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Post-positivist Turn in the Epistemology of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전재성 서울대학교정치외교학부외교학 이글은 2012 년정부 ( 교육과학기술부 ) 의재원으로한국연

제 2 장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Post-positivist Turn in the Epistemology of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전재성 서울대학교정치외교학부외교학 이글은 2012 년정부 ( 교육과학기술부 ) 의재원으로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입니다 (NRF-2012S1A3A2033665). 세계정치20_5.indb 71 14. 5. 9. 오후 12:20

인지과학 현상학 현상학적해석학 구현주의전회 탈실증주의적국제정치의이론화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모색 방법론적일원주의포기. 각영역별로다른인식론의정초가필요하다. 후설 고유한개성은인과관계의질서와는무관하게그자체로서이해될수있는통일성을이룬다. 가다머 이성은초월적의미로보편적이지않고, 실체화된방식으로존재한다. 레이코프존슨 비판 실증주의 세계정치20_5.indb 72 14. 5. 9. 오후 12:20

국제정치학이론계는 1980 년대말이후탈실증주의인식최근의론을향한움직임을보이며, 역사적전회, 역사사회학적 전회, 언어적전회, 실천적전회, 심리학적전회, 탈근대적전회, 탈식민적전회, 비판이론적전회, 탈서구적전회등다양한흐름들이나타나고있다. 이들은자 연과학인식론을비판하고새로운인식론을찾는동시에국제정치현실이발디 디고있는존재론을재구성하며, 가치중립성이무비판적으로전제된가치론적 현상황을비판한다. 많은전회들이경쟁하고충돌하는결과에대해이론적다원 주의, 인식론적다양성, 혹은급기야국제정치이론종말의상황을논하는등다 양한견해들이대두하고있다. 하지만결국서구근대를관통한합리주의, 실증 주의를비판하는철학적흐름들전체를총괄하지않고는현재국제정치학이론 계의혼란을정리하는것이사실상어렵다. 이글은탈실증주의에대한철학적반성의출발점을살펴보고국제정치이 론의메타이론적전제에대한반성을통해현재의국제정치이론계가고민해야 할내용들을살펴본다. 근대자연과학의인식론을비판하면서여러영역의인식 론의다양성을재고하고철학적정초를놓는시도는후설에게서본격적으로시 작되었다. 후설은실증주의인식론의문제점을파악하고현상그자체, 혹은사 태그자체로돌아갈것을주장하며다양한영역에공통된보편적존재론과개별 적으로차이가나는영역적존재론을구별하여인식론적다양성의계기를마련 하고자했다. 이후후설의노력은하이데거, 메를로 - 퐁티, 가다머등이후의철 학자들에의해계승되고, 실존주의, 해석학, 탈근대론으로이어지게되고, 이러 한흐름은국제정치학이론의전회들을총체적으로재조망하는데에도움이될 것으로보인다. 더불어기존의실증주의인식론에대한실증주의내재적비판의 흐름으로인지과학에기반한구현주의 (embodimentalism) 에주목할필요가 있다. 이글은인식론과존재론의반성에기초한최근의국제정치학이론들의중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73 세계정치20_5.indb 73 14. 5. 9. 오후 12:20

요한성과들을조망한후, 이들이지금의국제정치학이론, 특히동아시아의국 제정치학이론에주는함의를논한다. Diverse movements in the field of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from the late 1980s have produced many turns, such as historical turn, historical sociological turn, linguistic turn, psychological turn, post-modern turn, critical turn, and post-western turn, all of which tackle the issue of overcoming epistemological positivism. Theories in this trend criticize positivist epistemology emulating natural science, reformulate ontological basis of existing theories, and reflect upon axiological basis of current value-free theories. Lively debates result in theoretical pluralism, epistemological eclecticism, or even the end of IR theory, which do not fullfil the purpose of creating new metatheoretical basis to deal with current international affairs in the 21st century. This article, with the notion that comprehensive philosophical review of post-positivist epistemology is needed, purports to study Edmund Husserl s phenomonological epistemology, and embodimentalism which is based upon cognitive science. Husserl initiated the philosophical movement to criticize positivism which was later succeeded by other hermeneutical philosophers such as Martin Heidegger and Hans-Georg Gadamer, existentialists, and postmodernists, and many points of his criticism have implications for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This article also reviews recent theoretical efforts regarding practice turn, and psychological turn against this backdrop, which is followed by some considerations on 74 세계정치20_5.indb 74 14. 5. 9. 오후 12:20

theorizing East Asian international relations. key words 탈실증주의 post-positivism, 국제정치학이론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인식론 eistemology, 후설 Husserl, 현상학 phenomenology, 해석학 embodimentalism, 구현주의 hermeneutics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75 세계정치20_5.indb 75 14. 5. 9. 오후 12:20

I 서론 최근의국제정치학이론계는수많은전회 (turn) 의계기들을겪고있다. 1980년대말광범위하게탈실증주의논쟁이일어난이후새로운이론적패러다임을찾는모색이활발히일어났다. 냉전의종식, 지구화, 9 11 테러이후비서구국제정치의복잡성증가등의현실적환경변화와맞물려역사적전회, 역사사회학적전회, 언어적전회, 실천적전회, 심리학적전회, 탈근대적전회, 탈식민적전회, 비판이론적전회, 탈서구적전회등다양한흐름들이나타나고있다. 이들의공통점은무엇보다실증주의의적절한위치를설정하고이를대체하거나보완할수있는메타이론의구성요소들을찾는작업이라고할수있다. 뉴턴의고전물리학에기반한자연과학인식론을비판하고새로운인식론을찾는동시에국제정치현실이발디디고있는존재론을재구성하고자하는것이며, 가치중립성이무비판적으로전제된가치론적현상황을비판하는것이다. 서구지성사를주도해온근대과학주의, 계몽주의, 합리주의의기획에대한비판이이미다른사회과학분야에서활발히진행되어온점을볼때국제정치학의전회들은오히려때늦은감이있다 (Kavalski 2012, 137-150). 그러나이러한모색들이어떠한결과를가져올지, 획일적이지는않지만합의가능하고합당한이론적전제를생산할수있을지에대해서는여전히오리무중이다. 많은전회들이경쟁하고충돌하는결과에대해혹자는이론적다원주의, 인식론적다양성, 혹은급기야국제정치이론의종말의상황을논하는등다양한견해들이 76 세계정치20_5.indb 76 14. 5. 9. 오후 12:20

대두하고있다 (Dunne 외 2013, 405; Jackson 2010). 문제는국제정치학이론의메타이론전제들을엄밀히연구할수있는기초적반성, 혹은철학적반성이이루어지지않고있다는점이다. 이는대개의국제정치학자들이인식론, 존재론, 가치론등철학적과정을철저히거치지않은데원인이있다. 많은전회들의뒤에는국제정치학이론계가아닌인접학문, 혹은인문학적흐름들이있는데이러한흐름들이총괄적으로연구되지않고부분적으로취사선택되어국제정치이론의전회들을특징짓고있는실정이다. 실증주의논쟁은이미 20세기초를전후하여철학과과학철학분야에서일어났고, 이후많은사회학이론들이활발히탈실증주의대안을모색해왔다. 국제정치학이론계가이들에영향을받은것은상대적으로매우뒤늦은현상으로탈실증주의를주창하는많은국제정치학자들은사회과학의메타이론, 철학, 과학철학에대한연구를바탕으로각자자신이옳다고믿는흐름들을흡수하여이를국제정치학에받아들이고있다. 따라서국제정치학자들의전회간의경쟁혹은난립은사실이들에게영감을주는철학과사회학이론, 과학철학들간의경쟁을메타적으로반영하고있다고보아야한다. 따라서전회들간의관계를다원주의혹은절충주의적으로비교, 종합하는것은큰의미가없다. 결국서구근대를관통한합리주의, 실증주의를비판하는철학적흐름들전체를총괄하지않고는현재국제정치학이론계의혼란을정리하는것이사실상어렵다. 이글은탈실증주의에대한철학적반성의출발점을살펴보고국제정치이론의메타이론적전제에대한반성을통해현재의국제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77 세계정치20_5.indb 77 14. 5. 9. 오후 12:20

정치이론계가고민해야할내용들을살펴보고자한다. 이러한논의는특히동아시아의국제정치현실이서구의국제정치이론들로설명되는데한계가있었다는점에서동아시아국제정치의이론화에도주는함의가크다. 실증주의에대한반성은철학의영역에서 20세기초부터활발히일어났고이는후에실존주의, 해석학, 구조주의, 탈근대론등으로연결된다. 근대자연과학의인식론을비판하면서다양한영역의인식론의다양성을재고하고철학적정초를놓는시도는후설에게서본격적으로시작된다고할수있다. 후설은실증주의인식론의문제점을파악하고현상그자체, 혹은사태그자체로돌아갈것을주장하며다양한영역에공통된보편적존재론과또한개별적으로차이가나는영역적존재론을구별하여인식론적다양성의계기를마련하고자했다. 이후후설의노력은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가다머등이후의철학자들에의해계승되고, 실존주의, 해석학, 탈근대론으로이어지게된다. 이러한노력들이국제정치학에그대로적용되기는어렵지만전회들의총체적재조망에는도움이될것으로보인다. 더불어주목할점은최근인지과학이발전하면서철학을재조명하는역할을하고있다는것이다. 특히과학적방법으로기존의과학을메타적으로비판하는흥미로운성과를보인다. 기존의자연과학방법으로인간의인지를분석하는것이결국모순에처하게되고, 이러한모순의존재를기존의과학적방법으로증명하고자하는것이다. 기존의실증주의인식론에대한실증주의내재적비판의성과라고할수있다. 대표적인것이구현주의 (embodimentalism) 이다. 인간의인지가실증주의적전제에서와 78 세계정치20_5.indb 78 14. 5. 9. 오후 12:20

같이객관과별개로의식적으로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사실상인간의생활세계안에의식과몸을총체적으로담그고함께이루어진다는것이다. 다양한구현을통해이루어지는인간의인식에관한구현주의인지과학의논의는자연스럽게, 후설,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등의현상학과함께논의되고심지어과학이아닌철학적, 종교적직관과도연결되어논의되고있다. 이글은우선탈실증주의논쟁을새롭게보게해주는현상학사조의의미를짚어본후, 인지과학분야의구현주의와의연결성을살펴본다. 이어인식론과존재론의반성에기초한최근의국제정치학이론들의중요한성과들을조망한후, 이들이지금의국제정치학이론, 특히동아시아의국제정치학이론에주는함의를논해보기로한다. II 현상학과탈실증주의인식론의정초모색 1. 실증주의인식론비판 후설의현상학은자연과같은특정영역에서만타당한이성이고유영역을벗어나다른영역을부당하게침범하여월권하는인식론을비판하면서등장한다. 1 대상영역이달라지면존재원리및인식원리가달라질수밖에없으므로방법론적일원주의를포기해야한 1 실증주의에대한후설의후기비판에대해서는후설 (2007) 참조.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79 세계정치20_5.indb 79 14. 5. 9. 오후 12:20

다. 따라서후설은각영역별로다른인식론이정초되어야함을주장하며영역적존재론을정립한다. 그첫번째작업은반성없는자연적태도의일반정립을비판하는것이다. 인식이성립되는과정에대한보편적이고엄밀한반성없이외적대상의존재와인식과정을무비판적으로전제하는태도는소박한자연과학자들의실증주의적인식으로이어진다. 후설은 유럽학문의위기와선험적현상학 에서실증주의비판을매우체계적으로제시한다. 우선학문이모든대상영역과관계없이통합적일수있다는기본전제를비판한다. 후설에의하면, 합리적이고무한한존재전체와이것을체계적으로지배하는합리적학문의이념이라는구상은전대미문의새로운것이며, 무한한세계, 즉여기서이념상의세계는그객체들이우리의인식에개별적으로불완전하게그리고우연히접근될수있는그러한세계가아니다. 이러한전체주의적인식론에의하면합리적이며체계적으로일관된방법이도달하는세계, 말하자면무한히진행해가서모든객체가결국그것의완전한그자체로존재함에따라인식되는세계로서구상된다. 근대인들이당연하다고생각했던이러한일의적세계관과인식론은사실시대적으로매우특수한것이다. 후설에의하면, 고대인들은이와유사하지만보다보편적인이념, 즉형식적수학의이념을생각할수조차없었다. 근대초기에와서야비로소무한한수학의지평을실제로획득하고발견하는작업이시작된다. 그래서대수학, 연속체수학, 해석기하학의단서가생긴다. 새로운인간성이고유하게지닌대담성과독창성에의해근대초기부터이러 80 세계정치20_5.indb 80 14. 5. 9. 오후 12:20

한새로운의미로모든것을포괄하는합리적학문이라는위대한이념이직각예상되는데, 이이념은곧일반적으로존재하는것의무한한, 그자체로합리적인전체통일성이라는이념이다. 여기서수학의우위가나타나는데, 근대적학문은수학적언어가인간의문제를합당하게파악할수있을것이라는전혀증명되지못한가정을전제하게된다. 후설이논하는바, 합리주의는자연과학에파급되고자연과학에대해수학적자연과학, 즉훨씬이후에정당하게명명된바와같이갈릴레이식자연과학이라는완전히새로운이념을창조한다 ( 후설 2007, 86-87). 후설은이러한근원을갈릴레이에서찾고있는데, 갈릴레이가자연을수학화함에있어자연자체는실로새로운수학의주도아래개념화되고, 자연은근대적으로표현하자면, 그자체로수학적다양체가된다 ( 후설 2007, 88). 결국우리는이러한수학적실천으로경험적실천에서우리가거부하였던것, 즉정밀성에도달한다. 왜냐하면이념적형태들에대해이것들을절대적동일성에서규정하고, 절대적으로동일하며그방법에따라일의적으로규정할수있는성질들이기체들로서이것들을인식할수있는가능성이밝혀지기때문이다 ( 후설 2007, 93). 이러한인식의결과는결국철학적인식전반을지배하게된다. 세계의참된존재, 객관적존재를부정하는인식을얻으려고애쓰는각성된노력의결과, 경험적측정술과경험상실천적으로객관화하는이측정술의기능은그실천적관심을순수이론적관심으로전환시킴으로써이념화되었고, 그래서순수한기하학적사고방식으로이행하였다. 그러므로측정술은결국보편적기하학과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81 세계정치20_5.indb 81 14. 5. 9. 오후 12:20

이것의순수한극한형태인세계에대해선구자가된다는것이다 ( 후설 2007, 95). 후설에의하면기하학이전의작업수행은기하학에대한의미기반이었으며, 이념화라는위대한발명에대한기반이었다. 갈릴레이가실천적생활과모든이론적생활의근원적토대, 즉직접적으로직관된세계에서이념화로써활동하고, 기하학적인이념적형상들이생기게되는, 근원적으로의미를부여하는작업수행으로돌아가묻지않았다는사실은숙명적태만이었다 ( 후설 2007, 122). 결국실증주의에의해오도된학문을바로잡기위해서는생활세계에대한현상학적회귀, 판단중지가필요하게된다. 후설에의하면, 학문이전의생활과그환경세계에서발생하는자연과학이처음부터헌신해야만할궁극적목적, 즉어쨌든이런생활자체속에놓여있고생활세계와틀림없이관계되는목적에이르기까지의성찰을근본적으로철저히수행하지않고서, 기술적작업으로부터그본래의의미로되돌아가서그때그때성찰하는것은모두항상이념화된자연에머물렀다 ( 후설 2007, 123). 수학과수학적자연과학이라는이념의옷, 혹은이것에대해상징적, 수학적이론들의상징의옷은과학자들에있어서와마찬가지로교양인들에게객관적으로현실적이며참된자연으로서생활세계를대표하고, 생활세계를분장시키는모든것을포괄한다. 이이념의옷은하나의방법에지나지않는것을참된존재로간주하게만든다. 게다가그방법도정말세계적으로실제로경험된것이거나경험할수있는것의내부에서근원적으로유일하게가능 82 세계정치20_5.indb 82 14. 5. 9. 오후 12:20

한조잡한예견들을과학적예견들에의해무한히진보하는과정에서개량하기위한것이다. 이념의옷을입힘으로써방법, 공식, 이론의본래적의미가이해할수없는것으로되었고, 방법이소박하게형성되는경우에는결코이해할수없게끔되었다 ( 후설 2007, 126). 결국갈릴레이는발견의천재인동시에은폐의천재였던것으로비판받는다. 후설에의하면그는수학적자연, 즉방법적이념을발견하고, 무한한물리학적발견자들과발견들의길을개척하였다. 그는직관적으로주어진세계의보편적인과성에대립하여그후곧바로인과법칙이라고부르는것, 즉이념화되거나수학화된세계의참된아프리오리한형식, 따라서자연에서일어난모든사건이정밀한법칙에지배된틀림없는정밀한법칙성의법칙을발견한다. 이모든것은발견인동시에은폐이며, 우리는그것을오늘날에이르기까지단순한진리로받아들인다 ( 후설 2007, 127). 뒤에서살펴보겠지만이러한논의는실증주의국제정치학에도그대로적용된다. 수학의근본이념에근거한인식론과언어관, 학문관은국제정치를자연세계와일치시키는무비판적전제에의해학문과정에도입된다. 국제정치의생활세계를현상학적으로분석하는노력없이자연과학의이념의옷을입힌결과는결국학문적결과와현실간의괴리이다. 물론실증주의적분석은일정한차원에서의미를가진다. 실증주의를무조건배격할것이아니라실증주의가공헌하는영역의한계를명확히하는일이필요하다.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83 세계정치20_5.indb 83 14. 5. 9. 오후 12:20

2. 후설의현상학방법론의전개 현상학은한영역의인식론이다른영역으로무비판적으로확대되는것을비판한다. 후설은존재자혹은사물로서의세계와의미의총체로서의세계를구별하고있는데, 이를부정하는것이실증주의적인식, 표상주의적인식이다. 후설은 19세기말팽배했던물리학적실증주의, 역사주의, 문헌학적실증주의를비판하며영역적존재론에기초한인식론적회의를주장한다. 이를위해서는학문에대한일체의선입견을판단중지한후 사태자체로 환원하는 현상학적환원 을추구해야한다. 후설은생활세계를 주제화할수있는두가지근본방식 에관해논하면서, 자연적태도에서생활세계를다루는방식과초월론적현상학적태도에서생활세계를다루는방식을논의하고양자의관계를설정한다. 자연적태도에서존재자의총체로서드러나는생활세계를고찰하면서생활세계의일반적구조, 생활세계의형식적이고일반적인것, 즉생활세계의본질적인구조를파악할수있다. 생활세계는상대적이고변화하는것으로서나름대로의시간적, 공간적구조를가지고있다. 이러한생활세계의본질구조를해명하는것이생활세계적본질론이다. 그러나자연적태도를벗어나초월론적주관의구성작용에의해형성된 의미로서의세계 를해명해야하는데바로이러한의미로서세계의구조를총체적으로해명함을목표로하는것이생활세계에대한초월론적현상학이다. 후설의현상학은생활세계의구조를분석하는현상학적심리 84 세계정치20_5.indb 84 14. 5. 9. 오후 12:20

학의단계를넘어구성적현상학의단계로넘어간다. 구성작용이란우리의의식이낮은단계의대상적의미로부터더높은단계의대상적의미를향해나아가는것으로직접주어진것만을존재하는것으로생각하지않고이를초월하여더많은것을사념하면서새로운의미를파악하는작용이다. 결국구성적현상학에서는의식의초월작용이주제화되고, 구성적현상학은초월론적현상학이되는것이다. 초월론적현상학은초월론적주관의구조를탐구함으로써핵심주제인초월론적주관이어떻게다양한유형의초월론적기능을매개로다양한유형의의미로서의대상을구성하는가를연구한다. 결국 실제주어진것보다더많이사념함 을의미하는초월론적구성작용이란어떤의미를지닌것으로서우리에게주어질수있는일체의것들에대한경험을가능하게해주는것이다. 구성작용이없다면대상에대해논하거나학적으로탐구할수없으므로초월론적구성작용은결국모든학적탐구를수행하기위한가능근거가되는것이다 ( 후설 2012; 이남인 2013; 2004, 77-80). 문제는이러한초월론적현상학의해석방법을어떻게잡는가하는것이다. 앞서후설이비판한실증주의, 과학주의적해석도하나의정당한방법이다. 문제는이러한실증주의가자신의이론화를 하나의해석 이라고보지않고가장보편적인해석이라는과대설정에있다. 생활세계의구조해명은언어로서하나의방법을삼을수있으나, 모든언어는해석을전제로한것이고, 더구나갈릴레이식과학언어는자명한한계를가지고있다. 구성이이루어지는가장핵심적인통로는해석이다. 초월론적주체는단순히반성의주체가아니라다양한차원에서매순간다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85 세계정치20_5.indb 85 14. 5. 9. 오후 12:20

양한유형의해석작용을수행하는해석의주체이다. 여기서핵심적인것은지평지향성과세계의식으로, 실천은일상적삶에있어서의실천뿐아니라인식적인이론적실천도포함하는것으로모든판단의전제가된다 ( 이남인 2004, 373). 후설은후기현상학에서이를발생론적현상학으로보고유아론적세계로부터완전한의미에서하나의세계를구축하는주관적발달과정을타자경험들에의해타자들의존재를구축하는과정으로본다 ( 이종주 2012, 245). 주관은유아론적으로시공을초월해서존재하는것이아니라사회적, 역사적존재로서주관의발달과정과타자경험을바탕으로해석의지평을마련하기때문이다. 3. 하이데거의현상학적존재론 하이데거는후설의발생적현상에서논의된주관의사회적, 역사적지평에집중하여주관의해석적배경을좀더정교화했다. 하이데거의경우자신의해석학적현상학에서세계 -내-존재의개념을설정하고, 인간이라는용어대신현존재의개념을사용하는데, 현존재는자신의존재의의미를스스로이해하는유일한존재로서세계속에던져진의미를끊임없이해석하고재구성하는존재이다. 실존론적분석에기반한인식의조건으로하이데거는세계 -내 - 존재의양식을강조하고있는데, 인식주관의객관은이미인식주관과생활세계적관계를맺고있다. 즉주관이어떻게내면에서나와서밖에있는대상으로나아가는가하는문제인데, 현존재는이미세계속에몰입해서살고있다는점, 즉대상은이미객관적관 86 세계정치20_5.indb 86 14. 5. 9. 오후 12:20

조의조건이아니라주관과실제실천적관계를맺고있다는점에주목해야한다. 세계내다른존재를사용하고배려하는것은현존재가일상적으로세계내부적존재자와관계를맺는양상을의미하는데, 대상을실존적으로대한다면인식주체는용재성, 즉도구사용의성격을벗어날수는없는것이다. 이러한점에서실증주의는실존론적분석과어긋난다 ( 소광희 2013, 64-65). 실증주의는인식대상을용재성을결여한순수관조가능성의측면에서바라보고이론화하기때문이다. 물론이러한용재성을전제로순수인식으로새롭게나아갈수있지만실존론적존재론을전제하지않은상황에서비본래적실증주의적전제를애초부터가질수는없기때문이다. 이러한견해는후설의현상학과일맥상통한다. 현상학적의미에서이해되는현상이란존재의구성사항이며, 현상학적기술의방법적의미는해석하는일이기때문이다. 현상학이란존재론의주제가되어야할사항에대해접근하는방법이며, 이를증명하면서규정하는양식이라고본다. 현상학적인현상개념이지향하는 자기를나타내는모습 은존재자의존재의모습이며, 그존재의의미이자그존재의변양태와파생태이다. 존재자의존재는 그배후에 뭔가다른현상하지않는것이숨어있는것이아닌것이다 ( 하이데거 2008, 51). 따라서현상학은엄밀학으로각영역의구분을엄밀하게지키면서생생하게살아숨쉬는구체적자아, 그리고그러한구체적자아가몸담고있는사회적인삶, 즉 사회의실재적인삶의과정 을탐구하는것이다 ( 하이데거 2008, 28-29). 해석작업을통해현존재자신에게속해있는존재이해를통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87 세계정치20_5.indb 87 14. 5. 9. 오후 12:20

해존재의본래의미와현존재자신의존재의근본적인여러구조가알려지게된다. 현존재의현상학은따라서근원적어의에서해석학인것이다. 존재의의미와현존재의근본구조를타개, 해체하는것에의해, 모든존재자에관한존재론적탐구의지평이명백해진다 ( 하이데거 2008, 53). 현존재는표상주의가상정하는것처럼외부세계와철저하게절연된의식이라고하는내적인영역에머물다가가끔표상을매개로세계나대상과관계하는초월적주체가아니라처음부터의식의촉수가세계와세계내대상과맞닿아있는존재로서처음부터자신을초월하여세계로나아가있는존재인것이다 ( 이기상 2008, 115). 후설의구성적현상학에서도해석을이야기할때, 해석은개별적대상에대한파악에앞서막연하기는하지만세계의식을통해이루어지는것이다. 어떤대상도무지상태에서만나는것이아니며, 막연하고비규정적이긴하지만나름대로의 선지식 을가지고이루어지는것이다. 막연하고비규정적선지식은시간이지나면서외적지평이확대되고, 이후내적지평에대한구체적규정작업이다시진행되면서구체적인앎으로바뀌어가는것이다. 이를후설은해명작업이라고명명한다. 결국어떠한체험도해석작용으로부터자유로울수없다는점에서구성적현상학, 초월론적현상학은해석학과연결된다 ( 이남인 2004, 374). 결국현상학적해석학은인간이자신의구성작업을다시반성하는과정을연구하는작업이된다. 인간은자신의초월론적반성구조전체를탐구하고자하기때문에, 현재이순간나에게주어진체험뿐아니라, 체험류속에서존재하는모든체험들의구조를해 88 세계정치20_5.indb 88 14. 5. 9. 오후 12:20

명하고자한다. 이점에서후설의초월론적해석학은데카르트류의초월론이현존재의한단면을포착하는데성공했지만, 체험의전체구조를탐구하는데실패했다는비판이이해된다. 데카르트가생각하므로존재하는현존재의순간적단면을이론적전제로삼았지만, 이러한핵을넘어서비규정적인일반적, 잠정적지평, 즉본래적으로경험되지는않지만필연적으로함께사념된지평 을탐구하지못한것을지적하는것이다 ( 후설 2001, 62; 이남인 2004, 378 재인용 ). 결국해석학적초월론적현상학의목표는모든초월론적모나드를포함하는총체적인절대적해명에있는것으로, 이러한초월론적초월세계가개별적인초월론적주관의현재체험들의지평들의총체라고할수있다 ( 이남인 2004, 379-380). 하이데거도인간, 즉현존재는자신의실존에입각해서자기를이해한다고전제한다. 현존재는자신으로서있을수도있고, 자신으로있지않을수도있다. 자신으로있지않은방식이비본래적삶의방식이며자신의실존에대한주도적이해를하는삶의방식이실존적삶의방식이다. 현존재의구조적자기성찰내지는자기분석인실존분석을통해인간은스스로의존재조건을이해할수있다. 실존의존재론적구조들의연관, 즉실존하는현존재의존재틀인실존성에대한이해가있어야하는것이다. 따라서모든존재론은거기서연원할수있는기초존재론을가져야하고, 이는실존론적분석론에서탐구되어야하는데이러한존재론을결여한채비본래적방식으로실존의구조를가정하는것이실증주의적존재론이라고할수있다 ( 소광희 2013, 50; 하이데거 2008, 21).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89 세계정치20_5.indb 89 14. 5. 9. 오후 12:20

4. 언어, 몸, 감정 모든인간이자신의생활세계속에서형성되는개성을가지고대상과타인을대하는것이라면, 인간은스스로를끊임없이해석하고타인을해석해가는존재이다. 자신의구성이스스로의의지에의한것이아니라생활세계속에서무비판적으로형성된것이기에스스로를해석하며현존재의의미를찾아가야하고, 역시마찬가지로형성된타인을이해하기위해서는타인의기호, 즉언어, 텍스트나말을이해하고해석하면서사회를이루는것이다. 가다머에의하면이해라는것은서로무관하게존재하는것처럼보이는상이한지평들의상호융합과정이고이는일차적으로언어, 텍스트에대한이해를통해서이루어진다 ( 가다머 2012, 192). 가다머는해석학을탐구하는과정에서딜타이에관해논하면서일정한심적구조를지닌개인은주위환경의제약과영향을받으면서자신의개성을형성하는데, 그고유한개성은어떠한원인의결과만은아니어서인과관계로는이해할수없으며, 그자체로서이해될수있는통일성을이룬다고본다. 이는삶의통일성과관계되는것으로스스로드러내는매순간어떤형태로든표현되고따라서모든표현에비추어서이해될수있다고본다. 결국개성은인과관계의질서와는무관하게그무엇인가가독특한모양새로완결된다. 이것이딜타이가말하는구조적인과성이며, 후설의개념으로보면의미인것이다 ( 가다머 2012, 81). 딜타이는의미가논리적개념이아니라삶의표현이라고보았고, 시간속에서흘러가는삶자체가항상적인의미단위들을형성하는지향성을가지고 90 세계정치20_5.indb 90 14. 5. 9. 오후 12:20

있다고보았다. 즉삶이해석학적구조를가지고있으며, 정신과학의진정한토대가되는것이다 ( 가다머 2012, 82). 해석은선개념과더불어시작되는데선개념은다시더적절한개념에의해대체되는끊임없는과정을겪는다. 끊임없이계속되는새로운기획은이해와해석의의미형성과정을결정하는데, 이것이가다머가해석한하이데거의이해과정이다. 이해하고자하는사람은사태자체를대하면서입증될수없는선입견으로인해혼란에빠져들고올바른의미를설정하는것은사태를대하면서입증되어야하는것이다. 이렇게계속의미를완성해가는것이이해의방법이고, 자신의선입견이과연타당한것인가를끊임없이탐구해야한다 ( 가다머 2012, 140-141). 이해가객관적이기를바란다면선입견없는이해가존재하기를바라겠지만, 가다머는이대목이철학적해석학이비판하는주된논점이라고지적한다. 즉일체의선입견을극복해야한다는계몽주의의전면적인요구가또하나의선입견이라는것이다. 그러한선입견을바로잡을때에만인간존재뿐아니라역사의식까지도지배하는유한성에대한이해의길이열릴수있다고본다 ( 가다머 2012, 151). 언어를매개로한존재구성및이해를넘어, 몸을매개로한자아구성에집중한철학자는메를로 -퐁티이다. 메를로 -퐁티는후설의신체개념을축으로발생적현상학위에서신체현상학을적용시키며인간의지각이몸전체를축으로구성적으로전개되는과정을밝히고있다. 후설도자연인식, 자연구성에관한해명의준비단계의하나로신체론을다루고있는데, 메를로 -퐁티는이를발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91 세계정치20_5.indb 91 14. 5. 9. 오후 12:21

전시켜기존의심신이원론을극복하고세계경험의신체적구조, 즉육화의문제를다룬다. 그에의하면인간의인식은불가피하게신체를매개로하기때문에추상적차원에서완전하고투명한인식을가지는것은불가능하며, 편견없는순수명증한인식을얻는것은불가능하다. 메를로 -퐁티는이를지각의현상학으로다루고있지만그함의는매우크다. 인간이신체를매개로생활세계에서인식을구성한다는것은인간의몸의개별적작동방식과사회적작동방식에주의를환기시키며, 이는국제정치의생활세계에도적용된다. 특히인간의몸은지각뿐아니라감정, 정서, 느낌등과상통하기때문에감정의국제정치학, 심리학적전회를재조명할수있는철학적근거를제공한다 ( 메를로 -퐁티 2002; 조광제 2004, 최재식 2009). III 구현주의적전회와탈실증주의인식론의모색 이상에서논한바들은철학적의미에서생활세계를복원시키며이를파악할수있는몸과감정, 존재전체를대두시킨다는점에서큰의미를가진다. 그러나철학적반성을적극적의미의이론화로발전시키려면보다적극적인이론화의계기혹은전제가필요한데, 이과정은좀더명료한개념들에의해뒷받침될필요가있다. 현상학과해석학의이론적전제들을흡수하면서이를인지과학의측면에서정교화한최근의경향이구현주의 (embodimentalism) 적전회로나타난다. 서구정신사에서지배적힘을행 92 세계정치20_5.indb 92 14. 5. 9. 오후 12:21

사하고있는이성중심, 정신중심, 원리중심, 추상주의, 분석주의, 환원주의, 개체주의등의전통에맞서, 인간실존의신체화, 환경구속성, 실천성, 상황화, 맥락화, 시간구속성등을강조하는사상적문화적흐름으로구현주의라고할수있다 ( 이기흥 2007, 320; Varela 외 2013; Lakoff and Johnson 2002; McClamrock 1995; Clark and Chalmers 1998, 10-23; Brown 외 1989; 32-42; Hutchins 1995; Wilson 1994, 351-372; 이기흥 2009; 윤보석 2008). 기존에몸과의식, 개인과사회, 이성과감성등을이분법적으로보던것을구현개념을통해신체적구현, 환경적구현, 실천적구현, 상황적구현, 신체-내재적구현, 방법적구현등으로구체화한것이다. 이는현상학과해석학, 특히메를로 -퐁티의몸철학과연결되는탈실증주의존재론과인식론을강화한다. 이시각에의하면인지는상황의존적이고, 시간에구속을받으며, 인지작업의일부는환경에분산될수있고, 환경은인지계의한부분이고, 인지는행위를위해있으며, 오프라인인지는몸에기초한다는것이다 (Wilson 2002, 625-636). 즉인지는체현된 (embodied), 구현된 (embedded), 확장된 (extended), 상황지어진 (situated), 분산된 (distrubuted), 넓은 (wide) 인지일수밖에없다는것이다. 구현주의인지론자들은인지를행위적실천의한형태로여겨사용하는몸 / 신체, ( 물리적 / 문화적 ) 환경, 맥락, 상황, 시간성등의요소들로실천영역을설명하고자한다. 바렐라의경우, 인간의인지는대부분무의식적인몸의작용으로이루어지며, 이과정에서복잡계적으로발제된의식이반성적인식을구성한다. 이과정은진화의역사를통해체화된것이며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93 세계정치20_5.indb 93 14. 5. 9. 오후 12:21

몸의과정과분리될수없다. 또한대부분의인식과정은몸과세계의무의식적교환을통해형성되고이를사후에극히일부분만의식이자기반성적으로인지할수있는것이다. 물론상대적이고, 합의적이며, 상호의존적으로발생하는세계가합법칙적이므로과학은가능하다고본다. 실제로인간이스스로를온전히자기의식적으로믿는다해도일상생활을문제없이영위할수있고, 완전히실용적인과학과공학은그릇된형이상학적가정위에기반하더라도가능하기때문이다 (Varela 외 2013; 365). 신체에근거한인지는비단합리적인지뿐아니라정서에도영향을미친다. 다마지오가논하는바처럼, 인간의신체는자기항상성을유지하기위해움직이며, 이러한움직임은일정한정서를산출한다. 또한인간의뇌는이러한정서에걸맞는사고를가진다. 즉정서에어울리는사고의출현, 혹은사고방식및심적절차양식의출현이다 (Damasio 2013). 신체화된의식을가장강조된형태로이론화하고있는것은레이코프와존슨이다. 이들은마음이본유적으로신체화되어있고, 사고는대부분무의식적이며, 추상적개념들은대체로은유적이라고본다. 인지과학의발견에기대고있는이러한논의는이성이탈신체화된것이아니라, 인간의두뇌, 몸, 그리고신체적경험의본성에서유래한다고본다. 이성은탈신체화되고초월적기능을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이성자체의고유한구조가신체화의세부사항에서유래한다는주장이다. 추상적이성은하등동물에존재하는형태의지각적, 근육운동적추론에근거하고그추론을이용하여진화한다는것이다. 따라서이성은초월적의미로보 94 세계정치20_5.indb 94 14. 5. 9. 오후 12:21

편적이지않으며, 신체화된방식으로존재한다. 또한이성은의식적이지않고대부분무의식적으로작동하고, 은유적 상상적 감정적요소와일맥상통한다 (Lakoff and Johnson 2002, 25-27; 노양진 2004). 결국구현주의는인간실존의구체적 실질적기반을보이며, 인간실존의자연성을재복원한다. 따라서구현주의는실존적자연주의를추구하는것이며철학적으로는현상학적해석학, 실존주의와일맥상통한다. 인간실존의자연적 문화역사적조건을탐구하며, 기존의이성중심, 정신중심의실증주의의한계를명확히한다. 가장중요한기점은몸담론이며, 이외에도환경, 타자, 상황성, 맥락성등생활세계적조건의구성적역할에주의를기울인다 ( 이기홍 2007, 338). 구현주의는비단철학뿐아니라사회과학및국제정치학적생활세계일반을총괄적으로조망하는기본시각을제공해주며, 향후이론화를위한방향을제시하는이점이있다. 또한구현방법의기초를인지과학에가둠으로써철학의내성적방법을넘어관찰과이론화를가능하게해주는장점도있다. 서론에서논의한바와같이탈실증주의비판을실증적으로함으로써실증주의의한계를보임과동시에인식론적유용성의한계도함께보여주는장점이있는것이다. 2 2 관련된국내연구로는은용수 (2013) 참조.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95 세계정치20_5.indb 95 14. 5. 9. 오후 12:21

IV 국제정치학의실천적, 심리학적전회분석 1. 실천적전회 국제정치의행위자에대한존재론적가정을새롭게해야한다는문제의식이대두되면서인간의행동을 실천 의관점에서파악하는노력이이루어지고있다. 이는인간의생활세계를복구하려한다는점에서위에서논한현상학및구현주의와상통하는부분이있다. 대표적으로풀리오트는인간의행동을이론화할때의식적심사숙고과정, 혹은반성과정을통해행동이만들어지는것이아니라는점에착안한다. 인간의행동은항상규칙에근거하거나혹은의사소통에서비롯된합리적행위가아니라실천 (practice) 이라는데강조점이있다. 인간은이론적지식이아닌실제적지식에근거하여행동하며이는그자체로명백하거나상식적인생각에기반하고있다. 현상학적해석학의관점에서보면인간은생활세계속에서스스로를실천속에서구성하며살아가고있는것이다. 이러한실용성은때때로실증주의적관점에서간과하는것이다. 인간의행동은이론적으로참으로증명된생각에의해추동되는것이아니라실용적유용성이있을때의미있는행동으로여겨지는것이다. 이는윌리엄제임스나후에로티로이어지는실용주의철학의진리관과일맥상통한다. 인간의행동을목적합리적행동으로이론화하지않고실용적실천에근거하여간주하는것이일종의 실천적전회 를이룬다. 이러한의미의인간의실천을이론화하는과정은표상주의적관점 96 세계정치20_5.indb 96 14. 5. 9. 오후 12:21

을벗어난인식론에의해가능하다. 인간은실천의근거가되는비표상주의적인식을하며행동의준거를만들고, 이러한실천의세계를파악하기위한인식론역시이와조응하는비표상주의적인식론에기반해야하는것이다. 표상주의는인간의행위가논리적으로일관된표상혹은기호의체계로재생되거나재현되는것이가능하다고가정하는인식론이다. 그러나인간의행위를실천으로간주할경우여기에대응하는표상체계를상정하는것이옳지않을수있다. 오히려표상을벗어난인간행동을어떻게인식하는것이옳은가의문제가대두될수있다. 이와관련하여국제정치학이론분야에서블레이커는모사적표상론에대비되는보다풍부한미학적표상론을설정한다. 전자가해석의과정과독립되어존재하는진실과사실의영역을가정하는데반해후자는모든표상이본질상불완전하며인식자의해석과결합될수밖에없다고주장한다. 특히정치적영역에서미학적표상론은현실과표상체계, 지시체와기호, 표상되는것과표상간의격차가불가피하다고보며이러한격차의영역이바로정치를구성한다고본다. 회화로하면사실주의회화와인상파회화혹은초현실주의회화와의차이라고볼수있다. 따라서오래된정치적문제를해결하려면창조적방법이필요하다. 기술적이성을넘어선민감성이필요한데, 이는언어로현상을파악하는방법을넘어서는것과연결된다. 블레이커는가다머를인용하면서언어적표상너머의예술적표현과전달이문제해결에새로운실마리가될수있음을강조하고있다 (Bleiker 2001, 512)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97 세계정치20_5.indb 97 14. 5. 9. 오후 12:21

인간의행동을실천으로보면모사적표상론으로인식하는데에는한계가있고결국이를넘어서는창조적인식론이필요하게된다. 그렇다면실천을만들어내는환경, 혹은장에대한분석이필요해진다. 국제정치의영역에서실천은이성적으로고안된전략적행동일수도있지만문화적으로규정된독특한장, 혹은습관의영역에서비롯되기도하는것이다. 대부분의국제정치이론은표상적이지않은행동과실천을설명하는인식론적도구를결여하고있다. 행동을설명할때결과의논리나적절성의논리를들어구분하여설명하지만, 이역시불완전한구분인데, 적절성의논리라하더라도역시도덕적숙고과정을상정한다는점에서표상적인식론의범주를넘어서지못하고있다. 이러한표상론적전제는앞서논의한실증주의, 혹은근대계몽주의기획의공통된가정으로인간을합리적존재라고가정하는존재론적명제에서기인한다. 인간의행동을추동하는인식중에서명백한합리성과맥락적합당성 (contextual reasonableness) 를구별하지못하게된것은사회적사실을파악하는데큰장애가된것이다. 실천적전회는사실이전의고전적현실주의존재론과인식론에서상당부분논의된바있다. 이들역시인간의정치적행동을이론적행동과구별하여, 이를분석적으로개념화하기도하고프루던스의개념을바탕으로규범론을제시하기도한다. 인간의행동을이론적이성과실천적이성으로나누는전통은서구의경우아리스토텔레스로소급된다. 이론적이성이분석적이고논리적이며의식적숙고에의해매개되고추상적기호체계로정리되어전 98 세계정치20_5.indb 98 14. 5. 9. 오후 12:21

개되는데반해, 실천적이성은전체적이고느낌에기반하며과거의경험에근거하여사리를분별하고구체적인이미지나은유, 내러티브에근거하여전개되고특정문맥에근거한지식을제공하며스스로자명한논리로설득되는특징이있다. 실천적이성의개념을고전적현실주의가받아들여이를체계화했다. 특히행태주의가팽배하던 2차대전직후의시절, 이를비판하면서규범적성격이짙은새로운정치이론의계몽을주장한바있다. 기존의계몽주의가진보, 발전, 이성에대한무비판적믿음을가졌던것을비판하며새로운계몽의필요성을논했는데, 모겐소, 니버, 헤르츠, 케넌등미국에서활동한고전현실주의의이론화에주목할필요가있는것이다. 이들은국제정치가합리주의, 행태주의에의해제한된관점에서이론화된상황을비판하면서, 즉 정치적인것 에대한의미가삭감되고, 과학적방법으로국제정치가이론화될수있다고믿으며, 규범적관점이상실된국제정치이론이문제가있다고비판한바있다. 특히합리주의적자유주의가정치및국제정치에대한관점을제한했고, 더나아가현실정치에서파시즘과독재, 민족주의의폐해를낳았다고주장했다. 보다구체적으로모겐소는국제정치의과학화야말로새로운억압을낳는것으로보았으며, 규범적인관점이필요함을역설했다. 니버역시신학적관점에서인간의악을논하고실천의필요성을논했으며, 헤르츠는기존의자유주의를비판하면서현실주의와자유주의의통합필요성을논한바있다 (Williams 2013, 647-665). 실천적이성, 혹은인간행동을실천적으로보는관점은인지과정에대한새로운관점을요구한다. 인간의학습이란의식적이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99 세계정치20_5.indb 99 14. 5. 9. 오후 12:21

고합리적인행위에의해이루어지기도하지만상당부분은암묵적으로자연스럽게얻어진다는것이다. 소위 몸에밴지식 으로이러한지식은합리적, 비합리적이라는관점에서구별되는것이아니라과거경험과환경적요구에따라형성되는것으로합리성과무관한 (arational) 한것으로파악되어야한다. 이들은비표상적지식으로, 언어로완전히표상되거나이론화될수없다. 풀리오트의경우로돌아가보면실천의존재론적배경, 혹은환경을설정하기위해부르디외의실천론에의거하여논리를전개하고있다. 행동의실천적성격을존재론적가정으로삼게되면새로운인간의인식형태에주목하게된다. 즉암묵적지식, 배경지식, 경험적지식등명백하게표상되거나숙고되지않은지식, 실천적지식이중요한결정요인으로등장하게된다. 표상적지식이의식적이고, 언어화가가능하며, 의도적인반면, 실천적지식은암묵적이고언어분절적이지않으며자동적인특성을가지고있다. 따라서전자는추상화가가능하고명확한도식에의해분석가능한반면, 후자는경험적으로얻어지고합당성을가지지만논리적으로분석되기는어렵다 (Pouliot 2008, 35). 실천의논리는실천의장인아비투스와연결된다. 아비투스는역사적으로이루어지고, 비분석적 실천적지식으로구성되며, 개인들로하여금무반성적 비숙고적으로어떠한행동을하도록추동하는일정경향의집합체이다. 하나의아비투스에속한개인은비표상적으로세계를인식하게되고, 스스로자기반성적설명이어려운, 합당하고상식적인행동을하게된다. 이러한아비투스는관계적으로형성되며간주관적성향들을포괄하여사회적관계 100 세계정치20_5.indb 100 14. 5. 9. 오후 12:21

를만들어내는데, 관계적특성들이개인들로내면화되어유지되는것이다. 개인은특정성향에따라자신의실천을생산하는데, 이는습관적행위생산과는별개로그때그때아비투스에기반하여새로운행동의체계를일신하여생산하는특성을가진다. 따라서개인은완전히자유로운비맥락적상황에서행동하는것이아니라주어진아비투스속에서상황에따라대처하며사회적관계속에서합당한행동을생산한다. 현상학적해석학의관점에서보면생활세계속에서개인이발생하고스스로를구성하며해석하면서살아가는상황이다. 이러한점에서아비투스를강조하는실천적전회는생활세계내존재인인간의존재론적특성의일면을잘파악하고있다. 개인이자신이속한세계로부터자유로운상황에서논리적으로세계를비판적으로재구성하여행동의전략을수립하는것이아니라, 애초부터세계속에던져진채로세계내존재로서대상과함께실천의단계를거치는것이다. 사회학분야의부르디외의아비투스론이주는함의는아비투스가권력의장이며, 개인은하나가아닌여러개의아비투스에동시적으로속하게된다는점을보여준것이다. 각각의아비투스는상대적으로자유로운논리를가지고개별의장으로존재하며, 이들은각각사회적 역사적으로구성된특수한권력관계를체현하고있다. 아비투스들은각각의맥락에서사회적으로인정된게임의규칙을가지고있고, 개인들로하여금의미있고합당한행동을하도록개인의행동을구성한다. 이는적절성의논리보다훨씬근본적인게임의규칙을의미하는데, 적절성의논리가합리적 의도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101 세계정치20_5.indb 101 14. 5. 9. 오후 12:21

적자기반성에의해지탱되는데에비해아비투스적행동은훨씬근본적으로구성적이기때문이다 (Pouliot 2008, 42). 호프는이러한풀리오트의아비투스이해가일면적이라고본다. 인간의행동을구성하는습관의역할을경시했기때문이다. 호프는인간이습관에의해지배되고있기때문에아비투스론이가정하는것보다훨씬더깊이사회구조에침잠하여영향받고있다고본다. 실천적전회는여전히행위자의역할을지나치게가정하여사회구조에미치는영향을과대평가하고있다고본다. 습관은변화를막는막강한힘으로사회적, 인식적, 때로는생리학적상황으로현상유지에막강한힘을발휘한다 (Hopf 2010, 545). 부르디외역시습관을독사 (doxa) 라는개념으로인식하고의식적으로인식된세계에대해전통적이고, 당연하게받아들여진요소로보고있다. 이러한무비판적으로선취된습관의구조는행위자의인식과태도, 그리고실천을현상유지적으로유지하는막강한힘을발휘한다. 실천적전회에서는실천의힘을과대이해하여사회질서에서행위자의역할과행위자가발휘하는변화의힘을과대평가하게되었다는것이다. 호프의습관론은현상학적으로생활세계에존재하는인간의상황을보다근본적으로드러내는역할을하고있다. 인간은스스로편익계산을하여습관을형성하기도하지만대부분사회구조속에서무비판적으로물려받거나모방하면서내재화한다. 이러한습관은감정적요소와함께취득되는데, 타인, 다른사회, 다른국가에대한신뢰혹은적대감역시습관과같은논리에의해내재화되어자동적인반응을불러일으키는것이다 (Hopf 2010, 541-542). 102 세계정치20_5.indb 102 14. 5. 9. 오후 12:21

사회는이러한습관적대응을강화하고습관적표준형태가자기실현적이며, 자동적인행동을불러일으킨다. 풀리오트와호프의논의는국제정치적생활세계의논리를보여준다는점에서탈실증주의존재론과인식론을보다철저하게보여주는장점을가진다. 풀리오트는안보공동체를분석하면서외교행태가하나의아비투스로자리잡아, 공동체를만드는기초적장이되는상황을보여준다. 국가들간에실천을통해자리잡은신뢰는역사적경험과관계속에녹아들어있어안보공동체의구성적요인이된다. 이과정에서합리적, 반성적행위를넘어서는외교적신뢰를구성하고, 문제를비폭력적으로해결하는실천을가능하게한다는것이다 (Pouliot 2008, 117-118). 여기서풀리오트는이러한외교적실천이습관은아니라고본다. 일상화된외교행태는습관적반복은아니며일정한틀을가진실천적경향의표현이라는것이다. 바로여기서호프의습관론과차이가난다. 호프는국제정치적행위의상당부분은실천의영역이전의습관에기초한것이많다는점을보이고자한다. 일례로국가간신뢰를들수있는데, 한국가의주된정책결정자가타인, 혹은타국가에대한신뢰를가지고있으면이는자동적이고비반성적인반응을불러일으킨다. 국제정치에서습관적행동이관찰되면여태까지의합리주의적가정이사실상무너지게되는데, 대표적인예로수인의딜레마게임을든다. 만약한행위자가파트너에게대해신뢰를가지고있으면, 상황과무관하게습관적으로협력을하게되고, 신뢰를가지고있지않으면합리적계산과무관하게배반하게된다. 결국수인의딜레마게임의주된가정인불완전한정보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103 세계정치20_5.indb 103 14. 5. 9. 오후 12:21

및소통불가능성은그리큰변수가아니게되는것이다. 우적관계는합리적으로계산되는것이아니라이미행위자의인식속에스며들어있는것이기에안보딜레마역시무의미해진다. 국제정치에서수인의딜레마게임을원용하는현상들, 즉군비통제, 무역레짐, 상호협동사례등을분석할때, 만약습관의힘을강조하게되면기존의실증주의적분석은사실상무의미해진다. 오히려생활세계적국제정치의장에침잠해있는행위자들을이해하는것이훨씬더중요해진다 (Pouliot 2008, 145-149). 2. 심리학적전회 아비투스와습관의힘을강조하는전회는감정의요소를강조하는국제정치이론에서더욱두드러진다. 머서는감정이상황을판단하는데중요한요인임을강조한다. 특히상대방으로부터전달되어오는신호의내용을해석하는데감정적요소가이미개입하고있기때문에이를합리적으로판단하는것이아니라이미특정한틀에의해서, 가다머적표현으로하면선입견을가지고판단한다는것이다. 국제정치에서상대방이일정한신호를보내면이러한신호가믿을만한것인지를판단해야하는데, 믿을만하다는것은불완전한지식을전제한것이고, 불완전한지식을믿을것인지를결정하는것은결국상대방에대한감정적믿음이라는것이다. 따라서감정은신뢰가능성이라는요소를구성하는데, 신뢰를결정하는증거에대한해석이감정에좌우되기때문이다. 만약객관적으로신호에대한믿음이결정된다면이는이미믿음이아니고지식 104 세계정치20_5.indb 104 14. 5. 9. 오후 12:21

의영역이되고만다. 머서는이러한국제정치상황이한국전쟁당시미국의상황분석에녹아있었음을보여감정의중요성을논하고있다 (Mercer 2013, 225). 감정은또한규범과정체성, 신념체계및인지과정에서인식자에갖추어져있는습관이자기억이라고본다. 특히감정이론에서윌리엄제임스는감정이인간신체적현상이라고간주함으로써몸과감정의긴밀한연관성을논하는데, 사회관계에서감정적차원을포착한다는것은결국몸과정신간의유기적관련을함께보아야한다는것이다 (Ross 2006, 197-222). 로스는국제정치현상에서감정의역할을구성주의적으로파악하는데, 웬트의경우정체성을결정하는요소로인간의관념을중시했다면, 로스는인간의합리성에과도하게의존한웬트와는달리감정의구성적역할에주목한다. 로스는구성적차원에서작동하는기호체계가관념적, 내용적기능을가진것으로보는것은제한적이라고간주한다. 오히려기호체계는라캉의견해를빌면정서적, 감정적내용을내재한상징이라고보아야한다는것이다. 감정의구성적역할에주목하게되면물질과의식, 몸과마음이라는이분법을극복할수있는장점이있다. 감정은정신적반응이몸에내재된것이기때문이다. 또한개인과사회적차원을함께볼수있는데, 감정은사회적현상에대한개인의반응이기때문이다 (Ross 2006, 214). 에즈넥은보다경험적인연구로동맹에내재된감정적차원을분석한다. 동맹국가들간의의견충돌혹은전략적갈등이단순히합리적이해관계의충돌을넘어서관계를악화시키는데에는양국의역사속에내재된감정적차원이작동하기때문이라는것이다.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105 세계정치20_5.indb 105 14. 5. 9. 오후 12:21

이로인해상호간의믿음에대한배반감이커지고위기감이고조되며유대감이급격히약화되는현상을보인다. 에즈넥은 1956년수에즈운하사건당시미국과영국관계를분석하여이러한차원을부각시킨다. 더불어동맹국가들간의관계회복역시감정내재적상황에서는다른관계보다훨씬신속하고근본적으로이루어짐을보이고있다 (Esnack 2011). 감정의요소는부정적국제관계에도적용된다. 파타와피에르케는너스바움의감정이론에기대어인지주의적감정론을전개한다. 이에의하면감정은사실상이성적판단이전제되어발생하며, 가치판단을거쳐서나타난다는이론이다. 감정은스스로제어할수없는상황에이성적으로반응하는과정이기때문에감정이합리성에대한반대라기보다는복리추구적판단 (eudaimonistic judgement) 이라는것이다. 이들은부정적감정의한예로모욕감 (humiliation) 을고찰하는데, 자신의위신에대한배반의감정이국제정치적행동으로나타나는경로를서구에대한중동국가들의정책에서찾아내고있다 (Fattah and Fierke 2009, 67). 부정적감정의다른예로는복수감을들수있는데, 이역시막연한공격감정이아니라부정적상호작용의하나의층위이다. 자신이당한피해에대한상호적행동으로감정적만족을얻고자하는동기에서출발한복수감은국가정책의동기를구성할수있다는점을보이고있다. 국가의주요정책결정자들은사회의집합적감정을내재하고있으며, 국민과공유된감정으로이러한감정적틀과규범을정책에반영한다는것이다. 로웬하임과하이만은 2006년레바논전쟁에서예를찾고있다 (Löwenheim and 106 세계정치20_5.indb 106 14. 5. 9. 오후 12:21

Heimann 2008). 감정에주목하는소위심리학적전회는국제정치적생활세계의있는그대로의현상속에서의미있는변수를찾고자한노력이다. 특히감정이란개인의선택으로가지게된합리적요소라기보다는사회속에서통용되는선입적요소를체현한결과이며, 이러한결과가사회구성원들에게공동으로내면화되어정책으로표출된다는것이다. V 동아시아국제정치이론에대한함의 이상의논의들은동아시아의국제정치를분석하는데많은함의를가진다. 동아시아국제정치현실을설명할때서구의국제정치이론을직접적용하면정확한분석이어렵고향후의정책적함의를찾는데에도한계가있다는논의가활발하게이루어져왔다. 이러한문제점은비단서구와비서구의구분에서비롯되는것이아니라서구국제정치학이론의인식론적한계자체에서도비롯된것이기때문에탈서구적전회의필요성이함께지적되어왔다. 그러나서구이론의문제점을극복함과동시에동아시아지역에맞는이론화의메타이론적, 즉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적전제를확립하는데에는여전히많은논의가필요한실정이다 ( 전재성 2011). 이를위한하나의작업으로앞에서논의한현상학과구현주의적전회가주는함의를살펴보면서이글을마치기로한다. 3 첫째, 역사의중요성이다. 동아시아국제정치생활세계의발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107 세계정치20_5.indb 107 14. 5. 9. 오후 12:21

생과전개과정을, 사태그자체로살펴보는일이우선적으로중요하다. 그간의동아시아에대한이론적분석은서구이론의적용및실증주의인식론의적용이라는이중적전제가있었고이는동아시아국제정치의사태그자체를보지못하게하는전제로작용했다. 따라서이들에대한판단중지및현상학적환원이당분간필요한상황이라고볼수있다. 이는동아시아생활세계적국제정치현실에대한존재론적분석을가능하게한다. 그속에서실천적행동을하는동아시아인들의현존재, 자기해석적상황을내재적으로분석하지않으면동아시아국제정치를이론화하는것은불가능하며, 이는필연적으로시간적차원을전제한다. 따라서역사의흐름속에서동아시아국제정치를사례가아닌발생적생활세계로전제하고이론화하는것이필요하다. 3 둘째, 동아시아인들의존재전반에대한이해로구현주의의전제가필요하다. 동아시아인들이국제정치라는생활세계에서살아가는동안신체전반, 환경과맥락전반이엄청난힘을발휘한다. 동아시아인들은정책결정자이든, 일반국민이든이미역사적으로구현된신체와환경속에서국제정치현실을해석하고이해하며, 실천하고습관적으로반응한다. 특히국제정치의영역은적나라한폭력의영역으로신체에각인되는물리력이엄청난힘을발휘하는실천의장이다. 행동의지평을이해하지못하고실증주의적이론을적용하는것으로동아시아국제정치를이해하는것은사실불가능하다. 예를들어 19세기부터의일본제국주의에대한 3 관련된국내연구로민병원 (2012), 도종윤 (2013) 등참조. 108 세계정치20_5.indb 108 14. 5. 9. 오후 12:21

기억의정치는비단관념과문화의문제가아니며이미한국의신체와몸의일부로인지된과정에뿌리박고있다. 따라서신체화된몸이론에서논의하듯동아시아인은특수한국제정치적몸, 특히폭력이체화된몸의인지과정을이미구현하고있기때문에, 문제의근원은훨씬깊다. 그러한몸은또한감정의차원을동시에구현하고있으므로, 국제정치의많은문제들, 이들을표상하는기호들은표상주의적이아닌, 해석학적 미학적 이입적이해와처방이필요하다. 셋째, 실증적연구의중요성이다. 이러한동아시아국제정치의현실을현상학적, 해석학적, 구현주의적메타이론을전제하여분석하는것과실증적으로연구하는것은양립가능하다. 문제는실증적연구를이끄는자연과학적이성을경험분석의유일한지표로삼는실증 주의 이다. 따라서실증적연구와탈실증주의적메타이론적반성을어떻게결합하는가가향후동아시아국제정치이론화의주된과제가될것이다. 또한이러한실증적연구는반드시적절한개념틀을필요로한다. 개념은동아시아인들이사용하는역사내재적언표행위이자, 분석의도구이기도하다. 따라서언어적전회역시이와관련된중요한시사점이있다. 동아시아국제정치를대상과분석의차원에서적절한개념으로표상하고분석하지않으면역시서구의역사를내재하고있는서구의개념을빌려쓸수밖에없다. 더나아가서구경험의특수성까지포괄할수있는지구적차원의이론적개념을지향하는것이탈서구전회의근본목적이될것이며, 이러한측면에서개념사연구의가치또한높다고할것이다. 탈실증주의국제정치학인식론의모색 109 세계정치20_5.indb 109 14. 5. 9. 오후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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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전재성 Chun, Chaesung 서울대학교정치외교학부외교학 (International Relations, Seoul National University) 교수및서울대학교국제문제연구소 (Center for International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소장서울대학교외교학과학사및석사, 미국노스웨스턴대학교국제정치학박사논저 동아시아국제정치 (2011), 정치는도덕적인가?: 라인홀드니버의초월적현실주의 (2011), 2008년경제위기와미중관계의변화, 한국의전략 (2012), 구성주의국제정치이론에대한탈근대론과현실주의의비판고찰 (2010), 강대국의부상과대응국의전략연구 (2009). 이메일 cschun@snu.ac.kr 112 세계정치20_5.indb 112 14. 5. 9. 오후 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