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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 학기 술부 고 시 제 호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합니다. 2011년 8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1. 초 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별책 1 과 같습니다. 2.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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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신뢰를 바탕으로 당신의 행복한 순간을 약속하겠습니다 새로운 행복, 설레는 출발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대명위드원은 600만 싱글에게 1등 결혼을 약속하겠습니 다.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람이 중심인 대명그룹의 사명에 따라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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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운 체계상의 특징 음운이란 언어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작은 언어 단위이다. 즉 의미분화 를 가져오는 최소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자음, 모음, 반모음 등의 분절음과 음장 (소리의 길이), 성조(소리의 높낮이) 등의 비분절음들이 있다. 금산방언에서는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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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동향 1) 주택 매매 동향 2) 주택 전세 동향 3) 규모별 아파트 가격지수 동향 4) 권역별 아파트 매매 전세시장 동향 토지시장 동향 1) 지가변동률 2) 토지거래 동향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시장동향 15 준공업지역 부동산시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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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강 판소리계 소설 심청전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106월 평가원] 1)심청이 수궁에 머물 적에 옥황상제의 명이니 거행이 오죽 하랴. 2) 사해 용왕이 다 각기 시녀를 보내어 아침저녁으로 문 안하고, 번갈아 당번을 서서 문안하고 호위하며, 금수능라 비

Transcription:

硏 究 論 文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김승구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현대시 전공 modace@sejong.edu I. 머리말 II. 전화 형식과 지식인적 자의식 III. 텔레비전 드라마와 남성적 판타지 IV. 맺음말

I. 머리말 이 글은 김수영이 말년에 쓴 시들에 나타난 미디어적 형식의 양상과 의미를 해명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김수영 시에 대한 많은 글이 발표되었지만 이와 같은 측면에서의 조명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김수영론들은 그의 시를 자유, 사랑과 같은 관념적 틀에 기대어 이해하면서 세부적으로 다양한 주제적 탐색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의 대표작들에 대한 해명도 상당 부분 진척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김수영이 말년에 쓴 작품들 중에서 시사적으로 새로운 영역이라고 판단되는 일련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 의의를 충분히 구명했다고 할 수 없을 듯하다. 주지하다시피 김수영은 4 19 혁명에 이어 5 16 군사정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표출한 이후 사망 시까지 일상생활에 침잠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하는 시들을 통해 지식인으로서의 회의와 절망, 울분을 표출한 바 있다. 이것은 우선 대사회적 대응력을 상실함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일 터이다. 그렇다고 그가 일상생활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도 없었는데, 이처럼 일상 에서 부딪히는 각종 문제를 그는 시를 통해서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가정과 돈은 그런 문제들을 표출하는 매개 역할을 하게 된다. 김수영은 번역이나 글쓰기에 대해서 지속적인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글을 돈과 바꾼다는 것에 대해서 쉽사리 수긍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그의 시에 등장하는 아내 는 아무런 모순 없이 돈이나 물질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생활을 하는데, 이와 같은 가정 내 대립은 그의 지식인적 자의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1960년대 김수영의 시는 일상에서 지식인이 부딪히는 갈등을 첨예한 양상으로 재현하고 있다. 기존 김수영론들도 이와 같은 측면에서 김수영 시의 특징을 포착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체로 그런 갈등이 뚜렷하 게 포착되는 작품들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이전에 비해 형식적으로 복잡하고 요설적인 언어로 이루어진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에는 효과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화 이야기>, <원효대사> 등은 지식인적 자의식을 새로운 형식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인데, 이들 작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미 부여가 되지 않는 형편이다. 158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김수영은 1950년대 중반부터 영화나 대중가요, 라디오, 전화, 텔레비전 등 매스미디어나 대중문화와 연관된 형식이나 내용을 차용하는 시들을 발표한 바 있다. 1) 1955년 작 <영사판>은 영화관 체험을 통해서 시적 화자의 내면적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2) 그리고 1956년 작 <바뀌어진 지평선>에는 로널드 콜먼, 클라크 게이블, 1960년 작 <하 그림자 가 없다>에는 커크 더글러스, 리처드 위드마크 같은 영화배우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이후로도 <제임스 띵>처럼 영화배우 이름이 시 전체의 상징적 의미를 확보하는 수준까지 영화라는 미디어가 시 속에 수용되고 있다. 또 4 19 혁명 직후에 발표된 <나는 아리조나 카우보이야>에서는 1950년대 중반 명국환( 明 國 煥 )이 불러 히트한 대중가요 <아리조나 카우 보이>(김부해 작사, 전오승 작곡) 3) 가 차용되기도 한다. 또 1960년대 중반 에 씌어진 <금성라디오>(1966. 9. 15), <라디오계>(1967. 12. 5)에서는 라디오를 소재로 차용하여 물질적 욕망이나 이데올로기적 억압의 문제를 조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김수영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매스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시를 써온 편이다. 이는 동시대의 여타 시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라 하겠다. 기존 김수영론에서도 위에서 거론한 시들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타 미디어와는 달리 전화나 텔레비전 등 그 당시 사정을 감안할 때 비교적 최신 미디어와 연관된 작품들에 대한 일부의 언급이 있을 뿐 거의 분석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전화 이야기>의 경우 강호정 4), <원효대사>의 경우 유중하 5), 김유중 6) 이 이 작품을 분석한 바 있지만, 치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이렇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작품들이 형식적으로 복잡하고 언어적으로 요설화 양상을 보여 분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이 작품들에서 거론되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 7), 1) 김지녀, 김수영 문학 속의 아메리카, 돈암어문학 22집(돈암어문학회, 2009. 12), 397쪽. 2) 주영중, 김수영 시에 나타난 시각적 경험의 발현 양상, 한국근대문학연구 7권 1호(한국근대문학회, 2006. 4), 301 303쪽 참조. 3) 이영미, 한국대중가요사 (민속원, 2006), 150 153쪽 참조. 4) 강호정, 연극적 상상력의 시, 최동호 강웅식 外, 다시 읽는 김수영 시 (작가, 2005), 274 278쪽. 5) 유중하, 金 洙 暎 과 魯 迅 (3), 중국현대문학 16호(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1999. 6). 6) 김유중, 김수영과 하이데거 (민음사, 2007).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59

<원효대사>, <사랑스런 지니(I Dream Of Jeannie)> 8) 같은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시에 접근함으로써 실증적인 구체성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전화 이야기>와 <원효대사>가 탄생하게 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작품 속에 거론된 작품들의 실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밑바탕으로 이 작품들의 형식과 내용을 분석하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김수영 시에 대한 기존의 이해와 연결시켜 보다 폭넓게 김수영 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Ⅱ. 전화 형식과 지식인적 자의식 1. 올비의 <아메리칸 드림>과 코리안 드림 <전화 이야기>는 1966년 작이다. 이 당시 전화는 아직까지 일반 가정에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전화는 자가용, 피아 노처럼 일부 부유층의 전용물로 통했다. 전화는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과 는 달리 쌍방향 의사소통의 미디어라는 점이 특징인데, 그 당시 전화는 요즘과는 달리 친교적 기능보다는 용무적 기능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김수영의 <전화 이야기>는 전화 통화라는 형식을 구조적 얼개로 하는, 그 당시로서는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7) <전화 이야기>를 상세하게 분석한 바 있는 강호정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의 내용 전개상 올비는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 이 시에 등장하는 드라마는 시기상 내용상 <동물원 이야기>(1958년 작)로 짐작된다. <동물원 이야기>는 어느 일요일 오후, 뉴욕에 있는 센트럴 공원의 벤치를 무대로 하여 두 사람 (한 사람은 출판사 간부사원, 한 사람은 가난하고 소외된 청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타인과의 교류( 交 流 )를 원하는, 절망과 단절의 극복을 묘사한 작품이다. 출판 사 간부와 가난한 청년의 2인극이라는 점에서 이 시와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강호정, 앞의 논문, 277쪽 각주 10). 강호정은 <전화 이야기>가 번역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에 착안해서 이 작품이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올비는 1961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제목의 희곡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후 상세한 논의가 있겠지만, 내용적으로도 이 작품이 <전화 이야기>와 연관도 가 높다. 이처럼 기존 분석도 대상이 되는 작품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어서 진전된 해석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8) 시 <원효대사>에는 <제니의 꿈> 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김수영이 <사랑스런 지니> 라는 제목을 착각한 결과로 보인다. 이 시를 자세히 분석한 바 있는 유중하 역시 이 드라마의 제목을 <아내는 요술쟁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유중하, 앞의 논문, 311쪽), 이것 역시 착오다. 160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우선 이 작품의 전문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여보세요. 앨비의 아메리칸 드림예요. 절망예요. 8월달에 실어주세요. 절망에서 나왔어요. 모레면 다 돼요. 200매예요. 특종이죠. 머릿속에 특종이란 자가 보여요. 여편네하고 싸우고 나왔지요. 순수하죠. 앨비 말예요. 살롱 드라마이지요. 반도호텔이나 조선호텔에서 공연을 하게 돼요. 절망의 여운이에요. 미해결이지요. 좋아요. 만족입니다. 신문회관 3층에서 하는 게 낫다구요. 아녜요. 거기에는 냉방장치가 없어요. 장소는 200명가량 수용될지 모르지만요. 절망의 연료가 모자 란다구요. 그래요! 반도호텔 같은 데라야 미국놈들한테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지요. 여편네하고는 헤어져도 되지만, 아이들이 불쌍해서요, 미해결예요. 코리언 드림이라구요. 놀리지 마세요. 아이놈은 자구 있어요. 구원이지요. 나를 방해를 안 하니까요. 절망의 물방울이 튄 거지요. 내주신다면, 당신의 잡지의 8월호에 내주신다면, 특종이니깐요, 극단도 좋고, 당신네도 좋고, 번역하는 사람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을 하는 폭이 되지요. 앨비예요, 앨비예요. 에이 엘 삐 이 이. 네. 그래요. 아아, 그렇군요. 네에, 그러실 겁니다. 아뇨. 아아, 그렇군요. 이런 전화를, 번역하는 친구를 옆에 놓고, 생색을 내려고, 하고 나서, 그 부고( 訃 告 )를 그에게 전하고, 그 무지무지한 소란 속에서 나의 소란을 하나 더 보탠 것에 만족을 느낀 것은 절망에 지각하고 난 뒤이다. <전화 이야기>(1966. 6. 14) 전문 9)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61

이 작품은 총 3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1 2연은 전화 통화 내용, 3연은 전화 통화가 끝난 후 친구와의 대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은 전화로 어느 출판사에 작품 번역 제의를 했지만, 출판사 측의 거부로 인해 작품 번역이 성사되지 않아서 그 소식을 번역가인 친구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김수영 자신이 1950년대부터 사망 시까지 줄곧 번역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작품은 번역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생활의 일 단편을 통해서 글과 돈, 정신과 물질의 대립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살아야만 했던 1960년대 지식인의 자의식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특이한 것은 그런 내용을 전화 통화라는 형식에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을 심도 있게 분석한 바 있는 강호정은 이 작품을 연극적 상상력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하면서 김수영 시에 내재된 속취와 아기의 대립 이 잘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10) 이 작품이 연극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성과라고 하겠지만, 이 작품이 실제로 근거하고 있는 구체적인 작품과의 대비 작업이 누락됨으로써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는 쪽으로는 나아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11) 1연에는 앨비의 아메리칸 드림예요 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에드워 드 올비(Edward Albee, 1928 )는 1950년대 후반 등단한 미국의 대표적인 부조리극 작가로, 1980년대까지 일관되게 사회와 인간의 관계,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의문을 상실의 유형으로 풀려고 노력한 작가이다. 12) 앨비의 아메리칸 드림예요 에서 아메리칸 드림 은 1961년 1월 24일 뉴욕의 요크 플레이하우스(The York Playhouse)에서 초연된 그의 작품 <아메리 칸 드림(American dream)>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부조리 극의 기교를 사용해서 성공을 거두었고 극의 내용 면에서 현대 미국 생활의 위선을 강하게 풍자했다. 13) 9) 김수영전집 1 (민음사, 2004), 329 330쪽. 10) 강호정, 앞의 논문, 274 278쪽. 11) 김수영 시의 연극성에 관해서는 강호정 이후 조강석이 그 배경과 특성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조강석, 김수영의 시의식 변모 과정 연구, 한국시학연구 28호(한 국시학회, 2010. 8), 361 386쪽. 12) 양원옥, 에드워드 올비의 戱 曲 硏 究 人 間 性 喪 失 의 類 型 分 析, 전남대 박사학위논문 (1995), 5쪽. 13) 양원옥, 위의 논문, 48쪽. 162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면부터 네 번째 장면까지는 마미(Mommy) 와 대디(Daddy) 가 그들을 기다리면서 베 이지색(beige) 과 밀가루색(wheat) 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만큼이나 모 호한 모자(hat)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랜드마(Grand) 를 양로원으로 보내 버릴 계획을 세운 마미 와 그녀의 어머니 그랜드마 와의 갈등이 드러난다.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 장면까지는 바이바이양자협회(Bye Bye Adoption Service) 를 운영하고 있으며 20년 전 마미 와 대디 에게 아이를 데려다 주었던 바커 여사(Mrs. Barker) 의 방문을 묘사하고 있다. 여덟 번째부터 마지막 열한 번째 장면까지는 미국의 꿈(American Dream) 이라 불리는 청년(Young Man) 이 도착하고 그랜드마 가 자기 를 양로원으로 보내버리려는 마미 의 계획을 좌절시키는 모습을 묘사하 고 있다. 14)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 간에 오가는 공허한 대화를 통해서 현대 미국 사회의 모순과 고통을 고발하고 있다. 15) 등장인물들은 본래의 사상 혹은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 겉만 화려하게 꾸민 현대적으로 조립된 공포의 방에서 살고 있고, 미국의 꿈이라는 신화가 부정적 측면에서 작용하는 미국사회는 타락한 사회이다. 그곳에서 사는 인간은 부조리한 인간들일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삶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환상은 문화적 편견, 과학의 발전, 그리고 능률과 출세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16) 1연 1행에서 앨비의 아메리칸 드림예요 라는 표현 뒤에 등장하는 절망예요 라는 표현은 이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대방에게 시적 화자가 이 작품의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작품이 제목과는 달리 미국으로 대표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2행의 절망에서 나왔어요 역시 이 작품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올비의 이 작품이 미국사회에 대한 절망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8월달 운운은 김수영의 이 시가 창작된 시점(1966. 6. 14)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200매 는 <아메리칸 드림>을 번역했을 때의 분량이다. 17) 시적 화자는 이 작품이 특종 이라는 14) 위의 논문, 49쪽. 15) 김병철, 미국문학사 (한신문화사, 1986), 306쪽. 16) 양원옥, 위의 논문, 57쪽.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63

점을 강조하면서 이 작품의 가치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번역 교섭에서 흔히 오가게 마련인 평범한 대화의 일부분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후 등장하는 여편네하고 싸우고 나왔지요. 순수하죠. 앨비 말예요 라는 구절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앨비 말예요 라 는 부분을 감안하면 여편네하고 싸우고 나왔지요. 순수하죠 라는 부분 은 올비라는 작가의 개인사를 설명하는 부분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번역 교섭 과정에서 굳이 작가의 사생활을 언급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번역할 번역자에 대한 언급일까. 시적 화자가 직접 번역하는 게 아니라 번역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시적 화자가 출판사와 교섭하고 있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 출판사 측이 번역자의 신분을 궁금해할 것이므로 시적 화자가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번역가 친구가 부부 싸움을 하고 나와 시적 화자에게 생활을 의지하고 있는데, 이를 딱하게 여긴 시적 화자가 친구를 위해 번역 출판 할 곳을 수소문하고 있는 광경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앨비 말예요 라고 토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부분을 번역가에 대한 진술로 보기는 힘들다. 그리고 이에 이어지는 살롱 드라마 라는 표현까지 고려하면 여기까지는 일관되게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어느 중산층 가정의 거실을 무대로 한 실내극인데, 시적 화자는 그 점에 대해서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편네하고 싸우고 나왔지요. 순수하죠 라는 표현은 이 작품의 어떤 특징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이해하는 쪽이 적절할 것이다. 이 작품에는 가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탐욕적인 마미 와는 달리 그녀에게 눌려서 살아가는 무력한 가장 대디 가 등장한다. 그는 마미 에 비해 순수 한 인물로, 마미 와 적극적으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하는 인물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여편네 운운하는 대목 역시 이 작품에 대한 진술로 보아야 할 부분이다. 다만 시적 화자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이 부분을 읽으면 서 우리의 이해가 시적 화자나 번역가 등 다른 쪽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올비의 이 작품이 시적 화자나 그의 친구의 삶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17) 이 작품의 정확한 분량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필자가 참조한 Edward Albee, The American Dream, The Sandbox, The Death of Bessie Smith, Fam and Yam(New York: Dramatist s Play Service, 2009)의 9 42쪽에 걸쳐 이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말로 번역했을 경우 대략 200매 정도 분량이 될 것이다. 164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전화 통화의 특성상 대화의 한 주체인 전화 상대방에 대한 정보나 그의 진술이 일체 가려져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처럼 가려진 정보를 끊임없이 채워 넣으면서 시적 화자의 진술을 독해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 시의 진술은 구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올비의 <아메리칸 드림>은 번역 출판과는 별개로 공연계획이 잡혀 있는 것으로 진술된다. 번역가는 어쩌면 이 작품의 연출가일 수도 있다. 시적 화자에 의하면 이 작품은 반도호텔이나 조선호텔 등 그 당시 특급호텔에서 공연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말을 하면서 시적 화자가 절망의 여운 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전화 상대방은 그런 공연이 왜 하필이면 특급호텔에서 이뤄지냐고 물어봤을 법하다. 그에 대해서 시적 화자는 이 작품의 풍자적 성격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으로 특급호텔이 고려되었다는 대답을 했을 법하다. 전화 상대방이 그곳에서의 공연이 확정되었느냐고 물어보자 시적 화자는 그 건은 아직까지 미해결 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결정에 대해서 시적 화자는 좋아 하고 만족 한다. 그러자 전화 상대방은 특급 호텔보다는 신문회관 에서 공연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그러자 시적 화자는 신문회관 이 호텔 공연장보다는 장소가 넓지만 냉방장치 가 없어서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시적 화자가 이처럼 특급호텔을 고집하는 이유는 신문회관 에서 하면 절망의 연료 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급호텔과 신문회관 은 의미상 대립적이다. 특급호텔은 성격상 외국인들이 흔히 드나드는 곳으 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적 부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이에 반해 신문회관 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하는 우리나라 기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렇게 본다면 시적 화자가 신문회관 에 절망 의 연료 가 모자란다고 한 것은, 신문회관 은 이미 그런 절망을 체현한 곳이므로 올비의 <아메리칸 드림>이 간직한 절망적 풍자를 극적으로 드러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적 화자가 특급호텔에서 해야 미국놈들한테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 고 한 것은 그 당시만 해도 우상시되던 미국에 대한 일종의 풍자라고 할 것이다.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65

2. 글쓰기와 돈의 대립 이처럼 이 작품은 주로 올비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대화로 이뤄져 있지만 간간이 사적 대화가 개입되면서 혼란을 주기도 한다. 1연의 마지막 구절 여편네하고는 헤어져도 되지만, 아이들이 / 불쌍해서요, 미해결예요 라고 한 부분도 그런 예이다. 앞에서 여편네하고 / 싸우고 나왔지요. 순수하죠. 앨비 말예요 라는 구절을 해석하면서 이 구절이 <아메리칸 드림>의 등장인물 대디 에 대한 설명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보고 있는 부분은 대디 에 대한 설명이라고 보기에는 어색하다. 오히려 시적 화자가 번역가의 처지를 대신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시적 화자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번역가 친구에 대한 정보가 없고, 아내 와 잦은 불화를 겪기도 한 그 당시 김수영의 모습을 대입해보면 이 구절은 김수영 자신의 처지를 토로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더욱 확대하자면 이 구절은 대디 나 올비, 번역가 친구, 시적 화자 등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남성들이 처한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시적 화자가 이 구절을 마치 번역가 친구나 <아메리칸 드림>의 등장인물 등에 대한 진술처럼 가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수영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 글쓰기와 정신의 우위를 믿는 지식인으로서 살아갔지만 물질적 가치의 대변자인 아내 와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고민은 1960년대 그가 일상에 침잠하면서 그의 정신을 괴롭힌 큰 문제였다. 정신과 물질, 글쓰기와 돈의 대립으로 표상되는 이런 갈등은 자본주의와 대결해온 지식인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는 이 시와 관련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전화 이야기 에 나오는 <절망에 지각>한다는 말은 이런 속물의 변명이다. 글을 쓰는 것과 돈벌이를 혼돈하지 않은 지드 같은 문인에 대한 즉 돈에 대한 선망은 피상적이다. 글을 써서 돈을 벌 필요가 없을 만큼 돈이 있다 해도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그 돈은 어디서 생겼는가? 누가 어떻게 해서 번 것인가? 그러니까 역시 글을 써서 돈벌이를 하면서, 글을 써서 돈벌이를 하는 자기 자신과 싸워가는 수밖에 없다. 시작 노트 7 (1966) 18) 166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앨런 S. 케이헌은 지식인들과 자본주의 사이의 갈등은 근대사의 상수 였다 라고 말한 바 있다. 19) 그에 따르면 보통 지식인들은 돈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낮춰본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돈벌이가 아닌가. 지식인들은 돈을 위해 무슨 일을 하면서도 귀족적 인 태도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식인들 중에서 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혁명이 바로 그 해결책이 다. 20) 이런 이야기는 김수영이 한때 4 19 혁명을 그토록 열렬히 지지했던 이유의 하나를 암시한다. 그가 단지 정치적 자유의 확보를 위해서 4 19 혁명을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그가 정치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를 부자유하게 했던 것은 이승만 독재라는 정치적 억압이 아니라 그 밑에서 세상을 움직여가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였다. 특히 그런 사회 속에서 글쓰기나 번역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정신적 귀족주의야말로 김수영이 추구한 자유 의 근원이었다고 할 수 있다. 2연은 내용상 1연과 연관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연이 구분되어 있다. 코리언 드림 을 운운하는 부분은 전화 상대방이 올비의 작품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한 후 그 내용이 흡사 시적 화자의 상황과 유사하지 않느냐는 비꼼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시적 화자의 상황은 <아메리칸 드림>의 한국적 복사본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이놈 이 전화 통화를 방해 하지 않고 자고 있는 것이 구원 으로 느껴진다. 절망의 물방울이 / 튄 거지요 라는 표현은 아이놈 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애처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시적 화자는 잡지의 8월호 에 번역 원고를 게재해달라고 간청하지만 끝내 일은 성사되지 못한다. 3연은 이 사실을 번역가 친구에게 알려준다는 간단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시적 화자는 종횡무진으로 이어진 전화 통화를 그 무지무지한 소란 속에서 / 나의 소란을 하나 더 보탠 것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화 상대방이 출판사 관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무지무지한 소란 이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출판사의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패로 끝난 번역 교섭을 18) 김수영전집 2 (민음사, 2004), 458 459쪽. 19) 앨런 S. 케이헌 저, 정명진 역, 지식인과 자본주의 (부글북스, 2010), 47쪽. 20) 위의 책, 33 35쪽 참조.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67

그는 나의 소란을 하나 더 보탠 것 에 비유하면서 만족을 / 느낀다 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의 만족 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만족이라기보다는 교섭 실패에서 오는 절망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절망에 지각하고 난 뒤 에 찾아온 이 만족 은 애초부터 이 작품의 게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필사적으로 번역 교섭을 한 자신에 대한 때늦은 자괴감의 표현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전화 이야기>는 번역극의 게재에 관련한 전화 통화 내용을 소재로 한 단순한 작품은 아니다. 김수영은 이 작품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코리언 드림 으로 표상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려고 했다. 그 내용은 작품 표면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시에 소개되고 있는 올비의 <아메리칸 드림>의 내용을 은연중에 차용함으로써 그의 비판은 간접화되어 있다. 또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 전화 통화라는 불완전한 대화 형식을 차용하고 진술의 명료성을 가급적 회피함으로써 독자가 끊임없이 빈 공간을 채워 넣으면서 읽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전화 통화라는 형식에 대한 날카로운 고려가 작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점은 이 작품에서 마치 연극의 등장인물처럼 등장하 는 번역가 친구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이 시에서 시적 화자의 전언을 전해 듣는 소극적 지위에 머문 유령과 같은 존재이다. 이 작품을 다룬 기존 언급들에서는 그 를 시적 화자와는 독립적인 등장인 물로 보고 있지만, 2연에서 시적 화자가 실제 번역가처럼 진술되는 것으로 봐서 시적 화자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번역가 친구를 대리해서 출판 교섭을 벌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자신이 직접 번역하려고 교섭하다가 실패한 시적 화자 자신의 이야기, 즉 시인 김수영 자신의 경험을 간접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Ⅲ. 텔레비전 드라마와 남성적 판타지 1. 가상세계 속의 원효 와 제니 <원효대사>는 김수영이 사망한 1968년 작품이다. 이 작품은 텔레비전 시청 경험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당시로서는 매우 이채로운 168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작품이다. 그가 이 시를 창작할 때만 해도 텔레비전은 낯선 미디어였다. 우리나라에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된 것은 1961년인데, 1966년까지만 해도 전국의 텔레비전 수신기는 10만 대 정도여서 라디오에 비해서 텔레비전은 고급스런 미디어였다. 21) 김수영은 이전까지 대중문화나 대중예술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원작의 내용을 훼손한 문예영화나 한국적 실정에 맞지 않는 영화들에 대해서 부정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22) 일부 경멸적 태도가 엿보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는 이런 태도와는 무관하게 대중문화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원효대사>는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를 단순히 소재로서가 아니라 구조적 원리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재 차원의 언급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 대해서 기존 연구자들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의 형식적 낯섦 때문에 작품이 함유하고 있는 김수영 시의 연속성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두 개의 고유명이 등장한다. 하나는 원효 23) 이고, 다른 하나는 제니 이다. 원효 는 주지하다시피 수많은 불교 관련 저술을 남기고 한국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한 신라시대의 승려이다. 그런데 이 작품 속의 원효 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제니 역시 드라마 속의 인물이기는 하나 가공의 캐릭터이다. 우선 작품 전문을 살펴보자. 성속이 같다는 원효대사가 텔레비에 텔레비에 들어오고 말았다 배우 이름은 모르지만 대사는 21) 윤금선, 라디오 풍경, 소리로 듣는 드라마 (연극과인간, 2010), 209쪽. 다른 자료(정순 일 장한성, 한국 TV 40년의 발자취, 한울, 2000, 71쪽)에 의하면 텔레비전 수신기 수치가 1968년 11만 8,262대, 1969년 22만 3,695대로 나와 있다. 1968년 인구 대비 보급률은 2.1%(원용진, 한국 대중문화, 미국과 함께 혹은 따로, 김덕호 원용진 편, 아메리카나이제이션, 푸른역사, 2008, 183쪽)에 머무를 정도로 그 당시 텔레비전은 희귀 한 미디어였다. 22) <문예영화> 붐에 대해서 (1967), 김수영전집 2 (민음사, 2004), 204 212쪽. 23)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에 원효 가 등장한 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의 초기작 <공자의 생활난>에서 이미 공자 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김수영의 시세계에서 성인들로 대표되는 전통적 세계는 김수영의 시적 사유의 한 축이라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69

대사보다도 배우에 가까웠다 그 배우는 식모까지도 싫어하고 신이 나서 보는 것은 나 하나뿐이고 원효대사가 나오는 날이면 익살맞은 어린놈은 활극이 되나 하고 조바심을 하고 식모 아가씨나 가게 아가씨는 연애가 되나 하고 애타하고 원효의 염불 소리까지도 잊고 죄를 짓고 싶다 돌부리를 차듯 서투른 원효로 분장한 놈이 돌부리를 차고 풀을 뽑듯 죄를 짓고 싶어 죄를 짓고 얼굴을 붉히고 죄를 짓고 얼굴을 붉히고 성속이 같다는 원효대사가 텔레비에 나온 것을 뉘우치지 않고 춘원( 春 園 ) 대신의 원작자가 된다 우주시대의 마이크로웨이브에 탄 원효대사의 민활성 바늘 끝에 묻은 죄와 먼지 그리고 모방 술에 취해서 쓰는 시여 텔레비 속의 텔레비에 취한 아아 원효여 이제 그대는 낡지 않았다 타동적으로 자동적으로 낡지 않았고 원효 대신 원효 대신 마이크로가 간다 제니의 꿈 의 허깨비가 간다 연기가 가고 연기가 나타나고 마술의 원효가 이리 번쩍 저리 번쩍 <제니>와 대사( 大 師 )가 170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왔다갔다 앞뒤로 좌우로 왔다갔다 웃고 울고 왔다갔다 파우스트처럼 모든 상징이 상징이 된다 성속이 같다는 원효 대사가 이런 기계의 영광을 누릴 줄이야 <제니>의 덕택을 입을 줄이야 <제니>를 <제니>를 사랑할 줄이야 긴 것을 긴 것을 사랑할 줄이야 긴 것 중에 숨어 있는 것을 사랑할 줄이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긴 것 가운데 있을 줄이야 그것을 찾아보지 않을 줄이야 찾아보지 않아도 있을 줄이야 긴 것 중에는 있을 줄이야 어련히 어련히 있을 줄이야 나도 모르게 있을 줄이야 <원효대사 텔레비전을 보면서>(1968. 3. 1) 전문 24)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이 시는 시적 화자가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고 그 여운 속에서 쓴 작품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수영은 과연 어떤 드라마를 시청한 것인지 실증적으로 접근해보자. 이 작품이 1968년 3월 1일에 씌어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3월 1일이나 그 전에 방영된 드라마를 본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 당시 텔레비전 편성표를 찾아보면 원효 나 제니 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림1은 1968년 2월 28일 TBC 25) 편성표이다. 이 편성표에 <원효대사> 26), <사랑스런 지니>가 각각 8시 30분, 9시 24) 김수영전집 1 (민음사, 2004), 369 371쪽. 25) TBC는 1964년 12월 7일 개국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상업 텔레비전방송국이다. 개국 초기 DTV로 불린 이 방송은 삼성그룹의 이병철( 李 秉 喆 )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밝힌 방송국 설립 취지는 방송으로서의 공익성과 상업방송으로서의 기획성의 조화 였 다. 개국 초기 TBC는 KBS보다 1시간이 많은 5시간 방송, 외부 제작 필름의 최대한 투입 등의 방침으로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中 央 日 報 東 洋 放 送 社 史 編 纂 委 員 會, 中 央 日 報 二 十 年 史 ( 中 央 日 報 社, 1985), 776쪽.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71

그림1 1968년 2월 28일 TBC 방송 편성표 ( 동아일보, 1968년 2월 28일자) 15분에 편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김수영은 이날 방송된 드라마를 시청하고서 그 다음날 <원효대사>라는 시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원효대사>는 1967년 11월 15일 첫 방송 이후 1968년 3월 27일까지 방송된 주간 연속 드라마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수요일에 편성되어 방영된 이 드라마는 현재 극본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잘 알 수 없지만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사극으로 판단된다. 27) 이 드라마는 1960년대 중반 국영방송 KBS에 이어 개국한 민간 상업방송 TBC가 자체 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사랑스런 지니>는 자체 제작 시스템의 미비로 방송물 빈곤에 허덕였던 TBC가 대안으로 자주 편성하던 일련의 외화 시리즈 중 한 편이었다. <사랑스런 지니>는 1967년 12월 13일 첫 방송 이후 1968년 5월 8일까지 방송되었다. <사랑스런 지니>는 1965년 시즌 1 30편을 시작으로 1970년까지 총 139편이 방영된 30분짜리 미국 시트콤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방영을 알리는 당시 신문기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동양 TV는 패티 듀크 쇼 를 끝내고 13일부터 마력을 지닌 어여쁜 여인의 얘기 사랑스런 지니 극을 방영한다. 매주 수요일 밤 9시 15분부터 30분간 방영되는 이 영화는 우주선 조종사 토니 넬슨 대위와 해변가의 큰 병에서 나온 이상한 마력을 지닌 여인 지니 와 26) 이 드라마는 1966년 10월 신설된 <럭키극장>이라는 시리즈의 한 편으로 방송되었다. 이 시리즈에서 방송된 것은 모두 사극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원군>(장덕조 작), <이성계>(김성한 작), <조선총독부>(유주현 작), <김옥균>(김영수 각색), <원효대 사>(이광수 작) 등이었다. 정순일 장한성, 앞의 책, 65쪽. 27) 이 당시 사극은 주로 왕조 중심 사극으로 격변기에 한 명의 영웅의 행적을 극의 중심으 로 한 것이 많았다. 이는 영웅적 지도자상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영희, 한국사회의 변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55쪽 <표2 4> 참조. 172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의 사랑과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주연은 바바라 이덴 과 래리 해그맨 28) 이 기사를 통해서 이 드라마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주 조종사인 넬슨 은 임무를 마치고 지구에 착륙한다. 이상한 병을 발견하고 코르크 마개를 열자 2천 년 동안 병 속에 갇혀 있던 주인공 지니 는 세상 속으로 나온다. 지니 는 그녀의 새로운 주인이 된 넬슨 과 살면서 각종 마술을 부리며 주인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29)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해프닝이 발생하는데, 특히 연기를 내면서 순간적으 로 이동하는 마술을 보여주고,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밝은 캐릭터의 지니 가 미국사회에 적응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시즌 5 까지 방영되면서 지니 역을 맡은 바버라 이든 (Barbara Eden)은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67년경인데, 아마도 그 당시 시즌 1 2 가 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이 드라마의 방영 내역은 표1 30) 과 같다. 1967년 12월 13일 첫 방영된 후 연말연시 관계로 각종 특집 편성 때문에 방송되지 못하다가 1968년 1월 10일부터 비교적 안정적 으로 방영되었다. 이후 1968년 4월 17일까지 지속적으로 방영되다가 1968년 4월 24일 불방된 후, 5월 1일 방영되고 8일에 종영되었다. 31) 총 18회에 걸쳐 방영되고, 그 후로는 방영되지 않았다. 편성표상에는 에피소드 제목이 소개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시즌 1(에피소드 30편, 1965 1966년 미국 방영) 중 18편이 방영되었는데, 순차적으로 방영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28) 사랑스런 지니 TBC에서 放 映 패티 듀크 쇼 끝내, 경향신문, 1967년 12월 11일자. 29) Ken Bloom & Frank Vlastnik, The 101 Greatest TV Comedies of All Time Sitcoms (New York: Black Dog & Leventhal Pub, 2007), p. 166. 30) 표1은 그 당시 일간지에 실린 텔레비전 편성표를 참고하여 필자가 작성한 것이다. 제목 은 그 당시 방영 제목이다. 1968년 4월 3일의 <금붕어가 된 소녀>는 드라마에서 소년이 주인공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붕어가 된 소년 이 잘못 표기된 것으로 보인다. 비고 의 원제목은 방영 제목을 고려해서 추정한 원제목이다. 31) 일본에서 방영될 당시 이 드라마는 주인공 역을 맡은 바버라 이든의 지나친 노출 때문에 그 당시만 해도 정숙한 가정부인 상에 익숙했던 일본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사서 미국과 는 달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瀨 戶 川 宗 太, 懷 かしのアメリカTV 映 畵 史, 集 英 社, 2005, 148쪽). 이를 미루어 볼 때 상황이 비슷했던 우리나라에서도 노출에 대한 금기 심리 때문에 조기 종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73

표1 <사랑스런 지니>1960년대 국내 방영 상황 날짜 방영 제목 비고 1967. 12. 13. 방영 없음 1회(The lady in the bottle) 1967. 12. 20. 불방 1967년도 최우수하이라이트 가수편 1967. 12. 27. 불방 특집 젊은이가 본 정미년 캄보 연주와 그룹 인터뷰 1968. 1. 3. 불방 TBC공개토론회 양당의 구상 1968. 1. 10. 방영 달나라 가는 길 3회(Guess What Happened on the Way to the Moon?) 1968. 1. 17. 방영 파혼소동 4회(Jeannie and the Marriage Caper) 1968. 1. 24. 방영 지니의 여성공부 8회(The Americanization of Jeannie) 1968. 1. 31. 방영 GI 지니 5회(G. I. Jeannie) 1968. 2. 7. 방영 지니의 실종사건 6회(The Yacht Murder Case) 1968. 2. 14. 방영 없음 1968. 2. 21. 방영 없음 1968. 2. 28. 방영 없음 김수영의 <원효대사>(1968. 3. 1)와 관련 1968. 3. 6. 방영 없음 1968. 3. 13. 방영 식객소동 10회(Djinn & water) 1968. 3. 20. 방영 연기테스트 14회(What House Across the Street?) 1968. 3. 27. 방영 할리우드 방문 9회(The Moving Finger) 1968. 4. 3. 방영 금붕어가 된 소녀 11회(Whatever Became of Baby Custer?) 1968. 4. 10. 방영 지니의 데이트 12회(Where d You Go Go?) 1968. 4. 17. 방영 지니여 돌아오라 13회(Russian roulette) 1968. 4. 24. 불방 1968. 5. 1. 방영 없음 1968. 5. 8. 방영 없음 종영 2. 경계 해체의 형식과 속악한 현실 넘어서기 총 11연으로 구성된 <원효대사> 중 7연까지는 드라마 <원효대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1연에서 시적 화자는 원효대사 같이 성스러운 인물까 지 텔레비 속으로 끌어들이는 대중문화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들어 오고 말았다 라는 표현에는 그런 절망감이 녹아들어 있다. 배우 이름은 모르지만 대사는 / 대사보다도 배우에 가까웠다 라는 표현은 극 중에서 원효대사 의 역을 맡은 배우에게서 시적 화자가 느끼는 이질감을 표현하 고 있다. 드라마 <원효대사>에서 원효대사 역은 TBC 전속 탤런트였던 박병호 ( 朴 炳 浩 )가 맡았다. 그는 KBS 공채 1기 탤런트로 출발해서 TBC 전속 탤런트로 1968년까지 <오늘은 王 >, <만고강산>, < 情 두고 가지 마>, 174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그림2 <원효대사>의 한 장면(오른쪽 원효대사 역에 박병호 扮 ), 다음 블로그 춘하추동(http://blog.daum.net/jc21th) <엄마의 日 記 >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32) 그림2에서 보듯이 그는 원효대 사와 같은 차분하고 로맨틱한 역할을 맡기에는 적절치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시적 화자가 대사는 / 대사보다 배우에 가까웠다 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33) 2 3연에서는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이 묘사되고 있다. 로맨틱한 역을 맡기에는 부적절한 외모를 가진 탓에 식모 는 원효대사 를 싫어하면서도, 연애 스토리가 되기를 바라고 어린놈 은 활극 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가장 신이 나서 보는 것은 나 하나뿐 이 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시적 화자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 그는 원효의 염불 소리까지도 / 잊고 죄를 짓고 싶다 고 말한다. 이 말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 원효 처럼 그 역시 원효 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다. 성속이 같다 던 원효가 통속적인 드라마에 등장함으로써 죄 를 지은 것처럼, 그는 글쓰기라는 성 의 세계에 고립되어 있지 않고 텔레비전이라는 속 의 세계로 자신을 이끌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9연의 기계의 영광 이라는 32) 탤런트 부부(1) KBS 1 期 동기생 / 로맨스 1년 만에 결혼에 골인 / 시간 나면 나란히 대폿 집에서 / 朴 炳 浩 (TBC TV), 鄭 惠 先 (KBS TV), 경향신문, 1968년 11월 30일자. 33) 이미순은 이 구절을 여기서 신성은 세속과 관련하여 이질적인 것이 아니며 서로 연결되 어 있다. 원효대사가 추구하는 신성의 세계도 텔레비전이 지배하는 세속 사회를 보충하 는 한 부분이다 라고 말한 바 있지만(이미순, 김수영 시에 나타난 바타이유의 영향, 한국현대문학연구 23집, 한국현대문학회, 2007. 12, 555쪽), 필자는 이 부분이 원효 대사의 상상적 이미지와 탤런트 박병호가 연기한 원효대사의 텔레비전 이미지의 불일 치에서 오는 미묘한 불쾌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75

표현 역시 텔레비전이라는 기계의 혜택으로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이 만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현대에 대한 긍정의 표현 34) 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수영이 끊임없이 서구의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점을 생각하면 텔레비전에 등장한 원효 대사 의 모습은 반어적으로 보인다. 35) 4 5연에서는 시적 화자의 죄 에 대한 욕망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5연에서는 극 중의 원효대사 가 춘원( 春 園 ) 대신의 원작자가 된다 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드라마 <원효대사>가 이광수의 <원효대사>와 는 달리 원효 와 요석공주의 사랑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6연에서 시적 화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텔레비전 기술을 통해 재현된 원효의 삶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돌이켜 보고 있다. 그는 죄 의 문제로 괴로워하지만 끝내 먼지 와 같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 또 인간인 이상 죄 와 먼지 로 표상되는 죄책감과 허무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모방 성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에게 드라마 <원효대 사>가 가진 의미는 6연에서 집약적으로 정리된다. 7연에 등장하는 텔레 비 속의 텔레비에 취한 원효 는 다름 아닌 시적 화자인 것이다. 그는 원효대사 의 낡지 않음, 즉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그 자신과 연관될 수 있음을 강하게 확신하기에 이른다. 8연부터는 드라마 <원효대사>에 이어 외화 <사랑스런 지니>가 등장한 다. 그러나 두 작품이 명확히 분절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적 화자에 의해 두 작품은 뒤섞인다. 이 작품들을 시청한 그의 기억 속에서 이 두 작품은 뒤섞이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아마도 이 두 작품이 연속적으로 방영되어서 그렇게 된 것이리라. 또 이 두 작품이 모두 남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기억에 혼선이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36) 원효 와 요석공주의 사랑은 중과 공주라는 신분상의 차이로 34) 최호영, 김수영 시에 나타난 자연인식과 미학적 변주, 문학과 환경 9권 1호(문학과 환경학회, 2010. 6), 161쪽. 35) 곽명숙, 김수영의 시와 현대성의 탈식민적 경험, 한국현대문학연구 9집(한국현대 문학회, 2001. 6), 118쪽. 36) 8연을 해석하면서 김유중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외래, 성과 속을 가르는 종래의 이분 법적 구분은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현존재의 자기 정립을 위한 노력과 세계의 재창조를 위한 시도는 이들 양자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발상의 전환과 창조적 사유 과정들을 통해 새롭게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말한 바 있다(김유중, 앞의 176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그림3 <사랑스런 지니>의 주인공 지니(바버라 이든 扮 ), 시즌 1 에피소드 5 G. I. Jeannie 에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고, 지니 와 넬슨 의 사랑도 요정과 인간이 라는 차이로 인해서 이루어질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극의 분위기상으로는 정반대이다. <원효대사>가 전반적으로 비극적이라면 <사랑스런 지니>는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지니 는 주인(master) 이라고 부르는 남성 넬슨(Nelson) 을 향해서 일관되게 지극한 사랑을 표현하지 만, 넬슨 은 지니 의 존재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감추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한다. 37) 원효 와 지니 는 둘 다 세속적 세계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통속적인 의미에서의 남녀관계를 형성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인 셈이다. 8연에서 시적 화자는 텔레비전이 기본적으로 마이크로 에 의해 형성 된 허깨비 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제니>와 대사( 大 師 ) 가 부리는 마술 의 현실성을 인식하면서 거기에 심취하게 된다. 제니 가 연기 를 피우면서 순간 이동하듯이 마이크로 의 허깨비 들인 원효 와 제니 는 책, 395쪽). 이런 발언은 이 시에서 김수영이 드러내려고 한 의미를 잘 포착한 것으로 생각된다. 37)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지니 와 그녀의 존재를 감추려는 넬슨 이 벌이는 해프닝은 이 드라마가 내포하고 있는 성정치학이 지극히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수영 이 이 드라마를 인상 깊게 본 것은 그가 가정 내 일상생활에서 아내 와 행복하게 화합할 수 없었던 상황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가정 내에서는 보수적 남성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가부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가부장성은 물질적 기반을 갖지 못한 것이기에 끊임없이 아내 에 의해 침식될 수밖에 없는 불안한 가부장성 이었다. 이렇게 볼 때, 지니 는 현실적인 존재인 아내 와는 분명히 다른, 순수한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77

웃고 울 면서 시적 화자의 기억을 착종시킨다. 마치 그들은 인간의 이중적 본성의 상징인 파우스트 가 그러한 것처럼 인간의 이중적 본성을 체현한 존재들인 것이다. 9연에서 그는 원효 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제니 처럼 남자에게 충실하면서 유쾌하기까지도 한 여성을 욕망하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38)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많은 남성들의 보편적 심리를 대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남녀평등이 하나의 정답으로 자리 잡아가는 사회 속에서 갈수록 왜소화 되는 지위로 인해 남성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실 속에서 느끼는 불안은 역으로 드라마와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는 지니 와 같이 남성에게 헌신하는 여성을 욕망하게 된다. 이성적 판단과 괴리되는 이와 같은 욕망이 1960년대 미국에서 <사랑스런 지니>가 인기를 끈 이유이다. 김수영이 이 드라마를 인상 깊게 본 이유는 아마도 그가 가진 지식인적 자의식과 역행하는 가정 내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이 돈과 물질에 대한 욕망 채우기에 바쁜 아내 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가 제니 에 대한 고착으로 이어진 것이리라. Ⅳ. 맺음말 김수영이 살았던 1960년대는 전후를 딛고 산업화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대중문화가 꽃 피던 시대였다. 특히 1960년대 중반 이후 산업화가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각종 미디어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 다. 현대사회에서 생활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전화나 텔레비전 등이 한창 보급되면서 생활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유도했다. 시 역시 이와 같은 문명의 이기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김수영은 그 당시 다른 누구보다도 더 민감하게 이런 생활의 변화를 시의 형식적 장치로까 지 수용했다. 그 결과 <전화 이야기>, <원효대사>와 같은 일종의 미디어 시 가 등장했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기존 김수영론에서는 그다지 주목받 지 못했던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에서 미디어와의 연관성을 형식적 38) <사랑스런 지니>에서 지니 가 벌이는 소동들은 대부분 지니 가 한순간도 넬슨 과 떨어져 있기 싫어서 벌어진다. 예를 들어 시즌 1 에피소드 7 Anybody here seen Jeannie? 에서 지니 는 우주조종사로 출발하기 전 넬슨 이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을 방해한다. 178 정신문화연구 제35권 제1호

차원에서 조명하고, 그것이 김수영 시의 내적 문맥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를 살피는 작업을 시도했다. <전화 이야기>는 넓게 보자면 연극적 상상력 속에서 펼쳐진 것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전화의 특성을 십분 발휘한 작품이다. 전화 상대방의 메시지가 차단된 상태에서 시적 화자의 메시지만을 노출시킴으로써 독자가 시 속에 부재한 메시지를 채워 넣도록 하고 있다. 번역 대상으로 상정된 올비의 <아메리칸 드림>은 단순히 번역 대상이라는 위상을 넘어 시적 화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형식적 장치들을 통하여 김수영은 번역가로서, 가장으로서 겪는 고통을 간접화해서 표현하고 있다. 또 <원효대사>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다. 시적 화자가 시청한 것으로 보이는 <원효대사>와 <사랑스런 지니>라 는 드라마는 연속 방영된 것으로 시적 화자의 기억 속에서 이들 드라마의 주인공은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간섭하는 양상을 보인다. 시청자인 시적 화자와 드라마 주인공들 사이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이처럼 이 시는 다층적인 경계 허물기를 통하여 세속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성스러운 세계를 지향하는 시적 화자의 내면적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영화, 라디오, 전화, 텔레비전 등 현대적인 미디어가 시 쓰기에 개입되는 양상은 김수영 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상이다. 물론 이미 1930년대 에 김기림 같은 시인이 영화를 시 쓰기의 형식으로 수용한 적이 있지만, 여타 매체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영화가 여타 미디어에 비해서 낡은 것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라디오, 전화, 텔레비전 등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디어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 는데, 한국현대시사에서 김수영이야말로 미디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첫 번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비교적 희귀 한 미디어였던 전화, 텔레비전과 관련된 시를 다루었다. 물론 보다 폭넓은 접근을 위해서 영화나 라디오도 아우를 필요가 있지만, 이는 차후의 과제로 돌리고자 한다.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의 미디어 수용 양상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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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요약 이 글에서는 1960년대 후반 김수영 시와 미디어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했다. 영화, 라디오, 전화, 텔레비전 등 현대적인 미디어가 시 쓰기에 개입되는 양상은 김수영 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상이다. 라디오, 전화, 텔레비전 등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디어 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는데, 한국현대시사에서 김수영이야말 로 미디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첫 번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전화 이야기>, <원효대사>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화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전화의 특성을 십분 발휘한 작품이다. 전화 상대방의 메시지가 차단된 상태에서 시적 화자의 메시지만을 노출시 킴으로써 독자가 시 속에 부재한 메시지를 채워 넣도록 하고 있다. 번역 대상으로 상정된 올비의 <아메리칸 드림>은 단순히 번역 대상이라 는 위상을 넘어 시적 화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장치들을 통하여 김수영은 번역가로서, 가장으로서 겪는 물질적 고통을 간접화해서 표현하고 있다. <원효대사>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시적 화자가 시청한 것으로 보이는 <원효대사>와 <사랑스런 지니>라는 드라마는 연속 방영된 것으로, 시적 화자의 기억 속에서 이들 주인공은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간섭하는 양상을 보인다. 시청자인 시적 화자와 드라마 주인공들 사이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이처럼 이 시는 다층적인 경계 허물기를 통해서 세속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성스러운 세계를 지향하는 시적 화자의 내면적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투고일 2011. 12. 6. 수정일 2012. 2. 10. 게재 확정일 2012. 2. 10. 주제어(keyword) 김수영(Kim, Soo yeong), 미디어(media), 지식인적 자의식(intellectual sense of identity), 전화(telephone), 텔레비전(tele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