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9. CO 15-12 21세기세계는누가주도하며, 어떻게전개될것인가? 이는여전히미국이주도하는해양세력이끌어갈것인가, 그렇지않으면중국대륙에서휘몰아치는광풍이새로운세계질서를창출할것인가라는문제로귀결된다. 특히, 동아시아지역은 2세기동안해양세력과대륙세력이만나각축을벌였던지역이다. 동아시아지역의 21세기는 20세기의단순한연장이아니다. 모든것은변화속에있고, 영속적인것은어디에도없다. 2세기동안의동아시아는다른어느지역보다도그야말로드라마틱한무대였다. 이가운데한반도가놓여있다. 해양세력과대륙세력의각축속에한반도는다시한번기로에섰다. 지금우리는또다시세계사의객체로강대국중심의패권경쟁의피동적존재로전락하느냐, 그와반대로우리가가야할길을스스로판단하고결정하는한반도의주인이자미래의주체로우뚝서느냐하는기로에서있다. 최근미국과일본은한층높은수준의동맹을세계만방에선언했다. 그러나미일동맹강화는결코새로운사실이아니다. 버락오바마 (Barack Obama) 미국대통령과아베신조 ( 安倍晉三 ) 일본총리는워싱턴정상회담 (2015.4.28.) 에서한층높은단계에진입한미일동맹을선언함으로써, 태평양전쟁종전 70주년이되는해에미국과일본은과거를넘어미래를향한 부동 (steadfast) 의동맹 을과시했다. 양국정상은정상회담을연뒤에발표한미일공동비전성명을통해중국의 [137-756] 서울특별시서초구반포대로 217 통일연구원 Tel. (02) 2023-8000 l (02) 2023-8209 www.kinu.or.kr
남중국해진출과러시아의크림반도병합을염두에두고 힘과강제에의한일방적현상 변경 을인정하지않는다는입장을밝혔다. 미일간새로운밀월은군사안보및경제동맹의두측면에서한층강화되었다. 군사안보측면에서는자위대와미국의역할분담을합의한방위협력지침 ( 가이드라인 ) 개정을통해글로벌규모에서의협력확대를의미하는 동맹의변혁 에대한결의를표명했다. 미국의독려속에아베총리가추구해온집단자위권행사가가능해짐으로써자위대는미군이가는곳이면지구어느곳이든함께갈수있게되었다. 경제적측면에서는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rans-Pacific Partnership) 가미일양국의신밀월시대를여는양대축의하나로부각되었다. 미국의일본집단적자위권에대한인정은이미예고된사안이었다. 2013 년 10월 3일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 (2+2) 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변화하는안보환경에대비해미일동맹능력을크게향상 시키겠다며일본의집단적자위권행사를공개적으로지지했다. 그때까지한국은미국이 전후체제의탈각 을내세우면서역사수정주의의행보를이어가고있던일본의군사적역할확대를지지할것이라고생각하지않는분위기였다. 그러나이제미일동맹은지역을넘어글로벌동맹으로확대되어일본자위대의역할강화와함께군사력급팽창의길을열었다. 여기서미일동맹의타깃이원유수송로의통제확보뿐만아니라 MD( 미사일방어, Missile Defense) 체제협력과함께대중포위망구축에두어졌다는사실은새삼얘기할필요가없다. 미일동맹으로중국이러시아와손을잡는전략적연대를추진한다면한반도를둘러싼동아시아는해양세력과대륙세력간새로운진영구도가형성되는무대가된다. 지금중러간밀월도시작되었다. 20세기초일본은영국과손잡고대륙세력러시아의남진을막았다. 21세기초일본은미국과의굳건한동맹을배경으로중국의급부상과해양진출을억제하는한편동아시아의주도권장악을노리고있다. 일본의 20세기초대 ( 對 ) 러시아억제전략은성공적이었다. 그렇다면 21세기초일본의대중억제와동아시아주도권장악을위한미국과의동맹전략이다시한번성공적인결실을거두면서 역사의반복 을확인시켜줄수있을까? 20 세기초 해가지지않는나라 해양제국영국은대륙세력인러시아의팽창과남하를막아야
했다. 만주동청 ( 東淸, 하얼빈 ) 철도부설권을따내어적극적인남진정책을추진하고있었던러시아는영국의중국진출에최대의걸림돌이었다. 1894 년일본이청일전쟁에승리하자마자다음해에프랑스, 독일, 러시아의 3국간섭을불러왔고일본의공세적인대륙진출은잠시주춤해졌다. 그사이러시아의적극적인남진정책으로일본과러시아는한판승부를겨루지않을수없는국면으로빠져들었다. 이에대륙세력러시아의남하를봉쇄하기위해영국과일본이함께손잡으면서 1902 년 1월 30일양국은런던에서군사동맹인제1차영일동맹을체결하였다. 동맹협약문 6개조가운데한반도와관련된제1항이주목된다. 일본은동맹협약체결당시처음부터영국의주저에도불구하고한반도에대한일본의특수이익을노골적으로강조하여그들의의도를적극관철시켰다. 2) 영일동맹을통한일본의한반도에대한특수이익은우리에게널리알려진미일간의태프트 -카쓰라밀약에앞서영국으로부터먼저인정받았다는사실이다. 1904 년마침내일본이중국뤄순항에정박중이던러시아함대를공격하여전쟁이터졌고, 지구를한바퀴돌아온발틱함대가대한해협에서일본해군의기습공격으로궤멸되자 (1905.5.27.) 일본의승리로결말이났다. 이과정에서미국의입장과역할이주목된다. 미국은일본을뒤에서밀어주었지만막상일본의승리가확실시되자미국의영향력이배제되는상황을우려하여러일간중재에나섬으로써동아시아지역의세력균형을유지하고자했다. 이에시어도어루즈벨트 (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은강화조약을제안하여일본의만주에서의독점적우위와배타적인진출의야욕을일단묶어두었다. 루즈벨트는러일강화조약을중재하여 1906 년노벨평화상까지거머쥐었다. 포츠머스조약체결 (1905.9.5.) 직전, 후에미국의제27대대통령이되는육군장관태프트 (William Howard Taft) 와일본의총리대신이자임시외무대신이었던가쓰라다로 ( 桂太郞 ) 간한반도와필리핀에서서로의지배를인정하는비밀협약을맺었다. 미국은일본의만주에대한독점적지위를견제하지만, 일본의한반도에대한지배적지위를인정하고러시아의방패막이로 1) 영 일동맹협약 (Anglo-Japanese Alliance), <http://en.wikipedia.org/wiki/anglo-japanese_alliance>. 2) Ian Nish, The First Anglo-Japanese Alliance Treaty (symposium commemorating the centenary of the Anglo-Japanese Alliance, London, February 2002).
일본의역할을중시하였다. 3) 그사이일본은제2차영일동맹 (1905.8.12.) 을맺어영국에게도한반도에대한지배권을인정받았고, 포츠머스조약으로러시아도일본의한반도지배를인정하였다. 일본이러일전쟁의승리에도불구하고조선을당장병탄하지않고 5년동안이나미루었던까닭은한반도를발판으로만주지역으로뻗어나가려는야욕에대한미국을비롯한열강의견제를의식하여제국주의적열강사이에서보다확실한병탄명분을확보하고자했기때문이었다. 요컨대영일동맹은대륙세력러시아의해양진출과남진을억제하면서대중 ( 對中 ) 영향력을확보하려는영국의세계전략과한반도를교두보로만주로진출하려는일본의야욕이서로합치된데서이루어졌다. 이동맹은세차례의개정을거쳐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4개국의반 ( 反 ) 사회주의연합전선을구축하는조약이체결될때까지 (1923.8.17.) 지속되었다. 태평양전쟁의전범국일본은패전에도불구하고미국의품안에서부흥의토대를다졌다. 전후미소냉전체제가구축되자미국이동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일본을일으켜세워반공반소의동맹국으로삼았고, 한반도전란덕택으로일본은부흥의기틀이마련되었다. 이시기미국은한국전쟁중에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Treaty of Peace with Japan, 1951.9.8.) 을맺고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의인정과함께집단안전보장조약에가입할수있도록하였다. 이강화조약에 48개국이참가했으나정작일제침략의최대당사국인한국, 북한, 중공, 대만은초대장조차받지못했다. 이처럼냉전시대부터미국은아태지역에서일본의군사적역할을보장하여굳건한전략적보루로삼았다.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체결과정에서한국의식민지보상문제는철저히외면되었을뿐만아니라, 협상초기에우리영토로인정되었던독도마저미국과일본의야합과농간에의해한국영토로명백히규정되지못한채불분명한상태로처리되고말았다. 사실샌프란시스코강화회의는한국이배상대상에서완전히배제된가운데미국이전범국일본에게면죄부를준국제회의로대소 ( 對蘇 ) 봉쇄의한축으로끌어들이는요식행위에불과했다. 4) 그에따라미국의품에안긴일본은독일과는달리아시아지역의주변국에게침략의역사와전쟁범죄를 3) 태프트 - 카쓰라조약 (Taft-Katsura Memorandum) 은 1924 년미국외교사가인타일러데닛 (Tyler Dennett) 이 Current History 에발표함으로써진상이밝혀지게되었다. 4) 성 ( 聖 ) 프란시스코의이름을무색케한 세기적인야바위 가있었던도시샌프란시스코는그후 1960 년대후반을풍미했던스콧맥켄지의 샌프란시스코에가면머리에꽃을꽂으세요 라는너무도유명한노래와함께자유와저항, 반전운동과문화운동의요람으로떠올랐다.
사죄할필요가없어졌다. 5) 한반도에서포연이자욱한그시간에침략자이자패전국일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리에꽃을꽂고 전승국미국의댄스파트너가되어초청객들앞에서보란 듯이빙글빙글춤을추고있었다. 최근해양세력미일의공고한유대와밀월은얼핏지난 20세기초대륙세력억제를위한영일동맹각본의새로운버전이라할수있지만, 주역이바뀌었다는사실이매우중요한관측포인트가된다. 억제봉쇄대상이러시아에서중국으로바뀌었지만, 대상의변화는심대한질적차이를드러낸다. 해양세력과대륙세력간의각축이라는점에서지난시기와외형적구도는유사하지만주도국의국력과위상, 국제환경, 주변국의입장등의여러측면에서과거패턴과는아주다르다. 중국은다르다. 21세기중국은 19세기서세동점 ( 西勢東漸 ) 의시대에허물어져가던청 ( 淸 ) 나라가아니며, 더더구나 20세기이념적혼란과빈곤의사회주의국가중공 ( 中共 ) 도아니다. 이런점에서중국은러시아나소련과다르다. 20세기초짜르 (Tsar) 러시아는안으로는엄청나게곪아가는제국이었고러시아중심부에서지리적으로도너무나멀리떨어진동아시아지역에서영국과동맹을맺고날로강성해가는신진대국일본을상대로싸우기에는근원적인한계를안고있었다. 70여년을지탱한사회주의국가소련도동아시아지역의현상변경을추구하지않았으며, 더욱이소련은유럽지역에힘을쏟으면서전략적이익이그다지크지않았던동아시아지역에까지군사력을적극적으로투사할여력도없었다. 중국은지금매우신중하게 20 세기에형성된국제질서의현상변경을추구하고있다. 물론 중국에의한현상변경이가능할것인가하는문제는좀더추이를지켜봐야하지만 막느냐 5) 나치정권의정치적기반이었던드레스덴을비롯한동독지역의반동적봉건지주귀족층인융커 (Junker) 는소련의점령아래철저히뿌리가뽑혔다. 전후서독은영국과프랑스가주도하는유럽자유주의진영의일원이되기위해서라도침략의역사와홀로코스트에대해 참회의눈물 을보이지않을수없었다. 그러나아시아국가에대한침략과과거사인정은 자학사관 ( 自虐史觀 ) 이라고거부하면서역사적사실조차인정하지않으려하는아베정부의 역사수정주의 가한 일관계를비롯한동아시아지역의공동의미래에큰걸림돌이되고있다. 아베정부의이러한역사인식은태평양전쟁전후처리과정에서겉치레로이뤄진도쿄전범재판과더불어샌프란시스코강화회의를통해미국의면죄부를받은데에서기인한다. 이로써일본은전후동독과서독의역사청산과는달리, 침략에대한왜곡과함께종군위안부문제등명백한전쟁범죄마저인정하기를거부하는반인륜적 DNA 를그대로온존시킬수있었다. 최근아베정부는평화의길을역행하는우경화속에서고노 ( 河野洋平 ) 담화 ( 일본군의위안부강제동원인정, 1993.8.4.) 와무라야마 ( 村山富市 ) 담화 ( 식민지지배와침략에대한공식사죄, 1995.8.15.) 계승마저거부하고있다.
뚫느냐 라는창과방패의미중관계는팽팽한긴장을자아내게한다. 비록미국이이름을붙였지만, 중국의 반접근 / 지역거부 (Anti-Access/Ar Denial: A2/AD) 전략은아시아서태평양지역에서전통적인미국헤게모니를인정하지않겠다는의도로비춰져미국의긴장과우려를불러일으켰고, 이에미국은대중억제전략인 재균형 (Rebalancing) 전략을내세우면서 아시아로의회귀 (Pivot to Asia) 를외치지않을수없는상황을맞이하게되었다. 여기서누가창이며, 누가방패인가하는문제는중요하지않다. 다만 창과방패 의그야말로미중간모순 ( 矛盾 ) 관계의중재자없는현실이앞으로어떻게전개될것인가하는문제가초미의관심사가아닐수없다. 중국은한반도를둘러싼동북아와동남아지역을그들의 안마당 으로인식하면서 핵심이익 (core interest) 이걸린그야말로사활적공간으로여길수있다. 말하자면쉽게양보하거나물러서기힘든영역이다. 이점이동아시아지역에대한과거러시아와소련의전략적이익이나입장과는완전히다르다는사실이다. 21세기초반에중국의급부상에자극받은미국과일본이한층강화된동맹으로대륙국가중국을억제한다는전략목표는지난시기의전략목표와다름이없다. 그러나세기를지나도변할수없는전략목표와는달리아시아서태평양지역의역학구도와주변의국제환경은과거와큰차이를보이고있다. 미중간경쟁으로인한미일동맹강화는대결적진영구도를낳는다는점에서결코바람직하지도않지만, 장기적측면에서미국과일본의전략적의도와목표가 20세기의복사판처럼그대로관철될가능성은그다지높지않다. 미국의상대적쇠락속에일본의역할강화는한국을비롯한아시아지역국가들의우려와견제를초래하는요인도무시할수없을것이다. 그렇다면과연중국의지역패권은환영할만한일인가? 결코그렇지않다. 중국이 21세기인류사회의모델이되기에는너무나갈길이멀지만, 아시아의패권국가로가는과정에서도커다란불안과우려를낳고있다. 중국어디를가더라도 中國夢我的夢 ( 중국의꿈, 나의꿈 ) 이라는커다란홍보구호와만날수있다. 2년전시진핑 ( 習近平 ) 국가주석이전국인민대표대회 ( 全人大 ) 폐막식연설 (2013.3.17.) 에서 중화민족의부흥 과 모든인민의행복 을핵심내용으로하는 중궈멍 을 9차례언급함으로써주목을끌었다. 중국몽에서말하는 중화민족의부흥 은중화패권주의의추구는아니라고하지만, 중국중심의세계를꿈꾸는것임은두말할여지가없다. 이러한중국몽의배경과지향성은 21세기세계와주변국에많은의문점을던지고있다. 중국몽은 2010 년에인민해방군대교 ( 大校, 대령 ) 인류밍푸 ( 劉明福 ) 중국국방대학교수가쓴
책이름에서나온것으로, 저자는손문이꿈꿨던것처럼세계제일의중국을건설하고미중경쟁에서승리하여중국시대를창조해야한다고주장했다. 그는중국이경제강국에머무는데에그치는것이아니라, 군사력에서도미국을추월해야한다고주장했다. 6) 이는중국인의야심을시의적절하게반영한것으로, 3년후시진핑주석은이를국가목표로내세웠다. 여기에다시진핑주석은중국몽을 아시아의꿈 과함께구현한다는원대한기획으로 일대일로 ( 一帶一路 ) 프로젝트를제창했다. 일대는하나의지역 (Belt) 으로 실크로드경제지역 이며, 일로는하나의길 (Road) 로 21세기해양실크로드 를통칭한다. 이는아시아와유럽을잇는고대실크로드와남중국해와인도양을거쳐유럽으로이어지는뉴실크로드의양대통로로중앙아시아대륙과해양을아우르는장기비전으로제시되었다. 중국의일대일로기획은경제정치외교안보를통합하는거대전략이자, 야심찬대부흥전략이라고할수있다. 중국은미래역할에대한입장을밝히기를아주꺼려한다. 신형대국 으로서 21세기인류사회에대한공동의책임을이야기한적이없다. 인류의미래와공동책임에대한질문에중국은언제나국내의절박한과제들의리스트를꺼내보인다. 그러나나는중국의미래는국내문제해결못지않게인류사회에대한책임감과도덕적역량에달려있다고생각한다. 중국특유의정치시스템이나국가주권이국민의인권보다중요시되는사고방식은중국을벗어나국제사회에서정당성을갖기는힘들다. 더욱이한반도를비롯한주변지역에대한중화주의적배타성에뿌리를둔심각한역사왜곡과침탈은패권주의적모습을드러내고있다. 동북공정 ( 백두산공정 ), 서북공정, 서남공정등한반도북부의몽골만주지역, 신장위구르지역, 티베트지역의비 ( 非 ) 한족문명권을한족문명권에편입시키는역사조작과침탈야욕을보면동아시아지역국가들이 과연중국과함께갈수있을까 라는깊은우려속에서조금도경계를늦출수없는패권적이고야심찬대국으로비춰지고있는실정이다. 중국은중국내의 민생 문제를넘어 ( 또는그와동시에 ) 세계의 빈곤, 억압, 인권탄압, 차별, 기후환경문제 등의현실에귀를기울이고, 인류문제에대한책임의식을보여주어야한다. 한때희망의복음처럼들렸던 아메리칸드림 (American Dream) 이새로운삶을꿈꾸는세계의모든사람들어느누구에게나열려있었던 기회의창 이었다면, 중국의꿈 은국수적 ( 國粹的 ) 이고 6) 마침이시기세계제 2 의경제대국의자리를오래동안유지해왔던일본은 2010 년중국에게 GDP 2 위자리를추월당하자적잖은충격을받았다. 그런데그해 9 월일본과중국간센카쿠열도 ( 尖閣列島 )/ 댜오위다오 ( 釣魚臺 ) 영토분쟁으로일본열도는커다란충격에빠졌고, 이에중국을본격적인위협으로 ( 그리고중국과가까워지는한국을의혹에찬눈초리로바라보면서 ) 인식하면서미국과함께중국을공동의적으로삼는결정적인계기가되었다.
닫혀있는듯한모습을불식시키기가어렵다. 중국의꿈 은반드시 인류의꿈 과함께가야한다. 중국의꿈 이 인류의꿈 과함께할때비로소 중국의꿈 은세계와주변국의이해와지지를받을 수있을것이다. 21세기초강대국미국과중국은흔히 협력과경쟁 관계로이야기된다. 최근중국이미국에게신형대국관계 (New Type of Power Relation) 를요구하면서미중간동등한지위를강조하고나선가운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미중간 전략적긴장 의측면이부각되고있는상황이다. 미국이중국을억지하고봉쇄하려한다는중국의의구심과, 중국이아시아에서의미국의헤게모니적지위를무시하고힘으로현상을바꾸려한다는미국의우려가서로평행선을달리고있다. 미국이노골적으로대중억지를추구하거나민주국가블록을만들어아시아판나토 (NATO) 방식으로대중포위를의도한다면성공할가능성은그다지높지않다. 아시아대부분의나라에게중국은최대의교역파트너이며, 평화로운발전을위해어느누구도신냉전적인진영구도를바라지않기때문이다. 마찬가지로중국이아시아의경제나안보문제에서미국을배제시키려한다면, 거의모든아시아국가로부터지지를받기가힘들다. 미국을대체한중국이아시아를지배하게되는상황이초래할결과를두려워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미중간 전략적긴장 이파국으로치닫지않고서로가 윈-윈 구도를창출할수는없을까? 여기서중국과매우특별한인연을가졌던키신저 (Henry Kissinger) 의이야기를들어볼필요가있다고생각한다. 19세기초나폴레옹전쟁의여파를수습하는빈회의 (1814~15) 를통해유럽의구체제회복을이끌었던세력균형론의원조메테르니히 (K. W. L. von Metternich) 를멘토로삼아국제정치에서언제나약소국을횟감으로여겼던키신저가거의반세기전냉전시대에공산체제블록의한축이었던중국을미국측으로끌어들인국제정치의조율사로오래동안조명을받아왔는데, 최근중국에대한역사적통찰을바탕으로미중관계의미래에대한고뇌어린충언을내놓았다. 그가 중국이야기 를통해중미관계의공진화 ( 共進化, Co-Evolution) 를강조하였다는점이크게주목된다. 그는공진화란 두나라모두국내의긴급한사항을추구하고, 가능하면협력하며갈등을최소화하기위해상호관계를조정한다는뜻 이라고하면서, 어느한쪽이다른쪽의모든목표를다지지하는법도없고, 양측의이해가모두일치한다고추정하지도않지만, 두나라모두상호보완적이해를찾아내고발전시키는것 이라고말했다. 더욱이키신저는 태평양양측의미국과중국은협의와상호존중의전통을확립할의무가있다 고역설하는한편,
환태평양공동체 제의를통해미국과중국양측의윈 - 윈논리를펼쳤다. 7) 중국의주장에동의 하지는않지만, 사실태평양은어느한나라가독차지하기에는너무넓고깊은바다가아닌가! 그러나안타깝게도미국조야에서키신저의 공진화 논리를진지하게경청한사람은거의없는듯하다. 지난 4월말의백악관에서연출된오바마와아베의듀엣은키신저의정치적배경이었던미국공화당의원들이나그를학문적으로추종해온에피고넨들조차도키신저를조롱하듯미국과중국이함께가야할미래보다는일본을껴안고가는 미국식마이웨이 를선언한장면이었다. 과연 협의와상호존중의전통을확립할의무 는커녕중국을억제하고봉쇄하려한다면미국과일본의밀월이아시아태평양지역국가들의기대에부응하면서새로운시대를이끌어갈수있을까? 해양세력과대륙세력의각축, 21세기동아시아국제질서의새로운판이짜지는상황에한국의존재는드러나지않고있다. 한반도너머로패권국가간치열한전략적경합속에한국의위상과역할은분명하지않으며, 오히려선택과줄서기를강요당하고있는안타까운형국이다. 동아시아의격랑속에서한국은표류중이다. 동아시아국제정세의변화는우리에게기회일수있다. 지금미중간그리고중일간모두국방안보차원에서긴장과갈등이드러나보이지만, 시장통합과경제부문에서는경쟁구도속에서도상호의존성이더욱확대되고있다. 이러한경쟁과상호의존성의심화추세는지속될것이다. 21세기는제국주의시대와냉전시대와는달리패권국가간 제로- 섬 구도는안정적일수없다. 동북아지역의매우유동적인국제정세의변화를새로운기회로삼아야한다. 나는이를세측면에서말하고싶다. 첫째, 이시기에한국의자주성즉, 국방안보와대외관계에서자주국가로서의한국의위상을한층높여나가야한다. 우리에게한미동맹은매우중요하다. 그러나한미동맹이미일동맹보다선차적이어야한다는기대는우리의순진한바람일뿐이다. 그렇다고한미동맹의전략적가치가훼손되는것은아니다. 미중관계가새로운협력의시대를맞이하거나, 그와함께북한문제가해결될때까지한미동맹의전략적가치는조금도약화되지않을것이다. 이러한판단아래대미의존을한미관계의신뢰회복으로여기는맹목적인식과관행을지양해 7) 헨리키신저, 권대기옮김, 중국이야기 (On China) ( 민음사, 2011), pp. 630~634.
나가야할때이다. 동북아지역에서진영간대립구도가형성되는상황을적극회피해나가면서, 진영구도의하위변수역할을떠맡지않아야한다. 그러한역할은중장기적차원에서보면동아시아의안보와평화구축에별다른도움이되지않는다. 한미간깊은신뢰와협력속에독립변수로서의위상과역할을확보하는한편, 당장북한의핵능력고도화를억제하기위해 투트랙 접근방식으로돌파구를찾아야한다. 둘째, 과거를잊는민족에게미래를기대할수없지만, 과거에만매달리는듯한민족으로오해받는경우도미래를열어가기힘들다. 일본아베정권의역사수정주의는국제사회와의협력과장기적전망위에서보다체계적으로접근하는방식이바람직하다. 아베정부의다음수순은대북진출과함께 북한끌어당기기 로내다볼수있다. 이는일본의대중전략의일환이기도하지만, 북일관계개선이북한의핵문제해결과개혁개방을유도할수있도록협력할필요가있다. 다른한편한반도통일을위해중국의이해와협력을강화해나가되, 중국의오만과외교적무례에대해서는단호한입장표명이중요하다. 셋째, 동아시아국제관계에서우리의위상을높이고역할을강화하는문제는남북관계개선에달려있다. 북한은 실패국가 (Failed State) 로, 북한정권의존재이유 (Raison d être) 를찾기힘든가운데우리에게매우위협적이고위험한실체로부각되고있다. 그럼에도우리는북한과손을잡아야한다. 8천만한겨레의삶과미래를위해 세기적타협 을위한결단이요구된다. 비공개적비공식적차원에서다양한접촉을통해협의하고남북협력의합의를끌어내야한다. 특히, 북한의 AII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 가입을적극지지하는한편, 가입지분의지원과보증을제안하는방식이기대된다. 최근김정은정권의태생적인불안정속에세습통치자의정신불안이측근처형과단말마적공포통치형태로드러나고있다. 북한의미래전망이매우불투명하고불확실하며, 예측불허의 평양사태 의향방은이제더이상 강건너불 이아니다. 북한에게우리가먼저손을내밀어야한다. 이는한반도의평화와번영, 우리의활로를개척하는길이다. 협력을통한관여 없이불확실성을관리할수없기때문이다. 우선앞뒤돌아볼것없이인도적차원에서 광폭지원 이하루라도빨리추진되어야한다. 분단국가상태로는주변강대국의남북한분할통제 (Divide & Control) 전략의극복은불가능하다. 통일로가기위해서는역사에대한확신속에북한과함께미래를공유하지않으면안된다. 역사의신 ( 神 ) 은우리를마냥기다려주지않는다! 이글의내용은집필자의개인적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공식적견해가아님을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