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離死不過一步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순례자
소개글 삶(나이, 늙음, 질병, 죽음, 미래)은 죽음이 전제되어 있다. 아무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삶이 중요하듯 죽음도 중요하다. 아름다운 삶은 아름다운 죽음을 기대할 수 있다. 아름답게 죽기 위하여 아름답게 살아야 할 것이다. 멋있는 삶은 멋있는 죽음을 맞게 할 것이다. 품위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듯 품위있게 죽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며 고민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생노병사', 어느 하 나도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만이 인생을 멋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 1-1 5 삶의 절박한 시간 1-2 9 삶의 크로노미터 1 13 삶의 시간에서 본 몸값 1-3 16 삶은 지혜의 경륜을 쌓는 시간 1-4 19 삶의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켜질 때 1-5 23 삶의 중력계기 1-6 27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 1-7 30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지혜 1-8 34 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 1-9 38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1-10 42 당연한 이치 2-1 47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54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2-3 61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2-4 66 사라진 노병이 남긴 자존감 2-5 71 어느 날 세상이 좁아진다면 2-6 77 고된 삶이 빚은 화려한 작품 2-7 82 커튼콜까지 아직 남은 시간 2-8 87 멋진 이별을 위한 준비 2-9 92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2-10 98 빛과 그림자 3-1 102 혼자 가는 연습 3-2 111 민들레가 사는 법 3-3 116 레드우드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 3-4 121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3-5 129 삶의 진한 맛을 위한 훈련 3-6 138 삶과 죽음은 한걸음 사이 4-1 146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2 152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3 158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4 164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5 172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5 1 178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6 184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71 190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7 2 195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7 3 200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74~7 205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4-78~9 214 마무리 글: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220
01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 1-1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 1-1 2012.05.12 11:09 생로병사의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1. 나이는 인생의 시계. 나이에 관한 내용이다. 펼쳐갈 순서 :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삶의 절박한 시 간/삶의 시간에서 본 몸값/삶은 지혜의 경률을 쌓는 시간/삶의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켜질 때/삶의 중력계기/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삶의 시 간을 계산하는 지혜/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 나이 들수록 두 가지 관리가 쉽지 않다. 하나는 표정관리다. 젊을 때는 그 젊음 자체가 매력이고 아름다움이다. 나 이 들면 그런 매력과 자연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외모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 나름대로 꾸며보지만 시간이 밟고 간 흔적은 어쩔수 없다. 그러나 몸 관리를 포기하면 하루 아침에 망가지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 음 관리다. 나이 들면 마음이 약해진다. 신체적 제약이 마음에 부담이 된다. 괜한 일에 소외감을 갖는다. 그래서 쉽게 서운함을 갖는다. 별것 아닌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 살아온 경험이 무시 당한다는 착각에 빠져 고집부린다. 이 두 가지 관리가 모두 나이와 맞물려 있다. 그래서 나이들 수록 몸 관리와 마음 관리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 관리 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그것은 덕 德 이다. 덕은 꽃보다 향기롭다. 살면서 잘못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것은 전적 불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잘못할 수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잘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고의적으로 잘못하는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 1-1 6
것은 결코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잘못했을 때 그 잘못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이 존경받을 위인인가 아닌가를 알게 된다. 의인은 한 사람도 없다. 완전한 사람도 없다. 잘못 했을 때 그 잘못을 솔직하 게 인정하고 사죄와 관용의 용서로 깨끗하게 처리 事 後 處 理 하는 사람은 존경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에게 다가서 고 싶고, 인간적인 신뢰감을 갖는다. 그러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온갖 이유와 조건을 들어서 변명하거나 잘못을 합리화 한다면 오히려 더 큰 잘못을 저지 르기 마련이며, 그것은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잘못에 대한 변명은 결국 잘못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자기 위장 僞 裝 이 다. 잘못에 대한 변명의 화장으로 덧칠하는 것은 덧칠하는 것만큼 추하게 보일 것이다. 합리화는 알량한 체면과 자존 심의 작용이다. 잘못한 사람은 사실상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요즘 세태는 잘못한 사람들이 말이 더 많다. 이런 변명을 듣노라면 잘못한 일 事 件, 그 사건 자체보다 사실은 변명을 듣기가 더 피곤한 것이다. 우리 문화는 덕 德 을 중요시한다. 덕은 인도 人 道 이다. 곧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올바른 길이다. 덕은 정상적 인 사람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선한 품위 品 位 다. 품위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녀야할 체통 體 統 이기 도 하다. 체통은 군자 君 子 의 도 道 다. 과전불납리 瓜 田 不 納 履 이하부정관 李 下 不 整 冠 이라는 말이 그렇다. 즉 참외밭에 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배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 는 뜻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다른 사람에게 어 떤 혐의 嫌 疑 를 받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덕이다. 믿음 을 강조하는 성경은 덕 goodness, NIV 19번을 중요시한다. 베드로후서1:5~6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 덕은 절대자의 본질이다. 시편 145:8,9; 103:8; 요일4:8;롬11:35~36. 덕 은 그리스어에서 크레스토테스 라고 하여 도덕적 선 moral goodness, 즉 '자비'사랑라는 말과 뜻을 같이 한다. 믿음과 지식이 중요하지만 덕을 갖추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다. 덕은 굳이 물증이 될 현장 사진이나 증거를 요구하지 않는다. 덕은 절대적 본질에 근거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것에 의하여 그 본질적 품위를 잃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사람이 지키고 가꾸어야할 도리다. 법과 규범 은 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덕은 법과 규범을 초월한다. 나이 들수록 갖추고 다듬어야 할 품위가 덕이라고 생각 한다. 덕은 기울어져가는 나이 듦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 법 法 이 선 善 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공동규범 規 範 이라고 하면, 덕은 그 선 善 의 품위를 지키는 것일 게다. 법을 집 행하는 판사가 어떤 경우에 법의 규범을 넘어서 사회적 통념 通 念 과 관습을 참작한 판결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덕을 존중한 것이 아닐까? 그 법정은 감동의 눈물이 넘칠 것이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다. 라고 했다. 물질세계는 과학적 '광기' 狂 氣 에 의하여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올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덕이라고 생각된다. 그리스 신화의 멘토르 Mentor, 는 교육적 조언자다. 멘토는 덕으로서 말한다. 충격적인 베스트셀러의 작가 유스터스 멀린즈의 미국은 점령당했다 는 유대인의 기생 寄 生 적인 삶을 매우 과감 하게 소개하면서, 미국인은 모든 일에 있어서 생각하는 것이 서툴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는 인생은 생각하는 인간 에게 이용당하기가 쉽다. 그리고 유대인의 머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고 말하면서, 백인이 일하고, 유대가 소유하며, 흑인이 즐기는 미합중국 이라는 말을 현실로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 反 유대주의자들에게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 1-1 7
유대인은 명석한 머리는 있어도 덕은 없는 기생족 寄 生 族 수준이다. 잃어버린 시간 의 작가 하스이케 카오루 씨가 소설 칼의 노래 저자를 만나 나눈 대화에서 인생의 연륜이 쌓 이다 보면 갈수록 흐려지는 눈과 굳어지는 머리로 사물을 보게 된다. 특히 사람을 마주할 때 이런 경향이 강해진 다 라는 소감을 피력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이들수록 덕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무뎌지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 다. 덕은 삶의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화장이라고 생각된다. -계속 삶의 시간이 줄어들 때 1-1 8
02 삶의 절박한 시간 1-2
삶의 절박한 시간 1-2 2012.05.12 15:39 가장 절박한 문제 삶의 절박한 시간 1-2 10
죽은 자들은 쓰레기처럼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 산 자들은 죽은 자의 시체의 온기가 아직 식기도 전, 그가 먹다 남긴 감자를 먼저 낚아챘고, 신발이며 외투, 신발 끈마저 횡재처럼 챙겼다. 산 자도 시체나 다름없는 무감각 상태였 다. 두 시간 전에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수감자 역시 발진티푸스에 걸려 죽었다. 그의 시신도 죽은 짐승처럼 처참하 게 끌려 나갔다. 프랭클1905-1997 1 은 뜨거운 스프가 담긴 그릇을 손에 움켜쥔 채, 차가운 바닥에 쓸모없는 물건마냥 팽개 쳐진 그 동료가 동태 같은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신을 물끄러미 응시하면서, 그래도 뜨거운 스프를 맛있 게 먹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절박한 모습이다. 삶과 죽음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산 자는 죽은 자와 한 걸음 사이에서 그나마 생존을 위해 스프를 목구멍으로 삼킨 것이다. 인간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품격과 존엄도 버렸다. 너무 절박해서. 물론 이설 異 說 은 있지만 지금껏 알려진 대 로는 아우슈비츠Auschwitz 1939 수용소의 삭막했던 풍경이다. 왠지 가슴 섬뜩하게 느껴진 한 문장이 생각났다. 코맥 매카시Comac McCarthy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 이마에 난 둥근 구멍에서 피거품이 흘러나와 눈 속으로 들어갔고 더불어 그의 눈에 비치던 세상도 서서히 그 속으 로 잠겨 들어갔다. 는 표현이 그렇다. 미국 남부 국경지대 사막에서 가슴을 옥죄는 돈과 마약과 죽음이 엉긴 냉혹한 현실 앞에서 노련한 보안관의 경력은 이성적으로 존중되지 않았다. 노인이 살아온 날만큼, 그의 경험과 지혜가 세상 문제의 해결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만큼 세상이 복잡하다는 말일게다. 절박한 시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로고테라피 Logotherapy 2 이론으로 정신의학에 의미요법 의 새로운 기원을 수립한 유대계 오스트리안 신경정신 과 의사 빅터 에밀 프랭클 Victor E. Frankl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 앞에 선 수감자들의 심리적 변화를 직접 임 상 臨 床 체험했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A. Spielberg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 쉰들러 리스트 1993 영화는 폴란드의 아 우슈비츠 수용소의 이런 실상을 정서적으로 그렸다. 수용소의 유대인들은 불확실한 삶과 죽음, 그 절박한 상황에서 불안과 겁에 질린 채 죽음 앞에서 무감각했다. 도덕적 불감증과 공동선이 무디어진 사회상은 그만큼 이 시대가 절박 하다는 단증 短 證 일까? 프랭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이라는 출생 이유 때문에, 부모와 아내와 형제들이 함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그곳에서 분산 수용되었다. 그 후 프랭클은 3년1942-1945 동안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나치 독일의 마우 트하우젠Mauthausen 1938, 다하우Dachau 1933, 오스트리아의 바바리아Bavaria 등, 유대인 강제 수용소 네 곳을 전전하면서, 자신을 포함하여 죽음 직전의 절망에 처한 인간의 본능적 심리상태의 변화를 실제로 체험한 것이다. 몸에 지닌 것은 의무적으로 빼앗겼고, 심지어 몸에 붙은 털 하나까지 다 빼앗긴, 살아남을 희망이 없는 죽음의 절망 한가운데서 그에 게 지급된 낡은 수의 囚 衣, 그것은 가스실로 내몰린 어느 수감자가 마지막 남긴 누더기 옷, 그 주머니에서 발견된 누렇게 해진 쪽지에서 섬광처럼 비취는 삶의 의미 를 찾았다. 그것은 유대인에게 약속된 축복의 언약을 실천하는 성경적 자녀교육의 대명사 인 쉐마 교육에 관한 글귀, 진심으로 네 영혼과 힘을 다 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라 는 '쉐마'신6:4였다. 3 그 순간 프랭클은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살아남아서 하나님이 주신 삶의 목적을 이루어야겠다 는 강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1945년 4월29일, 악명 높았던 독일의 다하우 강제 수용소에 흰 깃발이 게양되고, 제네바 대표가 적십자 4 마크가 선 삶의 절박한 시간 1-2 11
명한 차를 타고 나타난 그 때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6월6일이 성공한 지 10개월만이었다. 그해 5월8일에 독일이 연합군에게 항복하고, 이어서 9월2일에는 일본이 차례로 항복, 유럽과 태평양 일대에서 사실상 제2차 세계대 전1939-1945이 끝난 것이다. 수용소에서 자유의 몸이 된 프랭클은 1946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그리고 1959년 미국에서, 그의 수용소 체험기 가 발표되면서, 그의 체험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 세계 19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고, 73쇄를 거듭한 영어판은 무려 250만부나 팔린 빅터 프랭클의 베스트셀러 죽음의 수용소에서, 당시 미국의 방송국과 신문 기자들이 감탄하며 저 자에게 이런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나 저자의 대답은 담담했다. 우리 시대의 불 행을 기록해 놓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 나 개인으로서는 그렇게 대단한 성과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제목 그 자체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으로 기대되는 이 책을 선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이것이 절박한 문제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아주 절박한 문제, 그것은 우리 개인에게 주어진 삶 이라는 보편성을 표현한 듯하다. 삶은 이 땅에 사 는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라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삶이 절박한 문제인 것은 시간적으로 살아가는 나이와 생리적으로 퇴화해가는 늙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겪 어야 하는 질병의 고통, 필연적으로 거쳐야하는 죽음, 그리고 사후에 대한 어떤 기대 때문일까? 삶은 시간 한계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그 한계의 본질은 변하는 것이다. 변하는 것은 무형적 無 形 的 인 영원과는 달리 유 형적 有 形 的 이다. 삶은 예외 없이 시간에 그 태생적 기원을 두며, 우리는 결국 시간의 한계에서 살다가 정해진 수명대 로 그 삶을 마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시간의 본질과 유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질학의 지층, 동물의 나이, 식물 의 나이테는 지나온 시간을 말한다. 가장 절박한 삶의 문제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이를 생각하며 사는 것일게다. 나이는 샘물처럼 언제나 흘러 넘치지 않 는다. 나이는 바닥이 있다. 일단 바닥이 드러나면 아무리 긁어 파도 더 이상의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나이를 절박하게 생각할 때는 이미 삶의 끝자락에서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삶과 죽음의 거리는 나이의 한계가 아니다. 1.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나 빈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빈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 로고테라피 학파 를 창시, 미국 인터내션널 대학에서 로고테라피를 가르쳤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3년 간 유대인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와 다카우를 비롯하여 네 곳을 옮겨다녔다. 그는 하버드와 서든 메더디스트, 스텐포드 및 듀쿼스댁학교의 초청교수, 로욜라 등 여러 대학교에서 명예 박사 학위, 전 세계의 대학교에 초청되어 강의, 미국에서만 52개 강의를 맡기도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심리의학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오스트리아 과학학술원의 명예회원,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 2. 그리스어 로고스 (,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 의견, 이유)와 데라피 (, 치료법)가 합성된 말로서, 의미요법 즉 인간에게 잠재된 강력한 힘을 불러일으키는 정신의학의 치료법을 뜻한다. 3. 히브리어 쉐마'( )는 듣다 는 뜻으로서, 구약성경 신명기 6장4~9절 이스라엘아 들으라 라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유 대인의 종교와 교육의 원리다. 4. 국제적십자사장 앙리 뒤낭(Jean Henry Dunant, 1828~1910, 스위스, 제네바)에 의하여 1863년에 창설. ICRC, Intrenational Commitee of the Red. 삶의 절박한 시간 1-2 12
03 삶의 크로노미터 1
삶의 크로노미터 1 2012.04.23 21:30 1.삶의 시간이 줄어 들 때-나이 나이는 인생의 크로노미터 인천에서 시애틀로 가는 밤비행기, 나는 잃어버린 시간 에 빠졌다. 약300쪽 분량에 달하는 책이다. 이 책은 1978년, 당시 스물한 살의 나이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당해 24년 간 꿈많은 청춘을 빼앗겼던 일본인 작가 하스이케 카오루 蓮 池 薰 씨가 한국문화 체험과 그의 작가가 되기까지의 굴곡진 삶의 과정을 섬세 한 필치로 수놓은 자유로운 생활의 집대성 이다. 다음 날, 밤비행기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워싱턴 주 타코마 공항 활주로에 안착 安 着 할 때 쯤, 나는 이 책의 마 지막 부분인 북한에 빼앗긴 24년을 되찾기 위하여 라는 대목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북한에 빼앗긴 24 년 을 내 몸에 새겨진 지난 24년의 끔찍한 세월 이라고 회고했다. 그에게 빼앗긴 24년 은 그에게 억울 하게 잃어버린 시간 이기도 했다. 스물한 살의 나이, 그의 인생 시계가 오전 6시를 조금 넘겼음직 했을 때, 다시 일본에 돌아간 때, 그의 인생 시계는 오후 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한나절 인생의 나이를 북한에서 빼앗긴 셈이다. 그러나 하스이케 카오루 씨는 인생의 전환점 이라 여기고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전환되어가 는 삶의 과정은 결코 녹녹하지 않았다. 격간 隔 間 의 세월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그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일본 삶의 크로노미터 1 14
이 조금은 생경 生 硬 맞았고, 그래서 적응이 쉽지않았다. 마치 이방인처럼 낯설은 환경이었다. '잃어버린 시 간'은 격세지감 隔 世 之 感 이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다가서면서 잃어버린 시간 을 되찾기 위해 도전 했다. 그러나 도전은 어김없이 현실과 이상이 뒤틀린 갈등으로 겹쳐졌다. 도전 역시 쉽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100% 자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도전하지 못한다. 아니 확률이 100%라면 그것은 이미 도전이 아니 다. 처음에는 50%라도 좋다. 일단은 시작해 보자. 그 과정을 통해 배우면 된다.' 라고. 그는 아직도 북한에 잔류 殘 溜 하고 있는 다른 납치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던지 잃어버린 끔찍한 세 월 에 대하여는 극히 말을 아꼈다. 빼앗긴 시간은 일본인 평균수명의 3분의1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그것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연령대에 해당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싶다.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1969-의 스무 살에 만난 지혜가 평생을 먹여 살린다 를 생각하면, 하스이케 카오루 씨의 빼앗긴 시간은 평생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그의 도전은 빼앗긴 시간, 어쩌면 스물 한 살의 나이를 되찾는 용기였는지도 모른다. 빼앗긴 시간은 억울하고, 잃어버린 시간은 후회스럽다. 그러나 그것을 되찾기 위한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구가 멈추지 않는 한, 해와 달이 거꾸로 돌지않는 한, 시간은 여전히 태고 때의 속도를 유지한다. 나이 들 수록 시간의 속도감에 절박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이 늘어남 때문일까? 나이는 머물 지 않는 삶의 시계인가? 내 인생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일까?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80세24시로 기준할 때, 노인의 법적 기준연령 65세의 인생 나이는 19시5분 쯤. 제한기준 시간 24시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4시간5분, 이것은 한 나절의 시간이 될 것이다. 삶은 나이의 시계 추에 쫓기듯 숨가삐 똑딱거린다. -계속 삶의 크로노미터 1 15
04 삶의 시간에서 본 몸값 1-3
삶의 시간에서 본 몸값 1-3 2012.05.14 14:59 나이 비례의 몸값 나이는 삶의 시간이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의 시간이다. 시간은 오래될수록 눈으로 볼수 있는 것들을 퇴화 退 化 시킨다. 퇴화되어 가는 어떤 오래된 물건은 값비싸거나 귀중한 유물 遺 物 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사람을 값으로 계수하는 것은 야박스럽다. 하지만 어쩌랴. 포르투갈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호날두1985-는 2009년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1898팀 에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 1902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 무려 1,470억원의 몸값이 매겨졌다. 그 때 호날두의 나이는 23세였 다. 어찌 축구 선수뿐이겠는가. 중국의 영화배우 판빙빙 范 冰 冰, 1981, 山 東 省 靑 島 의 몸값은 분당 分 當 기준이라고 한다. 그의 나이는 현재 31세다. 그러나 사람은 본연의 몸값이 있다. 그 값은 나이와 상관없다. 사람의 값은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신약성경에는 사람이 만 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마16:26)는 성구가 있다. 사람의 값 은 나이와 능력과 경쟁력, 수요 需 要 의 가치에 좌우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이기에 존귀할 뿐이다. 내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가곡이은상 1903-1982 작사, 홍난파 1898-1941 작곡, 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 와 다시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 삶의 시간에서 본 몸값 1-3 17
고, 예 섰던 그큰 소나무 베어지고 없구료. 가 생각난다. 산천의구 山 川 依 舊 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는 산천이 옛날 같지않고 바뀌었다는 뜻이다. 농업사회에서는 10년 세월에도 강산이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날마다 산천이 변했다. 경제개발 시대 경부고속도로의 양재 언덕바지에 오르면 눈앞에 아련히 다가섰던 남산은 이제 고층 아파트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어느듯 의구 依 舊 는 이구 異 舊 가 되었다. 시간 은 보이는 것들을 바꾸어간다. 불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은 젊음을 늙음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시간이 사람이 지닌 창조의 값 을 바꾸지는 못한다. 사람은 존귀한 피조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공평하다. 나이를 비켜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은 기본적으로 개인적이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시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선 진국 복지의 우선 순위에 있는 덴마크나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같이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일지라도 개인의 삶의 시간을 대신하거나 책임질 수는 없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나이 들수록 다듬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내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책임이다. 삶의 성공과 실패 역시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개인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의하여 결정된다. 미국 시민들의 마음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Benjam in Franklin, 1706-1790,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20여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미국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는 84세 의 천명을 누릴 때까지 시간을 아껴 선용 善 用 했기에,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왜냐하면 인생이란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 이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땅위에서 사는 삶은 시간의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상을 다 차지하는 성취도 사람이 지닌 고유한 값 을 깨닫지 못하면 그 모두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삶의 시간에서 본 몸값 1-3 18
05 삶은 지혜의 경륜을 쌓는 시간 1-4
삶은 지혜의 경륜을 쌓는 시간 1-4 2012.05.17 15:03 나이는 지혜의 경륜 전 세계 13,728개의 점포를 가진 스타벅스 커피Starbucks Coffee1호점이 1971년 워싱턴 주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시 장Pike Place Market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스타벅스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로고를 바꾸면 서1971, 1987, 1992, 2011 발전의 면모를 거듭해 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인어 사이렌Siren에 근거한 것이라는 데, 이는 항해하는 선원들을 파멸로 이끄는 매력적인 유혹자 라는 뜻이라고 한다. 1 그리스 신화에서 사 이렌은 얼굴과 목은 아름다운 여자이지만 몸통은 괴물 처럼 생긴 바다의 여신이다. 사이렌이 섬 바닷가에 앉아 노 래를 부르면 그의 노랫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그곳을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이 그만 매혹되어 뱃길을 잃고 좌초 당했 다고 한다. 좀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이 신화에 착안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스타벅스에 홀 딱 빠지게 하는 상징성을 지닌 것이 스타벅스의 로고라고 한다. 삶은 지혜의 경륜을 쌓는 시간 1-4 20
스타벅스가 처음 문을 연 시애틀은 강우량이 많다. 매년 11월부터 시작된 비는 6개월 간 지겹게 내린다. 시애틀의 우 기 雨 期 에는 비가 어떤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인 것이다. 비 때문에 못할 일은 없다.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은 여전히 공 원길을 달린다.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비를 맞으며 마을 주위를 산책한다. 비 때문에 할 일을 못한다면 시애틀을 조용히 떠나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려면 매일 삶의 스케줄을 빠듯하게 짜서 시간을 최대한 선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육체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른 새벽부터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 새벽에 일하러 갈 때의 씁쓸한 커피 한 잔은 하루의 일정을 소화해 내게 하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을씨년스럽게 찬비가 내릴 때 생각나는 것, 그것은 따끈한 커피다. 시애틀의 겨울은 뼛속까지 냉기를 느끼게 하는 추위다나만의 느낌. 그 때 진하고 따끈한 커피 한 잔의 맛은 허망한 상념 想 念 을 잊게 한다. 그래서 시애틀은 커피 소비가 많고, 따라서 스 타벅스가 발전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커피 한 잔에 시간을 담고 마시는 것이 시애틀의 삶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짜임새 있는 시간 관리가 건강한 삶을 갖게 한다는 말이다. 자연 환경은 주어진 것이다. 산이 싫다고 산을 옮기는 것은 무모한 생각이다. 바다가 싫다고 바닷물을 퍼 올릴 수 있 겠는가?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하고 그 환경을 이용하여 생존하는 법칙을 터득하는 것이 지혜이리라. 그런데도 사람 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거나 그 환경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문화는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사는 생활 습관 일 것이다. 두만강 상류의 중국 삼합 三 合 의 집 구조는 천정이 낮고 솥이 방안에 있다. 아마도 혹한을 견디기 위한 적 응 방법이라 생각된다. 자연 환경에 적응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의 지혜다. 전문가들은 자연 환경을 바꾸려는 인 간의 무모한 개발 노력이 기후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이는 삶의 시간이다. 시간을 규모 있게 관리하면 그 어떤 어려운 환경도 극복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어도 자신이 변하는 지혜를 갖지 못하면 의미 있는 삶을 경험할 수 없을 것이며, 남는 것은 후회뿐일 것이다. 돈이 없어 돈을 못 버는 것이 아니라 돈보다 귀한 자산인 시간을 잘못 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극곰이 얼음과 눈 속에서 살아가는 지 혜, 팽귄이 남극의 혹한에서 알을 부화 孵 化 하는 지혜, 연어가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사는 지혜, 기러기가 하늘을 날 아가는 지혜, 달팽이가 딱딱한 집을 지고 불평 없이 사는 지혜, 제비가 새끼의 입모양을 보고 먹이 줄 새끼를 아는 지혜, 몽골의 유목민이 겔Gel에서 사는 지혜, 나이 듦은 곧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한다. 나이는 지혜의 경륜이라 생각 된다. 나이는 이 세상, 삶의 환경에 적응하는 지혜를 터득하게 한다. 전 혜성 박사의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 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분명 큰 변화다. 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한 걸음 사이에 있다는 것을 알면 날마다 사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지혜를 터득하는 사람만이 날마다 삶의 의미를 깨닫고 오늘의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 왜 사느 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 한 마디, 당신이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 위하여 라고! 1. 퍼디 아디스(조진경) 판도라의 상자, 시그마북스, 2012. 208~9쪽 삶은 지혜의 경륜을 쌓는 시간 1-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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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삶의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켜질 때 1-5
삶의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켜질 때 1-5 2012.05.19 14:40 나이는 삶의 신호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찰스 핸디1932, 아일랜드와 엘리자베스 핸디 부부가 함께 만든 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 는다 에서, 알레그라 테일러는 내 수명이 길건 짧건, 오늘 하루하루를 최고의 날로 만들고 싶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라고 감격했다. 1 사람은 누구에게나 받은 최고의 선물이 있다. 다만 그 선물을 깨닫지 못해서 황홀감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나이 듦은 그 선물을 깨닫게 한다. 자녀는 평생을 살아 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자녀가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다. 자녀가 나이 듦의 지혜다. 나이는 삶의 신호등과 같다. 교통 신호등은 교통의 원활한 흐름과 안전을 위해 설치되었다. 그것은 공동적인 약속이 다. 신호등이 없는 길을 질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이는 진행해야 할 삶의 방향과 길을 진행할 방향의 길을 확인하 는 여유를 갖게 하는 신호등이다. 삶의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켜질 때 1-5 24
나는 서울에서 30년 무사고 운전 경력자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 경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워싱턴 주는 1년 간 유효 한 국제운전면허증도 한 달만 인정해주었다. 그래서 필기시험과 주행시험을 다시 치러야했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컴 퓨터 조작이 서툴러 한 문제 차이로 보기 좋게 낙방했다. 조금은 오기 傲 氣 가 났다. 어쨌든 다음 날 다시 도전해서 간 신히 턱걸이로 합격하고, 주행시험은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날 즉석에서 사진 찰칵, 임시 운전면허증이 나왔 다. 손자들을 차에 태워 거리에 나서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이따금 길을 놓칠 때는 손자들 이 뒷좌석에서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라고 경고하면서 싸인판을 일깨워주었다. 미국은 서울의 교통체계와 약간 의 차이가 있었으나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간혹 미국인들은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 주차에 익숙하지 않은 것 을 본다. 땅이 넓기 때문에 굳이 차량 사이를 비집고 주차해야 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출발한다. 순서를 잊어버리고 있으면 상대방이 먼저 진행하라는 양보의 손짓을 해 주기도 한다. 그것이 미국 시민의 질서문화다. 신호등이 설치된 네거리에서는 자신이 진행할 방향 차선에서 신호 등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인류 역사상 교통 신호등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영국 런던, 그로부터 약 반 세기만에 미국 유타 주의 솔트 레이 크Salt lake시에서 교통의 안전과 흐름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과 같이 체계화 된 것은 아님. 삼색빨강, 노랑, 파랑교통 신호의 색이 바뀌는 시간은 위치에 따라서 짧으면 60초, 길 때는 120초, 숨을 모으고 심호흡을 할 수 있 는 시간이다. 신호대 앞에서는 모든 차량이 가쁜 숨을 고르며 멈추어 선다. 그러다가 신호의 순서가 되면 저마다 진 행할 차선을 따라 자신의 방향으로 달린다. 인생은 네거리에서 자신이 진행할 방향 차선에서 신호의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과 같다. 삶의 진로 방향에는 때때로 위험을 알리는 빨강 신호등이 켜질 때가 있다. 그 때 진행하는 것은 결정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속도가 중요하 지만 속도가 능사 能 事 는 아니다. 때로는 우리의 삶이 정체된 상태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다음의 파란 신호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병상에서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거나 실패의 난간에서 번뜩이는 희망의 줄을 잡기도 한다. 신호 등은 차량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필요하다. 어느 길에서건 마찬가지지만, 캘리포니아에서 네바다와 애리조나, 그리고 유타 주를 가로지르는 사막의 하이웨이에서 운전은 계기를 보지 않는 한 속도감을 잊기 쉽다. 광활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길, 때로는 계곡을 휘감고 곡예 운전 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 도로는 공학적으로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구간별 속도 제한이 그 이유다. 75마일 하이웨이 에서 90마일의 속도는 교통법규 위반은 말할 것도 없고, 생명을 담보한 위험이 따를 것이다. 삶의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켜질 때 1-5 25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초고속 승진, 만사형통, 무사통과, 추종을 불허하는 성공,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때때로 멈 춰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졌을 때, 동서남북이 절벽처럼 막혔다고 여겨질 바로 그 때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인 것을 말이다. 40대에서 50대, 60대로 넘어갈 때 멈칫거리면서 삶의 방향과 남은 거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생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판단되는 그 순간은 내 인생을 정신 차리게 하는 신 호등이 될 것이다. 인생의 정점에서, 그것도 서른 살의 나이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세계 100대 대학의 교수가 된 중국의 위지안, 그녀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모진 고통과 싸움하는 투병 중에서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 내가 사는 이유 를 당당하게 말해주었다. 열심히, 그리고 너그럽게 마주한다면 삶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인생이 한 편 의 시 詩 라면 세월이 갈수록 점점 아름답게 다듬을 수 있을 테니까. (생략)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 이별? 지나 간다. 마음의 상처? 지나간다. 실패? 다 지나간다. 설령 불치병이라도 모두 다 흘러가는 구름이다. 2 자동차 운전과 마찬가지로 인생을 운전하는 것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삶의 신호등을 잘 구분하면 인생을 즐겁게 드라이빙 할수 있을 것이다. 1. 찰스 핸디 엘리자베스 핸디(손정숙), 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뮤진트리, 2011, 45쪽 2. 위지안(이현아) 오늘 내가 사는 이유, (주)위즈덤하우스, 2011. 14,16뽁 삶의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켜질 때 1-5 26
07 삶의 중력계기 1-6
삶의 중력계기 1-6 2012.05.21 15:56 나이는 삶의 중력계기 計 器 나는 매일 아침에 한 시간씩 요가를 한다. 요가를 하는 이유는 물론 건강을 위한 것이겠지만, 차라리 시간관리 차원 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매일 일정한 출퇴근의 반복은 내가 속한 조직에게 내가 시간 관 리를 받는 것이었다면, 은퇴 후에는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냉정하게 시간을 관리하지 않으 면 정신과 육체 건강은 쉽게 망가질 것이고, 천금같은 시간은 낭비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새벽 네시에 일어나 서 저녁에 잠잘 때까지 바쁘게 산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열심히 산다 고 말한다. 이 말에 나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건강으로 말하면, 요가를 통하여 나는 나이에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요즘은 기준 체중에 거의 가 깝다. 마음은 편하게, 몸은 불편하게 라는 말이 있다. 건강을 위한 이 명언을 나는 기억한다. 사실 매일 정한 시간 에 한 가지 동작을 60초 씩, 서른 가지 동작으로 바꿔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 인생의 시 간 관리 차원에서 매일 미련할 정도로 이를 반복한다. 이제는 즐겁다. 몸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몸의 중력 重 力 을 덜 받게 하는 비법이기도 하다. 매일 걷기, 혹은 등산, 축구, 여러 종류의 삶의 중력계기 1-6 28
운동은 몸을 불편하게 하여 몸의 무게를 덜 받기 위한 것이다. 몸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 결국 몸의 무게에 못이겨 무너질 것이다. 나이 들면 점점 다리의 힘이 약해지고, 허리에 불편을 느낀다. 자기 몸의 무게 중심을 가누지 못하면 세상과 거리가 멀게 될 것이다. 인생은 무게를 줄여가며 사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어차피 마지막에 훌훌 털고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여든 살에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을 쓴 일본의 역사학자 와카나베 쇼이치 渡 部 昇 一, 1930 일본 야마가타현가 아주 재미있는 말을 했다. 태아는 10개월 간 모태에서 우주비행사처럼 무중력 상태에 있다가 탄생과 동시에 1G만큼의 중력을 받게 된다 라고. 1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우는 것은 그 무게감 때문일까? 한 평생 세상을 사는 삶의 무게를 예 감했기 때문일까? 고래가 해안까지 왔다가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는 이유는 체중에 미치는 무게를 이기 지 못한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도 5G의 중력이 가해지면 사망한다. 고 한다. 2 와카나베 쇼이치의 설명에 따르면 인생은 삶의 무게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무게감은 자라면서 세상 구조에 적응해야 하는 무게감으로 증대된다. 이를테면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 직장의 업무와 관련된 책임감,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으로 무게감이 중압감 重 壓 感 이 된다. 은퇴는 이런 무 게감에서 어느 정도 가벼움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무게에서 완전히 가벼워질 수 는 없을 것이 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나이들수록 건강에 지장을 받지 않는 범위내에서 체중을 줄이고, 삶 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 될 것이다. 그 현명한 처신은 단순하게 생각하고simple-minded, 단순하게 생 활simple living하는 방법이다. 나는 서울에서 이사를 많이 했다. 이사를 하면서 좋은 경험은 환경의 변화였다. 이사할 때마다 환경은 새롭게 변했다. 무엇보다 짐이 단순해졌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기다 보니, 이삿짐 부피가 한결 줄었다. 삶 의 무게는 버리는 것 만큼 단순해진다. 누군가는 사후에 자녀들이 유품정리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마음의 무게도 줄여야 할 것이다. 힘들지만 원한을 풀고 용서해야 할 것이다. 마음에 빚진 것은 죽기 전에 갚아야 할 것이다. 삶의 무게를 줄이는 것 만큼 삶은 가벼워진다. 그것이 나이 들면서 누리는 즐거움이다. 나이는 무게의 계기 計 器 와 같다. 20, 30대의 나이에 느끼는 무게감과 70대에 느끼는 무게감은 다르다. 나이들수록 자신 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무게를 하나씩 줄여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게에 짓눌려 지치면 쓰러질 수 밖에 없다. 육체와 마음의 무게를 줄이면 삶을 가볍게 살 수 있을 것이다. 1. 한국일보, Hankook i.com. 2007.7.13; 일본의 극우 역사학자, 그는 종군위안부를 매춘여성 으로 비하하고,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대량 학살 인권문제 로 보았으며, 미국 외교 하원위원회의 위안부 결의 통과 와 관련된 항의 집회에 참석하여 망언 을 쏟아냈 다. 2. 와타나베 쇼이치(김욱)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위즈덤하우스, 2012. 95쪽 삶의 중력계기 1-6 29
08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 1-7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 1-7 2012.05.24 11:07 나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 상처받은 조개 살이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차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조개는 살 속에 박힌 이물질을 분 비물로 감싸서 오랜 고통의 시간을 통하여 마침내 보석을 만들어낸다. 보석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사람 도 진주처럼 시간이 오래 갈수록 값비싼 보석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과일이 제 맛을 낼 수 있는 과일로 영 글어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포도주는 숙성시간이 오래면 값이 비싸다. 200년 간 숙성된 포도주라면 억 億 해야 겨우 맛을 볼 수 있을까?. 장인 匠 人 은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적인 기술을 경험한 사람이다. 늙은 쥐가 독을 뚫는다. 는 말이 있다. 과연 늙은 쥐가 독을 뚫을 수 있을까? 아마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이 속 담에 담긴 뜻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 결국 일을 해 낸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즉 젊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나이 든 경험자가 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나이는 삶의 시간이다. 삶의 시간은 밑천 안 들어도 나이를 먹고, 원하지 않아도 시간의 흔적이 조용히 잦아 든다 는 사실이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나이는 저절로 든다. 1 우리 문화에서 나이는 먹는다, 나이 든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 1-7 31
다 는 말로 표현된다. 나이 먹는다 는 말은 어림짐작에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 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설날을 저만치 앞둔 동지 冬 至 날 쌀로 빚은 새알을 넣어 끓인 팥죽을 먹을 때 자기 나이만 큼의 새알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고 한 것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속절없이 나이 드는 것을 좋아 할 사람 과연 있을까? 세종로 네거리에서 팔벌려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이 드는 느 낌이 어떠냐?'고 말이다. 그 반응 자못 궁금할텐데! 우리나라 여성들 41.2%가 설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느낌 에 대하여 두렵다, 12.9%는 서럽다 고 답변했 다니 굳이 세종로 네거리까지 안 가도 될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 54.1%가 나이 먹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것을 보인다. 2 나이 먹어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이 든다 는 말은 살아온 시간과 관련이 있는 것 같 다. 나이를 먹으면 신체적 변화가 보인다. 머리카락이 변색되고 피부에 노화의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보 인다고 하는 것일까? 만약 두렵고 서러운 마음으로 나이를 먹는다면 나이 들수록 나이에 대한 강박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나이는 돈으 로 살 수 없는 자기 삶의 소중한 경험적 자산이다. 생물학적으로 나이를 먹는 것은 육체가 망가져가는 과정이다. 그 러나 경험적으로 나이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설렘의 과정이기도 하다. 나이는 곧 삶의 과정을 시간으로 표시하는 인생 시계라고 해야할까! 시간 측정기를 크로노미터chronometer라고 한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크로노 스, chronos, 카이로스, kairos, 호라, ora, 포라, fora로 표현했다. 크로노스는 시작에서 마칠 때까지의 과정을 나타내는 일정한 시간, 다시 말하면 역사상 어떤 사건과 관련된 시간, 즉 지나가는 시간Passing time이다. 이미 지나간 크로노트리베오 ; + 합성어의 시간이다. 그런가하면 카이로스는 누리는 시간Enjoy the time, 곧 연속적인 시간Continuous time이다. 나이는 움켜쥔 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듯 고이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멋지게 나이 드는 삶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이는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속도로 주어진다. 가난한 사람의 나이 속도가 더 빠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크로 노스의 시간을 가질 것인가, 아니면 카이로스의 시간을 가질 것인가는 각자가 선택해야 할 몫이다. 카이로스의 시간 을 갖는 것은 분명 삶의 기술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1,500만 부의 판매 기록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 안젤름 그륀이 노년의 술 에서 잘 사는 기술은 능력에서 나온다 라고 한 말이 매우 흥미롭다. 3 우리는 먹고 사는 것에 허덕이 다가 어느 날 구급차에 실려 갈 때 비로소 나이를 생각한다. 자기를 잊고 살다가 갑자기 자기 존재를 의식한 것이다. 고희 古 稀 를 바라보는 나이에 쓴 황필호 교수의 수상록 나도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생각 없이 나이를 먹고 나서야 늦철이 들어 지각생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4 는 말이 생각난다. 나이는 우리 각자가 갖는 축적된 삶의 진귀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진지하게 아는 사람만이 비로소 카이로스의 시간 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시간들은 진주보다 귀한 것이다. 어디서 이 보배를 살 수 있을 까? 1. 안젤름 그륀(김진아) 노년의 기술, 오래된미래, 2010, 7쪽 2. 여성신문 1015호(특집/기획) 2009-01-16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 1-7 32
3. 안젤름 그륀(김진아) 노년의 기술, 오래된미래, 2010, 7쪽 4. 황필호 나도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시대의창, 2005. 195쪽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 1-7 33
09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지혜 1-8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지혜 1-8 2012.05.25 14:41 나이는 삶을 계산하는 지혜의 체험 시베리아는 이오시프 스탈린J. V. Stalin, 1878-1953, 소비에트연방 제2대 서기장 1922-1953 시대를 연상케 하는 수용소의 땅이다. 수 많은 정치범들이 이곳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다가 아무렇게나 죽어 버려진 땅이다. 문명과 소외된 땅, 매서운 혹한과 가난이 삶을 움츠러들게 하는 또 다른 세상, 그러나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보드카와 척박하지만 땅이 있어 살 수 있다고 한다.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로 물 을 뜻한다고 한다. 혹한을 이기는 보온 保 溫 효과에 특효 술이라니 살아남기 위한 수단일까. 땅은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환경 조건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술과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땅이 시베리아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소박한 생존 조건이란다. 인간의 욕심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얼마나 많이 가져야 욕심의 한 恨 이 찰까? 우리 는 다 채울 수 없는 욕심 때문에 더 귀한 것을 버릴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는 네 가지 바람 이 있다고 한다. 봄 바람은 제피르 Zephyr라고 하여 서풍의 신 神, 겨울 바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지혜 1-8 35
람은 '보레아스 Boreas라고 하여 북풍의 신, 불행을 상징하는 동풍의 신은 에우로스 Euros, '노토스 Notus는 여름 에 폭풍을 몰고오는 남풍의 신이라고 불렀단다. 바람은 아네모스, anemos, 이는 공기, aer라는 말 에서 비롯된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라고 하는 말은 공기가 세차게 흐른다는 뜻일게다. 나뭇 가지가 흔들리거나 물결이 출렁이고, 피부에 스치는 감각으로 공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나이는 공기와 같이 보이지 않는다. 나이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멈추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이는 우리 몸 에 스쳐지나간 시간의 자국과 몸의 변화를 보고 알뿐이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도 시간은 바람 같이 지나간다. 너 무도 당연한 이치이겠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것들이 변합니다. 안도 변하고 바깥도 변합니다. 우리의 외모도 내면의 자아도 변합니다. 삶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우리는 대개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1 왜 그럴까? 우리가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안 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후를 위해 보험을 들고 돈을 아껴 쓰는 것은 곧 다가올 미래를 위한 준비일 것이다. 그러나 나이 듦의 변화에 적응하는 준비는 어떨까? 삶은 변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그 변화하는 과정의 시간을 나이라고 말한다면, 변화에 적응하는 준비는 필수적 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나이 드는 것이 짐이 될 수 있다. 한 번 뿐인 삶을 멋지게 누릴 수 없 을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이며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Quiler Ross, 1926-2004는 가슴 설레는 삶을 위해 '4L', 즉 살고 Live, '사랑하고 Love, '웃으라 Laugh, '배우라 Learn고 한 말은 경험 적인 충고다. 2 과연 설레는 가슴으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나이는 단순히 삶의 시간 길이를 측정하는 단위일까? 나이는 삶을 누리는 지혜를 얻게 한다. 내가 읽었던 성경 가운 데 이런 말을 기억한다. (10)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 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12)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14)아침에 주 의 인자하심이 우리를 만족하게 하사 우리를 일생 동안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 (시편90:10~14, 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기도 ).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는 120세를 살았다. 그의 생애는 순탄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세는 생애의 한 가지 소원이 자신 의 나이에 대한 지혜의 마음 을 얻어 평생을 '만족하게' 사는 것이었다. 모세가 평생 '만족케 되기를' 바랐던 만족은 히브리 말에서 '사바'saba, 이 말은 '채우다', '넘치다'는 뜻이다. 인간의 욕 구를 채워서 넘치게 하는 즐거움과 기쁨이 무엇일까? 모세에게는 그가 경외하는 하나님이었다. 나이를 계산하여 얻 는 지혜는 곧 삶이 짧고 인간이 한없이 무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무력한 인간이 누릴 만족이 무엇일까? 매일 주어진 삶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무엇일까? 그것은 욕심이 아닌 만족 일 것이다. 모세에게 만족 은 그 가 경외한 하나님 자신이었다. 이 만족이 그의 일생을 행복하게 살수 있게 한 것이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만족도 滿 足 度 를 높여사는 것이 삶을 즐기는 지혜일 것이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서 만족과 행복감이 변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에 게는 어머니의 젖 이외의 만족은 없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만족이 될 수 있다. 노인들에 게는 건강보다 더한 만족은 없을 것이다. 일생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만족은 자신의 연약성을 깊이 깨닫는 것이다. 그것이 지혜로운 체험이다. 라면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좋아하는 사람은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인생의 거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지혜 1-8 36
품을 빼면 나의 연약함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 들면 깨달아지는 것 한 가지, 그것은 자신의 무력함이 아닐까? 인간은 시간 속에서 태어나, 시간 속에서 살다가, 시간 속에서 생애를 마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예상된 시간의 한 계를 극복할 수 없다. 이것이 사람의 연약한 모습이다. 시간의 한계는 삶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오늘도 당신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지금 당신의 인생 시계는 몇 시인가? 3 그리스어에 나이를 게라스 ; geras로 표현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노인 ; geron이라는 말에 근 거한다. 나이는 아마도 늙어가는 시간의 과정, 특히 늙음으로 진행하는 시간의 과정이라는 뜻이 좀더 구체적일 것 같다. 삶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이것은 거스릴 수 없는 진리다. 낮과 밤이 엇갈리고 달 月 이 차서 해 年 가 되는 창조의 질서는 변함이 없다. 1. 퍼디 아디스(조진경) 판도라의 상자, 시그마북스, 2012. 252쪽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류시화) 인생 수업, 이레, 2011, 14쪽 3. 위의 책, 137쪽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지혜 1-8 37
10 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 1-9
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 1-9 2012.05.28 17:22 나이는 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 펜실베이니아PA., Pennsylvania 주 필라델피아에서 캐나다 토론토까지는 약500마일, 정상적인 자동차 속도로 달리면 약9 시간이 걸린다. 필라델피아에서 81번으로 이어지는 476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미국에서 가장 큰 5개의 호수 가운데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Lake Ontario를 만날 수 있다. 온타리오 호수는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다로 착각하 게 할 만큼 바다같이 보이는 큰 호수다. 지나치는 길에 잠시 차를 멈추고 호숫가를 거닐면서, 지나간 번영의 시대를 더듬어보았다. 호숫가에는 번영시대의 유물같이 남겨진 숙박시설과 낚시터, 그리고 야외용 의자에 앉아 추억에 잠긴 듯한 노인들이 보였다. 노인들은 은퇴를 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나는 언젠가 나도 저런 때가 올 것이다라고 생 각했다. 그 후 나는 지금까지 그 호숫가에서 시간을 소일하는 노인들을 생각하곤 한다. 지금 그 노인들은 세상을 달 리했을까? 아니면 어느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 삶의 마지막 시간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그 호숫가에 앉 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 1-9 39
아있을까? 한국에는 약20개의 자연 호수와 40여개의 인공 호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 들어 호숫가에 앉아 시간을 소일할 노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아직 노인 문화가 구체적으로 계발되지 않았고, 노인들이 설 사회적 기 반 조성이 충분치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30여년 간 전 세계 노인 인구는 매월 80만명씩 증가했다고 한다.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한 일본, 한국은 인구의 11%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인구 증가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문제시 하는 시각은 많아도 노인들의 사회적 위치를 정착시키는 공동 노력은 아직 미흡한 것 같다. 지하철 승차혜택, 대중교통의 노인 지정석 등은 제도화된 예우 차원이겠지만, 어떤 노인들은 그 지정석에 앉는 것이 좀 불편하거나 어색할지도 모른다. 아직은 자신의 나이를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아름답고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어 하고, 편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 人 之 常 情 이다. 되돌릴 수 없는 나이인줄 알기에, 나이들 수록 사람들은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거듭 후회해도 인생을 되돌려 살수는 없다. 잘못 든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있어도 나이는 한 번 의 기회뿐이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느니 차라리 이제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나이 값을 하는 것일 게다. 나이는 정해진 삶의 과정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를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이들 수록 자신의 삶을 반추 反 芻 하게 된다. 사람들이 박수치고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성공과 실패가 이 질문의 해답은 아닐 것이다. 나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다. 라고 하는 말이다. 과 연 우리의 삶이 무엇을 해 놓기 위한 것일까? 오직 한 번 주어진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도록 후외없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나가는 것을 루비콘 강을 건너다 TO CROSS THE RUBICON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말은 기원전 49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전투 경험이 많은 로마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로 진군하면서 주사위는 던져졌 다 라고 한 말과 병용 倂 用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되풀이 할 수 없는 삶, 그래서 후회를 남 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한 번 뱉은 말을 거두어드릴 수 없듯이, 나이는 톱니바 퀴의 역학 구조와 같다. 카밀라 파누프니크는 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에서, 60세가 된다는 건 그리 중 요하지 않다. 그저 매일매일 60시간쯤 필요할 뿐이다. 라고 말할 만큼 매일 주어진 시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땅 끝의 아이들 로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민아1959-2012 목사에게 땅 끝 은 폭력과 마약과 범죄의 늪에 빠져 꿈도 희망도 없이 살던 아이들, 즉 비행 청소년들 이었다. 저자는 엘에이L.A 지역 주무검사로 근무하 면서 이 땅 끝의 아이들 을 만나 그들을 선도했다. 그는 생애의 마지막을 예감이라도 한 듯, 땅끝 의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사랑의 정열을 쏟아 붓다가 52세의 짧은 나이로 세상을 달리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 다. 그러나 짧은 삶의 시간을 후회없이 살았다. 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 1-9 40
살레시오 수도회 선교사 이태석1962-2010 신부는 남수단에서 8년 간 의료활동을 하다가 대장암으로 48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그는 매일 48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살았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나이 값을 제대로 하는 사 람들이 많다. 삶의 시간은 한 치도 되돌릴 수 없다. 그 시간의 길이는 의미가 없다. 다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어떻게 선용 善 用 했 는가의 물음에 대한 답이 요구될 뿐이다. 나는 나의 나이가 묻는 질문에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삶의 과정을 묻는 질문 1-9 41
11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1-10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1-10 2012.05.29 09:23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생로병사 生 老 病 死 는 시간의 한계 속에서 진행되는 삶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시간 속에 태어난 사람에게 피할 수 없는, 가장 보편적이고 공평하게 적용되는 삶의 과정이다. 다만 생로병사 과정의 시간적 길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 떤 사람은 일찍 죽고 또 어떤 사람은 오래 산다. 어떤 사람은 건강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오랜 질병으로 고통을 당한 다. 생로병사 과정의 시간 길이는 곧 나이다. 생로병사는 인간에게 아직 비밀 이다. 과학은 오랜 시간을 두고 이 비밀을 캐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 정확한 비밀의 속은 여전히 연구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그 비밀을 영원히 캐낼 수 없을 지 모른다. 오로지 이 비밀의 열쇠는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에 있다. 그래서 성경을 덮어놓고 생로병사의 해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나이 에 대하여 성경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1-10 43
나이는 사는 날 1 the days of your life, 창3:14,17, 전6:3, 나그네 길의 세월 창47:9, 생명의 날 삼하19:34~37, 욥11:17, 품꾼 의 날 욥7:1, 옛 시대 2 욥8:8, 사람의 날 욥10:5, 연수 시90:10, 일생 시90:14, all our days, 평생 시128:5, 곤 고한 날 전12:1,1~7, 노년 사46:4, 나의 날 시39:5, 네 시대 렘16:9, 너희 생전 겔12:25 For in your days, 네 연 한 겔22:4, 내세 3 히6:5로 표현되었다.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된 나이가 실제로 적용되는 범위는, 삶의 기간창47:28, 삶의 성숙요9:21, 삶의 후반기욥11:17, 인류의 세대욥8:8,욥32:4~9, 불확실한 기간엡2:7, 4 존경 표시레19:32, 신32:7, 하나님의 축복사65:20, 슥8:4, 탁월한 이해력욥12:20, 5 경건의 완 숙욥5:26, 창15:15으로 소개되었다. 시간은 영원한 창조주 하나님에게 그 기원을 둔다. 6 시간 측정의 기준은 빛 the light과 어둠 the darkness, 즉 빛 은 낮 day이고 어둠 은 밤 night이다. 7 낮 은 아침 morning으로 시작되고, 밤 은 저 녁 evening에 의하여 시작된다. 낮 은 시간 단위로는 최초에 사용된 말이다.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시간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하여 구분된 것을 암시한다. 시간이 사람의 나이 에 처음 적용된 것은 실낙원 후의 아담에게서다. 구약성경 창세기 제5장은 인류의 시조 아담 의 족보를 소개한다. 이 족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나이를 언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성경은 당시 아 담이 130세에 아들 셋을 낳은 후 800년을 지내며lived 자녀들을 창5:3,4 생산하며, 930세를 살고lived 죽었더 라'died 창5:5고 소개한다. 아담이 930년을 살았지만 그 삶의 시간 길이인 나이는 결국 죽음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나이는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말한다. 시간 속에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에는 나이가 없다. 사 람은 태어나는 시간부터 주어진 삶의 마지막 시간의 끝자락을 향하여 시간을 줄여간다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다 먹으 면 삶을 달리한다. 아무도 시간의 끝자락에서 제한된 시간을 더 이상 보충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나이다. 나이는 나그네의 세월 이다. 이집트의 바로가 이스라엘의 족장 야곱에게 네 나이가 얼마냐? How old are you? 라 고 물었다. 그 때 야곱이 내 나그네의 세월The years of my pilgrimage이 백삼십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The years of the pilgrimage of my fathers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my years have been few and difficult을 보내었나이다. 창47:9라고 대답했다. 나이는 나그네의 세월 이며, 험악한 세월 이기도 하다. 야곱의 조 상은 이삭과 아브라함이다. 야곱의 조부 아브라함은 175세창25:7를 살았고, 그의 부친 이삭은 180세창35:28를 살았다. 당 시 야곱의 나이는 조부 아브라함에 비교하여 45년, 부친 이삭과 비교할 때는 무려 50년의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야곱은 아브라함과 이삭의 생애 과정과 비교할 때 파란만장했다. 그의 삶의 시간은 굴곡이 많았다. 구약성경에서 아담의 족보창5:1~31에 일관되게 표현된 말은 살고 죽었더라lived, and then he died 는 말이다. 사람은 예 외 없이 살다가 죽는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1:1~16에는 죽고 라는 말은 사용되지 않았고, 대신 낳고begat 라는 말이 일관되게 사용되었다. 이런 표현 방식이 주는 의미는 아주 단순하다. 그것은 아담의 자 손으로 태어난 모든 인간은 생로병사의 한계를 넘을 수 없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그 한계에서 자유로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1-10 44
울 수 있다는 뜻이다. 신약성경에 소개된 인물들 가운데 사도 바울은 생로병사의 한계에서 자유로웠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내가 나 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라 고전15:10고 고백했으며, 자신의 나이 듦에 대하여는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후4:16,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는 약한 것 들을 자랑하고고전12:5,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함이라 고전12:9, 그리고 자 신의 죽음에 대하여는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 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 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딤후4:8고 고백했다. 바울이 마지막 세상을 떠날 때 가졌던 것은 가죽 종이에 쓴 성경과 겉옷 딤후4:13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당했다. 마치 개선장군과 같았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인 생 승리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삶의 시간에 관하여 세월을 아끼라 기회를 사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 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 엡5:16,17고 충고한다. 시간은 할 일 없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지루할 것이고, 도전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성경은 사람이 비록 백 명의 자녀를 낳고 또 장수하여 사는 날이 많을지라도 그의 영혼은 그러한 행보로 만족하지 못하고 또 그가 안장되지 못하면 나는 이르기를 낙태된 자가 그보다는 낫다 하나니 전6:3,1~3라고 했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의 저자 위지안, 창밖으로 하얀 눈이 흩날리는 추운 밤, 2005년의 마지막 날은 소리 없 이 2006년의 첫날로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해마다 이 순간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시곗바늘은 늘 하던 일을 하는 것뿐이겠지만, 초침이 딱 한 칸 움직이는 그사이에 끝이 처음으로 변하는 건 1년에 단 한 번뿐이지 않은가. 8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뒤 삶의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마치 연말에서 연초로 바뀔 때 초침이 딱 한 칸 움직여 끝이 처음으로 변한 것처럼 말이다. 끝이라 여기는 순간, 뒷 면에 있던 시작이 다시 앞으로 오는 것처럼. 9 열심히, 그리고 너그럽게 마주한다면 삶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 을 거야. 인생이 한 편의 시 詩 라면 세월이 갈수록 점점 아름답게 다듬을 수 있을 테니까.'-계속 2 1. 사는 날 your days,, 신33:25신16:3, 28:33 2. NIV, the former generations, 엡2:7 the coming ages 오는 여러 세대, 골1:26; 엡3:5 다른 세대, 3:21 대대로, 시145:13; 사 26:4 3. NIV, the coming age 4. 오는 여러 세대, 엡3:5 다른 세대, 21 대대로, 골1:6 이 비밀은 만세와 만대로부터 감추었던 것인데... 5. 욥15:10 우리 중에는 머리가 흰 사람도 있고 연로한 사람도 있고 네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느니라, 욥32:4,9; 왕상12:6,8 6. 창1:3,4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4)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1-10 45
7. 창1:5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8. 위지안(이현아)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예담, 2011.13쪽 9. 위의 책, 16쪽 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1-10 46
12 당연한 이치 2-1
당연한 이치 2-1 2012.06.09 11:11 생로병사의 '삶과 죽음은 한 걸음 사이', 2. 낙조의 황홀한 낭만. 늙음에 관한 내용이다. 펼쳐갈 순서 : 당연한 이치/시간의 거울 앞에서/새 신발 갈아 신을 때/마음에 청진기를 데고/사라진 노병이 남긴 자존감/어느 날 세상이 좁아진다면/고된 삶이 빚은 화려한 작품/커튼톨까지 아직 남은 시간/멋진 이별을 위한 준비/해답을 위한 마무리 글 당연한 이치 2.낙조의 황홀한 낭만-늙음 태양이 동쪽에서 하루를 밝힐 때,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새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태양이 정오의 정점에서 비스듬히 서쪽으로 기울 때, 분주하게 활동하던 모든 생명체는 붉게 타는 태양의 낙조 落 照 아래서 하루를 정 리한다. 태양은 내일 아침에 다시 동쪽에서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붉은 빛을 불태우며 산을 넘는 것일 게다. 당연한 이치 理 致 다. 역사이래 태양이 동쪽으로 진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치는 자연의 법칙이다. 나이 들어 늙는 것은 너무도 당 연한 이치다. 마찬가지로 나이 들어 늙으면서 신체적 퇴화의 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당연한 이치에 마음을 열고 당연한 이치 2-1 48
적응하면 인생 낙조의 황홀한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큰 딸과 함께 미장원에 갔다. 이발을 하기 위해서였다. 난생 처음 미장원엘 갔던 것이다. 미장원 안에는 의자가 20개 정도 놓여있었다. 그 중에 한 의자는 한국인 미용사가 맡고 있었다. 나는 그 의자의 손님이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 의자가 벌써 꽉 찼다. 나는 앞의 손님이 마칠 때까지 대기석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석 두 번째 의자에는 60대의 백인 할머니가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황홀감에 젖어있었다. 미용사는 능숙한 솜씨로 할머니의 머리를 만지면서 그 할머니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 다. 머리 손질을 마친 백인 할머니는 가운을 벗고 거울 앞에 섰다. 그러나 키가 작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랑곳 하지않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던 모양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면서 천진난만하게 좋아했다. 천사 같은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모습을 황홀할 정도로 예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입구 쪽으로 걸어 나오면서, 할머니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황홀한 감정을 감출수 없어 뷰티풀beautiful!, 뷰티풀beautiful! 을 연발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 는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내가 볼 때는 평범했는데, 그 할머 니는 그렇게 황홀감에 젖었다. 좋은 옷을 입고,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진한 화장을 하고, 세련된 몸매를 갖추어야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깊게 접힌 흉한 주름에도 나이가 심어준 아름다움이 있다. 빠삭하게 말라 푸석해진 얼굴에도 하늘이 준 아름 다움이 있다. 미풍에도 하늘거리는 영양실조의 흰 머리카락에도 천연 天 然 의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 부터 유전된 디엔에이DNA; deoxyribonucleic acid의 유전적 아름다움이 있다. 유전적 아름다움은 고유한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피부색과 신체 구조적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이 아닌 한 인간에게 주어진 미적 특성이다. 인격적인 사람이 곧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이미 지나간 젊음의 아름다움에 잠겨있다. 젊음은 꽃처럼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꽃을 가꾸어놓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우랴. 젊음의 아름다움에 잠겨있는 사람은 늙음의 아름다움을 알까? 만일 알 수 있다면 자신에게 매혹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게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나이를 먹는다. 그래서 나이들 면서 젊어 보이려고 노력한다. 젊은 사람의 옷을 입고, 헤어스타일을 유행에 맞추고, 젊은이들과 어울리면 과연 젊음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사람은 나이들 면서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다. 당연한 이치 2-1 49
그 아름다움의 황홀감을 가질 수 있다면 늙음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어느 날 갑자기 천사표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는 날 동안 자신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면, 나이 들어 늙으면서 젊음의 아름다움에 잠기지 않을 것이다.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의 낭만은 자연 질서의 이 치를 깨닫는 것이다. 현재 중국 산시성 陝 西 省 에 위치해 있었던 중국 최초의 제국 진 秦 B.C.221-206, 전국시대를 통일한 제국 나라의 시황제 始 皇 帝 B.C.259-210, 진나라 제31대 황제 는 부라오부스 不 老 不 死, 즉 불노장생 不 老 長 生 과 불노불사 不 老 不 死 에 대 한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고 한다. 시황은 시간의 세계를 뛰어넘는 영원을 소망했던 것이다. 그런 시황도 결국 49세에 죽었다. 내가 산시성을 여행할 때 시안시 西 安 市 린퉁구에 있는 그의 무덤은 잡초에 묻혀있었고, 병마용갱 兵 馬 俑 坑 은 죽은 자의 유물로 남아있었다. 부라오부스 不 老 不 死 를 희망했던 시황도 결국 늙었고 죽었다는 사실을 역사 가 그렇게 증명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도 당연한 이치를 거스릴 수는 없다. 생노병사 生 老 病 死 는 시간 세계에 사는 인간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이치다. 인류 역사상 돈과 권력이 없어서 늙어 죽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당연한 이치에는 세상의 부와 권력도 거스릴 수 없다. 이 당연한 이치를 바로 깨닫는 사람만이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으며, 황혼의 낙 당연한 이치 2-1 50
조의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미적 감각은 창조자의 미적 기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창조자에게 인간에 대한 미적 요소는 두 가 지다. 그 중 하나는 하나님의 형상the image of God, 다른 하나는 창조creation 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제1장에 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1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 2 을 창조 3 하시되 남자와 여자 4 를 창조 5 하시 고 6 창1:27 7, 그리고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8 창1:31는 내용이 그렇 다. 즉 사람은 원초적으로 신적 도덕성과 윤리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자의 계획된 피조물로서 역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창조자의 인간에 대한 미적 극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과 행복 추구권은 창조자의 미적 기준에서 주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 시기에 심히 좋았더라very good 는 말의 히브리어는 토우브towb, 는 말은 하나님의 마음에 꼭 들었다 는 뜻이 다. 사람은 늙어도 창조자의 창조적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외적인 미적 가치가 존중될 수 있지만 창조자에게 당연한 이치 2-1 51
미적 기준은 내적인 요소인 것이다. 헤드헌터Head Hunter의 전문가 데이비드 코베트는 인생 후반전 이렇게 설계하라 에서, 나이는 경험을 가져다주는 위대한 교사이다 라고 전제하고, 세상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를 알려면 50세는 되어야한다 라고 한 말이 의미 있게 받아드려진다. 데이비드 코베트의 삶에 대한 열정에서 나이는 기록을 위한 암호에 불과한 것 이었다. 데이비드 코베트는 사람의 일생을 전반전 과 후반전 이라는 말로 구 분했다. 후반전의 나이는 대체적으로 직장에서 물러나는 65세 이후, 시간적으로 한가하게 보내는 때를 암시하는 듯 하다.-계속 1. 창1:27 2. 창2:7; cff.5:1; 시103:14; 119: 3. 창1:1,27 4. 창5:2; 마19:4; 막10:6; 갈3:28 5. 창1:1,27 당연한 이치 2-1 52
6. 창1:27 So God created mankind in his own image, in the image of God created he him; make male and female crated he them NIV. 신4:23 7. 창5:2; 마19:4; 막10:6; 갈3:28 8. 창1:31 God saw all that he had made, and it was very good NIV. 당연한 이치 2-1 53
13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2012.06.11 14:54 시간의 거울 앞에서 시간은 영원과는 달리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구분된다. 물론 현재 시점을 기준한 것이다. 과거는 현재 시점에서 지나간 시간, 현재는 지금 누리고 있는 시간, 미래는 다가올 시간이다. 나이는 결국 지나간 시간, 즉 흘러간 강물처럼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에 속한다. 늙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과 다가올 시간과의 거리를 암시한다. 늙어가는 것은 지나간 시간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다가올 시간과는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함축적 의미를 갖는 다. 시간 속에서 살아온 나이는 지나간 시간의 경험이 추억되어 때때로 언어로 표현될 수 있고, 때로는 가락으로서 노래할 수 있으며, 글을 엮어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유한된 시간 의 개념이다. 그 유한의 한계점 시간 대상은 사람이나 사물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다. 성경은 영원과 유한한 시간을 서로 구분하는 중요한 두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신약성경 요한복음 1:1절의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In the beginning was word 는 기록이다.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55
여기 기록된 태초 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아르케 arche, 즉 유한된 시간의 기원을 뜻한다. 시간의 기원은 시간으로 셀 수 없거나 표현될 수 없는 영원, 즉 시작과 끝이 없는 시간concept of endless time에 근거한다. 이 말은 성경에서 창조자의 신적 神 的 존재의 신비성을 강조한다. 1 영원은 시간의 연속이다. 시간 개념에서 영원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구분되기도 한다. 역사의 미래진행 과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의 영원성에 관하여 시간적으로 이제도 계시고 who is 전에도 계셨고 who was 장차 오실 이 who is to come 계1:4,8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신적 계시 啓 示 에 의하여 지금까지 본 것 what you have seen과 지금 있는 일 what is now과 장차 될 일 what will take place later, 곧 지나간 것 the things past과 현재의 것 the things present과 되어 질 것 the things to come에 관하여 기록한 성경이 다. 이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가 단순히 어떤 개념이나 관념상의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2 성경이 소개하는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절대적인 고유한 속성 屬 性 을 지닌 자존자 I AM WHO I AM 출3:14, 3 혹은 창조자 Creator 창14:19; 신32:6, 4 인간은 피조물creature 욥12:10, 시145:21 곧 '의존자'이다. 자존자는 영원하나 의존자인 인간은 유한하다. 이것을 아는 것이 늙어가는 지혜다. 인간이 비록 존귀하지만 자신의 일생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계를 갖 고 있다. 시간제한의 존재인 사람이 영원을 이해할 수는 없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영원은 아이오니오스, 즉 시작과 끝이 없는 시간 개념의 표현이다. 영원은 시간의 역사적 근거인 창조자의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구약성경 창세기 1:1절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s and the earth 는 기록이다. 이 태초 는 고대 아람어에서 레쉬이드 reshiyth,, 즉 유한된 시간의 시작을 뜻한다. 시간의 시작은 시간으로 셀 수 있는 시간이다. 하늘 땅, 바다,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시간의 한계 안에서 시 작되었다. 다시 말하면 역사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때 hour, Gr.hora, 와 시간은 자연법에 의하여 고정된 순회적 시간, 즉 태양이 뜨고 지는 자연의 법칙에 의한 시간이다. 저녁이 되면 내일 다시 아침이 오는 자연 법칙은 시간이 시작된 이래 한 번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순회하고 있다.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56
이 시간 속에서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다. 시간 개념으로서 영원의 시간을 표현할 때는 영원부터 영원까 지from everlasting to everlasting 느9:5라고도 한다. 5 영원은 끝없는 시간에서 끝없는 시간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시간의 길이다. 영원부터 영원까지 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영원한 시간을 표현한 최상의 시간 개념이 다. 장구한 역사의 시간도 영원에 비교하면 순간 시90:4과 잠깐 시90:5과 순식간 시90:9이며, 평생 살아가는 시간 길이는 칠십 과 80 이다시90:10. 이것이 인생 이다. 그러므로 시간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삶은 사는 날을 계산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 6 을 얻게 하소서 시90:12.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지혜는 살아온 나이와 살아갈 남은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이 듦의 지혜요 명철이다.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7 내가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시39:4. 인간의 연약함은 시간의 한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종말과 일생의 마지막 순간을 아는 것이 자신을 관리하는 최상의 방법이 될 것이다. 역사는 하나님의 이야기 history is He's story 라는 말이 있다. 역사의 시간 한계를 연호 年 號 로 표시할 때 서기 西 曆 紀 元 의 준말 라고 하며, 비씨 B.C.와 에이디 A.D.로 구분한다. 이 구분은 세계 공통 연호로 사용되며, 시간구분 기준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두었다. 즉 비씨 B.C.는 그리스도 탄생 이전 시간 before Christ', 에이디 A.D.는 라틴어 '아노도미니 anno domini 라고 하여 주의 해, 즉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후 In the year of our Lord 의 시간을 각각 표시한다. 이 방법은 현재 시간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어쨌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지만, 시간의 한계를 심각하게 느끼는 나이가 바로 60대 전후일 것이다. 이때는 사회적인 신분과 경제적 힘의 균형이 약해질 때다. 그러므로 시간의 한계를 느끼고 자신을 다잡을 때다. 고대 통일이스라엘 B C.1050-930의 세 번째 왕 솔로몬 Solomon은 다음과 같은 잠언을 남겼다. 1범사에 기한 8 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2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3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4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5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57
6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7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8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전3:1~9 유한된 시간 속에 사는 인간은 영원을 이해할 수 없다. 시간 개념으로 영원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전적 불가능하며, 불가사의한 것이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 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3:11. 측량할 수 없는 시간적 표현이 바로 불가사의 wonder, 신비 mystery 라는 말이다. 구약에 소개된 모세는 고대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다. 모세가 위대한 지도자로써 존경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는 시간적 존재와 영원한 존재를 선명하게 구분하여 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세가 지도자로써 갖추어야 할 소양 素 養 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즉 모세는 영원한 창조자 하나님과 그 하나님에게 의존적 위치에 있는 유한한 피조물인 자신의 한계 를 분명하게 구분했다. 이것이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이기도 했다. 지도자는 신적 존재가 아니다. 권력의 정상에서 인간의 한계를 아는 지도자가 비로소 존경 받을 수 있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 민12:3. 즉 모세는 시간적 존재의 범위를 넘어서질 않았다. 그는 유한된 시간 속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찌기 깨 달은 것이다. 이것이 모세의 온유함 이다. 1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 2산이 생기기 전, 땅과 세계도 주께서 조성하시기 전 곧 영원부터 경원까지 주는 하나님이시니이다, 3주께서 사람을 티끌로 돌아가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 인생들은 돌아가라 하셨사오니, 4주의 목전에는 천 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순간 같을 뿐임이니이다. 시90:1~4 현재는 시간적으로 과거의 연속이기도 하다. 지나간 시간과 단절된 현재는 없다. 옛날 농경시대에서 사용된 절기는 파종할 때와 추수할 때의 시간에 맞춘 것이다. 즉 1년 4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각각 6절기로 나누어 사용했다. 그 중 망종 芒 種 은 여름 계절에 속하는 소만 小 滿 과 하지 夏 至 사이, 매년 6월6~8일 사이에 있다. 망종은 익은 보리를 베고 벼를 심는 절기다. 망종이 되면 익은 보리 이삭이 꼬꾸라지고 잎과 줄기가 하얗게 마른다.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58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60대의 나이에 든 사람들을 망종 지난 보리에 비유했다. 꼬꾸라진 보리 이삭과 하얗게 마른 잎을 보면 보리의 일생이 다한 것으로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망종 芒 種 은 보리를 베어 내고 그 자리에 벼를 심는 절기이기도 하다. 늙어가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심는 계절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새로운 삶을 디자인 하는 것이 반드시 거액의 창업자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소에 직장을 오가며 시간에 혹사당했던 삶에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예, 그림, 사회봉사, 여행 등 얼마든지 새로운 삶을 디자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내 모습은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 시간에 아로새겼던 삶의 작품이다. 자신을 잘 가꾼 삶은 오늘의 삶 역시 아름다울 것이며, 미래의 삶도 아름다울 것이다. 혹시 지난 날 잘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늘의 새로운 삶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날 자신의 마음과 삶을 가꾼 아름다움은 오늘의 아름다움이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과거와 현재의 시간 관계에서 산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은 미래의 빛으로 현재를 조명하고 과거를 보는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삶의 미래 화선지에 꿈을 스케치해 놓고 크레파스를 여는 마음, 짬짬이 알록달록 물감을 덧칠하는 아마추어 화가의 마음이리라. 아직은 내 인생 미완성의 작품이기에, 이 세상 다하는 그날까지 물감을 올리리라. 며칠 전 KBS에서 촐라체의 기억 이라는 다큐멘트를 방송한 적이 있다. 2011년 11월11월 촐라체6,440m 등반에서 동료들을 잃은 모진 악몽과 손가락 여덟 개를 잘라야 했던 아픔을 기억하면서, 패러글라이더 날개에 몸을 묶고 신들의 땅 히말라야 산맥의 촐라체 북벽에 도전, 위험한 기후 조건에도 불구하고 6,000m의 고공을 휘저었다. 박정헌 대장과 대원들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큰 감명을 받았다. 168일 간의 대장정은 파키스탄 힌두쿠시에서 인도 시킴지방까지 2,400km의 직선거리, 2,100km의 도보 2,100km, 그들은 히말라야의 태고적 자존심을 건드린 대한미국의 자존심이었다. 그들은 바람과 열 기둥 을 이용하여 삶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용기와 도전의 줄을 놓으면 삶은 절벽으 로 추락한다. 시간은 두 번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세상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는 하나의 동력이 된다고 생각 하면 용기를 얻을 수 있다. 9 -계속 1. 시93:2 주의 보좌는 예로부터 견고히 섰으며 주는 영원부터 계셨나이다, 잠8:23 만세 전부터, 태초부터, 땅이 생기기 전부터 내가 세움을 받았나니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59
2. 요8:58 예수께서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 하시니 3. 출6:2~3; 히13:8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계1:8 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이 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 하시더라, 4:8 4. 창14:22; 전11:7; 12:1; 사27:1; 40:28; 42:5; 43:15; 마19:4; 롬1:25; 골3:10; 벧전1: 19 5. 시41:13; 52:5; 90:2; 103:17; 106:48; 대하16:36; 29:10 6. 신32:29 만일 그들이 지혜가 있어 이것을 깨달았으면 자기들의 종말을 분별하였으리라 7. 시139:16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잠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니라, 잠20:24 사람의 걸음은 여호와로 말미암나니 사람이 어찌 자기의 길을 알 수 있으랴 8. 기한 은 정해진 시간appointed time, season, 아람어 zeman,, 때 는 한정된 시간 9. 전혜성 가치있게 나이드는 법, 중앙북스(주), 2011. 8쪽 시간의 거울 앞에서 2-2 60
14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2-3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2-3 2012.06.12 15:19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서울시민 1,052만8,774명 10명 중 1명은 노인 이다. 2011년 12월 말 기준에 의하면 주민등록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노 인 인구는 104만9,425명, 이는 전체 인구의 9.97%의 비율이다. 이 비율은 2010년보다 4만1,853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 는 매월평균 3,500명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노령화 지수는 75.5%로 2005년 2.9%에 비해 1.76배로 높아졌다. 1 최근 관심 있게 논의되고 있는 베이비붐세대 Baby Boom Generation, 1946~1965는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다음 해인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나 동시대의 경험과 같은 연령대의 세대를 일컬은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 이들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연령 집단으로써 14.6% 의 비율, 712만 명 을 훨씬 넘어섰다고 한다. 베이비붐세대의 정년퇴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들 세대는 6.25전쟁 후 보릿고개 현실에서 굶주림의 고통을 경험했고, 경제개발 시기에는 산업 역군으로써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 했다. 2 이들 세대의 노후에 자녀에게 의존하여 살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3.6%, 응답자의 57.3%가 노인 요양시설이나 요양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2-3 62
병원에 들어가겠다 고 대답했다. 현재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들 세대의 안정된 노후 대책에 대하여 다양한 의 견들을 내놓고 있다. 어느 세대보다 이들 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은퇴 후 노후 안정은 기본 적인 관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보험 제도는 세계수준급이라고 말들 하지만, 노후 보장제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적 노후 안정이란 거할 집과 최소한의 생활비가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안정대책에 앞서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퇴직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변화의 필요가 아닐까 생각 한다. 그 변화는 언어적 표현이 먼저 다듬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된다. 농경 의존시대에는 죽을 때까지 농 업에 종사했다. 그 때는 퇴직과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고령자들도 생산적인 일을 계속하면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살았다. 그들에게 일이란 자기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수단 이었다. 가부장 문화에서 가장 家 長 은 노동 생산으로써 신분적 위치를 확고하게 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농경시대와 는 달리 생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액 高 額 임금의 저효율적인 고령자를 저액 低 額 임금의 고효율적인 젊은 생산 자로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퇴직과 은퇴라는 말이 비롯된 것이다. 3 직장에서 정년이 되어 물러나는 것을 보통 퇴직 退 職, 은퇴 隱 退 라고 말한다. 퇴직은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고, 은퇴는 현직에서 물러나 한가히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다. 사실은 둘 다 같은 뜻이다. 이와 비슷한 뜻의 중국어는 퇴이슈 退 休, 즉 현직에서 물러나 쉰다는 뜻이다. 한 때는 명예퇴직이라는 그럴싸한 말도 있었지만 퇴직은 퇴직이 다. 1997년 이른바 국제통화기금 I.M. F., 1944 구제요청 당시 직장에서는 자체의 구조조정에 따른 퇴출 退 出 이 불가 피했다. 퇴출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직장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것이다. 한자 문화권에서 퇴 退 자는 물러나다, 그만두다, 떠나다 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글자의 어감 은 전면에서 뒤로 물러선다는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고, 현재에서 과거로 밀려나거나 안에서 밖으로 쫓겨난다는 뜻으 로도 받아질 수 있다. 이를테면 40년간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한 직장에서 근속하다가 정년이 되어 퇴직할 경우, 인생 을 그만두는 것 같은 절박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일단 퇴직하고 현직에서 물러나면 전화통에 불 이나게 찾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부장, 과장 호칭이 어느 날 갑자기 퇴직 退 職 자라는 이름으로 대신될 때, 그것을 받아드리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퇴직은 냉정하다. 그래서 퇴 退 자가 붙으면 따끈한 차 한 잔 나누자는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퇴직은 매몰차기까지 하다. 우리사회는 베이비붐세대를 받아들일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 이 아직 녹녹치 않다. 그래서일까 퇴 退 자는 썩 좋은 어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다. 퇴직과 은퇴에 해당하는 영어의 리타이어 retire 4 는 1500년대 중반에 군사적인 후퇴를 묘사 하면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5 이 말은 프랑스어에서 파생된 말로써, 20세기 초에 노후보장 제도가 정착 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 었다고 데이비드 코베트는 지적하면서,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는 은퇴라는 말은 가장 추 악한 단어, 스페인의 음악가 카블로 카살스 Pablo Casals, 1876-1973는 은퇴는 곧 죽음,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1908-1986는 은퇴하는 것은 쓰레기더미에 던져지는 느낌 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데이비드 코베트는 은퇴 라는 단어의 정의와 유사어 목록을 만들기도 했다. 6 그러나 리타이어 retire 의 단어를 자세히 뜯어보면 다시 again, 거듭 once more, 새로 anew 의 뜻인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2-3 63
re 와 수레의 바퀴인 타이어 tire 가 합성되어 있다. 이 말을 글자대로 원래의 뜻과 관계없이 의역하면 타이어를 다 시 바꾸다 는 뜻, 이를 사람에게 의역해서 적용하면 새 신발을 갈아 신다 란 뜻이 아닐까 싶다. 한자 문화권에 서 퇴직은 열린 무대에서 닫힌 무대로 물러나는 것이겠지만, 영어 문화권에서 퇴직은 새 신발을 갈아 신고 새로 출발 하는, 산뜻한 시작이 된다. 매우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언어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언어는 문화의 기본이다. 노후의 안정 대책과 더불어서 퇴직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개념과 언어의 보편 진취적이고도 건전한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하 나의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퇴직을 다시 삶을 누린다 는 뜻의 새 누림 이라는 말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 다. 어감이 어떤 정당 이름과 비슷해서 혹시 거부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I.M.F. 이후 사용된 창업 創 業 이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직장을 그만두었거나 퇴직자들이 새롭게 사업을 시 작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능력이 있는 퇴직자들은 해볼 만한 일이겠지만 모든 퇴직자들이 다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형편과 힘에 맞는 일을 골라 리타이어 하는 것이 어떨까? 중국인들은 경제 원리대로 최소한 의 자본을 투자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는 경제 경영 마인드에 익숙하다. 중국인들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기 자본 의존도가 높다. 자신의 능력을 초과한 남의 돈으로 거창하게 비즈니스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중국인들의 비즈니 스 마인드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자기 집 거실에 전화 한 대 놓고 공장은 지하실을 이용한다. 중국인들의 이런 비즈 니스 마인드는 역사적으로 많은 전란을 경험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가능한 생존 비법이 장사라는 것을 터득한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힘에 겨운 시작은 노후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늙으면 발생할 문제를 미리 해결하기 위해 노인 문제 라는 의문을 갖는다. 65세 이상 노인 연령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면 노령사회 Aged Society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노령화사회로 진입한다. 노령사회에 대 한 정부의 제도가 마련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개인 스스로 밝고 건전한 노인 문화를 다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고 생각된다. 물론 한 걸음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은 나이 들면서 자신의 나이에 대하여 조금은 불 안함과 서글픔을 느끼는 것 같다. 좀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 悔 恨 을 갖기도 한다. 한국인간발달학회 연 구팀이 우리나라 35세~60세의 직장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응답자들은 자신이 나이에 비하여 젊다고 긍정적인 착각 에 빠져있거나, 중년에 대하여는 위기, 서글픔, 내리막, 무기력 과 같은 부정적인 말로 응답을 했다는 연구 결과는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삶을 다하는 그날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 대항해 시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C. Columbus, 1451-1506와 함께 신세계 항해에 동행한 적이 있었던 스페인의 후안 폰 세 데 레온 Joan Ponce de leon, 1460-1521 은 어렵사리 부를 축적한 후에 늙지 않기 위하여 푸에르토리코 Puerto Rico의 히 스파니올라 Hispaniola 섬 원주민들의 전설을 따라 청춘의 샘 The Fountain of Youth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는 늙지 않는 샘 대신에 최초로 플로리다를 발견하고, 처음으로 유럽인을 그곳에 상륙시켰다고 한다. 이 세상에 늙어가는 사 람에게 청춘으로 마냥 머물게 할 청춘의 샘 은 과연 존재할까? 중국의 진시황이 불노초와 불사약을 찾아 헤맸던 것과 마찬가지다. 청춘의 샘 은 허망한 유토피아 Utopia나 사막의 신기루 mirage, 아니면 북극의 오로라 aurora와 같 은 것이다. 낙조의 황홀한 낭만은 나이 들어 늙어가면서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즐기는 낭만이다. 기독교 역사에 크게 공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2-3 64
헌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 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후4:18. 멋지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아하게 늙는 것은 더 중요하다. 어릴 때 나는 검은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그러나 추석과 설이 되면 특별한 선물인 새 운동화를 신을 수 있었다. 새 운동화는 보물처럼 간수되었고, 신을 때마다 마음이 새로워짐을 느꼈다. 검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세상은 한없이 어둡게 보인다. 젊었을 때나, 현직에 있었을 때나, 퇴직했을 때의 세상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변한 것은 늙어가는 마음이 다. 매일매일 새 신발 갈아신고 살 수 있다면...! -계속 1. 동아일보, 2012.1. 16일. 제28137호 A18 2. 동아일보 2012, 6. 12. A31. 오피니언 3. 데이비드 코베트(이동은) 인생 후반전 이렇게 설계하라, 총익출판사, 2010. 51쪽 4. KJV. retire', 삼하11:15 뒤로 물러나다, 렘4:6 도피하다 ; NIV. 민8:25 일을 쉬어 봉사하지 아니할 것 5. 데이비드 코베트(이동은) 인생 후반전 이렇게 설계하라, 총익출판사, 2010. 60쪽 6. 위의 책, 61쪽; 은퇴하다 Retire), 가다 go, 숨다 hide, 지나다 pass, 떠나다 leave, 해고시키다 demit, 물러나다 recede, 사라져 가 다 evanesce, 회수하다 withdraw, 침대로 가다 go to bed, 한 걸음 물러나다 step dow, 녹아내리다 melt away, 무대 뒤로 가다 go offstage, ~에서 손을 떼다 ~wash hands of, 목장으로 발길을 돌리다 head to pasture, 명찰을 반납하다 turn one's badge, 중도하차 하다 hang up one's spurs, 시야에서 사라지다 disappears from sight, 조용한 삶을 찾다 seek a quit life, 직업을 포 기하다 give up an occupation, 사회나 대중으로부터 사라지다 shrink from society or publicity. 새 신발 갈아 신을 때 2-3 65
15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2-4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2-4 2012.06.13 17:06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청진기 1816, 프랑스 가 처음 환자의 질병 상태를 알아내는 의료 기기로 사용된 지 80년 될 즈음, 독일 1895에서 처음으로 엑스레이 X-ray 가 발명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청진기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96년, X-ray의 역사는 117년이 되는 셈이다. 청진기는 환자의 몸속의 소리를 통하여 질병 상태를 알아내고, X-ray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빛의 고속 파 장을 이용하여 물체나 사람 몸속의 상태를 파악하는 원리라고 한다. 평면촬영의 X-ray는 개선 발전하여 환부의 횡단 면을 검사할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 C.T., Computer tomography, 환부의 종횡단면을 관찰할 수 있는 입체 촬영의 자기공 명영상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최근에는 고도의 정밀 기기 디디알 DDR, Digital Direct Radiography까지 등장하여 의료기의 첨단화를 보여준다. 이런 기구들은 환자의 환부를 평면과 단면 및 입체의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보다 정확 한 질병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최첨단 의료 기기라 할지라도 인간의 마음의 환부와 그 상태를 오관 五 觀 으로 인지할 수 있게 촬영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멀었을 것 같다. 아니 먼 이상으로만 끝날지도 모른다. 마음 상태의 진실을 볼수 없어서, 마음의 상태를 신체 기능인 맥박, 호흡, 혈압, 땀과 같은 반응 변화를 수치로 측정하는 거짓말탐지기 시험 Disambiguate, 1914이 등장하 게 된 것이다. 그 정확도는 잘 모르겠지만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은 우주 정복을 눈앞에 두고 우주 쓰레기를 걱정할 정도로 무수한 인공위성을 하늘에 쏘아 올렸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12,000개에 달한다고 했던가. 인공위성을 통하여 비밀에 갇혀있던 천체의 신비가 하나씩 벗겨 지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다고 할 만큼 발전의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의료장비와 과학 문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인공위성이 머리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누가 계발 하고 그 속사정을 알아낼 수 있을까? 환자가 의사 앞에서 청진기와 첨단 의료기기로 영상 된 자료를 통하여 의사의 종합적인 진단을 받는다. 다만 의사는 나타난 결과를 진단할 뿐이다. 증상이 고통의 결과로 나타나기까지의 가족 병력과 심리상태 및 생활환경에 대하여 환 자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전문의사도 알 수 없다. 외부의 강한 충격과 같은 사고로 외상이 아닌 대개의 질병은 마음 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스트레스stress가 원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마음이나 정신적인 긴장감이나 압박감이다. 즉 마음과 정신적인 곤경 1 상태를 뜻한다. 쉽게 말해서 마음이 불편한 상태다. 외부적인 요인이든 내 부적인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이든 간에 스트레스는 건강장애에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심각한 스트레스는 노화 老 化 에 대한 심리적 변화다. 나이 들면 노화현상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2-4 67
를 받는다. 나이 들어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것은 일종의 하이랜더 증후군 이다. 나이 들면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 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통하여 자신의 노화를 체험해 가는 것이 삶의 과정이다. 이 세 가지의 변화 가운데 가장 힘든 체험이 심리적 변화일 것이다. 신체적 변화는 불가항력적이기 때문에 심할 경우에는 체념으로 받아드릴 수 있고, 사회적 변화는 제도적 약속이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고 퇴직을 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체험을 다 받아드려서 녹여야 하는 것이 마음이다. 그래서 마음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우리의 마음의 규모와 수용능력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마음으로 받아드릴 수 없는 상황이 스트레스가 된다. 마음의 용량이 커서 어떤 것도 받아드릴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바다는 지구상의 잡다한 물을 다 받아드린다. 그런 마음이라 면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 넓은 바다에도 예기치 않는 풍랑이 일고, 때로는 사나운 물결이 출렁일 때가 있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랴! 삶은 정상적인 스케줄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부딪혀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긴장을 계속하면 스트레스가 배가 되고, 결과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다. 힘을 빼고 살면 스트레스를 극 복할 수 있다. 목에 힘을 빼고, 악다물었던 입에 미소를 머금고, 으스러지게 쥐었던 주먹을 풀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골프의 기본자세는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다. 어깨가 굳어있거나 힘이 들어있으면 멋진 임팩 트를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삶의 혹독한 환경 앞에서도 스스로 자세를 낮추거나 힘을 빼면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 게 될 것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 수업 에서 교통사고를 만난 어떤 젊은 여성에 관한 얘기를 진지하게 소개했다. 여성은 뒤에서 달려오는 차를 갑자기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무의식중에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습관처럼 운전대를 힘껏 잡았다. 그러나 뒷차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때 여성은 무의식중에 꽉 잡았던 핸들 을 놓았고, 온 몸을 그 충격적인 상황에 내맡겼다. 충돌한 뒷차는 꼴사납게 부서졌고, 여성의 앞차는 박살이 났고, 중 간에 있었던 여성의 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러나 여성은 멀쩡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충격적인 순간에 삶을 체 념한 사람처럼 꽉 쥐었던 것을 다 놓았고, 온 몸에 힘을 빼고 상황에 맡겼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2 평생을 움켜쥐고 살았던 것을 하루아침에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애 변화의 과정을 황홀한 낭만으로 받아들여 살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옛날 대가족 시대의 어른들은 맏아들 장가보내면, 맏아들에게 큰 방을 물려준다. 그 뜻은 살림살이 전부를 맡긴다는 암묵적 인수인계인 셈이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사랑채로 물러난 다. 일종의 은퇴인 셈이다. 그때의 은퇴는 은퇴를 했지만 실권은 어른들이 갖고 있었다. 아들은 집안의 모든 일을 어 른들에게 물어야 했고, 어른들의 뜻을 헤아려야 했다. 그러나 큰방을 내어놓는 용기는 곧 은퇴의 용기였던 것이다. 쥐었던 것을 내려놓고 몸의 힘을 뺀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나이 들면서 심리적 변화를 다독여 경직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마음의 상태를 늘 진단해야 한다. 몸의 상처는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경우에 따라서 고치기 힘들 때가 있다. 세상은 험하고, 삶의 길은 거칠다. 나이들 수록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퇴직한 후에 상처를 쉽게 받는 다. 상처 받지 않고 살려면 힘을 빼면 된다. 힘있는 사람들의 무대인 권력의 중심부에서 상처를 받으면 평생 일어설 가망은 없다. 그것이 정치의 생리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상처를 받지 않는다. 이것이 낙조의 황홀한 낭만이다.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2-4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