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운문)_금상 그림일기 속 세상 김도영 (부산 금샘초등학교 6학년) 내 그림일기 속 친구들은 웃고 있다. 내 그림일기 속 제비는 살아 있다. 내 그림일기 속 추억은 움직인다. 그림이지만 마음으로 보면 움직인다. 추억이 서린 그림일기 그 가치를 믿는다. 24
글짓기(운문)_금상 일 기 서준호 (대전 한밭초등학교 1학년) 나는 1학년이다. 그림일기를 쓴다. 힘들다. 나는 일기를 쓴다. 오늘을 생각한다. 뭘 쓸까? 생각이 난다. 하지만 일기를 못 쓰겠다. 너무 힘들다. 25
글짓기(운문)_금상 나의 보물, 여행 기록지 이시진 (대전외삼중학교 1학년) 내 방 구석 소중히 모아 둔 가족여행 기록지. 엄마께 꾸중 들어 마음이 힘들 때 동생과 싸워 짜증나고 화날 때 공부 때문에 마음이 지칠 때 하야안 상자 위 먼지를 쓰윽 쓸어 내리고 가족여행지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장미처럼 빠알간 표지 살포시 넘기니 동생들과 사이좋게 놀았던 부산 앞바다 짭조롬한 향이, 엄마, 아빠 손잡고 거닐었던 담양 메타세쿼이야 나무 상쾌한 향이, 동생들과 물고기 잡으며 놀았던 무주 구천동 시원한 향이 난다. 하하 호호 가족들 웃음소리 짹짹짹 새들 지저귀는 소리 콸콸콸 계곡 물소리 살포시 덮어 상자 속에 조심히 넣으면 어느새 지치고 힘든 마음, 짜증나고 화난 마음 사라지고 내 입가에 걸린 환한 미소. 내 방엔 장미향 냄새 가족들의 웃음소리 끊이질 않는다. 26
글짓기(운문)_금상 기록이란 이름의 과거 김경호 (부산 금정중학교 3학년) 책상의 한 구석 어릴 적 나의 기록 펼치니 떠 오르는 내 과거 어두웠던 마음 한 켠 숨어 있던 나의 과거 불현듯 눈 앞에 떠올라 한 줌, 흘러 내리는 내 눈물. 슬픔, 후회 그리고 꿈. 기록 속 불어오던 그 바람 나 자신도 모르는 새 잊혀졌던 나의 기록 그 속의 순수함이 한 순간 내 마음을 감싸 멈췄던 일상에 스며드는 그 숨결. 슬픔은 접어 두고 이제는 불어 넣을 차례이니 지금의 나 새로운 과거를 기록한다. 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며 27
글짓기(운문)_금상 발자취 김지숙 (대전 호수돈여자고등학교 1학년) 새끼 곰 한 마리가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듯이 사람 한 명은 인생길에 기록이란 발자국을 남긴다. 그 발자국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 길잡이가 되고 그 발자국을 통해 한 사람의 나침반이 된다면 인생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을 세상 끝나는 날까지 멈추지 않으리. 28
글짓기(운문)_금상 (무제) 이지향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1학년) 몇 년 전 내가 썼던 일기 기뻤던 일도 서러웠던 일도 모두 여기에 모든 추억이 다아 여기에 숨어 있었네 내가 안 썼으면 몰랐던 이야기들 언제 웃었는지 몰랐을 이야기들 내가 쓰던 일기도 내가 그린 그림도 내가 찍던 사진도 하나의 추억인데 모두다 내꺼인데... 지금 나는 추억 하나를 쓰고 있다. 29
글짓기(운문)_금상 소소한 기록의 소중함 최은아 (대전만년고등학교 1학년) 옹읏둥긋 새룽새룽 뭉을뭉을 입안에서 사탕 굴리는 맑은 소리 누가 시키지 않고도 나오는 영특한 소리 미소 머금고 적는 일요일 아침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부푼 마음 작은 편지로 남겨 보는 비 오는 새벽 김태희 김재희 김강희 글 쓰는 즐거움에 푹 빠져 버린 7살 태희가 흥얼흥얼거리며 자기 이름 동생 이름 쓰는 화창한 오후 콩나물 두부 미역 엄마 심부름 잊어버리지 않게 빠뜨린 것 없게 하나하나 받아 적는 어스름한 저녁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사소함 담겨있는 하루 오늘 또 우리는 지나쳐만 가네. 가끔 한 번 뒤돌아보면 결코, 작지 않은 사소함 우리 곁에 있는데... 30
글짓기(운문)_금상 그들이 말한다 박은애 (대전광역시 서구) 그 옛날 용맹한 장군의 일기가 학의 날개를 타고 승리의 전설로 남아 미치광이로 불리던 사나이의 지도가 조선 8도의 생생한 발자국으로 남아 뜨거운 청년들의 시가 어두운 밤 별이 되고 초인이 되고 해로 솟아나 푸른 눈의 낯선이의 사진이 광주의 그날을 백로의 그림자에 가리지않아 그들이 말한다. 역사는 강물이 아니라 흘러보내는 것이 아닌 기록하는 것 그들이 눈물로 쓰고 가슴으로 지킨 것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으로 남아 그들이 우리가 되고 우리가 그들이 되어 훗날의 그들에게 우리가 말한다. 지켜지고 지켜진, 지켜야 할 그 모오든 것들을. 31
글짓기(운문)_금상 천 년의 사랑 박재규 (광주광역시 광산구) 그대 손끝을 놓았을 땐 끝이 없는 계곡으로 떨어졌지요. 입맞춤으로 봉인한 편지를 가슴에 앉고... 그대의 편지는 가슴에 묻혀 썩지 않는 미이라가 되고 바늘쌈, 분을 고이 보내주며 머나먼 전장터로 떠난 그대여 행여, 장마빗 속 물꼬 틀까 뙤악볕에 가라지 뽑을까 염려하여 소작주라던 그대여 낯익은 고향 당산나무 곁을 지난 군관의 깃발 속에 새악시 얼굴도 못보고 간다고 옷을 찢고 울던 그대여 다시 돌아오겠다던 그대의 목소리는 처마밑 빗방울 소리같것만 오... 나의 님은 언제 돌아 오시려나 그대의 편지는 보물단지처럼 쌓여 어머님 보실까봐 꼬옥꼬옥 숨겨두고 호롱불 아래 바늘땀 하나 하나... 강아지가 짖고 혹시나 문을 열어도 고요하면 님의 얼굴이 아른거리며 다시 편지 속에는 비가 나립니다. 32
오... 나의 님은 언제 돌아 오시려나 차마, 나에게 글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더라면 이를 어이 했을꼬 전장속으로 가는 역마꾼에게 편지를 부쳐주고 바리바리 옥수수 쪄서 보내 옵나니... 하늘에서 따스한 하이얀 솜털이 나리기전 돌아오시옵소서 편지 하나... 편지 두울... 편지 세엣... 핏발이 서린 칼날이 광야에서 부르짖고 장독대에 달빛 그림자 속에 님의 핏자국으로 새겨진 마지막 편지... 오... 님의 마지막 편지를 나의 가슴에 묻습니다. 돌아오시겠다던 다사로운 마음을 고이 접으셨던 님의 편지... 천 년이 흘러도 님의 편지는 지금도 미이라가 되어 나의 가슴속에 살아갑니다. 돌아오시옵소서 나의 님이여! 33
글짓기(산문)_금상 나의 소중한 기록 나도연 (광주교육대학교광주부설초등학교 2학년) 우리 학교는 매일 일기 숙제가 나온다. 그래서 매일 무엇을 써야 하는지 고민이다. 또 매일 같은 일들만 있는데 꼭 써야 하는지 짜증도 난다. 그리고 내 일들을 기록해서 뭐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광주국립박물관에 갔다. 그 곳에서는 외규장각의궤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관 입구에서 본 동영상은 참 멋졌다. 전시관 안에는 책이 많이 있었는데 책마다 어려 운 한자와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림들은 처음 들어올 때 보았던 동영상과 비슷했다. 다같아 보이는 오래된 책들인데 계속 보려니 지루했다. 그때 엄마가 의궤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의궤란, 조선시대의 중요한 행사를 기록한 책이란다. 이 책만 보고도 같은 행사를 똑같이 치를 수 있게 자세히 기록해 놓은 우리의 소중한 기록유산이란다.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지? 그러니 너도 일기 쓰는 걸로 짜증부리지 말고 열심히 써라! 라 고 하셨다. 기록이 중요한지 조금은 알겠지만 그래도 내 기록이 중요한지는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의궤에 대한 일기를 쓰려는데 의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었다. 박물관에서 산 책을 읽었는데 145년 전 프랑스가 강화도에서 약탈해 가 우리에게 빌려 준 것이란다. 우리 것을 가져가 놓구서 빌려주다니 말도 안돼. 그래! 내가 이 어이없는 상황을 글로 남겨 알려야지! 이런 생각이 들자 내 일기가 갑자기 의궤만큼이나 중요한 기록처럼 느껴졌다. 처음으로 내 일기가 중요 기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일기 쓰기 싫어 라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오늘부터는 나의 기록을 잘 남겨보려 한다. 어른이 되어 또는 내 후손들이 나중에 내 일기를 본다 면 나의 오늘을 또는 우리나라의 오늘을 잘 알 수 있게 말이다. 34
글짓기(산문)_금상 일기의 중요성 임강인 (광주 용두초등학교 2학년) 아담한 우리 집 거실에는 의자 세 개와 탁자가 있어요. 우리 가족이 데이트하는 멋진 곳이에요. 특히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요. 시골 외할머니 댁 창고에는 외할머니의 보물이 들어있는 상자가 있어요. 바로 우리 엄마의 촌스러운 사진과 일기장이에요. 엄마의 일기에는 할아버지가 다치 셨던 슬픈 일과 태풍이 논을 망쳐서 점심으로 고구마를 먹었던 일, 그리고 내가 몰랐던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일기는 꼭 타임머신 같아요. 우리 가족이 캠핑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는 나는 종합장을 가져 가서 많이 기록해요. 지난번에 전주 경기전을 갔는데 어렵고 이상한 글들도 있었지만 그냥 썼어요. 기록하 는 것이 재미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비 박사 석주명 선생님이 연구하고 기록했던 자료들이 불에 타서 없 어지기도 했지만 지금도 많이 남아 있어서 지금 우리가 여러 종류의 나비를 알 수 있어요. 하루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일기도 참 재미있어요. 내가 엄마의 어릴 적 일기장을 보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듯이 내가 어른이 되면 내 아기들이 내 일기를 보면서 지금 나처럼 행복해 하면 정말 신기할 것 같아요. 35
글짓기(산문)_금상 내 인생의 발자취 속으로 최수민 (대전두리초등학교 6학년) 몇 년 전부터 뇌경색을 앓고 계시는 나의 할머니께서는 한자쓰기 연습과 8년 째 일기를 쓰고 계신다. 비록 몇 줄 안 되는 내용에 맞춤법도 맞지 않지만 그 글에는 할머니의 냄새가 난다. 우연히 할머니의 일기를 보게 되었던 날, 나는 기록이라는 소중한 시간의 발자취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할머니께서도 일기를 쓰세요? 그럼, 당연하지. 수민이는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일기를 검사 하시지? 네, 일주일에 한 번 검사 하시죠. 할머니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일기를 쓴단다. 그래야 수민이랑 행복하게 오랜 시간 을 보낼 수 있겠지? 할머니께서도 일기를 쓰신다니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은 모두 기록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나 봐요. 아빠께도 권해 드려야겠어요. 나의 할머니께서는 지금은 뇌경색이라는 병을 갖고 계시지만, 기록하는 좋은 습관으로 다행히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신다. 그리고 내가 할머니께 할머니의 일기처럼 좋은 말동 무가 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할머니께서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일기장에는 할머니와의 추억의 향기로 가득하다. 할머니와 함께 목욕탕에 갔던 일, 수제비 뜨기를 했던 시간, 명절 음식 준비할 때 밀가루 를 바르며 도와 드렸던 일 등이 담겨 있다. 5년 전 설레이는 마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 하여 처음으로 일기를 쓰던 날, 엄마께서 만들어 주신 산채 비빔밥을 먹고 썼던 일기에 36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수민이네 엄마께서는 솜씨가 좋으신가 보구나! 군침 도네. 선 생님도 먹어 보고 싶구나! 라며 댓글을 달아 주셨던 기억이 난다. 1학년 양인준 선생님 께서는 매일매일 우리들의 일기장을 검사하신 후 한 두 줄의 댓글을 달아주셨다. 나는 그 댓글이 궁금하고 기다려져서 매일매일 열심히 일기를 썼다. 한 번은 내 짝꿍이 나를 속상하게 한 일을 일기에 적었는데 마음씨 곱고 착한 우리 수민이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 양보해 줄까? 선생님이 그 애를 잘 타일러 볼게. 5년이 지난 지금, 1학년 때의 유치찬란한 일기를 읽고 있으면 피식! 하고 웃음 밖에 나오 지 않는다. 그리운 선생님의 따뜻하고 포근한 댓글이 5년 전 꼬질꼬질한 일기장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으이구!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한번 양보해주면 끝나는 일을... 생각해 보면 솔직하고 순수했던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일기라는 나무가 자라고 있었을지 도 모른다. 그 나무가 계속 자라나 사랑의 일기 로 대전서부 교육장상을 받게 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안겨준 것은 2학년 때의 일이다. 그 이후로 나는 안네가 자신의 일기에게 키티 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처럼 나의 일기장에 레인보우 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나의 속마음과 기분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일기야말로 내 솔직하고 순수한 이야 기를 말없이 묵묵하게 들어주는 소중한 말동무이자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책꽂이에는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써놓았던 40여 권의 일기장이 가지런하게 꽂혀 있다. 엄마께서는 초등학교 6년 동안 써놓은 소중한 일기들을 하나로 엮어 책으로 만들어 주 신다고 하셨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그 친구들을 바라볼 때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나를 생각의 바다에 잠기게 한 소중한 나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동화작가의 꿈을 갖게 해준 나의 일기는 오늘도 계속 기록되어 내 인생의 발자취 로 남고 있다. 37
글짓기(산문)_금상 잊어버렸던 과거를 담아놓은 일기장 박인혜 (대전삼천중학교 2학년) 며칠 전, 방을 청소하다가 구석에서 두꺼운 검정색의 빛바랜 노트를 발견하였다. 이것 이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표지를 넘겨 보았다. 낯선 글씨체로 무언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당황스런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니 날짜가 1980년대였다. 곳곳에 아빠의 이름이 적혀 있고 처음 부분의 내용이 부대에서의 첫날 밤인 것으로 보아하니, 이것의 정체는 우리 아빠께서 입대 첫날부터 군 생활의 마지막까지 거의 매일을 기록하신 일기장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인생 15년을 살면서 지금까지 아빠께 군 생활에 관련하여 한 마디도 들은 적이 없었던 터라 내 머릿속에서는 호기심이 계속 하여 증폭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나는 한 장도 빼놓지 않고 모두 읽었다. 첫 훈련과 탱크 조종의 뿌듯함, 상병들의 잔소리와 모진 새벽 훈련, 가족들의 그리움,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임종에 대한 충격과 슬픔, 부대 대장이 된 자랑스러움, 군 생활 마지막 날 밤의 아쉬움 등이 일기와 시, 노래 가사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읽는 동안에도, 읽고 나서도 멍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요즘 매일 일 때문에 피곤하여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시는 우리 아빠의 젊고 혈기 넘쳤던 시절에 대한 낯설 음 때문일까...? 그날 저녁, 아빠가 퇴근하시고 아빠께서 소파에 누워 쉬고 계실 때, 조심스레 얘기를 38
꺼내 보았다. 20년 전 아빠의 군 생활 일기를 읽었다고. 아빠께선 그 일기장을 잃어 버린 줄 알고 있었는데 찾았다니 다행이라고 하셨다. 아빠께 그것을 건네고 난 방에 들어가서 문틈 사이로 아빠를 쳐다보니 한참 동안을 읽고 계셨다. 중간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셨고, 피식 웃기도 하셨다. 잊어버렸던 20년 전 군 생활의 시간을 오랜만에 되찾은 것 같다는 아빠의 혼잣말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아빠께서 일기를 쓰시지 않으셨다면 아빠께서 잊어버렸던 군 생활의 추억을 다시 되살려 내시고 느끼실 수 있었을까... 내가 초등학생 때 방학마다 썼던 일기장을 가끔씩 읽어 보곤 한다. 단순히 기억만으로는 되살리지 못했던 순간순간의 감정까지 느낀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나서 여러 학원과 숙제에 바빠 일기를 지금까지 쓴 적이 없다. 후에, 중학교 1학년, 2학년 초의 시간과 추억들은 어떻게 되찾을까... 고민하며 나는 지금 결심을 한다. 길지 않더라도, 규칙적이지 않더라도 하루를 글자 한 자 한 자에 담기로. 오늘 날짜부터 나의 중학교 2학년 시절을 더 나중의 시절들을 시간 속에 파묻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39
글짓기(산문)_금상 내 인생을 변화시켜준 기록아, 고맙다! 박혜윤 (대전 호수돈여자고등학교 1학년) 평범한 학생인 혜윤이의 인생의 반환점은 기록을 하게 되면서 부터이다. 기록을 하면 서 나는 많은 것을 얻게 되었고, 기록으로 상도 타게 되었다. 기록... 나는 평소에도 기록하 는 것,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자랑스런 나의 모교인 충남여자중학교의 졸업생이자 현재는 호수돈여자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이다. 내가 뜬금없이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기록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계기가 되어준 곳들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개의 학 교 모두 공통점이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기록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기록을 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 보자면 아주 많다. 일단 매일매일 학교에서 쓰는 학습플 래너와 강연을 들을때 마다 지참하는 꿈노트, 하루를 마치는 영어일기와 앞으로 나의 미 래를 설계해 주는 미래노트 그리고 R=VD의 공식을 실현하기 위해 하루에 한 가지씩 쓰 는 나의 소원노트 등등 내가 정말 많은 기록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기록은 꼭 글재주가 있는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지 하다 보면 느는 것처럼 기록도 하다 보면 저절로 늘게 되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마지막에 졸업하기 전에 꿈노 트 관련 동상을 받았는데 너무 기뻤다. 금상, 은상, 동상은 상관이 없었고 내가 1년 동안 열심히 기록한 것이, 상을 탔다는 것이 그저 행복하고 한편으로는 그저 내 미래를 위해 항상 소지하며 기록했던 이 꿈노트 하나로 수상을 했다는 게 신기하였다. 그러면서 자극을 받아서 사소한 것들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기록 하였다. 예를 들면, 오늘 지적받은 것, 40
급식 메뉴, 선생님께 들은 칭찬 등등 모두 적었다. 역시나 나의 이런 기록하는 습관들은 항상 나에게 발전을 가져왔다. 지적받은 것들은 기록하니까 이제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 는 일들은 하지 않게 되었다. 기록을 통해 점점 변화되어 가는 내 모습을 보면 너무 대 견스러웠다. 그리고 기록이 가 나에게 가져다 준 큰 선물은 바로 나의 학습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호수돈여자고등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학습 플 래너와 꿈노트를 쓰고 있다. 그리고 잘 쓴 사람에게는 수상을 한다. 금상, 은상, 동상 3 개의 상이 있는데 중학교 때는 동상을 받았던 내가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와서 불과 약 6개월 만에 학습 플래너와 꿈노트 부분 금상을 받게 되었다. 정말 그때의 기쁨과 뿌듯 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습 플래너를 쓰면서 공부 성적도 반에서 39명 중 34등 하던 내가 기록이 를 통해 44명 중 22등을 하게 되었고, 미래노트와 소원노트& 영어일기를 통해서 내 미래를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나 기록하는 습관이 내게 준 두 번째 선물은 바로 내 꿈이다. 꿈노트에 매일 미래일기 를 썼다. 쓰는 동안 지루하지 않고 행복했다. 그러다 보니 내 꿈은 내 몸이 으스러지는 날까지 홍콩의 케세이퍼시픽 항공에서, 죽어도 비행기 안에서 죽는 스튜어디스가 되리 라는 목표가 생겼다.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나는 두 개의 큰 선물을 얻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기 위해 쓴 기록이 내게 상도 가져다 주고 미래도 가져다 준 것이 너무 고맙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면 결국에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할 땐 우리 인간이 인생을 살면서 남는 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기록 뿐이라고 생각 한다. 기록을 하면서 명언들도 적게 되고 성적도 향상되고 항상 어딜 가나 볼펜과 수첩 을 들고 다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이 백일장 대회에 나와서 막힘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평소의 기록하는 습관인 것 같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까지는 41
매우 떨렸다. 그렇지만 다 써가는 지금은 너무 아쉽다. 내년에도 또 참여할 것이다. 내 인 생을 변화시켜 준 기록이 에게 진짜 고맙다.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남는 건 기록 뿐이다. 항상 내 분신처럼 같이 생활하는 기록아! 정말 너로 인해 나는 얻는 게 너무 많다! 인생의 보물 기록이 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혜윤이가 기록한 것들...> (1) 비현실적인 행동은 비현실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2012. 3. 26. 월) (2) 돈이 없는 가난이 불쌍한 게 아니라 추억이 없는 사람이 불쌍한 사람이다. (2012. 3. 27. 화) (3) 모든 사람은 꿈을 꾼다. 그러나 실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2012. 3. 28. 수) (4) 기회는 없다. 단지 준비된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 (2012. 4. 1. 일) (5) We can`t become what we need to be by remaining what we are (당신이 현재 상 태로 머물면 원하는 바를 이를 수 없다.) (2012. 4. 3. 화) (6) Effort is a key element to success.(노력은 성공의 요소이다.) (2012. 4. 6. 금) (7) 한 번 밖에 없는 인생,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 힘들고 어려운 일은 반드시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2012. 4. 14. 토) (8) 용기를 잃으면 다 잃는다. 세상을 불평하기 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라. (2012. 4. 18. 수) (9) 우리는 지금 뛰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뛰면 우리들이 최고의 스타가 된다. (2012. 4. 20 금) (10) 사람은 두 가지를 통해 배운다. 사람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2012. 4. 24. 화) 42
(11) 스튜어디스의 또 다른 단어 = Cathay-Pacific Stewardess. Cathay-Pacific flight attendant. (2012. 4. 25. 수) (12) 인디언의 친구의 의미는 내 등의 짊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사람 (2012. 4. 26. 목) (13) Never never give up! 꿈 넘어 꿈을 가져라 (2012. 4. 27. 금) (14) 여러분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거 나중에 대학가서 다 보상받아요. 미팅도 하고 놀고... (2012. 4. 27. 금 학교 수업시간에) (15)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다. (2012. 4. 28. 토) (16) 포기란 배추 포기 셀 때나 써라! (2012. 5. 3. 목) (17) 우리는 변화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나 자신을 믿어 보자 (2012. 5. 4. 금) (18)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은 자신의 목숨도 쉽게 놓아버린다. (2012. 5. 6. 일) (19) 사람은 어떠한 최악의 조건에서도 삶의 의미 를 찾을 수 있다. (2012. 5. 7. 월) (20) 성공에는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 실패를 염두에 두지 말자. (2012. 5. 9. 수) (21) 앞으로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내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 있는가 생각해 보자 (2012. 5. 12. 토) (22) 마음만 먹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2012. 5. 12. 토) (23) 사람 인생은 어찌 될지 모른다. 개인이 어찌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늘은 스스 로 돕는 자를 돕는다. (2012. 5. 21. 월) (24) 김정하 목사님의 말씀 내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산다면 10번이고 죽을 수 있다. (2012. 5. 23. 수) (25) 꿈이 있으면 내 4년 후 인생이 바뀐다. (2012. 5. 29. 화) 등등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대회이다. 기록아! 고마워. 43
글짓기(산문)_금상 기록, 옷을 갈아입다 유형석 (대전 서일고등학교 2학년) 우선, 이렇게 잘 써지는 연필을 주신 당신께 감사합니다. 저는 12시까지 야자를 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문학이지요. 초 록( 抄 錄 )의 달인이신 다산 정약용 선생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이렇게 평범한 저이기에 제가 겪은 경험을 당신도, 그리고 당신 주변의 사람들도 겪었을 거라 확신하고 보잘 것 없는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개회식 때 들어보니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세계기록유산을 지닌 기록의 선진국 이라고 합니다. 또, 어느 교수님께서 과학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셨는데 그때 그 분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식민사관에서 벗어나 자긍심 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그 근거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최고의 기록국가 임을 제시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힌 한 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음문자로서 배우기도, 기록하기도 제일 쉬운 글자입니다. 아마 한글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겠죠. 제가 존경하고 조선이 랑스 러워하는 정약용 선생님 얘기를 들려드릴까요? 저는 작년 겨울방학, 그니깐 올해 2월에 정약용 선생님이 유배되어 가셔서 대부분의 저서를 작성하신 강진 다산초당에 다녀 왔습니다. 그런데 제 기대와 다르게 나무가 울창한 산 속 그 초당은 신성하기 보다는 초 라함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초라함 속에서 말로 표현 못할 엄청난 감동을 느꼈습니다. 당신이라면 그 누추한 곳에서 500여 권에 달하는 전방위의, 엄청난 금자탑 44
을 쌓으실 수 있으십니까? 저라면 못 할 거예요. 책에서 본 바에 의하면 다산과 그의 제 자분들은 그 누추한 곳에서 책을 읽다가 좋은 내용만을 뽑아 기록해 놓고 (초록) 그것을 다시 읽어가면서 참고해 책을 쓰셨다고 합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라는 다산의 위대함엔 초록이라는 비결이 숨어있던 것이죠. 이렇게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위대한 기록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 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굴 수 있었던 숨겨진 힘은 오늘까지도 살아 숨쉬는 기록 속의 선조들의 도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기록이 옷을 갈아입습니다. 세계는 이제 과거에 그리했듯이 3차원의 세 계가 아닙니다. 과학기술의 무궁한 발전에 힘입어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세상을 스스로 창조해 왔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 보다 인터넷에서 만큼은 높은 왕좌에 앉아 있습니다. 해변의 모래가 파도에 의해 움직이 듯이 기록들도 인터넷이 라는 파도를 타고 넓은 세상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종이신문보다는 인터넷 신 문을 접하기 쉬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라는 친구가 한 손에 인터넷을 쥘 수 있게 만들어 주자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등장으로 현대 우리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 그곳, 인터넷에 무수한 기록들을 남기고 있죠. 이 현상을 꼭 나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과거 조상님들로부터 지켜져 내려온 전통을 경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기계의 노예가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과거의 것만을 고집하다가는 영원히 우리의 것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온고지신의 마음가짐으 로서 전통을 재창조할 의지만 있다면 세계 최고의 기록유산과 정보통신 기술을 가진 우 리나라는 다음 세대 세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옷을 갈아입는 기록을 더 아끼고 사랑해 줘야겠습니다. 45
글짓기(산문)_금상 기록 인간 이은제 (전남 광양제철고등학교 3학년)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에 대한 기록들은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록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는 가장 명백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나이, 성별, 거주 지 등이 명시되어 있는 주민등록증을 들고 다닌다. 현대 사회는 이미, 기록이 없이는 자 신의 존재를 주장하기 힘든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기록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된 것은 현대사회에서부터가 아니다. 우리는 기록의 중요성을 조선 시대의 호패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조선 사람들도 자신의 신상 정보가 명기되어 있는 호패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사람은 기록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될 판 이다. 나 역시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인지라, 나에게도 기록의 영향은 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청소년 UN 모의총회에 지원했다. 지원자 필수 항목에는 에세이가 있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요약 같은 거였는데, 막상 쓰려고 하자 쓸 게 없는 거였다. 마감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에세이는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다급해진 나는 그 동안 지우지 않고 모아 두었던 싸이월드 다이어리와 학교 생활기록부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자 쓸 거리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던 때와는 딴판으로 엄마가 근무 하시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일, 교내 축제위원회 활동을 했던 일 등 에세이의 소재들이 쉴새 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에세이 분량을 꽉꽉 채워서 정해진 46
기한 내에 당당히 제출할 수 있었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나는 요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바쁘다. 수시 모집이 확대된 요즘, 자기소개서는 대학 준비에서 필수 불가결한 항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소개서 작성에서도 기록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참가한 모의총회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체감한 이후로, 내가 했던 일들을 꼬박꼬박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 놓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기록은 나의 인생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나중에 내가 남긴 기록 들을 뒤돌아볼 때, 부끄러운 기록이 없었으면 한다. 47
글짓기(산문)_금상 사랑하는 똘똘이, 윤수의 육아일기 강승희 (대학 일반부) 무척 추웠던 지난 1월, 중3 여학생 때 그렇게도 입고 싶었던 빨간색 코트를 입은, 초3 아들을 둔 나는 대전역에 내렸다. 1박 2일을 보내기 위해 대전 외곽의 황토 펜션에 도착 하니 전국에서 모인 인터넷 독서 육아 모임의 어머니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제 아 이들이 초4 고학년이 되니 사춘기와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친정,시댁 도움 없이 홀로 안기조차 조심스러운 신생아를 돌이 될 때까지 키우니 좋은 책을 골라 읽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을 좋아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뱃 속 에 있을 때부터 유모차에 태워 산책할 때나 재워줄 때 예쁜 그림책을 보여주고 읽어주었 지만 어떤 책이 월령에 맞는 좋은 책인지 알고 싶어 아이 17개월 때 가입하게 되었다. 유아 때는 책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차츰 책보다 인성 바르고 넓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육아서도 읽고 좋은 강연도 듣고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해 치열 하게 노력했던 회원들인지라 주로 인터넷의 글로 만난 사이지만 오랜 친구 같은 느낌 이 들었다. 밤새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다음날 아침을 먹고 아쉽지만 전국 각지로 흩어 졌다. 하지만 모처럼 혼자의 시간을 갖게 된 나는 대전 터미널로 가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전주로 향했다. 여행과 자연 체험을 많이 하지만 바쁜 남편 덕분에 아무 계획 없이 낯선 곳을 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평소 여행 잡지를 보기에 알고 있었던 전주 한옥마 을에 가서 경기전을 먼저 둘러보았다. 경기전 안에 전주 사고(조선왕조실록을 보관)를 48
복원한 건물이 있어 일찍 기록 전승의 중요성을 알았던 우리 민족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옥을 구경하다가 최명희 문학관에 가게 되었다. 혼불 이라는 대하소설 을 쓴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만년필로 쓴 편지와 습작 노트, 원고지에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을 보니 너무나 큰 감동이 밀려와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났다. 자연과 고향 전주와 우리 아름다운 말과 글을 생명을 바쳐 혼불이란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빚어 낸 작 가를 느끼며 새해 초 혼자만의 여행을 하는 나는 작가처럼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기록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 육아 모임에 쓴 아이에 대한 글을 모아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육아일기 를 엮어 아이가 결혼할 때 선물로 주고 싶었다. 하지만 부지런하게 제대로 쓴 것이 아니 어서 왜 일찍부터 준비를 하지 못했을까 후회되었다.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쓴 글을 모으 고, 초등생이 되어서도 체험학습 신청을 내고 1박 2일, 2박 3일로 전국을 여행하며 아이 와 함께 느낀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소중함과 사람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은 기행문 과 아이의 일기를 담았다. 아이에게도 일기를 열심히 쓰라고, 나중에 졸업 선물로 한 권 의 책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우연히 방송에서 박정희 할머니의 이야기를 접했다. 지금은 90세가 넘으신 분 인데 다섯 자녀들이 태어나서 한글을 뗀 일곱 살 때까지 육아일기를 예쁜 그림과 함께 한 권씩 모두 다섯 권을 쓴 것을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란 책으로 엮었다 고 했다. 70세가 가까운 나이에 수채화 화가로 등단하셔서 지금은 첫째 딸(화가)이 하 는 아트센터에서 육아일기 쓰는 법과 수채화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신 다고 했다. 방송으로 본 할머니와 책이 너무 인상 깊어서 다음날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 그런데 책 49
값이 무려 28,000원이어서 살까 말까 한참 망설였다가 감동적인 육아일기를 직접 보고 싶어서 가슴에 안고 왔다. 직접 읽어 보니 우리의 역사가 있고 힘든 시절의 이겨 낸 깊 은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주 세밀하게 아이들을 돌보고 사 랑으로 예쁜 그림들을 그리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한 시 간들이 오롯이 생생하게 기록된 점이었다. 읽고 보면서 더 일찍 기록의 중요성을 알지 못해 제대로 육아일기를 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슬퍼졌다. 밖에서 활동하기를 좋아 하는 나이기에 아이가 생기면 내 삶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힘들게 모유를 먹이고 남편이 11시 가까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다음날 아이가 먹을 이유식 재료를 다듬으며 힘 들어 눈물 흘리면서 어머니란 내 존재에 사명감이 생기고 사랑으로 잘 키워 세계가, 우리나라가 원하는 인재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정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조금씩 글과 자료를 모아 아이에게 육아일기를 만들어 선물하 려고 한다. 외동이라 외로울까봐 동물 인형들과 아이 어릴 적에 함께 놀았는데 그 것을 만화로 자주 그려주었다. 한 권에 그린 것이 아니고 A4지에 스케치북에 또는 연습 장에 여기저기 그려진 것들인데 가끔 보게 되면 아이랑 난 정말 즐겁다. 전래 동화를 읽고 인형들과 연극도 하고 명작을 읽고 만화를 그리고 아이가 크면서 엄마따라 이야기 를 지어내서 정말 특색있고 재치 넘치는 만화를 그린 것이다. 박정희할머니의 예쁜 일곱 빛깔 수채화 삽화는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그린 동물 만화, 상상이 넘치는 그림을 엮어 육아일기를 완성하고 싶다. 이미 열 한 살이지만 십대를 거치는 과정도 사랑 깊은 엄마 의 글과 만화로 그려내고 싶다. 할머니 책을 보고 글만 기록이 아니라 그림, 만화도 기록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함께 여행간 사진도 모두 훌륭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50
아이도 요즘은 사진을 퍽 잘 찍는다. 그리고 여행지에 가기 위한 대중교통 즉 시외버스, 기차표도 모으고 있다. 학교에서 체험학습 가면 친구들보다 먼저 안내 데스크에서 팜플 렛을 챙긴다고 하니 무척 기특하다. 아이를 위한 육아일기만은 아니기에 난 열심히 모으고 기록하는 작업을 열심히 해서 훌륭하고 멋진 육아일기를 완성하고 싶다.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을 소녀 때부터 좋아했는데 내 이름으로 된 책은 쓰지 못했다. 글을 쓰 며 성장기 내 아픔도 치유하고 어머니로서 내 존재를 확인하고 싶다. 여행기록, 주말농장 농사일기, 영화와 책, 음악회 간 느낌들까지 아이와 함께 한 소년, 청소년기의 영롱하고 소중한 느낌을 귀중한 시간으로 활자로 묶어낼 것이다. 사랑으로 완성해 나갈 육아일기의 제목은 무엇으로 할까? 우리 사랑하는 아이의 태명 을 넣어 <사랑하는 똘똘이, 윤수의 육아일기>라고 하고 싶다. 그 날을 위해 아이가 보는 내 모습이 부끄럽지 않게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겠다. 기록을 한다는 것은 현재를 아름 답게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51
글짓기(산문)_금상 인도, 천국을 기록하다 박효연 (충청남도 영동군) 방콕을 거쳐 델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 내 마음도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 같았다.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첫 장에 인도로 출발! 이라고 적었다. 두툼한 빈 다이어리가 내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앞으로 이곳에 나의 첫 여행이 기록될 것이다. 사진 만으로는 부족한 그곳에서의 느낌, 일상, 사람들. 인도에서 만날 사람들을 위해 펜을 잔뜩 가져왔 다. 돈 구걸하는 사람이 많아 돈을 주는 것보다는 펜이나 노트를 선물하는 게 낫다고 인 도를 두 번 다녀온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비행기는 8시간을 날아 드디어 인도 델리공항에 도착했다. 낯선 향기와 인도인들의 낯 선 눈빛이 뒤엉켜 나에게 다가왔다. 누군가는 인도에서 천국 아니면 지옥을 경험하는 두 부류 밖에 없다고 했다. 천국? 지 옥?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인도는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공항을 빠져나와 시가지로 향했다. 아, 드디어 인도에 왔구나. 안도감과 함께 피로 감이 몰려왔다. 인도에서 맞이한 첫 아침. 사진기와 다이어리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영국의 식민지를 오래 겪어 영국식 건물과 노란 택시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사진기로 미처 담지 못할 느 낌을 적었다. 인도 상인들의 땀과 얼굴 표정, 낯선 그들의 언어... 52
전 국민의 80%가 믿는다는 힌두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가운데 평화롭게 서 있는 성당을 찾았다. 비록 나는 종교가 없지만 내 여행의 안전을 위해 따라다닐 행운의 신께 기도했다. 일주일 후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로 무려 18시간을 가는 긴 여정이다. 인 도의 기차는 또 다른 묘미를 안겨 준다. 갖가지 표정의 인도인들과 물건 파는 상인들을 볼 수 있기 때문. 짜이(인도식 홍차)를 파는 짜이왈라(장수)에서 부터 계란, 빵 등을 파는 상인과 각각의 목적지가 다른 인도인들로 북적댄다. 자리를 잡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기차 안 풍경 이라고 느낌을 적었다.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내가 신기한지 인도인들의 시 선은 나에게 다가왔다. 기차는 18시간 후 바라나시역에 도착했다. 갠지스강이 도심 가운 데로 흘러 비옥한 땅, 신의 모든 축복이 내려진 곳, 걸인에서부터 성자까지 모두 오고 싶 어하는 곳이다. 갠지스강이 내려다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하룻밤에 200루피라고 했다. 나는 꼼 꼼히 다이어리에 기록했다. 숙소주인이 나를 보자 건넨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도 기 록했다. 타지에서 만나는 모국어가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기 때문이다. 내가 삼카를 만난 건 바라나시에 온지 이틀이 지난 후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썩 기 분이 좋지 않았다. 한국인 여행자에게 흔히 접근해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자신이 잘 안다는 선물가게도, 숙소에도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저 매일 바라나시 갠지스강가에 앉아 책을 읽을 뿐이었다. 그의 모습에 신뢰를 느끼고 그가 권하는 짜이도 마셨다. 간혹 인도인들이 권하는 짜이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는 경우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하지만 그가 건넨 짜이는 그의 깊은 눈처럼 진실했다. 바라나시에서 마지막 날 계산을 위해 카운터에 왔다. 하룻밤에 200루피니 7일을 곱하 면 1,400루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주인은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청구했다. 하룻밤에 53
250루피라고 했다. 200이란 숫자에 0을 지우고 5를 적은 게 보였다. 나는 주인에게 내 다이어리를 보여 주었다. 그러자 주인은 이마를 치며 자신이 착오가 있었다고 했다. 어설픈 그의 사기에 화가 나기 보단 웃음이 나왔다. 숙소를 나오자 삼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역까지 안내해 준단다. 고마운 마음 에 한국에서 가져 온 펜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사양했다. 이 펜은 다음 여행지에서 만날 아이들에게 주세요. 그러곤 자신의 품에서 종이를 꺼낸다. 손 그림이다. 연필로 그린. 당신 손이에요. 손이 예뻐 그려 봤어요. 나는 그림을 다이어리에 꽂아 놨다. 인도를 기록해 줘서 고마워요. 내가 강가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을 때 그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그래, 나도 외국인 이 한국의 모든 것을 적으면 반가우리라. 비록 사기꾼과 무더위가 있었지만 삼카 같은 멋진 인도인이 있지 않은가. 5년 전 떠난 인도가 다이어리를 펼치자 고스란히 나에게 다가왔다. 맨 앞장에 천국이 라고 쓴 글자가 선명하다.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