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표지(출판사에 따름)
순서 13:00 ~ 13:30 인사말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관광적 활용방안 개회 정산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13:30 ~ 14:00 주 제 1 발제 / 토론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주영하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류제동 연구교수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14:00 ~ 14:30 주 제 2 발제 / 토론 종교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 Ⅰ - 이웃종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희수 교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박현도 책임연구원 (명지대학교 중동문제연구소) 14:30 ~ 15:00 주 제 3 발제 / 토론 종교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 Ⅱ - 아시아 불교국가를 중심으로 대안스님 (금당사찰음식문화원 원장) 원융희 교수 (용인대학교 문화관광학과) 15:00 ~ 15:20 휴식 및 장내정리 15:20 ~ 15:50 주 제 4 발제 / 토론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과 전망 적문스님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소장) 이심열 교수 (동국대학교 전통사찰음식연구소 소장) 15:50 ~ 16:20 주 제 5 발제 / 토론 한국 사찰음식의 관광상품화 가능성과 기대효과 장병주 교수 (영산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김이태 교수 (부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16:20 ~ 17:20 종합토론 17:20 ~ 17:30 폐회
목차 인사말 6 발제문 1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주영하 11 토론문 1 주영하 교수의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에 대한 논평 류제동 35 발제문 2 이슬람의 음식문화와 할랄 음식의 관광자원화 방안 이희수 41 토론문 2 이슬람의 음식문화와 할랄 음식의 관광자원화 방안 박현도 57 발제문 3 종교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 아시아 불교국가를 중심으로 대안스님 65 토론문 3 종교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 아시아 불교국가를 중심으로 원융희 87 발제문 4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과 전망 적문스님 93 토론문 4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과 전망 이심열 111 발제문 5 한국 사찰음식의 관광상품화 가능성과 기대효과 장병주 117 토론문 5 한국 사찰음식의 관광상품화 가능성과 기대효과 김이태 137
인사말 먼저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요즈음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더불 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사찰음식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반갑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문가도 부족하고 기초적인 연구 활동도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찰음식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전통, 그리고 우리 민족문화 속에 스며있는 사찰음 식의 원형성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과 연구 작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 니다. 나아가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 다수 대중에게 도움이 되는 문화콘텐츠로 가 공하는 노력이 병행이 될 때, 비로소 오늘날 사찰음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부 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 작업이 불교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불 교학을 비롯해 문학 사학 철학 민속학 등의 제 인문과학 분야 뿐 만 아니라 의학 이학 공학 등의 이 공학 분야에서도 연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나아가 다양한 학제 간 연계활동 (Interdisciplinary)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종단에서는 제 학문 간의 연계활동을 활성화하고 현재의 시각에서 사찰음식의 긍정성을 재해석하는 다양한 학술행사를 진행하여 왔습니다. 6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2006년에는 사찰음식의 우수성 및 대중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 를 개최하였고, 2009년에는 한 식 세계화를 위한 사찰음식의 위상, 역할에 대한 논의와 발전방향 모색 과 사찰음식과 채식의 대 중화를 위한 세미나 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10년 사찰음식 학술 심포지엄 은 사찰음식의 원형과 정체성, 그리고 보편성에 관한 내 용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심포지엄 주제는 한국 사찰음식의 문화관광적 활용방안 으로서, 사찰음식을 음식인문학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나아가 다른 이웃 종교의 사례와 비교해 보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문화 관광적 효용성을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번 학술 심포지엄을 기점으로 하여 앞으로 사찰음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학술 및 연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더 중단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참여해주신 주제발표 및 논평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불보살님의 가 피가 항상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6월 8일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정 산 인사말 7
주제1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발제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토론 류제동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1. 서론 : 문화의 시각에서 보는 음식 2. 종교음식의 개념과 범위 3. 음식의 타부(taboo)와 음식의 종교성 4. 종교음식의 새로운 소비양상과 종교의 대응 5. 결론 : 한국사찰음식 문화관광 자원화의 전제
발제문 1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1. 서론 : 문화의 시각에서 보는 음식 문화는 인간집단의 생활양식이다 1. 미국의 인류학자 구디나프(W.H. Good -enough)는 인간의 행동 형태를 행동의 양식(patterns of behavior) 과 행동을 위한 양식(patterns for behavior) 으 로 구분하였다 2. 행동의 양식 이란 한 사회 내의 생활양식-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행동 및 물질적 사회적 배열로서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영역, 즉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물 및 사건의 영역 을 가리킨다. 반면 행동을 위한 양식 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각을 체계화하게 하고 행동 을 정립하게 하며 서로 다른 대안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조직적인 지식과 믿음의 체계 를 말한다. 행동을 위해 마련되는 조직적인 지식과 믿음의 체계가 인류학자들이 주로 연구하 는 문화 이다. 음식물 그 자체는 행동의 양식 에 속하지만, 특정한 음식재료를 먹을 수 있는 것인 지 아닌지를 선택하거나 어떻게 요리하고 어떻게 먹는가와 같은 행동은 행동을 위한 양식, 곧 음 식에 대한 조직적인 지식과 믿음의 체계 속에서 결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이다 3 라는 말이 있다. 동물들은 음식의 원료를 가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섭취하는 데 비해 인간은 그것을 요리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음식물로 만들어낸다. 가장 단순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라도 자연환경에서 수렵이나 채집의 방법으로 식품원료를 확보한 후, 이를 절단 세척하고, 조리하는 과정을 거쳐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다 4. 인간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 성된 음식을 섭취하여 인체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얻는다. 여기에는 물리적 차원과 생리적 차원이 함께 있다. 음식을 조리하고 먹는 과정에는 행동을 위한 지식이 담겨 있다. 어떤 음식재료를 선택하 느냐 하는 문제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경우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 1 韓 相 福 李 文 雄 金 光 億, 文 化 人 類 學 槪 論, 서울:서울대학교출판부, 1989, 64쪽. 2 Goodenough,W.H., Culture, Language and Society. Califonia:Benjamin, 1981, pp.61-63. 3 野 村 訓 子 外 譯 フランスの 民 族 學 (Cuisenier, Jean., Ethnologie de la France), 東 京 : 白 水 社 1991, 84쪽. 4 石 毛 直 道, 食 物 と 文 化, 文 化 と 人 類, 東 京 : 平 凡 社, 1974, 175-181쪽.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13
어하는 기호의 문제에 들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동물의 경우 초식성 육식성과 같은 편향된 선택을 하는 반면, 인간은 잡식성이면서 문화적 요인에 의해 제각각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전제로 인해서 음식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는 음식물 그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음식을 어떻 게 문화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지에 대한 행동 양식을 파악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춘다 5. 구미의 제법 많은 인류학자들이 음식과 문화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지만, 그 중에서 레비-스 트로스(C. Lévi-Strauss, 1908~2009)를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한다. 그는 인간이 동물과 같이 생 물학적 필요를 가지는 반면, 언어와 같은 특수한 문화 적 산물을 통해 자연 을 이해하려 했다 6. 이러한 그의 생각은 음식에도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언어와 달리 음식을 만드는 행동인 요리 (cooking)는 인간이 생물학적 필요에 의해서 해결해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문화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 레비-스트로스가 음식에 대해서 가진 생각 중에 가장 중요한 구조주의적 인식은 사람이 특정 음식만을 선택적으로 먹는 이유로 그것이 먹기에 좋은(good to eat) 음식이어서가 아니라, 생각 하기에 좋은(good to think)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8. 이에 대해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2001)는 사람들의 식습관이 생태적 조건에 따라서 문화적으로 진화 (evolution)를 한다고 보았다 9. 이런 입장에서 그는 인간이 선호하는 음식(what is good to eat) 은 상대적으로 나은 음식, 즉 비용과 효과의 계산에 의해 선택된 음식이라고 보았다 10. 레비-스트 로스의 생각이 인간의 음식 소비 행동에 대한 관념론적 접근이라면, 마빈 해리스의 생각은 유물론 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의례가 문화의 상징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이 의례에 걸쳐있는 음식물은 그 상징성을 표현 하는 언어라 말할 수 있다. 종교를 비롯한 제반의 관념적 문화요소가 음식물에 상징성을 부여 한다. 여기에서 신앙하는 종교의 차이에 따라서 사람들은 특정 음식에 대해 선호하거나 혹은 금기시하는 경향이 나온다. 특히 음식금기는 종교적 규제에 의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 생태학 적 발생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음식금기(food taboo)는 식단 구성을 제한하고, 일상식사 와 의례식사의 구분을 두게 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메리 더글라스(Mary Douglas, 1921~2007)는 음식의 선호와 금기의 문제 에는 성스러운 것과 위험한 것으로 나누어지는 분류의 상징체계가 있다고 보았다 11. 구약성서에 5 김광억, 음식의 생산과 문화의 소비, 한국문화인류학 제26집, 1994. 6 이정혜, Ⅵ. 서울의 음식문화 연구를 위한 제언, 서울의 음식문화-영양학과 인류학의 만남, 서울:서울학연구소, 1996, 254쪽. 7 이러한 그의 인식에서 구조주의적 사고를 드러낸 글이 바로 날 것과 익힌 것(Le cru et le cuit) (1964)이고, 그 이듬해 에 쓴 에세이가 바로 요리의 삼각형(Le triangle culinaire) (1965)이다. 8 Levi-Strauss, Claude., Totemism, Boston: Beacon Press, 1962. 9 Harris, Marvin & Ross, Eric B., Food and Evolution, Philadephia: Temple University Press, 1987, pp.1-3. 10 Harris, Marvin., Good to Eat: Riddles of Food and Culture. London:Allen & Unwin, 1986, p.15. 11 Douglas, Mary., Purity and Danger:An Analysis of Concepts of Pollution and Taboo, New York:Praeger, 1966, pp.29-40. 14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서 먹어도 좋은 고기와 금지된 고기를 정교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유대교에서의 돼지고기 금기를 설명하였다. 여기서 되새김질을 하는 것과 발굽이 갈라져 있다는 규칙으로 인 해 발굽은 갈라졌지만 되새김질은 하지 않는 돼지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동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더러움의 본질은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물질 이므로, 자기 자리가 없는 동물은 불 결하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가지게 되었다고 보았다. 곧 유대교에서의 돼지고기 금기는 이렇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생겼다고 설명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마빈 해리스와는 상반된 입장에 서 있었다. 한 사회에서 특정음식에 대한 금기는 자연사 고고학 생태학이나 영양 에 관련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 구성원이 문화를 보는 정신적 이미지와 더 많이 관련 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음식의 선호와 금기에 대한 관념적 의미는 음식이 가진 본래의 기능을 뛰어 넘지 못한다. 곧 문화적인 음식의 선택에는 영양분의 고려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12. 인간은 생명을 유지 하기 위해 음식을 통해 각종 영양소를 먹는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몸에 들어가 열과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신체조직의 구성과 보수를 하고, 대사과정을 조절하는 작 용을 한다 13. 그런데 이러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방법은 지구상의 모든 민족 집단(ethnic group)이 나 문화마다 다르다. 그것은 민족 집단이나 그 문화가 처해 있는 자연환경이나 사회문화적 요소가 작용하여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이 인류학자들이 인간의 음식 생산과 소비에 작용하는 문화적 현상 을 분석하는 시선은 관념론적 관점과 유물론적 관점으로 크게 나뉜다. 어떤 관점이 타당한지에 대 한 판단은 해석의 문제이지, 진실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의 이분법적 관점은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각각의 관점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통시적(diachronic) 접근 보다는 공시적(synchronic) 접근에 더 치중한다는 것이다. 설탕과 권력(Sweetness and Power) (1985)의 저자인 인류학자 시드니 민츠(Sidney W. Mintz, 1922~ )는 인류학자들이 그 동안 해온 단순한 사회의 문화에 대한 공시적 접근이 이 제 한계에 왔음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간의 내재적인 본성에 관하여 주장한다거나, 인간이 세계에 대하여 그 특징적인 구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내재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반드시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이 역사를 대신하거나 역사를 불필요하게 만 들 경우에는 부당한 것이고 오도하는 것이 된다. 인간 존재들은 사회적 구조들을 창조해내며,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들과 의미들은 역사적 기원들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 역사적 기원들이 그러한 창조성을 구체적으로 형성시키기도 하고, 제약하기도 하며, 그러한 창 조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14 문화구성원이 집단적으로 어떤 음식에 대해 생각하기에 좋아서 먹는지, 아니면 먹기에 좋아서 먹는지, 아니면 생각하기에 좋지 않은(not good to think) 것이라서 먹지 않는지, 아니면 생태적 조건과 경제적 효용 때문에 먹지 않는지 12 Harris, Marvin., Food and Evolution, Temple University Press, 1987, p.31. 13 이혜수, 기초영양학, 서울:교문사, 1990, 12-18쪽. 14 시드니 민츠(김문호옮김), 설탕과 권력, 서울:지호, 1998, 38쪽.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15
에 대한 연구 역시 공시적인 접근과 함께 통시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그들은 어떤 역사적 경험 으로 인해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글은 한국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에 논의에 앞서서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을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나는 주로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종교음식의 이론을 다루려 한다. 먼저 문화의 시각에서 음식을 조망하는 관념론과 유물론의 이론을 소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여러 종교에서 채용하고 있는 종교음식의 개념과 범위를 살핀다. 종교음식의 형성은 한 사회 가 지니고 있는 음식에 대한 타부(taboo)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의 타부 와 종교음식의 형성 과정에 대해서 다룬다. 그런데 20세기 이후 전 지구적 이주가 대륙 사이 에서 진행되면서 특정지역사회와 특정 종교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더욱이 전 지구적 산업화는 종교음식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를 요구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특정 종 교의 음식타부와 음식에 대한 믿음이 새로운 양상으로 부각되었다. 가령 미국사회에서 불교음 식이 채식운동과 연결되어 소비되는 경향이 그것이다. 이것이 한국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 화를 가능하다고 보는 시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에 앞서서 전제로 살펴야 할 그것의 철학적 함의가 존재한다. 이 글의 결론에서 이에 대해 다룬다. 2. 종교음식의 개념과 범위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모든 사회는 종교라는 용어 아래 한데 묶을 수 있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문화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 교(religion)를 초자연적인 힘(supernatural power)-그 힘이 무력이든, 신이든, 영이든, 귀신이든, 악마이든 간에-과 관련된 어떤 일련의 태도와 믿음, 관행으로 규정할 것이다. 15 이것은 인류학자 들이 지니고 있는 종교에 대한 개념이다. 초자연적인 힘을 드러내는 존재에 관한 일련의 태도와 믿음, 그리고 관행은 인류가 집단을 이루고 살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 보편성으로 인해서 인류학자들이 사회나 문화에서 신앙하는 초자연적인 힘이나 그 존재에 대해서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곧 인류학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왜 모든 사회에서 종교가 발견되는 가, 종교가 사회마다 어떻게 다르며 왜 다른가 하는 문제이다 16. 인류학자들이 종교를 연구하는 방법은 주로 종교적 관행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편이다. 초자연적 인 존재에 대한 신앙자들의 접근 방식은 매번 반복하여 발생하는 의례(rituals)를 통해서 이루어진 다는 전제가 인류학자들의 연구를 이끌어낸다. 특히 의례에서 쓰이는 음식은 제물( 祭 物, sacrifice) 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자어 祭 物 은 제사에 쓰는 음식물을 가리키지만, 영어의 sacrifice는 신 에게 바치는 물건이나 짐승 따위를 가리킨다. 엄밀하게 번역하면 희생제물 이라고 해야 한다. 모 15 Carol R.Ember Melvin Ember(양영균 옮김), 문화인류학 제13판, 서울:PEARSON, 2012, 346쪽. 16 Carol R.Ember Melvin Ember(양영균 옮김), 앞의 책, 348쪽. 16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든 희생제물의 특성은, 그것이 음식이나 음료, 성행위, 가정용품 또는 동물이나 사람의 생명이든 간에, 값진 어떤 것을 신에게 내어주는 데 있다 17. 이렇게 희생제물을 신에게 바치는 행위를 통해 서 인간은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 사회에서 가장 귀중한 음식이나 물품이 희 생제물로 선택되는 경향이 강하다 18. 이 점은 앞에서 소개했듯이 인류학자들이 한 사회의 음식에 대한 선택과 금기가 지닌 관념론적 인식의 근저에 생각하기에 좋은 것과 생각하기에 좋지 않은 것이 있다는 구분법과도 통한다. 이에 비해 종교학자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인류학자와 조금 다르다. 종교는 그것이 어떠한 상황 이나 조건 속에서 현존하고 있는 이른바 구원론의 틀 안에서 설명될 수 있으며, 음식과 관련된 종 교의 모습도 이러한 시각에서 조망해야 한다고 본다 19. 그래서 종교학자 정진홍은 종교가 음식문 화에 어떠한 발언을 하고 있고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를 다음의 네 가지 범주에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 곧 음식에 관한 기원신화, 음식에 관한 금기( 禁 忌 ), 공동체적 종교행위와 음식 문화, 도덕적 덕목과 음식문화가 그것이다. 다음에서 이와 같은 네 가지의 범주에 대해서 정진홍 의 주장에 근거하여 살펴본다. 첫 번째는 음식에 관한 기원신화에 대한 내용이다 21. 여기에서는 많은 민족 집단이 주식으로 먹 는 먹을거리와 관련된 신화를 가지고 있는 데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곧 먹을거리는 인간이 만들 어낸 것이 아니라 초월적인 존재에 의하여 주어졌다는 인식, 그런데 이 먹을거리가 단지 초월적 존재의 자발적인 의도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어려움 속에서 인간의 탄원에 의한 초월적 존재의 응답이었다는 인식, 하지만 초월적 존재의 응답 역시 그 존재의 죽음을 통하여 얻 어진 것이라는 인식, 따라서 먹을거리는 초월적 존재의 주검을 먹는 것과 같다는 관념이 주를 이 룬다는 인식이다. 두 번째는 음식에 관한 금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22. 모든 종교에서는 특정한 몇몇 음식에 대해서 그것을 먹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이 보이지만, 먹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이러한 음식금기가 생겼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금기의 대 상은 식물보다는 동물이 많은 편이다. 또 음식금기는 단지 음식재료 그 자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떻게 생산하고 요리하고 먹는가와 연계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음식물 자체도 금기의 대상이 된다. 음식금기는 특정한 음식재료 혹은 음식물뿐만 아니라, 제의의 맥락에서 가장 구체적 으로 확인된다. 제물은 언제나 흠 없이 완전한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제물은 신성하다. 평소에는 먹지 못하지만, 제의 수행 과정에서는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경우 종교적 제의는 특정한 음 17 Carol R.Ember Melvin Ember(양영균 옮김), 앞의 책, 357쪽. 18 한국학계에서 종교의례에서의 제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는 가톨릭에서 주도하여 1990년 세계성체대회 서울행사의 일환 으로 이루어졌다. 여러 종교에서 의례와 제물의 상관관계를 다루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西 江 大 學 校 神 學 硏 究 所, 宗 敎 神 學 硏 究, 제3집, 서울:분도출판사, 1990. 19 정진홍, 종교와 음식문화, 종교학연구 14권, 1995, 6쪽. 20 정진홍, 앞의 글, 6-11쪽. 21 정진홍, 앞의 글, 7쪽. 22 정진홍, 앞의 글, 8-10쪽.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17
식을 정화시켜서 오염을 탈각시키는 기능을 한다. 세 번째는 공동체적 종교행위와 음식문화와 관련된 내용이다 23. 전통적인 종교적 규범에 의하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행위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생존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삶으로 나 타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종교 공동체의 축제에서 음식을 함께 먹음으로써 특별한 잔치를 행하 여 초월적 존재와의 일치와 공존을 드러내려 한다는 데 있다. 동시에 종교적 공동체가 음식을 먹 지 않는 특정한 날들을 정하는 일도 일종의 공동체적 종교행위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금식이나 금기는 공동체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참회 탄원과 신앙에 대한 새로운 확인 등의 의미를 지닌다. 네 번째는 도덕적 덕목과 음식문화의 상관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24. 종교가 음식에 대하여 지닌 도덕적 판단은 복합적이고 상호 갈등적이다 25. 먹을거리의 풍요는 초월적 존재가 보여주는 축복의 징표이지만, 기근은 저주이기도 하다. 탐욕보다는 금욕이 긍정적으로 이해된다. 음식의 절제와 특 정한 음식, 그 중에서 육식 금기는 금욕의 내용이다. 금식은 개인적인 참회와 신앙의 돈독함을 위 한 수련이며, 사랑의 행위는 음식을 나누는 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도덕적 덕목으로서의 금식 은 종교가 지닌 오염과 부정에 대한 정화의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정진홍의 네 가지 범주에서 본 종교음식에 대한 인식은 매우 적확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 식은 정진홍 본인도 밝혔듯이 매우 전통적인 견해이다 26. 그 역시 일부 종교계 내부에서 일고 있 는 음식금기에 대한 저항이 종교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시기에 정해진 정황적인 음식금기 에 대한 철폐를 주장하는 데로 전개되는 것도 오늘날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울러 음식재료와 음식 물이 지닌 세계체제 속에서의 생산 유통 소비는 더 이상 종교음식의 특성을 종교 내부에서 유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현상도 목도된다. 하지만 오히려 세계체제 속에서의 진행되는 음식의 생 산 유통 소비가 지닌 각종 문제점에 대항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종교음식이 부각되기도 한다. 심지 어 건강과 영양의 문제와 결부되어 새로운 대안으로 종교음식이 종교성을 탈락시킨 채 상품화의 길을 걷는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음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인간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종교에 대한 정의와도 관련이 있다. 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 1937~ )는 종 교는 흔히 다섯 가지의 속성을 지녀야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1)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 2) 사회운동이라 생각하며 그 운동에 동참하는 회원들, 3) 비용이 많이 드는 구체적인 증거를 보 여줘야 하는 헌신, 4) 행동을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규칙들(즉 도덕률 ), 5) 초자연적인 존재와 힘 을 현실의 삶에 개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믿음(즉 기도)이다. 27 고 했다. 그렇다면 종교공동체 가 종교적 실천을 행할 때 개입되는 음식과 그에 대한 관념을 종교음식(religious food)이라고 규 23 정진홍, 앞의 글, 10-11쪽. 24 정진홍, 앞의 글, 11쪽. 25 정진홍, 앞의 글, 11쪽. 26 정진홍, 앞의 글, 16쪽. 27 재레드 다이아몬드(강주현옮김), 어제까지의 세계: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서울:김영사, 2013, 483쪽. 18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정할 수는 없을까? 실제로 구미학계에서는 종교음식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내리지 않는 편이다. 그 보다는 종교 음식의 실천(Religious Food Practices)에 대해 논의를 펼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점은 인류학 자와 종교학자들이 공통으로 시도하려고 하는 특정 종교에서의 음식금기에 대한 설명의 의지와 관련이 있다. 곧 종교공동체가 지닌 실천의 한 양상으로 종교음식을 바라본 결과이다. 하지만 종교음식은 개념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종교음식을 다음과 같이 규정짓는다. 종교음식은 종교공동체가 종교적 실천을 행할 때 가지는 개입시키는 음식 이다. 여기에는 종교가 지닌 규율과 제의, 경전, 그리고 종교력( 宗 敎 曆 )에서의 음식에 대한 태도가 포 함된다. 종교전문가로서 사제의 종교적 수행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태도는 종교음식 연구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이다. 불교에서 오신의 금지가 사제의 수행과 관련이 있음은 익히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이에 비해 차를 마시는 행위는 정신을 맑게 하여 수행을 도우는 음식이기도 하다. 커피 역시 이슬람교 사제들의 수행에 도움이 되었기에 에티오피아의 작물이 음료의 자격을 가지고 아라비아 지역에 퍼 졌다. 칠일예수재림교와 모르몬교에서 육고기의 절제와 금식을 강조한 것은 종교인의 건강한 삶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종교의 사제들이 금육과 금식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지닌 이유 역시 종교적 수행과 관련을 맺고 있다. 신을 위한 제사에 오르는 제물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닌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와 기피의 뚜 렷한 기준을 지니고 준비되어진다. 사람들은 신령이란 실제로 인간이 지닌 대부분의 특성을 지녔 다고 생각한다. 신령들이 좋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물들 대부분은 그것을 준비하는 인간들에게도 먹기에 합당하고 동시에 생각하기에도 합당하기 때문에 선택되어진다. 곧 성스러운 것은 제물로 바쳐질 수 있으며 동시에 사람들도 선호하는 음식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신령과 사람 모두 에게 금기시 되는 위험한 음식으로 이해된다 28. 이렇듯 제물로 오르는 음식과 오르지 못 하는 음 식의 기준에는 사람들이 지닌 관념체계 즉 종교적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 음식물이 그 사회와 사람들에게 수용되는 과정은 종교의 형성과 같은 구도 속에 놓일 수도 있다 29. 가톨릭의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성찬례는 예수의 최후의 만찬 을 재현하는 데 목표 를 두고 있다. 식사의 표지 아래 주님은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분( 너희를 위해 바 치는 내 몸, 너희를 위해 흘리는 내 피 )으로서, 동시에 아버지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높임을 받으 신 분으로서, 당신 자신을 현재화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성찬 예식은, 우선 부활제의 성격 을 갖는다. 그것은 공동체의 예식이며, 특히 그것은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기념하는 날인 주일에 어울린다. 30 가톨릭의 성찬례에서 영성체 행위는 유교와 무속에서 제의를 마친 후에 28 Douglas, Mary., Purity and Danger : An Analysis of Concepts of Pollution and Taboo., NewYork: Praeger, 1966, pp.29-40. 29 주영하, 제물, 인간과 신령의 연결고리-서울 밤섬 도당굿에 오른 무속음식을 중심으로, 음식인문학, 서울:휴머니스 트, 2011, 420쪽. 30 프란쯔 니콜라쉬( 鄭 達 龍 譯 ), 典 禮 改 革 과 성찬식-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중심으로-, 가톨릭 思 想 3 輯, 1989, 21쪽.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19
행하는 제물의 음복과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기도 하다 31. 무당의 주도로 진행되는 굿의 각 거리에서 무당과 제관들은 각각의 거리에 초청된 신령들에게 알 맞은 제물들을 바치며 마을과 마을사람들의 복을 빈다. 굿이 끝나면 사람들은 제물을 음복하고, 굿 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반기를 돌려 신령이 먹은 음식을 먹도록 한다. 한국의 마을굿에서의 제물은 마을사람들과 그들이 모시는 신령들 사이를 실질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통로 구실을 한다 32. 이와 같이 종교공동체의 종교의례에서 소비되는 제물은 신과 신앙자를 연결시켜주는 종교의 의미를 담고 문화적으로 소비된다. 또 다른 양상으로 특정한 기간에 음식에 대한 금기 혹은 금식이 강조된다. 가령 이슬람교에서는 매년 라마단(ramadhan) 달에 음식 흡연 향료 성교를 금하고, 과격한 말을 삼가며 가능한 한 코란 을 독송하도록 강조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물도 금기 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한 달 동안 매일 일출 부터 일몰 때까지 이 금기는 지속된다. 여름같이 날이 길고 더운 날의 수행은 매우 고된다.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 임신부, 월경하는 여자, 병자, 3일 이상 여행을 한 여행객, 중노동자를 제외하고 여자 12세, 남자 15세 이상이면 수행을 해야 한다. 일몰 후에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해뜨기 전에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한다. 유대교에서는 더욱 엄격한 규율이 달력에 규정되어 있다. 유대인의 달력에는 비종교적인 휴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요일 안식일을 위해 유대교 신자들은 반드시 금요일에 음식준비를 한다. 안식일에는 할라(challah) 라고 불리는 영양가 높은 흰 빵을 먹어야 한다. 9월쯤에 유대교의 달력체계로 새해의 첫날인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가 있다. 그날에는 할라 빵과 꿀에 적신 사과 슬라이스를 곁들여 먹어야 한다. 이 음식은 달콤한 일 년을 보내고자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그로부터 약 10일간은 속죄일인 욤 키푸르(Yom Kippur) 이다. 이 기간에 고기를 채운 팬케이크 나 만두와 비슷한 크레플라쉬(Kreplach) 를 먹는다. 기원전 13세기경 이스라엘 사람들의 조상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유대인의 축제일인 유월절(Passover)에는 누룩 없이 만든 빵인 맛초(matzah)를 미리 준비하여 먹는다. 종교마다 식사하는 시간에 대한 규제도 있다. 시간제한은 금식하는 기간 동안에만 적용되는 경 우가 많다. 해 뜨고 지는 사이에는 먹어서는 안 되며, 어두워진 시간 동안 섭취한다. 제칠일예수재 림교에서는 식사 사이에 아무 것도 먹으면 안 된다. 불교의 승려는 전통적으로 정오 이후에 음식 을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같이 전 세계의 다양한 종교들은 각기 독특한 음식에 대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종교에서 음식은 3가지의 목적을 지닌다. 영광이라는 말로 신과 대화한다는 것, 정해진 식이를 통한 믿음을 표현한다는 것, 금식을 통해 수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33. 종교에서의 음식규제는 다음과 같은 내 용을 포함한다. 1 먹을 수 있고 없는 음식 2 연중 특정한 날에 먹는 것 3 음식을 먹는 시간 4 31 서공석, 제찬과 성찬 종합발제, 종교신학연구 3집, 1990, 251-275쪽. 32 주영하, 제물, 인간과 신령의 연결고리-서울 밤섬 도당굿에 오른 무속음식을 중심으로, 음식인문학, 서울:휴머니스트, 2011, 425쪽. 33 Fieldhouse, Paul., Food and Nutrition : Custom and Culture, New York:Chapman&Hall, 1986, p.111. 20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음식을 준비하는 방법 5 금식의 시기와 기간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음식의 범위는 어떠할 까? 1) 종교전문가, 사제의 종교적 수행과정에서의 음식에 대한 태도, 2) 종교의례에서의 음식에 대 한 태도, 3) 종교공동체의 종교행위의 실천과정에서의 음식에 태도, 4) 종교음식 자체가 지닌 식품 학적 의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3. 음식의 타부(taboo)와 음식의 종교성 타부(Taboo)의 인류학적인 번역은 금기( 禁 忌 )이다. 본래 명확히 지시된 것 이라는 뜻의 폴리 네시아어이지만, 인류학에서는 이 말을 한 사회에서 사회적, 종교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가리킨 다. 타부의 대상이 되는 사물은 한 사회에서 종교적으로 신성시되는 인물, 물체, 장소, 행위, 언 어 등이 된다. 이들 사물에 접근하거나, 보거나, 만지거나, 입에 올려 말하는 등의 행위는 신성 ( 神 聖 )을 모독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무거운 형벌을 받으며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부에 대한 위반이 법률적 제재를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보다는 한 사회가 지닌 도덕에 의해서 판단된다. 타부의 대상이 되는 사물 중에 음식물이나 식재료도 들어간다. 음식 타부는 종교적 문화적 이유 로 금기로 받아들여지는 식재료와 음식물, 그리고 음식 섭취 방식을 두루 포괄한다. 특정한 식재 료에 대한 타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종교적 문화적 규율에서 먹는 것이 금지된 것이다. 이것은 이 글에서 주로 다룰 내용이기 때문에 다음에서 상세하게 다룬다. 둘째는 심리적 으로 도덕에 어긋나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가령 애완동물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 하는 경우에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는 식재료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다. 가령 일본인 중에서 번데기를 먹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식재료라고 생각하기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 도 의약적인 이유, 가령 알레르기(allergy)와 같은 문제로 특정한 식재료를 피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식습관을 형성시킨 여러 요인에는 종교상의 계율에 기반을 둔 것이 많다 34. 그 계율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한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그 계율은 경전에 근거를 두고 있 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종교에서 설정한 음식타부는 그 종교를 신앙하고 있는 사람에게 신앙심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같은 종교를 신앙하는 종교공동체 는 이러한 계율에 근거한 음식타부의 실천을 통해서 일체감과 안심을 함께 가진다. 다음의 표는 여러 종교에서 음식타부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이 표를 중심으로 다음에서 종교별로 음식타부에 대해서 살핀다 35. 34 Fieldhouse, Paul., 1986, Food and Nutrition : Custom and Culture, New York:Chapman&Hall, p.111. 35 종교별 내용은 Fieldhouse, Paul., 1986, Food and Nutrition : Custom and Culture, New York:Chapman&Hall, pp.111-136 과 다른 관련 자료들을 참고하여 정리한 것이다.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21
<표 1> 종교별 음식에 대한 인식 구분 유대교 이슬람 교 가톨릭 동방 정교회 제칠일 예수 재림교 모르몬 교 힌두교 불교 쇠고기 X A 돼지고기 X X X A A 모든 고기 R R R R A A A 달걀/유제품 R R O O O 생선 R R A R A 갑각/연체류 R O X R A 술 X X X A 커피/차 A X X 같은 식탁에 차려진 고기와 유제품 발효음식 X R 고기의 의식적 도살 + + 절식 + + + 금식 + + + + + + + X : 금지 또는 강력한 권고 / A : 가장 독실할 경우 회피 / R : 어떤 경우는 제한, 어떤 경우는 먹을 수도 있음 O : 기본적으로 허용하지만, 일부 종교의례에서는 회피됨 / + : 실천 1) 유대교 유대교에서는 성스러운 기록인 율법 토라(Torah)가 있다. 역대 토라는 유대교의 사법, 윤리, 의 식 부분과 전체 유대인의 삶의 지표가 되는 계율과 규범을 망라하고 있다. 모세가 시나이 산상에 서 기록된 율법을 받았을 때 그에게 구전의 율법 또한 주어졌다고 유대인들은 믿고 있다. 그 안에 는 음식에 대한 자세한 규율이 포함되어 있다. 토라에서는 깨끗하지 못한(unclean) 동물들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깨끗하다(clean)고 판단하는 동물은 되새김질을 하여 씹는 동물들이다. 곧 소 양 황소 염소는 깨끗하지만, 돼지와 낙타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깨끗하지 않다. 말 고기의 식육 역시 유대인에게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말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내 용은 토라와 구약성경에 똑같이 나온다. 그러나 새김질하거나 굽이 갈라졌더라도 이런 것들은 먹어서는 안 된다. 낙타는 새김질은 하 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레위기 11:4) 토끼 역시 구약성경의 레위기에서 매우 부정한 동물로 서술하였다. 이 때문에 유대교에서는 토 끼 식용을 금기로 고수한다. 맹수나 뱀과 같은 기어 다니는 동물, 날개가 있는 곤충, 파충류도 먹 22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을 수 없는 동물로 여겼다. 생선 중에서는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는 것과 조개류만을 먹을 수 있다 고 보았다. 동물의 피는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물이 질병이든 자연사든 죽는다면 그것 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 역시 토라와 구약성경에 나온다. 피는 먹지 못한다. 누구든지 이스라엘 집안에 속한 사람이나 너희 가운데에 머무르는 이방인 이나, 어떤 피든 피를 먹으면, 나는 그 피를 먹은 자에게 내 얼굴을 돌려, 그를 자기 백성에게 서 잘라 내겠다. (레위기 17:10) 이로 인해서 유대교에서의 음식타부는 어느 종교에 비해서 엄격하다. 곧 되새김질하고 발굽이 있는 동물들, 소, 양, 염소, 사슴 등을 먹는다. 동물의 앞쪽 1/4부분만 먹는다. 비늘과 지느러미 가 있는 생선만 먹는다. 같은 식사에서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 혈액은 먹지 않 는다. 이와 함께 식재료를 생산하고 조리하는 데 대한 규제도 있다. 그것은 유대교의 식사에 관련 된 율법인 카샤룻(kashrut)이다. 카샤룻은 먹기에 합당한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철저히 구분한다. 가령 먹기에 합당한 음식을 코셔(Kosher) 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먹을 수 없는 음 식이나 사용할 수 없는 식기는 트라이프(Traif) 라고 부른다. 카샤룻은 어떤 음식이 코셔인가 를 규정해 두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의 혼합이나 먹는 순서에 대해서 매우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체로 일반적인 기준에 의하면 코셔의 범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채소와 과일은 모두 코셔이며, 유제품이나 육류 중 어느 하나와 섞어 먹어도 무방하다. 어류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느러미는 있으나 비늘이 없는 미꾸라지, 지느러미와 비늘이 모두 없는 문어나 오징어, 새우, 굴 등의 갑각류는 코셔가 아니다. 조류의 경우 닭, 칠면조, 집오리, 비둘기 등의 가금류는 코 셔이나, 야생조류와 독수리, 매 등의 육식성 조류는 코셔가 아니다. 새의 알도 코셔 조류의 알만 코셔이며, 비록 코셔 조류의 알이라도 알 속에 피가 비치면 코셔가 아니다. 육류의 경우 되새김질 하는 위가 있고 발굽이 갈라진 동물은 코셔이다. 따라서 소, 양, 염소, 사슴 등은 되새김질 하는 위도 있고 발굽도 갈라졌으므로 코셔이지만, 말, 당나귀, 낙타 등은 되새김질을 하지만 굽이 안 갈 라져서, 돼지는 굽은 갈라졌으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코셔가 아니다. 또한 코셔인 조류나 육류라 할지라도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도살하고, 소금을 사용하여 피를 제거해야만 한다. 소금을 쓰지 않고 불에 구워서 피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코셔인 육류라 할지라도 우유, 치즈 등 유제 품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카샤룻은 음식뿐만 아니라 식기에도 적용된다. 코셔가 아닌 음식이 담기거나 닿았던 식기는 코 셔가 아니므로 반드시 정화시켜 사용해야 한다. 끓는 물에 삶거나 더러워진 부분을 불로 지져 소 독하는 방법 등이 있다. 만약 가연성 제품이라면 하루 동안 격리시켜 놓았다가 깨끗이 세척해야 하며, 육류와 유제품에 사용한 식기는 분리해서 각각 정화해야 한다.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23
2) 이슬람 이슬람교는 알라의 가르침이 가브리엘을 통하여 무함마드에게 계시되었으며, 유대교 크리스트교 등 유대계의 여러 종교를 완성시켰다고 믿는다. 이로 인해서 무함마드는 이스라엘 역사와 관습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관습 사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이유이다. 동 물의 피를 먹지 않는다든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점은 유대교와 똑같다. 돼지고기를 먹는 크리 스트교와 명백한 차이를 제공해준다. 돼지는 중동지역에서 매우 좋은 생태적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먹기에 적절하 지 않은 동물로 이해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돼지가 큰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그것 을 금지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계율에 근거한 지배자들은 그 이윤을 축소해서라도 돼지 사육을 중지시켰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동기도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돼지 는 양이나 낙타에 비해서 문화적 효용성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이것이 돼지고기 식용 금기가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마빈 해리스는 생태학적인 필요성을 그 원인에 두었다 36. 돼지사육이 중동지역에서 전체적인 생 존시스템에 위협을 주는 비용이 유발되었다. 돼지가 처음으로 가축동물이 되었을 때 중동지역에는 고원지대를 뒤덮은 굉장히 넓은 숲이 있었다. 그것은 돼지사육에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그러나 광 범위한 혼합농업과 목축경제에 의해 가장 먼저 숲이 초원으로 변했고, 이것이 결국 이곳을 사막으 로 만들었다. 돼지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목축업자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곡식을 돼지에게 먹여야 한다는 점, 자신들에게 매우 중요한 인공적인 그늘과 수분을 돼지에게 제공해야 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서 돼지 사육을 기피하게 되었다. 비록 돼지가 단기간에 고기를 만들어내는 상당한 효율적인 목축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돼지 사육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심지어 돼지의 먹이는 인간과 경쟁자의 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돼지 사육이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것이 이슬람교의 돼지고기 타부를 만들어낸 이유라고 마빈 해리스는 보았다. 유대교의 코셔와 유사하게 할랄(halal)이란 개념도 있다. 아랍어로 허용된 것 이라는 뜻이다. 곧 과 일 채소 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류 어패류 등의 모든 해산물과 같이 이슬람교 율법 아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 육류 중에서는 이슬람식 알라의 이름으 로 도살된 고기인 염소고기 닭고기 쇠고기 등, 이를 원료로 한 화장품 등이 할랄 제품에 해당된다. 반 면 술과 마약류처럼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 돼지고기 개고기 고양이고기 등의 동물, 자연사했거나 잔 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 등과 같이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을 하람(haram) 이라고 부른다. 3) 가톨릭과 기독교계 유대교와 달리 로마가톨릭에서는 음식에 대한 타부가 매우 줄어들었다. 아마도 세계종교로 진화 36 마빈해리스(서진영 옮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서울:한길사, 1992, 95-101쪽. 24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를 하면서 본래 존재했던 금기를 탈락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수 역시 고루한 율 법학자들의 태도를 나무라기도 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결국 1966년부터 사순절(Lent) 동 안 금요일에 금육을 적용하는 정도의 타부가 존재할 뿐이다. 여기에서의 금육은 육고기를 먹지 않 는다는 기준이지 생선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다만 신부나 수도자들은 예수의 희생적인 죽음을 기 억하기 위해서 매주 금요일에 육고기를 먹지 않기도 한다. 로마가톨릭에서 분파되어 나온 동방정교회는 가톨릭에 비해서 좀 더 보수적이다. 그들의 의례 중 핵심은 금식이다. 하지만 그들의 금식은 결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개념과는 다르다. 금식 기간은 정해져 있다. 첫 번째 기간은 부활절 전 사순절에 40일간 금식을 하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예수가 태어나기 전인 11월부터 40일 동안 금식을 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여기에 여름 에 두 번의 단식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금식도 요구한다. 그런데 이러한 금식은 어떤 음식도 결코 먹으면 안 된다는 규율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동물이 아닌 음식은 먹을 수 있다. 어패류 중에서도 조개류는 허용된다. 올리브오일은 금식 규정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음식 조리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식 기간 중 그것을 피하는 것은 진실한 희생과 종교적 독실함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보통 올리브오일은 송 아지의 위로 만든 큰 통에 담아 보관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서 오염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올리 브오일에는 최음제의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금식일은 금욕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기 간에 올리브오일의 섭취는 금지된다. 사순절 금식은 사막에서 예수가 40일간 금식한 것을 기념하 는 데 목적이 있다. 금식을 위한 준비로 2-3주 전에 모든 고기와 유제품들을 먹기도 한다. 제칠일예수재림교는 1830년대 말에서 40년 초에 걸쳐 미국의 뉴잉글랜드 지방을 중심으로 윌리 엄 밀러가 주도하여 일어난 기독교계 종교이다. 당시 200여 교회의 목사와 5만여 명의 기독교 신 자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이 운동에 참여하였다. 그들은 성경연구를 통하여 창세기 부터 인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계명 중 지금까지 무시되어 온 넷째 계명, 즉 제7일 안식일의 준수를 회복하고 실천하는 무리로 탈바꿈하였다. 그들은 일주일의 첫째 날을 안식일로 지키기보다는 제7일을 안식 일로 지킨다. 성서에 따르면 이 날은 창조 이래로 하나님이 제정했으며, 안식일에 쉬는 것에 대한 계명은 하나님의 영원한 율법의 일부라고 본다. 성경 구절에 돼지는 깨끗하지 못하다고 하였다. 육식과 모든 자극적이고 흥분성 음료인 차와 커 피, 알코올, 담배를 유해한 것으로 간주하며 이의 섭취를 금한다. 이러한 식사 규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에 기반을 두면서 건강한 삶을 콘셉트로 더욱 강조하면서 광범위한 신학적 성찰에 그 근 거를 두고 있다. 제칠일예수재림교 신자들의 단순한 식사는 기본적으로 채식주의이다. 비록 우유 와 달걀은 섭취하지만 이를 두고 덜 정통적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제칠일예수재 림교 사람들은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 모르몬교는 균형 잡힌 음식섭취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정신이 거주하는 교회라고 볼 수 있는 몸에 종교적인 영양분을 공급하는 행위가 곧 음식섭취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채소와 허브를 많 이 먹도록 강조한다. 그런데 제칠일예수재림교와 달리 고기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모르몬 교는 신체적인 건강한 삶을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담배와 알코올을 금지한다. 이것뿐만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25
아니라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도 마시지 않도록 금지한다. 이 점은 제칠일예수재림교와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종교인의 건강한 삶을 강조한 데서 나왔다. 안식일은 휴식의 시간이기 때문에 이 날 소 비할 음식도 그 전날에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한 달에 한 번 토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24시간 금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 힌두교 독실한 힌두교도들 특히 브라만들은 채식주의자로 알려진다. 그들은 신성한 삶에 대한 믿음을 식생활에도 반영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기는 물론이고 계란도 먹지 않는다. 음식 중에서 고기를 거부하는 이유의 하나는 조상이 동물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쇠고기에 대한 강력한 금기는 신성한 소 를 앞세워 더욱 강력해졌다. 힌두교의 신 크리슈나(Krishna)와 관련이 있다. 힌두교 신화의 영웅신인 크리슈나는 악당을 죽 이고 많은 악귀들을 퇴치 정복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하여 위업을 쌓았다. 뒤에 비슈누 신의 화신 이 되었다. 소몰이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힌두교에서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인도에는 전 세계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18억 마리의 소가 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생겨도 소들 은 거리를 자유롭게 다니고 도살될 수 없다. 인도아대륙에서 소는 특별히 존경받는 동물로 어머니 와 다산의 상징이다. 인도의 역사학자 스리니바산(Srinivasan, Doris)은 리그베다에서 암소에 관한 상세한 분석을 하였다. 그는 리그베다에서 암소에 대한 언급이 무려 700번에 가깝게 나온다고 파 악했다 37. 그는 암소가 경제면과 관련한 것보다도 의례와 신화 텍스트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암소 숭배는 금기이기 이전에 종교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암소 숭배는 브라만에 의해서 창조되었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초기 경전에서는 죽은 소 의 털이 오랜 기간 동안 저승에서 섞는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원전 2천년의 초기 베다 경전에서는 희생 제의의 희생물 외에도 소의 도살을 금지하지 않았다. 기원전 1500년경에 인도의 북서 지역을 침공한 아리안족은 소를 부의 상징으로 보았다. 소는 노동력이면서 동시에 식량과 우 유, 그리고 연료와 가죽을 제공해주는 가치가 높은 동물이었다. 초기 힌두교도는 축제에서 살찐 암소를 먹기도 했다. 마빈 해리스는 인구의 증가와 함께 사제가 축제에서 고기를 재분배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 었다고 추측하였다 38. 육식은 점차 브라만의 특권이 되어 제한되었다. 불교와 자이나교가 특권 구 조에 대항하여 일어났다. 불교가 정치적으로 성공하자 힌두교는 브라만이 점차 가축에 대한 소비 와 도살을 방지하는 신성한 의무를 가진 것으로 그 내용을 수정하게 되었다. 실제로 나중의 베다 경전에서는 가축 도살을 금지하기도 하면서 허락하기도 하는 모순된 내용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기원전 250년경 아소카 왕의 불교시대에도 암소를 죽이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하지 않았다. 37 Fieldhouse, Paul., 1986, Food and Nutrition : Custom and Culture, New York:Chapman&Hall, p.177. 38 마빈해리스(서진영 옮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서울:한길사, 1992, 58-59쪽. 26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그러나 초기 기독교가 인도아대륙에 퍼지자 암소 도살에 대한 금지가 퍼지기 시작했다. 마누법 전(code of manu)은 7세기경에 소 도축을 회개의 표시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암소 숭배는 종교적 인 관념의 변화와 함께 비교적 최근에 확장되어 전개된 관념이다. 이슬람이 인도아대륙에서 대단 한 유행을 하자 종교적인 독자성의 표시로 암소의 신성함을 견고하게 믿기 시작했다. 인도아대륙 에서도 힌두교도가 아닌 이슬람교도들과 시크교도들은 소를 도축하고 쇠고기를 먹었다. 또 불가촉 천민은 힌두교도임에도 불구하고 쇠고기를 먹었다. 지금도 카스트의 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다른 고기를 먹으며, 심지어 쇠고기를 먹어도 된다. 초기 힌두교는 바다를 헤엄치는 생선을 하늘을 헤엄치는 별이라고 표현하였다. 별을 신적존재 로 보았고, 생선도 같다고 생각했다. 현대 인도에서 신성한 물고기에 대한 개념과 기원이 여기에 서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아대륙 북동부의 뱅골 지역에서는 생선을 먹는다. 이것은 생 선을 꺼리던 아리아인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있었던 관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루트를 통해 이주 해왔고 생선을 먹지 않는 관습이 확대되었다. 다른 음식들은 마누법전에 따라 금지되었다. 가금류,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양파, 마늘, 순무, 그리고 버섯 등이다. 이러한 기피는 높은 카스트 등급에 의해 더 강력하게 관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 영향은 천천히 다른 등급에게로 퍼져갔다. 5) 불교 불교는 자이나교와 같이 처음부터 힌두교의 일부분에서 형성되었다. 기원전 6세기 때 인도의 기성종교였던 브라만교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었다. 아리아인들은 인도에 와서 원주민을 지배하 고 자리 잡으면서 사회질서를 구축하였다. 이에 따라 브라만들의 종교적 권위와 사회적 지도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으며 도시의 세속적 분위기는 보다 합리적인 형태의 새로운 종교를 요구하게 되었다. 싯달타 고타마(Siddartha Gautama, 석가모니, BC 563?~BC 483?)의 가르침을 통해서 불 교가 탄생되었다. 석가모니는 초기에 음식에 대한 금기를 강조하지 않았다. 가령 석가모니는 사 분율( 四 分 律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교도들은 자신을 위해서 죽인 고기를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말은 승려들이 살생( 殺 生 )한 고기를 먹을 수 없다고 특별히 지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정화된 고기는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대륙으로 불교가 전해지면서 불교에서의 소식( 素 食 )에 대한 관념이 생겨났다. 중국에서 가 장 먼저 강력하게 소식( 素 食 )'을 주장한 사람은 남조( 南 朝 )의 양( 梁 )나라 무제( 武 帝 )라고 전해진 다. 그는 매우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511년에 양무제는 한 무리의 승려들을 모아서, 그들과 함께 영원히 고기와 술을 먹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였다. 이것이 바로 계천하사문( 誡 天 下 沙 門 ) 이다. 또 한 승려 1448명을 자신의 궁전인 화림전( 華 林 殿 )에 모아놓고, 황실 법사인 법운( 法 雲 )에게 열반 경( 涅 槃 經 ) 중의 식육단대비종자( 食 肉 斷 大 悲 種 子, 고기를 먹으면 부처의 큰 자비가 사라진다) 는 문장을 강론하도록 시켰다. 사실 이 이전인 유송( 劉 宋 ) 때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던 범강경( 梵 綱 經 ) 에서 모든 중생( 衆 生 )들은 육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육고기를 먹으면 정도를 헤아릴 수 없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27
을 만큼 많은 죄를 짓게 된다. 고 명백히 규정했다. 또 오신( 五 辛 )을 먹어서는 안 된다. 고 하였다. 여기에서 오신 은 마늘 파 부추 염교 薤 흥거 ( 興 渠, 무릇)를 가리킨다 39. 이 두 가지는 이미 매우 엄격한 계율로 되어 있었다. 불교가 중국에 전해져오면서, 소식 이 널리 퍼져나가는 역할을 하여 그것을 유행시켰다. 많은 식물 가운데 오신 만을 금지한 이유는 마늘을 먹은 비구가 부처의 설법을 들으러 왔다가 마늘 냄새에 부담을 느낀 부처가 얼굴을 자주 돌렸다는 이야기, 그래서 부처가 마늘, 파, 부추 종류를 먹지 마라 는 계를 정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수능엄경( 首 能 嚴 經 ) 에 의하면 모름지기 세간의 오신채를 끊어야 하는데 이것을 익혀 먹으면 음욕을 일으키고 날 것을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증대시킨다. 40 고 하여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금했을 가능성이 많다. 중국학계에서는 소식 이 단지 불교에서 기원한다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주장도 있다 41. 중국에서 의 소식소채( 素 食 素 菜 ) 는 농업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고, 농업활동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된 소식자( 素 食 者 ) 였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반 백성들이 소식자, 즉 다른 말로 하면 풀만 먹는 곽식자( 藿 食 者 ) 였다. 고대의 통치계급은 육식자( 肉 食 者 ) 였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반 백성들이 채식만을 고집하는 소식주의자( 素 食 主 義 者 ) 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은 육식을 바라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소식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백성과 닮겠다는 생각을 지닌 선종의 승려들이 담백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소식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많다. 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귀족들이 상반된 입장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중국의 소식은 불교의 영향 아래에서 크게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한반도와 일본열도로 전해져서 불교의 채식 위주 식사가 강조되었다. 불교도가 받는 기본계인 오계, 곧 1 살생하지 말라[ 不 殺 生 ], 2 도둑질 하지 말라[ 不 偸 盜 ], 3 음행을 하지 말라[ 不 邪 淫 ], 4 거짓말을 하지 말라[ 不 妄 語 ], 5 술을 마시지 말라[ 不 飮 酒 ] 중에도 가장 먼저 불살생계( 不 殺 生 戒 )가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끗한 고기 淨 肉 는 어떤 목적으로 죽 인 고기가 아닌 고기, 곧 비구( 比 丘 )를 위하여 죽인 것이 아닌 고기를 말한다. 이때 보고 見, 듣 고 聞, 의심이 가는 疑 세 가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마하승기율 권32에서는 눈앞에서 죽 인 것, 귀로 누구를 위하여 죽였다고 들은 것, 비구를 위해 죽였다는 심증이 가는 것을 말한다. 술 을 금하는 이유는 육방예경( 六 方 禮 敬 ) 과 선악소기경( 善 惡 所 起 經 ) 에 술을 마셔서 얻는 해악을 열거하고 있다. 즉 술은 생명을 손상시키지는 않지만 마음을 어지럽혀서 잘못을 생기게 하기 때문 에 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주된 종교로 수용하는 많은 지역에서 고기를 먹는다. 오랫동안 영국 의 식민지로 있었던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심지어 쇠고기 식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곧 금기 사항들 39 한국의 사찰에서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의 다섯 가지를 오신 이라 한다. 중국의 염교 는 백합과의 다년생 풀로 달래와 는 다른 것이다. 지역마다 사정에 맞추어 오신 의 대상이 다르다. 대체로 오신 은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특징 을 지녔다. 아마도 식욕을 돋우고 정력을 높여서 수양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생긴 규율이 아닌가 여겨진다. 40 서혜경, 불교의 음식문화, 비교민속학회, 민속과 종교, (서울: 民 俗 苑, 2003), 180-87쪽. 41 왕런샹(주영하 옮김), 중국음식문화사, 서울:민음사, 2011, 510쪽. 28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이 약화되어 갔다. 육식의 제한은 승려들과 독실한 신자들에 한해서 행해졌다. 그들은 정오 이후 로 먹지 않고 차와 코코넛밀크만 마셨다. 불교신자들은 경우에 따라 동물을 먹기도 한다. 현대 중 국과 일본에서는 문화적인 편견보다 경제적인 사항을 고려하여 고기를 먹는다. 태국에서는 생선을 보편적으로 먹는다. 음식 규제보다 살생을 강조할 뿐이다 42. 4. 종교음식의 새로운 소비양상과 종교의 대응 최근 코셔푸드(Kosher food)와 할랄푸드(Halla food)가 구미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다. 주로 유대 교 사회가 중심이 되어 코셔푸드를 이슬람교 사회가 중심이 되어 할랄푸드를 소비하고 있지만, 종 교공동체를 벗어나서 이들 음식이 소비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가령 2004년 아르헨티나의 코 셔푸드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비 경향이 있다고 적었다 43. 10-15%의 소비자는 독 실한 유대교 신자로 그들은 매일의 식사에서 코셔푸드를 소비한다. 하지만 30-40%의 소비자는 주로 종교적 축제에만 코셔푸드를 소비한다. 이들은 일종의 전통주의자라고 불릴만하다. 이에 비 해서 일부 이슬람교도와 제칠일예수재림교도, 채식주의자, 일부 환자들도 코셔푸드의 소비자이다. 비록 비유대교 신자들이 점하는 코셔푸드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지만, 종교음식이 또 다른 양상 으로 전개되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데서 흥미를 끈다. 그 이유는 식재료의 윤리적 생산과 유통이 코셔푸드나 할랄푸드를 통해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이슬람교에서는 할랄푸드의 고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도살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허 용된 음식 역시 꾸란(6:121)에 따라 특별한 도살법에 의해 도살되는데, 짐승의 얼굴 왼쪽 편을 메 카에 있는 카바 신전 쪽으로 향하게 하고, 비스밀라 알라후 아크바루 를 암송한 후 가장 잘 드는 도구로 목과 식도, 정맥을 단번에 절단하여 피를 완전히 제거한다. 이러한 도살법을 Zabiha라고 하고 이렇게 도살된 고기가 HALAL Meat이다. 44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세계인구의 25%를 차지하는 16억 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서 2010년 할랄푸드의 시장 규모를 약 6500억 달러로 추정하는 보고서도 있다. 세계 식품시장의 약 13%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서 최근 한국의 대형식품회사들도 무슬림을 위한 식품 생산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생산하는 공장제 식품에 할랄푸드임을 증명하는 마크를 붙여서 무슬림에게 팔고 싶어 한다. 이제 할랄푸드는 종교음식의 범주를 뛰어넘어 경제적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하 지만 할랄푸드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은 유기농산물이나 슬로푸드에 비해서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이 라는 인식이다. 이 점은 종교 내부에서의 소비를 뛰어넘어 종교 외부로 종교음식이 확산되는 계기 42 초기불교의 음식과 수행 관계에 연구는 공만식, 초기불교의 음식과 수행의 관계에 대한 고찰, 선문화연구 4권, 2008 을 참고하기 바람. 43 Maria Julia Balbi, Argentina Kosher Foods Report 2004, USDA Foreign Agricultural Service GAIN Report, 2004, 10. 44 최영길, 이슬람 문화의 이해, 서울:신지평, 1997, 209쪽.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29
를 만들어낸다. 이 점은 실제로 구미사회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최근에 제1세계는 물론이고 지구촌의 많은 사회 에서 공장형 축산(factory farming)에 의하여 생산된 고기가 유통되고 있는 점과 일정한 관련이 있다. 알다시피 공장형 축산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한다. 특히 윤리적 문제는 심각하다. 공장형 축 산물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당연하고, 가축의 건강과 복지 문제, 환경에의 영향, 그리고 대형 공장 운영에 의해서 발생하는 인간의 노동단가 문제 등이 그것이다. 보다 값싼 공장 형 축산물을 소비하는 인간은 비만의 문제에 노출되며, 공장에서 가축 먹는 사료의 증가는 기근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코셔푸드와 할랄푸드의 고기 도살법이 비유대교, 비이슬람교 사람 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종교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의 스테파니 카자(Kaza, Stephanie) 교수는 구미사회에서 육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고기를 먹을 것인가 먹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하나의 딜레마가 되었 다고 보았다 45. 사실 마빈 해리스는 채식주의(vegetarianism) 중에서도 극단적인 완전 채식주의인 비거니즘(veganism)이 역사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오해 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말이다. 고기와 생선, 가금류와 그 밖의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달걀 우유 치즈, 혹은 다른 유제품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동물성식품에 대한 편견을 공언한 사람들은 극히 소수의 사제, 수도사, 신비주의자뿐이다. 46 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진정한 채식주의자는 전문용어로는 비건(vegan)이라고 한다. 47 면서 이 보기 드문 진정한 채식주의자의 이야기에서 끌어내야 하는 교훈은 스스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가끔 출현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교 훈과 마찬가지로 이런 것이 매우 일반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48 고 단 언하였다. 하지만 스테파니 카자는 21세기에 들어와서 미국에서 불교신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정신수행의 실 천과 함께 동물에 대한 동정심이 깊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49. 2002년에 스테파니 카자는 미국과 캐나다의 불교센터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앙케이드 조사를 실시하였다 50. 비록 회답자가 85 명으로 회수율이 45%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흥미를 끌었다. 회답자 전체의 45%는 스스로 를 채식주의자라고 했고, 7%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라고 답했다. 이것은 일반적인 구미사회의 식습 관보다는 매우 높은 결과이다. 하지만 35%는 육식을 먹는다고 했으며, 15%는 고기는 먹지 않지만 생선을 먹는다고 대답했다. 스테파니 카자는 이것을 도표로 제시했다 51.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미국과 캐나다의 불 45 Kaza, Stephanie., WESTERN BUDDHIST MOTIVATIONSFOR VEGETARIANISM, Worldviews: Global Religions, Culture, and Ecology, Volume 9, Number 3, 2005, p.385. 46 마빈해리스(서진영 옮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서울:한길사, 1992, 25쪽. 47 마빈해리스(서진영 옮김), 앞의 책, 25쪽. 48 마빈해리스(서진영 옮김), 앞의 책, 25쪽. 49 Kaza, Stephanie., Ibid. p.386. 50 Kaza, Stephanie., Ibid. p.403. 51 Kaza, Stephanie., Ibid. p.403. 30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교신자가 모두 채식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불교신자가 지닌 채식에 대한 인식은 종교 적 교의와 함께 환경이나 세계의 기아문제 등에 대해서 보강될 필요가 있음도 발견했다고 스테파 니 카자는 밝혔다 52. 불교신자에게 채식주의가 지닌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동기를 부여한다면 불 교의 교의는 실제의 식습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미사회는 물론이고 지구촌의 불교가 동물보호운동, 기아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 환경보호운동, 반공장형 축 산물에 대한 운동 등에 뛰어들 필요가 있음도 보여준다. 환경학자 스테파니 카자는 불교라는 종교 가 채식주의자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불교의 확산에도 채식주의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 을 강조한다. <표 2> 불교전통에 따른 식습관 구분 채식주의자 극단적인 채식주의자 고기를 먹는 사람 기타 남방불교도(16) 63% 0% 31% 6% 선불교도(8) 50% 12% 38% 0% 일본불교도(17) 44% 13% 13% 30% 티베트불교도(32) 31% 6% 47% 16% 계파 소속 없는 자 33% 0% 33% 33% 두 개 혹은 더 많은 계파의 전통을 가진 자 44% 11% 33% 11% 오늘날 세계의 식량문제는 인류의 지속가능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공장형 축산물은 인간 이 먹어야 하는 식량을 먹고 사육되어 고기 덩어리로 식탁에 오른다. 돼지고기 1킬로그램에는 곡 물 4킬로그램이, 쇠고기 1킬로그램에는 9 킬로그램이 소비된다 53. 그렇다고 고기 대신에 생선을 먹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식량농업기구의 2008년 세계어업보고서 는 대서양 북동부와 인 도양 서부, 태평양 북서부에서 남획이 특히 심해 어종의 일부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결론에 이 르렀다 54. 여기에서 종교의 역할을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종교가 지구촌의 식량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이유 역시 본래 종교음식이 지닌 종교적 의미와도 일정하게 상통하기 때문이 다. 단지 코셔푸드나 할랄푸드, 불교음식의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각 종교가 교의적으로 본래부터 품고 있던 자연과 신과의 교감, 수행을 위해 행하는 금식 금욕, 그리고 환경 자연 동식물 인간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종교음식에 접맥시킬 필요가 있다. 이 런 의미에서 21세기 종교음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음식에 대한 종교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만들고, 52 Kaza, Stephanie., Ibid. p.405. 53 빌프리트 봄머트(전은경 옮김),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서울:알마, 2011, 167쪽. 54 빌프리트 봄머트(전은경 옮김), 앞의 책, 180쪽.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31
자신의 개인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건강과 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앞장서야 한다. 오로지 자신의 종교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보다는 공공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곧 종교음식이 지 닌 본래의 종교적이면서도 문화적인 의미를 확신시켜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식량과 건강의 문제 를 종교가 전면에서 다루어야 할 때가 지금이다. 5. 결론 : 한국사찰음식 문화관광 자원화의 전제 불교도들이 주로 먹는 종교음식은 엄밀하게 말하면 불교음식(Buddhist food, Buddhist cuisine) 이라고 지칭해야 옳다. 하지만 한국불교계에서는 사찰음식(Korean Buddhist temple food)이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이다. 간혹 절 음식 이라는 용어도 쓰인다. 사실 사찰음식이나 절 음식은 스님들 이 자셨던 음식을 가리킨다. 새벽 3시의 기상에서부터 밤 9시 취침까지의 꽉 짜인 일과표와 복제 ( 服 制 ) 및 음식에 이르는 하나하나가 모두 금욕의 수단으로 통한다. 절 음식이라 하면 갓 들어 온 행자( 行 者 )가 마구 주물러 놓은 것이 아닌 다음에야 그 맛깔은 담백하고 정갈하다. 식물성 가운데 서도 파 마늘 달래 등속은 음심( 淫 心 )을 일으키는 강장제라 하여 금기( 禁 忌 )하고 담배도 물론이나 술만은 본심을 잃지 않는 한 곡다( 穀 茶 )라고 애교 있게 해석한다. 55 그런데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영양과잉 문제는 사찰음식 혹은 절 음식에 대한 관심을 본격 적으로 불러일으켰다.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불교스님들의 특별한 음식이라고만 생각됐던 절 음 식 이 새로운 건강식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 지나친 고기섭취의 부작용으로 고혈 압,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채소가 주된 재료인 절 음식에 대 한 일반인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56 건강을 가져올 수 있는 대안으로 사찰음식이 부각되 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이 기사는 보여준다. 그것은 채식=건강식 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 기사 이후 사찰음식이 일반인의 애호를 절대적으로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사찰음식이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부각된 때는 이명박 정부의 한식세계화와 관련이 있다. 비 록 그 전에도 사찰음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있었지만, 한식세계화가 정부에 의해서 주도되기 이 전에는 매우 부분적이었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행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사찰 음식의 부각에도 일정한 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불교계가 중심이 되어 2006년에 한( 韓 ) 브랜드 박람회를 계기로 사찰음식의 우수성 및 대중화 방안 심포지엄이 열렸고, 2007년에 사찰음식의 조리법 표준화 및 대중화를 위한 기초조사, 2009년에 한식 세계화를 위한 사찰음식 위상, 역할에 대한 논의와 발전방향 모색, 사찰음식과 채식의 대중화를 위한 세미나, 2010년에 사찰음식 학술 심포지엄 등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반영되어 2002년에 설립된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는 사찰음식 55 修 道 僧, 동아일보 1971년 3월 27일자. 56 고기없는 절음식 건강식 으로 새 인기, 한겨레 1992년 11월 25일자. 32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사찰음식의 정의 : 모든 생명에게 감사하고, 온 세상의 화 평을 기원하는 음식 이란 제목으로 시작되는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찰음식은 불교의 수행이 이루 어지는 절에서 먹는 모든 음식을 말합니다. 보통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을 일컬으며, 흔 히 절밥 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찰에서는 음식재료를 재배하는 일에서부터 음식 만드는 일 등을 수행의 연장선으로 생각합니다. 법당의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준비하듯, 음식을 정성껏 만 들어 사부대중이 평등하게 나누어 먹습니다. 그러므로 사찰에서 먹는 밥만을 사찰음식이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협소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행하는 정신을 계승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를 얻기 위해 먹는 음식, 바로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사찰음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 문에 사찰음식은 먹는 방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예: 발우공양), 여기에 내재된 깊은 철학적 바탕 을 되새기며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찰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만들어지기까지 수고한 많은 이 들의 노력과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며, 육신을 유지할 정도로 적당한 양만을 먹고, 음 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오래 수행의 과정에서 형성된 음식문화와 그에 담 긴 불교적 정신을 이해하면서 사찰음식을 만난다면 더욱 그 진가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 가 바뀌어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이 웰빙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사찰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사찰음 식을 음식점이나 대중매체 등 가까운 주변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찰의 음식 은 일반인들에게 더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사찰음식에 대해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 황입니다. 나는 이 정의가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특히 사찰음식이 수행과 정진, 그리고 절식( 節 食 )과 음식물 쓰레기 없애기 등과 같은 내용은 본래의 종교적 교의와도 통하는 내용이다. 이것이 전제되 지 않고 한국사찰음식이 단지 건강을 이끄는 웰빙 식품이라는 인식이나 한국음식의 원형이라는 생 각에는 문제가 있다. 앞에서도 소개했듯이 미국의 환경학자 스테파니 카자는 크리스토퍼 퀸 (Christopher S. Queen)의 서양에서의 참여불교(Engaged Buddhism in the West) 란 책을 인용 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불교 채식주의자들은 서양이나 비서양을 막론하고 그들 스스로 불교도 동료들에게 도덕적 무게감을 던져주어야 한다. 채식주의에 기초한 도덕적 행동주의는 사회 적으로 참여불교를 확산시키는 운동에 가장 적합하다. 고 보았다 57. 그러면서 스테파니 카자는 철 학자이면서 불교활동가인 도날드 로스버그(Donald Rothberg)가 제시한 참여불교의 네 가지 원칙 을 불교채식주의자(Buddhist Vegetarian)에게도 요구한다 58.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 한국의 사찰음식이 지향해야 할 점에 대해서 부언하려 한다. 첫 번째는 개인적이면서 주관적인 측면을 어떻게 보다 공공적이면서 사회적 측면과 연결시킬 것 인가 하는 점이다. 간혹 한국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서 불교신자가 아닌 참여자에게 사찰음식이 지닌 너무나 강력한 종교적 의미를 설명한다든지, 아니면 세속적인 건강만을 강조하는 사례가 있 다고 알려진다. 한국사찰음식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채식주의 태도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지구의 57 Kaza, Stephanie., Ibid. p.408. 58 Kaza, Stephanie., Ibid. p.408. 발제문 1_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33
환경과 생태적 조건을 개선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지 개인의 건강만을 내세우면 사찰음식이 될 수 없다. 사찰음식의 실천은 전 지구적 문제의 해결이라는 공공성과 연결되어야 한 다. 한국사찰음식이 채식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공장형 축산물이 지닌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이면서 공공적인 차원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데 있다. 두 번째는 어떤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 집단 에게 죄악이나 잘못이 있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즐거우면 다른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는 인식은 너무나 불교적이다. 불교채식주의자가 육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육식으로 인해서 기아 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제공할 식량이 줄어들 가능성 때문이다. 사찰음식에서 내세우는 채식 이나 절식은 기근을 겪는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고통의 나눔이 곧 한국사찰음식이 지녀야 할 철학이다. 세 번째는 내딛는 걸음마다 평화(Peace is every step)이듯이 불교채식주의의 작은 실천 하나 는 바로 인간과 동물,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더욱 좋게 해준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육식을 위해 가축을 얼마나 야만적으로 다루는가 하는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불교채식주의자가 육식을 하 지 않겠다는 신념은 오로지 자신만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 통을 함께 나눈다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 곧 채식이라는 작은 실천이 장기적으로 강력한 힘 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요구된다. 네 번째는 사회적 변혁은 화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다. 왜냐하면 육식의 문제는 동물과 사회가 환경 파괴 없이 지속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래 불교의 여덟 가지 깨달음 중 하나인 정정진( 正 精 進 )과 관련이 있 다. 알다시피 일심으로 노력하여 아직 나지 않은 악을 나지 못하게 하고, 나지 않은 선을 나게 한 다는 정정진은 사찰음식의 실천에서도 드러난다. 곧 채식은 자칫 육식이 야기할지도 모르는 환경 파괴를 미리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고, 환경보호라는 작은 싹을 트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앞의 네 가지 참여불교에서 제시하는 관점이 한국사찰음식에서도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를 바란다 59. 이것이 전제가 된 후에 한국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 다. 왜냐하면 한국사찰음식은 본래 불교라는 종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종교 활동과 영성 생활은 장수를 포함하여 정신적이면서 육체적인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을 높여준다. 이것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공동체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도 달성할 수 있 는 종교의 순기능이다. 한국사찰음식 역시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철학을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한국사찰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방안 마련에 앞서서 정립해야 할 전제이다. 59 한국불교에서의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글을 보기 바란다. 정지용, 한국불교에서 불살생의 현대적 접근에 관한 고찰, 선문화연구 5권, 2008. 34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토론문 1 주영하 교수의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에 대한 논평 류제동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주영하 교수는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이라는 제목 아래 종교음식에 대하여 문화인류학과 민 속학의 시각에서 이론적으로 포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적 접근에서 그는 타부 (taboo)와의 밀접한 관련성에 주목하면서, 일상과 비일상을 규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으로서 축제에 포인트를 둔다. 그러면서 그는 20세기 이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종교 음식도 특정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 소비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여기에서 서구에서의 채식운동이 새롭게 부각 되며, 그러한 맥락에서 불교 음식이 갖게 되는 중요한 위상이 드러난다. 본 논평에서는 이와 같은 주영하 교수의 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필자가 전공하는 종교학의 관점에서 보완하는 글을 전개하 고자 한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 그리고 그 먹어야 산다는 사실은 인간이 반성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행 위에 대하여 의문을 갖기 시작한 이래 주된 성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종교가 인간의 삶 전반을 관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삶을 유지하는 데 먹는다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점에서 종교 에서 먹는다는 것의 문제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사실이라 하겠다. 세계 각 주요 종교 전통에서, 그리고 소위 원시적 종교 전통들에서도, 사람들이 먹어야 산다는 사실을 중시해왔다는 것은 두루 드러난다. 특히 그냥 식물을 채집해서 먹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 서 움직이는 동물들을 사냥하고 죽여서 먹는다는 사실은 상당히 위험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실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일정한 동물이나 식물을 타부 곧 금기시하는 음식으로 간주하고 특정한 시기에만 먹는 것을 허락하는 데에서 축제의 시기가 정해진다. 또는 각 사람의 인생 주기에 있어서도, 특히 성인식을 거치는 때에는 여러 가지 금기를 지켜야 하는데, 종교 인류 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 1920-1983)는 그러한 시기가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 평생으로 연 장되어 나타나는 것이 종교적 전문가 내지 수도자나 승려의 출현으로 나타난다는 관찰을 하였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한 해의 특정한 축제의 시기 전후에 즈음해서 또는 성인으로 되어가는 통과의 례의 시기에 금기시하는 것을 온전히 종교적인 사람들은 평생 동안 금기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론문 1_주영하 교수의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에 대한 논평 35
이러한 종교적 사실은, 어떤 한 사회에서 전체 사람에게 일정한 시기 동안 또는 일부의 사람들 에게는 평생 동안 특정한 금기를 지키도록 함으로써 그 금기를 통하여 그 사회가 유지되는 데 중 요하게 의식해야 할 것들을 유념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에서 그러한 금기가 과연 과학적으 로 근거가 있는 금기인가, 아니면 오직 그 사회가 자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의 역할만 이 있는 것인가에 관해서는 다소의 논란이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의 이러한 논란과는 별도로, 각 사회 내부에서 그러한 금기를 지키고 그와 관련된 사실들에 대하여 각별한 주의를 보인다는 것은 주목될 필요가 있다. 인도는 다른 종교전통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훨씬 더 민감하게 불교 이전부터 음식에 대 하여 주의를 기울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인도의 전통적인 윤회 관념은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 리 자신이 윤회하여 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의식하게 했을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우리가 먹 는 것에 대해서 더욱 반성적인 성찰을 촉구하였을 것이다. 불교에서 이러한 윤회 관념은 연기( 緣 起 ) 관념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하면서 존재하는 세계관을 제시하는 연기 관념에서 다른 생명체들은 그저 인간이 소비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의지할 대상이기도 한 것이 다. 각자는 연기의 세계를 이루는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주목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불교와 비슷한 시기에 인도에서 발흥한 자이나교는 생명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세계 어느 종교보다도 심각하게 의식하는 종교로서 힌두교는 물론이고 불교에 대해서 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그리고 출세간을 지향하는 종교이면서도 세간과 더 불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불교는 시대와 지역의 변화에 따라서 적응하면서 음식에 대한 의식을 변화시키고 발전시켜 왔다. 특히 인도에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로 불교가 전파되면서 불교는 한자 문화권의 전반적인 틀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이루어냈다. 중국에서는 특히 초목에 대 해서도 동물과 별다름이 없다는 의식을 하게 되면서 초목도 성불할 수 있다는 사상이 전개되고, 이러한 맥락은 채식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더욱 연기적 세계관을 심층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 다. 틱낫한 스님이 밥알 한 톨에서 농부의 땀방울과 푸른 하늘과 내리는 빗물과 구름을 의식하여 마침내 온 우주의 연기적 진리를 의식하라고 하는 말씀은 이러한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의 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전 문적 종교인으로서 수도자 내지 성직자와 재가자 내지 일반 신자들의 구분은 거의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대의 개막과 더불어 오늘날의 시대는 그러한 성속의 구분을 넘어서는 방향 으로 전개되어 왔다. 불교에 있어서는 이미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된 이래 특히 선불교의 흥륭과 더불어 마조 도일( 馬 祖 道 一, 709-788)의 평상심시도( 平 常 心 是 道 )라는 어구가 상징하듯이 승속 의 구분이나 성속의 구분은 적어도 이념적으로는 초극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초극이 의 미하는 바는, 일부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승가의 세속화라는 문제를 안게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 만, 긍정적으로는 승가와 세속의 더욱 긴밀한 관계로 이어지는 데 있다. 사찰 음식의 대중화와 관 광자원화 가능성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르게 보아야 할 것이다. 사찰 문화가 대중문화로 확산되는 과정이 오늘날 더욱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소이도 바로 36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여기에 있고, 사찰 음식이 그 중요한 문화의 하나로서 주목되는 것도 그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식산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그 지식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등장하는 것이 관광 산업이다. 이 관광 산업은 단순히 먹고 즐기는 산업에 그치는 것이 아 니라, 자신의 삶의 경계를 넘어서서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학습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인류 문화의 한층 성숙된 차원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다른 문화를 보고 듣고 체험하는 여러 과정 중에서 입에 음식을 넣는다는 것은 자신의 몸속으로 구체적인 물질을 받아들여서 자신 의 것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은 조리하는 과정에서 그 식재료가 우리의 손길을 두루 거치며 촉감을 주고, 그 다양한 색의 조화가 눈으로 보이고, 입 으로 씹히는 소리를 통하여 청각을 자극하고, 그 향기가 코로 전해지며, 혀의 미각을 통하여 그 맛이 전달되는 등 우리의 오감이 두루 반응하게 하며, 또한 그 음식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통하 여 우리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곧 붓다의 가르침을 교리적 차원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감 각 기관을 통하여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 음식인 것이다. 어느 문화나 그 문화의 핵심에는 종교가 있다. 그러나 그 종교는 또한 다양한 금기와 배타성을 갖고 있어서, 그 금기가 다른 문화와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령 우리 나라에서 초코파이를 중동의 이슬람 지역으로 수출할 때에는 동물성 재료를 그곳의 금기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 주의사항을 유의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다행히 오늘날 채식은 어느 지 역에서나 큰 거부감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발간되기도 한 리어 키스의 채식의 배신 이라는 책은 채식에 대한 경계 심리와 부정적 반응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여기에 또한 사찰 음식이 수반하는 불교적 가르침이 어떤 형태로 소통되느냐의 문제가 고려되어 야 한다. 불교가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합리적인 종교로서 누구나의 이성에 호소할 수 있는 장점 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 연기적 세계관이 다양한 종교문화를 지닌 사람들에게 두루 호소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가급적 그 지역 종교문화와 마찰함이 없이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 로 소통될 필요가 있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상호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음식 문화는 단순히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화 전반의 맥락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진지하게 의식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찰 음식은 인도와는 다른 기후와 풍토에서 동아시아의 문화와 어우러져 발전되어 왔다. 탁발만으로 식사를 해결하던 인도와 달리, 독자적인 공동체적 식사의 과정을 형성해온 것이 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사찰 음식 문화가 오늘날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과제 앞에서 어떠한 발전을 이루어갈 것인가는 오늘날 세계 종교 음식 문화 전개의 흐름에 대한 주의 깊은 조망과 더불어, 우 리나라의 사찰 음식 문화가 우리나라의 대중은 물론이고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고려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법구경 에도 쾌락만을 위하여 살고 그 영혼이 조화롭지 않으며 자신이 먹는 음식을 성찰하지 않고 게으르며 덕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한 자는 악마에 의하여 동요되고 이기적인 충동에 의하여 동요되는 것이 마치 약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같다. 라는 말씀이 있다. 관광산업이 단순 토론문 1_주영하 교수의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에 대한 논평 37
히 쾌락만을 추구하는 산업으로 흘러가고 악마 의 존재도 오늘날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지니 지 못하는 우화 속 존재로 간주되는 상황에서라면 법구경 의 이러한 말씀은 별다른 여운을 남기 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기증을 느끼게 할 만큼 급속하게 변화하는 기술문명과 함께 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혼돈을 겪고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영혼의 조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은 점 증하고 있다. 악마 라고 하는 말은 별 설득력이 없을지라도 이기적인 충동 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 다. 아니 아직도 유신론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구 인류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 도 그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요컨대, 종교음식의 이론적 조망 에서 주목하고 있는 타부의 맥락은, 논자가 다소 너무 확대하 여 해석하고자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오늘날 여전히 지구상의 많은 지역을 점하고 있 는 이슬람권을 비롯해서 여러 지역에서의 음식문화는 그 지역의 종교를 중심으로, 그리고 오늘날 음식을 대하는 다양한 풍조의 변화와 더불어, 그 금기 사항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될 필요가 있다. 그 타부는 각 문화의 종교적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불 경스러운 접근은 돌이키기 어려운 불화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하여, 우리나라의 사찰음식 문화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대중화하고 세계화하는 작업을 해나갈 때, 우리나라의 다른 모든 문화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사찰음식 문화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먹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산다는 것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계기 를 주는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현대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가 상당히 와해 되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게 되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오히려 편하게 여기기도 하는 상 황이 된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다운 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여러 해 동안에는 담장 허물기 등 형식적으로나마 공동체 복원의 노 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보다 본격화되는 데에는 각 소지역 단위로 지역 축제를 활 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고, 그러한 지역 축제에서는 오늘날 주목되고 있는 로컬 푸드 의 의미도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도 사찰음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 을 것이다. 38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주제2 종교음식의 문화관광 자원화 현황 - 이웃종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토론 박현도 명지대학교 중동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슬람의 음식문화와 할랄 음식의 관광자원화 방안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글머리에 1. 이슬람의 음식관 2. 할랄(Halal) 도살 방식의 의미와 이슬람의 일상음식 3. 세계 할랄 산업의 현황과 추세 4. 국내 할랄 음식 관광자원화 현황 5. 바람직한 방향과 벤치마킹 결론
발제문 2 이슬람의 음식문화와 할랄 음식의 관광자원화 방안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글머리에 음식문화는 한 지역이나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음식을 둘러 싸고 일어나는 인식, 호불호, 종교적 신념, 금기, 의례, 도살방식과 조리방식, 재료선택 등은 오랜 역사성과 함께 한 개인이나 공동체가 갖고 있는 총체적 문화의 압축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음식의 특징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의 인식영역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모든 바다생물과 식물은 음식으로서 폭넓게 인정하되, 동물의 생명 박탈에 대해 엄격한 절차와 영 성적 과정을 설정하고 있다(꾸란 2:168, 2:172-173, 5: 3, 5: 96 참조). 즉, 꾸란에서 특별히 금기되지 아니한 것과 이슬람식으로 도살한 고기만을 취하도록 한다. 허용되는 것을 할랄(halal), 금기되는 총체를 하람(haram)이라고 한다. 이슬람 음식금기는 그 연원을 따져보면 유대교의 레위기에서 찾 을 수 있으나 1, 독특한 문화적 재해석과 이슬람법의 다양한 적용으로 이제는 15억의 무슬림 인구 의 음식문화에 일상적으로 관계할 뿐만 아니라, 지구촌 나머지 인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국내에 거주하는 약 10만의 무슬림 소비자는 물론 15억 무슬림들의 거대한 이주와 이동, 관광이 본격화되면서 그들의 독특한 음식 문화와 적절한 할랄 공급이 관광자원의 새로운 부가가치 로 급속히 대두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할랄 음식의 문화관광자원화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 1 같은 성서를 경전으로 삼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레위기의 음식금기를 해석하고 실천하는 방식에는 차 이가 있다. 즉 신명기와 레위기에서는 중요한 것은 특정한 개별 동물이 부정한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동물의 분류체계 에 따른 부정한 음식 여부의 기준(Douglas 2002, 78-79)이다. 예를 들면 네 발 짐승 가운데 굽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새김질하는 짐승은 먹을 수 있다고 하며, 이 둘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지 않는 것인 토끼, 낙타, 오소리도 돼지와 함께 부정한 동물이 된다. 레위기에서는 먹을 수 없는 부정한 동물을 네 발 달린 짐승 뿐 아니라 곤충류, 조류, 어류 가운데서 도 규정한다. 이에 비해 기독교에서는 특히 신약성서의 몇 구절에 대한 확대해석을 통해 구약의 신명기와 레위기에서 그 토록 강조했던 음식금기가 사실상 절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발제문 2_이슬람의 음식문화와 할랄 음식의 관광자원화 방안 43
에 있다. 할랄 음식의 소비규모가 제한되어 있고, 할랄이나 더 나아가 이슬람 문화 전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편견과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이슬람 종교음식에 대한 이해와 선호도 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도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이슬람중앙회가 무슬 림 관광객 편의를 위해 할랄 도시락 사업을 시도하였고, CJ, 농심 같은 대표적인 식품회사들도 무슬림 고객들과 시장을 겨냥한 할랄 식품 수출을 해오고 있다. 지구촌 1/4에 해당되는 이슬람 문 화권을 겨냥한 할랄 산업이야 말로 미래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며, 관광자원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중요성과 미래 시장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할랄 음식의 관광자원화는 단순히 이슬람 고기를 공급하고 판매하는 수준이어서는 곤 란하다. 최근 할랄이 하나의 총체적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해와 접근 이 절실해 졌다. 흔히 할랄 산업을 이슬람의 금기인 술과 돼지고기 같은 음식에 한정해서 생각하 지만, 실상은 식음료 분야뿐만 아니라 금융, 보험, 서비스, 관광(호텔), 제약, 화장품, 바이오산업, 사료, 의복, 패션 등에도 적용되는 무슬림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총체적 삶의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 다. 2010년 통계로 할랄 산업 규모는 금융 부분을 제외하고도 2조 3천억 달러에 달했고, 앞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맥도날드가 할랄 버거를 출시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세계적인 치킨업체인 KFC도 최근 영국 전역에 100여 개의 '할랄 버거' 전문매장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버거킹, 도미노, P&G, 까르푸 등 다국적기업들이 앞다투어 할랄 인증을 받으 며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터키, 말레이시아를 선두로 이슬람 국가는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중국, 일본 등도 발 빠르게 할랄 산업 진출과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도 할랄 식 품은 전 세계 식품산업 매출의 약 25%정도를 차지한다. 정확하게 무슬림 숫자의 비율과 일치한다. 더욱이 향후 15년 내 전 세계 인구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슬림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할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21세기 미래형 산업으로 우 리가 할랄 산업에 남다른 관심과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원래 국내 종교음식 관광자원화 현황을 살펴보는 취지로 기획되었으나, 아직 이웃 종교 인 이슬람 음식의 관광자원화 현황은 초보적 단계이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도 구할 수 없 어, 향후 할랄 산업 활성화와 관광자원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할랄 음식의 불교 사찰음 식과의 협업이나 공통분모를 찾는 것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1. 이슬람의 음식관 이슬람 음식의 특징은 앞서도 언급되었듯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비교적 뚜 렷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 구분은 무슬림들의 절대경전인 꾸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 44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
행록인 하디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폭넓게 수용되고 적용된다는 특 징을 갖고 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그의 하디스에서 할랄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고, 하람은 금지하신 것이나, 꾸란에 아무런 언급이 없는 사항은 모두 너희에게 허락되어 있느니라. 고 대답했 다. 따라서 몇 가지 금기 사항만 유의하면 모든 것이 허용되어 있는 것이 이슬람 음식의 특징이다. 꾸란에 비친 음식금기의 정의를 보자. 믿는 자들이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부여한 양식 중 좋 은 것을 취하고 그 분께 감사하고 그 분만을 숭배하라.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는 죄악이 아니다. 하느님은 진실로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신 분이니라 (꾸란 2장 172-173절). 이어 다른 꾸란 구절(제5장 3절)에서는 먹을 수 없는 육류 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즉, 하느님의 이름으로 잡지 않은 것, 목 졸라 죽인 것, 때려잡은 것, 떨어뜨려 죽인 것, 서로 싸우다 죽은 것, 다른 야생동물이 먹다 남은 고기, 우상에 제물로 바쳐졌던 고기, 화살로 점을 치기 위해 잡은 것 등이다. 이처럼 꾸란에서는 동물에 관하여 돼지고기와 죽은 고기, 피, 그리고 하느님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죽이거나 죽은 동물의 고 기를 금지사항으로 규정해 놓았다. 나아가 무함마드는 하디스에서 집에서 가족처럼 기르던 당나귀와 노새의 식용은 물론 뾰족한 엄 니나 독치를 가진 동물,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맹수, 그리고 독수리, 매, 송골매, 솔개 같은 조류를 먹어서는 안 될 동물로 규정해 놓았다. 이슬람식 도살 시행세칙에서는 보다 더 구체적인 금기사항 을 규정하고 있다. 돼지, 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육식동물(호랑이, 곰, 코끼리, 고양이, 원숭이 등), 발톱을 가진 맹금류, 이슬람에서 죽이는 것이 금지된 동물(벌, 딱따구리 등), 해충(쥐, 지네, 전갈 등),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곤충(이, 파리, 구더기 등) 등이 소비가 금지된 동물에 해당한다 (오명석 2012). 결국 양, 소, 염소, 낙타 등과 같은 초식동물을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동물로 한정해 놓았지만, 반드시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리고 잡은 고기를 취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한편 모 든 해양 동식물은 모두 정당하게 먹을 수 있다. 바다에서 취해진 음식은 너희와 여행자들을 위해 허용하니라. (꾸란 5장 96절)라 했고, 무함마드 또한 바닷물은 깨끗한 것이며 그 안에서 죽은 동물 또한 먹어도 좋은 음식이니라. 고 말했다. 한편 이슬람에서는 육식에 여러 가지 제한을 두었지만, 굶주림이나 강제와 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허용하는 문도 열어놓았다. 무함마드 사부니 같은 학자 는 꾸란 5장 4절에 근거하여 기아의 상태에서 생명을 구제하기 위해 금기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 우와 실수나 강요 또는 망각이나 무의식중에 섭취한 경우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물론 학파와 지역에 따라 이슬람에서 규정하는 금기와 허용의 범위와 방식에 미세한 해석의 차 이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한 금기는 돼지고기와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은 지나친 음주가 이성과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많은 종교에서 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이해가 되는데(꾸란 2:219, 5: 92~94), 이슬람에서 돼지고기 금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발제문 2_이슬람의 음식문화와 할랄 음식의 관광자원화 방안 45
육식 중에서도 유독 돼지고기를 금한 이유에 대해 이슬람 학자들은 돼지고기가 보유한 여러 가 지 선충들이 인간의 몸에 해롭다든지, 돼지의 습성이 나쁘다든지, 돼지고기는 사막 기후에 부패하 기 쉬워서 적합하지 않다 는 견해를 내세운다. 이슬람이 처음 발생했던 아라비아의 생태적 환경과 삶의 방식을 고려하면 돼지고기 금기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돼지고기가 오아시스 생태 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식주 동반자로서 효율성을 본다면 주요한 음식으로서의 고기, 인간에 게 젖을 나누어 주지 못하는 한계, 일상의 유목생활에서 수송과 이동의 불편함 등으로 최대의 걸 림돌이 될 뿐이다(이희수, 2011). 금기와 관련된 문화뿐만 아니라 이슬람 음식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젖의 신성성과 분배와 나눔 의 문화전통을 꼽을 수 있다. 할랄 동물로부터 얻어진 젖은 마시는 음료를 넘어서 발효시켜 요구 르트와 마시는 발효유인 라반을 만들고, 무두질하여 수백종류의 치즈를 만들고, 지방질을 모아 버 터를 만든다 그 뿐이랴. 유당을 추출하고 주정 발효시켜 젖술까지 만들어낸다. 고기와 함께 거의 완벽한 음식 문화의 꽃이 유제품이다. 젖의 신성성은 근친결혼이 허용되고 사촌결혼까지 축복받는 문화적 환경에서도 어릴 때 같은 유모의 젖을 공유한 남녀의 결혼이 엄격히 금지되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무슬림들이 단순한 할랄 고기만이 아니라, 할랄 유제품 여부에도 강한 집착 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특히 이슬람 음식금기에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문화적 특성 중의 하나가, 종교적 금기와 문화 적 혐오의 구분이다. 어떤 것이 이슬람 종교에서 금하는 율법적 음식대상인지, 어떤 것이 아랍이 나 일부 이슬람 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적 혐오 대상인지를 잘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종교적 금기와 문화적 혐오가 중첩될 때 아주 강한 터부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술은 종교적 금기이지만 많은 무슬림들, 특히 서구사회에서 생활하는 무슬림들에게 문화적 혐오감은 약하다. 반면 돼지고 기는 절대다수 무슬림들에게 종교적 금기로서 보다 문화적 혐오의 대상으로서 이미지가 훨씬 강하 디. 술을 자주 드는 무슬림들도 돼지고기 금기만은 철저히 지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아랍세계 에서 조개, 문어, 낙지 같은 갑각류와 비늘 없는 생선을 먹지 않는 것도 종교적 금기라기보다는 문 화적 혐오이고 중동의 오랜 관습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2. 할랄(Halal) 도살 방식의 의미와 이슬람의 일상음식 무슬림들은 원칙적으로 신이 허락한 음식만 취한다. 신은 먹어서 안 되는 것만 명시해 놓았고, 금지된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도록 꾸란에 밝혀놓았다. 물론 모호만 부분도 많이 있고 이것을 그대로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허용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알라의 이름으로 잡은 것 만 먹을 수 있다. 허용되는 것의 총체를 할랄이라 한다. 할랄은 도살방식에서 생명존중이라는 회 46 2013 사찰음식 정기학술 심포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