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참관기 일본 법조인 양성의 최근 동향 박 훤 일* I. II. III. IV. V. 법교육의 이상과 현실 신사법시험의 합격자수 추이 변호사들의 취업난 최근 동향 맺음말 편집자 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과 경희법학연구소에서는 법전원생들이 해외 법제동향을 접할 수 있도록 해외석학을 초청하여 특강을 개최하고 있다. 3월 19일에는 경희대와 돈독한 협 력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추오대( 中 央 大 ) 로스쿨 초대원장을 역임한 오무라 마사히코( 大 村 雅 彦, 민사소송법 담당) 교수 1) 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오무라 교수는 새로운 방식으로 법조인을 양성하 고 있는 현행 일본의 법교육제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었 다. 다음은 이날 특강에 참석한 박훤일 교수가 강연의 골자를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본고는 대체로 강연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만일 오류가 있다 면 이는 기록자에게 책임이 있음을 밝혀둔다.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경희법학연구소 연구위원. 1) 오무라 교수는 일본의 법교육행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추오대 로스쿨 초대원장을 역임하면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법과대학원협회 이사, 2007년부터는 동 협회의 직역문제 등 검토위원회 위원, 2006, 2007년 간에 는 법무성 신사법시험 고사위원, 2007년부터 일본 변호사연합회 법무연구재단( 現 재단법인 대학기준협회) 법 과대학원인증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0 KHU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 제3권 제1호 Ⅰ. 법교육의 이상과 현실 일본에서는 2001년 사법제도개혁심의회가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법조인을 매년 3천명씩 선발하여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육성하는 한편 특성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법교육 제 도를 추진하게 되었다. 그 결과 74개의 법과전문대학원(로스쿨)이 설립되었고 그 졸업생을 대 상으로 한 新 사법시험이 여러 차례 실시되었다. 이제 새로운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해 중간평 가를 내려 볼만한 시점에 이르렀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스쿨 졸업생들의 학력이나, 로스쿨의 교육능력과 질적 수준에 있어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실시할 때보다 크게 떨어진 로스쿨 입시 경쟁률과, 로스 쿨 기본과목의 교원 수가 절대부족인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상당한 수의 로스 쿨이 수료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신사법시험 합격자수(합격률)의 한계 에 봉착해 있다. 변호사회에서도 합격자 2,000명이 한계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법조 인으로서 필요한 실무교육을 실시하기 이전에 처음부터 졸업생들의 법률에 대한 소양과 기본 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실제로 로스쿨 인증평가 결과를 보면 법학교 육이 아니라 변호사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경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로스쿨 출범의 주요 동인이었던 국제적인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특성화 목표는 공 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우선 당장의 변호사시험 합격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미국 변호사시험 (Bar exam) 합격이 특별한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과 미국 양쪽의 변호사시험에 합격 한 인원이 2009년의 경우 와세다대 2명, 추오대 1명에 불과하였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사내변 호사(in-house lawyer)로 취업하는 수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Ⅱ. 신사법시험의 합격자수 추이 2009년에 실시된 제4회 신사법시험의 합격자수(합격률)는 2008년보다 크게 감소하였는데 다음 표를 보고 설명하기로 한다. 미수자( 未 修 者 )는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로 로스쿨에서 3년을 이수해야 하며, 기수자( 旣 修 者 )는 학부에서의 법학전공자들로서 2년이면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다.
2010 일본 법조인 양성의 최근 동향 301 <표 1> 2009년 신사법시험의 합격자수 및 합격률 로스쿨 미수자 기수자 합 계 도쿄대 48명(41.0%) 168명(61.8%) 216명(55.5%) 추오대 26명(21.1%) 136명(54.4%) 162명(43.4%) 게이오대 29명(29.3%) 118명(54.1%) 147명(46.4%) 교토대 25명(31.0%) 120명(58.5%) 145명(50.3%) 와세다대 114명(31.3%) 10명(62.5%) 124명(32.6%) 메이지대 30명(21.4%) 66명(38.8%) 96명(31.0%) 히토츠바시대 23명(56.1%) 60명(65.9%) 83명(62.9%) 고베대 14명(35.0%) 59명(54.1%) 73명(49.0%) 총 74개교 777명(18.9%) 1,266명(38.7%) 2,043명(27.7%) 합격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이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이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본 법무성과 최고재판소(우리나라의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로스쿨 졸업생들 의 수준( 質 )이 향상되지 않는 한 3,000명 합격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일본 변호사연합회는 변 호사들의 취업이 날로 어려워지기 때문에 합격자 수는 2,000명을 한계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 에서의 사정이 매우 어렵다. 지난번 일본 변호사연합회 회장선거의 쟁점이 되기도 하였듯이 취업이 어려운 변호사들이 나홀로 개업하는 결과 그들의 자질부족은 결국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문제를 초래한다. 로스쿨 교육을 담당하는 문부과학성에서도 합격자 3,000명은 정부가 설정한 목표라 해도 로스쿨의 질적 향상이 전제가 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정당 쪽 입장을 보면 자민당은 소장의 원들을 중심으로 법조인구 확대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2009년 새로 집권한 민주당 에서는 아직 그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Ⅲ. 변호사들의 취업난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문제이지만 합격한 변호사들의 취업문제도 자못 심각하다. 요컨대 신참 변호사의 채용을 늘리고 새로운 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법과대학원협회에 직역( 職 域 )문제 등 검토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로 스쿨에 취직지원체제를 강화할 것을 호소하는 한편 기업법무 심포지엄, 관공서 설명회 등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2007년에는 문부과학성의 지원을 받아 메이지대, 호세이대, 추오대 등 약 10개교가 인터넷
302 KHU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 제3권 제1호 포털 사이트인 쥬리나비(www.jurinavi.com)를 통해 취업알선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지금은 70여개 로스쿨이 여기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법무관련 구인( 求 人 )과 취업( 就 業 ) 정보를 실시간 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대의 취업처인 변호사 사무소에의 취업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 변호사연합회에서도 회원 변호사들에 대하여 신입 변호사의 채용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법률사무소 특히 지방에서의 채용능력에 한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표 2> 일본의 변호사 취업 현황 2007/08년 2008/09년 신사법시험 합격자 1,851명 2,065명 신사법연수 수료자 1,731명 1,992명 변호사 등록자 1,494명 1,693명 변호사 미등록자 89명 133명 판사보 75명 99명 검사 73명 67명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역을 개척하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기업 내에서 법률문제를 총괄하고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를 담당하는 사내변호사의 채용이 늘어날 법도 하지만 리먼 사태에 따른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인하여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내변호사를 선뜻 채용하려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표 3> 일본 기업의 사내변호사 현황 사내변호사 총수 신규채용 사내변호사 수 2007년 242명 28명 2008년 347명 65명 2009년 412명 47명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공무원 1종시험(행정고시)에 합격한 인원과 공무원으로 채용된 인 원도 그리 많지 않다. 신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를 채용하는 관공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2010 일본 법조인 양성의 최근 동향 303 <표 4> 일본 국가공무원시험 합격자 수와 채용 현황 국가공무원 1종시험합격자 국가공무원 채용인원 2006년 26명 4명 2007년 65명 11명 2008년 87명 18명 2009년 71명 n.a. Ⅳ. 최근 동향 이와 같이 일본의 로스쿨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교육심의회 대학분과회 법과대 학원 특별위원회에서는 2009년 4월 법과대학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선방책에 대 한 보고서 를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2009년 9월 문부과학성 교육국 전문교육과에서 이 보고 서를 가지고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우선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평판을 보면 긍정적인 면으로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며 학습의 욕이 높다는 점, 법률정보 조사능력이 탁월하다는 점, 커뮤니케이션과 프리젠테이션을 잘한 다는 점, 그리고 지적재산권/인터넷(IP/IT)법, 경제법 등 다양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개선을 요하는 면으로는 법률의 기본적인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한 졸업생이 상당수 있고, 논리적인 표현능력이 충분치 못하거나, 실무기초교육의 내용에 있어서 로스쿨 마다 편차가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개선책은 무엇인가. 우선 로스쿨 입학자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다양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입학시험에서 경쟁 률이 2:1에 미달하는 로스쿨(42개교)에 대하여는 입학정원을 줄일 필요가 있다. 로스쿨 적성시 험(LEET)에서 총 응시자의 아래에서부터 15%의 점수를 최저입학가능 기준점으로 해야 한다. 로스쿨 졸업생의 자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스쿨 커리큘럼을 작성할 때(2010년 3월에 취합 예정) 로스쿨 졸업생이 공통으로 갖추어야 하는 능력의 최저기준을 명 확히 하여야 한다. 즉, 1년차의 법률 기본과목의 충실화를 꾀하고(6학점 증가를 허용), 1년차 부터 2년차로의 진급 판정을 보다 엄격히 하며, 3) 신사법시험의 합격자(졸업생의 경우)가 적은 2) 오무라 교수는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간혹 舊 사법시험 합격자와 로스쿨 출신인 新 사법시험 합격자의 자질 을 비교하거나 두 시험의 합격자 중에서 누구를 우선적으로 채용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 나 오무라 교수는 단언하기를 이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몇 년 안에 신사법시험으로 일원 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 오무라 교수는 추오대의 경우 1학년 말 성적(GPA 만점 4.0)이 평점 1.6에 미달하면 유급을 시키고 학점이 C, D, E에 해당하는 과목은 재수강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법시험 결과를 보더라도 학점이 2.0에 미달한 학생이 시험에 합격한 전례가 없다고 한다.
304 KHU 글로벌 기업법무 리뷰 제3권 제1호 로스쿨은 입학정원을 삭감해야 한다. 그밖의 로스쿨도 신사법시험 불합격자 수를 줄여나가기 위해 입학정원을 자율적으로 삭감할 필요가 있다. 4) 그리고 로스쿨 교육체제를 충실히 하여 전임교원의 겸임허용(Double Count) 잠정조치는 2013년에서 종료하고 연장하지 않도록 하며,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공통으로 실시하고 통합하 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다. 끝으로 질적 측면을 중시하는 로스쿨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로스쿨 인증평가에 서는 교육수준과 교원의 질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엄격한 성적평가와 사법시험 합격상황, 교 원의 교육연구 업적 및 능력을 정확히 측정 평가하도록 한다. 아울러 로스쿨 정보를 적극적으 로 공개하고 중앙교육심의회 법과대학원특별위원회에 사후관리(follow-up) 조사를 위한 조직 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로스쿨 입학정원을 자진 삭감하 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로스쿨 74개교의 총입학정원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로스쿨이 출 범한 2004년에는 총입학정원 5,825명의 숫자만큼 입학하였다. 그러나 2009년도에는 총입학 정원이 5,765명이었으나 입학자 총수는 4,844명에 그쳤다. 2010년도에는 총입학정원이 4,904 명인데 입학자 총수는 4,500명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도의 총입학정원은 4,600명 전후로 줄어들 전망이다. 히메지돗쿄우( 姬 路 獨 協 )대 로스쿨의 경우 2010년도 입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조만간 이 학교는 폐교를 선언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2010년 2월 24일 사법제도심의회에서 활동했던 전문가들이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에 관한 제언 을 내놓았다. 그 골자를 보면, 이제 일본은 전지구적 규모의 과제를 해결하는 과제해결 형 국가 를 지향하고, 아시아 각국과 공생하는 국가로 변모해야만 한다는 전제 하에 법조인의 역할을 보다 확대하여 국내소송 담당자 에 머물지 않고 보다 광범위한 국내외적 과제해결자 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적 과제해결자가 많이 필 요하다. 그리고 법률전문가의 수요처를 개발하여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의 상위직, 또는 국회의 원의 정책비서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에서도 컴플라이언스 오피서(준법감시인)로서 법조유자격자의 채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신사법시험의 합격자 수는 연간 3,000명 선이 적당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로스 쿨의 통폐합 및 정원 삭감을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언은 2001년의 신사법제도 개혁심의회 의견서의 이념을 재강조한 것으로서 주목 을 끌고 있다. 특히 상위직 공무원, 상장기업에서의 새로운 직역을 개척하지 않는다면 법조증 원계획은 더 이상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 문부과학성은 합격률이 평균치의 반에도 못 미치는 로스쿨에 대하여는 보조금을 삭감할 방침이다.
2010 일본 법조인 양성의 최근 동향 305 Ⅴ. 맺음말 한국과 일본은 법제 면에서 공통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법조인 양성제도에 있어서도 매 우 유사한 법교육 및 법조인 선발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5)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에서도 이 러한 미국식 로스쿨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한국과 일본은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한국은 로스쿨 입학정원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 入 口 정책] 등 일본에서 실패한 경험을 되 풀이하지 않았다. 아직 변호사시험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앞에서 살펴본 일본의 당면과제를 참고하여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게 유지하고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역을 개 척함으로써[ 出 口 정책] 로스쿨 졸업생들이 산뜻하게 법조인으로서 출발할 수 있게 해야 할 것 이다. 5) 오무라 교수는 강연 후의 질의응답 시간에 일본에서는 정부가 법조인 수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고 말했다. 1910년대 민주화의 바람이 불었던 다이죠( 大 正 )시대에 노동쟁의, 소작쟁의가 빈발하면서 변호사에 대한 수요 가 크게 늘기도 했으나 정부나 각 부문에 변호사 이외의 법률을 잘 아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변호사 수를 많이 늘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인들이 다른 사람과 법률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멘털리티(국민성)도 그에 일조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무라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소송이 다반사로 벌어지기는 하지만 민사사건의 95% 이상이 화해(settlement)로 끝나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이 소송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우스갯소리 같은 미 국 법학교수의 진담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