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2013 년 6 월 30 일 83~110 쪽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1) 김은중 **2) 차례 I. 들어가는글 갈림길에선라틴아메리카신좌파 II. 담론과실천으로서의발전 (development) 1. 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과식민적차이 (colonial difference) 2. 사회운동의배경 발전담론과포스트-발전 (post-development) III. 포스트-발전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IV. 나가는글 <Resumen> El desarrollo surgió como discurso a principios del siglo posterior a la Segunda Guerra Mundial, si bien sus raíses se arraigan en procesos históricos más profundos de la modernidad. El discurso del desarrollo hizo posible la creación de un vasto aparato institucional a través del cual se desplegó el discurso. Es decir, se convirtió en una fuerza social real y efectiva transformando la realidad económica, social, cultural y política de las sociedades de todo el mundo. El contra-discurso de post-desarrollo, gracias al análisis postestructuralista, reveló las formas de exclusión que conllevaba el discurso de desarrollo. El post-desarrollo se refiere a la posibilidad de crear diferentes representaciones de la realidad, y por lo tanto, de cambiar las prácticas de saber * 이논문은 2008 년정부 ( 교육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NRF-2008-362-B00015) ** 서울대학교라틴아메리카연구소
84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y hacer lo que define al régimen del desarrollo. De este modo, podría decirse que la conceptualización de Sumak Kawsay elaborada por los movimientos indígenos tanto de Ecuador como de Bolivia es un ejemplo de post-desarrollo. Pero, a pesar de una serie de crisis, el discurso de desarrollo sigue viento en popa. Frente al contraataque del discurso de desarrollo, hay que cambiar la pregunta. O China o Sumak Kawsay? Palavras chave: Desarrollo, Discurso de desarrollo, Post-desarrollo, Sumak Kawsay, Diferencia colonial, América Latina / 발전, 발전담론, 포스트-발전, 수막카우사이, 식민적차이, 라틴아메리카 I. 들어가는글 갈림길에선라틴아메리카신좌파 21세기에들어서서소위 신좌파 로분류된라틴아메리카정부들의가장중요한정책노선은사회적부의재분배를통한빈곤의축소였다. 그리고지속적인성장과더많은민주주의를위한대책은빈곤축소를위한필요조건이었다. 사회적재분배이외에도좌파정부들의정책에는불평등의요소들을제거하고더많은사회적구성원, 특히소수종족들을포용하는정책들도포함되어있다. 현재까지이러한정책들을추진하기위해사용된주된수단들은많은논쟁을불러일으키면서국가적관심사로등장했던제헌의회구성, 정당과정치권력의재편성, 혁신적인사회정책이었다. 그러나신좌파정부들이사회정책들을추진하기위해가장필요하다고생각하는것은근대화와발전이다. 심지어는몇몇좌파정부들이사회와국가를변화시키기위해내놓은새로운제안 민주주의의심화, 반 ( 反 ) 신자유주의정치경제정책, 상호문화적이고다국민국가 (intercultural and plurinational state) 건설, 생태적이고지속가능한발전모델등 을실천하기위해서도근대화와발전은필수불가결한요소로인식되고있다. 재분배와사회정의가좌파정부들이추진해야할첫번째정책목표라는사실은의심의여지가없다. 1970년대중반이후전격적으로추진된신자유주의경제개혁이가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85 져온심각한사회적양극화는라틴아메리카의고질적인역사적 구조적불평등을더욱심화시켰기때문이다. 그러나비판적관점에서볼때신좌파정부들의정책에대한평가는그리긍정적이지못하며신좌파정부를바라보던우호적인시선들이회의적인시선으로바뀌고있다. 신좌파정부에대한비판의핵심은신좌파정부의정책들이근본적인사회변화를모색하기보다는 대안적근대화 (alternative moderniztion) 에불과하다는것이다. 예를들어, 사회정의는경제적불평등을해소하는것으로끝나지않고에너지, 기후, 문화적정체성같은문제도포함하기때문이다. 볼리비아부통령인알바로가르시아리네라 (Alvaro García Linera) 의말을빌리자면, 신좌파정부들의목표는 만족할만한근대성 (modernidades satisfactorias) 을성취하는것이다. 만족할만한근대성 이란, 한편으로는최대한많은국민들에게발견 / 정복이후억압당했던정치적권리의평등과경제적평등을보장하는근대성이고, 다른한편으로는유일한근대성임을내세우는유럽중심적근대성의헤게모니를의심하는근대성이다 (Linera, 2007). 그결과, 대륙적차원에서볼때, 만족할만한근대성으로평가받을수있는새로운사태들이등장했다고평가할수있다. 아메리카를위한볼리바르동맹 (Alianza Bolivariana para las Americas, ALBA) 과 라틴아메리카 -카리브국가공동체 (Comunidad de Estados Latinoamericanos y Caribeños, CELAC) 로상징되는새로운지역통합기구의창설과남미은행의설립, 남미지역공동통화 (SUCRE) 의도입등은미국의간섭으로부터벗어나제2의독립을모색하려는시도일뿐만아니라, 남미를세계경제체제내에서경제적 이데올로기적으로블록화하려는중요한시도이다. 또한신좌파정부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은제헌헌법에사유재산과경제에대한복수적개념을도입했기도했다. 그러나이러한시도들은근본적으로발전개념을부정하지않는다. 대안적근대화가반신자유주의적발전모델을토대로포스트-자본주의경제와 만족할만한근대성 을모색하는국가적차원의개혁이라면, 사회운동이모색하는대항헤게모니는 탈식민적기획 (proyecto decolonial) 이다. 대안적근대화가지난 30~40 년간의신자유주의경제개혁의위기에서비롯되었다면, 탈식민적기획은지난 5세기동안의유럽중심적근대성의위기에서비롯되었다 (Blaser, 2007; Escobar, 2008). 대안적근대화와탈식민적기획은잠재적으로보완적이면서도동시에대립적인두개의기획이다. 그러나대안적근대화가 근대성-내적 (from within modernity) 인기획이
86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라면탈식민적기획은 근대성-외적 (from without modernity) 기획이다. 따라서탈식민적기획은대안적근대화를넘어서는문명의전환을요구한다. 본논문은라틴아메리카에서일어나고있는변화들을대안적근대화와탈식민적기획사이의딜레마로인식하고, 발전주의담론의분석을통해이러한딜레마의해결을모색하려고한다. 이러한연구목적을위해먼저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을정치적대의메커니즘의위기와발전주의의위기의관점에서분석한다. 더나아가발전주의담론분석을통해포스트-발전개념을살펴보고, 안데스국가, 특히볼리비아와에콰도르의제헌헌법에규정된탈식민적기획의시도 ( 수막카우사이 ) 를포스트- 발전개념에서살펴보려고한다. II. 담론과실천으로서의발전 (development) 1. 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과식민적차이 (colonial difference) 사회적현실, 이러한현실을해석하기위해사용하는이론적틀 (theoretical framework), 그리고사회적현실의이해로부터도출되는정치적감각과민중의희망은서로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 다시말해, 정치를통해희망을가질수있는것은현실을분석하는특정한이론적틀을토대로한다. 세가지요소들이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는사실은자주간과되지만갈등이증폭되면이러한연관관계가수면으로떠오르게된다. 냉전이종식되었던 1990년대는라틴아메리카에이러한갈등이첨예하게증폭되는시기였다. 그결과, 라틴아메리카는제국주의와신자유주의에대항하는 반발의발화지점 중한곳이되었다 ( 패니치 레이스, 2008). 1970년대칠레와아르헨티나의무자비한독재정권과더불어시작되어 1990년대에이르러쿠바를제외하고대륙전체로확산된신자유주의는새로운시대의사회적현실을해석하는이론적틀로등장했다. 시장개혁 이라는이름으로라틴아메리카를공습한신자유주의는 불가피한구조조정 (unavoidable industrial restructuring) 을강요했는데, 여기에는경제에서국가역할을축소하고, 시장의기능을강화하며, 거시경제의안정성을확보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87 하는조치들이포함되었다. 신자유주의구조개혁의지지자들은개혁의목표가사회적 정치적효율성을제고함으로써경제성장을달성하는것이며, 이를통해서라틴아메리카의고질적문제인빈곤을해결할수있다고주장했다. 그러나개방은사회적약자계층을위해빈약하게나마존재하던사회적보호장치들을박탈했고양극화현상은더욱가속화되었다. 몇몇분야 수출부문의활성화, 해외직접투자의증가, 몇몇부문의경쟁력강화, 인플레이션억제등 에서신자유주의개혁이긍정적결과를가져왔다고평가하는분석가들도긍정적결과에대한반대급부 실업과비정규직의증가, 국제무역과국내생산의연계성약화, 경제부문간구조적불균형증가, 심각한생태파괴등 가훨씬컸다는사실을인정한다. 결국, 경제적성과는칠레를제외한거의모든나라에서실망스러운정도로기대에미치지못했고, 칠레조차도경제성장추세와는별도로불평등지표들이심각하게악화되었다 ( 허쉬버그 로젠, 2008; Ocampo, 2004). 세계화로이름을바꾼신자유주의시장개혁의위기가본격적으로거론되기시작한것은세계금융위기가발생한 2007년부터였다. 자본주의의붕괴를받아들이는진영의관점에서볼때제2차세계대전이후 60년은두단계로나뉜다. 근대화와발전을내세운첫번째단계는 1968년위기로하강국면에접어들면서복지국가가쇠퇴하고, 칠레아옌데정권의붕괴와더불어시작된신자유주의프로젝트로막을내렸다. 1980 년대신자유주의경제개혁으로시작된두번째단계는흔히세계화로명명되었고월스트리트, 제너럴모터스, 리먼브라더스의파산이보여주었듯이자본주의시장경제의붕괴로끝났다. 1) 그러나라틴아메리카에서자본주의의위기가감지된것은 1980 년대초부터였다. 1982년멕시코의디폴트선언으로불거진외채위기 (debt crisis) 는구조조정으로이어졌고긴축재정정책은중산층과하층계급의생활수준의하락으로빠르게전이되었다. 산업생산이곤두박질치고경제성장은마이너스를기록하면서 발전의역전 (reversal of development) 현상이발생했다. 발전과혁명이최고조에달했 1) 최근에월러스틴은개발을통해사회적양극화를축소하려는이머징 (emerging) 국가들의시도를 사회민주주의의환상 이라고지적했다. 제 2 차세계대전이후 1960 년대말까지사회민주주의가가능했던것은재분배가가능할만큼의자원을창출해냈기때문이지만현재의세계체제는그당시와중대한차이가있다는것이다. 월러스틴은세가지차이를지적한다. 첫째, 생산의실질비용수준이상승했고, 둘째토지, 물, 식량, 에너지등자원의이용가능성에큰부담이생겼으며, 셋째자본주의적생산의확장이생태환경에심각한폐해를끼치고있다 (Wallerstein, 2011).
88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던 1960년대는역사의뒷전으로밀려났다. 그리고대안과변화를요구하는다양한사회운동들이발전과혁명이남겨놓은공백을메우며출현했다. 1980년대는변화를위해노력하는사람들에게적대적인, 완전히다른시대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대륙의거의모든나라에서목격된것은, 앞선시기보다눈에잘띠지않고때로는수면아래로가라앉았을지라도, 많은전선에서전개되는저항과집단적투쟁의인상적인경험이었다. 1980년대에대중동원은결코사라지지않았고, 1990년대도마찬가지일것이다. 여러가지형태가뒤섞인집단행동은매우다양해서그것들을한꺼번에지칭할한가지표식을찾기가곤란하다. 무단점유자와생태운동가, 도시의가난한주부들과사회주의페미니스트그룹들, 인권운동가들과동성애자들에이르기까지라틴아메리카의집단행동의스펙트럼은광범위하다. 그뿐만이아니라여기에는흑인들과원주민들, 새로운양상의노동자단체운동과농민투쟁, 중산계급과중하계급시민운동, 열대우림보호운동도포함된다. 심지어는 ( 살사와레게같은 ) 아프로-카리브음악으로상징되는문화운동과반핵운동도있다. 이러한집단행동들은틀림없이라틴아메리카대륙의변화된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현실을대변한다 (Escobar Alvarez, 1992: 1~2). 라틴아메리카가외채위기의수렁에빠져들었던 1980년대는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로의이행 (transitions to democracy) 이동시에진행되었던시기였다. 그러나민주주의로의이행은위기에처한자본주의가탈출구를찾기위한선제적개혁이었다. 윌리엄로빈슨이지적하듯이, 외채위기와 더불어얻어진 민주주의는신자유주의경제개혁의기능적요청사항이었다 (142). 다시말해, 1980년대의라틴아메리카의민주화는새로운세계적생산 금융체계의자유로운작동을위한최적의조건을형성하여세계자본주의를위해전세계를이용가능하고도안전하게만들기위한신자유주의의전략이었다. 즉신자유주의가세계를자본이이용가능하도록만드는것이라면, 정치적민주화는자본을위해세계를더안전하게만드는것이었다. 다시로빈슨의말을빌리면, 이시기의민주주의의촉진은다두제 ( 多頭制, polyarchy) 를의미하는것인데, 다두제란소규모집단이실질적으로통치하면서의사결정에서대중적인참여는선거에서지도자를뽑는것으로한정되는체계이다 (145). 다두제를의미하는정치적민주화와달리, 1980년대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은 또다른 민주주의에대한요구였다. 위의인용문에서볼수있듯이, 사회운동이요구하는민주주의는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현실을근본적으로변화시키는민주주의였다. 다두제가민중과권력을포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89 함하지도않고심각한불평등의종식을포함하지도않는 저강도민주주의 라면, 사회운동은, 한편으로는전통적인정치적대의메커니즘을변화시키고, 다른한편으로는종전이후새로운패러다임으로등장한발전주의를비판하는 고강도민주주의 에대한요구였다. 따라서다두제는고강도민주주의를요구하는사회운동을흡수하고무력화하기위해일시적으로저강도민주주의를내세운선제개혁이었다. 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이보여주는사회적현실은정치적대의메커니즘의위기와발전주의패러다임의위기였다. 정치적대의메커니즘의위기는 1968년이후유럽의사회운동을통해이미부각된상태였다. 위의인용문에서알수있는것처럼, 당혹스러울만큼다양한집단행동이신사회운동 (New Social Movements) 이라는이름으로라틴아메리카에앞서유럽에서시작되었기때문이다. 신사회운동은, 데이비드하비 (David Harvey) 가지적한것처럼, 강탈에의한축적 (accumulation by dispossession) 에적절한형태로전환하지못한고전적좌파운동과달리, 다양한이슈와분산된형태의저항정치로등장했다. 2)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적좌파의고전적견해에의하면, 생산수단에의접근이나소유권이박탈된임금노동자로정의되는프롤레타리아는역사적변화의핵심행위자였다. 중심적모순은생산지점에서그리고이를둘러싼자본과노동간에존재했다. 노동계급조직의기본적구도는노동조합과정치적정당 ( 자본가계급지배를규제하거나밀어내기위하여국가권력의획득을목적으로함 ) 이었다. 따라서확대재생산으로이해되는자본축적의장내에서계급관계와계급투쟁이었다. 다른모든형태의투쟁들은보조적이거나부차적이며, 심지어주변적이거나무관한것으로치부되었다. 물론이주제에는많은미묘한차이와변이들이있지만, 이러한견해의핵심에는프롤레타리아가역사적전환의유일한행위자라는인식이깔려있다 ( 하비, 2005: 163. 강조는필자 ). 하비의지적에서주목해야할것은구사회운동이신사회운동을구성하는수많은주체들을배제했다는것이다. 즉구사회운동은노동운동을중심으로프롤레타리아투 2) 이러한상황을윌리엄로빈슨은다음과같이표현한다. 좌파가정치사회로부터구조적변화의과정을지도하는데실패함으로써투쟁의장이훨씬더시민사회쪽으로옮겨졌다. 라틴아메리카는 1980 년대후반과 1990 년대에걸쳐경합하는사회세력들간의 진지전 으로넘어간것으로보인다. 이점은그전에피지배집단들이혁명적봉기를통한 기동전 에서이기지못했고, 위로부터의권력장악 에서도한계를드러냈다는사실에비추어보면분명하다 ( 로빈슨, 2008b: 240).
90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쟁에만집중함으로써도시사회운동이나생활공간정치, 여성주의나환경운동을좌파의시계 ( 視界 ) 바깥에놓았으며, 사회변화를위한국내적투쟁이제국주의에특징적인외적대체와관련된다는점도무시했다. 하비는강탈에의한축적이다양한양상으로진행됨에따라국가장치의통제가점점더적실성을잃어가는상황에서다양한방식의신사회운동이등장하는맥락을인정한다. 그러나강탈에의한축적과확대재생산사이에 유기적연계 가여전히존재하기때문에 노조운동을폐쇄적인근대적, 반동적, 억압적조직행태로기각하고, 보다유연하고개방적이며포스트모던한사회운동형태로대체될필요가있다는주장 (168) 에대해서는반대한다. 그의주장에따르면, 확대재생산의영역내에서의투쟁들은반세계화및대안적세계화운동내에서연대하는사회운동들이우선적으로초점을맞추는강탈에의한축적에반대하는투쟁과변증법적관계를갖는다. 구사회운동의관점에서유럽의신사회운동이보조적이고부차적이며, 심지어주변적이고무관한것의위치에있었다면, 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은유럽의신사회운동의보조적 부차적 주변적위치에놓여있다. 이런맥락에서 1980년대이후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은유럽의신사회운동과동일한이론적틀로해석될수있으며새롭지않은 오래된 (old) 운동일뿐이다. 오랫동안라틴아메리카원주민사회를연구한준내쉬 (June Nash) 가치아파스의사파티스타봉기를유럽의신사회운동의관점에서 포스트모던 이라고부른것이좋은예이다. 내쉬는 원주민이다가오는세기에중요한변화의주인공이될것이라고주장하고, 그근거로원주민은오랫동안유지해온자신들의세계관, 즉자기결정권, 권력수단으로서의도덕적권위, 공동의생계전략, 그리고다민족적이면서비위계적인독특한세계관에입각해서신자유주의의대안을분명하게표명하고있다 ( 김명혜, 2012) 는사실을강조하면서도유럽의신사회운동을특징짓는포스트모던이란개념을그대로적용하는데동의한다. 하비는근대성의관점에서 포스트모던 이라는개념을비판하지만사파티스타봉기가 탈식민적 (decolonial) 이라는것을언급하지않았다. 3) 탈식민성의관점에서볼때탈근대성은 반근대적근대적 (anti-modern modern) 비판이기때문이다 ( 김은중, 2009). 유럽의탈근대성 ( 혹은포스트모더니즘 ) 이근대-내적차이를드러냈다면라틴아메리카탈식민성은 식민 3) 하비는포스트모더니즘을모더니티의동일성으로수렴되지않는차이라는관점에서긍정하지만대안적근대성이될수없다는점에서비판한다.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91 적차이 (colonial difference) 를드러낸다. 식민적차이는서구근대성의외부 (exteriority) 에존재한다. 여기서강조해야할것은근대성의외부 (exteriority) 는근대성과아무런접촉이없는순수한외부 (outside) 를의미하는것이아니라헤게모니담론에의해차이로구성되는외부 (outside), 즉식민적차이라는사실이다. 월터미뇰로에따르면, 식민성 (coloniality) 은, 한편으로는근대성기획이스스로를근대성으로뿌리내리기위해감추고배제해야할것이고, 다른한편으로는근대적기획의맹목성이드러나는동시에새로운기획이펼쳐지는발화의장소이다. 달리말하자면, 식민성은근대성자체의관점에서근대성서사의맹목성을드러내고비판하는발화의장소이다. 또한식민성은서구의확장과접촉한지역의역사적경험으로부터도출되는다양한기획, 다보편성 (pluri-versality) 의장 ( 場 ) 이다. 따라서식민성은새로운추상적보편이아니라 보편적기획인다양성 (diversality as a universal project) 이인식될수있는장소이고, 언어와지식의문제가핵심적인장소이다. 따라서식민성의개념은병행하는두개의과정이다. 하나는지배적근대성이종속된문화와지식을체계적으로억압하는과정이고, 다른하나는지배적근대성과종속된문화의만남을통해형성된특별한지식이출현하는과정이다 (Escobar, 2008: 12). 4) 유럽의신사회운동이근대성의유일보편성 (uni-versality) 에대한포스트모던차이를주장한것이라면, 라틴아메리카신사회운동은식민적차이를주장한다. 달리말하자면, 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이유럽의사회운동을분석하는이론틀 기능주의,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등 로설명되지않는것은식민적차이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을통해드러난식민적차이는사회운동이요구한고강도민주주의의두번째요소인발전주의패러다임과밀접하게관련되어있다. 라틴아메리카사회 4) 미뇰로는헤게모니담론에의해차이로구성되는외부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 외부는근대성의 바깥 에, 혹은전지구적으로확장된자본주의경제의 바깥 에위치한장소가아니다. 외부는내부를만들고유지하기위해필요한과정일뿐이다. 여기서내부는서구문명을가리킨다. 휴머니즘과야만이서구에서만들어진두개의개념인것처럼 ( 서구적상상력바깥세계에는야만이존재하지않는다 ), 외부는담론과지식을통제하는사람들이내부를만드는과정에서내부에서만들어낸바깥이다. 르네상스를기점을유럽은자기자신의정체성과서구문명의정체성을만들어왔을뿐만아니라 ( 즉고대그리스와로마제국의폐허로부터만들어진르네상스라는개념자체가르네상스이전에는존재하지않았던서구문명을발명해내려는의도였다 ) 차이도만들어왔다. 여기서의차이는 식민적차이 를뜻하는것으로, 유럽내부에서는유대인에게주어진차이 ( 내적식민적차이 ) 이며, 유럽바깥에서는아메리카원주민과아프리카흑인에게주어진차이 ( 외적식민적차이 ) 이다 ( 미뇰로, 2010: 4~5).
92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운동을유럽의신사회운동의아류로해석한것은이러한차이를인식하지못했기때문이다. 유럽의신사회운동이근대성에대한비판이었다면근대성이성숙된단계에이르지못한라틴아메리카의사회운동은근대성에대한비판이될수없다고생각했다. 따라서라틴아메리카의사회운동의목표지점은유럽의사회운동의출발지점 ( 기본적필요의충족, 국가권력에맞선사회운동의자율성에대한요구, 허약한민주주의의공고화등 ) 과일치한다는결론을내렸다. 성숙된근대성에도달하지못하고근대성을비판하거나탈근대성을논하는것은어불성설이라는것이다. 이때문에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은사회-역사적운동, 민중운동, 문화운동으로규정되거나간단히구사회운동으로인식되었다. 그러나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은발전이사회운동이발생하는필요조건이아니라사회운동의비판의대상이라는점을강조한다는점에서유럽의신사회운동과다르다 ( 김은중, 2011). 2. 사회운동의배경 발전담론과포스트 - 발전 (post-development) 보수와진보, 우파와좌파의차이를중도라는형식으로희석시키거나무의미하게만드는축적체제의변화에본격적으로시동을건신자유주의세계화는자본주의를합리화하는자기조정적 (self-regulatory) 시장경제를규제하는사회적제동장치가사라진결과였다 ( 폴라니, 2009). 5) 또한베를린장벽의붕괴는평등을약속했던구좌파의무능력과혁명의실패에대한민중들의분노가표출된것이다 ( 월러스틴, 2001). 이런맥락에서볼때,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초세계경제위기로불거진자본주의의 5) 폴라니는시장과규제는언제나병행한다는점을강조했다. 경제제체는사회체제에묻어들어 (embedded) 있는것이기때문에시장은시장이외의형태를없애가면서까지팽창하지않았다고말한다. 따라서 19 세기사회사는진짜상품에대해서는시장적인조직방식을확장하고, 허구상품에대해서는시장적조직방식을규제하는이중적운동 (double movement) 의결과였다. 시장들은중상주의체제에서처럼고도로발전해있는경우에도중앙집권화된행정체제의통제아래에서만번성했으며, 이행정체제는농민들의가정경제에대해서도, 국가차원의생존에대해서도자급자족을장려했다. 규제와시장은함께자라난셈이다. 사람들은자기조정시장에대해서는알지못했다 (237). 따라서 자기조정시장이라는아이디어는한마디로완전히유토피아이다. 그런제도는잠시도존재할수없으며, 만에하나실현될경우사회를이루는인간과자연이라는내용물은아예씨가말라버리게되어있다. 인간은그야말로신체적으로파괴당할것이며삶의환경은황무지가될것이다 (94).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93 위기의시작이었으며베를린장벽의붕괴는자본주의의승리가아니라사회주의혁명의실패였다. 앞에서언급한유럽과라틴아메리카의사회운동은자본주의의위기와자본주의에대해비판적역할을수행하지못한사회주의혁명의위기에서촉발된것이다. 여기서주목해야할것은사회주의혁명이실패한것은국가권력을장악하지못했기때문이아니라세계를변혁시키지못했기때문이라는사실이다. 세계체제의작동방식에대해오랫동안품어오던반감에다, 세계를바꾸기에는역량이부족한반체제운동에대한실망이덧붙여지면서 1968년의세계혁명으로귀결되었다. 1968년의폭발은그지역적상황과관계없이거의모든곳에서반복되어나타난두가지테마를가지고있었다. 하나는미국헤게모니패권에대한거부였다. 또이것은동시에미국에대한적대자라고생각되어온소련에대한불만이기도했는데, 왜냐하면소련은미국이주도하는세계질서에서실제로는미국과공모하고있었기때문이다. 그리고또한가지테마는전통적인반체제운동들이일단권력을잡게되면약속을저버렸다는것이다. 이와같은이중적불만이결합되어여러곳에서광범위하게되풀이되어분출하면서일대문화적지진을일으켰다 ( 월러스틴, 2005: 194). 미국의헤게모니패권과더불어시작되었고, 미국의헤게모니패권을거부했던소련이공모했으며, 급기야는 1968년세계혁명을폭발시킨세계체제의작동방식이무엇이었을까? 그것은발전 (development) 개념이었다. 월러스틴이지적하듯이, 1945 년은매우중요한세계변동이발생한해였는데이시기에주목해야할세가지일이일어났다. 첫째미국이세계체제의헤게모니를잡은것이고, 둘째제3세계라는지정학적블록이탄생했으며, 셋째경제적팽창과정치적민주화의결합으로세계대학체제가엄청나게팽창한것이다 (2005: 34). 발전은미국의헤게모니가담론과실천의차원에서구체화되는핵심적개념이었다. 발전개념은좁게는변화된세계체제의현실을제시하는강력한도그마였고, 넓게는서구근대성의보편주의의계보를잇는최신담론이었다. 6) 무엇보다도발전개념은제3세계를만들어낸설계도였다. 제3세계가먼저존재하고여기에발전이적용된것이아니라발전개념을통해제3세계가만들어진것이다. 발전은생산체계와권력, 현실에대한의미화작용을동원해서서구 6) 지나친단순화를경계하면서요약하자면, 근대성과발전은몇가지원리를공유한다. 첫째, 장소와공동체에얽매이지않는합리적개인, 둘째자연과문화의분리, 셋째사회적인것 (lo social) 과자연적인것 (lo natural) 으로부터뽑혀나온 (dis-embedded) 경제, 넷째다른모든지식보다우월한전문지식이다.
94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경제에확실하게닻을내렸다. ( 발전이라는 ) 새로운전략의뿌리는제2차세계대전이후에발생한세계체제의정치적재편에서찾을수있다. 저발전 (underdevelopment) 과 제3세계 (Third World) 라는개념은서양 ( 과동양 ) 이자기자신과전지구적권력구조를재규정하는과정에서만들어졌다. 발전전략을가능하게했던역사적조건을여기서분석할수는없지만, 과거의식민지체제의붕괴, 인구와생산구조의변화, 지구상의여기저기에나타나는공산주의와공산주의에대한자본주의세계의공포를이유로들수있다. 또한마샬플랜의성공으로새로운활력을찾은과학과기술에대한신뢰, 새로운경제지식과 ( 예를들어 라틴아메리카연구 같은 ) 지역연구의발전, 복합적사회체제의관리를통해얻게된풍부한경험도포함된다 (Escobar, 1998: 429~430). 발전개념은낡은제국주의체제로부터해방된국가들을새로운제국주의체제로포섭하는매개개념이었다. 월러스틴의말을빌리자면, 서구바깥의 나머지세계 를연구하는인류학과오리엔탈리즘같은학문이더이상쓸모가없어진상황에서서구와 나머지세계, 상대적으로 개별기술적인 학문들과보편적인 법칙정립적 학문들을매개하는천재적인대안이발전개념이었다 (2005: 34~35). 발전개념은제3세계가서구경제의발전을가능케하는원자재제공자의위치에서벗어나동등한발전을이룰수있다는희망을갖게만들었다. 그러나이러한희망은오래가지못했다. 크와메은크루마 (Kwame Nkrumah) 가정확하게지적한것처럼, 식민지로부터의해방은또다른수단에의한전통적인식민지배를지속시키는신식민주의일뿐이라는사실을깨달았기때문이다. 은크루마의신식민주의론은라틴아메리카에서종속이론으로정교화되었다. 종속이론은 서구의산업성장이식민시대에식민지들의 저발전 과정을통해이루어졌다는것을, 그리고그렇게함으로써서구는식민지현지의산업을파괴했고비서구민족들의경제를서구의이해관계를위해정체상태에묶어두었다는것을발전이론이인정하지않았다고주장 했다 ( 영, 2005: 101). 결론적으로, 발전이론이전지구적인성장이공통의경제적경로를따라불균등한발전으로이루어진다고주장했다면, 종속이론은한곳에서의경제성장은다른곳에서의빈곤을통해이루어진다고주장했다. 그러나신식민주의론이나종속이론은자본주의를비판했을뿐발전그자체를부정하지도않았고담론으로서의발전개념을비판한것도아니었다.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95 저발전은 1949년 1월 20일에시작되었다. 그날세계 20억인구는저발전인이되었다. 까놓고말해서그때부터사람들은온갖다양성을잃어버리고남들의현실을자기를비추는뒤집힌거울로일그러졌다. 자기들을왜소하게만들어긴줄의꽁무니로보내버리는거울, 실제로는이질적이고다양한복수로서존재하는정체성을그저동질적이고협소한소수의정체성으로옹색하게규정하는거울이되어버렸다 (...) 발전은이말과맺어진성장, 진화, 성숙같은단어들과의연결고리를끊어낼수가없다. 이말을쓰는사람들과같은이치로그들의언어, 사고, 행동에어떤맹목성을불어넣는의미들의그물망에서빠져나올수가없다 (...) 그말은바람직한변화곧단순한것에서복잡한것으로, 열등한것에서우월한것으로, 나쁜것에서좋은것으로나아가는행보를늘암시한다 (...) 하지만만들어진지두세기가지나서이제는사회에깊이뿌리를내린 발전 이라는말에담긴긍정적의미는지구상의 3분의 2에해당하는사람들에게는자기들이아직벗어나지못한처지를일깨운다. 바람직하지도않고품위도없는상태를일깨운다. 거기서벗어나려면그들은다른사람들의경험과꿈에속박당해야한다 ( 구스타보에스테바, 2010: 37~45. 강조는저자 ). 7) 인용문에서알수있는것처럼, 발전개념의역사는상대적으로최근의일일뿐이지만, 나머지세계 의사람들은자기자신을발전의개념으로바라보지못했다. 발전개념이서구근대성의보편주의의계보를잇는마지막주자라고말한것은이때문이다. 발전개념은경제뿐만이아니라이성, 사회, 표상 (representation) 같은근대성의상징과실천들이상호연관된인식의공간이다. 발전은경제적성장을의미할뿐만아니라, 담론이자실천이고, 근대성의계보를잇는문화적양식이며, 제국주의적개입이고, 사회적 경제적투쟁의공간인동시에 나머지세계 의사람들이추구하는욕망이다 (Rahnema Bawtree 1997, ix~x). 즉발전개념은경제적측면에만적용되는것이아니라문화적 사회적 정치적요소들을포함하는총체적인개념으로사용된다는것이다. 이때문에빈곤, 생산, 국가론, 평등같은것을건드리지않고발전을언급하는것은불가능하다. 에스테바가강조하듯이, 발전은믿을수없을만큼강력한의미로충만한별무리의중심에있다. 이것만큼힘있게현대인의사고와행동을이끌어가는길잡이도없다 (39). 또한해리투르먼이취임연설에서남반구를 저발전지역 7) 1949 년 1 월 20 일은해리트루먼이미국대통령에취임한날이다. 트루먼은취임사에서다음과같이말했다. 우리는우리가누리는과학진보와산업발달의수혜가저발전지역의향상과성장에기여할수있도록새롭고과감한사업에착수해야합니다. 해외에서이익을수탈하는낡은제국주의는우리계획안에서설자리가없습니다. 우리가구상하는것은공정한민주적거래에토대를둔발전사업입니다 (Truman 1967. 구스타보에스테바 2010, 36 에서재인용 ).
96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이라고선언하면서시작된 발전의시대 에발전개념은북반구의오만한간섭주의와남반구의딱한자기연민을뒷받침하는인식의바탕이되었다. 발전은, 한편으로는지구상의 3분의 2에해당하는사람들에게자기들이아직벗어나지못한처지를일깨워주고, 다른한편으로는더높은목표를위해서이루어지는개입은무조건정당화하는담론이되었다 ( 작스, 2010). 따라서담론으로서의발전은오리엔탈리즘과동일한구조의식민적담론이다. 오리엔탈리즘은동양을다루기위한 동양에관해서술하거나, 동양에관한견해에권위를부여하거나, 동양을묘사하거나, 가르치거나또는그곳에식민지를세우거나통치하기위한 동업조합적제도로볼수있다. 요컨대오리엔탈리즘이란동양을지배하고재구성하며억압하기위한서양의방식이다... 오리엔탈리즘을하나의담론으로검토하지않는한, 계몽주의시대이후의유럽문화가동양을정치적 사회적 군사적 이데올로기적 과학적 상상적으로관리하거나심지어동양을생산하기도한거대한조직적규율이라는점을이해할수없다고나는주장한다 ( 사이드, 2007: 17~18). 신식민주의를비판하기위해노력했던은크루마가발전개념그자체에대해서도전하지않았던것도, 저발전의구조적요인을내적인것에서외적인것으로바꾸어놓았던종속이론이저발전경제와발전경제를정체와변화로구분하는발전이론의기본적틀에도전하지않은것도발전을담론으로인식하지못했기때문이다. 제3세계가다양한프로그램과전략을통해새로운권력메커니즘의목표가된이래로제3 세계의모든것은발전을위한새로운연구대상이되었고, 발전을위한지식들 발전경제학, 농업과학, 보건학, 영양학, 인구학, 도시계획등 은새로운권력이되었다. 그때부터발전 ( 주의 ) 은 ( 는 ) 라틴아메리카를, 일반적으로말하자면제3세계전체를배회하는유령이되었다. 더나아가발전담론은광범위한제도적장치 세계은행과국제통화기금, 유엔이라는국제기구에서부터제3세계국가에설치된경제발전기구들까지 를탄생시켰고, 그것을통해저발전된사회의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현실을변화시키는실제적이고유효한권력이되었다 (Escobar, 2005; 에스코바르, 2010). 8) 8) 발전담론은두가지의메커니즘을통해작동된다. 하나는발전에관한지식의전문화 (profesionalización) 이고, 다른하나는전문화된지식의제도화 (institucionalización) 이다. 이두가지메커니즘을통해개입과통제를정당화하고담론을실천한다 ( 작스, 2010; Escobar,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97 발전담론에대한비판이시작된것은 1990년대초였다. 볼프강작스 (Wolfgang Sachs) 는 1992년출간된 반( 反 ) 자본발전사전 (The Development Dictionary) 서문에서급진적이고논쟁적인선언을했다. 지난 40년은발전의시대로불릴만하다. 그런데이시대가막을내리려고한다. 바야흐로추도사를쓸때가오지않았나싶다 (2010: 22). 발전의시대가막을내렸다면그다음에는무엇이올것이라고생각했을까? 몇몇사람이 포스트-발전 (post-development) 을처음으로말하기시작한것은작스의선언보다한해앞서열렸던제네바국제학회에서였다 (Escobar, 2005). 9) 그러나그당시에주로논의된것은포스트- 발전의내용이아니라발전신화가남겨놓은현실이었다. 10) 볼프강작스는발전신화가남겨놓은현실을네가지로요약했다. 첫째, 선진과후진의위계질서는백일몽에불과하다. 선진국이야말로역사의흐름에서가장멀리벗어난탈선의사례일뿐이다. 둘째, 발전은동서대립을빈부대립으로바꾸어놓았을뿐이다. 셋째, 발전은국내적 국제적으로 사다리걷어차기 이다. 사회적양극화는갈수록커질뿐이다. 넷째, 발전은헤아릴수없는다양성의문화를단색문화로바꾸어버렸다. 발전과함께타자도종적을감추었다 (24~29). 포스트-발전 개념은포스트구조주의비판으로부터직접적인영향을받았다. 사이드가푸코를통해동양이하나의담론구성체로구축되었다는것을보여준것처럼, 포스트구조주의비판의시각에서보면발전은단순히아시아와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물리적이고사회적현실을경제적으로통제하기위한도구에그치는것이아니고, 제3세계 의 저발전 을발명하기위한 제1세계 의전략이었다. 따라서포스트구조주의비판의핵심은발전담론이 저발전된 제3세계를발전이필요한지역으로규정하는방식을제시하는것이다. 포스트구조주의의목표는, 푸코가지적했듯이, 지식의획득이아니라지식의일탈을비판하는것이었다. 2005). 9) 포스트 - 발전 에대한집단적연구는처음으로 포스트 - 발전독본 (The Post-Development Reader) (Rahema, Majid and Victoria, Bawtree(1997), London: Zed Books) 이라는제목의단행본으로출간되었다. 10) 사실상 1970 년대가시작되면서 발전주의환상 은깨지기시작했다. 로마클럽의첫번째보고서 (1972) 의제목은 성장의한계 였고, 두번째보고서 (1974) 의제목은 기로에선인류 였다 ( 김은중, 2011). 그러나로마클럽의보고서는실천으로서의발전이가져온결과에대한경고였을뿐담론으로서의발전을언급한것은아니다.
98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앎에대한열정이지식의획득만을보장할뿐어떤식으로든, 그리고되도록아는자의일탈을확실히해주지않는다면무슨소용이있겠는가? 삶에는다른사람들이생각하는것과다르게생각하고, 사람들이보는것과다르게인지할수있는지없는지를아는문제가, 계속적인인지나생각을위해필요불가결한순간들이있다 (...) 오늘날철학은무엇인가? 그것은사고에대한사고의비판작업이아니겠는가. 그리고사람들이이미알고있는것에정당성을부여하는대신에어떻게, 그리고어느만큼까지다르게생각하는것이가능할지를알려고하는것이아니겠는가. 철학적담론이밖으로부터타인들을지배하고그들에게그들의진리가어디에있으며그것을어떻게찾는가를말해주고자할때, 혹은순수하게실증적으로그들의옳고그름을가릴수있다고자부할때, 그철학적담론은얼마간은터무니없는것이다. 그보다바로그철학적사고속에서철학과는무관한지식의훈련에의해변화될수있을것을탐구하는것이철학의권리인것이다 ( 푸코, 2004: 23). 포스트 -발전개념은정치경제학, 근대화혹은 대안적발전 (alternative development) 과는다른관점을제시했다. 그렇다고발전담론과근본적으로다른입장, 즉 발전에대한대안 (alternative to development) 을제시한것도아니다. 그러나포스트- 발전개념은발전의한계를명확하게인식했고발전담론의토대를흔들어놓은 대안-담론 (counter-discourse) 이었다. 즉포스트-발전은발전담론과다른입장을취한다는것, 즉발전이현실을해석하는이론틀과다른방식으로현실을본다는것이얼마나어려운것인가를깨닫게해주는이론틀이었다. 푸코가강조했듯이, 자신의역사를사고하는작업을통해사고가어느정도나무언중의생각으로부터벗어날수있으며, 얼마만큼이나다르게사고할수있는지를아는것 이목적이었다 ( 푸코, 2004: 24). 다시말해, 발전을그자체로규정한것이아니라발전담론의외부의관점에서발전을포착했다는것이다. 앞에서근대성의외부 (exteriority) 는헤게모니담론에의해차이로구성되는외부 (outside) 라고말했다. 따라서발전담론에대한비판은발전담론에의해차이로구성된외부 (= 타자 ) 를드러내는것이다.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99 III. 포스트 - 발전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월러스틴이자본주의를역사적체제, 즉 생겨났다가결국사라지는, 그내적모순이격화하여마침내구조적위기에이르게되는내부적과정 ( 월러스틴, 1993: 96) 으로규정한것처럼, 발전도역사적발명이다. 발전담론의비판자들이꼭집어말하는것처럼 1949년 1월 20일 ( 트루먼의대통령취임식 ) 발명된발전은 50~60년대성장과발전을앞세운근대화이론으로전세계로확산되었고, 60~70 년대에종속이론을시작으로저항에직면했으며, 80~90년대포스트구조주의문화이론과사회운동이등장하면서쇠락단계에접어들었다. 이런맥락에서볼때, 앞서살펴본신자유주의세계화와사회주의블록의붕괴는사실상발전담론의위기가초래한결과였다. 이런상황에서포스트구조주의가주목한것은발전담론을구성하는배제의형식이었다. 그리고배제의형식을통해드러난것은담론과실천의양면에서발전의혜택을받아야할제3세계의가난한사람들, 파농의말을빌리자면 저주받은 (damnés) 사람들의지식과목소리였다. 앞에서언급한것처럼, 포스트구조주의는 발전을어떻게개량할것인가 를묻는대신에 발전이어떻게만들어졌나 를물었다. 따라서발전과달리 포스트 -발전 은도달해야할혹은도달할수있는역사적시기가아니다. 포스트-발전 을발전다음에오는역사적시기로생각하는순간또다시발전담론의함정에빠지게된다. 발전이나진보는근대의직선적시간개념에서나왔다는것은다아는사실이다. 포스트-발전은발전담론이은폐한지금-여기의현실이다. 포스트-발전 은네가지특징으로요약될수있다. 첫째, 발전이나그와연관된개념들로매개되지않고다른담론들과표상들을창조할수있는가능성이고, 둘째발전체제가자처하는 진리의정치경제학 의지식과실천을변화시킬수있는가능성이며, 셋째발전의 대상 으로취급되었던사람들을지식생산의 주체 로인정하는것이고, 넷째반체제운동으로서의사회운동에주목하는것이다 (Escobar, 2005). 11) 요약하자면, 포스트-발전은발전이더이상국가적차원에서사회적삶을조직하는핵심적원리가아님을강조한다. 따라서 11) 작스는보다더간략하게포스트 - 발전의특징을두가지로요약한다. 첫째는화석원료자원경제에서생물종다양성경제로의이행이다. 둘째는경제위주세계관의우위를끌어내려공동체가살아온방식으로행동하고자치하고자연자원을이용할권리를강조하는운동이다. 작스는담론으로서의발전에는큰비중을두지않았음을알수있다 (19~20).
100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포스트- 발전 의 포스트-(post-) 는옛것은사라지는데새로운것은오지않은상태를의미하는것이아니라, 탈중심화또는 소극 ( 消極 ) 화된다원성 (depolarized pluralities) 을의미한다. 또는일극적인발전담론으로수렴되지않는지속가능성, 자율성, 다양성, 대안경제등의개념에바탕을둔지식정치생태학을의미한다 (Escobar, 2005). 이런맥락에서 포스트- 발전 은단일한대안이아니라다양한선택 (option) 의가능성이다. 12) 앞에서언급한것처럼, 포스트-발전은발전담론에대한대항-담론이지만내용은비어있다. 다만발전담론이은폐하고배제했던현실의다양성을보여줄뿐이다. 포스트-발전이론이 1980년대이후제3세계사회운동에주목하는것은이때문이다. 즉작스가주장하듯이인류에게 그래도얼마안되는진화의잠재력이남아있다면그것은발전덕분이아니라발전의공세를견디고어렵게살아남은것덕분이라고말해도그리터무니없는과장이아니며 (29) 발전의공세를견디고어렵게살아남은것이라틴아메리카를비롯한제3세계사회운동이기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사회운동중에서원주민운동에주목할필요가있는것은원주민운동이발전담론에의해근대성의외부로규정된대표적경우이기때문이다. 안데스국가에속하는에콰도르와볼리비아는 2008년에제헌헌법을제정했다. 새로운헌법에는발전의목표가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수마카마냐 (Suma Qamaña) 라고명시되어있다. 우리는, 서로다른부족들로구성되어수천년지속된우리의뿌리를인정하고, 우리가살아가고우리를품어주는자연 ( 파차마마 ) 을찬양하며, 우리사회를풍성하게만드는모든문화의지혜에의지하고, 모든형태의지배와식민주의에대항해자유를갖기위한사회적투쟁의후계자로서, 수막카우사이 (el buen vivir) 에도달하기위해자연과조화를이루고, 다양성을유지하며, 더불어사는새로운형태의삶을건설하기로결정했다 ( 에콰도르 2008년헌법전문 ). 13) 헌법에토대를둔 국가 12) 월터미뇰로는대안이암시하는총체적 보편적준거점의함정에빠지지않기위해선택이라는개념을사용한다 (2010; 2011: XXVii~XXIX). 이와유사하게포르투갈사회학자산투스 (Boaventura de Sousa Santos) 는대안적사유가아니라대안에대한대안적사유가중요함을지적한바있다 (2009a). 월러스틴도자신의책제목을 유토피스틱스또는 21 세기의역사적선택들 로정했다. 13) 볼리비아는서로간의존경과평등을토대를두며, 사회적생산의분배와재분배에있어주권, 존엄성, 상보성, 연대, 조화, 평등의원리를가지고, 수마카마냐 (vivir bien) 에도달하는것을최우선적목표로둔다 ( 볼리비아 2009 년헌법전문 ).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101 발전계획 2007~2010(Plan Nacional de Desarrollo 2007~2010) 에는발전을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 우리가이해하는발전은모든사람이자연과더불어평화롭게잘사는것 (buen vivir=sumak kawsay) 이고인류문화가끊임없이생존하는것이다. 수막카우사이가상정하는것은개인들의자유, 기회, 능력, 잠재성은사회, 영토성, 그리고다양한문화적정체성과더불어각개인 특정한 (particular) 인간이면서보편적 (universal) 인간인개인 이희구하는가치를동시에이루는방식으로확장되어야한다는것이다. 우리가생각하는발전은서로를인정하고, 소중히여기고, 이해함으로써스스로를실현하고공통의미래를만들어가는것이다 (SENPLADES, 2007: 59) 수막카우사이가새로운사회조직의원리이면서새로운문명관을제시하는포괄적인규합개념 (organizing concept) 으로제시된이후에수막카우사이에대한다양한논의들이진행되었다 ( 조영현 김달관, 2012; 김달관 조영현, 2012). 에콰도르제헌의회의장이었던알베르토아코스타 (Alberto Acosta) 는수막카우사이를새로운발전체제를집단적으로구축하기위한기회로해석한다 (2009). 그리고에콰도르상호원주민대학의캐서린월쉬 (Catherine Walsh) 는수막카우사이를남미지역원주민들과수세기동안디아스포라를구성하며살아온아프리카계주민들의삶의철학과실천에토대를둔총체적비전으로에콰도르사회와국가를재건하는길잡이라고해석한다 (2009). 그런가하면, 우루과이생태학자에두아르도구디나스 (Eduardo Gudynas) 에게수막카우사이의핵심은원주민세계관의자연인파차마마의권리를인정하는것인데이것은근대의지배적인인간중심주의 (anthropocentrism) 에서생명중심주의 (biocentrism) 로전환하는것을의미한다 (2009). 그렇다면담론으로서의발전의관점에서수막카우사이를바라보면어떤결과가나타날까? 무엇보다도수막카우사이는극복해야할저발전의단계가아니고 다른 지식, 다른 삶의철학에관한것이라는점이다. 즉발전담론으로포섭되지않는 외부 를향해열린다는것이다. 이러한인식의위계가해소된다음에야비로소수막카우사이의구체적내용에대한구체적인논의가가능해진다. 다시말해, 외부에대한사유가아니라외부에의한사유가가능해지는것이다. 첫째, 수막카우사이가상정하는자연은근대적우주와판이하게다르다. 생명중심주의혹은생명다원주의 (biopluralismo) 는자원착취에의존하는경제를더포괄적인사회적 자연적체계로묻
102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어들게 (embedded) 한다. 둘째, 경제, 환경, 사회, 문화를새로운방식으로절합시킴으로써자본주의경제가유일한경제방식이아니라혼합적 연대적경제방식이존재함을인정한다. 셋째, 수막카우사이가제시하는자연관은정의개념을사회적정의에서 세대간정의 (inter-generational justice) 로확장한다. 넷째, 동일성으로수렴되어버렸던차이들, 즉식민적차이가드러난다. 요약하자면, 수막카우사이는 다른 자연의개념을바탕으로 다른 사회, 다른 경제를제시한다. 더넓게는 다른 현실을표상한다고말할수있다. 아이마라사회학자인시몬얌파라 (Simon Yampara) 는수마카마냐를다음과같이설명한다. 수마카마냐는여러가지종류의삶, 즉 ( 자본주의사회에서처럼 ) 잘사느냐, 못사느냐를구별하지않는다. 수마카마냐는조화롭게사는것, 자연의생명-생태공동체를구성하는다양한세계에서조화롭고충만하게사는것이다. 이러한공동체는삶 (jaka-life) 과죽음 (jiwa-death) 사이의중심 (Tayyip-center) 을차지한다. 그중심에카마-( 냐 )/ 다양한세계의조화로운공존의실존적경험 (kama-[ña]/existence-experience and in the harmonious co-exitence of the diverse worlds) 이존재한다 (Yampara, 2010. 페이지없음 ). 시몬얌파라가강조하는것은여러가지종류의삶이조화롭게공존하는것이다. 여기에는어떠한위계적척도가존재하지않는다. 또다른아이마라지식인인페르난데스오스코 (Fernández Osco) 는다음과같이말했다. 원주민의항의와운동은단순히특정한정책이나정치지도자에대한반대나저항이아니다. 그들이말하고자하는것은원주민의인식론, 즉자연과우주에서인간뿐만아니라비인간에게까지확장되는수평적연대에기초한사회적 정치적관계와실천을생각하는, 서구와는완전히다른세계이해체계이다. 원주민의사유와는대조적으로유럽에서건너온식민적세계이해는수직적이고계서적 (hierarchical) 이다. 다시말해, 어떤집단의, 어떤사유와행동방식이다른집단의그것보다우월하다고간주된다. 이러한차이가안데스의정치를이해하는핵심이다. 왜냐하면이것이또-다른 (an-other) 자율성을의미하는원주민의인식론이기때문이다. 현재주류정치학에서이해하고 ( 국민국가가장려하는 ) 자율성의개념은기존에존재해왔던법체계안에서원주민들에게한정된의사결정의기회를부여하는것이다. 이러한자율성의개념은원주민들이식민지기간에경험해왔던것과동일한예속상태를의미할뿐이다 (Fernández Osco 연도, 페이지없음 ).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103 포스트-발전이발전담론이배제했던외부를드러내려는시도라면수막카우사이는그러한시도를통해구체적으로드러난외부 ( 중하나 ) 이다. 그리고포스트-발전이발전에대한단일한대안이아니라다양한선택의가능성이라고말했던것처럼, 수막카우사이는그런선택의가능성중하나이다. 이글에서수막카우사이를논하는것도수막카우사이의구체적내용이아니라차이로서의수막카우사이, 특히식민적차이로서의수막카우사이이다. 그러나수막카우사이가하나의선택으로제시되었을때발전론자들은이러한선택을비판했다. 수막카우사이에대한비판은포스트-발전에대한발전론자들의비판과동일선상에있다. 발전론자들은포스트-발전과수막카우사이를다음과같이비판한다. 첫째, 포스트-발전 ( 혹은수막카우사이 ) 을 ( 를 ) 제안하는사람들은포스트구조주의의담론비판에초점을맞춤으로써발전의진정한문제의식인빈곤과자본주의를무시한다. 둘째, 포스트-발전을주장하는사람들은발전을지나치게일반적이고본질주의적 (essentialist) 으로접근한다. 발전전략이나제도는하나만있는것이아니라다양하다. 셋째, 포스트-발전을제안하는사람들은지역의전통과사회운동을너무낭만적으로이상화한다. 지역사회와사회운동역시권력관계로형성되어있다. 이러한비판에대한대답은앞에서언급한내용들에서찾을수있다. 첫째, 포스트-발전에대한발전론자들의비판은포스트- 발전은담론이고빈곤은물질적현실이라는것인데, 이러한지적은발전이담론 / 실천이라는사실을무시한것이다. 또한발전은원주민의삶을더빈곤하게만들었을뿐이다. 둘째, 발전전략이나제도가위계적이거나동질적이아니라이질적이고다양하다고인정한다면, 이러한인정은포스트- 발전과대립되는것이아니라포스트-발전이주장하는것과같다. 셋째, 포스트-발전은발전을대신하는단일하고이상화된대안이아니라선택일뿐이다. 결국, 포스트-발전은발전과발전아닌모든것의대립 문명대야만, 우등대열등, 진보대잉여, 생산성대비생산성등 속에설정되는특권적인자리를제거하는것이다. 이것을앞에서는탈중심화혹은소극화된다원성이라고불렀다. 발전과포스트-발전의논쟁에서주목해야할것은발전시대의종말이논의되기시작한시점은냉전이데올로기가막을내린시점이었다는사실이다. 볼프강작스가 반( 反 ) 자본발전사전 개정판 (2009) 서문에서고백했듯이발전의죽음에추도사를쓰려고했던사람들은사회주의블록의붕괴가발전의생명이새롭게연장되는역
104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사적분수령임을알지못했다. 발전은곳곳에서위기의징후를드러내고있지만발전개념은여전히강력한의미로충만한별무리의중심에있기때문이다. 작스는이러한단적인예를중국의변화에서찾는다. 중국이세계열강으로등극했음을자축한 2008년베이징올림픽만큼자기증식의야심을연출한올림픽도드물다. 더욱이 2008년여름올림픽의언어로세계만방에전파된내용은 2010년상하이엑스포에서재연될것이다... 올림픽과엑스포는새천년으로넘어올무렵일어난세속적변화의상징인데, 그것은중국과남반구의여러나라가세계열강의배타적클럽안으로들어섰다는사실이다. 이런변화가세계사에서갖는의미는, 특히남반구사람에게갖는의미는아무리강조해도지나치지않다. 수세기동안수모를받은끝에마침내한남반구국가가세계열강과어깨를나란히하는모습을보기에이른것이다. 한때는식민지가제격인것처럼취급받았던나라들이이제는주인을따라잡았고유색인이백인을밀어낸다. 그렇지만정의의승리에해당하는것이지구에게는패배로바뀐다. 공정에대한열망은대체로성장이곧발전이라는생각에묶여있는데, 사람과사람사이를자꾸만긴장으로몰아넣고생물권을근본적으로위협하는것이바로성장이곧발전이라는생각이다. 실제로중국의성공은 21세기정치의고민을한눈에보여준다. 공정을밀어붙이자니생태가희생되겠고생태를밀어붙이자니공정이희생될판이기때문이다. 발전에대한믿음을들어내지않고서이런딜레마를풀수있는길은좀처럼없어보인다 (7~8). 작스가지적하듯이베를린장벽의붕괴는발전이세계의오지까지밀어닥칠수있도록수문이활짝열린것을의미했다. 세계화시대로접어들면서부 ( 富 ) 가커지리라는희망이사방으로흘러나가서축늘어져있던발전의신조에맑은산소를공급한셈이었다 (9). 냉전종식이후러시아와동유럽은자본주의체제에합류했다. 중국도 시장사회주의 로선회했고, 인도도세계시장을향해문호를개방했다. 엄청난인구를가진중국과인도의변화는전세계적인사건이다. 여기에덧붙여역설적이지만소위 ( 신 ) 좌파 라고불리는남미의진보정권도사회적분배를목표로근대화를통한경제성장을추진하고있다. 이러한상황에서포스트-발전을이야기할수있을까? 또는탈식민적관점에서수막카우사이를진지하게논의할수있을까? 아니면이러한상황이기때문에포스트-발전과수막카우사이가더중요한것일까?
발전담론과수막카우사이 (Sumak Kawsay) 105 내가제안하는것은다음과같다. 중국인가, 수막카우사이인가? 수막카우사이는 잘사는것 이다. 그것은당신의이웃이승자가되지못하면아무도승자가되지못하는공동체의개념이다. 그러나자본주의는정반대이다. 내가승자가되기위해서는나머지사람들은패자가되어야한다. 패자가없으면승자도없다. 한사람은이기고한사람은지는법정과같다. 중국을선택할것인가, 수막카우사이를선택할것인가? 세계은행과 G8이중국에게하소연하고있다. 제발소비좀해주세요. 당신들이소비하지않으면세계경제가침몰하니까요. 세계은행과 G8은만일중국이미국이나유럽과똑같이소비하면인류에게유일한지구를유지하기위해지구만한행성이세개는더필요하다는것을알고있다. 이건사기이다. 자본주의는장기적으로보지않고기껏해야단기적으로볼뿐이다. 자기파괴적이되지않으려면장기적으로보아야한다. 그래서우리는선택해야한다. 중국인가, 수막카우사이인가?(Santos, 2009b: 11) 포스트-발전에대한발전론자들의비판에대한대답은발전에내재되어있다. 발전을담론으로본다는것은실천으로서의발전을무시하는것이아니다. 그러나대안적발전이아니라발전에대한대안을모색하려면무엇보다먼저담론으로서의발전을인식해야한다. 앞에서언급한것처럼, 대안의가능성은담론으로서의발전에의해외부로규정된차이로부터, 더강조하자면식민적차이로부터찾을수있기때문이다. 중국인가, 수막카우사이인가? 라는선택의문제는이점을명확히보여준다. IV. 나가는글 18세기중반부터물체나유기체가점점완벽한형태를향해가는자연적과정을의미했던발전개념은점차인간의역사에도똑같이적용되었고 20세기에이르러개발이나근대화라는개념과도거의동일한의미로사용되기시작했다. 그리고제2차세계대전이후발전은모든종류의이질성, 모든종류의삶의방식을동일화하고동질화하는거대한담론권력으로등장했다. 그러나발전은 1990년대초부터실천과담론의차원에서비판받기시작했다. 전지구적범위로진행되는생산과착취의확장이가져온결과가실천차원의비판이었다면, 담론차원의비판은발전이저발전과제3세계를발명했다는점에주목했다. 발전담론은성장, 진화, 성숙, 근대화같은개념으로짜인사회적상상력이되었고식민지에서벗어난저발전된제3세계를길들이는도구
106 중남미연구제 32 권 2 호 가되었다. 한마디로, 발전은제3세계가안고있는문제가무엇인지가르쳐줄뿐만아니라, 문제를해결할수있는만병통치약이었다. 즉발전은제3세계의구조적특징을설명해주는생성문법이었고, 병리적현실에대한진단이었으며, 바람직한해결책을제시하는처방이었다. 저발전된제3세계사람들은발전의논리에따라자신들에게주어지는정체 ( 停滯 ) 와후진 ( 後進 ) 의낙인을면하기위해해결책으로주어진처방을충실히따라야했다. 포스트-발전은발전이모든역사, 모든사회에공통으로존재하는어떤불변의본질이라는정당화담론을비판한다. 포스트- 발전은발전을척도로항상-이미재단된인식틀을벗어난 외부 를드러내고창안한다. 포스트-발전의 포스트- 는발전이라는척도가제거된상태, 삶을 다른 방식으로상상할수있는상태를의미한다. 따라서포스트-발전은발전에대한단일한대안을의미하는것이아니라다양한선택의가능성을의미한다. 이런맥락에서안데스국가인에콰도르와볼리비아의제헌헌법에등장한수막카우사이는포스트-발전담론을통해서보이는다양한현실을구성한다. 수막카우사이에대한세밀한논의는이러한관점에서서부터시작해야한다. 발전의위기를논하기시작한지벌써 20년이넘었지만발전은실천과담론에서여전히 전지구적인식민적권력 (global coloniality of power) 을발휘하고있다. 이때문에라틴아메리카의사회운동이나사회운동을통해서등장한수막카우사이는현실성을의심받고있다. 그러나수막카우사이는식민적차이를통해드러나는라틴아메리카의엄연한현실이며현실을구성하는다양성이다. 그리고수막카우사이는그들이선택한현실이다. 발전주의의관점에서이러한선택이무의미하다고생각되면물음을바꿔야한다. 중국인가, 수막카우사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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