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북한연구, 16권 3호(2013), C 2013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pp.272~304.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지속과 변화 박정민(북한대학원대학교) 이 연구는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대( 對 )러시아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떠한 성격을 띠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김정은 체제의 대러 시아 정책이 김정일 시대의 대러시아 정책과 비교해 어떠한 모습으로 변 화하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특히, 이 연구는 기존 연구들의 성과를 바탕 으로 북한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북한의 대러시아 정책의 성격을 외교안 보 분야와 경제협력 분야로 나누어 살펴본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들과의 차별성이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김정일의 대외 정책의 전반적인 기조를 계승하는 데, 그것은 체제 안정과 경제난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러시아 정책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경제협력을 꾀해 실리 를 추구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핵에 대한 입장과 경제협력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제한적인 수준의 협력만이 이뤄지고 있다. 이 연구는 마지막으로 김정은 체제의 대러시아 정책의 성과는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는 6자회담과 경제협력사업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이기 도 한 남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제어: 김정은, 북한, 북 러관계, 북한의 대러시아 정책, 북핵, 6자회담, TSR-TKR 272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1. 서론 북한과 러시아는 냉전 시기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왔다. 그러나 남한의 북방 정책과 소련의 개혁 정책이 맞물리면서 1990년 한 소 수교가 이루어지자, 북한은 소련의 행위를 딸라로 팔고 사는 외교관계 라고 맹비난함으로써 북 러관계 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1)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Boris Nikolaevich Yeltsin) 대통령은 1992년 11월 남한의 노태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중단 압력과 소련 시절 북한과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의 핵심 내용인 한반도 분쟁에 대한 자동개입조항 폐기를 천명했다. 2) 러시아는 한 소 수교를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하 고자 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점차 하향세를 그려 나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북 러관계는 점차 회복되었다. 1961년에 맺 어진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조약이 2000년 2월에 체결되었고,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블라디미르 푸틴 (Vladimir Putin) 대통령이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김정일 국 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에도 2001년, 2002년, 2011년에 각각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울란우데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함으 로써 양국의 협력관계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북 러관계의 발전은 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을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문제와 경제협력 문제 두 분야를 중심 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외교적 고립으로부터 1) 딸라로 팔고 사는 외교관계, 로동신문, 1990년 10월 5일. 2) 조선일보, 1992년 11월 21일.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73
의 탈피와 동시에 경제적인 어려움 타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가 에너지개발사 업, TSR(Trans-Siberian Railway, 시베리아 횡단철도), TKR(Trans-Korean Railway, 한반도 종단철도)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 에 이에 대한 협조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경제 발전과 관련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정 화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 패권주의의 강화와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보라는 정치적 의도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3) 그동안의 양국 상호 정책 및 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째, 정상회담 혹은 6자회담 내 에서 두 국가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북 러관계의 현재를 진단하는 경 향, 4) 둘째,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극동시베리아 개발과 경제협력을 러시아 외교 정책적 입장에서 분석하는 경향, 5) 셋째, 러시아 대외 정 3) 박정민, 북핵문제와 남북러 삼각 에너지협력, 한국과 국제정치, 제24권 2호 (2008), 50쪽. 4) 이동형, 북 러 관계발전의 성격 고찰: 2000~2002년 김정일 푸틴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통일논총연구, 제11권 2호(2002), 147~178쪽; 장덕준, 북러관계 의 전개: 공동화된 동맹으로부터 새로운 협력관계로, 중소연구, 제28권 3호 (2004), 119~150쪽; 최태강, 푸틴 시대 러시아-북한 관계: 정치, 군사 및 경제관 계를 중심으로, 신뢰연구, 제15권 1호(2005), 117~143쪽; 김강녕, 북한의 핵실험과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통일전략, 제6권 2호(2006), 53~88쪽; 유진 숙, 제3차 북핵 위기와 러시아의 입장 변화, 통일연구, 제14권 1호(2010), 5~32쪽; 문흥호,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과 북한, 중소연구, 제35권 3호(2011), 199~225쪽 등을 참조. 5) 신범식, 푸틴 3기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변화하는 동북아에서의 적극적 역할 모색, 한국과 국제정치, 제29권 1호(2013), 123~161쪽; 한종만,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과 한반도 정책, 통일문제연구, 제24권 2호(2012), 73~ 274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책 및 대( 對 )한반도 정책의 변화에 관한 연구 6) 등이다. 대체로 양국의 상호 정책 및 관계에 대한 연구는 특정 이벤트를 중심으로 분석하거 나 러시아의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 주를 이룬다. 이 연구는 이러한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의 대러시아 정 책을 검토함으로써 북한의 시각에서 북 러관계를 재해석해보고자 한 다. 우선 김정은 체제의 대외 전략 및 러시아 정책의 기조를 살펴본 후, 북한의 대러시아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한다. 정책의 성과와 한계는 2000년 이후 새롭게 설정되고 있는 북 러관계의 외교안보 분 야와 경제협력 분야로 나누어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시대의 대러시아 정책을 어떻게 계승해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 지를 분석한다. 2. 김정은 시대의 대외 전략 및 러시아 정책의 기조 1) 대외 전략의 기조와 목표 탈냉전 이후 북한은 냉전 시기의 이념에 기초한 사회주의 진영 외 105쪽; 신범식, 동북아시아 에너지안보와 다자 지역협력: 러-북-남 가스관 사업 과 동북아 세력망구도의 변화 가능성, 한국정치학회보, 제46권 4호(2012), 247~278쪽; 최태강, 제3기 푸틴정부의 동북아 정책: 시베리아와 극동 러시아 개발을 위한 전략적 선택, 신아세아, 제19권 3호(2012), 128~158쪽 등을 참조. 6) 홍완석, 푸틴 시대 러시아의 신 한반도전략: 분석과 대응, 한국정치학회보, 제35권 3호(2001), 343~363쪽; 김성진, 러시아 푸틴/메드베데프 정부의 대외정 책: 지속성과 변화, 중소연구, 제36권 4호(2013), 241~276쪽; 김유은, 푸틴 의 공세적 외교정책과 러시아의 동북아 다자안보에 대한 입장, 중소연구, 제34권 3호(2010), 111~137쪽 등을 참조.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75
교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은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이로 인한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매우 심한 고립감을 갖게 되었다. 더구나 세계적 차원의 냉전 해체가 진행되었음에도 한반도의 냉전은 계속되었고, 여기에 김일성 사망, 심각한 경제난 등이 겹치면 서 북한은 심각한 체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북한 의 대외 전략 목표는 체제 생존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핵 문제를 적극 활용해나 갔고, 그 결과 1994년 10월에 북 미 제네바 합의 를 이끌어냈다. 사상 최대의 체제 위기를 모면하고 새롭게 김정일 시대를 맞은 북 한은 근본적인 대외 정책의 변화를 모색해나갔다. 1990년대 초반 외 교적 고립과 피포위 의식의 심화 속에서 펼쳐진 수세적인 생존외교에 서 벗어나 이 시기 대외 정책의 일차적 목표는 탈냉전기 체제 유지를 보장하는 안정적인 대외환경의 조성과 계획경제의 한계 및 내부자원 의 고갈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북한 은 현실주의적인 실리외교를 지향해나가면서 전방위 외교 를 활발히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즉 북한은 이념과 정치 위주에서 점차 경제를 강조하는 현실주의적인 외교 노선을 견지하는 방향에서 과거의 사회 주의 진영 외교 대신 전방위 외교 를 추진해나갔다. 7) 북한의 전방위 외교의 방향은 1 미국, 일본, EU 등 서방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적 실리 획득이라는 목표의 동시 추구, 2 중국, 러시아 등과 이데올로기적 성격에서 벗어난 전통 적인 우호 친선관계 유지 발전, 3 비동맹외교의 퇴조 속에서 동남아 시아 국가들과의 자원외교 강화, 4 국제기구 및 NGO들과의 유대 관 7) 이교덕 외, 북한체제의 분야별 실태평가와 변화전망 (서울: 통일연구원, 2005), 356~357쪽. 276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계 강화 등을 도모하는 데 맞추어 전개했다. 이러한 북한의 전방위 외교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2002 년 제2차 북핵 위기 이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대외 정책 목표는 경제난 극복과 외교적 고립 탈피 에 맞춰져 있었고,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한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 재건을 위한 전방위외교를 추진해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제2차 북핵 위기로 제1차 북핵 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 처하게 되자, 북한은 체제 유지를 보장하는 안정적인 대외환경 마련을 위해서는 미국의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함 을 더욱 뚜렷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협상장으로 미국을 유인하기 위해 노력했고, 중국과 의 안보적 경제적 관계, 러시아와 전반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면서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미국 압박 카드로 활용해나가고자 했다. 제2차 북핵 위기 이후 김정일은 핵무기 개발로 인해 미국의 압박을 받는 자신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에 힘을 쏟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유도해보고 자 한 것이다. 김정일은 국내외적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친선관계를 강조해왔다. 6자회담에서 중국의 입장은 그 어느 국가보다 북한에 호의적이었다. 8) 한 소 수교 를 계기로 소원해졌던 러시아와의 관계도 푸틴 대통령 등장 이후 네 차례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새로운 우호협력 조약도 체결하고 경 제협력을 확대하며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다. 북한은 미국의 패권주의 8) 홍성후, 김정일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 비교, 한국동북아논총, 제67권 (2013), 181쪽.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77
를 견제하고자 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적절히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현재 김정은 체제도 김정일의 유훈 관철이라는 명분 아래 김정일 의 대외 정책을 큰 틀에서 그대로 물려받아 전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정전협정 파기 선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일 의 전략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정일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은 김정은 체제의 입장에서는 변하지 않은 대내외적 환경에서 새로운 대외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의 대외 정책 방향은 이미 후계체제 구축 과정과 맞물려 정해졌으며, 2010년 당대표자회를 통해 확정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 다. 9) 이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체제 결속 및 권력의 공고화, 대외적으 로는 갈등과 위기를 조성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체제 보장과 함께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권력 승계가 빠른 시간에 이뤄졌고 상대적으로 권력 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대내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대외 전략을 이 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10) 결국 김정은 체제의 대외 전략은 김정일 시대와 마찬가지로 핵 개 발을 통한 체제 안정과 함께 경제 지원 유도를 통한 경제난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2012년 4월 헌법 개정 시 핵보유국을 명 기한 것처럼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장 계획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이 핵무장 계획은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 목표에도 부합된다. 즉 군사 적 강성국가 건설을 주장하면서 주민의 단합을 유지하고 동시에 주민 통제 및 억압의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핵무장 계획은 유일 9) 허문영 유동원 심승우,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심 으로 (서울: 통일연구원, 2012), 153쪽. 10) 홍성후, 김정일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 비교, 184~185쪽. 278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주체사상 및 배타적 민족족의를 실현시킬 수 있고, 김정은 정권으로서 체제 정당성을 제고하는 유일한 대안이며 체제 유지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부수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한 핵과 미사일 개발은 그 포기 대가로 국제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비핵화 협상을 통해 국제 원조를 얻어내고 자신들의 후견국가격인 중국으로 부터도 지원을 획득할 수 있다. 11) 다시 말하면 김정은 체제의 대외 정책은 안정적인 정치군사적 환경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 재건을 위한 조건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현재 핵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은 이러한 대 외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경을 접하는 러시아와 중국과의 정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 재건의 조건 마련과 함께 이들 국가를 활용해 미국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2) 대러시아 정책의 기조와 목표 북한은 앞서 살펴본 대외 전략의 기조와 목표 아래 러시아와의 협 력을 자신의 외교적 고립으로부터의 탈피와 동시에 경제적인 어려움 타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러한 김정일 시대의 대 러시아 정책을 김정은 체제는 그대로 계승해 더욱 확대해나가는 것으로 판단 된다.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은 과거 소련 시절 가졌던 원조국, 사 회주의 진영의 선두, 계급적 동지 에서 소련의 해체 이후 전방위외 교 대상의 하나로 친선 관계를 유지해야 할 세계 여러 나라들 중 11) 배정호 외, 리더십교체기의 동북아 4국의 국내정치 및 대외정책 변화와 한국 의 통일외교 전략 (서울: 통일연구원, 2012), 192~193쪽.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79
하나로 인식하는 것으로 변해왔다. 12) 그러나 제2차 북핵 위기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미국과 중국 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자, 북한은 러시아와의 유대 및 교류 협력 강화 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가 추진하고자 하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자신의 경제 재건의 조건 마련에 활용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북한의 입장 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 미 일 동맹의 안보 위협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중국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는 못 한다. 따라서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에게 북 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면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 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및 경제협력 문제 논의 등을 빈번히 하고 있는데 이것은 러시아를 통해 미국과 중국을 견제 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13) 이와 함께 북한은 러시아가 에너지개발사업, TSR-TKR 철도연결사 업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협조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고 한다. 이러한 북 러 간의 경제협력은 기형적인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북한 체제 생존이 중국 하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12) 탈냉전 이후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는 미국이 되었으며, 러시아는 전방위외 교 대상의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서는 정성임, 북러관계,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엮음, 북한의 대외관계 (파주: 한울, 2007), 301~308쪽 참조. 13) 허문영 유동원 심승우,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 심으로, 185~186쪽. 280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은 북한에 꼭 필요한 측면이 있다. 또한 러시아와 에너지협력 등의 극동 지역 개발 논의를 지속하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의 압박에 대한 대응을 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 석할 수 있다. 또한 TSR-TKR 철도연결사업과 가스관 연결사업을 경 제 발전과 동시에 군부를 달래고 인민들의 사상을 결속시키는 좋은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사업들은 러시아, 남한, 일본의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가 적은 미국 과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14)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협력, 항구 사용권 제공, 영공 통과권 제공, TSR-TKR 철도 연결, 가스관 건설, 북한 산업시설 재건 등의 이해관계 가 일치하기 때문에 더욱더 긴밀한 경제협력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판 단된다. 이것은 북한 입장에서 대외협력 다변화 및 자립경제 기반 구 축과도 부합한다. 이러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경제난 해소에 도움 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중국의 지원도 압 박할 수 있다. 즉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미국과 중국 두 국가의 영향 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균형외 교 전략의 효과는 역사적으로도 입증된다. 북한은 중소대립 구도를 활용한 등거리외교를 통해 양국의 경쟁적 지원을 유도하면서 체제 안 정을 꾀해온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1984년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소련을 봉쇄하는 정책을 취했을 때, 북한은 소련에 나진항과 청 진항을 군항으로 사용하는 권한과 더불어 북한 영공을 통한 항공 정 찰을 허용해주는 대신 수십억 달러의 군수 지원을 얻어낸 적이 있는 14) 위의 책, 190~192쪽.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81
데 이것이 미국과 중국의 반소제휴로 고립된 소련을 활용해 국익을 추구했던 좋은 예이다. 15) 최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보여주는 행보도 이러한 균형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2년 북한과 중국은 황금평 위화도경제지대, 나선경제무역지대 공동 개발과 관련한 제3차 조중 공동지도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북한은 비공개 혹은 보도를 하지 않은 이전과 달리 제3차 회의에 대한 소식을 매우 자세하게 발표 했다. 북한은 이 회의를 통해 황금평의 국경 통과 지점이 확정되었고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중국 전력 송전을 위한 측량사업도 끝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측 보도에는 없는 내용이다. 또한 황금평 기초시설 건설 공정 설계에 관한 양해 문서가 조인되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16) 그러나 새로운 협력을 도출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투자 계약 등 북한이 기대한 실질적 결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 다. 즉 중국 측은 황금평 개발에는 소극적인 반면 동북3성의 물류 해 결 차원에서 나선 청진항 등을 확보할 수 있는 나진 지구 개발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에 반해 북한은 두 곳 모두 함께 개발되 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중국은 특 히 황금평 나선 지구 개발과 관련한 투자는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논 리를 펴고 있으나 북한은 중앙정부가 상당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국가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는 원활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17) 15) 위의 책, 155쪽, 195~196쪽. 16) 조선중앙통신, 2012년 8월 15일; 동아일보, 2012년 8월 16일. 17) 허문영 유동원 심승우,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 심으로, 173쪽. 282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이에 북한은 최근 이 지역을 황금의 삼각지대 로 선전하면서 러시 아와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음을 밝혔다. 매력적인 지리적 경제적 조건을 갖고 있는 나선경제무역지대는 앞으로 동북아시아 나라 들의 발전과 번영에 적극 기여하게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예상 보다 투자가 지지부진한 중국에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러시아와 경쟁 하게 함으로써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18) 김정은 체제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신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더 많은 정치안보적 경제적 실리 를 추구해나가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입 지 강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힘겨운 핵 게임 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일방주의, 미국과 중국과의 협력을 견제하는 세력으 로서의 러시아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대 러시 아 정책이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과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맞물려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것처럼 보이나 그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3. 김정은 시대의 대러시아 정책의 성과와 한계 1) 북핵 문제를 둘러싼 협력과 갈등 2000년대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외교안보 분야 협력은 제2차 북핵 위기를 계기로 더욱 강화되었다. 양국의 외교안보 협력 강화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에서 잘 드러난다. 러시아는 1990년대 18) 조선중앙통신, 2013년 6월 5일; 연합뉴스, 2013년 6월 5일에서 재인용.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83
냉각된 북 러관계와 쇠퇴한 국력 탓에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소외된 경험이 있다. 이에 러시아는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회복과 미국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 로 나서기 시작했다. 19) 한편, 북한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을 함께 상대할 경우, 두 강대국의 압력을 감당하기 어렵 다고 판단하고 러시아의 참여를 강력히 희망했다. 북한은 미국과 함께 압력을 가할 수도 있는 중국에 대한 일종의 균형추로서 러시아의 참 여를 원했던 것이다. 이에 북한은 러시아의 회담 참여뿐 아니라 주관 자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6자회담에 러시아가 참여하고 그 나름의 역할을 하는 데 북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 이와 함께 북한은 러시아의 참여를 통해 한 미 일 공조에 대응할 수 있는 북 중 러 관계 강화를 추구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6자회 담의 구도를 만들고자 했다. 비록 냉전 시기의 동맹과는 다른 차원이 라고는 해도 여전히 현재 동북아의 정세는 한국, 미국, 일본을 한 축으 로 하고, 북한, 중국, 러시아를 또 다른 한 축으로 대립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러한 지형을 적극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21) 북한은 러시아의 회담 참여를 통해 회담 내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국가를 얻게 되었고, 러시아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을 유도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22) 북한의 19) 김용호 허재영,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연성균형 과 6자회담, 신아세아, 제14권 4호(2007), 55~56쪽. 20) 임경훈, 러시아 대외정책의 변화: 집권 2기 푸틴 정부의 대 이란 및 북한 외교 정책 비교, 슬라브연구, 제24권 3호(2009), 188~189쪽. 21) 허문영 유동원 심승우,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 심으로, 176쪽. 22) 임경훈, 러시아 대외정책의 변화: 집권 2기 푸틴 정부의 대 이란 및 북한 외교 284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기대대로 러시아는 6자회담이 BDA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나갔다. 결국 BDA 문제는 BDA 마카오 금융관리국 마카오 대서양은행 뉴욕 연방준비은행 러 시아 중앙은행 러시아 극동상업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 로의 이 동을 통해 해결되었다. 23) 푸틴의 재등장 이후 러시아가 외교 정책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국내 안정 및 경제 발전을 위한 외부의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와 주변 국가들의 군사적 움직임 방지, 6자회담을 통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4)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러시아는 북한과의 양자 관계 강화뿐만 아니라 6자회담,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와 같은 다자회담 혹은 다자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 있다. 당시 러시아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은 러 중 정상회담에서의 선 언과 유엔에서의 활동으로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2002년 2월 미국의 조지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이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 으로 규정하자 러시아는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증거 제시를 촉구하 고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25) 2003년부터 2007 년까지 네 차례의 러 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일방적 해결 지양, 유엔 역할을 강조하는 데 함께했다. 2006년 7월 정책 비교, 188~189쪽. 23) 조선일보, 2007년 6월 15일. 24) 신범식, 푸틴 3기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변화하는 동북아에서의 적극적 역할 모색, 135쪽. 25) 한국일보, 2002년 2월 6일; 동아일보, 2002년 2월 14일.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85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실시하자 미국과 일본은 군사적 제재 조치가 가능한 유엔 헌장 7장이 적용된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했으나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은 반대 의견을 나타 내고 수정된 결의안을 제출해 채택하게 하는 외교력을 과시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에도 세르게이 이바노프 (Sergey Ivanov) 러시아 국방장관은 군사적 제재를 반대하고 제재의 목 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6자회담 복귀 즉시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러시아 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 반대는 북한의 입장 옹호라기보다는 미 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역내 불안정한 안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함이 었다. 26) 북한은 2011년 8월 이러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나가면서 양국의 협력관 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에 합의했다.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점차 우군 확보가 어려워지던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의 입장은 일관하다 고 주장하면서, 이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영도자들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해 9 19공동성명을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해 이행함으로써 전 조선반도 의 비핵화를 앞당기는 데 대해 의견일치를 본 것은 지역과 세계의 평 화와 안전을 수호하려는 두 나라의 원칙적 입장의 발현 이라고 평가 했다. 27) 북한은 북 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해결 의지를 나타 26) 박정민, 러시아의 동아시아 전략과 6자회담, 중소연구, 제35권 1호(2011), 136~137쪽; 김용호 허재영,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 연성균형 과 6자회담, 50~51쪽. 27) 조로친선의 년대기에 빛나는 장을 아로새긴 력사적 사변, 로동신문, 2011 년 8월 27일. 286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냄과 동시에 북 러관계의 강화를 과시하고자 했다. 정상회담 이후 2011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드미트리 메드베 데프(Dmitry Anatolyevich 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오랜 전통을 가진 조러 친선협조 관계가 최근 우리 사이의 상봉에서 이룩 된 합의정신과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계속 좋게 발전하리라 는 확신을 표명한다 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기도 했다. 28) 이것은 8월 의 정상회담 결과가 나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정 은 체제 등장 이후 2012년 12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하자 러시아는 이전과 달리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북한 은 이에 대해 세계의 공정한 질서를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큰 나라 들까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미국의 전횡과 강권에 눌리어 초보적 인 원칙도 서슴없이 줘버렸다 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9) 또한 북한은 러시아 상원의장의 방북을 거부했는데, 이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동참한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나 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30)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음으로써 북 러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았다. 북한은 2013년 2월에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유엔안보리도 3월에 이에 대응해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유엔안보리는 핵전쟁광신자들의 위 험천만한 책동을 규탄하고 배격하는 결의를 채택하는 대신 자기의 권 능과 정반대로 유일 초대국 으로 자처하는 미국의 핵전쟁 책동의 거 수기 노릇을 했다 고 주장했다. 그런데 미사일 발사에 대한 1월의 유 28) 조선중앙통신, 2011년 9월 14일. 29) 조선중앙통신, 2013년 1월 24일. 30) 경향신문, 2013년 2월 7일.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87
엔 결의안 채택 당시 북한의 반응 내용과 비교했을 때 러시아를 자극 할 만한 내용이나 문구는 없었다. 북한은 또한 북 러 공동선언 13주년을 맞이해 전통적인 조로 친선 협조 관계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더욱 확대 발전시키는 것은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과 근본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세 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고 강조했 다. 31) 이와 같은 북한의 입장에서 북 러관계의 강화를 바라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2012년에 이어 2013년 광복절에도 두 국가의 지도자 는 축전을 주고받았는데, 김정은은 역사적인 항일 대전의 피어린 나 날에 마련된 조로친선의 전통을 부단히 심화발전 시켜나가는 것은 우 리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과 근본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동북아시 아와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도 응당한 기여가 된다 고 밝히면서 나는 세기와 세대를 이어온 전통적인 조로 친선 협조관계가 앞으로 더욱 강화발전되리라고 확신 한다고 강조했다. 32) 이러한 입장 변화는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2012년 북한이 개정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하고 지속적 으로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 혹은 현상 유 지를 추구하는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러 시아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자 북한과의 협력 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재 북한의 핵 정책은 러시아의 대외 및 동북아 31) 조로친선관계발전을 추동한 력사적인 계기, 로동신문, 2013년 7월 19일. 32)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로씨야 련방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로 동신문, 2013년 8월 15일. 288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전략, 그리고 대한반도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대북 정 책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방어적인 차원에서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북한의 무 기 판매에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과의 외교에서 마찰을 일 으킬 수 있는 요소들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3) 2) 경제협력사업의 성과와 한계 북한과 러시아는 2011년 울란우데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철도연결 협력사업에 합의했다. 34) 같은 해 9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안드 레이 데니소프(Andrei Denisov)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와 관련한 의견 을 교환하기 위한 실무 접촉을 가졌다. 35) 김정일은 10월 이타르 타스 (ITAR-TASS) 통신과의 서면 회견에서 가스관 부설과 연결 문제를 비롯 한 북 러 간의 경제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인민들의 이익 에 부합하고 지역 번영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36) 2011년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가스관 건설 사업과 관련해 실무단을 파견하고 공동실무그룹 구성에 합의하는 등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37) 특히 북한은 이것을 북 러 양국의 친선 협조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북 러관계 33) 허문영 유동원 심승우,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 심으로, 183~184쪽. 34) 로동신문, 2011년 8월 25일. 35) 국민일보, 2011년 10월 28일. 36) 조선중앙통신, 2011년 10월 19일; 통일부, 주간북한동향 1070호 (서울: 통 일부, 2011), 7~8쪽. 37) 조선중앙통신, 2011년 11월 26일.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89
의 밀착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자 했다. 2011년 북 러 정상회담 이 후 북한과 러시아의 교류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데, 가장 크게 주 목받은 것은 2011년 10월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 5만 톤을 지원한 것 이다. 왜냐하면 양국 사이의 식량 지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기 때문 이다. 38) 이 밖에 의료 분야, 문화 예술, 북한 노동자 파견 등에서 활발 하게 이루어졌다. 39)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바로 TSR과 TKR 등 철도연결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2006년 3월에는 남북한과 러 시아 3국의 철도 책임자가 모여 사업의 필요성과 참여 의지를 상호 확인한 바 있다. 이후 남북 경색으로 답보상태에 빠진 상황이지만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여전히 북한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40) 이와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는 2011년 10월 나진과 하산 철도구간 의 개 보수 공사를 마무리하고 시범 운행을 실시했다. 함경북도 나선 시 두만강역지구 조러친선각에서 개최된 개 보수 공사 기념 시범열차 운행 행사에 참여한 북한 철도성 부상 주재덕은 라진-하산 철도구간 에서의 화물수송이 조로 두 나라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경제 교류에 이바지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고 말했다. 러시아 철도 공사 부사장 발레리 리세트니코프는 두 나라 최고령도자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는 철도운수 분야에서의 협조는 새 화물로선을 여는 데서 뜻 깊은 사변으로 된다 고 강조했다. 41) 북한은 2012년 2월 나진-하산 38) 조선중앙통신, 2011년 11월 10일. 39) 연합뉴스, 2012년 8월 27일; 연합뉴스, 2012년 10월 3일; 조선중앙통신, 2012년 10월 5일. 40) 국민일보, 2011년 8월 22일. 290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표 1> TSR-TKR 연결 사업의 개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한반도 종단철도(TKR) 구간 궤간 총연장 전철화 복선화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부산-나진 1520mm (광궤) 1435mm (표준궤) 9297km 100% 100% 1295km 60% 22% 자료: 서울신문, 2013년 9월 9일. 철도 사업과 관련해 33명의 전문가를 러시아에 파견해 전문교육을 받 게 하기도 했다. 42) 이후 지속적으로 시범 운행을 실시한 후 양국은 최근 이 구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나진-하산 철도 개건구간이 개통됨으로써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고 자평했다. 43) 북한이 철도 연결과 이와 관련한 행 사 소식을 지체 없이 전했다는 것은 TSR-TKR 사업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나진과 하산 철도구간 개 보수 및 운영 사업을 발판으로 한 후속 사업 수행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진-하산 철도구간의 본격 운행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구간을 통해 하루 30대의 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데, 이를 화물 물동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20피트 컨테이너 20만 개를 실어 나르는 것이 가능하 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사용료, 주변 지역 터미널 임대료 등 의 부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보스토치니 항의 물동량 포화상태, 수송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는 3,000억 가까운 나진항 화물터미널 건설 비 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면서까지 이 철도구간의 개 보수 작업을 수행한 41) 조선중앙통신, 2011년 10월 13일. 42) 연합뉴스, 2012년 2월 21일. 43) 조선중앙통신, 2013년 9월 22일.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91
것이다. 44) 북한은 2012년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중국,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관 계발전을 천명했다. 45) 이러한 움직임은 2012년 2월 북한 외무성 대변 인이 러시아 이타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 러 간의 우호와 협력 관 계의 발전은 변치 않는 의지라고 역설한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46) 2012년 3월에는 김정은 비서가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도 전 통적인 관계의 두 국가 사이에서 합의한 내용들은 두 국가의 친선협 조관계의 강화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표명하기도 했다. 47) 2012 년 7월 북한의 궁석웅 외무성 부상은 북한 영토 내 가스관 건설 프로 젝트 이행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고, 철도 보수 사업을 비롯한 공동경 제협력 프로젝트 이행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48) 김정은은 2012년 8월 15일 광복절 축전을 통해서도 나는 항일대 전의 피어린 나날에 마련된 전통적인 조러친선협조관계가 최고위급 에서 합의된 공동 문건들의 정신과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계속 확대 발전되리라고 믿는다 고 밝히며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44) 세계일보, 2011년 10월 15일. 45)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위대한 장군님께서 진행하신 중국과 로씨야에 대한 력사적 방문은 세계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전을 보장하고 전통적인 친선관계 를 발전시키는데서 중대한 계기로 되였다.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제국주의자들 이 아무리 발악하여도 사회주의 한길로 나아가는 우리의 전진운동을 가로막을 수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 당의 자주, 친선, 평화의 리념을 변함없이 견지 하며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라고 밝힌 바 있다. 신년공동사설,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 로동신문, 2012년 1월 1일. 46) 연합뉴스, 2012년 2월 15일. 47) 조선중앙통신, 2012년 3월 6일. 48) 세계일보, 2012년 7월 2일. 292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사항들을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49) 이것은 러시아와의 경 제협력을 통한 경제적 이익 확보와 함께 외교안보적으로는 러시아를 활용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 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푸틴 집권 3기의 러시아도 가스관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푸틴은 2012년 5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극동 시베 리아 지역 개발 등을 담당하는 극동개발부를 신설한 바 있다. 50) 푸틴 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에 대한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대표적인 대상으로 꼽고 있다. 극동 시베리아 개발 이 러시아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 한 반도 군사적 긴장 심화 등 이 지역 안보질서 재편에 조응하는 측면에 서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51) 극동 시베리아 지역 개발과 함께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 대 견제 및 북한과의 유대관계 강화를 위해 2012년 8월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52) 2012년 9월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빚진 110억 달러 중 90퍼센트를 탕감해주고, 나머지 10퍼센트는 에너지 사 업, 의료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해주었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북한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남 북 러 가스관 사업, TSR-TKR 연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53) 49)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로씨야련방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로동 신문, 2012년 8월 15일. 50) 한겨레, 2012년 5월 23일. 51) 허문영 유동원 심승우,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 심으로, 177쪽. 52) 최태강, 제3기 푸틴정부의 동북아 정책: 시베리아와 극동 러시아 개발을 위한 전략적 선택, 152쪽.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93
<그림 1> 북한의 대러시아 수출입 현황 (단위: 100만 달러) 자료: 오강수, 북러 간 정상회담 관련 자료, KDI 북한경제리뷰, 8월호(2001) 57쪽과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의 국제 북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구성. 러시아는 동북아시아 지역이 각 국가와의 양자적 관계와 함께 다자 적 관계를 통해 군사적 동맹 형성이 아닌 경제적 동맹 형태를 통해 미국 세력의 견제를 시도하기에 적절한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남한, 북한과의 관계 강화, 남북한과 TSR-TKR 철도 연결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협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54) 그럼에도 북한의 입장에서 경제협력 분야에서 추구하는 중국과 러 시아 사이에서의 균형외교는 원활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림 1>에서 53) 조선중앙통신, 2012년 9월 18일; 서울신문, 2012년 9월 19일; 배정호 외, 리더십교체기의 동북아 4국의 국내정치 및 대외정책 변화와 한국의 통일외교 전략, 154~155쪽. 54) 허문영 유동원 심승우, 북방삼각관계 변화와 지속: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중 심으로, 178쪽. 294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그림 2> 북한의 대중국 수출입 현황 (단위: 100만 달러) 자료: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의 국제 북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구성.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의 대러시아 경제교역 규모는 1990년 한 소 수교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저조한 상태라고 봐 도 무리가 아니다. 곳곳에서 양국관계가 개선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경제협력 분야에서 눈에 띠는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 다. 즉 네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지도층의 교류와 공동선언은 많아졌으 나 그에 비해서 실질적인 교류확대는 크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이 의존도가 최 근 들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1년의 경우 2010년에 비해 무려 62퍼센트 이상 교역량이 증 가했고, 2012년에의 교역량 또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핵 실험,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의 여파로 남북한 간의 교류가 크게 줄어든 탓도 있다. 55)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95
북한의 대러시아 정책추진이 수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은 역설적이게도 TSR-TKR 연결 사업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나진-하산 철도 개 보수 공사이다. 52킬로미터의 구간을 개 보수하는 데 무려 6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는 국가 정상들의 의지만으로는 위 사업 의 진척이 어려울 수 있음을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는 극동시 베리아 지역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 꾸준하게 강조해오고 있지만 실질 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56) 이렇듯 가스관 사업, TSR-TKR 연결 사업은 남북관계의 상황변화와 러시아의 경제적 부담, 북한의 노후한 시설 등을 고려해보면 장밋빛 사업으로만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2년 6월에 콘스탄틴 브누코프(Konstantin Vnukov) 주한 러시아 대 사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공급하기 위한 남 북 러 3각 가스관 건설 사업이 2017년까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모든 당사자들이 합의하고 필요한 모든 계약을 체결한다면, 2017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기 위한 조건 검토와 현지 실 사 작업 등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한 긴장 상태 가 사업의 성공적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남북 간에 해 빙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사업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 했다. 57) 북한과 러시아의 가스관 및 TSR-TKR 연결 사업은 러시아의 경제 적 부담과 북한의 노후한 시설과 경제시스템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55) 연합뉴스, 2012년 10월 8일. 56) 김성진, 러시아 푸틴/메드베데프 정부의 대외정책: 지속성과 변화, 264쪽. 57) 배정호 외, 리더십교체기의 동북아 4국의 국내정치 및 대외정책 변화와 한국 의 통일외교 전략, 152쪽. 296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의 중앙정부와 극동 지역 정부 사이에 대북 접근 방식에 있어 견해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의 중앙정 부는 북한과의 경제관계를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반면, 극동 지역 정부는 상업적 차원에서 실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58) 이런 측면이 북 러 양국 지도부가 양국의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 질적인 경제적 교류확대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 다. 여기에 남북한 및 러시아의 3각 경제협력은 남북관계의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4. 결론: 북한의 대러 정책의 지속과 변화 북한은 1990년 한 소 수교 이후 급격하게 관계가 악화되었던 러시 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2000년 이후 네 차례의 정상회담과 실무회 담, 경제협력공동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현재 북한 은 러시아의 철도 연결사업, 가스관 연결사업, 항구 사용권 등과 어느 정도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이에 대한 협력의 속도를 더 내고자 하 고 있다. 러시아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북한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양국의 외교 안보, 경제 영역에서의 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일 시대의 대외적 환경과 과제를 그대로 물려받은 김정은 체제 는 새로운 대외 전략을 수립해 추진해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의 유훈 관철이라는 명 58) 정성임, 북러관계, 346쪽.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97
분 아래 김정일의 대외 정책을 큰 틀에서 계승하고 있다. 결국 김정은 체제의 대외 전략은 김정일 시대와 마찬가지로 핵 개발을 활용한 체 제 안정과 함께 경제 지원 유도를 통한 경제난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현재 핵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은 이러한 대외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 국과의 정치경제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 재건의 조건 마련과 함 께 이들 국가를 활용해 미국을 핵 협상장 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 고 있다. 김정일 시대와 다른 점은 핵 정책에서 더욱 강경한 노선을 추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욱더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 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북한이 자신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해 중국과 러시 아 사이에서 더 많은 정치안보적 경제적 실리 를 추구해나가기 위해 서는 러시아의 입지 강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자신의 핵 보유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한 러시아를 활용하고자 하는 정책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의 입장에서 극동 시베리아 지역 개발과 함께 동북아 지역에서의 외 교적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협력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이 2013년 초 핵실험을 감행하자 러시아는 유 엔에서 미국의 대북 제제 움직임에 협조했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러 시아의 행동을 비난했지만 이로 인해 양국의 관계가 약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 비핵화 혹은 현상 유지를 추구하 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북한이 자신의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북한 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을 보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북핵 문제로 인한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의 약화는 양국의 경제 협력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298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양국 사이의 대표적 협력사업인 TSR-TKR 철도연결사업을 적극 추진하자고 한 지 1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철도연결사업, 가스관 건설 사업 등 은 모두 남한과 관련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남한정부의 대북 정책 성격과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러시아를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로 활 용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양국의 핵 문제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고 경제협력을 위한 자본, 기술력, 노동력 등의 차이 도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국의 공동선언과 지도층의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이와 같은 모습이 질적으로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 서 양국의 협력은 외교안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수준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에서 제 한적인 협력만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상황 이나 지표는 크게 달라지고 있지 않다. 체제 보장과 경제난 극복을 위한 대러시아 협력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협력은 6자회 담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역할이나 반응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러시아와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사업도 남한과 연결되어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대 러시아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핵 정책을 비롯해 대남 정책의 수정과 변화 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접수: 10월 15일 / 수정: 11월 17일 / 채택: 11월 20일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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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North Korea s Policy toward Russia in Kim Jong Un s Era : Continuance and Change Park, Jeongmin(University of North Korean Studies) This study attempts to analyze the change and character of North Korea s policy toward Russia after the death of Kim Jung-Il. This focuses on the course of change in regard to the policy towards Russia by comparing Kim Jung-Un s era and Kim Jung-Il s rule. Especially, based on the past researches, this study takes a viewpoint from North Korea s perspective and also differentiate itself from the recent or past studies by taking a two-track approach of foreign security and economic cooperation when identifying character of North Korea s policy towards Russia. North Korea under Kim Jung-Un mostly follows the overall fundamentals of Kim Jung-Il s foreign policy, which mainly prioritize regime stability and resolution to economic difficulties. This study enables to 김정은 시대의 대( 對 )러시아 정책 303
observe an attempt of policy towards Russia to acquire Russian support dealing with North Korean Nuclear crisis, and also a practical approach to achieve economic cooperation. However, due to the Russian stance on nuclear issue circumstances of economic cooperation, only a limited level of economic cooperation is now being realized. The last part of this study points out that the result of North Korea s Russian policy hinges upon the six-party talk dealing with North Korean Nuclear Crisis as well as the improvement of relationship with South Korean government who is also an interest-party member in economic cooperation. Keywords: Kim Jung-Un, North Korea, North Korea-Russia relationship, North Korea s Russian policy, North Korean nulcear crisis, TSR-TKR 304 현대북한연구 2013 16권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