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령노동 : 현황과 과제* 이철희 **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인구고령화가 노동시장에 어떠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 살펴보고,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현황 및 전망에 대해 검토한 뒤,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령인력의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적인 과제가 해결되어야 하는가를 제시해 보고자 한 다. I. 인구고령화와 노동문제 먼저 인구고령화가 노동시장에 어떠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검토해 본다. 일반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함 에 따라 인력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2025년까지는 경제 전반 적인 인력부족 문제를 실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2025년 이후에는 경제활 동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 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충격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인구고령화로 취업인구 중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할 경우 생산성 하락이 나 타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수 있는데, 인력의 고령화가 생산성의 저하를 가 져올 가능성은 높지만 그 정도는 확실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생산성 변화의 방향과 정도는 생산기술 및 산업구조가 얼마나 고령자에 호의적인 혹은 불리한 방향으로 변 할 것인가, 중년 및 고령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누가 노동시장에 남는가(은퇴의 패턴)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령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경제 활동참가를 촉진하고, 이들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 한 정책 방안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나라 고령노동시장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자. II.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 현황과 전망 1. 우리나라 고령노동시장 현황 * 이 글은 2015년 5월 22일(금) 고려대학교 미래성장연구소가 주최한 학술세미나 노동시 장의 구조적 변화와 대응 방안 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mail : chullee@snu.ac.kr
112 미래성장연구 제 1권(창간호, 2015. 12) 한국의 고령인구 고용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있다. 또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고령인구 고용률은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지 않 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고령인구 고용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에 고 용이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고령노동시장의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먼저 수요측면부터 보면, 2001년 2010년 사이 고령근로자에 대한 상대적인 수요 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고령근로자를 많이 고용한 산업의 고용규모가 상 대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 기간 산업구조의 변화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추세는 1980년 2000년 기간 동안에도 동일하게 관찰되고 있어, 1980년 이후 장기간에 걸쳐 산업구조와 기술이 고령인력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를 감소시키고, 이들의 고용안정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 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노동시장 수요 여건은 고령층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해 왔음에도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고령층의 고용률은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생계형 고령노동 공급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반 영하여 자녀의 노부모 부양은 감소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고령자들이 연금의 사각지 대에 있거나 매우 낮은 수준의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 후 고용불안정성 증가, 집값 상승, 교육비 증가, 청년취업난 등으로 인해 고령층의 은 퇴준비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 결과 고령층은 은퇴 시기가 되어도 좀처럼 노동시장에 서 물러나지 못하고 저임금의 생계형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노동시장 구조는 고령자들의 생계형 취업을 가능하게 하 는 요인이자 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 우리나라 고령인구 경제활동 전망 그렇다면 이러한 고령인구 고용 양상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갈 것인가. 이에 대 해서도 공급측면과 수요측면으로 나누어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공급측면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공적연금 수급의 확대를 들 수 있다. 공적연 금 수급인구 비율의 증가로 한계인력의 생계형 노동공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녀의 부양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연금수급가능 연령이 상승하고 연금 의 소득 대체율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고령인구가 일을 지속할 유인은 계 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고령인력의 인적자본 개선을 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학력자가 늦게 은퇴하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교육수준이 빠르게 높아진 한국에게 이는 긍정적 요인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령노동 113 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전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건강과 인적자본 수준이 높아 질 전망인데, 이 역시 노동공급의 질적 수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요측면에서는 우선 산업구조 및 기술 변화의 영향이 예상되는데, 지금까지와 마 찬가지로 고령인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년 근로자의 재교 육, 훈련 및 전업 시스템이 얼마나 발전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둘 째로 근로환경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예상되는데, 근로시간의 감소, 작업환경의 개선, 근로유연성의 증가는 고령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금 및 직무구조의 변화에 따른 영향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특히 대기업과 공공부문 사무 직 고령인력 고용 규모는 이에 크게 의존할 전망이다. 정리하면, 공급측면 요인들은 고령인구 고용에 비교적 호의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요측면 요인들은 제도적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 영 향의 방향과 크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요측면 요인들이 고령인구 고 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다음 절에서는 이에 대해 논의한다. III. 고령노동 관련 정책적 과제 1. 법적인 정년연장 먼저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년연장부터 살펴본다. 이는 연급수급 연령과 퇴직 연 령의 간극을 줄이고 고령 빈곤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장기적으로는 정년 폐지(연령에 따른 차별 폐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인 정년연장이 얼마나 실효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 여건에서는 정년연장이 고령자의 고용기간 연장이나 빈곤 문제 완화에 제한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령 임금 근로자의 비교 적 소수만이 정년 때문에 퇴직하고, 다수는 다른 사유로 퇴직하고 있어서 정년연장의 영향을 받게 될 근로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에는 공식적인 정년보다는 그 보다 몇 년 앞선 비공식적 관행적 퇴직연령이 퇴직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며, 고령빈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정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년을 늘리는 것이 고령 자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편 정년연장은 -특히 대기업 및 공공부문에서의- 청년고용을 줄이고, 혜택을 받 는 측과 그렇지 못한 측 사이의 소득불평등을 낳는 등의 부작용을 수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년연장이 실효성을 거두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114 미래성장연구 제 1권(창간호, 2015. 12) 2.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년연장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비공식적인 강제퇴직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임금구조와 직 무구조의 개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경직적인 임금구조 및 직무구조는 기업이 조 기퇴직을 강제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증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금 증가가 퇴직확률은 높이는 효과는 대기업 남성 및 시급 15,000원 이상의 고임금 근로 자에게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3. 중소기업, 비정규직, 저숙련 근로자 중소기업 고령 임금 근로자의 상당수는 직장의 파산, 해고, 저임금, 근로조건 등의 요인으로 퇴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여건이 개선되어 좋은 일 자리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퇴직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가장 중요한 퇴직사유가 건강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나쁜 건강상태는 퇴직확률 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고용상태가 불안한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건강에 해로운 작업 및 생활환경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자기부담액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정 등으로 인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이 낮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저소득층 근로자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의료접 근성을 높이는 정책은 간접적으로 고령자들의 고용을 증진시키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4. 근로의 경직성과 은퇴 근로시간의 조정 가능성이 높은 부문의 근로자는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그렇지 못 한 근로자에 비해 은퇴확률이 낮다. 특히 근로시간 신축성이 퇴직확률을 낮추는 효과 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근로시간 단 축 신청권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고령근로자의 점진적 은 퇴가 가능하게 되고, 일시적인 건강악화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한 퇴직이 줄어드는 등 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업의 우려를 고려하여 신청사유를 점진적 퇴직이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제한하거나, 근로시간 유형을 제한하는 등의 형태로 수정이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고령노동 115 5. 고용연장을 위한 문화적인 변화 고용연장을 위해서는 연령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Age-Blind Society)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령이 권위의 기초가 되지 않는 사회로의 변화와 함께 연 령에 기초해서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 사회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기수 혹은 동기문화를 탈피하고, 나이를 고려치 않고 사람을 평가하는 관리 시스템을 마련 하는 등 기업의 인사 및 직무 관리 방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6. 노후보장 및 고령빈곤 문제 한국의 고령빈곤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고령층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평균수명 또한 연장되고 있어 노후보장은 더욱 어 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인력 고용증진을 통해 노후보장 및 고령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선행연구에 따르면 노후소득 대체율은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 왔다. 공 적연금 및 이전지출의 증가가 근로소득의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 가 구주의 고용률(근로소득이 있는 가구주 비율)은 출생 코호트 간에 크게 변화하지 않 았다는 점에서 근로소득 대체율의 감소는 고용감소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과 임금 감 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고령인력의 상대적인 일자리 질과 임금이 계속 하락한다면 고용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령빈곤 문제가 완화되기를 기대하 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Ⅳ. 결론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고령노동시장 현황을 보면, 연령별 고용률과 생산성에 변화가 없다면 인구고령화로 인해 약 10년 후부터 서서히 인력부족문제가 현실화 될 전망이며, 향후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변화가 인구고 령화의 경제적 충격 규모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 국은 고령인력에 대한 상대적인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계형 노동공급의 증가로 인해 고령인구의 고용률이 높고 또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장래의 고용률 추세는 임금 및 직무구조, 중장년 근로자 교육 및 훈련 시스템, 근로여건 등 고령노동 수요 측면의 제도적인 변화 여부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노동시장 현황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정책적인 과제에 대한 검토가 필 요하다. 우선 정년연장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고령인구 고용을 늘리고 고령빈곤을 감 소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년연장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116 미래성장연구 제 1권(창간호, 2015. 12) 예상되는 대다수 고령자(중소기업 근로자, 여성근로자, 자영업자 등)를 대상으로 하는 보완 대책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또 정년연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기업, 공공부문의 경우 비공식적, 관행적 강제퇴직이 없어져야 하며, 임금구조 및 직무구조 개혁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령인력에 호의적인 근로여건을 마련하고 근로 자의 건강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고령인력의 상대적인 일자리 질과 임금이 감소하는 여건에서 고용증진만 으로 고령빈곤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고령빈곤 문제는 일생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현 고령인구의 경우 빈곤 방지 정책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 다. 반면 현재의 청장년에 대해서는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경제적으로 준비된 노 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 만큼, 교육, 주택, 건강 등 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완화하고, 인적자본의 재생산, 건강 유지가 가능한 생활여건을 제공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