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 최 정 표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 1. 공정거래정책의 공정성 1) 공정거래정책의 목표와 공정사회 최근 우리 사회에는 공정사회가 갑자기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대통령이 이 말을 언급하고서 부터이다. 공정사회란 좋은 의미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알기 어렵다. 하나의 이상향을 지칭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사회, 그러나 가기는 결코 쉽지 않은 사회, 그런 의미로 부각되기도 한다.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터지면 곧장 공정사회라는 잣대를 갖다 대 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공식처럼 되었다. 이런 점에서는 공정사회가 사회윤리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일이 터지면 그것이 공정사회와 합치하는지 합치하지 않는지 구분하려고 한 다. 공정사회원칙과 합치하지 않으면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어쨌든 짧은 기간이었지만 공정사회라는 슬로건이 제시된 후 홍역을 치른 사건들이 많았다. 과 거에는 묵인되었던 것이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불거진 후에는 용인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공정 사회가 이런 용도로만 사용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막연하지만 공정사회는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사회, 가능하면 약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 는 사회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 임기 중반을 넘기 * 본 원고는 2011년도 한국경제학회, 경제ᆞ인문사회연구회, 한국정치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경영학회, 동아 일보 공동 주최로 개최된 공동학술행사(2011. 3. 17(목),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공정한 사회: 새로운 패러다임 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임.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45
면서 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좋은 의미이고 좋은 방향이기 때문에 나무랄 일은 아니다. 공정사회는 그 의미를 사전적인 개념으로 구체화시킬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는 이해되는 개념이 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공정거래정책은 공정사회와 관련해 꼭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이다. 정 부부서와 정부정책 중에 공정이라는 말이 직접 들어가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 와 공정거래정책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정책은 경제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경제주체들의 경제행위도 개선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구조면에서는 시장구조나 경제구조 자체가 공정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는 구 조가 되도록 추구하는 정책이고, 행위 면에서는 기업들의 거래행태가 공정해지도록 만드는 정책 이다. 시장구조가 공정해지고 기업행위가 공정해지면 그것이 바로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고, 공정 거래정책은 이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공정거래정책을 구조개선 측면에서의 공정사회구현과 행위개선 측면에서의 공정사회구현으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공정거래법은 제1조 목적조항에서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 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말하자면 힘의 남용을 방지하여 강자와 약자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이 이 법의 지향점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정책은 그 자체가 바로 공정 사회를 지향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정거래정책은 공정사회 건설을 위해 결코 가벼 이 할 수 없는 필수적인 정책이다. 2) 공정거래정책의 실적과 공정사회 공정거래정책은 1981년 처음 시행된 후 그동안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각 개별시장에서 자유 롭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벌에 의한 과도한 경제력집중도 방 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정책이 충실히 집행되는 것은 공정사회원칙과 합치한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 되는 행위를 발견하고, 처벌하고, 시정하는 것이 공정거래정책을 통해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길이 다. 이런 공정거래정책이 최근에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시행되었는지가 <표 1>에 정리되어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조치 수준에 따라 고발, 시정명령, 시정권고, 경고 등으로 구분할 수 있 다. 공정위가 주로 취하는 조치는 <표 1>에 보이는 것처럼 과징금 부과와 더불어 시정명령을 내 리는 것이다. 경고는 매우 가벼운 조치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와서 시정명령 건수와 과징금 부과건수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경제규모와 기업 들의 행태로 볼 때 이것은 위반사건이 적었다기보다 공정위의 법 집행이 느슨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의 강력한 집행이 공정사회원칙과 합치한다고 보면 이명박 정부 이후의 이런 추 146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세는 오히려 공정사회와는 역행하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고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정권고에서도 마찬가지이 다. 가장 가벼운 처벌인 경고에서만 그 건수가 증가하였다.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부 이후에는 공 정거래법 위반사건의 조치건수가 줄어들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기업들의 행태에 큰 변화가 없 었는데도 이런 통계가 나왔다면 이것은 공정거래정책이 공정사회의 구현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자료이다. <표 1>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의 조치유형별 처리실적 구분 2006 2007 2008 2009 고발(과징금) 47(3) 48(11) 33(9) 43(8) 시정명령(과징금) 644(154) 928(315) 737(132) 487(70) 시정권고(시정요청) 179(1) 124(-) 77(1) 85(-) 경고 2,515 2,124 2,223 2,469 계 3,385 3,224 3,070 3,084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p.68. 2. 공정한 경제구조와 공정사회 1) 경제력집중과 공정사회 가. 재벌문제와 경제력집중 경제력집중 문제는 1987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정식으로 공정거래정책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부터 경제력집중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규제가 공정거래법의 조항으로 삽입되었다. 경제력 집중 문제는 재벌문제에서부터 출발하였다. 한국에서는 재벌의 규모가 크고 이들이 국가경제 내 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여기서 나타나는 제반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뿐 만 아니라 재벌식 경영의 편법성과 불법성이 심각한 경제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 하기 위한 방법으로 독점금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에 재벌정책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규제가 재벌의 극심한 저항을 불러와 이 정책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정책으 로 변질되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재벌만을 정책 대상으로 했던 것이 언젠가 부터는 대규모의 공기 업과 전문경영인기업까지 이 정책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부터 경제력집중정책은 성격도 모호해졌 고 정책효과도 약화되었다. 공기업은 정부가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이고 재벌은 사익 추구를 주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인 데 규모가 크다고 해서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종류의 기업을 동일한 정책의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47
정책효과가 애매해져 버렸다. 그 이후로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은 점점 심화되고 급기야는 외환 위기라는 미증유의 국가위기까지 초래하였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는 재벌이 외환위기의 주범 이라고 하여 대대적인 재벌개혁정책이 추진되었으나 그 열기도 곧 흐지부지되고 한국경제는 재벌 중심의 경제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처럼 경제력집중 문제는 곧 재벌 문제이고 재벌 문제는 공정사회 이슈와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이 다. 나. 공정사회 관점에서의 경제력집중 문제 경제력집중 문제는 소수의 특정 재벌에게 경제적 비중이 과도하게 집중된 데서 나오는 문제이 기 때문에 재벌과 비재벌 기업간의 상대적 관계에 문제의 핵심이 존재한다. 우리 경제의 수많은 기업 중 소수의 대규모 재벌과 그 이외 기업간의 관계, 또는 소수의 대규모재벌 및 그들과 이해관 계를 같이 하는 계층과 그 이외 계층간의 비대칭적 관계가 문제의 핵심인 만큼 이는 바로 공정사 회 문제와 직결된다. 과도한 경제력집중에서 나올 수 있는 핵심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독 점력의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영향력의 남용이다. 1) Scott의 다시장접촉이론(multimarket contact theory)에 의하면 재벌과 같은 폭넓은 다각화경영 하에서는 개별 업종의 독점력이 다각화에 의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업종의 독점력은 그 업종 내부의 시장조건에 의해 정해진다 고 보지만 재벌처럼 광대한 다각화가 이루어지면 자기가 진출해 있는 타업종들의 시장조건도 개 별 업종의 독점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영향은 독점력을 강화시키는 영향이라고 보고 있 다. 말하자면 특정 재벌의 한 업종은 그 재벌이 진출해 있는 수많은 타업종의 시장조건에 의해 독 점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재벌은 그들이 갖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것이 더 심각 한 문제일 수 있다. 대표적인 영향력 남용의 행태는 정경유착, 여론호도, 정책왜곡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재벌은 막강한 금력을 이용하여 국가운영질서 자체를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이것은 시장의 독점화를 넘어서서 국가경제 전체를 독점화 시킬 수 있는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재벌의 이런 힘은 공정사회 원리와는 배치한다. 힘의 불균형 자체가 공정사회를 원천적으로 불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재벌의 독점력이 강화되면 강자인 재벌은 많은 혜택을 누리지만 비재 벌은 피해를 보거나, 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혜택을 적게 보게 될 것이 자명하다. 영향력의 남용도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재벌의 막강한 영향력은 재벌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은 공정사회 원칙과는 배치되는 것이 명백하다. 1) 최정표(2011). 148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다. 경제력집중 관련 공정거래법 규정 경제력집중이 경제문제로 인식된 역사는 오래된다. 1932년에 출간된 Berle-Means의 저서에서 이미 미국의 경제력집중 현상이 통계로 측정 발표되었다. 2) 그 이후로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론 및 실증적으로 접근하였다. 이 문제를 직접 정책으로 도입한 나라는 2차대전 이후 일본 이다. 경제력집중완화법이 만들어졌다. 2차대전 이후 연합군이 일본 재벌을 해체하면서 과거와 같 은 경제력집중이 다시 일어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을 직접 규제하기 시작 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금지정책과 더불어 재벌정책까지 담당하는 주무부서가 되었다. 공정사회와 관련된 주요 재벌정책은 출자총액제한, 상호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지주회사규제, 금융ᆞ보험계열사의 의결권제한, 내부거래의 이사회의결 및 공시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이들은 이런 정책의 대상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재벌은 대 부분 이 정책의 대상이 된다. 이 정책들의 공통된 특징은 재벌의 과도한 확장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상위 대재벌로 부상하면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경제활동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특히 기업확장 을 위한 전략에서 규모가 큰 재벌이 타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된다. 극단적으 로 보자면 대재벌은 원하면 어떤 업종에나 진출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경제력집중의 심화이고 경제구조의 불균형이다. 그리고 공정사회 원칙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재벌정책의 핵심 은 과도한 재벌세 확장의 제한이고, 이 정책의 엄격한 집행은 공정사회의 실현과 궤를 같이 한다 고 볼 수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계열회사의 타회사 출자를 제한하는 제도이고, 상호출자금지제도는 두 회사가 서로 상대방에게 출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 두 정책은 재벌이 가공 자본을 이용하여 과도하게 계열확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이다. 채무보증금지제도는 재벌의 계 열회사가 서로 채무보증을 하면서 과다한 채무로 계열확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이고, 지주회 사규제는 재벌이 지주회사제도를 이용하여 과도하게 계열확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이다. 따라 서 이 정책은 재벌들이 과도한 부채경영으로 과도하게 계열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ᆞ보험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은 이 회사들이 수탁자금을 타회사 지배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수탁자금을 타 회사 지배에 사용하면 재벌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처럼 재벌정책은 과도한 재벌확장을 금지하여 경제력집중 현상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 다. 이것은 재벌이 불공정하게 비대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사회원칙과 합치되는 정 책이다. 재벌회사의 대규모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시하도록 하는데, 이 정책은 투명경영을 2) Berle-Means(1932).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49
추구하는 정책으로서 재벌이 계열사간에 불공정한 내부거래를 하면서 부당하게 재벌세를 확장하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비재벌들은 계열사가 적거나 없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재벌은 비재벌에 비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공정 사회 논리와 맞지 않는다. 이처럼 대부분의 재벌정책은 모든 기업들에게 공정한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 다. 따라서 재벌정책을 철저하게 집행하는 것은 바로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길이다. 라. 경제력집중 현상의 최근 추세 경제력집중 현황은 주로 총괄집중률(aggregate concentration)로 추정된다. 총괄집중률은 일정 수의 대기업군 또는 재벌군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이 방법으로 추정한 최근 의 경제력집중 현황은 <표 2> 및 <표 3>과 같다. 광공업부문을 대상으로 했을 때 상위 50대 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 년 사이에 40%에서 45%까지 증가하였다. 상위 100대 기업으로 확장하면 47%에서 51%로 증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집중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통계이다. 경제활동이 소수대기업에게 집중되어 있는 비중이 높고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기업집단 중심으로 측정한 경제력집중현상은 반대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표 3>에 의하면 2009년 4월 공정위에서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서 34.1%로 줄어들었다. 말하자면 재벌중심으로는 경제력집중이 하락하였다. 그 수치는 여전히 높지 만 점점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표 2> 대규모기업의 출하액 비중 구분 2006 2007 2008 상위 50대 기업 39.9 42.3 44.7 상위 100대 기업 47.0 48.8 51.1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2010. 12. 22. <표 3> 대규모기업집단의 출하액 비중 연도 2006 2007 2008 대규모기업집단(자산5조원 이상) 36.5 36.3 34.1 * 48개 기업집단의 광공업부문 472개 계열사 대상.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2010. 12. 22. <표 2>와 <표 3>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력집중 현상은 매우 높은 편이고 변화추세는 양면적이다. 소수대기업에게로의 집중은 심화되었지만 소수 재벌에게로의 집중은 완화되었다. 좀 150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더 세부적인 통계를 계측하면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경제력집중 완화정책 이 매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마. 경제력집중 관련 공정거래정책의 최근 실적 경제력집중과 관련된 중요 정책은 최근 많이 개정되었다. 법규정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 지되고, 지주회사 규제가 완화되고, 기업집단공시제도가 도입되었다. 시행령에서는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의 지정기준이 상향조정되고, 특수관계인의 친족범위가 축소되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들이 오랫동안 폐지를 요구해 왔었고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 곧 이 제도를 폐지하였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벌계열사의 타회사 출자액을 순자산의 25% 이내로 묶 어두는 제도이다. 재벌들의 과도한 계열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폐 지는 공정사회 구현과는 배치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지주회사규제는 지주회사가 타회사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설립은 허용하되 악용 은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규제이다. 지주회사가 계열확장의 주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서 여러 가지 규제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많은 규제를 완화시켰다. 특히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200% 이내 제한과 비계열사 주식 5% 초과보유금지조항을 폐지한 것은 대폭적인 규제 완화이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시켰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지주회사가 쉽게 더 많은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을 거느릴 수 있도록 한 조치로서 공정사회원칙과는 배치되는 방향이다. 공정위는 매년 대규모기업집단을 지정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정된 기업집단의 계열기업들은 개별적으로 기업현황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최 근에는 기업집단 단위로도 공시제도를 도입하였다. 지정된 기업집단은 집단 전체의 일반 현황, 주 식소유 현황,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등을 공시하도록 공정거래법에 규정하였다. 이것은 대규 모기업집단에 대한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집단 스스로의 투명성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서 공정사회 원칙과도 합치된다. 시행령 규정인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변경시켰다. 2002년 이후 2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던 기준을 5조원으로 상향조정하였다. 따라서 정책대상 기업집단은 줄어들었 다. 기업들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지 않으면 정 책대상 기업집단 수가 너무 많고,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집단까지 정책대상이 되어 정책의 실효성 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벌총수의 친족범위도 8촌에서 6촌으로 축소시켰다. 따라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시 동일인 지배범위가 줄어들고 정책대상의 기업범위가 줄어들었다. 이것은 얼핏 공정사회원칙과 배치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핵가족화 되어 가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친족범위를 6 촌으로 축소하는 것은 합리적인 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이루어진 경제력집중 관련 주요 규정들의 변경은 전체적으로 공정사회원칙과는 반대되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51
는 방향으로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지주회사규제의 완화는 경제 력집중억제정책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의 정책변경이다. 제도 변경 외에 정책집행실적도 정부의 공정사회구현 의지를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 된다.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을 실제로 어느 정도 강력하게 추진해 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공정위 의 정책실적을 살펴보면 <표 4>와 같다. 경고 이상 시정건수의 추세로 판단하면 이명박 정부 이 후 재벌정책에 변화가 없었다. 2008년에는 시정건수가 대폭 증가했지만 2009년에는 또 대폭 감 소하였기 때문이다. 공정사회의 구현은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집행의지도 거기에 못 지않게 중요하다. <표 4> 경제력집중억제 위반행위 시정 실적 연도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경고 이상 시정 건수 149 108 24 44 116 41 자료: 공정거래백서(2010), p.69. 바. 공정사회 관점에서의 새로운 정책 방향 경제력집중억제는 공정사회구현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이다. 경제력집중 자체가 바로 불공정 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분야의 정책에 소홀하거나 무관심해 왔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 정책은 소위 말하는 재벌정책인데 이명박 정부의 주된 경제정책 기조는 대기업활성 화를 통한 경기활성화 내지 성장주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기조에서는 재벌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가 어렵다. 한국과 같은 재벌중심 경제구조 하에서는 경제력집중 문제를 중요한 정책 아젠다로 보아야 한 다. 특히 공정사회를 슬로건으로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진정한 의지를 가졌다면 경제력집중억 제정책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정책이다. 재벌에 의한 문어발식 다각화라든지 이들에 의한 우 월적 경제지배는 바로 현시점에서도 문제시되고 공정사회를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법개정 절차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 정부는 우선 진정성 있는 정책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재벌에 의한 우월적 경제지배를 방치 하고는 공정사회가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시 재벌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2) 독과점구조와 공정사회 가.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사회후생효과 경제력집중은 경제전체에서 논의되는 힘의 집중 문제이지만 독과점문제는 개별 상품시장에서 152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논의되는 힘의 집중 문제이다. 개별 시장을 1개 기업 또는 소수의 기업이 독차지하면 그런 시장은 독과점시장이 되는데, 이런 시장에서는 소비자에 비해 기업이 절대적인 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 다. 따라서 이런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사회후생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한 개의 기업이 시장을 독차지하는 독점시장에서는 이론적으로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기업이 독점이윤을 번다. 따라서 사회후생이 감소한다. 그러나 2-3개의 기업이 시장을 나누어 가 지는 과점시장에서는 경쟁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시장에서 기업들 이 서로 경쟁하여 시장이 경쟁균형으로 수렴하면 사회후생은 감소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들이 서로 경쟁을 지양하고 비경쟁적으로 협조하면 이런 시장의 균형은 독점균형과 일치하고 사회후생 이 감소한다. 그런데 과점시장은 후자의 경우처럼 시장이 조정되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과점시장을 독점시장과 묶어서 일반적으로 독과점시장이라고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과점시장이 많다. 기술발전과 더불어 개별기업의 규모는 커지는데 경제규모 는 대기업들을 많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많은 상품시장 이 대기업 소수가 적절히 시장을 나누어 가지는 과점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점은 경 쟁적이 되기보다 비경쟁적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경쟁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나 라의 과점시장은 비경쟁적으로 조정되어 사회후생이 감소할 우려가 크다. 나. 공정사회 관점에서의 독과점 문제 독과점시장이 비경쟁적인 균형으로 흘러가면 기업들은 혜택을 보는 반면 소비자는 피해를 본 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혜택재분배는 불공정하다고 본다. 혜택을 보는 기업은 소수의 부자들이고, 피해를 보는 소비자는 다수의 일반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혜택을 보고 소비자는 손해를 본 다면 공정사회원칙과는 배치된다.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많을수록 이러한 불공정성은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모든 선진국은 반독 점정책(antitrust policy)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공정거래정책을 통해 가능하면 독과점시장을 줄이려고 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진입장벽을 줄이고 경쟁제한적인 기 업결합을 금지한다. 다. 독과점 관련 공정거래법 규정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 조). 그리고 독과점화를 초래하는 기업결합은 금지한다고도 규정하고 있다(제7조). 이 규정들은 개 별시장이 구조적으로 독과점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그런데 독과점적 시장구조 개선을 위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법규정에 의하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독과점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 이를 위해 관계 행정기관에 의견을 제시하고, 시장구조를 조사하여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53
공표하는 것 등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조치로 시장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독과점화를 야기 시키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이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는 강력한 권 한을 가진다. 그런데 기업결합은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 오는 매우 복잡한 기업전략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매우 소극적으로 임할 때가 많다. 경쟁제한성이 분명한 기업결합일지라도 산업정책상의 이유로 이를 허용하거나, 불확실한 효율성 효과를 구실로 이를 허용하는 등 이 규정의 집행에 엄 격하지 않을 때도 있다. 공정사회의 관점에서는 이 정책이 강력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라. 독과점적 시장구조의 최근 추세 우리나라는 독과점적 시장이 많다. 시장구조는 3사집중률(CR 3 )로 측정되는데 이 값이 높으면 그 시장은 독과점적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473개 산업에 대해 CR 3 를 추정한 결과가 <표 5>에 정 리되어 있다. 단순평균은 45% 수준이지만 가중평균은 50% 이상이다. 큰 시장일수록 독과점도가 높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최근에도 이 값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R 3 의 평균값이 높아진다는 것은 개별시장의 CR 3 가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독과점화 가 심화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공정사회와는 역행하는 변화이다. 독과점시장이 많아지거나 개 별시장의 독과점도가 심화되면 기업들은 이득을 보지만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따라 서 공정사회 원칙과는 배치되는 변화이다. <표 5> 한국의 시장집중도 연도 2006 2007 2008 단순평균 45.6 45.2 45.5 CR 3 가중평균 51.2 54.2 55.3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2010. 12. 22. 마. 독과점 관련 공정거래정책의 최근 실적 공정위는 시장구조를 경쟁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독점기업분 할명령(미국)과 같은 강력한 정책수단이 없는 한 시장을 구조적으로 경쟁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 다. 우리 공정거래법에서는 공정위가 독과점적 시장구조방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기업결 합제한 정도에 불과하다. 진입장벽을 줄여 신규진입을 유도하는 등과 같은 시장구조정책은 타부 처와의 협조 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에 대한 최근 실적이 <표 6>에 정리되어 있다. 기업결합은 공정위에 신고해 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있는 기업결합은 승인하지 않거나 시정조치와 더 불어 기업결합을 허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이런 조치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54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이 통계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처리건수가 대폭 줄어든 것만큼은 틀림없다. 만약 이 수치가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관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기업결합정책은 공정사회와 역행했다고 볼 수 있다. <표 6> 기업결합제한규정 위반행위 처리건수 연도 2006 2007 2008 2009 경고이상 건수 60 53 27 23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p.69. 바. 공정사회 관점에서의 새로운 정책 방향 시장구조정책은 진입정책과 기업결합정책이 주된 정책수단이다. 기존기업들의 위상에 직접 영 향을 미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 이외 수단으로 그 시장을 더욱 경쟁적인 시장으 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시장이 기업결합을 통해 독과점화 되는 것을 방지하고, 신규진입을 유도 하여 그 시장이 최대한 경쟁적 구조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 공정위는 우선 기업결합 심사에 매우 엄격해야 한다. 경쟁제한성이 분명하면 시정조치를 취하 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요소나 산업정책적 요소의 고려는 가능한 한 최소화시켜야 한 다. 그리고 진입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인 허가 등과 같은 제도적 진입장벽을 과감히 철 폐하고, 신규진입유도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정책은 공정위 단독으로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정부차원의 이해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현정부의 진정한 정책목표라면 정부는 이런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3. 공정한 경제행위와 공정사회 1) 독점력 행사와 공정사회 가. 독점력 행사의 개념과 법규정 독점력이란 기업들이 가격을 높게 올릴 수 있는 힘이다. 독점력이 크면 가격과 생산비의 차이 를 더 벌릴 수 있다. 경쟁이 적을수록 기업들의 독점력은 커진다. 순수독점기업처럼 경쟁이 전혀 없으면 기업은 이윤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기업이 독점력을 행사하 여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기업의 이윤은 증가하지만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한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이러한 독점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불가피하게 독점이나 과점시장이 되었더라도 이런 기업들이 과도하게 독점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독점적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55
기업일수록 독점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기업이라고 반드시 독점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은 독점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범위를 정하고, 이런 기업들 이 행사할 수 있는 독점적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여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사집중률이 75% 이상인 시장의 기업들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이런 기업들은 그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제4조). 말하자면 이런 기업들은 독점력을 가지면서 그 독점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독점력 행사의 유형은 다섯 가지이다(법제3조의2). 첫째는 가격을 부당하게 정하는 행위, 둘째는 상품공급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셋째는 다른 사업자를 방해하 는 행위, 넷째는 신규진입을 방해하는 행위, 다섯째는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 는 행위이다. 이런 행위들은 궁극적으로 가격을 인상시킬 수 있는 행위이다. 따라서 가격을 과도 하게 높일 수 있는 제반행위들은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즉 독점력의 행사라고 규정하여 이를 금지시키고 있다. 나. 공정사회 관점에서 본 독점력 행사의 효과 기업들이 독점력을 행사하면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은 높아진다. 기업들은 이윤을 증가시키 기 위해 이런 행위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독점력을 행사하면 기업들은 혜택을 보지만 소비자들 은 피해를 본다. 기업이윤은 커지고 소비자후생은 감소한다. 이러한 혜택재분배는 공정사회 원리 와 배치될 것이 틀림없다. 기업이윤의 증가는 소수 부자들의 혜택인 반면 소비자후생의 감소는 다 수 국민들의 피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사회 관점에서는 기업들의 독점력 행사를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우 리나라와 같이 독과점시장이 많은 경제에서는 기업들의 독점력행사를 방치하면 소비자후생의 감 소가 매우 클 것이 틀림없다.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공정사회 원칙에서는 기업들의 시 장지배적 지위남용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다. 독점력행사 관련 공정거래정책의 최근 실적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법3조의2)의 적용에 소극적이었다. 법3조의2 위반에 해당하는 사 건들도 법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로 처벌하는 경향이 많았다. 전자는 후자보다 법적용 절차가 까 다롭고, 처벌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기업들은 법3조의2 적용에 대해 저항이 크다.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법23조 보다는 법3조의2 적용에 더욱 민감하다. 공정위 입장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3조의2보다 그 입증이 필요 없는 23조가 법적용이 쉽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동안 법3조의2 적용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표 7>에서 보듯이 2007 년에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조치가 급증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부터는 다시 감소하였다. 공정거래정책에서는 독점사업자의 독점력행사를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유감스럽게도 이 156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정책의 집행실적은 아직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정사회 관점에서는 이 정책의 엄격한 집행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는 독과점시장이 매우 많은데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독점적 행태는 엄격히 제재해야 소 비자 피해가 줄어들고 사회후생이 증가한다. 이런 정책방향이 공정사회의 원칙과 합치한다. 시장 지배적지위남용행위의 집행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공정거래정책이 공정사회를 달성하는데 더욱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다. <표 7>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조치건수 연도 2006 2007 2008 2009 경고이상 건수 2 38 5 2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p.69. 2) 담합과 공정사회 가. 담합의 개념과 법규정 기업들이 경쟁하면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지만 기업들의 이윤은 줄어든다. 따 라서 기업들은 가능하면 경쟁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서로 경쟁을 하지 말자는 협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협정은 불법이기 때문에 경쟁을 하지 말자는 합의는 주로 비 밀리에 이루어진다. 이런 담합은 기업수가 적고 집중률이 높은 과점일수록 쉽게 많이 이루어진다. 담합은 기업이윤은 증가시키지만 소비자후생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은 담합을 엄격 히 금지시키고 있다. 담합은 공급량을 줄이고 가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은 이런 효과 를 가져 올 수 있는 기업간의 공동행위를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다(법19조). 공정거래법이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담합행위는. 첫째 공동으로 가격을 정하는 행위, 둘째 공동으로 거래조건이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셋째 공동으로 공급을 제한하는 행위, 넷째 공동 으로 거래지역이나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다섯째 공동으로 공급설비를 제한하는 행위, 여 섯째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나 규격을 정하는 행위 등, 두 회사 이상이 공동으로 합의하여 공급이 나 가격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행위이다. 이런 행위를 담합, 즉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하여 금지 하고 있다. 그런데 담합은 발견하기가 어렵다. 기업들 사이에 비밀리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 거래법은 구체적 증거가 없어도 정황 증거로 이런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추정하여 처벌할 수 있는 조항까지 두고 있다. 이처럼 담합은 경쟁을 제한하는 대표적 행동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은 담합 행위를 매우 엄하게 다루고 있다.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57
나. 공정사회 관점에서 본 담합의 효과 담합의 궁극적 귀착점은 판매량 감소와 가격의 인상이다. 담합 당사자들은 이윤을 최대화시키 기 위해 이런 행위를 한다. 따라서 담합의 결과는 기업이윤의 증가와 소비자후생의 감소이다. 소 수의 기업인은 혜택을 보고 다수의 소비자는 피해를 보기 때문에 담합 역시도 공정사회 원칙에 위 배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연고 중심의 전통사회에서는 기업간에 비밀스런 담합이 성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쟁기업간에 학연, 지연 등으로 비밀통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밀리에 가격인상 합의를 이루어내기 쉽다. 거기다가 우리나라에는 과점시장이 많다. 소수기업이 영업하 는 과점시장에서 기업간에 비밀스런 대화 통로가 잘 작동한다면 담합은 쉽게 성립할 수 있다. 우 리나라는 이러한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이다. 담합은 공정사회를 해칠 수 있는 주요 요인 인 만큼 공정사회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담합방지가 매우 중요하다. 다. 담합 관련 공정거래정책의 최근 실적 담합처벌은 공정위의 업무 중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업무이다. 우선 담합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는 그만큼 많은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담합처 리 실적이 많다는 것은 공정위가 그만큼 자기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최근의 담합사건 처리실적은 <표 8>과 같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리건수는 많이 증가했 다. 사건별로 그 내용과 비중에는 많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처리건수로만 판단할 때는 담합방지 를 위한 공정위의 노력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문에서는 공정사회 구현 노력이 후 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표 8> 부당한 공동행위 조치건수 연도 2006 2007 2008 2009 경고이상 건수 45 44 65 63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p.69. 3) 불공정거래와 공정사회 가. 불공정거래의 개념과 법규정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거래는 원천적으로 불공정한 구조 하에서 이루어진다. 기업은 소수이고 소비자는 다수이기 때문에 기업이 경쟁을 하지 않는 한 기업쪽이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다. 따라서 기업 사이에 경쟁을 시키는 정책이 공정거래정책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 는 양상이 다소 달라진다. 주로 중간재의 거래나 유통단계에서의 거래는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 158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인데, 이때는 구매자도 소수이고 판매자도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판매자가 우월적 지 위를 확보할 수도 있고 구매자가 우월적 지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이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면 이 거래는 불공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공정거래는 이처럼 기업과 기업사이의 거래에서 주로 발생하고,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쪽에 의해 주도 된다. 우월적 지위는 시장구조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특성이나 거래관행 등 복 잡한 요인에 의해 정해진다. 판매자도 하나이고 구매자도 하나인 쌍방독점(bilateral monopoly)이 나, 판매자도 소수이고 구매자도 소수인 쌍방과점(bilateral oligopoly)에서는 상품의 특성이나 거 래관행 등에 의해 어느 한쪽이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하면서 불공정거래를 주도한다. 반면에 구매독점, 구매과점, 판매독점, 판매과점과 같은 시장에서는 시장구조에 의해 한쪽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불공정거래를 주도한다. 하도급 시장에서는 구매자인 원청업자가 하청 업자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대형 마트와 같은 유통업에서도 납품업자에 비해 구매자인 유 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 이런 시장은 구매독점(monopsony) 내지 구매과점(oligopsony) 으로서 구조적으로 구매자가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불공정거래를 주도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거래가 불공정해지는 유형을 거래거절, 차별적 취급, 경쟁자 배제, 부당고객 유인, 거래상 지위남용, 사업활동 방해 등으로 구분하여 처리하고 있다(법23조). 이런 불공정행위 들은 모두 우월적 지위를 가진 쪽에 유리한 거래를 초래한다. 나. 공정사회 관점에서 본 불공정거래의 효과 불공정거래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쪽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가진 쪽은 유리하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한 거래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쪽은 강자이고 상대방은 약 자이다. 따라서 불공정거래는 공정사회원칙과는 배치되는 것이 틀림없다. 최근 정부가 공정사회와 더불어 내놓은 정책이 동반성장정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 장을 의미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대표적 거래는 하도급거래와 유통업의 거래이다. 이 거 래에서 대기업은 납품대금을 후려깎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여 납품업체들도 더불 어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 동반성장정책의 개념이다. 불공정거래행위는 사업자들이 저지르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 행위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귀착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예컨대 대형마트가 납품업자에게 횡포를 부려 납품단가를 대폭 낮 춘다면 1차적으로 납품업체가 피해를 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납품단가 하락으로 마트의 판 매가격이 대폭 낮아진다면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될 수 있다. 이때 납품업체의 피해와 소비자의 혜 택을 견주어 공정사회의 실현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납품업체와 마트와의 관계만을 본다면 납품가 인하는 공정사회와 배치된다. 그런데 납품가를 높이고 소비자에 대한 판매가격도 높인다면 이것은 공정사회 관점에서 어떤 효과로 보아야 할까? 납품업체는 혜택을 보지만 소비자는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59
다면 이것은 분명히 공정사회와 배치되는 결과일 것이다. 이런 논리는 하도급거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불공정거래와 공정사회 논리는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 불공정거래 관련 공정거래정책의 최근 실적 공정위는 매년 많은 건수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다루고 있다. 건수는 많지만 처벌수준은 높지 않 다. 최근의 조치실적은 <표 9>와 같다. 2007년에는 715건이나 된다. 그 이후에는 감소하는 추세 를 보이고 있다. 불공정거래 해소를 통한 공정사회구현도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불공정거래 행위는 처벌수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비교적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동반성장이라 는 관점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도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공정사회의 구현은 이런 거래관계에서도 불공정거래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 주요 조건이다. 우 월적 지위가 사라지면 불공정거래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납품거래에서 구매자의 우월적 지위 자체를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공정한 지위 자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공정거래 를 없애는데도 한계가 있다. 불공정거래 해소를 통해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제도개선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우월적 지위가 없어지도록 시장구조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거래관행이나 거래형 태에 관한 제반제도를 개혁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철저히 추적하여 엄하게 다스리는 정부의 정책 의지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표 9> 불공정거래행위 조치건수 연도 2006 2007 2008 2009 경고이상 건수 370 715 565 446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p.69. 4) 하도급거래와 공정사회 가. 하도급거래의 개념과 법규정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거래를 하도급거래라고 하는데 원사업자가 주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거래이다. 그리고 수급사업자는 중소기업이다. 이러한 하도급거래는 수급사업자에 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별도의 법을 만들어 수급사업자를 보호 하고 있다. 이 법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라고 한다. 통상 하도급법이라고 지칭한 다. 하도급법은 제1조 목적 조항에서 이 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와 수 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 160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도급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거래로 대표된다. 대기업에게 납품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하도급거래의 피해자이다. 이 거래는 원천적으로 공정한 관계에서의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 법으로 이 거래를 공정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 법은 주로 가격과 거래조건에 서 원사업자의 횡포를 방지하고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예컨대 부당하게 대 금을 낮게 책정하거나 책정후 부당하게 감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납품과정에서 원사업자 가 횡포를 부려 수급사업자에게 피해가 되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나. 공정사회 관점에서 본 하도급정책 하도급정책은 공정사회와 관련해서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공정사회란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 하자는 의미이다. 하도급정책이야말로 하도급거래에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수급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인 만큼, 이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시행되고 있느냐는 공정사회 구현과 직결된다. 그런데 경제활동에서는 한 부분만의 거래로는 공정사회의 실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경제활 동에서 거래는 먹이사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 고리 에서 한 고리만의 거래 상황으로 공정사회의 실현 여부는 결정되지 않는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 자 사이의 거래가 이루어진 후에 원사업자는 다시 소비자와 거래할 수도 있고, 수급사업자는 원료 공급자와 거래할 수도 있다. 이 거래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높은 가격을 지불한 후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로 전가 시켜 버리면 공정사회에는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또는 수급사업자 가 높은 대금을 받은 후 원료공급자에게는 낮은 가격을 지불한다면 공정사회에는 어떤 효과가 나 타날까? 대기업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 납품업자인 수급사업자와 하도급 거래를 하고 수급사업자는 부품을 만들기 위해 원료를 구매해 올 때, 각 거래 고리에서 가격과 거 래조건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경제 전체의 공정사회 수준이 정해진다. 따라서 공정사회 관 점에서는 하도급거래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의미를 갖는다. 각 거래 고리에서 사업자들이 적정수익만을 확보하고 최종소비자 가격이 높지 않게 정해져야 공정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 원료를 조달하는 영세사업자와 부품을 조달하는 수급사업자 등이 모 두 적정한 가격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최종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이 무리하게 전가되는 것도 막 아야 한다. 다. 하도급 관련 정책의 최근 실적 공정위가 최근 4년간 처리한 불공정 하도급거래 현황은 <표 10>과 같다. 처리건수는 매우 많 지만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대폭 감소하였다.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61
하도급거래 처리건수의 감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공정위가 이 분야의 정 책수행에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고, 불공정거래위반건수가 적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어느 쪽 으로 보느냐에 따라 공정사회와 관련된 성과는 정반대이다. 하도급거래 위반을 많이 단속하는 것이 공정사회 구현과 합치하기 때문에 이런 측면으로 해석 하면 <표 10>의 통계는 공정사회 구현 노력을 게을리 한 증거가 된다. 정책당국이 약자인 수급사 업자를 위해 많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도급거래위반 자체가 감소했다면 <표 10>의 통계는 공정사회가 많이 달성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하도급거래 위반사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규모는 커지고 하도급거 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하도급거래 위반현상이 줄어들 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표 10>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하도급거래 개선 노력을 게 을리 했다는 해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표 11>은 조치 유형별 시정실적인데 이 통계로 해석하면 이명박 정부 이후는 경고와 같은 가 벼운 처벌은 감소했지만 무거운 처벌은 증가하였다. 특히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증가하였다. 이런 측면에서는 공정사회 구현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표 10> 불공정하도급거래 처리건수 연도 2006 2007 2008 2009 경고이상 건수 1,947 1,527 1,438 1,386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p.69. <표 11> 하도급거래 위반사건의 조치유형별 시정 실적 구분 2006 2007 2008 2009 고발 33 18 16 24 시정명령(과징금) 103(4) 131(6) 144(22) 140(10) 경고(서면조사경고) 1,808(1,738) 1,279(1,219) 1,026(843) 926(695) 조정 18 107 236 311 계 1,962 1,535 1,422 1,401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p.429. 라. 하도급 관련 정책에 대한 새로운 제안 하도급법은 형식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현실성은 매우 결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도 급거래는 일회성보다 장기적 반복적 거래가 대부분이다. 계속해서 부품을 조달하는 중소기업들이 수급사업자이다. 이런 중소기업들은 연속적인 거래를 위해 우선에 불리한 거래가 있어도 이를 당 장 문제시 할 수 없다. 당국에 신고하거나 문제시하면 보복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원사업자와의 162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막다른 골목에 가지 않고서는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정위의 직권 조사에서도 원사업자의 보복이 두려워 불공정거래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법이 아무리 잘 갖 추어져 있어도 현실이 이러할 바에는 하도급법이 실제로 하도급거래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 다. 원사업자의 불법행위를 수급사업자가 공정위에 신고하고 원사업자와의 거래를 아예 중단하는 것은 수급사업자에게 더 큰 피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하도급법은 실제로 하도급거래를 개선하고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하도급거래를 개선하고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는 거래내용을 투명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하도급거래의 실제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거래의 불공정성은 자동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하도급법 위반행위의 처벌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처벌수위가 낮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그만큼 거래 개선에 노력하지 않는다. 하도급거래 위반사건을 가능하면 공정거래법 3조의2 규정으로 다 루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도급거래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구매독점력 행사일 가능성 이 높다. 원사업자가 높은 구매독점력을 가진 시장지배적사업자라면 공정거래법 3조의2로 엄하게 다스리는 것도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한 방법일 수 있다. 최근에 이슈화 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도 하도급거래 개선을 위한 하나의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잘못 추진되면 기업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4. 결 론 공정사회는 모든 국가와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 여러 각도에서 수많은 정책이 추진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분명하고 정당성이 인정되는 정책이 공정거래정책이다. 공정거 래정책은 말 그대로 공정성을 추구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공정사회 원칙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정책의 제도와 내용은 선진국 수준과 비교해 모자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책 집행을 위한 정부의 의지이다. 정부가 이 정책을 어느 정도 강력하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이 정책이 공정사회 구현에 어느 정도 공헌할지 정해진다. 이명박 정부 이후의 정책 집행에 관한 통 계자료를 개괄적으로 정리해 본 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이 분야에서 공정사회 구현 의지가 강했다 고는 볼 수 없다. 공정사회 구호가 임기 중반에 나왔던 만큼 그 이전에는 공정거래정책의 집행이 강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공정거래정책은 대기업과 재벌에게는 불편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과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당선되었다. 따라서 임기 초반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지주회 사 규제 완화, 금산분리, 감세 등 주로 대기업과 재벌에게 유리한 정책이 추진되었다. 이런 정책들 은 공정거래정책의 집행을 느슨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임기 후반에 갑자기 공정사회 슬로건이 나 공정사회와 공정거래정책 163
왔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의 정책의지가 공정사회 구현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공정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정책의 강화가 필수적 요건이다. 2년여 임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법령과 제도를 바꾸어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현 상황에서의 최 선책은 현재의 제도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집행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 해서는 공정거래정책의 효율적 집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백서, 2010. 김주성, 공정사회의 조건과 정책과제, CEO Report, 경기개발연구원, 2011. 11. 신광식, 공정거래정책혁신론, 나남출판, 2006. 최정표, 재벌의 분할승계와 경제력집중의 변화, working paper, 건국대학교 경제경영연구소, 2011. 황인학, 경제력집중 한국적 인식의 문제점, 한국경제연구원, 1997. Scott, John T., Multimarket Contact among Diversified Olipopolists, International Journal of Industrial Organization, 7, 1991, pp.225-238. Berle, Adolf and Gardiner Means, The Modern Corporation and Private Property, New York, N.Y.: The Macmillan Company, 1932. 164 한국경제포럼 제4집 제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