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번역 Grade 5-9 안나 카레니나 p. 4 이 책의 저자 톨스토이 (1828~1910)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인 동시에 사상가. 유서 깊은 백작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을 중퇴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지주로서 영지 내 농민생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의 이상주의는 실패로 끝나 모스크바에서 방탕한 생활에 빠 져들었고 1851년에는 군에 입대하여 실전을 치르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 쓰여진 많은 작 품들은 전쟁 경험을 토대로 삶과 죽음, 민족문제, 계획적 대량학살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 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55년 군에서 제대할 무렵 이미 청년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 였다. 62년 결혼한 뒤 문학에 전념하여 그의 대표작이 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을 발표하였다. 그의 작품들의 공통점은 이웃에 대한 사랑, 선과 악, 신앙과 불신, 죽음과 삶의 의미 등의 무거운 주제가 톨스토이 특유의 설득력과 함께 이해하기 쉽고 힘 있게 담겨 있다는 점이다. 82세의 생애 동안 90여권의 저서를 남긴 톨스토이는 도스토예 프스키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다. p. 5 안나 카레니나 는 1870년대 러시아의 여러 사회적 문제와 풍속 을 다룬 장편소설로, 전쟁과 평화, 부활 과 함께 톨스토이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아 름다운 귀족 부인 안나와 매력적인 청년 장교 브론스키의 불륜의 사랑이 줄거리의 주축을 이루는 이 소설은 영화로도 수차례 제작되었다. 러시아의 고관인 카레닌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낳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던 안나는, 오빠 오블론스키의 부탁으로 그들 부부의 문제를 상담해 주기 위해 모스크바로 온다. 때마침 어머니를 마중하기 위해 모스크바 기차역에 나온 브론스키
는 우연히 안나를 알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서로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결국 안나가 브 론스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브론스키는 안나가 카레닌과 이혼하고 자기와 함께 새로 운 생활을 하길 바라지만, 안나는 아들 때문에 망설인다. 한편, 카레닌은 브론스키를 사랑 한다는 아내의 고백을 듣고도 사회적 체면과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이혼 요구를 들어 주지 않는데 p. 8 Before You Read <안나 카레니나>의 등장인물들이 여러분께 자기소개를 소개합니다. 반갑게 맞아 주세요. 안나 난 러시아 최상류층의 갑부 여인이에요. 난 아들을 하나 두었지만 내 청춘의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았죠. 내 남편 카레닌은 정부의 고위관료예요. 그는 때때로 아주 차갑고, 그의 사랑은 열정적이지 않죠. 하지만 난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오빠를 방문하러 모스크바에 가기 전까지는요. 거기서 난 내 인생을 바꿔 버린 한 남자를 만났죠. 브론스키 난 러시아의 장교요. 내 집안은 아주 부유하고, 나의 미래는 유망하다오. 내 경력과 인생을 망칠 만한 오직 한 가지는 한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이라는 거지. 그렇다 하더라도 난 존경할 만 한 사람이 될 거요. 명예는 나에게 매우 중요하거든. 카레닌 난 아주 바쁜 정부 관리요. 내 일과 사회에서 내 지위는 아주 중요하지. 난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했 어. 난 그녀를 사랑한다오. 그리고 내 아내가 행복하고 날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 스티바 난 정부에서 일하오. 하지만 이건 내 직업일 뿐, 내 삶은 아니야. 인생은 너무 짧아 즐겁지 않은 일에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소. 친구들과 맛있는 식사와 술을 즐길 시간은 항상 있지. 여자? 네, 난 결혼했 지만 그 사실 때문에 다른 여자들을 만나지 않을 순 없어. 돌리 아, 내가 사랑하는 남편 스티바가 프랑스 보모와 바람 피웠어요! 이건 정말 끔찍해요! 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스티바는 여동생 안나더러 와서 나하고 얘기하라고 초대했어요. 잘됐어요. 그녀는 이런 문제를 잘 알거든요.
p. 60-61 Understanding the Story 톨스토이는 어디서 모티브를 얻어 불후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 를 탄생시켰을까요? 우연찮은 사연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알아봅시다. 우연히 탄생한 여주인공 안나 안나 카레니나 는 종종 불후의 소설로 간주되기에 톨스토이가 이것을 거의 우연히 썼다는 걸 생각하 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 를 집 하기 시작할 때, 사실 그는 피요 르트 대제에 관한 다른 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슬럼프에 빠져 있었죠. 이런 절망 상태에 서 톨스토이는 비비코프라는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비비코프는 안나 스테파노바 피로고바라는 여인과 살았습니다. 톨스토이는 그녀로부터 주인공의 이 름과 비극적인 죽음을 차용했습니다. 비비코프는 안나를 버리고 그의 아이들을 돌보던 독일인 가정 교사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나 스테파노바는 이 소식을 듣고 달아나 버렸죠. 옷가지 꾸러미 하나를 들고 그녀는 사흘 동안 시골을 헤맸습니다. 그러고 나서 비비코프에게 편지 한 장을 썼는데, 내용은 이러했죠. 당신은 날 죽였어요. 행복하세요. 암살자가 행복할 수 있다면요. 원하신다면 제 시 체를 야센키 역 철로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다음 그녀는 야센키 역에서 화물열차 밑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실제로 톨스토이는 그 다음날 역으로 가서 경찰 감독하에 해부가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안 나의 시신 위에서 의사가 일하는 것을 보며 그는 이 가엾은 여인의 삶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는 당 시 러시아 상류사회에 투영된 성, 의무, 결혼, 윤리적인 행동 등의 여러 주제를 숙고했습니다. 이런 생각에서부터 그는 댐에서 물이 방류되듯 써나가기 시작했죠. p. 90-91 Understanding the Story 19세기 여느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여성들의 위상은 그리 높지 못했답니다. 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봅 시다. 19세기 러시아의 여성들 19세기 러시아에서 모든 여자는, 행복한 여자든 슬픈 여자든, 같은 방식으로 모두 혜택을 받지 못했 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귀족층 여성들조차도 정부에서 아무런 힘도 가질 수 없었고 자기 여권 조차 소지할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도 못 다녔지요. 그들의 유일한 목표는 결혼, 그것도 좋은 결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짝을 맺는 것은 가문의 배경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사람 은 별로 따지지 않았죠. 결혼만 하면 여성들은 남편을 봉양하고 집안일을 처리하고 아이를 낳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남 편들은 아내의 일상적인 일을 승낙하거나 안 된다고 했지요. 정숙 에 대한 엄격한 규범은 여성에게만 적용되었습니다. 사회는 여성들이 결혼할 때 처녀일 것을 강 요했습니다. 결혼을 하면 순결 대신 순종이 여성의 최고 덕목 자리를 차지했지요. 이런 규범 밖을 맴
도는 여성들은 가혹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폭력이 가해지거나 사회에서 추방되는 방식으로요. 톨스토이 시절에 러시아의 지식인들은 이 제도의 부당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것 을 여성 문제 라고 일컬었지요. 주목할 만한 점은, 맨 처음 톨스토이는 안나를 못생기고 악한 인물로 설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를 바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녀를 동정하고 남자들이 아무렇 지 않게 저지르는 똑같은 죄를 두고 여성에게는 가혹하게 처벌하는 제도의 위선에 의문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답니다. 전문 번역 [ 제 1 장 ] 불행한 가족 p. 10-11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식으로 불행 한 법이다. 오블론스키 집안은 그러한 불행한 가정들 중 하나였다. 아내인 돌리는 사흘 전에 남편이 프랑스인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남편과 한 집에서 계속 살 수 없다고 선언 했다. 그녀는 자기 침실에 계속 있었고, 남편인 스테판 오블론스키 공작은 하루 종일 집 밖에 있었다. 부부의 다섯 아이들은 집 안 이곳저곳을 제멋대로 뛰어다녔다. 요리사는 일을 그만두었고 다른 하인 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툼이 있은 후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오블론스키 공작 - 그의 친구들은 스치바라고 부른다 - 은 자기 서재의 가죽 소파에서 잠을 깼다. 그는 아주 멋진 꿈에서 막 깨어나 미소 지으며 가운에 손을 뻗 었다. 순간, 그는 자신은 서재에 있고 자기 가운은 아내의 침실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얼굴에 서 미소가 사라졌다. p. 12-13 스치바는 생각했다. 모두 내 잘못이야. 돌리는 결코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가 도대 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하지만 진짜 비극은 내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거야. 스치바는 사흘 전 극장에서 집으로 어떻게 왔는지를 떠올렸다. 그는 아내가 프랑스어 가정교사에 게서 온 편지를 손에 쥔 채 이층 침실에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내의 얼굴에 나타난 고통스러운 표 정과 눈에서 흐르던 눈물은 아직도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프랑스어 가정교사와의 외도는 스치바에게 첫 번째가 아니었다. 그는 34세의 나이로 꽤나 준수한 외모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아내보다 젊은 여인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가 더 이상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현모양처였지만, 더 이상은 젊고 매력적인 여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치바가 하인을 부르자, 하인은 한 통의 전보를 가져왔다. 그것을 펼쳐 내용을 읽으면서 스치바 의 얼굴은 곧 밝아졌다. 여동생 안나가 올 거라는 소식이었다. 안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편과 여덟 살난 아들과 살고 있었다. 돌리는 안나를 참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스치바는 여동생에게 와서
지금 처한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초대했던 것이다. 전보에는 안나가 기차로 오후쯤 모스크바에 도착 할 거라고 쓰여 있었다. p. 14-15 스치바는 옷을 갖춰 입고 나서, 그의 서재에서 아내의 침실로 난 문을 열었다. 돌리는 열린 옷장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짐을 싸서 아이들과 집을 나가야 할까 결정하는 중이었다. 분노 가 치밀어도 스치바는 그녀의 남편이었고, 마음속으로 돌리는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 안나가 오늘 온다는군. 하고 스치바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안나를 볼 일은 없을 거예요! 돌리는 소리쳤다. 아이들을 데 리고 이 집을 떠나겠어요. 당신은 그 여자와 여기서 사세요! 돌리, 제발 이해해 주구려 하고 스치바가 말했다. 이해라고요? 당신은 역겹고 가증스러운 인간이에요! 돌리, 제발 아이들 생각을 해요. 아버지 없이 자라면 아이들이 망가질 거요. 걔들을 벌하지 말아 요. 날 벌해요. 내가 죄인이오. 스치바가 애원했다. 돌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일어나서 문으로 향했다. 돌리, 한 마디만 더. 하고 돌리가 문을 열 때 스치바가 말했다. 가버려요! 하고 돌리가 외쳤다. 그리고는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슬픈 듯이 스치바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하인에게 안나가 묵을 방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모스크바에 있는 법원들 중 한 군데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p. 16-17 학생 시절, 스치바는 영리했지만 게으름을 피우는 장난꾸러기였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그의 부친을 알고 있어서, 이런 연줄은 그가 정부에서 높은 보수 의 일자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 스치바는 대단한 야망을 품은 사람이 아니었고 일을 열심히 하 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매력적인 몸가짐이나 좌중을 즐겁게 이끄는 재빠른 기지에 의지했다. 정오에 스치바가 회의에서 나오는데 어깨가 넓은 한 남자가 그를 향해 가뿐히 계단을 올라오는 것 을 보았다. 스치바는 반가움에 웃음을 머금었다. 레빈, 놀랍구먼! 모스크바엔 왠일인가? 자네에게 뭐 좀 물어 봐야겠네. 레빈이 말했다. 돌연 그는 수줍어하는 것 같았다. 혹시 스체르 바츠키 집안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나? 스치바는 레빈이 모스크바에 돌아온 이유를 바로 알아차렸다. 레빈이 돌리의 동생인 키치 스체르 바츠키 공작 영애와 사랑에 빠졌다는 건 그가 아는 사실이었다. 스체르바츠키 가는 오늘 저녁 8시에 만찬 파티를 연다네. 스치바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하 인을 보내 자네가 모스크바에 도착한 것을 알리겠네. 물론 자넨 초대받을 거야. 키치도 거기 있을 테 고. 그사이 점심이나 들러 가세. p. 18-19 점심식사를 하면서 스치바가 물었다. 그래, 모스크바는 왜 그리 오래 떠나 있었나? 또 갑자기 돌아온 이유는 뭐고? 자네가 짐작하는 대로, 난 키치를 사랑하네. 레빈이 대답했다. 그녀가 나와의 결혼에 응하지 않을 것 같아서 모스크바를 떠났지. 그녀의 어머니가 특히 나를 반기지 않는 눈치야. 하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네. 레빈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을 했다. 난 키치에게 청혼 하러 돌아온 거야. 자넨 그녀가 네 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보나?
물론이지. 돌리가 그러는데 키치가 자넬 사랑하는 것 같다더군. 스치바가 말했다. 그거 잘됐군! 레빈이 외쳤다. 그는 안도하면서도 놀라는 것처럼 보였다. 한 가지 자네가 알아야 할 게 있네. 하고 스치바가 말했다. 경쟁자가 있어. 이름은 브론스키 백 작이야. 젊은 기병대 장교로 쟁쟁한 인사들과 끈이 닿아 있지. 키치의 모친은 그에게 상당히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키치는 자네를 더 사랑하는 게 확실해. 브론스키가 오기 전에 먼저 만찬 파티에 가서 그녀에게 청혼하게. 행운을 비네! 스치바는 기차역에서 안나를 마중하러 떠났고, 레빈은 자기 아파트로 돌아갔다. [ 제 2 장 ] 우연한 만남 p. 22-23 기차역에서, 오블론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오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브 론스키 백작을 만났다. 누구를 마중나오셨습니까? 브론스키가 물었다. 아리따운 여인을 만나러 왔네만. 스치바가 대답했다. 동생 안나를 마중나왔다네. 오, 카레닌의 아내 말씀입니까? 브론스키가 물었다. 그렇다네. 안나를 아는가? 아닙니다. 실은 기억이 안 납니다. 카레닌이라는 이름은 매우 격식을 차리고 따분한 사람이란 인상을 그에게 주었다. 하지만 소문난 나의 매제를 잘 알아 두어야 할 걸세. 정부 고위 인사니까. 스치바는 말했다. 예. 브론스키가 대답했다. 그분의 명성과 면모는 알고 있습니다. 아주 똑똑하시고 신앙심이 깊 다고 알고 있죠. 참, 저는 어머니를 맞으러 나왔습니다. 대화는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끊어졌다. 기차가 서자, 젊은 호위병이 브론스키 근처로 뛰어내 렸다. 브론스키는 호위병에게 브론스키 백작 부인이 탄 객차를 물었다. 호위병이 가리키자 브론스키 는 객차 입구로 갔다. 거기에 다다랐을 때 그는 한 귀부인이 내리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p. 24-25 한눈에 브론스키는 그 여인이 매우 부유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무 언가 특별한 것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가 바라보 자, 그녀 또한 다정하고 호기심어린 눈길로 그를 보았다. 브론스키는 고개를 끄덕 하고는 객차 안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그의 어머니는 검은 눈과 곱슬머리 를 가진 노부인으로, 얇은 입술로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 전보를 받았구나. 잘 지내니? 하고 그녀가 말했다. 여행 즐거우셨어요? 하고 물으며 브론스키는 어머니 옆에 앉았다. 바로 그때 브론스키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던 그 여인이 당황한 기색으로 다시 객차 안으로 들어왔다. 오빠를 찾았나요? 브론스키 백작 부인이 물었다. 브론스키는 이 여인이 바로 오블론스키의 누이인 안나 카레니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는 바로 밖에 계 니다. 여기 계시면 제가 불러 오겠습니다. 안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 백작 부인 옆에 앉았다. 브론스키는 기차에서 내려 인파 속에서 오블 론스키를 찾았다. 브론스키는 그의 이름을 부르고는 말했다. 누이분이 이 객차 안에 저희 어머님과 함께 계 니다.
p. 26-27 안나는 창 밖으로 오빠의 모습을 보자 객차에서 내려 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두 팔 벌 려 그를 안고 다정하게 뺨에 키스를 했다. 브론스키는 어머니가 객차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도왔다. 참으로 매력적이구나, 안 그러냐? 백작 부인이 아들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안나에게 말했다. 내 나이에는 꾸밈없이 말할 수 있다오. 난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안나는 기쁜 듯이 보였다. 그녀는 백작 부인에게 입을 맞췄고 브론스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 손에 키스하며 무척 기뻤다. 바로 그때 큰 동요가 일면서 철도역장과 차장 여러 명이 달려갔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하고 겁에 질려 있었다. 브론스키는 여인들에게 객차 안으로 다시 들어가라고 권했다. 그리고 나서 그와 스치바 는 기차역 관리들을 따라 기차의 앞 으로 갔다.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기차가 도착할 때 호위병 하나가 기차 밑에 깔려 죽은 것이다. 그의 시체를 보자 스치바는 금방 울 음이라도 터뜨릴 듯 매우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 정말 끔찍하군! 그가 외쳤다. 브론스키나 스치바 어느 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안나와 백작 부인이 기다리 고 있는 객차로 돌아왔다. p. 28-29 끔찍했어. 하며 스치바는 안나와 백작부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었다. 가 엾은 미망인이 거기 있었어요. 시신에 몸을 던지며 가족이 많다고 하더군요. 정말 안됐지 뭐야! 누구라도 도울 일이 없을까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안나가 물었다. 브론스키는 안나를 보더니 즉시 객차에서 나갔다. 얼마 뒤 돌아와 보니 스치바가 여자들에게 모스 크바에서 최근 상연된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모두 객차에서 나와 출구를 향해 걸었 다. 문에 이르자 역장이 뒤에서 달려왔다. 그는 브론스키 백작에게 말을 걸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 부하 직원에게 많은 돈을 주셨더군요. 그 걸 어떻게 쓰기를 원하 니까, 선생님? 뭐, 물론 미망인과 그 자녀들을 위해서지요. 브론스키는 대답했다. 돈을 주었다고? 라고 스치바가 물었다. 정말 사려가 깊군, 사려가 깊어! 그들은 각각 역에서 마차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집으로 오는 마차 안에서 안나가 물었다. 브론스키를 안 지 오래되었나요? 그럼. 알다시피 그는 키치와 결혼하길 바라고 있지. 이 얘기를 듣자 안나의 기분이 바뀌었다. 그래요? 라고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 오빠 문제에 대해 얘기해요. p. 30-31 스치바는 안나에게 모두 말해 주었다. 집에 도착하자 그는 안나를 내려주고 다시 법원 의 사무실로 마차를 타고 갔다. 돌리는 안나가 오든 말든 상관없다고 스치바에게 말했었지만 막상 그녀를 보니 진정되었다. 어차피 안나의 잘못이 아니잖아. 하고 그녀는 혼자말했다. 난 그녀를 소중한 친구로 알고 있을 뿐이야. 안나가 들어오자 돌리는 안나를 요란하게 맞으며 키스를 했다. 돌리, 만나서 정말 기뻐요! 안나가 말했다. 안나는 돌리의 말을 매우 공감하며 들어 주었고, 돌리는 자신의 고민들을 털어놓고 나자 한결 기 분이 나아졌다.
아, 안나, 어쩌면 좋겠어요? 돌리는 말을 마치고는 이렇게 물었다. 나 좀 도와줘요. 돌리, 스치바는 여전히 언니를 사랑해요. 안나가 말했다. 난 동생이라 오빠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요. 오빠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언니를 마음으로 배신하지는 않았다구요. 그렇지만, 그런 일이 또다시 생긴다면 어떡하죠? 용서할 수 있겠어요? 돌리는 물었다. 또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안나는 대답했다. 그러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나라면 용서 해 줄 거예요. p. 32-33 마침내 안나는 돌리가 스치바를 용서하도록 설득시켰다. 돌리가 남편을 용서하기로 한 직후 키치가 도착했다. 언니인 돌리를 보러 온 것이었다. 키치는 안나를 정식으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키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에서 온 이 세련된 여인이 자신을 어리석은 아가씨로 여기지 않기를 바랐다. 안나는 키치를 아주 마 음에 들어했고, 둘은 금방 친해졌다. 이 세 여인은 한 시간 가량 이야기꽃을 피웠다. 키치는 떠나기 전에 안나에게 말했다. 다음 주 무도회에 꼭 오세요. 그곳에 저명하고도 세련된 분 들이 많이 올 거예요! 당신의 브론스키 백작도요? 안나가 물었다. 키치는 얼굴을 붉혔다. 오늘 기차역에서 그분과 유쾌한 만남을 가졌답니다. 굉장히 잘생긴데다 마음도 넓으신 분 인 것 같아요. 전 다음주 무도회에 갈 수 있을 만큼 머물 것 같아요. 키치가 가고, 돌리는 하인들에게 저녁식사를 준비시켰다. 그날 밤 돌리, 스치바, 안나, 그리고 아 이들이 모두 함께 만찬을 나눴다. 돌리는 사흘간 부르지 않았던 스치바 라는 이름으로 남편을 불렀 다. 이에 스치바는 매우 기뻐하며 안나에게 고마워했다. p. 34-35 마을 건 편, 스체르바츠키 가문의 집사는 7시 30분에 레빈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키치 는 이 기별을 듣고 설레는 한편 겁이 났다. 왜 레빈이 일찍 왔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레빈이 홀에 들어서서 홀로 서 있는 키치를 보았다. 그는 들뜬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한 편 수줍었다. 레빈! 모스크바로 돌아오셨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하고 키치는 외쳤다. 이번엔 얼마나 계실 건 가요? 그건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내 말은,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온 것은 내 아내가 되어 주 시오! 키치는 너무 기뻤고 이 사실이 놀라웠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레빈을 매우 좋아했다. 하 지만 레빈을 남편감보다는 친오빠에 가깝게 생각했다. 그의 청혼에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느끼리라 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브론스키가 떠올랐고 그녀는 레빈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아니, 그럴 수 없어요. 그녀는 나지막히 대답했다. 용서하세요. 레빈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실의에 빠져 말했다. 아니, 당연해요. 이해합니다. 레빈이 막 나가려는데, 제복을 입은 잘생긴 청년이 들어왔다. 레빈은 키치가 브론스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와 얼굴이 빛났다. 그는 키치가 브론스키를 진정으 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 36-37 다음주, 성대한 무도회가 모스크바의 커다란 궁전에서 열리고 있었다. 내빈들이 속속
입장하면서, 그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키치와 그녀의 어머니는 약간 늦게 도착 했다. 키치는 검은 색 드레스를 입은 완벽한 미인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계단을 올라 연회장으로 갈 때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곧바로 키치는 그 무도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방 한 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걸 보았다. 스치바가 돌리와 있었다. 안나도 아름다운 검정색 벨벳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여덟 살짜리 아들을 둔 여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키치의 연인인 브론스키 백작도 있었다. 제복을 입은 백작의 모 습을 보자 키치의 심장이 좀더 빨라졌다. 키치가 그 무리에 합류하자 안나는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드레스와 아름다운 자태를 칭찬했다. 브 론스키 백작이 키치에게 춤을 청했다. 그들이 춤을 추는 동안 중요한 어떤 대화도 없었지만, 키치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오늘 밤의 가장 중요한 춤인 마주르카를 추자고 청할 것임을 확신했 다. 키치는 브론스키 백작이 그때 청혼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p. 38-39 이렇게 첫 곡을 추고 나서, 키치는 그녀와 춤을 추려고 열을 올리는 젊은이들 몇 명과 춤을 추어야 했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들 중 한 청년과 춤을 추다가, 문득 옆에서 브론스키 백작 과 춤을 추고 있는 안나를 보게 되었다. 키치는 조금 불안해져서 안나와 브론스키를 유심히 지켜보았 다. 안나는 빛나는 눈으로 백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말을 건넬 때마다 그녀는 기쁨에 충만하 여 더욱 더 눈이 반짝였다. 무섭게도 똑같은 흥분과 행복한 표정이 브론스키의 얼굴에도 나타났다. 드디어 마주르카가 시작되자 키치는 오랜 집안 친구인 코룬스키의 청을 받았다. 브론스키가 벌써 안나와 춤추고 있는 것이 보이자 그녀는 수락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키치는 그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음을 실감했다. 키치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춤이 끝날 즈음, 안나와 키치는 바로 옆에서 춤을 추게 되었다. 안나가 키치에게 손을 뻗었지만, 키치는 무시하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문득 안나는 키치의 얼굴에서 절망과 질투의 표정을 보았다. p. 40-41 춤을 추고 나서, 안나는 브론스키에게 만찬 때까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멋진 시간 감사해요. 이제 그만 가서 내일 집으로 돌아갈 짐을 꾸려야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정말 내일 떠나시렵니까? 브론스키가 물었다. 예, 그래야지요. 안나가 대답했다. 그녀의 눈이 빛났고, 그녀의 미소는 브론스키의 마음을 흥분시켰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안나는 남편에게 전보를 보내, 오늘 열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발하겠 다고 알렸다. 전 가야 해요. 하고 그녀는 돌리에게 말했다. 내가 갑작스레 떠나는 이유를 고백할게요. 내가 키치와 브론스키 사이를 망쳐놓았어요. 키치는 날 시샘하고 있고, 난 지난밤 무도회를 그녀에게 악몽 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정말이지 그건 내 잘못은 아니야. 아니 아주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스치바처럼 말하는군요! 돌리가 소리쳤다. 하지만 기억해 둬요, 안나. 난 항상 아가씨를 가장 소중한 친구로 사랑할 거예요. 아가씨가 내게 해준 것들을 잊지 않을 거예요. 그날 밤 안나는 집으로 가는 기차에 오르며 귀가하게 되어 안도감과 행복을 느꼈다. 이제 곧 우리 아들 세료자와 남편을 만나겠지. 하고 그녀는 혼잣말했다. 그럼 내 단조로운 생활 도 이전처럼 계속될 거야.
[ 제 3 장 ]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피어난 로맨스 p. 44-45 밖에는 심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안나는 소설을 읽으려고 애썼지만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는 기차소리를 듣다가 잠들었다. 불현듯 기차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도중 멈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후 군용 외투를 입은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도와드릴까요, 부인? 그가 말했다. 안나는 남자가 말할 때 브론스키임을 알아챘다. 당신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온다는 건 몰랐어요! 안나는 기뻐서 소리쳤다. 그곳에는 무슨 볼일 이 있으신 거죠? 짐작 못하겠소? 브론스키가 물었다. 당신 곁에 있으려고 온 거요. 안나는 기쁨과 두려움으로 마음이 괴로웠다. 한참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 서 그녀가 말했다.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돼요. 그리고 간청 드리는데, 만일 당신이 신사라면 그건 잊 어 주세요. 저도 잊을 테니까요. 이렇게 말한 후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애썼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은 기차 승강장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가 객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알아보았다. 안나도 이내 자신의 남편을 보았다. 남편을 보는 순간 몸에 익은 불만감이 안나의 내면에서 일어났다. 안나에게 그녀의 남편은 감정이나 열정이라고는 없 는 차가운 존재였다. p. 46-47 브론스키는 기차에서 내려 카레닌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양 아내의 팔을 잡는 것을 보았다. 처음으로 브론스키는 안나에게 한 남자가 있다는 사실과 직면하게 되었다. 카레닌을 볼 때 그 또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브론스키는 천천히 그 부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안녕히 주무셨습 니까? 네, 고마워요. 안나가 대답했다. 그에게 말할 때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알 고 있는지 살피려고 남편을 쳐다보았다. 카레닌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이런 방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브론스키의 얼굴을 기억해내려고 했다. 이분은 브론스키 백작이세요. 하고 안나가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알게 되었답니다. 아, 예전에 뵌 적이 있군요. 라고 카레닌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 댁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하고 브론스키는 카레닌에게라기보다는 안나에게 말했다. 저희가 영광이죠. 카레닌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는 월요일에는 항상 집에 있습니다. 그리고는 여전히 안나의 팔을 잡은 채로 돌아섰고 그들은 역을 나섰다. p. 48-49 안나와 그의 남편이 집에 도착하자 아들 세료자는 엄마를 보고 아주 기뻐했다. 안나는 아들에게 모스크바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선물을 주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안나는 러시아 사교계의 부유층과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함께 오페라, 무 도회, 만찬 파티에 참석했다. 브론스키 백작의 집안은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였고, 그 도 안나가 참석하는 많은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육군 연대의 사령관이었으며 상트페테르부 르크로 자신의 부대를 이동시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안나는 브론스키에게 느끼는 매력을 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만찬 파티나 무도회에서 그와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그를 보면 흥분이 되고 행복했다. 이내 그녀는 브론스키가 그녀의 생활에서 가장 큰 관심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안나와 브론스키는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고 많은 것들을 함께 했다. 심지어는 카레닌이 너 무 바빠서 극장이나 기타 사교활동에 갈 수 없을 때, 브론스키가 안나와 동행하곤 했다. 이런 식으로 안나와 브론스키는 연인 사이가 되었다. 또한 두 사람은 러시아의 명문 사교계에서 큰 가 거리가 되 었다. 카레닌은 아내의 행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할지 무척 걱정되 었다. 그러나 그는 대담한 남자가 아니었기에 그 상황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외면하는 거 라고 결정했다. p. 50-51 어느 날, 브론스키는 카레닌이 집에 없을 때 안나를 방문했다. 그녀의 집 뒷베란다에서 그녀를 찾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오? 브론스키가 물었다. 아픈 거요? 아뇨. 안나가 말했다. 저 임신했어요. 당신 아이예요. 브론스키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베란다 난간을 잡았다. 우리의 은밀한 만남을 끝내야겠소. 당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해요. 그리고 우린 결혼하는 거요. 그가 말했다. 그는 결코 그런 요구에 응해 주지 않을 거예요. 안나가 대답했다. 남편은 내가 그의 가문 이름 에 먹칠하는 것을 용납치 않을 거예요. 우린 그에게 말해야 해요. 브론스키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 지속할 수는 없소. 그럼 이제 우린 어쩌죠? 안나가 물었다. 도망칠 건가요? 브론스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군,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오. 만일 그가 이혼해 주지 않는다 면, 우리가 러시아를 떠나는 거요. 브론스키는 이게 안나에게 아주 어려운 결정이 되리라는 걸 몰랐다. 그녀는 브론스키를 사랑했지 만 아들에게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p. 52-53 안나가 남편에게 브론스키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카레닌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는 아내와 브론스키의 관계를 무시하려고 애써왔었다. 하지만 브론스키를 사랑한다는 안나의 직접 적인 발언과 그의 아이를 낳을 거라는 사실이 그를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카레닌은 아내를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보냈다. 그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 녀에게 말했다. 자신만의 계산 방식으로 많이 생각한 후 카레닌은 안나를 그의 곁에 억지로라도 붙잡아 두어야겠 다고 결심했다. 난 불행해져서는 안 돼. 하지만 안나도 행복해서는 안 돼. 그는 생각했다. 이게 최선의 해결책이 야. 난 죄지은 아내를 버리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녀가 행실을 고칠 기회를 주겠어. 그는 재빨리 안나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의 행실이 어떠했든 간에 신께서 맺어 주신 우리의 유대를 끊을 권리가 내게는 없다고 생각하오. 배우자 어느 한 의 죄로 인해 가족이 와해될 수는 없소. 우리의 삶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속되어야 하오. 당신이 스스로의 행실을 반성하고 더 이상 그러지 않을 거라 확신하오. 만일 계속 그런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에게 어떤 미래가 닥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거요. 가능한 한 조속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집으로 돌아오길 요청하는 바이오. - 카레닌
p. 54-55 남편이 지시한 대로 안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현 상황에 무기력감 을 느꼈다. 예전의 내 삶은 비참했어. 안나는 생각했다. 내가 정숙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카레닌이 아는 이상 앞으로의 내 삶은 과연 어떨까? 그리고 태어날 아기는? 안나와 그녀의 남편은 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 집에서 살았고 매일 저녁식 사를 함께 했다. 그러나 안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계속 브론스키를 만났다. 카레닌은 이 사 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브론스키를 집 안으로 들일 수는 없다고 안나에게 말했을 뿐이었다. 어느 날, 브론스키는 안나한테서 편지를 받았다. 아프고 기분이 좋지 않아요. 집에서 나갈 수는 없지만,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10시 전에 오세요. 그때 까지 제 남편은 회의에 참석하느라 바쁠 거예요. 브론스키는 피곤해서 누워 잠시 낮잠을 청했다. 그는 지저분한 행색의 나이든 농부가 허리를 굽히 고 불어로 혼잣말하고 있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브론스키는 이 꿈에 깜짝 놀랐지만, 잠에서 깨자 자 신이 아주 바보처럼 여겨졌다. 다음 순간 손목시계를 쳐다보니 8시였다. 안나의 남편이 집에 돌아오 기 전에 그녀를 만나려면 서둘러야 했다. p. 56-57 브론스키가 안나의 집 현관문을 노크하자, 하인이 문을 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 다. 그리고 다음 순간은 카레닌이 나타나는 바람에 브론스키가 놀랄 차 였다. 카레닌은 멈춰 서서 불 만스럽고 단호한 표정으로 브론스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브론스키가 그 자리에 없는 듯 행 동하며 밖으로 나가 대기 중인 마차로 갔다. 만일 그가 싸움이라도 건다면, 내가 어찌 해볼 수도 있을 텐데. 브론스키는 생각했다. 하지만 마 치 풀밭에 있는 뱀이라도 된 기분이 들게 만드는군. 브론스키는 집 안으로 들어갔고 복도에서 안나를 만났다. 당신 남편은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요? 브론스키가 물었다. 외출 중이었는데 예기치 않게 뭔가를 가지러 돌아왔어요. 안나가 말했다. 마주치게 해서 미안 해요 어디가 아픈지 말해 봐요. 브론스키가 말했다. 곧 출산할 거라 그런 거요? 안나는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곧 우리 문제는 해결될 거예요. 우리 모두 평안해질 거예요. 무슨 뜻이지? 브론스키가 물었다. 전 아이를 낳다가 죽을 거예요. 안나가 말했다. 전 알아요. 어젯밤 꿈에서 몸을 굽히고 있는 초 라한 행색의 늙은 농부를 봤거든요. 그가 불어로 중얼거리더군요. 전 너무 놀랐어요. 그리고 제가 아 이를 낳다가 죽을 거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브론스키는 자신의 꿈이 떠올랐고 잠시 두려움을 느꼈다. 다음 순간 그는 몸을 떨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꿈을 믿어서는 안 돼요. p. 58-59 다음날 아침, 카레닌은 노크도 없이 안나의 침실로 들어왔다. 내가 당신에게 요구했던 단 한 가지가 당신 애인을 우리 집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는 거였소. 당신 이 내 말을 거역했으니, 나는 당신과 이혼해서 당신 아들을 떼어 놓을 거요. 그 아이는 내 누이의 집 에서 살게 될 거요. 카레닌이 안나에게 말했다.
안나는 남편의 팔을 움켜쥐고 외쳤다. 제발 세료자를 제 곁에 있게 해주세요! 카레닌은 그저 잡힌 팔을 빼고 침실에서 나갔다. 그는 사흘 동안 모스크바로 출장을 떠났다. 모스크바에서 카레닌은 정부 고위 간부의 사무실에서 걸어 나올 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블론스키가 눈에 띄었다. 아내의 오빠를 보자 기분이 좋지 않았 다. 오블론스키는 그와 이야기하려고 뛰어왔다. 모스크바에 올 거라고 왜 말하지 않았나? 그가 말했다. 우린 내일 밤 만찬 파티를 열 거네.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들르게나. 카레닌은 주저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댁에 갈 수 없겠군요. 무 를 범할 뜻은 없지만 다만 전 당신 여동생과 이혼할 겁니다. 오블론스키는 여동생과 남편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왔다. 이제 그 소문들이 사 실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아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안나가 얼마나 착하고 멋진 여성인데. 분명히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저도 그저 오해라면 좋겠습니다! 라고 카레닌은 대답했다. [ 제 4 장 ] 용서 p. 62-63 카레닌은 쓸쓸한 호텔 객실로 돌아왔다. 거기에는 안나가 보낸 전보 한 통이 그를 기다 리고 있었다. 전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저는 죽어가고 있어요. 제발 돌아와 주세요. 당신이 용서해 준다면 더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거예요 이건 속임수일까? 카레닌이 자문해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죽어가고 있는데 내가 그녀를 보길 거절한다면, 너무 잔인하겠지. 집으로 돌아가야 해 카레닌은 안나가 곧 브론스키의 아이를 출산한 예정임을 알고 있었다. 임박한 출산으로 안나의 건 강이 나쁜 거라고 짐작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하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아내는 어떤가? 카레닌이 물었다. 어제 딸을 출산하셨습니다. 하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 마님은 아주 위독하 니다. 의사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카레닌은 복도에 걸려 있는 낯선 모자와 코트를 보았다. 지금 누가 와 있나? 그가 물었다. 하인은 잠시 주저했다. 브론스키 백작이 니다, 주인님. p. 64-65 카레닌이 윗층으로 올라가자 아내의 침실 밖에 앉아 있는 브론스키가 보였다. 브론스키 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카레닌이 다가오는 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죽어가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의사들 말로는 가망이 없다는군요. 이곳에 머물게 해주 시오. 카레닌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그는 안나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문을 향 한 채 옆으로 누워 있었다. 이리 와요, 알렉세이. 그녀가 말했다. 제게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다시 열이 나면 전 곧
죽을 거예요. 카레닌은 안나의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한 손으로는 그녀의 따스한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창백한 피부 아래로 화로처럼 달아오른 열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만 곁에 있어 줘요, 알렉세이. 안나가 말했다. 당신에게 꼭 할 말이 있어요. 제 안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요. 전 그녀가 두려워요. 그녀는 저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여자예요. 전 그 여자가 아니에요. 지금 저는 본연의 저랍니다. 전 죽어가고 있어요. 그걸 저도 알아요. 오직 한 가지 제가 원 하는 게 있어요. 절 용서하세요. 제발 절 완전히 용서해 주세요. 따스한 사랑, 동정, 그리고 용서의 감정들이 카레닌의 내면을 가득 채웠다. 그는 머리를 안나의 가 슴에 파묻었다. 셔츠를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은 불처럼 뜨거웠고 그는 울었다. p. 66-67 안나는 문가에 서 있는 브론스키를 보았다. 저 사람은 어째서 들어오지 않는 거죠? 그녀가 말했다. 들어오세요! 들어와요! 알렉세이, 그에 게 손을 내밀어요. 브론스키가 들어와서 안나의 침대 옆에 섰다. 손을 내밀어요. 안나가 남편에게 말했다. 그를 용서하세요.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려고 하지도 않은 채 카레닌은 손을 내밀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안나는 울었다. 이제 모두 됐어요. 이제는 죽을 수 있 어요. 아, 신이시여, 이 고통은 언제쯤이면 끝날까요? 잠시 후, 의사가 와서 안나와 같은 증상의 환자들은 거의 모두가 죽는다고 카레닌에게 말했다. 그 는 그녀가 이 밤을 넘길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안나의 상태는 변화가 없었다. 의 사는 가망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레닌은 브론스키가 꼬박 밤을 새운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라이벌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난 그녀와 당신을 벌하고 싶어서 이혼을 결심했었소. 카레닌이 말했다. 그녀가 보낸 전보를 받 았을 때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집에 돌아왔소. 심지어는 그녀가 죽기를 원했다는 것도 인정하오. 하 지만 난 그녀를 보고나서 그녀를 용서했소. 내 임무는 명확해졌소. 그녀의 곁에 머물러야 하오. 그 리고 그렇게 할 거요. 만일 그녀가 당신을 보고 싶어 한다면 당신에게 알리겠소. 하지만 당신은 지금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오. p. 68-69 브론스키는 카레닌이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고 관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 금 그는 마치 고결한 신사처럼 보였다. 친절하고, 명예롭고, 브론스키보다 훨씬 더 나은 남자 같았다. 카레닌의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브론스키는 깊은 수치와 굴욕, 그리고 죄책감을 느꼈 다. 그는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최근에 타쉬켄트의 요직을 제안 받았지만, 지금 그런 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안나는 떠났고, 자신은 그녀의 남편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꼈다. 내가 미치게 되는 걸까? 그는 생각했다. 이게 사람들이 자살하는 방법이지. 브론스키는 책상으로 가서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가슴에 겨누고 발사했다. 그는 바 닥에 쓰러졌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않았다. 카펫에 물든 피를 보고 자신을 쏘았다는 걸 깨달았 다. 바보! 그는 생각했다. 빗나갔어! 그리고는 모든 게 캄캄해졌다. 총소리를 들은 그의 하인이 방으로 달려 들어왔다. 상황을 목격한
그는 의사를 부르러 뛰어나갔다. 브론스키는 가슴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침대에 눕혀졌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힘차게 뛰었다. p. 70-71 카레닌은 안나를 완전히 용서했다. 특히 브론스키가 자살하려고 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 후로는 그를 동정했다. 과거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아들 세료자도 불쌍하게 여겨졌 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안나의 건강은 호전되었다. 카레닌은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되도록 피하 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건강이 좋아진 이후로 안나는 자신이 카레닌에게 했던 말을 잊어 버렸다. 그녀는 브론스키가 보고 싶었다. 그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남편을 생각할 때마다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마침내 그녀는 오빠 오블론스키를 불렀다. 오블론스키는 안나를 만나자 어려운 건 알지만, 넌 기운을 내야 해. 너 자신을 항상 불행하게 만 들 만큼 끔찍한 일은 없는 거란다. 라고 말했다. 아뇨, 스치바. 안나가 말했다. 전 길을 잃었어요. 하지만 제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 리고 그 끝은 끔찍할 거예요. 넌 네 남편이 아닌 남자를 사랑하게 된 불행에 빠졌어. 네 남편은 널 용서했다만 넌 계속 그와 함 께 살 수 있겠니? 그러고 싶은 거니? 그가 그걸 원할까? 모르겠어요. 안나가 말했다. 그가 뭘 원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널 위해 내가 이 상황을 해결해 보마. 오블론스키가 말했다. 그도 불쌍하고, 너도 불 쌍해. 이 상황에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니? 이혼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지금 그에게 가서 이혼을 하도록 조처하마. p. 72-73 오블론스키는 자기 서재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카레닌을 발견했다. 자넬 방해하고 싶지는 않네. 방으로 들어가며 오블론스키는 말했다. 내 누이에 대해 자네와 이 야기하고 싶었어.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카레닌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세요, 방금 그녀에게 이 지를 썼습니다. 카레닌은 오블론스키에게 다음과 같이 쓰인 짤막한 편지를 건넸다. 당신이 내 주위에 머무는 게 편안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소. 아픈 당신을 보았을 때 난 당신에게 약속했지. 진심으로 당신을 용서하겠다고. 내 유일한 바람은 당신이 다시 좋은 아내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거요. 하지만 이제는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아오. 어떻게 해야 당신이 행복하고 평온해질 수 있는지 말해 주시오. 당신이 부 탁하는 건 무엇이든 허락하겠소. 오블론스키는 놀라워 하며 편지를 읽었다. 그는 카레닌의 지대한 너그러움에 깜짝 놀랐다. 그녀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만 해요. 카레닌이 말했다. 음, 그건 단순해. 오블론스키가 대답했다. 그녀는 이혼을 원해. 그리고 그래야 두 사람 다 자유 를 누릴 수 있어. 좋아요! 카레닌은 큰 소리로 외쳤다. 만일 그녀가 그걸 원한다면, 이혼해 주겠어요. 그녀가 내 아들을 데려간다 할지라도요. 오블론스키는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내 말을 믿게. 그 앤 자네의 관대함에 감사할 거야. 자네와 그 아이를 돕기 위해 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네.
[ 제 5 장 ] 도망 p. 76-77 브론스키는 자신을 쏜 이후로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매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서서히 그 는 건강을 회복했다. 돌아다닐 만큼 몸이 좋아졌을 때 그는 안나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유일한 문 제는 그가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서 슬픔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안나의 가장 절 친한 친구인 벳시 공작부인한테 카레닌이 이혼에 동의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브론스키는 곧 장 안나의 집으로 달려갔다. 카레닌과 마주칠까 하는 걱정도 하지 않고 그는 안나의 방으로 가서 문 을 열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얼굴과 목, 그리고 어깨에 키스를 퍼부었다. 이 모든 걸 뒤로 하고 우리는 유럽으로 가는 거요. 그는 안나에게 말했다. 안나는 흥분과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우리가 정말 남편과 아내로 살 수 있을까요? 그녀가 말했다. 제 남편이 이혼에 동의했다고 스치 바가 말했어요. 그가 정말 세료자를 포기할까요? 지금은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생각하지 말아요. 브론스키가 대답했다. 아, 차라리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안나가 말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게 더 쉬웠을 텐데. 하지만 당신을 다시 보다니 너무 행복해요. p. 78-79 브론스키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군대에서 전역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날 그는 주저없이 그렇게 했다. 일주일 후, 그는 안나와 그들의 딸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들이 없는 사이에 카레닌이 이혼 수속을 준비할 거라 생각하며 그들은 이탈 리아로 떠났다. 3개월 동안 브론스키와 안나는 유럽을 여행했다. 마침내 그들은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 수 수한 집을 샀고 3개월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안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했다. 그녀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브론스키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녀는 그를 완전히 독점했고, 그의 존재는 그녀에게 끊임없는 기쁨의 원천이었다. 안나는 고통받는 남편이 나 버림받은 아들 생각으로 자신의 행복을 망치지는 않았다. 딸 아니가 너무 좋아졌다. 이 3개월 동 안 그녀는 세료자를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브론스키도 군대와 사교계를 떠난 자유감을 만끽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행복했지만, 몇 주가 지 나면서 그는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하루를 보낼 직업도 공식적인 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근처의 시골에 있는 브론스키 가문의 저택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 나 우선 안나가 아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그 도시에 들르기로 계획했다. p. 80-81 안나가 그를 떠났을 때, 카레닌은 아주 불행해졌다. 그는 아내와 그녀의 연인을 용서한 후 어떻게 자신이 이토록 외롭고 슬퍼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외출하면 자존심이 상했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웃는 게 확실했다. 안나가 떠나고 며칠 후, 그는 안나가 깜빡 잊고 지불하지 않은, 모자 가게에서 보낸 청구서를 받았 다. 그걸 본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상실감이 그를 압도했다. 그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카레닌을 사모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녀는 리디아 이바노바 백작부 인이었다. 그녀는 아주 젊은 나이에 결혼한 신앙심이 돈독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결혼 후 겨우 두 달 만에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안나가 가 버렸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카레닌을 마음 깊 이 동정했다. 이제 안나가 없기에 그녀는 카레닌을 방문하기로 결심했고, 그건 그가 서재에서 외로이
흐느끼던 바로 그날이었다. 서재에서 그녀는 두 손에 머리를 파묻고 앉아 있는 카레닌을 발견했다. 전 모두 들었어요! 리디아는 카레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 소중한 친구! 당신의 슬픔은 크 지만 당신은 강해져야만 해요! p. 82-83 카레닌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날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상실 감이 아니오. 카레닌이 말했다. 난 자존심이 상하오. 게다가 사소한 집안일을 처리하느라 온종일 시달리고 있소. 하인들과 아들에게 신경쓰고, 청구서 지불하는 것들 말이오. 이해해요, 소중한 친구. 리디아가 말했다. 집안일에는 여자의 손길이 필요해요. 내가 당신 집안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 줄래요? 아무 말 없이,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카레닌은 리디아의 손을 꼭 잡았다. 제가 당신의 가정부가 되어 줄게요. 리디아가 말했다. 우린 함께 세료자를 돌보는 거예요. 제게 감사하지 말고 신께 감사드리세요. 오직 그분의 품안에서만 우린 평화와 안식, 그리고 사랑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정말 고맙소. 카레닌이 말했다. 리디아는 미소 지으며 그의 두 손을 토닥거렸다. 그리고는 세료자에게 가서 그를 품에 안았다. 그 의 아버지는 성자이며 그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리디아는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그 끔찍한 여자를 만나지 못하도록 카레닌을 보호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돌아왔다 는 소식을 그가 알아서도 안 되었다. p. 84-85 다음날, 리디아는 안나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친애하는 백작 부인, 저는 아들과 떨어져 있어서 아주 불행하답니다. 그래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기 전에 아들을 꼭 보고 싶군요. 남편 대신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저를 만남으로 인해 그를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랍니다. 그 이와 당신의 우정을 알기에, 전 당신이 이해할 거라 확신합니다. 세료자를 제게 보내 주시겠어요? 아니면 카 레닌이 없을 때 제가 집에 찾아갈까요? 당신의 도움에 깊이 감사하는 바입니다. 안나 안나의 편지에 리디아는 아주 화가 났다. 그녀는 카레닌을 연관시키지 않고자 하는 안나의 바람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카레닌이 도착했을 때, 리디아는 그에게 안나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신중하게 그 편지를 읽 고는 말했다. 그녀의 요청을 거부할 권리는 내게 없다고 생각하오. 내 소중한 친구여, 당신은 사람들의 악한 면은 보지 않는군요! 하고 리디아는 소리쳤다. 난 그녀를 용서했소. 카레닌은 대답했다. 아들을 향한 그녀의 사랑을 거부할 수는 없소. 하지만 그게 진정 사랑일까요? 리디아는 물었다. 그 여자가 사랑에 진지할까요? 그리고 그 여 자가 아이의 감정을 가지고 놀도록 우리가 허락해야 하는 건가요? 그 아이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해 요. 그리고 그녀를 위해 기도하죠. 그녀를 보고 그 아이가 받을 충격을 상상해 보세요! 그 생각은 미처 못했군. 카레닌이 말했다. 제 조언을 받아들이겠다면, 그녀에게 아들을 보러 올 권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디아가 말했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그런 내용의 회신을 제가 쓰겠어요. p. 86-87 카레닌은 마지못해 동의했고, 백작 부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안나에게 썼다. 부인, 당신 아들에게 당신을 상기시킨다면, 그 애는 아마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하게 될 겁니다. 따라서 그 아이는 당신을 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거예요. 신의 은총이 있기를. - 리디아 백작부인 리디아의 편지를 본 안나의 반응은 분노였다. 그녀는 마침 아들의 생일인 다음날 아들을 찾아가기 로 결심했다. 그녀는 세료자가 아직 그의 방에 있는 오전 시간에 방문했다. 문을 열어 준 하인은 놀랐 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나는 곧장 아들의 방으로 갔다. 아들은 자고 있었다. 세료자! 그녀는 속삭이며 생각했다. 많이 변했구나! 이젠 훨씬 키도 컸고 더 말랐어!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들 세료자였다. 아이는 일어나서 마치 꿈을 꾸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잠시 동안 혼란스러운 듯이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입이 하얀 치아를 반짝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기쁜 표정으로 그는 엄마의 품에 안겼다. p. 88-89 세료자, 내 사랑스러운 아들! 안나가 말했다. 엄마! 그가 말했다. 엄마가 제 생일에 오실 줄 알았어요. 그냥 알았어요. 이제 일어날 거니 까 안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구나, 그렇지? 안나가 물었다. 절대 그렇게 믿은 적 없어요! 엄마가 오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세료자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웃었다. 엄마, 제 옷을 깔고 앉아 계시는군요! 세료자 안나가 말했다. 넌 네 아버지를 사랑해야 한단다. 그분은 나보다 더 친절하고 더 좋은 분이셔. 난 그분에게 사악한 짓을 했단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이해하게 될 거야.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세료자가 외쳤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카레닌이 들어왔다. 안나를 본 그는 멈춰 섰지만,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 았다. 세료자는 침대 위에 주저앉더니 울기 시작했다. 안나는 눈물로 범벅이 된 아들의 얼굴에 키스 하고는 가려고 돌아섰다. 카레닌은 뒤로 물러서서 그녀가 지나갈 때 고갯짓으로 인사를 했다. [ 제 6 장 ] 질투 p. 92-93 카레닌의 집에서 자신의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안나는 걷잡을 수 없이 울었다. 왜 브론스키는 내가 필요로 할 때 이곳에 없는 걸까? 안나는 생각했다. 생각다 못해 안나는 그 역 시 그녀를 떠났다고 상상했다. 세상에는 나 혼자뿐이야. 그녀는 울부짖었다. 급하게 안나는 호텔 하인을 통해 브론스키에게 즉시 와 줄 것을 요청하는 전갈을 보냈다. 잠시 후, 하인은 그가 친구인 야쉬빈 공작과 함께 곧 돌아올 거라는 답신을 전달했다. 이상한 생각이 안나의 머리에 떠올랐다. 왜 그는 집에 혼자 오지 않는 거지? 그가 혼자가 아니면 난 내 고통을 그에게 말할 수가 없잖아. 그는 지금도 나를 사랑하는 걸까? 나와 둘이서만 있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걸까? 만약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는 내게 말해야만 해. 그러나 브론스키와 야쉬빈이 도착했을 때 안나는 아주 매력적인 모습으로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 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야쉬빈은 정치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브론스키는 매우 관심 있어 보였다. 안 나는 브론스키가 모스크바에 가서 공직에 출마하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p. 94-95 야쉬빈이 가고 난 후에 안나가 말했다. 시골의 당신 가족 저택에 가서 지내면 멋질 것 같아요. 브론스키는 주저하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듯이 보였다. 사실 우리 어머니가 지금 그곳에 머물고 계신다오. 그가 대답했다. 어머니가 거기 계시는 동안 우리가 그곳에 사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소. 게다가 우리는 이혼을 기다려야 하잖소. 안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후 며칠 동안 브론스키는 그녀 없이 만찬 파티나 오페라에 나갔다. 그 녀는 가 거리가 될 터라 갈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브론스키는 중요한 연줄을 맺기 위해 그곳에 가야 만 했다. 그는 정치가가 되고자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안나는 질투를 느꼈다. 그녀는 브론스키가 이런 사회 모임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 을 많이 만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녀는 그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 다. 사실 이것이 그녀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왜냐하면 언젠가 브론스키가 생각 없이 자신의 어머 니는 그가 젊은 소로키나 왕녀와 결혼하기를 원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p. 96-97 어느 날 저녁, 안나는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싫증나서 오페라를 보러 갔다. 공연 중에 그 녀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왕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안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나는 오랫동안 그를 알 고 지냈었다. 갑자기 그의 부인이 일어나서 안나처럼 부도덕한 여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 다고 말했다. 그 부인은 갑자기 떠났고 남편도 뒤를 따랐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동정하며 안나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는 것뿐이었다. 그 오페라 하우스에 있던 대부분의 관중이 이 사건을 보았다. 안나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 얼어붙은 채 가능한 한 오래 앉아 있었다. 몇 분 후 에 그녀는 호텔방에 돌아와 울었다. p. 98-99 안나는 브론스키가 만찬 파티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전날 다투었고 브론스키는 온종일 외출해 있었다. 안나는 비참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어서 그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다시 친구가 되기로 결심했다. 브론스키가 들어왔을 때 안나는 말했다. 재미있었나요? 브론스키는 안나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었소. 라고 대답했다. 여보 안나가 말했다. 오늘 드라이브 나갔었는데, 너무 좋아서 시골 생각이 나더군요. 당신 어 머니는 모스크바 근처의 시골 저택으로 이사 가셨으니 당신 집은 비어 있잖아요. 우리는 시골에서 지 내면서 이혼을 기다릴 수 있어요. 응, 좋소. 브론스키가 말했다. 언제 출발해야 하겠소? 모레가 어때요? 안나가 제안했다. 그래. 아, 사실, 안 되겠소. 브론스키가 말했다. 모레는 일요일이고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한다 오. 그는 안나가 의심스럽게 쳐다봤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p. 100-101 내일 어머님께 갈 수도 있잖아요. 안나가 말했다. 아니오. 나는 사업상 어머니에게 가는 거요. 돈을 좀 가져오려고 하오. 하고 브론스키가 대답했 다. 내일은 돈이 준비되지 않거든. 그러면 우리는 영영 시골에 못 가겠군요. 안나가 말했다. 왜 못 간다는 거요? 브론스키가 놀라서 물었다. 우리는 며칠 후에 그곳에 갈 수 있소! 아니에요. 안나가 말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곧장 가려고 할 거예요. 그리고 더 이상 나 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고 솔직한 거예요. 그녀는 나가려고 돌아섰다. 그러나 브론스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 그가 말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나는 우리가 출발을 며칠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당신은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나를 비난하고 있군. 그를 보지도 않은 채 안나는 잡힌 손을 빼고 방을 떠났다. 그는 나를 미워해. 분명하다구. 안나는 생각했다. 그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어. 출산하면서 병을 앓았던 때를 회상하며 안나는 그때 죽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남편과 세료자에게 안겨 준 모든 수치와 불명예가 씻길 거야. 안나는 생각했 다. 그리고 만약 내가 죽는다면 그도 미안해 할 거야. p. 102-103 다음날 안나와 브론스키가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그 앞으로 전보가 도착했다. 그는 전 보를 읽더니 그것을 안나에게 감추려는 것 같았다. 안나는 누구에게서 온 전보냐고 물었다. 스치바에게서 온 것이오. 그가 말했다. 왜 제게 보여주지 않는 거죠? 안나가 물었다. 좋소. 브론스키가 마지못해 말했다. 직접 읽어 보시오. 전보에는 카레닌을 만났음. 그러나 이혼 가망성은 희박.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나가 말했다. 내게 이것을 감출 필요는 없었어요. 난 이혼에 관심 없어요. 왜 당신은 신경쓰 죠? 브론스키는 낙담했다. 나는 일이 명확한 걸 좋아하오. 그가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쉽게 화내는 이유는 당신의 입장이 애매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오. 내 입장은 확실해요. 안나가 대답했다. 나는 완전히 당신의 지배 아래 있어요. 확실하지 않은 것은 당신의 입장이에요. 안나, 만약에 당신이 내가 자유롭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브론스키가 말을 꺼내려고 했다. 안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나는 당신 어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당신이 누구와 결 혼하기를 바라는지 정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요. p. 104-105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니잖소! 브론스키가 소리쳤다. 아니, 그 얘기예요. 안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무정한 여자에 대해, 그녀가 늙었건 아니건 간에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그녀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아요! 브론스키는 매우 냉혹해지고 화가 났다. 안나, 내 어머니에 대해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조금이라 도 존경을 보여 달란 말이오. 안나는 하루 종일 방에서 지냈다. 또다시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자신의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마음에 떠올랐다. 시골에 가든 그렇지 않든, 지금은 어떤 것도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문 제는 브론스키를 벌주는 것이었다. 안나는 낮잠을 자기 위해 누웠다가 더러운 농부가 불어로 중얼거
리는 이상한 꿈을 또 꾸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깨어났고 밖에서 나는 마차 소리를 들었다.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안나는 젊고 예쁜 여자가 마차 밖으로 상체를 내미는 것을 보았다. 브론스키가 집 밖으로 달려 나가 그녀에게서 꾸러미를 받았다. 그가 무엇인가를 말했고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런 다음 그녀의 마차가 떠났고 브 론스키는 안으로 들어왔다. p. 106-107 두려움과 분노에 떨면서 안나는 브론스키의 서재로 갔다.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겠다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방금 소로키나 왕녀였소. 브론스키가 말했다. 그녀가 어머니에게서 몇 가지 서류를 가져다주었 소. 내일 우린 어머니를 방문할 거요, 그렇지 않소? 당신은 가세요. 하지만 전 가지 않아요. 안나가 말했다. 그녀는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안나, 이런 식으로 이어나갈 수는 없소 당신은 이 일을 후회하게 될 거예요. 라고 말하고 안나는 나가 버렸다. 브론스키는 안나의 눈에서 절망을 보았다. 그는 그녀를 따라가려고 일어섰다가 곧 다시 앉았다. 아니야. 그는 생각했다.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어. 그녀는 지금 혼자 있을 필요가 있어. 그는 마차를 부르고 혼자서 자기 어머니를 방문할 준비를 했다. 마차는 몇 분 후에 도착했고, 그는 집을 떠났다. 안나는 창문을 통해서 그가 떠나는 것을 보았다. 갑작스런 공포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는 나를 떠났어! 이젠 모든 게 끝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갑자기 그녀는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백작님이 어디로 갔지? 그녀는 하인에게 물었다. 기차역으로 가셨어요. 대답이 돌아왔다. 오비랄로브카로 가는 기차를 타실 거예요. p. 108-109 오비랄로브카는 브론스키의 어머니가 사는 지역이었다. 안나는 앉아서 재빨리 편지를 썼다. 모두 제가 잘못했어요. 집으로 돌아와요. 우린 이야기해야 돼요. 제발 돌아와요! 무서워 죽겠어요. 하인은 편지를 건네받았다. 30분 후에 하인이 돌아와서 기차역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브론스키는 이미 떠나 버렸다. 안나는 재빠르게 전보를 쓴 후 하인에게 보내라고 말했다. 전보 내용은 이랬다. 꼭 당신과 이야기해야 해요. 곧장 돌아와요. 당장 그곳에 가서 그와 얘기해야겠어. 안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기차 시간표를 살펴보고는 한 시간 후에 오비랄로브카로 떠나는 기차가 있는 걸 알았다. 그녀는 마차를 불러 기차역으로 갔다. 가는 길에 안나는 길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삶은 그녀에게 무의미해 보였다. 기차역에서 마부가 물었다. 제가 오비랄로브카로 가는 표를 사드릴까 요? 그래요. 안나가 말했다. 그녀는 기차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그들 중 어느 누구 도 맘에 들지 않았다. p. 110-111 안나는 표를 받아 기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객차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묘하고 기분 나 쁜 눈 리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안나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몸을 굽히고 열차 바퀴를 살펴보
는 지저분한 늙은 농부를 보았다. 저 농부는 어딘지 낯익어. 안나는 생각했다. 그때 기차가 출발했다. 오비랄로브카에 도착하자 안 나는 내려서 전보 담당 직원에게 브론스키 백작이 그녀에게 보낸 전보가 있는지 물어 보았다. 예, 부인. 직원이 대답했다. 방금 받았어요. 여기 있어요. 실은 브론스키 가의 마부가 소로키나 왕녀를 태우기 위해 이곳에 방금 있었어요. 안나는 브론스키가 무성의하게 쓴 전보를 읽어 보았다. 당신의 전보를 이제 막 받았소. 10시까지 돌아가겠소. 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 내가 예상했던 대로야! 안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소로키나 왕녀가 있는 브론스키의 어머니 집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색할지 생각했다. 아, 어디로 가야 하지? 그녀는 정처 없이 승강장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녀는 혼자 있고 싶었고, 승강장의 끝 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기차가 다가오자 승강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p. 112-113 불현듯 안나는 브론스키를 만났던 날 기차에 치였던 남자가 기억났다. 이제 그녀는 무 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재빨리 그녀는 선로로 난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는 다가오는 기차의 바퀴를 보았다. 저기다. 그녀는 생각했다. 저기 저 바퀴들 사이 한가운데야. 나는 저기서 무릎을 꿇을 거야. 나 는 그를 벌주고 내 비참한 존재를 벗어날 거야. 안나는 첫 번째 객차를 놓쳤지만 두 번째 객차를 보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번 객차의 바퀴가 지 나가자마자 앞으로 나가 레일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 닫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왜? 그녀는 갑자기 생각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뒤 으로 물러서려고 했다. 하지만 거대한 무엇인가가 그녀의 머리 뒤 을 쳤다. 그것은 그녀를 레일을 따라 질질 끌고 가 아래로 밀어냈다. 하느님, 저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생각했다. 기차의 반대쪽 레일에서 일하고 있던 지저분한 농부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그는 안나가 반대편 레일을 따라 밀려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의 모든 문제, 모든 거짓 말, 슬픔, 악을 보게 해주었던 마음속 빛이 갑자기 밝아졌다. 안나는 처음으로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그러나 그 빛은 금방 희미해지더니 영원히 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