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세종 국가전략 포럼 북핵 문제와 북한 체제변화 일시: 2009년 10월 9일(금)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20층)
目 次 I. 회의일정 II. 주제논문 발표 1. 제1회의: 국제정체 변화와 북핵문제 북한 핵개발의 안보적 함의와 동북아 글로벌 차원의 영향(전성훈) 1 국제공조의 한계와 대안(오경섭) 22 2. 제2회의: 북한 정세변화와 대응책 북한의 후계 문제와 남북한 관계 변화 전망(정성장) 43 북한 체제변화 대비 국제공조 방안(이수석) 61 3. 제3회의: 한반도 정세변화와 한국의 국가전략 라운드 테이블
회의 일정 09:00 ~ 09:45 등록 09:45 ~ 10:00 개 회 식 개 회 사: 송대성(세종연구소 소장) 치 사: 공로명(세종재단 이사장) 제1회의 국제정세 변화와 북핵문제 10:00 ~ 12:00 사 회 김동성(중앙대학교) 발 표 북한 핵개발의 안보적 함의 전성훈(통일연구원) 국제공조의 한계와 대안 오경섭(세종연구소) 토 론 김창수(한국국방연구원) 문순보(세종연구소) 박휘락(국민대학교) 12:00 ~ 13:30 오 찬 - IV -
제2회의 북한 정세변화와 대응책 13:30 ~ 15:30 사 회 유세희(한양대학교) 발 표 북한의 후계 문제와 남북한 관계 변화 전망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 체제변화 대비 국제공조 방안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토 론 이태환(세종연구소) 하태경(열린북한방송) 현성일(국가안보전략연구소) 15:30 ~ 15:45 휴식 제3회의 한반도 정세변화와 한국의 국가전략 15:45 ~ 17:00 라운드테이블 사 회 송대성(세종연구소) 패 널 김영호(국방대학교) 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백학순(세종연구소) 유호열(고려대학교) 이상현(세종연구소) - V -
개 회 사 존경하는 공로명 세종재단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들! 오늘 <제21차 세종국가전략포럼>을 개최하는 이 자리에서 세종연구소 소 장으로서 개회사를 하게 됨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저희 세종연구소가 주최가 되어 개최하는 본 국가전략포럼은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 번영과 발전이라는 명제를 두고 지혜로운 국가전략적인 아이디어들 을 발표하고 토론하고 그 결과를 국가정책에 반영하면서 국가발전에 이바 지함을 목적으로 개최하여오고 있는 전통있고 권위있는 국가차원의 대학 술회의입니다. 금번 <제21차 세종국가전략포럼>의 대 주제는 북핵문제와 북한의 체제 변화 라는 주제입니다. 북핵문제 는 우리 한국민들의 생존과 번영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주제 중의 주제이며, 이미 국제화된 이슈로 서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는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슈 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기어코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북한의 집념과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여야 한다는 한국 및 한반도 주변 강대 국들의 신념의 대결은 그 종착역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있습니다. 금일 세미나는 이러한 북핵문제를 두고 그 해결을 위한 지혜를 도출키 위한 회의입니다.
다음으로 북한의 체제변화 라는 이슈는 한반도 장래를 가름하는 대단 히 중요한 주제입니다. 북한의 체제변화라는 개념 속에는 북한자체의 자발 적인 질적인 변화에서부터 북한 김정일정권의 종식까지 그 범위가 대단히 방대한 주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는 북한 김정 일 정권의 미래와 관련 우리는 각종 북한의 체제변화에 대해 예의 분석하고 그 각 상황들에 대한 치밀한 대책들을 마련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금일 세미나는 이러한 북한체제 관련 중차대한 대안들을 마련함에 있어 큰 도움 들을 주는 회의가 될 것입니다. 오늘 저희들 세종연구소가 주제로 선정한 북핵문제와 북한 체제변화 에 관심을 갖고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본 학술회의에 참석하여주신 모든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모신 발표와 토론을 담당하시 는 여러분들은 강한 전문성과 해당분야에 깊은 연구들을 하시고 계신 분들 입니다. 끝까지 자리를 뜨시지 마시고 오늘의 학술회의가 큰 의미있는 학술회의로서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함께 성원하여주실 것을 당부드립니 다. 다시 한번 이렇게 참석하여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0월 9일 세종연구소 소장 송 대 성
致 辭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른 아침에 제21차 世 宗 國 家 戰 略 포럼에 이처럼 盛 況 을 이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歡 迎 합니다. 오늘 國 家 戰 略 포럼의 주제는 北 核 問 題 와 北 韓 體 制 變 化 입니다. 북핵 문제는 조만간 美 - 北 양자대화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轉 機 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시기에 世 宗 硏 究 所 가 國 家 戰 略 포럼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 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美 - 北 양자대화가 미국 오바마 행정부 對 北 政 策 의 基 調 變 化 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 지 않습니다. 美 國 정부는 6자회담 틀 안에서 北 韓 과 兩 者 對 話 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미 북 兩 者 對 話 는 이러한 미국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며, 미북 양자간에서 교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는 점을 최근 방한한 스타인버그 국무부장관은 명언하고 있던 것을 기억합 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게 된다면 우리 입장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 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6자회담에 나온다는 것보다는 얼마나 진지 한 태도로 참여하느냐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의 사태진전에서 극복하여야 할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떨어지는 국내 지지율 속에서 外 交 的 業 績 때문에 조급한 妥 協 策 을 모색하여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 VIII -
만일 내년 중간선거까지도 北 核 問 題 에서 별반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 입장 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해 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을 제외한 5자가 韓 半 島 의 完 全 한 非 核 化 라는 목표를 확고히 하고 일치된 행보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양차에 걸친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줄 것을 국제사회 에 요구하고 그칠줄을 모릅니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 이 무엇인지, 이를 위한 국제공조에 우리 외교력량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또 이에 못지않게 김정일 이후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태를 포함한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이 문제될 것입니다. 우리가 단순히 核 問 題 解 決 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韓 半 島 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바닥에 깔고 우리는 6자회담 재개를 대비해 當 事 者 로서의 役 割 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과 戰 略 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이제 核 問 題 해결이 서서히 가시권에 들어오면 韓 半 島 장래 문제가 논의의 話 頭 가 될 것입니다. 그 때를 대비해 우리의 戰 略 을 가다듬고 마음의 준비 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北 韓 急 變 事 態 時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은 주변국과 그리고 한반도 관련 국가와 서서히 협의할 필요가 있는 만큼 우선 민간차원에서부터 시작할 것을 시야에 넣어야할 것입니다. - IX -
오늘 國 家 戰 略 포럼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深 層 的 인 討 論 이 있기를 기대 합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司 會 者, 發 表 者, 討 論 者 로 수고해주실 여러 분들께 감사드 리고, 오늘 이 자리를 채워주신 內 賓 여러분들께도 世 宗 財 團 을 代 表 해 감사 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이번 國 家 戰 略 포럼이 成 功 的 으로 開 催 되고 우리 나라 安 保 에 一 助 가 되는 포럼이 될 수 있도록 많이 指 導 鞭 撻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9 年 10 月 9 日 世 宗 財 團 理 事 長 孔 魯 明 - X -
북한 핵개발의 안보적 함의와 동북아 글로벌 차원의 영향 전 성 훈 (통일연구원) 북한이 2009년 5월 25일 오전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2차 핵실험을 단행 했다. 2006년 10월 9일 1차 실험을 한 후 2년 7개월 만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규 모 4.7, 우리나라 기상청은 규모 4.5의 인공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대체적으로 2차 핵실험은 규모 2~4kt의 성공적인 실험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북한 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서 폭발력과 조종기술이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 게 진행된 성공적인 핵실험이었으며 앞으로 핵무기의 위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과 학기술적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1) 아울러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강성대국의 문을 열기 위한 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본 논문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야기한 전략적 함의를 남북관계, 북미 관계, 한국안보 등 다양한 차원에서 짚어보았다. 그 다음으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문제를 분석하고, 북한 핵에 대응한 일본 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아울러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은 서유럽과 미국 간에 진행 된 핵관련 협력 사례를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정책방 안을 제시했다. 전략적 함의 부분은 필자가 월간 북한 2009년 7월호에 발표한 글 을 수정 보완했고, 2) 나머지 네 부분은 필자의 통일연구원 2009년도 기본과제로 출 간될 저서의 관련 내용 일부를 정리 보완한 것이다. 3) I. 전략적 함의 북한의 2차 핵실험은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 안보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함의를 1) 조선중앙통신, 2009년 5월 25일. 2) 전성훈, 북한 핵보유 의지 확인과 대외협상 및 위협용, 북한, 2009년 7월호, pp. 26~29. 3) 전성훈,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 미 전략적 협력에 관한 연구, 2009년 10월 출 간 예정. - 1 -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2차 핵실험이 노무현 대통령의 상중에 실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국민 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실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 가 되었다. 북한정권에 우호적인 친북세력도 노대통령 상중에 실시된 핵실험에 대 해서는 북한을 변호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단순히 핵실험을 한 것 뿐 아니라 노대통 령 서거에 대한 애도 조전을 보낸 지(5시 57분) 불과 4시간도 안되어 핵실험을 실시 했다는(9시 54분) 사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북한정권의 이율배반적 특성을 잘 드 러냈고, 결과적으로 북한 지도부를 다시 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2차 핵실험으로 지 금까지 북한이 외쳐댔던 우리 민족끼리 의 허구성과 위장 평화공세의 실체가 드러 난 것이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북한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2차 핵실험을 통해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정권의 핵보유 의지가 굳건하다 는 점을 확인했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에 대해서 그동안 존재했던 불확실성이 사라 진 것이다. 예를 들어, 부시 행정부의 경우 대화를 통해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생 각과 의도를 확인하겠다는 것을 6자회담의 중요한 명분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장 거리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으로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가 핵보유, 특히 미사일 탑재용 소형 핵탄두의 개발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의 핵보유 의지가 확인된 만큼, 추가 핵개발과 핵확산을 막는데 중점을 두고, 실제 핵 폐기는 김정일 후로 미루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견해가 미국 내에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4) 셋째, 북한의 확고부동한 핵보유 의지가 확인된 만큼, 미국 내에서 클린턴 행정부 이후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클린턴의 북핵 폭격 시도와 제네바 합의, 부시의 압박과 협상이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북한의 핵 능력은 오히려 다섯 배 정도 신장되었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나쁜 행동 에 보상만 해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이런 식의 구태에서 벗 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었다. 5) 예를 들어, 게이츠 국방장관은 같은 말 4)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Dan Blumenthal and Robert Kagan, What to do about North Korea, Washington Post, Tuesday, May 26, 2009. 5) No crisis for North Korea, Washington Post, Tuesday, May 26, 2009. - 2 -
을 두 번 사는 것에 지쳤다 고 말하면서 핵포기 카드로 계속해서 대가를 얻어내려 는 북한정권의 전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6) 오바마 행정부는 워싱턴 DC의 한반 도 전문가들에게 영변을 세 번 사는 일 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 로 알려졌다. 7) 이런 맥락에서, 핵포기 결심을 확실하게 이끌어내기 위해서 그 대가 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하겠다는 소위 '포괄적 패키지'가 구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009년 7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포괄적 패키지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 다. 8) 넷째, 미국의 주도 아래 상당히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가운데, 섣 부른 북 미 대화는 부시 행정부 때처럼 국제사회의 공조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 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비해서 훨씬 강화된 결의 안 1874호에 의거해서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2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 1874호는 다음과 같이 세 개의 핵심내용으로 되어 있다: 1WMD와 미사일 의 수출입 통로를 차단하는 선박 항공기 검색, 2무기개발 자금줄을 끊는 금융제재, 3소형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의 대북한 수출입 금지. 이미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핵심 인물과 기업에 대한 해외자산 동결, 그리고 여행제한 조치가 취해졌 다. 9) 다섯째, 북한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었 고 더 나아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보다 정권유지를 더 중시하면서 6자회담을 통 해 외교적 점수만 따려한다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중국의 역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 를 접고 한 일 호주 EU 등 미국의 우방을 중심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 의 존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0) 또한 한 미 일을 중심으로 미 사일방어망 (Missile Defense: MD)을 강화해서 중국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서 중국 6) Blaine Harden, N. Korea seen moving missile to launchpad, Washington Post, May 31, 2009. 7) 조선일보, 2009년 5월 29일. 8) 캠벨 차관보는 중견언론인 조찬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평양이 우리의 공 통 목표라 할수 있는 '핵 없는 한반도'로 돌아가는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 을 내린다면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은 국제사회의 지지 메시지를 담은 포괄적 패키지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 이런 포괄적 패키지는 미국 단독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한 중 일과 조율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http://www.joins.com, 2009년 7월 20일. 9) 조선일보, 2009년 7월 17일. 10) Dan Blumenthal and Robert Kagan, What to do about North Korea. - 3 -
으로 하여금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강하다. 여섯째, 한 미 양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012년 4월 17일 목표로 추진중인 전시작전권 전환을 유보하거나 그 시기를 연기해 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강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국도 더 이상 이런 요구를 일축하기 어려울 것이다. 목표시한에 전작권 전환을 완료한다는 미국 정부 의 확고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전작권 환수 연기를 위한 서명운동 이 벌어지는 등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전환 결정을 안보를 무시한 좌파정권의 잘못 된 정책이자 한 미 동맹 약화의 상징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확산되어 왔다. 이런 상 황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에 힘을 실 어 줄 것이다. 일곱째, 한 미 동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남한에 대해 선언적 차원에서 핵우산을 제 공했지만, 2006년의 1차 핵실험 이후 핵우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무 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2차 핵실험으로 선언적인 핵우산을 실질적으 로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조치 의 필요성이 보다 강하게 대두되었다. 여덟째,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은 한국의 핵무장 논의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방식에 따라서 북한 핵에 대해서는 미국에 의존할 것 이 아니라 우리도 같은 무기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로써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은 5월 27일 MBC 라 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의 핵우산이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따져봐야 한다 며, 우리도 자위용 핵무 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가 왔다 고 말한 바 있다. 11) 앞으로 미국, 일본 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 내에서 전개될 핵무장 논의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주변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 핵보다 더 우려 스러운 것은 바로 한국의 핵무장이기 때문이다. 11) 연합뉴스, 2009년 5월 27일. - 4 -
II. 핵우산의 신뢰성 1. 핵우산의 법적 근거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의 법적 근거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동맹 국들과 맺고 있는 상호방위조약으로서 한 미 상호방위조약도 여기에 해당된다. 둘 째, 미국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보유를 포기한 비핵국가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소위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 (Negative Security Assurance: NSA) 약속이다. 12) 먼저, 한 미동맹의 경우 1978년 제11차 SCM부터 매년 회의 때마다 미국의 대남 핵 우산 제공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해두었다. 13)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 사를 명시적으로 서면으로 보장받아 온 것이다. 한편,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과 의 정상회담에서는 한 미 동맹 역사상 최초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정상회담의 공 동발표문에 명시함으로써, 14) 공약의 진실성을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미국이 비핵국들에게 제공하는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이란, NPT에 가입하거나 그 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비핵국가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기 본정책으로 견지하는 가운데 특정한 경우에는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 을 조건으로 두고 있다는 뜻이다. 그 조건이란 비핵국이라 하더라도 다른 핵보유국과 동맹관계에 있거나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하는 경우 해당 비핵국에 대해서는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 약속을 철회하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에 따르면, 핵보유국인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맺고 있 는 북한이 미국의 동맹국인 남한을 공격하는 경우, 미국은 상기 예외조항에 의거해 12) 편의상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핵국 (nuclear weapon state), 그렇지 않은 나라 를 비핵국 (non-nuclear weapon state)이라고 부른다. 13) 전호훤, 미국의 대한( 對 韓 ) 핵우산 공약에 대한 역사적 조명, 국방정책연구, 2008년 여름, pp. 29~57. 14) 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 The White House, Office of the Press Secretary, Washington, DC June 16, 2009. - 5 -
서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미 상호방위조약이 미국의 핵 우산 제공을 보장하는 원칙적인 안전장치라면, 미국의 조건부 소극적 안전보장 약 속에 담겨있는 예외조항은 핵우산 보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추가적인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 9번째로 핵무기를 개발한 만큼 이러 한 예외조항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핵을 가진 북한이 남침을 감행할 경우 이를 핵으로 보복 격퇴하는 데 국제법적인 제약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2. 핵우산의 효과와 문제점 핵우산은 냉전시대에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의 세력팽창과 도발을 억지한 것 은 물론 냉전 종식 이후에도 전쟁을 예방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 어, 1990년 걸프전쟁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에게 화학 세균무기를 연합 군에게 사용할 경우 미국은 가장 강력한 대응 (the strongest possible response)으 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핵무기 사용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부시의 경고가 후세인의 전쟁수행 방식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 만, 15) 미국의 핵보복 위협이 전쟁당사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주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까지 개발한 한반도의 안보상황에서 핵우산의 효력은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 다. 핵우산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 다. 첫째, 핵우산의 신뢰성이다. 적대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공격과 미국의 동 맹국에 대한 공격이 핵무기로 보복할 가치와 필요성이 똑 같은 사안이라는 점을 인 식하게 만들어야만 핵우산 정책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우산이 등장한 이후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에도 미국이 과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은 지속되어 왔으며, 이런 의문은 소련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 핵무기 를 보유하면서 더욱 커졌다. 그 이유는 서유럽에 대한 소련의 공격에 대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경우 미국 본토가 소련의 보복 핵공격 위협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 다. 즉 독일의 뮌헨이나 영국의 런던을 보호하기 위해서 뉴욕이나 워싱턴을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던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장거리미사일을 개발 15) Steve Fetter, Limiting the role of nuclear weapons, in Harold Feiveson, ed., The Nuclear Turning Point: A Blueprint for Deep Cuts and De-Alerting of Nuclear Weapons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1999), p. 39. - 6 -
해서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는 경우 한반도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이 서울이나 부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과연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혹은 워싱턴을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될 것이다. 둘째,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이 초래하는 정치적, 도덕적 부담이다. 핵우산은 적 대국의 재래식 공격에 대해서도 핵무기 사용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의 선 제사용으로 인한 여러 가지 형태의 부담을 수반할 수 있다. 미국이 1945년 일본에 두 발의 핵무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아직도 정치적, 도덕적 비판을 받고 있는 것 이 현실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군사안보전략을 채택했다. 반면에, 오바마 행정부는 소위 핵무기 없는 세계 (nuclear-weapon-free-world)를 지향하면서 핵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오히려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를 저 하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비판도 있다. 3. 핵국과 비핵국의 타협 핵우산 개념을 둘러싸고 한 가지 중요한 오해가 있다. 바로 핵우산이 핵무기를 보 유한 강대국이 그렇지 못한 약소동맹국에게 베푸는 안보적 시혜라는 인식이다. 여 기에는 안보동맹을 책임지는 세계질서의 주관자로서 우방국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강대국의 패권적 논리가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NPT라는 국제제도의 틀 속에서 핵무장 옵션을 완전히 포기한 많은 나라들이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핵우산을 안보적 시혜의 관점에서 수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핵우산은 핵국과 비핵국간의 안보적 타협이다. 핵국이 비 핵국에게 핵우산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바로 해당국가의 핵무장 포기 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 핵우산을 대가로 한 한 일 양국의 핵무장 포기는 미국에 게 핵비확산 체제의 강화라는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준다. 16) 즉 핵우산을 정점으로 16) 미국이 1978년부터 한 미 SCM 공동성명에서 핵우산 제공을 최초로 명기한 것 은 박정희 대통령의 핵개발 시도에 대한 미국 측의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인택, 동맹과 확장억지: 유럽의 경험과 한반도에의 함의, EAI-JPI 동아시아 평 화 컨퍼런스, 동아시아연구원 제주평화연구원 공동 주최, 서울, 2009년 9월 11 일, p. 117. - 7 -
한 핵국과 동맹국간의 관계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쌍방이 원하는 것을 주고받 는 타협의 관계이다. 이는 한국이 핵우산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인 실천조치를 미국에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 다. III. 일본의 대응 북한 핵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북한 핵 을 빌미로 미 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 러진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과 핵이 결합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미사일방어 망 (MD) 구축에 진력하고 있으며, 이로 이해 중국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다. 다른 한편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식으로 북한 핵에는 같은 핵으로 대응 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그 방식은 세부적으로 두 가지로 나뉘는 데, 일본 이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하는 것이 하나이고,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운용과 전략 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1. 일본의 핵무장 논의 활성화 2009년 6월 한 일 정상회담에서 아소 수상이 북한 핵문제가 심각해지면 일본 내부 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질 것 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7) 정상회담에서 일본수상이 직접 이런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 특이하지만, 사실 북한 핵에 대응한 일본의 핵보유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본은 1967년부터 핵무기를 보유 제조하거나 반입시키지 않는다 ( 持 たず, 作 らず, 持 ち 込 ませず)는 비핵 3원칙 을 견지하면서도 18) 내부적으로는 핵무장 가능성에 대 한 연구를 주기적으로 해왔다. 비핵 3원칙 을 선포한 사또 수상도 핵무장에 대한 비밀 검토를 지시한 적이 있다. 19) 나까소네 전 수상이 방위청장관이던 1970년에 발 표된 방위백서는 소규모 전술상의 순수한 방어용 핵무기를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 로 가능할 수 있다 고 밝혔다. 20) 헌법상 공격용 핵을 갖는 것은 어렵지만 자위를 17) 朝 日 新 聞, 2009년 7월 31일. 18) 1967년 사토( 佐 藤 榮 作 ) 수상이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사회당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비핵 3원칙을 선언했다. 佐 々 木 芳 隆, 核 戰 略 の 中 の 日 本, 坂 本 義 和 編, 核 と 人 間 : 核 と 對 決 する20 世 紀 ( 東 京 : 岩 波 書 店, 1999), p. 244. 19) 朝 日 新 聞, 1994년 11월 13일. - 8 -
위한 소규모 핵보유는 가능하다는 것이 일본 정 관계의 저변에 깔린 인식인 것이 다. 두 발의 핵무기로 패전국이 된 일본국민들의 핵에 대한 저항감, 즉 핵알레르기 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핵무장과 군사대국화를 지지하는 의견은 전후 일본사회에서 쉽 게 표출되기 어려웠다. 평범한 일본국민들의 이런 인식을 바꿔놓은 것이 바로 북한 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1993년 5월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하면서부터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북한 위 협론 이 일본국민들에게 먹혀들기 시작한 것이다. 1998년 8월 대포동미사일 시험은 북한 위협론 이 일본사회에 뿌리 내리는 계기가 되었고, 2006년의 1차 핵실험으로 북한 위협론 은 활짝 꽃을 피웠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이 3차 장거리미사일을 발 사했을 때, 일본 전역이 비상상태였지만 일본국민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라는 더 큰 화를 자초하는 화근이 될 수 있 는 것이다. 2. 미국 핵에 대한 접근성 강화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일본은 유사시 미군의 핵능력에 대한 접근 권 한, 즉 핵전력과 핵전략의 운용 전술에 대한 협의와 의사결정 체계에 참여할 수 있 는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조용하게 기울여왔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 하고 6개월 후인 2007년 3월 20일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당시 미국과 함께 작성하고 있던 공동작전계획에 미국측이 핵우산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1) 그 이유는 일본이 북한의 핵위협을 받는 비상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미국이 일본과 어떻게 협력해서 대응할지, 그리고 어느 시점 에서 핵무기 사용 결정을 내리고 어떤 방법으로 일본에게 알려줄지 등에 대해서 알 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일본 전문가와 관료들로부터 미 일 양국이 미군의 핵사용에 관한 협력을 강화 20) Selig Harrison, Japan to be medium-rank power,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October 21, 1970. 1980년도 방위백서도 나이키-허큘리스 방공미사일과 203mm 유탄포와 같은 방 어용 핵무기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朝 日 新 聞, 1980년 10월 15일. 21) 연합뉴스, 2007년 3월 20일. - 9 -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1998년부터 4년간 유엔주재 일본대사를 역임한 사토(Yukio Satoh)는 지금까지 미 일 안보협력이 보여준 특징은 미국의 확 장억지가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 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일본에서 최근 미국의 안보공약의 신뢰성에 대한 우 려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22) 사토 대사는 미 일 양국이 핵을 포함한 확장억지의 개념을 공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일본이 미국의 핵전략과 작전계획에 대한 정보를 받고 일본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유럽의 경험을 모델로 삼고 있는 듯하다. 23) 유럽에서는 냉전시대부터 미국 의 핵우산 보호를 받는 나토 회원국들과 미국 사이에 핵관련 협력이 진행되어 왔 다.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 를 요구한 것이 그 동기였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전문가와 관료들도 일본의 요구 에 공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외교정책분석연구소는 일본과 미국이 핵무기 운용에 국한된 나토식의 핵계획그룹 (Nuclear Planning Group: NPG) 보다는 핵을 포함해서 보다 다양한 요소들을 다루는 억지정책그 룹 (deterrence policy group)을 창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24) 이 그룹에 서 다룰 수 있는 의제로는 다음 사항들이 제시되었다: 1미국의 핵정책과 미 일 핵 협력 시나리오, 2미 일 공동 위협평가, 3북한과 중국의 억지전략에 대한 공동연 구, 4핵 미사일 확산에 대한 공동대처, 5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경제제재와 외교적 조치 공유 등.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로 임명되어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켐벨 (Kurt Campbell)도 미 일 양국이 핵 억지의 요소들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시작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5) 22) Yukio Satoh, Reinforcing American extended deterrence for Japan: an essential step for nuclear disarmament, Policy Forum Online, Nautilus Institute, May 5, 2009. 23) Jacquelyn Davis, et al., Updating U.S. Deterrence Concepts and Operational Planning (Cambridge, MA: Institute for Foreign Policy Analysis, February 2009), p. 10. 24) James Schoff, Realigning Priorities: The U.S.-Japan Alliance & the Future of Extended Deterrence (Cambridge, MA: Institute for Foreign Policy Analysis, March 2009), p. xiv. 25) Stephen Yates and Christian Whiton, Smarter North Korean diplomacy: talking to allies is more important than talking to Pyongyang, Wall Street Journal, August 5, 2009. - 10 -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과 미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 선 일본은 자체적인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미군 핵 에 대한 접근성 강화를 차선책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을 아시아 최대의 전 략동맹으로 간주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서유럽에서 진행되어 온 수준의 핵협력 요 구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이고, 역시 일본의 핵무장을 피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서 일정 부분의 핵협력에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런 시도가 일본 의 핵무장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보장책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만약 이런 노력 이 만족스럽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일본은 자체 핵무장을 비밀리에 추진하되 핵보 유 여부는 이스라엘과 같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이다. Ⅳ. 미 서유럽의 핵협력 사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소련과 동유럽의 막대한 재래식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서유럽 국가들의 핵무장 방안이 추진된 바 있다. 미국이 NATO 회원국들로 하여금 병력을 차출해서 핵무기를 갖춘 해군력을 만드는 다국적 핵군 (Multilateral Force: MLF) 창설방안을 제의한 것이다. MLF 방안은 NATO가 핵무기를 탑재한 함 정과 잠수함을 보유하고 이들 핵무기를 NATO 회원국에서 파견한 병력으로 운영함 과 동시에 NATO의 통제하에 두자는 것이었다. 당시 핵무기가 없던 NATO 회원국 들은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길 원했고, 특히 서독 이 MLF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반면에 미국은 NATO 군사동맹을 활성화하고 NATO 를 이용한 핵무기 집중화 (nuclear centralization)를 통해서 서유럽 각국의 개별적 인 핵개발을 막고자 했다. 특히 미국은 MLF를 이용해서 서독의 핵무장을 예방하고 자 했다. 케네디 행정부는 출범 초기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MLF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1963년 2월 NATO에 정식으로 MLF 창설을 제의했는데, 골자는 NATO 사 령관 휘하에 핵무장 군함과 잠수함 선단을 두자는 것이었다. 26) 하지만 최종 핵단추 를 누를 권한은 미국이 갖도록 했기 때문에 NATO 회원국들은 MLF가 군사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핵문제에 대한 독일의 발언권이 강화되는 데 대한 NATO 회원국들의 우려 때문에 MLF 방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27) 26) Lawrence Freedman, The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 (New York, NY: St. Martin s Press, 1989), p. 327. 27) Honoré Catudal, Nuclear Deterrence--Does It Deter? (Atlantic Highlands, NJ: Humanities Press International, Inc., 1986), pp. 221~222; Karl-Heinz Kamp, - 11 -
MLF의 대안으로 미국이 1966년 12월 선택한 것이 NATO 내에 핵계획그룹 (NPG) 을 만드는 것이었다. 미국의 핵우산이 구체성과 신뢰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 미국은 핵계획그룹을 창설해서 소련의 침공이 있을 경우 언제 어디에서 어 떻게 핵을 사용할 것인가를 논의했고, 논의 결과를 토대로 소련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핵을 배치했다. 28) 핵계획그룹은 NATO의 비핵 회원국들이 핵 관련 계획과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하는 마당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미 국, 영국, 이태리, 서독이 상설 회원국이고 나머지 회원국들 중 서너 국가가 돌아가 면서 회의에 참가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NATO는 통합된 군사전략의 일부였 던 핵무기를 떼어내서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었고, NPG의 역할도 축소되었다. 29) 유럽에서는 냉전 종식으로 축소된 안보협력 조치가 동북아에서는 북한 핵으로 인해 서 일본과 한국에 의해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NPT 제I조의 핵무기 핵통제권 이전금지 부분은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 즉 핵우 산 공약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미국은 NPT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핵우산 공약을 실현했다: 30) 1서유럽에 미군이 통제하는 핵 무기 배치, 2나토회원국에 대해서 전시에 핵무기 사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훈 련 실시, 3나토의 핵계획그룹(NPG)을 통해서 핵문제에 대한 자문과 협의 진행. NPT로 인해서 동맹국과의 핵무기 공유가 금지되고 핵우산 공약의 실천수단도 규 제되었지만, 미국은 NPT 범위 내에서 우회적으로 핵우산 공약을 제공한 것이다. 한편 미군 핵무기에 대한 통제는 전쟁의 발발로 NPT 제I조의 의무가 자동 소멸될 때가지 미국이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NATO 동맹국이 전시에는 미군 핵을 사용하거나 핵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유럽이 제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례는 이중열쇠 (dual key) 개념이다. 이중 열쇠는 미국이 1980년대 초 서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 배치된 핵무 Germany and the future of nuclear weapons in Europe, Security Dialogue, 1995, p. 281. 28) Stephen Yates and Christian Whiton, Smarter North Korean diplomacy: talking to allies is more important than talking to Pyongyang. 29) Holger Mey and Andrew Denison, France s nuclear tests and Germany s nuclear interests, Comparative Strategy, 1996, p. 171. 30) Lewis Dunn, The NPT: assessing the past, building the future, Nonproliferation Review, Vol.16 No.2, July 2009, pp. 144~145. - 12 -
기를 해당국가와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시한 것이다. 미국은 INF 조약이 체결되기 전에 퍼싱 II 미사일과 지상발사크루즈미사일 (Ground Launched Cruise Missile: GLCM)을 유럽에 배치하면서 5억 달러에 달하는 배치비용의 일부 를 부담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이중열쇠 개념에 입각해서 핵무기를 공동으로 관리 하는 권한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31) V. 한국안보를 위한 정책방안 1. 이중경로 (Dual-Track) 정책 이중경로 정책이란 시한을 설정해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북한 비핵화 협상 을 동시에 추진하는 적극적인 북핵폐기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전시작전권이 전환될 예정인 2012년 4월 17일을 시한으로 정해놓고 북핵폐기를 추진하되, 이 시점까지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중경로 정책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깔려 있다. 첫째,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 는 것이 더 좋은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김정일 정권의 핵보유 의지가 강한 만큼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차선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북한 핵에 대응 해서 한 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응방안은 소규모의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를 북핵 폐기가 완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재배치하는 조치이다. 32) 셋째, 협상시한 을 설정하는 것이 협상을 촉진한다는 것은 협상전략의 기본이다. 31) 이중열쇠에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첫째는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유럽에 보관할 때 사용한 방식으로서 핵탄두는 미군이, 핵탄두의 운반수단은 탄두가 배치된 국 가의 군대가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이중국가통제 (dual national control) 체계로서 흔히 이중열쇠통제 (dual-key control) 체계라고 부른다. 둘째는 핵탄 두를 탑재한 운반수단을 발사하기 위해서 두 개의 열쇠를 동시에 사용하는 핵 발사 체계 (nuclear release system)로서 미국의 전략 핵 발사체계가 이렇게 되 어 있다. 퍼싱 II와 GLCM은 핵탄두와 발사체가 모두 미제이기 때문에 이 경우 미국이 제의한 이중열쇠 체계는 후자인 핵발사 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32)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1991년 9월 27일 부시대통령이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모두 제거되었고, 이로 인해 조성된 한반도 내 핵무 기 부재 상황은 남북간에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하는 중요한 배경이었다. 전 술핵 철수가 북한에 대해서는 핵개발 포기와 비핵화 공동선언 서명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이었던 셈이다. - 13 -
재배치된 전술핵은 북한 핵에 대응해서 한국의 안전을 담보하는 효과적인 억지력일 뿐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핵군축 협상에 대비한 한 미의 협상자산이 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방침을 굳힌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더 이상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보다는 전작권 전환은 군사적인 대비태세에 맞춰 진행한다 는 양국간 합의를 따르되, 지금부터는 전술핵 재배치를 전제로 한 이중경로 정책을 실현하 는 데 한 미의 역량을 모으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이중경로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중인 2009년 9월 21일 밝힌 북핵폐기를 촉진하기 위한 일괄타 결, 소위 그랜드 바겐 (grand bargain) 33) 방안과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그 랜드 바겐이 북한 핵 이라는 바윗돌을 위에서 드러내는 기중기라면 이중경로 정책 은 바윗돌을 밑에서 견인하는 지렛대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술핵이 재 배치되기 이전에 북한 비핵화가 실현되면 북한 핵만 폐기되므로 제로옵션 (zero op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전술핵이 재배치된 후 핵군축 협상에 의해서 북한 핵 과 주한미군 전술핵이 함께 제거되면 쌍방의 동시 핵폐기이므로 더블제로옵 션 (double zero option)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중경로 정책은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구실로 정전협정을 북 미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한반도의 평화구도를 자기 들 입맛대로 바꿔놓으려는 북한정권의 전략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핵우산은 초창기부터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핵우 산을 제공받는 미국의 서유럽 동맹국들은 핵우산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마바 대통령이 2009년 6월 정상회담 공동문서 에서 확장억지를 명문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가 미국의 핵우산 강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34) 따라서 한 반도에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고 핵우산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도는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한시적으로 재반입하고 적극방어 차원 에서 보다 공고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는 일이다. 핵우산을 둘러싼 한 미 양국의 관 계가 미국에 의한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양국이 상생하는 관계라는 사실은 한국 이 보다 적극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전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근거가 된다. 33)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코리아 소사이어티(KS), 아시아소사이어티(AS) 공동주최 오찬 연설에서 이제 6자회담 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 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을 추진해 야 한다 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9년 9월 21일. 34) 한인택, 동맹과 확장억지: 유럽의 경험과 한반도에의 함의, p. 107. - 14 -
미국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거부하고 있으나 미국을 설득하고 다른 6자회담 참가 국들도 동의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에 배치되었던 전술핵은 1991년 미 소의 묵시적 합의 하에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철수했지만 러시 아 정부의 양해만 얻으면 외교적인 문제도 없을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이 반대할 수도 있지만, 북한 핵개발로 인해서 철수했던 전술핵을 불가피하게 재반입하는 만 큼, 러시아와 중국 정부를 자극해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북핵폐기 를 촉진할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소규모 전술핵의 한시적 재배치는 한국 사회의 핵주권 논란을 불식키시고 한국의 비핵정책을 유지하면서 일본의 핵무 장 논란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각에서 북한 핵에 대응해서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북한 핵을 빌미로 일본의 핵무장 이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 이상으로 한반도의 안보에는 바람직하 지 않은 사태로서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일이다. 북한 핵을 억지하기 위한 주한미 군의 한시적인 전술핵 재배치가 일본의 영구 핵무장 보다 나은 방안이라는 점에 대 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서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북핵폐기를 전제로 한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소련이 서유럽 의 요충지를 타격할 수 있는 SS-20, SS-4, SS-5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자 미국은 1979년 12월 소련의 서유럽 침공에 대비한 NATO의 핵 억지력을 높이고 동시에 협 상에 의해 쌍방 미사일의 철수를 도모하는 소위 이중경로 (dual-track) 정책을 채 택했다. 이 정책에 따라서 미국은 108기의 퍼싱 II 미사일과 464기의 지상발사크루 즈미사일 (GLCM)을 1983년 12월부터 5년에 걸쳐서 서유럽에 배치하고, 이와 동시 에 유럽에서 미 소의 중거리핵미사일을 폐기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 선 협상을 통해 소련이 이미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시키고 이를 대가로 미국이 예정 된 미사일배치를 취소하도록 하되, 협상이 실패하면 예정된 미사일 배치를 강행한 다는 정책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1년 11월 18일 소련의 중거리미사일을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은 퍼싱 II 미사일과 지상발사크루즈미사일 배치를 포기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 제로 옵션 (zero option) 계획은 이중경로 가운데 협상의 경로에 해당된다. 레이건의 제 안을 계기로 미 소 협상이 1981년 11월 30일 시작되었고, 레이건은 1983년 3월 미 소가 일정 수의 중거리핵미사일을 보유하도록 완화된 제로옵션의 수정안을 제의했 - 15 -
다. 1983년 9월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이 발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1983 년 11월 미국은 퍼싱 II와 GLCM의 실전배치를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협상이 중단 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미 소 양국은 1987년 INF 조약을 체결하 고, 양국이 보유한 모든 중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결국 서유 럽의 중거리 핵미사일 폐기 사례는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가 북핵폐기를 도모하는 한 미의 협상력을 높여줄 수 있는 협상자산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전을 보다 확 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책략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는 남북한의 군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북핵문제가 제기된 이후 한국 국방부의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북한 핵을 타격할 수 있다는 발언이 몇 차례 있었다. 예를 들어, 2000년 12월 이준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 보유 가능성을 전제로 유사시 대북 타격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35) 2008년 3월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 (남한) 지역에서 작동하지(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 라면서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서 군 관계자는 북한 핵무기가 남한에서 터지지 않도록 북한의 핵무기가 있는 장소를 타격하려면 북한이 핵미사일 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정밀유도무기로 선제공격을 해야 가능하다 고 말했 다. 36) 이 발언이 소위 대북 선제예방공격 의지를 밝힌 것으로 확대되어 국내 진 보세력의 비판을 야기한 것은 물론 북한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대화 거부의 빌 미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은 통지문을 발 표하고 김태영 합참의장의 답변을 선제타격 폭언 이라고 규정하면서 지금까지 북 남관계 역사에서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는 가장 엄중한 도전이며, 우리에 대한 공 개적인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무분별한 도발행위 라고 비난했다. 37) 이후 북한은 기 회만 있으면 남한의 선제타격론과 미국의 선제공격론을 엮어서 대남 비방을 강화했 다. 38) 이런 논란은 핵이 없는 한국에게 있어서 북한의 핵이 먼저 사용되는 사태를 35) 이준 국방부장관은 2002년 12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서 북한의 전 술핵무기 개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한국에 대한 공격용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면서 유사시 대북 타격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고 밝혔다. 동아일보, 2002년 12월 30일. 36) 중앙일보, 2008년 3월 27일. 37) 연합뉴스, 2008년 3월 29일. 38) 예를 들어,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 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17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남 한의] 사소한 선제타격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보다 신속하고 더 위력한 우리 식 - 16 -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 군사목표이기 때문에 한국군은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의 유혹 을 강하게 느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지하는 것은 물론 한국군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역할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의 군사적인 안 정을 도모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2. 한 일, 한 미 일 핵자문회의 동북아에서 한 일 양국은 모두 미국의 핵우산 보장을 받고 있지만 앞서 살펴본 바 와 같이, 핵무기가 개발된 이래 역사적으로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 이 제기되었다.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해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과 시스템을 정립하고 필요한 훈련을 해놓지 않는 한 핵우산 공약은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즉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더 불어 미국의 핵우산 공약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는 추가적인 협력조치가 필요하다.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미국의 핵우산 공약의 신뢰성 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 국방부가 소위 지구적 태세검 토 (global posture review)에 따라서 해외주둔 미군의 감축과 신축적인 운용을 추 진함으로써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지의 신뢰성이 떨어졌고, 이는 동맹에 대한 안 보 공약의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는 사실을 미국도 인정하고 있다. 39) 또한 2012년 4월을 목표로 전시작전권 전환과 연합사 해체가 추진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미국의 전체적인 안보 공약과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부 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에서는 서유럽의 경험을 원용해서 미군의 핵전력 운용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예 를 들어, 한국도 미국 핵무기의 표적선정 등 사용계획에 우리의 뜻이 반영될 수 있 도록 요구해야 하고, 미국의 핵탄두를 한국의 미사일에 탑재하는 등 핵우산 구성전 력에 한국군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40) 의 앞선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다... 남조선의 호전광들은 핵무기보다 더 위 력한 타격수단에 의거한 우리 식의 선제타격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반민족적 이고 반통일적인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고 그 위에 통일조국을 세우는 가장 단호하고 무자비한 정의의 타격전으로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로동 신문, 2008년 12월 23일. 39) Jacquelyn Davis, et al., Updating U.S. Deterrence Concepts and Operational Planning, p. 11. - 17 -
2009년 8월에는 미국의 전문가들도 서유럽의 핵계획그룹과 같은 동북아판 핵전략 계획그룹 (Nuclear Strategic Planning Group: NSPG)을 창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 시한 바 있다. 41)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부 고위자문관을 담당했던 예이츠와 화이톤(Stephen Yates and Christian Whiton)은 지금의 동북아 는 서유럽의 1960년대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하고 미국은 동맹국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도록 NSPG를 창설해서 핵억지 및 방어 계획을 보다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의 동맹국들과 논의를 통해 전 통적인 핵억지 외에도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거부억지 (detererence by denial) 등 으로 억지의 저변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이 런 노력을 통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의 잘못된 행동으로 중국의 공격능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부가 깨닫도록 함으 로써 중국의 대북한 압력 행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 서유럽식의 핵계획그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 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 동비전 에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언급한 것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불신 때문이라 는 지적이 있다. 42) 이들은 한국이 미국과 핵무기에 관한 전략, 전력구조, 운용 독트 린 및 표적선정 등을 논의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진단했 다.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극히 예민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 핵에 대한 지식이 부족 하고 한국 사회가 이런 문제를 의미 있게 다룰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핵문제와 같이 통제가 강한 사안에서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으며, 한국이 일본을 기준으로 삼아 미국에 대한 요구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 각각 북한 핵에 대해서 어떻게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며 미국의 핵우산 공약의 신뢰성을 높일 40) 홍순명, 서독 사례로 본 핵 없는 핵 보유 가능성, 신동아 2009년 7월호, pp. 288~291. 41) Stephen Yates and Christian Whiton, Smarter North Korean diplomacy: talking to allies is more important than talking to Pyongyang. 42) Brad Glosserman and Ralph Cossa, U.S.-ROK relations: a Joint Vision--and concerns about commitment, PactNet Newletter #54, Pacific Forum, August 4, 2009. - 18 -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강구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09년 6월 한 일 정상회담에서 아소 수상이 북한 핵문제가 심각해지면 일본 내부에서 핵무장 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질 것 이라고 얘기 했을 때, 우리는 그러면 한 일 간에 북핵에 대응한 전략대화를 시작하자 고 응수하고 한 일 핵자문회의 구성을 제 의했어야 했다. 또한 북핵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핵보다 정권붕괴를 더 걱정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북핵을 이대로 방치하면 중국이 손해를 볼 수 있다 는 사실을 중국지도부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중국전문가 들이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아소 수상의 핵무 장 발언이 중국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이 축적되어 일본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 즉 일본 핵이라는 절대 악 이 필 요 악 으로 둔갑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한 일 전략대화와 핵자문회의를 구성하는 것은 북한 핵을 핑계로 한 일본의 핵무장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일 뿐 아니라 미 일 핵전략 대화도 견제 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대화는 또한 양국 내에 존재하는 핵무장 선 호 여론도 달래면서 양국의 비핵정책을 살려나갈 수 있는 완충역할도 할 수 있다. 특히 이미 일본과 미국 사이에 유사시 미군의 핵전력에 대한 일본의 접근 권한을 강화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미 일 협력이 한 미 협력에 비해 앞서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태평양 사령부는 북한 등 불량국가의 WMD를 제거하기 위한 협력을 진행중인 데, 일본과는 WMD 방어워킹 그룹을 구성해서 WMD로 공격받았을 경우를 상정한 작전, 제독, 의료 등 제반 준 비를 하는 반면에 한국과는 WMD 제거에 초점을 맞춘 반확산워킹그룹을 구성한 데 그치고 있다. 43) 핵전력 운용에 대한 미 일 간의 협력은 한국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보 여준다. 최소한 우리도 핵우산 공약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과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전략 대화를 가질 것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우리로 서는 한 일, 한 미 전략대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이를 한 미 일 3국핵자문회 의 (Trilateral Nuclear Consultative Committee: TNCC)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바 43) Paul Bernstein, International Partnerships to Combat Weapons of Mass Destruction (Washington, DC: National Defense University, May 2008), p. 29. - 19 -
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럽의 경험을 토대로 할 때, 3국 핵자문회의는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고, 일본의 핵무장을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일 양국 내의 핵무장 지지 여론을 무마하고 건설적으로 흡수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핵무기와 관련해서 한 미 일 3국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구체적 이고 실질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의 단초를 마련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서유럽의 경험을 고려할 때, 유사시 미군이 한반도 인근에서 중 러에 대해 핵 을 사용할 경우에 대비하여, 냉전시대의 서독처럼, 중 러에 대한 미사일 발사의 책 임을 한국이 공유하는 정도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우리 나라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강대국 간의 분쟁에 연루되어 부 담을 지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핵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인접 해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에 우리의 입지가 난처해질 수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처지 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 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 러의 민감한 안보이익을 침 해하는 일이 없도록 예지를 발휘해야 한다. 3. 발상의 전환과 결연한 의지 현 시점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예방하는 데 실패한 우리에게 필요한 두 가지 덕목을 들자면, 발상의 전환과 결연한 의지이다. 북한의 핵보유 는 한국이 남북분단 이후 직면한 가장 비정상적인 안보상황이라는 각성을 토대로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핵이 초래한 새로운 안보현실은 그동안 한국이 안주해 온 안보의 온실에 구멍이 뚫려서 비가 새고 매서운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과 결연한 의지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에서는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들여오는 이중경로정책에 대해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주변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느냐는 자극론 과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서 그 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 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서 남북대화, 북 미 대화, 다자회담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대화 틀은 다 사용해봤다. 북 미 대화에서는 미국에 기대를 걸었고, 6자회담에서는 - 20 -
중국에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의 기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제는 주 변국을 적절히 자극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판을 깰 수 있는 한국의 핵무장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제외하고,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고 본다. 미국도 진정한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입장을 경청해야 한다. 미국은 태평양 의 해군이 보유한 전술핵으로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전술핵이 바다 멀리에 있는 것과 한국 땅에 있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전술핵 재반입 문제가 공론화되면 북한과 국내의 친북세력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 고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온다며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서유럽에서도 레이건 대 통령이 중거리핵미사일 배치 결정을 내리자 반전 평화 데모가 치열하게 벌어졌었 다. 그러나 당시 나토는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결연하게 재배치 결정을 시행함으로 써, 결과적으로 소련의 중거리핵미사일을 모두 폐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정 부와 국민 모두 결연한 자세를 가질 때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북한 비핵화를 달 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PSI에 전면참가하면 전쟁이 난다며 반대했던 주장이 대북 PSI를 제도화한 안보리결의안 1874호가 채택된 후 사라진 것은 정당한 정책 앞에서는 악의적인 비판이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21 -
국제공조의 한계와 대안 오경섭(세종연구소) 1. 서론 지난 20여 년 간 진행되어온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은 북한의 핵보유 억제조건을 강 화하여 핵무장에 따른 이익보다 비용과 불이익을 증가시키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폐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과 정책담당자들의 믿음에 기초하고 있었다. 국제사회는 2차 북핵위기 이후 북핵 해결 전략을 북미 양자회담에서 국제공조를 통 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려는 6자회담으로 바꾸었다. 국제공조는 대화와 제재를 통해 정치적 경제적 보상과 핵 폐기를 교환한다는 구상 에 기초하고 있었고,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이었다. 44) 물론 국제공조 참여국들 사이에는 대화와 제재 중에서 어디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 에 대한 입장 차이가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은 제재에, 중국과 러시아는 대화에 비 중을 두었고, 한국정부는 집권세력에 따라 대화와 제재의 중요도를 달리했다. 김대 중정부와 노무현정부는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인센티 브를 제공하면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북제재보다는 대화를 선호했다. 반면 이명박정부는 제재가 없는 대화만으 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중 시하고 있고, 동시에 핵 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북한정권이 스스로 핵 포기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 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2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강한 핵보유 의지 를 드러냄에 따라 과연 핵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고, 핵 포기 를 유도하려는 관련국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제공조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 무장 비용을 증가시킬 수단이 제한되어 있고, 국제공조의 핵심 행위자인 중국이 대 북제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경제제재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현실로 인해 북핵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공조가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제공조를 어떻게 활용해 44) Victor D. Cha and David C. Kang, Nuclear North Korea: A Debate on Engagement Strategies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3); 허문영, 북핵문제 본질과 국제공조론 보완방안, 국제문제연구 (2008 여름), pp. 59-66; 남주홍, 북핵 미사일 위기: 해법은 있는가, 국방정책연구 제25권 제2호 2009년 여름(통권 제84호), pp. 21-25. - 22 -
야 할 것인지,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해 졌다. 국제공조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정도로 최적의 상태에서 작동하지 않 았는지, 아니면 북한정권의 핵보유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기 때문에 국제공조를 최 적화하더라도 북핵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북핵 문제 해결 수단으로서 국제공조의 한계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 려고 한다. 45) 2장은 북핵 행위자별 정책 옵션과 국제공조전략을 살펴보고, 3장은 국제공조의 한계를 다룰 것이며, 4장은 심화되고 있는 북핵 딜레마에 대해서 분석 할 것이다. 5장은 결론과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2. 북핵 행위자별 정책 옵션과 국제공조전략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 참가국들과 북한의 정책옵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공조의 한계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대안 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등 국제공조 참가국들과 북한은 <그림1>과 같이 다 양한 정책과 전략을 구사하면서 북핵 협상을 진행한다. 이들은 현상변경을 위해 상 황에 따라 공세적 전략과 방어적 전략을 구사하고, 위기가 진행됨에 따라 자신들이 구사한 초기전략을 변경하기도 한다. 46) <그림1> 북핵 행위자들의 정책옵션 국제공조 참가국 관여정책 (강경 or 온건) 거 래 공세적 전략 or 방어적 전략 북한 도발 or 대화 북핵 위기를 방어자와 도전자의 시각에서 구분하면, 적에게 피해를 끼쳐서 현상변 경을 추구하는 공세적 전략(offensive strategies)과 도전자의 현상변경 노력을 좌 45) 이글에서 국제공조의 성과는 별도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46) Alexnander L. George, Strategies for Crisis Management, Avoiding War, edited by Alexander L. George (Boulder: Westview Press, 1991), p. 393. - 23 -
절시키기 위해 방어자가 적에 대한 이익 제공을 중단하는 방어적 전략(defensive strategies)으로 구분할 수 있다. 47) 공세적 전략에는 적에게 해로운 조치를 취하거 나 다양한 형식의 무력사용 위협 조치를 취하는 전략들이 있다. 공세적 전략의 목 적은 다양한 형태로 적을 안심시켜서 적에 의해 고조되는 위험을 감소시키고 적의 순응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도전자는 자신의 선호대로 현상을 변경시키기 위해 방 어자의 대응을 예측해서 다양한 공세적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국제공조 참가국들 과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상을 변경하기 위해 군사공격 경고, 경제 및 금융제재, 대화 중단,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공세적 전략을 구사했다. 방어적 전략은 방어자의 대응이 원하지 않는 위기고조를 유발함으로써 전쟁 발생으 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방어자는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회피하면서 국가 이익의 피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도전자들의 현상변경 노력을 좌절시키려고 한다. 방어자는 도전자가 자신의 방어 전략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추측해서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48) 국제공조 참여국들과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화 재개, 인센티브 제공, 합의 도 출(9.19공동성명,2.13합의) 등 방어적 전략을 구사했다. 또한 국제공조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시키기 위해 강경한 관여정책 (hawk engagement)과 상대적으로 온건한 관여정책(engagement)을 실행한다. 49) 이 두 정책은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억제활동과 관여가 옳은 정책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으나, 북한의 위협과 변화 의지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강경한 관여정책은 북한의 위협을 강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개혁과 국제체제 통합 등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의 핵 포기 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이명박정부와 오바마정 부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온건한 관여정책은 북한의 위협을 약하게 인식하고 있고, 개혁과 국제체제 통합 등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 며, 강압협상전략(coercive bargaining strategy)은 위기고조로 인해 위험을 증가시 키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제재에 부정적이다. 50) 또한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는 미국의 위협 때문이므로 체제안전 보장조치를 취하면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중국정부와 러시아정부가 이러 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NPT 탈퇴, 6자회담 중단, 핵실험, 장거리 47) Alexnander L. George, Strategies for Crisis Management, p. 378. 48) Alexnander L. George, Strategies for Crisis Management, pp. 379-392. 49) Victor D. Cha and David C. Kang, Nuclear North Korea: A Debate on Engagement Strategies. 50) Victor D. Cha and David C. Kang, Nuclear North Korea: A Debate on Engagement Strategies, p. 70, 74, 161. - 24 -
미사일 시험발사,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시인 등 도발정책과 핵시설 동결, 9.19 합 의, 2.13합의, 10.3합의, 6자회담 참가, 영변 냉각탑 폭파 등 대화정책을 적절하게 결합해서 실행했다. 국제공조 행위자(6자회담 참가국, 국제비확산레짐, 유엔 등)들이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관여정책을 실행하고 있고, 북한정권은 이에 대 응하기 위해 도발과 대화로 맞서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공조전략은 다음의 3가 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첫째, 특정국가가 핵무장으로 가는 것은 핵보유 동기와 억제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데, 핵무장 동기보다 핵무장에 따른 비용이나 불이익이 크면 핵무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1) 국제사회는 <그림2>와 같이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이 핵보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핵보유에 따른 비용을 증가시킴 으로써 억제조건을 강화하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해서 행동한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은 북한의 핵보유로 인 한 이익보다 비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해온 과정이었다고 이해 할 수 있다. <그림2> 북한의 핵 포기 조건 북한 이익 < 비용 이익 > 비용 핵 보유 핵 포기 둘째, 당근(보상)과 채찍(제재)을 결합시킨 관여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관여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3가지 중심수단은 경제적 수단, 외교적 수단, 군사적 수단이다. 52) 국제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보상은 주로 경제적 지원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 무역협정 체결, 경제제재 완화, 국제금융기 구 가입 허용, 연료 및 식량지원, 개성공단 생산제품 특혜 허용을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고, 53) 한국은 10년 안에 1인당 GDP를 3,000달러가 되도록 대규모 경제지원 51) Stephen M. Meyer, The Dynamics of Nuclear Proliferation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4), p. 14. 52) Dick K. Nanto, Emma Chanlett-Avery, North Korea: Economic Leverage and Policy Analysis, August 14, 2009, CRS Report for Congress, p. 10. 53) Dick K. Nanto, Emma Chanlett-Avery, North Korea: Economic Leverage and Policy Analysis, pp. - 25 -
을 실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대북제재는 군사적 위협, 금융제재와 무역중단 등 경제적 제재, 외교적 고립 등이 있다. 셋째, 국제사회는 문제해결을 위해 6자회담과 양자대화인 북미회담을 활용한다. 비 확산레짐과 같은 다자기구에서는 목표달성을 위해 다자외교와 양자외교를 최적의 상태로 결합시켜야 한다. 다자외교는 거래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한 가지 거래가 모든 참가국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레짐 순응에 높은 비용이 드는 개별국가들의 참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양자외교는 레짐을 설립한 국가들이 각 국가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원을 절약할 수 있으나,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각 국가들과의 새 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순응 비용을 가진 국가들은 양자거래를 가지고 다자외교를 보완해야 한다. 54) 미국 등 국제공조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 포기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협상 틀로 6자회담과 북 미 양자 대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3. 국제공조의 한계 1) 대북제재 수단의 제한 1차 북핵 위기이후 국제사회가 사용해온 대북제재 수단은 WMD나 미사일 관련 금 융거래와 무기거래 금지, 사치품 수입 제한 등 제한적 경제제재에 한정되어 있었다. 유엔 안보리는 1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제재 1718호를, 2차 핵실험 직 후에는 대북제재 1874호를 채택하여 제재에 나서고 있으나 유엔차원에서 이루어지 고 있는 대북제재는 북한정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 아니 다. 북한정권이 생존 위협을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군사제재나 전면적 경제 봉쇄를 실행해야 한다. 미국은 1차 북핵 위기에서 북핵 폐기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결합한 관여전략을 구사했고,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북핵 해결 가능성이 사라지자 경제 제재와 군사 공격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시켰다. 북한은 자신들 의 정권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미국의 군사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카터 전대통령을 초청했고, 그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다. 미국은 핵 59-61. 54) Daniel Verdier, Multilateralism, Bilateralism, and Exclusion in the Nuclear Proliferation Regime, International Organization. 62, Summer 2008, pp. 439-441. - 26 -
보유를 고집하면 정권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만들어 냄으로써 북한의 핵보유 이익보다 비용을 증가시키는데 성공했고, 제네바합의를 도출하게 되 었다. 그러나 1차 북핵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정부와 중국정부가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군사적 옵션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고, 이후 진행 된 북핵 협상에서는 군사적 옵션이 더 이상 제재수단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은 1차 북핵 위기를 통해 한국정부와 중국정부의 반대로 인해 미국의 군사공격이 어렵 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55) 북한의 학습효과는 2차 북핵 위기에서 장거리 미사일 시 험 발사, 2차례의 핵실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인정 등 과감한 위기고조 행동을 통한 핵능력의 발전으로 나타났다. 2차 북핵 위기과정에서는 한국정부와 중국정부가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킬 뿐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강경한 대북제재에 반대 입장을 취 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체제위협을 해소시켜주면 대화를 통해 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대북포용정책으로 일관했다. 노 무현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실행하 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을 크게 늘렸다. 중국은 1차 핵실험 당시 에도 제재에 미온적이었고, 2차 핵실험 후에는 유엔안보리의 제재에 동의했으나 적 극적으로 대북제재에 참가하지 않았다. 결국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수단의 제한으로 인해 북한정권의 핵보유 비용을 증가시키지 못했고, 결국 북한정권에게 핵을 보유 하면 정권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2) 불완전한 경제제재 국제공조의 한계는 지난 20여 년 동안 효과적인 경제제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핵 위기 과정에서 중국정부와 한국정부(김 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대북제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효과적인 경제제재 가 실행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경제제재는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최대효과를 발 휘한다. 56) 1 상대적으로 간단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주변국의 협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 고 반대세력으로 인한 제재 상쇄의 기회도 격하시킬 수 있는 경우이다. 55) 오경섭, 북한의 위기관리동학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8년 12월, pp. 86-87. 56) Kimberly Ann Elliott, Economic Leverage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International Economics Policy Briefs, Number PB 03-3, April 2003, p. 3-27 -
2 경제제재 조치 실행 이전부터 대상국의 정치 경제가 불안정한 경우이다. 3 가해국과 대상국이 우호관계를 맺고 있으며 교역량이 많은 경우이다. 경제제 재 성공사례들의 대가해국 평균 무역량이 대상국의 28%인 반면, 실패사례는 19%로 저조했다. 또한,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제재가 취해진 대상국 중 성공적인 사례는 가해국과의 교역량이 평균 36%이상을 차지했고, 실패사 례는 교역량의 16%를 차지했다. 4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신속하고 엄격하게 경제제재가 이루어지는 경우이 다. 간단한 문제해결을 위해 설정된 경제제재 대상국 중 성공사례가 입은 타격 은 평균적으로 GNP의 2.4%였고, 실패한 경우는 GNP의 1%였다. 반면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설정된 경제제재 대상국 중 성공사례들이 평균적으로 받은 타격은 대략 GNP의 4.5%였고, 실패사례는 0.5%에 미치지 못했다. 5 경제제재가 실시되어도 가해국의 피해가 최소일 경우이다. 경제제재가 성공한 사례는 가해국과의 교역량이 평균 36% 이상을 차지하였던 것으 로 볼 때, 중국의 경제제재 참여가 국제공조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 된다. 북한의 대외무역 총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43%, 2004년 48%, 2005년 39%로 나타났고, 2008년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70%를 넘었으 며, 에너지의 90%, 소비재 수입의 80%, 식량의 4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북 중 경제의존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중국의 경제제재는 북한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제 재의 성공사례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받은 타격은 대략 GNP의 4.5%였 다. 북한의 대외무역이 GDP의 10~15%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마약 및 미사일 등 불법거래를 무시하더라도 포괄적 경제 제재만으로 북한이 받게 될 경제 적 타격은 GNP의 4.5%를 초과할 것이다. 더욱이 대외무역 및 해외원조가 GNP에 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계자료보다 높으면 경제제재의 파급효과는 실질적으로 더 클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57)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제1874호에 따른 제재도 중국이 참 여하지 않으면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58)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한반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정권 유지, 북한의 비핵화로 설정하면서 북한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대북제재 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직접 대북제재를 실행할 가능성이 낮다. 57) Kimberly Ann Elliott, Economic Leverage and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p. 49. 58) Mary Beth Nikitin et al, North Korea s Second Nuclear Test, CRS Report for Congress, July 23, 2009, p. 1. - 28 -
중국은 10월 4~6일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해서 경제원조에 관한 교환서 경제기술 협조협정 교육기관간 교류협조 합의서 등 무상경제원조와 기술 교육 분야의 협정 을 체결했고, 관광사업 관련 협정, 중국측 비용부담을 전제로 한 신압록강대교 건설 등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했으며, 공개된 지원 규모만 2억 달러가 넘는다. 59) 2008년 13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국제사회 의 제재에 직면한 북한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대북 경제원조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60) 중국의 대북지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를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 비용을 증가시키는데 또다시 실패하는 상 황을 조성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고, 국제공 조에 동참하면서 강력한 대북제재를 실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대북제재에 반대하면서 대화를 통해서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하면 북핵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 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3) 북한의 핵보유 의지 북한은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체제의 붕괴로 인한 대내외적 위기상황에서 수령의 권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정책 차원에서 핵보유를 추진했기 때문에 핵보 유 의지가 매우 강하다. 북한정권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붕 괴했기 때문에 수령의 권력을 유지하려면 반 反 개혁개방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결 론을 내리고 우리식사회주의 노선 을 제시했다. 이것은 외부 자본주의 세계와 북한 을 철저하게 단절시킴으로써 지배엘리트들과 인민들이 반 反 정권 의식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폐쇄정책이었다. 그런데 수령의 권력 위협은 폐쇄정책 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내부 지배엘리트들 의 저항이나 모반을 억제하기 위해서 강력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했고, 미국과 한 국의 군사력 등 외부적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비로소 수령의 권력안전 을 보장하는 것이 가능했다. 1995년~1997년 사이에 대기근으로 인해 수십만에서 수백만이 사망했고, 국가경제가 완전히 붕괴됨으로써 김정일의 권력기반이 크게 약 59) 북 비단도 특구 건설 지원나선 중국, 조선일보, 2009년 10월 7일. 60) 2008년 북한의 무역적자에 대해서는 다음 자료를 참고할 것. Dick K. Nanto, Emma Chanlett-Avery, North Korea: Economic Leverage and Policy Analysis, p. 34. - 29 -
화되었으며, 정권의 정당성이 손상되었다. 김정일은 자신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군대를 정권의 안전보장을 위해 활용했다. 또한 북한은 안보위기 극복을 위해 핵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소련이 붕괴하 면서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자동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조항이 포함된 북 소 상호원조 조약의 폐기문제가 거론되었고, 결국 소련은 한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북한에 대한 공격무기의 제공을 중지했다. 61) 중국도 한국과 국교를 정상화함으로써 북한의 군사 안보 위기가 가중되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비해 절대적인 군사력 열세를 만회 함으로써 안보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북한은 안보위기 상황무 시, 재래식 군사력 증강, 다른 국가들에게 안전보장 확보, 핵무장 등 정책 옵션들 중에서 하나의 정책을 선택해야 했다. 62) 북한정권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군사력 강화를 최우선 국가정책으로 제시했고, 핵무기 개발을 핵심정책으로 결정해서 추진 했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 붕괴를 기점으로 1950년대 중반이후 진행했던 핵관련 연구 사업을 핵무장 정책으로 전환시켰다. 북한정권은 선군정치를 통해 군수총동원 체제를 구축했고, 핵무기 개발을 위해 제한된 국가의 자원을 총동원해서 집중적으 로 투자했다. 북한은 1995~1997년 사이에 경제가 붕괴되면서 총예산이 1990년대 초반에 비해 1/6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내년 50억 달러 정도를 군사비로 투입함 으로써 1997년 총예산에서 군사비 비중은 50% 수준으로 높아졌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장 노력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제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 다. 북한은 제네바합의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했으며, 농축우라늄 프로그램도 상당한 수준으 로 발전시켰다. 또한 핵 억지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핵무기의 대량생산, 핵탄두 소형 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핵무기는 정권의 생존 수단일 뿐만 아니라 대미 대남 군사전략의 차원에서 도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한국과 주한미군에 의한 대북한 군사적 위협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한 수 십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대 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해서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물론이고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확보하게 되면, 한반도 분쟁 발생 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크게 제한 될 것이다. 이처럼 북한정권의 입장에서 핵보유보다 확실한 정권안보 방안은 존재 하지 않는다. 또한 외부적인 체제안전보장 방안이 마련된다고 해서 외부의 영향에 근본적으로 취 약한 상태에 놓여있는 북한정권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정권은 핵 협 61) 하용출, 제9장 북한의 대러시아정책, 양성철, 강성학 공편, 북한외교정책 (서울: 서울프레스, 1995), p. 224. 62) Stephen M. Meyer, The Dynamics of Nuclear Proliferation, p. 13. - 30 -
상과정에서 핵 포기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체제 안전보장을 주장했고, 햇볕론자들도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체 제 구축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핏 보면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국제사회의 약속을 신뢰할 수 있을까? 미국이 체제안전을 보장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으로 나갈 수 있을까? 북한정권은 자신들의 위기 가 체제 내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적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위기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체제가 개혁개방 등 외부의 영향에 노 출되더라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 상황이라면, 북한정권은 체제안 전 보장 약속을 믿고 핵 폐기에 나서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러나 북한정권은 자신들이 개혁개방과 같은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체제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한 이후 반 反 개혁개방정책을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정권에게 핵 폐기 대가로 믿을 수 있는 체제안전보장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체제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해소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정권이 체제안전보장을 요구 하는 것은 핵보유를 합리화함으로써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국제사회에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낸 자기방어 논리에 불과할 뿐이다. 4. 북핵 딜레마의 심화 국제사회는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대북제재 를 실행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에 부딪혀 국제적 고립에 처했고, 핵개발과 정권유지를 위해 필요한 외화수입원이 차단되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국제사회는 2009년 6월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제1874호(이하 1874 호)를 채택해서 소형무기를 제외한 북한과 유엔회원국간 모든 무기판매 금지, 의심 선박에 대한 공해상 또는 인근 항구에서 검색 및 금지품목 압류 가능, WMD나 미 사일 관련 금융거래 및 무상원조와 차관제공 금지, 사치품 수출 금지 등의 제재를 실행하고 있다. 63) 63)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1874호에 의한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고할 것. Mary Beth Nikitin et - 31 -
미국은 6월 17일 대량살상무기 운반이 의심되는 북한의 강남1호 를 추적했고, 결 국 강남1호 를 북한으로 회항하게 만들었다. 또한 독자적인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 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골드버그 대북제재 조정관을 통해 세계 각국에 1874호 이행과 관련한 협조를 구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대북결의 제1874호 이행 을 통한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노력을 진행 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제위원회가 지정한 추가 대북제재 대상에 대한 제재를 시 작했고, 현금 지원성 관광 사업의 재개를 미루면서 남북관계의 복원에 미온적 태도 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제재에 비중을 두면서 북한이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 면 대규모의 대북지원을 시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7월 24일 단둥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밀반입되는 바나듐 70kg 을 압수하기도 했다. 바나듐은 북한 외화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사일 제조 에 꼭 필요한 금속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동은 북한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석유 등 필수물자 공급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볼 수 있 다.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와 독자적인 제재를 실행해 왔고, 민주당 의 하토야마정권도 대화와 압박을 전략적으로 병행하면서 대북결의 1874호에 따라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의 화물검사를 실행하기 위해 제안된 특별법안인 화물검사 특별조치법안 을 성립시킨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64) 인도는 8월 7일 해상에서 무산호를 6시간의 추적 끝에 검거했고, 홍콩정부는 대북 투자기금인 조선펀드와 관련된 2개 회사가 대북제제와 관련된 기존 홍콩법에 저촉 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EU 27개 국가들도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65) 반면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실험과 2차 핵실험을 통해 핵 성능 시험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북제제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 하고 있고, 최근 대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미 대남 유화공세를 펼 치고 있다. 북한은 8월 4일 클린턴 전 미대통령을 초청해서 여기자들을 석방하는 등 강한 대화의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김정일은 8월 16일 현대아산의 현정은 회장 과 가진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표명했고, 김대중 전대통령 추모 조문단 al, North Korea s Second Nuclear Test, CRS Report for Congress, July 23, 2009; 문순보, 유엔안보 리 결의안 1874호 현황과 한국의 딜레마, 정세와 정책 2009년 9월호(통권 161호). 64) 배정호, 일본 민주당의 출범과 대북정책 전망,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 09-45, 2009년 9월 18일; 진창수, 일본의 대북 및 북핵정책, 제15차 SEJONG-CICIR 학술회의 발표내용. 65) 문순보,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 현황과 한국의 딜레마. - 32 -
을 보내 조문외교를 진행했다. 김정일은 9월 1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양자 또는 다자회담 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외교의 목표 는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 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 이라는 박길연 외무성 부상의 9월 28일 발언에서 다시 확 인되었다. 10월 5일 김정일은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우리는 조 미(북 미)회 담 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된 다 고 말함으로써 조건부 6자회담 복귀를 약속했다. 66) 국제사회도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데 적극적이고, 미국이 6자회담 틀 내에서 양자대화 용의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제재 수단이 제한적이고, 중국이 대북경제 원조를 밝힘으로써 국제공조 에 균열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6자회담이든 6자 틀 내에서 양자대화든,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데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계기로 협상력이 크게 높아졌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보유를 실현했고, 핵능력을 증대시켰으며,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이 진척되었다고 주장함으로 써 자신들의 협상지위를 크게 높였다. 67) 북한은 30~50kg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 했고, 4~7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핵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68) 북한의 유엔대표는 2009년 9월 3일 발송한 편지에 서 우라늄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힘으로써 협상 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69) 또한 북한은 1차 북핵위기 과정에서 핵 모호성 전략 으로 대응했으나 현재는 핵 보유를 추진하면서 핵 포기 모호성 전략 으로 대응함으로써 협상력을 유지하고 있 다. 북한은 핵 포기에 합의하고 나서 핵을 포기할 것 같은 태도를 취했으나 실제 이행단계에서는 살라미전술을 구사하면서 문제해결을 지연시켰고, 다른 한편으로는 핵능력을 증대시켜왔다. 70)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진행한 후 다시 협상에 나옴으로써 국제사회로 하여금 핵 포기를 설득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게 만들고 있 다. 66) 조건부 6자 복귀, 조선일보, 2009년 10월 7일. 67) Larry A. Niksch, North Korea s Nuclear Weapons Development and Diplomacy, CRS Repotr for Congress, May 27, 2009, p. 8. 68) Mary Beth Nikitin, North Korea s Nuclear Weapons: Technical Issues, CRS Report for Congress, July 1, 2009, p. 4. 69)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과 관련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조할 것. 함형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상 황과 우리의 대응방향, 국방정책연구 2007년 겨울, pp. 9-39. 70) 황주호, 문주현, 북한의 핵능력 증대 전망과 대책, 국방정책연구 제24권 제2호 2008년 여름(통권 제 80호), p. 14. - 33 -
그러나 막상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관련국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 다. 단순히 북한의 6자회담 참가가 핵 폐기를 보증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미 국과 한국정부의 고민이 있다. 지난 20여년에 걸친 북핵 협상과정을 볼 때, 북한은 대화를 진행하면서 핵능력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면서 핵보유로 한 걸음씩 다가선 전력이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핵보유는 곧 정권붕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너무 제한적이다. 71)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계 라는 강경한 비확산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2010년 5월 핵무기비확산 검토회의를 계기로 국제비확산레짐을 확고히 한다는 의 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더라도 국제비확산레짐의 중대한 도전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고 고집할 경우, 북미 양국사이에 의지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72) 미국은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영변을 세 번 살수 없다 는 입장을 표명했고, 종전의 9.19공동성명과 10.3합의에 따라 2단계조치로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진행하고 3단계로 핵 프로그램 제3국 이전 및 폐기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포괄적 패키지 방식을 통한 일괄타결을 요구했다. 73) 한국정부도 북한정권이 핵 포기 의사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 주어야 남북관계를 개 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21일 미 외교협회(CFR) 아시아소사이어티(A/S), 코리아 소사이어티(K/S) 초청간담회 연설과 9월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타협과 파행, 진전과 후퇴를 반복해 온 과거의 패턴에서 탈피하여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통합적 접근법이 필요 하다고 밝혔고, 6자회담을 통 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 폐기와 동시에 북한에 대해 확실한 안전보장과 국제 지원을 본격화 한다는 북핵 일괄타결(grand bargain)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북핵 폐기의 종착점에 대해 명확한 합의를 토대로 5자간 협의를 통해 구체 행동 방안 마 련을 추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일괄타결 방안을 제안한 배경은 북핵의 완 전한 폐기라는 본질적 문제를 제쳐 둔 채 핵 동결에 타협하고 이를 위해 보상하고 북한이 다시 이를 어겨 원점으로 회귀하는 지난 20년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71) 박인휘,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과 2009년 북핵 문제 및 북미관계 전망, 국방정책연구 제24권 제4호 2008년 겨울(통권 제82호), p. 57. 72) 이상현,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와 대북정책 전망, 국방정책연구 제25권 제2호 2009년 여름(통권 제 84호), p. 39, 51. 73) 북핵문제의 최종 해결 과정의 난관과 쟁점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조할 것. 홍현익, 북핵문제 최종 해결 과정의 쟁점과 해결방안, 세종정책연구 2008년 제4권 2호, pp. 61-74. - 34 -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또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요구하는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을 마련해서 북한이 핵 폐기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을 마련한다는 발상 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는 북한정권이 최종적으로 핵 포기를 거부할 경우 문제해결 수 단이 마땅치 않다는 근본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에 부정적 입 장을 고집하게 되면, 북한의 핵보유 비용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보유가 현실화되면, 북한의 사례는 핵보유 의지를 가지고 있는 여타 국가 들의 핵확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국제비확산 레짐의 약화가 불가피 하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 안보균형을 파괴할 것이고, 재래식 군비경쟁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 등 핵 도미노를 유발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북한이 끝내 핵 포기를 거부할 경우, 미국과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독자적인 금융제재 등 을 통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미중전략 대화를 통해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을 증가시켜서 최악의 경우 전면적 경제제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당분간 국제비확산 레짐을 유지하기 위해 북핵 불인정, 국제공조를 통한 제재의 지속, 북한정권 붕괴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보유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게 되면, 미국은 북 한정권 붕괴를 추진할 것인지, 북한의 핵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의 갈림길 에 서게 될 것이다. 한국은 북한정부가 핵 포기라는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북한과 협력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고, 북한정권의 남북관계 개선 신호에 호응하지 않고 있으며, 관광사업 재개나 개성공단 확대 등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정부 는 핵보유를 추진하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독자적 핵개발을 추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 게 될 것이다. 중국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반도 정책의 최상위 목표인 한반 도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 지원을 제 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의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대북제재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 러나 중국정부는 당장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영향력 행사를 자제함으로써 북한정권 유지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정책의 후과가 동북 -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