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1 봄날 도원경이 되는 영덕 최대의 복숭아밭 마을 영덕 복사 꽃 마을 경북 영덕군 지품면 봄비에 젖은 연분홍 복사꽃에 은구슬이 초롱초롱 맺힌다. 순간 한줄기 봄바람이 시샘하듯 복숭아 나무 가지를 살짝 흔든다. 은구슬은 연초록 옥구슬이 되어 풀밭을



Similar documents
새만금세미나-1101-이양재.hwp

???? 1

인천 화교의 어제와 오늘 34 정착부흥기 35 정착부흥기: 1884년 ~ 1940년 이 장에서는 인천 차이나타운에 1884년 청국조계지가 설정된 후로 유입 된 인천 화교들의 생활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기별로 정리하였다. 조사팀은 시기를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하였다. 첫 번

농어촌여름휴가페스티벌(1-112)

과 위 가 오는 경우에는 앞말 받침을 대표음으로 바꾼 [다가페]와 [흐귀 에]가 올바른 발음이 [안자서], [할튼], [업쓰므로], [절믐] 풀이 자음으로 끝나는 말인 앉- 과 핥-, 없-, 젊- 에 각각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형태소인 -아서, -은, -으므로, -음


<C0CEBCE2BABB2D33C2F7BCF6C1A420B1B9BFAAC3D1BCAD203130B1C72E687770>

민주장정-노동운동(분권).indd

0429bodo.hwp

최우석.hwp

<C3D6C1BE5FBBF5B1B9BEEEBBFDC8B0B0DCBFEFC8A C3D6C1BEBABB292E687770>

E1-정답및풀이(1~24)ok

6±Ç¸ñÂ÷

교사용지도서_쓰기.hwp

時 習 說 ) 5), 원호설( 元 昊 說 ) 6) 등이 있다. 7) 이 가운데 임제설에 동의하는바, 상세한 논의는 황패강의 논의로 미루나 그의 논의에 논거로서 빠져 있는 부분을 보강하여 임제설에 대한 변증( 辨 證 )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다음의 인용문을 보도록

< BDC3BAB8C1A4B1D4C6C75BC8A3BFDC D2E687770>

초등국어에서 관용표현 지도 방안 연구

<C1B6BCB1B4EBBCBCBDC3B1E2342DC3D6C1BE2E687770>

untitled

cls46-06(심우영).hwp

177

제주어 교육자료(중등)-작업.hwp

¸é¸ñ¼Ò½ÄÁö 63È£_³»Áö ÃÖÁ¾

伐)이라고 하였는데, 라자(羅字)는 나자(那字)로 쓰기도 하고 야자(耶字)로 쓰기도 한다. 또 서벌(徐伐)이라고도 한다. 세속에서 경자(京字)를 새겨 서벌(徐伐)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또 사라(斯羅)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사로(斯盧)라고 하기도 한다. 재위 기간은 6

01Report_210-4.hwp

<C3D1BCB15FC0CCC8C45FBFECB8AE5FB1B3C0B0C0C75FB9E6C7E D352D32315FC5E4292E687770>



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시험지 출제 양식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합시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시다. 5. 우리 옷 한복의 특징 자료 3 참고 남자와 여자가 입는 한복의 종류 가 달랐다는 것을 알려 준다. 85쪽 문제 8, 9 자료

상품 전단지

:::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무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검토항목 검 토 여 부 ( 표시) 시 민 : 유 ( ) 무 시 민 참 여 고 려 사 항 이 해 당 사 자 : 유 ( ) 무 전 문 가 : 유 ( ) 무 옴 브 즈 만 : 유 ( ) 무 법 령 규 정 : 교통 환경 재

2

DBPIA-NURIMEDIA

화이련(華以戀) hwp

ÆòÈ�´©¸® 94È£ ³»Áö_ÃÖÁ¾

歯1##01.PDF

<5BC1F8C7E0C1DF2D31B1C75D2DBCF6C1A4BABB2E687770>

120229(00)(1~3).indd

제1장 마을유래 605 촌, 천방, 큰동네, 건너각단과 같은 자연부락을 합하여 마을명을 북송리(北松里)라 하 였다. 2006년에 천연기념물 468호로 지정되었다. 큰마을 마을에 있던 이득강 군수와 지홍관 군수의 선정비는 1990년대 중반 영일민속박물 관으로 옮겼다. 건

<4D F736F F D20BACEB5BFBBEA DB0ADB3B220C1A2B1D9BCBA20B0B3BCB1B5C7B4C220BDC5BFAABCBCB1C72E646F63>

<5BC1F8C7E0C1DF2D32B1C75D2DBCF6C1A4BABB2E687770>

제4장 서부신개발지역 12월 건설교통부로부터 지구지정을 받아 2006년에 착공, 2011년 준공하였으며 이후 1단계의 개 발 성과에 따라 2, 3단계 지역도 단계적으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남부권 개발은 광역중심기능을 갖춘 새로운 자원의 미래형 혁신도시 건설과 전


< B5BFBEC6BDC3BEC6BBE E687770>

<3130BAB9BDC428BCF6C1A4292E687770>

11민락초신문4호


제1절 조선시대 이전의 교육

포털만큼 좌판 깔기 에 좋은 곳은 없다. 적극적으로 블로그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 포털의 고객센터 나 문의하기 등을 통해 블로그 검색 등 록 요청을 해두자. 하고 싶다면 얼른 포털이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블로 그 서비스를 이용해 계정을 만들어 보세요. 그런 다 음 자신의

사진 24 _ 종루지 전경(서북에서) 사진 25 _ 종루지 남측기단(동에서) 사진 26 _ 종루지 북측기단(서에서) 사진 27 _ 종루지 1차 건물지 초석 적심석 사진 28 _ 종루지 중심 방형적심 유 사진 29 _ 종루지 동측 계단석 <경루지> 위 치 탑지의 남북중심

??

652

歯 조선일보.PDF

<33B1C7C3D6C1BEBABB28BCF6C1A42D E687770>

<C1DFB1DE2842C7FC292E687770>

96부산연주문화\(김창욱\)

<C8ADB7C220C5E4C3EBC0E52E687770>

목 차 국회 1 월 중 제 개정 법령 대통령령 7 건 ( 제정 -, 개정 7, 폐지 -) 1.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 1 2.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1 3.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 2 4. 대

종사연구자료-이야기방 hwp

정 답 과 해 설 1 (1)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생활 주요 지문 한 번 더 본문 10~12쪽 [예시 답]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한 사 람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해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04 5

<BDC5C7E0C1A4BCF6B5B5C6AFC0A72DBEF7B9ABBAB8B0ED2E687770>

3) 지은이가 4) ᄀ에 5) 위 어져야 하는 것이야. 5 동원 : 항상 성실한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해. 에는 민중의 소망과 언어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가능성은 이처럼 과거를 뛰어넘고, 사회의 벽을 뛰어넘고, 드디어 자기를 뛰어넘 는

행당중학교 감사 7급 ~ 성동구 왕십리로 189-2호선 한양대역 4번출구에서 도보로 3-4분 6721 윤중중학교 감사 7급 ~ 영등포구 여의동로 3길3 용강중학교 일반행정 9급 ~ 1300

<34B1C720C0CEB1C7C4A7C7D828C3D6C1BEC6EDC1FD D28BCF6C1A4292E687770>

<38BFF93232C0CF28BFF92920C0E7B3ADB0FCB8AE20C1BEC7D5BBF3C8B BDC320C7F6C0E7292E687770>

160215

0 한국사능력검정시험대비(/, 목) 쪽 문. 다음 선언문의 필자와 관련된 설명으로 옳은 것은? [ 점][ 회] 내정 독립이나 참정권이나 자치를 운동하는 자 누구이냐? 너희들이 동양 평화, 한국 독립 보전 등을 담보한 맹약이 먹도 마르지 아니하여 삼천리 강토를 집어먹힌

참고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1. 개인정보보호 관계 법령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은행법 시행령 보험업법 시행령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자본시장과

hwp

580 인물 강순( 康 純 1390(공양왕 2) 1468(예종 즉위년 ) 조선 초기의 명장.본관은 신천( 信 川 ).자는 태초( 太 初 ).시호는 장민( 莊 愍 ).보령현 지내리( 保 寧 縣 池 內 里,지금의 보령시 주포면 보령리)에서 출생하였다.아버지는 통훈대부 판무

<B3EDBCFABDC7B7C2BDD7B1E22E687770>

<C1DFB0B3BBE7B9FD3128B9FDB7C92C20B0B3C1A4B9DDBFB5292E687770>

ad hwp

3. 은하 1 우리 은하 위 : 나선형 옆 : 볼록한 원반형 태양은 은하핵으로부터 3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 2 은하의 분류 규칙적인 모양의 유무 타원은하, 나선은하와 타원은하 나선팔의 유무 타원은하와 나선 은하 막대 모양 구조의 유무 정상나선은하와 막대나선은하 4.

근대문화재분과 제4차 회의록(공개)

식도락이 삶을 휘돌아 가다 01 전통방식 그대로, 전국 제일의 맛있는 떡마을 양양 송천 떡 마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 송천마을은 산 높고 골 깊은 두메산골이다. 그런데도 궁벽하지 않다. 언제부턴가 전국 제일의 떡마을로 유명해졌다. 마을 사람들끼리 손을 맞잡고 마음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 번호 179 제안연월일 : 제 안 자 :조례정비특별위원회위원장 제안이유 공무상재해인정기준 (총무처훈령 제153호)이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행정자치부령 제89호)으로 흡수 전면 개

교육실습 소감문

1

¼þ·Ê¹®-5Àå¼öÁ¤

< C1DFB5EE31C2F72DB1B9BEEE2DC0FCB0F8422E687770>

kg242-1.ps

109

6 강남구 청담지구 청담동 46, 삼성동 52 일대 46,592-46,592 7 강남구 대치지구 대치동 922번지 일대 58,440-58,440 8 강남구 개포지구 개포동 157일대 20,070-20,070 9 강남구 개포지구중심 포이동 238 일대 25,070-25,

27집최종10.22

황룡사 복원 기본계획 Ⅵ. 사역 및 주변 정비계획 가. 사역주변 정비구상 문화유적지구 조성 1. 정비방향의 설정 황룡사 복원과 함께 주변 임해전지(안압지) 海殿址(雁鴨池)와 분황사 등의 문화유적과 네트워크로 연계되는 종합적 정비계획안을 수립한다. 주차장과 광장 등 주변

단위: 환경정책 형산강살리기 수중정화활동 지원 10,000,000원*90%<절감> 형산강살리기 환경정화 및 감시활동 5,000,000원*90%<절감> 9,000 4, 민간행사보조 9,000 10,000 1,000 자연보호기념식 및 백일장(사생,서예)대회 10

歯 동아일보(2-1).PDF

며 오스본을 중심으로 한 작은 정부, 시장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다. 이에 대응 하여 노동당은 보수당과 극명히 반대되는 정강 정책을 내세웠다. 영국의 정치 상황은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경제 민주화 와 무차별적 복지공약을 앞세우며 표를 구걸하기 위한

<33352D2D31342DC0CCB0E6C0DA2E687770>

<B9E9B3E2C5CDBFEFB4F5B5EBBEEE20B0A1C1A4B8AE20B1E6C0BB20B0C8B4C2B4D92E687770>

1) 음운 체계상의 특징 음운이란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이다. 즉 의미분화 를 가져오는 최소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자음, 모음, 반모음 등의 분절음과 음장 (소리의 길이), 성조(소리의 높낮이) 등의 비분절음들이 있다. 금산방언에서는 중앙

DBPIA-NURIMEDIA

1-1Çؼ³

내지4월최종

주지스님의 이 달의 법문 성철 큰스님 기념관 불사를 회향하면서 20여 년 전 성철 큰스님 사리탑을 건립하려고 중국 석굴답사 연구팀을 따라 중국 불교성지를 탐방하였습 니다. 대동의 운강석굴, 용문석굴, 공의석굴, 맥적산석 굴, 대족석굴,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과 주변의 큰

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2 국어 영역(A 형). 다음 대화에서 석기 에게 해 줄 말로 적절한 것은? 세워 역도 꿈나무들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일을 할 예정 입니다. 주석 : 석기야, 너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니? 석기 : 응, 드디어 내일 어머니께서 스마트폰 사라고 돈

Transcription:

강마을 이야기 셋.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영덕 복사꽃마을 108 봄날 도원경이 되는 영덕 최대의 복숭아밭 마을 _ 박강섭 광양 섬진마을 114 섬진강과 나란히 매화꽃이 지천으로 핀 강마을 _ 박강섭 무안 하늘백련마을 120 은은한 백련 향기 맴도는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 _ 박강섭 정읍 구절초마을 126 무르익은 가을날, 산비탈에 빼곡한 구절초 동산 _ 양영훈 영월 한반도마을 132 한반도 모양으로 굽이치는 서강변의 마을 _ 양영훈 임실 구담마을 138 돌 징검다리와 아홉구비 물줄기가 만든 절경 _ 양영훈 영동 서원말마을 144 초강천과 월류봉이 그려낸 산수화 한 폭 _ 양영훈 창녕 가시연꽃마을 150 우포늪의 새벽 해돋이와 안개가 장관을 이루는 곳 _ 박강섭 예천 회룡포마을 156 금빛 백사장이 마을과 정담을 나누는 육지 속의 섬 _ 박강섭 106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07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1 봄날 도원경이 되는 영덕 최대의 복숭아밭 마을 영덕 복사 꽃 마을 경북 영덕군 지품면 봄비에 젖은 연분홍 복사꽃에 은구슬이 초롱초롱 맺힌다. 순간 한줄기 봄바람이 시샘하듯 복숭아 나무 가지를 살짝 흔든다. 은구슬은 연초록 옥구슬이 되어 풀밭을 구르고, 촉촉하게 젖은 꽃잎은 나비처럼 꽃밭을 훨훨 날아다닌다. 4월의 복숭아밭 초록융단을 산책하는 연인들이 연분홍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오십천을 배경으로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주인공이 된다. writing photo 박강섭 108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09 지품면의 신양리 복사꽃마을

01 02 복사꽃마을은 예로부터 유토피아의 대명사로 통해왔다. 중국 진나라 때 무릉에 살던 어부가 길을 잃고 헤매다 발견한 마을도 복사꽃이 만발해 있었고,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노닐던 도원을 안견에게 그리게 한 몽유도원도의 소재도 복사꽃이 핀 무 릉도원이었다. 복사꽃마을로 유명한 경북 영덕군의 지품면을 찾아가는 길은 도원화기 에 나오 는 어부가 우연하게 무릉도원을 발견한 것처럼 극적이다. 청송에서 34번 국도를 타 고 달리다 황장재를 넘는 순간 발아래 펼쳐진 마을은 연분홍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 온통 복사꽃 천지이다. 새색시의 얼굴처럼 화사한 복사꽃은 34번 국도를 거닐다 산 을 오르기도 하고 들판을 걷기도 한다. 첫 번째 만나는 복사꽃마을은 지품면의 신양리. 복사꽃에 둘러싸인 느티나무와 정자 뒤로 하늘색 지붕이 멋스런 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들일 나갔던 아낙이 복숭아밭 사이로 난 들길을 타박타박 걸어가고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는 노인 몇 명이 모여앉아 신선처럼 바둑을 둔다. 지품면 일대는 본래 문전옥답이었다. 그러나 1959년 9월 추석날에 사라호 태 풍으로 바닷물이 오십천을 통해 역류하면서 옥토는 자갈밭으로 황폐해졌다. 실의 에 빠져 있던 영덕 사람들에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복숭아나무는 새로운 꿈 01. 연분홍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 온통 복사꽃 천지의 경 사지 02. 복숭아 꽃을 따는 영덕의 아낙 03. 삼협동의 복숭아밭 과 희망으로 떠올랐다. 농민들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란 복숭아나무는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땅을 아름 답게 수놓아 더욱 사랑스럽다. 복숭아가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자 농민들 은 뽕나무를 뽑아내고 구릉에도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2005년에는 지품면을 비롯 해 일대 450ha가 복숭아밭으로 변했다. 상전벽해가 아니라 상전도원( 桑 田 桃 園 )의 기적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영덕의 4월은 복사꽃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작가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작가들 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영덕복숭아조합 인근 도로변에 위치한 과수원. 장독대 뒤로 완만한 구릉을 그리는 복숭아밭 가운데에는 흙벽돌로 쌓아 주황색 지붕을 얹은 허름 한 창고 한 채가 있다. 창고를 중심으로 연분홍 복사꽃 물결이 구릉을 오르다 하늘 과 맞닿은 풍경이 이색적이다. 03 복사꽃 물결은 영덕옹기장이 위치한 삼화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산을 오르면 하늘과 땅이 온 통 연분홍색으로 물결친다. 복숭아밭에서는 수건으로 얼굴 을 가린 아낙들이 사다리에 올라 복사꽃을 따느라 여념이 없 다. 열매가 너무 많이 열리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꽃 따는 기분이 어떠냐고? 아이고 몸서리난다, 몸서 리 나. 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삭신이 다 쑤셔. 복 숭아 딸 때는 껄끄럽고 무더워 더 힘들어. 생물이라 제 때 안 따면 물러 터지기 때문에 그 때는 대통령이 와도 안 반가워. 40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는 최말숙 씨(58)가 사 다리 위에서 손사래를 친다. 복숭아는 꽤 손이 많이 가는 농 사다. 열매가 열리면 적과 라고 해서 작은 것은 일일이 손 으로 따내야 한다. 그리고 열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봉지 로 싸줘야 한다. 화림산 중턱의 삼협동은 여섯 가구가 정답게 모여 사는 영덕판 무릉도원. 구릉을 수놓은 삼협동의 복사꽃은 다른 02 110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11

가는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안동 진보를 거쳐 황장재 고개를 넘으면 영덕까지 복사꽃 길이 이어진다. 포항이나 강릉에서는 동해안을 달리는 7번 국도를 타고 영덕읍에서 34번 국도로 갈아탄다. 볼거리 영양남씨괴시리종택, 대남댁, 해촌고택, 영덕 천전댁, 영해 주 곡댁, 영감댁 등 30여 호의 고가옥을 비롯해 목은기념관, 연꽃단 지, 산책로 등이 있다. 창수면 인량리의 인량리전통마을은 우계종택 갈암종택 등 8개의 종가가 있는 마을로 이문열의 소설 선택 의 배경마을이기도 하 다. 마을 폐교를 리모델링한 나라골보리말 체험학교(054-734- 0301)는 숙박은 물론 마차타고 마을 고택 탐방, 보리개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먹거리 04 04. 옥계계곡 침수정 05. 화림산 중턱의 삼협동은 여섯 가구가 정답게 모여 사는 영덕판 무릉도원이다. 06. 수확한 복숭아가 탐스럽다. 07. 황도복숭아 곳보다 꽃이 더 화려하고 선명하다. 대부분의 농가가 꽃이 덜 화려한 생과를 재배하는 데 비해 이상근 씨 홀로 꽃이 화려한 통조림용 황도 를 재배하기 때문이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에 삼협동의 도원에서 내려다보는 지품 면의 풍경은 선경 그 자체이다. 오십천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연분홍 으로 물들고 비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연분홍 들녘은 몽유도원 도를 펼쳐놓은 듯하다. 05 06 07 영덕블루로드는 강구버스터미널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50km 로 A코스(강구버스터미널~해맞이공원) 17.5km는 강구항과 풍 력발전단지를 지난다. B코스는 해맞이공원에서 대게원조마을을 거쳐 축산항에 이르는 15km로 동해안 최고의 해안 절경을 자랑한 다. 바다낚시로 유명한 석리를 지나 대게원조마을로 알려진 차유 마을, 그리고 어선들로 활기찬 축산항을 즐길 수 있고 죽도산을 향하는 해송숲 도보체험길은 블루로드 가운데 비경으로 꼽힌다. 영덕블루로드 C코스는 죽도산에서 시작해 대소산봉수대~괴시 리전통마을~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17.5km. 고려말 학자인 목은 이색 선생의 출생지인 괴시리전통마을과 소설가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 배경지로 유명한 송천, 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 수욕장의 명사20리를 지난다. 영해면의 괴시리전통마을은 목은 이색의 탄생지로 조선시대 후 기 경북지역 사대부가의 주택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복사꽃이 필 때는 대게도 맛있다. 강구항 대게거리에 영덕대게 전 문집 1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살이 쫄깃하고 맛이 담백한 대게는 1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 삼 사해상공원 바닷가의 청산대게회타운(054-733-3926)은 주인 이 직접 대게를 잡아서 요리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먹는 게장밥도 별미. 잠자리 삼사해상공원에 동해해상호텔(054-733-2222) 등 숙박시설이 많다. 영덕풍력발전단지의 오토캠핑장에는 캡슐하우스가 있다. 창문으로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캡슐하우스는 냉난방시설 과 샤워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영덕의 해안선을 따라 호텔, 모텔, 펜션, 민박 등이 즐 비하다. 문의 영덕군 홈페이지 www.yd.go.kr 112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13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2 섬진강과 나란히 매화꽃이 지천으로 핀 강마을 광양 섬 진 마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실핏줄 같은 개울이 하나 둘 모여 전라도를 흐른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인 섬진강은 광양 섬진마을에서 은은한 향의 매화로 태어난다. 심술궂은 섬진강 실바람이 꽃잎을 가늘게 흔들 때마다 영롱한 빗방울이 옥구슬 구르듯 청보리밭으로 떨어진다. 흰 눈이 내린 듯 솜사탕을 지품면의 신양리 복사꽃마을 꽂은 듯 강마을을 하얗게 채색한 한 폭의 수채화가 꽃비 내리는 봄날 백운산 자락에 내걸린다. writing photo 박강섭 매화꽃이 핀 섬진마을 전경 114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15

0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퍼가도 퍼 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개울물들이 끊기 지 않고 모여 흐르며/해 저물면 저무는 강 변에/쌀밥 같은 토끼풀꽃,/숯불 같은 자운 영꽃 머리에 이어주며/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어둠을 끌 어다 죽이며/그을린 이마 훤하게/꽃등도 달아준다/ /지리산 뭉특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김용택의 시 섬진강 중에서) 전북 진안의 데미샘에서 발원한 오백리 섬진강은 실핏줄 같은 개울을 하나 둘 보듬 고 전라도를 흐른다. 그리고 경남 하동을 마주한 전남 광양에서 바다로 흘러들기 직 전에 섬진강 최고의 풍경화를 그린다. 이른 봄날에 구례에서 861번 지방도를 타고 지리산 자락을 휘돌아 흐르는 섬진강 과 나란히 달리면 매화꽃이 지천으로 핀 강 마을을 만난다. 강변에서 백운산 중턱까지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듯 하얀 눈이 쌓인 듯 온통 매화꽃인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 을이다. 매화마을로도 불리는 섬진마을은 산비 탈과 골짜기,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마을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곳곳에 매화꽃이 활 짝 피어 있다. 그 중에서도 3,000여 개 의 장독대가 아름다운 청매실농원은 해마 다 봄이 오면 매화꽃잎 만큼이나 많은 상춘 01. 섬진마을은 산비탈과 골짜 기,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마을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곳곳에 매화꽃이 활짝 피 어 있다. 02. 달 속의 매화 03. 청매실농원 대숲 객들이 찾는 명소. 매화가 지천으로 핀다고 해서 지명조차 매화마을로 바뀐 섬진마을은 본래 밤나무 가 무성한 강마을이었다. 고 김오천 옹이 1920년대에 처음으로 백운산 자락에 매 화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며느리인 홍쌍리 여사가 유업을 이어받아 돌산을 개간해 어엿한 매화농원으로 일궜다. 섬진강 주변이 온통 매화꽃밭으로 변한 것도 홍 여사 의 성공을 지켜본 섬진마을과 하동 사람들이 매화나무 묘목을 얻어 고샅이나 산비 탈에 꽂았기 때문이다. 백운산 가파른 자락에 위치한 섬진마을은 옛날부터 농경지가 없는 척박한 땅으로 주민들은 헐벗고 굶주렸습니다. 그러나 김오천 옹과 홍쌍리 여사 덕분에 이제는 전국 어느 마을 부럽지 않은 부촌이 되었지요. 얼마나 고마웠으면 주민 들이 스스로 김오천 옹 추모제를 지내겠습니까. 섬진마을 이장 김태문 씨(56)는 김오천 옹과 홍쌍리 여사 자랑에 침이 마른다. 축 제 때는 마을 젊은이들이 솔선수범해 교통정리를 하고, 할머니들은 청매실농원 장 독대 앞에 좌판을 벌여놓고 백운산에서 채취한 고사리와 취나물 등을 파느라 쉴 틈 이 없다. 빈촌에서 부촌으로 바뀌면서 젊은이들이 귀향해 이젠 섬진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 듣는 일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봄 햇살에 수줍은 광택을 자랑하는 청매실농원의 장독대 옆 오솔길은 상춘객들 02 03 116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17

가는길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읍에서 섬진교 를 건너 816번 지방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3km쯤 달리면 청매실 농원이 위치한 섬진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드넓은 주차장이 갖춰져 있다. 청매실농원을 비롯 한 섬진마을의 매화는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에 만개한다. 먹거리 볼거리 광양을 대표하는 음식인 광양불고기는 백운산 참나무 숯에 불고 기를 구워내는 전통숯불구이. 여수엑스포 지정 음식점인 광양읍 칠성리의 금목서회관(061-761-3300)은 양념으로 광양의 특 산품인 매실을 이용해 광양불고기의 맛을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진월면의 망덕포구는 벚굴로 유명한 04 곳. 강에서 자라 강굴로도 불리는 벚굴은 일반 굴의 4~5배 크 기로 굴 껍질이 벚꽃처 04. 백운산 중턱의 전망대는 섬진마을과 섬진강, 하 동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05. 알록달록 지붕이 아름다운 섬진마을 06. 청매실농원의 장독대 옆 오솔길은 상춘객들이 즐겨찾는 가장 운치있는 산책로다. 이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 초가지붕 원두막에 오르면 5만여 평의 청 보리 밭에서 연분홍 꽃을 활짝 피운 매화나무가 마치 시골 새댁처럼 수줍게 미소 짓는다. 매화밭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초가집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의 세트장. 백운산 중턱의 전망대는 청매실농원은 물론 섬진마을과 섬진강, 백운산의 옥룡사지 주변에는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땅 의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심었다는 동백나무 7,000여 그루가 7ha에 거쳐 울창한 동백숲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는 도선국사 가 수행기간 중 참선의 길로 자주 이용했던 오솔길이 산책길로 럼 화려해 벚굴로 불린 다. 망덕포구에 벚굴을 파는 음식점이 몇 곳 있 다. 가을에는 다른 지역 의 전어보다 크고 통통 한 섬진강 전어 를 망덕 포구의 횟집에서 맛볼 05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강 건너 북쪽이 화개장터고, 멀리 박경리의 소설 토지 의 고향인 평사 리도 봄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 섬진강 모래톱보다 하얀 시멘트 길이 구불구불 곡선을 그리며 지리산 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풍경도 이색적이다. 복원되었다. 망덕리의 정병욱 가옥은 요즘은 보기 힘든 1920년대 점포주택으 로 윤동주 시인의 유고가 보존되었던 곳. 윤동주 시인은 일제 탄 압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를 발간하지 못하자 자필원고를 친 구인 정병욱에게 맡기고 유학을 떠났다. 정병욱 가옥의 대청마루 속에 숨겨놓았던 윤동주 시인의 유고는 국문학자 정병욱에 의해 1948년에 시집으로 발간돼 빛을 보게 수 있다. 잠자리 동곡계곡의 백운산 중턱에 위치한 백운산자연휴양림(061-763- 8615)은 광양시에서 운영하는 시설. 하늘을 향해 전봇대처럼 뻗 은 소나무 숲의 통나무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원적외선이 뿜어 06 매화꽃은 밤에 더욱 청초하다. 섬진마을의 하늘이 암청색으로 물 들고 섬진강과 백운산에서 피어오른 운무가 섬진마을을 포근하게 감 싸기 시작하면 백매화가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빛난다. 이어 어둠에 묻혔던 섬진강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달빛에 젖어 더욱 하얀 매 화가 은하수가 내려앉은 듯 섬진마을을 수놓는다. 되었다. 백운산에는 가족피서지로 각광을 받는 성불계곡을 비롯해 경치 가 아름다운 동곡계곡, 한낮에도 이슬에 맺힐 만큼 시원한 어치 계곡, 때 묻지 않은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금천계곡이 있다. 특히 동곡계곡은 고로쇠나무가 많아 봄에는 고로쇠 수액을 찾는 상춘 객들로 북적거린다. 져 나오는 2km 길이의 황토 산책로를 비롯해 야영장, 오토캠핑 장, 물놀이장, 다목적 운동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의 광양시 홈페이지 www.gwangyang.go.kr 118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19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3 은은한 백련 향기 맴도는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 무안 하늘 백련 마을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룡리 전라도 삼백리를 흐르는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던 그 곳.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바다를 메워 농장을 만들었던 그 곳.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각설이타령을 부르며 밥을 구걸하던 그 곳. 바다도 사라지고 각설이도 사라진 그 곳에서 청순한 자태의 백색미인들이 초록 연잎 사이로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숨 막히도록 은은한 백련 향기가 마을 고샅길을 맴돈다. writing photo 박강섭 120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21 10만 평 넓이의 회산백련지에 화사하게 피어난 백련

01 백련으로 유명한 전남 무안 일로읍의 회산백련지를 둘러싼 하늘백련마을은 본래 갯벌이었다. 영산강과 바다가 만나 형성된 드넓은 갯벌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간척을 통해 육지로 거듭났다. 해마다 7월부터 9월까지 100만 송이의 백련이 피고 지는 10만 평 넓이의 회산백련지는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이 완공되면서 수량이 줄 어들어 저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연못이 되었다. 본래 이름은 복룡지였으나 1997년 연꽃축제를 시작하면서 백련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곳이 백련 자생지로 번성하게 된 동기는 1955년 저수지 옆 덕애마을에 살던 주민 정수동 씨가 백련 12그루를 구해와 심은 데서 비롯됐다, 그날 밤 꿈에 학 12 마리가 저수지에 내려앉는 꿈을 꾼 후 정성을 다해 백련을 돌보게 되어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로 번성했다고 한다. 이름조차 아름다운 일로읍의 하늘백련마을은 회산백련지를 둘러싼 복룡촌마을, 회산마을, 두레미마을, 신원목마을, 도덕지마을, 용호동마을, 양두마을 등 7개의 마을을 말한다. 하늘백련마을은 쌀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이지만 회산백련지에 서 축제가 열리고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연 농사와 민박에 종사하는 가구가 늘었다. 01. 연꽃길 보트탐사 02. 백련 벽화가 아름다운 복룡 마을 03. 김시라 선생 생가의 우물 02 03 02 회산백련지 북쪽에 위치한 복룡촌마을은 한옥민박으로 유명 한 행복마을. 담장마다 백련을 소재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고, 새로 지은 19채의 한옥은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춰 하룻밤 묵어 가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연재배 체험장 등 관광객을 위한 체 험시설도 갖춰져 있다. 회산마을은 회도( 回 島 )라는 섬이 있던 곳으로 하늘백련마을 중 지대가 가장 높아 회산백련지를 둘러싼 마을과 드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회산은 영암이나 목포로 갈 때 섬을 돌아서 간 다는 뜻으로 붙여진 지명. 구한말에 회산백련지 중간쯤에 둑이 생기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새벽에 운동하러 나가면 은은한 백련향에 정신이 혼미해 져뿌러. 저녁에 달이 뜰 때도 좋고 바람에 연잎이 부딪쳐 사각 거리는 소리도 듣기 좋아. 그뿐 아니여. 비라도 내리면 연잎 을 구르는 빗방울이 보석처럼 겁나게 이뿌지러. 하늘백련마을 사람들의 회산백련지 자랑은 끝이 없다. 회산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한옥민박을 관리한다는 고영찬 씨 (66)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인이 경영하 는 영화농장의 소작농으로 팍팍한 삶을 살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인심 하나만은 후했다. 김작은이라 불리는 거지대장 천장근이 걸 인 100여 명을 데리고 회산백련지와 가까운 일로읍 의산리 888 번지에 움막을 짓고 구걸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30년대에 목포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하던 천장근은 파업에 참여한 죄로 일경의 수배를 받자 걸인 차림으로 전라도 곳곳을 떠 돌다 목포가 지척인 이곳 일로읍에 정착했다고 한다. 훗날 이곳 출신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시라(1945~2001) 선생이 어린 시절 장터에서 만났던 천장근과 각설이패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되살 려 1981년 연극 품바 를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도덕리와 가까운 김시라 선생의 허름한 생가는 돌보는 사람 122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23

04 05 없어 퇴락했지만 동백나무 우거진 집에 들어서면 오 /자네 왔능가!/이 무정헌 사람아//그래/청풍에 날려 왔나/현학을 타고 왔나//자넨/묵이 나 갈게/난/자우차 끓임세 라는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하늘백련마을 중 회산백련지와 가장 가까운 마을은 교회당이 아름다 운 신원목마을. 달빛과 별빛을 먹고 자라 더욱 하얀 백련이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푸른 하늘 아래서 청초한 자태를 자랑한다. 07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TG에서 우회전해 일로IC로 빠져나와 815 번 지방도로를 탄다. 일로읍에서 820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3 km 정도 달리면 회산백련지가 나온다. 광주와 목포에서 무안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무안터미널에서 회산백련지까 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볼거리 회산백련지에서는 매년 7~8월에 무안 백련 문 화마당 을 개최한다. 품바 공연을 비롯해 연꽃길 보 트탐사, 연비누 만들기 등 다채로운 공연 및 체험행 사가 펼쳐진다. 일로읍에 서는 장날마다 품바공연 이 펼쳐진다. 울창한 해송 숲과 긴 백사장이 장관을 이루는 홀통유원지는 해 무안읍내의 낙지요리특화거리에는 20여 개의 낙지요리 전문 음 식점이 있다. 낙지를 살짝 데쳐 막걸리식초로 무친 낙지초무침, 낙지를 잘게 다 져 마시는 낙지당고, 낙지를 대충 잘라 초장이나 참기름장에 찍 어 먹는 산낙지탕탕, 소금으로 문질러 낙지의 끈적거리는 점액질 을 제거한 후 초고 추장에 찍어 먹는 기절낙지, 양념한 낙지를 볏짚에 말 아 구운 낙지호롱 이는 무안을 대표 하는 낙지요리. 잠자리 수욕과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 무안의 와이키키해변으로 불리는 조금나루유원지는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무안의 갯벌은 지난 2008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데 이어 전 국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생명의 땅이다. 현경면 용정 리의 월두마을과 수양리의 감풀마을은 갯벌체험으로 유명하다. 06 송계어촌체험마을 가는 길에 위치한 무안생태갯벌센터(061-04. 천장근과 각설이패를 극화한 연극 품바 의 발상지 05. 도덕지마을의 도로에서 건조되고 있는 태양초 고추 06. 천사촌이 있던 자리 07. 영산강에서 고기 잡는 어부들 450-5884)는 무안갯벌의 가치를 소개하는 교육장. 염전 체험 장, 김 말리기 체험장, 갯벌 및 해양생물 관찰 탐방로, 갯벌 체험 장 등을 갖추고 있다. 먹거리 복룡촌마을의 하늘백련브로이(061-285-8503)는 연음식전문 점으로 연근삼합, 연근조림, 연근골뱅이무침, 연잎쌈밥 등이 나 오는 백련쌈밥정식이 대표 메뉴. 이밖에도 백련돈가스, 백련냉면 복룡촌마을은 전남도에서 선정한 행복마을로 샤워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한옥 20여 호를 신축했다. 박창석한옥 등 10가구 에서 민박체험이 가능하며, 새끼꼬기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숙박료는 평일 5만 원 주말 7만 원(예약 www.happyvil.net). 하늘백련민박(010-9173-1712)은 회산마을서 공동으로 운영하 는 한옥민박. 15~20명이 숙박 가능한 방은 7만 원. 문의 은 물론 필스너 연맥주와 백련 흑맥주도 개발했다. 무안군 홈페이지 www.muan.go.kr 124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25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4 무르익은 가을날, 산비탈에 빼곡한 구절초 동산 정읍 구절 초 마을 전북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 구절초는 들국화의 일종이다. 향기 좋고 빛깔 좋아서 한 송이만 피어도 탐스럽고 매혹적이다. 무르익은 가을날에 수만 송이의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핀 광경은 선경( 仙 境 )처럼 환상적이다. 섬진강 물줄기가 숨을 고르며 잠시 쉬어 가는 옥정호의 언저리에 선경 같은 구절초테마공원이 있다. 빛 좋은 가을날의 선경 속 꽃구경은 신선놀음이나 다름없다. writing photo 양영훈 126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27 무르익은 가을 언덕을 화사하게 수 놓은 구절초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 물길은 212km를 흘러 남해바다에 합류된다. 섬 진강의 유일한 댐인 섬진강댐은 1926년에 처음 완공됐다. 섬진강댐이 만들어낸 인 공호수가 옥정호( 玉 井 湖 )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빛이 깨끗한 인공호수로 손꼽 힌다. 그 이름대로 호수의 맑은 물빛은 옥빛을 띠고 잔잔한 수면은 우물처럼 고요 하다. 옥정호에는 섬진강의 본류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여러 지류가 모여든다. 순창군 쌍치면에서 흘러온 추령천도 그중 하나이다. 추령천 물길이 옥정호의 너른 품에 안 길 즈음의 산비탈 솔숲에 비밀의 꽃밭 이 조성돼 있다. 무르익은 가을날마다 순백의 꽃동산으로 탈바꿈하는 구절초테마공원이 바로 그것이다. 구절초테마공원은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의 노루목 에 들어섰다. 굽이쳐 흐르는 추령천 물길에 삼면이 둘러싸인 이 공원은 2003년 만경대체육공원으로 조성됐다가 2006년부터 구절초테마공원으로 변신했다. 정읍시에서 농촌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소나무 우거진 12만m2(약 3만 6,000평)의 산비탈을 정비해 약 6만m2의 구절초 01 02 01. 막 솟아오른 아침 햇살에 환 히 빛나는 구절초꽃 02. 구절초테마공원에 사방팔방 으로 나 있는 산책로 03. 구절초테마공원 근처의 논에 자색벼를 심어서 만든 글귀 03 군락지를 만든 것이다. 공원 전체의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구절초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구절초는 국화과의 들꽃이다. 5월 단오에는 줄기가 5마디가 되고, 9월 9일 중양 절에는 9마디로 자라 꽃을 피운다고 해서 구절초 ( 九 節 草 )라는 이름이 붙었다. 야 국( 野 菊 ), 선모초( 仙 母 草 ), 고봉( 苦 蓬 )으로도 불리는 구절초를 비롯해 쑥부쟁이, 산 국, 감국, 해국 등 국화과의 가을꽃들은 흔히 들국화 로 뭉뚱그려져서 불리게 마련 이다. 하지만 구절초는 그렇게 불려지는 것이 억울하다 싶을 정도로 꽃잎이 탐스럽 고 꽃빛깔도 아름답다. 꽃빛깔은 분홍색이나 보랏빛을 띠기도 하지만 십중팔구는 흰색이다. 꽃향기도 진해서 가까이에 한 송이만 피어도 그윽한 향기가 코끝에 진동 한다. 크리샌더민 이라는 성분을 지닌 구절초는 건위, 신경통, 부인병 등을 다스리 는 약재로도 쓰인다. 특히 중양절에 꽃이 핀 구절초를 건조시킨 후 달여서 마시면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절초테마공원은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핀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의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 하루 중에는 옥정호와 추령천에서 몽실몽실 피어난 물안개가 구절초테마 공원을 자욱하게 뒤덮는 새벽녘 풍경이 가장 볼 만하다. 짙은 안개 속에서 구절초의 하얀 꽃과 소나무의 초록빛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 가 중천에 떠오르고 안개가 걷히면 구절초가 만개한 솔숲은 꽃구경 나온 이들로 장 바닥처럼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128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29

구절초테마공원 내에는 총 길이 3km의 산책로가 사통팔달로 개설돼 있고, 군데 군데 쉼터와 정자도 마련돼 있어서 한나절쯤 소요하기에 딱 좋다. 산책로를 따라서 쉬엄쉬엄 걷기만 해도, 온몸을 휘감는 국화향기와 솔내음에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 해지는 느낌이다. 구절초꽃이 한창 만개할 즈음에는 구절초축제(063-539-6171, www.gujulcho.co.kr)도 열린다. 축제기간 중의 주말과 휴일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 든 차량과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혼잡을 피해 여유 있게 구절초를 감상하려면 꼭 두새벽에 찾아가거나 아예 인근의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다. 해가 지고 달빛 내려앉은 밤에 감상하는 구절초 꽃밭은 환상 그 자체이다. 김용 택 시인이 <구절초꽃>이라는 시에서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산 너머 그 너 머 검은 산 너머/서늘한 저녁 달만 떠오릅니다/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달빛 만 하얗게 모여듭니다/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라고 묘사했던 그 풍경이 고스 란히 눈앞에 펼쳐진다. 구절초 피는 마을인 산내면 매죽리는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산촌이다. 구절초축제 기간이 아니면 외지인들의 발길조차 뜸하다. 마을 주변의 풍경도 고향 같은 정취를 물씬 풍긴다. 특히 구절초테마공원 근처의 만경대 일대는 옛 산골 풍경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데다가 1950, 60년대식의 콘크리트다리까지 남아 있어서 영화 촬영 지로 종종 활용된다. 영화 <타짜>와 <남부군>, TV드라마 <전우> 등의 주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그 풍경 속을 자분자분 거닐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득 한 추억 속으로 짧은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04 05 04. 노을 진 옥정호에서 그물 걷 는 어부. 1990년대 중반의 풍경이다. 05. 섬진강 본류의 유일한 댐인 섬진강댐 전경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태인IC에서 국도 30호선을 타고 산내사거리까지 진행한 뒤에 쌍치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55번 국가지원지방도를 타고 1km쯤 가면 구절초테마공원 진입로의 입구에 도착한다. 볼거리 김동수가옥은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에 자리잡은 옛 양반주택이 다. 중요민속자료 제26호로 지정된 이 집은 1784년에 지어졌다 고 한다. 그런데도 아흔아홉 칸 집 이라 불리던 조선시대 양반주 택의 전형적인 모습과 구조가 잘 보존돼 있다. 무성서원은 통일신라 때 태산군수로 재직한 최치원을 제향하기 위한 사당인 태산사로 건립됐다가 1696년(숙종 22) 사액서원이 되었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에도 살아남은 덕택에 원형이 잘 보존된 서원으로 사적 제166호로 지정됐다. 구절초테마공원에 서 10km 거리의 칠보면 무성리에 있다. 내장사는 636년(백제 무왕 37에) 영은조사 가 창건했다는 고찰 이다. 하지만 임진왜 란, 한국전쟁 등의 전 화를 겪으면서 대부분 의 건물이 소실됐다. 근래 새로 지어진 건물이 많아서 예스러운 멋은 별로 없어도, 명 산 내장산에 에워싸인 절집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1971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내장산은 단풍명산으로 유명하지만, 겨울 철 설경도 어느 명산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 063-538-8741, www.naejangsa.org 동학농민혁명의 주무대였던 정읍 일대에는 만석보터, 말목장터, 전봉준 생가, 동학혁명모의탑, 황토현 전적지 등이 산재해 있다. 그중 동학농민군 최고 지도자였던 전봉준의 생가는 이평면 장내 리 조소마을에 복원돼 있다. 1878년(고종 15)에 초가 3칸 규모 의 돌담집으로 처음 지어졌으나 동학군의 고부봉기 직후 안핵사 이용태에 의해 불타버렸다. 1974년에 복원된 전봉준 생가는 사 적 제293호로 지정됐다. 먹거리 구절초테마공원 입구의 매죽교 근처에 매죽가 든(장어구이 토종닭, 063-538-8633)이 있다. 4km 거리의 산내 면 소재지에는 민물매운 탕과 붕어찜을 주 메뉴로 내놓는 산내매운탕(063-538-4067), 동호매운탕(063-538-4858), 능교매운탕(063-538-4008) 등의 민물매운탕집이 몰려 있다. 산내면과 칠보면 사이의 구절재 아래에 위치한 구절재휴게소가든 (063-534-3037)은 다슬기칼국수를 잘한다. 한우 전문 정육점 과 식당 등이 40여 곳이나 몰려 있는 정읍 산외한우마을(www. sanoee.kr)은 구절초테마공원에서 13km쯤 떨어진 산외면 소 재지에 위치한다. 구절초테마공원 내에 구절초펜션(011-9640-2996), 매죽골 쉼터(063-538-8927), 로에스펜션(010-7240-7440)이 있 다. 구절초축제 기간 중에 이용하려면 예약하는 것이 좋다. 자 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소나무황토방(011-259-3666), 흙이 랑꽃이랑펜션(063-538-9496), 숲길예쁜펜션(011-646- 5570), 플로라펜션(010-6677-1376), 호숫가펜션(010-8909-3377) 등이 있다. 문의 잠자리 정읍시 홈페이지 www.jeongeup.go.kr 130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31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5 한반도 모양으로 굽이치는 서강변의 마을 영월 한반 도 마을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강원도 영월군에는 남한강의 양대 줄기인 동강과 서강이 유유히 흐른다. 두 물길과 첩첩한 산자락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문화재급 절경도 여럿이다.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어라연, 청령포, 한반도 지형, 선돌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평창강과 주천강의 물길이 하나되어 서강을 이루는 곳에 위치한 한반도 지형(명승 제75호)은 최근 들어 영월 최고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writing photo 양영훈 132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33 종만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한반도 지형을 품은 선암마을은 평창강의 물길이 삼면을 에워싼 데다가 마을 뒤쪽 은 압록강 너머의 만주 땅에 들어선 중국 공장지대를 연상케 한다. 누가 봐도 영락 에는 도덕산(508.6m)이 우뚝하다. 워낙 지형이 험해서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마 없는 한반도 지형이라, 이 진풍경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놀라움과 탄성을 금치 못한 을까지 들어가는 찻길조차 개설돼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육지 속의 섬 이었던 셈이 다. 이처럼 특이한 한반도 지형은 선암마을 주민이었던 고 이종만 씨가 1999년에 다. 그런 마을에 왕복2차선 아스팔트도로가 뚫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관 처음 발견했다. 전망대가 세워진 종만봉의 지명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 지형이 널리 알려진 뒤부터였다. 예전의 선암마을은 궁벽한 강마을이었다. 농경지는 손바닥만 해서 자급자족조차 선암마을 안에서는 한반도 지형을 실감하기 어렵다. 종만봉의 전망대에 올라서 힘겨웠고, 큰 강을 끼고 있어도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 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한반도의 형태뿐만 아니라 동고서저( 東 高 西 低 )의 지형적 특징까지도 실제와 똑같다. 동쪽에 우뚝한 신선바위는 융기해안인 동해안의 특성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서쪽과 남쪽의 완만한 모래톱은 갯벌이 넓고 경사 완만한 침강 해안인 서남해안의 특징을 그대로 닮았다. 백두대간의 높은 산줄기와 울창한 숲, 땅 끝 해남과 포항 호미곶까지도 또렷하게 표현돼 있다. 그리고 맨 뒤편의 시멘트공장 01 01. 옛적의 남한강 뗏목을 그 대로 본떠 만든 선암마을 의 뗏목 02. 한반도 지형과 선암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03. 한반도 지형의 백두대간 에 해당되는 신선바위의 벼랑길 02 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이 선물한 한반도 지 형 덕택에 남부럽지 않은 부자마을을 꿈꾸고 있다. 우리 마을을 벤치마킹하러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다들 놀랍고 부럽다고 해요. 우리나라 어디에 도 없는 경치잖아요. 일부러 만들 수도 없는 거고. 하지만 관광객들이 전망대만 들렀다 가면 우리한테 이득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뗏목을 띄운 겁니다. 선암마을의 토박이이자 한반도뗏목마을 추진위원장인 서 현석 씨(49)의 말이다. 서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2008 년에 선정된 농촌전통테마마을 조성사업의 하나로 2009년 봄부터 뗏목체험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남한강 물길을 따 라서 서울까지 흘러가던 옛적의 뗏목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 다. 1인당 5,000원의 체험비를 받는 뗏목 체험프로그램은 03 처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망대에서 한반도 지 형을 감상하던 관광객들이 강물 위로 유유히 떠가는 뗏목 을 보고 마을로 내려왔다. 독도선착장을 출발한 뗏목은 동해안을 따라 내려간 뒤 호미곶을 거쳐서 해남 땅끝 앞의 수달굴까지 둘러본다. 수달굴 앞을 지나면서 잠시 속도를 늦춘 뗏목은 다시 강 물을 거슬러 독도선착장으로 귀항한다. 1시간 가량 소요되는 뗏목 체험은 세 명의 주민이 각각 2명의 항해사와 해설사 역할을 맡아 진행한다. 한반도 지형 백두대간 탐사 프로그램도 뗏목체험 못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안겨 준다. 남해안에 해당되는 모래톱을 통해 뗏목에서 내린 뒤 한반도 지형을 남북으로 134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35

가는길 층석탑이 서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주천강의 풍광이 매우 상 쾌하다. 요선정 아래의 강가에는 억겁의 세월 동안 쉼 없이 흘러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88번 국가지원 내린 강물에 씻기고 깎인 요선암이 펼쳐져 있다. 지방도를 타고 황둔, 솔치터널, 주천면 소재지, 한반도면 소재 지를 거쳐가는 길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 신림IC에서 선암마을까지의 거리는 약 30km이다. 영월읍내 먹거리 버스터미널 부근의 김약국 앞에서는 선암마을까지 들어가는 선암마을 내에는 식당이 없다. 성 영월교통(033-373-2373)의 시내버스가 하루 2회(09:40, 수기에는 뗏목 선착장 옆의 독도 13:30) 출발한다. 약 40분 소요. 주막에서 감자전과 막걸리를 팔 기도 한다. 볼거리 선암마을에서 11km 거리의 주 천면 소재지에는 다하누촌(033-372-0121, www.dahanoo. com)이라는 한우 먹거리촌이 들 어섰다. 인근 농가에서 사육하고 관내 도축장에서 도축한 한우를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04 이곳에는 풍류관(033-372- 8851), 소망민속집(033-372-1003) 등 꺼먹돼지(흑돼지) 전 가로지르는 트레킹 체험프로그램이다. 참나무 숲의 완만한 비탈길 을 오르다가 전망 좋은 신선바위 벼랑길을 걸어가는 탐사코스의 운 치와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도중에는 뻥 뚫린 구멍 속으로 선암 선돌은 영월읍내 서쪽의 소나기재 정상에 위치한 절경이다. 31 번 국도가 지나는 소나기재 정상에서 숲길을 따라 50m쯤 들어 가면 선돌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강의 물길과 첩첩한 산 자락의 어울림이 수려하고도 장엄하다. 까마득히 높은 절벽 위 문점도 많다. 주천 꺼먹돼지는 옛 토종돼지처럼 비계가 얇고 고 소하며 육질이 쫄깃하다. 주천면 소재지의 외곽에 위치한 주천 묵집(033-372-3800)은 강원도 제일의 묵밥집으로 꼽힌다. 꼴두국수(메밀칼국수)와 메밀부침이 맛있는 신일식당(033- 마을이 보이는 바람바위도 만나고,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의 노산대 못지 않게 탁월한 조망을 누릴 수 있는 천연전망대 2곳도 지나게 된 다. 그리고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함경도 등을 알려주는 안내판 의 전망대에 서면 태극을 이루며 굽이치는 서강과 끝없이 뻗어 간 산줄기가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2011년 6월에 국가 명승 제76로 지정됐다. 청령포는 서강의 물길이 동강을 만나기 직전에 만들어 놓은 절 372-7743)도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잠자리 이 해당 위치마다 붙어 있어서 실제 백두대간을 탐사하는 듯한 착각 마저 불러일으킨다. 울창한 솔숲을 지나고, 마침내 함경도의 어느 바닷가에 도착하 면 백두대간 탐사가 끝난다. 다시 마을로 되돌아올 때에는 줄배를 이용하거나 갈수기인 겨울철에만 가설되는 섶다리를 건너야 한다. 04. 청령포의 노송 숲에 자리 잡은 단종어가 05. 바람바위의 구멍 속으로 바라본 선암마을 경이다. 동 남 북 삼면으로 서강이 휘감아 흐르고, 서쪽에는 육육봉 이라 불리는 암벽이 우뚝해서 배를 타지 않고서는 드나 들기 어렵다. 단종의 유배지가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생전 의 단종을 지켜봤다는 관음송(천연기념물 제349호), 단종이 매 일 올라서서 한양 쪽을 바라보며 슬픔에 잠겼었다는 노산대, 근 래 복원된 단종어가 등이 있다. 아름드리 노송 숲도 인상적이며, 2008년 12월에 명승 제50호로 지정됐다. 문의/ 청령포 매표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 전망대 아래에는 한반도리버펜션 (033-375-0099), 뗏목 선착장 옆에는 서강민박(033-372-4340)이 있다. 한반도리버펜션에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 의 객실뿐만 아니라 세미나실도 갖추고 있다. 연인이나 가족, 단 체 이용객 등 모두 수용이 가능하다. 황토벽에다 너와지붕을 올 린 한반도뗏목마을 체험관(010-7224-0102)에서도 단체 숙 박이 가능하다. 미리 신청하면 식사도 차려준다. 30~40분 가량의 짧은 트레킹코스이지만, 놀랍도록 다양한 풍경과 정취를 안겨준다. 그 길이 마치 봄날의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처럼 아쉽고도 황홀하다. 05 소(033-370-2657) 요선정은 법흥계곡과 서만이강이 합쳐져 주천강을 이루는 수주 면 무릉리의 우뚝한 절벽에 세워진 정자이다. 바로 옆의 물방울 모양 바위에는 마애불이 조각돼 있고, 앞쪽에는 작고 소박한 삼 문의 영월군 홈페이지 www.yw.go.kr 136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37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6 돌 징검다리와 아홉구비 물줄기가 만든 절경 임실 구 담 마을 전북 임실군 덕치면 천담리 섬진강 중류에 위치한 구담마을은 전북 임실군의 남쪽 끝 마을이다. 마을 주변의 섬진강 풍광도 빼어나고 사람들의 인심도 좋다. 마을 가는 길은 꿈길처럼 아름답다. 구담마을 하나만 들러보고 발길을 돌리기가 아쉽다. 내친 김에 섬진강을 따라 걸어보자. 임실 진메마을에서 천담, 구담을 거쳐 순창 구미교까지 이어지는 약 30리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정미 넘치는 강변길로 손꼽힌다. writing photo 양영훈 138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39 구담마을 앞의 섬진강에 놓인 징검다리

01 섬진강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섬진강 기슭에서 나고 자 라서 <섬진강>이라는 시 한편으로 유명해진 김용택 시인이다. 시인의 고향은 진메 라고도 불리는 임실군 덕치면 장산마을이다. 시인의 고향에서부터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길이 시작된다. 장산마을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행장( 行 裝 )을 고친 뒤 에 길을 나선다. 이웃한 천담마을을 거쳐 임실의 마지막 마을인 구담마을까지 이어 지는 길은 줄곧 섬진강 물길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 강물 따라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시인처럼 느긋해지고, 자연과 사물을 향한 눈 길은 시인처럼 그윽하고 부드럽다. 천담마을 초입의 강둑에는 잠시 다리품을 쉬어 가기 좋은 정자도 세워져 있다. 천담마을에서 구담마을까지의 3km 구간은 왕복2 차선 아스팔트도로다. 자동차로는 편안하지만, 도보여행자에게는 고행의 구간이 다. 지난 여름의 물난리 흔적들이 아직도 길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길의 끝 에 구담마을이 있다. 구담마을은 제법 경사가 급한 산중턱에 올라앉아 있어서 강촌보다는 산촌에 가깝 다. 현재는 약 20가구에 30여 명의 주민이 산다. 조선 숙종 때인 1680년경에 해주 01. 구담마을의 섬진강변에 만개 한 매화. 왼쪽에 내룡마을이 보인다. 02. 구담마을의 내력과 시집온 사연을 들려준 할머니 03. 강촌이면서도 산촌의 정취가 더 짙은 구담마을 오씨가 처음 들어와 살면서부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구담( 九 潭 )이라는 지 명은 마을 앞 섬진강에 아홉 개의 못이 있어서 붙여졌다고 한다. 햇볕 잘 드는 집 앞의 공터에서 토란대를 다듬던 하정자 할머니에게 마을의 내력과 시집온 사연을 여쭤봤다. 할머니는 구담마을에 비해 대도시나 다름없 는 남원에서 시집왔단다. 중신애비 말만 믿고 시집 왔제. 아무것도 몰랐당께. 신랑 얼굴도 몰랐 고, 여그가 요런 촌구석인줄도 몰랐고. 요런 덴줄 알았으먼 안 왔겄제. 경 치는 참 좋을랑가 몰라도 사람 살기는 힘들어. 산동네라서 부쳐 먹을 농토 도 별로 없고. 그래도 지금은 여글 떠나서는 못 살아. 자식들은 즈그들한 테 오라고 하는디. 구담마을은 변화가 더디다. 마을 진입로가 아스팔트로 포장된 지도 10여 년 밖에 안됐다. 여전히 집들은 번듯한 양옥보다는 소박한 슬레이트집이 더 많다. 농토라고는 마을 주변의 산비탈에 층층이 들어선 계단식 밭이 전부다. 그나마 도 언젠가부터는 하나둘씩 매화나무가 심어졌다. 그래서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이면 무릉도원처럼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이 연출된다. 산중턱에 위치한 구담마을은 조망이 시원스럽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주요 촬영지이자 마을의 당숲인 느티나무숲 전망대에 서면 섬진강과 강 건너 02 03 140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41

의 내룡마을, 그리고 용골산이 시야를 가 득 채운다. 특히 섬진강 조망이 일품이 다. 북동쪽에서 곧바로 들어왔다가 마을 앞에서 방향을 급선회한 뒤 남동쪽으로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서전주IC에서 716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이서 교차로에서 21번 국도로 갈아탄 다음, 다시 원당교차로에서 27 번 국도를 타고 운암교, 강진사거리, 회문삼거리 등을 거쳐 장 지금도 이곳의 울창한 숲에는 당시 흔적들이 또렷하다. 1993 년 개장한 휴양림 내에는 숲 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비롯 해 정자, 전망대, 산책로, 출렁다리, 야외교실, 물놀이장, 약수 터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063-653-4779, www. huyang.go.kr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의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마을 초입인 신촌마을에 도착한다. 신촌마을 입구에서 장산마 을까지의 거리는 1.5km. 대중교통은 불편하다. 구담마을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임실 강진 먹거리 임실 구담마을과 순창 회룡마을 사이 의 섬진강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징검 다리가 놓여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과 순창 동계에서 1일 1회씩 운행한다. 버스시간은 자주 바뀌 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임실시외버스터미널(063-642- 2114)에서 강진, 덕치를 경유해 장산마을까지 들어가는 군내버 스가 1일 2회 출발한다. 신촌마을 입구를 지나는 순창행 완행버 구담마을에는 음식 점이 없고, 장구목 에 장구목가든(민물 새우탕 토종닭백숙, 간직한 역사유적 같은 징검다리이다. 아 무리 큰물에도 쓸려가지 않을 만큼 크고 넓은 바위들로 만들어졌다. 내룡마을의 강변에도 봄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꽃 04 스는 대략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볼거리 063-653-3917)과 장구목토종가든(매운 탕 다슬기수제비, 063-653-7196)이 비를 눈처럼 흩뿌리는 매화밭이 있다. 그곳을 지나면 금세 장구목(또는 장군 목)이다. 있다. 하지만 비수기에는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영업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국사봉 아래의 구암산장(붕어찜, 063-643-0349), 국사봉전 최근 현수교 하나가 생뚱맞게 설치된 장구목의 강변에는 옴팍한 요강바위 망대휴게소(해장국, 063-644-7766) 등은 소문난 맛집이다. 를 비롯한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하나같이 수천 수만 년의 세월 동안 강물이 쓰다듬고 어루만져서 빚어낸 작품들이다. 특히 높이 2m, 폭 3m에 무게가 무 05 순창읍내에는 남원집(063-653-2376), 새집(063-653- 2271), 옥천골(063-653-1008) 등 값이 저렴하면서도 맛깔 스럽고 푸짐한 한정식집이 여럿 있다. 려 15톤에 이른다는 요강바위는 어른이 들어가도 넉넉할 정도로 깊은 웅덩이 가 패여 있어 눈길을 끈다. 한때는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하룻 밤 사이에 도난 당하는 수난까지 겪었다가 마을 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국사봉전망대는 임실군 운암면 입석리의 국사봉(475m) 중턱에 위치한 전망대이다. 섬진강댐으로 생겨난 옥정호를 한눈에 굽어 잠자리 자연생태우수마을이자 녹색농촌체험마을인 구담마을의 마을회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왔다. 장구목에서는 현수교 건너편의 남쪽 강변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근래 새로 개설된 이 길은 오가는 차들도 많지 않은 데다 비포장 흙길이다. 시멘트도로인 북쪽 강변길에 비해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 길은 약 4km 가량 섬진강을 왼 쪽에 두고 나란히 이어지다가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의 구미교에서 21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섬진강 강변길의 여정도 거기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사 람의 여정은 끝나지만, 바다로 향하는 강물의 여정은 쉼 없이 계속된다. 그 여정 의 추억도 강물의 흐름만큼이나 길고도 오랜 여운으로 가슴에 남을 것이다. 02 06 04. 장구목의 옴폭한 바위들. 뒤에 최근 가설된 현수교가 보인다. 05. 천담마을 초입의 섬진강 둑길에 세워진 정자 06.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 인 구담마을의 느티나무숲 볼 수 있다. 노령산맥의 첩첩한 산줄기에 둘러싸인 옥정호는 마 치 백두산의 천지를 닮은 듯하다. 쾌청한 날에는 가까운 순창 회 문산뿐만 아니라, 멀리 진안 마이산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특 히 일교차가 큰 10~11월의 동틀 무렵에는 호수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른 물안개가 운해를 이루고, 산봉우리만 뾰족이 솟은 구 름바다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회문산자연휴양림은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 회문산(830m) 자락 에 조성된 국립자연휴양림이다. 장산마을 초입의 27번 국도에서 4km 거리에 있다. 회문산은 조선 말기에 면암 최익현 선생을 비롯한 의병들의 본거지였다. 한국전쟁 때에는 지리산과 함께 최대의 빨치산 근거지였는데, 관(063-644-9051)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싱크대, 화장실, 등을 갖춘 2층에는 방이 2개여서 두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 고, 1층 작은 방에서는 4인 가족 한 팀만 이용 가능하다. 구담 마을 이장인 김인상 씨댁(063-644-9050)과 장구목의 산수풍 경(063-653-8948), 장구목가든(063-653-3917)에서도 민 박이 가능하다. 문의 구담마을 064-644-9051, www.gudam.kr 임실군 홈페이지 www.imsil.go.kr 142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43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7 초강천과 월류봉이 그려낸 산수화 한 폭 영동 서원 말 마을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예로부터 산수 좋은 고장에는 팔경( 八 景 )으로 꼽히는 절경이 있게 마련이다. 충북 영동군에는 팔경이 둘이나 된다. 한천팔경과 양산팔경이 그것이다. 특히 황간면 서원말의 한천팔경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처럼 수려하다. 한천팔경의 중심인 월류봉 앞에 서면 자신이 한 폭의 산수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writing photo 양영훈 144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45 초강천변의 월류봉 암벽 위에 날렵한 자태로 올라앉은 월류정

01 달이 머무는 봉우리 월류봉( 月 留 峰 ). 시구( 詩 句 )처럼 아름다운 이름의 이 봉우리 는 영동군 황간면에 있다. 기세 좋게 내달리던 산줄기가 초강천 물길에 가로막혀 날 아갈 듯한 자태로 불끈 치솟았다. 월류봉의 여섯 봉우리와 초강천의 비단결 같은 물 길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진경산수( 眞 景 山 水 )처럼 수려하다. 한천팔경은 제1경인 월류봉을 비롯해 화헌악( 花 軒 嶽 ), 용연대( 龍 淵 臺 ), 산양벽( 山 羊 壁 ), 청학굴( 靑 鶴 窟 ), 법존암( 法 尊 菴 ), 사군봉( 使 君 峯 ), 냉천정( 冷 泉 亭 )의 여덟 절 경을 가리킨다. 그 중에는 월류봉의 다른 모습을 지칭하는 명칭이 많다. 예컨대 화 헌악은 진달래나 철쭉 등의 봄꽃으로 붉게 물든 월류봉을 지칭한다. 그리고 산양벽 은 월류봉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용연대는 월류봉 아래 소( 沼 )를 이룬 바위를 가리 킨다. 여덟 절경 가운데 냉천정은 이제 볼 수가 없다. 한천정사( 寒 泉 精 舍 ) 자리에 세 01. 솔치 고갯길에서 바라본 원촌리 구터마을 전 경. 오른쪽에 월류봉이 우뚝하다. 02. 서원말마을의 느티나무 쉼터에서 바라본 월 류정 03. 옛 한천서원 자리에 들어선 한천정사 02 워졌던 정자이다. 초강천 물길 옆에 불끈 치솟은 절벽 위에는 날렵한 자태의 월류정 이 있다. 월류봉과 한천팔경의 절경이 한 폭의 산수화라면, 월류정 은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이다. 오랜 옛날부터 그 자리를 지켜오면 서 숱한 시인묵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 정자처럼 주변 풍광과의 어 울림이 아주 천연덕스럽다. 하지만 의외로 이 정자는 2006년에 처 음 세워졌다. 숨막힐 정도로 수려한 풍광과 오금이 저릴 만큼 아찔한 절벽으로 이 루어진 월류봉은 감히 올라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월류봉에 도 등산로는 있다. 봉우리 아래의 물가에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성 에 차지 않다면 과감히 산행을 시도해볼 만하다. 월류봉에 올라서면 한반도 모양을 닮은 원촌리 일대의 지형도 한눈에 내려볼 수 있다. 서 원말의 월류봉 주차장에서 물길을 건너고, 월류봉의 5개 봉우리를 거 쳐서 서원말로 되돌아오는 3.5km의 등산코스를 섭렵하는 데에는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서원말마을은 황간면 원촌리에 딸린 4개 자연부락 중 하나다. 원 촌리에는 서원말 이외에도 사직단, 솔티, 구터 등의 자연부락이 있 다. 서원말에는 우암송선생유허비 가 있 03 다. 한때 이곳에 은거하며 학문을 가르쳤 던 우암 송시열(1607~1689)을 기리기 위해 1779년(정조3)에 세운 비석이다. 유 허비에서 50m쯤 떨어진 언덕에 자리 잡은 한천정사도 우암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이곳에는 원래 지방 유림들이 우암을 제사 하고 후학을 양성할 목적으로 1717년(숙 종 43)에 세운 한천서원이 자리했었다. 그 러나 서원은 1871년(고종 8)에 대원군이 내린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졌고, 서원 터에 146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47

04 05 가는길 층석탑과 절집 옆 산비탈의 호랑이 형상을 닮은 너덜이 눈길을 끈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 올라앉은 문수전도 인상적이다. 수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황간 방면으로 조금만 가면 마산 삼거 백 개의 계단을 지나야 올라서는 문수전의 난간에서 내려다본 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해서 2km쯤 가면 901번 지방도를 석천계곡 풍광이 일대 장관이다. 043-742-4199, www. 거쳐서 서원말마을의 월류봉 주차장에 도착한다. banyasa.com 볼거리 먹거리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월류봉 앞의 서원말에 는 1910년 한천정사가 세워졌다. 서원마을 을 뜻하는 서원말 과 원 06 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인 1950년 7월 25부 터 29일 사이에 경부 위치한 한천가든(043-742-5056)은 쏘가리 매운탕, 쏘가리회, 토종 촌 ( 院 村 )이라는 지명도 한천서원에서 비롯됐다. 서원말에는 민박집과 식당이 두엇 있다. 그중 용연대 근처에서 민박 집을 운영하는 토박이 주민 서상수 씨(66)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 선철도의 쌍굴다리를 건너는 피란민 대열에 미군이 공중 공격과 기관총 사격을 가한 사건의 역사현장이다. 정부에서 조사한 결과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닭백숙 등을 잘한다. 바 로 옆의 감나무집(043-742-4893)도 민물매 운탕, 토종닭, 올갱이국밥을 내놓는다. 서원말에서 자동차로 었다. 일제시대에만 30년, 해방 이후에도 40년 동안이나 금을 캤던 금 광이 이 마을에 있었다는 것이다. 저도 금광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일제 때에는 여기 금 광을 개발하려고 황간역까지 작은 철도도 놓였어요. 지금도 마을 주변에는 금을 캤던 굴이 여기저기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폐수가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두꺼운 콘크리트로 입구를 막아버렸지만, 몇 군데는 지금도 입구에 얼마까지는 들어갈 수가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에 비할 바는 아니었겠지만, 금 생산량 이 많을 때에는 외지에서 몰려든 광부들로 이 작은 산촌이 제법 북적거 렸다고 한다. 그때는 상당수의 주민들이 금광 일로 생계를 꾸려가기도 했다. 농토가 많지 않은 산촌 주민들에게 금광 일은 적잖은 돈벌이였 다. 오늘날 이곳 주민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농사이다. 얼마 안 되는 논 밭에 벼농사도 짓고 콩이나 고추를 심는다. 영동군의 대표 농산물인 포 도 과수원을 운영하는 집도 여럿 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영동군의 포도는 당도가 높고 향기가 좋기로 유명하다. 월류봉 아래의 서원말에서 보낸 1박2일 추억이 영동포도처럼 달콤하고 향긋하다. 07 04. 영산팔경의 중심인 송호리 송림의 가을 풍경 05. 월류봉 아래 달이머무는집 의 캠핑장 야경 06. 서원말마을 기미정 아래의 그늘에서 과일 파 는 할머니들 07. 끝수가 2, 7인 날마다 들어서는 황간오일장 에서 만난 아이들 63명 등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도 쌍굴다리 에는 당시의 총탄 흔적이 무수히 남아 있어 비극의 그 날을 짐작 케 한다. 2011년 10월에는 위령탑과 평화기념관, 교육관, 조 각공원, 야외전시장 등을 갖춘 노근리 평화공원이 완공됐다. 송호리 송림은 영동군 양산면 양산팔경의 중심이 되는 숲이다. 금강변의 널찍한 평지에 수령 100년 이상의 소나무 수천 그루 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송호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이 솔숲 은 면적 28만4천m2(8만5천평)에 길이가 약 1km, 평균 너비가 250m에 이른다.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캠핑도 가능 해서 사계절 내내 찾는 사람이 많다. 043-740-3228 반야사는 서원말에서 8km 쯤 떨어진 황간면 우매리의 백화산 자락에 있다. 신라 성덕왕 19년(720)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상 원( 相 源 )이 창건했다는 고찰이다. 보물 제1371호로 지정된 삼 5분 거리의 황간역 앞에는 안 성식당(043-742-4203), 한일식당(043-742-4065), 동해식당(043-742-4024) 등의 올뱅이(=올갱이=다슬기) 요리 전문점이 여럿 있다. 청 양고추를 넣어 칼칼하고도 시 원한 올갱이국에 뚝뚝 뜯어 넣 은 수제비가 입맛을 돋운다. 서원말에서는 월류봉민박(043-742-8652)과 달이머무는집 (043-742-4347)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그중 달이머무는집 에서는 캠핑장도 함께 운영한다. 그밖에 반야사 주변에는 반 야산장(043-744-6532), 숲속민박(043-742-8118) 등이 있고, 황간역 주변에는 힐탑파크(043-744-9172), 비취파크 (043-742-6001)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문의 잠자리 영동군 홈페이지 www.yeongdong.go.kr 148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49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8 우포늪의 새벽 해돋이와 안개가 장관을 이루는 곳 창녕 가시 연꽃 마을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우포늪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화다. 나룻배 한 척이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면을 미끄러진다. 긴 장대로 노를 저을 때마다 수면의 황금햇살이 파문과 함께 부서진다. 누렇게 탈색한 갈대숲에서 날아오른 물오리 가족이 황금색으로 물든 수면에서 자맥질을 하고, 백로 가족은 가시연으로 뒤덮인 습지를 허허롭게 날아오른다. 나날이 가을이 깊어가는 우포늪의 풍경들이다. writing photo 박강섭 150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51 우포늪의 정적을 깨는 마을 노인의 이마배

03 04 01 가을 우포늪의 모든 생명은 늦잠을 즐긴다. 여로에 지친 철새들이 행여 깰 02 01. 소목마을 나루터에서 이마배 를 타고 우포늪으로 나가고 있는 주민 02.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 된 우포늪에서는 백로를 쉽 게 볼 수 있다. 03. 가시연꽃의 봉우리가 올라 왔다. 04. 가시연꽃마을의 느티나무 05. 가시연꽃마을의 벽화가 아 름다운 집 배를 타고 물안개 속에서 불쑥 나타났기 때문이다. 노인이 미리 설치했던 그물 을 걷어 올리자 은빛비늘을 반짝이는 팔뚝 크기의 붕어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우포늪을 둘러싼 대대마을, 장재마을, 소목마을, 사지마을, 노동마을, 잠어 실마을, 신당마을 주민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포늪과 함께 살아왔다. 마을 주변의 땅이 대부분 늪이라 농토가 적다보니 대대로 우포늪에서 붕어, 가물치 등을 잡아 생계를 꾸렸다. 아낙들은 가슴 깊이의 늪에서 논고동과 물밤으로 불 리는 마름을 채취해 살림에 보태는 팍팍한 삶을 살아왔다. 세라 화왕산이 동녘하늘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성질 급한 청둥오리의 울음소 그러나 우포늪이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자 공화당 시절에 둑을 쌓아 리가 원시의 적막감에 젖은 습지를 깨운다. 아직 잠이 덜 깬 원앙 부부가 자맥 조성했던 농토를 늪에 되돌려줬다. 어로행위가 제한되면서 한때 100명이 넘 질을 한두 번 한 후 머리를 부르르 떤다. 멀리 왕버들 한 그루가 서서히 물안 던 어부도 9명으로 줄어들었다. 마지막 마름 채취꾼이었던 봉순 아지매도 최 개를 벗으며 속살을 드러낸다. 소벌로도 불리는 경남 창녕군의 우포( 牛 浦 )는 뒷산인 우항산의 생김새가 05 근 마을을 떠나 더 이상 늪에서 마름 채취하는 낭만적 풍경은 기억 속으로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1억 4,000만 년 전에 형성된 우포 사라졌다. 늪은 38만 평의 우포와 16만 평의 목포, 11만 평의 사지포, 그리고 4만 평 자연과 인간은 공생하면서 살 수밖 의 쪽지벌로 이루어진 늪이다. 홍수 때 낙동강물이 역류하면서 침전된 퇴적 에 없는 관계다. 환경이 바뀌었다고 물이 토평천 하류에 쌓여 자연제방을 형성함으로써 안쪽에 남은 물이 습지성 해서 예외는 아니다. 우포늪 사람들 호수를 만든 것이다. 은 환경을 보존하면서 살아가는 다른 우포늪에 아침이 찾아왔다. 새벽부터 우포와 목포의 제방에 진을 쳤던 사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물밀 듯 밀려 진작가들이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마을 노인이 이마배로 불리는 나룻 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환경체험 152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53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가는길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남짓 신당마을 주민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섰다. 마을 이름을 우포가시연꽃 마을로 바꾸고 연잎차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농산물판매장을 만들었다. 늪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우미녀(우포늪에 미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회룡마을을 거쳐 우포늪생태관 까지 자동차로 15분 거리. 우포늪생태관에서 우포늪을 소개하 는 영화를 본 후 우포늪을 탐방하는 것이 순서다. 우포 목포 사 지포 쪽지벌로 이루어진 우포늪을 모두 둘러보려면 4시간이 소 걸린다. 덕암산 기슭에 위치한 부곡 온천은 유황을 비롯해 규 소 염소 등 무기질이 풍부 친 여자) 로 불리는 농촌시인 송미령 씨는 칙칙한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자신의 시를 써 붙였다. 호기심 강한 구경꾼들이 몰려들자 이웃들도 벽 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우포늪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주영학 씨(64)는 일찌감치 자연과 인 간이 공생하는 법을 터득한 토박이. 창녕군의 환경지킴이가 공식 직함 요된다. 우포가시연꽃마을은 사지포와 가까운 1080번 지방도 옆에 위치한다. 볼거리 한 78 의 온천수가 하루 6,000톤 솟아나는 전국 최 대의 온천휴양지. 부곡온천 을 대표하는 부곡하와이는 200여 개의 객실을 갖춘 관 광호텔로 계곡형 노천탕, 황토 한방 사우나, 테마탕 등을 갖추 고 있다. 대공연장과 야외특설무대에서는 연중 하루도 빠짐없이 인 주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드넓은 우포늪을 종횡무진 하면서 환경보 화려한 쇼가 펼쳐진다. 호 활동을 하고 있다. 틈만 나면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 토종물고기의 씨 를 말리는 뉴트리아도 잡는다. 그가 지금까지 포획한 뉴트리아는 500 06 먹거리 여 마리.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는 것은 오로지 주 씨의 열정 때문이다. 이제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우포늪의 생태계가 완성될 날도 멀지 않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된 우포늪은 사계절이 아름답지만 물안개 피어오르고 겨울철새가 날아오는 늦가을을 으뜸으로 꼽 환경보전을 위해 우포 늪 주변에는 식사를 할 만한 음식점이 거의 없 다. 우포늪생태관 앞 았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기증받은 따오기 한 쌍이 번식에 성공해 13마리로 늘었기 때문이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로 시작되는 동요 주인공인 따오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날 우포늪 사람들의 삶도 더욱 윤택해지지 않을까. 07 는다. 해돋이와 어우러진 물안개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목포제 방. 해 속으로 기러기 등 철새가 날아가는 환상적인 장면을 감상 하려면 해질녘 대대제방을 찾아야 한다. 우포늪에는 탐방코스가 개설되어 있다. 세진주차장~대대제방 ~전망대를 잇는 1코스 (왕복 1시간), 세진주 에 위치한 우포늪식당 (055-532-8649)는 붕어찜, 잉어찜, 메기 찜이 맛있다. 주매마을 인근과 소목마을에 붕어찜 붕어회 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 음 식점이 몇 곳 있다. 08 차장~대대제방~배수 장 뒤편~토평천~사 지포제방으로 이어지 잠자리 는 2코스(왕복 3시간), 우포가시연꽃마을에는 우포자연나라(055-532-1165) 등 1080번 지방도~장재 민박집이 6곳 있다(우포가시연꽃마을 홈페이지 woopo. 마을~소목마을~주매제방~1080번 지방도로 연결되는 3코 go2vil.org). 부곡온천지구에는 부곡가든관광호텔(055- 스(왕복 2시간), 1080번 지방도~우만마을~가마골마을~목 536-5771)을 비롯해 호텔, 콘도, 모텔 등 숙박시설이 다 포제방~쪽지벌을 잇는 4코스(왕복 2시간). 양하다. 06. 우포늪의 일출 07. 늪에서 마름 채취하는 풍경은 이제는 보기 힘들어 졌다. 08. 배에서 물 퍼내는 우포늪의 터줏대감 주영 학 씨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756m)은 억새평원으로 유명하다. 정상 에는 선사시대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 3개가 남아있다. 분 화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평원은 둘레만 십리로 가을에는 억새 꽃이 하얀 솜이불을 펼쳐놓은 듯 환상적이다. 화왕산 억새밭을 문의 창녕군 홈페이지 www.cng.go.kr 154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55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09 금빛 백사장이 마을과 정담을 나누는 육지 속의 섬 예천 회룡 포 마을 경북 예천군 용궁면 대은2리 보름달을 닮은 회룡포 마을이 내성천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를 솜이불 삼아 늦잠을 잔다. 홍시처럼 빨간 해가 물안개를 뚫고 불쑥 불쑥 솟은 산봉우리를 건너 비룡산을 오른다. 따스한 가을햇살에 물안개가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자 회룡포 마을의 속살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황금들판으로 변한 육지 속의 섬 이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서 눈부신 자태를 드러낸다. writing photo 박강섭 156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57 회룡포마을을 나란히 휘감는 내성천과 백사장

경북 봉화에서부터 시나브로 강폭을 넓혀온 내성천은 예천 삼강나루에서 낙 동강에 합류하기 직전 태백산맥 줄기인 비룡산(240m)을 만난다. 병풍처럼 막 아선 반달 모양의 비룡산과 맞닥뜨린 내성천 물길은 크게 원을 그리듯 350도 돌아나가면서 쉼표처럼 생긴 신비한 지형을 만든다. 예천 회룡포는 비룡산 전망대에서 보면 육지 속의 섬마을처럼 보인다. 하지 만 섬은 아니다. 회룡포는 높이 15m, 폭 80m에 불과한 소백산맥 줄기에 의 해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학의 목처럼 가 느다란 산줄기를 삽으로 한 번만 뜨면 섬이 된다는 우스개로 회룡포의 지형을 설명한다. 고즈넉한 강마을인 회룡포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로 시작되는 동요 속 의 마을을 연상하게 한다. TV드라마 가을동화 에서 용궁면의 경북선 철길과 함께 은서와 준서의 어린 시절 고향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절해고도 나 다름없는 회룡포에 척박한 삶의 뿌리를 내린 주민들에게는 전혀 낭만적이 지 않다. 01 01. 아홉가구만 남아 6만 6,000여 평의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 는 회룡포마을 02. 마늘 까는 엄재영 할머니 03. 세금내는 황목근 04. 구멍이 숭숭 뚫린 건축용 철판 으로 만들어진 뿅뿅다리 아이고, 우리들 고생은 말도 마이소. 지금은 길이 생겼지만 옛날에는 비만 오면 비리길(절벽길)로 엉금엉금 기어 다녔지. 농토는 있지만 강물을 퍼올 양수기가 없 어 벼농사는 엄두도 못냈어. 돈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용궁이나 점촌으로 나갔지. 지 금의 밭은 모두 집터였어. 땅바닥에 주저앉아 마늘을 까던 엄재영 할머니(84)가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손사래 를 친다. 17살에 시집와서 바깥구경 한번 못해봤다는 엄 할머니는 이 마을의 최고령 노 인. 척박하기 짝이 없는 회룡포 마을에 뭘 구경할 게 있냐고 되레 반문한다. 하지만 정감 록은 회룡포의 땅이 기름지고 인심이 후해 사 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한다. 경주 김씨 집성촌인 회룡포는 10여 년 전 만 해도 20여 가구가 살던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한데다 학교도 없어 대부 분 도회지로 떠나고 지금은 아홉가구 17명만 남아 6만 6,000여 평의 논밭에서 농사를 짓 고 있다. 2005년 국가명승지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몰려와 민박집도 생겼지만 여전히 허물어져 가는 빈집이 더 많다. 회룡포로 들어가려면 주민들이 아르방다 리 또는 뿅뿅다리 라고 부르는 약 200m 길 02 03 04 158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59

가는길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예천군 용 궁면 소재지까지 간다. 경북선 철길을 넘어 달리다 회룡교를 지 나면 회룡포로 건너가는 뿅뿅다리가 나타난다. 회룡포가 한 눈 에 들어오는 비룡산 회룡대로 가려면 이정표를 따라 장안사 주차 장까지 달린다. 주차장에서 회룡대까지는 걸어서 15분. 인 토지 3,700평을 팽나무 앞으로 등기이전하면서 땅을 소유 한 나무가 되었다. 먹거리 볼거리 삼강주막은 21세기의 마 05 06 지막 주모로 불리는 유옥 연(당시 90세) 할머니가 이의 철다리를 건너야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건축용 철판(아르방)을 두 줄로 깔아놓은 철다리는 주민들에게는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유일 한 창구. 1997년 소백산맥 줄기에 임도를 내고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뿅뿅다 리 가 생기기 전까지 회룡포는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됐었다. 마을 주민 들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강을 건너야했고 물이 불어나면 나룻배를 타야 했다. 살얼음 어는 겨울에는 외나무다리가 통로 역할을 했고, 응급환자 라도 생기면 소백산맥 줄기를 톱니바퀴처럼 오르내리는 양산조도를 숨 05. 물안개에 뒤덮인 회룡포마을 06. 회룡포마을 농부 07. 삼강주막은 21세기의 마지막 주모로 불리 는 유옥연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폐가 로 전락했으나 다시 복원됐다. 08. 제2전망대에서 본 회룡포 07 년에 삼강주막과 보부상숙 소 및 사공숙소 등이 복원 됐다. 삼강주막의 비좁고 어두운 부엌의 흙벽에는 유 옥연 할머니가 생전에 기록 해 놓은 상형문자 형상의 외상장부 3개가 눈길을 끈 다. 삼강( 三 江 )은 예천 회 룡포를 휘감아 흐르는 내 2005년 세상을 떠나면서 폐가로 전락했으나 2008 회룡포 마을에는 민박을 겸한 음식점이 2곳 있을 뿐 전문음식 점은 없다. 용궁역 앞에 위치한 박달식당(054-652-0522)은 순대 전문점. 갓 잡은 돼지의 신선한 막창에 부추, 찹쌀, 당 면, 청양고추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넣어 느끼하지 않고 뒷 맛이 개운하다. 삼강주막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지보면소재지에는 예 천참우로 유명한 한우고 기마을이 형성되어 있 다. 청정자연에서 사육 한 예천참우는 고기가 부 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했다. 보름달처럼 생긴 회룡포 마을은 비룡산 정상에 위치한 회룡대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답다. 밀가루보다 고운 금빛 백사장과 주홍색과 하늘 색 지붕이 어깨를 맞대고 정담을 나누는 회룡포 마을은 철따라 시간따 라 전혀 다른 느낌의 풍경화를 그린다. 이른 아침 내성천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속살을 숨긴 회룡포와 황금들판으로 변한 회룡포 는 한 폭의 그림.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날아가는 형상의 비봉산 위로 보름달이 08 성천과 문경에서 발원한 금 천이 삼강나루에서 안동 하 회마을을 돌아 나오는 낙동 강과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 진 지명. 예천 석평마을의 석송령( 石 松 靈 )은 천연기념물 제294 호로 종합토지세를 내는 나 무로 유명하다. 수령 600 년이 넘은 석송령은 반송 으로 높이 10m, 줄기 둘 드럽고 값이 싸기로 이름 났다. 잠자리 회룡포 마을에 회룡포물돌이민박식당(054-655-6551)과 황 토민박식당(054-655-3973)이 있다. 마을에 들어오기 전에 만나는 용궁면의 회룡포여울마을(054-655-7120)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숙박이 가능하다. 예천읍내에는 파라다이스 호텔(054-652-1108)을 비롯해 하룻밤 묵기에 불편함이 없 는 호텔과 모텔 등이 있다. 솟으면 육지의 보름달은 고독한 시인이 된다.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강 바람을 타고 들려올 뿐 달빛에 젖은 내성천은 낙동강 삼강나루를 향해 소리 없이 흐른다. 레 4.2m, 가지 길이가 동서 32m 남북 22m로 그늘 면적만 300평이 넘는 거목이다. 용궁면 금원마을의 황목근( 黃 木 根 )도 세금을 내는 나무이다. 황목근은 천연기념물 제400호로 지정 된 500년 수령의 팽나무로 1939년에 주민들이 마을 공동재산 문의 예천군 홈페이지 www.ycg.kr 160 마을의 이야기가 강을 따라 흐르다 강마을 아름다움에 젖어들다 강마을 이야기 셋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