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연구 제25집 2008년 9월 15일 287-303쪽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 虎 と 魚 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 障 害 女 性 像 ) 23)홍진희 * < 目 次 > Ⅰ. 서론 Ⅱ. 작품소개 및 연구방향 Ⅲ.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 Ⅳ.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작자의 인식과 묘사 Ⅴ. 결론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장애여성 섹슈얼리티 신체 Ⅰ. 서론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대중매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그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 마라토너와 수영선수의 생활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장애인 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게 되었고, 장애우 1) 라는 호칭의 사용을 통해 장애인 에 대한 사회적인 위치를 재고하려는 의식이 생겨났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의 제작이 돋보이 기도 하였다. 2002년에 제작된 영화 오아시스 를 비롯하여 말아톤 (2005), 맨발의 기봉이 (2006), 허브 (2007) 등 2000년대 들어 장애인을 다룬 영화가 다수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오아 * 경기대학교 교수, 일본근현대문학 1) 한때 장애우익연구소를 통해 장애우 라는 용어의 사용이 제안되었으나, 장애우라는 용 어는 1인칭으로 쓸 수 없다는 점과,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있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288 日本學硏究 第25輯 시스 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장애인의 현실적인 삶을 깊이있게 다루지 못한 채,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휴머니즘으로 결론지으려하였다는 한계가 느껴 졌다. 또한 앞에서 열거한 대부분의 영화들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주인 공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장애인은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그러한 순수한 언행이 비장애인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식의 일관적인 시선이 단조 롭게 다가왔다. 한편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다수 선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들이 장애인의 현실을 담아내기보다는, 비장애인과 장애 인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주제 아래 장애는 극복되어야 할 낭만적 인 요소정도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가운데 본 논문에서는 2003년 영화로 제작되어 다시금 주목받게 된 일본 단편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 ゼと虎と魚たち) (1984)을 통해 장애인, 그중에서도 장애여성이 어떻게 묘사 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을 고찰대상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발표 된 지 20여 년이 지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 사회의 장애여성이 직면하게 되는 현실적인 주제가 담겨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중심 사회에서의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고 하는 이중 적인 차별(Doble discrimination)을 받고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저학력으로 인해 경제 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경험한다. 또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이유 로 온전한 여성이 아닌 손상된 상품 취급을 받는 등의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즉 장애여성은, 장애남성이나 비장애여성이 겪는 사회적 차별과 고통을 이중으 로 부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본 연구의 대상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 기들 에서는 이러한 장애여성을 어떠한 시점으로 묘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 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작품소개 및 연구방향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은 1984년 6월, 월간 가도카와(月刊カドカ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289 ワ) 라는 문예지를 통해 처음 소개된 단편소설이다. 2003년에는 영화로 제작 되었는데, 우리나라에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聡)가 남자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작자는 다나베 세이코(1928-)로, 아쿠타가와 문학상(芥川文学賞) 의 수상경력자이기도 하며, 남녀간에 생겨 나는 미묘한 연애감정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집필하였다. 특히 약간은 투박하고 강렬하게 여겨지는 오사카(大阪) 방언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나베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성향을 지닌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 키곤 하는데, 그 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에서는 20대 중반의 무직인 장애여성이 주인공이다.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25살의 야마무라 구미코(山村クミコ) (이후, 구미 코)는 어린 시절 뇌성마비 의사의 견해에 따라 차이를 보여 뇌성마비로 단정짓 기도 어렵지만 를 앓은 후 줄곧 양 다리를 사용하지 못한다. 어머니의 가출, 그리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인해 장애시설에서 지내던 구미코는 17살 때 이후로 친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손녀의 모습을 세상 사람 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할머니로 인해, 그녀는 세상과 단절된 삶을 보낸다. 인적이 뜸해진 밤늦은 시간에 휠체어를 타고 구경하는 것이 구미코에게는 세상의 전부이다. 흔히 여성장애인의 삶에서 나타나듯 구미코 역시 고립된 공간에 갇혀 지내며, 세상과의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낮의 세계가 아닌 밤의 세계를 통해 세상, 그것도 인간이 아닌 자연물과만 접한다. 그러던 가운데 누군가의 악의적인 장난으로 휠체어 사고를 당하게 될 뻔한 구미코를 대학생인 쓰네오(恒夫) 가 도와주게 되고, 이러한 인연으로 두 사 람은 만남을 거듭하게 된다. 할머니와의 사별 후 구미코와 쓰네오는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두 사람만의 특별한 데이트와 동거생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무엇보다 필자가 이 소설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일반적인 여성이 가지는 데이트에 대한 낭만적인 상상, 연애감정, 성적인 욕구가 장애인인 구미코에게도 동일하게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지적이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 으나, 많은 연구조사를 통해 볼 수 있듯 실제로 대다수 장애여성이 이성교제나 성적인 욕구를 차단당한 채 성장하며 결과적으로 결혼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례로 2, 30대 비장애여성의 미혼율이 4.1%인 것에 반해, 장애여성
290 日本學硏究 第25輯 의 경우 25.2%라는 조사결과는 이러한 현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의 장애여성이 배우자의 학대로 인한 이혼과 사별로 인해 결혼생 활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2)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나 취업, 편의시설의 증대와 법적인 신분보장 등, 장애 인을 둘러싼 사회제도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인 시스템의 개선에 비례하여,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이성교제나 결혼생활 등의 문제는 간과 되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에서는,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신체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에도 불구하고, 구미코라는 여성을 통해 나타나는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Sexuality) 성(性)에 대한 인식과 욕구, 그리고 장 애여성의 신체에 대한 작자의 인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Ⅲ.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 우선 장애란 일반적으로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 다. 나아가 선천적인 장애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 등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작품에 근거하여, 지적으로는 일반인과 동일 하나 일부 신체의 장애를 가진 여성에 국한지어 내용을 전개하고자 한다. 장애인, 특히 여성장애인의 대다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과잉보호 내지 통제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갖는다. 소설 속의 주인공 구미코의 경우도 낯가림이 심한 내성적인 성격과 더불어, 외부인에게 장애인 손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꺼려하는 할머니의 양육에 의해 외부세계와 차단된 고독한 생활을 보내게 된다. 장애로 인한 취학면제로 장애시설과 집만을 오가던 구미코 는,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일상 생활은 마침내 사회로부터 격리된 소외된 삶을 종용받게 되며, 나아가 이성과의 만남은 더더욱 불가능하게 된다. 앞서 장애여성의 경우 이중적 차별을 받는다고 서술하였는데, 이는 장애남성 의 생활과 비교해보아도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장애남성의 경우 장애여성에 2) 오혜경 외 여성장애인과 이중차별 학지사, 2000, p.23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291 비해 교육의 기회가 많으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사회에 진출 할 것을 권유받는다. 이에 반해 장애여성의 경우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현저히 낮으며, 나아가 이성교제를 비롯한 결혼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히 부정적이다. 장애여성은 부모, 특히 어머니에 의해 이성교제나 성생활을 금기시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애여성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은 일상적이지 못한 결혼생활 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딸의 이성교제를 처음부터 차단한다. 결국 자 신의 쾌락에 대해 수동적이고 수용적이며, 침묵을 당하는 여성의 일반적인 위치 에서 더욱 배제되고 주변화되는 여성장애인은 두 배의 침묵을 강요3) 당하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한편 일반적으로 비장애남성들은, 장애여성을 이성(異性)이 아닌 무성(無性) 의 존재로 인식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장애여성에게 이성으로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단순한 성희롱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작품 속에 서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되어 나타난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혼자 생활하게 된 구미코는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사는 중년 독신남성으로부터 언어적인 성희롱을 당하게 된다. 가슴 만지게 해주면, 무슨 일이든 다 들어줄게 라며 다가오는 독신남의 성희롱에, 구미코는 공포심 을 느끼며 외출을 삼가고 철저히 문단속을 하는 등 더욱 폐쇄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실제로도 장애여성은 비장애여성에 비해 항거할 수 있는 능력이 낮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4) 또한 비장애남성들은 장애가 여자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인양 장애여성을 여자가 아닌 단순한 친구로서만 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작품 속의 쓰네오 역시 처음에는 구미코를 이성이 아닌, 단지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여길 따름이다. 3) 정은 외 여성과 장애 여성복지론 창지사, 2006, p.255 4) 최선화 여성장애인 여성복지론 학현사, 2005, p.272
292 日本學硏究 第25輯 그렇게 독설을 퍼붓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이찌마쓰(市松) 인형5)과 같은 아름 다운 얼굴의 조제가 쓰네오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졌다. 대학 캠퍼스에서 마주치 는 여자애들은 모두 건강한 암컷 호랑이와 같이 사납고 섹슈얼했지만, 조제에게 는 이성으로서의 향취가 없는, 오래된 집 창고에서 훔쳐가지고 나온 낡은 인형을 옮기는 듯한 기분이 쓰네오에게는 들었다.6) 인용문에서의 조제 란 구미코가 스스로에게 부친 애칭을 가리키는데, 그 녀가 즐겨 읽는 프랑스 여류작가 프랑스와즈 사강7)의 소설에 여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조제 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구미코는 소설 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이성과 자유롭게 연애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꿈꾸 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리의 불편함으로 활동성을 상실하게 된 구미코는, 소설이라고 하는 매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또한 구미코라는 이름을 버리고 조제로 불리기를 바람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모색하고자 한다. 한편 구미코는 자신을 조제라고 부르지 않으면 대답을 하지 않을 거라며 쓰네 오에게 엄포를 놓는데, 이러한 위압적인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이찌마쓰인형, 즉 꼬마 여자아이 인형과 같은 아담하고 귀여운 모습이 독특한 개성을 발산한 다. 그렇지만 이찌마쓰인형의 비유를 통해 알 수 있듯, 그녀는 25살의 성숙한 여성이 아닌, 어디까지나 무성(無性)적인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로 취급될 뿐이 다. 소아마비로 인해 신체발달이 원만하지 못하였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겠으나, 구미코를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는 쓰네오의 시선은 장애여성을 처음부터 무성적 존재, 즉 성적으로 손상된 상품으로 여기는 비장애남성으로서 의 선입견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고 여겨진다. 이후 쓰네오와의 거듭된 만남을 통해 마음을 열게 된 구미코는, 그와 동물원 5) 일본의 전통적인 여자아이 인형. 원래는 구입자의 기호에 맞추어 의상을 갈아 입힐 수 있는 형태로 판매되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장식용으로 제작되고 있다. 앞머리를 이마 위로 드리운 것이 특징인 이 인형은, 주인공인 구미코의 머리 모양과 얼굴 생김새를 상징하는 매체로 등장하고 있다. 6) 본 논문에 인용되는 일본어 원문의 번역은, 모두 필자의 졸역에 의거함. 7) (1935-2004) 본명은 프랑스와즈 쿠아레.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 은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후 남녀간의 연애를 소재로 다룬 다수의 작품 을 발표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는 영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의 상영 으로 사강의 작품이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293 에서 첫 데이트를 하게 된다. 어떤 동물보다도 호랑이를 보고 싶어했던 구미코 는, 난생 처음 보는 호랑이의 포효에 놀라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꿈에 나타날 것 같아 무서워 그렇게 무서워할 것 같으면, 왜 보자고 했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왜냐면 무서워도 남자친구한테 기댈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생기면 호랑이를 보러 가야지, 하고 생각했어. 만약 생기지 않는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보지 못하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와 같은 데이트에 대한 구미코의 기대는 사춘기 소녀와 같이 다소 어리숙하 고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나,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성장기를 거쳐오면서 누구 나 한두 번은 품었음직한 내용이기도 할 것이다. 나아가 구미코는 쓰네오에게 먼저 연애감정을 표현하는가 하면, 잠자리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하는 등 다소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구미코의 제안에 당혹스러워하는 쓰네오에게, 그녀는 이렇게 대꾸한다. 내가 싫은 거야? 싫지 않아 쓰네오가 대답한다. 그럼 안 할 거야? 너 남자 쟎아 그럴 생각으로 온 게 아니야 성가시게 굴긴. 나도 그럴 생각이 아니었지만, 지금, 그런 느낌이 들었단 말이 야. 나도 너 좋아해. 네가 아니었다면 이런 말, 누구한테도 하지 않았을 거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도, 이런 기분이 든 건 처음이야 구미코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쓰네오이기 때문에 함께 하고 싶다는 느낌 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고, 이후 그와의 관계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행복감을 만끽하게 된다. 작품 속의 구미코는 대인관계나 감정표현에는 서투르지만, 상대에 대한 진정 한 이해와 사랑을 갈망하는 감성어린 캐릭터로 등장한다. 나아가 위와 같은 쓰네오와의 관계를 통해 장애여성 역시 비장애여성과 동일하게 데이트에 대한
294 日 本 學 硏 究 第 25 輯 환상과 이성교제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작자는 작품을 통해 구미코의 신체가 여성으로서의 성적 기능에 있어 전혀 문제 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장애여성들은 구미코처럼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자신의 모든 감정과 욕구를 표출하지 못하고 억압당한 채, 타자화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음을 다음의 참고문헌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장애여성은 아내나 어머니로서 전통적인 성역할이 부여되지 않으며, 오히려 타 인으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무가치한 존재로 남게 된다. 따라서 장애여성은 사회 와 가족 속에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타자화된 존재로 자신의 욕구와 잠재력 에 대한 인식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설령 자신의 욕구와 잠재력을 인식한 다 하더라도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점이 장애여성으로 하여 금 스스로 무기력감과 자기 비하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같이 장애와 여성의 이중적인 억압 구조에서 성적으로 배제된 장애여성은 성적 무관심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왜곡된 성 지식과 정보 부족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게 된다. 또한 사회의 편견을 내면화한 장애여성은 자유로운 성적 표현의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8) 앞서 서술한 바 있으나, 장애여성의 대다수가 양육자인 어머니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이성교제나 결혼을 암묵적으로 금지 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박탈당하며, 결혼을 생각하게 되더라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장애남성을 배우자로 염두에 둔다. 만약 상대 남성이 비장애인일 경우 자신을 거부하거나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 고, 아예 스스로 교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버림당할 것이 두려워 상대의 성적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관계를 이어가기도 한다. 이는 장애남성들이 가사의 부담을 덜기위해, 자신보다 장애정도가 경미한 사람 이나 비장애인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작품 속의 구미코가 쓰네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되고 여성으로서의 자신 8) 공미혜 외 장애여성의 성에 대한 인식과 경험 장애여성의 삶과 복지 도서출판 신정, 2007, pp.136-137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295 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됨으로써 만족감을 누리게 되었던 것처럼, 성(性)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충만감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 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작품을 통해 느끼는 아쉬운 점은 구미코의 연애와 일시적인 동거생활만이 그려져 있을 뿐, 이후 결혼을 통해 파생되는 가사와 양육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략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이 작품이, 장애문제 가 아닌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의 연애감정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이상적인 가정 이성(異性)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녀를 두고 있는 만을 추구하지 않는 작자의 결혼관9)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Ⅳ.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작자의 인식과 묘사 작품 속의 구미코는 앞서 서술하였듯이 뇌성마비로 인해 다리의 발육이 제대 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다리가 가지는 신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그 렇기 때문에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만 외출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구미코는 지팡이에 의지해 세탁물을 걸기도 하 고, 쓰네오가 만들어준 낮은 싱크대에서 요리를 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비장애 인과 동일하지는 못하다 할지라도, 많은 장애인은 신체적인 불편을 넘어 독립적 인 생활을 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다음의 참고문헌을 통해 볼 수 있듯 인간의 신체, 특히 여성의 신체는 단순한 기능적인 역할만이 아닌, 또 다른 사회적 기대 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부장적 세계는 여성에게 결혼 후 아이를 양육해야 하며, 남편과 자녀를 비롯하 여 시부모를 돌봐야하는 도구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며, 동시에 소비자본주 의 육체시장은 여성에게 매력적이며 아름다운 외모 를 지닐 것을 요구하고 있다. 9) 유노 료코(湯野良子)도 지적하고 있듯, 쇼와(昭和) 40년대 후반 즉, 1970년대 중반이후 나타나는 여성들의 사회적인 지위향상과 더불어 다나베의 작품에는, 남편과 결혼 생활로 부터 자립해가는 주부들과 현실적 감각을 지닌 독신여성들의 등장이 두드러진다. ( 現代 女流作家の群像 田辺聖子 国文学 解釈と鑑賞 50(10), 1985.9, p117)
296 日 本 學 硏 究 第 25 輯 자본주의 세계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여성들은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는 다 른 특성, 즉 매력적인 외모 를 갖추어야 한다.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육체관리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육체는 개인의 감각적 성적 미적 욕망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육체의 물신 숭배는 가부장적 문화 의 층위와 결합되면서 여성의 욕망과 정체성 형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여성 에게 아름다움은 사회적 지위와 자아를 표현하는 척도가 되었으며, 미래의 행복 을 위한 열쇠이다. 10) 현대사회, 인용문의 단어를 빌려 말하자면 소비자본주의 사회는, 여성들에게 정형화된 틀과 수치를 통해 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흔히 듣게 되는 8등신, V라인 얼굴, S라인 몸매, 44사이즈 등의 표현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극히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많은 여성들은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자 무수한 시간과 에너지와 재화를 소모하며 살아간다. 현 사회에 만연한 다이어트와 성형을 부추 기는 풍조는 이러한 현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여성의 능력으로 간주하는 현대사회의 통념은, 그렇지 못한 여성들을 무능력한 낙오자로 간주한다. 돌이켜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특히, 여성)의 추구는 현대사회에만 존재 하였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수백여 년간 행해졌던 전족이나 중세 서구여성들의 코르셋 착용과 같이 미에 대한 그릇된 추종이 보여주는 결과는 과히 심각하다. 이와 같이 인체의 다양성과 자연스러움을 무시한 획일적인 미의 추구는 오히려 여성의 육체와 주체성을 속박하였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들 의 신체를 기형화시켰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역사적 전철을 밟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는 대중매체를 통해 균일화된 이상적인 신체 와 외모를 추구하라고 쉴 새 없이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조장하는 아름다움을 얻고자하는 노력과 더불어 현대인들의 심적 병폐가 비례한다는 사 실을, 다음의 예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10) 공미혜 외 앞의 책, p.216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297 여러 연구들은 문답자의 자화상이 세대가 흐를수록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었 다. 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은 여자의 경우, 1972년 23퍼센트에서 1997년에는 56퍼센트로 상승했고, 남자의 경우 같은 해에 15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올라갔다.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는 지난 10년 사이에 세 배가 늘었다. 11) 대중매체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에서 비현실적이고 성 취 불가능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지금도 그 이상을 추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아름다운 신체는 선(善)을, 그렇지 못한 경우는 악(悪)으로 규정짓기에 이른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착한 몸매 나 저주받은 하체 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은 이러한 현대인들 의 미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12) 이렇듯 여성의 외적인 아름다움이 당연시되고 또 그 아름다움이 일종의 능력을 상징하는 사회에서, 대다수의 장애 여성들은 이와 같은 사회적 통념을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탤레포러스와 맥케이브는 지체장애여성의 자아존중감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 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부분적으로 장애여성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즉, 여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은 주로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과 매력을 바람직한 것으로 규정하 고 있어서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스스로 여성다움에서 제외된 것으 로 여긴다는 것이다. 장애여성에게 있어서 신체 존중감과 성적 존중감은 이들의 자아존중감과 우울증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비장애여성보다 그 정도가 11) 울리히렌츠 아름다움이라는 감옥 아름다움의 과학 프로네시스, 2008, p.335 12) 동서고금에 상관없이, 인류는 신체적인 장애나 결함을 선(善)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사용 해왔다. 이에 대해 장영희는 이 세상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백설공주는 품성 적으로도 원형적인 선이다. 아름다운 여왕은 백설공주에게 사과를 먹이는 악한 일을 하기 위해 사마귀 나고 허리가 굽어 신체적으로 추한 노파의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마치 인물의 도덕적 성향이 우리나라 제도에서처럼 장애등급을 매기는 의학적 검진으로 결정 되기라도 하듯이, 신체장애나 고질적 병, 그리고 다른 종류의 기형은 성격적, 성향적 결점 의 정도를 결정한다. ( 은유로서의 신체장애 미국학논집 2001/여름, pp.186-187) 라고 말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볼 수 있듯, 현대사회에서는 신체적 기형이나 장애의 문제를 떠나, 이상적이라 불리는 미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모든 신체를 부정 내지 거부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은, 앞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현대인의 부정적 자아상과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298 日本學硏究 第25輯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3) 그렇다면 작품 속에서의 구미코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 을까? 우선 구미코는 자신의 뽀얀 피부와 오목조목한 얼굴 생김새에 무척 만족 하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상당한 미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에 반해 그녀가 자신의 다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다만 외출 시, 자신의 다리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종반부에는 구미코와 쓰네오 두 사람이, 해저수족관이 있는 바닷가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구미코는 긴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 데, 자신의 다리에서 애써 시선을 피하려는 호텔종업원과, 이와 상반되게 노골 적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중년여성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구미코는 무례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중년여성들에 대한 분노를 쓰네오에게 퍼붓는다. 이러한 구미코의 태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장애인의 신체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물론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의식의 내면에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에 대한 이해보다는 일반적이지 못한, 비정상적인, 괴상한, 추한 등과 같은 시각적 인 이미지가 우선하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작품 속의 서술 중 상기할 만한 사실은, 구미코의 다리가 아름다우며 심지어 에로틱하기까지 하다고 묘사된다는 점이다. 인형과 같이 가느다란, 아름답지만 힘이 없는 다리, 가느다란 인형과 같은 다리가 묘하게도 에로틱 하다 와 같은 묘사는 현대사회의 획일적인 미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결코 형언 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대중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길고 매끈한 다리 만을 떠올린다면, 구미코의 다리는 아름답기는 커녕 추하고 괴상한, 반드시 제 거되어야만 하는 손상된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네오는 구미코 에게 이성(異性)으로서의 연애감정을 갖게 되면서, 그녀의 다리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본 연구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원작자인 다나베 세이코는 여러 성향의 여성들 13) 공미혜 외 앞의 책, p.177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299 을 중심으로 그녀들의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해왔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14)이라는 단편소설집에 한정지어 논하자면, 연 하의 남편이 외도를 하여 이혼하게 되거나( 사로잡혀서(いけどられて) ), 이 혼 경력이 있는 남자와 결혼하여 전처의 가족 문제로 고민하는( 짐은 이미 싸두었고(荷造りはもうすませて) ) 여성이 등장한다. 또는, 여동생의 배우자 감에게 가슴 설레어하거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うすうす知ってた) ), 자 신을 떠난 과거의 애인이 찾아와 난색을 짓는( 차가 뜨거워서 마실 수가 없어 요(お茶が熱くてのめません) ) 등 남녀관계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다양한 연 애담이 담겨있다. 나아가 작품 속의 그녀들은 외모에 있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남성적이며 골격이 크거나, 조그맣고 통통한 체구에 유난히 레이 스가 달린 옷을 즐겨 입거나, 또 가죽 재킷이 잘 어울리는 섹슈얼한 느낌의 여성 등 실로 다양하다.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어느 한 명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속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의 구미코가 존재한다. 흔히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과 같은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분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만약 작자가 이러한 이분법적 기준을 구미코에게 그대로 적용시켰더라 면, 그녀의 다리가 아름답다거나 에로틱하다는 묘사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묘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형화된 사고방식에 반발하 여,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고 싶다 15)고 밝힌 작자의 문학관에 기준한 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미코의 신체를 통해 독자는, 여성의 다양한 신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작자의 자유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14) 단편소설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角川書店, 1987)에는 본 논문에서 다루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을 비롯해 남녀간의 연애담을 소재로 한 9개의 단편소설이 게재되어 있다. 15) 아쿠타가와상(芥川賞) 수상 후의 인터뷰에서( 産経新聞 1964年1月21日付)
300 日 本 學 硏 究 第 25 輯 Ⅴ. 결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는 것은 하나의 통념으로서 누구나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이해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보호해 줘야 할 수동적이고 무능력한 존재로 비추어질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로 그려지기 일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들 이 가지는 성적인 욕구와 만족감, 그로 인한 자아존중감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특히 남성중심 사회에서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여성들은, 자신의 내면적 욕구와 잠재능력에 대해 지극히 수동적, 아 니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리고 장애여성들이 처해있는 이러한 현실적 상황은, 단지 법이나 사회복지제도의 개선을 통해서만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부분이 존재한다. 은유로서의 신체장애: 미국문학의 경우 에서 장영희는, 장애에 대한 사 회적 문화적 차별을 불식하기 위한 시도는 현재 교육이나 입법을 통해 많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중 매개체로서 사회적 교화의 막중한 영향력을 끼치는 문학이나 미디아의 시도는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16) 고 말하고 있다. 최근 방송매체를 통해 장애인들의 현실과 그들의 생각이 방영되고,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하고자 하는 서적들 주로 아동문학 관련 의 출간이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아직 출발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오히려 장애인의 모습을 왜곡시키거나 피상적으로 그려내는 대중 매체가 적지 않다. 즉 서론에서 논하였듯 장애인을 무조건 선하고 순수한 존재로만 묘사한다 든지, 아니면 신체적 장애를 낭만적인 요소정도로 여기는 영화와 드라마는 허다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문학을 비롯한 대중 매개체가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간상을 편견 없이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 다룬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은 주인공 구미코의 사랑을 주된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게 낭만적인 연애소설이라고 16) 미국학논집 2001/여름, p.189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301 단정할 수는 없다. 구미코가 마지막 장면에서 언젠가는 쓰네오가 자신을 떠날 것이며, 완전한 행복이란 죽음과 같다 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는 모습을 통해서 도 추측할 수 있듯, 작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과 현실에서의 삶이 결코 녹녹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예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이 가지는 큰 매력은, 장애여 성의 성적욕구와 인간의 신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점이다. 즉 주인공 구미코를 통해 독자는, 장애여성 역시 이성교제에 대한 낭만과 성적 욕구를 가지는 한 사람의 평범한 여성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17) 더불어 장애를 지닌 신체를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작자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신체와 개성을 소유하는 인간에 대한 열린 생각을 접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参考文献 공미혜 외 장애여성의 삶과 복지 도서출판 신정, 2007 오혜경 외 여성장애인과 이중차별 학지사, 2000 울리히렌츠 저, 박승재 역 아름다움의 과학 프로네시스, 2008 장영희 은유로서의 신체장애 : 미국문학의 경우 미국학논집, 2001(여름), pp.185-209 정은, 은성경 여성복지론 창지사, 2006 최선화 여성복지론 학현사, 2005 한혜선 한국현대소설의 인물연구: 신체적 결손징후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박 사논문, 1991 石川巧 車椅子の 性 田辺聖子 ジョゼと虎と魚たち 考 日本文学 (97)立 教大学日本文学会, 2006.12, pp.52-60 島崎今日子 現代の肖像 田辺聖子(作家) Aera (13/5)朝日新聞出版, 2000.11.27, 17) 휠체어의 성 (車椅子の 性 ) 에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에 대해 이시 카와 다쿠미(石川巧)는, 신체장애자의 성을 둘러싼 문제는, 최근 들어 남성의 욕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논의되어졌지만, 여성에 대해서는 아직 대부분 표면 화되지도 못한 상황이며, 이러한 여성 신체장애자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강간과 성희 롱의 위험성도 널리 인지되어졌다고는 말하기 어려우나, 이 작품은 1980년대의 단계에서 이미 그러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여 언급하였다고 볼 수 있다 고 평가하였다. ( 日本 文学 (97)立教大学日本文学会, 2006.12, p56)
302 日本學硏究 第25輯 pp.66-71 田辺聖子 ジョゼと虎と魚たち, 角河書店, 1987 中村尚子 文學に見る障害者像 田辺聖子 ジョゼと虎と魚たち ノーマライゼー ション 24(7), 2004.7, pp.57-59 長井苑子 文学に見る病いと老い 介護支援専門員 (42), 2006.3, pp.66-70 油野良子 田辺聖子(女流作家 特集 )(現代女流作家の群像) 国文学 解釈と鑑 賞 50(10), 1985.9, pp.115-117 접 수 일 : 2008년 심사개시 : 2008년 심사완료 : 2008년 게재결정 : 2008년 06월 07월 08월 08월 30일 07일 04일 11일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에 나타난 장애여성상(障害女性像) 홍진희 303 <要旨> ジョゼと虎と魚たち に表れた障害女性像 田辺聖子の ジョゼと虎と魚たち は 1984年 月刊カドカワ に掲載された短編 小説である 2003年には映画化され 韓国でも話題になった 作品では 足の不自由 な25才の村山クミコという女性が主人公として登場し 彼女の恋愛を中心にストー リーが展開される 一般的に障害を持つ女性とは 男性中心の社会で二重の差別(Doble discrimination) を受ける存在だと理解されるが 本研究ではそのような障害女性が作品の中でどのよ うに描かれているかについて検討した 作品を検討した結果 まず 障害を持つ女性でもデートや恋愛に対する期待感と 性的な欲求を持っていることが理解できた 主人公のクミコは 相手の恒夫に自分の 恋愛観や素直な気持を打ち明けるなど 主体的な態度を見せている また 現代社会では女性の身体における美しさに対して画一的基準を提示し その 基準から外れると魅力のない無能力な人のように扱いする このような社会の中で 障害を持つ女性はもっと排除され 差別される存在になってしまう しかし 作者は クミコの足が 人形のように細いが美しい と描写することで 障害を持つ人間の体 に対する新しい観点を与えてくれている 上述したように ジョゼと虎と魚たち を通して 障害女性のセクシュアリティ や 女性の身体を巡る新たな視線について考察することができた そして 主人公の クミコが主体的で美しい女性として描かれた背景には 社会の通念に縛られない作者 の自由な視線が基になっていたからだと思われ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