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영언론사파업사태의원인과해법 강형철 숙명여대미디어학부교수 영국 Newcastle upon Tyne 대학교정치학박사 연합통신ㆍYTN 기자 KBS 시청자위원 한국방송학회편집이사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 저서 : 공영방송론 공영방송의재창조 사상초유의공영언론동시파업 KBS, MBC, YTN, 연합뉴스등한국의주요공영언론사들이사상유례없는동시파업중이다. 과거에방송사들이언론법개정이나노동법문제로구체적인언론또는사회현안을놓고연대파업한적은있지만 공정성 을요구하며공영언론들이동시파업에나선것은이번이처음이다. 사태는지난 1월 30일 MBC 노조가김재철사장의퇴진을요구하면서시작됐다. 이번파업은먼저이방송사기자회가제작거부로방송보도의불공정성을문제삼은것이다른직종까지공감을얻으면서확산된것이다. 기자들은내곡동이명박대통령사저축소보도, 서울시장선거편파보도, 4대강등현정부주요실책에대한비판외면등공정성훼손사태를더이상볼수없다고말한다. 이들은편파 왜곡보도는물론, PD수첩 취재저지, 석연찮은라디오프로그램사회자교체등간접적인불공정성도주장 174 관훈저널 여름호
하였다. 이어 KBS 새노조 는 특보사장 이라는비판을받는김인규사장의퇴진을, YTN 노조는낙하산사장반대운동을하다해고된기자들을복귀시키지않는배석규사장의퇴진을, 연합뉴스노조는불공정보도의책임을물어박정찬사장의퇴진을요구하고있다. 불공정성문제는모두가인정 학자의눈으로도공영언론들의친여적불공정성은문제가많다. 필자는지난 2011년한해동안한국방송학회와방송기자연합회가공동시상하는 이달의기자상 심사위원으로활동했다. 1년동안상을받은작품을분석해보니공영방송인 KBS, MBC, YTN의실적은저조했고 SBS 등민영방송이오히려수상을많이했다. 특히권력비리폭로가주제였던뉴스부문수상작 7편중 KBS( 본사 ) 와 MBC가수상한것은하나도없었으며 SBS가 함바게이트 보도등으로 5편이나수상하였다. 이렇다보니일각에서는정부의통제를받는공영방송보다는민영방송이더나은것아니냐며공영방송폐지론을주장하기도한다. 지난 5월 19일에는 KBS뉴스옴부즈맨위원 6 명전원이 옴부즈맨으로서의역할을효율적으로수행할수없게만드는 KBS의구조적한계에대해참담함을느낀다 며사퇴했다. 이들은지난해 10월부터이방송사뉴스의문제점과개선방안을조언하는역할을맡아왔지만 시청자관점에서 KBS뉴스를평가하여제시한의견도제대로수용하려하지않았다 며이유를밝혔다. 이들은한국의언론관련 3대학회라고할수있는언론학회, 방송학회, 언론정보학회추천을받아임명된현직교수들이다. 그러나 KBS 조직은김인규사장스스로가공정성을담보하겠다며제안해임명한옴부즈맨들의관찰과조언을수용하려하지않았던것이다. 공영언론이편파적이었는지여부에대해서는여 야, 진보 보수를막론하고거의이견이없다. 다만, 이전정부에서도그랬다 는것과 현정부들 공영언론사파업사태의원인과해법 175
어오히려심해졌다 는견해가갈릴뿐이다. 필자는후자쪽이지만, 설사이전정부와마찬가지라고해도세월이지났는데도발전하지못하고전근대적인언론통제를내버려두는것, 또는내버려두자고하는것은바람직하지않다. 이글을쓰는 5월말현재파업 4개월이다돼가는시점에서도사태해결의실마리는보이지않는다. 이명박대통령은 3월 12일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주최토론회에서이미이를 사내문제 라고일축했고, 방송사관련주무부처인방송통신위원회이계철위원장도대통령의뜻을이어받아 내부적문제 라고반복했다. 대통령이내버려둬야한다는인식을공표해버렸으니정부조직은이사태에나설필요가없게된것이다. 이제남은것은국회인데총선후 박근혜체제 로재편된새누리당의이한구원내대표도 정치가방송사문제에관여하면안된다 며내버려두겠다는뜻을밝혔다. 계산적으로보면이번파업이정부 여당의편향된보도에대해항의하는것인데정부 여당이이것이맞는다며문제해결에나설것을기대하는것은무리일는지도모른다. 그러나시민의시청권이침해되고있고공영언론전문인들의유대가망가지고있는상황에국가가모른척하는것은책임방기가아닐수없다. 임명제도에서발생하는불공정성 문제해결을위해서는원인이무엇인지를파악하는것이중요하다. 이는법적 제도적원인과이것과는관계없는문화적요인또는행위주체들의자의적행동에서비롯되는것들로구별해볼수있을것이다. 우선, 법적 제도적원인을살펴보자. 파업사태의원인, 즉불공정보도의원인으로가장많이거론되는것이공영방송사및통신사사장임명제도다. 현제도하에서공영언론사사장은당대정권이원하는인물이임명될수밖에없으며, 인사및경영권을지닌사장이사내조직을장악하고친여 176 관훈저널 여름호
적불공정언론을만들어낸다는것이다. KBS 사장의경우방송법에따라이사회가다수결로뽑아제청한인물을대통령이임명하도록돼있다. 이사들은방송통신위원회에서추천하고대통령이임명한다. 그런데다시방송통신위원회위원 5명중위원장을포함한 3인은정부 여당, 2인은야당몫이므로결과적으로 KBS 이사진분포는정부 여당쪽으로기울어질수밖에없다. 현재이사들의정치적성향을분류해보면여야 7 대 4의구조로파악된다. 이사분포와관계없이 공정한 제3자를사장으로선임하면좋겠지만현실은그렇지않다. MBC 사장은방송문회진흥회가선정하는데이기구이사 9명은방송통신위원회에서임명한다. KBS와마찬가지의역학으로현재방문진이사성향의여야분포는 6 대 3으로분석되고결국은친여사장을선출한다. 연합뉴스사장은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 에따라뉴스통신진흥회추천을받아연합뉴스사이사회의의결로선임된다. 그런데진흥회이사는대통령 2인, 국회 3인, 한국신문협회와한국방송협회각 1인씩의추천으로대통령이임명한다. 이사들의성향분포는 KBS와 MBC에비해유동적이지만기본적으로여편중인것은마찬가지다. 신문협회회장은인물에따라성향이다르겠지만 KBS와 MBC 사장이돌아가며맡는방송협회장은안정적인친여이기때문이다. 현재진흥회이사회는여야 6 대 1의구조로분석된다. 다만, 뉴스통신진흥회가사장을추천할때는이사수의 2/3를필요로하도록하여상대적으로여권인사의무조건적선임이쉽지않을것같기도하지만대통령 2인, 국회 2인, 방송협회 1인만으로도 2/3는확보가능하다. 물론신문협회장이주로보수신문사사장이되는경우가많기때문에여소야대상황에서는진보정권이사장선임을위한 5인확보가어려울수도있다. YTN은겉으로보기에는주식이공개된민영방송사이지만실은공영이다. 현재이회사지분의과반이상을한전KDN, KT&G, 한국마사회, 우리은행등공기업이가지고있다. 개별공기업들은국가의것이며, 관련정부 공영언론사파업사태의원인과해법 177
부처의영향력아래놓여있다는점에서사장임명이친정권적일수밖에없는구조다. 물론어떠한방식에의해정부영향력이작동되어특정인물이임명되는지는공개된바없다. 대통령의심중이어떠한방식으로선임표결에참여하는절대지분주체들에게전달되는지에대해필자도매우궁금하다. 비서관들이전화를하는지, 아니면대통령이직접쓴메모를보여주는지알길이없다. 제도개선의목소리높아 이러한문제를해결하기위해여야를불문하고제도를바꿔야한다는목소리가높다. 심지어공영언론사사측에서도선임구조변화를주장한다. 해결방안으로가장폭넓게주장되는것이 절대다수제 다. 일반적인의결은과반수로하지만사장임명에있어서는 2/3 이상등절대다수의합의를갖게하자는것이다. 이렇게되면적어도야측성향이사중한두명의합의를더얻어야여측이원하는인물을사장으로선임할수있다. 이렇게되면여측에서는처음부터 그나마덜정파적인 인물을내세울것이라는아이디어다. 예를들어새누리당허원제의원은 KBS 이사회가 KBS 사장을임명제청할때재적이사 3/4 이상의찬성으로의결토록하는법안을제출한상태다. 민주통합당정장선의원은현재 11명인 KBS 이사수를 12명으로한명늘리고여야와방통위가각각 4명씩추천하는내용의방송법개정안을내놓았다. 정의원은 MBC에대해서도마찬가지로방송문화진흥회구성을현재처럼방송통신위원회가임명하는것이아니라여당, 야당, 방통위가각각 3명씩추천하여임명하는것으로바꾸자는방문진법개정안도제출하였다. MBC 노조역시방문진이사를국회가추천하는것으로변경하도록하고, 특정정당이과반을차지할수없도록하자고주장하고있다. 정장선의원은연합뉴스사장선임과관련해서도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 을제출했는데뉴스통신진흥회이사추천권을 178 관훈저널 여름호
한국지방신문협회와한국기자협회에도주자는내용이다. 남경필새누리당의원은이른바 낙하산금지법 이라고하여정권편향적인물이공영방송사사장이될수없도록하는방송법과방송통신위원회법개정안을발의했다. 이는정당활동이나대선후보선거대책기구활동, 또는정부나공공기관임원으로재직한사람은그로부터 3년이지나야 KBS와 MBC 등의임원이될수있도록하자는것이다. 전문인문화와관행변화가더중요 그러나법적 제도적장치의보완만으로문제가해결될것이라는생각은매우단순한기대다. 정치학의신제도주의 (new-institutionalism) 는정치현상이바뀌지않는중요한이유가관행등비제도적행위의영향이라고파악한다. 신제도주의는오히려이러한관행을법제화되지않은 제도 라고본다. 법이라는것은모든사항을세세히정의할수없기때문에이범위내에서자율성을갖고관행을만들어가는것은사람들이며이들의정치행위인것이다. 예를들어영국공영방송 BBC의사장은규제 감독기관인 BBC 트러스트 가임명한다. BBC 트러스트위원은모두 10명으로구성되는데공개선발절차를통해주무장관인문화부장관을거쳐총리의추천으로왕이임명한다. 공개선발절차는문화부고위관리가위원장이며 BBC 이사장이참여하는인터뷰패널이지원자들에대한평가결과를문화부장관에게전달하고, 이결과가총리를거쳐왕에게가는방식이다. 한국적상황으로해석해보면당대정부의뜻대로 BBC 트러스트위원전원을선발하고, 이들이다시친여사장을아무런저항없이선출할수있는구조다. 그러나 BBC는정부에서독립된공정한언론으로세계의추앙을받고있다. 공정성은선발제도의문제가아니라는강력한반증사례가여기있는것이다! 다시한국으로돌아와서보면, 사장선임의절대다수제를도입한다고 공영언론사파업사태의원인과해법 179
해도문제가해결될수있을것같지않다. 여측은자신들편을주장하고, 야당측 1~2명도자신들에게가까운쪽이아니면절대합의해줄수없다고고집을피우면사장임명은파행을겪게될것이다. 이과정에서야당측이사에게유 무형의개인적정치적압력이나회유가작동할것도배제할수없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출범직후별별꼼수를다사용하여야당이사를그만두게하는등의방법으로 KBS 이사회를장악한뒤감사원, 검찰, 방통위등을내세워정연주전 KBS 사장을해임하였다. 정권이바뀌었으니전정권이임명한사장은물론이사도내보낸뒤새판을짜야한다고생각하는정치문화에서, 사장선임방식으로독립성을유지할수있다고생각하는것은또다른파행뒤또다른제도개선의목소리로반복될가능성이크다. 추천의빚 을배신하는전문인필요 방송통신위원회, KBS 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 뉴스통신진흥회등각종명망가및전문인집단이전문성, 명망과는상관없이 추천의빚 에따른행동대원역할을해야하는정치문화또한법적인것과는상관없는중요한 제도 다. 추천한측의뜻에배치되는행동을하는전문인은 신뢰할수없는사람 이되며, 더이상원하는공직을갖기어려울것이다. 이러한현상이심화되다보니뜻있는사람이아예내놓고대통령후보를위한 특보 가되고, 나중에방송사사장으로 낙하 되는것이다. 사장이된뒤에도추천, 또는임명한측의뜻에거스르면이후에갈곳이없을것이며, 심할경우어떠한봉변을당할지도모른다. 결론적으로, 필자는외적으로는정치문화의성숙과내적으로는전문인문화 (professionalism) 의계발이근본적인해결책이라고생각한다. 스위스학자루시큉솅클만 (Lucy Kung-Shankelman) 은 BBC와 CNN의내부 (Inside the BBC and CNN) 라는책에서 BBC가각종외부의압력을막아내오면서 180 관훈저널 여름호
성장할수있었던주요인은방송인들의프로페셔널리즘이었다고분석한다. 사장이누가되든사장의성향에의해보도내용이바뀌는일이없는문화를만들어낸것이다. 한국은오랜독재기간동안국가의침탈로공영방송전문인들이프로페셔널리즘을계발할기회를갖지못해왔다. 민주화이후겨우이러한문화를키워가는와중이었고, 이러한성장과정은이번기자, PD 등이주축이된동시파업에서드러나기도한다. 법을바꾸어서문제점을고치려는노력은당연히필요하다. 그러나한편으로는비제도적관행을바꾸어서바람직한제도로만들어가는것이더중요하다. 이러한비제도적관행은과거의잘못된방식을버리고새로운행동사례를만들어가면서시작된다. 정권이바뀌어도공영언론사사장이나이사가바뀌지않아야한다. 또한이사들과사장들은전문성과명망을위해추천권자를배신해야한다. 당장은현사태해법의전제조건으로오히려오는 12월대선을통해정권이바뀌든, 안바뀌든공영언론사사장임기를지킨다는여야합의가중요하다. 물론원만한합의를위해서는추천권자가원하는이상으로 오버 해조직을와해하고, 큰이상을바라는미래의주인들을마구잡이로징계하고, 자르고, 고발하는현재의무능한리더십을정리하는것이필요할것이다. 잘못된관행과문화를 원래그런것 이라고인정한채 제도만바꾸자 고나서는것은겉으로는그럴듯해보이지만실제는허망할수있다. 공영언론사파업사태의원인과해법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