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그 날 이후: 세월호라는 현장 세월호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1) : 관광지화를 통한 잊지 않겠습니다'의 실천 이 민 영 (서울대 인류학과 박사수료) 1. 서론: 무엇을, 어떻게 잊지 않을 것인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주년이 지났다. 참사 직후부터 대한민국의 수많 은 일반인들이 추모의 뜻과 함께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모아왔다. 그 뜻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 여주는 문구는 바로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다짐이라 할 수 있다. [사진 1]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다짐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2014년 5월 31일자, 인스타그램 및 필자)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다짐은 [사진 1]에서 보이는 것처럼 추모 집회에 피켓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팔찌와 뱃지로 제작되기도 했다.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입구에 대형 플랭카드로 걸리는 가 하면, 서울도서관 3층 세월호 참사 추모 공간에 정치인(박원순 서울시장)의 자필로 새겨지기 도 했다.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왜 이런 다짐을 하는 것일까? [사 진 2]의 우리가 침묵하면 세월호는 계속됩니다 라는 구호처럼, 이것은 현재의 시스템이 존속되 1) 이 글에서는 dark tourism을 다크 투어리즘 으로 표기한다. 국립국어원은 2008년 4월에 이 용어에 대 한 국어 표현을 공모한 결과 역사교훈여행 을 채택한 바 있으나, 대부분의 관광 연구자들은 dark tourism이 반드시 역사와 관련 있는 것도 아니고,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역사교훈여행 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재난, 참사 등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다 크 투어리즘 처럼 원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하고 있는데(예를 들어 한숙영 조광익 2010; 한숙영 박 상곤 허중욱 2011), 이 글에서도 그 뜻에 동의하여 다크 투어리즘 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 17 -
는 한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와 직접 관련이 없 는 사람들도 모두 우리 의 일로 인식하고 미안합니다, 행동하겠습니다 를 외칠 것이다. [사진 2]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하는 인터넷상 이미지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것일까? 그리고 이 다짐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 일까? 가장 중요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않은 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정부 와 지자체에서는 유가족의 억울함을 달래주는 보상 차원에서 추모비, 기념전시관, 추모공원, 해 상 추모공원, 국민안전기념관, 재난종합안전체험관, 해양안전전국민체험센터 등에 대한 구상 혹 은 계획을 발표해 왔다. 한편, 민간에서는 정부의 이런 구상을 신뢰하지 못하고 세월호 기억저 장소, 추모의 숲 등 독자적인 기획을 추진해왔다. 여러 주체들이 산만하게 발표한 이 모든 기획들을 통합하는 가장 적확한 개념은 관광지화 라 고 할 수 있다. 관광 이라는 단어에 스며들어 있는 놀고 먹는 것 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 람이 수백 명 죽어간 곳에서 관광이라니, 너무 불경스럽지 않은가 하고 분노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치 독일이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생각해보 면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용소가 관광지화 되었기 때문에 유럽의 대부 분의 중고등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며, 생생한 현장학습을 통해 나치의 만행이 얼마나 잔인했는 지, 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면 안 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즉, 이곳은 관광지화 를 통해 영 원히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현장에 대해 관광지화 라는 개념으로 통합해낸 학계의 논의는 아직 김헌식 양 정호(2014)가 유일하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바람을 언급하면서, 그 방법의 하나로 다크 투어리즘 을 소개하였다. 이들이 제시하는 잊지 않겠습니다 의 구체적 방 안은 1) 기록물 보존, 2) 추모 묘역과 공원 조성, 3) 유품과 유흔 공간 보존, 4) 선박 항로와 순 례 대장정의 코스화의 4가지로, 이를 종합하면 세월호 관광지화 계획 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 다. 이들의 논문이 2014년 7월에 접수되어 9월에 게재된 것은 아주 시의적절한 기획으로, 실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참사 직후부터 적절히 대처하고 최대한의 자료를 모을 수 있는 큰 틀을 제 시했다는 점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논의는 기존의 관광 콘텐츠 형식에 부합하 는 콘텐츠들을 정리하는 세부적인 방안에 대한 것일 뿐, 세월호 참사에서 잊지 말아야 할 핵심 이 무엇인지를 짚지 못했다는 근본적인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관광 콘텐츠 사업에 서 해오던 것처럼 세월호 관광지화의 주체도 국가라고 당연하게 가정해버렸으며, 따라서 세월호 - 18 -
참사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크 투어리즘의 새로운 방향과 그 의미도 읽어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막 넘긴 이 시점에서, 이 글은 기존 논의의 이러한 한계점을 넘어서기 위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잊지 않아야 하는지, 이 다짐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이 글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가장 강력하고 큰 틀을 세 월호 관광지화 계획 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기존 논의(김헌식 양정호 2014)와 상통하지만, 그 구 체적인 내용과 방법, 의의에 있어서는 한 걸음 더 진보적인 논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인류학자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논의를 제시하기 위해 기반으로 삼는 것은 인류학의 비교문화적 시각이다.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사건들이 다른 여러 문화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데, 타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어떻게 자리매김하는지, 이러한 참사의 어떤 지점을 어떻 게 기억하는지를 파악하면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위치를 좀더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실 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 직접적으로 삼는 비교대상은 일본의 후쿠시마 참사이다. 세월호 참사와 가장 유사한 선행사건을 후쿠시마 참사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그 사회 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을 파괴 했으며, 그 파괴 방법이 모두에게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사회 문제를 응축 하여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라는 점이다(경향신문 2014년 5월 13일자 2) ). 두 경우 모두,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탐욕과 그것이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는 배 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 추구 와 효율을 옹호하는 극히 친자본적인 정부의 인명경시정책이 부른 참혹한 결과 (민주사회를 위 한 변호사모임 2014), 한국 자본주의의 현재적 속성에 관한 이야기 (우석훈 2014)이며, 후쿠시 마 참사는 일본형 공업화 사회의 상징적인 존재인 일본 원전, 정부 주도로 경쟁제한과 독점을 인정받은 전력회사, 그리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지방자치체라는 구조가 만든 사건이라는 점에서 고도성장을 줄곧 달려온 쇼와 시대의 일본 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오구마 에이지 2015). 오구마 에이지(2015)는 2011년부터 벌어진 집회에서 사람들이 바랐던 것을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줄 생각이 전혀 없는 정부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기득권을 장악한 이너 서클끼리만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을 용서할 수 없다 고 정리했는데, 이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집회에 서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참사의 배경과 국민들의 바람이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이 글에 서는 일본의 지식인들이 내놓은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 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들 이 이 참사를 잊지 않고 진일보하기 위해 내놓은 최선의 방법도, 필자가 이 방법을 소개하는 이유 도 관광지화 가 일반인들이 직접 현장을 보고 겪으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수 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관광 이 가진 많은 기능과 의미, 그 활용가능성을 유연 2) 사회를 바꾸려면 이라는 책을 써냈던 오구마 에이지(2014)가 경향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발언 한 내용이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어떤 사고나 사건이 큰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은 그 사회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을 파괴했을 때다. 그리고 그 파괴하는 방법이 모두에게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사회 문제 를 응축하고, 따라서 이해하기 쉽고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후쿠시마 사고와 세월 호 사고가 일본과 한국 사회에 지닌 의미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232041415&code=960205-19 -
하게 생각할 수 있는 다크 투어리즘 이라는 개념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이후에는 일본 후쿠시 마 제1원전 관광지화 프로젝트 팀이 비교 사례로 삼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참사의 다크 투어리즘 사례를 살펴본 후, 이를 세월호의 관광지화 현황과 관련하여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잊지 않겠습니다 실천 방식이 시민운동과 연동되는 한편, 과제 해결형 관광 이라는 새 로운 다크 투어리즘의 장을 열어갈 가능성을 전망하고자 한다. 2. 다크 투어리즘의 개념 사람들의 죽음과 재난을 관광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실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현상으로, 고 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이 고대 이집트 왕들의 무덤인 피라미드를 자주 방문(Smith and Croy 2005: 199)했다는 기록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이 관광과 관련하 어 개념화된 것은 1990년대 이후이다. 여러 가지 유사한 개념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개념인 다 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은 관광학자인 폴리와 레논이 발표한 것이다. 1996년 이들은 다크 투어리즘 을 죽음이나 재난과 관련된 장소를 회상, 교육,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의 목적으로 방문 하는 것 으로 정의하였으며(Foley and Lennon 1996), 2000년에는 다른 개념과의 차별화를 위 해 다크 투어리즘이란 20세기 혹은 21세기 탈근대 사회에서 일어난 관광현상으로, 매스 미디 어의 영향, 상업화에 의한 관광상품화, 근대성에 대한 불안이나 의혹이라고 하는 탈근대적 특성 을 지닌 관광현상만을 지칭하는 것 (Lennon and Foley 2000: 7-12: 한숙영 박상곤 허중욱 2011에서 재인용)이라고 그 개념을 더 구체화하면서 탈근대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른 많은 서구 학자들처럼, 국내에 다크 투어리즘 개념을 도입한 관광학자 한숙영 조광익도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타나투어리즘(thanatourism) 3) 과 블랙 스팟 (black spot)을 들고 있다. 타나투어리즘 은 죽음과 관련된 장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그 기원은 중세시대의 순례여행이라 할 수 있다. 중세시대의 순례여행은 주로 성인( 聖 人 )의 죽음과 관련된 곳을 여행하는 것이었기 에, 죽음과 관련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매우 성스러운 여행 행위였다(Seaton 1996; Rojek 1993: 한숙영 조광익 2010에서 재인용). 죽음과 관련된 곳을 방문하는 이러한 성스러운 성격을 띤 여행은 19세기 블랙 낭만주의(black romanticism), 그리고 20세기 과학기술의 발전과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세속적인 성격을 지닌 여행으로 변하게 되었다. 로젝(Rojek 1993)은 갑작스럽게 불의의 죽음을 당한 유명한 사람들의 무덤이나 장소를 상업적으로 개발한 장소 를 블랙 스팟 (black spot)이라고 하면서, 대표적인 장소들로 미국 영화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지점 근처에 세워진 레크리에이션 장소, 미국 록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무덤, 미국 제35대 대통령 케네디(John F. Kennedy)의 암살 장소,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태국의 콰이강 다리, 캄보디아의 킬링필드(Killing Field) 등을 꼽았다(한숙영 조광익 2010). 로젝이 말한 블랫 스팟 도 다크 투어리즘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겠으나, 다크 투어리즘은 3) 사거 관광 으로도 번역된다. - 20 -
단순한 비명횡사나 고통, 비극과 관련한 내용보다는 역사적 가치 에 더 초점을 맞추는 여행이 라는 점에서 구별할 수 있다(김헌식 양정호 2014). 그 사례 연구도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은 홀로코스트 현장(Beech 2000), 잔학행위 현장(Ashworth and Hartmann 2005), 감옥(Strange and Kempa 2003; Wilson 2004), 노예 관련 유적(Dann and Seaton 2001) 등이 많이 연구되 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다크 투어리즘이 재난이나 참사, 불의의 죽음 후에 사회의 복원 메 커니즘을 작동 가능하게 하며(Korstanje and Ivanov 2012: 김헌식 양정호 2014에서 재인용), 전쟁, 사고 등의 여파 후 사회를 언어를 통해 세밀하게 탐색하는 행위(Estrada 2010: 김헌식 양 정호 2014에서 재인용)임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보고된 다크 투어리즘은 특히 식민지 시기와 전쟁과 관련된 장소가 많은 편이다. 서 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5.18 기념공원,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DMZ(비무장지대) 박물관, 제주 4 3평화공원 등 4) 이 대표적이다. 이 장소들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억울하고 안타깝게 사라 진 많은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는 한편,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사실을 기록하고 후세대를 교육하는 기능을 한다. 한편, 국가는 이 장소들과 관련된 사건에서 중요한 행위자이므로, 기념 비, 기념관 또는 박물관을 조성하고 이곳에서 자신들의 의도에 맞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투어 프 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이 사건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입 증하려 하기도 한다 5). 이 장소들이 대표적인 국내의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가 된 것은 이러한 목적을 가진 국가가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여 주도적으로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의 이러한 다크 투어리즘의 흐름에 새 장을 여는 움직임이 일본 후쿠시마 원 전 사고 현장과 한국의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죽은 자의 흔적을 단순히 구경하거나 국가에서 재편해준 기억을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가가 주도 해온 근대적 발전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 자체를 관광의 대상으로 삼고, 그것을 사회 운동의 일 부로 삼는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의 다크 투어리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3.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 소 사고가 발생했다. 2012년 가을, 와세다 대학 문화구상학부 교수이자 출판사 겐론 의 대표인 4)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만들어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는 식민지나 전쟁이 아니라 재난을 주소재로 하며, 참사로 불에 탄 열차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갖는다. 그러나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이곳은 사건의 배경을 성찰하기보다는 지하철 안전, 생활 안전, 심폐소생술, 지진 체험, 옥내 소화전 등 다양한 안전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종합안전체험장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장소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여 본문에서는 배제 하였다. 5)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인류학적 연구로 부경환(2011)의 석사학위논문 < 킬링필드 의 기억과 재현> 을 들 수 있다. 이 논문에 의하면, 베트남과 결탁하여 민주캄푸치아 정권을 패망시킨 캄푸치아인민공화 국 정부는 자신들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자신을 승리자 이자 구원자 로서 자리매김하 였고, 이러한 내러티브의 완성과 강화를 위해 크메르 루주를 가장 참혹하고 악랄했던 기억들로 재편집 하여 단일화 표준화된 지배적 집단기억을 만들었다. - 21 -
아즈마 히로키는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 이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사회학자, 관광학자, 저널리스트, 건축가, 미술가, 기업가 등이 모여 영역을 횡단하는 팀을 결성했다. 이것은 후쿠시 마 제1원전의 사고 터를 관광지화하는 계획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기억이 풍화되지 않 도록 피해지 후쿠시마에 어떤 시설을 만들고 무엇을 전시하고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 그것을 지 금부터 검토하고 비전을 가지고 피해 지역을 재건하려는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민 관 학 등 다 방면의 전문가와 피해지 주민들과 연대해 가면서 만든 마스터플랜을 서적이나 전람회 등의 형 태로 발표했다. 2013년 7월과 11월에 각각 출간된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와 후 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 은 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묶은 것이다. 처음에는 관광지화라 니! 불손하다, 피해자를 구경거리로 만들 참인가, 아직 방사능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그러나 제안 뒤 1년, 청년 세대를 비롯해서, 후쿠시마에 사는 사람들, 도쿄전력, 일부의 정치인이나 관료에 이르기까지 지지층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후쿠 시마 미노리 2015). 이 프로젝트의 기본 조사에 해당하는 체르노빌 취재가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728명의 기부 금 609만 5001엔을 모아서 진행된 것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잘 보여준다. 시 민들이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도 관광지화가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다짐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즈마 히로키는 체르노빌 다크 투어 리즘 가이드 에서, 이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문제의식은 체르노빌의 기억, 후쿠시마의 기억을 미래에 계승하기 위해 잊지 말자 고 강변하는 것 외에 무엇이 가능할까라는 물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는 지금부터 길고 지난한 싸움을 해나가야 하며 다크 투어리즘은 이 싸움 을 위한 비책의 하나 라고 주장한다. 정치가들이 아무리 서로 할퀴고 욕을 퍼붓는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관광을 가고 계속 왕래하는 한 희망이 있으며, 이미지의 폭력에 저항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관광 이기 때문이다(아즈마 히로키 외 2015).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 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관광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2013 1. 피해지에서는 자주적인 투어가 시작되었다. 2. 관광지화를 위해 체르노빌의 선례를 배워야 한다. 3. 가이드를 제도화하고, 먹거리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4.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하고, 기억을 계승해야 한다. => 피해의 현실이 관광지화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2단계: 도쿄가 후쿠시마에의 기점이 된다 2013-2020 1. 2020년에는 도쿄에 올림픽이 열린다. 2. 관광자 6) 에게 원전 사고의 실태를 널리 알려야 한다. 6) 이 글에서는 한국어 번역판에 나오는 관광객 대신 관광자 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관광객 이 현상 을 수동적으로 응시하는 관광객의 시선 (Urry 1992)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글에서 말하는 관광자 는 현장에서 상호작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좀더 최근의 시각을 반영한 용어이다. - 22 -
3. 도쿄 시나가와에 피해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 4. J빌리지 터에 부흥 박람회를 열고, 재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 아시아, 도쿄, 후쿠시마가 일직선으로 연결된다. 3단계: 후쿠시마 게이트 빌리지가 생겨난다 2020-2036 1. 2036년에는 J빌리지 주변의 방사선량은 충분히 내려간다. 2. J빌리지 터를 재개발하고, 비지터 센터를 만든다. 3. 관광자는 비지터 센터로부터 버스로 폐로작업을 견학하러 간다. 4. 비지터 센터는 지역 경제와 도후쿠 관광의 핵이 된다. => 후쿠시마가 희망의 단어가 된다( 東 浩 紀 外 2013).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의는 원전 추진인가, 탈원전인가 라는 이분법으로만 현상을 포착해 온 기존의 관점을 재고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리는 왜 지금까지 원자력을 갈망해 왔던가, 어떤 경위로 사고에 이른 것일까, 애초부터 왜 후쿠시마에 원전이 있었던가 라는, 말하자면 일 본의 근대화 과정을 성찰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원전의 역사에는 후쿠시마와 일본이라는 작은 나라/큰 나라, 지방(주변)/도시(중앙)라는 그림자가 크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이항대립의 구조, 희생의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후 급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을 인식할 필 요성도 제기한다. 또한,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원전 문제를 파악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피해지가 재건, 부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과 절차를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제안하 는 것으로, 이것은 과제 해결형 관광 이라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터를 관광지화한다는 것은 원전에 대해 일반 시민에게 물어보는 것이며, 이것은 정보의 공개를 의미한다. 관광지는 특권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까지와 는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피해지에 드나들게 될 것이고, 그렇게 해서 새롭고 다양한 아이 디어가 생겨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관광지화는 바로 이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후쿠시마 미노리 2015). 이 프로젝트의 멤버들은 이러한 과제 해결형 관광을 구상하기 위해 유사한 다크 투어리즘 현 장인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참사 현장을 견학하고 왔다. 이들이 후쿠시마 참사와 체르노 빌 참사가 유사하다고 생각한 것은 두 사고가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점도 있지만, 사회적 문제 점이 쌓여서 나타난 결과라는 점도 있다. 고르바초프 회고록 에 의하면, 체르노빌 사고는 소 련의 체제가 안고 있는 수많은 질환을 드러내놓았다. 이 드라마에는 오랜 세월 동안 쌓여왔던 모든 악폐가 얼굴을 들이밀고 나왔다. 괴이한 사건과 부정적인 프로세스의 은폐(묵살), 무책임과 나태, 직무방기, 이 모든 것들을 다 범벅으로 만들어놓은 과음(오구마 에이지 2015) 을 드러냈 다. 그렇다면 이제 후쿠시마 관광지화 프로젝트 팀이 파악한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의 양상은 어떠한지, 이를 통해 후쿠시마의 관광지화 구상을 어떻게 발전시켜가고 있는지를 이들의 목소리 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 23 -
4.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사례 7)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26일 소비에트연방(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4호 기에서 발생한 대규모 원자력 사고이다. 사고 전날 4호기에서는 정전시 전력공급실험이 예정되 어 있었는데 실험 과정에서 제어봉의 설계 잘못과 조작 실수가 겹쳐 원자로 내에서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이후 존(zone) 이라 불리는 반경 30킬로미터 권내는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원전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을 죽음의 땅 으로만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1995년에 국영 홍보기관이 건립되었고 외국인 견학부처가 생겼다. 처음에는 언론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투어가 진행됐는데, 점차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에도 문호를 개방해 2011년부터 관광지화가 본격화됐다. 2011년 2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고 현장 주변을 둘러보는 견학 투어 를 허용했으며 1년에 약 1만 4000명의 관광자가 현지를 방문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 직접 출입 신청을 한 여행사는 약 20곳이며 그 중 5곳이 전체 방문객의 약 80퍼센트를 점유한다. 체르노 빌 관광은 당일 투어, 여러 날 투어, 일반인용 투어, 전문가용 투어, 테마별 투어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이곳을 배경으로 한 게임인 <S.T.A.L.K.E.R.>의 팬을 위한 스페셜 투어도 있다. 당일 투어 표준 요금은 1인당 150달러 정도이며, 18세 이상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 관리동에 들어가기 위해 가운을 입고, 모자를 쓰고, 신발과 머리카락을 가릴 때, 그리고 사람들이 사라진 극장, 유원지 등의 폐허를 구경할 때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러나 관 광자들은 곧 이곳의 사마셜(자발적 귀향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놀라고, 말 무리가 풀을 뜯는 모습을 보며 환호한다. 체르노빌은 이러한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의 대상이 되는 한편, 게임의 대상까지 됨으로 써 온 세상에 자신을 홍보했다. 2007년 3월에 발매되어 전 세계에 200만 개 이상 팔리는 기록 을 세운 컴퓨터 게임 <S.T.A.L.K.E.R. 8) >의 배경은 2006년, 체르노빌 원전이 두 번째 폭발사고 를 일으켜 물리 법칙이 교란된 괴물이 발생한 존 이다. 이 게임은 3탄까지 나왔으며, 러시아어 판, 영어판, 일본어판으로도 출시되었다. 이 인기에 힘입어 게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소설 시리 즈 발간도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SF작가들이 80권 이상의 <S.T.A.L.K.E.R.>을 출간했고, 발행부수는 600만 부에 이른다. 컴퓨터 게임 <S.T.A.L.K.E.R.>는 인상적인 방법으로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문제를 터부 시하지 않으면서 체르노빌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방법이 되었다고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무거 운 사건을 관광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는 인식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이 실제 일어난 원전사고를 토대로 하고 있어 팬들이 사고 자체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실제로 이 7) 본 절의 내용은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를 정리한 것이다. 핵심만 인용하지 않고 전체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체르노빌 사고 및 이곳의 다크 투어리즘 현황이 한국에서는 너무 생소하여 자세히 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8) stalker는 원래 바짝 뒤를 쫓는 사람 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사고 현장 30킬로미터 권내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소설과 영화의 영향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인류 미지의 유산을 탐색하는 사람을 가 리키는 말이 되었다. 체르노빌 사고와 관련하여 존에 들어가 금지된 지역을 안내하는 가이드와 스릴을 좋는 여행자 모두를 스토커로 부른다. - 24 -
게임을 계기로 스토커가 된 젊은이도 있다. 원전사고 직후 원전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부대 대장 을 맡았던 알렉산더 나우모프는 가장 유명한 스토커로, 게임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이 체르노 빌이 어떻게 변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체르노빌의 이러한 획기적인 관광지화 방식은 박물관에도 적용되었다. 원전 사고를 주제로 한 체르노빌 박물관은 지난 20년간 120만 명이 방문했으며, 최근에는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독특하고 인상적인 전시기법 때문이다. 이곳의 다큐 전시는 30%이며, 나 머지는 예술적이며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전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획자의 의도는 이러하 다. 우리의 과제는 사고처리작업원, 희생자, 목격자 등 몇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운명을 통 해 오늘날 세계 산업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온 원자력 에너지가 일으킨 사고가 어떤 것 인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누가 버튼을 눌렀는가 가 아니라 왜 버튼을 눌렀는가 를 사회학자와 철학자의 시점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지요. 누르고 싶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누르기를 강요받았 는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그런 인간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전시를 하려 노력하고 있습 니다. 이러한 의식은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도 공유하는 부분이다. 2008년부터 체르노빌 투어 를 진행한 Tour 2 Kiev 여행사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 에게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우 위태위태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을 관광 을 통해 세상에 널리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르노빌 또는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최대의 의미는 인간의 자기의식 고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체르노빌 관광은 죽음과 재난의 으스스함 자체를 구경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비극이 발생하게 된 배경 자체를 철학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팀은 체르노빌의 현지인 들을 보면서 관광 이 성찰과 사회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는 확신을 얻었다. 이제 이들은 원전 노동자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일은 용서할 수 없다 며 관 광지화에 반대하는 외부의 비판자들을 설득할 근거를 얻었다. 가장 강력한 근거는 그곳에 살다 가 사고에 노출되어 강제 이주를 떠나야만 했던, 그러나 자발적으로 그곳으로 돌아온 사람들인 사마셜들이 투어에 매우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이유로 사마셜들이 1) 우 리가 잊힐 일은 없다는 심리 효과, 2) 눈에 보이는 경제 효과, 3) 이런 역사적 사고의 사후 처 리를 맡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것은 비극적인 재난 현장을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로 만들 때 모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5. 세월호 참사 관련 관광지화 현황과 전망 지금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과 이 프로젝트가 참조하는 체르노빌의 관광지화 양상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몇몇 장소들에서 이미 관광지화가 시작 되고 있는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넷의 여행 후기를 검색해보면, 진도 팽목항이 이 지역 여행시 빼놓을 수 없는 투어 코 - 25 -
스 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한 자동차 여행 전문 파워블로거는 <진도 여행_조도 창유항+진도 팽목항+세월호+진도5일장+진도개테마파크+진돗개>라는 제목 하에 자신의 여행 사진과 이야기 를 포스팅한 바 있다 9). 포스팅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그의 여행 목적은 전라도의 섬 지역 을 관광하는 것이다. 이 글은 조도에서의 한옥 민박 경험 및 팽목항의 노란리본 조형물, 학생들 에게 올리는 제사상, 방파제에 만들어진 타일 벽, 진도읍 조금시장, 진도개 테마파크를 보고 느 낀 것 등을 차례대로 적은 일반적인 여행기이다. 글을 읽다 보면 팽목항의 세월호 관련 조형물 들과 유가족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하나의 관광매력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어떤 블로거는 바다낚시를 다녀온 후기 10) 에서 멋진 진도 바다풍경 구경하세요 라는 글과 함 께 바다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사진 중에는 세월호 참사 현장입니다, 해경정과 군함들이 수 색작업 중이구요 라는 설명이 붙은 것도 있는데, 이러한 사진들은 낚은 생선 및 회를 뜨는 장면 사진들과 나란히 놓여 있다. 한편, 자전거 동호회에 올라온 글 중에는 지인을 만날 겸, 자전거 여행을 할 겸,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할 겸 진도를 방문한 여행후기도 있다 11). 이처럼 인터넷에 많이 검색되는 곳과 필자의 조사를 기반으로 볼 때, 세월호 참사와 강력하게 연결되어 관광지화되어 가는 곳은 다음 세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장소들의 특징은 정부가 아니 라 희생자들의 유가족들 및 각종 시민단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자생적으로 관광지 화되어 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는 참사 현장으로 연결되는 관문이자 사건 보도의 핵심이 되었던 곳인 진도 팽목항이 다. 이곳에서는 여러 집회가 열렸으며, 구조물들도 설치되고 있다. 방파제에 설치된 기억의 벽 은 총 4,656장의 타일로 이루어진 벽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 이 한국작 가회의,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와 함께 주관하고 전 국민이 참여해 완성한 작품이다(한국일보 2015년 4월 10일자 12) ). 이 근처에 설치된 '하늘나라 우체통'은 유가족들은 슬픔과 아픔을 담은 편지를, 방문객은 아픔에 동참하는 편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우체통 옆면에는 세월호 침 몰 희생자인 단원고 양온유 학생이 남긴 글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는 문구가 새 겨져 있다. 참사 100일째에 진도군교회연합회와 사단법인 하이패밀리가 방파제 등대 앞에 설치 한 것이다(연합뉴스 2014년 7월 23일자 13) ). 한편, 팽목항에서 4.16km 떨어진 진도군 백동 무궁 화 동산에는 3천m2 규모로 조성된 세월호 추모의 숲'이 조성되고 있다.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이 제안하고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이 주관하며, 진도군의 부지 협조로 진행된다. 이곳에는 추모 시설물 '세월호 기억의 방'도 함께 건립된다(연합뉴스 2015년 4월 10일자 14) ). 팽목항은 이 사건의 핵심 현장으로 수많은 상징물이 생겨나고 있고 문화제와 같은 행사가 열리며, 또한 유가 족과 일반 시민들의 반응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라 할 수 있다. 9) http://haeinsammae.blog.me/220328739166 10) http://cafe.naver.com/yp8282/22043 11) http://cafe.naver.com/bikecity/1642966 12) 한뼘 타일에 새긴 슬픔과 다짐, 팽목항 '기억의 벽' 이어나간다 http://www.hankookilbo.com/swv/ba4401d9f2c445c2941a988412570ae0 13) 세월호 참사 진도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 설치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4/07/23/0701000000akr20140723079300054.html 14) 진도 '세월호 추모의 숲' 첫 삽 은행나무 30그루 심어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4/10/0200000000akr20150410182000054.html - 26 -
[사진 3] 진도 팽목항과 그 주변에 설치되고 있는 세월호 관련 공간 (사진 출처: 한국일보 4월 10일자 등) 두 번째는 가장 많은 피해자들의 거주지인 안산 단원고 근처이다. 화랑유원지 내의 합동분향 소는 정부가 세운 추모공간으로,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이 걸려 있는 곳이다. 그 주위에는 시민단 체가 만든 각종 패널들이 세워져 있다. 이 패널들은 시민들이 모은 사진을 보여주고 사건을 해 석해주는 간이 박물관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패널들과 함께, 화랑유원지 주변에 가득 붙어 있는 현수막들은 유가족의 심정과 다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근처 상가에는 '세월호 1호 기억저장소' 가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 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유가족과 시민, 지 역주민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만든 공간으로, 참사 이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방법으로 시민들과 함께 기록을 수집하고 만들고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시민들이 보유 한 사고 초기에 관한 기록과 언론사가 생산 보유한 기록, 참사 안팎의 증언들을 기록으로 남기 고 통합해 진상 규명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오마이뉴스 2014년 8월 26일자 15) ). 근처 여러 공간에서는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16). 이곳들을 연결하면 2시간~반나절 정도의 도 보 투어 코스가 되는데, 이 코스를 통해 희생자들이 살았던 공간과 그들의 넋이 서린 공간을 다 볼 수 있다. 단원고 근처의 이러한 공간들은 세월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혹은 화랑 유원지에 서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찾아갈 만한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 로 기능한다. 세 번째는 서울 시청과 광화문 주변 공간이다. 서울시청과 연결된 서울도서관 3층에는 4.16 세월호 참사 기억 Forever Remembered )라는 제목 하에 전시 및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일반 시민들이 만든 종이배와 이들의 추모사를 적은 종이, 포스트잇, 희생자들을 위로하 는 조형물 등이 전시된 공간으로, 서울시청과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다. 15) 기억투쟁의 현장, '세월호 기억저장소' 문 연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7049 16) 시민네트워크에서 주관하는 아이들의 방 전시회(4-5월)가, 초지동 경기도미술관에서는 피해 가족 형 제자매와 친구 18명이 참여한 토닥토닥 너풀너풀 사진전(-6월 28일)이, 안산 고잔동 문화예술의전당 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9명 포함)의 수와 같은 304명의 미술작가가 참여해 희생자를 추모하는 회화 설치 영상 사진 조각 판화 만화 일러스트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는 세월호, 304인의 작가가 다가서다 -망각에 저항하기 전시가(-4월 24일),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야외에서는 대한민국 만화인 동행 이 만화로 그린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의 기록 이(-5월 10일) 열린다. - 27 -
[사진 4] 안산 세월호 기억저장소와 합동분향소 (사진 출처: 필자) [사진 5] 서울도서관(구 서울시청) 입구의 잊지 않겠습니다 현수막 및 3층의 추모 공간인 4.16 세월호 참사 기억 별이 되다 Forever Remembered (사진 출처: 필자) [사진 6]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기억의 문, 아이들의 방 사진전, 피켓들 (사진 출처: 필자) 광화문 광장은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주장을 전달하고, 정부에 정치적 목소 리를 내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는 다양한 피켓을 든 사람들,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 희생자들의 방을 찍은 사진과 그들의 교복과 같은 소지품, 기억의 문 이라는 조형물, 서명을 받 는 부스, 간담회를 하는 테이블, 분향소 등이 있어 참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한 눈에 구경 하고 참여도 할 수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나 근처 다른 장소에 볼 일이 있어 나온 일반인들, 경 복궁과 세종대왕상을 관람하고 나온 수많은 외국인들이 10분~30분 정도 관광하기 좋은 장소이 다. - 28 -
다른 곳이 아닌 이 세 곳에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조형물 등의 시설물을 만드는 것은 이곳 이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며, 따라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장소라는 것, 즉 관광 학의 용어로 표현하면 관광매력지 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누구도 관광지 라는 불경한 라벨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이 장소들이 비극적인 사건을 기억하고자 하는 피 해자 및 시민단체의 바람과 이곳을 구경하고 싶은 관광객의 욕망이 만나는 다크 투어리즘 관광 지 임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목적에 맞추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광자의 욕망을 이용하여 세월호 참사를 더 많은 일반 국민들에게 기억하 게 하고, 이해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앞에서 언급했듯, 진도를 찾는 김에 팽목항까지 둘러보는 자동차 여행자나 낚시꾼들은 원래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큰 관심도, 깊이 생각해본 바도 없었지만, 언론보도 때문에 궁금해져서 가볍게 관광하는 기분으로 방문한 사람들이다. 이 들은 평소에는 언론이 전해주는 것만 보고 들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교통사고 라고 판단해버 리고 마는 평균적인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어떠한 동기로든지 현장에 오게 되어 유족들의 모습 을 보고, 그곳에 조성된 추모기념물들을 감상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지도 모른다. 아즈마 히로키는 이렇게 적었다. 피해지의 문제이든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하든지 간에 단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무감만으로 사람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에 가면 즐거 울까,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야 비로소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한 경박한 욕망을 활용해서 뭔가 가능하지 않을까, 사회를 보다 좋게 하기 위해서 관광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았다. 관광이란 그러한 욕망을 원동력으로 해서 세계 곳곳의 사람 들을 대량으로 동원하고 연결시킨다 ( 東 浩 紀 2012: 후쿠시마 미노리 2015에서 재인용). 그렇다면 자생적으로 관광지화되어 가고 있는 이 장소들을 활용하여 초 중 고등학교 수학여행 단과 중장년층 동창회, 자전거 여행자들을 끌 만큼 매력적인 시설, 이들이 와서 전체적인 사고 를 조망해볼 만큼의 깊이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시설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일반적인 전 국민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금 상태로는 부족하며, 관광지화 라는 종합적인 기획이 필요 하다고 본다. 6. 세월호 참사 관련 시민운동의 관광화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장소들이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살펴보았 다.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민운동들이 기존의 사회운동 방식보다 더 관광의 방식을 적 극적으로 차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운동의 관광화 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끌어 냈음을 도보순례 및 버스 여행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29 -
[사진 7] 세월호 참사 전국도보순례와 기다림의 버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6월 26일자 17) 등) 대대적인 세월호 참사 전국도보순례가 처음 있었던 것은 2014년 6월 27일부터 7월 12일까지 의 15박 16일간이다. 수도권, 부산, 대구에서 각 팀이 출발하여 팽목항까지 걸었다. 이들의 도 보순례 목적은 희생자, 실종자 및 유가족의 슬픔, 고통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며, 국민의 목소리 를 모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에 대한 광범위한 여론을 모아내겠다 는 것이었다(민중의 소리 2014년 6월 27일자 18) ). 2014년 7월 8일부터 8월 14일까지는 세월호 유가족 3명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안산을 출발, 팽목항을 거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념미사가 진행된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900km를 걸 었다(뷰스앤뉴스 2014년 7월 18일자 19) ). 2015년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19박 20일간에는 온전한 실종자 수습을 위한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세월호 가족 안산-팽목항 도보행진 이 있었다. 행진은 유가족과 일반 시민이 구간을 나눠 하루 평균 25km 정도를 걷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전 일정 참여, 매주 주말 1박 2일 함께 걷기, 참사 300일(2월 9일) 함께 걷기, 각 지역 통과시 해당지역 시민 및 단체와 함께 걷기 등의 방식이 있었다. 행진 15일째에는 나주에서 세월호 참사 300일 문화제를 열었다(오마이뉴스 2015년 1월 26일자 20) ). 2015년 2월 23일에는 고 이승현군의 부친 이호진씨와 딸 아름양이 팽목항에서 천주교 정의 구현사제단 시민 등 10여 명과 함께 삼보일배의 여정을 시작했다. 참여자들은 세월호 모형배를 수레로 운반하며 삼보일배를 하며, 6월에 광화문 도착을 목표로 한다(연합뉴스 2015년 2월 23 1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6408 18) 진상규명 촉구 세월호 참사 전국도보순례단 부산서 첫 출발, http://www.vop.co.kr/a00000767765.html 19) 도보순례' 세월호 유족 "교황님께 십자가 봉헌하겠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112501 20) "전두환 때도 이러진 않았다" 세월호 유족, 팽목항까지 20일 행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76105-30 -
일자 21) ). 2015년 4월 4일부터 4월 5일까지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족들이 안산시 초지동 합 동분향소를 출발, 1박2일에 걸친 도보 행진 끝에 서울 광화문에 도착해 문화제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유족들은 전날 삭발식으로 짧아진 머리와 상복 차림에 영정을 들고 맨 앞에서 섰으며, 시민단체 회원과 일반 시민들이 뒤를 따라 500여명으로 시작한 행진은 광화문에 다다랐을 때 1천500여명까지 불어났다(연합뉴스 2015년 4월 5일자 22) ). 이처럼 자신이 사는 곳과 의미가 부여된 장소 사이를 걷는 것은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나 타나는 종교적인 행동인 순례를 차용한 것이다. 아픈 사람, 억울한 일로 사망한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의 물건이나 십자가를 지고 스스로의 몸을 제물 삼아 고행의 길을 걷는 것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고전적인 형태의 관광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은 유족들의 고통과 진정성을 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많은 참가자들을 동참하게 하였 다. 특히 유가족이 십자가를 지고 순례길을 걸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념미사장까지 도착 하여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으며 깊은 위로를 받은 사건은 상처 입은 유가족을 위로하기는커 녕 그들로 하여금 투쟁하게 만드는 한국 정부를 대비시켜 보여줌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세월호 참사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감정적으로 동조하며, 더 깊이 기억에 새기게 하는 효과를 가져 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이러한 도보순례보다 좀 더 현대적이고 간편한 방식은 참사 현장인 팽목항까지 버스를 대절해서 관광하는 기분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2010 년, 한진중공업 사태 23) 때 노동자의 고공농성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16대의 희망버스 가 출발했던 것을 계승한다. 2014년 10월 3일, 전국 29개 시군에서는 팽목항에서 열리는 세월호 실종자 철저한 수색 촉구와 팽목항 기다림에 함께하는 문화제 행사를 향해 기다림의 버스 가 출발했다. 이들을 태운 버스는 오후 7시 진도 팽목항에 도착하여 팽목항에서 진도 VTS관제센터 까지 왕복 3km를 걷는 '기다림과 진실의 행진'에, 오후 9시부터는 문화제에 참가했다. 소설가 김 훈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작가들의 버스'도 김애란, 송경동, 김행숙, 허은실 등 작가 20여명을 태 우고 서울 광화문 유가족 농성장에서 팽목항으로 출발했다(경향신문 2014년 10월 3일자 24) ). 이렇게 버스에 몸을 싣기만 하면 사건 현장도 볼 수 있고, 유명인들이 나오는 행사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일일 버스 투어 프로그램처럼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많은 국민들 이 이 행사에 참가했을 것이다. 이러한 도보순례의 동선 또한 시작점과 끝점에 설명 패널을 부 착하고, 곳곳에 사진 등의 기록을 보관할 장소를 만드는 등의 관광 코스화 를 한다면, 좀 더 많 21) 세월호 인양 촉구 유가족 부녀 팽목항 서울 삼보일배 고행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2/23/0200000000akr20150223133000054.html 22) 세월호 1박2일 도보행진 마무리 "시행령 폐기하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4/05/0200000000akr20150405046900004.html 23) 한진중공업이 생산직 근로자 400명을 희망 퇴직시키기로 결정한 것에 노조가 반발하여 "정리해고 전 면 철회"를 주장하며 나흘간 농성을 벌였으며, 2011년 1월 6일부터는 민주노총 김진숙 부산본부 지도 위원이 한진중공업 내의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간 사건. 24) 세월호 실종자 가족 찾아 팽목항 간 문인들 기다림의 버스 진상규명 다 됐다고? 그건 진실 아닌 현상일 뿐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032334335&code=940202-31 -
은 일반인들이 현장을 찾아보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시민운동은 이처럼 도보순례와 버스 투어를 통해 관광화 함으로써 잊지 않겠습니다 의 다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시민운동이 일부 관광화하는 것 은 다른 다크 투어리즘에서 보기 힘든 세월호 다크 투어리즘만의 특징이며, 다크 투어리즘의 새 장을 여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7. 세월호 다크 투어리즘의 새로운 가능성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기까지,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가장 분노케 했던 발언 2가지를 살 펴보자. 첫 번째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세월호 선체 인양을 포기하자는 주장이다 25).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014년 11월 13일, (인양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과연 (실종자 9명의) 시 신이 확보될지도 보장이 없다 며 오늘로 (참사) 211일째인데 그런 시신을 위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해양수산 부에서는 한 1000억 원 정도 든다고 하는데, 이게 한 3000억 원 정도로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것이 예상이 된다 라고 말했다(프레시안 2014년 11월 13일자 26) ). 두 번째는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2014년 7월 24일, 새누리당 주호 영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 라고 밝혔다. 그는 (보상해줄 돈 이) 청해진해운에 없을 수 없으니 국가가 일단 전액을 대납하고 나중에 절차를 밟자고 설계하 고 있는데, 이것만 해도 일반 사고에 비하면 상당히 특별한 것 이라고 하면서, 그런데 지금 기 념관 만들어달라, 재단 만들어달라, 세제 혜택이라든지 특별한 지원이 많은데, 우리 기본 입장은 천안함 피해자들보다 과잉배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한겨레신문 2014년 7월 24일자 27) ). 필자는 이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을 이 사람들의 입장과 논리 로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 이 관광지화 라는 틀이라고 생각한다. 관광지화 라는 틀로 접근할 때, 세월호 참사는 비용만 잡 아먹는 하마가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자원이기도 하며, 이를 수익을 창출하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은 바로 세월호 선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조각조각 부서져버린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과는 달리, 세월호는 물속에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물속에서 썩히는 것은 경제 논리를 최우선 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아까운 일일 것이다. 최대한 원형 그대로 인양하여 세계에서 가장 최첨단의 전시 기법을 이용해 압도적인 현장감을 재현할 경우, 그 장소(아마 진 도)는 세계적인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가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 특히 학생과 관광 관련 인력들, 공무원들, 해상운송 및 안전 관련 인력들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25) 결국 정부는 2015년 4월 22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결정하고 발표하였다. 26)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1729 27)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48317.html - 32 -
줌으로써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국격까지 높이게 될 것이다. 단, 국격까지 높이는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들도 이러한 참사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 대해 납득하고, 자국의 교통 시스템과 국가적 안전 관리 시 스템을 강화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설명을 과감하게 제공한다는 자세이다. 그것은 세월호 사 고 를 참사 로 만든 10대 원인, 즉 1)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사라진 안전장치, 2) 민영화, 3) 정 부의 재난 대응 역량 부재, 4) 원칙 없는 정부조직 개편, 5)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무능한 감독 기관, 6)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청와대와 대통령, 7) 해경의 손 놓은 초동 대응, 8) 해경 의 외부 지원 거부 및 배제 의혹, 9) 돈벌이를 위한 해운사의 위험한 선박 운항, 10) 교육 및 안전훈련 부재와 선원들의 무책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014)을 모두 솔직하게 기술하 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가 주도해온 근대성과 경제 발전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 자체까지도 관광의 대상 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필자가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을 상세히 소개한 것은 후쿠시마 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성찰해 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한편,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피해지가 재건, 부흥 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과 절차까지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삼는 과제 해결형 관광 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전쟁 관련 박물관과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은 국가 주도 의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에서는 종종 책임 소재가 전시의 배경이 되지만, 체르노빌 박물관에는 그런 책임 소재, 절대적인 악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다크 투어리즘의 미래를 보았다. 책임 소재에 대하여 소련 때문이다, 노동자의 실수 때문이다, 원전이라는 발전 방법 때문이다 등으로 서투르게 단순화하지 않고, 인류 역사에 축적된 경험이 없는 사건을 근본에서부터 철학 적으로 생각하게 했기 때문에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가이누마 히로시 2015). 이런 점에서 세월호 다크 투어리즘은 추모와 단순한 사건 설명을 넘어서서 한국의 근대화 과 정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는 과정으로서의 관광이 되어야 한다. 세월호 관광지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교통사고라는 인식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도 일단 한 번 찾아와서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또한 이 참사로 고통을 겪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입장이 되 어 최대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술적이어야 한다. 나아가 이 참사를 해석하고 처리하면 서 나타났던 유가족들과의 갈등과 정치적 균열, 시민운동 등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깊은 반성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다. 이 정도의 철저 한 반성과 획기적인 기획이 있어야 세계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새로운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 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와 세계사에서 잊혀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세월호 관광지화 계획은 국가의 의무와 정의라는 논리로는 설득당하지 않을 사람들을 그들의 논리로 설득하는 한편,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다짐 또한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고 생각한다. -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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