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철학연구소 철학연구 제 41 집, 2010. 11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 허경 ( 고려대학교 ) 주제분류 정신분석, 윤리학, 독일철학, 담론학, 계보학 (Psychoanalysis, Ethics, German Philosophy, Discourse, Genealogy) 주제어 욕망의부정, 억압, 해방, 욕망의긍정, 힘에의의지, 도덕성 (Negation of Desire, Repression, Liberation, Affirmation of Desire, The Will to Power, Morality) 요약문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1900) 와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 라는두사상가사이의관계설정은다양한방법으로상상해볼수있을것이다. 나는이글에서두사상가의욕망 ( 慾望, desire) 및그를바라보는문화 (Kultur) 에관련된사유를개략적으로살펴보고그러한논의에바탕하여욕망과관련한두사상가사이의가능한관계를정립해보고자한다. 나는그들이욕망을바라보고있는기본적시각및방법론을살펴볼때궁극적으로프로이트를욕망의 부정 과 억압 에기초하여이른바그가말하는 문명 을이루고자하는인물로서, 니체를욕망의 긍정 과 추구 에입각하여새로운인간상곧 위버멘쉬 혹은새로운문명을창출하고자하는인물로서바라볼수 * 이논문은정부 ( 교육과학기술부 ) 의재원으로 2008 년한국연구재단대학중점연구소지원 ( 인문사회분야 ) 사업에선정된고려대학교철학연구소의 < 호모데지데란스 (Homo Desiderans) 에관한연구 Philosophical Anthropology of Desire> 의일환으로수행된것 (NRF-2008-411-J04401) 으로, 동연구소주최로 2010 년 8 월 20 일고려대학교인촌기념관에서열린학술대회 < 동서철학에서보는욕망과인간 > 에서발표된논문을전면수정ㆍ보완한것이다.
200 철학연구제 41 집 있다고가정하였다. 프로이트의문화는인간이스스로의욕망을건강한상태로조절ㆍ유지하고자고안된것이지만, 그의문화는그러한상태를넘어서는만성적인과잉억압의상태에빠지게된다. 문명에의한만성적불만족의상태는인간이사회를이루고살기위해지불해야만하는하나의필연적인대가이다. 니체역시궁극적으로인간이문화를벗어날수없음을잘알고있었다. 문화를벗어나자연으로돌아가려는인간의시도조차하나의인위 ( 人爲, the artificial) 곧문화이자문명이다. 니체에의하면인간에게남겨진유일한길은기존의문화와도덕을맹종하거나자연으로돌아가는것이아니라, 오히려더앞으로나아가새로운인간과문화를창조하는것이다. 그리고그러한창조자로서의인간이바로세계를긍정하는자이자창조하는자로서의어린아이이다. 이어린아이혹은위버멘쉬는자신의욕망을단죄하는양심의가책에대하여철학하여그것을물리치는존재이자, 자신의욕망을절대적으로긍정하는존재, 자신을단련시키고훈육시키며그리하여병들지않은건강한새로운자기자신과문명을창조하는생성적존재이다. Ⅰ. 들어가면서 - 욕망과문화사이의관계설정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1900) 와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 라는두사상가사이의관계설정은다양한방법으로상상해볼수있을것이다. 나는이글에서두사상가의욕망 ( 慾望, desire) 및그를바라보는문화 (Kultur) 에관련된사유를개략적으로살펴보고그러한논의에바탕하여욕망과관련한두사상가사이의가능한관계를정립해보고자한다. 우선나는그들이욕망을바라보고있는기본적시각및방법론을살펴볼때궁극적으로프로이트를욕망의 부정 과 억압 에기초하여이른바그가말하는 문명 을이루고자하는인물로서, 니체를욕망의 긍정 과 추구 에입각하여새로운인간상곧 위버멘쉬 혹은새로운문명을창출하고자하는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01 인물로서바라볼수있다고가정한다. 1) 사실스스로를 최초의심리학자 로서규정하는니체와 정신분석의아버지 프로이트의사상이보여주는유사성은명백한것이다. 물론니체는프로이트의존재를알지못했던반면, 프로이트는니체를 ( 자신의이전에존재했던 ) 최초의정신분석가가운데한사람 이라고불렀음에도불구하고 2) 자신이니체를읽지않았다고선언했으며, 또자신의이론에비추어볼때니체가유년기의중요성및무의식적방어의메커니즘을이해하지못했음을분명히했다. 3) 이논문은이러한두사상가의욕망에관련된개념혹은담론들을살펴봄으로써 욕망 의문제와관련되어있는그들사상의의미와차이를보다분명히드러내고자하는시도이다. 이러한관심에입각하여우선이하에서는욕망에관련된두사상가의이론을개략적으로살펴보도록하자. 두사상가의생몰연대로보아니체를먼저다루고이후프로이트를다루어야하겠지만, 아래의논의에서는욕망의 억압과긍정 이라는논문의기획에맞추어프로이트를먼저다루고그연후에니체를다루고자한다. 한편이러한분석의과정에서나는두사상가의주요한학문적방법론이었던정신분석과계보학그리고보다이후의개념사적분석의방법론 1) 보다거시적인시각에서볼때, 나는물론이렇게 19 세기중후반혹은 20 세기초의유럽사상에대한보다정확한이해에기초하여궁극적으로는 오늘 - 여기우리 의욕망관정립혹은재정립에도움을주고자하는소박한기대를품고있다. 2) 다음에서재인용, 김정현, 니체와현대심층심리학의탄생, 정동호외, 오늘우리는왜니체를읽는가, 책세상, 2006, 323 쪽. 3) 다음에서재인용. 이창재, 정신분석과철학, 학지사, 2005, 317 쪽. 물론이러한프로이트의발언들이자신의 학문적독창성 을유지하기위한프로이트의의도에서기인한것으로볼수도있을것이다. 현재전해지는프로이트의발언및저술에서그가사실상니체를오해하거나오독하고있는경우가적지않게발견되는만큼, 실제로프로이트가니체를얼마나정확히이해하고있었는가에대한답변역시회의적일수밖에없다.
202 철학연구제 41 집 을사용할것이다. Ⅱ. 오이디푸스콤플렉스 - 근친상간의터부 욕망에관련된프로이트의담론을검토하기전에가장우선되어야할작업은대강이라도욕망과관련된프로이트의용어를확정해두어야할필요성이다. 대략현대한국어의 욕망 이라번역되어온프로이트의독일어는 Trieb, Begierde, Wunsch 등인데, 이들개념이인근영ㆍ불어와의대조및일어번역등을거쳐현대한국어로정착되는과정은매우복잡한번역학적문제를드러낸다. 4) 하지만프로이트의가장포괄적인욕망관련개념은아마도 Trieb가되어야할것으로보인다. 보통영어의 instinct 혹은 drive, 불어의 pulsion 등으로번역되는이단어는우리말정신분석관련서등에서충동ㆍ본능ㆍ욕구ㆍ욕망ㆍ욕동등으로다양하게번역되어왔다. 이 Trieb 는 1967년에출판되어연구자들사이에서광범위하게권위를인정받고있는라플랑슈와퐁탈리스의 정신분석사전 에따르면 인체로하여금어떤목표로향하게하는압력 ( 에너지의충전, 운동기능의 4) 이부분에대한논의는그논증의특성상광범위하게그권위를인정받고있는유럽정신분석계의여러저작및현대한국어로된연구서혹은번역서의도움을받았다. 예를들어, 정신분석사전 의우리말번역자임진수의다음논의를보라. 프로이트는일찍이 <Id> 라는라틴어를사용한적이없다. 그것은단지영국의정신분석가들이 < 무의식의욕망 > 을뜻하는 <das Es> 를영어로번역하기위하여, 궁여지책으로라틴어에서빌려온것이다. 따라서그러한역사적배경을전혀모른채, 한국어에서 < 이드 > 라는번역어가통용되는것은아마프로이트의텍스트가 2 중, 3 중의중역을거쳐수입된것과무관하지않다. 다시말해, 그것은프로이트의텍스트가영어로번역된뒤, 일본어를거쳐수입된결과이다. ( 장라플랑슈ㆍ장베르트랑퐁탈리스지음, 다니엘라가슈감수, 정신분석사전 [ 이하, 사전 ], 임진수옮김, 열린책들, 2005, 320 쪽 ).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03 요인 ) 으로되어있는역학적과정 을의미하며, 우리말번역본에서는욕동이라번역되어있다. 5) 프로이트에따르면 욕동의원천은육체적흥분 ( 긴장상태 ) 으로되어있고, 그것의목표는욕동의원천을지배하는긴장상태를없애는것이며, 그목표는대상속에나대상을통해서도달할수있다. 고한다. 6) Trieb의핵심적성격은 그것이개체로하여금어떠한행동을하도록 ( 혹은하지않을수없도록 ) 압력을행사한다. 는뉘앙스를갖는다는점이다. 이는프로이트에의해경제학적곧양적요소로서파악되는것으로 심리적인것과신체적인것사이의경계-개념 이자 육체적인것이심리에파견하는대표 (représentant) 로서이해된다. 7) 이렇게욕동혹은욕망에관련된프로이트의입장은시대에따라다양한편차를보이지만그핵심적인주장은단적으로오이디푸스콤플렉스 (Oedipus Complex) 라말하지않을수없다. 오이디푸스콤플렉스는잘알다시피테베의왕인라이오스와왕비이오카스타의사이에서난아들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죽이고, 어머니를범할것 이라는예언자테레시아스의신탁에관련된이야기이다. 프로이 5) 사전, 276 쪽. 한편나는각프로이트주요용어및개념에대한이책의우리말번역어들을본논문전반을통하여 표준 으로서채택할것이다 ( 나의수정이들어간경우에는각주를통하여밝힐것이다 ). 이러한나의선택은물론이 사전 의우리말번역이실제로 표준적 이어서라기보다는, 본논문의목적은프로이트가사용한개별용어들의우리말번역어확정이아니라그러한각각의용어들이논문의분석대상인우리말의 욕망 개념에얼마나근접하며또프로이트가이렇게이해된욕망관련개념들을도구로하여궁극적으로 욕망 을어떻게바라보았는가를알고자하는것에있다는사실에의해정당화될수있을것이다. 6) 같은책, 같은곳. 이 Trieb 를때로충동 (instinct) 이나본능 (nature) 으로번역하기도하는데, 전자는유전적으로고정되어있다는점이외에도그 1 회적성격때문에, 후자는지나치게포괄적이라는이유에서그리정확한번역은아니라생각된다. 더욱이욕동은충동과달리그발달양식및대상선택에있어각개인의발전양태에따라거의무한한변형태들을갖는다는점을지적할수있다. 7) 같은책, 276-277 쪽.
204 철학연구 제41집 트에 따르면, 소포클레스의 희곡이라는 형태로 창작된 이러한 신화 구조의 핵심은 모든 인간은 그 본성상 타인의 안위는 물론 자기 자신의 미래마저도 희생시킬 만큼 무자비하고 쾌락 원칙(Lustprinzip, pleasure principle)을 따르는 즉각적인 무의식(unconsciousness) 혹은 이드(id)의 충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8) 쾌락원칙에 대해 프로 이트는 다음처럼 기술한다. 정신분석학의 이론에 따라 우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정 신적 사건이 취하는 진로가 쾌락 원칙Lustprinzip에 의해서 자동 적으로 규제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그러한 사건 의 진로가 항상 불쾌한 진행에 의해서 작동되고 그것의 최종 결과는 긴장의 완화 즉, 불쾌를 피하고 쾌를 얻는 것과 일치 하도록 방향을 잡는다고 믿는다. 9) 이러한 쾌락 원칙의 무자비한 추동 하에 오이디푸스는 비록 모르 고 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를 취하고 싶고, 그에 방해가 되는 아버지를 죽이고자 하는 인류 전체의 욕망을 본의 아니게 실현한 인물이 되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러한 쾌락원칙은 사실상 생리 학의 항상성(恒常性) 원칙 (Konstanzprinzip)에서 따라 나오는 것이며, 물리학에 있어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 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페히너(Gustav Theodor Fechner, 1801-1887)의 원칙에 종속되는 것이 다.10) 하지만 프로이트에 따르면, 욕망의 이러한 무제한적이고 즉각 8) 프로이트의 연구자들은 그의 사상을 대략 1920년을 전후로 나누고 있 는데, 대략 1900년에 발간된 꿈의 해석 (Die Traumdeutung)에서 구체화 된 무의식 전(前)의식 자아 구조를 1차적 지형으로, 1920년 발간된 쾌락원칙을 넘어서 (Jenseits des Lustprinzips)에서 정식화되는 이른바 이드 에고 슈퍼에고 구조를 2차적 지형이라 지칭한다. 9) 지그문트 프로이트, 쾌락원칙을 넘어서,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 윤희 기ㆍ박찬부 옮김, 프로이트 전집, 열린책들, 2003(재간), 269쪽. 인용자 강조. 10) 같은 책, 272쪽.
프로이트와 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05 적인 가히 무자비한 충족을 바라는 욕망은 여러 가지 현실적 제한 과 제약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방향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따라서 욕망은 바로 그가 뒤이어 말하고 있는 일종의 제한원리로서의 현실 원칙에 의한 규제를 수락하게 된다. 왜냐하면 쾌락원칙은 그것이 비록, 정신 기관의 <1차적> 작업 방법에 고유한 것이기는 하나, 외부 세계의 난관 가운데 처해 있는 유기체의 자기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쾌락원칙은 처음부터 비효과적이고 심지어는 매우 위험스럽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 아의 자기 보존 본능의 영향하에서 쾌락원칙은 <현실 원칙 Realitätsprinzip>에 [의해] 대치된다. 현실원칙은 궁극적으로 쾌 락을 성취하겠다는 의도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쾌락에 이르는 장구한 간접적인 여정에 대한 단계로서 만족의 지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의 포기, 불쾌를 잠정적 으로 참아내는 일을 요구하고 실행한다. 11) 현실 원칙이란 곧 욕망이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자기 보존 본능 혹은 보다 정확한 프로이트의 용어로는 자기 보존 욕동(Selbsterhaltungstriebe) 이라는 목적을 갖는 자아(ego)의 조정 기능을 받아들여 현실적 차선 책을 택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이 러한 인간의 자기 보존 본능 혹은 욕동은 생물학적인 것으로 선천 적인 것이며 따라서 변경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바로 이러한 자기 보존 본능과 그것을 처음부터 가능케 하는 선천적이며 원초적인 생명력 자체 혹은 삶의 충동을 리비도(libido)라 부르는데, 프로이트는 바로 이 리비도와 성적 충동 혹은 성 욕동(Sexualtrieb)을 지칭하는 에로스(Eros)를 동일한 것으로 바라본다.12) 11) 같은 책, 273쪽. 인용자 강조. 12) 프로이트의 욕망 혹은 욕동 개념은 사실상 일관하여 성 욕동(Sexualtrieb) 을 모델로 한 이원론으로 볼 수 있는데, 상기의 1차적 지형에서 욕동의
206 철학연구 제41집 Ⅲ. 뺷문명 속의 불만뺸 욕망의 억압, 문명의 필연 이제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이상의 연관 관계 전체를 프로이트 의 의식 전의식 무의식 이라는 1차적 지형 및 이드 에고 슈퍼 에고 라는 2차적 지형과의 관련하에 간략히 정리해보자.13) 우선 프로이트의 1차 지형에서, 생물학적 필요에 해당되는 자기보 존본능은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쾌락원칙을 따르는 성 욕동은 적절 성이 담보된 실천에 의해 제어되어야 할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2차 지형에서는 근본적으로 성 욕동 곧 에로스에 기반한 것으로 가정되 는 리비도적 삶의 본능은 일정한 제약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적절 히 충족되고 또 권장되어야 할 것으로, 자기와 타인에 대한 파괴적 공격성으로 대표되는 죽음의 본능은 그 자연적 성질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갖는 (자기 및 타자) 파괴적 성향에 대항해 우리가 투쟁해야 만 할 대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프로이트의 욕망 혹은 욕동 개념 일반은 초기에는 성 욕동을 그 기본 모델로 하여 출발하였으나, 이 후에는 점차로 인간의 생물학적 필요 및 사회적ㆍ반사회적 요구를 모두 포함하는 일반적 개념으로 변모하는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을 구성한다. 결국 프로이트의 욕동(Trieb) 개념은, 전기의 생물학 생리 이원론은 성 욕동과 배고픔ㆍ섭식기능과 같은 자아 욕동(Ichtriebe) 혹은 자기보존 욕동(Selbsterhaltungstriebe)의 사이에, 2차적 지형에서는 삶의 욕동(Lebenstriebe)과 죽음의 욕동(Todestriebe) 사이에 있는 것으로서 가 정되는데, 특기할 점은 이들 두 욕동이 이전과 같이 인체 기능의 구체 적인 동인 으로서 이해되기보다는 차라리 인체의 활동을 궁극적으로 조정하는 기본원칙 으로서 가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13) 물론 연구자에 따라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가) 성충동[성 욕동]과 도덕적 충동[욕동]을 대비시킨 초기, (나) 리비도와 자아를 대비시킨 중기, (다) 에로스(사랑의 충동)와 타나토스 (죽음의 충동)를 대비시킨 후기 (강영계, 니체와 정신분석, 서광사, 2003, 319쪽).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07 학적특성에대한강조, 후기의문화적-신화적특성에대한강조를제외한다면, 가장광의의생리학적ㆍ생물학적ㆍ문화적ㆍ사회적욕망및욕구관련개념들을모두포괄하는하나의일반개념으로이해될수있다. 결국프로이트적인간은쾌락원칙을따르는이드의무자비한충동을현실원칙을따르는에고의적절한조정기능하에자신의삶의욕동인리비도, 곧성욕동으로서의에로스를 적절한방식으로 충족하고자노력할수밖에없는존재이다. 왜냐하면그렇게하지않을경우, 인간은그러한즉각적이고무제한한자기충족을향한자신의행동이욕망과욕동의충족에서오는쾌락은고사하고때로는자기존재의소멸을맞을수있는위험성을늘안고있는것임을잘알기때문이다. 인간은결국오이디푸스처럼자신의모든욕망을충족시킬수는없다. 그는필연적으로자신의욕망을억압해야한다. 그리고바로이렇게이기적이고성적인개인의욕구를 성적인것이외의방식과대상을향하여 곧 사회적으로바람직한방식으로 변형시키는과정을프로이트는승화라부른다. 승화 ( 昇華, Sublimierung, sublimation) 는상기의라플랑슈와퐁탈리스에따르면다음과같이설명된다. 성욕과특별히관계는없지만, 성욕동의힘이원동력이되는인간의활동을설명하기위해프로이트가가정한과정. 프로이트는주로예술활동과지적탐구를승화의활동으로기술하고있다. 욕동이비성적 ( 非性的 ) 인새로운목표를향하고, 사회적으로가치있는대상을겨냥하고있으면승화되었다고말한다. 14) 한편프로이트자신은승화에대하여다음처럼기술하고있다. 인간의끊임없는성본능은문명활동에엄청난에너지를 14) 사전, 211 쪽.
208 철학연구 제41집 공급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성 본능이 갖고 있는 두드러진 특 징 덕택이다. 인간의 성 본능은 그 대상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고, 이처럼 대상이 뒤바뀌어도 그 강도는 사실상 거의 줄 어들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초의 성적 대상을 대신하는 것은 더 이상 성적인 대상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최초의 대상과 관련되어 있다. 최초의 성적 대상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이런 능력을 <승화 Sublimation> 능력이라 부르는데, 성 본능이 갖는 중요성은 바로 이 승화 능력에 있다. 15) 결국 승화는 프로이트가 어떻게 보아도 성적이지 않은 인간의 다양 한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이는 사실상 프로이트에게 는 커다란 모순 없이 도입될 수도 있는 개념이었는데, 이는 프로이트 가 성적인 욕동으로서의 에로스와 삶의 근본적 충동으로서의 리비도 를 같은 것으로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승화는 프로이트가 사용한 다양한 개념들 중 긍정적인 것으로는 거의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개념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이 동물과 달라지는 지점 곧 문화(Kultur)를 갖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승화를 통해서 이며, 그러한 승화는 다름 아닌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욕동 혹은 욕 망의 충족을 보류하고 사회적으로 적합한 방식과 대상으로 전환하는 능력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프로이트에 따르면, 문화 를 가능케 하는 승화가 인간에게 가능한 것은 인간이 즉각적인 쾌락원칙을 따르고자 15) 지그문트 프로이트,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문명 속의 불만, 프로이트 전집, 열린책들, 2003(신판), 16쪽. 인용자 강조. 성 욕 동은 엄청난 양의 힘을 문화적인 작업에 쏟아붓는다. 그것은 본질적으 로 성 욕동이 강도를 잃지 않으면서 그것의 목표를 이동시킬 수 있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우리는 원래 성적이던 목표를, 더 이상 성적이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그것과 결부된 다른 목표로 바 꾸는 능력을 승화의 능력이라 명명할 것이다. ( 사전, 211쪽). 물론 성 적인 것의 비성적인 것에로의 승화 라는 개념은 후에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가 적절히 비판했듯이 기본적으로 반증 불가능한 비 과학적 개념이다.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09 하는자신의욕망혹은욕동을억압 (Verdrängung, repression) 할수있기때문이다. 라플랑슈와퐁탈리스는억압을다음처럼정의한다. 욕동과결부된표상 ( 생각, 이미지, 기억 ) 을, 주체가무의식속으로내몰거나무의식속에머물게하려는심리작용. 억압은욕동의충족-그자체로는쾌락을제공하는-이다른욕구에게는불쾌감을유발할위험이있을경우에일어난다. 16) 인간은욕동혹은욕망을가진존재이고, 이러한충동들은쾌락원칙을따른다. 그러나무한정한즉각적인욕동과욕망의충족은자타의공멸을낳을위험성이있으므로인간은에고의현실원칙에따라자신과타인의욕망을조절하고억압하는방법을고안해내었다. 그러한욕망의조절혹은억압을위한인위적제도와장치의총체가문화혹은문명이다. 17) 이렇게프로이트에따르면, 문화적인작업에사용되는힘은, 그렇게대부분성적흥분의도착적요소라고부르는것의억압에서 18) 나오는것이며, 다시보다 일반적으로말해서우리문명은본능억제에그바탕을두고있다 19) 고말할수있다. 그러므로프로이트에따르면, 결국, 문화는욕망의억압에서만나온다. 또한 문명의본질은개인적으로는만족을얻을수있는가능성을제한하지않았던사람들이공동체구성원으로서는그가능성을스스로제한한다는사실에있다. 20) 이런의미에서프로이트가 16) 사전, 244 쪽. 17) 프로이트는문명을 동물적인상태에있었던우리조상의삶과우리의삶을구별해주고, 인간을자연에서보호해주고인간의상호관계를조정해주는두가지목적에이바지하는규제와성취의총량 이라정의한다 ( 프로이트, 문명속의불만, 문명속의불만, 프로이트전집, 열린책들, 2003( 신판 ), 265 쪽 ). 18) 사전, 212 쪽 ; 프로이트, < 문명적 > 성도덕과현대인의신경병, 문명속의불만, 18 쪽. 19) 프로이트, 같은책, 15 쪽.
210 철학연구제 41 집 말하는문화혹은문명이란그것이욕망의조절혹은억압을목표로한다는점에서다양한현실원칙들의총합이라고도말할수있다. 그리고프로이트는말년으로가면서이억압의대상을오이디푸스적인성적충동에그치지않고, 파괴혹은죽음의욕동혹은공격성 에로까지확장하였다. 21) 따라서성적욕동에서공격성까지, 문명이발달함에따라인간이억압해야하는욕동의총량은가히무한히늘어난다. 이렇게해서저유명한프로이트주의의염세주의적역설 이발생한다. 인간은생존을위해문화를만들었다. 그리고인간은욕망의억압과승화를통해스스로에게안정감과문화를선물해주었다. 그러나이제문화가발달할수록그안에존재하는인간혹은개인은더욱더많은억압과금지에시달리게된다. 이렇게하여역설적이게도문명이발달할수록인간은더욱더큰욕구불만의상태에놓이게된다. 개개인의자유는문명이주는선물이아니다. 22) 결과는신경증과죄책감으로대표되는질병의창궐이다. 23) 인간이다시금동물이되어오이디푸스적욕망을충족시킬수는없다. 인간은문화와금기를만들었고, 24) 문화는인간에게신경증을선사한다. 인간의신경증은문명이선사한피할수없는문명의뒷면이다. 인간은이미과거처럼욕망의억압없이욕망을무한정하게충족해가며동물처럼살수도없으며, 그렇게살아서도안되는존재가되었다. 그렇다면인간은오직시간의경과와문명의발달에따라자신 20) 같은책, 같은곳. 21) 가령 문명속의불만 을보라. 22) 프로이트, 문명속의불만, 문명속의불만, 271 쪽. 23) 같은책, 301-302, 303, 309, 311-312, 314, 316, 327. 이는공격성과죄책감에관한논의에관련된부분들이다. 특히다음을보라. 이는 [ ] 죄책감이문명발달에가장중요한문제임을지적하고, 문명의진보를위해우리가치르는대가는죄책감의고조에따른행복의상실임을보여주고자한내의도에완전히부합한다 (316 쪽 ). 24) 사실은바타이유 (Georges Bataille, 1897-1962) 적으로말해, 우리는바로이러한금기가문화를만들었다, 혹은푸코 (Michel Foucault, 1926-1984) 적으로말해인간을탄생시켰다혹은구성했다고말해야만할것이다.
프로이트와 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11 에 대한 금지와 억압의 강도와 총량을 무한히 늘려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더욱 더 심각하고 무거운 신경증과 죄책감에 빠져갈 수밖 에 없다.25) 결국 욕망의 억압과 그에 따르는 신경증과 죄책감의 증 대는 자신의 생존과 문화의 지속을 위해 인류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이 모든 욕망의 억압과 금기는 과연 모 두 자연적인 것, 필연적인 것, 타당한 것, 불가피한 것일까? 프로이 트의 이러한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프로이트 이후 꾸준히 그 리고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필연적이나 불행한 현상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최초의 사상가는 다름 아닌 프로이트 자신이다. 나는 [ ] 회피할 수 없는 의문이 하나 있다. 문명의 발달이 개인의 발달과 그처럼 광범위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문명의 발달이 개인의 발달과 똑같은 수단을 채택하고 있다면, 문화적 욕구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일부 문명이나 문명 시대 어쩌면 인류 전체 가 <신경증>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신경증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실제로 관심 을 가질 가치가 있는 처방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 분석을 문명 공동체까지 확대하려는 이런 시도가 어리석거나 무익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26) 25) 물론 이러한 억압의 결과로서의 신경증은 그 원초적인 측면인 성적인 부 분의 억압을 통해 가장 강력히 나타날 것이다. 신경병을 일으키는 결정 요인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은 성적 제약이 강화된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신경병이 늘어나는 원인이라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프로이트,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문명 속의 불만, 18쪽). 26) 프로이트, 문명 속의 불만, 문명 속의 불만, 327쪽. 그리고 바로 이 런 관점에서, 현대의 <문명적> 성도덕이 과연 우리에게 강요하는 희생 을 상쇄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프로이트,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문명 속의 불만, 33쪽).
212 철학연구제 41 집 물론그러한시도는어리석거나무익하지않으며, 이제우리는- 다름아닌프로이트자신의말대로- 문명공동체의병리학을향해 용감하게 착수해야할충분한이유를가지고있다. 27) 프로이트는현재인류의문명공동체전체가그본성상병들어있음을주장하며, 그에대한진단과치료를목적으로하는미래의문명공동체병리학을꿈꾼다. 그러나그러한시도는실패하게될것이다. 그것은프로이트가인간의문명적성과가가능한것은기본적으로인간이자신의욕망을억압함으로써만가능하다고보았기때문이다. 프로이트자신의이론역시인류공동체가이루어낸문명적성과의일부분이다. 욕망의억압이없는문명은없다. 이는논리적으로문명의발전이결국더많은억압을불러올수밖에없음을의미한다. 프로이트의이론구조에는출구가없다. 28) 물론그렇다고해서우리가프로이트이론의성과전체를버릴필요는없다. 우리는프로이트의이론전체를다받아들이지않고도, 그것의유용한부분을여전히이용할수있다. 그러나이는적어도 정통 프로이트주의의도그마들에대한전면적수정과재배치, 곧사실상의포기를의미하는것이다. 따라서나는이른바프로이트가추구했던 문명공동체병리학 은역설적이게도프로이트와는또다른철학적ㆍ인식론적기반 27) 물론이러한프로이트의논의의배면에는에로스로대표되는성적욕구및욕동뿐아니라타나토스 (Thanatos) 로대변되는인간의공격본능및 ( 자기 ) 파괴욕구에대한분석이자리잡고있으나, 이곳에서는논의의도식화를위해다루지않았다. 28) 이는프로이트가문명공동체의병리학을설립하고자하는의지가없다는말이아니라, 그의이론이본질적으로그러한의도를실현시킬수있는능력이없다는말이다. A. 아들러의다음과같은말은프로이트논리가보여주는이러한폐쇄순환구조의정곡을찌르고있다. 여러분이어디서억압이오느냐고묻는다면, 여러분은 < 문명으로부터 > 라는대답을듣게되지만, 여러분이계속해서문명은어디서오느냐고묻는다면, < 억압으로부터 > 라는대답을들을것이다. 따라서여러분이보시다시피그것은말장난에불과하다. ( 프로이트, 정신분석운동의역사, 정신분석학개요, 프로이트전집, 열린책들, 2003( 신판 ), 115-116 쪽에서재인용 )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13 위에설립되어야한다고생각한다. 그러한새로운철학적ㆍ인식론적사유의한가능성은니체의사유안에서찾아질수있다. Ⅳ. 니체, 힘에의의지 스스로를 최초의심리학자 29) 로규정하는니체에게욕망혹은욕동개념의분석과비판은피할수없는일이었을것이다. 우선니체는욕동 (Trieb) 및무의식의개념을분명히이해하고있었다. 어떤사람이아무리폭넓게자신을인식하고자하더라도그의본질을구성하는충동 [ 욕동 ] 전체를인식하는것보다더불완전한것은없다. 보다거친충동들의이름은거의댈수도없으며, 그것들의수와강도, 그것들의증강과감소, 그것들상호간의작용과반작용, 무엇보다도그것들에영양이공급되는법칙은전혀알려져있지않다. 30) 또한 자아의식은유기체가기능을다할때덧붙여지는마지막의것이며, 거의불필요한것이다. [ ] 위대한주요활동은무의식적이다. 31) 이렇게스스로를무의식과욕동의법칙을탐구하는심리학자로서규정한니체의사상과관련하여, 이에관련되는그의첫째개념은단연힘에의의지 (der Wille zur Macht) 일것이다. 32) 우선눈에뜨이 29) 내이전에도대체어떤철학자가심리학자였던가? ( 프리드리히니체, 왜나는하나의운명인지, 이사람을보라, 전집 15, 백승영옮김, 책세상, 2002, [6], 463 쪽 ). 30) 프리드리히니체, 아침놀, 전집 10, 박찬국옮김, 책세상, 2004, 136 쪽. 31) 프리드리히니체, 유고 (1881 년봄 1882 년여름 ), 전집 12, 안성찬ㆍ홍사현옮김, 책세상, 2005, 11[316], 573 쪽. 32) 물론잘알려져있는것처럼니체저술에는심각한판본학적문제와그에따른논쟁이존재한다. 다음을참조. 이상엽, 니체유고논쟁과
214 철학연구 제41집 는 점은 니체가 이미 명시적으로 힘에의 의지를 인간 정신의 무의 식을 탐구하는 심리학, 심층심리학, 생리 심리학 및 저항 등의 관 념에 연관시켜 사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리학 전체가 지금까지 도덕적인 편견과 두려움에 사로잡 혀 있었다: 즉, 심리학은 감히 심층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파악한 것처럼 심리학을 힘에의 의지의 형태론과 발달이론으로 파악하는 것 이 점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아직 자신의 사상을 통해 언급하지 못했다. [ ] 도덕적 편견이 가하는 폭력은 가장 정신적인 것으로, 언뜻 보기에 가장 냉담하고 아무런 전제가 없는 세계에로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그리고 자명한 이치이지 만, 그 세계를 손상시키고, 방해하고, 현혹시키고, 왜곡시키고 있다. 진정한 생리 심리학Physio-Psychologie은 연구자의 마음속 에 존재하는 무의식적인 저항과 싸워야만 한다. 33) 이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래에서는 프로이트의 욕동ㆍ욕망 관련 개념들과 니체의 힘에의 의지 를 비롯한 욕망 관련 개념들 사 이의 비교를 통해 니체 개념들의 일반적 특성을 검토해 보자. 첫째, 일반적으로 의지 는 의식적이며 숙고된 행동 (l activité réfléchie et consciente)으로 정의되며, 따라서 지속성 그리고 때로는 합리성마저 도 담보할 수 있는 개념이다.34) 따라서 의지란 욕망의 의식적이며 숙고된 형식 이다. 니체적 의미의 (힘에의) 의지 란 이러한 의지 개 념 일반을 그 극단적 형식에까지 이끌어 간 모습이라 볼 수 있으며, 따라서 힘에의 의지는 개체와 그의 삶 그리고 욕망에 대한 철저한 새로운 니체 전집, 정동호 외, 오늘 우리는 왜 니체를 읽는가, 책세 상, 2006, 137-170쪽. 33)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전집 14, 김정현 옮김, 책세상, 2004, 1[23], 44쪽. 34) Didier, Julia, Dictionnaire de la philosophie, Larousse, 1984, p. 300.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15 긍정위에기초해있는하나의철학적개념이다. 둘째, 프로이트에게있어서의욕망이비록인간개체전체에해당되는보편적개념이라할지라도그것은각자의경험과의도에따르는개별적이고도다양한변양을갖는주관적특성을갖는다. 그러나니체의힘에의의지는 인간이라는류 ( 類 ) 전체 에해당되는가히 보편적인 의지이다. 셋째, 그리고이러한니체의의지는우리가그것을추구해야만하는 당위 (Sollen) 이자동시에세계가이미그러한것으로서의 사실 (Sein) 을기술하는개념이다. 35) 힘에의의지는사물과인간을포함한우리모두의존재론적, 보다정확히는생성론적형식이며, 또한하나의사실에관한개념이자동시에우리가적극적으로추구해야할하나의가치론적당위에관한개념이다. 36) 이렇게니체의힘에의의지는사실과당위를모두포괄하는하나의생성론적형식이라는의미에서, 37) 이른바 엄밀한사실로서의과학성 을주장하는프로이트의욕동ㆍ욕망과는다른개념이다. 프로이트의욕동ㆍ욕망개념이생물학ㆍ생리학적인것혹은무시간적인신화ㆍ문화적ㆍ문명비판적인것이었음에반하여, 니체의힘에의의지개념은근본적으로철학적ㆍ존재론적ㆍ인식론적인것이며, 무엇보다도처음부터그근본에서근대비판적인것곧자신의동시대비판이라는의미에있어서의문명비판적인것이었다. 35) 물론니체는 보편 이란개념을인정하지않으며, 따라서 인간이라는류전체에 라는표현역시불가능한표현이다. 사실과당위의구분 역시니체는받아들이지않을것이다. 이러한용어들은니체철학의일반적인특성을표현하기위하여전통철학으로부터편의상빌려온것이다. 36) 그러나이는마치윤리학에서 심리학적이기주의로부터윤리적이기주의를이끌어내려는논증 의경우처럼이미자기모순을포함하고있다. 우리가 하지않을수없는것 을 적극적으로추구해야한다. 는말은도대체어떤의미인가? 37) 니체이전의전통철학이라면이를하나의 형이상학적형식 이라불렀을것이다.
216 철학연구제 41 집 Ⅴ. 도덕비판 - 삶의긍정, 욕망의긍정 니체에있어욕망의긍정이란다름아닌삶의긍정에서따라나오는필연적이고도자연스러운귀결이다. 따라서우리가니체에있어서의 욕망의긍정 이라는주제를이해하고자한다면, 우리는니체의 삶의긍정 이라는테제를먼저이해해야한다. 마찬가지로니체의 삶의긍정 이란그의 세계의긍정 곧 힘에의지의긍정 에서따라나오는논리적결과이다. 곧 삶이있는곳에는또한의지가있지만삶에의의지 (Wille zum Leben) 가아니라힘에의의지가있다. 38) 힘에의의지는무엇인가가무엇인가를의욕하는행위이다. 모든존재는그것이살아있다는그사실자체로부터무엇인가를의욕할수밖에없다. 그리고모든의욕하는행위자체안에는어떠한관점으로부터그것을의욕한다는의미가함축되어있다. 이렇게니체는관점주의 (Perspektivismus) 에입각하여모든것곧힘에의의지를바라본다. 그리고이세상에존재하는것들의개수가실로무한하다는사실에서이세상에존재하는관점역시무한할수밖에없다는논리적결론이도출된다. 고정된단하나의입점 (Standpunkt) 이란없으며오직무한한관점만이존재할뿐이다. 어떤것이지금어떻게보인다면혹은보여져왔다면, 그말은논리적으로그것이어떤 38) Friedrich Nietzsche, Sämtliche Werke (KSA) II, Berlin, 1988, S. 372. 인용자강조. 물론심각한판본학적문제를안고있지만, 힘에의의지 의마지막구절은이러한관점을잘드러낸다. 이세계는힘에의의지이고 - 그리고그이외의아무것도아니다! (Diese Welt ist der Wille zur Macht-und nichts außerdem!) 한편나의이논문초안이발표되었던학술대회의논평자로나선임건태박사는힘에의의지를 힘들의다수로이루어진우주와세계를표현하는메타포라고할수있으며여기서니체가굳이의지라는용어를사용한의도는힘은항상다른힘에작용하려는경향을지닐수밖에없음을부각시키기위해서 라고말하고있다. 논문의교정과수정에임건태박사의지적에크게도움을받았음을이자리에명기해둔다.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17 관점으로부터그렇게보여져왔다는말에다름아니다. 관점이없는앎, 지식이란없다. 이세계의모든지식과앎은예외없이늘어떤관점에서바라본지식이자앎이다. 관점만이앎을가능케한다. 이는결국이세상에는관점만이남게된다는말에다름아니다. 이것이니체의관점주의이다. 39) 그리고관점이란필연적으로해석을낳는다. 결국이제까지이른바 사실 이라고불리어왔던것은사실상 해석된사실 에불과하게된다. 따라서 사실이아니라해석 ( 만 ) 이있을뿐이며, 40) 마찬가지로동일한논리에입각하여, 도덕적현상들은존재하지않는다. 단지이현상들에대한도덕적해석이있을뿐이다. 41) 달리말하면, 인간은의욕하지곧욕망하지않을수없으며, 욕망이란다름아닌그존재가살아있다는사실자체에서생겨나는필연적현상이다. 또한관점주의의논리에의해욕망에관한단하나의 올바른 관점혹은해석이란존재하지않는다. 42) 마찬가지로도덕적혹은비도덕적욕망이란존재하지않으며, 오직욕망에대한도덕적해석만이존재할뿐이다. 그리고인간욕망의도덕적단죄, 욕망의부정혹은억압, 한마디로말해금욕주의적이상이라는관점은다름아닌또하나의관점곧 삶에대한총체적부정 의결과로서생겨난것이다. 이렇게니체에게있 39) 그리고니체는너무도탁월하게도자신의관점마저도하나의관점에불과함을부정하지않는다. 결국이제까지자신의관점을유일한하나의절대적혹은보편적관점이라고주장해왔던모든관점은자신스스로가그저단지또다른하나의관점임을이해하지못한것에불과하다. 이것이이른바 니체주의 가불가능한이유이며, 자기관점의상대성혹은상대적보편성만을기꺼이인정하는니체이후의 니체적사상가들 이보여주는인식론적도덕성의근거이다. 푸코의 니체, 계보학, 역사 (1971) 는이런입장을취하는대표적인글이다. 40) 프리드리히니체, 니체전집 19. 유고 (1885 년가을 1887 년가을 ), 이진우옮김, 책세상, 2005, 7[60], 383 쪽. 41) 같은책, 2[165], 182 쪽. 42) 물론저유명한니체의 신은죽었다. 는말은바로이러한 절대적관점이부재한다. 는말의다른표현이다.
218 철학연구 제41집 어서의 삶의 긍정 이라는 테제는 바로 이러한 삶의 부정 에 대한 비판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러한 비판은 단적으로 그의 기존 도덕 비판의 작업 속에서 수행된다. 왜냐하면 니체에게 있어 도덕 이란 근본적으로 삶을 단죄하고자 하는 것 이기 때문이다.43) 이른바 도 덕 이란 대부분 삶에 대해 유해한 덕목들에 대한 찬미이다.44) 니체가 자신의 1887년의 저작 뺷도덕의 계보 하나의 논박서뺸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로 이러한 금욕주의적 이상의 메 커니즘 분석ㆍ비판이다. 이 책을 통해 니체가 수행하고자 하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도덕적 가치 평가들 자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 곧 이제까지의 모든 가치들에 대한 전도 이다. 니체는 저서 전반을 통 해 이제까지의 모든 도덕적 가치 평가 자체가 삶에 대한 부정 곧 니체의 표현을 따르면 병적인 관점 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니체에게 있어 도덕과 그것의 모체이자 총체로서의 문화(Kultur)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된다. 인간 이라는 맹수를 온순하고 개 화된 동물, 즉 가축으로 길들이는 데 모든 문화의 의미가 있다는 것 이 어찌 되었든 오늘날 진리로 믿어지고 있는데, 만일 이것이 진실 이라면, 고귀한 종족과 그들의 이상을 결국 모욕하고 제압하게 된 43) 특히 도덕의 계보 하나의 논박서 ( 니체전집 14. 선악의 저편ㆍ도덕 의 계보, 김정현 옮김, 책세상, 2002)를 보라. 44) 이러한 삶에 대한 부정은 니체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혹은 플라톤 이후 생겨난 것이다. 플라톤 대 호메로스: 이것이야말로 완전하 고 진정한 적대관계이다 전자는 최선의 의지를 지닌 저편 세계의 인 간 이자 삶의 위대한 비방자이고, 후자는 아무 의도가 없는 삶의 숭배자 이자 황금의 자연이다 ( 도덕의 계보 하나의 논박서, 니체전집 14. 선 악의 저편ㆍ도덕의 계보, 제3논문 25, 529쪽); 진정한 그리스 철학자들 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다 : 소크라테스와 더불어 무언가가 변했 다 ( 니체전집 21. 유고(1888년 초 1889년 1월 초), 14[100], 92쪽). 한편 이러한 병든 관점은 예수 이후의 기독교와 결부되면서 수천 년 동안 서구 사회 전체를 지배해왔으며, 그것의 가장 최근 형식이 공리주의ㆍ사 회주의ㆍ자유주의ㆍ자본주의 및 진보ㆍ역사 등과 같은 모든 근대적인 것 들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니체의 참다운 철학은 늘 반시대적 고 찰 (Unzeitgemässe Betrachtungen)이자 근대 비판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19 저반응본능과원한본능은모두의심할여지없이본래의문화의도구라고보아야만할것이다. 45) 문화와도덕의본질은인간을길들이는것, 곧자신의건강한욕망을억압하고그것을병든금욕주의적이상 ( 에의욕망 ) 에합치시키는데에있다. 아니소크라테스와결합된기독교는아예인간의모든욕망자체를죄악으로규정하고단죄한다. 이는물론유대ㆍ기독교에의해수행된도덕에있어서의노예반란이승리한결과이며, 이제인간은 약속하고책임지는동물 이되어마치그어진선안을빙빙도는수탉처럼스스로를도덕의틀안에묶어버렸다. 니체가결국수행하고자하는것은다음과같은일련의물음이다. 사람들은도덕을성실히지키면자신이도덕적인인간이되고혹은최소한부도덕한인간이되지않고, 자신의그러한행동이도덕적인결과를낳으리라기대한다. 그러나만약도덕자체가비도덕적인것이라면? 도덕자체가삶의부정에입각해있어우리가그것을성실히지킬수록삶이부정되고우리들자신이병들게된다면? 사람들은도덕이부도덕한것일경우를상상치못한다. 도덕은그자체로도덕적인것이며그러한도덕의성실한수행은도덕적결과를낳으리라기대한다. 그러나도덕그자체가부도덕한것이며, 따라서도덕의성실한수행이부도덕한비인간적인결과를낳는다면? 양심의가책과죄책감에괴로워하는사람은자신을괴롭히는양심이과연양심적인것인가, 그양심이과연도덕적인것인가, 그양심이과연인간적인가를묻지못한다. 그러나양심의가책자체가하나의병이라면, 죄책감자체가하나의비도덕적현상이라면? 니체에따르면, 인간욕망에대한도덕적단죄자체가이무의미한세계에의미를주고자하는전도된욕망, 곧이세계의무의미에대하여 허무자체를의욕하고자하는 금욕주의의결과이다. 니체는금 45) 니체, 도덕의계보 - 하나의논박서, 니체전집 14. 선악의저편ㆍ도덕의계보, 2002.
220 철학연구제 41 집 욕주의를 무의미한세계를견디느니차라리허무자체를의욕함으로써이세계에의미를주고자하는 전도된욕망으로서바라본다. 금욕주의는이세계에의미를주고자하는욕망의전도된역설적표현이다. 46) 이러한질문들을통해니체가수행하고자하는것은단적으로기존도덕비판이다. 자신에게주어진도덕과양심의가책, 죄책감을아무런인식론적ㆍ철학적비판없이그대로따르는행위는무지에다름아니다. 양심의가책이란이른바니체가말하는내면화과정, 곧이러저러한이유로인해가해자를향해밖으로정당하고건강하게발산되지못한감정을스스로의내면에로돌려자기자신을처벌하는병적인현상에다름아니다. 양심의가책 의기원에관한나자신의가설 [ ] 밖으로발산되지않은모든본능은안으로향하게된다.-이것이내가인간의내면화라고부르는것이다 : 이것으로인해후에 영혼 이라고불리는것이인간에게서자라난다. [ ] 오래된자유의본능에대해국가조직이스스로를방어하기위해구축한저무서운방어벽은-특히형벌도이러한방어벽에속한다-거칠고자유롭게방황하는인간의저본능을모두거꾸로돌려인간자신을향하게하는일을해냈다. 적의, 잔인함과박해, 습격이나변혁이나파괴에대한쾌감-그러한본능을소유한자에게서이모든것이스스로에게방향을돌리는것, 이것이 양심의가책 의기원이다. [ ] 이와더불어인류가오늘날까지치유하지못하고있는가장크고도무시무시한병, 즉인간의인간에대한, 자기자신에대한고통이라는병이야기되었던것이다. [ ] 사실그때시작하여결말의전망이전혀보이지않는연극의진가를평가하기위하여신과같은관객이필요했다. 47) 46) 특히 도덕의계보 중제2논문을보라.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21 이렇게볼때, 니체의관점에서본다면, 자신에게주어진도덕을무비판적으로따르거나혹은자신이느끼는양심의가책을아무런비판적관점혹은현재화없이받아들이는행위는사실상부도덕한행위로규정되어야한다. 양심의가책은자신의욕망을따르려는동기혹은그렇게하여행해진행동에대한후회의감정, 더나아가도덕적책임추궁이다. 양심의가책은욕망을단죄한다. 그러나니체에따르면, 나는양심의가책자체에대하여 지금-여기서 철학해야한다. 이러한도덕비판혹은철학의과정은욕망을긍정한다. 한편, 이런면에서, 잘알려져있지는않지만니체의 유고 에서보이는다음과같은단편은현대도덕철학및윤리학에혁명을가져올수있는핵심적주장으로서기억될가치가있다. 나의주장 : 도덕적가치평가자체를비판해야한다는것. 도덕적감정-충동을 왜? 라고물음으로써저지해야한다는것. 왜? 와도덕비판에대한이열망은바로정직의고상한감각으로서우리가지금갖고있는도덕성의형식자체라는것. 우리의정직, 즉우리를기만하지않으려는의지는스스로그렇다는것을입증해야한다는것 : 왜안되지? -어떤법정앞에서?-기만당하지않으려는의지는다른기원을가지고있다. 정복과착취에대한주의, 삶의정당방어본능. // 이것이너희에대한나의요구다-그요구들은너희귀에들리지않을수도있다-: 너희가도덕적평가자체를비판해야한다는것. 너희가여기서비판이아닌예속을요구하는도덕적감정-충동을 왜예속을? 이라는질문으로저지해야한다는것. 너희가 왜? 와도덕비판에대한이러한열망을지금너희가갖고있는도덕성의형식자체라고보아야한다는것. 너희가너희시대를명예롭게만드는가장고상한정직의형식이라고보아야한다는것. 48) 47) 도덕의계보 - 하나의논박서, 제 2 논문 16, 430-431 쪽.
222 철학연구제 41 집 이러한주장의핵심에는다름아닌네게주어지는기존의모든도덕적주장과정서에대하여왜를물어라, 스스로근거를따져가며생각해라, 곧간단히말해 철학하라! 는단하나의주장이놓여있다. 니체의모든철학에는자신이속한문명에대한자기비판으로서의문명비판, 근대비판이라는요소가숨겨져있다. 니체는소크라테스와예수에의해주조된문명안에태어난서구인으로서최후의심판이아닌자기이성의법정을스스로만들어나가라고우리에게명령한다. 주어진도덕에대하여끊임없이왜를묻는행위자체, 이것이다름아닌 도덕성의최근의형식 이며, 다름아닌나의욕망의긍정을전제로하는행위이다. 49) 이런관점에서볼때, 위에서말한이른바 도덕성의최근형식 이란다름아닌생의부정에입각한금욕주의의다양한모습들에대하여철학적물음을던지는것이며, 그러한기존도덕에대한질문행위와그에따라새롭게자신의도덕적준거를설립하는행위, 자신의욕망에대한긍정의행위가된다. 그리고이러한과정은무한히반복된다. 니체의도덕비판이란다름아닌삶의긍정에입각한행위이며, 삶의긍정이란바로그유기체가하나의생명체로서가질수밖에없는욕망에대한긍정이다. 48) 유고 (1885 년가을 1887 년가을 ), 2[191], 197-198 쪽. 49) 그리고바로이렇게삶과도덕에대하여주어진정답이없다는것이야말로니체가말하는 신은죽었다 라는말의의미가될수있을것이다. 니체의철학전체를서구인의자기문명비판으로서읽을때, 니체의이러한언명은우리에게는어느 19 세기조선지식인이발하는 군자는죽었다!, 성인은죽었다! 혹은 부처는죽었다! 와같은명제의의미로이해되어야한다고본다.
프로이트와 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23 Ⅵ. 운명에 대한 사랑(Amor fati) 네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해라! 니체의 이러한 삶과 욕망에 대한 글자 그대로의 전적인 존재론적 긍정을 잘 드러내주는 개념은 아마도 운명에 대한 사랑(amor fati)일 것이다. 운명애는 같은 것의 영원히 되돌아옴 이라는 니체의 사상과 연결되면서 니체 철학의 한 정점을 구성한다.50) 운명애는 낙타 사 자 어린아이 곧 긍정하며 창조하는 위버멘쉬의 개념과 맞물리면서 긍정에로의 새로운 길 (ein neuer Weg zum Ja)51)을 우리 앞에 드러 내준다. 기존의 억압적 도덕이 항상 무엇인가를 하지 말라! 는 부정 의 형식 아래 울려 퍼지는 것과는 반대로, 삶에의 전적인 긍정으로 표상되는 운명에 대한 사랑은 이 세계와 자기 자신의 오늘을 긍정 하라! 는 긍정의 형식 아래 울려 퍼진다. 나는 그 어느 것도 다른 식이기를 바라지 않으며, 되돌리기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 어떤 것도 달리는 원할 수가 없다. 운명애 Amor fati 그리스도교마저 필수적이 된다 : 최고의 형식, 그 가장 위험한 형식, 삶에 대한 부정 안에 있는 가장 유혹적인 형식이 비로소 자신의 최고의 긍정에 도전 한다 52) 니체 스스로가 불구대천의 적으로 간주했던 그리스도교마 저도 긍정하게 만드는 이러한 긍정,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러한 긍정은 결국 생성하고 생성되는 모든 것에 대한 긍정이며, 그러한 전 면적인 긍정을 통해 또다시 생성되는 나 자신을 포함한 이 세계 전 체에 대한 생성론적 긍정이다. 그리고 바로 살아있는 유기체이자 생 명체로서의 내가 갖는 나의 욕망 또한 이렇게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 화한다. 무한히 생성하고 무한히 사라지는 나의 욕망의 생성소멸에 50) 물론 이때의 같은 것 이란 사실상 생성하는 것 곧 다른 것으로서 이해 되어야만 한다. 51) Friedrich Nietzsche, Sämtliche Werke (KSA) III, Berlin, 1988, S. 834. 52) 니체전집 21. 유고(1888년 초 1889년 1월 초), 25[7] 5, 558쪽.
224 철학연구 제41집 나 자신을 맡기고, 나와 욕망과 세계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받아 들이는 것, 그것이 니체가 말한 욕망과 삶의 긍정이며, 그것은 궁극 적으로 욕망의 긍정을 통한 자기 존재의 생성적 구축에 다름 아니 다.53) 니체의 운명에 대한 사랑은 을 하지 마라! 라는 욕망의 부 정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것은 너 자신과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라!,54) 더 나아가 네가 하고 싶은 것, 혹은 네가 하 지 않으려 해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또 혹은 네가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더욱더 하라! 는 개체적 욕망의 전적인 긍정에 기초 하고 있다. 이렇게 니체적 생과 욕망의 긍정은 나 자신과 세계를 스 스로 만들어가는 생성론적 긍정이자 상호적 창조이다. Ⅶ. 나가면서 욕망과 문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프로이트와 니체가 욕망 혹은 문화와 반드시 상반되는 관점을 가 지고 있다고 상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 상가가 인간의 본원적인 욕망과 그것을 바라보는 문화를 대하는 방 식 사이에는 일정한 대립점이 존재한다. 아래에서는 글을 마치면서 욕망 및 문화를 바라보는 두 사상가의 방식에서 나타나는 공통점 및 차이점을 대략적으로 정리해보고, 이에 입각하여 이들의 이론이 오늘 우리가 욕망을 바라보는 관점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논하고자 한다. 53) 이는 이후 20세기 중후반 들어 푸코에 의해 자기의 테크놀로지ㆍ주체 화ㆍ문제화 등의 개념으로 구체화된 가능성이다. 푸코의 성의 역사 (1-3권, 1976-1984)를 보라. 54) 앞의 각주에서도 밝힌 것처럼 물론 이때의 있는 그대로 란 생성적으 로 만들어져 가는 혹은 파괴되어 가는 그대로 라는 구체적 시공간 속의 구성적 의미를 갖는다.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25 첫째, 두사상가는모두자신의동시대문명에대한비판적관점을유지하고있는문명비판가들로서자리매김될수있다. 물론자신의정신분석이론이갖는보편적이고도과학적특성을강조하는프로이트는자신의본능혹은욕동이론이고정되어있으며 시간과공간에구애받지않는 인류의본성자체에뿌리박고있다는관점을취하고있으며, 따라서그의동시대비판은그저자신의동시대에구체적으로극대화되어나타난인간본성의부정적측면에대한비판이며, 힘에의의지 로서표상되는세계와인식의생성적본질에기초한니체의경우에는이것이소크라테스혹은플라톤이래로이어져온세계와인식에대한잘못된이해가동시대적형식으로표현된것을비판하는것이지만, 양자는공히자신의동시대에대해비판적관점을취하고있다. 둘째, 이와연관되는것으로서, 이미지적한것처럼, 프로이트의개념은그근본에서과학적인것이며, 니체의개념은철학적인것이다. 프로이트의에로스적욕동개념은비록시기적으로그강조점의차이가있을지언정근본적으로철저히생물학ㆍ생리학적인것이며, 니체의욕동과무의식의개념은근본적으로형이상학적인것곧생성론적인것이다. 가령다음과같은니체의문장은어떤의미에서는이미니체가프로이트의리비도 = 에로스이론을선취하고있었음을말해준다고도해석될수있을것이다. 예술적잉태에서방출되는힘과성교에서방출되는힘은동일한것이다 : 오로지한종류의힘만이존재한다. 55) 하지만니체의이러한통찰은어떤가설과실험, 검증혹은반증을통해구성된과학적명제가아닌, 다만이전시기 55) 니체, 니체전집 21. 유고 (1888 년초 1889 년 1 월초 ), 23[2], 504 쪽. 다음의문장역시니체가늘과거와 원초적장면 (primal scene) 에로향하려는경향을갖는프로이트적정신분석에대한비판을선취한것으로도읽힐수있을것이다. 앞을보라! 뒤돌라보지말라! 늘근거들로향하면몰락한다 ( 니체, 니체전집 21. 유고 (1888 년초 1889 년 1 월초 ), 20[73], 451 쪽 ).
226 철학연구제 41 집 어느철학자의일관된세계관에입각하여논리적으로구성된하나의철학적명제이다. 이런면에서프로이트의정신분석은자신의이전시대에존재했던니체적예술생리학 (Physiologie der Kunst) 의과학적 구현 으로도혹은 축소 로도읽힐수있다. 56)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과니체의 예술생리학 이라는두개의개념은과학과철학의공통점만큼이나다양한차이점들을드러내주는두개의전혀다른개념들이다. 셋째, 두사상가모두다만암시적이고암묵적인형태로만전제하고있을따름이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프로이트와니체는모두서양사상의이른바 보편적 특성을부정하지않는다. 물론고대희랍비극에보이는오이디푸스신화라는문화적특수성을이른바 동물혹은야만과인류혹은문명 을가르는보편적터부로까지승격시키고있는프로이트의경우에는이러한점이자신이의지하는정신분석이론의보편적과학성의개념과얽히면서더욱극대화된다. 프로이트에게있어, 세계의현상에대한유일한보편적관점으로서의과학성 (scientificity) 이란사실상절대적인것이며단적으로말해 진리 의다름아니다. 그리고이러한과학성이란사실상이른바뉴턴이래의이른바근대서양과학혁명 (modern western scientific revolution) 의전통만을배타적으로지칭하는것이다. 프로이트에게 서양과학이아니면서사이비과학도아닌또다른보편과학 이란처음부터존재할수없는것이다. 과학은그저서양과학의줄임말이다. 니체의경우, 만약그의힘에의의지이론이옳다면, 바로그이론에의해, 지금유일보편과학으로스스로를지칭하고있는서양과학은단지가능한무수한과학의형식들중단하나의형식에불과하게된다. 하지만이러한원론적인혹은이론적인수준을떠나니체자신이현재남겨져있는저술을통해비서양과학혹은학문 56) 물론이러한표현이프로이트가니체의 직접적영향아래 자신의정신분석을창시했다고말하는것은아니며, 이러한표현은다만 광의의시대정신 이라는측면에서기술된것이다.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27 의가능성을긍정적으로언급한부분은존재하지않으며, 현재남아있는니체의저술에등장하는불교, 도가, 유가등의동아시아혹은비서양사상혹은그러한전통의고전들에대해니체는극소수의예외를제외하고는거의대부분비판적관점을유지하고있다. 넷째, 욕망혹은욕동의문제와관련하여양자는공히이를넘어서는새로운인간과문명의도래에대한희망을피력하고있다. 양자는모두개인과사회에대하여 병든 상태에대한 건강한 상태를상정하고있으며, 당연한말이지만, 명백히건강한상태를지향하고있다. 프로이트의경우, 스스로는욕망혹은욕동의적절한충족을통한병든사회와병든인간의극복, 곧건강한인간과사회를말하고있지만, 57) 이미밝힌바대로, 그러한프로이트의희망은그의정신분석이전제하는이론구조자체의모순으로말미암아실패할수밖에없는기획이라생각된다. 프로이트의이론에따르면, 문명이발전할수록인간은자신의성적욕동과공격성을필연적으로더욱더억압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한편, 니체의경우, 니체는잘알려진것처럼위버멘쉬의개념및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중 세가지변화에대하여 에등장하는낙타- 사자-어린아이의비유에서잘드러나는바와같이, 58) 미래의주권적개인은자신의욕망을스스로지배하고조절하는자이며, 이를위해개인은고된자기단련과훈육을통해스스로를만들어가야한다. 이렇게스스로가스스로에게부과한훈육과규율을실천해나가는자곧미래의주권적개인은자신에게주어진기존의도덕과문명을비판하고이를극복해나가는자, 달리말해새로운문명의창조자에다름아니다. 니체는 기존의도덕과문명에대해아무런비판적의식없이이를지키는 낙타를넘어, 그리고 기존의도덕과문명을철저히부정하고파괴하는 사 57) 에리히프롬 (Erich Fromm, 1900-1980) 의저작 건전한사회 (Sane Society, 1955) 는바로이러한프로이트의기획을잇는현대정신분석의시도이다. 58) 프리드리히니체, 전집 13.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정동호옮김, 책세상, 2000.
228 철학연구제 41 집 자를넘어, 스스로를창조하고자신의도덕과문명을만들어내는존재 로서의어린아이를제시한다. 그리고이어린아이는바로세계와욕망에대해긍정하는자에다름아니다. 이미서두에서밝힌것처럼, 프로이트와니체는그공통점만큼이나다양한차이점을가지고있는사상가들이며그들의입장에대해서는다양한관계설정이가능할것이다. 나는이논문을통하여프로이트의입장은근원적으로욕망에대한부정적관점을벗어나지못하고있음을밝히고자하였다. 프로이트의문화는인간이스스로의욕망을건강한상태로조절ㆍ유지하고자고안된것이지만, 그의문화는그러한상태를넘어서는만성적인과잉억압의상태에빠지게된다. 59) 문명에의한만성적불만족의상태는인간이사회를이루고살기위해지불해야만하는하나의필연적인대가이다. 니체역시궁극적으로인간이문화를벗어날수없음을잘알고있었다. 문화를벗어나자연으로돌아가려는인간의시도조차하나의인위 ( 人爲, the artificial) 곧문화이자문명이다. 니체에의하면인간에게남겨진유일한길은기존의문화와도덕을맹종하거나자연으로돌아가는것이아니라, 오히려더앞으로나아가새로운인간과문화를창조하는것이다. 그리고그러한창조자로서의인간이바로세계를긍정하는자이자창조하는자로서의어린아이이다. 이어린아이혹은위버멘쉬는자신의욕망을단죄하는양심의가책에대하여철학하여그것을물리치는존재이자, 자신의욕망을절대적으로긍정하는존재, 자신을단련시키고훈육시키며그리하여병들지않은건강한새로운자기자신과문명을창조하는생성적존재이다. 60) 결론 59) 잘알려진것처럼, 에로스와문명 (Eros and civilization, 1955) 등에서나타나는헤르베르트마르쿠제 (Herbert Marcuse, 1898-1979) 의이론은바로이런만성적인과잉억압 (Surplus repression) 의원인을관료주의적자본주의에서찾고자하는시도이다. 60) 물론, 니체의입장역시일정한문제점을가지고있다. 니체는이러한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29 적으로, 니체에따르면, 자신의욕망을부정하고있는자는여전히자신의존재를부정하고있는자이다. 전반성적단계의낙타를넘어, 그리고기존의도덕을비판하고전통적가치를파괴하는사자를넘어, 어린아이혹은위버멘쉬의단계에이른주권적개인은자신의욕망곧자신의존재를긍정해야한다. 그리고이러한세계와자신그리고욕망에대한전적인긍정은다름아닌 힘에의의지 로서의세계와인식의생성론적성격에대한철저한이해에서만나온다. 투고일 : 2010 년 10 월 20 일심사일 : 2010 년 10 월 21 일게재확정일 : 11 월 5 일 주장을 범죄자는자신의범죄를긍정할만큼위대하지못하다. 라는식의극단적인형식에로까지밀고나아가고있기때문이다. 물론이러한발언이단지일종의 과장된수사학 에불과한표현이라고치부할수도있겠지만, 우리가니체의텍스트들을차분하게검토해본다면문제는그리단순하지않으며, 오히려니체가 - 우리에게는 부당한것 으로보이는 - 특히니체가말하는 강자 에의한이러한타인에대한착취와점유에대하여과연부정적인입장을취하고있는지의심스럽다. 그러나우리는비록어떤이가실제로니체적의미의 위버멘쉬 라하더라도그가어떤타인에대해서도덕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갖는다고는인정하기어렵다. 우리는그가누구이든가령타인의물건을부당하게빼앗는착취혹은갈취로서의범죄마저도그가위버멘쉬라는이유로긍정할수는없다. 니체의이러한입장은물론윤리적으로정당화하기어려운주장이며, 우리는이에대해가령 최소한남에게피해가되지않는한도내에서 와같은일정한윤리적제한을두고싶은충동을느낄것이다. 단적으로이는이른바 사회적으로건강한 욕망과 그렇지못한 욕망의구분을가능케하는메타적인윤리적기준의존재에관한문제이다. 이는물론광의의실존주의윤리일반에관련된문제로서매우복잡한윤리적및사회ㆍ정치철학적 난점들 을불러일으키는데, 나개인적으로는니체사상자체내에는그러한단서에기준을제공해줄수있는윤리적기준이부재한다고본다. 니체의사상내에서근현대의공리주의ㆍ의무론혹은현대롤즈 (John Rawls, 1921-2002) 의정의론에서와같은규제적인 (prescriptive) 철학적제한개념을찾아내고거기에타당한철학적정당성을부여하기란어려운일이라생각된다.
230 철학연구제 41 집 참고문헌 Ⅰ. 니체 니체전집 (21권 ), 책세상 니체전집 (12권 ), 청하정동호외, 오늘우리는왜니체를읽는가, 책세상, 2006. 질들뢰즈, 니체와철학, 이경신옮김, 민음사, 1998. 질들뢰즈, 들뢰즈의니체, 박찬국옮김, 철학과현실사, 2007. 피에르클로소프스키, 니체와악순환. 영원회귀의체험에대하여, 조성천옮김, 그린비, 2009. Ⅱ. 프로이트ㆍ정신분석 프로이트전집 ( 별권 2권포함, 총 17권 ), 열린책들김석, 프로이트 & 라캉. 무의식에로의초대, 김영사, 2010. 데이비드메이시, 라캉이론의신화와진실. 콘텍스트로라캉읽기, 허경옮김, 민음사, 2001. 딜런에반스, 라캉정신분석사전, 김종주외옮김, 인간사랑, 1998. 스튜어트슈나이더맨, 쟈크라캉, 지적영웅의죽음, 허경옮김, 인간사랑, 1997. 장라플랑슈ㆍ장베르트랑퐁탈리스지음, 다니엘라가슈감수, 정신분석사전, 임진수옮김, 열린책들, 2005; Jean Laplanche et J.-B. Pontalis, Vocabulaire de la Psychanalyse, P.U.F., 1967. Ⅲ. 그외강영계, 니체와정신분석, 서광사, 2003. 이창재, 정신분석과철학, 학지사, 2005. 윌리엄 B. 어빈, 욕망의발견. 우리가원하는것을우리는왜원하는가, 윤희기옮김, 까치, 2008. 토머스루이스외, 사랑을위한과학, 김한영옮김, 사이언스북스, 2001. Didier, Julia, Dictionnaire de la philosophie, Larousse, 1984.
프로이트와니체, 욕망의 억압 과 긍정 ㆍ허경 231 Abstract Freud and Nietzsche -Negation and Affirmation of Desire Huh, Kyoung In this article, I try to examine two ways of relating desire and culture, or the negation and affirmation of desire in the thoughts of Sigmund Freud (1856-1939) and Friedrich Nietzsche(1844-1900). Freud consider culture as an ensemble of prescriptive regulations on desire, and as a criterion between animal and man on the incest taboo. But the culture ironically becomes the tyranny over Man s desire in that culture is in a way a cost to pay to become a civilized being. It results that, as the culture develops, Man suffers from bigger repressions. Here s his pessimistic view on mankind s fate. Nietzsche also considers culture as a crucial elements for building a new kind of human being, Übermensche. For Nietzsche, one who denies his desire is the one who still can t have an affirmation on himself. In that line of thought, Nietzsche analyses the mechanism of guiltiness or consciousness. Nietzsche affirms that we need a new way of seeing the morality given to us, that of the act of re-thinking on the morality itself for oneself, the act of reasoning over the given reason, the act of philosophizing the things given to us. And that s what Nietzsche calls the recent form of morality. Key words : Negation of Desire, Repression, Liberation, Affirmation of Desire, The Will to Power, Mor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