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on Media 3 윤성옥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판결로 본 기사댓글의 법적 책임 1. 인터넷과 악성 댓글 (1) 인터넷의 이중성: 댓글과 악성 댓글 댓글은 인터넷에 오른 원문에 대하여 짤막하게 답하여 올리는 글 을 의미한다. 댓글은 다양한 정보 공급원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1) 활발한 상호작용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공토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2) 또한 댓글은 쟁점에 대한 타인들의 의견을 살 피고 여론을 지각할 수 있게 해준다. 3) 그러나 댓글이 악성 댓글로 변하는 순간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욕 설이나 비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고 4) 논점이 어긋난 비판이나 인신공격으로 사 안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5) 숙의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인터넷은 오히려 의견 대립과 갈등, 반목으로 채워지기 쉽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댓글 을 통해 여론 왜곡 현상까지 발생한다. 1) 임정수, 2007, 초기UCC 생산과 소비의 탈집중 현상, 한국방송학보 제21권 제1호, 211~242쪽. 2) 김은미 선유화, 2006, 댓글에 대한 노출이 뉴스 수용에 미치는 효과, 한국언론학보 제50권 제4호, 33~64쪽. 3) 정일권 김영석, 2006, 온라인 미디어에서의 댓글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여론 동향 지각과 제3자 효과를 중심으 로, 한국언론학회 봄철정기학술대회 발표논문집 631~650쪽, 한혜경, 2003, 인터넷 이용자의 여론 지각과 의견표현: 현실공 간과 사이버공간의 비교, 한국언론정보학보 제23권, 189~222쪽. 4) 최영, 2006, 저널리즘 관점에서 본 시민 저널리즘, 언론중재 제26권 제2호, 4~15쪽. 5) 성동규, 2007, 네티즌 댓글의 무분별한 인용보도와 인격권, 언론중재 제27권 제1호, 98~105쪽. 28 _ Focus on Media 3
지난 2월 현직 부장판사가 네이버, 다음 등에서 기사에 악성 댓글 1만여 건을 단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 : JTBC, 상습적 악성 댓글 알고 보니 현직 부장 판사가, 2015년 2월 11일자)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 라고 했다. 6) 개 방성, 쌍방향성, 동시성 등 인터넷의 기술적 특징에 따른 정의이다. 장점을 살려 인터 넷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는 그 안을 채워나가는 우리의 몫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의 장으로 인터넷 댓글을 건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교육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 다. 댓글 한 줄이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 하다. 인터넷 기사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논의가 중요한 이유이다. (2) 악성 댓글의 대상자 악성 댓글에 따른 피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주로 여성 연예인들이 대상이 되면서 심 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었다. 2007년 가수 유니의 자살이 악플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같은 해 정다빈(탤런트), 김형은(개그우먼)의 죽음을 두고도 상식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악성 댓글이 달려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이후 고소영, 이영애, 송 혜교, 이다해, 수지, 아이유, 백지영 등 유명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에 대해 적극 대응하 면서 형사 고소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런 경우 수십 명의 네티즌을 명예훼손,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하는 사례가 많다. 연예인과 관련된 악성 댓글은 결혼설, 임신설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 인격모욕적인 발언, 가족을 비방하는 내용까지 그 내용 이 다양하고 이로 인한 당사자들의 고통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그러나 악성 댓글이 단지 연예인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2005년 개똥녀 사건 의 경 우,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는 바람에 당사자 얼굴이 공개됐고 당사 6) 헌법재판소(2002. 6. 27.) 99헌마480 결정 7) 윤성옥, 2008, 연예인의 악성 댓글 사례와 개선방안, KBI Focus 08-18호(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Summer _ 29
Focus on Media 3 자는 마녀사냥을 당했다. 8) 2007년에는 한 여고생이 다이어트 성공사례로 방송에 출연 한 이후 인기그룹 멤버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악성 댓글에 시달리 다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일반인도 손쉽게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도 공인인 만큼 악성 댓글의 대상이 되기 쉽다. 회피 연아 사건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제의 동영상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네티즌을 고 소한 사건이다. 문제의 동영상은 KBS의 뉴스 영상 일부를 편집한 것으로, 유 전 장관 이 귀국한 김연아 선수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포옹하려 하자 김 선수가 이를 피하려 는 듯한 모습을 담고 있다. 9) 또한 기업이나 제품, 상점도 악성 댓글의 대상이 된다.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러 한 경제적 주체들은 인터넷 악성 댓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미 경 험한 소비자의 평가가 중요한 만큼 업계에서는 악성 댓글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잦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지분 인수계약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사건, 10) 현대자동차의 자동 차 결함에 대한 악성 댓글 사건 등에서 기업들이 각각 네티즌을 고소했다. 11) 악성 댓글의 대상은 과거 일부 연예인에서 최근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 일반인들까 지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해지고 있다. 그런데 공인과 사인을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 로 악성 댓글 피해자로 판단할 것인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공인이라고 무조 건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에 대해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사댓글이 공적 사안 이 아니라 사적 영역에 관한 내용이거나 허위사실에 기반한 내용일 경우 공인도 보호되 어야 한다. 그러나 공인에게도 일반 사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인터넷에서 공 적 사안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정보유통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악성 댓글 문제에 있어서도 일반 명예훼손이나 모욕에서와 같이 공인인 지 사인인지 그리고 공적 사안인지 사적 영역인지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3)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 논의 세월호 사건 당시 민간 잠수사들이 배 안의 생존자와 교신했다 는 내용의 인터뷰로 논 8) 개똥녀 사건은 2005년 한 여성이 애완견을 데리고 지하철에 탔다가 애완견이 설사를 했는데 지하철 바닥에 떨어진 배설물을 치 우지 않았다며 이슈가 된 사건이다. 9) 일부 네티즌이 이 영상을 인터넷에 띄우며 유인촌의 굴욕, 성추행 등의 설명을 함께 붙였다. 유 장관이 김연아를 껴안으려고 했 다가 거부당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10) 연합뉴스, 2011. 6. 30.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 악플 누리꾼 고소,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1/06/30/ 0301000000AKR20110630200200004.HTML(검색일: 2015. 5. 14.) 11) 이데일리, 2014. 12. 11. 현대차, 허위사실 유표 악플 강경 대응 나섰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 CD=JC11&newsid=03243926606317536&DCD=A00301&OutLnkChk=Y(검색일: 2015. 5. 14.) 30 _ Focus on Media 3
란의 중심에 섰던 홍 씨가 3월 경 자신을 비방한 악플러 1,500여 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 들어 악성 댓글에 대한 대량 고소 사건이 증가하고 있어 대검찰청은 지 난 4월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 을 공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처벌가치가 미약한 경우 조사 없이 각하, 일회성 댓글이고 반성하며 댓글을 삭제한 경우 교육조건 부 기소유예를 적용한다. 반대로 합의금을 목적으로 다수인을 고소한 측에서 피고소인 을 협박하거나 부당하게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고소남용의 경우 공갈죄, 부당이득 죄 등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다. 모욕죄 고소 사건은 2004년 2,225건에서 2014년 27,945건 으로 12.5배 증가하였고, 정보 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 망법)상 명예훼손 사건도 같은 기간 1,257건에서 7,086건으 로 증가했다. 12) 대검찰청의 고 소남용 처리방침은 악성 댓글 에 대한 처벌 기준을 다소 완 화해준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일각에선 악성 댓글의 증가 추 이와 폐해의 심각성을 고려하 면 처리방침이 악성 댓글에 면 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비판 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검찰청의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 보도자료 (출처 : 대검찰청 홈페이지) 그동안 인터넷 모욕 및 명예훼손에 대한 규제 입장은 크게 대립되어 왔다. 사이버모 욕죄, 인터넷실명제 찬성 등 보다 더 엄중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과 형법상 모욕 죄 명예훼손죄 폐지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보통신망법에는 명예훼손과 달리 모욕에 대한 규정이 없고 인터넷 속성상 형법의 모욕죄 처벌은 미약하므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자는 게 규제옹호론이다. 그 러나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여론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 지가 있으며, 형법의 모욕죄로 얼마든지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필요없고, 모욕죄 폐지 12) 인터넷 악성 댓글 고소사건 처리방안 시행 보도자료, 대검찰청 공식블로그 http://spogood.tistory.com/263(검색일: 2015. 5. 10.) Summer _ 31
Focus on Media 3 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규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나아가 근본적 으로 형법상 모욕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3년 형법상 모욕죄가 위헌이 아님을 확인한 바 있다. 13) 인터넷 규제는 일방적으로 규제를 강화하자거나 무조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 다고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적인 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형 성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양자 간의 조화와 균형적인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하에서는 우리 법원이 인터넷 기사댓글에 대해 어떻게 법리를 적용하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2. 명예훼손 및 모욕 등 악성 댓글의 법적 책임 (1) 악성 댓글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 관련 법률 악성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 및 모욕은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 307조는 일반 명예훼손, 제308조는 사자( 死 者 )의 명예훼손, 제309조는 출판물 등에 의 한 명예훼손을 다루고 있다. 제311조는 모욕에 대한 규정이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제70 조(벌칙) 조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에 관해 다루고 있다. 인터넷 기사댓글 관련 법제의 특징으로는 형법에 비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가중처벌 된다는 점, 정보 통신망법상 모욕죄 관련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구체적인 내용 은 다음의 표 참조). <표 1> 형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처벌 조항 분류 허위사실 여부 사실의 적시 허위사실 조항 요건 성격 일반 명예훼손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307조 반의사 불벌죄 사자의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비방 목적) 모욕 규정 없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308조 친고죄 제309조 제311조 공연성 반의사 불벌죄 친고죄 13)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 다. 대법원이 모욕의 의미에 대하여 객관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후략) [헌법재판소(2013. 6. 27.) 2012헌바37 결정] 32 _ Focus on Media 3
분류 처벌 <표 2>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관련 조항 자유형/자격형 벌금형 조항 성격 사실의 적시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제70조 제1항 허위사실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제70조 제2항 반의사 불벌죄 (2) 악성 댓글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과 법원의 판단 이하에서는 명예훼손죄,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중심으로 법원의 판단 기준을 검토하였다. 1 악성 댓글의 공연성 명예훼손이나 모욕에서 말하는 공연성은 불특정 다수인이 인지할 수 있는 상태 로 정의 된다. 법원은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 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며 전파가능성을 중요하게 판단한다. 14) 따라서 개방적이고 전파성이 높은 인터넷 공간은 공연성이 충족되는 것으로 본다. 15) 홈 페이지, 블로그, 카페, 미니홈피, SNS, 1대 다수의 채팅방,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경우까 지 공연성이 인정된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댓글은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쉽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므로 공연성이 인정된다. 16) 2 악성 댓글에서의 피해자 특정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 우선 기사댓글 에서 특정인 적시 문제는 기사에 나타난 인물이 댓글에서도 명예훼손의 직접 대상자이 냐, 아니면 기사와 관련되어 주장을 달리하는 댓글작성자 간의 명예훼손 문제이냐 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기사에 나타난 인물이 댓글에서 명예훼손의 직접 대상자인 경우이다. 원 기사 에 피해자가 특정이 되었든 그렇지 않든 기사와 그에 달린 댓글 등 전후 맥락을 살펴보 았을 때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기사댓글에 의한 명예훼손에서 피해자가 특정되었 14) 대법원(2006. 5. 25.) 2005도2049 판결 15) 주승희, 2009, 현행 사이버 명예훼손죄 법리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관련 최근 논의 검토, 형사정책연구 제20권 제1호, 593쪽. 16) 대법원(2008. 7. 10.) 2008도2422 판결 Summer _ 33
Focus on Media 3 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법원은 그동안 피해자 특정에 대해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해 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는 않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 피해자 가 특정된 것으로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17) 예를 들어 앞의 댓글에서 피해자가 특정되어 좋은 평가가 있었고 뒤이어 추가 게시된 댓글에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표현이 있었다면 해당 댓글에서 직접적으로 특정인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전후 댓글을 통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 둘째, 기사와 관련되어 댓글작성자 간 발생한 명예훼손 사건이다. 인터넷에서는 주 로 실명보다는 아이디나 닉네임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디나 닉네임만으로 피해자 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현실적으로 인터넷에서는 아이디가 자신 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호로 활용되며, 아이디를 통해 실존인물을 추론할 수 있는 점,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대상이 된 후 동일 아이디로 활동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 다는 점 등을 들어 명예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19)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댓글에 의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에 있어 명예의 주체 인 피해자가 인터넷 아이디만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 사 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이 네이버 기사에 자신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개인적 으로는 무죄찬성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피고소인들이 청구인의 아이디를 지칭하며 내가 당신 부모를 강간한 다음 주 인 척하면 무죄 판 결 받아야 한다는 뜻 같습니다. 는 등의 모욕적인 감정 표현을 담은 댓글을 달았다. 청 구인은 이들을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고소했다. 20) 위 사건의 불기소처분 취소 청구에 있어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댓글에 의하여 모욕을 당한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만을 알 수 있을 뿐 그밖의 주위 사정을 종합해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알아차릴 수 없는 경우에는 외부 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된 경우로 볼 수 없다 고 결정하였다. 21) 17) 대법원(1982. 11. 9.) 82도1256 판결, 대법원(2002. 5. 10.) 2000다50213 판결 등 18) 서울중앙지법(2008. 9. 11.) 2008노1719 판결, 대법원(2008. 7. 10.) 2008도2422 판결 등 19) 강동범, 2007, 사이버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형법적 대책, 형사정책 제19권 제1호, 47쪽. 20)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2006형제47728호)에서 수사한 후 불특정다수인에 의하여 고소인이 누구인지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없어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각하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데 청구인이 불기소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 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21) 헌법재판소(2008. 6. 26.) 2007헌마461 결정 34 _ Focus on Media 3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아직까지는 인터넷 아이디만으로는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아이디와 함께 다른 신상정보가 공개됨 으로써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라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 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3 악성 댓글에서 사실의 적시와 주관적 의견 평가 형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 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사실의 적시란 반드시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 할 것은 아니고, 의견 또는 논평이라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표 현의 전체 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 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이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22) 비리, 부정 등 의혹제기 방식으로 작성된 기사 원문에 댓글을 작성하는 경우 그러한 의혹을 사실인양 전제하고 작성했다면 명예훼손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는 기사와 무관하게 기사댓글이 연속적으로 게시되면서 어떠한 사실을 전제로 댓글을 달았다면 명예훼손적 사실의 적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 기사에는 특정 연예인이 재벌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낳아준 대가로 수 십억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없었는데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댓글이 달린 상황에 서 추가로 지고지순의 뜻이 뭔지나 아니? 모 재벌님하고의 관계는 끝났나? 라는 내용 의 댓글을 게시한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에도 법원은 댓글이 이루어지는 장소, 시기 와 상황, 그 표현의 취지 등을 보았을 때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통하여 허위 사실 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방법으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고 보았다. 23) 나아가 주관적 평가가 주된 내용이더라도 특정 사실을 전제한 댓글의 경우 사실의 적 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특정 성형외과를 가리켜 가슴전 문이라... 눈이랑 턱은 그렇게 망쳐놨구나..., 눈, 턱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결과 가 좋지 못하다, 눈 수술을 받았으나 지방제거를 잘못하여 모양이 이상해졌고, 다른 병원에서도 모두 이를 인정한다 는 내용의 댓글을 단 경우에도 법원은 사실의 적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폭넓게 적용했다. 24) 모욕죄는 사실의 적시가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과 구별된다. 모욕죄의 보호법익에 대하여 일부 견해는 명예감정이라고 하나 지배적인 견해는 명예훼손의 보호법익과 같 22) 대법원(2004. 2. 27.) 2001다53387 판결, 대법원(2002. 1. 2.) 2000다37524 판결, 대법원(2000. 7. 28.) 99다6203 판결 등 23) 대법원(2008. 7. 10.) 2008도2422 판결 24) 대법원(2009. 5. 28.) 2008도8812 판결 Summer _ 35
Focus on Media 3 이 외부적 명예로 보고 있다. 25) 따라서 모욕죄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 한다. 26) 통일의 꽃 씨 9살 아들 필리핀서 익사 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인과 응보, 사필귀정, 잘 죽었다. 등의 댓글을 단 경우 법원은 경멸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27) 4 악성 댓글에서 비방할 목적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비방할 목적 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28) 비방할 목적 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 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또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공공의 이익이 란 널리 국가나 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 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 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9)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성형시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주관적인 평가를 담은 한 줄의 댓글을 게시한 사건에서, 법원은 비방할 목적을 부인하였다. 즉 그 표현물이 전체적으로 보아 성형시술을 고려하고 있는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에 도 움되는 정보 및 의견의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 고 보기 어렵다. 는 것이다. 30) 물론 이 사건에서는 댓글이 한 줄에 불과하고 내용 수위도 수술 결과가 좋지 못하다. 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되었다. 성형시술을 받은 모든 이 들이 그 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정도가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 교환으로 인한 이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5) 김현철, 2009, 사이버 모욕죄의 헌법적 쟁점, 공법학연구 제10권 제3호, 207쪽. 26) 대법원(2008. 7. 10.) 2008도1433 판결 27) 서울중앙지법(2006. 3. 10.) 2006고정885 판결 28) 정보통신망법 제70조 29) 대법원(2003. 12. 26.) 2003도6036 판결, 대법원(2006. 8. 25.) 2006도648 판결 등 30) 대법원(2009. 5. 28.) 2008도8812 판결 36 _ Focus on Media 3
3. 악성 댓글에 대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포털사업자)의 법적 책임 31) (1) 악성 댓글에 대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 관련 법률 정보통신망법에서는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의무를 부 과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사생활이 침해되었거나 또는 명예가 훼손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정보의 삭제나 반박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때 정 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삭제, 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책임이 경감될 수 있다. 32) <표 3> 정보통신망법상 포털사이트 관련 조항 구 분 내 용 조 항 일반적인 의무사항 명예훼손 내용 삭제 및 반박 요청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 의무. 정보통신망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가 침해된 자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 게재 요청할 수 있음. 제44조 제2항 제44조의2 제1항 삭제, 임시조치 의무 제44조의2 제1항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지체없이 삭제, 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신청인과 정보게재자에게 통지해야 함. 또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 등에 이용자들이 알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함. 제44조의2 제2항 임시차단 (30일 제한) 약관 명시 책임 경감 정보의 삭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정보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 이러한 임시조치 기간은 30일을 넘을 수 없음. 필요한 조치에 관하여 내용 절차 등을 포함 약관에 명시하도록 의무. 제44조의2 제2항에 따른 필요 조치를 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음. 제44조의2 제4항 제44조의2 제5항 제44조의2 제6항 31) 포털사이트와 같은 사업자를 해외에서는 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라고 지칭하고, 정보통신망법 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인터넷 정보제공 사업자라고 지칭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정보통신망법의 규정 내용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자라는 용어로 통일한다. 서비스가 단지 기술적 서비스 뿐 아니라 정보 서비스도 포함한다는 중립적인 개념이라는 판단에서이다. 32) 정보통신망법 제44조, 제44조의2 Summer _ 37
Focus on Media 3 (2)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 2000년대 이후 법원은 포털사이트의 법적 책임에 대해 피해자의 삭제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했다. 예를 들어 가수 박지윤의 팬이었던 원고가 하이텔 공개게시 판에 비방 글의 삭제를 요청하였으나 하이텔은 이를 삭제하지 않고 글의 게시자에게 경 고메일을 발송하였을 뿐 5~6개월 동안 방치한 데 대해 법원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인정했다. 33) 그러나 2008년에는 게시물 삭제 요청이 없더라도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 포털사이트 는 삭제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원고가 교제 중인 여성을 두 번이나 임신을 시킨 후 일방적으로 헤어질 것을 강요하였고, 그 충격으로 애인이 자살하였다는 내용 등의 기사가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게시된 후 댓글 등으로 원고에 대한 신상정보가 밝혀지고 비난이 확산되면서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등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 임이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즉 포털사이트는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 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 에는 게시물 의 삭제 및 차단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 우 란 1 피해자가 사적 존재이고 2 게시물의 내용이 명예를 저하시키는 구체적인 사실 에 관한 것이며 3 사적인 생활영역을 폭로하는 것에 불과하여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 에 기여하지 않는 경우(전혀 공공성, 사회성 없이) 4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그 표현방법이 무례한 정도를 넘어 심한 모멸적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인 경우 등이다. 34) 삭제 요청이 없더라도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 포털사이트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는 법 원의 이러한 입장이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사적 검열을 허용함으로써 인터넷상의 표 현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할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원의 입장이 삭제요 청이 없는 경우에도 무조건 포털사이트의 책임 이라는 단순 접근이 아니라 명백히 불법 적인 내용인지, 인지하였는지, 대응태도, 사이트의 성격, 삭제에 대한 기술적 경제 적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인터넷에서 타인의 권리가 손쉽게 침해되지 않도 록 포털사업자의 관리감독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33) 서울지법(1998. 8. 18.) 99가소83281 판결, 서울지법(2001. 4. 27.) 99나74113 판결, 대법원(2001. 9. 7.) 2001다36801 판결 등 34) 대법원(2009. 4. 16.) 2008다53812 판결 38 _ Focus on Media 3
4. 나가면서 커뮤니티, 메일, 게시판 등 다양한 인터넷 공간 중에서도 기사댓글은 우리 사회에서 매 우 중요한 공론장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건강해야 할 공론장이 정작 비방, 욕설, 인신공격, 갈등, 반목으로 얼룩진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는 그 공간을 시민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관리 감독하고 대신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인터넷 기사댓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이 기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법리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공연성, 피해자 특정, 사실의 적시와 주관적 의견 평가, 비방할 목적 등에 있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의 조화를 어떻 게 달성하느냐에 대한 원칙과 기준은 동일하다. 다만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기사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 쟁점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사업자에게 관리감독의 의무를 무겁게 부여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 선한 사마리아인의 원칙 을 적용하여 사업자가 비교적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그 러나 아직 많은 판례가 축적되어 있지 않고 향후 법리가 축적되어 간다는 측면에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실명제, 사이버모욕죄부터 최근의 악성 댓글과 관련된 고소남용 처리방안까지 규제강화론자와 규제완화 폐지론자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그런데 논 의가 다소 개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냄비여론처럼 접근되는 경향도 있다. 인터넷 명 예훼손 법제를 두고 세계 각국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보편적 기준을 마련해 공 조해나가려는 국외의 노력이나 움직임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비방이나 욕설, 인신공격 등 기사댓글로 인한 인격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피해 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기사댓글이 기 사에 달린 표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기사에 대한 언론조정 시 함께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기사댓글의 법적 책임과 함께 위법한 댓글에 대한 구제방법에 관해서 도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Summer _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