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 조경식 ( 전북대 ) 들어가는글 괴테와나란히독일고전주의를대표하는프리드리히쉴러의 미학편지 는서구사회가전근대에서근대내지초기현대로넘어오는구조적격변기에, 그리고프랑스혁명이라고하는세계사적인사건이발발해서진행되고있던 18세기후반에완성되었다. 미학편지 가다루고있는사안이이전의 칼리아스편지 의그것과마찬가지로아름다움과예술의정체성과기능에대한내용으로집약되고있지만후자와는달리그에대한논의가아름다움과예술자체에국한되지않는다. 미학편지 는인간의미적교육이왜필요한지에대해그논의를당시정치적, 사회적상황과연계해서철학적역사철학적관점에서전개하고있는까닭에 미학편지 는문학내지미학의분석대상으로국한되지않고, 교육학, 철학, 정치학, 사회학, 역사철학에서도주요연구대상이되어왔다. 이에 미학편지 에관한연구물은대략적으로도개괄이불가능할정도로수많이출판되어왔다. 미학편지 의연구물들이셀수없이쏟아져나온또다른이유는, 독일이하나의국가로서통일을이루지못한상태에서독일의정체성을피로엮인민족공동체가아닌문화공동체로서주장한정치권에의해쉴러가독일문
166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화의정체성을대표하는두명중의한명으로간주되어연구가장려된상황도있다. 나아가서혁명다운혁명, 아래로부터의혁명의역사가없는독일의현실에서그런혁명내지혁명담론에대한수요가있었고, 이에혁명 (Revolution) 을대신한 ( 종교 ) 개혁 (Reformation) 과별도로 미학편지 가바로이런수요를채워준까닭에 미학편지 에관한연구는독일의중요한사안중의하나였다. 이와같은이유들로인해서 미학편지 에관한연구상황은전체적인개괄이불가능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크게구분해볼수있는단하나의가능성은그것을다루는학문들, 즉문학 / 미학, 정치학, 사회학등학문이선택하고있는내용적인면이다. 이학문들이자신의관점에서분석대상으로삼는 미학편지 의주요내용은인간교육, 정치개혁, 사회의분업화와인간소외, 예술의기능과정체성등인데, 이글은이런내용들이 미학편지 에서논리적으로어떻게연관되어있는지에관해설명을하려한다. 1. 문학과예술에관한근본적인물음제기 프리드리히쉴러가관심을가지고심취했던분야는신학, 의학, 역사학, 문학등다양했다. 그러나그가궁극적으로활동했던분야는문학과예술이었고이에자기자신을 " 예술의관리인 (Sachwalter der Kunst)" 1) 으로이해하고 " 예술의관리인 " 으로예술이시대적으로당면하고있는문제의해결에몰두한다. 2) 1) Brief an den Herzog von Augustenburg vom 13. Juli 1793, Jonas Bd. 3. S. 329. 2) 쉴러의이같은자기이해에반론을펴는의견도있다. 예컨대비트코프스키는쉴러를정치가로서이해하면서그를 - 정치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미학적인길로들어선 - ' 길을잘못든자 ' 로설명한다. W. Witkowski, Wie historisch ist die 'aktualisierte Historizitaet'? In: Verlorene Klassik? Ein Symposium, hrsg. v. W. Wittkowski, Tuebingen 1986, S. 309-327. 그러나이는해석의결과일뿐이고, 쉴러가자신을예술의 관리인 으로지칭한것은엄연한사실이다.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67 그가 " 예술의관리인 " 으로서인식하고있는문제지평은전근대사회가프랑스혁명과산업혁명의과정을거치면서기존의질서가무너지고사회의제분야가기능적으로독립해가는, 사회의분화현상이일어나고있다는통찰과경험에서형성된다. 사회의각분야가저마다특수한기능을토대로자율적체계로자리를잡아가는분업화현상 3) 으로말미암아생겨나는, 문학 예술과직접연관된문제는문학 예술역시하나의자율적인사회체계로정립되어야하는데, 이자율적인체계가어떤정체성을가지고있고, 나아가서오직이분야가충족시킬수있는사회기능이무엇이냐는물음이었다. 전근대사회에서문학과예술은키케로의표현을빌리면진리를가르쳐주고 (docere 眞 ), 마음에충격을주어교화시키고 (movere 善 ), 즐거움을주는 (delectare 美 ) 기능을수행해왔다. 물론플라톤은문학과예술의이런기능을그의 국가론 에서인정하지않고피상적인현상성만을중시하고, 실생활에도움되는실용적인지식은제공하지못하고오히려인간을도덕적으로타락시키는제도로본결과문학과예술에대해통렬한비판을가했다. 4) 플라톤의이비판을역으로해석해보면문학과예술이진 선 미의기능을충족시키지못한다는주장으로이해될수있다. 플라톤의이런비판에대해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에서문학과예술이개연성을띤진리를전달해주고, 마음을굳건히도덕적으로교화하고, 더욱이재미를부여해주는것으로설명하고있다. 5) 전근대사회에서면면히요구되고충족되어온이같은문학과예술의진 선 미기능은정치적인내포도갖고있었다. 규범시학의일종인 " 상응의법칙 (aptum)" 은소재, 주인공, 언어, 장르의상응적연관성을요구함으로써문학과예술에서신분제위계질서를재현하는기능을수행한다. 6) 이에문학과예술의진 선 미의기능은바로위 3) N. Luhmann, Gesellschaftliche Struktur und semantische Tradition, in: Gesellschaftliche Struktur und Semantik, Bd. 1, Frankfurt/M. 1980, S. 9-71 을참조. 4) Platon, Der Staat, übers. v. W. S. Teuffel/W. Wiegand, in: Platon, Sämtliche Werke, 3 Bde., Köln 1964, hier Bd. 2, S. 371(597e-598b), S. 377f(620a-b) 을참조. 5) Aristoteles, Poetik, ubers. v. M. Fuhrmann, Munchen 1976, S. 44, 58ff. 을참조.
168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계질서를진리로표현하고, 전근대사회지배계급의자기재현, 자기과시를재생산해내면서위계질서에따른불평등한사회질서를고착시키는데일조한다. 그러나전근대의위계질서사회가현대의기능사회로변화하면서사회의분화가이루어져진리전달은교육분야로, 심성에충격을주는 ( 도덕적 ) 교화의기능은도덕, 윤리분야로독립해나감에따라문학과예술은즐거움을주는아름다움만을자신의유일한영역으로정당화해야할과제를떠안게된다. 그러므로사회의분화라는시대적인상황에서쉴러가제기하는핵심적인물음은바로예전에는진 선 미의통일체로서간주되었던문학과예술의정체성이오직미, 즉아름다움을통해어떻게정립될수있는지, 그리고아름다움이, 문학과예술이사회적으로어떤기능을수행하는지에대한것이었다. 쉴러의견해에따르면정치, 경제, 교육과마찬가지로독립적인사회체계로자리를잡아야할문학과예술은오직아름다움을주영역으로삼아야한다. 이아름다움이구체적으로어떤것인지 ( 정체성 ) 의물음은이미 " 칼리아스혹은아름다움에대하여 " 라는편지에서다루어진바있다. 이때아름다움은칸트가논증한바와같이주관적인판단에근거한것이아니라객관적으로정의될수있는것이라는방향에서논의된다. 그러나결국판단주체에의해서대상에실천능력을부여한후대상이가상적으로자유롭게보일때아름답다고판단됨에따라아름다움을객관적인것으로즉 " 현상에서의자유 (Freiheit in der Erscheinung)" 7) 로정립하려고했던 칼리아스편지 의시도는실패로돌아간다. 그결과쉴러는아름다움을다시새롭게정의하려고시도하며이시도는마침내 미학편지 에서수행되기에이른다. 아래의인용에서보다시피쉴러는 미학편지 의첫번째편지에서아름다움과예술에관한연구의결과를적시하겠다는의도를분명히 6) L. Fischer, Gebundene Rede, Dichtung und Rhetorik in der literarischen Theorie des Barock in Deutschland. Tubingen 1968, S. 184-252 을참조. 7) Brief an Korner vom 18. Febr. 1793, Jonas Bd. 3. S. 256.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69 드러낸다. 내가아름다움과예술에관한연구결과를편지형식으로당신에게보내는것을허락해주셔서감사합니다. 나는이연구의중요성을분명하게의식하고있으며, 매력과가치도함께느끼고있습니다. 나는이연구를통해인간의최고행복의문제와직접적으로연결되어있는대상아름다움에대하여말하려고합니다. 8) 그러나문학과예술에서표현되는아름다움이무엇이냐는물음은 미학편지 에서처음부터제기되고다루어지지않는다. 이물음보다앞선것은아름다움이, 혹은아름다움만을자신의정체성으로가지고있는문학과예술이사회적으로어떠한기능을하느냐의문제였다. 쉴러의논리전개는이기능이무엇인지를설명하고, 이기능으로부터아름다움의정체성을역으로추론하는논리적인수순을따른다. 2. 정치와사회의문제점과그해결가능성 역사가이기도한쉴러는 9) ' 당대의시민 ' 이라는시대의식을가지고시대 8) Fr. Schiller, Schillers Werke. Nationalausgabe, hrsg. v. L. Blumenthal und B. v. Wiese, Bd. 20. S. 309. 미학편지 의인용은이후로 NA 20. 페이지수로표기함. 미학편지 는원래쉴러가지병으로고생하며경제적인곤란에빠져있을때도움을준아우구스텐부르크대공에게편지형태로보낸것으로 1793 년 2 월부터 12 월까지거의 1 년간에걸쳐작성된것이었다. 그러나이편지들이궁정의화재로인해소실됨에따라 미학편지 는새로집필되어 1-9 번째편지는 1795 년 1 월에발간된호렌지 1 권에, 10-16 번째편지는 2 권에, 17-27 번째편지는 1795 년 6 월의호렌 6 권에서발표되었다. 9) 그는예나대학에서역사학교수로임용된적이있었다. 이때그가기조강연으로발표한 세계사는무엇이고무슨목적으로연구하는가? 는낙관적인역사의식을드러내지만곧이런낙관적인역사관은프랑스혁명의전개상황으로인해수정되어역사의흐름은우연과파괴적인전쟁에의해서과거로회귀될수도있다는입장을취한다.
170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의문제에대해늘고민하고그것의해결을위해노력한, 누구보다도시대상황을염두에둔작가이자이론가였다. 미학편지 가쓰여진 18세기말은전근대사회구조를뿌리채뒤집어놓은프랑스혁명이란전대미문의사건이발발한때였고, " 인류의운명이걸려있는 " 사안이, 즉일반시민이사회의중심이되어이성적법칙을국가의최고법으로삼으려는아래로부터의혁명이실현되느냐마느냐는절박한상황이었다. 이런역사적인시점에서쉴러는모든이들이주목하고있는정치현실에서눈을돌려서아름다움과예술에관한연구를하려고시도한다. 이에쉴러는 미학편지 의 2번째편지에서자신의이시도가시대에서벗어난것이아닌지내지는시대착오적인것이아닌지를자문한다. 미적세계를위한법칙서를찾는것이최소한시대적요구에서는벗어난것이아닐까요? 왜냐하면도덕적인세계의사실이훨씬더당면한관심거리를제공하고, 시대적상황때문에철학적인탐구정신은예술작품가운데가장완전한예술작품, 즉진정한정치적자유를구축하는일에몰두하도록요구받고있기때문입니다.(NA 20. 310) 물론이부분을수사적어법으로이해할수도있다. 그러나그의전기 ( 傳記 ) 를아는사람이라면이발언의진정성에대해서회의할수없다. 여기서쉴러는스스로가던진회의에대해다음과같은답을내놓는다. 시대에휩쓸려들어가그안에서문제가되고있는사안에몰두하는것만이능사는아니고, 오히려시대에서한발자국떨어져거리를취해서시대전체의흐름을조망하고그것에대해비판의목소리를제기하는것도시대에기여하는방식이라고한다. 쉴러는 2번째편지에서인간의자유를정치적인혁명을통해실현하려는시대의흐름에대해, 즉 " 시대의취향 " 에대해이의를제기한다. 그가시대의취향에서무엇이문제가되는지는비록아직밝히고있지않지만, 그는선언적으로그런정치적문제의해결을위해서는정치가아니라오직예술이란길을통해서나가야한다고한다.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71 왜냐하면인간은오직아름다움을통해서만자유로나갈수있기때문이라는것이다. 현실에서정치적인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미적인길을선택해야한다는것을당신이확신할수있길바랍니다. 자유에이르는길은바로아름다움을통해서만가능하기때문입니다.(NA 20. 312) 이로써쉴러는정치개혁을위해정치적방법대신에예술을, 직접적이고실천적인사회개혁대신에사회를형성하는인간자체의개혁에, 예술에의한인간의교육을대안으로제시하고아름다운문학과예술을인간의자유를실현시키는제도로정립한다. 이어지는편지들은바로이점을논리적으로증명해나가는수순을밟는다. 이에아름다움과예술에관한논의는일단잠정적으로중단되고, 당대의정치현실, 프랑스혁명, 그리고사회개혁이어떻게실현될수있는지의정치사회적담론이이후편지의중심내용을이룬다. 2.1. 프랑스혁명의정당성과문제점 미학편지 의 3번째편지에서쉴러는먼저 18세기말시대전체의움직임에대해서, 프랑스혁명에대해서역사철학적입장에서그것의정당성을옹호한다. 이성이깨어나기이전의인간은자연의목소리에따라움직이는자연의피후견인이었으며, 자연의본능에따라살아온인간은힘에의해지배되는 " 자연국가 " 의일원이었다. 그러나이성이깨어나고, 오직법칙성에준해서판단하는이성앞에서힘에의한지배는더이상정당성을가질수없다. 힘에의한지배는깨어난이성앞에서그어떤권위나복종을강요할수없게된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힘에의한지배가, 즉 " 자연국가 " 가자신의존립을주장할경우, 국가의일원인국민들의합의하에이
172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국가를존재하지않는것으로할수있다. 이와같은쉴러의역사철학적테제에따르면프랑스혁명은힘에의해지배되는 " 자연국가 " 를이성의법이지배하는 " 도덕국가 " 로바꾸려는시도가되고, 이에그정당성도확보되는것이다. 그러나 " 자연국가 " 는현실적으로존재하고있고, 실현되어야할 " 도덕국가 " 는지향해야할목표라는점에입각해서이목표를이루기위해현실적으로존재하는자연국가를일단해체하고보는것은쉴러의견해에따르면위험천만한시도이다. 그이유는쉴러의정치관으로부터설명된다. 그의정치관에따르면국가는국가를이루는국민들의품성이객관화된형태이다. 따라서 " 자연국가 " 를 " 도덕국가 " 로개혁하려는프랑스혁명의시도는자연인간을도덕인간으로갑작스럽게변화시키려는시도이고, 이는현실적으로존재하고있는자연인간의존재자체를부인하는행위일뿐, 이릍통해서도덕인간의존재가실현되리라는보장이없기때문이다. 실현이보장되지않는것을위해서이미있는것을없애는짓은무모한행위에불과한데, 이를쉴러는비유적으로자연인간이스스로도덕인간이되어서자신의의지에따라법규에복종하기전에그의발밑에서 " 사다리 " 를치워버리는격으로설명한다. 이부분에서쉴러가프랑스혁명을어떻게생각하고있는지가분명히드러난다. 그는프랑스혁명을실패한혁명으로보고있는것이다. 자연국가를폭력을통해없애고그자리에제도개혁을통해서법치국가를세우려는시도는자연인간을한순간에이성인간으로바꾸려는무모한시도였다는것이다.(NA 20. 314f을참조 ) 쉴러의견해에따르면자연인간은부인할수없는현실이고이성인간이실현되어야할목표라면이둘을중재할, 즉자연인간으로부터이성인간으로넘어가야할중간단계가필요하다. 이때중간단계는바로자연인간과이성인간의속성이함께존재하는제3의성격으로요청된다. 즉자연인간이힘을중시하고육체적본능에따르는감성적존재이고이성인간이육체대신정신, 감성대신이성이우위를점하는인간이라면제3의성격은육체적이면서정신적인존재, 감성을가지고있으면서이성적이기도한성격을뜻한다.(NA 20. 315을참조 ) 미학편지 의 4번째편지에서바로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73 이제3의성격이어떤성격인지가보다분명히설명되고있다. 그것은육체와정신, 감성과이성이조화를이루는성격으로서마땅히따라야할이성적법칙을감정적으로좋아하며실천하는성격이다. 제3의성격은따라서인간의모든속성을뜻하는전인성, 총체성의다른표현이기도하다. 이로써쉴러는정치개혁을이루려는시도의전제조건이무엇인지를분명히한다. 그러므로총체성이야말로강제에의한국가를자유의국가로바꿀능력과품격을가지려는국민에게반드시나타나야하는특성인것입니다.(NA 20. 318) 정치개혁을위해요청된인간의총체성은쉴러의인류학적기본원칙에따르면인간의본래적인인간성이기도하다. 10) 따라서총체성을지닌인간만이올바른의미에서인간이고, 총체성을갖추지못한, 즉총체성을상실한상태는인간이스스로부터소외된양상이다. 이때인간의자기소외는두가지방식으로나타나는데, 이성적법칙을무시하고자신의감정과본능에만충실한 " 원시인 " 과이성적인것, 정신적인것만을존중하고감정과본능이사장된무기력한 " 야만인 " 이그것이다. 이인류학적기본원칙에따라쉴러는 5번째편지에서당대의사회를관찰하고프랑스혁명을되돌아본다. 관찰의결과는극히부정적인데, 사회는단지자기로부터소외된인간형만을보여줄뿐이었다. 자연국가라는건물이흔들리고, 건물의취약한토대도허물어졌습니다. 따라서법을왕좌에세우고드디어인간을목적자체로서존중하며, 진정한자유를정치적결속의토대로만드는물리적인가능성이주어진것처럼보 10) 숼러는인간을감성적이면서동시에이성적인존재로보지만그통일성을칸트처럼감성에대한이성의우위에서보지않는다. 칸트의정언명령에서표현되는감성에대한이성의통제는쉴러에게는이중적존재에대한정당한고려가될수없다. 쉴러는이부분에서이성과감성의조화로운통일성을이성에의한감성의통제보다우위에둔다.
174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입니다. 이는헛된희망입니다! 도덕적인가능성이결여되어있습니다. 그래서많은것을얻을수있는이순간에아무것도받아들이지못하는세대를발견하게됩니다. 인간은행동을통해서자신을표현합니다. 그런데지금이시대의드라마에서나타나고있는것은대체어떤형상인가요! 한편에서는미개의상태이고다른한편에서는무기력의상태입니다. 인간의타락상을드러내는극단적인두상태지요. 이두가지가같은시대에동시에나타나고있습니다!(NA 20. 319) 특히프랑스혁명을이끌고있는하층계급은이성적법규를추종하지않고오직자신의욕망충족에만몰두하는 " 원시인 " 으로, 지도세력은원칙만을추종함으로써 " 노예의노예 " 가되어수많은사람들을기요틴밑으로집어넣은 " 야만인 " 일뿐이었다. 이에쉴러는프랑스혁명의필연성과정당성은인정하지만결국에는실패한혁명으로간주하며, 나아가서이실패한혁명으로인해인류의역사가보다좋지못한과거로퇴보했다고비판한다. 신성한인권에헌신하고정치적자유를쟁취하기위한프랑스민족의시도는이민족만을야만과노예상태로되돌려놓았을뿐만아니라이민족과함께다른부분의유럽과한세기전체를그와같은상태로되돌려놓았습니다. 11) 2.2. 인간의자기소외와그근원 지금까지의논리전개에따르면프랑스혁명실패의원인은첫째로혁명이념의실현을위해실제의현실을간과해서기존국가를무작정파괴한것이고둘째로는혁명을이끌고따른자들의도덕적인무능력, 다시말해서인간성총체성의상실이었다. 그런데위에서살펴보았다시피혁명실 11) Brief an den Herzog von Augustenburg vom 13. Juli 1793, Bd. 3. S. 333.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75 패의보다근원적인원인은바로두번째에있는것으로확인되었다. 이에쉴러는총체성의상실을, 즉인간의자기소외를정치개혁을위해시급히해결되어야할문제로보고있다. 인간총체성의상실, 인간의자기소외가대체무엇으로인해생겨난것인지에대한물음에앞서서쉴러는고대그리스의인간과현대의인간을서로비교한다. 여기서고대그리스인의품성은 - 그리스의신성으로표현된형태로간주되어 - 보편적인인간성의서로다른변형으로설명되는반면, 현대의개인은인간이지닌속성들중에서하나만을드러냄으로써인간성의파편화된형태만을보여줄뿐이다. 이성은인간의본성을분해한다음확대시켜서장엄한신들의영역안에따로따로투사하였습니다. - 그러나이것은이성이인간내면의본성들을조각조각분해해놓은것이아니고, 다양한방식으로혼합시켜놓은것입니다. 왜냐하면모든신들은인간성격의전체성, 말하자면인간성을소유하고있기때문입니다. 우리현대인의경우는얼마나다릅니까! 우리의경우에도종전체의모습이확대되어서개인들안에따로따로나타나고있습니다. 그러나다양한혼합물로서가아니라부서진파편조각의형태로되어있어서종의전체적인모습을모아놓으려면이사람저사람에게두루물어보아야만합니다.(NA 20. 322) 과거에는완벽했던인간의모습이현대에들어와서이렇게왜곡되고스스로부터소외된원인은쉴러의견해에따르면바로문화의역사적발전에기초해있다. 즉인류가발전하기위해서는각개인들이지닌특별한능력을극대화시킬수밖에없었고, 이런발전은인류전체에게발전을뜻하지만인간개개인에게는총체성의상실을, 인간성의왜곡을가져다줄뿐이라는것이다. 힘들을일방적으로훈련시키면개체는불가피하게오류에빠지게되지만,
176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종전체는진리에도달합니다. 오직정신의전체에너지를하나의초점에모으고우리의전존재를하나의유일한힘에집결시킴으로써, 우리의개별적인힘은날개를달고자연이정해놓은것처럼보이는힘의한계를인위적인방법으로멀리넘어설수있습니다. 전체적으로보면개인은자연이부여해준시력만으로천문학자가망원경을통해발견한목성의위성을탐사하는데결코이르지못할것입니다.(NA 20. 327) 인간소외의근원에대한생각에는이런역사철학적인설명과는또다른, 현대사회의분화현상에대한고찰이자리를잡고있다. 현대사회가분화되면서전문화되고기능화됨에따라사회에소속된인간은미래에대한준비를전문화, 기능화에대비해서자기활동분야에맞는특수한능력을개발하게된다. 다른말로표현하면사회의각분야가요구하는능력만을개인은발현시키게되고그외의능력은사장되기에이른다. 국가가직무를남자의척도로삼고시민들가운데어떤사람에게서는기억만을, 어떤사람에게서는도식적인오성만을, 또어떤사람에게서는기계적인숙련성만을존중한다면, 그리고한쪽에서는성격과상관없이지식만을얻기위해돌진하고다른한쪽에서는그와반대로오성이극도로약화되어도질서의정신과준법적인태도가잘유지된다면, 또동시에개인의영역이확장되는것을제한하는대신에개인의개별적인전문성을강화시키려고한다면, 존경과보상을보장하는것은하나의소질을발전시키는것입니다. 그러므로사람들이하나의소질을발전시키고자온힘을기울이고심성의나머지다른소질들을등한시한다고해서놀랄일입니까? [...](NA 20. 324) 사회가요구하는능력만을개발하여그것에만매달린결과현대인은이제자신의총체성을상실하고자신이하는일의복제품이되는결과를초래하게된다. 이렇게해서인간의자기소외는부인할수없는현실이되어버린다. 12)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77 인간은끊임없이전체의한작은개별적인부품조각에만얽매여서자기스스로를오직부품조각으로만들어가고있습니다. 그는영원히자기가돌리는바퀴의단조로운소음만을들으며결코자기본질의조화를발전시키지못합니다. 그리고자신의본성안에인간성을각인시키지는않고, 자신의업무또는자신의학문의단순한복제품이되어버렸습니다.(NA 20. 323) 이인용에서보다시피현대사회의인간은더이상스스로주체가되지못하고사회의메커니즘에예속된부품에불과한위상을지닌다. 전문화된현대사회에서개개의인간은이렇듯총체성을상실함으로써자신으로부터소외되고, 뿐만아니라그로인해사회의개선에있어서도주체적역량을발휘할수없게된다. 그렇다면이러한인간총체성의상실은어떻게회복될수있을까? 이에대한논의를쉴러는 7번째편지에서전개한다. 쉴러는인간의자기소외는결코국가내지사회차원에서해결할수없는문제로본다. 이유는바로국가내지사회가이런인간의자기소외를조장한당사자이기때문이다. 더욱이국가는쉴러의인류학적기본원칙에따르면그국가의구성원인개인들의집단적객관화형태에불과하다. 따라서인간의자기소외라는문제의해결은다른곳에서수행될수밖에없다. 바로이지점에서쉴러는지금까지의논의전개전체를다시회고한다. 이때아름다움과예술에관한고찰의결과를밝히겠다고하면서도정치개혁실패의원인과현대사회의인간소외문제를장황하게언급한이유를밝힌다. 즉현사회의문제점이자모든개혁과개선의근본적인출발점이 12) 18 세기후반서구에서나타난계몽주의담론은인간의평등과자유를토대로전근대사회의위계적계층질서를의문시한다. 이때계몽주의담론은인간의특수성을동물과의변별성을통해서설명한다. 이로써인류학담론이유행하게되는데, 이때부정적인현상으로서인간의자기로부터소외는당대지식인들에게극히심각한문제로인식되었다. 그러나이때인간의자기소외는다양하게그원인이진단되는데, 루소가인간의소외를사회속존재로서인간이가질수밖에없는문제로설명하는반면, 쉴러의업적은바로인간의자기소외를현대화의과정으로, 사회의분화현상으로고찰하는데놓여있다. 쉴러의사고는후일마르크스의인간소외론을선취하는양상을띤다.
178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무엇인지를분명히보여준것인데, 정치개혁의실패는바로인간총체성의상실이라는인간소외에서비롯하고, 현대문명으로인해인간은자기로부터소외될수밖에없다는점이진단된것이다. 따라서이모든것을위해시급히해결해야할문제는인간의자기소외라는문제의극복이며, 이것이해결되지않는한정치개혁은불가능하고인간은내적인분열상태에머물러있을수밖에없다는점이확인된것이다. 국가가이런활동을해주기를기대해야하는것일까요? 그것은가능하지않습니다. 왜냐하면현재상태의국가가폐해를초래했기때문입니다. 그리고이성에의해이념적으로구상된국가는더나은인간성의기초를세워줄수없으며, 오히려국가가더나은인간성의기초위에세워져야할형편이기때문입니다. 그렇다면지금까지논의한내용은다시처음의지점으로되돌아가는것같습니다.(NA 20. 328) 3. 아름다움과예술의기능 3.1. 아름다운예술을통한실천적역량의배양 정치적인개혁을이루고자한시도의근원적인한계가무엇인지를구체적으로밝힌현시점에서쉴러는문제의관건이 - 무엇이문제인지를인식하는 - 이성을통한계몽이아님을 8번째편지에서분명히한다. 이성이계몽을통해서감각적인모든유혹을물리치고신성한법칙을세우고인간의나아갈길을제시한현시점에서이성은자신의할바를다했기때문이라는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 우리들 " 이여전히 " 야만인 " 으로머물러있는까닭이무엇인지에대해물음을던진다. 이수사적인질문을통해서쉴러는더이상이성을통한계몽이아니라계몽된것, 밝혀진것을실천적으로실현해야하는의지와품성의부족, 따라서실천적인능력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79 을고양하는것이문제의관건임을밝힌다. 이성이행하는것은법칙을발견하여제시하는것입니다. 그리고법칙을실행하는것은용감한의지와생생한감정입니다. 진리가힘들과싸워서승리하려면, 진리스스로가먼저힘이되어현상의영역에서충동을자신의대리인으로세워야합니다. 왜냐하면감각의세계에서는충동이유일한동력이기때문입니다. 진리가지금까지승리하는힘을별로증명하지못했다면, 이것은진리를드러내지못했던오성의책임이아니라진리에대해외면했던가슴의책임이고진리를위해행동하지않았던충동의책임입니다.(NA 20. 330f.) 쉴러는나아가서 " 용감해져라 sapere aude!" 라는표현을인용하며계몽은반드시아는것을행동에옮기는실천적이고전투적인역량도포함하고있음을분명히한다. 이로써머리, 이성의교육이아니라인식한것을실천에옮기는능력, 감정적능력의교육이현시대의정치적사안을해결할수있는핵심임을주장하는것이다. 그러나이것이어떻게가능한지는또다른문제이다. 알고있는것을실천에옮기는힘, 그것은다름아닌인간의성격자체에서비롯한다. 그렇다면어떻게인간의성격을교육시킬것인가? 정치적인영역의개선은성격을고상하게만든것에서출발해야합니다. - 그러나야만적인국가체제의영향아래서어떻게성격이고상하게될수있을까요? 그러므로이목적을위하여국가가제공하지못하는도구를찾아야합니다.(NA 20. 332) 이인용에서나타나있다시피실천적역량을뜻하는인간성격의고양이어떻게가능한지가다시금문제의관건이되고있고, 이로써이시점에서이물음은다시금 7번째편지의첫부분과맞물려있다. 인간의성격
180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교육, 이를통한인간총체성의회복은결코개혁되어야할국가나사회로부터기대할수없음은이미앞에서언급되었다. 그렇다면무엇을통해서인간의성격내지는품성의고양이가능한것인가? 그것은타락한정치나사회로부터벗어나있는것이어야만한다. 여기서쉴러는지금까지의논의에서말하고싶었던결론을이끌어낸다. 이제나는지금까지의모든고찰을통해이르고자노력했던지점에도달했습니다. 우리가찾아야할도구는아름다운예술이고, 원천은불멸하는예술의본보기들속에서열리게됩니다. 예술은학문과마찬가지로기성의모든것으로부터, 인간의관습에의해들어오게된모든것으로부터벗어나있습니다. 예술과학문둘다인간의자의로부터벗어난절대적인치외법권을누립니다.(NA 20. 333) 학문은계몽을통해문제의관건을알려준것으로할바를다한까닭에이제인간품성의고양, 총체성의회복은인간의모든자의 ( 恣意 ) 에서벗어나있는아름다움과예술의영역임이여기서암시되어있다. 여기서언급되는예술은결코진리전달의진 ( 眞 ) 의기능을갖고있거나비극처럼심성의도덕적교화를목적으로한선 ( 善 ) 의기능을지닌계몽주의의예술이아니다. 여기서의예술은오직아름다움만을표현하는예술, 이상적인예술을뜻한다. 13) 이는 9번째편지에서소개되고있는예술의주체, 13) 이에대해서는 미학편지 22 번째편지의다음의글을참조하기바람 : " 정념의예술들은, 비극이이에속하는데, 이에대한반박의계기가되지못합니다. 첫째로정념의예술은특별한목적 ( 격정적인것 ) 을위해이용되므로완전히자유로운예술이아니기때문입니다. 둘째로진정한예술전문가라면이러한부류의작품도강력한정념의폭풍우속에서마음의자유를더많이보호하면할수록더욱더완전하다는점을부인하지않을것이기때문입니다. 열정의아름다운예술은존재합니다. 그러나아름다운열정적인예술은모순입니다. 왜냐하면아름다운것의필연적인효과는열정으로부터의자유이기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아름다운교훈적인 ( 교육적인 ) 예술혹은아름다운교화시키는 ( 도덕적인 ) 예술이라는개념은모순입니다. 마음에특정한경향성을부여하는일은아름다움의개념과가장분명하게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81 즉예술가에대한설명에서도드러난다. 예술가는결코시대의영향에예속되어있지않고시대에영향을끼치려는의도도갖고있지않다. 그는오직아름다움의표현만을위해매진할뿐이고젊은성급한예술가만이시대의현실에영향을주려고한다. 물론그의의도는신성하지만그의도는아름다운예술과는거리가멀다. 14) 이로써지금까지의논리전개가지향하고있던결론이도출되었다. 모든문제의근원은바로인간총체성의상실 ( 인간의자기소외 ) 이고그것의회복은감정능력의고양을통해서, 다른말로표현하면아름다운예술을통해서가능하다는것이다. 그렇다면어떻게인간의총체성이아름다운예술을통해서가능하다는것일까? 이에대한답을제시하기에앞서서 " 예술의관리인 " 은과연아름다운예술이이런순기능을가지고있는가? 라는의문을먼저제기한다. 그까닭은아름다운예술의부정적인측면만을강조한 존중할만한목소리들 (NA 20. 338) 이있기때문이다. 쉴러는 10 번째편지에서아름다운예술에대한비판적인견해들을소개하고그에대한반론을제기한다. 3.2. 아름다운예술에대한비판적견해와그에대한반론 쉴러가소개하는첫번째비판은고대그리스에서예술에대해가해진비판이다. 이미고대에는미적문화를전혀유익한것으로간주하지않고, 그렇기때문에상상력의예술이그들의공화국으로들어오는것을막으려고했던사람들이있었습니다.(NA 20. 337) 충돌하는것이기때문입니다."(NA 20. 382) 14) 쉴러는인간과사회에영향력을행사하려는모든종류의예술을거부한다. 그는이런의미에서현실을그대로묘사해서사회의문제점을드러내거나그런의도를예술로실현하려는예술을비판할뿐만아니라도덕적교화를목표로하는비극역시아름다운예술이아니라는점을분명히한다.
182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이인용에서 " 공화국으로들어오는것을막으려고한사람들이 " 언급됨으로써여기서누구의예술비판이암시되고있는지가분명해진다. 그것은바로플라톤인데, 플라톤은예술이부여하는심미적기쁨과즐거움이인간의심성에끼치는해로움에대해상술하고있으며이에예술가를그의 국가론 에서국가의일원으로받아들이기를거부했다. 그의예술에대한비판에따르면, 현실이이데아세계의모방인한, 현실의모방인예술은모방된것을모방하는행위에지나지않으므로예술은진리를담고있지못하고, 예술가는무엇이옳고그른지에대해서아무것도이해하고있지못하다. 15) 그가어떤대상을묘사할때그가갖고있는대상에대한지식은그것을어떻게만드는지에대한실용적지식도아니고, 그것이겉으로보이는피상적인면에국한되어있을뿐이다. 나아가서예술가는무엇이진실로아름다운것인지에대해서도아는바가없고그의관심은오직 가상의가상 을통해대중에게아름답게보이는것만을꾸미고보여주는것인까닭에오히려사람들의취향을외모, 화려함으로만이끌어서인간의심성에해로운영향만을끼친다는것이그의예술가, 작가에대한견해이다. 16) 쉴러는이같은플라톤의비판을예술에대해, 아름다움이나아름다움의작용에대해전혀알지못하는자의성급한판단으로간주한다. 진지함과노동과도덕만을아는자는본질만을숭상할뿐이며그런까닭에가상과아름다움이인간의심성에작용하는비밀은알지못하고상상력과가상의작용을도착적인것으로만판단하는실수를범한다는것이다. 그러나쉴러가플라톤보다더심각하게생각하는예술비판자는루소이다. 그러나아름다움의작용에반대한다고선언하며, 이렇게반대하는굉장한이유들을경험으로부터끌어낸주목할만한목소리들이있습니다. 그들은이렇게말합니다 아름다운것이선한사람의손에서는칭찬할만한목적을 15) Platon, Der Staat, übers. v. W. S. Teuffel/W. Wiegand, in: Platon, Sämtliche Werke, 3 Bde., Köln 1964, hier Bd. 2, S. 371(597e-598b). 16) Ebd. S. 377f(602a-b)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83 위해사용될수있다는것을부인할수없다. 악한사람의손에서는그와반대되는것이일어날수있다. 그렇다고영혼을사로잡는아름다움의힘을오류와부당함을위해사용하는것이아름다움의본질과모순되는것은아니다. 취향은단지형식만신경쓰고내용을염두에두지않기때문에, 결국모든실재를소홀히하며매력적인치장을위해진실과도덕성을희생하는위험스러운경향을인간의심성에제공한다. 그러므로사물의모든실질적인차이가상실되고, 단지현상만이사물의가치를결정한다 [...] 이전에는진리가사회적교제를지배했는데지금은아름다움이사회적교제의법칙을제공하고, 공로를통해서만받아야할존경을외적인인상이결정하는상황에서사회는무엇을얻었을까? 오늘날우리가보이는현상으로마음에드는효과를만들고사교에가치를부여하는온갖덕목이생겨나는것은사실이다. 또그대신에온갖종류의탈선이지배하고아름다운겉치레를좋아하는많은악덕이유행하고있는것도사실이다. (NA 20. 338f.) 루소는바로이런예술의악영향을극히문제시한당대의문명비판자이다. 그는예술의중요한기능중의하나인휴식내지여가선용의기능을, 짧은수명을가진인간에게는단지아까운시간을낭비하게만드는역할이라는점이라고지적할뿐만아니라온갖사치와치장, 화려함을보여줌으로써인간의타락을조장한다는점을강조한다. 뿐만아니라예술의목적은즐거움을주는것이며, 그로인해예술가는즐거움의시대적인취향을고려하고계산해서그것을극대화하는쪽으로작품을만들지, 결코그것을수정하거나개선하는방식으로작품화하지않는다고주장하며, 이에시대적인취향을추종하고그것에아첨하는예술은극기나절제를가르치는기관이될수없음을분명히한다. 그러나루소가예술에대해비판하는가장핵심적인내용은예술이갖고있는대리만족의기능이다. 이것을루소는다음과같이표현하고있다. 우리의최고비극이우리에게심어줄수있는최고의인상은, 인간의모
184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든책임들을얼마안되는순간적이고비생산적이며아무작용도하지못하는감정으로환원시켜서, 우리가다른사람들의용기를칭찬함으로써우리의용기를느껴보게하고, 우리가고칠수있는악덕에항의를하게함으로써우리의인본성에자부심을느끼게만들어주는데 [...] 있다. 17) 예술을통한이런대리만족은예술의가상성에기저하고있다. 예술이사회, 도덕과학문의세계에영향을끼쳐서예술의가상성이현실에서지배적인힘을가지게된결과는바로루소의사회상태에대한결론적진단에서다음과같이표현되고있다. 도덕에대한아름다운말에서선과악에대한무관심이생겨난다. 즉모든것이유희이고인위적이듯이명예, 우정, 미덕, 심지어는악까지가상에국한되어있다. 간단히말해서우리가어떤존재인지를다른사람들에게물어봄으로써우리는항상철학, 인본성, 친절함, 숭고한원칙의한가운데에서단지속임수에불과하고거짓되고경솔한외양만을가지고있다. 18) 아름다운예술의가상성에대한이와같은모든비난에대해쉴러는먼저동의하는듯한진술을한다. 왜냐하면아름다움의판단심급인취향과예술이지배하던모든시기에도덕과건강한시민의품성이타락해가는양상을보여주기때문이다. 그러나이어지는쉴러의견해에따르면그런예술의부작용은실제의현실에서그려진아름다움이, 즉경험적인아름다움이초래하는것이지, 이편지에서논의하고있는이상적인아름다움에해당되는것이아니라는것이다. 17) J.-J, Rousseau, Brief an Herrn D Allembert, In: J.-J. Rousseau. Schriften 2 Bde., hrsg. v. H. Ritter, Muenchen 1978, hier Bd. 1, S. 358f. 18) J.-J.,Rousseau, Schriften zur Kulturkritik (Die zwei Diskurse von 1750 und 1755), eingeleitet, übers. und hrsg. v. K. Wiegand, Hamburg 1983, S. 266.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85 그런데경험은이와같은문제를판결할심판관이아닌것같습니다. 그리고경험의증거에중요성을부여하기전에, 먼저우리가이야기하고있는아름다움과앞의예에서그와반대로증명한아름다움이동일하다는것은의심의여지가없어야합니다. 그러나이것은경험과는다른원천을가진아름다움의개념을전제로하는것처럼보입니다. 왜냐하면경험에서아름답다고하는것이아름다움이라는이름을갖기에정당한지는바로그개념을통해서인식되어야하기때문입니다.(NA 20. 340) 4. 아름다운예술에의한인간총체성형성의논증 지금까지의논의를다시간단히요약해보면인간의자기소외의극복, 즉인간의총체성형성이모든정치와사회적인문제의해결을위한필연적인조건이다. 그까닭은인간이총체성을갖출때에비로소사회내지정치개혁이이루어질수있기때문이다. 그리고인간총체성의형성은바로아름다운예술이가능하게해준다. 아름다운예술에관해서비록수많은목소리들이비판을가했지만이비판은모두다경험적인아름다움의결과이다. 경험적인아름다움은여기서논의하는아름다움이아니다. 거꾸로경험적인아름다움은그것이진정한의미에서아름다움인지판단되어야하며, 그판단잣대는이성에의해상정되는이상적인아름다움이되어야한다. 이지점에서쉴러는이아름다움내지아름다운예술이인간총체성형성을가능하게한다면그것이 " 인간성의필연적인조건 "(NA 20. 340) 이된다는점을분명히한다. 그리고이후부터쉴러는인간의총체성이어떻게아름다움내지아름다운예술에의해형성되는지를논증적으로보여준다. 그것은바로인간을움직이는두충동인형식 ( 이성 ) 충동과소재 ( 감각 ) 충동이제3의충동인유희충동에의해서지양 합일되는순간에달성된다. 쉴러는이논증을 11번째편지부터 21번째편지의초반부에걸쳐성공적으
186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로수행해낸다. 이이론적인논증과정을여기서부연설명할필요는없을것이다. 그러나논증과정에서강조해야할중요한점이하나있는데, 그것은형식 ( 이성 ) 충동과소재 ( 감각 ) 충동만이인간에게내재해있는본래적인 " 기본충동 " 이고, 유희충동은오직아름다움내지는아름다운예술을볼때발현되는충동이라는점이다. 인간의총체성, 인간의필연적인조건은자연적으로주어진것이아니라오직형성되어야할목표라는것이여기서부각된다. 즉인간은인간으로태어나서인간이되는것이아니라오직아름다움을볼때아름다운예술로인해서인간이된다는것이다. 오직아름다움을대상으로한유희충동에의해서두충동이지양 합일되어인간의총체성이형성되는까닭에이제쉴러는인간을다음과같이정의내린다. 인간은완전한의미의인간인경우에만유희하고, 인간은유희하는경우에만완전한인간입니다.(NA 20. 359) 형식 ( 이성 ) 충동이나소재 ( 감각 ) 충동이발현될때인간은이충동중의하나에의해전적으로규정됨으로써자신의총체성을상실한다. 왜냐하면형식 ( 이성 ) 충동에따라도덕적인행위를하면육체와감정의부름, 즉소재 ( 감각 ) 충동은극복되어야할대상이되고, 반대로예컨대세상의체험이나삶의유지를위한소재 ( 감각 ) 충동이규정적으로작용할때는형식 ( 이성 ) 충동이촉발되지않기때문이다. 이둘의충동이동시적으로작용하면서두충동자체의필연성이서로를상쇄시킬때비로소총체성이형성되는데, 이때는아름다움의유희를통해서형식 ( 이성 ) 충동과소재 ( 감각 ) 충동이동시에촉발될때이다. 이처럼형식 ( 이성 ) 충동과소재 ( 감각 ) 충동이, 이성과감정이아름다움에직면해서서로다른하나를종속시키지않고조화롭게하나로통일된다고하는사고는이미칸트가선취한것이다. 쉴러의유희충동개념을이해하려면바로칸트의사고를알아보는것이필요하다. 칸트에따르면인간은감정적이면서동시에이성적인존재이다. 이이중적인인간의통일성은인간이사고와행위에서감정을극복하라는이성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87 의명령에따라행위할때성취된다. 따라서인간은칸트의시각에서볼때오직이성의정언명령에따라행위할때비로소인간다운존재가된다. 19) 나아가서칸트의사고체계에서인간은감정적인존재인한자연의인과율을따르고, 이성적인존재인한자유의인과율을따른다. 이렇게보면세계는두개로, 즉자연의인과율세계와자유라는초월적세계로쪼개져있는듯하고인간은이두세계에양다리를걸치고있는듯하다. 여기서인간의통일성은앞에서보았다시피감정에대한이성의지배로보장되었지만, 세계의문제는이것으로해결될수없다. 세계의통일성을어떻게확보할수있는가, 즉세계가하나임은어떻게증명될수있을것인가라는문제의해결을위해칸트는자연의인과율의세계를다룬 순수이성비판 과자유인과율세계를다룬 실천이성비판 외에아름다움의판단을다룬 판단력비판 을집필하며바로여기서이두세계가둘이아니라하나임을논증한다. 논증은자연의인과율세계에있는대상하나가바로자유의인과율을가능하게할때완수되는식으로이루어지며그대상이바로아름다움이다. 칸트에따르면바로감각적자연의세계에서존재하는아름다운대상을볼때인간은자연의인과율에서벗어난상태를, 즉자유의초월적인즐거움을느끼게되는데, 이로써아름다움은자연의인과율세계와자유의세계가하나임을담보하는존재가되는것이다. 보다구체적으로언급하자면자연의세계에서대상을보고판단을할때오성과상상력이작용하는데이때상상력은재생산적인상상력으로서오성의판단을위해소재를제공하며이에상상력에의해이전에경험했던대상의다양한내용들이제공되면이것들을가지고오성이판단을내리게된다. 이관계에서보면상상력, 즉감각적차원의상상력은오성에종속된위치를갖게된다. 이와마찬가지로실천의세계에서는감정이나감각을극복하도록명령하는실천이성에따라행동해야하므로여기서도매한가지로감각 / 감정은이성에게종속되어있다. 그러나아름다운대상을보고 19) 이에대해서는다음의글을참조. I.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In: Werke in sechs Baenden, hrsg. v. W. Weischedel, Darmstadt 1963, 여기서는 Bd. 4. S. 68.
188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취향판단 Geschmacksurteil을내리는순간에는오성 / 이성과감정 / 감각은결코종속적인위계질서에있지않다. 대상의아름다움으로인해서상상력은연상을통해이미지들을창조적으로만들어내고오성은이연상의이미지들을어떤특정한개념으로종합할수없어서이로인해오성과상상력은서로불특정한관계에들어서게된다. 이관계를칸트는 " 인식능력들간의자유로운유희 " 20) 라고명명한바있으며, 이자유로운유희가바로인간에게초감각적인즐거움을부여하는원천이된다. 쉴러는바로이자유로운유희개념을차용해서자신의인류학적기본원칙의토대를마련하고바로여기서형식 ( 이성 ) 충동과소재 ( 감각 ) 충동이합일되는상태를근거짓는것이다. 이와같은칸트의유희개념에서빌려온쉴러의유희충동에의해체험되는총체성상태는다음과같이설명된다. ( 소재 ( 감각 ) 충동에의한 - 글쓴이 ) 감각적규정의상태를물리적인상태라고하고, ( 형식 ( 이성 ) 충동에의한 - 글쓴이 ) 이성적규정의상태를논리적이고도덕적인상태라고한다면, 실재적이고능동적인규정가능성의상태를미적인상태라고불러야할것입니다 [...](NA 20. 375) 인간의총체성이자리하고있는상태, 즉미적인상태를쉴러는 " 제로상태 " 라고도부른다. 제로상태라고부른까닭은미적인상태가그어떤구체적인인식이나판단, 행동에도움이되지않기때문이다. 21) 여기서제로상태는오직인간의모든잠재적가능성이규정되어있지않은채로 20) I. Kant, Kritik der Urteilskraft, in: Ebenda, Bd 5. S. 296. 21) 미학편지 초반부에서요청된총체성, 즉감정과이성의중간상태로표현되고있는감성과이성의조화로운통일성은바로이지점에서감성과이성이하나로통합된상태, 미적상태라고부르는것이되어버린다. 이점이수많은연구자들에의해쉴러의 미학편지 의논리적모순으로지적된다. 왜냐하면편지초반부에서과도기내지는중간단계로요청된총체성, 즉좋아서이성의법칙을따르는중간상태는결국아무런실천적결과를끌어오지못하는제로상태가되어버리기때문이다.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89 존재하는최고의상태임을뜻한다. 따라서인간은아름다움을체험할때자신이가지고있는원천적인최고의잠재적가능성의상태에있게되는것이다. 이런의미에서아름다움은인간의제2의창조자로정의된다. 사람들이아름다움을제2의창조자라고부르는것은시적으로이해된것이지만철학적으로도옳은것입니다. 비록아름다움이우리에게인간성의가능성만을허용하고, 인간성을어느정도까지현실화할것인가는우리의자유의지에맡긴다고할지라도,(NA 20. 378) 5. 아름다움내지미적유희가인간의필연적조건임에대한역사철학적논증 아름다움이인간의필연적인조건임을논리적으로증명한현시점에서쉴러는아름다움에의해서인간이비로소인간이되었다는이테제를역사철학적으로논증하기에이른다. 쉴러는인간이진정한의미에서인간이되는순간을결코여타의계몽주의자들처럼이성이발현되는순간으로설명하지않는다. 쉴러의견해에따르면인간에게서이성이발현되더라도그것이욕망의실현을위한도구로사용된다면인간은동물과진배없다. 이사고는훗날프랑크푸르트학파의비판이론에계승된다. 이성이인간의인간됨을담보하지않는다면, 동물과차별없이스스로욕망하는존재인인간이인간답게되는순간은어떻게설명되고있을까? 쉴러에게인간은감각적이면서동시에이성적인존재이다. 역사철학적인관점에서쉴러는인간이감각적이면서동시에이성적인존재로등장하는시점을, 즉인간의인성 ( 人性 ) 이시작되는시점을, 바로인간의자연적인감각충동이중단된순간에, 이감각적인충동의충족을위해서오성내지이성이수단적으로사용되는것이중단되면서스스로독자적으로활동하는, 그래서서로의필연성을상쇄시키는순간에서보고있으며, 이순
190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간을모든욕구가충족된한가로움과여유의상태에서 유희, 치장, 장식 에몰두할때로설명한다. 야만인 ( 이성이비록깨어있긴하지만아직감각적욕구충족을위한도구로사용되던시기 - 글쓴이 ) 이인성으로들어섰음을알려주는현상은무엇일까요? 우리가제아무리역사에물어보아도그것은동물적인상태의노예신분상태에서벗어난모든민족들에게동일한것입니다. 즉그것은가상으로인한즐거움과장식과유희를하려는경향입니다.(NA 20. 399) 감각의단계에서도비록이성이작용한다고하지만, 이때의이성은오직감각적인욕구충족의목적을위해사용되는도구적인성격만을갖고있다. 그렇기때문에인성의시작은이모든자연적인욕망이충족된한가로운순간, 즉동굴에그림을그리고자신을치장하며 - 즉아름다움으로 - 서로유희하는순간이며, 이순간에감각과이성은유희충동에서하나로통합되어가상에대한즐거움을일깨우는것이다. 즉인간의모든욕망이충족돼서인간이놀고자신을치장하며시간을보내는순간이바로인간이인간으로정립된순간인것이다. 쉴러가역사철학적관점에서 " 유희, 치장, 장식 " 으로표현하고있는예술의중요한기능중의하나인시간보내기를루소는짧은수명의인간에게단지아까운시간을낭비하게만드는부정적인기능이라고지적하고나아가서그것이온갖사치와치장, 화려함을보여줌으로써인간의타락을조장한다고강조했었다. 이와같은루소의비난은이제쉴러에게전혀문제가되지않는다. 그까닭은바로그런 " 유희, 치장, 장식 " 이인간을인간다운존재로만들어주는결정적인계기가되기때문이다. 나아가서모든자연의존재들이자연의인과율에예속되어현실세계에서만머물고, 신적인존재역시오직진리의세계에서만머물기때문에진리바깥의영역을인정하지않고실재의세계에만머물고있는반면, 인간은 " 유희와장식, 치장 ", 즉실재와는다른가상의세계를가지고있다. 현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91 상형식이현실이든진리든실재이든간에그것에만매달려있음은쉴러의관점에서보면 " 그저단순히결핍의결과 " 에불과하다. 그렇기때문에현실과실재에대한무관심과가상에대한관심은그에게있어서 " 잉여 " 와 " 풍요 " 로간주된다. 최고의어리석음과최고의오성은다음의점에서분명한유사성을갖고있습니다. 이둘은단지실재적인것만을찾으며순수한가상에대해서는완전히무감각하다는점입니다. 전자는어떤대상이감각에직접적으로존재할경우를통해서만안정에서이끌려나오고, 후자는경험의사태들을자신의개념으로환원시키는경우를통해서만진정됩니다. 한마디로말해서어리석음은현실너머로자신을승화시킬수없고오성은진리밑에서머물려고하지않습니다. 따라서실재성에대한필요와현실적인것에대한종속성이그저결핍의결과인한, 실재성에대한무관심과가상에대한관심은인성의진정한확장이자문화로가는결정적인발걸음인것입니다.( 같은곳 ) 그러므로쉴러의견해에따르면가상의영역을자신의고유한영역으로가지고있는인간은다른자연의존재나신보다더넓은활동영역을가지고있다. 인간은바로이가상의세계에서 - 이것이현실계나이성적법칙의세계에서벗어나있음으로써 - 자연과도덕의모든인과율에서벗어나완전히자유로운존재가된다. 여기서쉴러의미적인본주의가표현된다. 6. 인간의총체성에서아름다움내지아름다운예술의정체성추론 아름다움이인간의필연적인조건임을논증하는과정에서쉴러는아름다움의정체성이무엇인지를증명한다. 이증명과정은앞의편지에서는아름다움에의해서형식 ( 이성 ) 충동과소재 ( 감각 ) 충동이합일되는유희충
192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동이촉발되는점에착안해서합일을통해서정체성을설명하는수순을밟았다. 이는다양하게표현되지만핵심개념은바로 " 살아있는형태 " 다. 소재 ( 감각 ) 충동이삶, 세상의경험을지향하고, 형식 ( 이성 ) 충동이영원히변화하지않는형태, 이성적인것을지향하므로이둘을충족시키는, 그래서유희충동이촉발하는아름다움은바로 " 살아있는형태 " 가된다. 감각적인충동의대상은일반적인개념으로표현하자면가장넓은의미에서삶 Leben입니다. 이것은감각안에있는모든물질적인존재와직접적으로나타나는모든것을의미하는개념입니다. 형식 ( 이성 ) 충동의대상은일반적인개념으로표현하면비유적인의미에서뿐만아니라본래적인의미에서도형태 Gestalt 입니다. 이것은사물의모든형식적인특성과이특성이사유능력에대하여갖는모든관계를포함하는개념입니다. 그러므로유희충동의대상은일반적인도식으로표현하자면살아있는형태 lebende Gestalt 라고할수있을것입니다. 이것은현상의모든미적인특성들, 한마디로말하면가장넓은의미에서아름다움이라고부르는것을가리키기위하여사용하는개념입니다.(NA 20. 355) 그러나이 " 살아있는형태 " 라는개념을보다자세히들여다보면이것은소재 ( 감각 ) 충동과형식 ( 이성 ) 충동을하나로통일시킨것이아니라이둘을그저나란히결합시킨것에지나지않으며, 뿐만아니라형식 ( 이성 ) 충동이주가되고소재 ( 감각 ) 충동은종이되는, 따라서형식내지는형태에강조점을두는전통적인미의개념에불과하다. 이에대한인식에서쉴러는 26 번째편지에서아름다움에대한새로운정체성을모색한다. 아름다움을체험한순간인간은소재 ( 감각 ) 충동과형식 ( 이성 ) 충동이동시에충족되면서인간으로서갖고있는모든잠재적가능성의상태를체험한다. 이로부터아름다움은인간의내적인자유를깨뜨리고그의규정가능성을 - 감각적으로나이성적으로 - 특정한방향으로이끌어서는안된다는결론이도출된다. 따라서아름다움의본질은현실이나이념의영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93 역이아니라가상에기초해있어야하고, 이때가상은그어떤현실의이해나개선, 이념의성취를위한것이되어서는안된다. 이미적가상의개념을쉴러는 " 솔직한 ", " 독립적인 " 이란수식어로표현하고있는데, 이에아름다움은 ' 솔직하고독립적인가상의유희 Spiel mit dem aufrichtigen und sebstaendigen Schein' 로정의되는것이다.(NA 20. 401f 참조 ) 이미적가상이란개념은쉴러의미학에있어서핵심적인개념중의하나이다. 가상의개념을통해서그리고이개념의긍정적인의미화를통해서쉴러는아름다움과예술에가해졌던모든비판을근거없는것으로물리친다. 앞에서플라톤은이데아세계의모사에불과한현실을모사한, 따라서모사의모사에불과한예술은근본적으로진리를담고있지못할뿐만아니라피상적인아름다움을통해인간을올바른길에서벗어나게현혹하고겉모습의화려한외양만을추구하게만든다고비판을가했었다. 이런비판에대해쉴러는예술이인간에게진리를전달하지못하고실용적인지식을매개하지도못하며인간을교화시키지도못한다는점을분명히하고있긴하다. 예술에의해서인간에게가능하게되는미적상태, 즉 " 제로상태 " 는바로이점을인정하고있는것이다. 그러나거꾸로바로이지점으로인해예술이인간에게부정적인호도와타락을가능하게하는것이아니라역으로인간을인간답게만들어줌이드러남으로써플라톤의논지는무화되고있다. 아름다운예술에관해서더욱혹독한비판을가한루소에대해서쉴러의변호는더적극적이다. 앞에서살펴보았다시피루소가예술에대해비판하는가장핵심적인내용은예술이갖고있는대리만족의기능이다. 인간은실제현실에서는자기의이해에반하는것을결코시도하지않는비도덕적이고이기적인존재이다. 이같은사회의인간은무대에서예술을통해서표현된멋진, 도덕적인인간을보고서자신역시그런인간이라는점에대해자부심을느끼고극장에서나온다는것이다. 그리고는자신이예술을통해서확인되었던도덕적인존재라는점에만족해서더이상그것의실천에관심을쏟
194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지않는다. 예술을통한이같은대리만족을루소는예술의본질적인부정적기능으로이해하고있다. 즉실제로가져야할진과선에대한의지가예술의가상에의해서마치가지고있는것으로간주되기에그런자신에만족을느끼고실제사회에서는그렇게할필요를느끼지않아결국진리와선의의지는질식되기때문이다. 예술의가상성이현실에서지배적인힘을가지게되어예술이사회, 도덕, 학문의세계에끼친영향의결과는부정적인사회상태에대한진단으로결론내려진바있다. 22) 그러나쉴러의미적유희로서아름다운예술은루소가생각하는식의관객이나독자에게결코어떤특정한작용이나메시지를전달하려는목적을갖고있지않다. 그것은결코어떤목적도갖고있지않은순수한가상의예술로서오직심미적즐거움만을제공할뿐이다. 나아가서쉴러는가상에대한루소의비판을염두에두고서논리적가상과미적가상을구분하고, 예술의가상은결코진리와도덕을왜곡하는논리적가상이아니라, 모든본질을배제한순수한상상력의세계에근거한미적가상임을분명히한다. 다음의진술에서쉴러는루소가논리적가상과미적가상의구분을전혀알지못하는, 예술의문외한임을분명히하며, 그를천박한비평가로몰아세운다. 이시대의천박한비평가들로부터모든연대가세상에서사라졌고가상으로인해서본질이등한시되고있다는말을아주흔하게듣습니다. 제가이런비난으로부터이시대를정당화하는소명을받았다고는느끼지않습니다. 하지만이런엄격한도덕주의자들이자신의비난을극히광범위하게행함으로써이들이이시대에단순히잘못된가상뿐만아니라솔직한가상도원망하고있다는점이충분히드러납니다.(NA 20. 403f.) 사회의구조변화로인해전근대의진 선 미의기능을지닌예술의통용 22) 이글 3.2 장을참조할것.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95 성이사라진현시점에서예술의새로운정체성을모색한예술의관리인쉴러는이제목표지점에도달한다. 오직미, 아름다움만을추구하는예술의새로운정체성은 " 솔직하고독립적인미적가상의유희 " 로논증된것이다. 쉴러는바로이예술을통해서인간의잠재적총체성은다시회복될수있고따라서자기소외에서벗어나정치적개선도성취할수있다고주장하고있는것이다. 나가는글 쉴러는사회의근본구조가바뀌어위계질서가기능제질서로, 그리고사회의각분야가독립해가는시기에예술의본령을더이상진 선 미가아니라미를통해서만정립하려는시도를 미학편지 를통해서보여주고있다. 그논증은일단정치라는우회로를거친다. 프랑스혁명을실패했다고진단하면서혁명의실패가바로인간의도덕적인무능력, 실천적무능력에있고, 이것은바로현대사회의분업화로인한것이라고설명하면서사회와정치의개혁을위한전제조건인인간의총체성회복이어떻게가능한지를묻는다. 그런다음바로아름다움내지는아름다운예술이그수단이된다는점을주장하고, 이것을논리적으로증명해가는과정에서아름다운예술의새로운정체성을 ' 독립적이고솔직한가상의미적유희 ' 로정의내리고있다. 이와같은논리구조가맹점이나모순이없는것은아니다. 이미수많은연구자들에의해지적되었듯이, 자연인간으로부터이성인간으로넘어가는중간과도기로요청된제3의품성, 총체적인간상은어떻게아름다움이인간의조건이되는지에대한초월적논증과정을거치면서과도적과정이아니라자연인간과이성인간을아래에두는최고의인간상으로변모하게된다. 그외에도수사학에바탕을둔쉴러의논증과정은명확한개념이아니라비유로일관되고있고이로써이해와해석의어려움을중첩시킨다. 23) 그러나이모든약점에도불구하고쉴러의 미학
196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편지 가예술의자율성에대한가장중요한자료라는점, 교육적관점에서는전인교육 ( 全人敎育 ) 의이념을선취했다는점, 그리고실제의정치분야에서도알고배워야할교재로사용되었다는점은부인될수없는사실이다. 참고문헌 Aristoteles, Poetik, übers. v. M. Fuhrmann, Munchen 1976. Fischer, Ludwig, Gebundene Rede, Dichtung und Rhetorik in der literarischen Theorie des Barock in Deutschland. Tubingen 1968. Kant, Immauel,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In: Werke in sechs Baenden, hrsg. v. W. Weischedel, Darmstadt 1963. Kant, Immanuel, Kritik der Urteilskraft, in: Ebenda, Bd 5. Luhmann, Niklas, Gesellschaftliche Struktur und semantische Tradition, in: Gesellschaftliche Struktur und Semantik, Bd. 1, Frankfurt/M. 1980, Platon, Der Staat, übers. v. W. S. Teuffel/W. Wiegand, in: Platon, Sämtliche Werke, 3 Bde., Köln 1964. Rousseau, J.-J, Brief an Herrn D Allembert, In: J.-J. Rousseau. Schriften 2 Bde., hrsg. v. H. Ritter, München 1978, Rousseau, J.-J., Schriften zur Kulturkritik (Die zwei Diskurse von 1750 und 1755), eingeleitet, übers. und hrsg. von K. Wiegand, Hamburg 1983, Schiller, Friedrich, Schillers Werke. Nationalausgabe, hrsg. v. L. Blumenthal und B. v. Wiese, 23) 미학편지 의수신인인아우구스텐부르크공은쉴러의이런난해한글에대해서다음과같이불평한적이있다. " 선량한쉴러는분명히철학자의자질을갖고있지않네. 그가문학적으로아름답게말한것을철학적으로정확히전개하고, 문학적으로쓴것을철학의언어로옮기는번역가가필요하네."(NA 27. 237)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97 Witkowski, Wolfgang, Wie historisch sit die 'aktualisierte Historizitaet'? In: Verlorene Klassik? Ein Symposium, hrsg. v. W. Wittkowski, Tuebingen 1986, S. 309-327
198 유럽사회문화제 11 호 [Zusammenfassung] Über die logische Struktur der ästhetischen Briefe von Fr. Schiller Kyoung-Sik Cho (Chonbuk Uni.) Ästheische Briefe sind ein Kunstprogramm, mit dem Schiller als Sachwalter der Kunst in der Zeit der Aufdifferenzierung der Gesellschaft in Funktionssysteme die Funktion und die Selbstreferenz des Kunstsystems zu begründen versucht. Im Prozeß der Ausdifferenzierung muss die Kunst allein mit dem Code Schönheit operieren. Insofern als soziale Systeme aufgrund ihrer spezifischen gesellschaftlichen Funktionen existieren, fragt sich der Sachverwalter der Kunst danach, welche spezifische Funktion der Schönheit bzw. der schönen Kunst zugeteilt wird. Das Konzept einer solchen Funktion, die in der Gesellschaft nur die Schönheit bzw. die schöne Kunst erfüllen kann, begründet sich auf die Bildung der menschlichen Totalität, deren Bedarf aus Kritiken an der Französischen Revolution und an der modernen Gesellschaft überzeugend erörtert wird. Und die Frage, wie die Schöneit die Totalität des Menschen bildet, wird direkt danach durch die transzendentale Deduktion der Schönheit aus der Bedingungen der Totalität des Menschen beantwortet. Und daraus ergibt sich außerdem auch eine neue Identität der schönen Kunst, das "ästhetische Spiel" mit dem "aufrichtigen" und "selbständigen Schein". Diese Selbtlegitimation der Kunst drückt sich in dem homo ludens aus. Der ästhetische Mensch, ein anderer Ausdruck des "ästhetischen Zustandes", den die Kunst einlösen soll, ist der wahre Mensch bzw. die "Consummation" der
프리드리히쉴러 미학편지 의논리구조에관하여ㆍ조경식 199 Menschheit. Dagegen bedeuten homo politicus, homo oeconomicus und homo sapiens usw. "Bruchstücke" der Menschheit, Entfremdung des Menschen von sich selbst. Allein die Kunst nimmt das volle Dasein des Menschen in Anspruch. 주제어 : 미학편지 (Ästhetische Briefe), 분화 (Ausdifferenzierung), 미적유희 (ästhetisches Spiel), 가상 (Schein), 자기소외 (Selbstentfremdung) ( 논문투고일 : 2013.10.27/ 심사일 : 2013.11.17/ 심사완료일 : 201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