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 나타난철학개념 박신화 주제분류 현상학, 프랑스철학, 언어철학 주요어 메를로-퐁티, 지각, 사유, 언어, 철학개념 요약문 본논문의목표는메를로-퐁티의초기저작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을고찰하는데있다. 메를로-퐁티의기본적인입장에따르면철학은경험에대해사유하고언어적으로표현하는것이며, 여기서경험자체와의미적으로 [ 의미를통해 ] 사유되고언표된경험사이의관계는무엇인가하는철학의가장근본적인물음이제기된다. 그는자신의지각의현상학의기획안에서이문제를지각과언어의관계의문제로제기하는데, 우선나타남 [ 경험 ] 의방식에따를때언어현상은철저하게지각으로규정되며, 다음으로그럼에도불구하고언어는 ( 자연적 ) 지각위에서언어적의미의분출이라는추가의사태를필요로한다. 말하자면지각과언어사이에는구조적 동일성 과 양상적 차이가존재하는것이다. 그런데지각과언어사이의이러한관계의이중성은저자의고유한철학개념을귀결하고있으며, 우리는저작의 3부 1장인 코기토 장의논의들속에서그것을끌어낼수있다. Ⅰ. 서론 : 지각, 사유, 언어 우리는본논문에서메를로 - 퐁티가자신의초기저작 지각의현상
228 논문 학 (1945) 에서주제적으로제기한한가지문제를논의하려한다. 그것은다름아니라 철학이란무엇인가 의문제이다. 우선위저작안에서이문제가제기되는방식을명시하는것으로시작하는것이좋겠는데, 이와관련하여저자가저작의 서문 ( Avant-propos ) 에서인용하는후설의한구절이있다 : 그자신의의미에대한순수한표현을가져오는것이문제되는것은바로이러한말없는경험 (expérience muette) 이다. 1) 철학이란무엇인가? 메를로-퐁티에따르면철학의존재의미이기도한그근본목표는말없는경험의고유한의미를표현하는데있다. 왜경험은말없는것으로규정되는가? 그리고말없는경험의고유한의미를표현한다는것은무엇인가? 우선왜경험은말없는것으로규정되는가? 상기한 서문 에서메를로-퐁티는이에대해 우리의실존은세계에던져지는그순간그대로인식되기에는너무나세계에밀착되어있 (24면) 기때문이라고말한다. 우리가세계를경험혹은지각하는순간이지각은그자체로는지각자신에대한인식을주지않는다. 말하자면우리의삶은지각의연속이지만, 즉누구나다지각속에서살지만지각하는자마다지각이 무엇인지 를아는것은아니다. 다시말해지금이순간조차우리는주위의사물을보고있지만이지각이지각하는나란어떤존재인지, 사물이란무엇인지, 본다는것은무엇인지를알려주지는않는다. 요컨대지각이무엇인지를인식하기위해서는현행적으로이루어지고있는지각으로부터한발물러나 생각해야 하며, 메를로- 퐁티에따르면이것이바로철학이항시경험과의 반성적거리 를필요로하는이유이다. 이렇듯경험은그자체로는자신에대한 인식 을주지않으며이런의미에서 침묵 하는데, 인식은철학이수행하는경험에대한반성으로부터주어진다. 그리고이때반성이궁극적으로 1) Merleau-Ponty,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Gallimard, 1945, p. X.; 류의근옮김, 지각의현상학, 문학과지성사, 2002, 25 면. 이저작에서의인용은번역본을따르며본문안에번역본의면수만을표기한다. 본인용구의원출처에대해서는다음을참조. 후설, 데카르트적성찰, 이종훈옮김, 한길사, 2002, 86 면.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29 겨냥하는것이바로경험의고유한의미이다. 그런데동일한 서문 에서메를로-퐁티는경험과의미사이의이러한구분이야기하는문제에대해쓴다. 그것은바로경험자체와그것의의미사이의 의미론적단절 의문제이다. 사실철학의근본목표가인용한바와같이말없는경험의고유한의미를표현하는데있다면, 말없는경험자체와의미적으로 [ 의미를통해 ] 말해진혹은사유된경험사이에는어떤관계가있는것인가의물음이곧바로제기된다. 그리고우리가보기에이물음은철학일반의기초를묻는물음인데, 왜냐하면이물음이해명되지않고서는철학이경험에대해아무리다양한사유와말들을내어놓는다하더라도그사유와말들의궁극적인의미는결국규정되지않은것으로남을것이기때문이다. 철학이사유와언어로존재하는한, 다시말해철학이경험 ( 의의미 ) 에대한언어적 [ 사유의 ] 표현인한, 경험자체와경험의의미사이의구분은양자의관계는무엇인가하는문제를제기하고철학은이에답해야한다. 그런데논의의이지점에서메를로- 퐁티는다시한번후설의용어법을참조함으로써문제에대한자신의입장을제시한다. 메를로-퐁티에따르면문제의핵심은사실과본질의관계를이해하는데있다. 그는후설에게있어서의 형상적환원 의의미를논하는과정에서사실과본질사이의후설적구분의타당성을인정하면서, 우리들의세계-내 -존재위에토대하고있는지각은그자체로는지각자신에대한인식을주지않는다고말한다. 지각이무엇인지를알기위해서는우리들의세계-내- 존재로부터의 물러섬 이필요하고, 본질 은바로인식을위해서는이러한물러섬이필요하다는사실을지시한다는것이다. 메를로- 퐁티는쓰기를, 후설은모든환원이초월론적이면서동시에필연적으로형상적이라고말한다. 이것은위와같은세계정립및우리를규정하는세계에대한이관심과하나되기를그치지않고서는, [ 다시말해 ] 세계를그자체로하나의광경으로서나타나도록하기위해우리들의참여의이편으로물러서지않고서는, 그리고우리실존의사실에서그것의본성에로, 현존 (Dasein) 에서본질 (Wesen) 로이행하지않고서는세계에대한
230 논문 우리의지각을철학의시선에로가져올수없음을말하고자하는것이다.(24 면, 번역수정 ) 우리의실존은 [ 자신의 ] 사실성을인식하고쟁취하기위해이념성의장을필요로한다.( 같은면 ) 그런데사실을인식하기위해서는본질이필요하다는것, 이것은통상의 관념론적사유 가주장하는바와같이, 사실에서본질로의이행이사실과의근본적인단절을대가로하는것임을의미하지않는다. 반대로메를로- 퐁티에따르면, 사실, 후설에게있어서이러한단절은극복되는데, 왜냐하면후설은이미본질이사실위에기초해있음을뚜렷이인식했기때문이다. 곧, 한편으로철학은사실에서본질로의이행이지만, 다른한편으로본질은우리실존의사실위에서있다. 메를로-퐁티에따르면, 서로구분되는사실과본질이후설에게있어서는본질의 사실성 으로인해다시연결되는데, 이때이연결을수행하는것이다름아니라언어다. [ 따라서쟝발 (J. Wahl) 이그랬던것처럼 ] 후설은본질과실존 (existence) 을분리시킨다 고말해서는안된다. 분리된본질들은언어로만그러하다. 본질을분리해서놓아두는것이언어의기능인것이다. 사실상그분리는외관상그러할뿐이다. 왜냐하면본질은언어에의해서다시한번의식의선술어적삶에기초를두기때문이다. 발원적의식의침묵 (silence de la conscience originaire) 속에서우리는 ( 낱 ) 말이말하고자하는것뿐아니라사물이말하고자하는것까지, 즉명명과표현의행위가그주위에서조직되는최초의의미의핵이나타나는것을본다.(25 면 ) 본질을보편성으로실존 [ 혹은사실 ] 을개별성으로정의하면서본질에대한인식은실존의개별성을사상 ( 捨象 ) 함으로써만얻어진다고말하는것은다음의사실, 즉본질은개별성으로존재하는실존을인식하기위한 수단 (moyen) (24면) 일뿐임을망각하고본질을철학의최종목표로삼는짓이다. 분명본질은개념과의미 (significations) 를통해언표되는것이며따라서근본적으로언어적이다. 그리고언어 ( 존재 ) 는현행적발화행위의개별성을초과한다는의미에서 의미적,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31 보편적존재이다. 그런데이렇게보면실존과본질은개별성과보편성의대립적관계로밖에는규정될수없는듯이보인다. 그러나메를로-퐁티에따르면, 우리가본질을이미획득된 [ 설립된 ] 것으로간주하는태도에서벗어나그것의형성토대를묻는다면본질은매순간다시시작하는우리의식의선술어적삶 언어적삶이그것의중요한차원을구성하는 에기초해있음이드러난다. 말하자면형성중에있는본질은우리의지각에기초를두고있는데, 이렇듯본질이지각에기초를두고있다는사실이실존과본질의관계를개별성과보편성의대립관계가아니라이대립보다더깊은어떤통일성의관계이게한다는것이다. 우리는본고에서이에대해숙고해보고자한다. 이처럼우리가보기에철학일반의기초물음인경험자체와경험에대한언어적 [ 사유적 ] 표현의관계의문제는본절의표제이기도한지각, 사유, 언어의관계를해명할것을요구한다. 우리가지각에대해사유하고언어적으로표현할때, 지각자체와지각에대한사유혹은언어적표현사이에는어떤관계가있는것인가? 이물음에답하기위해이어지는절들 (II, III) 에서우리는언어와지각의관계에대한메를로- 퐁티의고유한이해를분석할것이다. 지각과이지각에대한사유혹은언어적표현사이의관계의문제를해명하기위해서는, 그리고앞으로밝혀질것처럼만일언어를동반하지않는사유란불가능한것이라면, 지금문제되고있는것은지각에대한 사유, 지각에대한 말 이므로무엇보다도 말 ( 한다는것 ) 의의미, 곧언어의본성 [ 혹은구조 ] 에대한분석이우선적으로요구된다. 이두절을통해우리는언어를지각현상으로정의하는메를로-퐁티의고유한논리를고찰할것이다. 다음으로이어지는절 (IV) 에서우리는메를로-퐁티가전개한지각에대한언어의고유성테제를분석할것이다. 앞선절들에서는지각과언어사이의구조적 동일성 이문제였다면, 이절에서는그럼에도불구하고결코부정될수없는지각에대한언어의 양상적 차이가문제가될것이고, 나아가이차이가지각과언어의근본적인구조적동일성과관련하여어떻게이해될수있는지가문제
232 논문 가될것이다. 그리고이어지는본문의마지막절 (V) 에서우리는앞서의논의들을토대로우리의문제인지각, 사유, 언어의관계에대한메를로-퐁티의최종적인입장을검토할것이다.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저자의철학개념을끌어내는것이이절의목표이다. Ⅱ. 지각과지각대상 이제고찰할언어의지각적성격을제대로드러내기위해서는메를로-퐁티의지각이론에대한충분한논의가선행되어야겠지만본논문은이를위한장소가아니다. 2) 우리는메를로-퐁티가전개한언어의본성에대한분석에로바로들어가고자하며, 이를위해 지각의현상학 의철학사적문제의식을약술하는것으로저자의지각이론에대한논의를대신하고자한다. 지각에대한메를로- 퐁티의탐구는이문제를둘러싼기존의사유들에귀기울이는것으로시작했다는것인데, 저자는인간과세계의관계를이해함에있어서대립하는두가지철학적입장이있음에우선주목했다. 첫째, 인간을객관적세계의한 부분 으로간주하는입장이있는데, 이입장을저자는흔히 실재론 이라언명한다. 이입장에따를때, 인간은객관적세계의한부분으로서그세계에의해완전히규정되어진다. 둘째, 세계를인간의의식적삶의 대상 으로간주하는입장이있는데, 이입장을저자는흔히 관념론 이라언명한다. 이입장에따를때, 의식은세계를대상으로구성하는존재로 주체 로서의존재론적우위성을갖는다. 자신의초기의저작들에서부터메를로-퐁티는이두가지전통적입장에대하여다양한비판을전개했는데, 공통된논지는이두입장모두우리의경험에충실하지않았다는것이다. 말하자면두입장은 2) 이논의를위해서는주성호, 메를로 - 퐁티의지각이론과진리문제, 기호학연구 ( 제 14 권 ), 2003, 107-127 면을참조. 저자는논문에서 지각의현상학 이지각적경험과관련하여철학사적으로어떤새로운이해를가져왔는지를감각개념을중심으로명료하게보여주었다.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33 각각우리경험의어느한측면에만주목했을뿐, 마찬가지로중요한다른한측면을간과했다. 관념론철학은여타의세계내부적존재자들에대한의식 ( 존재 ) 의고유성을드러내는데탁월했으나, 대상을지각하기위해서는의식이대상 ( 존재 ) 와마찬가지로 세계에의속함 (appartenance au monde) 을자신의구조로가져야한다는사실을간과했다. 반면, 실재론철학은여타의존재자들에대한의식의고유성을부정하면서, 지각을세계내부적존재자들사이의인과적기계적관계로간주했고, 그결과모든경험의조건인 코기토의확실성 까지부정해버렸다. 메를로-퐁티에따르면, 양자의철학적입장들은서로에대한비판에있어서는타당했으나자신을실정적으로정당화하는데에는실패했다. 그리고바로여기에저자의시종일관하는문제제기가있는데, 즉사실상의우리의지각은실재론과관념론이각각주제화시킨두측면-언뜻보기에양립불가능해보이는- 을다가지므로지각의이 애매성 을이해시켜줄새로운개념이필요하다는것이다. 이새로운개념의추구를저자는 경험에로의복귀 로시작했다. 메를로- 퐁티가보기에, 이상의두가지전통적철학의입장은모두존재에대한실체론적개념화 (conception positive) 에기초하고있다. 토대 (fondement) 에의요구 로도불릴수있을이개념화에따르면, 그것이객관적세계이건아니면의식이건, 지각은독립적존재성을가지는실체적토대위에서이루어진다. 객관적세계가그토대로간주될때의식은그객관적세계의일부분으로간주되어인과적기계적사건들의연쇄로환원된다. 반면의식이그토대로간주될때의식과세계사이에는주체 / 대상의초월론적거리가가정된다. 메를로-퐁티에따르면, 존재에대한이러한실체론적토대론적개념은우리가경험에로복귀하여편견없이경험에대한분석을전개할때논파된다. 이렇게경험에로복귀하여그에대한충실한기술 ( 記述 ) 로부터철학을시작하려는메를로- 퐁티의고유한관심은그로하여금우리들의경험과관련하여구체적이고도실제적인분석을제공하는다양한인간과학적연구들에편견없이다가설수있게했다. 저자는특히형태
234 논문 심리학 (Gestaltpsychologie) 에서지각에대한새로운사유의가능성을보았다. 형태심리학은지각을전통적사유에서처럼 감각들의연합 이나 감각들을매개한판단 으로보지않고 각각경험론과관념론의입장들인두입장은감각을순수한수동성 ( 혹은수용성 ) 으로전제한다는점에서공통적이다 다시말해지각을 가상의 형이상학적요소들 ( 곧 순수감각 들과 관념 들 ) 로부터시작하여구성하지않고, 그실제적주어짐에주목하여분할불가능한전체성인 형태 혹은 구조 로개념화한다. 곧, 형태 (Gestalt) 는 [...] 요소들 을 전체 에의존하게만드는감각장의자발적조직이다. 이조직은이질적질료위에얹혀지는어떤형식같은것이아니다. 형식없이는질료도없다. 다소간안정적이고, 다소간분절된조직들만이있다. 3) 지각이형태의경험인한, 지각은실재론자들이말하는심리적사실도아니고 왜냐하면형태는요소들의단순한합에로환원되지않는전체로존재함으로 관념론자들이말하는구성하는의식의산물도아니다 왜냐하면형태는요소들에대한고려없이도규정가능한순수한 관념 이아니라오직요소들의조직화로서만존재하는전체이므로. 초기의저작들에서메를로-퐁티는이형태개념을데카르트적, 칸트적나아가후설적의식철학의극복책으로제시했다. 4) 세계를구성하는 ( 혹은규정하는 ) 의식은지각대상이드러내는형식과질료의이고유한통일성의존재방식을이해하지못한다는것이다. 3) Merleau-Ponty, Le primat de la perception et ses conséquences philosophiques, Cynara, 1989, p. 25. 4) 후설의초월론적현상학과관련하여메를로 - 퐁티는특히 이념들 로대표되는후설의 정적현상학 에대해비판적이었다. 이점에대해서는이남인, 후설과메를로 - 퐁티의지각의현상학 ( 근간 ) 참조.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35 Ⅲ. 언어의현상학 : 의미는지각되는것이다 그런데메를로-퐁티에따르면우리가경험에충실할때언어현상또한다른것을말하지않는다. 곧, 언어도지각현상이다. 저자는언어현상을분석함에있어서지각에대해분석할때와꼭마찬가지로경험론적관점과지성주의의그것이겉보기와는달리공통의전제에기초해있다는것을보여주는것으로분석을시작한다. 우선의식의실재성을 의식상태들 의그것으로정의하는경험론은각각의의식상태에 어휘의상 (images verbales) 5) 의실제적현존을대응시키면서말하는주체를제거한다. 만약의식상태들의계기만이있다면낱말들의흐름은어떤법칙으로규정가능한자동적흐름이게된다. 그리고낱말들의이흐름이신경생리학이나연합등등의기계적법칙에따른것이라면그흐름은인과성의관계를통해결합되는사건들의연속일뿐, 낱말들은따로 의미 (signification) 의차원을필요로하지않게된다. 그흐름은다만낱말들의심리적, 생리적, 심지어물리적특성에의해연쇄적으로일어날뿐인것이다. 그리고바로이때 말함의어떤의도도없이증식되는말들의흐름이있 (273면) 게된다. 그런데메를로-퐁티에따르면이렇듯경험론이언어를어휘상의실제적현존으로정의할때, 이러한언어이론은심리학자들에의해이루어진다양한연구들을통해결정적으로반박된다. 가령실어증 (aphasie) 을겪는한환자는 자동언어 (langage automatique) 상에서는아무어려움없이말을하다가도 무상언어 (langage gratuit) 상에서는특정의단어를사용하지못한다 : 의사의질문에대하여거부하고자할때, 즉현실적으로체험된것의부정을의도할때는손쉽게 아니다 라는말을발견하는그동일한환자는감정적이고생명적인관계가없는문제에서는그말을하는데실패한다. (274면, 인용자강조 ) 즉실어증현상을이해하는데있어서환자가객관적으로문제의단어를보지하고있는가아닌가를아는것은아무도움도 5) 지각의현상학, 272 면 : 발음되거나들린말에의해우리에게남겨진흔적.
236 논문 주지않는다. 반대로실어증의본질은단어들을사용하는주체의어떤방식에있고, 자동언어 와 무상언어 는주체가단어들을사용하는서로다른두가지방식인것이다. 사실문제의환자는정서적이고실질적인관심과결부되어이루어지는언어수행방식인 자동언어 상에서낱말들을사용할때는정상적인주체와다르지않다. 양자의차이는오직환자가낱말을알고있으면서도주어진언어상황에대한 실제적체험 의결여로그낱말을사용하지못하는언어수행방식인 무상언어 상에만존재한다. 따라서실어증과관련할때문제의관건은이 무상언어 의의미를아는데있다. 그러나어쨌든이 무상언어 의영역은 자동언어 의영역으로환원되지않으므로경험론은결정적으로이론 ( 異論 ) 에직면하게되는데, 왜냐하면경험론은언어의본질을심리적이거나물리적인요소들의실제적현존으로환원함으로써이두가지낱말사용방식의차이자체를생각할수없게만들기때문이다. 한편메를로-퐁티에따르면지성주의는사유하는주체의현존을받아들임으로써경험론이봉착한이난점을넘어서고자한다. 말하자면언어는어떤자동현상이아니라, 사유하는주체의내적인작용의외적인표출 (ex-pression) 인것이다. 그러나메를로-퐁티에의하면지성주의언어이론의이러한이론적시도도그다지성공적이지못했는데, 왜냐하면언어를사유하는주체의작용위에기초지우는지성주의의기획안에는이미경험론에서와동일한이론적전제가작동하고있기때문이다. 요컨대두입장모두에서단어는의미를갖지않는것으로간주된다는것이다. 경험론은의미를발화된단어들이뇌 안 에남기는물리적흔적으로간주함으로써그렇게한다. 반면지성주의는의미를사유안에위치시키면서단어를사유의단순한 외피 로간주함으로써그렇게한다. 말하자면이후자의지성주의적관점의경우의미는다만사유속에보존되어있으며, 단어는그자체로만보면일체의의미를결여한순수한물리적사물일뿐인것이다. 그리하여 지각의현상학 의연장선상에있는 1949년의소로본강의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37 에서메를로 - 퐁티는말한다. 데카르트적전통에서볼때의식과언어사이의만남은가능하지않다. 만일우리가의식안에서어떤유일무이한존재타입을인정한다면, 언어는의식밖으로내던져지고사물들과비슷한것이된다. 의식과언어사이의내적인결합은더이상존재하지않는데, 왜냐하면의식은어떤것에대한의식이기위해본질적으로자기의식이기때문이다. 6) 데카르트적전통에서볼때의식은본질상언어와는관계없는것으로정의되는까닭에말해지거나쓰여진낱말들은거기서자신안에의미를결여한단순한물리적사물처럼간주된다. 그리고이와상관적으로의미는각각의개별적의식안에내재하는것으로간주된다. 여기서메를로-퐁티는이러한지성주의언어이론이가진본질적인한계에주목하는데, 그것은다름아니라지성주의는현실의의사소통을불가능하거나불필요한것으로간주하게만든다는것이다. 만약의식은본질상자기의식이기때문에오직자신안에이미처분가능한것으로있는의미들과만관계할수있다면의식은말해지거나쓰여진단어들에서의식자신안에이미있는의미들만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 다시말해의식이궁극적으로자기관계적존재라면의식은모종의방식으로경험이가져다줄수있는모든것을이미알고있는것이되는데-의식은스스로 [ 자신으로부터 ] 의미를구성하는존재일것이므로-, 왜냐하면그러한의식은원리상처음부터자신안에있지않은것과는관계할수없기때문이다. 즉이때 의식은자신이거기에놓아둔것만을자신의경험에서발견할수있을것이다. 7) 그 6) Merleau-Ponty, Merleau-Ponty à la Sorbonne. Résumés de cours 1948-1952, Grenoble, Cynara, 1988, p. 9. 이하 M.S. 로표기. 7) 지각의현상학, 278 면. 이와동일한논지의주장들이메를로 - 퐁티의전저작의도처에서발견되는데, 저자의이주장은의식에대한저자의새로운문제제기에기초해있다. 요컨대의식의구체적인 존재방식 을이해하는것이문제라는것이다. 사실우리가의식에대한형식적파악 - 칸트주의가그전형인 - 에머무는한, 우리는의식이본질상자기의식이라는사실이왜경험의확장과양립할수없는지이해할수없다. 반면의식이세계 속에서 실제로어떻게존재하는가가문제라면, 그리고의식의 자
238 논문 러나의사소통이우리에게새로운의미획득을가져다준다는것은부정할수없는사실이다. 그리고우리가의사소통을통해새로운의미획득을경험하는것이사실이라면단어는청자안에이미있는특정의의미를환기시켜주는기능만을하는, 의미를결여한단순한물리적사물이어서는안된다. 요컨대단어는타인이결여하고있던의미를타인의의식안에전달할수있는힘을자신안에가지는것이어야한다. 그리고메를로-퐁티에따르면이처럼서로다른의식들간의의미전달이가능하기위해서는의식은자신의고유한사적영역안에폐쇄된채로갇혀있는그런 자기의식 이어서는안되고, 말의엄밀한의미에서타인의의식과세계에로열려진것이어야한다. 요약하자면지성주의에따라서만약의미가개별적의식안에배타적으로내재해있는것이라면의사소통은불가능하게되고, 만약 우리가존재양상에있어서는서로분리되어있지만사유를통해보편적인것에로나아간다면 8), 보편적인것에로나아가기위해서는사유만하면될것이므로의사소통은근본적으로불필요한것이된다. 이렇듯지성주의의언어이론이우리의실제의언어적삶을놓치고있다면, 메를로-퐁티는 단어들은의미를가진다는단순한사실 9) 을환기시킴으로써지성주의언어이론이가지는이한계를넘어선다. 먼저다음을강조하자. 메를로-퐁티에따르면단어가그자체로의미를나르는힘을가지고있다는이사실은비단청취작용 (acte d'entendre) 과만관계하지않는다. 반대로단어가 자신안에 의미를함축하고있다는이사실은말하는주체의측면에서고찰할때말 (parole) 10) 과사유의동시성이란근원적인사태와이어져있다. 말을 기관계 를의식의본질적인규정으로가정한다면, 이렇듯자기관계 인 의식의 ( 의미 ) 구성작용은이미자신안에있는의미들에의존할것이고, 결국이때 새로운 의미의경험은애초불가능해진다. 이논점은곧이어논의될창조적표현의문제와관련하여보다잘드러날것이다. 8) M.S. p. 9. 9) 지각의현상학, 276 면. 강조는메를로 - 퐁티. 10) 여기서현행적언표행위를의미하는단어 parole 은이 parole 을통해침전되고저장되는구조인랑그 (langue) 와의구분속에서국내에서는흔히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39 사유위에기초지우는지성주의언어이론은말에대한우리들의실제적경험과부합하지않는다. 가령지성주의는 언어이전의사유 를운운하지만말을결여한사유는나타나자마자무의식으로떨어지고, 우리자신의생각을알기위해서라도우리는외적으로건내적으로건말해야한다. 11) 즉 말하는자에게있어서말은이미형성된사유를번역하는것이아니라그것을완성한다. (278면) 그런데말이사유를완성한다는것, 혹은말이그자체로사유라는이사실은창조적표현현상속에서단적으로드러난다. 창조적표현은새로운사유가앞서있고그외적인표현이뒤따르는것이아니다. 반대로창조적인시적표현의예에서단적으로드러나듯이, 창조적표현에있어서사유는새로운표현과 동시에 탄생한다. 그런데사유와표현의이동시적탄생이란사태는이해하기어렵다. 요컨대만약말과사유사이에동시성이있다면새로운사유의 새로움 은그사유가아직스스로를표현할말을결여하고있음을뜻하는것인데, 그렇다면이때어떻게새로운사유가나타날수있는가? 마찬가지로, 설령하나의창조적 [ 새로운 ] 표현이주어진다하더라도우리는아직그것을이해할 우리의 사유를가지고있지않은데어떻게그창조적표현을이해할수있는가? 그러나창조적표현현상을분석할때직면하게되는 번역없이 파롤 로음차되어쓰인다.( 가령신인섭, 지각에서역사로의교두보, 메를로 - 퐁티의언어현상학, 철학연구, 제 70 집, 2005, 43-89 면참조 ). 그러나지금문제되고있는저작 지각의현상학 과소쉬르의구조언어학과의연관성은희박하고무엇보다글의흐름상음역이어색해이단어를필요에따라괄호안에 parole 을병기하며 말 ( 혹은경우에따라 말하기 ) 로옮긴다. 11) 지각의현상학, 276-277 면참조 : 말이사고를전제하고있다면, 말하는것이무엇보다도인식의의도나표상에의해서대상과결합하는것이라면, 사람들은왜사고가자신의완성을향하듯표현을향하는가를, 왜가장익숙한대상이우리가그이름을되찾지못했던한우리에게미규정된것으로나타나는가를이해하지못한다. 사람들은책에써넣을바를정확하게알지못하면서도책을쓰기시작하는그토록많은작가들이실례로보여주듯이, 왜사고하는주체가자신의사고들을대자적으로정식화하지못하는한, 심지어말하거나쓰거나하지못하는한, 자신의사고에대하여일종의무지상태에있는가를이해하지못한다.
240 논문 이러한어려움은메를로-퐁티에게있어서는분석의오류를뜻하기는커녕정반대로그자체로표현현상의정의가되고있다. 즉창조적표현들이사실상존재하고또이해되고있는이상 사유는말로서발생한다 는것, 의미는말자체에서파악된다 는것은그자체로표현의역설로이해되어야한다는것이다. 12) 창조적표현의본질은이미구성된의미들을통해그의미들을초과하는새로운의미를개시하는데있다. 이때우리는그미지 ( 未知 ) 의새로운의미를기지 ( 旣知 ) 의의미와의관계를통해발견할수는없는데, 왜냐하면이런발견이가능하게하기위해서는미지항과기지항의관계가먼저정의될수있어야하고, 다시이를위해서는그미지의의미가이미발견되어있어야하기때문이다. 그리고이러한사실은창조적표현의의미가표현그자체를통해이해되어야함을말해준다. 이처럼창조적표현현상이드러내는것은표현과표현된것 ( 의미 ) 의고유한통일성의사태다. 13) 그리고이와관련하여지성주의는자신의이분법속에서표현과의미사이에서외적인관계만을보았다면메를로- 퐁티는개념적의미보다더깊은의미의차원을발견해냄으로써표현과의미사이의내적인관련성을회복시키고자한다. 그한가지로저자는개념적의미를이해하지못하면서도텍스트의 실존적 의미를파악할수있는환자들의예를든다. 말하자면 환자들은이해하지못하고도 어조를넣으면서 텍스트를읽을수있다. (284 면 ) 메를로-퐁티에따르면만약우리가의미를개념적의미로한정한다면우리는환자로하여금개념적수준에서는아무것도이해하지못하면서도올바른억양을넣으면서읽게만드는텍스트에대한이 12) 메를로 - 퐁티에게있어서표현의역설의문제와관련하여보다심도있는논의를위해서는다음을참조. B. Waldenfels, Le paradoxe de l'expression chez Merleau-Ponty, Notes de cours sur L'Origine de la géométrie de Husserl, éd. R. Barbaras, P.U.F., 1998, pp. 331-348. 13) 다스뛰르 (F. Dastur) 는메를로 - 퐁티에게있어서지금문제되고있는언어적표현의통일성의문제와심신결합의문제사이에긴밀한관련성이있음을논한바있다. Le corps de la parole, Chair et langage, Essais sur Merleau-Ponty, Encre Marine, 2001, p. 50 이하참조.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41 이해 의정체가무엇인지결코알수없다. 문제의현상은오직우리가다음의사실을, 곧 말이나단어들은자신에게점착해있는, 그리고사고를개념적진술로서보다는오히려스타일로서, 정서적가치로서, 실존적몸짓으로서부여하는의미의최초의층을가진다 (284 면, 번역수정 ) 는것을받아들일때만이해될수있다. 그리고이때표현과의미의이통일성을가장잘드러내는것이예술적표현의경우들이다. 소나타의음악적의미는그것을나르는소리들과분리될수없다 : 우리가그것을듣기전에는어떤분석도우리에게그것을예측하는것을허용하지않는다. 연주가끝나기만하면우리는그음악의지적분석에서경험의순간을회상하는것이외에는아무것도할수없다.(284-289 면 ) 동일한방식으로, 여배우는보이지않고나타나는것은페드르 (Phèdre) 이다. 의미는기호를먹여삼키고, 페드르는베르마 (Berma) 를너무나완전하게소유하고있기때문에페드르에그가빠져있음은우리에게자연스러움과용이함의극치인것처럼보인다.( 같은면 ) 예술적표현의경험에서최초로주어지는것은의미를결여하고있는단순한기호가아니다. 반대로기호는의미에의해 먹여삼켜지고, 나타나는것은의미자체이다. 이처럼예술적표현의분석은표현과의미의불가분적인통일성을결정적으로드러내는데, 이통일성은다름아니라우리가앞서고찰한바있는지각대상의통일성- 형태 (Gestalt) 의통일성-인것이다. 이렇게하여언어를표현현상으로접근하는메를로-퐁티의분석은자연스럽게말 (parole) 의지각적이고 동작적인 차원 (dimension gestuelle) 에주목하게된다. 그는말을 자신안에의미를가지는동작 (geste), 한마디로말해지각의대상으로이해하고자하는것이다. 그런데말 [ 표현 ] 과사유 [ 의미 ] 사이에 외적인 관계만을설정하는이론적입장에설때말을일종의동작으로간주하기는사실어려운일이아니다. 왜냐하면거기서말과동작은모두본질상의미를결여
242 논문 한 사물 로정의되기때문이다. 반면말과의미의불가분적인통일성을강조하는메를로-퐁티에게있어서말을동작으로간주한다는것이결코용이한일이아닌데, 왜냐하면이때말 ( 즉언어 ) 은그의미가항시자신의 동작적의미 로환원될위험이있기때문이다. 과연메를로-퐁티는언어적의미들의무한정한다양성이모두말이 외적으로 표출하는그것의동작적의미를통해이해될수있다고말하려는것인가? 결론부터말하자면그렇다! 동작은지각되는것이고그것의의미는동작자체를통해이해된다. 메를로-퐁티는동작의이해가타인의의도에대한판단이나추론에서비롯된다는지성주의적관점을처음부터반대했다. 동작은 사유 의매개없이이해된다는것으로, 나는분노나위협을동작뒤에숨어있는정신적사실로서지각하지않는다. 내가동작에서분노를읽고그동작이나로하여금분노를 사고하게하는것이 아니다. 그동작은분노자체이다. (287면) 메를로-퐁티에따르면물론우리는동작의의미를사물을지각하는방식과똑같은방식으로지각하지는않는다. 14) 그러나이러한사실은동작의이해가어떤 인식 ( 작용 ) 을필요로한다는것을의미하지않는다. 반대로추론 ( 작용 ) 없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동작의이해는나와타인에있어서의도와동작의 상호성 (réciprocité) 을드러낼뿐이라는것이다. 동작의의사소통이나이해는나의의도와타자의동작의상호성, 나의동작과타자의행동에서읽혀질수있는의도의상호성에의해얻어진다. 모든것은타자의의도가나의신체에거주하는것처럼또는나의의도가그의신체에거주하는것처럼일어난다.(288 면 ) 그런데이때중요한것은다음의사실인데, 곧메를로-퐁티는동작의이해에있어서의이동일한논리가언어의이해에있어서도그 14) 같은책, 같은면참조 : 그러나동작의의미는예를들어양탄자의색깔이지각되는것처럼지각되지않는다. 그것이나에게사물처럼주어진다면, 나는왜동작에대한나의이해가거의언제나인간적동작에국한되는가를알지못한다.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43 대로적용된다고주장한다. 사실, 저자의이러한주장은곧바로반대에직면한다. 즉만약동작이그렇듯 직접적으로 이해된다면그것은동작이이해되어짐에있어추론을필요로하지않는 자연기호 이기때문인데, 반면우리가다양한언어들의존재를통해알수있듯이언어적기호와그것의의미의관계 흔히언어의 자의성 으로말해지는 는우연적이고 약정적 이다. 그렇다면말을동작으로, 즉 언어적동작 으로간주하는것은 자연기호 와 약정 사이의근본적인구분을간과하는것이아닌가? 그러나메를로-퐁티에따르면이러한반론은 언어의기원 의수준에서보면더이상성립하지않는데, 왜냐하면그수준에서사람들사이에는작동하는지각적 상호성 이우선존재해야하기때문이다. 여기서 언어의기원 은이미경과한태고의사건을의미하지않는다. 반대로그것은우리의언어생활속에서모든의미는매순간의사용을통해새로운의미로끊임없이다시태어나는과정에있다는의미에서언어적삶의 현재 를뜻한다. 아무튼이런언어의기원의수준에서보면언어적기호와그것의의미사이에약정적관계가세워질수있기위해서라도이관계의기초가되어주는선결적의사소통이존재해야한다 : 약정들은인간사이의사후관계방식이고먼저있어야할의사소통을가정하며언어를그러한의사소통의흐름가운데놓아두어야한다. (291면) 메를로-퐁티에따르면이러한선결적의사소통은언어적기호와의미의관계성이이미이루어져서약정적연결이따로필요치않는지각의수준에서일어난다. 그리고이점이바로기호와의미의구분이항시메를로- 퐁티에있어서는표현적통일성속에서존재하는실제의언어에대한추상적, 회고적구분으로이해되는이유이다. 지금까지우리는언어를지각현상으로규정하는메를로-퐁티의주장을검토했는데, 그에따르면우리가언어적표현을지각에귀속시킬수있는이유는언어적표현은결국동작, 보다정확하게말해 정서적동작 (gesticulation émotionnelle) 을소급지시하기때문이다 : 따라서언어의최초의밑그림을정서적몸짓에서추구해야하거니
244 논문 와, 바로이러한정서적몸짓에의해인간은주어진세계위에인간에의해이루어진세계를쌓아올린다. (293면) 그러나앞서언급한바와같이언어의토대를이렇듯정서적동작안에서찾는것은결국언어를 자연기호 들의합으로간주하는것이아닌가? 왜냐하면사유의매개없이언어적표현의이해를가능하게하는것으로간주되는정서적동작은기실어떤자연적보편성안에그것의본질이있는듯이보이기때문이다. 그러나메를로-퐁티는언어의의미가언어자신 [ 표현 ] 과불가분적인것임을지적하면서, 자연기호 와 인공기호 의이러한구분자체가언어현상을이해하는데적합하지않다고주장한다. 말하자면상호대립적인것으로정의된이상의두개념은이경우정서적표현의 자연성 과언어적표현의 인위성 을구분하기위해도입된것인데, 그러나사랑과성냄의표현들이다양한것처럼서로다른문화권에따라정서적표현들도다르다는것이다. 즉정서적표현은의식과몸사이의어떤자연적인해부학적대응관계를증명해주기는커녕, 주체가속한문화에의해철저하게관통되며조율된다. 그런데정서적표현이 자연기호 가아니라는이러한사실은정서적표현과언어적표현사이의거리가흔히생각하는것보다훨씬가깝다는것을말해준다. 곧, 탁자를탁자라고부르는것보다분노해서소리치는것이나사랑해서키스하는것은더자연적이지도덜약정적이지도않다. 정감과정열적행동은단어들이그렇듯발명되는것이다. (294면) 마찬가지로 인간에게있어서모든것은가공된것 (fabriqué) 이자자연적인것이다. ( 같은면 ) 이로써메를로- 퐁티에게있어서지각에대한언어적표현의 고유성 은지각의현상학의범위를벗어나지않는것으로드러난다. 말은동작과사물이그런것처럼근본적으로지각되는것이다.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45 Ⅳ. 언어적의미의초월성 메를로-퐁티의지각의현상학은언어를그나타남 [ 혹은경험 ] 의방식에주목하여철저하게지각 ( 적인것 ) 으로규정한다. 그러나그에게있어서말은지각되는것이라는이사실은지각일반에대한언어의고유성을말소시키지않는다. 사실지각과언어사이에는부정할수없는차이들이존재한다. 가령지각의대상은그것을주시하는모든이에게 자연적방식 으로주어지는반면, 말은그것을이해하는사람들에게만의미로서주어진다. 가령우리는결코타인이무엇을, 어떻게지각하는지를직접적으로확인할수없다는의미에서지각은우리를 주관적 세계속에머물게하는반면, 15) 의사소통이이루어지는순간언어주체들은 공통의 세계와관계한다. 이런의미에서가령지각은 자연적존재 인반면, 언어는 문화적존재 이다. 동작에대해서처럼단어들에대해서내재적의미를부여하는것은처음에는불가능한것처럼보인다. 왜냐하면동작은인간과감각적세계사이의어떤관계를지시하는것으로그치기때문이고, 감각적세계는자연적지각에의해서관람자에게주어지기때문이며, 따라서지향적대상은동작자체와동시적으로목격자에게제공되기때문이다. 반대로언어적동작은우선어떤사람에게도주어지지않으면서의사소통의기능을위해자신만이가지는정신적풍경 (paysage mental) 을겨냥한다. 그러나여기서자연이제공하지않는것, 이것을제공하는것은바로문화이다.(290 면 ) 그런데말을부여하는것은문화라는이상의주장은 지각의현상학 전체를통해가장논쟁적인부분을이룬다. 왜냐하면이주장은 자 15) Merleau-Ponty, La Structure du comportement( 이하 S.C. 로표기 ), PUF, 1942, p. 228 참조 : 나는내가지각하는것과사물자체를동일시할수없다. 내가주시하는대상의붉은색은항시나에게만알려지는것이고앞으로도그럴것이다. 나는그색이다른이들에게주는색인상이나의것과동일한지를알수있는어떤수단도갖고있지않다. 우리들의상호주관적대면은오직지각세계의가지적구조만을대상으로한다.
246 논문 연 과 문화 를구분함으로써저작이내내추구하는 지각의 현상학의기획을송두리째위험에빠뜨리는듯이보이기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각의 현상학은경험을이해함에있어서지각이외의또다른토대를요구하면안되는데, 언어는자연적지각을초과하는문화를경험의조건으로요구함으로써이를위배하고있기때문이다. 우리의언어경험이비단 심리적 광경 을자신의대상으로한다하더라도그 광경 이지각의방식속에서 어떤사람에게도주어지지않는 것이라면이때언어는지각외의또다른경험의방식을요구하는것처럼보인다. 그리고이때 지각의 현상학은우리의모든경험을포괄하지못하고기껏해야일부의경험만을자신의대상으로하는부분적진리만을가지게될것이다. 그러나상기한인용에대한이상과같은비판은자연과문화에대한통상적대립적구분을전제로한것이고, 따라서문제의개념들이분석의맥락속에서실제로어떻게규정되는지를고찰해야할일이남아있다. 그리고사실메를로-퐁티는문화를지각에기초한것으로간주함으로써이상의비판을넘어선다. 문화 ( 세계 ) 의구성을문화적대상의하나인언어에대한분석을통해추적하자면, 문화가지각위에어떻게정초되는가의문제는언어적의미가지각으로부터어떻게구성되는가의문제이다. 앞서고찰한대로언어경험은지각 ( 적 ) 이지만, 언어는자연적지각위에서의미의분출이라는추가의사태에근거한것이고, 지각에대해언어가가지는고유성이바로이의미의차원에서기인한다. 가령우리가의사소통을통해자신의개별적주관적지각을넘어타인과 공통의세계 를경험할수있는것도자연적지각을넘어서는언어적의미의차원이있기때문이다. 따라서이제문제는이의미의초월성을이해하는것인데, 이문제와관련하여그리고자신의지각의현상학의기획속에서메를로-퐁티는언어적의미 ( 의존재 ) 를지각으로부터단절하는지성주의의시도에우선비판적이다. 그에따르면사실앞서고찰한지성주의의관점도부분적인진실은담고있다. 말하자면그관점은말과사유를외적인관계로파악함으로써언어적의미가자연적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47 지각의감각소여들로환원되지않고이감각소여들에대해초월적이란사실을간접적방식으로드러냈던것이다. 다만지성주의언어이론의한계는언어적의미의이초월성을 말없는사유의이상 (l'idéal d'une pensée sans parole) (295면 ) 을통해정의하고자했다는데있다. 다시말해지성주의는의미를 순수사유 에귀속시킴으로써의미의나타남의질료적차원을고려할수없었다는것이다. 언어의 자의성 이아무리표현과의미사이에서외적인관계만을보는지성주의의관점을정당화하는듯이보여도, 의미가표현과의불가분적인통일성속에서나타난다는이사실은앞서고찰한대로창조적표현의예를보면당장에알수있다. 그리고언어의 역사성 이말해주듯모든표현은궁극적으로창조적표현의결과들이다. 16) 그렇다면지각에서의언어적의미의분출, 곧지각에기초한언어적의미의초월성의구조를알기위해서는새로운의미가탄생하는창조적표현의발생구조를해명하면된다. 왜냐하면자신의 질료 와의통일성속에존재하는의미가단적으로드러나는곳이바로창조적표현이기때문이다. 언어적의미의초월성의문제와의관련성속에서창조적표현이새로이문제로서부각될때메를로-퐁티가내내주목하는것은창조적표현의발생의논리이다. 먼저앞서고찰한바대로창조적표현의발생이말 [ 표현 ] 과사유 [ 의미 ] 의동시적발생에있다면, 이것은표현과의미가인과적선후관계에있기보다는양자가서로다른초월성의양상이라는것을의미한다. 가령여기탁자하나가있다고하자. 한편으로이탁자는자연적지각속에서 형태 (Gestalt) 로나타난다. 이점에있어서이 형태 는감각소여들의특수한조직화일뿐이다. 그러나다른한편으로우리는이탁자를말그대로의의미에서의 탁자 로경험할수있다. 만일감각소여들의특수한조직화가없다면이 탁자 도없을것이고, 이런의미에서문화적대상에기초를주는 16) 이로부터언어의자의성이론은성공한창조적표현에대한사후적이고추상적인분석일뿐임이드러난다.
248 논문 것은여전히자연사물의주어짐이다. 17) 그러나문화적대상의존재양상은이감각소여들을결정적으로넘어서는데있다. 달리말해문화적대상안에는자연적지각을초과하는 어떤것 이있으며, 이 어떤것 은처음에창조적표현으로서발생했다. 여기서문제는문화적대상을 문화적대상 이게하는이 어떤것 의발생을이해하는일인데, 이에대해메를로-퐁티는그발생을 최종적사실 (301면) 로인식할것을주장한다. 지각의주체인고유한신체는주시함을통해자신의대상을 형태 로존재하게하듯, 말이지각적방식으로주어지는것인한우리의몸은문화적존재로서단순한자연적존재를넘어서자신안에서의미를분비한다는것이다. 그것 [ 고유한신체 ] 은하나하나가즉자로존재하는분자들의집합도아니고단번에규정된과정들의혼합도아니다. 그것은자신이존재하는곳에존재하지않으며자신인그것도아니다.(il n'est pas où il est, il n'est pas ce qu'il est) 왜냐하면우리는자신의어느곳에서도오지않는 의미 를자신속에분비하는것, 이를자신의물질적주위에기투하고다른육화된주체에게전달하는것을보기때문이다.(305 면 ) 18) 그런데지각위에서의언어적의미의발생을 최종적사실 로인식하는메를로-퐁티의이상의주장이언뜻보면문제를해결하기보다는회피하는것처럼보일지라도, 기실저주장은언어현상이드러내는특유의 애매성 을보전하려는저자의시종일관한의도를반영하고있다. 즉한편으로언어적의미는감각소여들의단순한구조 ( 화 ) 17) 지각의현상학, 444 면참조 : 인간학적공간들은그자체자연적공간에근거한구성물로, 후설처럼말하면, 비객관화작용들 은 객관화작용들 에근거한것으로나타난다. 18) 고유한신체가자신안에서의미를분비한다는이주장은여기서문자그대로의의미에서이해되어야한다. 모든철학적이론들은각기가정한 최초의소여 [ 사태 ] 로부터시작하여설명을전개해나간다고할때, 메를로 - 퐁티에게있어서는고유한신체가자신안에서의미를분비한다는이것이바로의미발생에있어서의최초이자궁극의사태이다. 이논점에대해서는 R. Barbaras, De l'être du phénomène, Sur l'ontologie de Merleau-Ponty, Millon, 1991, pp. 63-65 참조.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49 를초과하는문화적존재로나타나며, 이렇게볼때지각과언어사이에는어떤 본질적인 차이가존재한다. 그러나다른한편으로의미는지각의고유한표현적통일성속에서나타나며, 이렇게볼때의미의나타남은철저하게지각적이다 : 말은자연적존재를초과하는우리의실존의잉여이다. 그러나표현행위는언어적세계와문화적세계를구성하고, 존재너머로향해있는것을다시존재로떨어지게한다. (305면) 그런데이처럼하나의동일한나타남의방식속에환원되지않는두가지초월 ( 성 ) 의양상을말하는것은분석상의모순을범하는것이아닌가? 아닌게아니라하나의나타남의방식에하나의초월의양상을할당하는데익숙한통상적인사고에서보면이것은분명이해하기어려운사태이기는하다. 그러나이러한이해의어려움에도불구하고메를로-퐁티에따르면저사태는많은심리학적실증적예들을통해지지된다. 가령실어증에대한분석이다시한번중요하게부각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앞서보았듯이실어증에대한분석의핵심은다음의사실, 즉언어장애가단어의결여에서오는것도아니고관념들을연합하는능력의부재에서오는것도아니라는사실이었다. 표상을보전하는능력이나개념작용에아무문제가없음에도단어를떠올리는데실패한다면이실패는 표상 이나 개념 보다훨씬더깊은경험의어떤차원과관계되는것이다. 말하자면그것은 판단에관계하기보다는판단이발생하는경험의환경에관계하고, 자발성에관계하기보다는감각적세계에대한이자발성의결정과어떤의도라도그세계에서나타내는우리의능력에관계한다. (298면, 번역수정 ) 이처럼실어증현상은사유 [ 개념적의미 ] 보다도더깊은의미의차원을드러냄으로써, 아직지각의층으로부터분리되지않은언어적의미의차원을보여주는것이다.
250 논문 Ⅴ. 귀결되는철학개념 : 철학의한계와실존의풍요로움사이 지각의현상학 의 3부 1장인 코기토(cogito) 장의주요목표의하나는사유에대한전통적이해를뒤집어사유를지각 ( 현상 ) 으로다시해석해내는데있다. 19) 그런데지금까지의논의를통해드러났듯이이목표는사유와언어가서로분리될수없음으로인해언어에대한이해를직접적으로요구한다. 사실근대철학이 생각하는나 를초시공간적이고초역사문화적인객관적인식의주체로파악했다면, 이것은사유를본질상언어와무관하게작동하는명증 ( 성 ) 의영역으로오인했기때문이다. 반면메를로-퐁티의이상의분석들은사유와언어의고유한통일성에다시주목하게하면서언어를사유의지반으로드러낸다. 그런데언어가사유의지반이라는이사실은사유가선재하는언어에의해일방적으로제약된다는것을뜻하지않는다. 반대로창조적표현의예에서드러나듯이현행적인사유와언어는기존의사유체계, 기존의언어체계를끊임없는뒤흔들고넘어서고다시구성하는자기초월성으로규정된다. 그렇다면지각과언어의본성에대한이상의분석위에서이제서두에서제기한우리의문제로돌아가자. 즉철학일반의기초를묻는물음인바, 우리가지각에대해사유하고언어적으로표현할때, 지각자체와지각에대한사유혹은언어적표현사이에는어떤관계가있는것인가? 우리는 코기토 장의논의들속에서이물음에대한저자의생각을엿볼수있다. 우선거기서이상언급한문제는지각과관념의관계의문제로제기된다. 이를테면 지각된삼각형 과 삼각형의관념 의관계가그것이다. 메를로 - 퐁티에따르면, 삼각형의 19) 이에대한전반적분석을위해서는류의근, 메를로 - 퐁티의코기토에르고숨, 철학연구, 38 권, 1996, 123-146 면 ; R. Barbaras, Conscience et perception, Le cogito dans la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Le Tournant de l'expérience, Recherches sur la philosophie de Merleau- Ponty, Vrin, Paris, 1998, pp, 159-182 참조.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51 관념은일단구성되어주어지면우리들의경험적개별적지각에하등빚지지않는순수한이념적존재로나타나지만, 창조적표현의경우에서처럼그관념이최초로발생하는 발견의논리 (575면) 에서보면그것은철저하게우리의개별적이고특수적인 감각적또는상상적삼각형 (576면) 의지각에의존한다. 20) 말하자면앞서언어적의미의초월성에대해분석한대로, 지각된삼각형에대한사유이자언어적표현으로서의삼각형의관념은지각된삼각형에기초한언어적의미로서발생하는것이다. 그렇다면지각된삼각형과삼각형의관념은정확하게어떤관계에있는것인가? 혹은보다일반적으로, 철학적사유를포함하여경험일반이발원하는우리의세계경험 [ 지각 ] 과철학의정의자체인이경험에대한다양한사유와말들은정확하게어떤관계에있는것인가? 여기서이최종적인물음에대한우리의해석적입장을제시하기전에먼저메를로-퐁티가분석에있어서수행한 관점의전환 을다시한번강조하자. 지각된삼각형은결코정의에부합하는바의삼각형일수없다는예로드러나듯이, 근대이래의지성주의적비판적정신은지각된세계가인식된세계와일치하지않는다는사실을강조해왔다. 지성주의는지각된세계에대해인식된세계에 우위성 을부여하며, 이불일치를지각된세계를인식된세계의 결여 혹은 부정 으로간주하는계기로삼았다. 21) 그러 20) 근대이래의합리주의적사유는정의에부합하는바의삼각형의관념이우리의감각지각으로부터 직접 주어지지않는다는사실로부터그관념의원천으로지각과는구분되는정신의어떤능력 ( 소위 이성 이라불리는 ) 을추론하였다. 그러나앞서지성주의와의관련성속에서언급한대로이것은관념 ( 경험 ) 의 질료적 차원을도외시한채이루어진관념에대한형식적, 타당적분석이었다. 반면메를로 - 퐁티의지각의현상학에서관념의경험은철저하게지각을자신의 질료적 토대로필요로하는데, 이를테면지금얘기되는 감각적또는상상적삼각형 의지각이그것이다. 한마디로말해관념의경험은철두철미지각적이고, 따라서관념에대한경험, 즉사유는지각인것이다. 21) 이에관해선메를로 - 퐁티의다음의논평을참조 : 사실, 만일지각에서사람들이시작하는과학, 과학적협조를통해서만완결되는경험의최초의조직화를보여줄수있었다면, 소위감각적의식은문제자체가되지않을텐데, 왜냐하면그때지각적경험에 고유한 특성들은결여와부정
252 논문 나메를로- 퐁티에따르면지성주의의이러한관점은경험의정초관계에대한몰이해에서비롯된것이다. 지성주의는인식된세계가 질료적토대 없이주어지는것으로간주하여그주어짐에대응하는정신의특별한능력을가정해야했지만, 기실인식된세계는지각된세계에기초한초월론적이고언어적인상승의결과로서주어지는것이다. 사실, 세계에대한모든인식은세계에대한우리들의지각위에기초한다는것은확실해보인다. 같은말이지만, 만약우리가태어나서세계를보고경험하지않았다면, 우리는이세계에대한인식의필요성을느끼지않았을것이고, 그결과이세계에대한물음조차가지지않았을것이라는것은확실해보인다. 그렇다면인식된세계를구성하는관념들의원천은바로지각된세계이다. 그런데이지각된세계로부터의관념의발생이문제일때, 메를로- 퐁티가두가지말들, 곧 이미확실한사고를옮기는 2차적말과이것을우선우리에대해서그리고타인에대해서도존재하게하는발원적말 (581-582면) 을엄밀히구분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요컨대이미구성된사유들을단순히재생하는 2차적말 은관념의발생의사건을은폐한다는것이며, 따라서우리의분석은관념이새로이생성하는 1차적발원적말 에그초점을맞추어야한다는것이다. 우리들의문제, 즉그자체로서의지각과이지각에대한말은어떤관계가있는것인가의문제에대하여, 이상의분석은중요하다. 현상적으로드러나는바에따라, 인간은구분되는두가지질서, 곧지각의질서와언어의질서에동시에속해있다고말하는것만으로는부족하다. 중요한것은이두가지질서가맞닿는공통의지대인 발원적말 을분석함으로써이두가지질서의관계를규명하는일이다. 사실, 일단구성되면말 ( 2차적말 ) 은지각에대하여자율성을가지는것으로드러나고, 그때지각에대한우리들의말은지각의질서와 이외에아무것도아닐것이기때문이다. 브렁쉬빅은쓴다 : 직접적경험의우주는과학이요구하는것이상을포함하는것이아니라그이하를포함하는데, 왜냐하면그세계는피상적이고절단된세계이며, 스피노자가말한바대로, 전제없는결론들의세계이기때문이다. (S.C. p. 217)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53 는다른질서, 곧말의질서에속하는것으로나타난다. 그리고주지하듯이, 바로여기로부터개별적지각과보편적개념의연결을시도해야하는철학의오래된과제가제출된다. 그러나만일우리가메를로 - 퐁티와함께이 2차적말 은 발원적말 의결과라는사실을깨닫게되면, 문제는결정적으로달라진다. 곧, 이미분리된개별 [ 특수 ] 과보편사이에서어떤매개적계기를찾는것이문제가아니다. 정반대로문제는한마디로말해탄생하는시점에있는말을그자체에즉해서파악하는일이다. 그리고바로이지점에서메를로 -퐁티는 언어의경이 에대해말한다. 즉우리들의신체는지각에서말로의이행을단번에수행한다는것으로, 경험에충실한기술은다음의사실을, 곧우리들의신체는지각자체를삭제하면서그지각안에서말을나타나게한다는것이다. 그리고이것이저자가 발원적말 의분석을통해보여주고자했던말의탄생에있어서의역동성이다. 언어의경이는언어가자신을망각하게한다는사실에있다. 나의눈은종이위의글줄에있고내가그글줄이의미하는바에붙잡히는순간부터더이상그것들을보지못한다. 종이, 종이위의글자들, 나의눈, 나의신체는어떤보이지않는작업에필요한최소한의연출조건으로서거기에있을뿐이다. 표현은표현된것앞에서없어지고, 이것이그매개적역할이아무도모르게일어날수있는이유이며, 데카르트가어디에서도그것에대해언급하지않은이유이다.(599 면 ) 그런데 표현이표현된것앞에서없어지는 것이사실이라하더라도, 이없어짐의의미를보다명확하게규정해야하는일이아직남아있다. 의미가표현자체와분리되지않는표현적통일성이문제일때, 이통일성은어떤통일성인가? 이물음은메를로-퐁티의철학개념을이해하는데결정적인중요성을가지는데, 왜냐하면철학은그자체가우리들의세계경험에대한말들의하나이기때문이다. 말하자면표현에특유한이통일성은 표현으로서의철학 의문제에대해서도마찬가지로적용되어진다. 철학이말을할때, 철학은도대체무엇에관하여말하는것인가? 만일그것이세계에대한우리의경
254 논문 험에관한말이라면, 경험자체와철학이언표하는경험사이에는어떤관계가있는것인가? 여기서지각된삼각형과삼각형의관념의관계에대한메를로-퐁티의다음의분석은물음에대한최종적인예시가되어준다. 실제적삼각형들, 즉지각된삼각형들은체험된공간이유클리드기하학에대해서처럼비유클리드기하학에대해서도모순되지않는다는것이사실이라면, 반드시영원토록 2 직각과동등한내각의합을가지는것은아니다. 따라서표현방식들사이에근본적차이는없는셈이고, 우리는그중의하나에마치그것이즉자적진리를표현하는양특권을부여할수없다.(584 면, 번역수정 ) 왜저삼각형의관념은삼각형에대한우리들의지각과관련하여그것이태고로부터누려온진리의특권을더이상주장할수없는것인가? 왜표현의다양한양상들사이에는근본적차이가없는것인가? 왜냐하면표현현상에속하는것으로서, 모든말들은지각과의근본적단절의대가를치룬후태어나기때문이다. 왜냐하면누구도 즉자적진리 를말할수없듯이, 모든표현들은진리의 구성 일뿐이기때문이다. 그런데이것은메를로-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의결론에로우리를이끈다. 곧, 철학이지각에대해서사유하거나말하기를시작하는바로그순간우리는사유와말에고유한초월성의논리에의해자연적지각을넘어서의미의영역안에단번에놓이게되고, 그결과우리는그자체로서의지각을사유할수도말할수도없게된다. 철학이우리들의경험의본래적의미를표현한다는것은사실이다. 그러나이표현은결코 옮겨쓰기 가아니다. 철학이사유하고말하기위해서는, 비록그사유하고말하기가철학이표현하고자하는경험자체와의근본적분리에로우리를이끌어간다할지라도, 철학은예술처럼경험의의미혹은진리를창조해야한다. 그리고철학의이근본적 한계 는메를로- 퐁티에게있어서는결코우리들의 유한성 을의미하지않는다. 정반대로그것은 의미에로선고된 (31면) 우리실존의본질적인풍요로움을의미한다.
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55 투고일 : 2012. 07. 02. 심사완료일 : 2012. 07. 26. 게재확정일 : 2012. 07. 28. 박신화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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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 - 퐁티의 지각의현상학 에나타난철학개념 257 ABSTRACT The Conception of Philosophy in Merleau-Ponty's Phenomenology of Perception Park, Shin-Wha This essay aims to investigate the concept of philosophy in Phenomenology of Perception, which is an early work of Merleau-Ponty. According to his main position, philosophy is the thinking and expression of our experiences through language. Here, the fundamental question of what the relation between experience itself and experience thought and expressed by signification is raised. Merleau-Ponty considers this question as a question about the relation between perception and language in the plan of the phenomenology of perception. To begin with, the phenomenon of language is defined as that of perception in consideration of its manner of appearance [experience]. Second, the phenomenon of language demands, nevertheless, an additional situation of the eruption of senses on (natural) perception. In other words, there is a structural identity and a modal difference between perception and language. This double relation between the two induces the author's peculiar conception of philosophy, which we can deduce in the chapter entitled cogito. Keywords: Merleau-Ponty, perception, thought, language, conception of philoso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