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양적완화 그리스 암초에도 출항은 비교적 순조 동향과 진단 그리스 채무위기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추가 양적완화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지만 주요 유로존 국가들의 주가지수가 상승하고 기대 인플레이션률이 높아지는 등 이번 ECB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류상윤 책임연구원 syryu@lgeri.com 212년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를 극 복한 후 회복세를 보이던 유로존 경제는 작년 2분기 들어 회복세가 둔화되고 물가상승률 하 락도 지속되어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남유럽 국가들에서 는 이미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이 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나 일본처럼 유럽중 앙은행(ECB)도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작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드라기 총재는 그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 <그림 1> 유로존 작년 12월 물가상승률 마이너스로 (%) 3.5 3. 2.5 2. 1.5 1..5 -.5 코어 ECB, 디플레이션의 기로에서 추가 양적완화 결정 하지만 ECB 정책이사회(governing council) 총지수 211 212 213 214 주: 전년동월비 상승률. 코어는 에너지, 비가공식품 제외. 자료: Eurostat <그림 2> ECB 자산 212년을 정점으로 감소 (조 유로) 3. 2. 1. 28 21 212 214 주 : ECB와 유로존 내 각국 중앙은행들의 연결재무제표상의 자산 내의 금융완화를 둘러싼 의견대립(특히 독일 이 재정규율, 구조개혁을 중시하며 금융완화 에 반대)과 각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 를 어떤 방식으로 매입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 문제로 곧바로 국채 매입을 통한 대규모 양적 완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대신 작년 1월 부터 자산유동화증권과 커버드본드 매입 프로 그램(각각 ABSPP, CBPP3)이 시행됐지만 그 규모는 매월 13억 유로에 그쳤다(작년 11, 12 월 평균). 결국 작년 12월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 물 가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그림 1> 참 조). 유가 하락의 영향도 컸지만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해왔던 것을 감안할 때 디플 레이션 기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통화당 국의 정책대응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었다. 결국 ECB도 대규모 국채 매입이라는 수단 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22일 ECB은 작년 1월부터 실시해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하겠 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BOJ)과 마찬가지 로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 을 포함해 올해 3월부터 216년 9월까지 매달 6억 유로 규모로 자산 매입이 확대 LG Business Insight 215 2 4 27
이번 추가 양적완화가 내년 9월까지 시행되면 ECB의 자산은 3조 유로로 늘어난다. 되며 기간은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ECB와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들로 구성된 유로시스템의 자산 (연결 기준)은 현재 약 2조 유로에서 내년 9월 에는 약 3조 유로로 늘어나 작년말 드라기 총 재의 발언대로 212년의 정점 수준에 다시 도 달하게 된다(<그림 2> 참조). <그림 4> 기대인플레이션률, 최근 반등 (%) 1.6 1.2.8.4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12 11 1 9 금융시장은 긍정적 반응 작년 8월 잭슨홀 발언 이후 대규모 국채 매입 이 결정되기까지 5개월이나 걸렸지만 시장은 재빠르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상을 뛰 어넘는 규모인 데다 내년 9월까지를 기간으로 하면서도 연장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국가들의 주가지수는 정책 발표가 있던 1월 22일 큰 폭으로 상승했 으며 그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그림 3> 참조). 예상이 미리 반영된 것까지 포함한다면 1월에 상승세가 뚜렷했다. 남유럽 이탈리아, 스 <그림 3> 유로존 주요국 주가는 올해 들어 상승세 8 214.9 1 11 12 215.1 주 : 214.9.1=1으로 한 지수 자료 : Bloomberg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페인의 주가가 독일과 비슷 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 도 인상적이다. 다만, 리스 크가 높아진 그리스는 정 책 발표의 혜택을 입지 못 했다. 인플레이션 기대도 높 아졌다. 물가연동 국채와 일 반 국채 가격을 비교하여 계산한 기대 인플레이션률 은 하락세에서 1월에 반등했 -.4 214.9 1 11 12 215.1 주 : 독일(5년만기), 프랑스(1년), 이탈리아(5년) 국채를 대상으로 한 Breakeven Inflation Rate 자료 : Bloomberg 다(<그림 4> 참조). 정책 발표 후 며칠 하락하였 지만 그 전의 오버슈팅이 진정되어 가는 과정일 수 있다. 이 지표 역시 이탈리아, 스페인이 독일 과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유로존 전체에서 디플레이션 기대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결정 된 이번 프로그램이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 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의 효과를 제한하는 요소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ECB는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산을 끌어 올릴 수 있게 되었다(28년 1월 대비). GDP 대비 규모로 봤을 때 이번 양적완화가 만일 과 거 미국이나 영국에서와 유사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가정하면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2%) 가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도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에 비해 유로존의 양적 완화는 덜 효과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양 적완화는 다양한 채널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28 LG Business Insight 215 2 4
ECB 통화정책, LTRO에서 국채매입까지 ECB, 그동안 국채 매입 어려워 주로 LTRO 통해 시장개입 여러 국가들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유 로존의 특수성과 중앙은행이 정부재정을 직접 충당할 수 없도록 한 리스본 조약 조 항에 대한 해석 때문에 ECB의 통화정책 에서 국채 매입이나 매각은 통상의 방식 이 아니었다. 대신 리만쇼크 이후 주로 사 용된 것이 LTRO(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라고 부르는 환매조건부매매 형태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이다. 1 이것은 민간은행들에게 ECB가 저리로 자금을 대 부하고 은행들이 그 자금으로 민간에 대부 하거나 국채와 같은 자산을 매입하도록 하 는 간접적인 방식이다. 실제로 리만쇼크의 충격과 유럽 채무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 서 LTRO가 크게 늘어나 212년에는 1조 유로를 넘기도 했다(<그림 5> 참조). 하지만 LTRO는 민간은행들이 활용 여 부, 기간, 운용 대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ECB가 규모, 기간, 용처를 예단하기 어렵 고 리스크를 일차적으로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 때문에 21년 그리 <그림 5> ECB는 지금까지 국채 매입 보다 LTRO를 통해 시장개입 (조 유로) 1.2 1..8.6.4.2 LTRO 국채 등 28 21 212 214 주 : 연결재무제표상의 자산. '국채 등'은 원자료에서는 '통화정책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증권' 1 장기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이것은 MRO(Main Refinancing Operation)에 비해 장기라는 뜻이며 현 재까지 적용된 만기는 3개월~4년이다. 스 채무 위기가 터졌을 때 ECB는 직접 국채를 매입하는 증권시장프로그램 (SMP)을 그해 5월 도입하여 그리스, 포 르투갈, 아일랜드 국채를 사들였고 211년 8월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로 매입 대상을 확대하였다. 그래도 단 기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혼란이 계 속되자 212년 9월에는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라고 하는 단기 국채 무제한 매입 프로그램도 발표되었 다. 실제로 OMT가 실시되지는 않았지 만 프로그램의 존재만으로 금융시장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번에는 출자비율에 따라 각국 국채 매입 이번에 발표된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즉 SMP, OMT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특정 국가 에서 두드러진 채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 전반에서 나 타나고 있는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 위한 것이 정책목표이기 때 문이다. 따라서 모든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가 매입 대상이 되며 그 규모도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기존의 ABSPP, CBPP3를 포함하여 월 6억 유로, 올해 3월부터 내년 9월 까지 누계는 1.14조 유로에 이른다. 212년 LTRO를 대신하여 이번에는 국 채 등 증권이 유로시스템의 자산을 3 조 유로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하 게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추가 매입분 중 12% 는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등 유로존 내 기구들이 발행한 채권이 고 나머지 88%가 각국 국채 매입에 해 당된다. 기존의 ABSPP, CBPP3는 매 입 규모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최 근 실적(월 13억 유로)을 반영하여 예측 해보면 유로존 내 기구들이 발행한 채권 <표 1> 독일 국채 매입액이 1/4 이상 매입이 월 56억 유로(내년 9월까지 총 1,72억 유로), 각국 국채 매입이 월 414억 유로(총 7,858억 유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자비율(%) 어느 나라 국채를 얼마만큼 사들일 것 인지는 ECB 출자비율에 따른다(<표 1> 참 조). 따라서 독일 국채 매입이 1/4 이상이 고 프랑스, 이탈리아가 그 뒤를 잇게 된 다. 시장 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고 리스본 조약에 위배되지 않도록 발행시장 이 아닌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며 만기가 2~3년 남아 있고 원칙적으로 투자 등 급 이상인 국채가 대상이 된다. 마이너스 금리인(액면가보다 매매가가 높은) 국채 도 사들일 수 있다. 국채매입액 (억 유로) 독일 25.6 2,9 프랑스 2.1 1,583 이탈리아 17.5 1,374 스페인 12.6 987 네덜란드 5.7 447 벨기에 3.5 277 그리스 2.9 227 오스트리아 2.8 219 포르투갈 2.5 195 핀란드 1.8 14 아일랜드 1.6 13 슬로바키아 1.1 86 리투아니아.6 46 슬로베니아.5 39 라트비아.4 31 룩셈부르크.3 23 에스토니아.3 22 키프로스.2 17 몰타.1 7 계 1 7,858 주 : 출자비율은 비유로존을 제외하고 계산. 국채매입액은 ABSPP, CBPP3가 현재 규모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215.3~216.9의 매입총액을 계산. LG Business Insight 215 2 4 29
유럽의 가계 기업은 미국에 비해 위험 자산 구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6> 유로화 가치, 올해 들어 하락세 두드러져 1.6 1.5 1.4 1.3 1.2 1.1 1. 1 214.9 1 11 12 215.1 미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통화 가치 하락, 대출 확대, 자산 가치 상승이다. 통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 을 미치며 수출을 자극하여 경기 회복에 기여 할 수 있다. 실제로 1월 유로화 가치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그림 6> 참조). 유로화 약세 는 독일을 비롯한 무역흑자국 경기를 활성화시 키고 그것이 다른 유로존 국가들로 파급될 것 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영국 그리고 일본과 는 달리 현재 유로존은 상당한 규모의 무역흑 엔/유로( ) 달러/유로( ) 16 15 14 13 12 11 <그림 7> 기업, 가계 대출 부진 계속 (%) 2 1-1 -2-3 -4-5 가계 기업 212 213 214 주 : ECB와 각국 중앙은행을 제외한 유로존 금융기관들의 대출 잔액 증가율(전년 동월비) 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통화하기 하락이 제한적일 수 있다.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한 국채 가격 상승은 금 융기관들이 국채를 팔고 그 자금으로 대출을 하거 나 국채보다 더 위험한 자 산을 구매하게 하는 효과 가 있다. 그런데 유로존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부실채 권 부담으로 대출 확대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대 출을 늘리려고 하여도 민 간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작년 1월 ECB의 스트레스 테 스트가 완료되어 은행들의 숨통이 트였지만 대출은 여전히 전년 대비 감소한 상태이다(<그림 7> 참조). 작년말 실시된 TLTRO(Targeted LTRO, 주택구매자금 이외 의 민간 대부 촉진이 목적) 프로그램이 ECB 의 예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민간 대 출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유럽이나 일본의 가계, 기업은 미 국, 영국에 비해 위험 자산 구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금융 기관들이 국채를 팔아서 생긴 자금 대부분을 BOJ에 다시 맡기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성향은 자산 가치 상승을 억제하여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충분히 발휘되 지 못하도록 한다.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 초 기에 주가 상승이 소비를 촉진하는 현상이 나 타났으나 포트폴리오 효과보다는 엔화 약세가 주가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 져 있다. 이처럼 미국, 영국에 비해 유로존 경제는 유로화 약세 효과 외에 다른 효과는 충분히 누리기 어려운 상태에 있으며 유로화 약세 역 시 무역흑자로 제한적일 수 있다. 게다가 국가 간 경계의 존재가 야기할 정책 효과의 불투명 성, 향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 있어 법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 확장적 재정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점 1 도 고려 해야 할 점이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최근 일본에서 관찰되 1 드라기 총재는 1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적절한 재정정책을 촉 구했지만 재정 규율에 걸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여력이 없으며 그나마 여력이 있는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정책을 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LG Business Insight 215 2 4
그리스 국채 매입을 둘러싼 논란 이번 ECB의 추가 자산매입 결정에서도 그리스 국채가 논란이 되었다. 그리스 국 채는 현재 투자 등급 아래에 있지만, ECB 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대상국의 경우 검 토 결과에 따라 투자 등급 아래라도 매입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스 지원 프로그램 에 대한 검토는 올해 2월말까지 이루어져 연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긍 정적 검토 결과에 기초한 연장이 이루어 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매입은 7월에야 가 능하다. ECB는 국채 시장의 가격결정 기 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각국 국채의 33%를 매입 한도로 했는데, 이미 과거 SMP로 매입한 그리스 국채를 다량 보유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만기가 도래하기까 지 기다려야 한다. 당장의 매입 여부를 떠나서 그리스 국 채를 둘러싸고 손실 분담과 동순위 문제 도 논란이 되었다. 유로시스템은 ECB와 각국 중앙은행이 병존하는 구조이기 때 문에 정책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매입한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 떻게 분담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번 국채 매입 역시 손실 분담 기준을 정해야 했는데,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할 자국 국 채의 9%만 분담 대상으로 했다. 추가 매입 의 12%에 해당하는 유로존 내 기구 발행 채권은 모두 손실을 분담하고 국채에 대해 서는 전체 추가 매입의 8%에 대해서만 위 험을 나누기로 했기 때문에, 자국 국채 매 입 중 9%(=8/88)를 제외한 91%는 각국 중 앙은행이 독자적으로 리스크를 지게 되는 것이다. 1%를 손실 분담하면 혹여 그리스와 같은 위험국 국채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 우 출자비율이 높아서 그 상당부분을 떠 안을 수밖에 없는 독일 중앙은행이 손실 분담에 반대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로써 독일은 혹시 있을지 모를 그리스 의 채무위기나 유로존 이탈로부터 입게 될 피해를 줄였지만 이것이 민간 투자자 들에게는 ECB가 그리스 사태 해결에 적 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끈 것은 ECB의 순 위에 대한 것이었다. 과거 그리스 채무 조정 과정에서 민간 투자자들은 채권액 을 삭감당한 데 반해 ECB는 선순위 (senior) 채권자로 등장하여 삭감을 피 했다. 이번에도 ECB가 선순위 채권자가 된다면 ECB의 국채 매입이 그리스와 같 은 채무위기 위험국에서는 오히려 민간 투자자들을 밀어내는 역효과를 낳을 가 능성이 높다. ECB는 중앙은행이 각국 정부에 대출 하거나 직접 국채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채무조정에 언제나 반대 할 수밖에 없다. ECB가 동순위 채권자로 서 채무조정을 받아들일 방법은 대다수 채권자(75%)가 채무 조정을 결정하면 나 머지 채권자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이른 바 집단행동조항(CAC)의 작동밖에 없다. 따라서 ECB는 CAC의 작동을 ECB가 막 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각 국채 계열의 25%를 매입 한도로 설정했다. 하지만 사 후적으로 ECB 또는 해당국 중앙은행이 사실상 선순위 채권자로서 행세하지 않 겠느냐는 우려를 민간 투자자들은 여전 히 보이고 있다. 고 있듯이 구조개혁이 동반되지 않은 통화정 책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 로존 경제를 발목 잡고 있는 국가들이 금융완 화가 가져다줄 시간적 여유를 구조개혁 실행 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다시 어두운 앞날이 되 풀이될 수 있다. 그리스 사태도 유로존 불안 요소 그리스 문제도 양적완화의 효과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Eurogroup), ECB, IMF, 즉 이른바 트로이 카(Troika)가 제시한 재정긴축 프로그램에 타 협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사마라스 정권이 막 을 내리고 1월 25일 총선을 통해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그리스어 약어로 시리 자)의 치프라스 정권이 출범했다. 과반수를 얻 지 못해(3석 중 149석) 온건 좌파들과의 연 정구성 과정에서 강경 노선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시리자는 우파진영의 긴축 반대 파인 독립 그리스(13석)와 손을 잡음으로써 강 경 노선을 재확인하였다. 치프라스 정권은 유로존 탈퇴를 내세우지 는 않으나 트로이카를 상대로 부채삭감과 재정 긴축 조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 핀란드 등은 부채삭감은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 하고 있다. 올해 2월말까지 검토를 거쳐 지원 프로그램 갱신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곧 양 측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구제금융 하에서 그리스는 장기간에 걸친 LG Business Insight 215 2 4 31
현재의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이 가혹하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으며 최근(작년 1월) <표 2> 그리스 정부부채의 채권자는 대부분 공적 기관 <그림 8>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 채무위기 거치며 크게 줄어 (1억달러) 35 3 25 2 15 1 5 28 29 21 211 212 213 214 자료 : BIS 채권자 부채액(1억유로) EFSF 142 EU 53 ECB, 각국 중앙은행 27 IMF 24 민간 54 기타 17 자료 : www.ft.com 215.1.13 계 317 비유럽 유럽 <그림 9> 그리스 국채 수익률 올라가도 이탈리아, 스페인에는 영향 없어 (국채수익률, %) 12 1 8 6 4 이탈리아 2 스페인 214.1 3 5 7 9 11 215.1 주 : 1년 만기 국채 수익률 자료 : Bloomberg 그리스 에도 실업률이 26%에 달 했다. 현재의 구제금융 조건이 가혹하며 어떤 형 태로든 그리스인들의 부 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조건이 갱신되어야 한다 는 의견 또한 유럽 내에 적지 않다. 그리스 치프 라스 정부와 독일 메르켈 정부가 현실적인 해결책 을 찾자고 하면 타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국내 정치적 입 지 때문에 양측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다면 채 무불이행 사태, 더 나아 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 지 않다. 채무불이행이나 그렉 시트(Grexit)가 발생한다 고 하더라도 그 충격은 지 난 채무위기 때보다는 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부채의 대부분은 유 럽재정안정기금(EFSF), ECB, IMF와 같은 공적기 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민간 채권자들의 몫은 크 지 않다(<표 2> 참조). 유럽 민간은행들의 그리 스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도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그림 8> 참조). 또한 여타 남유럽 취 약국들은 수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경기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그리스 신정 부 출범에 과거 PIIGS에 속했던 이탈리아, 스페 인의 국채 수익률이나 주가지수가 민감한 반응 을 보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그림 9> 참조). 하지만 정도는 덜하더라도 그리스에서 다 시 한번 채무위기가 발생한다면 유로존에 또다 시 충격파가 몰아칠 수밖에 없다. 그리스 사태 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유로존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CB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과 맞물려 터 키 등 몇몇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통한 금융완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 름은 세계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 지만 한편으로는 통화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혼 재한다. 양적완화로 인해 유로존 경기가 회복 된다면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유로존 내 유동성 확대와 수익률 하락 은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을 늘려 자 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로화 가치 하락과 함께 자금 유입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돼 수출에 부정 적인 영향도 예상된다. www.lgeri.com 32 LG Business Insight 215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