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국가수립의문제를중심으로 * 정호원 연세대학교 본연구는칸트에게있어서법이나도덕에로환원되어지지않는정치혹은 정치적인것 고유의특징, 즉독자성이과연존재하는지를비롯해, 만일존재한다면그것의핵심과본질은과연어디서찾을수있는지등을살펴보고자하는바, 이는칸트에게있어서정치와도덕이어떤상관관계하에놓여있는지를밝혀보려는보다장기적인도정에서의연구계획의일환이다. 칸트에게있어서공화국을비롯한국가의수립은궁극적으로 도덕적으로좋은 의의미로서의 좋은인간 의형성과는무관한바, 내면의세계에해당하는 심정 과는달리겉으로드러나기마련인 행위 의적법성에기초한 좋은시민 의형성에의존한다. 나아가이를위해절실히요청되는것은 도덕적인개선 이기보다는 자연적메커니즘의인간사회에의적용 이다. 이때 인간의통치를위해자연의기제를이용하는기술 을 정치 라부를수있는한, 결과적으로칸트에게있어서국가수립의문제는한마디로 정치 의몫인것이다. 주제어 : 정치와도덕, 국가수립, 합법성과도덕성, 좋은인간과좋은시민 I. 서론 본연구를통해연구자는칸트 (Immanuel Kant) 에게있어서법이나도덕에로환원 되어지지않는정치혹은 정치적인것 고유의특징, 즉독자성 1) 이과연존재하는지 * 이논문은 2013년정부 ( 교육과학기술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2013S1A5B5A07046262). 1) 본연구를시작함에있어서유의해야할사항한가지는독자성을독립성내지자율성개념과동일시하지않아야한다는것이다. 전자인독자성개념이후자를포함하는보다상위의개념이라는의미에서이다. 다시말해자율성역시독자성을구성할수는있겠지만,
256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를비롯해, 만일존재한다면그것의핵심과본질은과연어디서찾을수있는지등을살펴보고자하는바, 이는칸트에게있어서정치와도덕이어떤상관관계하에놓여있는지를밝혀보려는보다장기적인도정에서의연구계획의일환이다. 한편칸트는정치혹은 정치적인것 의속성을기본적으로어떻게파악하고있을까? 이와관련하여칸트의저작을통해쉽사리발견되기마련인최초의실마리는정치혹은 정치적인것 이도덕과어떤관계에놓여있어야하는가와관련해서이다. 가장널리읽히는저작에속하는 영구평화론 덕분에우리는언제부터인가다음과같은문구에익숙해져있다. 즉 진정한정치는먼저도덕에경의를표하고나서야전진할수있다 (Kant 1795, 243) 라든가 결국에는정직함이최선의정치이다 (Kant 1763, 669) 2) 와같은표현들말이다. 이들문구에따르면칸트에게있어서정치혹은 정치적인것 의속성은한마디로도덕과의긴밀한관계에서출발한다. 그에따르면도덕과정치의관계에대한칸트의입장은일견이론의여지없이단호해보인다. 즉칸트에게있어서정치혹은정치적인것의기본적인속성은외견상도덕과의관계, 보다구체적으로는언뜻보아 도덕과정치의바람직한관계 혹은보다구체적으로표현해 정치에대한도덕의우위 에의해특징져지고있다. 칸트의그러한입장을반영하듯일찍이슈람 (Gerhart Schramm) 은 칸트적체계에는윤리학과국가이론사이에중요한관계들이존재한다 (Schramm 1938, 67f.) 고천명한바있으며, 슈반 (Alexander Schwan) 또한유사한맥락에서 윤리학은법철학및국가철학분야에서의질문과답변에대한기반을제공한다 (Schwan 1993, 248) 고밝히고있다. 슈반은한발더나아가 정치는오로지도덕에복속됨으로써만정당성을얻는다. 칸트에게있어서정치는도덕률 (Sittengesetz) 의실현에봉사할뿐이며, 결코자연적욕구나이해관계의실현에봉사하지않는다 (Schwan 1993, 250) 라고주 어디까지나독자성을구성할수있는여러특징들중한가지로서일뿐이다. 그반대인타율성또한독자성을구성할수있기때문이다. 2) 한편흔히 영구평화론 에실려있는것으로여겨지곤하는 정직이최선의정치이다 는문구의전후맥락은다음과같다 : 비록정직이최선의정치라는문장은실천과는유감스럽게도매우자주모순되는아론을포함하고있지만, 그러나정직이모든정치보다더낫다는마찬가지로이론적인문장은모든이의제기를초월해영원히숭고할뿐아니라후자, 즉정치의불가결한조건이기도하다 (Kant 1795, 229).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57 장함으로써슈람이언급한 중요한관계 의내용을구체화하고있음을볼수있다. 슈람및슈반에이어정치와도덕사이의긴밀한관계에대한칸트의주장을 정치에대한도덕의우위 의관점에서받아들이는해석의흐름은 개인에게요구되는도덕성이국가에도요구되며, 이런의미에서 ( 칸트는 ) 정치는도덕성을실현해야할의무를가지고있다는도덕적정치를강조 ( 김용민 2001, 111) 한다는입장을거쳐 정치도 내적동기에관계하는도덕과는구별되지만, 윤리학에속하는것에변함이없다. 따라서정치에서는윤리가엄격하게추구되며 비판전후기의저작들을통해서 정직 이가장좋은정치라는입장은일관되게견지되고있다 ( 樽井正義 2009, 372 3) 는주장으로이어지고있다. 4) 3) 지난 1997년일본에서출간 ( 한국에서는 2009년에완역되어출간 ) 된 칸트사전 에서마사요시는 칸트는 정치철학이란가치에관한윤리학의일부라는것을강조 하였음을주장하고있다 ( 樽井正義 2009, 373). 4) 이들이외에도칸트의저작들에서정치혹은정치적인것에관련된행간의숨은논의들을찾아내려는노력, 그리고그에입각하여결코분절적이지만은않은칸트만의고유한정치철학체계를재구성해보려는학계의시도는꾸준히이어져오늘에이르고있다. 1995년칸트의 영원한평화를위하여 (Zum ewigen Frieden) 를오늘의관점에서재구성하면서칸트정치철학의특징에접근하고있는게르하르트 (Volker Gerhardt) 역시법과정치와도덕 3자간의관계에관한한슈람이나슈반의관점을공유하고있음을볼수있다. 그에따르면칸트에게있어서 정치는법적으로옳은 (recht) 것, 보다정확히는법 (Recht) 이가르치는것을실행함 을의미한다 (Gerhardt 1995, 156). 그런데게르하르트에따르면만일누군가가정치와법은따라서서로구분이되지않는다는식으로이해하려든다면그것은잘못이며, 오히려그반대, 즉칸트는그를통해정치와법이같지않다는사실을말하려는것이라고주장하면서법이나도덕과는구분되는것으로서의정치혹은정치적인것의구명을시도하고있다 (Gerhardt 1995, 156ff.). 그가 영원한평화를위하여 에대한자신의상기해설서에 하나의정치이론 (Eine Theorie der Politik) 이란부제를붙인것도전적으로그러한맥락에서이다. 이후로칸트정치철학연구에있어서또하나의의미있는저작이출간되는데, 그것은 1999년카테르 (Thomas Kater) 에의해출간된 Politik, Recht, Geschichte Zur Einheit der politischen Philosophie Immanuel Kants라는제목의저작이다. 이책에서카테르는칸트의정치철학이모두세가지영역 정치적인것 의철학, 법철학, 역사철학 - 으로구성되어있음을역설하고있다. 그에따르면첫번째인 정치적인것 의철학은원칙에의거한 공동의삶 (Miteinander) 을구성하는문제를, 법철학은그러한원칙을근거지우는문제를, 그리고마지막으로역사철학은그러한원칙이현실로나타날수있다고가정하는것이과연얼마만큼유의미한가의문제를다루고있다는것이다 (Kater 1999, 20ff.). 뒤이어 2003년에는 Repräsentation und Autonomieprinzip이라는책이틸레
258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이상에서살펴본바 정치와도덕의바람직한관계 혹은 정치에대한도덕의우위 와관련한칸트자신의표현및후대의해석들로부터정치혹은 정치적인것 고유의특징을온전히파악하기란쉽지않다는것이연구자의판단이다. 왜냐하면 먼저도덕에경의를표하고나서야전진할수있는것으로서의정치 혹은 오로지도덕에복속됨으로써만정당성을얻는것으로서의정치 혹은 도덕률의실현에봉사해야하는것으로서의정치 등과같은표현은 - 비록정치혹은 정치적인것 의속성을구성하는부분들에해당할수는있을지언정 - 정치혹은 정치적인것 이구체적으로무엇을가리키지는지는전혀드러내고있지않다고여겨지기때문이다. 이에따라연구자는본연구를통해법이나도덕에로환원되어지지않는정치혹은 정치적인것 고유의특징과관련하여칸트가자신의저작을통해별도로제시하고있는것이있는지를지금껏충분히주목받지못한부분들에주목하여밝혀보고자한다. 이를위해본연구는무엇보다칸트후기의저작, 즉 1781년의 순수이성비판 이래의 1차저작 ( 즉독일어원전 ) 에대한면밀한독해및그에따른체계적분석에의거해앞서제시한연구의목표에도달하고자시도한다. 칸트의실천철학이담긴대부분의주요저작은물론이고, 주요저작의초고나짤막한내용의성찰원고및서신과같은수고형태의글또한독해및체계적분석의대상에포함될것이다. 이를통해일면분절적이고단편적으로보일수있는무수한조각들사이에놓인체계성내지상관성을추출해내고자시도한다. 본연구는칸트가인간의문제들을해결하려함에있어서이시기에들어서면서야비로소종교적이고윤리적인해법을대신하여사회적 정치적인해법을제시하게된다는굴리가 (Arsenij Gulyga) 의주장을공유한다. 굴리가에따르면칸트는자신이제시한바 - 나는무엇을알수있는가? 나는무엇을행해야만하는가? 나는무엇을희망해도좋은가? 등의세가지질문들로세분화될수있는 - 인간이란무엇인가 의 (Ulrich Thiele) 에의해출간되었다. 이책에서틸레는칸트에의한민주주의비판의이유와배경을분석하는과정에서역설적으로직접민주주의이론의선구자로서칸트를바라볼수있는가능성의탐색을시도하고있다. 또한지난 2007년에는클라르 (Samuel Klar) 에의해 Moral und Politik bei Kant라는책이출간되었는데, 이책에서클라르는칸트의종교철학이담긴 이성의한계내에서의종교 (Die Religion innerhalb der Grenzen der bloßen Vernunft) 를분석하는과정에서 - 칸트자신이그러하였듯이 - 정치공동체의특징을윤리적공동체와비교하는방식으로칸트의정치철학의특징에접근하고있다.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59 질문에대한최종적인해법을다름아닌 사회전체그리고사회적 법적제도 에서구하려하였다 (Gulyga 1981, 274). 그러한맥락에서볼때칸트에게있어서정치철학은그가백발에들어서서야비로소전개되기시작한정신세계에있어서전적으로하나의새로운영역으로자리잡게되었던것이다. II. 천사의국가, 인간의국가, 악마의국가 1. 천사들의국가 우리에게는너무도잘알려진 영구평화론 의도입부인여섯개의예비적조항들에이어 영원한평화 의달성에보다결정적으로기여할 3개의확정적조항들을통해칸트가전달하려는주된메시지는법적공동체로서의국가와국제연맹그리고세계시민공동체수립의불가피성에관해서이다. 즉칸트에따르면각각국내법과국제법그리고세계시민법에의거하여개별국가적차원에서의 공화국 과국제정치적차원에서의 국제연맹 그리고마지막으로지구적차원 - 오늘날의 글로벌 차원 - 에서의 세계시민공동체 등이함께수립되지않고서는인간이결코 영원한평화 에도달할수없다. 이러한내용의세가지확정조항들을두개의보충조항들이뒤따르고있는데, 그첫번째인 < 영원한평화의보증에관하여 > 에서칸트는단지그때그때의한시대를살수있을뿐인인간의의지를넘어서는일종의 섭리 로서의 자연 이어떻게해서위의세가지법적공동체들의수립을 보증 하는가에관하여언급하고있다. 본연구에서원용하고있는 천사-악마 논의는그중 자연 이개별국가차원의법적공동체인 국가 의수립을어떻게 보증 하는지와관련하여전개되는부분이다. 칸트는다음과같이먼저 천사들의국가 에관하여언급하고있다. 공화적체제는인간의권리에완벽하게상응하는유일한질서이다. 수립하기가장어려운질서이기도하고유지하기란더더욱어려운질서이다. 어느정도인가하면많은사람들이다음과같이주장할정도이다 : 그것은천사들의국가임에틀림없다. 왜냐하면이기적인성향을지닌인간들로서는그와같이숭고한형태의체제를감당할수없을것이기때문이다 (Kant 1795, 223). 5) 5) 여기서 체제 는독일어 Verfassung 을번역한것이다. 독일어 Verfassung 의또다
260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신들로구성된국민이라면스스로를민주적으로다스렸을까, 그와같은완벽한정부형태는인간에게는어울리지않는다 (Rousseau 1977, 104) 라는루소의 사회계약론 속문구를떠올리게하는이인용구를통해칸트는언뜻보아자신이주장하는 공화적체제 와 이기적성향을지닌인간들 이서로양립할수없는관계에놓여있음을역설하고있는듯보인다. 여기서중요한것은 공화적체제 의수립및유지에있어서의어려움과관련하여 많은사람들 이동의하는바 그것은천사들의국가임에틀림없다. 왜냐하면이기적인성향들을지닌인간들로서는그와같이숭고한형태의체제를감당할수없을것이기때문이다 라는주장에대하여정작칸트자신은정확히어떤입장을취하고있는가이다. 다시말해가령스스로그에동의하는모습을보이고있는가혹은중인들의반응을짐짓 과장된 내지 잘못이해된 것쯤으로여기고그와는일정거리를두려는모습을보이고있는가이다. 이와관련하여우리는 천사 로불릴수있는존재들이칸트에게있어서인간들의경우와마찬가지로 ( 외적인강제 로서의 법 과불가분의관계에있는 ) 국가 를필요로하는존재인지를살펴봄으로써우회적으로답변을도출해낼수있다. 칸트에따르면천사나신과같은존재가인간과구별될수있는가장큰특징은무엇보다도그들이 ( 인간의경우에해당하는바 ) 본성상흔쾌히이성을따르려하지않는의지 (Kant 1785, 41) 의소유자가아니라전적으로 의지의주관적인준칙이객관적인법칙과필연적으로부합한다는의미에서의오로지선할뿐인의지내지무조건적으로선한의지 6) 의소유자라는사실에있다. 다시말해칸트에따르면 비록완벽하게선한의지역시객관적인 ( 선의 ) 법칙하에놓이기는마찬가지이겠지만, 그렇다고해서그것이법칙에부합하는행동을하도록 강제 내지 강요 된다고생각될수는없다. 왜냐하면그러한의지는자신의주관적인본성상오로지선을떠올리는것에의해서만행동으로직결되기때문이다. 따라서신적인의지나성스러운의지에게일체의명령법 (Imperative) 은적용될수없다 (Kant 1785, 42f.). 른의미인 헌법 과관련하여칸트는영어의 constitution 에상응하는 Konstitution, Konstitutionalgesetz, Konstitutionsgesetz 등의용어들을별도로사용하고있다. 6) 오로지선할뿐인의지 무조건적으로선한의지 제한없이선한의한의지 등의칸트식표현은 도덕형이상학정초 와 실천이성비판 을중심으로무수히등장한다.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61 과연그와같은의지의소유자들로서의천사나신이인간들과마찬가지로 당위 와 강제 를필요로하는존재이겠는가의문제와관련하여칸트는단적으로 당위 (das Sollen) 가잘못된장소에있는경우 (Kant 1785, 43) 임을분명히하고있다. 따라서그와같은존재로서의천사에게 이성스스로수단으로서규정한강제, 즉공적인법칙 (Kant 1793b, 169) 내지 공적인강제 (öffentlicher Zwang)(Kant 1797, 430) 로서의 법 이, 그리고그와같은법과결코무관할수없는바 자유가외적인법칙의지배하에있으면서최대한어떤저항할수없는물리적힘과연계되어있는상태 (Kant 1784b, 39) 로서의 국가 가필요할리만무하다. 칸트에게 공화적체제 가 이세상에없는곳 이라는의미에서의 유토피아 를의미할뿐이라면별문제이겠지만, 그렇지않다면 - 물론당연한전제이겠지만 - 그것은 천사들을구성원으로하는정치적공동체 의의미와는전적으로무관하다. 7) 2. 이기적인인간들의국가 이와같이본다면상기인용구를통해칸트가전달하려는메시지는단지 공화적체제 " 의수립및유지가인간에게는너무도어려운작업임을강조하는데에그치고있다고주장할수있을지모른다. 그러나과연그러할까? 이와관련하여한가지흥미로운점은칸트가상기인용구의바로몇줄아래에서이번에는다음과같이악마들및이들에의해세워질수있는국가에관하여언급하고있다는사실이다. 국가수립 (Staatserrichtung) 의문제는제아무리어렵게들릴지라도심지어악마 들 - 그들이오성을소유하고있기만하다면 - 로이루어진국민조차해결할수있 으며, 그해법은다음과같다 (Kant 1795, 224). 7) 칸트에게있어서 공화국 이 < 모든개개인들의자유가 ( 기실은오직 ) 그들간의양립내지조화라는형태로서만존립할수있는, 다시말해오직그러한의미로서만만인이자유로울수있는 정치공동체내지국가일체 > 를의미한다는것, 그리고비슷한맥락에서 < 자유와 ( 자유에대한제한을의미하는 ) 법, 그리고 ( 법이효력을갖도록해주는 ) 강제력이라는세가지요소의조합에의거하여다양한형태의정치질서가존재 마지막으로 자유와법및강제력모두가존재하는경우의공화국 즉국가일반 > 이라는표현등은전적으로이러한주장과맥을같이한다. 이와관련하여서는칸트 (Kant 1797, 429, 461: 1798, 686) 참조.
262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이제우리는앞선인용구에서의 천사들 에대비하여여기서의 악마들 - 정확히는 오성 8) 을소유한존재로서의악마들 - 이대체어떤존재들을의미하는지그리고그러한 악마들 에의해서도수립될수있는국가란과연어떤성격의정치공동체이며상기 공화적체제 와는어떤측면에서구별될수있는것인지, 그리고그에더하여 국가수립의문제를해결할수있는 ( 오성을소유한 ) 악마들 과앞선인용구에서의 이기적성향을지닌인간들 은어떻게구별될수있는것인지등에관하여구체적으로밝혀봄으로써칸트가전달하려고하는메시지에한발더다가갈수있으리라판단된다. 위에서의의문들에대한접근은우선상기첫번째인용구의뒤를잇는다음의문구에대한이해를시도함으로써시작될수있다. 이문구는비록다소길기는하지만 8) 여기서의 오성 (Verstand) 의정확한의미와관련하여연구자는굳이인식론적차원에서의개념정의 - 특히 이성 (Vernunft) 과의엄격한구분에의거한 - 에호소할필요를느끼지않는다. 나아가계몽기를전후한양자간의우위관계의변화라든가혹은다른사상가들의경우와의차이등에도굳이호소할필요를느끼지않음은물론이다. 다시말해 추론 에의능력 (Vermögen der Schlüsse) 으로서의이성에대비되는 개념 에의능력 (Vermögen der Begriffe), 즉감각의다양성을개념적통일로이끄는인식능력으로서의오성의의미보다는, 통상의이성과구분되지않는한에서의일반적이고평범한사고및판단능력을지칭할뿐이라는것이연구자의판단이다. 따라서 < 목적달성에필요한최적의수단의모색및선택을행위의유일한기준으로삼는 처세술 의본질인 영리함 의출발점을의미하는오성 > vs. < 행위의결과와상관없이실천적으로불가피한행위인가를유일한기준으로하여목적달성을위한수단으로서가아니라행위그자체를목적으로삼는 도덕 의본질로서의 현명함 의출발점을의미하는이성 > 과같은대비또한필요치않다. 한편우리는칸트가이와같은맥락에서 오성 개념을사용하는대표적경우로서다음의두가지를들수있다 : 만일나를위해오성을지닌책과나를위해양심을지닌사제와나를위해음식조절을판단해주는의사등등이나에게있다면, 나스스로노력할필요는전혀없다 ; 자신을국가의제 1공복이라칭한프리드리히 2세와관련하여 흔히현기증을일으킬정도의아첨섞인감언이설일뿐이라고비난하곤하는데, 이는근거없다 면서 그와같은명명은지배자를들뜨게하는것이아니라, 그가오성을지니고있다면 ( 이전제는당연하다 ) 오히려그를정신적으로위축시킬것임에틀림없다. 왜냐하면그는그와같은명명과관련하여자신이인간이감당하기에는너무큰직책, 즉인간의권리를관장한다는신이지상에서갖는가장성스러운것으로서의직책을떠맡았다고, 그리고그에따라혹시라도신이아끼는그보배에해를입히지는않을까늘노심초사할수밖에없다고간주해야하는것이기때문이다 ( 괄호사용은칸트본인에의한것임 ). 각각칸트 (Kant 1784b, 53) 및칸트 (Kant 1795, 207).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63 공교롭게도첫번째인용구와두번째인용구사이에놓인유일한문장이기도하다. 첫번째인용구의마지막문장인 왜냐하면이기적인성향들을지닌인간들로서는그와같이숭고한형태의체제를감당할수없을것이기때문이다 에이어칸트는다소뜻밖이게도다음과같이반론을제기한다. 그러나자연은비록존경받기는하나실천에있어서는무기력한보편적이고이성에근거를두는의지에게바로그이기적인성향들을통해도움을준다. 그에따르면한이기적성향과결부된힘이다른이기적성향과결부된힘을파괴적인작용으로부터저지하거나혹은파괴적인작용자체를지양할수있도록이기적성향과결부된힘서로서로가대치되도록만드는것이중요한데, 그이유는그럼으로써이성에게는마치양자가언제존재하기라도했었냐는듯보이게만드는성공을가져다주게되고, 동시에인간은비록도덕적으로좋은인간은못될지언정부득불좋은시민만큼은되지않을수없게되기때문이다. 그런데정작중요한사실은이두가지가가능하게끔이기적성향들이지니는힘서로서로를대치시키는일이다름아닌국가를잘조직하느냐의여부에달려있다는것이다 ( 국가를잘조직하는것은당연히인간의능력범위내에있다 )(Kant 1795, 223f.). 9) 이인용구를통해우리는우선칸트에게있어서 공화적체제 가온전히 천사 들로구성된정치공동체를의미하는것이결코아니라는앞에서의주장을재차확인할수있다. 그에더하여우리는 공화적체제 가이기적인존재로서의인간들과는전적으로무관한공동체라는주장을칸트가전혀펴고있지않다 (!) 는사실또한발견할수있다. 오히려칸트에따르면 공화적체제만큼은인간들의몫이아니지, 천사들이라면모를까 식의주장을펴곤하는 많은사람들 이그러한불가능의근거로삼기마련인 인간의이기적성향들 이야말로 공화적체제 를비롯한 국가 탄생의실마리를제공한다는것이다. 그에따르면다름아닌 < 이기적성향상호간의대치내지항쟁을유도혹은허용하는것으로서의국가의조직 > 이관건인데, 칸트에따르면이는인간이 - 본성상이기적임에도불구하고 - 얼마든지자신의능력으로해결할수있다는것이다. 연구자는칸트의그러한주장이칸트의정치철학전반을관통하는기본구도를이해하는데에필요한중요한실마리를제공한다고판단한다. 결론부터얘기하자면, 9) 괄호를이용한표현은칸트자신에의한것임.
264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 이기적성향들스스로서로대치내지항쟁하도록유도혹은허용하라. 그리고자연의기제를활용하라 > 이다. 먼저첫문구와관련하여서는 < 이기적성향들의지양내지해소는전적으로국가의몫이므로, 물리적인힘을포함한공권력을동원해서이든혹은보이지않는감시나통제를통해서이든혹은철저하고엄격한 ( 어려서부터의 ) 공교육에입각한도덕심의함양을통해서이든혹은그무엇에의해서이든국가가적극나서거나개입 - 인간의이기심이일체의힘을발휘하지못하도록애초부터개입하든지혹은이기적성향들간의충돌내지대립을해결하거나화해시키는단계에서개입하든지 - 해야함 > 이결코아니 (!) 라는말이다. 그와는반대로 < 국가가관여할사안이아니다 > 내지 < 이기적성향을지닌인간들의집합체인동시에이익극대화에주된관심을갖는개별적인특수의지들의집합체인국민에게가능한한모든영역에서 - 자신의이성을공적으로사용하는자유 (Kant 1784b, 55ff.) 의의미이기도한 펜의자유 (Kant 1793b, 161) 를포함한 - 최대한의자유 (Kant 1784a, 40) 를허용하라. 비록당시는아직 계몽의시대 인만큼우선 종교 와 양심 의영역에서부터출발해야하겠지만, 점차 입법 의영역에로까지반드시확대되어야한다 (Kant 1784b, 59f.)> 는말인것이다. 한편 < 이기적성향들스스로서로대치내지항쟁하도록유도혹은허용하라 > 는첫번째문구에담긴구체적인의미는 < 자연의기제를활용하라 > 는두번째문구의의미와같이이해될때에비로소확연히드러날수있는데, 이에관해서는다음장에서다루어질것이다. 다음장에서의내용과는상관없이이상에서우리는칸트에게있어서 - 다소뜻밖이게도 - 인간의이기적인본성이많은사람들이생각하는것과는달리 공화적체제 " 의건설및유지를불가능하게하는요인이아니 (!) 라는사실을계속해서확인할수있었다. 그런데정작뜻밖의사실은그다음부터이다. 왜냐하면언뜻보아칸트는바로앞에서의인용구를통해인간이비록 좋은시민 은될수있을지언정자신의이기적인성향으로말미암아 도덕적으로좋은인간 까지는될수없다고주장하는듯보이기때문이다. 다시말해한마디로 < 자신의이기적인성향으로말미암아인간은도덕적인존재로까지될수는없다 > 고주장하는듯보이기때문이다. 이를두고우리가 정작뜻밖이다 라는표현을쓸수밖에없는이유는자명하다. 왜냐하면우리는 < 한걸음더나아가칸트는인간이본성상이기적인존재임에도불구하고국가안에서 좋은시민 을넘어 도덕적으로좋은인간 까지도얼마든지될수있다고주장한다 > 식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65 으로까지말할수는없어보이기때문이다. 오히려상기인용구의내용에충실하자면 < 국가수립이후에도여전히이기적인존재로서머무는인간으로서는자신의이기적인성향으로말미암아비록 도덕적으로좋은인간 까지는될수없을지언정, 동일한이유로인하여 좋은시민 조차도될수없는것은결코아니다 > 라고이해하는것이가능해보일따름이다. 니코마코스윤리학 에서의문제제기에이어 정치학 을통해 좋은인간 과 좋은시민 을구분하고양자의일치가능성에관해기술하고있는아리스토텔레스를떠올리게하는상기인용구를통해칸트가전달하려는주된메시지는과연무엇일까? 이와관련하여우리는무엇보다비록 도덕적으로좋은인간 까지는아니더라도 - 이기적인성향에도불구하고 - 얼마든지될수있다고하는 좋은시민 이란칸트에게있어서과연어떤존재인가에대한해명을필요로한다. 그런데공교롭게도그러한해명은상기두번째인용구에이어등장하는다음의문구와관련되는바, 오성을지닌악마들의국가로구성된국민에의한국가의수립 이과연어떤내용을담고있는것인지에대한이해에전적으로의존한다. 3. 오성을지닌악마들의국가 가장흥미로운사실은칸트가상기두번째인용구에이어전개하는바 오성을지닌악마들로이루어진국민들에의해서도수립가능하다는국가의수립 과정이바로앞의인용구에서묘사되고있는바인 이기적성향의인간들을대상으로하는국가의수립 과정과전적으로일치한다는것을발견할수있다는점이다. 일단다음에주목하자. 국가수립의문제는제아무리어렵게들릴지라도심지어악마들로이루어진국민조차 - 그들이오성을소유하고있기만하다면 - 해결할수있으며그해법은다음과같다 : [ 자신들의보존을위해서는누구나보편적인법칙을필요로하면서도내심자신만큼은그법칙에서예외가되려는성향을지닌복수의이성적인존재들을다음과같이되도록배열하고그들의체제를수립하는것. 즉그들이비록사적인심정 (Gesinnung) 면에서는서로에게반한다할지라도 ( 그러한사적인심정 ) 서로가서로를저지하도록만듦으로써공식적으로행동함에있어서는마치그와같이악한심정이라고는전혀지니고있지않은듯처신할수있음 ]. 이와같은문제는해결될수
266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있는것임에틀림없다. 왜냐하면문제의해결을위해정작요구되어지는것은도덕적인개선 (moralische Besserung) 이아니라자연적메커니즘의인간사회에의적용이기때문이다. 다시말해그들모두가강제적인법칙의지배하에놓이게끔서로가서로를강제할수있도록그리고그럼으로써법칙이힘을갖는평화상태를반드시초래할수있도록적대적인심정들의상호항쟁을유도한다는궁극적목적의달성을위해과연어떠한방식으로자연의기제를인간에게적용할수있겠는가가관건이된다 (Kant 1795, 224). 이인용구를통해우리는우선칸트가언급하는 오성 (Verstand) 10) 만큼은소유한존재로서의악마들 이통상적인의미에서의악마, 즉단지심정적으로악한마음을품거나품게만드는단계를넘어악한행동을실행하거나실행케만드는존재로서의악마개념과는상당한거리가있음을알수있다. 국가수립의문제만큼은얼마든지해결할수있다는 오성만큼은소유한존재로서의악마들 이란칸트에따르면 자신들의보존을위해서는누구나보편적인법칙을필요로하면서도내심자신만큼은그법칙에서예외가되려는성향을지닌 존재들이다. 다시말해자신을제외한다른모두는 강제적인법칙의지배 하에들기를바라면서도자기자신만큼은그에대한 예외 이길바라는한마디로 이기적인 존재들이다. 즉 자기보존 의본능에충실한본성상이기적인존재로서의인간 - 많은사람들이 공화적체제 " 와는전혀어울리지않을거라여긴다는 ( 첫번째인용구에서의 ) 이기적인성향의인간들 - 을지칭할뿐이다. 대부분의근대사상가들에게있어서와마찬가지로칸트에게있어서도인간은기본적으로자기보존의본능에충실한본성상이기적인존재이다. 그러나칸트에따르면인간은동시에 누구나보편적인법칙을필요로 할만큼이성적이기도한존재이며, 따라서오로지이기적이기만할뿐인존재는아닌것이다. 이와같은인간의이중성과관련하여칸트는인간을한마디로 이성적인자연존재 (ein vernünftiges Naturwesen)(Kant 1797, 508, 550) 로서규정짓는다. 그리고이러한사실은 세계시민적관점에서본보편사의이념 에나오는다음의문구를통해서도재차확인되고있다. 10) 여기서의 오성 이일반적이고평범한사고내지판단능력을지칭할뿐이라는점에서통상 의 이성 과구분되지않는다는사실은위의각주 8) 를통해이미언급된바있다.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67 인간은비록모든사람의자유를제한하는법칙을희구하는이성적인피조물이기도하지만, 자신의이기적이고동물적인성향에잘못인도됨으로써가능하다고판단되면어느곳에서든지자신만큼은예외가되고싶어하는존재이기도하다 (Kant 1784a, 40). 천부의이기적인성향으로말미암아자기자신만큼은보편적인강제로서의법의지배로부터예외이기를바란다는맥락에서인간이굳이악마라고불리어져야한다면, 그러한의미에서의악마가남에게악한행동을사주하거나혹은스스로악한행동을일삼는통상적인수준에서의악마가아님은자명하다. 따라서이들은앞의첫인용구에서 천사들 에대비되어묘사되는 이기적인성향들을지닌인간들 에다름아닌것이다. III. 국가수립과 좋은시민 의형성 1. 국가수립과정치 국가수립의주체와관련한앞의논의에서우리는자기자신만큼은 강제적인법칙의지배 하에들기를바라지않는이기적성향의존재를 악마 로부를수는없는것이며, 이런의미에서국가는 - 공화적체제 " 를포함하여 - 문자그대로의천사들로만구성될수있는이른바 덕의왕국 (ein Reich der Tugend) 이아니라본성상이기적인존재로서의인간과결코무관할수없는정치공동체임을확인할수있었다. 그에따르면 공화적체제 " 를포함한국가일반은적어도수립의주체에관한한 - 덕의왕국이라불릴수도있는윤리적인국가 (ein ethischer Staat)(Kant 1793a, 753) 내지는 윤리적인공동체 (ein ethisches gemeines wesen)(kant 1793a, 752) 의경우에서와는달리 - 한편으로 천사들의국가 가아니듯다른한편으로 ( 통상적의미에서의 ) 악마들의국가 또한아니며, 오로지 인간들의국가, 좀더구체적으로표현하자면 이성적인그러나동시에본성상이기적이기도한, 따라서 오로지이성적이지만은않은 존재 - 이른바 이성적인자연존재 - 로서의 인간들의국가 그이상이하도아닌것이다.
268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칸트에따르면인간은비록모두가공통적으로복종해야하고또모두에게똑같이적용되어야하는보편적인강제로서의법을희구하면서도동시에자기자신만큼은그와같은복종의예외이기를바라는본성상지극히이기적인존재이지만, 그렇다고해서칸트가그러한점을이유삼아그들에의해서는 공화적체제 " 를포함하여국가자체가수립될수없음을주장하지는않는다. 그이유인즉, 그러한이기적성향의연장선상에서비록인간들이내심으로는서로에반하는 - 경우에따라서는악한 - 심정을품는다할지라도, ( 그것을외적인행동으로연결시키지는않음으로써 ) 외면적으로는마치그와같이부정적이거나악한심정을품었을리만무하다는듯보이도록처신할수있고, 이를통해똑같이이기적인타인들과의평화로운공존및그를통한공동체적삶의영위가얼마든지가능하다고보았기때문이다. 다만그것이가능하려면반드시 한이기적성향과결부된힘이다른이기적성향과결부된힘을파괴적인작용으로부터저지하거나혹은파괴적인작용자체를지양할수있도록이기적성향과결부된힘서로서로가대치되도록 혹은달리말해오로지 ( 그러한사적인심정 ) 서로가서로를저지하도록 국가가조직되는것이과제로서남게되는데, 칸트에따르면이과제의해결또한본성상이기적존재라는인간의태생적한계와는무관하게전적으로인간의능력안에놓여있다. 그이유인즉, 그와같은과제의해결이칸트에따르면 도덕적인개선 에의존하는대신에, 전적으로 자연적메커니즘을인간사회에어떻게적용하느냐 의여부에의존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칸트가주장하는바인간사회에적용될수있어야한다는자연적메커니즘이란대체어떤것일까? 칸트에따르면가령다음과같은것이다. 마치숲속나무들의경우, 각자가다른나무들에게공기와햇빛을빼앗기지않으려애씀으로써결과적으로각자자신이이두가지만큼은꼭확보하도록서로가서로를강제하는꼴이되고, 그결과로서모든나무들이보기좋고꼿꼿하게자라나게되는이치와같다. 반면에같은무리들로부터떨어져자유로움속에서가지를제멋대로뻗고자라나는나무들은기형으로그리고기울어지고굽은형태로자라나게된다 (Kant 1784a, 40). 내용적인면에서 < 이기적성향들스스로서로대치내지항쟁하도록유도혹은허 용하라 > 의경우에서와조금도다르지않은이인용구에담긴메시지는인간의 최 대한의자유 와는동전의양면관계에있는구성원들상호간의 예외없는항쟁 (ein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69 durchgängiger Antagonism)(Kant 1784a, 39) 혹은달리표현하여 인간의비사교적사회성 (ungesellige Geselligkeit der Menschen)(Kant 1784a, 37) 에서의 비사교적특성 (Ungeselligkeit) 이야말로문화나예술을비롯하여가장훌륭한사회질서의원천이라는칸트의인식에다름아니다. 비록내면적으로는상대방에게반하는 ( 경우에따라서는악한 ) 심정을품을수있을지언정눈에보이기마련인행동에있어서는법을위반하지않음으로써 - 다시말해내면적으로상대방에게반하는 ( 경우에따라서는악한 ) 심정을품는데에그치지않고그것을외적인행동으로그대로표출하여, 혹은달리말해자유를자의적으로행사하여타인의적법한자유를제한내지침해하게되는것을미연에방지함으로써, 즉 좋은시민만큼은부득불되지않을수없게 됨으로써 - 궁극적으로모든이의자유를가능케하는 법의지배 에기여혹은동참한다는전제하에서이루어지는사적인이해의최대한의추구, 다시말해법이정하는한계를이탈하지않는한도내에서의최대한의사적인자유의실현은결과적으로모든이기적성향들상호간의대립과항쟁혹은달리말해 비사교적사회성 에서의 비사교적특성 에기초한것인바, 칸트에따르면이것은모든문화와예술의원천일뿐만아니라바람직한정치질서의원천이기도하다. 그와같이하여칸트에게있어서개개인의 최대한의자유 의추구와구성원들상호간의 일반적인항쟁 의의미로서의 비사교적특성 은동전의양면과도같은관계를유지하며국가수립의주역으로자리잡게된다. 한편 영구평화론 에서칸트가정치를 인간을통치하기위해자연의기제를이용하는기술 (Politik als Kunst, den Mechanism der Natur zur Regierung der Menschen zu benutzen)(kant 1795, 232) 로규정하고있다는사실에근거한다면, 결국칸트에게있어서 공화적체제 " 를포함한국가의수립이라는과제의해결은궁극적으로도덕혹은 도덕적개선 이아닌 ( 자연의기제를인간사회에적용하는기술로서의 ) 정치에의해가능해진다. 이러한사실은같은책에서의또다른표현인 도덕성으로부터좋은국가적질서를기대할수있는것이아니라, 오히려거꾸로좋은국가적질서로부터국민의좋은도덕적인형성을기대할수있다 (wie denn auch nicht von der Moralität die gute Staatsverfassung, sondern vielmehr, umgekehrt, von der letzteren allererst die gute moralische Bildung eines Volkes zu erwarten ist)(kant 1795, 224) 는칸트의주장에의해뒷받침되고있음을알수있다. 비록 국민의좋은도덕적인형성 을기대케할수있을정도의 좋은국가적질
270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서 가갖추어지기위해서는칸트가첫번째확정조항을통해 공화적체제 " 로서의개별국가들이갖추어야할필수요소들로규정하고있는 인간으로서의자유 와 시민으로서의평등 외에 신하된자로서의공동의입법에의예외없는복종 과더불어 행정권으로부터의입법권의분리 및 대의체제 (repräsentatives System) 의확립 등이추가적으로가능해야하겠지만 (Kant 1795, 204ff.), 그렇다고해서그러한요건들을갖추는일이계속해서정치의몫에해당할지언정도덕의몫에해당하지는않는다고판단된다 ( 이와관련해서는별도의논의가추가로이루어질수있을것이다 ). 이와같이하여우리는국가수립의문제에관한한칸트가심정상의동기라는인간의내면세계와직결되는도덕의문제와는구분하여생각하였음을확인할수있다. 2. 합법성과 좋은시민 의형성 앞절에서의논의에담긴중요한사실한가지는 자연의기제를인간사회에적용하는기술로서의정치 에기반을둔 ( 공화적체제 를포함한 ) 국가의수립이 ( 각자의 최대한의자유 가갖는한계를정확히규정함으로써모든사람의자유를가능케하려는 ) 법규범의확립과그러한법에의보편적인복종에기반해야한다는것, 다시말해이기적성향의인간들모두가서로를강요하는형태를취함으로써누구나예외없이 강제적인법칙의지배 하에진입할수있어야한다는것이다. 비록 자기자신만큼은예외이기를바라는 이기적인성향으로부터결코자유로울수없다할지라도, 공동체의모든구성원은예외없이 공적인법칙의강제 (Kant 1795, 223) 에복속됨으로써법의지배하에놓여야하는것이다. 자기자신만큼은보편적인강제로서의법에의무조건적인복종에서예외가되기를바라는이기적인존재로서의인간이 공식적으로행동함에있어서는마치그와같이악한심정이라고는전혀지니고있지않은듯처신 하는데에성공할수있는것역시어떻게해서든 - 이익극대화내지손실최소화의차원에서이건혹은여타다른목표의달성을위한수단선택의차원에서이건 - 법을준수하고났을때의일이지거꾸로법의준수를거부했을때일수는없다. 혹은달리말해최소한외부로드러나기마련인행위에있어서만큼은심정상의동기야무엇이건간에법에부합하여행동하라는이성의명령을좇았을때인것이다. 자신만큼은예외이길바라는존재 로서이건혹은 심정적으로상대방에반하는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71 존재 로서이건 이기적인존재로서의인간 이눈에보이기마련인행동에있어서만큼은예외없이법에부합할수있음으로써, 설사도덕적으로좋은인간은아닐지라도좋은시민만큼은부득불되지않을수없다. 다시말해칸트에게있어서의 좋은시민 은설사심정상의동기와관련된행위의도덕성 (Moralität) 이확보되지못한다할지라도 - 혹은달리말해 법칙에대한외경심 11) 을심정상의유일한동기로삼거나법칙의준수자체를유일한목적으로삼지못한다할지라도 - 겉으로드러나기마련인행동에있어서의적법성내지합법성 (Legalität) 만큼은확보될수있음으로써형성될수있다. 행위의합법성만으로는충분하지않고반드시심정상의동기와관련된도덕성또한확보될수있을때비로소가능한 도덕적으로좋은인간 과는사뭇다른것이다. 이와같이하여자기자신만큼은예외이길바라곤하는인간, 왕왕심정적으로상대방에반하거나경우에따라서는악한감정을품을수있는인간이비록 도덕적으로좋은인간 의자격으로는아니지만법에부합하는행위를통해 좋은시민 의자격으로국가라는정치질서안으로통합된다. 즉법의준수를통해타인의적법한자유에대한부당한간섭이나제한내지침해를유발하지않음으로써궁극적으로모든이의자유를가능케하는유일한조건으로서의법의지배를가능케하고더불어 공동의삶 (Miteinanderleben) 형성에기여하게되는것이다. 국가라는법적공동체의수립이궁극적으로행위의 도덕성 이아닌 합법성 에의존한다는점을칸트는대표적종교철학서인 순수이성의한계내에서의종교 에서 법적인공동체 (ein juridisches gemeines Wesen) 와 윤리적인공동체 (ein ethisches gemeines Wesen) 를대비시키는과정에서재차확인시켜주고있다. 그에따르면 윤리적인공동체안에서는모든법칙들이본래행위의도덕성 ( 이것은내적인것이며따라서인간의공적인법칙들밑에놓일수없다 ) 을촉진하는것을목표로하는반면, 법적인공동체를구성하는인간의공적인법칙들은눈에보이기마련인행위의적법성만을목표로할뿐 ( 내적인 ) 도덕성을목표로하지는않는다 (Kant 1793a, 757f.). 11) Actung fürs Gesetz 혹은 Actung vor dem Gesetz 등의표현역시법철학관련칸트의 저작대부분에서반복해등장하고있다.
272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클라르 (Samuel Klar) 가지적하듯 시민사회는적법한원칙의왕국으로불릴수있는바, 법의왕국 (Reich des Rechts) 에서는합법성만이문제가되기때문에공동체구성원들의심정은전적으로문제가되지않 (Klar 2007, 150) 는것이다. 이상과같이하여 보편적인강제로서의법 에의무조건적인복종과그에따른법의지배는 - 자연의기제를인간사회에적용하는기술로서의정치에힘입어 - 칸트에게있어서국가건설에필요한선택이아닌필수로서자리하게된다. 모든정치는법앞에무릎을꿇어야한다 (Kant 1795, 244, 250) 는칸트의주장이나 자연은결국법이주도권을갖길바란다 (Kant 1795, 225) 는칸트의주장은 이론적인법이론으로서의도덕에대비되는실천적인법이론으로서의정치 (Politik als ausübende Rechtslehre)(Kant 1795, 229) 12) 라는표현과더불어전적으로이러한맥락에따라이해될수있는것으로판단된다. 칸트에게있어서정치와도덕의관계는결국정치와도덕및법이라는삼자간의관계속에서보다잘파악될수있는것이다. 13) IV. 결론 이상에서본연구는 먼저도덕에경의를표하고나서야전진할수있는것으로서의정치 혹은 오로지도덕에복속됨으로써만정당성을얻는것으로서의정치 혹은 도덕률의실현에봉사해야하는것으로서의정치 등의표현으로부터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이구체적으로무엇을가리키지는지가드러나는것은아니라는판단하에, 지금껏충분히주목받지못한텍스트의해석에기초하여법이나도덕에로환원되어지지않는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고유의특징을국가수립의경우를통해찾아보고자시도하였다. 무엇보다본연구는 영구평화론 에등장하는세가지종류의국 12) 도덕과대비해정치가갖는실천적측면을강조하는칸트의또다른표현으로는 법의형이상학과같은개념들을경험적사례들에적용하는정치의원칙 이있다 (Kant 1797, 642). 13) 칸트에게있어서도덕은전적으로주관성의영역에만머물게됨으로써일체의객관성을획득하지못하는반면법은그와는반대로전적으로객관성의영역에만머물게됨으로써거꾸로일체의주관성을획득하지못한다 는비판, 다시말해법과도덕양자가상호매개되지못한다는헤겔식의비판을피해갈수있게끔 칸트스스로정치에근거해도덕과법을매개하고자시도하였는가 와관련하여서는향후보다심도있는논의가필요할것으로판단된다.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73 가에초점을맞추고그들사이의연관성에주목하면서국가수립의문제를고찰하였다. 칸트에게있어서 공화적체제 즉공화국은 덕의왕국 내지는 천사들의국가 를의미하지않는다. 당위 라는개념과는전혀어울릴수없는천사나신과같은존재가이기적성향의인간들과마찬가지로 강제 의성격을지닐수밖에없는 법 의지배를본질로하는 국가 를필요로할리만무하다. 다시말해 천사들의국가 란존재할수없으며, 만일국가라는것이존재한다면그것은오로지이기적성향의인간들 - 곧 오성만큼은소유한악마들 - 을구성원으로하는국가만이존재할수있는것이다. 공화적체제 를포함한국가의수립은비록자신만은예외이기를바라는이기적성향의인간들일지라도심정상의동기와관련된도덕성의확보와는무관하게겉으로드러나기마련인행위에있어서의적법성이확보됨으로써 - 즉 부득불좋은시민만큼은되지않을수없 음으로써 - 가능해진다. 따라서이를위해정작필요한것은 ( 지도자를포함한 ) 공동체구성원의도덕적개선과같은것이아니라 그들모두가강제적인법칙의지배하에놓이게끔서로가서로를강제할수있도록그리고그럼으로써법칙이힘을갖는평화상태를반드시초래할수있도록적대적인심정들의상호항쟁을유도한다는궁극적목적의달성을위해과연어떠한방식으로자연의기제를인간에게적용할수있겠는가 이다. 정치 를 인간의통치를위해자연의기제를이용하는기술 로명명할수있는한, 정작필요한것은정치인셈이다. 이를종합하자면, 칸트에게있어서공화국을비롯한국가의수립은궁극적으로 도덕적으로좋은 의의미로서의 좋은인간 의형성과는무관한바, 내면의세계에해당하는 심정 과는달리겉으로드러나기마련인 행위 의적법성에기초한 좋은시민 의형성에의존한다. 나아가이를위해절실히요청되는것은 도덕적인개선 이기보다는 자연적메커니즘의인간사회에의적용 이다. 이때 인간의통치를위해자연의기제를이용하는기술 을 정치 라부를수있는한, 결과적으로칸트에게있어서국가수립의문제는한마디로 정치 의몫인것이다. 이와같이하여본연구는국가수립의경우를통해칸트에게있어서법이나도덕에로환원되어지지않는정치혹은정치적인갖는고유의특성, 즉독자성에관해살펴볼수있었다. 그러나이것이 진정한정치는먼저도덕에경의를표하고나서야전진할수있다 는칸트의명제가더이상유효하지않음을의미하지는않는다. 칸트에게서발견되는바정치와도덕의바람직한관계와관련해전면적인수정이가해져야함을의미
274 한국정치연구제 25 집제 2 호 (2016) 하는것은더더욱아닌것이다. 칸트가 인간의통치를위해자연의기제를이용하는기술 로서의정치를 먼저도덕에경의를표하고나서야전진할수있는것 으로보았다는데에는변함이없는것이다. 오히려본연구는 < 정치라는것이구체적으로어떤것이기에 먼저도덕에경의를표하고나서야전진할수있다 는것인가 > 에대한답변을구해보고자하였다. 무엇보다본연구는상기칸트의명제에대한슈람이나슈반식의해석과관련하여정치를 오로지도덕에복속됨으로써만정당성을얻 을수있는것혹은 도덕률의실현에봉사할뿐 인것으로이해하는데에머물러야하는지에대해강한의문을제기하였다는점에서의미를가질수있다는판단이다. 칸트역시대부분의근대사상가들과마찬가지로법이나도덕에로환원되어지지않는정치고유의영역을용인하였는바, 공화적체제 를포함한국가의수립이대표적사례임을본연구를통해확인하였다. 한편본연구는본론의모두에서 영구평화론 의도입부인여섯개의예비적조항들에이어 영원한평화 의달성에보다결정적으로기여할 3개의확정적조항들을통해칸트가전달하려는주된메시지가법적공동체로서의국가와국제연맹그리고세계시민공동체의수립의불가피성에관해서였음을언급한바있다. 칸트의주장인즉, 각각국내법과국제법그리고세계시민법에의거하여개별국가적차원에서의 공화국 과국제정치적차원에서의 국제연맹 그리고마지막으로지구적차원 - 오늘날의 글로벌 차원 - 에서의 세계시민공동체 등이함께수립될때에비로소 영원한평화 에도달할수있다는내용이었다. 그렇다면본연구를통해고찰하였는바개별국가적차원에서의공화국의수립을넘어국제정치적차원에서의국제연맹과지구적차원에서의세계시민공동체를수립하는것, 그리고그럼으로써비로소영원한평화에한발다가서는것등의과제가 - 공화적체제 를포함한국가수립의경우와마찬가지로 - 정치에의해해결될수있는것인지가추후논구될수있을것으로판단된다. 투고일 : 2016년 4월 28일심사일 : 2016년 5월 15일게재확정일 : 2016년 6월 10일
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75 참고문헌 본연구에서인용되는칸트의저작은기본적으로바이쉐델 (Wilhelm Weischedel 1991, 9th ed.) 에의해출간된총 12권의칸트선집 (Werk Ausgabe로표시 ) 에의거한다. 칸트생존시에출간된대분의저작들이이에망라되어있다. 반면칸트사후에출간된몇몇논문들을포함하여주요저작들의초고와성찰원고등수고의경우에는 1900년대에들어와출간되기시작한총 29권의독일학술원판칸트전집 (Akademie Ausgabe로표시 ) 에의거하였다. 출간년도의표기와관련하여서는선집 (Werk Ausgabe) 에수록된글들의경우에는그들각각의출간년도를, 반면에전집 (Akademie Ausgabe) 에수록된글들의경우에는해당글을싣고있는전집내해당권수의출간년도를기재한다. 김용민. 2001. 루소의일반의지에나타난권력개념 : 정당성을중심으로. 정치사상연구 5집, 105-124. 정호원. 2007. 칸트에게있어서의자유와법의상관관계에관한연구. 사회과학논집 38집 1호, 1-18.. 2008. 칸트의대의개념에관한연구. 정치사상연구 14집 2호, 85-113. Gerhardt, Volker. 1995. Immanuel Kants Entwurf >Zum ewigen Frieden<: eine Theorie der Politik. Darmstadt. Gulyga, Arsenij. 1981. Immanuel Kant. übersetzt v. S. Bielfeldt. Frankfurt/Main. Kant, Immanuel. 1763. Der einzig mögliche Beweisgrund zu einer Demonstration des Daseyns Gottes. Werk Ausgabe. Vol.2.. 1784a. Idee zu einer allgemeinen Geschichte. Werk Ausgabe, Vol.11.. 1784b. Beantwortung der Frage: Was ist Aufklärung? Werk Ausgabe, Vol.11.. 1785.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Werk Ausgabe, Vol.7.. 1793a. Die Religion innerhalb der Grenzen der bloßen Vernunft. Werk Ausgabe, Vol.8.. 1793b. Über den Gemeinspruch: Das mag in der Theorie richtig sein, taugt aber nicht für die Praxis. Werk Ausgabe, Vol.11.. 1795. Zum ewigen Frieden. Werk Ausgabe, Vol.11.. 1797. Die Metaphysik der Sitten. Werk Ausgabe, Vol.8.. 1798. Anthropologie in pragmatischer Hinsicht. Werk Ausgabe, Vol.12. Kater, Thomas. 1999. Politik, Recht, Geschichte Zur Einheit der politischen Philo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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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에게있어서 정치 혹은 정치적인것 의의미 277 ABSTRACT Kant and the Meaning of Politics or the Political: Focussing on the Problem of Establishment of State Ho Won Joung Yonsei University This study eventually seeks to get to Immanuel Kant s position on the relationship between moral and politics who is better known as a master of moral philosophy rather than that of political philosophy. Its final goal lies in finding out the uniqueness of politics or the political from Kant s practical philosophies, which can not be reduced to law or moral. Establishment of state including republic for Kant has nothing to do with building of good man in the meaning of morally good but depends on building of good citizen which is based upon legality of conduct that can not but be visible. And what is necessary for that is not moral improvement but how we apply natural mechanism for human society. As long as we can regard politics as skills, utilize the natural mechanism for ruling human beings as Kant actually does, the problem of establishment of state, in short, belongs to domain of politics, not moral. Keywords: moral and politics, establishment of state, legality and morality, good man and good citiz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