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개벽필법 공자( 孔 子 ), 몸으로 말하다 김 동 민 한양대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은 호주의 세계 적인 팝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 Olivia, 1948~ )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의 노래 중에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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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년 3월 월간 개벽신문 41호 <개벽신문>은 에 창간된 <개벽>지의 정신을 계승하는 신문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사람 정의로운 연대 발행처 개벽하는사람들 발행일 2015년 3월 1일 등록번호 종로라 발행인 김산 편집인 최명림 주간 박길수 편집장 임소현 편집위원 고시형 권복기 김성진 김용휘 성진경 유정길 윤호창 이광호 이재선 황숙 기획위원 구종회 류윤근 박달한 심국보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57(경운동 수운회관) 1207호 <개벽신문사> 전화 팩스 홈페이지 캘리아트 권도경 우리는 개벽을 꿈꿉니다. 우리는 개벽신문을 만듭니다. 우리는 개벽하는 사람들입니다. 1920년 창간된 개벽 의 창조적 복원, 개벽신문의 꿈입니다. 동학과 개벽, 소통과 영성, 돌봄과 상생, 모심과 살림, 생명과 평화, 개벽신문의 염원입니다. 2011년 4월 그렇게 개벽신문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더 많은 분들이 개벽신문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더 좋은 개벽신문을 위해 여러분의 후원을 받습니다. 후원계좌 농협 예금주 개벽하는사람들 국민은행 예금주 개벽하는사람들 개벽하는사람들 후원금은 개벽신문 제작비와 발송비로 사용됩니다. 후원하시는 분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시면 개벽신문을 보내드립니다. 개벽하는사람들 Tel Fax

2 2 개벽필법 공자( 孔 子 ), 몸으로 말하다 김 동 민 한양대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은 호주의 세계 적인 팝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 Olivia, 1948~ )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의 노래 중에 1981년 에 발표하여 빌보드 차트 10주 1위라는 대기록을 세 운 <Physical>이란 노래가 있다. 다소 선정적으로 해 석될 수 있는 가사 중에 Let me hear your body talk 라는 가사는 반복되면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더불어 physical 과 animal 이란 단어를 역시 반복적으로 강조 한다. 경쾌한 리듬의 이 노래는 우리 몸의 본성과 자연 에 충실하게 살면서 몸이 말하는 메시지를 듣고 싶다 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뉴튼이란 이름도 예사롭지 않 다. 뉴튼 존의 외할아버지는 독일 태생의 저명한 물리 학자 막스 보른(Max Born, 1882~1970)이다. 보른은 전자의 Olivia Newton-John Physical 리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극기복례( 克 己 復 禮 )라고 할 때 극기 란 소극적으로 자기를 부정하거나 극복한다는 것 이 아니라, 자기를 주체적으로 감당하면서 적극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사로운 욕심이 아 닌 감정에 충실하면서 예( 禮 )에 복무하는 것이다. 공자 는 그것을 몸으로써 절절하게 보여주었다. 논어 의 향당( 鄕 黨 ) 편은 공자가 몸으로 말하는 장 면들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는 공자의 말씀에 대한 기록은 없고 오로지 행동거지만을 기록해 놓았다. 공 인( 公 人 )과 사인( 私 人 )으로서의 처신이 다양하게 묘사되 어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공자는 향당에서는 신실함이 지나쳐 위축되게 보 였기에 마치 말을 잘 못하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종묘 와 조정에 있을 때는 말을 또박또박 잘하셨고, 오직 삼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설명하였으며, 불확정성원리를 확립한 하이젠베르크와 더 갈 따름이었다( 孔 子 於 鄕 黨 恂 恂 如 也, 似 不 能 言 者. 其 在 宗 廟 朝 廷 便 便 言, 唯 謹 爾 ). 가족들과 머 불어 행렬을 이용한 양자역학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인물이다. 노벨물리학상을 수 무는 사적인 공간에서는 말을 극도로 아꼈지만, 공적인 업무에서는 철저하게 논 상하기도 했다. 보른은 영국으로 이주해 활동했으며, 그의 딸이 성악가인 케임브 리적으로 따졌다는 내용이다. 사적인 영역에서는 거드름을 피우고 위세를 부리면 리지대학 교수와 결혼하여 뉴튼 존을 낳았다. <Physical>은 외할아버지의 영향인 서 공적 영역에서는 윗사람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면서 나랏돈을 축내는 공 지도 모르겠다. 뉴튼 존은 영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호주로 이주해 살았다. 직자들이 우글대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또 공자는 (곡기를 주식으로 하고) 고기는 보통은 Body talk 보다는 Body Language 란 용어를 흔히 사용한다. 둘 다 몸이 적당히 먹었으며, 술은 두주불사지만 어울리기를 좋아할 뿐 주사를 부리거나 자 언어 구실을 한다는 뜻이다. 얼굴의 다양한 표정과 손발의 동작, 몸짓 등이 그것이 세를 흩뜨릴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다고 한다( 肉 雖 多 不 使 勝 食 氣. 唯 酒 無 量 不 及 亂 ). 다. 심리학에서는 이에 대해 사람들은 얼굴 표정이나 몸짓 등을 통해 정서를 표 또 공자는 시장에서 산 술과 육포를 먹지 않았으며, 늘 생강을 먹었다고 한다. 현함으로써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한다. 라고 규정한다. 의사소통의 술도 육포도 집에서 담그고 만든 것으로 먹었지, 청결하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신호(Sign)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언어는 미디어이니,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몸은 술과 육포를 사먹지 않았고, 해독과 악취 제거에 좋은 생강을 즐겨 먹었다는 것이 언어라기보다는 미디어라고 해야 맞을는지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상징 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집에서 정갈하게 빚은 술에 맛깔나게 만 (Symbol)이라고 해도 된다. 언어도 상징이고, 비언어적 몸짓도 상징이다. 든 요리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강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건강이 최고다. 공자는 건강을 위해 소식을 했다( 不 多 食 )는 얘기도 있 몸짓을 통해 정서를 표현 다. 또한 성찬이 있으면 반드시 표정을 가다듬고 성찬을 마련해 준 사람에게 절을 몸은 이렇게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상징이자 미디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 하였다고 한다. 성찬이 좋아서가 아니라 마련해 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 하기 전 오랜 기간 동안 몸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조음기관이 발달하기 전 목소리 다. 당연히 대접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얻어먹으면서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는 의 고저장단도 소통의 미디어였다. 원시시대에 목소리의 고저장단은 가장 효과적 사람들도 있다. 인 미디어였으며, 점차 분절음을 내게 되면서 조음기관을 탄생시켜 언어의 사용 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측은지심이 없는 자는 사람새끼가 아니다 사람들은 얼굴 표정이나 몸짓 등을 통해 정서를 표현한다고 했다. 정서( 情 緖 )란 공자의 마굿간에서 불이 났는데, 조정에서 퇴근하고 돌아와 이를 듣고는 다친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Emotion)이다. 기본적으로 정( 情 )이란 무언 사람이 있는지 묻고 말( 馬 )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이런 장면 가 느낌으로써 일어나는 마음이다. 표의문자인 한자를 해체해 보면 마음( 心 )에서 도 있다.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치고 바람이 맹렬하게 불면 반드시 몸가짐을 바 원초적인 붉은 기운( 丹 )이 생기는( 生 ) 것, 그런 마음이다. 그것을 몸으로 표현하면 꾸셨다( 迅 雷 風 烈 必 變 ). 천재지변이 예견되면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 상징이 되고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하는 것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측은지심( 惻 隱 之 心 )의 발로일 것이다. 이게 당 서양철학에서는 감정을 이성(Reason)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자제해야 할 대상 연한 것 같지만 누구나 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진화론의 다윈은 달랐다. 감정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갖 유가족들을 애처롭게 생각하며 슬픔을 같이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을 욕되게 게 함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포를 느끼거나 다른 사 하고 비난하며 협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심지어 광화문 농성장 람의 그런 표정을 보면 조심하고 대비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기쁨이 을 강제로 철거하겠다고 공언하며 나서는 조직도 있다. 맹자는 측은지심이 없는 나 분노, 혐오, 슬픔, 사랑 등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자는 사람새끼가 아니라고 했으니 그런 자들은 사람새끼가 아닐 터이다. 인류의 역사는 가능했을 것이다. <Physical>도 그런 감정의 표출이다. 공자는 이렇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행동에 옮김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이롭다는 얘기다. 공자도 희로애락 써 보는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이런 행동은 이성의 판단으로만 되는 게 아니 ( 喜 怒 哀 樂 )의 감정이 절제된 중용( 中 庸 )의 상태를 유지하라고 했지만, 그런 감정을 표 다. 머리로 배웠다고 다 배운 대로 실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밭에 감정 현해야 할 때도 있으니 그럴 때는 절도에 맞게 하라고 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 이 생겨 몸에 배이게 될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것이다. 공자는 나이 70이 되어서 께 기뻐하고, 불의를 보면 분노해야 한다. 슬픈 일이 있으면 감추지 말 것이며, 인 는 감정의 욕구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했다. 우리 삶이 지향하 생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불의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 는 바다. 는 없을 것이다. 가슴으로 느끼는 마음이란 사욕( 私 慾 )과 감정을 구별하여 바른 도 이 글은 <공무원U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3 내 마음 열리는 곳 디자인을 생각한다 심 규 한 시골살이 여행학교 길잡이 디자인이라는 말에 대해 내 편견을 극복하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설사 세련되지 않더라 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디자인이라는 말을 도 커다란 문제의식과 고통을 가지고 작업을 가치중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디자인은 내 했더라면 학생들의 작품이 분명 더 강렬하게 게 태생적으로 자본주의와 분리가 어려운, 가 다가왔을 것이다. 학생들의 작업엔 그런 점이 치중립적일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 보이지 않았다. 문제의식이 강하지 못하다 보 람도 나처럼 디자인에 대한 유구한 편견을 가 니 사유도 고민도 부족해 보였다. 다만 표현에 지고 있을까? 치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은 70, 80년 내가 디자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된 것 대를 중심으로 한 근대 도시의 풍경을 낯설게 은 디자인의 역사도 역사지만 아무래도 개인 다시보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것들을 의 경험에 기인한다. 디자인이라는 말이 처음 21세기 현대에 노스텔지어 상품으로 재소환시 내 삶의 울타리 가까이로 다가온 것은 고등학 키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들 교 시절이다. 나는 미술을 좋아하고 잘 했지만 의 발표가 익숙했다. 지금 서울의 골목들이 새 전공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 틈 나는 대 로운 상권으로 각광받는 것도 그런 징후의 일 로 화랑을 다니며 그림을 작품을 구경하곤 했 부일 것이다. 곳곳에서 근대 자본주의 역사를 다. 그런데 3학년이 되니 진로를 미대로 정하 통해서 완성된 상품과 삶의 풍경은 세련된 노 고 있던 친구가 디자인과를 지망했다. 뭔가 아 스텔지어 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디자이 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이 너들은 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 었으니 고호같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독 도시는 두 가지 프레임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한 예술가상에 끌렸을 것이다. 예술이란 으레 sky/earth mosaic by Kai 하나는 방금 말한 것처럼 근대도시에 대한 향 순수미술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실용미술로 수를 세련되게 재포장하는 작업--이것은 박원 분류되는 디자인은 이미 실용이라는 목적에 순 시장의 마을공동체와 교묘하게 뒤섞이기도 종속된 수단화된 예술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 시대에 실용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처럼 기존 도시를 밀고 새로 미술이란 상품에게 입힐 옷을 멋지게 꾸미는 일로 여겨졌다. 그것은 돈을 목적으 짓는 도시 재개발이다. 하나는 과거를, 다른 하나는 미래를 담보로 하고 있다. 경 로 하는 상품과 분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후 디자인과가 대세가 되고 디자인 제적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둘은 상품의 유통 가능성을 목표로 하 의 내연과 외포가 넓어져도 디자인에 대한 내 편견은 바뀌지 않았다. 디자인의 탄 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생에 기여한 러스킨과 모리스, 바우하우스 등을 알게 되었을 때도 디자인의 운동 적 가치가 자본주의 사회의 실용에 용해된 디자인의 위상을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고통에 계속 생각이 머문다. 나는 작품의 진정성이 공감을 일으키 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진정성의 내용이 된 얼마 전 대구의 한 대학 디자인 수업시간에 도시를 탐구해 발표하는 내용을 들 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작품에는 삶의 고통과 진실이 잘 나타나 있지 않 은 적이 있다. 학생들이 대구라는 도시 안에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 다. 노점상, 구멍가게, 집창촌이 대상이 되었지만, 그들의 고통과 원인인 사회적 될 소재를 찾아 디자인 작업을 하고 발표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두셋씩 팀을 이 구조에 대한 통찰은 별로 나타나 있지 않았다. 커다란 문제의식 속에 커다란 해답 뤄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사진작업과 인터뷰 등의 과정을 거쳐 디자인 작업을 완 이 주어지는 것이다. 기교보다 의도가 그립다. 이미지보다 사유가 중요한 것이 아 료하고, 작은 책으로 내거나 포트폴리오의 형식으로 발표했다. 문방구, 도시의 바 닐까?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고통에 대한 공감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들의 발 닥, 대문, 맨홀뚜껑, 노점상, 집창촌, 구멍가게 등 도시의 다양한 면모들이 나타났 표를 들으며 내 머릿속엔 엉뚱하게도 소설 속 파우스트나 공자, 장자, 플라톤 같은 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관련 정보를 모으고 사진으로 찍어 정리하는 작업은 한눈 이들이 떠올랐다. 내겐 이들이 모두 나름의 훌륭한 디자이너들로 보였다. 공자와 에 봐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 인터뷰를 하며 사람들의 진솔한 이 플라톤의 국가에 대한 기획을 보라. 파우스트와 장자의 꿈을 보라. 그들은 시대의 야기들을 접하였으니 그 자체가 훌륭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고통 속에서 나름의 사상을 낳은 것이 아닌가? 어찌 보면 디자인이란 현실이 되고 하지만 초대 손님들의 말처럼 학생들이 주제를 택하고 다루는 방식이 다소 익 싶은 욕망이고 꿈일 것이다. 하지만 욕망과 꿈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부재와 절 숙했다. 그리고 본 것을 자기 식대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 보였다. 공부가 망, 고통 아니겠는가? 고통에 대해 예민해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유하고 삶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 기억에도 대학 3, 4학년의 수준에서 새롭고 혁신적 에서 풀어나가려 노력할 때 진정한 삶이 녹아든 디자인이 시작되지 않을까? 인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다녔던 성미산학교의 중고등 아이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발표 방식을 이들은 대학교에 와서 좀 더 세련되 지금은 에코디자인도 있듯 디자인의 외연도 대단히 넓어졌다. 디자인을 단순 게 경험하는 것 같았다. 대학생들의 발표 후, 두 분의 예술가들이 각자 해 오던 작 히 상품을 포장하는 작업이라고 매도한다면 그들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하지 업을 발표했다. 한 분은 건축 설계 도면 방식을 변형해 건물과 근대의 이미지를 세 만 지나치게 이미지에 구속된 디자인이 불감과 사유정지로 귀결되지 않을까 걱정 련되게 합성해 현대를 비판하는 작업을 해 오고, 한 분은 사회 현장에 직접 부딪치 한다. 물론 그런 디자인도 인정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본질적인 디 며 행동한 여러 작업과 사례를 발표하였다. 두 사람의 스타일이 무척 대조적이었 자인에 더 관심이 있다. 그것은 삶의 고통에서 비롯된 사유와 꿈을 꿈이며 그것의 다. 이미지와 행동의 대결 같았다.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각자의 예술관과 소신 추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은 결코 전문가에게 독점되어서도 안 될 것 이 뚜렷했다. 이다. 결국 삶과 사회를 디자인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학생들과 전문 예술인의 발표를 들으며 나는 고통과 문제의식, 생각의 디자인 3

4 4 따듯한 인터뷰 여신 영성 운동가, 살림이스트 현경 여신은 모든 곳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살리는 신 임 소 현 본지 편집장 내 안의 진리, 힘인 것이지요. 그것은 지배의 힘이 아니라 매혹의 힘이에요. 못 걷 [편집실 주] 이번 호 <따듯한 인터뷰>에서는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교 종신교수이며 는 사람을 치유시키는 힘, 창녀와 친구가 되는 힘이기도 하고요. 바로 그 매혹하 페미니스트 신학자인 현경을 만났다. 현경은 1991년 WCC(World Council of Churches:세계교 는 힘이 우리가 찾아가려는 힘이기도 합니다. 회협의회) 제7차 세계대회 주제 강연자로 나와 초혼제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새로운 신 학의 도래를 알렸다. 변방 중의 변방 아시아 여성 학자의 충격적 도발이었다. 이후 히 임: 그래서 매혹하기 위해 선생님은 이렇게 독특하게 화장을 하시고, 눈에 띄는 말라야에서 불교 명상을 하고, 이슬람 여성들과 평화운동가들을 인터뷰하였다. 지금 악세서리와 멋진 의상을 입고 대중들 앞에 나서시는 건가요? 은 독일에서 홀로트로픽 브레스워크(Holotropic Breathwork) 라는 심리치료사 과정을 이 현경: 아, 내가 방금 말한 매혹의 힘은 내면에서 나오는 힘, 빛인데? 내가 이렇게 수하고 있다. 또한 해마다 한국에서 살림이스트 워크숍 을 통해 자신과 타인, 지구를 화장을 하게 된 것은 여신(女神)운동을 하면서부터예요. 샤먼들이나 전사들을 보 살리는 살림이스트들을 키워내고 있다. 남북여성 평화통일 모임 조각보 공동대표이 면 독특한 화장을 하잖아요? 거기에 이유가 있어요. 최초의 화장은 신을 모방하 며 종교간 세계 평화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여신3부작 미래에 기 위해서 시작된 거래요. 저도 여신 공부를 시작하면서 여신을 닮아가고 싶어 화 서 온 편지,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1,2 를 비롯, 최근 출간된 연약함 장을 시작했어요. 의 힘 등이 있다. 임: 어떻게 해서 여신 운동을 하시게 되었나요?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암동의 햇볕은 따듯 현경: 이제까지 주요한 신은 모두 남성이었죠. 예수, 부처, 마호메트. 그리고 모 했다. 골목을 지나 언덕배기 현경 선생님의 집으로 올라갔다. 집은 작지만 아담 두 남성의 관점에서 경전과 사찰을 만들었지요. 여성신학자 메리 데일리는 여 했고, 벽면이 모두 유리로 된 창문 너머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거실엔 긴 나 성들이 교회 안에서 평등을 얻으려는 시도는, 흑인이 케이케이케이단에서 백인 무탁자가 놓여 있었고, 곳곳에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고운 향기를 내뿜고 있었 과 동등한 위치를 얻으려는 것과 같다. 고 했죠. 지난 2천년의 세월 동안 남성들 다. 눈부신 햇살과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들, 향기로운 민트차와 만난 현경 선생님 이 기독교를 지배했고, 남성 신학자들은 300년에 걸쳐 과연 여자도 영혼을 가지 은 매혹적이었다. 고 있느냐? 란 주제로 논쟁을 벌였습니다. 최근에도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고, 토마스 아퀴나스로 박사학위를 받은 유명한 신학자인 메리 데일리조차도 바티칸 임소현(이하 임): 이렇게 직접 뵈니까 선생님, 참 매력 있으세요! 공의회에 참석할 수 없었죠. 바티칸 공의회에 여자가 들어갈 수 있는 예는 오직 현경: 그래요? 그게 내가 진정 바라던 바인데. 매혹하는 힘! 이것이야말로 세상 기자인 경우만 허용되는 거예요. 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성경에도 그런 말이 나와요. 예수의 권 이런 남성 관점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가부장제 사회이고, 이런 사회는 여성의 온 위는 바리새의 권위와 달랐다고. 재산도 지위도 없는 무명 청년 예수에게 왜 사람 전성을 드러낼 수 없죠. 물론 이런 편협한 관점에서는 남성들의 온전성도 드러낼 들은 열광하고 무릎 꿇고 경배했을까요? 예수의 권위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그 수 없는 거고요. 따라서 모든 남성 이미지를 떼어 버리고 존재 그 자체, 비잉(Being) 것을 나는 매혹하는 힘으로 보았어요. 강제로 끌고 가는, 복종시키는 힘이 아니라 으로 돌아가야 신성의 온전함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5 제가 관심 있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국의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오는 5월 25일 세계 여성운동지도자들과 함께 DMZ 도보행진운 동을 추진하고 있어요. 임: 우리는 오랫동안 가부장제 사회에 젖어 살아왔기 때문에 그 문제점에 대해 심 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가부장제 사회의 문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경: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이 사회는 가부장제 사회이고,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맨 꼭대기에 신이 있고, 그 밑에 백인, 남성, 강자가 있고 맨 마지막 에 노예, 여성, 약자들이 있어요. 지배와 종속으로 모든 것이 구획되고 질서화되 어 있는 거죠. 위로 올라갈수록 남성, 영혼, 이성, 순수, 신에 도달하고 밑으로 내 려 갈수록 여성, 육체, 감성, 성, 욕망으로 상징되는데, 이런 이원론은 그냥 분리 와 대립만 낳는 게 아니라 위계질서를 만들고 약자들을 그 안의 부속품으로 만들 지요.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한항공 회항사건 있잖아요? 그거 남녀문제가 아녜요. 돈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갑을관계에서 갑은 을에 복종해 야만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모습이죠. 박창진이 남자일지라 도 돈과 권력이 만든 위계질서 앞에서는 무릎 꿇어야 하고, 비행기에서 내려야 되 는 것이죠. 이런 권력 관계가 가부장적인 질서인 것이에요. 이런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넘어서려면, 지배와 종속이 아니라 서로 힘을 발휘하고 협력하는 평화적인 어머니 중심 문화, 모계 중심 문화(matricentric culture)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화는 어머니의 자궁 같은 문화이고, 컵의 문화예요. 이런 문화 안에서는 관계가 중요시되고 서로 시너지를 내는 구조를 만들고, 공격성조차도 전쟁이나 폭력이 아니라 스포츠와 예술로 승 화되어 나타나죠. 반대로 남성 중심의 칼의 문화에서는 남을 컨트롤하고 지배하 는 구조로 나타나게 되는 거구요. 또한 어머니 중심 문화는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 라 원의 구조를 가지죠. 모든 존재가 원의 둘레에 놓이는데, 중심에서 같은 거리, 반지름의 거리에서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되지요. 임: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 여신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도 들리는데요. 그런데 굳이 여신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요? 특히 이원론을 배격하 는 마당에 남신의 반대 의미에서 여신을 내세울 필요가 있을까요? 현경: 가디스(Goddess)는 신(God)의 반대 개념이 아니에요. 물론 가디스말고 Being, Becoming, Spirit, Wind, Breath, Energy, Vortex 등 여러 용어를 쓸 수 있지요. 그런데 굳이 여신이란 이름을 쓰는 이유는, 우리 인간은 개인적 관계, Personal relationship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즉 대상관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하 늘에 계신 아버지란 신의 이미지를 바꾸려면 여신,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곳에 있는 여신이란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죠. 임: 동학에서 모든 곳에 한울님이 계시다는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월 선생은 하늘, 인간, 모든 사물 존재를 공경하라는 삼경사상을 말씀하셨습니 다. 현경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살림이스트(-ist)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경: 그렇습니다. 우리 주변의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 작은 것들도 돌보고 살려 야 한다는 것이 저의 살림이스트 운동의 요점입니다. 먼저 나를 돌보고, 내 안의 신성을 돌보고, 내 주변 생명체들을 돌보고, 내 집만 청소하는 게 아니라 더러운 정치경제를 청소하는 것이 살림입니다. 가부장제의 지배와 종속으로부터 살려내 는 힘이고 그것이 연약함의 힘입니다. 임: 연약함의 힘에 대해서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현경: 연약함의 힘이란 내 안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런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며 나와 남이 원 하는 마음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 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입니다. 한마디로 힘 있 는 자 앞에서 쫄지 않고 힘없는 사람 앞에서 우쭐대지 않으며, 진정한 자 기 내면의 빛을 따라 살아가는 힘입 니다. 임: 연약함의 힘이 곧 여신 영성이라 고 해도 될까요? 현경: 그렇습니다. 모든 걸 단절하고 찾는 영성이 아니라 모든 것과 연결 해서 찾아가는 영성, 하늘로 올라가 는 게 아니라 낮은 곳으로 내려오고 진흙탕 속에서 꽃을 피우는 영성, 모 든 걸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물론 때로 그런 시간도 필요하겠죠.--대부분의 시간을 배고픈 사람 밥 해 주고 매 시간과 만남에서 개인의 무브먼트를 승화시키는 것, 구질구질한 삶에서 성스러움을 만나는 것, 우리의 육체와 성 콤플렉스와 같은 어둠을 빛과 함께 찾아 가는 것, 부드러움의 힘, 매혹의 힘, 연약함의 힘이 바로 그것입니다. 임: 남성들에게도 여신이 필요할까요? 현경: 옛날에 그런 질문을 하면 남자들이 저를 째려보았어요.(웃음) 지금은 남자들 도 여신을 좋아해요. 남자들이 요즘 그래요, 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기 너무 힘 들다고. 남자는 강해야 하고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고, 출세해야 한다고 강요 받 잖아요? 왜 남자는 힘들게 계속 일만 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나요? 남자도 산업역군 대신 아기 돌보고, 시도 쓰고, 엉엉 소리내 울기도 하고, 빨간 바지 입 고 쇼핑하면 안 되나요? 이렇게 하고 싶은데도 못한다면 그거 굉장한 억압 아닌 가요? 남성들도 숨 막히는 가부장제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성, 새로운 문화를 갈구하다 보니 여신을 필요로 하게 된 거죠. 임: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나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현경: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이 그랬어요. 수많은 불이익이 예상되는데도 자기 가 고백하는 이유는, 나의 자존감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라고. 참 중요한 발언이 라 생각해요. 모든 생명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힘, 그런 영성을 새로운 관계 맺 기 속에서 나타나게 하려는 노력, 내 안의 신성과 만나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 가딩(Godding)입니다. 여성성이 돌봄과 살림, 좋은 것이라고 할 때, 여자라고 해서 모두 여성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식기만 여자인 사람도 있지요. 마거릿 대 처를 보세요. 그녀가 영국 수상일 때 얼마나 많은 전쟁을 치렀어요? 거듭 이야기 하자면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와 종속, 이원론적 세계인 가부장제 구 조와 질서가 문제인 거지요. 따라서 남자와 여자 모두 가부장적인 구조, 위계질 서에서 벗어나 진정한 여성성, 모성을 회복하고 온전함의 길로 들어서도록 노력 해야겠지요. 그것이 여신운동이구요. 또 하나 제가 관심 있게 추진하고 있는 것 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 한국의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오는 5월 25일 세계 여성운동지도자들과 함께 DMZ 도보행진운동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 번 DMZ 도보 횡단 행사에는 저를 비롯해서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영국의 메어리드 맥과이어,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영화제작자이며 월트 디즈 니의 손녀 애비게일 디즈니,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쓴 유명 극작가 이브 엔슬러 등 세계 여성운동가 3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에요. 또 DMZ 도보 횡단 전후로 평 양과 서울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어 한반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여 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구요. 대단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 생각하 고 요즘 열심히 추진하고 있어요. 5월 25일 이 여성들과 서울에서 평화축제를 크 게 열 계획인데, 많은 여성들이 함께 참여해서 행사를 기념하고 춤추며 축제 분위 기를 만들기 소망합니다. 임: 네,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선생님 활동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참여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6 6 특집 봄 봄 [편집실주] 아직 매서운 추위가 한창이다. 그래도 가까운 산이나 숲의 나무들을 보면 어쩐지 푸른 봄의 기운이 아른거림을 느낀다. 아직 녹지않은 얼음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귀 기 울이면 우당탕탕 봄의 활기가 들린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곧 세상 가득 넘쳐날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 이번 호 특집은 봄 봄이다. 동학, 봄을 노래하다 - 수운 선생이 맞이한 다섯 번의 봄 박 길 수 본지 주간 봄을 맞으러 가는 사람들! 목항 범국민대회 에 참여했다. 범국민대회에는 지역, 성별, 나이를 불문한 유가 봄이 오는 데는 이유가 없지만, 봄이 오는 길목은 있다. 해마다 봄이 오는 길 족 실종자 가족 시민들이 참석해 온전한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 진상 목은 다르다. 불덩어리이던 지구가 식어서 네 계절이 생긴 이래로, 해마다 같은 규명, 책임자 처벌 을 정부에 요구했다. 범국민대회 사회를 맡은 유경근 4 16 가 봄이 온 적은 없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해마다 같지 않아 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인양 비용이 얼마인지 아나? 라고 물으며 숫자를 서이다. 봄은 하늘로 온다, 아니, 땅으로 온다. 아니다, 봄은 사람으로 온다. 사람 말하는 분들은 다 틀렸다. 사람을 존중한다면 얼마가 들어가든 무조건 해야 하는 안에 하늘과 땅이 통섭되어 있다(人中天地一). 아니다, 그렇다(不然其然). 게 세월호 인양이다 고 말했다.(중략) 올해 봄은 2월 14일, 팽목항에서 시작됐다. 1월 26일, 경기도 안산을 출발한 이날 범국민대회는 문규현 신부의 절규로 시작됐다. 문 신부는 오늘 세월호 참사 봄맞이꾼들은 19박 20일 동안 500여km를 걸어 2월 14일, 3000여명이 팽목항에 실종자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고 현장에 다녀왔다 며 우리가 다함께 실종자 집결했다. 노란 깃발은 하늘로 휘날리며 봄맞이 굿춤이 되고, 노란 조끼는 땅을 9명을 크게 부르면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는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9명의 울려 잠든 봄을 일깨우는 마중물이 되었다. 이름을 크게 외쳤다. 이영숙님, 권재근님, 어린 (권)혁규야, (박)영인아, (허)다윤아, (전략) 행진단은 팽목항에 도착 직후, 곧바로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호 인양촉구 팽 (남)현철아, (조)은화야,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중략) 7쪽으로 이어짐

7 7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은 참사 희생자 추모곡을 부르기도 했다. 6쪽에서 이어짐 노랫말에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 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는 내용이 담겼다.(하략) [남소연(newmoon), <팽목항에 3000명 최대 인파 얼마가 들어도 무조건 인양해야 >(오 마이뉴스, ) 중에서 인용] 아아, 이렇게 봄은 사람을 타고서 온다. 어디 한 해의 봄만이랴! 시대의 봄도 그러하며, 선천과 후천이 갈아드는 겨울에서 봄으로의 여행도 역시 사람을 타고 오간다. 그래서, 동학은 그대로 봄이며, 봄은 동학의 또다른 이름이다. 동학, 봄에 태어나 봄을 꿈꾸다 동학으로 가는 길의 입구는 봄 아지랑이 속에 꿈처럼 열렸다. 수운은 스무 살 을 넘어서면서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내가 살고 세상을 살리는 길을 갈구했다. 더 본격적인 구도 행각을 위하여 용담의 살림을 모두 정리하여 처자들을 울산의 처가에 의탁하고, 자신은 울산 외곽 여시바윗골에 초당( 草 堂 )을 마련하여 명상을 계속했다. 그 이듬해, 그의 나이 32세 되던 을묘년(1855) 봄. 소요음영( 逍 遙 吟 詠 )하 던 수운은 꿈인 듯 생시인 듯한 경지에서 한 스님을 만나 책 한 권을 받으니, 이를 을묘천서( 乙 卯 天 書 )라 한다. 그 책에 하늘에 기도( 祈 天 )하라 한 대로 해인사의 말사 인 내원암과 그에 딸린 수도처 적멸굴 에서 49일 기도를 마친다. 손끝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궁극적인 앎의 문을 여는 길을 찾아 기미년(1859)년 가을, 수운은 운 명처럼 다시 고향, 용담으로 귀향한다. 구미산에 오만년 새 봄이 오다 - 첫째와 둘째 봄 사이, 너머 혹독한 산속의 겨울을 보내고, 산에 들에 냉이 달래가 땅 속의 봄을 길어 올리 던 경신년(1860) 입춘( 立 春 ). 수운은 하늘에서 오는 봄을 맞으려 결의를 다진다. 불 출산외( 不 出 山 外 ). 도를 깨닫기 전에는 산 밖을 나서지 않으리라. 아니다. 반드시 세상을 건질 도를 깨달아 사람들에게로 나아가리라( 必 出 山 外 ). 이어 입춘시 한 수 를 지어, 하늘의 봄소식을 청한다; 도의 기운을 엄숙히 보존해야 사악한 기운이 침범하지 않으리니, 꿈을 잃어버린 세상 사람들처럼은 되지 않으리라( 道 氣 長 存 邪 不 入 世 間 衆 人 不 同 歸 ). 하늘이 그 뜻에 응답하여, 그해 봄이 완연한 4월 5일, 수운에게 마침내 오만년 같은 겨울을 녹여 버리는 봄소식이 전해지니, 그 이름이 동학( 東 學 )이고 천도( 天 道 ) 이며 무극대도( 無 極 大 道 )이다. 그 일을 일러 수운은 마침내 노래한다; 용담의 물이 흘러 네 바다의 근원이요, 구미산에 봄이 오니 온 세상이 꽃이로다( 龍 潭 水 流 四 海 源 龜 岳 春 回 一 世 花 ). 또 이렇게 노래한다; 꽃문이 스스로 열림에 봄바람이 불어오고, 성근 대울타리 사이로 가을달이 지나가네( 花 扉 自 開 春 風 來 竹 籬 輝 疎 秋 月 去 ). 그렇게 경신년 봄부터 가을 사이, 그리고 그 가을에서 다시 이듬해( 辛 酉, 1861) 봄이 다 지나도록 수운은 동학을 공부하는 절차와 방법을 갈고 다듬었다. 그리고 봄꽃이 진 자리에 풋열매가 달려 커 가던 유월(1861.6) 구미산 입구 문을 열고 세상 사람들을 맞아들이니, 세상은 구미산 아래 용담으로 몰려들어 스스로를 맑고 새 롭고 깨끗하게 하고( 淸 新 簡 潔 ), 수운은 그들과 더불어 세상으로 나아가, 청신간결, 개벽( 開 闢 ) 물결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봄이 오는 길이 그리 쉬우랴. 용담에 사람들이 모이자, 의심의 눈초리 매서워지고, 비방의 입살이 높아졌다; 우습다 자네 사람 백천만사 행할 때는 무 슨 뜻을 그러하며, 입산한 그달부터 자호 이름 고칠 때는 무슨 뜻을 그러한고. 소 위 입춘 비는 말은 복록은 아니 빌고 모슨 경륜 포부 있어 세간중인부동귀라. 위 심 없이 지어내어 완연히 붙여 두니, 세상사람 구경할 때 자네 마음 어떻던고(교 훈가).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수운 선생은 그 입살에 휘날리어 길을 떠났다. 정처 없는 발걸음이었는지, 작정한 걸음이었는지 알 길은 없으나, 그해 한겨울 수 북한 눈속에 천지가 소요한 가운데, 수운 선생은 전라도 남원 땅에 이르렀다. 그리고 또 다시, 봄( 壬 戌, 1862), 비껴서서 틈을 만드는 세 번째의 봄(1862)을 수운은 남원 외곽 교룡산성 안의 산중 암자 은적암에서 맞이하였다. 긴긴 겨울 동안 동학론( 東 學 論 = 論 學 文 ) 을 비롯한 동학의 경전을 쓰 고, 달밤에 교룡산 꼭대기에 올라 무수장삼 떨쳐입고 일신으로 비껴서서 칼 노래 한 곡조를 시호시호 불러 가며 칼춤을 췄다. 비껴서는 것은 비켜서는 것이 아니 다. 정면으로 마주 서서 눈에는 눈 으로 대적하는 것도 아니다. 은적암으로 오기 전에 수운 선생은 무리를 모아 사도( 邪 道 )를 한다는 혐의를 받기도 하고, 나보다 잘난 사람을 싫어하는 인심풍속 때문에 비방의 한가운데에 놓이기도 하였다. 어 쩔 것인가? 세상 형편이 그러할 때, 슬쩍 비껴선 걸음이 바로 은적암행이다. 비껴서기. 그것은 수운 자신이 이곳 은적암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 는 것이기도 하고, 동학이 이 세상을 대하는 자세의 교범이기도 하다. 무릇 동학 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비껴선 사람들이다. 비껴서서 틈을 보며, 틈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새싹이 언 땅에 틈을 만들며 돋아나는 것처럼, 이 풍진 세상에 봄을 만드는 싹수 푸른 사람이 바로 동학하는 사람들이다. 비껴선 자리에서 생명이 돋 아난다. 아니, 비껴선 자세가 바로 생명의 본 모습이다. 그 비껴서서 부르는 칼노래에 화답하여, 아니, 우주를 넘나드는 그 춤사위 끝 에서 봄기운이 풀어져 나와, 그렇게 또 한 번 맞이한 봄이 또 수운 선생의 마음에 좋았나 보다. 수운 선생은 또 봄을 노래한다; 바람 지나고 비 지난 가지에 바람 비 서리 눈이 오는구나. 바람 비 서리 눈 지나간 뒤 한 나무에 꽃이 피면 온 세상 이 봄이로다( 風 過 雨 過 枝 風 雨 霜 雪 來 風 雨 霜 雪 過 去 後 一 樹 花 發 萬 世 春, 偶 吟 ). 그러나 이 노래는 또, 지난 한 해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 세상을 그리워하는 동학쟁이들이 앞으로 맞이할 풍우상설( 風 雨 霜 雪 )의 시절을 예감하는 것이니, 봄이 라고 온통 봄에 취하기만 할 것도 아니요, 겨울이라고 끝내 새봄을 의심하며 낙담 할 일도 아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이 이러해도, 어제는 그렇지 않았음을 생각 하라( 不 知 心 之 得 失 在 今 思 而 昨 非, 後 八 節 ). 하신 수운 선생의 말뜻이기도 하다. 수운은 은적암에서 한겨울을 나고 새로 맞이한, 세 번째의 봄을 타고 경주로 돌아와 다시 개벽의 꿈을 조직화해 나갔다. 바람에 몰린 구름( 風 雲 )처럼 사람들이 또다시 용담의 사립문을 열고 동학으로 몰려들었다. 도의 기운이 높아지자, 필연 적으로 마( 魔 )가 끼어 들었다. 수운 선생은 경주 관아에 붙잡혀 갔다. 그 일은 일시 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다. 수백 명의 제자들이 몰려들어 석방을 요구하자, 겁먹 은 경주영장은 수운 선생을 풀어 주고, 선생의 위력으로 영장( 營 長 )의 부인의 병마 저 치유하게 되자, 용담으로, 용담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수 운 선생은 그 승승장구 속에서 오히려, 자신과 도의 장래를 예감하였다. 네 번째 봄, 계해년( 癸 亥, 1863)에 춘삼월을 노래하다 준비 끝에 다가온 그해 섣달그믐, 그 한겨울에 동학의 접( 接 )이 조직되었다. 16 명의 접주( 接 主 )가 임명되었다. 동학의 또 다른 새 봄이 이렇게 잉태되었다. 이로 써 동학은 한 사람이 만인( 萬 人 )에게 펼치는 담론이 아니라, 신앙공동체를 통해 실 현되는 도학( 道 學 )이 되었다. 제서( 題 書, 아래 참조)가 나온 직후 동학의 장래를 기약 하는 조직화( 接 )가 이루어졌다. 가르침을 담은 여러 경전들에 이어 두 번째 도구 ( 道 具 )이다. 접은 훗날 포( 包 )로 확장되고, 외연이 넓어지나 내포( 內 包 )도 세분화하 여 육임제를 비롯한 세포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동학은 생장하여 봄 나무에서 여 름 나무로 자라 나아갔다. 그 사이 에 답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맞이한 동학 창도 후 네 번째 봄날에 수운은 다시 봄노래를 부른다; 도 를 묻는 오늘에 무엇을 알 것인가. 뜻이 신원 계해년에 있더라. 공 이룬 얼마 만에 또 때를 만드나니, 늦는다고 한하지 말라, 그렇게 되는 것을. 때는 그 때가 있으니 한한들 무엇하리, 아침에 운을 불러 좋은 바람 기다리라. 무슨 뜻인가? 이 노래는 이렇게 여운을 남긴다; 지난해 서북에서 영우( 靈 友 )가 찾더니, 뒤에야 알았노라 우리 집 이날 기약을. 봄 오는 소식을 응당히 알 수 있나니 지상신선 의 소식이 가 까워 오네. 이날 이때 영우들이 모였으니 대도 그 가운데 마음은 알지 못하더라. 네 번째 만의 봄에 동학의 봄노래는 절정으로 나아간다. 봄소식은 지상신선 의 소식이다. 지상신선( 地 上 神 仙 )은 동학의 도를 이룬 도통군자이며, 그 도통군자 가 사는 봄세상, 지상천국이기도 하다; 입도( 入 道 )한 세상 사람 그날부터 군자( 君 子 )되어 무위이화( 無 爲 而 化 ) 될 것이니 지상신선 네 아니냐(교훈가). 지상천국은 봄 처럼, 스스로를 살리고 모두를 살리는 살림의 세상이다. 살림의 세상을 수운 선생은 춘삼월 이라고도 표현했다; 거룩한 내 집 부녀 근 심 말고 안심하소. 이 가사 외워 내서 춘삼월( 春 三 月 ) 호시절에 태평가 불러보세(안 심가); 작심으로 불변하면 내성군자 아닐런가. 귀귀자자( 句 句 字 字 ) 살펴내어 정심수 도 하여 두면 춘삼월 호시절에 또 다시 만나볼까(도수사); 귀귀자자 살펴내어 역력 히 외워 내서 춘삼월 호시절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권학가). 봄꽃, 씨앗을 품다 수운 선생은 이리하여 봄날의 꽃을 피워 냈다. 그 꽃은 씨앗 8쪽 하단으로 이어짐

8 8 특집 봄 봄 바람이 분다, 봄이다! 이 광 호 시인 본지 편집위원 1. 바람은 나그네가 아니다 어디선가 선뜻 바람이 불어옵니다. 지나는 객처럼 처음 보는 듯이 스산하게 바람은 불어오지요. 아직 삭풍이 여전한 듯도 보입니다. 허나 이제 그 중심에는 훈훈한 기운자락이 꼼지락꼼지락. 이렇게 포근한 매화바람이 산등성을 넘어오면 나무와 풀들은 일제히 기지개를 켭니다. 해토머리로 흙의 살결이 녹아내리면 풀 들은 살뜰히 모아온 뿌리 창고의 녹말을 한 모금씩 꺼내 분주하게 움싯거리지요. 뿌리로부터 올린 자양분으로 두터운 흙의 입자를 녹이기 시작합니다. 녹말이 산화되며 열을 발산하고, 나아가 식물들은 드디어 생의 탄력을 받지요. 아래에서 는 든든한 뿌리가 있고 지상에는 따스한 햇윤살이 돕습니다. 매화바람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불어와 식물의 피부조직을 자극합니다. 살랑살랑 햇살이 골고루 비 치도록 도우며 어디 외로운 가지가없나 살핍니다. 2. 바람의 애정 바람의 애정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바다에서부터 혹독한 시련을 이기며 자신 의 의무를 짠물에 담금질했답니다. 세상의 중심은 바람입니다. 버겁지 않게 서로 도우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바람처럼 자신을 풀어놓고 다녀야 합니다. 시간의 흐 름을 의식하지 말고, 품행의 잣대로 재지 말고, 거리로 나서야 합니다. 너무 헐겁 다고 비웃지 마세요. 너무 매몰차다고 피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입술이 마르고 목도 마르지요. 허나 불어오는 사이에 틈새는 메워지며 습기를 머금은 물기는 잎 잎마다 촉촉하게 젖은 이슬을 내려놓습니다. 3. 벌레들을 깨우다 그 사이 벌레는 어떠할까요? 한가하게 노니는 벌레가 어디 있으리오. 저마다 살 길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겨우내 참았던 식욕을 채우기 위해 정지된 관 절에 피돌기를 시작합니다. 바위틈에서 나무의 밑동에서 보냈던 겨울은 순탄하 지는 않았답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혹독한 버림을 받았으며 부모로부터 받은 삶의 욕구를 몸서리치게 체득한 나날들이지요. 이렇게 어느 종이나 세상에 순일 한 종은 없으며 바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종도 없습니다. 종일 기다리고 종일 쏘다 니며 온종일 짝짓기와 먹이를 찾아 서식지를 벗어나 생의 방황을 마다하지 않습 니다. 풀잎에 왼쪽 어깨를 기대고, 나무의 그늘에 숨으며 무서운 천적의 숨소리를 피하려 숨을 죽입니다. 4. 바람은 노을로 저녁을 물들인다 바람은 성성하게 불기도하고, 조밀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디에 귀를 기울 여도 야생의 바람은 생생한 변주곡입니다. 바람은 어쩌면 자신을 찾아 헤매는 진 정한 보헤미안이지요. 나무와 부딪치면 나무의 옷을 입고, 바위와 스치면 바위의 옷을 입습니다. 시내를 따라 흐를 때면 시냇물의 음정을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한 없이 낮추는 미덕을 갖습니다. 서로 고개 숙여 안아주는 초저녁. 땅속의 자갈들 이 무심하게 자리를 내어주곤 합니다. 재잘거리며 흐르는 물소리에서 듣습니다. 서걱이는 갈잎에서 듣습니다. 바람에 의해서 나무마다 여울지는 물 샘이 생기고, 나아가 겨울눈이 자신의 움을 비로소 틔우기 시작합니다. 훈풍이 기별의 닻을 내린 탓이지요. 바다의 깊 은 소문을 안고 와서는 갯터의 소식을 전하는 자리. 저마다 자라던 탯자리와 양수 의 출렁거림을 기억하며 서로의 태초와 청정을 가름하지요. 저녁 물결은 어제처 럼 물비늘의 여운으로 물들입니다. 붉은 노을은 산 아래 숨으며 언제나 붉게 수줍 어하지요. 7쪽에서 이어짐 을 품은 열매를 맺었다. 계해년 8월, 수운 선생은 해월 최시 형에게 동학의 도통을 전수하였다. 도의 장래를 위한 수운 선생 세 번째로 마련 도구이다. 그것은 수운 선생이 피워 올린 봄꽃 속의 씨앗이 다. 다만, 세상 사람이 그 뜻을 알아 가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수운 선생의 시대는 이제 마지막 겨울과 봄으로 향해 간다. 동학의 시간과 공간이 확장될수록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학하는 사람들 사이 에도 이루고 이루지 못하는 차이가 생겨났다. 기울어짐, 그것은 병이 되었다. 수 운 선생은 진단하고 처방하였다; 얻기도 어렵고 구하기도 어려우나 실은 이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니라. 마음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여 봄같이 화하기를 기다리라 ( 得 難 求 難 實 是 非 難 心 和 氣 和 以 待 春 和, 題 書 ). 이는 수운 선생의 또다른 시 남쪽별이 둥 글게 차고 북쪽 하수가 돌아오면 대도가 한울같이 겁회를 벗으리라( 南 辰 圓 滿 北 河 回 大 道 如 天 脫 劫 灰 ). 와도 통하는 것이니, 두고두고 좌잠( 座 箴 )으로 삼을 경구( 警 句 )이다. 계해년 겨울, 수운 선생의 목을 옥죄는 선천의 겨울바람이 불어 닥쳤다. 한양 의 조선 조정에서 내려 보낸 정운구 일행이 수운 선생과 수십 명의 제자들을 체포 하였다. 한겨울 내내 대구와 한양(과천)을 오간 끝에 이듬해 갑자년(1864), 봄기운 완연한 어느 날 수운 선생은 감옥 속에서 해월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수운 선생은 시 한 수와 당부의 글을 해월 선생에게 전하였다. 먼저 유시( 遺 詩 ). 등불이 물 위 에 밝았으니 혐극이 없고, 기둥이 마른 것 같으나 힘은 남아 있도다( 燈 明 水 上 無 嫌 隙 柱 似 枯 形 力 有 餘 ). 등불과 물 사이에 의심할 틈( 嫌 隙 )이 없고, 마른 기둥이 오히려 남 은 힘이 있다 함은 무슨 뜻인가? 나는 이렇게 읽는다; 나는 곧 그대이며 그대는 곧 나이니( 吾 心 卽 汝 心 ) 나는 주검으로도 오히려 살아 있으리라. 다음, 한 조각 글. 고비원주( 高 飛 遠 走 ). 높이 나는 새처럼 멀리 도망쳐라? 아니 다. 높이 날아 멀리 멀리까지 도의 봄기운이 퍼져나가게 하라. 그렇다. 동학, 무극대도가 이 세상에 전해진 지 다섯 번째 맞는 봄날, 3월 10일. 수운 선생은 마침에 형장에 섰다. 형리의 칼이 하늘과 땅을 오가고, 수운 선생의 선혈 이 대지를 적시고, 네 바다로 흘러 하늘로 이어졌다. 봄날 아지랑이 속을 나르는 민들레 홀씨처럼, 천도의 봄소식은 퍼지고 퍼지고 퍼져 나갔다. 동학은 그렇게 봄에 시작되어 봄을 노래하며, 봄을 전하고 있다. 동학의 봄꽃은 다시 피어날 것인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팽목항에서 시작된 봄이 이 세상을 온통 봄기운 으로 넘쳐나게 할 것인지도, 춘래불사춘( 春 來 不 似 春 ), 불임의 껍데기 봄으로 귀결될 지도 정해진 바 없다. 봄이 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마라, 네 몸이 봄기운으로 충 만하도록 연마할 뿐. 봄이 간다고 서러워 마라, 도처에 봄은 이미 와 있으니. 동학의 봄소식이 전파처럼 흘러 다니는 이 세상에, 봄은 오고 여름은 가고, 가 을이 오고 겨울이 간다. 세상에는 선천의 겨울바람이 여전히 불어오가고 있다. 그 바람의 이름은 각자위심( 各 自 爲 心 ). 사람을 망치는 것은 오직, 나(인간)만을 중심 으로 하는 단절의 생각과 삶. 사지 단절, 영육 단절은 곧 죽음이다. 죽음으로부터 생명으로 나아가야 한다. 열쇠는 오직 사람이다. 한울로부터 오는 봄소식을 받아 실현하는 것은 오직 사람. 다시, 봄은 사람으로 온다. 오늘 이 시대, 동학하는 사 람들, 혹은 동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동귀일체( 同 歸 一 體 ); 쇠운이 지극하면 성운이 오지마는 현숙한 모든 군자 동귀일체하였던가. 그 동귀일체는 또 어떻게 하는가? 마음을 화하고 기운을 화하게 하여 봄같이 화하기를 기다리라 천명하신 수운 선생이 품은 씨앗, 해월 선생의 노래에 그 답이 있다; 성인의 덕행은 봄바람의 크게 화한 원기가 초목군생에 퍼짐과 같으리라( 聖 人 之 德 行 如 春 風 泰 和 之 元 氣 布 於 草 木 群 生 也, 聖 人 之 德 化 ).

9 특집 봄 봄 봄으로 가는 퀴즈 도 연 명 본지 편집위원 약간 초딩스러운 퀴즈 하나. 다음 인물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면?; 1. 마이클 조던 2. 넬슨 만델라 3. 허재. 아마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분류를 했을 것이다; 조던, 허재(농구선수) / 만델라 (정치인). 사실 이 퀴즈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약간 이상한 대답이 나올 수는 있어 도 그것을 오답이라 부를 수는 없다. 이를테면; 조던, 만델라(흑인) / 허재(황인). 이런 식의 분류도 나올 수 있다. 조던과 만델라가 뭘 하는 사람인지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피부색에만 집착을 하는 것이 약간 병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19 세기의 미국인들에게 이 문제를 냈다면 대부분 두 번째 대답이 돌아왔을 것이다. 미국의 흑인들은 20세기 중반까지도 운동선수가 될 수 없었다. 마이클 조던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도, 피부색이 검으면 그저 농구를 잘 하는 한 명의 검둥 이 일 뿐, 농구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뭔가를 분류한다는 것은 한 시대, 혹은 한 집단의 의식 수준이나 가치관을 드러낸다. 각종 비타민제. 성분이 같으면 효과도 같을까? Vitamins! by Bradley Stemke(@ 그럼 연습을 마쳤으니 본격적인 퀴즈를 풀어보자. 다음의 것들을 두 그룹으 로 나눈다면? ; 1. 감자 2. 녹말 3. 의자. 가? 싹을 틔우는 일이 그리도 만만해 보이는 걸까? 여러분은 혹시 감자와 녹말을 하나로 묶지 않았는가? 성분이 같아서, 혹은 먹 마이클 조던의 페이드 어웨이 슛은 아무나 구사할 수 없는 힘든 기술이지만 을 수 있어서, 라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드물게는 감자와 의자를 하나로 묶고, 만델라가 피나게 노력하면 어설프게라도 흉내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백미는 세 자 로 끝나는 단어라며 썰렁하게 웃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일 계 최고 수준의 기술자가 첨단 장비를 동원해 아무리 기를 써도 현미의 발아를 흉 이 퀴즈를 시골 마을의 초딩에게 낸다면 전혀 뜻밖의 답을 들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조차 낼 수 없다. 그 초딩은 녹말과 의자를 하나로 묶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녹말과 의자는 죽은 거구요, 감자는 살아 있어요. 우리처럼! 과학자들은 현미와 백미의 차이를 껍질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백미를 먹으면 서 현미의 껍질에 함유된 비타민과 섬유소 등을 정제 형태로 보충해 주면 현미를 그렇다. 생명이란 관점에서 볼 때 녹말은 감자보다 의자에 가깝다. 감자는 그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미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백미 냥 놔두면 설령 냉장고 안에서라도 싹을 틔워 낸다. 반면에 녹말은 아무리 지켜본 는 가죽이 벗겨진 채 죽임을 당한 쌀이다. 여러분의 이성 친구가 방에서 머리가죽 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녹말엔 생명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벗겨진 채 시체로 발견됐다 치자. 벗겨진 머리가죽만 덮어 놓으면 친구와 대화 점쟁이도 아닌데 백년 뒤의 초딩이 무슨 대답을 할지 어떻게 아냐고? 이것은 를 나누고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건가? 예지력이 아니라 일종의 논리다. 만일 백년 뒤에도 초딩들이 지금의 우리와 똑같 은 대답을 한다면, 그때까지 인류가 존속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프랑켄슈타인도 인간이다 생명에 대한 무관심은 종종 무지로 이어지곤 한다. 연전에 미국의 의학계에 황당한 비타민 실험 서 죽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심폐소생술이 발 백년 뒤의 초딩들에겐 감자와 녹말을 하나로 묶는 것이 약간 찌질하게 느껴질 달한 이후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되살아나는 사람들이 너무 늘어나자 기존의 지도 모른다. 마치 19세기 미국인들의 피부색에 대한 집착이 우리에게 비슷한 느 사망판정 기준(동공의 움직임 등)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던 것 낌을 유발하는 것처럼. 이게 왜 찌질한 건지 단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이다. 인간은 삶에서 죽음으로 다이빙하듯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서 비타민이 인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려 했던 실험들은 종종 당혹스 서히 근접해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러운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비타민 복용자들의 폐암 발생률이 20% 가까이 올라 게다가 생명이란 것이 또 다른 생명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간 경우도 있었고, 사망률이 50% 가까이 치솟는 바람에 황급히 실험이 중단된 경 에 대해서도 역시 과학자들은 무지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당 우도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과 근을 삶거나 볶으면 살아 있는 당근에서 사망한 당근으로 다이빙을 하는 것일까? 학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미묘한 문제일 수 있다. 삶거나 볶으면 더 이상 싹을 틔울 순 없 원인은 사실 간단했다. 뜻밖의 결과로 이어진 실험들에 쓰였던 비타민은 합 을지 몰라도 생명의 기운은 남아 있다. 그러나 당근을 분말로 빻아서 1, 2년 정도 성 이었다. 실제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채소나 견과류 속의 살아 있는 비타 냉동 창고에 보관한다면 거기에 생명의 기운 같은 게 남아 있을 리 없다. 생명의 민인데, 과학자들에게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의 여부가 하등 의미를 지니지 못 기운 하면 뭔가 사이비 과학 같은 느낌을 주지만 요즘은 장비로도 어느 정도 측 했던 것이다. 성분만 같으면 인체에 투입됐을 때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고 또 정이 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개념인지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다. 비타민 E의 경우, 과거엔 필름의 찌꺼기를 원료로 사용해 대량 생산을 했었 다. 단지 화학구조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아몬드 속의 비타민 E와 필름을 녹여 만 그깟 대수롭잖은 생명 든 비타민 E를 동일한 물질로 봤던 것이다. 정말 필름을 녹인 물질이 건강에 도 감자와 녹말은 생김새가 전혀 다르지만, 현미와 백미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움이 될 수 있는 걸까? 프랑켄슈타인은 인간과 똑같은 이목구비에 팔다리를 갖고 그러다 보니 사실상 같은 것으로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물에 담그면 현미는 발아 있다.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과학자는 인간과 똑같은 존재 를 하고, 백미는 악취를 풍기며 썩어 갈 뿐이다. 이걸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는 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정작 자기 자신도 프랑켄슈타인을 10쪽으로 이어짐 9

10 10 특집 봄 봄 우리의 앞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과연 거대한 전환점인지, 아니면 공멸의 낭떠러지인지 가늠할 방도는 없지만, 자멸의 나락으로 무기력하게 휩쓸려 갈 바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전진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엄혹한 겨울의 끝자락에서 뭇 생명들의 깨어남을 목도할 봄 날이 과연 올 것인가? 9쪽에서 이어짐 사윗감으로 생각하거나, 단둘이 여행을 떠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이 똑같다고 주장하는 화학 비타민과 천연 비타민을 정작 우리 몸속의 세포들은 전혀 다른 존재로 여길 가능 성이 높다. 실험 결과가 말을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기운 이란 개념은 아직까지 과학자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허튼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햄버거가 어째서 건강에 안 좋다는 거 냐? 성분을 분석해 보고 말을 해라! 초코렛 바와 사과 한쪽은 영양 면에서 아무 런 차이도 없다! 꿀과 설탕은 사실상 동일한 물질이다! 라고 외치는 과학자들을 지금도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다. 플라스틱이지만 맛있으니까 이렇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중차대한 일마저도 엉뚱한 문제로 허송세월 하다가 파국적인 결과를 맞기도 한다. 심장병은 19세기까지 희귀 질환 에 속하는 병이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들어와 발병률이 폭증해서 지금은 암보 다 흔한 병이 됐다. 미국에서만 매일 2,600명이 심장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다. 34초에 한 명 꼴이다. 과거엔 노인들의 병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엔 노소를 가 리지 않고, 심지어 아이들한테도 발병이 되고 있다. 수많은 학자들이 원인을 찾아 내려 안간힘을 쓴 건 당연지사. 처음에는 동물성 지방이 원인이란 설이 힘을 받았고 그로 인해 식물성 지방의 소비가 폭증했다. 그러나 이 가설은 문제점이 많았다.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족 들은 우유와 고기만 먹고 살지만 심장병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아닌 게 아니라 수많은 미국인들이 동물성 지방 섭취를 대폭 줄였는데도 심장병의 폭발적인 증 가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이번엔 동물성이 아닌 식물 성 지방이 문제라는 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아마 이 쯤에서 독자들은 눈치 챘을 것이다. 문제는 식물성이냐, 동물성이냐가 아니라 자 연 상태의 지방이냐,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공 지방이냐의 차이점이었다. 인간의 발명품인 마가린과 쇼트닝은 아무리 보관해도 변질이 되지 않는다. 무더위에도 곰팡이조차 슬지 않으며 바퀴벌레와 쥐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래 서 붙은 별명이 플라스틱 식품이다. 가공식품 회사에서 쇼트닝은 최고의 효자 대 접을 받는다. 부패하는 일이 없는데다 고소한 중독성의 맛을 내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심장병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오늘날에도 효자 자리를 굳 건히 지키고 있다. 그 와중에 애꿎은 버터를 호환마마라도 되는 양 피해 다니며 마가린만 열심히 먹다가 심장병으로 비명횡사한 사람들의 수는 셀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공장으로 간 가축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인간 합성 비타민이나 쇼트닝은 안 먹으면 그만이라지만 고기나 달걀, 우유가 어떻 게 생산되는지를 알면 쇼트닝을 한 사발 퍼마신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 어두컴컴 한 양계장은 닭똥에서 나온 암모니아 가스로 눈을 뜨기조차 힘들다. 양계장은 닭 이 옴짝달싹 못하도록 공간을 최대한 비좁게 만들어 놓는다. 몸을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서로 쪼아대지 못하도록 부리 는 일찌감치 잘라낸다. 사료 값 때문에 닭은 한 달 남짓만 생존이 허락된다(자연 상 태의 닭은 수명이 30년 정도). 성장촉진제를 맞은 닭은 정상 체중의 8배에 이른다. 뼈의 성장이 체중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6주가 되면 대부분 다리가 부러진다. 돼지도 형편은 다르지 않아 울 안에서 싸우지 못하도록 생니를 뽑고 꼬리를 잘라낸다. 소는 어떤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공간을 최대한 좁게 만드는 것 은 돼지나 닭과 다를 게 없다. 우유 생산을 위해 성장 호르몬을 투여하는 젖소들 은 하루에 거의 380리터의 우유를 뽑아내는데, 목초지에서 정상적으로 기르는 젖 소의 하루 생산량은 6리터에 불과하다. 이렇게 혹사를 당한 소의 몸이 만신창이 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의 몸에는 결국 온갖 독소가 넘쳐나는데, 이게 인간의 신체로 고스란히 들어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유발한 다면 지나친 비약이 되는 걸까? 물론 이것은 소수의 과학자들이 내놓은 견해일 뿐이고 아직까지 확실하게 검증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검증이 되기까진 심장병의 경우(무려 70년이 걸렸다)보다 훨씬 오랜 시간 이 걸릴 것이다. 고기를 팔아 부를 축적하는 축산업계와 우울증 치료제를 팔아 돈 을 쓸어 담는 제약업계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심장병의 원인이 뒤늦게나 마 밝혀진 이유는 식품업계와 낙농업계가 서로 치고 받으며 연구비를 경쟁적으 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비를 댈 사람은 없고 온갖 로비로 입막음을 시 도할 사람들만 있는 연구는 좀처럼 추진이 되지 못한다. 고기나 달걀, 우유도 비타민처럼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를 분들을 위해 GMO 농산물을 추가로 소개하겠다. GMO의 위험성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 지 못하고 있다. GMO를 먹인 40마리의 쥐 중에 7마리가 2주 후에 원인 모를 이유 로 죽고, 대다수의 쥐에서 위종양이 발견된 실험이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유야 무야 묻히고 말았다. 연구를 시도한 학자들이 대학이나 기관에서 쫓겨나는 등 온 갖 수모를 당하고 있어 다들 관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GMO는 천문학적인 수익 이 창출되는 사업이라, 다국적기업과 미국 연방정부, 세계무역기구, 과학계, 언론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철통같은 방어태세를 구축하고 있다(어설픈 음모론처럼 들린다 면 몬산토 라는 책을 읽어보시라). 유전자 조작이 된 옥수수나 대두는 전 세계의 농토를 무서운 속도로 점령하고 있는 중이다. 생태계도 덩달아 급속히 오염되고 있다. 생명체는 들판에서 저희들 끼리 자연 교배를 하는데 이를 실험실 속의 과학자가 통제할 방도는 없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GMO로 인해 유전자가 정상인 옥수수가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라 고 한다. 옥수수는 과자나 음료수, 식용유, 의약품 등 다양한 원료로 사용되기 때 문에 GMO 옥수수의 영향권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몽상가의 개벽은 없다 우리가 중세 유럽을 암흑의 시대라 일컫듯이, 먼 훗날 오늘 우리의 문명은 어 쩌면 죽음의 문명이라 불리지 않을까 싶다. 생명과 비생명을 구분할 줄도 모르고, 왜 구분을 해야 되는지조차 인식을 못한다. 가축은 그저 식량을 공급하는 기계일 뿐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정작 생명이 무엇인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인체는 일종의 복잡한 시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죽은 것 을 관찰해 산 것의 본성을 유추하고 있을 뿐이다. 생명이 생명으로서의 존귀함을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서 인간인들 행복할 수 있으랴. 어떤 면에선 양계장의 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신세다. 곳곳에서 죽음의 체취를 풍기는 이 문명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어쩌면 우리의 조상들은 이러한 비극을 앞당겨 내다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 다. 구한말에 나온 비결서들이 대부분 개벽을 봄에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 벽처럼 엄청난 전환이 향후에 실제로 일어날지 모르긴 해도, 지금의 우리 시대가 계절로 쳤을 때 혹독한 겨울에 해당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모든 것이 꽝꽝 얼어붙은 채 죽은 듯 잠들어 있다.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도가 보이는 것도 아 니다. 지금의 이 딜레마는 현대인들의 도착적 세계관이 사회 구조와 맞물려 형성 된 것이기 때문이다. 가히 개벽에 준할 정도의 전면적인 전환 없이는 절대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가 돼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패러다임의 전환은 단순히 낭만적이고 이상향적인 구호의 차원 을 벗어나 준엄한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모든 병적 질 서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미국이 내부에서부터 점차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이 말 이 과장처럼 들린다면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 란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생각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토록 건재해 보였던 소련이 어느 날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듯이 미국도 그 뒤를 밟을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 인다. 이제는 개벽사상을 몽상가적인 개념에서 좀 더 현실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실제로 봄이란 계절은 화사하고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봄은 춘궁기 와 보릿고개로 상징되듯 고달픔의 계절이기도 했다. 죽음의 문명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려면 힘겨운 과도기를 뚫고 나가야 한다는 중층적 메시지 를 전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앞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과연 거대한 전환점인지, 아니면 공멸의 낭떠러지인지 가늠할 방도는 없지만, 자멸의 나락으로 무기력하게 휩쓸려 갈 바 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전진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엄혹한 겨울의 끝자락에서 뭇 생명들의 깨어남을 목도할 봄 날이 과연 올 것인가? 그것은 가슴 벅찬 희망인 동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겹게 마주할 하나의 도전이기도 할 것이다.

11 다시, 개벽이다(7) 11 풀뿌리, 마을 민주주의를 통해 21세기 개벽을 이루자 윤 호 창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본지 편집위원 장면#1 ; 작은 울림, 큰 공명 7살 준희가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아 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 다는 글을 적고 그림을 그려서 엘리베이 터에 붙였다. 그러자 아파트 주민들은 포 스트잇으로 댓글을 달면서 준희가 이사 온 것을 축하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몇 년을 같은 공간에 살면서 누가 어떻게 사는지 서로에게 무관심했 던 사람들은 준희의 작은 글 하나로 이어 지고, 아파트에는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 다. 주민들은 준희네의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이웃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간 아파트는 재산과 부의 상징어였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힘입어 사람들은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재산을 늘려 갔고, 부동산이 없는 사람들 은 외곽으로 밀려 나갔다. 재산 증식의 중요한 수단인 아파트에서 이웃과 공동체 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사람들의 재산은 늘어 갔지만, 이웃과 공동체가 사라진 아파트 공간은 허허로웠고, 쓸쓸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같은 것 이 있었다. 준희의 작은 글과 그림은 허기를 채워주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이었다. 자원부 란 이름 사이에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교육문제는 한국 사회의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군대 못지않은 교육 관료 조직이 있는 한편에는, 시장에 의한 교육이 넘쳐흐 르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장에 맡겨진 교육은 거의 생애 전반에 걸쳐 개인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고통과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 배 움이 새로운 것, 진리를 알아가는 즐거움과는 무관한 것이 되어 버렸다. 2월! 전 국의 학교는 수많은 졸업식이 열리지만 그곳에서 졸업에 대한 아쉬움의 눈물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저 그런 무덤덤한 통과의례가 되 어 버렸다. 아이들이 가져야 할 유년의 쾌활함과 즐거움, 성장통과 같은 슬픔은 국가와 시장에게 애초부터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장면#3 ; 동학의 집강소에서 마을민주주의를 생각한다 120년 전 부패한 왕조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으로 이 땅은 누란의 위기에 있 었다. 민초들의 삶은 팍팍했고,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통스런 현실을 참 는데 익숙한 민초들이었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현실에 죽창을 들었고 봉기의 깃발을 올렸다. 이때 탐욕스런 외세가 두려워 부패한 왕조는 민초들과 타협을 했 고, 그 결과 호남 땅에 집강소를 설치해 민초들에 의한, 민초를 위한 마을자치가 시작됐다. 우리는 프랑스 대혁명과 파리의 두어 달밖에 지속되지 않은 파리꼼뮨 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 않게 잘 알고 있으나, 반년이나 지속된 민초들의 자치운동 인 집강소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알려진 바도 많지 않다. 두 갑자 전 우리의 양반 들이 동학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역사는 민초들의 자치 역사를 알려고도 알 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Let Me Tell You Something Son by Reddy Aprianto(@ 장면#2 ; 교육, 국가와 시장에서 벗어나기 35살 샛별이 엄마는 맞벌이 부부다. 5살 샛별이를 하나 둔 엄마는 혼자서 지 내야 하는 샛별이가 안타까웠지만, 날로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와 치열한 경쟁 현 실에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니 샛별이 하나만을 키우는 것 으로도 힘들었다. 부부는 직장일로 쫓기는 생활을 해야 했고, 열악한 보육 현실에 발만 동동거려야 했다. 샛별이 엄마는 아파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품앗이 육아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몇 명이 관심 있다는 뜻을 밝혔고, 몇 차례 회합을 갖고 품앗이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팍팍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내었지만, 대안을 찾는 것 또한 이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믿을 수 없는 어린이집 대신에 공 동육아, 품앗이 보육을 하기로 하고, 일을 분담하여 육아공동체를 꾸려 나갔다. 엄마와 아빠와 아이들은 여러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갈등과 어려움도 많 았지만, 아이들은 이모와 삼촌을 얻고, 엄마와 아빠는 동네 친구들을 얻었다. 아 이들은 함께 유년시절을 기억해 주고, 어린 시절을 함께 추억할 우정과 호혜의 벗 들을 만났다. 장면#4 ;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시민운동이 시작된 지 한 세대가 가까워지면서 풀뿌 리 자치와 마을 민주주의에 대한 요청이 높아지고 있다. 엘리트 중심의 대의민주 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민초들의 직접 행동이 시작되고 있다. 국가와 시장에 의존하지 않으며 민( 民 ) 중심으로 보육과 교육을 만들어 가려 는 공동육아와 대안교육, 마을학교의 움직임이 그것이며, 자본 중심의 자유시장 에 반기를 들며 진행되는 협동조합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경제 운동이 그것이 며, 지역과 마을을 기반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동체 운동이 바로 그것들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150년 전의 철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역사는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하 지만 많은 이들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대부분은 현실에 절망 하고, 극소수만 희희낙락하는 형편이다. 이미 낡은 언어가 된 듯한 개벽 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시장과 국가의 폭력 앞에 엎어지고 넘어진 민초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음세대를 키우는 돌봄과 교육을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되찾아오고, 형식만 남은 시장의 자유를 협동의 경제를 통해 실질적인 자유를 만들어 내고, 이름뿐인 민주주의를 풀뿌리, 마을민주주의를 통해 실현하는 것, 그것이 21세기 개벽이자 동학일 것이다. 반년의 실험이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라진 동학 집강소의 현 대적 복원을 통해 그 희망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날 미래세대를 키우는 보육과 교육은 국가와 시장에게 거의 전적으로 맡 겨져 있다. 국가는 국가에 요청하는 흔히 말하는 사회성을 갖춘 순응하는 아이들 로 키우려 하며, 시장은 효율과 능률을 앞세워 아이들을 경쟁력 있는 인간으로 키 우려 한다. 근대국가가 요청하는 인적 자원으로 키우기 위해 교육부 와 교육인적 윤호창님은... 생태 환경 분야에서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왔다. 지금은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지역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일들, 협동조합 창립과 운영, 마을공동체를 지원하는 일에 몰두 하고 있다.

12 12 더불어 사는 이야기 농촌은 끝나지 않았다(2) - 유기농 농사와 함께 하는 농촌목회 이야기 이 세 우 들녘교회 목사 3) 직거래 운동과 도농 교회간의 자매결연 운동 한국농촌의 문제 중 또 하나는 농산물 가격이다. 가격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늘 널뛰듯하고 대부분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때가 많다. 무엇보다 농사를 지어 봐야 늘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가득 차 있고, 이것은 안타깝게도 사실이라는데 그 심각 성이 있다. 땀 흘린 만큼 정당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손해만 보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의 하나가 판매 방식에 있고 거래처를 안정되게 확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농산물을 생산해서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데 꽤나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물량조절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생산량이 줄어도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고 조금도 반영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그해 농사가 잘돼 물량이 증가하면 여지없이 가격은 폭락하 고 만다. 이런 불합리한 농산물 가격을 지켜보면서 이를 극복해 보고자 직거래 방 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농산물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와의 자매결연사업을 실시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역에서 직접 주문을 받아 배달을 다니곤 했다. 그러나 이곳 전북 지역의 도시는 농촌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가족 및 친척 등 직접 생산자와 연결 이 된 교회와 교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처음 한두 해는 담임목사와의 관계나 교회 관계 등으로 어쩔 수 없어 판매를 해 주었지만 계속 지속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 려웠다. 그래서 안전한 방법을 찾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이 자매결연 사업이었 다. 이것은 단순히 농산물만을 거래하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 다. 신앙과 믿음 안에서 영적인 교류를 하고 서로 이해하며 함께 상생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촌도 살리고 도시도 살려 함께 잘 살자는 운동이었다. 전북에 있는 우리 교회는 서울에 있는 향린교회와 13년 전에 자매결연을 맺고 농산물 판 매 및 많은 교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는 나아가 우리 기장교단의 생협 매장을 추진코자 하는데 기초적인 단초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 생협 건설을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3. 거리목회와 지역목회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가 늘 폐교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처음에는 전교생이 60명이 안 되면 폐교 대상이 된다고 해서 가까스로 53명의 정원을 유지한 학교로 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읍내에 있는 학교와 통합하면 버스를 대주고 각종 예산 지원을 제공하니 통합에 응하라고 각종 회유와 위협이 난무했다. 교육청과 이웃 학교는 그렇다고 쳐도 학부모까지 통합에 앞장서서 찬성을 유도하는 것은 참으로 대응하기가 난처하고 곤란했다. 학교가 없어지면 동네가 적막해지는 것은 금방이 고 이는 곧바로 교회학교 및 교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농촌의 붕괴에 가속도 가 붙게 되는 것도 물론이다.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하고 아이들이 동요되지 않도록 안심시키면서 학교 통합 반대와 함께 폐교시 끝까지 투쟁할 것 을 주민들, 교인들과 결의하고 교육청에 압박을 가해 그해는 다행히 넘어갈 수 있 었다. 그럼에도 입학생 감소와 전학생 증가로 학생들은 줄어들어 50명이 무너지 더니 40명 선을 위협했다. 교육청은 다시 심의에 들어가 폐교 대상을 50명으로 조정하는 대신 예외 없는 법 적용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50명을 채우기 위해 교사, 학부모, 지역 인사들이 총 동원하여 갖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교사들도 시내로 다니던 당신자 녀들을 농촌학교로 전학을 시키고, 다른 학교로 다니던 학생들을 찾아 밤새 설득 해 옮기게 하고, 그래도 50명의 정원을 채울 수 없어 교육청에 가 농성을 하고 그 래서 겨우겨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10여년을 아슬아슬하게 보내고 드디어 작 년에는 인원수와 관계없이 학부모들이 폐교를 바라지 않는다면 학교를 없애지 않 고 유지시키겠다는 교육청의 답변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 전교생은 유치원생을 포함해 30여 명에 불과하고 2명의 졸업생밖에 없었지만 기쁜 마음으 로 졸업식을 마치고 올해 신학기를 맞게 되었다. 물론 이 학교를 지키는 데 교회가 그 일을 주도하고 역할을 감당했다. 이런 일 들은 농촌 목회를 하면서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주로 목회 활동을 교회 내에 서보다도 밖에서 더 많이 한 것 같다. 농민들 생존권 투쟁의 집회 현장에 거의 빠 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역에서는 물론 서울 집회에도 교인들과 늘 함께 참여했 다. 여태껏 내가 앞장서서 무슨 단체를 만들거나 그 단체의 책임자를 자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거의 강요하다시피 지역일에 끌려 다니면서 이 일 저 일을 맡게 되 었다. 그들이 나를 그리고 교회를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나나 교회가 활용되어 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처지로 몰려 간여하게 되지만 이왕 맡은 다음에는 최선을 다해 신뢰를 잃지 않도록 신경을 쓰 는 편이다. 지금 지역에서 환경, 인권, 평화, 통일, 교육, 종교, 농민, 노동과 관련된 모든 각 분야에서 책임을 맡고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이 집중되어 있어 소홀 히 하는 분야도 많다. 무엇보다도 본분을 잃고 교회 일을 소홀히 할 때가 많다. 그 리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비판을 받을 만하다. 올바른 지적이라 여겨 곧 많은 분야에서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4. 교회 건축 이제 농촌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다. 한 번 무너지는 것은 쉬워도 다시 일 으켜 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 해도 너무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농촌을 그냥 무너진 채 놔 두어도 되는 것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 의 어려움과 멸망은 농촌 지역만으로 제한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바로 도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필수적으로 도시와 농촌은 한 몸, 한 뿌리라는 생물학적이고 유기적인 특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대는 물론 이고 미래로 나아갈수록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농촌과 도시는 구분되거나 차 이가 날 수 없다는 것이 확정적인 결론이다. 전문가나 미래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 더라도 도시 없는 농촌, 농촌 없는 도시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농촌은 자력으로 존재하거나 회생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 활동에 참여하거나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을 농민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 농민이 농촌의 주체고 농업의 실질적인 담당자로 여겨 왔다. 그러나 그 개념은 이제 맞지 않는다. 이 원리로는 농촌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래서 제3의 농민이라는 개체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 제3의 농민은 소비자를 말한 다. 물론 그 소비자는 도시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도시인을 말한다. 즉 농산물을 필요로 하고 이를 구입해서 먹고 활용하는 소비자도 결국 넓은 의미에서 보면 농 산물과 불가불 연결되어 있으므로 농민이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엄격히 구별하다 보니 그 소통이 단절 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고 다른 계층으로 인식되어 적대적 관계로까지 자리매김하 고 있다. 이런 상태로선 그 어떤 해결책도 마련할 수 없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그 어색함을 떨쳐버리고 이제 한몸으로서 자주 만나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교인과 농촌교인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 고자 교회를 건축하게 되었다. 시골 교회로선 감당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하 나님의 은혜로 그 작은 자리이나마 마련할 수 있었다. 도시 교인과 도시인들이 부 담 없이, 그리고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도 시 형태의 건물로 하면서 농촌을 느낄 수 있도록 가능한 흙과 자연을 소재로 건물 을 짓게 되었다. 농촌에 문화적, 그리고 교육적 시설이 부족한 점을 들어 공공성 기능을 확보하는 데도 관심을 보였고 환경 위기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이며 생태 적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요즘 한창 이야기하는 웰빙 시대에 대비한 교회 건축을 매우 힘든 상황을 거쳐 마련할 수 있게 되면서 농촌을 살리고 지키는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엇 보다도 이곳을 통하여 도시사람들이 많이 오가면서 농산물이 소개되고 거래되면 서 직거래 장터로서 역할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13쪽 하단으로 이어짐

13 통일칼럼 13 북한을 공격하고 싶어도 동맹인 한국이 영향 받는 게 걱정 문 영 희 6 15경기본부 홍보위원 누가 이런 말을 했겠는가. 이 말은 바로 우리의 우방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유튜브 스타 헹크 그린과의 인터뷰에서 꺼낸 것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국 대통령 오바마 씨가 한국을 크게 배려한 듯 이 보이는 이런 말을 굳이 퍼뜨린 것은 아마 북한과 남한 양측이 다 알아서 기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한 지 70여 년 동안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을 싸잡아 이 같은 모욕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오바마 가 처음일 것이다. 이 발언은 북한 붕괴론 이라는 날개를 달아 세계를 떠돌고 있 다. 오바마가 그날 그 자리에서 했던 말을 더 자세히 옮기면 이렇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여러분이 이미 여러 차례 봤듯이 북 한과 같은 정권은 무너진다. 다만 북한 붕괴 작용은 군사적 해결책보다는 인터 넷 같은 정보유입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중략) 우리의 동맹인 한국이 바로 옆에 있어서 군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압 력보다는 북한 붕괴에는 인터넷 환경이 더 효과적이다. 인터넷 환경이란 인터넷이 북한에 침투해 여러 정보가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일 으키고 마침내는 북한정권마저 무너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오바마의 발 언이 알려진 이후 북한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공공연히 짖어대는 미친개들과는 더는 마주 앉을 용의가 없다. (중략) 미제가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을 0.001mm라도 침해하고 건드린다면 역사가 일찍이 알지 못하는 가장 무서운 참변을 악의 총본산인 미국 본토에서 당하게 될 것 이라고 극언했다. 미국은 매년 봄만 되면 남한 군대와 함께 남한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펼 치고 있다. 북한은 이때마다 초긴장 상태로 빠지지만 남한 사람들은 거의 이런 위 기감을 느끼거나 목격하지 못한다. 어느 사이 국민 대다수가 전쟁 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 대통령이 이 정도로 분명하게 북한에 대한 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면 남한 사람들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도록 혼란에 빠져드는 것이 정상 이다. 그런데도 남한 사회의 주류인 집권 세력과 야당 등 정치권, 조중동을 비롯한 종이신문, KBS 등 공중파 방송과 재벌기업 등은 조용해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오바마 발언의 속내가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세현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정 말 붕괴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압박을 통해 북한의 저항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 다. 북한이 도발하면 이를 핑계 삼아 군사적 대비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쓰는 이유는 북한보다는 중국 때문이다. 오바마는 북한에 금융 제재를 가하고 인터넷을 통해 외부의 정보 를 유입하면 반드시 북한이 반발하고 군사적인 행동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 는 것 같다. 그럴 경우 북한의 도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미 국의 군사력 강화 등이 동시에 추진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일본과 한국을 시켜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한 사람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도 오바마의 북한 붕괴론에 대하여 프레시안 칼럼을 통해 다섯 가지 우려의 뜻을 밝혔다. 첫째, 그 동안의 대화와 협상 분위기는 사라지고 대북 강경 자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둘째, 북한이 그동안 가끔 꺼냈던 남방 정책 을 폐기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 시 강화할 것이다. 셋째, 박근혜 정부가 대북관계를 놓고 좌고우면하던 모호한 입 장에서 한미공조 강화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넷째, 대북전단 살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 전단살포 행위에는 여러 의문점이 나타난다. 정부가 과연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것인지, 겉으로는 막는 척 하고 뒤로는 묵인하는 것은 아닌 지. 전단 살포 주도 단체의 배후에 한국 정부가 아닌 제3세력은 없는 것인지 등 여 러 의문점에 관하여 석연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오바마의 북한붕괴론 발언은 사실상 선전포고 없는 전쟁 개시라고 볼 수도 있 다. 북한의 저항 강도에 따라 미국은 절제된 국지전을 감행할 수도 있는 위기상황 이다. 그렇다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국내외 모든 통일운동 세력은 오바마의 발 언을 취소시키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펴야 마땅하다. 미국이 만만한 상대가 아 니라서 투쟁이 어렵다면 도끼를 들고 미대사관을 찾아가 전쟁 중지를 호소하는 지부상소( 持 斧 上 疏 )라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100여 년 전 조선은 일본의 속방이 되 었는데, 그때 일본에는 이등박문이 있었고, 지금 미국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있다 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2쪽에서 이어짐 5. 노을 목회 한때 고도성장을 이루던 한국경제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신자유주 의 세계화는 한국 사회에 저성장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더니, 최근 월가의 몰락으 로 이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현 정권은 한미 FTA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이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지금도 농촌은 절망인데 가장 피해가 큰 농촌이 얼마나 더 비극적 사태를 맞아야 끝을 보겠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나 마 농촌을 지키고 있던 노인들도 한 분, 두 분 저세상으로 떠나시고 낮에도 적막할 뿐인 농촌에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아 있는 농촌 노 인들은 외롭다 못해 서러워들 하시고 이제는 그마저도 포기하신 채 아예 말문을 닫고 계신다. 어느 날 교회 언덕에서 서쪽 하늘로 지는 태양을 보았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며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곳은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태양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때 강하게 깨달은 것이 있 다. 우리는 그동안 뜨는 태양에만 관심을 보이고 찬사를 보내 왔다. 해마다 연초 가 되면 길이 막힐 정도로 동해안으로 몰려 일출 광경을 보려고 장사진을 이루지 않던가? 물론 뜨는 해가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는 해도 그 와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도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세월이 많이 흐른 다 음에야 서쪽하늘을 무심코 바라보다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을 수 있었다. 뒤늦었지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른다.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으니 천 하를 얻은 듯한 느낌이다. 농촌에 노인들만 남아 계시고, 교회에 노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계심이 실패요, 낙담이요, 불리한 것이 아니다. 황혼에 접어든 노인들은 희 망이며 자산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 농촌교회나 마찬가지로 노인들만 남아 계셔 교회 운영에 활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마땅히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것도 어찌할 수 없다. 과연 이 위기를 농촌교회 유지나 부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일까? 하고 묻 는 자체가 어리석어 보인다. 교회에 늦게까지 남아 기도하시는 노장로님을 보며 생각에 잠겨보지만 답답하기만 했는데 요사이 지는 노을을 보며 그 답을 얻은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황혼의 아름다움, 그것은 우리 교인들의 아름다움이다. 하늘나라 가까이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 것은 결코 서러움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은혜요, 축복이 아니던가? 그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는 것이 나의 농촌 목 회의 꿈이며, 의미가 될 것이다. 추수감사절이 끝나고 추워지기 전에 노인들을 모 시고 물 좋은 온천에라도 다녀와야겠다. 앞으로도 기도로써, 행함으로써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4 14 동학의 비결2-01 어리숙한 한울님 - 노이무공 에서 불택선악 까지 심 국 보 천도교 진주시교구 대부분의 종교에 등장하는 신이나 절대자, 신앙의 대상은 모든 일에 완전무결 전지전능하고 도덕적 인격적으로는 지고 순수 순결하며 악한 것과는 담을 쌓 은 착한 존재이자 때로는 엄한 벌을 내리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학 의 경전에 등장한 신(상제, 천주, 한울님)은 능력 면으로 보자면 전지전능하지도 않으 니 다른 신에 비하면 조금 어리숙한 편이고, 그리 착하지도 악하지 않은 존재다. 수운께서 득도할 때다. 한울님은 수운께 홀연히 나타나 고백하신다. 아래 인용의 나 는 한울님이자 상제 천주이고, 너 는 수운 최제우 대신사다. 내 또한 공이 없어 너를 세상에 내서 사람들에게 이 법을 가르치게 하니 의심 치 말고 의심하지 말라. 한울님은 솔직히 그동안 공이 없었다고 수운께 밝힌다. 전지전능하지 못하니 공을 세우지 못했고 능력은 좀 딸리는 한울님이시다. 또한 한울님은 지고지선한 존재가 아니다. 수운께서는 득도한 다음해 몰려 드는 제자들의 물음에 친절히 답한다. 도(동학)를 배반하고 돌아가는 자에게도 왜 강령 이 내리냐고 어느 제자가 따지듯 묻는다. 수운은 불택선악 이라 답한다.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노이무공을 고백하는 한울님의 무능력 을 제외하면 동학의 신은 기존의 다른 종교의 신과 별다르지 않다. 한울님은 주문 외고 기도하는 사람의 정성에 감응하 니 충분히 인격적이며, 한울님은 스스로 귀신마저도 자신이라 했으니 한울님은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만, 한울님은 모든 사람의 몸 안에 존재한다. 사 람의 관점에서 보면 시천주( 侍 天 主 ), 즉 사람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도시 믿지 말고 한울님을 믿었어라 네 몸에 모셨으니 사근취원 하단 말 가. 수운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한울님은 저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이 아 니라 모든 사람의 몸 안에 모셔져 있으니, 가까운 곳을 외면하고 멀리서 취하려 하지 말라( 捨 近 取 遠 )고 수운은 누누이 강조한다. 한울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그 소 재를 분명히 밝히신 것이다. 한울님이 내 몸에 계시니 따로 천당 지옥이 있을 리 없다. 수운께서는 천당 가고 지옥 가는 그런 영혼을 부정하였다. 그러니 죽은 뒤 의 내세도 있을 리 없다. 한울님은 선악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니라. 노이무공( 勞 而 無 功 ) 그리고 불택선악( 不 擇 善 惡 ) 강령( 降 靈 )은 동학의 주문 수행 과정에 나타나는, 온몸이 떨리거나 병이 든 것 처럼 몸이 오싹해지기도 하는 현상이다. 무당의 신내림 비슷한 것이라 보면 된 다. 강령은 기화지신, 접령강화 라 표현하기도 하는 것으로, 동학의 수행 절차에 서 중요한 과정이다. 접령과 강화로 한울님 모심을 체험할 수 있고, 이러한 체험 을 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의 몸에 기화지신( 氣 化 之 神 )이 없으니 도를 믿는다고 하 지마는 탁명교인(이름만 걸어놓은 교인)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의암 손병 희는, 몸에는 기화지신 이 없고 영( 靈 )이 없는 것 은 사람이 형상을 갖추었을 뿐 살아 있는 송장이라고 단언 1 하였다. 강령이라는 소중한 경험, 한울님 모심( 侍 天 主 )을 체험했음에도 도를 배반한 자 에 대해, 수운께서는 한울님이 선악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무심하게 말한다. 한울님이 악한 사람한테도 감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울님이 스스로 능력 부족을 고백하고 있으니 우리 사람에게는 친근하기는 하지만 절대자로서의 권위는 부족하고, 오로지 착하기만 하지도 않 고 불택선악하니 어쩌면 자격 미달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한울님의 체면을 살려 주고 권위를 세워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다. 한 울님은 자신의 뜻을 펴려고 애쓰는 과정에 있는 분이며, 완성자로서 초월해 있는 신이 아니라 생성 변화해 가는 과정에 있는 분이라고 해석 2 하기도 한다. 한울님 은 온 천지의 생명 체계 그 자체로서 자기조직력에 의해 생성 발전하는 과정에 있 을 뿐이며,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보아도 미완의 상태이 다. 이렇게 변화 과정에 있는 한울님이다 보니, 인간 역시 창조적 주체로서 역할 을 담당해야 한다. 부모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자식이 나서야 하는 이치와 다 를 바 없다. 여기에는 신의 예정설이나 역사의 결정론과 같은 것이 용납되지 않는 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 주체적 노력과 책임 있는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사 람이 역사 창조의 주체가 되어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한울님도 제대 로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역사에 공적을 남기고 그 이름을 떨칠 수 있다. 한울님 은 수운대신사를 만나 그동안 노이무공, 즉 애쓰고 노력했지만 실적이 없었다고 술회하면서, 대신사를 만나 비로소 성공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나도 또한 개벽이후 노이무공 하다가서 너를 만나 성공하니 나도 성공 너도 득 의 너희 집안 운수로다. 우습다 저 사람은 저희 부모 죽은 후에 신도 없다 이름하고 제사조차 안 지내 며 오륜에 벗어나서 유원속사( 唯 願 速 死 ) 무슨 일고, 부모 없는 혼령혼백 저는 어 찌 유독 있어 상천하고 무엇하고 어린 소리 말았어라. 한나라 무고사가 아 동방 전해 와서 집집이 위한 것이 명색마다 귀신일세. 이 런 지각 구경하소 천지 역시 귀신이요 귀신 역시 음양인 줄 이같이 몰랐으니 경전 살펴 무엇하며. 귀신 역시 나(한울님)이니라( 鬼 神 者 吾 也 ). 천상에 상제님이 옥경대 계시다고 보는 듯이 말을 하니 음양 이치 고사하고 허무지설 아닐런가. 이상의 인용은 수운께서는 한울님 이외에 어떤 귀신이나 영혼은 없으며, 천 당 지옥 등 내세를 부정하시며 하신 말씀들이다. 한울님 상제 하느님 천 주 하나님이 저 세상에서 성스럽게 계신다는 것을 단호히 부정한 것이다. 수운 에게는 따로 내세관, 사후관이 없다. 굳이 사후관이나 내세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수운께서는 나의 나 된 것을 생각하면 부모가 이에 계시고, 뒤에 뒤 될 것을 생각하면 자손이 저기 있도다 라는 말씀으로 허전함을 달래 준다. 이 구절에 대 한 해설로는 묵암 선생의 아래 말씀 3 이 제격이다. 영혼은 자식들에게 간다. 내가 자식을 생각하고 자식이 나를 생각하니 부모 의 영혼이 자손에게로, 또 그 뒤의 자손에게로 전하여 간다. 도 하는 사람은 그 생 각이 제자에게 간다. 그래서 도를 닦으면 장생의 길이 있고, 도를 닦지 않으면 멸 망의 길 뿐이다. 종교미신 에 대한 비판, 조롱 그리고 풍자 마르크스가 종교에 비판적이었지만 그리 적대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마르 크스는 종교를 비판함으로써 종교가 뒷받침하는 착취와 억압의 사회체제와 질서 를 제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르크스에게 종교는 단순한 의식 현상의 문제가 아 니라 사회경제를 포함하는 정치적 문제였다. 마르크스는 종교 비판을 통해 억압 적 사회체제와 대결하려했다. 오래전에 자본론 을 읽어 그 내용은 거의 잊었지 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구절이 있다. 이 소녀(10세)는 God(하느님)을 Dog(개)라고 썼다. 마르크스가 영국의 아동교육과 노동의 실태를 서술하면서 아동노동조사위

15 15 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한 구절 4 이다. 이 구절이 아니더라도 1860대 영국 자본주 의 하에서 어린이들이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으로 혹사당하고 제대로 배우지 도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마르크스가 하나 님(God)을 개(Dog) 라고 하는 소녀의 사례를 각주에 집어 넣은 것은 신을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이란 우수계급이 자기의 계급을 영원히 옹호하기 위한 술책이며, 소수의 현 명한 사람이 자기이 불완전을 번민하던 끝에 자기의 상상으로 뭉쳐놓은 완전 의 상징이며, 다수의 무지자가 자연계의 광대 숭엄을 경악한 나머지 오라! 하 며 함부로 추정한 아호이다. 5 이러한 발언을 한 소춘 선생은 동학 천도교의 많은 수행자 중 가장 빼어난 한 분이다. 일제말기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폐병을 주문수행을 통한 신앙으로 극 복한 후, 소춘은 자신의 수도경험을 통해 아래와 같이 고백하기도 했었다. 우리 몸에 지기( 至 氣 )가 훨씬 내리어, 기화의 넘침이 없으면 한울님 스승님의 영파( 靈 波 )가 우리 몸에 통하지 못하는 동시에 한울님 스승님의 그 자세한 가르 침( 啓 示 )를 받을 수가 없다. 마치 라디오의 수화기에 전류를 통하지 않으면 방 송국으로부터 오는 말을 받아 들을 수가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들 도 를 닦는 사람, 특히 천사( 天 師 )의 뚜렷한 감응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완전 한 기화를 얻어, 천사의 신령을 교통할 터전을 장만하는 것이 그 첫째이다. 6 지극한 신앙인이기도 했던 소춘이었지만, 그의 신관은 다분히 무신론적이고 반종교적이다. 이것은 수운의 가르침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일제시대 때의 사회적 분위기 영향이기도 하다. 신의 계시라고 할 수 있는 천사문답( 天 師 問 答 ) 을 통한 수운의 강렬한 한울님 체험이 천도교 경전에 곳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 학하는 사람들의 신에 대한 관념은 일정부분 무신론적이고, 신에 대해서 적대적 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한울님은 생각하면 있는 것이요, 생각지 않으면 없 는 것입니다. 7 라고 한 월산선생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학 천도교인들 의 이려한 경향은 전적으로 기존의 군주적, 제왕적이며 계급적인 신개념의 오류 에 대한 반발이라 보면 된다. 전지전능한 신, 불멸하는 영혼, 천당 지옥이라는 내 세관 등은 모두 이원론적인 세계관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다. 사회구조에 있 어서도 귀족과 평민, 노예라는 신분제가 정당화되었고 중앙집권제와 가부장제도 등 여러 형태의 피라미드형 위계 구조가 이러한 이원론적 틀 위에 구축되었다. 이 세상과 저 세상, 성스러운 세계와 속된 세계라는 도식으로 감성적인 세계와 초월 적인 세계가 이중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이원적 세계관은 헛된 생각이고 잘못된 믿음, 종교미신 이다. 불어 천도교하는 사람들 역시 줄고 있는데, 천도교가 극히 반성해야 될 일이다. 동학 천도교가 선천종교와 비슷해지고 닮아가고 있는 증거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1930년대 초반, 일제치하의 조선사회에 반종교운동 이 고조되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반종교운동의 주된 대상은 천도교로, 실상은 좌익 언론의 반천도교 운동 이었다. 좌익 논자들은 대부분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라는 마르크스의 도 식이나 종교투쟁은 계급투쟁에 종속되어야 한다 라는 레닌의 반종교 이론을 근 거로 천도교의 활동을 비판한다. 이에 대해 김형준 9 은 종교 발생 및 계급적 기반 과 관련하여 레닌의 입장을 비판하면서 천도교의 민중성을 강조한다. 즉 종교는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과의 투쟁에서 자기의 무력( 無 力 )을 위안하 려는 데에서 생긴다 고 본 레닌의 견해를 비판하고, 김형준은 모든 종교적 신념은 그 창시기에는 하층계급이 그 시대의 사회적 조건을 벗어나서 좀 더 높고 새로운 사회적 생활을 실현하려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 으로 밝힌다. 그러면서 그는 레닌 이 본 종교는 세기말적 발악을 하고 있는 기성종교에 불과 하며 천도교는 이와 달 리 창생( 蒼 生 )계급 을 기반으로 발생했고, 민중을 억압으로부터 해방하려는 정신 적 도구 라며 천도교를 적극 옹호한다. 김형준이 고군분투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옹호했던 천도교와 지금의 천도교는 안타깝게도 많이 다르다. 의암성사의 시 한 구절을 외어 본다. 我 生 誰 爲 生 (아생수위생, 내가 사는 것은 누구를 위하여 사는 것인가) 我 生 爲 蒼 生 (아생위창생, 내가 사는 것은 창생을 위하여 사는 것이라) 1 <명리전>, 활동장 2 표영삼, 동학1, 쪽. 3 묵암 신용구, 회암 하준천 천도강론, 쪽. 4 마르크스, 자본론1(상) (비봉출판사), 제3편 제10장, 331쪽. 5 소춘 김기전, 개벽 (1921.6) 6 소춘 김기전, 신인간 (1944.9) <천사 감응의 수도> 7 월산 김승복, 천재하방 : 한울은 어디에 있는가, <천재하방>, 236쪽. 8 facebook : Ung-Jin Kim 9 김형준(1906~?), 신인간 지에 천도교철학 관련 많은 글을 게재했다. 필명으로 오성( 午 星 )등을 사용하 였다. 위 반종교운동 관련한 글은 1931~1932년간의 신인간 57호, 당성 6호 등에 실린 것을 인용. 반( 反 )종교운동과 창생 종교미신 이란 표현은 페이스북에서 어느 과학자 8 가 즐겨 쓰는 표현이다. 생 물학자인 그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종교가 자본주의의 탐욕과 아집과 강자의 논 리와 결합하여 절대화되고 사회악으로 전락하는 현상들을 열거하고, 인간들에 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합리적, 이성적 사고와 과학적 자연관, 과학적 자기이해 그 리고 과학적 세계이해이다. 종교미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택받고 특별하고 절 대적인 나 가 아니라, 시공간과 지구화학적 과정의 부산물로서 평범하고 자연스 러운 환상에 불과한 나 를 깨달아 에고의 덫(ego-trap)으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한 다. 과학적 깨달음 이 최고의 영성(spirituality)이며, 자유이며, 평화이며, 안식이며, 모든 것을 정상화 한다. 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종교미신의 유일한 장점이다. 종교집회 를 모두 비종교적 친목집회로 바꿔라. 재래 장터 모임 형식이라도 좋다. 기존 의 정기집회에서 일체의 허구와 거짓말과 종교미신을 제외하고, 사실과 역사 적 진실과 과학과 문학 예술과 우호와 협력과 정의를 진지하고 자유롭게 생각 하고 나누는, 즐겁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창의적 교제 모임으로 거듭나라. 이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종교 인구가 줄고, 특히 20~30대의 젊은층에서 종교를 믿지 않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바람직한 현 상이다. 이는 종교미신 의 잘못된 세계관에 대한 거부라 해석할 수도 있겠다. 더 극단 모시는사람들 ~ OPEN RUN / 미마지아트센터 풀빛극장(오아시스 극장) 문의_

16 16 삶의 길에서 만난 동학 너도 나도 하늘로 받드는 세상을 꿈꾼다 박 흥 선 서울 경동고 교사 성적이 권력이 되는 교육 현장 갈수록 신자유주의의 자본과 권력의 횡포가 심한 요즈음 학교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학생들에게까지 그 폐해가 번지고 있다. 몇 년 전 반에서 1등을 하는 학생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왔다. 수련회 갈 조를 짤 때 은근히 한 친구를 왕따시키려 하고, 수시로 청소할 때 사라지는 순발력을 발휘해 속을 끓이게 했던 녀석에게 반 친구들과 함께 잘 어울리고 청소도 같이 하라는 얘기를 한 끝이었다. 샘, 대학 간 선배가요, 1등급 아닌 아이들과는 말도 섞지 말랬어요. 어느새 성적도 권력이 되어 못된 어른들의 행태를 닮아 가는 아이와 수없이 면담을 하면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으나, 이미 굳어진 생각을 바꾸게 하기에는 역부족을 느꼈다. 성적만이 살 길이라고 몰아치는 부모와 교사와 사회 환경 속에 서 수학과 영어 문제는 기계처럼 척척 잘 풀었으나, 욕설 없이는 친구들을 대하지 못하고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야비한 말을 멈추지 않아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는 학생도 보았다. 그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꾸려갈 세상이 암울하게 느껴졌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해 봄 오전,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새로운 소식을 알리느라 분주했다. 샘, 세월호라는 배가 물에 빠졌는데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 태운 배래요. 이후 점점 더 아이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는 아직 도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고 선체는 물속에 잠겨서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 경이다. 현대 문명으로 해결되지 못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가 싶다.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작가와 관련된 시대 배경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 연스레 역사이야기를 하게 된다. 서시를 쓴 윤동주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후쿠호카 형무소에서 죽었단다. 왜 그랬을까? 로 말문을 열었다. 저항시인과 식 민지 시대, 마루타 이야기가 이어진다; 소설을 시대적으로 고전소설과 현대소설 로 나누는데 갑오개혁을 기준으로 나누게 된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생 활도 바뀌고 글 쓰는 형태도 바뀌게 되지. 몇 년에 일어난 일이지? 아이들은 어, 몇 년이더라. 하면서 몇 번을 갸우뚱거리다가 반에서 몇 명 정 도는 맞추기도 한다; 그래, 1894년. 맞아. 그런데 그해에 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일어났는데 무슨 일이었을까? 이번에도 아이들은 한참을 갸웃거리다가 힌트를 주고서야 몇 명 정도 대답을 한다; 동학농민운동이요. 몇몇 역사 마니아를 제외하고 역사는 다섯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맞추 면 안다고 해 주는 오지선다형의 산물로 취급된다. 게 아는 길이니라. 사람은 한울을 공경함으로써 자기의 영원한 생명을 알게 될 것이요, 한울을 공경함으로써 모든 사람과 만물이 다 나의 동포라는 전체의 진 리를 깨달을 것이요, 한울을 공경함으로써 남을 위하여 희생하는 마음과 세상 을 위하여 의무를 다할 마음이 생길 수 있나니, 그러므로 한울을 공경함은 모든 진리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움켜잡는 것이니라. 둘째는 사람을 공경함이니 한울을 공경함은 사람을 공경하는 행위에 의지하 여 사실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니라. 한울만 공경하고 사람을 공경함이 없 으면 이는 농사의 이치는 알되 실지로 종자를 땅에 뿌리지 않는 행위와 같으니, 도 닦는 사람이 사람을 섬기되 한울과 같이 한 후에야 처음으로 바르게 도를 실 행하는 사람이니라. 도인집에 사람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 이르지 말고 한울님 이 강림하셨다 이르라 하셨으니, 사람을 공경치 아니하고 귀신을 공경하여 무 슨 실효가 있겠느냐. 어리석은 풍속에 귀신을 공경할 줄은 알되 사람은 천대하 나니, 이것은 죽은 부모의 혼은 공경하되 산 부모는 천대함과 같으니라. 한울이 사람을 떠나 따로 있지 않는지라, 사람을 버리고 한울을 공경한다는 것은 물을 버리고 해갈을 구하는 자와 같으니라. 셋째는 물건을 공경함이니 사람은 사람을 공경함으로써 도덕의 최고 경지가 되 지 못하고, 나아가 물건을 공경함에까지 이르러야 천지기화의 덕에 합일될 수 있느니라. 역사의 교훈을 깨닫지 못한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해월의 삼경사상은 나에게 엄청난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두 갑자를 지나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말이 아닌가. 한마디도 덜어낼 수 없 고 더할 필요도 없는 실천의 메시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 현재의 난제를 푸는 열 쇠의 역할, 바다를 항해하는 배로 말하면 키와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메시지다. 두 갑자가 지난 현대사회의 모습이 조선시대의 그때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 많 이 나온다. 120년 전 한반도는 청일전쟁의 싸움터였고 미국과 영국, 러시아, 독일 과 프랑스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동아시아 전쟁 에 휘말린 조선의 정부는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에 바빠 백성들을 지킬 여력이 없었다. 개항 이후 자본의 힘을 빌려 밀려오는 외세에 조선의 경제는 힘없이 스러 지고 그들의 터무니없는 강권과 배상금 요구에 백성들은 허리춤을 졸라매야 했 다. 동학도들이 1892년 공주집회에서 충청감사에게 제출한 의송단자는 당시의 어려움을 상상하게 한다. 해월 선생의 삼경사상 우연한 기회에 동학 소설을 쓰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동학에 대해 강의를 듣고 답사를 하였다. 시천주, 사인여천, 유무상자, 삼경에 대해 알게 되면서 두 갑자 전 에 언급된 그 말들의 깊은 의미가 현대에도 얼마나 놀라운 혜안이었는지 새삼 감 탄하게 된다. 인간은 하늘을 모신 존재이니 모든 인간을 하늘처럼 모셔야 한다는 말은 양반과 상놈의 신분과 남녀의 차별이 존재하던 조선 후기에 얼마나 천지개 벽할 일이었겠는가? 조선에서 태어나 하늘로부터 도를 받았으니 동학 이라고 명 명한 자주적인 발상, 있는 자와 없는 자들이 서로 돕는 유무상자의 정신, 접 이라 는 수행 공동체 조직은 정신적 혁명의 발현이었다. 깨달음을 얻고 동학의 정신을 알리던 수운이 유생들의 상소로 처형되고 제자 해월은 무려 38년간 쫓기는 신분이면서도 도를 계승하여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 다. 그리하여 삼경사상이 해월로부터 나온다. 사람은 첫째로 한울을 공경해야 하느니라. 한울을 공경하는 원리를 모르는 사 람은 진리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니, 왜 그러냐 하면 한울은 진리의 중심을 잡은 것이므로 그렇다. 그러나 한울을 공경함은 결단코 빈 공중을 향하여 상제 를 공경한다는 것이 아니요, 내 마음을 공경함이 곧 한울을 공경하는 도를 바르 왜국 상인은 각 항구를 통행하며 무역의 이익을 제멋대로 하여 돈과 곡식이 말라 백성들이 지탱하기 어려우며 좋은 땅과 중요한 지역의 세관과 장터의 세 금, 산과 연못의 이익이 모두 오랑캐들에게 돌아가고 있으니 저희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바입니다. 그때나 120년이 지난 요즈음이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새삼 역사를 통해 깨닫지 못한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는 말이 떠오른다. 호주 국립대 교수 테사 모리스는 한반도를 갈라놓은 휴전선이 전체 동아시아 지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지난 150년간 동아시아의 큰 전쟁들이 모두 한반도를 지배하려는 열강의 야욕 때문이라고 했다. 한반도의 장래가 세계 전체의 앞날을 좌우할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냉전적 분열의 마지막 유 물인 한반도 분단을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따라 제2의 냉전으로 갈 것인지 극복으 로 갈 것인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하늘이다 1년 전 2014년 갑오년 새해는 동학 소설을 쓰는 모임에서 17쪽 하단으로 이어짐 스터디를 하며 경주 용담정에서 맞았고 올해 을미년 새해는

17 한울소리 17 어린이는 한울입니다! - 경주에서 천도교 어린이운동 을 되살리며 최 경 미 한울연대 사무처장 동학 성지 경주에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 방정환 선생의 이름을 딴 방정환한울 어린이집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 65번지 1층)이 지난 2014년 9월 개원했다. 용담정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서 동학의 중심 사상인 사람이 한울 이라는 인내천 정신에 바탕 하여 어린이를 한울 로 모시고, 생명공동체 교육과 숲 생태를 기반으로 하는 삶을 실천해 가는 중이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만들어지기까지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은 천도교 한울연대가 2013년 동계수련회를 통해 제기한 교육문제를 2014년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추진위원회 구성하면서 시작되었다. 공부모임을 통해 어린이집 설립 방향을 잡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추진해 가면 서 성공적인 어린이집 설립을 위하여 21일 새벽기도 를 시작했다. 7차에 걸친 새 벽기도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24일부터는 49일 새벽기도 로 확대하여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힘을 기도 속에서 찾아가는 중이다. 우선 교육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생태어린이집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생태건축을 하고 있는 좋은 목수님을 만나면서 공간 구성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예산 확 보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의 취지와 목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 고 이 뜻에 동참할 사람을 찾아 나갔다. 어린이집을 개원하기까지 예산 1억을 만 드는 과정에서 130여 명의 후원자가 생겨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린이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을 열면 제일 처음 한 벽면에서 천정으로 이어지는 나무와 가지를 볼 수 있다. 그 가지마다 매달린 동그란 나무토막에 후원자들의 이름이 적 혀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의 기운과 정성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어린이집이기에 그 기운이 내내 아이들을 지켜줄 것이다. 그리고 운영을 하다 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 는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힘이 될 것이다. 너른 자연 속에서 어린이 스스로 배우는 프로그램 마당에는 아이들이 맘껏 흙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흙을 깔았다. 그리고 커다란 흙 동산과 동굴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그 동굴 속을 드나들면 놀이를 한다. 흙 동 산의 흙으로 두꺼비집도 만들고 밥과 반찬을 해서 소꿉살림도 한다. 흙 동산 곁에 있는 커다란 바위는 평상이 되고 그 주변으로 나무 의자를 박아 두었다. 나무울타 리 위에는 작은 풀꽃들을 심을 수 있는 좁고 긴 화단을 만들었다. 봄이 되면 아이 들의 친구가 되어줄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마당 한쪽에 닭장도 생긴다. 마을 어 른이 닭을 두 마리 분양해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꼬꼬닭과 이야기를 나누고 먹이 를 주면서 함께 커 갈 것이다. 건물 벽 오른쪽으로는 텃밭이 있다. 마을 어른이 경 작하는 밭인데, 따뜻한 봄이 오면 그 텃밭에 작물들을 심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 다. 인제 아이들은 작은 농부가 될 것이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을 처음 구상할 때 숲 생태어린이집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우리는 실내에서 뭔가를 가르치기보다 매일 나들이를 하면서 자 연 속에서 스스로 배우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매일 나들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있 어야 한다. 어린이집 근처에는 야산이 있고, 용담정, 저수지, 들판, 과수원, 계곡 등 이 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나들이를 간다. 겨울 들판에서 논둑을 걸으면 몸의 균형을 잡고, 가을걷이를 하고 남겨진 고구마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고구 마를 캐다 만난 튼실한 지렁이와 한참 동안 친구가 되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 올라 가면서 3살 아이도 아주 씩씩하게 모험을 즐긴다. 오히려 5살 언니보다 더 두려움 없이 엎어지고 미끌어지면서 비탈길을 오르고, 차가운 물에 장화신은 발이 빠지 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탐험을 한다. 이미 아이들 속에 세상을 살아갈 모든 정보가 내재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감동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 속에 서 자연으로 자라고 있다. 아이들은 본래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영성적 존재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특징을 하나 더 보탠다면 할머니 선생님 혹은 방울들(자 원활동가)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나들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선생님도 할머니 선생님이시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놀았던 경험을 되살려 내며 아이들을 그 놀이의 세계로 안내한다. 연륜과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내어 부모에게서 모자란 그 2%를 채워 주면서 자연스레 3세대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 들이 머리가 하얀 할머니 선생님을 따라 마을길을 나서면 동네 사람들이 먼저 알 아본다. 아이들 웃음과 조잘거리는 목소리가 동네 어른들에게 기운을 돋운다. 생태어린이집을 만든다고 할 때 사람들이 물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냐고. 그 물음에 답을 하자면 방정환한울어린이집에는 프로그램이 없는 프로그램이 있다. 매일 나들이를 하고 마당에서 놀고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들을 프로그램이라 는 틀 속에 넣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 날마다 새로운 그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모 든 경험들이 우리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의 차별화는 교사 에게 있다. 그 환경을 볼 수 있는 생태적 식견과 자연환경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 는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선생님, 아이들은 본래 영성적 존재로 스스 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것 이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찰해야 할 지점이고 아이들과 함 께 성장해 가야 할 중심 과제이다.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더듬어 길을 내는 일을 기꺼이 하 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130여 명의 후원자들의 정성에 힘입어 한 발 한 발 작은 걸음을 나서고 있다. 운영비 문제도 크다. 적은 숫자의 아 이들로 필요한 경비를 만들어내기란 앞 뒤 계산이 맞지 않는다. 돈으로 가치를 환 산하지 않고 나눔과 협동으로 돈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찾는 중이다. 그 길이 험난해도 시천주( 侍 天 主 )하였으니, 맡기고 가 볼 따름이다. 16쪽에서 이어짐 백두산 천지에서 맞았다. 천지 아래에 있는 휴게소에는 한 겨레신문사 광복 70주년 백두산 새해맞이 일출 행사에 참 여한 한국사람, 신년 운을 점치는지 마작소리와 함께 새해를 맞는 중국사람, 그리 고 조선족 연변사람들로 떠들썩했다. 새벽이 되자 단단히 여며 입고 아이젠까지 착용하고 거센 돌풍과 눈보라를 맞으며 천지가 있는 봉우리에 올랐다. 모두들 떠 오른 해를 향해 말없이 서서 각자의 소원를 빌었다. 나도 해가 떠오른 천지를 향 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움직이 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에 하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모두가 자신이 하늘 처럼 귀한 존재임을 깨닫기를 빕니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다른 존재들이 더 환하 게 빛나시기를 기도합니다. 새 학기에는 새로운 학교로 전근을 간다. 맨 처음 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해월의 삼경 사상을 이야기 해 주고 싶다. 그리고 각자의 종교에 맞게 명상가 선 생님이 누군가에게 하셨다는 말을 흉내 내어 말해 주고 싶다. 네가 하늘이여! 그러니 하늘처럼 살어. 네 친구들도 하늘이여! 그러니 하늘처럼 모셔. 박흥선님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국어교사로 학생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즐긴다. 인간의 모든 불행 은 두려움에서 왔다고 생각하며 우주적 사랑으로 연대할 때 세상은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 라고 믿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18 18 생각하는 사람 분노하는 민중(씨 )과 함석헌 효과 김 대 식 ㅣ 함석헌 평화포럼 공동대표,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함석헌. 우리는 그의 이름 석 자를 아련하게 기억한다. 한국 역사의 현대사적 인물로서 철학, 정치, 경제, 종교, 문화, 기술, 교육, 여성 등에 대한 냉철하고 비판 적인 시각으로 독특한 씨 철학을 우려냈던 분으로 알고 있다. 그에 비해 더 이상 그를 이 시대에 다시 만나야 할 사상가로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슬픈 일이다. 서구 철학자의 세례를 받고 지난 반세기를 우리나라 가 나아가야 할 자양분을 그들로부터 찾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구 의 사상이나 철학조차도 외면당하고 있다. 이성적 숙고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사 회적인 이성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신의 진보가 아닌 물질적, 과학기술적 진보를 회의하기보다 그것을 향유하려는 욕망이 커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과 진리, 그리고 지혜에 대한 욕구보다 물질적이고 향락적 욕망이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간 현존재는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말한 것처럼, 자기 창조의 주체 가 되고 있는 것인지, 자기를 스스로 선택하는 실존 으로 여기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것이 바로 함석헌이 다시 요청되는 까닭이다. 인간 현존재는 결단코 일상 인(das Man)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혁명이 필요 하다는 절박한 근본 기분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사상은 고루하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고 자기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로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수행적 언어들이 넘쳐난다. 함석헌의 저서를 읽으라는 주문은 한가한 잡담으로 접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 결단을 할 준비를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중의 의식을 깨우는 함석헌의 언어, 그리고 언어적 행위들은 자신과 세계에 대 해서 자명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서 의심하고 회의하도록 만든다. 사람은 감응하는 물건이다 이렇게 그의 발언적 진리를 인식하기에 앞서, 민중은 지금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중이 전체에 대한 느낌이 없다면 민중이 아니라 그것은 노 예요 종이다. 현재 우리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자본과 체제, 이데올로기와 상품 의 노예는 있을지언정 순수 의식, 순수 정신을 품은 민중을 만나보기란 매우 어렵 다. 30년 전 함석헌은, 사람은 감응( 感 應 )하는 물건이다. 감응이란 곧 다른 것 아 니요, 하나로 된 바탈[보편성, 통일성]이다. 사람이 전체와 내가 하나인 것을 느낄 때 처럼, 전체가 이 나를 향해 부르는 것을 느낄 때처럼, 흥분하는 것은 없다. 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감응하면서 흥분하는 현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체를 지각하고 깨닫는 사람이 부족하다. 게다가 흥분이란 대상에 의해서 감각된 인간의 감정이 촉발되는 것일 텐데, 이성적인 것과 반대되는 부정적 태도 와 반응인가. 아니다. 흥분은 민중이 살아 있다는 인식과 기분이다. 하이데거(M. Heidegger)가 말한 인간의 근본 기분은 지루함이나 권태, 불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흥분이야말로 민중이 혁명을 할 수 있는 근본기분이다. 그래서 함석헌은 상상으 로는 혁명기분은 아니 나온다. 혁명은 혁명으로만 나온다 고 말했는지 모른다. 이미지(image)는 감정과 인식을 속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의 작용 없이 상상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상상(Einbildung)은 대상을 현시 함이 없이 상(Bild)을 떠올리거나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상을 그리는 것만으 로 혁명을 할 수 없다. 자칫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나 공상이 되기 십상이다. 따 라서 혁명의 기분, 혁명을 일으키게 만드는 흥분은 대상에 대한 분명한 인식 작용 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감정이어야만 한다. 혁명은 전체에 대한 인식과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혁명이 무슨 치 기어린 감정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상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직관과 판단은 사태에 대해서 저항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획득한다. 지금 민중이 혁명의 근본기분인 흥분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흥분의 물꼬가 엉뚱한 방향으로 트인 다. 흥분의 의지, 흥분의 에너지가 매스미디어, 스포츠, 쇼핑 등으로 발현되고 있 는 것이다. 민중의 흥분에의 의지는 전체, 즉 체제, 제도, 조직, 이데올로기, 자본 등으로 향해야 한다. 그런데 민중의 흥분 의지는 조작되고 통제당하면서 그 흥분 이라는 근본 기분마저도 박탈당하고 있다. 혁명에의 근본 기분이 흥분임에도 불 구하고 그 근본 기분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촉발되고 있지 못하니 혁명이 일어 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민중이 혁명을 하려면 혁명 기분을 새롭게 일구어야 한다. 혁명 기분이 인간 현존재의 변화와 세계의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민중은 노( 怒 )해야 한다. 분노( 憤 怒 )의 근본 기분은 생명이 프로테스 트다. 생명은 스스로 폭발하는 것 이다. 생명이 있는 민중이라면 분노할 수 있어 야 한다. 잘못된 체제, 제도, 조직, 지배, 자본 등에 대해서 거부하고 저항해야 한 다. 그것이 민중의 노함이다. 노함, 분노가 없이 혁명이 일어날 수 없다. 흥분의 근본기분은 민중의 분노의 감정으로 승화되면서 역사를 바꾼다. 함석헌의 주장 처럼, 민중이 노하지 않고 역사가 나간 일은 한 번도 없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삶을 살아 있게 만들며 민중을 위한 세계가 되도록 하려면 민중의 분노 감정, 민 중의 근본 기분을 생생하게 살아 있게 해야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혼으로 혁명해야 그런데 지금 현실에 안주하고 비굴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은 혁명 기분, 즉 분노의 근본 기분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분노의 감정 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중의 분노 기분이 먹을 것에만 초 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민중의 분노 기분은 옳음[ 義 ]을 위해서 일어 나야 한다. 민중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명징한 인식을 하려고 노력만 한다 면, 생래적으로 그것의 옳음을 추구하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그러므로 분노의 근 본기분은 정의, 의로움에 대해서 흥분할 때 발생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혼으로 혁 명을 해야 한다. 정신으로, 혼으로 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비폭력으로 한 다는 것이다. 현재의 근본 사태에 대해서 본질적 으로 인식하려는 태도의 변화가 없다면 아마도 혁명 기분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Wie) 살아야 하는가 하 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 다만 의로움을 위한 근본 기분을 혁명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실존적 결단이 문제가 된다. 오늘 날 민중은 자유를 갈망하는 다중(multitudo)으로 등장하면서 과거의 민중과는 다른 열망과 욕구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통일된 분노의 감정을 결집하기가 어렵다. 공통된 목적과 만족이 아니라 개별화된 이익에 의해서 움직 이기 때문에 하나 되는 바탈, 즉 보편성과 통일성을 형성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중은 흥분의 근본 기분과 분노의 근본 기분으로 혁명에의 의지를 고취시켜야 한다. 정의와 평화,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민중의 정신을 끈질기게 기 투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정신이라는 대원칙은 비폭력에 기반을 둔다. 민 중은 감응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정신적 존재다. 물질로 회유하려는 체제에 대 해서 생명만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외치는 민중은 저항을 통해서 인간 현존재의 삶의 고유한 방식을 고고하게 고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데거는, 철학은 철학함 이고, 초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함석헌의 호명은 진리 발현을 통하 여 해방하는 효과, 자유롭게 하는 효과와 더불어 자신의 삶의 기반 확보, 즉 어떠 한 삶의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하는 입장을 갖게 한다.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그를 한갓 낡은 사상가나 철학자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대식( 金 大 植 ) 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 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원광디지털대학교 등에 출강하면서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19 제언 19 <개벽신문> 제호를 바꾸려 합니다(3) 임 소 현 ㅣ 본지 편집장 <의암성사법설>에서 찾은 개벽의 의미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였다. 받아 보니 본지의 편집인이신 최명림 선생님이셨다. 멀리 지방에 계셔서 한 번도 뵙지 못했다. 거동도 불편하시다고 했다. 그런데 우연히 제호를 바꾸려 합니다 기사 가 눈에 띄었고, 부랴부랴 전화를 거신 거다. 개벽 이란 제호가 어떻게 생겨난 건지는 아나요? 네. 일제시대 만들어진 선구적인 월간 잡지의 제목이었죠. 개벽신문의 개벽 은 의암성사가 설법하신 법설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청신 간결( 淸 新 簡 潔 ) 의 요체를 담고 있으며, 시( 侍 ) 정( 定 ) 지( 知 ) 성령( 性 靈 )으로 정신 개벽을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10%도 실천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이라도 그 뜻을 받들어 개벽 의 정신을 이으려 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참 동안 통화를 하시고 최 선생님이 전화를 끊으셨다. 개벽 제호가 갖고 있 는 역사적 중요성, 담고 있는 심오한 철학까지 생각해볼 때 제호를 바꾼다는 것의 난해하고 심각한 무게가 가늠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확인하고 자 천도교경전 을 꺼내들었다. 의암성사 법설 중에서 인여물개벽설( 人 與 物 開 闢 說 ) 을 폈다. 개벽이라 함은 천추지함( 天 墜 地 陷 ; 하늘이 떨어지고 땅이 꺼짐)하여 혼돈일괴( 混 沌 一 塊 ; 혼돈한 한덩어리)로 합하였다가 하늘과 땅( 子 丑 )의 양단으로 나뉨( 分 )을 의미함 인가. 아니다. 개벽이란 부패한 자를 맑고 새롭게( 淸 新 ) 복합한 자를 간단하고 깨끗하게( 簡 潔 ) 함을 칭함이니, 천지만물의 개벽은 공기로써 하고 인생만사의 개벽은 정신으로써 하나니 너의 정신이 곧 천지의 공기니라. 지금 그대들은 불 가능의 일을 생각지 말고 먼저 각자 고유의 정신을 개벽하면 만사의 개벽은 다 음 차례의 일이니라. 그러나 정신을 개벽코자 하면 먼저 자존심을 모실 시( 侍 ) 자로 개벽하고, 자존심을 개벽코자 하면 먼저 의구심을 정할 정( 定 ) 자로 개벽 하고, 의구심을 개벽코자 하면 미망념( 迷 忘 念 )을 알지( 知 )자로 개벽하고, 미망념 을 개벽코자 하면 먼저 육신관념을 성령으로 개벽하라. (중략) 천지의 기수로 보면 지금은 일 년의 가을이요, 하루의 저녁때와 같은 세계라. 물질의 복잡한 것과 공기의 부패한 것이 그 극도에 이르렀으니, 이 사이에 있 는 우리 사람인들 어찌 홀로 편안히 살 수 있겠는가. 큰 시기가 한번 바뀔 때 가 눈앞에 닥쳤도다. 무섭게 죽이는 가을바람이 쌀쌀하고 쓸쓸하게 서쪽으로 부터 동쪽에 불어오니, 우거졌던 푸른 초목이 아무리 현재의 모양을 아직 보존 하고 있지마는 하룻밤 지나면 산에 가득 차 누렇게 떨어지는 가련한 서리 맞은 잎뿐이리니, 이제 이 유형의 개벽을 당하여 정신상으로 무형의 개벽을 하지 않 으면, 천하로 옷을 입고 우주로 집을 삼고 사해로 반을 가는 그 사람이라도 한 번 가지에서 떨어지면 문득 적막한 서리 맞은 잎과 같이 될 것이니, 이것이 사 람과 물건이 개벽하는 때이니라. 지금 우리는 과연 개벽하였는가 이 법설은 1918년 8월 14일 지일( 地 日 ; 해월 최시형 선생이 수운 최제우 선생으로부터 도 통을 전수받은 날) 기념일에 두목들과 교구장들을 서울 가회동 저택에 초대한 자리 에서 의암 손병희 선생이 하신 말씀이다. 인여물개벽 이란 사람과 물건의 개벽 을 말하는 것으로,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이 함께 개벽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암성사법설 을 여러 번 되풀이 읽고 그 의미에 대해 여러 날에 걸쳐 숙고 해 보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거의 백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의암 손병희 선생의 말씀이 아직도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유효함에 놀라움을 감출 길 없다. 의암 손병희 선생이 처음 이야기하던 때로부터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 금 우리는 과연 개벽하였는가? 이 질문에 누구라도 아직 개벽 은 이루어지지 않 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부패하고 혼란한 지금이 시대, 우리는 개벽 하지 않으 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시기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개벽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개벽이 이루어질 것인가? 아직도 우리는 개벽 의 논의가 필요하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에 가장 시급한 것이 정신개벽 이다. 정신을 개벽하는 일은 어떤 것 인가. 지금의 <개벽신문>이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갖고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해결 책을 제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이 제호를 바꾸려 하는 것인가? 그것은 개벽 을 개벽해야 만 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앞서(지난호)도 이 야기한 바 있지만 개벽 이란 단어가 이제는 낡고 구시대적이고, 더 나가서는 증산 도의 개벽 과 혼동하기에 이르기까지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개벽은 더 이 상 100년 전 개벽 이어서도 안 되고, 수운 선생의 다시 개벽 의 정신을 외골로 이 어받았다는 증산도의 개벽이어서도 안 된다. 물론 천도교인들만의 개벽이어서도 안 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한시바삐 미몽에서 깨어나 정신개벽을 이루어야만 하는 시기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으로 생명의 터전인 대지가 신음하고 있으며, 생명의 원 천인 물과 공기가 오염되어 더 이상 마음대로 숨 쉬고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금. 부익부 빈익빈으로 소수 자본 권력에 의해 가난과 절망의 나락에서 죽음 에 이르는 무수한 생명들에 속수무책인 지금. 무한 성장, 무한 에너지가 가능하다 는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고 무서운 핵 사고나 유전자조작의 실상은 은폐한 채 일 부 독점 기업과 관료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열중하는 지금. 갑의 폭력과 피라미 드 위계질서 속에서 다수의 약자인 을은 영원히 억압과 속박의 사슬에 매여야하 는 가부장제 체제인 지금. 세계 단 하나 남은 분단국이면서 핵으로 포위되어 있 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휴전 상태이면서 전쟁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반납 한 한국에 사는 지금!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한시바삐 미몽에서 깨어나 정신개벽을 이루고 대동단 결해야만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땅, 온 생명과 존재들이 영 원히 멸망에 이를 날이 곧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본지는 앞 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영적 각성을 하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너도 나 도 힘을 합쳐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며 앞장서는 매체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제호는 첫째, 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대중적인 제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미래는 젊은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최대한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 다. 셋째, 이원론에 반대하여 다양성과 참신성을 최대한 살리고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복고풍, 특정 집단이나 기호에 편향된 것, 너무 관념적이거나 어려운 말 등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째, 디지털 시대를 맞아 종이매체를 지양하고 인 터넷, SNS 등의 디지털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갈수록 제호 찾기가 어려워진다. 다음은 본지의 편집위원인 김성진님이 보내온 제호에 대한 의견이다; 새로운 제호로 움 을 제안합니다. 움은 1. 새로 돋는 싹 2. 추위와 비바람을 막게 한 곳. 겨울에 화초, 채소 등을 넣어 두는 곳으로 쓰인다. 3. womb 자궁, 사 물이 발생 성장하는 곳. 이런 의미들을 갖고 있는데, 매우 신선하고도 앞서가는 제호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20 20 개벽의 창 새로운 청년 문화를 열다 <제주 워킹홀리데이> - 다른 세상을 행하는 사람들, 개벽행자들 성 진 경 본지 편집위원 오마이컴퍼니 대표 제주 워킹홀리데이-월령리편- 1기 농촌 일자리 활동 마을프로젝트 기획 : 영상제작 자력갱생 청춘 여행 프로젝트의 시작 뜻밖의 성과, 새로운 청년 문화의 탄생 저의 첫 제주 여행은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청년공동체의 출현을 목격했습니다. 어쩌 전쯤의 일입니다. 간판 만드는 작업장에서 성탄절 특근까지 해 가며 여행 경비를 면 새로운 청년 문화가 제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시작되었다고 기록될지도 모릅니 벌어 제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라산, 성산봉, 산굼부리 등 제주 곳곳을 대중교 다. 당근 콜라비 밭에서, 감귤 딸기 묘목 농장에서 그리고 농협 선과장에서 우 통과 민박을 이용하며 여행했지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뭐 그런 고민을 했 리들은 건강한 노동을 배웠습니다. 스스로 경비를 마련하여 여행하는 뿌듯함과 던 것 같아요. 그리고 군대 제대 후에는 현장(용역) 일을 하면서 여행 경비를 벌어 함께 사는 즐거움도 맛보았습니다. 또한 우리가 살았던 마을을 위해 마을 홍보영 두 달 동안 인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답니다. 제주 여행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 상, 마을 지도, 팟캐스트, 마을 주화 등의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수행했습니다. 겠지요. 자력갱생 청춘 여행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제주에서 보낸 14일은 함께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고 할 정도로 서로 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쌓기에 충분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2주 청년들을 위한 특별한 경험, 함께 일하고 더불어 살기 만에 함께 있어 우리는 너무 행복한 사이가 되었고,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 흘리는, 이번 <제주 워킹홀리데이( 제주워홀 )>는 청년들에게 제주와 만나는 특별한 경 그래서 다시 만나자고 다짐하는 그런 공동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호락호락하지 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제주의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올레길을 따라 않은 세상을 능히 이겨낼 함께 사는 즐거움을 마침내 터득한 것이지요. 걷는 힐링 프로그램이 아니라, 제주에서 살아보는, 제주에서 일해 보는 특별한 경 제주 워킹홀리데이 참여자들이 다시 제주에 모여 함께 추억과 비전을 나누는 험 말입니다. 우리는 농촌 봉사활동을 한 것이 아닙니다. 최소 5일 정도를 함께 일 그날을 기약하며, 새로운 청년문화를 열어 가는 청춘들에게 깊은 감사와 격려의 하고 생활하는 것이 제주워홀 의 기본 틀거리입니다. 인사를 전합니다. 어설픈 기획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의 열 물론 하루 온종일 밭일을 하거나 감귤 선과장에서의 야근은 정신적으로 육체 적으로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어쩌면 정말 특별한 정과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폭삭 속아수다예(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한 청년 공동체, 제주워킹홀리데이여! 영원하라!! 경험이자 두고두고 무용담으로 써 먹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 줍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보다 더 안 좋은 조 <제주 워킹홀리데이>란? 건에서 더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최저임금을 받으며 알바를 뛰는 수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15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내려온 청년들이 제주 워킹홀 많은 청년들, 10%를 상회하는 청년 실업률. 왜 농사일은 선과장 일보다 노동 강 리데이(1기, 2기)에 참여했습니다. 각 기수별 20명의 청년들이 2주 동안 월령리 마 도는 높지만, 일당이 적은지, 왜 여자는 남자보다 더 적은 일당을 받는지. 어쩌 을에 머물면서, 함께 일하고, 여행하고, 마을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지면을 빌 면 최저 임금 노동자가 우리의 현실이자 우리의 출발점인지도 모릅니다. 어 월령리 마을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 주민분들, 기꺼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내 이주노동자가 된 것 같다고, 현지인들이 우리를 배타적으로 대한다고 느낄지 어주신 농장주 여러분들,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해녀의꿈, 서귀포귀농귀촌협동 도 모릅니다. 적어도 일하는 동안 우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입니 조합 그리고 청년들의 제주 생활을 꼼꼼히 챙겨준 <오마이컴퍼니>의 백은선, 황 다. 그리고 우리는 혹시 이주노동자들을, 사회적 약자를,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배 잔듸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 전하고 싶습니다. 타적으로 대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의 현실에 서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1) 제주 워킹홀리데이 견디고 나면,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입 제주 장기여행자들의 여행경비를 농촌의 일자리를 통해 직접 벌수 있도록 연 니다. 계, 감귤, 딸기, 콜라비 농장 등 농어촌 단기일자리(1-3일) 연 계, 평균 노동시간 8시간, 평균 임금 5만원선. 제주 사람책 마을지도 만들기 마을 주화 만들기 팟캐스트 21쪽 하단으로 이어짐

21 광장에서 다시, 팽목항에서 - 더 큰 나를 위하여 우리는 연대하며 살아가야 한다 신 효 철 한울연대 회원 2014년 4월 16일 대구 경산 부근 건설 현장에 안전점검차 가던 중 9시경에 라 6시에 진도군청에 도착하여 진도군청에서 추모 행사 후 팽목항까지 32km 도보 디오 방송으로 세월호 사고를 접하게 되었다. 언론에서는 전원 구조 라는 말을 순례 후 추모제를 하는 일정이다. 평소 팽목항에 다녀오지 못해서 마음에 무거운 접하고 다행이다 싶었고 사실이기를 바랐다. 나의 의심이 기우이기를 바랐지만 짐을 안고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다. 사실 세월호 진실을 밝히려는 목적보 걱정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래도 이 정도로 진실을 왜곡하는 방송을 할 줄 몰랐 다 나 자신의 마음 편함을 위해 이 정도면 내 할 일 다했다. 마음의 빚을 청산하 다. 고 이제 홀가분하게 세월호 사건은 좀 잊고 자본주의의 개처럼 살자. 하는 마음 나는 그날 이후 세월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구 시민단체 회원들과 매주 금 도 있었다. 내 마음 편하려고 가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 마음은 무거웠다. 나 스스 요일 대구백화점 앞 집회에 나가 거리 시위를 하고 전단지를 돌리고 성명서를 받 로 경박하게 굴지 말자. 웃지 말자. 경건하게 다녀오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진 으러 다녔다. 이런 일상 중에 언론을 통해 진실이 왜곡되고 대구 경북의 많은 시 도군청에 도착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내 생각과는 조금은 달랐다. 세월 민들은 유족들이 대학특례, 의사상자 지정, 거금의 보상, 종북주의자들의 선동, 호 진실을 밝히고 추모하는 마음은 하나같이 같았으나 하나의 축제처럼 행사가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안 돌아간다 등의 악의적인 선전에 휘둘리는 것을 목격하 진행되었다. 나도, 같이 간 이도 행동이 조금은 변했다.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고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진실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하려면 먼 길을 가야 하고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 나는 회사 일보다 세월호 및 시국 관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광화문을 다녀오기도 하고 한울연대와 종교인 시국집회에도 함께 했다. 전국에 경건할 때는 경건하고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투쟁할 때는 즐겁게 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조금은 편해진다. 뜻있는 많은 분들이 매일같이 집회를 하고 천만명 서명을 받아도 진실은 밝혀질 마침 팽목항 도착하는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이자 안중근 의사의 서거일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은 진실이 왜곡되고 국민들의 관심에서 점점 기도 하다. 대구에서 출발하는 우리는 단원고 2학년 1반에서 14반까지 초콜릿과 멀어져 가고 있었다. 집회 시위 현장에도 참여하는 이는 점점 줄어들고 어느 덧 사탕을 한 바구니씩 사서 전달했다. 전달하는 과정에 실종자 유족분들은 살아 있 한두 명밖에 나오지 않는 일상이 지속되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고 서서히 저 다면 초콜릿을 받고 얼마나 좋아할까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들의 논리대로 되어 갈 즈음에 19박 20일 세월호 도보순례를 안산 수원에서 시작 해서 진도 팽목항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날 참석하게 되었다. 대구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관광버스 2대로 2월 14일 0시에 출발하여 14일 20쪽에서 이어짐 2) 제주 사람책 제주의 문화, 여행,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이 모든 것이 살아 있을 때 의미 있는 것이란 것을 우리는 안다. 유족분들이라 고 왜 모르겠는가. 가만히 있으란 말만 하지 않았어도 살아 서 초콜릿 선물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 어린 꽃들을 누 22쪽으로 이어짐 (2) 영상제작 : 영화 체험 마을 제주 월령의 특성을 활용. 영상 제작 장비(카메 라, 삼각대, 마이크 등), 편집 프로그램 및 컴퓨터 등이 구비되어 있어 프로젝트 진행 만나는 토크 콘서트, 제주를 찾은 청년들이 제주의 문화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용이. 월령마을에 머무르는 청년들이 영상 제작 기초 교육 및 제작 체험을 할 수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관심사와 여행과 연관된 주제로 강연자를 초빙하여 있도록 전문가를 초빙하여 프로젝트 진행. 카메라 작동법, 촬영 기술 교육, 편집 프로그램 진행. 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월령마을 사람과 풍광을 담아내어 마을을 홍 보하는 영상물 제작. 제주월령마을이 영화체험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진행 콘텐츠 3) 마을프로젝트 기획 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체험마을로서의 적극적인 (1) 마을지도 만들기 : 제주올레 14코스에 위치하고 있으며 선인장 자생지로 활용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음. 유명한 제주월령마을. 하지만 관광객들이 마을방문 시 길을 쉽게 찾지 못한다는 (3) 마을 주화 만들기 : 월령마을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주화 제작. 제주 4 3 문제점을 발견. 청년들은 마을 초입에 설치할 수 있는 마을지도를 제작하여 관광 사건의 피해자 무명천 할머니를 소재로 한 주화로 월령마을 방문 기념주화로 활 객들이 월령마을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약도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 용도를 고려하여 참여자의 재능 기부로 제작. 별한 지도를 제작 게시함. 1주일간 마을을 탐방하며 약도 제작하고 마을주민 인 (4) 팟캐스트 : 제주에서 한 달 살기 팟캐스트 녹음. 제주 워킹홀리데이 및 청 터뷰를 통해 마을의 유래와 이야기를 담아 냄. 제주 체류 기간 동안 제작을 위한 년들의 월령마을생활 인터뷰, 제주워킹홀리데이 참여자들이 농어촌 일자리 체험 자료조사와 기초 스케치 완료. 참여자의 재능 기부로 디자인 후반작업 후 마을에 및 농촌생활을 공유하는 창구로 활용. 전달 예정(2015.2월 말~3월 초). 21

22 22 21쪽에서 이어짐 가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일까. 덕정에서 참형 당하셨다. 요즈음 말로 하면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 대한민국호가 이렇게 병들고 망가지고 있을 때 과연 우 사람이 한울인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위해 동학사상을 설파하시다 돌아가신 것 리는 무엇을 했는가. 세상에 무관심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결과다. 다음에는 세월 이다. 오늘 우리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목숨을 다하고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호 사건의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더 큰 참사가 다가올 것이라고 역사는 우리에 이들의 공로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게 말하고 있다. 아직은 내 차례가 아니라 하겠지만 대한민국호에서 사건 사고로 우리도 우리의 후손들에게 정의롭고 안전한 나라를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돌아가신 모든 분들이 자신이 죽임을 당할 줄 알고 죽임을 당하신 분은 한 분도 그것이 세상을 위해 희생된 분들에 대한 최소한 인간된 도리가 아닐까. 저들은 우 없다. 그때 가서 알면 우리는 다 죽는다. 가만히 있다가 다 죽임을 당할 것이다. 리 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다 죽는다. 가만히 있지 이제 세월호 사고는 사건이 되었다. 역사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는 않겠다! 더 큰 나를 위해 우리는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며 살아가야 한다. 반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894년 동학농민 우리는 우주를 이루는 한울의 하나이며 각자가 주인공이니까. 신체의 일부가 아 혁명이 일어났다. 동학혁명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삼정의 문란과 관료들 프면 내가 아프듯 나와 다른 이웃 한울님이 아프면 결국 내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의 폭압, 만석보 개수 문제, 죽은 사람에게도 세금을 징수하는 과도한 세금 문제, 서세동점으로 인한 서구열강들의 침략이 있었다. 일전에 세월호 유족분들과 대구에서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유족분들 말 씀이 처음 세월호 사건 발생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것이 불편했다고 한다. 동학혁명이 일어난 지 12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순수한 유족의 마음을 왜곡시킬까 봐.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국가기관인 국정원, 경찰, 사법부, 군 등이 조직적으로 정치 및 대선에 개입하고, 고 한다. 그리고 청도 밀양 송전탑 반대 어르신들도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이 세월 임명직 고위 공직자들은 호위호식을 위해 친일 반민족 독재정권의 개가 되어 민 호 사건이 청도밀양 송전탑 반대고, 송전탑이 강정마을 사건이고, 강정마을이 용 중을 외면하고 있고, 사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으로 국민의 고혈을 짜 산참사고, 이것이 거슬러 올라가면 제주 4 3이고, 국민보도연맹 사건이고, 대구 내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물이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 10월 항쟁이고, 6 25전쟁이고, 일제시대이고, 동학이다라고 이해하셨다. 과 같은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어 일어날까? 청도 밀양 어르신들이나 세월호 유족분들을 만나 보니 개인의 영달과 보상 같은 것은 안중에 없었다. 오히려 송전탑 설치 반대 투쟁과 세월호 진실 규명 집 세월호도 수명이 7년이나 연장되었다고 한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회를 통해 우리 후손들에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투쟁하는 진정성 붕괴사고로 502명 사망, 6명 실종, 937명이 부상당했던 그때도 백화점 간부들은 과 진심이 보였다. 단순히 보상 몇 푼과 특혜가 목적이었다면 일베 무리와 수구 붕괴 사실을 미리 알고도 고객을 대피시키지 않고 자기들만 살려고 도망갔다. 골통들의 비난을 감수하며 단식투쟁하며 300일을 넘게 길거리에서 매일 투쟁할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로 192명이 사망하던 그때도 당국은 사고 수 있을까? 우리 삶에서 생활과 정치는 구분하려야 구분할 수가 없다. 심지어 부 를 키운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고, 기관사는 지하철 문을 열지 않고 키를 뽑아 도 부 관계 친구 관계 부모자식 관계도 정치적인 관계이다. 어느 한쪽이 맞지 않으면 망가는 바람에 더 큰 참사를 당했다. 창경호 사건, 삼풍백화점 사건, 대구 지하철 이혼하고 헤어지고 부모자식 관계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정치는 우리 삶 사건. 이 모두가 구조적인 모순과 정경유착, 관경유착, 자본주의의 물질만능주의 의 일부이다. 이 모든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이고 정치인을 잘못 뽑은 우리 국민들 의 결과이며 이 악습의 고리를 끊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의 잘못이며 그 대가는 국민이 지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 련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악한 사람들에게 의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세월호만의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부정과 비리의 결과물이다. 것도 안 하면서 지켜보는 사람들에 의해서 망한다고 했다. 역사는 정치이고 정치 는 역사이다. 이는 또 우리의 삶이다. 국민이 정치 역사에 무관심하면 나라가 망 동학혁명에 앞서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역사는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 하지 못했다. 1862년에 임술년 민란이 있었고, 이필제의 난과 임오군란이 터져도 한다. 누구도 정치와 역사에 관심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주권을 가진 국민 이길 포기하는 발언이라고 어느 정치인이 말했다. 조선의 조정은 사대주의의 썩어 빠진 노예정신과 관료들의 무능함으로 조선이 거듭날 기회를 놓쳤다. 많은 백성들이 삼례, 보은, 공주에서 관료들의 수탈을 중 끝으로 세월호 희생자 분들 중 마지막으로 카톡 및 동영상 등으로 남긴 말 중 몇 개를 전한다. 단해 줄 것과 최제우의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어 줄 것, 왜놈과 양놈들을 물리칠 것을 수없이 요구하고 탄원을 하였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눈감고 백성들의 목 다들 사랑해. 진짜 사랑해. 소리에 귀 닫은 조선 정부는 수십만 동학농민군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종국에는 애들아 진짜 사랑하고, 나는 마지막 동영상 찍었어. 일본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지금도 이 땅에는 동학혁명, 세월호 사건의 또 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카톡 보내는거야, 사랑해. 른 형태들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 참사, 밀양송전탑, 제주강정마을이 그렇다. 국 나는 살고 싶어요. 살아서 봅시다. 나 정말 살고 싶은데, 꿈이 있는데. 가의 폭력 앞에 수많은 민중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희생된 304인은 대한민 추신 : 이 글을 쓰면서 펑펑 울었다. 세월호 희생자 304인과 유족분들의 고통과 슬픔을 감 국호라는 배에서 대한민국호의 총체적인 비리와 탐욕 정경 관경 유착을 안고 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세월호 희생자 304인과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9분(단원고 조은화(17,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해상에서 차다친 바닷물에서 우리를 대신해서 2-1), 목숨을 잃었다. 어쩌면 이들은 최루탄이 박힌 채 처참한 시신으로 마산 중앙부두 승객 권재근(52), 아들 권혁규(6), 이영숙(51))의 명복을 빌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삼 에 떠오른 열일곱살 김주열인지도 모른다.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분실에서 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욕조 물고문으로 죽어간 박종철인지도 모른다. 서울평화시장에서 사람답게 살기 를 원하면서 분신하신 전태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는 이분들의 희생 위에서 희생의 대가로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희 생자 304인의 또 다른 이름은 김주열 열사, 박종철 열사, 전태일 열사를 포함한 힘없는 서민의 이름이다. 기울어져 가는 뱃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공포에 시달렸 겠는가? 악착같이 살아보려고 연한 새순처럼 여리디 여린 손가락이 다 부러질 때 까지 유리문을 두드리고 갑자기 맞이한 칠흑같은 생지옥 공포가 얼마나 무서웠 겠는가? 실종자 중 누가 정치인의 아들 딸이거나 강남에 사는 부모를 두었거나 제벌의 아들 딸이었어도 제발 좀 살려달라는 목멘 호소를 종북이라 했을까? 먹지 도 자지도 못하고 절규하는 엄마를 전문시위꾼이라 했을까? 역사를 되돌아 보면 수운 최제우 선생께서도 혹세무민 좌도난정으로 대구 관 허다윤(17, 2-2), 황지현(17, 2-3), 남현철(18, 2-6), 박영인(16, 2-6) 다원고교사 양승진(57), 일반

23 세계를 만나다 경제 위기, 심판대에 오른 스페인 윤 영 숙 영국인 교사 로 떨어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유로화를 통한 스페인의 변혁을 믿고 투자를 했던 외국 투자자들이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며 투자를 철회하자 스페인의 거품경제 는 급속도의 추락을 맞게 되었다. 회사들이 줄줄이 도산을 하며 실업자를 발생시키고, 부도위기에 빠진 국가도 긴축 정책을 펴며 의료, 교육 등 수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거 해고하기 에 이르렀다. 당시 은행의 대출을 받아 여러 채의 집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자리까지 잃게 되며 삶의 기반도 통째로 흔들리게 되었다. 높은 가격으로 산 집들은 반토막이 나고 그 집을 압류당한 뒤에도 다 갚지 못한 융자금 을 지불해야 하는 강제법안 때문에 고심하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목숨을 던지는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지난 8년간 스페인의 자살률은 급속도로 빠르게 상승했는데 그중 퇴거에 관 련된 자살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있다. 마드리드에 사는 노부부는 동반 자살을 하고, 말라가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57세 남성이 분신을 하는 등 수많은 사람 들이 경제난을 버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스페인의 RTVE 방 송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 사람들의 사망 원인의 첫 번째는 암이고 두 번째가 자 살이었다고 한다. 2012년 말에는 강제 퇴거로 자살한 사람이 겨우 수 개월 사이 에 5만 명을 넘어섰다니 그 참담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페인 국민들은 이것은 자살이 아닌 타살 이라고 외치며 정부가 금융권의 횡포를 막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동안 금융권의 횡포를 눈감아 주었던 스 페인 정부가 갑작스레 금융권을 무시하고 법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대란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며 스페인은 커다란 빈부차를 겪기 시작했고, 수많은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일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어 결국 그리스 정부가 유로화를 사용하는 다른 회원국에 6개월간의 자금지원을 요청 지난해 스페인의 청년실업률 50%라는 굴욕적인 수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했지만 독일이 이를 거부했다는 소식이 2월 19일 유럽 언론들을 통해서 흘러나왔 결국 스페인의 젊은이들은 헛된 투기와 욕심에 빠져 나라의 경제를 망쳐 놓은 다.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현재 필자가 거주 중인 스페인도 이 소식으로부터 자 정부와 위세대의 욕심을 탓하며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북유럽이나 북미 또는 남미 유로울 수는 없다. 대륙 쪽으로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로화로 인한 자산가치의 상승, 부동산 버블의 붕괴, 유로화에 묶여 자유롭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잠재우고자 스페인의 라호이 총리는 2015년에는 다시 지 못한 통화정책, 그리고 자국 내 제조산업의 문제점, 정치적 부패와 정책의 부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 장담을 했다. 하지만 그 장담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 실 재 등 그리스와 스페인은 다른 듯 같은 문제점을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다. 정에 맞는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라는 한 시민의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 할 최근 필자는 바르셀로나 기차역에서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바로 앞서 출발한 열차에 누군가 뛰어들어 자살을 하면서 열차가 터널 안에 정차하여 움직이지를 않아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스페인에서 생활고와 부채 문 제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는 했었지만 피부로 체감하지 못했었는데 거주하는 지역에서 한 달 사이에 두 명이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 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을 했 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서 막연하게만 접하던 스페 인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2002년 1월1일 정식 유로화가 발행되면서 스페인도 그동안 써 오던 스페인의 통화인 페세타를 버리고 유로존으로 편입을 하게 되었다. 통화가 페세타에서 유 로화로 바뀌자 그 강세에 힘입어 자산 가치가 상승한 스페인에는 곧이어 부동산 광풍이 몰아닥쳤다. 집값은 두 배로 뛰어올랐고 계속적인 부동산의 상승을 믿어 의심치 않던 스페인의 중산층은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자 은행에서 대출 을 받아 2채, 3채 이상의 아파트와 집들을 구입했다. 물론 그 열풍의 중심에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스페인의 은행들이 자리하 고 있었다. 그들은 대출의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정책을 펴며 광풍을 조장하 였던 것이다. 그로 인해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 심지어는 경제활동이 전혀 없 는 대학생들까지 은행의 융자를 받아서 집을 구입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구입하 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 광풍이 잦아들고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스페인의 재정은 바닥으 것이다. 23

24 24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들 굶주림에 지치고, 고향에 돌아갈 차표는 없었다 - 탈북부터 한국 정착까지(2) 김 소 라 탈북민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다 위험을 무릅쓰고 기차에 매달려서 국경까지 가게 되었지만 정작 우리가 가져 간 귀금속은 안전원들에게 죄다 빼앗기게 되어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빈손으로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 다. 열차는 안 다니고 며칠에 한 번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만원 열차에 오르기 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렇게 일주일 넘게 그곳에 있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조차 막막해지면서 우리 는 량강도 혜산역 근처에서 노숙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 수중에 돈이 없으 니 몇날 며칠을 굶어야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정말 의식이 혼미해졌 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한국에서 다시 만난 언니와 내가 늘 싱갱이질 하는 주 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국경연선인 혜산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는 중국 국경이 바로 코앞이라 는 것과 사람들이 많이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 다. 배가 고파 하늘이 노래지고 집으로 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희박해지는 가 운데 중국으로 건너가서 국경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북한에서 왔는데 옥수수를 달라고 하면 그냥 얻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도 접하게 되었다. 굶주림에 지쳐 점 점 생각할 기력조차 잃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먹을 것 을 찾아 무작정 압록강을 건너 조 중 국경을 넘게 되었다. 그곳은 백두산 아래 장 백이었다. 목숨을 걸고 칠흑같이 어둔 밤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갔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 시 시련이 찾아왔다. 옥수수를 얻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했던 기대 는 수포로 돌아가고 나와 언니는 예상치 않게 인신매매업자의 거짓말에 속아 생이 별을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중국말도 할 줄 모르는 우리에게 옥수수를 건 네주고 친절했던 어떤 아저씨였다. 우리가 중국말을 몰랐기 때문에 우리들 앞에서 는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하고 뒤로는 이미 우리 자매를 팔아 버릴 속셈을 한 것이었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언니는 사라졌고 언니를 찾아 고향으로 같이 들 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낯설고 물 선 중국 땅에서 말도 모른 채 인신매매업자의 말 만 듣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우리가 인신매매 업자에게 속았고 언니는 이미 전에 팔아 넘겼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언니와 이별한 지 1주일 가까이 된 이후였다. 중국인의 집에 숨어 9년을 살다 당시에 중국 정부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강을 건너 중국연선을 넘었기 때문에 그들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중국 국경경비대를 풀어 하루에도 수차 례씩 집집마다 검열을 다녔다. 인신매매업자의 손에서 벗어난 것은 매일같이 언니 가 어디 갔는지 물으며 곧 만나게 된다는 그의 말만 듣고 무작정 걱정하며 기다리 던 어느 날이었다. 며칠에 한 번씩 자기 주변사람들의 집으로 전전하던 그가 나를 데리고 낯선 집으로 갔다. 다행이도 그곳은 내가 인신매매로 팔려 가지 않고 무사 히 그의 손에서 달아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의 집이었다. 나중 알게 된 것은 그 집 아들이 나를 마음에 두고, 인신매매업자에게 돈도 주 고 위협도 해서 나를 빼냈던 것이다. 그 집에는 5형제자매가 같이 살고 있었는데 모두 나의 언니, 오빠보다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들과 친분이 있던 인신매매업자는 그 집으로 갈 때 중국어로 그 가족들에게 나를 소개 하기를 자신과 결혼하려고 북한에서 건너온 여자라고 속였다고 했다. 그 집 식구 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된 그 사람은 돈도 없고 직업도 없이 떠도는 가난한 사람이고 우리 자매를 인신매매하여 돈을 벌려고 했다고 귀띔해 주었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에 등 떠밀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중국에서의 생활은 그렇 게 시작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원어민들로부터 중국어를 열심히 배웠다. 나의 첫 중국어 선생님은 어린 중국 원어민들이었는데 그들은 7살 미만의 어린이들이었 다. 그들에게 뛰는 흉내를 내면 아~뛰자는 말이야? 라고 다시 되물어 주었다. 그 러면 나는 그 말을 기억하고 다시 그들에게 응. 뛰자는 말이야. 라고 하면 어린 선 생님들은 나의 말에 다시 화답해 주는 식으로 서서히 익혀 나갔다. 중국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말만 익혀서는 안 되었다.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면서 그들의 언어 적 습관과 문화적인 특성을 익혀 나갔다. 그들은 밥상에서 침을 뱉고,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었고, 심심풀이로 즐겨먹는 땅콩과 해바라기씨 같은 넛츠의 껍질을 그대로 방바닥에 버렸고 음식물도 함부로 버렸다. 어려서부터 우리가 교육받은 근검절약의 정신과 집 안팎을 깔끔하게 정리 해야 한다는 북한 문화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중국인들의 과감하리만치 더러운 습성들이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그들의 문화를 많이 보고 배우면서 차츰 중국인들의 지저분한 습성들이 이해가 되었다. 중국에서도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나도 차츰 중국인에 동화되어 갔다. 한국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내몽골 국경에 가다 중국에서의 생활들이 차츰 몸에 배이고, 그들만의 과감하고 다소 부담스럽게 더러운 점들에 거부감을 느끼던 생활도 익숙해져 어느덧 9년에 접어들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중국 지인이 한국으로 여행을 다녀와서 너는 북한사람인데 왜 한 국으로 안 가? 라는 질문을 뜬금없이 던졌다. 중국에서 숨어 지내지 말고 한국으로 가면 네가 가장 걱정하는 국적문제도 해 결되고 얼마나 좋으냐? 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상상과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안 하고 있던 나로서는 뜻밖의 시험에 들게 된 기분이었다. 그 것은 약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처음에는 부담스럽던 중국에서의 생활이 이제는 나 의 일부처럼 당연스레 몸에 배어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며 갈등에 휩싸이게 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중국에서의 이뤄 왔던 모든 생활을 접고 또 다시 어디론가 홀가 분하게 떠난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않았고, 생각할 이유조차도 없었다. 북을 떠날 때에도 예상치 않게 나의 모든 생활을 접고 속절없이 등 떠밀려 중국으로 건너와, 갖은 위기를 넘기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생활하면서 이루어 낸, 나의 9년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을 떠난다는 것은 그리 쉽게 내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한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아무리 중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할 지라도 나에게는 바람막이가 되어 줄 버팀목이 없었다. 여권이나 국적이 없었기에 일단 사소한 일이라도 벌어져 탈북자란 신분이 밝혀지 는 날에는 여지없이 북송을 당해야만 했다.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당시 로써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브로커를 수소문했고 2007년 3월 중순의 어느 날 느닷없이 떠나도 된다는 사인을 받고 나와 일행은 중국 북부 자치 구중 하나인 내몽골로 향했다. 내몽골에는 브로커의 연락을 받고 이미 우리를 맞아주는 트럭이 기다리고 있 었다. 트럭은 우리를 싣고 쉬지도 않고 중국과 몽고 국경지역까지 달려가더니 2미 터가 넘게 허술하게 철조망이 쳐져있는 산턱 어딘가에 다급히 우리를 짐짝처럼 내 려놓고는 철조망을 넘으면 몽골라는 말만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당시 일행으로 4명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 전부 여성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나이 어렸고, 나름 스포츠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는, 언니들을 무사히 철 조망 너머로 건너보낸 뒤 마지막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몽골 국경을 밟았다(당시 시 간이 새벽 1~2시경이었던 걸로 까마득히 기억이 난다). 3월 중순의 몽고는 칼바람에 살이 에 일 정도였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어디로 갈지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여자 4 명은 죽을 힘을 다해 걸을 뿐이었다. 우리는 무려 7시간을 정말 정처 없이 걸었다. 힘들어 쉬고 싶어도 추위에 쉴 수가 없었다. 잠깐이라도 몸 을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로 동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네 사 25쪽으로 이어짐

25 25 24쪽에서 이어짐 람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걷고 걸으면서 여 성들은 드디어 말문을 트고 서로의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 았다. 우리는 국경을 넘기 전까지 우리 중 간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 레 겁먹고 서로에 대해 일체 물어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동이 틀 무렵 우리는 땅에 남아 있는 말발굽 자국을 발견하였고 그 종적을 따라가 몽골인들을 만나 무사히 난민수용소로 갈 수 있었다. 3개월간 몽골 에 체류하게 된 우리는 그곳에서 별의별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몽골 국경 을 넘어오다가 중국 경찰에 쫓겨 가족과 헤어진 사람, 매서운 추위로 인한 동상 때 문에 걷지 못하고 일행과 헤어지게 된 사람 등 수 많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남았고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가면 함 께 못 온 사람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다. 우리의 난민수용소에서의 생 활은 그렇게 평탄하게 흘러갔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6월 어느 날 나는 한국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하나원에서 언니를 만나다 운동을 하면서 어려서부터 나의 꿈이었고 부모님의 소원이었던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비행기는 마치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주었지만 기대에 부풀어 탑승하였다.한국 입국과 동시에 우리는 국정원 조사를 거 치고 나서 바로 하나원에서 적응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하나원에서 기적 같은 일 이 일어났다. 어떤 동기생이 나와 얼굴이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며 이야기를 하는 데, 들어 보니 중국 국경에서 헤어졌던 언니 같았다. 가슴 조리며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는데 문으로 들어서는 얼굴이 낯익었다. 드디어 근 10년 만에 우리는 한국 에서 극적으로 상봉하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언니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일들을 겪고 어떤 연변족 남자를 만나 딸까지 낳았다고 했다. 하나원에서 지낸 3개월의 기간은 자유를 꿈꾸는 우리에게 너무 긴 시간이었 다. 하지만 하나원은, 한국에서는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도전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취지의 교육을 시켜주며 한국생활 적응에 있어 걱정만하고 있는 우 리들의 사기를 고양시켰다. 그런 교육 과정 속에서 나도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다.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 로 설계도 해 보고, 꿈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알아 보며 실천으로 옮길 각오를 다 졌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는데, 학업을 중단한 지 10년도 지났고 학 창시절에도 운동을 하면서 학업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던 터라 해낼 수 있을지 걱 정이 앞섰다. 그러나 걱정만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무작정 저지르고 실천에 옮겼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나의 성격대 로 나의 대학교 생활이 그렇게 무작정 시작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지금껏 우리는 꿈을 꿀 수조차 없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꿈은 이루어진다 는 말이 여기에서 처음 듣는 것처럼 새삼스레 다가와 나의 뇌리에 꽂혔다. 꿈을 꾸며 한국에서의 첫 10년 계획을 세웠다. 대학교를 마치는 것과 동시에 내가 여지껏 경 험할 수 없었던 세상을 최대한 많이 알아가고 돌아보려는 꿈을 꾸며 실천해 나갔 다. 사회 경험을 통해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동시에 경험하였 다. 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주중에 저녁6시부터 새벽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의 하루하루는 시간을 나누고 쪼개어도 모자랄 정도로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주로 김밥 집에서 김밥 마는 일을 하였다. 오랜 시간 서서 김밥을 말다 보니 허 리가 온전하지 못하다. 어느날은 꼼짝없이 못 움직이고 하루종일 누워 지내야만 하는 일도 있다. 그보다 더 서러운 일은 다음 날 아픈 허리를 이끌고 김밥 집에 갔 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탈북자에게 일 준 게 잘못이다. 라고 면박을 준 사건이었 다. 탈북자 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한국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 다. 우리는 모두 한 핏줄의 동포이며, 나도 대한민국 사람이다. 라고. 한국에서도 역시 정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나쁜 일도 당했지 만, 좋은 일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1단계 목표로 잡았던, 세상을 최대한 알아가 고 돌아보려던 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바닷가에 앉아 하 염없이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시며 바다 건너 일본에 나의 고향이 있다며 눈시울 적시시던 부모님. 그분들을 대신하여 일본을 수 차례 다녀왔다. 태국도 수 차례 다 녀오며 새로운 나라를 알아갈 수 있었고, 북한에서는 원수의 나라였던 미국에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2단계 목표로 잡았던 4년제 대학을 무사히 마쳤고 지금은 또 다른 무모한 도전 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렇게 바라던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 고 대학원 과정도 마치려고 한다. 그렇게 나는 한국생활을 정착해 나가고 있고 지 금도 적응과 첫 10년 계획은 진행형이다. 나는 한국 정착에서 꿈을 꾸었기에 길을 찾았다. 그 길 위에서 차근차근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목표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노력하는 과정 없이 결과도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안 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의 정착과정과 나의 목표는 지금도 진행형이며 첫 10년 이 지나도 나의 계획이 여전히 진행형일지도 모르겠다. 에돌아서 갈지라도 목표를 수정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나는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다가갈 것이다. 주문을 받습니다 사전 연구 모임에 참여할 분을 기다립니다 동학 천도교 인명사전 (제1판) 출간 사전 주문 접수 약 1,800쪽, 73,000여 명에 대한 정보 수록 동학 천도교 인명사전 이 출간된다. 동학 천도교 인명사전 은 <동학천도교사전연구회>에서 오랜 기간 기획과 자료 수집, 정리 끝에 나온 첫 번째 결과물로, 동학 천 도교 관련 문헌과 서류에 수록된 인물 중 1943년 이전 출생한 환원 교인 73,000여 명의 정보를 수록하였다. 이렇게 방대한 규모의 동학 천도교 관련 인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사전으로 펴낸 것은 사실상 최초의 시도로 종교 관련 자료, 혹은 역사 연구 자료로서도 중요한 역 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동학천도교사전연구회>는 현재 동학 천도교 역사사전 (연보), 동학 천도교 대사전 (용어)편의 연구 편찬도 진행하고 있다. (동학 천도교 사전 연구회 참여 문의 ) 동학 천도교 인명사전(제1판)은 한정판을 제작해 사전 주문 접수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동학 천도교 인명사전 (제1판) 4 6배판/하드커버/1,780쪽(예정) / 가격 20만원 / 접수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 위 사진은 사전 시제품으로 실제 사전의 외양은 다를 수 있습니다.

26 26 섹스의 문명사 플라토닉 섹스의 기원(3) - 성욕과 폭력은 어떤 관계인가? 도 연 명 출판인 본지 편집위원 지구상의 어떠한 동물도 인간처럼 섹스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다. 성욕이 유별나게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보노보조차 인간을 따라오지 못한다. 짝 짓기 기간에만 짧고 단속적인 섹스를 하는 여타의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출산과 무관하게 섹스 그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심지어 출산을 성생활의 성가신 걸림돌로 여 기기도 한다). 인간처럼 한 번의 출산을 위해 평균 수백 회의 성교를 하는 동물은 없 다고 봐도 된다. 동물적인 섹스의 아이러니 섹스를 출산과 자기복제의 도구로 해석하는 진화론자들의 견해는 여기서도 사 실이 아님이 드러난다. 엄밀히 말해 생식을 위해서 하는 섹스는 인간적이기보다 동물적인 것이다. 만일 어떤 동물이 섹스 그 자체에 탐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동 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성향에 동물적 이란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붙이곤 있지만), 그것은 전혀 동 물적이지 못하며 상당히 인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섹스에 무관심한데다 후손을 남기기 위해 어쩌다 한 번씩 잠자리를 갖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동물적인 섹스에 가깝다. 섹스에 대한 인간의 충동은 통념과 달리 전혀 동물적이지 않으며, 도구나 언어의 사용처럼 인간을 인 간답게 만들어주는 속성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섹스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된다면 병리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는 일 이 된다. 육체적 쾌락의 박탈은 전쟁, 폭력과 밀접 연관 발달신경심리학자 제임스 프레스코트(James Prescott)는 육체적 쾌락이 폭력과 양 자택일의 관계, 즉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억제하는 관계라고 주장한다. 그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머니와 유아의 신체 접촉시간, 다른 성인들의 신체 접촉량, 사춘기 성행동의 허용도 등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프레스코트는 자료를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육체적 쾌락의 박탈이 전쟁이나 폭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고 결론지었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육체적 결속을 방해하지 않거나 사춘 기의 성 표현을 금지하지 않는 문화권에서는 개인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집단 사 이에서도 훨씬 낮은 수준의 폭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에서 섹스를 가장 억압했던 시대는 언제였을까? 1만 년 전 에 농경이 시작됐다곤 하지만 전 지구 차원에서 급격히 진행된 것은 분명 아니었 다. 소수의 거점을 중심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갔으나, 전파속도는 그다지 빠르 지 못했으며 게다가 농경이 시작됐다고 해서 곧바로 일부일처제가 따라붙는 것도 아니었다. 수십만 년에 걸쳐 형성된 인간의 본성이 그처럼 쉽사리 변할 리는 없다. 앞에서 예로 든 모수오족처럼 농경을 하면서 난혼의 풍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종족 도 아직까지 존재한다. 로마의 카이사르가 남긴 갈리아 원정기에는 열 명이 넘는 남자들이 아내를 공유하는 일도 있다. 며 개탄스러워 하는 대목이 나온다. 기원전 후까지도 영국에 난혼 풍습이 남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습속은 심지어 기독교의 엄격한 지배를 받은 중세 유럽에서도 완전히 제거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구가하는 교황들이 존재했 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교황 알렉산드르 6세(1492~1503)는 수많은 정부들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본인이 인정한 것만) 8명이나 됐다. 이 사람 자신이 근친상간을 통해 태어난 사생아였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정적들이 날조한 낭설에 불과하지 만, 인정된 사실들만 놓고 보더라도 오늘날의 관점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성을 죄악시했던 중세 기독교권의 사람들조차 금욕의 단계에 이른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성의 사유화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금욕주의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시기가 있었으니 바로 영국의 빅 토리아 시대(1837~1901)였다. 당시 영국의 관행과 사조는 곧바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른 유럽 국가들도 금욕주의를 따르게 됐다. 성욕의 억압 이 유럽과 북미에서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시대에는 공개 석상에서 남녀가 함께 있을 때 섹스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심지어 여성의 다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다리 (legs) 대신 사지(limbs) 란 표현을 쓸 정도였다. 피아노 다리까지 천으로 가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성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위행위조차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 로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 억압된 성욕의 병적인 분출 이렇게 숨 막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아마도 워커 홀릭이 되는 길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경기가 좋지 않아 실업자가 늘어나 고 워커홀릭이 되는 길마저 차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인되고 강제된 대 규모의 폭력, 즉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온 세상 사람들이 억압된 성욕의 굴레에 빠져 있다면 아마도 전 세계적인 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실제 로 빅토리아 시대의 금욕주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하긴 했지만, 그것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 릴 적부터 억압적인 성윤리가 몸에 밴 인간들이 성장해 기득권층이 되면서 부와 권력의 쟁취로 성욕을 대리 만족하는 병리적 문화가 자리 잡는다. 이런 문화권 속 의 인간들은 욕망이 사그라질 줄 모르는 일종의 괴물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부를 일궈도 만족을 못 느끼며, 소시민들의 푼돈마저 우려먹으려 안달을 한다. 게다가 한번 이렇게 자리 잡은 문화는 쉽사리 바뀌지도 않는다. 20세기 들어 병적인 억압 이 풀렸다곤 하지만 잔재는 남는 법이다.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빈부격차로 인해 병리현상에 빠진 인간의 숫자가 늘어나 거대 집단을 이루게 되면 그 파괴적인 에너지를 내부에서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외부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분출을 시키게 된다. 이것이 결국 전쟁인데 이때 상대편 여성들에 대한 강간은 거의 필수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폭 력성에 기인한 비극이 아니다. 유구한 인류 역사에서 극히 최근에 일어난 병리현 상일 뿐이다. 전쟁은 모든 병리현상의 거대한 집약체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생물과 사물의 중간 존재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방금 설명한 병리현상의 중심엔 소외된 남성 집단이 존재 한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성의 성욕은 성욕이 아닌가? 유감스 럽게도 이러한 담론에서 여성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이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자유인과 노예의 중간, 심한 경우엔 생명체와 사물의 중간쯤에 속하는 존재로 취급된다. 감금과 감 시의 대상일 뿐 인격적으로 어떤 고충을 갖는지, 더 나아가 성욕이 제한받을 때 어 떤 문제가 생기는지 등은 아예 고려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근대의 유럽에선 여성 에게 성욕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정되기도 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산부인과 의사였던 윌리엄 액튼(William Acton)은 최상 의 엄마, 아내, 가정의 관리자들은 성적 방종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혹은 전혀 없 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여자는 자신을 위한 성적 만족은 거의 바라지 않는다. 남 편에게 복종하면서 그를 기쁘게 하는 일만 한다. 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러한 관점 은 다윈을 비롯한 진화론자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심리학자 도널드 시몬즈 (Donald Symons)는 인간 성생활의 진화 (1979)에서 모든 사람에게 성교는 여성이 남 성에게 바치는 서비스나 호의로 이해된다. 고 말했다. 침팬지 vs 보노보 남성의 성욕은 억압이 됐지만, 여성의 성욕은 존재 자체가 부정됐다. 그러한

27 27 사회적 억압의 극단에서 대규모의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이었 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병리현상에 대해 진화론자들은 어떤 설명을 해 왔을까. 말할 나위도 없이 그것이 바로 인류의 본성이란 식의 설명을 해 왔다. 인 간은 태초부터 끊임없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리현상을 인간의 본성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교육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 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진화론자들도 과학자들인데 아무런 근거 없 이 그런 말을 했을 리는 없다. 그들이 제시한 근거는 바로 침팬지였다. 보노보는 연구가 가장 안 된 포유류 중의 하나이다. 한 때 침팬지의 아종으로 여겨져 피그미 침팬지로 불리기도 했지만, 행동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드 러났다. 인간의 DNA는 침팬지와 거의 비슷하다. 약 1.6%만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이 는 인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의 차이보다 더 작다. 침팬지는 진화론자들에 게 무척 반가운 동물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어두운 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들은 권력 지향적이고 질투심이 많은데다, 폭 력적이고 기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살해, 조직화된 전쟁, 강간, 영아살해도 한 다. 다윈주의자들은 침팬지의 행동에서 인간의 폭력성에 관한 진화론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믿었다. 선사시대의 인간에겐 침팬지와 같은 폭력성이 존재했으며, 그것이 전쟁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우리는 500만년 동안 줄기차게 지속된 치명 적 공격 습관의 생존자이다. (리처드 랭엄과 데일 피터슨) 그러나 다윈주의자들은 보노보의 존재를 간과했다. 보노보도 인간과 별 차이 없는 DNA를 지닌(침팬지와 거의 비슷함) 영장류 동물이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콩고 민주공화국의 깊은 정글 속에서만 살기 때문에, 침팬지에 비해 연구가 훨씬 늦게 시작됐다. 이것이 안타까운 이유는 보노보의 행동 양식이 침팬지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침팬지가 인간의 기원에 관한 홉스의 시각을 뒷받침하는 동물 이라면, 보노보는 루소의 관점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보노보는 암컷이 주도권을 잡으며, 폭력성이 거의 없고 갈등과 긴장을 섹스 로 해소한다. 암컷 보노보는 수컷 침팬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권력을 행사한 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대신 보살핌으로 존경을 얻으며 리더십을 발휘한다. 따라 서 수컷 보노보는 복종적인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수컷 침팬지들보 다 처지가 오히려 낫다.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말 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우리가 만일 침팬지보다 보노보를 먼저 알았다면 초기 인류는 여성 중심 사회였으며 섹스가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했고, 전쟁은 드 물거나 없었다 고 믿었을 것이다. 침팬지가 정말 그렇게 폭력적인 동물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침팬지 사회를 처음 연구한 사람은 그 유명한 제인 구달(Jane Goodall)인데, 구달이 보고한 침팬지의 폭력성은 자연 상태에서 관찰된 것이 아니다. 침팬지에 투사한 인간의 본성 제인 구달은 탄자니아의 곰베에서 처음 4년 동안 행한 관찰에서, 침팬지들이 인간보다 훨씬 평화롭다 고 보고했다. 그러나 구달과 그녀의 학생들이 캠프 주변 으로 침팬지들을 유인해 관찰을 보다 쉽게 하려고 매일 수백 개의 바나나를 공급 했을 때 상황이 일변했다. 일정 시간에만 열리는 콘크리트 박스 안의 먹음직스러운 과일 더미가 침팬지 들의 행동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좌절한 침팬지들은 박스를 부수기 시 작했다. 구달은 수년 뒤에 이 시기를 회상하면서 말했다. 먹이를 주기 시작한 뒤 침팬지들의 행동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그들은 과거에 했던 것보다 더욱 자 주 큰 집단으로 모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캠프 주변에서 잠자고, 아침 일찍 시 끄러운 무리를 이루어 도착했다. 무엇보다도 어른 수컷들이 점점 공격적으로 변 해가고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싸움이 있었을 뿐 아니라 많은 침팬지들 이 매일 여러 시간 동안 캠프 주변을 서성였다. 어이없게도 침팬지의 폭력이 바나나 박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 제 기는 대부분의 학자들에 의해 무시되었다. 침팬지의 폭력성이야말로 이들이 찾 아 헤맨 증거 였기 때문이다. 이 귀한 증거가 기각되는 것을 아무도 원치 않았던 것이다. 1991년에 구달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한 영장류 학자 마가렛 파워(Margaret Power)는 문제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서로 싸워 얻을 만한 대상이 아무 것도 없다 면 왜 싸우겠는가?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바나나를 제공하기 전까지 식량은 정 Chimpanzees by 글 도처에 흩어져 있었다. 침팬지들은 매일 먹을 것을 찾아 널리 분산된 상태로 살았다. 침팬지는 열매를 발견하면 종종 다른 침팬지들을 부른다. 숲에서 식량을 구하는 것은, 콘크리트 박스의 바나나 얻기와 전혀 다르다. 어느 한쪽이 이익을 얻는다고 해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매일 같은 장소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존재하지만, 그 양이 제한 적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침팬지들은 점점 더 공격적이고 시끄러운 무리가 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침팬지들 사이에서 지금은 유명해진 전쟁이 목격되기 시작 했다. 침팬지들은 아마도 난생 처음으로 싸움의 대상이 될 만한 무언가를 갖게 되 었을 것이다. 규칙적이고 집중적으로 제공되는, 그러나 제한된 식량이 바로 그것 이었다. 갑자기 그들은 제로섬의 세계 속에 살게 됐다. 그러나 곰베가 아닌 다른 장소, 예를 들어 코트디부아르의 타이에서 관찰된 침팬지들은 달랐다. 영장류 학자 크레이그 스탠포드(Craig Stanford)에 따르면, 타이 의 침팬지들은 곰베처럼 권력 지향적이 아니며 평등하게 고기를 분배한다고 한 다. 인류도 마찬가지로 가진 게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에 서 살았으므로, 전쟁을 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학자 패트릭 놀란(Patrick Nolan)은 수렵채집 사회나 단순한 원예경제 사회보다, 발전된 원예경제 사회와 농 업사회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Marija Gimbutas)는 선사 시대의 유적지를 발굴한 결 과, 수천 점의 유물 중에 무기가 단 한 점도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학자 더 글라스 프라이(Douglas Fry)도 전쟁을 넘어서 에서 보편적인 전쟁에 관한 홉스주 의적 견해를 논박한다. 프라이는 항상 전쟁이 존재해 왔다 는 믿음은 그 문제에 대한 고고학적 사실들에 부합하지 않는다. 고 썼다. 인류학자 레슬리 스폰셀(Leslie Sponsel)은 전쟁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없다는 것은 전쟁이 선사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드물거나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 했다. 그뿐 아니라 영국의 고고 학자 제임스 멜라아트(James Mellaart)는 카탈 후유크의 신석기 시대 유적지를 발굴 한 결과, 가옥의 크기나 그 안의 내용물, 무덤 속의 부장품 등에서 계급의 차이를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초기의 농경 사회는 평등했던 것이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위계질서와 폭력성이 분출 정리를 해보자. 진화심리학자들은 침팬지 같은 유인원들이 원래 폭력적인데 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그 폭력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유인원들의 폭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그 보잘 것 없던 폭 력성마저 한 단계 순화되었다. 인간은 유인원보다 훨씬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 살 았다. 그런데 1만 년 전에 농경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위계적인 사회질서가 구축 되었고, 유인원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폭력성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진실에 근접한 시나리오인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28 28 이제 동학을 이야기하자 정읍시, 동학농민혁명 121주년 고부봉기기념제 동학농민혁명군 최초 집결지 말목장터 등에서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성지인 정읍시가 동학농민혁 명 121주년을 맞아 고부봉기기념제를 개최하였다. 2월 13일 오전 9시 30분부터 이평면 예동마을과 말목장 터에서 개최되는 기념제는 고부봉기기념제추진위원회 에 서 주관했다. 또 옛 고부군에 속했던 이평과 고부 덕천 영원 소성 정우면과 부안군 백산면민 등이 주축을 이 루어 진행됐다. 기념제 1부는 1894년 1월 고부봉기의 서막을 알리는 재 현행사로, 예동마을에서부터 말목장터까지 진군행렬이 진 행됐다. 동학농민혁명은 예동마을에서 출발한 걸궁패와 이러한 움직임을 전해들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 말목장터 에 집결하고 군중을 향해 혁명 지도자 전봉준이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과 혁명의 당위성을 군중에게 역설한 뒤 고 부관아로 진격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 행사를 통 해 동학농민혁명 121주년이 시작되었음을 대내외에 알린 다는 취지다. 제2부는 기념식전 행사로 문화행사가 진행됐다. 평면민들 로 구성된 배들농악단의 풍물놀이 공연과 정읍시립농악 단의 공연, 전문연기자가 참여한 고부관아 점령 재현 퍼포 먼스, 택견 공연으로 이어졌다. 제3부는 김생기 시장과 유성엽 국회의원 등 기관장과 동 학농민혁명기념재단 김대곤 이사장, 전국동학농민혁명유 족회 김석태 회장과 전봉준장군기념사업회 전해철 회장 등 및 지역민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진행되었으며 마 지막에는 고부봉기 당시 발표된 격문이 낭독되었다. 동학 원평집강소 복원, 문화재청에서 6억4500만 원 투입키로, 기념재단, 활용 방안 등 구체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월 12일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 아 김제 원평 집강소를 매입해 복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념재단은 2월 13일 오후 3시 김제시 금산면 원평 집강 소 현장에서 자문위원회를 개최해 복원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 최고 지도자 전봉준과 전라감 사 김학진이 관민상화( 官 民 相 和 ) 의 원칙에 따라 전라도 전 역에 집강소 설치를 합의했다. 전라도 전역에 설치된 집강 소는 조선정부가 공식적으로 농민군에게 통치권을 인정 한 것으로 한국사 더 나아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 렵다. 민과 관이 함께 폐정개혁을 추진한 집강소는 농민자 치 더 나아가 농민통치를 실현한 우리나라 자생 민주주의 의 효시로서 동학농민혁명의 가장 큰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념재단은 김제시와 함께 문화재청에 문화재 긴급매입 신청을 했고,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원평집강소의 긴급 매입 및 복원을 결정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문화 재청의 민간대행사업자로 선정돼 복원사업을 진행한다. 동학혁명 핵심 기록 사발통문 기념재단 품으로 기념재단,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할 것 동학농민혁명의 핵심 기록물인 사발통문을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이 기탁받아 원본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사발통문을 소장한 송택렬(65) 씨가 이를 재단에 맡겨왔다고 2월 11일 밝혔다. 사발통문 은 주모자를 알 수 없도록 사발을 엎어서 그린 원을 중심 으로 참가자의 이름을 돌려가며 적은 문서다. 이 사발통문 은 동학혁명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해인 1893년 11월, 전 봉준을 비롯한 동학 간부 22명이 고부군 서부면 죽산리(현 전북 정읍시 고부면 신중리 주산마을) 송두호의 집에 모여 작성했 다. 사발통문은 고부성을 부수고 군수 조병갑을 죽일 것, 군기창과 화약고를 점령할 것, 군수에게 아부해 백성에게 탐학한 벼슬아치를 징치할 것, 전주성의 전라감영을 함락 하고 서울로 곧바로 올라갈 것 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발통문은 정읍시 고부면 신중리 여산 송씨의 집 안 마루 밑에 묻혀 있던 족보 속에서 1968년 발견됐다. 1980~90년대 10년 동안 천안 독립기념관에 한시적으로 위탁됐다가 소장자 송씨에게 반환됐다. 이 사발통문은 동 학혁명이 계획적인 혁명운동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남아 있는 동학 유물 가운데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정읍시 고부면 주산마을에는 기탁자 송씨의 조부 송기태를 중심으로 사발통문 서명자의 후손들이 참여해 1969년 건립한 동학혁명모의탑이 있다. 기탁자인 송택렬 씨는 사발통문이 동학농민혁명과 관련 된 가장 가치 있는 유물이므로 동학농민혁명을 대표하는 기관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기탁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 으면 좋겠다 고 설명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동학농민혁명 주도세력이 남긴 유일한 기록물인 사발통문을 활용해 동학농민혁명 기록 물 기증 또는 기탁할 수 있는 운동 확산에 기여할 수 있도 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후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세계기 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대 퇴계연구소, 세 번째 학술세미나 경북 상주동학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세 번째 학술세미나가 경북대학교에서 열렸다. 경북 상주동학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용역을 맡고 있 는 경북대 퇴계연구소는 2월 6일 오후 대학 글로벌플라자 세미나실에서 국학진흥원 윤용섭 부원장의 홍익인간 이 념 및 화랑정신과 동학사상과의 관련성 학술논문 발표대 회를 가졌다. 이날 윤 부원장은 동학의 교리가 민족고유 의 풍류사상과 유불도의 특징을 섭용하였는데 최치원의 소론과 같이 홍익인간 정신에는 유불도교의 원리가 이미 내포되어 있다 고 소개했다. 김문기 퇴계연구소 소장은 경북도가 상주 동학교당에 보 관 중인 동학대전, 동학경전 발간물과 목판 등 289종 1425점의 유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 을 진행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경북대 퇴계 연구소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며 이를 위한 다양한 학술 연구를 가져 그 결과를 근거로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 화장 잠정 보류 문체부, 전주시ㆍ기념사업회 공문 행사 연기 120년 넘게 떠돌고 있는 동학 농민군 지도자 유골의 보존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유골의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를 고 려해 보존해달라 는 목소 리에 보존방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문체부는 전주시와 동학 농민혁명기념사업회에 공 문을 통해 유골의 화장과 봉안식을 잠정 보류할 것을 통보 했다 고 15일 밝혔다. 기념사업회와 전주시는 16일 동학 지도자 유골을 화장한 뒤, 완산전적지에 안장하고 묘역 일 대를 동학농민혁명 역사공원 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 지만 문체부의 요청에 따라 관련행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문체부는 또 문화재청에 유골의 문화재 지정이 가능한 지 여부를 판단해 조속한 시일내에 통보해 달라 는 공문을 함 께 보냈다. 앞서 진도동학군유골의 화장을 반대하는 이들 은 문체부에 유골 화장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냈다. 이들은 유골은 엄청난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특례법을 만들어서라도 역사의 생생한 증언을 전하는 귀한 문화재 로 대접 받아야 한다 며 화장해 안장하는 것보다는 보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문화재청과 진도군청 홈페이지 등에도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동학군을 무참히 학살했던 일본군의 행위나 그 인골을 화장하려는 문화재청의 행위나 무슨 차 이가 있느냐 며 동학군의 유골은 우리의 소중한 역사이 자 아픈 역사의 증거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 는 목소리 들이었다. 하지만 유골의 보존ㆍ전시는 명백한 현행법 위 반. 형법 161조에는 사체, 유골, 유발 또는 관내에 장치한 물건을 손괴, 유기, 은닉 또는 영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 역에 처한다 고 규정돼 있다. 다만 문화재로 등록이 된다면 보존ㆍ전시가 가능하다. 문 체부가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 청한 이유다. 현재 문화재청은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골이 문화재로 등록된 전례는 없지만,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보존해달라는 요구가 많은 만큼 문화재 등록이 가능한지 검토 중 이라며 면밀하게 검토해 문화재지정 위원회에 상정할 것인지 등을 결정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은 지난 1995년 일본 홋카이도 대 학의 한 연구실에서 전남 진도는 동학당이 가장 창궐했던 곳으로 그 무리가 수백명을 죽여 시체가 길을 가로막을 정 도였는데 이 유골은 그 때 효수한 수괴의 것 이라는 메모 와 함께 발견됐다. 이 유골은 1996년 국내로 봉환됐으나 국가의 무관심 등으로 안장지를 찾지 못해 전주역사박물 관 수장고에 임시로 보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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