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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동향 1) 주택 매매 동향 2) 주택 전세 동향 3) 규모별 아파트 가격지수 동향 4) 권역별 아파트 매매 전세시장 동향 토지시장 동향 1) 지가변동률 2) 토지거래 동향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시장동향 15 준공업지역 부동산시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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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 畿 鄕 土 史 學 第 16 輯 韓 國 文 化 院 聯 合 會 京 畿 道 支 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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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cription:

구비설화에 대한 이해 방식을 통해 본 탈북여성B의 자녀서사와 문학치료 방안 박재인(건국대) 1. 서론 2. 자녀서사영역의 작품들에 대한 탈북여성B의 이해 방식 3. 탈북여성B의 자녀서사와 연동되는 현재적 문제 4. 탈북여성B에 대한 문학치료 방향 1. 서론 이 연구는 20대 초반의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한 문학치료 프로그램 1) 활동을 보고하는 논의이 다. 이 프로그램은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2013년 1~2월에 총 5회기로 진행되었으며, 진단과 치료과정에서는 인간관계의 원형(자녀ㆍ이성ㆍ배우자ㆍ부모로서의 인간관계)을 토대로 한 기초 서사( 基 礎 敍 事, Fundamental epic)영역 2) 에 해당하는 설화들이 활용되었다. 문학치료는 사람과 문학의 공통된 기반인 서사( 敍 事 ; epic)' 3) 에 주목하여, 문학의 작품서사를 1) 이 문학치료 프로그램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프로그램이며, 문학치료 활동의 입문과정에 해당한다. 자기서사진단도구-서사분석형(16문항) 에 활용된 16개의 설화 작품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정운채가 개발한 자기서사진단도구의 하나로, 이 진단도구 설계 과정은 정운채, 자기서사진단검사도 구의 문항설정을 위한 예비적 검토, 겨레어문학 제41집, 겨레어문학회, 2008.12.31, 361~397면을 통해 상세하게 제시한 바 있고, 진단도구의 형식은 정운채, 자기서사진단검사도구의 문항설정, 고 전문학과 교육 제17집, 한국고전문학교육학회, 2009.2.28, 125~160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탈북여성B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로 한 기획은 정운채(건국대 국문학과 교수, 문학치료최고전문 가)와 강미정(건국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문학치료최고전문가)의 구상으로 시작되었다. 자기서사진단 도구-서사분석형(16문항) 으로 진단 검사 검사 결과 비교적 잘 이해한 작품 8개에 대한 반응 검토 검사 결과 비교적 잘 이해하지 못한 작품 8개에 대한 반응 검토 16개의 작품에 대한 이해 시 도 소감 및 마무리 의 과정으로 총 5회기를 5주 동안 진행하였다. 진행 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 는 박재인, 탈북여성B의 구비설화에 대한 이해 방식과 자기서사, 고전문학과 교육 제26집, 한국고 전문학교육학회, 2013, 297-299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문학치료학에서는 자녀서사( 子 女 敍 事, son and daughter epic)영역, 남녀서사( 男 女 敍 事, man and woman epic)영역, 부부서사( 夫 婦 敍 事, husband and wife epic)영역, 부모서사( 父 母 敍 事, father and mother epic)영역을 인간관계의 발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치게 되는 네 가지 기초서사( 基 礎 敍 事, Fundamental epic)영역이라고 하였다. 기초서사영역에 대한 논의는 정운채, 인간관계의 발달 과정에 따른 기초서사의 네 영역과 <구운몽> 분석 시론, 문학치료연구 제3집, 한국문학치료학회, 2005.08, 7~36면.에서 시작되었으며, 정운채, 자기서사진단도구 개발을 위한 기초서사척도, 고전 문학과교육 제14집, 한국고전문학교육학회, 2007.08, 213~241면.에서 심화되었고, 정운채, 문학치 료학의 서사이론, 문학치료연구 제9집, 한국문학치료학회, 2008.04, 247~278면.에서는 문학치료학 서사이론 가운데 기초서사영역 개념의 필요성 및 정립 의도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3) 정운채가 정립한 문학치료학은 서사( 敍 事 ;epic) 의 개념을 중심으로 그 치료 원리를 밝히는 학문으로, 인생살이와 문학작품 등 모든 인간 활동에 서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정운채가 말하는 서사는 기 존 서사학에서 규명한 바와 같이 어떤 사건(들)을 글이나 말로 진술하는 것(narrative)과는 달리, 서 사는 인간관계의 형성과 위기, 회복에 관한 서술로 정의되며, 주체의 관계 맺기 방식에 반영되는 일 종의 논리적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적 체계에 따라 작품의 텍스트도 구성되고, 사람의 인생살 이도 구현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체의 구애를 거부한 대상에게는 복수를 해야 한다는 뼈대(작품 - 1 -

통해 사람의 자기서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활동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대상의 정서적 반응과 이해 및 기억의 정도 등을 기준으로 삼아 대상의 자기서사, 즉 인생살이 운영 방식을 진단한 다. 그리고 인간사의 진실을 반영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을 이해하고 기억하도록 치료과정을 구성하여, 자기서사의 건강성 및 성숙도를 증진하도록 도모한다. 그러니까 문학치료는 작품서 사를 이해하는 방식과 인생살이를 운영하는 방식이 연동된다는 관점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활동인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치료나 치유의 목적으로 실행된 임상 결과들을 보고한 논의들은 이 미 각 방면에서 상당량 축적되어 있다. 기왕의 연구 성과들과 본 연구의 차이점은 인문학적인 방법으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였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특성을 전제하고 접근 한 임상 연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탈북자들의 적응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한 연구들 4) 이 시도된 바 있는데, 이러한 연구들은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진단하고 그 대안으로 인문학 교육의 필 요성을 제기한다거나, 인문학의 방식으로 그들의 문제를 발견했다 할지라도 카타르시스 효과 로 치유 성과를 논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이 연구는 진단과 치료과정이 온전히 인문학적인 방법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학에 반영된 인간관계 원리를 이해하는 바에 따라 진단하고, 그것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효과를 도모하였기 때문이다. 탈북과 사회 적응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의 실효성을 확인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로 한정하여 선행연구의 성과를 살펴보면, 탈북과정에 서 겪은 고통의 외상들을 고찰하거나, 인권문제 및 성역할에 따른 가정문제와 사회적응문제를 논의한 연구들이 심화 발전되어 왔다. 5) 이는 여성의 몸으로 탈북과정에서 입은 상처나, 낯선 서사)로 복수형 텍스트가 구현될 수 있듯이, 복수형 자기서사가 한 사람의 내면을 장악하고 있을 때 는 그의 인생살이에서 복수 사태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는 관점인 것이다. 서사 에 대해 논한 대표 적인 연구로는 정운채, 고전문학 교육과 문학치료, 국어교육 113, 한국국어교육연구학회, 2004, 103~126면.이고, 인간관계의 형성과 위기와 회복에 대한 서술 이라는 서사 에 대한 정의는 정운채, 인간관계의 발달 과정에 따른 기초서사의 네 영역과 <구운몽> 분석 시론, 문학치료연구 3, 한국문학 치료학회, 2005, 7~36면.에서 밝힌 바 있다. 4) 북한이탈주민을 사회문화적 심리적 측면에서 분석하여 그 대안으로 인문학적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 연구로 박상옥,최늘샘,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직업생활을 위한 교육요구: 인문학 교육적 접근의 필 요성, Andragogy Today : International Journal of Adult & Continuing Education 제14집2 호, 한국성인교육학회, 2011, 107~135면.이 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적 접근 의 치유 연구로는 구술 현장과 구술된 서사를 분석하여 구술 치유의 방안을 제안하는 김종군, 구술 생애담 담론화를 통한 구술 치유 방안 : 고난의 행군시기 탈북자 이야기 를 중심으로, 문학치료 연구 제26집, 2013, 107~134면.가 있다. 5) 우선 탈북여성의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그 현황과 지원 방안을 제시한 연구(백영옥, 중국 내 탈북여 성실태와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 북한연구학회보 제6권1호, 2002, 241~264면.)를 비롯하여, 탈북여 성의 가족 내 역할 문제 및 사회 적응 문제에 대한 논의(장혜경 김영란, 북한이탈주민가족의 가족안 정성 및 사회적응과 여성의 역할, 한국한국여성개발원, 2000; 안연진, 북한이탈주민가족의 가족문화 특성에 관한 질적연구,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석사학위논문, 2002; 임인숙 윤인진, 북한 이주민의 성 역할 태도와 부부권력의 변화와 지속, 가족과 문화 제20집3호, 2008, 99~126면.) 등 탈북여성의 탈 북 경험과 새터에서의 적응 문제가 핵심으로 다루어져 왔다. 또한 인신매매의 경험으로 인한 외상 문 제와 남한 입국 이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거나(강차연, 중국내 거주 탈북여성들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과 정신건강 간의 관계, 여성연구논총 제21권, 2006, 39~53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외상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못한 대상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연구도 주목할 만하 다.(조영아 전우택, 탈북 여성들의 남한 사회 적응 문제: 결혼 경험자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제10집1호, 2005.) 이에 더하여 모자 입국 사례의 증가에 따라 북한이탈주민 가족의 해체 문제와 모 자 가정 빈곤화 가능성(박정란, 성인지적관점(Gender-Sensitive Perspective)에서의 여성 새터민 취업지원방안,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남북한 통합과제: 에너지 새터민 의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 소 2008 제3차 통일학기초연구 학술심포지움 발표문, 2008. 11. 27.) 등 그 문제 제기 역시 구체화되 - 2 -

사회에 적응하다가 경험한 상처에 주목하는 방법으로 접근한 연구들이다. 이에 반해 이 연구 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적용하는 기본형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대상자의 특징을 포착하는 접근 방법을 택했다. 즉, 그들이 경험한 외상이 아닌, 현재의 삶을 구성하는 현재적 자기서사에 주 목하여, 현재적 문제로 직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문학치료 과정에서는 지금 삶에 부 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점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어떠한 고통의 경험이 있었는지 질문 하지도 않기 때문에, 트라우마 발설의 역기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할 수 있으며, 외상 경험의 진가 판단을 위한 작업도 축소된다. 이 연구는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한 문학치료 프로그램의 결과를 보고한 필자의 두 번째 논의 로, 6) 여기에서는 특별히 탈북여성B의 자녀서사에 초점을 맞추어 그 진단과 치료과정을 논하 고자 한다. 자녀서사는 서사의 주체가 순응( 順 應 ) 의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 존재와의 관계에 서 운용되는 서사인데, 7)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법칙과 규점에 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기초에 해당하는 서사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탈북여성B는 자녀서사영 역의 작품들을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는 특성을 드러내었다. 이에 2장에서 자녀서사영역의 설 화들에 대한 탈북여성B의 이해 방식을 정리하여, 이를 근거로 3장에서는 그와 관련된 그녀의 삶을 이해해 보았다. 4장에서는 그녀의 현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학치료 방안을 논하였 다. 2. 자녀서사영역의 작품들에 대한 탈북여성B의 이해 방식 이 프로그램에 활용된 자녀서사영역의 작품으로는 <간 뺏길 뻔한 전처아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내 복에 산다>, <효불효다리>가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서사의 주체인 자녀가 부 모와의 관계에서 위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해 가는지를 중심으로 구현되어 있다. <간 뺏길 뻔한 전처아들>은 전처아들이 자신을 죽이려한 계모와 관계를 끊고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이 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오누이가 어머니로 위장하여 자신들을 잡아 먹으려한 호랑이를 밀쳐내는 일에 성공하고 해와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내 복에 산다>는 셋째딸이 아버지 고 있다. 특히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 연구 가운데 탈북여성의 외상 경험과 삶에 대한 만족도의 관련성을 밝히며, 사회복지적 제언을 제시한 논의(김미자, 북한이탈여성의 외상 경험에 관한 연구, 임상사회 사업연구 제7집1호, 2010, 1~18면; 최현실, 탈북여성들의 트라우마와 한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현상 학적 연구, 여성학연구 제21권1호, 2011, 161~204면.)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혹은 그들에게 보이는 공격성, 긴장, 불안감 등을 다면적 인성 검사(MMPI-2)를 통해 진단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특별한 조 치가 마련되어야 함을 주장한 연구(김희경, 탈북 여성의 MMPI-2 프로파일 유형과 성격 특성에 따른 방어기제 차이, 한국심리학회지:여성 제15집3호, 2010, 311~329면; 최빛내 김희경, 탈북 여성의 외상 경험과 성격병리가 심리 증상에 미치는 영향, 상담 및 심리치료 제23집1호, 한국심리학회, 2011, 195~212면.)도 있다. 6) 첫 번째 논문에서는 탈북여성B가 가장 잘 이해한 작품 <호랑이 눈썹>과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한 작 품 <역적 누명과 회초리>를 중심으로 자기서사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그녀의 자기서사가 지 닌 취약점은 (현상적인) 이별은 곧 관계의 단절, 대상의 거절-분노-복수 라는 서사에 고립되어 있어 다른 경로의 서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별을 고하거나, 구애를 거절한 대상을 포용 할 수 있는 성숙한 자기서사로의 개선을 목표로 한 치료과정을 제시하면서, 그녀가 해당 작품서사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변화지점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박재인, 탈북여성B의 구비설화에 대한 이해 방식 과 자기서사, 고전문학과 교육 제26집, 한국고전문학회, 2013, 291-324면.) 7) 순응의 대상은 부모, 스승, 상사를 넘어 몸담고 있는 사회체제 내지 인생살이의 이치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 3 -

에게 내 복에 산다 고 말하여 쫓겨났다가, 정말 자신의 복으로 잘 살 수 있음을 입증 한 후 아버지를 되찾아 성공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효불효다리>는 일곱 형제가 밤마다 냇가를 건 너 외간 남자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를 위해 돌다리를 만들고 북두칠성이 되었다는 이야기이 다. 이 작품들에 대한 탈북여성B의 반응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드러내었다. 첫 번째 특징은 부모 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는 서사적 전개를 비껴가는 경향성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는 사회적 강자의 횡포로부터 극복하는 서사적 전개를 거부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세 번 째, 자녀가 부모를 감싸는 지점에 대해 거부하는 반응이 반복적으로 발견되었다는 특성이 있 었다. (1) 부모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는 서사적 전개를 회피하는 경향성 탈북여성B가 자녀서사영역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드러난 첫 번째 경향성은 특히 1회 기의 자기서사진단 검사에서 자주 발견되었다. 아래와 같이 진단지에서 <간 뺏길 뻔한 전처아 들>의 (2)단락,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4)단락, <효불효다리>의 (2)단락은 부모적 존재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부정적인 면이 발각되는 장면이다. 그런데 탈북여성B는 부모의 부정적인 면이 발각되는 원래의 전개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장면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간 뺏길 뻔한 전처아들> (1) 한 남자가 아내와 함께 아들 하나를 낳아 길렀는데 아내가 죽자 새로 아내를 얻었는데, 후처가 아들 을 낳게 되었다. (2-1) 후처는 병이 나서 죽게 되었다. (2-2) 후처는 전처의 아들과 자신의 아들을 한 방에 놓고 같이 길렀다. (2-3) 후처는 꾀병을 부리며 전처 아들의 간을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2-4) 앞의 세 가지 가운데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3) 호랑이가 젖을 먹이는 척하면서 아기를 잡아 먹어버렸는데, 그 소리를 듣고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무 엇을 먹느냐고 물었다. 호랑이는 부잣집에서 얻은 밤을 먹는다고 하였다. (4-1) 낌새를 알아차린 오누이는 똥이 마렵다는 핑계를 대고 나와서 마당에 있는 느티나무 꼭대기 로 올라갔다. (4-2) 오누이는 우리들도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하였으나 주지 않자 먹을 것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마당의 느티나무에 올라갔다. (4-3) 오누이는 심심해지자 밖으로 나가 마당에 있는 느티나무에 올라가 놀았다. (4-4) 앞의 세 가지 가운데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효불효다리> (1) 아들 칠형제를 데리고 사는 홀어머니가 아들들이 잠이 들면 살그머니 나가서 새벽이 되어야 돌아왔 는데, 항상 치마 끝이 젖어 있는 것이었다. (2-1) 아들들은 걱정이 되어서 어머니에게 밤에 다니시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2-2) 아들들은 어머니가 칠형제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 밤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고 생각하였다. (2-3) 아들들은 밤에 나가는 어머니를 따라가 보았는데, 어머니는 시냇물 건너 마을에 사는 영감을 만나러 다닌 사실을 알게 되었다. - 4 -

(2-4) 앞의 세 가지 가운데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간 뺏길 뻔한 전처아들>에서는 원래의 전개인 (2-3) 후처는 꾀병을 부리며 전처 아들의 간 을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가 아닌, (2-2) 후처는 전처의 아들과 자신의 아들을 한 방에 놓고 같이 길렀다. 를 선택하였다. 후처가 전처아들을 배척하는 장면이 아닌, 친자식과 구분짓지 않 고 양육하는 장면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2회기에서 그녀는 제가 2번을 고른 이유가, 그래도 엄마니까. 전처의 자식이든, 그 전전처의 자식이든, 같은, 자기 아들도 있으니까, 전처 자식도 같은 아들로 생각하고, 길러주지 않았을까. 라고 말하며, 계모가 전처자식에게 덕행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원래의 전개인, (4-1) 낌새를 알아차린 오누이는 똥이 마렵다 는 핑계를 대고 나와서 마당에 있는 느티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 가 아닌, (4-2) 오누이는 우리들도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하였으나 주지 않자 먹을 것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가 마당의 느티나무에 올라갔다. 를 선택하였다. 호랑이가 아기를 잡아먹었다는 점에서 이제 곧 오누이 역시 잡아먹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녀가 (4-2)를 선택하였다는 것은 호랑이의 포악성이 곧 자신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의구심이 배제된 방향으로 전개되는 서사를 선호 했다는 의미이다. <효불효다리>에서 역시 원래의 전개인 (2-3) 아들들은 밤에 나가는 어머니를 따라가 보았는 데, 어머니는 시냇물 건너 마을에 사는 영감을 만나러 다닌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 아닌, (2-2) 아들들은 어머니가 칠형제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 밤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고 생각 하였다. 를 선택하였다. 어머니가 밤마다 치맛자락이 젓어서 돌아온 까닭은 자신의 욕망을 채 우기 위해서가 아닌, 밤에도 자식들을 위해 양식을 마련하러 고생하고 있다는 서사적 전개를 선택한 것이다. 위와 같이 그녀는 부모의 부정적인 면이 발각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원래의 서사적 전개를 비껴가는 경향이 있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부정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반영된 원래 의 서사적 전개보다도, 여전히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이야기를 더 선호하 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해 방식을 통해 그녀가 부모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 으며,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서 희생만 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어 한다고 추측된다. (2) 사회적 강자의 횡포로부터 극복하는 서사적 전개를 거부하는 특성 탈북여성B의 또 다른 특성은 강자의 횡포로부터 극복하는 서사적 전개를 거부하고, 좌절하는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점이었다. 이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이해하는 방식에 서 드러났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대해서는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극복하는 서사적 전개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이 설화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잡혀먹은 결말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여성B : 당신은 엄마가 아니에요. 엄마 맞아 하고. 손 내 보여줘라 그러니까, 호랑이 손이니 까, 이건 엄마 손이 아니에요 이러니까, 호랑이가 화가 나서 문을 뜯고 들어간. 거기에서 잡아먹힌 이야기로 기억이 나가지고, 그래서 이것도 그냥 먹히지 않았을까. 8) 8) 2013년 1월 27일 3회기 녹취본. - 5 -

그리고 그녀는 원래의 서사적 전개가 비현실적이라며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특히 오누이가 호랑이로부터 피신하고, 하늘로부터 구원되는 과정에 대해서 잘 수용하지 않았다. 탈북여성B : 그냥 느낌에 찍었어요. 이렇지 않을까. 만약에 동생이 도끼로 찍고 올라갔다고 이야 기를 했잖아요. 호랑이도 도끼로 찍고 올라갔으니까 잡아 먹히지 않았을까. 호랑이 되게 올라가는 시간이 빠르잖아요. 하늘에 소원 비는 시간이면 능히 잡아 먹히지 않았을까. 그 냥 상상과 추측으로? 9) 연구자 :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이상했던 부분이 있을까? 탈북여성B : 해와 달이 되는 거요. 어떻게 인간이 죽어서 해와 달이 될까요? 저는 기독교라서, 해와 달은 하나님이 만드셨으니까. 사람이 죽어서 해와 달이 됐을라면, 이건 또 눈물나게 그런 동화도 아니고. 그냥 낌새를 알아채고 느티나무에 올라가서, 헌 동아줄이고, 새 동아 줄이고 해서 올라가서 해와 달이 되었다는 것은 이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10) 이처럼 그녀는 하늘의 힘으로 호랑이로부터 구원되는 과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성을 거론 하며 그 구원의 불가능성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오누이가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을 타고 가서 해와 달이 되었다는 장면에 대해서는 종교적인 신념을 근거로 부인하였다. 이와 같은 반응은 설화의 함축적인 문학적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거나, 혹은 북한에서 교육받은 문학 사관의 영향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경향성이 드러난 반응일 수도 있다. 원래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리얼리티를 근거로 거부한 반면, 자신이 선택한 비극적 결말의 이 야기에 대해서는 심화된 해석을 하고 있었다. 호랑이를 사회적 강자로 보며, 설화의 함축적 의미를 우리 삶의 현실 문제에 적용하며 해석하고 있었다. 비유를 한다면 사회에서 약자는 힘 센 자한테 어차피 먹히게 돼있으니까, 힘 센 자는 약한 자를 잡아먹거나 죽일 것이고. 왠지 그런 의미가 있지 않나. 이런 동화를 만들어 낸 사람도 거기에 비 유를 해서 만들지 않았나. 11) 그녀는 사회에서 약자는 힘 센 자에게 어차피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힘 센 자는 약한 자를 죽일 것이라고 하였다. 호랑이와 오누이의 관계를 사회적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치환하여 이 해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말한 강자와 약자의 관계에 대한 논리와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비 극적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동일했다. 강자는 포악스럽게 약자를 억압하고, 약자를 위협 하면서 무도한 방식으로 자기 욕망을 채울 것이고, 약자는 처참히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는 인 간관계의 논리가 공통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그녀는 설화들을 접하면서 설화 속의 환타지들을 좋아한다고 한 바 있다. 여우가 사람이 되 고, 호랑이 눈썹으로 보면 사람이 닭으로 보이는 전기적 특성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 었기 때문에 그녀가 극복형 이야기를 비현실적이라고 거부한 지점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 성이 있다. 오히려 위에서 말한 강자의 횡포에 약자는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는 서사적 논리가 그녀의 내면에 강하게 자리 잡혀 있어서, 원래의 극복형 서사적 전개를 거부하는 것일 가능성 9) 2013년 1월 27일 3회기 녹취본. 10) 2013년 1월 27일 3회기 녹취본. 11) 2013년 1월 27일 3회기 녹취본. - 6 -

이 있다. (3) 자녀가 부모를 감싸는 지점에 대해 거부하는 반응 그녀의 자녀서사영역 설화들에 대한 이해방식에서 드러난 세 번째 특징은 자녀가 부모의 잘못 을 덮어주고 감싸는 지점에 대해 거부한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 <간 뺏길 뻔한 전처아들>에 대한 반응이다. 탈북여성B : 이게 6번에 6-3인가요? 고향에 간 전처 아들은 과거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모른 척하고 지냈다. 아, 이거는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웃음) 계모가 자기 간을 빼서 먹으려 고 그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지나갈 수 있겠어요. 저라면 죽여 버렸을 꺼 같아 요.(웃음) 이걸 보고는 이 내용이 안 좋았어요. 저는 이게. 연구자 : 이게 불쾌했어? 탈북여성B : 네. 왜 이걸 죽이거나 복수를 안 하고 가만히 놔두지? 그런 생각이 많았어요. 연구자 : 왜 참아야되지? 탈북여성B : 예, 그렇죠. 그 분노를 터뜨리고. 사람의 간을 먹는 것은 살인인데, 그 살인 죄인을 어떻게 (웃음). 다스려야죠. 연구자 : 맞어. 00이에게 가장 불쾌하게 했던 구절은 여기였구나. 탈북여성B : 예, 이게 좀 안 좋았어요. <2회기 中 > 이 작품의 줄거리는 자신의 간을 빼앗으려한 계모로부터 도망쳐 나와 성공한 후 고향에 돌아 와, 계모는 엄히 벌하고, 아버지와 자신을 살려준 백정부부를 모셔다가 잘 살았다는 것이다. 1 회기의 자기서사진단검사에서는 이야기의 결말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서사들을 제공 하였는데, 탈북여성B는 원래의 줄거리에 해당하는 (6-2) 전처 아들은 계모의 죄를 엄하게 다 스리고 아버지와 백정 내외를 모셔다가 잘 살았다. 를 선택하였다. 그런데 그녀는 (6-3) 고향 에 간 전처 아들은 과거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모른 척하고 지냈다. 문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저라면 죽여 버렸을 꺼 같아요. 라며 계모의 죄를 묵인하는 서사적 전개를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였다. 계모의 죄를 묵인한 채 살아가는 이야기보다 악 한 계모를 처벌하는 원래의 이야기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내 복에 산다>의 경우, 자신이 원래 알고 있었던 이야기라고 하면서 셋째딸이 자기를 내쫓은 부모를 다시 모시고 와 사는 지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였다. 연구자 : 아까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그냥 이건 좋았고, 이건 싫었고. 머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 도 돼. 자유롭게. 탈북여성B : 네. 아빠가 왜 딸을 내쫓았을까.(웃음) 연구자 : 왜 딸을 내쫓았을까. 탈북여성B : 예. 내 복에 내가 산다는데, 아빠가 부자고, 엄마가 부자끼리 만나서 결혼을 해서 애들이 태어났으면, 그게 자기 복이 아닌가요? (웃음)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왜 아빠가 딸을 쫓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딸을 쫓았는데, 왜 이 딸이 부자가 되었을 때 쫓 겨난 부모를, 자기를 쫓아낸 부모를 왜 데려다가 같이 잘 살았을까. 자식이라서? 그런 생 각이 들었어요. 머 물론 자식은 부모를 모셔야 되긴 하지만. 저는 조금 냉정해가지고 (웃 음) - 7 -

<2회기 中 > 그녀는 누구 복에 사느냐는 질문에 내 복에 산다고 말한 대답한 셋째딸을 쫓아낸 아버지를 부 당하다고 보면서, 셋째딸이 아버지를 모셔오는 지점에 대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였 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셋째딸은 아버지를 되찾아 오기 위해 백일 동안 거지잔치를 열었는 데, 이에 대해서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머 한 달만 하게 되면 그 소문이. 천리만리를 가겠는데. 왜 굳이 백 일을 했을까. 그 얼마나 많이 나가겠어요. 돈은 얼마나 또 나가고. 버는 건 없겠는데. 신기한 것 보다는 좀 미련한 짓 같아 보였어요. 라고 하였다. 탈북여성B는 이 설화를 접하면서 4회기에 이르자 자신의 부모를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연구자 가 아버지를 되찾은 셋째딸에 대해서 설사 아버지가 틀렸더라도, 정말 내 덕에 살도록 아버지 를 부양하는 방식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지점이라고 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착하네. 힘들지도 않는데, 참 씁쓸하네요. 그렇게 유쾌하지도 않고. 제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안 좋거든요. 감동적이지도 않고, 와닿지도 않고. 혼자서 잘 살 수도 있었는데. 그냥 모르고 지나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자신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혼자서 잘 살 수도 있지 않았느냐고 하며, 셋째딸이 아버지를 거두는 태도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것이 자기한테는 통하지 않았다면서, 12) 또 다시 백일 간의 거지잔치에 대해서 백일잔치까지 너무 길다. 정정 삼 개월 넘게. 재산이 다 거덜나겠네요. 얼만큼 벌어야 거덜나지 않을까. 여 기서부터 경기도까지 오만 원짜리를 일 메타 쫙 쌓으면 될까요? 라고 하며, 부담스러움을 표 현하였다. 연구자가 나를 버렸던 부모도 다시 거두고, 거지잔치를 열어 수많은 이들을 먹일 수 있는 인 물이었기에, 우연히 황금을 발견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큰 부자가 되는 것과 남들에 게 크게 베푸는 것 모두 셋째딸이 말한 내 복에 산다 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그녀는 팔자죠. 나는 어릴 적부터 주기만 해가지고, 받는 걸 못해봐서 그 기분이 어떤 건지 몰라요. 엄마가 와서 밥 해주고, 빨래해주면 좋을 꺼 같긴 한데요. 라고 하였다. 그리고 셋째딸과 자신 을 비교하며, 집에서 나오게 된 상황을 말했다. 탈북여성B : (손동작을 하며) 이게(가슴이) 넓네요. 나는 좀 또라이 쓰고 나왔는데. 이 여자는 다 르네요. 굉장히 현대문명이 발전하다 보면은, 시집 갈 때 엄마 친구 딸들 보면 굉장히 잘 가요. 엄마들이 중국이랑 거래를 함으로써, 그릇도 그게 북한에서 스텐 그릇이라고, 언니 도 알잖아요. 그걸 중국 백화점에서 사다가 시집갈 때 가져간단 말이에요. 그건 북한에서 굉장히 최고의. 예. 엄마가 굉장히 걱정을 하는 거예요. 나는 너를 어떻게 하냐. 제가 또 라이예요. 나는 북한에 있을 애가 아닌데 뭐.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가 이 미쳤냐고, 어디 갈꺼냐고. 나는 캐나다를 갈꺼라고. 우리 엄마가 있다가 뒷통수를 한 대 때리고, 이년이 미쳤냐고 하던데. 그러고 한 삼 개월 만에 나왔어요. 근데 캐나다를 못 가고 대한민국에 있네요. (이제 갈꺼야) 멋있네, 셋째딸. 그녀는 북한에서 어머니 대신 밀매업을 하며 고생스러운 나날을 보내다가 탈북하게 되었는데, 12) 저는 친구들 생일 다 챙겨요. 정작 제 생일 다 안와요. 걔네들이 안 챙겨주는데 다른 사람들이 생각 해서. 나는 오만원어치를 해줬는데 십만원어치를 해주니까. 아 나가는 길 다르고 들어오는 길 다르구 나. 남에 꺼를 얻어 먹으려면 내 꺼 열 개는 나가야 한다잖아요. - 8 -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온 기억을 떠올리며 셋째딸과 자신을 비교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을 또 라이 쓰고 나왔다 고 하고, 셋째딸은 멋있다 고 표현하였다. 셋째딸의 아량은 멋있지만, 자기 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효불효다리>에서는 보다 격하게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이야기에서는 냇가 를 건너는 어머니를 위해 다리를 놓는 일에 대해 넷째가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하니, 첫째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일이라는 그저 하시도록 해 드리는 거라고 타이른다. 그리 고 일곱 아들이 북두칠성이 되는데, 네 번째 별은 작고 희미하다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이 에 대해서 탈북여성B는 넷째 아들에게 공감이 간다고 하였다. 탈북여성B : 네째의 심정도 저는 이해가 갑니다. (웃음) 어찌보면 엄마가 불륜인데. 연구자 : 나도 그랬어. 이걸 내가 왜 도와주어야 하나. (웃음) 불륜인데, 자식된 도리로서는, 저라면 안 도와줬을꺼 같아요. 넷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 다. 왜 그랬는지. 아버지가 죽었던 간에 아니면 생이별을 했던 간에, 머. 예. 불륜. 매일 저녁 왔다갔다하는 엄마가 싫었을꺼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중간에 반항을 하지 않았을 까. (웃음) 왜 도와줘야 해 하는 그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녀는 어머니가 좀 밝히는 여자 같이 보였 다면서 밤마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불쾌한 반응 을 보이다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을까하고 이해하는 반응 13) 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부 모를 떠올리기도 했다. 탈북여성B : 저는 엄마랑 살아보지 못해가지고. 한국에 오기 전 딱 삼 년만 살다가 오긴 했는데. 저희 엄마가 막 남자 같아요. 여자다움이라는 게 정말 없어요.(웃음) 키도 정말 크고, 손 뼉도 진짜 남자 같고. 그러니까. 이거 봤을 때 좀 아빠가 생각이 났어요. (웃음) 아빠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연구자 : 어머니가 대장부 같으시니까 탈북여성B : 네 (웃음) 그런데다가 엄마가 한 번씩 장사를 나가면 몇 개월씩 집에 못 들어가거든 요. 그럴 때면 아빠가 혼자 집에서 어떻게 있었을까. (웃음) 그런 생각이 들꺼 같아요. 제 동생이 그때 여섯 살, 다섯 살 요때였는데. 제 동생 유치원 보내고 학교 보내고. 아빠가 다 혼자 했다 하더라구요. 다섯 살 때 저보러 할머니네집 맡겼다던데, 저는 기억이 안 나 지만, 제가 부모들하고 관계는 좋지 않은데 나이를 먹어보니까, 아빠가 얼마나 그때 엄마 가 없을 때 외롭게 살았을까. 그땐 젊은 나이였을 텐데, 삼십대 막, 그때였겠는데 (웃음) 얼마나 힘들었을까. (웃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엄마는 또 밖에 나가서 많이 싸우 기도 하고. 받을 돈, 줄 돈 되게 좀 힘들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보고 (웃음) 연구자 : 이거 보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탈북여성B : 예, 그런 내용과는 정 반대인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웃음) 그녀는 설화의 내용과 다른데 왜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며, 평소 활기가 넘쳐 밖에 서 장사를 했던 어머니도 참 힘들었겠다, 또 어머니가 장사 때문에 몇 개월 간 집을 비운 사 13) 탈북여성B : 밝힌다면 좀 오바긴 한데, 여자 나이는 젊었는데, 외롭고 젊었고, 남편은 없고, 일곱 아 들만 있고, 근데 그게 자기 욕구는 채워지지 않고 하니까, 때마침 강 건너에 머 아저씨가 있었던 거 같아요. 대놓고 아저씨 집에 눌러가 앉고 살기는 너무 많은 욕을 먹을꺼 같고 하니까. 밤마다 간통(강 조해서)을 하지 않았을까. - 9 -

이 아버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며 부모님의 노고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4회기 때는 더욱 상세하게 부모님에 대해 털어놓았다. 어머니가 장사 수완이 좋고 성격도 당 차서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남자가 많았는데, 어릴 때는 그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 가 좀 안쓰럽기도 하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머니가 장사를 잘 하게 하는 노 하우였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탈북여성B : 그런데 엄마를 성격까지는 그게, 사업적인 수완까지는 조금 배웠는데, 사람들 관리 하는 거를 못 배웠던거 같아요. 신뢰는 확실하게 준다고 생각하는데, 베푸는 걸 한다고 하죠. 엄마처럼 다 퍼주진 않죠. 엄마를 확실하게 데려다가 물어봐야겠네. 어머니는 베푸는 방식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사업의 성과로 이끌었는데, 자신은 그 지점만은 못 배운 것 같다며,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물어보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내 복에 산다>에서 부모를 다시 되찾아 오는 일에 부담스럽게 반응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 다. 그러나 이내 곧 부모를 감싸는 지점에 대해서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연구자는 그녀가 부 모를 감싸는 방식에 대해 잘 수용하지 않다가 조금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듯 싶어, <내 복 에 산다>와 <효불효다리>에서 부모의 잘못을 덮어주고 감싸는 방식의 가치에 대해 말해 보았 다. 연구자 : 내 생각에, 항상 설화들을 읽으면, 그전에는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해내면 이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설화를 보면, 싸워서 이기는 게 이기는 것이 아니구나. 잘못을 덮어주고 북 두칠성이 되는 거. 그게 정말 좋은 결과구나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어. 특히 이 북두칠성 이 되는 지점에서, 앞의 이야기들의 문제점을 보게 되었어. 사람이 그럴 수 있구나, 누구 나 욕망은 있지. 그럴 때 말없이 덮어주는게, 탈북여성B : (말을 끊으며) 엄마를 이해하는 거. 그냥 배제해도 되지 않아요? 이해 안 되는 걸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 오히려 더 다칠 꺼 같은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멘붕이 되네요. 머리가 헤롱헤롱 되네요. 지금 기억이 싹 안나고. (언성이 높아지며) 헤머가 빡 친거 같네 요. 아 뭐, 그런 욕망은 이해가 되요. 아빠가 외롭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뭔지를 지금 찝어 못내겠어요. 멘붕이 와요, 거기서. 왜 이러지. 그런 거 있잖아요. 성적 욕망, 돈의 욕망이던 야망이던. 엄마가 성적인 욕망을 가진 데까지만 이해하는 데까지만 해도 되지 않았을까. 뭐 물에 돌다리가 되어주고. 그냥 이해만. 그게 이해가 안 가요. 그러자 그녀는 어머니가 욕망을 가진 데까지만 이해하고 싶지, 돌다리가 되어주는 거까지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멘붕, 헤롱헤롱, 헤머가 빡 친거 같다 와 같은 표 현으로, 혼란스러움을 드러내었다. 부모 역시 욕망을 지닌 존재이고, 자식 생각보다 그 욕망을 추구하는 일이 앞설 때도 있다는 사실은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그러한 부모를 감싸는 지점 은 그녀에게 잘 수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그녀는 자녀를 죽이려 했던 부모를 용서하거나, 자녀를 버린 부모를 되찾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하거나, 부모의 성적 욕망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원래의 서사적 전개를 거부 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녀가 거부한 장면들은 공통적으로 자녀가 욕망을 앞세운 부모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다. 초반에 그녀는 자녀보다 자신의 욕망을 앞세운 부모에 거부감을 표했으나, 나중에는 부모가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데에까지는 수긍했다. 그러나 그러한 부모에게 - 10 -

희생하는 서사적 전개까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 것이다. 앞서 제시한 그녀의 신체화 반응 이 그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3. 탈북여성B의 자녀서사와 연동되는 현재적 문제 문학치료학의 관점으로는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과 삶을 운영해가는 방식이 연동되어 있다고 본다. 이는 작품 텍스트 저변에 존재하는 작품서사와 같이 사람에게도 자기서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 때문이다. 자기서사가 작품서사를 이해하는 방식에 강한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 에, 작품에 대한 이해 방식과 삶은 긴밀히 연결된다. 여기에서는 앞서 정리한 자녀서사영역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특성으로 그녀의 자녀서사를 추론해보고, 그와 긴밀히 연결된 그녀의 삶을 조망해보려고 한다. 그녀가 자녀서사영역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1)부모의 부정적인 면 이 드러나는 장면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2)사회적 강자의 횡포로부터 극복될 수 없는 서 사적 전개를 더 잘 받아들인다는 점과, (3)욕망을 앞세우는 부모를 포용하는 지점에 강한 거부 감을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1), (2), (3)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그녀가 자녀로서 세상을 살 아갈 때 작동되는 자녀서사의 특성을 드러낸다. (1)은 부모 역시 사람이기에 불완전한 존재라는 진실을 외면하는 자녀서사의 특징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그녀에게서 자신을 완벽하게 보호해주는 부모의 모습이 아닐 때에는 부모를 부정하 게 되고, 나쁜 부모가 된다. (2)는 사회적 강자의 횡포에 약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 다는 논리가 그녀의 자녀서사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1)과 관련되는데, 약자 를 휩쓸어버리는 공포스러운 힘이 만연한 세상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보호해주지 못하는 부모 는 나쁜 부모인 셈이다. (3)은 욕망을 앞세우는 부모에 의해 나의 행복이 흔들릴 수 있으니 배척해야 한다는 자녀서사의 특성을 드러낸다. 결국 그녀가 자녀적 존재로서 살아갈 때 우선 적으로 작동되는 서사는 약자를 휩쓸어버리는 공포스러운 힘이 만연한 세상에서 자신을 완벽 하게 보호해주지 못하는 부모는 나쁜 부모이고, 나쁜 부모에 의해 나의 행복이 흔들릴 수 있 으니 배척해야 한다 는 논리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자녀서사는 과거의 삶에 의해 형성되었을 수 있거나, 그러한 자녀서사의 영향 으로 과거의 삶이 기억되었을 수 있다. 그녀가 토로한 북한에서의 삶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북 한 에 서 의 삶 부유한 생활을 하였다가, 14) 도적떼의 공격 15) 으로 한순간에 가난해지면서, 16) 학교 에서 교사와 학우들로부터 멸시를 받음. 17) 6.25때 사라진 할아버지 때문에 사상불순의 문제로 대학진학길이 막힘. 많이 배워 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좌절되면서, 이때부터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함. 18) 불법의 장사를 한 어머니 19) 로 인해 생활의 안정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20) 감옥행을 면하기 위해 많은 돈을 바쳐야 했고, 21) 생존환경은 급변함. 부모님과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음. 22) 결국 더 이상 어머니가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이 그 위험천만한 장사길로 - 11 -

내몰림. 23) 많은 돈을 만지게 되는 성취. 가정은 안정을 되찾아 갔지만, 나의 행복을 완전히 보장해주지 않음을 깨달음 24) 도피 선택, 말도 없이 도망침 25) 14) 이어 그녀는 조부모님의 경제력에 대해서 양강동에서 살았는데, 거기서 저희 집 모르는 사람이 없 어요. 라든가, 거기 가면은 독집이 저희 집이예요. 아마 하나일꺼예요. (웃음) 그게 일본 때 지은 집일꺼예요. 방만 다섯 개 있고 라고 하며 그 기억을 상세히 떠올렸다. 그리고 저는 할머니네서 자라나서 가질 것 다 갖고. 그리 잘살다가, 라며 조부모님의 경제력이 자신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 쳤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2013년 1월 20일 2회기 녹취본. 16개의 작품서사 중 피검자가 잘 따라간 작품들에 대한 반응 탐색 : <호랑이눈썹>에 대한 감상 중) 15) 그녀가 7살 정도가 되었을 때는 약 1990년대 말 무렵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공산당원이었다고 하는 것으로 볼 때, 부유한 집에 빈민들의 침입이 잦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16) 저희 집 열 차례 정도, 거짓말 치지 않고, 열 차례 정도, 도둑 맞혔어요. 삼촌들이 다 스위스 시 계 차고 그래 다녔는데, 그 시계고 머고, 심지어 티비까지 다 들어갔더라구요. (웃음) 그쪽엔 감자 농사도 하는데 감자홈에서 감자도 다 들어간거예요. 저희 집 그래서 며칠 밤에 다 거지가 됐죠. 거 지가 되다나니까. 그때가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땐가, 일곱 살 때인데. 여섯 살, 일곱 살 초반 까지는 진짜 잘살았는데. 도둑 맞치니까 진짜, (2013년 1월 20일 2회기 녹취본. 16개의 작품서사 중 피검자가 잘 따라간 작품들에 대한 반응 탐색 : <호랑이눈썹>에 대한 감상 중) 17) 그때가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땐가, 일곱 살 때인데. 여섯 살, 일곱 살 초반까지는 진짜 잘살았는 데. 도둑 맞치니까 진짜, 못 살던 사람이 잘살면 모르겠는데, 잘살던 사람이 못 살면 어떻게 되는 지 아세요? 학교가면 왕따당해요.(웃음) 아무리 공부 잘하고 그래도, 북한 애들은 그런 게 있거든 요. 선생님이 해달라는 거 다 해주다가 못하면, 그런게 있거든요, 선생부터 학생을 막 다루고, 그 래가지고 제가 일곱 살 때부터 돈맛을 느껴가지고, (웃음) 18) 초등학교 4학년 졸업하면서 중학교 올라가잖아요, 북한은. 그게 일반고랑 일고등이라는 게 있어 요. 일고등은 여기처럼 수능 안 보고 바로 대학교 갈 수 있는 학교거든요. 거기를 가고 싶어서 공 부를 했는데, 못 간다는 거예요, 성적도 좋았는데. <중략> 할아버지가 전쟁 때 남북도 안하고, 남쪽으로도 안 오고, 중간에서 없어진거니까 북한에서는 그게 큰 문제인거죠. 그래서 그기는 태도가 걸린다, 못 간다니까 공부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거예 요. 그래서 에라, 공부 머, 이 사회에 공부 해봤자 걸리는데, 내가 돈이라도 많아서 걔네들을 쥐락 펴락 해보자고. 그냥 공부를 안하고 돈만 벌었어요. 19) 그때 저희가. 남들은 하지 말라는 장사를 하죠. (웃음) 라고 설명하였는데, 당시 북한에서 불법 으로 금지하였던 품목을 판매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저희 엄마가 북한 법에 기록을 하 나 남기기는 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어느덧 일어나게 되더라구요. (2013년 1월 20 일 2회기 녹취본. 16개의 작품서사 중 피검자가 잘 따라간 작품들에 대한 반응 탐색 : <호랑이눈썹> 에 대한 감상 중) 20) 똥찜 장사는 안돼요. 똥찜이라는 것은 감자라던가, 낱알 장사해서는 돈을 못 벌구요. 금속 장사 가 가장 획기적인거구요. (웃음) 엄마도 돈을 벌었어요. 저는 그렇게 많이는 안하고 조금씩 하다 가, 대대적으로 한 거는 중3 때인가, 그때 공부를 손에서 아예 놨거든요. 공부를 놓고 아예 장사의 길로 갔는데, 엄마가 중국에 금속을 이렇게 하고 돈 받아 오고, 제일 처음에 중국 지폐 몇 천 원, 칠팔천 원이 진짜 그게 큰 돈이거든요. 그러다가 점차 점차 하다보니까 그게 몇 만 원이 되 는 거예요, 지폐가. 그게 상상만 해도, 북한 사람들은 몇 만 원이 없어서 그러는데. 중국 지폐 몇 만 원 만진다는 게, 상상이 안 가죠. (2013년 1월 20일 2회기 녹취본. 16개의 작품서사 중 피검자 가 잘 따라간 작품들에 대한 반응 탐색 : <호랑이눈썹>에 대한 감상 중) 21) 저희 집도 엄마가 돈을 많이 벌어 놨는데, 한 번 잡히는 바람에, 싹 다 그게 다 날아가 버린 거예요. 엄마가 잡히면 안 파는 게 없어요. 돈이 된다 하면 다 팔아야 하니까. 심지어 (웃음) 아빠 장화까 지 팔아가지고. 22) 제가 부모들하고 관계는 좋지 않은데 23) 스케일이 크게, 엄마가 또 한 번 잡혀들어 갔는데, 그 돈 또 그게 다 날아간거예요. 현장에서 잡 힌 거니까. 엄마 이번에 잡히면 교화, 형수를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엄마는 그 바닥에서 손 씼고 나오고, 제가 들어간거죠. (2013년 1월 20일 2회기 녹취본. 16개의 작품서사 중 피검자가 잘 따라간 작품들에 대한 반응 탐색 : <호랑이눈썹>에 대한 감상 중) 24) (25kg정도의 쇠를 짊어지고, 2주를 걸어 중국에 가는 과정) 걷기도 하고, 검사하는 데는 산 타고 넘어야 되거든요. 조가 있어요, 그게 또. 세 명 씩 조를 묶어가지고. 아줌마들이 갔다오면은, 저는 - 12 -

공포스러운 힘이 약자를 희생시킨다는 자녀서사는 돈과 권력이 없는 약자로서 생존권과 자율 성을 박탈당했던 북한에서 삶에 대한 기억과 맞닿아 있다. 그러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자녀서사의 특성은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기억과 관련 된다. 또한 그녀는 누구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과 권력의 힘을 인지하게 되 고, 돈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국가나 부모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결핍된 자리에 돈과 권력이라는 물질적 힘에 대한 신념으로 채워버린 것이다. 물신주의라는 부모적 존재에 의존하는 방식의 삶을 선택하면서, 국가와 부모를 밀어버리게 된다. 결국 탈북을 결심하고, 이 는 나쁜 부모에 의해 나의 행복이 흔들릴 수 있으니 배척해야 한다는 논리의 자녀서사와 긴밀 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녀의 자녀서사는 현재의 삶을 구현하고, 또한 그녀가 처한 현재의 환경은 그녀의 자 녀서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녀가 진술한 한국에서의 삶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 국 에 서 의 삶 생활은 호전되고, 대학에 진입하고, 중문과를 선택함.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지만, 대학공부도 어렵고, 취업을 위한 준비도 벅참 돈맛이 들려 유흥업소로 빠진 하나원 동기들의 실패담. 돈을 얻어내기 위해서 유부 남과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 이야기.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실패함. 26) 돈과 권력의 야욕을 성취하기 위한 드라마나 영화들만 눈에 들어옴. 27) 돈과 권력의 힘에 인간관계가 좌우된다고 믿음 28)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간관계의 갈등이 잦음 29) 아르바이트를 하며 북한으로 돈을 보내주긴 하지만, 아르바이트까지 하다간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관둠. 큰병에 걸렸다는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됨. 최근에 중국에서 어머니를 만나기로 약속 했으나, 생각보다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 다고 하고 한국 이모의 권유로 취소하고, 중국에 갈 경비로 여행을 다녀옴. 그간에 보내준 돈으로 동생의 대학진학은 무리가 없을 듯한데, 얼마 전에 동생을 잡아먹는 꿈을 꿈 그 돈이 아깝다고 도시락을 (웃음) 다 싸가지고 가거든요. 주먹밥을 싸가지고 가고 올 때도 그걸 다 먹는 거예요, 겨울이니까, 여름이면 안 되는데. 그러면 돈이 그대로 엄마한테 와요. 그렇게 해 서 쭉 그냥, 엄마는 집에서 앉아서 조금씩 그냥 반찬거리 벌 정도. 제가 나가서 돈 벌고, 항상 그 랬던거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 가장 (웃음) 아빠엄마 눈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어린 나이에 가장 같은 거 있잖아요, 소녀, 그런 책임이 있어서 그러는지. 앉아서 쉴 새가 없었어요. 쉬어봤자 일 년에 한 주일 정도. 25) 나는 좀 또라이 쓰고 나왔는데. 이 여자는 다르네요. 굉장히 현대문명이 발전하다 보면은 시집 갈 때 엄마 친구 딸들 보면 굉장히 잘 가요. 엄마들이 중국이랑 거래를 함으로써, 그릇도 그게 북한에 서 스텐 그릇이라고, 언니도 알잖아요. 그걸 중국 백화점에서 사다가 시집갈 때 가져간단 말이에 요. 그건 북한에서 굉장히 최고의. 예. 엄마가 굉장히 걱정을 하는 거예요. 나는 너를 어떻게 하냐. 제가 또라이예요. 나는 북한에 있을 애가 아닌데 뭐.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가 이 미쳤냐고, 어디 갈꺼냐고. 나는 캐나다를 갈꺼라고. 우리 엄마가 있다가 뒷통수를 한 대 때리고, 이년이 미쳤냐고 하던데. 그러고 한 삼 개월 만에 나왔어요. 근데 캐나다를 못 가고 대한민국에 있네요 26) 데 그 예측에서, 긍정적으로 예측한 사람 중에 긍정적으로 된 사람이 없어요. 하나원 나와서. 나 쁘게 말해서 유흥업소 나와서 일하는 여자도 많고. 안타깝기도 하고. (연구자 : 그러다가도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지 않나) 언니 그게 되게 좋은 생각인데. 거기서 하던 여자들, 못 나와요. 쉽게 돈을 몇 십만원씩 벌다가 - 13 -

한국에 입국하면서 삶은 호전되었으나, 이 사회 역시 나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없기에 물신주 의의 자리가 바뀌지 않았다. 물질적 힘을 갖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지만, 하나같이 어렵기 만 하였다. 돈의 힘에 휩쓸린 하나원 동기들은 유흥업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들이 성공 할 것이라는 그녀의 예상과 기대는 좌절된 것이다. 그녀가 진술한 실패담에서 돈의 힘에 장악되어 자신의 자율성을 잠식당한 여인들은 마치 호랑 이에게 떡 하나, 둘에서 시작되어 팔 한 쪽, 다리 한 쪽, 그리고 온 몸을 먹힌 어머니의 모습 과 유사하고, 달콤한 유혹으로 그녀들을 타락시킨 돈의 횡포는 가장 인자한 모습으로 위장한 호랑이의 실체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녀의 좌절형 자녀서사에서의 오누이를 잡아먹는 포악한 힘의 실체는 돈과 권력 같은 물질적 힘일 수 있는데, 그렇게 보면 그녀가 공포스럽게 생각하 는 자체는 인간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돈의 힘이나 권력의 힘 그 자체일 수 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생존권과 자율성을 위협하는 나쁜 부모(북한사회나 부모님)를 밀쳐내고, 나를 완벽하게 보호해줄 부모적 존재(돈과 권력)에 의존해 왔으나, 그 삶 역시도 생존권과 자 율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누구나 원하면, 노력하면 큰돈을 가질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삶 역시도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삶 역시도 그러하기 때문에, 그러한 자녀서사 가 더욱 강화되고, 또 드라마나 영화만 눈에 들어오는 실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자기서사는 현재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녀는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주 몇 십 만원을 아르바이트해서 벌면은, 일주일 내내 나가서 벌어야 육칠십, 팔십 벌잖아요. 근데 그 여자들은 하루 이틀 만에 버니까 맛이 다르데요. 한 달에 버는 게 칠팔백, 많이 벌면은 천 정 도도 번데요. 그 돈으로 비싼 마사지를 받고, 치장하고. 그런데서 일하려면 꾸며야 하니까. 27) 역시 권력? 그런게 생각났어요. 왜 그런게 생각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역시 이 사회는 아는 게 힘이고, 권력이, 그 힘을 바탕으로 해서 권력에 있던가, 아니면 돈이 많던가 그래야 되겠다. 자꾸 그런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영화도 요즘에 되게 그런 영화들 많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영화도 다 그런 거고, 드라마도 다 그런 거고. 그런 거 밖에 생각이 안 나고 안 보이니까, 그 쪽으로 밖에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28)그녀는 설화의 주인공들이 문제에 대응하는 행동방식을 나름의 주관으로 해석하여 왔는데, 가족에 대 한 애정이나, 인간관계에서의 사랑, 신의 등보다도 돈, 권력 등의 물질적 힘을 우선시하여 판단한 경 우가 잦았다. <내 복에 산다>의 셋째딸이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 100일에 걸쳐 거지잔치를 연 일에 대해서 그 비용이 얼마냐며, 그 행위에 담긴 신중함을 이해하기보다 낭비라고 반복적으로 진술한 바 있다. 또한 <여우구슬>에서는 여우의 접근을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남자에게 접근하는 현실에 비추 어 해석하며, 여자에게 진정한 사랑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 단정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도량 넓은 남편>에서 아내의 불륜을 덮어준 남편에 대해서는 자기 가문의 권력에 흠이 가는 것을 막기 위 한 것이라고 보았으며, <장모가 된 며느리>에서 며느리가 정승시아버지에게 양딸을 시집보낸 까닭은 시댁의 재산을 얻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실제 일상에서 인간관계를 설명할 때, 내가 얼마의 선물을 해주었는데, 내가 얼마의 임금을 받는 장학금이나 일자리를 소개해 주었는데 혹은 걔가 나에게 얼마의 돈을 썼는데 와 같은 물질적인 잣대 로 그와의 관계를 규정하고, 대상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곤 하였다. 때로는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도 대상이 물품을 사주며 대접을 해준 이야기만 반복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녀는 그녀의 시야 에 들어온 인간관계의 사건들을 돈을 중심에 두고 이해하려는 경향이 컸다. 29) 탈북여성B : 그전에도 돈이 많아야 되지. 왜, 맹목적으로 많아야지. 내가 살려면 많아야지. 이걸 하다보니까 내가 이 사회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뭔가는 있어야 되겠구나. 다른 사람보다. 그 냥 있어서는 안 되고 많아야 되겠구나. 한 가지 확실히 확 튀어나게 많아야 되겠구나. 전번에도 계 속 그 생각을 하다가, 모임에 전도사님이랑 싸웠어요. 연구자 : 사람들과 다투면 너 자신도 힘들지 않아? 난 그렇던데. 탈북여성B : 저도 마찬가지로 힘들죠. 연구자 : 자꾸 같은 문제로 싸우게 되는 거라면, 방식을 좀 바꿔서라도 싸움을 피해보면 어떨까? 탈북여성B : 돈만 중요한 거는 아닌데, 머니가 처음에 튀어나오니까, 듣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 는 게 많아요. - 14 -

변사람들과 자주 싸우게 된다고 하며, 자꾸 드러내지 않으려는 데도 잘 안 된다고 고백했다. 또한 탈북자라는 이유로 한국남자와의 소개팅도 취소되는데, 이럴 바에야 자신이 탈북자인지, 한국인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중국으로 가서 시집을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를 밀어버리고, 그 기억하기도, 말하기도 싫은 중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갈팡질 팡하는 지점은 (1)의 특성과 같이 부모적 존재(국가)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갖기도 하면서, 조 금이라도 부정적인 면모가 발각되면 나쁜 부모로 평가해버리는 자녀서사와 긴밀히 연결된다. 또 다른 현재적 문제는 죄의식 이다. 그녀의 자녀서사는 무서운 세상의 힘으로부터 나를 보호 해주지 못하는 나쁜 부모는 배척해야 나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다는 논리인데, 그 논리대로라 면 그녀가 없이는 힘들어 할 가족을 외면해야 행복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면 자꾸 죄의식이 자극되는 것이다. 그녀가 떠나오면서 가족들의 삶은 힘들어졌을 텐데, 다행히 어느 정도 적응한 후에는 아르바 이트를 해서 북한으로 돈을 보내줄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 공부와 취업 준비를 하자니 벅차 서 아르바이트를 관두었다. 중국에서 어머니와 만나기로 한 약속도 취소하고 여행에 다녀왔 다. 이는 나쁜 부모는 배척해야 나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다는 자녀서사와 동일한 논리의 선 택들이다. 자신이 이제 돈을 많이 보내주지 못하니, 병든 어머니의 치료비가 걱정되고, 동생이 대학에 진학할 돈도 이미 마련해 주었지만, 무능한 부모를 건사하고 어머니의 치료비를 감당하면서는 동생이 대학생활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병든 어머니, 그리고 불법장사를 시도하지도 못 하면서 끼니도 마련하지 못하는 나라의 월급을 받는 무능력한 아버지를 건사할 책임을 그녀가 외면해버리면, 동생이 감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이냐, 가족 건사가 우선이냐의 갈등에서 결국 나를 선택하고 나면 죄의식이 상처로 남는다. 동생을 잡아먹는 꿈을 꾼다는 것이나, <효불효다리>를 거부하면서 보인 강렬한 신체 화 반응은 그러한 죄의식이 남긴 상처들이다. 4. 탈북여성B에 대한 문학치료 방향 이 문학치료 활동을 통해 얻은 소정의 치료적 성과는 다음과 같다. 1) 부모적 존재가 완전하고 절대적일 수 없다는 진실이 내재화되어 있지 않았다가, 점차 받아 들이기 시작함 자녀서사영역에 해당하는 네 편의 설화들은 우리로 하여금 자녀로서 부모를 대할 때의 다양한 문제들을 인식하게 한다. 네 편의 설화들은 나를 죽이려한 어머니, 어머니로 위장한 위협적 존재, 나를 버린 아버지, 성욕에 정신 팔린 어머니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부모적 존재가 자 녀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자신의 욕망을 더 앞세울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진실을 이 해하게 한다. 자녀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자신의 욕망을 더 앞세운 부모는 자녀에게 나쁜 부모인데, 언제든지 나쁜 부모가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탈북여성B는 1회기 자기서사진단검사에서 자신의 욕망을 더 앞세운 부모의 모습이 발 각되는 장면을 비껴가는 선택을 하였다는 것은 당시 그녀에게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서 희생만 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진실이 내재화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런데 변화지점 포착된다. <효불효다리>에 대한 반응에서, 당시 아버지가 많이 외로웠겠다고 - 15 -

회고하고, 어머니도 힘들었겠다고 되돌아보면서, 그녀의 부모님 역시 삶에 힘겨워하는 불완전 한 존재라는 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부모님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장되는 것이 <효불효다리>의 치료적 기능이다. 2)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대한 기억이 바뀜 실제로 북한의 설화집에서는 극복형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탈 북여성은 자기서사진단 검사에서 극복형을 선택하였다. 좌절형 서사를 선택한 그녀의 특성이 그녀의 취약점과 관련될 수 있다는 짐작은 자녀서사진단도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대한 이해 방식이 개선되었다는 증거가 확연히 드러난 것은 사후 검사 결과에서였다. 미리 제공된 16개의 설화 줄거리를 읽고 난 후, 16개의 설화 줄거리를 차 례로 기술하는 기억진술형 검사를 실행한 결과, 그녀는 두 편의 설화는 아예 기억하지 못하였 고, 5편 가량의 설화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중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대한 기억은 비교적 상세한 편이었다. 어느 한 집에 오누이가 살았는데 엄마가 입을 비운사이 호랑이가 엄마로 가장하고 집에 찾아와서 문열어 달라고 했지만 오누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늘에 대고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고 오누에게는 새 동화둘이 내려왔고 호랑이에게는 썩은 동화 줄이 내려와서 썩은 동화줄을 탄 호랑이는 죽고만다. 30) 기억진술형 검사에서 눈에 띠는 지점은 그녀가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좌절형 서사에서 극 복과 구원의 서사로 기억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정당한 소망을 꿈꾼 오누이가 하늘의 동 아줄로 구원되고, 반대로 호랑이는 죽게 되었다는 원래 서사의 큰 틀을 기억하고 있었다. 원 래의 서사적 전개를 거부했던 경향성이 개선된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미결된 사항도 발견되었다. 오누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는 진술은 원래의 서사 에서 바꾼 장면이다.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호랑이와 대면할 필요도 없고, 느티나무로 도망 가는 장면으로 전개될 수도 없는 논리적 결함이 있다. 호랑이와 직면해야 포악한 호랑이의 정 체를 확인하는 지점까지 나아갈 수 있는데, 아직 그녀의 내면에는 호랑이와 직면할 용기가 마 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원래의 서사에서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되는 장면이 누락되어 있다. 줄거리 진술은 중요 한 지점만을 간추리는 방식이기에 피검자가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한 장면은 생략되거나, 아 니면 아예 기억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된다는 서사적 의미가 그녀 에게 아직 내재화되지 않은 까닭에 줄거리 진술에서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동아줄로부터 구원된 오누이가 스스로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되었다는 것 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자녀서사로서 지니는 가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오누 이와 같이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분리 독립에 성공해야 하는가의 근본적 이유는 오누이가 스스 로의 성장을 이룩한다는, 그리고 그 자체가 세상을 지속시키는 희망의 표상이 된다는 의미에 서 드러난다. 결국 건강한 순응의 결과가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진다는 것인데, 탈북여성B는 아직 이러한 서사적 의미를 내재화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애초의 반응과 달리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서사를 수용하기 시작한 면모가 발견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내면에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좌절형의 자 30) 사후검사: 기억진술형 진단검사 결과(2013.05.21.) - 16 -

녀서사가 무도한 강자의 횡포로부터 극복하고 구원되는 서사로의 길내기가 시작되었다는 증거 가 포착되었기에, 문학치료를 실행한 소정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향후 문학치료 계획은 다음과 같다. 1) 부모적 존재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진정한 순응을 지향 그녀는 지금까지 돈과 권력이 장악한 사회구조, 돈을 벌어오라고 사지로 내몬 부모에 순종하 다가 탈출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한 부모적 존재들에 순종하는 삶에서 행복해질 수 없다 고 밀쳐내면서, 탈북 및 부모와 결별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사회구조나 부모를 좌지우지하 는 돈, 권력과 같은 더 강한 힘에 순종하는 물신주의를 선택한 상태이다. 돈과 권력과 같은 더 강한 힘에 순종하는 것 또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적응실패담, 취업에 대한 고민, 중국 으로의 도피 생각, 인간관계 갈등 만연 등등이 이를 입증한다. 문제는 그녀가 순종하는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점에 있지 않고, 순응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다음은 자녀서사의 주안점 순응( 順 應 ) 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순응은 자포자기나 무기력이나 대처능력 상실과는 거리가 먼 순응이다. 오히려 순천자( 順 天 者 )는 흥( 興 )하고 역천자( 逆 天 者 는) 망( 亡 )한다고 할 때의 순응이다. 순응을 잘 해야 성인군자가 될 수가 있지, 순응을 잘 못하면 성인군자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순응을 분리독립 과 반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도 잘못이며, 오히려 순응을 잘해야 분리독립도 잘 된다고 볼 일이 다. 31) 위와 같이 순응 의 지향점은 하늘을 따르는 자는 흥하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로 설명된다. 서사의 주체는 하늘의 뜻에 부합된 법칙과 규범에 순응하며, 그 여부로 순응의 결 과를 감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점을 바탕으로 자녀서사영역이 설정되고, 이에 부합한 작품들이 자녀서사로 선별된 것이다. 이로 볼 때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지닌 강점은 자녀서사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반영하였다 는 데에 있다. 특히 호랑이는 죽이고 오누이를 구원한 하늘의 동아줄은 하늘을 따르는 자는 흥하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의 원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 이>는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을 확신시키면서, 그 힘으로 부당한 권력의 횡포로부터 분리 독립에 성공하는 건강한 순응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서사 가 내재화되었을 때, 물신주의에 순종하는 현재적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2) 대상에 대한 포용력의 서사로 그녀에게 제공된 네 편의 설화들은 그 문제로부터 자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해 나가는지 보여준다. <간 뺏길 뻔한 전처 아들>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나쁜 부모를 배척하여 성공 하는 방식이고, <내 복에 산다>와 <효불효다리>는 나쁜 부모를 포용하면서 성공하는 방식이 다. 나쁜 부모와의 관계를 배척과 포용으로 구분하면, 배척하는 이야기에서는 나쁜 부모는 사 31) 정운채, 문학치료학의 서사이론, 문학치료연구 제9집, 한국문학치료학회, 2008.8.30., 247~278 면. - 17 -

라지고, 포용하는 이야기에서는 나쁜 부모와도 잘 산다. 이렇게 자녀서사영역의 설화들은 우 리에게 나쁜 부모를 대하는 다양한 방식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녀가 배척의 서사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은 문학치료 활동에서 가장 큰 특징이었다. 나쁜 부 모를 배척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내 복의 산다>나, 나쁜 부모를 포용할 때 더 잘 살 수 있다는 <효불효다리>의 서사는 그녀의 내면에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나쁜 부모를 배척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서사적 힘은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 나쁜 부 모를 포용할 때 더 잘 살 수 있다는 서사적 힘은 그러한 포용력이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그녀의 자녀로서의 삶을 운용하는 자녀서사는 바로 이러한 자기 확신과 포용력에 대한 신념이 결핍되어 나쁜 부모를 밀어내는 성향을 띠고 있다 는 것이다. 끔찍했던 중국으로의 재이주를 고려하고, 동생을 잡아먹는 악몽을 잊지 못하고, 죄 의식이 자극되면 신체화 반응을 일어나는 현재적 문제는 <내 복에 산다>와 <효불효다리>의 서사가 내재화되었을 때 해소될 수 있다. 3) 서사접속능력 증진 : 거부하던 서사에 감동하고, 공명하도록 설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억은 감동과 공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운채는 감동과 공명에 이르면, 자기서사가 변화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순응의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을 보강하고, 욕망을 앞세운 부모를 감싸는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자기 확신이 나, 포용력에 대한 신념을 보강하는 일은 그 설화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로부터 가능하다. 자기서사 설화에 대한 거부감 설화에 대한 이해 시도 감동과 공명 자기서사의 변 화 삶의 개선 -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