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서울 contents 월의 문화+서울 인문학, 예술에 홀리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미래 경영의 새로운 돌파 구가 바로 인문학이다 라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이뿐만 이 아니다. 故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이 인 문학에 궤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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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 문화+서울 contents 월의 문화+서울 인문학, 예술에 홀리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미래 경영의 새로운 돌파 구가 바로 인문학이다 라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이뿐만 이 아니다. 故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이 인 문학에 궤를 두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상아탑에 갇혀 있던 인문학은 이제 인문학 열풍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번 호에서는 문화예술계에 부는 인문학 열풍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문화 人 모두가 희구하는 우리들의 무대를 위하여 국제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네트워크인 ISPA(국제공연 예술협회)의 제26회 국제총회가 서울문화재단 주관으로 서울에서 개최된다. 문.화.변.동 이라는 주제로 5일간 펼 쳐질 총회에 앞서 서울을 방문한 ISPA의 CEO 데이비드 베 일을 만나 이번 국제총회의 개최 배경과 디지털 시대의 순 소 공연예술의 역할, 미래 청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영아티스트 이 청년의 멋진 신세계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의 앨범 재킷 디자인 으로 이름을 알린 붕가붕가레코드 의 수석 디자이너 김 기조를 만났다. 개성 강한 레터링 작업과 메시지로 차세대 젊은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는 그가 말하는 디자인, 그리 고 철학에 관한 이야기들.

3 c o n t e n t s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vol 월의 문화+서울 아트 갤러리 이달의 표지 작가 인문학, 예술에 홀리다 06 Column 인문학과 예술 10 Report 인문학, 담장을 넘어 대중과 만나다 14 Interview 지식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수유너머 연구원 고미숙 고전평론가 지금 서울은 40 이슈1 한국 연극 새로움에 눈뜨다 44 이슈2 봄의 文 化 제전 48 이슈3 하우스 문학? 하우스문학! 52 이슈4 오감을 깨우면 무대가 맛있어진다 이미지 서울 56 북촌의 봄 18 Trend 발길 가는 대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사람과 사람 22 문화 人 모두가 희구하는 우리들의 무대를 위하여 ISPA CEO, 데이비드 베일 58 리뷰1 음악극 <전통에서 말을 하다> 60 리뷰2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62 리뷰3 연극 <서울노트>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발행일 2012년 02월 25일 등록일 2005년 6월 8일 발행 인 한문철(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 발행처 (재)서울 문화재단 편집기획 서울문화재단 홍보교류팀 홍보교류팀 장 이현아 박영도, 정경미, 김수연, 신동석 오니트(주) 발 행 (재)서울문화재단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Fax 홈페이지 or.kr 편집 디자인 오니트(주) (재)서울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문화+서울 은 서울에 숨어 있는 문화 욕구와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의 창조적 힘과 시민들의 일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문화+서울 에 실린 글과 사진은 (재)서울문화재단의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으며, 문화+서울 에 실린 기사는 모두 필자 개인의 의견을 따른 것입니다. 28 영아티스트 이 청년의 멋진 신세계, 김기조 나의 서울생활기 샌드 아티스트 장 폴로 서울 단상 칼럼니스트 박사의 부암동 생태기 서울 너머로 문화@서울 해외 트렌드 런던의 공정 무역, 착한 소비 이야기 해외 뉴스 뉴욕 LA 밀라노 리스본 좌충우돌 문화 체험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가족체험뮤지컬 <둥글게 둥글게> 문화 캘린더 SFAC 뉴스 현장 인터뷰 독자의 소리

4 문화+서울 아트갤러리 이달의 표지 작가 언제나 푸른 위로 박형진 2012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시각예술분야 선정작가로 중앙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제6회 개인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에는 커다란 풀잎과 작은 아이들, 졸고 있는 개가 주로 등장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시부모님이 계시는 경북 풍기로 이사해서 작업을 하며 살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작품 제작하는데 쓰지만 밥도 하고, 빨래도 하며, 가끔은 개와 산책을 하기도 한다. 짙은 대지와 푸른 하늘, 초록의 잎사귀가 주는 생명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서 시골로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의 소재도 변하게 되었다. 건축물과 옥상정원, 인간의 외 로움을 표현했던 작품들은 서서히 커다란 식물들과 마당 정원, 아이들의 모습으로 표현된 서정적 자아를 등장시 킨 그림으로 변하는 것 같다. 경북 풍기에서 작업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오랫동 안 자연을 벗삼아 지내는 일이 화풍이나 작업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콘크리트 건물 대신 커다란 새싹 들이, 변형되고 왜곡된 인간들의 모습들은 동화 속 인형 모습의 아이들로 자연스럽게 변화되었다. 도시에서의 작 업이 일상적인 모습을 재현했던 것들이라면, 현재의 작 업들은 그것에다 상상을 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있 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소중함을 알고는 있지만, 간과하기 쉬 운 작고 소소한 감정들의 재발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건조한 일상에서 부모와 자식이 서로 끌 어 안아보는 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작은 씨앗을 심어 설레는 맘으로 싹이 트기를 기다려보기 등을 그림에 표현하고 있다. 최근, 이 모든 감정을 보듬고 아우 르는 상태를 HUG라고 이름 붙였다. 요즘 가장 주력하는 작업이 있다면. 최근 작업의 주 관심사는 무엇인가를 끌어안고 보듬는 감 정의 표현인 HUG, 그냥 지나쳐 버리는 소소한 것에 대한 재발견인 새싹, 다정한 단짝의 모습을 담은 버디버디 시리즈 등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 열 개인전에서는 아이 들과 함께 식물을 키워보는 프로젝트 잘 자라라 를 계획 하고 있다. 01. 표지 <잘 자라라> 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상당히 커다란 새싹> 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제법 커다란 열매> 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문화+서울

5 vol.61 03

6 3월의 문화+서울 04 문화+서울

7 플라톤이 광장에서 시인들을 모두 추방해야 한다고 외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문학과 예술의 관계 맺기는 계속되어 왔다. 인문학자나 비평가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이러쿵저러쿵 작품을 평가한다고 폄하받던 시절은 가고, 매혹적인 인문학의 시절이 오고 있다. 예술은 스스로 존재의 조건을 인문학을 통해 탐색하고, 사람들은 영혼을 살찌우고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대안 인문 공간을 찾는다. 인문학과 예술의 오래된 역사에서부터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인문학 공간까지. 풍파 많은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대중의 조우를 살펴본다 vol.61 05

8 3월의 문화+서울 column 악연에서 인연으로의 변화 인문학과 예술의 관계는 밀접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예술이 실천의 행위였다면, 인문학은 이를 지 켜보면서 자신의 견해를 제출하는 비평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예술은 인문학보 다 먼저 존재했다. 예술을 인문학이나 과학 같은 학문과 구분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예술 은 감각과 감정에 호소하는 미학적 생산물이라는 것이다. 학문이 실증과 논리에 충실하다면, 예술 은 반대로 정서와 관련을 갖는다. 예술은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인간 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서 창조라는 것은 새로운 것 에 대한 문제다. 새로운 것은 감각적인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느낀 다음에 이해하게 마련이다. 새 로운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든다기보다 주어진 것에서 새로운 것을 산출하는 것이다. 예술은 원시시 대부터 인간과 함께해 왔지만, 예술에 대한 이론은 고대 그리스를 중심으로 터전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 미학적 생산물에 대한 다양한 인문학적 고찰이 고대부터 있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플 라톤의 시인추방론 일 것이다. 한마디로 예술을 미래의 이상향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이 논리는 인 문학과 예술 사이에 가로놓인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플라톤이 예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그만큼 예술의 매력이 강력하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고 하겠다. 06 문화+서울

9 플라톤, 시인에 반대하다 플라톤은 예술을 모방으로 보았다. 모방이라는 것은 원본과 사본이라는 전제를 염두에 두는 것이 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술에 대한 최초의 문제 설정을 플라톤이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모 방에 대한 플라톤의 논의는 고대 철학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예술학에도 중요한 영향 을 미치고 있다. 플라톤은 당시에 유행했던 시학과 철학에서 벌어졌던 모방을 둘러싼 논쟁을 참고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플라톤은 모방을 심리와 현실성의 문제라는 기본적 논의구조 를 만들어냈다. 이런 방식으로 플라톤은 예술적 모방과 철학적 모방을 구분해서, 예술보다 철학이 훨씬 더 원본 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모방을 재현(re-presentation)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여 기에서 중요한 것은 재현이라는 말이다. 재현이라는 것은 다시 보여준다 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을 다시 보여주는 것일까? 원본을 다시 보여주는 것, 말하자면 사본 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뜻이다. 예술은 철학보다 더 원본에서 멀어진 모방이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사본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요지다. 플라톤은 예술과 철학을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이중적 관계로 보았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좋 은 모방과 나쁜 모방을 구분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플라톤은 시인의 모방을 나쁜 모방으로 본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시인 호머를 비판하면서 필연적인 재현의 오류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서 플라톤은 만일 호머가 다른 인물의 목소리를 가장하지 않았다면 그의 시와 서사는 재현 따 위에 붙들리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가장하지 않았다면 호머 의 시는 좋은 모방이 될 수 있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가장하지 않고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모방은 무엇 일까? 그것은 바로 다른 인물인 척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서술을 드러내는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드라마 같은 것은 나쁜 모방이고 과학 논문 같은 것은 좋은 모방이라는 말이다. 이런 생각이 옳다면, 진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방자 는 초월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진리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남을 속이지도 않고, 언어에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이 모방자는 특출한 능력을 발휘 해서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플라톤의 주장은 고리타분한 것처럼 보인다. 또 한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학자나 이론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이 말한 재현 의 이중구조는 여전히 예술학에서 중요한 쟁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모방의 이중성이다. 쉽게 말하자면, 플라톤은 예술의 재현과 사물을 분리해서 언제 나 사물이 재현보다 먼저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예술학의 핵심에 감 춰져 있다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플라톤이 근본적인 의심을 예술에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예술 의 모방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의심 말이다. 따라서 아무리 진실하고, 신념에 찬 좋은 모방이라고 할지라도, 또 아무리 훌륭한 사유행위나 그것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지라도, 진실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여기에 드리워져 있다. 진실성의 훼손이 뜻하는 것은 무엇 인가? 이 질문은 얼마나 모방이 사물과 닮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바꿔 물을 수 있다. 플라톤에게 중요한 것은 사물과 재현 사이의 유사성 또는 동등성이었다. 비슷하거나 똑같다는 전제가 여기에 깔려 있다. 그런데 플라톤의 의견에 따르면, 이런 생각은 문제가 있다. 비슷하거나 똑같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허위이고 가장이기 때문이다. 재현은 결코 사물과 똑같아질 수가 없다. 재현은 끊임없이 vol.61 07

10 3월의 문화+서울 column 사물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 불가능한 기획을 예술은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 좋은 모방 혹은 나쁜 모방 예술학의 문제의식은 이렇게 재현과 모방이라는 최초의 상황에서 출발한다. 플라톤은 예술의 재 현을 가상이라고 생각하고 속임수라고 보았지만, 이런 생각은 플라톤 시절에나 진지하게 받아들 여졌던 것이다. 플라톤은 참으로 능수능란한 작가였다고 할 수 있는데, 자기가 빠져나갈 구멍은 만 들어놓고 재현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적 재현과 철학적 재현을 구분하는 수법이 그렇다. 재현 자체를 예술적인 것과 동격에 놓았다고 한다면, 플라톤은 자신의 이야기도 하나의 가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았다는 점에서 플라톤은 예술의 딜레마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 다. 결국 플라톤의 입장에서 본다면 예술의 문제는 가상의 가장성이라는 속성에서 시작하는 것이 다. 철학은 가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예술의 재현보다 훨씬 더 사물의 진리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전제가 여기에 깔려 있다. 플라톤이 예술을 이렇게 파악한 까닭은 당시 예술이라는 말에 오늘날 우리가 느끼 는 것과 같은 뉘앙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말에 얽힌 의미들도 시대별로 변 화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영어로 예술을 뜻하는 art라는 말은 라틴어 ars 라는 단어에 서 왔다. 이 말은 배열(arrangement) 이라는 뜻이었다. 여러 개를 함께 묶거나 끼워 맞춘다 는 의미가 있었다. 이것이 기술 을 뜻하게 되면서 현재 의미로 바뀌었다. 단순하게 예술을 정의 하자면, 여러 가지 사물이나 재료에 기술을 가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예 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일대 전환이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낭만주의다. 아름다움, 낯설게 보기 낭만주의는 산업사회의 출현과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지적 운동이었다. 특 히 자연을 과학적 합리주의에 맞춰 재단하는 경향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이 낭만주의였다. 낭만주의의 영향은 광범위했는데,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문학에서 감정을 근거로 한 미학적 경험을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런 낭만주의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철학자가 바로 독일의 철학자 칸트다.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대체로 낭만주 의 예술의 관점에 빚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낭만 주의에 와서 예술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아름다움 으로 공동체에서 받 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새로운 것은 익숙한 것과 결별함으 08 문화+서울

11 로써 만들어질 수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익숙한 것, 다시 말해서 공동체에서 아름다운 것 이라 고 합의된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이런 합의를 깨뜨려버린다. 감각의 반격이 시작되다 인상파처럼 대중의 예술 감각에 저항하는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이 본격 등장한다. 아방가르드 예 술운동이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을 통해 제시되는 이념이다. 현실이 합의한 윤리 적 가치를 넘어서기 위해 인문학은 초월적인 가치를 제시한다. 인상파가 자신의 예술을 펼치기 위 해 필요했던 것은 보들레르의 시학이었다.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감각에 대한 인문학적인 통찰이었다. 예술과 인문학의 관계가 불가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대 예술로 접어들면서 더욱 확고해졌다고 하겠다.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감각 체제에서 다른 감각 체제를 만들어내는 행위이다. 또한 아방가르드 에서 앎과 감각이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 예술은 낭만주의를 그대 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는 것은 어떻게 예술을 통해 새 로운 앎을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낭만주의에서 절대시했던 천재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재는 절대적이고 독창적인 개인이었지만, 현대 예술은 이런 범 주를 인정하지 않는다. 완전한 예술, 존재의 근원을 묻다 현대 예술에 오면 그나마 예술가라는 범주에 남아 있던 낭만주의의 천재 개념도 더 이상 버티지 못 한다. 팝아트라고 불리는 새로운 예술운동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팝아트는 현대 예술의 종착역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앤디워홀 같은 작가가 대표적이다. 워홀은 부자든, 가난뱅이든, 코카콜라 한 병 은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화폐가치의 평등한 교환성을 자신의 예술 원리로 삼았다. 워홀은 통조림통이나 세제 상자를 모방한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암시하는 것은 더 이상 예술이 자연의 모방으로 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의 사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좋은 예술이라는 플라톤주의적인 믿음은 여기에서 붕괴한다. 낭만주의 예술만 해도 자연은 언제나 예술을 규정하는 절대적인 차원이었다. 그러나 현대 예술은 이런 구도 자체를 부정한다. 현대예술 은 예술의 조건 을 보여주는 것을 주요 임무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이 드러내는 이 예술의 조건 이야말로 인문학이 꾸준하게 문제 삼아왔던 주제다. 인문학도 예술을 닮아 이제 아방가르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글 이택광 문화평론가 경희대 영미어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의 잉여를 드러내는 글쓰기 를 모토로 그림에 대한 글을 계속 쓸 생각이다. 저서로는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세계를 뒤흔든 미래주의 선언>,<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무엇이 정의인가?(공저)>등이 있다 vol.61 09

12 3월의 문화+서울 report 탐구와 소비의 경계에 선 인문학 공간들 휘황찬란한 홍대 거리 안쪽의 작은 건물에 자리 잡은 강의실. 젊은 직장인들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성격을 가늠하기 힘든 집단의 사람들이 모여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있다. 대학의 철학 시간이 이만큼 진지할까. 최근 몇 년 새 서울에는 인문학을 탐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인문학 공간이 부쩍 늘었다. 인문학 공간들은 무엇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가. 10 문화+서울

13 인문학에 대한 향수 혹은 동경 입학과 동시에 토익 점수와 학점 관리에 매달려야 하는 지금의 대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 대기업 입사 시험과는 100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독서와 공부를 했고 온갖 이유를 다 들어 술자리를 만들 고 즐길 수 있었던 우리 때가 좋았노라고 말한다. 이건 지금의 삶을 긍정하는 한 방법이다. 그래도 그땐 재미있었다 고, 쓸모를 계산하기보다는 그저 재미를 위해 인문학을 공부했던 학창 시절을 추 억하는 것은 각박한 삶에 위로가 된다. 기만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01 재미로 배우는 인문학? 철학아카데미 수유너머 문지문화원 사이 아트앤스터디 인문숲 등 인문학 강좌들을 제공하는 공간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든다. 드물게 연구 목적으로 강의를 듣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 업과 상관 없이 그저 공부하고 싶다 는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면 서도 기타를 배우고 서예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 하필 인문학일까. 기타 연주나 서예가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 운동에 영 취미가 붙지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취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어렵고 머리가 아프다.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 같은 전문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입문 강좌조차 초 심자가 듣기에는 만만치 않다. 쾌감의 요소 중에는 분명 고통도 있다. 어렵고 머리 아픈, 딱 그만큼 인문학 공부의 매력과 재미 를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이 공간들을 찾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목적과 쓸모가 없기 때문에 놀 이가 재미있는 것처럼, 직무 능력이나 재테크 따위와 아무 상관없는 인문학 공부에 큰 매력을 느끼 는 사람들이 인문학 공간으로 모인다 여 년 역사의 대안 인문 공간들 수유너머, 문 의 회원 최진호 씨는 사람은 습관대로, 관성대로 살아가기 쉽기 때문에 자기가 평소 하지 않았던 것을 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 공부도 그중 하나 라고 말한다. 1998년 출범한 수유+너 머 는 인문사회학 연구자들의 공동체로 10여 년 지속돼오다 2009년 수유너머 문, 수유너머 N, 수유 너머 R 등으로 분리되어 운영을 계속해오고 있다. 철학, 역사, 정치 등 인문사회학의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선정해 세미나, 강좌, 국제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대학원생을 비롯해 인문사회학을 본격적 으로 연구하는 사람들, 단순히 재미를 느끼거나 교양을 쌓으러 오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이 수유 너머 공간을 방문한다. 3월 말이면 12년이 되는 철학아카데미 는 이름 그대로 철학 에 특화돼 있다. 강좌는 크게 철학 이론과 철학을 기반으로 문화예술을 읽는 두 개의 축으로 운영된다. 철학 강의는 다시 초심자를 위 한 철학 입문 강의와 좀 더 깊이 있게 철학을 공부하는 과정으로 나뉜다. 사진, 영화, 미술, 소설 등 문화예술에서 철학적 기반을 살피는 강좌는 각 분야를 깊이 공부하는 사람들 혹은 프로 작가들도 세종예술아카데미 인문학 강의 모습. 02. 세종예술아카데미 오전 클래식 플러스에 모여든 수강생들. 03. 문지문화원 사이에서는 강좌 외에도 시 낭송회나 전시 행사를 제공한다 vol.61 11

14 3월의 문화+서울 report 많이 듣고 있다. 입문 단계와 고급 과정, 혹은 철학 이론과 문화예술에의 응용 등 강좌 성격을 구분 해 제공하는 것이 철학아카데미의 특징이다. 아트앤스터디 는 지난 2000년 개설된 인문학 포털이다. 철학, 문학, 역사, 미학, 미술, 영화, 건축 등 인문학과 문화예술 전 분야에 걸쳐 온라인 강좌를 제공해왔다. 2010년에는 동교동에 인문숲 이 라는 공간을 마련해 오프라인 강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름난 인문학 공간들이 서울에 몰려 있 는 상황에서 아트앤스터디 인문숲 은 오프라인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며 거주지역에 상관 없이 누구나 양질의 인문학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상아탑을 벗어나 거리로 나선 인문학 이러한 대안 인문 공간들은 위기에 처한 인문학이 대학 강의실을 벗어나 대중 곁으로 찾아가야 한 다는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인문학의 위기는 물질적 잣대로 모든 학문의 효용을 재단하려는 풍조 속에서 찾아왔다. 동시에 인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은 인문학이 학자와 연구자들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상황에 대한 지탄이기도 했다. 대안 인문 공간들의 등장은 쓸모없는 것으로 전 락해가던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자는 움직임이다. 지난 2007년 문을 연 문지문화원 사이 는 인문, 예술 강좌를 통해 대학의 한계를 넘고 일반인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 진정한 인문, 예술의 자리를 찾는다는 취지로 출발한 공간 이다. 아카데미 강좌를 운영하고 전시나 시 낭송회 같은 행사를 개최하면서 그 취지를 이어오고 있다. 독서대학 르네21 은 지난 2008년 독서운동을 통한 인문학 부흥을 표방하며 설립됐다. 동서양 고 전 읽기와 인문 강좌, 청소년 독서학교,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독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 영하고 있다. 다중지성의 정원 은 지난 2011년 입시와 취업에 매몰된 제도권 교육을 비판하며 등 장했다. 인문학 강좌와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다중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중 지성의 활발 한 소통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안 인문 공간들이 인문학 저변 확대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철학아카데미의 경우 12년을 운영해오는 동안 8,000여 명의 수강생을 배출했고 230명의 강의진이 활동했다. 물론 양적 측면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광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대안 인 문 공간을 통해 사람들은 인문학이 알게 모르게 삶 속에 스며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의 현재 삶과 일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다면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영혼을 살찌우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 다. 그는 인문예술적 삶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돈과 권력이 중심이 되는 삶이 아닌 인문예술적 삶의 가치를 나누는 것이 철학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04 인문학 저변은 어디까지 확대되었나 지금은 인문학의 위기를 떠들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업경영인을 대상으로 경영기법과 리더십을 강의하던 기관들은 인문학 과정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서울대는 2007년 개설한 인문대 최고지도자 과정 에 이어 2008년에는 중간관리자를 대상 으로 미래 지도자 인문학 과정 을 개설했다. 2007년 고려대박물관의 문화예술 최고위과정, 문화+서울

15 년 성공회대의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 2010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국립극장과 연계해 운영 하는 전통예술 최고경영자과정, 2011년 경상대의 CEO 인문학 과정 에 이르기까지 최근 5년간 CEO 대상 인문예술 강좌는 폭증했다. CEO들이 인문학을 배우고 인문 경영 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동안 기업들도 변화의 바람 을 맞고 있다. 임원진부터 중간관리자,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기업 구성원이라면 마땅히 인문예 술 지식과 소양을 갖출 것을 요구받게 됐다. 교육기관과 연계해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는 기업이 늘었고, 외부 강사 초청 특강의 주제가 인문학인 경우도 많아졌다. 심지어 대기업 들의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문계 출신 지원자의 합격 비중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공연예술기관의 인문예술 강좌를 넘어서 서울 각 자치구가 시민 대상 강좌, 백화점 문화센터가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강좌에까지 인문학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대학 혹은 학생들이 문사철( 文 史 哲 )을 외면한다고 개탄했던 것이 과연 우리 사회 맞나 싶은 착각이 들 지경이다. 인문학의 위기와 인문학의 부흥을 꿈꾸는 대안 인문 공간들의 등장, 경제와 문 화 전반에 걸쳐 부는 인문학 열풍에 이르기까지, 롤러코스터의 움직임 같은 인문학의 위상 변화에 서 역동적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06 능력, 금전, 건강 그리고 영혼의 관리 철학아카데미의 조광제 교수는 인문학이 탐구보다 소비의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했다. 백화점 문 화센터 강의를 나가 보면 막상 수강생은 열 명이 채 안 됩니다. 그런데도 백화점들은 인문학 강좌를 계속 유지하죠. 문화센터 프로그램에서 인문학은 센터의 격조를 높이는 고급 액세서리 같은 역할 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본의 전폭적인 지원과 거리가 먼 인문학 공간들의 운영 여건은 위기를 말하던 10년 전이나 지 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철학아카데미의 경우 재정 문제로 인한 폐쇄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며 위태 위태하게 유지해오고 있는 형편이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인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 만 대안 인문 공간들, 관련 교육기관의 수 역시 늘었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하면서 운영해야 한다. 아트앤스터디 인문숲의 강은미 실장의 말이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자기 관리를 강요받는다. 돈이나 건강, 어학 실력과 커 리어를 관리하는 대신 영혼의 관리를 선택한 사람들은 대안 인문 공간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스 티브 잡스의 아이폰을 이기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 인문학 의 진정한 열풍은 한참이나 먼 일일 것 같다. 04. 세종예술아카데미 클래식 수업에 모인 수강생들이 연주를 듣고 있다. 05. 아트앤스터디 인문숲 인문학 강좌에서 수업중인 진중권 교수. 06. 문지문화원 사이. 07. 철학아카데미 대표인 조광제 교수의 수업 모습. 07 글 김문영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문화교양지 <나이고 싶은 나>, IT 및 모바일 분야의 매거진 <싸이버저널> <엠톡> 등의 기자로 일했다. 현재 편집대행사 대표 겸 자유기고가로 일하고 있다. 사람, 예술, 디지털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글을 쓴다 vol.61 13

16 3월의 문화+서울 interview 14 문화+서울

17 수유너머 연구원 고미숙 고전평론가 인터뷰 서울 중구 필동3가 고미숙 선생의 새 공부방이자 서재인 감이당 의 주소. 나는 한참을 헤매었다. 길을 헤매면서 무엇보다 당황한 것은 그곳이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동네였기 때문이다. 충무로역 1번 출구를 나와 대한극장을 끼고 돌면 나오는 골목길. 그곳에는 오랫동안 정갈하게 평양냉면을 해온, 그래서 내가 자주 찾는 집이 있고 그곳에서 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언덕 중턱에 친구가 살았던 자취방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곳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딱 거기까지가 내 기억과 사유가 그어놓은 세상의 끝이었다. 놀랍게도 감이당 은 바로 건너편 건물이었다. 새로운 앎의 시작은 전혀 다른 곳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그어놓은 오래된 경계를 지우는 일에서 시작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주인공을 만났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 대학가나 경제, 경영, 출판계에서 다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저 개 인적으로는 이 인문학 열풍 이라는 것이 5~6년 전 회자됐던 인문학의 위기 라는 것과 동의어로 들립니다. 우리 사회는 왜 다시, 혹은 왜 여전히 인문학에 주목하는 것일까요? 일단 인문학이라는 게 존재와 삶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잖아요. 이 인문학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사유를 시작한 이후로 계속되어왔습니다. 어떤 문명이 와도 존재와 세계에 대한 탐구를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존재와 세계, 존재와 자연, 존재와 문명 등도 그렇고요. 이것은 분과학으로서의 인문 학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인 앎에 대한 욕망으로서의 인문학이에요. 대학의 세부 학문인 분과학으 로서의 인문학을 염두에 두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인문학이 소외되었다 말하는 것은 실용 담론에 밀린 분과학으로서의 인문학이 밀린 것이었지 근본적인 인문학이 소외된 것은 아니거든요. 1990년대 후반 들어서 대학의 위기와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돌았죠. 그 시기에는 신 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붐과 더불어 대학이 실용성과 자본에 포섭되는 시기였어요. 그 시기 대학들은 신자유주에서 살아남으려는 방법으로 인문학 포기 를 선택했어요. 그 다음 가장 먼저 한 것 이 건물 세우기였죠. 학내에 대형 자본 매장도 들여오고 운동장과 작은 무대와 광장을 없앴습니다. 그 것이 위기의 출구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금융위기와 더불어 2007년 이후로 버블 이 걷혔잖아요. 경영 원리, 경제 원리가 어떻든 간에 결국 우리는 빚 위에서 놀았던 것 아니에요? 서민 부터 재벌까지 모두 그랬지요. 그렇다 보니 지금 현대인은 존재 자체가 잉여입니다. 빚 위에서 살고 빚 위에서 사유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빛( 光 )이었다고 생각했던 게 결국 빚( 債 )이었습니다. 이 시 기를 통과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몸과 존재 몸과 사유 의 거리가 벌어졌음을 공통적으로 인식 vol.61 15

18 3월의 문화+서울 interview 하게 됩니다. 실용성만을 추구해서는 실용적이지 않다 라는 자성이 다시 인문학을 부른 것이겠죠. 늘 그래왔다고도 말할 수도 있지만 개인의 불안과 억압이 적체된 시기가 요즘인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인문 학이 할 수 있는 것, 또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라. 어찌 보면 비슷한 말이네요.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존재 를 통찰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내 삶의 좌표를 보게 하고 존재와 세계에 대한 탐구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기를 바꾸고 삶을 구원하는 일은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요. 그것은 인문학이 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존재 스스로가 하는 것이죠. 어떤 고전과 문명과 제 도도 존재를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유토피아가 없는 것이에요. 인문학은 배경과 토대를 만 들어주고 존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스스로 통찰하는 법만 알려줘요. 자기 스스로 구원을 하든 나락 으로 떨어지든 그것은 온전히 그 존재의 몫이죠. 이번에는 선생님께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그간 수유너머 로 대표되는 비제도권 인문학 네크워크 를 구축해오셨는데요. 그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원 과정을 다닐 때만 해도 연구를 더 하기 위해서는 대학 강단에 속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일단은 제가 대학에 임용이 안 되었어요.(웃음) 물론 그 강단이라는 게 직 업과 생계의 문제도 관련된 것이지만 배움과 지식의 네크워크를 형성하려는 목적도 있잖아요. 강 단에 못 선다고 해서 제 실존을 투영할 배움과 지식의 네크워크를 포기할 필요는 없었죠. 한편으로 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석사, 박사 과정을 밟아 분야의 전공자가 되는 것이 특정 분야를 심화시키고 세분화해서 집약적이고 세밀한 학문을 하는 것이잖아요. 후에나 그 연구 양상을 기반으로 공적 사 회적 영역으로 다시 걸어 나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시기에 푸코나 들뢰즈의 이론과 저서들이 우 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이런 물음이 들었어요. 푸코는 역사학자일 까? 철학자일까? 고고학자일까? <임상의학의 탄생>이라는 책도 썼는데? 들뢰즈도 마찬가지로 철 학자인지 역사학자인지 지질학자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융화와 통섭이라 하는데 그때는 이런 것을 지식 간 횡단이라 했지요. 그런 생각들을 해나가다 작은 공간을 얻어서 서재 겸 세미나실 로 만들어놓고 각 분야의 전공자들과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요즘 많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공부의 달인 으로 통하는데요. 선생님의 저서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를 비 롯한 달인 시리즈 저서들이 큰 인기를 얻은 까닭이 아닌가 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가장 소외받는 계 층이 청소년 계층입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들,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 은 말씀이 있다면요? 책 출간 이후, 강연을 통해 중 고등학생을 많이 만났어요.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에서 쿵푸 는 몸 이거든요. 저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몸과 지식 사이의 간격을 줄이자!를 강조합니다. 학이시습지불 역열호( 學 而 時 習 之 不 亦 說 乎 ) 라는 고전의 말처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거워야 하는데, 요즘 아이 들은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명령과 강제에 의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잘해도 기쁨을 못 느끼고, 못 하면 경멸과 무시를 받지요. 알면 몸이 즐겁다 라는 사실을 알고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학벌 이 얼마나 높아요. 그런데 앓의 기쁨은 철저히 침묵되고 있지요. 사람이 좋다 하는 것은 쾌락 중추가 자극되는 것인데요. 이 자극은 마니아 를 양산합니다. 그런데 이 마니아라는 기분이 애 매하지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알코올중독자,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게임중독자처럼요. 기쁨 과 쾌락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사람들, 특히 아 이들은 이 쾌락에만 집중합니다. 또 이것을 놓치 지 않고 자본이 개입하고요. 이 기쁨을 훈련하 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서부터 모니터를 보면 서 영어학습 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흙을 만지기 도 하고 먹어가기도 해가면서 몸 전체로 놀면서 훈련을 해야지요. 몸 전체로 느끼는 기쁨이지요. 예전에는 저도 요즘 아이들이 고생도 모르고 귀 하게만 자라서 버릇이 없다고만 생각했어요. 그 런데 최근 의역학( 醫 易 學 )을 공부하고 나니까 저부터 시각이 달라지더라고요. 환란이에요. 자 기 스스로의 몸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세대 입니다. 돈으로 산 서비스와 제도 안에서만 자랐 을 뿐이죠.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 이 들어요. 아이들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하 지만 아직도 아이들 몸 안에 있는 기쁨의 잠재력 을 일깨워줘야 할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더욱 문제는 제가 방금 말한 것이 꼭 아이들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오랫동안 수유너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셨습 니다. 최근 감이당 으로 공부방을 옮기셨는데요? 어떤 계기나 어떤 마음으로 거처를 옮기셨는지. 또 마음에 세워두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인가요? 그동안 좋은 공부는 사회비판적이고 양심적이 고 지식을 축적해서 나누어주는 것이라 생각했 어요. 그런데 고전을 연구하다 보니까 더 좋은 공부는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이 고 어디에도 머무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 게 되었어요. 사실 우리 몸도 우리가 사는 지구 16 문화+서울

19 도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것이잖아요. 삶과 자연이 그렇듯 앎도 머무르면 않되는 것이지요. 10여 년간 수유너머 를 운영해왔는데 인생의 한 마디를 지났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절의 원 리와 같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번갈아 오고 또 봄이라고 해서 매년 같은 봄이 아닌 다른 봄 이 오지요. 어떤 리듬을 따르면서 변주가 되는 것이 순리입니다. 수유너머 라는 것도 그동안 이름과 권위를 갖게 되었어요. 그러면 매번 그 이름과 권위 위에서 시작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지금 제가 있는 감이당 은 새로 이름을 지어 새 토대에서 시작하는 것이지요. 지금 이곳은 봄이 죠. 수유너머 가 분과학을 넘는 것이었다면 현 재는 세대를 넘나드는 문화를 융합하는 강좌와 공부가 진행되는 공간입니다. 수평적 네크워크 를 넘어 세대 간의 네크워크를 구성하는 것이지 요. 계획이 하나 있다면 미국 뉴욕에서 이런 활 동을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뉴욕은 가장 미국 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비국가적, 탈국가 적인 공간이잖아요. 의역학이라는 동양적 지혜 가 세계인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또 민족주의 세대가 아닌 글로벌 세대의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그동안 우리 아 이들의 세계화라는 것은 여행과 연수를 통한 즉 소비의 방식으로 만나는 세계화였잖아요. 이것 은 조금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뉴욕에 이 런 거점을 만들면 글로벌한 영역에서 우리 아이 들이 자본적 틀이 아닌 방식으로 진정한 세계를 만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글 박준 2008년 <실천문학>에 시가 당선되면서 시인이 되었다. 그간 여러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썼다. 요즘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박정훈 사람과 공간에 관심이 많아 그런 작업을 좋아한다. 박정훈사진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vol.61 17

20 3월의 문화+서울 trend 쉽게 만나는 온오프라인 인문학 라이브러리 애플의 故 스티브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 고 말했고, 구글은 신입사원의 상당수를 인문학 전공자로 뽑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좀 앞서간다는 CEO들은 너도나도 인문학과 독서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자기계발과 토익 공부에 목매던 직장인과 학생들은 유행처럼 인문학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인문학에 접근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유명하다는 강의라도 등록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무턱대고 고전을 읽으면 되는 걸까? 알고 보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문학 공간이 가까운 곳에 숨어 있다.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녹여내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참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인문학 공간을 소개한다. 18 문화+서울

21 01 02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토론의 장, 인디고서원 부산의 예쁜 벽돌집. 볕이 좋은 한낮이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은 작은 정원이 딸린 곳. 서점 이라기보다는 아틀리에 같은 이곳이 바로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 이다. 인디고서원은 20여 년 이상 청소년 인문학 독서운동을 펼쳐온 허아람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베스트셀러나 학습 참고서를 주로 파 는 다른 서점과 달리 이곳에서는 청소년에게 권해주고픈 인문학 도서를 판매한다. 그리고 청소년 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사고의 폭과 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정세청세 다. 정세 청세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상과 소통하다 의 줄임말로 직접 기획한 주제에 맞춰 토 론하는 행사다. 100여 명의 학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3~4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 램을 기획한다. 청소년들은 더 이상 교육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체가 된다. 고등학생 때 여기에 참가한 뒤 대학생이 된 선배들은 중간교사 라는 이름으로 도우미를 자처한다. 부산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서울 인천 대구 울산 전주 등 전국 12곳으로 확대되었을 정도다. 인디고서원의 중간교사들은 10대 시절을 이곳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보낸 이들이 대부분이 다. 인디고서원이 단지 10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유는 이런 중간교사들이 20대, 30대가 되어도 이곳에서 10대들과 함께 진지한 토론에 임하기 때문이다. 인디고서원에서는 세계 각국의 작가들과 문화예술교육가 등 창조적 실천가와 인문학 석학 등을 초청해 심포지엄과 강연 등을 여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 가 한 해 걸러 한 번씩 열린다. 주제와 변주 라는 프로그램은 매월 한 차례 만나고 싶은 책의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문답하는 형식으로 구 성된 세미나다. 대형 서점의 저자 사인회나 홍보 행사와 달리 저자와 청소년 간에 진지한 대화와 토 론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또 청소년 기자들이 직접 기획, 제작하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을 발행하고 있다. 인디고서원은 청소년을 위한 이란 타이틀이 걸려 있지만 방점은 인문학에 찍혀 있 다. 이곳에 가면 언제든지 인문학이 주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인문학 공간, 길담서원 서울 통인동, 허름한 한옥집 앞에 서점이 문을 열었다. 울퉁불퉁한 골목길에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 기한 입구에는 화초들이 놓였다. 인문학 서점인 길담서원 이다. 책을 파는 곳이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점방 이지만 굳이 서원 이라는 말을 붙여놓았다. 서점도, 북카페도 아닌 서원이라는 명칭을 쓰는 이유는 이곳이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이야 기를 나누는 장소가 되기를 소망하는 주인의 뜻을 담았기 때문이다. 길담서원의 주인인 박성준 교수는 성공회대에서 평화학을 가르치는 교수지만 한명숙 전 국무총 리의 남편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길담서원의 문을 열면서 비치할 1,500권의 책을 손수 골랐다. 신간 위주로 꾸며진 여느 서점들과 다르게 출판된 지 오래되었지만 현재에도 유효한 책들을 눈에 잘 띄게 배치해놓았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 03. 인디고서원 인문학 행사 정세청세 현장 vol.61 19

22 3월의 문화+서울 trend 길담서원은 주로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인문, 사회과학, 문학, 예술 등의 인문학 도서를 주로 파 는 곳이지만 독서 모임이나 미술 전시, 음악회 등 다채로운 인문 예술 행사도 많다. 청소년과 어른 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도 자주 열린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문화 공간에 더 가깝다. 책을 보며 차 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소모임을 위한 공부방도 있다. 작지만 알차고, 책과 사람, 문화가 어우 러진 따뜻한 곳이다. 길담서원에는 현재 청소년 인문학 교실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 교실 등 다양한 공부 모임이 진 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의 기획을 전담하는 사람은 따로 없다. 길담서원을 찾아온 사람 들이 스스로 하나 둘씩 프로그램을 만들면 다른 누군가가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이어진 다. 길담서원만의 독특한 문화다. 길담서원은 좋은 책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빨간 책과 녹색 책을 당당하게 볼 수 있는 레드북스(Red Books)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가에 자리한 사회과학 서점은 그 대학의 진보성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 징이었다. 한때는 전국에 140여 곳의 인문사회 서점이 있었지만, 학생운동과 진보 담론이 쇠퇴하 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지금은 서울대 그날이 오면 과 성균관대 풀무질 정도가 근근이 명성을 이어간다. 전국을 통틀어 7개밖에 남지 않은 사회과학 서점. 그런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 8번째 사회 과학 서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름은 레드북스(Red Books) 다. 빨간 책 이라니, 이름부터 심상 치 않다. 게다가 대학가가 아닌 도심인 서대문에 문을 열었다는 것이 특색이다. 레드북스에서는 수험서 실용서를 팔지 않는다. 대신 3,500여 권의 인문사회 서적을 판매한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교과서처럼 읽었던 책들은 물론 최근 나온 신자유주의나 세계 금융자본주의 비판서, 한국 사회의 진보적 담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담은 책들도 눈에 띈다. 웬만한 인문사회 서적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레드북스의 공식 명칭은 작은 책 카페, 인문사회서적 커피 모임 레드북스 다. 진보적인 활동가 인 최백순 김현우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레드북스는 그저 서점이 아니라 사람들의 만남을 이 어주는 사랑방을 지향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저자 초청 간담회나 다양한 형태의 영화제 음 악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반핵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상영하기도 한다. 레드북스에서는 2층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다. 기증받은 헌책도 취급한다. 그래 서인지 벌써부터 장기 절판된 책을 찾는 독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헌책을 예약하고 있다. 차 한 잔 의 여유와 함께 인문사회학을 논하고 싶은 곳이다 서울역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 에서 열리는 노숙인을 위한 채움 인문학 강좌 자연과학은 20대에도 이해하기 쉽지만, 인문학은 인생의 깊이만큼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인문학이 삶의 학문이라는 방증이다. 그래서인지 삶의 굴곡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인 교도소나 노 숙인센터 등 사회의 변방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역에 위치한 따스한 채움 터 는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다.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이용한다. 이 건물의 3층에는 노숙인을 문화+서울

23 위한 채움도서실과 샤워실이 있다. 따스한 채움터는 단순히 노숙인에게 끼니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인문학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 다. 2월부터 4월까지, 매주 목요일이면 3층 채움 도서실은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의실이 된다. 저 녁 7시부터 90분간 진행되는 이 강의는 동서양 철학, 문학 및 글쓰기, 영화 인문학 등으로 채워진다.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과 노숙인상담보호센터를 이용하는 노숙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 다. 참여를 원하는 노숙인은 강의시간에 맞춰 따스한 채움터를 방문하면 된다. 세상과 단절된 노숙인들이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 려면 자존감의 회복이 절실하다. 인간은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어도 근본적으로 자존감이 회복되 지 않으면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가난해도 행복하게 사는 것과 대조적이 다.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의는 노숙인을 단지 재워주고 먹여주는 대상에서 삶의 주체로 서게 하 는 유의미한 시도다 스마트폰 하나로 인문학을 마스터한다! 인문학 앱 시간을 내어 인문학 공부를 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스마트 기기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해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권한다. 스마트폰만 잘 이용해도 이동 중에 틈틈이 여러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마인드브릿지 애플리케이션 은 직장인들에게 필수교양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문학 콘텐츠를 다 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철학자 강신주, 법학자 박홍규 교수, 과학저술가 이정모 교수 등 국내 인문 학 분야의 권위자들이 강의를 진행한다. 게다가 전자책, 서평 등 풍부한 인문학 콘텐츠가 매주 업데 이트되어 애플리케이션만 잘 활용해도 인문학 전 분야를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책 1권을 A4용지 10 장 분량으로 압축한 전자책은 매주 1권씩, 서평은 매주 2편씩 제공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개발한 대학공개강의서비스(KOCW) 애플리케이션은 국내 대학 및 해외 교육자료 공개(Open Education Resources) 운동 협의체와 연계해 강의자료 정보를 공유한다. 인문과학, 사회과학, 공학, 자연과학, 교육학, 의약학, 예술, 체육 등 다양한 종류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는데, 관심 있는 강의를 검색해 볼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강의는 즐겨찾기에 추가해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엘 고어, 빌 게이츠와 같은 명사와 석학들의 강의도 즐길 수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새플링 재단이 운영하는 TED컨퍼런스( 는 지난 2006년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석학들의 강의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스마트한 세상이다. 04. 서울 통인동에 위치한 길담서원 서대문에 위치한 레드북스는 인문사회학서적만을 보유한 서점이다 인문학 전문 어플 <마인드 브릿지> 한국교육학술정보에서 제공하는 대학 강좌 서비스 어플. 글 배나영 인터넷 방송 DJ에서 유명 포털사이트의 기획자, 대학로의 뮤지컬 배우를 거쳐 자유기고가로 변신했다. 음주가무가 특기다 vol.61 21

24 사람과 사람 문화 人 ISPA(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 CEO, 데이비드 베일 모두가 희구하는 우리들의 무대를 위하여 국제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네트워크인 ISPA(국제공연예술협회)의 제26회 국제총회가 서울문화재단 주관으로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창설 64주년을 맞이하는 ISPA는 2012년 제26회 ISPA 국제총회를 도시 특유의 사회문화적 역동성을 바탕으로 국제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는 서울에서 Cultural Shifts: 문.화.변.동. 이라는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의 한류 현상 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기술적 동인이 공연예술 창작과 향유, 유통과 교류의 내용적 형식적 무게 중심에 어떠한 변화들을 일으키는지를 놓고 동서양 전문가들이 비전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다. 행사를 4개월 앞둔 지난 2월 6일부터 14일까지 서울을 방문한 ISPA의 CEO, 데이비드 베일(David Baile)을 만나, 한국에서 ISPA 총회가 개최되는 배경,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순수 공연예술의 역할, 미래 청중에 대한 얘기 등을 나누었다. 22 문화+서울

25 vol.61 23

26 사람과 사람 문화 人 6월에 개최되는 ISPA 서울총회를 앞두고 진행사항 점검 및 업무 협의차 서울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 먼저 ISPA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서울총회를 4개월 정도 앞두고 있기에 프로그램 및 현장 운영에 관한 협 의 등 주관 기관인 서울문화재단과의 업무 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협력과 도움을 주고 있는 여러 기관을 직접 방문해 ISPA의 활동을 소개하고, 서 울총회의 성공을 위해 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하고자 왔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명동극장을 비롯해 영국문화원, 일본국제교류기금 등을 방 문했는데, 여러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총회 준비가 원활하게 진행되 고 있기에 무척 기쁘다. ISPA(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는 50여 개국 400명의 공연예술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성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국 제 네트워크다. 국제 공연예술계에는 ISPA를 비롯해 다양한 연합체가 존 재하는데, ISPA는 64년이라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국제 연합체로서 ISPA만의 강점을 몇 가지 갖고 있다. 첫째, 소속된 회원들의 지역적 직업 적 배경이 가장 다채롭다는 것이다.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의 회원 이 가장 많지만, 북미와 유럽으로 대변되는 국가 외에도 브라질, 남아공, 아랍, 싱가포르 등 전 세계 50개국의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 역적 다양성을 대변하고 있다. 회원들의 직업적 배경도 다양한데, 기존의 전통적인 예술 장르, 가령 뉴욕 필하모닉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클 래식 음악과 오페라 분야를 비롯해 현대무용, 연극, 다원 등 다양한 공연 예술 종사자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SPA는 시장 기능을 지향하는 연 합체가 아니다. ISPA의 핵심은 아이디어 그 자체에 있다. 우리는 아이디 어 교환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 세계 전문가들의 생각과 비 전을 공유하며 서로 간의 연관성, 영향성에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함으 로써 세계 전체 공연예술계가 발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또한, 일시적인 모임이 아닌 중장기적 관계 구축에 관심을 두고, 각국 회원들이 개인적 직 업적 관계를 국제적으로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마도 공연예술 연합체에 가입하는 이들은 연합체의 시장 기능에 관심이 많 을 것인데, ISPA가 추구하는 아이디어 교환을 통한 중장기적 관계 구축이, 나 와 같은 민간의 공연예술 프로모터가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에 도움이 될지 궁금 하다. 나는 오늘날과 같은 사회 구조에서 순수 공연예술 분야의 비영리 조직, 그리고 영리 추구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주요 이슈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공과 민간의 공연예술 기관, 비 영리 예술 조직과 상업 예술 조직 모두 변화하는 시대에 예술의 역할, 조 직의 생존 문제, 미래 관객에 대한 고민 등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고 본다. 이러한 당면한 현실의 변화, 위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해석과 해 결책을 찾는 통로가 ISPA 총회의 역할이다. 이 같은 기능은 궁극적으로 비영리, 영리 기관 모두의 영속성에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이 경영하고 있 는 마스트미디어 와 같이 순수 공연예술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를 갖고 있는 여러 기관, 개인 역시 ISPA 회원이다. 가령, 브로드웨이 크 로스 아메리카 를 비롯해 상업 예술 분야의 기관, 개인도 ISPA의 회원으 로 참여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 또한 공연예술 분야의 다채로운 직업군에 대해 혼돈하는 경우가 많다. 아트 프리젠터, 아트 프로모터, 예술경영 인 등 다양한데, 이들의 차이점이라든지 ISPA 회원의 구성 비율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ISPA의 회원은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공연장 및 프리젠팅 기관(Presenting organization)의 비율 이 가장 높다. 공연장 및 프리젠팅 기관은 시설을 기반으로 한 조직으로 서 한국의 세종문화회관이라든지 영국의 바비칸 센터, 미국의 케네디 센 터,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이 그 예다. 다음으로 공연예술단체(Performing arts organization)이다. 이 들은 창작과 제작에 중심을 둔 예술 조직으로 가령, 뉴욕 필하모닉과 같 24 문화+서울

27 은 음악 무용 연극 단체, 그리고 여러 예술 축제를 조직하는 기관들이 그 예다. 다음으로 서울문화재단, 호주예술위원회 등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 하는 지원 기관이 있다. 그리고 개인 예술가 및 CAMI, IMG와 같은 예술 프로모터나 에이전트도 많으며, 예술경영인으로 분류되는 무대감독 등 다양한 직업군이 ISPA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 직업군의 역할과 개발이 중 요한 것은 일반 관객이나 청중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는 않지만, 예술과 사람이 만나는 중간 지점, 즉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이들은 문화예술 발전 에 있어 허리와도 같은 중요한 구실을 한다. ISPA는 결국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들이 의견 교환과 비전 제시를 통해 스스로 역량을 키움으로써 공연예술의 발전을 꾀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매 해 두 번의 총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안다. 올해 국제총회 개최지로 서울을 선정 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렇다. ISPA는 공연예술의 사회적 힘을 키우는 것에 뜻을 같이하는 공 연예술 종사자, 전문가들의 연합체다.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며 공연 예술이 사회 발전과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함께 고민한 다. 이를 위해 매해 1월에 뉴욕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6월에는 세계 주요 문화도시를 돌며 국제총회를 개최한다. 1949년 설립 당시부터 개최 된 뉴욕총회는 올해 64회를 맞았고, 지난 1987년부터 매해 6월에 개최하 는 국제총회는 올해 서울에서 26회를 맞는다. 나를 비롯한 ISPA의 핵심 회원들은 서울을 찾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 다. ISPA의 국제총회는 이제까지 주로 전통적인 문화예술 도시, 즉 런던, 파리, 빈 등에서 개최돼왔다. 그런데 2007년 내가 부임한 이후 ISPA와 이 사진은 새로이 부상하는 문화예술 도시들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세계 공 연예술계의 새로운 세대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2008년 국제 총회는 남아공의 더반, 2009년은 브라질의 상파울로, 2010년은 크로아 티아의 자그레브에서 국제총회가 개최되었다. 2011년에는 캐나다 토론 토에서 개최되어 토론토의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 고, 2012년에는 아시아 에너지의 중심인 서울에서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아직도 대다수의 ISPA 회원은 한국에는 전통적인 공연예술 장르만 존 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즉, 전통 공연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시도되는 다 양하고 혁신적인 공연예술 창작물, 현대 작품 등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 다. 세계 공연예술 전문가 중에 한국을 한 번도 다녀가지 않은, 직접 체험 하지 못한 이가 매우 많다는 것이 서울총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이다. ISPA 는 공연예술 전문가들의 모임이지만, 이들의 구성 비율, 인식은 세계 전 체의 대체적인 관심, 인식을 반영하는 소우주(microcosm)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오해, 혹은 잘못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 다. 또한, 전통적인 문화예술 중심지인 유럽이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대 폭 축소하는 것과 달리, 한국 등 아시아가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정책적 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vol.61 25

28 사람과 사람 문화 人 26 문화+서울

29 서울총회의 주제가 문화변동 인데, 어떤 의미인가. 무엇보다 서울에서 세계가 함께 문화변동을 논의하는 것은 아주 시의적 절한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Cultural Shift 는 문화예술의 에너 지가 서구에서 동양으로 이동하는 상황에 관한 것이다. 서울총회는 이 같 은 변화를 국제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와 함 께 테크놀로지 등 새로운 동인이 공연예술의 창작과 유통, 그리고 예술을 인식하는 방식에 있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대해 논의하게 된 다. 여러 측면에서 실제로 오늘날 진행 중인 다양한 사회문화적 기술적 인 변화, 변동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15년 넘게 한국의 공연예술 프로모터로 일해왔다. 현재 여러 도시, 국가가 경제적인 부분을 비롯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한국 공연예술의 가능성, 미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중요하고 공식적인 답변을 하자면, 남미와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이들 정부가 예술과 문화 부분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 는 점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게 된다. 특히, 한국의 중앙 및 지방 정부, 공공 기관이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 등 재정적으로 문화예술 지원을 확대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을 통한 개개인의 예술가, 시민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이해 수준을 높이고 있는 질적인 측면 역시 한국 문화 예술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는 근거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문화적으로 한국이 미래 아시아의 관문이 될 것이 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한국과 한국의 공연예술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에 대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실제로 국제사회가 한 국을 주시하도록 하는 다양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 공연 예술 창작품의 국제교류가 점차 확대되는 점 등이 그 이유다. 그리고, 테 크놀로지 등 기술의 활용, 개발 측면에서 한국은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한국 사회의 진보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지난해 라이브 싱가포르 에 참석했을 때, 한 일본 공연예술 전문가가 새로운 정 치가가 부임할 때마다 새로운 공연장이 지어지는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즉, 관객 개발보다 하드웨어, 인프라의 성장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 제 제기다.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한국 공연예술 시장의 개방성,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청중이 있기에 한국에서도 진행 중인 공연예술 인프라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인프라보다 관객 개발이 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간혹 인프 라 확충만 강조되느라 그 안에 담기는 핵심인 프로그램을 간과할 수 있는 데, 인프라 확충과 아울러 프로그래밍에 대한 고민, 개발은 필수적이다. 앞서 테크놀로지의 역할, 그리고 관객 개발에 대해 언급했다. 생활 방식이나 사 고 체계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젊은 세대가 극장, 무대라는 매체로부터 감동 을 느끼고 발견할 수 있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예술 교육이 답이다. 학교에서의 예술 교육, 예술의 가치에 대해 알리고 계 몽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예술과의 관계는 라 디오, TV가 등장할 때부터 계속 제기돼온 이슈다. 오늘날 파일 공유 프로그 램이나 SNS가 예술 창작, 향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공연 예술의 전달 혹은 유통 측면에 도움이 된다고 보며 보다 근본적 궁극적으 로는 직접적이고 상호적인 만남이 인간이 희구하는 본연의 것이라 생각하 며, 따라서 현장의 무대가 주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ISPA 2012 서울 총회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 리더들이 제시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문화예술계 지적 담론 을 통한 글로벌 소통과 공감, 네트워크의 場. 주제 Cultural Shifts: 문.화.변.동. 기간 2012년 6월 11일(월) ~ 6월 16일(토) 총6일간 장소 문래예술공장, 세종문화회관, 남산예술센터, 예술의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명동예술극장 프로그램 구성 아카데미, 포럼, 공연, 피치 세션, 홍보부스 전시, ISPA 수상자 만찬, 네트워킹 행사 등 참가자 35개국 공연예술 전문가, 문화예술경영인 행정가, 전공자 등 400명 등록 주최 서울문화재단, ISPA 본사 후원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미디어 후원 MBC 협력 세종문화회관, 남산예술센터, 예술의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명동예 술극장, 문래예술공장, 영국문화원, 크레디아, 영국 IAM 매거진, 클럽 발코니,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문의 서울문화재단 ISPA 서울총회 사무국( ~4) 글 김용관 한국 대표 공연기획사의 하나인 마스트미디어와 마스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여 경영해 온 김용관 대표는 세계적 음악가 및 예술단체들의 공연을 유치하여 국내 공연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순수 클래식음악 공연, 해외 팝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을 비롯하여 태양의 서커스, 블루맨 그룹 내한 공연 및 인체의 신비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리아 투어 등 전방위적인 공연문화에 대한 접근을 통해 문화예술사업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사진 박정훈 vol.61 27

30 사람과 사람 영아티스트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 이 청년의 멋진 신세계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그는 시종일관 진중하다. 맥이 빠질 법한 식상한 질문에도 조곤조곤 길고 진지한 답변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여기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고 선언하는 청년은 없는 듯 보인다.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디자이너이자 1인 스튜디오 기조측면 을 운영하며,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앨범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린 김기조. 주목 받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거듭난 그가 말하는 김기조, 디자인, 그리고 소통 이야기. 한글, 솔직하고 낯설게 말하기 현재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디자이너로 있는데 간략한 소 개를 부탁한다. 2004년 설립과 동시에 첫 음반 <관악청년포크협의 회> 디자인을 맡아 진행한 이래로 붕가붕가 레코 드의 선임 디자이너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년 군 복무를 마치고, 붕가붕가레코드 이외의 작 업을 진행하기 위한 개인 스튜디오의 필요성 을 느껴 기조측면 이라는 이름의 일인(1 人 ) 스 튜디오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디자이너와 스 타일리스트 두 가지 역할을 시도해보려 합니 다. 앞으로 진행할 작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2012년을 맞아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 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28 문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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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사람과 사람 영아티스트 김기조 디자이너의 작업 하면 대부분 클래식한 느낌의 타이포그래피를 떠올리 는 사람이 많다. 붕가붕가레코드 앨범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은 건가? 붕가붕가레코드에는 처음부터 참여했고, 초기 작업 대부분을 제가 했으 니, 레이블 구성원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일 테고요. 저도 처음엔 과 거의 한글 디자인이 보여주는 기묘한 조형적 감성의 생경함에 관심을 가 지고 접근했었어요. 네모난 틀 안에 우겨 넣어서 만들어지는 왜곡된 형 태, 방편적인 조형들에 관심이 갔죠. 그런데 작업을 할수록, 그것이 단순 히 옛것처럼 보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글이 취할 수 있는 스타일 의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글에 대한 장식적 실험 등 이 충분한 결말을 보지 못한 채로 애매하게 모던 한 경향으로 옮겨간 것 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요. 저는 과거의 디자인을 재현하고 있다기보다는 현재에도 의미를 지닌 채 활용될 수 있는 한글 디자인의 또 다른 갈래를 파고 있는 거죠. 제가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글 디자인의 경향이 중 성적인 톤의 본문용 글꼴과 캘리그래피, 또는 매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글꼴 정도였어요. 그래서 저는 대중적 활용도가 있으면서도 시각적으로 색다른 글꼴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현재의 경향과 반대되는 것으 로 네모꼴 글자의 극단적인 실험, 글자 획의 장식적 활용을 자연스레 연 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현재의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이죠. 타이포그래피는 영문 으로 작업했을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 서인지 한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꾸준히 해온 김기조씨의 작업이 더욱 눈에 띄 는 것 같은데 작업 스케치들. 02. 쑥고개청년회의 탄생 공연 포스터. 03.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앨범 커버. 04. 아침<Hyperacitivity>앨범 커버. 05. 아침의 앨범 발매 티저 포스터. 05 영문으로 디자인했을 때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근현대사를 겪어오면서 한국인에게 자리 잡은 타자의 시선으로 평가되는 것에 익숙 한 문화적 사고 방식,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영문이 의미 요소가 아 닌 조형 요소로서 받아들여지는 효과, 영문 글꼴의 개발이 풍부하게 이 루어진 점 을 들 수 있어요. 저 역시 기존의 한글 글꼴을 그대로 사용했을 때, 범용적으로 활용 가능한 중성적 글꼴만으로는 흡입력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해당 디자인을 위한 전용 글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은 스스로 생각하는 바를 온전 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데 있어요.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모국어이기 때문에 이해도가 충분한 상황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미묘한 어조를 조절 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죠. 사실, 역으로 묻고 싶은 것이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태어나고 활동하면 서, 자신이 속한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에 어째서 외국어를 30 문화+서울

33 빌려와야 하는 걸까요. 그것이 적합한 표현 방식이라면 모르겠지만, 제 게는 작업의 시작과 동시에 영어 단어, 문장부터 찾아보는 행위가, 실제 우리 일상과는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한 창작물이든 모국 어를 기반으로 했을 때 그 의미가 온전히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사회 구 성원 스스로 자신의 것에 신경 쓰지 않는 태도가 일반화되다 보니, 반대 로 한글을 절대가치의 진리처럼 숭상하는 흐름이 만들어져 버렸어요. 저 는 이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글은 그저 글자 이고, 아무 리 큰 의미를 부여해도 우리, 즉 한국인이 쓰는 글자 예요. 도구가 권위, 진리로서 개입하는 순간 경직된 사고,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요. 그러다 보면 결국에 한글은 역시 촌스럽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지속가능한 소통을 말하다 메시지도 참 재미있는 것이 많다. 이 시대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화두일 텐데, 특히 결과는 참담했다 싫은데요 같은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젊은 세대 의 심리적 화두를 잘 이끌어내는 것 같은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생각, 주장들을 작업을 통해 풀어내려 하지만, 태 도적인 면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적당한 선에서 감추지 못하는 경 우가 많은 듯해요. 나는 괴롭다 던가, 나는 슬프다 던가 개체화된 감각으 로 풀어내고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는 그것이 공감을 강요하는 것으로 읽 힐 수 있거든요. 그 순간 관찰자는 불편한 벽을 느끼고 외면하게 되죠. 철 저한 계산까지는 아니지만, 제 작업 스타일이 확고한 이상 메시지마저 자 의식이 과도하게 투영되는 것을 배제하려 노력했습니다. 관찰자가 작업 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일부 아트워크에서 70년대 선전물 스타일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게 발화성 이 강력한 메시지들과 어우러져 반항적이고, 무심한 청춘들의 단면을 드러내곤 한다. 처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권위적인(또는 그렇게 보이려 애쓰는) 글꼴의 형태를 빌어, 다소 힘이 빠져 보이거나 모자라 보이는 메시지를 담았을 때, 어딘가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면서 권위를 가지고 노는 vol.61 31

34 사람과 사람 영아티스트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전복적인 상황묘사가 즐거운 작업이었는데 그렇 게 해서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와 같은 메시지가 나왔던 것이죠. 하지만 작업에서 정치적 방향성을 지우고, 좀 더 일상적인 메시지를 담게 되었을 때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작업의 스타일적인 부분은 과거의 것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거 에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옛날 티를 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아요. 예를 들 어 푸로덕-숀 처럼 예전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으로 문구를 쓰는 것이 시대에 대한 진지한 묘사라기보다는 그 시대를 빌려 와 대상을 희화화하 는 것에 목적이 있잖아요? 그 시대 사람들의 나름 진지했던 일상을 현재 의 눈에 어색해보인단 이유만으로 우습게 여기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가벼운 태도로서 옛날식 표기법을 사용하는 투의 작업은 첫 작업 관악청년포크협의회 1집 이후로 완전히 버렸어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향점을 현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과 소통 하려는 의도가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눈뜨고코베인 3집 <Murder s High>나,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 커버는 일련의 작업스타일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은 생동감이 넘치지 만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이 표현하는 이미지를 1차적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음반디자인을 해 오면서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제1원칙입니다. 음악을 포장하는 이미 지가 아니라 음악에 시각적 장치를 제시하는 것인데, 즉, 외로움이 담긴 노래에 외로운 이미지를 담거나, 어긋나 있는, 심지어는 완전히 반대되 는 이미지를 담기도 해요. 음악과 디자인 두 가지가 힘을 지닌 채로 영향 을 주고받으며 효과를 만든다고 할까요. 눈뜨고코베인 3집 <Murder s High>의 경우, 음반에 실린 음악들이 살인, 살해, 죽음에 대한 공포심과 원죄의식이 담겨 있어요. 음반디자인을 위한 첫 회의에서 사건 현장을 표현하는 것으로 표지 아이디어가 모일 때, 제가 이 음반에는 예쁜 그림 이 필요해. 라고 주장하면서, 표지 이미지를 어린아이가 자동차 밑을 들 여다보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청자의 상상 속에서 전개될 수 있는 이미 지를 만든 것인데, 표지에서 굳이 피나 폴리스라인 등을 표현하지 않아 도 상상에 따라서는 잔혹하게 보일 수 있었죠. 물론 그 장면이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고요. 음반 디자인 외에 요즘 관심을 갖는 디자인 분야가 있나. 저 자신 또는 누군가의 취향, 일상을 구성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 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닌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역할에도 관심이 있고요. 특히 요즘은 옷이나 장난감 등에 계속 관심이 가네요. 최근 창작 분야의 화두는 협업, 콜래보레이션 이에요. 서로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 교집합 으로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연이 닿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를 해독하는 몇가지 암호들 붕가붕가레코드나 김기조 씨 작품은 인디레이블이긴 하지만 이제 비주류 문화 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 측면에서 일종의 문화디자 인이라고 명명해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문화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 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한 토양 그리고 그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합 쳐 문화적 테두리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축적되 고 그것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전체의 것으로 확대해나가면서 문화가 성장하는 거죠. 작은 동네 빵집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경험과 일상이 축 적되면서 나이를 먹다 보면 하나의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생겨나 겠죠. 굳이 문화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회 구성원이고 싶어요. 공공성이 부재한 곳에서 공공디자인이라는 말 이 튀어나오고 문화적 토양이 빈약한 곳에서 문화디자인이라는 말이 나 오는 것 같아요. 기획을 통해 완성된 가치를 대중에게 던져준다는 개념의 문화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스스로 숨 쉴 수 없는 생명체에게 공급하는 인 조 배합토인 거죠. 가령 홍익대 인근의 갈수록 높아지는 임차료, 구성원 의 생계 문제로 그곳을 기반으로 한 독립문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문화 지원을 위한 예산과 정책은 매우 인공적인 것이죠. 자생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힘이 자꾸만 좌절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평소 프로젝트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자신만의 작업 방식이 있나. 평균적으로는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그 이상의 시간을 써본 작업은 거 의 없는 편이에요. 어떤 작업물은 찰나에 튀어나온 것들도 있고, 반면에 보기와는 다르게 장고의 끝에 나온 결과물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마무리에 쓰는 편인데, 주어지는 시간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져요. 완성도 없이 얼개를 짜는 것은 나흘 정도 안에 이루어집니다. 적응력이 좋은 편 이라, 작업 장소는 가리지 않는 편이에요. 가끔은 카페에서 작업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작업 흐름이 막힐 때는 일부러 시끄러 운 패스트푸드점을 찾기도 해요. 예전부터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몸에 배었는데, 결벽적인 작업 스타일 때문이라기보다는 작업이나 작업 공간 32 문화+서울

35 자체를 공유할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 듯해요. 여럿이서 하는 작업도 좋더라고요. 서로 긴장감이 있으니 쉽게 피로해지지도 않고. 작업할 때 디자이너로서 의식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디자이너가 자기에게 특별한 능력과 책임이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사회 구성원과 몸을 섞지 않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디자이너이기 전에 스스로가 사회 구성원이고, 본인의 행동이 자신에게만 영향을 끼치 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으로 충분해요. 디자인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과신 아닐까요. 디자이너가 문제 해결 방식을 보편 성에서 찾지 않고, 디자인적 특수성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만든 디자 인 제일주의 의 초라한 결과물들은 이미 주변에 널려 있으니까요. 당 연한 얘기지만,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접근하는 것에 우선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독해 능력,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혹 시 떨어지는 건 아닌지 항상 확인해요. 게을러지는 것보 다 사고가 단순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요. 적어도, 이 디자인은 녹색을 주 색상으로 나뭇잎 문양을 넣어 친환경 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따위의 말을 읊조리는 디자이 너는 되지 않도록요. 또한 항상 내가 왜 이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 작업 내에서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려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늘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유를 잃지 않고 무난하게 사는 것이 개인적 인 바람이죠. 이미 그것 자체가 큰 도전인 사회 이지만. 글 박현일 서울대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주로하는 더 그라프 를 7년째 꾸리고 있다. 새롭지만 쉽고 편안한 디자인이 뭘까 어렵고 불편한 고민을 하고 있다. 사진 박정훈 vol.61 33

36 사람과 사람 나의 서울 생활기 샌드 아티스트 장 폴로 풍류를 알면 서울이 보인다 한 줌의 모래를 든 손. 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가 화면 위에 사람과 세계와 우주를 그려낸다. 샌드 애니메이션 분야에선 가히 세계 최고의 거장으로 굴지의 에미 상과 아카데미 상을 동시 수상한 아티스트, 장 폴로를 만났다. 건국대학교 문화예술대의 교수이자 광주 비엔날레 명예 홍보대사를 지낸 바 있고, 최근엔 지상파 TV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샌드 애니메이션 퍼포먼스를 펼쳐 더욱 인지도를 높인 그는 차분한 인상과 형형한 눈빛이 인상적인 예인이었다. 올해로 한국에 계신 지 얼마나 되신 건가요? 11년째 되네요. 처음에 워크숍 때문에 서울에 올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숙명여대에서 교편을 잡아보라는 제의를 받은 게 시 작이네요. 숙명여대에서 4년을 가르치다가 국민대에 갔다가 이제 건국 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서울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인상은 어땠나요? 활력이 넘치는 대도시, 엄청난 도시라는 것이 첫인상이었어요. 좋았어요. 처음 왔을 때에는 압구정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출근했었죠. 점차 한국 예술인들과도 교류하고, 서울의 전통이 살아 있는 명소들을 돌아다니면서 서울생활에 서서히 적응해나갔습니다. 샌드 애니메이션을 평생의 이력으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맨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했다가, 빅 스튜디오로 옮겨 애니메 34 문화+서울

37 이션을 하게 되고 거기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하다가 샌드 애니메이션 에 눈 뜨게 되었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건국대에서도 샌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있어요. 스톱 모션을 주로 가르치지만 클레이 애니메이션과 함 께 샌드 애니메이션도 수강과목에 포함되지요. 선생님과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열광적인 블로거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런가요? 아쉽네요. 한국말을 잘하면 가서 볼 수 있을 텐데. 예술가 지망생으로서 한국 대학생들은 어떤가요? 중국의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쳐봤는데,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대학이나 다 비슷해서 열심인 학생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한국 학생들이 보 여주는 예술적인 성과는 믿기 어려울 만큼 프로페셔널하고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이 최고의 교수 로 선정한 것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쁜 일이지만, 제 생각에는 제가 가진 다른 문화적인 토양과 다른 사고방식이 그들에게 좋은 의미에 서 자극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학생들은 교수를 정말 존중 해 줍니다. 어떨 땐 많이 어려워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전 그걸 깨려고 합 니다. 질문이 없으면 질문을 하라고 다그칩니다. 전 조용한 학생들을 좋 아하지 않아요(미소). 학생이라면 모름지기 호기심이 많아야죠. 호기심, 특히 예술학도나 과학도라면 마땅히 호기심을 가져야죠. 그것이 다른 스 타일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입니다. 다행히 한국의 학생들은 제 가 창조적으로 다그치는 것을 좋아하고 이에 고무되는 것 같습니다. 전 그들에게 질문에 답을 하지 말고, 생각을 해보라고 말합니다. 답을 하는 건 너무도 쉽죠. 생각하는 것이 창조적인 과정입니다. 이런 제 뜻을 성실 하게 받아들여주는 학생들이 대견해요 vol.61 35

38 사람과 사람 나의 서울 생활기 서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발견하셨나요? 여기 벽에 붙어 있는 지도를 보면, 검은 사인펜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들 이 제가 여행한 나라와 도시들입니다. 상당히 많죠? 그런데 그중에서 서 울이 가장 큰 도시였어요. 정말 크죠. 그리고 가끔은 정말 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멋진 곳들이 있죠. 홍대 거리가 있 고, 인사동이 있고, 그리고 특히 삼청동을 정말 좋아해요. 삼청동에 산 지 햇수로 5, 6년이 됐어요. 그 아름다운 골목들을 좋아해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너무 유명해져서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복작대는 것입니 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서울의 본래적인 아름다움을 오래 보존했으면 하 는 마음입니다. 전통과 현대가 맞물려 있는 도시, 서울을 위한 도시계획 (urban planning)이 필요합니다. 삼청동과 인사동은 세계 어딜 가도 찾 아볼 수 없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고층빌딩을 짓기 위해 오래된 건물을 허무는 건 말도 안돼요! 그리고 최근 인사동이 주말 외에도 평일에도 차량 제한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아는데 정말 박수쳐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 욕심으론, 삼청동도 그랬으면 좋겠어요(미소). 한 국엔 정말로 아름다운 동네가 많거든요. 서울에서 제가 산책하길 좋아하 는 최고의 곳은 북촌입니다. 정말로 북촌을 사랑해요. 북촌은 아직 인사 동이나 삼청동만큼 현대성으로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북촌은 거리 구조 상 차 들어갈 데가 없거든요(미소). 북촌이 서울의 도시계획 모델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샌드 애니메이션 공연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가 시간엔 주로 뭘 하세요? 친구들과 술을 마십니다. 한국인들도 술을 좋아하죠? 주로 와인을 마셔 요. 사실 칵테일을 매우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칵테일 바가 그리 많이 없 는 것 같더라고요? 아, 물론 한국의 술도 좋아해요. 한국의 술이라면 종류 를 가리지 않고 다 시도해봤습니다. 동동주나 막걸리는 물론이고요. 그리 고 여행을 좋아하는데, 한국에선 많이 못 해봐서 아쉬워요. 서울 말고도 비엔날레 명예대사를 했었기 때문에 광주에 가봤고, 제주도도 가봤고, 평 양에도 가봤네요. 가끔 제자들과 술을 한잔하실 때도 있나요? 저는 음주와 일은 구분하는 편입니다. 학기 초 교직원들과 일종의 개강 파티를 할 때 한잔할 일은 있어도 학기 중에 제자들과 마시는 일은 없어 요. 제 교육상의 원칙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네, 한국 전통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가운데 샌드 애니메이션 퍼포먼 스를 펼치는 독특한 공연을 했습니다. 세 번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국 음악과 함께하는 경험이 매우 색달랐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객들은 어 떻게 봤을지는 전혀 모르겠네요. 무대에 서면 퍼포먼스에 집중하느라 다 른 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 무대에 선 내가 행복하면 관 객도 행복할 것이라고 믿고, 희망할 뿐입니다. 앞으로 한국엔 얼마나 더 계실 건가요? 모르겠어요. 처음에 왔을 때에도 11년째 체류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으 니까요. 글 최세희 번역가이자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로 문화를 독해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 박정훈 36 문화+서울

39 vol.61 37

40 사람과 사람 서울단상 칼럼니스트 박사의 부암동 생태기 부암동, 서울 속 시골에 자리 잡다 대학로에 살던 시절, 언니네 집에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고 꼬불꼬불한 숲 길을 한참 가야 했다. 오른쪽으로는 담장이 쳐진 숲이, 왼쪽으로는 서울 의 야경이 펼쳐졌다. 그렇게 올라가서 처음 만나는 마을. 그곳에 언니네 집이 있었다. 놀러 갈 때마다 하룻밤 자고 내려왔다. 내게 언니네 집은 시 골 이었다. 그런 내가 그곳으로 이사했다. 빈집이 잘 나오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한 번 이곳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도통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 들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그곳의 주민들은 살기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지하철역에 서 다섯 정거장이나 떨어져 있어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습기가 많아 여름 에는 곰팡이꽃이 피기 일쑤고, 겨울에는 겨우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서울 시내보다 훨씬 춥다 했다. 눈이 좀 왔다 싶으면 북악스카이웨이 올라가는 길은 통제되기 십상이다. 가게도 없고 식당도 없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곤 했다. 좀 불편해서, 없는 게 많아서, 그래서 오히려 살기 좋은 동네라고. 평일 낮에는 한가하기 이를 데 없는 동네에 주말이 오면 사람들이 물처 럼 흘러 다녔다. 부암동 살아요, 하면 반응은 두 가지였다. 와, 서울에서 제일 핫한 동네에 사시네요. 비싸죠? 아니면 거기가 어디예요?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재미있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동네 이야기를 하면 아, 내가 아는 누구도 거기 살고 있는 데 라는 말이 두 번에 한 번꼴로 돌아왔다. 이 넓지도 않은 동네에 어쩌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까? 사실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 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친구들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이었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지 않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이었다. 부암동이 일종의 예술인 마을처럼 소문나게 된 건 어느 순간부터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기 때문이리라. 이곳에서는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흘렀다. 대학로에 살던 시절과 생활리 듬이 크게 바뀌었다. 더 늦게 일어나고, 밤에 형형하게 깨어 있는 시간이 늘었다. 달라진 건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만이 아니었다. 삶의 가치에 대 한 시선도 달라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에서 한 걸음 비켜선 느 38 문화+서울

41 낌이었다. 한 계절 카페에서 커피 내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다른 동네에 살았다면 대학생들이 하는 일 아니냐며 엄두도 내지 않았으 리라. 날씨가 좋으면 집 앞에 좌판을 펴고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다. 물건 을 파는 것보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과 수다 떠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관광객 을 대상으로 제법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부암동 주 민이 되었다. 동네의 모든 사람과 깨알같이 인사를 나누고, 동네 소식에 훤하게 된 건 내가 그만큼 마음이 한가로워졌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부암동에 서는 안면만 트면 금세 이웃사촌이 되었다. 내 이웃들은 국을 끓이거나 김치를 담그면 대문 앞에 놓고 갔다. 가게 앞을 지나다가 붙잡혀 들어가 차 한잔을 얻어먹거나 가게 주인이 손수 담근 생강차를 얻어오는 일은 흔 연하다. 새벽이 되면 옆집 닭이 꼬끼오 울고, 여름이 되면 근처 밭에서 수 확한 오이와 상추를 뒷골오이 라는 이름으로 동네 슈퍼에서 팔았다. 피 클 담아 먹기 딱 좋은 작고 고소한 오이다. 서울의 맨 얼굴을 만나다 좋은 길이 많은 동네라는 걸 알게 된 후, 걸어 다니는 일도 늘었다. 밤에도 낮에도 산책하러 신발 꿰차고 나올 일이 잦아지다 보니 길에서 만나는 사 람도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근 10년은 된 듯한 사람을 동네 슈퍼 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이 외진 동네에서 신기하 네, 하며 서로 손을 붙잡고 흔들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만큼 동네를 돌아 다니는 시간이 많다는 증거겠다. 그러다 보니 얼굴 익힌 사람들뿐 아니라 얼굴 익힌 개와 고양이들도 늘었다. 손가락만한 소시지라도 주머니에 슬 며시 챙기게 되는 건, 날 보면 반가워하는 개와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눈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 살면서 웬만한 불편한 것들에는 익숙해졌고, 그래서인지 부암 동을 시골이라고 여겼던 예전의 기억도 사라졌다. 지하철까지는 멀었지만 서울시내 웬만한 곳은 버스 한 번 타면 갈 수 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 은 여전히 많지 않지만 먼 곳에서도 먹으러 오는 맛있는 집은 보석처럼 박 혀 있다. 홍대 앞에서 주로 활동하는 밴드가 동네 카페에 와서 공연을 하기 도 하고,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서 재미있는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부암동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자 아버지는 말했다. 너 어릴 때 자주 데 리고 소풍 갔는데, 자두나무가 많았지. 조금만 걸어가면 있는 백사실 계 곡에 갈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한다. 어린 내 손을 잡고 이곳을 산 책했을 젊은 아버지가 눈에 잡힐 듯 선연하게 떠오르는 것은 그 옛날의 부 암동과 비교해 지금의 부암동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동 네 사람들의 고집 센 기질이 이곳의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다른 동네의 물이 이곳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기껏 4 년 남짓 살았을 뿐이지만, 내 변화를 생각하면 후자가 아닐까 싶다. 이곳에 살면서 경복궁역까지 꼬불꼬불한 산길을 걸어 내려갈 일이 많 아졌다. 왼쪽에는 가끔 꽃사슴이 출몰하는 청와대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남산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 야경이 펼쳐진다. 언니네 집으로 올 때 는 시골로 들어가는 낯선 길이었던 곳이 이제는 착착착착, 내 발걸음에 호응하는 친숙한 길이 되었다. 나는 서울의 중심지에 살고 있지만, 사람 들에게 이곳은 여전히 시골이다. 글 박사 글 쓰는 사람.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여행자의 로망 백서> <나의 빈칸 책>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 <비포컵라이즈, 뉴욕> <빈칸책 소년+소녀> <나의 책 빈칸책> 그림 이정현 대학에서 의류학을 공부했고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느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 중이다 vol.61 39

42 지금 서울은 이슈 한국 연극 새로움에 눈뜨다 일본 현대 연극 열풍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큰 인기를 끌며 한 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일본 소설 과 희곡을 앞세운 일류( 日 流 ) 가 만만치 않다. 특 히 연극계에서는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 시리 즈와 미타니 고키의 코미디를 앞세운 일본 작품들 이 평단의 호평과 함께 장기 공연에 따른 상업적 성 공까지 거두고 있다. 지난 한 해만 보더라도 일본 희곡 또는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만 30여 편을 헤아 린다. 새로운 작품에 목말라하는 관객들에게 일본 연극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면서 우리 연극판 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인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연극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연극이 한국과의 교류를 본격화한 것 은 1980년대부터다. 당시 신극에 반기를 들며 1960~70년대 일본 연극계를 강타한 <앙그라(언 더그라운드)> 연극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일본 전통극에서 가져온 신체 움직임을 창조적으로 보여준 스즈키 다다시의 <트로이의 여 인>과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드라마를 전하는 오타 쇼고의 침묵극 <물의 정거장>은 한국 연극계에 큰 충격을 줬다.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쓰카 고헤이(한국명 김봉웅)의 <아타미 살인사건>도 독특한 미학을 선 보였다. 쓰카 고헤이의 과장된 연기스타일과 무대 표현은 당시 한국 연출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 다. 또한 앙그라 연극의 후계자인 재일교포 연출가 김수진이 이끄는 신주쿠양산박의 <천 년의 고독>과 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C LG아트센터 제공 <인어 전설> 역시 화제를 모았다. 두 작품 모두 거칠 지만 생명력 있는 무대로 오랫동안 회자됐다. 한일 연극 교류, 물꼬를 트다 본격적인 일본 연극 열풍의 촉매제가 된 것은 2002년 일본 신국립극장과 한국 예술의전당이 공 동제작한 <강 건너 저편에>부터다. 공동 대본(김 명화, 히라타 오리자)과 공동 연출(이병훈, 히라타 오리자)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기획과 내용 면에서 본격적인 한일 교류의 시작을 알렸다. 한일연극교 류협의회가 만들어진 것도 이즈음이다. 한편 <강 건너 저편에>선 90년대 거품경제가 꺼 지면서 반작용으로 나온 <조용한 연극>의 기수 히 라타 오리자의 스타일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국 내에서 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 다. 사실 히라타 오리자는 1990년대에 그의 <서울 시민>과 <도쿄노트>를 서울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 만 당시 한국 관객은 일상과 구분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나 구어체 대사로 대표되는 그의 연극관에 시 큰둥했다. 하지만 <강 건너 저편에> 이후 <도쿄노 트>를 번안한 박광정의 <서울노트>, 이윤택의 <서 울시민 1919>, 신용한의 <S고원으로부터> 등이 잇따라 공연되며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히라타 오리자가 한국 연극계의 단골로 부상하게 된 것은 성기웅의 공이 크다. 성기웅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를 매년 공연하며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인기를 동 시에 얻었다. 대학 부설 실험실 연구원들의 일상을 40 문화+서울

43 연극 <됴화만발> vol.61 41

44 지금 서울은 이슈 그린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는 작가의 주제를 관 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 회를 사는 개인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 공감을 자아냈다. 또 박근형도 일본을 떠나 해외에서 사는 현대 일본인의 자화상을 그린 히라타 오리자의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해 주목받았다. 2004년 <조용한 연극> 계열에 속하는 마쓰다 마사타카의 <바다와 양산>(연출 송선호)이 찬사를 받으면서 일본 희곡을 찾는 한국 연출가가 부쩍 많 아졌다. 이후 김동현이 기타무라 소우의 <고래가 사는 어항> <눈 속을 걸어서>를 선보였고, 김광보 가 사카테 요지의 <다락방>과 <블라인드 터치>, 베 스야쿠 미노루의 <조반니> 등을 무대에 올리는 등 여러 연출가가 한동안 일본 희곡에 천착했다. 스페 인 내전을 소재로 한 후쿠다 요시유키의 원작을 뛰 어나게 각색한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연출 손 진책)은 여배우 김성녀의 연기가 어우러진 수작으 로 지금도 해마다 무대에 오르고 있다. 담담한 서정이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공감 한국 연출가들은 21세기 들어 민주화나 인권 문제 등 거대 담론이 쇠퇴하고 일상으로 관심이 쏠리는 경향과 맞물려 현대인의 삶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일본 희곡의 서정성과 문학성에 공감했다. 박혜선이 연출한 쓰지다 히데오의 <억울한 여자 >나 노다 히데키가 연출은 물론 출연까지 한 <빨간 도깨비>, 마쓰모토 유코가 연출한 정의신의 <20세 기 소년 소녀 창가집> 등은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정의신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는 신주쿠양산박을 탈퇴한 이후 앙그라 연극 스타 일에서 벗어나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내놓기 시 작했다. <겨울 해바라기> <행인두부의 마음> <적도 아래의 맥베스> 등을 올린 그는 2008년 일본 신국 립극장과 한국 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한 <야끼니 꾸 드래곤>으로 한일 양국의 연극상을 휩쓸었다 연극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 C 백성희장민호 극장 제공 연극 <백년 바람의 동료들> C 두산아트센터 제공 04. 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C LG아트센터 제공 04 지난해에도 <야끼니꾸 드래곤> 앙코르 공연 외에 <쥐의 눈물> <겨울 선인장> <아시안 스위트> 등이 잇따라 공연됐다. 재일교포를 포함해 동성애자, 장 애인,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정의신은 동시대 가장 친숙한 일본(어) 극작가의 위상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정치가의 독도 영유권 발언이나 역사 교과 서 왜곡 문제가 불거질 때면 일본 문화 거부 운동이 일어나던 과거와 달리 요즘 관객들은 민족적 강박 증에서 벗어났다. 이 때문에 완성도 높은 일본 연극 의 공연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타니 고키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 기를 얻은 일본 극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웃음 의 대학>과 <너와 함께라면>은 2008년 연극열전 시리즈 2와 2010년 시리즈 3이 배출한 최고의 히 트작으로 매년 배우를 바꿔가며 롱런하고 있다. 미타니 고키의 작품들의 특징은 따뜻한 소동극 이라는 것이다. 황당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이 서로 좌충우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을 배경으로 검열관과 작가가 일주일간 웃음을 놓 고 벌이는 소동을 그린 <웃음의 대학>은 4년도 안 돼 30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미타니 고키의 작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와 유사한 스타일의 소동극도 속속 등장했다. 걸작 멜로드라마를 쓰기 위한 계약연애 소동을 다룬 고카미 쇼지의 <연애희 곡>이나 섹시 아이돌에 열광하는 오타쿠 삼촌팬이 라는 신선한 소재를 그린 고사와 료타의 <기사라기 미키짱>, 여성의 월경과 폐경을 그린 호라이 류타 의 <마호로바> 등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 코미디는 단순히 대중 영합이라고 비판하 기엔 작품성도 뛰어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비극 에 비해 희극을 저평가하는 한국 연극계에선 나오 기 힘든 작품들이다. 한국 연극의 주제의식이 예전 의 거대 담론에서 많이 해방됐다고 하더라도 여전 히 무겁고 관념적인데다 평단의 호평을 받는 연출 가들은 탈드라마와 형식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한 42 문화+서울

45 국 관객들에겐 재미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연극 계에 부재한 틈, 즉 주제의식이 있으면서도 재미있 는 작품에 대한 관객의 욕구를 채워준 것이 바로 일 본 희곡 아닐까. 웃음, 감동이 있는 일본 소설과 영화, 드라마, 만화 등이 한국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이를 가공해 무대화하는 흐 름도 보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일본의 전후 <무 뢰파( 無 賴 派 )> 작가인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를 토대로 한 조광화의 <됴화만 발>과 국내에 드라마로 잘 알려진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연애시대>가 화제를 모 았다. 또 재일교포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의 저명한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가네시로 가즈키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한 <꽃>, 일본 문학계의 거장인 엔도 슈사쿠의 종교소설 <침묵> 등도 연극으로 만들어 졌다. 이어 올해 들어 드라마로도 유명한 아베 야로 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독회를 가진 뒤 제작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들은 한국 관객 의 정서에 파고들며 일본 연극의 수요를 지속적으 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연극계에 부재한 틈, 즉 주제의식이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에 대한 관객의 욕구를 채워준 것이 바로 일본 희곡 아닐까. 한편 한일 교류 차원의 일본 연극 공연이나 합작 공연도 최근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다. 지난해 앙 그라 연극의 일원이었다가 70년대 중반부터 스펙 터클한 상업 연극의 일인자가 된 니나가와 유키오 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와 2000년대 경제불 황으로 꿈과 희망을 잃은 일본 젊은 세대를 대변하 는 <제로세대>, 오카다 도시키의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가 대표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해외에서도 잘 알려 진 니나가와 유키오는 그동안 국내에서도 익히 명 성이 알려져 있었으나 제작비 등 경제적 여건 때문 에 오랫동안 내한 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특유의 화려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작품을 보여주며 일본 연극에 히라타 오리자로 대표되는 소극장 연극 외에 상업 적이고 스펙터클한 작품이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 워줬다. 또한 오카다 도시키는 요즘 젊은 세대의 일 상 언어를 희곡에 도입하는 한편 독특한 신체성을 보여주며 최근 일본 연극의 최전선을 보여줬다. 한일 합작 연극도 눈에 띈다. 2009년부터 오타 쇼고의 <정거장 시리즈>를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여 성 연출가 김아라는 지난해 <바람의 정거장>에 백 성희, 시나가와 도루 등 한국과 일본 배우의 중견 배우들 출연시켜 한일 양국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 을 선보였다. 또 제로 세대에 속하는 다다 준노스케 가 성기웅의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와 함께 만든 <재/생>은 사실주의적 표현과 신체언어 공연의 경 계에서 내러티브를 실험하며 한일 연극 교류의 새 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연극 <벽 속의 요정> C PMC 프러덕션 제공 글 장지영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와 동대학원(미술사)을 졸업했고, 성균관대 공연예술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9월부터 1년간 일본 도쿄대학대학원 문화자원학과에서 연수하고 심기일전해서 돌아왔다. 천성이 게을러서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은 싫어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한다. 약간의 공연 중독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vol.61 43

46 지금 서울은 이슈 축제나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마냥 설렘과 환희로 다가오던 것도 다 옛말이다. 민선자치제 실시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여전히 그 수를 늘려가는 데에만 여념 없어 뵈는 수많은 지역축제 로 인해 축제의 본래 의미마저 퇴색한 만큼 페스티 벌은 우리에게 일상화 된 지 오래다. 일상 밖에 있 어야 할 축제가 오히려 일상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 다고나 할까? 하지만 사계절 고유의 매력도 한풀 꺾인 것 같다는 비관이 유효한 오늘날에도 긴 겨울 을 보내고 맞는 봄만큼은 여전히 봄 특유의 생명력 으로 넘실대기 마련. 마찬가지로 온갖 난립하는 축 제 가운데서도 새롭고 특별한 문화를 얹어냄으로 봄의 文 化 제전 각양각색 봄 페스티벌 써, 보고 듣고 즐기고 느끼는 페스티벌 고유의 의미 로 가득 채운 봄 페스티벌 은 겨우내 언 땅을 비집 고 나온 새싹만큼이나 축제 본연의 설렘과 낭만에 밀착해 있다. 실제로 봄을 시점 삼아, 서울을 기점으로 열리는 갖가지 봄 페스티벌은 수확의 계절이자 축제의 계 절인 가을 못지않은 특별함을 과시한다. 영화와 음 악, 미술에 이르는 다채로운 영역도 영역이지만 독 특한 콘셉트를 표방하며 보다 미시적인 영지에 움 튼 각양각색 페스티벌은 일상화된 축제의 의미에 반기를 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밖으로 나간 클래식, 한데 뭉친 인디음악 서울 곳곳에서 열릴 클래식 음악의 향연인 서 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이하 SSF)는 완연한 봄의 정취 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클래식 음악제를 표방하는 페스티벌이다.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2006년 처 음 시작된 이래 매해 분명한 주제를 두고 공연을 이 어온 SSF가 올해에는 4월 30일부터 5월 13일까 지 2주간에 걸쳐 열린다. 2012년 SSF가 선택한 주 제는 바이올린. 2011년에는 건반 소리 향기에 취하 위 2011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폐막 프로그램 <열정>. 아래 2011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음악, 무용 그리고 피아니스트들>. 다 Pianissimo! 라는 테마 아래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실내악 공연을 펼친 데에 이어 올해는 Mystical 44 문화+서울

47 Voice 라는 주제로 노래하는 목소리와 가장 흡사하 다고 일컬어지는 악기인 바이올린이 공연의 중심을 이룬다. 2주간 이어지는 각 공연에는 다양한 형태 의 바이올린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바이올린의 다채 로운 매력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 가 득 채워져 있다. 특히 바이올린 중심의 실내악 공연 의 색깔을 더 짙게 배합하기 위해 러시아의 거장 바 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도 무대에 올라 신비한 목소리 의 매력을 한층 더 드높일 예정이다. 물론 공연장에서만 SSF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 니다. 세종체임버홀을 중심으로 예술의전당, LG아 트센터 등에서 열리는 공연만이 SSF의 전부는 아 니라는 것. SSF의 또 다른 매력이자 숨겨진 매력은 바로 길거리 공연인 프린지 공연 에서 찾을 수 있 다. 주변부를 뜻하는 프린지(Fringe) 라는 단어에 서 알 수 있듯 2012 SSF 프린지 페스티벌은 공연장 이 아닌 곳을 무대 삼아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자유 로운 공연을 주선한다. 전문 공연장이 아닌 공간에 서 특별한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열리게 될 SFF의 또 다른 즐길 거리인 2012 SSF 프린지 페스티벌은 SFF 개막 1주일 전인 4월 23일부터 시작해 5월 18 일까지 도심 곳곳에서 펼쳐진다. 공연은 아마추어 와 전문 예술단체를 막론한 다양한 연주자가 주도 하며,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헌법재판 소, 국립중앙박물관, 인사동 쌈지길, 그리고 각 자 치구 도서관 등에서 관객과 직접 호흡함으로써 축 제의 또 다른 기둥을 세울 예정이다. 또한 길거리만 이 아니라 문화공간이나 사회복지시설로 직접 관객 을 찾아가는 공연도 함께 기획하고 있어 안으로 침 잠하는 클래식 음악이 아닌, 축제의 장을 선도하는 진정한 실내악 페스티벌로 일컫기에도 충분하다. 봄을 맞이해 클래식이 밖으로 나갔다면 언더그라 운드와 인디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홍대밴드 들 은 2월 25일 토요일 하루 완전한 홍대 점령을 예고 하며 인디 안에 갇힌 비주류 음악이 아님을 공고히 하려 한다. 서울 라이브 뮤직 페스타는 라이브클럽 페스티벌 봄 프로그램, 서영란 <나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페스티벌 봄 프로그램, 재커리 오버잰 <아이에게 사랑을 쏟아붓다> 페스티벌 봄 프로그램, 팅크탱크 <구리 거울을 넘어, 어렴풋이> 의 메카인 홍대 인근 클럽을 중심으로 이제는 더 이 상 마이너라고 일컬을 수 없는 뮤지션들의 대동단 결을 통해 총 6개의 공연장에서 이 시대 가장 첨예한 음악을 동시에 쏟아낼 예정이다. 홍대 앞 답게 클럽 데이 형식을 차용해 한 장의 티켓으로 퀸라이브홀, 클럽빵, 사운드홀릭, 에반스라운지, 크랙, 롤링홀을 오가며 원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 이 무엇보다 큰 강점. 무대에 오를 뮤지션의 면면 또 한 만만치 않다. 로맨틱펀치, 옥상달빛, 내귀에도청 장치, 시와, 이승열, 허클베리핀, 브로큰 발렌타인, 톡식, 게이트 플라워즈, 바이바이배드맨 등이 토요 일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 반까지의 타임테이블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홍대 앞 이라는 브랜드와 문화 거리를 바탕으로 작은 공연장을 촘촘히 연결시키며 문화의 기치를 아래서부터 끌어올리는 열정의 축제 가 찬바람이 가시지 않았을 늦겨울과 초봄의 문턱을 넘어서도록 벌써부터 등을 떠미는 듯하다. 작고 작은 봄 영화제 수많은 영화제 가운데서도 유독 작은 영화 들의 축 제는 봄에 몰려 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한 영화제 olleh 스마트폰영화제 가 큰 호응에 힘입어 올봄에도 열린다. 1월 1일부 터 접수를 시작한 올해 경쟁 부문에는 2월 12일 마 감까지 총 598편의 영화가 출품되었다. 이 숫자는 지난해 1회 영화제보다 128편이 증가한 수치. 누 구나 만들 수 있는 영화라는 미덕이 작용한 만큼 출 품자는 중학생 감독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 양하며 이 중에는 해외 출품작도 속해 있다. 제2회 olleh 스마트폰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작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총7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가려지며 본 심을 거친 작품들은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광화 문 올레스퀘어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특히 올해 는 일반 관객들의 심사가 최종 수상 결과에 반영되 는 만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영화의 면면을 더욱 가 까이에서 느낄 수 있을 듯하다 vol.61 45

48 지금 서울은 이슈 르는 다원예술 축제로 실험과 혁신으로 무장한 아 티스트를 발굴, 소개하는 다채로운 장을 약속한다. 올해는 3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백 성희장민호 극장, 국립극단 소극장 판, 아르코예술 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서강대 메리홀, 두산아트센 터 등에서 열린다. 참여작가는 박찬경, 팅크 탱크, 과학쇼, 르네 폴레슈, 쉬쉬팝, 네이처 시어터 오브 오클라호마, 장현준, 김지선, 남화연, 서영란, 홍성 민, 네진 피지, 우메다 데쓰야, 침 폼, 현시원, 마리 아노 펜소티, 제롬벨, 케렌 사터, 오마르 아부사다 등이며 영상과 공연을 포괄하는 다채로운 방식으 로 동시대 예술의 복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새로 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또 다른 봄 축제로 지난해 12월 말에 시작해 올 국제만화예술축제 전시작, 데츠카 오사무 <불새> 원화. 05. 국제만화예술축제 전시작, 데츠카 오사무 <철완아톰> 원화. 06. 국제만화예술축제 전시작, 백민준 <백조의 호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도 함께 기획하고 있어 안으로 침잠하는 클래식 음악이 아닌, 축제의 장을 선도하는 진정한 실내악 페스티벌로 일컫기에도 충분하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최대 축제라 할 수 있는 인디다큐페스티벌( 역시 3월 22 일부터 28일까지 예정되어 또 다른 봄의 전령 역할 을 맡고 있다. 2001년 실험, 진보, 대화 의 기치를 내걸고 문을 연 인디다큐페스티벌은 독립 다큐멘 터리 제작자들이 영화제의 주체로 참여해 매해 다 양한 미학적 실험과 날카로운 사회 고발이 어우러 진 다큐멘터리를 발굴하고 해외 유수의 독립 다큐 멘터리를 소개하는 장 기능을 해왔다. 다만 올해는 자금 문제로 특별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 소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터. 하지만 여전히 많은 출품작이 페스티벌을 뒷받침하고 있어 다양 성을 실현하는 색다른 창구의 역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월 1일까지 예정된 국제만화예술축제가 서울 근 교 고양아람누리 갤러리 누리에서 진행 중이다. 2 회를 맞이한 올해 국제만화예술축제의 주제는 환 경, 생태, 생명 아키야마 다카시와 백성민, 다무라 시게루 등의 작가를 비롯해 지난해 극장 개봉한 국 내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의 원화와 데스카 오사무의 캐릭터를 현대미술 작가들이 각자의 방 식으로 재해석한 작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겨우내 뜸했던 축제가 봄기운을 타고 곳곳에서 펼쳐진다. 봄을 기점으로 문화축제는 기지개를 한 껏 켜며 스스로가 올해의 장대한 시작임을 알리려 는 듯하다. 입맛대로 골라 먹는 향긋한 봄나물처 럼, 가지각색 빛깔로 아름다움을 호소하는 꽃처럼, 얼어 있던 문화 욕구를 일깨우고 힘을 더해줄 축제 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만약 이제야 설렘과 환희가 느껴진다면 그것이 봄과 함께 다가 온 진짜 축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06 혁신의 예술에서 만화의 축제까지 봄 페스티벌의 다양성을 한껏 돋울 축제의 장은 여 기서 그치지 않는다. 페스티벌 봄( bom.org)은 국내외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아우 글 강상준 <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며 먹고 살았다. 언제나 주류보다는비주류에 연연했으며 앞으로도 종신토록 그렇게 살 예정.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집필 활동을 병행 중이다. 46 문화+서울

49 I NT ERVIE W 페스티벌 봄 김성희 디렉터 페스티벌 봄 의 기획 취지는 무엇인가? 고자 한다. 또한 새로운 예술 형식과 태도를 지향함 20세기 후반 실험적 다원(Interdisciplin -ary)예 으로써 그동안 포스트드라마 연극, 농당스, 관계미 술의 창의적 가치가 확인되었고 예술적 중요성이 술, 장소 특정적 작업 등 새로운 예술 형식을 국내에 부각되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다원예술은 21세 소개해왔다. 인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통섭과 융복 기를 선도할 현대 예술의 새로운 형태로 인식되었 합을 구현하며, 아시아 동시대 예술의 정의를 고민 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다원적 개념의 현대 예술에 하고 이에 대한 담론의 장이 되고자 한다. 궁극적으 대한 이해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므로 21 로는 아시아 현대 예술의 허브 구실을 하고자 한다. 세기를 주도하는 현대 예술의 새로운 개념과 형태 를 소개할 국내 창작 현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영화제나 음악 관련 축제에 비해서는 여 러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을 포괄하는바 일반이 접근 국제 다원예술 축제 라고 하니 꽤나 낯설게 다가 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하는데. 온다. 페스티벌 봄은 기존의 주류 예술가나 관객으로부 다원예술 이라는 용어는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생 터 어렵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는 당연하다. 왜냐 겨난 새로운 용어로 아직까지 그 정의가 정립되지 하면 페스티벌 봄은 기존 예술에 의문을 제기하거 않고 있다. 실제로 세계 어디에서도 다원예술 이 나 대안을 제시하는 작가와 작품을 내세우기 때문 란 용어는 찾기 힘들다. 사실 페스티벌 봄은 컨템포 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예술적 기준이나 관습적 시 러리(동시대) 예술을 표방한다. 그리고 동시대 예 각으로 페스티벌 봄을 본다면 당연히 어려울 것이 술의 형태가 복합적인(interdisciplinary) 특성을 고 더 나아가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불편하다는 것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복합적인 예술은 현재 한국 은 익숙지 않다는 것인데 이를 거꾸로 말하면 새로 에서 다원예술의 영역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 움과 변화, 더 나아가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 페스티벌 봄을 다원예술 축제 라 칭해왔다. 하지 까? 페스티벌 봄은 컨템포러리 페스티벌이다. 컨 만 정의될 수 없는 다원 이라는 개념 때문에 사람 템포러리(동시대) 의 시계추는 지금(now) 을 가 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페스 리키고 있지 않다. 그것은 이미(already) 와 아 티벌 봄을 현대 예술, 즉 동시대 예술의 최전방 을 직(yet) 의 경계에 존재하며 그 사이에서 동시대의 보여주는 페스티벌이라 하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쉬 틈을 포착하려고 애쓰는 자들의 몫이다. 아직 모르 울 것 같다. 는 길을 가는 것이기에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 만 모든 예술이 쉽고 오락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 페스티벌 봄이 여타의 문화 축제와 구별되는 결정 까? 적어도 페스티벌 봄 하나쯤은 아직 오지 않은 적 차이점이나 강점이 있다면? 불편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길을 내기 위해 용감하 우선 제작 중심의 페스티벌을 표방한다. 단순한 소 게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가 아니라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작품 제작을 중요한 것은 이를 반기는 관객도 생각보다 적지 않 지원한다. 더 나아가 작가가 완전하게 예술계의 중 다는 사실이다. 심에 설 때까지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지원하 ~ vol.61 47

50 지금 서울은 이슈 하우스 문학? 하우스문학! 돌아온 문학소녀들, 열정의 시를 쓰다 48 문화+서울

51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류는 플라톤 이후(사실 그전부터일지도 모르지만) 수천 년을 고민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이라는 질문이 왜 라는 질문으로 변형되고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만물을 포섭해버린 이 시기에 왜 문학을 하려고 하는가. 하필 문학이라니. 하우스 문학은 왜 라는 질문에서부터 무엇을 이라는 답변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 문학은 원래 집에서 하는 것이다. 우물의 용광로 속으로 들어오시렵니까 우리나라에만 특이하게 적용되는 등단 이라는 제도 는 문학하는 이유를 많은 이에게 제공한다. 신춘문 예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문학을 하는 이유가 된다. 등단 이후에는 다시 시작이다. 해마다 신춘문예와 각 문학잡지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신인 중에 책을 2011 연희문학창작촌 하반기 개강특강의 강은교 시인. 내고 작가나 시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20%에도 미 치지 못한다고 한다. 작가나 시인이어도 상황은 나 을 게 없다. 그들 대부분은 무명이고, 가요기획사에 서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데뷔 전의 10대 아이 돌보다 인지도가 낮다. 어쩌면 문학은 우리끼리, 우 리의 공간에서, 우리의 취미를 가운데 두고 격렬하 게 치고받는 우물의 용광로 일지도 모른다. 1월 1일 일간지에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올리는 것을 많은 문학도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젊은 시절 을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열정을 쏟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문학을 향한 분투가 처절하고 치열하게 이어 지는 것이다. 이러한 등단으로의 목표 설정은 작가 의 자기 벼르기를 강제해 등단 후의 작품 활동의 자 양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양분을 너무나 많 이 섭취한 나머지, 기존의 문학판이 요구하는 글을 만들어내는 기계적 창작을 습관적으로 이어나가 는 작가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경우 신춘문예 를 비롯한 등단하기 위한 문학적 고투는 결국 작가 라는 직함을 얻기 위한 고군분투로 결국 우물에 들 어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물 의 밀도는 높고 생물체는 많기에, 그곳에서조차 살 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문학소녀는 위대하다 2012년 신춘문예는 여느 해와 다른 양상을 보였 다. 40대 문인이 대거 탄생하며 문학소녀의 귀환 을 알린 것이다. 이들은 문학에 대한 동경과 꿈을 품고 독자로서 20~30대를 보내고 이제야 무르익 은 창작열을 통해 작가 시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글의 감각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장르를 막론하고 이른바 젊은 감각 에 대한 선호로 시장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검증된 필력을 가진 중견 작가와 새로운 감수성을 선보이는 젊은 작가로 양 분된 문학 자장에 작은 파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가 진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문학소녀들의 귀환은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한 일 이다. 집에서 애들 밥이나 주지 무슨 문학이냐, 라 고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지만, 그들을 아줌 마 시인이라 부르며 알게 모르게 폄훼하는 분위기 도 분명 존재한다. 시는 새로운 것인데, 낡은 감수 성으로 접근하는 일부의 모습이 사회적 맥락 안의 아줌마 와 결합해 잘못된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 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치고, 그가 언 급하고 있는 무리의 작품을 각기 따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쉽게 저지르는 범주화는 작가와 시인 각 자의 개성을 무화시키고, 종래는 문학 자체의 다양 한 발성을 저해한다. 우물 안에 똑같은 개구리가 모 여 똑같은 소리만 내는 격이다. 한때 문학소녀였던 그들은 아이를 키우며 혹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갔지만, 결국 문학으로 돌아 온 빛나는 은어들이다. 삶의 지척에 널린 일상성 과 무기력을 뚫고 문학이라는 샘물을 찾아 길을 헤 맨 야생동물이다. 어떻게든 문학을 향유하고, 그것 을 창작하겠다는 그들의 열의가 냉소와 비소로 가 득한 문단의 표정보다 문학을 위해 하는 일이 많다. 문학소녀는 위대하다. 개별의 작품으로 훌륭함을 따지기 이전에, 그들은 문학을 하고 있다. 그 사실 만큼 중요한 문장은 없다 vol.61 49

52 지금 서울은 이슈 상반기 연희문학학교 이윤학 시인의 브런치 연희문학학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시 쓰기를 통한 자기 치유를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좋은 시는 몸의 태도가 아니라, 글의 태도에서 나온다. 하우스 문학의 강사들에게, 시의 태도를 배우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모두가 이미 그러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몇 가지 특성과 문제가 하우스 문학에는 존재한다. 문학이 미적 취향과 지적 허영 사이에서 아슬아슬 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들은 각 종 문예교실과 창작학교를 통해 시의 세계로 다시 입문했다. 이러한 통과점이 소설보다는 시 부분에 압도적으로 많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몇 가지 추측 을 할 수 있다. 시 특유의 서정성에 그들이 매혹되 었을 것이다. 혹은 절대적인 작업량에서 소설보다 는 쉬운 시의 길을 택했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후 자라면 약간 김새는 일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는 시를 배우려는 지 역 주민이 모인 창작교실이 나온다. 실제 시인인 김 용택 시인이 강사로 등장하고,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시인 황병승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주목 할 점은 시를 배우기 위한 사람들의 태도다. 중년의 사람들이 모여 시인에게 시를 배운다. 가장 슬펐던 일, 가장 기뻤던 일을 허심탄회하게 나눈다. 그것 을 시로 쓴다. 이러한 과정을 밟고, 시를 완성시킨 건 결국 주인공인 할머니뿐이었다. 시 작품의 문학 적 수월성 이전에, 시를 써나가는 과정의 치열함 혹 은 담백함이 개인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 는 넌지시 보여주었다. 문제는 시를 배운다 가 아니다. 시를 쓴다 에 하 우스 문학 참여자는 집중해야 한다. 시와 문학을 가 르치기 위해 강단에 선 시인과 작가는, 호칭은 선생 님이지만, 실제 가르쳐줄 게 별로 없다. 문학은 백 색의 종이(혹은 모니터)와 자신과의 싸움이며, 강 사는 일종의 내비게이션과 같다. 내비게이션에 익 숙한 운전자는 홀로 도로에 나섰을 때,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참고용 도서에 모든 사유를 내맡기는 우 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새로이 문단에 나온 시인들은 그러한 걱정 을 배반할 것이다. 송능한 감독의 <넘버3>에도 시 를 배우려는 일종의 아주머니들이 등장한다. 랭 보 정 이라는 시 선생은 코미디 영화답게 능청스러 운 연기로 시인을 희화화한다. 같은 시인이 봐도 참 우습다. 그에게는 시가 없고, 시인으로서의 포즈만 50 문화+서울

53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밖에서는 저런 이미지로 보 이는 건가? 자문하기도 했다. 시인은 다른 사람에 게 시로 이야기해야 한다. 시에 대한 과도한 태도가 우선되어서는 곤란하다. 좋은 시는 몸의 태도가 아 니라, 글의 태도에서 나온다. 하우스 문학의 강사 들에게 시의 태도를 배우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모두가 이미 그러하겠지만. 당신은 시를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굳이 하우스 문학이라고 불리는 문학창작 교실을 들지 않더라도, 시를 배우려는 사람은 많다. 시를 읽으려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결국 시를 쓰거나,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 시의 독자가 된 다. 훌륭한 시인은 많아도 훌륭한 독자를 찾기는 힘 든 것이 지금의 형편이다. 어쩌면 이는 시에 있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시를 쓰고, 그것을 남에 게 보여주고, 감동을 나누면 시의 기본적인 소임은 완수했다고 할 수 있다. 40~50대의 등단은 이런 기본적인 시의 임무가 완연히 넘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야 한 다. 시에 대한 마음을 키우고, 그것이 넘쳐서 결국 프로 시인이 되는 것이 그들에게 자연스럽다. 이에 대한 코치를 하우스 문학의 강사인 시인들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당신은 결국 시를 쓰기 위해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것이다. 시를 쓰는 것이 일 차적으로 중요하지, 그것이 인정받고 인정받지 못 하고는 차후의 문제, 그것도 운이라 불리는 총체적 요소가 잘 따라주어야 결정이 난다. 그러므로 모든 시인은 그런 일에 필요 이상으로 매달릴 필요가 없 다. 국내 굴지의 출판사가 내는 시집은 어차피 정해 져 있고, 시리즈 안에 자기의 이름을 넣는 것은 질 투나 자격지심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의식 의 흐름은 결국 시에 가 닿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시가 아닌 나의 시, 나의 작품 말이다. 문학소녀들은 그것의 훈련과 연습을 하우스 문 학을 통해 배운다. 그들은 진짜 소녀보다 아름다운 정열을 갖고 있다. 글을 향한 정열은 무엇보다도 아 름답다. 글을 쓰기 때문에 자신의 도덕과 윤리를 더 욱 세심하게 가다듬을 것이며, 시를 짓기 때문에 타 인에 대한 인식의 창이 커질 수밖에 없고, 주위 사 물 하나하나를 보듬는 시선을 갖게 된다. 그것이 시 를 잘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 대부분은 시를 잘 쓰니, 하우스 문학의 장점은 그들의 시에서 확실히 증언된다. 그대들은 확실히, 시를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우물의 용광로에 균열 내기 문학을 왜 하는가? 문학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한다. 중년에 이르러 고상한 취미를 갖기 위해 문학 을 하거나, 남들에게 말하기 근사하기에 문학을 하지 않는다. 문학으로 무엇을 하는가? 문학으로 아무것 도 하지 않기에 문학은 여전히 아름답다. 시는 쓸모 없음으로 인해서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무언가가 된다. 쓸모가 없기에 그것은 아름답고, 문학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렇기에 쓸모의 세계인 2012년, 문학의 용광 로는 우물에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가치를 좇아 우르르 움직인다. 문학은 그것 을 견자( 見 者 )의 눈으로 멀겋게 바라보는 것이다. 견자 중의 견자가 하우스 문학 현장에 앉아 있는 그대들이다.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지 않고, 그 종 속되지 않음의 대표적 상징인 문학에 뛰어들지 않 았나. 그리고 실컷 울 것이다. 그 울음이 끓어올라 우물에 균열을 내고 우물을 넓히고, 종국에는 물이 차고 넘치게 할 것이라 믿는다. 사실, 나이와 성별 에 상관없이, 문학은 어렵고, 사나우며 그래서 아 름답다. 우리는 집에 앉아 홀로 그것에 맞설 것이 다. 그렇다. 하우스다. 문학은 집에서 하는 것이니 까. 당신과 나의 건투를 빈다. 글 서효인 시인, 1981년 태어났다. 시와 글을 쓰고 보여주며 산다. 시집으로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가 있다. 제30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눈에 띄는 주부 글쓰기 강좌 연희문학학교 시창작교실 과 소설창작교실 이 3월 6일부터 13주 코스로 열린다. 원종국 소설가와 박형준 시인이 강 사로 나서고,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수업이 진행 된다. 20~26일까지 홈페이지(cafe.naver.com/ seoulartspaceyeonhui)에서 선착순 20명을 모 집하며, 수강료는 10만원이다. 줌마네 입문 강좌인 산책하는 글쓰기 는 5월부터 시작한다. 주 1회 산책하면서 글을 써보는 가벼운 수업이다. 수 시 참여할 수 있으며 수강료는 월 12만원. 랩을 배우 며 가사를 써보는 랩 학교는 3월 9일, 동화강좌는 4 월, 글쓰기 심화반 인터뷰 강좌는 5월 개강한다. 랩 학교 수강료는 20만원(회원 12만원)이다. 온라인 카페(cafe.naver.com/zoomanett)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상상마당 아카데미 다양한 글쓰기 강좌 중 주부에게 추천할만한 강좌는 수상한 독서클럽 과 여행작가 과정이다. 모두 4월 둘째 주 개강 하고, 10주 교육에 25~30만원의 수강 료가 있다. 한 달 반 전에 홈페이지( madang.com)를 통해 신청 받는다. 3월에는 푸드 칼럼니스트 과정인 소울레시피 가 신설된다. 한국여성문예원 30~50대 주부 대상의 생활형 글쓰기 강좌 통하는 글쓰기 반을 3월에서 5월까지 연다. 30명 정원으로 수강료는 월 3만원. 수강신청은 충무아트홀 아카데 미 접수처( )에서 받는다 vol.61 51

54 지금 서울은 이슈 오감을 깨우면 무대가 맛있어진다 음식과 만나 더 풍부해진 뮤지컬 무대 지난 1월 31일까지 사흘간 짧게 문을 연 두산아트 센터의 심야식당에서는 고소한 음식 냄새가 났다. 아니 실제로 나는 것 같았다. 아베 야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심야식당>은 코를 간질이는 작품이었다. 실제 음식은 등장하지 않았다. 의자만 단출하게 나란히 놓인 조도가 낮은 어두침침한 공 연장에는 배우들의 육성만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자정에 문을 여는 신주쿠 뒷골목의 작고 허름한 식당. 단골손님들은 하나같이 사연이 한 아름이다. 쉰 살 넘은 게이, 서른을 넘긴 스트리퍼, 조직폭력 배, 시집 못 간 노처녀 삼총사. 심야식당의 주인 인 마스터는 이 별난 단골 손님들을 음식으로 따스 하게 품는다. 이 공연은 3일간의 쇼케이스 공연으로 이루어 졌다. 본 공연을 앞두고 미리 선보이는 공연이라 무 대도 소품도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배우들이 덩 그러니 놓인 커다란 테이블을 오가며 노래를 하고, 대사를 읊었다. 뮤지컬이라면 흔히 화려한 무대와 역동적인 춤을 떠올린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면 서 관객의 혼을 빼놓으려는 것이 오늘날 뮤지컬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심야식당>에는 그런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도 소박하지만 김이 모락모 락 오르는 밥상처럼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음 식에 얽힌 사연을 들려줄 땐 입맛이 저절로 다셔졌 다. 이 작품은 정식으로 무대에 오르면 마스터가 실 제로 음식을 요리해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음식 이 주인공이 되는 뮤지컬의 탄생이다. 공연이 다루고 품는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 공 연은 눈과 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장르다. 때론 배 우들의 육성이 주인공이 되는 연극도 그러하고, 음 악이 주인공인 뮤지컬도 그러하다. 시각과 청각에 서 벗어나 그 이상의 오감을 자극하고 싶어하는 건 어찌 보면 모든 공연 연출가의 도전 과제일지도 모 른다.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확장을 꾀 하는 연출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되짚어 봤다. <카페인> C CJ E&M 주방이 무대다, 무대가 주방이다! <심야식당>이 각각의 요리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라면 지난해 6월까지 국립극단 에서 올린 <키친>은 주방 그 자체가 주인공인 연극 이었다. 마치 전쟁터와 같은 주방을 그대로 옮겨놓 은 듯한 공연이었다. 가히 올해의 산만한 연극 1위 에 뽑힐 만한 작품이었다. 아널드 웨스커의 1959년 작을 이병훈 연출이 담금질한 이 작품의 배경은 영 국 식당 티볼리. 이곳엔 하루에 1,500명의 손님이 든다. 점심시간의 주방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29명 의 배우는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의 광란을 무대 위 에 재현해낸다. 마침 신참 요리사가 막 들어온 날, 요리를 준비하는 주방의 템포는 점점 빨라진다. 아 다지오(천천히) 에서 비바체(매우 빠르게) 로. 신 52 문화+서울

55 <비밥> C CJ E&M vol.61 53

56 지금 서울은 이슈 참이 나가떨어질 만큼 정신없는 휘몰아침이다. 여기 정어리 둘. 송아지 커틀릿 넷. 웨이트 리스는 쉬지 않고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 곡예하듯 이 빠져나간다. 요리사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어 우러진 그 행렬은 하나의 경쾌한 오케스트라 같았 다. 점심의 요란한 전투를 마치고 녹초가 된 요리사 들은 주방에 늘어져 푸념한다. 나도 꿈이 있었는 데. 속에 감춰둔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이탈리아, 아일랜드, 독일, 영국 등 6개국에서 모인 요리사들은 서로 적개심도 잊은 채 과거의 몽상 속 으로 빠져든다. 오전의 상황이 지옥이라면, 오후의 느긋한 여유는 천국이다. 그렇게 나른해진 관객들 에게 갑작스러운 반전을 펼쳐 보이는 연극이었다. 수십 명의 배우가 호흡을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요리수업까지 받은 배우들의 그럴듯한 손놀림에선 갓 구운 스테이크가 미끄러질 것 같았 다. 지난해 요리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연극은 단연 이 작품이었다. 이처럼 요리에 관한 공연으로는 넌 버벌 퍼포먼스 트리오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 중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빵을 관객들에게도 나누어준다. 타악, 비보잉, 저글링, 마술 등으로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연이다. <카페인> C CJ E&M 빵 굽는 뮤지컬을 만나다 <제빵왕 김탁구>는 실제로 무대에서 빵을 굽는 작 품이다. 지난해 말 개막해 경향아트힐에서 오픈런 으로 공연 중이다. 원작은 2010년 시청률 50%를 넘기며 사랑받았던 동명의 드라마. 제빵 명인 팔봉 선생이 돌아가신 뒤에도 그가 남긴 발효일지가 있 어 팔봉제빵집은 활기가 넘치고 즐겁다. 그러던 어 느 날 팔봉 선생이 남긴 발효일지와 신나는 빵이 감 쪽같이 사라지고, 예전처럼 신나는 빵을 만들 수 없 게 된 팔봉제빵집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제 빵왕 김탁구와 제빵사들은 팔봉빵집의 명예를 지 키기 위해 다시 신나는 빵 만들기에 도전한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빵을 만들고 빵이 구워지는 동안 배우들은 신나는 연주 를 선보인다. 공연 중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빵을 관 객들에게도 나누어준다. 타악, 비보잉, 저글링, 마 술 등으로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연이다. 국적 불문, 더 맛있어지는 무대들 <비밥>(한화손보 세실극장에서 오픈런)에선 아예 요리 대결이 펼쳐진다. 각국의 요리사가 서로의 요 리를 선보이는 무대. 한쪽에서는 스시가, 한쪽에서 는 파스타가 만들어진다. 각국의 요리사가 대결하 다가 결국 비빔밥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단순한 이야기다. 비빔밥을 만들며 식재료를 씻고 썰고 볶 고 먹는 소리가 비트박스와 아카펠라로, 비빔밥을 만드는 모습은 비보잉, 애크로배틱, 마셜아츠 등 역동적인 춤으로 표현된다. 이 모든 장면을 비빔밥 처럼 섞어내고 공연 중 비빔밥을 관객들이 직접 맛 보는 장면도 있다. 이 모든 요리 퍼포먼스의 원조는 <난타>다. 전국 4곳의 난타전용관에서 연중무휴로 공연되는 난타 도 주방의 요리사가 주인공이다. 채소를 썰고, 재 료를 다듬고, 수프를 끓여서 객석의 관객이 실제로 먹기도 한다. 관객을 2명 뽑아서 무대로 올려 만두 를 빚는 경쟁도 시킨다. 신명 나는 타악 퍼포먼스로 54 문화+서울

57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 잡은 난타도 요리 가 가장 중요한 모티프인 셈이다. 음식은 연극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연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 <셜리 발렌타인>에서는 칩스앤에그(영국식 달걀 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건반, 기타, 실로폰 등의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음악극은 막간에 주제곡을 가르쳐주고 아이들이 극 중간중간 따라 부르게 하 는 참여형 공연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면 공연장 밖에서는 맛있는 떡볶이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과 감자 요리)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했다. 1인 15 <난타> C PMC 프로덕션 <비밥> C CJ E&M 역을 맡은 여주인공의 독백으로 채워진 극이다. 첫 장면은 주방에서 요리하는 셜리의 모습이었다. 남 편과 자녀에게 헌신하던 그녀가 그리스행을 결심하 게 되는 계기는 비프스테이크가 아닌 칩스앤에그를 저녁으로 내놓았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구박을 받게 되면서다. 문득 자신이 왜 이런 삶을 사는지 회의감 이 들어버린 그녀는 상을 엎어버린 채 모든 짐을 훌 훌 벗어던지고 지중해의 바다로 날아간다. 손숙이 연기한 셜리는 무대 위에서 꼼꼼하게 감자를 튀기 고 달걀 요리를 하는 장면을 관객 앞에서 보여줬다. 지난해 여름 극단 작은신화가 25주년을 기념해 앙코르 공연을 한 <돐날>도 전을 지글지글 부치는 장면으로 막을 열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관객 코 끝을 찔렀다. 주인공 정숙과 친구들이 준비 중인 것 은 딸 돌잔치 음식이다. 음식을 몇 번이고 쏟을 정 도로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정숙의 집에 찾아온 손 님은 남편 지호의 친구들이다. 시끌벅적한 잔칫상 에 곁들여지는 안주는 역시 신세 한탄일 수밖에 없 다. 가난해서 힘들고, 꿈을 잃어버려서 힘들고, 친 구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어서 힘든 이들은 지난 시 절 민주주의 투사를 자처하던 386세대다. 술 마시 는 남자들 뒤쪽에선 부엌에서 일하는 여자들 푸념 이 더해진다. 386세대의 씁쓸한 후일담이 돌날의 잔칫상 위에서 안주처럼 곁들여지는 극이었다. 어린이극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극단 학전의 무 대 소품에서도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진다. <고추장 떡볶이>(2월 26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는 초등 학생들이 보면 딱 좋은 극이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 도 할 수 없었던 비룡과 백호 형제가 조금씩 일상을 배워가며 엄마를 위해 떡볶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 커피 향 솔솔 풍기는 청춘들 올봄 대학로에서는 요즘 달콤한 커피 향이 제 몫 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카페 인>(4월 8일까지 컬쳐스페이스엔유)과 <커피프린 스 1호점>(4월 29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 관)는 커피를 소재로 한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뮤 지컬이다. 바리스타 여주인공과 소믈리에 남주인 공이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카페 인>의 무대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등장한다. 공연 중에 스팀밀크를 뽑으며 치익~하는 소리가 나는가 하면 바리스타 세진은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리는 핸드드립 도 해보인다. 연기하며 실제로 마시진 않 지만, 공연마다 와인도 한 병씩 딴다. 공연 연습을 하며 배우들은 사전에 실제 바리스타와 소믈리에 에게 커피와 와인에 관한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2007년 청춘남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드라 마 <커피프린스 1호점>도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 다. 할머니와의 계약으로 어쩔 수 없이 다 쓰러져가 는 카페를 인수한 최한결과 남장을 하고 카페에서 일하는 고은찬의 티격태격 인연이 그대로 무대 위 로 옮겨진다. 김동연 연출과 양주인 음악감독이라 는 든든한 이름이 합류한 뮤지컬이다. 달콤한 커피 향이 객석까지 전해질 수밖에 없다. 어느덧 스산했 던 겨울도 지나갔다. 온기가 퍼져 나간다. 봄날은 새로운 인연과 공연을 만나기에도 적당한 계절이 다. 때마침 입에 침이 고이는 공연이 제법 많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신문> 문화부 기자로 3년째 연극과 뮤지컬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을 취재하고 있다. 숨겨진 보석 같은 공연을 찾아내 널리 알릴 때 뿌듯함을 느낀다 vol.61 55

58 지금 서울은 이미지 서울 너른 기와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고, 가로수길 초록 잎사귀들이 파릇파릇 피어올라 수줍게 인사하는 북촌의 봄, 골목과 골목 사이 향기로운 바람도 쉬어가는 한낮의 시간. 사진 박정훈 56 문화+서울

59 vol.61 57

60 지금 서울은 리뷰 시나위 앙상블과 박근형, 김시습의 눈물을 닦아주다 박근형 연출,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극 <전통에서 말을 하다> 저 달이 부끄러워 얼굴에 숯칠하고 언 땅 속에 몸을 숨긴다 로 끝을 맺는 긴 독백. 이어 세조와 단종이 엮어내는 불화의 장면이 펼쳐져 김시습을 방랑의 초입으로 들어서게 한 배경을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독백은 배경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 혹 은 내면에 대한 고백이 주된 내용이었다. 앙상블 시 나위는 배우들의 독백과 극의 전개를 악보 삼아 연주하는 듯했다. 왕의 행렬 에서 세조(김주헌 분) 가 물길을 바꾸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군주가 해야 앙상블 시나위의 <전통에서 말을 하다>(2월 11일 ~12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가 무대에 오르 던 날, 모 방송사에서 방영된 역사 드라마가 검 색 순위 1순위에 올랐다. 고려시대가 배경 인 드라마에 출연한 여배우의 웨이브파 마 머리가 시대적 배경에 맞지 않는다는 옥의 티에 대한 지적도 네티즌들 사 이에 떠다녔다. 이래저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는 사극 드라 마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한마디 로 노다지. 그래서인지 영화, 연 극, 뮤지컬은 물론 추상도가 높 은 음악 분야도 극의 형식을 차용 해 역사 속 인물을 무대로 불러내 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앙상 블 시나위는 조선시대의 문인 김 시습(1435~1493)을 무대로 초 대했다. 햄릿에 관한 단편극 여섯 편을 옴니버스한 <햄릿 업데이 트>에서 <길 위의 햄릿>을 올리 며 앙상블 시나위와 첫 인연을 맺은 박근형은 이번 무대에서 연출과 극작을 맡아 무대를 꾸렸다. 박근형은 김시 습의 전체적인 일대기를 그리지 않았다. 세조가 단 종의 자리를 빼앗고 왕위에 오른 사건과 그로 인해 방랑의 길을 걷게 된 김시습의 내면 묘사로 70분을 채워 무대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 다. 또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배우 들은 수염도 붙이지 않고, 사모관대도 입지 않았다. 헐겁고 통이 넓은 의상을 착용 했다. 이런 간결한 무대 또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자칫 화려한 고증에만 신경 을 쓸 수 있는 요소들을 간소화해 배 우는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고, 앙상 블 시나위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연은 서곡 월식 으로 막을 열었 다. 무대에는 김지혜(타악)를 중심으 로 신현식(아쟁)과 이봉근(소리, 타악) 이 상수에, 하세라(가야금)와 정송희 (피아노, 작 편곡)가 하수에 위치했다. 월식 의 분위기는 쓸쓸했고, 달빛이 내 려앉은 밤을 묘사하는 듯했다. 김시습 (김주완 분)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테 마 야행 이 이어졌다. 처음이다, 처 음으로 땅을 걷는다 로 시작해 나는 할 일. 물론 그 물에 피는 섞여 있지만 그 정도 피는 마셔도 된다. 건강에 좋다! 너희들이 원하는 만큼 너희들에게 피를 선사하겠다. 라고 외칠 때, 아쟁 의 활대와 장구채는 눈에 띄게 포효하며 다이내믹 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나는 갔어요. 계속 갔어요 라며 억울한 유배 길에 대한 묘사와 해가 가고, 해 가 와도 한은 끝이 없다 는 단종의 독백에서 앙상 블 시나위는 나지막하게 음울한 풍경을 그려냈다. 음악 극 과 음악 굿 사이에 선 김시습 70분 동안 진행된 공연의 중간에 위치한 동해랩소 디 는 김시습이 흘린 눈물의 습기를 산뜻하게 말려 버리는 듯했다. 독백이 개입되지 않은 무대로, 다소 빠르게 진행되는 재즈를 연상시킨 무대였다. 동해 안 별신굿의 자진모리와 드렁갱이 장단으로 흐름을 잡은 장구 위에 아쟁은 더블베이스처럼, 25현 가야 금의 빠른 패시지는 피아노의 속주처럼 느껴졌다. 이봉근의 소리는 걸쭉하고 구성진 판소리의 소 리결 보다는 재즈에서 악기들과 함께 입을 맞추는 감각적인 허밍의 임프로비제이션을 보여주었다. (전자)피아노를 맡은 정송희는 재즈의 화성과 리 듬을 앙상블 속으로 밀어 넣으며 재즈풍의 분위기 를 이어갔다. 동해랩소디 가 재즈를 떠올리게 했다 면, 이어진 하루종일 은 뮤지컬 넘버 혹은 역사 드 라마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주제가 같았다. 동해 랩소디 의 들뜬 분위기를 빠르게 가라앉힌 앙상블 시나위는 하루종일 로 김시습의 눈가를 다시 적신 58 문화+서울

61 충무아트홀 다. 단종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넨 김시습, 그리고 그의 충성과 그리움을 확인하고 슬픔에 찬 단종의 대화가 끝나자 이봉근이 무대의 앞쪽으로 나왔다. 박근형이 작시하고 정송희가 곡을 붙인 하루종일 은 노래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고, 짙은 감정을 실어 나르는 이봉근의 목소리는 관객에게 깊은 몰입을 유 도했다. 하루종일 이후 우락 을 거쳐 마지막 곡인 낙 화 에 이르렀을 때 엉뚱하게도 이 음악극이 음악으 로 구성된 굿, 즉 음악 굿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물 론 음악굿이라는 장르는 없다). 특히 마지막에 연 주된 낙화 가 어린 단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 놓은 김시습과 사육신, 그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이 들을 위한 진혼곡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생각이 더 욱 더 짙어졌다. 김시습의 삶을 그린 음악 극 과 그 들의 억울한 영혼을 달래기 위한 음악 굿. 극 과 굿 은 다소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번 공연을 다르게 바라보는 각도와 시야를 제공한 다. 음악 굿 의 관점에서 볼 때, 앙상블 시나위와 박근형은 김시습과 단종의 원혼을 풀어주었다(개 인적인 의견이지만 앙상블 시나위는 그들이 지닌 전통음악에 내재된 무속적 감각과 연주 역량으로 음악굿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계발하기에 충분하 다). 하지만 음악 극 의 관점으로 본다면, 김시습의 지조와 저항정신이 일군 삶은 소재로서 흥미를 유 발하지만 슬픔과 비극으로 일관된 무대의 흐름이 약간은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음악극이 라는, 일반적인 연극 혹은 음악으로 구성된 흔한 음 악회와는 달리 인물의 인생을 풍부한 입방체로 그 려낼 수 입체적 장르에 대한 활용이 미흡했다는 아 쉬움이 남는다. <전통에서 말을 하다>가 김시습의 말(언어) 이었다면, 다음 무대인 <전통에서 춤을 추다>는 말 그대로 춤 이다. 독백과 음악으로 관객의 청각 에 다가간 이번 무대와 달리 다음 무대는 한국 현 대무용, 그리고 영상효과를 연출하는 미디어아트 와 함께 관객의 시각을 직격할 예정이다. 보는 이 가 극( 極 ) 에 달하는 상상력에 재미를 느끼며 굿 (Good) 을 외칠 수 있는, 그들만의 무대를 기대해 본다. 글 송현민 이것저것예술연구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공연 보고 이야기해주는 남자(약칭 공연 보이남 )가 되기 위해 공연장을 기웃거린다. 향후 펴낼 책의 제목도 <공연 보이남?>으로 정했다. 음악평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vol.61 59

62 지금 서울은 리뷰 요코하마에 지은 차숙이네 집 동경퍼포밍아트마켓(TPAM) in 요코하마 2012 에서 만난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동경퍼포밍아트마켓(TPAM) 으로 가는 길. 불안 정한 기류에 흔들리며 짙은 구름을 뚫고 공항에 도 착해서는 요코하마까지 가는 급행 열차에 몸을 실 었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이하 차숙이네)> 를 보러 가는 길을 따라 제법 걸었는데도 목적지 는 보이지 않는다. 바로 옆이네. 이 정류장이 공연 예술센터 정류장이다. 머쓱하게 웃고 건물로 다가 간다. 건물 앞의 바퀴 달린 집 세 채가 눈에 들어온 다. 제법 번듯하다. 설명을 보니 이동 주택(Mobile House) 이라고 한다. 바퀴가 달리면 집으로 간주 하지 않는 일본 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어디든 바퀴 단 집을 가지고 옮겨 다닌다는 작가, 고헤이 사카 구치의 이야기. 작가는 집이나 땅을 개인이 소유하 는 것을 반대하는 의미에서 이런 작업을 시작한 모 양이다. 작가가 원하듯이 누구나 빈 땅에 작은 집을 지어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람에게 집은 무엇인가? 그저 한 몸 누일 수 있 는 공간일 뿐일까? 이런 질문들이 <차숙이네>가 던 지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들이 있을까? 차숙이네 가족에게 집은 그들이 어린 시 절부터 살아오면서 가진 대부분의 기억과 끈끈하 게 연결된 무엇이다. 먼저 세상을 뜬 남편, 혹은 아 버지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흘린 진한 땀의 결정 체이기도 하다. 차숙이네 가족에게 집은 단순한 시멘트 덩어리 도 아니고 한번 지어져서 그대로 있는 사물이라기 보다는 식구들의 성장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맞추 어 오랜 시간 함께 공진화해온 유기체에 가깝다. 그 집을 계속 바꾸어가면서 삶을 이어가도록 하지 않 고 부수고 새로 짓는 결정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분 명치 않다. 하지만 철거된 집을 짓는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자기의 기억을 복원하려고 노력한다. 각자의 기억이 엇나가는 부분에서 새집에 대한 의 견이 엇갈린다. 가족의 기억과 환경의 습관들, 그 힘 의 엇갈림 속에서 힘겹게, 힘겹게 집이 올라간다. 고헤이는 시청에 가서 주인 없는 땅을 찾아내고 그 땅 위에 바퀴가 달린 이동주택을 놓는다. 이동주택 은 겨우 한 몸 의탁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화장실, 샤워실, 거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면 결코 부족 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고헤이가 꿈꾸는 집은 가 족을 온전히 보호하려는 아버지의 꿈이 담긴 차숙 이네 집과는 다르다. 차숙이네 집은 개인과 가족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이런 방식으로 보면 개 인이, 가족이 집을 만들고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지 만 집을 사회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고민하는 고헤 이는 소유를 반대한다. <차숙이네>가 요코하마에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서울아트마켓(PAMS)에서 선보였던 짧은 쇼 케이스를 보고 TPAM 측에서 초청을 했기 때문이 다. 개막 리셉션에 이어 첫 번째 국제 쇼케이스로 선 을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사람 들을 만나서 감상을 물었다. 지난해 쇼케이스를 직 접 보았던 대만 친구는 <차숙이네>를 온전하게 감 상할 수 있게 되어 기대를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쇼케이스를 보면서 이 작품이 집에 얽힌 사회적인 문제들을 건드릴 것이란 기대를 했는데, 기대와 달랐다고 한다. 일본 친구는 스스로 집을 지 60 문화+서울

63 어 사는 일본 한 지역의 풍습을 떠올리면서 공감을 했단다. 멀리 브라질에서 온 친구는 소피아 코폴라 의 최근작을 거론하면서 지루했다고 한다. 사람들 의 평이 엇갈렸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높았다. 언어, 그리고 몸짓의 문제 자막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지만 대 사의 양이 제법 많고 문화적인 코드가 곳곳에 숨어 있는 <차숙이네>를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온전 히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런 현상 은 비단 차숙이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어 장벽 을 만날 수 밖에 없는 모든 작품 앞에 놓인 어려움이 었다. 끊임없이 대사를 하면서 무용을 했던 일본의 무용수는 그녀가 실험한 버벌 댄스의 효과를 온전히 볼 수 없었다. 자막이나 영어와 원어를 반복적으로 교차시키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유럽에서 언어의 장벽 때문에 번역이나 통역을 하지 않고 작 품을 감상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 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요코하마에 온 지 3일째. 계속 흐리고 비가 내린 다. 무엇이 녹아 있는지 모르는 비를 맞으면서 각국 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다. 예 술 공간들을 둘러보고 하루에도 서너 편씩, 새로운 작품들을 만난다. 그러면서 계속 이들과 어떻게 소 통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문화의 어떤 부분들을 어 떻게 서로 나눌까를 궁리한다. 아무리 생각해보아 도 결국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진심 밖에 없 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밤에도 한 무용수가 큰 도전을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측면을 몸으로 표현하는 데 도 전했다. 욕망과 신성함을 모두 표현하려는 이 예술 가의 시도는 벽에 부딪혔다. 아름다운 몸과 고된 훈 련을 통해 만들어진 우아한 동작은 속되고 욕된 인 간의 모습을 담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가 이 무 대를 위해서 쏟았을 진심 은 마음을 움직인다. 모든 인간이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진 심 으로 다룰 때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보잘 것 없어 진다. 진심 으로 노력해 이룬 예술적 성취에 대한 박수는 언어와 문화권을 초월한다. <차숙이네>를 또 다른 곳에 짓기 위해서 해야 할 고민이다. 글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생화학, 과학사, 환경학 등을 공부했다. 요즈음은 다양한 분야 사이의 경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 경계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문예술잡지 F>의 편집위원이고 한국다원예술아카이브 를 운영한다 vol.61 61

64 지금 서울은 리뷰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재미 연극 <서울노트> 려하지만,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권해효다. 그는 고인과 함께 한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시청자에게 콤비로 각인되었다. 또한 고인의 인생 동반자였던 배우 최선영은 이번 공연을 통해 고인이 운명한 후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현실보다 현실다운 연극 다시, 작품 속 이야기로. 복기하면 <서울노트>는 기존의 전통적 연극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 연극은 현실을 닮았다. 아주 그럴싸하게. 정교한 연극 앞에서 관객은 속수다. 무책이다. 더한 설명 은 사족일 뿐. 동시에 연극은 현실과 다르다. 전연 다르다. 흔히 압축되거나 확장되는 연극적 시간과 공간은 명백한 증거다. 이외에도 연극과 현실의 차 이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등장인물의 대화, 다시 말해 대사도 그렇다. 대사란 대체로 정제되기 마련이다. 사투리를 쓸지언정 어법에 맞게 조리 있 는 언어를 구사한다. 여럿이 동시에 떠드는 법도 좀 체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노트>는 앞서 열거한 전 통적 연극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 특별한 작품이다. 특별한 작품, 각별한 인연 지난 2월 정보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서울노 트>. 공연을 기록하기에 앞서, 먼저 기억해야 할 인 물이 있다. 故 박광정이다. 대중은 그를 가벼운 연 기자로 기억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묵직 한 연출가로 추억한다. 1992년 데뷔작인 <마술가 게>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신인연출가상을 수 상하며 화려한 출사표를 던진 고인은 생전에 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장진이 번안해 공연 중인 <리턴 투 햄릿>의 원작이 된 연극 <매직타임>과 날카로 운 사회풍자극 <비언소> 등이 그의 대표작. 이외에 도 숱한 연극 뮤지컬을 연출했지만, 그가 레퍼토 리로 선택해 꾸준히 무대에 올렸던 작품은 단 하나, <서울노트>가 유일하다. 고인의 3주기를 기리기 위해 마련한 이 무대에 <서울노트>를 올린 데에는 그런 속사정이 있다. <서울노트>는 그만큼 고인에 게 특별했던 작품. 그래서 이번 공연에 출연한 이들도 고인과 각별 한 인연을 갖고 있다. 출연배우들은 모두 고인과 은 정을 나누었던 선후배 동료들. 최용민, 권해효, 김 중기, 임유영, 민복기, 신덕호, 이성민, 정해균, 박 원상, 최선영, 정석용, 최덕문, 박지아, 이지현, 오 용, 한승도, 문경태, 권민영, 마두영, 윤영민, 남승 혜, 한인수, 송유현, 임유나, 연출을 맡은 성기웅까 지.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고 동참했다. 고인을 그 리워하며 기리기 위해 참여한 이들 면면이 모두 화 다. 반대로 <서울노트>는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 원작자인 히라타 오리자는 현실과 예술을 가르는 재봉선을 지우는 데 일가 견이 있는 인물. 작품에 대해서 감히 천의 ( 天 衣 )라 명하지는 못하나, 실력에 대해서 는 가히 무봉( 無 縫 )이라 칭할 만하다. 그 의 작품 속 시계 초침은 현실의 초침과 한 치 오차 없이 똑같이 움직인다. 대사도 현실 의 대화 그대로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공백과 겹침 은 대표적인 예. 이유 없는 침묵이 지속되는가 싶으 면, 정신없이 동시에 여기저기서 말이 터져 나오기 도 한다. 이러한 동시다발 대화는 히라타 오리자의 트레이드마크. 이 연극은 현실을 닮아 있다. <서울노트>에는 무 려 열일곱 명이나 되는 배우가 출연한다. 이들의 공 통점이라면 단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뿐. 주목할 사실은 이들 중 주인공은 없다는 것이 다. 뒤집어 말하자면 모두가 주인공이란 뜻. 주인 공이 없으니, 그를 둘러싼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 다. 뚜렷한 갈등이 없으니, 그로 인해 비롯된 사건 도 없다. 두드러진 사건이 없으니, 사건을 통해 드 러나는 주제도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현실에서 극단적 성격의 인물도 만나기 어렵거니와 그런 인 물들과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는 일도 드물다. 대부 분의 인생은 큰일 없이 시시덕거리며 지나가게 마 련이다. 그게 현실이다. 이와 비교한다면 대개의 연극은, 예술은 호들갑스럽기 그지없다. 62 문화+서울

65 목가적 풍경을 담은 퍼즐 이렇듯 연극 <서울노트>는 비유하자면 나른한 오 후 갤러리의 정경을 그린 풍경화와 같다. 그러나 프레임 속에 목가적 풍경과 달리 프레임 밖 현실은 목가적이지 않다. 연극 <서울노트>는 근 미래 제3 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 으로 한다. 전쟁의 화염을 피해 서울의 한 갤러리 에 베르메르를 비롯한 17세기의 유명 화가들의 진 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연극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 진 인물들이 이곳에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가족 상 봉을 위해 갤러리를 찾은 형제들. 데이트를 하러 온 오래된 연인들, 새로운 연인들. 자료 조사차 명화 를 감상하러 온 여대생들,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작품을 기증하기 위해 방문한 상속녀와 그의 친구,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퇴장한다. 17명의 등 장인물은 예고 없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이 지점에서 연극은 조각난 퍼즐을 연상시킨다. 어떻게 맞춰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퍼즐 조각. 한눈에 보기에 이 퍼즐은 칸딘스키의 그림처럼 복 잡하다. 한 인물과 다른 인물의 짝을 맞추기도 전에, 그래서 두 인물의 관계를 설정하기도 전에, 다른 인 물이 등장한다. 덕분에 짝짓기는 매번 어긋나고, 갈 등관계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처럼 <서울노트>의 모든 인물은, 사건은 퍼즐처럼 분산되어 있다. 하지 만 퍼즐을 의외로 손쉽게 맞춰진다. 그저 들여다보 고 있으면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연극이 끝 날 때, 관객은 완성된 퍼즐을 만날 수 있다. 아마 퍼즐을 맞춰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몬드리안 의 그림처럼 단순한 그림일수록 맞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똑같은 모양과 색으로는 맞는 짝을 도무지 구분해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반대로 칸딘스키의 그림처럼 복잡한 그림이 때로는 맞추기 쉽다. 그것 들은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기도 한다. <서울노 트>는 그런 칸딘스키의 작품을 닮았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쉽게 맞춰지기는 하지만 매번 완 성된 형태가 다르다는 것. 조금 과장해, 열 번을 보 아도 열 번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것, 그것이 <서울 노트>의 미덕일 것이다. 고인은 떠났지만, <서울노 트>는 남아 오랫동안 공연되기를 바란다. 성실한 관객이 될 마음의 준비는 이미 되어 있으니까. 글 김일송 공연문화잡지 <씬플레이빌> 편집장. 혜화동 옆 명륜동에서 태어나, 서른여덟 해 줄곧 서울에서만 산 서울 토박이. 이 정도면 문화+서울 에 글 쓸 자격이 충분한 거죠? vol.61 63

66 서울 너머로 해외 트렌드 런던의 공정무역, 착한 소비 이야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디어 카펫, 노드 러그(Node Rugs) 어쩌다 보니 초대를 받은 정오의 티파티에서였다. 패션 디자이너가 주최한 모임답게 여기저기서 쇼핑 에 대한 조언이 오고 갔다. 가치 는 가장 자주 입에 오르는 단어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서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유학 중인 한 일본인과 인사를 나눴다. 도쿄에서 온 그는 이름만 대면 누구 나 아는, 프랑스산 명품 회사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고 했다. 학위를 따고 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 갈 예정이고 그의 삶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제가 일하던 브랜드만 해도 생산과정에 문제 될 게 전혀 없지만 굳이 윤리적으로 만들어졌다고 64 문화+서울

67 등급은 어색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다. 윤리성 은 생산과정에서 기인한다. 공정무역(fairtrade), 오가닉(organic), 친환경(eco-friendly), 재활용 (re-cycling), 현지 생산된(locally produced) 등 일련의 생산방식에서 하나 이상을 적용하면 윤리 적 이라고 뭉뚱그려 호명된다. 품질이나 가격은 여전히 중요하다. 원자재의 가 공 단계에서 유해한 화학 성분을 사용하거나 직공 들이 정당한 급여를 받는지도 중요해졌단 뜻이다. 공장을 돌리는 전력은 원자력인가, 풍력인가, 태양 력인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운반 방법은? 이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얼마인가? 하나의 물건 이 만들어지기까지 환경과 사회에 미칠 파장을 더 멀리 내다볼수록, 더 윤리적이라고 평가된다. 대 기업들도 자사의 생산과정을 되돌아보기 시작했 다. 덩치가 큰 만큼 변화가 둔해 답답하다고 스스로 생산과정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반액 할인 이라는 문구만큼 솔깃하지 않을지 모른다. 분명한 건, 여기에 소개되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전에 는 지갑을 열기 전에 자신의 돈이 어디로 가는지 확 인해보는 꼼꼼한 소비자들이었다. 크기, 촘촘함 또한 선택할 수 있다. 카펫 제작 도면 을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해 가능해진 일이다. 카펫 제작자에게는 반드시 제작 도안이 필요하다. 가로 세로 줄이 빽빽이 들어찬 모눈 종이에는 도안에 따 른 매듭의 색깔들이 기입되어 있다. 이 도안을 보며 제작자는 날실과 씨실을 재빠르게 교차시킨다. 도 안을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사 람 손으로 그려졌다. 특히나 하루에 14시간 이상 정전이 계속되는 네팔에서는 기계의 힘을 가능한 한 빌리려 하지 않는다. 네팔의 카트만두를 여행하던 당시, 크리스 호튼 은 자신의 그림책 캐릭터 아기 부엉이 를 넣은 카 펫을 제작하려 했다. 제조 공정을 알아보던 중 도안 을 제작하는 과정이 디지털 이미지에서 픽셀을 쌓 아가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어떤 종 류의 그림 파일이라도 카펫용 제작 도안으로 변환 해주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이제, 누구나 원하는 문양의 카펫을 제조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스스로 를 기특해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유사한 프로그램 이 네팔인에 의해 이미 개발되어 있었다. 제작의 표 준화만큼이나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널 리 알리는 게 급선무 아닐까? 홍보에 본격적으로 염색이 끝난 실타래를 정리하는 현지 여성. 하지 않아요. 그래도 잘 팔리니까요. 윤리 운운하 는 브랜드들은 대개 선전할 게 그것뿐 아닐까요? 그런가? 그 외에 선전할 만한 가치는 뭘까? 런던에서 윤리적인 물건은 구호만이 아니다. 상점의 진열장에서 가능한 선택이다. 대형 생필품 할인매장들조차 독자적으로 산지에서 구입부터 인 증기관에서 공인받은 공정무역 라인, 즉 바나나부 터 키친타월까지 판매한다. 거의 모든 곳에서 커피, 차, 쌀, 와인, 맥주부터 주방용 세제까지, 신발부터 모자까지, 농산물에서 공산물까지. 윤리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로 구분된다. 물건에 윤리적이라는 내 방의 공정무역, 노드 러그(Node Rugs) 공정무역은 이름의 무게부터 상당하다. 무역과 공정 함이라니. 듣기만 해도 적도 지역에 펼쳐진 드 넓은 바바나밭, 커피콩을 바구니에 담는 수백 개의 검은 손,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세계화, 자본 가와 노동가 등 어두운 이미지가 연거푸 떠오른다. 실은 공정무역은 아주 작은 규모에서도 가능하다. 크리스 호튼(Chris Haughton)은 그림책 작가 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또 다른 직업은 공정 무역 카펫 회사의 운영자다. 직원은 자신뿐인 1인 기업 이지만. 2009년부터 협력 관계를 맺은 네팔 카트 만두의 공정무역 제조처에 카펫 제작을 의뢰한다. 소위 말하는 주문 제작 이다. 누구나 원하는 문양 으로 카펫을 제작할 수 있다. 문양과 색깔은 물론 나설 겸 회사를 설립했다. 노드 러그(Node Rug) 의 출발이다. 노드(node)란, 라틴어로 한 땀 한 땀 이란 의미입니다. 동시에 네트워크를 뜻합니다. 어원을 따져보면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만들어 낸 촘촘한 그물망에서 유래했습니다. 컴퓨터 프로 그램 용어로 사용되다가 최근에는 인적 네트워크 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의 미덕을 이미 2000년 전 로마 사람들은 알고 있었 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디자인, 공정무역을 입다 우리는 사람을 기계보다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크리스 호튼이 정의하는 공정무역이다. 카트만두 에서 카펫을 만든 이 단체는 가족이 2대째 운영하는 vol.61 65

68 서울 너머로 해외 트렌드 사회적 기업이다. 제조 공장 외에도 고아원, 여성의 쉼터, 기술 학교를 운영한다. 수업료가 무료인 기술 학교에서는 수학, 과학, 영어 등 기초 과목 외에 니 트와 카펫 짜기 등 기술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대개 성인 여성들. 이혼이나 별거 후에 생활고에 시달리 는 여성들이 이 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업한다. 카펫 부서에 소속된 20명 남짓의 여성 가운데 숙련 된(조금 더 나이든) 직공들은 티베트에서 수입된 양 털을 물레에 돌려 실로 만든다. 볕 좋은 날, 실다발 에 천연염색을 한 뒤 말린다. 두 개의 방에 놓인 열 대가량의 베틀에서 하루에 8시간씩 카펫을 짠다. 품질은 어떨까? 솔직히 저는 품질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전 카펫 제조공도, 비즈니스맨도 아 닌 그림책 작가니까요. 품질은 카펫을 만드는 사람 들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일 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이 이 프로젝 트에 참여하게 하고 각자의 카펫을 디자인해보도 록 돕는 겁니다. 현재 크리스 호튼의 캐릭터, 아기 부엉이가 그려 진 카펫은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한,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디자이너의 카펫 전시가 준비 중이다. 유럽 에서 맞춤 문화는 높은 비용 탓에 멸종되기 직전이 다. 반면, 여느 카펫과 비교해 노드 러그는 주문 제 작이라 재고 비용이 없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 아 전시장 운영비가 필요 없다. 그래픽 디자이너 등 소위 말하는 아티스트들이 이 프로젝트에 열광적 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일반인들은 자신만 의 것을 제작하기보다는 상점에 진열된 물건을 사 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일까. 몸과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찾을 때까지 발이 부르트도록 쇼핑몰을 헤 매다 종국에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일종의 성취감에 중독된 탓일까. 내 방의 카펫을 직접 디 자인해보고 싶다면 노드 러그의 홈페이지(www. noderugs.com)를 방문해보자. 요즘 크리스 호튼은 그림책 작가로 더 잘 알려졌 다. 유치원을 함께 다닌 이후로는 연락 두절된 동창 들로부터 <A Bit Lost>의 작가 크리스 호튼이 내가 아는 크리스 호튼과 같은 사람이냐? 는 이메일을 종종 받는다. 한국에서는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 어요>(보림출판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그림 책은 10개국어로 번역되었고, 크리스 호튼은 네덜 란드에서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보다 더 많이 팔린 작가 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에는 공정무역 디자 이너로 소개될 때가 잦았다. 2007년 <타임>지에 서 선정한 세계 100대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소개된 페이지 옆에는 톰 딕슨이 실려 있었다. 크리스 호튼은 피플트리라는 공정무역 패션 브랜 드를 위해 일하던 디자이너들과 함께였다. 고향 더블린에서 런던으로 이주한 후 하우스 메이트였던 미사토를 통해 피플트리를 알게 되었 어요. 차나 커피가 아니라 의류를 공정무역으로 제 조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죠. 피플트리 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미사토가 나를 사피아(피 플트리의 대표)에게 소개해주었고, 어린이용 상의 를 시작으로 어른용 의류와 문구류 제작에 계속 참 여했지요. 더블린의 예술 대학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하던 당시 출간되었던 나오미 클레인의 <노 로고(No Logo)> 역시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졸업 후 회 사에 소속되는 대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했지만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일을 청탁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는 아 문화+서울

69 트디렉터들은 언제나 말도 안 되는 부탁인 거 아는 데 광고주가 원해서 라는 말로 시작하죠. 일이 끝 난 뒤에도 누구 하나 만족스러워하지 않았어요. 한편, 피플트리는 영국과 일본에서 판매되는 공정 무역 패션 브랜드다. 패션 브랜드로는 최초의 공정 무역 브랜드 중 하나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 세계 각국 70여 개의 생산자 단체와 연결되어 있 다. 창립자인 사피아 미니는 도쿄의 한 은행으로 발령을 받은 은행가의 부인이었다. 열성 주부이기 도 한 그녀는 도쿄에서 오가닉 제품을 판매하는 상 점 안내서를 스스로 발간했고, 그로부터 10년 후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의류를 구입할 수 있는 소매 상을 열었다. 몇 년 전에는 배우 엠마 왓슨(Emma Watson)이 디자인에 참여한 소녀 취향의 라인을 론칭했고, 2011년에는 <벌거벗은 패션(Naked Fashion)>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피플트리와 함 께 일해온 디자이너들,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an Westwood), 올라 카일리(Orla Kiely) 등의 인터 뷰와 함께 크리스 호튼의 인터뷰도 실렸다. 그의 인 터뷰가 가장 첫 페이지를 장식한 것은 거의 무보수 로 디자인을 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까? 05 자부심이 되는 착한 소비 패션 등 이런저런 디자인에 관여해왔지만 크리스 호튼의 외모는 화려하기는커녕 구질구질하다. 변 명에 따르면, 그는 거울을 자주 보는 사람들을 믿 지 않는다고 한다. 거울 속에는 디자인에 답이 없 기 때문에. 그 자신은 중고 옷가게에서 구입한 옷을 입고 가죽을 소비하지 않기 위해 운동화를 신고 배 낭을 멘다. 육류는 제한하되 우유와 달걀은 먹는 채 식주의자로, 방목시켜 사육하는 닭의 달걀(여기선 Free-range egg 라고 부른다)만 먹는다. 커피, 초콜릿, 세제 등 가능한 모든 생필품은 공정무역 제 품으로 구입한다. 대형 슈퍼마켓에는 가지 않고 집 앞의 터키인이 운영하는 소형 할인점에서 장을 본 다. 거의 모든 종류의 체인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가 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의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 고, 장거리 이동에는 비행기 대신 기차와 선박 등 육로를 택한다. 공정무역은 생산이나 소매에 붙은 인증서가 아닌 삶의 한 방식이다. 크리스 호튼은 얼 마 전 공정무역 디자인만 하겠다 고 트위터를 통해 공표했다. 우리의 삶 역시 이렇게 선택할 수 있을 까? 카펫을 디자인하는 것처럼 쉬워질 수 있을까? 공정무역은 자주 기부 와 혼동된다. 제3세계 의 일꾼들을 위해 지갑을 열자, 제값 을 지불하자 는 구호는 품질은 동일한데 돈은 더 지불한다는 인 상을 심어주었다. 이 때문에 공정무역으로 생산 되지만 이 사실을 내세우지 않는 브랜드가 늘어나 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시 그림자로 되돌아가고 있다.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에코버 (ecover) 의 창립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 다. 자신은 용기 디자인에도 무척 신경을 쓴다고. 손님이 왔을 때 싱크대 옆에 보란 듯이 꺼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 괜찮은 생각 아닙니까? 01. 공정무역 디자이너 크리스 호튼. 02. 면을 직조 중인 현지 여성. 03. 물레를 돌려 만든 양털 타래. 04. 카펫 외면을 고르게 다듬는 작업 중. 05. 노드 러그의 공정 무역 제품들. 런던의 공정무역 2.0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정무역의 소비국이다. 2009년에 이미 8억 유로를 넘어섰다. 규모로 보자 면, 3억 인구의 미국보다도 크다. 영국의 인구는 약 6 천만 명이다. 현재 공정무역 커피는 런던의 커피 소 비에서 30퍼센트를 차지한다. 5년 전 점유율이 5퍼 센트였던 것을 돌이켜보면 놀랄만한 성장 속도다. 공 정무역이란, 제 3세계의 생산품에 최저 구입 단가를 정해두어 생산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제 도다. 또, 시장 가격보다 약간 높은 구입 단가 중 일정 액을 반드시 학교 또는 병원에 투자하도록 하여 생산 자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잡 은 농산물과 달리, 의류 및 장신구 등 공예품 분야는 슬슬 구매층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공정무역에서 공 예품은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공정무역으로 거래 되는 동시에 재활용, 친환경 재료 등으로 생산과정 전체를 윤리적으로 개선한 브랜드들이다. 런던에도 쇼룸을 갖고 있는 프랑스 산 스니커즈 베자(Veja)가 대표적으로, 천연고무의 밑창부터 식물염색의 외피 까지 전재료를 엄격하게 친환경으로 유지하기로도 명성높다. 한편 십여 년 전 초창기의 공정무역 공예 품들이 생산지에서 영감을 받은 토속적인 디자인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유행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 던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한다. 또, 공정무역 특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 해 공정무역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을 크게 알리지 않 기도 한다. 숨기든 알리든, 공정무역 공예품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게 영국의 현재다. 노드러그 크리스호튼 디자인 뮤지엄 피플트리 에코버 베자 메이드바이 글 박루니 1977년생. <TTL> <보그> <하퍼스 바자> 등 월간지에서 피처 에디터로 활동. 친구들과 함께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사는 법에 대한 안내서 <친절한 뉴욕>을 공동 집필했고, 2008년 발간했다. 런던에 체류하며 착한 소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vol.61 67

70 서울 너머로 해외 뉴스 여성작가들, 뉴욕 현대 미술관 (MoMA)을 점령하다 산야 이베코 비치부터 테린 사이먼까지 여성 작가들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올해 전반 기 뉴욕 현대미술관의 전시를 눈여겨보자. 크로아 티아 출신으로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준 여성 작가 산야 이베코비치(1949년생)의 미국 첫 회고전부 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 사진가 신디 셔먼 의 특별전, 그리고 젊은 여성 사진가 테린 사이먼 (1975년생)의 사진전까지 여러 여성 작가의 전시 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월 26일부터 시작 한 신디 셔먼 사진전은 1970년대 중반 그녀의 작품 부터 최근작까지를 아우르는 특별전이다. 신디 셔 먼은 항상 자신의 사진 속에서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물로 거듭나, 이미지로 넘쳐나는 현대사회를 사 는 관객에게 의문을 던진다. 그녀는 낯익지만 어딘 가 공허한 시대의 아이콘들을 풍자적으로, 혹은 강 렬하게 표현한다. 사진 속의 모델뿐만 아니라 아트 디렉터,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모든 역할을 본인이 다 해내기에 그녀의 작업 과정 자체 가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미술사 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무제 필름 스틸 사진 시리 즈>(1977~80)를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고, 비평 가들에게 찬사를 받은 <센터폴드>(1981), <역사 초 상>(1989~90), <동화와 재난>(1986~89)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 신디 셔 먼의 <사진 벽화>(2010)는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 는 것이다. 4월 2일에서 10일 사이에는 신디 셔먼 이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영화를 꼽아 구성한 영 화 프로그램이 함께 이어진다. 그녀가 영화와 매스 미디어에 많은 영향을 받은 작가라는 맥락에서 영 화 프로그램을 이해할 수 있다. <텍사스 전기톱 살 인 사건>(1974), <그림자들>(1974), <겁 없는 흡 혈귀 살인자들>(1964)등이 상영되고 신디 셔먼의 단편 영화 <인형 옷>(1975)과 장편영화 <오피스 킬 러>(1997)도 함께 상영된다. 신디 셔먼의 전시는 6 월 11일까지 이어지고, 산야 이베코비치의 전시는 3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테린 사이몬의 사진전은 5 월 2일에 시작한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음지에 존 재하는 인물, 사건, 장소에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보 도사진이 아니라 예술사진으로서 가치가 충분한 그 녀의 작품은 요즘 주목받고 있다. 글 신지윤 뉴욕에서 5년 째 활동 중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한국에서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시카고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영화, 예술, 패션, 시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신디 셔먼의 최근작 <무제 #465, 2008>. 02. 산야 이베코비치 비디오 <지시사항 No.1, 1976> 스틸 사진. 03. 신디 셔먼<무제 영화 스틸 #119, 1983> 문화+서울

71 LA지하철, 예술을 입다 시민 위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 프랭크 로미오(Frank Romero)의 벽화 <Festival of Masks Parade>. LA 지하철이 도심 속 새로운 문화명소로 각광받 고 있다. 특히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 퍼플 라인 (Purple Line) 의 경우, 이용하는 시민들과 관광객 들에게 LA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그림이나 사진, 조형물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어 공 공예술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퍼플 라인이 시작되는 다운타운 합동역에는 신 시아 칼슨(Cynthia Carlson)의 천사의 도시, LA 를 향한 오마주 <LA: City of Angels>가 전시되어 있으며, 다운타운 내 또 다른 역사 입구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에 있는 가우디의 모자이크 를 연상시키는 샘 쿤스(Samm Kunce)의 작품 <In the Living Rock>이 승객들을 반기고 있다. 이뿐 아니다. 미국의 첫 네온사인을 기념하는 스 티븐 안토나코스(Stephen Antonakos)의 화려 한 네온 작품은 물론, 두드러지는 다문화적 특성 을 가지고 있는 LA 풍경을 표현한 벽화도 선보이 고 있다. 한국인, 중국인, 아프리카인, 북미 원주민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LA 영화산업을 기념하는 작품들도 있다. 수백 개의 영화 속 장면을 타일을 이 용해 두 줄의 얇고 긴 벽화로 완성시킨 조이스 코즐로 프(Joyce Kozloff)의 <Movies: Fantasies and Spectacles>가 바로 그중 하나다. LA 지하철의 공공예술 사랑은 단순히 작품 전시 에 그치지 않는다. 매달 첫째 목 토 일요일에 무료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약 2시간 동안 예술 관련 자원봉사자들에게 작품과 작가에 대한 친절하 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폭넓은 주제와 소재의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역 사 안팎 환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예술성과 더 불어 환경친화성과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 이다. 공공예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애정이 깊 어짐에 따라 LA 지하철 측은 작품의 종류와 전시 장소, 참여 작가 등의 범위를 늘려가는 추세다. 상업도시에서 차츰 예술도시로서 그 면모를 갖 춰가는 있는 LA, 시민의 발 지하철이 그 변화를 주 도해가고 있다. 등 다양한 인종과 그들의 전통의상이 등장하는 이 벽화 <Festival of Masks Parade>는 프랭크 로 미오(Frank Romero)의 작품으로 길이가 60피트 (약 18m)에 달한다. 글 노유미 한국과 미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번역가와 미주 한인신문 편집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vol.61 69

72 서울 너머로 해외 뉴스 Via Arte Coreana! 한국 미술, 밀라노 중심가에 서다 밀라노의 새해 첫날은 12월 7일이라고 하면 우리 나라의 음력 같은 개념인가 싶어 갸우뚱하겠지만 실상은 아주 간단하다. 밀라노의 수호성인인 산탐 브로조(Santa Ambrosio)의 축일을 맞아 밀라노 의 상징인 두오모 앞에는 온 시민이 모여 이날을 기 념하는 축제가 벌어지고, 라스칼라 극장은 이날부 터 다음해 여름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된 시즌 프로그램을 알린다. 이탈리아 대통령, 총리는 물론 사회 각계 저명인사들이 밀라노로 모여든다. 그 예 전 딱히 오락거리가 많지 않았던 춥고 긴 겨울밤, 밀라노의 시민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극장 으로 몰려들어 오페라와 발레에 빠져 있었음을 짐 작할 수 있다. 이렇듯 오랫동안 축적된 공연예술과 산업사회 이후 새롭게 부상한 패션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 지만 유독 미술에 대해서만은 잘 알려져 있지 않 던 밀라노에 국립미술원 브레라(Brera) 출신의 한 인작가 강재화, 김관영, 김성현, 김재희, 김한샘, 김희수, 도지희, 모재연, 문동환, 양윤정, 윤영호, 조용래, 주애란 등 26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 가 12월 말, 시내 중심가 Spazio Concept (Via Forcella)에서 열려 엄청난 화제를 몰고왔다. 그간 국립미술원 근처의 소규모 화랑들을 중심으로 현 지 이탈리아 작가들의 전시가 간간이 있어왔지만 타국에 뿌리를 두고,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의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어서 미술계뿐 아니라 언 론, 일반인들의 관심이 무척 뜨거웠다. 사진, 회화, 조각, 설치, 무대 미술, 패션 디자인, 장식 미술 등 여러 분야를 통해 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신선하 고 기발한 발상에 현지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특히 밀라노 및 이탈리아 전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주애란의 amore 시리즈와 문 동환의 작품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낯선 나라인 한국이 궁금해서 전시를 찾았다는 클라우디아 파가넬로(42) 씨는 나도 그렇지만 이 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른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 대해 많은 걸 새로 느끼게 해주 었다. 예를 들어 저 멀리 있는 나라가 아닌 같은 시 대를 살며 많은 걸 공감할 수 있는 나라라는 친근한 느낌이 생겼다. 한국에 대해 더 많은것을 배워가고 싶다. 고 말했다. 글 신보현 국립발레단 홍보담당, 국립극장 기획팀에서 연극과 무용을 담당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아카데미아에서 공연기획을 공부했고, 라스칼라 극장에 근무 중이다. 소외된 이웃들이 문화를 통해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Via Arte Coreana의 전시 장면. 70 문화+서울

73 새로운 아이디어가 태어나는 작가들의 보금자리, 아티스트 스튜디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타일로 마감된 독특하 티스트의 스튜디오로 바뀌었고, 거친 철제 건물의 고 아름다운 건물들과,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역사 내부는 트렌디한 디자인을 입은 레스토랑으로 거 산업과 예술의 만남은 계속된다 아트컴플렉스로 다시 태어난 다리 밑 직물공장 LX Factory 의 중심지로 유명한 항구도시다. 뉴욕, 파리, 런던, 로마에 비해 우리의 관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던 유 럽대륙 끄트머리의 이 도시가 최근 낡은 공장지대 를 실험적인 현대 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해 주목받 고 있다. 오래된 직물공장에서 포르투갈 젊은 아티 스트들의 산실로 다시 태어난 LX Factory 가 바 로 그곳이다. LX Factory는 시티센터에서 조금 벗어난 알칸 타라(Alcantara) 지역,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커다란 다리 밑에 위치해 있다. 2만3000m2에 달 하는 LX Factory의 넓은 부지는 1800년 대 리스 본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산업공간 중 하나로서 당시 포르투갈의 패션산업을 주도하던 회사들의 직물공장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약 166년이 지 난 현재 패션, 공공미술, 사진, 디자인, 순수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창작활동이 일어나고 듭났다. 이러한 카페와 레스토랑들 외에도 독특한 건축구조가 눈길을 끄는 서점, 다양한 전시와 공연 이 열리는 갤러리 등 저마다 개성 있는 콘셉트를 표 방한 예술활동 개체들이 함께 어우러져 실험적이 고 새로운 개념의 아트콤플렉스를 구성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레스토랑들은 단순한 상업적 목적 을 넘어, 직접 요리를 배우며 식사도 할 수 있는 요 리 워크숍, 레스토랑을 찾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험적 테이블 세팅 등 새로운 예술 개념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리스본 산업의 역사가 새겨진 낡은 공장을 독특한 예술 콘셉트로 되살려낸 LX Factory. 언뜻 우리나라의 금천예술공장이나 헤이리 예 술마을을 떠오르게 하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젊고 실험적인 예술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결과물이 소개되는 공간으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작은 골목에서 시작되는 입구에 들어서면, 밖에 서 느낀 낡은 공장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 쳐진다. 낡은 컨테이너 건물은 작은 정원이 딸린 아 글 이현구 잡지기자, 카피라이터, 사보편집자를 두루 거쳐, 문화예술 중심의 다양한 글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라이터로 독립했다. 현재 유럽의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에서 비바람과 싸우는 법을 배우며 새로운 글쓰기를 고민하고 있다 vol.61 71

74 좌충우돌 문화 체험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가족 체험 뮤지컬 <둥글게 둥글게> 우리 가족이 예쁜 동그라미가 됐어요 2012년 새해 첫 달 첫 토요일. 옛 은천동 주민센터에 자리 잡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수상한 가족들이 찾아왔다. 뮤지컬 <둥글게 둥글게> 때문이다. 근데 이 뮤지컬 뭔가 좀 이상하다. 가족들은 객( 客 )이 아니다. 주인공이 되어 직접 노래하고 율동하며 대사를 읊조린다. 주연은 따로 없다. 참여한 가족 모두가 주연이자 감독이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뮤지컬은 시작된다. 참여 가족 함께 음악 이 이 흥미로운 멜로디의 음표들이다. 72 문화+서울

75 얘기는 이렇다. 지난해 12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로 소란스러웠다. 기존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아이들 위주의, 말하자면 아이들만의 체험 이라는 이름으로 보내지고 엄마아빠는 쏙 빠져 방관자 입장이 되는, 2% 부족한 한 구석을 채울 수 있는 특별한 것 이 없을까 하는. 수많은 브레인스토밍 사이사이로 음악 가족 함께 란 말이 튀어나왔다. 이것들이 뮤지컬이라 는 장르로 묶여 가족이 함께 체험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어갈 수 있는 놀 이로 탄생했다. 가족 체험 뮤지컬 <둥글게 둥글게>라는 이름으로. 체험은 지난 1월 7일부터 2월 4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4주간 진행됐다. 6~10세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했고, 총 12가족 이 6가족씩 오전, 오후로 나뉘어 매주 토요일 90분씩 4번의 만남을 가졌 다. 무료로 진행된 이번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독 특한 뮤지컬(음악과 연기를 배우고 체험하는)이라는 형식 덕분에 관심 이 높았다. 이런 까닭에 지원서를 받았다. 참여 가족들은 저마다의 사연 으로 지원 동기를 정성스레 써준 공통점이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 족과 함께 열정적으로 감성을 나누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프로그램 진 행은 뮤지컬 전문강사 이유미 씨가 맡았다. 각 가족의 연령에 맞는, 친근 한 눈높이 진행이 가족들의 뮤지컬 여행을 즐겁게 이끌어줬다. 2월 4일 토요일, 마지막 주 오후에 진행된 4주차 프로그램을 따라가봤다. 여섯 살 잔소리꾼 딸아이와 함께. 햄스터를 잡아라 결론부터 말하겠다. 재밌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란 명제 를 품고 산 지 꽤 됐지만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산다. 바쁘니까 그렇다. 그렇다 보니 늘 듣는 소리가 상상력, 창의력 부재다. 또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제일 간곡히 심어주고 싶은 것 역시 상상력과 창 의력이다. 프로그램 시작 즈음에 함께 잡아본 햄스터 가 이 생각에 방점 을 찍었다. 가족들이 둥글게 커다란 원을 만들어 손을 잡고 앉았다. 햄스 터를 잡기 전에 몇 가지 준비운동을 했다. 일명 입풀기. 입으로 부르르르 르 하며 오토바이 소리를 내면 그만이다. 부르르르 푸푸푸 푸릉푸릉 부르르 부르르. 모두 재밌게 소리를 낸다. 한 오토바이가 재밌다. 빠라 빠라 빠라밤 ~~ 오토바이가 지나간 자리에 웃음꽃이 폈다. 웃는 사이 진 행자 이유미 강사가 앵그리버드 인형을 꺼냈다. 제가 인형을 던져 그걸 받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면 잡은 사람은 대답 을 해 주세요. 가족들이 만든 커다란 동그라미 안에서 인형이 날아다닌다. 좋아하는 색깔이 뭐야? 넌 어디 살아? 오늘 뭐 타고 여기 왔어? 선생님은 좋아하는 캐릭터가 뭐예요? 동그라미 안에서 대화가 오가는 사이 부끄러워하는 아이도, 긴장한 엄 마도 서서히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준비운동 끝. 그 사이 진행자가 손 안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잡은 채 말했다. 얘는 햄스터예요. 햄스터가 우리가 서 있는 둥근 원을 빠르게 지나갈 거예요. 지나갈 때 길을 비켜줘야 해요. 손 안에 있던 녀석이 바닥에 통통 투명하게 떨어졌다. 둥글게 서 있던 가족들 모두가 파도 타듯이 점프를 했다. 그래, 밟으면 절대 안 돼. 모두가 통통통 퉁퉁퉁 점프점프. 다시 선생님 손 안으로 들어간 햄스터. 아이들 이 말한다. 햄스터 못 봤어요. 다시 내려주세요. 한번 더 햄스터 잡기 도전. 통통통 몇 바퀴를 돈 햄스터가 원 밖으로 도 망(?)을 쳤다. 아이들 몇몇이 잡으려고 뛰어다닌다. 투명한 햄스터는 끝 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햄스터 한 마리가 누군가의 티셔츠 주 머니 속으로 혹은 누군가의 발등 위로 지나간 것은 아니었을까? 눈에 보 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 누구도 에이, 진짜 햄스터 없잖아요 라고 말하지 않아서 흐뭇했던, 상상력이 한 뼘씩 자란 시간이었다. 나만의 스토리텔링 이야기는 나이를 불문한다. 여섯 살이든 마흔 살이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1,000명의 사람에게서 1,000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처 럼. 제시된 그림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선생님이 그림 3장을 꺼내 보여준다. 아이들이 모여 합창하는 모습의 그림. 그런데 아이들 이가 빠져 있다. 아이가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모습 을 그린 그림. 아이가 가방을 열다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 담긴 그림. 그림 3장의 순서를 마음대로 정한 뒤 그림들을 연결해줄 문장을 만들 어 보세요. 올망졸망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데 모여 열띤 토론을 한다. 참여 가족이 만들어본 몇 가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야기 전개를 보면 그림 순서 를 유추해볼 수 있다.) 합창대회가 있는 날인데 늦잠을 잤어요. 가방을 챙기다가 시계를 보고 깜짝 놀 라 학교로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이에요. 학교 가는 길에 바로 그날 합창단원을 뽑는다는 포스터를 본 거예요. 놀라서 얼 른 학교로 달려가고 있어요 vol.61 73

76 좌충우돌 문화 체험 열심히 뛰어 학교에 갔어요. 음악시간에 다 같이 노래를 불렀는데 친구들 이가 빠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같은 그림에 제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음이 인상적인 시간이 었다. 창의력이란 게 어쩌면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 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서 이야기할 것인지를 훈련하면 얻어지 는 부산물일 수도 있으니까. 영감을 주는 문장, 사람, 그림, 사진 등을 접하 면서 한 겹씩 두터워지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이 이야기에 자극받은 본 인의 이야기는 이렇다. 합창대회가 있기 전날 밤, 우리반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다가 이가 다 빠져 버린 꿈을 꿨어요. 너무 놀라서 깨보니 늦잠까지 잔 거예요. 서둘러 가방을 챙겨서는 후닥닥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그림 보고 이야기하기 살다보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수억만 가지의 생각이 존재함을 알고 깜 짝 놀라게 된다. 이런 상황은 그룹 활동을 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가족여 행의 회비를 얼마로 하느냐의 문제조차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니 말이다. 그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그 다양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 이었다. 여기 그림 3장이 있다. 사선으로 빗살무늬가 들어 있는 원. 하얀 종이에 까맣고 조그맣게 나란히 그려진 작은 타원 2개. 비스듬히 그려진 원기둥. 이 그림이 뭐처럼 보여요? 비슷한 듯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빗살무늬가 있는 원 : 사탕, 선글라스, 공, 털실, 행성, 목성, 냄비받침 등 나란히 그려진 까맣고 작은 타원 2개 : 눈알, 콧구멍, 바둑알, 포도알, 손가락도 장 등 원기둥: 윷, 양초, 칼집, 막대기, 손잡이 등 무얼 상상하든 자유다. 단 자신과 다른 생각이 있음을, 그 다양성을 인 정하면서 틀을 깨뜨려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약하게나마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이 곧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방법임을 감 히 말해본다. 몸으로 말하기 사진 찍히는 일이 힘든 99%의 이유는 표정 때문이다. 사진가들의 웃어 보세요 란 한마디가 왜 그렇게 다그치듯 들리는지, 긴장된 근육들이 도 통 주인 말을 듣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웃어볼라치면 꼭 따라붙는 말 이 있다. 아니아니 좀더 자연스럽게, 억지로 웃지 마시고. 몸도 표정과 같다. 잔뜩 경직돼 있다. 몸으로 조각상을 만들어보자는 진행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심장이 요동친 걸 보면 분명하다. 필자만 그 랬다면 할 수 없지만. 그런데 두 팀으로 나뉘어 몸으로 표현해 본 숲은 생 각보다 간결하고 쉬웠다. 숲을 이루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 사물의 특징을 표현하면 됐으니까. 모두 나무, 사자, 꽃, 토끼, 사냥꾼 등을 적절하게 잘 표현해냈다. 아마도 4주간의 훈련 덕분이 아니었을까? 몸으로 회오리바 람, 잔잔한 바람도 표현해보았고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것 들로 조각상이 되어보기도 했다. 마지막에 빨대를 소품으로 활용, 모든 가족이 한데 어 우러져 커다란 원을 만들었는데, 그때 진행자가 물었다. 빨대를 연결해 커다란 원을 만들어보았어요. 그런데 이 중 한 빨대가 잘 연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이 말했다. 동그라미가 안 예뻐져요. 원이 안 만들어져요. 그래요. 한 사람의 빨대가 빠지거나 연결이 안 되면 둥글게 원이 만들 어지지 않아요. 하지만 모두가 함께 원을 만들면 둥글게 둥글게 되죠? 원은 모서리가 없다. 그래서 뾰족하지 않고 둥글다. 함께 면 둥글어진 다. 둥글게 둥글게, 이번 프로그램의 기막힌 끝맺음이었다. 1주차 마음 스케치(상상놀이/연극놀이), 2주차 마음 색칠하기(감정이 입/노래/움직임) 3주차 마음이 움직이다(소리로/말로 표현하기)를 통 해 터득한 4주차 마음 열기(관찰/응용/표현)의 하이라이트는 4주간 배 운 것을 활용한 뮤지컬 장기자랑이었다. 리코더 연주를 기가 막히게 들려준 아홉살 태목이네, 오뚝이 와 곰 세 마리 를 귀엽게 부른 일곱 살 다연이와 다섯 살 서준이네, 요들송을 행복 하게 불러준 일곱살 나영이와 30개월 된 동생 다현이네, 곰 세 마리를 압 도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신나게 불러준 일곱 살 유승이네, 얼굴 찌푸리 지 말아요 를 깜찍하게 불러준 여섯 살 채현이와 네살 채윤이네, 방시혁 의 고마워요 란 노래를 열창해준 일곱 살 욱이네. 아내의 권유로 참여하 게 됐는데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는 유 승이 아빠 지성호 씨의 말처럼, 어느새 여섯 가족 모두가 둥글게 둥글게 예쁜 원이 되어 있었다. 즐거운 뮤지컬놀이에 꼽사리 낀 필자와 딸아이 역시도. 74 문화+서울

77 나에게 <둥글게둥글게>는 같았다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키우는 시간. 상상하며 이야기 만들어 보기. 몸으로 말하고 표현하기. 대화를 하며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빨대를 모두 모아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 윤주영(이채현 이채윤엄마) 오랜만에학교에온것같았다.대학교졸업이후처음느껴본즐거운경험 김상희(제갈욱엄마) 레크리에이션시간에온것같았다.가족과함께즐거웠고다음에도참여하고싶다. 이선영(임나영 임다현엄마) 가족소풍같았다.아이들이아빠와함께놀수있는시간이어서좋았다. 이소영(이다연 이서준엄마) 기분좋은사진한컷을찍어놓은것같았다.꺼내보고싶은사진첩을얻은기분. 지성호(지유승아빠) 아이들,어른모두친구같았던즐거운시간이었다. 나은정(이태목엄마) 다른가족들과모임을갖는게처음인데아이들아빠가참여하는걸 보고놀랐다.즐거웠고다음엔우리가족도아이아빠랑함께오고싶다. 한윤정(필자,박정은엄마) 딸아이의비밀의방에온것같았다.딸아이와눈높이가맞춰진듯한기 분이랄까.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은천동 주민센터 옛터에 어린이 예술체험공간으로 조성된 총 3층의 공간에서는 가족극, 음악극, 무용극, 뮤지컬 등의 다양한 장르의 공연물을 상영하며 아티스트와 연결된 재미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모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꼭 프로그램 참여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공간에 들러 마련된 책도 읽고 그림 그리기, 블록놀이 등 원하는 놀이를 할 수 있다. 올 4월에는 3층 옥상에서 재밌는 천문캠프 가 열린다. 홈페이지 카페 cafe.naver.com/gakidsartspace 글 한윤정 취재기자 패션지, 생활교양지, 문화지 에디터를 경험하며 인생공부 중인 30대 여성. 어렵게만 생각되는 문화예술을 보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문화콘텐츠 기획과 글쓰는 일을 병행해 먹고 사는 중. 사진 박정훈 vol.61 75

78 문화 캘린더 3월의 재단소식 연극 <모범생들> 구분 사업 장소 일시 문의 공연창작 활성화 지원사업 연극 모범생들 대학로아트원씨어터 3관 02.03(금)~04.29(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극단 실험극장 창단 52주년 기념공연 <고곤의 선물> 명동예술극장 02.23(목)~03.11(일) 명동예술극장 THE GAME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03.03(토)~03.1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미국식 환갑 게릴라극장 03.30(금)~04.22(일) 게릴라극장 무용 세컨드네이처의 보이체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3.02(금)~03.0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두리춤터의 테마가 있는 한국춤 시리즈 두리춤터 03.07(수)~03.28(수) 두리춤터 고려여인 국립극장 달오름 03.09(금)~03.10(토) 국립극장 달오름 월륜 조흥동 춤의세계 춤과 삶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3.09(금)~03.10(토)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키스더춘향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03.27(화)~04.08(일)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 제4회 빛고은춤 -기획공연 국립국악원 우면당 03.29(목)~03.29(목) 국립국악원 우면당 음악 강은수의 Ad Lib. III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03.11(일)~03.11(일) 예술의전당 BOOK AND SONG CONCERT 노래의 인문학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3층 이벤트홀 03.14(수)~03.14(수)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Prelude DAY OFF Jazz Concert LG 아트센터 03.18(일)~03.18(일) LG 아트센터 시각창작활성화 지원사업 위대한 유산을 찾아서 2 - 하이든 [천지창조]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03.19(월)~03.19(월) 예술의전당 김희성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3.22(목)~03.22(목) 세종문화회관 서울모테트합창단 제 85회 정기연주회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3.28(수)~03.28(수) 예술의전당 Starting it over 서울기타콰르텟 정기 연주회 예술의전당 IBK 홀 03.31(토)~03.31(토) 예술의전당 전시 밥상의 기원 서울시 곳곳. 복합예술공간 에무 03.01(목)~12.31(월) 복합예술공간 에무 다원예술창작활성화 지원사업 접속된 풍경.보이지않는 도시들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트렁크갤러리 03.01(목)~03.29(목) 트렁크갤러리 마음, 하늘을 바라보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9-8번지 03.06(화)~03.12(월) 서교예술실험센터 서교예술실험센터 갤러리 임도원 개인전 원더뷰어 갤러리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수)~04.05(목) 갤러리 DOS 전시 Abstract Walking - 김소라 프로젝트 2012 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주) 03.10(토)~04.22(일) 아트선재센터 2층 전시장 남산예술센터 공연 남산예술센터&벽산문화재단 공동제작 <878미터의 봄>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3.20일(화)~04.08(일) 서교예술실험센터 프로그램 하찌아저씨와 함께 하는 우쿨렐레 데이트 서교예술실험센터 2층 3호실 02.16(목)~04.06(금) 전시 문승현 개인전- 마음, 하늘을 바라보다 展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전시장 03.06(화)~03.11(일) 김강현 개인전-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그리고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전시장 03.14(수)~03.18(일) 피어나다 展 그라운드 포스 세션(Ground Force Session) 5회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1층 다목적공간 03.18(일), 16:00~21: 임경수 개인전- Emotional Textalt 展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전시장 03.21(수)~03.31(토) 프로그램 북아트 세미나 ; 위하여 그리고 관하여 &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1층 다목적공간 03.24(토), 14:00~17: 문화+서울

79 연희문학창작촌 <연희낭독극장>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관악창작공방> 금천예술공장 공모 2012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 금천예술공장 03.01(목)~03.20(화)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금천예술공장 03.19(월)~04.01(일) 프로그램 2012 예술재능 나누기 <아티스트 인 스쿨> 금천예술공장 03.10(토)~04.07(토) 연희문학창작촌 프로그램 문래예술공장 2012 봄학기 연희문학학교_최인석 소설가 개강 특강 연희문학창작촌 문학미디어랩 03.06(화) 19: , 4690 <문학, 의심과 거짓말> 2012 봄학기 연희문학학교_박형준 시인의 시창작교실 연희문학창작촌 세미나실 03.13~05.29(매주 화요일) , 봄학기 연희문학학교_원종국 소설가의 연희문학창작촌 문학미디어랩 03.13~05.29(매주 화요일) , 4690 소설창작교실 3월 연희목요낭독극장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 열림 3.29(목) 19: ,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 공모 연희문학창작촌 03.05(월)~16(금) , 4690 강습프로그램 시민 예술창작 워크숍 <장롱 속 기타 꺼내기> 5기 문래예술공장 3층 녹음실 01.30(월)~04.05(목) 공연 [대관공연]극단 비천 청소년 연극 교실 발표 공연 문래예술공장 2층 박스씨어터 03.11(일) 성북예술창작센터 전시 2011하반기 공방 워크숍 <월요일 N 하늘공방> 성북예술창작센터 갤러리_맺음 02.15(수)~04.14(토) 결과 전시회 프로그램 브런치시네마&시네마카페 성북예술창작센터 음악실_공감 03월 매주 수/목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공감시네마 성북예술창작센터 음악실_공감 03월 매주 금요일 예술로토요일 성북예술창작센터 스튜디오 및 전역 3월 내 (토요일) 1회 옥상공방 성북예술창작센터 옥상공방 3월 중(예정) 음악으로 소통해(밴드/색소폰/통기타) 성북예술창작센터 음악실_공감 및 3월 초(예정) 주민창작(밴드)실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 성북예술창작센터 스튜디오 및 외부공간 3월 초(예정) 예술치료(음악, 미술) 프로그램 스튜디오_#4,#5 3월 초(예정) 지역연계형 창의 체험 프로젝트 성북예술창작센터 및 외부공간 3월 초(예정) 프로그램 미디어 영역 프로그램 <무비 무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03.06(화)~03.30(금) , 7417 홍은예술창작센터 공연 영역 프로그램 <관악명랑방석극장>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03.24(토) , 7417 상설 체험 프로그램 <관악창작공방>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상설 , 7417 프로그램 무용 워크숍 <몸, 좋다> 홍은예술창작센터 03.11(일)~06.04(월) 장애인창작스튜디오 성북예술창작센터 <월요일 N하는 공방-도시와 나무꾼> 구분 사업 장소 일시 문의 미술 워크숍 (제목 미정) 홍은예술창작센터 03.10(토)~05.30(수) 재봉틀 동아리 <꼴, 좋다> 홍은예술창작센터 02.20(월)~06.15(금) 다원예술프로젝트(제목 미정) 홍은예술창작센터 03월~06월(예정) 프로그램 <굿모닝 스튜디오> 장애인창작스튜디오 03.07(수)~03.30(금) ~ vol.61 77

80 SFAC뉴스 3월의 재단소식 삼인삼색, 문승현 김강현 임경수 작가 개인전 잇달아 열려 서교예술실험센터 봄맞이 전시 3선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는 3월을 맞아 삼인삼색을 자랑하는 세 작가 - 문승현, 김강현, 임 경수의 개인전을 연다. 먼저 3월 6일(화)부터 11일(일)까지는 문승현 작가의 <마음, 하늘을 바라보다>는 현재 장애인창작스튜디오 입주 예술가로 활동하는 문승현 작가가 보고 듣고 느낀 자연과 세계에 대한 감동 을 하늘을 통해 표현한 회화작품 전시다. 이어 3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는 김강현 작가의 <밤과 여름, 가을과 겨울 그리고 피어나다> 전시가 열린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지나는 사계절의 공간 안에서 자연은 꽃을 피우고 음악을 연주하며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피워내고 있다는 전체적 구성을 가진 내용의 공간 설치 작업이다. 3월 21일(수)부터 31일(토)까지 열리는 임경수 작가의 <이모셔널 텍스탈트(Emotional Textalt)>는 작가 스스로 텍스트아트(Textart)와 게슈탈트(Gestalt)를 합성해 만든 텍스탈트 Textalt 라는 고유명사의 의 미를 보여주는 전시다. 타인과의 공평한 관계를 거부하는 자기 중심적인 현대사회는 인간의 우울한 문제를 금천예술공장 테크놀로지 기반 창작 아이디어 공개모집 예술과 기술의 만남, 2012 다빈치 아이디어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은 테크놀로지 기반 창작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일반인 및 전문가 대상 <다빈치 아이디어>의 2012년 참가자를 모집 한다. 올해 3회를 맞이하는 금천예술공장의 다빈 치 아이디어 공모 는 테크놀로지 기반 우수 창작 아 이디어를 선정해 제작 구현작업을 지원하고 지역 산업계와 협력과 사업화 가능성까지 검토가 가능 한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이다. 2011년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에는 김병규, 박얼, 스스로 만들고 버린다는 내용으로, 서교예술실험센 터와 인접한 차고갤러리 스페이스티를 연계해 상호 문승현 <마음, 하늘을 바라보다> 03.06(화)~ 03.11(일) 배성훈, 여진욱, 옥타민(Octamin), 최인경, 크로스 디자인랩(CrossDesign Lab), 태싯그룹, 하이브 작용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일상의 언어를 반추하고 잠재된 이미지를 끌어낼 수 있는 전시로 꾸몄다. 김강현 <밤과 여름, 가을과 겨울 그리고 피어나다> 03.14(수)~ 03.18(일) (HYBE), 환희+김근호 등 총 10명(팀)이 선발돼 제 작지원을 받아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세 전시는 모두 무료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임경수 <이모셔널 텍스탈트 (Emotional Textalt)> 03.21(수)~ 03.31(토) 김병규 작가는 현재 금천예술공장 기획입주작 가 로 선정되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다 문승현, 2011 임경수, ET43-내 영혼의 랩소디 06 빈치 아이디어> 공모 관련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창작공간 홈페이지( or.kr)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모기간 대상 참가비 참여방법 2012년 3월 1일부터 20일까지 (예정, 추후 홈페이지 공지) 관련 분야 예술가 혹은 전문가, 지역산업체, 일반인 등 무료 온라인 신청 및 방문 신청 78 문화+서울

81 3월 16일까지 입주 작가 공모, 3월 27일 올해 첫 낭독극장 무대 올려 연희문학창작촌, 2012년 입주 작가 공모 및 연희목요낭독극장 개최 서울시창작공간 연희문학창작촌은 2012년 연희 문학창작촌 입주 작가 공모를 실시한다. 이번 공모 는 3월 5일~16일까지 2주 동안 서울시창작공간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신춘문예 및 전문 문학 매체를 통해 등단한 문인으로, 시 소설 희곡 아동 금천예술공장 <예술가와 1박 2일> 영국 작가 애덤 톰슨과 고등학생들이 함께하는 벽화 프로젝트 로 출발 2012년 금천예술공장 예술재능 나누기 프로그램 <아티스트 인 스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의 2012년 예술재능 나누기 프로그램 <아티스트 인 스쿨>이 3월 10일부터 4 월 7일까지 서울시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올해 첫 예술가 강사는 현재 금천예술공장 입주 예 술가로 활동 중인 영국작가 애덤 톰슨(Adam Thompson)으로, 서울시 고등학생들과 함께 금천예술공장 인근 금형제작 회사인 (주)대동몰드의 외부벽을 디자인부터 실제 벽화 그리기까지 진행하는 벽화 프로젝 트 워크숍을 진행한다. (주)대동몰드에서 재료를 지원하고 금천예술공장 입주 예술가의 예술재능 기부와 서울시 고등학생들의 참 여로 이루어지는 이번 워크숍은 3월10일(토)부터 4월 7일(토)까지 총 5회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다. 관 심 있는 서울시 고등학생은 홈페이지에서 지원양식을 다운로드해 다음의 연락처(geumcheon@sfac. or.kr)로 지원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창 문학 평론 번역 6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라면 입주를 신청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신청 가능하며, 결과는 3월 28일 개별통 보할 예정이다. 한편 연희문학창작촌은 시민을 위한 정기 문학낭 독회 <연희목요낭독극장>의 2012년 첫 번째 무대 를 3월 29일(목) 저녁 7시 30분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 열림에서 선보인다. 연희문학창작촌 입 주 작가의 신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낭독회는 작 가에게는 창작 콘텐츠 발표의 기회가 되고, 시민들 에게는 문학 향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연희목요낭독극장>은 매달 꾸준히 정기적으로 작공간 홈페이지( or.kr) 금천예술공장 공지사항 및 금천예술공장 블로그( 예술 재능 나누기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벽화 프로젝트> 워크숍 기간 장소 2012년 3월 10일(토) ~ 4월 7일(토) 기상 여건 등 일정 변동 가능, 홈페이지 공지사항 참조 금천예술공장 워크숍룸 열려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 연희목요낭독극장 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면서 낭독 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작가와 독자와의 내밀하 고 정겨운 직접 소통을 추구, 열성적인 고정 팬을 참여 예술가 애덤 톰슨은 2011년 유네스코 아쉬 버그 장학연수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금천예술공장 입주 기간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벽화 프로젝트 의 수혜 대상인 (주)대동몰드의 김양호 이사는 이 번 워크숍으로 밝고 따뜻한 느낌의 벽화가 완성되 어 주변사람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상 참가비 참여방법 서울시내 고등학생 (미술우수생 혹은 관심 있는 고등학생) 20명 내외 무료 온라인 지원양식 다운로드 후 접수 ([email protected]) 서울시창작공간 홈페이지( seoulartspace.or.kr) 공지사항 참조 금천예술공장 블로그( naver.com/sas_g/) 공지사항 참조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2월 첫 무 대를 시작으로 모두 17회의 무대에 작가 41명과 공연 및 관련 예술가 150여 명이 참여했고, 한 회 당 200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해 3,000여 명의 시 민에게 특별한 목요일 밤을 선물했다. 문의 연희문학창작촌 운영사무실( , 4690) vol.61 79

82 SFAC뉴스 성북예술창작센터, 주부 시민을 위한 영화감상회 진행 <브런치 시네마> & <시네마 카페> 서울시창작공간 성북예술창작센터는 공간 활성화와 주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11월 부터 주부들을 위한 <브런치 시네마>와 <시네마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참여 고객의 적극적인 호응 에 따라 2012년에도 3월에도 <브런치 시네마>와 재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시네마 카페>를 진행한다. <브런치시네마>는 성북예술창작센터를 처음 방문한 시민을 대상으로 공간 투어와 간단한 브런치를 제공 하는 영화 감상 프로그램으로, 주부들에게 영화 감상뿐 아니라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공간을 소개해 호응 을 얻고 있다. 또 <시네마 카페>는 브런치시네마 참가자 후 재방문을 원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공 간 투어 및 티타임이 제공되는 영화감상 프로그램이다. 현재 성북예술창작센터 온라인 카페(cafe.naver. com/sbartspace)를 통해 접수 중에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성북예술창작센터로 하면 된다. 기간 ~ :30~13:00 접수 및 문의 성북예술창작센터( ) 성북예술창작센터 2012년 주민 창작 프로그램 진행 Do It Yourself! <뚝딱뚝딱, 하늘공방워크숍> & 색소폰 밴드 통기타 강습 <음악으로 소통해> 서울시창작공간 성북예술창작센터는 새봄을 맞아 3월부터 주민 창작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관심 있 는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시민 문화예술 향유 와 창작에 대한 촉매 역할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2012년 주민 창작 프로그램은 공방 프로그 램인 <뚝딱뚝딱, 하늘공방워크숍>과 음악 프로그 램인 <음악으로 소통해> 등 두 가지다. 먼저 <뚝딱뚝딱, 하늘공방워크숍>은 직장인 주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영화제작과정 공연 상설체험 등 풍성한 3월 프로그램 미디어 영역 <무비 무비> & 공연 영역 <관악명랑방석극장> & 상설 체험 프로그램 <관악창작공방> 서울시창작공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가 오는 3월 새 학기를 맞이해 새로운 구성으로 어린이들을 맞는다. 무비무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미디어 영역 프 로그램 <무비 무비>에서 어린이들은 영화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6~7세와 8~9세 어린이는 일일 체험을 통해 조트로프(Zeotrope) 소마트로프 (Thaumatrope) (애니메이션 제작 시 여러 그림을 넘겨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기법) 등 기구를 직접 만들면서 영화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컬러 점토와 디 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10~12세 어린이는 4주간의 심화과정으로 영상기획 및 촬영, 편집에 이르는 제작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기간은 3월 6일(화)에서 3월 30일(금)까지다. 관악명랑방석극장 지난 한해 많은 어린이와 부모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관악명랑방석극장>이 2012년에는 매달 네 번째 토요일에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3월 공연은 24일(토) 오후 2시와 5시에 시작하 며, 6~10세 어린이 90명이 입장 가능하다. 관악창작공방 놀이형 체험, 생활공예 등 상시 방문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설 체험 프로그램 <관악창작공방>. 부 등을 대상으로 단기 2회, 장기 6회로 각기 다른 워크숍으로 진행된다. 미니 가구를 구상, 제작 및 리폼과 DIY 작업을 통해 방치된 오래된 가구를 새 롭게 변신시켜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리폼과 DIY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 하고 참가비는 회당 5,000원이다. 한편 음악 프로그램인 <음악으로 소통해>는 직장 인 주부를 대상으로 색소폰/밴드는 16회, 통기타 는 8회로 진행된다. 색소폰/통기타/밴드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참가비는 회당 3,000원으로, 3월초 성북예술창작센터 온라 인카페(cafe.naver.com/sbartspace)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자세한 사항은 성북예술창작센 터( )로 문의하면 된다. 성북예술창작센터 주민창작프로그램 <음악으로 소통해> 6~10세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1,000원(재료비)이며, 참가비는 전액 이웃 어린이 들을 돕는 데 쓰인다. 미디어 영역 프로그램 <무비 무비>와 공연 영역 프로그램 <관악명랑방석극장>은 서울시창작공간 홈페이지 ( 사전예약을 통해 참가할 수 있으며 문의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운영 사무실( )로 하면 된다. 80 문화+서울

83 홍은예술창작센터 2012년 시민을 위한 문화향유 프로그램 본격 가동 재봉틀동아리 <꼴, 좋다>와 무용워크숍 <몸, 좋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서울시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가 긴 겨울을 보내고 꽃망울을 터뜨린다. 시민들의 예술 향유를 위한 다양한 프 로그램을 마련해 3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먼저 주민들이 직접 동아리 를 구성하고 커리큘럼을 작성해 운영하 는 재봉틀동아리 <꼴, 좋다>는 2011년 아토마우스 이동기 작가, 미술평론가 김병수 등 강의, 일반 시민도 참여 가능 장애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역량강화 프로그램 <굿모닝 스튜디오> 진행 서울시창작공간 장애인창작스튜디오가 장애예술 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한 2012년 <굿 모닝 스튜디오> 프로그램이 3월7일(수)일부터 3월 30일(금)까지 총 9회 과정으로 장애인창작스튜디 무용워크숍 <몸, 좋다> 전문 강사의 주도로 진행됐던 것에서 오에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스튜디오 스쿨링> 한발 더 나아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운영하는 형태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재봉틀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주민은 멘토로, 처음 접하는 주민은 멘티로 참여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다양한 생활소품 제 작 및 리폼을 진행한다. 2012년 2월 20일부터 시작해 6월 15일까지 운영하며, 월 화 목 총 3개의 동아리 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홍은예술창작센터의 대표 무용워크숍 프로그램 <몸, 좋다>가 알찬 내용으로 3월 13일부터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유아 및 초등학생, 주부와 노년층, 지체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주중 에 운영하며, 토요일에는 입주 무용가들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론 강좌도 준비되어 있다. 한편, 3월 둘째 주부터 4월 마지막 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엔 2011년 한 해 동안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제작했던 리플릿과 포스터를 이용하는 콜라주 수업을 비롯해 시각 분야 입주예술가들이 진행하는 다채로 운 미술워크숍이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프로그램별 자세한 사항 및 참여 문의는 홍은예술창작센터 운영사무실 ( , 9735)로 하면 된다. 이란 이름으로 미술평론가 박영택, 네오룩 대표 최 금수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되어 입주예술가와 일 반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굿모닝 스튜디오>는 한국의 대표적 팝아티스트 이동기 작가, 미술평론가 김병수 등 관련 분야 전문 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입주 작가 이외에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에게 도 개방되어 있다.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이며 수 강신청은 2월15일~29일까지 장애인창작스튜디 오 홈페이지( 통 해 15명을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기간 ~ :00~17:00 서울연극센터 2011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본격적인 대학로 연극 시장 통계 자료 구축 서울연극센터는 2011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를 최초로 실시, 그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로 연극 실 접수 및 문의 장애인창작스튜디오( ~5) 장애인창작스튜디오 <굿모닝 스튜디오> 태조사 는 대학로 공연시장에 대한 최초의 조사 결과로, 대학로 연극 시장 규모와 현황을 파악하고 대학로 활성화 정책 마련의 기초자료 및 공연계의 홍보마케팅 참고자료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년 8월부터 12월까지 실태조사에 착수, 대학로 연극 시장규모를 추정했으며, 연극시장을 이루는 주요 구성 요소인 작품 공연장 연극종사자 관람객 을 조사 대상으로 삼아 총 5개 항목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매 년 전국 문화예술 현황 및 통계를 담은 <문예연감>은 발간되고 있지만 2004년 문화특구 로 지정된 대한민 국의 대표적 공연예술 중심지인 대학로 연극시장에 대한 통계자료는 전무한 상황이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나 런던의 웨스트엔드가 공연예술의 중심지로서 지속적으로 관람객, 매출액 집계를 발표하는 것과는 대조 적이다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의 결과는 서울연극센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해 확인할 수 있다 vol.61 81

84 서울 현장 인터뷰 당신의 얼굴이 문화, 그리고 서울입니다 문화+서울 에서는 서울의 다양한 공연, 전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서울의 전시장, 공연장 등에서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도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문화+서울 은 문화예술에 대한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참여하신 분들께는 해당 호 월간지를 보내드립니다. 제갈호, 김상희, 제갈욱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둥글게 둥글게> 참가자 어떻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네이버 카페에서 가족체험뮤지컬 안내를 보고 신청을 했습니다. 아이가 6세에서 10세이면 참여가 가능했는데, 마침 욱이가 여섯 살 이 되고 가족 뮤지컬 이란 장르도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거든요.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보니 어떠세요? 어린이집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욱이가 어느 날 아빠는 회사를 잘 다니시고 엄마는 화를 잘 내십니다 라고 말했던 걸 봤거든요. 아빠는 매일 야근하고 엄 마는 때로 화내고 제재하는 모습이었나 봐요. 이 프로그램은 관계 악순환 상태 에 있던 아이와 관계를 회복하는 면에서도 의미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제일 기억에 남는 활동은 첫 주에 있었던 거울놀이 예요. 아빠의 동작을 아이 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거든요, 거울처럼. 즉흥적으로 짧은 이야기를 짜고 발표하는 시간 또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 같아요. 근데 하다 보니 아이 만큼 말랑말랑하지 못한 경직된 생각들, 부담스러웠던 발표. 이런 것들이 아쉬 움으로 남기도 합니다. 다음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놀이 형식의 체험 프로그램 이 있으면 좋겠어요. 90분 수업이 9분처럼 빨리 지나가버린 즐거운 시간이었 거든요. 레크리에이션 시간처럼. 가족 화합, 긍정적인 자아상,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다른 가족과의 만남 등 모든 것이 고마웠던 시간이었습니다. 82 문화+서울

85 오동은, 문영숙, 홍의순 권애란 모자 서교예술실험센터 <서교음악싸롱> 강사, 참가자 성북예술창작센터 <브런치 시네마&브런치 카페> 참가자 서교음악싸롱 모임의 회장님과 부회장님을 맡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서교예술실험센터에 둥지를 틀기 전, 그러니까 꼭 10여 년 전부터 홍대 근처에 서 이 모임을 계속해왔어요. 노래방, 회원의 집 가리지 않고 노래할 수 있는 곳 이라면 어디든 모였죠. 그러다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저희를 위한 공간을 성북예술창작센터의 프로그램에 자주 참석하시나요? 처음 가족 치유 프로그램인 까칠한 가족 에 참가하고 난 후로부터는 꾸준히 거 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가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뽑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 탈 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 적도 있지만요. 마련해주어 지금은 월요일마다 서교예술실험센터에 모여들고 있지요. 주로 선호하시는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프로그램 직접 참여해보니 어떠세요? 가정주부들에게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해요. 바깥에 나가도 딱히 갈 곳도 없고 누리고 즐길 만한 것도 마땅치 않죠. 그래서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 들었는데, 서교예술실험센터에 자리를 잡으면서 바깥에 나오는 기분이 더욱 새로워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나오겠어요.(웃음) 지금 까칠한 가족 프로그램을 온 가족이 체험하고, 뭐랄까 느슨해진 가족 사이의 끈이 더욱 단단하게 조여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가족은 서로 가깝기 때문 에 상처를 주기도 하는 관계라서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 죠. 이후로는 심리, 치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해요. 현재는 브런치 시네마&브런치 카페 에 거의 매주 참석하고 있고요. 은 매주 월요일마다 들뜨고 신이 나죠. 브런치 시네마&브런치 카페 프로그램 직접 참석해보니 어떠신가요? 큰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춤추는 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이세요. 무엇보다 아이가 정말 정말 좋아해요. 이야기 나눌 시간도 많아졌고요. 우리 일상의 가장 큰 낙이에요. 저기 선생님 보이시죠? 저희 모임만큼이나 오 래 저희에게 노래를 가르쳐주신 분이에요. 함께 모여 노래 부르고 신나게 춤추 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것 같아요. 서로 잘 아니까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는 서교음악싸롱 프로그램 외에 참여해본 프로그램은 없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마 음껏 즐길 만한 문화란게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앞으로 더 생겨났으면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심리, 치유 프로그램 강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안되면 인원수라도 좀 더 늘려주세요. 꼭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초등학생 대상 동작치료 프로그램도 정 말 참가하고 싶었는데,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참가를 못했거든요. 사실 이런 치유 프로그램들은 저희가 직접 찾아나서기 힘들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 이라 성북예술창작센터의 도움이 절실하답니다 vol.61 83

86 서울 독자의 소리 문화+서울 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문화+서울 의 독자분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좀 더 나은 문화+서울 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명로진의 서울단상 을 시종 웃으며 읽었어요. 특별 히 더 생동감 넘치고 맛깔나는 글이 인상적이었습 니다. 스마트폰에서 만화 안 보니? 라는 글을 읽으 며 현재 우리나라 만화 시장의 대세인 웹툰 이 궁금 해졌습니다. 웹툰의 외형적 성장과 웹툰 작가로 살 문화+서울 은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통해 문화 예 술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앞으로는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아티 스트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홍제경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 기, 웹툰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짚어주는 코너가 생기면 좋겠어요. 박진이 전북 익산시 부송동 문화+서울 은 무가지로 발간되므로 별도의 구독요청이 불가합니다.아래의 기관을 방문하셔서 무료로 비치된 잡지를 확인하거나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들어오셔서 e-book 서비스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구로 도서관에서 문화+서울 을 처음 만났어요. 영 화 <부러진 화살> 감독 정지영님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문화인 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 호에는 영화 중 이슈가 되거나 주목받는 영화를 분석한 글 이 많이 실렸으면 좋겠어요. 홍길려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1인 기업가 공병호 박사님의 인터뷰 기사를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몇 배로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다음 호에는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 티를 다루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강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2동 정동극장, 국립극장,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다산플라자, LG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 충무아트홀, 난타전용극장, 동숭아트센터, 아르코미술관, 대학로예술극장, KT&G 상상마당, 한전아트센터, 성곡미술관, 백암아트홀, 코엑스 아티움, 상명아트센터, 서울연극센터, 대학로연습실, 남산예술센터, 서교예술실험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 금천예술공장, 연희문학창작촌, 문래예술공장, 성북예술창작센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장애인창작스튜디오, 홍은예술창작센터, 가든파이브 84 문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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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È£ 제688호 [주간] 2016년 4월 15일(금요일) http://gurotoday.com http://cafe.daum.net/gurotoday 문의 02-830-0905 이인영(갑) 박영선(을) 후보 압승 20대 국회의원 선거 각각 김승제-강요식 후보 눌러 투표율 평균 62.1% 갑 62.3% - 을 59.7% 4 13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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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DFB1DE2842C7FC292E687770> 무 단 전 재 금 함 2011년 3월 5일 시행 형별 제한 시간 다음 문제를 읽고 알맞은 답을 골라 답안카드의 답란 (1, 2, 3, 4)에 표기하시오. 수험번호 성 명 17. 信 : 1 面 ❷ 武 3 革 4 授 18. 下 : ❶ 三 2 羊 3 東 4 婦 19. 米 : 1 改 2 林 ❸ 貝 4 結 20. 料 : 1 銀 2 火 3 上 ❹ 見 [1 5] 다음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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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4 _ 종루지 전경(서북에서) 사진 25 _ 종루지 남측기단(동에서) 사진 26 _ 종루지 북측기단(서에서) 사진 27 _ 종루지 1차 건물지 초석 적심석 사진 28 _ 종루지 중심 방형적심 유 사진 29 _ 종루지 동측 계단석 <경루지> 위 치 탑지의 남북중심 하 출 입 시 설 형태 및 특징 제2차 시기 : 건물 4면 중앙에 각각 1개소씩 존재 - 남, 서, 북면의 기단 중앙에서는 계단지의 흔적이 뚜렷이 나타났으며 전면과 측면의 중앙칸에 위치 - 동서 기단 중앙에서는 계단 유인 계단우석( 階 段 隅 石 ) 받침지대석이 발견 - 계단너비는 동측면에서 발견된 계단우석 지대석의 크기와 위치를 근거로 약 2.06m - 면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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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민락초신문4호

11민락초신문4호 꿈을 키우는 민락 어린이 제2011-2호 민락초등학교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1 펴낸곳 : 민락초등학교 펴낸이 : 교 장 심상학 교 감 강옥성 교 감 김두환 교 사 김혜영 성실 근면 정직 4 8 0-8 6 1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로 159번길 26 Tel. 031) 851-3813 Fax. 031) 851-3815 http://www.minrak.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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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를 위하여 1. 본 보고서의 각종 지표는 강원도, 정부 각부처, 기타 국내 주요 기관에서 생산 한 통계를 이용하여 작성한 것으로서 각 통계표마다 그 출처를 주기하였음. 2. 일부 자료수치는 세목과 합계가 각각 반올림되었으므로 세목의 합이 합계와 일 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음. 3. 통계표 및 도표의 내용 중에서 전년도판 수치와 일치되지 않는 것은 최근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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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항공사와 어린이재단이 함께하는 제2회 다문화가정 생활수기 공모전 수기집 대한민국 다문화가정의 행복과 사랑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 Contents 02 04 06 07 08 10 14 16 20 22 25 28 29 30 31 4 5 6 7 8 9 10 11 12 13 15 14 17 16 19 18 21 20 23 22 24 25 26 27 2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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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 1

레이아웃 1 공익신고 처리 및 신고자 보호 - 공공단체 업무매뉴얼 - 나도 공익신고기관이다 Contents 005 Ⅰ. 의 필요성 011 012 026 039 056 072 Ⅱ. 주요 내용 1. 공익신고에 대한 이해 2. 공익신고의 접수 3. 공익신고의 처리 4. 공익신고자 보호 5. 공익신고자 보상 및 구조 083 090 106 107 Ⅲ. 공익신고 처리 유의사항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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