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ring-of-14-cubes.5 by 공동체를 넘어선 공동체 / 도연명 한국의 지역공동체운동과 마을만들기운동 / 김성균 동학이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 /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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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년 7월 월간 개벽신문 45호 <개벽신문>은 에 창간된 <개벽>지의 정신을 계승하는 신문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사람 정의로운 연대 발행처 개벽하는사람들 발행일 2015년 7월 1일 등록번호 종로라 발행인 김산 편집인 최명림 주간 박길수 편집장 임소현 편집위원 고시형 권복기 김성진 김용휘 성진경 유정길 윤덕현 윤호창 이광호 이나미 이재선 주요섭 최윤석 황숙 기획위원 구종회 류윤근 박달한 심국보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57(경운동 수운회관) 1207호 <개벽신문사> 전화 팩스 홈페이지 캘리아트 권도경 우리는 개벽을 꿈꿉니다. 우리는 개벽신문을 만듭니다. 우리는 개벽하는 사람들입니다. 1920년 창간된 개벽 의 창조적 복원, 개벽신문의 꿈입니다. 동학과 개벽, 소통과 영성, 돌봄과 상생, 모심과 살림, 생명과 평화, 개벽신문의 염원입니다. 2011년 4월 그렇게 개벽신문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더 많은 분들이 개벽신문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더 좋은 개벽신문을 위해 여러분의 후원을 받습니다. 후원계좌 농협 예금주 개벽하는사람들 국민은행 예금주 개벽하는사람들 개벽하는사람들 후원금은 개벽신문 제작비와 발송비로 사용됩니다. 후원하시는 분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시면 개벽신문을 보내드립니다. 개벽하는사람들 Tel Fax

2 2 ring-of-14-cubes.5 by 공동체를 넘어선 공동체 / 도연명 한국의 지역공동체운동과 마을만들기운동 / 김성균 동학이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 / 박길수 메르스 위기와 마을공동체의 가치 / 박홍순 돈은 산으로 흐르고 땅으로 스며 사라져야 한다 / 심규한 [편집실 주] 언제인가부터 나홀로 족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주의는 경쟁 약육강식 과 더불어 근대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바로 옆집에서 누군가 죽어 썩은 내를 풍겨도 알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자연과 환경은 파괴되었고, 끝을 모르는 탐욕 속에서 생명들은 죽음의 그늘 속에 신음하고 있는지 오래다. 그 런가 하면 인권 의 존중으로 대표되는 개성과 인격의 신성함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이 미래의 대안으로 새로운 공동체 를 탐색한다. 이번 호 특집 공동체 를 통해, 어두운 미래의 희망적인 대안과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공동체를 넘어선 공동체 도 연 명 본지 편집위원 핀드혼 공동체는 독특한 설립 배경을 갖고 있다. 1960년대 초,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쌍의 부부가 스코틀랜드 해안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이 야기가 시작된다. 그곳은 모래와 자갈로 뒤덮여 농사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식물을 길러본 경험이 전무한 부부가 (보이지 않는 자연령들의 인도를 받아!) 황무지를 일구기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뜨악한 반응을 보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러나 이들의 무모한 시도는 기적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 모든 농작물이 믿을 수 없으리만치 잘 자라 삽시간에 농장이 생겨난 것이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고 결국 이 농장은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공동체 인 <핀드혼>이 됐다. <핀드혼>은 땅과 식물, 보이지 않는 영을 포함한 우주만 물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침묵으로 웅변하는 공간이 됐다. 그런 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우주적 그물망 에는 배제된 존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 은 바로 인간 자신(혹은 타락 한 중생)이었다. 공동체의 자폐적 성향 설립 배경부터가 일상성과 거리가 먼 핀드혼에는 세속과의 연결 고리가 강 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핀드혼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영성 공동체들은 탈속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 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이들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해소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들이 세 상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처럼, 세상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안타깝게 도 이들이 나 몰라 라 했던 그 세속 의 병폐가 결국 자신들의 존립기반을 위협 하면서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곤 했다. 이들보다는 관계 속의 영성을 추구하며 사회참여를 주도한 동학이 오히려 시대적으로 앞서 나간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동학은 여타의 영성 운동과 차별성이 있다. 핀드혼의 경우만 보더라도, 세파에 찌든 인 간 군상, 즉 대다수의 범속한 인간들을 우주적 질서의 교란자로 간주하고 거리 를 두려는 경향을 보인다. 비슷한 이유로 대부분의 영성 공동체들은 인간 교란 자들 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차폐막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동학은 타락한 중생마저 신성이 담긴 존재로 섬기고 품으려 했다. 동학이 담고 있는 우주적 질서 는 훨씬 깊고 광범위한 어떤 것이었다. 동학은 종교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정말 독특한 사건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랜 옛날, 동학을 쏙 빼 닮은 사회현상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1,500년 전의 동학? 삼계교( 三 階 敎 )는 중국 수나라 때의 승려 신행( 信 行, 540~594)이 만든 불교의 분 파였다. 신행은 민중과 함께 노동하고 수행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부처 님으로 예배할 것을 가르쳤다. 모든 이들에겐 불성이 내재해 있어, 설령 악마 같은 인간이라도 언젠가는 부처가 되므로 마땅히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결국 불국토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러한 가르침에 감화된 많 은 사람들이 수레에 실은 돈이나 포목을 버리듯 보시하고 갔다. 그렇게 쌓인 재 물로 서민 금고가 만들어지면서 빈민구제 사업이 시작됐다. 무이자에 차용증

3 특집 공동체 3 findhorn sunset by Vicky Brock(@ 스코틀랜드의 핀드혼. 모래와 자갈 투성이였던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이 현재는 많은 방문객들로 붐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체 마을이 되었다. 도 받지 않고 어려운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 줬던 것이다. 지극히 간명한 삼계교의 교리는 수많은 민중으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 다. 그러나 관념 논쟁에 빠져 있던 불교 교단으로부터 배척당했고 민중의 세력 이 조직화되는 것을 두려워 한 정부로부터도 탄압을 받았다. 결국 교단이 강제 로 해체되고 문헌도 소실되어 완전히 잊혔다가 최근에 사료가 발굴되면서 연 구가 진행되고 있다. 무엇이 본질인가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동학이건 삼계교건 이론적인 교리는 본질이 아닐지 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이 세상을 뒤흔들 수 있었던 요인은 딱딱한 관념이 아 닌,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한 데서 나온 힘이었다.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 하되, 그 한계나 조건을 규정짓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는 성속을 구 분하는 울타리나 차폐막이 필요치 않았다. 만일 관계의 재설정에 관한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만 있다면 삼계교나 동학 같은 현상이 재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금은 독재적인 정부가 존재 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비극적인 결말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독점 자본이 교묘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곤 있지만, 군사력이나 경찰력으로 영 성 운동을 탄압한다든가 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삼계교나 동학의 언어가 아닌, 이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맞는 언어로 재구 성되어야 한다. 막연한 얘기 같지만 이스라엘의 협동 농장인 키부츠에서 그 실 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키부츠의 한계와 가능성 키부츠는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생겨난 비종교적 공동체다. 이들은 지구촌 의 허다한 공동체들 중 규모와 활력 면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통상적 인 영성 공동체들이 수십 명에서 많아야 수백 명 수준인데다 중도 이탈자들이 적지 않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키부츠는 가장 작은 규모가 2,3백 명, 많게는 천 명이 넘는 곳도 있다. 이들은 1세기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집단생산은 비효율 이라는 통념을 보란 듯이 무너뜨려 왔다. 그러나 키부츠의 가능성은 동시에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세속에 개방적 이긴 하지만, 자본주의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한 자구의 차원이었을 뿐, 패러 다임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것은 아나키즘의 한 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나키즘은 동학과 삼계교에 비하면 지나치게 유 물론적이다. 한마디로 영성이 결여되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핀드혼 같은 폐쇄 적 영성을 접목시킨다면 곤란하다. 그런 방식은 불충분하다는 것이 지난 세기 에 충분히 입증됐다. 영성이란 미지의 영역을 백지 상태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 는 것이다. 제3의 동학은 가능한가 현대인들의 언어는 본질적으로 과학의 언어라 할 수 있다. 과학의 언어는 종교의 언어를 빠르게 대체해 왔다. 벼락을 신의 노여움으로 표현하던 시대에 피뢰침이 나올 수 없었던 것처럼, 삼계교와 동학 또한 종교의 언어로만 해석할 경우, 벼락처럼 우연한 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독특한 종교 현상들이 과학의 언어로 재해석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벼락이 발생 하는 원리를 응용해 발전기를 만들었듯이, 엄청난 영성의 힘을 동력원 삼아 세 상을 변모시킬 여지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키부츠의 원동력이 된 아나키즘과, 공산혁명의 원동력이 된 마르크시즘도 모두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에 맞는 과학의 언어로 되어 있다. 그런데 과학의 본 질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환원주의적 성격을 그 본질 로 보면 과학은 유물론이 되어 버리며, 영성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된다. 반면에 개방성과 객관성을 본질로 본다면 영성이 새로운 언어로 재구성될 여 지가 생겨난다. 이미 비슷한 시도를 일부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삼계교와 동학의 밑바탕이 됐던 인간관계의 재설정 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그 필요성을 대중에게 설득할 수 있을 때, 제3의 동학이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전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쇠고랑이 채워진 코끼리인지도 모른다. 코끼리가 장성하면 어 릴 적 채워진 족쇄를 끊을 힘이 생겨도 벗어날 시도를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지식과 사고력은 영성의 원리를 밝혀낼 수준에 이미 도달했음에도 불 구하고, 낡은 언어와 인식의 틀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개벽신문 2015년 8월호(46호) 특집 개벽은 통일이다 - 광복 70년, 분단 70년 - 개벽신문 46호 특집의 주제는 개벽은 통일이다 입니다. 올해는 광복 70년임과 동시에 분단 70년인 해입니다. 통 일 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많이 희석 되었고, 통일 사회 이후를 준비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 다. 이에 개벽신문에서는 특집을 통해 통일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의견 보내주실 곳 : [email protected]

4 4 특집 공동체 한국의 지역공동체운동과 마을만들기운동 김 성 균 성결대학교 지역사회과학부 최근 마을만들기 가 사회적 핵심 이슈 중의 하나다. 민간이나 행정기관이 나서서 마을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일에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마을만들 기와 관련된 지역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는 잘 모르는 듯하다. 역사 속의 도시 의 저자 루이스 멈포드는 오랜 역사적 과정으로부터 공간을 이해하 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기계적 모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는 전적으로 루이스 멈포드의 주장에 동의한다. 어느 날 동네는 사 라지고, 어디 사니? 라는 물음은 대기업이 공급한 아파트 이름이 대신 자리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의 가치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마을민주주의는 나름의 역사를 지니고 이어져오고 있 다. 그 시작은 1948년 광주에서 시작한 동광원을 공동체 운동의 첫 출발점으로 삼는다. 한국 공동체 운동의 역사 1950년대 전후 한국 사회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처절한 삶의 질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토의 땅 그 자체였다. 전후 복구와 절대빈곤의 탈출이 사회적으로 가장 큰 과제였다. 지금은 사회복지법인인 동광원(1948)과 귀일원, 그리고 평생을 생명평화의 가치로 삶을 일구신 원경선 옹이 중심되어 활동한 한삶회 함석헌 옹의 씨알농장(1957), 박태선의 신앙촌(1957) 그리고 이찬 갑, 주옥로 선생님을 중심으로 대안학교의 산실로 성장해 온 풀무학교(1958) 등 은 사회적 약자 보호, 검소와 청빈의 삶 그리고 학교의 지역사회화 등의 특징을 보였다. 1960~70년은 한국적 조국 근대화 프로젝트에 대응한 지역공동체 운동의 발 아 시기였다. 이해학 목사님을 중심으로 주민교회와 지역공동체(1973), 김진홍 목사님의 주도적 리더십에 기초하여 가난의 극복을 삶터의 이정표로 삼았던 활빈교회와 두레마을(1975), 도시빈민의 대부셨던 고 제정구 국회의원과 정일우 신부 중심으로 형성된 복음자리마을(1977),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의 주인공이자 무주에서 푸른 꿈을 펼친 허병섭 목사님의 밀알공동체(1974)가 있었으며, 그 외 에도 세계2차 대전 이후 패망국이 된 일본에서 영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야 마기시 미오조의 담론을 존중하고자 그의 후학들에 의해 시작된 야마기시즘이 한국에 처음으로 1960년에 소개되기도 하였으며, 이들의 양계 방식을 적용하 면서 공동생산을 모색한 증평영농조합법인(1964)이 있었다. 그리고 강원도 태 백에서 묵언공동체로 영성수련의 가치를 사회화한 대천덕 신부님에 의해 시작 된 예수원(1977) 등이 있었다. 이 시기는 국가권력에 대응하면서 자생적 지역공 동체 운동을 지향하였으며 이러한 운동의 시작인 지금의 생태공동체 운동이나 지역공동체 운동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작은 마음의 울림 을 강조하는 공동체 운동이 있었다. 1980~90년대에는 사회적 큰 파동이 공동체 운동에 그대로 반영되는 시기였 다. 87년 전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사회운동에서 우리의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삶의 터가 중요한 생활의제로 등장하면서 공동체 운동도 다양하게 나 타난다. 중산층과 결합한 생활공동체 운동 방식이 등장하기도 하고 시민사회 조직과 결합하면서 지역공동체 운동이 전개되기도 한다. 도시에서 더불어 살기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던 서당골(1983), 야마기시즘의 한국의 최초 실현지인 산안마을(1984), 사회운동에서 영성수련의 가치를 이야 기한 최한실 선생님의 푸른누리(1995), 농촌의 현실을 인식하고 등장한 한살림 (1986), 농촌 관련 정부기관의 폐해를 목도하고 자생적인 마을공동체를 제안했던 남상도 목사님의 한마음공동체(1986), 천호진 목사님의 생명누리(1996), 희년을 강조하면서 정용갑 선생님의 이랑둥지(1987), 불교의 정토세상을 꿈꾸며 수행공 동체와 영성수련공동체로 등장한 법륜스님의 정토회(1988), 1988년 소비사회를 한국의 지역공동체운동의 시대적 현황 구분 시대상황 사회여건 주요 공동체 공동체 운동 경향 1950년대 전후복구와 절대빈곤 탈출 절대빈곤 극복을 위한 사회적 가치의 획일화 극빈층 중심의 공동체 사회적 약자 지원 동광원(1948) / 귀일원(1964) / 한삶회(1955) / 씨알농장(1957) / 신앙촌(1957) /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1958) 사회적 약자 보호 활동 검소 청빈 일상화 학교의 지역사회화 년대 조국 근대화와 지역공동체 운동 발아 도시빈민 지역중심의 공동체 개발 패러다임에 대한 저항과 자치권 확보 야마기시즘 실현(1960) / 증평영농조합법인(1964) / 주민교회와 지역공동체(1973) / 두레마을(1975) / 복음자리마을(1977) / 밀알공동체(1974) / 예수원(1977) 자생적 지역빈민 운동 공동생산체제 도입 생산공동체 지향 영성수련의 사회화 년대 환경문제와 생명문화운동 중산층과 결합한 생활공동체 일상생활의 욕구수용 시민사회 결합요구 서당골(1983) / 산안마을(1984) / 푸른누리(1995) / 한 살림(1986) / 한마음공동체(1986) / 생명누리(1996) / 이랑둥지(1987) / 정토회(1988) / 금호행당하왕주민기획단:송학마을(1988) / 다일공동체(1989) / 정농생협(1990) / 안양아카데마타운(1991) / 문당리 환경마을(1993) / 안성의료생협(1994) / 물만골공동체(1995) / 간디학교(1997) / 인드라망 공동체(1998) 예수살이공동체(1998) / 안솔기마을(2001) / 녹색대학생태마을(2001) 소비자 운동 도농직거래 영성자각 프로그램 지역 마을만들기 2000년 대안사회운동 공동체 운동 생활세계의 재검토 생태산촌만들기(2000) / 이장(2001) / 마을만들기(2000) / 성미산 마을(2002) / 산위의 마을(2002) / 진안군 마을조사단 활동(2006) / 산너울 마을(2008) 들꽃피는 마을(2008) / 마중물공동체 등용마을(2009) 마을 기획의 전문화 생활정치의 전문화 마을만들기운동의 제도화 에너지 자립의 실현가능성 2010년 지역공동체 운동의 제도화 세대 문제의 등장과 모색 민관협력 마을공동체 생태계 구축 두꺼비 하우징(2010) 우동사(2011) / 산새마을(2013) / 서울시, 수원시 등 청년공동체의 사회화 마을만들기 및 사회적 경제 분야의 마을생태계 구축 출처 : 김성균(2009) 에코뮤니티, 이매진, pp55~105. 및 정토회 에코붓다 (2013) 에코보살 인터뷰 내부자료 재구성

5 특집 공동체 5 Civic Centre IRT station by warrenski(@ 지양하는 가톨릭 청년교육에서 출발하여 박기호 신부님을 중심으로 실현된 예 수살이공동체(1998), 대규모 택지개발에 저항하면서 자치적 주민조직체를 결성 한 금호 행당 하왕주민기획단:송학마을(1988), 일명 청량리 588에서 부랑자와 매매춘녀를 대상으로 밥퍼공동체를 이룬 최일도 목사의 다일공동체(1989), 전국 농민회와 경실련이 중심이 되어 만든 정농생협(1990), 우리나라 최초의 코하우징 의 상징성을 보여준 안양아카데마타운(1991), 풀무학교의 정신이 지역사회에 발 아된 문당리 환경마을(1993), 국가복지와 시장복지 사에에서 먹을거리 생협 외의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열어준 안성의료생협(1994), 전쟁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산 골짜기에 개발의 새로운 전환을 보여준 물만골공동체(1995), 우리나라 대안 교육기관의 거점 중의 하나인 간디학교(1997), 지리산 남원 산내면 실상사 주변 에 주민과 귀농 귀촌인 그리고 지리산생명연대 등과 연계된 인드라망 공동체 (1998), 간디학교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 간디학교의 배후지로 출발했던 안솔기마 을(2001), 녹색대학 주변의 마을공동체로 시작된 녹색대학생태마을(2001) 등으로 다양한 공동체가 등장하였다. 이 시기는 전환의 가치를 제공하는 영성의 의미 가 강조되기도 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역공동체가 형성되었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대안사회운동의 일환으로 공동체 운동에 대한 전문 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마을공동체를 컨설팅하는 생태산촌만들 기(2000)와 이장(2001)이 등장하였으며, 2000년에는 마을만들기 라는 담론이 등 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예수살이 공동체의 정주지로 자리 잡은 산위의 마 을(2002)과 도시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준 성미산 마을(2002)이 등장하였으며, 2006년에 처음으로 진안군이 마을만들기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충남 서천 에 계획 단계부터 마감 단계까지 입주자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조성한 산너 울 마을(2008), 1996년 정토회에서 첫 인연으로 시작하며 2008년에 안성에 자리 한 들꽃 피는 마을, 생명평화 마중물 공동체로 시작하여 에너지 자립의 실현지 가 된 등용마을(2009) 등이 있었다. 이 시기에는 마을기획이 전문화되기도 하였 으며, 마을만들기가 제도적으로 발아하고, 에너지 자립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시기였다. 2010년에는 뉴타운 개발의 물리적 한계를 인식하고 공간적 재생의 패러다 임을 보여준 두꺼비 하우징(2010)과 산새마을(2013), 2011년 젊은 청년의 꿈과 실 천적 대안적 삶을 위해 등장한 우리동네사람들(일명 우동사)의 쉐어 하우스가 등 장한다. 우동사 는 젊의 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자신이 지닌 역량만큼 모 여서 해결하고자 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리고 지역공동체 운동이 사회적 이슈 로 등장하면서 진보진영의 자치단체장이 주요 핵심 정책으로 제안하면서 마을 만들기 가 제도와 정책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 시기는 세대의 문제를 스스로 해 결하는 자생적 공동체 운동이 등장하기도 하였고, 기존의 마을만들기 를 사람 중심의 정책 거주자 중심의 정책으로 이행하기 위해 제도로 편입되는 경향을 분명히 보이고 있다. 지역공동체 운동의 의미와 특성 지난 50년 동안 전개해 온 지역공동체 운동의 의미와 성향은 매우 다양하 다. 개인의 지도력에 기반하거나 사회적 이슈와 결합하여 지역공동체 운동이 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공동체 운동은 자기 스스로 자기조직화에 초점을 두고 시작했다는 점과 지역사회공동체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면서 실천적 대안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 근에는 세대별로 나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성이 투영되 어 나타난 지역공동체 운동을 불과 지난 몇 년 동안 행정이 아젠다를 접수한 상 황이 되었다. 인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 다. 그래서 번영이라는 단어 앞에 모든 것을 다 던져 버린다. 지금까지의 지역 공동체 운동은 자발적 검소에 기초한 소박한 삶 이 이들이 선택한 번영의 가치 였다면, 제도정치로 등장한 마을만들기 아젠다가 보여줄 번영의 의미가 무엇 인지를 심사숙고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행정이 지원하는 공모사업 중심의 마 을만들기 사업이 지역공동체 운동의 최종목표이며 결과인가를 묻고 싶다. 또 한 행정과 민간을 연결하는 매개조직인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행정조직은 그동 안 한국사회에서 처절할 정도로 몸부림치면서 풀뿌리 조직으로 성장한 이들의 운동적 가치와 의미를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김성균님은 단국대학교(지역개발학, 도시관리 전공)에서 행정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지역사회연구원에 서 일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아나키즘, 생태공동체, 커뮤니티를 주제로 한 대안사회의 구 상이다. 지은 책으로는 분명한 전환, 녹색당과 녹색정치 (공저), 만안의 기억 (공저), 시민과의 약속, 매니페스토 (공저), 에코뮤니티 등 다수의 저서들이 있다. 경 축 개벽 창간 95주년 개벽 1920년 6월 25일 창간 아-풍운! 아- 霹 靂!! / 모래가 날리고 돍이 닷도다 나무가 부러지며 풀이 쓸어지도다. 아- 黑 天 地 로다 修 羅 場 이로다. / 天 의 惡 이냐? 世 의 罪 이냐? 아니 이것이 混 沌 이 아닌가? / 아- 銃 創! 아- 殺 到!! 머리가 떨어지고 다리가 끈혀지도다. 이놈도 거꿀어지고 저놈도 잣바지도다. 아-와텔루로다 아 垓 下 野 로다. / 生 을 爲 함이냐? 아니 이것이 翻 覆 이 아닌가? / 새바람이 일도다 한 빛이 빛이도다. 왼 세계는 燦 爛 한 光 의 세계로다. 평화의 소리가 높도다 개조를 부르짖도다. 왼 인류는 新 鮮 한 自 由 의 人 類 로다. 운이 來 함이냐? 時 가 到 함이냐? 아니 이것이 開 闢 이로다. - 개벽 창간호 권두시

6 6 특집 공동체 동학이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 박 길 수 본지 주간 0. 들어가는 말 공동체란 더불어 사는 것 또는 그 무리 라 할 수 있다. 그냥 모여 사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사는 것이며 잘 사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전제되어 있다. 인간이 공동체 속에 태어나는가, 아니면 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하는가의 문 제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거칠게 결론지어 말하자면, 공동체 속에서 태어난 인 간이 그 공동체성을 끊임없이 부정하며 공동체로부터의 자유(탈공동체)를 추구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가족(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양육 을 받으며 자랐으나, 결혼할 때쯤 자유연애 를 통해, 결혼은 내가 하는 것 임을 주장하는 방향으로 흘러온 인간의 의식이 이제는 결혼마저도 계약결혼이나 계 약동거와 같은 형태로 나아가며 끊임없이 개인 이 불가침의 성역 임을 확인하 고 확장하고 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향인가? 설령 각자가 그것(자유롭게 사는 것) 을 원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로 인생(인류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길인가. 동학의 공동체 이념과 실천을 살펴보는 기본 출발점은 거기에 있다. 1. 초기 동학의 신앙공동체 초기 동학 공동체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객관적 인 문서가 있다. 수운 선생이 조선 조정에서 보낸 선전관 정운구에게 체포되기 직전에 경상도 일대 유림들 사이에서 유포된 통문( 通 文 )이다. 경북 상주에 있는 우산서원( 愚 南 書 院 )은 동학을 서학( 西 學 )이 개두환명( 改 頭 幻 名 )한 것 이라 하여 배척하는 통문을, 같은 상주에 있는 상급 서원인 도남서원( 道 南 書 院 )에 보냈다. 도남서원은 3개월 동안 심사숙고하여 그해 12월 초에 영남 일대 전체 서원에 통문을 보냈다. 그 내용 은 유림들이 합심하여 사도( 邪 道 )인 동학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상 으로 동학배척통문 이 당시 조정에서 수운 선생을 체포하여 사형으로 다스리 게 된 중용한 동인( 動 因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통문 내 용을 통해 초기 동학 도인들이 어떠한 무리였는지, 어떠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 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남서원 통문 가운데 관련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동학이란 그들이 이른바 송주( 誦 呪 )하는 천주( 天 主 )라는 것은 서양에 의부( 依 附 ) 한 것이고 부적과 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황건적의 행위를 답습한 것이다. 2하 나같이 귀천의 차등을 두지 않고 백정과 술장사들이 어울리며 3엷은 휘장을 치 고 남녀가 뒤섞여서 홀어미 홀아비가 가까이하며 4재물이 있든 없든 서로 돕기 를 좋아하니 가난한 자들이 기뻐한다. 5도당을 널리 거두어들이는 것을 제일의 공으로 삼아 한마을에 들어앉으면 온 마을 사람을 끌어들이려 힘을 다하며, 한 고 을에 머물면 온 고을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힘을 다하니 6어찌 문벌 좋은 집안의 재주 있는 사람들이 점차 물들어갈 염려야 있겠냐마는 오히려 (그들이) 부족함을 좌교( 左 敎 = 西 學 ; 인용자 주)의 윤리를 본떠서 자신의 필설을 더럽히며 밝은 도리를 논 척할 수 있다. 7흡사 장각( 張 角 )이 삼십육 방에 벌려 놓고 지휘하는 것 같으니 교 ( 敎 )의 주인으로 받드는 두목은 위엄이 대단하여 장차 지방관의 권한도 물리치고 마음대로 행하게 될 것이다. 8새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가 새로운 말이면 모 두 잘 들으려 하며, 빨리 이루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가 지름길로 모두 달려가 려 한다. 무지한 천류( 賤 類 )들이 많이 물들어 나무꾼과 초동( 樵 童 )과 같은 더벅머 리 아이들이 다투어 송주( 誦 呪 )를 하는데 그들이 하는 말에는 원래와 조금도 헷갈 림이 없으며, 근거가 비슷하여 난류( 亂 流 )인지 진류( 眞 流 )인지 견줄 방도가 없다. 9 은밀히 서로 동학을 전수하여 깊은 산속 으슥한 곳에 근거지를 만들고 퍼져 물들 게 되며, 고을과 마을의 중심에 한번 들어가면 장인과 장사치는 소업( 所 業 )을 전폐 하고 밭가는 자도 또한 일하지 아니하니. 1에서 송주하는 천주 란 삼칠자 주문을 외는 것이니 주문 수련을, 부적과 물 이라 함은 영부와 청수를 의미한다. 주문과 영부는 수운 선생이 한울님으로 부터 받은 동학의 핵심 수행 절차와 도법이다. 2, 3, 4항은 일반 민중들 가 운데 동학에 입도하는 사람들의 유형과 그 안에서의 행태, 6항은 유림 가운데 서 동학에 관심을 갖거나 입도하는 사람들도 있었음을 말해 준다. 동학에 대한 당시 보수 유림 경기와 전라도 지역의 서원과는 달리 경상도 지역의 유림들 은 자신들이 공맹-정주의 성리학 전통의 고갱이를 쥐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 득 차 있었다. 의 편파적인 시각에 굴절된 점을 감안하여 읽어 낼 필요가 있 다. 2항은 동학의 평등 사상이 전개되는 정황을 3은 훗날 과부 재가 허용 이 라는 구호로 귀결되는, 그리고 수운 선생이 두 여비( 女 婢 )를 며느리와 수양딸로 맞아들이는 실천궁행의 확장 정황을, 4는 새로운 행태의 경제공동체 원리로 서의 유무상자( 有 無 相 資 ) 정신을 잘 보여준다. 5, 7, 9항은 동학이 어떻게 그 들의 공동체를 확장하고 심화시켜 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5항은 훗날 천도교에서 이상적인 마을공동체로 궁을촌 을 만들어가는 원형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2. 유무상자의 상생공동체 유무상자( 有 無 相 資 )라는 말은 동학이 지향한 공동체의 이념을 잘 보여주는 대 표적인 용어이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서로 도운다. 는 이 말은 유무상통 ( 有 無 相 通 )이라고도 쓰인다. 박맹수 교수는 이 말이 단군 성조의 신시( 神 市 )와 홍 익인간 이래 호혜경제체제 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서구적 근대화가 가져올 극단 적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또는 개인주의를 낳게 조장하는 자본주의적 인 경제 체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계속해서 박맹수 교수는 수운에 의해 제창되고 그 시대에 이미 씨앗이 발아 한 유무상자의 전통이 2대교주인 해월 최시형에 의해 더욱 구체적으로 발현되 고 있음을 사료를 통해 제시한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자료인 <해월문집> 속 에서다.(박맹수, 개벽의 꿈, 모시는사람들 참조) 무릇 우리 동학 사람들은 같은 연원(최제우)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니 마땅히 형제와 같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형은 굶고 있는데 동생만 배부를 수 있을 것이 며, 동생은 따뜻하면서 형은 추위에 떨어서야 되겠는가. (중략) 크게 바라건대 모든 군자들은 자신이 소속된 접( 接 =동학을 신앙하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공동체 단위) 안에서 여 유가 있는 사람들끼리 각각 서로 힘을 합해서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로 하여 금 한 해를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는 마음을 면하도록 하시오(1888). 같은 소리는 서로 호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하는 것이 예로부터의 이치이니 지금 우리 동학에 이르러서는 그 이치가 더욱 크게 드러나야 할 것이다. 환난을 서로 구제하고 빈궁을 서로 보살피는 것 또한 선현들의 향약에 들어 있는 것인데 우리 동학에 이르러서는 그 정의가 더욱 막중하다고 하겠다. 그러니 우리 동학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약속을 지켜서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와서 규약에 어김이 없 도록 하시오(1892). 동학의 유무상자는 향약의 환난상휼의 전통을 계승하되 이를 한층 강화하 자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대안이 다양하게 모색되는 가운데 나눔경제 돌봄 경제 등의 원형으로 깊이 논구하고 현대적 실천 모델을 찾아 갈 필요가 있다. 3. 동학과 군자공동체 동학은 그 자체로서 군자공동체 를 지향한다. 군자 란 동학에서 이상적인

7 특집 공동체 7 인간상을 일컫는 말이다. 군자 라는 말은 본래 유학 의 이상적 인간상을 지칭 하는 말이다. 수운 선생의 글에서도 이는 분명하다; 오제( 五 帝 ) 후부터 성인( 聖 人 )이 나시어 일월성신과 천지도수를 글로 적어 내어 천도의 떳떳함을 정하여 일동일정과 일성일패를 천명에 부쳤으니, 이는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를 따르 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사람은 군자가 되고 학은 도덕을 이루었으니, 도는 천도 요 덕은 천덕이라. 그 도를 밝히고 그 덕을 닦음으로 군자가 되어 지극한 성인 에까지 이르렀으니 어찌 부러워 감탄하지 않으리오(동경대전, 논학문). 이와 관련하여 수운 선생은 당신을 포함한 동학의 학문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우리 도유( 道 儒 ) 라고 불렀다. 수운 선생은 제자들이 진중하게 정성을 다하여 공부하지 못하고 조급하게 도통을 바라거나 동학 세상을 기대하는 것 을 경계하며 도유들이 마음이 급한 것을 탄식하다(< 嘆 道 儒 心 急 >) 이라는 글을 지 었다. 또한 2세 교조인 해월 최시형 선생 시대에 각종 통유문이나 조정에 보내 는 의송 등에도 스스로를 도유 라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김구 선생이 애기접주로서 당시 보은에 계시던 해월 선생을 뵈러 왔을 때, 사방에서 해월 선생에게 도유( 道 儒 )들이 관에 재산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많음 을 호소하는 글들이 답지하고 있음을 증언하였다(백범 일지). 이를 두고 동학을 연구하는 현대 학자들 중에 동학은 유학( 儒 學, 性 理 學 ) 아류이거나 그 영향력 아 래에 있는 사상이라고 단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여기서 도유란 도를 닦는 선비 라는 일반 명사로 보는 것이 옳다. 유학 혹은 그 유학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 사회에서 오랫동안 그러한 군자(성 인)가 되는 것은 타고난 기질에 의해 선천적으로 결정되거나 매어 어려운 공부 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로 본 반면에 동학에서는 이를 비교적 단순한 (?) 공부를 통해 도달할 수 있다고 선언한 데서 동학의 특질이 드러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정심수도( 正 心 修 道 ) 하여스라. 시킨 대로 시행해서 차차차차 가 르치면 무궁조화( 無 窮 造 化 ) 다 던지고 포덕천하 할 것이니 차제도법( 次 第 道 法 ) 그 뿐일세. 법을 정코 글을 지어 입도한 세상사람 그날부터 군자 君 子 되어 무위이 화( 無 爲 而 化 ) 될 것이니 지상신선( 地 上 神 仙 ) 네 아니냐(용담유사, 교훈가). 열 세자(=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지극하면 만권시서( 萬 卷 詩 書 ) 무엇하며 심학( 心 學 )이라 하였으니 불망기의( 不 忘 其 意 ) 하여시라. 현인군자( 賢 人 君 子 ) 될 것이니 도성입덕 ( 道 成 立 德 ) 못 미칠까 이같이 쉬운 도를 자포자기 하단 말가(용담유사, 교훈가). 4. 동귀일체의 공동체 동학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는 이러한 동학의 군자(= 道 儒 )들이 동귀일 체( 同 歸 一 體 ) 하는 공동체이다; 시운 時 運 을 의논해도 일성일쇠 一 盛 一 衰 아닐런 가. 쇠운이 지극 하면 성운 盛 運 이 오지마는 현숙한 모든 군자 동귀일체 同 歸 一 體 하였던가(용담유사, 권학가). 동귀일체란 각자위심( 各 自 爲 心 )하지 않는 것이다. 각자위심은 수운 최제우 선생이 동학을 창도할 당시의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단어이다. 이 세 상이 이처럼 혼탁해지고 살기 어려워진 까닭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각자위 심이라는 단어이다. 수운 선생이 이 세상을 구할 도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끝 에 마지막으로 경주 용담으로 귀환하여 불출산외( 不 出 山 外 ; 세상을 건질 도를 구하기 전에는 구미산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를 맹세하던 순간 바라본 모습이 바로 각자 위심의 세상이었다; 또 이 근래에 오면서 온 세상 사람이 각자위심하여 천리를 순종치 아니하고 천명을 돌아보지 아니하므로 마음이 항상 두려워 어찌할 바 를 알지 못하였더라(동경대전, 포덕문). 각자위심은 천리를 순종하지 아니하고 천 명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또한 각자위심은 자시지벽( 自 是 之 癖 ; 병적으로 자기 생각만 옳다고 여기는 태도)과도 통한다; 각자위심 하는 말이 내 옳고 네 그르지. 시비분분( 是 非 紛 紛 ) 하는 말이 일일시시( 日 日 時 時 ) 그뿐일네(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현대사회의 탈( 脫 )공동체, 반( 反 )공동체의 실상은 바로 이 각자위심의 과정 이며, 그 결과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개성과 인격의 존중 사생활 보호 와 같은 흐름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자연한 과정이 아니다. 개인 주의화(이것 자체는 惡 이 아니다) 는 나의 선택이자 권리 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본주의 사회가 강요한 파편화 전략( 개별 노동력 과 소비자 로 존재하도록 하기 위한) 의 산물이다. 동어반복일 수 있으나, 각자위심은 이 우주의 본성( 本 性 )과 본상( 本 相 )이 동귀일체 사람을 비롯한 만물은 본래 하나인 한울로부터 화생한 동포( 同 胞 ) 임을 잊어버 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학에 입문하여 처음으로 하는 의식이 바로 마 음에 잊고 잃음이 많았음을 참회하는 것(동경대전, 축문( 祝 文 )) 이다. 동귀일체는 전 체주의 를 향한 일치가 아니라 나 는 본래 영원한 존재로서 이 세상에 인물( 人 物 )로 화생하여 살다가 다시 영원한 존재로 귀환함을 알고 그러한 이치에 부합하는 삶 을 사는 것이다. 수운은 그러한 삶을 경천( 敬 天 ), 경인( 敬 人 ), 경물( 敬 物 )의 삶이라 했다. 동귀일체하 는 것은 이 세상 만물을 내 형제자매처럼 우애하고 부모님처럼 봉양하고, 자식처 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내 가족만이 아니라, 우리 지역만이 아니라, 내 나 라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 만물에 대하여 그렇게 우애하고 봉양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사람은 경 천( 敬 天 )함으로써 자기의 영생을 알게 될 것이요, 경천함으로써 인오동포( 人 吾 同 胞 ) 물오동포( 物 吾 同 胞 )의 전적이체( 全 的 理 諦 )를 깨달을 것이요, 경천함으로써 남을 위하 여 희생하는 마음, 세상을 위하여 의무를 다할 마음이 생길 수 있나니, 그러므로 경천은 모든 진리의 중추( 中 樞 )를 파지( 把 持 )함이니라(해월신사법설, 삼경). 5. 지상신선의 공동체 지상천국 일찍이 수운 최제우는 동학을 창도하는 과정에서 서양에서 들어와 조선 땅 에 새로운 도학으로 먼저 도를 펴고 있던 서학이 현세를 벗어난 별세계( 上 天 = 天 上 )를 상정하여 신앙하고 있음을 비판한 바 있다; (서학하는 사람들이) 무단히 한울 님께 주소(밤낮)간 비는 말이 삼십삼천( 三 十 三 天 ) 옥경대( 玉 京 臺 )에 나 죽거든 가게 하소. 우습다 저 사람은 저의 부모 죽은 후에 신( 神 )도 없다 이름 하고 제사조차 안 지내며 오륜에 벗어나서 유원속사( 唯 願 速 死 ) 무삼 일고. 부모 없는 혼령 혼백 저는 어찌 유독 있어 상천( 上 天 )하고 무엇 하고 어린 소리 말았어라. 그 대안으로서 수운이 제시하는 실질적인 이상향은 지상에서 신선으로 살 아가는 삶이다; 봄 오는 소식을 응당히 알 수 있나니 지상신선의 소식이 가까 와 오네(동경대전, 결). 여기서 신선은 한울님의 선약( 仙 藥 )을 복용한 사람으로서, 동학의 이상적 인간형인 군자( 君 子 )의 다른 모습이다. 한울님의 선약은 동학의 주문 수련의 결실로 얻게 되는 영부( 靈 符 )의 또 다른 이름이며, 그것은 정성 과 공경 을 매개로 해서 현실화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선약인 줄 알았더니 이것 을 병에 써 봄에 이르른즉 혹 낫기도 하고 낫지 않기도 하므로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그러한 이유를 살펴본즉 정성 드리고 또 정성을 드리어 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사람은 매번 들어맞고 도덕을 순종치 않는 사람은 하나도 효험이 없었 으니 이것은 받는 사람의 정성과 공경이 아니겠는가(동경대전, 포덕문). 지상천국 이라는 말은 이러한 수운 선생의 기본적인 인간관과 세계관을 바 탕으로 이것을 이상적인 지상신선(군자) 공동체 국가로 상정한 것이다. 이것은 주로 1920년대에 중엽에 처음 등장(신인간 7호, )하는데, 주로 1920년대 말 부터 1930년대 초까지 천도교의 전위운동(청년당, 청우당)에서 천도교의 핵심적 인 목표로 설정되어 제시된다; 지상천국 수운 선생의 주의는 그 목적이 지상천국의 건설에 있으니, 인류가 가 장 동경하는 이상향을 이 지상에 건설하여 모든 민중에게 평등의 행복을 도모케 함을 이름이다. 수운 선생은 말씀하되 봄 오는 소식을 정신 차려 들어라. 지상천 국( 地 上 天 國 ; 수운이 지은 경전 원문에는 地 上 神 仙 이라고 되어 있음=인용자 주)이 가까워 옴을 아느냐 모르느냐. 하였으니, 그러므로 이 주의에 귀의하는 자는 지상천국의 주인 이 될 수 있으리라(청년당 선전 전단, 1929년, <천도교청년당소사> 所 在 ). 인생(인간)은 무엇을 위하여 이 세상에 나왔을까 하는 것을 천도교에 물어보면 천 도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첫째는 대생명의 파지운동입니다. 이 말씀은 최 수운 선생의 무궁한 이 울 속에 무궁한 내 아니냐. 하는 말씀의 뜻을 이름이니. 둘째 는 인간격을 파지하는 운동입니다. 천도교는 이 우주를 일원적 계통으로 보아 가 지고 인생을 우주의 가장 높은 단계에 있다고 보며. 셋째는 제도( 濟 度 =구제, 구원) 운동입니다. 위에 말한 생명 연장의 맛이라든지 새 인생의 맛이라는 것은 개인 생 활에 있는 문제어니와 이 제도운동의 행위는 참된 사람이 참된 행위를 하기 위하 여 오심즉여심 의 대생명의 통제 아래서 동귀일체가 되어가지고 한가지로 좋은 일을 하고(1행 略 =원본) 한가지로 좋은 이름과 좋은 사업을 자손만대에 유전( 遺 傳 )케 하자는 운동입니다. 이것이 천도교에서 항상 말하는 지상천국 건설 운동입니다 (청년당의 선전 전단, 1933년, <천도교청년당소사> 所 在 ). <다음 호에 계속>

8 8 특집 공동체 메르스 위기와 마을공동체의 가치 박 홍 순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현대사회를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재해의 발생은 일 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화석연료 등 무분별한 채굴과 남용은 자원고갈과 에너지 위기를 낳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현 대사회가 직면한 끔직한 위기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되었던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늘날의 고도화된 세계경제체제가 평범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욕구 를 풍요롭게 채워줄 수 있는 재화가 아니라 한순간에 개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재난이 될 수 있음을. 지금까지는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경제성장의 신화가 공고했었고 실제로 경제성장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구환경과 인간 자신을 착취하면서 만들어진 성장 신화는 결 국 생태,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만성적인 위기를 만들었을 뿐이다. 힘들 때 기댈 사람 없어 가족동반 자살을 택하는 한국의 현실 만성적 위기에 봉착한 개인들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게 된다. 한국은 10 년 넘게 OECD회원국(34개) 가운데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평균 40여 명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고, 사망 원인 4위, 10~30대 사망 원인 1위 가 자살이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가난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 야 할 것은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동반 자살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더 이상 사회가 개인의 곤경을 염려해 주고 도와줄 거라는 기대가 사라졌음을 나 타낸다. 실제로 최근 OECD가 발표한 <2015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회적 연계 부문에서 최하위다. 쉽게 말해, 힘들 때 기댈 사람 이 없다는 뜻이다. 자기가 죽고 나면 남은 가족을 아무도 돌봐주지 않을 거라고 믿기에 가족을 데리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생명의 사회적 연계성은 사라지 고 각자도생의 개체성만 남은 우리 사회의 비참한 실상이다. 각자도생( 各 自 圖 生 ;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함)의 비참한 처지에 빠져 있음을 우 리는 지금 메르스 사태를 통해 극명하게 경험하고 있다. 정부의 늑장대응, 컨트 롤타워의 실종, 국정 최고책임자의 소통의지 부재 등 세월호 참사에서 보았던 정부의 무능이 그대로 다시 반복되고 있다. 최단기간에 근대화의 기적을 만들 어 내었던 관료 시스템과 국가 리더십, 세계에 자랑할 만한 첨단 IT경제를 일구 어낸 우수한 인재와 경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사막의 나라 중 동에서 묻어온 미지의 바이러스 한방에 온 사회가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 다.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되었을까? 그 비밀은 바로 한국 사회의 공공성 상실 과 신뢰의 부재에 있다. 공공성 상실과 신뢰의 부재는 우리 사회를 좀먹는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이다. 사회공공성이 낮은 국가는 신뢰 수준도 낮다. 함께 살 자 는 연대의 공동체 의식 대신에 나만 살자 는 각자도생과 이기심이 판치게 된 다. 시장만능주의 사회에서 메르스 사태를 맞은 지금의 우리나라가 그런 모양 새다. 시장만능주의와 불신풍조가 메르스 감염 확산을 부추겨 최초의 메르스 환자는 병명을 몰라 3곳을 전전하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았고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해 질병관리본부에 2차례나 메르스 확진 검사를 요청했지만 12가지의 다른 호흡기질환 검사를 권고하며 거부하여 결국 메르스 초기대응이 늦춰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 확진 이후에도 감염 확산 을 막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제2, 제3의 슈퍼 전파자를 방치 하여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서로 떠넘기고 불신이 또 다른 불신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감염병 예 방을 위한 충분한 격리시설의 확보와 같은 공공성보다는 더 많은 환자수용과 편의시설 확보와 같은 경영상 이익을 앞세우는 병원의료문화는 메르스와 같은 재앙을 키우는 숙주가 되었다. 또 의사와 환자 사이가 인간적으로 서로 믿는 신 MERS-CoV Investigation Yemen by CDC Global (@ 뢰 관계가 아니라 마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쇼핑을 하듯 여러 병원을 전전하 게 만들며, 사실을 얘기했다가는 진료를 거부당할까 염려하여 거쳐 온 병원을 숨기는 이런 만연한 불신 풍조가 역병을 확산시키는 좋은 환경이 되었다. 결국 공공성에 대한 무책임과 사회적 불신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 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공성 부재와 신뢰 상실보다도 더 무서운 사회현상을 이번 메 르스사태의 와중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회적 분열과 편 가름에 편승 한 분노와 저주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메르스와 투병중인 35번 의 사 환자에게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고 막말을 퍼붓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 었다. 정부와 삼성병원의 늑장대응과 비밀주의를 폭로한 박원순 시장을 비난 한 35번 의사 환자가 생명이 위중한 상태를 맞이하자 병에 걸린 환자의 쾌유를 빌기는커녕 입 건방 함부로 떨면 안 된다는 걸 반면교사로 보여주는 거 같습니 다. 와 같은 글이 올라오고 그 글은 두 시간만에 조회수 6만9천회를 기록하면 서 환자의 상태 악화를 반기고 저주를 퍼붓는 댓글이 이어졌던 것이다. 생명에 앞서는 진영논리의 만연은 메르스보다 심각한 역병 인간의 생명보다 앞서는 진영논리가 만연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분명 메르 스보다 심각한 역병을 앓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여기에는 함께 이 시대를 살아 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쩌면 자신의 이웃으로 생활하고 있을지도 모 를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나 염치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이 서로 다를 때 그것을 역지사지 하고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하기에 앞서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 싫고 참을 수 없어하는 병적 증상이 확산되고 있 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통째로 해체해 버릴 수도 있는 가장 큰 위기로 몰아넣는 역병이다. 이 역병을 이겨낼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은 상생의 유전자를 무한복제하고 공동체 속에서 숙성시키는 것이다. 서로 소통함으로써 상호 존재를 인정하고 관계맺음을 발전시켜 성숙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능한 정부와 탐욕스런 시장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공공성과 사회적 신뢰의 회복을 통해 상생의 시민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마을공동체운동이 다. 마을공동체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그를 통해 이루어지고 성취되는 이러저 러한 사업적 성과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사업의 과정에서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고 성숙되어 가는 시민의 힘과 내용이 핵심이다. 사업의 참여 과 정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와 의견을 드러내게 되고 서로 다른 처지와 생 각을 가진 이웃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통하며, 공동의 기획과 실행 과정을 통 해 갈등을 중재하고 다양성을 조화시키는 태도와 기술을 배우게 된다. 바로 이 것이 시민의 힘, 시민성과 자치력을 키우는 마을공동체운 동의 본질이다. 9쪽 하단으로 계속

9 특집 공동체 9 돈은 산으로 흐르고 땅으로 스며 사라져야 한다 심 규 한 시골살이 여행학교 길잡이 도시와 자연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지만 21세기 도시화율과 도시의 속성에 대해서 는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왜냐면 도시 자체가 자연과 농촌에 대한 일방적 착 취 관계 위에 새워진 폭력적이고 기계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풍요는 다른 말로 자연과 농촌의 착취 내지 황폐화로 직결된다. 신석기문명 이후 도시는 자연발생적인 시장을 권력으로 장악하며 국가의 심장 역할을 해 왔다. 로마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의 신도시처럼 전형 적인 계획도시를 지중해 연안에 유포하고 세계인으로서의 도시인을 인종을 초 월한 보편인 개념으로 보급하고 주입하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원형을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 차용하여 세계에 보급시켰다.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의 매혹과 무력이 토착 지역의 자율과 다양성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도시들이 지중해 연안에만 출현했던 것은 아니다. 인도와 중국 에도 세계 문명이 탄생한 곳은 마찬가지이다. 주변 자연을 착취하며 도시가 곳 곳에서 등장하였다. 차축시대에 노자와 예수, 그리고 석가는 이런 도시와 국가 의 출현 속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은 질문하고 해답을 찾았다. 그때까지 억 눌렸던 자연의 소리, 양심의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과연 우리는 누구이고, 어 디로 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일종의 향수병처 럼 인간 스스로가 자연을 떠나 자기를 상실하는 소외를 경험하게 되면서부터 이다. 그러자 수많은 예언자와 성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소 박한 삶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고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 회복이야말로 인류 가 자유롭게 살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배타적 독점은 인간이 인간을 구속 하고 소외시키는 근본관념이었다. 독점 대신 그들은 절제와 검소, 나아가 무소 유와 대가 없는 사랑을 얘기했다. 자유란 곧 이런 독점에 의한 구속과 관계를 끊고 자연과의 조화를 회복하고 존재론적 균형 위에 살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그럴 때 공자의 종심소욕불유구( 從 心 所 欲 不 踰 矩 ) 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세상 모 든 것이 하나임을 깨달을 때 우린 고립된 개인의 생존 투쟁에 매몰되는 것이 아 니라, 전체성 속에 사랑과 자유를 누리며 온전히 살아 갈 수 있다. 독점에서 공유로 그렇다면 독점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가? 혁명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산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지상 그 어떤 곳도 송곳하나 꽂을 곳 없이 독점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가? 무릉도원도 양산박 도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자본의 성격에 기인한다. 단순한 화폐와 자본은 다 르다. 화폐의 원래 기능이 교환수단이라고 하지만 알다시피 화폐는 탄생하자 마자 교환수단이자 축적의 수단이었다. 문제는 축적된 화폐가 곧 독점력에 의 해 점점 더 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는 데 있다. 봉건사회도 그랬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이렇게 축적된 자본의 힘은 무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에 의해 계급이 저절로 나뉘고 점차 세습화된다. 자본에 의한 계급의 탄 생과 제도화는 한 개인의 의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생리에 따라 발 현되는 것이다. 돈이 넘칠수록 계급의 지배와 구속은 더욱 공고해지고 계급사 회는 강화되고, 결국 지배자의 자유만 남게 된다. 남은 것은 완벽한 구속이다. 돈은 언제나 교환수단이라고 변명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그것은 철저히 독 점과 지배의 수단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본을 어떻게 거부 하고 벗어나야 할까? 독점은 지배력은 있지만, 그 어떤 도덕적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 요즘 열심히 일해서 돈 벌었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투기성 자본 을 열심히 굴려 돈을 번다. 그렇다면 과도적 단계로서 독점 을 공유 로 돌리며 무소유 의 근거를 마련 해가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늘과 햇살이 모든 이의 것이듯, 물과 산과 들 또한 모든 이의 것이다. 하지만 둘러보라. 여기저기 박힌 말뚝과 유자 철망, 담장과 경고판을 볼 것이다. 필요한 이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사용 할 수 없다. 집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 아무리 헐벗고 굶주려도, 산도 들도 빈집 도 다 이용할 수 없다. 불법이다. 인간이 자연인으로 태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자연권을 갖고 있다면 그러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공재가 필요하다. 평등과 공공재는 자유로운 삶의 전제조건 이다. 하지만 자본에 의해 공공재가 모두 독점으로 변해 버렸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소유의 허영을 뒤집어 쓴 독점을 거부하고, 공유의 영역을 확장 하며 무소유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서 나는 투자와 저축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 을 도시에서 산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리고 땅에 스며 사라지게 해야 한다. 내 셔널트러스트 운동의 방식을 우선 떠올리면 편하다. 독점의 본질을 간파한 이 들은 도시에 모인 돈을 가지고 산으로 가 그것을 파묻어야 한다. 땅을 사지만 투기하기 위한 매매가 아니다. 매매가 불가능한 땅을 사는 것이다. 사적 소유 지가 아닌 공유지로 돌리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도시를 버리 고 산으로 향하여 자연의 본질과 만나고 직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자급자족 능력이 없다면 곧 독점에 10쪽으로 계속 8쪽에서 이어짐 마을공동체운동은 살림과 모심, 소통과 영성의 개벽 상생의 공동체가 미래적 지향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 역동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실사구시( 實 事 求 是 )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실제 적 방법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 와 같이 정보의 독점과 소통의 부재로 막연한 공포가 확산될 때 메르스맵과 같 은 집단지성을 적용한 정보의 공유와 여론 형성을 통해 당국의 태도를 변화시 키고, 공공보육 및 교육기관이 휴업하며 대책 없이 책임을 개인들에게 떠넘길 때 커뮤니티 공간에서의 동네돌봄과 같은 작은 대안들을 만들어 나가며, 중앙 정부의 무능으로 대책 없이 위기가 확산되고 있을 때 그를 보완할 수 있는 지방 정부의 권능 확대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등 발전적인 대안들을 시도 하고 현실화시켜 나가는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사이좋은 이웃끼리 믿고 사는 마을, 그것이 우리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 는 바탕이다. 사익이 무시되거나 배제되지 않지만 공공성이 점차 높아지는 사 회, 사회적 유대와 끈끈한 정으로 엮어져 있지만 밖으로도 편견 없이 열려 있는 공동체로 발전하길 원한다. 돈과 물질 위주로 욕망하는 데로부터 사람과 생명 을 중심으로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문명의 흐름을 전환할 시대적 요청에 직면 해 있다. 점점 빈도와 심도를 더해 가는 재난과 이변 또한 우리에게 이러한 시 대적 요청을 깨닫게 해 줄 기회인 동시에 감추어진 위기임을 깨달을 수 있는 지 혜가 필요하다. 때문에 소통과 영성의 정치, 돌봄과 상생의 경제, 모심과 살림 의 문화, 생명과 평화의 사회를 추구하는 <개벽>의 제안은 오늘 우리에게 진실 한 울림을 주고 있다. 박홍순 님은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상임), 주민자치전국협의회 공동대표,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사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자원봉사관리협 회 부회장,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10 10 특집 공동체 Penguin colony by Brian 의해 종속되기 때문이다. 자유는 자기 생계력에 의해 지탱된다. 아리스토텔레 스가 정치학 에서 시민의 조건으로 경제적 자급자족을 든 것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생계의 위협이 없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로 시 민의 자유란 자급자족 위에 마련되는 것이었다. 즉 공유지는 자급자족을 위한 최소의 공공재가 될 것이다. 물론 공유지도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공유지란 인 간에 의해 이용되는 자연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유지도 완전히 자유로운 자연과 무소유 개념과 함께 사유되어야 한다. 만인은 그가 서 있는 곳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누구든 땅이 필요하면 농 사를 짓고 집이 필요하면 살 곳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배타적 독점에 의해 방 해받는다면 우리는 독점의 영역을 축소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혁 명적인 방법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타의에 의한 공유화보다 먼저 각성한 이 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점차 독점의 나라를 공유의 나라로 변화시켜 가면서, 공유와 무소유의 자율 공간을 확대해 가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돈이 넘친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처럼 오직 독점에만 골몰할 때 돈은 더욱 타락한 사회를 만들 뿐이다. 이제는 돈이 나온 원래 그곳으로 돌 아가게 해야 한다.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돈은 산으로 흐르고 땅으로 스며 사 라져야 한다. 독점의 영역을 공공의 영역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해 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토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과 사랑방 운동이다. 토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내셔널트러스트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공공의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 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과 기부로 구매해 보존하는 운동이다. 내 가 살던 내성천변에서는 지율스님의 제안으로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2차에 걸 쳐서 내성천 1평 사기 운동을 해 사과밭과 논을 구입하였다. 그곳에서 지율스 님과 내성천의 친구들 은 4대강 기록관을 세우고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 획을 진행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토지 내셔널트러스트는 자본주의의 초창기 영국에서 시작 된 공유지를 사유지로 전환한 인클로저운동을 거꾸로 돌리는 작업이다. 즉 사 유지를 공유지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그 공유지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 급자족에 의한 공동체를 키워 나가기 위한 토대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자급자 족을 위해 세 없이 1인당 200평 정도를 경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가장 값싼 땅과 오지부터 토지를 매입해 사적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시켜 나가 는 것이다. 그것의 관리는 토지 내셔널트러스트의 토지은행이 맡는다. 물론 토 지은행은 영구보관과 중계 역할만 하지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다. 이런 공유지 는 자연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자유와 존엄을 지키 며 살고 싶은 이들에게 그들의 방식대로 살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자고로 주빌리(jubilee:특정 기념주기를 일컫는 말, 일정한 기간마다 죄를 사하거나 부채를 탕감해 주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되었다.)와 정전법의 고대전통은 토지의 독점에 의 한 빈부 격차와 계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련한 제도였다. 동서양의 역사적 전 통 속에서 주빌리와 정전법의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계승되어 왔지만 기득권의 방해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가가 곧 기득권을 대표했기 때문이다. 비노바바베가 인도 전역을 도보로 횡단하며 부자들에게 빈자들을 마지막 자식으로 여기고 그들을 위한 토지 헌납을 호소했던 부단운동 도 같은 맥락의 운동이다. 하지만 부단운동은 명확한 관리주체와 원칙의 부재로 헌납 받은 토 지를 영원히 공유지로 묶어 두지 못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가 고 말았다. 비노바바베는 부자들 안에도 있는 선한 의지를 자극하여 자발적 동 참을 유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땅의 문제야말로 새로운 문명의 열 쇠가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자본의 부정적 기능을 축소하기 위해, 유산 상속과 재산 및 임금의 한계에 대해 공감대를 마련해 가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기득권의 포기 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그 렇기 때문에 우선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가진 돈과 땅을 기부해 우리 자신과 후 대를 위해 공유지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도시를 떠나 살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귀농을 미루어야 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고 비굴해지지 않고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공유지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공유지에 기반해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개인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도 크게 신장될 것이다. 자기만족과 행복감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랑방운동 사랑방운동은 우선 기독교, 불교 등의 종교를 거점으로부터 시작해 지역의 공공단체와 개인으로 확대할 수 있다. 교회와 절의 공간 중 십일조에 해당하는 1/10은 만인에게 무료로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방이다. 사랑방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사랑과 환대의 공간이다. 옛날 좀 산다는 전통 가 옥에는 사랑방이 있었다. 원래는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이 머무는 방이었는데, 조선 후기 남성 가장의 생활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남성의 사회적 교류 공간이 자 접대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나는 사랑방의 의미를 좀 더 확대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개방적 나눔 의 장소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마을마다 사랑방을 만들어 가난하고 외 로운 나그네를 위한 환대의 공간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순례자 들의 숙소요, 젊은이들의 무전여행 숙소요, 가난한 이들의 집이며 도움이 필요 한 이들의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은 사실 많은 종교들 안에 이미 존재했지만 지금은 희미해졌다. 하지만 빈자야말로 십일조의 주인임을 잊지 말자. 그것이 십일조의 목적지 다. 오직 십일조를 걷고 내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관습이다. 십 일조의 마련은 약자와 빈자를 향한 나눔이며 사랑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교회 를 짓거나 포교하는 일은 십일조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별도의 헌금으로 충당 하고 십일조는 약자와 빈자들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공적 용도로 쓰여야 한다. 생각해 보라. 각 마을마다 교회와 절이 있다. 그곳에 공간의 1/10에 해당하 는 방 하나가 늘 마련되어 있고, 누구나 환대하고 또 환대받는다면 천국이 이미 여기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아이들은 물론 돈이 없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돌아 다니며 배우거나 구제받을 수 있다. 토지 내셔널트러스트에 의해 마련된 공유지와 공동체가 자급자족과 자유 의 거점이 된다면, 마을마다 존재하는 사랑방은 거미줄처럼 서로를 잇는 네트 워크 구실을 할 수 있다. 독점의 게임 대신 나눔의 게임을 시작할 때다.

11 문화광장 11 설탕과 홍차, 커피하우스에서 만나다 김 동 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홍차에 설탕을 타서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때가 있었다. 그것도 커 피하우스에서 말이다. 커피하우스에서는 한량들이 모여서 설탕을 탄 홍차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소일하였다. 홍차 마시는 곳이 왜 커피하 우스일까? 홍차에 왜 설탕을 넣어 마시나? 커피하우스는 요즈음 거리에 넘쳐나 는 그런 커피숍인가? 그게 미디어와는 무슨 상관인가? 구석기시대 인류는 벌꿀과 과일에서 당을 섭취했다. 고대국가 시대에는 사 탕수수에서 설탕을 제조해 먹기 시작했다. 인도가 가장 앞섰다. 아마 술과 고 기를 멀리하기 때문에 요리에 각별히 공을 들인 까닭이었을 것이다. 사탕수수 와 정제기술은 6세기에 아랍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마호메트 이후 아랍제국을 통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전파된다. 그리고 십자군전쟁을 통해 유럽에 널리 전파되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열대와 아열대 식물인 사탕수수의 재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설탕은 매우 귀한 물품이었다. 따라서 극히 제한적인 특권층 귀족들만 이 설탕을 먹을 수 있었다. 대서양시대의 대항해 붐은 설탕의 역사에도 일대 전 환점이 된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바톤을 이어받은 영국은 카리브해의 바 베이도스를 식민지로 장악하여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경 영하였고, 그 결과 17세기에는 설탕이 대중화되었다. 로이드 커피하우스 (Lloyd s Coffee House, 1798, George Woodward at Calke Abbey) 설탕은 중국에서 수입한 홍차와 더불어 커피하우스의 메인 메뉴가 되었으 며, 커피하우스는 젠트리와 부르주아 지식인들이 모여 담소하고 신문을 읽는 공론장이 되었다. 1650년 대학도시인 옥스퍼드에서 처음 등장한 커피하우스는 전국적으로 급격히 늘어나 1700년경에는 런던에만 2천 개에 달했다. 나중에 홍 차가 메인 메뉴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커피를 팔았기 때문에 홍차를 주로 취급 하면서도 계속 커피하우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홍차에 설탕을 넣어 마시게 된 이유는 비싸고 귀한 존재였던 이 둘을 한꺼번에 취함으로써 부와 신분을 과시 하기 위한 것이었다. 커피하우스는 부르주아 공론장의 효시였으며 근대문화의 산실이었다. 하 버마스가 설명했듯이 커피하우스는 신분을 따지지 않고 모여서 자유롭게 토 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명실상부한 공론장( 公 論 場, Public Sphere)이었다. 여론 형 성의 산실이었던 셈이다. 커피하우스는 근대신문의 정보원이었고, 경제적으 로 여유가 있는 지식인들은 신문을 읽으며 근대의 정신을 성숙시킬 수 있었다. 이즈음 등장한 신문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뉴스를 취재하였고, 신문이 나오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읽으며 내용을 공유하였다. 커피하우스는 근대적인 조직들의 산실이기도 했다. 뉴턴이 회장을 역임했 던 왕립협회, 증권회사, 은행, 보험회사 등이 모두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했다. 왕립협회의 창시자인 보일을 비롯하여 과학자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면서 과학혁명의 기반을 다졌고, 주가를 비롯한 경제정보도 커피하우스 로 흘러들었던 것이다. 특히 로이드가 운영한 커피하우스는 무역업자와 상인들에게 항해와 가격 등 무역정보를 제공하다가 아예 1696년에는 <로이드 리스트>라는 신문을 만들 어 일간지로 발전시켰다. 영국 굴지의 보험회사인 런던로이즈는 여기에서 출 발하였다. 커피하우스는 문예공론장의 역할도 했는데, <로빈슨 크루소>와 <걸 리버 여행기>의 출판과 더불어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커 피하우스는 영국 의회정치의 양대 축을 이루는 토리당과 휘그당의 산실이기도 했다. 1969년 창간된 일간지, 로이드리스트 무엇보다도 커피하우스에서 설탕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홍 차 수입이 증가하는 것과 맞물려 설탕의 수요도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영국의 무역업자들은 큰 이익을 남겨주는 설탕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하여 카리브해의 섬에서 대규모의 집단농장(플랜테이션)을 조성해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데 심혈 을 기울였다. 설탕의 확보에는 카리브 지역에 노예로 팔려간 아프리카 사람들 의 아픈 역사가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설탕 무역은 큰돈을 벌어 주기 때문에 유럽인들은 카리브해의 섬들에 대규 모 농장인 플랜테이션을 만들어 사탕수수를 재배했고, 고된 노동을 담당할 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수입했다. 유럽은 아프리카에 총 과 면직물, 유리구슬 등을 팔아 노예를 사들이고, 흑인노예들은 카리브 지역에 팔아 설탕과 면화, 담배 등을 구입해 유럽에 가져가 큰 이익을 남기는 3각 무역 이 성행한 것이다. 이 시기에 카리브해와 브라질, 미국 등으로 끌려간 흑인노예는 1천만 명을 넘는다. 이 흑인노예의 후손들은 학살과 전염병으로 멸종하다시피 한 원주민 들을 대신하여 카리브지역 인구를 대체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인구비율도 바꿔놓았다. 오늘날 서구의 번영은 아프리카의 희생을 자양분으로 삼은 것이며, 반대로 아프리카는 그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다. 커피하우스도 그 희생의 산물이다. 설탕 넣은 홍차를 마시며 격변하는 시대 의 쟁점을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던 커피하우스는 근대 언론의 태동을 준비 했다. 이른바 공론장의 등장이다. 중세시대에는 상의하달( 上 意 下 達 )만 있을 뿐 자유로운 공론장이란 게 없었다. 커피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은 제약 없이 자유 롭게 발언하고 토론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전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커피하우스에서 잉태한 신문은 19세기 산업사회에서 독점자본의 수중에 들어간 이후 공론장을 접수하여 폐기해 버린다. 광고 수입 을 위해 정치적 중립과 객관보도를 표방하면서 공론장 기능을 대행하는 듯 했 지만 실제로는 독점적으로 여론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기능을 함으로써 공론 장이 상실되어버린 것이다. 커피하우스는 클럽으로 전환하여 사라지고, 홍차 에 설탕을 넣어 마시던 습속도 사라졌다. 그리고 커피하우스가 잉태시킨 신문 도 그 찬란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 글은 <공무원U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12 12 따뜻한 인터뷰 아이살림 생명살림 유아교육자, 임재택 명예교수 한울님 생명사상을 담은 토종 자연산 유아교육을 해야죠! 임 소 현 본지 편집장 [편집실 주] 생명모성, 생명출산에 이어 이번엔 생명 유아교육이다. 부산대학교에서 오 랫동안 토종 전통방식 유아교육을 고집해 오다 작년 퇴임하신 임재택 명예교수를 모시 고, 생명 유아교육에 관한 말씀을 들었다. 임재택 명예교수는 1995년 부산대에 대학 최 초 어린이집을 직접 설립 운영하였고, 현재는 사단법인 생태유아공동체 대표, 한국생태 유아교육학회 회장, 사단법인 부모애숲 이사장을 맡아 생태유아지도사와 유아숲지도사 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좋은부모자격증반 강좌를 통해 아이살림 생명살림을 실천하는 좋은 부모 만들기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이를 한울님처럼 대하라. 고 하신 해월 선 생의 말씀대로, 아이를 하늘처럼 공경한다면 요즈음 종종 발생하고 있는 어린이 학대와 같은 문제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진정 잘 키우려면 어떠해야 할지 임 교수님께 들어본다. 여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되찾아주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 아이를 한울님으로 모시는 아이살림 생명 살림의 교육이며, 우리 조상들의 5천년 아이 기른 지혜에 바탕을 둔 오래된 미 래의 유아교육이기도 합니다. 편집장: 양계닭과 토종닭의 비유가 재미있네요.^^ 임교수: 저는 원래 서울사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도덕교사를 하였 습니다. 그러다가 한국행동교육연구소에 취직해서 유치원교육 프로그램을 개 발하였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부산대학교 유아교육학과가 신설되면서 그때부 터 쭉 35년간을 재직하다가 작년에 정년퇴임을 했죠.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교 육이론이 무엇인지 압니까? 미국에서 수입된 인간 행동의 계획적 변화 에 관한 이론이 전부인 줄 알고 배웠습니다. 그때 교육이란 결국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 적자본을 육성하는 것이죠. 한 인간을 귀한 생명으로 보지 않고, 자원이나 인력 으로 본 거예요. 그래서 산업사회 구조와 기능에 필요한 사고와 행동을 잘 하 는 사람으로 길러 공급하는 것이 교육인 거죠. 애 키우는 것만 해도 그래요. 옛 날엔 닭이나 돼지, 이런 가축들도 귀한 생명으로 보았는데, 요즘은 돈벌이 대상 이외로는 안 보지요. 생명으로 보지 않고 오로지 돈으로만 보는데, 인간도 마찬 가지예요. 인적 자원이란 이야기는 돈 될 애를 키우자는 거지요. 편집장: 언제부터 그런 각성이 드셨는지요? 임교수: 제가 그런 깨달음을 확실히 얻은 게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부터입니 다. 그때 저는 분명 경고음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는 그런 경고 음을 확실히 낸 것은 아토피의 확산이었습니다. 그전엔 그런 병이 흔하지 않았 어요. 그런데 1988년 올림픽 개최 즈음해서 햄버거니, 콜라니 패스트푸드가 유 행하였고, 그런 좋지 못한 서양식 먹거리가 유행하면서 아토피가 극성을 부리 게 된 거죠. 어느 분이 그러셨어요. 아토피( 兒 土 避 ) 는 아이가 흙을 피해서 걸릴 병 이라고. 반대로 아이가 흙을 만나면 낫는 병인데, 자연으로부터 멀어져서 생 긴 병이고, 한울님-하늘의 뜻을 어겨서 걸린 역천병 이고, 일종의 문명병인 거 죠. 이렇게 생명의 이치를 어기면 어른은 암에 걸리고, 아이는 아토피에 걸리게 됩니다. 아토피는 의외로 쉽게 나을 수 있어요. 임소현 편집장: 안녕하세요? 임교수님! 선생님의 생명살림, 아이살림 교육에 관 해서 찾아보니, 우리 할머니들의 전통육아 교육방식을 존중하고 이어받고 계 시다는 인상이었는데요, 먼저 선생님의 유아교육을 이야기해 주세요. 임재택 교수: 제가 이제까지 해 왔던 유아교육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살리고, 온 생명을 살리는 교육입니다. 생명 유아교육 내지 생태 유아교육은 자 연의 순리와 우리 조상의 지혜에 바탕을 둔 교육입니다. 임신 전후부터 취학 전 까지 태아, 영아, 유아 교육을 모두 포괄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 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되찾아주고, 아이들을 신명나는 아이로 키워 신명나 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 생명 유아교육의 목표입니다. 편집장: 서양식 교육이 대세인 우리 사회 교육 시스템에서 선생님의 교육철학 은 독특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말씀 속에는 해월 선생의 생명 살림과 모심의 정신이 들어 있는 것 같고요. 임교수: 지금의 어린이들은 아파트와 교실 콘크리트 공간에 가두어 키우는 양 계닭 과도 같아요. 좁은 양계장에서 가둬 놓고 키우는 닭이 병들어 있듯이, 우 리 아이들도 몸과 마음과 영혼이 병들어 있어요. 아이들이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예요. 그래서 저는 비유적으로 아이들을 병든 양계닭 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토종닭 처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숲이나 산에서 맘껏 뛰놀게 하 편집장: 아토피가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요? 임교수: 생명의 이치대로 살면 병은 없습니다. 야생의 동물들에게 병 같은 건 없 어요. 그런데 이들을 사육하면 병이 생깁니다. 아토피가 왜 왔냐? 양계장 닭처 럼 아이들을 양아장( 養 兒 場 ) 에 가둬 놓고 키워서 그런 병이 생긴 거예요. 거기 다 안 좋은 음식에 안 좋은 환경에서 정규 수업하고 특별활동 공부한다고 하루 종일 갇혀 지내니까 몸과 마음이 썩는 거예요. 요즘 보세요. 땅의 물, 흙, 숲이 다 썩었고, 하늘의 공기가 다 썩으니까 사람의 몸이라고 남아나겠어요? 같이 썩기 마련이고, 그게 아이에겐 아토피, 어른에겐 암으로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이렇게 서양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가둬 놓고 키우면 안 되겠다, 각 성하고 부산대에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간 부산대 어린이집 원장을 하면서 자연산 유아교육을 실천하게 된 거죠. 동학에서 말하는 한울님 생명사 상, 우리민족 고유사상에서 말하는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생명사상을 접하다 보니, 아이가 얼마나 귀한 생명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명사상 에 바탕을 둔 최초의 자연산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자 연에서, 땅에서, 숲에서 맘껏 뛰어놀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거죠. 우리는 옛 날에 온 동네는 물론이고, 들로 산으로 숲으로, 강으로 뛰어다니고 놀면서 자랐 어요. 그렇게 하니 생명력,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왕성해졌고, 사람들과 더불 어, 다른 천지만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도 기른 것이에요.

13 따뜻한 인터뷰 13 와 조상의 지혜에 기초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책도 40권이나 썼어요. 또 아이 들을 자연산으로 키우려고 하니 자연산 먹거리를 먹여야 되겠다는 결론에 이 르렀지요. 그래서 2년여 준비 끝에 2002년 3월 유치원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먹입시다.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살리고 우리 농촌 을 살립시다. 라는 구호를 내걸고 생태유아공동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도 그것이 대한민국 친환경 학교급식의 원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렇게 아이들을 자연산으로 잘 교육시키던 어느 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들이 병들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장차 유아 교사가 될 학생들을 1학년 때부터 생명 살림의 관점에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부산대 어린이집 아이들과 숲놀이에 나선 임재택 교수 편집장: 선생님은 어렸을 때 어떻게 자라셨어요? 임교수: 지리산 두메산골 산청이 제 고향이에요. 700미터 고지에 살았는데, 한 6 킬로미터는 걸어야 큰길이 나올 정도로 오지 산골마을이었죠. 그래서 저는 자 연과 더불어 실컷 놀면서 컸습니다. 천지만물과 더불어 나 스스로 커 나간 셈이 죠. 봄여름 가을 겨울 자연만물은 만 가지 현상으로 모습을 바꿉니다. 그 갖가 지 모습들을 체험하며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생명공동체에서 자라났고, 어 진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이웃 어른들, 동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사람 공동체에서 살았습니다. 지금처럼 경쟁해서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고 하면, 어 른들은 단박에 못된 놈 이라고 벼락을 치실 거예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못 하게 했고, 물을 함부로 넘치게 쓰면 안 된다고 배웠어요. 그런 공동체에서 저 는 배우고 자랐어요. 편집장: 유아교육과에 들어온 학생들을 생명살림 교육을 가르치셨다고요? 임교수: 요즘 학생들 모두 피자, 햄버거, 치킨 따위의 패스트푸드를 달고 살아 요. 그러니 얼굴을 보면 맛(?)이 갔어요. 재수 삼수 한 학생들을 보면 더 심각하 고요.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온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수 업에 들어온 학생들은 모두 그런 먹거리는 금합니다. 패스트푸드는 모두 금지 하고 단군시대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건강법, 장두석 선생의 자연건강법 을 실천하게 합니다. 그렇게 4,5년을 했더니 대박이었어요. 유아교육과뿐 아니 라 교양과정으로 부산대학교 전학생을 대상으로 잘먹고 잘사는법 이란 교양과 목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장: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수업을 하셨나요? 임교수: 저는 일단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구운 소금을 나눠 줍니다. 그리고 화학 성분 범벅의 치약 대신 그 소금으로 양치질을 하게 합니다. 먹을 수 없는 성분 의 샴푸, 린스, 화장품 따위들을 쓰지 못하게 합니다. 하루에 2.5리터 이상 물을 먹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소변을 누면 물 같은 색깔이 나옵니다. 면역력을 키 워 병원엔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화학성분의 각종 약들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고 독소가 된다는 사실을 가르치지요. 자연에서 건강하게 생산된 좋은 먹거리를 잘 먹고 똥을 잘 누면 병은 걸릴 수가 없어요. 편집장: 그런 경험이 선생님의 생명살림 교육의 바탕이 된 것이군요? 임교수: 네, 그렇습니다. 인간은 몸과 마음과 영혼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어야 합 니다. 그런데 서양 학문의 근간이 되는 근대철학을 만든 데카르트는 지식 중심, 이성 중심을 역설하였고, 근대 학교에선 지식 정보만 배우면 되지요. 하지만 우 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몸으로, 오감으로 많이 느끼고, 만 가지 경험을 하면서 배우고 자라났어요. 또래 친구들과 더불어 살면서 만 가지 일이 벌어지고, 만 가지 일을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지냈죠. 봄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얼마나 많 은 것을 몸으로 느끼며,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겠어요? 저절로 인성교육이나 창의성 교육을 받은 거죠. 이렇게 자연과 친구들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다 보 면 마음속으로 큰 뜻을 품은 사람이 됩니다. 이런 생각과 뜻이 모여 틀이 되면 혼이고 얼이라고 하는 민족의 정신이 되는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 다. 고 하는데, 거기엔 사람의 의지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식 교육은 아 무 생각도 뜻도 없고, 혼도 얼도 정신도 없이 그저 표피적인 정보와 지식만 꿰 어 맞추는 꼴이에요. 우리 인간의 몸, 마음, 영혼에 눈이 있어요. 이게 다 열리면 순수하게 되어 귀신 도 다 보게 돼요.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고, 이 전체를 움직이는 혼이 있는데, 이것을 동학에서 지기( 至 氣 )라고도 하고, 한울님이라고도 하죠. 우리는 이런 것 들을 다 알고 있는 민족이었는데, 서양학이 들어오면서 하늘과 인간을 끊어 놓 았고,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켜 놨습니다. 육안만 남고 심안과 영안이 닫혀 버린 것이죠. 그러니 병이 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편집장: 교수님은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에 대해 정통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 학 계가 거의 서양 학문에 의존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일찍이 우리 고유 사상과 철 학에 입각해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계신 것이 무척 반갑습니다. 부산대 어린이 집을 운영하시면서 선생님의 생각이나 사상도 더욱 발전하셨을 것 같습니다. 임교수: 부산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한때는 대기자가 5천 명이나 되었어요. 아이들이 건강하고 활발하게, 창의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이 서 로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 했던 거죠.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면서 자연의 이치 편집장: 수업 후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나요? 임교수: 그럼요. 강의 첫 주에 수강 학생들에게 인바디검사(인체 4가지 주요성분-체 수분, 단백질, 체지방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근육과 체지방의 균형을 알아보는 검사)를 시킵니 다. 그리고 종강 무렵 다시 인바디검사를 하게 하여 몸의 변화를 살피게 합니 다. 그때 학생들이 깜짝 놀랍니다.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에 다들 놀라서 입 을 다물지 못할 정도입니다. 또 부모님이 소금 양치질 같은 건강법을 실천하는 동영상을 찍어 온라인으로 올리면 가산점을 줍니다. 고혈압, 당뇨와 같이 만성 질환이 있던 부모가 제가 권하는 자연건강법을 실천해서 약을 끊고 좋아진 사 례도 종종 있었습니다.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편집장: 방정환한울어린이집이 개원하기까지 임재택교수님이 큰 역할을 하셨 다고 들었습니다. 임교수: 어린이를 때리지 마라, 어린이를 한울님처럼 대하라. 라고 하고, 어린 이날을 제정했던 방정환 선생님을 사람들이 많이 잊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을 하는 사람들조차 아이들에게 민족의 혼과 얼, 정신을 심어주고자 했던 그분을 잘 몰라요. 그래서 그분의 뜻을 되살리고 기리기 위해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설 립에 적극 나서게 된 거죠. 편집장: 작년 가을에 개원했다고 들었는데 방정환한울어린이집도 숲생태유치 원인가요? 임교수: 네. 그렇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면서, 나무와 벌레와 바람과 친구 가 되는 천사 요정들의 어린이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매일 아침 선 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만나는 첫 모임에서 서로 큰 절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요. 이곳에서는 어린이도 선생님도 모두 한울님으로 맞절하고 서로 공경 합니다. 아토피나 변비, 이런 증상들로 고생하던 어린이가 몰라보게 건강해진 것도 놀라운 일이고요. 작년 4명이었던 원아 수가 입소문을 타고 올해 20명이 넘었다지요? 14쪽 하단으로 계속

14 14 개벽하는사람들 개벽 이 낳은, 개벽 을 낳은 저널리스트 청오를 기리다 민족과 아픔을 같이한 사람,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살려낸 이야기꾼, 목이 달아날지언정 바른 말을 막을 수 없는 강직한 잡지쟁이. 청오 차상찬(1887~1946) 선생은 서세동점이 대세를 이루어 물밀어 오는 조선 근대화 시기, 문명사적 대 격변기에, 총 대신 붓을 통해 민족 문화 운동과 항일 운동을 전개한 분이다. 청 렴 강직한 지사, 우리 역사와 인물을 사랑한 사학자, 민중 계몽의 큰뜻으로 시 종여일한 교육자, 민족의 풍속과 설화와 민담을 전해 온 민속학자, 시사와 세태 를 냉철히 통찰한 언론인이다. 차상찬 선생은 1887년 강원도 춘성군(현 춘천시 송암동)에서 태어났으며 19세 (1905)에 서울로 올라가 보성중학교에 입학하였다. 보성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는 강사로 후진 양성에 힘쓰다 1920년 개벽 의 창간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그 리고 개벽 폐간 때까지 기자, 시인, 편집자, 발행인, 주간으로 개벽과 개벽사를 이끌었다. 개벽을 발행하는 중에도 잡지 부인, 어린이, 신인간, 별건곤, 학생, 혜성 등의 창간과 편집에 참여하였고, 어린이날 제정과 어린이 운동 에도 활발히 나섰다. 해방 직후 복간된 개벽 의 편집 고문을 역임하였다. 평소 왜놈들이 게다짝을 끌고 쫓겨나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 고 했었다는 그의 말 처럼 해방된 지 1년이 채 안 된 1946년 3월 급환으로 생을 마쳤다. 선생은 오로지 안빈( 安 貧 )하는 철학 속에서 살다가 언젠가는 어느 제약회사에 관 계하신다는 말을 듣고 한번 찾아갔더니 약 얘기는커녕 온통 잡지 얘기로 시종( 始 終 )이시다. 얼마 지나 해방 후 매일신보 정리부 자리에서 선생을 보았다. 의자 위 로 올라 앉아서 책상다리를 하고 담배를 힘들여 피우고 계시었다. 아 선생님, 웬 일이십니까? 교정 보죠. 이 이상의 대화를 더 계속할 수가 없었다. 볼일을 보 고 나오려는데 일송( 一 松 )!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돌이켜보니 청오 선생이시 다. 일송, 해방되었는데 잡지 안 하겠소? 그 표정과 음색을 통해서, 이 한 마디 속 에는 해득( 解 得 )하기 어려운 운명조차 교류( 交 流 )된 것 같아서 난 글쎄요! 하고 뛰 쳐 나오듯 나와 버렸다. 이것이 최후의 대면이었던가 (최영수, 곤비( 困 憊 )의 서( 書 ), 1949) 청오 차상찬 선생이 돌아가시기 얼마 전의 이 일화에서 보듯, 그는 평생이 잡지 생각이었던 사람이다. 그를 추모하는 많은 이들이 가장 아쉬워 했던 것은 차상찬 선생이 잡지 개벽 발행의 중심인물이며,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었 지만 그가 남긴 업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생활사 풍속사 등의 미시사( 微 視 史 )에 대한 관심과 지자체를 중 심으로 한 지역 인물 발굴 사업 등이 맞물리며 차상찬 선생에 대한 관심도 높아 지고 있다. 2004년 자랑스런 강원 문화인물 선정, 2010년 은관문화훈장 수여에 이어 지난 5월 29일에는 청오 차상찬 동상 제막 식이 열렸다. 그의 고향인 강원도 춘천 공 지천 조각공원이다. 강원도민일보와 청오 차상찬기념사업회가 중심이 되고 강원도 와 춘천시, 지역 행정기관들과 여러 기업에 서도 후원했다. 그의 위상이 명실공히 강원 도를 대표하는 언론인으로서 자리매김하 는 듯하다. 동상은 조각가 백윤기 씨의 작품으로 2.2m 높이에 지팡이를 짚고 곧게 서 있 는 그의 생전 사진을 토대로 만든 전신상 이다. 차상찬 선생이 만든 잡지 개벽 은 1920년 6월 25일 창간하여 1926년 8월 1 일 통권 72호를 끝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 폐간된 종합월간지이다. 이후 1930년대 속간 4호, 해방 후 복간 9호를 발행 총 85호가 발행되었다. 천도교 청년을 중 심으로 한 <개벽사>에서 만들어졌으 며, 창간호부터 판매 금지를 당하는 등 압수, 삭제, 정간 등 많은 탄압 속 에서도 염상섭, 김동인, 현진건, 나 동향, 김소월, 주요한, 이상화 등 많은 문인들과 작품을 배출했으 며, 이 작품들은 민중의 자주의식과 자유사상, 독립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했다. 한국 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지 개벽신문 과 그 주체인 <개벽하는사람들> 역시 애초 개벽 과 <개벽 사>의 창조적 복원이라는 표어 아래 탄생했다. 개벽신문 창간호 서두에 역 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개벽 의 여러 이상( 理 想 )들이 이 시대 시민( 市 民 ), 인류( 人 類 ), 생명공동체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보아 이를 계 승코자 하였다. 라고 밝혔듯, 우리는 비록 시대와 상황에 발맞추어 그 형태는 변할지라도 개벽 과 개벽 의 정신을 계승하고, 제2의 차상찬을 목표로 한다. 내년 3월 24일, 청오 차상찬 선생의 서거 70주년이 된다. 그가 걸었던 길을 되돌아보다 우리가 그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에 그에 대한 존경 이 더 크게 느껴진다. <글 / 편집실> 13쪽에서 이어짐 편집장: 어린아이를 한울님으로 공경하고 자연의 모든 존재 들을 섬기고 모시는 그 한울 마음이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의 정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어린이집, 유치원이 많아져야 다시는 어린이 학대 문제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진실로 이 나라를 올바르게 짊어질 꿈 나무가 자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교수: 동학에서 말하는 한울사람 키워서 한울세상 만드는 것이나, 홍익인간 키워서 이화세계 만들려는 단군사상이나, 신명나는 아이 키워 신명나는 세상 만들겠다는 우리 고유 풍류도의 사상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아이들을 신 명나게 잘 키워서 한울사람을 만드는 것이 생명살림 육아의 목표입니다. 그러 기 위해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교사도 그런 신명나는 한울사람이 돼야 하고, 그리하여 온 세상이 모두 생명살림, 생명모심의 세상이 돼야지만 가능하 겠구나, 라는 게 저의 최종 결론입니다. 편집장: 선생님이 계속 아이에서 교사로, 부모로 교육을 확대해 가시는 이유가 그래서군요? 임교수: 제가 정년퇴임하니까 같은 시기 은퇴한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해요. 그 런데 저는 날이 가면 갈수록 더 바빠져요. 제 수첩을 보면 주말에도 스케줄이 빼곡히 들어찼어요. 이러다가 일에 치여 제가 쓰러질 판이에요. 앞으로는 오프 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하는 교육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또 저 대신 생명살 림 생명육아 생태교육을 할 강사들을 길러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알기 쉬운 교재들도 개발해야 할 것 같고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편집장: 선생님이 이루시고자 하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져서 한울세상, 이화세 계, 신명나는 세상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임교수: 아이살림 생명살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노력해 갑시 다.^^

15 개벽필법 15 여성들이 평화운동에 나서야한다! - 국제여성평화걷기 국제여성평화대회 참가기 고 은 광 순 한의사 여성동학다큐소설 작가 매춘부가 돈을 못 벌게 되니 미군철수를 반대한다던 포주들 대학생 때의 일이니 거의 40년 전의 일이다. 미군철수가 이슈가 되었을 때 동두천 의정부쪽 사람들의 미군철수 반대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미군이 철수 하면 미군에게 몸을 파는 매춘여성들 수입이 없어지니 안 된다. 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평화나 정의가 아니라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사반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순진한 나에게 분명히 알려준 최초의 사건이었다. 저들의 속셈은 을 반복하던 해설가, 알고 보니 중앙정보부 요원 그 후 십여 년이 지난 1990년대 초, 꼬마들을 놀이터에 내 보내고 TV를 켜 놓은 채 걸레질을 하고 있던 나는 TV 앞에 다가앉을 수밖에 없었다. 해설자의 소리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TV는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남북고위급회 담을 마치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는 것을 중계하고 있었다. 도로변에는 시민들 이 태극기를 흔들며 그들을 환송하고 있었다. 가슴 벅찬 광경이다. 그런데 남 북문제 전문가라며 해설자로 나온 사람은 저들의 속셈은 이라는 발언을 평균 10초 만에 한 번씩 반복하면서 모처럼 만의 남북관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이.동.복. (나중에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그는 1973년부터 1978년까지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했고 1979년 박정희 사후에는 삼성그룹 에서 7년을 근무했다. 그리고 다시 노태우 임기(1988~1993) 때 안기부장특보로 일했으니 남북문제 전문가라며 TV에 해설자로 나왔을 때가 바로 그때였다.) TV 해설자로 나와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던 그는 1992년 9월 북에서 열린 8차 남북고위급회담에 남쪽 대표단 대변인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대 통령훈령조작사건을 벌였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임기말이었는데 남북 이산 가족고향방문단 사업의 정례화 등 대단히 적극적인 남북소통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대표단의 대변인인 이동복은 원본을 파기하고 서류를 조작하면서까지 자신의 목표대로 남북관계를 냉각시켰던 것이다. 감사원은 그의 조작사실을 입증해냈고 그는 1993년 11월 해임되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 냈던 한완상은 강경 수구 세력이 자기 목적을 위해 얼마나 대담하게 불법과 편 법을 자유로이 활용하는지 놀랐다는 회고 글을 신문에 쓴 바 있다. 이동복의 대 통령 훈령조작사건은 남북긴장관계 조성을 통해 다음 대선에 보수정권을 탄생 시키려는 의도로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운 좋게 감옥행을 피한 이동복은 2005년,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부라 매도하 며 국가보안법수호대회,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발기인대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민족통일 원칙을 밝힌 6 15공동선언문 폐기를 주장하고 김정일 방한 무산, 북미 수교 무산의 공을 자랑했다. 그와 함께한 동료들은 부동산투 기, 호화별장구입, 부정축재, 군납비리, 비자금 조성, 뇌물방조 등으로 유죄판 결을 받거나 자리에서 쫓겨난 김재순, 정내혁, 이상훈, 이종구, 이양호, 안무혁, 금진호등 유신정권이나 5공 6공의 고위급 인물들이었다. 분단 마피아들을 경계하자 2015년 5월 24일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 리마 보위 등 여성 30여 명이 북에서 판문점을 통 과해 남쪽으로 내려오려는 국제여성평화걷기(Women Cross DMZ)행사가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 역사상 여성들이 주도하는 최고의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 무렵 지인이 그 행사를 방해하는 기사라며 메일을 보내주었다. 기사를 쓴 사람 은 이동복. 그의 주장은 WCD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재미동포들 중에 친북좌 익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행사를 불허하고 그자들의 입국을 금지시켜 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지인이 자기에게 메일로 전해주었다는 내 용은 미국에서 종북 성향의 누가 누구와 친하고, 누가 누구에게 후원금을 주었 고, 누가 어떤 행사에 참여했으며,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따위였다. 좌우 구 WCD 행사 당시 파주통일동산에 모인 동학언니들. 왼쪽 네 번째(흰 모자)가 필자. 분 없이 친교가 가능한 미국 교포사회에서 대체 어떤 미국인이 특정 한국인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 무슨 발언을 하는지 그다지도 소상히 꿰고 있다는 말 인가? 미국의 정보기관 자료가 아닐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혹은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자들을 후원하고 있는 미국의 어떤 기관 소속일까? 최근에는 다른 보수매체(군대에서 전역한 여성이 대표)에서 이동복의 기사를 거 의 복사하다시피 비슷한 주장을 했고 그 내용을 다시 조선일보가 기사화하기 도 했다(항의가 빗발치자 기사는 사라졌다). 그들은 김기종이 미국대사를 피격한 자 리에 참석했던 다수를 테러 배후 세력이라고 고발하기도 했다. 그들의 행동에 는 한완상 전 장관의 말대로 남북의 분단을 고착화하기 위해 상대의 강경책을 자극함으로써 남쪽의 강경 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묻어 있다. 분단 마피아 들이다. 분단으로 이익을 보는 자들. 수입 감소를 걱정해서 미군철수를 반대하는 포주들과 그들의 본질은 똑같다. 이제 깨인 여성들이 나서서 평화운동을 할 때 지난 5월 25일 국제여성평화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선 기지촌 여성 김숙자씨 는 미군을 상대했던 매춘여성들이 현재 대단히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증언했 다. 늙고 병든 그녀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만 주한미군기지 확장으로 쪽 방의 월세조차 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미군은 늙어 가는 그녀들을 책임지지 않는다. 분단 70년. 분단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이 너무 크다. 해결의 기미는 어디에 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방국이라면 우리 민족의 상처가 치유되도록, 같은 민족 이 서로에게 겨누던 총부리를 걷어내게 도와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그 반대로 행동해 왔다. 미국이 통일의 디딤돌이 되었다면 70년간 이토록 골이 깊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무기회사는 이익금의 상당액(10%)을 한국에서 취하고 있 다. 한국 정부는 매년 평균 800억 원을, 쓰지도 못하는 무기, 써서는 안 될 무기 구입에 퍼붓는다. 최근 미국은 평화헌법을 팽개친 일본을 부추겨 군사동맹을 맺었다. 이후 일본은 미국에서 한 달 사이에 5조 원어치 무기를 구입하기로 계 약했다. 자국의 무기를 사면 원조도 해 준단다. 신무기로 120년 전 동학군 대량 살육한 이래 1945년까지 아시아에서 2천만 명을 죽였던 그들이다. 아이들 급식비 확보로 정부와 싸워야 하는 앵그리 맘. 언제라도 우리 아들 이 전쟁터로 끌려가 같은 민족과 싸우다 희생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에 떠 는 어머니들. 이제는 여성, 어머니들이 평화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 내 게 1인 시위 항목이 추가되었다. 여성들, 어머니들의 평화운동과 미군철수 운 동은 아마도 국내외의 분단 마피아, 무기 마피아들이 가장 두려워할 위력적인 시위가 되지 않을까? 여성 독자 여러분들의 동참을 바란다. 양쪽 군사 모두 어머니 자식! 무기 없는 세상, 어머니 손으로! 분단으로 이 익을 보는 모든 활동에 반대합니다!

16 16 스펙 없이 산다 청춘상담가, 좀 놀아본 언니 장재열 취재 정리 / 이 나 미 방송통신대 전임연구원 본지 편집위원 나는 사실 답을 알고 있다. 내가 매력이 없어 그가 떠났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그 외의 다른 이유를 죽어라고 찾는다. 내가 너무 쎈 여자라 버거웠을 거 야. 우리 미래가 보이지 않았을 거야. 심지어는, 날 위해 떠났을 거야, 라고 하 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기어이 찾아낸다(남자들은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도대체, 누가 나에게 제발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가 왜 나를 떠났는 지를. 그리고 그 이유가, 나란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아도 됨을. 어떤 언니는 그럴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운동해서 살을 빼고 자신을 가꾸라고. 또 어떤 언니는 이럴 것이다. 아파하지 말라고. 그래서 청춘이라고. 그런데 이 언니는 독설 대신, 또한 위로 대신, 질문 을 한다. 지금 네가 왜 그 런 것 같니? 너의 문제는 무엇인 것 같니? 이 언니는 알고 있다. 실은 내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단지 그것을 끄집어내기 두려워한다는 것을. 그러나 결국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접하고 나서는, 진짜 문제를 본격적으로 내가 대면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좀 놀아본 언니 장재열의 상담 방식이다. 좀 놀아본 언니 장재열 앗! 이름 보니 남성 같다. 맞다. 그는 남성이다. 좀 놀아본 언니 는 그의 페 르소나(외적 인격) 라고 한다. 그를 만났을 때 그에게서 센 언니 의 포스가 느껴졌 다. 마치 자기관리 잘 하는 커리어우먼 같은 느낌? 이런 여자들, 좀 무섭다. 그 런데 그가 왜 굳이 자신을 센 언니 로 컨셉을 잡았는지 이해가 갔다. 그것이 그 와 참 잘 어울렸다. 그는 실제로 주변사람들에게 오빠보다는 언니 역할을 주로 했다고 한다. 미대를 나왔고 패션 일도 했기 때문에 주변에 늘 여자들이 많았다 고 했다. 자신은 그들과 잘 어울렸고 호칭만 오빠 였지 실제 역할은 언니 였다 고 했다. 난 사실 이 말이 아주 잘 이해가 된다. 나에게도 시스터후드(브라더후드 와는 쫌 다르다)적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들이 꽤 있다. 섬세하게 또 유쾌하게 모 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양성성을 갖춘 남성들. 사실은 이들이 완벽에 가까운 인간들이다. 모두가 자신보다 잘난 사람들, 그래서 무수히 상담을 받았다 장재열은 1985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난 늙은이처럼, 부모님은 뭐 하 시는 분이냐고 물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한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계급 과 환경 이 엄청 중요하다. 아버지는 자동차 디자인하는 분이고 어머니는 주부 라고 한다. 아버지 직업이 너무 핫 해서 놀랐다. 아버지를 닮아 미대를 갔나 보 다고 했더니 본인은 어머니를 더 닮았다고 했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집에는 항 상 어머니 친구분들이 놀러오셨는데 그분들이 이런저런 고민을 말하면 어머니 는 상담 역할을 주로 하셨다고 한다. 그는 그런 어머니를 닮은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 약 2만3천명을 상담했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숫자다. 전문 적인 상담공부를 했는가 물었더니 그런 적은 없고 실은 본인이 상담을 많이 받 았다고 했다. 자신은 어릴 적부터 경쟁심과 열등감이 강했다고 한다. 왜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닐까, 왜 난 1등이 아닐까 등. 늘 최고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래서 삼수를 해서 기어이 서울대를 갔다고 했다. 서울대 가면 행복해질 줄 알았 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입학해 보니 모두 자신보다 더 잘났더라는 것이다. 그 래서 다음에는 삼성에 입사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40개가 넘 는 기업에서 서류 탈락을 하면서 삼성에 결국 들어갔다. 그런데도 계속 불행했 다고 한다. 마침 들어간 부서가 인사팀이었는데 자신의 일이 누군가를 채용하 는 것이기보다는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세요. 여러분은 할 수 있어요. 란 말을 하는 것이 싫었다 고 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국 퇴사했고 또 다시 심리상담을 받았다 고 했다. 그런데 어느날 심리상담사가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채용담당자가 아닌, 그저 언니오빠로서 그 친구들에게 솔직히 해주고픈 말은 뭐죠? 그러자 그는 그들이 저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자 심 리상담사가 그럼 지금, 당신부터 그렇게 살지 않는 게 어떨까요? 라고 말했다 고 한다. 그것이 바로 그가 인터넷 청춘상담가 좀 놀아본 언니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3년 전의 자신처럼 불안에 떨면서도 무작정 달리는 그 청춘 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함께 삶을 고민해주는 언니 하나쯤 있다면, 그 친 구들의 삶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동네언니로 이야기하듯 상담을 한다 주로 어떤 고민들을 상담해 오는가 물었다.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10대 소녀들은 주로 교우관계를 고민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세 명이 같이 친 했는데 어느 날 둘이 친해지고 자기를 왕따시키기 시작했다거나, 또는 자기랑 친했던 아이가 어느 날 다른 아이들과 더 친해지면서 자기 흉을 보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 생각났다. 그 영화를 보면 그저 발랄해 보이는 10대들의 우정 속에 실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잔인한 속얘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한 영화 속 소녀는 결국 자살을 한다. 좀 놀아본 언니는 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있 는 것이다. 10대 상담자 중 남자아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들은 네가 누군데 내 고민을 말해?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 부모들은 꽤나 골치 아프겠다. 20대 여성의 상담 주제는 100퍼센트 연애 라고 한다. 대개 두세 가지 고민을 같이 얘 기하는데 그중 연애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2순위는 취업이라 했다. 20대 남 성은 연애 얘기는 별로 안 하고 대개 진로 상담을 많이 한다고 했다. 20대 여성 은 거의 다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30대는 여성은 결혼 또는 직장 고민, 현재 비정규직인데 이직해야 하는지, 또는 직급은 자신이 더 높은데 아랫사람이 더 오래 있어서 사내에서 영향력이 자신보다 더 큰 경우 등. 30대 남성은 주로 신 입사원인데 진로 문제가 주된 고민이라고 했다. 30대 중 10% 정도는 취업준비 생이라고 했다. 이메일로 이런 고민들을 토로해 올 때 처음에는 자세히 답해주는 식으로 응 했으나 나중에는 이 방식이 사람을 더 의존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깨달아 방법 을 바꿨다고 한다. 한번은, 알고 보니 같은 사람이 여덟 번이나 질문을 했더라 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은 매사를 물어보고 행동했던 것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으로 상담방식을 바꿨다. 예를 들어 질 문자의 자존감이 너무 낮다고 생각되면 본인의 장점 10개와 단점 10개를 써 보 라고 한다고 한다. 그런 경우 대개 장점은 7시간 정도 걸렸는데 단점은 4분 걸 렸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 장점이 어디서 나오는 것 같냐? 고 재질문을 한다. 이런 식으로 소크라테스식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전문상담가로서가 아닌 동네언니로서 대화하는 것이라고 했

17 통일칼럼 17 폭풍처럼 커지는 한미동맹과 촛불 같은 평화통일운동 문 영 희 6 15경기본부 홍보위원 다. 즉 같이 머리 맞대고 이야기하듯이 상담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질문하던 이들이 다른 고민자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상담사 역할을 하게 된다 고 했다. 그렇게 상담 팀 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담 행위가 또 역 으로 다시 자신을 치유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남의 고민에 댓글을 달면서 자신 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남을 치료하는 행위가 바로 자신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는 이미 정신과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 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주는 것이 받는 것 이라는 것 이다. 따라서 서구식 기브앤테이크가 합리적 행위 라고 배워온 우리들은 기브 가 바로 테이크 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대가 바로 나 요, 오심즉여심( 吾 心 卽 汝 心 ) 인 것이다. 장재열의 꿈은 모두가 놀아본 언니 가 되게 하는 것이다. 즉 모두는 그 누군 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확대되어, 놀아본 언니 송파지점, 놀아본 언니 구로지점 등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좀 놀아본 언 니가 공공재 로 여기저기에서 살아 숨 쉬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꼰대들은 도 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아이디어다. 바로 서울시에 전화해 건의해 보고 싶다. 오늘 하루 울지 않고 버텨낸 당신, 그것만으로 칭찬받아 마땅! 그의 본업은 사실 불교청년회 홍보간사이다. 청년 불자가 약 3천 명 정도 라고 한다. 이들과 더불어 템플스테이 기획, 옛 절터, 폐사지 지킴이 일을 한다. 알려지지 않은 터와 유물이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고 했다. 또한 7대 종단 모임 에 참석하면서 천도교인들과도 매우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이런 일들만도 벅 찰 텐데 어떻게 청춘상담까지 같이 할 수 있을까. 그의 하루 일과를 물어봤다. 8시 기상. 8시반 출근. 9시반 업무 시작. 12시 점심식사. 12시반 고민 이메일 체크. 1시 업무 시작. 5시반 네이버포스트 인생 팔만대장경,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낸 너에게 집필. 6시반 퇴근. 7시 저녁식사. 8시 운동. 10시반 귀가. 12시 고민 이메일 답장. 이 답장이 다 끝나야 취침에 들어간다. 삼성맨 못지않은 하 루다. 단 차이는, 그것이 그에게, 또한 다른 이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말한다. 오늘 하루도 울지 않고 버텨낸 당신은, 그것만으로도 칭찬 들어 마땅한 존재입니다. 젊고 푸릇푸릇했던 시절, 힘들고 아팠던 내가 들었더라면 펑펑 울었을, 그런 말이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힘들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이것이 바로 청춘상담가 장재열이 오늘도 이메일 에 답장을 하는 이유다. 만해 한용운 생가 <심우장>에서 열린 캘리테라피 상담 장재열, 좀 놀아본 언니는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前 삼성 제일모직 채용담당자. 現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 표. 국내 1호 청춘칼럼니스트. 좀 놀아본언니의 미심쩍은 상담소, 오늘도 울지않고 살아낸 너 에게 저자 - 상담 카페 : - 상담 포스트 : No=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나 6 15남북 공동선언 을 발표한지 올해로 15년이다. 양측은 이 선언 이후 매년 서울과 평양을 번 갈아 가며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그 기간은 김대중 정부 2년과 노무현 정부 5년을 합 해 고작 7년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찬밥신세기 되고 말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안보동맹세력이 통일운동 세력을 제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안보동맹은 미국이라는 초국적인 강대국과 한국이라는 왜소한 나라가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미안보동맹은 힘이 강한 미국이 작은 나 라 한국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처음부터 조직되었다. 15년 전에도 한미 간에는 안 보동맹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남북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 정적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한의 이 박 두 정부는 너무 미국의 눈치를 볼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문제를 미국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악화된 남북관계를 방관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개선을 추구하려는 신호를 북에 보냈던 것은 사실이 지만 늘 진정성이 의심을 받았다. 거기다 미국의 입장과도 달랐다. 미국은 어느 당이 집권하건 대북정책의 핵심은 핵 폐기 주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약자가 먼저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유사 이래 그렇게 그냥 굴 복한 적대국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해 말 발생한 소니사 해킹사건을 대북강경 파인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소행 으로 단정하며 대북 제재강도를 한층 더 높였다. 이런 정세 속에서 지난 1월 29일 한미 양국이 서울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외교 차관급이 참여한 고위급 협의를 갖고 한반도 정책을 조율했다. 미국측 대표인 셔먼 차관은 이 협의 직후 한국이 통일되고 분단이 끝나길 기대한다. 고 말했지만 구체적 인 대북정책 방향에서는 우리와 미묘하게 달랐다. 즉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연합뉴스) 라고 한 대목이다. 이 말은 어떠한 문제도 핵 문제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남북 간에 과거식 인적 및 물적 교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휴전선의 남쪽통행권을 장악한 미국의 입장이다. 과거 같았으면 이 같은 한미 간 견 해차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 하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박 정권의 지지층이나 정부 안에는 한국의 이해보다는 미 국의 이해를 더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들이 바로 한국 내의 보수 안보지상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늘 북의 핵과 인권 문제를 주목한다. 미국이 북의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면 바로 거들고 나선다. 광화문 네거리에 천막을 치고 북한인권법 제정운동 을 펼친다. 또 일부는 휴전선 근처로 가서 북을 향해 풍선 을 날려 보낸다. 여기엔 미국의 시민단체도 가담한다. 미국은 북에 관한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전혀 변함이 없다. 미국이 북한이라는 작은 악마를 꺼내 무대에 올려놓으면 북한은 틀림없이 크게 반발한다. 지난 연말, 미국이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 를 통과시켰을 때, 재일<조선 신보>는 여기에 가담하는 남조선당국의 노림수는 인권 문제를 구실로 북을 모해 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여 조선반도의 긴장상태를 격화시키는데 있다 고 비난했다.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핵문제와 함께 인권 문제를 조선을 겨냥한 국제 적 압박공조의 실현수단으로 써먹으려고 하고 있다 며 과연 미국의 의도대로 반발하 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이후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 Policy) 을 천명하 면서 중국포위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정책의 효과적인 실현을 위하여 전범국가인 일본을 평화국가로 격상시켜주는 한편, 남한을 미국의 영구진지화하려는 구상을 추 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바라는 북한 역할은 작은 악마 이다. 미국의 강 경파들은 통일이란 단어 자체에 대해 대북정책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악평하고 있 다. 이런 판국에서 통일운동을 한다는 것은 1930년 대 항일독립운동만큼이나 지난 한 일이다. 그렇다고 통일운동을 안보동맹의 태풍 앞에서 꺼뜨려서는 안 된다. 이 운 동은 운동대로 추진하되, 어디에서건 미국 조야를 향하여 한반도 통일 의 당위성을 더욱 크게 외쳐야 한다.

18 18 한울소리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숲 나들이 최 경 미 한울연대 사무처장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아이들은 날마다 나들이 를 갑니다. 숲과 들로 아장아장 나서는 길에 햇살, 바람, 나비, 구름, 풀벌레 같은 숲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걸다] 숲 속에 있는 숱한 생명들도 나와 다름없는 소 중한 존재입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몸짓으로 인사 를 건네며 말을 겁니다. 한 번, 두 번 하다 보면 어 인사를 나눕니다. 어제 보았지만 오늘 또 볼 수 있 어서 반갑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풀꽃에게 참 예쁘다! 말해 주고,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민들 레 씨앗을 날리고, 솔방울 하나 친구 삼아 이야기 를 나누다 보면 숲 속에 와 있습니다. 느새 친구가 됩니다. 숲 속 친구들과 놀다 돌아올 시간이 되면 솔방울도 돌멩이도 주머니 가득 넣어 서 오고 싶습니다. 숲 속 친구들의 집은 숲이니까 있던 곳에 잘 두고 가야 한다고 선생님이 일러줍 니다. 처음엔 떼를 쓰며 갖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 들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손에 쥐고 있던 것 들을 내려놓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안녕~ 다음에 또 놀러올게.

19 한울소리 [오감으로 만나다] 눈을 커다랗게 뜨게 하는 신비 로운 것들이 숲 속에는 많습니다. 알 수 없어서 두렵기조차 합니다. 호기 심 가득한 눈으로 들여다보고, 맛을 보고, 소리를 듣습니다. 뭐지? 어어 어~ 와~ 많다 가만히 있어봐~ 나 [신명나게 놀다] 엄마랑 헤어지는 게 아직 익숙하 지 않은 아가도 숲 나들이를 가자 하 면 울음을 뚝 그칩니다. 숲은 우는 아가도 달래는 재미난 놀이가 많습 니다. 아이들은 숲에서 놀기를 좋아 합니다. 나무막대기는 마법의 지팡 이가 되고, 쓱싹쓱싹 나무를 잘 자르 는 멋진 오빠가 되기도 합니다. 나무 타기에도 도전하고, 커다란 나무를 [함께 가는 길을 찾다] 놀다보면 다툼이 생길 때도 있지 만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 는 과정입니다. 끝내 손을 내밀어 친 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배워 가고 있습니다. 자연도 마찬가 6 15공동선언 15돌 민족통일대회 천도교대교당에서 개최 도 좀 보자 종알종알 이야기들이 쏟 아집니다. 그러다 물어봅니다. 나무야 이파 리 하나 가져도 되니? 하나만 맛봐 도 될까? 필요한 만큼만 가질 줄 아 는 마음을 배웁니다. 나눠준 숲 속 친 구들에게 고마움도 잊지 않습니다. 옮겨와서 집을 짓는가 하면, 모내기 를 한 논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추운 겨울 날 물 웅덩이에 얼음을 콩콩콩 깨는 재미, 비오는 날 옷 젖는 줄 모르고 첨벙거 리는 재미에 쏘옥 빠져듭니다. 해가 짱짱한 날이나 비가 오는 날, 구름이 잔뜩 끼거나 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 도 아이들은 자연을 친구 삼아 노는 일이 신나기만 합니다. 지입니다. 서로 손잡고 함께 걸어가 는 길, 숲에서 그 길을 찾아가는 중입 니다. 방정환한울어린이집 겠다고 밝혀 사실상 대중행사 시행이 어려워졌다. 분산 개최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과거 분산개최된 공동행사는 하루만 시행했던 전례 에 따라 6월 15일 기념식만을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참여단체 간 격론이 벌어졌다. 행사 를 단 3일 남겨둔 상황에서 상임대표 및 운영위원 연석회의에서 지역 및 각 단위에서 행 사에 적극 참여하고자하는 요구를 비롯한 일정 장소 등의 사항을 고려하여 14일 일요일 에 대회를 치르기로 하였으나 시청광장 사용 불가로 제3의 장소 섭외가 필요하였다. 당 시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우리나라 독립운동 지원지로서 천도교중앙대교당의 역사적 상징성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천도교단에 장소 사용 여부를 요청하였고 민족의 염원을 담아 교단이 이를 수용하였다. 날짜를 조정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 것과 다르게 천도교중앙대교당으로 장소가 정해지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민족성지라는 공동인식 으로 짧은 시간에 합의가 되었다. 그렇게 6월 14일 천도교중앙대교당은 통일의 메카가 되었다. 기념행사는 민족운동진영 에서 준비한 기천문 공연과 청년학생준비위에서 모집한 100인 율동단의 노래와 율동 6월 14일 천도교중앙대교당 앞마당에 대형 무대가 설치되었다.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을 시작으로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의 인사말과 6 15남측준비위원회 이창 약속된 오후 4시가 되자 4,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중앙대교당과 앞마당을 넘어 수 복 상임의장의 기조연설을 비롯한 각계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문화공연은 문화예술 운회관 앞마당까지 가득 메웠다. 15년 전 남북정상이 직접 만나 통일을 준비하자는 역 유랑단, 노래패 우리나라, 안치환, 6 15합창단의 통일을 바라는 노래들이 이어졌다. 사적인 공동선언을 기억하며 6 15남북공동선언 15돌 기념 민족통일대회가 열렸다. 6 15공동선언실천 남 북 해외위원회는 6 15공동선언 15돌 기념 공동호소문에서 금년 기념대회는 남북해외공동행사로 준비되었다. 특히 광복70돌 6 15남북공동선언 6 15~8 15공동운동기간 에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추동하고 제2의 6 15통일시 15돌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2008년 이후 열리지 못했던 민족공동행사를 하기로 5월초 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접촉과 교류, 통일회합을 활발히 벌여나가자 남북해외실무회담을 통해 합의하여 기대감이 높았다. 6 15공동행사를 위해 남측준비 며 온 겨레의 굳센 통일의지와 애국의 열정을 남김없이 분출시켜 6 15공동선언발표 위원회가 발족된 가운데 청년학생, 노동, 여성, 종교, 지역, 시민사회, 민족단체 등 각 단 15돌과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뜻 깊은 올해에 남북관계의 새 역사를 써나가며 통일의 위별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대통로를 기어이 열어나가자! 고 남북 통일의 의지를 다시금 다졌다.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계획된 6 15공동행사는 6월 14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저녁 문화제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린 기념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까지 8 15광복절의 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전 기념식과 부문별 상봉 모임으로 준비되었다. 하지만 이 남북공동행사를 기원하는 평화행진을 하고 해산하였다. 런 국민적 열망과 다르게 정부는 6 15공동행사 서울 개최에 대한 답을 미루었고 5월말 이번 6 15기념대회는 천도교의 통일의지를 세상에 드러낸 행사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북측에서 우리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분산 개최를 주장하였다. 5 24조치(2010년 특히, 박남수 교령이 명예상임대표로 추대되고, (사)동학민족통일회 고윤지 상임의장이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그해 5월 24일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대북 제재 조치) 이후 수년 남측준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천도교청년회(회장 최은석)는 청년학생준비위원 간 이어진 남북관계 경색이 빚은 참사였다. 6 15공동행사 준비위 참여단체들은 통일부 회를 주도하여 구성하는 등 이번 행사에 천도교단이 적극 참여하였다. 청사 앞에서 항의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공동행사 개최를 위해 대책회의가 계속되었다. 6 15기념대회를 마친 남측준비위원회는 메르스 등으로 사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급작 한편 5월부터 시작된 메르스로 인하여 대중행사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6월 4일 서울시 스런 요청에도 흔쾌히 허락해준 천도교단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기념대회를 마칠 수 의 메르스 대책발표 이후 서울시에서 6 15준비위에 시의 공간사용에 대하여 연기 및 있었다 며 역사적인 장소에서 역사적인 행사가 될 수 있었다 고 감사를 전하였다. 취소를 요청하고 행사 진행시 방역대책을 수립하여 제시하면 심사 후 허가 여부를 알리 (취재 글 / 이재선 본지 편집위원) 19

20 20 서울, 마을 이야기 홍제천 이야기 - 세검정에서 모래내 시장까지(1) 이 종 희 <우리가만드는미래>역사탐방강사 홍제천은 북한산 보현봉 형제봉 문수봉에서 발원하여 평창동에서 내를 이루어 성산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이다. 홍제원을 지나가므로 홍제원천, 사천(沙川)으로 불리기도 했다. <두산백과>에 평창동 49번지가 발원 지라고 씌어 있어 찾아가 보니 평창 롯데캐슬 103동 뒤에서 소박한 상류를 만 날 수 있었다. 제법 날이 푸근해진 이른 봄, 나는 세검정초등학교 앞에서 길을 잡았다. 세검정 마을에 남아 있는 허름한 옛집들 세검정 평창7교의 세검정 상류 세검정은 서울에 대한 나의 첫 기억 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5학년 서울로 이사 오기 전에도 두어 차례 서울 나들이를 했다. 그때 세검정 어디쯤 아버지 친구의 집에 머물렀는데, 웅장하고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자하문을 강조했던 것 보면 부암동 같기도 하고, 평창동 같기도 하다. 서울은 근사하구나. 그러나 우리 식구가 처음 정착한 곳은 삼양동 언덕배기의 아담한 양옥집이었으니, 세 검정 마당 넓은 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충주에서는 꽤나 잘살던 집 이었는데, 삼양동이라니 그것이 서울과 지방의 경제적 수준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론적으로 세검정 을 통해 본 서울에 대한 첫 기억은 대단하다, 넘어야 할 거대한 집 이었다는 것이다. 겸재 정선의 <세검정도> 세검정에는 너럭바위가 많다 세검정초등학교에서 세검정에 이르는 냇물은 큰길 뒤편 마을에 숨겨져 있 다. 짧은 거리다. 세검정의 정자는 세검정1교에 바짝 붙어 있어 언제나 안쓰러 운 느낌이다. 편안히 앉아 쉴 수 없는 정자. 외로워 보인다. 인조반정 때 이귀, 김류 등이 광해군을 몰아내기 위해 칼을 씻었다는 유래 가 유명하지만 난 2007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이산>의 세초 장면이 더 떠오른 다. 그때 정조 이산이 세검정 너럭바위에서 세초를 하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세검정 가까운 곳에는 종이 만들고 관리하던 조지서도 있었다. 세초 는 실록의 자료가 되는 일차 기록인데, 그때 드라마에서 정조가 씻었던 것이 무엇인지 기 억나진 않는다. 어쩌면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끝내 죽음에 이르게 했던 과정이 <승정원일기>에는 상세히 기록되었고, 후에 이산이 영조에게 그 기록을 지워 줄 것을 호소했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무오년 윤오월의 기록이 아 니었을까? 어디쯤에서 세초를 하였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이산의 심정 이 무심히 흘러가는 것 같다. 끝에 도로와 세검정이 보인다 홍지문 오간수문과 탕춘대성

21 서울, 마을 이야기 홍지문과 오수간문, 탕춘대성 당연히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홍제천에서 볼 수 있다. 세검정에서 상명대 쪽으로 길을 건너 다시 물길로 내려가면 홍지문이 서 있다. 숙종은 재위 기간이 길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한 일이 제법 많다. 그 중 성곽을 정비하거나 신축도 여러 곳 했는데 북한산성(북한산 비봉)과 도성(창의문 서쪽 인왕산)을 이어 북방 침략 을 대비해 쌓은 탕춘대성도 그의 작품이다. 탕춘대성(=서성)을 쌓아 그 안쪽에 창고를 지어 군량을 비축하려 했던 것. 그러나 홍지문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 다. 나 또한 내부순환도로의 홍지문 터널을 지나면서도 정작 홍지문의 존재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홍지문은 홍예문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우진각지붕으로 창의문 등 도성 사 소문과 비슷한 양식이다. 옆으로는 오간수문이 홍제천 위에 놓여 있다. 1921년 대홍수로 홍지문 문루가 유실되고 오간수문이 휩쓸려가서 방치된 것을 1977년 에 복원하였다. 그런데 달랑 여장만 축조되어 있어 본모습으로 복원한 것인지 는 잘 모르겠다. 그 시절 자랑스러운 민족 을 내세워 만든 것 중 제대로 된 것을 찾기 힘드니. 그래도 북한산을 향해 가파르게 산비탈을 따라 뱀처럼 축조된 성벽을 볼 때 는 돌성이 뿜어내는 늠름한 멋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하트 투 하트 의 차홍도 집 포방터 시장 포방교 포방교란 낯선 이름의 다리 보도각백불 보도각백불, 참 잘생긴 마애불 홍제천 보도교 오른쪽 옥천암 옆에는 보도각백불 로 불리는 마애불이 있 다. 큰 바위에 5미터도 넘는 큰 존상을 새겨 놓고 하얀 호분을 칠해 놓아서 백 불 이라 하는데 이름과 달리 그분은 부처가 아닌 관음보살이다. 흰 옷을 입은 백의관음이다. 부처가 아니라는 사실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긴 머리를 휘날리 며 금목걸이를 한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여느 관세음보살처럼 정병을 들지 않고 아미타수인을 하고 있다. 본래 관음보살은 아미타부처의 왼팔이니(협시보 살) 아미타수인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보도 란 말 자체도 널리 중생을 구제한 다는 의미로 관음보살을 가리키는 말이니 당연히 보도각의 주인은 관음보살인 것이다. 그런데 참 잘생겼다. 고려 후기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이 마애불은 약간 둥 글한 얼굴에 눈은 좀 찢어지고 입은 작은 편인데 보는 이를 압도하는 매력이 있 었다. 전엔 보관, 목걸이, 팔찌 등에 금분을 하고 입술에도 빨갛게 색을 입혔던 모양인데 내가 본 존상은 그냥 하얀 호분만 바른 모습이라 오히려 처음 보는 하 얀 부처가 신기하고 잘생겨 보였다. 평일인데도 백불 앞에서 기도 드리는 이들 이 많아 방해될까 얼른 자리를 떴다. 이 백불에는 조선의 처음과 끝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성으로 정하고 이 부처 앞에서 치성을 드렸다 하고, 흥선대원군의 처 이자 고종의 어머니였던 민 씨도 아들 고종을 위해 호분을 바르고 치성을 드렸 다는 것. 본디 부처는 그런 치성 과는 거리가 먼데 과연 그 발원이 먹혔을지는 미지수다. 홍제천에는 홍제교, 홍련교, 홍은대교 등 홍 자 들어가는 다리가 참 많다. 그런데 특이하게 포방교 란 다리가 있다. 이건 뭐지? 이 일대는 원래 한국전쟁 때 퇴각하는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대포를 설치한 데서 포방터로 불렸다 한 다. 그리고 1970년대 초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포방터시장 이 열린 것이다. 포방교는 홍은동과 홍제동을 잇는 다리이고. 홍은동 윗마을 사람 들을 마을버스가 지하철역까지 실어 나르기 전에는 제법 활기가 넘쳤을 텐데 버스 타고 쌩 지나치니 아무래도 시장이 쪼그라드는 건 아닐지? 시장 거리는 짧았고 한산하였다. 포방터시장에서 유채를 사서 그대로 생채로 무쳤다. 어릴 적 엄마는 유채를 하루나 라고 했고, 봄나물 하루나는 언제나 상큼하였다. 하 루나는 엄마의 나물이다. 포방교 다리 옆엔 tvn 드라 마 <하트 투 하트>의 여주인공 인 차홍도(최강희 분)가 사는 집 이 있다. 배우 최강희를 좋아 해서, <커피 프린스>의 이윤정 피디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 어서 그 드라마를 봤다. 처음 그 집이 나올 때 앗, 저긴 홍제 천인 것 같은데? 싶었다. 예상 은 적중. 대인기피에 안면홍 조를 앓고 있는 캐릭터와 집이 어울렸다. 홍제천 변에 붙은 집은 징검다리를 건너 파란 철 계단을 통해 들어간다. 세상과 단절된 그녀의 외로운 처지를 반영한 집이다. 그러나 징검다 리는 거꾸로 세상으로 나올 수 포방터 시장 동네 골목 있는 연결 통로이기도 하다. 그녀는 왜 대인기피증을 앓게 되었을까? 그 원인이 된 사건이 전개되고, 사랑의 힘으로 그녀는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하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들 작고 큰 상처를 안고 살지 않나? 하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알고 정면승부하지는 못한다. 이 드라마는 자 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한다. (다음 호에 계속) 21

22 22 생각하는 사람(5) 무교회주의의 종교 수사학 김 대 식 함석헌 평화포럼 공동대표,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함석헌은 무교회 신앙이란 직접으로 단순히 하느님만을 알자는 신앙 이라 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물론 하느님만 이라는 표현은 유일신이나 배타적인 신 론을 제시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이것은 함석헌의 무교회주의에 대해서 나타 내고자 하는 강한 수사학적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즉 발언자 자신의 신념과 감 정이 드러나 있으면서 가능한 한 특정한 청중을 보편적 청중으로 인식하여 진 리 혹은 발언자의 종교 신념의 타당성(validity)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 느님만 이라고 할 때 그것은 특정한 대상(집단/계층)에게만 해당하는 존재 개념 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 Habermas)에 의하면, 진리의 보 편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성실성(sincerity), 진실성(truth), 정당성 (rightness), 명료성(intelligibility)이 있어야 한다. 자기기만이나 무지를 극복하고, 도 덕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타자가 이해될 수 있는 주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 교회주의의 종교적인 수사학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과연 여기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첫 번째로 하느님만 을 알자는 신앙을 전달하려는 데에 서 그 진리 타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보편적 청중 에게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 진리 타당성이 검증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의 신앙, 무언가 잔뜩 붙어서 겉꾸민 신앙이 아닌 순수하게 초월자 에게만 개방된 신앙을 추구하는 것이 무교회주의 신앙이다. 실존은 오직 하느 님 앞에서 있는 단독자일 뿐이고, 그 단독자는 신에 대한 직관적 인식을 통해서 실천적으로 행위하려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자꾸 잡다한 수식어를 통해서 초 월자를 설명하고 기술하려는 것은 오만이지 신앙일 수가 없는 것이다. 신앙은 그저 초월자를 알고(사유하고) 실천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 알 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사유도 하지 않은 채 초월자를 경험했다고 하는 발언을 통해서 초월자 그 자체를 고도의 종교적 교리 체계로 묶어 두려고 한다. 그것은 순수 신앙이 아니라 인위적 신앙, 이론적 신앙, 체계화된 신앙일 뿐 이다. 함석헌은 그것을 거부하는 반항아 라고 말한다. 무교회주의는 근본적으 로 반항적이고 저항적일 수밖에 없는 특징이 여기에 있다. 종교적 제도화, 체계 화에 대해서 자유로운 종교이기를 원하는 것이 무교회주의라고 볼 수 있다. 그 렇다고 해서 초월자에 대해서까지도 그 인식과 행위가 오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초월자의 현존과 의지에 의해서 인간의 의지와 삶이 좌지우지된 다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 또한 무교회주의가 가지고 있는 신앙의 기본 노선 이다. 다시 말해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월자를 향한 마음, 초월자만을 신앙 의 기저로 삼는다는 것은 그것을 근본으로 하고 그 중심이 나에게만 있지 않고 보편타당한 중심, 주관적 보편성의 신앙적 잣대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대안 없이 반항만 하는 유아적 신앙 태도가 아니라 이유가 있는 반항, 즉 오직 초월 자 자체만으로 만족이 되며 그 만족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이어야 한다는 보편 타당성, 보편 청중을 위한 행위인 것이다. 무교회주의는 또한 싸움의 종교 이기도 하다. 이는 예수가 진리를 위해서, 죄악을 정복하기 위해서, 죄로 물든 세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초월자에게로 빼 앗아 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을 함석헌은 세계를 정복하는 권능, 전투정신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달리 해석하면, 실존철학자 칼 야스퍼스(K. Jaspers)가 사랑의 싸움 (liebender Kampf)이라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는 진리를 위해 서 공동으로 투쟁을 해야 하며, 진리를 찾아내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예수는 진리를 위해서 사랑의 싸움을 한 인물이다. 그 역 사적 예수를 닮자고 하는 것이 무교회주의의 신앙이기도 하다. 그 역사적 예수의 사랑의 싸움 은 어떤 무리들과 시작했는가. 갈릴래아 호 수를 서성거리는 그를 따라가 보았다면 우리는 그가 한 줌만한 어부와 더불어 있음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예루살렘 거리를 통하는 그를 쫓아가 보았다면 우 리는 그가 소경, 벙어리, 절름발이, 반신불수, 세리, 전과자, 창녀, 정신병자의 떠들고 밀치고 싸우고 하는 중에 둘러싸인 것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그 의 군대입니다 세계를 구하는 누가 있다면 그는 죄인, 병인을 불러 구하는 그 리스도밖에 될 것 없습니다. 함석헌은 무교회주의가 민중의 종교를 표방한다 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의 운명, 여러 종교들이 있지만-그 는 유교, 불교, 동서양 문명 전반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국 무교회주의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구원하고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는 확신 을 가졌다. 이것은 야스퍼스의 역사철학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거기서 자기 가 자신의 역사성을 각지하는 의식 으로서의 실존적 역사의식, 종교를 통한 현 실인식을 자각했다고 볼 수 있다. 무교회주의의 종교 운명, 자기 운명의 수사학은 우리나라를 구원함과 동시 에 세계를 구원해야 한다는 역사적 자각 의식에 있다. 그 자각 의식은 일찌감치 역사적 예수가 민중들과 함께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것과 연결 된다. 그러므로 무교회주의의 종교적 역사의식의 발언과 실천은 한갓 입발림 과 고도의 세련된 언어를 갖춘 그야말로 수사학적 언변으로 그치지 않는다. 영 원과 시간, 영원과 실존적 현실 의식의 통일을 꾀하는 구체적 삶의 철학과 신앙 을 강조한다. 무교회주의의 종교 수사학은 민중 종교로서 역사적 예수와 맞닿 아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역사적 예수와 동일한 전선( 戦 線 )을 펼칠 수 있는 존재는 무교회 신앙을 가진 자들이며, 그들만이 낮고 천한 곳에 십자가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함석헌이 거듭 지적하고 있듯 이, 그것은 교리전선( 教 理 戦 線 )으로 되지 않는다. 오로지 초월자에게만 자신을 의탁하고 냉철한 이성과 개별적 신앙을 앞세운 투철한 무교회 전사만이 가능 할 수가 있다. 무교회 신자는 탈이념적 탈교리적 고아, 무계급적 그리스도인, 민중의 의 식으로 무장되어 굴곡지고 어두운 삶의 세계로 내려가 역사적 예수를 따라가 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리스도교계의 고아로 자라 고 싶어 하는 것 이다. 그러므로 무교회주의는 이 현실을 도외시한 무작정 피안의 세계에 뜻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초월자를 피안의 존재로 묶어두지 않고, 지금 여기의 현실 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실존을 역사적 예수와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 로 인식할 뿐이다. 하느님만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 초월자를 이 세계 안의 존재를 통해서 경험하고 만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하느 님만을 이라는 수사학적 강변은 역사적 예수를 통한 행동 강령을 좀 더 신앙적 으로 정교화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하느님, 즉 초월자는 모든 민중들의 마음 과 삶 속에 투영된 순수한 내재자로서, 그들을 통해서만이 신앙인의 실존적 기 반을 마련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로지 초월자는 민중의 실존적 근거 이자 세계의 근원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제도적, 체제적, 교리적 종교들은 자신들의 그 틀거지들을 고수하기 위해서 본질 아닌 것들로 포장을 하고 기득권층과 야합을 하게 마련이다. 비본질적인 신앙으로 마치 그것이 본래적인 것인 양 호도하면서 종교적 실존으로서의 진 리를 퇴색시킨다. 순수한 진리가 기교적으로, 수사학적으로 채색되면 종교적 실존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종교적 실존이 자유로워야 초월자에 대한 경험이 가능하다. 무교회주의는 종교적 실존의 자유를 추구한다. 하느님만, 역사적 예 수의 실존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려는 것만을 발언하는 것은 수사학적 유희가 아니라 바로 그러한 종교적 실존의 고양된 자유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 가 하느님만을 알자와 역사적 예수의 민중 신앙적 수사학은 어느 특수한 시공 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과학철학적 입장에서 말하는 단칭 명언 이 아니 라, 모든 시간과 모든 장소에 걸쳐 일어나야 하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보편 명언 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교회주의 신앙을 결단코 일회성이나 단편적 신앙 형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23 역사광장 23 서소문공원은 민족의 역사공원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 갑 선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범국민대책위원회 실행위원장 서소문공원을 천주교순교성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은 2011년 7월 천주교서 울대교구에서 정부에 청원하면서 시작되었다. 정부는 518억원의 예산으로 지 상에는 순교성지 조성공사, 지하에는 순교성당 을 만들고 전국에 산재한 한국 천주교 유물을 집대성하는 기념전시관 등을 조성하여 서소문공원을 세계적 천주교 순교성지 로 만들고 관광자원화 한다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서울 중구 청에서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2018년 3월 시설 물을 개관할 계획을 구체화하였다. 지난해 11월, 시민사회단체, 천도교인, 동학관련 단체 등은 서소문공원 역 사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땅값만 해도 4조원 이상이라 평 가되는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단독성지로 개발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서 소문공원에 천막농성을 시작하여 5월말 현재 농성 184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범대위에서는 정부의 서소문공원 개발은 종교 편향정책이며 우리 역사를 왜곡 하는 행위임을 밝히고, 서소문공원이 국민의 역사공원으로 재설계 시공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소문공원 지하에 위치한 꽃상가 상인들도 자신들의 생계대책이 빠진 서소문공원 개발에 반발하고 하고 있으며 서울 중구청은 오 는 6월 10일까지 공원지하에 위치한 꽃상가의 퇴거를 요구한 상태이다. 서소문공원은 가톨릭신자뿐만 아니라 조선왕조 5백년동안 수많은 사람들 의 사형이 집행된 곳으로,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개혁을 외친 허균과 홍경래난 관련자, 임오군란과 갑 신정변 관련 혁신주의자들도 이곳에서 희생되었다. 또한 서소문공원에서는 동 학혁명의 지도자 김개남 장군 등이 효수되었고, 동학 2세 교조 최시형 선생이 순국 순교 직전 인근의 서소문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과 고통 속에 재판받던 곳 이기도 하다. 이승만 대통령도 서소문에서 감옥생활을 했고, 1907년 일제의 군 대 해산 이후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수난을 당했던 곳이 서소문공원이기하다. 서소문을 천주교만의 순교성지로 한다는 것은 보국안민과 민초의 삶을 위 해 조선왕조에 반기를 든 개혁세력과 민중들의 한맺힌 역사의 현장을 덮고 역 사를 축소 왜곡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천주교 순교는 5백년 조선왕조 내 내 사형터였던 서소문공원 역사의 일부일 뿐이다. 특히 이곳에서 처형된 대표 적 인물 황사영은 조선을 청나라로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프랑스가 군대를 보 내 정벌해 달라고 요청한 이른바 황사영 백서사건 으로 처형된 인물로, 천주교 에서는 순교라고 강변할 수는 있어도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반역자로서, 일 본에 나라를 바친 친일매국노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지난 5월 21일 서울중구청 주관으로 서소문공원 역사적 가치 발굴 학술토 론회 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결과를 사회자인 서울역사편찬위원인 이상배 님 은 이렇게 정리하였다. 천주교 신자 외의 동학 갑오경장 갑신정변 등 다른 처 형자가 많다. (비율은 천주교 22%, 사회변혁 처형자36%, 나머지 일반사범) 김개남 장군 외 에 몇 분의 처형지 여부 등 몇 가지 쟁점이 남았다. 앞으로 쟁점 해소를 위해 또 다른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범대위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고 자체 평가하고, 서소문공원 지상과 지하에 우리 역사의 조형물 조성, 유물 전시 등 의 요구를 구체화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족의 사적지이자, 국 민의 역사공원을 천주교만의 성역화 개발은 철회되어야 한다. 만약 현재의 계 획대로 추진된다면 어찌 일본의 역사왜곡을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천주교 순교 성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소문공원이 서학-천주교, 동학-천도교, 민족역사 사적지 등이 함께 공존하는 평화상생의 역사공원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 한국 생사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01 생과 사의 인문학 02 존엄한 죽음의 문화사 03 불교의 생사관과 죽음 교육 04 죽음과 고통, 그리고 생명 05 티베트의 죽음 이해 06 죽음의례와 문화적 기억 07 죽음을 두고 대화하다 08 죽음의 풍경을 그리다 09 죽음의 정치학 10 고대 희랍의 죽음 이해 (2015년 6월중 출간 예정) 전화 팩스 이메일

24 24 세계를 만나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윤 영 숙 연극인 교사 그라나다의 Al - Sabikah ( 알사비카 또는 사비카) 언덕에 도도하게 자리한 붉은빛의 성 알함브라.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성이란 뜻인데 성곽의 벽이 붉은 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영숙) 스페인은 참 신기한 곳이다. 유럽연합에 속한 유럽 국가라고 하는데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스페인이 유럽 국가에 속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나 폴레옹도 스페인 원정에 실패하고 돌아서며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 이미 유럽 이 아니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여러 부문에서 낙후된 스페인을 비하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다른 단면을 보자면 스페인 남부 지역은 바다 건너에 마주한 아프리카 대륙 과 기후와 풍토가 비슷하며, 그들과 교류도 잦았다. 그리고 800여 년간 북아프 리카의 아랍인(무어인)에 의해 지배를 받기도 하여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특별한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북아프리카인들은 711년 이베리아반도를 침공해 800년간 이곳을 지배 하며 곳곳에 화려한 이슬람 문화를 뿌려 놓았다. 특히나 안달루시아는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이며 그 중심에는 그라나다가 있다. 그리고 그라나다에 있는 알 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에 남겨진 이슬람 문화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린다. 그리스도교에게 그들의 수도 코르도바를 빼앗기고 철수하던 무어족은 그 라나다에 자리를 잡게 된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주변을 둘러싸 천연요새의 조건을 충족한 그라나다가 그들에게는 최상의 지역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 곳에 알함브라궁전의 초석인 작은 요새를 지었고(889년), 11세기에 들어서 성과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왕들을 거쳐 완성된 것이 지금의 알함브라 궁전이다. 알함브라궁전은 요새이고 성이며, 무어족의 아름다운 예술을 승화시킨 첨 탑과 물의 정원들로 구성된 무어왕조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물이다. 때문 에 수 세기에 걸쳐서 시인과 문학가, 수학자들, 건축가들, 그리고 예술가들을 유혹해 온 이곳을 무어족 시인들은 에메랄드 속의 진주 라고 칭송했다. 스페인 에서, 아니 유럽 건축 명소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곳의 하나인 이곳이 사실은 유 럽인들이 아닌 북아프리카계의 이슬람인 무어족의 작품이라는 것이 참 흥미롭 다. 알함브라는 작은 요새와 같은 성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나스르 (Nasrid) 왕조의 첫번째 왕 모하메드 1세가 1238년에 나스르 왕궁을 건설하기 시작하면 서 알함브라궁전의 찬란한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다. 그 후 22명의 왕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나스르 왕조는 1492년 기독교 왕조가 국토회복 전쟁(레콩키스타, The Reconquista)에서 승리하며 250년의 화려했던 막을 내리고 이베이라반도에서 철 수하게 된다. 전쟁에 패하고 궁을 나서던 보압딜왕은 스페인을 잃는 것은 아깝 지 않지만 알함브라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서글퍼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만큼 그들에게 알함브라궁전은 오랜 세대에 걸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이 함께 녹아 들어 있는 보금자 리였다. 알함브라의 정원은 궁전만큼이나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헤네랄리페 (The Generalife)는 아랍어로 건축 가의 정원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스르 궁전의 동쪽 태양의 언덕 중턱에 위치한 이 정원은 12세기에서 14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이슬람 문화에 따라 이곳에 왕의 쉼터를 위한 주거형 별장과 정원이 혼합된 형태이다. 지어진 시기가 12세기에서 14세기라고 알려져 있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는 이렇게 기하학적 문양과, 글씨, 별등을 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헤네랄리페 정원은 여러 왕을 이용하여 건물을 장식했다. 그래서 사실적 화풍을 중시하던 유럽 예술과는 다 거치며 계속적인 변화와 발전 속에 완성된 것이다. 정 르게 상당히 추상적이며 화려하다. 원은 원래 언덕 꼭대기까지 이어졌었는데 알함브라가 왕비가 거처하던 두 자매의 방의 천장. 별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의 장식은 종유석 석회 세공이라고 한다. 5,000개나 되는 이 자잘한 세공들은 경이롭기 버려진 동안 정원도 황폐해져서 1931년부터 1951년에 까지 하다(( 윤영숙). 다시 보수 공사를 하였지만 전체 복구는 불가능했다 모하메드5세에 의해1370년에 지어진 코마레스(Comares)궁전. 이슬람의 고 한다. 아라베스크 문양은 유럽의 바로크와 로마네스크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 작은 새들이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듯 물줄기가 떨 다고 하는데, 그 섬세하고 정밀한 아라베스크 문양의 극치를 볼 수 있는 궁전 이 바로 코마레스 궁전이다( 윤영숙). 어지며 청아한 노랫소리를 만들고, 이 노랫소리가 정

25 세계를 만나다 카를로스 5세 궁전. 자신만의 왕궁을 알함브라에 세우고 싶어했던 카를로스 5세는 유럽을 돌면서 건축 물을 돌아보고 1526 년 르네상스 스타일의 왕궁을 이곳에 짓기 시작했다. 이슬람 건축물 옆에 지어놓은 르네상스 건축물. 카를로스 5세의 왕궁은 분명 이곳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어 버렸을 것이다( 윤영 숙). 원 구석구석까지 가득 찬다.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온 무어인들에게 물은 고귀 한 생명줄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끊임없는 물줄기는 최고의 선물이요 가장 아 름다운 노랫소리였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물의 향연을 위하여 그들은 수 킬로 미터가 떨어진 다로강에서 물줄기를 끌어올려 곳곳에 물을 공급했었다. 무어 족의 물 끌어올리는 기술을 습득하여 응용한 곳이 로마라고 하니 역사라는 것 을 알면 알수록 참 흥미롭다. 알함브라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고, 엄청난 관광 수입원 이 되면서 스페인은 정부 차원에서 이 지역을 보호하고 있지만, 미국 작가 워싱 턴 어빙이 없었다면 스페인 곳곳에 있던 다른 이슬람 유적들처럼 파괴되어 지 금쯤 황량한 폐허로 남았을 것이다. 이슬람이 이베리아반도에서 물러간 후 그들이 남긴 건물이나 유적들은 공 공연하게 파괴되고 손실되어 왔다. 알함브라도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하류 헤네랄리페. 나스르 왕조의 별장으로 지어진 곳이다( 윤영숙). 층과 범죄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쓰여졌다. 하지만 워싱턴 어빙이 1832년에 낭만적이고 서사적인 소설 알함브라 이야기 를 출간하면서 세상의 관심이 쏠 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알함브라는 구원의 손길을 받아 새롭게 태어날 수 있 었다. 알함브라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알함브라를 보지 못하는 맹인이라고 말 할 정도로 이슬람인들의 알함브라 사랑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하는데 그 성지 가 피폐하게 허물어져 가는 것을 그들이 보았다면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다가 돌이라도 되지 않았을까? 알함브라궁전을 관람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특히나 나스르궁전은 입장객을 제한하기 때문에 시간별 예약이 있고, 그 시간을 넘기면 입장하기 어 렵다. 입장객이 너무 많이 몰리면 내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 때는 방치했었지만 그 보물적 가치를 알게된 후에는 금전적 수입에만 매달리 지 않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바른 역사 인식을 위한 노감독의 행보 마에다 겐지 감독, 동학농민혁명 다큐멘터리 제작 막바지 마에다 겐지 감독이 제작하는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 화 제작이 한창이다. 마에다 감독은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경종을 울리며 바른 역사를 전하기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다. 일본에서 위인으로 받들어지는 도 요토미 히데요시가 본인의 야욕을 위해 조선을 침략했다는 내용의 <월하의 침략자>,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백만 인의 신세 타령> 등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7월에 한국을 방문하여 동학농민혁명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작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제작발표회 당시 마에다 감독은 일본이 동학농민혁명 으로 궐기한 농민군을 섬멸한 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으키며 야욕을 드러냈고, 이후 조선을 식민지화가 진행되었다. 동학농민운동은 동북아시 아 전체의 역사, 문화, 정치의 흐름 속에서 인식해야 한다. 한국병합의 뿌리 가 된 동학농민혁명이 무엇인가를 알기 쉽게 영상화하여 그 의미와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 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오가며 동학농민혁명 다큐멘터리를 촬영 해 온 마에다 감독은 2013년 10월과 2014년 7월에도 촬영을 위해 내한한 바 있다. 현재는 제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한국민의 부족한 역사 인식 등이 문제가 되는 요즘, 일본인들이 불편한 과거의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하는 80세의 노 감독이 전하는 전하는 메 시지는 결코 일본인들에게만 향할 것은 아닐 것이다. 후원 문의 : 비영리법인 하늘하우스([email protected]) 25

26 26 섹스의 문명사 플라토닉 섹스의 기원(7) - 진화론은 진화 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도 연 명 출판인 본지 편집위원 동물의 상호 부조와 이타심이 본능에 속한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 됐다. 서로 모르는 두 마리의 쥐를 우리 안에 가두고, 그중 한 마리를 공중에 매 달아 놓으면 다른 쥐는 도움을 주려고 애쓰다가 막대기를 이용해 매달린 쥐를 구해준다. 매달린 쥐와 친족 관계도 아니고, 상대방을 도움으로써 생존에 이익 을 보는 것도 아니지만 쥐는 동료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1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있었다. 줄을 당기면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훈련시킨 뒤에, 원숭이가 줄을 당길 때마다 다른 원숭이에게 전기충격을 가했 던 것이다. 원숭이들은 동료 원숭이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며칠이고 굶는 쪽을 택했다. 2 실험실에서 드러난 동물의 본성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도 인상적인 실험이 사이언스지를 통해 소개됐다. 3 연구자들은 쥐 한 마리를 비좁은 플라스틱 관 속에 가두고 다른 한 마리는 자유 로운 상태로 풀어놓았다. 관의 한 쪽 끝에는 밖에서 열 수 있는 문이 달려 있었 다. 풀어둔 쥐는 관 속이 텅 비었을 때와 달리, 다른 쥐가 갇혀 있을 때는 초조 해하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쥐는 끈질긴 시도 끝에 마침 내 문을 여는 방법을 알아낸 뒤 갇힌 쥐를 풀어줬다. 연구자들은 쥐가 그런 행동을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플 라스틱 관 속에 장난감 쥐를 넣었더니 쥐는 문을 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 있는 쥐가 갇혀 있을 때는 달랐다. 심지어 문을 열었을 때 풀려난 쥐가 격리된 장소로 들어가도록 했을 때조차 쥐는 문을 열려고 했다. 이것은 쥐 들이 어떤 보상을 기대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반론이 제기됐다. 풀려난 쥐가 격리된 장소로 가는지 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 쥐는 그냥 함께 있을 동료가 필요했을 뿐 고통에 공감한 것은 아니다. 라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일본의 간사이 가쿠인대에서 그 부분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 진은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두 개의 방에 각각 쥐를 한 마리씩 넣었다. 한쪽 방에는 물이 차 있어 쥐가 겨우 머리만 내밀 수 있었다. 마른 방에 있는 쥐는 두 방 사이의 빗장을 열어 물에 빠진 쥐가 자기 방으로 건너오도록 했다. 그런데 쥐들은 옆방이 물에 잠기지 않았을 때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연구진은 쥐의 플라스틱 관의 문을 열고 동료를 구하는 쥐 행동이 동료의 고통에 반응한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쥐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먹이의 유혹도 물리쳤다. 연구진은 쥐를 가운데 방에 두고 한쪽 방에는 물에 빠진 쥐, 다른 쪽 방에는 쥐가 좋아하는 초 콜릿을 뒀다. 쥐는 대부분 초콜릿이 있는 방문을 열기 전에 물에 빠진 쥐의 방 문을 먼저 열었다. 쥐에게 두 개의 관을 보여준 실험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졌 다. 한 쪽 관엔 동료 쥐가 갇혀 있고, 다른 쪽 관엔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이때 도 초콜릿보다 동료가 갇힌 문을 먼저 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초콜릿을 먼저 챙긴 쥐들조차 다른 쥐가 풀려나 초콜릿을 함께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먹는 것을 보류했다. 이러한 실험 결과들은 다윈주의자들의 주장과 모순된다. 이기적 유전자 를 써서 진화론의 아이콘이 된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유전자의 조종을 받는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자들은 고도의 사기꾼들이어서, 자 신들의 유일한 목적인 생존과 자기 복제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 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고결한 감정들, 동정심과 사랑, 이타성이 하나 같 이 유전자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가장된 이기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순수한 이 타성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타적인 사회를 건설하려 하는 모든 시도 는 생물학적 원리에 어긋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도킨스는 준엄하게 충고하고 있다.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실험실 속의 쥐는 유전적으로 아무 연관도 없 는 동료를 위험 속에 방치함으로써 초콜릿을 독차지해야만 했다. 그러나 쥐들 은 도킨스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을 했다. 게다가 이러한 실험 결과 는 자연계의 관찰을 통해 알아낸 동물들의 습성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기도 했다. 생명은 서로 돕는다 동물계는 하등 동물에서부터 고등 동물에 이르기까지 서로 돕는 습성을 지 닌 종들로 넘쳐난다. 앵무새 두 마리가 잡히면 비록 종이 다르더라도 우정을 맺고,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죽으면 다른 녀석도 슬픔을 못 이겨 따라 죽곤 한다. 눈 먼 사다새 한 마리가 동료들이 48킬로미터 밖에서 구해온 물고기로 연명하는 것이 관찰된 적도 있다.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종들 사이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에서는 제비들이 황조 롱이나 솔딱새, 심지어 비둘기와도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관찰된다. 아메리카 극서 지방에서는 종이 다른 여러 종류의 새들이 커다란 군집을 이루며 살아간 다. 군집에 참가하는 종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보다 고립되어 살아가는 종을 드는 편이 훨씬 쉽고 간단하다. 포유류는 집단을 이루지 않는 소수의 육식 동물 보다 사회생활을 하는 종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크로포트킨은 다윈이 개체들 사이의 극심한 생존경쟁 을 설명하면서 그 근 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같은 종 사이의 투쟁에 대한 사례 가 전혀 없는데도 당연한 사실인양 전제하고 이론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밀접 하게 연관된 종들 사이의 경쟁은 겨우 다섯 가지 예가 제시되는데, 그나마 그중 하나는 뒤에 가서 의심스러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여기서 경쟁으로 묘사 되는 내용이 사실은 전혀 경쟁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종의 개체들 사 이에서 실제로 경쟁이 벌어진 사례로 건기 동안의 남미 소들이 거론되지만, 이 사례는 길들여진 동물에게서 나온 것이라 자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다. 야생의 들소들은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을 피해 이동한다. 크로포트킨은 다윈이 맬더스로부터 차용한 논거 자체에 의문을 표한다. 이 것은 전혀 입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말이나 소가 들어오고, 뉴질랜드에 돼지나 토끼가 건너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은 맬더스 이론의

27 섹스의 문명사 27 정확히 반대 양상을 보여준다. 수백만의 침입자들이 이동해 와서 충분한 먹이 를 얻었는데도, 이전부터 살던 개체들은 전혀 굶주리지 않았다. 이는 개체수가 과잉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초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에 훨씬 못 미친 다는 뜻이다. 이처럼 동물의 개체수가 부족한 현상은 일시적인 예외는 있겠지 만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쟁은 정상적인 자연 상태의 조건이라 보기 어렵다. 여기서 우 리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크로포트킨은 창조론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한 과학적 관점만을 강조하며, 진화론을 지지한다. 단지 그는 진화를 왜곡된 관점으로 해석한 다윈 진화론 을 문제 삼고 있을 뿐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밀턴은 다윈도 모르는 진화론 에서 크로포트 킨보다 좀 더 구체적인 반론을 제시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대략 2만 2천 종의 척추동물이 존재한다. 거기에 최소한 100만 종의 곤충들이 추가된다. 이중 수 천 종은 생활공간과 식량을 위해 경쟁자를 죽이는 공격적인 경쟁을 벌인다. 특 히 인간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종의 수는 극히 적다. 압도적인 다수는 싸우지 않고, 먹을 것 때문에 서로를 죽이지 않으며, 생활공간을 위해 패자가 죽어나가 는 공격적인 경쟁을 하지 않는다. 생존경쟁 의 용도폐기 밀턴은 경쟁의 증거로 제시되어 온 사례들 중에 잘못 해석된 것이 많다고 말한다. 수컷 농게의 집게발 중 하나는 엄청나게 크다. 그 큰 집게발은 다른 수 컷과 싸워서 짝짓기를 하고, 가장 좋은 영역을 쟁취하기 위한 무기로 여겨져 왔 다. 그러나 관찰 결과 큰 집게발은 싸움에 사용되지 않았다. 집게발은 동료 농 게에게 먹을거리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전쟁의 도구와 거리 가 먼, 사회적 협력의 도구였던 것이다. 공격적이리라 생각되던 속성과 행동이 나중에 자세히 관찰하면 사실무근인 예는 아주 많다. 이러한 문제점은 심지어 다윈주의자들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하 여 이론상의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나는데, 19세기 진화론의 중심 개념이던 생존 경쟁 이 더 이상 진화에 기여를 못하거나 오히려 불리한 요소라며 거부를 당하게 된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조지 심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붉은 머리 카락을 지닌 부모가 다른 부모보다 자녀를 많이 낳는다면 진화는 붉은 머리카 락 쪽으로 진행될 것이다. 왼손잡이 부모가 더 많은 자녀를 가진다면 진화는 왼 손잡이 쪽을 향할 것이다. 특성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누가 세대에 걸쳐 더 많은 후손을 남기는가다. 자연선택에선 후손을 많이 남기는 것 이 적응이 된다. 다른 이들을 혼란스럽게 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유전학자들 은 그렇게 정의하고 있다. 유전학자에게 적응이란 건강, 힘, 외모와 아무 관련 이 없고 번식의 효율성에만 관련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다윈주의는 사실상 동어반복이 되어 버린다. 예를 들어 기린은 목이 긴 특징을 갖고 있는데, 왜 그런 쪽으로 진화되었는지에 대해 진화론은 아 무런 설명도 할 수 없다. 그냥 기린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영국의 유전학자 워딩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선택은 초 기에는 실험이나 관찰을 통해 확인이 필요한 하나의 가설로 여겨졌지만 이후 면밀한 연구에 의해 일종의 동어반복임이 밝혀졌다. 예전에는 의미를 잘 인식 하지 못했지만 자연선택은 불가피한 인과 관계를 서술한 것이었다. 한 개체군 안에서 가장 적응을 잘한 개체들은(즉 가장 많은 후손을 남긴다고 정의된 개체들은) 가 장 많은 후손을 남길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렇게 서술을 해놓으면 그것은 명 백히 참이다. 동어반복은 당연히 참일 수밖에 없지만 이런 식의 논리를 과연 과학이라 부 를 수 있는 걸까. 다윈주의는 과학이 될 수 없다 고 말했다가 진화론자들의 엄 청난 압력을 받고 주장을 철회했던(그러나 죽기 직전 다시 번복을 했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다윈의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진 이유가 최초의 무신론적 학설이었 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불교처럼 무신론이긴 하지만 인간의 본질과 기원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종교성을 띠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기였다.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너무나 갑작스레 변했는데, 왠지 천국보다는 지 옥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도시 인구가 폭발을 하면서 노동자들은 채광이 나 하수도가 전혀 없는 초라한 지하실 방에서 살았다. 수도 시설이 부족한데다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등으로 콜레라나 티푸스, 결핵 등이 맹위 를 떨쳤다. 이 당시 노동계급의 비참한 생활상은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문학작품을 통 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복지 제도가 전무했던 1840년대 초 영국의 공업도시 에서는 성인 남자의 대다수가 실직 상태였다. 인건비가 싸고 통제가 쉽다는 이 유로 성인 대신 아동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공장에서는 6~7세 아이들 에게도 하루에 12시간 내지 16시간의 노동을 시켰다. 바쁠 때엔 19시간을 일했 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새벽 3시에 나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던 것이다. 당시 국회 청문회 기록을 보자. 문) 19시간이나 일하는 사이에 휴식시간은 얼마나 주어졌습니까? 답) 아침 식사에 15분, 점심에 30분, 음료수를 마시는 시간 15분입니다. 문) 그렇게 극단적인 노동을 하는 아이들을 아침에 깨우는 게 힘들지 않았 나요? 답) 그렇습니다. 애들을 일터로 보내기 전에 몸단장을 시키기 위해 침대에 서 내려오게 하려면 잠자고 있는 것을 안고 흔들어야 했습니다. 문) 만약 그 애들이 조금이라도 지각을 하면? 답) 노동시간이 가장 긴 때에도 짧은 때와 마찬가지로 쿼터를 당했습니다. 문) 쿼터란 무엇입니까? 답) 임금의 4분의 1을 깎는 것입니다. 문) 얼마나 지각하면 쿼터를 당하나요? 답) 5분입니다. 문) 아이들 중 누군가 이런 노동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일이 있나요? 답) 있습니다. 저의 큰딸이 처음 공장에 간 때였습니다. 그 애가 취직하고 나서 5주 정도 되었는데 프레임이 움직이고 있을 때 그 안을 치워내는 게 일이었습니다. 감시인이 말을 걸었을 때, 톱니바퀴에 그 애의 집 게손가락이 걸려 손가락 마디 아래서부터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 애는 5일 동안 진료소에 있었습니다. 문) 손가락이 잘렸나요? 답) 두 번째 마디까지 잘렸습니다. 문) 그동안 임금이 지불됐습니까? 답) 사고가 일어난 뒤 임금은 정지됐습니다. 그날 임금은 4분의 1일치를 받 았습니다. <아동노동의 실태 조사를 위한 새들러 위원회 보고서> (1832) 이러한 환경에 자본가들이라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을 리 없다. 그들 이 다윈의 이론에 열광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기독교가 엉 터리 신화였음을 암시함으로써 자본가들을 죄책감의 지옥에서 구원할 수 있었 다. 잔인하고 냉혹한 투쟁이 생태계의 본질이며, 인간 또한 그러한 질서에서 벗 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주장은 일종의 복음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 를 거스르는 것 같아 찜찜했던 생활양식이, 섭리를 충실히 따르는 칭송 받아 마 땅한 삶으로 새롭게 의미를 부여 받았던 것이다.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다 윈의 진화론은 기독교를 너무도 멋들어지게 대체하는 담론이 될 수 있었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1 G.E.Rice and P.Gainer, Altruism in the Albino Rat, Journal of Comparative and Physiological Psychology 55(1962): J. H. Wechkin et al., altruistic behavior in rhesus monkeys,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21(1964): Bartal, Decety, and Mason, Empathy and Pro-Social Behavior in Rats. 자본가들은 왜 진화론에 열광했는가? 다윈의 시대는 낡은 기독교를 대체할 새로운 사상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

28 28 미래공창신문 근원적 생명력의 직접체험으로서의 동학을 말한다 - (1) 미래공창신문 동학 특집호 대담 [편집실 주] 이 글은 일본 미래공창신문 21호(2014년 10월 31일자)에 게재된 것으로 본지에 게재키로 하여 소개합니다. 특히 미래공창신문 21호는 동학 특집호 로 기획되어 지면 의 대부분이 동학과 관련된 기사로 채워졌습니다. 미래공창신문과의 연대를 통해 앞으 로 보다 풍성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미래공창신문 소개 미래공창신문( 未 来 共 創 新 聞 )은 2012년 4월에 창간( 創 刊 )되었다. 동일본대진재( 東 日 本 大 震 災 ) 후에 일본의 매스컴이 원전 등에 관해서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근 현대문명( 近 現 代 文 明 )이 패러다임을 향한 절호의 찬스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각이 없다는 것에 위기감을 갖고, 철학자인 우매하라( 梅 原 猛 )씨를 최고고문( 最 高 顧 問 )으로 모시고 발행을 시작하였다. 2개월에 한 번 발행하고 있는데, 장차 매달 정기적으로 발행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독 자는 일반 시민, 지식인, 경영자 등이다. 21세기는 동아시아로부터 새로운 문명문화( 文 明 文 化 )가 발신( 発 信 )되어야 하는 세기라고 지적하는 독자가 있다. 미래공창신문은 그 견 해에 동의한다. 특히 한국과 중국와 일본은 한자라는 공통의 언어 세계 전통을 갖고 있 는데, 근대사( 近 代 史 )에서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한반도와 중국대륙에 대해 부지은( 不 知 恩 ) 의 죄를 범했다. 21세기를 세계평화와 인류공복( 人 類 共 福 ) 상복( 相 福 )의 세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해원, 화해, 상생을 향해서 먼저 잘못을 저지른 일본쪽에서 행동 에 나설 필요가 있다. 희망의 미래는 정치 차원보다도 상위개념인 영성 차원의 공감을 갖고 공창( 共 創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공창신문은 동아시아 삼국의 민중과 함께 성장하는 철학신문( 哲 学 新 聞 ) 으로 공진( 共 振 )의 폭을 넓혀 갔으면 하는 바 람이다. 동학 특집호를 마련한 계기 재작년 가을, 나는 한살림 운동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를 박맹수 선생 등과 함께 방문하 고, 한국 민주화의 원점( 原 点 )에 동학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학사상의 요체( 要 諦 )인 시 천주( 侍 天 主 ) 나 경천( 敬 天 ), 경인( 敬 人 ), 경물( 敬 物 ) 에 보편성( 普 遍 性 )이 있다는 것도 확신 했다. 나아가서 동학사( 東 学 史 )를 배우는 것은 동아시아 침략의 발단이 되는 청일전쟁의 진상을 해명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근대 일본에도 소수의 영 성적 인물은 있었지만 한반도의 다수의 일반 민중들이 동학의 사상철학을 몸에 익히고 온 힘을 다해서 행동해 온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나는 한반도에서 활약해 온 층이 두터 운 철인의 사상과 행동, 그리고 그 역사로부터 미래공창( 未 来 共 創 )의 예지를 배우고자 한 다. 그 첫 걸음으로 다룬 것은 동학 이다. 특집을 마치고 동학은 실로 평화와 희망과 여 성성의 세기로서의 21세기에 최첨단의 빛을 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 다. 대담: 김태창(공공하는 철학을 함께하는 모임), 조성환(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전임연구원) 사회: 야마모토 쿄시( 미래공창신문 편집장) 야마모토: 19세기 후반에 한반도에서 출현한 동학에는 동아시아 삼국의 민중이 공감공진( 共 感 共 振 )할 수 있는 깊은 사상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동학은 김 태창 선생님이 때때로 언급하시는 한, 즉 한반도의 사상맥락 깊은 곳에 면면히 흘러온 궁극의 긍정적 사고와 행동원리가 최제우를 통해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태창: 기본적으로는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최제우가 주창한 여민재개벽( 與 民 再 開 闢 ), 즉 백성과 더불어 다시 개벽한다 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야마모토: 선생님이 일본에 오신 지 25년이 됩니다만, 처음부터 일관되게 탐구 해 오신 것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공공하는 철학을 창발( 創 發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명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김태창: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입장은 한국사상의 핵심인 한 의 공창적( 共 創 的 ) 개신태( 開 新 態 )로서의 동학을 직접 체험함과 동시에 동아시아 에서의 사상적 공진공명태( 共 振 共 鳴 態 )로서 함께 체득( 共 體 得 )하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그런데 일반적인 철학과 선생님의 공공하는 철학 의 차이는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인가요? 김태창: 공공하는 철학 은 미래공창철학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종래의 철 학은 어떤 사물 이나 사건 의 성질을 분석하여 그 본질에 다가가려 하지만 영 원히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포리아(논리적 고착 상태)를 안고 있는, 진리 탐 구의 지적 유희라고도 할 수 있는 성격을 줄곧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관 념론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반면에 공공하는 철학 은 진리 를 탐구하기보다는 시민과 함께 보다 좋은 미래를 열어 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행동을 동반하는 실학( 實 學 )이자 체인( 體 認 )을 수반하는 활명원리( 活 命 原 理 )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바 꾸어 말하면 민( 民 )과 민( 民 )이 함께 서로 근원적 생명력을 살리는 연대활동입 니다. 그리고 그것의 지속적인 공창적( 共 創 的 ) 선순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조성환: 동학농민운동은 실로 민( 民 )과 민( 民 )이 함께하는 민중봉기였다고 생각 합니다. 동시에 동학에는 - 천인공공( 天 人 公 共 ) 천인상활( 天 人 相 活 ) 천인공창( 天 人 共 創 )이라고 할 수 있는 - 하늘과 사람이 함께한다는 발상이 있습니다. (인간의) 밖에 있는 하늘과 안에 있는 하늘이 상호연동하고 천인공동( 天 人 共 働 )하여 새로 운 차원을 열어 나간다( 開 新 )는 독특한 생각이지요. 야마모토: 그렇군요. 이 외에도 남녀공동( 男 女 共 働 ) 이 있습니다. 후천재개벽( 後 天 再 開 闢 )에서는 오히려 여성과 여성의 원리가 중시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여남공동( 女 男 共 働 ) 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보면 동학에는 공공하는 철학 의 중요한 요소가 통째로 들어 있는 셈이군요. 김태창: 물론입니다. 게다가 동학은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 안으로부터 만도 아니고 밖으로부터만도 아닌 양자의 사이에서 천인공공( 天 人 公 共 ) 여남공 공( 女 男 公 共 ) 민민공공( 民 民 公 共 )의 실심실학실지( 實 心 實 學 實 地 )를 실천한다고 하 는 특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서양철학(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과 중국사상(공자, 맹자, 주자, 왕양명), 그리고 인도사상(석가, 용수( 龍 樹 ), 세친( 世 親 ))도 거의 대부분이 남성중심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남공창 에 의한 활진세계( 活 眞 世 界 )의 공동실현을 지향한 19세기의 아라이 오 스이( 新 井 奧 邃 )의 사상과 동학의 핵심은 서로 공명하고 있습니다. 유대교 기독 교 이슬람교의 남성신( 男 性 神 )에 대해서 남녀양성신( 男 女 兩 性 神 )을 주창한 아라 이 오스이의 신관은 동학과 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학은 굳이 말하 자면 과거에 남성신에 의해 철저하게 살육되어 그 모습이 사라진 여성신의 부 활소생 쪽에 중점을 두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것은 잃어버린 균형을 회복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성환: 이른바 공동( 共 働 )의 삼원리군요. 이렇게 보면 동학에는 21세기의 새로 운 문명을 열어나가는( 開 新 ) 철학이 내포되어 있음을 새삼 실감합니다. 특히 최 시형 등이 꿈꿨던 정치공동체의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변혁은 동학의 후천재개 벽 과 같은 개념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설치한 집강소( 執 綱 所 )는 섬기 는 공( 公 ) 에서 영성 차원에서 서로 섬기는 공공( 公 共 ) 으로의 전환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학에서는 5만년 만에 인류문명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도수( 度 數 )를 포태( 胞 胎 )의 수 라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남녀가 힘을 합쳐 후천문명을 새롭 게 열어 나가는( 開 新 ) 이정표를 말합니다. 동학이 오늘날 동아시아와 세계에 전 달하는 메시지는 생명파괴의 위험사회를 가중시키는 정치에서 벗어나서 생명 상생의 공공정치로 전환하자는 것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체르노빌이나 후쿠 시마 원전사고에서 드러난 원자력 발전의 가공할만한 생명파괴의 실체를 알게 되면 공공정치로의 전환이 긴급하게 요청되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29 미래공창신문 29 소우주와 대우주에 상통하는 생명력 김태창: 제가 생각하기에는 생명상생 보다는 활명( 活 命 )상생 이라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야뢰 이돈화는 수운 최제우의 사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적은 개자( 芥 子 ) 종자 속에도 생명이 머물러 있고 원형질 세포에도 생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는 먼저 우주에는 일대 생명적 활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활력을 수운주의에서는 지기 ( 至 氣 )라 하고 지기 의 힘을 한울 이 라 한다. 그러므로 대우주의 진화에는 한울 의 본체적 활력, 즉 생생무궁의 생 명적 활동의 진화로 만유의 시장을 전개한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본체 적 한울 은 만물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인격적 신처럼 의지를 가지로 만물을 창조하였다는 말은 아니다. (이돈화, 신인철학( 新 人 哲 學 ) 제1편 제2장) 그래서 활명( 活 命 ) 이라고 하면 생명의 작용을 서로 살리는 근원적인 힘 이라고 하는 이돈화의 말과도 공명( 共 鳴 )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활명( 活 命 ) 은 18세기 일본의 사상가 안도 쇼에키( 安 藤 昌 益, 1703~1762)의 활진( 活 眞 ) 과도 공진( 共 振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활명연대 는 활진호성( 活 眞 互 性 ) 과 상통합니다. 안도 쇼에키 의 핵심 개념인 활진호성( 活 眞 互 性 ) 에 대한 저의 해석입니다만, 활진( 活 眞 ) 을 이 키테 마코토 ( 살아서( 活 ) 참( 眞 ) )라고 읽는 것은 이키테 코소 마코토 (살아있기 때문에 참), 이키타 마코토 (살아있는 참), 마코토 오 이카스 (참을 살린다)라고 하는 세 가지 상태로 이해하여, 기존의 진심( 眞 心 ) 성심( 誠 心 ) 직심( 直 心 ) 이라는 해석보다는 생명의 작용을 살린다 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성( 互 性 ) 은 상반 되는 것 사건 작용의 상호매개( 相 互 媒 介 )입니다. 활진호성( 活 眞 互 性 ) 을 근원적 생명력의 공진화( 共 進 化 )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안도 쇼에키는 천지의 영위( 營 爲 )를 활진( 活 真 ) 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을 활진인( 活 眞 人 ) 이라고 하였습니다. 활진인 이란 천지( 天 地 )의 직경( 直 耕 ), 즉 천지 스스로가 논밭을 경작 하듯이 스스로 경작하는 사람 을 말하는데, 이 활진인이 공생하는 사회를 활진세( 活 真 世 ), 즉 이상적인 사회 로 보았습니다. 쇼에키의 이런 생각은 최시형의 사상과 크게 통하고 있습니다. 예 를 들어 쇼에키는 우주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적 생명력(또는 실재)을 활진( 活 眞 ) 이라고 부르는데, 최시형의 경우에는 그것을 하늘 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쇼에키는 그 근원적 실재(또는 작용)에 의한 대우주의 생명(생성) 활동을 직경( 直 耕 ) 이라고 부르고, 인간의 생산활동도 대우주의 생명활동인 직경( 直 耕 )을 그대 로 반영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최시형도 모든 생명활동을 근원 적 생명태인 하늘 의 작용으로 파악하고, 사람들이 시천( 侍 天 =하늘을 섬기기) 양 천( 養 天 =하늘을 기르기) 체천( 體 天 =하늘을 실천하기) 을 실지실행( 實 地 實 行 )할 것을 강 조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성환: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안도 쇼에키의 참( 眞 ) 과 해월 최시형의 하 늘 이 바로 한 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근원적 생명력 이지요. 활 진( 活 真 ) 은 시천( 侍 天 ) 양천( 養 天 ) 체천( 體 天 ) 으로, 그것은 결국 한살림 입니 다. 이번 기회에 한살림의 깊은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볼 수 있었습니 다. 그것은 바로 직경( 直 耕 ), 즉 직접 경작한다 는 것으로, 직경 은 자신의 생명 과 생활과 생업의 자립과 그것의 질적 향상을 실현시키는 것, 자신의 생명의 원 천인 음식을 스스로 토지를 경작하여 직접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야마모토: 그렇다면 한국이 고대로부터 내외의 환란을 극복하면서 오늘날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한 의 근원적 힘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성환: 맞습니다. 동학의 하늘, 즉 한 은 인격화된 천주 이자 비인격적 실재로 서의 지기( 至 気 ) 입니다. 그래서 동학은 서학(=기독교)의 인격신과 유불도 삼교의 비인격적인 도( 道 ) 리( 理 ) 기( 氣 )를 모두 포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세 가 지를 공평하게 바라보아[ 倂 受 ], 차원을 전환시킨 사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야마모토: 동학은 현대에 들어와 한살림 이라는 생활운동( 道 )으로 되살아났습니 다. 만물을 크게 진정으로 살린다 는 뜻의 한살림 은 주부가 중심이 되어 생활 속에서 동학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환경친화적인 먹거리 를 판매하고 연구소를 세워 생명철학을 연구하며 동학유적지를 순례하고 있다 고 들었습니다. 김태창: 한살림의 살림 을 생명 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수의 의견입니다만 저는 활명( 活 命 )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은 살아서 활동한다는 개체생명 중심의 측 면을 말합니다만, 활명은 명( 命 )=천( 天 )=우주생명 의 작용을 개체의 생 의 활동 을 통해서 충분히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천인공동( 天 人 共 働 ) 인인 공동( 人 人 共 働 )의 상관연동에 의해 실현됩니다. 그래서 동학정신으로서는 활명 연대의 창발운동으로서의 한살림을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시개벽은 천인상화의 공동작업, 천 (한울)과 사람의 공동주체 확립 야마모토: 그런데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에게는 유교의 영향도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성환: 최제우에게는 당시의 유불도 에 대한 소양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학의 연원은 그것들과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른바 한 (근원적 생명력)의 실존 적 체험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상사의 개설서에는 동학은 유교와 불교와 도교라는 중국의 삼교를 종합한 절충사상 이라고 되어 있습니 다. 그러나 중국사상과 한국사상의 차이를 연구하고 있는 저로서는 긍정하기 어려운 학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중국사상을 공부 하고, 또한 최근 몇 년간 한국사상을 연구한 결과 도달한 현재의 결론은 유불도 삼교를 아무리 종합하고 절충해도 동학 이라는 사상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 니다. 야마모토: 저는 한국과 일본의 깊은 차원에서의 사상적 맥락에 강한 관심을 갖 고 있습니다. 동학은 최한기의 기학( 氣 學 ) 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고유사상이 라고 생각합니다. 부분적으로 서학이나 중국사상의 영향이 있다고 해도, 그 핵 심은 한국 전통의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위대 한 사상가 중에서 특히 안도 쇼에키( 安 藤 昌 益 )와 아라이 오스이( 新 井 奧 邃 )에 관심 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라이 오스이의 사상을 현실에 옮긴 인물 중의 하 나가 다나카 쇼조( 田 中 正 造 )입니다. 이들의 사상은 현대 일본에서는 아직도 실날 같이 흐르는 지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는 최제우와 최시형 이 기반을 다진 동학이 비록 철저하게 탄압받았지만, 많은 민중들이 공감 지지 하고 있고 그 생명이 지금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동학은 한국이 세계에 자랑 할만한 위대한 사상이며 철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성환: 동학과 그것을 나타내는 천도( 天 道 ) 라는 말 자체에 이른바 도덕(주자학) 과 무위(노장)와는 다른 생기(생명력)로서의 하늘( 天 )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 습니다. 모든 생물은 자기 몸 안에 하늘 을 모시고 있고, 그것을 해치지 않고 계 속해서 기르고 있습니다. 동학의 천도는 실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양의 도( 道 ) 로서 수련되어 온 유도( 儒 道 )나 불도( 佛 道 )와는 서 있는 위치가 다릅니다. 최제우 는 기존의 유도와 불도에 대해 이제 운이 다 했다 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용 담 유사 안심가 ). 그는 과학혁명으로 시작되는 서세동점 이라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도(=철학과 실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제우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도를 중국의 성인 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한국어의 하늘 에 서 찾았다는 점입니다. 하늘 은 천도 의 천 에 해당하는데, 이 외에도 天 主 나 上 帝 라는 한자어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천도 란 말 그대로 하늘에 바탕을 두 고 있는 도 를 말합니다. 즉 최제우에게 있어 하늘 은 천자나 사대부에만 한정 되지 않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공유하는(= 公 共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되고 있 습니다. 김태창: 동학은 7세기 신라의 원효와 9세기 최치원의 풍류도에서 16세기 율곡 의 기발( 氣 發 )사상과 정약용의 천주관( 天 主 觀 )을 거쳐 마침내 최제우에게 계승 발전 개신된 사상태( 思 想 態 )라고 저는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라이 오스 이나 다나카 쇼조는 일본에서의 동학적 공진공명( 共 振 共 鳴 )이 아닌가 감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입서귀동( 入 西 歸 東 ) 이라고 부르는데, 서 (중국, 인도 그리고 서 양)에 깊숙이 들어가 탐구한 뒤에 동 (한국 혹은 일본)으로 귀환하고, 거기에서 새

30 30 미래공창신문 로운 지 덕 행 상관연동태를 창발하는 것을 직접 체인했습니다. 영성 차원의 활명연대 야마모토: 입서귀동( 入 西 歸 東 ) 이라는 선생님의 표현에 매우 깊은 의미를 느낍니 다. 저로서는 은연중에 탈아입구( 脫 亞 入 歐 ) 와의 대비가 느껴집니다. 김태창: 예리한 지적입니다. 동아시아 근대사를 조망하는 입장에서 19세기 중 엽에 본격적으로 시동된 일본에서의 후쿠자와 유키치( 福 澤 諭 吉 ) 류의 탈아입구 를 탈동입서( 脫 東 入 西 )=입서불귀( 入 西 不 歸 ) 라고 파악하고, 그것과 대비시켜 동학 을 입서귀동( 入 西 歸 東 ) = 활서개동( 活 西 開 東 ) 의 지 덕 행 상관연동태로 의미지우 는 것입니다. 그것은 서학 중국이나 인도 혹은 서양의 학문 을 배워서 서학 화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학의 뛰어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잘 분별하여 자신의 생활현장에서 새롭게 자득자증( 自 得 自 証 )의 학문과 실천을 세우는 것입 니다. 동 이 서 에 의해 회수 통합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서 를 포함하면서 그 것을 넘어서 새로운 지 덕 행 상관연동태로 서 를 다시 살리려 한 것이 동학이 며, 바로 여기에 동학의 동 에 담긴 진의가 있습니다. 야마다 호코쿠( 山 田 方 谷 )와 요시다 쇼인( 吉 田 松 陰 ) 등으로 대표되는 많은 입서불귀( 入 西 不 歸 ) 의 사상가들은 결국 방서침동( 倣 西 侵 東. 서양을 모방하여 동양을 침략함)=방구침아( 倣 歐 侵 亞. 서구를 모 방하여 아시아를 침략함) 의 길로 질주하게 됩니다. 입서불귀는 후안무치의 배외침 략사상과 실천으로 변질될 경향을 항상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중한 경 계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성찰의 맥락에서 다시 보면, 아라이 오스이와 다나카 쇼조의 사상과 언 행이 빛나는 것입니다. 특히 아라이 오스이의 청년시절에는 동쪽의 학문인 유 학을 배우고, 미국으로 가서는 스웨덴보그의 신학을 배운 뒤 기독교인으로 귀 국( 歸 東 )하는데, 후년의 아라이 오스이는 서학에 회수 통합 동화되지 않고 입 인입기( 立 人 立 己 ) 달인달기( 達 人 達 己 ) 의 학문과 실천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아리 이 오스이와 다나카 쇼조의 정신자세를 보면, 저는 동학적인 공진공명태( 共 振 共 鳴 態 )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실감합니다. 이러한 동학정신은 중국에도 있었습니다. 많은 고승 중에도 위험과 반감을 무 릅쓰고 멀리 인도[ 西 ]까지 가서 연구를 한 뒤에 중국[ 東 ]으로 돌아와서, 거기서 다 시 진정한 중국불교를 창신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 법상종의 개조인 현 장( 玄 奘 )도 그런 예입니다. 그들은 모두 방서침동( 倣 西 侵 東 ) 대신 입서입동( 立 西 立 東 ) 달서달동( 達 西 達 東 ) 의 참으로 새로운 학문과 실천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야마모토: 저는 동학의 최시형이 경천 경인 경물의 삼경사상으로 공경한다 는 것의 의미를 종교적 심층차원에서 설파한 것에 대해서 경탄하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 조선유학을 대표하는 이퇴계도 경 을 사상과 실천의 핵심에 두었습니 다. 그런 점에서 동학은 영남 퇴계학의 학통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태창: 확실히 이황, 김성일( 金 誠 一 ), 장흥효( 張 興 孝 ), 이현일( 李 玄 逸 ), 이재( 李 裁 ), 이 상정( 李 象 靖 ), 최옥, 최제우로 이어지는 인맥의 계승관계를 중시하는 견해도 있 습니다. 이른바 가학( 家 學 ) 연원입니다. 최제우는 주자와 퇴계의 적통이라는 것 입니다. 그러나 사맥( 思 脈 )의 관점에서 보면 최제우는 가학과 향학( 鄕 學 )에서 이 탈하여 훗날 귀향했을 때에는 고향의 문인들에게 철저한 배척과 비방을 당하 고 다시 이향( 離 鄕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경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학으로 넘 어가는 것이 아니라, 고향이 아닌 신향( 新 鄕 )에서 가학과 향학을 포월창신( 包 越 創 新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퇴계학파에 속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최제우는 퇴계학파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호학파나 실학파나 개화파의 그 어느 학파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두를 포함하는, 그리고 그것 들 사이에서 양자를 함께 서로 치우침 없이 맺고 잇고 살림으로써 새로운 차 원 지평 세계를 여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로 동학의 대본( 大 本 )이고,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동학은 공공철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마모토: 이퇴계와 최제우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하나만 들어 주시겠습니까? 김태창: 이퇴계는 성리학(=주자학)의 대가입니다. 이기론을 리( 理 )에 중점을 두고 집대성했습니다. 반면에 최제우는 그 전통을 충분히 반추하면서도 그 틀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전적으로 새로운 학문과 실천의 상관연동태로서의 동학을 창 발했습니다. 그는 리나 기가 아니라 그 심층에 작용하는 생명력의 근원으로서 의 정( 情 ) 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퇴계와는 다른 차원의 입 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제우는 최한기와 함께 이율곡이 말하는 이른 바 자득( 自 得 )의 미( 味 ) 가 있는 사상가였습니다. 천학( 天 學 )혁명 으로서의 동학운동, 쇼에키의 사상은 동학의 공진공명태 김태창: 이퇴계는 정( 情 ) 이 리 를 어지럽힌다며 배척합니다만, 최제우는 정 을 생명의 원동력 내지는 본원지( 本 源 地 )로서 가장 중시합니다. 초학주문( 初 學 呪 文 ) 에서 천주를 위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을 돌아보고, 만사를 잘하는 것을 영 원히 잊지 않도록 한다( 爲 天 主, 顧 我 情, 永 世 不 忘, 万 事 宜 ) 라고 하였지만, 이 고아정 ( 顧 我 情 ) 에 수운 동학의 본질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야마모토: 최제우는 한울님의 계시[ 天 啓 ]를 받고 활동을 시작한지 불과 4년 만에 위험한 사상으로 간주되어 처형됩니다. 만인은 평등하다는 투철한 인간관과 노비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어린이와 여성, 태아를 소중히 여기는 실천은 당시 의 엄격한 신분 제도나 유교적 여성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습니다. 최제우 의 인간관은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같았지요. 조성환: 최제우는 모든 인간이 근원적 우주 생명인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고 합 니다. 한울님을 천지부모와 같이 모시고 섬기라[ 侍 天 主 ]고 가르쳤습니다. 불교에 서 말하는 불성 이나 진아( 眞 我 ) 와 같은 최상의 생명이 본래 만인의 생명 속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사상은 당시의 유교나 불교의 에토스를 훨씬 뛰어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당시 지식인 계층은 중국사상을 최대한 존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사상의 특징은 진리의 근원을 성인 이라는 이상적 인물에서 찾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유학을 신봉하는 사람은 공자나 주자와 같 은 성인 의 언행을 배워서 그것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 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교 신자들에게 있어서는 성인 이 부처가 되는 셈이지요. 즉 양자 모두 정점에 성인을 놓고, 자기 성장의 방향과 목적을 성인이 되는 것 에 두었습니다. 이것은 피라미드형의, 완성된 인격으로서의 성인 지향적 삶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이나 바깥에 성인 이라는 이상형을 설정하고 다른 사람보다 빨리 성인이 되기를 바라며 정진한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을 성 현질서 적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우월지향적 행동주의는 운이 다 했다. 고 최제우는 말한 것입니다. 야마모토: 안도 쇼에키는 오역( 五 逆 ) 과 십실( 十 失 ) 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역 은 1권력자 2착취자 3기만자 4성차별자자 5자연파괴자로서의 성인의 모순 된 모습을 가리킵니다. 십실 은 1방탕 2불경유위( 不 耕 遊 慰 ) 3과식 4불경탐 식( 不 耕 貪 食 )의 제도화 5뇌물수수 6난세초래 7화려한 집( 美 宅 ) 사치스런 옷( 奢 衣 ) 8사욕( 私 欲 )과 기교( 謀 巧 ) 9화려한 옷( 美 服 奢 衣 ) 10서학( 書 學 )을 이용하여 무학 직경자( 無 學 直 耕 者 )를 차별지배하고 혹세무민하는 것을 말합니다. 쇼에키의 성 인비판은 실로 통렬합니다. 쇼에키는 성인지배체제를 사상철학 차원에서 탈구 축하는 것에 뜻을 두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성환: 그렇군요. 저도 안도 쇼에키나 니노미야 손토쿠로부터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느낌을 말씀드리면, 전체적으로 일본사 상에는 - 안도 쇼에키나 니노미야 손토쿠도 포함해서 - 하늘 의 작용이라는 측 면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동학운동은 천관( 天 觀 ) 의 혁명, 즉 천학( 天 學 )혁명 이 라고 위치지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를 때리는 것은 하늘( 天 )을 해치는 것과 같다 는 말은 바꿔 말하면 인간에게는 하늘을 살리거나 죽이는 자유 가 주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실로 새로운 천학 이 탄생한 셈이지 요. 하늘을 본받는 것 ( 則 天 )에서 하늘과 사람의 서로 살림 ( 天 人 相 活 )으로 동학과 연결되는 아라이 오스이와 다나카 쇼조 조성환: 그런데 만물을 그 자체로 하늘(= 物 物 天, 事 事 天 )이라고 보는 동학에서는 기 존에 천민( 賤 民 ) 으로 업신여겨 온 노비를 천인( 天 人 =하늘을 몸속에 모신, 하늘을 섬기 는 귀한 존재로서의 인간) 으로 존중합니다. 실제로 수운은 자신의 두 노비 중 한 사 람은 며느리로, 다른 한 사람은 수양딸로 삼았습니다. 동학 신자들은 만날 때마 다 신분을 불문하고 서로 인사하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이것은 신분제도가 엄 격했던 조선시대로서는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즉, 수운은 전통적인 하늘 에 서 평등과 존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읽어낸 것입니다.

31 미래공창신문 31 동학에서는 만물을 그 자체로 존귀한 존재로 위치지우고 하늘 을 생명 으로 파 악했습니다. 여기서 하늘 은 천지인( 天 地 人 )에 작용하는 우주의 생명력 그 자체 를 가리킵니다. 수운을 이은 해월이 아이를 때리는 것은 하늘을 때리는 것이 다. 하늘은 기가 상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를 때리면 아이는 반드시 죽는다 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이것은 우주의 최고 존재인 하늘을 해치는 것과 다름없다는 동학 특유의 타자 윤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사람은 곧 하늘로,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할 타자 입니다. 동학에서는 사람을 섬기는 것 을 하늘을 섬기는 것처럼 하라( 事 人 如 天 ) 는 사상을 제시합니다. 이것은 방금 야 마모토 선생님이 언급하신 것과 같이, 이퇴계의 경 과도 공명합니다. 야마모토: 한반도의 천관 은 중국의 천관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와 관련해 서 한반도의 천인관( 天 人 觀 )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조성환: 종래의 중국적 천인관에서는 사람은 하늘을 일방적으로 공경하고, 하늘 의 질서를 본받기만 하는 존재였습니다. 또한 중국철학에는 천인상관( 天 人 相 關 )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자연현상( 天 )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 다. 예를 들어 군주의 폭정에 대한 경고로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천재( 天 災 )를 하늘이 내린다는 것입니다. 동중서는 그것을 천인감응( 天 人 感 應 ) 이나 천인상여 ( 天 人 相 與 ) 라고 했습니다. 천인합일( 天 人 合 一 ) 이라는 단어도 그런 맥락에서 생겨 났습니다. 이에 반해 동학에서는 하늘이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하늘을 살린다는 천인상 활( 天 人 相 活 ) 의 천인관을 취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사람이 하기에 따라서 하늘 까지도 죽음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바로 여기에서 주체가 하늘 에서 사람 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천인관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있습니다. 이제 사람은 우주를 살리거나 멸망시키는 것까지도 선택할 수 있습 니다. 이것은 노자가 말하는 하늘을 본받는다( 法 天 ) 는 발상을 넘어서고 있습니 다. 김태창: 저는 최제우와 안도 쇼에키의 성인관( 聖 人 觀 )의 유사성을 중시하고 있 습니다. 또한 천도( 天 道 )와 직경( 直 耕 )을 실행하는 정인( 正 人 )에게 새로운 활진세 ( 活 眞 世 )의 주역을 기대하는 쇼에키의 진의( 眞 義 )는 후천재개벽의 여민공동주체 ( 與 民 共 働 主 體 )를 시천주의 민중에게 의탁한 것과 거의 일치하고 있지 않을까요? 활진( 活 眞 ) 도 시천주 도 그 깊은 의미는 우주생명과 개체생명의 근원적 공진화 ( 共 進 化 )를 서로 살린다는 의미에서 활명운동( 活 命 運 動 )이라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조선 말기의 민중은 암흑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긍정적인 집합적 미 래지향을 제시했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한민 족의 무궁무진한 힘을 느낍니다. 아시아를 넘어 인류 역사에 빛을 발하고 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대화 공동( 共 働 ) 관계 가 중요합니다. 후천재개벽 을 주창한 최제우는 칠흙같은 암흑 속에서 밝은 미 래의 창발을 확신했습니다. 절대절명의 위기를 타개하는 길은 특정 지도자에 게 자신의 영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동학하는 민중처럼 서로 공경하는 활명 ( 活 命 )연대를 축으로 한 공동공창( 共 働 共 創 )에 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나카 쇼조( 田 中 正 造 )는 동학농민혁명 시기의 농민군의 규율을 찬양하고 있습 니다. 예를 들어, 적과 싸울 때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이기는 것을 제일로 여 긴다. 어쩔 수 없이 싸우더라도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는 것 으로, 동학의 기본적인 생각은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다나카 쇼조를 평가하고 옹호했던 아라이 오스이도 단호한 비전론자( 非 戰 論 者 )입니다. 우치무라 간조는 청일전쟁 후에 비전론으로 전환했지만, 오스이의 인간생명존중은 그의 신앙과 인간관의 골격입니다. 또한 여성관도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은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가장 어려운 시 기로, 오로지 남자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중략) 하지만 이제는 시대도 변해서 장차 여성의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여자에게 치우쳐서 남자 가 여자에게 유린당할 거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의 시대란 하늘같은 어머니 ( 天 母 )가 다스리는 시대이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조성환: 동학이 후천재개벽에서 여성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과 겹치는군요. 야마모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제우 최시형과 아라이 오스이-다나카 쇼 조가 복사본처럼 느껴집니다. 김태창: 야마모토씨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최제우와 최시형 은 안도 쇼에키와 니노미아 손토크, 그리고 유영모와 함석헌을 서로 비교고찰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래공창신문 사설 한반도와 일본의 공시성( 共 時 性 ) 독일의 현상학자 에드문트 후설(1859~1938)에 따르면, 우리의 생활세계 야말로 모든 지( 知 )와 덕( 德 )과 행( 行 )이 생성 성립 입증되는 근원 근거 근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1929년생의 독일의 현역철학자이자 사회이 론가인 위르겐 하버마스는 그 생활세계가 근대화된 제도세계에 의해 철 저하게 영토화되고 있는 현 실태를 문제시하고 있다. 또한 1925년생의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탈영토와 재영토화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거 기에서 새로운 생성과 창조의 철학을 지향한다. 한편, 1963년생의 일본사상가 후카오 요코( 深 尾 葉 子 )는 영혼의 식민지 화의 주박( 呪 縛 )의 폐해를 해명함과 동시에 거기에서 영혼이 살아있는 새 로운 학문(=영혼의 탈식민지화의 학문)을 제시한다. 그리고 1948년생의 일본 의 초영역적 연구가인 야마모토 테츠지( 山 本 哲 士 )는, 西 國 은 모두 복종한 나라 라고 하는 오리구치 노부오( 折 口 信 夫. 1887~1953)의 학설에 의거하면 서, 동쪽[ 東 ] 은 방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궁정에 복종하지 않는 지방을 가리키는 말 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거론한 다섯 명의 사상가의 언설에서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 까? 그것은 제도세계 의 권력과 금력에 복속하고 아부하는, 그리고 그 영 혼까지도 식민지화된 공인 어용학문과,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그것으로 부터 탈출을 도모하여 진정한 자립과 공창( 共 創 )을 목표로 새로운 학문 지( 知 ) 덕( 德 ) 행( 行 )의 상관연동태와의 상호대비이다. 그것은 실로 서 학(공인된 수입 학문)에서 동 학(자생 자립 자각의 지 덕 행)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이자, 그 각성의 필요성과 중요성이다. 바로 여 기에서 넓은 의미에서의 동학현상을 한일 양국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 까? 즉 일본의 안도 쇼에키와 니노미아 손토크 대 최제우와 최시형, 그리 고 일본의 아라이 오스이와 다나카 쇼조 대 한국의 유영모와 함석헌의 사상과 철학 실천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서 창발하는 공공하는 철학의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미래 공창적( 未 來 共 創 的 )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제도세계에 의한 무시 망각, 그리고 한국은 한일양국의 관학( 官 學 )에 의한 진압 진멸( 尽 滅 )에 의 해 각자의 존재와 가치가 전면 부정되었다. 지금은 동학절멸의 암흑시대가 지나고 한일의 상생공복( 相 生 共 福 )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중대한 전환기에 여러 장애 요인이 나타나겠지만,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 그 건전한 발전 을 촉발하는 사상적 원동력으로 한일 양국의 동학현상의 활혼( 活 魂 )을 소 생시켜야 하지 않을까? 덧붙여 말하면, 아라이 오스이는 아시오광독 사건을 고발하고 공해반 대투쟁의 선구에 섰던 다나카 쇼조의 영혼 친구( 魂 友 )이다. 쇼조는 진정 한 문명은 산을 망치지 않고 강을 망치지 않으며 마을을 파괴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 는 말을 남기며, 권력과 금력구조의 지속적 인 발전을 바라는 제도세계의 기만과 싸웠다. 아라이 오스이는 막부 말기에 미국에서 토마스 레이크 해리스가 주 재하는 신생동포교단에 몸담았다가 1899년에 일본으로 홀연히 돌아온 다. 이후, 유신무아( 有 神 無 我 )의 한 기독교인으로 소박한 저술활동과 후진 의 교육활동에 전력한다. 그러나 비전주의자( 非 戰 主 義 者 ) 오스이는 신전 ( 神 戰 ) 을 주장하였다. 신전 은 진실한 조직이 하나가 되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하고, 활동 시에는 다른 사람 그리고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과 행동을 함께 하되, 자신을 낮춰서 무아( 無 我 )에 이르고자 한다. 꼭 고립 독행( 獨 行 )한다고 해서 신전( 神 戰 )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 안의 자대자존( 自 大 自 尊 ) 의 마귀를 경계하라고 못을 박고 있다. 금권과 명예를 탐식하는 자가 떠들어대는 신전 은 말장난도 되지 않는다. (김태창)

32 32 동학마당 122동학보은취회 이모저모 - 사람이 하늘이니! 이 땅에서, 밥 한 그릇 낭 랑 122동학보은취회 사무국장 2014년 11월 22일 대전 원도심에 모인 12명의 보은취회 추진접주들은 2015 년 122동학보은취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였다. 1893년 보은취회를 기리기 위해 시작한 동학보은취회<사람이 하늘이니>는 올해 18년째이다. 보은취회를 기 획하고 책임지는 추진접주모임은 6개월 만에 모여 올해 보은취회의 행사를 얘 기한다. 추진접주모임은 6월 행사를 준비하기 이전 6개월간 한두 달에 한 번씩 모여 기획하고 대략 1주일간의 들살이를 통해 행사를 만들고 즐기다 전국 각자 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이리하다보니 6개월만의 만남은 반갑고 애틋하다. 또 6개월의 공백은 보은취회의 의미를 다시 원점에서 재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 문화행사 의미 강한데 생명평화의 관점에서 현실의 치유 확산에 고민하자 - 동학을 얘기하고 싶다. 동학을 어렵게 받아들이고 있다. 쉽게 이해하고 싶 다. - 세월호가 가슴에 왔는데 어떻게 풀지를 모르겠다. 4/16 이전 이후가 다른 데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다. - 철학을 처음 배울 때 철학은 뭐지? 철학을 한다는 것은 뭐지? 인간은 그 래서 뭐지? 왜 불평등, 억압에 시달릴까? 인간은 다시 뭐지? 나는 누구지? 이런 질문을 한다. 이것이 철학하는 모습이다. 동학을 만났다. 동학 정신은 뭘까? 함 께 할 수 있는 것은 뭐지? 대안학교, 세월호, 시대정신을 아울러서 추수려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동학을 통해 뭘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이 시대의 맑아지 고자 하는 모습이다. 아는 대로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끼리 나누고 시작하자. - 다양한 참여 동기 속에 주제는 동학사상 중심으로 하자. - 생명살림을 꿈꾸는 사람이 지향성이며 동학굿에서 보은취회 시작하다. - 처음 취회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 크고, 작고는 형편에 따라, 중요한 것은 동학의 정신으로 가고 행사의 보 습은 다양하게, 동학의 첫모임을 되새기며 이름은 상관없다. 취회, 집회, 모임 의 의미를 나눌 필요는 없다. 의미를 언어에 두지 마라. 사람에 의미를 두고, 목 적을 두고, 모이고 흩어져라. - 동학농민혁명의 모태, 사회모순이 모인 것, 사회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장. 지금은 시대적 꺼리가 있는데 동학은 민회다. 한국형 민주주의를 표현하 라. 동학을 하는 사람만으로는 아니다. 장을 형성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만 남의 장(성찰, 씻김, 교류, 나눔, 공심)과 생명, 평화의 흐름과 교류가 있는 마당이다. - 보은취회는 접주 스스로 꾸미는 마당으로 정리했다. - 동학의 뜻을 채우는 것은 모이는 것이고 함께하는 것이다. 120년 전 보은 취회가 의미있다. 생명평화라는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오늘날의 문제를 연결 하는 방향으로 2014년 얼간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을 고민해야, 현시대에 맞는 2015년 보은취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122동학보은취회는 어떤 모습일까? 해마다 조금씩 사람도, 준비되는 마당의 모습도 바뀌지만 전국에서 모인 접주들의 1주일간의 들살이 는 고스란히 나를 드러내고, 만나고, 함께함이 표출되는 한편의 연극이다. <이 땅에서, 밥 한 그릇>함께 나누며 올해는 어떤 모습의 나 가 어떤 너 를 만나 우 리 가 되어 1주일이 채워질까? 보은동학길(5.23,24,25) 취회를 준비하는 맘을 잡고자 계획에 없이 급조된 도보순례였다. 첫날은 아 시반과 팔공이, 둘째날 아시반과 원우가, 셋째날은 아시반, 하랑, 쥐똥나무가 함께 했다. 마지막 날 큰 수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뱀 세 마리를 밖으로 인 도해 주고 고라니 한 마리를 만난 날이었다. 보은의 형님은 식사 때마다 오셔서 맛난 점심을 사주셨다. 보은취회 1일(6.2.화) 1차 추진접주모임 이후로도 3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판거리가 완성되었다, 판지기 담당접주는 스스로 판을 만들고 임시사무국(매년 6개월 활동)은 이를 지원 한다. 들살이 첫날, 한낮의 뜨거운 햇빛을 피해 오후 4시 이후 천막 등 들살이 기본 용품들을 아시반의 트럭에 싣고 보은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 모였다. 전 국에서 후원에 주시는 식재료 물품들이 계속해서 도착하고 있다. 특별히 한살 림의 지원은 2~300명의 청소년에게 2박3일의 들살이를 가능하게 하는 큰 원동 력이 된다. 평일이라 최종 점검회의는 밤 9시에 큰절로 시작되었고 회의를 마 친 연오랑은 포항으로 내려가고, 하랑은 다음날 새벽에 울산으로 출발하였다. 올해는 팔공이 들살이 담당접주로 맘을 내어 주었다. 정지간의 지리산 무산, 3 채의 한옥을 짓고 온 설화, 길위의 학교로 참석한 길위, 든든한 지지자 효둔, 리 산과 낭랑, 그리고 새로운 국궁장의 큰형님이 첫날의 식사를 풍성하게 내주셨 다. 보은취회 2일(6.3.수) 청주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는 리산과 낭랑은 동불과 함께 소풍가는 기분 으로 보은으로 향한다. 지난 밤 작은형님들은 잘 잤을까? 지난밤에 부탁한 작 업은 잘 하고 있을까? 작업 할당 내용을 인내천 정자에 붙이고 왔는데 보셨을 까?(이 방법이 잘 먹혔다.) 청양의 밤도 달콤했다. 오늘은 지역에 사시는 이종현, 이상우, 최만식님이 맘을 내어 동학기념탑에 서 위령제를 준비한 날이다. 유병욱님이 준비해 주신 눈물 흘리는 도자기 향료 가 소박하니 제 자리를 찾았다. 제주 아시반의 음성에 혼령들이 화답을 하듯 바 람이 머물다 간다. 갑자기 검은 까마귀 두 마리가 나타나 하늘 높이 몇 바퀴 휘 돌더니 날아간다. 함께한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위령제 후 뒷풀이는

33 동학마당 33 좋았다. 장하나님의 사람이 하늘이니 즉석 개사 노래도 멋졌다. 보은취회 3일(6.4.목) 오늘은 리산과 낭랑이 서울의 쥐똥나무와, 인천의 월광을 청주시외터미널 에서 만나 보은으로 간다. 주막과 정지간의 천막이 지어지고, 원주에서부터 도 보순례를 하며 도착한 사랑어린배움터와 빛담예술학교 친구들이 만장과 깃발 을 행사장에 설치하였다, 이제 행사장의 활기가 느껴진다. 유도심판인 공원 옆 주민과의 만남은 행사 준비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의자 및 그늘막, 각종 그릇 을 빌려 주셨다. 휴가를 내고 밤늦게 하랑이 도착하였다. 과정상 토닥토닥하며 큰 갈등없이 가고 있다. 추진접주들은 지난해보다 성숙한 걸까? 보은취회 4일(6.5.금, 주행사 1일) 아침일찍 민중광장에 홍익마당용 천막이 4동 설치되었고, 오후 일찍 샨티 학교에서 55명이 도착해서 학교홍보용 천막과 잠자리용 천막을 동학동산 옆으 로 설치했다. 벌써 천막에서 각종 효소와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청주시청소년 상담복지센터 건장한 친구들도 도착, 무지개빛청개구리의 어여뿐 친구들도 도 착했다. 처음 예상은 16개 청소년단체에서 300여명이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메 르스로 인해 반으로 축소되었다. 도착한 친구들이 어제 이어 오늘도 만장을 설 치한다. 음향을 담당한 함께웃는마을공동체 즐거운가의 복실이가 바삐 움직 이고 있다. 청소년락풍류마당에 참석한 단체의 사전준비모임을 마치고 드디 어 저녁7시 공식행사 첫 청소년토크쇼가 진행되었다. 함께 준비한 청년들은 오 는 중에 가벼운 교통사고가 있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 밝은마을 정림당의 사회 로 즉석에서 섭외된 5명의 청년친구들이 정치, 사회, 성 등에 관해 준비되지 않 은 즉흥 대화가 잘 전개되었다. 이어 청소년들의 樂 풍류마당에서 참석단체가 모두 주인공이 되어 공연하였으며 처음과 끝까지 함께하였다. 젊음의 열기에 절로 으쓱으쓱. 이어진 야마가타트윅스터의 초청공연은 절정을 찍었다. 공연 자의 즉석 개사곡 혁명이다 는 취회에 참석한 친구들을 보고 즉석에서 만들어 부른 곡이었다. 이 공연은 샨티학교 교사의 쌈짓돈을 모아 초청해 준 공연이었 다. 이어진 주막이 불티난다. 청율주방장이 빛이 난다. 동불의 지짐도 쉴 새 없 다. 보은취회 5일(6.6.토, 주행사 2일) 역사맞이굿은 꼭두광대의 전문무용수 3명과 참여자 모두가 연출해 된 공연 이었다. 기념탑돌이, 단심줄 엮기, 바우솔과 그림자 없는 50미터의 글무늬 붓 사위 퍼포먼스, 들밥고시레, 풍물놀이로 이어졌다. 사전 연습 없이 어찌 이렇게 진행될 수 있을까? 홍익마당에는 전날 옥천 김성장 님의 명함 만들기와 도우미 신채원, 오늘은 공주 이원하 님의 짚풀공예, 김제 최고원 님의 전통매듭, 보은 김응돈 님의 몸 이야기, 서울 쥐똥나무의 신인간 잡지와 의류, 나무목걸이 나눔이 있었다. 월광 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안내와 방명록을 성심껏 담당하였다. 양산창조학교도 도착했다. 저녁이 되어 동학풍류마당은 생명평화결사의 절 명상으로 시작되었 다. 지는 해의 따뜻한 빛이 참여자의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는다. 100배 후에 윤 중과 리산의 사회에 이어진 동학풍류마당은 주요섭의 전환의 시대, 고은광순 의 여성동학다큐소설 등 각자의 이야기로 밤늦도록 이어졌다. 이때 말하는 차 례가 돌아오면 말하는 솟대 마이크를 활용하였다. 보은취회 6일(6.7.일, 주행사 3일) 아침 7시에 시작된 동학순례는 쥐똥나무와 아시반의 진행으로 2시간정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슬슬 행사장을 정리하였다, 깃발과 만장은 양산 창조학교 와 생명평화결사 중심으로 내려져 모아졌다. 추진접주 마무리회의가 정리되고 우선 빌려온 것 중심으로 먼저 정리해서 반납하고 한숨 쉰다. 하나 둘 떠나고 아시반, 팔공, 무산, 설화, 길위가 마무리를 한다. 보은취회 7일(6.8.월) 지난 밤 천막과 텐트가 없는 텅 빈 공원 정자에서 아시반, 팔공, 무산, 설화, 길위가 마지막 들살이를 했다. 홍보물제작에 도움을 준 샘물과 들도 기억난다. 122보은취회가 정리되었다. 이땅에서 밥 한 그릇 함께하며 만났다가 헤어 진 접주, 청소년, 참여자들은 나를 만났을까? 너를 만났을까? 우리를 보았을까? 3년을 연속 참여하면서 해마다 다름을 느낀다. 올해는 내 공간의 여유가 당신 을 자유롭게 함을 깨닫는다. 이 긍정의 에너지가 삶을 변화해 가길 기도한다. 이 땅에서 밥 한 그릇 하늘 땅 기운 받아 만물 속에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땀 흘리고 밥 먹고 춤추 는 굿 한마당. 부디 만물과 어울려 서로를 돌보는 예쁜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 다. 우리는 누구나 밥 한 그릇, 이야기 한 그릇, 시 한 그릇입니다. 사람이 그릇 이고, 바닥이 하늘인 이 세상, 보은취회, 얼씨구! 판지기 : 122동학보은취회추진접주모임, 청소년락( 樂 )풍류마당추진위원회, 삶결두레 아사달, 극단꼭두광대, 백일학교, (사)밝은마을, (사)한알마을, (사)생명평화결사, 예술 마당솔, 온갖문제연구실, 모심과살림연구소, 함께웃는마을공동체즐거운가 함께한 이 : 개벽신문, 도서출판모시는사람들,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한살림청주생산 자연합회, 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 한살림청주, 한살림대전, 한살림충주제천, 한살 림전북, 한살림부산, 보은농협, 남보은농협, 농민식품, 우리밀농산, (주)이킴, 한울연 대, 횃대둥우리농장, 아리수대추찐빵, 대추고을농장, 김밥푸드, 김석규, 조정미, 한승 명, 남정현, 정미혜, LEE CHEA LYO, 임소현, 류영애, 무명, 우창수, 하혜영, 최선미, 빛담예술학교, 사랑어린배움터, 박현순, 조규호, 소호산촌협동조합, 이광호, 박승호, 박맹수, 모심과 살림연구소, 생명평화결사, 오육이, 박무열, 조완주, 양산창조학교, 김용휘, 김현식, 샨티학교, 기림다마을, 선애학교, 권은숙, 장철기, 유병욱, 안영택, 이윤복, 오승관, 전진택, 김양식, 북실기림굿추진위원회(이상우, 이종현, 최만식), 몰개, 현창백, 박길수, 박언주, 김환수, 최고원, 김응돈, 이원하, 김성장, 주요섭, 고은광순, 여성동학다큐소설팀,박태순, 김명희, 강아재, 차한아, 백선혜 낭랑 님은 여성노동, 생협, 공정여행을 두루 배웠으며 생활공동체를 꿈꾸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34 34 윤법달의 길모퉁이 폭력과 평화 윤 법 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인가? 아니면 평화의 역사인가? 어떤 사람은 인 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규정한다. 인류가 유목생활에서 정착 농경생활 을 하면서부터 전쟁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소유 관념과 그의 제도화가 정착 문화 전반에 걸쳐 일상화되고, 권력구조가 생겨나게 되었으며, 이를 중심으로 집단과 집단의 갈등은 때론 대화와 협상으로, 때로는 무력 충돌을 통한 승자 독 식 방식으로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사회 의 출연은 그 내부에서 그리고 개별 단위 사이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일정 수준의 폭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암 시하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인류 역사상 사회의 형성은 정치의 등장과 더불어 폭력의 시작임을 전제로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규정한 것이다. 혹자는 2000여년 이상의 인류 역사 동안 전쟁이 진행 중인 상태로 지속된 날은 그렇지 않은 날보다 극히 적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평화의 역사라고 말 한다. 전쟁은 평화로운 일상의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양적 통계를 근거로 그러한 결론을 도출한 것은 전쟁과 평화의 시대적 흐름을 통시적으로 통찰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 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고대 중세 근세 근대 20세기(현대) 순으로 구분할 때, 각 시대별 전쟁의 횟수와 참상(결과)을 통계학적으로 보면, 현대로 올수록 횟수는 많아지고 그 결과는 참혹해졌다. 특히, 20세기의 전쟁과 무력 분쟁으로 인한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20세 기 동안 전쟁과 무력 분쟁의 직접적 사망자는 1억3천6백5십만 명~1억4천8백 5십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1천3백~5백만 명, 1918~1922 년 러시아 시민전쟁과 폴란드-소련분쟁에서 1천2백5십만 명, 1909~1916년 멕 시코 혁명에서 1백만 명, 1936~1939년 스페인 내전에서 6십만 명, 식민전쟁 및 1900~1914년 사이의 전쟁 1백5십만 명, 제2차 세계대전 6천5백 ~ 7천5백만 명, 1945~2000년 전쟁 및 무력분쟁 4천1백만 명 등을 포함한 수치로써 1 2차 세계 대전을 제외하고도 225건의 무력충돌의 결과로 나타난 사상자이다. 전쟁은 아 니지만 정치적 테러 및 기근으로 인한 8천9백만 명의 사망자와 구조적 폭력으 로 인한 2천5백만 명의 사망자를 포함하면 총 2억5천5십만 명~2억6천2백5십만 명이 20세기 동안 폭력의 결과로 사망했다. 미국 전체 인구를 넘어서는 2억 5 천만명 이상이 희생된 것이다. 이와 같이 엄청난 사상( 死 傷 )은 20세기 현대에 두드러진 유례없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각종 재래식 무기(소총, 지뢰, 탱크, 미사일 등) 뿐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살상력을 보유한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이 사용되 었기 때문이다. 또한, 20세기의 전쟁은 수송, 통신 등의 발전과 더불어 특정 지 역에 한정되어 발생하지 않고 전지구적 차원의 전쟁이 가능해졌다는 점, 그리 고 마지막으로 이윤 창출을 위한 자본주의의 팽창은 다국적기업의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국가주의의 이름으로 전쟁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요인으 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고대에서 20세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대별 흐름을 살펴보면, 폭력(전쟁) 은 그 빈도가 잦아지고 정도가 잔인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1세기의 오 늘날에도 전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스라엘 점령촌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나 라들에서 전쟁과 같은 직접적 폭력으로 그리고 매3초마다 기근과 같은 간접적 인 구조적 폭력으로 1명 이상의 아이들이 죽고 있다. 이쯤 되면 인류의 역사는 점차 폭력의 역사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듯하다. 오히 려 어느 누구도 현대의 인류 역사가 폭력으로 점철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평화의 역사로 바꾸기 위한 이상주의자들의 노력은 인류 역사를 폭력의 역사로 규정짓는 것에 찬성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제1 2 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 인류는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을 해 왔다. 국제연합을 건설하고, 안보, 인권과 개발을 담보하기 위한 노 력을 전개해 오고 있다. 각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며, 비정부 기구들의 노력은 국가들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평화의 역사를 쓰는데 기여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를 설립하여 전범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일, 유 엔 내에 인권이사회를 신설하여 인권 옹호와 증진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 일, 밀레니엄 개발 목표를 설정하여 빈곤 퇴치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점, 전 쟁을 포함한 무력 분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유엔헌장 에 법제화한 점, 세계시민사회의 성장 발전으로 지구적 네트워킹이 가능해지 고 평화를 위한 상호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점, 각국의 합의로 만들어진 각종 조약이 만들어 내는 국제법규 등은 인류의 역사를 평화의 역사로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노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의미 있는 시도들 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지만 이러한 작은 흐름들이 모이 고 합해져서 큰 평화의 흐름, 즉 평화 거버넌스 형성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데 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사람의 안전과 자유, 그리고 재산의 파괴는 전쟁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대 가이다. 그 정도는 도저히 계산할 수도 없다. 21세기 동안 인류는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간의 셀 수 없는 폭력과 전쟁을 일삼아 왔다. 특히 지 난 20세기와 21세기 초반 10년 동안 그 빈도가 많고, 피해의 정도가 유례없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인류 문명의 발달은 전쟁(폭력) 수행의 효율성과 파괴성, 잔인함을 높여 왔다.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의 개 발, 실전 배치 및 사용의 결과는 바로 그러함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난 세기 동 안 현재의 미국 인구 2억 5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전쟁과 기타 폭력으로 죽었 다. 전쟁과 같은 직접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화와 타협을 통한 비폭력적 방법으로 분쟁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법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운 영하여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해결하여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는 중 요하다. 그리고 만약 발생했다면, 그 폭력과 분쟁 하나 하나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고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노력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또 한 정의 실현이 양 당사자의 화해를 이끌 수 있도록 국제 행위자들은 힘을 모아 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중요하고도 현실적 실현이 쉽지 않은 작업을 성 공적으로 실현할 때 우리는 평화를 주류의 역사관으로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비록 폭력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평화의 역사로 만들기 위한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왔고 또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그래서 평화를 폭력적 구조나 갈등 상황을 평화로 운 것으로 만들어 가는 모든 총체적 노력이라고 볼 때, 우리는 평화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Korea_War_Memorial_of_Korea_ _13 by Republic of Korea (@

35 35 동학혁명기록 세계유산 등재 추진 학술대회 열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해법을 찾는 학술대회가 6월 10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주최로 열렸다. 이날 학술대회 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세계사적 가치,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대상과 범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 18기록물의 사례,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세계기록유 산등재 추진전략 등 4개 테마로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 위 해서는 무엇보다 등재 신청 기록유산의 명칭과 해당 기록물의 범위를 정해야 한 다 고 지적했다. 즉,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에 동학 관련 기록물도 포함시켜 일괄 등재를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동학과 1894년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구분할 것 인지 조속한 결론과 그에 기초한 등재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수집 및 편찬 방향과 관련, 왕현종 연세대 교수(역사문화학)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자료 발굴과 수집 정리 분류 등의 기본적인 체계도 마련하 지 못했으며, 각종 소장 기관과 자료 연관 체계를 만들고 대중적인 활용을 도모하 지 못했다 고 지적했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위해 기초적인 동학농민 혁명 기록물에 대한 자료체계와 정리방식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종철 전 광주민주화운동기록유산등재추진단장은 세계기록유산 심사는 현지 에 대한 실사가 없고 신청서에 작성된 내용만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광주 추진 당시) 신청서를 얼마나 잘 구성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며, 특히 세계사적 의의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고 소개했다. 한 나라의 역사적 의의라는 영역을 넘어 세계 역사 와 문화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심사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고 본 것이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은 국내에서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국내에서 통과되는 것이 더 어려운 현실이다 고 보았다. 동 학 기록물은 후발주자며, 인지도도 낮은 상황이어서 국민들에게 그 당위성을 알 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허권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은 사료가치의 학 술적 객관성 우수성 파급성을 규명하고 등재를 둘러싼 이해갈등이 표출되지 않게 갈등관리가 바람직하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스템 구축 기록물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축적하고 연구 결과물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 있게 정보시 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이날 학술대회의 내용을 기반으로 신청서를 작성 한 뒤, 추진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신청내용을 의결해 올 8월 말까지 문화재청에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유림이 본 동학 갑오사기( 甲 午 事 記 ) 특별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이달의 유물 에 동학농민혁명 당시 유생 이 직접 목격한 이야기를 정리한 갑오사기 가 전시되고 있다. 재단 은 30일까지 재단 기념관에서 6 월의 유물특별전 을 개최한다. 여기서 소개되는 갑오사기 는 동 학농민혁명 당시 전라도 고창에 사는 한 유생 이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동안 동학농민 혁명에 대해서는 당시 조정의 입장에서만 서술돼 편향된 부분이 많아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웠지만 갑오사기 에는 일반 유생이 직접 기록했다는 점에서 동 학농민혁명을 조명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 다. 특히 갑오사기에는 장성 황룡강과 전주성에서 경군과 동학농민군 사이의 전 투가 세밀하게 기록되어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료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기념재단은 동학농민혁명 이슈와 관련된 유물을 선정하여 매달 관람객에게 소개 하는 이달의 유물 전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21주년 기념대회 제121주년 동학농민혁명군 전주입성 및 동학혁명기념관 개관 20주년 기념식이 5월 31일 오전 동학혁명기념관 2층(천도교 전주교구)에서 열렸다. 동학혁명기념관, 천도교청년회가 주최한 이날 기념식은 교구 관계자 등 100여명 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청수봉전을 비롯해 주문 3 회 병송, 동학행진곡, 4대강령, 12개조 기율, 12개조 폐정개혁안 등의 식순으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 관장은 121년 전 5월 31일 동학농민혁명 균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전주성 점령일 이라면서 조선왕조 본향으로서 풍패지향의 상징적인 전주성을 함락한 것은 그 의미와 역사성에 있어 매우 큰 사 건 이라고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축사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은 백성을 귀히 여기는 뿌리 깊은 인간중심 민주주의 사상으로 근현대사에 우뚝 솟은 독보적인 가치 라면서 사람 의 도시, 인간중심 도시를 꿈꾸는 민선 6기 전주시의 비전과도 일치 한다 고 말했 다. 한편 이번 기념식 이후에는 신영우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1894~1895년 동 학농민군의 봉기와 동아시아의 정세 란 주제로 동학사상에 관한 초청강연을 진행 했다. 신영우 교수는 강연에서 한 세기를 넘는 기나긴 동안 한국근대사의 중요 한 흐름은 1894년이 결정지었다 며 흥선대원군이 권좌에서 물러난 뒤 민씨정권 치하에서 농민항쟁이 다시 일어나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동학에 탄압을 가 하면서 대규모 항쟁으로 폭발했다 고 역사 배경을 설명했다.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마당극 우리동네 갑오년> 공연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연기예술전공 재학 생들이 6월 18일과 19일, 20일, 성결대 기념 관 3층 대학극장에서 <마당극 우리동네 갑오 년>을 공연했다. <마당극 우리동네 갑오년>는 마당극패 우금 치 대표이자 예술감독 류기형 작가가 갑오년 당시 농민의 고통과 분노를 우리나라 특유의 해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작품으로, 성결대에 서의 공연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장 이원현 교수가 전체 지도를, 성장순 교수가 전통연희 지도를 맡았다. 우금치 극단의 <우리동네 갑오년> 작품은 동학농민운동 기념 마당극으로 충청 도 한 마을에서 맞이하는 동학농민전쟁을 그리면서 농민의 문제를 백여 년 후의 마을 모습과 오버랩한다. 백여 년 전과 지금의 모습을 연결하여 지주와 탐관오리의 착취와 외세에서 밀려 고향을 떠날 생각을 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제 동 학 을 이 야 기 하 자

36 <전면 광고> 여성동학다큐소설 프로젝트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동학언니들>이 각 지역의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13편의 다큐 소설을 출간합니다. 기존의 출판 방식과 달리 상호 교류와 공부, 상호 검증을 통한 집단 창작, 인터넷 연재,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8월부터 출간을 시작하며, 올해 중으로 13편의 소설이 완간됩니다. 4월 30일 협약식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하였고, 인터넷 연재와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설 인터넷 연재 : 동학스토리닷넷 페이스북 : 여성동학다큐소설 크라우드펀딩 : 오마이컴퍼니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동학 천도교 인명사전 (제1판) 출간 1,780쪽, 78,000여 명에 대한 정보 수록 주문 접수 동학 천도교 인명사전 (제1판) 4 6배판 / 하드커버 / 1,780쪽 가격 20만원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 독서의 시간이라는 것은 지금 이 시간이지 결코 이제부터가 아니다. / 홀브룩 잭슨 책 익는 마을 책은 남달리 키가 큰 사람이요, 다가오는 세대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높이 외치는 유일한 사람이다 / 브라우닝 요즘 나온 책 삶의 기술 사전 아트인문학 여행 우리 역사는 깊다 1, 2 삶을 예술로 만드는 일상의 철학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① 안드레아스 브레너, 외르크 치르파스 저 김희상 역 문학동네 간 2015년 6월 12일 발행 568쪽 / mm 17,500원 김태진 백승휴 저 카시오페아 간 2015년 5월 15일 발행 308쪽 / mm 16,000원 전우용 저 푸른역사 간 2015년 5월 31일 발행 1권 332쪽 / 2권 352쪽 / mm 1권 16,500원 / 2권 17,500원 동학마당책방 매주 일요일 천도교 중앙대교당 앞마당에서 책 익는 마을 - 동학마당책방이 열립니다. 동학마당책방이 단순한 책방으로 그치지 않고, 사람이 모이는 곳, 책을 통해 마음과 생각이 깊어지는 마을 이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책과 사람이 모이는 마을, 책이 익어가는 책 익는 마을입니다. 책 익는 마을 이야기마당 책 익는 마을에서는 매주 새로운 책과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이야기마당을 마 련합니다. 모시는사람들 페이스북을 통해 매주 주제가 소개됩니다. 이 책도 팔아 주세요 동학마당책방에서 판매하길 원하는 도서를 추천받습니다. 모시는사람들 페이스북이나 이메일(동학마당책방에서 판매했으면 하는 책과 이유를 알려주세요.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전화 / 팩스 / 이메일 [email protected] 페이스북

입장

입장 [입장] 20대 총선 여성 비정규직 청년정책 평가 여성 정책 평가: 다시 봐도 변함없다 (p.2-p.4) 비정규직 정책 평가: 사이비에 속지 말자 (p.5-p.7) 청년 일자리 정책 평가: 취업준비생과 노동자의 분열로 미래를 논할 순 없다 (p.8-p.11) 2016년 4월 8일 [여성 정책 평가] 다시 봐도 변함없다 이번 20대 총선 만큼 정책 없고,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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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민락초신문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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