠.늘 쫓겨 살죠.진짜.매일 쫓겨 사시는 거 같아요.(사례14구술녹취록,2014Ⅰ/20~21) 이런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한국 사회는 그들이 가진 결핍을 드라마 틱하게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그들 각 개인이 살아온 삶의 고유함과 주체성을 알고 이해하며 존중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참 이란 관 점 아래 이들이 얼마나 비참을 처절하게 경험했는가를 확인하는 천편 일률적인 질문들만이 항상 이들을 따라다닌다.그런 측면에서 이들은 한국 사회의 탈북자 라는 프레임(Frame)을 통해 이미 규정된 사람들 이다.이들을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어려움을 이겨낸 하나의 주체로서 바라보고 그들의 생애와 개성을 발견하려고 하기보다는 북한의 비참 을 증명하는 대상이나 수동적 삶을 살아 온 비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보 는 것이다.그래서 이들의 탈북 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의지의 서사(Narative)보다는 슬프고 드라마틱한 관점에서만 주목받 는다.따라서 자신의 북한에서의 경험과 탈북의 경험을 감성적으로 호 소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소모하도록 요구받는다.면담에 응했던 어느 탈북청소년은 이것을 감성팔이 라고 말한다. 물론 자신이 태어나고 살았던 북한을 떠나왔다는 것만으로 분명 평 범한 삶은 아닐 수 있다.그러나 이들의 선택과 삶의 궤적을 비참의 관 점만으로 평가하기 힘들다.한국 사회는 대체로 이들을 개인이 갖는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7

159 고유한 삶의 선택과 경험 차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이들 모두의 인생 을 북한체제의 비참으로 환원하여 보는 경향이 강하다.한국 사회의 이런 시선은 이들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존재로 확인되는 순간이나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커밍아웃 하는 순간에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주목할 부분은 한국 사람들과 외국 사람들이 보이 는 반응을 이들 탈북청소년이 매우 다르게 느낀다는 점이다. 외국애들은 신기해선가,북한이라는 거 자체를 신기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막 아 나 북한에서 왔어.처음엔 완전 놀란 표정.진 짜냐고.왜 완전 엄청. 진짜야? 그러면서.근데 진짜야 반응이 되게 신기하고 천진난만하고, 진짜야?니가 북한에서 왔어?전 혀 너 꼭 외국사람 같아.나 너 뭐지,미국에서 태어난 교포인줄 알았어. 이러면서 말도 안 돼 이러면서 되게 좋아해 주는 거 예요.신기해하고, 더 친해지고 싶어,알고 싶어. 이러면서.순 수한 마음으로.오히려 한국친구들은 진짜야? 그게 진짜가 좀 다른 느낌.심한--오히려 외국친구가 더 궁금해 하고,한국친 구들은 그 나의 진짜 삶은 궁금하지 않고 그냥 이제 뭐 북한 사 람이구나. 이런 느낌--이 반응이 너무 다른 거예요.(사례13 구술녹취록,2014Ⅰ/24~26) 북한이탈주민들을 결핍 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북한에서의 삶 과 경험을 저평가하는 것과 연계되어 있다.그들의 삶과 탈북의 선택 을 비참 의 결과 또는 부적응의 결과로 보고 그들 삶의 이력과 경험을 북한체제의 폭력성이나 낙후성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이런 시각은 한국 사회가 북한이탈주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물론 같은 북한 출신 사람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보통 보면 북한에서 어떤 경험,겪었던 경험 주로 뭐 이렇게 뭐 랄까,다운그래이드 된다고 그럴까요.가치가 뭐 이렇게 하락이 14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0 되는.예를 들어서 북한 사람들.같은 북한 사람들 간의 관계도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요.그래서 주로 얘길 안 하려고 하 죠.그런 것들.(사례12구술녹취록,2014Ⅱ/15) 이와 같이 삶의 이력과 경험을 북한체제 전체의 낙후성과 동일시하 는 시각에는 크게 두 가지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하나는 북한을 문명화라는 관점에서 후진적 물질문명과 기술적으로 낙후한 사회로 보는 관점이다.다른 하나는 사상적으로 경직돼 있고 지리적으 로 고립되어 있으며 문화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사회로 보는 관점이다. 이런 관점은 그들이 북한에서 배우거나 습득한 경력과 기술을 인정하 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물론 기능적 측면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경쟁체제와 기술적 진화,문화의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기술적 수준이 나 문화적 태도는 일정 부분 세련되지 못한 부분으로 보일 수 있다.그 러나 체제 우월의 논리 차원에서 그들의 경력과 기술을 애초부터 저평 가하는 시선은 이들에게 넘기 힘든 벽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한편 북한이탈주민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낙후하다는 인식에 기반 해 자신의 경력이나 문화적 수준을 낮게 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우도 발견된다.보통 서로의 경력이나 이력을 특별히 얘기하려고 하 지 않는 태도로 나타난다.물론 많은 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에서 전문성이 높지 않거나 경제난으로 인해 정상적인 직장이나 학습을 충 분히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경력이나 이력을 낮게 보는 것은 월등히 세련돼 보이는 한국 사회와 비교했을 때 자신 이 살았던 북한이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껴져서 나타나는 위축감이 기도 하고 한국 사회가 이들을 체제의 낙후성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49

161 다. 북한 출신 꼬리표와 학교 공간의 상징적 폭력 탈북청소년들의 한국 사회 경험 중 학교 만큼 중요한 공간은 없다고 할 수 있다.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또래의 친 구들을 통해 사회성을 습득해 나가는 공간이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는 공간이다.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어떤 측면에서 그 사회의 축소판 과 같아서 사회구조와 경계들이 유사한 내용과 형식으로 작동하는 공 간이기도 하다.계급과 젠더,상징적,물리적 폭력,그리고 차별의 구조 가 다양한 경계들로 작동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탈북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이런 경계들은 분단체제의 이념적 대립과 북한에 대한 편견 이 교차하는 속에서 작동한다.어떤 측면에서 일반 한국에서 태어난 청소년들보다 더욱 복잡한 경계들의 구도와 상징적 폭력 속에 놓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이 경험하는 경계들은 매우 이질적인 경계들의 중첩을 통해 혼종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경계들의 중첩성과 혼종적 성격으로 인해 이들의 정체성 구성 과정은 보다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또한 이들은 이런 경계들을 상징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의 형 태로 경험한다.보통 한국의 학교 공간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폭력에 북한 출신이라는 편견이 결합될 경우 고통이 배가될 수 있다.이들은 계급,외모,문화,젠더,지역 등과 같은 사회적 범주 이외에도 북한 출 신 이라는 것 자체로 소위 말하는 왕따 의 대상이 되기 쉽다.이들을 왕따 로 대상화하는 경우, 북한 출신 이라는 꼬리표는 계급적 편견,젠 더질서의 폭력성,지역적 차별 등에 우선하면서도 이들과 결합하여 더 욱 강력하게 탈북청소년들을 고립시킨다.한 탈북청소년의 구술 내용 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가해지는 이들에 대한 상징적,물리적 폭력의 양 15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2 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폭력적인 게 심하더라고요.애들이 그런--폭력이 심하더라고 요,어린애들이.그리고 애들이 안 놀아주고 비꼬았죠.그래서 한참 이런 게 있었던 거 같아요.항상 그랬어요.밥 먹을 때 항상 화장실 가서 울었거든요.너무 외롭기도 하고,막 애들이 아예 이렇게 마음의 벽이 딱 있더라고요.잰 달라.왜 한국에 보면 일 반 그냥 한국인인데도 왕따를 당하잖아요.나는 내가 이해를 되 게 못했거든요.전 솔직히 어릴 때 왔잖아요.그런데 이 타이틀 이라는 게,북한에서 왔다는 타이틀이 좀 되게 혼란이었어요.제 가 전체적으로 혼란이랄까,어려운 거예요.너무나 북한이란 게 그렇게까지도 아닌데--.아 이게 같은 민족이란 얘기는 듣긴 들 었는데 내가,아 뭐가 그렇게 다른가.이게 꼭 그렇게까지--.근 데 얘네가 어려서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 일수도 있는데,한국자 체가 분위기가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얘네가 그걸 따르는 거잖 아요,어쨌든.우리도 그렇지만 북한에서도.아,너무 싫어하는 거예요.아무 이유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냥--그게 마음 아팠죠. 그래서 이게 이유가 없는데,내가 이렇게 싫어--내가 이렇게 싫음을 당해야 되나,얘네한테.내가 뭐 죽을,진짜 죽을 정도의 잘못을 한 게 아닌데,단지 이 타이틀,북한에서 태어났다는 타 이틀 때문에 이렇게 날 함부로 하고,왕따 시킬 수 있는 건가. 늘 그랬죠,뭐.여자애들은 이제 얘기 안하고,저 이제 이용해 먹 고 늘 그런 식이고.딱 보면 보이잖아요.자기 필요할 때만 가져 가고 이러고,남자애들은 때리고 폭력적인 이게 되게 강했거든 요.그래서 뭔가 소풍 같은 것도 하면 늘 혼자이잖아요.그런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그러니까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거 같아요. 난 차라리 그래서 북한이 좋다는 생각 많이 했던 거 같아요.내 가 왜 여기 와서 이런--차라리 북한이--없어도 그냥 정으로 살고,그냥 그게 더 마음이 편하고 그렇잖아요.그런데 여기 오 니까 매일 정신적인 고통이고,아 진짜 다 막 세속적이고--.지 금 와서 생각 그렇게 하는 건데,너무 그땐 너무 힘들었죠.(사례 13구술녹취록,2014Ⅰ/9~10) 이런 학교에서의 배제와 고립은 북한에서 경험한 학교 문화와는 너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1

163 무 다른 것이라서 이들은 더욱 혼란을 겪게 된다.그 혼란은 같은 민 족 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받아들인 사회가 북한 출신 이란 것만으로 이유 없이 소외를 시키는 것에 대한 영문 모름과 상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이들은 북한을 물질적인 여유는 없지만 정 으로 살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보다는 나은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관계를 통해서도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작동한다.이런 차별과 편견은 교육자인 교사가 어떤 북한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교사들이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념적 성향 등이 학교 생활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탈 북청소년들에게 표현되기 마련인데,이들로부터 탈북청소년들이 받는 상처는 같은 학생들이 주는 것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이외에는--그냥 다 괜찮으셨는데,어떤 분은 무의식 으로 북한에서 왔으니까 그게 딱 박혀 가지고, 북한에서 왔으니 까 그렇지. 이런 게 좀 있긴 있어요.이 초등학교만큼은 심하진 않았었는데,그러니까 이미 박혀진--뭐랄까,그 생각이 있으니 까.고정관점이 있는 거예요,머리에. 북한에서 왔으니까 넌 이 래 라는 게 좀 있더라고요.무의식적으로 그런 게 튀어나오더라 고요.그게.그런 거 외에는 없었던 거 같아요.(사례13구술녹취 록,2014Ⅰ/16~17) 학교 교사들의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북한 출신 이라 는 것에 성적이나 품행 등과 같은 평가 요소를 결합시켜 보다 극단적 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이런 편견과 차별은 교사 개인의 생각으 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수업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며 다 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가령 북한에서 온 애는 공부도 못한 다 라거나 북한은 세뇌를 당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는 등 수업과 15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4 정에 북한체제나 북한주민들을 비하하거나 열등하게 묘사하는 방식으 로 표출하는 경우이다.이런 교사의 말과 행동은 탈북청소년들을 위축 시키는 것은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그들의 위치를 위태롭게 하거나 고 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분단의 적대성이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 식이 학교라는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면 그 상징적 폭력은 증폭되고 심 하게는 물리적 폭력으로도 연결이 된다. 구술자:아--이건 뭐 그렇게--되게 마음이 아팠지만,제가 공 부를 못하니까--당연한 거잖아요.공부를 못하는 게. 되게 공부 못하는 학생을 싫어하셨어요,선생님이.그러 니까,이런 식. 북한에서 온 애는 공부도 못한다. 뭐 이런 식으로 좀 하는. 연구자:대놓고 그렇게 얘기를 하는. 구술자:좀 그런 식으로 돌려서 항상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북 한은 이렇다.항상 국어에 이런 거 얘기하면,북한에는 이렇게 안 하지만, 북한은 세뇌를 당하지만 여기는 그 렇지 않아. 이런 식으로 좀 그런 게 좀 있었던 거 같아요. (중략) 구술자:초등학교 이외에는--그냥 다 괜찮으셨는데,어떤 분은 무의식으로 북한에서 왔으니까 그게 딱 박혀가지고, 북한에서 왔으니까 그렇지. 이런 게 좀 있긴 있어요. 이 초등학교만큼은 심하진 않았었는데,그러니까 이미 박혀진--뭐랄까,그 생각이 있으니까.고정관점이 있 는 거예요,머리에. 북한에서 왔으니까 넌 이래 라는 게 좀 있더라고요.무의식적으로 그런 게 튀어나오더라 고요,그게.그런 거 외에는 없었던 거 같아요.(사례13 구술녹취록,2014Ⅰ/15~16) 탈북청소년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편견,상징적 폭력은 단순히 개인 들의 성향이나 문제의 귀결로만 볼 수 없다.한국 사회가 북한에 대해 갖는 인식체계가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탈북청소년들에게 상징적 폭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3

165 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결국 앞서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 선 은 권력관계를 내포한다.그러나 그 시선 이 탈북청소년들에게 가 닿을 때 그 권력관계는 개인 대 개인 이상의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적대,이질성,몰이해 등과 복합적으로 연계된다.다시 말해 일반 적으로 외모나 성격,성적 등을 통해 특정 학생을 소외시키는 기제가 있다면 여기에 탈북청소년들은 북한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부정적 인 식이 보다 증폭되는 것이다.물론 이런 시선들은 모든 북한이탈주민들 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게 된다. 너무 자신감이 없어지는 거예요.여기 딱 왔는데 너무 이렇게 하 면서 말 사투리부터 시작해서 말 한 마디--,뭐 마트에 가서 뭘 주세요 하면 척 쳐다보고 이러는 거 있잖아요.그런 시선이 너무 싫은 거예요,처음에는.그리고 말도 잘 모르고.그 다음에 내가 이런 말 하면,막 이러면 이상하게 생각하고.웃으면서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막 이럴 때마다 자존심이 막 깎이고 이런,그런 거 가 너무 힘들었던 거 같아요.(사례16구술녹취록,2014Ⅰ/36) 라. 시선의 정치와 경계의 안과 밖 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은 면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 을 매 우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물론 시선에 대한 예 민함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갖는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 으나,탈북청소년들은 완전히 다른 사회의 새로운 사람들을 새롭게 접 하면서 생활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특징을 갖는다.크게 이들이 타 인의 시선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하나는 누군가의 시선 을 느낀 이후에 갖게 된 예민함이 다.이 경우에는 그들에게 쏟아졌던 시선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이나 15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6 부정적인 인식을 지각한 이후 갖게 된 예민함이다.다른 하나는 누군 가의 시선 을 느끼기 이전의 심적 상태에서 갖는 예민함이다.이 경우 는 특별히 어떤 차별적 시선을 받기 이전에 자신이 북한 출신 이라는 강박적 인식 속에 있는 경우이다.그것은 한국 사회가 북한 출신을 어떻 게 볼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제 친구가 있고 이 친구가 소개시켜 준 친구가 있어요.그런데 이 친구가 어느 순간 너 고향이 어디야? 물어봐요.이 친구는 아무 것도 모르고 물어보는 건데 저는 선입견을 가진 거--내 친구가 말을 했나.그런 거 있잖아요.사람이 괜히.어릴 때 그런 건 심했어요.그런데 이거 얘가 갑자기 야,너 고향 어디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저는--솔직히 이 친구는 그냥 아무 것도 모 를 거예요.고향이 어디야 물어본 건데.어쨌든 그 당시 저도 말 투가 북한말이 나왔으니까.중학교 때 제가 가끔 썼거든요.평상 시 같은데 뭔가 하다보면,그러니까 뭔가를 하다보면,급해지고 이러면 북한말이 나갔거든요.이 친구도 궁금한 거예요. 야,너 고향 어디냐?사투리 쓰냐? 이렇게 말한 거예요.그런데 어릴 때는 내가 웃으면서.얘네는 아닌데,제가 보기에는 다르게 보이 잖아.웃으면서 물어보는 거 보니까 알고 있나 라는 그런 선입 관.괜히 좀 기분 좀 찝찝한 그런 거 있잖아요.그런 것도 있었어 요.(사례15구술녹취록,2014Ⅱ/25~30) 탈북청소년들은 한국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상대가 간파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 로 보인다.그래서 이들은 상대가 자신의 출신을 간파했는지에 늘 예 민하게 반응하며 상대를 의심하고,북한 출신임을 상대가 알게 되었을 때 태도가 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우습게 보거나 다르게 보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은 한국 사회 경험 기간의 길고 짧음과는 상관없이 지속되는 것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5

167 로 보인다.이런 일종의 피해의식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관계를 확대하고 지속하는 데서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일종 의 시선 은 자신을 가두는 굴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물론 북한이탈 주민만 시선의 굴레에 갇혀 사는 것은 아니다.사회라는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그 러나 이런 시선에 분단체제의 적대성과 북한체제에 대한 편견들이 결 합되면 시선 이 갖는 민감함과 구속성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당시 캐나다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의 생활이 뭐 누구의 딱 진짜 뭐 편견이란 걸 많이 받은 건 아닌 데,불구하고 나 스스로가 자기 보호를 하려는 이런 약간 마음이 되게 많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상대방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하 는 데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가 정체성이 이게 혼란이 오니까,내 스스로가 약간,아 이 사람이 내가 북한 사람인데,이 사람이 내 가 어떻게 이렇게 좀 보지 않을까,약간 이런 스스로 닫아버리 는,그리고 경계를 하는 이런 상황이 되게 많았던 거 같아요.(사 례34구술녹취록,2014Ⅰ/9~10)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을 타자화하는 구속과 낙인의 시선인 한편,그런 시선을 불안하게 의심하며 반응하는 북한이탈주민은 자기 속박의 시선을 내부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탈북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시선,그리고 내면에 갖게 되는 자기시선의 굴레는 한국 사회라는 공간에서 사는 이상 운명적인 것이다.이런 굴레와 운명을 벗어나는 길은 사실상 한반도라는 공간을 벗어나 분단이나 민족이란 이름의 시선이 사라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가 북한이탈주민에게 요구하는 동질화 에 실패하거나 보다 대접받는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외국으 로 나가기도 한다. 15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8 이들이 외국에서 경험하게 되는 세계는 새로운 시선 의 세계 또는 북한 출신이라는 시선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할 수 있다.면담에 응한 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은 외국에 나가서 경제적으로는 어렵고 힘들었 지만 오히려 심리적으로는 안정감이나 편안함을 갖게 되었다고 공통 적으로 얘기한다.어느 순간 북한 출신이라는 사회적 시선이 사라지고 누구도 자신의 출신을 이상하게 보거나 묻지 않을 때 갖는 편안함이라 고 할 수 있다.다만 그는 아시아 사람(Asian) 이라는 보다 큰 범주의 보편적 경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단 외국 사회 가니까 나도 모르는 안정감이 생겨,되게 상황은 힘든데 안정감이 생겼다고--마음적으로 심적으로 약간 편안함 을 느꼈다고 해야 되나요,그런 걸 좀 느꼈어요.처음에 갔을 때 는 믿을 사람,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되게 힘들긴 힘들었는데,그 래도 어느 정도 몇 달 지나고 좀 적응을 하니까 일단은 약간 불 안감이라든지,솔직한 말로 생활이라든지 이런 거는 한국에 비해 가지고 전혀 나아진 게 전혀 없고요,너무 힘들고.물론 그 정부 에서 생활보조금 해가지고 주는 것도 있긴 있지만,그거 가지곤 어차피 생활이 안 되거든요.그렇지만 불구하고 되게 심적으로 되게 편안하다는 느낌을 되게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글쎄 모르 겠습니다.이 한국 사회에서 느꼈던 그런 느낌을 너무 좀 떨쳐 내려고 그러한 시도가 있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는데,일단 그 사회에서 봤을 때,그 사회가 딱 누군가를 아시안을 뭐,북한 사람 을 딱 지정해가지고,어 너 아시안,너 북한 사람,이런 식으로 보는 사회가 전혀 아니니까.(사례34구술녹취록,2014Ⅰ/9~10) 앞서 언급했지만 타인에 대한 시선은 타자화(Otherization)이다.한 국에서 탈북 또는 북한 출신이라는 사회적 호명(Interpelate)은 다양 한 시선을 교차하게 만든다.한국 사회는 같은 민족이라서 이들을 시 민으로 받아들이지만,내적으로는 다른 국가나 민족을 바라보는 것보 다 더욱 불편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기도 한다.상대적으로 한국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7

169 아닌 외국은 이런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고 스스로 경계를 만들 필 요가 없는 공간인 것이다.이런 시선의 구속과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면 서 이들이 얻게 되는 가장 큰 자산은 바로 객관화 이다.자신이 살았던 북한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 사회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분단체제의 매우 모순적인 시선들이 집약 돼 있는 한반도라는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자신이 살았던 남북한 사회 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특히 미국,캐나 다,유럽 등 상대적으로 사회 발전 수준이 높은 국가를 경험한 대부분 의 탈북청소년들은 상당한 자신감 과 자산 을 갖게 되었다고 얘기를 한다.이 자신감과 자산의 핵심은 한국 사회를 객관화할 수 있는 시야 를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한편으로 외국의 경험이 남북한 언어적 차이로부터 느꼈던 차이와 소외감을 만회하거나 보상해 주는 자산으로 활용되는 부분도 있다.사실상 한국에서는 오히려 같은 민족 이라는 범주가 남북한 사람들이 보이는 작은 차이 를 보다 두드러지게 하고 차별적인 시선을 받게 한다고 할 수 있다. 2. 경계의 다중성과 경계 경험의 여정 가. 북한-남한을 연결하는 경계 경험과 연속성 탈북청소년들은 북한 사회에서부터 다양한 사회적 경계를 경험하게 된다.특히 출신성분 또는 사회적 성분이라는 신분적 위계가 명확하고, 성분과 지위에 따라 교육 수준이나 직장배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오 히려 사회적 경계가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북한주민들은 대체로 그것을 의문시하고 저항하기보다는 당연 한 질서로 여기며 생활하는 측면이 있다.이러한 철저한 정치사회적 15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0 신분 위계는 북한의 청소년으로 하여금 미래를 기획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애초부터 부여하지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태어나 면서부터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어 있고,자신의 노력만으로 그러한 사회적 경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 게 된다.이러한 사회적 경계들은 북한청소년의 삶을 태생적으로 일정 부분 결정한다.부모의 성분,정치적 지위와 권력의 보유 정도,경제적 인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대학 진학,사회 진출,입당 등 삶의 경로가 일정하게 결정된다. 최근 북한의 시장화는 기존의 성분에 기초한 위계와 정치적 지위에 따른 경계뿐만 아니라 물질적 부의 소유 수준에 따른 계층 위계를 창 출해 내고 있다.시장을 통해 형성된 부( 富 )는 소득 수준에 따른 계층 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시장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과거의 정치사회적 성분 위계의 굴레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계층 사다리의 윗 칸으로 올라가는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그러나 여전히 성분과 정 치적 지위가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는 데 주요한 배경과 수단이란 점에 서 시장화를 통한 계층 상향 이동은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이런 배경 과 수단을 갖지 못한 많은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면담에 응한 한 탈북청소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성분이 좋은 집안에 서 태어나 힘 있고 부유한 집안 출신 학생들이 가는 외국어중학교를 간 경우이다.그는 학교 생활을 구술하면서 외국어중학교에 대한 일반 중학교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그것은 그만큼 이 사회 에서 특권화된 계급문화와 사회적 경계가 작동하고 있고 이에 대해 상 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의 학생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는 것이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59

171 애들이 뭐 의사부터 시작해서 저기 무슨 외화벌이요 뭐 이렇게 다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자제들이더라고요.그래서 집에 가 보 면은 막 으리으리하고--(중략)뭐 일반학교의 애들은 우리 학 교를 되게 놀려요.아무튼 부르주아집 자식들이라고.일단은 천 대를,천대와 멸시를.뭐 그건 아닌데,이렇게 뭐랄까 되게 약해 보이고 나약해 보이고 뭐 이런 이미지 있잖아요,주로.멍청해 보이고.네,이렇게 주로 맞기도 하고.싸움 하면은--.(중략)뭐 주로 맞기도 하고.자기가 주로 외고다 그러면 주로 이렇게 맞는 대상이죠.되게 나약하다는 그런 식으로.(사례12구술녹취록, 2014Ⅱ/13~14)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외국어중학교는 나약한 부르주아 집안 아이 들이 다니는 곳으로 간주되고 멸시와 천대 를 받는다.계급적 위화감 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방식이 또래 일반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나약 함 (여성다움)과 강인함 (남성다움)의 구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근육질의 남성성을 일반중학교의 특징이자 정상성으로 보고 외국어중학교를 나약한 여성성으로 보는 방식이다.이런 구분과 함께 그 나약함을 물리적 힘으로 제압하는 방식을 통해 계급적 위화감을 그 들만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의례를 행한다고 할 수 있다.이런 계급적 경계를 둘러싼 이들 사이의 긴장은 남성성을 기준으로 나약함이나 여 성스러움으로 상대를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북한 사회의 젠더 경계도 함께 연동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작동하던 이런 사회적 경계가 한국 사회 에서도 유사한 내용과 형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한국에서 배정 받은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길지 않은 시 간 내에 자신이 위치한 계층적 지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된다.어 떤 경우에는 북한에서 살던 집보다 작은 아파트를 보고 실망과 함께 자신이 최하위층에 속한다는 것에서 오는 실망감과 좌절감을 경험하 16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2 기도 한다.북한에서 누렸던 출신성분,정치적 지위,권력,부 등이 상 대적으로 많았을수록 이러한 좌절감이 클 가능성이 높으며,이런 차이 를 많이 느낄수록 한국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 인다. 주목해 볼 부분은 북한에서 부모가 소유했던 자원의 수준이 한국에 서의 초기 정착 환경은 물론 이후 자신의 사회적 위치,삶의 경로에 많 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북한에서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풍요로울 수록 한국에서의 위치에 불만족해하며 좌절하고 실망하여 해외로의 이주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반면 북한에서 가졌던 자원과 경험을 기초로 보다 빠르고 융통성 있게 생활 기반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탈북청소년의 경우 북한에서의 부모 능력과 한국 사회에서의 이들 정 체성 재구성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그 런 측면에서 부모 능력과 가족 자원이 부족한 사람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차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나. 학교 공간 내 타자화의 중층적 분할선들 탈북청소년은 청소년 시기의 특성 상 학교 공간에서 주로 생활하고, 학교 공간을 통해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일부 시각에서는 학교가 사 회와는 다른 자율적 공간으로 보기도 하지만,학교라는 제도와 조직, 그 안의 문화와 사회적 관계는 지극히 사회적인 것으로 결코 사회와 분리된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축소판으로 타자화를 행하는 다양한 분할선들이 중층적으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탈북청소년들은 주로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자신과 환경이 다른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이들은 자신들을 구분 짓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1

173 고 경계 짓는 다양한 분할선들을 경험하면서 실망과 열패감,정체성의 혼돈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정체성의 재구성을 모색하게 된다.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의 학교에 입학 또는 편입하면서 거의 처음이 다시피 남한 출신의 사람을 대면하게 된다.그리고 남한의 학생들 역 시 생소한 북한 출신의 사람과 처음으로 만나고 함께 생활하게 된다. 남한학생들에게 북한에서 온 친구는 놀랍기도 하면서 신기한 존재이 다.직접 가 볼 수 없고,매체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미지의 공간에 서 온 북한 출신 친구는 신기함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이러한 신기함 과 호기심이 탈북청소년이 경험하는 첫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엔 1학년으로 들어갔었는데,제 나이고 열 살이고 하니까.1 년을 다녔는데 (중략)그때 되게 우리 언니의 선생님께서,이제 --언니가 북한에서 왔다는 걸 소개할 때 그렇게 해가지고 소문 이 쫙 퍼진 상태에서,제가 좀 힘들었어요.초등학교 때는 거의 진짜 왕따처럼 지냈던 거 같아요.너무 힘들게 지냈던 거 같아요. 그때 기억 생각해 보면 막,아 애들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저희를.그래서 뭔가 좀 무슨 동물 보듯이 보고,여기 어떻게 왔고 뭐--그냥 다 신기한 것 같고,그래서 막 같이 노는 것도 어려워하더라고.그 친구들 자체가 저희를 다르다고 생각하 는 거예요,너무나.공부도 적응 못하고,어울리는 것도 적응 못 하고,그냥 그렇게 4년간 거의--1학년,4학년,5학년,6학년,4 년을 적응 못했어요.정말 못했어요.(사례13구술녹취록,2014 Ⅰ/8) 남한 출신 청소년에게는 단순히 신기한 존재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 선이었으나,탈북청소년들은 이러한 시선을 동물 보듯이 자신을 보는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사례13은 남한 친구들이 자신을 신기해하고 같 이 노는 것도 어려워하는 등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생각한다고 느꼈고, 결국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말로 표현될 만큼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16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4 겪었다.그러나 북한 출신 학생에 대한 신기함이나 낯섦,호기심은 어 느 경우 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가학성으로 둔갑하기도 한 다.일반적으로 왕따 로 얘기되는 약한 학생에게 가해지기 쉬운 폭력 이 한국 생활에 상대적으로 무지한 탈북청소년에게 가해지는 경우이 다.가령 극단적인 예이기도 하지만 언어적,신체적 폭력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같은 반 친구들은 사례13에게 빨갱이, 왜 여기 왔냐 라는 식의 비 난과 적대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다른 것에 대한 낯설음과 불편함이 아니라 북한 =빨갱이로 보는 등식에 근거한 북한에 대한 적 대감을 구술자에게 고스란히 표출한 것이다.그리고 그 적대감은 왕따 와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으로까지 나아갔다.여기서 북한 =빨갱이는 기존에 왕따 의 근거로 삼았던 약함 을 빨갱이 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 사회 학교 공간의 폭력적 구조가 탈북청소년을 이념 적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덧씌워진 경우이다. 폭력적인 게 심하더라고요.애들이 그런--폭력이 심하더라고 요,어린애들이.그리고 애들이 안 놀아주고 비꼬았죠.그래서 한참 이런 게 있었던 거 같아요.항상 그랬어요.밥 먹을 때 항상 화장실 가서 울었거든요.(중략)북한에서 왔다는 타이틀이 좀 되게 혼란이었어요.제가 전체적으로 혼란이랄까,어려운 거예 요.(중략)근데 얘네가 어려서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거 일수도 있는데,한국자체가 분위기가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얘네가 그 걸 따르는 거잖아요,어쨌든.우리도 그렇지만 북한에서도.아, 너무 싫어하는 거예요.아무 이유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냥--그 게 마음 아팠죠.(중략)남자애들은 때리고 폭력적인 이게 되게 강했거든요.그래서 뭔가 소풍 같은 것도 하면 늘 혼자이잖아요. 그런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그러니까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거 같아요.난 차라리 그래서 북한이 좋다는 생각 많이 했던 거 같 아요.(사례13구술녹취록,2014Ⅰ/8~9)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3

175 사례13은 북한에서 살기 힘들었지만 북한체제에 대한 객관적 인식 을 하기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기 인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남한의 학교에 와서 친구들이 대하는 태도를 보고 북한이란 게 그렇게까지도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살았던 북한 사회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된다.그리고 자신을 왕따 시키고 자신에게 폭력 을 행사하는 친구들이 너무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한국 자체가 갖 는 분위기나 자신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선생님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 각하게 된다.사례13처럼 왕따나 신체적 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수 의 탈북청소년들은 신기함과 적대감의 표현 등을 경험한다. 이와 같이 한국의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 메커니즘에 탈북청소년을 이념적 대상으로 호명할 수 있었던 것은 분단이라는 정치적,물리적 분 단이 끊임없이 다양한 경계들과 결합하면서 여러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철저한 반공교육이나 이념화 교육이 꼭 동원되지 않더 라도 한국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념적 경계를 청소년들에게 내면 화하는 기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청소년들의 태도는 통일이나 하나의 민족 이라는 공적 담론이 일상세계에서는 매우 무력 하거나 최소한 허위적일 수 있음을 뜻한다.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신변의 위협과 타민족이자 타국민이라는 이방인의 위치에서 철저하게 타자화된 경험이 있다.그 리고 중국을 떠나 한국에 도착하면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 같은 민족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있었다.북한을 떠나는 순간부터 경험한 타자화의 순간들이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없을 것이 라 생각한 것이다.한국에서 경험하는 타자화는 중국에서와는 달랐다. 기대가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 으로 폭력을 감내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한국인도 왕따를 16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6 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남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는 이유로 외국인 취급을 받는 데,그렇다고 다른 외국인과는 또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이해하기 힘 든 부분인 것이다.오히려 외국인은 같은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취급을 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같은 민족인데 차별하 는 것은 용납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민족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소 속될 수 있고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한민족이라는 것만으로 우리 안에 포섭될 수 없었다.이미 북한은 동일한 민족이라는 것보다 우리 보다 열등하고 우리 를 위협하는 대상이었고,적대감을 표현해 도 되는 존재였던 것이다.때문에 우리 에게 위협이 되는 북한에서 온 탈북청소년은 그 자체가 위협이자 직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대리하여 적대감을 받아줘야 하는 대 상이었던 것이다.게다가 북한의 무력도발이라도 있을 시에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을 탈북청소년에게 표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언제나 북한 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가슴이 떨리는 것이다. 이제 막 노는데,또 북한애라는 소문이 막 돌기 시작했어요.그 다음부터 또 애들이,소문이 막 뭐라 얘기하더라고요. 쟤 북한 에서 왔대. 뭐 이러기도 하고 시작하더라고요.그러니까 예전과 조금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참 그게 안타까웠어요.그게 이 렇게 다른가 싶어서.그치만 여전히 노는 친구 있었지만,또 이 게 그런 분위기 속에 놀고 싶어도 애들이 또 그런 분위기가 있 으니까,하니까. 쟤 북한에서 왔으니까 놀지마. 이런 게 있어 가지고,또 어느 순간에 2학기부터 왕따가 돼 있는 거예요.그러 니까 막 뭐라고 하지는 못하는 데 막 놀지는 않는 이렇게 된 거 죠.그러다가 야,이게 뭐 불안한 거예요,그때는.북한에서 왔다 는 얘기 말하지 말아야겠다,결심을 했어요.어디 가서 북한에서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5

177 왔단 얘기하나 봐.북한 얘기가 나오면 두근두근 거리는 거예요. 무서워가지고,혹시 얘기 나오면은--아 또 배척하진 않을까 이 런 무서움 때문에 늘 마음 졸이며 살았던 거 같아요.(사례13구 술녹취록,2014Ⅰ/11~12) 북한 출신이라는 소문은 탈북청소년 개인에 대한 정보에 그치지 않 고,같이 놀지 말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집단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 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왔대 라는 소문은 북한에서 왔으니까 놀지 마 라는 왕따에 대한 공모와 합의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이러한 경 험은 북한 출신 자체가 자신을 배제하고 차별하고 자신에게 폭력을 행 사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을 체득하게 함으로써 북한 이야기만 나와도 가슴이 두근거리고,배척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을 졸이며 북한 출신 임을 감추게 한다. 차별적 시선과 배제가 일상화된 탈북청소년은 학교 공간에서 또 다 른 이방인으로 취급되면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또래 집단에 서 위안을 찾기도 한다.사례13은 새로운 학년에 올라가서 날라리 친 구들을 만나 사귀게 되고 그 친구들을 방어막으로 삼게 되었다.학교 에서 날라리 라고 일컬어지는 학생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규범 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아이들이다.이 아이들 역시 학교의 정상 성에 부합하지 못한 존재들로,구술자와 같이 나름의 상처들이 있다. 때문에 구술자는 날라리 친구들과 상처받은 경험으로 공감대를 형성 해서 친구가 될 수 있었다.여전히 불안감은 있었지만,그래도 자신과 동일하지는 않아도 이 친구들 역시 비정상적이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날라리 친구들이 구술자의 방어막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단 순히 자신의 상처에 공감해주는 집단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다른 친 16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8 구들은 날라리 친구들을 두려워했고, 날라리 와 일반 학생들 사이의 위계에서 날라리 편에 섬으로써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던 것 이다.술과 담배,도둑질이라는 청소년이 해서는 안 되는 비행 행위를 정상화하고 있는 날라리 들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 도 하면서 꺼려지는 대상이었다.때문에 구술자는 다른 친구들이 함부 로 대할 수 없는 집단에 속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학교 공간 안에서 작동하는 정상성과 비정상성 사이의 위계,비 정상성이 권력이 되는 틈새가 구술자에겐 위안의 공간이 된 것이다. 다. 공간을 통한 사회적 경계 경험 탈북청소년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시선과 차별을 통해 한국 사회의 경계를 경험하기도 하면서,또래들의 문화를 통해 지역적, 계층적 경계를 경험하기도 한다.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은 학교의 위 치를 결정한다.그리고 지리적 위치는 지역적,계층적 수준과 문화 차 이를 드러낸다.사례15는 한강 이남에 살고 있었지만, 강남권 과는 다 른 지역이었다.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친구들과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강남권의 친구들이었다.유행도 빠르고 고등학교 때 이 미 차를 몰고 다니고,하우스파티를 할 정도의 문화적 차이를 강남권 친구들을 통해 경험하게 되었다. 제가--정말 지역 차별 아니에요.제가 느낀 게 뭐냐면요.지금 도 느끼는 게,강남권 친구들 정말 빨라요,다른 친구보다.(중 략)강남이랑 딴 동네랑요.제가 볼 땐,1~2년 넘게 차이나요. (중략)강남권이 확실하게 빨라요.옷도 이상하게 빠르고.뭐 저 희 친구들 뭐 디올,강남에서 그런 거 입고 다니는데 다른 동네 는 모르고.그 다음에 제일 좀 있는 게,저희가 고2때는 면허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7

179 딸 수 있잖아요.차 면허를 따거든요.따면 1~2명씩 다 차를 끌 고 다니는 거예요.차를 사고.(중략)그 다음에 고3때 저희는 이미 그때는 지네들끼리 모여가지고 하우스파티를 했었어요. (중략)다행인 게,정말 저희--베스트프렌드라고 그러잖아요. 그 친구들 일원동에 다 있어요.이 친구들은 거의 다 고만고만 해요.저희가 대치동 친구들,압구정 친구들 있잖아요.그럼 얘 네는 정말 딱 봐도 나와요.쓰는 것부터 틀려요.같은 강남권이 라도,일원동이나 대치동이랑.(중략)그 저희는 그래서 오히려 저희끼리 똘똘 뭉친 거 같아요.야,우린 괜찮다.쟤네들 뭐 있어 봤자 우리가 얻어먹으면 되는 거야.쟤네 거 다 얻어먹자.이런 식이었어요,저희는.(사례15구술녹취록,2014Ⅱ/44~45) 사례15의 경우는 부자인 친구들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기보다 얻어 먹을 게 있으면 얻어먹는 방식으로 그들을 대했다.그러나 이러한 사 례15의 경험은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사례15는 충분히 가족으 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고,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소위 일진 이라 불리는 힘이 있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나름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탈북청소년은 학교와 사는 지역으로 인해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확인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 끼는 경우가 많다.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임대 아파트는 가시적으로 표시될 뿐만 아니라 거주지역의 사람들은 대부 분 임대아파트를 알고 있다.그리고 임대아파트 거주민에 대한 공공연 한 차별이 있는 상황에서 탈북청소년들은 경제적 수준에 따른 경계를 주거공간에서부터 경험하게 된다.사례15역시도 자신의 베스트 프렌 드 가 고만고만 한 것에 대해 다행 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을 때,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경제적 상황과 주거공간의 지리적 위치가 경계 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장치라는 점을 보여준다.그리고 또래 관계에서 경제적인 것이 경계를 만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친해 16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0 질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 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탈북청소년은 학교를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자신들이 타자화되는 경 험을 한다.남한 출신의 친구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그리고 자신 을 대하는 태도들을 통해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각인하게 된다. 이러한 이들의 경험에는 북한과 남한이라는 두 국가 사이의 위계,남북 한의 이념적 경계가 이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그 리고 이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적,문화적 경계들 이 드러난다 하겠다. 라. 민족 과 국민 의 허구성 자각과 새로운 경계 넘기의 시도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하여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에 발을 딛는 순간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다.대한민국의 주민번호를 부여받고 신분증을 갖게 되면서 법적,제도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것이다.북한이 탈주민에 대한 즉각적인 신분 보장과 국민으로서 자격 부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이들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민족 이기 때문에 이들을 수용할 수 있기도 하다.그러 나 한민족이라는 것으로 그들을 법적,제도적으로는 받아들이나 실제 이들을 우리 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차별은 탈북청소년으로 하여금 민족 과 국민 에 대한 회의를 하게 한다. 탈출전략은 한국화에 실패하거나 힘들어질수록 한국이라는 사회적 공간을 벗어나는 전략으로 채택된다고 볼 수 있다.한국화는 외면적으 로나 내면적으로 한국 사람들과 동일시될 수 있는 정체성의 형성과 직 결되는 데,한국화를 위해 노력하다 부정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69

181 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첫째,부모들의 북한에서의 출신이나 계 급,학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한 탈북청소년들이 한국에서 정당한 사회적 대우나 위치,문화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때 한국화를 거부하거나 탈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 이다.이는 외국 경험을 자본화하는 적극적인 전략부터 북한 출신이라 는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외국에서의 생활 그 자체를 향유하기 위한 것 까지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둘째,나이가 많거나 가족 자본이 안정적 이지 않거나 북한에서의 계급이나 학력 자본이 많지 않아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할 때,해외에서 새롭게 시민권을 획득하려는 전략이다.국외 탈출전략은 해외에서의 경험이라는 자본을 획득하여 한국에 보다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채택된다. 연구자:가장 한국적인 게 사실상 나한테 너무 안 맞는 거고,또 그렇다고 해서 북한적인 것을 다시 가지려고 해서 다시 가질 수 없는 거고.또 그렇다고 해서 보면은 오히려 남 한 것도 아니고,북한 것도 아닌,가장 비한국적인 것들 이 오히려 나한테 좀 잘 맞잖아요.사실 나를 잘 이해하 고.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국가란 게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이 안 들까요?좀.사실 어떻게 보면,제일 편한 거 는 미국에서 살았던 시간처럼,그런 생활들이 나를 사람 들이 모든 걸 그냥 쉽게 날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게 좋 잖아요.근데,거긴 한국도 아니고 북한도 아니잖아요. 나를,국가라는 건 사실상 내가 가장 편안해야 하고,나 를 가장 잘 보호해주고,나를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곳이 어야 되는 게 가장 중요한데,한국은 그렇지 못하고,북 한도 사실상은 다시 돌아가거나 다시 뭐 할 수 있는 그 런 국가도 아니고.근데 오히려 내가 살고 생활하고 편 한 거는 미국과 같은 어 그런데 가서 가장 편하고 마음 이 따뜻했단 말이에요.그렇게 봤을 때 민족이란 걸로 우리가 뭔가를 같이 해야 된다는 말이,사실 미국은 우 리 민족도 아닌데,또 내 국가도 아닌데,그럼에도 불구 17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2 하고 가장 편안하잖아요.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나. 구술자:내가 만약에 여기,제가 만약에 여기 늘 그 상태로 같은 곳에 있었더라면 저는 늘 좀 부정적이고 항상 갇혀 있는 삶을 살았겠지만--거기서도 여러 나라 다른 국가 사람 들 왔었거든요.아시아에서도 왔었고,유럽에서도 왔었 고,되게 신기하더라고요.문화 다 다르고,국가 다 다른 데.되게 신기한 게 뭐냐 면요,우리가 마음이 통하면, 서로가 하나가 됐을 때는 그런 국가가 중요하지 않고. 연구자:그러니까,국가가 의미가 없잖아요,우리한테? 구술자:의미가 그렇게 크지 않더라고요.네,그렇게--크지 않 았던 거 같아요.나는 이 국가니까,나는 이 민족이니까, 저는 이거는 좀 모르겠고요.그 국가를 떠나서--왜냐 면요.저의 아픔을 그들이 같이 아파해 줬거든요.저희 통일을 너무나 원했을 때 현실적으로는 너무나 눈에 안 보이는 거였지만,그들이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하고 원 하는 것을 보면서 저의 마음도 되게 많이 변했고.아 이 게,국가 이런 민족을 떠나서 이 마음을 나눈 사람이 하 나가 됐을 때는 우리가 똑같은 마음이 되는 거구나.그 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어요.국가라는 의미가 그렇게 크지 않구나.그냥,뭐 다 나뉜 건 맞죠.일부가 될 수 있는데,그건 그렇게 크지 않구나.그 많은 국가--결국 에는 이렇게 됐거든요.제가 이제 저 한 아이가 북한에 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고,북한에 대 한 인식도 바뀌었다 그랬어요.그런데 그 하나로 이 친 구들은 마인드가 완전 변했고,북한에 선교를 가고 싶다 고 해서 심지어는 간 친구도 있었고,한국으로 온 친구 도 있었거든요.그걸 보면서 이게 아무것도 모르는 데, 정보를 모르는데,마음이 통했다는 느껴졌다는 열정하나 로 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꿨구나.그렇게 돼서 한국에 와서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네들이 오히려 너무 간 절하게 원하는 거예요.솔직히 국가는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닌 거 같아요.물론 형식적으로는 이렇게 뭐 나뉘어져 있고,그렇지만,깊이 의미를 나누자면,국가란 의미는 크지 않은 거 같긴 해요.제가 봤을 때는.모르겠어요.좀 동떨어진 질문일수도 있는데--(사례13구술녹취록, 2014Ⅰ/39~4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1

183 3. 사회적 경계 넘기와 주체의 전략 가. 침묵과 감춤을 통한 내부화 전략 탈북청소년들이 북한을 떠나게 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던 북한의 현실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는 데 주 요한 이유였다.탈북청소년들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생활하기가 어려 웠던 상황으로 인해 결국 북한을 떠나는 결정을 하고 한국에까지 와서 생활하게 되었다.그런데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배고픔과 가난함 은 단순히 탈북 동기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탈북청소년이 현재의 자신 을 바라보는 시선을 규정하게 하고,존재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으 로 이어진다. 그게 문제가 돼갖고 제 신분을 노출 안 시키는 거죠.너무 부러 우니까,그 사람들.근데 어,저는 북한에서 온 게 자랑스럽지 않 습니다.자랑스럽지 않고,그리고 굉장히 불행하다고 느껴요.차 라리 북한에서 하루 세끼 먹을 수 있었고 부모님들 속에 있었다 면 넘어오지 않았겠죠.(중략)여기 와서 이렇게 굳이 내가 북한 에서 온 게 부끄럽게 생각하며 사는 자체가 저는 아직,저는 스 스로한테 불쌍함을 느끼거든요.그래서 자유롭지 못해요.그래 서 어디가면 북한말 쓰면 자연스러워요--.교수님도 가끔 물어 봐요,말투가 어눌하다.조선족도 같지 않고 어디 특별한 지방말 투도 아니고 그러기 때문에 저는 해외 생활 많이 해갖고 한국 말 잘 못한다.그리고 아무리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한국말 꼭 잘해야 되냐. 라고 저는 변명하거든요.그거 자체는 저 자신이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거죠.(사례33 구술녹취록,2014Ⅰ/20) 구술자의 경우,북한에서 하루 세끼 먹을 수 있고, 부모님들 속에 있었다면 탈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이는 단지 탈북을 하지 않 17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4 았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기보다 현재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연 민의 표현이다.먹을 것이 없었고,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했던 과거 자 신에 대한 연민은 남한 출신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을 만들어낸다.부 모님들 속에서 하루 세끼를 먹으며 지내는 남한청소년들은 부러움의 대상이고,그렇지 못한 자신은 불쌍하고 안쓰러운 존재인 것이다.이러 한 자신에 대한 연민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이 어지는 데는 두 가지의 의식 흐름이 있는 듯하다.한 가지는 하루 세끼 를 먹을 수 없고 부모님의 안전한 보호 아래 살 수 없게 만든 상황을 만들어낸 북한 이라는 국가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것이다.또 다른 하 나는 부끄러운 자아와 북한 을 등치 시키고 자신의 아픈 과거인 북한 을 숨기는 방식으로 지우려는 것이다.이 경우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 한 안쓰러움이 부끄러움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남한의 시선,즉 가 난하고 불쌍한 북한 이라는 남한의 시선을 생활 속에서 체감하고 인지 하게 되면서 자신에 대한 연민이 더욱 강화되고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 을 숨기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의 출신을 적극적으로 숨기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출신을 계속 확인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때문에 처 음 만나고 새롭게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우선 자신의 출신을 알리지 않는다.사례13은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에서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알렸을 때 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여긴 적이 있다.그 래서 두 번째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자신의 고향을 밝히지 말아야겠다 고 생각했지만 같이 일하는 사장과 친해지면서 북한에서 태어난 것이 죄도 아니고 자꾸 자신을 숨기는 것이 불편하다고 여겨져 고향을 밝혔 다.그런데 자신의 고향을 밝히는 순간 사장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 꼈고 다음번 아르바이트에서는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아예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3

185 숨기게 되었다. 아,나 다시 알바하면 북한 사람이라고 얘기하지 말아야 되겠다. 그리고 나중에 알바를 했었는데,그 학교를 다니면서 알바를 했 는데,그때는 또 북한 사람 얘길 안 하고 그냥 지방에서 올라왔 다고 얘길 했었어요.그런데 한 달 정도 알바하다가--어쩌다 보니까 되게 나도 사장이랑 되게 친해졌고 그렇게 되니까 그냥 얘기해도 괜찮겠다 생각해서--굳이 또 숨길 것도,내가 북한에 서 태어난 게 죄도 아닌데,좀 불편하기도 하고.그래서 얘기해 야겠다.얘길 했는데,진짜 사장님 깜짝 놀라고.막 놀라면서 그 다음 날부터 행동이 달라지데요,그때.또.뭔가 좀 숨기려고 한 다고 할까.뭔가 되게,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게 선입견이지 않을까 하는데 그게 아니거든요.사람 행동이 달라지고 대하는 그,그게 있잖아요--.너무 싫더라고요.그래서 두 번 다시 내가 알바 할 때,북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나봐라.그래서 그 후에 또 다른 데서 알바 했었는데,아예 북한 사람 얘기를 아예 안 했어 요.그분들은 제가 북한 애인 걸 모르죠.그래서 어디 가서 솔직 히 북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거 되게 싫어하고.내가 이젠 여기 서 사는데,굳이 내가 북한 사람이라고 밝혀야 될 이유도 없고. 내가 여기서 여기 신분증을 가지고 남한 사람으로 사는데,굳이 막 그쪽에 내가 뭐 두고 왔던 친구 뭐 누구누구 뭐 생각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그거 생각해봐도 뭐 솔직히 가슴만 아프 고.뭐 안 좋은 기억만 떠오르고 그러니까.그냥 다 지우고 여기 서 그냥 새롭게 살자.(사례19구술녹취록,2014Ⅰ/14~15) 반복되는 고향에 따른 구별과 다른 대우는 이미 한국에서 살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한국인임이 입증되는데 왜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 을 계속 인지하고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야기한다. 그런데 그러한 의문은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이어지기보다 자신 의 출신을 부정하는 전략으로 나타나게 되고,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 의 근거를 신분증이나 현재 삶에서 찾으려 한다.그러나 이러한 부정 17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6 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기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한국적인 것이고 아닌 것인지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게 하였다. 탈북청소년의 직접적인 차별과 다른 대우의 경험은 출신 지역을 숨 기는 것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생활을 결과하기도 한다. 사례13의 경우,자신은 나름대로 남한 사회에 적응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가족인 언니는 적응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타인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언니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대화를 하거나 친해 지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지식해--완전 다르죠.큰 언니 같은 경우.저 어릴 때 와서도 힘든데,언니는 나이 들어서오니까 상식이 안 바뀌는 거죠.대인 관계하기가 아예 힘들어서 마음을 안 여는 거죠.다 자기 얘기하 는 거 같고,그 다음에 차별하는 거 같고,자기 무시하는 거 같 고,그런 마음이 드니까 아예 사람이랑 시도를 안 하는 거예요. (중략)대화를 시도를 안 하고 친해지려는 시도를 안 해요.지금 10년이 넘었는데도--(중략)처음부터 이렇게 잘못 잡았기 때 문에,초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저희는 다 못 올라왔거든요,위에 로.적응을 너무 못해가지고.그러니까 이제 중간에 길을 잃은 거예요,완전.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그러니까 이제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까.아무리 겉으로 말하고 이런다고 해 서 그게 뭔 소용이에요.한국 사람 하고 비슷하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이미 길을 잃었는데--.(사례13구술녹취록,2014 Ⅰ/18) 앞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사례13의 언니는 다른 사람들이 다 자기 얘기하는 거 같고, 차별하는 거 같고, 자기 무시하는 것 같아 서 타인과 관계 맺기를 꺼려한다.나이가 들어서 온 언니는 직접 사회 를 대면하면서 탈북자 인 자신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을 경험하면서 실 제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와 관계없이 이미 자신의 과거 경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5

187 험에 정박되어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그러한 언니의 모습 속에 서 사례13은 길을 잃었다 며 한국 사회에서 대면한 사회적 경계들로 인한 무기력함을 호소하였다.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로 인한 자기 연민과 무기력함이 자신의 출신을 숨기게도 하지만,북한에서 생활했던 시간들보다 남한에서 생 활한 시간이 더 많은 탈북청소년에게 있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은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기도 했다.사례15의 경우 북한이라는 그런 게 많 이 싫었었나 봐요. 라며 과거형으로 대답을 할 정도로 현재 시점에서 북한 출신이라는 것은 그다지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구술자는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을 오래된 과거형으로 이야기한다. 솔직히 아무리 비밀이라 해도 말이 새어 나가잖아요.(중략)그 때는 선의의 거짓말 하는 거예요.어머니 북한에서 오셔가지고, 오셨고.젊었을 때 왔다고 거짓말을 치죠.(중략)말을 하다보니 까 기억나네요.그게 나쁜 건데,그게 좀 싫었나 봐요,제가.북 한이라는 그런 게 많이 싫었었나 봐요.지금 생각하면.(사례15 구술녹취록,2014Ⅱ/25~26) 그러나 사례15역시 말투나 주변 사람들의 소문을 통해 북한에서 태 어났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서 또래 친구들로부터 너도 막 총으로 이런 거 해봤냐?라든가 나무를 잘 타는 구술자에게 야 너 북한서커 스단이었어? 라고 장난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구술자는 장난이라 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정말 나빴다고 한다.그래서 화를 내면 과민반응 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구술자의 경우는 자신이 기분 나쁜 상황에 대해서는 이를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편이었다.그래 도 여전히 자신이 북한 출신이어서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 17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8 다고 여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향을 숨기려고 하였다.그래 서 어머니의 고향이 북한이라는 식으로 선의의 거짓말 을 하였다.구 술자에게 있어 북한은 사실 태어난 곳이지만 어려서 한국에 왔기 때문 에 북한에서 경험도 적고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커왔기 때문에 북한 출신이라 는 사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그리고 자신이 잘 알지 못 하는 북한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싫은 상황은 구술자로 하여금 선의의 거짓말 을 하고 자신을 다르게 대하는 친구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드러 내며 대응한다. 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 으려 하고 은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말씨에서 묻어나는 다름 때문에 끊임없이 받게 되는 고향과 출신에 대한 질문에 거짓말을 하는 과정에 서 이들은 보다 선명한 경계를 자신의 내부에 긋게 된다.자신의 출신 을 은폐하고 부정할수록 경계에 대한 인식을 내부가 강하게 갖게 된다. 또한 가급적 탈북자들의 모임을 피하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보 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경우이다.그러나 탈북청소년들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하지만 필요에 따라 자신의 출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례18은 한국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그 런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라기보다 사례18스스로가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였다.이유는 북한에서부터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교육받았기 때 문이라고 한다.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하 고,술 한 잔 하고 친구했다고 해서 다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는 구술자에게 세뇌교육 하였다.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7

189 않고 타인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지 않으려 했다.그런데 취업을 알아보면서 여러 노력을 했지만 취업이 잘 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담당형사가 전화를 해서 어떤 모임에 나가볼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모임에 갔더니 국회의원,영화감독,경찰서장 등이 함께 하는 자리였 고,자매결연을 맺고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명함도 받 을 수 있었다.당시만 해도 실제로 연락을 하면 자신에게 도움을 줄 줄 알고 연락했던 구술자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생색만 내는 모습 을 보고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추려 했지만,자매결연이라는 제도와 정치적 신분이 있는 사람들의 권위에 대한 믿음으로 신분을 드러내고 의지하려 했으나 결국 돌아온 것은 없었고 다시 자신을 숨기는 전략을 채택하게 되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북한 출신임을 드러내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 때이다.사례18과 같이 취업의 문제가 있을 때이거나 사례16의 북한 출신 친구들처럼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 그러 하였다.사례16은 말투가 다른 자신에게 친구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 을 때 전라도 광주에서 왔다며 자신의 고향을 숨기려 하였다.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학업적으로 뒤떨어지고 현실에 필요한 학점을 잘 받지 못하게 될 때 답답함을 느낀다.그래도 구술자는 북한 출신인 것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렸고,그것이 자신의 콤플렉스 라고 하였다.그런데 자신의 친구들은 오히려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고 학점을 잘 받으려고 한다고 하였다. 애들은 막 학점이랑 잘 받고 이러려고 얘기를 많이 해요.자기가 북에서 왔다고.아무 것도 모르니까니 잘 도와 달라 이런 식으로 어필을 많이 해요.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왠지 그 말을 하기 싫은 거예요.콤플렉스라고 그럴까.그런 거 때문에 말을 잘 안 17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0 해요.진짜 내가 이 과목을 학점을 잘 받아야겠는데 진짜 못하잖 아요,내 능력에.그럼 교수님한테 찾아가서 사실 이래 가지고 왔는데,진짜 잘 모르겠다고 하면 교수님이 진짜냐고 막 이러고. (중략)그냥 학점에서 많이 차이 나는 거죠--.무슨 거에 대해서 쓰시오.딱 이러면 애들이 논술이랑 엄청 잘해가지고 막 글이 되 는 거예요.막 글 쓰는데,그 말이 뭔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거예요.그 다음에는 또 굳어지고.(중략)한두 번 물어보지도 않 고 하니까,물어도 안 보고 가만히 있고요--.그럼 교수님들이, 좀 아는 교수님들이 와가지고 슥 얘기도 해주고 이러신데,모르는 교수님들은 그대로 학점이 나가는 거예요.막,B막 이렇게 나가 고.막 이러니까,힘들죠.(사례16구술녹취록,2014Ⅰ/36~39) 학점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그동안 숨겼던 북한 출신이라는 사 실을 부분적으로,선택적으로 드러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잘 따라갈 수 없는 학업 분위기와 공부 방식은 북한 출신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내해야 하지만,학점은 자신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내할 수만은 없다.그러다 보니 학점을 주는 교수에게 가서 북한 출 신인 것을 밝혀서 학점을 잘 받으려 하는 전략들이 나타나게 된다.대 학과 학점으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경계가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통 해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경계에 우선하는 순간들이다.사회 생활을 하면서 탈북자로서 사회적 계층 이동의 장벽을 감지하게 되면 오히려 역으로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통해 자본화하거나 전략화하는 경로를 택한다.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려 하지만,오히려 필요한 상황 에서는 북한 출신이라는 점을 선택적으로 드러내어 자신이 원하는 것 을 얻는 방식으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나. 적극적 한국화 전략과 경계로의 틈입 탈북청소년들은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은폐하면서 한편으로 한국화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79

191 를 위한 문화적 모방 전략을 구사한다.북한 출신이라는 딱지를 은폐 하는 속에서 기묘한 이중적인 정체성,또는 자기 연출의 과정을 터득해 간다.그러나 한국화 는 완결되기 힘든 과정이다.한국화는 소극적으 로는 탈북 출신이라는 것이 표면적으로 생활 속에서 타인들에게 노출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외면적으로 보았을 때,말씨나 외모에서 거 의 탈북 출신이라는 것이 감지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한국화에 일차 적으로 성공한 경우이다.이들은 대체로 한국에 어린 나이에 와서 한 국적 생활양식에 충분히 자신의 정체성을 동화시킬 수 있거나 또는 한 국 출신처럼 연출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이들이다.그러나 완벽 한 정체성의 동일시나 완벽한 연출은 불가능하다.이들을 끊임없이 북 한 출신으로 호명해 내는 사회적 호출이 이들의 완전한 동일시를 방해 하기 때문이다.거의 완벽하게 북한 출신임을 은폐하며 완벽하리만치 적응한 친구의 경우 군대를 가는 시기에 자신만 남겨질 때,대학에 특 별전형으로 입학한 것이 알려질 때,부모님들 사이의 만남에서 탈북자 임이 밝혀질 때,선생님이나 교수가 북한 출신임을 학급에 알릴 때 한 국화를 방해한다.이들에게 한국 사회는 탈북 출신이라는 것을 노출시 킬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대체로 지 속적으로 자신의 출신을 속이는 거짓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연기하고 구성하기도 한다. 위축감을 받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북한에서 온 친구들 보면 대 부분이 좀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약간 소극적인 경향이 정말 많더라고요.말투 틀려서 그런지--.저는 진짜 할 수 있으면 거 짓말을 해서라도 친구를 만들어라.저는 정말 거짓말 해가지고 친구를 만들고,나중에 대고 제가 오픈 했을 경우도 이 친구들은 그냥 친구인 거예요.똑같은 거 같아요,그게.만약 처음에 내가 북한에서 왔어. 얘기했을 때,이 친구가 처음엔 거부감이 있죠. 18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2 북한?어 그래? 신기하기도 하고 막 이런데.내가 이미 친구 사이 된 거예요.친구사이--.얘기하다가 나 사실 북한에서 왔 어., 아,그래? 친구는 친구--전에 제가 한 거 있기 때문에. 중간에 발표한다고 갑자기 이 친구가, 아 난 북한은 싫어. 이 러는 사람 없거든요,솔직히.거의 대부분 아 그런 거였냐? 이 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우인데.북한 친구들이 좀 거짓말 을 해서라도,아니면 강원도라고 해도 되고.약간 좀 적극적으로 좀 자기가 활동을 해줬으면 좋겠어요.너무 소극적인 거 같아요. (사례15구술녹취록,2014Ⅱ/25~30) 사례15에게 있어 출신지역을 감추는 거짓말 은 적극적인 한국 사회 적응의 방법으로 여겨진다.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인정하고,오히려 그 러한 편견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거짓말 을 제안한다.일단 출 신을 숨기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친구를 만들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친구를 만들고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북 한 출신인 것이 드러나면 친구들 역시 거부감은 있지만 이미 친구가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하였다.처음부터 북한 출신 인 것을 밝히는 것으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을 피하고,친구들을 사 귄 후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되는 것 이다. 연구에 참여한 많은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이 북한 출신인 것을 드러 내지 않는다고 했다.굳이 고향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 유이지만 자신의 출신지로 인한 차별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 다.그러나 항상 자신의 고향이 밝혀졌을 때에 대한 공포가 잠재하고 있었다.단지 고향을 밝히지 않았을 뿐 굳이 속이려 한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게 된다.우선 편견 없이 자신들을 대해줄 사 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이들에게는 필요했기 때문에 거짓말 을 하게 되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로 또 다른 불안감에 쌓이게 된다.그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1

193 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거짓말 은 한국 생활에서 중요하다.자신을 출신 지역과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드러내지 않고 관계를 맺고,관계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밝혀지더라도 그동안의 관계의 역사와 깊이로 출신지역의 문제를 극 복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탈북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러 관계들을 통해 타자화된 경험으로 인해 불신의 벽이 있지만,아직 관계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는 듯하다. 탈북청소년들은 짧은 어린 시절을 북한에서 보낸 경우들이 많다.시 간이 지나다 보면 한국에서 생활이 더 오래된 경우들도 있다.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북한 생활을 잊고 한국적인 것 이 더 익숙하다.이 때 한국적인 것 은 한국에서 발견한 새로운 문화와 생활방식으로,탈북청 소년들은 적응하기 위해 한국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습득하거나 모 방함으로써 한국화되기도 하고,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한국화 되기 도 한다. 아마 어느 날 제가 축구화를 신고 친구하고 싸우는데 얼굴을 밟 은 적 있어요.그것 때문에 아마 저 새끼 미친놈이라고--네. (중략)그러니까 저는 초등학교 때는 한 명 딱 싸워 봤어요.걔 한 명.한 명 싸우고 제가 그렇게 된 거예요.그냥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애들이 저 건드리지도 않고.미친놈처럼--.북한에 서 그런 거 있으니까,돌을 드는 거예요,그냥.아 이러니까 어린 애들,한국애들은 쫄아요.(중략)놀라가지고 저 새끼는 건드리 지 마라.이렇게--그냥 하지마라,그냥.한 명 싸워본 적 있는 데,그 당시에 제가 또 축구화로 여기를 얼굴 막 밟고 이러는 거 를.제가 작아도 이게 되게 순간 힘이 세거든요.이래가지고 어 린애 한 번 눕혀서 축구화 신고 얼굴을 밟았어요.그래서 그게 아마 소문이 쫙 난 거예요.그러면서 제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아요.(사례15구술녹취록,2014Ⅱ/31~32) 18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4 청소년기 남학생들은 힘의 우열로 위계를 정한다.그리고 그 힘은 다른 어떤 위계 보다 우선할 때가 있다.사례15는 또래 친구들과 싸움 에서 이겼고,그 힘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원이 되었다.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자원 이기도 했다.그 어떤 사회경제적 조건들 보다 힘이 우선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례15는 힘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고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자연스럽게 또래들 사이에서 어울릴 수 있었고,자신이 북한 출신이라 는 것에 대한 친구들의 반응에 힘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이는 한국 사 회의 남학생들 또래에서 지배적인 문화를 간파하고 이를 이용함으로 써 또래 문화에 적응하며 한국화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남학생들이 남성적 또래 문화를 활용하여 한국화되는 한편,여학생 들의 경우 남한 출신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화하는 전략을 구사하 기도 한다.남한 출신 사람들의 탈북자에 대한 위계적인 태도나 소통 의 어려움으로 남한 출신의 이성과 교제를 하는 것이 불편한 점도 있 지만,남한 출신의 남성이 갖고 있는 자원을 전유함으로써 한국화되려 는 전략도 있다. 저는 조금 한국 사람이랑 결혼--아니 결혼하고 싶은,결혼해야 돼,이런 게 좀 있었어요.지금도 그래요.결혼은--모르겠다,그 냥 한국에서 태어난 친구랑 하고 싶다.이런 생각 있거든요--. 보통 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 친구를 만나보니까 비교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뭐 애를 키우거나 이렇게 하며 살아간다.혼자,뭐 둘만 살아가 면 상관이 없는데,뭐 애를 키우고 살아감에 있어서 약간 한국에 서 태어난 친구가 더 유리할 거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저는 약간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을 했는데,북한 사람이라고 해 서 북한 사람들끼리 꼭 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남한 친구라고 그 래서 그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이 친구를 만나면서 느끼고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3

195 있어요.네,아무튼--편안함이 좋은 거 같아요.(사례14구술녹 취록,2014Ⅰ/45~47) 탈북 여학생들은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되고 결혼과 출산도 해야 하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남한에서 태어난 친구와 결혼을 하는 것 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이성관계에서 소통이 중요 하긴 하지만 북한 사람이라고 해서 소통이 더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이미 자원을 보유한 남한 출신의 사람과 교제하고 결혼하는 것 이 편안함 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에 사례14는 남한 출신 남성과 교제,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이다.사례15의 경우도 가족이나 주변 어른들이 한국 사람 과 결혼하라고 권유하였다.북한 출신 사람들의 처지는 비 슷비슷해서 어려움이 있어도 도와줄 수 있는데 한계가 있지만,남한 출 신 사람들은 도와줄 가족들도 있고 여러 자원들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 다.이주자의 입장에서 이주국의 원주민은 그 자체로 자원이 되고,그 들이 보유한 자원 역시 결혼을 통해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탈북 여학생들은 남한 출신 사람과의 교제와 결혼으로 한국화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탈북청소년들은 이미 한국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모방,습득함으로 써 한국화되는 한편,자신의 경험 속에서 한국적인 것과 비한국적인 것,북한적인 것을 구성해내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양식을 결정하기 도 한다. 제가 동아리 두 개 해봤잖아요.한국친구들하고 하는 동아리하 고 두 개 해보면 비교되는 부분 있어요.이제 말한 것처럼.독단 주의--이게 숨길 수 없는 유전자 같은 그런,그런 게 있어요. 살아 있어요.이 사람들도 이렇게 얘길 하는 거예요.북한 사람 들 사회에서 살아봐서 알잖아요.그러니까 북한 사람들한테 이 18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6 렇게 하면 안 돼. 이런--게 있어요.그래가지고 조금--너무 이렇게 자유롭게 하라고 하게 되면 갖가지 다양한 행동들이 많 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어떤 회장의 말을 빌리면 뭔가 자유를 주면 그 자유를 남용한다고.그러기 때문에 약간 이렇게 자기가 이렇게 해도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이건 독단주 의잖아요.완전--따라주세요,이런 것들도 있고.그런데 잘 따 라줘요.또.아니,아니 하면서 잘 따라--참 재밌는 거 같아요. (사례14구술녹취록,2014Ⅰ/40) 사례14는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남한 출신의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이들 속에서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북한 사람다운 것 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남한의 친구들이 북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통해 북한적인 것을 알게 되고,북한적이지 않은 것이 한국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하면서 한국화되는 것이다.사례 24의 경우도,자신은 오징어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하나원에서 북한 사람들은 오징어를 좋아한다며 오징어를 일상적으로 나누어주는 것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줄 알고 오징어를 먹었다고 한다. 북한적 인 것, 탈북자스러움 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으나 남한 사람들이 대하는 모습에서 북한적인 것을 습득하게 된 것이다.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 정형화된 탈북자의 모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탈북자화 되고,탈북자됨을 통해 한국화되는 것이라 하겠다. 탈북청소년들은 거짓말을 하거나,또래 문화나 남한 출신 이성의 자 본을 전유하기도 하고 한국적인 탈북자스러움을 수행하기도 하면서 한국화되려고 하는데,이 과정은 항상 진행형이다. 제가 생각하는 적응이란 건 약간 뭔가,한국 사람처럼 되는 거라 고 생각하는데,그건 약간 사회적인 시스템이 다른 데서 자랐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그렇기 때문에 약간 적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5

197 응했다라는 말보다는 적응 중이다.네,이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적응했다는 말 자체가 되게 모순이 되는 거 같은--왜냐 하면--되게 오래 계신 분들 있잖아요.20년 동안 살고 되게 좋 은 대학교 나오고 교수님으로 일하시고 이런 분들도 한국 사회 에 대해서 모르는 분이 너무 많다고 하시거든요.네,한국 사람 너무 다르고.네,그래서--네,적응했다고 딱 보는 사람도 없고. 네,저 자신도 약간 적응 중이다라고--.(사례14구술녹취록, 2014Ⅰ/2) 탈북청소년들은 한국 사람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북한에서 자 랐기 때문에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적응했 다는 말이 모순 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그래서 적응했다는 것보다 적 응 중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른다는 사례14의 이야기처럼 탈북 청소년들은 늘 적응 중에 있다.그러나 탈북청소년들은 한국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늘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한국 사람 역시 한국 사 회에 대해 잘 모르고 너무 다른 한국 사람들도 많은 것을 발견할 때면 과연 적응이 무엇인지,적응이 적절한 개념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도 한다.그리고 적응 이라는 말로 인해 항상 자신이 적응했는지 아닌 지를 검열해야 하고 끊임없이 한국적인 것과 비한국적인 것에 대한 판 단을 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도 따른다.결국 이들에게 한국화 되는 것은 원래 존재하는 한국스러움을 습득하는 것이라기보다 한국 스러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다. 전략적 드러냄과 자본화 게임 북한이탈주민들의 주체 전략은 기존 연구에서 쉽게 읽혀지지 않던 부분이다.주체 전략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 의 경험세계 차원에서 그들의 경계 넘기를 이해하려는 관점이 부족한 18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8 측면에서 기인한다.그러나 이들의 경계 넘기는 적응의 실패나 국가의 희생자로 해석될 수 없는 주체적인 전략 차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경계 넘기는 사회적 경계,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개 별 주체의 인정을 위한 여정이자 전략으로 볼 수 있다.그런 측면에서 주체 전략을 행위성(Agency)이라는 차원에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탈북청소년들의 정체성 역시 끊임없이 협상되고 만들어져 가는 과 정이라고 할 때,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행위성은 변화와 협상을 주도하면서 혼성적이면서도 의지적인 주체를 만들어가는 기제 일 수 있다.이러한 주체전략 하에 탈북청소년은 북한 출신임을 자원 화하기도 한다. 북한이란 어떤 지역적인 그런 거,고향에 대한 그런 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내가 태어나 자랐고.그런데 이런 생각을 더 이 렇게 하게 된 이유가 뭔가 한국에서 되게 나름 저도 적응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거든요.그래서 정말 네 시간 자고 공부도 하고 막 이랬었는데--,뚝 들으면 아 나는 한국 사람이 될 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중략)내가 아무리 완벽하게 포장해도 한국 사람은 될 수 없어.그런 게 너무 힘들었어요,개인적으로. 그래서 그래 내린 결론은 결국은 내가 가장 익숙하고 내가 태어 나고,사람들 저기 북한 사람들 이런 말하잖아요.그런데 그 사 람들이 말하는 게,나다 하는 생각을.나는 북한 사람이다.이거 를 그냥 이렇게 정리를 한 거죠.그 이후로는 스스로에게 약간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도 있고,주입시킨다,이런 느낌.어디 가 나 꼭 북한 사람입니다.북한이 고향입니다. 이 말을 하게 되 는,됐던 거 같아요.네.(사례14구술녹취록,2014Ⅰ/21) 계속적인 적응의 과정은 탈북청소년으로 하여금 결코 한국 사람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아무리 완벽하게 포장 해 도 한국 사람은 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사람 되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7

199 고향이 북한이라는 점을 밝히고 북한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의지적 규정은 북 한 출신을 자원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식량위기로 인한 다수의 탈북자의 등장 은 이들을 북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정보원으로 간주하게 했고,이들은 철저히 한국적 필요에 의해 북한의 현실을 전달하는 정보 제공자의 위 치에 놓이게 되었다.한국 사회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기도 했지만,북한체제의 비인권적인 실태를 경험하고 알려줄 사람 도 필요했다.먹고 살 수 없는 생존의 위협으로 북한을 떠나온 사람들 은 이러한 한국적 필요에 적합한 이들이었고,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이들의 입을 빌어 북한의 현실이 알려지게 되었다.이 과정에서 탈북 청소년들은 자신의 어떤 경험이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것인지를 체득 하게 됐고,북한 출신으로서 경험의 권위를 가지며 적극적인 정보제공 자의 역할을 하면서 북한 출신을 자본화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경우도 많아요.사실은.많진 않은데--주로 무슨 이렇게 무슨,되게 자기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도 있고.뭐 아무 튼 그런 경우 많이 들었어요.그런데,그런데 어쩌겠어요.돈이 그렇게 흐르는 것을.그렇게 이렇게 자기 스토리를 만들지 않으 면 뭐 누가 뻔하고 뻔한 이렇게 재미없는 얘기를 들으려고 굳이 이렇게 초청을 하겠어요.뭐 그런 거겠죠--.(사례12구술녹취 록,2014Ⅱ/35) 사례19의 경우,자신이 북한 출신인 것을 드러내지 않고 탈북자들과 교류하지 않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한국화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탈 북자와 관련한 인터뷰는 참여한다고 하였다.탈북자를 위해 좋은 연구 를 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인터뷰 사례비도 중요한 이 18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00 유가 된다고 하였다.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 는 점이 물질적 자본과 이어진다는 것을 체득한 탈북청소년들은 자신 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전략적으로 자본화하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여러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지원도 이들이 북한 출신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입학전형이나 취업,장학금 등과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든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드러내게 된다.이러한 과정은 북한청소년들에게는 하나의 자원이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탈북자로 위치시켜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 게 한다.한국 사람이면서도 탈북자이자 북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동 시에 가져가면서 자원의 흐름 속에서 특정한 정체성을 불러내고 이를 자본화한다. 직접적인 물질적이고 제도적인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출신을 전 략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탈북자로서 경험한 한국 사회의 삶의 어 려움과 고향으로서 북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북한과 남한을 모두 경 험한 위치 등이 북한 출신으로서 북한 및 통일 관련 활동에 적극 나서 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단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통일에 관련돼갖고,이렇게 통일에 뭐 이런--통일교육 이런 거 하면,하려고 하면 가장 빨리 애들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어릴 때라고 생각하거든요.그 같 은 젊은 세대다 보니까 내가 겪은 경험과 뭐 북한에 있을 때,그 또래의 청소년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런 거 관련돼 서 알려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그런 친구들의 북한 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모집했어요.지원했 고,하고 있어요.(중략)뭐 공강 시간에 하루,거기서 차도 대주 고 뭐 거기 스텝도 따라다니시고 해서 그냥 지방 나갈 때 그냥 하루 그렇게 뭐 나들이 간다는 즐거운 마음도 있고.갔다 와서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89

201 뭔가 뿌듯한.가면 소감문 같은 거 쓰거든요,애들.받으면 뭐 힘 든 거,북한애들은 힘든 거 알게 됐고,뭐 어떻게 어떻게 해서 통일 돼야 겠다,이런 거 보면 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네,그런 뿌 듯함 그런 것도 있고.(사례22구술녹취록,2014Ⅱ/18~19) 사례22는 북한 관련 기관에서 글쓰기 아카데미에 참여하다 초,중, 고등학교에서 통일교육을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사례22의 경우 일상 적으로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살지는 않지만,통일 과 북한에 관련해서 자신이 할 일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통일교육을 시작하였다.북한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 이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바쁜 대학생활 속에서도 시 간을 내어 교육을 하러 다니고,교육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사례21의 경우도 사례22와 유사한데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고,멀리는 북한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싶어 관련 공부를 할 계획이 있다고 하였다.사례21은 지원을 받아 미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는데,미국의 기관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접했다고 한 다.구술자는 이미 남한에서 잘 살고 있고,자신이 북한에서 살았기 때 문에 북한에 대해서 잘 안다는 생각에 북한에 관심이 없었다.그리고 북한이 도발과 같은 군사적,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북한이 싫었던 감정 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다.그런데 미국에서 외국 인들이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살지 않은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그리고 왜곡된 북한 정보를 유통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었다고 했다.그러면서도 기관 생활을 하면서 구술자는 자신이 알게 된 북한의 인권 실태에 충격을 받았고,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한다.미국에서 생활이 길어지 고 여러 탈북자들의 수기를 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가게 되었 고,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원래 아프리카 등과 같은 지역에 도움을 주 19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02 는 일을 하고 싶었던 꿈을 북한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바꾸게 되었다. 탈북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 향을 드러내고 밝히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미래 통일한국을 꿈 꾸며 북한 출신으로서 자신을 위치짓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찾기도 한다.이러한 전략적 드러냄이 현실적 필요에서 출발하기도 하고,더 이상의 적응이 불가능하다는 포기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결국 여 러 경계 경험의 여정을 거쳐 자신을 인정한다는 것,자신이 북한 출신 이라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삶에서 어떻게 발현시키고 꿈 을 꾸고 실현해갈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 의지와 노력을 모색하는 과정 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라. 인간적 드러냄과 관계자본의 형성 청소년기는 다른 여느 집단들과의 관계보다 또래와 가족이 중요하 다.탈북청소년 역시 또래 관계와 가족을 통해 지지를 얻기도 하고 상 처를 받기도 하면서 관계 속에서 성장해 간다.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여러 사회적 경계들로 인한 상처 역시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치유하면서 자신을 긍정하는 힘을 얻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여러 경계들은 탈북청소년이 도달할 수 없 는 적응 의 고지를 깨닫게 한다.그 과정에서 탈북청소년들은 적응 을 포기하지만,그 과정에서 자신을 찾게 된다.적응과 상처,포기와 다시 도전이라는 과정의 반복은 탈북청소년을 지치게도 하지만,스스로 자 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여러 노력들을 시도해본 결과 자 신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고,그것이 오히려 자원이 된다는 것을 깨달으 면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1

203 애는 썼는데 그거를 메꿀 수 없는 거 같아요.그러니까 15년이라 는 기간에,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되 는지도 모르겠고.어느 정도까지 해야 그게,그러니까 그거에 도 달할지조차도 모르겠고.그거는 애를 쓴다고 되는 게 아닌 거 같 아요.그냥 그대로 받아들였어야 되는데,그만큼 뭐랄까요,그거 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던 거 같아요.그런데 굳이 지금 뭐 이렇게 자산이라고 이렇게 굳이 얘기를 한다면 그냥 내 자신인 거 같아요.그러니까 내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이렇게 확 신을 가졌다고 할까요.그런데 그게 이렇게 무슨 뭔가 한국 사람 들보다 더 많이 알아서가 아니고,무슨 지적으로 무슨 내가 더 높거나 그런 게 아니고,그냥 그 부족한 면을 내가 만족할 수 있 는 그런 역량이 생겼다고--그 부족하면 그 부족한 그대로-- 그냥 인정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내 스스로에 대해서.(사례12 구술녹취록,2014Ⅰ/37~38) 자신에 대한 인정에서 시작되는 자신감의 회복은 타인과의 관계에 서도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관계를 통해 새로운 자원을 획득하게 되기 도 하였다.사례13도 처음 한국 생활에서는 친구들을 따라 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결국 그 노력의 과정에 지쳤고,따라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그래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친구들에게 밝혔다.그랬더니 오히려 친구들로부터 순수 하고 진실 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되면서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 다.구술자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고 필요할 때 찾는 사람이 되 었다.남한 출신 친구들이 구술자에 대해 무뚝뚝하지만 솔직한 친구이 고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한국 친구들과는 다 른 속 깊은 친구가 된 것이다.솔직하고 진실한 매력 을 인정받은 구 술자는 애써 숨기기보다 긍정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 관계 자본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사실상 숨기는 것이 힘들어 선택할 수밖 에 없었던 고백이었지만,그러한 포기가 오히려 긍정적으로 인간관계 19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04 를 구성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이게 습관적으로 하니까 제 자신이 너무 지치고 힘든 거예요.그 래서 어느 순간에 그냥,다 터놓고 야 나 진짜 안하겠다.못해 먹겠다.나 짜증나서 다 싫다. 이렇게 막 드러내기 시작하니까, 그렇겠죠.그런 순수함이 있다고 생각하겠죠.(중략)드러내니까 아마 애들이 그런 점에서 아,얜 좀 그런 진실한 애구나.그러니 까 그게--모르겠어요.북한 사람이 좀 갖는 매력일수도 있는 거 같아요.정직함이 있기 때문에,한번 친해지면은 북한 친구-- 대부분이 그랬어요.대부분 한국친구들이 말하는 게 북한 친구 들 친해지면 정말 괜찮다. 대부분이 그랬어요.정직하고,정말 친구로서는 괜찮은 친구들이다.좀 고집 세고,좀 무뚝뚝한 게 문제지만.그 정하나,챙겨주는 거 하나 그거는 변함이 없더라고 그랬어요.한국친구들하고는 다르다.(중략)북한애들의 매력을 아는 애들은 빠져나오질 못하죠.(중략)우릴 정말 사랑하더라 고요.(사례13구술녹취록,2014Ⅰ/23~24) 청소년기에 중요한 관계집단은 또래이기도 하지만,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하다.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집단이자 일차적인 의지 집단인 가족 은 탈북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는 데 중요한 힘의 원천이 된 다.그러나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생활의 어려움이나 탈북 과정으 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그러다 보니 탈북청소 년들은 한국 사회에서의 외로움과 상처를 돌보아줄 지지집단을 찾게 되고 같은 탈북청소년과 친밀한 공동체를 형성하여 생활하거나 교회 등에 의지하게 된다.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순간,헤어진 가족을 찾게 된다. 혼자 살다가 형이랑 연락이 됐었어요.원래 형이랑 같은 멤버였 어요.여덟 명의 그 멤버 중에 한 명이었어요.근데 두 명 같이 갈려고 했는데 못 가게 했었다고 했었잖아요.그래갖고 내가 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3

205 저 가고 형이 뒤따라와라 해서 형이 알아서 왔죠.그리고 누나가 다른 지역에 있었어요.그 누나보고,우리 한국에 먼저 와갖고, 누나보고 오라고 했죠.근데 안 오겠대요,무섭다고,그리고 한 국가면 이상하지 않냐,막 그 루머가 있잖아요.뭐 거기가면 안 기부 뭐 이런데 있다고 해갖고 싫다고 그러더라고요.그래서 와라.나를 위해서라도 와라.내가 학교 다니니까 와서 요리도 해줘야 되지 않겠나. 막 이렇게 설득을 했었어요.하나밖에 없 는 동생이니까 가겠다 해갖고 뭐 돈을 만들어갖고 누나를 데려 왔고,그리고 3년 4년 살다가 우리 3남매가 그냥 합쳐갖고,돈을 한 8백 정도 해갖고 어머님을 최근에 모셔왔거든요.(사례33구 술녹취록,2014Ⅰ/9~10) 사례40의 경우,한국 생활을 하다 캐나다로 이주한 경험이 있다.캐 나다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체류하며 살았지만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 는데,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캐나다로 가기 전에는 부모님과 지내기보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이 편했었던 구술자에게 가족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고 그 무엇보 다 안정감을 주는 지지집단이었다.이처럼 집에 가서 잘 수 있고,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은 탈북청소년이 경험하는 여러 어려움 에 대한 위안이 된다. 탈북청소년들이 적응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좌절과 실패의 경험들 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이러한 경험에 대한 위안과 회복 역시 관 계 속에서 가능한 부분이었다.때문에 또래와 가족이라는 관계를 자신 의 삶의 원동력이자 안식처로 삼기도 하고,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냄으 로써 관계에서 불편함을 제거하고 신뢰를 쌓는 것을 통해 관계를 새롭 게 만들어가기도 한다.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그리고 그것을 지지해주고 기댈 수 있는 지지 집단이 중요한 자원이 된다. 19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06 4. 소결 한국 사회에서 탈북청소년들의 삶에 작동하는 사회적 경계는 다양 한 영역에서 포함과 배제의 형태로 작동해 왔다.이 장에서는 탈북청 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경계의 양상과 내용,그리고 이런 경계 경험이 이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그리고 이들이 다양한 경계들에 직면하여 어떤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주체의 전략을 모색하는가를 파악해 보고자 했다. 탈북청소년들은 대체로 학교라는 공간과 또래 문화 속에서 같은 북 한이탈주민 출신과의 경계를 선명하게 의식하여 행동하는 경우가 많 은 것으로 보인다.경계는 개별 탈북청소년들의 탈북 당시의 연령,북 한에서의 사회화나 교육 정도,가족 동반 여부,북한에서의 계급적 토 대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사된다.그들 사이의 경계 짓기 양상은 이 들이 가진 자본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탈북 당시의 연 령이 어릴수록 북한 출신임을 은폐하는 전략을 취하기 쉽고 어린 나이 부터 한국에 적응을 해 왔기 때문에 겉으로 탈북자 출신임이 잘 드러 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북한에서 사회화나 교육 기간이 짧을수록 북한 출신임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출신을 은폐하거나 부정하는 전략은 어린 나이에 올수록,한국 정착 과정이 길수록,가진 자본이 기본적으로 많을수록,가족이 동반 탈북하여 심리적 의존처가 안정적으로 존재할수록,사회적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적을수록 나타나기 쉽다.반면 북한 출신 사람들과의 네트워 크에 적극적이거나 긍정하려는 전략은 가진 자본이 적고 네트워크가 적을수록,가족이나 의존처가 부실할수록,한국에 온 시기가 짧고 나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사회적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195

207 가 많은 상태에서 들어올수록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긍정하는 전략은 그렇다고 적극적인 드러냄으로 보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이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생활의 편의를 얻는 자원의 측면에 서 북한이탈주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북한 출 신임을 드러낸다고 보기는 힘들다.가진 자본과 자원,초기 네트워크가 없을수록 탈북자들 사이에서 북한 출신임을 긍정하는 전략을 통해 심 리적이고 생활적인 의존 공간을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이처럼 이들이 가진 자본의 유형과 총량에 따라 이들의 출신 부정과 긍정의 전략이 다양하게 이들 사이에 경계를 형성하게끔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자신들과 같은 출신의 사람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전략 은 일반 외국 이주민들과는 매우 다른 부분이다.다른 외국 이주민들 이 자신들의 국적과 동료 의식을 강하게 표출하고 찾는 반면에 북한 출신 청소년들은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이런 차이는 북한 이란 대상 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과 분단 현실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일한 민족이라는 전제와 외형적,언어적 유사성이 이들을 이미 같은 우리 의 경계 안에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타자화된 북한, 위협의 대상이자 배타적 공간으로서 북한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리 의 경계밖에 있는 것이다. 19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08 Ⅴ.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기형도,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197

209

210 이 장에서는 중국 혹은 남한 등으로 이주했다가 미국,캐나다 및 유 럽의 각 나라로 재이주하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의 경험에 주목하고자 한다.이와 같은 재이주가 발생하는 배경과 힘,그리고 탈북청소년들이 새로운 국가의 성원이 되기 위해 경주하는 다양한 노력과 협상의 과정 을 고찰할 것이다.탈북청소년들의 중국 및 남한으로의 이주,그리고 제 3,제4국가로의 재이주는 지리적 공간을 직선으로 통과하는 것이 아니 라,무수히 많은 인간 및 사물들과 만나고,교류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 성하는 과정이다.이것은 곧 청소년들이 스스로(Self)를 재구성하는 과 정이기도 하다.이때 각국의 이민/난민 정책,초국적 차원의 이주정책 과 조직들(EU,UN,다양한 국제 NGOs)은 국민과 비국민을 구획하는 현대 국가권력과 이를 둘러싼 힘들의 표현 양식이다.이에 대해 합법 혹은 불법/비법으로 국경을 횡단하는 탈북청소년들은 희망하는 국가의 성원으로 인정받고,시민으로 참여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타협과 갈등 을 경험한다.이 장에서는 최근 독일 사회로 이주한 탈북청소년들의 이 주 경험과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고찰할 것이다. 48 이 글에서 시민권(Citizenship)이란 정치공동체의 성원이 될 수 있 는 자격이라고 하는 형식적 권리와 그 성원 자격에 토대를 둔 개인의 권리와 의무,또는 그것을 보장하는 제도와 관행 등의 내용적인 권리를 포괄하는 것 으로 이해한다. 49 이때 정치공동체의 성원 자격을 국민이 48_ 2014년 국제난민기구 통계에 의하면 탈북난민들은 캐나다,영국 외에 독일,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유럽 각국으로 집단 이주하고 있다.이들은 유럽 각 국가들의 탈북난 민에 대한 심사 결과에 따라 중개조직의 안내에 의해 인근 국가들로 쉽게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이런 점에서 탈북난민의 유럽 내 이주배경에서 각 국가별 특이 성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이 글에서 소개하는 독일은 유럽 내 국가 중 하나의 사례이다. 49_ 설동훈, 국제인구이동과 이민자의 시민권:독일 일본 한국 비교연구, 한국인구학, 제36권 1호 (2013),p.22.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199

211 아니라 주민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최근의 논의들을 적극 수용할 것이 다.즉 특정 국가의 개인이 해당지역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인 경우 (합법적인 체류이든 불법적인 체류이든 상관없이)해당 정치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시민권을 갖는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50 시민권에 대한 이 와 같은 정의에서 중요한 점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첫째 개인이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권리가 사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시민권 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본 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특성을 갖는다.예를 들어 한국 사회로 온 북한 이주민들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음에도 불구 하고 한국 사회 내에서 다양한 차별과 배제의 관행에 의해 권리를 침 해당할 경우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둘째, 체류 형태의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에 실질적으로 거주하는 주민 에게도 보장되는 권리라는 점에서 성문법주의,국적주의의 한계를 벗 어나고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예를 들어 합법적인 체류 허가 혹은 국 적을 갖지 못한 채로 해당 지역에서 중장기적으로 노동하며 거주해 온 이주노동자의 경우 해당 국가의 법률적 인정의 바깥에 존재하지만,해 당 지역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기여해 온 구성원이라 는 점에서 시민 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시민권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이주와 이동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실현되고 50_ 1882년 임오군란을 전후하여 한국으로 이주한 화교는 100여년의 넘는 체류 역사에 도 불구하고 1990년대 말 외국인 토지소유제한 및 2002년 영주권이 부여될 때까지 최소한의 시민적 권리를 갖지 못했다.박경태,소수자와 한국 사회 (서울:후마니 타스,2008),pp.146~162.재일조선인 또한 일본 사회에서 각종 차별을 받아왔다. 서호철, 국민/민족 상상과 시민권의 차질,차질로서의 자기정체성, 한국 문화, 제41권 (2008);서경식,난민과 국민사이 (파주:돌베개,2006)참조.최근 국적주 의를 넘어선 시민권에 대한 논쟁은 다음을 참고하라.최현, 탈근대적 시민권 제도와 초국민적 정치공동체의 모색, 경제와 사회,제79호 (2008);이철우 탈국가적 시 민권은 존재하는가, 경제와 사회,제79호 (2008). 20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12 있는 현대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국적주의나 성문법주 의의 한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자 그 것의 표현이기도 하다.나아가 난민 신청자의 신분인 탈북청소년들의 다양한 행위과정을 좀 더 열린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1. 탈북청소년의 해외 (재)이주의 배경들 가. 남한 사회의 차별과 갈등을 넘어서 고난의 행군시기 가족의 생계가 몰락하고 가난과 질병 등에 시달리 다가 살길을 찾아 중국 및 제3국을 거쳐 남한으로 이주했던 북한 주민 들 중 대다수가 일상에서 다양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 다.1984년 함북지역에서 독자로 태어난 사례38은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9년 입대했다.2년 후인 2001년 휴가를 나왔다가 어머니가 실종되 고 아버지가 질병에 시달리는 상황을 겪자 어머니를 찾아 중국으로 탈 북하였다.탈북한 주변의 친구들이 한국행 을 권유하자 2002년 남한 정부의 정착금을 받아서 북한으로 돌아올 계획으로 남한에 입국하였 다.2003년 사례38이 남한의 정보기관과 하나원 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자 애초의 계획과 달리 그동안 개정된 탈북자 지원법 51 에 의해 정착금을 일시불로 받지 못하게 되는 등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2013년 까지 10년 동안 남한에서 생활하였다. 51_ 1997년 북한이탈주민 지원법 입법 이후 2003년까지 수혜적인 보호정착 지원 을 기본 원칙으로 하였으나 이후 자립 및 자활 중심으로 전환하고,2007년 1월에는 이 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되었다.이에 의하면 기존의 수천 만 원에 달하는 일괄적 일회적 지원금 이 직업훈련 장려금,자격증 취득 장려금,취 업 장려금의 형식으로 소정의 조건에 따라 분할 지급되게 되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01

213 [회사에]들어갔는데,아니 다른 사람들은 월급을--한국 사람 나하고 똑같이--그 사람은 기술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데,그 사람은 한국 사람이고.나는 북한에서 왔다는 그걸로,언젠가 보 니까 술자리를 그 사람하고 가지고 나니까,그 사람은 월급을 그 때 초봉이 150을 받는데 나는 120을 준 겁니다.이거 완전히 차 별 아닙니까?(중략)그래갖고 사장님한테 얘기를 했거든요.얘 기를 하니까, 너는 북한에서 와갖고 이만한 돈 받으면 그게 많 은 거 아니야. 이럽니다.그래서 제가 사장님,많은 건 사실입 니다.사실인데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퇴근하 고 똑같이 휴식하고 하는데,왜 저 사람은 저렇게 받고 나는 이 렇게 받습니까?북한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입니까? 말을 못하 는 겁니다,그 사람이.네,그래서 싸우고 제가 그 회사에서 나왔 거든요.(사례38구술녹취록,2014Ⅰ/8) 위의 텍스트에서 구술자 사례38은 한국 사회의 노동시장에서 북 한에서 온 사람 이라는 국적 또는 정치적 배경이 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위에서 구술자는 월급을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회사의 사장은 식량난을 경험한 북 한 사람 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소정의 금전으로 이해하고 있다.즉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퇴근하고 똑같이 휴식하고 하는 노동자인 구술자에 대해 북한에서 와갖고 이만한 돈 받으면 그게 많은 거 라는 사장의 인식에는 구술자를 굶다가 온 불쌍한 사 람 으로 바라보는 우월 의식 과 임금을 시혜적 조치 로 이해하는 전 근대적 의식이 결합되어 있다.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을 온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다른 연구들에서도 지 적되고 있다.대표적으로 탈북자 지원법 에 의해 주어지는 다양한 물 질적,제도적 지원들을 사회적 공존을 위한 연대의 일환으로 이해하 지 않고, 내가 낸 세금을 [부당하게]가져가는 것 으로 이해하는 일부 개인의 태도들에서 북한 주민들은 상당한 모멸감 을 느끼게 되는 것 20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14 으로 보인다. 52 다시 말해 이러한 태도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 이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 실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구술자 또한 회사 사장의 태도를 통해 자 신의 노동가치가 남한 출신 노동자보다 낮게 평가될 뿐만 아니라,자신 을 불쌍한 존재 로 바라보는 남한 사회의 온정주의적 시선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그러나 이를 피하기 위해서 구술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었다. 단신으로 탈북하여 남한으로 왔던 구술자는 운전기사,택배,자동차 수리 등 다양한 종류의 노동을 했으나 결국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 했다.10여 년 동안 떠돌이 생활 을 하며 남한 사회의 차별을 경험하던 구술자는 2013년 초 지인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길을 도와주는 브로커 를 소개받고 해외 이주를 결심하였다. 옆에 사람들 그냥 이렇게 술자리에서도 얘기 듣고.네,얘기도 듣고 여러 가지 조언도 듣고 해가지고.그래가지고 그냥 유럽으 로 한 번 나가 살아보자.(중략)진짜 한국 인종차별 너무,진짜 솔직히--차라리 말이 안 통하는 나라 가서 인종차별 받는 게 더 낫겠다.네,말이 안 통하는데 가갖고.자기가 부족하니까.그 런데 여기서는 말이 통하는 데서도 이렇게 애들을,애들까지도 인종차별 받고 스트레스 받고 이러니까.그러니까 그래서 많이, 오는 사람들이 많죠.저도 뭐 혼자 살 거 아니고 앞으로는 가족 꾸리고 자식도 낳고 이렇게 지금 돼가지고 있고.만약 자식 낳아 가지고 내 자식을 학교 보냈는데,유치원이나 탁아소 보냈는데 탈북자 자식이라고 놀림 받고 따돌림 받고,이래 되게 되면 그거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그래가지고--한참 생각하던 끝에 그냥 유럽에 한 번 살아보자.(사례38구술녹취록,2014Ⅰ/24) 52_ 이희영 외,탈북여성의 탈북 및 정착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서울:국가인 권위원회,2009),pp.139~14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03

215 구술자 사례38은 어린 나이에 단신으로 탈북하여 수년간 남한 사회 에서 생활하며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지 못한 채 사회적 차별을 겪다가 새로운 곳에 가서 한번 살아볼 결심 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위의 텍스트에서 구술자는 인종차별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실제 북한과 남한 출신의 사 람들 사이에 인종적 차이 가 없음에도 불구하고,북한 주민들을 남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곳곳의 문제들이 인종화된 차 별 로 다가오고 있음을 뜻한다. 인종화된 차별 이란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될 수 없는 영구적인 특성을 갖는 구조적 차별을 의미한 다.구술자는 위에서 자신의 자식 세대가 놀림 받고 따돌림 받게 될 미래의 상황을 예견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북한이주민들 사이에 미국,캐나다,호주 및 유 럽으로 재이주를 하게 되는 사례들이 증가하였다. 53 이러한 사례와 경 험을 북한이주민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게 되면서 해외 이주 가 남한 사회에서의 문제를 벗어나는 대안으로 여겨지는 경향도 적지 않은 것 으로 보인다.이웃 혹은 직장의 불평등한 조치나 차별 등으로 인해 화 가 나서 싸우거나 일을 그만두게 되는 탈북자들에게 해외로 이주한 사 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주변의 권유가 해외로의 재이주를 결심하게 되는 주요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이와 같은 관점에서 구술자 사례 38은 북한에서 중국 등을 거쳐 한국으로 이주했던 탈북청소년들이 해 외로 이주하게 되는 경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53_ 남한 사회에 정착했던 북한주민들의 해외 이주의 대표적 사례는 영국이다.영국 런 던에 형성된 북한이주민 공동체는 2000년대 초반 남한에서 이주한 탈북자들로 구성 되었다.이희영, (탈)분단과 국제이주의 행위자 네트워크: 여행하는 탈북 난민들의 삶과 인권에 관한 사례연구 ;이수정 이우영, 영국 뉴몰든 코리아타운 내 남한이주 민과 북한 난민 간의 관계와 상호인식, 북한연구학회보,제18권 1호 (2014)참조. 20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16 그는 상대적으로 오랜 남한 생활을 통해 경험한 차별을 피해,유럽의 복지국가 를 차선으로 선택하여 이주한 경우이다. 1980년대 초반 중국 국경 인근 지역에서 6형제 중 다섯 번째 딸로 출생한 사례44의 경우 2014년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태어나서부터 배고픔이 시작되어 2009년 남한으로 이주할 때까지 힘들고 못살았던 집안의 딸로 소개하였다.1999년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6년간 군수물 자 보관창고에서 일하다가 2008년부터는 각 지역을 중개하며 도자기 를 팔러 다니는 일을 하였다.물품 대금을 사기 당한 일을 계기로 가출 한 후 2009년 중국으로 매매혼을 중개하는 브로커를 통해 탈북하였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북한여성들처럼 구술자는 매매혼을 북한을 떠나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 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짐작된다.한족 집안으 로 시집 을 간 구술자는 2010년 딸을 출산한 후 백일 만에 딸을 두고 살길을 찾아서 탈출하였다(사례44구술녹취록,2014I/4~5).2011년 한국행 브로커를 통해 언니가 먼저 와서 살고 있는 남한으로 이주하였 다.2014년 인터뷰에서 구술자는 2년여 동안의 남한 생활 대부분을 신 뢰할 수 없는 남성 파트너들과의 갈등 관계 를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사례44구술녹취록,2014I/7).특히 남한 출신 남성들로부터 경험한 무시와 모멸적 태도를 통해 자신의 출신 국가인 북한 사회 가 격하되 고 북한 사람 인 자신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절실히 느끼 게 된 것으로 보인다.결국 구술자는 2012년 한 남성으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사적인 관계가 깨어지게 되자 사회적 공간으로부터 물러나 자 신만의 공간 속에서 주로 생활하게 되었다(사례44구술녹취록,2014 I/7~8). 구술자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보내며 인터넷과 소셜미디 어를 통해 지인과 소통하던 중 해외로 이주한 동생 과 연락하게 되었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05

217 다.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SNS에 올려둔 어디로 갈 것인지 를 고민하 는 글을 보고 유럽으로 이주했던 동생 이 글을 보내온 것이다. 언니야,어디로 갈까 고민하니?내 있는데 오라. 이러는 겁니 다.거기 어디야 하니까,A라는가 하는 그런 데[나라에]있답니 다. 그래서 내 그런데 거기 가서 어떻게 사니. 그랬지.혼자서. 그러니까 언니,되게 좋다는 겁니다.그럴 수 (그냥 있을 수 )도 있고,(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뭐 국적도 받을 수 있고.그 다음에 남자,사귀는 남자 있으면 같이 오면 더 좋다.이러는 겁 니다.그러면 애도 낳으면 영주권 바로 나온다.집도 주지 너무 좋다.(사례44구술녹취록,2014Ⅰ/8) 해외로 이주한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처럼 사례44또한 인터넷과 핸드 폰 등의 디지털 소통매체를 통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 와 접속하게 된 것이다.자신이 살고 있는 가장 가까운 물리적 공간과 거리를 둔 채, 사적 공간으로 물러난 구술자는 디지털 통신기기를 매개로 지구반대편 의 지인과 대화함으로써 대안의 공간 을 상상하게 된 것이다.위의 텍 스트에서 구술자의 동생 은 국적과 영주권 및 주거환경 등 구체적인 해 외 생활의 조건들을 설명하고 있다.구술자가 이와 같은 조건이 구체적 으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확인하고 검토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사례44의 경우 해외 이주를 결정하게 된 주요 한 이유는 이미 해외로 이주한 남성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카카오스토리가,카카오스토리 있지 않습니까.올린 데서 우리 신랑이 있더라고요.신랑사진이 거기 있는 겁니다.신 랑사진이,그 집 아를 안고 이렇게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요.그 래 갖고 제가 그 사진 보고서리,이 사람은 누구야 했지 (중략) 이 오빠 만나보게.이러더라고요.그래서 어 만나보자.언니 사 진 보내라.사진 보내줬죠.우리 저 신랑도 만날 의향 있다고 그 20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18 런 거 같아요.그래갖고 서로 이렇게 전화번호 주고받고,톡을 주고받고 이래갖고 소개 받은 겁니다.우리 신랑.그래서 거기서 부터 그 다음에 작년부터 한 3개월 동안 연락이 그냥 문자하고 전화하고 이러면서--내가 한국에서 힘든 거,스트레스 받은 거 신랑한테다 전화--.그러니까 얼굴은 못 본 상태인데 그냥 어쨌 든 의지하고 싶다.믿고 싶다.기대고 싶다 이런 감에서.같은 북 한 사람이고 멀리에 있으면--차라리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 가 서 사는 게,내 마음이 더 편하겠다.이런 생각에 결심을 한 거 지.그래서 그 다음부터 아 여기 또 얘기하더라고요.거기 상황 에 대해서,잘 생각해서 오라 뭐 이런 상황 쭉 하더라고.그래서 그러던 찰나에 그냥 결단 내리고서리 넘어와서 신랑 만났어요. (사례44구술녹취록,2014Ⅰ/9) 구술자 사례44는 디지털 소통매체를 통해 2013년 초 이미 유럽으로 가있던 사례38을 소개받게 되었다. 54 각각 지구반대편의 공간에 있던 사례44와 사례38은 디지털 엡을 매개로 서로의 외로운 처지 를 공감 하게 되고,막연한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이를 바탕 으로 사례44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북한 남자인 사례38과 함께 차 라리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 가서 사는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이처 럼 사례44의 경우 먼저 유럽으로 이주한 사례38과의 친밀한 관계 를 통해 해외로 이주한 사례로서,이미 형성된 가족 재결합은 아니나 친밀 성에 근거한 파트너 관계 속에서 이주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그런데 2009년 사례44가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의 매매혼 을 받아들였던 것과 54_ 한국 사회의 이주자들이 디지털 소통매체를 통해 사적인 관계를 유지,형성하는 것 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이경숙, 이주 여성의 휴대전화 경험과 관계맺기, 언론 정보연구,제45권 2호 (2008)참조.북한이주민 또한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 여 북한 남한 및 제3국의 가족과 소통하고 이주의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이희영, (탈)분단과 국제이주의 행위자 네트워크: 여행하는 탈북 난민들의 삶과 인권에 관 한 사례연구 ;정병호, 냉전 정치와 북한이주민의 침투성 초국가 전략 참조.이처럼 디지털 소통매체는 공간압축을 통해 원거리 친밀성을 가능하게 하는 비인간 행위자 라고 할 수 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07

219 차이가 있으나,막막한 남한 생활에서 또 다시 친밀한 남성관계 를 통 해 살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보여준다.동시에 구술자 사례 38의 경우 해외로 이주한 상태에서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 여성을 파 트너로 데려갔다는 점에서 근대적 결혼이주의 한 형태인 사진결혼 과 유사한 방식 55 을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 글에서는 잠정적으로 이를 21세기 소통매체를 통한 디지털 연애/혼인 으로 이해할 것이다. 나. 경제적 어려움과 갈등을 회피하기 위하여 남한 사회로 이주했던 북한주민들의 해외 (재)이주의 배경으로는 경 제적 문제들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이들의 경우 남한 사회 에서 생활하며 스스로 일상의 원리를 전유하기 전에 탈북자 지원법 에 의해 제공되는 다양한 형태의 물질적 지원을 받게 됨으로써 역설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다른 이주자들과 달리 탈북자들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 특권적인 대우를 받게 되는 바,소정의 신원확인 후에 초고속으로 주어지는 국적 및 임대주택과 정착금,직업 및 교육 장려금 등은 처음 살게 되는 자본주의 사회 에 스스로 참여하여 노동 하며 건설하는 시민적 노력을 더디게 함으로써 3~4년 뒤에는 주어진 지원금을 소진하고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하고 있는 사회집단의 성격을 띠게 하는 경향이 지적되기도 한다. 56 이처럼 처음 경험하는 자본주의적 일상원리 를 잘 알지 못해 겪게 55_ 서호철, 국제결혼 중개장치의 형성,몇 가지 역사적 계기들, 사회와 역사,제91권 (2011),pp.99~ _ 정병호의 연구는 남과 북의 냉전정치가 가열될수록 탈북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적 위치 가 강화되고 동시에 이들의 자립적 활동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 을 지적하고 있다.정병호, 냉전 정치와 북한이주민의 침투성 초국가 전략, pp. 71~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20 되는 북한주민들 안팎에서의 경제적 실수,사기,횡령 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1989년 함북지역에서 출생한 사례39는 집안 의 장손으로서 축구선수가 될 꿈을 키우며 성장하였으나 할아버지의 나쁜 토대로 인해 2002년 청소년 선수단에 선발되지 못했다.이후 구 술자는 학교 생활을 포기하고 10대 중반의 나이 때부터 이웃 어른들의 중국 밀수를 도와주는 활동을 하며 큰돈을 벌기도 하였다.2007년 구 술자는 오토바이 전문 밀수를 하던 중 보위부에 체포되어 공민권을 박 탈당하고,1년 6개월 동안 혹독한 교화소 생활을 하였다.2009년 출소 직후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한순간에 거지가 되어 자살하는 등의 사회적 상황을 목격하고,2010년 큰돈을 벌어서 출세 할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탈북하였다.이후 1년여 동안 조선족 거주 지역 내 마작소에서 심부름 등을 하며 큰돈을 저축하였다.그러나 중 국 공안의 단속이 심해져서 2011년 H 지역 벌목장으로 갔다가 같은 나이의 북한 여성 사례46을 만나 생활하던 중 먼저 남한으로 간 고모 의 도움을 받아 2012년 남한으로 입국하였다(사례39 구술녹취록, 2014). 두 사람은 경기도 지역에 임대주택을 받았고,2013년 5월 딸을 출산 하였다.그런데 자신들의 남한행을 도와주었던 고모와 고모부가 브로 커 비용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여,주기적으로 경제적 도 움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심화되었다.고모와 고모부 스스로 다양한 형 태의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면서 구술자 사례39 와 사례46의 경제적 어려움과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이때 구 술자 사례39는 주변의 탈북자들을 통해서 알게 된 브로커로부터 유럽 에 가면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어서 애를 키우며 살기가 좋다 는 정 보와 돈이 없어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는 제안을 받았다.즉 가진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09

221 돈이 없어도 유럽에 갈 수 있게 도와준다 는 사람을 만나 해외 이주의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끊임없이 경제적인 문제를 만드는 고모집안 과의 갈등을 피하고,좀 더 좋은 사회적 조건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 해 해외 이주를 선택한 것이다(사례46인터뷰 메모,2014). 식량난 이후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에서 중국을 거 쳐 남한으로 오게 되는 배경은 남한 정부가 탈북자들에게 지급하는 지 원금 이다.실제 북한으로부터 중국 및 제3국을 거쳐 남한으로의 이주 경로는 물리적으로 길고 복잡한 여정일 뿐만 아니라 불법 으로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 위험이 결합된 시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탈 북자들이 사전 준비 없이 남한으로 올 수 있는 것은 남한 입국 후 지급 될 남한 정부의 탈북자 지원금 을 담보로 브로커 조직을 이용할 수 있 다는 점이 결정적이다.이런 관점에서 남한 사회의 탈북자 지원법 이 탈북자들의 이주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반면 남한 에 체류하던 북한이주민들이 해외로 재이주하는 과정에 필요한 경제 적 비용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이들의 신용 을 담보로 충당되는 경 향이 있다.구체적으로 구술자 사례39의 경우 해외 이주를 도와주는 브로커의 안내로 4천 5백만 원 상당의 외제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계약 서에 서명하였다.계약 성사 후 구술자는 브로커로부터 800만원을 받 은 후 400만을 자신과 부인의 해외 이주 비용으로 브로커에게 다시 지 급하였다.그리고 인천 국제공항에서 유럽의 A국가로 가는 성인 두 사 람의 비행기 값 등으로 나머지를 사용했다(사례46전화 인터뷰,2014: 2).자동차 할부 계약을 성사시킨 브로커는 인도 받은 외제차를 다른 경로를 통해 처분한 후 탈북자의 유럽 이주 네트워크에 관련된 사람들 과 나눠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사례에 의하면 해외로 이주했던 탈북자가 남한으로 돌아오 21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22 기 위한 비용을 벌기 위해 남한에 거주하는 자신의 친구 및 지인들에 게 해외 이주의 브로커를 소개하기도 한다.즉 지인이 브로커의 도움 으로 신용거래 에 사인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제공받아 남한 재입국의 비용으로 충당하는 것이다.이 경우 주목할 점은 먼저 해외로 이주했던 탈북자가 해외 이주의 네트워크 속에 자생 적으로 편입되어 또 다른 브로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구술자 사례46의 추가 구술에 의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해외 이주의 브로커 와 접촉하면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해외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때 해외 이주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이미 해외 로 간 사람들의 경험을 전해 듣거나,해외로 나가기 위한 방법을 익히 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남한으로 왔던 탈북자들이 처음 해외로 재이주하게 된 배경으로는 2004년 부시 정권에 의해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NorthKorean HumanRightsAct) 을 들 수 있다.당시 이 법은 미국이 악의 축 으 로 규정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고,중국의 정치적 보호를 견제하기 위한 복합적인 정치적 배경 속에서 제정,시행되었다.이 법에 의해 남 한 체류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이 허용되자,다양한 경로로 해외 이주를 시도하는 탈북자들이 증가하게 되었다.동시에 미국의 탈북자 지원정 책을 모델로 하여 영국,독일,캐나다 등의 나라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며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 다. 57 처음 미국과 유럽 등의 나라로 이주한 탈북자들의 경우 국제 인 권단체나 한국인 선교사들의 도움이나,먼저 이주한 지인들의 정보와 도움을 바탕으로 자비여행 의 형식으로 남한을 떠났다. 58 그러나 이와 57_ 정병호, 냉전의 정치와 북한이주민의 침투성 초국가 전략, p _ 이희영, (탈)분단과 국제이주의 행위자 네트워크: 여행하는 탈북 난민들의 삶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11

223 같은 사례가 증가하면서 해외 이주의 경험을 자본화 하기 위해 조직 된 중개 네트워크가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된 것으로 짐작된다.구술 자 사례46과 사례39의 사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최근 한국을 떠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통해 동원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자본 을 담보로 활동하는 중개 네트워크에 의지 하고 있다. 다. 조선족 친척 혹은 종교 단체가 지원하는 해외로의 이주 최근 해외로 이주한 탈북자들 중에서 소수는 중국 체류 기간 중 친 척 혹은 종교 단체의 지원으로 남한이 아닌 서구 각국으로 이주하고 있다. 1994년 함북지역에서 시계수리를 하는 집안의 독녀로 출생한 사례 43은 식량난 시기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인민학교 졸업 후 학교 생활을 포기하고 또래집단과 어울려 생활하였다.19살이 되던 2013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실종 되자 한 달 뒤 친구의 주선으로 두 만강을 넘어 탈북하였다.당시 구술자는 팔려간다 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으나 중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모르는 아저 씨 가 시키는 대로 고무 타이어를 타고 두만강을 건넜다. 아버지는 한 달 전에 없어졌습니다,집에서.그러고 그냥 중국 갔겠지.북한은 없어지면 그냥 중국 갔겠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갔겠지 했는데,내가 후에,한 달 후인가,아버지는 내, 엄마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했습니다 (중략)그런데 커--좀 아 버지가 없다고 하니까,막 좀 나도 지루하고 이런 게 있어가지 인권에 관한 사례연구, pp.373~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24 고.모르겠다.그때 마침 친구가 한 명이 니 중국 가게. 하면서 내한테다 부추기더라고요.그래서 뭐 뭣도 모르고 가겠다,난. 이랬으니까.중국가면 잘 사는 거 아니까.그래 나는 뭐 중국 가 서 그냥 훌 넘겨만 주는 줄 알았습니다.팔려갔다고 해야 되나. (사례43구술녹취록,2014Ⅰ/10) 구술자 사례43의 아버지인 사례45는 2000년대 초 가족들을 데리고 중국에 살고 있는 친척집으로 탈북한 적이 있었으나,체포되어 북송되 었다.이후 경제적 어려움과 감시 속에서 생활하다가 살길을 찾아서 다시 탈북하였다.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사례45는 중국에서 장사로 돈을 번 사촌형의 도움으로 북한도 남한도 아닌 먼 곳인 독일로 이주하였다.구술자 사례43은 아버지가 유럽으로 떠난 후 몇 달 만에 친척 큰아버지의 집에 도착하였다.중국 공안의 눈을 피하기 위해 큰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새 옷을 입는 등 준비를 한 후 브로커를 따라 버스,비행기,택시 등을 갈아타며 아버 지가 이주한 A국 난민소로 왔다(사례43인터뷰 메모,2014 I/4). 국경을 횡단하는 해외 이주에서 10대 후반 여성의 단신 이주는 극히 드문 사례로 알려져 있다.반면 위의 구술자 사례43의 경우 중국에 살던 안전한 보호자의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받아 생부가 있는 유럽 으로 보내진 경우로 자발적인 단신 해외 이주와의 차이가 있다.당시 19세 였던 사례43의 해외 이주는 중국에 부유한 조선족 친척 을 둔 북한주 민이 탈북한 후 북송을 피해 남한이 아닌 유럽으로 간 부모를 따라 연 속 이주함으로써 가족결합 의 특징을 보여준다.이 가족이 남한이 아 닌 유럽으로 이주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의 고위직에 있는 처가 친척의 체포와 감시를 피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남한 사 회로 이주할 경우 북한 권력의 지속적인 감시와 체포 위험을 벗어나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13

225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강할수록 남한이 아닌 제3국으로의 이주를 선 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사례43과 사례45가 독일로 이주하게 된 것은 이들의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당시 접촉 가능했던 브로커 조직의 활동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짐작컨대 1990년대부터 중 국 조선족들의 해외 이주가 한반도를 넘어 유럽으로 확대되었고,어떤 경우 탈북자 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난민 신청을 하기도 하였다.이러한 사례를 통해 형성된 독일로의 해외 이주 네트워크가 사례43과 사례45 부녀의 이주를 매개한 것으로 짐작된다. 사례 분석의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 살면서 이들의 해외 이 주를 도운 사례45의 사촌 형의 자녀 네 명이 모두 남한으로 이주하여 정착했다는 사실이다.사례43이 탈북하여 중국에 머무는 동안 이들은 노트북 등의 선물을 사와서 사례43을 위로하고,해외 이주를 격려하기 도 하였다고 한다(사례43인터뷰 메모,2014 I).구술자료에 의하면 사례45의 사촌 형은 오래전 중국에 정착한 조선족으로서 정기적으로 북한의 사례45가족을 방문하기도 하였다.또한 한-중 수교를 계기로 중국의 조선족들이 남한에서 노동할 기회가 확대되자 그의 젊은 자녀 들은 결혼 및 노동기회를 찾기 위해 남한으로 이주하게 된 것으로 추 정된다. 59 이를 통해 사례43과 사례45부녀의 친척 공동체는 스스로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 및 독일 사회에 걸쳐 해외 이주의 네트워크 를 형성하고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59_ 일제하에서 중국 동북3성(길림성,흑룡강성,요령성)주변에 정착했던 조선족 190만 명은 중국과 한반도의 현대사 속에서 북한,한국,일본,미국,중국연해,내륙의 대도 시로 이주를 거듭하였다.1980년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중수교,국제결혼 등을 계기 로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은 현재까지 50만 명으로 추산된다.한겨레신문,2011 년 11월 4일;김현선, 한국체류 조선족의 밀집거주 지역과 정주의식-서울시 구로 영등포구를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제87권 (2010),pp.235~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26 이러한 경우와 달리 구술자 사례39는 2004년 군대 생활을 하던 중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여 탈영했다가 중국 국경을 넘어 탈북하였다.그 러나 2005년 조선족의 신고로 북송되어 노동교화소 생활을 하다가 2008년 두만강을 단신으로 건너 탈북하였다.깊은 산중에서 멧돼지를 키우며 생활하던 중 탈북한 여성을 만나 동거하기도 했으나 계속되는 단속과 불법체류의 불안 속에서 생활하는 고충을 겪었다.2009년 우연 히 알게 된 미국 선교사의 지원으로 탈북 과정에서 다친 손을 응급 수 술하였고,2013년 중개인을 소개받아 독일로 이주하였다. 그 선교사가 나 보고 너는 미국가라. 그러는 거예요. 가서 손 다시 수술 받자.재수술해서 제대로 살려야 하지 않냐? 그러는 거예요.미국 안 가겠다고 그랬어요.미국은 조선하고 적대국이 기 때문에,중국이랑 조선이랑.미국사람들이 받아준다고 하지 만 적대국인데 반겨하겠냐 (중략)어디 가겠나 해가지고 차라리 이짝에 다른 나라,유럽 쪽으로 러시아라든가 이런데 가고 싶다 고 그랬어요.러시아는 안 된다 그러는 거예요.거기도 조선하고 가까운 나라기 때문에 잡아 보낸다 하면서 그분이 알아보더니 그럼 독일에 가라.거기서 난민들 받는다니까 독일에 가라. 그 러시더라고요.진짜 그 좋은 분 만나가지고 제가 지금,그분이 다 선 잡아 주셔가지고 브로커들 다 소개시켜 줘가지고 그 다음 엔 떠나서 어디나 신강,신강까지 왔어요.(사례39구술녹취록, 2014Ⅰ/13) 탈북자에 대한 기존 연구에 의하면 중국 현지에는 탈북자를 대상으 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기독교 조직들이 있다.그 중에는 남 한 교회 선교사들과 국제 기독교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선교사 및 목회자들이 활동하고 있다.위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미국인 선교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종교 조직의 일원인지 알 수 없으나,식량난으로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으로 떠오면서 활동하게 된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15

227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60 구술자 사례39는 자신이 먼저 독일로 이주 한 후 중국에 남겨둔 아내와 딸을 데려올 계획을 가지고 다시 국경을 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탈북청소년들의 해외 이주의 과정에 의하면 남한 에서 유럽으로 재이주한 경우 남한 사회에서 직면하는 사회적 차별,경 제적 어려움,가족 내에서의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 이주를 선택하고 있다.대부분의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긴 노력의 과정보다,어 느 순간 알게 된 해외로의 이주를 결행하게 되는 것이다.다시 말해 자 신들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가 가득한 남한 사회와 달리 잘 살고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유럽 으로의 이주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는 점에서 회피 의 성격을 갖는다.또한 일반적으로 개인의 해외 이주/ 이민이 오랜 기간 준비하고 계획한 결과인 것과 비교하여 이들의 해외 이주는 단시간에 결행되는 임의적인 특성 을 띠고 있다.이와 같은 임 의적인 해외 이주 가 이루어지는 배경으로는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과 더불어 형성된 유럽 각국의 탈북자에 대한 수용적 태도와 긴 해외 이주의 과정을 중개하는 브로커 조직의 활성화를 지적할 수 있다.국 제적 신냉전 질서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분단장치의 맥락 속에서 남 한 정부가 지급하는 탈북자 들에 대한 지원금이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이주를 중개하는 네트워크 형성의 물적 토대가 되고 있는 반면,남한에 서 서구 각국으로의 해외 이주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들의 60_ 이들 중 일부는 일반적인 선교활동의 범위를 넘어서 탈북자들의 해외 이주를 기획 하기도 하였다.1990년대에 알려진 중국 주재 외국 공관에 탈북자들이 진입한 후 해외 망명을 요청한 사건들 중에는 공격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과 해외 이 주를 의도했던 조직들의 활동이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정병호, 냉전의 정치와 북한 이주민의 침투성 초국가 전략 참조. 21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28 신용/대출 가능성 이 중요한 자본으로 활용되고 있다.즉 북한에서 남 한으로의 이주 과정에서는 탈북자 지원법 이라고 하는 제도적 장치가 국경횡단의 물적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반면,남한에서 해외로의 재 이주 과정에서는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신용제도 를 이용할 수 있는 탈북자들의 대한민국 국적과 여권이 주요한 전이(Shift)의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대부분의 국가들이 난민으로 인정하는 북한주민 이라는 존재적 위치가 국제적 이주/이동의 주요한 힘이라고 한다면,남한으로 의 이주를 통해 획득한 대한민국 국적과 여권은 자유롭게 이들 국가로 이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물질적 힘이 되고 있다. 탈북청소년들이 해외 이주를 결행하게 되는 배경에는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온 자신의 삶 에 대한 보상심리가 은연중에 깔려있는 것 으로 짐작된다.남한 사회에서 특정한 문제와 갈등을 겪게 될 경우 내 가 이렇게 살려고 남한에 왔나 라는 자문을 하게 되는 탈북자 전반의 심리구조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젊은 나이의 열정을 바탕으 로 자신이 거주하는 한국 사회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면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상대적으로 쉽게 하게 되는 것이다.더불어 극단적인 폐쇄 사 회인 북한의 국경을 넘으면서 하게 된 중국,남한 등의 새로운 사회 에 대한 경험이 젊은 탈북청소년들에게 더욱 새로운 모험을 감행하도록 하는 삶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나아가 탈북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경쟁과 위계적 문화를 경험하면서 나/우리도 영 어/외국어를 하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탈북자 라는 존재위치를 적 극적으로 전유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불쌍한 탈북자 가 아니라 21 세기 지구촌 어디든지 갈 수 있게 하는 탈북자라는 자신의 위치를 토 대로 세계 시민 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17

229 2. 난민과 이주민 정체성의 혼종적 재구성 남한이나 중국에서 유럽의 각 나라로 이주하는 탈북청소년들은 중 개인의 안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해당 국가로 입국한다.앞에서 언 급한 바와 같이 남한에서 유럽으로 이주하는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중 개인들의 안내에 따라 자비로 비행기 표를 구입한 후 해당 국가의 난 민 신청소에 도착하게 된다.중국에서 유럽으로 입국하는 탈북청소년 의 경우 합법적인 여행을 위한 신분증이 없으므로 중개인들이 마련한 위조 신분증 을 사용하여 비행기,기차,버스,택시 등의 각종 교통편으 로 해당 국가의 난민 신청소로 안내된다.다음에서는 독일로 이주한 북한청소년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탈북청소년들은 독일로 이주하며 스스로를 북한에서 온 정치적 난 민 으로 소개한다.이것의 근거는 독일이 1951년 UN의 제네바 난민협 약에 가입하였고,이를 보완한 1967년의 난민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근 거하여 난민 정책 61 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국제협약에 의하면 난 민(Refugee)이란 전쟁,정치적,종교적 혹은 사회적인 이유로 자신이 살던 국가나 고향을 떠나도록 강제된 사람들 혹은 그와 같은 이유로 정치적,종교적,사회적 권리를 위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로 정의된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이유가 아닌 사회,정치,문화 적 조건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달리 이주를 강제 당했다 라는 점이 다. 62 이들은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행 61_ 현재 독일 정부의 난민에 관한 규정과 난민 인정 절차는 1982년 마련된 망명절차법 (Asylverfahrensgesetz) 에 의거하고 있다.유엔난민기구(UNHCR)의 통계에 의하 면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난민 신청자가 많은 국가이다.2013년 독일의 난민 신청 자는 109,6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2014년 상반기에만 65,700명이 난민 신청을 하여 전년 상반기 대비 52%가 증가하였다.< 62_ 이런 강제성에 유의하여 기존의 이주에 대한 연구는 강제된 이주민인 난민 과 자발 21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30 자와 달리 자신의 모국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자신이 태어난 국가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한 이민자와 달리 자신이 떠나온 모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과 정서적으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이 와 관련하여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식량난으로 인해 벌어진 경제적 궁 핍과 사회적 혼란을 피해 탈북하였으며,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사회적 박해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난민 으로서의 특성을 갖는다.그런데 이 미 남한 사회의 국적을 취득하고 물질적,제도적 지원을 받아 더 나은 사회를 찾아서 독일로 온 경우에는 경제적 이주민의 특성 또한 가지고 있다.특히 남한을 거쳐 독일로 온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안전한 제3국 규정에 의해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처지이기도 하다. 북한 국적의 난민 신청자와 관련한 유엔난민기구(UNHCR)통계를 보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총 486명이 독일에서 난민지위를 신청하 여 이 중 192명이 인정을 받았다.지금까지 알려진 통계들을 종합하면 독일에서만 1990년대 중반부터 2013년까지 573명의 신청자 중 233명 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63 이는 캐나다 혹은 영국과 비교하여 작은 규모이나 EU 내의 여타 국가들과 비슷한 정도 의 수치이다.그런데 <표 Ⅴ-1>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독일 내 Ⅰ Ⅱ 적 이주민을 구분하고자 하였다.그러나 20세기 대량 이주의 배경에는 사회적 강제 와 개별적 이유를 구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 이주를 위해 난민 의 지위를 활용하는 등 서로가 긴밀히 착종되어 있는 등 이주자와 난민을 구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AnneteTreibel,MigrationinModernenGeselschaften,Soziale FolgenvonEinwanderung,GastarbeitundFlucht(Weinheim & Muenchen: JuventaVerlag,1999/2011),pp.13,21. 63_ 다른 자료에 의하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455명의 북한주민이 난민 신청을 하여 232명이 난민지위를 받거나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고기복, EU국가의 난민 인정제도, p.38.현재 열람 가능한 UNHCR통계에 의하면 2000년에 95명,2001년 도에 104명,2002년도에 96명의 북한 국적자가 난민 신청을 하여 각각 56명,53명, 51명이 난민지위를 받았다.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19

231 북한국적자들이 2000년대 초에서 2004년까지 집중적으로 난민 신청을 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수가 난민 인정을 받았다. 64 그러나 이후 10여 년간 상대적인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013년도에 난민 신청자 수가 88 명으로 급증하였다.북한 국적 난민 신청자들의 구술에 의하면 2013년 도에 많은 수의 북한 국적자들이 벨기에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하였으나 그 해 많은 수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자 독일로 이동하였다고 한다(사례38인터뷰 메모,2014). 65 즉 북한이주민들의 유럽 국가 내 난민 신청 현황은 각 국가의 구체적인 심사절차 및 판결 내용과 밀접 히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지속적으로 많은 수의 북한이주민이 난민 신청을 하고 있는 영국과 캐나다의 경우도 각 연도별로 신청자 수의 변화가 큰 것은 각국의 난 민 심사 결과에 따라 중개 조직들의 활동 국가가 달라지기 때문인 것 으로 짐작된다.2013년 여름에서 2014년 여름까지 독일 칼스루에 난민 신청소와 스투트가르트 난민 숙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필자의 현장 조사에 의하면 다양한 연령대의 북한 국적자들 30~40명 정도가 난민 신청 후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여성의 경우는 대부분 남성 가족과 동반하였으며,간혹 50대 이상의 노년층의 경우 가족 중 젊은 남성들 과 함께 이주하였다.반면 20대의 북한청년들 다수가 단신으로 이주하 여 난민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64_ 독일 거주 한국교민들의 구술에 의하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난민 인정을 받아서 독일에 영주하게 된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조선족이었다고 한다.이들 중에는 영주권을 받은 후 공개적으로 조선족임을 밝히고,한국인 공동체 내에서 경 제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이런 경향을 인지한 독일난민 심사소가 탈북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여 난민 인정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65_ UNHCR통계에 의하면 2013년 벨기에에서 난민 신청을 한 북한국적자 중 91명에 대해 난민 인정을 거부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22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32 표 Ⅴ-1 북한주민의 독일 및 해외 각국 난민 신청 현황 (난민 인정 및 보호조치자) 연도 국가 계 독일 30 (29) 영국 15 (0) 32 (1) 11 (1) 캐나다 (1) 미국 9 (3) 5 (0) 3 (0) 4 (0) 5 (0) (17) (16) (31) (223) (289) (4) 1 (1) 1 (2) 25 (0) 8 (6) 109 (0) 7 (1) 30 (7) 1 (3) 4 (1) 58 (7) 1 (0) 8 (0) 88 (0) 191 (32) (22) (16) (10) (635) (66) (42) (117) (230) (21) (484) 6 (2) 출처:UNHCR 통계자료(2014년 10월 4일)에서 재구성 4 (0) 6 (0) 5 (3) 0 48 (21) 가. 난민 등록과 증식되는 정체성 독일의 국경을 넘어 이주한 탈북청소년들은 기차 혹은 버스 등을 이 용하여 북한국적자들의 난민 신청을 받고 있는 칼스루에 난민 신청소 로 이동하였다.이곳은 독일 난민 신청소 중 유일하게 한국어 통역관 을 두고 남한 또는 북한 국적자의 난민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사진은 칼스루에 있는 독일연방 이주/난민청(Bundesamt für Migration und Flüchtlinge:BAMF) 산하 난민신청소 (Erstaufnahmeeinrichtung:EAE)표지판이다.중개자와 함께 혹은 중개자의 안내를 통해 이곳에 도착한 탈북청소년들은 정문에서 자신 의 이름과 생년월일 및 국적을 알린 후 난민 신청소에 입소하게 된다. 2014년 6월 담당 소장과의 면담에 의하면 이곳에만 하루에 200여명의 난민 신청자가 입소하고 있었다.이런 규모에 비추어 북한 국적의 난 민 신청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정문에 도착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신 체언어와 그림 등을 통해 자신의 출신국을 밝히게 된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21

233 그림 Ⅴ-1 독일연방 이주/난민청/바덴-뷰텐베르그 주 난민 신청소 중개인의 안내로 난민 신청소(EAE)앞까지 도착한 사례43의 경우 신청관이 제시한 토끼 모양의 한반도 지도의 위쪽을 가리킴으로써 자 신의 국적을 밝혔다.아마 이 시기 다수의 탈북자들이 입소하게 되자 이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냥 들어갔는데,그 유럽 사람이 지도 있잖습니까.북한하고 남 조선 있지 않습니까.이렇게,토끼 모양 됐지 않습니까.그거 이 렇게 보여주더니 위하고 아래를 가리키면서 여기냐고 여기냐고 이렇게 하는 겁니다.그래서 뭐지 하다가,내가 지금 어디서 건 너 왔는가.분명 다른 나라--같은 나라지만 이게 다르다는 건 아니까.어디로 왔는가 하는 거 설명하니까.그래서 위를 딱 가 리켰습니다.그러니까 노스코리아 이러면서 뭐 막 문서 작성하 더니 그거 주더라고요.뭐 이거 나 어떻게 하는지.다 독일어로 되고 다 독일말로 됐는데,이거 나 어떻게 하라는 거지.아무 것 도 모르는데.(사례43구술녹취록,2014Ⅰ/14) 난민 신청소 정문에서 이름과 국적 등을 기입하고 거주할 방을 배정 22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34 받은 청소년들은 최소한의 기일 내에 신청소 안에 설치된 BAMF현 지 분소에서 통역관의 입회 아래 개인 사항 및 난민 신청의 근거를 기 록하는 인터뷰를 했다.이를 위해 자신의 출신국,이름,생년월일,가족 관계 및 난민 신청의 동기와 이유 등에 대해서 기록하고,여권 사진을 촬영한 후 열 손가락 지문날인을 하였다.또한 난민소에 입소하는 개 인은 각종 장비가 구비된 소내의 의료기관에서 신체검사를 받게 된다. 건강 진단은 한편으로 개인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만,다른 한편 건강하지 않은 생명 에 의한 각종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 행 정기관의 예방조치에 해당한다.즉 신체적으로 건강한 국민 양성을 위 한 생체정치 66 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연방 난민청 현지 분소는 이 기록을 근거로 난민 심사를 하게 될 대상자를 선별하고,해당하는 난민 신청자에게 난민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임시 신분증을 발급한다.난민 심사대상자들은 공식적인 심문 (Anhoerung)이 이루어질 때까지 난민 신청소 혹은 난민 숙소에 머물 게 되는데,보통 1년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67 수용소는 생명을 질서에 등록하는 새롭게 감춰진 규제자이다. 68 독일을 비롯해 유럽 각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난민협약 등은 이들에 66_ 이 개념은 푸코의 권력 이 사회구성원의 몸을 매개로 작동하는 방식을 지칭하기 위 해 사용하였다.푸코에게 있어서 권력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지배와 무관 해 보이는 무수한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행사된다.미셀 푸코, 성의 역사 1:앎의 의지 (파주:나남출판,2004),pp.118~ _ 독일의 난민지원 NGO인 ProAsyl의 자료에 의하면 1년에 평균 4만 명의 망명신청 자가 수용소 형태의 난민소에 머물고 있다.2014년 현재 바덴-뷰텐베르크 주에는 73개의 난민수용소가 있고,해당 주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1인당 4.5m2의 공간이 배 정되며 최대 8명이 하나의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다.< 체들은 이와 같은 수용소 시설에 반대하고 있다. 68_ 조르조 아감벤 저,김상운 양창렬 역, 목적없는 수단:정치에 관한 11개의 노트 (서울:난장,2009),p.53.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23

235 대한 즉각 체포 및 위험지역으로의 송환 금지 등의 원칙에 의거하여 국가폭력으로부터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있다.그러나 난민 신청자가 해당 국가 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 해서는 소정의 절차를 통해 자신이 난민 임을 주장하고,해당 국민국 가의 규정에 맞는 국민이 될 자격이 있음을 검증받아야 한다.이와 같 은 과정을 탈북청소년들은 어떻게 경험하였을까? 그림 Ⅴ-2 독일 난민 심사과정 (출처:< 2014년 10월) 2003년 남한으로 이주하여 생활하다가 2012년 해외로 출국한 사례38이 처음 도착한 유럽의 국가는 독일이 아니라 벨기에였다.그곳의 난민 신청소를 통해 난민 신청을 하였으나 거절(Ablehnung) 통지서를 받 았다.해당 국가의 조사를 통해 안전한 3국 인 남한을 거쳐서 온 것이 확인되어 남한으로 돌아가라는 결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이에 사례 22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36 38은 2013년 자신을 찾아온 부인 사례44를 먼저 독일로 보낸 후 자신 도 뒤따라 독일의 난민소에 입소하여 난민 신청을 하였다.구술인터뷰 를 위해 필자가 구술자를 만났던 2014년 4월 당시 사례38과 사례44는 H시에 있는 한 난민 숙소에서 2014년 1월에 출생한 아들과 함께 생활 하고 있었다. 구술자 사례38은 자신을 식량난의 와중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남한으로 탈북한 고아로 소개하였다.전체 인터뷰는 북한에서의 생활 과 탈북 과정에 집중된 반면 10년간의 남한 생활과 해외 출국 이후 현 재의 난민 숙소에서 생활하게 된 과정에 대한 경험은 최소한으로 축소 되었다(사례38구술녹취록,2014I).현재 난민 심사가 진행 중인 처지 이므로 남한 출신의 연구자 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짐 작할 수 있었다.그런데 사례38과의 만남에서 주목할 점은 수시로 바 뀌는 개인정보였다.2014년 3월 필자와 인터뷰한 사례38은 구술사례 비를 지급하는 서류 등에 1982년생으로 자신의 출생년도를 기록하였 다.그러나 2014년 5월 두 번째 만남의 과정에서 BAMF가 발급한 임 시 신분증에는 1987년생으로 기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 직후 부인이 참석한 대화 도중에는 자신이 사실 1984년 출생인데 세살을 낮 추어 난민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뿐만 아니라 소개한 본인의 이름도 하나가 아니었다.이런 사실들에 비추어 사례38과 사례44는 독일의 BAMF에 난민 신청을 할 때 자신들의 본래 정체성과 다른 임의의 정 체성을 만들어낸 것 으로 짐작된다.2012년 먼저 출국하여 벨기에로 왔던 사례38의 경우 난민 인정이 거절되는 경험을 하면서 독일의 난민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현장 조사에 의하면 이는 독일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벨기에에서 난민 신청 을 할 때도 중개인들의 안내에 따라 자신을 어떻게 연출 할 것인가에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25

237 대해 지침을 받았다고 한다.대부분의 경우 남한에서 출국하여 유럽의 국가에 도착하면 대한민국 여권을 비롯한 서류들을 숨긴다.어떤 경우 에는 중개인들이 여권 등을 보관 하게 되면서 분실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그리고 자신들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하여 해당 국가로 온 탈북난민 으로 소개하는 것이다.이때 북한에서 경험한 어려움을 강 조 하고 중국에서의 인권침해를 소개하며 우는 등의 연기 를 통해 조 선족이 아니라 진짜 북한 사람 임을 전달하고자 최선을 노력을 다하게 된다고 한다.구술자 사례38의 경우 남한,벨기에,독일의 담당 기관이 탈북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제3의 정체성을 증식 함으로써 독일의 난민 심사 과정을 통과하고자 한 것이다.부인 인 사례44의 경우에도 이름 등을 다르게 하는 등 유사한 편법 을 사용 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었다.이것은 2000년대 중반 영국으로 재이주 했던 북한주민들이 이미 사용했던 전술 이기도 하다. 69 나아가 유럽의 각국이 1990년대 중반 각종 전쟁으로 인한 난민들이 급증하자 난민들 이 자신의 국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전한 제3국 을 거쳐서 오는 난민들의 입국을 거절하는 규정을 마련하자 각종 편법에 의한 난 민 신청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또한 유럽 선진국으로 이주하기를 희망하는 이주자들이 적절한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마련하지 못할 때 이와 같은 편법을 통해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탈북청소년들 또한 탈북자 라는 자신들의 존재 위치가 이동 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사실 을 간파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해외 이주를 매개로 유연한 시민권(FlexibleCitizenship)을 실현하고자 하 는 사회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_ 이희영, (탈)분단과 국제이주의 행위자 네트워크: 여행하는 탈북 난민들의 삶과 인권에 관한 사례연구, pp.375~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38 구술자 사례38은 2014년 초의 만남에서 남한에서와 달리 걱정거리 가 없는 편안한 생활 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나아가 체류 기간 5년이 지난 뒤에는 영주권을 받게 되기를 희망하였다.특히 독일 에서 출생한 자신의 아들은 독일사람 이므로 그의 부모인 자신들은 독 일에서 살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였다.사례38과 사례44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독일식으로 지어서 출생신고를 하였다.필자에게 소개한 전자 메일의 아이디는 증식된 생년월일을 조합하여 만든 것이었다.이 모 든 일상의 결정들은 새로운 정체성으로 독일 사회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례38과 사례44부부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나. 가족의 재구성과 맡겨진 정체성 2014년 4월 인터뷰에 의하면 사례43과 사례45는 난민 신청소에서 부녀 관계임을 인정받지 못해 서로 다른 도시의 난민 숙소로 배치되었 다고 한다.이후 수개월에 걸쳐 부녀 관계 확인 절차를 밟아 다른 도시 에 있던 사례45가 딸인 사례43의 거주지로 합류하였다. 아버지가 증명서도 가지고--나도 북한 증명서 다 가지고 나왔 습니다.그래가지고--거긴데다 내 출생증인데다는 Y의 딸 아 니 무슨 증명함 무슨 이런 거 있잖습니까.아버지 저 증명서인데 는 000뭐 이렇게 있었습니다.그런데 그건 벌써 아버지 문건 한 달 전에 했으니까,다 올라가고 위로.내꺼만 그냥 덜러덩 떨어 졌으니까.석 달 후에 밝혀졌습니다,아버지.그래가지고 아버지 가 내 쪽에 오게 됐습니다.(중략)그러니까 아버지는 내가 올 70_ AihwaOng,FlexibleCitizenship.TheCulturalLogicsofTrannationality (Durham & London:DukeUniversityPress,1999)참조.이 책의 저자는 홍콩 주민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문화적,사회적,정치적 조건에 기초한 정체성의 정치를 유연한 시민권 으로 표현하고 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27

239 거 생각도 못했고.나도 뭐 아버지 거기,나는 아버지 거기 있었 다는 거 알고 왔지만,아버지는 내 올 거 생각 못했으니까.그냥 증명서 보이고 뭐,그 사람들이 뭐 다 조선글로 썼는데 알아 못 보지 않습니까.그러니까 뭐 그냥 보이고 말은 거죠.(사례43구 술녹취록,2014Ⅰ/15) 구술인터뷰에 의하면 사례45와 사례43의 부녀는 중국으로 탈북하면 서 자신들의 출생증명서와 북한 공민증을 가지고 왔고,독일의 난민 신 청소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당시 자신들의 북한공민증 등의 서류를 제 출하였다고 한다.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준비하지 못한 채 탈북하 거나 혹은 이주의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증을 소지하지 못한 채 남한 또는 제3국에 입국하고 있는 반면,두 사람은 자신들이 북한주민임을 입증할 수 있는 문건 을 소지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이는 북한을 떠날 때부터 이러한 문건의 필요성을 예견한 것으로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이루어진 행동임을 추정해 볼 수 있다.그러나 독일의 난민 신청소에 서 이 서류는 자신의 출신국을 증명할 수는 있었으나,언어의 한계로 인해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으로 나아가지는 못한 것이다.또한 두 사람은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독일로 입국하였으며,부친인 사례45의 경우 딸인 사례43이 자신을 좇아 독일로 올 것임을 알지 못해 가족관 계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하나의 조건이다.구술자들이 머물렀 던 난민 신청소의 숙소 배정 원칙에 의하면 철저히 각 난민 숙소의 배 정비율 에 따라 컴퓨터로 임의 배정을 하며,부부인 사람과 미성년자인 경우만 숙소 배정에서 고려될 뿐이다.따라서 뒤따라 입소한 사례43이 자신의 가족관계를 밝혀도 이를 고려하여 난민 숙소를 재배정하는 과 정이 간단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구술자 사례39의 경우 난민 신청을 위한 인터뷰 과정에서 출신 국가 22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40 가 잘못 기록된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수개월이 지난 2014년 4월 당시 까지 수정하지 못하고 있었다.2013년 구술자 사례39가 난민 신청소에 입소 후 인터뷰를 할 당시 특정 사정으로 인해 한국인 통역관이 참여 하지 못하고 대신 한국말을 이해하는 중국인 통역관이 배석하여 북한 (DemocraticPeople srepublicofkorea) 이라고 소개한 사례39의 국적을 남한(RepublicofKorea)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다.이 서류에 근거하여 BAMF가 사례39에게 발급한 임시 신분증에도 남한 출신의 000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사례39는 독일어를 알지 못해 이러한 오 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 여자가 하는 거예요.그래서 집이 어딘가 (하 )고 해가지고 조선. 이러니까 북조선인가? 그러더라고.그렇다니 까 쓰더라고.쓰고, 고향 어딘가? 해서 000 하니까 쓰고.이름 다 쓰라고 해가지고 썼어요.아니 불러줬어요.제가 독일어를 못 쓰니까.지가 알아서 쓰더라고요.(중략)그렇게 하고서는 나와 있는데 그 00라고 같이 있는 애가 있었어요.스물 몇인가.걔가 중국말을 모르니까 걔 거까지 좀 통역을 해주겠냐고 그러더라 고.통역 해주는데 걔는 북조선으로 돼 있는 거예요.같이 받았 는데,걔 거는 북조선으로 돼 있고 다 돼 있는데,제 거는 남조선 으로만 나온 거예요.그래가지고 그 후에 인터뷰하는 그 분 만나 서 찾아갔어요,제가.같이 갔어요,그 분하고.왜 내거 이렇게 나왔냐고 따지고 들었어요 (중략)말하니까 자기가 컴퓨터로 입 력을 할 때 잘못한 거 같다고. 어떻게 해야 되나? 하니까 이제 는 날짜가 한주일 됐기 때문에 안 되고,1차 인터뷰 때 해야 된 다고.(사례39구술녹취록,2014Ⅰ/27) 2014년 6월 당시에도 사례39는 남한 출신의 난민 신청자로 기록되어 있었다.구술자는 이러한 기록을 변경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미루고 있는 상황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29

241 었다.뿐만 아니라 중국인 통역관의 실수로 사례39는 자신의 성이 아닌 이름이 난민 신청서에 기록되어,통역관이 기록한 중국식 이름으로 불 리고 있었다.한 난민의 정체성이 통역관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럽의 각 국가는 1990년대 초반부터 밀려 오는 난민을 자신들의 국가에 수용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국 가 간 협약을 마련하여 난민 입국 자체를 제한하는 정책을 써오고 있 다.또한 난민 심사과정에서는 신청서를 낸 개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면밀히 심사함으로써 부당한 방식 으로 이루어지는 입국을 최대한 가려내고자 한다.이러한 상황과 비교하여 사례39의 난민 신청 과정은 통역관에 의해서 국적과 이름이 잘못 기재 되는 등의 결정적인 실수가 발생함으로써 해당 개인의 미래에 큰 영향 을 미치고 있다.즉 국민국가의 안전과 국경을 방어하고자 하는 다양 한 국제협약과 심사과정의 철저함에 비교하여 난민 들의 권리에 대한 배려는 지나치게 허술함을 간과할 수 없다.소위 안전(Security)이라 는 이름으로 강화되는 국민국가의 국경 보호조치와 극단적 불균형을 이루는 난민의 지위와 권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례39는 잘못 기재된 자신의 국적으로 인해 난민 신청이 거절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으나,현지의 언어와 사정을 몰라 언젠가는 있을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 수용소 의 체험 탈북청소년들이 입소했던 독일의 난민 신청소는 해당 국가 내에서 유일하게 북한 국적의 난민 신청을 담당하는 곳이다.따라서 독일로 이주하는 북한주민들이 모두 모이게 되는 통과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23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42 나아가 전 세계에서 독일로 온 난민들이 함께 생활하는 다국적 공간이 기도 했다. 그냥 정문이 쭉 들어가면 있잖습니까.이렇게 아니다.이렇게 생 긴 게 하나 있고,그 다음에 이렇게 이렇게 니은 자로 생긴 게 또 이쪽 건물이 하나 있고.여기 길이고 있잖습니까.쭉 길입니 다.이것들은 다 병동이랑 이렇게 자는데--매 나라들마다 다 들어오니까,그 안에.(중략)네,쭉 이렇게 길게 있습니다.그 다 음에 요쪽에 또 하나 무슨 있고.요쪽에 뭐 병원,조그만 병원 뭐 그런 거.(중략)중국 사람도 같이 있고.외국사람,얼굴이 까 만 사람들도 들어올 때도 있고.(중략)한 방에 그러니까 침대를 이렇게 아래위로 된 거 있지 않습니까,2층짜리.그거 쇳대로 만 든 거.그거 하나,둘,셋,네 개 넣는 겁니다.그러니까 총 여덟 명이잖습니까?그렇게 해서 거기 다 한데--지냅니다.(사례43 구술녹취록,2014Ⅰ/14) 위의 텍스트에서 사례43이 묘사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해당 난민 신청 소에는 단신으로 신청한 난민들을 위한 남,여 숙소와 가족동 그리고 유치원,세탁실,의무실,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공간이다.이곳 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은 최대 3개월까지 이곳에서 생활하다가 다른 지역의 난민 숙소를 배정받아 이동하게 된다.난민 신청소는 대 상이 되는 난민들을 집단으로 관리하는 수용공간 이다.따라서 개인성 보다는 집단적 규율이 중시되는 공간으로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 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이와 같은 수용시설(Lager)을 난민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로 바꾸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요 구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특히 남한 사회에서 사생활을 보장하 는 주거공간 혹은 사회시설의 경험을 가진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크게 실망하거나 불만을 가지기도 하였다.난민 신청소에 도착한 날 배정할 방이 없어서 복도에서 하루를 보낸 청소년도 있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31

243 다른 한편 북한 또는 남한의 조사기관 또는 수용기관과 달리 독일의 난민소는 제공된 임시 신분증을 소지하면 24시간 출입이 개방되어 있 었다.또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하루 세끼의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고,한 달에 150유로 정도의 용돈을 받고 있었다.입소하는 순서에 따라 한 방 에 최대 8명이 함께 생활하도록 배정되는데,이와 상관없이 개인들은 같은 국가 출신의 난민들 혹은 지인들과 왕래하며 생활하는 경향이 있 다.구술자 사례43의 경우도 이미 와 있던 아버지의 방으로 가서 함께 식사하는 등 생활하였다고 한다.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은 난민 신청 소에서 머무는 동안 자유롭게 각 방을 이동하며 조선 사람들로부터 정 보를 얻고,고향 또는 거쳐 온 나라를 배경으로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 기도 하였다.또한 입맛에 맞지 않는 구내식당의 음식(빵,탄산수,서구 식 요리 등)대신 정문 바깥으로 나가 한국 상점에서 각종 식품과 도구 를 구입한 후 불법 취사 를 하거나 근처의 시내로 나가 지역을 구경하고 상품을 구입하는 등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모인 청소년들과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기반으 로 관계를 맺기도 하였다.난민 신청이 완료되고,다른 난민 숙소로 배 정될 때까지 이곳에서 특별히 해야 하는 의무가 없으므로 이들은 주로 북한 또는 남한의 가족들과 SNS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고,난민 인정 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거나,사적인 관계를 만들며 생활하였다고 한 다.구술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이 북한 출신의 개인들 과 사적인 관계를 형성했던 것에 비해,사례43의 경우 이곳에서 생활 하는 동안 시리아 등에서 온 난민청년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24시간 집단생활을 하는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과 시각적 공간적으로 대면했던 이 시기의 경험 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우나,피부색 23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44 과 언어가 다른 개인들과 가깝게 생활한 간접경험은 좀 더 개방적으로 문화적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유창하지는 못하지만 타국적 난민들과 외국어로 소통해 보거나 타국적,타인종 청소년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던 경험을 통해 극단 적으로 폐쇄적이었던 북한에서의 삶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으 로 보인다.결국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자국,혹은 남한을 떠나서 타국 가에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 모인 난민 신청소 에서 지구적 차원의 문 화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Ⅴ-3 칼스루 난민 신청소 내부 전경 Ⅰ Ⅱ Ⅲ Ⅳ 북한 국적의 난민들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중 국 국적의 조선족이나 한족인 것으로 보인다.탈북청소년들 중에서 중국 체류기간에 중국어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쉽게 한족들과 의사소 통을 하며 관계를 형성해 가기도 하였다.이것은 이후 독일 사회 내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33

245 에서 중국인 공동체와 연계될 수 있는 주요한 문화적,사회적 자원이 기도 하다. 3. 국민 되기의 전략과 시민권 협상 탈북청소년들은 난민 신청 후 해당 주정부 산하의 73개 난민 숙소로 흩어져 생활하고 있다.각 개인들이 생활하는 난민 숙소는 병원 건물 을 개조한 집체형 숙소 혹은 일반 서민주택을 개조하여 사용하게 된 개별형 숙소 등 다양한 구조를 띠고 있었다.특히 가족의 경우 독립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많은 경우 언어,일상문화 등을 고려하여 같은 국적 출신의 난민들이 함께 생활하도록 숙소를 배 정하고 있었다.그러나 같은 국적의 난민 사이에 갈등이 커져 서로 다 른 곳으로 재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필자와 인터뷰를 한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 H시와 K시 안팎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배정된 숙소에서 생활하는 탈북청소년들이 난민 심사가 있을 때까 지 하게 될 주요 활동은 해당 지역의 언어와 사회문화적 질서와 규칙 을 전유하는 것이다.이 기간에 최소한의 생계비와 독일어 수업이 무 료로 제공된다.그러나 공식적인 노동은 할 수 없다.2012년 10월 독일 남부지역에 거주하던 난민들이 자유로운 거주이동과 노동권 보장 등 을 요구하며 남부도시에서 수도인 베를린시까지 도보행진을 하기도 하였다 _ DieTagesZeitung(TAZ),October29,2012,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46 가. 종교의 권위와 사회적 네트워크 해외로 온 북한 주민들이 배정된 난민 숙소에 머물며 쉽게 접촉하게 되는 개인과 조직은 대부분의 경우 종교 단체이다.K와 H시의 탈북청 소년들 대부분이 이미 중국과 남한에서 기독교 단체와 관계를 맺거나, 일상적인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이미 종교 단체는 이들에게 낯 선 조직이 아니었다.이 단체들 중에는 북한선교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다수의 국제 기독교 조직들도 있었다. 72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독일에서 사례38과 사례44는 개신교회,사례39 와 사례43은 천주교회에 다니고 있다.사례46과 사례39는 중국에서 미 국 선교사들이 소개한 교회에서 생활했으나,현재 독일에서는 직접 관 계를 갖지 않고 있었다.사례39는 북한 땅을 떠나니 수령님도 없고 믿을 것은 고개 들어 보이는 하늘 밖에 없었다. 고 탈북 후 중국에서의 정서적 상황을 기술했다.기존 연구에서,사회주의 노동당과 그 핵심인 수령의 교시와 명령을 중심으로 조직된 사회질서 속에서 생활하던 북 한 주민들은 탈북 이후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 하게 되면서 상대적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하였다.그런데 우연히 접하 게 된 기독교 사상이 신의 뜻을 중심으로 생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사상 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사례39의 경우에도 다친 손으 로 군대를 탈영하여 중국으로 와서 하루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당시의 상황에서 북한 난민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미국인 선교사의 안내로 성경을 읽고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중국에 있을 당시 구약성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 썼던 적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72_ 한 예로 OpenDoors 라는 조직은 전 세계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위한 조직을 자임하고 있으며.수년 전부터 북한선교 를 최대의 활동 목적으로 공언하기도 하였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35

247 했다(사례39와의 대화,2014년 6월).남한에서와 마찬가지로 탈북한 구술자들에게 기독교회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절대적 구원자에 대 한 믿음이라고 하는 종교적 의미와 더불어 일상생활,난민 인정 절차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도움(생활용품,일상지식,통역활동,의료지원, 교육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단체라는 실용적 의미가 결합되어 있었 다.특히 남한 사람들이 조직한 종교 단체의 경우 언어적 소통이 가능 하다는 최고의 장점을 통해 쉽게 탈북청소년들과 접촉하고 있었다.예 를 들어 한국어로 된 독일어 학습교재 등을 교회 등에 구비하여 이들 이 해당국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사례38과 사례44의 경우 난민 신청소에서 H시의 난민 숙소로 옮겨 서 생활하게 되면서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교회의 지원을 받게 되 었다.독일어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 구청에서 매달 지 급하는 생활비를 받는 일,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에 적절한 교통카드를 발급받고,버스표를 사는 일,주변에서 생활용품을 구입하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 등이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였다고 한다.난민 숙소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도 이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서 사 실상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교회 사람들이,교회는--저도 교를 안 믿었습니다.종교 같은 거,저도 그런 건 없거든요.그런데 아직까지도,내가 세례를 받 았지 않습니까?세례를 받았지만은 막 내가 빌고 하는 게 없습 니다.하나님한테 의지해야 되겠다.어떻게 해야 되겠다.글쎄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직 하나님이 듣고 계시는지,내 마음속을 읽어 오시는지 잘 모르겠는데,마음은 아직 그렇게 막 끌리지 않 았댔습니다.그런데 일단 내가 바쁠 때는 교회 사람들,한국 사 람들 많이 도와주겠다.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저를 못 도와주 23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48 지 않습니까?그래서--도움을 받으려면 그냥 머리 수그리고, 내가 암만 아니라도 뭐야 저 그래야 되겠다,이런 생각을 하지만은, 생각은 그렇지만은 계속 그렇게 하는 게--.그래서 아마 마음적 스트레스가 많은 거 같습니다.(사례44구술녹취록,2014Ⅰ/11) 위의 텍스트에서 구술자 사례44는 자신의 종교적 믿음과 세례,교회 의 도움과 자신의 마음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구술자는 남편인 사례38과 함께 현재 살고 있는 독일의 한국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남한 출신의 목사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존재를 알고 방문하여 다양한 생활상의 정보를 제공하고,난민 심사 과 정에 대한 변호사와 육아에 필요한 물품 등을 지원하였다.이런 점을 계기로 세례까지 받게 되었으나 사례38은 인터뷰 당시에도 신에 대한 믿음 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를 받게 된 것은 자신이 바쁠 때(힘들고 어려울 때) 한국말을 하는 교인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므로 그냥 머리 수그리고 있어야 하는 처지 때문임을 언급하고 있다.종교적 믿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 주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교인들에게 공손하게 대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구술자 스 스로는 스트레스 가 쌓이는 힘든 조건으로 경험하고 있다. 사례39와 사례43의 경우 자신들의 지원하는 남한 출신 의사 황씨의 안내로 천주교회에 다니고 있다.K시에서 다양한 사회복지 활동을 하 고 있는 황씨는 2013년 버스 정류장에서 탈북자를 만난 후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독일어 교육을 제공하였고,의료,복지관련 상담 등 헌신적 인 지원활동을 하고 있었다.이 과정에서 천주교인인 황씨는 탈북청소 년들에게 실용적인 목적 으로 천주교회에 다닐 것을 권유하였다고 한 다.천주교의 경우 개신교와 달리 로마교황청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고,독일 내에서도 상당한 사회적 권력을 가지고 있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37

249 므로 탈북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정착하는데 큰 힘 이 될 것이라는 판 단이었다.특히 2013~2014년 초까지 독일에서 이루어진 난민 심사 판 례에 의하면,난민 신청자들이 기독교회의 영세 혹은 세례를 받은 경우 이들이 기독교가 지향하는 사회질서와 가치를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므로,난민 자격 심사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이런 권 유에 따라 사례39,사례43외 세 명의 북한 주민들은 2013년부터 매주 일요일 예배에 참석했고,이들의 처지를 특별히 고려한 교회의 결정 으로 2014년 6월 영세를 받았다.이들의 영세에 대해 천주교회 내에서 도 의견이 다양했으나,UN북한인권위원희가 조사한 인권침해가 발생 하는 북한에서 온 난민 들임을 고려하여 결국 영세식이 이루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21세기 국민국가인 독일이 기독교회의 가치와 규범을 중요한 사회구성의 원리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기독교를 믿는 교 인들을 적극적인 국민 으로 인정하는 독일국가 권력의 입장과 태도는 결국 기독교회가 국민 만들기 의 중요한 가치이자 사회적 공간임을 보 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언어와 문화가 이질적인 유럽사회에서 희귀한 국가(EinExotischesLand) 에서 온 탈북청소년들과 최소한의 대화와 교류를 시도하는 집단이 종교조직이며,탈북청소년들 또한 중 국과 남한 등의 경험을 통해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외국인 들 중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개인과 집단이 종교와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여기 게 됨으로써 이들 사이에 문화적,조직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나. 착한 난민과 실용적 이주민의 전략들 식량난 이후 사회적 무질서 속에서 다양한 비법과 불법행위를 경험 하며 생존을 유지해온 탈북청소년들은 독일에서 난민 심사가 진행되 23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50 는 기간에 최대한 난민 신청자가 지켜야 하는 규범을 준수하여 위험하 지 않은 시민 임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첫째,난민 신청자의 경우 배정받은 난민 숙소가 속해있는 주정부의 행정구역을 벗어나 이 동할 수 없다.즉 독일 정부가 이들의 난민자격 심사를 마무리하여 이 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이들의 여행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다.그 런데 2013년 연말에 북한이주민 두 명(사례48,사례41)이 난민수용소 에서 알게 된 북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이동 중 경찰의 단속을 받은 적이 있었다.경찰 단속 기록은 난민청으로 통보되고,해 당 난민 숙소의 사회복지사에게 전달된다.그러나 많은 탈북청소년들 은 이러한 단속을 피하고,교통비를 아끼는 등의 목적으로 자전거를 이 용해 먼 곳의 지인을 방문하곤 하였다. 둘째,난민 숙소 내에는 공동생활을 위한 일반적인 규칙들이 있다. 2014년 5월 사례39와 같은 방에 거주하는 사례48은 난민 숙소에서 금 지되어 있는 방안 취사를 하다가 화재경보기가 울려서 소방차가 동원 되는 일을 겪었다.각 층마다 공동취사실이 있으나,다른 사람이 취사 를 할 경우 기다려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으므로 많은 북한주민들이 개인용 취사도구를 구입하여 방안에서 취사를 하기도 하였다.이 사건 후 사례39와 사례48은 각각 다른 방으로 배치되었다. 셋째,독일 사회 각 분야(교통,의료,공동생활 등)의 일반적인 생활 규칙이 있다.사례43은 숙소 내에 거주하는 또래들과 술을 마시고 대 화를 하던 중 싸움이 발생하여 출동한 경찰에게 임시 신분증 을 압수 당했다. 내가 술을 많이 마셨는데 북한 언니가 왜 00이 술을 많이 마시 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두고 갔냐 하면서 따지다가 둘이서 머 리 잡고 싸우고.그래서 누가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이 왔다.내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39

251 가 싸운 것이 아니라 그 여자둘이 싸웠는데 경찰이 와서 내 여 권까지 가지고 갔다.결국 소문이 그렇게 난다.물론 술을 많이 마신 내가 잘못이지만 내가 싸운 게 아닌데,내가 술 먹고 싸웠 다고 소문이 났다.(사례43인터뷰 메모,2014Ⅱ/4) 이 사건은 난민 숙소에서 크게 알려지기도 했다.위의 텍스트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당사자인 사례43은 자신이 싸움의 당사자가 아니었 으나,그 상황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신분증까지 압수당하게 되었음을 호소하였다.그러나 개인들 사이의 폭력 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독일 사회의 일상원리에 비추어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집단 전 체 가 단속의 대상이 된 것이다.탈북청소년들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면전에서 몸으로 해결 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므로,이런 일을 신고하 는 독일(혹은 남한)사회의 규범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다른 한편 난민들에게 지급되는 생계비를 아끼기 위해 성인용 교통카 드가 아닌,값이 조금 싼 미성년 카드를 구매해서 쓰거나,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태도 등이 사회복지사에 의해 반복적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넷째,난민들은 난민 숙소 운영원칙에 의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재 배치되기도 한다.사례38과 사례44,사례46과 사례39는 난민수용소에 서 배정 받아서 이사했던 난민 숙소에서 생활하다가 수개월 만에 이유 를 알지 못한 채 다른 난민 숙소로 배치되어 이사하게 되었다.사례44 가 임신상태였으므로 이들은 개별 아파트를 배정받아서 살고 있었으 나 수일 내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는 통지문을 받고 집을 떠나야했다. 해당 숙소의 사회복지사에게 원인을 물었으나 알지 못한다 는 답을 들 었다고 한다.사례46과 사례39는 아이와 함께 두 가족이 사는 아파트 형 숙소에서 생활하였다.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시설이 24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52 좋은 집이었으나 2014년 초 같이 살던 북한 가족이 어디론가 떠나버린 후 다른 숙소로 이주하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그러나 이와 같은 통 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북한 난민들은 결국 머 무는 동안 해당 지역에서 형성했던 인간관계와 지역 내 익숙했던 기본 시설,애착을 가졌던 장소들을 상실하게 되었다.이처럼 난민 시설의 난민들은 해당 국가의 난민 정책 및 난민 시설 운영 원칙에 의해 배치 되고,관리된다.따라서 해당 국가의 국민 이 되기를 열망하는 난민들 의 경우 이와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착한 난민 의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독일 내 난민들에게는 소정의 기한이 지날 때까지 노동이 금지되어 있다.이와 같은 난민 정책에 항의하여 2012년 말 대규모의 난민 시위가 벌어진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73 바덴 뷰텐베르크 주 의 경우 난민 신청 후 10~12개월이 지나면 노동허가증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난민 신청 후 1년 이상의 기간을 일하지 못한 채 난민 생계 비를 받으며 숙소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이 기간에 각 난민 숙소 에서는 주 2회 독일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북한이주민 중 사례40과 현재 난민숙소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의 경우는 근처의 요양시설에서 무임 자원 활동을 하기도 하 였다.독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언어도 배우고, 자원봉사 경력으 로 난민 심사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기 위한 결정이었다.왜냐하면 난민 심사 담당 재판소가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개인 에게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며,특히 해당 국가 내에서 성실히 73_ 2014년 10월 23일 현재 베를린에서 2년여 동안 거주의 자유,노동 허가 등을 요구하 며 데모하던 난민들의 숙소를 철거하고자 하는 시당국의 조치와 이에 항의하는 시민 과 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41

253 노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인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 기 때문이었다.그런데 각 난민 숙소 내에서는 공통적으로 북한에서 온 난민 신청자들과 중국에서 온 난민 신청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 다.즉 북한이주민,조선족이주민,한족 사이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언 어와 문화에 근거하여 상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이다.사례36과 사 례40의 경우 난민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으로 부터 다양한 불법 노동 을 제안 받고 갈등하기도 하였다.해당 지역의 경우 한족과 조선족의 광범한 경제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고,중 국에서 온 난민 신청자들(한국계 포함)의 경우 난민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국가에서 지급하는 소정의 생활비(300유로 상당)를 받으면 서 중국 식당 등에서 불법노동을 하여 돈을 모은 후 중국으로 돌아가 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다.어떤 경우 유럽의 서로 다른 국가의 난민 소를 돌며 중장기적으로 비법 노동 을 통해 본국으로 돈을 송금하여 자본을 축적하는 경우도 있었다.숙소의 한 조선족 여성은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딸의 교육을 위해 독일에 왔으나 얼마 후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소정의 기간 후 노동허가를 받게 되어도 직업 을 구해 취업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무엇보다 독일어를 구사하지 못 하므로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읽고 쓰기를 하지 못 해 정식 고용의 조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즉 노동계약서에 서명하 고 노동을 할 경우 해당 국가의 연금제도가 적용되어 노후가 보장되지 만,현재 독일청소년들의 조건에서는 요구되는 어학증명서와 학력 인 정서가 없어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반면 비법 노동 의 경우 쉽 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당장 많은 돈 을 받을 수 있으나 해당 국가 의 연금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은 노 24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54 동허가를 받은 후 멀고 어려운 합법적인 노동과 가깝고 쉬운 불법 노동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다. 언어의 경계와 증가하는 욕망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타국적 개인을 난민/국민으로 받아들일 때 해당국의 언어 구사능력을 중요한 인정의 지표로 생각하고 있다.독일 의 경우도 해당국 내에서의 사회 통합을 위해 타국적 이주자의 언어 사용 능력을 필수적인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74 탈북청소년들은 2013년 9월부터 2014년 6월 현재까지 난민 숙소 등에서 제공하는 1주일 2회 의 어학 수업 외에 남한 출신 자원봉사자가 제공하는 개인 지도를 받 기도 하였다.탈북청소년 중 2014년 현재 만 스무 살이 된 사례43의 경우 상대적으로 언어 소통상태가 나은 편이지만,몇 개의 단어로 의사 소통을 하는 등 여전히 문장을 말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 외 사례46과 사례39의 경우 난민 숙소를 방문하여 독일어를 개별 지도하는 독일인 자원봉사자를 소개받아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그러 나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생활의 문제들을 스스로 처리하기에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특히 어린 시기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장마당 등에서 생계활동을 했던 탈북청소년들은 외국어 공부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이로 인해 (의료,구매 등)생활에서 곤란이 수시로 발 생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74_ 난민의 경우 망명절차법(Asylverfahrensgesetz,1982년)에 의해 시민권을 인정받 게 된다.이민자의 경우 2005년 개정된 이민법(Zuwanderungsgesetz)에 의해 독일 사회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개정법에서는 독일 사회에서 노동할 수 있는 개인 들에 대해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한편 독일어 습득과 민주주의 등의 독일 사회의 기본 가치를 습독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설동훈, 국제인구이동과 이민 자의 시민권:독일 일본 한국 비교연구, pp.21~5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43

255 나는 공부라는 거 안 해봤으니까 머리에 들어 안갑니다,잘.네, 그래서 너무 답답한 거 같기도 하고.그 북조선보다,우리 내 고 향보다는 많이 좋은데,여기가.말이 안 통해서 그게 제일 답답 한 거 같습니다.(사례43구술녹취록,2014Ⅰ/1)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중단한 위의 구술자 사례43외에도 사 례46과 사례39또한 고등중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고 밀무역 혹은 장 사를 하며 생계활동을 하였다.사례39와 사례44의 경우 고등중학교를 졸업했으나 체육활동에 주력하며 학교 생활을 하거나 오랜 군복무 등 으로 인해 외국어를 습득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그런데 특 히 탈북청소년들에게 독일어 습득 능력은 독일 사회에서 마련할 미래 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왜냐하면 남한에서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 학력인정절차를 마련하여 최대한 학력을 인정해 주 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진학 등에서 한국어 능력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75 이에 비해 독일에서 탈북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북한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독일 교육청이 주관하는 소정의 학력인정 시험을 치러야 한다.이 경우 독일어 구사 능력과 독일 사회가 인정하는 각 학 력에 적합한 학습내용을 갖추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탈북청소년들은 독일어뿐만 아니라 중등학교 졸업에도 불구하고 충실히 학교를 다니 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해당 시험을 통과하는 데 상당한 고충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다시 말해 독일어 능력이 학력 인정뿐만 아니라 이후 취업 및 사회활동을 위해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난민수용소에 입소 후 일하지 않으면서도 매월 생계비를 받고 75_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학력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교육청에 심의를 신청해 야 한다.그런데 각 시 도별로 탈북자들의 학력인정에 대한 기준이 달라 문제가 되기 도 했다. 연합뉴스,2010년 10월 22일. 24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56 생활하는 것을 행복 하게 여기던 탈북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돈 벌이 의 욕구를 느끼고 있었다.난민 신청자로서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 된 청소년들은 외국의 중심 거리를 나가면 보게 되는 멋진 상품 과 유 행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것이다.특별한 소일 거리가 없이 난민 심사 재판소의 통지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시내구 경 을 다니며,물건들을 입고,신고,만져보고, 세일 을 놓치지 않는 것 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등 소비자로서의 경험들을 쌓고 있었다.이 때문에 어학 공부를 하여 정식으로 노동하는 착한 시민 이 되어야 한 다는 장기 계획과 불법 노동으로 돈을 벌고 싶은 당장의 욕구 사이에 서 갈등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청소년들 중 아직 파트너가 없는 경우 외국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이를 통해 독일어와 현지 문화를 좀 더 적 극적으로 배우는 기회가 되고 있으나,서로 다른 문화적(섹슈얼리티) 경계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남자는 인터넷 앱을 통해서 알게 된 외국 친군데,괜찮다.그 런데 자꾸 여자 친구,남자친구하자고 해서 내가 더 이상 연락하 지 말라고 했다.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왜냐하면 길거리 가 다가도 계속 손잡고 가려고 하고 해서 내가 좀 어색하고 무서웠 다.00선생님이 지난번에 유럽 남자들은 조금 사귀다가 여자를 차버리니까 조심하라고 했다.그래서 자꾸 남들 보는 데서 손을 잡으니까 이상하고.북한에서는 남자친구 있어도 몰래 만나서 둘이 있을 때 손잡고 뽀뽀하고 하지만 남들 보는 데서는 전혀 그러지 않는다.그래서 남들 앞에서 그러는 것은 좀 이상하다. 그 친구는 돈도 잘 벌고 괜찮은데 내가 그냥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사례43인터뷰 메모,2014Ⅱ/3) 위의 텍스트에서 구술자 사례43은 친밀한 남녀사이의 소통방식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45

257 외국인 남자 와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 다.북한에서 연애를 하는 남녀가 공공연하게 애정 표현을 하지 못하 는 경험을 했던 구술자는 독일 남자친구가 하는 자연스런 신체접촉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나아가 위의 텍스트에서 언급하고 있는 남한 출신 활동가의 조언이 구술자에게 유럽 남자 전반에 대한 두려 움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요컨대 남이 보는 곳에서도 신체접촉 등 을 요구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차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인 것으 로 짐작된다.피부색,언어,생활습관 등의 차이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낳은 불안이기도 하고,북한 사회와 독일 사회의 섹슈얼리티 차 이가 형성한 경계이기도 하다. 라. 돌아간 사람들 2014년 4월~6월 필자가 방문했던 한 난민 숙소에서는 이곳에서 생 활하는 북한이주민들 사이에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 에 대한 이야기 가 공유되고 있었다.2013년에 다양한 방식으로 독일 난민수용소에 모 였던 사람들(UNHCR통계에 의하면 80여 명)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종된 상태였다.예를 들어 사례39가 거주하는 난민 숙소에서는 2013 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두 명의 북한 청년들이 사라졌다.그 중 한 명은 사례39와 같은 방을 사용하던 청년이었다고 한다.또 사례46과 사례39가 살던 가족용 난민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던 북한 가족이 두 달 전 모든 짐을 챙겨서 사라졌다고 한다.주변에서는 한국으로 돌아 갔다 고 이야기되고 있었다.함께 살던 6개월 동안 이 두 가족은 서로 에게 자신들의 개인사에 대해서 함구하고 지냈다고 한다.즉 어디서 살다가 독일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서로 묻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24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58 중국 같은 거는,제가 말이 통해갖고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습니까.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그런데 여기 오면 비위 를 맞춰줘야 되지 않습니까.왜?내가 도움을 청하려면 그 사람 비위를 맞춰줘야 되고.(중략)여긴 또 뭐 인터넷도 안 된다고 해갖고 인터넷도 못 놓는답니다.그래갖고 그냥 막 암흑 속에 사 는 거 같아요.막 먹먹해요.물론 배워야 되지 않습니까.제가 공 부하는 거랑 이렇게 배우고,여기 독일 말에,독일어에 적응하려 고 하면 말이랑 배워야 되지 않습니까.그런데 제가 또 배우는 거 즉신하게 싫어하거든요.진짜 배우는 거 싫어합니다.(사례44 구술녹취록,2014Ⅰ/10~11) 사례44의 경우 초기 이야기에 말이 통하지 않아도 멸시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어 남한에서 유럽으로 왔다고 했으나,현재 남한으로 돌아갈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만 한살이 된 아이와 수시로 병 원에 가야하지만 병명이나 증상에 대해서 설명하지도 못하고 의사의 진단을 알아들을 수도 없어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독일에 서의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강한 회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한국말을 쓰며 상대적으로 많은 북한 사람들과 지 내던 남한과 달리 이곳에는 아시아 이주민 전체가 소수이고,그 중에서 북한 난민의 숫자는 극소수이므로 상대적인 고립감이 큰 것으로 보인 다.나아가 난민 숙소에는 인터넷 설치가 지원되지 않아서 자신의 스 마트폰을 통해서만 북한 또는 남한의 가족 및 지인들과 연락할 수 있 고,다른 세계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현재의 조건이 더욱 큰 고립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야,내 말이 통하는데 가갖고,아무리 천대 받고 아무리 내가 수모 받더라도 그냥 말이 통하는데 가서 내 진짜 살자,이 런 생각이 그냥 지배합니다.그래서 (한국으로 돌아 )갈 생각도 있는데. (사례44구술녹취록,2014Ⅰ/12)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47

259 결국 구술자는 사례44는 초기 이야기에서 밝혔던 국제이주의 전망 과 달리 비록 차별과 수모를 받더라도 그냥 말이 통하는 남한으로 돌아갈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었다.그런데 이들 부부는 벨기에를 거쳐 오는 동안 자신들의 대한민국 여권을 중개인에게 맡겨두었다가 중개인이 사라져서 현재는 찾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또 2014년 초 독일에서 출생한 자신의 아들이 대한민국 국적 상의 이름이 아닌 증식 된 정체성 의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으로 출생증명이 되어있는 것이다. 만일 이들이 남한으로 돌아가고자 할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신 분증명과 아들과의 친자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이 를 두고 부부는 고민 중이었다. 독일에서 난민 신청을 했던 북한주민들이 남한으로 돌아가게 되는 배경에는 언어적,문화적 경계로 인한 어려움과 최소 1년 반 이상이 소 요되는 난민 심사과정에서 느끼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긴 장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특히 남한에서 독일로 간 북한주 민들의 경우 탈북자 지원법 에 의해 신속히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고, 소정의 임대주택과 학력인정,제도적 지원을 보장받았던 경험과 달리 장시간의 난민 심사기간과 언어적 경계로 인해 불투명해진 삶의 전망 등을 겪으면서 심각하게 남한으로 돌아갈 것을 고려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복지제도가 잘되어있는 선진국에 왔으나 독일어를 잘 하지 못 해 정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경우 노년에는 결국 현재와 유사하게 최소생계비 지원 대상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구체적인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해외로 왔던 자신들의 선택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24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60 4. 소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혹은 남한에서 미국,캐나다,유럽 의 각국으로 이주하는 탈북청소년들은 단신 혹은 가족들과 함께 새로 운 삶 을 찾아 전 세계로 이주하는 북한주민들의 중요한 구성원을 이루 고 있다.20대 특유의 생애 동력과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을 배경으 로 가족을 대표하여 혹은 가족을 동반한 채 이주하고 있다.이와 같은 북한 주민의 해외 이주는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등을 통해 증가하고 있는 탈북자 에 대한 각국의 난민 수용 사례를 동력으로 하 고 있다.즉 이민자에 대한 국경통제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21세기 현 대 국가체제에서 탈북자 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타국가의 시민이 될 수도 있는 극히 예외적인 집단이 된 것이다.이와 같은 국제사회에서 의 존재위치가 이들의 전 지구적 이동을 추동하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 다.나아가 탈북자들의 이동 가능성을 둘러싸고 형성된 수많은 중개조 직들은 남한의 탈북자 지원법 을 토대로 북한에서 중국,중국에서 남 한으로의 국경통과 비용을 조달할 뿐만 아니라,각종 부당거래 를 통 해 남한에서 해외 각국으로의 이주비용을 동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것은 탈북청소년들이 전 세계로 이주하고자 하는 욕구를 구체적으 로 실현시키는 네트워크이기도 하다.해외로 이주한 탈북청소년들의 경험이 보여주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20여 년의 생애기간에 상이한 공간적,문화적 경계의 이동이 반복되고 있다.북한,중국이라고 하는 사회주의 사회로부터 남한 혹은 유럽의 국가라고 하는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주는 (신)냉전체제의 정치 적 경계를 횡단하는 경험으로서 상당한 위험 을 내장하고 있다.동시 에 중국,남한,독일 등 서로 다른 언어적,문화적 공간을 가로지르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49

261 이질적인 가치와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있다.이들은 21세기 현대사회 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집단주의적 사회인 북한 사회에서 태어나 길지 않은 생애기간에 경험하는 적대적 사회질서와 이질적 문화의 경계를 자신들의 삶의 지평에서 해석하고 전유해야 하는 생애사적 과제를 안 고 있는 것이다.한편으로 이들은 서로 다른 체제를 직,간접적으로 경 험함으로써 확장된 삶의 지평을 전유할 수 있을 것이다.국경횡단 과 정에서 증식된 정체성들 은 탈북청소년들이 서로 다른 사회에서 유연 한 시민권 을 취득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증식된 정 체성들 이 어떤 구체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상호 경쟁하며 이들의 시민 권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구체적으로는 이와 같은 증식된 정체성 으로 현재 진행 중인 난민 심사 과정을 통과하게 될지 확정적이 지 않다. 둘째,탈북청소년들의 국경횡단의 특징은 일반적인 해외 이주와 달 리 본인 혹은 가족들의 삶의 전망 속에서 계획된 이주가 아니라,국가 폭력과 생존의 위협 혹은 사회적 갈등 속에서 이루어지는 즉흥적이고 임의적인 이동과 이주라는 점이다.특히 북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짧 은 제도적 사회화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이어지는 이주의 과정에서 비 법과 불법 행위 를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예외적 일상 이 지속되고 있다.다시 말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아를 (재)구성하기 위해 필요 한 가치와 규범의 전수 및 사회적 자본의 전유과정이 상대적으로 희박 하다.대신 중국 및 북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터득한 임의적 생 존방식(부당 거래 등)을 토대로 일상의 문제를 돌파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해외 이주의 과정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독 일 사회에서 난민 신청을 한 탈북청소년들이 독일 시민으로서의 권리 를 획득하기 위해 경주해야 하는 노력과 의무는 해당 사회의 언어를 25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62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독일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민주주의적 가치와 사회적 시장 질서를 이해하고 지키는 것이다.오랜 역사의 과정에서 피와 땀으로 형성된 시민사회의 질서와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 대적으로 긴 일상의 경험과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다시 말해 끊임 없이 횡단하는 자들의 힘이 아니라,정주하며 건설하는 시민으로서의 노력과 경험이 요청된다.그러나 현재 탈북청소년들의 경험 속에는 이 와 같은 정주의 기억과 사회참여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재하다.이런 관점에서 독일/유럽사회의 시민권 취득 과정 및 이후의 삶에서 탈북청 소년들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탈북청소년들은 연속적 해외 이주를 통해 애착의 장소를 상실 하고 있다.반복되는 국경횡단을 통해 자신의 의미 있는 타자 (SignificantOthers)인 가족,친지,친구들과의 이별뿐만 아니라 스스 로 애착을 가졌던 장소들을 잃고,무장소(Placeless)의 경험들을 반복 하고 있다.북한에서 중국,중국에서 남한,남한에서 해외로 이주를 계 속하는 동안 더욱 작아지는 북한이주민공동체 속에서 이들이 느끼는 고립감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반면 이들은 디지털 전자매체(핸 드폰,이메일 등)를 통해 전세계로 흩어진 북한이주민들과 일상적 네 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이와 같은 디지 털 네트워크는 단순히 생활에 필요한 지식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로 흩어진 가족과 지인들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고,어떤 경우 장거리 연애를 통해 친밀성을 형성하기도 하는 대체 공동체 로서 기능하기도 한다.이런 관점에서 탈북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소통매체는 북한이주민 공동체를 재구성하게 하는 도구이자,정서적,문화적 내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즉 식량난을 경험하고 고립된 사회주의 국가 인 북한 사회에서 이주한 청소년들이 역설적으로 최첨단의 디지털 문 Ⅰ Ⅱ Ⅲ Ⅳ Ⅴ Ⅵ Ⅶ 이산과 경계 넘기를 통한 시민권의 재구성 251

263 화를 전유한 세대가 된 것이다. 넷째,해외로 이주하였다가 남한으로 돌아온 탈북청소년들의 경우 사후적으로 자신들의 시도를 중요한 해외/외국 경험 으로 해석하기 도 한다.남한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언급되는 해외유학 혹은 어학연수의 경험 대신 자신들은 신체자본 을 바탕으로 소위 잘사 는 선진국에서 생활하고 영어 혹은 기타 외국어를 배워본 경험을 갖게 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또한 중개인을 통해 해외로 이주하는 동안 탈북자 지원법에 의해 주어졌던 임대주택 보증금을 비롯해 여러 가지 경제적 손실을 안게 되었지만 남한과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두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경험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25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64 Ⅵ.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53

265

266 이 장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청소년기라는 특정한 시기에 경계 경 험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을 청소년의 성장이 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다.탈북청소년들이 경계 경험을 하는 과정은 청소년기라는 특정한 생애시기의 발달과업을 완수해나가면서 통합성 을 지닌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탈북청소년 들은 일반적인 남한의 청소년들과는 다르게 청소년기에 목숨을 걸고 삶의 공간을 옮기는 경험을 했으며,대부분 이에 동반되는 가족의 이산 과 재구성 과정을 겪었다.삶의 공간을 이동하는 일은 유소년기를 보 낸 친숙한 환경과는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다양한 종류의 경계를 접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구사하면서 새로운 삶의 공간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이들에게 던져주었다.탈북청소년들이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경계 경험은 이 시기에 이루어지는 신체적,인지정서적 발달 과정에도 심대한 영향을 준다.탈북청소년들은 누적된 경계 경험을 통 해 자신의 이전 경험들을 새롭게 의미화하고 이를 통해 청소년기의 발 달과업을 수행하면서 성장해나간다. 76 교육학적 관점에서 성장 은 자연적,문화적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향상되고 내적으로 통합을 성취하면서 인간의 성품,능력,신념,태도, 지력 등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77 특히 존 듀이(JohnDewey) 는 교육에 의한 인간의 성장을 경험의 재구성으로 설명한다.듀이는 경험을 인간 유기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즉 주체가 환경에 대하여 능 76_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발달 이라는 개념은 전 생애에 걸쳐 개체의 여러 측면에서 일 어나는 증가와 쇠퇴의 모든 변화의 양상 및 그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김태련 외,발달심리학 (서울:학지사,2004),p.16.인간의 생애과정 속에서 특정 문화권 내에서 발달하는 아동이 연령에 따라 당면하게 되는 과업이 발달과업 이다.서울대 학교 교육연구소, 교육학 용어사전,p _ 위의 책,p.388.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55

267 동적으로 행하고 피동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 및 결과로 본다.경험이 재구성된다는 것은 개체 인간이 경험을 통하여 획득한 지식,기술,신 념,태도,능력,사상 등의 체제가 계속적으로 재구성된다는 것을 의미 한다. 78 이 글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경계 경험의 재구성을 통해 인지 정서적,사회적 측면에서 통합력을 확대하고 청소년기 발달과업을 이 루어 나가는 과정을 성장 이라는 말로 총칭한다.이는 청소년의 삶을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적응과 부적응이라는 이분법으로 보는 관점을 극복하고,청소년 개인의 삶의 시간성 속에서 경계 경험과 남한 사회 적응의 의미를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1. 경험의 확장, 상처의 치유, 성찰 가. 경험의 확장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 과정을 성장 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 는 것은 이들이 공간적,사회문화적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이 특정 장소에서 나고 자라며,큰 위기상황을 겪지 않은 일반적인 청소년 들의 경험과는 양적으로,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탈북청소년들은 탈북 과정에서 여러 국가들을 횡단하면서,북한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된다.이들이 짧은 탈북기간에 접 하는 새로운 경험의 총량은 정치권력에 의해 외부 세계와의 소통의 통 로가 거의 차단되어 있는 북한의 일반적인 청소년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경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남한의 일반적인 청소년들의 경험의 정도보다도 더욱 큰 경우가 많다.지리적,사회문화적 환경이 78_ 위의 책,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68 다른 여러 개의 이질적 공간에서 여러 겹의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니 고 살아야 하는 경험이 짧은 시간에 매우 압축적으로 이들의 삶에서 일어난다. 탈북청소년들이 경계를 넘는 경험은 앞장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편으로는 두렵고 힘겨운 경험이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인식의 지평 을 확장키는 성장의 자원이 되기도 한다.이들의 경계 경험은 탈북 이 전의 생애 경험과 동질적인 경험들이기보다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삶 의 태도에 대한 도전을 제기하는 이질적인 경험들이며,때로는 상호 모 순적이거나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이러한 이질적인 경험은 기존의 지 식체계와 가치관,사고방식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기 어려운 것이어서, 탈북청소년들을 혼란과 고민에 빠뜨리기도 한다. 79 그 결과 기존의 가 치관과 사고방식이 변화하거나 통합성이 커지기도 하고,이해의 폭이 확대되는 인지정서적 발달이 일어난다.이질적인 사회문화적 경험의 충돌과 타협 속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재구성이 이러한 성장의 과정 에 동반된다.이들이 이질적인 공간을 경유하거나 그 속에서 생활하면 서 내부에 축적한 경계 경험들은 앞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때로는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삶의 난관을 헤쳐나 가는 자원으로 활용된다. 사례35와 사례36자매는 기회를 찾아 부모와 함께 중국으로 이주하 였고,중국에서 전망을 발견하지 못해서 한국으로 왔다.이 과정에서 79_ 메찌로우에 따르면 학습이란 경험의 의미를 새롭게 개정해나가는 과정이다.사람들 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미관점을 형성해 나간다.자신의 의미관점에서 타 인과 다른 점을 발견하거나 일상적으로 문제해결이 곤란한 전환점을 맞이할 때 의미 관점의 재검토와 전환이라는 관점전환학습이 일어난다.J.Mezirow,Transformative DimensionsofAdultLearning (San Francisco:Jossey-BassPublishers, 1991),pp.35,193.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57

269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서 어머니를 중국에 두고 오는 결정을 내리게 된 다.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제3국으로 이동하면서 아버지가 잡힐 뻔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이러한 경험에 대해 자매는 이 과정이 자신들을 성장시켰다고 말한다. 북한에서 철이 없었는데 떠나면서 철이 좀 많이 든 거 같아요. 남들보다.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오는 과정에 막 부모님들 이 힘들어 하시고 막 그런--정말 오는 과정에 별의별 일이 다 있잖아요.악몽 같은 기억도 있고.정말 그 중국에서 떠날 때도 아빠를 잃어버릴 뻔 했던 기억도 있었거든요.그런 거 한 번씩 당할 때마다 철이 들었던 것 같아요.(사례35 구술녹취록, 2014Ⅰ/21)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저한테는 강하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는--육체적인 고생은 뭐 별로 생각을 안 하는데,정 신적인 네.내가 어떤 나라를 버려,버렸죠.버리고 또 살고 싶 은데 갔는데 거기서도 미래가 안 보여서 오는 도중에 그 위험 한 일들,그 뭐 일반인들이 겪지 않아야 될 일들 겪었잖아요. 아 너는 이 세상에 살아남아야 되는 법이 어떤 거로구나 하고, 살아날 때 뭐가 필요하구나,이런 거.그래서 많이 성숙해지고. 옛날에는 제가 잘난 척 많이 했어요.솔직히 제가 말하면,제가 많이 했어요.그래서 막,너는 뭐 이렇게 이해를 못하니,뭐 이 러고.너랑 나랑 수준이 안 맞아,뭐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사 람인데,그런 거 통하면서 이해하게 되고,상대방을.그래서 그 럴 수 있구나를 알게 되면서 절대로 그런 거는 하면 안 된다. 이제,니 잘난 척 절대 하지마라.니가 잘난 사람 세상에 널렸 고,항상 배우는 자세로 조용하게 검소하게 살아야 된다는 게 --성숙됐죠,한 마디로.삶에,사는 지혜 이런 게.(사례36구 술녹취록,2014Ⅰ/35) 탈북청소년들의 경계 경험은 이들의 생애시간 중 청소년기 에 일어 난다.청소년은 어린이와 성인 사이의 회색지대 에 위치하는 전이적 25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70 존재(LiminalBeings) 이다.어린이로서 그들의 과거는 부정되거나 중지 혹은 폐지 되지만,어른으로서 그들의 잠재력은 아직 분명하게 실 현되지 않은 상태이다.이 점에서 청소년은 임계인이며 경계에 위치해 있는 존재이다. 80 이 연구의 과정에서 접한 탈북청소년 중 상당수는 북한 땅을 떠나 공간적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 자신이 더 이상 어린이 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과 삶을 책임져야 할 성인이라는 점을 발견한다. 사례10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 초반에 홀로 탈북한 사례10에게,몇 달간의 탈북 과정은 북한 에서의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부모 슬하의 어린아이인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새로운 사회에서의 독립적인 삶을 준비하는 20대의 성숙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었다.조부모가 재일교포 귀국자였던 사례10은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가족 간의 유대가 돈독한 가정에서 성 장했다.북한에서 그녀는 학교와 집을 오가며 어머니가 입혀주는 옷을 입고 어려운 일은 부모가 대신해주는 보호받는 아이의 삶을 살았다. 사례10의 탈북은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 다.그녀에게 두만강을 넘어 제3국을 거쳐 입국하기까지 불과 몇 달의 과정은 공간적 경계를 넘는 과정임과 동시에 청소년기와 성인기라는 생애 단계의 중요한 경계를 넘는 과정이기도 했다.탈북 과정은 20대 초반이라는 그녀의 생물학적 나이를 자각케 하는 과정이었고,의지할 데 없는 허허벌판에서 자신의 안위를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과 정이었다.중국에서 제3국을 거쳐 입국하기까지의 몇 달간 그녀는 자 80_ 존 앤더슨 저,이영민 이종희 역, 문화 장소 흔적,pp.215~ _ 사례10이외에도 10대 중후반에 탈북한 청소년들의 경우,탈북 과정에서 2차 성징을 비롯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10대 중반에 탈북하여 1년 반만에 입국한 사례7의 경우에는 탈북 중 첫 생리를 경험하였다.사춘기 여성의 변화에 관한 지식이 없었던 그녀는 첫 생리를 경험하면서 몸에 이상이 생겨 죽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59

271 신을 성숙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그녀는 자신이 이제는 부모의 보호를 받는 청소년이 아니라 독립적인 성인으 로 살아가야 함을 자각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아빠가 해 주고,무슨 일 생기면 엄마가 처리 해주고 이랬으니까.너무 밖의 이런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했으 니까.그 집 떠나서 오면서도 되게 많은 생각을 했던 게,내가 여자구나.그때 올 때 스물한 살,두 살이었는데,집에서는 항상 애 취급 받다가 갑자기 나오니까 남자들이 다 눈이--.(중략)정 작 딱 얘는 이제 뭐 부모가 옆에 없고 얘는 이제 어디로 갈 거라 고 하니까,혼자인 애라고 하니까 되게--뭐라고 그래야 되지? 우습게 본다고 그래야 되나?약간 되게--쉽게 보는 거죠.그게 되게 충격이었던 거예요,그때.(중략)정말 밖에 나와서 이렇게 막 겪어보니까,내 몸으로 겪어보니까,진짜 밖이라는 게 만만한 게 아니구나,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사례10구술녹취록,2014 Ⅰ/9~10)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 라고 불릴 만큼 신체적,인지적,정서 적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다.즉 인간의 생애시간 중 생애발달이 매우 압축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이다.이 시기에 겪은 경계 경험은 성인기에 겪은 경계 경험에 비해 남은 삶을 방향 짓는데 있어 영향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나. 결핍 충족과 상처의 치유 북한에서의 성장기 및 탈북 과정에서 각종 결핍과 육체적,심리적 상처를 경험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 정착 후 결핍이 충족되고 심 리적 상처가 치유됨으로써 안정적 성장을 이룬다.또래에 비해 신체적 으로 왜소하고 발육이 늦은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에서 초기 정착기에 26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72 눈에 띄는 신체적 성장을 하는데, 82 이와 같은 결핍의 극복을 통한 성 장은 신체적인 면에 그치지 않는다. 5년 전 10대 후반의 나이로 탈북한 사례32는 어린 시절 가정불화와 가난으로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아버지는 일 년에 300일을 만취상 태로 살 정도의 알코올중독자였고,가정에는 싸움과 폭력이 그치지 않 았다.어머니가 탈북한 후 몇 개월 만에 아버지가 사망했고,그녀는 중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2년간을 동생을 돌보면서 혼자 살다가 어머니가 보낸 사람을 따라 탈북하게 된다.남한에 와서 처음 몇 년간은 아버지 때문에 생긴 우울증과 심리적 상처,고향에 두고 온 동생에 대한 죄책 감으로 인해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싸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소름끼치게 싫었다. 상쾌한 공기,하늘에 떠있는 별,음식 냄새는 잃어버린 장소인 고향을 떠올리게 하며 상실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받게 되었던 미술치료를 통해 그녀는 과거의 상처를 조금 씩 치유해가기 시작했다. (미술치료 전에는 )아무 사람과 말을 안 하고,되게 깊은 외로 움과 우울증이 있어서 말을 안 하고 그냥 혼자 외롭게 있었던 거 같아요.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 하고 단답형으로 말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되게 싫어했었거든요.미술치료를 통해 서,받으면서 매 회마다 울었어요.미술치료를 하는데,제가 이 때까지 그러니까 아무한테도 말을 못하고 중국에서 막 그,어리 버리 당황,그 긴장.그러니까 아무튼 어린 나이에 혼자 그렇게 82_ 만 2세 이상 20세 미만의 탈북 어린이 및 청소년 1,193명을 대상으로 신체적 성장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입국 당시 이들은 신장 및 체중 성장이 지체되어 있으며, 입국 후 6개월 이내에 체중성장의 향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박순영 김혜란 곽 금주,남한 거주 탈북 어린이,청소년의 신체성장,심리발달,그리고 복지서비스 욕 구에 관한 연구 (서울:서울대학교,2008),pp.38~39.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61

273 몇 개월간의 길을 떠났잖아요,낯선 사람들과.그때 받았던 뭔가 그런 스트레스.그리고 어릴 때 가족,그 가정환경으로 인해서 받았던 그런 스트레스 그것들이.아빠에 대한 원망,이런 것들이 한데 막 이렇게 꿍꿍 말을 못하고 혼자 이렇게 가지고 있어서 너무 아팠는데,그걸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그 말을 하면서 매 회마다 정말 펑펑 울었어요.그렇게 울고나니까, 처음에는 말도 못하게 눈물이 나왔는데,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점차,조금--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해서.(사례32구 술녹취록,2014Ⅰ/25) 미술치료에 이어 집단상담을 받은 사례32는 자신의 상처가 다 치유 됐다고 생각했지만,대학에 입학한 후 상담 서적을 읽으면서 상처투성 이의 자신을 직면하게 되면서 다시 슬럼프에 빠진다.증오의 대상이었 던 아버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용서하고 마음에서 내려놓고 나 니 허무함만이 남았다.시험 때면 버림받았던 느낌과 우울감,죄책감이 몰려왔다.그 후 그녀는 다시 개별상담을 받으면서 동생에 대한 죄책 감을 내려놓고,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성 장 과정에서의 폭력적 가정환경과 교육 결핍,탈북 과정에서 경험한 심 리적 스트레스,북한에 두고 온 동생에 대한 죄책감 등 복합적 상처를 안고 있었던 그녀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은 나의 상황을 누군가 안다는 것 이었다.이전에 그녀는 자신의 가정환경에 대해 원망하고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은 감정을 느꼈지만,지금은 그런 마음이 사라졌 다.어머니가 남한에 와서 새아버지를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된 것이 감 사하고,자신이 경험한 것들이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와 자신의 삶에 대 한 태도와 각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사례32는 교육 측면에서도 높은 회복탄력성 83 을 나타냈다.그녀는 북한에서 중학교 1 83_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주로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한 정신적인 면역성,내 외적 26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74 학년 때부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국내 정착 후 탈북청소년 지원업무를 하는 청소년센터에서 파견한 교사와 대안학교 수업을 통 해 북한에서의 학업 공백을 보충하고,2년 만에 고등학교입학자격검정 고시와 고졸학력검정고시 통과 후 대학에 입학하였다. 사례32의 심리적 치유 과정은 외상 후 성장 의 예를 보여준다.외상 을 경험한 사람들은 정신 병리나 부적응적인 삶을 살기도 하지만 회복 을 경험하기도 하고,그들 중 일부는 외상 이후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 하기도 한다.이러한 개념을 학자들마다 역경을 넘은 성장, 외상 후 성장 등으로 명명한다. 84 외상 후 성장 은 삶에 닥친 중대한 위협에 대해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심리학적인 긍정 적 변화 로 정의된다.심리학적 긍정적 변화에는 자기인식,사회적 관 계변화,삶에 대한 가치와 인식의 변화 등이 포함된다.사례32의 사례 는 탈북청소년들의 결핍과 상처에 대한 사회심리적,교육적 개입이 적 절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로 이루어진다면,심리적 상처의 치유와 성장 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탈북청소년 중 다수가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에서 외상적 체험 을 경험하였는데,그들의 회복탄력성에는 개인적 편차가 있다.선행연 구에 의하면,급격한 사회변동이나 위기를 겪은 청소년들의 회복탄력 성의 편차는 첫째,생물학적,유전적 요소,둘째,관계와 관련된 심리적 원인,셋째,문화,체계,정책 요소 등으로 설명된다.인간의 적응체계 인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혹은 역경을 성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능력 등으로 정의된다.좀 더 포괄적으로 정의하면,회복탄력성은 대체로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 이라 할 수 있다.김주환, 회복탄력성 (서울:위즈덤하우스,2011),p _ 윤지혜 오영림, 탈북청소년의 외상 이후 성장 체험연구, 청소년학연구,제17권 12호 (2010),p.52.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63

275 에 내재된 회복탄력성의 요소들은 양육자 및 보호자와의 긍정적인 애 착관계 형성,지적인 기술,자기통제 기술,긍정적 자기인식과 자기효 능감,신념과 희망과 삶의 의미감,지지적인 친구나 파트너,효과적인 학교 또는 여타 조직에의 소속감,긍정적인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는 공동체,긍정적 규범,관습,관계,지지를 제공하는 문화 등이다. 85 한 종단연구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대로 성장해나가는 힘을 발휘한 청소년들이 예외 없이 지니고 있는 공통점으로 그의 입장 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 는 점을 들고 있다. 86 문제는 탈북청소년의 결핍이 아니라 각종 지원 정책을 통해 이들의 결핍을 상쇄할 긍정적인 경험이 효과적으로,즉 탈 북청소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 다른 사례로,탈북청소년 쉼터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남학생 사 례9에게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탈북과 가족 해체로 인한 심리적 상처 와 교육공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네 살 때 어머니가 탈북한 후,그 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는 이별의 이유를 모르는 채 형과 함께 구호소를 전전하며 노숙자 생활을 하였다.다섯 살 때 형과 함께 구호 소에서 도망쳤다가 형이 기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지나가던 어느 할머니가 그를 데려다 키웠지만,넉넉지 못한 형편 탓에 그는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87 열세 살 무렵 85_ M.Lundberg& A.Wuermli,ChildrenandYouthinCrisis(WashingtonD.C: WorldBankPublications,2012),pp.62~63. 86_ 김주환, 회복탄력성,p _ 가정사와 경제적 문제로 인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고통과 상실감,외로움의 경험을 한 사례9의 성장 경험은 1990년대 경제난 시기에 유소년기를 보낸 북한의 새로운 세대에게서 흔히 나타난다.성장기에 누려야 할 기본적인 보호를 국가나 부모로부터 제공받지 못하고,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일찍 독립하는 26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76 에는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어 사례9가 본격적으로 가계를 책임지게 되었다.열아홉 살 때 입대를 준비하던 중,남한에 정착한 어머니가 그 에게 탈북브로커를 보냈다.키워준 할머니를 생각해서 그는 탈북을 하 지 않겠다고 했지만,어머니가 강 건너편에 있으니 잠깐 건너와 얼굴을 보고 돈을 받아가라고 설득했다.그러나 기다린다던 엄마는 강 건너에 없었고,그는 북한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남 한으로 들어오는 길이라는 것은 태국에서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입국 후 사례9는 어머니가 정착한 지방의 한 도시에서 남한 사회 생 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그러나 15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의 동거는 순 조롭지 않았다.사례9의 어머니는 탈북 후 장기간 중국에 머무르면서 결혼생활을 하다가,홀로 남한에 이주하여 정착하였다.그 과정에서 큰 병을 얻어 경제적,심리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자신도 생활 이 편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생을 하면서 사례9를 탈북시켰지만,사례9 는 어린 자신을 놔두고 혼자 탈북한데다가 자신을 탈북시키는 과정에 서 처음부터 속인 어머니가 미웠다.어머니가 있는 집에 정을 붙이지 못한 사례9는 집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다.인터넷으 로 알게 된 서울 소재의 탈북청소년 기숙형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중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와 고등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그 는 유럽의 한 국가에 가서 난민 신청을 한다.심사 과정 중 남한에서 온 것이 발각되어 10개월 만에 되돌아오게 되었지만,모르는 말을 한 단어씩 배우면서 혼자서 부딪히고 생활했던 그곳에서의 생활은 좋은 이러한 청소년들은 북한의 새로운 세대의 대표적인 유형의 하나에 속한다.조정아 외,새로운 세대의 탄생:북한청소년의 세대경험과 특성 (서울:통일연구원,2013), pp.291~295.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65

277 경험 으로 남아 있다.귀국한 후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과 애정이 생 겼지만,사례9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안학교를 전전했다.외국에 서 만난 다른 탈북자에게 들은 정보로 그는 귀국 3일 만에 탈북자를 대상으로 컴퓨터와 IT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를 찾아갔다.그곳에서 6 개월간 공부를 하다가,친구를 따라 또 다른 대안학교로 옮기게 된다. 그곳에서는 종교와 관련된 갈등이 생겨,몇 달 만에 다시 현재 거주하 고 있는 탈북청소년 쉼터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그는 어머니 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TV방송국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신청하 여 출연하였다.자신의 탈북 여정이었던 태국에 가서 프로그램을 찍고 어머니의 탈북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할머 니가 계신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례9의 경우,유아기에 경험한 어머니와의 이별과 형의 죽음에 이 어 청소년기에 경험한 실질적인 가족이었던 할머니와의 이별은 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그의 몸은 두만강을 건너왔지만,그의 마 음은 아직 경계를 건너지 못하였다.친어머니와 새롭게 이룬 가정 안 에서 어머니와 사례9사이에는 넘어야 할 경계가 존재하며,사례9의 마음속 상처도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다.청소년기 학업 공백으로 인한 교육적 결핍 또한 그가 남한 사회에서 생활하는데 있어서 큰 걸 림돌로 작용한다.그는 입국 후 국내에 머물러 있는 기간 중 절반 이상 의 기간을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학력을 보충하는데 보냈다.대안학교는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학교이자 어머니를 대신해 사례9에게 보호와 소속감과 애정을 제공하는 가정이기도 했다.사례9 는 청소년기를 넘어서서 성인초기에 요구되는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 진입해야 하는 생애과제를 안고 있다.그렇지만 그는 남한 사람들과는 26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78 배운 거랑 못 배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좀 지식을 많이 넣고 대화가 좀 잘 될 때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 라고 생각한다.사례9는 입국한 지 5년이 되었지만 아직 심리적 상처 를 치유하고 교육의 결핍을 보충하기 위한 고된 싸움을 하고 있다. 사례33은 어린 시절부터 형제들과 구걸하면서 유랑했고,배고픔이 가장 큰 고통이었던 시간을 보냈다.그는 북한을 떠날 때 침을 뱉고 나왔다. 북한은 그에게 치욕 이고 모멸감 이었다.연구진과의 첫 만 남에서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고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생활한다고 말했다.연구자는 그를 두 차례 인터뷰하면서 그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는 점을 발견하였다.그에게 치욕스러운 과거는 지워야 할 상처일 뿐 만은 아니었다.두 번째 면접에서,자기소개서를 쓸 때 자신을 타인에 게 어떻게 소개하고 싶느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스타트를--다른 사람처럼 몇 남 몇 녀 이렇게 말 안 하고 싶고 요.그냥 저는 이렇게,나는 한 마디에 그냥 연어 같은 사람입 니다. 라고 시작하고 싶어요.왜 그러냐 물을 거잖아요.그러면 --저는 그냥 당신들이 뭐 분유를 먹고 그리고 뭐 부모님들이 매어주는 책가방을 매고 학교 갈 때,나는 혼자서 스스로 뭐 일 감을 매어 왔고 이삭줍기도 했었고.그렇게 살다가 또 다른 나라 로 넘어와서 거기 또 혼자서 살면서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했잖 아요.(중략)그 연어도 죽기 전까지 살았던 바다가 있을 거잖아 요.그 바다가 어쩌면 한국인 거죠,나한테는.살다가 나중에 결 과를 다 얻고 다 이루었을 때 그냥 다시 북한에 가서--거기에 그 짐을 풀고,거기서 그냥 인생을 마감하는 거죠.이렇게 생각 하고 있습니다.(사례33구술녹취록,2014Ⅱ/24) 사례33은 이 연구가 진행된 일 년의 시간 동안 조금씩 자신의 과거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67

279 와 역사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는 이 연구를 통해 자신 의 삶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한 후,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 힌 채 남북한청년들이 함께하는 자전거여행에 참가하기도 했고,다른 국가에서 온 이주민과 남한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 에 참가하여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또,대학교 수업 중에 탈북주민을 인터뷰하여 방송으로 제작하는 과제도 수행하였다. 연구 과정에서 진행된 두 차례의 공식적 면담과 연구자와의 또 한 차 례의 만남,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통일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서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역사를 이야기한 경험은 사례33이 자신의 경 험을 재해석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다.아직도 힘들 었던 탈북 과정이 밤에 악몽 으로 되살아나기도 하지만,그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거나,과거와 싸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그는 점차 과 거와 화해하는 중이고,이 모든 것이 성장의 긴 과정이다. 위의 세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탈북청소년들에게 있어 여러 가지 결 핍의 충족이나 심리적 상처의 치유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몇 년 혹은 십 수 년에 걸치는 긴 시간 속에서 탈북청소년들은 과거의 결 핍과 역경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을 거듭 하기도 한다.많은 청소년들이 결핍의 충족과 상처의 치유를 통해 성 장을 이루어가는 반면,이 글에서 다루지는 못하였지만,남한 사회에 와서도 정신적,지적 결핍과 심리적 상처가 회복되는 기회를 갖지 못한 탈북청소년들 또한 다수가 존재한다. 다. 성찰 성장은 특정한 사회에 대한 적응 이상의 것이다.그것은 세계를 보 는 관점의 질적인 변화를 포함한다.질적 변화는 기존의 의미형성 방 26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80 식과 새로운 방식의 종합으로서 의미형성 방식의 재구조화를 통해 일 어난다.이러한 전환적 학습과정을 통해 개인은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해체하고 재통합한다. 88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이 겪은 경계 경험을 해 석하고 이 과정에서 인식체계를 돌아보고 변화시켜나가며,이를 바탕 으로 자기 자신과 타자,사회를 재해석한다.경계 경험이 제공하는 이 러한 성찰의 기회가 이들 청소년들에게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교육학자들에 의하면,경험을 학습을 통한 성장과 연결시키는 주요 기제는 성찰(Reflection)이다.Boyd와 Fales에 의하면 성찰학습이란 경험에 의해 야기된 관심 주제를 내부적으로 검증하고 탐색하는 과정 으로,자아 측면에서 의미를 생성하고 명확화하고,변화된 개념적 관점 으로 결론 내리는 것이다. 89 자기성찰은 지식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인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 을 의미하며, 90 성찰을 통해 전환을 경험하는 학습자는 자신의 관점이 확대되고,그 관점이 어떻게 주관적 인가를 과거와 현재 맥락,그리고 미래의 목적에 기반을 두어 인식하게 된다.학습과정에서 성찰의 중요성에 주목한 대표적인 학자인 메찌로 우(A.Mezirow)는 일반적인 성찰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비판적 성찰 (CriticalReflection) 개념을 제시했다.비판적 성찰은 개인의 행동 특 성과 결과뿐만 아니라 이들과 관련된 환경에 대한 성찰도 포함하는 것 88_ P.Hobson & L.Welbourne, AdultDevelopmentand Transformative Learning, InternationalJournalofLifelongEducation,Vol.17,No.2(1998), p _ 정미영, 일터에서 상호작용 공정성과 조직 내 신뢰가 성찰학습과 업무수행행동에 미치는 영향,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2012),p _ P.Cranton& E.Caruseta, Developing authenticityasatransformative process, JournalofTransformativeEducation,Vol.2,No.4(2004);이희수 정 미영, 성인학습에서 성찰과 비판적 성찰의 이론적 계보 분석, 한국교육,제37권 4호 (2010),p.131에서 재인용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69

281 이다.그는 두 가지 측면의 비판적 성찰을 제시하였는데,그 중의 하나 는 가정( 假 定 )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학습자들이 발생한 뭔가에 대해 서 되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성찰과정에 포함된 가정이나 전제도 검 토하는 것이다.또 다른 측면은 가정에 대한 비판적 자기성찰은 전제 성찰의 일종으로,학습자들이 자신만의 특정한 신념이나 가치 시스템 의 관점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91 탈북청소년들의 생애사례를 살펴보면,삶의 주요 전환점인 탈북이라 는 사건은 북한 사회나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수반한다.북한에서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다가 20대 중반에 탈북한 사례5는 탈북 과정에서 경험한 동행자의 사망과 탈북한 사람들의 사연 청취,태국 경 찰들의 조롱 등을 통해 탈북을 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일차적인 혼란이라는 게 시작이 됐는데,그러니까 차에 몸을 싣 고 가고 있어요.그러고 또 누군가를 보면 피해야 되고,당연히 경찰이죠.이런 식으로 가고는 있는데,머릿속에서는 그게 이렇 게,뭐 본능적으로 피하라면 피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딴 생각이 지금 자꾸 돌아가요.내가 왜 이렇게 해야 되며,이 사람들은 무 슨 죄로 중국에 와서 몇 년 동안 살았고,나는 왜--물론 내 결 론이지만 왜 지금 이런 길을 가야 하는지,뭐가 잘못 됐는지.굉 장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중략)도대체 뭐가 잘 못됐는지 그때는 진짜 몰랐어요.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되고,왜 이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헤매이 다가 중국에 와서 그 정말 다른 나라 경찰들을 숨어 다니고,이 사람들한테 잡히면 왜 이 사람들한테 맞아야 되고,왜 이렇게 돼 야 되는지.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였어요.(사례5구술녹취록, 2014Ⅱ/25~26) 91_ 이희수 정미영, 성인학습에서 성찰과 비판적 성찰의 이론적 계보 분석, pp.133~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82 북한에서 좋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순탄한 삶을 살았던 사례5는 탈 북 과정을 일차적인 혼란의 시기 라고 묘사하는데,그러한 혼란 은 탈북 과정에서 보고 듣고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들이 기존의 자신의 가치체계로 설명될 수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92 어린 나이에 탈북한 청소년들에게는 북한 사회에 대한 성찰은 대부 분 국내 정착 후 학교 교육 과정이나 매체들을 통해 북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면서 이루어진다.북한에서 사회 생활을 경험하면 서 직접적인 정치적 박해나 인권 침해를 경험한 성인 북한이탈주민들 이 종종 북한 사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식과 증오심을 보여주는 데 비해서,탈북청소년들은 대부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다 객관적 인 관점에서 정권의 성격이나 인권상황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한편,남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의 또래 청소년 들이나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가치 관,상호작용 양식을 성찰하게 된다.4년 전 20대 초반의 나이에 탈북 한 사례10은 직업훈련을 이수하고 2년 전 미용업계에 취업하였다.처 음에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동료들에게 핀잔을 듣거나,북한식의 직 설적인 말투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직업 특성상 고객과 얘기를 주고 받아야 하는데 남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경험이 적어 어려움을 겪었다. 첫 직장에 취직한지 6개월 만에 머리를 묶으라는 관리자의 지시적 말 92_ 관점 전환의 핵심 요소는 비판적 자기성찰이다.학습자들이 기존의 의미체계 또는 관점에 수반하는 깊은 감정을 다루지 않고서 새로운 관점을 합리화하게 된다면,관 점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비판적 자기성찰은 지식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인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 을 말한다.P.Cranton& E.Caruseta, Developing authenticityasatransformativeprocess ;이희수 정미영, 성인학습에서 성찰과 비판적 성찰의 이론적 계보 분석, p.134에서 재인용.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71

283 투에 기분이 상해 말을 안 들었다가 야단을 맞고는 그 자리에서 짐을 싸서 나왔다.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직장에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지금 되돌아보면 어린아이처럼 대처한 것이 부끄럽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무경력자가 불평불만을 하고 인상을 쓰는 것을 보면 그때 자신이 저런 모습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지금 생각해 보면 첫 직장에서 동료들이 자신 때문에 불편했을 것 같고, 아무 것도 모르고 그러니까 그냥 사람들이 다 감싸줘서 그런 거지,사람을 잘 만 나서 아무 탈 없이 견뎌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그녀는 남한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이해하면서부터는 무조건 맞서기보다 는 최대한 안 부딪히면서 서로의 생각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의사소 통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다.첫 대면의 갈등 상황에서부터 시간이 흐 른 후 자신을 상대하는 남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 게 되기까지,개인의 내부에서 이루어진 관찰과 자기성찰의 시간 자체 가 탈북청소년들에게는 성장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 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 정착 후에 남한 사회의 특성과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된다.탈북청소년들은 남 한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체계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의 성장 경험이나 탈북 및 이주 과정에서의 경계 경험,외국 생활 경험 등에 비추어 재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한다.탈북청소년 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은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회, 돈이면 다 해결되는 사회 이다.남한 사회에 정착한 지 5년 된 사례32의 아래와 같은 이야기는 스펙 쌓기 중심의 대학생 문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이와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삶의 방향성을 설 정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27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84 (남한학생들은 )뭔가 스펙이나 뭐 이런데 엄청 열중하고.자 기 자신을 둘러보는 시간은 부족한 거 같아요.(중략)애들이 다 엄청 막 토익공부하고 학원가서 스펙 그거 자격증 따야 되 고,애들이 학점 때문에 미쳐 돌아가고 그러는 거 보면 왜 쟤 들이 공부하지,나도 해야,나도 학원 다녀야 되고 막 이래야 되지 않나,이런 생각이 들어요.그런데 그럴 때마다 난 나니 까.나는 걔들이랑 다르니까.나는--흔들리지만 그래도 그때 마다 다시 돌아가요,그때로.저는 그렇게 사는 게 즐겁지 않 거든요.제가 즐거운 삶을 살아야 되잖아요.(중략)이곳에서 한국 사람들이랑 똑같이 살아갈 수 있는 거,그 사람들을 배우 는 거 같아요.이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배우고.적응을 저 는,적응이라는 건 그냥 내가 살고 있는 그 집단의 사람들을 안다,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알아가 는 건 거 같아요.그리고 그 속에서 내--한 마디로 말하면 왕따 되지 않고 그냥 같이,같이 살아가는 거.그런데 꼭 굳이 그 사회에 적응을 해야 될까라는 의문도 가져요.(중략)이 사 람들의 삶이 내가 원하는 그런 삶도 아니고,내가 봐서 배울 게 없다라고 하면 굳이 배워야 될까.안 배워도 될 거 같아요.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가면 되잖아요.(사례32구술녹취록,2014 Ⅰ/34~36)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례32는 통일 후 북한 지역 에서 북한청소년들의 영양상태 향상을 위한 일을 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한국에서 자랐다면 일반적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스펙을 쌓아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길을 쫓아가겠지만,자신이 겪은 것 이 있기 때문에 나만의 방식 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 을 찾아가려 고 한다고 말한다.그녀에게 적응 이란 남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을 알고 함께 어울려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하지만,남한 사람들과 똑같 은 생활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그녀는 남한 사회의 규칙과 방식을 이해하고 일정한 부분에서는 이와 타협하지만,이에 대 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이를 부분적으로 선택하여 자신의 가치체계에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73

285 통합시킨다. 93 그녀에게 있어 자신이 살고 있는 남한 사회의 가치와 문화체계에 대한 성찰은 자신의 삶의 방식과 미래에 대한 성찰로 이어 지면서 성장의 계기로 작용한다. 특히 북미나 유럽 등지로 재이주하여 비교적 장기간 생활하면서 남 한 사회를 다른 사회와 비교하여 판단할 수 있었던 경우에,남한 사회 주류의 삶의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0대 후반에 입국한 후 20대 중반에 미주지역의 국가로 재이주하여 5 년간 생활하다가 귀국한 사례34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런 목표를 위 해서 다 같이 달려가야 하며,그런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낙오자로 약간 찍히고,부적응하는 사람으로 찍히는 남한 사회의 문제점을 지 적한다.그는 자신이 외부에서 남한 사회를 바라볼 기회가 없었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5년간의 외국 생활 에서 갖은 경험을 하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그 생활로 인해 사람 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다 고 그는 말한다.마찬가지로 유 럽 이주 경험이 있는 사례12도 탈북이라는 공간적 경계 넘기 경험을 통해 북한이라는 계란 에서 껍질을 깨고 나와 북한에서 받은 교육 내 용의 상당 부분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면,유럽으로 의 이주라는 공간적 경계 넘기 경험은 남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거리감을 확보하면서 남한이라는 계란 의 껍질을 깨도록 해주었 다고 말한다.사례12의 경우,남한이 아닌 다른 사회로의 이주 경험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점도 변화시켰다.이전에는 북한에서 살았던 기간 93_ 이러한 현상과 관련하여,심원은 탈북청년들이 일상생활의 상호작용 양식들에 대해 서는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구분하여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보고,이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부적응 과 구분하여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비적응 이라 명명한 바 있다.심원, 새터민 청소년들의 정체성 교섭에 관한 연구, 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86 의 결핍이 의식되어 자신과 남한 친구들 간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애 썼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 힘이 들었는데,지금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탈북 후 남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일어났듯이,남한 사회 정착 후 외국으로의 재이주는 남한 사회의 가치 체계에 대한 비교의 준거를 제시함으로써,그간 당연하게 여겨온 남한 사회 적응 의 방향성을 재검토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이러한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탈북청소년들의 성장 가능성은 탈북 이후 이들이 횡단하는 다양한 공간과 장에서의 사회문화적 경계 경험을 바 탕으로 각각의 사회에 대한 상호이해와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중첩과 교섭의 영역에 이들이 위치해있다는 점에 있다. 2. 성장의 경로의존성과 환경 가. 유년기의 생애사적 조건과 탈북의 의미화 탈북청소년들의 성장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 적인 요소는 북한에서 생활했던 유년기 성장 경험과 조건이며,이와 결 부된 탈북이라는 공간적 경계 넘기의 동기와 의미화 과정이다. 94 북한 94_ 브론펜브레너(U.Bronfenbrenner)는 생태학적 모델로 청소년의 발달을 설명하였 다.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미시체계,중간체계,외체계,거시체계,시간체계로 구분하였다.미시체계(Microsystems)는 특정한 물리적,사회적,상징적 특성을 지 닌 면대면 장(Seting)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행위의 패턴,사회적 역할,인간 내적인 관계들을 의미한다.예를 들어 가족,학교,동료집단,일터 등이 그 예이다.중간체계 (Mesosystems)는 미시체계들 사이의 관계나 맥락들 사이의 연결을 의미한다.예를 들어 가족 경험과 학교 경험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예를 들면 가정과 학교 간의 관계,학교와 일터간의 관계를 의미한다.외체계(Exosystems)는 발달 당사자를 포 함하지 않지만 근접 환경에서의 경험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장과 다른 장 등 사이 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연계를 의미한다.예를 들어 청소년의 가정과 부모의 일터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75

287 에서 지냈던 성장기에 생존에 필요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 었는지,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자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성장했는지,적절한 학교 교육을 받았는지 등은 청소년들이 탈북과 남 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다양한 경계에 대처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점에서 이들의 성장은 경로의존적 이다. 매슬로우(A.H.Maslow)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여 그것이 충족됨에 따라 차츰 상위 욕구로 나아간다.이와 같 은 욕구 위계에서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 단계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즉,하위단계의 욕구인 생 리적 욕구,안정 욕구,애정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만이 상위단계의 욕구인 자존의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 충족을 추구할 수 있다. 95 생애 경험을 살펴보면 탈북청소년들은 유소년기에 매슬로의 욕구위계의 1, 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거시체계(Macrosystems)는 체계들을 관통하는 문화와 하 위문화의 특성으로,거시적 시스템에 내재된 신념 체계,지식의 총체,관습,라이프스 타일,기회구조,위험과 선택기회 등을 포괄한다.시간체계(Chronosystem)는 전 생 애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와 사회역사적 환경을 포함하는 체계이다.U.Bronfenbrenner, EcologicalModelsofHumanDevelopment, M.Gauvain& M.Cole(eds.), ReadingsontheDevelopmentofChildren(New York:Freeman,1994),pp. 39~40.이 글에서는 탈북청소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 유년기의 생 애사적 조건과 탈북의 의미화,가족 및 의미 있는 타자와의 관계,사회문화적 접촉과 의사소통 경험,남한 사회의 사회문화적 환경 등의 요소를 살펴본다.유년기의 생애 사적 조건과 탈북의 의미화는 시간체계에,가족 및 의미 있는 타자와의 관계,사회문 화적 접촉과 의사소통 경험은 미시체계와 중간체계에,남한 사회의 사회문화적 환경 은 거시체계에 해당한다. 95_ 매슬로우는 욕구위계이론에서 인간의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을 욕구라고 보고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욕구를 5단계로 구분했다.1단계는 생리적 욕구(배고픔,목마 름의 충족),2단계는 안전 욕구(세계가 조직되어있고 예측가능하다고 느끼는 욕구, 안전,보호,안정성의 욕구),3단계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사랑하고 사랑받고자하 고,소속,수용의 욕구,고립과 소외를 피하고자 하는 욕구),4단계는 인정,자존의 욕구(자기존중감,성취감,효능감,독립의 욕구,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5단계는 자아실현 욕구(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 이다.D.Myers,Psychology(New York:WorthPublishers,1993),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88 2단계에 해당하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 가 많음을 알 수 있다.경제난 이후 가정 해체 현상이 확산되면서 소속 감과 애정의 욕구도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특히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먼저 탈북한 경우,남겨진 청소년은 부모와의 이별과 가족 해체로 인한 상실의 경험과 경제적 곤란,부모의 탈북으로 인한 감시와 통제 강화 등 복합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이는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 되지 못하여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정체성 형성의 핵심이 되는 자존 의 욕구나 자아실현 욕구 충족을 위한 동기화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 중등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인지 및 학습능력을 충분히 개발했는 지 여부와,북한과 탈북 기간의 학습공백 정도는 청소년들의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초등학교 학령기인 10대 초 반에 탈북한 청소년의 경우 공백을 보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 지만,긴 학습공백이 있는 중등학생 연령 이상의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남한에서 정규 중등학교 편입이 쉽지 않다.이는 또래의 남한청소년들 과의 상호작용 기회를 제한하는 등 사회문화적 경계 경험의 질을 규정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탈북과 남한 사회 정착은 성장기에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던 하위 단 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상위 단계의 욕구 충족을 위한 동기를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성장기의 결핍을 충족시키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청소년기의 발달과업과 연결되는 동기요인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남 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 이러한 결핍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되는지에 달려있다.사례9의 경우,남한에 정 착한 어머니가 사례9를 돌볼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사례9의 어 린 시절 이별의 상처가 원인이 되어 가족의 안정적 재결합이 어려웠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77

289 이는 결국 사례9가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 속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길게 유예된 청소년기를 보내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반면, 아홉 살 때 어머니가 탈북한 후 재혼한 아버지와 외가를 오가며 어려 운 생활을 지속하다가 10대 중반에 탈북한 20대 초반의 남학생 사례2 의 경우,사례9와 유사한 조건 속에서도 그와는 다른 성장 경로를 보여 준다.사례2의 어머니는 사례2를 탈북시킨 후 중국 내지에 있는 친척 에게 보내어 2년간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고 한국말 억양을 익히게 한 후 남한으로 데려왔다.남한에서도 어머니는 그에게 안정적인 생활 및 학습환경을 제공했다.그는 학업 공백과 연령차 때 문에 정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진학하 는 방법을 택했다.그는 어머니의 경제적,정서적 지원 하에 공부한 끝 에 2년 만에 명문대학에 합격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탈북청소년들이 첫 번째 공간적 경계 넘기를 어떻게 경험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이후 삶의 과정에서 이들이 경계를 대하는 태도 와 관점에 영향을 준다.청소년의 탈북은 동반가족 여부와 동기에 따 라 몇 가지 다른 양상을 띤다.부모,특히 어머니가 먼저 탈북하여 국내 에 정착한 후 자녀의 탈북을 유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최근에는 청소년이 먼저 단독으로 탈북하여 국내에 정착한 후 북한의 가족과 연 락하여 가족들이 나중에 입국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96 이주 와 관련된 논의에서 이주를 촉진하는 구조와 이주 주체의 능동성의 문 96_ 최근 10년간 무연고청소년 입국현황은 다음과 같다. 구분 합계 남 여 계 (출처:남북하나재단) 27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90 제는 중요한 쟁점이 되며,최근에는 북한여성의 탈북 행위에 대한 해석 을 두고 같은 쟁점이 논의되고 있다. 97 일반적으로 가족 중 청소년이 가장 먼저 단독으로 탈북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탈북이고,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행위로서 탈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는 하기 위한 동기(Um-zu-Motiv) 가 때문에 동기(Weil-Motiv) 98 에 앞서 작용한다.또한 청소년기의 특성상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과 희망이 처벌의 위험이나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두려움을 압도한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탈북한 사례10은 탈북동기에 반영된 청소년기 의 특성과 최근 북한청소년 세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사례10은 중 학교 때 운동을 했기 때문에 학교의 엄격한 집단적 조직 규율에서 어 느 정도 벗어난 생활을 했다.학생조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방과 후 조직생활이나 정치학습은 운동연습 때문에 잘 참가하지 않았고,농 촌동원도 부모님이 손을 써서 면제시켜주었다.그러다 보니 오히려 전 문학교에 진학해서 생활총화나 동원노동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느낄 정도였다.청년동맹원이면 누구나 암송해야 하는 10대 원칙 을 외우기 싫어서 청년비서에게 담배를 사주고 면제받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그런 것을 외운다는 게 싫었고 살기 피곤하다 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2000년대 중반,북한에서는 영상매체 를 비롯한 남한 문화가 인기를 끌었고,그녀도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모여 남한 영화를 즐겨 보았다.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용모나 복 97_ 대표적인 연구로 EunyoungChoi, NorthKoreanWomen snarativeofmigration: ChalengingHegemonicDiscoursesofTrafickingandGeopolitics, Annals oftheassociationofamericangeographers,vol.104,issue.2(2014)참조. 98_ 양영자, 내러티브-생애사 인터뷰 분석의 실제, 한국사회복지학,제65권 1호 (2013),p.192.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79

291 장에 관한 관심도 높았는데,그녀는 자유로운 복장을 단속하는 당국에 대한 반발심을 느꼈다. 99 중학교를 졸업하고 전문학교에 진학할 무렵 어머니가 장사로 큰 빚을 지게 되어 가세가 기울었고,2009년경 그녀 의 가족은 탈북을 계획하게 된다.국경지역까지 이동했다가 돈 문제로 가족이 한꺼번에 탈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그녀는 혼자서라도 탈 북을 하기로 결심한다.부모님은 너만이라도 좋은데 가서 그런 세상 을 구경했으면 좋겠다. 고 얘기했고,그녀는 자신이 남한에 잘 정착해 서 좋은 소식을 보내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기대를 느꼈다.그녀는 돈 이 모자라서 어렵다는 브로커에게 나를 중국에 팔아먹어도 좋으니까 중국까지만 넘겨 달라. 고 부탁을 했다.다른 가족들은 고향으로 돌아 가고,그녀는 모자라는 돈을 남한에 가서 지불하기로 하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그때의 심경을 그녀는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항상 아버지가 너만이라도,아버지가 얘기하는 거는 뭐 우리 모 두가 어떻게 잘살아보자 그런 생각보다는 너만이라도 좋은 데 가서 그런 세상구경을 했으면 좋겠다,그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가지고 뭐 그냥--딱 떠난 다음에는 나는 무조건 가야된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아무튼 이 땅을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밖에 안 했던 거 같아요.(사례10구술녹취록,2013Ⅰ/43) 탈북청소년들이 자신이 경험한 공간적 경계의 높이와 결을 어떻게 99_ 사례10의 청소년기 경험은 북한의 새로운 세대가 공유하는 공통의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북한의 새로운 세대 중에는 학교나 사회의 지배질서에서 완전히 벗어나거 나 눈에 띄는 저항을 하지는 않지만,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례를 형식적으로 수행하 면서,실제로는 자신이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다른 행위에 몰두하고 일상의 저항 을 수행하는 부류의 세대단위가 존재한다.조정아 외,새로운 세대의 탄생:북한청 소년의 세대경험과 특성,pp.298~300.사례10은 북한의 새로운 세대 중 이와 같은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8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92 경험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그 경험은 탈국가적 상상력 100 이나 이산 민 특유의 유동성 101 을 만들어내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하 며,삶의 안정성에 대한 욕구와 적응 의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 기도 한다. 102 앞에서 살펴본 사례9의 사례에서 원하지 않았던 탈북과 비교적 순조로웠던 탈북 과정은 한편으로는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남한 입국 후에 또다시 외국행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10대 후반에 단독 탈북한 20대 중반의 여학생 사례4는 자의로 탈북하였지만,탈북 과정의 경험을 고난 과 시련 으로 기억한다.경계 넘기에 대한 이러한 의미화는 이후 경계에 대한 그녀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인신매매와 같은 험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5개월간의 탈북 과정에서 그녀는 난생 처음 부모라는 뒷배경 없이 무시와 협박을 당 하고 자유를 구속당하는 체험을 한다.그녀의 공간적 경계 경험의 과 정은 북한의 공민에서 이등국가의 힘없는 여성으로,제3국 탈북자 수 용소의 범죄자로 정체성이 변화되어온 과정이기도 하다.그녀는 한국 에 정착한 후 스스로 그 기억을 억압하고 고립시켰다. 그녀는 한 곳 에 안주 하기를 원하고,그곳은 남한이다.그녀는 첫 공간적 경계 넘기 의 경험을 자신이 견디고 극복해야 할 시련으로 해석한다.그 연장선 상에서 그녀는 남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 부딪히는 사회문화적 경계들 을 견디고 버텨야 할 과제로 보고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_ 오원환, 탈북 청년의 정체성 연구:탈북에서 탈남까지, p _ 장수현, 이산민의 초국가성과 다층적 정체성:중국 위해의 한국 화교에 대한 사례 연구, 현대중국연구,제11권 2호 (2010),p _ 조정아,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현대북한연구,제17권 1호 (2014), p _ 사례4의 생애사례와 이에 대한 해석은 위의 글,pp.113~119.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81

293 나. 가족 및 의미 있는 타자와의 관계 일반적인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탈북청소년의 성장과 적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족관계 및 의미 있는 타자와의 관계이 다. 104 안정적인 가족관계와 가정환경은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새롭게 부딪치는 사회문화적 경계 경험을 자신의 성장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가족과 동반하여 탈북한 청소년의 경우에는 북한에서 의 가족관계가 남한에 와서도 지속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물론 이주청소년에 대한 연구 결 과 105 와 같이,부모와의 동거 여부뿐만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의 질이 청소년들의 성장과 적응에 영향을 준다. 부모가 먼저 탈북하고 오랜 시간이 경과한 뒤에 자녀가 뒤따라오는 순차탈북의 경우에는 가족의 이산 또는 해체와 재결합이 동반된다.이 주로 인해 가족의 이산을 경험한 청소년들에 관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 면,어릴 적에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은 분노,원망,그리움,두려움,거 부감에 시달리기도 한다.유아기나 어린 시절 이주로 인해 부모로부터 104_ 스트레스를 통한 성장척도 를 활용하여 15~24세 탈북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계량조사 결과,탈북청소년은 가족과 동거하며,제3국거주기간이 짧을수록, 남한거주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수록,남북한 출신 어느 집단이든지간에 안정애착을 가질수록,외상후 스트레스와 문화적응 스트레스를 적게 경험할수록 개인의 외상후 심리적 성장 경험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탈북청소년에게 있어서 사회적 지지 요인은 사회체계 내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심리적 스트레스의 근원과 노출 된 외상을 정서적,정신적으로 보호하는 완충역할을 하게 된다.특히 성인 탈북주민 과는 달리,성장기에 놓여있는 청소년들의 경우,사회적 기기를 제공하는 대상이 북한 출신인지 남한 출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탈북청소년에게 안 정된 애착을 제공해주는가가 더욱 의미 있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현경, 남한거주 탈북청소년의 외상 이후 심리적 성장요인에 관한 연구, 문화와 사회,제14권 (2013),pp.246~ _ 김유정, 북한이탈주민 재결합 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레질리언스 관점을 중심으 로, 통일연구,제15권 1호 (2011),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94 분리될 경우,부모-자녀 간 유대 형성이 방해받으므로 장기적 심리 적 응능력이 떨어지거나, 106 우울,자살 충동,낮은 자존감 등 심리정신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 107 탈북청소년 역시 이주청소년들의 이와 같은 심리적 특성을 지닐 수 있다.사례9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장기간 부모와 분리된 경험을 한 청소년이 부모와의 안정적 유대를 회 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가족의 해체는 가족의 일부가 북한 에 머물고 다른 일부는 남한에 머무는 공간적 분리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생기는 해체 때문에 신뢰를 상실하여 발 생하기도 한다. 108 때로는 먼저 탈북한 부모 중 한 사람이 중국이나 남 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경우,새로운 가족구성원을 받아들이는 일은 또 다른 적응의 과제가 된다. 가족에 앞서 단독 탈북한 청소년들은 남한 사회의 다양한 경계를 가 족의 도움 없이 혼자서 부딪쳐 해결해야 한다.초기 정착을 위한 지원 금이 지급되고,교육 지원과 미성년에 대한 생활보호 등의 지원이 이루 어지지만,아직 학업을 계속해야 할 나이의 탈북청소년들은 가족과 떨 어져 혼자 생활하는데 따른 외로움과 함께 북한 잔류 가족에 대한 송 Ⅰ 106_ A.M.Potinger, Children sexperienceoflossbyparentalmigrationin Inner-CityJamaica, AmericanJournalofOrthopsychiatry,Vol.75,No.4 (2005),p _ 위의 글,p.486;E.E.Huych& R.Fields, ImpactofResetlementonRefugee Children, InternationalMigrationReview,Vol.15,No.1(2005),pp.246~ 254;김유정, 북한이탈주민 재결합 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레질리언스 관점을 중 심으로, p.108에서 재인용.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반드시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만은 않으며,출신국가와 정착국가의 사회적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Suarez-Orozco, C.Todorova,I.L.G& J.Louie, MakingUpforLostTime:TheExperience of Separation and Reunification Among Immigrant Families, Family Process,Vol.41,No.4(2002),p _ 이순형 김창대 진미정, 탈북민의 가족 해체와 재구성 (서울:서울대학교출판문 화원,2009),p.157.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83

295 금이나 탈북 비용 마련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이들의 어려 운 상황은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청소년기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방황이나 돌출적 사건으로 표출되기도 한다.특히 자신의 탈북으로 인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 정서적 어 려움은 증폭된다. 10대 후반에 기회의 땅,자유의 땅 을 찾아 단독 탈북해 20대 초반 에 입국한 남학생 사례31은 육체노동을 해서 큰돈을 모아 부모님께 부 쳐드렸는데,그 돈을 받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화를 당하고 결국 돌아가 셨다.그 후 타락에 빠져 네 달 동안 그간 번 돈을 탕진하고 대안학 교와 일반학교를 여러 군데 전전하면서 방황을 했다.초기 정착기의 생활을 회상하며 그는 부모가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물 나게 서 러웠다. 고 말한다. (대안학교에 )공부하러 간다기보다 그땐 놀러 갔어요,그냥.명 동에도 있고 되게 좀 번화가였잖아요.좋잖아요.즐겁잖아요.그 래서 그때 돈도 벌어서 돈도 좀 있겠다,그래서 놀았어요.네 달 동안 막 돈을 탕진해서 거의 벌은 거 다 썼어요,나머지 돈을. 그러면서 놀다보니까 남은 게,손에 남은 게 하나도 없는 거예 요.진짜 허무한 거예요.진짜 이 한국 사회라는 게,이렇게-- 자본주의 사는 게 이런 거구나.이런 애들이랑 좀 더 어울리면 그 후회만 남겠다는 그런,그런 게 좀 뉘우침이 오는 거예요.(중 략)부산에 내려갔어요.부산에 내려가서,집에 아무도 없거든 요.아무도 없는데 내려가서,제가 아까 말했던 12평짜리 집에, 가서 옷 몇 벌 이렇게 대충 챙겨 가지고 내려갔어요.내려가서 거기서 한 6개월 정도 살았어요.다니면서 그 담당형사 있거든 요.형사한테 전화해서,가자마자 전화해서 좀 학교를 알아봐 달 라 해가지고 학교를 다녔죠.(중략)부산에서는 오전 6시에 일어 나서 7시 20분까지 학교 도착해야 되잖아요.도착해서 밤 9시까 지 야자 끝나고,그리고 저는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그 수학,45 분 수학,45분 영어해서 10시 반까지 수업을 했어요.그리고 집 28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96 에 오면 보통 12시가 됐는데,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또 6시에 일어나고.그 6개월 동안 그걸 반복한 거예요.(중략)그러니까 제가 거기서 되게 나도 모르게 외로웠던 거죠,너무.그러니까 거기서는 아침에 학교 갈 때 누가 이렇게 잘 가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내 혼자 대충 그 커피 있잖아요.무슨 커피라고 그 러지?아무튼 그런 거 한 잔 이렇게 들이키고 나가면 저녁에 와 서 컵라면 끓여 먹고 자고.점심엔 급식 먹고,학교에서.되게 좀 --그때는 몰랐는데 너무 눈물 날 정도로 서러운 거예요,그게. 부모가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눈물 나게 서러운 거예요.혼자 서 모든 걸 다 해야 하잖아요.집세,관리비 뭐 하여튼 시작해서 제가 생계비 40만원 나오는 걸로 다 조절하며 살았으니까.(사 례31구술녹취록,2014Ⅰ/23~24) 사례31과 같이 단독 탈북하여 혼자 생활하는 청소년의 경우 특히 심 리적 지지자 존재 여부가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때로는 북한에 있는 원거리 가족이,때로는 함께 생활하는 쉼터의 보호자가,때로는 교사 가,때로는 남한 친구나 탈북청소년 모임이 그 기능을 한다.가족 간의 유대관계와 신뢰가 돈독할 경우,북한에 남은 가족은 홀로 탈북하여 남 한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영향력을 미친다.남한 에 정착한 탈북청소년과 북한 잔류 가족 사이에는 초국가적 가족,공 간,연계망 109 이 형성되며,정보,자원,지원과 같은 국경을 넘는 연결 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가족을 잇는 접착제의 역할을 한다. 110 사 례4는 10대 후반에 단독 탈북하여 남한에서 홀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 면서 대학에 진학하고,직장생활과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5년 만에 109_ 정병호, 냉전 정치와 북한이주민의 침투성 초국가 전략, p _ R.Waldinger, BeyondTransnationalism:An AlternativePerspectiveon Immigrants HomelandConnections, M.R.Rosenblum & T.Daniel(eds.), OxfordHandbookofthePoliticsofInternationalMigration(Oxford:Oxford UniversityPress,2012),p.2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85

297 동생을 탈북시키고,자신은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해서 당당 한 사회인으로 서게 된다.그녀가 어려움 속에서도 손쉽게 돈을 버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끝까지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가 족관계 속에서 형성된 항상 강하고,잘하고,열심히 하는 사람 이라는 자아개념,몸은 떨어져 있지만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감 때문이었다.사례4에게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원거리 가족은 함께 생활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의 버팀목이 되는 심리적 지 지자였다. 부모가 먼저 탈북한 청소년은 북한에서 부모 없이 혼자 자신의 삶을 영위해야 하는 반면,다른 가족보다 먼저 홀로 탈북한 청소년은 남한 입국 후 부모의 보호 없이 생활하게 된다.이러한 환경 속에서 홀로 생 활하는 탈북청소년들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동거나 결혼의 형태 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기도 한다.이는 외로움과 같은 정서적 어려 움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단독 탈북 한 사례10은 국내에 먼저 정착하여 다른 가족들의 탈북을 유도하는 개 척자의 역할을 담당하였다.북한에서 항상 가족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 했고,생계를 위한 활동이나 독립적인 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사례10에 게 낯선 땅에서 부모님 없이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하나원 퇴소 후 지방에 집을 배정받은 그녀는 자신이 무엇 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다가 제일 쉬운 방법 을 선택한다.그것은 결혼이었다. 111 남자친구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비슷한 처지였기에 힘 111_ 이는 여성은 결혼을 하면 배우자에게 경제적 의존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혼에 대한 사례9의 사고방식과 연속성을 지니는 결정이었다.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그녀 의 결혼관을 잘 보여준다. (북한에 있을 때 )태권도학원 감독이던 남자선생이 얼 굴이 조금 잘생기고 그랬는데,뭐 이 사람은 그 태권도 감독이긴 하나 뭐 별로 그런 수입이 없거든요.애들이 조금씩 갖다 주는 게 그게 뭐 별로 돈이 안 되잖아요.그런 28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298 들 때 의지가 되었다.자신의 가정을 꾸렸음에도 나는 엄마 아빠가 없 으면 안 되겠다. 는 생각이 떠나지 않은 그녀는 직업훈련수당과 배정 받은 집을 활용하여 가족들의 탈북 비용을 마련하였다.2년 후,그녀는 마침내 가족들을 탈북시키는 데 성공한다.이후 재결합한 가족과 남한 에서 이룬 가정,새롭게 시작한 일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그녀는 자 신의 일에 충실할 것을 선택하고,재결합한 가족에게 돌아간다.비록 결혼생활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그녀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 하지 않는다.또 다시 이 땅에 오게 돼도 그 사람이랑 또 결혼을 하고 부모님을 데려올 거라고 생각한다. 만 20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에는 탈북청소년 쉼터 등과 같은 생활공 동체에서 생활보호를 받게 된다.사례9처럼 보호자가 있을 경우에도 보호자와 동거할 수 있는 사정이 안 되어 공동거주시설에 입주하는 경 우도 종종 있다. 112 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보호시 설의 정착지원 활동가나 대안학교 교사,일반학교 교사들을 자신의 부 모처럼 생각하기도 한다.이러한 활동가들은 무연고 탈북청소년들의 데 여자,나중에 결혼을 했는데,여자가 집도 있고,장사를 해서 돈도 엄청 많고 막 그런데,그런 여자하고 결혼을 했다고 하는 거예요.그래서 되게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왜,결혼을 저런 남자랑 하는지.결혼을 하면 남자가 당연히 여자를 먹여 살려야 되지 라면서 그거에 대해서 저는 되게 이해를 못했었어요. (사례10구술녹 취록,2013I/36)또한 그녀는 북한에서 어머니가 장사에 실패하여 가세가 기울자 돈 많은 남자 하나 후려가지고 시집이나 잘 가면은. 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사례10구술녹취록,2014I/31)이러한 사고방식은 일반적으로 미혼 여성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인 경제활동보다는 경제력 있는 남성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북한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다.이순형 등은 북한의 가 족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최근 사회주의 혁명의 기초로서 결혼이 가지는 의미가 약화되면서 북한 여성들 속에서 당성,애정,집안의 신뢰 등을 바탕으로 결혼하기보 다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적 이유로 결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고 분석하고 있다.이순형 김창대 진미정, 탈북민의 가족 해체와 재구성,p _ 2014년 말 현재 남북하나재단의 지원을 받는 무연고 탈북청소년 그룹홈은 13개로, 총74명의 탈북청소년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87

299 보호자이자 멘토이고,관련 시설은 이들의 안전망이 된다. 초기 적응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는 조력 자의 중요성은 탈북청소년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10대 중반에 탈북 후 어머니와 함께 중국에서 3년간 생활하다가 10대 후반에 단독 입국한 사례6은 성년이 되기까지 약 1년간을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탈북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생활했다.그녀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친정 집 과 같았던 공동체에서의 생활이 자신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다고 말한다.그녀는 정착 초기에 브로커에게 탈북 비용 때문에 협박을 당했고,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브로커 비용과 중국 에 있는 어머니의 입국 비용을 벌기 위해 편의점과 공장에서 일을 해 야 했다.고생 끝에 그녀는 어머니를 모시고 왔고 대학에도 진학하였 다.어머니가 먼저 탈북한 후 순차 탈북하여 중학교로 편입했던 사례7 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학교 3년 내내 담임을 맡아 지도 해준 선생님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학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께 떳떳한 제자가 되어 보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탈북청소년,특히 무연고청소년의 경우 경제적,정서적으로 매우 취 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다.그러나 부모든 교사든 정착지원 활동 가든,이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이들을 심리적으로 지지하면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한 사람의 조력자가 있다면,탈북청소년들은 보다 쉽게 난관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 _ 탈북청소년에 대한 사회적지지 특성 연구에 의하면,탈북청소년에게 실질적으로 도 움이 되는 지지제공자의 수는 평균 2.1명,한명의 지지제공자도 갖지 못한 경우도 12%에 달해 탈북청소년들의 사회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사회적 지지 수준은 보통 이상으로 낮지는 않았다.교사,기관관계자 등 공식적 지지망보다 28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00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타자 는 또래집단이다. 다양한 또래들과 상호작용하면서,청소년들은 다양한 생각이나 가치를 접하게 된다.친한 친구는 정서적 지지를 주고 정체감 발달의 역할모 델이 되면서 선택을 탐색하는 것을 도와준다. 114 탈북청소년들에게 중 요한 또래집단과의 관계는 여러 유형으로 나타난다.북한 출신 또래 관계와 남한 출신 또래 관계 중 북한 출신 또래 관계에 자신을 귀속시 키는 경우와 남한 출신 또래 관계에 자신을 귀속시키는 경우,양집단을 조화시키는 경우가 있으며,사례9처럼 북한에서 함께 지냈던 과거의 또래집단에 자신을 귀속시키며 남한에서는 친밀한 또래집단을 형성하 지 못한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학령기나 그 이전 시기에 남한에 정착한 경우에는 상대적 으로 북한에서보다는 남한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또래 관계를 맺은 기 간이 길기 때문에 남한 출신 또래 관계가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다.중 등 이상 학령기에 탈북하여 학업 공백과 연령차 때문에 정규 중고등학 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를 다니거나 검정고시 준 비를 하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탈북청소년과의 또래 관계가 중심이 되 는 경향이 있다.탈북청소년들간의 또래 관계는 원문화집단으로서 깊 은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하고,이를 통해 탈북청소년 지원이나 진로, 진학과 관련하여 많은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원문화집단은 이주 1.5 가족,가족,친구 등 비공식적 지지망의 중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북한 친구는 정서적 차원에서,남한 친구는 정보제공 차원에서 도움이 되었다.공식적 관계에 의해 맺어진 사람들보다 혈연,우정,애정으로 맺어진 사람들로부터 받는 지지가 탈북청소년들의 심리,사회,문화적 적응과 인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박윤숙 윤인진, 탈북청소년의 사회적 지지 특성과 남한 사회 적응과의 관계, 한국사회학,제41집 1호 (2007),pp.150~ _ 로라 버크 저,이옥경 외 역,생애발달Ⅰ:영유아기에서 아동기까지 (서울:시그마 프레스,2012),p.62.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89

301 세대들인 이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115 원문 화집단의 영향력은 매우 복합적이어서,정서적 안정과 성장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가하면,상황에 따라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 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 경우도 있다. 1990년대 후반에 10대 중반의 나이로 탈북하여 2002년에 입국한 사 례34와 2000년대 초반에 10대 중반의 나이로 탈북하여 2003년에 입국 한 사례12는 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서 만났다.검정고시 공부 과정 에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한 두 사람은 2년 만에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이후 비슷한 처지의 탈북청소년 네 명이 함께 모여 살았다.하루에 십여 명의 친구들이 집에 드나들었다.그들은 (탈북)1세대로서 터를 좀 잡아야 되지 않겠나,뭔가를 만들어가지고 좀 으싸으싸 해야 되지 않겠나,뭔가 우리 뒤에 오는 후배들한테 도움 을 줘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모여서 토론도 하고 모임을 만드는 시도도 했다.그러던 차에 한 탈북청소년 지원단체에서 운영하는 모임 에 같이 참석하여 북한과 탈북청소년에 대해 알리는 교육 강사로 활동 하고 남북한 청소년이 함께하는 모임에도 참석하였다.사례34는 그 생 활이 당시 자신에게 진짜 크게 의미가 있는 생활이었고 탈출구 였다 고 회상한다.그러나 사례34도,사례12도 대학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 게 되고, 롤모델도 없고 가이드도 없이 생활하면서 같이 방황 하 게 되었다.그들은 서로 길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말한다.한 친구는 게임중독에 빠져 PC방을 전전하 고,다른 한 친구는 휴학을 하고 택배회사와 조선소를 돌아다니며 일을 115_ Mary Yu.Danico,The 1.5Generation:Becoming Korean American in Hawai i(honolulu:universityofhawai ipress,2004);이슬기, 북한 이주 1.5 세대 여성들의 정체성 구성 방식에 관한 연구, p.67에서 재인용. 29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02 하다가 같이 사는 다른 친구들과 모여 한국 생활에 대해 얘기하는 자 리를 갖게 된다.그 중 두 사람이 한국 사회를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그들은 우리도 외국에 한 번 나가보자. 고 의견을 모은다. 결국 사례12는 영국으로,사례34는 캐나다로 재이주하게 되고,이후 5 년 만에 두 사람은 먼 길을 돌아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사례는 탈북청소년들이 놓인 생활환경과 이들의 성장기 특성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이다.두 사람 모두 남한에 부모가 있었지만 함 께 생활하지는 않았다.그런 가운데,의지하고 귀속할 수 있는 정서적 공동체나 성인멘토의 존재는 이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데 큰 영향 을 미친다.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청소년들이 체험하기 어려 운 경험을 한 탈북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새로운 사회에서 자 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노력한다.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도전의 식은 이들이 삶을 개척해나가는 원동력이 되지만,때로는 안내되지 않 은 탐색이 앞 장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즉흥적이고 임의적인 재이주 나 예기치 못했던 길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을 이 사례는 보여준다. 다. 사회문화적 접촉과 의사소통 경험 사회문화적 접촉과 남한의 청소년,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곧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경계를 체험할 기회가 늘어남을 의미한다.청소년들은 새로운 경계 경험을 통해 자신 의 기존 인식체계와 내적 통합성의 위기를 맞이하는데,이러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때 인식체계의 변화와 경험의 재해석을 통한 내적 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따라서 탈북청소년의 성장에는 청소 년기 발달 과제 수행과 위기 극복을 근거리에서 지원할 수 있는 조력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91

303 자의 존재와 함께 사회문화적 경계 자체를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중요하다. 탈북청소년들이 사회문화적 경계를 느낄 수 있는 주된 장은 학교이 다.어느 정도의 연령대에 남한 사회에 정착했는가는 탈북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상호작용 경험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성장 과 생애경로에 영향을 미친다. 116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학령기나 그 이 전에 입국한 청소년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편입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남한의 청소년들과 일상생활을 공유하게 된다.이 경우 에 탈북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남북한 청소 년의 가치체계와 문화의 차이를 접하게 되고,자신의 인식체계와 태도 를 조정하고 대응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그러나 고등학생의 나이에 해당하는 10대 중반 이후에 입국한 청소 년들의 경우에는 학력격차나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일반학교를 다니 는데 어려움이 많다.때문에,나이가 많거나 학업 공백이 큰 청소년들 은 일반학교보다는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나 검정고시 를 통해 진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북한에서 소학교 졸업 후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사례9는 입국 당시 기초학력이 부족하고 중학교에 진학 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정규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그는 지 역에 정착한 후 6개월 만에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 입학하였고,이후 총 3년 이상의 기간을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와 쉼터 에서 생활해왔다.이런 생활환경 탓에 10대 후반에 탈북한 사례9는 현 재 20대 초반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남한 친구들과의 지속적 상 116_ 같은 경험이 생애에서 다른 시간대에 체험됨으로 인해 이후 생애경로에 다른 영향력 을 준다.G.H.Elder,ChildrenoftheGreatDepression:SocialChangeinthe LifeExperience(Chicago:UniversityofChicagoPress,1974)참조. 29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04 호작용이나 본격적인 사회 생활 경험이 없다.현재 그가 자주 접촉하 는 남한 사람은 쉼터의 보호자와 검정고시 학원 친구들과 일주일에 세 번 아르바이트하는 호프집에서 만나는 업주와 동료 정도이다.그는 친 한 남한 친구도 없고,남한 친구들과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 에 남한 사람들과 어떻게 해야 친해질 수 있을지 잘 모른다.그는 남한 친구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와 온라인게임을 통해 남한 사람을 접촉하고 남한 사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그는 컴퓨터 게임과 채팅을 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람의 편견을 인식하고,그에 대응하기도 한다. 뭐 컴퓨터로 막 이렇게 게임도 하면서리 채팅하면,북한 사람이 라고 이렇게 하면 뭐 개새끼,김정일 뭐 어쩌고 거기 빨갱이 같 은 새끼 이러고--.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제가 말했어요.너희 는 뭐 우리를 싫어하고,우리는 너네한테 쌀 주고 이런데 너네는 그거를 모른다고 이런 식으로.은혜를 모르고 막 도발하고 이런 다고 그래서,그게 아니라고,사람마다 다 그런 거 아니라고 얘 기했어요.그래도 그 물이 그 물이라고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화가 나는 거예요.네,그래--뭐 그래,너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만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만 인정해 달라고 그랬죠.그러다가 어떻게 몇 달 있으니까 친구가 되고.게임친구가 되고.계속 말 걸쳐보고 그리고 좋으니까 친구하자고.그땐 미안했다고.그러 면서 게임 상에서 만나고 좋아하고.그런 거 같아요.(사례9구 술녹취록,2014Ⅰ/18) 사례9와 같은 경우에 일상적 생활의 맥락 속에서 남한의 문화와 사 람들을 대할 기회는 상당히 제한되고 대학 진학 이후나 취업 이후로 유예된다. 북한 학력을 인정받아 대학에서 진학하거나 검정고시나 탈북청소년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93

305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청소년들은 대체로 대학교 1학년 과정에서 본격적인 사회문화적 접촉을 경험한다.그들은 이 과정을 혼란기 로 묘사한다.입국 3년 만에 검정고시와 대안학교를 거쳐 대 학에 입학했던 사례34는 그 경험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 사회에 살고는 있었지만 속해 있는 건 아니었죠.시스템 자 체에 속해 있는 건 진짜 아니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그냥 이 거는 그냥 간간히 그냥 밥 먹듯이 그냥 맛보기로 맛만 봤던 거 고,진짜 대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진짜 우리 나이또래 생활과 진 짜 이런 걸 경쟁하게 되면서 진짜로 속하게 됐다고 생각이 들고 요.그 다음부터는 자기 실력을 조금씩 알게 되고.그전에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자만심 다 깨지고,그런 생각들이 한 백번 정 도 깨지죠.내가 얼마나 초라한가부터 느끼게 시작되고.나는 진 짜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나이또래,우리 사회에서는 뭔가를 의욕심이 되게,나는 그래도 막 생각 있는 아 이였고 막 이렇게,그렇게 지칭돼 왔고 그렇게 생각되어 왔는데,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그렇게 생각되어 왔는데--,여기서는 진 짜 아무 것도 아닌,너무 초라하구나,그거를.진짜 너무 형편없 이 막 이게 깨지고 너무 추락하게 되더라고요.추락하게 되고. 그래서 한 1년,1학기 1년 정도 진짜 그렇게 추락을 하죠.막. 그걸 한 1학기까지라고 생각을 하겠습니다.제가 네,그렇게 추 락하는 거는.그래서 아 내가 진짜 그렇게 망가지고 깨지는 데까 지는 1학기까지라고 생각되고,그때부터는 그래서--그래도 들 어갔으니까 대학생활 하는 의욕이 있잖아요.으싸으싸해가지고 따라가야 되겠다,이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사례34구술녹취 록,2014Ⅱ/41) 위의 인용문은 이전에는 남한청소년과의 전면적인 상호작용 경험이 없었던 한 탈북청소년에게 대학생활이 남한청소년 및 남한의 사회체 계와 전면적으로 밀도 있게 부딪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이는 또한 남한 사회 속에서 자신이 처해있는 위치와 조건,자신의 현재 모 29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06 습에 직면하는 계기가 되었다.이는 추락 으로 표현되는 성장통을 가져 왔지만,그는 곧 좌절을 딛고 일어서 한걸음 나가는 성장을 하게 된다. 라. 남한 사회의 사회문화적 환경 탈북청소년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요소로 남한 사회의 가치체계와 문화,특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수용 태도, 즉 남한 사회라는 지각장의 구조를 117 들 수 있다.앞 장들에서 살펴보 았듯이 한국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구별 짓고 타자화한다.억양,옷차림,자기표현방식 등 겉으로 보이는 차이점은 북한 사람을 낙인찍는 고정관념의 상징적인 표시가 된다. 118 최근 들어 서는 북한 주민,특히 북한 여성을 특정한 시선으로 고정시키는 종편방 송 프로그램들도 성행하고 있다.북한의 도발적 행위와 같은 정치적 사건이 발생할 때 이들에 대한 구별은 적대적 시선으로 바뀌기도 한다. 차별적 시선과 배제의 문화는 탈북청소년들을 위축시킨다.10대 중반 에 입국하여 정규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례7은 북한군이 연평도를 공격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죄지은 것처럼 느껴지고,친구들의 눈 총이 따가워 일주일간 결석을 하였다고 한다.많은 청소년들이 교실에 서,일터에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다.때로는 학급에서 탈북청소년만 을 분리해내어 별도의 지원을 실시하는 탈북청소년 지원정책이 분리 와 낙인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탈북청소년들을 남한 출 117_ 들뢰즈에 의하면,타자는 내가 지각하는 대상이나 나를 지각하는 어떤 주체가 아니 라,오히려 그러한 지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지각장의 구조,즉 구조-타자이다.김지 영, 들뢰즈의 타자 이론, 비평과 이론,제9권 1호 (2004),p _ H.Choo,Gendered Modernity and Ethnicized Citizenship:North Korea SetlersinContemporarySouthKorea,Gender& Society,Vol.20,No.5 (2006),p.590.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95

307 신 청소년들과 구분해내는 사회의 차별적 시선은 탈북청소년들이 해 외 이주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해외에 이주하여 생활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해외체류 시 분단 구조가 가져온 대립과 적대의 시선,탈북자라는 스테레오타입의 낙인 으로부터 자유로운 점이 좋았다고 말한다.10대 중반에 입국해 20대 초반에 유럽으로 이주하여 5년간 생활하다 돌아온 사례12는 남한에서 는 한국화 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던 데 비해,유럽에 가니 자신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이민자 중의 하나로 내 스스로 있으면 그걸로 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동화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는 유럽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이 자신을 대한 방식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럽의 어떤 친구가 나한테 북한이 도대체 어떤 나라야? 이렇 게 묻는 거하고 한국 사람이나 북한에 관심을 아주 많이 가진 사람이 나한테 묻는 거하고 다른 거예요.네.그러니까 일종의 자기만의 그 어떤 시각이 있어요.그러면은 내가 뭔가 이렇게 다 른 얘기를 할 여지가 없어요.그래서 이 사람이 뭘 기대를 하는 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그래서 이 사람은,그런 어떤 뭐랄까요? 그런 기대치 자체가 별로 나는 이렇게 반갑지 않았던 거 같아요.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기대를 하는 거 같아요.그러니까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얼마나 삶이 뭐 이러고 이런 거 있 잖아요.(중략)이렇게 북한의 독재주의 그 사회에서 제가 얼마 나 어려웠겠습니까,이런 그 인상이 딱 보이는 거예요,이게.그 걸 내가--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고 그럴까요.(사례12구술녹 취록,2014Ⅱ/24) 앞의 장들에서 살펴보았듯이 탈북청소년들은 이와 같은 지각장의 구조 속에서,한편으로는 남한 사회의 구별적 시선에 저항하고,다른 한편으로는 남북 간의 대립이 만들어낸 북한 출신으로서의 정치사회 29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08 적 자본과,경계를 넘나들면서 발생하는 초문화적 자본 119 을 자신의 생존전략으로 삼아 활용한다. 또한 우리의 청소년 문화 속에는 경제적 능력,성별,외모,인지능력 등 수많은 배제와 차별화의 선들이 존재하고,탈북청소년들은 북한 출 신 에 대한 경계뿐만이 아니라 이와 같은 다양한 배제와 차별화의 경계 들이 얽혀있는 지점에 서있다.그리고 북한 출신 이라는 범주로 타자 화되는 탈북청소년들이 때로는 북한 출신이라는 경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른 종류의 경계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대 초반의 여학생 사례3은 2000년대 중반에 10대 중반의 나이로 가 족과 함께 탈북하였다. 121 그녀는 북한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7년간 학 교 교육을 받았지만,한국에 와서 교육체제가 다른 점을 염려해서 학년 을 2년 낮추어 초등학교 6학년으로 편입해,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총 7년간 초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사례3이 다녔던 중고등학교에는 탈 북청소년들이 학교에 여러 명 있었고 지원 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고 믿 고 따를 수 있는 선생님도 계셔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그녀 는 초등학교 때부터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혔다.처음에는 북한을 가난하고 주민들이 굶어죽는 나라로만 인식하는 친구들에게 자 신의 고향은 그렇게 못사는 곳이 아니라고 항변도 많이 했다.친구들은 처음에는 북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 친해지 면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허물없 이 지내게 되었다.5년간은 북한과는 다른 청소년 문화에 적응하는 기간 이었고,5년쯤 지나니 친구들과 충분히 공감하면서 대중문화를 즐길 수 119_ 정병호, 냉전 정치와 북한이주민의 침투성 초국가 전략, p _ 조정아,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p _ 사례3의 생애사례와 이에 대한 해석은 위의 글,pp.120~125.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97

309 있게 되었다.그녀는 중학교 때까지는 다른데 신경을 별로 안 쓰고 공부 에 열중했다.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입시위주의 교육에 적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고등학교 때 반에서 왕따인 친구를 혼 자 감싸주다가 자신도 따돌림을 당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그 사건을 겪으면서 사례3은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 다.그녀는 그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친구)얘가 좀--항상 동떨어져 있고,다른 애들하고.왕따에 요,왕따.동떨어져 있고 밥도 혼자 먹고.점심시간에 급식실에 가서 다 같이 먹는데,항상 이제 대여섯 명씩 이렇게 무리지어서 먹으니까,그 패가 있잖아요.얘는 혼자 먹으니까 제가--저는 이제,저랑 같이 먹던 다섯 명,여섯 명 그런 게 있었고.그래서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그래서 제가 얘랑 같이 밥을 먹었어요. 얘랑 둘이서.얘네는 얘들끼리 먹고.이러니까--.저는 얘에 대 한 어떤 동정이랑,동정심이랑--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얘 랑 같이 밥 먹었는데,저를 보는 애들의 시선도 조금--같이 취 급하고 또 저한테 몰래 와서도 왜 그러냐고.왜 쟤랑 먹냐,뭐 이런 식으로.그래서 되게 힘들었어요,그때.그때 이제 제가 선 생님을 찾아갔거든요.(사례3구술녹취록,2014Ⅰ/5~6) 왕따 문제로 선생님께 상의를 드렸는데,선생님은 사례3이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힘이 들 거라면서 점심은 원래 어울렸던 친구들과 함께 먹고 그 친구는 학교 밖에서 챙겨주든지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쓰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셨다.그 뒤로 사례3은 친구들과 겉으로는 잘 어 울렸지만 자기 스스로가 학교 친구들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자신을 다르 게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그런 데 대한 염려가 항상 마음속에 있 었다.자신이 큰일을 하나 해내든지 아니면 정말 공부를 잘하든지 해 야 그런 마음이 극복될 것 같았다.그녀는 남은 고등학교 기간에 진 29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10 짜 겨우 억지로 학교에 다녔다고 회상한다.북한에서 사례3은 전형적 인 모범생이었고,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았던 시간을 가장 즐거웠 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남한에 와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교사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모범생다운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겪었던 따돌림은 교우관계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 한 고민을 가져온 전환점으로 작용했다.따돌림의 이유는 자신이 탈북 청소년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지능력이 떨어져 따돌림 당하는 다른 친 구와 가까이 지낸다는 것이었지만,이 일로 인해 그녀는 친구들과 북한 에서 온 자신 간에 존재하는 경계를 의식하게 된다.학급 내에 존재하 는 구별과 타자화의 문화 속에서 그녀는 남한 친구들과의 사이에 스스 로 경계를 긋는다.특정 대상을 타자화하고 낙인찍는,그럼으로써 자신 들의 정상성 을 확인하는 고등학생들의 문화는 그것이 애초에 누구를 향한 것이었든 간에 북한에서 온 청소년을 비켜가지 못하였다. 오찬호에 의하면 우리의 20대들은 차별화와 배제,편견의 확대재생 산,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과 공감능력의 결핍이라는 세대적 특징 을 지닌다. 122 자기계발 의 시대가 만들어낸 이 세대의 특징은 한편으 로는 대학입시를 목표로 무한 반복되는 경쟁이 지배하고,입시 선발의 변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학습경험의 점수화 등급화가 이루어 지는 교육문화와 맞닿아있다.탈북청소년들을 구분하고 타자화하는 경 계 이외에 이러한 교육문화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경계가 학급 내에,청 소년 문화 속에 존재한다.탈북청소년들을 통합적 자아정체감을 지닌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그들을 이와 같은 남한의 교육문화에 잘 적 응시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122_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고양:개마고원,2013),pp.89~98.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299

311 3. 정체성의 확장과 재구성 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기까지,국내 에서 초기 적응을 거쳐 한국적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또 난민이 나 유학생의 신분으로 해외로 이주했다가 되돌아와 정착하는 과정을 통해 탈북청소년들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확장된다.정체성의 확장과 재구성은 계속되는 성찰적 과업이다.인간은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 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협상하고 성찰하고 재구성한다.자아정 체성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어떤 독특한 특성이 아니며 나아가 특성 들의 집합도 아니다.자아정체성은 행위자에 의해 성찰적으로 해석되 는 연속성이다. 123 따라서 정체성은 한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확장해 나가고 자신의 과거 경험을 새롭게 해석함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인 성격을 띤다. 탈북청소년들의 정체성 또한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장소에서 과거 경험이 단절된 가운데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북한에서의 생활 경험,탈북동기,탈북 과정의 경험 등에 따라 달라지며,탈북 및 이주 과정에서의 경계 경험을 통해 재구성되는 것이기에 역사성을 지니는 것이다.정체성의 재구성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전 과정에 걸쳐서 일어난다.그런데 탈북청소년에게 있어 경계 경험을 통 한 정체성의 재구성 문제가 특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청 소년이라는 특정한 삶의 시기를 지나고 있고,국경과 사회문화적 경계 를 넘는 이들의 경험이 정체성 위기를 가져오고,그 결과 정체성의 재 구성과 확장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자신이 누구인지,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 123_ 앤서니 기든스 저,권기돈 역,현대성과 자아정체성 (서울:새물결,1997),p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12 는 것이 무엇인지,자기 삶에서 추구하려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 문에 답하는 것,즉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청소년기의 주요한 발달과 업이다. 124 정체성 형성이 청소년기라는 한정된 생애시기에 국한되어 이루어지거나 이 시기에 완결되는 것은 아니지만,청소년기라는 시기 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생애시기이 다.게다가 탈북청소년들에게는 북한으로,중국으로,제3국으로,남한 으로 삶의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 이 생각하고,숨기거나 드러내고,협상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주어진다. 자기회의와 정체성 혼미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이러 한 정체성의 위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정체성을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 또한 이들의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탈북청소년들의 탈북과 이주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정체성 변화 사례들을 살펴보자.중국 등 탈북 과정의 경유지에서 장기간 신 분을 숨기고 생활한 청소년의 경우에는,신변안전을 위해 북한 출신이 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거짓된 정체성을 가장한 경험을 갖고 있다.10대 초반에 탈북해 8년간 중국에 체류했던 사례33은 중국에서 조선족학교를 다니며 신분을 세탁 했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조선족학교,거기서 신분을 이렇게 세탁했죠.내 인생이 거의 거 짓 인생이에요.거짓된 인생을 살았습니다.거기서도 이렇게,내 가 조선족인데 부모님들이 지금 한국에 가서 일하고 계시고 내 가 그래서 애들한테 어떻게 하나 보이기 위해서 막,한국에서 온 옷을 입고 한국에서 온 책,샤프 모든 거 다 애들한테 나눠주고. 우리 부모님들이 보내줬는가 하고,애들은 믿고 이래요.(사례33 구술녹취록,2014Ⅱ/9) 124_ 로라 버크 저,이옥경 외 역, 생애발달 Ⅰ,p.56.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301

313 10대 중반에 단독 탈북한 사례2는 먼저 탈북하여 한국에 정착한 어 머니의 안내에 따라 탈북 후 보다 안전한 중국 내지의 도시에 약 2년 간 머무르게 된다.그는 부족한 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중국어학원과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한국인으로 가장해야 했던 경험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쪽은 한족이 대부분이고,또 엄청 외국인들이 많잖아요.그래 서 아,저 사람이 설마 탈북자겠구나. 라는 생각을 잘 안 하더라 고요.저를 보면 일본 아니면 한국 이렇게,두 개 나라 중에 항상 얘기를.(중략)그냥 그 두개를 물어봐서 그냥 간단하게 한국 사 람이다라고 대답을 하고.그래서 그쪽에서는 제가 사람을 잘-- 진짜 편히 친해질 수가 없었어요.말을 또 많이 하면 아무래도 이게 좀 위험하기도 하고 그러기 때문에.제가 또 그때는 모르는 것도 많고.일반사람들이 다 아는 것도 저는 잘 모르잖아요.(중 략)연예인 같은 경우도 이런 경우죠.진짜 유명하신 뭐 국민배 우 누구 뭐 엄청 많잖아요,최불암 선생님도 그렇고.그런 분들 이 계시는데,그분이 누군지를 모르니까 답답한 거죠,그게.(사 례2구술녹취록,2014Ⅰ/5~6) 당시 중국어를 배우는 수강생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는데,탈북자 신분이었던 사례2는 신분노출의 위험 때문에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들 과 친분을 나누기 어려웠다.중국어학원이었기 때문에 중국어로만 얘 기를 해서 북한 말투는 숨길 수 있었지만,대화 과정에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한국 문화를 자신은 모르는 것이 탄로날까봐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면 중국어로 리액션만 했다. 위의 두 사례와 같이 남한 입국 전에 거치는 중국이나 제3국에서 탈 북청소년들은 북한 출신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가장해야만 체포나 북송의 위험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그런데 신변의 위협이 사라진 남한 사회에서도 탈북청소년들은 차별과 따돌림,혹은 그에 대 30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14 한 우려로 인해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기 어렵다.일반적으로 1~3년간의 초기 적응기간에 탈북청소년들은 학 교 생활이나 사회 생활을 통해서 남한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접촉하면 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다.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온 것이 티가 나는 성인탈북자들과는 달리,짧은 기간 동안에도 말투,외모의 변화 와 한국 문화에 익숙해짐을 통해 한국 사람 으로 통과 가능해진다.이 러한 전환 가능성은 이주국에 더 잘 적응하고 동화될 수 있는 가능성 을 의미하는 한편,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에 자신을 귀속시킬 수 있는 지,정체성 형성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125 일반적으로 초기 적응기간에는 말투를 교정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와 문화를 모방하는 등 일방적 동화의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다.남한 입국 연령,북한생활에 대한 기억 등의 요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많은 경우에 초기 정체성 위기의 시기를 지나면서 자신이 태어 나고 자란,자신의 친척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북한에 대해 다시 생각 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이들은 탈북청소년 커뮤니티 참가,통일교육 등 북한 알리기 활동,북한인권활동,탈북대학생 동아리 등 북한과 관 련된 다양한 활동에 참가하고 원문화집단에 소속되면서 북한 출신으 로서의 정체성을 찾아나가게 된다.이 과정은 북한 사회뿐만 아니라 남한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비교의 관점에서 비판적 시선을 견지 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북한 출신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한다는 것이 곧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시민적 정체성이 약화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체성 변화와 확장의 양상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사례3은 125_ 이슬기, 북한 이주 1.5세대 여성들의 정체성 구성 방식에 관한 연구, p.8.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303

315 10대 중반에 탈북하여 남한에서 초등학교로 편입하였고,북한보다 남 한에서 학교 생활을 한 기간이 더 길었다.청소년들이 일반적으로 경 험하는 학업과 교우관계의 갈등과,남북한의 학교 문화 차이로 인한 어 려움을 겪기는 했지만,결과적으로 잘 적응했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 이라는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갖게 되었다.그렇지만 적응 여부와는 별개로 그녀는 북한에 대한 정서적 애착과 북한 출신으로서의 정체성 을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다. 좋았던 경험 으로 기억되는 북한에서의 성장기의 기억과 남한 사회 정착 후 탈북자 밀집지역의 학교에 배치됨 으로써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던 점,고등학교 때 겪은 친구의 따돌림 사건 등은 그녀가 과거 로부터 단절한 채 남한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고자 노력하기보다는 북 한 출신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2013년 연구자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 자신이 아는 대학생들이 대부분 탈북학생들이어서 너무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 서 일반 학생들이 가입하는 동아리를 하나 들어야겠다고 말했다.그러 나 약 1년 후에 다시 만난 그녀는 북한 출신 친구들에 대해 이전보다 도 더 깊은 애정과 정서적 유대를 표현했다.그녀가 대학에 와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탈북청소년 동아리의 친구 들이다.그녀는 탈북청소년 동아리 모임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학교로 부터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 다.반면,남한 친구들과는 문화적 코드가 달라 마음이 편하지 않고 심 리적 거리감이 느껴진다.한국에서 오래 생활해서 남한 친구들과 통하 지 않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굳이 북한에서 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 도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무엇인가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그녀는 대학에 입학한 후에 탈북자 단 30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16 체에 몇 군데 다녀보았고,초중등학교의 통일교육 강사로도 활동을 하 고 있다.통일교육 강의는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면서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이어서 틈틈이 하고 있다.주로 북한 사회와 북한에서의 생활에 관해 얘기하는 통일 교육 강의를 하면서 북한에 관한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 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남한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남북한 주민간의 이질감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통일이 되면 남북한 사람들이 친해지기까지 오 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그 과정에서 남북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에 본인이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사례3은 자신이 한 국 사회에 다 적응됐다. 고 생각하지만,북한에서 살았다는 사실은 자 신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는 뿌리 이며 죽을 때까지 북한 사람 이 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에서 소학교를 다니다 10대 초반에 탈북하여 남한에서 초등학 교에 편입한 사례15는 자신이 북한 출신임을 드러내지 않고 생활해왔 다.축구와 싸움을 잘 해서 전국구 일진 으로 늘 친구들과 어울려 다 녔던 그는 같이 다니던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면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 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어머니가 북한에서 오셨고 자신은 남한에서 태어났다고 선의의 거짓말 을 했다.남한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고 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대 학교 생활 한 학기를 마치고 그는 유럽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유학간 지 3년 만에 놀러간 한인타운의 교회에서 그는 북한 출신 축구팀을 만 났다.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서 그 축구팀에서 매주 축구를 하고 해 외거주 탈북자들의 집을 출입하면서 그들과 친분을 형성하게 된다.그 는 자신이 한국 사람 이고 어머니가 북한 사람 이라고 소개했지만,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305

317 그들은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내 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때부터 마음을 터놓고 그들 과 어울리게 되었다.과거에는 말 못했던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북한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어렸을 적에 북한에서 배웠 던 카드게임을 같이 하면서 행복감을 느꼈다.그때 일어난 정체성의 변화를 사례15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 편하게 북한에서 왔다는 거를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게 좋았던 거 같아요,저한테는.20년 가까이를 그런 거를 제 마음 속에 숨기고 살았거든요.그래가지고 그거를 마음 편하 게 탁탁 말하고,그런 게 참 좋은 거 같아요.(중략)어느 순간에 서는 뭐 이런 말이 있잖아요.피는 못 속인다는 이런 거 있잖아 요.어린애들,북한에서 온 사람들,그냥 북한 사람인 거죠.내가 고향이 북이구나,잊지를 못하는구나,느껴지더라고요.아무리 내가 어디 가서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이다 하지만,북한 사람 은 북한 사람이더라고요.(사례15구술녹취록,2014Ⅲ/35) 사례15는 탈북자 형들을 만나면서 북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탈북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탈북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탈북한 자신의 부모님이 진짜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 을 하게 되었고,부모님 덕분에 자신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귀국해서 대학에 복학한 그는 외국 생활을 경험한 한국대학 생의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간다.그는 북한이나 탈북청소년들과 관련 된 모임에 일부러 참가하려고 하지는 않는다.그러나 이제 그는 고향 을 묻는 질문에 대해 어릴 때 북한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사례15가 해외생활을 통해 북한 출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 견하게 된 경우라면,사례12는 해외생활을 통해 국가중심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개별자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게 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30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18 그는 15년을 북한에서,탈북 과정 중 2년을 중국에서,입국 후 4년을 남한에서,유럽으로 재이주하여 5년을,다시 돌아와 남한에서 2년을 살 았다.그는 북한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어느 곳에서도 장 기간 정주하면서 살지 못했다.입국해서 유럽으로 재이주하기까지의 기간에 그는 스스로 안쓰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한국화 되기 위해 애 를 썼다.그랬던 그는 외국 생활을 통해 인종과 민족,국가가 교차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주자들과 교류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경험을 하 게 되고,국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북한 사람 이나 한국인 이 아닌 자기 자신 을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뭐냐면은요.어떤 그,어떤 그런 개념자체가 이렇게 따라 붙을 때 그 뭐랄까요,개성이 이렇게 무시가 되잖아요.그러니까 나는 이렇게,탈북자--들 가운데서도 탈북자가 아니에요.네,그 리고 한국 사람이면서도 한국 사람이 아닌 거 같아.나는 나인 거예요.(중략)제가 무슨 선택을 해서 어느 국가에서 태어난 건 아닌 거 같아요.국가라는 게 사실은 되게 비자연스러운 거잖아 요.제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날 수도 있는 거고,뭐 미국에서 태 어날 수도 있는 거고.어쩌다보니 북한에서 태어났네요.딱히 무 슨--국가가 웃기는 거 같아요.되게 웃기는 기재인 거 같아요. 뭐랄까,뭐 여권을 들고 딱 이렇게 건너갈 때만 내가 아,어떤 국가에 속해 있구나. 이런 느낌을 받는데.그런데 그 외에는 되 게 뭐랄까요,되게 정신적인 것 같은,실체적으로 무슨 뭔가 의 미가 있는 게 아니고.(사례12구술녹취록,2014Ⅱ/34) 사례12와 마찬가지로 탈북 과정과 재이주 등으로 인해 외국에서 장 기간 생활했던 사례34는 북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그는 북한에서 15년,탈북 과정 중 중국에서 4년,입국 후 남한에 서 6년,북미로 재이주하여 5년,다시 돌아와 남한에서 1년을 살았다. 그는 자신이 정체성 갈등을 느낄 때가 많았지만,자신이 북한 사람인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307

319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북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자 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이라고 본다.북한에서 태어난 자신이 지금은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자신은 이방인 이 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앞장에서 국제이주 탈북청소년들이 새로운 공간을 통과하면서 과거 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온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이동에 따라 증식되는 여러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살펴 보았다.국내에 거주하는 탈북청소년의 경우에도,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이들이 겪은 경험과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따라서,이들의 정체 성은 변화하고 확장된다.이들의 정체성은 북한 공민이냐 대한민국 국 민이냐를 이분법적으로 선택하거나,탈북청소년이라는 사실을 공개하 느냐 마느냐와 같은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는 성질의 것이다.탈북청 소년들은 북한 지역 출신으로서의 정체성,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 체성,남한 사회 내의 소수자로서의 정체성,남북한의 연결자로서의 정 체성,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 등 다양한 측면의 정체성을 중층적으 로 가지고 있으며,그 정체성의 복합적 모습과 변화의 경로는 개인별로 매우 다양하다.이들의 정체성의 복잡성과 중층성은 부적응의 표현이 기보다는 경계인들의 정체성의 본질이다. 126 우리 사회에서 이들의 정 체성에 대해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선택하거나,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확고부동한 정체성을 갖도록 강요하지 않고,그 복합성과 중층성을 인 정하고 수용할 때,국적을 기준으로 하는 정체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 126_ 이러한 경계인들의 정체성은 리차드 세넷은 접경적 정체성이라 명명하였다.경계 가 구획하고 구분하는 기제라면,접경은 다름이 맞닿고 교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차드 세넷 저,김병화 역,투게더 (서울:현암사,2013);김성경, 경험되는 북 중 경계지역과 이동경로 북한이탈주민의 경계 넘기와 초국적 민족 공간의 경계 확 장 에서 재인용. 30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20 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4. 소결 이 장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탈북 과정과 새로운 삶의 공간에서 겪 는 경계 경험을 누적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성장 이라는 관점에서 살 펴보았다.탈북청소년들의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의 특성은 다음과 같 다.첫째,이들은 청소년기라는 특정한 시기에,매우 압축적으로 다양 한 경험을 한다.이들의 경계 경험은 탈북 이전의 생애 경험과 동질적 인 것이기보다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에 대한 도전을 제기하 는 이질적인 경험들이며,이러한 경험의 이질성이 지식체계와 가치관, 사고방식에 대한 의문과 성찰의 계기로 작용한다.그 결과 기존의 가 치관과 사고방식이 변화하거나 통합성이 커지기도 하고,이해의 폭이 확대되는 인지정서적 발달이 일어난다.인간의 생애시간 중 신체적,인 지적,정서적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겪은 경계 경험은 성인기에 겪은 경계 경험에 비해 남은 삶을 방향 짓는데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북한에서의 성장기 및 탈북 과정에서 각종 결핍과 육체적,심 리적 상처를 경험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 정착 후 결핍이 충족되 고 심리적 상처가 치유됨으로써 안정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여러 가지 결핍의 충족이나 심리적 상처의 치유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몇 년 혹은 십 수 년에 걸치는 긴 시간 속에서 탈 북청소년들은 과거의 결핍과 역경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을 거듭하기도 한다.많은 청소년들이 결핍의 충족과 상처의 치유를 통해 성장을 이루어가는 반면,남한 사회에 와서도 정신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309

321 적,지적 결핍과 심리적 상처가 회복되는 기회를 갖지 못한 탈북청소년 들 또한 다수 존재한다. 셋째,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이 겪은 경계 경험을 해석하고 이 과정에 서 인식체계를 돌아보고 변화시켜나가며,이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과 타자,사회를 재해석한다.경계 경험이 제공하는 이러한 성찰의 기회가 이들 청소년들에게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한다.탈북청소년들의 생애사 례를 살펴보면,삶의 주요 전환점인 탈북이라는 사건은 북한 사회나 자 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수반한다.어린 나이에 탈북한 청소년들에게는 북한 사회에 대한 성찰은 대부분 국내 정착 후 학교 교육 과정이나 매 체들을 통해 북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면서 이루어진다. 또한,남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의 또래 청소년들 이나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상호작용 양식을 성찰하게 된다.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 정착 후에 남한 사회의 특성과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성찰 하게 된다.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체계를 무조건 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북한에서의 성장 경험이나 탈북 및 이주 과정에서의 경계 경험,외국 생활 경험 등에 비추어 재해석하고 비판적 으로 수용한다. 탈북청소년들의 경험을 통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 들이 존재한다.첫째,이들의 성장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 영향을 미 치는 근본적인 요소는 북한에서 생활했던 유년기 성장 경험과 조건이 며,이와 결부된 탈북이라는 공간적 경계 넘기의 동기와 의미화 과정이 다.북한에서 지냈던 성장기에 생존에 필요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는지,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자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성장했는지,적절한 학교 교육을 받았는지 등은 청소년들이 탈북 31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22 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다양한 경계에 대처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가족관계 및 의미 있는 타자와의 관계는 이들의 성장에 영향 을 미친다.안정적인 가족관계와 가정환경은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새 롭게 부딪치는 사회문화적 경계 경험을 자신의 성장의 자산으로 전환 할 수 있도록 돕는다.특히,단독 탈북하여 혼자 생활하는 청소년의 경 우 심리적 지지자 존재 여부가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때로는 북한에 있는 원거리 가족이,때로는 함께 생활하는 쉼터의 보호자가,때로는 교사가,때로는 남한 친구나 탈북청소년 모임이 그 기능을 한다. 셋째,사회문화적 접촉과 남한의 청소년,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의 빈 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곧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경계를 체 험할 기회가 늘어남을 의미한다.청소년들은 새로운 경계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기존 인식체계와 내적 통합성의 위기를 맞이하는데,이러한 위 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때 인식체계의 변화와 경험의 재해석을 통한 내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따라서 탈북청소년의 성장에는 사회문화적 경계 자체를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중요 하다. 넷째,탈북청소년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요소로 남한 사 회의 가치체계와 문화,특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수용 태도를 들 수 있다.북한이탈주민을 구별 짓고 타자화하고 낙인찍는 차별적 시선과 배제의 문화는 탈북청소년들을 위축시킨다.또한 우리 의 청소년 문화 속에는 경제적 능력,성별,외모,인지능력 등 수많은 배제와 차별화의 선들이 존재하고,탈북청소년들은 북한 출신 에 대한 경계뿐만이 아니라 이와 같은 다양한 배제와 차별화의 경계들이 얽혀 있는 지점에 서있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과 정체성 재구성 311

323 한편,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은 정체성의 재구성을 동반한다.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기까지,국내에서 초 기 적응을 거쳐 한국적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또 난민이나 유학 생의 신분으로 해외로 이주했다가 되돌아와 정착하는 과정을 통해 탈 북청소년들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확장된다.이들의 정체성은 이들이 겪은 경험과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따라서 변화하고 확장된다.탈 북청소년들의 정체성의 복합적 모습과 변화의 경로는 개인별로 매우 다양하다.탈북청소년들의 생애궤적이 보여주는 그들의 정체성은 혼종 적이며,이러한 혼종성은 부적응의 단서라기보다는 남한이냐 북한이냐 하는 국적을 기준으로 하는 정체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탈북청소년들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체성의 모습들이 구분되고 선택되어야 하는 것으 로 취급되지 않고 공존과 교류와 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취급될 때,이 러한 여러 빛깔의 정체성은 탈북청소년들의 성장의 잠재력으로 작용 할 수 있을 것이다. 31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24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13

325

326 이 연구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탈북과 이주의 과정 속에서 공간적 경계 및 사회문화적 경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탐구하였다.또한,청 소년기에 체험한 경계 경험이 한국을 비롯한 이주국에서 생활하는 과 정 속에서 청소년의 성장과 정체성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였다. Ⅱ장에서는 탈북청소년의 물리적 경계 횡단 과정과 그들의 경험에 대해 다루었다.이들은 북한을 떠나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 어오고,일부는 한국을 떠나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 아오는 일련의 여행을 했다.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고,이 경계 횡단 경험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먼저 떠나기 전에 북한에서 북한 사회나 바깥세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왜 떠나게 되었는지를 다루었다.다음으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는 도강 경험,중국에서 안전 한 제3국까지 이동하는 긴 여정,한국에 오기 전의 기다림 그리고 한국 도착에 대해 순차적으로 기술하였다.본 연구는 탈북 청소년 의 경계 경험에 관한 것으로, 청소년 기에 이러한 공간 횡단 경험을 한 것이 어 떤 특징을 가지며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자 하였다.이러한 질문에 대해 본 연구가 답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북한에서 이들은 북한 이외의 다른 사회의 준거가 부족하여,자신의 삶의 공간을 상대적으로 바라 볼 수 없었다.영화나 드라마라는 제한 된 창 을 통해 바깥세상을 볼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실제로 경험한 외 부세상이 아니어서 이미지로만 존재하게 된다.창을 통해 본 외부세계 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 구체적인 도강 을 결심 하는 과정은 시대별로 차이가 있다.널리 알려졌듯이 2000년대 이전에 도강한 경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많았으나,그 이후에는 이미 정착한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15

327 가족 친지의 초청에 의한 2차 이주,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 증가하 였다.이는 청소년의 경우 더 분명한데,성인탈북자의 경우 정치적 억 압,경제의 어려움 등 북한 사회에서 경험한 과거-현재와 단절하기 위 해서 북한을 떠난다면,청소년의 경우 오히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서 북한 사회를 떠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자기 인식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아직 어린 아동들 의 경우에는 부모가 그들에게 미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신 그 선택을 해 주었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넘을 때의 두려움이나 주저함의 정도는 그가 언제,누구와 함께 건넜는지,북한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최종 목적 지에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는지 등에 따 라 차이가 있다.2000년 이후 도강한 청소년의 경우,보통 어머니나 아 버지,친척들이 마련한 상대적으로 안전한 루트를 따라서 여행하였다. 탈북루트가 개발되자 탈북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고,어 른들이 비용을 준비하고 철저히 계획할수록 아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 은 그만큼 감소하게 되었다.이때 이들에게는 비장함 보다는 설레임 이 더 컸던 것 같다. 중국에서 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 제3국을 경유하는 길을 통해 한 국으로 오는데,이들의 여정은 긴 육로의 여행( 線 이동)과 마지막 기착 지에서 한국으로의 순간 이동( 點 이동)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긴 육로의 여행을 통해 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보고 경험한다.이 과 정에서 북한 사회를 상대적으로 볼 수 있는 준거를 조금씩 갖게 된다. 태국이나 캄보디아 수용소를 마지막 기착지로 마치고 항공편으로 한 국으로 왔다.한국으로 오는 마지막 여행은 지금까지 여행지를 온전히 장소로 경험해 온 선 여행과 달리,몇 시간 후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는 31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28 점 이동이었다.남한으로 점 이동하는 것은 공간적으로 이동하는 것뿐 만 아니라 시간적으로 30~40년의 경제적 격차,혹은 취향의 차이를 뛰어넘어 이동하는 것이었다.북한에서 한국으로 이주는 공간적 이주 에서 긴 과정 을 보이지만,삶의 공간으로서의 두 사회를 과정 없이 뛰 어넘은 투하 이기도 하였다.이들이 이렇게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투 하되는 방식으로 이주해온 것은 이들에게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으 로 작용하기도 하지만,이러한 방식의 이주 자체가 이들을 학습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하였다.이들은 이후 언제든지 이러한 방식으로,한 사 회에서 다른 사회로 훌쩍 다시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갖 게 되고 한국을 떠나 서구의 다른 공간으로 재이주하는 경우에,시공간 을 뛰어넘어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다시 투하시키기도 하였다. 한국에 온다는 것은 국가 시스템의 보호와 관리를 받는다는 뜻이었 다.그동안 아무 보호를 받지 못했던 벌거벗은 존재에서 국가 시스템 이 나의 신체를 보호하고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하게 된다.하나원 생 활 3개월을 마치고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 때,자신이 앞으로 살게 될 민낯의 한국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일부 청소년들은 한국 사회를 떠나 영국이나 캐나다,유럽의 다른 국가로 재이주하기도 하였다.이들은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지 우고,북한 사람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자본화하여 서구 국가에 난 민보호신청을 한다.이 과정은 심각한 고려 없이 경험 삼아 이루어지기 도 하였다.해외에서 이들이 경험 하는 것은 자신을 코리안(Korean), 혹은 아시안으로 재범주화 하거나,집단 범주를 해체하고 개인 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었다.이러한 자기발견은 북한 사람으로서 가졌 던 위축감이나 열등감을 씻어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단,해외의 한인 사회에서 그들은 다시 북한 사람 으로 낙인감을 가졌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17

329 북한,중국,동남아시아 제3국,한국,그리고 서구 국가의 국경을 넘 은 이들은 이 경험을 통해 성장해나갔다.이들은 첫째,공간적 경계를 넘으면서,자신이 살았던 북한 사회에 판단하는 바깥세상의 준거를 갖 게 되고,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을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생겼다. 둘째,두만강을 건넌 사람은 그 후에 맞닥뜨려진 국경을 한결 수월하게 넘을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그래서 어디든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게 되었다.셋째,위험에 닥치고 해결해 나가면서 철 이 들었다.이것은 한국의 또래에 비해 자신이 가지는 강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마지 막으로 이들은 공간의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그 후 스스로 치유해 나가고 있다.청소년기의 가소성( 可 塑 性 )은,적절한 관 심과 지원이 제공될 때,이들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한다. 탈북청소년은 국경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으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경계를 넘는다.Ⅲ장에서는 탈북청소년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문화적 경계를 살펴보았다.탈북청소년들은 다양한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된다.이들은 북한에 있을 때부터 매체와 경관 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하였다.북한 사회에 유통되고 있는 외국의 영 화나 드라마는 탈북청소년이 처음 접하는 외부문화이고,다른 문화이 다.그리고 국경 너머 보이는 경관을 통해 탈북청소년들은 다름을 인 지한다.이들이 북한에서 경험한 새로운 문화는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 심과 동경을 만들어내고,자신이 살고 있는 북한 사회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자신이 속한 사회의 경제적 위치를 확인하고 문화적 수준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탈북청소년이 직접적으로 다른 문화를 체험하 는 것은 국경을 넘어 중국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중국에 체류하면서 접하게 되는 새로운 문화는 과거의 것과 달랐고,선진적이 고 발전한 문화로 여겨졌다.이러한 문화적 경험은 자신이 속했던 북 31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30 한 사회의 경제적 조건과 상황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탈북청소년이 북한을 떠나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문화적 차이는 언어적인 부분이다.중국에 도착하면서부터 중국어를 쓸 수 없는 탈북 청소년은 자신을 타자로 인식하게 되고,중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어를 능통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같은 언어체계를 쓰는 한국에 도착 해서 생활하면서도 언어는 차이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탈북청소년이 사용하는 언어는 직접적으로 이들이 남한 출신이 아님 을 표식하고, 못사는 나라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낸다.북 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북한 출신 사람들에 대한 차별 때문에 탈북청소년은 자신의 고향을 숨기기 위해 사투리를 고치려한다.탈북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언어로 인한 또 다른 문화차이는 맥락에 맞는 언 어를 선택하지 못하고 외래어 등과 같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 의 뜻을 알지 못할 때이다.언어는 다양한 문화적인 것들을 표상한다 고 할 때,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 문화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때문에 탈북청소년들이 언어를 통해 경험하는 차이는 문화적 자원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다음으로 탈 북청소년들은 외형에서 나타나는 스타일에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다. 구체적으로 피부색과 옷차림,헤어스타일에서 남한 출신 사람들과 구 별된다고 한다.상대적으로 탈북자들은 부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갖고 있고,남한 출신사람들보다 촌스럽다는 것이다.이는 북한 사회의 경제 적,문화적 열등함에 대한 인식이 탈북자 외모에 대한 평가로 나타나는 것으로,외형에서 나타나는 스타일의 차이가 단순히 차이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탈북자와 남한 출신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위계로 이어진다. 언어나 외모와 스타일과 같이 가시적이고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문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19

331 화적 차이뿐만 아니라,일상적인 공간에서 대면관계,관계 맺기 방식에 서 탈북청소년들은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기도 한다.탈북청소년들은 주로 학교와 일터,또래 관계에서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되는데,이들 이 남한 출신 사람들과 관계에서 느끼는 낯선 문화는 사람을 대하는 데서 나타나는 이중성이라고 한다.한국 사회에서는 익숙한 인사치레 가 이들에게는 가식이고,솔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그런데 탈북 청소년들은 남한 출신 사람들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누구에게나 그 러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특히 자신들이 탈북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 렇다고 생각한다.자신들이 탈북자이기 때문에 늘 웃음으로만 대하고, 자신들에게 관대하다는 것이다.이처럼 탈북청소년들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타자화 된다고 느낀다.관계에서 느끼는 또 다른 문화적 차이는 한국 사회에 서 보편화되고 정상화된 연애문화이다.탈북청소년들은 이성관계를 유 지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에서 낯설음을 느낀다.과거 북한에 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한국의 연애문화가 북한 사회 에서 익숙했던 가부장적 남녀관계와는 다르기 때문이었다.이러한 관 계 맺기 과정에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들은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 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탈북청소년에게 한국 생활의 또 다른 어려움을 만들어낸다.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적 차이들은 탈북청소년으로 하 여금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인지하게 하는 한편,탈북자 집단과 남한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탈북청소년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문화적 차이의 원인을 각 집 단의 특성으로 돌리기도 하고,자신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탈북자와 남 한 사람들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탈북청소년들 32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32 은 남한 출신의 또래들과 생활하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말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그리고 그렇지 못한 자신들이 그들보다 뒤떨어졌다고 생각한다.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탈 북청소년들은 남한과 북한의 교육과 사고방식에서 찾고,북한적 문화 와 교육 특성을 발견한다.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출신 청소년의 더치페 이,선생님이나 어른을 대하는 무례한 태도,일상적인 욕설,소비행태 등을 보며 자신과 남한청소년의 다름을 구성한다.남한청소년들은 비 인간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비도덕적인 반면,자신들은 인간적이고 집단적이며 도덕적이라 생각한다.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문화적 차이를 토대로 자신과 남한청소년의 집단적 특성을 규정하는 것이다. 탈북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면서 경 계를 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구사한다.구체적으로 한국 사 회에 적응 하기 위해 과거문화와 다른 탈북자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 고 한국의 문화라고 여기는 것들을 흡수,모방하려고 한다.또는 자신 이 가진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부여와 다른 사회의 문화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를 재평가하고,자신과 한국 사회를 거리두기 함으로써 새로운 경계를 만들기도 한다.이러한 탈북청소년들의 경계 넘기 전략 은 기존의 경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다른 한편으로 기 존의 경계에 균열을 냄으로써 경계들을 재구성한다. Ⅳ장에서 사회적 경계는 계급,젠더,섹슈얼리티,출신,인종,연령 등과 같은 사회적 범주가 특정한 생활양식,사상,제도 등으로 나타나 개인 또는 집단 사이에 경계를 긋고 구분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을 뜻한 다.따라서 사회적 경계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배제하거나 포함하는 사회적 법 제도,관습과 규범,인식과 범주,상식과 기술 등이 어떻게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21

333 일상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한국 사회에서 탈북청소년들의 삶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경계는 다 양한 영역에서 포함과 배제의 형태로 작동해 왔다.이 장에서는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경계의 양상과 내용,그리 고 이런 경계 경험이 이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 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그리고 이들이 다양한 경계들에 직면하여 어떤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주체의 전략을 모색하는가를 파악해 보 고자 했다.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여러 물리적 경계(국경, 지역)를 넘는 것과 동시에 그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경계들에 직면하 게 된다.이 경계들은 그 사회가 어떻게 이들 북한이탈주민들을 상징 적으로 규정하고 바라보는가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밀접하게 관련된 다.사실상 시선은 권력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다.특정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곧 대상을 타자화하고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 에 시선 은 곧 권력관계를 내포하게 된다.이런 시선들은 특정한 방식 으로 이들을 구분하고 경계 안과 밖으로 밀어넣거나 배제하는 것을 의 미한다. 탈북청소년들은 북 중 국경을 넘는 도강 이후 중국에 발을 딛는 순 간부터 시민권을 갖지 못한 불법체류자라는 정치적 법적 경계를 통해 분류되면서 타자화된다.이들에 대한 제도적 정치적 대상화 또는 타자 화는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이들 육체와 사고에 사회적 경 계를 각인시킨다고 할 수 있다.이들을 불법/합법과 비정상/정상이란 경계들로 분류하고 타자화하는 시선들은 이들의 정체성 형성과 재구 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이런 경계들을 마주하고 인식하며 이들의 정 체성은 끊임없이 재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32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34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불법/합법,비정상/정상 등의 시민권 적 경계 이상의 보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경계들 속에 놓이게 된다.가령 분단이라는 공간과 역사성,이념과 민족이라는 사고 와 정서들이 중첩되고 상호 충돌하기도 하면서 이들의 경계 경험을 보 다 복합적인 구도에 위치시킨다.분단 상황이라는 한반도 공간성은 이 들이 합법적인 시민권을 갖기 위해 진성 탈북자인지 거짓 탈북자인 지부터 먼저 증명하도록 만든다.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탈북의 진정 성을 증명하는 게임을 통해 일차적으로 검열하며 재구성하게 된다.이 게임은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일관성과 진정성을 통해 증명되어야만 하는 것이다.이들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에도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이념적인 적대성과 민족적 포용성이라는 상 호 모순적인 공적 담론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정한 탈북자임을 증명하 거나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적이라는 것을 연출해야만 하는 사회적 시 선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국적과 시민권을 통해 포함되었지만,한편으 로는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경계들 속에서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그것은 곧 포함하면서 배제하는 이중 운동을 일상적으로 경험하 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이런 경계 경험을 통해 이 사회가 원하는 정체성을 학습하고 모방하고 연출하고 수행하기도 하면서,한편으로는 그것을 우회하거나 회피하고 거부하는 탈출 전략을 모색하기도 한다.그런 측면에서 이들 의 정체성은 안정된 사회화를 통한 일정한 완성 궤도를 갖기보다는 끊 임없이 재구성되면서 항상적인 진행형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그러 나 한국 사회에서 이들을 타자화하는 방식은 적응 의 관점 이상을 넘 지 못하고 있다.얼마나 동질화되었고 우리 문화에 익숙하게 되었는가 를 기준으로 하는 적응 의 관점은 이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돈과 재구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23

335 성이 갖는 역동성을 간과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적응 처럼 보이 는 이들의 모습이 갖는 삶의 가능성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V장에서는 중국 혹은 남한 등으로 이주했다가 해외로 재이주하고 있는 북한청소년들의 경험에 주목하였다.북한청소년들의 중국 및 남 한으로의 이주,그리고 제3,제4국가로의 재이주는 지리적 공간을 직선 으로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무수히 많은 인간 및 사물들과 만나고,교 류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이때 각국의 이민/난민 정 책,초국적 차원의 이주정책과 조직들(EU,UN,다양한 국제 NGOs) 은 국민과 비국민을 구획하는 현대 국가권력과 이를 둘러싼 힘들의 표 현 양식이다.이에 대해 합법 혹은 불법/비법으로 국경을 횡단하는 북 한청소년들은 희망하는 국가의 성원으로 인정받고,시민으로 참여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타협과 갈등을 경험한다.이런 관점에서 최근 독일 사회로 이주한 북한청소년들의 이주 경험과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하나의 사례로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 시민권(Citizenship)이란 정치공동체의 성원이 될 수 있 는 자격이라고 하는 형식적 권리와 그 성원 자격에 토대를 둔 개인의 권리와 의무,또는 그것을 보장하는 제도와 관행 등의 내용적인 권리를 포괄하는 것 으로 이해한다.이때 정치공동체의 성원 자격을 국민이 아 니라 주민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최근의 논의들을 적극 수용하였다.즉 특정 국가의 개인이 해당지역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인 경우(합법적 인 체류이든 불법적인 체류이든 상관없이)해당 정치 공동체의 성원으 로서 시민권을 갖는다고 이해하는 것이다.시민권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에서 중요한 점은 개인이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였음에도 불 구하고 개인의 권리가 사회 내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시 32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36 민권 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특성을 갖는 다.또한 시민권이 체류형태의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에 실질적으 로 거주하는 주민에게도 보장되는 권리라는 점에서 성문법주의,국적 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특성을 갖는다.시민권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난민 신청자의 신분인 북한청소년들의 다양한 행위과정 을 좀 더 열린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독일로 이주한 북한청소년들의 사례연구는 이들이 단신 혹은 가족 들과 함께 새로운 삶 을 찾아 전 세계로 이주하는 북한주민들의 중요 한 구성원임을 보여준다.20대 특유의 생애 동력과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을 배경으로 가족을 대표하여 혹은 가족을 동반한 채 이주하고 있다.이와 같은 북한 주민의 해외 이주는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등을 통해 증가하고 있는 탈북자 에 대한 각국의 난민 수용 사례 를 동력으로 하고 있다.즉 이민자에 대한 국경통제가 더욱 까다로워 지는 21세기 현대 국가체제에서 탈북자 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타국 가의 시민이 될 수도 있는 극히 예외적인 집단이 된 것이다.해외로 이 주한 북한청소년들의 경험이 보여주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20여년의 생애기간에 상이한 공간적,문화적 경계의 이동이 반복되고 있다.북한,중국이라고 하는 사회주의 사회로부터 남한 혹은 유럽의 국가라고 하는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주는 (신)냉전체제의 정치 적 경계를 횡단하는 경험으로서 상당한 위험 을 내장하고 있다.동시 에 중국,남한,독일 등 서로 다른 언어적,문화적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질적인 가치와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있다.이들은 21세기 현대사회 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집단주의적 사회인 북한 사회에서 태어나 길지 않은 생애기간에 경험하는 적대적 사회질서와 이질적 문화의 경계를 자신들의 삶의 지평에서 해석하고 전유해야 하는 생애사적 과제를 안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25

337 고 있는 것이다. 둘째,북한청소년들의 국경횡단의 특징은 일반적인 해외 이주와 달 리 본인 혹은 가족들의 삶의 전망 속에서 계획된 이주가 아니라,국가 폭력과 생존의 위협 혹은 사회적 갈등 속에서 이루어지는 즉흥적이고 임의적인 이동과 이주라는 점이다.특히 북한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짧 은 제도적 사회화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이어지는 이주의 과정에서 비 법과 불법 행위 를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예외적 일상 이 지속되고 있다.다시 말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아를 (재)구성하기 위해 필요 한 가치와 규범의 전수 및 사회적 자본의 전유과정이 상대적으로 희박 하다.대신 중국 및 북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터득한 임의적 생 존방식(부당 거래 등)을 토대로 일상의 문제를 돌파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해외 이주의 과정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북한청소년들은 연속적 해외 이주를 통해 애착의 장소를 상실 하고 있다.반복되는 국경횡단을 통해 자신의 의미 있는 타자(Significant others)인 가족,친지,친구들과의 이별뿐만 아니라 스스로 애착을 가 졌던 장소들을 잃고,무장소(Placeless)의 경험들을 반복하고 있다.북 한에서 중국,중국에서 남한,남한에서 해외로 이주를 계속하는 동안 더욱 작아지는 북한이주민공동체 속에서 이들이 느끼는 고립감은 적 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반면 이들은 디지털 전자매체(핸드폰,이메일 등)를 통해 전세계로 흩어진 북한이주민들과 일상적 네트워크를 형성 하고 있다.이와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는 단순히 생활에 필요한 지식 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각국으로 흩어진 가족과 지인들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고,어떤 경우 장거리 연애를 통해 친밀성을 형성하기도 하는 대체 공동체 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넷째,해외로 이주하였다가 남한으로 돌아온 북한청소년들의 경우 32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38 사후적으로 자신들의 시도를 중요한 해외/외국 경험 으로 해석하기 도 한다.남한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언급되는 해외유학, 어학연수 대신 자신들은 신체자본 을 바탕으로 잘사는 선진국에서 생 활하고 영어 혹은 기타 외국어를 배워본 경험을 갖게 된 것으로 이해 하기도 한다.또한 남한과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두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경험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Ⅵ장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이 탈북 과정과 새로운 삶의 공간에서 겪 는 경계 경험을 누적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성장 이라는 관점에서 살 펴보았다.탈북청소년들의 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 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첫째,이들은 청소년기라는 특정한 시기에,매우 압축적으로 다 양한 경험을 한다.이들의 경계 경험은 탈북 이전의 생애 경험과 동질 적인 것이기보다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에 대한 도전을 제기 하는 이질적인 경험들이며,이러한 경험의 이질성이 지식체계와 가치 관,사고방식에 대한 의문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그 결과 기존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변화하거나 통합성이 커지기도 하고,이해의 폭 이 확대되는 인지정서적 발달이 일어난다.인간의 생애시간 중 신체적, 인지적,정서적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겪 은 경계 경험은 성인기에 겪은 경계 경험에 비해 남은 삶을 방향 짓는 데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성장기에 북한과 탈북 과정에서 각종 결핍과 육체적,심리적 상처를 경험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 정착 후 결핍이 충족되고 심 리적 상처가 치유됨으로써 안정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여러 가지 결핍의 충족이나 심리적 상처의 치유는 단번에 이루 어지지 않는다.몇 년 혹은 십 수 년에 걸치는 긴 시간 속에서 탈북청 소년들은 과거의 결핍과 역경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성장하고 그 과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27

339 정에서 좌절을 거듭하기도 한다.많은 청소년들이 결핍의 충족과 상처 의 치유를 통해 성장을 이루어가는 반면,남한 사회에 와서도 정신적, 지적 결핍과 심리적 상처가 회복될 기회를 갖지 못한 탈북청소년들 또 한 다수가 존재한다. 셋째,탈북청소년들은 자신이 겪은 경계 경험을 해석하고 이 과정에 서 인식체계를 돌아보고 변화시켜나가며,이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과 타자,사회를 재해석한다.경계 경험이 제공하는 이러한 성찰의 기회가 이들 청소년들에게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한다.탈북청소년들의 생애사 례를 살펴보면,삶의 주요 전환점인 탈북이라는 사건은 북한 사회나 자 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수반한다.어린 나이에 탈북한 청소년들에게 북한 사회에 대한 성찰은 대부분 국내 정착 후 학교 교육 과정이나 매 체들을 통해 북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면서 이루어진다. 또한,남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 탈북청소년들은 남한의 또래 청소년들 이나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상호작용 양식을 성찰하게 된다.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 정착 후에 남한 사회의 특성과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성찰 하게 된다.탈북청소년들은 남한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체계를 무조건 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북한에서의 성장 경험이나 탈북 및 이주 과정에서의 경계 경험,외국 생활 경험 등에 비추어 재해석하고 비판적 으로 수용한다. 탈북청소년들의 경험을 통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 들이 존재한다.첫째,이들의 성장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 영향을 미 치는 근본적인 요소는 북한에서 생활했던 유년기 성장 경험과 조건이 며,이와 결부된 탈북이라는 공간적 경계 넘기의 동기와 의미화 과정이 다.북한에서 지냈던 성장기에 생존에 필요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328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40 충족되었는지,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자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성장했는지,적절한 학교 교육을 받았는지 등은 청소년들이 탈북 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다양한 경계에 대처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가족관계 및 의미 있는 타자와의 관계는 이들의 성장에 영향 을 미친다.안정적인 가족관계와 가정환경은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새 롭게 부딪치는 사회문화적 경계 경험을 자신의 성장의 자산으로 전환 할 수 있도록 돕는다.특히,단독 탈북하여 혼자 생활하는 청소년의 경 우 심리적 지지자 존재 여부가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때로는 북한에 있는 원거리 가족이,때로는 함께 생활하는 쉼터의 보호자가,때로는 교사가,때로는 남한 친구나 탈북청소년 모임이 그 기능을 한다. 셋째,사회문화적 접촉과 남한의 청소년,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의 빈 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곧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경계를 체 험할 기회가 늘어남을 의미한다.청소년들은 새로운 경계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기존 인식체계와 내적 통합성의 위기를 맞이하는데,이러한 위 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때 인식체계의 변화와 경험의 재해석을 통한 내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따라서 탈북청소년의 성장에는 사회문화적 경계를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중요하다. 넷째,탈북청소년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요소로 남한 사 회의 가치체계와 문화,특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수용 태도를 들 수 있다.북한이탈주민을 구별 짓고 타자화하고 낙인찍는 차별적 시선과 배제의 문화는 탈북청소년들을 위축시킨다.또한 우리 의 청소년 문화 속에는 경제적 능력,성별,외모,인지능력 등 수많은 배제와 차별화의 선들이 존재하고,탈북청소년들은 북한 출신 에 대한 경계뿐만이 아니라 이와 같은 다양한 배제와 차별화의 경계들이 얽혀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29

341 있는 지점에 서있다. 한편,경계 경험을 통한 성장은 정체성의 재구성을 동반한다.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기까지,국내에서 초 기 적응을 거쳐 한국적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또 난민이나 유학 생의 신분으로 해외로 이주했다가 되돌아와 정착하는 과정을 통해 탈 북청소년들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확장된다. 정체성 변화와 확장의 양상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탈 북청소년들의 생애궤적이 보여주는 그들의 정체성은 혼종적이며,이 러한 혼종성은 부적응의 단서라기보다는 남한이냐 북한이냐 하는 국 적을 기준으로 하는 정체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탈북청소년들 내부에 존재하 는 다양한 정체성의 모습들이 구분되고 선택되어야 하는 것으로 취급 되지 않고 공존과 교류와 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취급될 때,이러한 여 러 빛깔의 정체성은 탈북청소년들의 성장의 잠재력으로 작용할 수 있 을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탈북청소년 정책지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단기적,부분적,무조건적 지원에서 지속적,총체적,개별화된 지 원으로 전환 탈북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와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부적응의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오르내림이 있는 성장 의 과정으로 보고,정책 방향을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 조성에 맞추어야 한다.탈북청소년들의 단기적인 적응행위를 촉진시키는데 초점을 두기 33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42 보다는 긴 호흡으로 이들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이들 이 필요로 하는 때 적절한 형태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 는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 연구를 통해 탈북청소년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학교 뿐만 아니라,가정환경,부모-자녀 관계,조력자와 또래 관계,사회문화 적 접촉과 의사소통 기회 등이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현재까지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은 주로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지원 위 주의 정착지원이 주를 이루었다.이 연구의 결과는 학교 교육 지원 위 주의 정착지원을 가정 단위의 지원이나 생활환경 개선 및 안정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탈북청소년들의 남한 사회에서의 경계 경험에는 북한 출신이라는 점들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예를 들어 무연고 청소년,경제적 취약계층으로서의 사회적 위치에 기인한 경험들이 중첩되어 있다.따 라서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은 이들이 놓여있는 구체적인 사회적 장의 맥락 안에서 이들의 다양한 위치성을 고려하여 다루어져야 한다. 탈북청소년 개인을 생활의 맥락으로부터 분리시켜 표준화된 지원을 실시하는 것에서 이들이 속해있는 장에 대한 총체적 지원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즉,탈북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개 인차를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기보다는,학습부진,심리 정서적 불안,가정문제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 보호를 받기 어려 운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체제를 구현해나가는 가운데,탈북청소년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수준과 개별화된 내용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31

343 탈북청소년의 이주 특성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지원 제공 공간적,사회문화적 경계 넘기 경험을 한 탈북청소년들의 특성을 고 려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자신의 삶을 비 추어 볼 다른 사회의 준거를 갖지 못했다.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보는 준거가 생성되는 것은 탈북 이후의 여정을 통해서 시작되었다.그런데 이 과정이 총체적이고 체계적이기보다는 경로를 따라 여행하는 제한 된 경험이고,마지막의 이동은 그야말로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투 하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그러므로 이들의 인식에는 남북한의 경 제격차와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 놓은 틈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이들 은 그 틈을 스스로 메우기 위해서 노력하는데,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 는 것은 인터넷 검색 등 비공식적인 채널이다.이들이 이 공간과 시간 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주위의 지원이 필요하다.하나센터나 탈 북청소년 교육기관 등에서는 분단 이후 남북한의 사회 발전 과정에 대 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이들이 남북한의 격차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 해할 수 있도록 한다.또한 탈북청소년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 는 공신력 있고 접근성이 높은 정보원천을 제공하여야 한다. 공간적 경계를 넘었던 경험은 이들이 한국 사회를 떠나 다른 사회로 재이주하는 경향을 강화하기도 한다.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훌쩍 뛰어넘는 점 이동은 한편에서는 자신에게 더 좋은 공간을 찾는 전략 적 선택일 수도 있지만,다른 한편에서는 어디에도 정주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만들 수도 있다.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청소년의 경우 통합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청년의 경우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중요하다. 33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44 다양한 사회문화적 접촉 및 의사소통 기회 제공 탈북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사회문화적 접촉과 의사소통 기회를 제공 함으로써 이들의 사회 적응과 성장을 돕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특 히 탈북청소년들의 학업환경과 관련하여,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 는 대안학교가 의도와는 다르게 이들을 사회 속에서 고립시키거나 이 들의 남한 사회 적응이나 진로결정을 유예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유 의해야 한다.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의 취지는 학업결손이 크거나 나이 가 많아 정규학교 진학이 쉽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 함으로써 이들이 진학이나 취업이라는 생애 경로에 보다 빠르고 용이 하게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다.또한 탈북청소년들의 심리적 특성을 고 려하면서 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탈북청소년들의 사례는 이러한 대안적 교육시설이 교육적 으로 기능하려면 단순히 검정고시 합격이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남한청소년들과의 일회적이 아닌 지속 성을 지니는 접촉과 소통의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사회와 학교 내 다문화수용성 제고 한국 사회와 학교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이해와 공존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탈북청소년들의 정체성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들의 적응과 부적응의 문제라기보다는 탈북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 속의 경계와 수용의 문제이다.탈북청소년이 경험하는 문화적 경계는 단순히 다른 문화를 인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문제가 된다.한국 사회의 다른 문화 에 대한 폐쇄성은 탈북청소년에 대한 차별을 야기한다.특히 탈북청소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33

345 년의 경우,기존에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탈북청소년에게 그 대로 투사됨으로써 탈북청소년들은 자신들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과거 문화를 촌스럽고 저발전된 것으로 여긴다.때문에 탈북청 소년의 문화적 경계 경험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문화적 위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탈북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그들 개개인이 한국의 학교 체제에서 적 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이들이 다 른 학생들과 같이 어울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총체적인 교육 환 경을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이 점에서 개별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학교 교육 전반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의 다문화 적 감수성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북한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나 시선이 탈북청소년에게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북한 사회 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북한체제의 문제가 북한 주민과 탈북 청소년 개인의 문제로 치환되지 않도록 북한 주민과 탈북자에 대한 인 식을 제고하여야 한다.이 점에서,다문화교육의 관점에서 기존의 통일 교육과 북한이해교육의 방향성과 내용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탈북청소년들의 경험과 문화에 대한 인정과 원문화공동체 활성화 탈북청소년들이 남북한 사회를 모두 경험한 청소년으로서 자신의 긍정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이들이 경험한 삶의 역사를 부정하고 단절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동화되도록 하기보다는 이들이 지닌 사회문화적 특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남북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탈북청소년들에게 33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46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주입이나 동화를 요구하기보다 자신들 의 과거 경험과 자신이 내면화하고 있는 문화들을 인정하고 긍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경 험과 문화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사 회적 가치의 위계질서가 어떤 생활방식과 신념방식을 열등하고 결함 있는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속성을 지닌다면,이 가치질서는 이와 관련 된 개인에게서 그들 자신의 고유한 능력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빼앗게 된다.특정한 자기실현방식에 대한 평가절하는 그 수행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활을 공동체 내에서 긍정적인 의무 가 부여된 어떤 것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127 탈북자 집단과 공동 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원문화 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탈북청소 년들의 삶에 안정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북청소년 대상 민주시민교육,소통교육 활성화 탈북청소년들의 시민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중장기적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정치적,문화적,역사적으로 이질적인 국가 간 경계를 횡단 하며 이동했던 이들이 쉽게 전유할 수 없는 각 사회의 시민의식과 사 회제도의 운용원리,공적 가치와 사회변화의 동력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교육이 절실히 요청된다.청소년들이 짧게 경험한 북 한에서의 제도적 사회화 이후 반복되는 이주의 과정에서 상호 모순되 거나 자의적 해석의 지평에 머물러 있는 현대 자본주의체제와 남한 사 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시민의식과 공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인 식하며,세계 시민으로서의 공동체감을 형성하는데 토대가 되는 교육 127_ 악셀 호네트 저,문성훈 이현재 역, 인정투쟁 (서울:사월의 책,2011),p.255.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35

347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과정 자체가 연구참여자의 치유 의 과정이 되는 경험을 하였다.자신이 떠나 온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고,자신의 출신지를 철저히 감추었던 탈북청소년이 면담 과정 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에,자신이 북한 출신임을 인정하고 자기를 구속하는 심리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가는 과정을 보 면서,이들에게 발화 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상처의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탈북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신을 성찰적으로 돌아보고,타인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이 필요하다.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긴급구호 및 교육지원 실시 연구 결과에 의하면,탈북청소년들의 성장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요소는 북한에서 생활했던 유년기 성장 경험 과 조건이다.북한에서 지냈던 성장기에 생존에 필요한 인간의 기본적 인 욕구가 충족되었는지,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자의 보살 핌과 사랑을 받고 성장했는지,적절한 학교 교육을 받았는지 등은 청소 년들이 탈북과 남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다양한 경계에 대처하는 과정 에 영향을 미친다.따라서 북한청소년과 영유아에 대한 긴급구호 및 교육지원을 통해 북한청소년들의 성장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탈북청 소년들의 우리 사회 적응과 건강한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청소년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문제와 교육적 공백은 향 후 이들이 통일된 한반도의 중심 세대로 활동하게 되는 시기에 심각한 336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48 문제가 될 수 있으며,이들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의료보호와 교육훈련 에 들여야 할 비용은 통합의 시기에 큰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통 일 1세대들의 신체적,정신적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통일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북한 어린이와 청소 년에 대한 긴급구호와 교육지원이 시급하다. Ⅰ Ⅱ Ⅲ Ⅳ Ⅴ Ⅵ Ⅶ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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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정현주. 경계를 가로지르는 결혼과 여성의 에이전시:국제결혼이주연구 에서 에이전시를 둘러싼 이론적 쟁점에 대한 비판적 고찰. 한 국도시지리학회지.제12권 1호,2009. 조정아.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현대북한연구.제17권 1호,2014. 최대석 조은희. 탈북대학생들의 국가정체성 형성과 변화. 북한연구 학회보.제14권 2호,2010. 최 현. 탈근대적 시민권 제도와 초국민적 정치공동체의 모색. 경제와 사회.제79호,2008. 이철우. 탈국가적 시민권은 존재하는가. 경제와 사회.제79호,2008. 한준 한신갑 신동엽 구자숙. 한국인의 문화적 경계와 문화적 위계구 조. 문화와 사회.제2권,2007. Bronfenbrenner,U. EcologicalModelsofHumanDevelopment. Gauvain,M &Cole,M(eds.).ReadingsontheDevelopment ofchildren.new York:Freeman,1994. Choi,Eunyoung. NorthKoreanWomen snarativeofmigration: Chalenging HegemonicDiscoursesofTraficking and Geopolitics. Annals ofthe Association ofamerican Geographers.Vol.104,Issue.2,2014. Choo,H. GenderedModernityandEthnicizedCitizenship:North KoreaSetlersinContemporarySouthKorea. Gender& Society.Vol.20,No.5,2006. Cranton,P and Caruseta,E. Developing authenticity as a transformative process. Journal of Transformative Education.Vol.2,No.4,2004. 참고문헌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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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360 최근 발간자료 안내 연구총서 미국의 對 韓 핵우산정책에 관한 연구 전성훈 14,000원 북한부패와 인권의 상관성 김수암 외 11,000원 보호책임(R2P)이행에 관한 연구 이규창 외 11,000원 EC/EU사례분석을 통한 남북 및 동북아공동체 추진방안: 유럽공동체 형성기를 중심으로 손기웅 외 14,000원 김정은체제의 권력엘리트 연구 이교덕 외 13,000원 독재정권의 성격과 정치변동:북한 관련 시사점 박형중 외 11,000원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심으로 허문영,유동원,심승우 10,000원 북한 핵문제의 전망과 대응책:정책결정모델(DecisionMakingModel)을 이용한 전략 분석 홍우택 8,000원 중국의 한반도 관련 정책연구기관 및 전문가 현황분석 전병곤,양갑용 6,000원 년대 대북정책 평가와 정책대안: 동시병행 선순환 모델 의 원칙과 과제 박종철 외 12,500원 리더십교체기의 동북아 4국의 국내정치 및 대외정책 변화와 한국의 통일외교 전략 배정호 외 11,500원 김정은 정권의 정책전망:정권 초기의 권력구조와 리더십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최진욱,한기범,장용석 7,500원 신정부 국가전략 DMZ평화적 이용 손기웅 외 8,000원 남북러 가스관과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지정학 이기현 외 6,000원 한국의 FTA전략과 한반도 김규륜 외 8,500원 김정은 체제의 변화 전망과 우리의 대책 박종철 외 10,000원 EC/EU사례분석을 통한 남북 및 동북아공동체 추진방안 -EC기 분석을 중심으로 - 손기웅 외 12,000원 오바마 시진핑 시대의 동북아 국가들의 국내정치 및 대외정책과 한국의 대북 및 통일외교 배정호 외 11,000원 북한사회 위기구조와 사회변동전망:비교사회론적 관점 조한범,황선영 6,000원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 취약계층 인권 증진 방안 연구 이규창 외 12,500원 새로운 세대의 탄생:북한 청소년의 세대경험과 특성 조정아 외 15,000원 북한의 핵 미사일 대응책 연구 홍우택 6,000원 북한에서 국가재정의 분열과 조세 및 재정체계 박형중,최사현 7,000원 북한경제의 비공식(시장)부문 실태 분석:기업활동을 중심으로 임강택 11,000원 북 중 간 인적 교류 및 네트워크 연구 이교덕 외 7,500원 북한변화 촉진 및 남북친화성 증대:이론발굴과 적용모색 박형중,박영자 7,500원 북한 비공식 경제 성장요인 연구 김석진,양문수 9,000원 신동북아질서 시대의 중장기 통일전략 성기영 외 7,000원 최근 발간자료 안내 349

361 행복한 통일 로 가는 남북 및 동북아공동체 형성을 위한 통합정책: EC/EU사례 분석을 통한 남북 및 동북아공동체 추진방안 손기웅 외 6,000원 탈북청소년의 경제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조정아,홍민,이희영,이향규,조영주 14,000원 한국의 대북 인권정책 연구 한동호 6,000원 법치지원과 인권 증진:이론과 실제 이금순,도경옥 8,000원 신뢰정책의 과제와 추진전략 박영호,정성철 외 11,000원 대미( 對 美 ) 대중( 對 中 )조화외교:국내 및 해외 사례연구 김규륜 외 10,500원 북한의 핵전략과 한국의 대응전략 정영태,홍우택 외 12,000원 중국의 주변외교 전략 연구:중국의 대북정책 결정에 대한 함의 이기현,김애경,이영학 7,000원 학술회의총서 TheOutlookfortheNorthKoreanSituation&ProspectsforU.S.-ROKCooperation AftertheDeathofKim Jong-il 6,000원 김정은 체제의 북한 인권문제와 국제협력 19,000원 해외 이주 난민 지원제도의 시사점 12,000원 유엔 인권메커니즘과 북한인권 증진방안 20,000원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추진전략 19,000원 협동연구총서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 실행방안(총괄보고서) 임강택 외 11,000원 북한 부패실태와 반부패 전략:국제협력의 모색 박형중 외 10,000원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체계 구축 및 개발지원전략 수립 방안 장형수 외 8,000원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이종무 외 8,000원 북한의 인프라 개발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프로그램 추진방안 이상준 외 8,000원 한반도 통일 공공외교 추진전략(I)-공공외교의 이론적 조명과 한반도 주변4국의 對 한국 통일 공공외교(총괄보고서) 황병덕 외 13,500원 공공외교의 이론적 조명과 주변4국의 한반도통일 공공외교 분석틀 김규륜 외 8,500원 미국의 對 한국 통일 공공외교 실태 박영호 외 9,500원 중국의 對 한국 통일 공공외교 실태 이교덕 외 7,500원 일본의 對 한국 통일 공공외교 실태 이진원 외 8,000원 러시아의 對 한국 통일 공공외교 실태 여인곤 외 7,500원 한반도 통일 공공외교 추진전략(Ⅱ)-한국의 주변4국 통일공공외교의 실태 연구(총괄보고서) 황병덕 외 14,000원 한국의 對 미국 통일 공공외교 실태 박영호 외 8,000원 한국의 對 중국 통일 공공외교 실태 전병곤 외 7,500원 350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62 한국의 對 일본 통일 공공외교 실태 이기태 외 8,000원 한국의 對 러시아 통일 공공외교 실태 조한범 외 6,000원 논총 통일정책연구,제21권 1호 (2012) 10,000원 InternationalJournalofKoreanUnificationStudies,Vol.21,No.1(2012) 10,000원 통일정책연구,제21권 2호 (2012) 10,000원 InternationalJournalofKoreanUnificationStudies,Vol.21,No.2(2012) 10,000원 통일정책연구,제22권 1호 (2013) 10,000원 InternationalJournalofKoreanUnificationStudies,Vol.22,No.1(2013) 10,000원 통일정책연구,제22권 2호 (2013) 10,000원 InternationalJournalofKoreanUnificationStudies,Vol.22,No.2(2013) 10,000원 통일정책연구,제23권 1호 (2014) 10,000원 InternationalJournalofKoreanUnificationStudies,Vol.23,No.1(2014) 10,000원 통일정책연구,제23권 2호 (2014) 10,000원 InternationalJournalofKoreanUnificationStudies,Vol.23,No.2(2014) 10,000원 북한인권백서 북한인권백서 2012 김수암 외 19,500원 WhitePaperonHumanRightsinNorthKorea2012 손기웅 외 23,500원 북한인권백서 2013 조정현 외 24,000원 WhitePaperonHumanRightsinNorthKorea2013 조정현 외 23,000원 북한인권백서 2014 한동호 외 24,000원 WhitePaperonHumanRightsinNorthKorea2014 한동호 외 23,000원 기타 2012 탈북자 관련 국제조약 및 법령 이규창 외 19,500원 2012 북한인권 이해의 새로운 지평 북한인권연구센터 편 20,500원 2012 알기쉬운 통일교육:해외한인용 허문영 외 30,000원 2012 통일대비를 위한 대북통일정책 모색(통일대계연구 12-01) 박형중 외 15,000원 2012 통일한국에 대한 국제적 우려해소와 편익:지역 및 주변국 차원 (통일대계연구 12-02) 박종철 외 14,000원 2012 KoreanUnificationandaNewEastAsianOrder (GrandPlanforKoreanUnification12-03) 최진욱 편저 6,000원 2012 KoreanPeninsulaDivision/Unification:From theinternationalperspective Kim Kyuryoon,ParkJae-Jeok 13,000원 2012 중국의 국내정치 및 대외정책과 주요 국가들의 대중국 전략 배정호,구재회 편 22,000원 최근 발간자료 안내 351

363 2012 China sdomesticpoliticsandforeignpoliciesandmajorcountries StrategiestowardChina BaeJung-Ho,KuJaeH.22,500원 2012 통일 비용 편익의 분석모형 구축(통일 비용 편익 종합연구 ) 김규륜 외 11,500원 2012 선도형 통일 의 경로와 과제(통일 비용 편익 종합연구 ) 김규륜 외 9,000원 2013 유엔 인권메커니즘과 북한인권 북한인권사회연구센터 편 18,000원 2013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구성 및 특징 연구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 분석과 한중정책협력방안 2013) 전병곤 외 9,000원 2013 통일 이후 통합을 위한 갈등해소 방안:사례연구 및 분야별 갈등해소의 기본방향 박종철 외 13,000원 2013 한반도 통일에 대한 동북아 4국의 인식 (통일외교 컨텐츠 생산(1) 배정호 외 16,500원 2013 알기 쉬운 통일교육Ⅲ:북한이탈주민용 조정아 외 11,000원 2013 알기 쉬운 통일교육Ⅲ:북한이탈주민용 수업지침서 조정아 외 6,000원 2013 민주화 및 양질의 거버넌스 수립:북한 변화와 통일을 위한 시사점 (통일대계연구 13-01) 박형중 외 13,500원 2013 시장화 및 빈곤감소형 경제질서 수립:북한 변화와 통일을 위한 시사점 (통일대계연구 13-02) 임강택 외 12,500원 2014 TheTrust-buildingProcessandKoreanUnification (통일대계연구 13-03) 최진욱 편저 8,000원 2013 통일대계연구:4년 연구 종합논의 (통일대계연구 13-04) 박형중 외 8,000원 2013 정치 사회 경제 분야 통일 비용 편익 연구 (통일 비용 편익 종합연구 ) 조한범 외 17,500원 2013 TheAtractionofKoreanUnification:Inter-KoreanandInternationalCostsandBenefits (통일 비용 편익 종합연구 ) 김규륜 외 15,500원 2013 한반도 통일의 미래와 주변 4국의 기대 (통일 비용 편익 종합연구 ) 김규륜 외 10,500원 2013 전환기 중국의 정치경제 (통일대비 중국에 대한 종합적 전략 연구:통일시대 한중관계 전망 ) 배정호 외 15,500원 2013 China sinternalandexternalrelationsandlessonsfor KoreaandAsia(통일대비 중국에 대한 종합적 전략 연구:통일시대 한중관계 전망 ) BaeJung-Ho,KuJaeH.17,500원 2013 중국의 대내외 관계와 한국의 전략적 교훈 (통일대비 중국에 대한 종합적 전략 연구:통일시대 한중관계 전망 ) 배정호,구재회 편 16,500원 2014 중국 권력엘리트와 한중교류 네트워크 분석 및 DB화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 분석과 한중 정책협력방안2014) 전병곤,홍우택,신종호 외 9,000원 2014 북한의 시장화와 인권의 상관성 ( 북한인권정책연구 2014) 북한인권연구센터 11,000원 352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64 2014 동북아 4국의 대외전략 및 대북전략과 한국의 통일외교 전략 배정호,봉영식,한석희 외 9,500원 통일예측시계 박영호,김형기 편 9,500원 2014 통일한국의 국가상과 한중협력 (통일대비 중국에 대한 종합적 전략 연구 ) 배정호 외 15,500원 2014 China'sStrategicEnvironmentandExternalRelationsintheTransitionPeriod (AComprehensiveStrategicStudyonChinainPreparationforKoreanUnification ) Bae,Jung-Hoetal.18,000원 2014 GlobalExpectationsforKoreanUnification (ResearchonUnificationCostsandBenefits ) KyuryoonKim etal.19,000원 2014 LessonsofTransformationforKoreanUnification (ResearchonUnificationCostsandBenefits ) KyuryoonKim etal.15,500원 2014 한반도 통일의 효과 (통일 비용 편익 종합연구 ) 김규륜 외 14,500원 남북통합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박종철,허문영,송영훈,김갑식,이상신,조원빈 12,000원 연례정세보고서 2012 통일환경 및 남북한 관계 전망:2012~2013 7,000원 2013 통일환경 및 남북한 관계 전망:2013~2014 7,000원 KINU 정책연구시리즈 비매품 통일재원 마련 및 통일의지 결집 관련 국민의 인식 김규륜,김형기 년 상반기,북한 정책동향 분석:북한 매체의 논조를 중심으로 박형중 외 러시아의 극동개발과 북한 노동자 이영형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 전망 김장호 외 (E)TheSecondTerm ObamaAdministration'sPolicytowardstheKoreanPeninsula Janghokim 중국 18차 당대회 분석과 대내외정책 전망 이기현 외 북한 지하자원을 활용한 DMZ/접경지역 남북 산업단지 조성방안 손기웅 외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방향 최진욱 외 박근혜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비전과 추진 과제 최진욱 외 유엔조사위원회(COI)운영 사례 연구 김수암 외 Trustpolitik:박근혜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이론과 실제 탐색연구 - 박형중 외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 안지호 외 년 북한 정책 논조 분석과 평가 박형중 외 김정은 정권의 대남 긴장조성:2013년과 향후 전망 박영자 외 국내불안과 대외도발:북한에 대한 적용 가능성 탐색 정성철 년 북한 핵프로그램 및 능력 평가 김동수 외 최근 발간자료 안내 353

365 유라시아이니셔티브 구현을 위한 한러 협력 방안 조한범 외 농업분야의 지속가능한 대북지원 및 남북 협력방안 모색 임강택,권태진 북한인권:국제사회 동향과 북한의 대응 비매품 2012 북한인권:국제사회 동향과 북한의 대응,제7권 1호 손기웅 외 2012 북한인권:국제사회 동향과 북한의 대응,제7권 2호 손기웅 외 2013 북한인권:국제사회 동향과 북한의 대응,제8권 1호 이금순 외 2013 북한인권:국제사회 동향과 북한의 대응,제8권 2호 이금순 외 2014 북한인권:국제사회 동향과 북한의 대응,제9권 1호 이금순 외 StudySeries 비매품 StudyofDisciplinaryProblemsintheNorthKoreanArmy LeeKyoDuk,ChungKyuSup TheQualityofLifeofNorthKorean:CurentStatusandUnderstanding Kim SooAm etal BasicReadingonKoreanUnification HuhMoonYoungetal StudyonthePowerEliteoftheKim JongUnRegim LeeKyoDuketal RelationsbetweenCoruptionandHumanRightsinNorthKorea Kim SooAm etal EasingInternationalConcernsoveraUnifiedKoreaandRegional BenefitsofKoreanUnification ParkJongChuletal PeacefulUtilizationoftheDMZ asanationalstrategy SonGiWoongetal Korea sftastrategyandthekoreanpeninsula Kim,Kyuroonetal ThePerceptionsofNortheastAsia sfourstatesonkoreanunification Bae,Jung-Hoetal TheEmergenceofaNewGeneration:TheGenerationalExperience andcharacteristicsofyoungnorthkoreans Cho,Jeong-ahetal GeopoliticsoftheRusso-KoreanGasPipelineProjectandEnergy CooperationinNortheastAsia Lee,Kihyunetal FiscalSegmentationandEconomicChangesinNorthKorea ParkHyeongJung,ChoiSahyun 기 타 비매품 2014 북핵일지 1955~2014 조민,김진하 354 탈북청소년의 경계 경험과 정체성 재구성

366 통일연구원 定 期 會 員 가입 안내 통일연구원은 민족공동체 실현을 위한 국민 역량을 축적하고 통일환경 변화에 적극적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통일문제에 관한 제반 사항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본원의 연구성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자 연간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간 회원에게는 간행물을 우편으로 우송해 드리며 각종 학술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혜 택을 드립니다. 1.회원 구분 가)학생회원:대학 및 대학원생 나)일반회원:학계나 사회기관소속 연구 종사자 다)기관회원:학술 및 연구단체 또는 도서관 2.가입방법 가) 회원 가입신청서 작성 나)신한은행 (예금주:통일연구원)으로 계좌입금 다)연회비:학생회원 7만원,일반회원 10만원,기관회원 20만원 3.회원 특전 가)연구원이 주최하는 국제 및 국내학술회의 등 각종 연구행사에 초청 나)연구원이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인 통일정책연구,InternationalJournalofKorean UnificationStudies,단행본 시리즈인 연구총서,학술회의총서,협동연구총서 등 우송 다)도서관에 소장된 도서 및 자료의 열람,복사이용 라)구간자료 20% 할인된 가격에 구입 4.회원가입 문의 가)주소:( )서울시 강북구 4.19로 123(수유동)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출판자료팀 도서회원 나)전화:(02) ,FAX:(02) 다)홈페이지:htp:/ 가입기간 중 주소변경시에는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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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회 원 가 입 신 청 서 성 소 명 속 입금일자 입금자 (가입자와 입금자가 다를 경우 기입) 간 행 물 받을 주소 연 락 처 Mailing Service (우편번호 : ) 전 화 핸드폰 FAX 수신 ( ) 수신거부 ( ) 회원구분 학생회원 ( ) 일반회원 ( ) 기관회원 ( ) 본인은 통일연구원의 연회원 가입을 신청합니다. 20 년 월 일 신청인 (인) 본 신청서를 보내주십시오. (우 ) 서울시 강북구 4.19로 123(수유동)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전화: (02) , FAX: (02) [email protected] 신한은행 온라인 (예금주: 통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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