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논집제 54 집 2018 년 8 월 Sogang Journal of Philosophy Vol.54, Aug. 2018, pp. 31-51 10.17325/sgjp.2018.54..31 31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 54) 정성관 ( 인하대 ) 주제분류 윤리학, 법철학, 철학적인간학, 칸트철학 주제어 용서, 정의, 덕의무, 용기, 관용, 화해 요약문 이논문은칸트의용서개념이그의도덕철학에서독자적위치를확보하지못하는이유를밝히고, 그의정의개념과충돌할수밖에없는태생적문제점을지적하고자한다. 칸트는관용, 화해, 용서등을덕의무라고규정하면서, 용서의개념을덕과연결시킨다. 그리하여용서개념이덕의강함이라는도덕적용기와자연스럽게결합되고, 칸트는용서개념에도 도덕적용기 라는개념처럼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 이내포하고있음을지적하지않을수없게된다. 그결과칸트의용서개념은정의의요구에서영원히벗어나지못하는태생적딜레마에빠지게된다. 칸트가관용, 화해, 용서를분명히덕의무로규정했음에도이와같은개념들을윤리학의주제로다루지않았던이유는, 구체적상황이나피해자의의지가용서의문제에결정적이어서용서의보편적기준을제시할수없기때문이기도하지만, 그의용서개념이정의의요구에서영원히벗어나지못하는태생적딜레마를안고있다는점이보다결정적이유였던것처럼보인다. I. 들어가는말 칸트철학에서용서의개념은전문가들사이에서연구가거의안된부분이다. 그이유는이용어가칸트전집전체를뒤져도몇군데밖에찾아볼 투고일 : 7월 31일, 심사완료일 : 8월 18일, 게재확정일 : 8월 20일 * 이논문은서강대학교철학연구소제74회월례발표회 (2018년 4월 27일, 정하상관, J610 호 ) 에서 칸트, 정의와관대혹은용서 로발표한글을수정보완한것이다.
32 철학논집 ( 제 54 집 ) 수없기때문이기도하지만, 1) 용서의개념이정의의개념과칸트철학안에서충돌하고있기때문인것처럼보인다. 실제도몇몇연구논문들은이러한측면에서칸트의용서개념을다루고있기도하다. 2) 한가지기억할것은칸트가용서의중요성을망각하고소홀히다룬것은아니라는점이다. 그는생전에강의를통해관용, 화해, 용서등에관해자신의생각과고민을털어놓았다. 이러한사실은그의 종교철학 (Die Religion innerhalb der Grenzen der bloßen Vernunft), 도덕철학강의 (Vorlesungen über Moralphilosophie) 나 단편 (Reflexionen), 예비원고 (Vorarbeiten) 등의유고를통해확인할수있고, 또충분히유추할수있다. 칸트용서개념에대한기존의연구들은칸트의 도덕형이상학 (Die Metaphysik der Sitten) 과 종교철학 을중심으로정의개념과의충돌을해소하고용서개념의독자적지위를칸트철학속에확보하려고시도하고있다. 3) 본논고는이러한접근방식과는다르게칸트의도덕철학과 인간학 (Anthropologie in pragmatischer Hinsicht) 에주목하고, 그의용서개념을 용기 라는개념과연결시키고자한다. 그리하여칸트의용서개념이그의도덕철학에서독자적위치를확보하지못하는이유를밝히고, 그의정의개념과충돌할수밖에없는태생적문제점을지적하고자한다. 이를위해먼저칸트가생각하는정의의의미와정의개념이그의철학속에서차지하는위상을살펴볼필요가있다. 1) 최근에발행된 CD로된칸트전집 (Kant im Kontext III: Werke, Briefwechsel, Nachlass und Vorlesungen auf CD-ROM. hrsg. von Karsten Worm/InfoSofWare, Berlin, 2017 4 ) 의데이터를분석해보면, 용서, 관용, 화해 등의용어는 서한집 을제외하면 20군데안팎에서발견될뿐이다. 2) D. Sussman, Kantian forgiveness, Kant-Studien, Vol. 96, No. 1, 2005; P. Satne, Forgiveness and Moral Development, Philosophia, Vol. 44, 2016 참조. 3) D. Sussman, Kantian forgiveness ; P. Satne, Forgiveness and Moral Development, 참조.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33 II. 정의 칸트는 만약정의가무너지면, 인간이지상에사는것은더이상아무런가치도갖지못한다 4) 고주장한다. 이말은처벌의필연성과당위성을이야기한것인데, 그의도덕철학과법철학의당연한귀결이다. 그의도덕철학과법철학의기초를이루는것은인간의 자유 이다. 인간존엄성의근거이자도덕성의척도인자율성은자유를전제로하고, 인간의유일한생득적권리는자유이며, 법질서는이러한자유의실현을목표로하기때문이다. 그런데그러한자유가침해받거나훼손되는경우인간은그것을회복하고복구할의무가있고, 이의무수행을방해하거나봉쇄하는주체를응당히제한하고처벌해야한다. 5) 물론이때처벌은 ( 증오에의한복수가될수있기때문에 ) 피해당사자가아니라법정 ( 공적정의 ) 을통해이루어져야할것이다. 그런데처벌이면제되거나경감되는관행이생기거나추구된다면, 칸트의말처럼, 정의가무너지게될것이고, 인간의절대적가치인존엄성은지속적침해에노출되고회복불가능하게되어결국인간이지상에살아야할더이상의가치가없어지게될것이다. 칸트의 형벌의정의 (Strafgerechtigkeit) 는용서와대비되는개념인처벌의정당성을의미하는데, 이것을이해하려면, 인간에게자유가얼마나그리고왜중요한지에대한칸트의입장을파악하지않으면안된다. 따라서칸트가그의도덕철학과법철학에서자유를어떻게이해하고있는지잠깐살펴볼필요가있다. 4) I. Kant, Die Metaphysik der Sitten, in : Kants Gesammelte Schriften, hrsg. von der Königlich Preuß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en, Berlin und Leibzig 1902ff., Bd. VI, 이하 MS, 332. 칸트문헌은특별한경우를제외하고학술원판쪽수를따름. 5) 이것이칸트가말하는 형벌의정의 (Strafgerechtigkeit) 이다.(MS, 362)
34 철학논집 ( 제 54 집 ) 1. 자유의도덕철학 칸트는인간이 도덕적의무감 (moralische Verpflichtung), 즉자신의결정과행위에책임져야한다는의식을가지고있다는사실에주목하고, 이러한도덕적의무감이어떻게가능한가를묻는다. 칸트에따르면, 인간이의무를갖는다는것은그가감성계의성원이자예지계의성원이기때문이다. 인간이순전히신적존재라면, 그의행위는항상의지의자율에따를것이므로아무런강요도받지않을것이고, 따라서의무도없을것이지만, 인간이감성계의존재로서욕구를가지고있기때문에그에게는자기강제가있고, 따라서도덕적의무와도덕법칙이있는것이다. 인간은항상도덕법칙을따르는존재는아니지만, 스스로를도덕법칙아래에세움으로써인격적존재가되는것이다. 경향성이나이해관심이아니라도덕법칙이의지를직접적으로규정하는한, 즉자유로부터의법칙인한, 이도덕법칙은인간에게감성계의질서를넘어서게하는것이고, 따라서그자체로신성하다. 또이러한도덕법칙의주체인인간, 즉인격 6) 도신성한것으로여겨진다. 그래서칸트는 인간은비록충분히신성하지못하지만, 그러나그의인격에서인간성은그에게신성하지않을수없 (KpV, 87) 으며, 스스로를도덕법칙아래에세우는자율성이야말로 인간과모든이성적자연존재자의존엄성의근거 7) 라고말한다. 인간이의무 8) 를갖는것은불완전한인간이이성적존재자로서 존엄성의이념 을갖는데서기인한다. 그래서칸트는이성이의지의준칙을보편법칙이되도록하는것은 어떤다른실천적동인이나장래의이익때문이 6) 칸트는 인격성 을 전자연의기제로부터의자유내지독립이자동시에고유한법칙, 즉자기자신의이성에의해주어진순수한실천법칙에복종하는존재자의능력 (I.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학술원판 Bd. V, 이하 KpV, 87) 으로규정한다. 7) I.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학술원판 Bd. IV, 이하 GMS, 436. 8) 칸트는의무를 법칙에대한존중에서나온행위의필연성 (GMS, 400) 이라고정의한다.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35 아니라, 저기에게세우는법칙이외의어떤것에도복종하지않는이성적존재자의존엄성의이념때문에그렇게하는것 (GMS, 434) 이라고말한다. 따라서인간존엄성의근거이자도덕성의척도는자율성이며, 이는자유를전제로한다. 그래서칸트는 자유는도덕법칙의존재근거 (ratio essendi) 이며, 도덕법칙은자유의인식근거 (ratio cognoscendi) 고말한다.(KpV, 4) 2. 자유의법철학 Recht 는 객관적법 및 법질서 일뿐아니라 주관적권리 이기도하다. 칸트는권리를 타인에게의무를지우는 ( 도덕적 ) 능력 (MS, 237) 이라고정의하고, 생득적 (angeboren) 혹은 내적 권리와 획득된 혹은 외적 권리로구분한다. 후자는개개인이자신의법적행위에의거하여비로소갖게되는권리인반면, 전자는 모든법적행위와무관하게자연이각인에게부여한 (MS, 237) 권리이다. 칸트는생득적권리를 자유 ( 타인의강제적자의로부터의독립 ) (MS, 237) 로규정한다. 하지만그는무제한적자유가생득적이라고말하지는않는다. 그대신 모든타인의자유와보편적법칙에따라서공존할수있는 (MS, 237) 자유만이생득적이라고말한다. 그는 각인 ( 各人 ) 에게그의인간성으로인하여귀속되는권리 라는의미에서자유를 근원적인 권리라고부르며, 이생득적자유의원리안에 생득적평등, 즉 자기자신의주인 (sui juris) 이라는인간의자격과 ( 사상을전달하고, 무엇을이야기하고, 약속하는등의 ) 모든기초적권한들이이미들어있다는점에서자유를 하나뿐인 생득적권리라고부른다.(MS, 237f.) 그리고그는이러한인간의자유를최대한보장하는국가체제를이상적국가로보고, 자유의보장을국가및법질서 (Rechtsordnung) 의목적으로규정한다. 9) 9) 이러한칸트의입장은국가및법질서의목적이 행복의실현 이라고보는흄 (D. Hume) 과같은공리주의자들의입장과대조를이루고있다는점을염두에둘필요가있다.
36 철학논집 ( 제 54 집 ) 칸트에따르면, 인간을사물로다루는것이나그에게서인격의본질인자유를빼앗는것은인간의존엄성을없애는것이다. 존엄성은자율의원리를토대로하는데, 인간이결정을자유롭게행위로옮기는가능성이자율에속한다. 자율은자유를전제로하는데, 자유는생득적권리로모든인간들에게부여되어있기때문에, 보편적규범, 즉법률로모든사람들의자유영역들을조정하지않으면안된다. 그런데그러한조정은단지실정법, 즉국가안에서만가능하기때문에, 사람들은공동삶의규칙인법질서를만들어이것에자신을종속시키는것을의무로여긴다. 이처럼윤리학에토대를둔칸트의자유이념은법에대한복종의의무를정당화한다. 법에대한복종의의무가자유이념을토대로하기때문에, 칸트에따르면, 아무도인간을노예화하고그의존엄성을소멸시키는법률을존중하거나그러한법질서에복종해야할의무는없다. 또입법이우선적으로지향해야하는것은, 흄 (D. Hume) 과같은공리주의자들이주장과는달리, 인간을행복하게만드는것이아니라자유이념의토대위에서법질서를달성하는것이다. 그래서칸트는진정한 공공복리 (salus publica) 10) 는자유의실현에있다고말하고, 법 (Recht) 을 자유의보편적인법칙에따라서한사람의자의가타인들의자의와함께결합될수있는조건들의총체 (MS, 230) 라정의한다. 11) 10) 공공의안녕은국가의최고법칙이다 (salus publica suprema civitatis lex est) 는명제는그가치와명망이감소되지않은채남아있다. 그런데맨먼저고려되어야하는공공의안녕은바로각자에게법칙에의해그의자유를보장하는그러한법칙적인체제이다. 여기서그가저보편적인합법칙적자유를, 따라서다른동료신민들의권리를침해하지않기만한다면, 그에게최선으로보이는어떠한방법으로자신의행복을추구하든지간에그건그의자유이다. (I. Kant, Über den Gemeinspruch: Das mag in der Theorie richtig sein, taugt aber nicht für die Praxis. 학술원판, Bd. VIII, 이하 Gemeinspruch, 298) 11) 따라서칸트에게법은개인의이익관심이아니라인간공통의능력인실천이성에기인한다. 법질서가이기적인개인들의합의에서비롯된것이아니라, 보편이성의표현이라는칸트의해석은국가철학에새로운장을열었다. 후에헤겔은이성적국가에관해서이야기하고, 이것을이기적인동기들에서생겨난, 계약에기인한 필요국가 (Notstaat) 와대립시킨다.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37 국가의설립, 즉법질서의목적을칸트가자유의실현으로보았다는사실은, 법의성격과사회계약에대한그의생각에서도분명히드러난다. 즉그는강제법칙 (Zwangsrecht) 인법을 자유에대한방해저지로서보편적인법칙들에따라자유와화합하는것 (MS, 231) 으로규정했고, 국가를구성하는 근원적계약 에서는개개인이 야만적이고무법적인자유 (MS, 315) 를떠나, 국가의구성원으로서새로운자유, 즉법적자유를얻는것으로이해했다. 그리고나아가법적자유에서법적평등과법적자립성을도출하고, 이들모두를시민사회의토대를이루는법의원리로선언한다. 12) 3. 형벌의정의 칸트에따르면, 자기자신에대한의무를위반하는사람은자신의 내적가치 즉존엄성을상실하는것이자인간성을포기하는것이듯이, 타인의자유를침해하는행위는그사람의존엄성을훼손하는행위이자범죄가된다. 따라서타인의자유를침해한자는처벌받지않을수없다. 이때처벌은물리학의작용과반작용의법칙처럼 보편적법법칙 (Rechtsgesetz) 에따라이루어져야하는데, 이보편적법법칙은다름아닌 너의자의의자유로운사용이보편적법칙에따라어느누구의자유와도공존할수있도록그렇게행동하라 는정언명령이며, 더이상증명될수없는이성의요청이다 (MS, 231). 처벌의정당성을의미하는칸트의 형벌의정의 는국가체제의최고권이며, 13) 공적범죄는형사재판에사적범죄는민사재판에회부한다. 형벌은피해자의사적판단의행위가아니라그와구별되는법정의행위이며, 피해자의복수욕의수단이아니라 공적정의 (MS, 335) 의요청이다. 형벌권 (Strafrecht) 은 명령자가복종자에게그의범죄로인해고통을부과하는권리 (MS, 331) 이고, 범죄자에게부과되는사법적형벌 ( 법정의형벌 ) 은언제나 12) I. Kant, MS, 314; Gemeinspruch, 290 참조 13) 사람들사이에있는국가체제라는순전한이념은이미최고권 (die oberste Gewalt) 에귀속하는형벌의정의라는개념을동반한다. (MS, 363)
38 철학논집 ( 제 54 집 ) 고통을수반한다. 칸트는이사법적형벌이범죄자자신이나시민사회를위하여어떤다른선을촉진하기위한수단으로서결코가해질수없고, 언제나범죄자가범법행위를했다는바로그사실때문에가해져야만한다고본다. 14) 따라서그는 형벌의법칙은하나의정언명령 (MS, 332) 이라고말한다. 정의가어떠한대가로든매도되면, 정의이기를멈출것이기때문에, 공적정의의원리는한쪽이다른쪽으로기울지않는 ( 정의의저울에있는지침이가리키고있는 ) 동등성의원리 여야하며, 법정의심판대앞에서이루어지는오직 응보법 (ius talionis) 만이이원리를충족시킬수있다고칸트는말한다. 왜냐하면동등성의원리는지위고하를막론하고적용되어야하는데, 응보법이외의 다른것들은모두이리저리흔들리고, 여타의것에대한고려가섞이기때문에순수하고엄격한정의의선고에적합하지 않기때문이다.(MS, 332) 그러므로살인자는사형선고를받을수밖에없다. 아무리혹독한형벌도죽음과동등한상황을확립할수없고, 따라서정의를만족시킬수없기때문이다. 그래서칸트는 설령시민사회가구성원모두의동의에의해해체되는경우 ( 예컨대, 섬에살고있는국민이서로헤어져서전세계로흩어질것을결정하는경우 ) 라할지라도감옥에남아있는마지막살인자는먼저처형되어야한다 (MS, 333) 고주장한다. III. 덕의무 : 관용, 화해, 용서 칸트는 관대 혹은 용서 를윤리학의한주제로다루고있지않다. 용서와관련된용어들마저도 종교철학, 덕론 (Metaphysische Anfangsgründe 14) 이런의미에서처벌의정당성에대한칸트의입장은공리주의의예방설이나교화설을반대하고철저하게응보설을취한다.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39 der Tugendlehre), 인간학 등과같은그의저서에서드물게나타난다. 도덕형이상학 의 덕론 (1797) 에서는 인간사랑에정반대되는인간증오의악덕들 을논하는자리에서 화해 에대한그의입장을조금피력하고있을뿐이다. 관용, 화해, 용서등에관한그의입장은그의강의록과유고들에흩어져있고, 재구성작업이필요하다. 어째든칸트는그의 도덕철학강의, 단편, 예비원고 등에서관용, 화해, 용서가덕의무임을분명히지적하고있다. 1. 관용 (Toleranz) 칸트에게 관용 은타인의불완전성이나잘못및다른생각을이유로타인을증오하지않고용인하는것을의미한다. 15) 인간은많은실제적혹은표면적잘못을저지르기때문에인간은타인의잘못을감수하지않으면안된다는점에서칸트는관용을 보편적인간의무 (VM, 454) 로규정한다. 따라서그에따르면, 모든잘못은국가적죄일망정도덕적죄는아니며, 세속에서관용의판단은 당국의사안 (Sache der Obrigkeit) 일뿐이다. 16) 칸트는관용의경계가매우불확실함을인정하지만, 종교와언론의자유에서 완전한관용 및 보편적관용 의가능성을찾는다. 완전한관용의상태에서는특별한도덕적아름다움이지배하지않을수없다. 왜냐하면각자가자신의의견을말하면, 각부분은특별한빛에놓이며, 진실은강요에의해억압되기때문이다.(VM, 76) 종교와관련된관용은한종교가타종교를마음에들어하지않는다하더라도, 타종교의불완전함과잘못을 ( 증오없이 ) 감수할수있는때이다. 내종교에따르면오류인것을진정한종교라고생각하는자는결코증오의대상이아니다. 나는어떤사람도고의적인악의장본인양증오해서는 15) I. Kant, Vorlesungen über Moralphilosophie, 학술원판 Bd. XXVII, 이하 VM, 454, 706 참조. 16) I. Kant, VM, 76.
40 철학논집 ( 제 54 집 ) 안된다. 그가악과오류로어떤선을행할생각하는한그는결코증오의대상이아니다.(VM, 454) 17) 칸트에따르면, 도덕적인관용 (VM, 76) 은각자가사랑으로모든사람을보게되고, 그사람이잘못했을경우, 그를증오하는것이아니라, 그가잘못으로인해길을잃는것을불쌍히여기는것이다. 이러한관용의의무에내포된긍정적인측면과는달리, 흥미롭게도칸트는그것의부정적인측면을지적하는것도잊지않았다. 그에따르면모든관용은인간존엄성에모순된점이있기에관용의의무는 좀특이한의무 (etwas Uneigentliches) 18) 이다. 왜냐하면자신이방해하는것이옳음에도방해하지않는자가관용적이라고한다면, 그는사고를할때타인의허가를중요하게여기지않게되는데, 이런점에서그의관용은 순전한오만 이될수있기때문이다.(VM, 705f.) 2. 화해 (Versöhnlichkeit) 관용의의무외에도칸트는화해의의무에대해언급한다. 그에따르면인간의권리를손상시키는행위는어느것이나형벌을받는것이마땅하지만, 형벌은피해자의사적판단의행위가아니라, 그와구별되는법정의행위이다. 형벌은자신의아무런이익없이도타인의손해를목표로하는복수욕의수단이아니라, 공적정의의요청이기때문이다. 피해당사자가행하는응보는복수일것이고, 복수는가해자의고통을직접즐기는것이므로 17) 종교상의문제에어떤것도규정하지않고그들에게완전한자유를허용하는것을의무로생각하는군주, 따라서관용이란존대한칭호도사양하는군주야말로스스로계몽된사람이다. [ ] 그러한군주치하에서는 [ ] 기존의교의와는여기저기다른자신의판단이나견해를자유롭게대중앞에발표할자유가허용된다. I. Kant, Beantwortung der Frage: Was ist Aufklärung?, 학술원판 Bd. VIII, 40. 18) I. Kant, VM, 705.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41 인간성을거스르는행위이다. 따라서복수는오직일정인간증오를전제로하지않고는생각되거나실현되지않는다. 이러한점에서칸트는 모욕자를직접도로손상시키는것이부당하지않거나모욕자를고려하여정당하더라도, 보편적인간의무를고려할때그것은그자체가부당 (Unrecht, minus rectum) 으로남는다 (VM, 689) 고지적한다. 칸트는 스스로한낱복수하러타인의적의를증오로대응하지않을뿐더러, 결코세계심판자에게도복수해줄것을요구하지않는것이덕의무 이고, 화해 (placabilitas) 가 인간의무 라고말한다. 그에따르면, 인간이화해해야하는이유는 한편으로는인간이스스로용서를몹시필요로하게될정도로자기죄과를충분히감수하고, 또한편으로는특히누구에게든지어떠한형벌도증오로가해져서는안되기때문 (MS, 460f) 이다. 다시말해, 화해는모든복수를버리게함으로써복수에서기인하는의무위반을저지하고, 타인에대한호의와사랑을회복시킨다는것이다. 19) 칸트는화해가모욕에대한 온화한인내 (sanfte Dulsamkeit; mitis iniuriarum patientia) 와혼동되어서는안될것임을강조한다. 왜냐하면전자는죄과의응당한감수를전제로하는용서인반면, 후자는타인의계속되는모욕을예방하기위해강경한수단을단념하는너그러움 20) 인데, 특히 19) I. Kant, VM, 689. 20) 부정적인의미를가지는 온화한인내 (sanfte Dulsamkeit) 라는칸트의표현에주목할필요가있다. 칸트에게 Dulsamkeit 는 적극적인내 혹은 너그러움 을뜻하는것으로원래긍정적의미를내포하는용어이다. 칸트는이용어를 Geduld( 단순한참음, 소극적인내 ) 와구별한다. 인내 (Geduld) 는용기가아니다. 그것은여성적인덕이다. 왜냐하면그것은저항을위해힘을모으는것이아니라, 습관에의해고통스러운것 ( 참는것 ) 을알아채지못하기를바라는것이기때문이다. (I. Kant, Anthropologie in pragmatischer Hinsicht, 학술원판 Bd. VII[ 이하 Anth.], 257) 인내 (Geduld) 와너그러움 (Dulsamkeit) 은동일하지않다. 인내는고통에대한거의무관심한피력이며, 악에대해거의주의를기울이지않는다. 인내는약한영혼의속성이고강인함을알지못한다. 어떤것을방해할수없을때기꺼이인내를무릅쓰는여성의속성이다. 굳건함에대한우리의힘을느끼기위하여우리는장애물과싸울필요가있다. 삶의악들
42 철학논집 ( 제 54 집 ) 이것은타인의발아래자신의권리를방기하는것으로서인간의자기자신에대한의무를훼손하는것이기때문이다. 21) 인간이적절한대응없이자신을모욕당하도록내버려두는것은자신의가치를깎는일이다. 칸트에따르면그럴경우인간은자신을짓밟히게내버려두는벌레나침없는벌처럼자신을방치하는것이며, 자신의인격성에대한공격에맞서야할자신에대한의무를수행하는대신무기력을보이는것이다. 인간은타인들이그의인격에존경심을가질것을의욕하고, 그런존경심을확보해야하며, 자기자신을존경함을보여야한다. 인간은자신을모욕한타인에게적어도사죄하고용서를빌수있도록만들어야한다. 22) 칸트는모욕하는자에대한화해와타인에대한모든의무총체를인간자신에대한 간접의무 로규정하기도한다. 왜냐하면자신의영혼이적에대한증오로몰락되지않도록하거나혹은자비 ( 慈悲 ) 로자신을타인행복의원천이되도록함으로써자신의완전성에방해가될수있는요인을차단하거나제거할수있기때문이다. 23) 3. 용서 (Verzeihung, Vergeben) 칸트에따르면고통은정당한형벌이다. 사법적형벌은선이아니라정의, 즉마땅함 (Würdigkeit) 에따라행해지는것이므로, 은혜와용서에대한모든청원은헛된것 이다. 24) 형벌권은명령자가복종자에게그의범죄로 이마음을압박하더라도우리는항상건재함을알아야하고악들에압도되어서는안된다. 그러면악은우리강인함의시금석이다. 이러한너그러움에모든인간이한부분을요구할수있는완전성의정도가놓여있다. 우울과불쾌의외적원인들이현존하더라도인간은자신안에만족의원천을가지고있다. I. Kant, VM, 219. 21) I. Kant, MS, 461. 22) I. Kant, VM, 607f. 23) I. Kant, Vorarbeiten und Nachträge, 학술원판 Bd. XXIII, 403.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43 인해고통을부과하는권리이므로, 범죄자에게부과되는사법적형벌은언제나고통을수반한다. 따라서고통은정당한형벌이며, 정의를외면한용서는생각할수없다. 25) 칸트에게형벌은이와같은법적차원에서뿐만아니라도덕적차원에서도정당화된다. 범죄자는자신이벌을받음으로써자신의인격성을회복할의무가있기때문이다. 26) 칸트는정의를중요시하지만용서를소홀히하지는않는다. 그는사람들이 부당의용서 (Unrecht vergeben, iniuriam condonare) 로일컫는 보상이나보복의면제 (Erlass) 27) 에대해설명하고, 이것을 덕의무 (VM, 689) 라고규 24) I. Kant, Reflexionen zur Religionsphilosophie, 학술원판 Bd. XIX, 629. 25) I. Kant, Reflexionen zur Anthropologie, 학술원판 Bd. XV, 481; MS, 331 참조. 26) 그의무 { 자기자신에대한의무 } 는오히려최상급에속하고모든의무중에서가장중요한것이다. 왜냐하면아직자기자신에대한의무가무엇인지해명하기전이라도, 어떤사람이자기자신의인격을모욕한다면, 그에게서무언가를요구할수나있겠는가라고물을수있기때문이다. 자기자신에대한의무를위반하는사람은인간성을내버린것이고더이상타인에대한의무를지킬수없다. 그래서타인에대한의무를제대로지키지못한사람은관대하지도선량하지도자비롭지도않지만, 자기자신에대한의무를준수하고그에맞추어적절하게살았다면, 그래도자기안에어떤내적가치를가질수있다. 하지만자기자신에대한의무를위반한사람은아무런내적가치도갖지않는다. 따라서자기자신에대한의무를어긴사람은자기의모든가치를잃지만, 타인에대한의무를어긴사람은그것에해당하는가치를잃을뿐이다. 따라서자기자신에대한의무는, 타인에대한의무가준수될수있는조건이다. (VM, 341) 27) 칸트는 ultio( 겪은부당에대한직접적인형벌, 손상된권리회복을위한합법적인저항 ) 와 jus talionis( 재판관을통한응보 ) 를뚜렷하게구별한다. 인격속의인간성이손상될경우, 우리는 ultio를위한권한과부채가있다. 후자는원래겪은부당에대한형벌이다. 하지만도덕적의미로우리권리의손상시보상을위하여타인에대하여행하는합법적저항을의미한다. 이러한보상요구 (reparatio damni) 는우리권리의직접적회복 (restitutionem damni) 이나후자가성취될수없는모든경우의손해배상, 즉동등성에의한보복이나보상을얻는것으로끝난다. [ ] 그러나시민상태에서는이러한손해보상은재판관의
44 철학논집 ( 제 54 집 ) 정한다. 그에따르면, 보상이나보복의면제는 우리인격속의인간성이모욕받는일없이존속할수있고, 정의의애정 (Rechtsliebe) 28) 이모욕자가받아마땅한것보다가벼운처벌로완화되는한 덕의무이다.(VM, 689). 이러한입장은, 칸트가무상 ( 無償 ) 의용서는아니지만, 모욕을방지할수있는신뢰할만한법이나제도적장치가확보된경우나진실한회개와보상시도와같은도덕적으로받아들일수있는방법으로피해자를위로할수있는경우에용서는마땅히받아들여져야만하는것으로생각했음을보여준다. 29) 그러나칸트는이러한용서의의무가가해자측의단순한실수나부주의에의한의무위반이아니라, 의도적부정행위 ( 不正行爲 ) 에의한의무위반마저피해자에게망각할것을요구하는것은아니라고부연한다.(VM, 689) 그리고가능한한겪은부정을잊을것을권하면서다음과같이말한다. 사면에충실한것, 즉그것에관한모든발언과관련하여부정행위를잊어버리고, 그것을더이상기억하지못한다는것을상대방에게겉으로알리는것은윤리에맞다. 실제로더이상기억하지않는것은초인적인덕일것이다. 물론상대방의실수나부주의에의한단순한부정행위일경우에는 의무이지직접적으로모욕받은당사자의의무가아니다. 따라서 ultio와는매우다른탈리오의법칙 (jus talionis) 이도출된다. 이러한응보는우리가시민상태에서재판관을통해서만간접적으로얻을수있다. 자신이응보하는것은복수기때문이다. (VM, 689) 28) 칸트는 Rechtsliebe 를 ' 타인에게해를입음으로써부당이발생할때빠지는정념 ' 으로규정한다.(Anthropologie Dohna-Wundlacken, ko 283) Anthropologie Dohna-Wundlacken는 Kowalewski가처음으로편집출판 (1924) 한칸트도덕철학강의록으로서학술원판에는없는편집본임 (Kant im Kontext III, 2017 4 참조 ). 29) 물론용서의문제는구체적상황이나피해자의의지가결정적이기때문에칸트가용서의보편적기준을제시할수는없다. 하지만그렇다고해서칸트가생각하는용서의기준이개인적상대주의로해석되어서는안되며, 오히려문화적상대주의에가깝다고봐야할것이다. 이런점에서칸트는 교육이올바르면, 관용의불공정은필요하지않다 (I. Kant, VM, 77) 고역설한다.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45 이것도의무이다.(VM, 690) 칸트는이와같은세속적용서외에도종교적용서, 즉 하늘의정의앞의사면 (Lossprechung) 에대해이야기한다. 그는인간의모든도덕적악은 악을향한성향 30) 에기인한다고보며, 이성향을 인간의자연본성안에있는근본적인, 선천적인 ( 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자신에의해서초래된 ) 악 (RGV, 32) 과연관짓는다. 즉인간이도덕법칙을의식하면서도이에어긋나는것을자신의준칙으로삼으려는성향에서악이발생한다는것이다. 이러한악이근본적인이유는이성향이 모든준칙들의근거를부패시키기때문 (RGV, 37) 이고, 또그악이선천적인 (angeboren) 이유는그성향이 근절될수가없기때문이다. (RGV, 31) 인간은이런성향을절멸시킬수는없지만, 이를극복해야하는과제를안고있다. 그래서인간은자신의도덕적소질을일구어내야하는데, 칸트는이를위해서인간 마음씨안의혁명 과 개심 (Änderung des Herzens) 이필요하다고본다. 이는모든악의원천이되는자기사랑을벗어나 모든준칙들의최상의근거인도덕법칙의순수성을복구 (RGV, 46) 하는과정인데, 죄를지은인간은개심없이는정의의신앞에서사면을기대할수없다고칸트는주장한다. 개심외에도그는정의에참여하는 무한한형벌 (RGV, 72) 의과정, 다시말해정의를실현하기위해죽음을무릅쓰는 회심 (Sinnesänderung) 의과정이근본악의극복을위해필요하고본다.(RGV, 74) 30) I. Kant, Die Religion innerhalb der Grenzen der bloßen Vernunft, 학술원판 Bd. VI, 28, 이하 RGV로표기함.
46 철학논집 ( 제 54 집 ) IV. 용기와용서 칸트에게서용서와관련된덕의무들, 즉관용 (Toleranz), 화해 (Versöhnlichkeit), 용서 (Verzeihen, Vergeben) 등은정의, 즉옳고그름의문제를떼어놓고생각될수없다. 이들은복수를포기하는것이지정의에대한요구까지포기하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칸트가관용의판단을 당국의사안 으로, 화해를 죄과의응당한감수를전제로하는용서 로, 또용서를 정의에대한애정의완화 로이해하는한그렇다. 마찬가지로 신앞에서의사면 도정의를통해실현된다. 왜냐하면그것은신의자비로운용서가아니라인간의회심, 즉인간이자신에게가하는 무한한형벌 을전제로하기때문이다. 그래서칸트는 사람들은최고의법칙수립자그자체를인간의약함에자비로운 (gnädig), 따라서관대한 (nachsichtlich; indulgent) 자로표상해서는안된다 (RGV, 72) 고말한다. 이와같이칸트의용서와관련된용어들이정의에대한요구를내포하는이유는, 칸트가그들을덕 (Tugend) 31) 으로규정하고있고, 덕은다름아닌 ( 도덕적 ) 용기 이기때문이다. 그에게덕이용기인이유는, 우선 덕 (Tugend) 의라틴어표현인 virtus 가 남자다움, 덕, 힘셈, 강함, 굳셈, 용기 등의의미를갖고있고, 용기처럼덕도항상 하나의적을전제 로하기때문이다.(MS, 57) 칸트는용기 (Mut) 를 성찰 (Überlegung) 하면서위험을떠맡는마음의침착 (Fassung) 으로정의하고, 담대성 (Herzhaftigkeit) 과구별한다. 놀라지않음 을의미하는담대성은순전히기질적속성이지만, 용기는원칙들에의거하는것으로하나의덕 (Anth, 256) 이다. 물론칸트는 정동 (Affekt) 으로서의용기 와 참다운용기 및 도덕적용기 를구분한다. 하지만그는전자가명예로운것과관련하여이성에의해서일어나는경우 32), 후자가될수있 31) 덕은 결의의강함 (MS, 390) 이다. 32) 칸트에따르면, 명예심 (Ehrliebe) 은덕의지속적인동반자 (Anth, VII, 257) 이며, 내적품위, 공정한자기평가 (honestas interna, iustum sui aestimium) (MS, 420)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47 다고말한다. 명예로운것에대한빈정거림이나기지로날카롭게된, 그러나바로그때문에오직그만큼더위험한조롱적인모멸에위협받지않고, 자기의길을의연하게따라걷는것은많은사람들이갖지못한, 야전이나결투에서자신이용감한자임을증명하는, 도덕적용기이다. 단호한결의를위해서는의무가명령하는것을타인들이조소할위험까지무릅쓰고, 실로높은정도의용기로, 감행하는것이필요하다.(Anth, 257) 칸트가 참다운용기 (wahre Tapferkeit) 로부르는 덕의강함 (Tugendstärke) (Anth, 257), 즉도덕적용기 (fortitudo morais) 는 의무가명하는것에는생명을잃을지라도두려워하지않는합법적인용기 이며, 대담성만으로는그것에충분치않고, 기사바이야르 ( 두려움도모르고흠결도없는기사 ) 의경우처럼도덕적무결성 (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 mens conscia recti) 이그것과결합 (Anth, 259) 된것이다. 따라서칸트의도덕적용기는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을가지고의무를행하는용기 로이해된다. 그리고도덕적용기와덕과의관계를칸트는다음과같이설명한다. 하나의강력하되부정한적에저항할수있는능력과숙고된결의가용기이며, 우리안의도덕적마음씨의적과관련해서는덕 (virtus, fortitudo moralis) 이다.(MS, 380) 칸트에따르면, 덕은자기의무를준수할때인간의지의도덕적강함 을말하는데, 여기서 의무란인간의입법적이성이그법칙을실행하는지배력자체를이루는한에서, 이인간자신의입법적이성에의한도덕적강요 이다. 따라서 덕은명령을하며, 그명령을도덕적인 ( 내적자유의법칙에따라가능한 ) 강제를통해동반한다. 그런데이도덕적인강제는 법칙을어기는마음씨의한배새끼인악덕들 (Laster) 을무찌를수있는강함이요구되는데, 이도덕적강함이 용기 이며, 인간최대의그리고유일하고진정한무훈을이룬다. (MS, 405) 이다.
48 철학논집 ( 제 54 집 ) 따라서참다운용기는덕의강함일수밖에없으며, 이는다름아닌도덕적용기, 즉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을가지고의무를행하는용기 이다. 그리고덕으로서용서는과거의기억을 성찰 하고고통의기억을떠맡는 마음의침착 이라는점에서, 강력하되부정한적 에대항하여손상된존엄성과명예를회복시킨다는점에서, 또손상된존엄성과명예회복을위한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 을필요로한다는점에서칸트가말하는도덕적용기와닮아있다. V. 맺는말 명예나자살등과같은용기와관련된문제들은윤리적측면과심리적측면이복잡하고밀접하게얽혀있다. 그래서칸트도그런문제들에대한난점을지적하고용기의개념을조심스럽게다루고있다. 33) 용기는 담대성 으로서순전히기질적속성을가지지만, 원칙들에의거하는것으로하나의덕 (Anth, 256) 이기도하다. 따라서칸트는 정동으로서의용기 와 참다운용기 및 도덕적용기 를구분하여, 전자는 인간학 에서심리학적관점으로, 후자는도덕철학에서윤리학적관점으로다루고있다. 그런데참다운용기는다름아닌 덕의강함 (Tugendstärke) 이기때문에칸트는용기를덕의개념과연결시킴으로써, 용기의개념에정의의요구가내포되어있음을지적한다. 즉 덕의강함 인 도덕적용기 에는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 이라는도덕적무결성이내포되어있음을지적한다. 한편칸트는관용, 화해, 용서등을덕의무라고규정하면서, 용서의개념을덕과연결시킨다. 그리하여용서개념이덕의강함이라는도덕적용기와자연스럽게결합되고, 칸트는용서개념에도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 이내포하고있음을지적하지않을수없게된다. 그결과칸트의용서개념은정의의요구에서영원히벗어나지못하는태생적딜레마에빠지게된다. 칸트의이와같은용서에대한해석은경험적사실과비교해볼때결코 33) I. Kant, Anth, 258f. 참조.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49 잘못된방향이아님을알수있다. 왜냐하면덕으로서용서는과거의기억을 성찰 하고고통의기억을떠맡는 마음의침착 이라는점에서, 강력하되부정한적 에대항하여손상된존엄성과명예를회복시킨다는점에서, 또손상된존엄성과명예회복을위한 정당성을자각하는정신 을필요로한다는점에서칸트가말하는도덕적용기와닮아있기때문이다. 칸트는무상 ( 無償 ) 의용서는아니지만, 모욕을방지할수있는신뢰할만한법이나제도적장치가확보된경우나진실한회개와보상시도와같은도덕적으로받아들일수있는방법으로피해자를위로할수있는경우에용서는마땅히받아들여져야만하는것으로생각했다. 그가관용, 화해, 용서를분명히덕의무로규정했음에도이와같은개념들을윤리학의주제로다루지않았던이유는, 구체적상황이나피해자의의지가용서의문제에결정적이어서용서의보편적기준을제시할수없기때문이기도하지만, 그의용서개념이정의의요구에서영원히벗어나지못하는태생적딜레마를안고있다는점이보다결정적이유였던것처럼보인다. 따라서정의개념과의충돌을해소하면서용서개념의독자적지위를칸트의도덕철학속에확보하려는시도들은성공적인결과를얻지못할것이다.
50 철학논집 ( 제 54 집 ) 참고문헌 Kant, I., Anthropologie in pragmatischer Hinsicht, Kants Gesammelte Schriften, hrsg. von der Königlich Preuß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en, Berlin und Leibzig 1902ff., Bd. VII [Anth.]., Die Religion innerhalb der Grenzen der bloßen Vernunft, Bd. VI [RGV].,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d. IV [GMS].,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Bd. V [KpV].,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d. IV [GMS]., Die Metaphysik der Sitten, Bd. VI [MS]., Über den Gemeinspruch: Das mag in der Theorie richtig sein, taugt aber nicht für die Praxis. Bd. VIII [Gemeinspruch]., Vorlesungen über Moralphilosophie, Bd. XXVII [VM]., Beantwortung der Frage: Was ist Aufklärung?, Bd. VIII., Vorarbeiten und Nachträge, Bd. XXIII., Reflexionen zur Religionsphilosophie, Bd. XIX., Reflexionen zur Anthropologie, Bd. XV. Karsten, W./InfoSofWare(eds.), Kant im Kontext III: Werke, Briefwechsel, Nachlass und Vorlesungen auf CD-ROM, Berlin, 2017 4. Satne, P., Forgiveness and Moral Development, Philosophia, Vol. 44, 2016, 1029~1055. Sussman, D., Kantian forgiveness, Kant-Studien, Bd. 96-1, 2005, 85~107.
칸트철학에서본정의와용서 51 <Abstract> Justice and Forgiveness in Kant s Philosophy Jeong Seong-Kwan (Inha Univ.) This paper explains why Kant's concept of forgiveness fails to secure his own position in his moral philosophy and points out the inherent problems that are bound to conflict with his concept of justice. Kant connects the concept of forgiveness with virtue, while he defines tolerance, reconciliation, and forgiveness as a duty of virtue. Thus, the concept of forgiveness is naturally coupled with the moral courage as strength of virtue, and Kant can not help but point out that the concept of forgiveness also implies a spirit of awareness of justification like the concept of moral courage. As a result, Kant's concept of forgiveness falls into an inherent dilemma that can not be forever removed from the demands of justice. The reason why Kant hasn t treated such concepts as the subject of ethics, even though he has explicitly defined tolerance, reconciliation, and forgiveness as a duty of virtue, is that concrete circumstances or the will of the victim are crucial to the question of forgiveness and can not provide a universal standard of forgiveness. But it seems more crucial that Kant s concept of forgiveness has an inherent dilemma which can not escape the demands of justice forever. Key words: Justice, Forgivenness, Bravery, Duty of Virtue, Tolerance, Reconcil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