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近 의 五 經 인식 - 經 學 과 經 世 論 의 연결을 중심으로 - 姜 文 植 * 1. 머리말 2. 經 學 과 經 世 論 연결의 이론적 기반 3. 五 經 淺 見 錄 의 經 典 해석과 經 世 論 4. 맺음말 요약문 권근( 權 近 )은 체용론( 體 用 論 )에 입각하여 오경( 五 經 ) 간의 관계 및 각 경서의 근본 성격을 규정하였다. 체용론에서 용( 用 ) 은 천리 ( 天 理 )에 기초한 인간 사회의 근본 원리 원칙을 현실에 맞게 구현 하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경세적 실천적 성격을 갖는다. 권근이 오경의 내용에서 용 의 측면에 주목했다는 것은 그가 오경을 인간 사회의 근본 원리 원칙뿐만 아니라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 는 경세적 실천적 방법도 포괄하고 있는 경세론( 經 世 論 )의 텍스트 로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권근의 경학( 經 學 )은 경세론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권근의 천인합일론( 天 人 合 一 論 )은 그의 경학 체계를 일관하는 핵 심 이론일 뿐만 아니라 경세론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천인합일 론의 기본 원칙인 천도( 天 道 )에 부합하는 인도( 人 道 )의 실천 은 곧 *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사. - 71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이상적인 정치 사회의 구현 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따라서 천인 합일론은 가장 적극적인 경세의 이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권근은 경서의 내용 중에서 현실 정치의 귀감으로 삼을 만한 천인합일의 원칙과 사례들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하여 자신의 경세론을 정립하 였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오경천견록( 五 經 淺 見 錄 ) 이다. 권근은 <오경체용합일지도( 五 經 體 用 合 一 之 道 )>에서 규정한 오경 의 체용 관계에 기초하여 각 천견록 별로 특징 있게 자신의 경 세론을 서술하였다. 주역천견록( 周 易 淺 見 錄 ) 에서는 천인합일론 에 기초한 경세의 원리 원칙을 피력하였고, 예기천견록( 禮 記 淺 見 錄 ) 에서는 천인합일의 원칙이 구현된 이상 사회의 모습을 예( 禮 ) 의 확립과 실천 이라는 측면에서 서술하였다. 그리고 시천견록 ( 詩 淺 見 錄 ) 서천견록( 書 淺 見 錄 ) 춘추천견록( 春 秋 淺 見 錄 ) 에 서는 중국 고대 역사에서 나타난 천인합일의 실현 사례들을 보여 줌으로써 자신이 추구한 경세론이 역사적 정당성을 갖는 것임을 증명하였다. 주제어 : 권근( 權 近 ), 체용론( 體 用 論 ), 오경( 五 經 ), 경학( 經 學 ), 경 세론( 經 世 論 ), 천인합일론( 天 人 合 一 論 ), 주역천견록( 周 易 淺 見 錄 ), 예기천견록( 禮 記 淺 見 錄 ), 시천견록( 詩 淺 見 錄 ), 서천 견록( 書 淺 見 錄 ), 춘추천견록( 春 秋 淺 見 錄 ) - 72 -
權 近 의 五 經 인식 1. 머리말 권근( 權 近 )은 주역천견록( 周 易 淺 見 錄 ) 에서 <고괘( 蠱 卦 )> 상 전( 象 傳 )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백성들을 진작시키고 덕을 기른다 [ 君 子 以 振 民 育 德 ] 의 진민( 振 民 ) 과 육덕( 育 德 ) 을 각각 백성들을 고무시켜 떨쳐 일어나게 하는 것 과 유덕자( 有 德 者 )가 백성을 양육 하여 성취시키는 것 으로 해석하여, 1) 군자에게 진민육덕, 즉 백성 을 기르는 경세( 經 世 )의 책임이 있음을 밝혔다. 또 그는 같은 괘의 상구( 上 九 ) 상전( 象 傳 )에 대한 해설에서, 상구는 양( 陽 )으로서 지위가 없는 곳에 거하여 강명( 剛 明 )한 재 주를 세상을 위해 쓰지 못하니 고난( 蠱 亂 )한 상황이다. 도덕을 마음 에 품고도 시대를 위해 쓰지 못하여 공업( 功 業 )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그의 뜻만은 본받을 만하다. 이는 고( 蠱 )를 다스릴 만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고결하게 자신을 지킬 뿐 몸을 굽혀 쓰여지기 를 구하지 않음을 말함이지, 그가 섬기지 않는 것을 본받을 만하다 고 한 것은 아니다. 천하를 구제하겠다는 마음은 절실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끝까지 섬기지 않고 만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2) 라고 하여, 군자가 경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출사의 명분 과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언제든지 조정에 나가 공업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군자의 경 세의식( 經 世 意 識 )을 중시했던 권근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 정 치 사회상을 담은 경세론을 정립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고자 하였다. 1)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蠱 > 象 傳, 振 如 孟 子 振 德 之 振 使 民 鼓 舞 而 振 起 之 如 風 之 動 振 也. 育 如 育 其 才 之 育 有 德 者 養 育 而 成 就 之 如 山 之 長 物 也. 2) 周 易 淺 見 錄 上 經, 蠱 > 上 九 爻 辭 / 象 傳, 上 九 以 陽 居 无 位 之 地 剛 明 之 才 不 爲 世 用 此 蠱 亂 之 時 也. 懷 抱 道 德 不 用 於 時 功 業 未 著 但 其 所 存 之 志 可 爲 法 則. 謂 以 治 蠱 之 才 高 潔 自 守 不 肯 屈 己 以 求 之 也 不 謂 其 不 事 可 以 爲 法 也 救 天 下 之 心 未 嘗 不 切 非 欲 其 終 於 不 事 不 見 也. - 73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권근의 경세론은 오경( 五 經 )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립되었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면모를 갖는다. 이는 권근의 경학이 형이상학적인 이론 연구에만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현실적 실천성을 갖는 것이 었음을 보여준다. 권근이 경학 연구를 통해 정립한 경세론의 주요 내용들은 권근의 경학을 연구한 기존의 여러 논문들에서 대부분 정리되었다. 3) 그러나 권근의 경학과 경세론이 갖는 상관성의 문제, 즉 그가 어떤 이론적 기반 위에서 경학 연구를 경세론 정립으로 연결시켰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본고에서는 경학과 경세론의 연결 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권근의 오경 인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1장에서는 권 근의 오경 인식의 핵심 이론인 오경체용론( 五 經 體 用 論 )과 천인합일 론( 天 人 合 一 論 )에 대한 검토를 통해 권근의 경학과 경세론을 연결 시켜주는 이론적 근거를 규명할 것이다. 그리고 2장에서는 권근이 경세론의 측면에서 개별 경서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하였는가 를 오경천견록( 五 經 淺 見 錄 ) 의 내용을 통해 정리해 보고자 한 3) 권근의 경학을 다룬 대표적인 논문들은 다음과 같다. 郭 信 煥, 1984, 周 易 淺 見 錄 과 陽 村 權 近 의 易 學, 정신문화연구 21. 權 正 顔, 1986, 權 陽 村 의 禮 記 淺 見 錄 硏 究, 韓 國 哲 學 思 想 論 究 제1 집. 金 承 炫, 1986, 五 經 淺 見 錄 을 통해 본 陽 村 의 經 學 思 想, 韓 國 哲 學 思 想 論 究 1. 琴 章 泰, 1992, 陽 村 의 禮 學 思 想, 道 原 柳 承 國 古 稀 紀 念 東 方 哲 學 思 想 硏 究., 1997, 陽 村 權 近 의 經 學 思 想, 朝 鮮 前 期 의 儒 學 思 想 (서울대학 교 출판부)., 2005, 周 易 淺 見 錄 과 陽 村 權 近 의 도학적 易 해석, 퇴계학보 118. 崔 英 成, 1993, 周 易 淺 見 錄 을 통해 본 權 近 의 經 學 思 想, 韓 國 哲 學 論 集. 金 錫 濟, 1999, 權 近 禮 記 淺 見 錄 硏 究 禮 學 思 想 을 중심으로 (성균 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金 南 日, 2000, 權 近 의 世 界 觀 과 歷 史 意 識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 논문). 李 基 薰, 2002, 權 近 周 易 淺 見 錄 硏 究 (계명대학교 박사학위논문). 姜 文 植, 2005, 權 近 의 經 學 과 經 世 觀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8, 권근의 경학사상 연구 (일지사). - 74 -
權 近 의 五 經 인식 다. 2. 經 學 과 經 世 論 연결의 이론적 기반 1) 五 經 體 用 論 : 用 의 경세론적 의미 권근은 입학도설( 入 學 圖 說 ) 의 <오경체용합일지도( 五 經 體 用 合 一 之 圖 )>와 <오경각분체용지도( 五 經 各 分 體 用 之 圖 )>에서 체용론( 體 用 論 )에 입각하여 오경 전체를 회통( 會 通 )하는 인식 태도를 피력하 였다. 즉 권근은 오경 사이의 관계를 체용론적 구조로 파악하였을 뿐만 아니라 각 경전의 근본 성격도 역시 체용론에 입각하여 분석 하였다. 권근은 <오경체용합일지도>에서 오경 사이의 관계를 체용론의 관점에서 규정하였는데, 이를 정리하면 [도 1]과 같다. 書 經 賞 罰 之 以 政 周 易 五 經 의 全 體 詩 經 勸 懲 之 以 言 春 秋 五 經 의 大 用 禮 記 節 文 之 以 行 [도 1] 입학도설 의 <오경체용합일지도> 이어 권근은 <오경체용합일지도>에 대한 해설에서 오경 전체를 하나의 통합적인 체계로 파악하였다. 주역( 周 易 ) 은 오경의 전체( 全 體 )이고 춘추( 春 秋 ) 는 오경 의 대용( 大 用 )이다. 서경( 書 經 ) 은 정사( 政 事 )를 말한 것이고 시경( 詩 經 ) 은 성정( 性 情 )을 말한 것이며 예기( 禮 記 ) 는 절문 - 75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 節 文 )을 삼간 것이니, 비록 각각 한 가지 일을 오로지 하였지만, 또한 그 안에 주역 과 춘추 의 체 와 용 이 갖추어지지 않 은 바가 없다. 4) 권근은 주역 과 춘추 를 오경의 체 와 용 으로 규정하였 으며, 서경 시경 예기 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주 역 과 춘추 의 체 와 용 을 갖추고 있으면서 각각 정사 성 정 절문 이라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 어 그는 성인( 聖 人 )은 오경의 전체이고 오경은 성인의 대용 5) 이 라고 하여 오경의 유기적 통합성의 바탕 위에서 오경을 성인과 상 응시켜 양자의 체용론적 관계를 정의하였다. 또 주역 은 천지 ( 天 地 )에 있는 도( 道 )를 성인이 본받은 것이고 춘추 는 성인에 게 있는 도를 천지가 어길 수 없는 것이다. 6) 라고 하여 오경의 체 용 과 성인 의 관계를 천지와 성인 의 대비 속에서 설명하였 다. 7) 다음으로 권근은 <오경각분체용지도>에서 오경 각각의 체용 관계를 분석하였는데, 이는 각 경서의 핵심적인 주제를 체용론의 측면에서 정리한 것이다. <오경각분체용지도>에서 권근은 그림에 대한 별도의 설명 없이 각 경전의 전체 대용 을 도식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그 내용은 [표 1]과 같다. [표 1] 입학도설 의 <오경각분체용지도> 4) 入 學 圖 說 前 集, < 五 經 體 用 合 一 之 圖 > 易 五 經 之 全 體 也 春 秋 五 經 之 大 用 也. 書 以 道 政 事 詩 以 言 性 情 禮 以 謹 節 文 雖 各 專 其 一 事 而 易 春 秋 之 體 用 亦 各 無 所 不 備 焉. 5) 入 學 圖 說 前 集, < 五 經 體 用 合 一 之 圖 > 嗚 呼 大 哉 聖 人 五 經 之 全 體 而 五 經 聖 人 之 大 用 也. 6) 入 學 圖 說 前 集, < 五 經 體 用 合 一 之 圖 > 易 者 道 在 天 地 而 聖 人 體 之 春 秋 者 道 在 聖 人 而 天 地 不 能 違 也. 7) 금장태, 1997, 양촌 권근의 경학사상, 조선전기의 유학사상 (서울대학 교 출판부), 164~165쪽. - 76 -
權 近 의 五 經 인식 경서 전체 대용 주역 理 ( 在 天 地 ) 道 ( 在 聖 人 ) 서경 欽 ( 聖 人 敬 天 之 心 ) 中 ( 聖 人 經 世 之 法 ) 시경 思 毋 邪 感 發 善 心 懲 創 逸 志 예기 無 不 敬 賢 者 不 敢 過 不 肖 者 企 而 及 춘추 道 ( 本 於 天 地 之 理 ) 權 ( 行 於 聖 人 之 心 ) 이상에서 입학도설 에 수록된 오경체용론( 五 經 體 用 論 )의 내용 을 개괄해 보았다. 하나의 체계적인 사상틀을 통하여 오경 전체를 회통하는 경전 인식 태도는 송대( 宋 代 ) 이후 나타난 성리학적 경학 이론의 특징이다. 8) 북송대 학자 손복( 孫 復 )이 유가 경전에 담겨있 는 공자( 孔 子 )의 정신을 체 용 의 형식으로 설명하면서 주역 과 춘추 를 체용 관계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9) 이와 같은 경전 이해 방식은 성리학 수용 과정에서 고려 학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는 권근의 스승인 이색의 오경 인식 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즉 그는 정( 貞 ) 을 매개로 하는 주역 과 춘추 중심의 제경회통( 諸 經 會 通 )을 주장하였다. 10) 권근이 8) 권정안, 1999, 麗 末 鮮 初 朱 子 學 導 入 期 의 經 典 理 解, 儒 敎 文 化 와 韓 國 社 會 (대동문화연구원 중점과제 학술발표회 발표문) 6쪽. 9) 강진석, 2001, 북송 유가의 체용론 연구, 중국연구 28, 245쪽. 10) 이색은 여러 경전을 일관된 체계로 이해하는 성리학의 특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근거로 각 경전 사이의 회통과 통일적 이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색은 주역 과 춘추 를 제경( 諸 經 ) 회통 의 중심 경전으로 보았다. 즉 그는 시경 예기 서경 등의 핵 심이 정( 貞 ) 에 있으며, 이 정 을 매개로 하여 시경 예기 서 경 이 각각 주역 의 건( 乾 ) 곤( 坤 ) 두 괘와 연결된다고 하였다. 이는 정 을 주역 의 핵심 개념으로 이해하고 이를 제경 회통의 근거로 삼 고자 한 것이다. 또 그는 춘추 에 대해서도, 춘추 를 일관하는 정 신이 천시( 天 時 )를 받들고 왕법( 王 法 )을 밝히는 것[ 奉 天 時 明 王 法 ] 에 있으며 이것이 한결같이 정( 正 = 貞 )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이 는 주역 의 핵심 개념인 정 이 춘추 를 통해 구현됨을 의미한다. 즉 이색은 주역 이 제경 회통의 근거가 되며 춘추 는 제경 회통 - 77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입학도설 에서 주역 과 춘추 를 중심으로 한 오경체용론 을 주장한 데는 이색의 오경 인식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권근의 오경체용론은 지금까지 권근의 경학을 다룬 거의 모든 연구에서 언급될 만큼 매우 중요한 이론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 서는 오경체용론의 내용 분석은 충실히 이루어졌지만, 이 이론이 갖는 경세론적 의의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필자는 권 근의 오경체용론이 그의 경학과 경세론을 연결시켜주는 이론적 기 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가의 학문 체계에서 체용론이 갖는 의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 고유의 사유방식으로, 선진( 先 秦 ) 시기에 사람의 몸과 그 행위의 원시적 의미에서 출발한 체용론은 북송대에 들어서면서 유 가 철학의 한 방법론으로 본격적인 자리매김을 하기 시작하였다. 북송 초기 유학자들은 당시 흥성했던 불교와 도교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고심하였으며 진정한 유가의 근본정신을 다시 확립하고자 노력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은 체용 의 형식 으로 유학자들이 행하여야 할 본분을 설명하였다. 11) 송초삼선생( 宋 初 三 先 生 ) 의 한 사람인 호원( 胡 瑗, 993~1059)은 인( 仁 ) 의( 義 )의 도덕률이나 예악( 禮 樂 )의 규범과 같이 사람이면 누 구나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체 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원칙 을 상황에 맞게 실천해야 한다는 당위를 용 으로 규정한 다음, 유 학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밝히고 그 원칙을 구체적으로 운 용할 수 있는 학문, 즉 명체달용( 明 體 達 用 ) 의 학문에 힘써야 한다 고 강조하였다. 또 삼선생 의 다른 한 사람인 손복은, 앞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유가 경전에 담겨 있는 공자의 정신을 체용 의 의 경세적 귀결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고 할 수 있다(권정안, 1999, 위의 논문, 24쪽). 11) 강진석, 2001, 앞의 논문, 244쪽. 이하 북송대 유학자들의 체용론에 대한 내용은 강진석의 논문(2001) 244~248쪽에서 참고 인용하였다. - 78 -
權 近 의 五 經 인식 형식으로 설명하였다. 즉 그는 주역 은 공자의 마음을 밝힌 책 이고 춘추 는 공자의 용 을 밝힌 책 이라고 하여 주역 과 춘추 를 체 와 용 의 관계로 규정하였다. 이정( 二 程 )의 경우에는 공자가 말한 충서( 忠 恕 ) 의 가르침을 천 도( 天 道 )와 인도( 人 道 )의 의미로 확대 해석하면서 충은 체 를 말 하니 곧 천도 이고 서 는 그 용 을 말하니 곧 인도 이다. 라고 하 여 이것을 체용 의 형식으로 설명하였다. 한편 남송의 학자 호굉 ( 胡 宏 )은 성인의 도를 배울 때 체 를 얻으면 반드시 그 용 을 얻 어야 한다. 라고 하여 용 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또 정전( 井 田 ) 학교( 學 校 ) 봉건질서( 封 建 秩 序 )와 같은 모든 문물 제도는 성인 의 체 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성인의 용 이라고 주장하였 다. 이상 송대 유학자들의 체용론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체 는 성 인의 도, 즉 천리( 天 理 )에 기초한 인간 사회의 근본 원리 원칙이고 용 은 그 원리 원칙을 현실에 맞게 구현하는 것이며, 따라서 용 은 경세적 실천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체용론의 기본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권근의 오경체용론은 경학과 경세론의 연결 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권근은 오경의 성격을 체용 관계로 정리하면서 경전에 담겨있 는 용 의 측면에 주목하였다. 유가에서 일반적으로 체 로 인식되 는 경전, 즉 오경에서 체 뿐만 아니라 용 의 측면을 함께 강조한 것은 권근이 오경을 불변의 원리 원칙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것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경세적 실천적 방법도 함께 포괄하 고 있는 책으로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권근의 경학은 인간 이 지켜야 할 불변의 원칙을 연구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 실천 방법도 함께 연구하는 경세론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권근이 규정한 서경 시경 예기 의 대 용 이 모두 현실적인 효용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즉 서경 의 대용 인 중( 中 ) 은 권근 스스로가 밝힌 바와 같이 성 - 79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인이 세상을 경영하는 법( 聖 人 經 世 之 法 ) 으로서의 효용을 가지며, 시경 의 대용 인 感 發 善 心 懲 創 逸 志 는 권선징악( 勸 善 懲 惡 )의 효용을 갖는다. 또 예기 의 대용 인 賢 者 不 敢 過 不 肖 者 企 而 及 은 이것이 예제( 禮 制 )의 시행을 통해 달성해야 할 궁극적 목표라는 점에서 실천적 효용을 지닌다. 이처럼 권근이 규정한 서경 시경 예기 의 용 이 현실적 효용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 은 그의 경학이 경세론으로 연결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 天 人 合 一 論 : 經 學 과 經 世 論 의 연결 고리 앞 절에서 송대 유학자들의 체용론을 검토한 결과 천리에 기초 한 근본적인 원리 원칙 을 체 로, 그와 같은 원리 원칙을 현실에 맞도록 구현하는 것 을 용 으로 인식하는 것이 체용론의 핵심임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송대 유학자들이 체용론을 천도( 天 道 = 天 理 )와 인도( 人 道 )의 대응, 즉 천인합일론( 天 人 合 一 論 )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권근의 <오경각분체용지도>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권근의 오경 체용론에는 송대 체용론의 기본 성격, 즉 천인합일론의 관점이 그 대로 적용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먼저 앞 절의 [표 1]을 보면, 권 근이 <오경각분체용지도>에서 정의한 오경의 체 는 기본적으로 천( 天 ) 에 관계되는 것이며, 오경의 용 은 성인, 즉 인간에 관계되 는 것임을 알 수 있다. 12) 이는 권근이 오경의 체용 관계를 하늘 12) 권근은 주역 서경 춘추 의 체 인 리( 理 ) 흠( 欽 ) 도( 道 ) 의 의미를 각각 하늘에 있는 리, 성인이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 천지의 이치에 근본한 도 로 정의했는데, 이는 모두 천( 天 ) 에 관계된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 그는 주역 서경 춘추 의 용 인 도 ( 道 ) 중( 中 ) 권( 權 ) 에 대해서는 각각 성인에게 있는 도, 성인이 경세 하는 법, 성인의 마음에서 시행되는 권도( 權 道 ) 로 정의하였는데, 이들 은 모두 성인, 즉 인간과 관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예기 의 체 인 무불경( 毋 不 敬 ) 은 서경 의 체 인 흠 과 같은 것이고, 예 기 의 용 인 賢 者 不 敢 過 不 肖 者 企 而 及 은 과불급( 過 不 及 )이 없는 중용 ( 中 庸 )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서경 의 대용 인 중 과 같은 의미가 된다. 결국 서경 과 예기 의 체 와 용 은 서로 일치하며, 따라서 - 80 -
權 近 의 五 經 인식 과 인간의 대응 으로 이해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체용론에서 용 이 갖는 경세적 실천적 성격을 고려하면, 권근이 생각한 하늘 과 인간의 대응 은 곧 천리에 부합하는 인도의 구현 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경 각각의 체용 관계를 천리에 부합하는 인도의 구현 으로 이 해하는 권근의 입장은 오경 전체를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이해하 는 데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주역 의 용 인 도 가 춘추 의 체 로 연결된다는 점이 주목되는데, 이는 <오경체용합일지도>에서 주역 을 오경의 전체 로, 춘추 를 오경의 대용 으로 정의한 것과 연결된다. 즉 도 가 주역 의 용 이자 춘추 의 체 가 되어 주역 의 체 인 리( 理 ) 와 춘 추 의 용 인 권( 權 ) 을 연결시켜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역 과 춘추 가 오경의 체 와 용 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불변의 원칙인 하늘의 이치 에 근본하여 인간 사회의 바른 도를 정립한 다음, 그 도를 다시 현실에 맞게 실천[ 權 ]해야 한다는 천인합일적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정리하면, 권근의 체용론은 오경 전체의 체용 관계와 개별 경전의 체용 관계 모두에서 체 는 하늘의 이치 이고 용 은 성인이 하늘의 이치를 인간 사회에 구현하는 것 이라는 천인합일 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권근의 천인합일론은 그의 경학 체계를 일관하는 핵심 이론으로, 그는 주역 예기 시경 서경 춘추 등의 모든 천 견록 에서 천인합일론의 관점에 의거하여 경전의 의미를 해석하 였다. 주역천견록( 周 易 淺 見 錄 ) 에서는 <건괘( 乾 卦 )> 및 <계사전 ( 繫 辭 傳 )>에서 천인합일론의 이론적 측면을 설명하였으며, 예기 천견록( 禮 記 淺 見 錄 ) 에서는 <예운( 禮 運 )>과 <악기( 樂 記 )> 등에서 천인합일의 이론을 서술한 다음 이에 기초한 자신의 예론( 禮 論 )을 예기 의 체 용 도 역시 각각 하늘과 인간에 관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81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피력하였다. 시천견록( 詩 淺 見 錄 ) 에서는 인도의 정당함[ 人 道 之 正 ]의 득실( 得 失 ), 즉 천인합일의 실현 여부를 정풍( 正 風 ) 과 변 풍( 變 風 ) 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하였으며, 13) 서천견록( 書 淺 見 錄 ) 에서는 천인합일을 현실에서 구현한 이상 군주인 삼대( 三 代 )의 군주들의 업적과, 천도 를 인식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천 문( 天 文 ) 오행( 五 行 ) 등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서술하였다. 또 춘 추천견록( 春 秋 淺 見 錄 ) 에서는 춘왕정월( 春 王 正 月 ) 을 설명하면서 정( 正 )이 왕에게서 나오지 않고 왕이 하늘을 받들지 않는다면 이 는 춘추 의 뜻이 아니다. 14) 라고 하였는데, 이는 왕의 바른 정 치는 하늘을 받드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의미로서 역시 천인합 일적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15) 천인합일론은 이와 같이 권근 경학의 핵심 이론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의 경세론의 이론적 근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권 근은 주역천견록 에서 주역 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천도를 체 로, 인도를 용 으로 상정하였는데, 인도를 용 으로 본 것은 천 인합일의 구현이 형이상학적 측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 의 측 면, 즉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타나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천도의 부합하는 인도의 실천은 곧 이상적인 정치 사 회 운영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천인합일론은 가장 적극적 인 경세론이 될 수 있다. 권근은 경서의 내용 중에서 현실 정치의 귀감으로 삼을 만한 천 인합일의 원칙과 사례들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하여 자신의 경세론 을 정립하였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오경천견록 이다. 권근은 시천견록 에서 인도의 정당함을 얻은 것을 정풍, 인도의 정당 함을 잃은 것을 변풍 으로 규정하였다. 여기에서 인도의 정당함 을 얻는다. 는 것은 곧 천인합일의 실현을 의미하며, 그 결과로 나 13) 詩 淺 見 錄 12조, 正 風 人 道 之 得 其 正 也 變 風 人 道 之 失 其 正 也. 14) 春 秋 淺 見 錄 2조, 正 不 出 乎 王 王 不 奉 乎 天 非 春 秋 之 意 也. 15) 姜 文 植, 2008, 권근의 경학사상 연구 (일지사), 250~251쪽. - 82 -
權 近 의 五 經 인식 타나는 정풍 은 인도가 확립된 이상적 사회상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권근이 천인합일의 실현을 이상적 사회의 전제조건으로 생각하였음을 보여준다. 권근의 정치관 및 예론 역시 천인합일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는 주역천견록 과 서천견록 에서 천인합일을 실현하 기 위한 정치 운영 방법 및 누가 천인합일 실현의 주체가 될 것인 가의 문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자신의 정치관 군주관 등을 정리하 였다. 또 예기천견록 에서는 한 사회에서 천인합일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에 대한 논의를 통해 자신의 예론을 전개하였다. 이처럼 천인합일론은 그의 정치관이나 예론과 같은 경세론과 연결 되면서 그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다. 16) 이상과 같이 천인합일론은 권근 경학의 핵심 이론이자 동시에 권근 경세론의 이론적 근거로 자리매김하였다. 그 결과 천인합일론 은 그의 경학과 경세론을 이어주는 이론적 연결 고리가 되었으며, 따라서 권근의 경학 연구는 곧 경세론 연구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권근의 오경천견록 은 권근의 경학 저술이면서, 동시에 경세론 저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3. 五 經 淺 見 錄 의 經 典 해석과 經 世 論 앞 장에서 본 바와 같이 권근은 경학 연구를 통해 자신의 경세 론을 정립하였다. 본 장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오경천견록 의 경 전 해석 내용을 통해 각각의 천견록 이 갖는 경세론의 내용과 특징을 검토하도록 하겠다. 1) 周 易 淺 見 錄 : 經 世 의 이론과 원칙 16) 姜 文 植, 2008, 앞의 책, 253~254쪽. - 83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권근은 주역 을 성인의 저작으로 보았다. 그가 주역천견 록 상경( 上 經 ) 총론에서 복희( 伏 羲 ) 문왕( 文 王 ) 주공( 周 公 ) 공자( 孔 子 ) 등을 거치면서 주역 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한 것이나, <사괘( 師 卦 )>에서 성인이 역( 易 )을 지은 것은 후세를 염려해서이 다. 17) 라고 한 것, 또 <계사 상( 繫 辭 上 )>의 제1장에서 이는 성 인이 천지자연의 변화에 따라 주역 을 지은 사실을 말한 것이 다. 18) 라고 언급한 것 등은 그와 같은 인식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주역 을 성인의 저작으로 본 것은 경세론의 측면에 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권근은 주역천견록 의 <건괘( 乾 卦 )> 단전( 彖 傳 )에 대한 설명에서, 하늘과 성인을 합하여 말한 것을 통해 하늘이 곧 성인이고 성인 이 바로 하늘이어서 조금도 틈이 없다는 뜻을 알 수 있다. 19) 라고 하였으며, 또 <계사 상>의 제4장에서는 나는 역( 易 )의 도 가 천지와 가지런하므로 주역 이라는 책이 천지의 도를 두루 경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 라고 하였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하 면, 성인은 하늘과 동일하기 때문에 하늘의 도를 소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성인의 저작인 주역 에는 천지를 경륜할 수 있는 하늘 의 도가 담겨 있다는 의미가 된다. 권근은 주역천견록 상경 총 론에서 주역 의 구조를 설명할 때에도, 주역 의 상경은 건괘 곤괘( 坤 卦 )로 시작하여 감괘( 坎 卦 ) 이괘 ( 離 卦 )에서 마친다. 이는 하늘과 땅이 자리를 잡고 해와 달이 교대 17)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師 > 卦 辭, 聖 人 作 易 爲 慮 後 世. 18) 周 易 淺 見 錄 < 繫 辭 上 > 제1장, 此 言 聖 人 因 天 地 自 然 之 易 而 作 易 也. 19)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乾 > 彖 傳, 伊 天 與 聖 人 合 而 言 之 可 見 天 卽 聖 人 聖 人 卽 天 渾 然 無 間 之 意. 20) 周 易 淺 見 錄 < 繫 辭 上 > 제4장, 愚 謂 易 之 道 如 天 地 齊 準 故 易 之 書 能 彌 綸 天 地 之 道. - 84 -
權 近 의 五 經 인식 로 밝은 것을 의미하니 천도가 유행( 流 行 )하는 극치를 표현한다. 하 경( 下 經 )은 함괘( 咸 卦 ) 항괘( 恒 卦 )에서 시작하여 기제괘( 旣 濟 卦 ) 미 제괘( 未 濟 卦 )에서 마친다. 이는 부부가 가정을 이루고 남자와 여자 가 세대를 잇는 것을 의미하니 인도가 바뀌고 변하는 지극함을 표 현한다. 21) 라고 하여, 주역 의 상경과 하경을 각각 천도와 인도의 극치 를 표현한 것으로 규정하였다. 또 하경 총론에서도 상경은 대대 ( 待 對 )의 체 로 천도이며, 하경은 유행의 용 이니 인도 22) 라고 하 여, 상경과 하경이 천도와 인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 였다. 하늘의 도 는 천인합일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본받아 실천해 야 할 인도의 표준이며, 따라서 주역 을 연구하는 것은 하늘의 도 를 궁구하고 그것에 부합하는 인도의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서 볼 때 주역 은 경세론의 텍스트 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권근에게 있어 주역 연구는 경학이면 서 동시에 경세론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권근은 주역 의 서술 방식에서도 주역 의 경세론적 의의 를 찾았다. 그는 주역천견록 <복괘( 復 卦 )>에서 전쟁에 관한 춘추 와 주역 의 기록 방식을 비교하면서 춘추 는 일이 이미 진행된 결과를 기록한 것이고, 주역 은 앞으로 그러할 것 을 미리 경계하는 것 이라고 그 성격을 정의하였다. 23) 이는 주 역 에는 미래에 대한 경계의 뜻이 담겨져 있으므로 후세 사람들 21) 周 易 淺 見 錄 上 經, 上 經 首 乾 坤 而 至 坎 離 天 地 定 位 而 日 月 代 明 天 道 流 行 之 極 也. 下 經 始 咸 恒 而 終 旣 未 齊 夫 婦 成 家 而 男 女 著 代 人 道 更 變 之 至 也. 22) 周 易 淺 見 錄 下 經, 上 經 首 乾 坤 而 終 坎 離 乾 南 坤 北 離 東 坎 西 天 地 四 方 之 定 位 待 對 之 體 也 天 道 也. 下 經 首 以 兌 艮 之 咸 震 巽 之 恒 卽 山 澤 之 通 氣 雷 風 之 相 薄 流 行 之 用 也 人 道 也. 天 道 其 體 故 上 經 以 純 卦 爲 終 始 人 道 其 用 故 下 經 以 咸 成 之 卦 以 終 始. 23)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復 > 上 六 爻 辭, 春 秋 記 事 之 已 然 君 執 則 師 敗 可 知 故 書 其 重. 易 戒 其 將 然 雖 敗 非 一 道 故 備 擧 輕 重 而 盡 言 之. - 85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은 주역 에 수록되어 있는 성인의 경계를 분명히 깨닫고 이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사괘>의 성인이 역( 易 )을 지은 것은 후세를 염려해서 이다. 라는 말도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권근이 <사 괘>의 괘사( 卦 辭 ) 貞 丈 人 吉 无 咎 를 장수의 운용 이라는 측면 에서 접근하여, 후세 군왕들이 군사를 움직일 때 주역 에서 성 인이 주장한 노성한 자에게 맡겨야 한다. 는 말을 따라 지킨다면 잘못이 없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24) 그런데 표면적으로 군사 와 관련된 문제에 한정된 이 해석을 주역 전 체로 확대해 본다면, 주역 에는 성인이 후세 사람들을 위해 제 시한 여러 원칙과 경계의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후세 사람 들이 이를 잘 익히고 실천한다면 허물이 없게 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권근은 주역 이 이해하기 어려운 형이상 학적 이론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제정하였고 후세 사람 들이 따라야 할 원칙과 경계가 담겨 있는 책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권근이 주역 에서 찾은 경세의 원칙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주역천견록 을 검토해 보면, 권근이 주역 연 구를 통해 강조한 경세의 원칙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는 천인합일론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앞 장에서 언급 한 바와 같이 천인합일론은 권근 경학 체계의 핵심 이론이면서 동 시에 경세론의 이론적 배경이 된다. 그런데 오경 중에서 천인합일 론의 이론적 근거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전이 바로 주 역 이다. 이에 따라 권근도 주역천견록 에서 자신의 천인합일 론을 가장 명확하게 정리하였다. 즉 권근은 주역천견록 에서 천 리와 인성, 하늘의 사덕( 四 德 : 元 亨 利 貞 )과 사람의 사덕[ 仁 義 禮 智 ] 의 연결성 등을 규명함으로써 천인합일을 가능하게 하는 철학적 논 24)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師 > 卦 辭, 聖 人 作 易 爲 慮 後 世 行 兵 尤 聖 人 之 所 愼 將 欲 以 老 成 者 主 之 故 稱 之. 人 老 者 雖 未 必 有 德 必 不 至 用 壯 而 過 於 殘 暴 也. 聖 人 之 仁 於 後 世 至 矣. - 86 -
權 近 의 五 經 인식 리적 근거를 제시하였으며, 25) 현실에서 천인합일의 구현을 주도해 나갈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견해도 피력하였다. 26) 또 주역천 견록 에서 천도 인식의 방법론으로 상수( 象 數 )를 중시한 것, 27) 인 도 실현의 요체로 경( 敬 )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28) 등도 모두 천인 합일론과 연관된 내용들이다. 둘째는 윤리와 질서의 확립을 강조한 것이다. 권근은 주역천견 록 <건괘> 문언전( 文 言 傳 )에서, 하늘에서는 원형이정( 元 亨 利 貞 )이 되고 사람에게는 인의예지( 仁 義 禮 智 )가 된다. 군자는 이 4가지 덕[ 仁 義 禮 智 ]을 실천하는 사 람이므로 乾 元 亨 利 貞 이라고 말하였다. 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는 것과 합치한다는 뜻이다. 이는 군자가 실천하는 덕이 바로 건( 乾 )의 4가지 덕이므로 하늘과 사람이 합일하는 까닭이 됨을 말한 것이 다. 29) 라고 하여 인 의 예 지의 사덕을 군자가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규정하였다. 이 사덕이 현실에서 구현된 것이 바로 오륜( 五 倫 )과 예제( 禮 制 ), 즉 윤리와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즉 권근은 윤리와 질 25)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乾 > 文 言 傳, 在 天 爲 元 亨 利 貞 在 人 爲 仁 義 禮 智. : 下 經, < 歸 妹 > 彖 傳, 天 地 萬 物 之 父 母 而 人 者 萬 物 之 最 靈 全 得 天 地 之 正 理 者 也. : < 繫 辭 下 > 제1장, 天 地 以 生 物 爲 心 人 得 之 以 生 而 爲 仁. 26) 周 易 淺 見 錄 上 經, 人 心 之 體 卽 天 理 之 本 然 也 人 心 之 用 卽 天 理 之 當 然 也 不 以 聖 愚 而 有 加 損. 但 以 氣 稟 不 齊 故 有 智 愚 賢 否 之 別 貴 賤 壽 短 之 殊 聖 人 之 心 與 天 無 間 賢 者 修 之 而 吉 愚 者 悖 之 而 凶 也. 27) 권근은 상경 총론에서 상수( 象 數 )가 주역 의 기초라는 점을 강조하 였으며, <계사 상>과 <설괘전( 說 卦 傳 )>에서는 상수에 관한 내용을 집중 적으로 서술하는 등 상수를 매우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권근 역학( 易 學 )의 상수학적 특징에 대해서는 李 基 薰, 2002, 權 近 의 周 易 淺 見 錄 硏 究 (계명대학교 박사학위논문)를 참조. 28) 周 易 淺 見 錄 下 經, < 无 妄 > 九 五 爻 辭, 若 夫 主 敬 則 天 理 常 存 人 欲 自 絶. 29)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乾 > 文 言 傳, 在 天 爲 元 亨 利 貞 在 人 爲 仁 義 禮 智 君 子 行 此 四 德 者 故 曰 乾 元 亨 利 貞 者 在 人 者 合 乎 在 天 者 也. 言 君 子 所 行 之 德 旣 是 乾 之 四 德 也 所 以 合 天 人 而 一 之 也. - 87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서의 확립을 현실적인 천인합일 구현의 핵심으로 이해하였다. 윤리와 질서 중에서 권근이 가장 중시한 것은 가정윤리의 실천 과 사회적 분( 分 ) 의 확립이었다. 먼저 권근은 주역천견록 의 하경 총론에서, 인도는 부부로부터 시작된다. 함( 咸 )은 부부의 처음이고 항( 恒 )은 결혼생활의 떳떳한 도리[ 常 道 ]이다. 그 시작을 바르게 할 수 있으 면 가정생활의 도리에 허물이 없어 그 끝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이미 시작이 바르므로 허물이 없으며, 가정생활의 도리가 바르 게 된 뒤에야 가는 바가 이롭고 끝이 바르게 될 수 있다.30) 라고 하여, 가정윤리를 바르게 정립하는 것이 경세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가정윤리를 중시하는 권근의 입장은 특히 시천견록 의 주남( 周 南 ) 및 13개 국풍( 國 風 )에 대한 설명, 예기천견록 의 효( 孝 ) 윤리에 대한 강조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한편 사회적 분 에 대한 권근의 입장은 주역천견록 <겸괘 ( 謙 卦 )>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에서 권근은 평( 平 ) 과 분 의 상관관계에 대해, 평 이란 저와 내가 각각 마땅함을 얻어 남거나 부족함이 없음을 말한다. 사물에 비유하면, 그릇에는 대소( 大 小 )의 차이가 있어 용량 이 다르니 그 대소에 따라 많고 적게 담으면 각각 그 용량에 알맞 아 모두 공평하다. 큰 것에 많이 담아도 남지 않고 작은 것에 적게 담아도 부족하지 않으니, 천하에 지극히 공평한 것이 아니겠는가. 분 이 없으면 대소의 구별이 없어지게 된다. 31) 30) 周 易 淺 見 錄 下 經, 人 道 造 端 乎 夫 婦 咸 爲 夫 婦 之 始 恒 爲 居 室 之 常 能 正 其 始 則 居 室 之 道 無 咎 而 能 正 終 旣 正 始 故 無 咎 而 又 正 其 居 室 之 道 然 後 而 有 攸 往 而 正 終 也. 31)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謙 > 象 傳, 夫 平 者 彼 此 各 得 其 宜 而 无 有 餘 不 足 之 謂 也. 以 物 喩 之 器 有 大 小 其 量 不 同 隨 其 小 大 而 施 有 多 寡 故 各 適 其 量 而 - 88 -
權 近 의 五 經 인식 라고 하여, 자신의 분 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공평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예기 천견록 에서 예가 있으면 분 을 얻어서 편안해진다. 32) 라는 논 리로 발전하였고, 결국 이는 차등적 신분질서의 확립 이라는 경세 론으로 이어졌다. 셋째는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이는 신분질서 확립의 연장선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근은 주역천견록 <곤괘>에서 양( 陽 )은 군주가 되고 음( 陰 )은 신하 가 된다. 33) 라고 하였으며, 이어 <소축괘( 小 畜 卦 )>에서는, 양이 부르고 음이 화답하면 상호 작용하여 비를 만들지만 음이 앞서 부르면 양이 화답하지 않아서 비가 오지 않는다. 군주가 부르고 신하가 화답하면 반드시 공이 이루어지니 이는 마치 양이 부르고 음이 화답하여 비와 서리가 내리는 것과 같다. 34) 라고 하여, 실제 정치 운영에서 군주가 주도권을 가지고 신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여러 괘에서 이효( 二 效 )와 오효( 五 效 )의 대응 관계를 설명하면서 신하가 군주의 권위를 뛰어 넘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여 군신간의 엄격한 위 계 확립을 강조하였다. 이상에서 주역천견록 에 나타난 권근 경세론의 주요 원칙들 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원칙들은 다음에 살펴볼 예기천견록 을 통해 현실적 실천 방법으로 정리되었으며, 또 시천견록 서천 견록 춘추천견록 등을 통해 역사적으로 그 정당성이 증명되 皆 平. 在 大 施 多 而 非 有 餘 在 小 施 小 而 非 不 足. 豈 非 天 下 之 至 平 乎. 無 分 則 無 大 小 之 別. 32) 禮 記 淺 見 錄 권8, < 禮 運 > 人 有 禮 則 得 其 分 而 安. 33)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坤 > 上 六 爻 辭, 陽 爲 君 陰 爲 臣. 34) 周 易 淺 見 錄 上 經, < 小 畜 > 卦 辭, 陽 倡 而 陰 和 則 交 而 成 雨. 自 陰 倡 則 不 和 而 不 雨 君 倡 而 臣 和 則 必 成 功 猶 陽 倡 陰 和 而 雨 澤 降. - 89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었다. 2) 禮 記 淺 見 錄 : 經 世 의 실천 방법 주역천견록 이 권근 경세론의 원칙을 밝힌 것이라면 예기 천견록 은 그 경세의 원칙을 부연 설명하면서 그 원칙을 실천할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근이 강조한 경세의 방법은 곧 예( 禮 )의 확립과 실천 으로 정리할 수 있다. 권근은 예가 사람 에게 쓰여지는 것이 그릇을 사용하는 것과 같아서 하루라도 없어 서는 안된다. 35) 라고 하여, 예가 인간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였다. 이어 예의 전체 와 대용 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예는 사람이 사용하는 바의 그릇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행하는 도가 크게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으며 그 덕( 德 )이 매우 성( 盛 )하다. 이것은 예의 전체 를 들어 말한 것이다. 군자( 君 子 )는 이와 같은 성덕( 盛 德 )의 예가 있는 까닭에 능히 내외( 內 外 )에서 협력하여 유명 ( 幽 明 )을 통달하니 예의 공용( 功 用 )이 매우 지극하다. 이것은 대용 을 들어 말한 것이다. 36) 즉 사람에게 도가 갖추어져 덕이 성한 것이 예의 전체 가 되며 그 덕이 사물에 두루 미쳐서 공용을 지극하게 하는 것이 예의 대 용 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권근은 수기치인( 修 己 治 人 ) 적인 인식 에 기초하여 예의 성덕과 공용이 개인의 범주를 넘어 사회적으로 널리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그가 경세적 관점에 서 예를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예기천견록 에서 예에 대한 경세적 관점의 인식이 가장 분명 35) 禮 記 淺 見 錄 권9, < 禮 器 > 禮 爲 人 所 用 猶 其 用 器 不 可 一 日 而 無 者. 36) 禮 記 淺 見 錄 권9, < 禮 器 > 禮 是 爲 人 所 用 之 器 故 其 爲 人 所 行 之 道 無 不 大 備 而 其 德 爲 深 誠 矣. 是 擧 禮 之 全 體 而 言 也 君 子 有 此 盛 德 之 禮 故 能 協 於 內 外 而 達 於 幽 明 禮 之 功 用 極 其 至 矣. 是 擧 大 用 而 言 之 也. - 90 -
權 近 의 五 經 인식 히 드러나는 곳은 <곡례( 曲 禮 )>이다. 권근은 <곡례 상( 上 )>에서 曲 禮 曰 毋 不 敬 儼 若 思 安 定 辭 安 民 哉 를 <곡례> 전체의 경( 經 ) 으로 규정한 후에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해석하였다. 무불경( 毋 不 敬 )은 예의 전체 를 통틀어 말한 것이다. 엄약사( 儼 若 思 )는 경( 敬 ) 이 겉으로 나타나고 중( 中 ) 에 근본한 것이며, 안정 사( 安 定 辭 )는 중 에 보존된 경 이 밖으로 발현된 것이다. 군자의 주경( 主 敬 )한 공 이 말과 외모에 들어난 것이 이와 같으니, 내외가 교양( 交 養 )하여 조금도 게으른 것이 없다. 그런 까닭에 그 효과가 안민( 安 民 )에 이른다. 이것이 수기치인의 도이며 학문의 처음과 끝 을 이루는 것이다. 37) 권근은 군자가 주경 한 공, 즉 예를 실천한 효과가 안민 에 이 른다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안민 은 곧 정치 사회의 안정을 의미한 다고 할 수 있다. 즉 예가 바로 시행되면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의 질서가 확립되어 백성들이 편안하게 된다는 뜻이다. 안민, 즉 정치 사회의 안정은 경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의 시행 여부와 안민 의 상관관계를 강조한 권근 의 입장은 그가 예학( 禮 學 )을 경세론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인식은 권근이 <곡례>의 내용 전체를 종합하면서, 학자가 진실로 능히 이것(<곡례>)에 종사( 從 事 )하여 근본을 세우 고 또 능히 11개 장의 뜻을 참구( 參 究 )하여 힘써 행한다면 인륜( 人 倫 )의 도가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을 것이고 예의 전체 가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38) 37) 禮 記 淺 見 錄 권1, < 曲 禮 上 > 毋 不 敬 者 統 言 禮 之 全 體 也. 嚴 若 思 敬 之 見 於 外 者 本 乎 中 也. 安 定 辭 敬 之 存 於 中 者 發 乎 外 也. 君 子 主 敬 之 功 見 乎 言 貌 如 此 內 外 交 養 而 無 有 一 毫 之 慢 故 其 效 至 於 安 民. 此 修 己 治 人 之 道 學 之 成 始 成 終 者 也. 38) 禮 記 淺 見 錄 권2, < 曲 禮 下 > 學 者 苟 能 從 事 於 斯 以 立 其 本 又 能 參 究 十 有 一 章 之 志 而 力 行 之 則 人 倫 之 道 無 所 不 備 而 禮 之 全 體 不 外 是 矣. 可 不 勉 哉. - 91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라고 하여, 예의 연구와 실천을 통해 인륜이 갖추어진 안민 의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권근 의 예기 연구서인 예기천견록 은 경학 저술이자 경세론 연 구서라고 할 수 있다. 예기천견록 은 경세론의 측면에서 두 가지 중요한 의의를 갖 는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권근이 정립한 경세의 원칙들이 실천의 측면에서 구체화되었다는 점이다. 앞서 보았듯이 권근은 주역천 견록 에서 윤리와 질서의 확립 이라는 경세의 기본 원칙을 밝혔 고 그 연장선에서 군신간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강조하였는데, 이 원칙들이 예기천견록 을 통해 예 라는 실천방법으로 정리되었 다. 주역천견록 에서 권근은, 가정윤리의 확립은 천인합일 구현으 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그는 예기천견록 에 서 가정윤리의 여러 실천 덕목들을 정리하였는데, 그 중 권근이 가 장 강조한 것은 효 이다. 권근은 <제통( 祭 統 )>에서 효는 어짊[ 賢 ] 의 일단( 一 端 )이지만 어짊의 근본은 효 39) 라고 하여 효가 인성의 기초가 됨을 강조하였고, <문왕세자( 文 王 世 子 )>에서는 (주공이) 백금( 伯 禽 )을 매질[ 撻 ]하여 성왕( 成 王 )에게 보인 것은 곧 문왕( 文 王 )이 행한 바 삼조( 三 朝 ) 이하의 애친성효( 愛 親 誠 孝 )의 도이다. 40) 라고 하여 교육에 있어서 효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함을 역설하였 다. 권근은 이와 같은 인식에 기초하여 예기천견록 의 여러 편 에서 효의 가치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특히 효의 정신 이 발현되는 예제로서 제사를 중시하였다. 41) 한편 권근은 예가 있으면 상 하의 명분이 정해져 서로 편안하 39) 禮 記 淺 見 錄 권21, < 祭 統 > 前 篇 每 稱 孝 子 之 祭 而 此 言 賢 者. 蓋 孝 者 指 其 一 端 而 賢 則 行 其 全 德 然 其 本 則 孝 而 已. 40) 禮 記 淺 見 錄 권7, < 文 王 世 子 > 撻 伯 禽 而 示 成 王 者 卽 以 文 王 所 行 三 朝 以 下 愛 親 誠 孝 之 道 也. 41) 姜 文 植, 2008, 앞의 책, 282~285쪽. - 92 -
權 近 의 五 經 인식 다. 예가 없으면 시비쟁란( 是 非 爭 亂 )이 일어나 반드시 위태롭다. 42) 라고 하여, 예가 상 하의 명분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하 였다. 또 그는 <예운( 禮 運 )>에서도 예가 있으면 분 을 얻어 편안 해지고 예가 없으면 분 을 잃어 위태로워진다. 43) 고 하여 예를 통 해 상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안민 의 길임을 강조하였다. 이러 한 인식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것이 바로 예기천견록 의 편차조 정 방식이다. 권근은 예기 원문의 편차를 조정하면서 나름의 몇 가지 기준을 세웠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귀하고 중한 것을 먼저 기록한 다음 천( 賤 )하고 경( 輕 )한 것을 나중에 기 록하는 것 이었다. 즉 가장 귀하고 높은 신분의 예를 먼저 기록하 고 그 다음 점차 천하고 낮은 신분의 예를 차례대로 기록함으로써, 예제의 측면에서 신분적 위계질서를 분명히 나타내었다. 44) 신분적 위계질서의 확립과 관련하여 권근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올바른 군신관계의 정립이었다. 권근은 예기 원문의 편차 조정 을 통해 천자( 天 子 ) 제후( 諸 侯 )의 예와 대부( 大 夫 ) 사( 士 )의 예를 명 확히 구분하면서 등급을 뛰어넘는 예의 적용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 그는 신하의 권력이 임금을 압도하는 것이 정치 사회를 어지럽히는 제1 요인이 된다고 하여, 군신의 직 분을 엄격히 구분하고 신하의 월권을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 명히 하였다. 45) 특히 <예운>에서는 신하가 사병( 私 兵 )을 갖는 것 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는데, 46) 이는 정종대에 사병혁파 주장의 이론적 기반으로 이용되었다. 47) 42) 禮 記 淺 見 錄 권1, < 曲 禮 上 > 有 禮 則 上 下 分 定 而 相 安 無 禮 則 是 非 爭 亂 而 必 危. 43) 禮 記 淺 見 錄 권8, < 禮 運 > 人 有 禮 則 得 其 分 而 安 故 有 必 生 之 道 無 禮 則 失 其 分 而 危 故 有 必 死 之 理. 44) 姜 文 植, 2008, 앞의 책, 176~177쪽. 45) 姜 文 植, 2008, 앞의 책, 274~275쪽. 46) 禮 記 淺 見 錄 권8, < 禮 運 > 上 言 兵 革 藏 於 私 家 次 言 大 夫 具 官 是 大 夫 浸 强 也 君 之 勢 日 以 微 臣 之 黨 日 以 衆 君 擁 虛 器 而 臣 擅 政 權 豈 非 君 與 臣 竝 尊 而 同 制 一 國 也 哉. - 93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예기천견록 이 갖는 두 번째 경세론적 의의는 예기 원문 의 편차 조정과 관련이 있다. 권근은 예기천견록 에서 예기 원문을 원래의 순서대로 기록하지 않고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편 차를 조정하였다. 48) 예기 는 의례( 儀 禮 ) 주례( 周 禮 ) 와 함께 예에 관한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인정받았으며, <곡례> <단궁 ( 檀 弓 )> 등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제들, 특히 가례( 家 禮 )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 운영에 관한 예제나 일상적이지 않은 비상례( 非 常 禮 )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예제 의 내용들이 일정한 기준 없이 마구 뒤섞여 있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을 찾기 어렵고 따라서 현실에서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 권근의 예기 편차 조정에는 이와 같은 예기 의 약점 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권근은 예기 원문을 주제에 따라 장 절로 분류하고 다시 일 정한 기준을 적용하여 예제의 내용들을 절차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음, 주석에서 각 장 절의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하였다. 그 결과 예기천견록 은 예제의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을 학습할 수 있고 또 실생활에서 의례를 시행할 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참고할 수 있는 예서( 禮 書 )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바로 이 점이 경세론적 측면에서 권근이 예기천견록 을 저술한 궁극적 목적 이었다고 생각된다. 즉 권근이 예기천견록 을 통해 추구한 것은 사대부층을 중심으로 예기천견록 을 학습하여 예에 대한 이해 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성리학적 의례( 儀 禮 )의 실천을 생활화함으로써 예의 정신과 제도가 확립된 사회를 이루는 것이었 다고 할 수 있다. 3) 詩 淺 見 錄 書 淺 見 錄 春 秋 淺 見 錄 : 경세 원칙 실천 47) 定 宗 實 錄 권4, 定 宗 2년 4월 辛 丑. 48) 禮 記 淺 見 錄 의 편차 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姜 文 植, 2008, 앞의 책, 175~178쪽을 참조. - 94 -
權 近 의 五 經 인식 의 역사적 사례 권근은 서천견록 에서 서경 과 시경, 그리고 춘추 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서경 의 전모( 典 謨 ) 는 <요전( 堯 典 )>에서 요임금이 따님을 시 집보냈던 일부터 기록을 시작하여 <익직( 益 稷 )>에서 봉황( 鳳 凰 )이 와서 춤을 춘 일로 마무리 지었고, 시경( 詩 經 ) 의 주남( 周 南 )과 소남( 召 南 )은 <관저( 關 雎 )>에서 시작하여 <인지( 麟 趾 )>와 <추우( 騶 虞 )>로 마무리를 지었으니, 모두 가정에서 시작하여 왕자( 王 者 )의 상서로움에 이르고 있다. 춘추 는 재훤귀봉( 宰 咺 歸 賵 ) 에서 시 작하여 획린( 獲 麟 ) 에서 절필하였으니 그 뜻이 또한 같다. 49) 여기에서 권근은 서경 과 시경, 그리고 춘추 를 삼대 시대에 구현되었던 제가( 齊 家 ) 치국( 治 國 ) 평천하( 平 天 下 ) 의 이 상적 정치 전개 과정이 수록되어 있는 책으로 이해하였다. 이는 곧 권근이 서경 시경 춘추 를 삼대의 역사가 기록된 사서 ( 史 書 ) 로 인식하였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경서=역사서 라는 권근의 인식은 그가 지은 <송배중원수찬쇄사 칠장사서( 送 裵 仲 員 修 撰 曬 史 七 長 寺 序 )>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글 에서 권근은 서경 과 춘추 는 역사서였지만 성인의 산정 ( 刪 定 )과 필삭( 筆 削 )을 거쳤기 때문에 경( 經 )이 되었다. 50) 라고 하 여 원래는 역사서였던 서경 과 춘추 가 경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책들이 성인의 손에 의해 편찬되었기 때문임 을 강조하였다. 성인이 편찬한 역사서라는 것은 곧 역사에 대한 성 인의 평가가 이 책들에 수록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서경 과 춘추 를 통해 역사적 행위의 옳고 그름에 대한 49) 書 淺 見 錄 17조, 書 之 典 謨 始 記 釐 降 而 終 於 鳳 儀. 詩 之 二 南 始 於 關 雎 而 終 之 以 麟 趾 騶 虞. 皆 自 閨 門 而 至 於 王 者 之 瑞. 春 秋 托 始 於 宰 咺 歸 賵 而 絶 筆 於 獲 麟 其 意 亦 猶 是 也. 50) 陽 村 集 권16, < 送 裵 仲 員 修 撰 曬 史 七 長 寺 序 > 書 春 秋 史 也. 更 聖 人 所 刪 定 筆 削 故 爲 經 焉. - 95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성인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고, 그를 통해 현실 정치의 귀감을 얻 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서경 과 춘추 가 갖는 역사서로 서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권근이 서경 시경 춘추 를 경서이면서 동시에 역사서 로 인식한 것은 경세론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근대 시대의 역사학은 유학(성리학)을 뒷받침하는 응용 학문으로, 과거 의 역사를 정리하고 이를 거울로 삼아 현실의 정치적 교훈을 얻고 자 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었다. 51) 즉 역사학은 과거에서 현실 정치의 귀감을 찾는 경세적 목적성이 강한 학문이었다. 권근 자신 도 역사란 천하의 시비를 공정하게 다루어 만세토록 권계( 勸 戒 )를 남기는 것 52) 이라고 하였고, 또 오직 치란( 治 亂 )은 전대( 前 代 )에 서 찾아볼 수 있다. 53) 라고 하여 역사학이 갖는 경세적 효용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권근이 서경 시경 춘추 를 역사서로 인식했다는 것은 곧 그가 이 경서들을 경세론의 텍스트 로 생각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그는 서경 시 경 춘추 에 수록되어 있는 중국 고대의 정치 운영의 역사, 구 체적으로는 삼대 이상 군주들의 정치 운영을 현실 정치에서 귀감 으로 삼아야 할 대상으로 상정하였다. 이에 따라 권근이 서경 시경 춘추 를 연구한 궁극적 목표는 삼대의 이상 정치를 현 실에서 실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으며, 바로 이 점에서 권 근의 경학은 경세론으로 연결되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검토할 문제는 권근이 서경 시경 춘 추 를 모두 역사서로 인식했으면서도, 그 중 유독 춘추 를 오 경의 대용 으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권근 51) 韓 永 愚, 1994, 朝 鮮 時 代 의 歷 史 編 纂 과 歷 史 認 識 한국의 역사가와 역 사학 (상) (창작과 비평사), 99쪽. 52) 陽 村 集 권16, < 送 裵 仲 員 修 撰 曬 史 七 長 寺 序 > 史 公 天 下 之 是 非 垂 萬 世 之 勸 戒 也. 53) 陽 村 集 권24, < 進 三 國 史 略 箋 > 惟 治 亂 可 觀 於 前 代. - 96 -
權 近 의 五 經 인식 이 춘추 를 오경의 대용 으로 중시한 이유는 그가 춘추 를 역사서의 이상적 모델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권근은 춘추 를 성인의 포폄( 褒 貶 ) 원칙 이 반영된 가장 완 전한 역사서로 보았으며, 따라서 여타 모든 역사서들의 전범( 典 範 ) 이며 다른 역사서들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즉 그 는 좌전( 左 傳 ) 이나 자치통감( 資 治 通 鑑 ) 에 모순과 오류가 있는 것은 춘추 를 본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으며, 54) 또 김부식( 金 富 軾 )의 삼국사기( 三 國 史 記 ) 에 대해서도 범례는 사기( 史 記 ) 의 법을 취했으나 대의( 大 義 )는 간혹 춘추 와 어 긋나는 점이 있다. 55) 고 하여 삼국사기 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춘추 와 어긋나는 점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권근은 춘 추 를 이상적 역사서술의 전범으로 생각하였으며, 그 결과 춘 추 를 오경의 대용 으로 규정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권근은 서경 시경 춘추 를 경 서이면서 동시에 역사서로 인식하였다. 그렇다면 권근이 이 책들을 통해 귀감으로 삼고자 했던 역사는 무엇인가? 이는 시천견록 서천견록 춘추천견록 의 내용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데, 이를 요약하면 중국 고대의 정치 운영에서 천인합일 의 이상 이 실현되었는가의 여부, 구체적으로는 주역천견록 을 통해 제 시했던 경세 원칙들의 실현 여부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시천견록 에서 권근은 주남과 소남 및 13개 국풍의 시 가들에 반영되어 있는 문왕의 덕행( 德 行 )과 교화( 敎 化 )의 공적, 열 국( 列 國 ) 군주들의 정치적 득실 등을 검토하였다. 56) 특히 권근은 54) 陽 村 集 권16 < 送 裵 仲 員 修 撰 曬 史 七 長 寺 序 > 左 氏 羽 翼 聖 筆 而 爲 傳 惟 不 達 於 此 故 未 免 有 浮 誇 之 失. 司 馬 子 長 以 疏 蕩 奇 氣 發 爲 雄 深 雅 健 之 文 故 稱 良 史 推 不 法 乎 春 秋 故 事 多 抵 牾 是 非 頗 繆 君 子 恨 焉. 55) 陽 村 集 권24 < 進 三 國 史 略 傳 > 逮 王 高 麗 有 臣 富 軾 凡 例 取 法 於 馬 史 大 義 或 乖 於 麟 經. 56) 詩 淺 見 錄 의 체재와 내용은 姜 文 植, 2002, 權 近 의 詩 淺 見 錄 書 淺 見 錄 에 대한 연구 한국학보 106, 24~27쪽을 참조. - 97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주남과 소남이 정풍 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문왕이 가정윤리를 바 로 세운 것에 기인하며 또 13개 국풍이 변풍 으로 떨어진 것은 왕 실의 가정윤리 문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따라서 변풍 이 정풍 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왕실의 도덕성 확립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57) 이는 그가 주역천견록 에서 누차 강조했던 가정윤리, 특히 왕실의 도덕성 확립의 중요성을 문왕과 13개 국풍의 역사를 통해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서천견록 에서 권근은 요( 堯 ) 순( 純 ) 우( 禹 ) 문왕( 文 王 ) 무왕( 武 王 ) 등 삼대의 이상 군주들 및 그들을 보좌한 여러 신 하들의 행적과 업적을 상세히 서술하였는데, 58) 그 중에서도 군주 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주목하였다. 권근이 주목한 군주의 덕목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군주가 경 을 체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천도에 부합하는 천인합일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으로, 권근 은 이를 <홍범( 洪 範 )>의 황극( 皇 極 )에 대한 해설을 통해 이론적으 로 정리하였다. 59) 둘째는 군주가 현명한 인재를 선발하여 일을 맡 기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권위를 확고히 하여 신하들을 장악하고 정치 운영을 주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60) 이상을 종합하면, 권근 은 자신이 주역천견록 에서 제시했던 천인합일의 주도자로서의 군주의 위상과 역할, 군신간의 엄격한 위계 확립 등의 원칙이 갖는 정당성을 서천견록 을 통해 역사적으로 검증했다고 할 수 있다. 춘추천견록 은 춘추 <은공( 隱 公 )>편에 대한 견해를 기록 한 것으로, 4개 조항에 불과하여 오경천견록 중에서 분량이 가장 적다. 제1조에서는 춘추 가 은공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유 가 섭정( 攝 政 )을 가탁하여 왕권을 장악한 은공의 행위를 비판하기 위한 것임을 밝혔고, 61) 2조에서는 춘왕정월( 春 王 正 月 ) 의 의미를 57) 姜 文 植, 2002, 위의 논문, 46~51쪽. 58) 詩 淺 見 錄 의 체재와 내용은 姜 文 植, 2002, 앞의 논문, 27~30쪽을 참조. 59) 姜 文 植, 2002, 앞의 논문, 52~56쪽. 60) 姜 文 植, 2002, 앞의 논문, 56~58쪽. - 98 -
權 近 의 五 經 인식 해석하여 위에 천시( 天 時 )를 쓴 것은 하늘을 받듦으로써 만세의 법을 세운 것이고 아래에 왕월( 王 月 )을 기록한 것은 왕을 높임으로 써 대일통( 大 一 統 )을 나타낸 것 62) 이라고 하였다. 또 3조에서는 비록 총재( 冢 宰 )라 하더라도 임금 앞에서는 이름을 써야 한다는 원 칙을 강조하였으며, 63) 4조에서는 은공의 섭정에 대한 비판을 다시 제기함으로써 결론을 맺었다. 64) 이상에서 볼 때, 권근이 춘추천견록 을 통해 역사적 정당성을 증명하고자 했던 경세의 원칙은 바로 군주의 위상 강화 및 군신간 위계의 확립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제2장은 춘추시대 제후들 에 대한 주나라 왕실의 권위를 인정하는 대일통사상 에 기초하여 천도에 대응하는 군주의 권위를 강조한 것으로, 입학도설 에도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권근의 춘추 인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65) 이상에서 권근의 오경천견록 이 경세론 연구의 측면에서 각 각 어떤 의미와 내용을 갖는가를 살펴보았다. 권근은 천인합일론에 입각하여 자신의 경세론을 정립하였으며, 그 결과를 오경천견 록 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즉 주역천견록 에서 천인 합일론 및 그에 기초한 경세의 원칙을 피력하였고, 예기천견록 에서는 경세의 원칙들을 부연 설명하면서 동시에 천인합일이 구현 된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예의 확립과 실천 이라는 측면에서 서 술하였다. 그리고 시천견록 서천견록 춘추천견록 을 통 61) 春 秋 淺 見 錄 1조, 惠 公 初 年 周 旣 東 矣. 春 秋 不 作 於 惠 公 而 終 於 隱 公 者 何. 所 以 罪 隱 也. 其 罪 隱 何. 譏 其 攝 之 非 攝 也. 何 以 知 其 罪 隱. 以 不 書 卽 位 而 知 之 也. 以 其 名 攝 而 實 取 故 不 與 其 卽 位 也. 62) 春 秋 淺 見 錄 2조, 上 敍 天 時 下 敍 王 月 一 以 奉 天 而 立 萬 世 之 法 一 以 尊 王 而 示 一 統 之 大. 63) 春 秋 淺 見 錄 3조, 冢 宰 書 官 與 名 於 下 以 示 君 前 臣 名 之 義 雖 以 冢 宰 之 尊 不 敢 不 然 以 正 萬 世 爲 臣 之 分 此 書 法 之 正 也 非 以 見 宰 之 非 宰 貶 而 書 名 也. 64) 春 秋 淺 見 錄 4조, 其 初 不 行 告 廟 之 禮 其 終 未 有 歸 政 之 心 仮 託 攝 政 之 名 實 有 專 國 之 利 使 桓 疑 其 遂 有 而 致 種 巫 之 禍. 65) 姜 文 植, 2008, 앞의 책, 320~321쪽. - 99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해 중국 고대 역사에서 나타났던, 천인합일을 실현한 사회와 사람 들 및 그 반대의 경우들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추구한 경세론의 역사적 정당성을 증명하였다. 4. 맺음말 본고는 권근의 경학과 경세론을 연결시켜 주는 이론적 근거는 무엇이며, 그러한 이론적 근거에 기초하여 정립된 권근의 경세론에 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이제 본문의 내용을 요 약하는 것으로 맺음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권근은 체용론에 입각하여 오경 간의 관계 및 각 경서의 근본 성격을 규정하였는데, 이와 같은 체용론적 오경 이해는 그의 경학 을 경세론으로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체용론 에서 용 은 천리에 기초한 인간 사회의 근본 원리 원칙을 현실에 맞게 구현하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경세적 실천적 성격을 갖는 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권근이 오경의 내용에서 용 의 측면에 주 목했다는 것은 그가 오경을 불변의 원리 원칙뿐만 아니라 그것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경세적 실천적 방법도 함께 포괄하고 있는 경세론의 텍스트로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권근의 경학은 인간이 지켜야 할 원칙을 연구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 실천 방법 도 함께 연구하는 경세론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권근의 오경 인식이 천인합일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도 경학과 경세학의 연결 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권 근의 천인합일론은 그의 경학 체계를 일관하는 핵심 이론일 뿐만 아니라 경세론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천인합일론의 기본 원칙인 천도의 부합하는 인도의 실천 은 곧 이상적인 정치 사회 운영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따라서 천인합일론은 가장 적극적인 경세 이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권근은 경서의 내용 중에서 현실 - 100 -
權 近 의 五 經 인식 정치의 귀감으로 삼을 만한 천인합일 실현의 사례들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하여 자신의 경세론을 정립하였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오경천견록 이다. 권근은 자신이 정립한 경세론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오경천견 록 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권근은 오경 각 각의 성격, 즉 <오경체용합일지도>에서 규정한 오경의 체용 관계 에 기초하여 각 천견록 별로 특징 있게 자신의 경세론을 서술 하였다. 주역천견록 에서는 천인합일론의 기본 구조 및 그에 기 초한 경세의 원리 원칙을 피력하였고, 예기천견록 에서는 천인 합일론을 부연 설명하고 이어 천인합일이 구현된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예의 확립과 실천 이라는 측면에서 서술하였다. 그리고 시천견록 서천견록 춘추천견록 을 통해 중국 고대의 역 사에서 나타났던, 천인합일을 실현한 사회와 사람들 및 그 반대의 경우들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추구한 경세론이 역사적으로 정당 성을 갖는 것임을 증명하였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권근의 경학 연구는 곧 경세론 연구의 성 격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오경천견록 은 경학 저술이면서 동시 에 경세론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 101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A study on Kwon Geun( 權 近 )'s understanding of the Five Classics Kang, Moon-shik Kwon Geun( 權 近 ) defined the basic characteristics of the Five Classics( 五 經 ) and the relations of them based on the Theory of Essence and Function( 體 用 論 ). In the Theory of Essence and Function, Function( 用 ) has the practical character because it means the realization of basic principles of human society based on the law of nature. Kwon Geun paid attention to the side of Function( 用 ) in the Five Classics. It means that Kwon Geun regarded the Five Classics as the texts for the theory of governance( 經 世 論 ). As a result, Kwon Geun's studies of Confucian classics( 經 學 ) connected closely with the theory of governance. The Unity of heaven and human beings( 天 人 合 一 論 ) was not only the most important theory of Kwon Geun's studies of Confucian classics but also the theoretical basis for his theory of governance. The key principle of the Unity of heaven and human beings, the embodiment of the human morality coincided with the law of nature had the meaning of the realization of ideal administration and society, so the Unity of heaven and human beings could be the most positive theory of governance. In the Five Classics Kwon Geun searched for the cases of embodiment of the Unity of heaven and human beings which - 102 -
權 近 의 五 經 인식 could be political models for the future generations. And he carried out research on those cases, established his own theory of governance. The results of his research were the O-Gyeong Cheongyeon-rok( 五 經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Five Classics). Kwon Geun stated his principles of governance in Juyeok Cheon-gyeonrok( 周 易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Change), and described the ideal society from the viewpoint of establishment and practice of Li( 禮 ) in Yaegi Cheon-gyeonrok( 禮 記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Rites). He also demonstrated the historical validity of his theory of governance in Si Cheon-gyeonrok( 詩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Poetry), Seo Cheon-gyeonrok( 書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Documents) and ChunChu Cheon-gyeonrok( 春 秋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Spring and Autumn Annals) by showing the cases of realizing the Unity of heaven and human beings which were happened in ancient China. KeyWords Kwon Geun( 權 近 ), the Five Classics( 五 經 ), the Theory of Essence and Function( 體 用 論 ), the studies of Confucian classics( 經 學 ), the theory of governance( 經 世 論 ), the Unity of heaven and human beings( 天 人 合 一 論 ), Juyeok Cheon-gyeonrok( 周 易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Change), Yaegi Cheon-gyeonrok( 禮 記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Rites), Si Cheon-gyeonrok( 詩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Poetry), Seo Cheon-gyeonrok( 書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the Book of Documents), - 103 -
泰 東 古 典 硏 究 第 24 輯 ChunChu Cheon-gyeonrok( 春 秋 淺 見 錄 / Brief Annotation on Spring and Autumn Annals) 논문발표일 : 2008. 2. 12 논문심사일 : 2008. 11. 3 ~ 11. 14 게재결정일 : 2008. 11. 17-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