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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연구 2008 가을호 제31권 제3호(통권 112호) pp. 389~411. 硏 究 論 文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 - 겹사돈 구성을 지닌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를 중심으로 - 조 광 국 ** 1) Ⅰ. 문제제기 Ⅱ. 겹사돈 구성에서 본 두 장르간 유사점과 차이점 Ⅲ. TV드라마에서 겹사돈 구성을 통한 서사 전략 Ⅳ. TV드라마에서 겹사돈 구성을 통한 주제 모색 Ⅴ. 결론 <참고문헌> <국문요약> I. 문제제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중파 두 곳에서 방영한 드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 금신부>가 있다. <며느리전성시대>는 KBS2에서 2007년 7월 28일부터 이듬해 1 월 20일까지 6개월 동안 총 52회 방영되었고, <황금신부>는 MBC에서 2007년 6 월 23일부터 다음해 2월 3일까지 7개월 동안 총 64회 방영되었다. 1) KBS와 MBC 양사가 경쟁 체제에 돌입해서 그런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두 드라 마가 모두 배우자와 관련된 여성들을 제목으로 표방한 점, 게다가 첫 방영과 종영 의 시기가 비슷하고 둘 다 반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주말연속극으로 방영된 장편 * 이 논문은 아주대학교 2007년 교내 일반연구비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 과제명 문화론적 시각에 서 본 고전 서사물과 현대 서사물의 접점 연구 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논문임. ** 아주대학교 인문학부 부교수, 고전산문 전공(cho2002@ajou.ac.kr). 1) <며느리전성시대>, 정해룡 연출, 조정선 극본(http://kbs.co.kr/drama/age); <황금신부>, 윤군일ㆍ백 수찬 연출, 박현주 극본(http://tv.sbs.co.kr/goldbride).

390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드라마였다는 점이 새삼 호기심을 자아낸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두 드 라마가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하는 내용을 근 간으로 하되, 그 이야기가 겹사돈 구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필자의 최근 연구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런 겹사돈 구성은 우리 고 전대하소설에서 흔히 확인되는 서사구조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그렇다면 겹사 돈 구성을 통해, 어쩌면 시공을 뛰어 넘어 조선시대와 현재를 관통하는 서사구조 의 연속성, 그리고 장르를 뛰어 넘어 고전대하소설과 TV드라마를 관통하는 서사 구조상의 연속성을 포착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TV드라마와 고전대하소설은 서로 장르 성격, 매체 성격, 그리고 역사적ㆍ사회 적 상황에 따른 문화 특성 등이 매우 다름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에 고전대하소 설과 TV드라마의 접점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정병설에 의 해 고소설과 TV드라마 사이에 통속문화, 대중문화로서의 공통점, 그리고 유형성, 중층적 서사전개, 열린 구조, 보편적 가치의 강조 등의 유사성이 있음이 밝혀 졌다. 3) 또 송성욱에 의해 두 장르 사이에 정형성과 보편적 정서구조의 유사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4) 그밖에 백민정에 의해 두 장르의 유사성으로 유통에서의 대 중성, 수용에서의 여성 중심적 성향이 밝혀지기도 했다. 5) 이렇게 고소설과 TV드라마 사이에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문화적 유사성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TV드라마 분석과 비평, 그리고 콘텐츠 창출에 있어서 고전소 설 전공자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의심하기 어렵게 되었다. 과연 고소설은 조선시 대의 텔레비전 드라마이고 텔레비전드라마는 오늘날의 고소설 (정병설)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여서, 고소설 전공자가 TV드라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예 2) 고전대하소설의 겹사돈 에 대해서는 조광국, 다중결연구조의 양상과 의미: <창란호연록>ㆍ<청백 운>ㆍ<임화정연>을 중심으로, 국어교육, 121(한국어교육학회, 2006)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선 행 논문에서는 겹사돈 외에 삼각혼, 1부 3처혼을 아울러 살펴보면서, 차례대로 2중결연구조, 3중 결연구조, 4중결연구조을 제시하고 이를 통괄하여 다중결연구조라는 개념을 도출하였다. 이제 본 논문에서는 겹사돈 구성을 따로 분리해 내고 이 구성이 고전대하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서사구조 의 하나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이양문록>에 대해서는 조광국, <유이양문록>의 작품 세계, 한국고소설학회 제82차 정기학술대회 (익산 원광대학교, 2008. 7. 2), 169~182쪽을 참조. 3) 정병설, 고소설과 텔레비전드라마의 비교, 고소설연구, 18(한국고소설학회, 2004), 221~246쪽. 4) 송성욱, 고소설과 TV드라마, 국어국문학, 137(국어국문학회, 2004), 91~108쪽. 5) 백민정, 담화 욕구의 문학 양식적 파생 양상 고찰, 어문연구 46(어문연구학회, 2004), 149~169쪽.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391 견된 일 (송성욱)이라 할 수 있다. 6) 문학의 장은 죽고 TV의 장이 열리는 시대 에 7) 역설적으로 고소설이 TV에서 부활하고 있다고나 할까? 고전대하소설을 통 한 시나리오 창작소재 및 시각자료를 개발하는 사례가 발표된 적이 있는데, 8) 그리 놀랍지도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여길 만하다. 이 시점에서 선행 연구자들에 의해 촉발된, 고전서사물과 TV드라마의 접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되, TV드라마의 창출 쪽으로 논의 방향을 틀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곧바로 향후 창출해야 할 TV드라마의 방향이 나 주제 등을 다룰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 전 단계에서 고전서사물의 어떤 특징 적인 면들이 TV드라마에 계승되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TV드라마가 고전서사물의 요소들과 어떤 점에서 다르게 창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논의는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이는 TV드라마의 창출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큰 도움을 줄 것임이기 때문이다. 고전서사물이 TV드라마로 창출되는 양상을 밝히는 시도로 소재나 리메이크 (remake) 차원의 논의가 있을 수 있다. 9) 한편으로 고전서사물과 TV드라마가 외견 상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련이 있는 작품들이 있다면, 그런 작품들을 선정하여 고전서사물의 현대적 창출에 관한 연구가 요청된다. 본고에서는 뒤쪽에 초점을 맞추어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 제 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겹사돈 구성을 지니는 TV드라마 <며 느리 길들이기>와 <황금신부>의 서사 전략과 주제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른다. 먼저 겹사돈 구성에서 고전대하소설과 TV드라마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해당하는 고전대하소설로 는 <부장양문열효록>, <창란호연록>, <유이양문록>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고 전대하소설의 겹사돈 구성이 TV드라마로 새롭게 계승되고 있음을 살펴볼 것이다. 6) 정병설, 앞의 논문, 241~242쪽; 송성욱, 앞의 논문, 92쪽. 7) 앨빈 커넌/최인자(역), 문학의 죽음 (문학동네, 1999), 176~196쪽. 8) 구본기ㆍ송성욱, 신문명 사회에 있어서 국문학과의 제도적 개혁과 학문적 쇄신 문제(<고전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연계방안> 사례발표: 조선시대 대하소설을 통한 시나리오 창작소재 및 시각자료 개 발), 고전문학연구, 25(한국고전문학회, 2004), 53~75쪽. 9) 고소설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설화에 초점을 맞춘 한소진의 논문이 있다. 한소진, 텔레비전 드라 마의 설화수용양상 연구, 중앙대 박사논문(2003).

392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다음으로 앞에서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TV드라마에서 겹사돈 구성을 택하면서 얻는 서사 전략이 무엇인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TV드라마에서는 겹사돈 구 성을 택하되 겹사돈을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는 것을 서사 전략으로 하는데, 이 는 고전대하소설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TV드라마에서는 겹사돈 구 성을 택하면서 다양한 커플을 조합하는 것을 서사 전략으로 하는데, 이는 고전대 하소설의 서사 전략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TV드라마에서 겹사돈 구성을 통해 어떤 주제를 모색하였는지를 고 찰하고자 한다. 고전대하소설에서는 겹사돈이 가문의 창달 이라는 큰 주제를 지향 한다면, TV드라마에서는 그 자리를 대신하여 가족간 사랑 회복 이라는 주제를 담 아냄을 알아볼 것이다. 나아가 그런 가족간 사랑 회복 이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에서 나름의 개별 주제를 지향하고 있는바, 그 개별 주제가 무엇인지 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겹사돈 구성에서 본 두 장르간 유사점과 차이점 고전대하소설과 TV드라마는 겹사돈 구성에서의 유사점을 지니며, 한편 세부적 으로는 서사 전개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에 의한 차이점을 지니기도 한다. 편의상 이에 대해 항을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 겹사돈 구성에서의 유사점 먼저 겹사돈 구성을 지닌 고전대하소설로 <부장양문열효록>(5권5책), <유이양 문록>(77권77책), <창란호연록> 등이 있다. 10) <부장양문열효록>에서는 부계와 장 수정금, 그리고 부월혜와 장원흥이 각각 혼인하여, 부씨가문과 장씨가문이 겹사돈 을 맺는다. <창란호연록>에서는 장희와 한현희, 그리고 장난희와 한창영이 각각 혼인하여, 장씨가문과 한씨가문이 겹사돈을 맺는다. 각 작품에서 겹사돈을 맺는 10) <부장양문열효록>(5권5책); <유이양문록>(장서각 소장 77권77책. 권6과 권74의 2권2책 缺, 현존 권75책); <창란호연록>( 필사본고전소설전집(9ㆍ10) (아세아출판사, 1980).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393 인물들은 주인공으로 설정되며, 그에 상응하여 겹사돈 구성은 남녀 결연의 서사구 조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한편 <유이양문록>에서는 겹사돈 구성이 2대와 3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설정된 다. 2대에서는 유진ㆍ이초염, 그리고 유필염ㆍ이연기가 각각 혼인함으로써 유씨가 문과 이씨가문⑴이 겹사돈을 맺는다. 양쪽 가문의 아들들인 유진과 이연기가 가문 과 국가에서 크게 활약하는 중심인물로 설정되는데, 이에 상응하여 2대의 겹사돈 구성은 핵심적인 결연구조 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유진은 이초염과 혼인할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처인 이 소저를 맞이하여 11) 쌍둥이 유세행ㆍ세윤을 낳는데, 그 쌍둥이 형제가 최옥의 쌍둥 이 딸인 최일벽ㆍ차벽 자매 와 순서대로 혼인함으로써, 3대에서 한 차례 더 겹사돈 이 맺어진다. 이처럼 <유이 양문록>의 겹사돈 구성은 앞의 두 작품에 비해 확대 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12) 11) 이소저는 이씨가문⑵의 가부장인 이진후의 딸이다. 이씨가문⑴은 다른 가문이다.

394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이외에도 <소현성록>은 소씨가문의 남매와 성씨가문의 남매 사이의 겹혼을 보 여주고, <유씨삼대록>은 유씨가문의 자매와 소씨가문의 형제 사이의 겹혼을 보여 준다. 13) 그런데 <소현성록>과 <유씨삼대록>에서 겹혼을 이루는 인물들이 주인공 격인 인물들은 아니어서 겹사돈 구성이 작품에서 부차적인 결연구조로 자리를 잡 는다. 요컨대 겹사돈 구성은 우리 고전대하소설에서 널리 자리잡고 있는 정형화된 결연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런 토양에서 <소현성록>이나 <유씨삼대록>에서 겹사돈 구성이 부차적인 결연구조로 자리를 잡기도 했고, <부장양문열효록>, <창란호연 록>, <유이양문록>에서 겹사돈 구성이 핵심적인 결연구조로 자리를 잡기도 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TV드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의 겹사돈 구성을 도 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12) <유이양문록>에는 이밖에 4쌍의 겹사돈이 더 있다. 총 6쌍의 겹사돈이 나온다. 조광국, 앞의 논 문(2008), 174쪽 참조. 13) <소현성록>과 <유씨삼대록>의 겹사돈 구성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395 <며느리전성시대>에서 조미진ㆍ이복수 커플이 혼인하고, 그 후에 사돈 관계에 있는 이복남ㆍ조인우 커플이 혼인함으로써, 청담동 조씨네와 장춘동 이씨네가 겹 사돈을 맺는다. <황금신부>에서는 강씨네와 김씨네, 두 집안에서 강준우ㆍ진주와 강세미ㆍ김영수가 각각 짝을 맺는 겹사돈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드라마에서 겹혼 을 맺는 커플들이 중심인물들로 자리를 잡고 있는바, 겹사돈 구성이 드라마의 핵 심적인 구조로 자리를 잡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황금신부>의 겹사돈 구성은 <며느리전성시대>와는 달리 김씨네 남매인 진주와 영수가 이복 남매 사이로 설정되어 있다. 즉 진주(리엔 진주)는 아버지 김 성일이 베트남에서 머무는 동안 베트남 여성인 리엔 팜에게서 낳은 딸이고, 영수 는 한국의 본처인 양옥경에게서 낳은 둘째 아들로 설정된다. <황금신부>의 이러 한 겹사돈 구성은 고전대하소설 <소현성록>, <유씨삼대록>의 겹사돈 구성에서 한 쪽 가문의 자녀들이 이복 남매로 설정된 것과 흡사하다. <황금신부>는 고전대하 소설에서 정형화되어 있는 겹사돈 구성과, <소현성록>, <유씨삼대록>에서 보이는 한쪽 집안의 남매가 이복 남매로 설정되어 있는 겹사돈 구성을 합쳐 놓은 양상을 띤다 할 것이다. 이상, 겹사돈 구성은 <창난호연록>, <부장양문열효록>, <유이양문록>과 같은 고전대하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사구조의 하나이며, 시공을 뛰어 넘어 TV드 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겹사돈 구성에서의 차이점 고전대하소설과 TV드라마에서 공히 겹사돈 구성을 지니지만, 세부적으로 양자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 그 차이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겹사 돈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고전대하소설에서는 가문 구성원들이 애초부터 겹사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부장양문열효록>의 경우, 양쪽 가문의 가부장들은 서로 절친 한 관계를 바탕으로 자식들의 혼사인 부계와 장수정금의 혼사, 부월혜와 장원흥의 혼사를 연이어 약속한다. 이렇게 가부장들이 자식들의 혼사를 연이어 주도하는 중 에,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혼약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식들이 복중( 腹 中 )에 있을

396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때 정혼할 정도로 깊은 친분과 신뢰를 드러내기도 한다. <창란호연록>의 경우에도 겹사돈이 가문 구성원들의 동조와 지지 속에서 이루 어진다. 장희와 한현희의 혼약이 친분 있는 가부장들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그 과 정에서 장씨가문의 가부장인 장두가 귀양길에 오르자, 한씨가문의 가부장인 한제 가 장두와의 혼약을 깨뜨림으로써 파혼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딸 한현희가 절의를 지키기 위해 가출했다가 결국 정혼자인 장희와 혼인하기에 이르고, 아들 한창영은 여동생의 혼인에 대한 부친의 파혼ㆍ배약 행위를 속죄하고 의리를 지키 는 일환으로 장난희를 아내로 맞이하기에 이르는데, 이러한 이들의 노력과 더불어 양 쪽 가부장들이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두 가문 사이의 겹사돈이 온전하게 맺어진다. 14) <유이양문록>의 경우, 2대와 3대에서 겹사돈이 연거푸 이루어지는데, 2대의 겹혼 (유진ㆍ이초염의 혼인과 이연기ㆍ유필염의 혼인)이 양쪽 가문의 가부장들의 친분과 신뢰에 의해서 성사된다. 또한 3대에서 유진의 아들쌍둥이(세행ㆍ세윤)와 최씨가문 의 딸쌍둥이(일벽ㆍ차벽)의 겹혼은, 이들이 한왕의 반란 때 억울하게 죽은 유진의 두 형과 형수들이 환생하여 이생에서 재결합하는 것으로 설정될 만큼 긍정적으로 형상화된다. 물론 이들의 겹혼이 부정적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구성원 들이 겹혼 자체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혼인하는 쌍둥이들이 이종사촌 간이어서 그 혼인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것조차도 외할아버지의 지지로 극복되기에 이른다. 반면에 TV드라마에서는 처음부터 양쪽 집안 모두 겹사돈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다. <며느리전성시대>에서 이복수ㆍ조미진 커플이 맺어진 후에 맺어지는 조인우ㆍ 이복남 커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매우 강하게 표출된다. 당사자인 조인우ㆍ이 복남 커플은 사랑을 성취할 것인지 혼인을 포기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 고 갈등하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 스스로도 겹사돈 맺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겹사돈 문제로 고민해오던 이복남ㆍ조인우 커플은 만취 상태 에서 혼인을 요청하러 갔다가 텅 빈 집안에서 곯아떨어지는데, 뒤늦게 들어온 족 발집 식구들이 이 광경을 보고 한바탕 북새통이 벌어진다. 이 사건 이후로 양가의 부모들은 그들대로 겹사돈을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한다. 당사자인 이복남은 조인 우를 불러내어 사랑하지만 겹혼을 맺을 수 없는 것이니 헤어지자고 말하는가 하 14) <창란호연록>의 겹사돈 구조에 대해서는 조광국, 앞의 논문(2006), 505쪽 참조.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397 면, 인우는 인우대로 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미국행 비행기를 탈 다급한 처지에 놓 이기도 한다. <황금신부>에서도 강준우ㆍ진주 커플과 강세미ㆍ김영수 커플의 겹혼에 대한 부 정적인 입장이 드러난다. 김씨네 가장인 김성일이 강세미ㆍ김영수의 혼인을 극력 반대하였는데, 그것은 진주가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 후로 강씨네와 겹사돈을 맺 게 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들의 혼인을 적극 반대한 사람들은 젊 은 시절에 좋지 않은 인연을 맺었던 모친들이었는데, 자식들이 헤어져서는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자 이들의 혼인을 인정하기에 이르지만, 정작 김성일이 이들의 혼사를 적극 반대하자 구성원들이 이를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나중에 진주가 김성일의 딸이라는 사실이 가족들에게 밝혀지게 되면서, 겹사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작품의 전면에 표출되기에 이른다. 그 동안 강세미와 죽고 못 사는 사이 였던 김영수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며 혼인을 포기하려고 했음은 물론이고 주변 인 물들도 한 번 더 고통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이상, <부장양문열효록>, <창란호연록>, <유이양문록>, <소현성록>, <유씨삼대 록> 등 고전대하소설에서는 작품 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으나, 겹사돈이 양쪽 가문 의 구성원들의 지지와 동조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TV드라 마 <며느리전성시대>, <황금신부>에서는 겹사돈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고전대하소설과 TV드라마 간에 겹사돈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두 장르가 출현 한 역사적ㆍ사회적으로 다른 문화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 는, 특히 당시의 상층 사대부에서는 가문의 존립과 창달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또 한 그 일환으로 다른 가문과의 혼인을 통한 가문연대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에 따 라 고전대하소설에서 가문연대를 형상화해 내는 서사적 장치로 겹사돈 구성이 채 택되고, 그런 겹사돈 구성이 작중 인물들에 의해 긍정적으로 제시되었던 것이다. 15) 현대 사회에 와서 겹사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왜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명 확하게 밝힐 수는 없다. 아마도 조선시대에 비해 오늘날 자녀들의 혼인을 주도하 15) 필자는 겹사돈을 2중결연, 삼각혼을 3중결연, 1부3처를 4중결연이라 했고, 이를 총괄적으로 다중 결연이라 하고, 고전대하소설에서 보이는 다중결연구조는 17세기 이후 조선후기에 부상한, 유력 가문들 사이의 집단적 연대라는 사회구조를 작품세계로 수용하되, 가문연대와 다양한 갈등들을 융화하여 형태적ㆍ내용적으로 대조적 균형성을 획득한 소설형식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조광국, 앞의 논문(2006), 524쪽.

398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는 가부장의 통제력과 영향력이 약해진 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주지하다 시피 조선시대에 가문 관계가 중시되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의 가문 관계를 대신하여 직장 관계나 업무 관계가 중시되고 있고, 또한 조선시대에는 남녀 결연 에 있어서 가부장의 의사가 절대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혼인 당사자들의 감정, 생각, 주장이 더욱 중시된다.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에서 남녀 커플들의 혼사가 직장이나 업무 관계에서 맺어지고 있으며, 가부장의 영향력보다 혼인 당사 자들의 애정과 판단력이 중시되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조선시대에는 두 가문 사이에 겹사돈 맺기가 가문간 결속력을 추구하는 가부장의 절대적인 영향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런 겹사돈이, 점차 자녀의 의사 와 선택에 따라 자유로운 혼인을 선호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억압성과 폐쇄성을 지닌 구태( 舊 態 )로 인식되기에 이르고, 그러는 중에 알게 모르게 겹사돈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대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TV드라마에서 겹사돈에 대한 부정적 인 인식은 이런 문화적 상황을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III. TV드라마에서 겹사돈 구성을 통한 서사 전략 앞항에서 살펴보았듯이, 겹사돈에 대한 인식이 고전대하소설에서 긍정적이었던 것이 TV드라마에서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오늘날 TV드라마에서 겹사 돈 구성을 왜 채택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차례다. 1.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기 앞항의 논의에서 살펴보았듯이, TV드라마에서 겹사돈 맺기를 처음에는 부정적 인 것으로 인식한다. 겹사돈 문제가 공개적으로 다루어지든, 은밀하게 다루어지든, TV드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에서는 겹사돈 맺기를 금기 금기 위 반 에 기대는 서사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에서 필자가 주 의를 요청하는 바는, 겹사돈이 사전적 의미에서 금기 사항 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를 주목하자는 것이 아니라, TV드라마에서 겹사돈을 풀어나갈 때 금기 금기 위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399 반 에 기대는 서사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주목하자는 것이다. 금기 금기의 위반 이 금지된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까닭에 심리 학적, 사회학적으로 중시됨은 물론이고, 문학적으로 작품 세계를 펼쳐내는 데 유 의미한 서사 전략이 되기도 한다. 먼저 겹사돈 맺는 것을 금기 금기 위반 에 기 댐으로써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본연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금단의 열매에 대한 호기심, 그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그 자체로 관심을 끈다. 16) 이러한 금기 사항과 금기의 위반이 주는 심리적 스릴을 형상화하는 것은 문학의 오랜 전통의 하나이다. 겹사돈이 금기 사항으로 설정되었을 때, 겹사돈 관계에 놓 인 남녀의 사랑은 그만큼 인간 심리와 욕망에 묘한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에 호응하여 겹사돈을 금기 사항에 기댐으로써 문학 작품 세계에서 당사자들 의 갈등을 드러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며느리전성시대>에서 조인우와 이복 남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그 사랑의 결실이 겹사돈으로 인해 결국 좌절 될 위기에 처하면서 당사자들의 고통과 갈등이 심화되기에 이른다. 17) 이런 설정은 <며느리전성시대>에서 여러 번 반복 심화된다. <황금신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두 드라마에서 겹사돈 맺게 되는 당사자들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에 상응하여 겹 사돈이 지니는 금기의 속성도 강해진다 할 것인데, 이는 당사자들의 내적 갈등이 나 당사자들끼리의 갈등이 매우 심각해지는 양상으로 표출된다. 나아가 겹사돈을 금기 사항에 기댐으로써 가족간의 복잡한 갈등을 일으키는 효 과를 낸다. <며느리전성시대>에서 겹사돈을 만드는 커플 당사자들은 각각 소속 집안의 심한 반대에 부딪치며, 이로 인해 커플 당사자들과 가족 구성원 사이에 부 모자식갈등, 남매갈등, 시누이올케갈등 등 여러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그 갈 등이 해소되기까지 겹사돈 맺기 는 단순한 구성 차원의 틀을 넘어서서 그 자체가 작품의 핵심 문제가 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황금신부>에서도 진주 가 김성일의 딸임이 밝혀지면서, 이내 가족간의 갈등이 발생함은 물론이고, 여기 16) 조희웅은 금지 위반 의 모티프는 탐색의 모티프와 함께 인간의 근본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웅, 한국설화의 유형 (일조각, 1983), 121쪽. 17) 씬13(놀이터/밤) / 복남; 우리 헤어지자구요. / 인우; 그럼 헤어져야죠. (놀라 벌떡 일어나며) 네? 지금 뭐라고 했어요? / (중략) / 복남; 난 이대로도 행복해요, 인우씨. 인우씨 안거 짧은 기간이었 지만 인우씨랑 만났던 거 그거 하나만으로도 난 좋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가족들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 헤어져요. / 인우; 난 그렇게 못해요(<며느리전성시대> 제37부).

400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에 겹사돈 문제가 대두되면서 가족간 갈등, 그리고 양쪽 집안 사이의 갈등이 심화 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겹사돈 맺기를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는 서사 전략은 시청자들의 관 심과 흥미를 끄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와 병행하여 금기 위반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될 것인가, 이런 호기심이 커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는 더 높아지 기 마련이다. 신화와 설화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이 신이 정한 금기를 어기고 그 로 인해 불행을 맞게 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한편으로 설화에서는 행운을 얻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8) 뒤쪽의 전통 속에서 TV드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에서는 금기 금기 위반 의 서사 전략을 금기 극복 행복 으로 연결 시켜 해피엔딩을 구사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시청률을 한껏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예컨대 <며느리전성시대>에서 겹사돈 문제를 둘러싸고 커플과 가족간 갈등을 부 여하는 가운데, 2007년 11월 18일 방영분의 시청률은 31.2%(TNS미디어)에 달했 고, 11월 25일 것은 30.5%(AGB닐슨 미디어 리서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19) 한편 두 드라마는 겹사돈 맺기를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는 서사 전략을 비슷 하게 구사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경쾌함과 진중함의 차이를 드러낸 다. <며느리전성시대>는 겹사돈 문제를 무겁게 끌고 가지 않고 가볍고 유쾌하게 끌고 감에 비해, <황금신부>에서는 겹사돈 문제를 무겁고 진중하게 끌고 간다. 물 론 이러한 차이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나 주제의 성향과 관련되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TV드라마에서는 겹사돈 맺기를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는 서사 전략을 창출하면서도, 개별 작품별로 상이하게 펼쳐 낼 정도로 세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작품 공히 금기 극복 으로 귀결되어 해피엔딩(happy-ending)에 도달하면 서 시청자들에게 행복함과 즐거움을 제공함은 물론이다. 18) <구렁덩덩신선비>, <목신금기설화>, <장자못전설>을 대상으로 금기 금기 위반 이후가 하강형, 상승형, 중복형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참조할 만하다. 하강형은 불행으로 끝나는 것으로 설화의 기본을 이루고 있고, 흥미, 오락, 교훈성이 덧붙여져서 상승형, 중복형의 구조가 나온다고 했다. 장장식, 금기설화 연구, 한국민속학, 17(한국민속학회, 1984), 87~92쪽. 19) 진영주, 인우의 박력 넘치는 프로포즈, 여심 사로잡아 (2007.11.19); 하수나, 인우-복남 관심 폭 주 (2007.11.26)(http://www.kbs.co.kr/drama/age/report/dmz/index,1,list,5.html).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401 2. 다양한 커플 조합하기 한편 TV드라마는 겹사돈 구성이라는 정형화된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커플 조합하기 의 서사 전략을 꾀하는데, 이러한 서사 전략은 고전대하소설에서 흔히 채택하는 서사 전략이기도 하다. 겹사돈 구성이 예나 지금이나 다양한 부부조합을 이루어내는 데 적합한 서사 전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고전대하소설의 경우 먼저 <부장양문열효록>의 경우, 장씨가문과 부씨가문 사이의 겹사돈인 장수정 금ㆍ부계 커플, 부월혜ㆍ장원흥 커플 이외에, 윤성당(혹은 윤성강)이라는 여성을 부계의 제2처로 설정하여, 겹사돈 커플 중에 한 커플을 1부 2처 관계로 확대함으 로써, 겹사돈 구성에 흥미를 더한다. 먼저 겹사돈 커플에서, 장수정금ㆍ부계 커플 은 혼인을 싫어하는 여성영웅과 그녀의 기세를 꺾으려는 부계 사이의 심각한 부부 갈등을 그려내고, 반면에 부월혜ㆍ장원흥 커플은 가부장에 의해 이루어진 정혼자 를 끝까지 따르려는 절개와 부덕( 婦 德 )을 지닌 부월혜와 그런 정혼자를 사랑하는 장원흥 사이의 결합을 그려냄으로써 두 커플이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엮어낸다. 그 과정에서 윤성당이 남장차림의 장수정금을 흠모하여 정혼하는가 하면, 나중에 장수정금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결의자매하기에 이르고, 마침내 두 여성이 한 남편인 부계와 혼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겹사돈 커플 이야기를 보다 풍요롭게 한다. <창란호연록>의 경우, 겹사돈 구성을 이루는 장희ㆍ한현희 커플과 한창영ㆍ장 난희 커플이 서로 대조성을 획득한다. 앞 커플이 서로 심각한 부부갈등을 겪음에 반해, 뒤 커플은 서로 사랑하며 화목을 누린다. 여기에 더해 장우ㆍ이운혜 부부가 또 하나의 결연축( 結 緣 軸 )으로 설정되어, 세 커플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 런데 이들 세 커플 이야기는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서로가 대조적 정형성을 유지 한다. 세 커플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대조적 정형성은 장인사위관계, 부부관계, 시 부자부관계( 媤 父 子 婦 關 係 )에서 잘 드러난다. 20) <유이양문록>의 경우, 2대와 3대에서 각각 보이는 겹사돈 부부 이외에 양쪽 가 20) 세 커플 사이의 대조적 정형성성에 대해서는 조광국, 앞의 논문(2006), 511~513쪽 참조.

402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문의 구성원들의 다양한 부부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 면, 이연기ㆍ유필염ㆍ한난혜ㆍ연부인의 경우 투기와 악행을 일삼는 한난혜와 부덕 ( 婦 德 )을 갖춘 2처(유필염ㆍ연부인)를 대조적으로 그려내고, 이창원ㆍ위군주ㆍ윤운 빙ㆍ보옥화의 경우 투기, 음행, 악행을 일삼는 윤운빙과 부덕( 婦 德 )을 갖춘 2처(위 군주ㆍ보옥화)를 대조적으로 그려낸다. 설영문ㆍ이차염ㆍ위부인의 경우 이차염이 처음에는 투기를 일삼다가 회심하여 위부인과 화목을 이루는 것으로 그려낸다. 21) 그밖에도 많은 부부 이야기들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되, 한 세대의 부부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세대의 부부 이야기로 이어내면서, 그리고 한 가문 내의 부부 이야기 에서 다른 가문의 부부 이야기로 옮기면서 다양한 부부 이야기를 보여준다. 요컨대 <부장양문열효록>, <창란호연록>, <유이양문록> 등 고전대하소설에서는 겹사돈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부 이야기를 펼쳐내되, 커플 사이의 대조성, 인 물 사이의 대조성을 획득하면서 한편으로 다양성을 확보한다. 2) TV드라마의 경우 < 며느리전성시 대>는 조미진ㆍ이복 수 커플, 이복남ㆍ 조민우 커플의 겹사 돈 구성을 택하고, 여 기에 고준명ㆍ차수 현 커플의 대조적인 이야기와, 윤인경ㆍ 조민식 커플, 서미 순ㆍ이수길 커플, 이 명희ㆍ고연중 커플 등 1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집어넣어 커플 조합의 다양성 을 획득한다. 먼저 겹사돈을 이루는 조미진ㆍ이복수 커플의 경우, 이들은 같은 의 류회사의 사내 커플로 사소한 일로 자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 21) 한난혜, 윤운빙에 의한 결연장애는 조광국, 앞의 논문(2008), 176~177쪽 참조.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403 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부유한 청담동네 어머니인 윤인경(조미진의 母 )이 남자쪽 족발집의 재산 정도를 얕잡아 보고 혼사를 반대하고, 이로 인해 양가의 집안 갈등 이 벌어지다가,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 이들 커플이 혼인하기에 이른다. 그 뒤를 이어 이복남ㆍ조인우 커플이 겨우 겹사돈 금지 를 극복하고 결혼을 앞두게 되는데, 양가의 경제적 차이가 재차 거론됨으로써 심각한 난관들을 더 거친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차이보다 당사자들의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이 겹사돈 맺기와 상 응하여 반복적으로 형상화된다. 다음 차수현ㆍ고준명 커플의 경우, 차수현은 의류회사 실장이고 고준명은 아버 지 병원의 의사로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커플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차수 현이 가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고부갈등을 일으키며, 아들 고준명은 아내 차수현을 사랑하지도 않은 채 외관상 부부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수현은 업무상 사진작가 김기하와 함께 일하는 중에 서로 사랑하게 된다. 이 커 플을 통해 부부갈등, 고부갈등, 그리고 불륜문제가 다루어진다. 그런데 이들 커플 은 겹사돈 커플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만 사랑이 없는 부부의 위기를 그려 냄으로써 앞의 겹사돈 커플과 대조성을 획득한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1대의 커플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높여준다. 윤인경ㆍ조민식 커플의 경우, 윤인경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장춘동 집안을 깔봄으로써 겹사돈 과정 에서 장모와 사위의 갈등, 고부갈등을 일으키고, 양가 집안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 는 축으로 설정된다. 서미순ㆍ이수길 커플의 경우, 서미순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두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인바, 족발집에 시집와서 시어머니 밑에서 호되게 고생한, 우리 주변의 전형적인 며느리 모습을 구현하고 한편으로 며느리를 들이면서 며느 리 길들이기를 시도했다가 시어머니와 남편이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섭섭해질 수밖에 없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명희ㆍ고연중 커플의 경우, 남편 고 연중이 병원 원장이고 아들이 그 병원의 의사이며, 아내 이명희는 친정이 장춘동 족발집인 것을 숨기고 고고한 삶을 내세우는 성향의 인물인데, 여기에서 이명희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며느리를 멸시함으로써 고부갈등을 일으키는 시어머니로 그려진다. 이렇듯 1대 커플들의 이야기로써 커플 조합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404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다음으로 <황금신부>는 진주ㆍ강준우 커플, 강세미ㆍ김영수 커플의 겹사돈 커 플에다 옥지영ㆍ김영민 커플, 강원미ㆍ허동구 커플, 강군자ㆍ차벽수 커플을 더해 서 총 5커플 이야기를 다룬다. 각 커플마다 고유의 갈등, 정황, 문제들을 담아내면 서 다양성을 확보함은 물론이다. 이 드라마의 핵심 커플인 진주ㆍ강준우 커플. 진주는 베트남 여성(리엔 팜)과 한국인 남성(김성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으로서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왔 다가 강준우와 정략적으로 결혼하기에 이르고, 준우 또한 사랑했던 옥지영에 의한 배신의 상처를 잊기 위해 어머니 정한숙의 강요로 진주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이들 커플은 아무런 애정도 없는 억지 결혼 내지는 계약 결혼에서 출발하지만 나중에는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진실한 애정을 지니는 부부 사이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한편 강세미ㆍ김영수 커플. 김영수는 경제력이 풍족한 집안의 둘째 아들로 한 여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철딱서니 없는 대학생인데 우연히 강세미를 만나 서로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 사랑이 전체적으로 가볍고 코믹하게 그려진 다. 22) 이로써 겹사돈 관계에 있는 진주ㆍ강준우 커플과 강세미ㆍ김영수 커플은 서 로 진지함과 경쾌함이라는 대조성을 획득한다. 22) 이 커플의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치는데, 처음 사랑하는 단계에서는 어린 대 학생들의 사랑을 경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내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커플의 혼인을 방해하는 요소 를 양가 어머니들의 반대, 부친 김성일의 반대, 형수 옥지영의 반대 등 3중으로 설정하면서 무겁 고 진중한 재미를 제공하다가, 마지막으로 이들 커플의 최후 선택을 철딱서니 없는 도피행각으로 설정하면서 다시 가볍고 코믹한 흥미를 제공한다.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405 여기에 옥지영ㆍ김영민 커플이 더해진다. 원래 옥지영은 강준우를 사랑했지만 큰 사업체를 운영하고자 하는 욕망과 야심이 너무 큰 나머지, 강준우를 버리고 재 벌 2세인 김영민과 혼인한다. 그 후에도 그녀는 부잣집 며느리로 만족하지 않고 큰 사업을 경영해보려는 야심을 누그러뜨리지 않다가, 그로 인해 남편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사업상 강준우와 얽히면서 자신의 과거사가 밝 혀질까 두려워하고, 또한 강준우와 얽히기 싫어서 시동생 김영수와 강준우의 여동 생인 세미의 사랑을 훼방하는 악역을 맡는다. 결국 옥지영ㆍ김영민 커플은 파국으 로 치닫는바, 이들 커플은 진주ㆍ강준우 커플과 비교할 때, 순수한 사랑 추구 에 대한 과도한 욕망 추구 라는 대조성을 획득한다. 다음으로 강원미ㆍ허동구 커플의 이야기는 웃음을 제공한다. 양가의 반대에 맞 서 혼인하기 위해 시도한 거짓 임신 사건, 그 이후의 허니문 베이비 잉태 시도와 불발, 거짓 임신의 고백 등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며느리를 길들이려 했다가 시어 머니가 뒤집어쓰는 일련의 사건들이 에피소드 별로 해학적이고 코믹하게 제시된 다. 23) 그리고 강군자ㆍ차벽수 커플은 40대에 맺어진, 준우와 세미의 고모ㆍ고모부 로서 촌수나 나이에 맞지 않게 철없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드라마 진행 과정에서 웃음과 훈훈한 정을 보태주곤 한다. 이렇듯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는 두 커플은 비 록 작품적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작품적 비중이 큰 겹사돈 커플과 옥지영ㆍ김영 민 커플에 의해 작품의 맛이 진중함과 무거움 쪽으로 편향되는 것을 적절하게 보 완해냄으로써 작품의 미학적 균형성을 확보한다고 할 수 있다. IV. TV드라마에서 겹사돈 구성을 통한 주제 모색 TV드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겹사돈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남녀 커플의 조합 방식을 택하되, 다양성과 대조성을 획득하며, 이런 점은 고전대 23) 혼인 전에 며느리감을 애지중지했던 시어머니가 혼인 후에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며느리에게 땔 감을 모으고 그 땔감을 지게에 올려 지도록 하는가 하면, 많은 김장거리를 준비하여 며느리를 시 키려고 하기도 하고, 수돗물 대신에 우물물을 긷게 한다. 그런데 번번이 며느리의 우연한 실수 혹은 고의적인 실수로 시어머니가 결국 그 일을 하게 된다. 이는 고부갈등을 경쾌하고 해학적으 로 풀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406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하소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음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이다. 그런 대조성과 다양성 이 고전대하소설에서는 가문 창달이라는 큰 주제를 드러내는 데 기여함에 비해, TV드라마에서는 가족간의 사랑 회복 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 또한 TV드라마에서는 고전대하소설과는 달리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는 서사 전략을 펼쳤음을 지적하였거니와, 금기의 극복 과정을 통해 금기 이전 단계와는 다른 변 화와 거듭남의 모습을 구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작품의 주제인 가족간의 사랑 회복 을 모색하고 강조하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제 이 두 작품에서 가족간의 사랑 회복이라는 주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알아볼 차례다. 1. 경제적 조건보다는 순수한 사랑 지향 <며느리전성시대>는 청담동 조씨네 자식 남매가 장춘동 이씨네 자식 남매와 겹 사돈을 맺는 것이 중심적인 스토리를 이루는데, 여기에서 두 커플들은 a연인 사이 b집안의 반대 c남녀의 혼인 이라는, 일종의 정형화된, 사랑과 결합의 서사문법 을 따른다. b집안의 반대 가 두 커플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이유는 앞항에서 시사한 대로 경제력의 차이 때문이다. 윤인경은 딸 조미진의 사위감으로 학벌 좋고 집안 좋은 아들 친구인 재용을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았는데, 정작 딸이 학벌이나 집 안이 뒤처지는 장춘동 족발집 아들인 이복수를 데려오자 이들 사이를 적극 반대했 으며, 훗날 아들 조인우가 또 다시 족발집 딸을 며느리감으로 데려오자 재차 반대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는 자식들의 가치 관이 결국 경제적 여건을 중시하는 모친의 가치관을 넘어서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차수현ㆍ고준명 커플이 앞의 겹사돈 커플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만 사 랑이 없는 부부의 위기를 그려냄으로써 앞의 겹사돈 커플과 대조성을 획득함을 앞 항에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커플은 아내가 의류회사 실장이고 남편이 의사이며, 시아버지가 병원장일 정도로 외관상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갖추고 있 지만, 그 경제적 조건이 부부 사이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줌으 로써, 역으로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며 혼인하게 된 앞의 겹사돈 커플을 지지해주 는 기능과 역할을 한다. 이상, <며느리전성시대>는 경제적 조건보다는 순수한 사 랑의 성취를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할 것이다.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407 이런 점은 <황금신부>의 옥지영ㆍ김영민 커플에서도 확인된다. 앞항에서 살펴 본 대로 옥지영이 혼인 전에는 강준우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그녀의 과도한 욕 망 으로 김영민과 사랑 없는 혼인을 감행한다. 이러한 옥지영의 과도한 욕망 은 사랑보다는 경제적 조건을 중시하는 그녀의 가치관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가치 관은 어린시절 홀어머니 슬하에서 겪었던 가난과 불안에서 형성된 것으로, 재벌 2 세와 혼인한 후에도 바뀌지 않아서, 부부 간의 온전한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 가 되었던 것이다. <며느리전성시대>에서 차수현ㆍ고준명 커플의 파국에서처럼, 옥지영ㆍ김영민 커플의 위기는 역으로 진주ㆍ강준의 커플의 순수한 사랑 을 강조 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강세미ㆍ김영수 커플이 겹사돈임이 밝혀지기 전에 이들 사이의 사랑이 순 수한 사랑으로 그려진다. 바람기가 잦았던 김영수가 강세미를 만나면서 순수하게 강세미만을 사랑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지난 시절 어머니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 았던 관계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강씨네의 경제적 여건으로, 자식들의 혼인이 난 관에 부딪치게 되지만 결국 둘 사이의 순수한 사랑으로 그런 난관을 극복하는 모 습을 보인다. 그 후에 발생하는 겹사돈의 난관도 당사자들의 순수한 사랑으로 극 복하는 것으로 그려짐은 물론이다. 그리고 고모ㆍ고모부인 차벽수ㆍ강군자 커플은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으면서도 부부 사이에 소박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드 러내는, 보조적인 커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요컨대 <며느리전성시대>와 마찬가 지로 <황금신부>는 커플 사이의 행복이 경제적 조건보다 순수한 사랑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한국에서 동아시아로 휴머니티 확대 한편 <황금신부>에서는 그 순수한 사랑이 한국인으로 한정되지 않고 동아시아 인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황금신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진주ㆍ준우 커플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 애정도 없는 억지 결혼 내지는 계약 결혼 에서 출발한다. 베트남 첩과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진주는 어머니의 실 명 위기에 직면해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에게 한 번만이라도 보여 주기 위해 한국행을 감행해야 했고, 한국에 와서는 베트남으로 귀국 당하지 않기

408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위해 억지로 준우와 혼인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실연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계 약 남편 준우를 진실로 사랑하게 된다. 진주는 하루도 빠짐없이 준우에 대한 관찰 일지를 써서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등 그가 정상인으로 회복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그러던 중에 준 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런 진주의 보호와 사랑을 받으면서 준우는 회복하게 되고, 그 역시 진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제 준우는 자진 해서 진주에게 덧씌워진 베트남 여자, 돈에 팔려 결혼한 여자 라는 사회적 편견을 벗겨버리고, 아버지를 꼭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어 하는 진주의 소망을 들어주 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남편으로 바뀐다. 또한 평소 준우를 흠모하며 아내 진주 를 베트남 여성이라고 깔보는 차인경을 대하면서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오 히려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아내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태도를 취한다. 그 과 정에서 베트남 출신에다가 대학도 나오지 못한 여성이라는 진주의 열등감을 극복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강준우의 진주에 대한 사랑은, 베트남 혼혈 여성에 대해 우월감을 지닌 차인경 이나 옥지영 같은 인물들의 왜곡된 시각을 극복하며,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을 지 향하는 그런 사랑이다. 범박하게 말하자면, 진주는 가난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간 직한 베트남인을 대변하고, 차인경과 옥지영은 얼마 전에 가난한 처지를 막 벗어 나 이제 경제적 부를 이룬 한국인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옥지영ㆍ 김영민 커플은 경제적인 부를 성취하고, 그 상태에서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지만, 더 많은 부를 획득하려는 욕망을 과도하게 충족시키려다가 순수한 사랑을 놓치고 마는 한국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진주는 자신의 노력과 남편의 도움으로 가난한 베트남 여성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황금신부 였던 것이다. 요컨대 <황금신부> 는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 태어난 딸을 진주ㆍ강준우의 커플이 되게 설정하고, 그 커플을 겹사돈 구성에 집어넣고, 다시 여러 커플의 이야기들 속에 풀 어내고 있다. 이를 통하여 과거 한국 남성, 나아가 한국인의 잘못을 반성함과 동시 에, 요즘 동아시아 여성과 혼인하는 한국 남성의 현실을 돌이켜보고 동아시아 여 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함으로써,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여 휴머니티를 동아시아로 확대하는 비전을 보여준 수작( 秀 作 )이라 할 수 있다.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409 V. 결론 TV드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드라마 작가들이 알았든지 혹은 전혀 몰랐든지 <부장양문열효록>, <창란호연록>, <유이양문록> 등의 고전대하소 설이 지니는 겹사돈 구성을 계승한다. 그런데 고전대하소설에서는 겹사돈을 긍정 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와는 달리 TV드라마에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조선시 대에 비해 현대 사회에서 혼인을 주도하는 가부장의 영향력이 약해진 데서, 그런 중에 겹사돈을 꺼리는 인식이 팽배해진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에서는 겹사돈 구성을 계승하되, 이전의 고전대 하소설과는 달리 겹사돈을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는 새로운 서사 전략을 선택함 으로써, 당사자들의 심리 갈등의 편폭을 넓히고, 인물 간의 다양한 갈등을 유도해 내며,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나아가 금기 금기 위반 이후를 금기 극복 행복 으로 설정하여, 금기의 극복 과정을 통해 그 이전 단계와는 다른 변화와 거 듭남의 모습을 구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가족간의 사랑 회복 이라는 주제를 모 색하고 강조하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TV드라마는 고전대하소설에서 겹 사돈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커플을 조합하는 서사 전략을 계승한다. 이는 겹사돈 구성이 다양한 커플을 조합하는 서사 방식으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고전대하소설에서 겹사돈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커플을 조합하는 서사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가문의 창달 이라는 큰 주제를 담아냈다면, 그 와는 달리 TV드라마에서는 가족간의 사랑 회복 이라는 주제를 담아낸다. 이는 가 정의 위기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간 의 사랑 회복 은 각 드라마에 따라 개별 주제로 세분화되는데, <며느리전성시대> 가 경제적 조건보다는 순수한 사랑 을 지향한다면, <황금신부>는 그 주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베트남 혼혈 여성에 대한 편견, 나아가 동아시아 여성에 대한 편 견을 극복하여 휴머니티를 동아시아로 확대하는 비전을 보여준다. 이제는 겹사돈 구성이 고전대하소설과 TV드라마를 관통하는 서사전개의 틀이 자, 장편화의 틀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겹사돈 구성은 우리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서사 방식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고 전대하소설을 계승하되, 단순 모방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사회에 맞게 흥미를 고

410 정신문화연구 제31권 제3호(2008) 취하고 주제를 창출해낸 성공작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제 이러한 서사구조의 유사 성이 밝혀진 현 시점에서, TV드라마 작가나 PD 등 TV드라마 관련자들의 고전대 하소설에 대한 관심이 보다 커져야 하고, 또한 고전대하소설의 현대적 창출에 관 한 논의가 학계에서 더욱 활발히 일어나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며느리전성시대>. 정해룡 연출, 조정선 극본. http://kbs.co.kr/drama/age/ <황금신부>. 윤군일ㆍ백수찬 연출, 박현주 극본. http://tv.sbs.co.kr/goldbride/ 구본기ㆍ송성욱, 신문명 사회에 있어서 국문학과의 제도적 개혁과 학문적 쇄신 문제; <고전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연계방안> 사례발표: 조선시대 대하소설을 통한 시나리오 창작소재 및 시각자료 개발. 고전문학연구 25, 한국고전문학회, 2004, 53~75쪽. 백민정, 담화 욕구의 문학 양식적 파생 양상 고찰. 어문연구 46, 어문연구학회, 2004, 149~169쪽. 송성욱, 고소설과 TV드라마. 국어국문학 137, 국어국문학회, 2004, 91~108쪽. 앨빈 커넌/최인자(역), 문학의 죽음. 서울: 문학동네, 1999. 장장식, 금기 설화 연구. 한국민속학 17, 한국민속학회, 1984, 85~99쪽. 정병설, 고소설과 텔레비전드라마의 비교. 고소설연구 18, 한국고소설학회, 2004, 221~246쪽. 조광국, <유이양문록>의 작품 세계. 한국고소설학회 제82차 정기학술대회(2008. 7. 1~2), 2008, 169~182쪽. 조광국, 다중결연구조의 양상과 의미: <창란호연록>ㆍ<청백운>ㆍ<임화정연>을 중심으로. 국어 교육 121, 2006, 501~526쪽. 조희웅, 한국설화의 유형. 서울: 일조각, 1983. 한소진, 텔레비전 드라마의 설화수용양상 연구. 중앙대 박사논문, 2003. TV드라마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부장양문열효록>, <창란 호연록>, <유이양문록> 등 고전대하소설이 지니는 겹사돈 구성을 계승한다.

고전대하소설과의 연계성을 통해 본 TV드라마의 서사 전략과 주제 411 그런데 고전대하소설에서는 겹사돈 맺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TV 드라마에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TV드라마에서는 고전대하소설의 겹사돈 구성을 계승하되, 이전의 고전대 하소설과는 달리 겹사돈을 금기 금기 위반 에 기대는 것을 새로운 서사 전 략으로 선택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심리 갈등의 편폭을 넓히고, 인물 간의 다 양한 갈등을 유도해 내며, 작품에 긴장감 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고전대하소 설에서 겹사돈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커플을 조합하는 서사 전략을 택하는 것과 같이 TV드라마에서도 그런 서사 전략을 택하는데, 이는 겹사돈 구성이 다양한 커플을 조합하는 서사 방식으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고전대하소설에서 겹사돈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커플을 조합하는 서사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가문의 창달 이라는 큰 주제를 담 아냈다면, 그와는 달리 TV드라마에서는 가족간의 사랑 회복 이라는 주제를 담아낸다. 이는 가정의 위기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주제라 평가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간의 사랑 회복 은 각 드라마에 따라 개별 주제로 세분화되는데, <며느리전성시대>가 경제적 조건보다는 순수한 사랑 을 지향 한다면, <황금신부>는 그 주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베트남 혼혈 여성에 대한 편견, 나아가 동아시아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함으로써, 다문화 사회 를 맞이하여 휴머니티를 동아시아로 확대하는 비전을 보여준다. 이제는 겹사돈 구성이 고전대하소설과 TV드라마를 관통하는 서사전개의 틀이자, 장편화의 틀이며, 우리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서사 방식의 하나라 고 말할 수 있다. <며느리전성시대>와 <황금신부>는 고전대하소설을 계승하 되, 현대 사회에 맞게 흥미를 고취하고 주제를 창출해낸 성공작이라 평가할 만하다. 투고일:2008. 7. 15 심사완료일:2008. 8. 28. 주제어(keyword):결연구조(structure of marriage), 겹사돈(double relation by marriage), 커플의 조합(combinations of couple), 순수한 사랑(pure and genuine love), 동아시아 휴머니티(humanity of East 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