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족, 인간의 동반자 영장류 기획 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표 저자 장규태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19 인류의 가족, 인간의 동반자 영장류 2015년 3월 31일 초판 1쇄 인쇄 2015년 3월 31일 초판 1쇄 발행 저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획 미래창조과학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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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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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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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진행 순서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축사(14:00) 제1주제(14:10~15:10):성폭력 피해 유형별 예방책 및 피해자 보호 방안 주제발표 :김진숙(여조부장),최순호(여조부 검사) 지정토론 :이화영(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백미순(한국성폭력 상담소장) 별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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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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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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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백서-001-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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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 번호 179 제안연월일 : 제 안 자 :조례정비특별위원회위원장 제안이유 공무상재해인정기준 (총무처훈령 제153호)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행정자치부령 제89호)으로 흡수 전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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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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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사이언스 시리즈 Easy Science Series 19 인류의 가족, 인간의 동반자 영장류

인류의 가족, 인간의 동반자 영장류 기획 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표 저자 장규태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19 인류의 가족, 인간의 동반자 영장류 2015년 3월 31일 초판 1쇄 인쇄 2015년 3월 31일 초판 1쇄 발행 저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기획 미래창조과학부 발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홈페이지 www.kribb.re.kr www.scienceall.com 제작 (주)동아사이언스 출판등록 2001. 3. 15 (제312-2001-000112호) 주소 (140-877)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 109 전화 (02)3148-0745 팩 스 (02)3148-0809 홈페이지 www.dongascience.com ISBN 978-89-6709-049-4 03490 * 잘못된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 ** 본 책의 내용에 대한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본 책의 내용을 인용할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표기합니다.

머리말 인간과 유사한 원숭이를 바라보며 지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나는 재미 삼아 과자를 건네주었고, 손을 뻗어 과자를 받아먹는 원숭이가 마냥 신기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과 자를 주는 척하면서 슬쩍 손을 거두며 원숭이를 약 올렸는데, 사건은 그때 발생했다. 계속 장난을 치던 나에게 화가 났던지 원숭이가 느닷없이 이빨을 드러 내며 위협적인 표정을 보였던 것이다. 무서운 얼굴을 마주한 것을 끝으로 원숭이와의 첫 만남은 끝이 나고 말았다. 놀란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 부모 원숭이 는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20 여 년 동안 그 이름을 가슴에 품고 걸어온 연구 인생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각별한 인연이다.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부모님과 다음 날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을 하 고 잠을 설치던 날이 지금껏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그 밤이. 사자와 호랑이가 맞붙어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를 두고 친구들과 편을 갈라 입씨름을 했을 만큼 호기심이 많던 시절이었다. 내일 동물원에 가면 그토록 보고 싶던 사자와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생각하니 설레어 잠 을 이룰 수 없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까무룩 잠이 들어서 내가 이길 것 이라고 우겼던 호랑이를 꿈속에서 미리 만났다. 하지만 정작 다음 날, 동물원에 가서는 밀림의 왕자 호랑이도, 백수의 제 왕 사자도 더는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어린 내게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 운 흥밋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첫눈에 내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동물 은 다름 아닌 원숭이였다. 당시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내가 본 원숭이는 마카카 종류였을 것이다. 님께서는 서둘러 나를 데리고 다른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셨기 때문이 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마주한 원숭이의 얼굴은 어린 내게 많은 충격 을 줬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호기심 어린 표정, 먹이를 더 달라고 호 소하는 표정, 내가 자꾸만 약을 올리자 낙담하고 원망하다가 급기야 화를 참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는 표정 등 감정표현이 다양했던 그 얼굴을 쉽게 잊을 수 없었다. 동물원에서의 첫 만남이 그렇게 끝난 뒤 내 기억에서 원숭이라는 존재 는 여느 동물들과 같이 단순한 동물의 한 종류로 묻혀 희미해졌다. 하지만 몇 년 뒤, 원숭이들은 또 한 번 내 기억에 큰 흔적을 남기게 된다. <혹성탈 출>이라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였다. 진화 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던 시기에 본 영화 <혹성탈출>은 어린 시절 동물원에서 만난 원숭이 를 떠올리게 했고, 그 원숭이와 내 처지가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때는 그러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고, 그 뒤 원숭이 를 볼 때마다 묘한 경쟁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와 원숭이의 인연은 거기 서 끝이 아니었다. 철장 너머에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원숭이는 내가 들고 있던 과자봉

지금 이 글을 쓰는 본 필자는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센터장으로, 원숭이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주관하여 수행하고 있 다. 어렸을 때의 인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게 있어 원숭이는 중 요한 연구 대상이자 연구 목표가 되어버렸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우리나라에 원숭이를 키우며 연구하는 곳 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신기해하고 낯설게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왜 원숭이를 연구하는지, 왜 국가연구소에서 원숭이를 키우고 있는지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많은 의문을 잠시 뒤로한 채 잠시 눈을 감고 원 숭이들을 떠올려보자.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인간 과 너무나 닮은 원숭이의 외형일 것이다. 인간과 닮은 얼굴, 똑똑한 머리, 원숭이를 처음 접하는 일반인들은 물론, 원숭이에 대해 공부해보고자 하 는 학생들도 쉽게 접근하고 보다 구체적인 흥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 그 동안 본인이 연구해온 원숭이에 대한 기초 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묶어서 서술했다. 이 책의 내용이 독자 여러분에게 원숭이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원숭이 연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필 을 시작한다. 2015년 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장 장규태 도구를 사용하고 두 발로 걷는 모습 등 원숭이는 아주 많은 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동물이다. 그것이 바로 정답이다. 원숭이는 우리 인간과 너무나 비 슷하고 닮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에 대해 알려주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며, 바로 그런 이유로 연구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원숭이는 이 지구상에서 우리 인간에게 친척뻘인 유일한 동물이 며, 앞으로도 우리는 원숭이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바 이오신약이나 바이오 장기 연구를 위해서는 인간을 대신할 실험동물로 원 숭이들의 희생이 필요하며, 원숭이들의 진화적 연구는 인간의 근원과 본 질을 찾아가는 데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원숭이를 사전적인 의미가 아닌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하였 다. 따라서 원숭이 가 유인원과 구세계원숭이, 신세계원숭이, 원시원숭이 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으니 오해 없길 바란다. 이 책은

목차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1 원숭이들의 특징 042 02 원숭이의 사촌들 046 03 원숭이의 계통분류 050 04 세계 각지의 원숭이들 055 05 원숭이의 주식은 정말 바나나일까 058 06 원숭이의 가족구조 062 머리말 인간과 유사한 원숭이를 바라보며 004 07 태어나 죽을 때까지, 원숭이의 일생 065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1 우리의 가장 가까운 형제는 누구일까 014 02 우리의 조상이 원숭이라고? 020 03 원숭이의 다양한 이미지 023 원숭이 이야기 설화 속 원숭이 (1) 026 04 사람의 손에서 자란 원숭이 028 05 기록으로 남겨진 원숭이의 일화 033 원숭이 이야기 설화 속 원숭이 (2) 037 01 침팬지 대장의 자격 070 02 침팬지의 다양한 문화활동 073 03 침팬지의 교육 075 04 보노보의 상생 077 05 정글의 신사 오랑우탄 081 06 고릴라, 보기와는 달라요 085 07 유인원의 이단아, 긴팔원숭이 089 08 여우원숭이의 낙원 마다가스카르 092 09 초원의 방랑자 바분 095 10 따끈한 온천을 즐기는 일본원숭이 098 11 한반도의 원숭이 101

CHAPTER 4 야생 원숭이를 찾아 떠난 연구자들ㅏㅏㅇㅇ생 CHAPTER 6 국가영장류센터는 어떤 곳일까 01 원숭이를 연구하는 사람들 106 02 침팬지와 제인 구달 108 03 고릴라와 다이앤 포시 112 04 오랑우탄과 비루테 갈디카스 116 01 영장류 연구기관은 왜 필요할까 156 02 세계의 영장류 연구소 158 03 국가영장류센터의 역사 161 04 영장류 시설에 관하여 164 CHAPTER 5 원숭이가 우리의 건강을 책임진다 05 영장류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육하기 166 06 영장류센터의 보유 종 169 07 영장류의 도입과 검역 173 08 영장류의 출산과 이유 176 09 실험동물 위령비 179 01 원숭이와 사람은 얼마나 닮았나 122 02 원숭이를 이용한 기초의학 및 생명과학 연구 128 03 난치병을 극복하기 위한 신약후보물질 133 04 인간의 병을 대신 앓는 원숭이들 136 05 뇌과학 연구의 현재와 미래 139 마치는 글 공존과 공생 181 이미지 출처 및 참고문헌 184 필자 소개 188 06 인간의 노화를 원숭이가 막아줄 수 있을까 141 07 유전자 변형 원숭이의 등장 148 08 실험원숭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150

E a s y S c i e n c e S e r i e s CHAPTER 1 01 우리의 가장 가까운 형제는 누구일까 02 우리의 조상이 원숭이라고? 03 원숭이의 다양한 이미지 원숭이 이야기 설화 속 원숭이 (1) 04 사람의 손에서 자란 원숭이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5 기록으로 남겨진 원숭이의 일화 원숭이 이야기 설화 속 원숭이 (2)

01 우리의 가장 가까운 형제는 누구일까 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유인원이다. 마지막으로 큰 뇌를 가지고 있는가? 답 은 예 일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 같은 조건에 따라 모두 대형 유인원으로 분류된다. 위의 질문들은 필자가 잉글랜드 동물원에서 본 교육용 표지판의 내용이 다. 사진 속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표지판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누구일까? 라는 제목과 함께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종을 찾 는 재미있는 질문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형 유인원의 조건 원숭이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음 몇 가지 질문에 관하여 생각해보자. 첫 번째 질문이다. 당신은 손톱이 있는가? 엄지와 검지 를 맞대어 동그랗게 만들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예 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지구상의 생물군에서 영장류에 속한다. 다음으로 꼬리가 있는가? 아니오 그런데 대형 유인원에는 인간 외에도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도 속한다. 바로 그들이 우리와 가장 흡사한 동물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와 차별되는 인간의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인간은 완벽 한 직립보행을 할 수 있으며, 몸에 털이 없다. 뇌 용량도 어마어마하게 크며, 상대적으로 송곳니는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눈동자 주위에 흰자위가 있는 것도 인간만이 갖는 특징이다. 이처럼 명백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인간과 침팬지의 유 잉글랜드 동물원 인류의 가까운 사촌은 누구인가 영장류의 계통분류를 쉽게 표현해 인간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놓았다. 대형유인원 (왼쪽부터)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01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15

전적인 차이는 1.2% 정도에 불과하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가 98.8%나 일 치한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대 100만 년 전 침팬지 부분 그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1.2%라는 그 근소한 차이가 어떤 영역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도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보노보침팬지 있다. 1.2%에 불과한 침팬지와의 유전자 서열의 차이는 500만~700만 년이라 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다. 인간과 침팬지는 약 600만 년 전 공통 조 상에서 분기되었으며, 침팬지 고릴라 인간은 약 800만 년 전에 공통 조상 에서 분기되었고, 침팬지 고릴라 인간 오랑우탄은 130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분기가 되었다. 이것을 표로 나타내면 너무나 단순해 보이지만, 두발 보행에 적응, 아직은 작은 송곳니 커진 어금니와 턱 오로린 투게넨시스 아르디피테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르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막상 인간만 따로 분리해 진화과정을 추적해보아도 매우 복잡하다. 인류의 진화과정에도 무수한 조상 종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영장류의 진화과정 사람의 진화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더 넓은 범위에서 영장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 살아 있는 영장류들의 진화과 정과 유연관계를 이해하면 우리가 왜 그들과 비슷하고, 형태학적으로 가까 운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는 약 700만 년 전 현존했다고 알려진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 최대 크기의 어금니와 턱, 씹는 근육이 확장됨 뇌의 용량 증대(600cc), 얼굴에서 돌출되었던 코 가 많이 들어가 전반적으로 평평해짐. 손가락을 좀 더 정밀하게 사용하여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됨. 고기와 같은 음식을 장만할 수 있는 단순한 돌 도구 제작이 가능해짐. 턱과 어금니가 조금 작아짐. 긴 다리와 아치 모양의 발 구 조는 장거리를 걷거나 뛰는 데 최적화됨. 뇌의 용량 증대 (호모 에렉투스 650~1200cc) 사냥을 위한 복잡한 도구 제작, 뇌 용량 1200cc 이상 큰 뇌(1400cc), 작은 얼굴, 아치형 천장을 가진 둥근 두개 골, 작은 눈썹 부위의 돌출된 뼈, 그림과 같은 예술능력, 추상적인 사고, 언어 사용 파란트로푸스 호모 하빌리스 영장류의 진화와 유연관계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사피엔스 스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두 발로 자연스럽게 걸었으며, 작아진 송곳니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로린 투게넨시스는 2001년, 케냐의 투겐 힐즈에서 대퇴골 화석만 발견되었다. 다 음으로 등장하는 인류의 조상은 약 440만 년 전까지 살았던 아르디피테쿠 스이다. 이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나는데, 이들 은 특징적으로 아래턱과 어금니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서도 특이적 으로 아래턱과 어금니가 더욱 커진 파란트로푸스 종은 씹는 근육이 한층 발 01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17

모 에렉투스의 후반기와 호모 사피엔스의 출연 시기가 중복되는 식이다. 이 것은 종 분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새로운 종은 무에서 창조되지 않기 때 문이다. 기존에 있던 것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호모 에렉투스의 막대 앞쪽으로 연결된 실선이 나타내듯이 초기 단계의 호모 에렉투스 중 일부가 변해서 호모 사피엔스 종이 탄생하였고, 고릴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일정 기간 동안 호모 에렉투스와 더불어 살아갔다. 초기 공존의 시기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훨씬 번성했을 것이고 호모 사피엔스는 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모 사피엔스의 우수한 생존력 또는 번식 력으로 인해 호모 에렉투스가 멸종한 뒤에도 호모 사피엔스만 남게 되었다. 종의 진화에는 언제나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 우리 사회의 유행 또한 네안데르탈인 슈타인하임 원인 현생인 인류의 두뇌 용량 비교 시시각각 변하듯이, 지구의 환경이나 생태가 바뀌어갈 때 그 과정에 번성하 는 종이 있는가 하면 도태되는 종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에는 영원 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번성이 있으면 자연히 쇠퇴도 있는 것이다. 수억 년 달했다. 그즈음 드디어 호모속으로 불리는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 그룹이 화석에 동안 지속된 공룡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고는 당시의 어떤 공 룡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등장한 호모 하빌리스(Home habilis)는 약간 커진 뇌를 가졌으며 손을 자유롭게 움직였고, 능력 있는 사람 이라는 이름에 맞게 최초로 도구를 사용한 인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 줄어든 아 래턱과 어금니, 긴 다리를 가졌으며 뇌가 현 인류의 2/3만큼 커진 호모 에 렉투스(Homo Erectus)가 등장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의 직계 조 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했다. 앞 페이지에 보이는 그림에서 파란색 막대는 그 종이 살아간 시기를 나타 내는데, 매번 다른 종과 등장 시기가 겹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호 018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19

02 우리의 조상이 원숭이라고? 이에 유명한 논쟁이 벌어진다. 영국과학발전협회에서 연설 중이던 월버포 스가 헉슬리에게 당신은 스스로 원숭이의 자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러 면 할아버지 쪽이 원숭이인가, 할머니 쪽이 원숭이인가? 라며 짓궂은 질문 을 던진 것이다.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웃음거리로 이용하기 싫었던 헉슬리 는 차라리 원숭이를 할아버지로 삼겠다고 답했고, 이 때문에 다윈의 불독 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다윈 자신은 이러한 논쟁에 거 의 참여하지 않았다. 건강도 안 좋았거니와, 자신의 학설을 좀 더 보완할 수 1859년 11월,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 라는 책이 나오자 있도록 연구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수준으로는 인간 세상은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신의 축복을 받아 그 존재가 유일하며 고귀하 과 같은 새로운 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길이 없었다. 다고 여겨져온 인간을 원숭이와 거의 동일시한 다윈의 주장 때문이었다. 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다윈의 종의 기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아 독교인들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일반인들조차도 그의 이론을 받아들이려 하 니, 과학자들조차 종의 탄생에 대해서 논리정연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지 않았다. 이후 1860년 6월, 옥스퍼드의 주교 새무얼 월버포스와 토머스 헉슬리 사 요즘 필자는 국가영장류센터를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영화 <혹성탈출> 에서처럼 침팬지나 고릴라에게 특정 약물을 주입하면 인간처럼 될 수 있나 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불가능하다 고 답해주면 또 다른 질문이 꼬리를 문다. 다윈은 원숭이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면 정말 그렇게 되나요? 역시 답은 안 된다 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질문을 조금 바꿔서 지금의 원숭이가 사람처럼 똑똑한 지능을 가진 종으 로 진화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으로 엄청나게 긴 시간이 먼저 필요하며(변이가 발생하고, 그 변이에 적응하는 시간), 수많은 우연한 사건들이 조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원숭이 들은 이미 지금의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종인데, 이들을 다시 변화시키 당시 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잘 알고 있었던 다윈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발견을 공개했다. 예상 한 대로 그는 거친 비난과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020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려면 다양하고도 급격한 환경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21

03 원숭이의 다양한 이미지 수십만 년에 걸쳐 인류의 모습은 변화해왔고, 그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아도 지구가 생겨나 약 45억 년이 흐르도록 인 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종은 단 한 종 탄생했을 뿐이며, 역시 인간처럼 지능 이 있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지구 외에 발견되지 않았으니,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그 가능성은 거의 0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 만 종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인간만 보더라도 구석 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를 살던 인류의 조상과 마주한다면, 서로가 동일한 종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초기 진화론자들은 사족보행을 하던 원숭이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으로 진화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의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원숭이와 사람은 단지 조상 이 같을 뿐, 사람이 원숭이에게서 진화된 것은 아니라는 가설이 무게를 얻 고 있다. 어찌되었든 원숭이가 사람과 매우 유사한 동물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고도로 발달된 기계 덕분 에 이미 상당 부분 육체적인 노동에서 해방되었으며, 앞으로도 컴퓨터와 자 동화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면 공상과학만화에 나오는 머리 큰 외계인처럼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불과 몇 십만 년 동안 우리 인류는 겉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뇌 용적도 그게 맞게 변했으며 식습관, 운동능력, 체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를 겪어왔다. 변화만이 살 길 이라는 구호는 기업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존과 종의 번영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간과 닮은 원숭이 한때 인터넷상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 령과 유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원숭이 사진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원 숭이와 닮았다며 비하하고, 그의 정치적 역량 이 영장류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폄훼하려 는 의도에서 퍼뜨린 이미지이다. 그러나 이러 한 비교를 통해 원숭이들의 표정이 그만큼 다 양하고 감정표현이 풍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신라시대에 제작된 십이지신상 중 원숭이 c국립중앙박물관 022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23

확인할 수 있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12간지에서도 원숭이를 찾아볼 수 있다. 잔나비 라고 도 불리는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섬세한 동물로 여겨졌다. 특히 중국에서는 원숭이가 건강, 성공, 수호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하여 좋아하기도 하지만, 반 대로 간사하거나 재수 없는 동물이라고 여겨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떻 게 원숭이는 이처럼 극단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사 실상 원숭이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영리하면서도 간교한 이면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는 흉내를 잘 내는 동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원숭이가 사 람을 따라 하는 모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어렵지 않게 관찰되고 있다. 태국 원숭이가 암컷을 빼앗긴 복수를 하려는 듯 젊은 수컷 원숭이를 끈질기게 괴롭히 는 장면이 목격된 것이다. 그 밖에도 호기심 많은 원숭이들은 새 로운 모험을 찾아 사원 앞을 지나는 기 차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떠났다가, 늦은 오후에 반대편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오기도 한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 려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피서객의 칵테일을 훔쳐 마시는 원숭이 의 수도 방콕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롭부리(Lop Buri)는 시가지 에 2,000여 마리의 야생 원숭이가 살고 있어 원숭이 마을 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곳 원숭이들을 관찰하던 중 흥미로운 장면이 목격되어 화제를 모 으기도 했다. 시장 근처에 사는 무리의 젊은 수컷 원숭이가 사원에 있는 무 리의 젊은 암컷 원숭이와 사랑에 빠졌는데, 이를 본 사원 무리의 우두머리 에 위치한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는 원숭이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 다. 해변에서 관광객들의 술을 훔쳐 달아나고, 때론 사람도 아랑곳 않고 보 란 듯이 음주를 즐기는 대담한 알코올 중독 원숭이도 있다고 한다. 인간 사 회에서나 겪을 법한 문제들이 원숭이들에게서도 관찰되는 것을 보면, 원숭 이 사회가 인간 세상의 축소판처럼 여겨질 법도 하다. 원숭이가 이용한다는 태국 롭부리 시내 기차역 정경 시내 곳곳을 자연스럽게 활보하는 롭부리의 원숭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듯이 빨간 엉덩이는 원숭 이들의 특징이다. 원숭이의 엉덩이가 빨간 이유는 털이 없는 데다 그 부위 에 혈관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약 200여 종 가운데 대체로 북 쪽지방에 사는 원숭이의 엉덩이가 빨간데, 이웃나라 일본에 사는 일본원숭 이가 대표적이다. 원숭이의 엉덩이는 성인이 되면서 더욱 빨개지고, 짝짓기 때 가장 짙은 붉은색이다가 몸이 약해지면서 조금씩 연해진다. 원숭이가 짓 궂은 장난꾸러기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건, 인간의 눈에 부끄러운 부분을 과 감히 드러낸 겉모습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02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25

원숭이 이야기 설화 속 원숭이 (1) 사람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류인 원숭이는 다재다능한 재주꾼일 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나 부부 간 애정이 극진하여 예로부터 관련 문화재와 더 불어 관련 신화, 전설, 민담 등이 두루 전해지는 친근한 동물이다. 대표적인 원숭이 설화로 티베트의 건국신화가 있다. 아주 오랜 옛날, 관세음 보살이 데리고 있던 한 신( 神 )을 원숭이로 변하게 한 후, 티베트의 설국으로 수 행을 보냈다. 이 원숭이가 얄룽계곡에서 수행에 정진하던 중, 근처에 살던 마녀 에게서 청혼을 받았다. 당황한 원숭이는 자신은 관세음보살의 제자이고 수행을 하는 중이라며 정중히 거절했지만, 마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청혼을 받 아주지 않으면 다른 마귀와 결혼하여 더 많은 마귀 자식들을 낳을 것이고 그렇 게 되면 설역고원이 마귀의 소굴로 변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였다. 그 말을 들은 원숭이는 고심 끝에 관세음보살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지혜를 구했다. 이에 관세음보살은 마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며 이는 하늘의 뜻 일 수 있으니 마녀와 결혼하여 설역에 인류를 번성케 하라고 조언했다. 이후 원 숭이는 마녀와 결혼하여 여섯 마리의 원숭이를 낳았고, 설역 근처의 나무에서 과일을 따 먹으며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러나 풍요도 잠시, 3년이 지나 일족이 500마리로 번성하자 먹을 과일이 부 족해졌고, 굶주리는 자식들을 보다 못한 원숭이는 다시 보타산의 관세음보살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관세음보살은 경작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오곡종 자를 수미산에서 얻어다 주어 원숭이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곡 식을 먹으면서 원숭이들은 점차 긴 꼬리가 줄어들고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으며, 지금의 사람처럼 모습이 변하게 되었다. 바로 이들 이 티베트 고원에 사는 사람들의 조상이라고 전해 진다. 불교에는 원숭이와 꽃장수 라는 설화도 있다. 인 도 바라나시의 어느 산골마을에 가난한 꽃장수가 살았다. 그는 날마다 강을 건너다니며 산과 들에서 딴 화초로 꽃다발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강을 건너다 진귀한 망고가 떠내려가는 것을 건져 올려 성주에게 바쳤다. 망고 를 맛본 성주의 부인은 그 향과 맛에 감탄하여 망고 를 더 구해 오라고 명령했다. 국보270호 모자 원숭이 모양 연적 난감해진 꽃장수는 망고가 떠내려온 강을 정처없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산 절 벽에 망고나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망고를 따기 위해 서둘러 절벽을 내려가 던 꽃장수는 도중에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으나 나뭇가지에 걸려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때 지나가던 원숭이 왕이 절벽에 매달린 꽃장수를 발견하고 온 힘을 다해 끌어올려주었다. 동정심 많은 원숭이 왕은 꽃장수의 딱한 사정을 듣고 지 친 몸으로 절벽을 내려가 망고를 따다 주었다. 피로에 지친 원숭이가 그대로 누워 잠들어버리자 꽃장수는 집까지 가는 길에 식량으로 쓰려고 원숭이를 돌로 내리쳐 죽여버렸다. 이를 본 천신이 은혜를 원 수로 갚는 부당함을 크게 한탄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자비로운 원숭이 왕 은 부처님을, 꽃장수는 부처님의 종형제이자 반대세력의 우두머리인 제바달다 를 가리킨다고 한다. 이처럼 원숭이는 건국설화에 등장하거나 부처를 상징하는 고귀한 존재로 묘사될 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친근한 동물이다. C문화재청 02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27

04 사람의 손에서 자란 원숭이 유인원 언어 실험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실험용 침팬지에게 촘스키의 이름을 비 틀어 님 침스키(Nim Chimpsky) 라고 이 름 붙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1973년 11월 미국 오클라호마 영장류 연구소에서 태어난 님은 뉴욕의 중산층 가정에 입양되었다. 첫 대리모였던 스테 20세기폭스 인간으로 살기를 강요당한 침팬지, 님 침스키 2011년, 인간의 손길로 길러진 침팬지가 스스로 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하 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혹성탈출 : 진화 의 시작>이 바로 그것이다.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를 개발하던 과학자 윌은 안락사 위기에 처한 새끼 침팬지를 몰래 데려다 키운다. 윌의 집에서 가족 처럼 지내게 된 침팬지 시저 는 학습을 통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기에 이 른다. 그러다 불의의 사고로 유인원 보호시설로 보내진 시저는 강력한 알츠 하이머 치료제를 훔쳐 다른 유인원과 함께 투약한 뒤 무리 지어 우리를 탈 출하고, 이를 제지하려는 인간들의 살육 적인 방어선을 돌파하고 숲으로 사라진 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 시저와 닮은꼴인 침팬지가 현 실에도 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심리 학과의 허버트 테라스 교수는 언어가 인 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노엄 촘스키 파니는 님을 친아들처럼 길렀다. 기저귀 를 채우고 옷을 입히고 양치질을 해주 고 때론 젖도 물렸다. 님은 아침에 침대 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뒤적 였고, 수화를 배워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했다. 생일에는 파티도 열었다. 하지만 님은 언어 수업을 중심으로 일과가 빡빡 한 프로젝트를 견디기 힘겨워 했고, 나 이를 먹을수록 공격적인 야생성을 드러 냈다. 설상가상 4년 만에 연구비 지원이 끊기자 허버트 교수는 님을 오클라호마 영장류연구소로 돌려보냈다. 이후 님은 보살펴주던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여러 시설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심지어 영장류를 대상으로 의학 영화 <혹성탈출>의 한 장면 (Noam Chomsky)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생체실험을 하는 연구소로 팔려 가기도 인간과 생활한 님 침스키 028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29

했다. 다행히 지지자들의 시위와 항의 덕분에 구출된 님은 텍사스의 동물보 호소에 보내졌다. 이곳에서 님은 동물을 사랑하고 정의감은 있지만 침팬지 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클리브랜드 에이모리 때문에 더욱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다. 결국 님은 침팬지의 평균수명에 훨씬 못 미치는 스물일곱 살 에 심장폐색으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어미에게서 떨어져 인간들 틈에서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 했던 침팬지 님 침스키. 의지하던 사람들에게마저 버림받고 정체성 을 잃어버린 님의 이야기는 단순히 불쌍하다는 말로 마무리하기에는 허전 한 구석이 많다.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험동물로 이용된 한 침팬지 의 짧았던 삶은 동물실험에 대한 뜨거운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고 있는 것들을 표현하도록 했다. 또 침팬지 어미가 새끼에게 정보를 전달 하는 방법도 관찰할 예정이었다. 1999년, 아이는 사람 기준으로 30대 초반에 해당하는 나이에 임신했고, 모두의 기대 속에 2000년 4월 24일 건강한 수컷 침팬지 아유무(Ayumu) 를 낳았다. 엄마로서의 아이는 더없이 훌륭했으며, 때로는 사람보다 더 극진히 새끼를 돌보기도 했다. 아유무의 탄생으로 프로젝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침팬지 사회에서의 지식과 기술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파되는지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태어나면서부터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곁 에서 지켜본 새끼 침팬지 아유무가 생후 9개월 만에 글자 맞추기에 성공 했던 것이다.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10개월 무렵에는 좁은 구멍에 공부하는 침팬지 모자, 아이와 아유무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도 침팬지를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이 진행되었지 만, 학습을 강요하는 대신 침팬지의 본성을 이해하고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 는 방식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실험 대상인 침팬지 아이(AI) 는 숫자와 글자를 구분하는 천재적인 인지 능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의 마쓰자와 데쓰로 교수는 인간 이외의 동 물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인지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1978년, 아이 프로젝트 를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우선적인 목표는 침팬지에게 한자를 가르치면서, 인지기능이 어떤 발달과정을 거치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우선 침팬지 부모가 본보기 긴 막대기를 끼우거나, 크기가 다른 컵을 차례대로 포개고, 제법 까다로운 발달검사도 거뜬히 통과했다. 또한 컴퓨터 화면에서 숫자와 글자를 식별하거나, 동전을 모아 자판기에서 먹 이를 꺼내 먹는 아유무의 영리함은 연구 자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이 로써 유인원 사회에서 세대 간에 문화가 어떻게 전승되는가 를 규명하기 위한 아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마쓰자와 교수는 침팬지 모자 간의 유 를 보여주면 새끼가 그 모습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보고 익히는 학습 을 한 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문자를 가르쳐 침팬지들이 어른들로부터 보고 배우 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학습과정을 발표하면서, 자녀들에게 과도한 학습을 아이와 아유무 아이(AI) 라는 이름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의 약자이다. 030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31

05 기록으로 남겨진 원숭이의 일화 아유무가 모니터에 나타난 숫자를 통해 기억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 마쓰자와 교수와 교감을 나누는 아 이와 아유무 모자 원숭이를 얼어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반도에는 야생 원숭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숭이에 관한 기록을 강요하고 무분별한 사교육 열풍에 휩싸여버린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 다고 강조했다.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영화, TV프로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인식되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자 세히 들여다보면, 원숭이는 인류에게 웃음과 유용한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욕망을 위해 안타깝게 희생되기도 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독일군이 유대인을, 일본군이 아시아 민족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자행하 면서까지 새로운 의학정보를 얻으려 했던 것처럼, 인간의 욕망은 종종 비극 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곤 한다. 인간은 원숭이를 비롯한 영장류를 이용해 호 기심을 충족하고 신약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지만(5장 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수많은 원숭이가 멸종위기에까지 내몰린 지금은 생 각을 바꿔야 한다. 원숭이는 우리 인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하 는 동반자임을 다시금 인식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지혜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찾기가 어렵지만, 극히 드물게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 을 보면 9대 국왕인 성종과 원숭이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성종은 동물을 매우 사랑하여, 외국 사신들이 선물로 바친 사슴, 백조, 원숭이 등을 궁궐 안에다 키우며 자주 들여다봤다고 한다. 아들인 연산군이 사슴을 발로 찼다가 호되 게 꾸지람을 들은 이야기는 동물에 대한 성종의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다. 당시 원숭이는 유구국(지금의 일본 오키나와)으로부터 선물 받았다고 쓰여 있는데, 품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일본원숭이로 추정된다. 겨울이 되자 성종은 원숭이를 위해 흙집을 짓고 옷을 만들어 입 히라고 어명을 내렸다. 그러자 손비장이라는 신하가 나서서 원숭이는 상 서롭지 못한 짐승인데 어찌 사람의 옷을 입힐 수 있겠습니까? 라며 반대하 였다. 이에 성종은 내가 한낱 짐승을 아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 바친 것을 얼어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의 옷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 라, 사슴 가죽을 입히라고 명한 것이니, 경이 잘못 들은 것이다 라고 설득하 였다. 당시에는 임금이 주색과 애완동물을 가까이하면 성군으로서의 위엄 032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33

이 떨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성종을 바라보는 신하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이 아니었을 것이다. 리 아기 크롬웰을 안아 올 렸다. 흉내 내기를 좋아하 는 원숭이의 특성을 잘 이 원숭이에게 납치된 올리버 크롬웰 영국의 유명한 청교도 정치가인 올리버 크롬웰에게도 원숭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크롬웰이 젖먹이였던 시절, 유모를 따라 할아버지의 집에 갔 을 때의 일이다. 당시 크롬웰의 할아버지는 원숭이를 여러 마리 키우고 있 었다. 유모가 크롬웰을 안고 젖을 먹이는 동안 원숭이 한 마리가 호기심 어 린 눈으로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모가 젖을 다 먹이고 크롬웰을 잠 시 내려놓은 사이에 이를 따라 해보고 싶었던 원숭이는 크롬웰을 안아 들고 잽싸게 지붕 위로 올라가버렸다. 깜짝 놀란 유모와 할아버지가 급히 쫓아갔 으나, 날랜 원숭이를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자칫하다 만약 원숭이가 아기 를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므로 모두들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신앙심이 깊은 할아버지가 가족 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이제 올리 버는 우리의 손을 떠났다. 하나님께 도 움을 구하는 수밖에 없구나. 할아버지 의 말에 가족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기 도했다. 그러자 지붕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원숭이는 어느새 땅으로 내려 해하고 있던 할아버지의 지혜 덕분에 크롬웰은 무 사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 아올 수 있었다. 100번째 원숭이 현상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는 원숭이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1952년 일본 규슈 의 조그만 섬 고시마( 幸 島 )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원숭이들이 흙 묻은 고구마를 어떻게 먹는지 관찰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모래사장에 고 구마를 던져 주자 원숭이들은 큰 어려움 없이 손으로 모래를 털어 먹었다. 이번에는 밭에서 갓 뽑아 온 고구마를 주었다. 고구마에 묻은 진흙은 털어 도 잘 떨어지지 않았고, 어떤 원숭이들은 먹기를 꺼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18개월 된 어린 암컷 원숭이가 시냇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놀라운 장면 이 관찰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영리한 새끼 원숭이에게 고구마라는 뜻의 이모(いも)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석 달 뒤, 이모의 어미와 친구들이 이 모를 따라 흐르는 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것을 시작으로, 이 방식은 차츰 고시마 섬의 원숭이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10년 후인 1962년에는 적어도 그 섬에 사는 원숭이 집단의 3/4이 고구마를 씻어 먹는 것으로 관찰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 1599년~1658년) 영국 청교도 혁명을 이끈 그는 어린 시절, 원숭이로 인해 목 숨을 잃을 뻔한 일이 있었다. 와 아기를 내려놓고는 기도하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유모는 그 틈을 타 재빨 되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100번째 원숭이가 나왔을 때, 03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35

이 원숭이 집단과 전혀 교류가 없는 다카자키야마( 高 崎 山 )에 사는 원숭이 집 단도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모습이 관찰되었다는 점이다. 원숭이 이야기 미국의 저명한 동식물학자인 라이언 왓슨은 이 현상을 100번째 원숭이 현상 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도 유행과 문화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 용어는, 특정한 사고나 행위를 하는 사람 수가 일정 비율에 이르면 사회 적으로 그 생각과 행동이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의 변화를 겪는다면 그 영향으로 세계 평화와 인류의 번영이 지속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싸움과 전쟁 등의 파괴행위가 끊이지 않을 수도 있다. 원숭이 집단 전체의 행동양식을 바꿔놓은 혁신이 18개월 된 새끼 원숭이 한 마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알아보기 문헌에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아프리카나 인도의 밀림에서 실제로 원숭이를 사냥할 때 쓰는 방법을 소 개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독특한 덫을 이용해 원숭이를 사냥한다. 작은 상자에 손이 가까스로 들어 갈 정도의 구멍을 뚫고 견과류, 바나나와 같은 먹이를 넣어두면, 냄새를 맡은 원숭이가 다가와 구멍에 손을 집어넣는다. 구멍이 워낙 작기 때문에 일단 먹을 것을 가득 움켜쥐면 아무리 손을 빼내려고 안간 힘을 써도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손에 쥔 것을 잘 놓지 않는 습성을 가진 원숭이는 원주민이 와서 잡아 갈 때까지 먹이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한다. 때때로 사람들도 이와 같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기 때문에 결코 비웃을 일만은 아닌 듯하다. 설화 속 원숭이 (2)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 <토끼의 간>은 인도의 육도집경 에 수록된 <원숭이의 간>이라는 설화를 모태로 한다. 어느 왕국에 보석장사를 하며 양친을 봉양하는 형제 가 있었다. 어느 날, 국왕이 우연히 잘생긴 동생을 보고 마음에 든 나머지, 공주와 혼 인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왕은 동생을 불러다 부마(왕의 사위)로 삼을 테니 지참 금으로 더 많은 보석을 가져오라며 돌려보냈다. 동생이 집에 돌아와 이 일을 의논하자, 놀란 형은 진상을 확인하고자 동생과 함께 국왕을 찾아갔다. 그런데 변덕스러운 국왕은 형의 당당한 모습과 차분한 말씨, 바른 몸가짐을 보고, 동생이 아닌 형을 부마로 삼겠노라 했다. 공주 역시 형의 남자다운 모 습에 연정을 느꼈다. 그러나 국왕의 제멋대로이고 경솔한 처사에 화가 난 형은 그 길로 동생을 데리고 성을 나와버렸다. 형에 대한 사모의 정을 억누를 길이 없던 공주는 차츰 형에 대한 미 움이 깊어져 산 채로 간을 씹어 먹겠다며 원망하게 되었다. 뼛속까지 노여움을 새긴 공주는 몇 차례 윤회를 거듭했고, 어느 생에서 형은 원숭이 로, 공주와 동생은 거북 부부로 태어났다. 어느 날, 공주에서 환생한 암컷 거북이 중병 이 들었는데, 원숭이의 생간을 먹으면 낫는다는 말을 들었다. 병든 아내 거북을 위해 원숭이의 간을 찾아 헤매던 숫거북은 때마침 나무에서 내려와 물을 마시고 있던 원숭 이와 마주치게 되었다. 숫거북은 원숭이에게 물속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많다고 꼬드겨 등에 태우고 물속 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반쯤 왔을 무렵 원숭이가 도망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숫거북 은 거짓말을 한 것을 사과하며, 실은 원숭이의 생간이 필요해 데려가는 것이라고 털 03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37

어놓았다. 그러자 원숭이는 공교롭게도 간을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온 참이라 이대로 자 기를 데려가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안타까워하는 척했다. 그러면서 간이 꼭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내줄 테니 물 밖으로 다시 데려다 달라고 제안했다. 그 말 을 곧이들은 숫거북은 원숭이를 다시 뭍으로 데려다주었다. 땅에 올라 선 원숭 이는 그제야 큰소리로 웃으며 뱃속의 간을 어찌 꺼내 나뭇가지에 걸겠냐고 거 북을 비웃었고, 뒤늦게 자신이 속은 것을 안 숫거북은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이 것은 위기에 처했을 때 번뜩이는 지혜를 발휘하여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 원숭 이의 지혜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런가 하면 지나친 잔꾀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원숭이에 관한 이야기 도 있다. 게와 원숭이가 함께 떡을 만들어 먹기로 했는데, 떡이 완성되자 꾀가 난 원숭이가 떡을 전부 가로채어 나무 위로 올라가버렸다. 나무 밑에서 게는 내 려와서 나눠 먹자고 사정을 했지만, 원숭이는 불쌍한 게를 놀려대며 혼자 떡을 독차지하려 하였다. 그런데 한참 게를 약 올리며 까불던 원숭이가 실수로 떡을 떨어뜨리고 만다. 설화에 따르면 원숭이 엉덩이는 잔꾀 를 부리다 빨갛게 되었다고 한다. 게는 옳다구나 하고 냉큼 떡을 주워 굴속으로 달아 났다. 원숭이는 서둘러 나무에서 내려와 굴 앞에서 통사정을 했으나 게는 들은 척하지 않았다. 약이 바 짝 오른 원숭이는 궁둥이로 굴을 막고 방귀를 뀌었 고, 더욱 화가 난 게는 집게발로 원숭이의 궁둥이를 꽉 깨물었다. 이 때문에 원숭이의 궁둥이는 털 없이 빨갛게 되 었고, 게의 집게발에는 원숭이 털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욕심이 지혜를 가리면 화를 자초한다 는 교훈을 담은 이야기이다. 한편 원숭이는 한여름 날씨에 푹 익어 발효된 과일을 즐겨 먹는데,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원숭 이가 사람보다 앞서 포도주를 발견했다고 한다. 실제로 와인을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원숭이가 인간보다 과실주의 맛을 먼저 알았다는 이야기에는 신빙성이 있다. 나뭇가지가 갈라진 곳이나 바위가 움푹 팬 곳에 과실을 저장 해두면 당분 때문에 쉽게 술이 되기 때문이다. 원숭이와 관련된 와인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떤 포도나무 밭에 땅이 움푹 팬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농익 은 포도들이 떨어져 쌓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발효되었다. 발효된 포도즙에서 풍기는 향에 끌린 원숭이들이 이를 마셨고, 취해서 비틀대는 원숭이의 모습을 본 사람들도 호기심으로 발효된 포도주를 마시게 되었다. 맛도 감미로운 데다 기분도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뒤 포도를 수확할 때 마다 항아리에 담아 발효시킴으로써 와인을 제조했다고 한다. 영국의 선(Sun) 지에 게재된 사 진. 목이 마른 원숭이가 와인병 의 마개를 따려고 애쓰고 있다. 이렇듯 원숭이는 역사, 종교, 문화, 생활 등 인간사 전반에 걸쳐 사람과 밀접 하게 관련되어 왔다. 동물들 중 가장 똑똑한 지능과 사람과 흡사한 외모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불편하거나 어려운 교훈을 원숭이에게 빗 대어 표현했던 것도 그러한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The Sun 038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1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원숭이 039

E a s y S c i e n c e S e r i e s CHAPTER 2 01 원숭이들의 특징 02 원숭이의 사촌들 03 원숭이의 계통분류 04 세계 각지의 원숭이들 05 원숭이의 주식은 정말 바나나일까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6 원숭이의 가족구조 07 태어나 죽을 때까지, 원숭이의 일생

01 원숭이들의 특징 원숭이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원숭이가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이라고는 해도, 누구나 갑작스럽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할 것이 다. 이것은 원숭이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필자에게도 결코 간단한 질문이 아 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원숭이들은 과학적 종 분류체계에 따르면 수 백 종이나 된다. 이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우선, 원숭이라고 원숭이와 말의 시야 비교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똑똑하다 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과학적으로 바꿔 말하자면, 발달된 대뇌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몸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뇌를 지닌 원숭이들은 높은 지적 능력을 보여준다. 돌고래, 코끼리, 개 등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다른 동물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지능은 원숭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두 번째 특징은 앞쪽으로 향한 두 눈이다. 얼룩말과 같은 초식동물은 포 식자들의 접근을 감지할 수 있도록 눈이 머리의 양쪽에 달려 있는데 시야가 무려 300도에 이른다. 그래서 인간은 고개를 돌려야 볼 수 있는 뒤쪽을 얼 룩말은 풀을 뜯어 먹으면서도 볼 수 있다. 반면 원숭이는 두 눈이 앞을 향하 고 있어서 한 방향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야가 좁은 대신 두 눈의 시야 가 겹쳐져 2차원적인 시각을 제공하므로 원근감이나 입체적인 크기 등 세 원숭이, 사람 그리고 설치류의 뇌 비교 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042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43

느림보로리스 안경원숭이 마카카원숭이 거미원숭이 긴팔원숭이 사람 으로 음식을 쥐는 것이다. 원숭이 중에서 지능이 가장 뛰어난 침팬지는 이 러한 손과 발의 쥐는 힘을 이용해 나뭇가지나 돌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네 번째 특징은 지문이다. 원숭이한테도 지문이 있어요? 라고 고개를 갸 웃거리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지문은 사람에게보다도 원숭이에게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숭이의 손바닥과 발바닥은 털이 거의 없이 맨살이 드러나 있는데, 이 피부에 고랑이 져 있어서 개체별로 고유한 직문과 족문 을 형성한다. 지문은 손과 발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촉각을 예민 원숭이와 사람의 발(위쪽) 손(아래쪽) 이것은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생활하면서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상대적 으로 자유로워진 대신, 땅에서의 환경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얽힌 나뭇가지 를 식별하고 과일의 크기나 위치 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의 세 번째 특징은 손과 발의 쥐는 힘이다.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하 는 과정에서 원숭이는 손이나 발로 나뭇가지를 움켜쥘 수 있게 되었고 이러 한 능력을 이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어떤 포식자보다도 빠르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손과 발의 쥐는 힘이 발달한 덕분에 원숭이들은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섬세한 운동을 할 수도 있다. 그 예로, 동물원에서 흔히 보는 마카카원숭이 들에게 먹이를 한꺼번에 많이 주면, 일단 입안의 볼주머니에 음식을 가득 채운 다음, 양손에 먹이를 더 움켜쥐고 두 발로 달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게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꼬리를 손처럼 쓰는 남아메리카의 거 미원숭이들은 꼬리에도 지문 같은 특이한 문양이 발달해 있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문의 형태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꼬리를 이용해 나무를 쥐는 능력을 발달시키다 보니 생겨난 결과로 보인다. 다섯 번째 특징은 손톱, 발톱이다. 손톱은 뇌가 정확하게 자극을 감지할 수 있도록 손톱 밑 피부에 압력을 가하는데, 이는 잡는 힘의 세기를 가늠하 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손톱과 발톱은 손끝, 발끝을 보호하는 데 에도 유용하다. 그 밖에도 원숭이들은 팔다리의 자유로운 운동, 서로 맞댈 수 있는 엄지 손가락, 이빨과 소화계의 잡식에 대한 적응, 중력의 중심이 뒤쪽으로 이동, 코가 퇴화되어 짧아진 얼굴, 후각기관의 퇴화 등의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들은 대부분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진화한 것이다. 자유롭 게 손을 사용하면서 뇌를 자극한 덕에 원숭이는 다른 동물보다 발달된 뇌를 갖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먹이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서서 이동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두 손 04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45

02 원숭이의 사촌들 하목으로 나뉘는데, 여우원숭이 하목에 는 광대원숭이 상과와 여우원숭이 상과 가 포함된다. 광대원숭이 상과는 로리스 과와 갈라고 과로 나뉘는데, 로리스 과에 서는 로리스, 포토가 대표 종이며 갈라고 과에서는 갈라고가 대표 종이다. 여우원숭이 상과는 세 개의 여우원숭 원숭이는 전 세계의 수많은 동물들 중 분류학상 어디에 포함될까? 원숭 이 과와 인드리 과, 아이아이 과로 나뉜 꼬리감기원숭이 이를 분류학상으로 나누면 동물계,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에 속한다. 즉, 원숭이들은 모두 영장목에 속하며, 원숭이들은 다시 세분하면 원시원숭 이 아목과 유인원숭이 아목으로 나눌 수 있다. 다. 이들의 대표 종은 여우원숭이, 인드리, 아이아이, 시파카 등이 있다. 많 은 독자들이 <동물의 왕국>에서 옆으로 뛰어다니는 시파카의 기이한 모습 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원시원숭이 아목 먼저 원시원숭이 아목을 살펴보자. 이들은 여우원숭이 하목과 안경원숭이 유인원숭이 아목 다음으로 살펴볼 유인원숭이 아목은 원시원숭이들보다 더욱 복잡하다. 유 인원숭이 아목은 넓은코원숭이 하목, 좁은코원숭이 하목으로 나눌 수 있다. 영장목 넓은코원숭이 하목은 일명 신세계원숭이(New-World monkey)라고도 하는 원시원숭이 아목 유인원숭이 아목 데, 이것은 이들이 신대륙 즉,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시 꼬리감기원숭이과와 마모셋/타마린과로 나뉜다. 꼬리감기원숭이과는 감을 수 있는 꼬리, 즉 제3의 손으로 불리는 꼬리가 특징으로, 꼬리를 이용 해 공중에 매달리거나 자유자재로 물건을 감아 잡을 수도 있다. 꼬리감기원 숭이과는 총 여섯 개의 아과로 나뉘는데 대표 종은 올빼미원숭이, 티티원숭 이, 다람쥐원숭이, 사키, 망토원숭이, 거미원숭이다. 마모셋/타마린과는 4속 28종인데 대표 종은 마모셋과 타마린으로, 몸무게가 560g 이하이며, 가장 04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47

는 4속 12종의 긴팔원숭이가 있다. 이들은 사람 상과에서 유일하게 많은 종 을 가진 과인데, 이것은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긴팔원숭이 들은 고대(신생대 3기, 마이오세, 올리고세)에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중국 북부에까지 광범위하게 서식하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화산활동과 지 진, 강의 생성 등 환경변화로 인해 지리적 격리가 심해져 지금의 작은 집단 들로 나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서로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다른 무리들과의 만남이 힘들어졌다. 그렇게 됨에 따라 대부분의 종이 자신 들의 좁은 서식처에 밀집되어 분포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지리적 격리와 집단의 크기 감소로 인해 종분화가 진행되었고, 현재와 같은 4속 12종이 형 사람 상과에 속하는 대표 종들 (왼쪽부터) 긴팔원숭이, 오랑우탄, 사람 성된 것이다. 오랑우탄과는 보르네오 오랑우탄과 수마트란 오랑우탄으로 나눌 수 있 큰 종도 몸길이가 40cm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신세계원숭이들과 달 리 감을 수 있는 꼬리가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좁은코원숭이 하목은 다시 긴꼬리원숭이 상과와 사람 상과로 나뉜다. 긴 꼬리원숭이 상과는 구대륙원숭이(Old World monkeys)라고도 하는데 아시 아, 아프리카 등 구대륙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뺨에 볼주머니를 가 진 원숭이와 볼주머니가 없이 잎을 먹고사는 원숭이 무리로 나눌 수 있다. 볼주머니를 가진 대표적인 원숭이는 마카가, 바분, 맨드릴, 망가베이, 파타 는데, 이것은 지리적으로 격리된 두 섬에서 각기 다른 집단을 형성한 채 오 랜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유전자의 이동이 멈춘 결과 형성된 것으로 생 각된다. 사람과는 고릴라, 침팬지, 인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릴라는 크게 산악 고릴라와 저지대 고릴라로, 침팬지는 보노보침팬지와 일반 침팬지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스원숭이, 벌빗원숭이, 탈라포인원숭이, 게논 등이다. 잎을 먹는 원숭이는 콜로부스원숭이, 랑구르, 코주부원숭이 등이며, 이들은 마치 소처럼 특수 한 장내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어서 나뭇잎만 먹고도 필요한 영양분을 섭 취할 수 있다. 사람 상과는 긴팔원숭이과, 오랑우탄과, 사람과로 나뉜다. 긴팔원숭이에 048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49

03 원숭이의 계통분류 마이오세 및 홀로세 올리고세 계통분류란 무엇일까 계통분류를 이해하면 원숭이에 대해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계통분 애오세 류란, 일반적인 분류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일반적인 분류가 형태 구조 생식 발생 등을 기준으로 비교하여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따져 구 분하는 작업이라면, 계통분류는 이러한 분류를 진화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영장류 분기표 표 아래쪽 숫자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나뉘어진 시기를 뜻한다. 단위 : 백만 년 원시원숭이의 공통 조상 즉, 현재 나타나는 차이에 그치지 않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공통 조상을 추정하면서 상위 단계를 찾아 나누는 작업이다. 따라서 계통분류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비교가 가능하면서도 차이의 정도 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간과 사자의 차이점과 유사점 을 각각 생각해보자. 무엇이 같고 다른지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얼마 나 같고 다른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계통분류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 되는 것이 A, T, G, C 의 DNA 서열이다. 이러한 DNA 서열은 상호 비교 가 쉽고, 차이의 정도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 세계 수백 종에 달하는 원숭이들은 인간을 포함해 분류학상 영장 목에 속한다. 영장목은 크게 원시원숭이와 그 외의 원숭이로 나눌 수 있다. a. 나무 땃쥐, b. 안경원숭이-야행성 로리스 무리 c. 갈라고-야행성 c1. 포토-야행성 c2. 느림보 로리스-야행성 여우원숭이 무리 d. 아이아이-야행성 e. 인드리 e1. 시파카 원시원숭이 관계도 f. 족제비 여우원숭이-야행성 g. 난쟁이여우원숭이-야행성 g1. 마우스여우원숭이-야행성 그믐달( ) 표시는 야행성을 뜻한다. h. 목도리여우원숭이 h1. 대나무여우원숭이 h2. 알락꼬리여우원숭이 050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51

원시원숭이 신세계원숭이 원시원숭이는 약간의 논란은 있으나, 나무땃쥐원숭이, 안경원숭이, 로리 남미 지역에 서식하는 신세계원숭이는 크게 비단원숭이과와 꼬리감기원 스원숭이, 여우원숭이 무리로 나뉜다. 안경원숭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프 숭이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꼬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 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섬에 서식한다. 인데, 특히 꼬리감기원숭이과의 원숭이들에게 꼬리는 제3의 손이나 다름없 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서 나무 위 생활에 매우 유리하다. 나무땃쥐원숭이 로리스원숭이 052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거미원숭이 다람쥐원숭이 카푸친원숭이 짖는원숭이 올빼미원숭이 붉은대머리원숭이 안경원숭이 여우원숭이 사키원숭이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53

구세계원숭이 구세계원숭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에 흔히 서식하는 원숭이 무리로, 신세계원숭이에 비해 덩치가 크고 주로 낮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볼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무리와 볼주머니가 없고 초록색 잎을 먹는 두 무리로 나눌 수 있다. 04 세계 각지의 원숭이들 원숭이의 서식지 원숭이라고 하면 흔히들 울창한 정글의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아 한 일본원숭이 맨드릴 망가베이 탈라포인원숭이 볼주머니를 가진 원숭이들 가로이 바나나, 사과 등의 과일을 먹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실제로 대부 분의 원숭이들이 열대우림의 따뜻한 기후 지역에 살기는 하지만, 오세아니 아와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원숭이들을 두루 발견할 수 있다. 특 히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열대 또는 아열대성 기 후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북위 40도선 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사진이나 TV를 통해 눈 쌓인 노천 온천에서 한가롭게 반신욕을 즐기는 황금원숭이 랑구르원숭이 콜로부스원숭이 코주부원숭이 볼주머니 없이 잎을 먹는 원숭이들 유인원 그 외에 유인원으로는 대형 유인원인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 소형 유인원인 긴팔원숭이가 있다. 침팬지와 고릴라는 아프리카에, 오랑우탄과 긴팔원숭이는 아시아 지역에 서식한다. 원숭이의 분포 지역 05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55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림의 중간영역 은 약 25~50m의 높이로, 무성하게 뻗은 가지에 꽃과 과일 등 먹잇감이 풍성하지 만, 아주 위험한 영역이기도 하다. 자칫 약한 나뭇가지나 썩은 나무줄기를 밟거 나 잡을 경우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 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포식자 온천의 일본원숭이 열대우림 사바나 지역 원숭이들의 모습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과 네 있다. 마지막으로 산림의 최상층부는 가장 높은 영역에 나무들이 섬처럼 솟 팔 등지에 서식하는 몇몇 종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으로, 일반적인 아 있어서, 밀림에서 유일하게 주변 경관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원숭이의 분포와는 맞지 않다. 이들 원숭이는 혹한의 환경에 적응해서 사는 서는 몸집이 아주 작고 가벼운 원숭이들이 잎을 먹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지역의 다양한 계절 중 하나인 추운 겨울 날씨를 일시 하늘의 포식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이곳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적으로 참고 견디는 것이다. 원숭이들은 북극곰이나 펭귄과 달라서 혹한의 기후에 적응하여 살 수 없다. 056 들은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는 장점도 원숭이들의 또 다른 대표적인 서식지는 초원지대에 드문드문 나무가 자라 는 사바나 지역이다. 몸을 숨길 큰 나무가 없이 드넓은 초원에서 포식자들로 원숭이들의 주된 서식지는 열대우림 지역이다. 영화 <타잔>에 나오는 밀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리를 지어야 한다. 열대우림과 달리 먹 림 지역을 떠올려보자. 우거진 나무로 인해 대낮에도 햇빛이 거의 들지 않 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종의 다른 무리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고, 하늘도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게다가 풀들이 어른의 키 높이까지 자라 그래서 무리 내에서 치열한 서열 경쟁을 통해 강력한 우두머리를 선출한다. 서 칼로 베지 않고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이러한 열대우림에 그 밖에 특수한 서식지에서 서식하는 원숭이들도 많다. 에티오피아에 살 서 원숭이들의 서식처는 크게 바닥지역, 산림의 하층영역, 산림의 중간영역, 고 있는 바분의 한 종인 젤라다바분은 아찔한 낭떠러지에서 주로 생활하고, 산림 최상층부의 나무 영역으로 나뉜다. 마모셋의 한 종인 피그미마모셋은 남아메리카의 강가나 늪의 가장자리에 바닥지역은 식물의 줄기나 수피, 흰개미, 수액, 덩굴식물의 열매 등 먹을 서식하는데, 그것도 먹이로 이용할 수 있는 나무 종이 있는 곳에서만 산다. 거리가 풍부한 대신 육식 포식자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약 10~25m 높 반면 마카카의 일종인 레서스원숭이는 적응 능력이 워낙 뛰어나 거의 모든 이의 산림 하층영역은 대부분의 영역이 큰 나무뿌리 바로 위의 두터운 밑 환경에 적응해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57

05 원숭이의 주식은 정말 바나나일까 온갖 종류의 동식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가 좋아하고 즐겨 먹는 것은 무엇일 까? 바나나 아닌가요? 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열대우 림에서 서식하는 원숭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원숭이들이 평생 바나나 를 구경조차 못하고 산다.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부터 살펴보자. 동물원이나 서커 스 공연에서 주로 보는 침팬지는 익살스러운 장난꾸러기처럼 보이지만 실 동물들에게 음식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맛 있는 것을 먹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어디 가면 맛있는 식당 이 있는지, 어느 집이 싸고 친절한지 등 많은 것을 고려한다. 아마도 이러한 행복한 고민은 인간이 다양한 것을 먹을 수 있고,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동물들은 인간처럼 다양한 종류의 음 식을 먹지 않으며, 소화시킬 수도 없다. 소와 같은 초식동물은 기름진 고기 를 먹을 수 없고,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들은 반대로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을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식물, 동물, 곤충, 버섯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제로는 아주 노련한 사냥꾼이다. 새, 토끼, 새끼멧돼지, 심지어는 몸집이 작 은 콜로부스원숭이들도 잡아먹는다. 이들은 뛰어난 지능을 이용해 여러 마 리가 역할(몰이꾼, 포획꾼 등)을 분담해서 체계적으로 먹잇감을 사냥한다. 과 일도 귀중한 식량자원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영역을 주기적으로 순찰하며 과일이 익는 시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잘 익었을 때 따 먹는다. 벌, 흰개미 같은 곤충을 잡아먹거나 딱딱한 견과류를 깨뜨려 먹기도 한다. 우리에게 킹콩 으로 잘 알려진 고릴라는 현존하는 원숭이 중 가장 체격이 크고 우락부락하지만, 뜻밖에도 완벽한 원숭이의 다양한 먹이 채식주의자이다. 잡식인 오랑우탄 역시 주로 과일이나 어린잎, 나무줄기 등을 먹 으며, 긴팔원숭이는 높은 나무 위를 돌아 다니며 잘 익은 열매를 따 먹는다. 구세계원숭이 중 잎을 먹는 원숭이 로 불리는 무리가 있는데 이들이 콜로비 네아목에 속한 원숭이들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코주부원숭이, 황금원숭이가 대 고릴라의 힘센 턱과 엄청난 얼굴근육은 매일 많은 양 의 잎과 나무줄기를 씹으면서 단련되었기 때문이다. 058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59

표적인 잎을 먹는 무리에 속한다. 이들은 과일을 먹는 다른 원숭이들과 달 리 나뭇잎, 덜 익은 열매, 씨앗 등을 주로 먹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게 되 었다. 이들은 위에 특수한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어서 셀룰로오스가 많이 함유된 나뭇잎을 먹어도 무리 없이 소화시킬 수 있는데, 당분이 많은 과일 이나 수액을 먹을 경우에는 위 내부의 산도가 급격하게 바뀌기 때문에 발효 가 과하게 진행되어 죽을 수 있다.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어린잎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을 오랜 기간 동물 원이나 연구소에서 사육하며 사료나 과일을 주면, 생명의 지장 없이 새로운 잎을 먹는 다람쥐원숭이 대나무잎을 먹는 대나무여우원숭이 먹이에 잘 적응한다는 점이다. 식습관이 바뀌면 장 속의 박테리아도 변화하 기 때문이다. 이렇게 잎을 주식으로 먹는 원숭이들은 입안에 볼주머니가 없다. 일본원 숭이나 붉은털원숭이 등은 입안에 볼주머니가 달려 있어서 여분의 음식을 임시 저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먹을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원숭이 사회에 서 치열한 먹이경쟁이 일반화됨에 따라 생겨난 진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 다. 하지만 콜로비네아목의 원숭이들 사이에서는 먹이경쟁 자체가 없다. 열 대우림에서는 애써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얼마든지 나뭇잎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볼주머니가 애초부터 발달되지 않았거나, 있었더라도 퇴화되 었을 것이다. 개코원숭이라고도 불리는 바분원숭이는 과일, 씨앗, 나무뿌리 등을 먹는 데, 간혹 큰 덩치와 날카로운 송곳니를 이용해 토끼나 새끼 멧돼지 같은 작 은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하지만 침팬지와 달리 무리 지어 사냥하지 않 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도 매우 낮고, 사냥감을 동족과 나눠 먹지도 않는다.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신세계원숭이들은 구세계원숭이들보다 몸집이 작으며, 과일이나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재미있게도 피그미마모셋과 같 은 일부 마모셋들은 나무진(고무)을 주식으로 먹는다. 그리고 마모셋과 아주 가까운 종인 황제타마린(Emperor tamarin)은 우기에는 과일을 먹고, 건기에는 꽃이나 나무둥지에서 생성되는 달콤한 수액을 주식으로 한다. 나무 위에 여 러 마리가 긴 꼬리를 서로 말고 앉아 있는 것으로 유명한 티티원숭이들은 과 일과 잎이 주식이지만 거미나 개미, 나비 같은 곤충들도 잡아먹는다.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여우원숭이들은 곤충을 즐겨 먹지만 나뭇잎이나 꽃, 과일도 곧잘 먹는다. 이들 여우원숭이 중에는 중국의 판다처럼 유독 대 나무만을 즐겨 먹는 특이한 종이 있는데, 그래서 이들을 대나무여우원숭이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원숭이들은 각자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음식을 주식으로 해서 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토록 다양한 원 숭이의 먹을거리들은 대부분 우리 인간들도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이 또한 인간과 원숭이들이 머나먼 과거에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졌 음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060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61

06 원숭이의 가족구조 리 여러 수컷과 암컷 그리고 새끼가 하 나의 무리를 이루어 같이 생활한다. 하 지만 무리의 암컷을 차지하여 자신의 유 전자를 이어받은 자손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두머리 수컷, 실버백(Silver back)만의 특권이다. 고릴라 무리의 대장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있어 가족은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으로, 사회의 가장 기 본적인 단위를 이루며 문화, 환경,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우리가 살펴볼 원숭이들도 그들만의 독특한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의 가족체계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긴팔원숭이는 인간처럼 일부일처제의 전형적인 핵가족 구조를 보여준다. 보통 성인 암컷과 수컷, 새끼 두세 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치열한 권력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아 프리카의 저지대 고릴라의 경우 새로운 수컷이 무리의 암컷을 쟁취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과거 우두머리의 어린 새끼들을 죽이는 것이다. 자신의 유전자 를 이어받은 새끼를 많이 생산하고, 새끼를 우두머리 실버백 우두머리 수컷 고릴라의 등에 난 털은 화려한 은빛이기 때문에 무리에서 금세 눈에 띈다. 데, 네 번째 새끼가 태어나면 가장 나이 많은 새끼는 독립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지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이들 긴팔원 숭이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민첩하게 옮겨 다니며 자신의 영역을 감시하고 지킨다.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과 수마트라 섬에 서식하는 오랑우탄의 가족 형태는 일부다처제와 유사하다. 오랑우탄의 수컷은 자신의 큰 영역 안에 여 러 암컷과 새끼가 살 집을 짓게 하고, 다른 수컷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이 들을 지키고 보호한다. 암컷들은 새끼가 성숙하기 전까지 자신의 작은 영역 을 수컷의 큰 영역 내에서 유지하며 살아간다.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고릴라 역시 일부다처제 형태인데, 오랑우탄과 달 위협할 미래의 경쟁자들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서다. 평소 점잖고 온순한 고 릴라의 성질을 미루어 보았을 때, 새로운 우두머리가 다른 수컷의 새끼를 죽이는 것은 보다 강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 다. 가장 강한 개체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개체가 많이 태어날수록 무리 전 체의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남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소형 신세계원숭이인 타마린은 일처다부제 구 조로 무리를 형성한다. 인간 사회에서도 네팔의 서부 불교사회나 티베트 일 부 지역, 남인도 지방의 토다족, 나이지리아의 하우사족 등 모계사회에서 일처다부제를 찾아볼 수 있다. 타마린은 한 마리의 암컷과 다수의 수컷이 함께 생활한다. 무리에 암컷이 여러 마리라고 해도 임신하고 새끼를 낳는 062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63

07 태어나 죽을 때까지, 원숭이의 일생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100살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갓 원숭이들의 다양한 가족 형태 것은 한 마리뿐인데, 그 원인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이 란성 쌍둥이를 많이 낳기 때문에 수컷도 새끼의 양육을 분담하게 된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침팬지들은 다부다처제에 가깝다. 침팬지 들의 사회는 수컷 위주의 구조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강하거나 영특한 수 컷은 여러 암컷들과 교미하여 새끼를 많이 낳는 반면, 약한 수컷은 자신의 태어난 아기는 여전히 부모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생존할 수 없을 만큼 미 약하다. 인간은 태어나 20여 년간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고, 20대 중반 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독립하여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독립한다 해도 아기를 낳는 과정마저도 다른 사람의 도 움 없이는 정상적으로 출산하기 어려울 만큼, 인간은 야생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유전자를 이어받은 새끼를 가질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 침팬지들은 끊 임없이 자유롭게 교미를 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생명력이 강하고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많이 생산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무리 지어 살아가는 원숭이들을 보면, 종의 생존 과 번영을 위해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개인의 삶보다 집단의 생존과 이익 을 우선시함을 알 수 있다. 비록 인간 사회와는 다른 점이 많지만, 원숭이들 의 가족구조를 살펴보면서 가족의 의미와 구성원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되 새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원숭이 일생의 일곱 단계 그렇다면 원숭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원숭이들도 인간과 유사하게 부모에 대 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동물이다. 이들 의 삶을 특징적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 자. 첫 번째는 새끼 단계이다. 새끼는 음 식, 체온 유지, 천적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 이동 등 모든 행위를 부모에게 의 새끼를 업고 있는 어미 다람쥐원숭이 06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65

어린 오랑우탄이 어미에게서 나무 타기를 배우고 있다. 이다. 존한다. 독자들도 TV를 통해 어미의 가 슴이나 등에 꼭 붙어 다니는 새끼 원숭 이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 시기에 는 손의 쥐는 힘이 매우 세기 때문에 어미에게 매달린 자신의 체중을 충분 히 지탱할 수 있다. 새끼는 혼자 힘으로 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어미의 부상 이나 죽음은 새끼에게도 매우 치명적 의 주변에 많은 변화가 생기는 계기가 된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 생기면서 행동패턴이 급격하게 변하기도 한다.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성격이 급하던 개체가 새끼를 키우면서부터 신중해지고 조심성이 많아진다거나, 온순했던 원숭이가 새끼의 위험에 직면했을 때 포악하고 거칠게 돌변하는 모습도 종 종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앞선 네 번째 단계를 반복하며 여러 마리의 새끼 를 낳는다. 처음 출산했을 때와는 달리 새끼를 낳아 돌보는 데 이미 적응한 상태이므로 갑작스러운 성격 및 행동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자신 의 유전자를 가진 새끼가 여러 마리 존재하게 됨으로써 무리 내에서 확고한 두 번째 단계는 어린이 단계이다. 새끼 단계와 비슷하게 부모 의존도가 높지만, 성장해서 독립했을 때를 대비해 사회성을 키우고 생존법을 교육 받 는 시기이다. 모방을 좋아하고 놀이를 즐기는 어린 원숭이는 부모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디에서 먹이를 구하는지를 배운다. 또한 또래 집단과 어울 리면서 서열에 대해 배우고, 자신보다 강하거나 서열이 높은 개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부모의 교육은 새끼가 장차 집단의 사회생활을 할 때 매우 중요하므로 이 시기에 부모를 잃게 되면 무리 내에서 적응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부모라는 후원자를 잃게 되면 무 리 집단에서의 서열 또한 낮아지게 된다. 세 번째는 청소년 단계로, 성적으로 성숙하는 단계이다. 인간으로 비교하 면 2차 성징을 겪으면서 임신능력을 갖게 되는 단계로, 배우자를 찾고 새끼 를 갖게 되는 시기이다. 그다음은 부모가 되는 네 번째 단계이다. 첫 번째 임신과 출산 그리고 새 끼의 탄생은 인간에게 그렇듯이 원숭이들에게도 매우 큰 사건이며, 그 개체 지위와 서열을 보장받게 된다. 이 시기에는 인간의 중년과 같은 역할을 하 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으로 활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섯 번째 시기는 노년기이다. 이 시기의 원숭이는 이미 손자까지 본 상 태이며, 육체적으로도 노쇠하다. 그러나 일생 동안 쌓아온 많은 경험과 연 륜을 바탕으로 무리 내에서 생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무리 내 서열 투쟁으로 갈등이 생겼을 때 나이 많은 원숭이가 중재자 의 역할을 맡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죽음에 직면하는 단계이다. 거의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산 경우인데, 인간은 늙거나 병이 들어 자연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숭이들 의 경우 늙고 병들면 대부분 포식자의 손에 생을 마감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원숭이들의 각 삶의 단계는 놀랍게도 우리 인간과 유사하다. 여러 개체가 모여 사는 집단에서는 각자 그 연령대에 맞는 역할에 충실해야만 사 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이치를 원숭이의 일생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06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2 우리가 아는 원숭이, 모르는 원숭이 067

E a s y S c i e n c e S e r i e s CHAPTER 3 01 침팬지 대장의 자격 02 침팬지의 다양한 문화활동 03 침팬지의 교육 세상의 모든 원숭이 04 보노보의 상생 05 정글의 신사 오랑우탄 06 고릴라, 보기와는 달라요 07 유인원의 이단아, 긴팔원숭이 08 여우원숭이의 낙원 마다가스카르 09 초원의 방랑자 바분 10 따끈한 온천을 즐기는 일본원숭이 11 한반도의 원숭이

01 침팬지 대장의 자격 장이 되기 위한 조건은 체력만이 아니다. 쿠데타에 성공한 침팬지들에게는 저마다의 성공요인이 있었다. 영특한 머리로 환경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여 대장의 자리에 오른 침팬 지부터 살펴보자.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소는 아프리카 탄자니아공화국 의 곰베국립공원 내에 있는데, 그곳은 본래 야생 침팬지 무리의 영역이었 다. 처음에 대부분의 침팬지들은 연구소의 낯선 시설과 장비에 겁먹고 선 뜻 다가오지 못했지만, 얼마 뒤 호기심 많고 겁 없는 몇몇 침팬지가 연구소 모든 동물의 무리에는 리더가 있다. 무리의 안전한 삶을 책임지면서 경쟁 무리보다 안정적으로 먹이를 차지하도록 하고, 때로는 적과의 싸움을 대비 하는 것도 리더의 책임이다. 리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 해야 한다. 침팬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침팬지 수컷들은 끊임없이 무리 내 의 경쟁자들과 싸워 서열을 정하고, 그 서열을 바탕으로 질서를 유지한다. 무리의 질서 에는 암컷을 차지하는 권 리는 물론이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우 선권도 포함된다. 여럿이 힘을 모아 사 냥을 한 경우에도 서열이 높은 침팬지가 먼저 먹는다. 서열이 높은 개체는 그 자 식들도 덩달아 높은 지위를 누리게 되므 로 일종의 계급제도라 볼 수 있다. 침팬지 집단의 서열을 결정하는 데 있 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인한 힘과 체력 이다. 하지만 침팬지의 어머니 라 불리 에 흥미를 품고 탐험에 나섰으며, 그중 한 마리는 쇠로 만든 드럼통을 이용 해 대장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 저 침팬지 사회의 과시행동 에 대해 알아야 한다. 침팬지의 과시행동은 다 른 침팬지들에게 자신의 강인함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나뭇가지를 통 째로 뽑거나 부러뜨리고, 약한 침팬지를 때리는 행위로 나타난다. 약한 침 팬지들이 육체적으로 강한 침팬지의 과시행동에 두려움을 느끼고 순순히 받아주면 무리의 서열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드럼통을 발견한 침팬지는 본래 몸집이 작고 서열도 낮은 수컷이었다. 이 침팬지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쇠 드럼통을 치면 아주 크고 무시무시한 소리 가 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자신의 과시행동에 이를 활용했다. 이 침팬지가 드럼통을 세차게 두드리자 다른 침팬지들은 자연 상태에서 들 어본 적이 없는 낯선 굉음에 놀라고 공포에 질렸다. 마치 미개인들이 총소 리나 대포소리를 듣고 하늘이 노했다며 두려워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략을 발휘해 대장이 된 침팬지도 있다. 역시 신체조건이 열악한 이 침팬지는 자기보다 강한 수컷을 제압하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 동 소리를 지르는 침팬지 는 제인 구달의 오랜 연구에 따르면 대 맹을 맺음으로써 경쟁자들을 굴복시키는 한편, 먹이 등을 이용해 경쟁관계 070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71

에 있는 수컷 무리를 이간질시켜 그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동맹이 깨지게 했다. 계속되는 동맹과 숙청을 통해 이 침팬지 는 서열을 꾸준히 상승시켰고, 결국 대 장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침팬지들의 대장은 무리 내에서 특권 을 누리기도 하지만 책임 또한 막중하 02 침팬지의 다양한 문화활동 경계심 어린 눈길로 주위를 살피는 침팬지의 모습 다. 우선, 끊임없이 도전하는 내부의 도 침팬지는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아프리카의 기니, 전자들을 물리쳐야 한다. 동시에 영역을 침범하는 외부의 적을 견제해야 하 고, 싸워야 할 경우에는 선봉에 서기도 해야 한다. 일단 외부 무리와 마찰이 생기게 되면, 침팬지 무리는 대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맞서 싸운다. 평소 대장 자리를 노리던 내부의 경쟁자들도 이때만큼은 대장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권력을 차지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보다 위기에 처한 무리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침팬지 사회에서 대장이 되기 위한 수컷들의 투쟁을 지켜보면 인간의 정 우간다, 탄자니아 등 여섯 개 지역에서 야생 침팬지들의 행동패턴을 관찰하 던 학자들은 지역에 따라 39가지의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도구의 사용법을 보면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어떤 침팬지 무리는 견 과류를 깨뜨려 먹기 위해 돌 받침대와 돌망치를 쓰는가 하면, 나무 받침대 에 돌망치를 쓰는 무리도 있다. 또 나뭇가지로 땅을 파서 개미를 잡아먹는 침팬지도 있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낚시하는 침팬지도 있 다. 낚시한 개미를 손으로 훑어서 한 번에 먹는 무리도 있고, 입을 대고 먹 치와 유사한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무수 한 시련과 아픔을 감수해야 하며, 그 어려움들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지도자 로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 무리에게서 우리가 본받을 점도 있다. 인간보다 윤리적이지도, 지적으로 우월하지도 않지만 침팬지들은 치 열한 경쟁을 통해 지도자를 일단 선출하면 대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여 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침팬지 사회를 통해 우리 인간 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침팬지의 역동적인 표정 개미를 낚시하는 보노보침팬지 개미는 침팬지들에게 영 양가 높은 양식이다. 072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73

는 무리도 있다. 우간다, 탄자니아 등지에 서 서식하는 침팬지 무리는 폭우가 쏟아지면 몸을 좌우 로 흔들면서 춤을 춘다. 마치 원시 아프리카 부족들이 천 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03 침팬지의 교육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의논하는 침팬지들 때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춤 침팬지들은 인간을 제외하면 가장 긴 시간 동안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동 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기니아의 침팬지 무리에게 서는 춤 문화가 관찰되지 않는다. 우간다의 부동고(Budongo) 침팬지 무리는 잎이 많은 나뭇가지로 파리를 쫓고, 코트디부아르공화국의 침팬지들은 큰 잎을 방석처럼 깔고 앉는 풍습 이 있다. 이들은 주변의 나무를 이용해 상대편을 때리기도 한다. 우간다의 키말레 지역과 탄자니아 마할레 지역의 침팬지들은 털갈이를 할 때 악수하 는 습관이 있다. 이러한 침팬지들의 문화는 어미에서 새끼로 전해지고, 무리 내에서 퍼져 나가 인접한 지역의 침팬지 무리들 사이에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게 된다. 무리 내 사회활동을 통해 습득된 문화적 행위를 공유함으로써 공동 문화권 을 형성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 침팬지가 보여주는 문화는 인간에 비해 원시적인 수준이지만, 독 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침팬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영화 <혹성탈출>에 그려진 것처럼 수천, 수백만 년 뒤 지구에 이변이 생겨 인 물이다. 교육 시기는 약 5~15년에 달하는데, 인간이 초등 중등 고등 대 학까지 16년간 교육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침팬지 사회는 다 른 동물의 무리와 달리 고도로 발달된 구조이기 때문에 본능만으로는 살아 남을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인 학습, 즉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끼는 생후 약 5년간 전적으로 어미에게 의존하는데, 이때 어미 침팬지 에게서 어떻게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생존확률이 높아지고, 무리에서의 서 열 또한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침팬지의 교육은 어떻게 이 루어질까? 가장 큰 특징은 강제성이 없 다는 점이다. 무엇을 하든 새끼를 데리고 다니면서 어미의 행동을 보고 스스로 터 득하게끔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일부 지 역에서는 견과류 깨는 방법을 전수하는 침팬지들을 관찰할 수 있다. 딱딱한 견과 류의 문명이 파괴된다면, 어쩌면 침팬지가 지구의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류를 부수어 먹는 기술의 핵심은 받침돌 새끼 침팬지들은 어미의 기질과 성격을 물려받을 뿐 아 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운다. 07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75

과 망치 돌의 선택 그리고 망치를 내리치 04 보노보의 상생 는 타이밍이다. 하지만 어미 침팬지는 새 끼에게 어떤 돌을 선택해야 좋은지 가르 쳐주지 않는다. 단지 새끼를 데리고 다니 면서 자신이 깨뜨린 견과류를 먹게 해주 는 것이 전부이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 되면, 새끼는 스스로 견과류를 먹기 위 침팬지 어미가 새끼에게 쏟는 정성은 사람 이상이다. 해 어미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 하지 인간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면 항상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행동하고, 자 만 망치 돌을 선택하고 정확하게 내려치기는 쉽지 않다. 새끼는 이 기술을 신의 말과 몸가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게 여긴다. 또 익히기까지 2~3년에 걸쳐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지만, 맛있는 견과류를 먹 두세 사람만 모여도 꼭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오른다. 인간이 기 위해 지루하고 힘든 훈련을 견뎌내고, 어미의 숙련된 시범을 관찰하면서 그토록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인간의 사 기술의 완성도를 증대시켜 나간다. 따라서 어릴 때 고아가 된 새끼 침팬지들 회성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라는 공동체에 속하면서 서로가 직간접적으로 은 이 기술을 익히는 데 더 오래 걸리고, 기술의 숙련도와 활용도 역시 현저 영향을 주고받는다. 만약 두 사람이 싸운다고 해도 그 싸움은 당사자들뿐 하게 떨어진다. 게다가 고아 침팬지는 무리에서의 서열도 낮고, 어른이 된 뒤 아니라 집단 전체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 에도 낮은 서열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소개된 침팬지 아이 와 아유무 의 실험 이야기도 침팬지 특유의 교육방식이 입증된 사례 이다. 어미가 숫자와 글자, 도형 등을 접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이 새끼인 아유무도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침팬지의 교육방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그들은 지식을 주 입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호기심이 왕 성한 새끼 침팬지에게 어미 침팬지의 모든 행동은 재미있는 놀이이자 유용 한 교과서가 된다.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새끼 침팬지는 효 율적이고 빠르게 무리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07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침팬지 분포도 붉은색 부분이 보노보의 분포영역이며 연두색은 일반 침팬지 분포영역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77

한다. 다른 침팬지가 자신의 먹이를 노 리거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용납하 지 않으며, 갈등 상황을 힘으로 해결하 는 데 익숙하다. 침팬지들은 평소 빈번 한 과시행동으로 자신의 강인함을 표출 하기를 좋아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열이 낮은 침팬지나 암컷 침팬지에게 폭력을 일반 침팬지 보노보침팬지 행사하기도 한다. 일반 침팬지의 무리는 친밀하게 털 고르기 중인 보노보침팬지 갈등이 생기더라도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회 복시키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애를 쓴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경우는 어떠할까? 야생동물의 사회에서는 한정된 먹 이, 영역, 배우자 등을 둘러싸고 항상 갈등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인간과 가 장 가깝지만 도덕과 규범도 없는 아프리카 대형 유인원인 침팬지들은 어떻 게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지 살펴보자. 철저히 서열 위주의 사회이지만, 그 서열은 항상 유동적이다. 이처럼 끊임 없는 투쟁과 싸움으로 인해 서열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즉 일반 침 팬지의 사회는 치열한 권력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갈등을 해결하며 질서를 유지시켜 나간다. 보노보침팬지는 평화를 사랑하는 침팬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공교롭 게도 내전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콩고 유역에 서식한다는 점이 아이러 니하다. 이들은 신뢰와 친근감의 표시로 서로의 털 고르기를 하는 데 하루 호전적인 일반 침팬지와 평화로운 보노보침팬지 침팬지는 우리가 주로 알고 있는 일반 침팬지(학명 : Pan troglodytes)와 피 그미침팬지로 불리는 보노보침팬지(학명 : Pan paniscus)로 나뉜다. 진화적으 로 약 170만~270만 년 전에 분기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태어날 때의 얼 굴 색깔부터 입술 색깔 등 형태학적으로 뚜렷한 차이점이 있으며, 서식지 생활습관 사회구조 그리고 성격까지도 다르다. 일반 침팬지는 신체가 튼튼하고 성격이 매우 거칠다. 그래서인지 이들 사 회에서 생겨난 갈등의 해결방식은 호전적인 인간들처럼 주로 폭력에 의존 중 많은 시간을 보낸다. 또 자신들의 갈등을 투쟁으로 해결하지 않기 때문 에 무리 내에서는 물론이고, 영역이나 먹이 등을 둘러싸고 근방의 다른 침 팬지 무리와 싸우는 일도 좀처럼 없다. 물론 그렇다고 보노보가 전혀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쩌다 싸 우더라도 싸운 뒤의 행동방식이 일반 침팬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보노보 는 싸움이 끝나면 인간의 성행위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데, 수컷끼리 또는 암컷끼리도 비슷한 행동양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보노보를 성적으로 매우 발달했다고 보기도 하지만, 이것은 그들만의 갈등 해소 방법이자 고유한 행 078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79

동언어이다. 즉, 자신들만의 독특한 행동언어를 통해 싸움을 피하고 갈등을 해결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신뢰를 쌓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보노보의 무리 집단은 침팬지에 비해서 규모가 크다. 많이 모일 때는 무 리 집단의 전체 크기가 200마리에 달하기도 한다. 또 수컷 중심의 일반 침 팬지 사회와 달리 보노보침팬지 사회에는 암컷 개체가 훨씬 많다. 두 침팬지를 비교해 보면, 마치 인간이 지닌 폭력성과 평화로움의 양면을 침팬지와 보노보에게 하나씩 옮겨놓은 듯하다. 인간의 본능적이고 폭력적 05 정글의 신사 오랑우탄 인 성향은 사회적 규범과 이성에 근거한 양심으로 제어된다. 그것이 우리가 속한 이웃과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초 질서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평화와 공존을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보노보에게서 상 생의 지혜를 배운다면, 인간 사회의 전쟁과 범죄 등 첨예한 갈등도 많은 부 분 해결되지 않을까? 오랑우탄은 아시아에 살고 있는 유일한 대형 유인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서식하고 있다. 오랑우탄 이라는 명칭은 숲속의 인간 이라는 뜻의 말레이 어에서 유래했는데, 조심스러우면서도 혼자 생활하기를 좋아하는 성격 때 문에 붙여졌다. 깊은 밀림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숲속에 또 다른 인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 는데, 그들이 바로 오랑우탄이었다고 한다. 더 알아보기 - 일반 침팬지와 보노보침팬지의 차이점 일반 침팬지 보노보침팬지 거칠고 쉽게 흥분함 섬세하고 차근차근함 침팬지와 보노보 몸 크기 유사 몸이 날씬하고 머리와 귀가 작음 육체적인 폭력행위가 잦음 육체적 폭력행사가 거의 없음 공격한 자를 물기 위해 당김 공격한 자를 발로 차서 방어함 주로 U와 O 모음 사용 주로 A와 E 모음 사용 필요 시 성행위를 함 자주 성행위를 함 성행위 시 얼굴을 마주보지 않음 성행위 시 자주 얼굴을 보고 함 새끼는 태어날 때 핑크색 얼굴 새끼는 태어날 때 검은색 얼굴 뺨에 흰색 구레나룻이 있음 뺨에 거의 수염이 없음 수컷 중심의 사회 암컷 중심의 사회 서부 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에 서식 콩고 유역에 서식 직립이 가능함 직립이 더 자연스러움 오랑우탄은 분포지역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서쪽 수마트라 섬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과 인도네시아의 동쪽 보르네오 섬에 서식하는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분포 영역 왼쪽의 긴 섬이 수마트라 섬, 오른쪽이 보르네오 섬 080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81

컷과 암컷을 완전히 다른 종으로 보기도 한다. 오랑우탄은 보통 수컷 한 마리와 여러 마리의 암컷이 하나의 가족 단위를 구성 하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구조와 는 사뭇 다르다. 즉, 수컷 한 마리와 여러 마리의 암컷이 같이 생활하는 것이 아니 수마트라 오랑우탄 수컷(왼쪽)과 암컷(오른쪽) 라, 여러 암컷이 각자의 영역에서 새끼 오랑우탄의 침실 를 키우며 자신의 영역을 유지하고, 여러 암컷들의 각 영역을 다시 한 마리 의 수컷이 아우르는 형태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랑우탄은 숲속의 방랑 자 라 부를 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습성이 있어서, 길게는 혼자서 한 달씩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오랑우탄은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크다. 잠자리도 나무 위에다 만드는데, 손재주가 뛰어나 견고하고 안락한 침실을 자랑한다. 오랑우탄이 침실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구조가 인간의 침대와 같 보르네오 오랑우탄 수컷(왼쪽)과 암컷(오른쪽) 오랑우탄이 있다. 이들 두 종은 초기에는 한 종으로 출발했으나, 지리적인 의 나뭇가지와 잎을 깐다. 어떤 오랑우탄들은 여기에다 베개 역할을 하는 격리로 인해 약 100만 년 전 분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나뭇가지와 담요, 그리고 심지어 천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물을 덧대기 오랑우탄은 수컷과 암컷의 겉모습이 확연하게 다르다. 침팬지는 가까이 도 한다. 침실 구조물의 수준은 그 오랑우탄의 나이와 연륜 그리고 건강상 에서 보지 않는 한 암수를 구별하기 쉽지 않으며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태에 따라 제각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어린 오랑우탄이 제법 그럴싸한 침 그러나 오랑우탄은 수컷이 암컷보다 두 배 정도 몸집이 크고 뺨에 패드가 실을 꾸밀 수 있게 되면 독립할 시기가 되었다고 볼 정도로, 침실을 만드는 붙어 있으며 목에도 주머니가 달려 있어 위협적인 외모를 보여준다. 생김 기술은 오랜 기간의 관찰과 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새뿐 아니라 성격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어서 일부 원주민들은 오랑우탄 수 082 다. 우선 튼튼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매트리스 역할을 할 부드러운 소재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이렇게 손기술이 뛰어난 오랑우탄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매우 유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83

명한데, 가시가 있는 나무를 만질 때 나 06 고릴라, 보기와는 달라요 뭇잎을 장갑 삼아 손을 보호하기도 하 고, 나무 구멍의 벌레를 파내거나 과일 씨를 빼내기 위해 막대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은 집단 특이적이어서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다 자란 수컷들은 양 볼이 두툼하게 젊은 오랑우탄이 막대기로 벌레를 잡는 데 몰두하고 있다. 퍼지고 돌출되어 얼굴 주변을 둘러싼다. 고릴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영장류 중 가장 크고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 이러한 패드는 몸집을 실제보다 더욱 크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한다. 미성숙 는 대형 영장류이다. 육중한 몸집에 걸맞은 위엄 있는 표정은 쉽사리 다가 한 수컷은 암컷처럼 얼굴이 밋밋하다가 대장의 서열에 다가갈수록 형태가 갈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점차 뚜렷해지며, 무리의 대장이 가장 두드러진 패드를 보여준다. 주식은 과일이지만 채소나 곤충들도 섭취한다. 수명은 보통 30년 이상인 데, 기록에 따르면 59살까지 생존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고릴라는 크게 저지대 고릴라와 산악고릴라로 나뉘며, 저지대 고릴라 는 서식지에 따라 다시 동쪽 저지대 고릴라와 서쪽 저지대 고릴라로 나뉜 다. 우람해 보이는 고릴라의 덩치는 그 몸무게를 확인하면 또 한 번 놀라 오랑우탄은 다른 대형 유인원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규정 게 된다. 야생의 산악고릴라의 경우 암컷은 95~100kg 정도이며 수컷은 되어 보호받고 있다. 야생 오랑우탄의 멸종을 재촉하는 주된 원인은 인간들 155~160kg 정도이다. 현재까지 기록된 가장 많이 나가는 몸무게는 야생 대 의 무분별한 벌목이다. 이렇게 파괴된 오랑우탄의 서식지는 과거의 단순한 포획이나 사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서, 몇 년의 시간으로는 되 돌릴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랑우탄의 개체수는 아주 빠 른 속도로 줄고 있으며, 특히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지난 75년 동안 80% 이 상 감소하여 지금은 몇 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더 이상 인간에게 헛되이 희생되는 오랑우탄이 없도록, 전 지구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산악고릴라는 춥고 습한 환경에 적합한, 길고 덥수룩한 털을 지니고 있다. 084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중앙아프리카의 서부에 사는 저지대 고릴라는 털이 짧 고 뻣뻣하며 회색빛이 돈다.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85

장 고릴라로 230kg 정도였으며, 인간에게 사육되는 경우 270kg까지 나간 경우도 있다. 털이 많은 동물들은 덩치가 두세 배나 커 보이기 때문에 야생 에서 대장 수컷 고릴라를 마주치게 되면 아마도 영화 속 거대 괴물인 킹콩 을 만난 듯한 착각에 빠질지 모른다. 킹콩은 바로 이러한 공포에서 만들어 진 산물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릴라는 킹콩처럼 난폭하지 않다. 반대 로 매우 점잖고 부끄럼을 잘 타며 느긋한 동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슴 을 치는 행위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외부인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 이며 그래서 더욱 신사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고 지키려는 동물의 본능이므로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 울리지 않다. 고릴라를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실버백, 즉 은빛 등이다. 새끼 고릴라들의 등 색깔은 그냥 단순한 검은 빛깔이다. 하지만 성체가 되고 대장의 지위에 오르게 되면 색깔이 완전한 은빛 고릴라는 네 발로 이동 시 손가락을 굽혀 체중을 지탱한다. 주로 대장 수컷이 외부의 수컷을 상대로 이러한 경고 행동을 많이 보여주 는데, 이를 본 외부 수컷들은 서로 눈치를 보거나 한발 물러나는 등 직접적 인 영역 싸움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고릴라들 사이에서는 침팬지 나 그 밖의 다른 동물들처럼 피를 흘리거나 하는 격렬한 다툼은 거의 일어 나지 않는다. 고릴라의 가족구조는 대장 수컷 한 마리와 다수의 암컷 그리고 새끼들로 구성된다. 이처럼 혈연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대장 수컷이 모두를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대장 수컷이 외부 에서 나타난 이방인의 도전에 패하여 교 체되면 무리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새로 우두머리가 된 수컷은 자신의 새끼 를 임신시키기 위해서 과거 대장 수컷 의 젖먹이 새끼를 죽이는 잔혹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으로 바뀌고 등 전체를 덮어서 마치 망토를 덮은 것처럼 화려한 은빛을 자 랑하게 된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도 고릴라 무리를 한번 쳐다보면 누가 우 두머리 수컷인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고릴라는 네 발로 걸을 때 너클보행 이라는 특이한 형태로 걸어간 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손가락을 접어 지지대로 삼아 걸어가는 것이다. 물 론 이것은 인간의 손에 해당하는 부분이 땅에 닿을 때 보여주는 행동이다. 고릴라의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또 하나의 특징은 채식주의자라는 점이 다. 완벽한 초식동물인 고릴라는 주로 덩굴열매와 나뭇잎을 주식으로 하고 꽃이나 과일도 가끔 먹는다. 양으로만 따졌을 때 고릴라의 식사량은 유인원 들 중 으뜸이다. 동물성 고기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고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끊임없이 먹어야 한 다. 그래서 고릴라들은 풀을 먹으면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마 치 소가 하루 종일 먹고 자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러한 식물성 음식 덕 분인지 고릴라는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은빛 등은 대장 고릴라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전유물 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개체를 만들 고릴라는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병들거나 다친 신체를 치료하는 것으로 086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87

도 유명하다. 그래서 이들이 먹는 식물들을 인간 의 약으로 개발하기 위해서 고릴라들을 쫓아다니 며 식물을 채집하는 과학자들도 있을 정도이다. 고릴라 무리가 치료에 활용하는 식물들은 현재까 지 알려진 것만 100여 종 이상이다. 지금까지 고 릴라 연구를 통해 알려진 약용 식물들의 기능을 07 유인원의 이단아, 긴팔원숭이 Harambe Ibogaine Centre 고릴라들을 통해 알려진 약초 이보가 살펴보면 기생충억제제, 항진균제, 강장제, 환각 제, 호흡불안 치료제 등 다양하다. 물론 이 식물들 을 모두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 긴팔원숭이는 유인원들 중 그 종과 속이 가장 많은 유인원으로, 작은 유 인원(lesser apes)에 속하며 특유의 작은 체구 탓에 유인원에 관한 논의에서 고릴라들을 통해 알려진 약초 이보가 서도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관목 이보가에서 추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다. 된 이보가인(ibogaine)은 천연 환각물질로써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 환자 의 치료에 널리 활용된다. 그 밖에도 해발 4100m 지역에 서식하는 로벨리 아는 코감기와 폐 질환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으며, 콜라의 원료 물질인 벽오동과의 식물은 카페인이 다량 함유되어 각성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 혀졌다. 이쯤 되면 고릴라를 밀림의 한의사 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고릴라들 역시 멸종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때 산악고릴라 들 일부가 런던 동물원으로 옮겨졌다가 인간의 질병에 걸려 손쓸 틈조차 없 이 죽은 일이 있었고, 본거지에 사는 고릴라들마저도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어서 개체수가 현재 700여 마리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간 과 가까우면서도 신비로운 대형 영장류들이 모두 멸종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러한 상태로 계속 개체수가 줄어들다가는 100년 이내로 우리의 자손들은 고릴라를 보기 위해 동물원이나 아프리카가 아닌, 영화관이나 박물관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다양한 종으로 분화한 긴팔원숭이 이들은 항상 나무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열대우림에 흔하게 있는 넓은 강에 가로막혀 서식지가 철저하게 분리되었다. 그 때문에 이들은 그리 넓지 않은 영역에 무려 12종이나 되는 긴팔원숭이로 각각 분화되었다. 종의 크기 는 대부분 45~70cm 정도이며, 몸무게는 4~15kg 정도로 다양하다. 재미있 는 현상은 이들 12종을 다시 4속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염색체 숫자가 명확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긴팔원숭이속은 염색체가 44개, 부노피테쿠스 속은 38개, 노마스커스속은 52개, 큰긴팔원숭이속은 50개로 나타난다. 이러 한 염색체 변이는 특이하게도 긴팔원숭이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 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이들은 신생대 3기 지층의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중국 북부에까지 넓게 분포했다고 알려져 088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89

아망과 같이 울음주머니를 가진 종은 소 리가 크게 증폭되어 아주 멀리까지 노랫 소리를 보낼 수 있다. 어떤 종은 암수가 사이좋게 이중창을 불러 자신들의 영역 을 알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긴팔원숭이는 특이적으로 일부일처제 를 지키며 생활하는 종이며, 암수의 금 술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는 긴팔원숭이 가족 긴 팔은 나무 위 생활에는 적합하지만 땅 위에서는 오히 려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긴팔원숭이 가운데 몸집이 가장 육중한 시아망은 목주 머니가 부풀려지기 때문에 노랫소리가 매우 우렁차다. 주로 한 마리를 낳고, 자녀의 양육은 암컷과 수컷이 역할을 분담한다. 긴팔원숭이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처럼 긴 팔이다. 이들은 완벽하게 나무 생활에 적응한 탓에 나무에서 내려오면 생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땅 위에서는 긴 팔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두 발로 동시에 점프를 있다. 본래는 몸집도 훨씬 컸다고 하는데,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빠르게 이동 하기 위해 긴 팔과 작은 체구로 진화했고, 이들에게 적합한 환경적 조건이 동남아시아 지역에만 남게 되면서 광범위하던 서식지가 지금처럼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식은 나무열매와 잎이며, 곤충이나 새의 알도 즐겨 먹는다. 이 들은 나무 위에서 생활할 때는 그네를 타듯이 교대로 손을 뻗쳐서 이동하는 데, 일반적인 원숭이들과 달리 두 손을 뗀 채로 10m 떨어진 나뭇가지까지 거뜬히 이동하기 때문에 마치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이동양식 은 강한 팔 근육으로 원심력을 만들어 추진력을 만들고, 일단 나무를 붙잡 으면 절대 풀리지 않는 손에 비밀이 있다. 해서 이동하기도 한다. 긴팔원숭이는 다른 대형 유인원과 달리 철저하게 나무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야생 상태에서의 연구가 매우 어렵다. 이들의 존재가 가장 늦게 발 견된 것도 그 때문이다. 정확한 분포나 개체수 등 많은 것이 아직 베일에 가 려져 있어 더욱 활발한 연구가 요구되는 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살 고 있는 열대우림이 현재 다양한 난개발로 인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기 때 문에 매우 높은 수준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네를 타듯 유연하고 아름다운 몸놀림으로 열대우림을 누비는 이들 긴 팔원숭이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는 삼림 보존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만이 유일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데, 사진에서 보는 시 090 이지사이언스 시리즈 영장류 CHAPTER 3 세상의 모든 원숭이 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