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013 레지던스 L 김철승 RESIDENCE L Chulseung Kim
LIG문화재단 레지던스-L은 국내 중견급 공연예술인들을 위한 2년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고유한 예술적 지향점을 제시하며 괄목할 만한 창작 활동을 펼쳐가고 있는, 앞서가는 예술인 지원을 위해 2010년에 출범한 프로그램이다. 일회성 제작지원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뜻을 담아 새롭게 시도되었으며, 선별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집중성), 약 2년간(장기성), 각 예술인의 계획에 따라(자기주도성) 제작 과정 전반을 지원을 하는 것이 주요한 운영 원칙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단체가 아닌 개별 예술인의 다양한 창작 방식을 지지하고 있으며, 예술인들 스스로가 운영하는 지속적인 창작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연의 재구성을 위한 시도 흔적 증언 2기(2012-2013) 연출가 김철승 안무가 류장현 작곡가 최수환 1기(2010-2011) 연출가 강화정 안무가 밝넝쿨 작곡가 장영규 2012 2013 레지던스 L 김철승 RESIDENCE L Chulseung Kim
연출가 김철승은 계산되지 않은 몸의 움직임과 즉흥적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무대 위에서 철저하게 현재성 을 추구한다. 그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원초적 모호함과 의미의 비결정성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다. 이는 완성된 텍스트를 뒤집고 다시 쓰는 텍스트로의 이행과정, 아직 찾지 않은 것은 찾으려는 탐구적 자세에서 비롯된다. 프로필 1998 연세대학교 인문학부 철학과 졸업 2002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 MFA (연극 연출) 졸업 2009-현재 극연구소 마찰 예술감독 2009-2010 서울시 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1기 입주작가 2012-2013 LIG문화재단 레지던스 2기 2008-현재 중앙대학교 연극과 공간연출 강사 2009-2013 한양대학교 연극과 겸임교수 김철승 연출가는 LIG문화재단 레지던스-L 2기 아티스트로 참여하면서 거짓말 침입/초대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엄마가 사라졌다 영원한 침대 등 총 5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장소특정적 site-specific 작업방식을 토대로 사운드 아트, 설치 미술, 영상, 라이브 연주 등 다른 매체와의 접촉을 통해 다양한 표현 방식의 가능성을 모색했고,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는 일반 극장에서의 작업도 병행하였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어떤 총체적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 기간 동안 자신이 가진 고유의 연극 어법과 연출 방식을 확장시키고, 방법론의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하는데 주력하고자 했다. 그래서 레지던스 1년차에 김철승 연출가는 기존 작업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외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거짓말 침입/초대 너의 외로움은 작다 에서 각각 사운드 아티스트 지미 세르, 설치 미술가 이상홍, 미디어 작가 강수연, 작곡가 이상욱과의 협업을 통해 그가 추구하고 있는 공연의 현재성 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극 어법을 시도하고자 했다. 한편 레지던스 2년차에 들어서면서 김철승 연출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서 구축해온 연극 어법에 충실한 작업들을 진행했다. 엄마가 사라졌다 영원한 침대 는 본 공연에 앞서 워크숍과 쇼케이스 과정에 의한 진행방식이 강화되었고, 이러한 전개과정을 통해 김철승 연출가는 자신이 계속 고민하고 있는 공연의 현재성 을 담아내는 형식과 내용의 일치라는 내부적 고민에 집중했다. 주요 작품 2013 영원한 침대 (LIG아트홀 강남) 엄마가 사라졌다 (한남동 L-Studio) 2012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영상프로젝트. LIG 아트홀 강남) 초대/침입 (설치 미술 프로젝트. 서교동 마당집) 거짓말 (사운드 프로젝트. LIG아트홀 강남) 2010 햄릿머신prototype (변방연극제 초청작. Cafe Anthracite) 곶나들이 (보안여관) 2009 태양이 너무 밝았기 때문에 (LIG아트홀 기획공연 링키지 프로젝트 초청작. LIG아트홀 강남) 2005 Tape 39 (Los Angeles Theatre Center Edge Fest 초청작. 셰익스피어의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와 사무엘 베케트의 크랩의 마지막 테잎 을 각색) (형이상학에 빠져있는 한)우린 마찰 없는 땅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이제 맨발로 거친 땅을 걷고 싶다. 땅의 마찰을 느끼고 싶다.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중에서 극연구소 마찰은 연출가, 안무가, 성악가, 작곡가, 이러한 과정은 네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공연 프로듀서, 무대 디자이너, 배우 등 여러 예술 분야의 첫 번째 과정은 워크숍이다. 극연구소 마찰이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단체다. 2009년 7월에 창단된 주관하여 이루어지는 자율참가제 워크숍은 단원이든 극연구소 마찰은 기존의 극단이나 공연단체에서 주로 아니든 상관없이 이에 참여할 수 있다. 배우가 아니라도 사용하는 희곡이나 그에 상응하는 시놉시스가 아닌, 다른 상관없다. 워크숍에서는 여러 가지 신체 즉흥이나 방식의 텍스트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텍스트는 세미나, 각자의 감정교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워크숍 신체 즉흥을 통해 형상화된다. 기간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까지 소요된다. 배우는 텍스트(처음에는 main material에서 두 번째 단계는 쇼케이스다. 한정된 참여자를 뽑아진 것으로, 나중에는 배우 스스로 그 material에서 대상으로 워크숍을 통해 얻어진 영감과 소스를 가지고 영감을 받아 재조직화한 것들)를 숙지하고 재현하는 구성된 움직임과 텍스트를 참여자들에게 보여준 후 과정에서 일상성에 기반을 둔 움직임을 찾아낸다. 함께 논의를 한다. 작품의 발전가능성을 찾는다. 이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배우는 예상치 못한 의미들을 세 번째는 리허설로 워크숍과 쇼케이스를 토대로 발견한다. 신체 즉흥이란 이 생경한 움직임의 의미에 공연으로 발전 가능한 부분을 추리고 다듬는 과정이다. 가장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의 공연 문법을 만든 후 공연에 참가할 멤버를 확정짓는다. 리허설 기간 역시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까지 진행된다. 네 번째는 공연이다. 매회 공연은 매번 특정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매회 다른 성격의 공연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2 3
거짓말 초대/침입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엄마가 사라졌다 영원한 침대 레지던스-L 작품목록 2012. 4. 12(목) 14(토), 4. 19(수) 21(토) LIG아트홀 강남 2012. 7. 19(목) 21(토) 서교동 마당집 2012. 11. 15(목) 17(토), 11. 22(목) 24(토) LIG아트홀 강남 2013. 5. 9(목) 11(토), 5. 16(목) 18(토) 한남동 L-Studio 2013. 11. 14(목) 16(토), 11. 21(목) 23(토) LIG아트홀 강남 쇼케이스I 2013. 7. 5(금) 7. 6(토) 대안공간 이포 쇼케이스II 2013. 7. 26(금) LIG아트홀 강남 L-Space 4 5
거짓말 극연구소 마찰 & 사운드 아티스트 지미 쎄르 Jimmy Sert 2012. 4. 12(목) 14(토), 4. 19(수) 21(토) 평일 20시 토 19시, LIG아트홀 강남 레지던스-L 2012-2013 김철승 연출 무대 의상 출연 프로듀서 김철승 사운드 지미 쎄르 디자인 황인화 조명디자인 이관형 유미영, 유은지, 정새별, 황은후, 황인수 조연출 이석진 안광조 홍보 마케팅 박은영, 조성원, 권기정 LIG 아트홀 2012. 4. 12/13/14 4. 19/20/21 평일 8pm / 토 7pm 음향디자인 공연장운영 박범진 매니저 박현진 서정현 연출 무대감독 인쇄물디자인 김철승 이경수 busy busy 사운드 아티스트 지미 쎄르JIMMY SERT 배우 사진기록 이운식 황은후, 정새별, 조아라 유미영, 강소영, 유은지 황인수 무대 의상 황인화 영상기록 이재영 조명 이관형 음향 박범진 무대감독 이경수 매니저 서정현 공연 극연구소 마찰 극연구소 마찰 & 사운드 아티스트 지미 쎄르JIMMY SERT 일시 2012년 4월 12일 (목) 14일 (토) 4월 19일 (목) 21일 (토) 평일 8pm, 토 7pm LIG 아트홀 기획공연 장소 예매 주최 레지던스 L LIG 아트홀 [강남역 12번 출구] T. 1544-1555 www.interpark.com 김철승 프로젝트 문의 티켓 주관 LIG 아트홀 전석 20,000원 T. 1544-3922 6 7
연출노트 거짓의 소리를 찾아내는 여정 거짓말 # 시작 (본 텍스트는 대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실제 공연 진행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1 2 3 4 여자가 옷깃을 여미며 여자가 조금 다급한 듯 걸어와 여자가 건널목에 서서 시계를 본다. 여자가 건널목에 서있다. 건널목에 선다. 건널목 앞에 선다. 같은 편 조금 떨어진 곳에 조금 떨어져 청소부가 책을 같은 편 조금 떨어진 곳에 청소부가 같은 편 조금 떨어진 곳에 청소부가 앉아 책을 읽는다. 읽고 있다.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고 앉아 청소부가 쓰레기를 모아놓고 버스가 지나간다. 여자가 청소부를 쳐다본다. 책을 읽는다.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청소부 흩어진 쓰레기를 보지만 책을 읽던 청소부가 여자를 버스가 지나간다. 꺼내 읽는다. 일어나지 않는다. 쳐다본다. 여자와 청소부 눈이 마주친다. 여자가 청소부를 본다. 여자가 카운트다운을 나지막하게 사이. 버스가 지나간다. 말한다. 청소부 책을 품에 집어넣고 모았던 쓰레기들이 흩어진다. 오, 사, 삼, 이, 일, 땡. 청소를 계속한다. 사이. 여자와 청소부 눈을 맞춘다. 청소부 책을 품에 집어넣고 사이. 쓰레기를 다시 모은다. 8 9
# 소리를 들고 가. 왔을 때 그랬듯이 등받이 없는 의자와 테이블이 책 쪽으로 간다. 책장에서 너의 편지는 하고 시작되어 있다. 버리고 남은 것들이 내 가방의 있다. 테이블에 커피가 있다. 꺼내놓아 옆으로 세워져 있다. 너의 목소리가 그립다 로 모양을 결정한다. 커피 잔에선 김이 오른다. 책 고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끝나있다. 욕심을 버린다고 했다. 그럼 바닥에 앉는다. 커버 안쪽에 쓰인 글을 대충 내가 쓴 편지. 내가 쓴 편지가 남아있는 것의 모양새에 신경이 필통 두 개를 다 뒤집어 놓은 후 읽는다. 궁금해졌다. 쓰이게 된다. 펜을 꺼내놓는다. 펜을 고를 때보다 쉽다. 실수로 혹은 차마 부치지 못한 이면지를 뒤집어 하나씩 테스트 별 기억 없는 책에 꽤 중요한 내 편지가 있는지 봤지만 한 통도 난 그 누군가의 청혼에도 선뜻 한다. 처음처럼 명쾌한 놈들만 노트가 적혀있는 경우 없다. 대답할 수 없다. 가려 오른쪽에 놓는다. 그 속지만 찢어 남기고 책은 편지를 봉투에 넣고 편지통을... 난 짐을 싸고 있다. 왼쪽에. 통째로 왼쪽으로 민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옷가지는 세 개씩만 챙긴다.... 욕심을 버려라. 개어 눌렀을 때에 숨이 잘 죽는 내 이름을 다 쓰도록 잘 나오지 것들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는다. 않는 펜은 버린다. 왼쪽에. 욕심을 버린다. 테이블에 커피가 있다. 김이 나진 접시를 고른다. 바닥에 대충 CD와 카세트테이프 쪽으로 간다. 않는다. 던져도 깨지지 않는 것들은 플레이어를 옆에 놓고 하나씩 짐을 싸는 것은 청혼을 받는 것과 오른쪽. 넣어 튼다. 비슷하다. 사연이 많은 것들을 꼭 챙기고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내 어떻게 살았는지 질문 받는다. 그런 건 없다. 욕심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들어있는지 정확히 날카롭게. 종이 찰흙으로 만든 가면들... 확인한다. 다 버린다. 편지통을 연다. 이름을 확인한다. 서류 상자를 연다. 버릴 게 많을 5년 전 소인이 찍힌 편지를 텐데, 우선 옆으로 치워 놓는다. 꺼내 읽는다. 10 11
소리들을 주워 담았다. 선택은 어느 순간에도 간결했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 버려진 것들의 소리는 됐다. 의자를 테이블 밑에 밀어 넣는다. 식은 커피를 한 번에 마신다. 그 사람은 의자를 빼고 앉아 테이블에 놓여 진 빈 커피 잔을 들 것이다. (스피커가 두 개. 하나는 배낭처럼 등에 메고, 하나는 캐리어처럼 손잡이를 꺼내 끈다.) 1. 불완전한 기억 속에 감쳐진 거짓과의 충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완전한 것인가. 이 기억을 지탱해주는 소리의 파편들은 온전한 것인가. 거짓말 은 내게 남아있는 기억의 소리, 이 가운데 거짓의 것들을 가려내는 여정이다. 파편화된 기억들의 충돌, 이 충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재구성되는 이 충돌에 개입하는 소리 소리는 귀에 걸려 있다. 말 역시 귀에 걸려 있다. 기억의 소리는 귀를 통해 선택되거나 강요된 거짓을 생성해낸다. 지금도 계속. 끊임없이 2. 상황의 반복 혹은 변주, 재배열되는 기억의 시간차에 집중한다 어떤 기억의 일부를 끄집어내서 반복시킨다. 상황의 반복은 토막나버린 기억의 한 시점에서 시작해 어느 일정 부분에 이르면 스톱 하고 다시 시작한다. 이때의 시작은 앞서 진행된 장면과 똑같지 않다. 기억의 재생은 불완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의 기억에서 도출되는 계속 변주되는 상황의 전개를 통해 이 상황을, 이 기억을 낯설게 들여다봄으로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찰의 작업방식은 반복과 낯섦 에 근거한다. 시간과 공간의 저항이다. 그리고 마찰이 추구 하는 방식과 방식의 내용은 일치해야 한다. 3. 소리에 파묻힌 여자, 소리를 고르는 여자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있는 한 여자, 자신의 기억 속에 감춰진 애매하고도 아슬아슬한 사건들과 다시 마주하며 그녀의 여행은 시작된다. 기억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시선조차 마주하지 않은 채, 한 방향을 응시하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소리/말을 쏟아낸다. 소리/말에 파묻힌 여자는 그 소리/말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소리/말 가운데 필요한 것들을 고르기 시작한다. 4. 소리와의 협연 움직임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현장의 소리/말을 채취하고, 동시에 즉흥적으로 채취한 소리/말은 다시 극의 요소로 재배치 된다. 이러한 과정은 극의 주인공인 한 여자의 기억 속에 감쳐진 거짓의 파편들로 형상화된다. 그녀의 기억 속 거짓을 쉴새없이 변주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때론 불완전한 기억 속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이제 이 커피 잔에 인사말을 남기고 여기를 나가면 된다. 12 13
14 15
16 17
초대/침입 극연구소 마찰 & 설치미술가 이상홍 2012. 7. 19(목) 21(토) 20시, 서교동 마당집(오픈 스튜디오) 레지던스-L 2012-2013 김철승 연출 김철승 설치미술 이상홍 음악 이상욱 조명 황인화 무대감독 유은지 출연 안병식, 최은진, 허정도, 황은후 프로듀서 안광조 홍보 마케팅 조성원 사진기록 이운식, 장우제, 정기상 영상기록 이재영 LIG문화재단의 오픈 스튜디오는 공연예술에 있어 동시대 지평에서 새롭게 주목할 만한 창작행위와 그 가치를 관객과 함께 확인하고 공연 환경에의 성공적 정착을 탐색하는 프로그램이다. 18 19
연출노트 수동태와 능동태의 전이 초대/침입 # 김철승 (본 텍스트는 대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실제 공연 진행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미안한데, 내가 지금 발을 씻는 게 좀 웃길까? 그러게,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어. 저 놈 굉장히 예민해. 아니, 그냥 쓰다듬지 말고 그래, 걱정되듯이 더듬어. 누구 세요? 어, 들어와. 왜? 문을 닫지 말까? 좀 늦었네. 뭐야 아무것도 안 가져왔어? 그럼 안 돼? 그냥 별거 안하면 안 돼? 넌 지금 가만히 있기를 하고 있잖아. 넌 잘 모르겠니? 이건 거의 완벽한 초대야. # 허정도 A 어딜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나요? B 어떻게 오셨죠? A 초대를 받았습니다. 아니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느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달리 보이더군요. 제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가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 뒤로 오랫동안 그 분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 B 그래서 만나셨나요? A 쉽지 않더군요. 그 사람의 빈자리를 안고 가는 제 삶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녔습니다. 아팠고, 헤맸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약들도 써봤지만 그 효과가 그리 길진 않더군요. 최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 그 사람과 헤어졌던 때만큼. 그러다 그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B Well. That s a beautiful story.(안는다) B 그 분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A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대를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B 그렇군요. 음식은 입에 맞으신지요? A 네. 더할 나위 없이 조촐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합니다. B 다행이네요. 실례지만 그 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A 아주 오래 전 우리는 꽤 친했습니다. 20 21
A 당신이 나더러 오라 그랬잖아요. 가만 있는 나를 당신이 불렀잖아요. B 네, 그랬죠. 근데 마음이 바뀌었네요. A 왜죠? B 당신은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A 어쩌죠? 저는 이미 당신 때문에 설레고 있는데 B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A 니가 꼬셨잖아. 내가 먼저 좋다고 했냐? 니가 나 먼저 꼬셨잖아. 1. 시간이 머문 공간에 남겨진 흔적, 냄새, 색감, 촉감, 감수성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에 파고든다. 그러한 가운데 도출되는 상황의 재구성, 그리고 그 상황 에서의 최고의 선택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를 극연구소 마찰이 추구하고자 하는 현재성 의 근거로 둔다. 2. 초대와 침입의 차이, 이는 누구의 시선으로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의 문제이다. 3. 껴안다/hug: 무대에서의 불안한 존재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 절박한 움직임이다. 물론 허그로 인해 불안 해질 수 있는 상황도 있다. 내가 너를 안는 이유는 나도 불안해서이다. 4.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도출하기 위한 배우훈련: 배우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도출할 때에는 정답 이 없음을, 그럼에도 우리 마찰만의 경향이 있음을 공유한다. B 응 미안 A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B 미안해 오빠.(딸깍) A 아 씨발. 개#$%%%^%$&&^%$ 씨*%*&%%. XXXXXXX 니가 다시 나를 그리워하도록 B 여보세요? A 나야 22 23
# 안병식 # 최은진 사내란 모름지기 들어갈 때 구멍은 여러 개라도 나올 때 구멍은 지조가 있어야 한다고 네, 무슨 소리냐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밥상머리에서 무언가를 흘릴 때면 늘 하시던 말씀이었죠 침묵 실례했습니다 아버지께선 아니 나는 내가 말했잖아요 식사초대는 부담스럽다고 도통 조심스러워지지가 않는다고 아버지 말씀도 그런 뜻이었을 거예요 일종의 정중함에 대해서 (아니 깔끔함에 대해서) 그러니까 최대한 정중하게 말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으니까. 나 따위에 신경쓰지 말아요 나는 민폐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를 소망하는 사람입니다 당신 짐은 조금 있다 문 앞에 가져다 놓을게요 미안해요 A 늦은 건 아니죠? 마을버스가 한참을 안와서. B 어 A 이건 선물. B 아 A 왜 그러시죠? B 반갑긴 한데 어쩐 일이신지.. A 오늘 초대하셨잖아요. B 예? 오늘은 금요일이에요. 제가 초대해드린 날은 토요일인데 내일. A 예?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똑똑히 들었는데. B 제가 오늘이라고 말씀드렸을 리가 없어요. 오늘은 다른 손님들이 오시기로 한 날이거든요. A 1 저기, 2 왜? (들어온다) 1 여기서 뭐하는거야? 당장 나가. 2 헐. (나간다.) 1 야, 2 (들어온다) 1 꺼져. 2 (나간다.) 1 야, 2 (들어온다) 도대체 왜 자꾸 부르는 건데? 1 모르겠어. 2 할 얘기 있으면 해. 1 난 그냥 네가 미워. 2 (나간다.) 1 야. 2 이거 봐, 또 네가 불렀어. 내가 온 게 아니야, 구박하지 마. 1 난 그냥 2 내가 밉다고? 1 미안. 근데 그거 말고는 뭘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어. 널 다시 좋아 할 수도 없잖아. ( 꺼져 대신 도둑이야! 를 외칠까 생각도 해봄) 24 25
# 황은후 1 그게 숨은 거야? 그러면 다 보이는데. 2 숨어있었어요 3 아직 안갔나? 하도 조용히 있어서 갔는지 안갔는지 모르겠네. 응, 그래서 계속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더니 죽겠네. 5. 초대/침입 은 누군가의 방문을 기다리면서, 혹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면서 생기는 그 사람과의 대면의 어색함 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마주침으로 인해 예상되는 일련의 감성- 기대감, 초조함 등이 실질적인 만남 이후 변화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생하게 되는 사적인 문제들- 불편함, (혹은 가상의 만남을 만들어가면서 선택하게 된) 외로움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화시켜 본다.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무서웠어요 그래서 살금살금 피해 다녔지 집에 없는 것처럼 조용히 숨어있었지 싫어, 모르는 사람들 싫어. 몽이는 엄청 예민하니까, 그치. 6. 네 사람이 마당이 넓은 집에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네 사람의 처지는 대략 네 가지이다. 초대를 한 사람, 초대 받은 사람, 초대하지 않은 사람, 침입한 사람 네 사람이 각각 하나의 처지를 대변 하지는 않는다. 7. 관객은 초대 받는 자와 초대하는 자, 동시에 침입 당하는 자와 침입하는 자를 목격하게 되고 관객 역시 이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관객은 이 수동태와 능동태의 전이 그리고 충돌, 이것은 극연구소 마찰이 극을 만드는 시작점이자 종착점이기도 하다.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극연구소 마찰 & 미디어 작가 강수연 2012. 11. 15(목) 17(토), 11. 22(목) 24일(토), 평일 20시, 주말 19시 LIG아트홀 강남 레지던스-L 2012-2013 김철승 연출 의상 인쇄물 출연 홍보 마케팅 김철승 디자인 김인권, 문일수, 박은영, 조성원, 황인화 유은지, 정슬기 권기정 영상 강수연 조명디자인 공연장운영 이관형 박현진 설치미술 이상홍 무대감독 사진기록 안승민 이운식 피아노 작곡 이상욱 다큐멘트 영상기록 장우제, 이재영 정기상 36 37
연출노트 의도적인 현실 부정에 대한 또 다른 부정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 1.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본 텍스트는 대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실제 공연 진행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 2. 말 없던지 너의 외로움은 늘 이름표가 적혀있다. 보라고. 봐 달라고. 슬쩍 보면 쓰윽 가린다. 제대로 보라는 건가하고 가린 네 손을 떼면 휙 뒤돌아선다. 보이기 싫은가보다 하고 나도 돌아선다. 내 뒤통수에 네 욕이 와 박힌다. 아 하는 표정으로 뒤돌아보면 네 외로움은 분노로 바뀌어 있다. 네 외로움은 그렇게 작다. 곧 분노로, 두려움으로 바뀔 준비가 되어있듯이 얕다. 좁다. 네 외로움은 외로움으로 남아있지 못한다. 짧고 선명한 히트를 치길 원한다. 그리고는 곧 사라져도 좋겠다 싶어 한다. 네 외로움은 네 연기력만큼이나 가망 없다. 나 너 나 너 나 너 그럼 너한테 중요한 거는 뭔데? 말할 수 없어. 왜 꼭 말로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알 수 없잖아. 무엇이든 말로 하는 순간 그건 중요해지지 않아. 그건 미신이야. 말로 할 수 있어, 너도. 그럼. 네가 해봐. 네가 말로 날 찢어봐. 38 39
# 3. 말 많던지 나 넌 말이 너무 많아. 너 그래서? 나 네 말의 시작이 무어였는지 잊어버리게 돼. 너 그럼 다시 물어. 나 날 사랑해? 너 그러니까 내 말을 끊지 마봐. # 4. 그만 # 5. 안테나 (똑똑. 철컥. 끼이익) 1.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지금 내 앞에 없는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보다, 혹은 가지고 있는 사실보다 좋을 수도, 실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그렇게(말하자면) 다른 곳으로 시선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2. 50세 남자가 있다. 30세 남자가 있다. 30세 여자가 있다. 20세 여자가 있다. 50세 남자는 20세 여자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가 30세 남자가 되었으면 하고 그러다가 30세 남자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다. 30세 여자는 20세 여자를 보다가 남자가 되었으면 할 수도 있다. 50세의 남자는 30세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20세 여자와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잠깐 그러한 가능성을 꿈꾼다. 가능성은 현실에 가까울수록 달콤하지만 절대 현실이 될 수는 없다. 3. 안테나. 이것을 통해, 찾고 싶은 나 를 부르는, 받아들이는 장치 혹은 내 몸 안에 내재된 어떤 감각 기관 나 넌 참 황홀해. A 저 혹시 안테나를 4. 극연구소 마찰+영상, 그 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테크놀로지와의 대면을 모색한다. 배우의 즉흥성과 너 내 몸매가 좋다는 소리야? 잃어버렸어요? 이를 포착해 내는 영상 미디어와의 대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 아니, 너에게선 달콤한 B 아니요. 비가 오길래 소리가 들려. 걷어놨는데요. 너 난 내 낮은 목소리가 지겨워. A 아 난 혹시 잃어버렸을까봐 나 아니, 넌 충분히 아름다워. 내거를 가져와 봤어요. 너 그만해. B 아 아니요 잃어버렸나 봐요. 나 아니, 난 팔이 없어 널 A 어 저기 마루에 말리고 만지지 못해. 이게 다야. 있는 건 뭐에요? 너 넌 너무 만지고 있어. 그만. B 어 저거 주운 건데 혹시 안테나를 찾고 계신다고 했나요? 40 41
42 43
44 45
46 47
엄마가 사라졌다 2013. 5. 9(목) 11(토) / 5. 16(목) 18(토) 레지던스- L 2012-2013 목 금 20시, 토 14시 17시, 한남동 L- Studio 김철승 48 49 LIG문화재단 레지던스 L 박현진 이희정 연출가 김철승 프로젝트 공연장운영 조명 무대디자인 엄마가 사라졌다 박보배 공연 권기정 극연구소 마찰 드라마터그 기간 이재영 박은영, 조성원, 2013.05.09, 목 05.11, 토 영상기록 홍보 마케팅 2013.05.16, 목 05.18, 토 전우열 시간 무대감독 황인화 금 8pm 의상디자인 목 8pm 조성원 토 2pm, 5pm 장소 한남동 스튜디오 L (용산구 대사관로 11길 30) 티켓 이운식 일반 20,000원 사진기록 프로젝트 매니저 학생 15,000원 서승희 (회당 관객 제한 30명) 조명감독 김우림 예매 조연출 T. 1544 1555 www.interpark.com cut corners 한인미, 황인수 문의 인쇄물 디자인 김신록, 유은지, LIG아트홀 T. 1544 3922 출연 김성환 주최 음향감독 김철승 LIG문화재단 연출
연출노트 부재와 현존의 경계에서 엄마가 사라졌다 # 1. 엄마가 사라졌다. (본 텍스트는 대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실제 공연 진행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 3. 현관문을 열었을 때에 알았다. 신발 두 켤레는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다. 식탁 위에는 삶은 고구마 세 개가 뜰채에 들어있다. 냉장고에 뜯지 않은 새 우유가 두 개. 오렌지 쥬스 하나. 어제와 똑같이 집 안을 만들어 놨다. 하지만, 분명히, 엄마는, 사라졌다. 응. 그렇게 떠났어, 엄마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딱 엄마같이. 그렇게. 기다렸지 그럼. 전화는 어차피 잘 안하니까. 하지만 늘 서로 쪽지를 남기곤 했었거든. 그래서 시간이 되면 편지를 보낼 줄 알았어. 아니, 전혀. 아무런 연락도 없어. 실종신고? 아니. 엄마가 떠나고 며칠 미친 듯이 집안을 뒤졌어. # 2. 엄마가 사라졌다. 난 그 애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진한 키스를 한다. 그 애는 자기 아빠가 새로 산 등산용 배낭을 가져오기로 한다. 난 스위스제 칼을 가져갈 것이다. 그 칼에는 작은 돋보기와 손톱깎이도 붙어있다. 버스표는 내가 가지고 있다. 정확히 두 시간 후 터미널에서 만난다. 난 소리 나게 현관문을 열고 학원 가방을 챙기고 신발을 갈아 신으려고 신발장을 열었다. 엄마 신발이 하나도 없다. 난 바로 그 순간 가방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앉았다.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어디에다 쪽지라도 남겼을까 해서. 없었어. 그러다가 그냥 문득 그랬어. 엄마가 자기 창피하게 만들지 말라고. 그런 게 아닐까 싶어졌어. 정말로 짐을 다 싸서 신발을 신고 현관에 서서 집안을 바라보며 나 창피하게 만들지 마, 라고 말하며 떠난 거지. 몰라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물론 아닐 수도 있어. 아닐 확률이 더 많아. 근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골목골목마다 엄마 사진 붙여놓고 광고하지 않았어. 떠난 거니까. 잡지 말라고 하고 떠난 거니까. 그 애에게서 전화가 온다. 나 못가 엄마가 사라졌어 그러게. 나보다 먼저. 50 51
#4. 엄마, 나 엄마이름 한자로 모른다 그냥, 혹시 그래서 떠났나 싶어서. 엄마, 나 이름 엄마 이름으로 바꿔도 돼? 정의숙으로 살아보게. 엄마, 나 질문 안 해도 되지? 1. 부재의 공감 누군가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지만 누구도 대면하고 싶지 않은 엄마가 사라졌다 라는 사건을 조우하게 된 네 사람. 엄마의 부재를 통해 겪게 되는 귀찮음 암울함 무기력함 때문에, 아니면 기면증 편지 노란 원피스를 통해 드러나는 일상의 삐걱거림 때문에 서로 무관한 삶을 살아가던 이 네 사람은 부재의 공유를 통해 어떤 공감의 순간 에 다다른다. 2. 부재의 이유 엄마는 왜 사라졌을까 라는 사건의 배경이 아닌, 그 상황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찰나에 깨닫게 되는 순수한 공감에 집중한다. 3. 부재의 경험 엄마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살아가게 되는 지극히 일상적인 주거환경(주택가 작은 지하실)으로 소규모의 관객(회당 30명 한정)만을 초대한다. 꾸불꾸불한 낯선 골목을 지나 지하 공간에 들어선 관객들은 이미 극중 상황과 배우들의 감정이 내재된 어떤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4. 부재와 타성 구구단은 사고를 멈추고 기계적으로 행할 수 있는 수리영역이다. 이론상 구구단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이미 구구단을 끝내고 만다. 5. 부재와 현존 사이, 자각 마찰의 퍼포머들에게 중립(neutrality)이란 메마르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중립은 희노애락이 명확해지는 바로 그 지점의 직전까지를 칭한다. 실제 이 중립의 상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가장 흔한 심리적 상태이지만, 동시에 무대 위에서 퍼포머들이 이 상태를 드러내고 유지할 수 잇는 선을 지키기란 힘들다. 따라서 배우는 울컥하고 감정의 소용돌이 바로 직전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무대에서의 불안함(무얼 해야 할 지 확실히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상황)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게 가능해진다. 나는 불안한 배우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 아름다움은 배우가 바로 중립의 순간에 머물 때이다. 52 53
54 55
56 57
58 59
영원한 침대 본공연 2013. 11. 14(목) 16(토), 11. 21(목) 23(토) 평일 20시, 주말 17시, LIG아트홀ㆍ강남 레지던스-L 2012-2013 김철승 연출 쇼케이스I 연출 출연 김철승 무대감독 2013. 7. 5(금) 20시, 7. 6(토) 19시, 대안공간 이포 김철승 피아노 윤용혁, 이재혜 정슬기, 홍진일 김우림 이상욱 프로듀서 쇼케이스II 배재휘 무대디자인 이희정 의상디자인 2013. 7. 26(금) 20시, LIG아트홀 강남 L-Space 기타 유현욱 무대디자인 홍보마케팅 박은영, 조성원 박보배 이희정 공연장운영 박현진 배우 조연출ㆍ의상 김선아, 홍진일, 디자인 인쇄물 디자인 황예지 박보배 음향디자인 made by BonBon 김성환 사진기록 이운식, 이상욱 조명디자인 이관형 영상기록 남지웅 무대감독 전우열 60 61
연출노트 불면과 몸부림에 관한 수식 영원한 침대 # 영원한 침대 (본 텍스트는 대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실제 공연 진행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 영원한 침대-2 영원한 침대가 있다. 언제부터 그 침대가 있었는지 모른다. 앞으로 영원히 그렇게 있을 것 같다. 영원한 침대에 대해 듣기만 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그게 뭐야 설마 그런 게 있을라구 하는 반응을 한다. 영원한 침대를 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와 정말 그러네, 정말 영원한 것 같아 라고 입 밖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그것을 응시 한다. 꽤 한참 그렇게 응시하고는 조용히 떠나간다. 아주 가끔 아~ 하는 감탄사가 있다. 그 감탄사는 그 다음에 나올 말들을 숨긴다. 영원한 침대가 있는 방은 딱 그 침대가 있을 법 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원한 침대는 오래되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영원한 침대가 있다. (사이) 영원한 침대가 있다고 했다. (사이) 영원한 침대를 봤다고 했다. (사이) 그걸 본 몇몇 사람들이 있다. (사이) 그걸 본 몇몇 사람들은 별 말이 없다. (사이) 난 분명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영원한 침대가 있는 방이 영원한 방은 아니다. 침대만 그렇다. 아마도 영원한 침대는 옮겨졌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원한 방이란 게 있을 리 없으니까. 영원한 침대에는 하얀 이불보가 덥혀있다. 그 이불보 밑에는 사람이 있다. 이불보가 숨을 쉬듯 천천히 오르락내리락 한다. 영원한 잠이다. 영원한 잠은 여자다. 그녀가 영원한 잠을 영원한 침대에서 자고 있다. # 옷을 옷을 벗어. 하나씩 벗어. 다 벗어. 더 벗을 게 없는데, 그래도 계속 벗어. 계속 손에 뭐가 잡혀. 분명히 난 발가벗고 있는데 뭘 입었나봐. 그래서 계속 벗어. 62 63
# 너는 옷을 벗고 의자에 앉는다. 테이블에 쓰러져 엎드린다. 오른 손을 들어 등을 긁는다. 1. 이유 불면 의 원인은 바로 너. 불면으로 형상화되는 너와 나 의 불안정한 관계, 그것에서 비롯된 불면이다. 하지만 이 불면의 치유책인 영원(잠)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다른 이유로 이 영원을 받아들이는 데 머뭇거릴 4. 추상적 관념에 대응하는 오브제에 대하여 1 의자는 기다림이다. 참 수동적인 절실함이 담긴 기다림이다. 그래서 엉덩이 들썩이고 다른 의자로 휘릭휘릭 움직이며 기다리는데도 그게 참 힘들다. 2 코트는 정체성이다. 나는 나로만 존재할 수 있을까. 오른 손으로 무언가를 잡는다. 가능성이 높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오지 않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너 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내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벗는다. 오른 손으로 다시 무언가를 잡는다. 무언가를 벗는다. 2. 시간과 공간의 탐구 침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이다. 영원한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영원할 수 없는 시간이며 공간이다. 영원한 침대 는 시간적으로 영원성, 장소적으로 침대(가 놓인 곳) 을 탐구한다. 3 바꿔 입고 숨기도 하는. 베개는 잠으로의 열쇠이다. 잠을 자기 위한 가장 가까운 물리적 열쇠. 베개를 가지고도 잠을 들지 못한다면 정말이지 힘들어진다. 그 베개 안에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들이 냄새로, 소리로 담겨있다. 상체를 일으켜 자신을 본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만나게 되는 이 극장 자체가 침대 위가 된다. 침대의 의미론적인 확장이 극장이기 때문에 5. 귓속말 절망적으로 일어나 뛰어나간다. 가능하리라 본다. 연극을 하면서 정말 짜릿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공연을 통해서도 그 순간을 겪는다. 하지만 나는 3-1. 몸부림 연습할 때 이 짜릿함을 더 많이 만났다. 언젠가 극연구소 마찰은 몸부림을 치는 집단이다. 기억의 몸부림, 연습 중에 배우에게 귓속말로 디렉션을 준 적이 있다. 역사의 몸부림, 사랑의 몸부림, 거짓에의 몸부림, 너의 배우에게 귓속말을 하거나, 지문을 주는 것은 배우가 침입에 대한 몸부림, 외로움의 몸부림, 사라짐의 몸부림. 자신도 모르게 즉흥적 상태에서 벗어나 고착될 수 있는 그것은 지금 의 몸부림이며 여기 의 몸부림이다. 상황을 방지하고, 생소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절대 # 해봐 # 베게 그 몸부림이 이야기가 되고, 이미지가 되고, 코드가 되고, 경험이 된다. 리듬을 끊는 방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미 준비된 다음 상태로의 진입을 막는다. 영원한 침대 또한 몸부림이다. 나는 연극이든 무용이든 어떤 것이든 간에 무대 1 있는 힘을 다하거나 감정이 격할 때에, 온몸을 흔들고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은 다음엔 무엇을 할 지 A B A 뭘 하지 말아봐. 그럼 되잖아. 그건 안 해본 거 같아, 내가? 그것도 해 봤어? 이 냄새가 참 좋아. 슈퍼타이 냄새. 슈퍼타이로 빨아서 햇볕에 바짝 마른냄새. 한참을 2 3 부딪는 일 잠잘 때 이리저리 몸을 뒤치는 일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또는 저항ㆍ고통 따위를 견디기 위하여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애씀 [유의어] 발악, 발버둥 몰라 흔들리는 불안함을 엿보게 되는 순간이다. 준비된 다음의 단계를 생략해보기로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는 무대에 올라간다. 배우들에게 귓속말을 한다. 계속 해본다. B 뭘 안 하는 거. 그것도 일이야. 코를 대고 맡다보면 금방 3-2. 결코 도달하기 힘든 영원을 향한 몸부림 A B A 우리 안을까? 아니. 안 할래. 넌 뭘 하려들지를 않냐. 사라져 그리고 내 냄새가 나. 내 비린내 내 곰팡내 베개를 베고 잠에 든다. 그 길 밖에 없다. 베개를 벴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 거린다. 기다린다. 서서 기다 리다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너를 본 것 같다. 너를 보면 다 될 것 같다. 그래서 간다. 네가 아니다. 다시 앉는다. 나는 나다. 그래야 네가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내 불면의 기억들을 안고 있다. 나는 나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네가 내 말을 하고, 내 기억을 갖고, 내 목소리를 B 그러게. 낸다. 이럴 때에 나는 몸부림이다. 64 65
쇼케이스1 대안공간 이포 66 67
쇼케이스2 L-space 68 69
70 71
72 73
미완성을 향한 완성 방혜진 예술평론가 영원한 침대 에 이르는 여정 극단 마찰과 연출가 김철승은 완성되지 않은 무대를 과거 김철승과 극단 마찰의 작업에는 장소특정적(site- 장소특정적 작품을 곧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의 잠재적 텍스트와 억류된 배우: 보여준다. 일련의 준비 작업에 대한 결과물로서의 공연이라는 일반적 관념과 달리, 김철승의 무대는 아직 specific) 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적지 않았다. 레지던스 기간 동안의 작품만 보더라도 초대/침입 은 서교동 동의어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공간을 균질화시키고 공간 간의 차이를 미결정성을 도출하는 결정적 방법 그리하여 침대를 대신하여 무대에 들어온 의자, 외투, 확정되지 않은 말과 몸짓들로 가득하다. 완성된 한 주택의 마당에서 시작하여 주택 내부의 거실과 부엌, 지워내고자 하는 현대 자본주의 경향을 생각할 때, 베개. 이 구체적이고 명징한 세 가지 오브제들은 3차 결과물로부터 도주하여, 파편적이고 삐그덕거리는 미완의 방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진행됨으로써, 기존 장소특정적 작업은 여전히 많은 질문과 시도들이 공연의 매 회마다 서로 다른 무게와 강도로 무대에 상태를 유지하려는 그에게, 따라서, LIG아트홀이라는 공연장의 단일성을 탈피하였다. 따라서 어느 순간 한 이뤄져야 할 영역이다. 특히 장소특정성에 대한 상당한 배치되었다. 어느 날의 공연은 의자가 무대를 장악하였고, 정규 공연장과의 만남은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자기 배우가 여긴 내가 살던 곳인데 있을 곳이 없다 라고 역사를 수립한 미술계와 달리, 그 개념을 뒤늦게 이식해온 또 다른 날의 공연은 배우들이 입고 벗어던지는 외투들이 원칙의 모순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장이었을지 모른다. 발설할 때, 그 울림은 그 집에 실제로 거주했던 사람들의 공연계에서는 장소특정적 공연의 방법과 효과에 대한 무대를 뒤덮었으며, 또 어느 날의 공연은 쏟아지는 기억을 소환해내며 빈 공간의 정체성을 곱씹게 만든다. 논의가 아직 충분치 않은 현실이다. 앙리 르페브르(Henri 베개의 밀물로 무대가 질식될 지경이었다. 이 사물들은 실종된 침대와 블랙박스의 귀환: 장소와 공간 사이 영원한 침대 의 1차 공연 역시, 오랜 세월 수차례 용도가 변경되었을 어느 건물의 기억들이 환기됨으로써, Lefebvre)의 표현을 빌자면, 추상적 공간이 동질성을 지향하는, 곧 기존의 차이와 특이성을 제거하는 침대의 부속물이거나 잠과 연관된 무엇이다. 너는 잠에 들기 위해 옷을 벗어야 하고, 잠에 들지 못해 의자를 2년간의 레지던스의 마지막 작품은 영원한 침대 였다. 낡은 벽면에서, 삐걱거리는 계단에서, 움푹 패인 바닥에서, 경향이라면, 새로운 공간은 이 차이들을 강조하는 끌어당기며, 불면에 몸부림치다 베개에 얼굴을 이 공연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3차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숱한 불면의 서성거림과 한숨들이 새어나오게 한다. 한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는 이런 것이다. 파묻는다. 또한 물건은 소유의 문제이고 따라서 기억의 먼저 대안공간 이포에서의 쇼케이스를 출발로, 블랙박스라고 통칭되는 전통적 극장은, 그 추상적인 공간 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장소 로 나아갔던 문제이며, 다시금, 있어야 할 존재의 부재를 뼈아프게 L-스페이스에서의 스튜디오 리허설을 거쳐, LIG아트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균일한 어둠 속에 잠긴 객석과 장소특정적 작품이 기존 공연장으로 귀환해야 할 때 환기시키는 장치들이다. 그/그녀는 떠났지만 그/그녀가 공연으로 종착되었다. 그 각각의 공연들은 동일한 제목을 그와 대조적으로 빛을 독식하는 무대의 이분법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말하자면 LIG아트홀이라는 극장 입던 외투, 그/그녀가 앉던 의자, 그/그녀가 몸을 달고 있지만 큰 의미에서의 주제나 모티브를 공유할 뿐, 구분된다.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단일한 무대에서 에서 차이 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뉘던 베개는 남아 있다. 기억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너를 꽤 상이한 형식으로 이뤄졌다. 단연 눈에 띄는 차이점 펼쳐지는 드라마를 부동의 자세로 바라보게 된다. 관객과 영원한 침대 가 택한 방법은 작품 자체의 층위를 내리누르며 숨막히게 한다. 잠자리에서 세어보는 하나는, 제목에도 등장하고 있는 침대가 1차와 2차 무대 위 공연자는 비록 한 시공간 안에 있지만 이는 구축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LIG 공연장에서의 최종 양 떼의 숫자만큼이나 증식하고 번식한다. 그래서 너는 공연에서 핵심 오브제였던 반면, 최종 공연 무대에서는 대체로 드라마라는 가상공간에 맞춰 조율된 시 공간이다. 공연은 (앞서 1, 2차 공연을 리허설 삼아 다듬어낸 어떤 오늘도 불면이다.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눈부시게 하얀 시트의 반면, 공간의 정체성과 역사를 소환하는 장소특정적 궁극의 유일한 결과물이 아니라) 1차, 2차 공연 장소의 편의상 너 와 그/그녀 라고 말했지만, 사실 김철승 침대가 사라진 자리에는 외투와 의자와 베개가 가득했다. 작업은 작품 자체는 물론 감상하는 이의 태도도 기억들과 시간적 지층들을 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있는, 공연에서 인물들의 명칭과 상호 관계는 대단히 흐릿하다. 사라진다는 것. 실종은, 비단 전작 엄마가 바꿔놓는다. 가령 관객은 (블랙박스에서 수동적으로 묶여 중층적이고 동시적인 발생으로서의 공연이다. 따라서 무대 위에는 무수한 너(들) 과 그(들)/그녀(들) 이 사라졌다 에 한정시키지 않더라도, 김철승과 극단 마찰의 있던 신체를 활성화시켜) 배우들과 함께 공간을 이동 영원한 침대 의 최종 버전은, 극장 공간을 어떤 뒤엉켜 있으며, 한 배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다른 주된 테마이다. 실종은 그 부재로 존재를 각인시키는 하곤 한다. 심지어 배우들이 같은 순간 서로 다른 위치에 가상의 드라마 장소로 재현하는 대신, 도리어 철저한 배우의 입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또 다른 배우에게서 반복 관계 양식이다. 즉, 남은 자들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분산되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우, 관객은 추상화와 배제의 원리를 통하여 무대 공간 전체를 하나의 되다가 공중으로 흩어진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실종으로 인해 그제서야 그것의 진정한 존재 가치와 각자의 선택에 따라 공연의 미장센과 내러티브를 자기 비균질적 장소, 곧 침대로 만들어버린다. 다시 말해, 배우들의 역할과 그들 간의 관계도를 그려낼 수 없다. 의의를 깨닫는다. 영원한 침대 의 경우, 제목에 그 흔적을 식으로 경험하고 구성하게 된다. 이를테면 영원한 침대 의 언젠가 덧없이 사라질 구체적 침대를 지워내고, 지금껏 남는 것은 그들의 외침과 속삭임 뿐. 남기고 무대에서 사라져버린 침대에는 무려 영원한 이란 1차 공연에서 관객은 뒷마당으로 나가 대사를 읊조리는 세상에 존재해왔던, 그리고 현재 존재하고 앞으로 배우가 배역에 매몰되지 않는 특성은 굳이 포스트- 수식어마저 붙어 있다. 영원한 이라는 불멸성이 (고작 배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도 좋고, 건물 안 한 구석 존재할, 무수한 잠의 현장들로 중첩시킴으로써, 드라마 연극(post-dramatic theater) 에 한정시키지 1, 2차 공연으로부터 3차 공연으로 경과되는 와중에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흐느끼는 또 다른 배우의 숨소리를 영원성에 도달한다. 않더라도 동시대 공연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사라져버린) 덧없음과 대비되면서 시간의 속성을 사유케 코끝에서 느껴도 좋으며, 혹은 어두컴컴한 지하 다만, 그럴 경우 배우는, 극 중 인물 대신, 배우를 직업으로 한다면, 침대 는 공간의 차원으로 이끈다. 계단을 더듬거리며 내려가 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삼고 있는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에 다가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침대의 실종이 흥미로운 것은 침대가 축축한 공기를 호흡해도 좋다. 아니면 그저 잠시 즉, 희곡 아래 속박되었던 배우의 위상을 뒤집음으로써 한 가구-오브제인 동시에 하나의 공간인 까닭이다. 침대는 건물 밖으로 나가 그 모든 것에 무심한 듯 말갛게 갠 인간으로서의 내적 자유와 육체적 현전성이 제시되는 것. 단지 실내의 한 구역을 차지하는 물체인 것이 아니라, 하늘을 올려다봐도 좋다. 김철승 연출가의 공연에서도 배우들의 신체성이 부각되는 잠과 불면이 이뤄지는, 혹은 사랑과 원한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들은 어떤 의미로 전통적인 장소 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하필이면 정규 공연장 무대 극 배우들보다 더욱 구속되어 보인다. 그들은 완결된 에서 이 구체적 사물이자 공간으로서의 침대가 사라진 텍스트에서는 벗어나지만, 어떤 감정에, 어떤 몸짓에, 어떤 것은 의미심장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영원한 단어들에, 억류되어 있다. 침대 의 1차, 2차 공연으로부터 3차 공연으로의 전개는 공연장 성격에 맞춰 극 공간을 해체하고 재정립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74 75
배우들의 속박은, 역설적이게도, 배우들 스스로가 텍스트를 생산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극단 마찰의 배우들은 사전에 수십 개씩의 텍스트를 작성한 후 이를 무작위로 교환함으로써 타인의 이야기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친다. 그러나 그것은 이를테면 서로의 삶과 이야기를 공유 하는 일과는 사뭇 다르다. 도리어 그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정렬되어 단일화되는 것을 억제하는 장치이다. 그리하여 텍스트는 배우들을 관통하며 스스로의 생성과 소멸을 겪는다. 말들은 대체로 온전한 문장이 되지 못한다. 어떤 것은 명사나 동사로만 이뤄지며, 또는 (가령 거짓말 에서 코끼리 한 잔 하기로 했어요 처럼) 오용이 남발되기도 한다. 이렇듯 기껏해야 희박한 의미화에 머무는 혹은 고정된 의미화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대사는 사운드- 소음으로 머물면서 배우들을 끊임없이 동요시킨다. 말이 인물들을 규정하거나 소통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단절된 인물들의 행위는 더 절실해진다. 극단 마찰의 배우들은 뛰고 또 뛴다. 껴안고 또 껴안는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쫓기는 자의 악몽으로서, 한없이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뜀박질이다. 서로를 간절히 껴안지만 안정과 충족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곧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마는 덧없는 절박함이다. (그 껴안음은 피나 바우쉬의 카페 뮐러 속 저 유명한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궁극적으로 포옹 상대의 반복적 교체를 통해 이 간절한 행위를 무의미하고 무용한 것으로 주저앉힌다.) 언어와 행위들이 미끄러져 내리는 인물들은 언제든 허물어지고 재형성되는, 상호교환되고 대체 가능한 상태로 머문다. 이러한 불안정의 지속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단연 연출가 김철승의 존재이다. 무대에서 직접 배우들을 조정하는 연출가의 개입은 그의 공연에 대한 찬반이 가장 엇갈리는 지점일지 모른다. 김철승 연출가가 개입하는 정도와 양상은, 가장 적극적으로 존재를 드러냈던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로부터 은밀하게 모습을 감춘 거짓말 에 이르기까지 작품에 따라 상이하지만, 대체로 그는 배우에게 구체적인 대사를 알려주고 행위를 지시하며 심지어 암호화된 숫자를 통해 일련의 훈련된 동작을 지시함으로써 배우들을 마치 조련 중인 동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말하자면, 희곡의 부재 혹은 고정된 텍스트에 대한 거부가 만들어낸 어떤 자유로운 빈 공간을 또 다른 (더 두드러지고 일견 더 가혹해 보이는) 위계 가 들어차는 형국에 대한 의혹. 그럼에도 김철승이 배우와의 이러한 갈등 구조를 고집하는 것은 공연을 더욱 즉흥과 우연 속에 머물게 하기 위함이다. 즉흥은 그저 모든 것을 방관 속에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현대예술의 우연성 경향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인물인 존 케이지는 음악이 우연적으로 발생하도록 하기 위해 연주자에게 도리어 일련의 복잡한 규칙을 부과하였다. 연주자에게 허용된 전적인 자유는 오히려 어떤 습관적인 프레이징으로 반복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매 순간 생경한 자극-조건에 부딪힘으로써만 연주자는 온전히 우연적인 연주가 가능해 진다는 것. 이는 너의 외로움은 늘 작다 의 오프닝에서 김철승 본인이 밝혔던 마찰은 즉흥을 하는 힘 이란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배우의 텍스트와 동선과 몸짓 등 공연의 각 요소들이 미확정 단계에 머물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규제들. 혼돈의 생성을 위한 불규칙의 규칙. 요컨대 미완성의 완성 이라는 불가능한 여정을 가능케 하는 일련의 마찰들. 그 마찰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러한 마찰들이 공연계 전반의 지나치게 매끄러운 표면 에 더 많은 생채기와 부스럼을 만들어내야 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방혜진은 영화와 현대미술, 공연 등 경계를 넘나들며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객석예술평론상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칼 드레이어» «로베르토 로셀리니»«영상의 이해» 등의 책의 공동 저자이며, «영화 장르: 할리우드와 그 너머»를 번역했다. «옵.신OB.SCENE» 3호의 편집위원이며, 국립현대무용단에서 No Dance!: Between Body and Medai 전시를 기획했다. 76 77
레지던스-L 2012-2013 김철승 발행일 2014년 2월 24일 발행처 (재)LIG문화재단 121-885 서울 마포구 양화로 19 LIG합정빌딩 24층 t. 1544-3922 www.ligarthall.com 편집 염혜원 디자인 신덕호(shindokho.kr) LIG문화재단 / LIG아트홀 작지만 무한히 열려있는 창작 공간 LIG아트홀은 1998년부터 젊은 예술인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던 LG화재가 2006년 LIG손해보험으로 CI를 공식 변경하고 강남 신사옥으로 이전 하면서 문화예술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기업메세나 활동을 위해 설립한 소극장이다. 공연, 전시, 세미나, 예술강좌 등 현대공연 예술의 다채로운 현상을 담아내고 있으며, 예술 향유자와 창작자간의 의미있는 상호교류를 통한 창조적 재생산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LIG문화재단은 LIG아트홀 강남 / 합정 / 부산의 운영 주체로써 공연 예술창작현장을 지원하고 동시대 공연예술의 다양한 형식과 가치를 전달하는 창조적인 프로 그램을 소개하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다. LIG문화재단 이사장 구자훈 기획실장 우 연 공연기획팀 기술관리팀 팀장 팀장 주재은 박범진 프로듀서 무대감독 배재휘 이경수, 전우열 홍보 매니저 음향감독 박은영 김성환, 김호엽 마케팅/프로젝트 매니저 조명감독 조성원 이관형, 강신규, 서승희 공연장운영 매니저 운영관리팀 박현진 팀장 홍보/하우스 부매니저 유 정 조유림 운영관리 매니저 김은경 인쇄 (주)엘샵 4
2-2013 CHUL 이 책은 LIG문화재단의 예술가 지원프로그램 레지던스-L 2기에 선정된 연출가 김철승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LIG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들의 결과를 모아놓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