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이경희.hwp



Similar documents

내지4월최종

1) 음운 체계상의 특징 음운이란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이다. 즉 의미분화 를 가져오는 최소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자음, 모음, 반모음 등의 분절음과 음장 (소리의 길이), 성조(소리의 높낮이) 등의 비분절음들이 있다. 금산방언에서는 중앙

<B5B6BCADC7C1B7CEB1D7B7A52DC0DBBEF7C1DF E687770>

최우석.hwp

교사용지도서_쓰기.hwp

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C0CEBCE2BABB2D33C2F7BCF6C1A420B1B9BFAAC3D1BCAD203130B1C72E687770>

E1-정답및풀이(1~24)ok

< BDC3BAB8C1A4B1D4C6C75BC8A3BFDC D2E687770>

<C1B6BCB1B4EBBCBCBDC3B1E2342DC3D6C1BE2E687770>

0429bodo.hwp

과 위 가 오는 경우에는 앞말 받침을 대표음으로 바꾼 [다가페]와 [흐귀 에]가 올바른 발음이 [안자서], [할튼], [업쓰므로], [절믐] 풀이 자음으로 끝나는 말인 앉- 과 핥-, 없-, 젊- 에 각각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아서, -은, -으므로, -음

cls46-06(심우영).hwp

untitled

민주장정-노동운동(분권).indd

6±Ç¸ñÂ÷

<C3D6C1BE5FBBF5B1B9BEEEBBFDC8B0B0DCBFEFC8A C3D6C1BEBABB292E687770>

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é¸ñ¼Ò½ÄÁö 63È£_³»Áö ÃÖÁ¾

177

제주어 교육자료(중등)-작업.hwp

01Report_210-4.hwp

<C3D1BCB15FC0CCC8C45FBFECB8AE5FB1B3C0B0C0C75FB9E6C7E D352D32315FC5E4292E687770>



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상품 전단지

:::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무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검토항목 검 토 여 부 ( 표시) 시 민 : 유 ( ) 무 시 민 참 여 고 려 사 항 이 해 당 사 자 : 유 ( ) 무 전 문 가 : 유 ( ) 무 옴 브 즈 만 : 유 ( ) 무 법 령 규 정 : 교통 환경 재

2

DBPIA-NURIMEDIA

화이련(華以戀) hwp

ÆòÈ�´©¸® 94È£ ³»Áö_ÃÖÁ¾

歯1##01.PDF

<5BC1F8C7E0C1DF2D31B1C75D2DBCF6C1A4BABB2E687770>

120229(00)(1~3).indd

京 畿 鄕 土 史 學 第 16 輯 韓 國 文 化 院 聯 合 會 京 畿 道 支 會

20. 성워크북개발.활용을 통한 성적자기결정능력의 신장(인천가정여중, ).hwp

<C1A634C2F720BAB8B0EDBCAD20C1BEC6ED20BDC3BBE720C5E4C5A920C7C1B7CEB1D7B7A5C0C720BEF0BEEE20BBE7BFEB20BDC7C5C220C1A1B0CB20C1A6C3E22E687770>

< B5BFBEC6BDC3BEC6BBE E687770>

<3130BAB9BDC428BCF6C1A4292E687770>

11민락초신문4호


¼½½´¾ó¸®Æ¼-³»Áö

제1절 조선시대 이전의 교육

사진 24 _ 종루지 전경(서북에서) 사진 25 _ 종루지 남측기단(동에서) 사진 26 _ 종루지 북측기단(서에서) 사진 27 _ 종루지 1차 건물지 초석 적심석 사진 28 _ 종루지 중심 방형적심 유 사진 29 _ 종루지 동측 계단석 <경루지> 위 치 탑지의 남북중심

새만금세미나-1101-이양재.hwp

??

652

歯 조선일보.PDF


<33B1C7C3D6C1BEBABB28BCF6C1A42D E687770>

<C1DFB1DE2842C7FC292E687770>

96부산연주문화\(김창욱\)

???? 1

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종사연구자료-이야기방 hwp

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34B1C720C0CEB1C7C4A7C7D828C3D6C1BEC6EDC1FD D28BCF6C1A4292E687770>

160215

참고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1. 개인정보보호 관계 법령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은행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령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Microsoft Word - EELOFQGFZNYO.doc

<C0CFBABBC7D03235C1FD2E687770>

hwp

보광31호(4)

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C1DFB0B3BBE7B9FD3128B9FDB7C92C20B0B3C1A4B9DDBFB5292E687770>

°£È£ 1~8 1È£š

ad hwp

강상중 (姜 中) 일본 도쿄대학 정보환경ㆍ학제정보학부 교수 1979년에서 1981년 독일 에어랑겐대학 유학.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도쿄대학 교수로 재직 중. 전공은 정치학, 정치사상사. 아시아지역주의론 및 일본제국주의를 대상으로 한 포스트 코로니얼 이 론(ポ

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untitled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 번호 179 제안연월일 : 제 안 자 :조례정비특별위원회위원장 제안이유 공무상재해인정기준 (총무처훈령 제153호)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행정자치부령 제89호)으로 흡수 전면 개

0616¾ËÄÄÁî_±¹¸³µµ¼Ł°ü À¥¿ë.PDF

교육실습 소감문

1

년 충 남 지 역 어 조 사 보 고 서 국 립 국 어 원

¼þ·Ê¹®-5Àå¼öÁ¤

<C7CFB4C3B0F8BFF828C0FCC7CFC1F6B8F8C7D1C6EDC1F6292D31302E3128C3D6C1BE292D31302E31342E687770>

109

<BFACBAB832342D3033C5F0C1F7BFACB1DDC8B0BCBAC8ADB8A6C0A7C7D1BCBCC1A6C3BCB0E8BFACB1B82E687770>

단위: 환경정책 형산강살리기 수중정화활동 지원 10,000,000원*90%<절감> 형산강살리기 환경정화 및 감시활동 5,000,000원*90%<절감> 9,000 4, 민간행사보조 9,000 10,000 1,000 자연보호기념식 및 백일장(사생,서예)대회 10

歯 동아일보(2-1).PDF

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한울타리36호_완성본

<33352D2D31342DC0CCB0E6C0DA2E687770>


<B9E9B3E2C5CDBFEFB4F5B5EBBEEE20B0A1C1A4B8AE20B1E6C0BB20B0C8B4C2B4D92E687770>

<38BFF920BFF8B0ED2DC8F1BFB5BEF6B8B620C6EDC1FDBABB2E687770>

DBPIA-NURIMEDIA

1-1Çؼ³

주지스님의 이 달의 법문 성철 큰스님 기념관 불사를 회향하면서 20여 년 전 성철 큰스님 사리탑을 건립하려고 중국 석굴답사 연구팀을 따라 중국 불교성지를 탐방하였습 니다. 대동의 운강석굴, 용문석굴, 공의석굴, 맥적산석 굴, 대족석굴,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과 주변의 큰

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2 국어 영역(A 형). 다음 대화에서 석기 에게 해 줄 말로 적절한 것은? 세워 역도 꿈나무들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일을 할 예정 입니다. 주석 : 석기야, 너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석기 : 응, 드디어 내일 어머니께서 스마트폰 사라고 돈

<4D F736F F D20C3A520BCD2B0B32DC0DABFACBDC4C0C720C8B2B1DDBAF1C0B2322E646F63>

Transcription: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1) 이 경 희(연세대) 프롤로그 - 재미와 영화 속 성 이 옆 포스터 속 영화 1) 와 <쌍화점> 가운 데 어떤 영화가 더 재미있을까? 마의 산 2) 의 회색인처럼 극좌나 극우를 피하고 제3의 위치에서 이분법을 객관화화 고 냉소할 능력이 출중한 회의적인 지식인 들에게 이런 질문은 우문일 것이다. 특히 21 세기를 사는, 포스트모던을 넘어 트랜스모 던을 말하는 지식인들은 파시즘이든 나치즘 이든 강한 긍정의 독성이 회의주의자의 우 유부단함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쉽게 어느 한 쪽에 발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 류 에 빠진 것일까? 나는 장정일을 떠올렸다. 이제 양시양비의 시간이 아 1) 러시아 출신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1986년 스웨덴 영화 <희생 Offret>. 2) 토마스 만의 1924년 작 Der Zauberberg.

56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니라 선택의 시간이 왔다고 그가 말했다. 3) 나는 재미 와 장정일 을 엮어 장선우 감독의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 4) 라는 카드 하나를 꺼내들었다. 청바지처럼 꽉! 끼는 가벼운 포르노그래피 라고 포스터문구에 적혀 있던 이 영화는 꽤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엉덩이가 예쁜 여 자, 우리 시대의 포르노그래피 라는 선정적 문구는 솔직한 표현이 아니 었다. 성공은 정작 적나라한 포르노그래피여서가 아니라 포르노그래피라 고 뻔뻔하게 말함으로써 노릴 수 있었던 성에 대한 먹물적 역설, 즉 표절 작가 와 바지입은 여자 의 성적 행위들에 명분을 제공하는 억눌린 욕망이 니 하는 고상한 해명이 사람들에게 저질 3류 섹스 영화를 보며 말초적 재 미 를 쫓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비극을 성을 통해 이해하고 성의 본질을 궁극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받고 있는 듯한 착각의 재미와 허영을, 보고 왔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핑계거리를 미 리 제공해주는 친절한 배려 위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사족이지만 장선우 는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라는 소설을 또 영화화한 <거짓말>로 다시 한 번 이슈화를 기대했지만 그 사이 관객들은 철이 들어버렸다. 상상 력이 고갈되고 무엇보다 그 자신이 더욱 잘 알았을 나태함의 결과는 사람 들을 속이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비틀기는 정작 사람들은 재미 를 문 3) 평소 존경받던 지식인이나 원로들이 가끔씩 그야말로 이치에 닿지 않는 발언으로 우리를 실망시키는 일이 있다.... 그 잘난 중용이나 균형이란 것을 잘못 취하다 보 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 고 주의받던 바로 그 극단에 가 있는 수가 있다... 기 계적인 중립 을 취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다. 내가 중용 의 사람 이 되고자 했던 노력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고자 했기 때문도 맞 지만 실제로는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렇다. 어떤 사안에서든 그저 중립이나 중용만 취하고 있으면 무지가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원만한 인격의 소유자로까지 떠받들어진다. 나의 중용은 나의 무지였다. 중용의 본래는 칼날 위 에 서는 것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사유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 것을 뜻할 뿐이다... 허위의식이고 대중기만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무지의 중용을 빙자한 지긋지긋한 양비론의 천사 들이 너무 많다. 장정일, 공부, 머리글. 4) 1994년 장선우 감독, 정선경, 문성근 주연의 한국 영화. 장정일의 동명 소설을 영 화화하였다.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57 자와 기호를 통해 추상화된 사유 속에서 찾기도 한다는 점에서 일어난다. 생생한 육체에 자극받기보다 사이버 동영상에 흥분을 느낄 때쯤 비틀기는 더욱 고약스러워진다. 보들레르의 혁신은 에로티시즘을 우수와 형이상학 적 불안감, 그리고 허무에 대한 집착에 결합시키는 데 있다 5) 고 한 말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한편 희극적이다. 방탕한 외설작가, 저열한 음란서 생이 되지 않으려고 그가 자신의 외설시를 스스로 없애버린 행위는 무엇 을 의미하는 것인가? 김홍도의 춘화도 는 유머인가 배신인가? I. 기록물과 환상 사이 2006년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영화 <숏버스(Shortbus)>의 국내개봉을 두고 뒤집기 몇 판이 벌어졌다. 서울행정법 원은 영화수입사가 영상물등급위원회 를 상대로 제기한 제한상영가 등급분 류 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판 결을 내렸다. 제한상영가 등급영화의 국내 상영 가능 영화관은 단 한 곳뿐 으로 제한상영가 등급분류는 사실상 국내개봉 금지조치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는데 이 판결로 18세 이상 관람 가 등급의 일반영화관 상영이 가능해 진 것이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집단 난교와 실제 성행위 등 음란 수위가 높은 이 영화에 대한 제한 입장은 정당한 것이라며 이 판결에 항 소할 뜻을 내비쳤다. 영화의 국내 일반 상영은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5) 알렉상드리앙, 최복현 옮김, 에로틱 문학의 역사, 378쪽.

58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할 처지에 놓였다. 세운상가 어림에서 쭈뼛거리며 비디오테이프를 사지 않아도 될 컴퓨터 시대의 성 범람 속에서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순수한 사 람들을 소돔의 아수라장으로부터 원칙적으로 보호해야 할 나라인 것인가? 예술과 외설의 경계라는 진부한 듯한 물음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과격 한 성적 표현이 여과 없이 등장하는 것만 보면 포르노에 가깝지만 그처럼 관객을 흥분시키지 않는 자신의 영화 속 행위들은 성에 대한 포르노적 오 해를 걷어내는 관계와 소통 연결의 매개체라고 감독은 주장한다. 이야기 를 다시 재미 와 연결시켜보았을 때 성 에 관한 수많은 내면적인 분류와 이해의 속 깊은 이야기는 차치하고, 또 긍정과 부정의 판단은 보류하고 그 저 왜 이렇게도 성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한 것일지 궁금해해보 자. 그러면서도 한국의 현실에서는 내놓고 말하기 여전히 힘들어한다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실상 활자 인쇄 시대에도 컴퓨터 시대 에도 기술을 촉진시키는 데 성 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인간이 사이보그 가 될 것이라는 미래시대가 와도 쉽게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 이 든다. 특별한 천재성과 능력 또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공유해야 할 취미는 울타리가 있다. 높기까지 한 것도 많다. 그러나 성은 보편적이다. 성과 결혼조차 자본주의적 위계 앞에 보편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 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성은 외면적 문명의 기재를 피해 더욱 은밀하게 만 연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양식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성에 대한 이중 적 잣대가 여전히 엄존하는 현재 한국의 정서 하에서 외국 영화 <숏버스> 를 두고 벌어진 논란은 몇 년이 지났지만 외양만 바꾼 채 재생산되고 있 다. 한 편의 외국영화를 두고 벌이는 설전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영화는 점잖은 포장으로 장선우의 행보를 재생하고 있다. 소재는 한층 과격한 것 이다. <왕의 남자>의 파급가능성에 고무된 제작자들은 <숏버스>처럼 정 면대결을 펼치지 않고도 재미에 반드시 의미를 덧붙여 일본 만화가 원작 인 <앤티크>를 이어 <쌍화점>의 동성애 코드를 안착시켰다. 인터넷 시대 가 되었지만 영화평들은 장선우 시대의 감상 언저리를 또다시 떠돌고 있 고 댓글들의 수사만이 발전한 양상이다. 사실상 수십 년 전 <하녀>나 <김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59 약국의 딸들> 등 고전영화에 등장하는 성 담론들은 현재 상황이 훨씬 더 개방되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단번에 깰 만큼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솔 직하다. 성급한 판단이 될까 두렵지만 한국의 대중문화 속 성 담론들은 수 사와 포장만이 발전했을 뿐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물음은 오히려 외면하 는 측면이 적지 않은 듯하다. 사실상 근래 들어 이렇듯 동성애마저도 아이 돌이라 불리는 대중가수들의 팬픽들을 통해 그야말로 커밍아웃 을 하는 듯 보이지만 결코 한국 문화는 그럴 듯한 의미 를 포기할 수가 없다. <왕 의 남자>와 <쌍화점>은 사극이며 <앤티크>는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그리 고 예쁘게 아름답게 포장한다. 동성애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보다 사실적 인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대중문화는 속성상 기록물일 수 없 을 것이고 환상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성에 관한 한 이 공식은 더 욱 강력한 기준이 된다. 영화 <숏버스> 6) 는 숏버스 란 이름의 비밀스러운 정기모임을 둘러싸고 은밀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 여성 성상담가는 다른 이들의 성 문제를 상담해 주지만 정작 자신은 오르가즘에 한 번도 도달한 적이 없다. 남편과의 결속을 절실히 확인하고 싶어 오르가즘을 느 끼려고 애쓰는 성상담 전문가다. 남자에게 S/M 7) 서비스를 해주는 게 직업 인 또 한 여성은 다른 사람과 내면적으로 소통한 적이 없다. 위기를 맞고 있는 게이 커플도 등장하는데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이 정말 게이인 지 스스로의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자살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다. 이렇게 성상담가가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장소가 즉 뉴욕의 섹스클럽인 숏버스 인 것이다. 한 여장 남자가 운영하는 이곳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난교를 하고 일상생 활에서 해방되어 서로를 탐닉함으로써 자신들의 부적합한 관계를 스스로 6) 숏버스(shortbus) 란 스쿨버스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 일반 버스를 타고 등교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통칭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 말은 어딘가 모자라고 남 들과 다른 이들을 놀리는 은어다. 7) 이 글 IV-2 참조.

60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영화는 극한적인 성 묘사라는 한계점을 인간 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실제 성행위를 묘사해도 결코 포르노는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상 이 시점 에서 대개 이러한 영화평의 대미를 장식하는 진정한 사랑과 섹스의 차이 를 모든 이들이 공유지식으로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어 쨌든 성 묘사는 그저 부족한 인간을 채워 주는 게 무엇인가를 밝히는 데 간단한 도구였을 뿐이라고 하는 것 같다. 오르가즘에 관한 대사를 보자. 나는 마치 세상 속으로 창조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처럼 느꼈어. 그리 고 나는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와 합쳐지고 있었지. 그 후 평화가 찾아왔 어. 나는 결국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지. 여기서 영화는 용서받으러 가는 장소가 성당의 고해실이 아닌 뉴욕이라는 현대 도시라고도 말한다. 뉴욕 은 모든 이들이 용서받으러 오는 곳이야. 8) 사실상 고백은 서양의 에로티 시즘의 역사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그 이야기까지 하려면 데카메론 의 열흘은 기본이고 천야일야 쯤은 되어야 좀 물리지 않을까 살짝 염려가 된다. 이제 여러 가지 성 담론을 정보제공의 재미로 식탁에 차려보기로 한다. 지금까지 등장한 성 관련 개념들만을 어원적으로 추적 해도 정보의 양은 할애된 시간을 초과할 것이다. II. 동양의 성 담론 - 성리학의 관점을 중심으로 <숏버스>를 둘러싼 논란은 마치 기시감처럼 몇 십 년 전부터 본 듯하 다. 새 밀레니엄 시대에도 재연이라니. 한국사회가 그렇게 개방되어서 안 방극장과 성산업 현장과의 구별이 모호해져버렸다는 엄준한 비판이 있는 대명천지의 시대에도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행각은 여전히 성 통념과 거리 가 있다. 어르신들이 몇 걸음 떨어져 걷는 모습이 친밀한 모습을 드러내는 8) 이상 <숏버스>에 관한 자료와 기사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다음 과 네이버 영화 정보 사이트를 참조.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61 것보다 보기가 여전히 더 편하다. 미국 드라마 속의 노인들에게도 이런 가 치관이 적용될까? 현재 한국의 성 통념은 특정 지역의 별천지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어쩐 일인지 유교문화권의 특히 성리학적 태도의 영향권 반경 내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유교문화권의 태도는 성 담론의 생산자체를 저어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현재 한국의 독특한 성관 련 이중성을 형성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성리학에서의 성 담론은 빈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남녀의 엄격한 분리나 교접의 금지에 대한 전통은 중국역사상 13세기 송대 이후 불교 도교의 비판을 배경으로 한 유교부흥으로 인한 금욕주의의 확산 이후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 다. 성을 비하하거나 신비화하지 않고 핵심 논제로 이해한 성 교본 등이 2 천 년 전부터 존재했고 자유롭게 유통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후기에 특히 강화된 성 담론의 비하와 은폐는 현대 한국인의 성 정체성을 규정하 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했는데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송 대 이후 성리학의 성 관련 태도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욕이라는 용어는 중국 고대 문헌인 예기 의 악기 편에서 나온 性 之 欲 에서 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성의 욕망은 외부사물과 접 촉해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인 욕망일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대의 협의 와는 거리가 있다. 오늘날 협의의 성욕 개념은 1907년 일본에서 다야마 가 타이의 이불( 蒲 團 ) 이라는 소설이 씌어진 때로 잠정 전해지고 있다. 일본 인들의 개념 특허 욕망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듯하다. 그 런데 이런 현대적 협의의 성욕개념은 중국의 고대문헌에서는 飮 食 男 女 나 食 色 으로 표현된다. 고자는 食 色 性 也 라 하여 인간의 자연 본능을 선악 이 전의 것으로 규정하였다. 9) 이때 성적 욕망은 色 과 연관되는데 특히 색의 원래 의미라 할 얼굴표정에서 벗어나 여색의 의미로 굳어지면서 여인을 색으로 말하게 된다. 바이런이 와인과 여자를 즐기자 고 노래한 것이 생 각나는 대목이다. 공자의 작품 속에서 남자의 여자에 대한 욕망이 색욕이 9) 맹자, 孟 子 7편 告 子 上.

62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란 표현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淫 亂 은 성욕의 부정적 표현으로 쓰였다. 음이란 색욕이 과도한 것이고 란이란 인륜을 거스르는 것이다. 사서집주를 하면서 주희는 공자의 음 평가를 남녀의 음분으로 풀었으며 여기서 淫 奔 은 예를 동반하지 않은 남 녀결합을 의미한다. 천리를 멸하고 인욕만을 드러내어 부모가 명하지도 않았는데 서로 눈이 맞아서 집을 나가게 되는 경우와 특히 여자가 남자 에게 먼저 다가가는 경우를 들고 있다. 공자의 시경 에 나오는 음란한 노래들을 주희는 반면교육의 의미로 또 정치적 알레고리로 설명함으로써 양성분리와 여성비하를 주장하고 침실 밖 사랑행위를 모두 엄격하게 금하 는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16세기 이후 성리학이 지배이념이 되면서는 정절숭배라는 성통제적 이념장치가 자리잡게 되었다. 성리학적 이념에 의 한 사회통제의 기초에서 당시 흔들리고 있던 친족체계의 강화가 그 배경 이 되었다.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과 남성에게 공히 적용되는 막연 한 적대감에는 사실상 가족에 대한 위기감과 권력배분의 문제가 더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현대의 많은 학자들이 성적 욕망론을 자 연스럽게 여성의 성정체성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성욕의 관리 부분에서 통제와 통제 대상의 설정이 사회질서의 구축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6세기 이후 이혼 후 재가 금지의 연장선인 일부종사나 정절 이 데올로기의 주입에서 여성의 욕망이 핵심주제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바로우는 서구의 여성이 보편적 기표라면 중국의 婦 女 는 가족 전제적 개 념이라고 말한다. 10) 한나라 동중서의 三 綱 五 倫 은 유학의 정치철학 및 가 족윤리 체계의 전형이 되었는데 음양의 개념을 陽 尊 陰 卑 즉 귀천의 개 념으로 전환시키고 남편(장부)을 양으로 부인을 음으로 대립시켜 이른바 三 從 之 道 에 이르는 발판을 닦았으며 이는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확립하 는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11) 사회질서의 확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 10) 김미영, 성리학의 섹슈얼리티 구성방식에 나타난 성별정체성, 성과 철학 232쪽 재인용. 이 글 2절은 김미영의 논문을 여러 부분 참조 재인용하였음을 밝힌 다.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63 하는 가족결속력 강화의 수단으로 여성에 대한 통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 도 유학의 특성이다. 가족위기의 원인을 여성에게 부과하고 남성에게는 그 원인을 묻지 않았던 대표적 사례는 出 妻 에 명분을 제공하는 七 去 之 惡 이다. 물론 여성만 절제하고 남성은 방탕한 자유를 누리도록 권장된 것은 아 니라고 한다. 그런데 여성의 성적욕망 통제는 도덕적이고 통치와 관련된 권력함수로 해설되지만 남성의 성욕망 절제는 건강상의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12) 영화 또는 소설 옥보단 에서 과도한 성에 탐닉해 말의 거시기까 지 취한 주인공이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는 내용은 이런 의도의 과장된 표현이 아니겠는가? 성리학은 이제 성욕을 아예 인간의 본성론에서 다루 어지지 못하는 혈기로 강등한다. 13) 동일한 기의 발현이라 해도 도덕의식 인 의와 관련된 기는 호연지기이며 육신에서 나온 것은 혈기의 기라고 하 였다. 부부의 도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과도한 욕망을 일삼는 것 이다. 성인은 성적인 욕망을 편안하게 생각하였으니 보합을 의로 삼았기 때문이다. 서로 접할 때 예가 있음을 알고 서로 교제할 때 도가 있음을 아 니 공경함으로써 지켜나가 잃지 않게 될 따름이다. 논어에서 즐거워하되 빠지지 않는다고 한 것은 성명의 바름을 얻은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사 이에는 상하의 질서가 있으며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이끌고 따라가는 이 치가 있으니 이것이 항상된 이치이다. 만일 정욕에 따라서만 움직여 남자 는 욕망에 이끌려서 자신의 강건함을 잃게 되고 여자는 좋아하는 것에 빠 져서 자신의 순종함을 잊게 된다면 흉하여 이로운 것이 없을 것이다. 14) 11) 여성의 지위에 관한 유학의 논의에 대해서는 손흥철, 유학에서 여성의 이해, 가 톨릭철학 제7호 참조. 12) 좌전...사람의 도는 밤에 하기 때문에 회시하고 한다. 음란하면 안에서 열이 나 고( 內 熱 ) 미혹에 빠져 썩어 들어가는 병( 惑 蠱 )이 생긴다....요컨대 마음은 일신의 근본이며 모든 병의 근원이다. 색에 빠지면 마음이 황폐해지게 되니 어찌 병이 나 지 않겠는가? 김미영 재인용. 13) 묻는다. 인심도심에서 음식남녀와 같은 욕망이 올바름에서 나온다면 도심일 것입 니다. 어떻게 분별합니까? 답한다. 이것은 반드시 혈기에서 나온다. 주자어류, 같은 책 재인용.

64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이 대목에서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이 생각난다. 우리 나라 시청자들도 즐겨 보았던 드라마이다.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라서였 을까 아니면 그 동안 위와 같은 기준에 억눌린 욕망을 대리만족시켜주었 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라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성의식도 이미 그 수준 에 이르고 있는 것일까? III. 에너지 보존의 법칙 과거의 성의식이 엄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대의 성문화가 왜곡되고 있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접목시킬 좀 더 큰 이야기로 문명과 성본능의 관계를 논의해 볼 수가 있다. 문명은 어느 정도의 본능 단념을 토대로 세워지며 거기엔 많은 본능의 불충족이 전제된다.... 이런 손해가 대리 보상되지 않으면 심각한 정신장애가 발생한다. 15) <숏버스>의 세계 는 현대 사회의 많은 이들이 소통의 부재와 소외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불행을 잊기 위하여 아니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하 여 온갖 섹스의 향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뭐라도 해서 이 단절과 고립감으 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데 섹스를 하면 어떻게 고립감이 사라진단 말인가? 보편적인데 결코 같지 않은 성. 운 좋게도 현대사회의 주류적 코 드에 합류하여 성 만족을 얻든 성 만족을 대신할 대리 장치를 마련하든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일탈적 행위자들을 비웃을 수도 있 다. 혹시 한국사회의 성지형도에 묵직한 존재감을 던지고 있는 성리학의 담론에 하필 우리 한국사회만 조선 이후 그런 통제적 관념으로 성에 자유 롭지 못했다고 한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문명의 성 립과정은 어느 정도의 통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 14) 인용문 각각 호굉집, 근사록 같은 책 재인용. 15) 프로이트, 김석희 옮김, 프로이트전집 12, 문명속의 불만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65 명이 성생활의 기준을 정해놓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의 기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불공정한 사례이다. 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행복의) 황금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 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는 특정한 방식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고 프로이트는 계속해서 말한다. 양성규범이나 위계, 육체의 규율과 인구조절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생체 권력과 생명의 정치적 배치를 주 장하는 푸꼬의 담론에 이르면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그런데 수상한 이야 기들의 통제 고발은 스스로 문명이 기반한 인간 文 의 역사에서 현재 극한 적 사이버 文 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사례들을 양산하고 또 양산하였다.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엄숙한 학자들 사이를 빠져나가 문자에서의 쾌락 이라도 건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성본능에 대한 전적으로 의식적인 이 해는 성행위 자체보다 중요하다 16) 고 역설하고 있는 푸꼬를 보라. 앎은 어디까지? 성행위의 사물화를 가져왔다며 킨제이보고서를 비판했던 바따 이유의 태도는 앎의 어느 부분을 공략한 것인가?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 어가야 할 것은 어쨌든 인간의 성은 더 이상 원초적이거나 동물적인 성의 시원을 고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자인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성은 이미 합법적 성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결혼조차 자연성으로부 터의 일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현재 상태에서 인간의 시원적 성의 모습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일이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럽다. 많이 활 용되고 있는 것이 동물들 간의 짝짓기 등 성 행태들과의 유비적 고찰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성은 종족 보존과 쾌락을 분리할 수 있는 단계에 놓여 있으며 이는 다른 종들과의 유사성보다는 차별성의 간극을 더욱 심 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숏버스의 고민이 아무리 지 극하다 해도 이미 이 논의의 단계는 보수주의 성윤리 17) 의 영역에서는 완 16) 푸꼬,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I, 앎의 의지. 17) 류지한은 지금까지의 도덕적 성에 대한 세 가지 입장을 보수주의, 자유주의, 중도 주의 성윤리로 정리하였다. 류지한, 성윤리, 서울: 울력, 2002, 52~69쪽. 보수주 의 성윤리는 성을 결혼과 출산에 제한하는 입장이다.

66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전히 벗어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인간의 성을 둘러싼 쾌락과 재미의 함수는 문명과 야만의 분수령으로 레비스트로스 등이 거론하고 있 는 근친상간 등 온갖 금기와 허용의 기재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인간 의 교묘함을 유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을 유아기에 못하 고, 현실의 여러 눈 때문에 못하고, 못하고 또 못하고... 도대체 무엇이 있 었는데 요즘의 담론들은 그 드러나지 못하는 성의 향유에 목말랐던 환자 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사들이 되어 있는가?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IV. 각종 금기와 위반의 사례들 성적욕구의 심리적 가치는 성 만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순간부터 감 소된다. 따라서 성욕을 한층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장애물이 필요하다. 인 간은 사랑을 즐기기 위해 관습적으로 장애물을 세워왔다 고 프로이트는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18) 에서 말한다. 현실세계는 쾌락원칙과 상충 된다. 쾌락도 지속되면 지겨워진다. 포르노의 특징이 더러움이 아니라 지 겨움에 있다고 말한 에코를 떠올려보라. 그래서 자아의 검열과 제도에 의 해 길들여지고 허락된 성애보다 금지된 욕망의 추구가 더 강력한 쾌감을 제공하게 된다. 결혼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혼이란 습관이 고 습관은 강도를 약화시키곤 한다는 데에 있다. 두렵던 첫 접촉의 기억이 사라진 후에 계속되는 반복적 성행위는 더 이상 아무런 위험이 없는 그것 이다. 쾌락의 차원에서 볼 때 거기에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된다 면 그것은 반복과 상관이 있다. 반복과 의미의 부재... 19) 라고 말하며 에로 티즘의 희열은 변칙과 동요에서 온다고 바따이유는 말한다. 역설은 이 에 로티즘을 해치는 반복의 장치, 결혼이야말로 인간이 재미를 느끼기 위한 18) 프로이트, 김정일 옮김, 사랑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가치 저하의 보편적 경향에 관 하여,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19) 바따이유, 조한경 옮김, 에로티즘, 121쪽.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67 자발적 장애물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부남과의 정을 끊지 못하는 티브이 드라마 못된 사랑 의 인정 이나 가정에 충실한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끼 는 아이러니는 금기를 세움으로써 재미를 배가시키는 인간 지능의 독특한 어법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것이다. 흄은 합리주의 철학자들과 달리 이성 은 정념의 노예 라고 단언하였다. 20) 결혼제도의 아이러니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논의한 최재천의 이야기를 잠깐 삽입해볼까 한다. 21) 그는 동물이나 인간이나 질투는 암컷이 아니라 수컷의 속성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이야기를 전개한다. 암컷은 자신의 몸에 서 난 자식의 정체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수컷의 경우엔 의구심이 생 길 수 있다. 수컷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다른 수컷에게서 암컷을 보호하는 온갖 방법들을 개발했다고 한다. 실패의 경우 남성들은 가정폭력, 다른 남 성들과의 성적분쟁에서 살인에까지 이른다. 조선시대 문화권에서도 예외 가 아니라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잠자리류의 경우 짝짓기 이후에도 암 컷을 놓아주지 않고 달고 다닌다. 일부다처제 동물의 수컷들은 암컷들을 지키느라 번식기 내내 거의 식음을 전폐한다고 한다. 줄무늬 다람쥐 수컷 은 번식기 동안 쉼 없이 암컷의 꽁무니만 따라다닌단다. 어떤 수컷은 암컷 을 굴속에 가두어두고 자기 엉덩이로 입구를 막고 있기까지 한다는 것이 다. 설치류의 경우 수컷이 점도가 특별히 높은 정액을 분비하여 짝짓기 이 후 암컷의 생식기를 틀어막기까지 한다고 하는데 이를 중세 남성들이 전 쟁에 나가며 아내에게 정조대를 채운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이런 봉쇄를 피해 여자들이 바람을 피우기 위해 개발한 절묘한 방법은 배란기를 은폐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다른 영장류의 암컷들이 배란기를 광고하고 수 컷을 모으지만 인간 여성은 배란기를 절대로 알리지 않도록 진화함으로써 자신도 배란기를 모르도록 되어버렸다. 배란기가 노출되면 남성들에게 그 시기 이후의 자유를 보장하겠지만 모르는 남자들의 현재 입장에서는 한 여자라도 안전하게 잡아놓고 자주 성관계를 갖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라 20) 흄, 이준호 옮김, 인간본성에 관한 논고 2: 정념에 관하여, 160쪽. 21) 최재천, 성과 젠더의 생물학, 성과 철학, 59~60쪽.

68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일처다부제의 성향을 잠재우고 일처일부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 새들의 경우 95% 정도 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전자 감식법을 이용, 한 둥지의 새끼들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평균 30% 이상 최고 70%에 이르 는 새끼들이 그 둥지의 수컷 새끼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동물 들에 대한 편견도 깨지고 있다.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는 그 병원에서 출생 한 아이들의 약 30%는 법적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미국 여러 주에서는 병원당국이 부모에게 아이의 혈액형을 알 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제 위반과 관련된 19 禁 위험한 목록들을 아주 최소한 살펴보기로 하 겠다. 이제 <숏버스>에서 언급된 몇 가지 개념들을 살펴보자. IV-1. 포르노 포르노라는 말은 여자포로(Phorne, 창녀)와 쓰기/그리기를 나타내는 graphy라는 라틴어 합성어이다. 그러니까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의 약 어이다. 그리스어로는 porni(창녀)와 graphos(문서)의 조합어이다. 매춘부 에 관해 쓰기 라고 풀 수 있다. 희랍어 Pornē는 매춘부 중에서도 가장 질 낮은 매춘부였는데 따라서 단순한 성표현 정도가 아니라 매춘부의 성행 위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노골적 표현이 이 말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한 다. 고대 그리스에서 모든 매춘부가 비속한 것은 아니며 이 최하층의 매춘 부인 포르네이아 만이 비천한 취급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육체 또는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거나 서술하여 성적인 자극과 만족을 위 해 이용되는 표현물 또는 음란물 로 정의되는 이 용어는 말 그대로 여 자를 비속한 매춘부로서 생생하게 묘사함 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널 리 인정되고 있는 기존의 도덕이나 사회적 금기를 의도적으로 침해하면서 생식기나 성행위를 사실적인 형태로서 기술하거나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22) 무엇보다 포르노는 철저히 남성중심주의적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69 인 남성자위의 교과서라는 부정적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문 제는 이런 관점에 대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판단을 내리기도 전 에 현대 사회는 전대미문의 사건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레인콤의 아이리버를 미국에 팔기 위해 유명 포르노스타를 광고에 출연시켰다는 23) 현재 상황을 말세적 증후군으로만 볼 것인가 하는 점이 다. 철저히 남성적 시각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포르노 속의 여성상, 아아 그러나 한국의 많은 여성들은 일상적인 거리에서도 이제 그러한 여성상과 노출의 패션에 익숙해지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즐기는 것이라고 강변하 기까지 한다. 나는 결코 그들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이 말을 하는 것이 아 니다. 외설인가 예술인가가 아니라 이제 외설의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표 현, 어쩌면 사실보다 더 솔직한 포르노의 예술성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또 다른 차원으로, 진화인지 타락인지 모른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는 것이다. 중독은 비판보다 강하고 비판이 성립하기도 전에 새로운 문화 로 진입해버림으로써 판단은 계속 유보되는 접힘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IV-2. S/M 성적인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은 변태 성행위가 아니라 솔직한 성적 유희를 위한 성문화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현재 성 정서 는 단연 최첨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도마조히즘은 사 디즘(Sadism)과 마조히즘(Masochism)의 합성어이다. 사디즘은 타자로 하 여금 고통이나 지배 또는 굴욕을 달게 받도록 함으로써 주체가 쾌락을 22) 드워킨, 유혜련 옮김, 포르노그래피, 297~299쪽; 양해림 외, 성과 사랑의 철학 111~113쪽. 23) 2005년 레인콤은 미국에서 PMP(휴대용멀티미디어재생장치)를 출시하면서 미국 유 명 포르노 배우인 제나 제임슨을 광고모델로 발탁하였다. 당시 PMP로 성인물 동 영상을 보는 경우를 고려했다고 업계 측은 설명하였다.

70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얻고자 하는 성적 충동에 의해 나타나는 양식이다. 24) 반대로 마조히즘 은 육체적 고통, 정서적 고통, 굴욕에서 (성적) 쾌감을 얻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25) 이 두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뜻의 심리학적 용어가 바로 사도마조히즘이다. 사디즘은 18세기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후작인 사드(Marquis de Sade)에서 유래했고 마조히즘은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소 설가 자허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지 고 있다. 2000년 영화 <퀼스>에도 나오는 것처럼 프랑스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사드 후작은 프랑스혁명의 정치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공포시대에 는 반혁명 혐의로 생애의 3분의 1을 감옥에서 보냈고 나폴레옹 시대에는 필화사건으로 5분의 1은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결국 거기서 사망하였다. 대표적 소설인 소돔 120일 26) 에 온갖 종류의 성행위와 가학적 성고문 등의 내용이 가득 차 있는데 이것들이 너무 음란해서 1992년 국내 한 출 판사에서 번역서를 내놓기는 했지만 초판만 찍고 판금되었다. 2000년에 다시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서를 내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역자의 이름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자녀가 이 책을 번역했다는 사실을 알까 봐 이를 숨 기기 위해 출판사에 요청했다는 것이다. 자허마조흐는 대학교수 신문사 편집장 등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많은 소설들을 발표하였다. 그의 모피 를 입은 비너스 27) 라는 소설은 마조히즘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 자와 권위적인 인물의 지배에서 발생하는 성적인 쾌락을 그린 이 소설처 럼 자허마조흐 자신이 실제로 모피를 입은 여인에게 채찍 맞는 것을 즐 겼다고 한다. 28) 권력의 절대성을 역설적 방식으로 풍자한 이 소설은 푸 24) 테일러 외 편집, 김용규 외 역, 포스트모더니즘 백과사전, 부산: 경성대학교, 2007, 531~532쪽. 25) 앞의 책, 368쪽. 26) 이 글은 이탈리아의 파졸리니 감독에 의해 <살로, 소돔에서의 120일>이라는 제목 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27) 원제는 모피입은 귀부인 인데 1902년판 영역본과 프랑스어 번역본이 모피를 입 은 비너스 였다. 28)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설 속에는 도색적 묘사가 거의 없으며 들뢰즈에 따르면 지배와 복종의 수사적 유희만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71 꼬와 들뢰즈 등 프랑스 사상가들에게서 재조명되기도 하였다. 29) 크라프 트에빙(Richard von Kraft-Ebing)은 성적도착증을 설명하기 위해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사용하면서 심리학적 용어로 변경시켰다. 독일의 성의학자였 던 그는 1898년 성 관련 고전이 된 성적 정신이상 30) 에서 이 용어들을 처음 사용했다. 프로이트는 더 나아가 성욕에 관한 세 편의 글 에서 사 디즘과 마조히즘을 성적 본능의 구성요소라고 규정하였다. 흥미로운 것 은 그가 마조히즘을 다시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자위행위를 이 가운데 하 나인 도덕적 마조히즘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통을 당하면서 쾌락을 느낀다는 마조히즘은 성애 마조히즘이다. 31) 그 런데 그는 마조히즘을 여성에 고유한 심리현상으로 규정하면서 페미니즘 의 비판을 받게 된다. 이런 이론적 접근이 실제적 행위들에 대한 오해에 서 비롯된 성폭행과의 경계는 강조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와 이해를 전제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 채우려고 하면 성폭행이 되는데 이런 배려와 이성적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경우에 위험은 배가될 것 이다. 32) 사도마조히즘에 대한 학술적 재평가와 실제의 성 현상에 대한 29) 마조히즘은 포스트모던 연구 속에서 의학적 정의를 넘어선다. 문화연구, 젠더 연 구 정치학 및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으로 변화하였다. 들뢰즈는 사드-자허마조흐 사이의 문학텍스트 비교를 통해 도색문학에서 도색학으로의 도약을 요구하였다. 여기서 특히 마조히즘을 사디즘의 대립에서 초월의 증거로 격상시킴으로써 문학 적 접근을 일구었다. 이후 페미니즘 이론 등으로 전화하면서 언어의 기술과 정의 를 그 내부로부터 해체하고 질서를 폐기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대중음악의 경 우 1967년 루 리드 소속된 미국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는 첫 음반 벨벳 언더그 라운드 & 니코 에 이 소설에 기초한 곡인 Venus in Furs 를 수록하기도 하였다. 30) Psychopathia, Sexualis, 1886. 31) 프로이트 등 정신분석학에서 온전히 성적인 성애 마조히즘 과 일반적인 행동에 관한 도덕적 마조히즘 을 구분하는 것에 비할 때 자허 마조흐의 마조히즘은 철저 히 전자인 성애 마조히즘 만을 일컫는다. 피학대 음란증, 피학대 성욕 도착증이라 고 한다. 32) 양쪽의 동의가 있고 자신의 성향과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숙지한 상태에서 SM플 레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BDSM은 이 게임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B는 Bondage- 결박 또는 Bearing-관계, D는 조련인 Discipline 또는 지배인 Dominance, S는 사디즘 과 Submission인 복종, M은 마조히즘과 Master인 주인을 말한다. 여기서 자신의 역

72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경험적 고찰과는 별개로 현대 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 장치로 이 사도마조히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주간 인쇄 매체에 기획기사로 당당하게 등장하고 있는 이 용어는 현대의 아니 어쩌면 어느 시대이든지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권력관계의 함수로 이해하 기 위한 더욱 적절한 용어처럼 선택되고 있다는 점에서 33) 그 진위를 논 의하기에 앞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은 아닌 척 하며 학술용어 로서의 전개를 이어가면서도 끝끝내 멋쩍어하는 내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 대중의 정서는 이미 이러한 자극적 성 용어에 무감해진 것일까? 아 니면 생존에 급급해 척박하고 건조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끌기 위해 이 정도의 자극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까? IV-3. 금기와 위반을 포용하며 바따이유는 에로티즘의 역설을 제시한다. 즉 성적 금기를 보충해서 그 의미를 완성시키는 위반의 개념 항들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가르는 에 로티즘의 독창성을 통한 위반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사랑만 도 성만도 아닌 에로티즘을 통해 관능과 신성을 매개한다. 프로이트에게 서 인류의 문명은 에로스와 죽음, 생명본능과 죽음본능 사이의 투쟁 의 형태로 귀착되고 마침내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대립이 에로스의 해방이 아 니라 억압을 의미한 것과 달리 바따이유의 경우 금기를 위반함으로써 더 욱 큰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섹스를 비난하지 않는다. 무신론적 신비주의 할이 배분된다. 성향은 네 가지로 구분된다. 권력적 지배자는 돔이다. Dominance의 약자이다. 복종자는 섭이다. 남자는 멜(male), 여자는 펨(female)이다. 남자지배자는 멜돔, 여자 지배자는 펨돔, 남자 피지배자는 멜섭, 여자 피지배자는 펨섭이 될 것 이다. 번갈아가며 피지배자 지배자가 되는 사람은 스위치(switch)라고 한다. 자신을 잘 알게 되면 에스에머(SMer)가 되는데 이런 세계와 전혀 무관한 사람은 바닐라 라고 부른다. 아무런 특유의 맛이나 향이 없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한겨레21 제 618호, 50~51쪽 참조. 바닐라라는 명칭은 바닐라라는 식물의 무색결정체 바닐린 의 속성에서 유래한다. 33) 한겨레21 618호 참조, 48~49쪽의 설문조사는 흥미를 유발한다. 주 31) 참조.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73 로 분류되는 그는 항상 과도한 불안 속에서 쾌락을 얻기 위해 참을 수 없 는 환각 에 전념하였다. 나는 극도의 불안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나는 과도한 불안 속에서 불 안에 이르는 유일한 출구를 보았다 고 고백하였다. 34) 그는 불결한 사랑과 유치한 음탕함 속에서 우주적 무관심에 저항하였으며 오히려 우주를 범성 욕주의적 관점으로 보았다. 그러나 바따이유의 독창성은 에로티시즘에 대 한 무제한적 찬양과 아울러 사물화에 대한 경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 적 금기들을 합법적이고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관점에 있다. 내 생각에 성적 타락은 금지되어야 한다. 나는 성적 금기들을 망각하는 것을 하나의 탈출구로 보는 자들의 편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인간의 가능성은 이런 금기 들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인간의 욕 망을 야만성이 아닌 우월성으로 수용하기 위해 도덕적 금지가 필수적이 다. 수치심이 기본적인 성의 덕목으로 남아 있을 때에만 음란함도 자극적 효능을 갖는다는 것이 그의 궁극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바따이유의 반전이 계속되는 동안 그 반전만이 독창적인 것이라면 구 원은 다시 무지개 너머로 물러가고야 마는 듯하다.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왜 인간의 성적 오르가즘이 경계와 울타리를 넘어 유한한 인간의 초월 가 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 바따이유는 아직 다 말하지 못한 것일까? 죽음 에의 공포를 말하는 한 아직 불안의 불투명성을 희구하는 그가 왜 불안의 희구로부터 쾌락을 얻는지는 아직 내밀한 경험으로도 다 알아내지 못한 지점에서 멈추어버린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에필로그 - 엑스터시의 가능성 일자의 유출 로 개별자에 이르는 세계의 하향적 형성을 설명한 플로티 34) 알렉상드리앙, 647쪽.

74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노스의 사상에서 35) 개별화된 유한적 존재들은 자신의 한계로부터 해방되 어 일자와의 합일이라는 상승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제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으며 당연히 이는 특수자들의 궁극적 소원이 될 수 있다. 쪼개진 개 별자들의 분리는 소외를 불가피하게 불러들이는 것이고 개별화가 가속화 될수록 고독한 섬처럼 무궁한 심연위에 고립된 가면적 동일자는 근원으로 의 회귀를 꿈꾼다. 이때 가지적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자의 위상은 그 일자 와의 합일의 순간에 가능한 황홀경(ecstasy)에서만 인식적 가능성이 열린 다. 점점 도시화의 문명 속에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자신들을 스스로 몰고 가고야 마는 인간의 강박이 그 긴장을 풀고 현재의 죽음을 동반하는 탈아 의 순간에서 초월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경우가 있을까? 특별한 재능이 나 열정, 부를 소유하지 않고도 누구나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는 쾌락의 극치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을 여는 열쇠는 몇 가지나 남아있을까? 그런 것을 꿈꾸지 않은지 오래된 소시민의 경우라면 더 착잡해진다. 도둑맞은 편지처럼 욕망의 끝없는 미끄러짐과 타자의 전유화를 거부하는 유예의 굴 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라캉의 지적처럼 문명화된 인간은 결코 그와 같은 상황에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할 것인가? 36) 우리는 과연 우리 스 스로 만족의 기준을 아는 것일까? 오늘 당신의 X 37) 는 안녕하세요? 아니 면 대리-X적 문화 활동으로 승화시키셨는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35) 플로티노스, Enneads. / 거슨,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Plotinus 참조. 36) 김석, 라캉, 에크리 참조. 37)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하기 힘든, 사실은 딱 무엇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미지의 욕 망 덩어리를 지시하기 위한 기호임.

성과 사랑 사이 : 성 담론 사례 분석 이경희 75 참고문헌 김석, 에크리, 파주: 살림, 2007. 러셀 바노이, 황경식 외 옮김, 사랑이 없는 성, 서울: 철학과 현실사, 2003. 류지한, 성윤리, 서울: 울력, 2002. 朱 熹, 한상갑 역, 四 書 集 註 II, 孟 子. 서울: 삼성출판사, 1983. 바따이유, 조한경 옮김, 에로티즘, 서울: 민음사, 2004. 손흥철, 유학에서 여성의 이해, 가톨릭철학 제7호, 2005. 알렉상드리앙, 최복현 옮김, 에로틱 문학의 역사, 서울: 한숲, 2005. 양해림 외, 성과 사랑의 철학, 서울: 철학과 현실사, 2002. 이강수, 중국 고대철학의 이해, 서울: 지식산업사, 1999. 전경갑, 욕망의 통제와 탈주, 서울: 한길사, 1999. 진중권 외, 성의 미학, 서울: 세종서적, 2005. 철학연구회, 성과 철학, 서울: 철학과 현실사, 2003. 테일러 외 편집, 김용규 외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백과사전, 부산: 경성대출 판부, 2007. 푸꼬, 이규현 외 옮김, 성의 역사 I~III, 서울: 나남출판, 2004. 프로이트, 김석희 외 옮김, 프로이트 전집 1~15, 서울: 열린책들, 2003. 한겨레 21 제618/626호 외 흄, 이준호 옮김, 인간본성에 관한 논고 2: 정념에 관하여, 서울: 서광사, 1996. Gerson, Lloyd P.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Plotinu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6.

76 유럽사회문화 창간호 Résumé Between Sex and Love : An Analysis on the Discourse of Sex Lee, Kyung-Hee Several discourses on sex and gender reveal a phase of present-day Korean culture. Through these discourses, we can find out a true picture of Korean Society undergoing hardships on account of the conflict between Confucianism and Western Culture. Now I treat of the current state of Korean sex culture through various types of discourses such as films, literature and Philosophy etc. on phenomena of sex. The question of sexuality is closely connected with the determination of human essential identity. 주제어 : 성 정체성(sexuality), 에로티즘(erotism),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 바따 이유(Bataille), 들뢰즈(Deleuze), 성문화(sex culture), 유교(confucia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