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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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石 堂 論 叢 49집 기꾼이 많이 확인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유형이 가족 담, 도깨비담, 동물담, 지명유래담 등으로 한정되어 있음도 확인하였 다. 전국적인 광포성을 보이는 이인담이나 저승담, 지혜담 등이 많이 조사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아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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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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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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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위 가 오는 경우에는 앞말 받침을 대표음으로 바꾼 [다가페]와 [흐귀 에]가 올바른 발음이 [안자서], [할튼], [업쓰므로], [절믐] 풀이 자음으로 끝나는 말인 앉- 과 핥-, 없-, 젊- 에 각각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아서, -은, -으므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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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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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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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권 제3호 Ⅰ. 문제제기 온라인을 활용한 뉴스 서비스 이용은 이제 더 이 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뉴스 서비스는 이미 기존의 언론사들이 개설한 웹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 며 기존의 종이신문과 방송을 제작하는 언론사들 외 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생 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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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논총 제49집(2008. 8) 5~30쪽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1)임 주 탁 ** 차 Ⅰ. 서론 Ⅱ. 언어 텍스트의 어석의 문제와 방 향 례 Ⅲ. 작품 해석의 문제와 방향 Ⅳ. 노래의 성격과 형식의 문제 Ⅴ. 결론 Ⅰ. 서론 <유구곡>은 반복 구절을 제외하면 20자, 한 개의 복합 문장으로 구성 된 아주 짧은 노래다. <서동요>, <헌화가>, <도솔가> 등 향가 작품들 도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노래들이지만 반복 구절을 제외하면 이들보다도 길이가 한층 더 짧다. 하지만 이 노래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 는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시용향악보 가 처음 소개될 무렵 <유구곡>은 고려사 악지 에 노 래를 지은 뜻( 作 歌 之 意 ) 만 간단하게 전하는 <벌곡조>와 동일 작품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 제기되었고, 1) 이 가설을 지지하는 논의 2) 와 부정하 * 이 논문은 2007년도 부산대학교 인문사회연구기금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1) 張 德 順, 韓 國 文 學 史 ( 同 化 文 化 社, 1975), 112쪽에 의하면 이 가설은 가람선생이

6 한국문학논총 제49집 는 논의 3) 가 대립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는 사이에 텍스트에 대한 어학적 해석은 물론 문학적 해석도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하게 이루어 졌다. 하지만 여전히 텍스트의 함의는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이 노 래의 <벌곡조> 또는 <포곡가>와의 관계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 태다. 이 논문은 선행 논의들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면밀히 살피면서 <유구 곡>을 보다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어학적 분석과 문학적 해석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씌어 진다. 대부분의 선행 논의들이 <유구곡>의 <벌곡조> 또는 <포곡가>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판단을 포 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관계가 작품 해석의 관건이 되기도 하기 때문 에 이 논문 또한 그 관계에 대한 천착 과정을 논의의 한 축으로 삼는다. 그리고 형식의 문제도 언어 텍스트의 해명과 작품 해석에 중요한 실마 강의 시간에 내비친 것이라 한다. 그리고 김완진, 고려가요 해석의 반성, 향가 와 고려가요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0), 222쪽에 의하면 이후 羅 孫 선생은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표명했다고 한다. 가람선생의 견해는 이병기 정인승 편, 표준 옛글 교사용 지도서 에, 나손선생의 견해는 金 東 旭, 時 用 鄕 樂 譜 歌 詞 의 背 景 的 硏 究, 震 檀 學 報 17( 震 檀 學 會, 1955), 118쪽에 각각 간단하게 표명되었다. 이 중 전자는 직접 찾아보지 못하고 權 寧 徹, 維 鳩 曲 攷, 어문학 통권 제3호(한국어 문학회, 1958. 12, 47쪽을 참조하였다. 朴 炳 采, 高 麗 歌 謠 의 語 釋 硏 究 ( 二 友 出 版 社, 1980), 346~348쪽에도 이러한 견해가 수용되었다. 2) 權 寧 徹, 維 鳩 曲 攷, 어문학 통권 제3호(한국어문학회, 1958. 12), 45-70쪽. 朴 魯 埻, 維 鳩 曲 과 睿 宗 의 思 想 的 煩 悶, 韓 國 學 論 集 8(한양대학교 한국학연구소, 1985), 57-94쪽은 이 가설을 사실로 전제하고 작품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3) 이동근, 유구곡 재고, 한국고전시가작품론(백영정병욱선생10주기추모논문집) (집문당, 1992), 207-218쪽에서 그 가설에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고, 李 鍾 文, < 維 鳩 曲 >=< 伐 谷 鳥 > 說 에 對 한 再 檢 討, 국어국문학 116(국어국문학회, 1996. 5), 281~303쪽에서 그 가설을 부정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후 윤성현, <유구 곡>을 다시 생각함, 한국민요학 4(한국민요학회, 1996.11), 143-145쪽; 엄국현, 고려궁정잔치노래 <비두로기>의 작품분석과 장르적 성격, 韓 國 文 學 論 叢 36 (한국문학회, 2003.12), 9-13쪽 등 <유구곡>에 대한 문학적 해석 논문에서는 물 론, 김완진, 앞의 논문과 최철 박재민, 앞의 책 등 어학적 해석 논저에서도 부정 적인 견해가 피력되었다.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7 리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되는바, 이에 대한 논의도 포함할 것이다. Ⅱ. 언어 텍스트의 어석의 문제와 방향 시용향악보 에 전하는 <유구곡>은 다음과 같이 옮길 수 있다. 물론 노래 형식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행 구분도 달랐다. 하지만 선행 논의에서는 하나의 짧은 문장을 3행이나 4행, 5행 등으로 분할하는 것이 작품 해석에서 어떻게 기여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4) 사실 행 구분을 비롯한 형식 문제의 논의에서는 물론 <유구곡>, <포곡가>, <벌곡조> 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의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 반복의 양상과 그 의미를 밝히는 일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 를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진행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를 아 래와 같이 옮기고 어학적 분석과 해석의 문제에서부터 천착해 가기로 한다. (가) 비두로기새 (비두로기새 ) 5) (나) 우루믈 우로 (다) 버곡댱이 난 됴 (버곡댱이 난 됴 ) 4) 成 昊 慶, 維 鳩 曲 과 相 杵 歌 의 詩 形, 語 文 學 52(한국어문학회, 1991.3), 271-285 쪽에서는 처음으로 <유구곡>을 다음과 같이 2음보격 4행시로 구분하고 연장체 형식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두로기새 비두로기새 / 우루믈 우로 / 버곡댱이 난 됴 / 버곡댱이 난 됴 이것은 결국 <유구곡>이 민요일 가능성을 아울러 제시한 것인데, 2음보격 4 행을 한 단위로 하는 반복 이 민요의 고유한 특성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그것은 노래 일반의 특성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장체 형식의 가능성은 <유구 곡>이 그 자체로 완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서 탐색된 것이지만, 이 글에서는 결과적으로 그러한 판단이 적절치 않음을 보여줄 것이다. 5) 괄호는 반복 구절을 나타낸다.

8 한국문학논총 제49집 (가)의 비두로기 는 현대어의 비둘기( 鳩 ) 로 옮겨지는 것이 일반적이 다. 그리고 (다)의 버곡 혹은 버곡댱이 를 뻐꾸기 로 풀이하는 경우 비둘기는 뻐꾸기를 좋아한다. 라는 진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작품 해 석에 관건이 될 수도 있다. <유구곡>이 사랑 노래로 보는 해석들 6) 은 이 러한 각도에서 접근한 결과다. 그런데 비두로기 가 비둘기( 鳩 ) 곧 집비둘기를 가리키는 한 그것은 維 鳩 로 옮겨지기 어렵다. 維 鳩 는 鳲 鳩 나 布 穀 등으로 비정되기는 했 어도 鳩 곧 집비둘기 로 비정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이 차이를 확인하는 까닭은 산비둘기( 山 鳩 ) 는 그 울음소리가 집비둘기 와 사뭇 다른 데 있다. 물론 현대 조류 분류에서 뻐꾸기 는 산비둘기 와 는 다른 목에 속하지만 동양의 문화적 관습에서는 鳲 鳩 나 祝 鳩 ( 布 穀 ) 는 雎 鳩, 爽 鳩, 鶌 鳩 ( 鷽 鳩, 山 鵲 ) 등과 함께 五 鳩 로 분류되기도 하였다. 7) 五 鳩 하나하나는 오늘날 조류 분류에서는 서로 다른 계통으로 분류되 지만, 과거에는 모두 우리말의 비둘기 로 번역될 수 있었던 것이다. 따 라서 (가)의 비두로기 가 현대어의 비둘기 로 옮겨질 수 있다 하더라도 집비둘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五 鳩 중의 鳲 鳩 나 祝 鳩 ( 布 穀 ) 라면 그것은 維 鳩 로 옮겨질 수 있고, 그 가운데서도 祝 鳩 곧 布 穀 이라면 維 鳩 와 布 穀 은 동일한 새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리고 鳲 鳩 든 祝 鳩 ( 布 穀 = 維 鳩 ) 든 모두 집비둘기 아닌 산비둘기 8) 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의 비두로기 가 維 鳩 布 穀 이라면 그 새의 울음소리는 집비둘기 의 그것과 사뭇 다르며, 오히려 뻐꾸기( 鳲 鳩 ) 의 울음소리에 6) 윤성현, 유구곡의 구조와 미학의 본질, 韓 國 詩 歌 硏 究 3(한국시가학회, 1998), 253-271쪽; 엄국현, 앞의 논문. 7) 李 瀷 (1681~1763), 星 湖 僿 說 (5 卷 )에 左 傳 의 五 鳩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五 鳩 는 司 馬, 司 寇, 司 空, 司 徒, 司 事 등 고대의 관직( 五 官 )과 대응 관계를 이루고 있다. 8) 김완진, 앞의 책, 222쪽.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9 가깝게 들릴 수도 있다. 布 穀 은 새의 울음소리를 본 따 만든 이름인 동 시에 일정한 의미를 아울러 부여한 이름이다. 그 울음소리는 듣는 사람 의 처지에 따라 사뭇 다르게 표기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뻐꾸기 와 산비둘기 의 울음소리가 유사하게 들리 기도 하기 때문에 鳲 鳩 나 布 穀 이 동일한 새에 대한 다른 표기로 쓰이 기도 했다. 이를테면 金 時 習 (1435~1493)은 布 穀, 鳲 鳩, 脫 弊 袴 를 각 각 제목으로 하는 시를 지었으면서 이들 새가 유사하면서도 다른 새임 을 밝힌 바 있다. 즉, < 布 穀 >이란 시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 이고 있다. 포곡( 布 穀 ): 옛사람은 탈고( 脫 袴 )를 포곡( 布 穀 )과 같이 여겼는데 지금 의 산비둘기( 山 鳩 )이다. 시경 의 시구( 鳲 鳩 ) 는 이것이다. 동인( 東 人 )이 포곡( 布 穀 )이라 말하는 것은 이와 달라서 검푸른 색에 무늬가 없고 새매 와 비슷하다. 9) 윗글에서 우리는 문화적 관습에서 말과 사물 사이의 관계가 간단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김시습은 세 종류의 새를 명확하게 구분하 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구분이 그렇게 명료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중국 문헌에서는 鳲 鳩 에 대한 주석이 이 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것이 사실이다. 10) 그 다양성은 결국 새 소리가 비 9) 布 穀 ; 古 人 以 脫 袴 同 爲 布 穀, 今 山 鳩 也. 詩 之 鳲 鳩, 是 也. 東 人 所 言 布 穀 者, 異 此, 碧 黑 無 文, 似 鷂. 金 時 習, 梅 月 堂 集 卷 五 禽 ( 影 印 標 點 韓 國 文 集 叢 刊 13), 167쪽. 10) 중국에서는 勃 姑 (발고), 拔 谷 (발곡), 获 谷 (획곡), 击 谷 (격곡), 結 誥 (결고), 鴶 鵴 (길국), 鳲 鳩 (시구), 桑 鳩 (상구), 郭 公 (곽공), 戴 胜 (대성), 戴 (대임)(이상은 羅 竹 風 主 編, 漢 語 大 詞 典 3( 上 海 : 漢 語 大 詞 典 出 版 社, 1994), 682쪽 참조), 布 谷 (포 곡)( 羅 竹 風 主 編, 漢 語 大 詞 典 12( 上 海 : 漢 語 大 詞 典 出 版 社, 1994), 1069쪽) 등으 로 다양하게 표기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울음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에 따라 달리 표기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 표기가 모두 오늘날의 뻐꾸기 를 가 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까닭에 維 鳩 나 布 穀 에 대한 주석도 한결같지가 않 았다.

10 한국문학논총 제49집 록 듣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른 의미가 부여되기는 했어도 소리로써 어느 새인지 명징하게 구별하여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의미 한다. 산비둘기( 山 鳩 ) 라 해도 오늘날과 같이 그것이 하나의 특정한 새 만을 가리킨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의 비두로 기새 가 (다)의 버곡 과 같은 소리를 내며 운다는 것이 전혀 이상한 표 현은 아닌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유구곡>과 <포곡가>가 동일 노래의 다른 표현일 가 능성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최초의 본격 적인 시도 11) 가 (나)의 분석에서 오류를 범함으로써 이후 그 관계에 대한 논의에 적잖은 혼란을 초래한 듯하다. 무엇보다 (가)의 비두로기새 와 (다)의 버곡댱이 가 서로 다른 새를 가리킨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이 아닐까 생각된다. 버곡댱이 를 뻐꾸기 로 비정하는 시도들은 물 론, 뻐꾸기 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비정하려는 시도들도 (가)의 비두로 기새 가 뻐구기 와 유사한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 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우로 를 울지마는 으로 옮긴 것도 維 鳩 曲 = 伐 谷 鳥 의 가설을 지지하기 위한 조정의 결과 12) 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분석 결과가 오히려 그 가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어 온 듯하다. 중세어의 인용문 구조상 13) 우로 는 울기를, 우는데 와 같이 옮겨져야 한다. 14) 그리 고 이렇게 옮겨질 때 해당 가설의 입증이 한층 더 용이해 진다. 한편 해당 가설을 부정하는 논의들은 대체로 (다)의 버곡댱이(혹은 버곡댱) 를 뻐꾸기 로 비정하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표명해 왔다. 그래 서 나무껍질 15), 뻐꾸기집 16), 뻐꾸기 어른 17) 등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 11) 權 寧 徹, 앞의 논문, 45-70쪽. 12) 김완진, 앞의 책, 224쪽. 13) 위와 같은 곳. 14) 최철 박재민, 석주 고려가요 (이회, 2003), 351-353쪽에서 그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11 기도 했다. 18) 이 대안들은 버곡댱이 가 버국 (뻐꾸기의 울음 소리)과 댱이 (또는 댱 )로 분석할 경우 댱이 (또는 댱 )가 뻐꾸기의 울음에 덧붙여진 까닭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한 데서 추정된 듯하다. 19) 하지만 댱이 가 현대국어에서의 쓰임처럼 버곡 에 붙어 버(뻐:인용자 주)꾸 기 의 울음의 지속적인 습관성을 제시해 주는 20) 기능을 하는 말로 보면 버곡댱이 전체가 뻐꾸기 로 옮겨질 수 있고, 그것은 뻐꾸기 의 습성 곧 시끄럽게 울어대는 습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한 표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나)(다)는 <비두로기새 우루믈 우로 버곡댱이 난 됴. >와 같이 한 개의 인용문을 가진 한 개의 복합 문장으로 다시 정리할 수 있으며, 현대 국어로는 <비둘기새( 維 鳩 布 穀 )는 울음을 울 되, 뻐꾹 쟁이( 鳲 鳩 )야 난 좋아. > 정도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간단한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뻐꾹 쟁이( 鳲 鳩 )야 난 좋아. 는 비둘기새( 維 鳩 布 穀 ) 의 울음에 의미를 부여하여 인 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1) 비둘기새( 維 鳩 布 穀 ) 가 뻐꾸기( 鳲 鳩 ) 와 유사한 소리를 내어 운다면 이러한 표현법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15) 김완진, 앞의 책, 222-224쪽. 16) 최철 박재민, 앞의 책, 353-355쪽. 17) 엄국현, 앞의 논문, 13-14쪽. 18) 周 卓, 高 麗 歌 謠 의 鑑 賞 ( 思 想 界 6권 5호, 1958.5), 191쪽에서는 버곡댱 를 부 엉이 라고 옮기고 있다. <유구곡>과의 관계를 전제한 최초의 해석이면서도 버 곡댱이 를 뻐꾸기 와는 전혀 습성이 다른 부엉이 로 풀이하고 있어 특이하지만, 그 근거를 알 수 없다. 19) 全 圭 泰, 高 麗 歌 謠 ( 正 音 社, 1967), 171쪽에서도 或 者 는 버곡댱 을 비둘기가 우는 소리, 즉 擬 聲 으로 보았으나 强 勢 의 助 詞 가 이를 받고 있으므로 그러 한 해석은 부당하다. 라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20) 崔 龍 洙, 高 麗 歌 謠 硏 究 (계명문화사, 1996), 36쪽. 21) 이 어석에서 비두로기새 의 울음은 버곡 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버곡댱이 난 됴 까지이다. 이것은 이 텍스트 안의 비두로가새 가 버곡 과는 다른 종류의 새이지만 그와 유사한 울음을 가지고 있음을 작가가 인식하였음을 의미 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그 소리를 사람의 언어 로 번역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2 한국문학논총 제49집 뻐꾸기 를 뻐꾹쟁이 로 표현한 것은 그 새가 매우 시끄럽게 울어댄다는 의미를 담아낼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비둘기새는 뻐꾸기가 비록 시끄럽게 울어대더라도 그래도 그것이 좋다 고 말한다. 라는 뜻을 가진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그 의미는 아직 명료하 지 않다. 무엇보다 비둘기새 가 왜 그런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여전히 해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가능성과 한 가지 자료를 새로이 확인하고자 한다. 한 가지 가능성이란 비둘기새( 維 鳩 布 穀 ) 가 새 가운데 帝 王 의 상징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요, 한 가지 자료란 바로 자주 인용되었던 金 富 軾 의 한시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장을 달리하여 계속한다. Ⅲ. 작품 해석의 문제와 방향 선행 연구에서도 <유구곡>의 문장 구조를 앞서와 같이 파악한 사례 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비둘기에게는 가당찮은, 뻐꾸기에 대한 은밀한 사랑을 고백한 노래 22) 라든가 여성의 숨겨진 성적 욕망을 까발리는 희 극적인 노래 23) 라는 해석은 수긍하기 어렵다. 고려가요가 대부분 男 女 相 悅 之 詞 라는 데 지나치게 이끌린 탓인 듯하지만, 비두로기새 에서 사 랑을 갈구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분석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 다. 24) 암 수를 가늠할 정보가 전혀 주어져 있지 않은데 어느 한쪽으로 성별을 규정하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일 따름이다. 22) 윤성현, 앞의 논문(1998), 269쪽. 23) 엄국현, 앞의 논문, 303쪽. 24) 이러한 방향의 해석 가능성은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1( 知 識 産 業 社, 1982), 294 쪽에서 열어두었지만, 정작 이런 추측이 예종과의 관련설을 배제할 필요는 없 다. 라고 함으로써 결정적인 판단은 유보하고 있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제4 판) 1(지식산업사, 2005), 313-314쪽에도 그러한 태도가 유지되고 있다.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13 伐 谷 鳥 = 維 鳩 曲 의 가설을 수용하는 해석들은, 우루믈 우로 를 역접 관계를 나타내는 구문으로 분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두로기새 와 버곡댱이 를 대비적인 관계로 파악하게 한 시각에 이끌려온 둣하다. 비두로기새 를 當 時 의 權 力 있는 臣 下 혹은 國 王 의 가장 가까운 重 臣 이되 橫 暴 가 甚 한 25) 인물의 비유라는 해석은 물론이거니와, 겁이 많은 인물 26) 의 비유나 음산한 비둘기의 울음소리처럼 27)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신하들의 비유, 君 主 에게 諫 하지마는 있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신하 28) 의 비유라는 해석 등도 비두로기새 를 버곡댱이 와 대립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 한 해석들이 공통으로 전제하거나 지지하고 있는 가설을 부정하고 비 두로기새 는 힘없고 가난하면서도 착한 이 땅의 민중, 버곡댱이 는 그 민중을 수탈하고 민중의 덕으로 안락한 삶을 즐기는 착취자 29) 의 형상으로 새로이 풀이한 경우도 두 새를 대립적인 성격을 가진 새의 형 상으로 파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앞의 논의에서처럼 버곡댱이 가 시끄럽게 우는 새의 이미지 가 강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와는 사뭇 다른 각도에서 작품을 해석할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바탕이 되는, 앞 장의 언어 텍스트의 분석이 維 鳩 曲 = 伐 谷 鳥 의 가설에 대한 검증 작업이 시작 되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 30) 과 동일하다는 사실은 <유구곡>의 논의가 여전히 언어 텍스트 분석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반증한다. 이 글 25) 權 寧 徹, 앞의 논문, 69쪽. 26) 朴 炳 采, 앞의 책, 348쪽; 李 家 源 張 德 順 朴 晟 義 梁 柱 東, 原 譯 鄕 歌 / 麗 謠, 瑞 音 出 版 社, 1985, 280-282쪽. 27) 朴 魯 埻, 앞의 논문, 88쪽. 28) 崔 龍 洙, 앞의 책, 45쪽. 29) 권오경, <유구곡>의 구조와 참요성( 讖 謠 性 ), 어문학 64(한국어문학회, 1998. 6), 137쪽. 30) 이병기 정인승 편, 표준옛글 교사용 지도서 에서의 텍스트 분석과 해석은 이 후 논문들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로 인해 그 의의가 폄하되었다면 전적으로 필자의 잘못이다.

14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에서와 동일한 선행 분석이란 다음과 같다. 비둘기 새는 / 비둘기 새는 / 울음을 울되 / 뻐꾹이야말로 나는 좋으 이 31) 이렇게 분석하면 비둘기=나=예종 의 등식이 성립되고, 뻐꾹이야말 로 이하는 비둘기의 울음 곧 왕이 털어 놓은 푸념이 된다. 뻐꾸기 는 왕에게 바른 말 잘 해 줄 사람의 비유라는 32)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 런데 그 가능성은 아직 본격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비두로기새 가 뻐꾸기 와는 이질적인 새라는 추단과 비두로기새 가 왕의 비유 형상으 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그런 작업을 어렵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의 추단은 앞장의 논의를 통해 적절치 않음을 확인하 였으며, 뒤의 의심 또한 불식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비두로기새( 維 鳩 布 穀 ) 의 울음소리는 제왕이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不 穀 의 음과도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해 봄직하다. 새의 문 학적 수용은 모호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새의 다양한 습성에 대한 경험적 관찰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 왔다. 무엇보다 고려시대 대 학교육과정의 필수 교과목이었던 詩 經 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사례들 을 풍부하게 찾아볼 수 있다. <유구곡>이 <벌곡조> 또는 <포곡가>와 동일 작품이냐 아니냐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 그 중에 어느 관점 에 서야 텍스트의 의미가 더욱 명료하게 해명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 다. 그 관계를 부정하는 입장에서 시도된 작품 해석들이 타당성을 가지 려면 그 반대의 입장에서 시도되는 해석들도 타당한지를 충분히 검토해 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관계를 인정하는 입장에서 시도된 기왕의 해석 들은 부정하는 해석만큼 텍스트에 입각한 해석의 과정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해석들이 가능한 해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維 31) 朴 魯 埻, 앞의 논문, 60쪽에서 인용한 부분을 다시 인용함. 32) 위와 같은 곳.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15 鳩 驛 과 文 克 謙 관련 사료를 바탕으로 하거나 33) 버국댱이 를 부엉이 로 비정하여 34) 그 가설을 지지한 논의들이 있다고 해서 그 논의들의 근거 를 반박하거나 지지함으로써 그 가설이 부정되거나 지지될 수 있는 것 이 아니다. 잘못 출발하거나 유도된 논의들을 반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서의 의의를 가질 따름이지, 그로 인해 제시된 가설 자체의 진위가 판명 되는 것은 아니다. 不 穀 이라는 말을 예종이나 인종이 자신을 가리켜 사용하였을 개연성 은 다음 자료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조서를 내렸다. 제왕의 덕은 겸손이 첫째이다. 그런 까닭에 노자 는 왕 공은 자칭하기를 고 과 불곡이라 한다. 라고 하였고, 한나라 광무제 는 조서를 내려 글을 올릴 적에 성( 聖 ) 자를 쓰지 못하게 하였으며, 공 자도 인( 仁 )과 성( 聖 )을 자처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신하들은 임금을 높이고 아름다움을 기림에 있어 일컬음이 지나치니 사리에 매우 맞지 않다. 지금부터는 무릇 상장( 上 章 ) 상소( 上 疏 )와 공문서에 신성제왕( 神 聖 帝 王 )이라 일컫지 마라. 35) 이 자료는 仁 宗 代 (1122~1146)에 신하들이 국왕을 극단적으로 높여 일컫기를 좋아했음에 반해 인종은 스스로를 낮추는 謙 讓 之 德 의 자세를 취했음을 보여준다. 국왕을 일컬을 때 인 과 성 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33) 權 寧 徹, 앞의 논문. 34) 周 卓, 앞의 논문. 35) 詔 曰 ; 帝 王 之 德, 謙 遜 爲 先. 故 老 子 曰 ; 王 公 自 稱 孤 寡 不 穀, 漢 光 武 詔 ; 上 書 不 得 言 聖, 仲 尼, 亦 不 居 仁 聖. 而 今 臣 下, 尊 君 追 美, 稱 謂 過 當, 甚 不 合 理. 今 後 凡 上 章 疏 及 公 行 案 牘, 毋 得 稱 神 聖 帝 王. 高 麗 史 卷 十 六, 仁 宗 二, 戊 午 十 六 年 (1138) 二 月 壬 午. 같은 기사가 高 麗 史 節 要 卷 十, 仁 宗 恭 孝 大 王 二, 戊 午 十 六 年 二 月 조 에 실려 있는데 여기에는 仲 尼, 亦 不 居 仁 聖. 而 가 빠져 있다. 東 亞 大 學 校 古 典 硏 究 室 편, 譯 註 高 麗 史 第 二 (서울: 太 學 社, 1987), 309쪽; 리만규 리의섭 역, 북 역 고려사(제2책) (평양:사회과학원, 1963, 영인본, 서울:신서원, 1991), 269-270 쪽; 민족문화추진회 역, 高 麗 史 節 要 上 (서울:신서원, 2004), 733쪽의 번역을 참 고하여 옮겼다.

16 한국문학논총 제49집 국왕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다. 국왕의 지위를 높일수록 군신간의 소통의 문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은 고대의 제왕은 물론이거니와 인용 한 조서의 취지에 따르면, 인종도 스스로를 寡 孤 不 穀 으로 일컬었을 것이다. 실제로 인용 조서가 내려지기 전인 인종 8년(1130), 13년(1135) 의 詔 制 書 등에 국왕이 스스로를 朕 이 아닌 寡 人 이라 일컫는 사례 를 찾아 볼 수 있다. 예종 또한 후대는 물론 당대에도 聖 君 으로 추앙되 던 국왕이었다. 하지만 예종 역시 스스로를 낮추어 일컬은 사례가 없지 않다. 즉, 예종 즉위년(1105), 4년(1109), 16년(1121), 17년(1122) 등의 詔 制 書 에서 예종이 스스로를 寡 人 이라 낮추어 일컬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寡 人 은 不 穀 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말이다. 예종이 자신의 목 소리를 새에 비견하여 드러내는 데에는 不 穀 과 그 음이 가장 유사한 동 시에 伐 谷 鳥 와도 가장 유사한 소리를 내는 布 穀 이 적격이었으리라 생 각된다. 비두로기새 가 維 鳩 布 穀 을 가리킨다면 <유구곡>의 메시지는 金 富 軾 (1075~1151)의 다음 한시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매우 흡사한 것도 사 실이다. 佳 人 猶 唱 舊 歌 詞, 布 穀 飛 來 櫪 樹 稀. 還 似 霓 裳 羽 衣 曲, 開 元 遺 老 淚 霑 衣. 36) 36) 金 富 軾, < 聞 敎 坊 妓 唱 布 穀 歌 有 感 ( 睿 王, 喜 聽 此 曲 )>, 東 文 選 卷 十 九, 十 六. 金 富 軾 (1075~1151)은 敎 坊 娼 妓 가 부르는 <포곡가>를 들으며, 당나라 開 元 天 寶 年 間 (713~741 742~755)을 경험했던 遺 老 들이 玄 宗 이 지은 新 聲 法 曲 <예 상우의곡>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 시를 지었다. <예상우의곡>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노래가 아닌데도 개원 유 로 들이 눈물을 흘린 까닭은 이러하다. 당나라의 개원 연간은 포용적인 통치로 인해 국운이 창성하고 문화가 융성했던 시대였다. 특히 종교적 측면에서 현종은 도교와 불교를 적극 수용했다. <예상우의곡>은 그런 시대에 玄 宗 이 道 敎 系 統 의 淸 雅 한 음악을 바탕으로 자신의 꿈속의 일을 형상화하여 만든 새로운 法 曲 이다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17 물론 이 한시는 번역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 기왕에는 가인( 佳 人 )은 오히려 옛 가사를 부르네, / 포곡새 날아오매 도토리나무 드물다고. / 도 리어 예상곡( 霓 裳 曲 ) 우의곡( 羽 衣 曲 )에, / 개원( 開 元 )의 남은 늙은이들 눈물이 옷을 적심과 같네. 37) 와 같이 번역되기도 했고, 가인은 아직도 옛 가사를 부르는데, / 뻐꾹새 날아오고 상수리나무 드무네. / 도리어 예 상우의곡처럼 아름다우니, / 개원의 유로 눈물 옷을 적시네. 38) 와 같이 번역되기도 했다. 번역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바로 제2구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포곡새 날아와도 상수리나무 드물다고 39) 와 같이 번역되기 도 했다. 하지만 어느 번역이든 제2구의 의미가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는 다. 제2구는 교방기생이 부르는 노래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제시한 구절임 ( 修 海 林, 古 樂 集 錦 上 篇 ( 北 京 : 人 民 音 樂 出 社, 1989), 93쪽; 林 謙 三, 隋 唐 燕 樂 調 硏 究 ( 上 海 : 商 務 印 書 館, 1936), 65쪽). 하지만 安 祿 山 의 난(755~763)을 겪으면서 唐 나라의 국운은 쇠미해지기 시작했다. 개원 연간의 태평한 시대를 경험한 늙은 이들( 개원 유로 )에게 이렇게 변화된 현실은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가지게 할 만하였다. 그들은 마침 어떤 사람이 <예상우의곡>을 부르는 것을 들으며 안타 까움과 서글픔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노래 자체는 여전히 맑고 아름답지만 황제( 玄 宗 )가 그 노래를 만들었던 태평한 시대는 과거지사가 되었기 때문에 흘 린 눈물이었다( 白 居 易 (772~846)의 < 江 南 遇 天 寶 樂 叟 >는 安 祿 山 의 난 때 강남 으로 피난와 거기에서 늙고 병든 樂 人 의 처지에서 이러한 역사 상황을 간명하 게 표현한 시다.) 金 富 軾 은 자신이 <포곡가>를 듣는 장면을 개원 유로 들이 <예상우의곡>을 듣는 장면에 비견하고 있다. 당나라 玄 宗 代 에 비견될 만큼 高 麗 睿 宗 代 도 포용적인 통치로 인해 국운이 창성하고 문화가 융성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李 資 謙 의 亂 을 계기로 해서 국운은 쇠미해지기 시작하였다. <포곡가>라 는 노래 자체가 눈물을 흘리게 하는 사연을 담았거나 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金 富 軾 은 예종이 그런 노래를 지어 즐겨 듣던( 睿 王, 喜 聽 此 曲 ) 태평한 시대 가 사라진 데서 개원 유로 들과 같은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북받쳐 올랐던 것이다. 이 시는 바로 그런 정서를 표현한 시이다. 37) 민족문화추진회 편, 국역 동문선 2(민족문화문고, 1998(1966)), 375쪽. 38) 김동주 역, 국역 임하필기 8(민족문화추진회, 2000), 226쪽. 이유원의 악부시 <벌곡조> 뒤에 이 시가 고려사 악지 의 <벌곡조>의 노래를 지은 뜻 과 함 께 부기되어 있다. 39) 李 鍾 文, 앞의 논문, 294쪽.

18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이 분명하다. 그런데 布 穀 飛 來 에서 행위 주체는 布 穀 이지만 櫟 樹 稀 의 발화 주체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실제 교방기) 혹은 서술 주체인지 布 穀 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인용한 번역들에서는 모두 전자로 파악 하고 있지만 櫟 樹 稀 나 稀 가 布 穀 의 발화일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 렵다. 布 穀 이 상수리나무(도토리나무)에 날아와 앉아 어떤 울음소리를 내는 상황이라면 그 울음소리에 메시지가 부여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櫟 樹 는 布 穀 이 날아와 앉았거나 날아와 앉을 나무였을 수 있다. 물론 이 나무는 <유구곡>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유구곡>과 <포곡가>의 관계를 부정하는 주요 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40) 하지만 김부식의 시는 <포곡가>의 내용을 제2구의 일곱 글자로 나타내고 있다 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해진 한시의 규범을 지키며 <포곡가>의 핵심적인 의미를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布 穀 이 날아와 어떤 메 시지를 담은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포곡가>에 설정된 상황이라면 시 인은 그 발화 주체인 布 穀 과 발화의 핵심 내용을 표현해야 한다. 핵심 내용은 언어 텍스트의 일부를 번역하는 방법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글 자 수가 극히 제한된 조건이라면 언어 텍스트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 는 어휘를 사용하여 표현할 수도 있다. 비근한 사례로 고려사 악지 에 실린 < 處 容 歌 >의 解 詩 41)를 들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하필 布 穀 이 櫟 樹 에 와 앉았거나 앉으려고 했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봄 직하다. 이 의문에 이르게 되면 <포곡가>의 핵심 내용이 <유구곡>과 다르지 않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櫟 樹 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나무다. 따라서 새들이 즐겨 앉는 나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새들이 櫟 樹 에 앉음 은, 詩 經 國 風 唐 風 의 < 鴇 羽 > 42) 와 雅 小 雅 의 < 四 牡 > 43) 에 의하면, 40) 위의 논문, 295쪽. 41) 新 羅 昔 日 處 容 翁, 見 說 來 從 碧 海 中. 貝 齒 頳 唇 歌 夜 月, 鳶 肩 紫 袖 舞 春 風. ( 李 齊 賢 ). 42) < 鴇 羽 >( 唐 風 )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 시는 비단 상수리나무만이 아니라 대 추나무, 뽕나무 등도 새들이 편안하게 앉을 만한 나무가 아님을 전제하고 있다.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19 일신의 安 逸 를 추구하지 않고 王 事 를 위해 애쓰는 44) 상황을 표현한다. 이러한 문학적 관습에 기대댈 때 布 穀 은 나랏일을 걱정하는 인물의 형 상이라 풀이할 수 있다. 이 경우 櫟 樹 稀 (상수리나무 드물다)는 그러한 시끄러운 나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布 穀 의 의지를 담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포곡가> 역시 <유구곡>에서처럼 시끄러움을 마다하 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낸 노래였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稀 가 본디 言 疏 곧 말이 적음 을 뜻하는 글자라는 사실 에 초점을 맞출 경우 그것이 바로 布 穀 이 울음소리로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말이 적다 고 우는 것은 곧 말이 많음( 稠 = 言 密 ) 을 좋아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어느 경우로 풀이하든 간에 제2구는 시끄 러운 소리를 내거나 말을 많음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布 穀 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부식의 한시가 노랫말을 축약해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그 핵심 의미를 문학적 관습을 활용해서 인용하였다면 <유구곡>은 제2구와 같이 표현될 수 있는 작품이다. <포곡가>가 <벌곡조>와 동일한 작품이라는 가설은 대체로 수용되고 있다. 이 가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포곡가>가 <벌곡조>로, 혹은 <벌곡조>가 <포곡가>로 표현되기도 한 까닭도 <유구곡>과 연관시켜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 즉, 비두로기새 는 布 穀, 버곡댱이 肅 肅 鴇 羽, 集 于 苞 栩. 王 事 靡 盬, 不 能 蓺 稷 黍, 父 母 何 怙? 悠 悠 蒼 天, 曷 其 有 所? 肅 肅 鴇 翼, 集 于 苞 棘. 王 事 靡 盬, 不 能 蓺 黍 稷, 父 母 何 食? 悠 悠 蒼 天, 曷 其 有 極? 肅 肅 鴇 行, 集 于 苞 桑. 王 事 靡 盬, 不 能 蓺 稻 粱, 父 母 何 嘗? 悠 悠 蒼 天, 曷 其 有 常? 43) 그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四 牡 騑 騑, 周 道 倭 遲. 豈 不 懷 歸, 王 事 靡 盬, 我 心 傷 悲. 四 牡 騑 騑, 嘽 嘽 駱 馬. 豈 不 懷 歸, 王 事 靡 盬, 不 遑 啓 處. 翩 翩 者 鵻, 載 飛 載 下, 集 于 苞 栩. 王 事 靡 盬, 不 遑 將 父. 翩 翩 者 鵻, 載 飛 載 止, 集 于 苞 杞. 王 事 靡 盬, 不 遑 將 母. 駕 彼 四 駱, 載 驟 駸 駸. 豈 不 懷 歸, 是 用 作 歌, 將 母 來 諗. 44) 임주탁, 고려시대 국어시가의 창작 전승 기반 연구 (부산대학교 출판부, 2004), 123쪽의 각주 211.

20 한국문학논총 제49집 는 伐 谷 鳥 에 각각 대응시키면 布 穀 歌 라는 이름은 노래 속의 발화 주 체( 비두로기새 )에 초점을 맞추어 제목을 정하거나 노래의 시작 부분을 제목으로 삼은 결과인데 비해, 伐 谷 鳥 라는 이름은 노래가 지향하는 핵 심적 의미에 초점을 맞춰 제목을 정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구곡>이 <포곡가> 또는 <벌곡조>와 동일 작품이라면 그 의미 해석은 매우 간단하다. <벌곡조>의 노래를 지은 뜻( 作 歌 之 意 ) 이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벌곡조( 伐 谷 鳥 ) 벌곡( 伐 谷 ) 은 새 중에서 잘 우는 새다. 예종은 자기 과실 및 시정( 時 政 )의 득실을 듣고자 하여 언로( 言 路 )를 널리 열었다. 그래도 아랫사람 들이 말을 하지 않을까 두려하여 이 노래를 지어서 빗대어 타일렀다. 45) 여기서 우리는 예종이 언로를 활짝 열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하들 이 자기 과실이나 시정 득실을 솔직하게 말해 주지 않음을 염려하여 <벌곡조>를 지었음과 그 노래가 直 說 이 아니라 比 喩 的 인 방식으로 지 어졌음을 알 수 있다. 벌곡 이 잘 우는 새이므로 그것은 아랫사람들( 群 下 ) 을 비유하는 형상으로 설정되었을 것이다. 그 이상의 내용은 이 해 설에서는 물론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벌곡조>가 <포곡가>와 동일 한 작품이라면 김부식의 한시를 통해 이 노래에 예종 자신을 비유하는 형상도 아울러 제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구곡>은 바로 이 두 가지 형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 비둘기새( 維 鳩 布 穀 )는 울음을 울되, 뻐꾹 쟁이( 鳲 鳩 = 伐 谷 )야 난 좋 45) 伐 谷 鳥 : 伐 谷, 鳥 之 善 鳴 者 也. 睿 宗, 欲 聞 己 過 及 時 政 得 失, 廣 開 言 路, 猶 恐 群 下 不 言, 作 此 歌 以 諷 諭 之 也. 高 麗 史 卷 71 志 25 樂 2, 俗 樂.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21 비유적인 형상을 직설적으로 풀어보면 <우리 군주께서는 말을 많이 하는 군하들도 나는 좋다. 라고 말씀하신다.>와 같이 풀 수 있다. 46) 語 訥 은 君 子 의 덕목 가운데 하나다. 群 臣 들은 어릴 때부터 바로 그런 덕목을 배우며 자란 사람들이다. 특히나 聖 君 으로 추앙받는 군주에게 군 주의 과실과 시정의 득실을 자주 直 言 하는 것은 그 덕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직언은 곧 聖 君 의 德 을 해치는 것에 다름 아 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군주들은 자기 과실이나 시정의 득실을 직언하는 신하를 진정으로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종은 바로 그런 관습적, 경험적 역사를 아울러 고려하였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딴 군주들은 싫 어했을 수도 있지만 예종은 자기만큼은 그런 신하들을 좋아한다는 뜻을 이 노래에 담아낸 것이다. 그러면 왜 예종은 언로를 열어두고도 이 노래를 지었을까? 47) 노래가 가지는 친화력이나 감화력도 일정하게 작용했을 터이지만, 무엇보다 다 음 두 자료를 살펴보면 그 사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48) 知 制 誥 崔 淪 이 上 書 하기를 (중략) 제왕은 마땅히 경전의 학문을 좋아 하며 날마다 선비들과 경전 역사를 토론하고, 정사하는 도리를 물어서 化 民 成 俗 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어찌 아이들의 雕 蟲 을 일 삼아서 자주 경박한 시인들과 함께 吟 風 弄 月 하여 천품의 순박하고 바른 것을 상실하는 일이 있게 할 것입니까 하닌 왕이 좋게 받아들였다. (예 종 11년 4월) 46) 조동일, 앞의 책에서는 <벌곡조=유구곡>의 가설을 수용하면서도 예종이 지은 <벌곡조>에다 견주어보면, 자기 잘못이나 정치의 득실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신 하들이 뻐꾸기처럼 울어줄 것을 기대했는데, 비둘기인 양 울고 말았음을 풍자한 뜻이 된다. (294쪽)라는 해석을 수용하고 있는데, 이는 <유구곡>의 텍스트를 비둘기도 울음을 울지만 뻐꾸기가 좋다. 라고 풀이한 權 寧 徹 (앞의 논문)의 견 해를 대체로 수용한 데 따른 해석이다. 47) 이 물음은 朴 魯 埻, 앞의 논문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다. 48) 두 자료는 역시 위의 논문, 67쪽에서 재인용한다. 원문은 생략하고 번역문만을 옮기되 괄호 안에 해당 기사의 간지를 밝힌다.

22 한국문학논총 제49집 李 之 氐 등 38명에게 급제를 주었다. 이때 왕이 음악을 매우 좋아하여 기생 玲 瓏 遏 雲 등이 노래를 잘 불러서 자주 물품의 하사를 받으니 國 學 生 高 孝 沖 이 感 二 女 詩 를 지어 풍간하였는데 중서사인 鄭 克 永 이 이를 왕에게 아뢰어 왕이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효충이 이번 과거에 응시하였 으나 왕이 명하여 떨어뜨리고 드디어 옥에 가두었다. (예종 15년 5월) 두 기사에 나타난 예종의 처사는 사뭇 다르다. 즉, 앞은 언로를 열어둔 취지에 부합하게 일을 처리했지만 뒤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 물론 고효 충이 상소 등의 형식으로 직접 국왕에게 과실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開 廣 言 路 의 취지에 부합하자면 그런 행위도 용납해야 하는 것이다. 하 지만 예종은 그러지 않았다. 이러한 모순된 처사는 開 廣 言 路 의 취지를 무색케 할 수 있으며, 群 下 들의 말문을 막을 수 있다. 예종이 <벌곡조= 포곡가=유구곡>을 지어 거듭 開 廣 言 路 를 밝힌 것은 이러한 자신의 모 순된 처사와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49) Ⅳ. 노래의 성격과 형식의 문제 <유구곡>의 형식적 특성 또한 앞서와 같은 분석과 해석을 일정하게 뒷받침해 준다. 이 노래가 敎 坊 妓 에 의해 불리었다는 사실은 이 노래의 곡이 교방악관이 연주하는 法 曲 레퍼토리의 하나였음을 의미한다. 예종 이 새로 지었으므로 新 聲 法 曲 인 셈이다. 法 曲 은 제례는 물론이고 朝 會 나 燕 饗 등 君 臣 이 마주하는 자리에서 연주되는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내용이나 창작 동기에 비추어볼 때 제례에서는 불릴 수 없는 노래다. 그 렇지만 조회나 연행 등에서는 불릴 수 있는 노래다. 예종이 群 下 들 의 간언 직언을 종용하는 취지에서 지은 노래라면 바로 이런 공간에서 교 49) 고효충은 寶 文 閣 待 制 胡 宗 旦 의 上 書 로 풀려났고 인종 2년(1124)의 과거에서 장 원 급제했다.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23 방악관에 의해 그 곡이 연주되고 교방기에 의해 그 노래가 불릴 수 있도 록 배려했을 것이다. <유구곡>은 그 같은 연행 상황을 일정하게 반영하 고 있어 보인다. <유구곡>은 메시지의 전달자와 수신자가 모두 텍스트 안에 형상화됨 으로써 그들 모두가 聽 者 가 될 수 있는 노래다. 그리고 敎 坊 妓 와 같은 전문 예능인이 唱 者 가 될 수 있다는 것은 群 下 들 도 唱 者 가 될 수 있음 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통 맥락을 고려할 때 예종 자신은 이 노래의 聽 者 는 될 수 있어도 唱 者 는 될 수 없다. 김부식의 한시에서 그 제목의 주 석에 예종께서 이 곡을 즐겨 들었다( 睿 王, 喜 聽 此 曲 ). 라고 밝힌 것은 바로 노래의 연행 상황을 간명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러한 연행 상황은 예종이 군하들 로 하여금 자기가 언로를 열어 자기 과실 및 時 政 의 득 실을 듣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마음임을 그들이 노래를 즐겨 부르고 들 으면서 거듭 깨우치도록 의도하였음을 말해 준다. 노래는 간단하지만 소 통 맥락과 연행 상황은 그만큼 단순하지가 않은 것이다. 물론 <유구곡>은 교방기 등에 의해 독창 방식으로 불리기도 했을 것 이다. 하지만 애초에 예종이 이와 같은 소통 맥락과 조회나 연향의 공간 에서 연행되기에 적합한 가창 방식을 고려하였다면 <유구곡>의 반복 현상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군신이 마주하는 조회나 연향 은 군주를 중심으로 하여 좌우로 신하들이 마주보며 자리한다. 그리고 군주와 신하들 사이의 공간에 법곡을 연주하는 교방악관과 노래를 부르 거나 춤을 추는 교방기들이 신하들과 마찬가지로 좌우로 나뉘어 마주하 며 자리한다. 여기서 한 편의 歌 曲 을 좌우의 교방악관과 교방기들이 共 演 하는 경우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가창 방식이 어떠했을지 가늠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생각을 진전시키는 데 당나라의 법곡에 배열된 노랫말의 형식 을 참고할 만하다. 당나라의 9부악, 10부악 등 伎 樂 형태의 燕 樂 레퍼토 리들은 小 曲 歌 曲 ( 法 曲 )과 舞 曲 을 한 편씩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의 악

24 한국문학논총 제49집 보들이 고스란히 전하지 않아 완전한 실상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마찬 가지로 燕 樂 레퍼토리였던 小 曲 형태의 敎 坊 法 曲 들(이를테면 王 昭 君, 聖 明 樂, 如 意 郞, 弊 契 兒 등)은 5언, 7언 絶 句 형식의 시를 疊 句 하는 방식 으로 塡 詞 하여 疊 唱 되기도 했다. 특히 수나라 당나라의 9부악과 당나라 의 10부악에 계속하여 포함되었던 龜 玆 樂 에는 본디 < 善 善 摩 尼 >라는 小 曲 歌 曲 이 포함되었으나 그 노랫말이 胡 夷 語 50) 여서 다음과 같이 그 解 曲 51) < 弊 契 兒 >을 붙였다. 春 風 南 內 百 花 時, ( 春 風 南 內 百 花 時 ) 52) 道 唱 梁 州 急 遍 吹. ( 道 唱 梁 州 急 遍 吹 ) 揭 手 便 拈 金 碗 舞, 上 皇 惊 笑 悖 拏 兒. ( 上 皇 惊 笑 悖 拏 兒 ) 53) 언뜻 보아도 이 노래의 반복 양상은 <유구곡>과 흡사함을 알 수 있 다. 물론 疊 唱 의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지만 疊 唱 자체가 燕 樂 의 연행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반복 방식의 차이는 소 통 맥락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弊 契 兒 >이 군주에 게 獻 呈 되는 歌 曲 이라면 則 天 武 后 가 지은 敎 坊 曲 인 다음의 < 如 意 娘 >은 황제가 자기 정서를 직접 풀어내 신하들에게 전하는, 말하자면 下 賜 되는 歌 曲 이다. 50) 漢 語 가 아닌 언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51) 같은 곡에 본디 음악의 뜻을 풀어내는 한시를 얹어 부르는 가곡을 이르는 말이 다. 52) ( )는 疊 句 疊 唱 부분을 나타냄. 53) 人 文 叢 刊 編 輯 委 員 會 編, 唐 代 音 樂 與 古 譜 譯 讀 ( 中 國 图 书 進 出 口 总 公 司, 1985), 82 쪽에서 재인용함.

維鳩曲의 해석과 伐谷鳥 布穀歌와의 관계 25 看朱成碧思紛紛, 惟悴支离爲憶君. (爲憶君) 不信比來長下淚, (長下淚) 開箱驗取石榴裙. (石榴裙) 54) 弊契兒>가 轉句를 기준으로 그 앞과 뒤가 반복되는 데 비해, 이 <如 意娘>은 起句를 제외한 나머지 구의 끝부분이 반복되고 있다. <유구 곡>은 국왕의 생각을 담아낸 노래라는 점에서 소통 맥락은 <如意娘>에 가깝지만 연행 상황은 그보다 <弊契兒>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如 意娘>은 측천무후가 唱者가 되어 부를 수 있는 노래이지만, <유구곡> < 은 예종이 지었어도 자신이 그 노래의 창자는 될 수 없는 노래이기 때문 이다. 疊句 疊唱이 燕樂의 연행 상황을 반영하고 구체적인 소통 맥 락에 따라 疊句 疊唱하는 방식이 달랐다면 <유구곡>의 반복 구절의 이처럼 특성도 이런 각도에서 해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구곡>은 그 안에 함 傳言)의 발화자-수신자의 관계는 예종-신하( 群下 )이지만 축된 메시지( 노래 자체를 하나의 발화로 볼 때 발화 주체 곧 화자와 발화 상대 곧 청 자의 관계는 그 반대로 이루어진 독특한 작품이다. 이것은 연악으로서의 <유구곡>은 좌우로 나뉘어 자리하는 군신들이 자기의 입으로 왕의 취 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앞부분과 뒷부분의 반복 이 이루어졌으리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추론의 가능성은 앞 同 서의 논의의 결론을 일정하게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語句의 疊語的 反復 현상을 <유구곡>이 민요인 증거로 바로 활용55)하 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54) 위의 책, 78쪽에서 재인용함. 55), 의 (, 1981), 269-270쪽. <유구곡>이 민요일 가능성은 조동일, 앞의 논문, 294-295쪽에서도 제시되고, 윤성현, 앞의 논문에서 는 한층 더 적극적으로 주장되었다. 하지만 반복 현상은 노래 일반의 특성이지 특정 계층의 노래의 고유한 특성은 아닐 것이다. 鄭東華 韓國民謠 史的 硏究 一潮閣

26 한국문학논총 제49집 Ⅴ. 결론 이 글은 <유구곡>의 의미를 좀 더 선명하게 밝히는 동시에 그럼으로 써 연구사적 쟁점이 되었던 <벌곡조> 또는 <포곡가>의 관계를 해명하 는 데까지 도달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대부분의 선행 연구들 은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유구곡>의 실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시 도의 산물인 만큼 가급적이면 수렴하는 방향에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하 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연구 내용들을 수용한 것보다 부정한 것이 많게 되었다. 앞의 논의에서 확인하였듯이, 연구 초기에 비교적 정확하 게 이루어진 텍스트 분석이 연구가 진행될수록 왜곡되거나 부정되는 과 정을 거침으로써 오히려 혼란스러워진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러한 연구사적 흐름을 확인하면서 그 분석에 바탕을 둔 해석의 가능성을 찾음으로써 쟁점들의 해결을 시도한 것이다. 논의 내용은 요약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구곡>은 <비둘기새( 維 鳩 布 穀 )는 울음을 울되, 뻐꾹 쟁이 ( 鳲 鳩 = 伐 谷 )야 난 좋아. >와 같이 옮길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연구 초기 의 분석에 가장 근접해 있지만, 비두로기 와 버국댱이 의 의미와 상 호 관계까지 명료하게 드러냄으로써 곡해의 여지를 줄인 것이다. 둘째, 이렇게 維 鳩, 布 穀, 伐 谷 의 상호 관계를 고려할 때 비록 제목 명명 과정 에서 초점은 다르지만 <유구곡>, <포곡가>, <벌곡조>가 동일 노래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동일 노래를 이렇게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 까닭은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다만 제목을 미리 정하고 지은 노래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논의를 진행하였음을 늦 게나마 밝혀 두고 싶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유구곡>에 국 한된 것이 아니고 또 관련 논의가 없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자리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할 과제로 남겨 두고자 한다. 셋째, <유구곡>의 작품 해석은 고려사 악지 에 포함된 <벌곡조>의 노래를 지은 뜻( 作 歌 之

維 鳩 曲 의 해석과 伐 谷 鳥 布 穀 歌 와의 관계 27 意 ) 에 바탕을 두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넷째, 언어 텍스트이 반복 양 상 또한 <유구곡>이 노래가 군주와 신하들이 마주하는 자리에서 신하 들의 입으로 군주의 의사를 드러내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임을 뒷받침한다. 결국 처음 <유구곡>이 학계에 소개될 당시에 제기되었던 가설 곧 벌 곡조=포곡가=유구곡 이 거짓이라고 부정하기보다는 참이라고 긍정하는 논리가 언어 텍스트는 물론 <유구곡>과 관련된 자료들을 한층 더 합리 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 셈이다. 주제어 : 유구곡, 벌곡조, 포곡가, 예종, 고려가요

28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참고문헌 權 寧 徹, 維 鳩 曲 攷, 어문학 통권 제3호, 한국어문학회, 1958. 12, 45-70쪽. 권오경, <유구곡>의 구조와 참요성( 讖 謠 性 ), 어문학 64, 한국어문학 회, 1998. 6, 129-149쪽. 金 東 旭, 時 用 鄕 樂 譜 歌 詞 의 背 景 的 硏 究, 震 檀 學 報 17, 震 檀 學 會, 1955, 104-186쪽. 김동주 역, 국역 임하필기 8, 민족문화추진회, 2000, 226쪽. 김완진, 고려가요 해석의 반성, 향가와 고려가요, 서울대학교 출판 부, 2000, 219-239쪽( 국어학 29, 국어학회, 1998, 221-241쪽에 처 음 발표됨). 東 亞 大 學 校 古 典 硏 究 室 편, 譯 註 高 麗 史 第 二, 太 學 社, 1987, 309쪽. 리만규 리의섭 역, 북역 고려사(제2책), 평양:사회과학원, 1963(영인본, 서울:신서원, 1991), 269-270쪽. 민족문화추진회 역, 高 麗 史 節 要 上, 서울:신서원, 2004, 733쪽. 민족문화추진회 편, 국역 동문선 2, 민족문화문고, 1998(1966), 375쪽. 朴 魯 埻, 維 鳩 曲 과 睿 宗 의 思 想 的 煩 悶, 韓 國 學 論 集 8(한양대학교 한 국학연구소, 1985), 57-94쪽. 朴 炳 采, 高 麗 歌 謠 의 語 釋 硏 究, 二 友 出 版 社, 1980, 346-348쪽. 成 昊 慶, 維 鳩 曲 과 相 杵 歌 의 詩 形, 語 文 學 52, 한국어문학회, 1991.3, 271-285쪽. 윤성현, <유구곡>을 다시 생각함, 한국민요학 4, 한국민요학회, 1996.11, 143-145쪽. 윤성현, 유구곡의 구조와 미학의 본질, 韓 國 詩 歌 硏 究 3, 한국시가학 회, 1998, 253-271쪽. 李 家 源 張 德 順 朴 晟 義 梁 柱 東, 原 譯 鄕 歌 / 麗 謠, 瑞 音 出 版 社, 1985,

維鳩曲의 해석과 伐谷鳥 布穀歌와의 관계 29 280-282쪽. 이동근, 유구곡 재고, 한국고전시가작품론(백영정병욱선생10주기추모 논문집), 집문당, 1992, 207-218쪽. 李鍾文, <維鳩曲>=<伐谷鳥> 說에 對한 再檢討, 국어국문학 116, 국 어국문학회, 1996. 5, 281-303쪽. 임주탁, 고려시대 국어시가의 창작 전승 기반 연구, 부산대학교 출판 부, 2004, 123쪽. 張德順, 韓國文學史 (同化文化社, 1975), 112쪽. 全圭泰, 高麗歌謠, 正音社, 1967, 170-172쪽. 鄭東華, 韓國民謠의 史的 硏究, 一潮閣, 1981, 269-270쪽.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1, 知識産業社, 1982, 294-295쪽. 조동일, 한국문학통사(제4판) 1, 지식산업사, 2005, 313-314쪽. 周卓, 高麗歌謠의 鑑賞, 思想界 6권 5호, 1958.5, 189-201쪽. 崔龍洙, 高麗歌謠硏究, 계명문화사, 1996, 28-47쪽. 최철 박재민, 석주 고려가요, 이회, 2003, 349-359쪽. 修海林, 古樂集錦 上篇, 北京:人民音樂出社, 1989, 93쪽. 林謙三, 隋唐燕樂調硏究, 上海:商務印書館, 1936, 65쪽. 人文叢刊編輯委員會 編, 唐代音樂與古譜譯讀, 中國图书進出口总公司, 1985.

30 한국문학논총 제49집 <Abstract> Yugugok, Beolgokjo or Pogokga: Their Meanings and Relationship Yim, Ju-Tak This paper explains how to read Yugugok 維 鳩 曲 of which writer has not been known but treated as one of Goryeogayo 高 麗 歌 謠, and how to appreciate the relation between Yugugok and Beolgokjo 伐 谷 鳥 or Pogokga 布 穀 歌 of which writer was Yejong 睿 宗, the 16th king of Goryeo Dynasty. Firstly, it notices that collared doves have different cries and shapes from doves but similar ones to cuckoos, and interpret the lingual text of Yugugok as follows; A collared dove songs, Even though loud cries continue I like cuckoos. According to this interpretation, secondly, it debates if the three names could be referred to the same song and infer two probabilities from several materials. One of the two is that a collared dove in terms of literary convention could be a metaphor of king or emperor like Yejong; the other is that Yugugok could be performed as a music repertory for official parties in which the king faces south and vassals sit or stand east and west facing each others. As a result, thirdly, it finds the reason why the lingual text includes refrains at its beginning and end. Lastly, it concludes that the hypothesis the tree name are referred to the same song is true. Key Words : Yugugok 維 鳩 曲, Beolgokjo 伐 谷 鳥, Pogokga 布 穀 歌, Yejong 睿 宗, Goryeogayo 高 麗 歌 謠

한국문학논총 제49집(2008. 8) 31~54쪽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56)곽 진 석 ** 차 Ⅰ. 서론 Ⅱ. 샤먼의례 절차의 분석 층위 Ⅲ.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 와 유형 례 Ⅳ. 제주도 <시왕맞이>에 반영된 관 념 Ⅴ. 결론 Ⅰ. 서론 샤먼은 민족마다 그 성격과 위상이 다르다. 그래서 능력이나 기교 그 리고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샤먼은 여러 범주로 나뉜다. 이러한 샤먼의 범주는 그들의 유형에 대한 명칭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1) 예를 들면 에넷족 샤먼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샤먼은 budtode인데, 그는 하늘에 사 * 이 논문은 2006년도 부경대학교 연구년 교수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PS-2006-008). **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Anna-Leena Siikala, Siberian and Inner Asian Shamanism, Anna-Leena Siikala and Mihály Hoppál, Studies on Shamanism, Helsinki and Budapest, 1992, pp.4-5.

32 한국문학논총 제49집 는 정령과 접촉할 수 있는 샤먼이다. 그 다음으로 존경받는 샤먼은 d'ano인데, 그는 악령으로부터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샤먼이다. 가장 적 게 존경받는 샤먼은 sawode인데, 그는 죽은 사람과 접촉하는 샤먼이다. 또 나나이족 샤먼 가운데 가장 낮은 범주의 샤먼은 siurinka인데,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샤먼이다. nemati는 환자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굿을 거행할 수 있는 샤먼이다. 가장 존경받는 샤먼은 kasati인데, 그는 모든 샤먼의 지식을 통제하고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할 수 있는 샤먼이다. 저승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는 것은 나나이족 샤먼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 샤먼의 여러 범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은 샤먼과 초자연적 脫魂) 상 존재 사이의 통교communication 현상이다. 이 때 샤먼은 탈혼( 憑依) 상태possession에 빠질 수 있는 여러 기교와 능 태ecstasy나 빙의( 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샤먼은 탈혼이나 빙의를 수반한 정상적 인 세계와 초자연적인 세계 사이의 상호통교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이 를 통해 샤먼은 부족의 정상적인 삶을 위협하는 위기를 제어한다. 이런 점에서 샤먼은 개인의 삶이나 사회를 위협하는 위험요소의 제거자 또는 예언자라고 할 수도 있다. 巫儀) 이러한 샤먼이 주관하는 의례가 샤먼의례shamanic rite, 곧 무의( 다. 그것은, 샤먼이 탈혼이나 빙의 동안 초자연적 존재와의 접촉을 통해 일상적인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2) 샤먼은 환자의 질병 치료, 저승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 인도 그리고 가정의 무사안녕 기원 등 다양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례를 거행한다. 탈혼이나 빙의를 수반한 샤 먼과 초자연적 존재 사이의 통교 과정이 곧 샤먼의례다. 이 의례가, 정상 적인 삶을 위협하는 어려움이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야기되고 또 그 어 善靈)의 도움으로 제거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되어 있음 려움은 선령( 2) Anna-Leena Siikala, The Rite Technique of the Siberian Shaman, Helsinki, 1978, p.319.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33 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무속이 샤머니즘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들 이 있었다. 탈혼 현상을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 무속 전체가 샤머니즘과 는 다른 신앙체계라는 주장도 있었고, 3) 탈혼 현상을 보이는 중부 이북 지방의 무속은 샤머니즘이지만 그렇지 않은 남부지방과 제주지방의 무 속은 우리나라의 원시종교로 파악하는 주장도 있었으며 4) 우리나라의 무 속은 원래 북방계통의 샤머니즘이지만 남부지방과 제주지방의 무속에서 는 탈혼 현상이 변질되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5) 이러한 주장들은 빙의 현상을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면서 탈혼 현상 을 샤머니즘의 본질로 파악한 Eliade의 개념 6) 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러나 엘리아데와 대조적으로 핀다이젠은 빙의 현상을 샤머니즘의 특징 이라고 생각하였다. 7) 따라서 탈혼 현상뿐만 아니라 빙의 현상도 샤머니 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샤머니즘에서 샤먼의 소명을 세습적으로 전수받는 경우와 신령에 의해 직접적으로 부여받는 경우가 공존하고, 또 어느 경우이든 병적인 현상이 동반된다. 8)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무속과 무당도 각각 샤머니 즘과 샤먼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제주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심방이라 통칭되는 무당 이 신령과 직접 통교한다는 근거는 희박하지만, [영개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은 의사( 擬 似 )빙의현상을 보여준다. 9) 또 그들은 병적인 3) 임석재, 무속연구서설Ⅱ, 아세아여성연구 10집, 숙명여자대학교, 1971. 4) 최길성, 한국무속의 엑스타시 변천고, 아세아연구 Vol. Ⅻ No. 2,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1969. 5) 김태곤, 한국무계의 분화변천, 한국민속학 창간호, 민속학회, 1969. 6) M. Eliade, Shamanism: Archaic Techniques of Ecstasy, Princeton Univ. Press, 1974, p.6. 7) Å. Hultkrantz, Ecological and Phenomenological Aspects of Shamanism, V. Diószegi and M. Hoppál ed., Shamanism in Siberia, Budapest, 1978, p.43. 8) M. Eliade, op. cit., pp.20-21. 9) 현용준, 제주도 무속 연구, 집문당, 1986, 55-56쪽.

34 한국문학논총 제49집 현상을 수반하면서 그 직을 세습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제주지역의 무속과 무당을 각각 샤머니즘과 샤먼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할 것이다. 司祭)적 점사(占師)적 영매(靈媒)적 주 심방은 샤먼의례에서 사제( 呪醫)적 연예인(演藝人)적 직능 등 다양한 직능을 수행한다. 의( 10) 그들 은 이 직능의 수행을 통해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기도 하고 병을 치료 하기도 하며 풍농 풍어를 빌기도 한다. 그러나 심방의 직능과 무관하게 또 의례의 목적과 무관하게 샤먼의례의 절차는 거의 유사하다. 다만, 샤 먼의례의 절차는 샤먼과 초자연적 존재의 통교 방식에 따라 몇 가지 유 형으로 나누어질 뿐이다.11) 이 글에서는 제주도 샤먼의례인 <시왕맞 이>의 구조적인 절차와 그에 따른 의례의 유형을 알아보고, 또 거기에 반영된 다양한 관념도 살펴보고자 한다. Ⅱ. 샤먼의례 절차의 분석 층위 의례행위의 절차에 대한 분석은 근본적으로 의례의 동적인 면에 접근 하는 것이다. Gennep12)이나 Turner13)에 의해서도 이루어진 이 같은 접 근은, 의례는 특별한 목적을 지닌 행위라는 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의례가 어떤 목적을 지닌 행위의 체계로서 간주된다면, 샤먼의례는 그 절차를 통해 볼 때 엑스타시와 초자연적 존재와의 통교로 인도하는 과 10) 현용준, 위의 책, 46-58쪽. 11) Anna-Leena Siikala, The Rite Technique of the Siberian Shaman, Helsinki, 1978, p.322. Siikala는 샤먼의례를 샤먼과 정령이 이승에서 만나는 유형과 저승에서 만나는 유형 그리고 두 세계에서 함께 만나는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12) A. van Gennep, The Rites of Passage, The Univ. of Chicago Press, 1966. Gennep은 통과의례의 통시적인 3단계 절차를 논의하였다. 13) V. W. Turner, The Ritual Process, Aldine Publishing Company, 1977. Turner는 의례의 절차적 형태를 통해 의례적 상징 속에 내포된 의미를 밝혔다.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35 정이다. 샤먼은 그 절차 속에서 엑스타시 상태에 빠지고, 그럼으로써 초 자연적 존재와 통교하게 된다. 이것은 의례 행위의 강조점이 엑스타시와 통교에 있음을 말해준다. 의례 절차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례를 구성하고 있는 행위를 독립적인 단위로 구분해야 한다. 의례 수행의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났는가? 일어난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 사건의 목적 이 무엇인가? 이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대답과 관련하여 의례 절차는 다 음과 같은 세 층위에서 분석될 수 있다. 14) 1 표현manifestation : 표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층위로서 행위나 소 리, 물건 등에서 표현되는 것처럼 의례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들 이다. 2 의미meaning : 의례 행위는 의례 수행자나 참여자에게 어떤 것을 의미한다. 3 기능function : 의례 행위의 원인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목적과 관 련하여 주어진 설명이다. 의례 절차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표현 층위에서 의례 행위나 도 구 그리고 의례에서 말해지는 언어를 기술해야 한다. 의례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기술도 이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의례 행위의 의미와 기능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단계다. 그런 다음 의미 와 기능 층 위에서 의례 행위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미와 기능의 층위에서 볼 때 의례는 행위 단위action unit인 행위 소 acteme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상호 독립적이면서 의례의 목적을 갖는 행위 단위다. 의례 수행 과정에서 행위소의 실현은 행위 act 그 자체다. 따라서 행위소는 구조적 측면에서 불변수이지만 행위는 변수다. 15) 14) Anna-Leena Siikala, op. cit., pp.70-77.

36 한국문학논총 제49집 행위소는 의례 과정에서 논리적인 순서로 배열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기능적인 문맥에 따라 그룹화될 수 있는데, 그것이 곧 시퀀스 sequence 다. 16) 이 같은 시퀀스의 결합이 의례의 기본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Ⅲ.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제주도 샤먼의례는 그 목적에 따라 크게 통과의례, 계절의례, 예축의 례( 豫 祝 儀 禮 ), 치병의례, 생산의례, 건축의례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17) 그러나 목적에 따른 제주도 샤먼의례의 다양한 종류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는 거의 비슷하다. 다만 심방과 신령의 통교가 탈혼 상태에서 이루 어지는가 아니면 빙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제주도 샤먼의례 가운데 <시왕맞이>를 대상으로 표현과 의미 그리고 기능의 층위에서 구조적인 절차와 유형을 살펴보고 자 한다. <시왕맞이>는 사자( 死 者 )의 영혼을 위무하여 저승으로 보내기 위한 샤먼의례다. 이 의례는 큰굿의 한 거리로서 거행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거행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에나 <시왕맞이>는 거의 같은 절 차로 거행된다. 15) A. Dundes는 V. Propp의 기능 function에 해당하는 motifeme 과 그 변화하는 motifeme 인 allomotif 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Anna-Leena Siikala도 acteme 과 그 변화하는 acteme 인 alloact 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cf) A. Dundes, Structural Typology in North American Indian Folktales, A. Dundes ed., The Study of Folklore, Prentice-Hall, Inc., Englewood Cliffs, N.J., 1965, p.208. Anna-Leena Siikala, op. cit., p.74. 16) Anna-Leena Siikala에 의하면 의례를 구성하는 행위소는 26개, 연쇄는 8개다. Anna-Leena Siikala, op. cit., p.76. 17)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12-13쪽.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37 <시왕맞이>의 의례 절차는 다음과 같다.18) 小巫 旗類 ① : 의례를 거행하는 날 수심방은 소무( )를 데리고 의례 장소로 온다. 그 다음 그들은 먼저 각종 기메[기류( )]와 지전( )을 만든 다. 또 방안에 기본 제상( )을, 마당에 시왕맞이상을 배설한 다음 제 물을 올린다. 준비가 끝나면 수심방은 정장을 한 다음 제상 앞의 사제석 ( )에 서고, 소무들은 북 징 설쉐를 각각 앞에 놓고 그것을 칠 준비를 한 채 앉아 있다. 청중들도 자리를 잡고 앉는다. ②- : 소무들이 악기를 연주한다. 신령들에게 의례 거행을 알리는 의미로 모든 악기를 세 번 쳐서 울린다. 악기 연주가 끝나면 수심방은 제상을 향하여 배례하고 악기 장단에 맞추어 천천히 춤을 춘다. ②- : [초감제] [베포도업침] 의례를 거행하는 날짜와 장소를 신령에게 고하기 위해 천지개벽으로부터 자연과 역사를 해설한다. [날과국섬김] 의례를 거행하는 날짜와 장소를 설명한다. [연유닦음] 의례를 거행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군문열림] 신령이 강림하도록 노래와 춤으로써 신궁( )의 문을 연다. [새 림] 신령이 강림하는 길의 사( )를 쫓아내어 깨끗이 한다. [도레둘러멤] 악기가 잘 울리도록 악기의 신령에게 떡을 대접한다. [신청궤] 신령들을 청하여 제상에 앉히는 가무를 한다. ③ : [방광침] 사령( )이 저승의 극락으로 갈 수 있도록 시왕에게 기원한다. 祭床 紙錢 司祭席 神宮 邪 死靈 ④ : [추물공연] 강림한 신령들에게 제물을 바친다. ⑤ : [차사본풀이] 차사( )의 내력을 노래하고 사령을 저승의 극락 으로 데려가 주도록 그에게 빈다. ⑥ : [석살림] 의례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어 신령을 즐겁게 差使 하고 또 그에게 기원한다. ⑦ : [액맥이] 액을 막아주고 유족에게 장수와 행운을 가져다주도록 신령에게 빈다. 18) 현용준, 위의 책, 374-382쪽.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206-314쪽.

38 한국문학논총 제49집 8-ᄀ : [나까도전침] 시왕과 차사에게 시루떡을 대접한다. 8-ᄂ : [나까도전침] 노래하면서 사( 邪 )를 쫓아내는 행위를 한다. 9 : [군벵질침] 잡신을 대접한 후 쫓아내고 무조신( 巫 祖 神 )을 대접한 다. 인다. 10-ᄀ : [질침] 저승의 길을 치우고 닦아서 차사와 사령을 청하여 들 10-ᄂ : [질침] 사령을 청하여 들인 다음 영개울림 을 한다. 10-ᄃ : [질침] 사령을 저승의 극락으로 인도한다. [세경본풀이], [문전본풀이], [각도비념] 11 : [도진] 청하여 들인 신령들을 다시 돌려보낸다. 12 : 마당의 시왕상을 철거하고 각 당클에 제물을 새로 갈아 올린다. 이상과 같은 표현 층위의 의례 절차는 의미와 기능 층위의 행위소와 시퀀스로 다시 분석될 수 있다. 1과 2는 시작부initial part로서 이후에 일어날 사건들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1은 심방, 그의 보조자인 소무 그리고 청중이 의례를 앞두고 그것을 준비하는 행위소들로 구성된 준비 단계 의 시퀀스다. 심 방과 소무는 제상에 제물을 배설하고 각종 기메를 준비한다. 이후에 심 방은 복장을 갖추어 입은 다음 제상 앞에 서고, 소무는 악기를 연주할 채비를 한다. 그리고 청중들은 자리에 앉아 그들이 의례를 준비하는 상 황을 지켜본다. 2는 심방이 신령을 불러내는 행위소들로 구성된 신령 구현 의 시퀀 스다. 이것은 예비적인 가무의 행위소(2-ᄀ)와 환기적인 가무의 행위소 (2-ᄂ)로 이루어진다. 전자에서는 심방이 본격적으로 신령을 구현하기 전에 예비적으로 악기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춘다. 후자에서는 심방이 본 격적으로 노래로써 신령에게 의례를 거행하는 날짜와 장소 그리고 목적 을 고한다. 또 신령이 강림할 수 있도록 신궁의 문을 연다. 그 후 신령이 강림할 길을 정화한 다음 춤과 노래로써 그를 청하여 제상에 앉힌다. 또 악기가 잘 울리도록 악기의 신령에게 제물을 바친다. 이 때 소무 한 사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39 람은 술잔의 술을 조금씩 바깥쪽을 향해 뿌린다. 3~10은 중간부middle part로서 의례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기능을 한다. 3~10은 강림한 신령을 실제적으로 만나서 그에게 기원하 고, 또 기원을 이루어주도록 제물을 바치는 행위소들로 구성된 신령 만 남 의 시퀀스다. 19) 이 시퀀스는 신령에 대한 기원 과 대접 의 행위소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원(3) 대접(4) 기원(5) 대접 기원(6) 기원(7) 대접(8-ᄀ) 기원(8-ᄂ) 대접(9) 순으로 의례가 진행되 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10-ᄀ,ᄂ,ᄃ에서처럼 저승의 길을 정화하여 차사 와 사령을 불러들인 후 사령의 말을 듣고 그를 저승의 극락으로 인도한 다. 특히, 10-ᄀ,ᄂ,ᄃ은 <시왕맞이>의 중심이 되는 절차다. 왜냐하면 이 의례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령을 위무하여 그를 저승의 극락으로 무사히 보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부에는 의례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 은 신령의 통교다. 심방은 이를 통하여 의례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정보와 능력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 방과 신령의 통교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심방과 신령의 통교가 빙의 상 태에서 이루어지는가, 탈혼 상태에서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두 상태에서 다 이루어지는가에 따라서 의례의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0-ᄀ의 절차가 끝나면 10-ᄂ [영개울림]을 시작한다. 이것은 심방이 사령을 대신하여 그의 말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쉰 여덟 살 님전과 서른 여덟 살 님전과 스물 여섯, 스물 넷, 열 네 살 19) 중간부에는 신령 만남 의 시퀀스뿐만 아니라 주로 치병의례에서 보이는 병령( 病 靈 ) 만남 의 시퀀스와 샤먼 여행 의 시퀀스도 포함되어 있다. 신령 만남 은 빙의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샤먼 여행 은 탈혼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럴 경우 어떤 시 퀀스가 의례 절차에 반영되는가에 따라 의례의 기본적인 구조가 결정된다. Anna-Leena Siikala, op. cit., pp.320-326.

40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아기들전에 분부외다. 서른 다섯 살 설운 며느리야, 이 내 몸이야 죽어서 몇 십년이 지난 몸이지마는, 외롭고 고독하고 어느 형제간 없이 원명이 짧아서 인간을 하직하여 돌아섰다마는, 오늘은 저승길 치워 닦 아 준다고 하니 고혼길로 돌아서노라. 설운 아기야, 백번 천번 부 탁하니 동생들 잘 인도시켜 주고 어머님 속상하게 말아서 잘 공 갚아라. 나는 이제 저승마음 먹어 마지막 돌아서겠노라. 분부외다. 20) [영개울림]에서 사령은 심방의 입을 빌어 유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이 때 심방은 사령의 말을 1인칭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사령과 심방이 일체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방은 빙의 상태에서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두와 말미의 분부외다 라는 표 현에서 알 수 있듯이 심방은 사령의 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심방이 완전한 빙의 상태에서 사령의 말을 전달한 것 이 아니라 자신의 의식 가운데서 그것을 전달한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 다. 또 심방이 의례에서 [산받음]이라는 절차를 통해 신의( 神 意 )를 판단 하는 것도 그가 완전한 빙의 상태에 빠져들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러나 [영개울림]에서 사령이 수심방의 입을 통해 직접 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또 청중들도 그 말을 사령의 말로 받아들인다는 점 에서 그런 현상은 완전한 빙의현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의사빙의현상 으로는 보인다. 21) 여기서 심방은 빙의 상태에서 신령 또는 사령과 통교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문열림]에서도 심방이 빙의 상태에 빠져 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 다. 심방은 노래한 후 신칼 요령 감상기를 양손에 들고 소무들의 악기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춘다. 악기의 템포가 빨라짐에 따라 수심방의 춤도 더욱 격렬해진다. 땅에 엎드리는가 하면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넘어지 는가 하면 다시 일어나 빙빙 돌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20) 현용준, 제주도 무속 연구, 집문당, 1986, 380-381쪽. 21) 현용준, 위의 책, 55-56쪽.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41 정신없이 춤을 춘다. 수심방의 얼굴이 붉게 변하다가 창백해지고, 눈동 자가 무섭게 변하면서 몸을 달달 떨기도 한다. 잠시 후 심방은 감상기를 잡고 있던 손을 떨다가 갑자기 일어나 춤을 춘다. 22) 이 같은 행동을 통 해 심방은, 자신이 빙의 상태에 빠져 있고 또 그 상태에서 신령과 접촉 하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신령 만남 의 시퀀스에서 심방은 이와 다른 방식으로 신령과 통교하기도 한다. [영개울림]이 끝나면 심방은 사령을 저승으로 인도하 기 위해 저승문을 하나하나 열어 나간다. 10-ᄀ에서 차사와 사령을 맞이 하기 위해 멍석에 댓가지 10개를 구부려 꽂아서 저승의 길을 이미 만들 어 놓았다. 이 댓가지는 저승의 문을 상징하고, 그 밑의 통로는 저승의 길을 상징한다. 심방은 첫 번째 문 앞에 서서 가련한 사령이 지옥에 떨 어지지 않도록 통과시켜 달라고 그 문을 지키는 대왕에게 부탁한다. 만 약 통과하는 것이 허락되면 소무는 멍석에 꽂은 댓가지를 뽑는다. 이런 과정이 열 번째 문까지 반복되면 사령이 저승의 극락까지 무사히 인도 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의례 절차에서 심방이 영혼 인도자psychopomp로서의 기능을 갖 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심방은 열 개의 문을 통과하여 사령을 저승까지 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먼의 가장 위대하고 고유한 권능은 자유로운 영혼을 통한 타계로의 영혼여행이다. 이 영혼여행의 결과로 그 는 자신의 보호령으로부터 초자연적 힘이나 지혜를 얻기도 하고 상실된 영혼을 되찾기도 하며 사자( 死 者 )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기도 한 다. 23) 심방도 샤먼이 갖고 있는 사자의 영혼 인도 기능을 자유로운 영혼 을 통해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의례 절차에서도 신칼점을 통하여 신의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심방의 의식 전환 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심방은 의사탈혼 상태에서 22) 현용준, 위의 책, 328-329쪽. 23) Uno Holmberg, The Mythology of All Races, Vol. Ⅳ, New York, 1964, p.523.

42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신령과 통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절차인 [세경본풀이]와 [문전본풀이] 그리고 [각도비념]은 이 의례의 궁극적인 목적과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의례다. 11과 12는 종결부final part로서 의례의 성공을 보장하고 앞으로 신령 과의 통교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11은 청하여 들인 신령을 다시 돌 려보내는 행위소로 구성된 신령 떠남 의 시퀀스다. 심방은 청하여 들인 신령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돌아가도록 노래한다. 그 후 방안의 잡귀를 쫓고 부정을 씻는다. 12는 의례를 끝내는 행위소로 구성된 의례 종결 의 시퀀스다. 이 시퀀 스는 의례의 목적과 필수적으로 관련되지 않는다. 마당에 배설된 시왕상 을 철상하고 각 당클에 제물을 새로 바꾸어 올린다. 다시 새롭게 올리는 제물은 의례의 성공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향후 신령과의 지속적인 통 교를 보장한다. 심방과 소무들은 도구를 챙겨 돌아간다. 이상과 같은 <시왕맞이>의 의례 절차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행위소 심방,소무, 청중 준비 시퀀스 준비 단계 1 2-ᄀ 2-ᄂ 3~10 11 12 예비적 인 가무 환기적 인 가무 신령 구현 신령 도착 만남, 기원, 제물 바침 + 타계여행 신령 만남 + 영혼여행 신령 배송 신령 떠남 심방, 소무 임무 완수 의례 종결 <시왕맞이>의 의례 절차는 시퀀스 층위에서 준비 단계 신령 구현 신령 만남 + 영혼여행 신령 떠남 의례 종결 로 구성되어 있다. 그 리고 각 시퀀스에는 일정한 행위소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의례의 궁극 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기능을 맡고 있는 중간부(3~10)에서 심방과 신 령의 접촉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빙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탈혼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24)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43 이러한 사실은 <시왕맞이>의 의례 유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샤먼의례는 다양한 종류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다. 샤먼의례의 기본구조는 시퀀스 층위에서 준비 단계 신령 구현 신령 만남 신령 떠남 의례 종결 또는 준비 단계 신령 구현 영혼여 행 신령 떠남 의례 종결 또는 준비 단계 신령 구현 신령 만남 + 영혼여행 신령 떠남 의례 종결 가운데 어느 하나로 이루어져 있 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시왕맞이> 의례 절차는 준비 단계 신령 구 현 신령 만남 + 영혼여행 신령 떠남 의례 종결 의 유형으로 이루 어져 있다. Ⅳ. 제주도 <시왕맞이>에 반영된 관념 제주도 샤먼의례인 <시왕맞이>에는 우주, 영혼, 내세에 대한 우리의 고대적이고 전통적인 관념이 반영되어 있다. 이 관념들은 대체로 시베리 아 샤머니즘의 관념체계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우주관 우주관은 크게 우주발생론적인cosmogonical 것과 우주구성론적인 cosmological 것으로 나뉜다. 전자는 우주가 태초에 어떻게 발생하였는 가에 대한 관념이고 후자는 우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관 념이다. <시왕맞이> 의례의 첫머리인 [초감제]에서 불려지는 [배포도업침]과 [천지왕본풀이]에 발생론적인 우주관이 나타나 있다. [배포도업침]에 따 24) Siikala에 의하면, 이런 유형의 의례는 씨족 샤머니즘이 발달한 동시베리아에서 많이 나타난다. Anna-Leena Siikala, op. cit., pp.324-326.

44 한국문학논총 제49집 르면, 태초에 천지가 혼합되어 있어서 매우 어두웠다. 25) 이때 하늘의 머 리가 열리고 땅의 머리가 열리자 인간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하늘 에서 내린 청이슬과 땅에서 솟은 흑이슬이 합쳐져 만물도 생겨났다. 또 별이 생겼을 때 아직 해와 달은 생기지 않았다. 닭이 목을 들고 날개를 치며 꼬리를 치자 먼동이 트고 천지가 밝아졌지만 하늘에 해와 달이 두 개씩 나타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낮에는 더워서 죽을 형편이었고 밤에는 추워서 죽을 형편이었다. 이때 대별왕과 소별왕이 천 근 활과 화살로 해 와 달을 하나씩 쏘아 없애 버렸다. 26) 태초에 처음으로 하늘과 땅, 해와 달 그리고 인간 등이 창조되는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같은 관념 은 태초의 창조보다는 천지혼합과 다수의 일월이라는 혼돈이 어떻게 조 정되는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기에 보이 는 우주관은 발생적 이라기보다는 지리적 이다. <시왕맞이> 의례의 [천지왕본풀이]에 의하면 우주는 세 부분으로 나 뉘어 있다. 위에는 옥황상제, 천지왕 등 천신이 살고 있는 하늘이 있고, 중간에는 인간이 살고 있는 땅이 있으며 또 사자( 死 者 )가 살고 있는 저 승이 있다. 우주가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념은 대부분의 시베 25)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의 창조신화에서 나타나는 태초의 상황은 하늘과 땅이 분리되지 않은 혼돈 또는 무질서였다. 반면에 시베리아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민족의 창조신화에서는 태초의 우주가 대체로 원시대양 의 모습을 하고 있다. Uno Holmberg, op. cit., p.330. 26) 화살을 쏘아 다수의 해를 하나로 조정하여 자연의 질서를 바로잡는 주지는 시 베리아 여러 민족의 신화에서도 나타난다. А. М. Золотарев, РодовойСтройи Религия Ульчей, Хабаровск, 1939, p.85. А. П. Деревянко ed., НанайскийФольклор: Нингман, Сиохор, Тэлунгу, Новосибирск, 1996, p.399. В. В. Подмаскин, Духовная Культура Удэгейцев, Владивосток, 1991, p.118. В. А. Аврорин и Е. П. Лебедева ed., Орочские Сказки и Мифы, Новосиб ирск, 1966, pp.193-194.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45 리아 민족에게서 나타난다. 27) 이러한 관념은 세계수world tree이기도 한 무수( 巫 樹 )shaman tree가 위의 세계, 중간의 세계 그리고 아래의 세계를 매개한다는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관념과 무관하지 않다. 이럴 경우 천상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에 대한 공간적 개념은 수직적 으로 설정되어 있다. [천지왕본풀이]에서 천지왕이 총명부인과 혼인하기 위해 하늘에서 지상의 세계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의 세계와 저승의 세계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다. [차사본풀이] 에서 강림은 염라왕을 잡아오기 위해 보조자들의 도움을 받아 청태산 을 지나고 이른 여덟 갈림길 을 지나 드디어 저승으로 들어가는 연추문 입구에 도달한다. 저승의 세계는 산 넘고 물 건너 수평공간상의 어느 곳으로 설정되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시왕맞이> 의례에서 천상과 지 상 그리고 저승의 공간은 수직적인 축과 함께 수평적인 축으로 구성되 어 있다. 이것은 우주의 수평적인 공간 구성에서 수직적인 공간 구성으 로 바뀌어가는 과도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8) 2. 영혼관 <시왕맞이> 의례에서 일체백 삼화혼신 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보인 다. 이 말은 사람의 육신은 하나지만 혼은 셋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 나 세 개의 혼이 갖는 명칭이라든지 기능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혼이 복수라는 관념은 시베리아 민족에게서 흔히 볼 수 있 다. 29) 대부분의 만주족과 고아시아족 그리고 부랴트족은 사람의 영혼이 27) В. В. Подмаскин, op. cit., p.55. 28) 우주의 공간 구성에 있어서 시기적으로 수평적인 구분은 수직적인 구분보다 앞 선다. cf) A. F. Anisimov, Cosmological Concepts of the Peoples of the North, H. N. Michael ed., Studies in Siberian Shamanism, Univ. of Toronto Press, 1972, p.207. 29) Hultkrantz는 영혼의 이중성을 유라시아 샤머니즘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파악하 고 있다.

46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세 개라고 생각한다.30) 특히, 나나이족의 경우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의 영혼 오미야 омия와 이것이 자라서 된 육신혼body-soul 우끄쑤 끼 уксуки 그리고 그림자혼shadow-soul 하냐 ханя가 그것이다.31) 육 신혼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몸을 벗어날 수 없고 죽어서 땅에 묻히는 영혼이다. 그림자혼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몸을 벗어날 수 있고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영혼이다. 원한 맺힌 영혼들은 죽어서도 저승으로 가지 못한다. [차사본풀이]에 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자의 원혼은 저승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입구 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죽어서도 저승에 가지를 못하고 돌아다니며 원 한을 푸는 영혼을 달래어 저승으로 보내고자 한다. 시베리아 나나이족의 生者)에게 해를 끼치 경우에도 저승으로 가지 못한 사자의 영혼은 생자( 거나 그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그래서 샤먼은 사자의 영 혼을 달래어 저승으로 인도한다.32) 三魂)을 빼앗 그리고 [차사본풀이]에서 보듯이 염라왕이 강림의 삼혼( 十王]의 장부에 이름이 아 저승으로 가져가자 강림은 죽게 된다. 시왕[ 적힌 사람을 차사가 저승으로 데려가는 것도 그 사람의 영혼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시왕의 장부에 이름이 적힌 虎患)을 사람을 임시로 사찰로 피신시키기도 한다. 우리 민담에서 호환( 면하기 위해 승려를 따라가는 모티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영혼 은신 모티프는 시베리아 나나이족 신앙에서도 발견된다. 그 Å. Hultkrantz, Shamanism and Soul Ideology, M. Hoppál ed., Shamanism in Eurasia, Göttingen, 1984, p.34. 30) V. N. Chernetsov, Concepts of the Soul among the Ob Ugrians, H. N. Michael ed., op. cit., pp.5-21. 31) С. В. Березницкийed., История и Культура Нанайцев, Сант-Петербур к, 2003, p.179. 32) С. В. Иванов, Представления Нанайцев о Человеке и его Жизненном Цикле, Природа и Человек в Религиозных Представления Народов С ибири и Севера, Ленинград, 1976, p.181.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47 들은 아이들의 질병과 죽음을 예방하기 위해 샤먼에게 그들을 맡긴다. 그러면 샤먼은 은신처에서 아이들의 영혼을 안전하게 지킨다. 33)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일반적 관념에 의하면 영혼의 일시적 상실은 질 병을 야기하고 영구적 상실은 죽음을 야기한다. 따라서 상실된 영혼을 회복하는 것은 곧 질병의 치유나 재생을 의미한다. 34) [차사본풀이]에서 강림이 염라왕에게 저승으로 잡혀온 고을 원의 아이들의 영혼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영혼의 회복을 통한 재생을 위한 것이다. 결국 강림 의 요청을 받아들인 염라왕은 죽은 아이들의 뼈를 향해 부채질을 한다. 이것은 뼈에 죽은 아이들의 영혼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뼈는 영혼의 최후의 거소( 居 所 )라는 의미를 지닌다. 35) 염라왕의 행위에 상실 된 영혼의 회복이 곧 재생이라는 관념이 반영되어 있다. 3. 내세관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그 영혼은 저승으로 가야 한다. [방광침]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양반이나 중인이나 하인이나 벼슬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왕의 자손 이라도 죽으면 명부의 시왕에게로 가야 한다. 이렇 게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한 번 가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 다. 저승의 위치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산 넘고 물 건너 먼 곳 에 연추문 이 있고 그 문을 들어서면 저승이 있다고 상정될 뿐이다. [초감제]에서 보듯이 저승에는 대왕들이 지키고 있는 열 개의 저승문, 즉 시왕문이 있다. 각 문에서 사자는 이승에서의 삶의 선악에 따라 심판 을 받는다. 삶의 선악은 대부분 윤리 도덕적인 면에서 구분된다. 만약 33) A. V. Smoljak, Some Notions of the Human Soul among the Nanais, V. Diószegi and M. Hoppál ed., op. cit., p.444. 34) Uno Holmberg, op. cit., p.473. 35) С. В. Березницкийed., op. cit., p.179.

48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이승에서의 삶이 착하였다면 그 문을 통과하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각 문에 해당하는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질침]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모든 문들을 무사히 통과하면 사자는 저승의 좋은 곳으로 갔다고 생 각한다. 저승은 이원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이승에서 죄를 짓지 않았을 때 가는 극락 또는 천당36)이고 다른 하나는 죄를 지을 때 가는 지옥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저승의 이원적인 구성은 시베리아 오로치족의 관념에 서도 보인다. 그들의 관념에 의하면, 저승은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 다. 위층은 해가 빛나고 짐승과 물고기가 많은 곳이며 아래층은 어둡고 축축하며 무섭다. 만약 사람이 이승에서 선하고 용감하게 살았다면 위층 으로 가고, 악하고 게으르며 비겁하게 살았다면 아래층으로 간다.37) 극락 또는 천당에도 여러 층이 있다. 가장 좋은 곳이 시왕상마을, 그 다음이 중마을, 그 다음이 하마을, 그 다음이 말렴당, 섹효산, 노상 데, 죽성도, 상시당 이다. 이승에서 죄 없고 공을 쌓은 사람은 이 가운 데 한 곳을 선택하여 갈 수 있다. 그리고 지옥에도 여러 층이 있다. 도산 刀山)지옥, 화탕(火湯)지옥, 한빙(寒氷)지옥, 검수(劍樹)지옥, 발설(拔舌) 지옥, 독사(毒蛇)지옥, 거해(拒骸)지옥, 철상(鐵床)지옥, 풍도(風塗)지옥, 흑암(黑暗)지옥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이승에서 지은 죄에 따라 어느 한 (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차사본풀이]의 헤심곡 에 의하면 저승에 극락 또는 천당은 없다. 다만 고대광실 좋은 집에 살고 호의호식하며 근 심 없이 사는 것이 극락 또는 천당이다. 이것은 장차 가게 될 내세보다 는 지금 이 곳에 살고 있는 현세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36) 저승에서 좋은 곳을 극락과 천당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시왕맞 이> 의례가 종교적으로 불교와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37) С. В. Березницкий, Мифология и Верования Орочей, Сант-Петербурк, 1999, p.23.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49 Ⅴ. 결론 제주도 샤먼의례인 <시왕맞이>의 절차와 그에 따른 의례의 유형 그 리고 거기에 반영된 다양한 관념들을 살펴보았다. 샤먼의례 절차는 우선 표현 층위에서 의례 행위나 도구 그리고 의례 에서 말해지는 언어를 기술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의미 와 기능 층위에 서 의례 절차가 분석되어야 한다. 의미 와 기능 층위에서 의례는 행위 단위인 행위소로 이루어진다. 또 그 행위소들은 기능적인 문맥에 따라 시퀀스로 그룹화될 수 있다. 행위 소의 층위에서 <시왕맞이>의 의례 절차는 [심방, 소무, 청중 준비] [예 비적인 가무] [환기적인 가무] [신령 도착 만남, 기원, 제물 바침+타 계여행] [신령 배송] [심방, 소무 임무 완수]로 구성된다. 그리고 시퀀 스 층위에서는 [준비 단계] [신령 구현] [신령 만남+영혼여행] [신령 떠남] [의례 종결]로 구성된다. 샤먼의례는 다양한 종류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다. 다만 의례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심방과 신령의 접촉 방식 이 다를 뿐이다. 심방과 신령의 접촉이 빙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가 아 니면 탈혼 상태에서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두 상태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가에 따라 샤먼의례의 유형은 달라진다. <시왕맞이>에서는 심방과 신령 의 접촉이 두 상태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즉, 빙의에 의한 신령 만 남 과 탈혼에 의한 영혼여행 이 동시에 나타난다. <시왕맞이> 의례에는 우주, 영혼 그리고 내세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 이 반영되어 있다. 우주발생론적인 측면에서 태초의 창조보다는 혼돈이 어떻게 조정되는 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또 우주구성론적인 측면에서 천상의 세계 와 지상의 세계 그리고 저승의 세계 등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개의 공간 구성은 수평적인 구성과 함께 수직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다.

50 한국문학논총 제49집 이것은 수평적인 공간 구성에서 수직적인 공간 구성으로 변모해 가는 과도적 현상이다. <시왕맞이>에는 영혼이 3개라는 관념이 나타난다. 이것은 영혼의 복 수성( 複 數 性 )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는 유라시아 샤머니즘과 관련된다. 원한이 맺힌 영혼들은 죽어서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헤맨다. 그래서 샤먼의례를 통해 사자의 영혼을 달래어 저승으로 인도하고자 한 다. 영혼의 영구적 상실은 죽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승으로 간 영혼을 되찾아 오는 것은 곧 재생을 뜻한다. 이를 위해 사자의 뼈에 되찾아 온 영혼을 불어넣는다. 이 때 뼈는 영혼의 마지막 거소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면 그 영혼은 저승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저승으로 간 영혼은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다. 저승의 위치는 분명하지 않지만 수평적으로 저 너머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같은 저승은 이원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이승에서 선을 행한 사람이 가는 극락 또는 천당이고, 다른 하나는 악을 행한 사 람이 가는 지옥이다. 극락 또는 천당의 공간에는 상대적인 우열의 개념 이 반영되어 있다. 지옥의 공간에도 이승에서 지은 죄에 따라 가게 되는 여러 층의 지옥이 있다. 그런데 <시왕맞이>에는 내세보다는 현세를 중 시하는 사고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주제어 : <시왕맞이>, 샤먼 의례, 의례 구조, 의례 유형, 우주관, 영혼관, 내세관

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51 참고문헌 김태곤, 한국무계의 분화변천, 한국민속학 창간호, 민속학회, 1969. 임석재, 무속연구서설Ⅱ, 아세아여성연구 10집, 숙명여자대학교, 1971. 최길성, 한국무속의 엑스타시 변천고, 아세아연구 Vol. Ⅻ No. 2, 고 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1969.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현용준, 제주도 무속 연구, 집문당, 1986. A. F. Anisimov, Cosmological Concepts of the Peoples of the North, H. N. Michael ed., Studies in Siberian Shamanism, Univ. of Toronto Press, 1972. V. N. Chernetsov, Concepts of the Soul among the Ob Ugrians, H. N. Michael ed., Studies in Siberian Shamanism, Univ. of Toronto Press, 1972. A. Dundes, Structural Typology in North American Indian Folktales, A. Dundes ed., The Study of Folklore, Prentice-Hall, Inc., Englewood Cliffs, N.J., 1965. M. Eliade, Shamanism: Archaic Techniques of Ecstasy, Princeton Univ. Press, 1974. A. van Gennep, The Rites of Passage, The Univ. of Chicago Press, 1966. Uno Holmberg, The Mythology of All Races, Vol. Ⅳ, New York, 1964. Å. Hultkrantz, Ecological and Phenomenological Aspects of Shamanism, V. Diószegi and M. Hoppál ed., Shamanism in Siberia, Budapest,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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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시왕맞이> 의례의 절차와 유형 연구 53 <Abstract> A Study on the ritual process and pattern of <Siwangmagi> in Island Jeju Kwak, Jin-Seok First of all, the procedures of shamanic rites should be described, in the level of "expression", as ritual acts or ritual material and the languages in those rites. And then, the ritual procedures should be analyzed in the level of "meaning" and "fuction". In the level of "meaning" and "function", rites are made up of actant, actual unit. These actants, therefore, could be grouped into a sequence within their functional context. Although there are so many kind of shamanic rites, its fundamental construction is the same. However contact process for achievement of the ultimate purpose, between Simbang who is Korean shaman and Holy Spirit are different. The rites of <Siwangmagi> reflected traditional notion on universe, soul, and the world beyond. In the aspect of cosmogony, more emphasis is laid on how chaos are mediated than how cosmos is made. The cosmology consists of three levels: the heaven, the ground and the world beyond. These three spaces are constructed horizontally and vertically. This is a transient phenomenon by transfiguring from horizontal into vertical constitution of spaces. The notion of three souls is in <Siwangmagi>. This notion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