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4.11총선, 부산의 좌절과 희망 부 산 4.11총선, 부산의 좌절과 희망 나종만 시민사회연구원장 1. 총선 결과에 대한 관점 야권이 패배하고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수도권과 호남,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새누리당 차지가 되었다. MB정부의 많은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로 해서 야권이 과반을 넘길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 났다. 부산의 야권도 패했다. 낙동강 전선의 민주통합당 2석을 빼고서 나머지 16석을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민주통합당은 기존의 1석(조경태 후보)에 새로운 1석(문재 인 후보)을 더했을 뿐이다. 복사 수준의 표절 의혹을 받았던 문대성 후보, 깜짝 공천 의 손수조 후보, 돌려막기 의 나성린, 하태경 후보, 섹스 스캔들의 유재중 후 보, 지역사회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던 몇몇 후보 등 공천의 난맥상 속에서도 새누 리당이 부산에서 압승했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엄호성 후보와 함께 3자구 도로 진행된 사하 갑의 선거에서 복사 수준의 표절의혹을 받았던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가 당선되고,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후보와 겨루었던 정치경력이 전무한 27세의 손수조 후보(보궐선거를 기대한 기존 새누리당 조직의 비협조설에 민주정책연구원 115
19대 총선 특집 2 4.11 총선 민심의 현장을 가다 도 불구하고)가 44%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지역주의가 아니면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20년 넘게 새누리당 일당독점체제를 구축시켰던 부산의 지역주의가 여 전히 강고하다는 것과 함께, 이 지역주의가 부산의 총선 결과를 좌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산지역 야권 후보들의 득표율이 40%를 넘는다는 점,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각종 선거에서 야당의 득표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특히 12월 대선은 총선과 달리 의석수가 아니라 득표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부산의 4.11총선 결과는 한편으로 지역주의에 의한 야권 의 좌절과 함께 부산 민심의 변화라는 미래 희망 모두를 보여주었고, 다른 한편으 로 지역주의에 대한 야권의 정치적 역량의 한계와 함께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2. 지역주의에 의한 좌절 4.11총선은 지역주의가 부산에서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새 누리당 일당독점의 지역정당체계가 고착화된 부산의 지방정치는 거의 새누리당 독점으로 충원되고 운영되어 왔다. 이로 해서 정당간의 비경쟁이 구조화되었고, 지방정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는 어려워지며, 기득권세력은 지역성장 연합 을 구성해 성장담론과 개발주의를 무기로 그들의 이해관계를 강화해왔다. 그 리고 이와 연결된 다양한 풀뿌리 보수주의 집단들이 시혜와 먹이사슬의 그물망을 형성해 지역주의를 더욱 강고하게 뒷받침해왔다. 이러한 지역주의의 강고한 힘에 주목한다면, 새누리당의 부산 공천 문제나 그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분이 당선되었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 되는 부산의 지역주의 정치현실에서, 공천을 받기만 하면 새누 116 사람과 정책 2012 봄호
부산 : 4.11총선, 부산의 좌절과 희망 리당 후보는 자질, 능력, 도덕성 등과는 별 상관없이 당선되어왔기 때문이다. 90년 3당 합당 이후 4.11총선까지 민주당 계열의 후보로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 시의원 중에서 선출직으로 당선된 사람은 문재인, 조경태 두 사람뿐이다. 그러나 4.11총선 결과의 모든 것을 지역주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결과는 부산 야권의 패배와 좌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패배와 좌절이 주는 교훈과 시사점은 이후의 정당혁신이나 대선의 전략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산의 정권심판과 야권연대 문제를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의 총 선 패배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민주통합당은 전국적 차원에서 MB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경제적 양극화 심화, 실업, 복지 문제, 민간인 불법 사찰 등과 같은 쟁점들을 총선 과정에서 핵심적 정치균열로 전환시키지 못했다. 공천파행에 휩싸이면서, 총 선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가지 못하고 오히려 한미FTA폐기 논란, 제주해군기지 문 제 등에서 말바꾸기라는 역공을 당하기도 하고 김용민 후보 막말 논란에서는 수세 에 몰리기도 했다. 부산지역의 민주통합당도 전국적 문제나 지역의 문제들을 부산시민들이 참여하 고 선택할 수 있는 정치균열과 전선으로 전환시키지 못했다. 신공항, 재개발 뉴타 운, 대형유통업체와 SSM, 부산시 재정위기, 전국 최하위의 고용률, 최악의 식수원, 불안전한 고리원전, 저출산 고령화 등 많은 부산지역 문제들이 있었지만, 이런 문 제들은 제대로 쟁점화되지 못했다. 다만 남부권 신공항, 정수장학회의 장물 논란 등을 놓고 약간의 공방이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부산시민들의 상당수가 박근혜 위원장을 심판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미래선택론이 설득력을 가지면서 그녀를 정권심판론으로부터 비켜나게 했 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선거 와중에 5번이나 부산을 방문해 선거유세 를 펼침으로써 동요하고 있던 부산 민심을 새누리당에 우호적으로 전환시켰다. 민주정책연구원 117
19대 총선 특집 2 4.11 총선 민심의 현장을 가다 둘째, 야권연대 문제를 살펴보면 중앙당 차원에서 전국적인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두 당만의 연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갈등, 경선 결과 불복 등에 의해 그 감동과 위력이 컸다고 말하 기는 어렵다. 부산의 야권통합도 역시 별다른 감동과 효과가 없었다. 부산 야권연대는 후보단 일화와 정책연대라는 2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후보단일화의 경우 후보단일화 가 2개 지역구에서 진행되었는데, 영도 지역구의 경우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후 보인 통합진보당 민병렬 후보가 출마했지만 다른 후보들과의 연대가 실패하면서 진보신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고, 해운대기장갑의 경우, 탈락에 불복하여 민 주당 후보가 정통민주당으로 출마함으로서 실질적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책연대의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정책연대 합의(안전한 고 리원전,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동 서부산간 동반발전 등)가 있었지만 이것이 선 거과정에 실질적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아쉬운 것은 지역주의가 강고한 지역현실을 감안해,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야권연대를 통해 부산 전체를 하나의 선거구로 상정해 정책적 이슈 파이팅을 전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 다. 예를 들면 박근혜 위원장이 밀양을 염두에 둔 남부권 신공항을 주장했을 때, 김해공항 리모델링론(혹은 확장론)으로 맞서고, 부산과 영남지역 토건 및 기득권세 력들의 개발적 성장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신공항 건설에 소요되는 10조원 이상의 국가예산낭비를 줄이고 환경 보전, 영남권 지자체들 간의 갈등 종식 및 영남권 야권세력의 통합을 시도했더라면 야권연대가 주도하는 정책적 이슈의 정치 적 전선 구축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18 사람과 정책 2012 봄호
부산 : 4.11총선, 부산의 좌절과 희망 3. 새로운 희망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의석 수로는 승리했지만 득표율은 야권과 별 차이가 없었다. 부산에선 새누리당 16석, 민주통합당 2석으로 야권이 패했지만 여야의 세력 비율은 5대 4였다. 부산의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은 51.3%, 야권은 민주통합당 (31.7%), 통합진보당(8.4%), 진보신당 및 정통민주당을 합하면 41.2%였고, 후보득표 율은 새누리당이 49.3%, 야권이 42.5%였는데, 4년 전인 18대 총선 때만 해도 민주당 과 민주노동당의 합계 정당 득표율은 24.5%에 불과했다. 단지 2군데에서만 승리하 기는 했지만, 부산의 야권득표율이 40%가 넘는다는 것은 야권이 12월 대선에서 부산 에서 약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역으로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 부산에서 확산되고 있는 야당 지지세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선 문제 등 공천과정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출마한 부산 야권 연대 후보들의 경쟁력은 그 이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그리고 부산참여 연대를 중심으로 야권 후보단일화와 정책연대를 통한 부산지역사회의 지역주의 극 복 노력도 2011년 초반부터 진행되었다. 이것은 부산의 야권과 민주진보세력이 지 역주의의 벽을 넘기 위한 최소한의 역량과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와 함께 주목해야할 부분은 민주화 이후 유권자 투표, 선거 결과, 정당 구도 등을 좌우해왔던 지역주의의 구조적 약화 현상이다. 특히 1990년 3당 합당 이후 새누리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부산 민심이 서서히 변화해 오다가 최근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한국정치를 좌우하고 있는 지배적 정치균열로서의 지역주의와 지역주의 정당체계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세계화 와 신자유주의의 위기, MB정권의 실정 등 지역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국내외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의 정치균열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역주의가 주도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의해 추동되어 왔던 보수의 시대에서 생활정치가 주도하고 삶의 질에 추동되는 진보의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민주정책연구원 119
19대 총선 특집 2 4.11 총선 민심의 현장을 가다 사회의 지배적 정치균열이 지역주의에서 이념균열로 전환되고 있으며, 부산 민심 의 이동, 민주진보세력의 활성화 등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환은 한국의 정치뿐 아니라 정당에도 혁신적 변화를 요구하며, 보수적 지역주의 정치균열 위에 형성되어 있던 한국의 정당들이 이제 이념적 차원 의 혁신을 모색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민주통합당의 과제 1987년 민주화 이행 이후 한국의 선거와 정당을 좌우해왔던 지역주의는 바로 민주통합당 자신의 뿌리이기도 하며, 4.11총선의 전체 판세도 사실상 이 지역주의 가 규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후 민주통합당의 과제는 한국정치에서 여전 히 강고한 지역주의적 정치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고 이념적 차원의 정당 혁신을 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우선적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이에 기반을 둔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은 민주통합당 과 지역주의와의 관계를 통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지역주의가 바로 민주당 자신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이나 최근 각종 선거에서의 야당 득표율 상승 경향에서 보듯이 지역주의는 약화되고 있고, 이념균열은 강화되 고 있다. 그 역전이 언제 일어날 것인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문제이다. PK지역에서 지역주의가 약화되고 있고, 이후 이런 경향은 호남과 TK지역으로 확산되어 갈 것이지만, 현재적 상황에서 지역주의는 새누리당 과반의석 확보라는 4.11총선 결과를 좌우할 만큼 여전히 강고하다. 즉 현재의 한국정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지역주의라는 것이고, 세대균열을 포함한 이념균열은 지역주의 의 모순 속에서 파생된 것으로 아직 지배적 정치균열로 전환되지 않았다. 120 사람과 정책 2012 봄호
부산 : 4.11총선, 부산의 좌절과 희망 민주당의 정체성과 정당혁신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논의되고 논쟁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주의에 대한 과도한 부정은 관념적 급진주의이 고, 이념적 가치에 대한 과도한 부정은 지역주의적 수구주의이다. 크게 보아 민주 통합당내 세력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그룹과 이념적 가치에 기반한 그룹으로 구분 할 수 있는데, 변화를 수용하는 합리적 지역주의 세력과 지역주의적 현실을 인정하 는 진보세력의 통합적 결합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자는 진보적 가치를 수용하고 후자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이 기반 위에서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해 야 할 것이다. 둘째의 과제는 시민사회와 지속적, 일상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와 거리가 먼, 시민사회의 갈등 구조를 반영하지 않는 정체성 논쟁이나 투쟁은 당 자체를 고립화시키고 자기 파괴적인 당내 파벌투쟁으로 귀결될 뿐이다. 신자유주의 적 세계화의 위기와 MB정권의 실정으로 해서 복지와 삶의 질이 우리 사회의 중심적 가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시민들과의 소통 없는 정당 활동은 지역사회에서 뿌리 를 내리기 어렵고 지역주의도 돌파할 수 없다. 이번 총선 이후 부산에서 지역과 주민 밀착의 생활정치가 필요하다는 자성이 많이 나왔던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주민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면서, 이를 통해 지역현안과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진보의 가치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셋째의 과제는 감동적 야권연대를 실현하고 그에 기반해 2013년 체제 를 준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통합적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야권연대를 추진하면 정치공학 적 연대에 머물게 되며 당연히 감동도 위력도 없게 된다. 정치공학적 연대가 아니 라 그 연대를 통한 지향에는 MB정권심판과 함께 문제의 해결방향에 대한 가치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그런 합의의 기반 위에서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 야권연대에 대한 시민들의 감동이 있게 되며, 시민들은 그런 정책들 민주정책연구원 121
19대 총선 특집 2 4.11 총선 민심의 현장을 가다 을 보고 야권을 지지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들 을 통해서 대선에서 MB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할 수 있는 정치균열과 전선을 만들 어 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정권심판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2013년 체제 의 명확한 비전 및 컨텐츠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시민사회와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그에 근거한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하면서, 실질적인 야권연대를 실현한다면 그 해답은 그렇게 어려운 과제가 아닐 것이다. 122 사람과 정책 2012 봄호