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대총선과사회운동 1 17 대총선과한국사회운동 김동춘 ( 성공회대사회과학부교수 ) 1. 탄핵, 촛불시위와 4.15 총선 1 3월 12일탄핵가결이후한국사회에서전개된일련의사건은운동정치, 바람의정치 가권력의교체와제도정치의변화를강제했던지난 50년동안의한국정치사의패턴이반복된것이다. 1960 년 4.19 정국과 7.29 총선, 87년 6월항쟁에서 13대대선, 그리고 2000 년 16대총선의낙천낙선운동까지는선거라는절차가한편으로는무정형적인시민사회의요구와대중의정치변화열망의결절점으로작용해서, 한편으로는그것을반영했으면서도다른편으로그것을봉합하면서, 권력관계의지평을새롭게열어온역사였다. 그러나이번탄핵국면은과거와달리대중적저항운동이출발점이아니라, 국회의다수를점하는보수야당이상대적으로개혁적인대통령을탄핵한일종의구데타적인사태가촛불시위라는운동을불러왔고, 대통령탄핵에의해조성된대중적불만이일부지역주의로회귀하기도했지만보수독점제도정치의아성을무너뜨렸다는특징을갖는다. 즉촛불시위라는운동이오히려탄핵사태의결과로서등장했고, 선거가운동의열기보다는탄핵정국에의해주도되었다는특징을갖는다. 그러나선거가정당간의정책경쟁이나조직된정치, 사회세력의참여, 대중적인정책토론과과거국회에대한냉정한평가에기초해서진행되지않았다는점에서여전히과거한국정치사의패턴을답습했다고볼수있다. 그래서선거이후의정치는또다시정치권밖의우연하고돌발적인상황이나세력간의힘의역학에의해좌우되게되었다. 그런데선거제도라는것은대중의즉자적인요구와불만을언제나제한적으로만반영할수밖에없으며, 일단선거가끝나기가무섭게정치권밖의행위자는뒤로물러나고모든정치적행위와실천을선거제도가만들어준제도정치의절차와대의기구가또다시독점하게되었다는점은한국역시현대대의제국가가갖고있는민주주의의한계를그대로보여준다고볼수있다. 우선한국에서의 운동정치 의동력은조직된소수의민주화의열망과개혁적의지, 그리고익명의다수가견지한정의 (justice) 와도덕의감각이었다. 분단, 한국전쟁이구축한보수독점의제도정치는대중의경제적소외, 정치권력의부패와부정등의자기모순을노정시켜왔고, 그모순은제도정치로부터소외되어있던대중의반란을야기시켰다. 운동을주도한소수는비록일관된정치이데올로기를갖고있었을지모르나대중의불만은조직적이고반체제적인것이었다기보다는다소표출적 (expressive) 이었으며반정권적이었다. 즉대중의이반은자본주의적민주주의의기반즉선거정치와선거게임의정당성의틀내에서이루어졌으며결국기성의권력자원을독점하고있는정당이나그주변인사들의승리로귀결되었다. 그래서운동정치의주역들은정치권진입에성공하는경우가많았지만그들은선거정치물신주의, 기존정당의정치독점구조를변화시키지는못했다. 그러나이처럼시민사회의요구를제한적, 봉합적, 타협적으로받아들인새로운정치질서는새로운모순을낳았고, 새로운형태의운동정치를발생시켰으며, 새로운저항과타협의기회를만들어냈다. 정치개혁의동력이제도권내에서의정당간의갈등이나정책경쟁이아닌도덕과정의의관념에기초한운동혹은바람 ( 風 ) 에있으므로해서선거정치시인물의정치가의교체는놀라울정도로높았으나 ( 88년총선당시 50%, 이번선거 62%), 새로운정치세력은모두제도정치의용광로속에녹아들었다. 선거정치물신주의즉선거참여 =
2 김동춘 Home Page Version http://dckim.skhu.ac.kr 민주주의는해방정국당시상당한대중적지지를얻었던인민민주주의에대한전면부정 ( 즉반공자유민주주의 ) 에기원을둔것으로서 다른민주주의 의가능성을차단한미국영향권하의정치모델의기제속에서학습해온한국인들의즉자적인정치의식의발로라할수있다. 바로정권의교체, 정치권 물갈이 요구는바로이러한정당화기제속에서대중들의 현실적선택 으로서의미를갖고있다. 그러나그러한선택은언제나투표용지의인주가마르기도전제배반되었으며, 한국의유권자들은지난 50년동안이시지프스의돌을굴려왔다. 이것은한국의오랜중앙집권적인정치문화와도깊은관련을갖고있겠지만국가의시민사회압도, 권력창출을위한하향식조직으로서의정당, 정책노선선택과이념논쟁이가능하지않았던반공정치지형, 그리고미국민주주의 ( 형식민주주의 ) 만이민주주의라고믿어온냉전정치의귀결이었다. 물론군사독재하에서도선거물신주의는운동정치를제도내화시키는정신적기반이기도했지만동시에민주화즉대통령직선제를향한동원의기반이기도했다. 그리고미국민주주의의모델의무비판적인이식, 오랜정당정치의경험축적과정책적일관성에기초하지않은제도정치, 그리고도덕주의공격에대한자기방어로일관한기성정치집단은때로는사회발전수준에맞지않는 ( 혹은예측불가능할정도로진보적인 ) 입법화를가능케하기도하였다 ( 53년노동법, 77년국민의료보험도입, 97년이후 4대보험완성, 국민의정부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정, 의약분업, 이번의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등 ). 이것은정당의오랜검토와논의, 대중의조직적인동원과요구와무관하게정치적타협이나최고권력자의결단에의해일종의수동혁명의일환으로서이루어진일들이었다. 즉운동정치는역동성을갖고있었으며각종제도개혁에서도다소의비약과역설을가져오기도했다. 경제영역에서재벌체제는의연히존속했어도개별기업과재벌은치열한경쟁속에서끊임없이명멸한한것처럼정치영역에서도보수정치는계속지배력을가졌으나개인정치가는무자비하게퇴출되었다. 이번선거를보면단기적으로는지난 50여년의한국정치를이끌어오던냉전적인수구보수정당이자경상도지역주의에기반을둔한나라당이소수정당으로전락한것이가장획기적인사건이고장기적으로보면민주노동당 ( 이하민노당 ) 의 10석획득이가장중요한변화였다. 그러나이번선거에서나타난각당의지지율을보면한나라당이몰락한것은아니다. 냉정하게보면충청도와전라도의자민련, 민주당지지표가열린우리당 ( 이하우리당 ), 민노당으로이전해간것으로볼수있다. 즉충청도와전라도에서의지역주의의약화로해석할수있는이번선거의결과는곧 87년이후그수명을연장해오던보수독점제도정치의기세를꺾은것으로해석할수있는데, 바로여기서이제개혁적인다수당인우리당이제지역정당의성격을탈피할수있게되었다는점에서한편으로는새정치의출발점에서있으나그정당의조직자체는위로부터이루어졌다는점에서여전히과거정치의연장선에있는이유이다. 한편민주노동당은조직된당원과나름대로의정책을갖고있다는점에서단순한하나의진보정당이아니라분단이후최초의정당다운정당이며, 여기서민노당이우리당을비롯한기성정당을진정한새로운정당으로변화시켜정책경쟁을유도할수있는가가향후한국정치의방향을좌우하게되었다. 다수당인우리당이진정한정당으로변신할수있는가, 그리고한나라당이지역주의에기대지않고 부르주와정당 으로모습을드러낼것인가가관심의초점이다. 즉이번선거는한국정당정치지형 - 즉냉전하에서지속되어온보수여야독점, 권력창출기구로서의정당, 위로부터의정당조직화, 공천권행사를축으로한대통령혹은총수의정당장악, 정당과음성정치자금동원 -을변화시킬수있는하나의계기는되었지만그것을완수할수있을지는아직미지수이다. 2. 새로운 ( 정당 ) 정치의 탄생 과 절름발이정치 의역설
17 대총선과사회운동 3 1) 새로운정치의등장가능성 그동안한국의만성적정치불안은어디서왔는가? 그것은제도정치가대중의삶과유리되었으며, 정당정치가제도화활성화되어있지않았고, 노동자와여성등소수자의정치참여를배제하는등정당이시민사회가아닌국가의일부로존재해왔기때문이다. 이번총선을계기로한국에서는정부수립이후처음으로정당정치가즉제도정치가선을보일수있는조건이마련되었다. 지금까지한국정치의견인차는앞서말한운동정치와최고권력자 ( 대통령 ) 자리를차지하기위해죽기살기의투쟁을벌여온일종의하루살이붕당간의권력투쟁이었다. 핸드슨 (Henderson) 이말한것처럼권력의정점을향한 소용돌이의정치 에서정당이시민사회의일부로서서기는어려웠다. 즉권력창출의도구였던정당은자신이정치적위기에처하면언제나명칭과대표만바꾸면서명멸해왔고, 개혁적인법안은언제나정당밖의시민사회그리고대통령과행정부의의지, 그리고권력장악을위한고려하에서다수당의정략에의해만들어졌고, 우연하게통과되어왔다. 정당은있었으나정당정치는없었다. 그리고정당은정책과비전을생산하는곳이아니었으며, 정책적논의는부차적인지위만갖고있었다. 그래서한국은지금정책생산자로서정당, 그리고시민사회의요구를정치투쟁의장에투입하는전단벨트로서의역할을할수있는시점에오게되었다. 정당은사회적균열을반영하지않았기때문에노동, 여성, 소수자의목소리는정당정치에반영되지않았다. 이것은전투적노동운동, 극한적인지역주민운동, 정치에대한총체적불신등으로나타났다. 의회의기능은입법활동및행정부감시로집약된다. 그런데냉전보수세력이다수의석을독점해온지금까지의회는각종개혁적인입법을좌절시키고소위운영, 국감등에서시민의감시와통제를봉쇄하였다. 그것보다도의회자체가아예일상적활동기구로서존재하지않았으며의원들의대부분의시간은지역구관리과모금, 차기당선을위한정치에바쳤다. 의원들의정치생명은각당의보스가쥐고있었으므로개인정치가는자신의소신과정견을앞세울수없었으며, 공천권과정치자금을쥐고있는보수에게일방적으로충성할수밖에없었다. 우리당의다수의석차지는그러한정치를넘어서려는새로운정치세력의승리로해석할수있다. 이번선거는역대어떤선거보다도돈이개입하지않았던선거였으며, 다수의부작용은있었지만우리당의경우지역구후보는밀실에서결정되지않았다. 한국에서정치라는것은가진자와배운자의관심사라는역사적전제위에서진행되었다. 즉현대판노복 ( 奴僕 ) 인노동자, 여성은이정치의주인이아니었다. 범사노복 ( 凡使奴僕 ) 에선념기한 ( 先念飢寒 )( 노복을부릴때는우선그들이춥고배고픈지를먼저살필일이다 ) 이라는말처럼정치의근본은민중의배고픔해결이지만민중은다스림의대상이지정치의주체는아니었다. 현대한국사회에서도이러한관념은사회적으로그대로연장되었다. 70년대이후한국사회에서나타난바민중운동과민주화운동의괴리, 혹은학생운동의정치지향성과민중운동의경제주의적성격간의괴리는바로전근대시절에고착된선비 = 정치가, 민중 = 다스림을받는자 의도식을흔들지않는범위내에서진행되어왔다. 정의와도덕의관념은모든사회구성원이가질수있는것이지만그것은적어도배부른사람들의정신적사치, 혹은새신분지위를획득한엘리트부르주와들의정치적관심의표현이기도했다. 냉전체제는구조적인반노동자지배체제이며이지배체제하에서는배고픔과노동인권제약의문제는오직간접적으로만정치적의제로설정되었다. 바로이번탄핵정국에서보인노동운동세력의혼란스러운태도 ( 탄핵지지론의등장 ) 는이러한현실을잘드러내주고있다. 민노당의 10석장악, 여성의 13% 의석차지는바로지난 1,000 년이래지속되어온정치의개념을바꾼획기적인사건이다. 그러나다수당인우리당, 그리고민노당의일부인사는여전히우리사회의신분자격증 ( 서울대, 혹은명문대출신 ) 을얻는사람들로채워졌다. 어떤점에서분명히판갈이가된것처럼보이지만그기저에서
4 김동춘 Home Page Version http://dckim.skhu.ac.kr 는기존의판이그대로남았다. 대통령탄핵사건은 97년이후권력의중요기반을계속상실해온장-언유착의보수세력의자충수에의한권력찬탈시도였는데, 결과적으로선거물신주의, 정당과정치독점, 제도정치의반대중성을폭로한계기였다. 탄핵은전통적인운동정치를촉발재연시켰는데, 이번의운동정치는과거의그것처럼다분히표출적이었고비조직적이었으나, 그것은대단히중요한정치변혁적의미를담고있었다. 즉탄핵을주도한세력에대한교체라는정치적지향은과거의운동정치가그러하였듯이단순히제도정치권의교체정도에머문것이아니라선거를통해구성된의회의정치적대표성자체에대한회의를깔고있었다. 대중들은선거정치가다수의전제, 다수의횡포로전화할수있다는사실을목격하고, 위임된의회권력이대중의의사에반할수있다는사실을깨닫게되면서국회의다수파인한나라당을불신하게되었다. 이점에서민노당에대한지지는우리당에대한지지와마찬가지로단순한정책투표, 계급투표의결과가아니라운동정치의한귀결이며, 구정치세력에대한거부감이역으로나타난것이다. 탄핵심판 이라는선거국면당시의용어는내용적으로본다면국민들에의해위임된의회권력의횡포에대한거부감의표현이며, 이것은한국에서정치의위상을새롭게정초한계기가된다. 즉냉전하의시민사회와분리된정치사회, 그리고뿌리없는선거정당, 선거물신주의, 보수독점의정치질서가이완되거나해체될수있는계기가열렸다는말이된다. 선거는민주주의의요체이지만반드시그렇지는않을수도있다는점, 의회는대의기구이지만반드시그렇지는않다는사실이일반국민들사이에어렴풋하게학습되기시작했다. 2) 절음발이 일수밖에없는정치 한국의정치가운동정치에서정당정치로이전해갈가능성이열렸다는것은한국정치가서구민주주의의틀에보다근접해가고있음을말해준다. 그러나여전히한국정치는한국시민사회의다양한갈등과요구를제한적으로만반영하고있다. 미국과같은금권정치는아니지만노동자와여성의대표성은아직극히미미하고, 경상도에서한나라당이의석을싹쓸이하였으며, 당선자의수입은우리나라주민의평균치를훨씬상회하고있으며, 그리고 70년대이후민주화운동을주도해온세력의다수가아직 ( 혹은앞으로도 ) 제도정치권밖에존재하고있다. 제도정치는어떤비전과희망을등에업고의석을얻는것이아니다. 이제한국식의탈냉전의정치구도하에서진정한의미의정당의등장이하정당정치가본격화될가능성이열렸다는것은사실정당의기반이오히려약화되고있는미국이나유럽의정치현실과는크게대비된다. 68년이후유럽에서의신사회운동의등장, 미국과일본에서의투표율저하, 탈정치화현상은정치사회와시민사회의재분리의표현인데, 한국에서는분리되었던정치사회와시민사회가결합으로나아가는역설적현상이나타난셈이다. 이것은국가혹은행정부가사실상정당의역할을대신해오던권위주의체제, 혹은냉전정치체제에서이탈해가는한국적특이성의반영이하할수있다. 정치사회와시민사회의결합은이중적으로진행되고있다. 우선구보수세력은자신의존립을위해서이제국가기구 ( 공안기구, 군대, 행정부 ) 가보호막역할을하지못하게됨을인지하고정당을강화해거나정당이라는통로를활용해야할필요성을느끼고있으며 ( 예를들면의사협회의한나라당올인전략 ) 더러는새로운정당 ( 예를들면기독당 ) 창립작업에나선바있다. 반대로젊은층은다른나라의젊은이들과마찬가지로정치에무관심한태도를보이다가이번선거에서는오히려투표에적극적으로참여하는행동을보여주기도했으며우리당과민노당에대해상당한관심을쏟은바있다. 그러나이들젊은이들, 혹은기성인들중에서정당정치의필요성을느낀사람들이정당의자발적후원자가되고당원으로변신할수있을지는미지수이다. 정치가개인에대한인기가정당에대한지지
17 대총선과사회운동 5 로변할수있을까? 이점에서한국의정치실험은세계적인실험이기도하다. 그러나한국에서뒤늦은탈냉전분위기하에서정당정치가활성화될계기가열렸다고하더라도, 국가단위의정치가문제해결의중심축이되기에는실질적인제약이많다는점을새삼확인하게된다. 미국의패권주의와세계체제하에서제한된입지를갖고있는국민국가로서한국의국가가처한위상이첫째이유이고, 자본주의경제체제하의정치가갖고있는근본적인한계가두번째의이유고, 관료들의반격이세번째이유다. 즉선거가끝나자마자주변을돌아보면세계체제내에서수출의존도가대단히높은해외경제의존형국가이자미국주도의동아시아질서하에서종속적인위치에있는한국의국가, 대통령과정치집단이선택할수있는정책적입지가대단히좁고, 따라서제도정치는한국인유권자들이기대했던바를거의성취하기어렵다는사실을알수있다. 우선현재의제도정치권은국민의반대여론이비등해도이라크파병문제를원점으로돌릴수없으며, 미국의요구를거절할수없으며, 용산기지이전문제를둘러싸고한국의미국과의 특수관계 를조정하는데서무능력을노정하게되었다. 이것은개혁적인정부에기대를걸었던많은지지자들을급속히이탈시키는계기로작용했다. 결국현재세계질서하에서유일패권국가인미국과의관계에서대단히종속적인위치에있는국가, 그리고동아시아정치질서내에서도강대국에끼여있으며남북분단상태에있는국가인한국의선택지는국내정치세력이도달할수없는영역위에있다는점, 즉국가의가장중요한결정과정과정치는여전히괴리되어있다는점을인정하지않을수없게된다. 특히국가의존립과관련된최고의활동즉안보 / 전쟁 / 국방과관련된영역에서한국이라는작은국가내의정치세력이그문제를본격적인의제로삼고국민의여론을수렵하는데는한계를가질것이다. 이점은우리당의젊은개혁적의원들이애초의견을바꾸어이라크파병론에찬성하게된행동에서가장분명하게드러났다. 둘째, 자본주의하의 시장에반하는정치 ( politics against market) 가가능한가의문제가있다. 자본주의하의국가, 나아가사회질서는자본축적에구조적으로의존하고있다. 즉정치와사회는기업의생존과번영에구조적으로의존하고있다. 경제위기가닥치면모든정치일정이나사회개혁의과제가원점으로돌아간다. 따라서정치세력은기업의자본축적활동을건드리지않는개혁은추진할수있지만, 그것을제한하는조치는거의손을대기어렵다. 지금브라질에서나타나고있는것처럼설사노동자대통령이나온다고하더라도, 자본주의세계경제질서와국내경제의구조적제약으로부터벗어날수없다. 과연현재한국의정치권이기업의부담을가중시키는조세개혁, 환경규제강화, 공정거래의원칙의강화, 지배구조의투명성강화, 친노동입법활동을추진할수있겠는가, 한국경제를대표하는삼성의심기를건드리는입법활동을할수있겠는가? 이미부정적징후들이본격적으로드러나고있다. 셋째자본주의하에서선출된권력 ( 의회, 혹은정치 ) 과선출되지않는권력 ( 자본 ) 의긴장의문제가이제본격화될것이다. 이두권력의긴장은새로운것은아니지만정치권이새로운세력으로충원됨으로써이제양자의충돌은본격화될것이다. 우선단기적으로보면선출된권력으로서국회는선출되지않는권력체인관료집단과의관계에서무능력을노정할가능성이높다. 전자가시민사회의일부로서의모습을분명하게보일수록후자는자신이국가라는점을더욱강하게드러낼것이다. 국방부가 정부내의정부 로서여전히역할을한다든지재경부가 정부위의정부 로서역할을하게되는경우가발생할것이다. 사회운동의강력한뒷받침이없고전문성으로무장하지않는선출권력 ( 국회 ) 은이들선출되지않는국가관료집단과대단히힘겨운대결을펼칠수밖에없다. 후자의가장강력한무기는전문성과예산집행권이다. 현재의국회는초선의원들아다수이며정당은정책역량이거의없다. 그러므로일단은매일매일, 수십년동안그일을다루어온관료들과맞수가되기가어려울것이다. 한편예산을어떻게어디에지출할것인가의문제는단순히정치세력간의힘의역학에좌우되는것이아니라국가와그역사적현실적근거, 즉냉전과냉전자유주의, 시장근본주의의역사에의해좌우된다. 그것은관료들에게는관행으로존재한다. 관행을바꾸려면국
6 김동춘 Home Page Version http://dckim.skhu.ac.kr 가의이념과철학이바뀌어져야한다. 역사가하루아침에바뀌지않는다는것, 바뀌는것처럼보여도관료들이그것을좌절시킨다는것을지난세기의혁명의과정이잘보여준바있다. 바로여기서말하는역사는바로관료들의의식, 제도, 관행으로존재한다. 바로이런이유때문에정치권물갈이는아주제한적인변화만을가져올수있다. 그것은정치세력이국가권력그자체가아니라는점을확인하는과정이다. 따라서뜻이있는정치가라면당연히현재자본주의세계체제의작동, 그리고세계경제하의한국경제의현실에대해연구해야하며, 동시에한국국가의탄생의기원, 관료제도, 사법제도, 대학의수립의역사, 냉전체제수립의기원과그피해자문제, 그리고헌법제정의경과와그고민의내용을추적하는작업을해야한다. 국회내개혁세력이다수를점했다는것은변화를위한극히초보적인발걸음을내딛는것에불과하다. 의식있는시민이라면마땅히정치세력의무능력에일희일비 ( 一喜一悲 ) 해서는안될것이다. 3. 현정치국면의성격 - 국가. 자본으로부터의 시민사회 의이중적분리 1) 국가와시민사회의분리 현재한국의정치사회국면에서국가와시민사회의분리, 즉시민사회가국가로부터점차독자성을갖게되는영역은크게세차원이다. 첫째는봉건주의군사주의체제에서벗어나는과정, 즉자유화, 근대화과정에서일반적으로나타나는국가와시민사회의분리, 중앙권력의지배하에있었던지역사회의자율성강화, 그리고지구화된경제질서혹은세계시민사회의틀내에서한국 시민사회 의새로운등장이다. 우선그동안한국에서 사회 라고말한것은사실상모두가정치였고, 국가는모든것을포함하였다는점을기억할필요가있다. 오랜유교적왕조국가의전통을가진한국에서모든것은국가로통했으며, 모든사회적사안은곧바로정치화되었다. 과거에는모든문제가왕의책임으로돌려졌고, 오늘날에는대통령에대한일방적책임추궁으로나타난다. 정치사회와시민사회의미분화, 혹은정치사회가국가의일부로존재한상태에서시민사회는국가에흡인되어있었다. 국가로부터시민사회의분리는이미 90년대초, 재벌이정치권의비호상태에서벗어나독자적인세력화를하려는데서출발했다. 정주영현대그룹회장의정당조직과대통령출마사건은하나의중요한에피소드였다. 그리고 90년대중반무렵부터과거의군과공안기구를대신하여보수언론의정치적역할을하였으며, 2000 년대들어선이후에는보수적시민단체가등장하고보수기독교인들이대규모우익집회를여는등그동안국가의보호막에서안주해온보수적시민사회가스스로서기위한몸부림을하였다. 특히 90년대이후보수언론은보수적시민사회의가장강력한교두보였다. 즉국가와시민사회의분리과정의선두주자는시민운동이나노동운동이아니라재벌과언론이었다. 이번선거의의의는바로국가의일부이던정치사회가국가로부터분리되어시민사회와결합하는계기가되었다는점이다. 이것은정치권에서자유주의세력의헤게모니확대로나타나고있으며, 노동계급정당의제도권진입으로드러나고있다. 그러나현재의국면은바로이런이유때문에. 이제모든사회적이슈가정치라는소용돌이로휘말려들어가지않고자율적인영역으로남을수있는중요계기다. 대통령혹은중앙권력의장악이모든문제해결의지름길이던시절이지나가고시민사회의 ( 상대적으로 ) 자율적권력이착근하는계기가된다. 물론그자율적권력이라는것은근본적으로는냉전적권력질서가육성해놓은보수적시민사회라는강한맞수와대결을벌여야한다. 새로운행위자인시민운동은태생과더불어이미 50년동안국가의후광아래터를닦아놓은구세력- 언론, 학교, 교회등 -의
17 대총선과사회운동 7 권력기반과물적인기반을허물어야하는힘겨운과제를안게된다. 보수적시민사회의힘은과거에는국가권력의비호였지만이제는 물질적, 제도적 힘으로존재한다. 그대변자는한나라당이다. 여기서이구세력이터를잡는과정의부당성을문제삼은 과거청산 을거론할수도있겠지만 ( 친일관계법, 사립학교법,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법 ) 현실적으로는시장질서의공정성확보가후발주자인진보적시민사회가존립하는데더필요한일이될것이다. 둘째로, 중앙과지역의관계에서지역사회라는새로운공간이열리기시작한것이다. 2003 년의부안핵폐기장건설문제에서이미중앙권력의일방적지역지배가가능하지않다는점이드러난바있다. 이번선거가한국의정치사에서갖는가장큰특징은중앙권력의통제하에있는지역행정권력 ( 각관공서와경찰 ), 지자체및단체장, 지방의회등지역권력기관의개입을극소화되었다는점이다. 그런데중앙행정권력의통제력이이완된지역사회는앞서서언급한것과같은이유로바로그간중앙권력이심어놓은보수적시민사회의헤게모니가확고하다. 지방의각단체의장과중요인사는모두가과거의연고로얽혀있다. 지자체의각종건설사업이나사업불하과정에서기업의로비와유착은확고하다. 경찰, 변호사들과지역이해집단간의먹이사슬도음성적으로존재하고있으며, 지역기업가와자영업자들과이들간의유착이존재한다. 향우회, 산악회, 해병전우회, 동문회, 지역언론등으로거미줄처럼엮인지역시민사회는최근에등장한사회운동조직을압도한다. 지방의회는개혁적자치단체장을보수적으로견제하는토착권력의거점이되어있다. 풀뿌리민주주의는풀뿌리부패의온상이되어있다. 그래서지역에서국가와시민사회의분리는지역기업가, 자영업자, 언론의위기의식을가중시키고이들을단결시키고있다. 경상도의구한나라당, 전라도의구민주당의지역조직들이어떻게움직일것인가? 이들의향배는지역정치의미래를좌우할것으로그틈을타고후발주자인지역시민운동이지역사회에끼여들어갈수있을까? 셋째로한국에서국가와시민사회의관계변화는곧바로한국의시민사회가지구자본주의, 지구시민사회의일부로편입되어들어가는것을의미한다. 국가의개입력약화는곧정치적탈냉전즉국가가모든것이었던시대에서벗어나는것을의미한다. 그것은곧국가 = 사회라는도식이깨어지는것을의미하는데, 즉한국의시민사회가이미세계자본주의세계사회의일부임을드러나는과정이다. 물론자본주의정치경제질서는이미출발부터일국단위에서만재생산되지는않았지만그동안의개입주의국가 / 발전국가 / 냉전국가 / 복지국가는일국주의가가능하다는전제를갖고있었으며, 그것은나름대로의물적인근거를갖고있었다. 그러나탈근대 / 탈개입주의국가 / 탈냉전 / 테러와의전쟁 /WTO 체제 / 신자유주의질서는다국적미디어환경 / 초국적시민운동등과더불어이미국가 = 사회라는전통적틀을무너뜨려왔다. 물론각나라내에서의권력관계나계급질서는나름대로의국가적특수성을간직하고는있으나점점더지구차원에서공통점을강하게갖게되었다. 결국한국에서 시민사회 의독자성확보는곧 시민사회 의탈국가화, 시민사회의동아시아, 세계적성격을확인하는계기로작용해나갈것이다. 이렇게되면일국내에서의집권정치세력의선택지는점점좁아지게될것이다. 노동당이집권한브라질이국제자본의요구를수용한것도이러한이유때문이다. 사회운동이단순한국가개혁운동의차원에서벗어나야하는물적인근거도여기에있다. 2) 자본의식민지로서의시민사회, 그험난한진로 한국의정치적맥락에서시민사회가국가로부터분리되는현시점은사실상시민사회가자본의식민지로편입되어있는상황이라는특징을갖고있다. 한국의냉전지배체제는곧성장지상주의지배체제이기도했으며, 그것은 90년대중반이후에는무차별적인신자유주의지배체제이기도했다. IMF 경제위기는한국내신자유주의질서를착근시키는계기가되었다. 그래서 6,70 년대의성장지상주의는이제경쟁력지상주의, 외국자본투자유치지상주의, 효율성지
8 김동춘 Home Page Version http://dckim.skhu.ac.kr 상주의로모습만바꾸어엄존하고있으며, 급기야한국인의생활세계전반을완전히식민화시키는데성공하였다. 외국자본도입, 국내기업의경쟁력강화, 규제철폐, 노동유연화로연결되는일련의 신화 는그나마국가에눌려빈사상태에있던시민사회의입지를더욱좁혀놓게되었다. 노무현정권은이점에서 국민의정부 이상으로경제이데올로기를수용하였으며, 지난번김대중의당선과노무현당선, 이번의우리당의승리는바로이러한경제가외국자본의식민지로변해있는상태를용인한조건에서가능했다. 월스트리트가김대중과노무현의집권을선호했다는사실이그것을말해주고있다. 여기서기업지배구조변화, 주식투자수익에대한과세, 노동자경영참가등의시도는자본측의강력한반발에직면하였으며정치권력을일방적으로자본측의편을들었다. 통신, 전력, 철도등의민영화가강력하게추진되었으며기업측의고용유연성지원을위한변형근로시간제, 비정규직화작업이법적제도적으로지원되었다. IMF 위기체제하에서경제살리기의방편으로추구된주택경기활성화는중간층의부를부자들에게이전시켜주는효과를가져왔으며, 신용카드남발은중간층을은행채무노예로전락시켰다. 기업이투자하기에유리한환경을조성하기위해시민사회의저항은극도로축소되어야할것인가, 투자의자유는시민의생존의자유에앞서는것인가의문제가의제화되기시작했다. 거시적으로보면 향후시장경제에서탈락한사람들에대한복지대책을어떻게구체화할것인가, 의료및교육개방정책을어디까지밀고갈것인가, 비정규직문제는어떻게해결되어야하는가 등등모든문제에서공적인영역은자본의이윤추구와효율성강화를최소한도로보조하는것으로자리매김할것인가, 아니면정치공동체의유지를위해최소한도의안전판으로서의미를부여할것인가를둘러싼세력간의갈등이본격적으로시작되었다. 즉한국에서정치변혁은지구경제, 신자유주의경제질서의극성기에이루어졌기때문에국가로부터시민사회의분리는곧자본으로부터시민사회의탈식민화의문제를제기하고있다. 이것은기업과사용자의양보능력에의존하지않는노동운동이독자적으로설수있는가, 시민운동이공공성확보운동으로서힘을받을수있는가의문제가될것이다. 둘째지역사회에서도자본의식민화와그에대한저항은동일하게발생하고있다. 지역사회에서가장중요한과제는경제문제특히일자리창출이다. 여기서개발론과환경론, 혹은투자활성화를위한개발과지속가능한개발론과의대립이존재하고있다. 여기서후자가승리할수있는가, 아니면전자의승리가불가피하지만후자는어느정도의입지를갖고서패배할것인가가문제가된다. 지자체는세수확보를위해투자활성화와개발을필요로한다. 지역자영업자와노동자는경기활성화와일자리확보를위해서카지노라도들어와야한다고생각한다. 정부가기업가가되고지자체가기업가가되었으며, 대학이기업이되었고, 공공기관이기z업이되었다. 그래서정부, 지자체, 대학, 공공기관은팔수있는모든것은판매하고모든직원을세일즈맨으로변화시켰다. 여기서단기적효율, 이윤확보, 일자리창출과장기적삶의조건과삶의질의대립축이형성된다. 기업의개발이익, 지자체의세수확대, 소수의지가상승이득분을위해다수의주민의삶이희생되어야하는가? 의문제에대해중앙과지방의시민 사회 는어떤반박논리와대항조직을대비하고있는가? 냉전하에서마비된상상력은효율성의담론을대체할수있는무기를찾지못하고있다. 그리고신자유주의는대안없음 (There is no alternative) 의신화를이미널리유포한지오래이다. 4. 맺음말 - 사회운동의입지 그동안한국에서사회운동이라고불렀던것의대부분은사실상은정치운동이었다. 학생운동으로분류되었던것 의내용은실질적으로는학생정치운동이었지학생문화운동은아니었다. 우리가시민운동이라고불렀던것은사실상
17 대총선과사회운동 9 시민정치운동이었지, 시민문화운동혹은유럽에서말하는새로운가치지향을가진신사회운동혹은정체성의정치 (identity politics) 는아니었다. 한국에서정치적사회운동은분명히존립근거가있었으며, 나름대로의역할을수행했다. 즉국가가경제사회의모든영역을관장하고모든사회적의제가곧바로정치화되었던한국에서정치변화를가장일차적인과제로하는것은어느정도불가피했다. 그러나정치사회가시민사회와조응하지않는조건에서정치변화를지향하던세력은 가장빠르고확실한문제해결 을위해나선나머지대중을참여의주체로변화시키지못했다. 이번총선에서정치권으로들어간사람들도대체로는과거학생정치운동, 시민정치운동에몸담았던사람들인데, 어떤점에서그것은그들에게그것은존재의이전이아니라존재의연속이고, 계급질서의변동을보여주는것이아니라계급질서내의위치이동이라고볼수있다. 그들은옛날에도다른방식으로정치를해왔고, 지금은이제직업정치가로서정치를하겠다고하는셈이다. 문제는그들의대부분은사회를변혁하려는운동에종사한경력이별로없다. 그들중일부가이제과거견지했던가치와이념은포기하고정치가로서의입지에집착하는이유는그들이원래부터가치와이념을갖고있지않았거나아니면 사회 라는매개를충분히거치지않은채곧바로정치로진입했기때문이다. 물론그들은하기에따라나름대로중요한역할을하겠지만, 시민사회의변혁이없이정치변혁이없다는사실을거꾸로자각하게될것이다. 그래서한국현대역사에서지금이야말로사회운동이이제독자적으로설수있는첫시기가되었으며사회운동과정치가이제자신의입지를갖고서상호협조, 혹은갈등할수있는위치에서게되었다. 즉정치가자신의자리를찾아가는지금이야말로사회가제자리를찾아가는시점이며사회운동이반대운동으로서가아니라창조적운동으로서, 그리고특정한이념과가치를가진조직적실체로서설수있는시점에놓이게되었다. 지금이야말로정치나사회가이념적토대를구축할시점이다. 국가혹은정치경제로부터시민사회의이중적분리국면은곧냉전하에서억압된정치적상상력의해방, 그리고신자유주의하에서경제에식민화된사회적상상력을해방의시점이기도하다. 지난 60여년간의냉전, 분단은한국정치가나사회운동가, 지식인의상상력을결정적으로제한하였다. 극우반공주의의단세포성은어떤이견이나이론도용납하지않았기때문에정신적야만상태를조장하였다. 반드시한국만그러했던것은아니지만지난냉전질서하에서 국제적인것 은곧미국의표준에따르는것을의미했다. 그리고민주주의는곧미국의민주주의였다. 시장경제는곧합리적인것과동일시되었다. 반공이라는가치아닌가치는한국인들의정신세계를형편없이왜소화시켰다. 국가주의의무지맹목은일본의교과서왜곡에는성토하면서도일본의우익의정치적기반이어디에있는지모르는무지와천박성을깔고있었다. 가까이는미국의이라크공격에분노하면서도그것이과거의한국의운명과깊이관련되었던역사적사건즉미국이개입했던한국전쟁의사실상연장이며미국이개입했던베트남전의재판임을알아채지못하는집단적지적무능력과판단력부재를드러내보여주었다. 냉전하에서기개와상상력이갇혔던한국에서역대대통령이나정치가들의역사의식의빈곤이가장두드러졌다. 그들은일제식민지화의역사에대한성찰적인식이없고, 분단과전쟁의과정과경과에대한자신의입장이없으며, 민주주의에대한나름대로의독특한소신과입장이없다. 한국에는처칠, 빌리브란트, 미테랑, 케네디와같은꿈을가진정치가가없었으며말레이시아의마하티르정도로감히 아시아적가치 를제창할정도의지적인밑천이나용기도없다. 냉전과분단은여운형과같은배포와식견, 김구와같은열정, 김규식과같은지조를갖는정치가를완전히퇴장시켰으며, 그들정도의잠재적능력을갖는정치가의등장을막았다. 그래서무대에나타난정치가들은미국을대상화시켜서바라볼수있는식견과능력을갖지못한좀팽이들이었다. 시간이지나면지난 60년이얼마나우스꽝스러운단세포의시대였는지보여줄것이며, 훌륭한사고와맑은영혼을가진많은사람이얼마나이야만의채찍에희생되
10 김동춘 Home Page Version http://dckim.skhu.ac.kr 었으며, 지식인들이얼마나왜소하고굴종적이었는지를보여줄것이다. 냉전의유산으로서국가보안법의청산이여전히정치적사회운동의마지막남은과제가되어야하는이유는그것을없애야현대한국인들을짓누르는무지와단세포성으로부터해방될수있는계기가열리기때문이다. 국가보안법체제는자본주의 = 민주주의의도식체계를기초로하고있다. 즉앵글로색슨형자본주의의유일모델가설, 미국표준가설, 다른형태의자본주의는없다는가설을수반하고있다. 냉전의상상력제한은곧냉전자본주의의상상력제한이다. 한국의근대 ( 식민지와분단 ) 는내면성의부재, 즉헤겔이말한바사람들이 자연적직접성 에서벗어나지못하는의식의수준에머물게하였다. 그대서노동과의사소통에는성찰의과정이없었고, 노동은본능적욕망 ( 권력에의복종, 물질의추구, 가족집착 ) 의수준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한국사회는학교에서부터등수가지배하고모든경제발전과사회관계는숫자로치환가능하게되었으며, 자신의등수와서열을모르는한국인들은불안해했다. 한국인들의내면성의공백은외면의치장, 강자에의추종으로나타났다. 다른나라에서예를찾기어려운성형수술의열풍, 원정출산이라는희대의코메디는바로한국근대의위기, 내면성의위기, 냉전과분단이조장한단세포성, 90대에불어닥친신자유주의의시장근본주의가총체적으로결합한것이라고볼수있다. 한국에서는국가가지정하는교과내용을제외하고는사회적으로통용되고강조되는교양의표준이없다. 그리고그러한교양을담지하고있는사회적주체가존재하지않는다. 그래서시민운동과노동운동, 그리고인권, 환경, 여성의가치를제창하는새로운사회운동은모두이러한지점에서새로운출발점에서있다. 지금필요한것은운동의공학이아니라운동의기반이며, 철학적인기초다. 미국이신자유주의에서신보수주의로이행하는이시점은세계의지형도가바뀌는국면이다. 신자유주의반대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 그래서지금의한국정치와한국의시민사회는큰이야기와긴호흡을필요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