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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연구 2008 가을호 제31권 제3호(통권 112호) pp. 213~238. 硏 究 論 文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 - <녀병사의 수기>, <한 녀학생의 일기>의 고백의 내러티브 전략을 중심으로 - 이 명 자 ** 1) Ⅰ. 머리말 Ⅱ. 수기와 일기: 국가 앞에서의 자기고백 혹 은 개인의 발견 Ⅲ.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고백 Ⅳ. 문학적 어투에 대립되는 일상어를 통한 고백 Ⅴ. 맺음말 <참고문헌> <국문요약> I. 머리말 고상한 리얼리즘 1) 에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로 그리고 1967년 마침내 주체문 예론으로 귀결된 북한의 문학예술론은 리얼리즘과 혁명적 낭만성의 변증법적 결합 을 문학예술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해방 직후 북한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 품창작을 영화인들에게 주문하며 작가의 현장체험 정책을 펼쳤다. 작가의 현장체 험정책이란 작가들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에 깊숙이 들 어가 실제 체험하고 관찰하는 가운데 생생한 글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1947 * 이 논문은 2007년 정부(교육인적자원부)의 재원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 구임 (KRF-2007-327-G00002). ** 동국대학교 강사, 영화이론 전공(hanaby@paran.com). 1) 북한은 초기에 인민들이 사회주의에 낯설어한다는 이유로 사회주의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았기 때 문에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이와 같이 표현했다.

214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년도부터 시행된 정책이다. 2) 그런데 작가들이 생생하게 현실을 묘사하는 것에 그 쳐서는 안 되며 해방 후 현실이 보여주는 급격한 변화와 그 변화를 추동하는 대중 들의 열정과 믿음 역시 작품에 담아야 했다. 이 지점에서 리얼리즘이 낭만성과 결 합한다. 현실변화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믿음으로 현실에 환상을 부여하는 낭만 적 수법을 북한에서는 부르주아적 환몽과 구별해 혁명적 낭만주의 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일반적으로 신심이 깊고 열정이 강렬해서 현실의 한계를 떨치고 미래를 앞 당기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3) 북한의 문학예술은 이와 같이 작가들이 직접 현장체 험을 통해 체득한 현실의 생생한 묘사와 비루한 현실을 열정과 믿음으로 극복해 미래를 선취하려는 낭만적 의지를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문학예술은 리얼리즘과 혁명적 낭만주의의 관계 속에서 독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낭만성과 리얼리즘의 변증법적 결합을 주장했음에도 북한의 문학예술은 주지하다시피 역사적 과정에서 낭만적 현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1947년 발기된 고상한 리얼리즘 은 긍정적 모범의 감화교양을 문학의 주된 기능 으로 인식하게 했고, 4) 전쟁은 문학예술의 축을 이러한 현상 쪽으로 더욱 기울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전후 복구의 과정에서 발생한 천리마 영웅들의 이야기는 물리적 한계를 정신력으로 뛰어넘어 공산주의 사회를 앞당기려는 낭만적 공상에 힘을 불어넣었다. 생활을 잘 그리라 는 요구가 북한의 문학예술에 상투어 처럼 반복됐지만 현실 비판을 핵으로 하는 리얼리즘이 절대적 의결권자인 당과 수 령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함으로써 현실을 외면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비판성을 상실한 채, 당에 의한 동원적 성격만 강화돼 주류 문학예술은 공식 사회 5) 와 그 이 데올로기를 프린트 찍듯 선전하는 역동성 없는 예술이 되었다. 2) 1947년 탄생한 고상한 사실주의 는 공장, 철도, 광산, 농촌, 어장 등 군중 깊이 들어가며 조선민 족의 전 생활분야에서 조선적 큰 예술적 주제를 찾으며 조선사람의 영웅적 노력과 투쟁과 승리와 영광 을 그리라는 요구를 하며 작가들을 현지 파견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김재용, 북한문학 의 역사적 이해영상예술 (문학과 지성사, 1994), 97~98쪽 참고. 3) 신형기, 혁명적 낭만주의 시대를 넘어, 문예중앙, 2000년 가을호, 129쪽. 4) 김재용, 이북문학의 흐름,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엮음), 북한 문화, 둘이면서 하나인 문화 (한 울, 2006), 278쪽. 5) 공식사회란 북한이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정치ㆍ경제로 운영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적 으로 노동당에 의한 일당 지배와 경제적으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로 파생된 사회문화를 포함한다.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15 북한 영화사에서 이런 현상에 대한 반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6) 앞서도 밝혔 듯이 당과 수령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 문제를 노정했다. 현 실에서 대중들의 인텔리계급에 대한 선호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포함한 문학 예술은 노동계급을 사회의 대표계급으로 내세우고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개인 의 감정이나 욕망보다 국가와 당에 대한 헌신만을 당연시 하는 왜곡된 재현을 반복 했다. 정신력으로 고난을 헤쳐 온 경험은 물리적 한계와 물질적 요구를 과소평가하 는 경향으로 흐르게 해 영화속 현실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2년 7ㆍ1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하 7ㆍ1조치)로 불게 된 실력전의 된바람 7) 은 북한영화에서 리얼리즘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모든 생 산물을 제 가치대로 계산 한다는 전제 위에서 임금과 가격을 현실화하고 기업의 독립채산제 실시, 성과분배의 원칙 8) 을 목표로 내건 7ㆍ1조치는 북한의 사회문화 에 큰 변화의 물결을 가져왔다. 9) 현재 북한 사회는 아래로부터의 당의 기능은 약 화되고 위로부터 적극적 체제유지 노력이 혼재 10)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현 실의 변화는 영화의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영화창작에서도 7ㆍ1조치의 영향에 따라 실리가 우선시되고 다양한 영화를 만 들 것,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것, 생활을 더 잘 그린 영화를 만들 것 등이 요구되 었다. 북한의 연구자는 영화창작사업에서의 사회주의 분배 원칙은 사상예술성이 6) 특히 1980년대 북한 영화사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무결점의 인간형인 천리마영웅이 아닌 사회속에 숨어있는 생활인으로서의 숨은영웅 을 형상화하라는 요구를 받고 사회의 문제를 다양하게 드러내 는 영화를 만드는가하면 창작단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작가적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 북한이 새롭게 마주한 현실로 인해 맥을 잇지 못했다. 7) 북한에서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평균분배를 벗어나 실적과 실리에 따른 평가를 이렇게 표 현하고 있다. 8) 남성욱,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 2주년 평가와 전망, KDI 북한경제리뷰, 6권 6호(한국개발연구 원, 2004), 9쪽. 9) 오래전에 도입되었으나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독립채산제가 7ㆍ1조치로 모든 기업소에 적용되면서 경제적 이득과 실리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으며 일한만큼 가져간다는 의식이 대중 속에 유포되어 기존의 배급제 시절과 달리 공동체 의식에서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상 7ㆍ1조치는 현 실에 앞선 정책이라기보다 이미 고난의 행군 이후 변화된 사회현실,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던 사 회현실을 공식영역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은 7ㆍ1조치 선포로 시장주의적 경제방식을 받아들 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선군 사상을 강조하며 체제의 통합 노력을 더욱 가속화했다. 10) 함택영ㆍ최완규ㆍ김근식, 지방 당사업체계의 재구조화: 지속과 변화의 이중주, 최완규(엮음), 북한도시의 위기와 변화 (한울, 2006), 56쪽.

216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확고하고 경제적 효과성이 보장되는 영화를 창작한 사람에게는 정치적 평가와 함 께 많은 몫을 분배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적은 몫을 분배하도록 함으로써 창작가들의 창작적 열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11) 고 7ㆍ1조치 이후 북한 영화계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그는 평균주의 분배를 극복하자며 예술인들의 창작결과에 따 라 분배를 해야 하고, 기업관리를 철저히 하며 재정지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 고 주장하기도 한다. 12) 7ㆍ1조치는 영화 내용과 산업 모두에서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7ㆍ1조치와 그로인한 공동체 의식에서의 분열은 북한 지도부가 문학예술을 통해 그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을 한층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두 작용의 결과 선군시대의 문학예술 13) 로 불리는 작품들이 양산되는 한편 대중 들의 삶의 현실적 변화를 영화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행해졌다. 관객들에게 재미있 고 현실감 있게 다가서려면 다양하게 분화하는 현실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기 때 문이다. 현실의 변화가 심할수록 낭만적 요구도 거세지기 마련이어서 공식사회와 이데올로기를 구현하려는 낭만성과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고 내부의 문제를 비판하 려는 리얼리즘의 요구가 혼재하게 되고 작가들은 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리얼리즘 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영화에서 리얼리즘의 요구를 담기위해 채택한 전략 가운데 하나가 1 인칭 고백의 서사전략이다. 소설에서는 1990년대 주로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서술 자가 나 인 소설들이 대거 등장해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된 바 있다. 14) 논문의 연 구대상인 <녀병사의 수기>(2003)와 <한 녀학생의 일기>(2006)는 공통적으로 청소 년의 1인칭 고백을 전략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두 영화는 각각 2003년과 2006년 에 북한 영화계에서 화제가 된 작품 15) 으로 청소년 주인공을 이상적 인물과 대립 11) 림경수, 영화창작과 사회주의 분배원칙, 예술교육, 2004년 1호, 34쪽. 12) 위의 논문, 35쪽. 13)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선군정치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것은 강성대국 건설에 있어 군대를 중시 한다는 정치사상이다. 선군정치를 문학예술에 반영한 것이 선군 문학예술이며 초기에는 소재나 주제면에서 군인, 군대, 군인과 인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반드시 군인소재 만이 아니고 강성대국과 관련된 소재와 주제로 폭넓게 확대ㆍ발전하고 있다. 14) 신형기는 서술자가 나 로 설정되면 이야기는 나 의 개인적 인상과 감정들을 통해 전개도며 나 의 부각이 개별자의 단독성을 깨닫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형기, 앞의 논문, 135쪽. 15) <녀병사의 수기>는 신인영화문학작가 김희옥의 작품으로 신인배우 김윤미와 함께 2003년 개봉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17 시키며 청소년의 소망을 고백하고 마지막에는 그 소망이 성취되는 과정을 보여준 다. 이러한 결말이 지금까지의 낭만적 해결과 달리 인식되는 까닭은 청소년이 자 신의 그릇된 소망을 접고 집단의 요구에 자신을 맞추는 차원을 넘어서 청소년 자신의 소망실현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청소년을 개인주의자로 그리고 있으나 그들의 개인주의는 거부되지 않고 수용가능한 개인주의로 변화하거 나 정상적으로 인정된다.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두 영화의 결말을 제외한다면 영 화는 그 자체로 혁명적 낭만성에 기초한 당의 요구와 인민들의 생생한 현실적 요 구의 긴장관계이다. 본문에서는 두 영화가 취한 고백의 서사전략이 개인주의의 성장과 청소년의 정 체성 모델로서의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일상의 행복에 대한 대중들의 소망 등 변 화하는 북한문화의 현실을 증언하는 전략임을 밝힌다. 이를 통해 7ㆍ1조치로 확대 된 경제적 자유와 길항하며 개인으로서 자아에 대한 감각이 북한사회의 일상의 곳 곳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이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북한의 내부에서 향후 북한의 변화를 추동할 새로운 문화적 징후임을 논의한다. II. 수기와 일기: 국가 앞에서의 자기고백 혹은 개인의 발견 <녀병사의 수기>와 <한 녀학생의 일기>는 제목이 보여주듯이 수기와 일기라는 개인적 글쓰기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녀병사의 수기>는 주인공 향순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서 겪는 일들을 향순의 수기를 통해 전해준다. 향순은 열차 안 에서 지금의 분대장을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산골에서 철로를 보수하는 작업을 맡은 부대로 오게 되는데, 그녀가 입대하기 전 품었던 기대는 처음부터 실 당시 화제가 되었다. <한 여학생의 일기>는 북한에서 2006년 개봉 당시 800만의 관객이 들었으 며 북한영화사상 최초로 칸느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북한의 영화배급자가 영화가 관객들의 폭 풍같은 반향을 일으키는 것을 보니 영화보급일군으로 10년나마 일해오는 나로서도 긍지와 자부 심이 이를데 없다 고 밝힐 정도로 이 영화가 상당히 대중적 호응을 받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대 동문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량진석은 나는 영화가 이렇게 감화력이 큰 줄을 이번에 다시금 깊이 느꼈다. 작품 속 인물들이 꼭 우리와 같고 그들의 생활이 어쩌면 우리 생활과 그리도 신통 한지 모르겠다 고 평했다. 로동신문, 2006년 8월 7일자.

218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망으로 바뀐다. 초소라고 해야 부대원도 몇 안 되는 그곳에서 향순은 자신의 꿈이 무너졌다며 절망에 빠진 내용들을 수기로 전한다. <한 녀학생의 일기>는 중학교 에 다니는 수련이 대학입학을 앞두고 어느 대학에 갈지 고민하는 가운데 겪는 내 적 갈등을 그린다. 수련의 아버지는 과학자로 수련이 자신의 뒤를 이어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성공의 길이 보이지 않는 과학자의 길을 가야할지에 대해 머뭇거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련의 내적 고민과 아버지와 의 갈등을 수련의 일기형식으로 보여주며 수련의 목소리로 전해준다. 때문에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1인칭 나 의 관점에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형식을 취한다. 북한 영화사에서 수기나 일기양식, 그리고 1인칭 나 가 서술자로 등장해 자신 의 내면을 토로하고 기록하는 양식이 드문 것은 아니다. 16) 가깝게는 <나의 스 승>(2004), <내 삶이 닻을 내린 곳>(2003), <할아버지의 수기>(2003), <나의 소 원>(2001), <청춘의 자서전>(2001), <나의 가정>(2000), <민족과 운명> 로동계급 편 (1995~1998), <나의 교훈>(1998)이 1인칭 서술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자신에 게 물어보라>(1988), <종군기자의 수기>(1982) 역시 그렇다. 이 작품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 를 화자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관객에게 사건을 전 달하며 내면을 드러내고 고백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수기와 일기형식은 개인의 글쓰기라는 점에서 1인칭 화자가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며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 간직했던 이야기를 고백하는, 내밀한 느낌을 관객에게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고백형식은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고백은 권력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고 밝히는 행위이자 한편 솔직한 발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근대 권력은 생사여탈을 주도하지 않지만 개인의 모든 것을 통제대상으로 삼고 권력이 불안하지 않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개인을 두려고 한다. 그래서 근대는 말하게 하려는 수단들이, 듣고 기록하는 장치들이, 관찰하고 질문하는 수단들이 정식화 17) 되고 개인의 모든 것을 담론에 속박하려 한다. 권력은 개인을 자신의 권력 안에 두기 위해 개인에게 고백을 종용한다. 국가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고, 자 16) 북한영화에서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회상수법(flash back)을 활용해왔다. 이 에 대해서는 이명자, 민족과 운명 로동계급편 : 플래시백과 역사재현, 통일논총, 20호(숙명여 대통일연구소, 2002)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17) 미셀 푸코/이규현(역), 성의 역사 1: 앎의 의지 (나남출판, 1996), 51쪽.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19 신의 결점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 것은 권위주의 문학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북한영화에서 고백도 이러한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에게 물어보라>(1988)에서 소조책임자 석주는 말로만 충성하는 사람들에 게 실망해 일을 그만두고 도시로 돌아가겠다는 방목공처녀 산매를 계속 소조에 잡 아두려 한다. 그러나 산매는 자신이 석주의 친딸이었더라도 붙잡았겠냐며 심장에 붙은 양심으로 대답해달라고 한다. 고민하던 석주가 자신의 분신과 만나는 장면은 환상으로 처리되었다. 환상신에서 석주의 분신은 석주에게 체면이 깎일까봐 혀끝 으로 대답하지 말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고 충고한다. 석주의 분신이 말한 자신 이 란 곧 산매가 말했던 심장에 붙은 양심 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국가의 요구 라는 거울에 비추어 자신을 성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국가 자체는 의심의 여지없는, 의심할 필요 없는 당위이다. 석주나 산매는 자기 성찰과 고백을 시도하 지만 그들의 고백은 국가와 집단의 요구를 충실히 받들지 못한 노심초사에 가깝다. 다른 영화 <먼 훗날 나의 모습>(1997)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 나 는 금성 출판사 기자이지만 기자의 목소리는 주인공 신준의 목소리와 혼란스럽게 겹쳐진 다. 18) 영화는 신준이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앞부분과 수양이 기자에 게 신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뒷부분으로 나뉘는데 실제로는 신준 자신의 고백형 식과 흡사하다. 이와 같은 형식은 효과 면에서 명백하다. 신준이 고백하고 그것을 들은 기자가 감응하여 관객에게 전하는 방식을 통해 관객이 반응해야 할 정확한 지점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준은 평양의 영웅집안에서 태어나 고생을 모 르고 편안하게 자란 청년으로 집단이나 국가에 대한 생각을 한번도 깊게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첫눈에 반한 돌격대 처녀 수양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가 수많은 사 람들이 존경 속에 바라보고 있는 그 집에서 동무의 것은 무엇이냐? 는 질문을 받 고서야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신준은 자아중심적이고 개인지향적인 자아인식으로 인해 영화에서 부정적 인물로 묘사된다. 이에 비해 국가와 사회에 일체가 되어 건 설돌격대에 자원하고, 그것도 모자라 농촌으로 내려간 수양은 모범 청년으로 그려 진다. 따라서 수양의 질문은 사실상 공식사회의 질문과 같다. 여기서도 수양이 대 표하는 집단적 가치관은 신준이 의심해볼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 자 18) 기자가 관객에게 신준의 이야기를 해 주는 중간 중간, 신준의 목소리 나는 그때 가 들리고 신 준 자신의 심정을 관객에게 직접 설명해주어 신준의 1인칭 서술에 가깝다.

220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신을 성찰하는 거울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산매, 석주, 신준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자의 고백은 국가 앞에서 국 가에 대해 하는 고백이다. 북한 사회문화를 구성해온 정신주의 담론의 영향으로 북한에서는 국가가 인민에게 높은 도덕률을 요구하고, 이를 따라가지 못한 인민들 은 자신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하며 그것을 고백하고 스스로 비판하도록 했다. 북 한 문화의 하나로 굳어진 자아 비판 이란 개인이 국가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 속 속들이 밝히고 권력이 발언하는 집단적 이상에 비추어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행위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수기나 일기 그리고 그것들을 통한 고백은 양심을 끊 임없이 성찰하고 시험하는 경건주의적 행위였다. 또 개인이 국가로부터 벗어난 자 신만의 내면을 갖는다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일자화된 나 19) 를 확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시장적 요소를 받아들이며 변화 앞에 놓인 북한의 현실에서 <녀병사의 수 기>와 <한 녀학생의 일기>의 고백의 내용은 개인화, 세속화되는 현실을 확인해 준 다. <녀병사의 수기>의 향순은 사람들이 모두 선망하는 해안포 중대에 가고 싶었으 나 부대원이라고 모두 합쳐야 대여섯 명밖에 없는 산골초소에 배치되자 아니 나는 잘못 떨어진 씨앗이야. 누가 알지도 못하는 이곳에서 뭘 어쩌란 말야? 난 할아버지 처럼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 라며 자신의 속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향순은 자 신의 군대생활이 허무하기 그지 없는 군사복무 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한 녀학생의 일기>의 수련도 세속적인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수련은 내가 아홉 살때 누군가 내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 파트에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며 아파트 에 살고 싶은 마음 속 소망을 밝힌 다. 수련은 성공이란 박사증도 받고 장군님과 찍은 사진도 있고 아파트에 사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수련은 행복 역시 이런 세속적 성공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수련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과대학에 들어가라는 어머니의 말에 솔직 히 난 아버지나 엄마의 인생길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라며 성공이나 행복에 대 한 자신의 인생관을 말한다. 향순과 수련은 기존의 북한영화에 나타났던 부정적 청소년의 특징을 보여준다. 20) 향순이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성 19) 신형기, 앞의 논문, 135쪽. 20) 소설에서 당의 공식 가치지향을 구현하는 새세대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나 주장은 전혀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21 공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나, 수련이 실패한 아버지의 인생을 반복하지 않으며 세속적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일은 모두 북한에서 그동안 개인주의라고 말하 며 비판하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신준의 예에서와 같이 획일화된 자아에 대해 의심 하거나 사회에 헌신한다는 생각과 갈등을 빚는 것은 부정적 인물의 특징 21) 이었다. <녀병사의 수기>의 연출자인 장길현은 이 영화가 소박한 내용이라 재미가 부 족하고 주인공이 미우며 감동이 약해 22) 고민했으며, 그 해결 방법으로 수기형식 을 취하게 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연출자가 말한 주인공이 밉다 는 뜻은 향순이 긍정적 모범이 아니라 부정적 특징을 갖는 인물이라는 것으로 연출자가 향순의 수 기와 마음속 독백이 그런 부정적 특징조차 자유롭게 고백할 수 있는 장치임을 인 식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평론가 한룡숙도 이 영화가 수기형식을 적용했기 때 문에 자연스럽고 실감난다고 평가한다. 23) 미운 인물임에도 두 영화는 향순과 수 련이 신준처럼 획일화된 집단의 요구에 맞추어 무조건적인 자기반성이라는 궤적을 따르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영화에서 고백은 공개되어 있는 공적 삶과 달리 엿듣는 행위를 통 해서만 알 수 있는 폐쇄된 사적 삶 24) 을 위한 장치이다. 향순과 수련에게 고백은 성찰이라기보다 집단의 문제를 개인의 시각으로 드러내는 25) 장치이거나 보다 중 요하게는 자아를 드러내고 개인 으로서 자기를 인식하는 장치이다. 뒬멘은 중세에 도 자서전이나 일기 같은 고백적 글쓰기가 있었지만, 중세의 고백과 근대의 그것 이 다른 점은 교회와 군주에 예속되었던 중세인의 고백이 18세기에 와서야 자기, 자신의 삶, 자기감정 26) 과 같이 개인의 내면을 정확히 토로하는 데로 돌려졌다는 없고, 오로지 국가와 사회, 집단에 대한 의무 수행만을 중요시하며, 국가와 사회, 집단에 대한 의 무도 궁극적으로는 김정일과 김일성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소설에서 부정인물로 그려진 새세 대들은 집단 속에 매몰된 획일화된 자아에 대해 회의와 갈등을 겪으며 자아중심적이고 개인지향 적인 자아인식을 나타낸다. 임순희, 북한 새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전망 (통일연구원, 2006), 32쪽. 21) 임순희, 위의 책, 32쪽. 22) 장길현, 극조직상 우려를 해소시키기까지: 예술영화 <녀병사의 수기>를 연출하고, 조선예술, 2003년 9호, 32쪽. 23) 한룡숙, 체험과 탐구가 낳은 열매: 예술영화 <녀병사의 수기>가 성공한 비결을 찾아보며, 조 선예술, 2003년 8호, 30쪽. 24) 오영숙, 1950년대 한국영화와 문화담론 (소명출판, 2007), 186쪽. 25) 위의 책, 188쪽. 26) 리하르트 반 뒬멘(저)/최윤영(옮김), 개인의 발견 (현실문화연구, 2005), 179쪽.

222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사실, 다시 말해 종교가 아닌 심리적인 이유에서 자신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이 라고 밝힌다. 27) 향순의 수기나 수련의 일기는 자기를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하고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무대에 올린다는 점에서 앞서의 다른 영화들과 구별된다. 그래서 두 영화에서는 북한의 다른 영화들처럼 고백하는 나 가 그때는 몰랐었 다 와 같은 말을 하는 차원에서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다. 28)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알게 되어 반성하는 나 가 화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결말이 다가오도록 지금도 여전히 모르고 있는 현재형의 나 가 화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난의 행 군 과 7ㆍ1조치를 겪으며 집단과 국가에 대한 무관심과 개인주의의 성장이 뚜렷해 지고 있는 북한에서 두 영화의 고백은 새롭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 (경제난의) 처음에는 모두 교양도 받고 정의와 충성의 마음으로 진실하게 살 려고 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때 남들이 상상도 못하는 현실 아닌 현실을 체 험한 뒤부터는 현실을 될수록 외면하고 싶어 하고 모두 냉정해졌다. 지금은 애국이니 충성이니 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그저 먹고 살 수 있고 병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그리고 집안 자식들이나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29) 전반적으로 살기가 한결 편해졌다. 시장의 모든 제품이 세분화되고, 자기 제 품이 좋아야 잘 팔리기 때문에 예를 들면 용성맥주공장과 평양맥주공장도 경 쟁을 하더라. 포장에서 내용에 이르기까지 좋아지고 발전한다. 사용자 입장에 서도 편하고 좋다. 30) 이 경제관리 체제가 바뀌면서 사람이 생활이 탁 바뀌면서 삶에 대한 자기 애 착성은 더 강해졌다고 그러죠. 그 전에는 그래도 나라를 위해서 많이 헌신한 다, 이렇게 하면 공사장이라든가 탄광이라든가 농장이라든가 당이 부르는 곳 이라면 그 어디든지 달려간다 이렇게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틀려먹어 완전 27) 위의 책, 183쪽. 28) <먼 훗날 나의 모습>은 수양을 따라 농촌 돌격대로 지원하기 위해 지방으로 떠나는 기차에서 만 난 기자에게 신준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따라서 관객들은 과거 사건과 신준의 행위를 보 면서 반성하는 현재 신준의 내레이션을 중간 중간 들을 수 있다. 29) 좋은 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84호(2007. 8. 8). 30) 2003년 10월 탈북한 평양출신의 새터민이 2002년 7ㆍ1조치 이후의 변화를 전하는 내용이다. 조 정아, 경제난 이후 북한문학에 나타난 주민생활 변화 (통일연구원, 2006), 60쪽.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23 히 다 바뀌었지요. 겉으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탁 썼지만 안에 내적으로 들어가서는 자본화로 다 물들었어요. 31) 인터뷰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듯 현재 북한주민들은 국가보다 가족을, 애국이니 충성이니 하는 국가담론보다 현실의 개인적 안위를 중시하고 무엇보다 상품경제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향순과 수련은 신준과 마찬가지로 미운 인물이지만 그다 지 부정적 인물로 묘사되거나 평가되지 않는데 이는 실리 사회주의로 들어서 사회 적 분화를 공식사회로 수용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고백도 의미변화하고 있는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최근 북한영화에서 고백이라는 가면장치와 실 리 사회주의가 길항하며 일으키는 사회문화의 변화 속에서 인물들은 더 솔직하게 현실의 문제를 밝히고 세속적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III.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고백 두 영화에서 아버지의 부재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북한영화에서 아 버지의 부재 또는 남성인물의 죽음을 찾기 어렵지 않아 이것이 문화현상으로서의 하나의 흐름으로 여겨진다. 2000년 이후의 작품만 보더라도 <흰연기>(2000), <구 봉령일가>(2000), <세대의 임무>(2002), 32) <그들은 평범한 전사들이었다>(2005), <민들레 꽃다발>(2005), <평양날파람>(2006)에서 아버지/남성주인공은 처음부터 없거나 죽음으로 기호화된다. <녀병사의 수기>에서 향순에게는 부모가 모두 존재 하지만 그들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향순의 정체성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인물 은 향순의 정신적 아버지인 할아버지와 초소의 분대장이다. 영화의 초반부에 향순 이 평양 견학간 신에서 향순의 학급 친구들이 모두 전쟁 때 공적을 세운 할아버지 를 자랑하던 중 선생님이 향순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묻자 향순은 눈에 띄게 당황 하며 대답한다. 전 할아버지가 안 계십니다. 제가 태어나기 오래전에 물론 향 31) 이교덕ㆍ임순희ㆍ조정아ㆍ이기동ㆍ이영훈, 새터민의 증언으로 본 북한의 변화 (통일연구원, 2007), 121쪽. 32) <세대의 임무>에서 아버지에 해당하는 림진규 실장은 육체적으로 죽지 않지만 생존나이 0 로 평가받는 양태무와 동일하게 보여지고 결국 마지막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224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순의 반응은 할아버지의 육체적 부재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남들처럼 자랑할 만한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산골에서 살다 아무런 명예나 공적을 남기 지 않고 죽은 할아버지 그래서 어디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할아버지는 부 끄럽고 감춰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군대에서 만난 분대장은 향순에게는 사회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여야 하지만 분대장의 향순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 (산골 초소에서도) 조국을 보라 는 향순이 맞출 수 없는 것이다. 매일 봐도 철로와 어쩌 다 지나가는 기차 뿐인 이 산골에서 더 이상 뭘 보란 말인가? <한 여학생의 일기>에서 아버지는 집에도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33) 무능한 존재이다. 과학원의 연구사인 아버지는 디지털 생산라인을 연구하기 위해 지방의 공장에 내려가 있다. 그런데 수련이 태어나기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음에도 아버지 는 수련이 고등중학을 다니는 현재까지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한 무능력한 과학자 이다. 과학원 사서로 일하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연구에 도움이 될 외국 서적과 자 료들을 밤새워 번역해 보내곤 하지만 아버지의 성공은 요원해 보인다. 수련은 그 런 아버지에 대해 연구종자도 신통치 않고 성공해도 국가에 별 이익도 안 되는 연구에 매달려 있다는 소문을 듣는가 하면 아버지가 오랫동안 나라의 연구비를 축 내면서 아무 성과를 못 냈으니 수련이 과학자가 되어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모욕 까지 듣게 된다. 사회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가정생활에서도 무기력하고 이기적인 존재 이다. 아버지는 과학원 사서로 일하는 어머니가 번역해주는 자료를 챙겨가고 계속 새로운 자료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집에 와서 못 하나 박을 생각 안하는 인정 없 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과학영재인 수련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박사만 되면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하겠다고 말하지만 수련이 바라는 것을 시원하게 대답 해주는 대신 아버지는 앞으로 과학을 몰라서는 안 된다 며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 다. 수련에게 항상 그리운 건 아버지 였지만 아버지는 이따금 찾아와 자식소원 하나 들어주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아버지의 부재는 이미지를 통해서도 전달된다. 그는 영화에서 겨우 4개의 신에 서만 화면화 될 뿐 이며, 2개의 신에 목소리로 출연할 뿐 영화 내내 거의 부재한 33) 수련은 자신의 새 담임에게 아버지가 없다 고 말하는데 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오해를 일 으킨다.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25 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에도 어둡고 딱딱한 이미지들과 연결되어 아버지는 관객들 에게 호감을 주지 못한다. 아버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가 잠든 밤에 집을 방문하는 신이고 아버지가 두 번째 장면화 되는 신에서는 수련이 엄마가 중병에 걸린 사실을 알리러 아버지를 찾아갔을 때이다. 수련은 아버지가 큰 일 하러 몇 해씩 집을 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거기에서 만난 아버지는 쇳덩이를 들고 다니면서 공장 심부름이나 해주는가하면 수련만한 공장처녀에게 면박을 당하고 있 어 수련을 실망시킬 뿐이다. 아버지가 엄마의 수술 소식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보지도 않자 수련은 돌아오는 길에 수첩 속에 간직해왔던 아버지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돌려놓으며 아버지가 사랑을 받기만 하는 철면피가 되었다 며 그래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아 버지를 지워버리기로 결심한다. 이와 같이 두 영화에서 청소년이 정체성의 모델 로 삼을 아버지는 공석에 가깝거나 아예 부재한다. 향순과 수련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들이 199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임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1990년대는 북한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였다.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경제고립, 수령의 사망과 자연재해는 대규모 기아로 이어졌고 고난의 행 군 이라고 불릴 만큼 고된 시간이 연속되었다. 이 시기에 태어나 국가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오히려 왜소해져만 가는 국가를 보며 자란 청소년들에게 국가나 집단의 의미가 전 세대들이 느끼는 것과 동질적일 수 없으며 갈등은 더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들 청소년들에게 아버지/수령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 측면 모두에서 부재한다. 국가와 가족의 비유를 일상적으로 구사해 온 북한에서 국가배급제가 끊긴 현재, 아버지의 부재가 징후적 독해를 촉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구사회주의체제들 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국가ㆍ인민관계를 도덕담론과 상호호혜로 설명해왔다. 34) 온정적 가부장제 35) 와 선물(gift)의 도덕경제 36) 로 설명되는 이 관계는 중앙에서 재화를 분배하고 지도자가 현지지도를 통해 각종 선물을 베풀면 생산현장에서 주 34) 홍민, 북한체제의 도덕경제 적 성격과 변화 동학, 진보평론, 24호(2005년 여름호), 47쪽. 35) Kornai, Janos, The Socialist Syste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2, p. 106. 36) 여기서 도덕은 사전적 의미의 옳고 그름 이 아니라 국가 제도적 영역을 벗어나는 차원이라는 의 미이다. 법이나 국가 지배논리가 아니라 생존 차원의 도덕적 관계, 형식성이 아니라 비형식성 또 는 관습성이 내재된 것을 의미한다. 홍민, 앞의 논문, 44~45쪽.

226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민들이 이에 대한 보답으로 열심히 노동할 것을 독려하는 관계이다. 37) 중앙집권적 배급제가 선물의 도덕경제의 가장 꼭지점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현재 북한 은 국가경제난으로 선물의 도덕경제를 달성하기 어렵고 배급제마저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국가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상황에 놓여있다.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교복을 의무적으로 입으라며 교복을 입지 않고 돌아 다니면 단속하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은 언제 교복을 내준 적도 없으면서 교 복을 입으라는게 말이되냐? 고 불만을 표시했다. 38) 나라에서는 모두 다 아파트에서 살고 이밥에 고깃국 먹는 사회를 건설한다고 떠들어대며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만든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 가. 공업, 농업생산은 완전히 마비되고 만백성의 의식주가 날마다 외치는 구 호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어 당에 대한 신임도 없어지고 있다. 동생집을 보고 오니 강성대국이라는 앞날에 대해서도 의심되는 것이 더 심해진다. 39) 온 나라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어머니당도 국가 도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이렇게 나라를 이끌어서야 되겠는가. 40) 위의 북한 사람들이 전하는 현실은 북한의 인민들이 국가와 지도부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어 낭만적 해결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 다. 둘 사이의 긴장감이 충돌할수록 관객은 정체성 모델의 상실감과 개인이 주도 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한다는 징후들을 더욱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향순과 수련의 수기와 일기는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응으로 문 화적 변화의 징후들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는 기제이다. 37) Brooks, J., Thank You, Comrade Stalin!: Soviet Culture From Revolution to Cold War,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0, p. 83; 홍민, 위의 논문, 47쪽에서 재인용. 38) 좋은 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139호(2008. 6. 5). 39) 한국전쟁 당시 공로를 세우고 부상까지 당했고 현재는 평양에 살고 있는 김판석(76)씨는 함경남 도 정평군에 살던 동생의 부음을 받고 지방에 내려갔다가 그곳의 현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좋 은 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136호(2008. 6. 2). 40) 황해남도 청단군의 한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좋은 벗들 북한연 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133호(2008. 5. 28).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27 IV. 문학적 어투에 대립되는 일상어를 통한 고백 <한 여학생의 일기>는 2006년 북한에서 개봉해 800만의 관객들이 관람했으며 그 반응도 좋아 대단히 성공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의 성공요인에는 일상 어의 사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연구자는 이 영화가 현실을 있 는 그대로 실감 있게 형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종자를 바로 쥐고 이야기 줄거리 를 현실에서와 같이 엮어나간 것과 함께 사람들이 실지 생활에서 늘 쓰는 입말을 그대로 대사에 적용 41)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동안 북한에서 영화와 실생활의 말투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해 왔다. 북한영화는 문학적 성격이 강하고 영화문학 (시나리오)의 전통 역시 강한 결과 문학적 대사가 주를 이뤄 온 것이다. 42) 이에 비해 이 영화는 명언이나 미사려구가 아니라 인민들이 흔히 쓰는 소박한 입말 43) 을 사용하고 있다. 직접적 설명을 허용하지 않는 영화의 대사에서 구어체를 살릴 경우 사람들은 현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지만 도식적이며 가공된 대 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영화 44) 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자유로운 형식과 솔직한 내면을 담는 수기와 일기에서 향순과 수련의 말투는 문학적 어투에서 자유로우며 솔직하다. 특히 <한 녀학생의 일기>에서는 중학교 여학생들이 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을 대사화해 그 솔직함이 두드러진다. 45) 이들은 기존 영화와 마찬가지로 문학적 대사를 구사하는 기성세대, 예컨대 분대장, 아버 지, 어머니의 목소리와 달리 일상적 언어를 구사해 그동안 공식 이데올로기가 억 압해온 일상의 요구들을 솔직하게 발언하며 공식 가치와 대립한다. 41) 김광혁, 예술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 에서 입말체의 리용, 문화어학습, 2006년 4호, 19쪽. 42) 북한에서 영화는 문학예술 에 포함된다. 문학성이 강한 특징은 영화 자막에서 항상 연출보다 영 화문학작가의 이름을 먼저 올리는 것에서도 확인되며 시나리오를 영화문학 이라고 칭하는 사실 에서도 알 수 있다. 북한영화의 대사는 속담, 격언, 문학적 비유를 많이 사용하며 대사의 호흡이 길다는 특징을 보인다. 43) 김광혁, 앞의 논문, 19쪽. 44) 김광혁은 이 영화에 쓰인 입말체의 예로 얼른, 꽤나두, 아싸, 쪼꼼만, 맨날, 알랑방구쟁이, 뺏아 오다, 빨랑, 궈먹다 를 들며 만일 맨날 을 매일 로, 쪼꼼만 을 조금만, 빨랑 을 빨리 로 표현 했다면 영화가 지금처럼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광혁, 위의 논문, 20쪽. 45) 김광혁은 영화에서 자존심 세우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뭘 내란, 까불지마 와 같은 표현 이 현재 중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현실적 대사라고 지적했다. 김광혁, 위의 논문, 20쪽.

228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녀병사의 수기>의 분대장이나 <한 녀학생의 일기>의 아버지, 어머니는 공식사 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여전히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함 을 역설한다. 향순의 분대장은 군복무 중 대학입학을 추천받았음에도 온 나라가 위대한 수령님을 잃고 피눈물에 잠긴 때에 차마 초소를 떠날 수 없어 산골초소에 남았으며 제대한 후에도 석호아바이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낙석 감시원으로 또 다 시 산골초소로 돌아온다. 분대장은 자기 개인보다 국가의 필요를 앞서 생각하는 인물이고 그런 점에서 자신의 행복과 국가/공동체의 행복을 일치시키고 있다. 그 러나 향순은 할아버지와 달리 남들이 우러러보는 해안포 부대에서 근무하고 싶다. 피 끓는 청춘을 이런 곳에서 값없이 보낼 수 없어 향순에게 이곳은 자신의 삶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곳일 뿐으로 인식된다. <한 녀학생의 일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분대장과 같이 공식사회의 이데올로 기를 반복하는 인물이다. 특히 아버지의 뜻은 일상 대화보다 어머니나 수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주로 전해지는데 기존의 북한영화의 호흡이 긴 대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당신은 편지에 절박한 것은 현실이라고 하면서 어떤 과학자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실현가능성이 적은 론문을 써내고 있는데 그런 론문이 백 개, 천 개면 뭘 하고 그런 학사, 박사가 천만이면 뭘 하는가고 썼소. 난 그 말이 정말 옳 다고 생각하오. 조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건에서 비록 자그마한 것이라도 인 민생활에 보탬이 되구 나라가 허리를 펴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문제를 실현시키는 것, 이것이 오늘 우리 과학자들의 선차적 임무가 아니겠소 라고 아버지는 편지에 서 말하고 있다. 아버지는 공식적 정책을 대변하는 인물로 편지의 내용을 통해 영 화의 종자가 과학중시사상임을 짚어주며 개인이 성공을 추구하는 것을 이기적인 태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아버지는 수련아 너도 알겠지? 우리 장군님께서도 가 정을 가진 인간이시다. 그런데 일 년 365일 늘 집을 떠나 풍찬노숙하시는구나. 난 내가 걷는 이 길이 한발자국도 헛됨이 없이 조국과 인민을 위해 걸으시는 그 헌신 의 길과 이어질수만 있다면 내 한생에 더 바랄 것이 없다 며 조국과 인민에 대한 헌신이라는 공동체의 이상을 강변한다. 아버지의 말은 과학중시사상 46) 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것은 최근 북한 체제가 가 46) 북한은 2000년 신년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3대 기둥 중 하나로 과학기술중시 노선을 제시했고 이후 2002년과 2003년에는 정보산업 의 발전을 강조함으로써 단순히 과학화 의 발전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29 장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 정책 중 하나로 그에 따라 북한에서는 과학자를 새롭 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과학자는 나약하고 이론에만 밝은 인텔리가 아 니라 소위 선군혁명을 이끄는 계층으로 의미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경제난과 7ㆍ1조치 이후 과학자를 포함해 교사, 의 사, 사무직 등 인텔리 계층의 하향화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수련이 아버지의 뜻 을 따르지 않고 갈등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인텔리계층은 노동자들에 비해 시장을 반( 反 )사회주의적이라고 인식하거나 사회적 위신 때문에 일찍 시장에 뛰어 들지 못해 경제적 하위계층으로 전락한 것 47) 이 현재 북한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아버지의 과학자 정신은 이상적인 것으로 현실과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 자신도 15~6년이 되도록 성공하지 못했고 과학자의 실질 적ㆍ계층적 위치 역시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어린 수련이 혹은 청소년들이 그것을 정체성의 모델로 선택하리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48) 수련은 영화의 도입부에서 아파트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고 거침없이 말하는가 하면 친구 경화의 아버지가 박사가 된데 비해 자기 아버지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자 에이, 난 아버지 때문에 창피해 오기만 하면 가만 안 있을래 라고 말하고 아버지가 수련을 걱정한다고 하자 아버지가 날 어떻게 알아요? 가물에 콩나듯 이 따금 나타나서 훈시만 하는 아버지 아버진 말할 자격두 없어요! 난 하고 싶은 말 을 했어요. 자식들의 심정을 부모들이 알라는 거에요 라며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 하기도 한다. 또 어머니가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다 암에 걸려 요양을 가는 순간에 도 자기가 좋아서 한일이므로 행복했다고 말하자 거짓말! 그런 말로 행복한체 하 면서 자기를 위안하지 말라요. 솔직히 엄마가 그렇게 고생하다가 죽을 병에 걸려 요양가는거 아버지가 알기나 해요? 라며 행복에 대한 어머니의 생각을 비웃는다. 에서 진일보하여 IT산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을 밝혔다. 진희관ㆍ신지호, 북한의 경제관리 방식과 김정일체제의 경제정책 변화, 고유환(엮음), 로동신문을 통해 본 북한 변화 (선인, 2006), 677쪽. 47) 조정아, 앞의 책, 94쪽. 48) 1990년대 이전에는 당원이 되는 것이 젊은이들의 희망이었으나 최근에는 물질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무역일꾼이나 운전수 등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김연 철, 북한의 산업화와 경제정책 (역사비평사, 2001), 337~338쪽; 정건화, 북한 노동자의 존재양 식: 탈북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양문수(외), 북한의 노동 (한울, 2007), 118쪽에서 재인용.

230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북한의 평론과 관객 반응 대부분도 향순과 수련이 생활을 잘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49) 수련 역을 맡은 배우 박미향도 이러한 수련이 자신의 생활처럼 너무나 방불하여 마음에 꼭 들었다 50) 고 밝힌다. 아버지에 대해 종자 중심의 해석을 하는데 비해 수련의 연기는 생활과 연결 짓고 있는 북한의 평론들 을 돌려 해석하면 북한의 현실을 잘 보여 주는 인물은 분대장이나 아버지가 아니 라 향순과 수련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51) 다음의 북한관객들의 반응 역시 이러 한 해석을 지지한다. 내가 지켜선 초소도 영화에 나오는 외진 산골초소처럼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 지 않은 자그마한 독립초소이다. 그래서 나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처음에는 자 기 초소에 대한 애착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 후 흘러가는 나날 속에 차차 초소 에 정이 들기는 하였으나 가슴속에는 좀 더 보람 있는 초소에서 군사복무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그냥 남아 있었다(조선인민군 상급병사인 차금남). 52) 군사복무시절 저 역시 분대장의 임무를 맡아 수행했고 그와 같은 환경에서 자 란 도시처녀였지만 제대되자마자 초소를 훌쩍 떠나온 저와 비해볼 때 (중 략) 분대장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훌륭한 것입니까. 사실 남한테 어렵고 힘든 초소에서 한 생을 바쳐야 한다고 강의하기는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그 분대장처럼 자신의 실천행동으로 초소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가르치 기는 쉽지 않습니다(10월 5일 자동화기구공장의 노동자 심미화). 53) 49) 리송미, 강성희, 김성남 등 북한의 평론가들은 <한 여학생의 일기>에 대해 서로 다르게 접근한 글을 발표했지만 이 영화의 생활적 진실함 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50) 박미향, 생신한 생활연기를 형상하기까지, 조선예술, 2006년 10호, 17쪽. 51) 연구자가 배재대학교 영상예술의 이해 수강생 대상으로 2008년 6월 3일 실시한 설문에서 <한 녀 학생의 일기>를 본 학생들은 가장 현실성 있는 인물로 수련을 꼽았으며 다음은 수련의 동생인 수옥을 들었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지 못한 인물은 1위가 어머니, 2위가 아버지였는데 어머니 는 현실성 있는 인물 3위에도 올랐다. 어머니의 희생하는 모습은 남한 어머니와 비슷하다고 생각 해서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희생만 하는 모습이 싫었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고 아버지의 경우 특히 편지로 말하는 부분이 지루했다고 답했다. 편지장면은 이 영화의 종자와 관련된 내용 으로 남한 청소년들은 그것을 가장 흥미롭지 못하게 받아들인 반면 수련이 대학문제로 고민하는 것, 세대간 갈등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타냈다. 52) 차금남, 계승의 초소, 조선예술, 2003년 8호, 31쪽. 53) 심미화, 선군시대의 주인공으로, 조선예술, 2003년 8호, 31쪽.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31 해낼 수 있겠는가고 주저하던 동요, 언제 성공하겠는가고 가졌던 막연한 감정, 가정을 돌보아야 할 신변잡사 등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온갖 잡념을 털어버리 고 과학자의 참된 자세로 나를 이끌어준 김산명과 더불어 나는 마음속의 신들 메를 다시금 든든히 조이게 되었다(김책공업대의 연구사 계인국). 54) 수련이의 이 선택이 왜 그리도 가슴을 칠까요. 그것은 쉬운 길이 아니기에, 한 생을 두고도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실생활로 체험한 심장이 선택한 길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것입니다(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무역 경제과 2학년 윤미). 55) 분명히 네 사람 모두 영화의 종자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이 찾아야 할 교훈을 정확하게 찾아 작품감상에서 밝히고 있다. 56) 하지만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행간을 통해 이들의 마음을 읽는 일은 어렵지 않다. 차금남은 <녀병사의 수기>를 보고 자신의 감상문에서 산골초소에서 근무하는 아쉬움을 영화를 보고 반성하게 됐다고 했지만 산골초소에 근무하기 싫어하며 갈등하는 것이 젊은 세대들의 보편 적 생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심미화 역시 내용 중에 <녀병사의 수기>의 분대장의 선택이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영화적 사건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한 녀학생의 일기>를 본 계인국은 아버지 김산명을 따라 생각을 다시 다졌다고 했는데 그가 처한 현실은 성공에 대한 기대와 동요, 가정에 대한 의무 등의 잡념 들 임을 알 수 있다. 김일성 종합대의 학생 윤미 역시 수련이 선택한 길이 쉬운 길이 아니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힌다. 다시 말해 북한 관객들은 분대장이나 수련의 아버지 산명과 같은 인물이 모범 적이고 자신이 이상적으로 따라야 하는 인물임을 알지만 현실에서 자신들은 그러 지 못하고 있으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으며 이 영화들의 사실성을 향순과 수련의 고백에서 찾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청소년들이 일상 어를 구사하여 그들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관객들은 그것을 엿보며 자신의 내 54) 계인국, 가고 싶어 가는 길, 조선예술, 2006년 8호, 16쪽. 55) 윤미, 우리 앞날, 조선예술, 2006년 8호, 22쪽. 56) 북한에서는 영화실효투쟁 을 통해 영화를 관람한 후 주인공을 따라하기 등의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북한의 대중들은 영화에서 찾아야 할 교훈 중심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태도 에 익숙해있다.

232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밀한 마음과 일치시키는 영화적 경험이 <녀병사의 수기>와 <한 녀학생의 일기>의 고백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V. 맺음말 <녀병사의 수기>에서 향순은 두 번의 계기를 통해 국가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하나는 순복 등 다른 대원들을 통해서이고, 두 번째 계기는 할아버지가 실제로는 전쟁영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그런데 첫 번째 계기 이후에 향 순이 어디에 있든 조국을 볼 줄 아는 병사가 되었다면 이 영화는 그간의 다른 영화와 차별성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첫 번째 계기 이후에 스스로를 반성 하는 향순의 내레이션이 흐름에도 그 밑으로 보이는 화면에서는 여전히 쓸쓸하게 아코디언 연주를 하는 향순의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은 향순이 아직 조국의 병사가 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향순이 확실하게 변하는 계기는 그녀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실제로는 전쟁영웅 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이다. 향순을 손녀처럼 돌봐주던 석호아바이가 죽자 그 의 장례식에 간 향순은 벽에 전쟁영웅으로 걸려있는 자신의 할아버지 사진을 발견 한다. 곧이어 화면은 향순이 할아버지 를 외치며 감격해 뛰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데 이 장면은 슬로우 모션을 통해 과도하게 강조된다. 57) 그런 이후 향순의 변화는 내러티브나 이미지 상으로 급격한 것이어서 어느 비오는 날, 기차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철로에 떨어진 바위를 치워 분대장으로부터 이제 다 컸다 고 인정받 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자연스런 움직임을 조작하는 슬로우 모션(slow motion) 의 과잉은 영웅 할아버지의 존재와 그 뒤를 잇는 향순의 변화가 판타지에 가깝다 는 것을 역으로 입증한다. <한 녀학생의 일기>의 결말도 그동안 아무 실적을 내지 못했던 아버지가 거의 20년 만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자 수련이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이과대학에 입학한다. 그런데 영화의 끝은 이것이 아니다. 수련이 입학 57) 남한의 학생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는 과정에서 이 장면에서 크게 웃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는 이 장면이 지나치게 현실 같지 않다 는 것이었다.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33 식후 집에 돌아오니 새 아파트로 이사 가게 되었다며 할머니가 짐을 챙기고 있다. 곧이어 새로운 아파트에서 수련이 어린 시절 친구들이 하던 놀이 아파트 베란다 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던 행위를 반복하자 아파트 아래에서 아파트에 사는 것이 소원 이었던 아홉살의 어린 수련이 받는 화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결말의 아버 지의 성공은 너무나 급작스러워서 영화가 구축해온 내적 리얼리즘을 손상시키며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결국 두 영화는 공식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분대장이나 아버지의 의도대로 향순과 수련이 정신적으로 성장해 조국의 군인 이 되고 이과대학입학 을 하지만 과잉의 슬로우 모션과 돌출된 성공이라는 판타지성 해결을 통해 오히려 그러한 결 말이 현실적인 전제조건이 필요함을 누설하고 있다. 향순에게는 영웅 할아버지가, 그리고 수련에게는 성공한 아버지와 그 대가로서의 아파트가 그것이다. 북한영화 가 반복해온 낭만적 결말은 여전하지만 현실의 요구들이 충족되었을 때 낭만적 해 결도 가능하다는 것을 두 영화는 암시한다. 스탄젤(Stanzel)이 간파한 사실 즉 아주 믿기 어려운 이야기, 이상향을 그린 이 야기일수록 1인칭형식을 취한다 는 내용은 1인칭 화자가 등장하는 수기와 일기의 고백이 믿을 수 없는 그래서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일을 진실이라고 말하기 위한 손쉬운 장치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기와 수기의 1인칭 고백은 검열 을 피하는 안전핀 기능을 할 수 있다. 덧붙여 수기와 일기의 주인공을 청소년으로 설정해 그들의 미숙하고 솔직한 발언이라는 차원에서 안전하게 사회의 문제를 드 러내고 비판할 수 있는 여지를 작가는 획득가능하다. 사실상 두 영화는 북한 사회 의 현실을 꽤 직설적으로 드러냄에도 검열의 눈을 피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호평 을 받기까지 했다. 북한의 평론을 보면 중학교 졸업반 시절은 세계관이 형성되는 시기 (중략) 중학교 졸업반 학생이 과학자인 아버지를 원망하고 곡해하다가 마 침내 스스로 공감하고 그 길을 따라서는 과정을 보여준 58) 영화라며 여학생의 시 점에서 그린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회적 정체성이 미숙한 청소년의 발언이기 때문에 시각이 곡해 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사회분화가 균질적이 지 않게 일고 있는 상황에서 곡해 라는 가면을 통해 현실을 드러내고 현실과 견 58) 리송미, 참신한 작가적 발견과 생활적 진실성, 조선예술, 2007년 2호, 25쪽.

234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주어 관객들이 그것을 해석하고 채울 수 있는 여백은 상당히 증폭했다. 저기 어릴 때에는 그냥 국가에서 주는 거 외에는 없었죠. 그때는 그냥 그저 쓰 는 게 지정되어 있었는데 이 장사가 활성화되면서부터는 딱 눈에 차는 거 보 면 사고 싶고, 또 누구네가 샀다면 우리도 사야지, 이런 것도 있고. 생활수준 이 좀 올라갔죠. 장사하면서부터는. 장사 시작하고부터는 생활수준이 사실 좀 오른 것 같아요. 빈부격차가 심해졌죠. 59) 생활조건이 먼저 되어있어야 하는데, 국가가 보장을 해주는 것인데 못 해주니 까, 내가 내 몫을 챙기는 것이죠. 내가 내 몫을 못 찾아먹으면 머저리죠.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60) 자력갱생원칙에 입각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에 따라 중앙집권적 명령형 계획경제를 고수해왔던 북한이 한계점에 이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1) 7ㆍ1 조치를 실시한 이후 북한에서 사적소유의식의 강화와 공적 무관심이 증대되고 있 으며 점차 사회적 개인화 경향과 사적인 가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62) 이런 속에 서 청소년들은 부모들이 강조했던 국가와 사회, 집단과 인민을 위한 희생, 헌신이 라는 원대한 이상 내지 지향과 명예보다 돈과 물질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며 육체노 동보다 정신노동을, 농촌보다 도시를 직업 활동에서 선망 63)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책에 의거해 만들어졌기는 하지만 대중에게 소구해야 할 대중영 화로서 두 영화는 개인에 대한 새롭게 부상하는 감각을 영화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고백과 자기 지배라고 하는 관습의 발달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해석시키고 우리들을 자주적으로 만들며 우리를 의미부여의 주체로 만든다 64) 는 뒬멘의 말을 59) 조정아, 앞의 책(2006), 60쪽에서 2003년 탈북한 새터민의 인터뷰 재인용. 60) 공공재산을 절도하는 경우에 대한 탈북 새터민의 인터뷰, 조정아, 북한의 작업장 문화와 노동자 정체성, 양문수(외), 북한의 노동 (한울, 2007), 230쪽. 61) 고유환, 로동신문을 통해 본 북한 변화의 이해, 고유환(엮음), 로동신문을 통해 본 북한 변화 (선인, 2006), 44쪽. 62) 김갑식ㆍ오유석, 고난의 행군 과 북한 사회에서 나타난 의식의 단층, 최완규 (엮음), 북한 도 시의 위기와 변화 (한울, 2006), 260쪽. 63)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회(편), 북한주민의 일상생활과 대중문화 (오름, 2003), 322쪽. 64) H. Drefus, P. Rabinow, Michel Foucault, Harvester, 1982, p. 116; 오영숙, 1950년대 한국영화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35 떠올려보면 지금 북한영화에서 현실을 획득하기 위해 고백장치를 사용하는 전략을 충분히 사회문화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서구의 경험을 보더라도 개인화의 과 정은 사회발전과 정치상황 그리고 경제적 확장과 결부 65) 되어 있었으며 한 사회 의 대중들이 자신을 발견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이념 하나가 관철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부문을 다 건드리고 실제 삶에도 영향을 끼친 새로운 문 화태도가 관철된 것 66) 을 뜻한다. <녀병사의 수기>와 <한 녀학생의 일기>가 고백 을 통해 보여준 것도 7ㆍ1조치 이후 급속하게 증대하는 개인주의적 문화이다. 그 것은 혁명적 낭만성과 갈등하고 그것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지만 영화의 판타지성 결말이 힘겹게 입증하고 있듯이 이제 북한에서 우선순위가 집단이 아닌 개인에게 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새로운 문화태도를 수용한 리얼리즘의 폭이 넓을수 록 남한 관객에게 북한영화가 소구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67) 는 점에서 이 사 실은 남한의 우리에게도 유의미할 것이다. 참고문헌 로동신문, 2006년 8월 7일자. 고유환(엮음), 로동신문을 통해 본 북한 변화. 서울: 선인, 2006. 김연철, 북한의 산업화와 경제정책. 서울: 역사비평사, 2001. 김재용, 북한문학의 역사적 이해. 서울: 문학과 지성사, 1994. 김재용, 이북문학의 흐름.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엮음), 북한 문화, 둘이면서 하나인 문화. 파 주: 한울, 2006. 남성욱,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 2주년 평가와 전망. KDI 북한경제리뷰 6권 6호, 2004, 8~16쪽. 리하르트 반 뒬멘(저)/최윤영 (역), 개인의 발견. 서울: 현실문화연구, 2005. 와 문화담론 (소명출판, 2007), 195쪽에서 재인용. 65) 리하르트 반 뒬멘, 앞의 책, 13쪽. 66) 위의 책, 13쪽. 67) 배재대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한 녀학생의 일기>를 상영 후 실시한 설문조사(2008년 6월 3일) 에서 많은 학생들은 수련의 대학입학 고민, 부모와의 갈등문제가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236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미셀 푸코(저)/이규현 (역), 성의 역사 1: 앎의 의지. 서울: 나남출판, 1996.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회(편), 북한주민의 일상생활과 대중문화. 서울: 오름, 2003. 신형기, 혁명적 낭만주의 시대를 넘어. 문예중앙, 2000년 가을, 116~136쪽. 양문수ㆍ박정호ㆍ구갑우ㆍ정건화ㆍ이동명ㆍ조정아, 북한의 노동. 파주: 한울, 2007. 오영숙, 1950년대 한국영화와 문화담론. 서울: 소명출판, 2007. 이교덕ㆍ임순희ㆍ조정아ㆍ이기동ㆍ이영훈, 새터민의 증언으로 본 북한의 변화. 서울: 통일연구원, 2007. 이명자, <민족과 운명> 로동계급편 : 플래시백과 역사재현. 통일논총 20호, 숙명여대 통일연구 소, 2002, 129~155쪽. 임순희, 북한 새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전망. 서울: 통일연구원, 2006. 조정아, 경제난 이후 북한문학에 나타난 주민생활 변화. 서울: 통일연구원, 2006. 조정아, 북한의 작업장 문화와 노동자 정체성., 양문수(외), 북한의 노동 (한울, 2007) 좋은 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84호, 2007년 8월 8일. 좋은 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133호, 2008년 5월 28일. 좋은 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136호, 2008년 6월 2일. 좋은 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 소식 139호, 2008년 6월 5일. 최완규(엮음), 북한도시의 위기와 변화. 파주: 한울, 2006. 홍민, 북한체제의 도덕경제 적 성격과 변화 동학. 진보평론 24호, 2005년 여름호, 43~72쪽. 계인국, 가고 싶어 가는 길. 조선예술 2006년 8호. 김광혁, 예술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 에서 입말체의 리용. 문화어학습 2006년 4호. 리송미, 참신한 작가적 발견과 생활적 진실성. 조선예술 2007년 2호. 림경수, 영화창작과 사회주의 분배원칙. 예술교육 2004년 1호. 박미향, 생신한 생활연기를 형상하기까지. 조선예술 2006년 10호. 심미화, 선군시대의 주인공으로. 조선예술 2003년 8호. 윤미, 우리 앞날. 조선예술 2006년 8호. 장길현, 극조직상 우려를 해소시키기까지: 예술영화 <녀병사의 수기>를 연출하고. 조선예술 2003. 9호. 차금남, 계승의 초소. 조선예술 2003년 8호. 한룡숙, 체험과 탐구가 낳은 열매: 예술영화 <녀병사의 수기>가 성공한 비결을 찾아보며. 조선예 술 2003년 8호.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영화에 나타난 혁명적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긴장관계 237 Brooks, J., Thank You, Comrade Stalin!: Soviet Culture From Revolution to Cold War.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0. Kornai, Janos, The Socialist System.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2. 북한의 문학예술론은 리얼리즘과 혁명적 낭만성의 변증법적 결합을 문학 예술에 지속적으로 주장했음에도 역사적 과정에서 낭만적 현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결과적으로 문학예술이 비판성을 상실한 채, 당에 의 한 동원적 성격만 강화돼 공식 사회와 그 이데올로기를 프린트 찍듯 선전하 는 역동성 없는 문학예술들이 주류를 형성했다. 그러나 2002년 7ㆍ1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하 7ㆍ1조치)로 불게 된 실력 전의 된바람 은 북한영화에서 리얼리즘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임금과 가격을 현실화하고 기업의 독립채산제 실시, 성과분배의 원칙을 목표 로 내건 7ㆍ1조치는 북한의 사회문화에 큰 변화의 물결을 가져왔다. 그런 한 편 7ㆍ1조치와 그로인한 공동체 의식에서의 분열은 북한 지도부가 문학예술 을 통해 그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을 한층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현실 의 변화가 심할수록 낭만적 요구도 거세지기 마련이어서 공식사회와 이데올 로기를 구현하려는 낭만성과 현실의 변화를 수용하고 내부의 문제를 비판하 려는 리얼리즘의 요구가 혼재하게 되고 작가들은 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리얼 리즘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영화에서 리얼리즘의 요구를 담기위해 채택한 전략 가운데 하나 가 1인칭 고백의 서사전략이다. 이 논문은 <녀병사의 수기>(2003)과 <한 녀 학생의 일기>(2006)가 취한 고백의 서사전략이 개인주의의 성장과 청소년의 정체성 모델로서의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일상의 행복에 대한 대중들의 소망 등 변화하는 북한문화의 현실을 증언하는 전략임을 밝힌다. 이를 통해 이 논 문은 7ㆍ1조치로 확대된 경제적 자유와 길항하며 개인으로서 자아를 인식하 는 태도가 북한사회의 일상의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는 새로운 문화적 징후임 을 논의한다.

238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투고일:2008. 7. 7. 심사완료일:2008. 8. 28. 주제어(keyword):7ㆍ1 경제관리 개선조치(7ㆍ1 economic improvement), 혁명적 낭만주의 (revolutionary romanticism), 사실주의(realism), 개인주의( individualism), 고백(conf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