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23) 박유미 * 차례 Ⅰ. 문제제기 Ⅱ. 서사 내부의 사회구조 Ⅲ. 사회문제의 해결방식과 그 의미 Ⅳ.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와 후대전승과의 상관관계 Ⅴ. 결론 국문초록 삼국유사 의 <진성여대왕거타지>조에는 왕거인 이야기와 거타지 이야기가 하나의 설화에 묶여 전하고 있는데, 두 이야기는 해결구조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문제 해결 방법에서 연유한다. 왕거인 이야기에서는 직면한 문제를 각각 계층에서 개별 적인 노력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직면한 문제를 하층인을 중심으 로 아래에서 위로의 연대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그 결과 왕거인 이야기에서는 왕거인 일인만이 문제 해결에 이를 수 있었고 그를 제외한 다른 계층들은 미해결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반면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하층인을 중심으로 아래에서 위로의 연대를 통해 문 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므로 거타지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들 또한 문제 해결의 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서술자 일연은 의도적으로 문제 해결 방법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조합시켰다. 이야기 의 배경인 진성여대왕대와 일연 당대는 사회적으로 모두 혼란한 시기였다. 그는 혼란한 시기를 벗어날 방법이 하층인 중심의 아래에서 위로의 연대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고 *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120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생각했다. 즉, 왕거인 이야기와 같이 계층간의 독자적 노력으로는 혼란한 시기를 벗어날 수 없고 거타지 이야기와 같이 계층 간 연대와 화합을 통해서만이 혼란한 시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때문에 두 이야기를 조합시켜 서사구조 내부에서 대립구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주제어 : 진성여대왕, 왕거인, 거타지, 서해용, 서술자, 대립 구도 Ⅰ. 문제제기 뺷삼국유사뺸의 <진성여대왕거타지>조에는 진성여대왕 대를 배경으로 하여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설화에 묶여 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논의들에서는1)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서 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설화에 묶여 전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먼저 단순히 배경이 같기 때문에 하나의 설화에 전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 정해본다.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 이외에도 이런 구조가 드물게 나타 나고 있으므로2)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배경 때문에 묶 여 전하고 있다고 보일 만큼 두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므 로 겉으로 보기에 이 둘은 전혀 관련성 없는 설화의 조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 申東益, 居陀知 說話 小考 -龍救出譚의 比較를 중심으로-, 뺷陸士論文集뺸 26, (陸 軍士官學校, 1984.), 박철완, 거타지설화의 상징성 고찰, 뺷청람어문학뺸 1, (청람어문 교육학회, 1988.), 申蓮雨, 뺷三國遺事뺸 居陀知 說話의 神話的 屬性, 뺷서울産業大 學校論文集뺸 48, (서울산업대학교, 2008.), 全基雄, 뺷삼국유사뺸 소재 眞聖女大王居 陀知 조 설화의 검토, 뺷한국민족문화뺸 38,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10.) 2)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 이외에도 <보장봉노 보덕이암>과 <태종춘추공> 그리고 <김현감호> 등에서 이러한 조합이 보인다. (정환국, 뺷삼국유사뺸의 인용자료와 이야 기의 중층성 -초기 서사의 구축형태에 주목하여-, 뺷동양한문학연구뺸 23, 동양한문학 회, 2006, pp, 128-145.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21 설화의 내부를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설화는 왕거인 이야기와 거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왕거인 이야기는 왕거인 과 왕실 그리고 국인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 신라 내부의 이야기며 거타지 이야기는 거타지와 왕실세력 서해용 사미승 당나라 황실 등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 신라 외부의 이야기다. 또 왕거인 이야기에서는 왕거인이 하 늘에 의해 풀러났다는 것 말고는 해결된 것이 없다. 반면 거타지 이야기에 서 거타지는 서해용의 목숨을 구해 주어 아내를 얻고 당나라 황실에게 융 숭한 대접까지 받게 된다. 서해용과 신라 왕실뿐만 아니라 거타지 개인의 문제 또한 동시에 해결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서술자 일연이 고의적으로 두 이야기를 조합했다는 사실에 힘을 실어준다. 작품 내의 배경과 인물 그리고 문제 해결의 측면에서 대립 구도를 설화를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왕거인 이야기는 신라 내부를 거 타지 이야기는 신라 외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 왕거인은 지식인으로 상층을 대표하는 반면 거타지는 궁수로 하층을 대표한다. 왕거인 이야기에 서 문제 해결은 왕거인 일인에 한정되어졌으나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문제 해결의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양 극단의 양상을 극명 하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서술자는 바로 이러한 구도를 통해 무엇인 가를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본고는 기존 연구들에서 미흡했던 두 이야기를 하나에 조합한 설화가 <진성여대왕거타지>라는 견해를 중심으로 서술자가 드러내고자 한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한다. 아울러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와 유사하게 전승되고 있는 후대전승과의 관련성 또한 살피고자 한다. 후대전승은 전 승 집단의 의식을 반영하는데 유사한 구조를 가진 세 개의 전승이 중심인 물이나 배경의 측면에서 상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바로 이 집단 의식에서 연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가능해진다면 설화를 통해 서술자가 드러내고자 한 의도의 전모를 알 수 있을 것이며 더불어 후대전
122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승으로의 전이 과정 중에 반영된 전승 집단의 의식 또한 밝힐 수 있으리 라 기대한다. Ⅱ. 서사 내부의 사회구조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는 대립 구도를 취하고 있다. 왕거인 이야기 에서는 왕거인과 왕실세력, 백성들을 중심으로 신라 내부에서 서사가 진행 되고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거타지와 왕실세력 그리고 사미승과 서해용을 중심으로 신라 외부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또 왕거인 이야기에서는 상층의 인물이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하층의 인물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문제 해 결의 측면에서도 왕거인 이야기에서는 왕거인 개인만이 문제 해결에 이르 게 되고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등장 인물 대부분이 문제 해결을 맞게 된다. 설화의 대립 구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작품의 줄거리를 제 시한다. 줄거리는 하나의 사건의 시작과 끝을 하나의 단락으로 보고 일련 번호를 붙이면 다음과 같다. (자료1) <진성여대왕거타지>3) A-① 진성여왕과 유모인 부호부인, 위홍잡간, 3, 4명의 총신들이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해 정사가 어지러움(사건 원인) A-② 도적들이 벌떼처럼 일어남(사건 발생/미해결) A-③ 나라 사람들이 걱정해 다라니로 은어를 만들어 길 위에 던짐(사건 원인) A-④ 왕과 권세 있는 신하들이 은어를 주워보고 왕거인을 의심하여 옥에 가둠(사건 발생/미해결/일시적 해결) A-⑤ 왕거인이 시를 지어 하늘에 호소함(위기 극복 시도/미해결 암시) 3) 一然, 뺷三國遺事뺸, <眞聖女大王居陀知> 紀異 第二.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23 A-6 하늘이 옥에 벼락을 침(위기 극복/미해결) A-7 왕거인이 옥에서 풀려남(사건의 해결/새로운 사건 암시) B-1 아찬 양패가 활 쏘는 군사 50명을 데리고 당나라로 감(사건 원인) B-2 배가 곡도에서 큰 풍랑을 만남(사건 발생) B-3 십여 일 동안 묵게 됨(위기) B-4 근심하여 점을 치게 함(위기 극복 노력) B-5 귀신 못에 제사를 지내면 괜찮다고 함(사건 해결 암시) B-6 제사를 지내자 못의 물이 한 길 넘게 솟아오름(사건 해결 암시) B-7 꿈에 노인이 나타나 활 잘 쏘는 사람을 섬에 남겨두면 순풍을 얻을 것이라고 함 (해결 방법 예언) B-8 거타지를 남겨둠(위기 극복 시도/위기) B-9 순풍이 불어 배가 나아감(일시적 해결) B-10 서해용이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미승을 거타지에게 쏘아 달라 부탁함(사건 원인) B-11 거타지가 수락함(사건 해결 암시) B-12 사미승이 나타나 다라니를 워며 늙은 용의 간을 먹으려 함(위기) B-13 거타지가 활을 쏘자 늙은 여우로 변해 죽음(위기 극복 /사건 해결/일 시적 해결) B-14 서해용이 거타지에 대한 고마움으로 딸을 주고자 함 B-15 거타지가 수락함 B-16 서해용이 딸을 꽃으로 변화시켜 거타지에게 줌 B-17 서해용이 두 용으로 하여금 거타지를 수행하게 함 (사건 원인) B-18 당나라 사람들이 용을 보고 거타지를 보통 인물이 아니라 추정함(사 건 해결) B-19 당나라 사람들이 연회를 베풀고 금과 비단을 줌(사건 해결) B-20 거타지는 본국으로 돌아와 꽃을 여자로 변하게 해 함께 삶(사건 해결) 설화의 내용을 단락별로 정리해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124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번째는 A-1에서 A-7까지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B-1에서 B-20까지 의 이야기이다. 두 부분의 이야기는 각기 왕실세력과 국인 그리고 왕거인 과 하늘이 중심이 된 이야기와 왕실세력과 거타지 그리고 서해용과 사미승 이 중심이 된 이야기로 나누어졌다. 먼저 왕거인 이야기인 A를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사건 해결과 관련해 살펴본다. 등장인물은 왕거인이 중심이 된 지식인과 진성여대왕이 중심이 된 왕실세력 그리고 국인으로 대표되는 하 층인 또 하늘을 대표하는 천신이다. 이렇게 보면 A는 세 개의 사회계층과 신이 등장하는 신라 내부의 이야기이다. 내부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짚어 보기로 한다. A에서 펼쳐지는 신라 내부는 A-1에서와 같이 매우 혼탁해졌다. 상층 부가 혼탁하니 자연히 중층과 하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A-2에서와 같 이 도적들이 벌떼처럼 일어난 것은 신라 하층의 반란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는 상층을 필두로 해 안정의 상태에서 불안정의 상 태로 이행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평시에 수직관계는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불안정의 상태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직 관계는 극 도로 흔들리게 되고 분열의 조짐이 나타난다. 분열이 나타나면 상층은 어 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자 할 것이다. 반대로 지 식인과 하층은 상층부를 개혁하고자 시도할 것이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상하층간의 위치 이동이 가능할 것이고 불안정했던 정세 또한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먼저 하층인의 노력이 보인다. 불안한 하층의 국인들은 A-2와 같이 도적의 무리가 되어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A-3과 같이 은어를 길 위에 던져 분열의 조짐을 막아보려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두 번의 노력 모두 적극적인 개혁의 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당시가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기 때문에 국인들의 개혁 시도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을 터이 다. 개혁의 기미라도 포착된다면 상층부는 갖은 횡포로 그들을 괴롭힐 것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25 이고 극단적인 경우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힘없는 대부분의 국인들은 죽 음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개혁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주술의 힘을 빌어 혼탁한 세상을 바로 잡아보려고 시도할 것이며 목숨을 담보로 도적떼를 일으키는 무리는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는 않았다. A-4에서와 같이 상층 지식인 왕거인이 A-3의 주동자로 몰려 감옥에 갇히게 된다. 결국 하층인 국인의 노력은 A-3 A-4에서처럼 수포로 돌아간다. 상층인을 대표하는 왕실세력을 살펴본다. A-1이 사건의 원인 이 되어 A-2가 발생했다. 하지만 왕실세력은 A-2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A-3의 사건에 맞닥뜨리게 되고 A-4에서처럼 일시적 해결을 맞는다. 그 러나 A-5에서 왕거인이 하늘에 호소하게 되면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상층은 하층을 억압할 뿐 자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해주지 못했다. 곧 사회는 상층부의 무기력함으로 인해 더욱더 혼탁해질 것이다. 지식인 왕거인을 살펴본다. A-4에서 A-3의 주동자로 몰려 위기에 처 하게 된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A-5의 노력을 기울이고 A-6처럼 위기 를 극복하고 A-7에서처럼 사건을 해결한다. 지식인 왕거인은 상층 왕실 세력의 무기력함을 개혁하려는 시도를 해보지도 않고 스스로의 안위를 택 했다. 하늘에 호소함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구하였지만 신라 사회의 전반적 인 혼탁함에는 아무것도 기여해 주지 못한 것이다. 천신을 대표하는 하늘 또한 A-6처럼 지식인 왕거인을 구해주기는 하나 상층의 왕실세력이나 하 층을 대표하는 국인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이렇게 본다면 A의 이야기는 계층 각각의 문제를 중심으로 그들 나름의 해결 방식들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B에서 펼쳐지는 신라 외부는 B-1과 같이 아찬 양패의 무리가 당나라 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왕실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양패가 왕의 막내아들이라는 기록에 비추어 양패 무리를 왕실 세력을 대표하는 것으로
126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들은 신라 내부에서 신라 외부인 당나라로 가 야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군사 50명이 대동된다. 상층을 대표하 는 왕실세력인 양패무리와 하층을 대표하는 군사 50명의 동행인 것이다.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동행을 하는 데에는 문제 4) 가 따르기 마련인데 그들의 동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 해 협력할 뿐이다. 문제는 외부에서 발생한다. B2와 같이 풍랑이 일어 당나라로의 출항을 방해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B-3에서 십 여일을 발이 묶인 채로 지낼 수밖에 없다. B-4에서 위기 극 복을 위해 점을 치고 B-5처럼 제사를 지내자 못의 물이 B-6처럼 솟아올 라 사건 해결을 암시해준다. B-7에서 노인이 해결 방법을 예언해주고 B- 8과 같이 위기 극복을 위한 시도를 한다. B-9에서 순풍을 얻어 상층의 양패 무리와 하층의 거타지를 제외한 군사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일시적인 문제 해결을 맞는다. 그들은 당나라로 가야하는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 했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 해결은 일시적 해결일 수밖에 없다. 하층의 거타지는 B-10에서 서해용을 만나 그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부탁받는다. B-11처럼 거타지가 수락함으로 사건 해결을 암시해준다. 이 튿날 아침 B-12에서처럼 사미승이 나타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거타지가 B-13에서처럼 활을 쏘아 서해용이 위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한다. 서해용 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거타지는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다. 서해용은 B-14 ~ B-17과 같이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대가로 딸을 주 고 거타지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는 거타지로 하여금 당나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용의 호위를 받게 한다. 서해용은 상층이나 하층의 사회계층을 표상하지 않지만 무한한 능력의 4) 사회계층간에는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상층의 하층에 대한 지배가 가능할 때 위계질 서가 공고해짐으로 상층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하층을 압박하는 현상은 으레 존 재한다.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27 소유자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딸을 꽃으로 변화시키는 능력, 그리고 다른 용들로 하여금 거타지를 호위하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타지에게 도움을 청하던 무기력한 용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서해용의 보답으로 하 층의 거타지는 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B-⑰에서와 같이 용의 호위를 받 아 당나라에 도착한다. 그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런데 당나라 사람들 은 용의 호의를 받고 온 거타지를 B-⑱처럼 보통 인물이 아니라 추정해 B-⑲와 같이 연회를 베풀어 주어 금과 비단을 주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B-⑲와 B-⑳은 하층을 대표하는 거타지와 군사들뿐만 아니 라 상층의 양패 무리를 비롯한 모두의 문제 해결을 보여준다. 즉, B이야기 는 상층과 하층 그리고 바다신(神)으로 대표할 수 있는 서해용 모두의 문 제 해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A와B의 두 이야기는 대립 구도를 보여준다. 왕거인 이야기에서 는 신라 내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신라 외부를 배 경으로 하고 있다. 또 왕거인 이야기에서 지식인 왕거인은 위기 위기극 복 문제 해결의 국면을 맞았으나 왕실세력과 국인은 위기 위기극복 시도 좌절로 문제 해결을 꾀하지 못한다. 천신으로 대표될 수 있는 하늘 도 왕거인의 위기극복을 도와주기는 했으나 다른 계층들의 문제 해결에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결국 왕거인을 제외한 모두는 문제를 해결하 지 못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는 사회계층간 연대를 꾀하지 못한데서 오는 문제 해결의 실패로 보인다. 이에 반해 거타지 이야기는 신라 외부를 배경 으로 상층을 대표하는 왕실세력과 양패 무리 그리고 하층을 대표하는 거타 지를 비롯한 바다의 신인 서해용 모두 위기 위기극복 문제 해결을 보인다. 이 이야기의 문제 해결은 바로 하층인을 중심으로 아래에서 위로 의 연대를 통해 가능했다. 하층을 대표하는 거타지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며 바다의 신 서해용 또한 개인의 문 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타지라는 인물을 통해 서해용뿐만
128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아니라 상하층 모두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바로 이것이 서술자가 두 이야 기를 조합한 이유이다. Ⅲ. 사회문제의 해결방식과 그 의미 서사구조를 통해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를 분석한 결과 왕거인 이야 기에서는 왕거인 일인만이 문제해결에 이를 수 있었고, 왕거인을 제외한 다른 계층들의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거타 지 이야기에서는 거타지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들도 모두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가졌다. 두 이야기는 해결 구조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러한 해결 구조의 차이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사구조만으로는 해결 구조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양상만 알 수 있을 뿐 왜 그러한 구조의 차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진성여대왕거타지> 서 사에서 왜 왕거인 이야기와 거타지 이야기에서 해결구조의 차이를 보이는 지에 대해 진성여왕대의 사회 정치와 연관 지어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먼저 진성여대왕대의 사회 정치 상황을 살펴본다. 진성여대왕 대 이전 왕대인 헌강왕대는 뺷삼국사기뺸 권11 신라본기 헌강왕 6년 9월9일 조5)에서 알 수 있듯이 태평성대를 구가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왕경의 번화한 모습은 불과 10여년도 미치지 않아서 진성여왕대의 혼란과 분열로 이어지게 된다.6) 혼란과 분열의 징후가 존재하였겠지만 나라 사람들에게 5) 六年春二月, 太白犯月. 侍中<乂謙>退, 伊湌<敏恭>爲侍中. 秋八月, <熊州>進嘉 禾. 九月九日, 王與左右登<月上樓>四望, 京都民屋相屬, 歌吹連聲. 王顧謂侍中 <敏恭>曰: 孤聞今之民間, 覆屋以瓦不以茅, 炊飯以炭不以薪, 有是耶? <敏恭> 對曰: 臣亦嘗聞之如此. 因奏曰: 上卽位以來, 陰陽和, 風雨順, 歲有年, 民足食, 邊境謐靜, 市井歡娛, 此聖德之所致也. 王欣然曰: 此卿等輔佐之力也, 朕何德 焉? (金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本紀 第十一 <憲康王> 六年 九月九日.)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29 는 태평성대에서 혼란으로의 전환이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응을 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뺷삼국사기뺸 권11 신라본기 진성왕 3년 기사7)에서를 보면 실제 국내 여러 주와 군에서 납세 를 하지 않아 창고가 비고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자, 왕이 사신을 파견하여 독촉하였다. 이로 인하여 도처에서 도적이 봉기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적의 봉기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의 왕거인 이야기에서도 A-①과 A-②의 진 성여왕과 유모인 부호부인, 위홍잡간, 3,4명의 총신들이 권력을 제멋대로 하여 정치를 어지럽히자 도적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고 하여 당시의 혼란 상을 알려주고 있다. 혼란한 상황은 국인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주었을 것이다. 때문에 도적의 봉기와 같은 일들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 적 봉기 이외에 일반 국인들은 어떠한 형태로 불안한 현실을 벗어 나려고 했는가가 궁금해진다. 도적 봉기는 극단적 행동의 표출이다. 극단적 행동 의 표출은 죽음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일반 모든 국인들이 그러한 방법 을 택했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뺷삼국사기뺸 권11 신라본기 진성왕 11년 기사8)에 왕은 자신의 부덕함으로 인해 백성들이 곤궁해졌으며 도적들이 봉기한다고 시인하고 있다.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진성여왕 스스로 과오를 시인할 만큼 백성들의 생 활은 피폐해져만 갔다. A-③에서 나라 사람들이 걱정해 다라니로 은어를 만들어 길 위에 던졌다 라는 것은 일반 국인들이 할 수 있는 소극적인 방법 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들은 다라니로 은어를 만들어 던짐으로써 그 상황 6) 全基雄, 憲康王代의 정치사회와 處容郞望海寺 條 설화, 뺷신라문화뺸 26, 동국대학 교 신라문화연구소, 2005, pp, 56-57. 7) 國內諸州郡, 不輸貢賦, 府庫虛竭, 國用窮乏, 王發使督促. 由是, 所在盜賊蜂起.(金 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本紀 第十一 <眞聖王> 三年.) 8) 王謂左右曰: 近年以來, 百姓困窮, 盜賊蜂起, 此, 孤之不德也..(金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本紀 第十一 <眞聖王> 十一年.)
130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이 극복되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왕실세력이 은어를 쓴 장본인이 왕거인이라 여기고 그를 잡아들였 기 때문이다. 국인들의 현실 극복 방안은 왕실세력의 힘에 의해 저지당했 다. 국인들은 왕거인이 잡혀가는 모습을 보면서 타들어 가는 마음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일반 국인들의 현실 타계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왕거인의 현실 극복은 어떠했을까 그는 자신의 부당함에 항의한다. 뺷삼국사기뺸 권11 신라본기 진성왕 2년9)에 실재로 왕거인 사건이 있었음 을 알 수 있는데 기사에는 필시 문인으로서 뜻을 펴지 못한 자의 소행이니, 아마도 대야주에 숨어 사는 거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라고 하여 대야주라 는 지명이 등장해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왕거인은 왕실세력과 뜻이 같 지 않아 은둔해 있는 지식인으로 나타난다. 은둔은 두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뜻을 펼 때를 기다린다는 것과 현실 도피가 그것이라고 하겠다. 왕거인의 행적으로 보아 전자의 의미로 보인다. 왕실세력이 일의 정황을 미루어 왕거인이라는 인물을 지목했다면 왕거인이라는 인물은 보통의 인 물이 아니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 그가 왕실세력에 의해 궁으로 붙들 려 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왕실세력은 불안한 상황에서 그들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인물로 왕거인을 지목한 것이다. 그렇다면 왕거인 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왕실 권력을 위협했느냐는 것은 뺷삼국사기뺸나 뺷삼 9) 及<魏弘>卒, 追諡爲<惠成大王>. 此後, 潛引少年美丈夫兩三人淫亂, 仍授其人以 要職, 委以國政. 由是, 佞倖肆志, 貨賂公行, 賞罰不公, 紀綱壞弛. 時有無名子, 欺謗 時政, 構辭榜於朝路. 王命人搜索, 不能得. 或告王曰: 此必文人不得志者所爲, 殆是 <大耶州>隱者<巨仁>耶? 王命拘<巨仁>京獄, 將刑之. <巨仁>憤怨, 書於獄壁 曰: <于公>慟哭三年旱, <鄒衍>含悲五月霜. 今我幽愁還似古, 皇天無語但蒼蒼. 其夕, 忽雲霧震雷雨雹, 王懼, 出<巨仁>放歸. 三月戊戌朔, 日有食之. 王不豫, 錄囚 徒, 赦殊死已下, 許度僧六十人. 王疾乃瘳. 夏五月, 旱.(金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本 紀 第十一 <眞聖王> 二年.)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31 국유사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부당함에 항의한 것은 나타난 다. 뺷삼국사기뺸에서는 벽에다 글을 써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했고10) 뺷삼국 유사뺸에서는 시를 지어 하늘에 호소하였다11)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식인 왕거인은 하늘에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해 자신의 안위 만을 보존했을 뿐 힘들어 하는 국인들을 위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뺷삼국사기뺸에는 그날 저녁에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덮이고 번개가 치며 우박이 내렸다. 왕이 이를 두려워하여 거인을 석방하여 돌려 보냈다 12)라고 하고 뺷삼국유사뺸에는 하늘이 옥에 벼락을 쳐서 그를 나가게 했다 13)고 하여 왕실세력이 두려워한 흔적이 보인다. 그 렇다면 왕거인 또한 혼탁한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개인이기에 혼자 힘으로 현실을 개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옥에서 풀려나 개인적 안위는 보장 받을 수 있었으나 현실 개혁에는 실패했다. 즉, 국인은 하층인의 신분으로 도적 떼를 일으키거나 아니면 소극적인 방법으로 다라 니를 은어로 만들어 길 위에 던져두는 행동으로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고 왕실은 국인의 어려움을 헤아리기보다는 자신들을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하층을 압박할 뿐이다. 지식인 역시 하층을 아울러 현실을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 보장 받았다. 각 계층은 결속되지 못하고 각자 의 위치에서 노력한 흔적만이 보일 뿐이다. 때문에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반면 거타지 이야기에는 각 계층 간 화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왕거 10) <巨仁>憤怨, 書於獄壁曰: <于公>慟哭三年旱, <鄒衍>含悲五月霜. 今我幽愁還 似古, 皇天無語但蒼蒼. (金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本紀 第十一 <眞聖王> 二年.) 11) 居仁作詩訴于天.(一然, 뺷三國遺事뺸, <眞聖女大王居陀知> 紀異 第二.) 12) 其夕, 忽雲霧震雷雨雹, 王懼, 出<巨仁>放歸.(金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 本紀 第 十一 <眞聖王> 二年.) 13) 天乃震其獄囚以免之.(一然, 뺷三國遺事뺸, <眞聖女大王居陀知> 紀異 第 二.)
132 韓民族語文學 第61輯 인과는 달리 뺷三國史記뺸에는 거타지의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당대 당나라와의 사신관계에 대한 기록이 보일 뿐이다. 진성여대왕 7년의 병부 시랑 김처회를 당나라에 보내 정절을 바치게 했는데, 바다에 빠져 익사하 였다.14)는 내용과 진성여대왕 11년에 왕이 당에 사신을 보내 표문을 올려 요의 왕위계승을 알리는 내용15)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당나라는 신라의 사회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당대 사신 파견은 왕실세력에게 더 없이 중요한 문제였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때문 에 <진성여대왕거타지>조의 거타지 이야기는 실제의 인물을 기술한 것이 라고 할 수는 없지만 B-①의 양패 무리가 군사 50명을 데리고 당나라에 간다 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을 전하고 있는 부분16)으로 당시의 당나라와의 관계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당나라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신라 사회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 이다. 그런데 B-②와 B-③에서처럼 풍랑을 만나 당나라 사신 길이 막히게 된다. 왕실세력과 군사 무리들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데 빨리 이 어려움을 벗어나야만 더 큰 문제인 당나라와의 외교 문제에 봉착하지 않는 다. 그들은 점을 치고 제사를 지내 해결 방법을 알아낸다. 거타지를 섬에 남겨두니 순풍을 얻어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거타지를 제외한 왕실세력 과 군사 무리들은 순풍으로 일시적 해결을 맞았다고 보인다. 그들의 궁극 적 목적은 당나라와의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므로 아 직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14) 遣兵部侍郞<金處誨>, 如<唐>納旌節, 沒於海.(金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本紀 第 十一 <眞聖王> 七年.) 15) 於是, 遣使入<唐>表奏曰: 臣某言, 居羲仲之官, 非臣素分; 守<延陵>之節, 是 臣良圖. 以臣姪男<嶢>, 是臣亡兄<晸>息. 年將志學, 器可興宗, 不假外求, 爰從 內擧, 近已俾權藩寄, 用靖國災. (金富軾, 뺷三國史記뺸, 新羅 本紀 第十一 <眞聖 王> 十一年.) 16) 全基雄, 위의 논문, 2010, p. 19.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33 거타지는 이중적 문제를 가지게 된다. 섬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과 당나 라와의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위해 양패 무리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것이다. 그 때 서해용이 등장한다. 서해용은 B-⑩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사미승을 쏘아 달라 부탁 하게 되고 거타지는 서해용의 부탁을 들어준다. 이것으로 서해용의 개인적 문제는 해결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타지의 문 제는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이때 서해용은 딸을 거타지에게 주고 두 용 으로 하여금 당나라로 가는 거타지를 수행하게 한다. 두 용의 호위를 받으 며 당나라에 도착한 거타지를 그곳 사람들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 여겨 연회를 베풀어 주고 금과 비단을 주어 본국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로 인해 왕실세력과 군사 무리 그리고 거타지 모두 가장 중요한 당과의 우호적인 관계 성립이 가능하게 되어 문제가 해결된다. 이 해결은 각 계층간 연대와 화합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진성여대왕대의 사회 정치를 통해서 이 설화를 들여다 보았다. 그 결과 진성여대왕대는 매우 혼란한 시기였음이 나타났다. 그리고 진성여대왕 후 급격하게 쇠잔한 신라는 멸망에 이르게 된다. 서술자 일연은 바로 이 시기 를 포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연 당대는 몽고에 굴복한 후 일본 정벌 을 위해 고려에 강요된 경제적 군사적 부담은 몽고와의 30년 전쟁으로 피 폐할 대로 피폐17)하여 진성여대왕대의 현실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었다. 일 연은 <진성여대왕거타지>조 설화의 신라 내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왕 거인 이야기와 신라 외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거타지 이야기의 대립 구 도를 통해 경계와 권고를 드러내고 있다. 즉, 신라 내부에서 실제로 일어났 던 왕거인 이야기를 통해 각 계층 간 개별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고려 또한 멸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계와 허구적 이야기인 거타지 이야기를 통해 배경을 신라 외부까지 확대해 각 계층간 연대와 화합만 있 17) 이범교, 뺷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 上뺸, 민족사, 2005, p. 22.
134 韓民族語文學 第61輯 다면 외교 문제뿐 아니라 신라 내부의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로 이러한 서술자 일연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진성여대왕 거타지> 설화의 의의라고 하겠다. Ⅳ.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와 후대전승과의 상관관계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는 문제 해결 방법을 경계와 권고를 통해 드 러냈다. 바로 왕거인 이야기에서는 경계를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권고를 했 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권고를 한 거타지 이야기만이 후대에 전승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왜 경계를 한 왕거인 이야기는 전승되지 않고 거타 지 이야기만이 후대에 전승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전승집단의 의식과 관 련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때문에 이번 장에서는 거타지 이야기가 전승되 어 창작되었다고 생각되는18) 작제건과 도조 이야기와의 비교를 통해 왜 거타지 이야기가 후대에 전승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작 제건 이야기의 내용을 정리해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자료1) <작제건>19) 작제건은 어려서 총명하고 지혜롭고 용맹이 있었다. 나이 대여섯 살이 되 자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는데 그의 어머니는 당나라 사람이라 고 답했다. 자라자 재주가 육예를 겸했으며 글 쓰고 활 쏘는 솜씨가 특히 절묘 했다. 나이 열여섯이 되자, 아버지가 남기고 간 활을 어머니가 내 주었다. 그 활을 쏘니 백발백중이었다. 세상에서 신궁이라고 했다. 아버지를 찾고자 하여 배를 탔는데 바다 가운데서 구름과 안개가 어둡게 끼어 배가 사흘 동안이나 18) 이에 대해서는 張德順, 뺷韓國說話文學硏究뺸, (서울大學校出版部, 1978, pp. 65-66.) 에서 상세하게 다루었다. 19) 뺷高麗史뺸, 高麗世係.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35 갈 수 없었다. 배 안의 사람이 점을 쳐보고 말했다. 마땅히 고려인을 내보내 야한다. 하여 작제건은 활과 화살을 잡고, 자기 몸을 스스로 바다에 던졌다. 아래에 바위가 있어 그 위에 섰다. 안개가 개이고 바람이 순조로와 배는 나는 듯이 갔다. 조금 있으니 어떤 노인이 절하고 말했다. 나는 서해용왕입니다 매일 해 질 무렵에 늙은 여우가 빛이 나는 부처의 모습을 하고 공중에서 내려 옵니다. 구름과 안개 사이에 해, 달, 별을 벌여 놓고, 나발을 불고 북을 치며 풍악을 잡히고 이 바위에 앉아 응종경을 읽으면 내 머리가 아주 아픕니다. 듣건대 그대는 활을 잘 쏜다 하니, 나의 재해를 물리쳐 주십시오. 작제건은 허락했다. 급기야 공중에서 음악 소리가 나더니, 서북쪽에서 오는 것이 있었 다. 작제건은 그것이 진짜 부처인가 여겨 감히 활을 쏘지 못했다. 노옹이 다시 와서 말했다. 그것은 바로 여우니, 의심하지 마십시오. 작제건은 활을 들고 화살을 먹여서 겨누어 쏘았다. 시위 소리에 맞추어 떨어지는 것이 과연 늙은 여우였다. 노옹은 크게 기뻐 궁중으로 맞이해 사례하면서 말했다. 낭군의 힘 을 입어 나의 환란을 제거했으니 크게 보답하고자 합니다. 장차 서쪽으로 당 나라로 가서 천자인 아버지를 뵈려 하십니까? 부유한 칠보를 가지고 동쪽으 로 가서 어머니를 모시려 하십니까? 말했다. 내가 바라는 바는 동쪽 땅의 왕이 되는 것입니다. 노옹이 말했다. 그대의 자손 삼건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밖의 것이야 명하시는 대로 반드시 거행하겠습니다. 작제건은 그 말을 듣고 때의 운수가 아직 이르지 못한 줄 알았다. 우물쭈물 소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자리 뒤에서 어떤 노파가 장난하면서 말했다. 어째서 저 사람 딸에게 장가들고 가지 않으려 합니까? 작제건이 알아차리고 그 일을 청했다. 노옹이 장녀 저민의로 작제건의 처를 삼았다. 작제건이 칠보를 가지고 돌아가 려고 하니 용녀가 말했다. 아버지가 가지신 지팡이와 돼지가 칠보보다 나으 니 청하세요. 작제건이 칠보를 돌려주고 지팡이와 돼지를 청하니 노옹이 말 했다. 이 두 가지는 내가 신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청하니 따르 지 않을 수 없다 며 돼지를 덧보태 주었다. 이에 칠선을 타고 칠보와 돼지를 싣고 바다를 건너 해안에 이르니, 그곳이 창릉굴 앞 강변이었다. (자료2) <도조>20) 익조(翼祖)가 정숙왕후(貞淑王后)와 함께 강원도 낙산(洛山) 관음굴(觀音
136 韓民族語文學 第61輯 窟)에 가서 자식을 빌었다. 밤에 꿈을 꾸었는데, 누비옷을 입은 중 하나가 와 서 말하기를,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나을 텐데 그 이름을 선래(善來)라고 하 라. 고 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도조가 태어나, 이름을 서래라고 했으니 소자 (小子)이다. 도조가 일찍이 행영(行榮)에 있을 때 까치 두 마리가 숙영지의 큰 나무에 앉았다. 도조가 이 새를 쏘려고 하였는데 거리가 몇 백보나 떨어져 있었다. 부하들이 모두 맞출 수 없다고 했다. 드디어 쏘았는데 까치 두 마리가 다 떨어 졌다. 이때 큰 뱀이 나와 이것을 물고 다른 나무 위에 가져다 놓고 먹지는 않았다. 이때 사람들이 기이하게 생각하여 칭송하였다. 도조의 꿈에 어떤 알리는 자가 있어 말하기를 나는 백룡(白龍)인데 지금 모처(某處)에 있습니다. 흑룡(黑龍)이 나의 거처를 빼앗으려고 하니 청컨대 공께서 구해주십시오. 라고 했다. 도조가 깨어나서 보통일이라 여기고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또 꿈에 백룡이 다시 나타나서 간청하기를 공께서는 어찌 나의 말을 뜻을 삼지 않으려 하십니까? 또 날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다. 도조가 비로소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기약한 날짜가 이르러 활과 화 살을 가지고 그것을 보려고 갔더니, 구름과 안개로 어두워 백색과 흑색의 두 마리 용이 바야흐로 연못 안에서 싸우고 있었다. 도조가 흑룡을 쏘아 한 화살 에 죽이니 연못에 가라앉았다. 나중에 꿈에 백룡이 나와 사례하며 말하기를 공의 커다란 경사는 앞으로 자손에게 있을 것입니다. 라고 했다.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의 거타지 이야기와 고려사 고려世系의 작제 건 이야기 그리고 용비어천가 22장 도조 이야기는 일정부분 차이를 보이 나 전체적인 내용은 유사하다. 세 이야기 모두 주인공에게 용이 나타나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세 이야기는 영웅의 일대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영웅의 일대기인 A. 고귀한 혈통을 지닌 인물이다 B. 잉태나 출생이 비정상적이다 C. 범 인과는 다른 초월한 능력을 타고 났다 D. 어려서 기아가 되어 죽을 고 20) 뺷龍飛御天歌뺸 第 七章, 二十一章, 二十二章 註.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37 비에 이르렀다 E. 구출 양육자를 만나 죽을 고비에서 벗어났다 F. 자라서 다시 위에 부딛쳤다 G. 위기를 투쟁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되었다의 7단계21)가 각각의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먼저 거 타지 이야기에서는 비범한 능력 위기 위기 극복 이라는 3단계의 비교 적 간단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거타지라는 인물은 고귀한 혈통을 지닌 것도 아니며 비정상적인 탄생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활을 잘 쏘는 비 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그 능력을 이용하여 서해용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서해용은 거타지의 위기를 극복하게 도와주고 딸을 주어 거 타지와 혼인하게 한다. 이에 비해 작제건과 도조의 이야기는 전체적인 구조가 영웅의 일대기 구조에 더 부합되고 있다. 먼저 작제건 이야기를 살펴보면 당나라 천자의 아들이라는 고귀한 혈통을 지녔고,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비정상적 탄생을 했으며, 세상에 신궁이라고 불릴 만큼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 다. 하지만 기아와 양육자의 도움 부분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버지를 찾던 도중 안개가 끼어 배가 갈 수 없게 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나 서해용을 도와줌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고 서해용의 딸을 아내로 맞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고귀한 혈통 비정상적 출생 비범한 능력 위기 위 기 극복 5단계가 나타나고 있다. 거타지 이야기가 먼저 생성되었다고 가정 할 때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거타지 이야기의 영웅의 일대 기 구조를 바로 작제건 이야기에서 확대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조 이야기를 살펴본다. 도조는 할아버지인 목조(穆祖)와 아버지 익조 (翼朝)가 모두 영웅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기에 고귀한 출생이며, 누비승 21) 본고에서는 7단계를 축약해 A. 고귀한 신분 B. 비정상적 탄생 C. 비범한 능력 D. 기아 E. 기아구출 F. 위기 G. 위기극복 으로 약식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조동 일, 英雄의 一生, 그 文學史的 展開, 뺷東亞文學뺸 10, 서울대학교 동아문화연구소, 1971, p. 169.)
138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의 현몽으로 나은 아들이므로 비정상적인 출생을 했다. 또 사람들이 기이 하게 생각하여 칭송하였으므로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작제건 이야 기와 동일하게 기아와 양육자의 도움 부분이 나타나지 않으며 거타지와 작 제건 이야기에서 보인 개인의 위기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 개인의 위기 결 여는 도조의 영웅성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그는 자신의 위기를 극복한 것 이 아니라 다른 인물의 위기를 극복해 줌으로써 그 인물을 구원해준다. 22) 그래서 고귀한 혈통 비정상적 출생 비범한 능력 위기 극복 의 4단계를 보여준다. 시기적으로 거타지 이야기의 기록 연대가 도조의 이야기 기록 연대보다 앞서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도조 이야기 또한 거타지 이야기에서 영웅적 면모를 더욱 부각시켜 사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영웅의 일대기 구조만으로 거타지 이야기를 수용하여 작제건과 도조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쉬이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때문에 서 사 내부를 좀 더 치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앞장에서 살핀 바와 같이 거타지 이야기는 하층민이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 위로의 연대가 핵심을 이 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연대가 가능했기에 거타지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 들 또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작제건과 도조의 이야기는 어 떨까가 궁금해진다. 작제건 이야기에서는 연대와 화합보다는 어려서 총명 하고 지혜롭고 용맹이 있었다 와 자라자 재주가 육예를 겸했으며 글 쓰고 활 쏘는 솜씨가 특히 절묘했다 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작제건 일인의 능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때문에 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작제건 혼자 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도조 이야기에서도 작제건 이야기와 유사하게 연대 와 화합보다는 몇 백보나 떨어진 곳에서 까치를 쏘아 맞혔다 와 도조가 쏜 까치를 큰 뱀이 나와 가져가 먹지 않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를 기이하 22) 스스로의 위기 극복은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나 다른 인물의 위기를 극복 해 주는 것은 일반인들이 쉬이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39 게 생각해 칭송하였다 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도조 일인의 능력에 초점 이 맞춰져 있으며 문제 해결도 도조 일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용의 역할 또한 세 이야기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거타지 이야기에서 는 용은 거타지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를 해결 받는 존재임과 동시에 거타 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즉, 거타지가 사미승을 죽임으 로 용은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타지의 문제는 용이 다른 두 용으로 하여금 거타지를 호위하게 함으로 당나라 사람들이 거타지 를 비범한 인물로 여길 수 있게 해 해결되었다. 이것으로 거타지와 용은 서로 연대와 협력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작제건과 도조의 이야기에 서 용은 작제건과 도조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켜주는 부차적 인물에 불가 하다. 물론 작제건 이야기의 경우 자신의 딸을 작제건의 아내로 삼게 해주 고 영험이 있는 지팡이와 돼지를 주었다는 점과 도조 이야기의 경우 장차 자손에게 큰 경사가 있을 것이다 라고 예언해주었다는 점에서 협력의 관계 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고마움에 대한 보답일 뿐이며 작제건 이나 도조의 문제 해결에 대한 도움이 아니다. 작제건이 용을 구해주고 용에게 서쪽으로 가 당나라 천제인 아버지를 만날 것인지 아니면 칠보의 보물을 가지고 동쪽으로 가 어머니를 모실 것 인지 에 대한 질문을 듣는다. 그는 동쪽으로 가 왕이 되기를 원한다 고 답한다. 그의 답에서 왕권에 대한 욕망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용은 삼건을 기다려야 왕이 된다 는 말을 한다. 작제건의 욕망은 좌절된다. 하지만 그의 후손이 반드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알게 되는데 바로 이 구절이 왕건 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하겠 다. 23) 왕건의 가문은 작제건 대에 이르러 고려왕실의 연고지인 송악지방에 23) 거타지 이야기에서 용녀와의 결합은 거타지 개인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키는 역할 이외에 다른 목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작제건 이야기에서 용녀와의 결합은 영웅과 용녀의 결합으로 후대 왕건이라는 인물이 탄생되어 왕이 된다는 설정을 두어 왕건
140 韓民族語文學 第61輯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대규모의 해외무역을 전개하고 막대한 재부(財 富)를 쌓아 송악근방의 무시 못 할 해상세력으로 성장했다.24) 해상세력이 었던 왕건이 왕권을 장악한다는 것은 사회 계층 간의 수직 관계의 파괴를 뜻한다. 그래서 고려 초기 왕실세력은 거타지 이야기를 차용해 그들의 정 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왕권은 유지 될 수 없다. 때문에 정당성 확보는 고려 초기 왕실세력에게 필연적 과업이 었다.25) 도조의 이야기 또한 작제건 이야기와 유사하다. 장차 자손에게 큰 경사 가 있을 것이다 라고 한 구절에서 조선 왕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의 도적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왕조 교체는 기본적으로 백성들의 동의와는 무관한 강제적인 권력의 찬탈 이었다. 따라서 피지배계층에게 건국의 정당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26) 무신 세력이었던 이성계가 새로운 왕조의 왕이 된다는 것은 사회 계층 간 의 수직적 관계의 파괴이다. 때문에 조선 초기 왕실세력 또한 그들 세력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용비어천가의 서(序)27)에서 가문의 신성화라는 목적이 보인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張德順, 위의 책, 1978, p. 65, 최주성, 高麗 太祖 王建政權의 性格, 뺷상명대학교논문집뺸 26, 상명대학교 논문집, 1990, pp. 19-41. 朴大福, 뺷高麗世系뺸에 나타난 始祖說話의 性格과 文學史的 意味, 뺷語文硏究뺸 39, 한국어문교육연구회, 2011, p. 142.) 등에서도 지적하고 있다. 24) 蔡守煥, 王建의 高麗建國 過程에 있어서 豪族勢力, 뺷白山學報뺸 82, 백산학보, 2008, pp. 108-109. 25) 실제로 고려초기 왕실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먼저 확고한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고려왕조로서는 호족세력들을 회유 포섭하여 자기 기반 속으로 흡수하는 것이 중요했을 터이고 또한 하층민들의 왕조 타당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여야 했을 것이다.(蔡守煥, 高麗太祖 王建의 勢力實態에 關한 考察, 뺷東 西史學뺸 5, 한국동서사학회, 1991, pp. 11-33.)등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26) 최연식 이승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 조선 건국의 정당화: 신화와 역사의 긴 장, 뺷동양정치사상사뺸 7,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2007, p. 251. 27) 우리나라 역대 여러 성인들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새운 문무의 공덕이 성대함이며,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41 알 수 있듯이 그들 왕조의 개국을 천명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정당성 확보에 거타지 이야기는 상당한 도 움을 줄 수 있었다. 거타지 이야기에는 하층민이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 위로의 연대가 나타 난다. 바로 거타지가 하층민의 중심인물인 것이다. 거타지를 중심으로 신 과 왕실세력 그리고 국인들까지 모두의 화합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고려 초기 왕실세력과 조선 초기 왕실세력에게 매우 필요한 요소였다. 사 회 계층의 수직 이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동인을 바로 거타지 이야기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거타지라는 중심인 물을 각각 작제건과 도조라는 인물로 대체하고 그 인물에게 고귀한 혈통과 비범한 탄생 등을 덧 입혀 작제건과 도조의 후예가 왕권을 잡는 것은 필연 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한 것28)이다. 하지만 작제건과 도조의 이야기는 거 타지 이야기의 의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아래로부터 위로의 연대를 통한 문제 해결은 작제건과 도조 이야기에서 결핍되었다. 그들은 신분적 결점에 대한 정당성만을 거타지 이야기에서 취했다. 그리고 신성성과 영 웅성에 초점을 맞추어 그 부분을 강조했다. 그 결과 거타지 이야기에서 보 여준 사회 연대의 측면은 사라지고 신분적인 요소만 부각되었다. 서술자 일연은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 속의 두 이야기의 대립 구도 를 통해 아래로부터 위로의 연대를 통한 문제 해결을 잘 보여주었다. 서술 하늘의 명과 사람들의 마음이 여기에 붙좇은 것이며, 또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난 것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뛰어났습니다. 그 멀고도 오랫동안 쌓아온 일을 영원토록 세상에 나누어주게 될 것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뺷龍飛御天歌뺸 序.) 28) 원래의 설화가 단순히 비정상적인 탄생 과정을 거침으로써 주인공의 자손이 영웅으 로 변모되었다는 내용이었는 데 반해, 확장된 설화에서는 제 2의 주인공의 자손이 영웅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를 합리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김화경, 뺷韓國說話의 硏究뺸, 嶺南大學校出版部, 1983, pp. 117-118.)는 견 해를 통해서 알 수 있다.
142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자의 의도를 고려 초기 왕실과 조선 초기 왕실에서 알아채고 거타지 이야 기만을 그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제건과 도조의 이야기로 탈바꿈 시켰다는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타지 이야기 속의 하층인 중심의 문제 해결은 고려 초기와 조선 초기 왕실의 정당성 확보에 매우 필요한 요소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새로운 왕조의 건설은 사 회계층 간 수직적인 위계질서의 붕괴로 가능해진다. 때문에 붕괴로 쟁취 한 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정당성 확보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당성 을 하층인 중심의 문제 해결에서 찾아 자연스럽게 왕권 획득을 받아들이 게 했으며 영웅의 일대기를 더 첨가함으로써 그것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할 수 있다. Ⅴ. 결론 진성여왕대와 일연 당대는 매우 혼란한 사회상을 가지고 있었다. 혼란한 사회상은 각 사회계층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 임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진성여왕대의 실제 역사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고 이후 더욱 심화되어 결국 신라 멸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연 은 진성여왕대의 이런 비극을 당대 상황에 적용시키고 싶지 않았다. 때문 에 그는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의 왕거인 이야기와 거타지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조합해 하나의 설화로 묶었다. 이 두 이야기는 일연의 의도를 대립 구도를 통해 잘 반영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왕거인 이야기는 실제 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각 계층 간 연대를 통하지 않았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거타지 이야기에서는 허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각 계층 간 연대를 통해서 문제 해결에 이를 수 있었 다는 것을 보여주어 결과적으로 미해결과 해결이라는 문제 해결 측면에서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43 의 대립 구도를 명확히 했다. 하층인 중심의 문제 해결은 이후 후대전승에 적용되어 왕권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작제건과 도조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인데 작제건과 도 조의 이야기는 거타지 이야기의 영웅 모티프를 차용하여 왕건과 이성계의 왕위계승을 정당화 시키고 있었다. 일연의 하층인이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 위로의 연대를 통한 문제 해결 이야기가 후대에 전승되었다는 것은 왕건과 이성계의 신분적 결함을 보완해주는 장치가 되기에 용이했다. 거타지는 군 사에 불과했지만 거타지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된다. 작제건과 도조 또한 권력의 핵심 세력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문제가 해결된다. 때문에 작제건과 도조의 후손이 왕권을 부여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바로 이러한 것이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의 의의이 며 후대전승의 동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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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韓 民 族 語 文 學 第 61 輯 Abstract A Study on Social Structures and Their Meanings in the Tale of Jinseongyeodaewanggeotaji Park, Yu-mi Samgukyusa presents the story of Wanggeoin and that of Geotaji in a tale in the Jinseongyeodaewanggeotaji. However, the two stories have differences in terms of problem solving structure, and those differences are attributed to problem solving methods. While they try to solve a problem they are facing through individual efforts in each and every class in the story of Wanggeoin, they try to solve a problem they are facing by forming an upward tie with the lower class at the center in the story of Geotaji. As a result, only Wanggeoin is able to solve a problem with the other classes left with an unsolved structure in the story of Wanggeoin. On the other hand, not only Geotaji but also other classes were able to get a problem solving structure in the story of Geotaji as they tried to solve a problem through an upward tie with the lower class at the center. The narrator Ilyeon purposefully combined the two stories with different problem solving ways. The ruling period of Queen Jinseong, which provides the backdrop for the stories, and the times of Ilyeon were socially confusing. He believed that confusing times could be resolved through an upward tie with the lower class at the center. In other words, he thought that confusing times could be resolved only through solidarity and harmony among the classes as in the story of Geotaji not through individual and independent efforts of the classes as in the story of Wanggeoin. That is why he clearly showed a contrasting composition in the narrative structure by combining the two stories.
<진성여대왕거타지> 설화에 나타난 사회구조와 그 의미 147 Key words : Queen Jinseong, Wanggeoin, Geotaji, Seohaeyong, narrator, contrasting composition. 박유미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주소: 712-749 경북 경산시 대동 영남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전화번호: (학교) 053-810-2110, 핸드폰: 011-9566-0410 전자우편: sky333@ynu.ac.kr 이 논문은 2012년 7월 17일 투고되어 2012년 8월 10일까지 심사 완료하여 2012년 8월 17일 게재 확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