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철학논집 ( 제 46 집 ) 키르케고르, 하이데거가있다. 한편이외에도불안을인간실존의근원적관계로부터규정하는인간학적관점의불안개념도있다. 즉성경의창세기에따르면인간은하나에서둘로갈라진존재로서 자기인타자성 혹은 타자인자기성 의근원적관계에놓여있으며, 이는근본적으로인간이타자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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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논문은제 1 저자의진주교육대학교교육대학원초등특수교육전공석사학위논문임. ** 주저자 : 진주장재초등학교교사 *** 교신저자 : 진주교육대학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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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철학논집제 46 집 2016 년 8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46, Aug. 2016, pp. 9-39 10.17325/sgjp.2016.46..9 9 불안과철학상담 * 1) - 불행을넘어서는 치유의행복학 의관점에서 - 박병준 ( 서강대 ) 두려움없는삶이추구할만한가치가있는것이확실하다면불안없는삶이실제로추구할만한가치가있는지는의문스럽다. 1) - 겝자텔 (Viktor Emil von Gebsattel 1883~1976) - 주제분류 철학적인간학, 철학상담 주제어 행복, 불행, 불안, 철학상담, 치유 요약문 불안의복잡한현상만큼이나불안에대한연구는다양한학문분야에서상이한관점을갖고수행될수있다. 불안개념은크게세학문분야, 즉불안에대한개념적차이를드러내는정신분석학및심리학, 실존철학, 형이상학및존재론에서검토될수있다. 정신분석학및심리학이치료차원에서무의식과자아의관계로부터오는정서적장애로서의병리적불안에초미의관심을보인다면, 실존철학은오히려인간실존의자유와책임에근거한실존론적불안을강조한다. 반면에형이상학및존재론은존재와무사이의긴장을통해드러나는보다심오한근원적불안을언급한다. 이와같은불안개념을대표하는사상가들로각각프로이드, 투고일 : 7월 26일, 심사완료일 : 8월 18일, 게재확정일 : 8월 20일 * 이논문은 2014년정부 ( 교육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NRF-2014S1A5B8062069) 이논문은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대학중점연구사업단과철학과 BK+ 사업팀이 행복과치유 : 불행을넘어서 - 충돌을넘어서창조로 라는주제로공동주최한학술대회 (2016년 6월 17일 ) 에서발표한글을수정, 보완한것이다. 1) 야스퍼스가 정신병리학총론 (Allgemeine Psycopathologie) (1923) 에서인용한독일의저명한정신의학자이자정신요법가요저술가이자철학자였던겝자텔의격언이다. K. Jaspers, Allgemeine Psycopathologie, Berlin/Heidelberg/New York, 9. Aufl., 1973, 672; 번역본 정신병리학총론, 4권, 송지영외옮김, 아카넷, 2014, 360.

10 철학논집 ( 제 46 집 ) 키르케고르, 하이데거가있다. 한편이외에도불안을인간실존의근원적관계로부터규정하는인간학적관점의불안개념도있다. 즉성경의창세기에따르면인간은하나에서둘로갈라진존재로서 자기인타자성 혹은 타자인자기성 의근원적관계에놓여있으며, 이는근본적으로인간이타자를향해있는존재로서실존적고독을떠맡은불안한존재임을함축한다. 이렇게불안에대한다양한이해와통찰은불안이단지인간에게고통을주는불행의요소만이아니고오히려불행을넘어서행복에이르는주요계기가될수있음을보여준다. 나아가불안에대한보다근원적인철학적통찰은철학상담의고유한방법론의정립에도많은도움이된다. I. 들어가는말 한병철 (Han Byung-Chul 1959~) 은 피로사회 (Müdigkeitsgesellschaft) (2010) 에서 21세기를 긍정성의과잉에서비롯된병리적상태 2) 인 신경증적 3) 시대로진단한다. 한병철의이러한주장에는타자의 명령 과 금지 로대변되는 20세기의타율적 규율사회 (Disziplinargesellschaft) 로부터 자유 를가장한 자발적인 자기강요와자기착취로성립된 성과사회 (Leistungsgesellschaft) 로의패러다임전환에대한깊은통찰이함축되어있다. 그러나굳이한병철의이와같은시대적진단에기대지않더라도, 오늘날의사회가총체적으로신경증적증상에시달리고있다는사실만큼은의심의여지가없어보인다. 깊은사색을통해자기자신을돌볼여유도없이성과를내기에만급급한현대인의바쁜일상자체가자기스스로에게폭력을가하고자기자신을착취하기에충분하기때문이다. 한병철은이러한현대인들의일상적삶의원인을지나친자기긍정성의 과잉 에서찾고있으며, 이를 신경향상을위한브레인도핑 4) 에비유함으로써현대인들이극단적인 자아-피로 5) 의상태에내몰려있음을잘지적하고있다. 그러므로현대인들이앓고있는 2) 한병철, 피로사회, 김태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2, 17. 3) 한병철, 피로사회, 11. 4) 한병철, 피로사회, 65. 5) 한병철, 피로사회, 58.

불안과철학상담 11 질병의원인을찾아내고현대사회의구조를다각적으로분석, 진단하여그에상응하는처방을내리는일이야말로현대인들의건강한삶을위해매우중요하게다루어야할시대적과제이다. 여기서는무엇보다도성과를내는능력만이숭배되는오늘날과같은상황에서자신이더이상그능력을발휘하지못할지도모른다는압박감에서오는현대인의 불안 에주목한다. 그런데여기서특히주의해야할점은불안이자칫단순한신경증적인증상으로오해될수있다는것이다. 오히려불안은인간실존의근본현상에속하며, 인간의자기실현과자기이해에도깊이관여하는삶의긍정적요소로서본래적인자기존재로나아갈수있는힘으로이해되어야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정신분석학및심리학의영역에서는전통적으로인간의불안을치료의대상으로여기며병증으로만파악해왔다. 6) 특히프로이드 (Sigmund Freud 1856~1939) 는그의정신분석학에서불안을여타의신경증과구별하면서병리학적증상으로서의 불안신경증 (Angstneurose) 에주목한다. 7) 그러나정신분석학이나심리학에서규정하는것처럼인간의불안은이와같은제한된영역에로국한시키기에는그층위가매우다양하다. 왜냐하면불안은병리적현상을넘어실존론적이며, 형이상학적이며, 인간학적의미등다양한철학적의미를그안에함축하고있기때문이다. 일찍이이를간파한키르케고르 (Sø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 는프로이드보다 6) 이들분야에서불안의원인은다양하게설명되는데, 대표적인예로서프로이드의정신분석학의관점에서불안은무의식의리비도가활성화되어의식으로표면화될때자아에게보내는방어적경고신호의일종이라면, 인지행동이론에서불안은환경자극, 경험, 사회학습등을통해얻어진정보를재해석하는가운데민감하게반응하는심적상태나심적고통의일종이다. 7) G. 프로이드, 억압, 증후그리고불안, 프로이드전집 12, 황보석옮김, 열린책들, 1997, 12~13. 본고가프로이드의전집 12권에서주로인용한논문은 신경쇠약증에서불안신경증이라는특별한증후군을분리시키는근거에관하여 (Über die Berechtigung, von der Neurasthenie einen bestimmten Symptomenkomplex als Angstneurose abzutrennen) (1895) 와 억압, 증후그리고불안 (Hemmung, Symptom und Angst) (1926) 이다. 이후표기는전집 12로하며, 쪽수는번역본의쪽수이다.

12 철학논집 ( 제 46 집 ) 앞서인간의실존적불안에주목하여불안을인간의자기이해의본래적근거로삼고, 실존철학의핵심개념으로정착시켰다. 이후키르케고르의불안개념을수용하고확장시킨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1889~1976) 는한걸음더나아가불안을존재물음의가능적주요계기로삼고, 그위에자신의 기초존재론 을정초함으로써불안에형이상학적지위를부여한다. 여기서불안은단순히인간의심리적요소에만국한되기보다는오히려인간의본질에속하며, 존재가능으로서자기를기투하는인간의자기실현에근본적으로영향을미치는인간의삶의핵심요소가된다. 인간은본질적으로항상불안한존재로서불안을직면하는가운데불안을넘어서는존재이다. 엄밀한의미에서본다면인간은불안자체때문에불안하기보다는오히려불안을직면하지못함으로써불안해진다고할수있다. 인간이면누구나피할수없는이런실존론적이며존재론적인불안을직면하기보다는거부하고회피할때인간은오히려불행해질수있다. 바쁜일상에빠져있는인간이오로지고독과사색속에서만그진정한모습을드러내는실존론적불안을느끼기란사실상매우어려우며, 설사느낀다고하더라도그불안은긍정적의미보다는피해야할대상이요고통의대상이될뿐이다. 본고가불안에주목하는이유는바로여기에있다. 본고는인간의불안이인간실존의피할수없는기본조건임에도불구하고이를거부함으로써주어지는인간의불행에주목하고, 또한이를넘어설수있는가능성을모색하고자한다. 불안에대한올바른이해와통찰이야말로불행을넘어서는 치유의행복학 뿐만아니라인간의치유를목표로삼는철학상담에도많은실질적인도움을줄수있기때문이다. 나아가본고가불안에관심을갖는또다른이유는철학상담에서진행된불안에대한연구가그중요성에도불구하고매우미비하게이루어지고있기때문이다. 그나마진행된연구들마저도철학보다는정신분석학이나심리학에치우친경향이있다. 철학상담이방법론적으로철저하게철학적사유에기초하지않을때그것은기존상담의아류에머물거나이도저도아닌어줍고어설픈논의에그칠수있다. 철학상담이당면한이러한위기는비교적짧은역사에기인한것으로서, 특히철학상담안팎에서철학상담의정체성과관련하여사람들이보여주는낙관주의적이거나혹은회의주의적인

불안과철학상담 13 태도에서비롯된오해와깊은관련이있다고여겨진다. 여기서의미하는낙관주의적태도란 철학이곧철학상담 이라는단순논리로일관하는태도와대책없는 무방법의방법 만을고집하는소박한생각을말하며, 회의주의적태도란철학상담의고유한영역과역할을이해하려하지않고무조건폄하하거나거부하는편견과선입견을말한다. 이런오해와편견을극복하기위해서는철학상담스스로가엄밀한잣대를가지고자기경계와한계를설정하는일과철학의고유한영역으로서그에상응한이론체계와방법을모색하는일이무엇보다도중요하다. 8) 본고는그일환으로서불안의개념을철학상담의관점에서검토하고자하며, 또한이를 치유의행복학 으로정초하는계기로삼고자한다. 본고는무엇보다도불안을인간실존의근본개념이요삶의핵심요소로서그긍정적의미를밝히고자한다. 이를위해본고는불안전반을포괄하는불안의일반개념, 실존론적불안, 그리고형이상학적이며존재론적불안을차례로검토할것이다. 그리고마지막으로철학적인간학적통찰에근거하여불안에대한새로운이해와해석을시도해볼것이다. II. 불안의일반개념 : 불안과정신분석 사전적의미에서불안은 마음이편하지아니하고조마조마한정서적상태 를말하는데, 이는불안을뜻하는영어단어 anxiety 가어원적으로 좁음, 곤경, 숨가쁨 의뜻을지닌라틴어명사 angustiae 와 마음을죄다, 불안하게하다 라는뜻을지닌라틴어동사 angere 와깊은관련성이있음을 8) 물론철학상담의이론화작업은철학상담자체가이론적이며사변적인강당철학에반대하여태동한만큼스스로자가당착에빠지지않도록각별한주의가요구된다. 그럼에도철학상담이독자적인체계를갖고고유한방법을통해고통받는사람들을치유하고자한다면당연히그에상응한형식과내용을갖출필요가있다. 즉이론과방법그리고제도등에있어서엄밀한연구가요구된다하겠다. 만약그렇지못할경우철학상담은사람들에게약이기되기보다는오히려독이될것이다.

14 철학논집 ( 제 46 집 ) 시사한다. 9) 미국정신분석학회에서출판한 정신분석용어사전 (Psychoanalytic terms & concepts) 에따르면불안은정신분석학적관점에서 불쾌한일이예상되거나위험이다가오는것처럼느껴지는불쾌한정동 (affects) 또는정서적상태 를말하며, 이러한불안은항상신체적이며심리적반응을수반한다. 10) 최근진화심리학적관점에서의불안은잠재적위험이나위협으로부터자신을보호하는신체의기제 (mechanism) 의일부로서일종의심리적각성상태로간주된다. 문제는신체적이며심리적반응을수반하는불안이심할때신경증적증상을유발하며, 이로인해사람은고통을받고불행해진다는것이다. 알랭드보통 (Alain de Botton 1969~) 은 불안 (Status Anxiety) (2004) 에서인간은불안한존재요, 현대인의불안에는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등이주요원인으로작용한다고주장한다. 11) 그러나이러한시각은지극히현상적인통찰에불과하며, 불안의근원을밝히기위해서는보다깊은철학적성찰이요구된다. 프로이드의정신분석학에따르면불안은자아의기능에제한을가하는중에나타나는정신의이상징후와깊은관련이있다. 자아는보통일상생활에서소위 억제 (Hemmung) 라일컫는기능적제한을받으며, 이때이상징후들이나타나곤하는데, 이를병리학적의미의 증상 (Symptom) 이라부른다. 프로이드는이런병리학적증상의원인으로서 억제, 억압 (Verdängung), 불 9) 프랑스어 angoisse, anxiété, 독일어 Angst 모두어원적으로여기에뿌리를두고있다. 10) 미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용어사전, 이재훈옮김,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2. 쪽수는네이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55845&cid=48639& categoryid=48639 참조. 정신분석용어사전 에따르면불안은일반적으로심장박동의증가, 호흡이빨라짐, 떨림, 땀흘림, 설사그리고근육의긴장과같은신체적징후가따르거나위험에직면할때오는무력감, 걱정그리고자기자신에게몰두하기와같은심리적반응이수반된다. 이와관련하여프로이드는불안증세를보이는환자들이심장의경련, 호흡곤란, 발한, 충족될수없는허기와같은신체기능의이상증세를보이거나혹은 기분이안좋다, 마음이편치않다 라는아주애매모호한말로자신의불안감을표현한다고기술한다.( 프로이드, 전집 12, 17 참조 ) 11) A. 드보통, 불안 (Status Anxiety), 정영목옮김, 은행나무, 2011 참조.

불안과철학상담 15 안 (Angst) 을언급한다. 12) 이들사이의관계는복잡한양상을띠고있으며, 프로이드는병리적증상이 불안에대한자아의태도 와불가분의관계가있다고주장한다. 13) 프로이드의초기이론에서불안은성적리비도를억압한결과로서드러나지만, 후기이론에서는오히려불안자체가억제와억압의원인으로작용한다. 14) 프로이드에서보듯이불안을단순히억압된리비도에서비롯된신경증적증상으로환원시킬수없다면, 불안과증상사이에는어떤관계가성립하는것일까? 이에대한답은쉽지않아보인다. 15) 프로이드에따르면불안은자아가위험상황에서자기에게보내는경고의일종이다. 그는 자아가불안을유발함으로써쾌감과불쾌감의작용을일으키지않는다면이드에서준비되고있는, 위험을가하겠다고위협하는과정을저지할힘을얻을수없을것 16) 이라주장한다. 프로이드가주장하듯불안이일종의자아의자기방어기제라면어떤문제나위기앞에서우리가느끼는불안의증상을, 비록그것이불안신경증의경우라할지라도, 반드시부정적으로만볼필요는없을듯싶다. 문제는불안자체보다는불안과맞닥트린우리자신이정상과비정상사이에서보여주는정서적반응일것이다. 신경증을유발할만큼특이한성질을보여주는불안의특성상모든사람이불안앞에서같은증상을보여야함에도불구하고그렇지않은이유는무엇때문인가? 즉어떤사람들은불안한정서를정상적인정신작용으로돌 12) G. 프로이드, 전집 12, 219. 억제는자아의기능에대한제한이라고할수있으며, 그제한은예방조치로부과되었거나또는에너지가고갈된결과로생겨난것이다. ( 같은책 222) 억제 (Hemmung, inhibition) 와비슷한용어로억압 (Verdängung, repression) 이있는데, 두용어모두본능적기능과관련하여불안과깊은관계가있다. 13) G. 프로이드, 전집 12, 245. 14) 프로이드는그의초기이론에서불안을리비도에서생겨나는억압된본능충동의결과, 즉생물학적관점의생리적구조로이해하는반면에, 후기이론에서는불안을직접자아와관계시켜불안이바로자아의불안임을강조함으로써불안의심리적측면을부각시킨다. G. 프로이드, 전집 12, 305~308 참조. 15) 프로이드는불안의인과적관계를과학적으로구명하는일이결코간단하지 않음을인정한다. G. 프로이드, 전집 12, 246 참조. 16) G. 프로이드, 전집 12, 287.

16 철학논집 ( 제 46 집 ) 리는반면에어떤사람들은그렇지못한이유는무엇인가? 프로이드는이를불안의결정요인들과위험상황들그리고정신의자기조정능력사이에놓인역학관계로설명하고자한다. 그리고신경증을일으키는데영향을주어정신적인힘들이서로다투는상황을조성하는주요요인들로생물학적, 계통발생적, 심리적요인을든다. 17) 실존철학자이기이전에정신과의사요정신병리학자로서프로이드의정신분석학에매우비판적이었던야스퍼스 (Karl Jaspers 1883~1969) 는 정신병리학총론 (Allgemeine Psycopathologie) (1913) 에서불안이인간에게빈번히나타나는매우고통스러운정서적느낌이지만 - 키르케고르, 틸리히, 하이데거등불안을연구하는대다수의철학자들처럼 - 두려움이나공포와는달리대상지향적특성을지니고있지않음을특히강조한다. 이는무엇보다도불안이그대상을제거하여해소될수있는것이아님을함축한다. 따라서야스퍼스는비록 협심증적불안 (stenokardische Angst) 이나 질식불안 (Erstickungsangst) 처럼압박감, 질식감, 갑갑함등어떤신체적징후를동반하는병리학적소견의불안들을인정하면서도불안이본질적으로정신의상태요현존재전체와관련되어있음을주장한다. 프로이드가불안의근원을 생명적이며성적인것 에서찾고있다면, 야스퍼스는그보다는 정신적인것 에서찾고있다. 18) 사실현상적으로불안은매우다양한층위를갖고나타나는데, 우리가주목해야할것은다름아닌 실존론적불안 이다. 야스퍼스에따르면실존론적불안은 한계상황에서분명하게드러나는현존재의근본적상태 19) 요초월적특성을지닌존재자체로부터오는근원적현상에속한다. 그런만큼불안을객관적이며과학적으로구명하는일은불가능하다. 불안이근원적으로인간의실존과존재와필연적관계에놓여있는한, 불안의본질구명은정신분석학이나심리학의제한된영역을넘어서실 17) G. 프로이드, 전집 12, 299. 생물학적요인은덜완성된상태로세상에일찍태어난유아가외부의영향으로부터자기를보호하려는경향성과, 계통발생적요인은유아기의성적욕구와, 그리고심리적요인은자아가이드와초자아사이에서갖게되는긴장과기본적으로관계가있다. 18) K. Jaspers, Allgemeine Psycopathologie, 646; 정신병리학총론, 4권, 309. 19) K. Jaspers, Allgemeine Psycopathologie, 95; 정신병리학총론, 1권, 246.

불안과철학상담 17 존론적이며형이상학인영역에로확장될필요가있다. III. 실존론적불안개념 : 불안과자유 20세기세계대전을배경으로태동한실존철학 (Existenzphilosophie) 은당시의암울한시대적분위기를반영하듯기분상태를표현하는인간의기본적인정서개념들에기대어독특한철학하기를시작한다. 여기에누구보다도앞장선철학자가키르케고르인데, 그는철학에서학문적으로전혀주목받지못했던불안개념을 위대한인간학적발견 20) 으로끌어올린철학자중한명이다. 사실불안은이전까지는인간의불안한정서를대변하는부정적의미를지닌하찮은개념에불과했다. 즉교육이나수양을통해극복되어야만할미숙한인격에서비롯된약점이나결여정도로이해되었다. 21) 그러나키르케고르가 불안의개념 (Der Begriff Angst) (1844) 22) 에서불안을인간의본래적실존의주요계기로제시한이후불안자체는인간의본성을탐구하는데있어서간과해서는안될철학적으로의미있는개념이되었다. 특히키르케고르가 불안의개념 에서불안을대상지형적성격을갖는공포와구별하여불안의무규정성, 즉 무 (Nichts) 로성격을규정한것은매우의미심장하다. 23) 우선불안은대상지향성을갖고있지않기에공포처럼그대상을피하고없앰으로써사라질수있는것이아니요, 또한임의로 20) O. F. 볼노우, 실존철학입문, 최동희옮김, 자작아카데미, 1989, 104. 21) O. F. 볼노우, 실존철학입문, 104 참조. 22) S. Kierkegaard, Søren Kierkegaard, Der Begriff Angst, Hrsg. E. Hirsch/H. Gerdes, Gesammelte Werke, Abt. 11 und 12, München, 4. Aufl., 1995; 번역본 불안의개념, 임규정옮김, 한길사, 1999. 이하 dba로표기하며, 쪽수는원본 / 번역본순으로한다. 23) 키르케고르의불안개념은간략하자면 유한한인간이그본래성에의거하여대면할수밖에없는무의무규정성앞에서느끼는기분 (Stimmung) 이다. 박병준, 키르케고르의 죄 ( 성 ) 의개념에대한인간학적해석, 철학, 제93집, 한국철학회, 2007, 172.

18 철학논집 ( 제 46 집 ) 불안을없애려하거나피하고자할때불안은인간에게약점이되어다가온다는것이다. 우리가불안에내자신을온전히내맡기면서이를참아내고견디며이겨낼때, 우리는오히려실존의본래성을획득할수있다. 24) 키르케고르는불안을 인간본성의완전성에대한한표현 (dba, 72/223) 이라고까지주장한다. 키르케고르에있어서불안은인간실존의내면성을형성하는인간의삶의근본조건이자핵심요소이다. 키르케고르는 죽음에이르는병 (Die Krankheit zum Tode) (1849) 25) 보다시기적으로앞서출판한 불안의개념 에서이미불안을그의핵심적인실존개념, 즉 자기자신에관계하는관계 (dkzt, 9/19) 로서정신개념과결합시킴으로써실존론적범주에포함시킨다. 키르케고르는항상자기자신에관계하는 관계 로서의정신의본질은기본적으로불안일수밖에없다고주장한다.(dBA, 42/164) 여기서불안은무엇보다도정신으로서인간이자기자신과관계하는가운데자기실존을드러내는 내면성 으로이해된다. 이와같은불안개념은셸링 (Friedrich Wilhelm Joseph von Schelling 1775~1854) 에영향을받은것이지만그러나키르케고르는이미사상적으로그를넘어서고있다. 26) 불안을인간본성의내면성과관련하여실존론적으로탐구하는작업은이후불안을심층적으로이해하는 정신분석학과심층심리학의사상적연원 27) 이되었을뿐만아니라인간의본성탐구로서불안을철학적으로사색하는계기가되었다. 불안에대한탐구와관련하여키르케고르의공로는불안을인간실존의내면성으로파악하고이를 자유 (Freiheit) 와연결시킨데있다. 키르케고르에따르면불안은 가능성의가능성 (Möglichkeit für die Möglichkeit) 으로서자유 24) O. F. 볼노우, 실존철학, 112~113 참조. 25) S. Kierkegaard, Die Krankheit zum Tode, Hrsg. E. Hirsch/H. Gerdes, Gesammelte Werke, Abt. 24 und 25, München, 4. Aufl., 1992; 번역본 죽음에이르는병, 최석천옮김, 민성사, 1994. 이하 dkzt로표기하며, 쪽수는원본 / 번역본순으로한다. 26) F. 짐머만, 실존철학, 이기상옮김, 서광사 1987, 40 참조. 27) 안성혁, 불안, 키에르케고어의실험적심리학,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5, 9~10 참조.

불안과철학상담 19 의현실성 (Wirklichkeit) (dba, 40/160), 즉 자유의가능성 (dba, 161/397) 을의미한다. 불안에대한성찰은자유의가능성에대한인식과직결된다. 불안과자유, 이두개념은키르케고르에있어서인간의내면적자기화와자기이해에관여하는인간의내면성을상징하는근원적힘이다. 정신인인간은영혼과육체, 무한과유한, 영원과시간, 자유와필연사이에서이들관계를자기와관련시킴으로써자기자신의실존을획득하는데, 이때불안은 인간정신이완전히파악하지못한불투명한내면의지점 28) 과긴밀하게연결되는내적신호로서자기자신과의진정한관계를끊임없이실현하도록촉구하는기제로작용한다. 키르케고르의불안개념은인간이처해있는상황, 즉인간이선택앞에서있다는실존적상황을함축하고있다. 그런데불안의이런실존적상황은여러선택의가능성안에서인간이자유로이무엇인가를선택할수있다는자유의지를뜻하는것이아니다. 그보다는모든것을절대적으로상대화시키는무한한자유의가능성안에인간이기본적으로설정되어있다는사실자체를뜻한다. 바로이것이인간이불안한근본이유이다. 불안은자기와관계하는자유로운정신이관계안에서 스스로자기를고지하는가운데고유한방식으로자신을압박해오는 무한한자유의가능성을의미한다. 29) 인간의근본적불안은개별선택에서오는부담과는사실무관하다. 그보다는그런개별선택앞에놓여있는선택자체의가능성과관련되어있다. 이것은 이것이냐저것이냐 를포괄하는근원적인선택, 즉 선택의선택 을의미한다. 키르케고르에따르면이는윤리적선택을포함하여모든선택에예외없이적용된다. 내가선택하는것은선과악사이가아니라선이요, 그러나나는선을선택하면서동시에당연히선과악사이의선택을선택하는것이다. 이런근원적인선택은뒤따르는모든선택에항상현존한다. 30) 이는우리가자유의지로무엇인가를선택하는순간이미그 28) 안성혁, 불안, 키에르케고어의실험적심리학, 9. 29) A. 그뤤, 불안과함께살아가기, 키에르케고어의인간학, 하선규옮김, 도서출판b, 2016, 147. 30) S. 키르케고르, 이것이냐 / 저것이냐, 제2부, 임춘갑옮김, 다산글방, 2008, 425. Durch diese Wahl [des absoluten Selbst] wähle ich eigentlich nicht zwischen

20 철학논집 ( 제 46 집 ) 러한선택을할수있는가능성앞에미리놓여있다는것을뜻한다. 바로이것이키르케고르가말하는 선택의선택 으로서의 자유의순수한가능성 이다. 모든개별선택에앞서설정되어있는근원적인선택은사실무엇사이의선택을넘어서있는전혀예측불가능한순수한가능성으로서의선택, 즉 무규정성 으로서 무 (Nichts) 외에다른것이아니며, 결국이것이불안을낳는다.(dBA, 39/159 참조 ) 따라서불안은엄밀하게말하자면개별선택과는무관한보다근원적인사건에속한다. 31) 불안의실존적상황은인간의내면성을회복하는주요계기가된다. 왜냐하면인간은불안의실존적상황에서억압받기보다는오히려제약을넘어서는자유의인식을통해해방을맛보기때문이다. 그리고이를통해마침내실존의새로운가능성에로나가기때문이다. 실존적투신을가능케하는자유는불안의근거이지만그런자유를인식하도록돕는것은자유자체이기보다는오히려불안이다. 그러므로자유와불안사이에는일종의인식론적순환관계가놓여있다. 불안없이자유를파악하기힘들며, 자유없이불안을이해할수없기때문이다. 키르케고르는불안을미지의가능성, 즉자유앞에서느끼는 현기증 (Schwindel)(dBA, 60/198) 으로규정하는데, 여기에는중층적의미가내포하고있다. 즉불안은무한성과유한성, 영원한것과시간적인것, 자유와필연사이의정신의종합이자자유의가능성과현실성사이의종합을뜻한다. 키르케고르는이와관련하여불안을이들사이를중재하는 중간규정 (Zwischenbestimmung)(dBA, 48/173) 이라고주장한다. 그에따르면불안은근본적으로자유로부터기원하기에 필연의규정 일수없으며, 그렇다고절대적인 자유의규정 도아니다.(dBA, 48/173) Gut und Böse, sondern ich wähle das Gute; indem ich aber das Gute wähle, wähle ich eo ipso die Wahl zwischen Gut und Böse. Die ursprüngliche Wahl ist stets in jeder folgenden Wahl gegenwärtig. S. Kierkegaard, Entweder - Oder, Hrsg. H. Diem/W. Rest, München, 2. Aufl., 1993, 777. 31) 우리는자칫불안을개별선택과연결시켜너무도많은선택의가능성앞에서어떤것을선택할지몰라느끼는정서적반응으로생각할수도있다. 그러나실존론적불안은이런정서와는무관하며, 무한히열려있는자유의가능성앞에서선택할수밖에없다는인간의실존성에근거한다.

불안과철학상담 21 사실인간은유한한존재요, 자유역시유한할수밖에없다. 키르케고르는이와같은자유를 얽매인자유 (eine gefesselte Freiheit)(dBA, 48/173), 곧불안이라명명한다. 불안은결국자유의가능성과현실성을매개하는규정으로 가능성의가능성 인자유가 현실성 이되는과정에서자기를들어내는정신의고유한방식이다. 인간은본질적으로정신적존재이다. 정신의자기성은자기와관계하는방식을통해정립되며, 이정립은자신의가능성을붙잡으려는끊임없는정신의현실성을의미한다. 그러나공교롭게도정신이자신의가능성을붙잡으려는순간정신의현실성은물거품처럼사라지게된다. 왜그런것인가? 정신의가능성자체가소위불안을초래하는무규정적인무의특성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 그래서 불안은꿈꾸는정신에대한일종의규정이다. (dba, 40/159) 인간은이렇게끊임없이자기와관계하는자유로운정신으로서자기를관계와관계시키는한불안한존재일수밖에없다. 가능성을현실성에로이끌고자하는 가능성의가능성인자유의현실성 (dba, 40/160) 앞에서인간은불안이라는자유의현기증을느낀다. 그렇기때문에불안을원초적으로넘어서는방법은마치동물처럼스스로인간이기를포기하지않는한불가능하다. 물론이는엄밀한의미에서넘어서는것이아니다. 왜냐하면인간이정신인한, 어떤경우에도원초적으로불안을넘어설수없으며, 단지망각하고있을뿐이기때문이다. 이렇게정신으로규정되는실존적인간의필연적조건인불안은그러나심리적측면에서이중성을띤다. 불안이인간실존의기본조건임도불구하고우리는정서적으로불안을거부하곤하기때문이다. 불안은공감적반감이요반감적공감이다. (dba, 40/160) 이는불안앞에서보여주는인간의기본태도이다. 인간은불안으로부터도망칠수없다. 왜냐하면인간은불안을사랑하기때문이다. 인간은불안을진실로사랑할수도없다. 왜냐하면인간은불안으로부터도망치기때문이다. (dba, 42/164) 불안에대한일상의반감적인태도에도불구하고정신의자기와의관계방식이불안인한에서인간은불안없이는 자신을망각한비본래적주체 32) 로전락하고만다. 32) 홍준기, 불안과그대상에관한연구 : 프로이트, 라캉정신분석학과키에르케

22 철학논집 ( 제 46 집 ) 키르케고르의실존론적불안개념이보여주듯이실존철학이말하는불안은근본적으로인간의유한성에서오는 무 에대한불안이기에정신분석학이나심리학의치료행위를통해제거될수있는것이결코아니다. 33) 사람들이불안의감정을떨쳐버리며이런저런방법을쓰며노력하지만부질없는일일뿐이다. 키르케고르는오히려불안을적극적으로받아들이고, 불안해하는법을배우라고요구한다. 불안에빠져보지않은자는불안에쉽게굴복하여멸망하기때문이다. 불안하다는것을제대로깨달은사람은누구든지궁극적인것을터득한셈 (dba, 161/395) 이요 더깊이불안에빠질수록인간은더위대하다. (dba, 161/395) 키르케고르에게불안은인간이 단독자 (der Einzelne) 로서홀로서있음을자각하고자기의본래성을회복하는주요계기이다. 34) 결국우리가불안한이유는불안이바로인간실존의본질적양상이기때문이요, 우리가불안을배우고자함은오로지우리자신의본래성을회복하기위함때문이다. 따라서불안해하는법을배우고불안을감내하는일은우리인간의필연적운명에속한다하겠다. IV. 존재론적불안개념 : 불안과 무 불안을다양한관점에서해명할때제기되는일반적인물음중하나는과연이들불안개념들사이에근본적이며본질적인차이가존재하는가이다. 이는불안이일반적으로정서적느낌을동반할수밖에없다면, 굳이실존론적불안이나존재론적불안과같은개념을따로설정할필요가있을까 고르의비교를중심으로, 철학과현상학연구, 제17집, 한국현상학회, 2001, 262. 33) 이와비슷하게 P. 틸리히는불안이대상아닌대상으로서의 무 에서비롯되는존재론적성격을지니고있기에심리치료를통해결코제거될수있는것이아니라고주장한다. 그에따르면불안은 유한한자아의유한한것으로서의자기자각 이다. P. 틸리히, 조직신학 2, 유장환옮김, 한들출판사, 2001, 60 각주 7, 61 참조. 34) A. 그뤤, 불안과함께살아가기, 키에르케고어의인간학, 339 참조.

불안과철학상담 23 라는의구심일것이다. 이러한의문은불안의현상만을놓고볼때타당해보일수도있겠지만, 그러나불안의근원성과관련해서는전혀그렇지않다. 무엇보다도우리의관심은정신분석학및심리학에서보듯이불안을단지현상학적으로만보지않고보다근원적으로, 즉그근원을형이상학적이며존재론적으로밝혀보는데있으며, 이는한편철학의도움을받아인간을치유하고자하는철학실천의목적에도부합하기때문이다. 이와관련하여우리는실존철학에서형이상학과존재론의분야로확장시킨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1889~1976) 의불안개념에주목할필요가있다. 35) 하이데거는 존재와시간 (Sein und Zeit) (1927) 의제40절에서 불안 (Angst) 을기술하면서불안을인간현존재가 기본적으로처해있는정황성 (Grundbefindlichkeit) 으로파악한다. 36) 인간현존재의자기해명을위해서 35) 하이데거의불안개념과관련된국내연구로는김형효, 하이데거와마음의철학, 청계, 2000; 구연상, 공포와두려움그리고불안, 청계, 2002; 박찬국, 키에르케고르와하이데거의불안개념에대한비교연구, 시대와철학, 제10권, 제1호, 한국철학사상연구회, 1999, 188~219; 이은주, 하이데거에게서불안과죽음의의미, 존재론연구, 제15권, 한국하이데거학회, 2007, 157~186; 김동훈, 불안과권태, 그리고숭고 : 하이데거사유의내밀한빈터에서, 미학, 제55권, 한국미학회, 2008, 39~79; 박찬국, 초기하이데거의불안개념에대한비판적고찰 - 하이데거의불안분석은얼마나사태자체를드러내는가, 가톨릭신학과사상, 제62권, 신학과사상학회, 2008, 143~177; 조형국, 삶과현존재그리고본래성 - 하이데거의불안, 양심, 죽음에대한생각을중심으로, 가톨릭신학과사상, 제62권, 2008, 115~142; 권순홍, 현존재의실존과불안의두얼굴, 철학논총, 제76권, 새한철학회, 2014, 185~211; 권순홍, 불안의실존론적구성과비본래성의가능성, 철학논총, 제78권, 새한철학회, 2014, 171~204; 김재철 / 송현아, 불안에대한임상철학적이해 - 하이데거와보스를중심으로, 철학연구, 제50권, 고려대학교철학연구소, 2014, 229~265; 김형찬, 하이데거의근본기분에대한고찰, 철학논총, 제 81권, 새한철학회, 2015, 69~88 등이있다. 36) M. Heidegger, Sein und Zeit, Tübingen, 16. Aufl., 1986, 184; 번역본 존재와시간, 이기상옮김, 까치, 1998, 251. 이하 SZ로표기하며, 쪽수는원본 / 번역본순으로한다. 여기서 인간현존재 라는표현과관련하여 존재론 : 현사실성의

24 철학논집 ( 제 46 집 ) 는무엇보다도자기자신의존재가능성을향해 존재적인해명 (ontischer Aufschluß), 즉 개시성 (Erschlossenheit) 이제공되어있어야만하는데, 하이데거는그근거로서 정황성 (Befindlichkeit) 과 이해 (Verstehen) 를제시하고, 특히인간현존재가세계내적존재로서처해있는불안이라는정황성 ( 情況性 )/ 정상성 ( 情狀性 ) 이야말로그존재가능성을밝혀주는존재론적인유의미성을지닌탁월한계기로본다.(SZ, 184/251) 그렇다면정신분석학이나심리학에서이해하는불안과달리도대체이때의불안이무엇이기에현존재의존재가능성이개현되는주요한계기가되는것일까? 여기에는여러해석이따를수있겠지만일단존재론적인의미해석이있을수있다. 하이데거에따르면현존재는본래그존재가능을향해자기를기투하는존재인데, 이때이를위한주요계기는다름아닌 죽음에로앞서달려감 (Vorlaufen in den Tod)(SZ, 306/406) 이라는죽음의선취이다. 그러나이러한선취는우리가죽음을임의로간단하게자기삶에끌어들이는방식으로성취될수있는것은아닐것이다. 37) 그보다는오히려존재에상응한 무 (Nichts) 가모든존재를무화시켜허무에로이끌어갈만큼실존론적이면서도존재론적인정황이우리앞에미리놓여있어야만가능할것이다. 하이데거는인간이처해있는이런정황성을불안으로제시하면서동시에 기분 (Stimmung) 이라일컫는다.(SZ, 190/259) 기분은어떤구체적인사태나대상과관련되어마음에서발생하는단순감정이나개인의경험에서솟아나는개별감정과근본적으로구별되는, 모든인간이바로거기에기본적으로처해있을수밖에없는실존론적이요존재론적힘을갖는정황성을의미한다. 물론불안이라는기분자체가 현존재를개별화시키고오로지자기 해석학 에서보듯이하이데거의현존재개념이인간의이념을반영하고있는지는논란의여지가많지만, 그러나적어도 존재와시간 에서의불안개념은단순한 현존재 보다는오히려 인간현존재 와더깊은관련성이있어보여그렇게표현한다. 현존재의인간학적의미에대해서박병준, 하이데거의존재와해석 - 존재론 : 현사실성의해석학 에대한해석학적탐구, 가톨릭철학, 제23호, 한국가톨릭철학회, 2014, 221 이하참조. 37) 오히려그보다는인간은본래 죽음을향한존재 (das Sein zum Tode) 로서불안이라는근본적상황에처해있다하겠다.(SZ, 266/355)

불안과철학상담 25 (solus ipse) 로열어주는것 (SZ, 189/257) 은맞다. 그러나그렇다고해서현존재자신이그런정황성을자기안에서임의로만드는것은아니다. 하이데거의경우에이런정황성이실존론적인것에그치지않고존재론적인것으로나아가는것은거기서바로실존적투신뿐만아니라존재론적사건으로서의현존재의존재가능이개현되기때문이다. 이러한이유에서하이데거는불안을 세계- 내-존재 (das In-der-Welt-Sein) 인 현존재의구성틀 (Daseinsverfassung) 로서강조한다.(SZ, 189/258) 현존재가처해있는불안의 그것앞에서 (Wovor) 가바로세계자체외에다른것이아니다.(SZ, 187/255) 38) 이는무엇을의미하는가? 인간은세계내에있는이상필연적으로불안할수밖에없다는것이다. 그리고바로세계는인간이거기에머물면서자기를이해하는지평과같기때문에그안에서대상화되고있는존재자들과근본적으로구별된다는것, 즉다시말해세계자체가불안인이상불안은결코대상적으로포착될수없다는것을뜻한다. 불안은두려움 (Furcht) 처럼그대상이사라지게되면해소되어버리는, 즉직접적으로대상지형성을지닌심리적이며생리적인반응이아니다. 인간은자기의사와는무관하게이미세계내에던져져있으며, 세계내에존재한다. 인간은경험이전에실존적이며존재적으로불안의기분에둘러싸여있으며, 이미불안의존재인것이다. 그래서인간의실존적상황은 불안이불안을이끄는형국 이다. 물론이러한근본적불안은존재에상응한 무 와필연적관계에있으며, 무 자체는 무 에대한인간의자각을통해비로소그힘을발휘하기에, 인간이실제로근본적불안을느끼게되는계기는사실 존재 보다는존재를부정하는 무 앞에서게될때이다. 바로이런이유때문에하이데거의불안개념은자주무화로부터오는 허무감 정도로만이해될때가많다. 그러나이런허무의느낌은사실보다앞서있는불안의정황성, 즉인간실존의존재론적근원에근거한다. 즉 불안이그때문에불안해하는이유는세계- 내-존 38) 따라서불안이그것앞에서 (Wovor) 로서무, 즉세계그자체로서산출될경우이것은불안이그것앞에서불안해지는바세계-내 -존재자체임을말하는것이다. (Wenn sich demnach als das Wovor der Angst das Nichts, das heißt die Welt als solche herausstellt, dann besagt das: wovor die Angst sich ängstet, ist das In-der-Welt-sein selbst.)(sz, 187/255)

26 철학논집 ( 제 46 집 ) 재자체 (SZ, 187/256) 로서인간은세계안에서기본적으로 자기실존의가능한불가능성 ( 무 ) 이라는 극단적가능성 (SZ, 266/355) 에내몰려있는것이다. 또다른측면에서하이데거는인간현존재가기본적으로처해있는불안의정황성을 무규정성 (Unbestimmtheit) 으로규정한다.(SZ, 188/257) 이러한 무규정성 은무엇보다도불안을대상지향적인두려움 ( 공포 ) 과구별시켜주는매우주요한특성중하나이다.(SZ, 186/254 참조 ) 불안의무규정성은불안의대상이불확실하다는것과불안자체를대상화시킬수없다는중층적의미를내포하고있다. 불안이기본적으로존재에상응한 무 앞에서의불안인한그대상을규정할수없는것은당연하다. 무 는어두움그자체로서어떤방식으로든내앞에규정인대상으로세울수있는것이결코아니다. 나아가불안은그자체가인간현존재를감싸고있는실존적상황으로서마치그안에서인간현존재가자기본래성을향해그존재가능을실현하는 터 와같기에역시대상화되기힘들다. 인간현존재는다만그터안에머무를뿐이며, 오로지거기서불안을감지할뿐이다. 이는분명정신분석학및심리학의불안과차이가있으며, 실존철학의불안과도구별된다. 중요한것은이러한근원적불안을결코인간이임의로넘어설수없다는사실이다. 설혹넘어설수있다해도불안이인간현존재의존재가능을이끌어본래성의회복에보탬이된다는점에서굳이넘어설이유또한없다하겠다. 불안은 아무것도아님과아무데에도없음속에서고시되는전적인무의미성 (SZ, 187/255) 을통해오히려존재의유의미성을드러내주는역설을불러오기까지한다. 하이데거는불안의정황성을정서적표현에가까운독일어 섬뜩한 (unheimlich)(sz, 188/257), 섬뜩함 (Unheimlichkeit)(SZ, 189/258) 으로표현한다. 그리고이를다시 본향성 과연결하여 편치않음 (das Un-zuhause)(SZ, 189/259) 으로표현하고, 실존론적양태 (ein existenzialer Modus)(SZ, 189/258) 라고규정한다. 이말은하이데거의불안개념이기본적으로무엇인가 친숙하지않음 혹은 익숙하지않음 에서오는 낯섦의상태혹은상황 을함축하고있음을의미한다. 이낯섦의발원의시원성은사실하이데거에게명확해보이지않는다. 분명한것은오히려인간현존재가보여주는일상의태

불안과철학상담 27 도로서이런낯섦과정반대로 안에- 있음 (das In-Sein) 이라는 거주함 (Wohnen bei) 과 친숙함 (Vertrautsein mit) 의방식이다. 이것이 평범한사람 (das Man) 의 평균적일상성 (die durchschnittliche Alltäglichkeit) 의모습이다.(SZ, 189/257) 이경우본래적불안은하이데거에따르면이해되지않은채은폐되어있으며, 다만우리가느끼는불안은사실두려움 ( 공포 ) 과같은비본래적불안일뿐이다. 그래서하이데거는현존재의고유한존재가능의실현을위해평균적일상성에로의 퇴락 (Verfallens) 과 공공성 (Öffentlichkeit) 의지배아래서는아주드물게드러날수밖에없는 (SZ, 190/259) 본래적불안에주목할필요가있다고강조한다. 왜냐하면불안이퇴락한인간이본래성을찾는해답이되기때문이다. 그런데이렇게평균적일상에로퇴락한인간이오로지불안을통해서만자기의본래성을회복할수있다면, 본래성이전의불안에대한자각은어떻게가능한것인가? 인간은먼저불안하여본래성을획득하는것인가, 아니면본래성을획득하여불안을감지하는것인가? 불안과본래성사이에순환적관계로보이기까지하는불확실한관계가놓여있다. 그러나하이데거는 안정된친숙한세계-내 -존재가현존재의섬뜩함의한양태이지그역은아니다 (SZ, 189/258) 라고말함으로써이런문제제기를우회하여간다. 즉그가주장하길섬뜩함이라는 편치않음은보다근원적인현상으로서실존론적- 존재론적으로이해되어야만한다. (SZ, 189/259) 그러나이러한하이데거의해명에도불구하고여전히불안의근거로서 무 자체와그런 무 앞에서 자기실존의가능한불가능성 (SZ, 266/355) 을인식하는현존재사이에어떤선후관계가놓여있는지는불분명하다. 즉인간현존재가처해있는불안의정황이 무 자체인지아니면현존재자신인지명확하지않다는것이다. 존재의절대적부정으로서의 무 가사실그자체로서가아닌허무로서만인간현존재앞에설정될수있다고가정한다면, 하이데거의불안개념은존재물음앞에선인간의형이상학적본질로부터근원하고있다고해석할수있다. 만약그렇지않고어떤방식으로든 무 자체가존재를거슬러무화의분위기를조성한다면, 이는전혀다른차원의해석을요구하게된다. 이때불안의근원은 무 만큼이나더깊은심연으로떨어질수밖에없다. 왜냐하면도대체아무것도없는곳에서불안이솟구치는셈이기때문이다. 어찌됐든엄연한사실은인

28 철학논집 ( 제 46 집 ) 간이어떤방식으로든불안하다는것이다. 그리고중요한것은그런불안의근거가실존론적이든혹은존재론적이든인간의본질과깊은연관이있다는점이다. 그래서우리는불안의근거를밝히기위해서인간에대한보다깊은통찰에로나갈필요가있다. 불안자체가그렇듯이인간또한절박하게자기해명이필요한심연과같은존재이기때문이다. V. 불안에대한새로운접근과철학상담 20세기초반에철학의한분과학문으로태동한현대의철학적인간학은그시작부터자연과학의성과에힘입어학문사이의경계를허무는통섭적연구를통해전체학문의성격을띠고보다광범위한영역안에서인간의자기이해를위한철학적물음을던져왔다. 철학적인간학을규정해주는 인간이란무엇인가? 라는물음은그출발부터어떤형이상학적본질규정의전통적이해방식만을고집하지않고인간이세계내에서기본적으로처해있는근본상황과조건들에주목함으로써인간의자기이해의폭을넓힌바있다. 예를들어여기에는우리에게이미익숙한실존, 자유, 세계개방성, 시간성, 역사성, 언어, 공동체, 관계와같은인간의자기규정적개념들이있다. 이들개념외에도인간의고유한현상을설명해주는죄 ( 성 ), 부조리, 불안과같은인간의자기이해와자기실현을돕는핵심적인개념들도있는데, 특히이들개념들은오늘날인간의자기치유를지향하는철학실천의관점에서새롭게재조명될필요가있다. 이런차원에서우리는앞서불안의개념을정신분석학, 심리학, 실존철학, 그리고형이상학과존재론의관점에서차례로검토했다. 이러한검토에도불구하고불안의개념은여전히그근원성에서해명되기보다는어둠에가려져있는듯이보인다. 이러한측면에서불안에대한시원적탐구를위해불안을기존의학문영역들가운데어떤한영역에만맡겨놓는것은타당해보이지않는다. 그보다는오히려불안이인간의문제인만큼인간을전체적이며근본적으로탐구하는철학적인간학의관점에서불안의시원을밝힐필요가있을듯싶다. 키르케고르가이미심리학과실존철학그리고그리스도교의교의학의관점에서불안

불안과철학상담 29 을해석한바있지만, 또다른관점, 즉인간의자기해명의차원에서불안의근거와근원을구약성경의 창세기 에나오는인간의창조이야기를통해서재조명해보고자한다. 주지하다시피구약성경의창세기 1장과 2장에나오는창조이야기는소위 제관계 (P) 와 야훼계 (J) 전승으로불리는서로다른텍스트로구성되어있는데, 우리가주목할것은 J 전승이전하는창조의두번째이야기 ( 창세기 2장 5, 7, 18~25절 ) 이다. 39) J 전승이전해주는창조이야기에는우선인간의기원에대한종교적관점이내재되어있지만, 보다중요한것은오랜지혜를통해얻은인간의실존적물음에대한자기이해와통찰이다. 인간의창조이야기에서눈여겨볼점은창조주가흙 (adamah) 으로아담 (adam) 을빚어만들었다는인류기원과관련된종교적이해보다는인류가처음에는홀로창조되었지만, 이후둘로갈라져짝을이루게되었다는이야기가함축하는인간의실존적이며근원적인관계성에대한철학적인간학적이해이다. 40) 이이야기의핵심은인간은본래 자기 로서도그리고동시에 타자 로서도온전히 하나 가될수없는 사이존재 로서실존론적이며존재론적인관계성안에설정되어있다는인간의자기자신에대한이해와해석이다. 이는달리표현하면인간은본래 자기인타자 와 타자인자기 사이에서긴장을유발하는가운데자기자신이되어간다는의미를함축한다. 41) 39) 창세기 2장의인간의창조이야기는마치하이데거가 존재와시간 에서언급하고있는고대로마의우화중하나인 히지누스 (Hyginus) 의쿠라 (Cura, 염려 ) 의이야기 (SZ, 197~198/269) 와플라톤의 향연 (symposion) (189d~193d) 에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에로스에관한이야기 를서로합쳐놓은듯보일만큼이들사이에많은유사성이발견된다. 하이데거가인간현존재의실존론적해석과관련하여선존재론적 ( 先存在論的 ) 증거로고대로마의우화히지누스의쿠라의이야기를인용함으로써인간이실존론적으로염려 (Sorge), 즉무엇과의관계속에서염려하는존재임을밝힌다면, 플라톤은에로스 (eros) 의기원을통해인간이본래한몸이었다둘로갈려져다시한몸이되고자끊임없이욕망하는존재임을밝힌다. 이와관련하여박병준, 사랑에대한철학적성찰, 해석학연구, 제14집, 한국해석학회, 2004, 307~334; 플라톤, 향연, 강철웅옮김, 이제이북스, 2011, 93~99 참조. 40) 박병준, 사랑에대한철학적성찰, 315 이하참조.

30 철학논집 ( 제 46 집 ) 인간의 자기인타자성 은 시원적갈라짐 의자기소외로부터발생한타자와의자기동일성을의미한다면, 타자인자기성 은오히려그런타자와자기의근본적차이성을의미한다. 자기로부터떨어져나간자기인타자는자기와언제나시원적동일성을함께공유하려하지만, 그러나자기와타자가완전히하나로일치하는것은사실불가능하다. 현실의삶에서인간이항상타자를그리워하고타자와끊임없이일치하려는행위는바로이런인간의근본조건으로부터기인한다. 그러나타자와의완전한일치는현실적으로불가능할뿐만아니라, 이루어져서도곤란하다. 바로이러한나와타자사이에놓여있는내적긴장관계가인간의실존적고독의양상이다. 고독은인간실존에서오는기본조건이요고독을넘어서는인간은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 42) 그리고이런실존적고독이인간을불안으로이끈다. 왜냐하면본래정신인자기란 하나인둘 이요동시에 둘인하나 로서 오롯이 홀로서있음이아닌 관계로서 홀로서있음이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어떻게타자와관계하면서자기로있을수있는가가인간의실존론적근본물음이될수밖에없다. 인간은실존적고독속에서타자와관계하는가운데타자와자기를일치시키려하기때문에항상불안하다. 사실이관계적고독의양상자체가내게불안을불러올뿐만아니라불안자체이기도하다. 인간은불안속에서 사이존재 로서, 자기인타자 와 타자인자기 사이에서, 하나인둘 과 둘인하나 사이에서어디에로자기를설정할것인가의결단을촉구받는존재로서게된다. 즉인간은고독의불안앞에 41) 자기인타자 ( 성 ) 와 타자인자기 ( 성 ) 의개념은필자가만든개념들로서이와관련하여박병준, 사랑에대한철학적성찰, 315~319 참조. 42) 고독은외로움이나고립과는근본적으로차이가있다. 한나아렌트 (Hannah Arendt 1906~1975) 는고독 (solitude) 과외로움 (loneliness) 을구분하고자기와타자로부터완전히단절된외로움과는달리고독은 내가나자신과교제하는실존적상태 로규정한다. H. 아렌트, 정신의삶 1: 사유, 홍원표옮김, 푸른숲, 2004, 117~287 참조. 나는고독속에서나자신과함께 나혼자 있으며, 그러므로하나-속의-둘 (two-in-one) 인반면에, 외로움속에서나는다른모든사람에게서버림받고실제로혼자 (one) 이다. H. 아렌트, 전체주의의기원 2, 이진우 / 박미애옮김, 한길사, 2006, 280.

불안과철학상담 31 서타자를전적으로자기에게끌어들일것인가혹은자기를버리고타자에로나갈것인가하는실존적결단을촉구받는다. 전자가타자에게지나치게집착하여타자를무조건자기에게로일치시키려함으로써고립과외로움을불러오고, 결과적으로미움, 증오, 폭력, 고통이증폭되어죄스러움으로전이된다면, 후자는타자에대한집착에서벗어나오히려자기를타자에게일치시키려함으로써진정한자유와해방을불러오고, 결과적으로헌신, 봉헌, 일치, 공감을불러일으키는사랑으로전이된다. 전자가타자의부정을통한 자기긍정의길 이라면, 후자는자기부정을통한 타자긍정의길 이라할수있다. 이제우리가지금까지이해한불안개념에근거하여이를구체적으로어떻게철학상담에적용할것인가하는방법론적물음을남겨두고있다. 이때무엇보다도중요한것은불안은인간의기본조건이요어떠한경우에도회피할수없다는사실을인식하고, 철학상담에서이를적극적으로수용하는길을어떤방식으로든모색하는일이될것이다. 그러나여기서주의해야할점은철학상담의특성상불안으로인해고통받는내담자를위한실효적인방법을지나치게도식적으로설명하는방식으로접근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 왜냐하면인간의개별적인격은실로고유하며, 인격적체험역시개별적이며고유하기에기계적인방식의이해는경계해야하기때문이다. 설사현상자체가객관화되고일반화될수있는것처럼보일지라도고유한인격을대하는철학상담은이를무비판적으로받아들여서는결코안될것이다. 우리가이미살펴본것처럼불안자체는결코객관적으로관찰할수있는대상도아니며, 정신분석학이나심리학에서처럼병리적증상으로만처리될수있는것또한아니다. 불안에대한철학적해명은비록그자체가철학상담의고유한방법인것은아니지만, 적어도상담자와내담자모두에게불안을대하는태도변화를가져다줄수있다. 즉불안은치료의대상으로서무조건제거되어야할것이아니며, 그보다는오히려적극적으로인지되고긍정되어야할무엇이라는것이다. 물론이는우리가불안을무조건체념적이며맹목적으로수용하라는의미가절대아니며, 그보다는불안과적극적으로대면해야한다는의미이다. 인간은누구나예외없이본래적으로불안앞에선존재이다. 문제는근본불안이이끌고오는비본래적불

32 철학논집 ( 제 46 집 ) 안의현상이다. 즉불안에대한무지로인해야기되는비본래적불안이문제이다. 인간의불안이근원적으로자기안의타자성에뿌리를두고있다면, 비본래적불안을넘어서는유일한방법은자기경계와한계를넘어서타자와새로운관계를설정하는일이다. 철학상담에서이새로운관계설정에도움을주는것이바로 공감적대화 와 자기초월 의방법이다. 43) 철학상담의고유한방법으로서공감적대화와자기초월은상담자와내담자모두에게한계가설정된모든경계를넘어서보다큰실재에로나가도록실질적도움을준다. 사실우리는불편함을느끼게하는불안의한가운데서경계 ( 한계 ) 를넘어서더큰실재에로나가는체험을하게된다. 철학상담이필히불안을주목해야할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즉불안자체는결코질병이아니다. 키르케고르가간파한것처럼불안을피하고, 거부함으로써오는절망이오히려질병인것이다. 그런데자기도모르게불안에내몰려극도로불안한상태에있는사람들 43) 필자는이미여러논문에서철학상담의고유한방법으로서인간의 초월성 에근거한 초월기법 과초월적사랑에근거한 공감적대화기법 을제시한바있다. 인간의초월성과관련하여박병준, 인간학과존재론, 신학전망, 제 128호, 광주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0, 53~73; 박병준, 인간의초월성 : 칼라너의 말씀의청자 로서의초월론적종교철학적인간해명, 철학, 제88집, 한국철학회, 2006, 143~177; 박병준, 철학적인간학적물음 : 정신으로서의인간, 해석학연구, 제22집, 한국해석학회, 2008, 305~334; 박병준, 인간, 물음으로서의존재 : 철학적인간학적, 형이상학적탐구, 가톨릭철학, 제12호, 한국가톨릭철학회, 2009, 5~35 참조. 철학상담및초월기법과관련하여박병준, 철학과철학실천 : 철학적인간학적관점에서바라본철학상담, 해석학연구, 제30집, 한국해석학회, 2012, 1~30; 박병준, 보에티우스의 철학의위안 과철학실천 - 철학상담에의적용을위한 초월적-3인칭적방법론모색, 철학논집, 제32집, 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 2013, 7~38; 박병준, 초월의의미와철학실천, 해석학연구, 제33집, 한국해석학회, 2013, 4~36; 공감 과철학상담 - 막스셸러의 공감 개념을중심으로, 철학논집, 제36집, 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 2014, 9~40; 박병준, 철학상담과해석학 : 철학상담을위한해석학의적용의문제, 현대유럽철학연구, 제38집, 2015, 한국현대유럽철학회, 221~249 참조.

불안과철학상담 33 을철학상담은어떻게철학적대화를통해치료할수있을까? 물론이런상태에이르기전에준비하는예방적차원의철학상담적철학교육이가장바람직한방법일것이다. 그렇지못할경우정신분석학이나심리학에서보듯이불안해하는내담자의증상을우선정확하게파악하는것도중요하겠지만그보다더중요한것은철학적대화안에서내담자로하여금스스로자기를긍정할수있도록 존재긍정 의체험에로초대하는일이다. 바로이것이사랑에기초한공감적대화가목표하는바이다. 왜냐하면자기긍정과존재긍정의에너지가결여되어있는한, 어느누구도지금의경계 ( 한계 ) 를넘어서는초월을경험할수없기때문이다. 실제로상담에종사하고있는자라면누구나쉽게공감하듯이상처받은인간의영혼을치료하는일은결코쉬운일이아니며, 많은시간과노력그리고인내가요구된다. 그만큼인간은심오하며, 정신또한난해하다. 사실철학상담이궁극적으로인간의전인적치유를지향하고자한다면결코간과할수없는것이있다. 그것은다름아닌인간에대한보다깊은통찰과이해, 즉감성과이성과영성을통합하는정신으로서의인간에대한전인적이해를바탕으로철학상담의고유한방법의계발과체계화이다. 44) 이는특히이론과실천안에서우선관심을보여야할철학상담의당면과제중하나이다. VI. 나가는말 치유의행복학 을정립하기위한선행조건으로서행복의개념을정립하는일은무엇보다도중요하다. 그러나행복에대한다양한담론이보여주듯보편적행복개념의정립과이를근거로치유의행복학의기초를세우는일은간단한일이아니다. 행복에대한다양한담론은행복을규정하는데어려움을줄뿐만아니라우리로하여금진정한행복에대한진지한철 44) 이와관련하여필자는철학상담의고유방법으로서 영성치유 에관심을갖고연구중이다. 이와관련하여박병준 / 윤유석, 영성과치유, 가톨릭철학, 제 25 호, 한국가톨릭철학회, 2015, 63~96 참조.

34 철학논집 ( 제 46 집 ) 학적물음을던지게끔만든다. 오늘날일상의삶에서행복을논할때거창하게철학의고전적이며전통적인행복개념들을생각하기보다는쉽게지각하고느낄수있는정서적이며심리적측면의행복감정을자연스럽게떠올린다. 이런경향은자칫행복에대한철학의전통담론을고려하지않은채행복을마치객관적으로관찰가능한과학적대상인것처럼여겨간단히정량화하고지수화하도록만든다. 그타당성여부를떠나행복의개념정립도어렵지만행복을정량화하는일은더욱더어려운일일듯싶다. 본고는치유의행복학을정립하기위한기초작업으로서행복의저해요인으로서불안을다루었다. 직접적으로행복의개념정립도중요하겠지만그러나행복을이해함에있어서소극적인방식으로불행의요소를살펴보는일또한매우중요하다. 행복이곧치유임은달리표현하면불행은치유받고극복되어야할대상임을말해준다. 일상의삶에서인간은이러저런일로스스로불행하다고생각하며많은고통을받는다. 그러한불행을넘어서행복에로나아감이바로치유의시작이다. 불행은다층적관점과다의적의미를지니고있다. 그러나여기서무엇보다도엄연한사실은불안을완전히넘어서있는인간은그누구도없다는것이다. 다만우리는개인의조건과상황에따라불안을인지하는정도가다르며, 또한이해가다를뿐이다. 그리고이때보다중요한사실은불안을전혀인지하지못하거나불안을거부하는사람들일수록실제로불안의위험에더노출될수있다는것이다. 이는엄밀히말하면불안이가져온것이라기보다는불안을대하는우리의태도에서비롯된것이라해야할것이다. 왜냐하면불안은실존론적이든혹은존재론적이든혹은철학적인간학적이든그자체로인간의기본조건이며, 인간의자기이해와실현을위한필수적요소이기때문이다. 바로이것이불안에대한철학적통찰의핵심내용이다. 그렇다면철학상담이불안을대하는태도는명백하다. 불안을더이상기존의정신분석학및심리학의방법이아닌철학고유의방법으로다루어야만한다. 물론그렇다고정신분석학및심리학의불안개념을전적으로거부할이유는없다. 다만철학상담이가야할길은철학안에있다는것이다. 그리고그대상이인간이든혹은인간의삶이든혹은세계이든예외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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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철학논집 ( 제 46 집 ) <Abstract> Anxiety and Philosophical Counseling: Overcoming Misfortune through Healing-for-Happiness Studies Park Byoung-Jun (Sogang Univ.) Research involving the complicated phenomenon of anxiety in the face of misfortune can be carried out in various academic disciplines. Such anxiety can be examined conceptually in three general fields - psychology, existential philosophy, and metaphysical ontology - each of which has a different conceptual understanding of anxiety. The psychological treatment of psychopathological anxiety understands anxiety as an emotional obstacle to personal growth arising from the unconscious self. Existential philosophy understands it rather as an existential state rooted in the freedom of human existence itself. For its part, ontology speaks of the profound principle of anxiety that is exposed in the tension between being and nothingness. Freud and Heidegger are among the few thinkers from these different academic disciplines who have the same conceptual understanding of anxiety. Still another academic field, philosophical anthropology, understands anxiety as a matter of a root relationship at the heart of human existence. In the Bible, the Book or Genesis states that the first human being became divided into two, himself (Adam) and his new partner (Eve) and thus came to experience the otherness of one s self or the the self of otherness. Genesis implies that human beings thus are uncertain beings that have to shoulder the existential loneliness experienced in this awareness of otherness. In any case, these various interpretations of anxiety all indicate that it is not a response to misfortune that must necessarily give rise to agony. Rather, it can be a key trigger for obtaining happiness after overcoming agony. Moreover, the philosophical

불안과철학상담 39 anthropological understanding of anxiety can be a great help in discerning the correct healing methodology of philosophical counseling. Key words: Happiness, Misfortune, Anxiety, Philosophical Counseling, Hea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