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THE CASH PARADOX
THE CASH PARADOX 73 기록적 현금 보유액이 기업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저자 IAIN MACMILLAN, SRIRAM PRAKASH, RUSSELL SHOULT > 일러스트레이션 LIVIA CIVES 2013년 말 당시 전세계 비금융 상장 기업 1,000곳이 보유한 총 현금 규모가 3조 5,300억 달러에 달했다. 1,2 시장 분석가들은 이 기록적인 규모의 현금 보유액이 자본적 지출(CAPEX: 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기계 장비와 토지, 건물 등의 물적 자산을 획득하거나 이를 개량하면서 지출한 비용-역주)을 늘리고 M&A 활동을 촉진하여 성장을 재점화시킬 것이라고 자주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현실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현금 보유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보면 불균등한 분배라는 현실을 알 수 있다. 딜로이트의 조사 분석 결과 전체 기업 중 32%가 전체 현금의 81%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3 이처럼 현금 보유량이 많은 기업(이하 고액 보유 기업 이라 칭함)은 현금 보유량이 적은 기업(이하 소액 보유 기업 이라 칭함)에 비해 좀 더 보수적으로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현금 보유량이 적은 기업은 성장을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통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분석 결과 이 두 집단은 매출 증가 및 주가 상승 부분에서 분명한 차이를 나타냈으며 두 부문 모두에서 소액 보유 기업이 고액 보유 기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5 금융 위기 당시에는 기업들은 재무적인 신중함을 통해 이득을 보았으나, 이러한 보수적 자세는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이제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쪽으로 현금 전략의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
74 THE CASH PARADOX 변화하는 기업 환경 금융 위기 이전의 활황은 금융 부문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대규모 레버리지(차입 투자 혹은 차입 경영)의 결과물이었다. 정부 주도의 구제 금융 정책이 시행된 이후 대규모 부채가 기업과 금융 부문에서 정부로 이전된 것 또한 금융 위기가 낳은 명백한 결과물이다(그림 1 참고). 2009년 이후 기업, 특히 미국과 유럽의 기업은 엄격한 비용 최적화 계획과 비핵심 자산의 매각 등을 통해 탈레버리지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그림1. 2008년과 2013년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의 과잉 부채 현황 93% 61% 18x 15% 13% 14x 2008 2013 기업 레버리지 은행 레버리지 정부 레버리지 기업 레버리지 = S&P 글로벌 1200 지수(S&P Global 1200 Index) 구성 기업 가운데 미국, 영국,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독일, 프랑스, 핀란드 내 비금융 기업의 총 자산에 대한 순부채의 비율 은행 레버리지 = S&P 글로벌 1200 지수(S&P Global 1200 Index) 구성 기업 가운데 미국, 영국,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독일, 프랑스 내 41개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 정부 레버리지 = 미국, 영국,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아일랜드, 헝가리, 그리스, 프랑스, 핀란드 등의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 출처: 블룸버그(Bloomberg);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딜로이트(Deloitte analysis). 그 결과 기업 부문은 기록적인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S&P 글로벌 1200지수에서 최대 지분을 차지하는 미국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1조 6,000억 달러이며 이는 S&P 1200 기업 전체가 보유한 총 현금의 45%에 해당한다. 그 다음은 전체의 14%를 보유한 일본 기업이었고 프랑스, 독일, 영국 기업이 그 뒤를 이었다(그림 2 참고). 6 기술(Technology), 미디어(Media), 통신(Telecommunication) 등 이른바 TMT 부문의 현금 보유 수준에 관해서는 언론에서 자주 언급한 바 있다. TMT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2008년에 4,820억 달러에서 2013년에 1조 1,000억 달러로 124% 증가하였다. 7 현금 보유액이 거의 1,470억 달러나 되는 애플 (Apple)은 홀로 TMT 기업 전체 현금 보유액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8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구글(Google), 삼성(Samsung) 등의 현금 보유액을 합치면 3,36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남아프리카의 총 GDP에 맞먹는 수준이다. 9 미국 내 TMT 기업의 총 현금 보유액은 7,010억 달러로 전체 현금 보유액의 44%를 차지한다. 10 그리고 현금 보유고 중 많은 부분이 국외에 있는데, 이들 기업이 글로벌 영업으로 얻은 현금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미국 기업은 현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대신 그대로 국외에서 보유하는 쪽을 선호하기도 한다. 현금 수입을 국내로 들여와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면 대규모 법인세를 부과 받을 수
THE CASH PARADOX 75 있기 때문이다. 11,12 이러한 경향은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의 수입을 본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장려하는 방안에 대한 미국 정계의 난상 토론을 촉발시키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금의 상당 부분은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미 재무부 채권에 투자 되어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이자 수입을 제공해 주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시스코(Cisco) 등이 미 재무부 채권이나 기타 미국 국채에 투자한 금액만 1,63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의 투자 규모를 모두 합치면 미 재무부 채권 투자자 중 14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이는 노르웨이나 싱가포르를 비롯한 다른 많은 주권국 투자자보다 높은 순위다. 13 그림2. 지역별로 본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 지역별 현금 보유 상황(2013년)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한국 홍콩 스위스 기타 국가별 총 현금 보유액(2008-2013년) 미국 프랑스 영국 홍콩 일본 독일 한국 스위스 국가별 총 현금 보유액의 변화(2008-2013년) 프랑스 독일 홍콩 일본 한국 스위스 영국 미국 현금 보유액의 변화(2008-2013) 36% 35% 100% 39% 226% 11% 76% 101% 현금 연평균증가율(CAGR)의 변화(2008-2013) 6% 6% 15% 7% 27% 2% 12% 15%
76 THE CASH PARADOX 현금 편중 현상이 TMT 부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국가별로 현금이 몰리는 부문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제조업 부문에 현금이 몰려 있다. 일본 제조업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1,880억 달러이며 이는 S&P 글로벌 1200에 속한 일본 비금융 기업의 총 현금 보유액의 39%에 해당한다. 영국은 에너지 및 공익사업 부문의 현금 보유액이 680억 달러로 S&P 글로벌 1200에 속한 영국 비금융 기업의 총 현금 보유액의 38%를 차지한다(그림 3 참고). 14 그림3. 산업 부문별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들의 현금 보유 현황 산업별 현금 보유 상황(2013년) 소비재 에너지 및 자원(E&R) 생명과학 및 보건의료(LSHC) 제조업 부동산 기술, 미디어, 정보 통신(TMT) 업종별 총 현금 보유액(2008-2013년) 소비재 E&R LSHC 제조업 TMT 산업별 총 현금 보유액의 변화(2008-2013년) 소비재 E&R LSHC 제조업 TMT 현금 보유액의 변화(2008-2013) 62% 50% 51% 59% 124% 현금 연평균증가율(CAGR)의 변화(2008-2013) 10% 9% 9% 10% 18%
THE CASH PARADOX 77 현금 보유의 모순 이러한 기업의 현금 축적 추세와 지출 패턴을 분석한 결과 현금 보유와 관련하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가 드러났다. 현금 보유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균등 분배 문제가 특히 두드러진다. S&P 1200에 속한 비금융 기업의 32%가 전체 현금 보유액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68%에 해당하는 기업이 고작 전체 현금의 19%를 보유하고 있었다(그림 4 참고). 15 여기서 현금 보유액이 많고 적은 것은 시가총액이 많고 적은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 일부 기업은 시가총액은 작아도 현금 보유액 순위는 높았다. 80대 20 법칙 으로도 알려진 파레토 법칙은 소수(일반적으로 20%)가 결과의 대부분(일반적으로 80%)를 산출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가장 잘 알려진 예로는 전세계적인 부의 편중 현상을 들 수 있다. 프로 스포츠 업계와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사례 연구 1 참고). 그러나 기업 부문에서는 이 법칙이 항상 참인 것은 아니다. 금융 위기 직전 경제 활황이 절정에 달했던 2007년에는 고액 보유 기업이 1조 5,90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했고 소액 보유 기업은 4,62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고, 비율은 3대 1 정도였다. 16 그런데 2008년에 금융 위기가 닥치자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지출을 줄이고 현금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현금 보유액이 많은 기업이 보유액이 적은 기업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지출 전략을 구사했다. 고액 보유 기업은 2008년과 2013년 사이에 현금 보유액이 1조 6,100억 달러에서 2조 8,800달러로 약 2배 증가했고 소액 보유 기업은 4,330억 달러에서 6,560억 달러로 증가했다. 요컨대 2013년에는 두 기업 집단의 현금 보유 비율이 4대 1이 됐다(그림 4 참고). 17 경기 불황기에는 이 같은 재무적 신중함이 널리 환영 받았다고 해도, 고액 보유 기업의 이와 같은 현금 축적 규모는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그림 4.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들의 현금 보유 현황(2000-2013년) $trillion 4.0 고액 보유 기업의 보유액 변화 2000 2008 27% 2008 2013 78% 3.5 소액 보유 기업의 보유액 변화 39% 52% 3.0 2.5 2.0 1.5 0.25 1.0 0.24 0.26 0.5 0.97 0.92 1.04 0.31 1.27 0.38 0.39 1.40 1.41 0.41 0.46 0.43 1.54 1.59 1.61 0.54 2.03 0.59 2.26 0.60 2.46 0.66 0.59 2.88 2.71 0.0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3.9 3.8 4.1 4.1 3.6 3.6 3.7 3.4 3.7 3.7 3.8 4.1 4.6 4.4 고액 보유 기업 대 소액 보유 기업의 비율 고액 보유 기업 소액 보유 기업
78 THE CASH PARADOX 사례 연구 1: 영국 프리미어 리그 80대 20 법칙이라고도 하는 파레토 법칙은 수많은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프로 축구 산업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프로 축구 리그다. 2012-2013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추정 수입이 24억 파운드이며 이는 역시 세계적인 프로 축구 리그인 독일의 분데스리가 (16억 4,000만 파운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15억 1,000만 파운드), 이탈리아 세리에 A(13억 7,000만 파운드), 프랑스 1부 리그(10억 6,000만 파운드) 등의 수입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부유한 4대 축구 클럽-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첼시 (Chelsea), 아스날(Arsenal)-이 영국 프로 축구계를 지배하고 있다. 18 이들 4개 클럽은 프리미어리그 전체 클럽의 20%지만 리그 전체(20개 클럽) 수입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19 그리고 이들 4개 클럽 모두가 전세계 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최상위 10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 이들은 또한 선수 영입(기업으로 치자면 M&A에 해당)에 가장 많은 돈을 쓴다. 2012-2013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선수 영입에 지출한 돈은 7억 6,000만 파운드였는데 이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3억 1,000만 파운드를 4개 클럽이 지출하였다. 21 이 4개 클럽의 투자 대상은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았다. 경기당 수입 극대화를 위한 축구 경기장 증축, 고수익 기업 설비, 축구 아카데미와 피더 클럽(Feeder clubs: 상급 팀에 선수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하위 클럽. 위성 클럽이라고도 함-역주)을 비롯하여 전 세계 유소년 축구 유망주들의 발굴, 영입, 훈련을 목적으로 한 글로벌 스카우트 네트워크의 도입, 그리고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마케팅 및 판매 사무소 설치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인프라 구축에도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모두가 기업 부문의 성장 및 관리를 위한 자본적 지출에 비견된다. 1992년 이후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우승팀은 단 한번을 제외하고 이 4개 클럽 가운데서 나왔고 22,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737개 팀이 참가하는 FA컵 축구대회 우승컵의 77%도 이 4개 클럽이 차지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어마어마한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놀라울 것도 없어 보인다. 23,24 일반적 경제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자원의 집중이 발생하는 경우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 자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프로 축구계에서는 그렇다. 이는 고액 현금 보유 기업이 보인 행동과는 정반대이다. 기업의 현금 지출 방식 우리는 기업이 현금 자산을 어떻게 할당하는지 이해하고자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 대비 자본적 지출의 비율 과 현금 보유액 대비 M&A 지출 비율 을 분석하여 이들 두 기업 집단의 지출 패턴을 검토하였다. 자본적 지출(capex) 자본적 지출은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금융 위기 직후, 전 세계적으로 자본적 지출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기업은 비용 절감 대책 마련에 집중하였다. 25 지난 2년 동안 고액 보유 집단과 소액 보유 집단 모두 자본적 지출 규모가 증가했다. 이는 기업이 자사의 현금 창출력에 자신감을 가진다는 의미다. 26 고액 보유 기업의 자본적 지출은 2008년에 9,790억 달러에서 2013년에 1조 1,400억 달러로 16% 증가했다. 그러나 2013년의 사업에서 번 현금 대비 자본적 지출의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이는 통상적 비율인 50%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었다. 27 한편, 소액 보유 기업의 자본적 지출은 2007년에 4,610억 달러에서 2013년에 6,330억 달러로 37% 증가했다(그림 5 참고). 그리고 2013년 당시 사업에서 번 현금의 63%가 자본적 지출에 할당되었다. 28
THE CASH PARADOX 79 우리는 감가상각비에 대한 자본적 지출의 비율을 통해 유지 및 성장 CAPEX의 추세를 알아보고자 했다(그림 6 참고). 고액 보유 기업은 2009년 이후 평균적으로 CAPEX의 84%를 유지 활동에 할당했고 성장 활동에는 16%를 할당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소액 보유 기업은 CAPEX의 72%를 유지 활동에, 28%를 성장 활동에 할당하였다. 29 그림 5.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들의 자본적 지출 현황(2000-2013년) 고액 보유 기업 S&P 글로벌 1200 기업 중 현금 보유액이 많은 기업의 자본적 지출 규모 운영 수입에 대한 CAPEX의 비율 소액 보유 기업 S&P 글로벌 1200 기업 중 현금 보유액이 적은 기업의 자본적 지출 규모 운영 수입에 대한 CAPEX의 비율 80% 60% 40% 20% 0% 0% 20% 40% 60% 80% 2013 2012 2011 2010 2009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2002 2001 2000 1200 1000 800 600 400 200 0 0 200 400 600 800 1000 1200 $billion $billion CAPEX의 규모 (단위: 미화 10억 달러) 운영 수입에 대한 CAPEX의 비율 M&A 현금 보유액의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M&A 거래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M&A 거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대다수 기업이 성장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 하기보다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30 2009년 이후 고액 보유 기업은 M&A 거래에 1조 200억 달러를 지출했으나 현금 보유액 대비 연간 M&A 지출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2013년에 현금 보유액에 대한 M&A 지출은 13%에 불과했다. 글로벌 M&A 거래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의 60%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31 한편, 소액 보유 기업은 2009년 이후로 M&A에 6,03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2013년에는 총 현금 보유액의 78%를 M&A 거래에 사용했다. 같은 해 고액 보유 기업의 M&A 지출 비율(13%)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경기 호황기였던 2007년에 소액 보유 기업은 현금 보유액의 217%를 M&A 거래에 지출하였다. 32
80 THE CASH PARADOX 그림 6.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들의 감가상각비 대비 자본적 지출의 비율 소액 보유 기업의 평균 자본적 지출 비율 고액 보유 기업의 평균 자본적 지출 비율 소액 보유 기업 고액 보유 기업 그림 7.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들의 M&A 지출액 규모(2003-2013년) 고액 보유 기업 S&P 글로벌 1200 기업 중 현금 보유액이 많은 기업의 M&A 지출 규모 현금 보유액 대비 M&A 지출액 비율 소액 보유 기업 S&P 글로벌 1200 기업 중 현금 보유액이 적은 기업의 M&A 지출 규모 현금 보유액 대비 M&A 지출액 비율 250% 200% 150% 100% 50% 0% 0% 50% 100% 150% 200% 250% 2013 2012 2011 2010 2009 2008 2007 2006 2005 2004 2003 400 300 200 100 0 0 100 200 300 400 $billion $billion M&A 지출액 (단위: 미화 10억 달러) 현금 보유액 대비 M&A 지출액 비율
THE CASH PARADOX 81 이러한 사실에서 고액 보유 기업은 M&A 거래를 할 때도 계속해서 재무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소액 보유 기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면서 M&A 거래에 대해서도 훨씬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33 기업 레버리지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의 5년 동안 현금 보유액이 많고 적고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기업이 다투어 차입을 늘렸고 이에 따라 누적 부채도 증가하였다. 2003년과 2008년 사이에 소액 보유 기업의 총 부채는 1조 5,000억 달러에서 2조 3,000달러로 52% 증가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액 보유 기업 역시 같은 기간에 부채가 3조 2,000억 달러에서 4조 8,000억 달러로 약 47% 증가하였다. 34 금융 위기 이후 시장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가,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저금리 환경을 이용하여 기존 채무를 보다 장기로 재조정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차입을 하는 등 차환( 借 換 : 기존 채권의 상환을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는 일 혹은 기존 부채 상환을 위해 새로 차입을 하는 행위-역주)에 열을 올린 점이다. 35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서도 고액 보유 집단과 소액 보유 집단 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소액 보유 기업은 저금리 환경을 이용하여 부채를 늘리는 쪽에 치중했다. 이들 기업의 부채 규모는 2008 년에 2조 3,000억 달러에서 2013년에 3조 달러로 31% 증가하였다(그림 8 참고). 또 금융 위기 이전에는 평균 79% 수준이었던 장기 부채의 비율도 2009년에는 85%로 증가하였다. 장기 부채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것은 단기적 경제 쇼크에 대한 영향을 덜 받게 되어 장기적 성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6 한편 2008년과 2013년 사이에 고액 보유 기업의 부채 규모는 4조 8,000억 달러에서 5조 8,000억 달러로 21%가 증가하였다(그림 9 참고). 고액 보유 기업의 장기 부채 비중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인 평균 68%에서 75%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37 그림 8. 소액 보유 기업의 총 부채와 현금 규모(2003-2013년) $billion 3,500 금융 위기 총 부채 증가율 30.9%, 2008-2013 3,000 2,929 3,037 2,500 총 부채 증가율 52.0%, 2003-2008 2,321 2,367 2,428 2,646 2,000 1,500 1,527 1,568 1,598 1,764 2,013 1,000 현금 보유액 증가율 38.7%, 2003-2008 현금 보유액 증가율 51.6%, 2008-2013 500 0 544 589 597 593 656 384 394 414 462 433 31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소액 보유 기업(현금 보유액) 소액 보유 기업(총 부채)
82 THE CASH PARADOX 그림 9. 고액 보유 기업의 총 부채와 현금 규모(2003-2013년) $billion 7,000 금융 위기 총 부채 증가율 21.1%, 2008-2013 6,000 5,000 4,000 3,000 2,000 1,000 총 부채 증가율 47.1%, 2003-2008 5,580 5,221 5,253 4,764 4,973 4,542 3,862 현금 보유액 증가율 78.2%, 2008-2013 3,462 3,374 3,240 현금 보유액 증가율 26.8%, 2003-2008 2,712 2,463 2,262 2,035 1,544 1,591 1,614 1,273 1,403 1,408 5,768 2,876 0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고액 보유 기업(현금 보유액) 고액 보유 기업(총 부채) 수익 성과의 차이 현금 축적과 지출에 대한 양 집단의 태도 차이는 두 집단의 상대적 성과를 고려하면 더 분명한 맥락으로 나타난다. 두 집단 모두 2000년 이후 꾸준히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 위기를 전후하여 두 집단의 성과에 차이가 나타났다. 즉, 소액 보유 기업이 고액 보유 기업보다 더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그림 10 참고). 부분적으로 이는 소액 보유 집단이 좀 더 공격적으로 M&A 거래에 임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38 그림 10. 고액 보유 기업과 소액 보유 기업의 상대적 매출 증가율(2000-2013년) 100을 기준으로 한 매출 증가율 고액 보유 기업 소액 보유 기업
THE CASH PARADOX 83 더 중요한 점은 현금을 축적하는 쪽과 지출하는 쪽 간에 주가 차이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그림 11 참고). 2000년 이후 소액 보유 기업의 주가 실적이 고액 보유 기업을 능가했다. 즉, 고액 보유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327%인 데 비해 소액 보유 기업은 주가가 632%나 상승했다. 더 놀라운 점은 금융 위기 이후로 이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장기적으로 시장이 성장 지향적인 기업에 더 많은 보상을 해준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39 그림 11. 고액 보유 기업과 소액 보유 기업의 상대적 주가 실적(2000-2013년) 주가 고액 보유 기업 소액 보유 기업 기업의 경험 두 집단 간의 이러한 태도 차이는 경영진한테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 고액 보유 기업은 CEO의 평균 재직 기간이 45개월이고 소액 보유 기업 CEO의 평균 재직 기간은 77개월이다. 40 소액 보유 기업의 CEO는 상대적으로 더 오래 재직한 만큼 해당 기업이 흥하는 시절과 어려운 시절을 모두 겪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기업이 잘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고 또 어려운 시절도 보내면서 위기를 헤쳐 나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억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이들로 하여금 좀 더 공격적으로 장기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을 것이다. 성장이라는 난제 강세장이냐 약세장이냐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2008년 10월 16일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나는 아주 단순한 투자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즉,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부릴 때는 나는 신중을 기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몸을 사릴 때 나는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41 버핏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으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의 장기 현금 보유는 아무런 득이 되지 못하고 자산의 가치만 떨어뜨릴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주식 보유가 훨씬 안전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발언 뒤 5년 후, 주요 시장 지수들은 신고가를 경신했다. 42 많은 면에서, 현금 보유의 모순에 관한 우리의 분석 결과는 버핏의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해주고 있다.
84 THE CASH PARADOX 그러나 이는 강세장 대 약세장의 화두로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2009년 이후로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은 배당금으로 3조 달러, 자사주 매입에 1조 8,00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대대적인 비용 최적화 정책을 통해 EBITDA(이자 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39%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43 이러한 전략에 시장이 화답하여 연초에 S&P 글로벌 1200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S&P 글로벌 1200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했는데도 전년도 대비 매출 성장률은 2011년 이후 2년 연속으로 감소했다(그림 12 참고). 44 따라서 투자자들은 매출 성장률에 다시 눈을 돌릴 것이고 기업은 보다 설득력 있는 수익 증가 전략을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림 12. S&P 글로벌 1200지수 대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의 매출 성장률 (2001-2013년) S&P 글로벌 1200지수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들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S&P 글로벌 1200지수 S&P 글로벌 1200 비금융 기업의 매출 성장률 더 나은 선택 앞으로의 경제적 현실은 평균에 못 미치는 성장 환경과 변동성은 더 커지고 더 짧아진 경제 순환주기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 새로운 경제 환경 속에서 번영을 구가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성장 기회 추구는 주당 순이익 증대와 같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수익 전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므로 기업의 경영진은 그들이 추진할 성장 전략과 관련하여 매우 근본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의 지표가 되는 전략적 역량 그리고 미래 성장을 담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을 보여주는 재무 건전성 에 대한 복합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기업은 이러한 평가를 통해서만 자사의 재무 상황과 전략적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그림 13 참고). 2014년 첫 4개월간,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M&A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13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45 TMT와 같이 전통적으로 현금 보유 수준이 높은 부문과 헬쓰 케어와 같이 변동성이 큰 부문이 이러한 거래를 주도했다. 투자자로부터의 압박, 개선된 거시경제 환경, 성장 기회 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이 돈주머니를 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래의 성공 여부는 목표의 명확성과 그 목표의 실행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THE CASH PARADOX 85 그림 13. 역량의 우위 시장을 지킨다 게임을 변화시킨다 CEO의 책무: 자본과 현금 흐름 가능한 대응: CEO의 책무: 새로운 시장 창조 가능한 조치: 중기적 자금 조달에 차질이 없게 한다. 자본 조달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다. 사업 운영에 비용 절감을 추구한다. 생명줄을 확보한다 CEO의 책무: 가치 보존 가능한 조치: 핵심 자산은 지키고 비핵심 자산은 매각한다. 현금을 관리하고 유동성을 극대화한다. 공유 서비스를 통해 자사 포트폴리오에 속한 기업과 사업부의 재무적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전략적 포지션 약함 강함 B D 방어적 기업의 상황 공격적 A C 약함 강함 재무 건전성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M&A를 고려한다. 새로운 고객 습관 및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 자체적 기회와 비자체적 기회 모두를 고려한다. 장기적 미래를 확보한다 CEO의 책무: 사업의 변환 가능한 조치: 기업의 장기적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 건전성을 토대로 사업 모델을 변환한다. 재무 건전성의 약화를 회피하는 방안을 구사한다. 출처: 딜로이트(Deloitte analysis). 기업 부문이 미래의 성장과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리라는 사실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지출에 신중을 기하는 재무적 보수주의는 경기 침체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경기 회복기에는 양날의 검이 되어 성장을 위한 투자를 희생 시키는 악순환으로 기업을 이끌 수 있다. 우리는 현금 축적이 성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사 결과 현금을 축적하는 쪽과 지출하는 쪽 간의 차이가 더 명확해졌다. 실제로 시장은 성장을 목표로 과감한 지출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본고는 현금 주머니를 굳게 동여매고 쓰지 않으려 들어 힘겹게 얻은 현금 보유력 기반 이점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 기업들에게 경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장기적 전망에 따라 과감하게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승리는 낙관론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DR 이언 맥밀런(Iain Macmillan)은 DTTL 영국 멤버펌 Deloitte LLP의 partner이자 M&A and New Growth 사업부 책임자이다. 스리람 스라카쉬(Sriram Prakash)는 DTTL 영국 멤버펌 Deloitte LLP의 director이자 M&A and New Growth Insight 사업부 책임자이다. 러셀 슐트(Russell Shoult)는 DTTL 영국 멤버펌 Deloitte LLP의 M&A and New Growth Insight 사업부의 assistant manag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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