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오아론 ( 서울대학교철학과 ) 1. 들어가며 오늘날한국사회에서소유와부는대체로동일시된다. 현대자본주의사회를추진하는힘으로일컬어지는 소유욕 은 부에대한욕망 과다르지않으며, 그와는반대로 무소유 는 자발적가난 과다름없이반자본주의적삶의방식의모토로써일컬어진다. 소유와부가일상적인의미에서거의동일하게사용되고있다는것은우리가두개념을구분해서생각하고있지않음을의미한다. 1) 1) 소유 ( 所有 ) 의한자어를풀이하면 장소의가짐 이고, 부 ( 富 ) 는집 ( 家 ) 와노예를뜻하는입 ( 口 ) 과땅을뜻하는밭 ( 田 ) 으로이루어진말이다. 따라서번역어로쓰이지않는소유와부는본래유형자산으로써거의같은의미의한자어원을갖는다. 여기서우리가다루는소유와부는각각 property 와 wealth 의번역인데, property 에비해 wealth 는 (well-being 에서비롯되었으므로 ) 실체적대상을가진다는의미보다는물질적으로풍요로운상태나무형자산을지칭한다고볼수있다. 그런데소유 (property) 의의미는시대의흐름에따라점차확장되었다. 우리는 소유 란단어를말할때흔히부동산, 은행계좌, 주식과채권등과같은물리적개체를떠올린다. 그러나사실상그의미는훨씬광범위하다. 이제는신용, 특허권, 저작권등과같은무형자산까지확대되고있다. 17 18 세기에서양에서는삶과자유와같이자신의것이라고주장할수있는모든것을포함할정도로상당히총체적의미에서소유란단어가사용되었다. ( 리처드파이프스, 서은경역, 소유와자유, 나남, 1999, p.10.) 소유개념이확장되면서소유와부는동일시되기에이르렀고, 아렌트에따르면이는 근대적 현상이다. 여기서우리가살펴볼소유개념은오늘날의확장된소유개념이아니라한나아렌트가고대그리스전통에입각하여나름대로재정의한것이다.
226 철학논구제 39 집 더많은소유혹은부의획득은현대인들이제일가는삶의목표로삼고있는것이며, 이는정치에의무관심이라는사회적문제와도연관된다. 개인들이각자의생존을위해경제활동에만몰입하면서우리모두가함께살아가는공간인세계에대해무관심하게되고이는곧정치의실종을가져오는것같다. 하지만한나아렌트는이와반대로소유의상실이정치에의무관심을야기한다고말하고있으니, 현재의상식과일견모순되어보이지않는가? 이러한모순은우리의상식적인소유개념이아렌트의소유개념과일치하지않기때문에발생한다. 한나아렌트는 인간의조건 에서 소유 (property) 와부 (wealth) 는결코같지않으며전적으로다른본질을가진다 고명시적으로밝히고있다. 2) 그의저서전체에걸쳐소유와부는일관되게전혀다른의미로쓰이고있는데, 그둘은어떻게다른가? 그의이론에있어서이개념의차이는왜중요해지는가? 소유와부의개념은주제화되어다루어지고있지는않으며, 여러장에걸쳐산발적으로다루어져있다. 그로인해비교적불명료하게드러나는이두개념의차이를더욱명료하게밝혀보고, 그럼으로써그두개념이한나아렌트의정치이론에기여하는바를고찰하는것이본소논문의목적이다. 우선 2장에서는 인간의조건 에서소유와부개념이출현하는맥락으로써공적영역 (public realm) 과사적영역 (private realm) 의구분을살펴볼것이다. 공적영역과사적영역의구분은아렌트사상전체에있어핵심적인역할을하고있는데, 그두영역의구분을통해서인간의삶의방식을두가지로분리시키고있기때문이다. 아렌트가생각하기에이둘모두는인간으로살아가는한그로부터벗어날수없는조건이다. 아렌트의소유개념은이두영역을아렌트가어떻게구분하고있는지를살펴보면서차츰드러나게된다. 그다음 3 장에서는소유개념에대해서더욱상세하게다루어볼것이다. 4장에서는소유개념과전혀다른본질을가지는부개념에대해살펴보고, 5장에서는소유가부로전환되는과정이공론영역과사적영역 2) 한나아렌트, 이진우 태정호옮김, 인간의조건, 한길사, 1996, p.115.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27 이소멸하고그자리를제 3의영역인사회적영역이대신하게되는과정과어떻게연결되어있는지를살펴볼것이다. 2. 인간의조건 에서소유와부개념이출현하는맥락 - 공론영역과사적영역의구분 한나아렌트는 인간의조건 의서론에서이저서의집필목적을밝히며이렇게말한다. 인간조건에서비롯되기때문에영속적이며인간조건자체가변하지않는한상실될수없는일반적인간능력을분석하는데나의논의를제한하겠다. 3) 인간은변경될수없는어떤조건하에있다는것이아렌트저서의가장기초적인전제이다. 조건하에있다는것은무언가에제약받고있다는말이다. 그러니인간이인간다운좋은삶을누리기위해서는인간존재가정확히어떤조건들로인해제약받고있는지를명확하게알고있어야한다. 이를알지못한다면, 인간의조건을인간스스로변경시키거나벗어나려는바람을갖게되고, 그러한바람은인간존재의지위를스스로격하시키는결과를초래할수도있다. 아렌트가보기에우리가살고있는근대이후의세계에서는인간조건에따르는인간능력이온전히발휘되고있지않으며, 그병폐의정점에는행위의소멸, 다시말해진정한정치의소멸이있다. 그는잊혀져가는진정한인간능력을회복하기위해서고대그리스로거슬러올라가폴리스시민들의삶에눈을돌린다. 인간이니인간적인것을생각하라, 혹은 죽을수밖에없는운명이니죽을수밖에없는것들을생각하라 고권고하는사람들을따르지말고, 오히려우리가할수있는데까지우리들이불사불멸의존재가되도록, 또우리안에있는것들중최고의것에따라살도록온갖노력을기울여야만한다. 4) 3) 위의책, p.54. 4) 아리스토텔레스, 이창우 김재홍 강상진옮김, 니코마코스윤리학, 이제이
228 철학논구제 39 집 고대그리스에서는인간이탄생과죽음의테두리안에있는사멸적존재인동시에불멸의가능성을가지고있는존재라고생각하였다. 그리고이러한불멸성에대한추구는활동적삶의원천이자중심이된다. 죽을수밖에없는인간의과제이자잠재적위대성은존재할가치가있고어느정도영속적으로존재하는것을산출한다는것, 즉작업, 행위, 언어의능력을가진다는점에있다. 5) 그러나인간은오로지불멸성을추구하는활동만을하며살수는없다. 잠재적으로불멸적인존재라고해서인간이삶의과정에매여있는생물학적존재라는사실을부정할수는없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서로침범할수없는두가지존재의질서가인간의삶을구성한다. 하나는생물학적삶이며, 다른하나는인간적인삶이다. 이를아렌트는사적인삶, 공적인삶으로구분한다. 이는일상의삶, 시민의삶으로바꾸어부를수도있다. 이러한맥락에서삶의영역은공적영역과사적영역으로이분화된다. 이두영역은서로철저하게분리되어야하는대립적인관계인동시에그러한분리가서로의영역을온전히보존하게해준다는의미에서상호보완적이다. 2.1 공적영역 (Public Realm) 공적영역은평등하고자유로운개인들이모여말과행위를수행하는공간으로, 고대그리스에서폴리스의영역에상응한다. 즉, 공적영역은정치적영역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따르면정치적삶 (bios politikos) 은행위 (praxis) 와언어 (lexis) 로구성된다. 6) 그런데정치적행위는 말을통해실행 되며, 더나아가 적절한순간에적절한말을발견하는것이행위 이다. 그러므로행위와언어의외연은동일하다. 7) 언어와행위는동시대적이고동등한것이자동일한지위와종 북스, 2006, p.372. 5) 한나아렌트, 앞의책, p.69. 6) 한나아렌트, 앞의책, p.77. 7) 이은아, 아렌트정치철학에서표현과소통의문제, 서울대학교대학원,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29 류에속하는것 8) 이다. 말을통해설득하는행위만이공적영역에속하며, 힘과폭력을통한강제는공적영역에속할수없다. 정치적이라는것, 즉폴리스에서생활한다는것은힘과폭력이아니라말과설득을통하여모든것을결정함을의미한다. 9) 특정한목적을달성하기위해서가장효율적인방식은타인을강제하는것이다. 그러나정치적행위는목적과수단의범주에들어가지않으며, 목적을가지지않을뿐아니라목적을가지는것을거부해야하기때문에, 무목적적인말과설득만이유효한행위가된다. 목적이없음은어떤필요에도종속되지않음을의미한다. 어떤필요에도매여있지않을때만이말과행위그자체의의미가드러난다. 이러한무목적적인드러남의공간이공적영역이다. 독일어의공적 (öffentlich) 이라는말은 청중 (publicus) 혹은단체앞에서말하다 는의미를지닌다. 10) 나의주관을벗어나말과행위가여러사람에게드러날때에만나와세계의실재성 (Wirklichkeit) 이확보된다. 아렌트에게있어서실재성이란다양한관점속에서획득되는객관성과같다. 따라서나의주관속에머물러있거나, 타인의강제에의해단하나의관점만이허용된다면실재성을획득할수없다. 공론영역의실재성 은수많은측면과관점들이동시에존재한다는사실에기초해있다. 이러한측면과관점들속에서공동세계는자신을드러내지만, 이것들에공통적으로적용되는척도나공통분모는있을수없다. 공동세계가모두에게공동의집합장소를제공할지라도, 여기에모이는사람들의위치는상이하다. 두대상의위치가다르듯이한사람의위치와다른사람의위치는일치할수없다. 타자에의해보여지고들려진다는것이의미가있는것은각자다른입장에서보고듣기때문이다. 이것이공적삶의의 2005, p.14. 8) 한나아렌트, 앞의책, p.78. 9) Loc.cit. 10) 박혁, 정치현상으로서의자유, 사회와철학 제 18 호, 2009.10, p.430.
230 철학논구제 39 집 미이다. 11) 타인에게드러나지않는내밀한감정이나신체적감각들은그자체로는강렬하지만비현실적이다. 현실성또는실재성은항상타인의현존에의존한다. 따라서타인과함께행위하지않으므로공적영역에속해있지않은인간은세계와인간, 그리고나자신조차실재한다는확신을가질수없다. 말과행위를통해타인과구별되는자신의정체성을드러낼때, 인간은물리적존재를초월하여인격적존재가된다. 인간사이에서행위하는인간만이진정한인간인것이다. 공적영역은현실성을확보해줄뿐만아니라, 생물학적으로죽을수밖에없는인간이불멸을누릴수있게해주는곳이기도하다. 공적영역이그자체로세계이기때문이다. 아렌트에따르면인위적으로발생하지않고자연적으로발생한것은세계일수없다. 자연은끊임없이변화하기때문에무상하다. 자연의무상성에거역할수있는존재는없다. 그러나인간은자연에대항하여인위적세계를세운다. 그리하여자신이머물다가고나서도그자리에그대로남겨져있는세계로하여금파멸로부터보호받아야할위대한업적과행위를그대로보존하게끔한다. 그리스인에게폴리스는무엇보다도개인적삶의무상성에대한보증 이었다. 12) 여러사람이함께모여각기상이한위치에따라다양한관점을공유하고, 그로부터인정받은위대한성취가불멸을누리는세계적공간이공적영역이다. 2.2 사적영역 (Private Realm) 사적영역은인간이생물학적삶을유지하기위해먹고마시고휴식을취하고, 이모두를가능하게하는노동이이루어지는영역이다. 즉, 사적영역은자연이부과한삶의필연성을해결하는공간으로써고대그리스의가정 (oikia) 에해당한다. 무목적적활동인행위가이루 11) 한나아렌트, 앞의책, p.110. 12) 한나아렌트, 앞의책, p.109.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31 어지는공적영역과는달리, 사적영역에서는인간삶에서가장절박한필연성의충족을목적으로하는활동이이루어진다. 이영역에서이루어지는활동은여타동물들과다르지않는단순한욕구의충족을목적으로하므로저차원적인활동이라고할수있지만인간이자신의몸을벗어날수없는한피할수없는것이다. 개체유지와종족보존이라는목적하에서, 자유로운인간은나타날수없다. 가정이여러사람의모임인이유는동물이무리지어살듯다만그것이생존에더유리하기때문이다. 가정은자유롭고평등한개인들의모임이아니다. 가족구성원들각자가서로다른의견을자유롭게주장할수있을때, 생존이라는공동의이익을쉽게달성하기는어렵게된다. 정치적조직체를이루는평등한개인들과는달리자연적결사체인가정의구성원들은동등하지않다. 가정을경영하는가장에게는강제와폭력이허용된다. 인간이동물인한에서누구도거스를수없는생물학적삶의요구를충족시키기위해서는폭력이가장효율적인수단일수있기때문이다. 이처럼사적영역은공적영역과상반되는조직형태를띠고있다. 지배와피지배의관계는사적영역에서만정당화될수있다. 절대적이고저항할수없는지배와정치적영역은상호배타적이다. 13) 고대인들은이러한사적영역에대하여이중적인태도를가졌다. 하나는사적영역의박탈적특성에대한경멸이고, 다른하나는비박탈적특성에대한존중이다. 사적영역의박탈적특성은공적영역에서의삶과비교할때드러난다. 박탈적 (privative) 이라는말은공적영역에서발휘되는인간적인능력이결여되었다는것을의미한다. 14) 타인이보고들음으로써생기는현실성의박탈, 공동의사물세계의중재를통해타인과관계를맺거나분리됨으로써형성되는 객관적 관계의박탈, 삶그자체보다더영속적인어떤것을성취할수있는가능성의박탈 이그것이다. 인간의최상의능력은공적영역에서의행위를통해타인과는다른자신만의유일성을드러내는능력이 13) 한나아렌트, 앞의책, p.80. 14) 한나아렌트, 앞의책, p.112.
232 철학논구제 39 집 고, 사적영역에서는인간이아니라다만동물종의하나인인간종으로서필연에구속되어있을따름이기때문에사적영역내의활동은공적영역의활동보다열등하다. 사적영역의비박탈적특성도역시공적영역과의관련속에서드러난다. 공적영역에서논의되기에적절하지않은것들은그것들이적절히다루어져야할은신처가필요하고, 그러한은신처의역할을사적영역이수행한다. 숨겨져야할것들이숨겨져야만, 드러나야할것들이제대로드러날수있기때문이다. 오로지공론영역에서, 즉타인들이있는곳에서만보내는삶은, 흔히말하듯이, 천박해진다. 15) 또한사적영역의확립이보장되지않고서는그날그날의생계의해결이위태로워지고, 그렇게되면공적영역으로나아갈수있는자유가보장될수없기때문에사적영역은신성시된다. 사적영역은어디까지나공적영역을 위해서 존재한다는이유에서존중받았다. 그런데공적영역의지위가사적영역의지위보다높다고할지라도, 고대인들은사적영역을공적영역을위해서희생시키지는않았다. 오히려 이들두영역은공존의형식으로만존재할수있다 고생각되었다. 16) 그래서이두영역을분리하는경계선은엄격히보호되었고, 이를통해인간존재의두가지질서가서로를침범하지못하게했다. 이러한사적영역의확립은 소유 의형태로나타난다. 소유는사적영역을공적영역으로부터보호함과동시에공적영역을사적영역으로부터보호하는이중의역할을수행하며, 이로부터각각의영역은그고유한본질을유지할수있다. 그런데아렌트는근대자본주의가들어서는과정에서소유가부로전환되고, 이는사적공간의소멸과공적영역의소멸을동시에가져온다고말한다. 그리하여그자리에 사회 가자리잡게된다. 여기서소유가부로전환됨은무엇을의미하는가? 그리고그것이어떻게공적영역의상실까지야기하는가? 그리고공적영역이상실된자리를대신차지하게된 사회 란도대체공적영역과어떻게다른가? 우선소유와부의개념에대해 15) 한나아렌트, 앞의책, p.125. 16) 한나아렌트, 앞의책, p.113.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33 각각살펴보고, 소유가상실되면서부의축적이가능해지는과정에대해서살펴보도록하자. 3. 인간의조건 에서의소유 (property) 개념 3.1. 소유 : 장소의가짐 아렌트에있어서소유란항상 사적 소유이다. 왜냐하면소유란공적영역으로부터사적영역을보호하기위한것이기때문이다. 집단적으로무엇을소유하는것은불가능하다. 17) 사적소유는항상공적영역이전제되어야만성립할수있는개념이다. 공적영역이없는곳을한번생각해보자. 무인도에서혼자사는로빈슨크루소의경우, 그가무엇을소유한다는것은무의미하다. 타인이없는곳에서어떤것을자신만의것으로확보해야할필요는없기때문이다. 또한우리나라의전통적인대가족의경우처럼수적으로는여럿이모여살더라도모두가한가족의테두리안에서살아간다면, 그안에서나의것을보호할목적에서의소유가필요하지는않을것이다. 왜냐하면그대가족의영역안에서나의생존은자동적으로보호되기때문이다. 개인은타인들과함께살아가기때문에자기의것을지켜야할필요성을갖게된다. 또한소유 ( 所有 ) 는 장소의가짐 이다. 입을옷을가지는것, 나의몸을가지는것, 나의기억을가지는것또한내가그것을소유했다고일컬어지게마련이지만, 아렌트의저작에서일관되게나타나는소유개념의특징은그것이장소에대한소유를의미한다는것이다. 사 17) 한나아렌트는소유개념을직접적으로논하는곳에서는아니지만, 이를명시적으로드러내고있다. 집단적소유는엄격히말해서용어상모순된다. ( 한나아렌트, 앞의책, p.322.) 개인이무엇을소유하듯이공동이무엇을소유하는것은불가능하기때문에한나아렌트는공동소유권 (public ownership) 이라는개념을거부한다. (Andrew Reeve, Property, Macmillan, 1986, p.36.) 소유란공동의세계로부터자신의것을취하는것이다.
234 철학논구제 39 집 적소유란 세계에서차지하는자기자신의구체적장소 이며, 고정되고확고히자리잡힌세계의한부분 이다. 18) 그러므로자신이머물거처를가지지못한사람은다른어떤것을가졌다하더라도소유주의자격을갖지못한다. 소유가장소의의미를포함한다는것은매우중요한데, 왜냐하면장소는눈에보이는구체적실재이기때문이며, 또한장소는땅에속박된것으로서마음대로그것을이동시키거나처분하기가어렵기때문이다. 따라서이어서살펴볼부의개념과는달리, 소유는구체적인동시에지속성을갖기때문에 세계적성격 을갖는다. 19) 소유가구체적이면서지속성을가지는한에서소유는사적영역을안정적으로보존되게끔한다. 그러나소유가세계적성격을가진다는말은소유가세계성을목적으로한다는것과는다른의미이다. 소유는가정에서의생계유지를더욱안정적으로해결하기위한기반이다. 다시말해전혀세계적성격을띠지않는삶의필연성의해결과정, 생산- 소비과정이이루어지는장소로서기능하는것이다. 지속적인세계에또하나의지속성을더하는것을목적으로소유를가지는것이아니라, 단지생산- 소비과정을큰걱정없이하루하루해나가기위한안정적인기반으로서소유는필요한것이다. 소유가세계성을목적으로하지는않지만, 세계속에놓인하나의견고한세계여야만생물학적삶의필연성이라는, 가장절박하게인간을구속하는인간조건에대처할수있는것이다. 우리가자기성찰에서자각했던가장강력한필연성은항구적인변동상태에서우리의신체에스며들고이를유지하는생존과정이다. 물론생존과정의운동은자동적이고우리자신의활동들과무관하며거역할수없는운동, 즉철저한절박성을지닌운동이다. 20) 18) 한나아렌트, 앞의책, p.124, p.123. 19) 근대의소유는세계적성격을상실하고, ( 한나아렌트, 앞의책, p.124.) 20) 한나아렌트, 홍원표옮김, 혁명론, 한길사, 2004, p.135.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35 아렌트는결코개체보존과종족유지라는삶그자체의요구를그것이저급하다고해서폄하하거나무시하지않는다. 필연성이완전히제거된곳에서는삶그자체가위협받는다. 21) 필연성이가지는추동력을인정하고, 세계에확고히자리잡힌사적소유를통해그것을안정적으로해결할수있을때에만필연성을넘어서는자유의가능성이열린다. 아렌트에게있어소유가장소또는부동산의의미를가지는것은공적영역과사적영역의구분이고대그리스에서발생한구분이라는사실과밀접한관련이있다. 공적영역과사적영역의가시적경계로서의소유개념은고대그리스사회가농업사회였다는데서유래한다. 농업사회에서는수입의원천이땅에서비롯되기때문이다. 경작지를가진다는것은거기서소출될노동생산물을먹고살수있음을의미했고, 땅을가진한, 생계의걱정으로부터해방될수있었다. 따라서삶의터전으로서의땅의소유는신성시되었다. 22) 이처럼소유가자신이거처하는장소라는제한된의미를가짐에따라사적소유는자동적으로한계를가진다. 그러므로아렌트의소유개념에따른다면, 근대의소유이론이천착한문제인너의것과나의것이충돌함으로써발생하는문제, 즉소유권의정당성문제는발생하지않는다. 수입의원천이가족이거주하는땅의조각과일치하는농업사회에서만소유는필연성의충족을보장한다. 그러므로다만필연성을해결하는수단으로써의소유개념은오늘날의현실에곧바로적용되기는어렵다. 21) 한나아렌트, 이진우 태정호옮김, 인간의조건, 한길사, 1996, p.124. 22) 가족은신성한불에붙어있고, 신성한불은땅에붙어있다. 따라서땅과가족사이에는밀접한관계가맺어진다. 이곳은, 우월한힘이강요하지않는한떠날생각을하지않을영원한거주지가될것이다. 그것은가족에게속한다. 그것은가족의재산이다. 단지한사람의재산이아니라대를이어이곳에서태어나고죽을사람들의, 다시말해서한가문의재산이다. ( 퓌스텔드쿨랑주, 김응종옮김, 고대도시 - 그리스, 로마의신앙, 법, 제도에대한연구, 아카넷, 2000, p.81)
236 철학논구제 39 집 3.2 자유의전제조건 폴리스가소유를감싸는경계선을신성한상태로유지시킨것은사적소유그자체를존중해서가아니라, 사적소유없이는공적영역에나아갈수없기때문이다. 사적소유의신성한이유는어디까지나소유를통한필연성의해결이공적영역으로나아갈수있는토대가되기때문이다. 소유는세계의특정부분에서자신의위치를가지고그렇게함으로써정치적조직체에소속되는것, 즉공적영역을구성하는한가족의가장이되는것이상도이하도아니었다. 23) 소유가공적영역으로나아가기위한전제조건이기때문에소유는정치적의미를가진다. 다시말하면소유는자유의전제조건이다. 아렌트에게있어자유란강제나필연으로부터의자유라는소극적인의미에머무르지않고, 공적영역에서말과행위를통해자신의인격을드러내며제2의삶을사는것이라는적극적인의미를지닌다. 자유로운사람이된다는것은 자신만의삶을초월하여모든사람이공통으로참여하는세계에들어가는사람이된다는것을의미한다. 24) 자유는욕구나의지처럼인간의마음속에머물러있는상태가아니라인간실존의객관적상태로이해되어야한다. 필연성의속박에서벗어나공적영역에서정치적행위를수행한다는것자체가자유의표지이다. 자유는정의, 권력, 평등처럼정치영역의수많은문제와현상가운데하나일뿐만아니라, 혁명이나위기의시기를제외하면좀처럼정치행위의직접적목표가되지는않지만인간이정치조직속에서공동생활을하는실질적이유이기도하다. 자유가존재하지않는다면정치적삶자체가무의미할것이다. 정치의존재이유는자유이며그것이경험되는장은행위이다. 25) 23) 한나아렌트, 앞의책, p.115. 24) 한나아렌트, 앞의책, p.119. 25) 한나아렌트, 서유경옮김, 자유란무엇인가?, 과거와미래사이, 푸른숲, 2005, p.199.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37 사적영역은필연성의영역이고공적영역은자유의영역이다. 그런데인간존재의가장높은성취는자유의실현이고, 이는곧공적영역에서정치적삶을사는것이다. 사적영역에서필연성의요구를충족하지않는다면자유는가능하지않다. 필연성을해결할수있는자기소유의사적장소를가지지못한다면정치적삶을사는것도불가능해지므로소유는자유의전제조건이되는것이다. 소유의신성함은소유그자체에가치가있어서가아니라잠재적자유를보장해준다는한에서만신성하다. 자유는소유로부터저절로발생하는것이아니라소유를토대로공적영역으로나아갈때에만실현되는것이다. 그러므로소유는자유의필요조건이기는하지만충분조건은아니다. 아렌트의저작에서공적영역은빛의세계로종종비유된다. 빛의세계가있기위해서는어둠이있어야한다. 이러한긍정적의미에서의 어둠의공간 이바로사적공간이며, 이는소유를통해확립된다. 4. 인간의조건 에서의부 (wealth) 개념과탈소유화과정 부개념을이해하기위해서사용가치와교환가치의구분을떠올려보자. 아담스미스에의하면어떤사물의사용가치와교환가치는전혀관련이없다. 사용가치란그사물자체에내재하는가치이나, 교환가치는그것이시장에서교환될가능성을염두에둔가치이다. 내재적가치인사용가치가사물자체의객관적성질에의존한다면, 교환가치는사물의외부에있는구매자와판매자의교환의지에의존한다. 교환가치는언제고변할수있으며, 화폐와같은일정한교환의매개체로환산될수있다. 문제는사물들의교환가치가사용가치를압도하기시작하는시점에서, 모든사물의사용가치가교환가치로치환되어버릴수있다는데있다. 26) 그시점이란, 뒤에서살펴보겠지만 26) 사적영역이사회적영역으로해체되는과정에서 소유와부의구분은무의미하게된다. 왜냐하면모든구체적인 대체가능한 사물은 소비 의대상이되기때문이다. 모든대체가능한사물은그것의위치에의해결정되는사용가치를상실하고, 항상변하는교환가능성에의해결정되는
238 철학논구제 39 집 구체적실재인소유가더이상세계속에서구체적인모습을드러내지않는부로전환되는시점이다. 어떤사물은그것이비싸기때문에또는나에게장차부를가져다줄수있기때문에쓸모있는것이된다. 이것이오늘날한국사회에서부동산의성격이다. 위에서살펴본소유의대상으로서부동산은본래한자리에고정되어사적영역의안정성을보장해주던것이었다. 그러나오늘날부동산은삶의터전으로서기능하는것이아니라언제고더높은가격에처분될가능성을염두에둔동산으로기능하게되었다. 동산의성격을가진부동산이그것이부동산이기때문에가지는이점이란단지조금더안정적인부를보장하기때문일것이다. 이처럼부는소유와다르게구체적인실재를지칭하는것이아니다. 그것은항상잠재적으로만존재한다. 현재내가얼마만큼의돈을가지고있다고하더라도, 그것은내가미래에어떤것을소비할수있는가능성을가지고있음만을의미한다. 부는비실재적이기때문에지속성을가지지못하며따라서세계적인성격을가지지못한다. 삶의단단한뿌리의역할을하는소유와는달리부또는내가가진부의총액은항상변동할수있으며추상적인것이다. 아렌트의저서에서부는대부분 축적 (accumulation) 이라는단어와함께사용되는데, 이로미루어알수있듯이부는쌓아올릴수있는것이다. 부는무한한증식이가능하다. 무한한증식이가능하다함은, 부의축적이라는목표를가질때, 그것의목표달성이결국불가능함을의미한다. 따라서부의축적과정에사로잡힌인간은결코어느단계에서그것을그만둘수가없다. 부의축적과정은무한히지속될수있다. 소유주의사회에서인간의핵심적인염려와걱정은자연의풍부나삶의단순한필연성이아니라여전히세계이다. 주된관심이소유가아니라부의성장과축적과정자체가된다면, 이문제는완전히달라진다. 부의축적과정은종의삶의과정만큼이나무한할수있다. 바로이러한무한성은, 사적개인들이영원히살지못하며무한한시간도갖지못한다는불편한사실때문에, 도전받고 사회적가치만을획득한다. ( 한나아렌트, 앞의책, p.123.)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39 방해받는다. 제한된개인의삶대신에전체로서사회의삶을거대한축적과정의주체로생각할경우에만, 이축적과정은개별적삶의기간과개인의소유가부과하던제한에구애됨이없이완전히자유롭게그리고최대속도로진행될수있다. 27) 아렌트에의하면과정개념은근대이전에알려지지않은개념이다. 과정은항상현재진행형이다. 과정이끝나게되면더이상과정이라고불리지않는다. 즉, 과정은그것이과정인한에서무한성을속성으로가진다. 아렌트는 과정 이라는단어를두경우에만사용하고있는데, 하나는 삶의과정 이고또하나는 부의축적과정 이다. 인간의삶은죽을때까지끝없는생산-소비의과정에종속된다. 과정은주체의의지와는상관없이무한히자동적으로진행된다. 부의자동적성격은 부가부를낳는다 는말에서엿볼수있다. 따라서한개인의힘으로여기에제동을거는것은사실상불가능하다. 소유의확립으로삶이부과한필연성을충족시킬수있는소유주는사적영역으로부터벗어나공적영역으로나아갈수있음을위에서살펴보았다. 그러나부의축적을염두에두게되면, 그과정의무한성에휘말려공적영역으로나아갈여유를얻지못하게된다. 아렌트에따르면고대그리스의전통적의미에서의소유는근대초기의종교개혁이야기한농민의재산몰수에힘입어점차사라지게된다. 소유의강제적박탈은소유주로하여금공론영역으로부터자신을보호할사적영역을사라지게하는동시에, 생계유지에더욱절박하게매달릴수밖에없게끔하였다. 문자그대로그날그날빌어먹고사는새로운노동계급은삶의필연성이강요하는절박함에직접적으로노출되었을뿐만아니라동시에삶의과정자체에서직접발생하지않는모든염려와근심으로부터도소외되었다. 28) 이러한탈소유화는한개인에게는비극이었을지모르나, 사회전체의관점에서보면사회적부를증대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하게된다. 소유를박탈당한인간은이제자신의몸뚱아리하나만을 소유 하게 27) 한나아렌트, 앞의책, p.172. 28) 한나아렌트, 앞의책, p.320.
240 철학논구제 39 집 된셈인데, 자신의몸을유일한생산수단으로가졌기때문에자신의몸을이끌고가정밖으로나와노동을수행한다. 노동이사적영역에머물지않고공적영역으로나왔을때, 노동은분업의형태로조직화된다. 29) 이때문에노동생산성은끊임없이가속화되어, 사회적으로엄청나게많은부를쌓아올리는결과를낳는다. 그리하여근대초기사상가들이목격한사회적부의믿을수없는증대는그들로하여금인간노동력을찬미하도록만들었다. 사회적으로노동이조직되자개인의노동력에자연적으로내재하던풍부한잉여가합쳐져사회적부를생산하게되었고, 기계의자동화등으로부의축적과정은더욱촉진되었다. 하지만이러한부의축적은 새로운소유로이어지거나부의새로운분배를야기한것이아니라오히려보다많은부의축적을창출하기위한과정으로재투입 된다. 30) 이때개인들은노동이완료되고나서도세계에대한관심을가질수없게된다. 자신의장소를박탈당한개인의불안한생존기반때문이기도하지만, 더중요한것은부의축적과정자체가실재적소유의희생을전제로하기때문이다. 소유한다는것은지속적이고안정적이며세계적인것을가짐을의미하는데, 조금이라도지속성을가지는것은부의축적에방해가될따름이다. 부의축적과정은세계성의희생위에서만가능하다. 31) 왜냐하면부의축적과정에서무한한생산성을위해그에비례하는무한한소비가필요하기때문이다. 모든것은되도록빨리소비되어야한다. 더빠르게소비될수록더많이생산할수있고그래야만더많은부가창출된다. 5. 사적영역과공적영역의소멸, 그리고사회의발생 탈소유화로인해사적영역이담당했던필연성의해결은공적인 29) 한나아렌트, 앞의책, p.100. 30) 한나아렌트, 앞의책, p.321. 31) Loc.cit.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41 관심사가된다. 이로써사적영역과공적영역의구분은붕괴된다. 사적영역과공적영역의경계가엄격히분리됨으로써만두영역은공존할수있었다. 그러나그구분이해체됨에따라두영역은함께소멸한다는것이아렌트의주장이다. 생물학적삶에필요하거나유용한것은엄연히사적영역내의문제였기때문에공적영역은자유의영역으로, 좋은삶 (bios) 의영역으로남을수있었다. 그러나소유의상실은사적영역내의관심사를공적영역으로확장시켰기때문에결과적으로공적영역이담당했던고유한기능을훼손한다. 위에서살펴봤듯이공적영역은정치의영역이다. 따라서소유의상실은진정한정치가실종되는결과를가져온다. 공적영역과사적영역의구분이사라짐과동시에출현한제 3의영역은사회적영역이다. 사회란무엇인가? 사람들이집단을이룸으로써사회는자동적으로완성된다. 사회는 유기적전체 이며거대한 한사람 과도같다. 32) 사회를이루는구성원들은이거대한생명체의보존을위한세부적기능을담당하는세포와같다. 이생명체는부의축적과정이라는 삶의과정 에종속되어있다. 그리고멈추지않는부의축적이라는목표는사회구성원들의공통된목표가된다. 오늘날자주목격할수있는슬로건은 사회통합 인데, 사회통합의이데올로기하에서개인들은자신의고유한유일성을드러내지않고사회가추구하는단하나의목적을위해더잘기능할수있게된다. 사회는고대그리스에서사적영역에해당했던가정조직체의확장일뿐이다. 가정이필연성의해결이라는절박한하나의목적을위해결집된모임이듯이, 사회는하나의이해, 하나의목적을가질뿐이며, 이는다원성이라는인간조건에부응하는조직체가아니다. 아렌트에의하면정치의영역은수단-목적계열바깥에존재해야한다. 아무런목적이없을때다원적인개인들의말과행위는비로소의미를획득할수있기때문이다. 32) Gunnar Myrdal, The Political Element In The Development Of Economic Theory,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1953, p.149.
242 철학논구제 39 집 결정적으로중요한사실은사회가모든발전단계에서 예전에는가정과가계가그랬던것처럼 행위의가능성을배제한다는것이다. 그대신에사회는각구성원으로부터일정의행동을기대하며, 수많은다양한규칙들을부과한다. 이것들모두는구성원을 표준화 시켜행동하도록하는경향성을가지며자발적인행위나탁월한업적은갖지못하게한다. 33) 모든활동이생계유지를위한직업의일환이되어버린사회에서는한사람이어떤직업에종사하고있느냐가그사람이어떤사람인가를드러내는유일한척도가된다. 하지만고대그리스의인간상에따르면생물학적삶의조건에만매여있는삶은진정한인간의삶이아니다. 죽을수밖에없는존재인인간이생물학적삶의사멸성을극복하고불멸성을추구하는진정한인간으로나아가기위해서는생물학적삶과는완전히분리된말과행위의공간을가져야만한다. 말과행위로구성되는 정치는결코삶을위해서존재하지않으며 34), 삶을초월해야만한다. 노동하는동물로이루어진사회에서정치의역할은고적해야사적이해관계를조정하는정도에그치고만다. 이러한정치는자유의의미를갖는진정한정치가아니다. 국가가로크의개념인 common wealth 에그치고말때국가의정치적성격은완전히상실된다. 사회가발생하면서사적영역내에국한되었던관심사가공적영역의문제로떠오른다는것뿐만아니라, 가정의조직형태가공공의조직형태로확장될수있다는사실이더욱심각한문제가된다. 앞에서살펴봤듯이, 사회의발생이전에정치의영역은자유롭고평등한개인들로구성되는반면, 가정내에서는지배-피지배관계가허용되었다. 가장의전제권력이사회로확장될때, 전체주의가대두할수있다. 전체주의는실질적인일인지배만을일컫는것이아니다. 추정된경제적사회이익 에의해모두가하나의의견만을가지도록강요받을때, 이러한익명의지배가더욱잔인한독재가될수있다. 35) 33) 한나아렌트, 앞의책, p.93. 34) 한나아렌트, 앞의책, p.90.
한나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에나타난소유와부개념 243 6. 맺으며 인간이사멸적인존재이기는하지만한편으로불멸을추구하는존재가되기위해서는, 사멸성만을강조해서도안되고불멸성만을강조해서도안된다. 자연의필연성에구속되어있으면서도자유로운존재가위해서는필연성만을강조해서도안되고자유만을강조해서도안된다. 따라서필연성의영역과자유의영역을엄격히구분하고각자상이한질서에속하도록위치시킴으로써자유는최대한으로실현된다는것이아렌트통찰의핵심이다. 진정한공적영역의확립을위해서라면필연성의제거가답이될수는없으며, 오히려필연성을제거할수없음을인정하고, 그것을안정적으로해결할수있는사적소유가필수적이라는것이다. 그러나근대화의과정에서소유가부의형태로전환되면서사적영역이몰락함과동시에공적영역도몰락하고그자리에사회가들어서게된다. 자유를위해소유를확립하여결과적으로자유를지켜낼수있었던과거와는달리, 이제우리는부를위해자유를희생시킨다. 인간이정치의영역에서자신의자유를실현하는인격적존재가아니라, 경제원리를최고원리로삼는사회의기능적존재로머무른다면, 인간은더이상 완전한 인간일수없다. 부의축적과정에이미휘말려있는현대사회에서는전통적농업사회로부터발생한소유개념에의존하여자유를현실화시킬방법은없는것같다. 하지만고대그리스사회를바탕으로인간조건을원래의상태로부터추적함으로써, 상실되고숨겨져왔던진정한인간조건의본질이드러날수있다. 아렌트통찰에도움을얻어, 매순간변하는인간조건과결코변경할수없는인간조건이무엇인지, 21 세기의관점에서다시고찰해보아야한다. 35) 한나아렌트, 앞의책, p.93.
244 철학논구제 39 집 참고문헌 한나아렌트, 인간의조건, 이진우 / 태정호옮김, 한길사, 1996. 한나아렌트, 과거와미래사이, 서유경옮김, 푸른숲, 2005. 한나아렌트, 혁명론, 홍원표옮김, 한길사, 2004. 리처드파이프스, 소유와자유, 서은경옮김, 나남, 2008.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윤리학, 이창우 김재홍 강상진옮김, 이제이북스, 2006. 퓌스텔드쿨랑주, 고대도시 -그리스, 로마의신앙, 법, 제도에대한연구, 김응종옮김, 아카넷, 2000. Hannah Arendt, The Human Condit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58. Andrew Reeve, Property, London: Macmillan, 1986. Gunnar Myrdal, The Political Element In The Development Of Economic Theory,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1953. 이은아, 아렌트정치철학에서표현과소통의문제, 서울대학교대학원, 2005. 박혁, 정치현상으로서의자유, 사회와철학 제18호, 2009.10, pp.417-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