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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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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무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검토항목 검 토 여 부 ( 표시) 시 민 : 유 ( ) 무 시 민 참 여 고 려 사 항 이 해 당 사 자 : 유 ( ) 무 전 문 가 : 유 ( ) 무 옴 브 즈 만 : 유 ( ) 무 법 령 규 정 : 교통 환경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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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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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교육자료(중등)-작업.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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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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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위 가 오는 경우에는 앞말 받침을 대표음으로 바꾼 [다가페]와 [흐귀 에]가 올바른 발음이 [안자서], [할튼], [업쓰므로], [절믐] 풀이 자음으로 끝나는 말인 앉- 과 핥-, 없-, 젊- 에 각각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아서, -은, -으므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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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정답및풀이(1~24)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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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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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교의 어제와 오늘 34 정착부흥기 35 정착부흥기: 1884년 ~ 1940년 이 장에서는 인천 차이나타운에 1884년 청국조계지가 설정된 후로 유입 된 인천 화교들의 생활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기별로 정리하였다. 조사팀은 시기를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하였다. 첫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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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민락초신문4호


제1절 조선시대 이전의 교육

사진 24 _ 종루지 전경(서북에서) 사진 25 _ 종루지 남측기단(동에서) 사진 26 _ 종루지 북측기단(서에서) 사진 27 _ 종루지 1차 건물지 초석 적심석 사진 28 _ 종루지 중심 방형적심 유 사진 29 _ 종루지 동측 계단석 <경루지> 위 치 탑지의 남북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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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부산연주문화\(김창욱\)

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3) 지은이가 4) ᄀ에 5) 위 어져야 하는 것이야. 5 동원 : 항상 성실한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해. 에는 민중의 소망과 언어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가능성은 이처럼 과거를 뛰어넘고, 사회의 벽을 뛰어넘고, 드디어 자기를 뛰어넘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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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행당중학교 감사 7급 ~ 성동구 왕십리로 189-2호선 한양대역 4번출구에서 도보로 3-4분 6721 윤중중학교 감사 7급 ~ 영등포구 여의동로 3길3 용강중학교 일반행정 9급 ~ 1300

0 한국사능력검정시험대비(/, 목) 쪽 문. 다음 선언문의 필자와 관련된 설명으로 옳은 것은? [ 점][ 회] 내정 독립이나 참정권이나 자치를 운동하는 자 누구이냐? 너희들이 동양 평화, 한국 독립 보전 등을 담보한 맹약이 먹도 마르지 아니하여 삼천리 강토를 집어먹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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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1. 개인정보보호 관계 법령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은행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령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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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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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 번호 179 제안연월일 : 제 안 자 :조례정비특별위원회위원장 제안이유 공무상재해인정기준 (총무처훈령 제153호)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행정자치부령 제89호)으로 흡수 전면 개

교육실습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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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환경정책 형산강살리기 수중정화활동 지원 10,000,000원*90%<절감> 형산강살리기 환경정화 및 감시활동 5,000,000원*90%<절감> 9,000 4, 민간행사보조 9,000 10,000 1,000 자연보호기념식 및 백일장(사생,서예)대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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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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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운 체계상의 특징 음운이란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이다. 즉 의미분화 를 가져오는 최소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자음, 모음, 반모음 등의 분절음과 음장 (소리의 길이), 성조(소리의 높낮이) 등의 비분절음들이 있다. 금산방언에서는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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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4월최종

주지스님의 이 달의 법문 성철 큰스님 기념관 불사를 회향하면서 20여 년 전 성철 큰스님 사리탑을 건립하려고 중국 석굴답사 연구팀을 따라 중국 불교성지를 탐방하였습 니다. 대동의 운강석굴, 용문석굴, 공의석굴, 맥적산석 굴, 대족석굴,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과 주변의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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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2 국어 영역(A 형). 다음 대화에서 석기 에게 해 줄 말로 적절한 것은? 세워 역도 꿈나무들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일을 할 예정 입니다. 주석 : 석기야, 너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석기 : 응, 드디어 내일 어머니께서 스마트폰 사라고 돈

Ⅰ. 머리말 각종 기록에 따르면 백제의 초기 도읍은 위례성( 慰 禮 城 )이다. 위례성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세종실록, 동국여지승람 등 많은 책에 실려 있는데, 대부분 조선시대에 편 찬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사서인 삼국사기 도 백제가 멸망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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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 畿 鄕 土 史 學 第 16 輯 韓 國 文 化 院 聯 合 會 京 畿 道 支 會

제주발전연구원 제주발전연구원 정책이슈브리프 2015년 11월 2일 Vol. 226 발행처 : 제주발전연구원 발행인 : 강기춘 주 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아연로 253 TEL FAX 제주발전연구원은 지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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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힉년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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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제 124 호 9 3 와 신시가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면 제일 먼저 이 도시에서 언제나 활기가 넘 쳐나는 신시가지로 가게 된다. 그 중심에 는 티무르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을 중심으 로 티무르 박물관과 쇼핑 거리가 밀집돼 있다. 공원 중심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영 웅, 티무르 대제의 동상이 서 있다. 우즈베 키스탄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도시에서나 티무르의 동상이나 그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나게 된다.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레닌과 스탈린 동상 대신에 15세기 중앙 아시아를 호령했던 티무르 대제의 동상이 있는 것이다. 지진 이후에 계획된 도시로 신시가지를 건설한 탓에 모든 길이 바로 티무르 동상 이 있는 공원과 연결된 것이다. 특히 유네 스코 지원에 의해 건설된 티무르 박물관은 터키, 중동, 러시아, 인도, 이란까지 평정 했던 티무르 제국의 역사만큼이나 유명하 다. 내부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문양과 티무르 대제의 일생을 그린 다양한 그림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 외에도 타슈켄 트 최고의 번화가로서 현지 음식점과 오락 시설, 각종 기념품과 골동품을 만날 수 있 는 타슈켄트의 로데오 거리 로 불리는 브 로드웨이 등이 여행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좀 더 타슈켄트의 정체성을 알 고 싶거나 이슬람 문화에 대해 알아보려면 도시 곳곳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나 이슬람 신학을 공부하는 마드라사로 가는 것도 좋 다. 이슬람의 종교적 향기가 그윽한 타슈 켄트에서 가장 의미 있고 볼거리는 세계기 록유산에도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경전, 쿠르안 이다. 이슬람에서 최고의 보물로 꼽히는 이 쿠르안을 오스 만 본 이라고 부른다. 이 경전은 1400여 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이슬람 최고의 경 전으로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에게 내린 토막 계시들을 모은 책이다. 이 쿠르안은 터키의 이스탄불, 이집트의 카이로, 사우 디아라비아의 메디나, 이라크의 바스라 등 네 곳에 보관된 경전 중 티무르가 바스라 에서 가져온 것이다. 오스만 본을 제외하 고는 다른 나라에 보관 중이던 사본이 없 으므로 이슬람의 무슬림들은 타슈켄트의 오스만 본을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 이런 세계적인 보물을 두 눈으로 볼 수 있 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종교를 떠나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사슴 가죽에 쓴 이슬 람 경전을 보고나면 왜 타슈켄트가 이슬람 의 성도인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5 6 7 1 _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스트 이암 모스크의 아름다운 모습. 2 _ 기하학적 무늬와 코발트 빛이 조화를 이룬 하스트 이암 모스크. 3 _ 알라의 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이슬람 사원의 모스크 4 _ 타슈켄트의 '로데오 거리'로 불리는 브로드웨이에서 만난 현지 미술품들. 5 _ 나보이 극장 앞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예비 부부들. 6 _ 고풍스런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7 _ 건물의 외관이 하나의 미술 작품을 연상케 하는 타슈켄트 호텔. 8 _ 화려한 스카프로 머리를 가린 무슬림의 여성들. 9 _ 세계에서 가장 작고 아담한 구멍 가게. 8 4 9

제 124 호 11 ④ 조상의 생활흔적과 산악인들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 서귀포시 하원동 하원수로길 어느 날부터 여기저기 수많은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곳의 특색을 나타내는 길. 크고 작은 예산들을 받아 산을 정비하고 마을길 을 다져서 만드는 길이 조금은 지나치게 많이 만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 만 옛것을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물려주려는 노력 도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다. 지난 추억과 조상들 의 삶을 담아 길의 테마를 만들어 제주의 아름다 움을 더욱 맛깔나게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중에 나 는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지나 법정사 입구에 들어 가면 만날 수 있는 하원수로길 을 추천하고 싶다. 한라산의 나무들이 푸른 숲을 만들 준비를 하는 이맘때 고사리 장마를 알리듯 잦은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졸졸졸 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를 들으 며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하원수로길 이 다. 이런 길이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처 음 듣는 사람들도 있을 법한 이곳은 서귀포 하원동 사람들이 1950년 후반 전쟁의 후유증으로 빈곤 을 이겨내기 위해 논농사를 계획하고 물길을 만들 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실물과 언물을 하원저수지 까지 끌어오기 위해 조성한 수로이다. 수로가 조성 되기 이전부터 한라산등반로가 개설되기까지 한라 산 등반로 구실을 했었다고 한다. 옛 조상의 생활 의 흔적뿐만 아니라 먼저 걸어간 산악인들의 추억 도 서려있는 곳이리라. 그러나 수로는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해 논농사는 계획과는 달리 순 탄치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오늘날 남아 있는 이 끼에 덮인 수로길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길이 시작되는 무장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무오 법정사지는 한라산둘레길인 동백길 과 하원수 로길 의 기점이 되고, 존자암으로의 절로 가는 길 의 통과점이 된다. 하원수로길은 영실매표소위 1km지점까지 자연림속에 남겨진 수로를 따라 4.2km 걸어 다시 되돌아오는 길이다. 한라산둘레길이라는 둥근 아치를 통과하면 오 른쪽으로 깊게 들어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등 산로에는 마지막 남은 붉은 동백꽃이 활짝 피어 길을 안내하는 듯하다. 조릿대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가다보면 얼 마 지나지 않아 시멘트 수로를 만난다. 좁은 수로 위를 걷다보면 순간 아슬아슬 계곡을 가로 지르고 있다. 수로 아래쪽으로 계곡을 통과하는 길이 있 지만 아주 옛날 줄타기를 하던 광대처럼 균형 잡 으며 걷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숲은 아직 이른 봄 이라 나무들이 초록 잎을 살짝 내보이고 있어 초 록의 싱그러움은 덜하지만 발아래 작은 생명들이 발길을 더디게 한다. 먼저 낮은 지대에서는 볼 수 없는 노란제비꽃 전문과들도 구별이 잘 안 가는 수많은 보라색 제비꽃이 색색이 피어서 썰렁한 듯 한 등산길을 즐겁게 해준다. 예전에는 제비꽃이 피면 봄이 시작되었다고 했지 만 언제부터인지 겨울날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서 도 보라색 제비꽃을 자주 보게 된다. 추운날 예쁜 꽃을 만나 반갑지만 자꾸만 구별하기 힘든 계절과 날씨변화에 생태환경이 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넓은 우산을 쓰고 있는 듯한 개족두리풀 이 짙 은 보라색 족두리꽃을 수줍은 새색시처럼 잎 아래 에서 피우고 있다. 등산로 길 가득 덮고 있는 도토 리를 밟고 걷다보면 도토리꼭지에서 새싹이 나와 땅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아 기 입술에 붉은 립스틱을 찍어 놓은 듯한 쇠별 꽃 이름이 특이해서 다시 보게 되는 옥녀꽃대 제비꽃 머위 꽝꽝나무 굴거리나무 옥녀꽃대 천남성 숙순처럼 올라오는 맹독성의 천남성 새순이 여 기저기 올라오고 있다. 불에 태우면 꽝꽝 소리가 난다는 꽝꽝나무와 사이좋게 이웃한 굴거리나무 는 기온이 떨어지면 큰 잎을 아래로 모아 자기 체온을 지킨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토끼가 큰 귀를 아래로 감싸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지만 은근히 귀엽다. 사스레 피나무 서어나무 졸참나무 단풍나무 등 이 곳 역시 숲의 안정된 극상림 을 이루고 있다.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이라 힘들지 않은 듯하 면서 등과 이마에 땀이 흐를 때 쯤 언물 (암석 깊 숙한 곳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 쉼터를 만나 목 한 번 적시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이 나오 는데 직진해서 올라가면 영실로 올라가게 되고 오 른쪽으로 제법 넓은 길을 따라 가면 옛날 표고버 섯 농장을 했던 건물이 나오게 된다. 지금은 폐허 로 흉물이 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데 빠른 시일에 철거가 되었으면 한다. 길을 돌아 다시 오던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올 라가면서 봤던 수로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다. 어렵게 산길을 따라 물길을 만들어 허기진 배 를 하얀 쌀밥으로 채워보리라 생각했을텐데 그 바 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흔적만 남기게 된 안타까운 생각에 이끼로 덮인 수로를 보며 발 길을 멈추어 잠시 숙연해지기도 한다. 척박한 환 경에 무한한 노력으로 살아남은 우리 조상들의 인 내와 끈기는 오늘날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우리 들을 돌아보게 한다. 이런 인내와 끈기는 우리 조 상들만이 아니라 이렇게 오래된 숲을 지키며 괴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무와 돌에서도 배우게 된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찾았을 때도 좋았지만 이 렇게 새싹들이 숲을 만들기 시작하는 요즘 봄비가 내려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하원수로길 은 메마 른 우리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것이다. <정봉숙 제주숲해설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