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O N T E N T S 리더십세미나 180 / 문혜정 한국경제신문건설부동산부기자 해외현장탐방 일본 무쓰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190 / 김선형 연합뉴스대구경북취재본부기자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로켓공장 195 / 박민희 한겨레국제부장 신년하례회 일석삼조 여기자협회 / 백민정 국민일보외교안보국제부기자 202 기자가되는길 언론사취업워크숍 제 1부 : 이런 인재를 원한다 207 - SBS는 어진 사람을 좋아합니다 / 성회용 SBS 보도국장 - 호기심이 기자의 첫걸음입니다 / 최훈 중앙일보편집 뉴미디어국장 제2부 :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 223 - 정말 기자를 하고 싶은가 진지한 고민부터 / 박소현 연합뉴스국제뉴스3부기자 - 자신만의 뚜렷한 캐릭터를 만드세요 / 고재연 한국경제신문정치부기자 - 과정에 충실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 / 김성모 동아일보 채널A 소비자경제부기자 - 쓰고, 또 쓰고, 고쳐서 다시 쓰라 / 김기화 KBS 경제부기자 236 한국여기자협회주요행사 2013 뻔함을 상상하다 뒤통수를 맞다 특 집Ⅰ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2014-2014 2014 10 차례 쭦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 비춰본 한국언론의 디지털퍼스트 실태와 한계 쭦 파이낸셜뉴스의 디지털 혁명 쭦 취재파일 온라인대표브랜드가 되기까지 쭦 디지털퍼스트 관건은 사람이다 CMS, SBS
특집Ⅰ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 비춰본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실태와 한계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 들어가며 :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 기술technology은 생물이다. 인류가 필요로 하는 만큼 곱게 자라는 뜰 안의 식물 같기도, 인류의 삶을 뒤집어놓을 만큼 폭발적으로 도약하는 야수 같기도 하다. 기술을 토대로 기득권을 쥔 사회집단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억압하곤 했지만 성공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존보다 폭이 넓은 천을 짜는 기계를 발명한 17세기 프랑스인은 혁신을 거부했던 기존 직물길드에 의해 기요틴에서 목이 잘렸다. 기득권 입장에서는 비용과 노력이 수반되는 혁신 이 성가신 일이었기 때문에 아예 싹을 자른 것이다. 하지만 도저한 기술의 흐름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 직물길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세기 사례로는 코닥이 있다. 카메라 필름을 개발하며 사진 대중화 시대 의 문을 연 이 거대기업은 차세대 기술인 디지털카메라를 자체 개발하고도 시장화하지 않았다. 자사의 주 수익원인 필름시장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판 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흐름은 바꿀 수 없었다. 다른 기업들이 저 화소의 디지털카메라를 시장화하더니 결국 초고화질 카메라로 혁신하며 카 메라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거인 코닥은 131년 역사를 끝으로 2012년 사라졌다. 기술이 생물이라면, 정보의 수집 및 처리는 신경세포와 뇌 에 비유할 수 있다. 세상의 일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저널리즘은 그 중요 부분으로 기능해 왔다. 진화에 따라 뇌가 커지고 신경망이 복잡해지듯이 저널리즘도 다단한 발전 단계를 거쳤다. 20세기 산업 발전에 따른 국가적 수요로 의무교육이 확대되고 문맹률이 낮아지면서 종이신문은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중요한 창구가 됐다. 신문은 마치 뇌의 중요한 신경다발과도 같이 정보를 사회 곳 곳으로 확산시켰다. 기자들은 일반 대중에게 접근이 제한된 취재원에 접근 권을 보장받았으며 신문사들은 정보의 유통망을 독점하면서 지면에 꽤 비 싼 값으로 광고를 팔아 수익을 냈다. 이후 오디오 매체인 라디오가 등장하 고, 또 비디오 매체인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신문사의 수익성은 약화됐지 만 새로운 미디어와 옹기종기 조화를 이루면서 시장의 한 지분을 차지했다. 신문사는 타블로이드부터 종합 일간지, 스포츠 연예지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정보를 획득하고 그것을 유통할 수 있는 두 가지 기능을 신문사 는 함께 갖고 있었다. 뿌리채 흔들리는 신문산업 그 신문산업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에 따른 위기 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SF영화에나 나올 법 했던 초고속모바일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눈 깜짝할 사이 이뤄졌다. 신문사의 콘텐츠는 디지털 공간에서 사실상 무료로 실시간 유통되면서 다 음날 조간신문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지나간 묵은 뉴스가 되기 일쑤다. 언론사의 정보유통권력은 점차 취약해졌고, 구독률이 낮아지면서 광고단가 도 떨어졌다. 웹에 적응하는 것이 살 길이었지만, 기술을 모르니 웹에 적응 하기도 쉽지 않았다. 언론사들이 헤매는 사이에 정보소비자들은 모바일 중 1 2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1 3
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뇌에 비유하자면, 마치 뉴런세포가 폭발적으로 증 가하며 진화의 한 단계를 뛰어넘는 듯한 경험이다. 기술이 언론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 언론사의 뉴미디어 관계자 몇 명만 모이면 깊은 한숨에 땅이 꺼질 듯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따라잡으려니 폐와 심장이 터지고 무릎이 후들 거리고 눈앞이 아득하다고 토로한다. 종이신문 구독률은 매년 바닥을 확인 하는 중이며, 최대 신문사라는 모 일간지마저 2013년에는 수익률이 둔화됐 다. 방송사라고 안심할 수 없다. KBS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의 수익은 수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악화됐다. 사람들의 뉴스 소비 속도와 박자는 과거엔 진양조 였다면 지금은 자진모리 나 휘모리 에 가깝다. 뉴스를 소비하 는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등으로 다변화했는데, 뉴스의 생산양태는 여전히 종이 중심이다. 신문사의 수익 70% 이상이 여전히 종이 신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언론사만 보수적인 게 아니라 기자 구성원의 마인드 역시 17세기 프랑스 직물길드 조합원 같다. 지금 큰 문제 없는데 뭐하러 큰 비용을 치르면서 혁신을 하지? 지금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솔직히 말하자면, 기존 종이신 문사 구조로 어떻게 디지털 혁신을 이뤄야 할지 깜깜할 때가 많다. 변혁기 에 살아남기에는 조직이 공룡처럼 비대하다. 지난 4월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혁신Innovation 보고서 는 그런 의미 에서 충격이자 위안이었다. 1851년 창간된 미국 3대 신문 중 하나로, 디지 털 유료화에도 성공하고 각종 인터랙티브 뉴스로 트렌드를 선도해온 뉴욕 타임스가 6개월에 걸쳐 작성한 97쪽짜리 보고서로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 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감탄사는 두 가지였다. 아니! 우리와 똑같은 고민 을 하고 있단 말인가! 또는 아니! 이들이 고민할 정도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건가! 뉴욕타임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전 세계 신문사 조직이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의 험로에서 헤매는 많은 언론사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보고서의 내용에 비춰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실태와 한계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신문사의 무거운 엉덩이 디지털 퍼스트 에 대한 대부분 신문사의 태도는 엉덩이가 무겁다 정 도로 요약할 수 있다. 쉽사리 변화하지 않는 언론사회에서 디지털은 그야말 로 깍두기 에 불과하다. 하지만 근본적이고도 꾸준한 체질개선 없이는 디지털 퍼스트 를 이루기 난망이다. 오드리 쿠퍼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편집장은 우리는 웹사이트에 뉴스를 올리는 종이신문사에서, 종이신문도 만드는 디지털언론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를 바꾸지 않는 한 디지털 전환 은 어렵다 고 보고서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말은 쉽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 사회 분야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들이지만, 직종의 특 성인지 자기 영역에는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한 간부는 편집국 기자들은 우리 신문에 복덩이이자 애물단지 라고 토로했다. 디지 털미디어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디지털퍼스트미디어의 존 페이트 CEO는 아예 대놓고 말한다. 미래의 편집국은 현재의 편집국이 끌려들어간 형태 는 아닐 것이다. 초기 기반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개보수하느니 차라리 새로 짓는 게 쉽다는 얘기다. 그럼 과연 디지털 퍼스트 는 무엇인가. 보통은 지면에 기사를 싣기 전에 온라인으로 먼저 송고하는 것이라고 직역 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뉴욕타 임스는 종이의 제약에서 벗어나 최우선으로 가능한 최고의 디지털 보도 라고 정의한다. 즉, 다음날 신문 1면과 나머지 지면을 무엇으로 꾸밀까 고 민하면서 밑반찬 격으로 디지털 보도를 형식적으로 소화하는 게 아니라, 당 일 디지털로 가능한 좋은 보도를 소화한 이후 좋은 기사를 선별해 다음날 1면을 꾸미는 것이다. 종이신문의 시대에는 1면에 어떤 단독기사, 어떤 관점과 해설을 담는지 가 그 신문의 정체성을 가름했다. 하지만 현재는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있는 기사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유통하는지가 관건이 됐다. 그래서 1 4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1 5
1면에 대한 편집국의 고착은 퇴행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익숙한 것에만 안주 하려는 게으른 태도이다. 우리의 하루에서 얼마나 많은 초점들이 1면에서 비롯되는지 생각해보라. 아침 10시 회의부터 아이템을 결정하는 국장단 회 의와 지면에 기사가 다듬어지는 오후 4시 30분까지. 내가 볼 때에는 이건 웹을 생각하는 편집국이 아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주재기자 기술자를 우대하라 뉴욕타임스가 보고서에서 자사의 주요 경쟁사로 지목한 뉴스 스타트업 회사들이 있다. 퍼스트룩미디어 복스미디어 는 디지털시대에 맞는 편 집국을 만든다는 이유로, 허핑턴포스트 와 플립보드 는 뉴욕타임스 기 사로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끌어낸다는 이유로 꼽혔 다. 이 회사들이 종이신문의 전통을 가진 언론사가 아닌 디지털 기반의 IT 회사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또 다른 경쟁자로 꼽힌 종합뉴스연예사이트 버즈피드 는 2006년 설립 된 이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격적으로 뉴스를 배급하면서 사 용자들이 공유하고 싶어할 만한 콘텐츠를 집중 공급했다. 월 순방문자 수가 1억3000만 명이 넘는다. 덕분에 2013년 4000만 달러의 순익을 거뒀고, 지난 8월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5000만 달러약520억 원를 투자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8억5000만 달러약 8700억 원까지 올랐다. 이는 제프베조스아마존최고경영자CEO가워싱턴포스트를 매입한가격의 3배 를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좋은 콘텐츠 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디지털미디 어의 아레나 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력 좋은 검투사 같은 기술 자를 대거 보유하는 회사가 앞으로 디지털시대에 살아남게 될 것이다. 하지 만 국내 언론사에서 기술자는 대개의 경우 전문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을 대접을 받는다. 미국도 다르진 않은 모양이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게임개발업체나 스타트업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와 관련, 조슈아 벤튼 니먼저널리즘랩 연구소장은 언론사에서는 디지털 저널리스트 를 기술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 아직도 뉴스룸에선 기술자들을 아랫사 람 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있다 면서 전통적 언론사가 그런 사고를 하니까 인재들을 뉴스 스타트업에 빼앗기는 것 미디어오늘 7월 16일자 인터뷰이 라고 지적했다. 신문사가 여전히 종이 중심으로 굴러간다면 디지털마인드 를 가진 인재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조나 페레티 버 즈피드 설립자는 우리는 테크팀과 상품팀, 데이터과학팀을 통해 독자에 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면서 수년간 기사 형식 을 구축해왔고, 통계와 분석, 최적화, 프레임작업 테스팅, 소셜 플랫폼과의 융합, 네이티브 모바일 앱, 그리고 사용자 친화적이고 보기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왔다 면서 자신들의 강력한 무기가 기술 인재 임을 시사했다. 기사 전달에 공들여라 국내 신문사들은 디지털 뉴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공 을 들이고 있는가. 이 주제는 기승전네이버, 즉 언론사의 뉴스가 대부분 포털사이트에서 소비되는 한국적 콘텐츠 소비구조의 한계 때문에 언론사들 이 자체적으로 뉴스 유통에 들이는 비용을 꺼리게 된다는 변명으로 이어지 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포털 같은 서비스에 뉴스 유통을 기댈 수만은 없다. 게 다가 뉴스 소비는 급격히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그 틈새에 성공의 길은 분명히 있다. 경향신문은 2011년부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많을 경우 기사 한 건에 11만 클릭이 SNS 를 통해 유입된다. 물론 매일같이 계정을 운영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가디언 웹사이트 총편집장인 재닌 깁슨은 말한다. 독자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다. 종이신문을 만들던 사 람들은 지면의 경우 독자를 거의 자동적으로 얻게 된다는 프레임에 익숙하 지만, 디지털에서는 이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다. 독자들이 기사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기자들이 독자를 찾아나서야 한다. 허핑턴포스트 관계자도 말 한다. 뉴스는 기사를 다 썼을 때가 아니라 기사가 유통될 때 시작된다. 1 6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1 7
과거 종이신문을 만들고 인쇄해서 새벽마다 각 가정에 배달하는 노력에 비 하면, 과연 현재 언론사가 디지털 기사를 독자에게 배달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어느 수준인가. 기사 전달은 또한 영리해야 한다. 어떤 독자들이 어떤 기사를 언제 어디서 원하는지 가늠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해졌으므로 그 장점을 충분히 활용 하는 것이 좋다. 뉴욕타임스 NYT Now 처럼 앱을 통해 오늘 하루를 시작 하기 전 파악해야 할 주요 뉴스를 전달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좋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독자들이 동물소식이나 생활뉴스, 따뜻하게 공감할 수 있는 미담 등을 많이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해 뉴스의 온라인 발행시간대를 전략 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바일 전용인 서카 Circa 앱은 하나 의 사건에 관한 여러 기사 중에서 중복되지 않는 팩트만을 카드 늘어놓듯 편 집해서 보여준다. 우마노 Umano는 주요 뉴스를 성우들이 읽은 오디오 형태로 서비스한다. 신문에 실린 뉴스를 단순히 웹에 옮겨놓는 디지털뉴스 의 답보상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망설인다. 미래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조직도 한층 유연해져야 한다. 그리고 조직원들은 긴 장해야 한다. 앞으로 5년 뒤, 언론사들이 어떤 미래를 겪게 될지 알 수가 없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언론사가 경영난에 처했을 때 가장 먼 저 인원을 감축하거나 없앤 곳은 냉정하게도 논설위원실이었다. 미국의 버 즈피드에서 동물 섹션을 담당하는 비스트마스터 Beastmaster 잭 셰퍼 드는 기자 출신이 아닌 동물보호단체 PETA 출신이다. 통계학을 전공한 아 만다 콕스는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에디터로 약 30명의 팀원을 이끌면서 정 밀하고도 직관적인 인터랙티브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개발자와 기자의 영역을 허무는 디벨로퍼 저널리스트 들도 등장하는 추세다. 전통적인 기자들은 주로 종이신문을 기반으로 장시간 훈련을 받아왔지 만, 기술이 정보를 견인하는 추세가 강력한 현재에는 기자 의 특성 역시 모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덕에 SNS 사용자 들이 실시간 현장 취재 하는 1인 미디어 가 되었다. 2013년 미국 샌프란 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는 1보가 트위터 사용자를 통 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전문 블로거들은 기자들이 포착해내지 못한 팩트를 발굴해내기도 한다. 기자로 살기 참 고된 시대다.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는 브랜드 없는 기자와 브랜드 가진 기자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맺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기자들은 오보를 내지 않도록 훈련받았다. 사실관계가 명확할 때까지 점 검하고 따져 묻는 게 몸에 뱄다. 그런 기자들은 파격적 개혁이라는 새 옷이 잘 맞지 않는다. 실패를 극도로 꺼리는 집단 중 하나가 언론인이다. 그러다 보니 자그마한 실패도 사내 구성원끼리 서로 용서하지 못하고? 습관처 럼 따져 묻는다. 2년 전 뉴미디어 관계자들이 모인 해외 세미나에서 디지 털과 관련해 회사에서 비판적인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는 발제자의 발언에 청중에서 우레 같은 공감의 박수가 터져 나온 것을 보면 비단 한국 언론사 내부만의 문화는 아닌 것 같다. 반대로 실패한 사업에 대해 쉬쉬하며 평가를 주저하는 측면도 있다. 동료나 선후배와 괜히 껄끄러운 관계가 되고 싶지 않 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하기를 두려워하고 그 실패를 곱씹기를 주저한다면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는 스노우폴 Snowfall 이라는 디지털스토리텔링의 괴작 을 만들어 퓰리처상까지 받았지만 실은 1만7000단어가 넘는 엄청난 길이 때문에 대다수 독자들이 읽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 를 벗어나 뉴스 소비자에게 좀 더 친화적인 콘텐츠를 내놓는 초석을 다졌다. 좋은 콘텐츠나 서비스의 감 을 잡았다면 편집국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클리어채널의 밥 휘트먼 CEO는 10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2개 가 성공하고 2개가 실패하고 나머지 6개가 그저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는 1 8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1 9
특집Ⅰ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가 라며 만약 그저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유지한다면 편집국은 그저 그런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 괜한 힘을 쏟느라 엉망이 되어버릴 것 이라고 뉴욕타임스 보고서 인터뷰에서 말했다. 긴 글에서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뉴스가 나아갈 방향은 아 직 정답이 없다. 대항해시대처럼 모두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돛을 올리고 거친 바다로 뛰어들 뿐이다. 다만 우리에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저 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북극성 삼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뿐이다. 고난에 낙담하고 실패에 비관하는 때도 있겠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꿋꿋하게 큰 청사진을 수정해가며 나아갈 수 있길 희망해본다. 디지털이라는 미지의 땅 에 우린 결국 정착할 것이다. 파이낸셜뉴스의 디지털 CMS 혁명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국장 디지털 기사를 생산하는 종이신문에서, 종이신문을 만드는 디지털 매체 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세계 정상급의 신문을 만드는 데 있어 완벽한 성공 공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뉴욕타임스가 보고서를 통해 강조한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다. 보고서는 디지털 퍼스트를 이루기 위해 기능성과 이용성이 뛰어 난 디지털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와 종이신문 1면Page One에 집착하고 있는 조직의 마인드 전환을 꼽고 있다. 파이낸셜뉴스fn 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디지털 퍼스트를 채택하고 이제 막 첫 단추를 꿰기 시작했다. CMS 기반 디지털 퍼스트 vs. CTS 기반 프린트 퍼스트 CMS는 기사,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 생산, 배치, 유통에 이르는 전체 과 2 0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2 1
정을 수행하는 콘텐츠 관리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자체 개발한 스쿱Scoop이라는 CMS를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 사로 독자에게 전혀 색다른 경험을 안겨줬던 스노우폴 도 스쿱에 의해 탄 생됐다. 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CMS 구축 프로젝트는 9월 11일 버전 0.9 1 의 Nice-FN 2 이라는 이름의 통합 CMS를 탄생시켰 다. Nice-FN은 기사 생산에서부터 온라인 유통 뿐 아니라 지면 제작을 위 한CTS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통합 CMS로 구성돼 있다. 그림 1. CMS Based Digital-First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스쿱으로 기사를 작성해 웹과 모바일에 먼저 발행한 후, CTS로 보내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이른바 디지털 퍼스트를 추구하고 있 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도 예전에는 CTS와 연동된 집배신 集 配 信 프로그 램으로 기사를 작성해 종이신문을 먼저 제작한 후 스쿱으로 기사를 보내 웹 콘텐츠를 발행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대다수의 신문들은 이러한 방식의 종 이신문 제작을 위한 CTS 기반 프린트 퍼스트Print First 체제로 구성돼 있다. fn도 이전에는 CTS와 집배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면 중심으로 콘텐 츠를 생산하고 유통해왔다. 따라서 편집국 기자들은 텍스트와 사진 정도만 사용해 기사를 작성했고, 정해진 마감 시간에 맞춰 기사를 출고하는 아날로 그적 생산 방식에 최적화된 상태였다. 그림 2. Nice-FNNew Integrated CMS, Essence of FN 개요도 이에 따라 기자들의 업무도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당장 취재기자들 은 텍스트와 사진 정도만 활용해 기사를 작성해 오던 것에서 동영상, 인터뷰 음성, 그래프, 기사 내용과 관련된 설문Poll 등 여러 가지 멀티미디어 클 립과 메타데이터 등을 첨부해야 한다. 또한 노트북이 없는 환경에서도 스마 트폰만 가지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음성을 녹음해 관련 기사를 CMS를 통해 디지털 퍼스트 로 전환하라 fn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디지털퍼스트 체제 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CMS가 우선돼야 한 1 Nice-FN은 자체 보유한 기획 및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 이며, 2015년말 버전2.0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New Integrated CMS, Essence of FN 2 2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2 3
실시간으로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스노우폴 이후 우리나라 신문 사이에서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디지털스토리텔링 인터랙티브 뉴스도 파이낸셜뉴스 의 경우에는 기자 1인이 Nice-FN을 통해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디지털스토리텔링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혁신 혁신의 중심에는 콘텐츠 생산 영역보다는 유통 영역인 웹사이트 www.fnnews.com가 있다. 과거 1방문자당 평균 페이지뷰가 2회를 넘 지 못했던 fnnews.com으로서는 방문자당 페이지뷰를 늘려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아직까지 광고 수입이 주요 수익모델인 온라인 매 체의 현실에서 페이지뷰 증대는 수입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Nice-FN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웹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론트 페이 지에서 고정된 편집툴을 없애고, 그날그날의 이슈에 따라 프론트 페이지를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도록 템플릿template 구조로 설계했다. 신문 1면 에 해당하는 fnnews.com 프론트 페이지가 전체 페이지뷰 대비 10% 이하 인 상황에서 더 이상 신문 1면과 같은 상징적 페이지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 다는 데서 착안했다. 두 번째로는 전체 페이지뷰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기사 본문 페이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개인화 를 도입해 더 많은 페이지뷰로 연결될 수 있도 록 설계했다. 소셜 큐레이션Social Curation 형태의 개인화 서비스는 자 체 개발한 추천 알고리즘Clustering Customizing Service을 통해 유입 된 온라인 독자가 좋아할 만한, 읽고 싶어 할 것 같은, 이미 읽은 콘텐츠와 연관된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 배치해 추가 클릭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1방문자당 1.7회 3 정도였던 페이지뷰를 1방문자당 6회 이상으 로 높일 수 있도록 기획했다. fn의 추천 알고리즘은 소셜 로그인 서비스로 인지된 독자 개인의 패턴이나 취향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며 더욱 정 밀한 추천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림 3. CMS 구축 후 취재기자들이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디지털 최적화 업무들 세 번째로는 뉴스 스토리 등 디지털 스토리텔링 서비스다. 종이신문의 경 우 기사의 생산과 소비가 하루 일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의 흐름스토리을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디지털 영역에서는 과거 기사와 현재의 관련 기사를 태깅 등으로 스토리텔링또는 패키징해 하나의 사건 흐름을 재구성할 수 있다. 종이신문은 이슈의 흐름 을 살필 때 일자별 횡적 구성으로 제한됐지만, Nice-FN은 횡적 구성뿐 아 니라 사건에 대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종적 구성까지 서비스할 수 있 도록 구성됐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항상 새로운 기사만 생산해 서비스하기 보다, 14년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에 담겨 있는 과거 콘텐츠를 패키징해 새 로운 상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예를 들어 종목코드와 태그 를 이용해 삼성전자의 14년간 4 주가 그래프를 중심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 친 당시 기사를 일자별로 매핑해 한 화면에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서 3 코리안클릭 주간 트래픽 유입 분석 기준 4 파이낸셜뉴스가 창간된지 올해로 14주년이기 때문 2 4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2 5
특집Ⅰ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비스를 위해, 14년간 단순히 쌓아오기만 했던 기사 등 보유 콘텐츠 전체에 대해 태깅, 관련기사 묶기 등 데이터 마이닝 작업을 실시해 자산화시켰다. CMS는 디지털 퍼스트 의 시작에 불과할 뿐 디지털 콘텐츠 유통 혁신의 성공 여부는 태깅, 위치정보, 뉴스 스토리 묶 기, 주가종목 코드, 그래프 등 취재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메타데이터를 충 실하게 입력해주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온라인 독자들의 소비 패턴에 맞게 얼마나 빠르고 다양한 형태로 출고해주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다. fn은 디지털 퍼스트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디지털에 최적화된 CMS를 만 들어 선보였다. 공은 CMS를 사용하게 될 fn의 기자들에게 넘어갔다. 앞으 로 Nice-FN은 사용자인 기자들의 요구에 의해 더욱 진화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불편한 종이신문 제작 시스템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 역시 혁신 보고서를 통해 이 점을 지적했다. 종이신문 1면 편 집 위주 전략에서 탈피해 뉴스룸이 디지털 퍼스트 조직으로 빠르게 전환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노우폴 과 같은 눈에 띄는 일회성 프로젝트 못 지않게 기자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반복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정착시 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CMS는 시작에 불과할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fn의 디지털 실험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디지털 퍼스트로의 전환은 최적화된 CMS를 필요로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CMS를 사용하는 기자들의 마인드 변화 에 있기 때문이다. 취재파일, SBS 온라인 대표 브랜드가 되기까지 이혜미 SBS 뉴미디어부 기자 취재파일은 누가 시켜서 쓰는 거예요? 얼마 전 점심 식사 자리에서 타사 인터넷뉴스팀에 근무하는 선배가 꼭 물어보고 싶었다 며 던진 질문입니다. 점심 자리 내내 선배가 SBS 온라인 뉴스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건<취재파일>이었습니다. 취재파일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타사 동료들은 물론이 고 취재원들도 취재파일의 제작과정을 무척 궁금해합니다.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담은 형식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닙니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취재 파일과 유사한 기자 칼럼 코너를 갖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SBS 취재파 일은 유독 많은 이슈와 화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SBS 8뉴 스 와 더불어 SBS 뉴스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2 6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2 7
환영받지 못한 가욋일 로 시작 취재파일의 역사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 보도국에 인 터넷뉴스부가 생기면서 취재파일이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넷이 주목받는 시 대, 온라인 환경에 적합한 뉴스 콘텐츠를 고민하다 취재파일이 태어났습니 다.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초기에도 괜찮은 품질의 콘텐츠들이 이따금 올라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정화되기까지는 8~9년이라는 적 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1분 30초짜리 기사쓰기에 익숙한 방송기자들은 신문기자들처럼 취재내 용을 작은 단위로 해체해 여러 꼭지로 나누고, 긴 문장으로 풀어 써볼 기회 가 거의 없었습니다. 긴 내용도 핵심만 짧고 간결하게 전달하기, 방송기자 는 신문기자와 다른 메시지 전달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긴 호흡의 텍 스트 기사를 쓰는 일은 낯설고 때론 어렵게 느껴집니다. 초기에는 이런 이질감 때문에 혼란이 많았습니다. 취재파일에 어떤 내용 을 담고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기자들이 감을 잡지 못했습니 다. 취재했던 전 과정을 보여 줘야 하나 취재하면서 느낀 점을 전해 줘야 하나 취재해서 알게 된 정보를 전달해야 하나 무엇이 답인지 고민했습니 다. 그러다 누군가는 취재파일에 감상문이나 일기를 썼고, 보도자료 문장 뒤를 -습니다 로 고쳐 쓰기도 했고, 누군가는 취재했던 인터뷰 내용을 몽 땅 풀어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이 취재파일 쓰기를 가욋일 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과정도 필요 했습니다. 현장에서 바쁘게 뛰는 기자들에게 주말에, 퇴근해서 혹은 야근하 면서 취재파일을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기자들 스스로 취재 파일 작성을 시간 내서 해야 할 일 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로 느끼게 해야 했습니다. 시행착오 거쳐 욕심나는 업무 로 자리잡아 취재파일이 몸집을 제대로 키우기 시작한 건 2009년 이후부터입니다. 엄 격한 데스크 과정을 거치는 기사와 달리 취재파일은 기자 개인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최대한 존중합니다. 스스로 책임지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이 점 이 젊은 기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회사는 꾸준히 취재파일을 쓰라고 권장했습니다. 개인별 부서별 취재파 일 작성 건수를 통계화해 안 쓰면 못 배기도록 자극을 줬습니다. 회사가 취재파일 기여도를 뉴스 기여도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끼게 했 습니다. 무엇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금껏 방 송기자들은 방송 리포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 상 방송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걸 절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온라인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방송이라는 매체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온 라인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몇몇 기자들이 취재파일을 적극적으로 쓰는 데 앞장 섰습니다. 특히 국제부의 활약이 대단한데,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방송 메인뉴스 끝부분에 배치돼 주목받지 못하는 국제뉴스가 온라인에서는 엄청 난 관심을 불러왔습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괴이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참상 등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달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정치 사회부는 중립을 지키려고 애쓰는 방송뉴스에서 보여주지 못한 날이 선, 각을 세우는 취재파일로 주목받았습니다. 예민한 사안에 대 해 거침없이 기자 개인의 생각을 드러냈고, 이 내용이 가감 없이 네티즌에게 전달됐습니다. 속시원한 기사들이 SNS에서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출입처 에서는 저녁 메인뉴스 기사 챙기듯 취재파일을 챙겨보게 됐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아예 취재파일을 묶어 자체 코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날선 시각 이 온라인에서 환영받다 폭발적인 관심이 취재파일의 질을 높이고, 질 높은 취재파일이 네티즌의 관심을 받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취재파일은 양적으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초기에 매달 30~40건씩 생산돼 연간 500건이 채 안됐던 취 2 8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2 9
재파일 건수가 2010년 처음으로 1,000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는 2,000건에 가까운 취재파일이 출고됐습니다. 취재파일은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김수형 기자의 취재파 일 여당마저 부끄럽다, 윤진숙 청문회에서 무슨 일이? 는 지난해 한국방 송기자클럽이 주관하는 올해의 방송기자상 뉴미디어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 됐습니다. 한 일간지에서는 칼럼에 취재파일을 인용했고, 취재파일 내용이 지면에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성과가 쌓이고,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생산자에게 즐거운 일입 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고민도 생겨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취 재파일에 대한 외부의 비판도 들려옵니다. 취재파일의 내용이 자극적이 다 라는 비판, 데스크 과정을 최소화하면서 팩트 체킹 이 부족하다는 지 적도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뉴스 속에서 속살 을 드러내 보이는 취재파일 의 내용과 형식이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다는 우려일 것 입니다. 기자 개인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만큼, 취재파일의 내용에 대한 책임도 기 자 자신이 집니다. 그러나 크로스체크를 통해 거를 수 있던 실수가 취재파일 에서 노출된다면 기자 개인의 신뢰도는 물론이고 매체의 신뢰도까지 떨어지 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취재파일이 지금처럼 핫 한 콘텐츠로 꾸준히 사랑받기 위해선 기자들 스스로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취재파일에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입혀봅니다. 텍스트 중간에 그 래픽을 넣어보고, SNS에서 공유하기 좋은 짧은 동영상 파일을 삽입해 보기 도 합니다. 온라인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영상편집 툴과 뉴스 편집 기법 을 활용해 취재파일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고 더욱 손쉽게 공유할 수 있 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온라인에 서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취재파일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숙 제입니다. 모바일 시대의 취재파일? 고민은 계속 최근 취재파일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계기는 휴대용 미디어 장 비가 발전하고, 미디어 이용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용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PC로 취재파일을 읽지 않습니다. 출근시간, 점심 시간, 퇴근시간, 그리고 잠자기 직전에 모바일로 취재파일을 소비합니다. 또 취재파일을 혼자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 SNS 계정으로 콘텐츠를 공 유합니다. 모바일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긴 텍스트와 사진 한두 장으로 구 성된 취재파일은 경쟁력 없는 콘텐츠가 돼버릴지도 모릅니다. 3 0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3 1
특집Ⅰ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디지털 퍼스트 관건은 사람이다 디지털 퍼스트의 정의와 역사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 디지털 퍼스트는 미디어 관계의 변화를 함축하는 표현이면서 동시에 우선 순위의 새로운 결정을 의미하는 트렌디한 용어이다. 퍼스트 라는 단어는 무엇에 우선인가라는 맥락을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 무엇은 올드 미 디어 혹은 기성 미디어를 지칭한다. 디지털 퍼스트는 올드 미디어라는 기술 적 레거시를 보유한 미디어에게만 해당하는 용어다. 디지털 퍼스트는 단순히 디지털이 먼저이고 인쇄는 그 뒤 라는 발행 순 서의 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으로 파생되는 기사 생산 과정의 변화, 수익 모델의 전환, 조직 구성의 개편, 각종 기술의 재배치를 모두 포함한다. 나이트 재단의 수석 고문인 에릭 뉴턴은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매스미 디어 시대를 열어젖힌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기 라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 를 정의했다. 1 디지털 퍼스트가 처음 언급된 시기는 대략 2006년쯤으로 되돌아간다. 당 시엔 디지털 퍼스트라는 표현보다는 웹 퍼스트 란 용어가 익숙했다. 모바 일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디지털 퍼스트로 바뀐 것뿐이다. 웹 퍼스트라는 용어를 선점한 주인공은 영국의 가디언이었다. 2 당시 가디언은 하루에 한 번 발행하는 신문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외신과 비즈니스 섹션에서 시차의 괴리 를 좁히겠다는 의도가 컸 다. 하루에 한 번 찍어내는 신문은 글로벌로 독자 확장을 꾀하려는 가디언에 겐 효율적이지 않은 미디어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2011년 디지털 퍼스트 조직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3 불과 5년 에 불과했지만 2006년과는 각오가 사뭇 달랐다. 생존의 절박감이 곳곳에 묻어났다. 장기 지속 가능한 재정구조와 디지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선도 적 선택이라는 표현 속에서 고민의 깊이가 읽혔다. 전략의 내용도 보다 구체 화됐다.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국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모든 신문 은 디지털 미래를 향한 여정에 있다. 그것이 인쇄를 버린다는 것을 의미하지 는 않는다. 하지만 관심과 상상, 인적 물적 자원을 디지털 미래가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형식에 더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와 종이 그리고 웹 디지털 퍼스트는 올드 미디어의 전략적 미래와 지속가능한 생존의 모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산된 조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디지털 퍼스트가 여전히 발행 순서의 교체 정도로 인식되고 있고, 그것의 불가피성 에 대한 절박감은 표피적으로만 형성되고 있다. 글을 담는 공간이 종이에서 1 http://knightfoundation.org/blogs/knightblog/2013/3/17/do-universities-hearcritics-journalism-education/ 2 http://www.theguardian.com/media/2006/jun/07/theguardian.pressandpublishing 3 http://www.theguardian.com/media/2011/jun/16/guardian-observer-digitalfirst-strategy 3 2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3 3
디지털 웹으로 바뀌었다는 인식만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종이와 웹의 속성 적 차이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얘기다. 1970년대 문서 제작도구의 원형을 개발했던 당시 제록스 파크연구소 학 습연구실장 엘런 케이는 마술종이 라는 말로 종이와의 차이를 설명했다. 4 그는 저작도구로 제작한 디지털 문서는 단순히 종이를 모방한 것이 아니 다 라고도 했다. 그가 저작도구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문서라는 개념은 기존의 모든 표현적, 예술적 미디어를 위한 플랫폼 이었다. 궁극적으로 모 든 콘텐츠를 아우를 수 있는 재매개 기계로서 디지털 웹을 설정했다는 의미 다. 레프 마노비치의 말을 일부 변용하면 더이상 오프라인 시대에 존재하던 종이는 21세기 웹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웹을 종이 의 연장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충고이기도 하다. 디지털 퍼스트는 마술종이 라는 웹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 야 한다. 종이신문에 쓰여진 텍스트와 이미지를 복제하는 공간으로, 혹은 먼저 담는 그릇쯤으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종이 신문식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웹은 소프트웨어의 수 행물이 올려지는 공간이고 소프트웨어가 작동되는 캔버스이다. 뉴욕타임스 의 스노우폴 이나 가디언의 세계대전 다큐멘터리 같은 멀티미디어 스토 리텔링은 웹 위에서 가동되는 소프트웨어의 수행물이다. BBC의 사회 계층 계산기 5 는 그 자체가 웹에서 구동되는 하나의 소프트웨어다. 마술종이 위에 서 현란하게 펼쳐지는 이런 문서의 마법 은 왜 웹이 종이의 연장이 아닌가 를 드러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기자의 중요성 디지털 퍼스트는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인재의 유입을 수반한다. 광 고나 사업국뿐 아니라 편집국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필수적으로 운영 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 복스미디어, 써카와 같은 신생 미디어를 비롯해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디지털 퍼스트를 꾀하는 세계 유력 언론들은 이미 이러한 흐름에 올라탔다. 편집국 내에 수십 수백명의 엔 지니어와 웹 디자이너가 채용돼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들 은 표현 방식이 다른 저널리스트 이지 기자를 보조하는 오퍼레이터 가 아니다. 소프트웨어로, 인포그래픽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다른 종류 의 기 자인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조직 변화의 힌트가 존재한다. 기자란 저널 리즘을 수행하는 행위자로 의견과 지성을 서로 교환하는 이 로 정의된다. 6 행위의 수행이 핵심이지 행위의 표현 양식이 저널리스트를 규정하지 않는 다. 오히려 표현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수식어를 부여하며 방송 기자 신문 기자 그래픽 기자 편집 기자 로 불러왔다. 디지털 시대엔 여기 에 인터랙티브 기자 소프트웨어 기자 데이터과학 기자 멀티미디어 기자 등이 보태지는 것뿐이다. 디지털 퍼스트는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기자군을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른 표현 양식으로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행위자들이 편집국으로 속 속 유입되면서 디지털 퍼스트의 추동력을 배가시킨다. 가디언이 뉴욕타임 스의 인터랙티브팀을 이끌었던 애런 필호퍼Aron Philhofer를 영입한 사건 은 왜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새로운 유형의 인재가 중요한지를 명확 하게 확인시켜준다. 7 애런 필호퍼는 2006년부터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퍼스트를 주도했던 인 물로 뉴욕타임스 디지털 전략의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2007년 뉴 4 레프 마노비치.2013. 소프트웨어가 명령한다. 이재현 옮김.2014. 커뮤니케이션북 스. P.85~93 5 http://www.bbc.com/news/magazine-22000973 6 http://journalism.nyu.edu/publishing/beyondnews/2013/07/02/david-carrgood-point-weak-history/ 7 http://www.theguardian.com/gnm-press-office/guardian-appoints-aronpilhofer-executive-editor-digital 3 4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3 5
욕타임스 인터랙티브팀을 만들었고 다양한 디지털 스토리텔링 포맷을 개발 해 소개했다. 2009년에는 도큐먼트클라우드닷오알지documentcloud. org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언론사의 뉴스 관련 문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뉴욕타임스 나우 NYT NOW 모바일 앱 개 발을 총괄해왔다. 그가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팀을 설립할 2007년 당시 편집국과 IT팀을 포함한 내부 조직은 우리를 대체하려는 것이냐 며 반발했다. 심지어 인터 랙티브 뉴스 제작을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 지원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만큼 내부의 저항이 거셌고, 부정적인 기운이 만연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랙티 브팀은 2013년 현재 40명 이상의 조직으로 성장했고 뉴욕타임스 디지털 전 략을 상징하는 부서로 자리매김했다. 애런 필호퍼의 가디언 이직은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인재가 차지하는 위상을 역설한다. 그리고 이 같은 인재에 부여된 권한과 책 임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디지털 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영 입과 육성, 이를 뒷받침해주는 직무와 권한 부여, 그것이 뉴욕타임스의 현 재를 만들어낸 기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디지털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디지털 퍼스트 전략 은 정체 상태로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기도 한다. 편집국 기자들에게 인터랙티브 뉴스를 생산하라는 미션은 닭에게 타조알을 낳으라는 명령과도 같다. 미국 유력 언론들도 내부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실행하지 않는다. 니먼저널리즘랩의 조슈아 벤튼은 미국 언론사는 사내 교육을 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8 교육이 있더라도 강의 정도 수준이지 실제 실행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디지털 퍼 스트를 선도하고 있는 해외 언론사도 기자 재교육을 통해 성공적으로 디지 털 전략을 수행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재교육은 실행과 관련 없는 인식 전환의 기회만을 제공할 뿐이다. 디지털 퍼스트를 발행 순서의 교체 라는 협의로 이해할 때 가능한 선택지다. 데스 크톱 애플리케이션의 기사입력기를 보다 나은 UI/UX로 개발해 기자들에 게 웹으로 제공한다면 협의의 디지털 퍼스트는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소소한 툴마저도 핵심 사용자인 기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 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자들의 저항은 그래서 합리적이다. 다시 말하지만 재교육은 기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것을 강제 하는 것일 뿐, 그것이 기자들의 습관을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습관은 절박함 속에서 움튼다. 과연 모든 기자들에게 균질한 절박 함을 강요하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디지털 퍼스트, 재교육이 해법일까 국내 언론사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논의하면서 생략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재의 영입이다. 수년 또는 십수년을 종이신문 DNA로 살아온 기자 들을 재교육으로 변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접근은 낭만이 짙게 밴 선택이 자 전략이다. 편집국 내부 의사결정자들은 그들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기자 의 관성, 습관을 의도적으로 모른 체한다. 촉박한 마감 시한과 주5일이 보 장되지 않는 근무 여건 속에서 재교육을 통해 디지털 기자로 거듭나길 압박 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프로그래밍 경력이 전무한 디지털 인재 영입과 조직, 그리고 협업 문화 워싱턴포스트의 아즈라 클라인을 영입하며 단연 촉망받는 뉴스 미디어로 급부상한 복스미디어 9 나 가디언 10, 뉴욕타임스 11 등은 매년 핵 데이 8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823 9 http://www.theverge.com/2014/8/18/6030517/verge-hack-week-2014 10 ttp://www.theguardian.com/info/developer-blog/2014/jan/16/guardian-hackday-january-2014-live-blog 11 http://open.blogs.nytimes.com/2013/11/22/timesopen-hack-day- 2013/?_php=true&_type=blogs&_r=0 3 6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3 7
Hack Day라는 특별한 행사를 개최한다. 핵 데이는 해커톤이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24시간 혹은 36시간 이내에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발표하 며 프로그래밍 실력을 뽐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내 포털 기업에서도 핵 데 이 행사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뉴스 미디어가 개최하는 핵 데이 행사는 기자에게도 열려 있다. 기자, 개 발자, 디자이너, 사업부서 직원들이 한 팀이 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나누 고 실제 개발로 연결시킨다.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 분은 부서간 울타리를 넘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이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적 기능이지만 프로그래밍 역량 을 갖추지 못해 구현하기 어려운 기자에게 핵 데이는 무척이나 유용한 행사 다. 개발자, 디자이너와 의기투합해 협업하며 최소한의 시제품을 창조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른 직군과 협업할 기회가 없는 국내 언 론사 기자들에겐 생소하겠지만, 부서간 협업과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방 식으로 핵 데이는 IT 기업 전반에 보편적으로 스며든 문화적 이벤트다. 무 엇보다 디지털 조직으로의 근본적 전환을 추진하는 촉매이기도 하다. 핵 데이 는 디지털 퍼스트를 추진하려는 국내 언론사들에게 두 가지 시 사점을 제시한다. 모든 기자가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협 업을 통해 얼마든지 그 이상의 디지털 수행물을 제작해 낼 수 있다는 점이 다. 기자들은 더 나은 저널리즘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디지털 퍼스트를 위 한 새로운 실험들은 협업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핵 데이 또한 역량있는 디지털 인재의 영입과 조직을 갖추지 못한다면 시도해볼 수조차 없다. 핵 데이는 젊은 기자들이 협업의 가치를 체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경 로다. 디지털 퍼스트를 내재화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 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해커톤 프로그램에 참여를 독려하고 프로토타 입 개발의 성취감을 직접 맛볼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경험이 오롯이 디지털 퍼스트 프로젝트의 자양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재교육이 제공하는 피상 적 긴장감보다는 직접 참여하고 실행하며 습득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협업의 잠재력이 디지털 퍼스트를 지향하는 언론사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디지털 인재의 영입 혹은 육성 요컨대, 디지털 퍼스트를 단순히 발행 순서의 변화를 의미하는 좁은 의 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저널리즘의 지향점부터 수익 모델에 이르기까 지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포괄적 용어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왜 가 디언이 디지털 퍼스트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포하면서 오픈 저널리즘 이라 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정의를 내놨는지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존 기자의 인식을 바꾸려는 톱다운식 재교육보다 역량있는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고 채용함으로써 전혀 다른 디지털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디지털 퍼스트를 실질적이고 장기적으로 구현하는 데 효과 적이다. 현실적 제약으로 그조차도 어렵다면 국내외 다양한 해커톤 행사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디지털 DNA를 갖춘 인재를 내부에서 육성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앞선 해외 언론사의 사례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혁신보고서를 접한 이들이라면 국내 언론사나 해외 언론사들이나 고민의 지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 이 선택한 디지털 퍼스트의 해법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결국 또 사람이다. 종이신문 DNA가 뚜렷한 기자를 돌려막는 관행이 반복되는 한 디지털 퍼스트는 요원하다. 요란한 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예나 지금이나 정답이다. 3 8 특집 Ⅰ / 한국 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를 생각한다 여 기 자 /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